부산이 좋다 2023-1/ 2030 부산 대전환의 비전 - 부산의 미래 달린 ‘부산 북항 재개발’
부산이 좋다 2023-1/
■부산 이미지

▲부산 해운대 앞바다.

▲센텀시티 전경

▲해운대구 청사포에서 바라본 일출.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

▲청사포로 해운대 블루라인파크에서 모노레일 ‘스카이캡슐’이 지나가고 있다.




▲해동용궁사.

▲광안대교 밤하늘을 불꽃이 수놓고 있다.

▲마린시티 전경.

▲해운대구 벡스코 일원과 광안대교.
월간조선 2023.11월 호
■2030 부산 대전환의 비전
“부산을 위하여!”

▲사진=게티이미지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집중은 과부하 단계에 이르렀다. 분산(分散)과 협업(協業)의 원리로 가동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한민국은 서울과 부산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야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배가 양쪽으로 노를 저어야 더 빨리 나아가는 이치와 비슷하다.
부산은 서울에 없는 해양과 에너지, 제조 시스템을 갖고 있어 대한민국을 더 빨리 달리게 할 수 있다.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다는 단순한 지정학적 조건을,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정학(技政學)적 조건으로 바꾸어 도시 시스템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
부산은 6·25전쟁 시절에 1023일 동안 피란 수도 역할을 하며 백척간두의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다. 그리고 부산은 이제 치열한 4차 산업혁명, 글로벌 패권 전쟁기하에 대한민국의 구원투수로 나설 준비를 끝냈다. 부산은 역사적으로 삼성·대우·LG·국제·동명 등 대기업의 창업지이다. 부산은 창업 유전자(DNA)가 배어 있는 도시다. 부산으로서는 제2의 창업을 통한 거대한 전환, 그리고 국가에 기여하고 헌신하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니다.
‘반쪽짜리 바다’에서 ‘완전한 바다’로

▲사진=게티이미지
‘해양도시’ 부산이 2030년에 지향하는 도시 비전은 ‘그린스마트오션시티’다. 파란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그린색이다. 물리적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은 돈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섞을 때 그린색으로 나타난다. 부산의 바다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라, 돈이 되는 그린 오션이다. 부산의 바다는 지난 수백 년 동안 해금(海禁), 식민지 개항, 컨테이너만의 ‘반쪽짜리 바다’였다. 부산의 바다는 이제 산업과 생활이 어우러지는 ‘완전한 바다’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고 있다. 부산의 바다는 유엔과 함께 만드는 해상도시, 스마트 항만, 다양한 해상관광, 탄소중립 에너지 및 선박 개발, 극지기술 테스트베드, 해양위성정보, 생태환경 등 복합산업플랫폼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부산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공할지 여부는 에너지에 달렸다. 석탄·석유·전기 등 에너지 전환은 역사적으로 항구도시에서 시작됐다. 부산에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에너지원인 풍부한 전기가 있다. 부산은 이를 기반으로 수소, 데이터 관련 에너지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가덕신공항 통해 반도체 부품 세계 각국으로 신속 이동
도시 인프라의 핵심은 물건, 사람, 돈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다. 부산은 세계 2위의 환적항이다. 부산의 항구는 스마트한 항만으로 변신할 것이며, 가덕신공항을 통해 반도체 부품을 세계 각국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킬 것이다.
부산은 흔히 ‘숨이 막히도록 멋진 여행지’라고들 한다. 부산의 관광 산업은 당분간 급성장을 이룰 것이다. 부산의 풍경은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부산의 다양한 정경은 소위 ‘인스타용’ 사진을 찾아다니는 관광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부산은 돈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디지털 자산거래 등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해양도시를 완성시킬 것이다. 2022년 전국의 제조업은 전년보다 1.4% 증가했지만 부산의 제조업은 무려 8배(10.1%) 이상 증가했다. 제조업의 성장이 이토록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350만 대도시’ 중에서 드물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신발·봉제·완구·섬유 등이 발달했고, 최근까지 조선기자재·자동차 부품·수산 식품 등이 강하다. 부산의 산업은 이 기반 위에서 파워반도체·이차전지·전기자동차·수소 선박 부품·친환경 소재·스마트헬스케어 제조업이 뜨고 있다. 부산은 여기에 블록체인·AI데이터·해양바이오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부산은 이런 산업특화도를 바탕으로 커피 산업·바이오헬스·수산푸드테크·친환경소재사업 등 전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융합적 산업 영역이 발전하고 있다. 부산만의 특색 있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스마트 매뉴팩처링을 이끄는 도시형 제조강도(製造强都)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
22개 대학에서 한 해 4만여 명 인재 배출
부산은 22개 대학에서 한 해 4만여 명 이상의 인재가 배출되는 대학도시다. 이들 인재는 그린스마트오션시티를 만들어가는 가장 큰 자산이다. 지역과 대학, 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SKY 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 부럽지 않았던 지역 대학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다.
도시 발전의 핵심 요소는 안정적이면서 창의적인, 지속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도시 리더십이다. 부산은 지난 2년 동안 3조원이 넘는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부산의 글로벌 스마트지수 국내 1위, 국제금융지수 세계 29위, 광역시 중 시민행복감 1위, 일·생활 균형 1위, 대한민국 브랜드 1위는 우연이 아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직무 지지도는 소속 정당의 지지도보다 높은 51.2%를 기록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리더십은 가덕신공항 추진, 2030부산국제박람회 유치라는 굵직한 어젠다의 실현을 넘어설 것이다. 박 시장은 부산을 ‘열린 희망의 공간’이자 ‘글로벌 폴리스’로 인도해 나아갈 것이다. 부산은 세계적 석학이자 경제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말하는 ‘시민들이 공감하는 문명을 체험하는 행복한 멋진 도시’가 될 것이다. 부산 시민은 그런 축복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부산은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좋은 도시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영국 선원들이 대항해 시절 힘든 수요일에 외쳤다고 하는 건배사가 떠오른다.
‘자신을 위하여!’
부산 시민들은 21세기의 신(新)대항해 시대, 험난한 항해를 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이렇게 외쳐야 한다. ‘부산을 위하여!’ 이것이 국가 시대에서 도시 시대로 전환하는 대전환기 우리의 지혜다.Ⓑ
김형균
부산대 사회학 박사. 미 산호세주립대 초빙연구원, 부산광역시 정책특보, 창조도시본부장,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임. 현 부산테크노파크 원장
■부산은 15분 도시다
“이웃과 함께 사는 행복한 시민공동체”
부산의 ‘그린카펫’은 도심 내 쌈지공원을 활용해 보행이동 통로, 주거지와 상업 지역을 이어주는 매개 공간으로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지역민에게 제공한다. 그린카펫은 단절된 이웃과의 연결성과 연계성을 강화한다.

▲부산시청 1층에 마련된 ‘들락날락’.
‘15분 도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생겼다. ‘15분 도시’는 친환경적이고 인본주의적이며 공정한 도시다. C40(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계 대도시 시장 연합체)가 여기에 참여했고, 밀라노·에든버러·몬트리올·멜버른·오타와 등 이 도시를 표방한다. C40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탄소 중립 실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걷기 중심’의 15분 도시를 도시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이 모델은 이동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15분 도시는 도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자 도시 혁신의 출발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15분 도시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민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욕구를 충족하고, 이웃과 함께 삶을 누려 행복한 시민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박 시장은 부산이 미래도시를 선도하는 모두가 행복한 15분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으로 믿는다.
슈퍼마켓까지 5분, 버스 정류장까지 10분
인도의 뭄바이 인근 도시 팔라바는 스마트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기술 모델 도시가 아닌 민주주의, 삶의 질, 공동체 등의 사회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팔라바는 ‘5·10·15’을 지향한다. 생활필수품 매장인 슈퍼마켓이나 약국에 다다르는 데 5분, 교통수단인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까지 10분, 병원이나 대형 쇼핑몰까지 15분을 목표로 한다. 팔라바는 시민들이 매일 필요한 것들을 걸어서 5분 이내에 사고, 3~4일 안에 필요한 모든 것을 걸어서 10분 내에 살 수 있으며, 한 달 사이에 필요한 것들을 걸어서 15~20분 거리에서 얻을 수 있도록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15분 도시는 결국 다양한 방식으로 살고, 소비하고, 일하고,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15분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동의 방식과 도시를 탐사하고 발견하는 삶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주인이 되어 이미 존재하는 시설들의 기능을 활용하고, 이웃과 공동체의 회복을 실천해나가야 한다.
2023년까지 ‘들락날락’ 57곳으로 확대
부산시청 1층에 마련된 ‘들락날락’은 개관 후 많은 어린이가 다녀갔다. 들락날락은 브라질의 생태도시이자 미래도시로 널리 알려진 쿠리치바에서 마련한 작은 도서관인 ‘지혜의 등대’처럼 15분 도시 부산의 앵커 시설이자 상징적 공간이 될 것이다.
부산시는 2022년 들락날락 44개소를 조성했고, 2023년 13곳을 추가해 57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부산시는 들락날락을 대형·중형·소형 규모로 새로 조성하거나, 도심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서 2026년에는 약 200개소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에는 15분 생활권에 평균적으로 들락날락이 3개소 이상이 만들어져, 15분 이내에 아이들이 놀면서 즐길 수 있고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마을 공동체의 핵심 시설이 될 것이다.
부산시는 공동체 내에 조성되는 들락날락 시설 기준들에 지역의 다양한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듈화된 형태로 유형들을 제시하고, 지역사회에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는 2022년 EBS와 협력 사업을 진행,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준비했다. 부산시는 어린이 문화체험 및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부산의 들락날락은 지역의 문화예술 기관 및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체험 행사를 잘 추진하고 있다.
최근 부산시는 들락날락에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꾸며 AR(증강현실)·VR(가상현실)·코딩·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부산시의 들락날락은 어린이들에게 생활 속 영어가 가능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키즈카페보다 훨씬 좋아요”

▲'들락날락’에서 웃고있는 강도연 양.
부산시청 1층에는 어린이 문화공간인 ‘들락날락’이 있다. 내부 3D 체험관에서 김동현(4세) 군을 만났다. 김 군은 3D 체험관에서 눈앞에서 움직이는 양 활보하는 공룡에 푹 빠져 있었다. 김 군의 어머니 송주영(41)씨는 “아이가 좋아해서 자주 온다. 이곳에는 AR(증강현실)이나 VR(가상현실) 같은 놀이시설이 있어서, 아이가 한번 오면 실컷 노느라 정신이 없다”며 웃었다. ‘들락날락’ 뒤편 프로그램실에선 박지원(40)씨가 16개월 된 딸 강도연 양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엄마들은 늘 ‘아기랑 갈 만한 데가 어디 있을까’ 고민을 해요. 키즈카페나 이런 곳도 좋긴 한데, 여기처럼 도서관으로 조성된 교육적인 장소라면 더 좋죠. 저희야 아직 아이가 어려서 책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책 읽는 분위기를 익혀놓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린이 공간이다 보니 어느 정도 아기들 소리가 나도 되고요. 벽에 걸린 그림도 아이가 무척 좋아해요. 제일 좋아하는 건, 저기 캐릭터 나오는 데(3D 체험관)예요(웃음).”
부산진구 전포동의 ‘전포 어울더울 복합문화센터’에도 들락날락이 있다. 이곳 관계자 박모(43)씨는 “방학 기간에는 프로그램들로 일정이 꽉 찼다”며 지난 8월 달력을 보여줬다. 문을 여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독서,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한 교육, 놀이교실, 동화구연 등의 프로그램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박씨는 “이곳은 아파트 근처에 있어서 멀리 안 가도 되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일어나서 씻고 운동 삼아 편하게 온다”고 말했다.Ⓑ
김광주 기자
도심 유휴공간 활용해 그린카펫 조성

▲그린카펫 조감도.
부산의 ‘그린카펫’은 도심 내 쌈지공원을 활용해 보행이동 통로, 주거지와 상업 지역을 이어주는 매개 공간으로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지역민에게 제공한다. 그린카펫은 단절된 이웃과의 연결성과 연계성을 강화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시민이 휴식을 취하거나,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잠깐의 휴식과 식사, 가벼운 음료를 먹으면서 대화하는 장소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 그린카펫은 걸어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보행통로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부산은 도심 유휴공간 등의 지형적 특성을 활용하면 아주 쾌적한 그린카펫을 만들 수 있다. 부산시는 그린카펫을 2026년까지 63개소 34ha의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도심 내 산재돼 있는 녹지를 연결하는 도심 바람 숲 조성, 도심 열섬 현상을 줄일 수 있는 기후대응 도심 숲 조성,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는 자녀안심 그린 숲 조성, 녹색 쌈지 숲, 학교 숲 등을 통한 생활형 쉼터의 조성 등 생활권 도심공원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그린카펫을 추진하면서 도심으로의 차량 진입을 막는 이유는 보행 편의성을 높이고 도심 내 쾌적한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부산시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에 대처하고자 한다.
‘부산의 차 없는 거리’는 단순히 차 없는 거리로만 조성될 필요는 없다. 이는 도시 실천과 관련이 있다. 새로운 도시 실천의 사례는 게릴라 어버니즘(도시적인 사회가 지닌 특유의 생활 양식이 발전·확대되는 과정), 택틱(Tactic) 어버니즘 등이 있다. 부산의 15분 도시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차 없는 거리는 시민의 욕구를 반영하고, 쾌적하고 다양한 도심 공간 활용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단순하게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서 보행권을 확보하는 의미를 넘어서 도시의 밝고 건강한 시민 활동 촉진을 위한 장소로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노인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생활권별로 지원
부산은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22년을 기준으로 60대 이상이 전체 시민 수의 28.7%에 이른다. 사회는 베이비붐 세대들인 신(新) 노년 세대들의 등장으로 점차 노화 방지를 위한 ‘안티 에이징’ 시대에서 건강하고 활기찬 ‘액티브 에이징’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부산시는 15분 도시 내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기를 위한 권역별 ‘하하센터’를 조성하고자 한다. 하하센터는 우리말로는 즐겁고 건강한 웃음소리인 하하를 연상하면 된다. 영어로는 Happy Aging, Healthy Aging의 줄임말로 ‘HAHA’다.
부산시는 하하센터를 현재 62개 생활권별로 거점형 16개소, 지역 밀착형 46개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16개 구·군을 대상으로 기존 시설의 리모델링, 시설의 기능 전환, 신규 건립의 방식으로 지역 내 대학, 문화시설, 행복학습센터, 노인회관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하하센터를 통해 다양한 여가와 문화, 학습 및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한다. 부산의 하하센터는 각 이용자의 기능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공간 조성으로 주거지 유형, 지역 인프라 등을 분석해 추진할 것이다. 기능별 이용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공간은 문화 활동실, 동아리방, 지역 커뮤니티실, 세대 통합실 등의 운영이 좋은 사례다. 특히 부산의 하하센터의 핵심 기능은 노인들의 주체적인 여가 문화 활동과 커뮤니티 활동을 촉진하고,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자치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시민 리더로서의 노인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하하센터를 기존의 노인복지관과 차별성을 두어 중복된 기능은 지양하고, 부족한 노인 여가시설의 확충과 연계할 것이다.
부산시 권역별로 ‘행복한 도전’ 사업 추진

▲백양동 하하호호맛실.
최근 설문 조사 결과 유럽 도시들 가운데 더블린, 코펜하겐, 오슬로 등이 ‘다시 태어나도 또 태어나고 싶은 도시’로 뽑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복지나 사회적 여건이 좋아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좋아서’라고 한다. 세계 행복지수가 상위권에 랭크된 많은 나라들은 시민사회의 수준과 공동체의 질이 높다는 결과도 있다. 집을 중심으로 한 근린 관계의 회복은 공동체를 회복하는 중요한 기제다. 그 이유는 나와 이웃의 신뢰 관계 형성이 공동체의 신뢰 회복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집 가까이 좋은 이웃, 환경과 문화로 즐겁고 행복한 도시, 가가호호인 15분 도시는 권역별로 ‘행복한 도전(해피챌린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차 사업으로 2022년 8월에 3개 대상지를 확정하고 당감·개금권의 과제 발굴 등 민관 거버넌스에 집중해 추진하고 있다. 3개 대상지는 시범 권역인 주민 주도형의 당감·개금권, 기업 주도형의 신선·남항권, 커뮤니티 주도형의 망미·수영권이다. 생활권별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사업으로 부산형 15분 도시의 전형을 찾고자 한다. 2차 사업은 신평·장림 생활권과 괘법·감전 생활권이 대표 생활권으로 좌천·범일 생활권과 만덕 생활권이 시범사업지로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의 해피챌린지 사업은 민관(民官) 협업을 기초로 해, 15분 도시 전략 과제를 빠르게 가시화할 것이다. 부산시는 시민 공감대를 얻는 것은 물론, 시민이 행복한 도시 실현을 촉진할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세대별 또는 세대 간 소통과 교류 공간 조성,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길의 연결, 보행 생활권을 구축하는 것이다. 당감·개금 생활권 계획의 목적은 우선 보행 환경 등 이동 편의성 향상에 있다. 15분 도시의 1차 목표는 보행을 통한 생활 편의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생활 공간에서 필요한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주민들의 교류와 공유 공간을 확충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당감·개금 생활권 내에 분산된 학교를 거점으로 생활권을 연결하고, 학교나 공동주택 등의 활용도가 낮은 시설들을 발굴해 생활 복합 공간으로 전환 사용하도록 하는 등 15분 도시 가치 실현을 위한 편의시설을 점차 확충해나갈 것이다.Ⓑ
오재환
부산대 졸업, 문학 박사 / 부산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 부산학연구센터 센터장 역임. 現 부산연구원 부원장, 부산시 15분도시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부산시 공약자문평가단 위원장, 문체부 지역문화협력위윈회 위원,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글 : 김형균 부산테크노파크 원장
■부산은 창업금융도시다
총 1조원 이상의 부산형 모태펀드 만든다
부산에는 총 88개소의 창업 인프라 시설이 있다. 이 중 스타트업에 대한 입주 지원은 대학 시설을 포함한 11개 기관의 69개소, 시제품 제작 지원 시설 16개소 등이다. 시설들은 주로 5인 이하의 예비, 초기 창업 단계의 스타트업 사무실 공간에 집중해 활용되고 있다.

▲구글 스타트업 스쿨 부산 런칭 모습.
부산시 산하의 경제 분야 기관들은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창업 인프라를 갖추고, 많은 지원 프로그램을 연간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는 총 88개소의 창업 인프라 시설이 있다. 이 중 스타트업의 입주 지원은 대학의 시설을 포함한 11개 기관의 69개소, 시제품 제작 지원 시설 16개소 등이다. 다수의 인프라는 수년간 국비 유치를 통해 개별적으로 조성했다. 시설들은 주로 5인 이하의 예비, 초기 창업 단계의 스타트업 사무실 공간에 집중해 활용하고 있다.
부산은 2022년 11월에 ICT 육성을 위한 부산청년창업허브 ‘ICT 뉴워크스페이스’를 개소했다. 부산은 기획재정부 ‘혁신도시별 이전 공공기관 연계 10대 협업 사업’을 유치하며, 총 사업비 42억원(국비)을 투입해 연제구의 옛 동남지방통계청 건물을 개축해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총면적 2050.18㎡)의 인프라로 구축했다. ‘ICT 뉴워크스페이스’는 정보통신기술 산업 육성 전초기지로 교육에서 창업, 스케일업까지 한 건물에서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에 부산을 ‘2023 소상공인 혁신 허브 신규 설치 후보 지역’으로 선정했다. 부산은 중구 자갈치현대화시장 6층 유휴공간(약 1130㎡)을 예비 소상공인들과 청년들이 일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직(職)·주(住)·락(樂)형 창업혁신 공간으로 조성해 2024년에 개소할 예정이다. 부경대는 ‘2023년 캠퍼스혁신파크조성사업’ 대상으로 뽑혔는데, 부산시는 향후 5년간 총 사업비 530여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부산은 이곳을 국내 최대 산학연 협력 클러스터로 조성해 창업 생태계 거점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부산은 국내외 대표 ICT 기업을 유치해 민간 인프라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부산은 2022년 센텀시티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혁신센터’, 메가존클라우드의 ‘메가존 부산’ 등의 민간 스타트업 지원 시설을 유치했다. 글로벌 ICT 기업 구글의 창업 지원 공간인 ‘스타트업 스쿨 부산’이 지난 4월에 부산에 문을 열었다. 이름은 부산역 유라시아 플랫폼이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마이크 김(Mike Kim) 아태지역 총괄의 말이다.
“부산은 기반 시설이 잘 조성돼 있고 대학이 많다. 스타트업에 뛰어들려고 하는 좋은 인재가 많다는 뜻이다.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기업가 정신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부산창업청’ 만들 것

▲ICT 뉴워크스페이스 전경.
부산시는 산하 기관을 중심으로 제조·ICT·문화 콘텐츠·관광·서비스·소상공인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 지원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벤처기업들에 초기 창업 시기에만 지원해주는 것에서 벗어나 창업 전(全) 주기(예비-초기-도약-재창업)를 아우르는 통합 창업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 부산은 단순한 창업 장려가 아니라 도시의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창업의 전체 주기에 지원해서 이들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까지 해외 벤처캐피털에서 3억2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 평가를 받는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사내 벤처캐피털팀이 매년 100억여원을 다시 스타트업 발굴에 투자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투자 유치와 성장, 스타트업 재투자 사례에서 유니콘 기업 하나가 가지는 직간접적인 경제적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다.
부산은 수도권을 넘어 아시아 창업 중심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 백화점식 나열 한계를 넘어 창업 문화를 활성화하고, 그중 유니콘 기업까지 키워내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중요하다. 부산은 지역 혁신 기술 창업 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 아시아 유망 창업 기업의 유치를 위한 다양한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부산이 ‘아시아 창업 중심 도시’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기존 창업 지원 기능을 수행하던 공공기관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부산은 아시아 혁신 창업 네트워크 구축을 포함한 광범위한 기능과 업무를 수행할 ‘부산창업청(가칭)’이라는 컨트롤타워를 만들 것이다.
경제부시장 중심으로 ‘시티테크 도쿄 2023’ 행사 지원
매년 두 차례 영국의 지옌이 발표해 도시 금융 지수 평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의 2023년 하반기(제34차) 발표에서 부산은 33위를 기록했다.
부산은 해외 투자의 거점 구실을 할 ‘글로벌 금융클러스터’를 부산국제금융센터 63층에 개소하고, 2020년 7월에는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금융기관 3개사가 입주를 끝냈다. 부산시는 앞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금융기관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부산광역시 해외 마케팅 통합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부산은 경제부시장을 중심으로 방문단을 구성해 2023년 2월에는 ‘시티테크 도쿄 2023’ 행사에서 부산 기업들이 일본 판로를 개척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부산이 국내외 주요 창업도시와 비교해 가장 취약한 부분은 지역 내 투자 환경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창업기획자는 24개사(2022년 기준, 전국의 5.7%), 벤처캐피털은 11개사(전국의 4%)에 불과하다. 부산이 당장 수도권 벤처 투자 쏠림 현상을 극복하기는 역부족이지만, 부산만의 자생적인 창업 투자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 부산은 국내외 민간 투자운용사를 유치하고, 투자 자금의 지속적 유입을 노리는 전략을 펼 것이다.
“부산이 아시아 유망 스타트업 키운다”

▲부산시의 아시아 스타트업 페스티벌인 ‘FLY ASIA 2023’이 2023년 10월 5~8일에 열렸다.
부산 투자 생태계 조성의 핵심은 공공벤처캐피털 기능 강화와 부산형 모태펀드 구축이다. 부산시는 부산창업청 산하에 공공벤처캐피털 기능을 마련해 안정적인 규모의 투자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지역에서 10억원 이하를 투자받은 예비,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받아 10억~50억원 규모의 도약 단계 이후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공공벤처캐피털에서 맡아주는 방식이다. 부산은 이를 통해 조성된 안정적인 초기·중기 창업 투자 환경으로 국내외 벤처캐피털을 유입하고 지역 벤처캐피털의 강화로 이어갈 것이다.
부산시의 운용 펀드 규모는 2022년까지 7291억원이다. 부산은 앞으로 지역혁신, 창업 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 아시아 유망 스타트업 유치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총 규모 1조원 이상의 ‘부산형 모태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부산은 2022년 11월 말에 벡스코에서 ‘2022 아시아 창업엑스포(FLY ASIA)’를 성황리에 열었다. 국내 최초 아시아 유일의 투자 중심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다. 행사는 사흘 동안 열렸는데, 국내외 투자자 500여 명, 9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또 40여 개 국가에서 스타트업 관계자 약 1만 명이 몰려들었다. 이 행사 기간 중에 ‘플라이 아시아 라운드 테이블’에는 아시아 9개 창업 주요 도시 정부 고위급 관계자가 참가했다. 이들은 부산의 주도하에 도시 간 창업 정책을 공유하고, 아시아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아시아 투자 분야 대표인 50명이 참석한 ‘투자자 리더스 포럼’도 열렸다. 여기에서 참석자들은 아시아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투자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앞으로 협의체 결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부산은 이 행사에서 스타트업 펀드 조성 활성화를 위한 ‘벤처캐피털 쇼케이스’, 국내외 스타트업과 투자사 간 사업자 연계 프로그램인 ‘일대일 밋업’ ‘스타트업 쇼케이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22 아시아 창업엑스포’의 마지막 행사는 글로벌 혁신 스타트업 경진대회 ‘FLY ASIA 어워즈’였다. 아시아 14개국, 178개팀이 총상금 18만 달러 규모가 걸린 마지막 행사에 참가했다. 대상인 이노베이션상은 베트남 스타트업 ㈜바이메드에 돌아갔다. ㈜바이메드는 메디컬, 바이오, AI 등 신기술을 접목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인 10월 5~8일에 ‘2023 아시아 창업엑스포’를 열었다. 부산은 아시아콘텐츠 필름시장(Asian Contents&Film Market)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강점 분야인 영상,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21개 고등교육 기관 통해 인력 충원
부산은 아시아 창업 중심 도시로의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았다. 부산은 앞으로 ‘아시아 창업엑스포’를 아시아 대표 창업 플랫폼으로 육성하기 위해 주요 도시들과 지속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아울러 부산은 스타트업의 발굴, 육성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은 인구 대비 이공계 박사 졸업생 비중이 0.064명(전국 평균 0.071명)으로 다소 낮다. 지역 내 유학생 수도 학부생 기준 7261명(전체 재학생 대비 8.1%)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기술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에는 아직 지역적인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부산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21개의 고등교육 기관과 첨단 IT·영상·콘텐츠·제조 등 산업별 지원이 가능한 산하기관을 갖고 있다. 부산은 여기에 더해서 최근 몇 년 동안 아마존 웹서비스, 구글, 카카오프렌즈 등 국내외 경쟁력 있는 IT 기업의 지원 시설을 운영 중이다.
기술 창업 관련 IT 산업 통계만으로 봤을 때, 부산의 사업체 숫자는 수도권을 제외한 16개 시·도 중 전국 2위(4529개)다. 부산은 이런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통합 창업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나갈 것이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스타트업 대표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 관련 이론 및 실무교육, 멘토링, 컨설팅, 투자 유치, 해외 진출, 재창업 등 단계별 맞춤 커리큘럼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산이 ‘창업도시’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과 대학생, 청소년 등에게 일반 창업 세미나, 기업가 정신 교육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부산은 지역의 창업 분야를 이끌어줄 수 있는 ‘창업 전문가 양성 과정’을 신설해 지역 창업가들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유승엽
동아대학교 전기공학과 공학 박사. 부산테크노파크 전략산업 육성, 부산시 투자진흥기금운용심의위원회, 기술창업정책자문위원회, 지역화폐정책위원회 위원 역임. 현 부산테크노파크 디지털혁신창업단 단장
●INTERVIEW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부산 경제의 체질 개선에 나설 터”
부산 진구을에서 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2022년 7월부터 부산의 경제를 총괄하고 있다. 그에게는 부산시를 아시아의 스타트업 허브로 키워내야 할 중대한 책무가 있다.
“부산은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76%로, 다른 지역보다 10% 정도 더 높습니다. 제조업은 14%대였다가 12%대로 줄었습니다. 부산의 서비스업은 금융·교육과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아니라 식당·숙박 등과 같은 영세 업종 중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시는 실물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부산의 제조업은 부품 산업 중심이다 보니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부산이 앞장서 글로벌 네트워크 만들 것”
—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은 무엇입니까.
“부산이 신기술과 신산업 중심의 첨단 산업들을 이곳에 지속적으로 유치하거나 만들어내야 합니다. 부산은 전력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 단지를 유치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신산업과 2차 전지, 수소 경제 관련 부문들을 부산 제조업의 기반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 부산의 경제 체질과 개선 방향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이 중요합니다.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생산 라인부터 시작한 게 아니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에 입각한 기업을 만들어내고, 다른 영역으로 쭉 확장이 됐습니다. 부산의 제조업 기반이 약한 데에는 구조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바로 부지(敷地)입니다.”
— 부지요?
“부산은 땅이 없습니다. 이미 도심에는 주거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제조업 확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에 입각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더욱 절실합니다. 그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강서구에 그린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도심에는 미국 IBM과 함께 양자컴퓨터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 부산시는 창업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겠지요.
“저희 부산시는 이를 정책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고자 합니다. 바로 부산창업청입니다. 행정적 절차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에는 울타리가 없다는 겁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디지털 기반 스타트업이 국내에서 성공하면 다른 나라에 가서도 곧바로 적용됩니다.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선 다른 나라와의 교류도 활발해야 합니다. 해외에 수시로 드나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산은 지난해부터 ‘플라이아시아(Fly Asia·창업박람회)’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 부산을 방문한 세계박람회기구(BIE) 실사단과 함께 한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맨 오른쪽).
—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도 부산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겠지요.
“2030부산세계박람회와 부산 경제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엑스포는 소규모의 엑스포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유치하려는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등록엑스포’입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비교해 경제적 효과가 3배 정도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활약하셨다고 들었습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시장님께서는 대내외 교섭 활동을 위해 뛰지만 저는 국내에서 실무적인 부분을 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덕도 신공항이 2030년 이전에 개항해야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데 국토부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부지로 거론되고 있는 북항의 2단계 개발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야 하고 55 보급창도 이전되어야 하는데 관련 부처와 실무적인 부분을 챙기고 있습니다.”
—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 부산 지역 기업인들이 애쓰셨죠.
“부산 기업인들이 수도권에 있는 어떤 대기업보다도 많은 기부금을 내기도 했습니다. 부산시에 200억원을 ‘22030부산세계박람회 기부금’으로 쾌척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무총리실과 공동유치위원회를 꾸렸는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지금도 최 회장은 해외를 다니면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아주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활동하면서 뭉클했던 순간이 많았겠지요.
“지난해에 제가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기업인들과 함께 엑스포 유치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 우 부회장과 SK 부사장이 ‘최태원 회장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뒤로 정말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최 회장이 직접 자신이 생각하는 2030부산세계박람회에 대한 개념을 19개 정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최 회장은 그걸 또 축약시키고 임원들을 불러 일일이 설명하고 해외에 홍보할 방법까지 제시했다고 합니다. 많은 이의 염원이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광주 기자
●INTERVIEW
이성문 ㈜이시스비젼 대표
“창업은 경산에서 했지만, 둥지는 부산에 틀었어요”
“임차료·관리비 다해서 많이 나와봐야 한 달에 45만원입니다.”
부산청년창업허브(ICT NewWorkSpace)의 19평 남짓한 공간에 입주한 인공지능 기술기업 ㈜이시스비젼의 이성문 대표가 “근처에 이 정도 사무실을 얻으려면 월세 100만원은 훌쩍 넘는다”며 말했다. 이 대표는 경상북도 경산에서 창업했지만, 주변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부산으로 이전했다. 부산청년창업허브의 주차와 부대 시설은 무료다. 탕비실에는 최신 냉장고와 커피머신·식기세척기 등이 있다. 부대 시설에는 40석 규모의 발표 공간과 교육실·북(book)카페·통화부스·회의실이 따로 있다. 이곳에는 입주 기업들이 개발한 IT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각종 전자기기들이 마련된 ‘테스트베드(실험 장비)’ 공간이 있다. 부산청년창업허브를 위탁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요즘 ‘공유 오피스’가 인기인데 이만한 시설을 갖춘 곳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건물을 임차한 (재)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입주 기업 모집 등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다. 창업 7년 이내 신생 기업은 2년간 이곳에서 임차료 등의 예산을 아껴 성장할 수 있다. 입주 기간이 끝나도 심사를 거쳐 1년 연장 계약을 할 수 있다.Ⓑ
김광주 기자
●INTERVIEW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
“부산의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제도 도움받아”
나라스페이스는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위치한 부산테크노파크에 입주해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우주·인공위성 분야 스타트업이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의 말이다. “부산은 우리나라 항만 물류의 중심지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마트시티입니다. 저희 회사는 이를 통해 기존의 데이터가 주지 못했던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부산이 저희의 이런 역량을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활용하는 데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 회사가 위치한 동삼동의 부산테크노파크는 어떤가요.
“이곳은 해양 신산업 오픈 플랫폼을 운영하며 우주·해양 관련 많은 기업과 기관들의 네트워킹과 기술 개발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제가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보니 부산에는 공간지원 제도 등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제도가 있습니다. 부산테크노파크에 입주하면서 사무실 비용 등 공간 관련 비용과 실험실 관련 비용을 많이 절약했습니다.”
— 회사 규모가 커지면 인재 채용도 늘겠네요.
“부산 지역에 위성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좋은 대학과 학과, 인재들이 많습니다. 저희가 부산 출신 직원으로 선발했을 때 업무에 잘 적응했던 만큼, 회사가 커지면 더 많은 인재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김광주 기자
■부산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다
“기회발전특구에 입주하는 기업은 10년간 법인세·소득세 100% 면제”
부산은 올해 9월 기준으로 24개 회사로부터 8조542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런 투자는 고용 창출로 이어져 2021년에 8362명, 2022년 6030명, 2023년 9월 현재 9268명의 신규 인력이 채용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부산시
“2023년에는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4조원대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
2023년 새해를 맞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포부였다. 2023년 말을 코앞에 둔 지금, 박형준 시장은 애초 목표보다 무려 201%나 높은 8조원대의 투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은 올해 연말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 성과를 예상하고 있다. 박 시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20년에 부산은 2815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박 시장 취임 이후인 2021년에 23개사로부터 2조1685억원, 2022년에는 71개사로부터 3조431억원을 투자받았다. 올해는 9월 기준으로 24개 회사로부터 8조542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런 투자는 고용 창출로 이어져 2021년에 8362명, 2022년 6030명, 2023년 9월 현재 9268명의 신규 인력이 채용됐다.
고부가 첨단 산업 유치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끄는 부산은 투자를 유치하는 데 머물지 않고 야심 찬 포부를 내비친다. 부산시는 윤석열 정부 지방 시대의 핵심 정책인 ‘기회발전특구’ 추진을 통해 금융·전력 반도체·이차전지·모빌리티 등 고부가 첨단 산업 기업의 유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특구는 문현금융단지, 전력 반도체특구는 동남권의과학산단, 이차전지와 모빌리티특구는 강서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 특화단지를 조성 중이다.
이들 기회발전특구에 입주하는 기업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뒤따른다. 규제 특례·세금 감면··재정 지원·주택 공급·양도소득세 감면 등 ‘5종 세트’가 기업들에 부산시로 오라고 손짓한다. 우선 규제 특례는 규제 혁신 3종 세트(규제 신속 확인·실증 특례·임시 허가)를 적용한다. 세제 감면 차원에서 법인세·소득세·취득세·재산세를 10년 동안 100% 면제하고, 이후 10년 동안은 50% 감면한다. 재정 지원을 위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설비 지원 비율 가산을 적용한다. 공공·민간주택 신규 분양 시에는 최소비율(10% 이상)을 특별 공급한다. 이 외에도 양도소득세 감면, 민간펀드 조성, 투자 시 발생 수익에 대한 세제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가 있다.
부산시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은 성과를 거뒀다. 부산시는 과감한 규제 혁신을 통해 지역 기업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했다. (주)리노공업은 입주 희망 부지 지구단위실시계획 변경을 통해 부산에 남기로 했고, 결과적으로 지역 기업 유출 방지 및 투자 2002억원, 고용 200명을 이뤄냈다. (주)금양을 유치하기 위해, 부산시는 미집행 민간 부지를 활용했다. 부산은 장기간 방치돼 있던 산업단지 부지의 유치업종 변경 등 기업 맞춤 지원으로 투자 8000억원, 고용 1000명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은 전국 최초로 지산학협력전담기관 ‘지산학협력센터’ 개소 등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의 협력을 기반으로 우수 인력 양성을 통한 삼성중공업, 한화파워시스템 등 대기업 R&D 센터 투자를 유치했다.
글로벌 기업 유치하는 IR 활동 강화
부산은 글로벌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활동(IR)을 강화했다. 글로벌 기업인 하인즈는 부산 벡스코 부대시설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퀀텀 비즈니스 콤플렉스’를 건립할 계획에 있다. 부산시는 장기 미활용 공유재산 부지를 파격적으로 제공해 외국인 투자를 이곳으로 유치했다. 부산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싱가포르) 또한 유치했다. 이 회사의 투자기간은 2022~2024년, 투자 규모는 FDI 1070억원, 고용 116명(석·박사급 80% 이상)이다. 명지지구 R&D 용지에 바이오신약 R&D 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는 이곳에서 신개념 항체 의약품인 단일 표적 항체 치료제, 다중 표적 항체 치료제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부산은 우리나라 최대 외국인 투자 유치 행사인 ‘Invest KOREA Summit 부산’을 연다. 이 행사는 외국인 투자 활성화 및 부산박람회 유치 홍보를 위해 열리는 행사로서는 비(非)수도권 최초 개최다.Ⓑ
●INTERVIEW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부산의 스타트업, 상장 준비하는 단계”
2019년에 설립한 브이드림은 일자리 취약 계층의 안정적인 고용 창출 솔루션을 제안하는 장애인 HR 전문 스타트업이다.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플랫폼 ‘플립’으로 이름을 알렸다. 브이드림의 강점은 다른 장애인 HR 전문 기업과 달리, 직무 매칭과 사후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브이드림은 벤처·창업·사회 가치경영(ESG) 선도기업(2023), 부산대표 기술창업기업(2022), 부산경제포럼 선정 ‘이달의 스타트업’(2021), 한국여성벤처협회 표창장(2019) 등을 받으며 부산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민지 대표는 브이드림만의 성공이 아닌 부산 스타트업 기업 전반의 성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협의회 회장을 맡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협의회 회원사 간 연대와 교류를 강화해 실질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장을 만들어가겠다. 글로벌 중심의 역량 있는 기업이 지역에서 나올 수 있도록 기관 및 지자체와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서도 제언했다. 김 대표는 “부산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가 조성된 지 10년 정도인데 이제 부산 스타트업들이 상장을 준비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제는 부산 스타트업이 상장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스케일업 펀드’가 생겨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세윤 기자
●INTERVIEW
최윤화 제엠제코 대표이사
“부산은 전력 반도체 밸류 체인을 갖춘 유일한 도시”
“회사를 이전하기 위해 전국에 다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부산시가 가장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선 점이 우리 회사를 이곳에 둥지를 틀게 했습니다.”
경기도 부천에서 사업을 시작한 제엠제코는 지난해 10월 부산시 기장군으로 본사, 연구소, 공장을 일괄 이전하고 총 160억원을 투자해 5132㎡의 부지를 매입, 지상 4층 규모의 전력 반도체 전용파워 모듈 패키징 양산 라인을 만들었다.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이전한 전력 반도체 1호 기업이다. 전력 반도체는 전자 기기에 들어오는 전력을 장치에 맞게 변환·제어·분배 관리하는 반도체다. 제엠제코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력 반도체 회사로 국내외에서 121개의 특허를 등록한 강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미국 애플의 ‘아이폰 1’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 ‘클립(전력 반도체 소자연결 핵심소재)’을 개발했다. 현재 회사 매출의 90%가 해외 수출이다.
대학 졸업 후 광전자·현대전자·미국 페어차일드사의 아시아태평양 담당자로 10여 년간 지냈던 최윤화 대표는 2007년에 제엠제코를 창업했다. 당시 전력 반도체 기업들이 있던 부천에 자연스레 본사를 만들었고 이후 3명이었던 직원은 40여 명으로, 매출은 1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2016년에는 수출 7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회사는 매년 사세가 늘었지만, 부천 인근에는 추가 공장을 만들 부지가 턱없이 부족했다. 평당 2500만원 정도인 부지 비용도 부담이 됐다. 최 대표의 눈에 들어온 곳은 부산이었다.
“부산이 전력 반도체 기업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전력 반도체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전력 반도체 모듈 패키징을 다룰 수 있는 엔지니어는 많아야 20여 명뿐입니다. 전력 반도체라는 생태계가 크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한데, 부산은 전력 반도체 소부장 산업 특화단지에 고성능 화합물 전력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반 시설과 테스트베드 구축, 연구 개발, 인력 양성 등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부천에서 근무하던 직원 대부분 부산으로 따라내려와”
— 부산시는 전력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군요.
“네. 저희를 시작으로 SK그룹의 SK파워텍이 포항공장을 부산 기장군으로 확장, 이전해 지난 3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부산은 전력 반도체 밸류 체인을 갖춘 전국 유일의 특화단지입니다. 특히 부산은 지역 내 대학교 관련 학과와 협약을 맺고 전력 반도체에 필요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 부천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부산까지 따라 내려왔나요.
“연구 개발 인력은 2~3명을 제외한 전원이 부산 본사로 함께 왔습니다. 지역 주민 50여 명을 신규로 채용해 총 직원 숫자는 100명으로 늘었습니다.”
— 새롭게 조성된 산업단지니까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물론 있겠죠.
“본사가 위치한 곳이 지리적으로 부산 중심부에서 멀어서 교통편이 조금 불편하지만, 부산시에서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염분기에 약해서 선편이 아닌 비행기로 수출해야 합니다. 가덕공항이 물류 수송의 한 축을 담당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엠제코는 오는 2026년까지 공장 증설에 14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고, 지역 주민 170여 명을 신규로 채용할 예정입니다.”Ⓑ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부산은 영어하기 편한 도시다
“공교육만으로 영어를 자유자재 구사하도록”
부산시의 관계자들은 비싼 사교육비가 부담돼 영어 유치원에 못 보내는 부모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부산시는 아이들에게 외국인과 함께 적기에 영어에 충분히 노출되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부산의 ‘영어 하기 편한 도시’ 정책은 영어를 좀 더 배우기 쉽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시민이 영어를 잘할 수 있게 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부산의 남성초등학교는 내국인 담임교사와 보조교사, 외국인 담임교사가 함께 한 반의 담임을 맡아 교실에서 생활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내내 외국인 담임교사가 영어로 일상을 지도한다. 처음에는 내국인 교사가 함께 지도해야 하는 상황이 있지만, 아이들은 금세 외국인 교사와 소통하는 데 무리 없이 영어로 생활한다. 남성초 교장은 “초등 1학년 교실은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외국인 교사와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국인 교사를 처음 만난 초등 1학년 어린 학생들은 대부분 대답 한마디 없고, 교사의 몸짓을 보고 겨우 알아듣고 따른다. 처음에는 어린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이런 걱정과 불안은 금세 사라진다고 한다. 외국인 교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최소 3~6개월이 지나면 외국인 교사와 주저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다. 이는 어학연수를 떠나 6개월~1년가량 집중적으로 언어 연수를 한 경우와 유사하다.
부산 영어 교육의 현장, 남성초를 가다
“자막 없이 애니메이션 영화 이해했다”
“Three, Two, One, Go!”
부산의 중구에 위치한 한 사립학교 1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외국인 담임 교사의 발음에 맞춰 숫자를 읽어내는 어린이들의 눈빛은 반짝였다. 이 학교에는 한국인 교사, 외국인 교사, 그리고 보조교사가 한 반을 맡는다. 우리나라 최초로 외국인 교사를 고용한 남성초등학교다. 이 학교 원어민 교사 매튜 퍼먼(Matthew Furman·37) 씨는 “처음엔 학생들 간에 영어 수준이 천차만별이지만 입학하고 나서는 서로 대화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갭(gap·격차)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퍼먼 씨는 미국 버지니아주(州)에서 와서 13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딸도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기자를 소개하자 “Glad to see you(만나서 반갑다)”라며 인사를 건넨다. 아이들은 늘 떠들고 활발했다. 영어로 불쑥불쑥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기자의 눈에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다가도 우리말을 쓸 때면 진한 사투리 억양이 나오는 게 참 귀여웠다. 1학년 3반 김세준 학생은 “예전엔 외국인을 보면 말이 안 나왔는데, 이젠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김군은 지난 6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을 봤다며 “자막 없이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3학년 2반 한석현 학생은 “1학년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 영어가 훨씬 많이 늘었다. 연극을 통해 배울 때 많이 느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광주 기자
시민들의 영어 소통 능력, 다른 시민에게 제공
부산시는 ‘공교육만으로도 영어 하나만큼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부산시의 관계자들은 비싼 사교육비가 부담돼 영어 유치원에 못 보내는 부모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부산시는 아이들에게 외국인과 함께 적기에 영어에 충분히 노출되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적어도 부산에서는 영어 하기 편한 환경을 구축해 ‘부산에서 아이를 키우면 영어만큼은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또 시민이 가진 영어 소통 능력을 활용할 기회를 다양하게 창출하고자 한다. 시민이 가진 영어 능력은 각양각색이다. 부산시는 비록 영어 사용 능력이 차이가 있더라도 수준에 따라 영어와의 접점을 다양하게 발굴해 자신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의 시 예산을 무한정 투입하는 것보다 시민이 가진 역량을 다른 시민에게 제공하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부산시는 현재 ‘블록체인기반 자원봉사은행’ 형태의 시민 참여형 사회 기여 활동 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는 은행에 돈을 입출금하듯 시민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은행에 돈을 입금하듯 제공하고 다른 시민이 돈을 인출하듯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사회 기여 활동 거래 플랫폼이다. 그래서 이름이 ‘자원봉사은행’이다. 시민이 가진 언어 역량으로 시민이 혜택을 누리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산의 정주 외국인들이 언어 때문에 불편하지 않도록
부산시는 정주(定住) 외국인 관점에서 지금 부산이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를 재점검하고 있다. 부산시는영어하기 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영어역량을 가진 시민의 참여도를 높일 계획이다. 부산시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BIE 실사단의 실사 준비를 하면서 도심 영어 안내문을 점검했다. 이를 통해 영어권 정주자 관점에서 어색한 문구를 수백 곳 이상 바로잡았다. 부산시는 디지털 기기에 통번역 앱을 설치하면 외국인을 위한 행정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다문화지원센터에서는 영어권만이 아니라 다양한 언어가 동시에 사용되기에 영어만으로는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부산시에서는 우선 다문화지원센터를 시작으로 부산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행정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톱 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를 활용해 최대한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 다국어 서비스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부산시는 적어도 부산에 사는 정주 외국인들이 행정 서비스 이용에서만큼은 차별을 받지 않고, 불편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적어도 언어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부산에서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게 할 것이다.
부산글로벌도시재단은 어떤 곳인가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위해 중추적 역할”
부산국제교류재단과 부산영어방송재단이 지난 7월에 부산시의 공공기관 효율과 방침에 따라 하나의 통합재단이 됐다. 공식 명칭은 ‘재단법인 부산광역시 글로벌 도시재단(부산글로벌도시재단·사무총장 황기식)’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도시 외교 및 미디어 전문기관인 부산글로벌도시재단은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 및 ‘영어 하기 편한 도시’ 조성에도 중추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글로벌도시재단의 역할은 부산이 ‘영어 하기 편한 도시’가 되기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 재단은 시민 친화적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유튜브, 소셜미디어(SNS), 유명 인플루언서 등을 통한 부산영어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외국인 주민을 위한 다국어 통역 서비스 및 내·외국인 소통·교류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재단은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영어교육 및 체험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글로벌도시재단 관계자는 “부산이 진정한 글로벌 허브 도시로 나아가는 데 부산글로벌도시재단이 선도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글로벌도시재단은 부산시와 자매·우호 협정을 맺은 49개 해외 도시와도 교류하고 있다. 부산형 ODA(공적개발원조) 사업도 진행한다. 재단은 부산 지역 외국인 주민 7만여 명을 대상으로 각종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또 재단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사업, 다국어 방송 제작 및 편성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국인을 위할 뿐만 아니라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생활 서비스 품질 고도화에도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김광주 기자
오픈캠퍼스로 서비스 확대
최근에는 공유대학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이 모델은 한 분야를 특화하기 위해 특정 대학 한 학과의 역량에 얽매이지 않고 그 분야 최고의 교수진을 다양한 대학에서 모집해 학과를 운영하는 것이다. 공유대학은 질 높은 강의를 위해 대학과 학과의 벽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대학 교육 혁신의 일환이다. 부산의 ‘영어 하기 편한 도시’는 대학이 보유한 양질의 교수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체험 방식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더 흥미롭게, 인문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읽기 수준 중심의 수업은 별도로 전문화해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예정이다. 또 대학이 가진 역량을 시민에게 좀 더 개방하도록 할 계획이다. 오픈 캠퍼스는 대학이 좀 더 문을 개방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부산시는 각 대학이 가진 좋은 영어 교육법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더 많은 시민이 대학이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통해 영어를 편히 익히게 하고자 한다.
지난 시절의 우리는 영어를 하나의 밥벌이 수단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는 데 보탬이 될까 싶어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영어를 익히려 한다. 부산은 그런 사람에게 영어를 가장 편하게 배우고 쓸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남정은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행정고시 55회 /
부산광역시 인권노동정책과장, 클린에너지산업과장, 재정혁신담당관 역임. 현 부산광역시 청년산학국장
●INTERVIEW
로널드 해든(Ronald Haddon) 로얄러셀스쿨 부산캠퍼스 설립 추진단장
“로얄러셀스쿨이 한국 학생들에게 기회의 사다리가 되어줄 것”
부산 최초의 국제학교 ‘로얄러셀스쿨 부산캠퍼스’가 오는 2027년 문을 연다. 영국 런던 남부에 본교가 위치한 로얄러셀스쿨은 영국 왕실이 후원한다. 매년 본교 학생 절반가량이 세계 100위권 이내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교육의 질이 우수하다. 로얄러셀스쿨 부산캠퍼스 개교는 ‘영어 하기 편한 도시’로 도약을 준비하는 부산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로널드 해든(Ronald Haddon) 로얄러셀스쿨 부산캠퍼스 설립 추진단장 으로 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로얄러셀스쿨은 170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名門) 학교로 유명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로얄러셀스쿨은 전통과 위엄을 갖춘 사립학교입니다. 학교 이름의 ‘로얄(Royal)’은 학교가 왕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러셀’은 영국 총리를 2회(1846~1852, 1865~1866) 역임한 초대 학장 존 러셀경(Lord John Russell)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not for oneself but for all)’를 교훈(校訓)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는 사회공헌에 힘써왔습니다. 애초에 학교는 런던 화재로 발생한 고아들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1·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전쟁고아 교육을 위해 학교 자산 일부를 매각 했습니다.”
― 로얄러셀스쿨이 부산에 캠퍼스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근본적으로 부산시와 로얄러셀스쿨이 지향하는 바가 같았습니다. 로얄러셀스쿨은 글로벌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두고 있었지요. 이런 공통 목표를 공유하며 부산캠퍼스 설립 추진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올해 학교와 부산시 사이 최종 협의안이 도출됐습니다.”
― 한국에는 이미 여러 국제학교 분교가 들어와 있습니다. 로얄러셀스쿨 부산캠퍼스의 차별점과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부산캠퍼스는 로얄러셀스쿨 최초의 분교입니다. 본교의 우수한 커리큘럼이 그대로 부산캠퍼스에 적용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단순히 흉내만 내는 수준이 아닌 본교와 같은 교육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두 번째는 로얄러셀스쿨이 한국 학생들에게 기회의 사다리가 되어줄 겁니다. 저희는 능력과 재능은 있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워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한 학생들을 선발할 것입니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글로벌 명문학교에 진학시키고, 대학 진학 후에도 장학재단 등을 통해 학비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우수한 인재가 하나둘씩 배출된다면 학교의 품격과 수준이 높아질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로얄러셀스쿨은 한국 내에서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 학부모들에게 로얄러셀스쿨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면요.
“단순히 자녀의 명문대학 진학이 목표라면 차라리 사설 학원을 알아보는 것이 낫습니다. 로얄러셀스쿨은 학생들의 학업적 성취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겸비한 인재 양성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로얄러셀스쿨을 졸업한 학생을 러셀리언(Russellian)이라고 부릅니다. 한국 러셀리언 또한 지성과 인성 모두를 갖춘 인재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김세윤 기자
■부산은 스마트도시다
‘세계 스마트센터지수’ 순위, 2년 만에 62위에서 19위로 도약
스마트도시는 교통난·주택난·에너지 수급과 같은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2016년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스마트도시는 도시 비용을 50% 이상 줄인다. 시민 지능화는 10% 향상된다. 생산성도 20% 오른다.

▲부산 해상도시 조감도.
부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도시다. 수재(秀才)들의 도시라는 뜻은 아니다. ‘스마트(smart)도시’를 의미한다. 지난 6월 영국 런던에 있는 글로벌 컨설팅 기관 지옌(Z/Yen)은 세계 스마트센터 지수평가(SCI)를 발표했다. 부산은 세계 주요 도시 77곳 가운데 19위를 차지했다. 서울(28위)을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랐다. 지옌이 2020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세계 주요 도시의 SCI 순위를 보면, 부산시는 2021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62위를 기록하며 주요 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하반기 41위, 2022년 상반기 27위, 2022년 하반기 22위를 기록하다 2023년 상반기에는 19위를 기록했다.
스마트도시는 다른 말로 ‘미래도시’다. 첨단 기술에 지속가능성을 불어넣은 우리의 이상향(理想鄕)이다.
“스마트도시는 미래도시”
스마트도시는 ‘스마트 플랫폼’을 이용한다. 기존의 사물 인터넷(IoT)과 함께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들을 결합해 구축한다. 이를 통해 도로·항만·수도·전기·교육 등 도시 기반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스마트도시는 교통난·주택난·에너지 수급과 같은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2016년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스마트도시는 도시 비용을 50% 이상 줄인다. 시민 지능화는 10% 향상된다. 생산성도 20% 오른다.
오랜 세월 동안 진행된 ‘도시화 가속’은 다양한 도시 문제를 증가시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할 수 있는 도시 정책의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문제는 자원의 제약으로 인해 도시 인구가 증가하더라도 도시 인프라를 무한대로 증대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도시 인프라에 ICT(정보통신 기술)를 접목해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스마트도시가 주목받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마트도시에 가까워질수록 ‘살기 좋은 도시’

▲2030세계박람회 개최 후보지를 실사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4월 5일, 부산시 동구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박람회장과 부산 주요 교통 거점을 연결할 도심항공교통(UAM)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시 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20년 세계 인구는 80억4531만 명을 넘어섰다. 이때 인류 역사 최초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게 됐다. 프랑스 파리 팡테옹 소르본대학교의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 교수는 저서 《도시에 살 권리》에서 2030년 지구 주민 85억 명 가운데 50억 명 이상이 도시에서 살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레노 교수는 ‘15분 도시’ 개념을 만든 인물이다.
스마트도시에 가까워지면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도 있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지난 6월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부산은 지난해 종합평가 70점대였다. 하지만 올해는 5개 분야에서 80점대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4월 취임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디지털 전환’의 3대 요소를 발표했다. 인공지능·디지털 인프라·융합기술이다.
부산시는 디지털 경제 정책을 추진해오며, 디지털 경제 혁신실을 중심으로 첨단 기업을 유치하고 블록체인 기술혁신지원센터를 구축했다. 이 외에도 부산시는 디지털자산거래소 등 디지털 분야 기반시설 기획 및 구축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은 스마트도시에 필수적인 요소다. 이에 부산시는 지방자치단체와 산업체, 교육기관이 힘을 합치는 지산학(地産學) 연계 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부산시는 부산 디지털혁신 아카데미(BDIA)를 운영하고 있다. 목표는 ‘디지털 인재 1만 명 양성’이다.
부산시는 2021년 9월 부산테크노파크에 지산학 협력업무를 총괄할 지산학협력센터를 개소했다. 이를 시작으로 부산산학융합원, 한국해양대 서부산융합캠퍼스 등 올해 5월까지 협약을 맺은 브랜치가 벌써 62호점에 이르렀다.
기업들도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베스핀글로벌, 더존 등 국내 유력 ICT 기업들은 매년 부산에서 수백 명씩 인력을 교육하는데, 교육 이수 후 해당 교육 인력을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부산시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1300억원 규모의 뉴딜 벤처 펀드를 조성, 2025년까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창업 펀드를 만들어 각 분야의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열차는 수소로 달린다
어렸을 적 ‘미래도시’를 그려보라고 하면 어김없이 하늘을 나는 자가용이 등장했다. 이는 공상(空想)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진지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이다.
부산은 지난해 7월 ‘UAM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기업과 지자체·공공기관, 심지어 군(軍), LG유플러스·카카오모빌리티·GS건설·한국해양대학교·해군작전사령부·육군 제53사단·부산시설공단·부산테크노파크 등 13곳이 참여했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 GS건설은 부산시, 부산테크노파크와 B-UAM(부산 도심항공교통) 상용화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UAM 운항 경로 연구 ▲UAM 지상 인프라 구축 연구 ▲UAM 이용 수요 및 버티포트(UAM 전용 이착륙장) 입지 추정 연구를 한다. 회사는 부산의 공역(空域)과 시계 (視界) 비행로 분석이며, 교통 인프라와 시민의 이동 특성을 고려한 버티포트 후보 입지를 도출한다.
UAM에 사용되는 전동수직 이착륙기는 이브이톨(eVTOL)이라고 부른다. 운항 고도는 보통 300~600m다. 63빌딩이 274m, 롯데월드타워가 555m인 걸 감안하면, 이브이톨은 건물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고도라고 볼 수 있다. 소음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긴 활주로도 필요 없다. 가덕도에서 부산항 북항까지 15분, 북항에서 이기대까지 5분, 이기대에서 동백섬까지 2~3분이면 도착한다.
“땅속 운행 180km”

▲BuTX 민간투자사업.
부산은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을 준비하고 있다. 수소는 탄소 배출이 없다. 부산형 급행철도(BuTX)가 대표적이다. BuTX는 가덕도신공항에서 기장 오시리아를 잇는 부산국제공항철도다. 2030년 조기 개항이 확정됐다. 부산은 해안선이 길게 뻗어 나온 도시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체계를 긴밀하고 빠르게 갖추기 어렵다. 하지만 BuTX가 있으면 부산의 동서(東西)를 30분 이내로 연결할 수 있다. 류준형 철도기술연구원 추진 시스템 연구실장의 얘기다.
“BuTX는 수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수소 철도 차량입니다. 최고속도는 시속 180km로, 수도권의 GTX와 동등한 성능 사양의 준고속 열차입니다.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 변전소 등의 전력 인프라가 필요 없기 때문에 구축 및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공공교통 수단으로 2030 부산국제박람회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최첨단 기술이 들어가나요.
“BuTX에 적용하는 수소 철도 차량 기술은 대심도(大深度·땅속) 운행 조건에서 최고속도 시속 180km를 구현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수소 철도 차량 중 최고 사양의 구성품과 완성차 기술이 필요합니다. 용량이 크고 출력이 높으며 내구성이 튼튼한 수소연료전지-배터리 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 기술을 적용합니다. 대용량 수소 저장용기 시스템, 고출력 밀도 추진 시스템, 주행거리와 시스템 수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 기술도 들어갑니다.”
— 공항철도, GTX 등과 무엇이 다른가요.
“공항철도와 GTX는 전차선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입니다. BuTX는 수소 철도 차량과 수소 공급을 위한 충전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INTERVIEW
김용학 부산도시공사 사장
“부산은 4차산업 기술, 신산업 대변신 중”

부산도시공사는 ‘센텀 2지구 도시 첨단사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김용학 부산도시공사 사장이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부산의 ‘도시개발사업’을 맡고 있는 그는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인천도시공사 사장 등을 지낸 ‘도시 전문가’다.
“부산은 다양한 디지털 경제 정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4차산업 기술·신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산도시공사는 에코델타시티, 센텀 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등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미래도시 부산’을 그려나가는 거죠. 임직원의 집단 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스마트 기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조찬 모임인 ‘스마트 북(BOOK)모닝’과 사내(社內) 동아리인 ‘러닝피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스마트 북모닝’과 ‘러닝피플’은 무엇입니까.
“스마트 북모닝 모임에선 국내 저명한 인사들을 초청해 스마트도시 조성 관련 기술을 공부합니다. 모빌리티,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 블록체인 등입니다. 러닝피플에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연구합니다. 현재 해상스마트시티 조성, 스마트 모빌리티 기반 조성 등을 연구하는 8개 동아리가 있습니다.”
— ‘스마트 북모닝’과 ‘러닝피플’을 통해 구체화한 사업계획은 무엇입니까.
“궁극적으로는 공사가 추진 중인 센텀 2지구, 에코델타시티, 가덕도신공항 연계사업(공항복합도시 조성사업 등)에 대비하고자 합니다. 현재는 부산시의 미래 사업인 해상신도시 건설사업에 이바지하기 위해 플로팅(부유식) 스마트시티, 해저 공간의 개발과 미래 등을 연구 중입니다. 에코델타시티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특수목적법인이 올해 말에 설립되면 그간 축적된 지식과 발전한 역량을 토대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센텀 2 사업단을 신설하고, 그 안에 사업기획부를 조직해 학습모임에서 도출된 시사점들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입니다.”
2018년 1월에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
— 에코델타시티를 ‘스마트도시’라고 정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2018년 1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됐습니다. 에코델타시티는 주거, 공공시설, 산업 등에 4차산업 관련 기술을 자유롭게 실증(實證)·접목하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에는 풍부한 경험과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민간 참여사(LG CNS, 헬로비전 등)와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업구역 내 스마트빌리지(56가구, 2021년 12월부터 입주)에서 ▲스마트 홈(네트워크 통제 주거 공간) ▲제로 에너지(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소모 최소화) ▲스마트 워터(정보 수집·분석을 통한 실시간 물 관리) ▲스마트 리빙(단지 내 공용 공간 자동 관리) 등 다양한 스마트 기술에 대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피드백을 통해 앞으로 에코델타시티가 스마트시티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희석 기자
●INTERVIEW
이타이 마타몸베(Itai Madamombe) 오셔닉스 공동 설립자
“부산의 뛰어난 엔지니어링 기술이 세계 최초 해상도시 만들 것”
“세계 최초의 해상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10개국을 검토했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해상도시에 대한 의지가 강했습니다. 해상도시의 개념과 기술은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닙니다. 결국 정치력과 의지의 문제입니다.”
— 왜 부산을 선택했습니까.
“부산, 그리고 한국인은 ‘세계 최초의 지속할 수 있는 부유식 도시’를 실현할 수 있는 뛰어난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가졌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 이유입니다.”
— 해양도시 부산의 잠재력과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오랜 해양 역사입니다. 부산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도시 중 하나입니다. 세계 최초의 지속할 수 있는 부유식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대담한 리더십을 필요로 합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두 가지 덕목과 그 이상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해양공학 및 새로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초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한 국제적인 협업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기업들과 이를 성사시킬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김광주 기자
부산시-UN, 세계 최초 ‘노아의 방주’ 도시 만든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결국은 주변에 함께 살던 모든 것이 흩어질 것이다. 인간도, 세균도 말이다.”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후변화가 불러올 위기를 경고했다. 부산은 유엔(UN·국제연합)과 함께 부산항 북항에 구조물을 띄우는 부유식 해상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로 불리는 세계 첫 UN 해상 스마트도시다. 미국의 해상도시 개발기업 ‘오셔닉스(OCEANIX)’가 이번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와 입지 분석, 사업 홍보 등 사업시행자 역할과 사업비 조달을 전담하기로 했다. 부산은 2021년 11월 유엔 해비타트(HABITAT·인간주거계획), 오셔닉스 등과 해상도시 시범모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21년 8월 빅터 키솝 유엔 부사무총장은 화상회의를 통해 “기후 위기에 사전 대응할 수 있는 해상도시 건설에 부산이 참여해달라”라고 요청했고, 부산시가 찬성 의사를 표했다. 부산을 비롯한 국내 동남권 지역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조선, 플랜트 부문 기술력이 당시 제안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해상도시는 내부 최장 길이 160m 규모의 5등급 허리케인에도 견디는 정육각형 모양의 부유식 구조물과 삼각형 형태의 생활공간 수십 개를 연결해 조성한다. 수심 10m 이상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만들어진다. 이 ‘섬’ 밑에는 바닷물의 광물질을 입힌 친환경 철근 구조물 ‘바이오 록’을 설치한다. 시범모델은 1만8000㎡ 면적에 300명이 거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상도시 건설 장소는 2030 부산국제박람회가 개최되면 예정지인 북항 재개발 지역 인근 바다가 검토되고 있다. 사업비는 2억 달러, 우리 돈 2400억원이다. 부산시의 계획에 따르면 부산 해양도시는 2028년 선보일 예정이다.Ⓑ
김광주 기자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부산은 매력도시다
부산콘서트홀에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 설치
부산이 하이엔드 문화의 중심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 시설을 갖춰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2025년 개관 예정), 부산콘서트홀(2024년 개관 예정)는 부산의 공연예술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부산에는 부산시립미술관과 을숙도에 자리 잡은 부산현대미술관 두 곳이 공공시설로 운영 중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주변 시설들과 결합한 다양한 전시를 통해 서부산권 주민들과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1982년 청년비엔날레로부터 출발한 부산비엔날레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품 전시 행사로 현대미술의 흐름과 새로운 변화, 시대정신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미술 전시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비엔날레는 지역 미술인뿐 아니라 세계적인 미술인의 실험적인 작품을 통해 부산 미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행사로 인정받고 있다. 2022년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를 주제로 열렸던 부산비엔날레는 국내 비엔날레 최초로 1등급을 받았다. 2022 부산비엔날레는 이주, 여성(노동자), 도시 생태계, 기술변화와 로컬리티라는 4개 주제로 25개국 80명의 작가 작품 239점을 선보였고, 65일 동안 총 13만8562명이 관람했다.
180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
부산이 하이엔드 문화의 중심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 시설 또한 갖춰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2025년 개관 예정), 부산콘서트홀(2024년 개관 예정)는 부산의 공연예술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북항 재개발 지역의 해양문화지구에 건립되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1800석의 대극장을 갖춘다. 오페라 전문 공연장의 정체성에 맞게 소규모 오페라, 무용, 연극, 실감형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가변형 블랙박스를 조성해 세계적인 공연 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지역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해 부산 오페라 시즌 개최, 오페라 작품 제작을 위한 시즌 단원제 등을 추진 중이다.
“일하면서 휴가를 즐기세요”
최근에는 휴양을 즐기면서 비즈니스를 함께하는 워케이션(worcation)이 MZ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일하는 방식이다. 부산은 송정·해운대·북항 일대를 비롯한 바닷가를 중심으로 워케이션이 가능한 매력적인 도시로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공항·철도·도로 등 교통수단 접근성이 뛰어나 창의력을 갖춘 젊은 비즈니스맨들의 워케이션 도시로 성장해갈 것이다. 워케이션 도시 부산의 매력은 지역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 안착할 수 있는 도시로 인식하게 하고, 외지의 젊은이들이 일하러 오는 기회 창출의 이중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부산 워케이션에 대한 안내는 부산 워케이션www.busaness.com)을 참조하면 된다.Ⓑ
드림씨어터, 연간 유치 관람객 수 20만 명
부산 시민공원 안에 건립 중인 부산콘서트홀는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해 지역문화 격차 해소와 전문 공연장으로서의 상징성을 확보할 것이다.
부산의 하이엔드 문화를 선도하는 공간에는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Dream Theatre)’도 있다. 드림씨어터는 2019년 4월 부산 남구 문현혁신도시 국제금융센터에 3층, 1727석 규모로 개관했다. 개관 첫해 〈라이온 킹〉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 전 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부산과 인근 도시가 가진 시장 규모에 비해 대규모 뮤지컬 전용극장이 없었다는 점은 드림씨어터가 부산을 입지로 선정한 가장 큰 배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성공이 있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제 1금융기관은 공연장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경험이 없다 보니 모두 대출을 거절했다. 개관 이듬해부터는 코로나19가 터져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좋은 콘텐츠 선정과 마케팅 및 홍보에 열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드림씨어터는 공연장 대관 여건상 공연 기간이 10주를 넘기기가 어려운 서울과 달리, 장기 공연 시즌을 제시해 블록버스터 뮤지컬 유치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드림씨어터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최고의 제작사들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 드림씨어터는 개관 첫해 27만 명을 시작으로, 연간 유치 관람객 수 20만 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아울러 드림씨어터가 부산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한몫을 담당했다. 향후 부산에 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하면 기존의 관광 자원과 더불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물론 대규모 문화예술 시설 구축과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간 부족했던 문화예술 환경이 부산에 조성된다면 부산시는 보다 풍부한 집객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설도권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삼성영상사업단 T&S컴퍼니 기획실장, ‘더뮤지컬’ 발행인 역임. 현 부산드림씨어터 대표 겸 클립서비스 대표
●INTERVIEW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부산은 열린 도시”
“부산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저는 ‘열린 도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은 ‘부산 토박이’다. 4선(選) 시의원인 그는 영도 출신으로 초·중·고는 물론 대학까지 부산에서 나왔다. 누구보다 부산에 대한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다.
“부산 사람들은 흥이 많고 개방적입니다. 새로운 문화에 항상 열려 있습니다. 아울러 부산은 지정학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열린 도시’를 지향합니다. 부산이 세계 2위의 컨테이너 환적 항만인 사실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부산은 통일이 되면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이 됩니다. 중국과 러시아, 유럽으로 가는 육·해·공 모든 물류의 시작점이 됩니다.”
— 최근 부산시의회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의회와 우호협력협약을 체결했습니다. LA시의회 역사상 국외 지방의회와 맺은 최초의 우호협력협약인데요.
“도시 간 교류는 진정성에 달렸습니다. 행정부끼리 만날 땐 정치적·외교적 계산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시민의 대표가 모인 시의회는 그런 계산에서 비교적 자유롭지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가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5월 LA시의회를 방문했을 때, 부산시의회는 6·25전쟁 당시 미국의 도움에 감사함을 표하면서 ‘앞으론 LA 한인사회가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할 때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LA시의회 의원들이 매우 고마워하더군요. 이런 진정성이 지난 7월 LA시의회가 부산국제박람회 지지 결의안을 채택하게 된 배경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국제박람회 개최지 선정 최종 투표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엑스포 유치의 첫출발은 2015년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이어진 ‘100만 시민 서명 운동’이었습니다. 시민의 뜻이 결국 국가사업으로까지 확장된 것입니다. 지난 4월 세계박람회기구 실사단이 부산을 방문했을 때 부산시민의 열기를 본 파트릭 슈페히트(Patrick Specht) 실사단장이 ‘부산은 모든 것을 갖췄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만큼 국제박람회 개최를 향한 부산시민의 염원은 뜨겁습니다.”
— 부산국제영화제, 뮤지컬, 현대미술 등 부산엔 보고 즐길 문화예술 콘텐츠가 풍부합니다. ‘문화의 도시, 부산’의 잠재력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제가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 부산 문화의 뿌리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혹자는 개항 이후 들어온 외래 문화와의 융합을 부산 문화의 뿌리로 봅니다. 혹은 6·25전쟁 이후 전국의 문화가 한데 뒤섞인 것에서부터 그 시작을 말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부산은 약 2000년 전 거칠산국(居漆山國)이 있던 곳입니다. 저는 그 역사가 바로 지금의 부산 문화를 있게 한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가야의 소국이었던 거칠산국이 신라에 복속되면서 부산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품은 도시가 됐습니다.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부산의 ‘부(釜)’자는 ‘부(富)’자였지요. 그만큼 물자가 풍부하고 살기가 좋았다는 뜻입니다. 또 앞서 말했듯이 부산 사람들은 흥이 넘칩니다. 사직야구장의 독특한 응원 문화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이 같은 흥이 제도화된 형태가 바로 지금의 부산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김세윤 기자
●INTERVIEW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
“로컬 주제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해 다룰 예정”
“부산현대미술관을 단순히 부산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아닌 세계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싶습니다.”
홍익대 미대 출신으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지낸 강승완씨는 2022년부터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다.
“우리 미술관은 로컬 주제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우리는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 생태공원 안에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기 ?문에, 태생적으로 환경과 생태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우리 미술관은 모든 전시 주제를 ‘환경’ ‘기후’ ‘생태’로 정했습니다.”
— 관람객의 층위를 넓히는데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술관은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요 관람객인 ‘MZ 세대’뿐 아니라 어린이와 시니어에게도 예술 향유의 기회를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여름까지 진행한 전시 〈포스트모던 어린이〉가 대표적입니다. 또 만 5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모집이 어려웠는데 차츰 입소문을 타더니 지금은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김세윤 기자
●INTERVIEW
김철우 알티비피얼라이언스 대표
“떠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올 매력적인 부산을 꿈꿔보자”
알티비피얼라이언스는 버려진 산업 시설을 문화 프로젝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하는 회사다. 주 활동 무대는 부산 영도다. 김철우 알티비피얼라이언스 대표의 얘기다.
“회사 이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Return To Busan Port)’의 약자(略字)입니다. 2014년에 창업했는데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쓸모를 찾는다’는 모토를 갖고 있습니다. 도시재생·공간 기획·문화 콘텐츠 기획·기술개발혁신·인큐베이팅 등의 사업영역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알티비피얼라이언스를 설립한 계기는요.
“쇠퇴기를 맞이한 영도의 주변 환경을 보게 됐습니다. ‘떠나갔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 만큼 매력적인 부산을 다시 한 번 꿈꿔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 회사는 현재까지 공연·미디어·책·식음료·의류·문구·가구·공간 등 생활 편의상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왔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제주도 브랜드 플랫폼 ‘끄티-탑동’을 시작했는데, 이 외에도 다양한 국내외 항구도시와 산업도시의 지역자산을 찾아서 소개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광주 기자
글 : 설도권 부산드림씨어터 대표
■부산은 문화도시다
‘문화 수도’의 배경엔 창작자·시민·시(市)의 노력 있어
2022년 기준으로 지스타의 매출액은 약 1600억원이며, 지스타를 통해 부산이 거둬들이는 경제적 파급효과만 2623억원에 달한다. 올해 ‘지스타 2023’은 총 3250개 부스가 참가 신청을 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예고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0월 4일 개막했다.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출연진이 입장하는 모습.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사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김동호 전(前)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다. 우리나라에 국제영화제가 전무하던 시절에 김 전 위원장은 전 세계 주요 영화제 현장을 누비며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석을 닦았다. 그는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부산은 문화 불모지’라는 소리를 숱하게 들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산이 3번쯤 변한 지금, 부산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지금 부산은 ‘영화의 도시’ ‘드라마의 도시’ 그리고 게임과 웹툰 같은 신규 콘텐츠 트렌드까지 선도하는 ‘콘텐츠 도시’로 불린다. 창작자들의 무던한 노력과 시민들의 호응 그리고 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합쳐진 결과다.
“연계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유통구조 확립”

▲강승아 부산국제영화제부위원장. 사진=뉴시스
강승아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비경쟁 영화제로 출발하며 전 세계 영화를 제한 없이 상영했습니다. 상영하는 영화의 스펙트럼이 넓었지요. 또 ‘아시아 콘텐츠 앤드 필름마켓’을 운영하며 영화와 영상 그리고 연계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유통 구조를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영화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강 부위원장은 “영화제의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로컬 축제의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2021년부터 ‘동네방네 BIFF’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막식이 열리는 센텀시티의 영화의 전당이나 주요 상영관이 아닌 범어사, 용호별빛공원, 밀락더마켓 등 시민과 가까운 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동네방네 BIFF’는 또 밤이 아름다운 부산의 도시적 특성과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시민들의 호응이 대단했습니다. 또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 지역 영화학도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상 부문 중 ‘부산시네필상’이 있습니다. 부산 지역 영화 관련 학과 대학생들이 심사위원이 되어 시상하는 부문입니다. 영화학도들에게 뜻깊은 기회를 제공해 한국 영화계의 뿌리를 단단히 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비경쟁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게임 수도’ 부산

매년 11월 중순이면 게임 마니아들과 게임 산업 관계자들이 해운대 벡스코(BEXCO)로 몰려든다. 국내 최고의 게임박람회 ‘지스타(G-STAR)’가 이곳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으로 지스타의 매출액은 약 1600억원이며, 지스타를 통해 부산이 거둬들이는 경제적 파급효과만 2623억원에 달한다. 올해 ‘지스타 2023’은 총 3250개 부스가 참가 신청을 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예고했다.
이처럼 부산이 국내 게임 산업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주성필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콘텐츠진흥본부장은 “MICE(Meeting·Incentive tour·Convention·Event의 앞글자를 딴 용어로 부가가치가 큰 복합 전시 산업을 의미) 산업에 특화된 부산의 도시 정체성과 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의 얘기다.
“부산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 국제행사를 개최한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런 경험이 지스타 같은 대규모 박람회를 운영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습니다. 다른 놀거리가 풍부한 수도권과 달리 부산에서 이런 커다란 이벤트가 열리면 시와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나 보군요.
“부산시는 성공적인 지스타 개최를 위해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지원했고, 시민들 또한 크게 호응하고 있습니다. 지스타의 규모적 성장은 이미 최대치에 육박했습니다. 이제는 지스타가 지속가능한 게임 생태계 건설을 위해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저희는 게임 창작자와 개발자가 꾸준히 나올 수 있도록 고교 및 대학 내 게임 개발 동아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판교 대신에 부산에서 일자리 찾는다”
지스타는 부산 지역 게임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VR 스포츠 게임 기업인 앱노리가 그중 하나다. 지난 7월 앱노리가 출시한 ‘올인원 썸머 스포츠 VR’은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피코(PIC0) 글로벌 스토어에서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이상욱 앱노리 이사는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 배경으로 ‘부산’과 ‘지스타’를 꼽았다.
“앱노리는 원래 판교에서 설립됐는데 6년 전 부산정보진흥원 산하에 게임센터가 개설되며 부산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습니다. ‘부스타(Bu:Star) 게임 지원사업’, 사무실 임대 지원 등은 회사가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부산에서 매년 지스타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스타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게임 트렌드를 살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저희 기업도 올해 지스타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게임 산업의 기틀이 갖춰지니 개발자 같은 고급 인력 수급도 쉬워졌습니다. 예전엔 개발 인력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 판교 등 수도권으로 향했습니다. 이제는 부산에 저희와 같은 게임 기업이 생기다 보니 이들이 굳이 수도권으로 가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습니다. 앱노리 구성원 모두 현재 부산에 회사가 위치해 있는 것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부산 출신 웹툰 작가 250명

▲2017년 12월에 열린 제1회 '부산웹툰페스티벌' 포스터. 사진=뉴시스
영화와 게임에 이어 부산은 ‘웹툰 도시’로의 도약도 꿈꾸고 있다. 현재 부산에는 부산글로벌웹툰센터와 부산웹툰캠퍼스가 들어서 있다.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들이 교류하는 장소다. 매년 가을 부산글로벌웹툰페스티벌이 개최되며 국내외 웹툰 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올해 부산글로벌웹툰페스티벌 총감독을 맡은 남정훈 웹툰 작가는 “부산 출신 작가들을 알리고,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페스티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 감독은 “다른 웹툰 페스티벌의 경우, 행사 기획 등은 주최 측에서 전담하고 작가들은 참여만 하는 구조인 데 반해 부산글로벌웹툰페스티벌은 기획 및 구성 등 준비 단계부터 작가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행사”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초창기에는 부산 출신 참여 작가들이 50여 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7회째를 맞은 올해는 200명이 넘는 부산 출신 작가들이 참여하며 명실상부 부산의 대표 페스티벌로 발돋움했습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집계한 부산 출신 웹툰 작가는 약 250명으로, 그중 80%가 넘는 작가가 부산글로벌웹툰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에 〈무사만리행〉이라는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배민기 작가는 “부산 출신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페스티벌이다 보니 유대감이 남다르다. 작가들이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게 부산글로벌웹툰페스티벌의 특별한 점”이라며 “이제는 수도권이나 해외에서도 많은 작가와 팬들이 찾아주시니 부산이 웹툰의 중심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김동휘 부산정보산업진흥원 팀장은 “다채로운 지리 환경과 더불어, 현재·미래·과거가 공존하는 부산의 도시 특성 덕분에 만화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지역 웹툰 작가들을 양성, 발굴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을 가다
주윤발의 ‘김치’ 셀카에 웃음과 환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홍콩 배우 주윤발. 사진 뉴시스
오후 5시 해운대 영화의 전당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고, 화려한 조명이 야외 무대를 밝히고 있었다.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인근 공원에 모여 먼발치에서나마 개막식을 즐기고 있었다. 해가 뉘엿해진 오후 6시께 배우들과 감독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공식 후원사 차량인 제네시스에서 내려 행사장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해외 배우들과 감독들은 한국식 ‘손하트’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관객들은 열렬한 박수로 이들을 맞이했다.
오후 6시30분을 넘어서니 국내 유명 배우들의 모습도 보였다. 배우 정수정, 임수정, 오정세, 박성웅 등등. 입장할 때마다 객석에선 커다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뒤이어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의 장건재 감독과 출연진이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후 7시30분께 개막식 호스트로 나선 배우 송강호와 ‘영원한 따거(맏형)’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의 입장을 끝으로 영화제는 막이 올랐다. 배우들의 화려한 패션도 이날의 볼거리였다. 단독 사회자로 나선 배우 박은빈은 어깨 라인을 강조한 푸른 드레스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배우 판빙빙도 선녀 같은 분위기의 핑크색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자태를 뽐냈다. 인도, 몽골, 스리랑카 등 해외 배우들은 전통 의상으로 멋을 냈다.
“엔딩 크레디트 올라갈 때까지 자리 뜨는 사람 없어”
개막식의 백미(白眉)는 저우룬파의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시상식이었다. 저우룬파가 무대에 오르자 대형 스크린에선 그의 연기 인생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이안, 자장커, 박찬욱, 류더화 등 유명 영화인들이 영상을 통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트로피를 받아 든 저우룬파는 “1973년에 데뷔해 올해로 꼭 50년이 됐다. 긴 세월이지만, 뒤돌아보면 어제 같기도 하다. 긴 시간 동안 사랑과 응원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사말을 마친 저우룬파는 갑자기 “김치”를 외치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관객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 위해서였다. 객석에선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기자는 이튿날 오전 CGV 센텀시티점을 찾아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튀르키예)의 〈마른 풀에 관하여〉라는 작품을 관람했다. 시골 학교 교사가 겪는 일상과 사랑, 연민, 질투, 욕망과 같은 감정을 아나톨리아 고원의 장대한 풍경에 빗대 풀어낸 영화다. 3시간이 넘는 대작임에도 객석은 빈틈없이 들어찼고, 영화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영화 연출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 관람객은 “단조로운 서사에서 인간 실존의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은 제일란 감독이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총 67개국 209편의 작품이 공식 초청됐다.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 부문에는 한국 작품 〈그 여름날의 거짓말〉(손현록 감독),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학살됐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 작품 〈1923년 9월〉(모리 다쓰야 감독) 등 10편이 올라 경쟁을 벌였다. 최근 동남아시아의 영화 강국으로 떠오른 인도네시아를 조망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인도네시아 영화의 르네상스〉도 상영됐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인도네시아 영화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르포 / 부산의 미래 달린 ‘부산 북항 재개발’
부산항의 정체성, ‘산업항’에서 ‘미항’으로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서 배 환적(換積)이 다시 제자리를 잡고, 공항 물류를 중심으로 부산신항까지 들어오는 철로가 가덕도까지 연결됩니다.”

▲2023년 4월 5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내 북항재개발 홍보관에 방문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과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선DB
기자의 기억으로 부산역은 늘 공사 중이었다. 올 때마다 늘 무언가로 분주하고 요란한 공사 소음이 들렸다. 착각이거나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그런 인상이 머릿속에 박혀 있다.
과거 일제는 ‘북빈매축’을 통해 부산항을 만들었다. ‘북빈(北濱)’은 지금의 부산 북항(北港)이고 ‘매축(埋築)’은 바다를 메워 뭍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지난 9월 25일과 26일 찾아간 부산역은 여전히 분주했다. 역사 부근에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는 조형물도 눈에 띄었다.
기자는 《월간조선》 2009년 10월호에 〈부산의 천지개벽이 시작됐다〉는 르포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4박 5일간 부산에 머무르며 ‘제조업 탈피하여 국제항만·영상영화 도시로 탈바꿈 중’이라고 썼다. 그때 북항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며 이렇게 썼다.
〈연약 지반 처리를 위한 바지선 두 척이 멀리 보이고, 덤프트럭이 바다의 입 속에 자갈을 쏟아붓고 있었다.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그 위로 갈매기 몇몇이 날고 있었다. (중략) 매립에 쓰인 흙은 인근 영선산에서 퍼다 날랐는데, 매립이 끝날 무렵 산봉우리 하나가 사라졌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2008년 시작된 북항 재개발 사업은 2015년까지 마무리할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원래는 2020년 완공 목표였으나 ‘뉴딜 정책’에 선정되면서 5년이나 기간이 단축됐다. 사업비만 8조519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아직도 1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랜드마크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향후 3~4단계 사업까지 가야 할 길이 아득하다.
다만, 2단계 사업으로 북항 한편에 2030 부산 세계박람회장이 마련된다. 부산항의 미래, 아니 북항의 미래가 2030부산세계박람회와 연결된 셈이다. 신박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와 함께 북항 재개발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산역에서 서종우 부산시 정책기획보좌관, 양홍선 부산시 홍보기획팀장과 만났다. 우리는 부산역사 바로 뒤편 북항 1단계 현장을 둘러보았다. 서종우 보좌관은 “북항은 시민들의 공간이 아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 그리고 북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물류, 항만이지 않습니까. (부산시민들은) 커다란 컨테이너 차량이 도심 한복판을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죠. 부산항 1부두에서 8부두까지가 전체 물류기지였으니까요. 컨테이너 항만 야작정을 떠올려보세요. 부두는 항만 노동자를 제외하고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북항과 산복도로

▲북항 1단계와 2단계 항만 재개발 사업이 이뤄질 현장 조감도다.
2022년 5월 북항 친수공원을 시민에게 개방했다. 잔디광장, 야생화단지, 경관수로, 보행데크 등이 들어섰다. 항구를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의 품에 안겨주었다. 그러나 기자의 눈엔 여전히 요란한 소음을 내며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1단계 사업으로 들어설 공공시설은 ▲오페라하우스(2026년 개관) ▲정부 부산지방합동청사(2027년 완공) ▲마리나(2024년 하반기 완공) ▲부산항기념관(2024년 하반기 완공) 등이다.
그리고 전체 시설 용지 111만㎡ 중 분양 대상지는 약 30%인 34만㎡. 2023년 8월 말 기준 16만㎡(48%)가 분양되었다.
북항 재개발 시행자인 부산항만공사는 북항 재개발 1단계 랜드마크 민간사업자 공모를 이르면 다음 달 초 새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3월 공모를 냈지만 한 곳만 응찰해 유찰되고 말았다. 만약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확정되면 랜드마크는 흥행 보증수표가 될 것이다. 서종우 보좌관의 말이다.
“과거 서울 역시 한강 접근성이 떨어졌잖아요. 올림픽대로랑 강변북로로 진입할 수 있는 몇 개를 빼고는 시민들에게 개방이 안 됐습니다.
부산도 산업 물류의 용도로 북항을 만들었기에 물류 중심 공간이 더 필요했거든요. 그러니 도심이랑 항만의 연결고리가 부족했던 거죠. 이번에 부산역에서 북항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게 했어요.”
잠시 숨을 고른 뒤 서 보좌관은 이렇게 덧붙였다.
(부산역사 뒤편을 가리키며) “저쪽 맞은편에 오래된 ‘산복도로’가 있는데 친환경 숲길로 연결해 이쪽(북항)과 바람이 통하게끔 했습니다. 무엇보다 산복도로는 부산 근대 역사의 어떤 핵심 연결고리가 아닙니까?”
기자는 산복도로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부산 작가가 쓴 소설(《산복도로의 꿈》)의 한 문장이 떠올랐던 것이다.
“언덕에 위태롭게 매달린 자들의 가치는 누가 올려주는 걸까.”
산복도로는 누가 뭐래도 그 자체로 부산의 귀한 자산이자 가치가 아닐까.
산복도로는 근대 한국 도시 서민의 원초적 생활 공간이다. 전국에서 가장 길고 구불구불한 도로, 산허리 베어 닦은 아슬아슬한 경사각을 가진 도로다. 이 산복도로는 부산의 과거이자 미래의 공간이다.
부산시 자료에 따르면 4조636억원이 투입되는 2단계 북항 재개발 사업은 내년 상반기 착공한다.
준공 시기는 애초 2029년보다 2년 앞당긴 2027년을 목표로 한다. 이후 2030년까지 세계박람회 전시장과 각종 지원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북항 재개발 2단계는 동구 자성대부두를 비롯해 부산역·부산진역 일원 228만㎡(육지 157만㎡, 해역 71만㎡)에 부지 및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해양 산업, 마이스(MICE)·관광·금융 산업, 주거 시설 등을 집적해 글로벌 해양 중심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1단계 구역은 세계박람회가 개최되면 숙박과 문화공연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 보좌관의 계속된 설명이다.
“대략 설명하자면, 요 앞의 북항 개발만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향후 이쪽 우암동 부지, 저쪽 영도 부지까지 ‘디귿’자 형태로 개발 계획을 잡고 있거든요. 실제론 어마어마한 규모죠. 그렇게 되면 부산항의 정체성은 ‘산업항’에서 ‘미항’으로 바뀝니다.”
도시의 구조와 그 기능이 달라지면 부산의 정체성, 부산시민의 삶도 달라질 것이다. 부산항, 그리고 북항은 더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다 트램선을 깔아 (북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축을 만들 겁니다.”
《부산일보》의 지난 9월 7일 자 보도에 따르면 부산시는 2030부산세계박람회와 연계한 북항 3단계 재개발을 위한 ‘밑그림’ 작업을 상당 부분 완료했다고 한다. 3단계 사업지(육지 면적 310만㎡)는 1단계(100만㎡), 2단계(157만㎡)를 합한 것보다 넓다. 우암동, 감만동 등의 부두 시설 이외에 일부 배후부지도 포함해 개발이 이뤄질 예정. 내년에 북항 3단계 재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인데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와 같은 대기업 R&D 센터가 들어설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 위쪽은 1910년대 부산 북항 모습이다. 가운데는 1950년대 당시 북항이다. 아래는 북항 친수공원에서 바라본 부산역 모습이다.
“부산만 바라봐서는 답이 없다”
서 보좌관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 시장님은 부산만 바라봐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십니다. 남부권 전체가, 대한민국의 또 다른 바퀴가 돼야 한다, 이런 입장이죠.
기존의 자산을 잘 유지시켜 성장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이후 (부산의) 위치가 애매해졌거든요.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서 배 환적(換積)이 다시 제자리를 잡고, 공항 물류를 중심으로 부산신항까지 들어오는 철로가 가덕도까지 연결됩니다.
여기서 울산으로, 그다음에 경남을 통해, 멀리 전남까지 확장하는 명실상부 남부권을 연결하는 구상을 박 시장님이 갖고 계십니다.”
환적이란 화물을 운송하는 도중에 목적지가 아닌 항구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것을 말한다.
― 부산의 정체성이 가덕도신공항과 다 연결돼 있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산업적 기반은 경남이 훨씬 탄탄합니다. 부산보다 큰 기업이나 공장들이 많지 않습니까? 울산은 조선소와 자동차, 석유화학 단지가 있고요. 그나마 부산이 가지고 있는 것은 인재들을 길러내는 대학들이거든요.
이런 것들과 맞물려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산만으로 어렵죠. 함께해야 합니다. 서울을 넘어 글로벌화의 초석이어야 한다, 이런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국토부와 문체부 쪽에서 남해안권 종합개발 계획안을 마련 중인데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중심을 잡고 물류와 산업 쪽으로 연구를 하고 있어요. 부산이 (산업, 물류의) 거점으로 가덕신공항이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양홍선 홍보기획팀장이 가덕도신공항과 부산신항의 좌표를 다시 그려보았다.
“가덕신공항은 여객 수송보다 산업적인 측면이 훨씬 영향력이 커요. 공항이 들어서면 환적 2위의 세계적 항만(부산신항)을 가진 한국 제1의 해상복합물류공항이 되는 겁니다. 단순한 지역 공항, 부산만을 위한 공항이 아닙니다.
물건을 받아 다시 풀어 재가공까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분류해 (해외로) 보내는 정도입니다. 재가공까지 해야 산업화가 되거든요.
내륙으로 (물건을) 옮긴 뒤 재가공해 다시 배에 실어 보내려면 물류비가 엄청나잖아요.”
서 보좌관이 다시 말을 받았다.
“최근에 부산신항의 주변 배후 지역을, 이제 그냥 보세창고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가공, 제조를 할 수 있게끔 법안이 풀렸습니다. 부산신항 주변 배후지를 산업 단지화하는 것까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되면 환적을 넘어 생산의 기점으로 다시 재가공 수출의 거점으로도 활용될 수 있고… 그러니까 물류의 속도라든지… 이런 게 다 저희 생각과 계획인데….”
“148년 만에 부산항, 시민들 품으로 돌아가”

▲148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 북항 재개발 구역 야경이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재개발된 부산항 북항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기자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위치한 북항재개발홍보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주봉관 부산시 북항재개발사업팀장을 만났다. 그는 PPT로 제작된 자료를 보여주며 북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설명했다.
“여기가 부산항 제1부두인데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토목 해양 구조물이란 상징성이 있습니다. 1950년대 6·25전쟁 당시 병참기지로 사용됐습니다. 여기 보십시오. 1950년대 북항 제2부두의 모습입니다.”
기자는 사진을 뚫어져라 보았다. 부산 앞바다의 산들이 모두 민둥산이었다. 큰 배 한 척이 보였지만 나머지는 모두 작은 배들이었고 항구는 텅 비어 보였다. 6·25전쟁이 터지고 부산은 피란수도가 되었다. 팔도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민둥산에다 판잣집을 짓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이었다.
“1960~70년대 북항은 월남 파병의 입출항 기능을 담당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부두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2000년대는 부산항이 세계 5대 항만으로 세계 항만 물동량이 3위에 이를 정도로 북항은 수출입 항만으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현장이었죠.
그러나 점점 북항의 항만 기능이 쇠퇴하고 노후화로 인해 북항의 기능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 2007년에 북항 재개발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본격적으로 추진합니다.”
주봉관 팀장은 “작년 5월 북항에 친수공원을 조성해 148년 만에 부산항이 시민들에게 열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148년’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1876년 개항 이후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개방한 것이다.
현재 북항 재개발 1단계의 랜드마크 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주 팀장의 말이다.
“랜드마크 부지가 3만9000평 정도입니다. 유무형 콘텐츠를 활용한 복합 용도의 글로벌 어트랙션 및 문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인데요, 작년에 공모를 했어요. 1개사만 참여해 유찰되어 재공모를 정부와 협의 중입니다.”
이 대목에 가서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렸다.
“북항 2단계 개발은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위하여 내년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 같습니다. 한 6년에 걸쳐 2030부산세계박람회 상부(上部) 시설이라든지, 이런 걸 만들고 난 뒤에는 2030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이곳 북항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잼버리 이후 2030부산세계박람회 관심 더 많아져”
주 팀장은 속사포처럼 말을 이었다.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안입니다만 북항 2단계 사업은 글로벌 해양 허브 도시라든지 상생형 복합 경제 도시, 이런 걸 종합해서 향후엔 신해양 산업 중심지로 육성할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부산 원도심하고 연계한….”
북항이 아무리 거대한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도, 구불구불 ‘산복도로’가 이어진 부산 원도심에 대한 애정은 빠뜨리지 않았다.
부산시 2030부산세계박람회추진본부로부터 2030부산세계박람회 준비사항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황현기 엑스포 교섭지원팀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 지난 새만금 잼버리 대회 이후 아무래도 국제행사 준비를 더 치밀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요. 이후 달라진 게 있나요?
“과거에는 (중앙부처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관련 외빈들을 내려보낼 때 ‘알아서 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나쁜 뜻으로 이야기하자면 간섭이 굉장히 많아졌고, 좋은 뜻으로는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챙기려고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고 할까요?”
―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준비하는 역량이 커졌기 때문이겠죠.
“피드백이 많아지면 저희가 더 철저히 준비하게 되니 좋은 것이죠.”
기자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옥상 전망대에 올라가 북항 일대를 바라보았다. 부산시가, 부산의 바다가, 부산의 푸른 하늘이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부산의 미래가, 부산의 정체성을 바꿀 밑그림이 실루엣처럼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