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3-08/ 08.01 LH 아파트도 15곳 철근 누락, - 08.31 ‘마약 파티’까지 참석한 경찰
세상사 2023-08/
08.01 LH 아파트도 15곳 철근 누락, 전국에 부실 공사 널렸을 것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인천시 서구 검단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슬래브 붕괴 현장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달 29일 지하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3.5.2/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를 일으킨 철근 누락 부실이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무더기 적발됐다. 국토부가 LH 발주 아파트를 전수 조사한 결과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적발됐다. 10곳은 설계 단계부터 하중을 버티기에 충분한 철근을 반영하지 않았고, 5곳은 설계는 제대로 했지만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가 완료된 주민이 살고 있는 단지도 5곳이나 됐다. 설계·시공·감리 등 건설 현장 전반에 총체적 부실이 만연한 것이다.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이런 비리는 매년 수십조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는 LH 출신들이 건설 업계에 광범위하게 채용돼 이권 카르텔을 형성한 결과라고 한다. 국토부는 책임자에 대한 징계와 고발 조치를 약속했지만 단지 설계·시공업체를 몇 개월 영업정지 하는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부패의 먹이사슬을 끊기 어렵다. 실제로 2015~2020년 사이 LH가 발주한 설계용역 수의계약 537건 중 297건을 LH 출신을 영입한 47개 업체가 수주했다. LH 출신을 영입한 건설업체들이 공공사업 수주 과정에서 특혜를 받아왔고 LH가 이들 업체의 부실 설계나 부실 감리를 방치해 왔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철저한 감사와 수사를 통해 LH 이권 카르텔 구조를 밝혀내야 한다.
국토부는 LH 아파트 외에도 붕괴된 검단 아파트 주차장처럼 무량판 구조로 된 전국 100여 곳 민간 공사 현장도 점검 중이어서 철근 누락 사례가 추가로 더 나올 수가 있다. 무량판은 수평 구조인 보 없이 수직 기둥만으로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튼튼하고 촘촘하게 감아주어야만 한다. 무량판 구조도 원칙대로 설계하고 시공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철근이 누락된다면 건물 안전에 치명적이다.
무량판 구조 점검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공사 기간을 단축해 비용을 아끼려다 부실한 콘크리트 타설로 발생했다. 건설 현장에서 철근 빼돌리고, 자재 덜 쓰면서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는 것이 원가 절감으로 포장되고, 이름뿐인 감리로 부실시공을 눈감아주는 부실과 비리가 여전하다.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과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지 못한다면 건물이 무너지는 황당한 후진국형 사고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01 다른 층 도면 보며 철근 시공…아파트도 제대로 못짓는 건설강국
국토부 ‘철근 누락’ 조사 결과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철근 누락 조사 결과를 접한 입주민들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들이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겪었지만, 근본적으로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도 “해외에서 대형 플랜트와 초고층 빌딩을 지으며 ‘건설 강국’으로 불리지만, 정작 아파트 하나 제대로 못 짓는 민낯이 드러났다”는 반응도 나온다.
철근(전단 보강근)이 빠진 LH 아파트 지하 주차장 15곳은 모두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무게를 버티는 보 없이 기둥으로만 천장을 받치는 무량판 구조는 경제성과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 여러 건축물에 폭넓게 쓰이지만, 보가 빠지는 만큼 설계와 시공을 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국토부 조사 결과를 보면 기초적인 구조 계산부터 이를 설계도면에 옮기고, 설계도면에 맞춰 시공하는 전 영역에서 부주의하고 안일한 작업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백형선
◇구조 계산 안 해 154개 다 빼먹기도
철근을 빼먹은 15개 단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개 단지가 구조 계산을 아예 누락하거나, 계산을 잘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 계산은 건물에 작용할 수 있는 각종 하중을 계산해 각 부위가 하중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계산 작업을 뜻한다. 구조물에 들어가는 각종 부재의 치수를 결정하고, 철근콘크리트 구조에서는 철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설계도면을 그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양주회천 A15 단지의 경우 지하주차장 무량판 기둥에 하중을 버티기 위한 전단보강근(보강 철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계산을 아예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154개 무량판 기둥 중 154개 전부에 보강 철근이 빠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파주운정 A34 단지와 수서역세권 A3 단지, 파주운정3 A23단지 역시 설계 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 해당 구간의 구조 계산을 누락하는 바람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양산사송 A8 단지는 구조 계산 과정에서 보강 철근을 넣어야 하는 범위를 잘못 적용해 기둥 241개 중 72개에 철근이 누락됐다. 인천가정2 A1 단지는 철근의 크기를 잘못 적용해 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백형선
구조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에 대해 LH 관계자는 “구조 계산 수식을 시스템에 잘못 입력하거나, 건축 설계가 바뀌었지만, 이를 구조 계산에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누락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구조 설계 오류의 원인으로 LH 공공주택 사업에 참여한 설계사들의 역량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은 “LH가 설계를 발주하면 건축사가 그중 일부를 구조설계사들에게 주고 다시 쪼개서 하청에 발주하는 식으로 설계 작업이 진행된다”며 “그 과정에서 실력이 부족한 기술자들이 설계에 참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 계산을 제대로 해놓고 현장에 배포하는 도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보강 철근을 실수로 누락하는 황당한 일도 일어났다. 상세도 도면에 ‘이 기둥은 보강 철근이 필요하다’라는 표시를 넣는데 이를 빠뜨렸다는 것이다.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 RH11 단지와 수서역세권 A3 단지가 이에 해당한다. 오산세교2 A6 단지는 보강 철근에 대한 상세도면 자체가 없었다. 인천 검단 지하 주차장 역시 보강철근 표시인 ‘V’ 자가 도면에서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층 도면 보고 엉터리 시공
제대로 구조 계산을 해 설계에 반영했지만 무량판 구조에 대한 이해가 낮은 현장의 시공 과정에서 보강 철근이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전체 무량판 기둥 123개 가운데 82%에 달하는 101개에 철근이 빠진 음성금석 A2 단지와 302개 기둥 중 126개가 누락된 남양주별내 A25 단지의 경우 현장 근로자들이 다른 층 도면을 보고 철근을 배근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나머지 3개 단지도 시공 과정에서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의도적인 것인지 실수인 것이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 배근을 하는 작업자들 중 무량판 구조 시공 경험이 적고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데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도 많다 보니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설계나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가장 큰 원인에 대해 LH는 ‘소통 부재’로 보고 있다. 이한준 LH 사장은 “건축설계는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는데 소통이 안 돼 미반영한 상황이 종종 있었다”며 “더 근본적으로는 도입이 얼마 안 된 무량판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신수지 기자
08.01 철근 빼먹기 LH아파트…국민안전 무너뜨릴 이권 카르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월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신축 공사장을 찾은 모습. LH 발주 아파트 전수 조사 결과 91개 단지 중 15개에서 부실이 드러났다. [연합뉴스]
91개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했더니 15개가 부실
설계·감리 봐주기에 LH 전관 업체 특혜 의혹도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공사와 관련해 전수조사하라”고 국토교통부에 지시했다. 전날 국토부는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벌어진 인천 검단 아파트와 같은 구조(무량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91곳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무려 15개 단지에서 철근(전단 보강근)이 누락된 이른바 ‘순살 아파트’가 확인됐다.
이 중 10개 단지는 설계 도면상 처음부터 누락됐고, 5개 단지(조사 중 2개 포함)는 설계도면에는 있지만 시공 과정에서 필요한 철근이 부족하게 들어갔다. 게다가 이 중 남양주 별내와 파주 운정 등 5개 단지는 이미 입주까지 마친 상태다. LH는 “3곳은 보완공사를 진행 중이고, 나머지 2곳은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를 목격한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전단 보강근이란 천장 무게를 견디기 위해 설치하는 부품으로, 부족하면 큰 인명피해를 유발할 대형 붕괴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역시 LH가 발주했던 검단 아파트는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모두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세간의 비난은 시공사인 GS건설에만 쏠렸지만 설계도면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아무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LH의 감독 부실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검단 아파트의 설계와 감리 모두 LH 전관 인사를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는 의혹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경실련은 감사원에 “검단 붕괴사고 원인은 LH의 전관 특혜 탓”이라며 LH에 대한 감사 청구를 했다. LH 전관을 영입한 업체들이 수주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은 물론 LH가 이들 전관 영입 업체들의 부실 설계와 부실 감리를 봐주면서 결국 붕괴사고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15개 단지 관련 업체 명단을 보면 전관 업체뿐 아니라 LH가 직접 감리를 맡은 곳도 5곳이나 된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설계와 감리 책임자에 대한 가장 무거운 징계 조치와 함께 즉각 수사 의뢰, 고발 조치를 할 것”이라며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에 대한 전반적인 혁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공사(동아건설)의 부실공사로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벌어진 지 3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단가 후려치기와 하청에 재하청을 남발하며 안전을 해치는 그릇된 구조가 우리 건설 현장엔 여전하다. 게다가 이번 철근 빼먹기 사례는 국민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탐욕만 채우는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이 민관에 걸쳐 만연해 왔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최소한의 국민 주거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런 비정상적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8-01 ‘철근 누락’ LH 아파트 주차장 15곳 더 확인… ‘2023년 한국’ 맞나

▲31일 경기 남양주시 별내퍼스트포레 지하주차장에 안전보강공사를 위해 잭서포트(기둥에 지지대를 설치하는 가설 부재)가 시공되어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철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15곳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보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에서는 보강 철근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빼먹은 현장이 6곳 중 1곳에 달했다. 부실과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자칫 큰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다.
어제 국토교통부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아파트 91개 단지 가운데 보강 철근을 누락한 15곳의 명단과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정보를 공개했다. 10곳은 철근을 설계 단계부터 빠뜨렸고, 5곳은 시공 과정에서 누락했다. 공사 과정을 감시해야 할 감리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공사 중인 경기도의 한 단지는 보강 철근 154개 전부를, 입주를 마친 충북의 한 단지는 123개 중 101개를 빼먹었다.
철근 누락 아파트는 LH 현장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정부는 민간 아파트 300여 곳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하는데 부실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형식적으로 점검할 게 아니라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제대로 보강해야 한다. 발주, 시공, 설계, 감리 등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밝혀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세계 4대 건설강국’을 외치는 대한민국에서 후진국형 부실이 이처럼 만연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 지난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올해 인천 검단 사고까지 3년 연속으로 아파트가 무너졌다. 교량 붕괴, 서울 신축 아파트 침수, 부산 오페라하우스 균열·누수 등 공사 종류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를 줄이기 위해 원자재를 빼먹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불신과 불안이 팽배해 있다.
동아일보 사설
08-01 ‘역대 2위급’ 폭염… 14일간 계속될 듯
2018년 35일 이래 최장 전망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에 뜨거운 공기를 계속해서 주입하는 가운데, 강한 소나기와 태풍이 더위를 부추기면서 올해 2018년 이래 최악의 폭염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상청은 1일 수시 브리핑을 통해 “당분간 덥고 습한 아열대고기압 영향권에 들겠다”며 “높은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유지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오르겠다”고 예보했다. 전국에 내려진 폭염특보가 지속 또는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역대 가장 더웠던 해로 남은 지난 2018년 이래 최악의 폭염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에도 한국 주변으로는 중국에서 강하게 발달한 덥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과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만나 폭염이 나타났다. 또 당시 태풍 종다리가 폭염을 식혀주기는커녕 푄 현상을 일으키면서 폭염을 부추겼다. 올해도 유사하다.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에 뜨거운 공기를 주입하는 가운데 제5호 태풍 독수리와 제6호 태풍 카눈이 추가로 고온다습한 공기를 보내며 더위를 부추기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8년의 경우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를 뜻하는 폭염 일수가 35일가량 됐다. 올해 폭염 일수는 6월에 2일, 지난달에 6일로 나타났다. 중기예보상 말복인 오는 10일까지 일 최고기온이 33도에 이를 것으로 예보돼 열흘 이상 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2018년은 폭염이 비교적 일찍 시작돼 장기화된 경우라면 올해는 뒤로 길어질 확률이 높다. 2018년의 경우 7월 18일부터 8월 8일까지 22일간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유지됐었다. 올해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5일간 지속하고 있는데, 10일까지 서울이 33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8월 8일에 폭염이 끝난 2018년보다 뒤로 이틀가량 늘어난다는 관측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보대로 간다면 (폭염이) 14일가량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
08-01 코로나19 하루 실제 10만명 대...가을까지 유행 전망
하루 평균 위중증 환자 250~300명 나올 수도
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6만 명에 육박하면서 조만간 후행지표인 하루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각각 250~300명, 25~30명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면역력 저하와 휴가철 등과 맞물려 확진자 수도 5주째 증가한 가운데 실제 유행 규모는 통계치보다 최소 2배 많은 10만 명 대일 것으로 예측됐다.
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5~31일까지 일주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만5529명으로, 직전 주(3만8802명) 대비 17% 증가했다. 주간 단위로 5주째 증가세다. 지난 25일부터 3일간 신규확진자는 각각 5만814명, 5만7220명, 5만1243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루 확진자가 5만 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11일(5만4315명) 이후 6개월여 만이다. 확진자가 늘면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일주일 간 하루 평균 위중증 환자는 174명, 사망자는 13명이었다. 직전 주(150명·8명)에 비해 각각 24명, 5명 늘어났다. 하루 평균 위중증 환자 수는 7월 1주차 86명, 2주차 127명, 3주차 15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망자는 지난 27일 하루에만 23명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3주 후에는 위중증 환자 수가 250~300명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수도 25~30명대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제 확진자 규모는 2배 이상으로 봐야 한다"며 "이미 위중증 환자 수는 조금씩 늘고 있었는데 조만간 250~300명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번 재유행은 가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가을이 되면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이 조성돼 지금보다 확진자 규모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유행을 이끄는 건 오미크론 하위 변이 바이러스인 ‘XBB’계열이다. 방역당국은 오는 10월 시행하는 예방접종에는 ‘XBB’ 계열을 겨냥한 새 백신을 활용할 계획이다.
문화일보 권도경 기자
08.02 28년 전 ‘삼풍백화점’이 그대로, 한국 건설의 질긴 악습과 인습
LH 발주 아파트 철근 누락 전수 조사에서 아예 다른 층 도면을 보고 짓거나 기본적인 하중 계산도 하지 않는 등 우리 건설 현장의 민얼굴이 드러났다. 조사 대상인 무량구조 공법 아파트는 보가 없어 기둥 주변의 철근 보강 공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처럼 천장이 무너져 내린다. 안전의 핵심인 전단 보강근이 아예 설계에서 누락되고, 현장 근로자가 도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해 엉뚱한 곳에 배근을 한 아파트에 주민이 입주했다. 정부가 LH 이외에 무량판 구조를 도입한 민간 아파트 293곳을 추가 조사하면, 부실 시공된 아파트가 더 드러날 것이다. 부실 국내 아파트 현장을 보면 우리가 과연 해외 건설 세계 5위가 맞나 싶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무량판 구조는 28년 전 건물이 무너져 1500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에도 사용된 공법이다. 설계상으로는 기둥과 슬래브 사이에 하중을 전달하는 지판이 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지판 두께가 얇거나 아예 없어 무리한 구조 변경과 함께 백화점 붕괴의 원인이 됐다. 당시에는 지판을 빼먹었다면, 현재는 철근을 누락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지난해 6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부실한 콘크리트 품질과 타설 도중 가설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그동안 아파트 건설 기술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부실 공사를 초래하는 잘못된 관행은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LH의 사후 대응에서도 안전불감증이 드러났다. 철근이 누락돼 언제든 지붕이 내려앉을 수 있는데, 일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선 주민을 통제하지 않고, ‘도색 보수’라고 위장한 채 천막을 치고 보강 공사를 벌였다. 안전에 문제가 있어 보강 공사를 하는 것인데 주민을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안전불감증에 혀를 차게 된다. LH 측은 철근 누락 아파트의 시멘트 강도에는 문제가 없어 전면 재시공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강도를 측정할 때 사용한 비파괴 검사 데이터를 모두 공개해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는 우리 건설 현장의 설계·시공·감리 문제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건축설계와 구조설계가 밀접하게 공동으로 이뤄지지 않거나 구조설계 업체의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도 있었다. 10명 중 5~6명은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는 공사 현장엔 숙련도와 소통능력이 떨어져 지시 사항이 잘 이행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영세한 감리업체가 발주처와 시공사에 끌려다녀 문제점이 발견돼도 재시공이나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현실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공 건설사가 설계 감별 능력을 키우고, 모듈화 공법을 발전시켜 공사 현장 표준화를 앞당기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건설 현장의 적당주의, 나태와 태만, 안전불감증, 비리 등 수십년 인습과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 한 모든 조치가 소용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02 158國 청소년들 모여… 꿈·우정·문화 나누다
새만금에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막… 역대 최대 규모

▲전 세계 청소년 스카우트들의 축제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막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참가자들이 야영장에 텐트를 친 뒤 어깨동무를 하며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1일 오후 2시 전북 부안군 새만금 잼버리장. 세계 각국에서 온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 4만3000여 명이 2인 1조로 텐트를 치고 있었다. 이날 낮 기온은 섭씨 32도. 무더위 속에서도 대원들은 서로 도와가며 뚝딱 텐트를 세웠다. 드넓은 새만금이 금세 분홍색, 하늘색 텐트촌이 됐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리스키(17)군은 “열두 살 때부터 세계 잼버리에 참가하고 있다”며 “새만금에서 한국 친구도 많이 사귀고 ‘K컬처(문화)’도 체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의 축제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막을 올렸다.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청소년 야영 대회다. 우리나라는 32년 전인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처음 잼버리를 개최해 이번이 두 번째 개최다. 잼버리를 두 번 이상 개최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6국뿐이다.
◇역대 최대 잼버리... 여의도 3배 규모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를 주제로 한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12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세계 158국에서 역대 대회 중 가장 많은 4만3000여 청소년이 참가한다. 야영장 면적도 8.84㎢로 역대 대회 중 가장 넓다. 텐트는 총 2만5000동(棟)이나 된다.

▲그래픽=김하경
대원 4만3000여 명에 지도자, 진행 요원 1만명 등을 더하면 야영장을 오가는 유동 인구는 7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새만금에 거대한 ‘텐트 도시’가 새로 들어서는 셈”이라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달 중순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야영장 터가 물바다로 변했다. 텐트를 쳐야 할 땅에 발목까지 물이 찼다. 펄을 메워 만든 땅이라 배수도 더뎠다. 비상이 걸린 조직위는 펌프 100대 등을 동원해 배수 작업을 벌였다. 조직위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이번 잼버리는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에서 개최하는 가장 큰 국제 행사”라며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배수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폭염에 대회 첫날 온열 환자 10명
조직위는 이번에 폭염, 폭우 등 날씨와 안전사고 대비를 최우선으로 했다고 밝혔다. 대원들이 온열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길이 7.4㎞ 덩굴 터널을 만들었다. 한낮에 쉴 수 있는 그늘 쉼터도 1720곳 만들었다. 물안개를 내뿜는 시설도 57곳에 설치했다. 야외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폭염이 오면 피할 수 있는 대피소도 6곳 마련했다.
폭우가 쏟아지면 비상 수송 버스를 동원해 근처 학교, 체육관 등 342곳으로 대원들을 대피시키기로 했다.
의료 시스템도 갖췄다. 의료진 170여 명이 부지 안에 있는 잼버리 병원 등에서 경증 환자를 치료한다. 중증·응급 환자는 전북 지역 대형 병원 5곳으로 이송해 치료한다. 코로나 등 감염병에 대비해 임시 선별 진료소도 운영한다.
잼버리 기간 경찰, 소방과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는 24시간 종합 상황실을 운영한다. 잼버리 공동 조직위원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의료 센터와 경찰서, 소방서를 유기적으로 운영해 세계에서 온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회 첫날인 1일부터 폭염으로 비상이 걸렸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야영장에서 총 10명의 온열 환자가 발생했다.
◇K팝 콘서트, 템플 스테이… 한국 알리는 프로그램 174건
조직위원회는 새만금을 찾는 청소년들을 위해 체험 프로그램을 174건 준비했다. 아영장에서는 불 피우기, 뗏목 만들기 등 생존 프로그램과 한국 전통 문화 체험, K팝 댄스, 달고나 만들기 등을 운영한다. 다른 잼버리 대회와 달리 야영지 밖에서 진행하는 영외 프로그램도 31가지 있다. 전북 14시·군에서 고군산군도 섬 트레킹, 익산 왕궁리 유적지 야행, 고창 선운사 템플스테이, 완주 ‘BTS길’ 방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번 잼버리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영식은 2일 오후 8시에 열린다. 개영식의 하이라이트는 드론 500대가 펼치는 ‘드론 라이트쇼’다. 스카우트 대원들로 구성한 드림 오케스트라단 공연도 펼쳐진다. 대형 모니터를 통해 전 세계 대원들이 실시간으로 협연한다. 개영식에는 영국의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참석한다.
6일에는 세계 각국 전통 공연,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 특수부대의 고공 낙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날 K팝 콘서트도 열린다.
조선일보 김정엽 기자
08.02 홍대·경복궁도 북적... 전세계 청소년 4만명 몰려와 ‘잼버리 특수’
새만금서 최대 규모 축제 열려
전국 관광지서 먹고 기념품 구입

▲8월 1일 전 세계 스카우트들의 축제인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막했다. 이번 잼버리에 참여하기 위해 4만3000여 청소년이 새만금을 찾았다. 사진은 칠레에서 온 대원들이 야영장에 도착해 즐거워하는 모습. /김영근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 노란색 스카프를 매고 파란색 단복을 입은 학생 70여 명이 수문장 교대 의식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은 1일부터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석차 호주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이었다. 경복궁을 둘러본 제스 크레민(16)양은 “살면서 처음 보는 한국 전통문화가 신기하다”며 “함께 온 친구와 고궁박물관에서 도자기 인형 등 기념품을 사는 데만 200달러를 넘게 썼다”고 했다.
14세에서 17세 사이 청소년 4만3000명이 모이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열리면서 전국의 관광지에서는 ‘잼버리 특수’가 일고 있다. 상당수 스카우트 대원은 1일~12일까지 열리는 행사 전후로 국내 주요 관광지를 돌아봤거나, 관광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세계 잼버리는 ‘청소년 문화올림픽’으로 불리며 4년마다 개최된다.
참가 인원은 청소년 올림픽보다 10배가량 많다. 우리나라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건 1991년 이후 32년 만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편의점에는 스카우트 대원 10여 명이 과자 코너를 둘러보고 있었다. 호주에서 왔다는 이삭 존스톤(15)군은 “한국 편의점에서 2달러인 젤리가 호주에선 6달러”라며 “가격이 저렴해 여러개를 사서 가져가려 한다”고 했다. 홍대입구역 근처 어울마당로 벤치는 길거리 버스킹 공연을 구경하는 갈색 카우보이 모자를 쓴 수십명의 스카우트 대원으로 빼곡히 들어찼다.

▲8월 1일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참가차 한국을 방문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 소공동 지하상가에서 기념품을 사고 있다./전기병 기자
행사 주관 부처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잼버리의 관광 효과는 최소 1200억원 이상이고 간접 효과까지 합치면 6700억원까지 예상한다”며 “스카우트 대원들이 먹고 자고 사며 창출되는 수익은 물론, 미래를 이끌 세계 청소년들이 한류를 체험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민간 외교”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도 31일 스카우트 복장을 단체로 맞춰 입은 학생이 많았다. 영국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 50여 명은 ‘별마당 도서관’을 구경 중이었다. 코엑스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먹는 스페인 스카우트 대원들로 가득 찼다. 칠레 스카우트 대원 인솔자인 카탈리나 곤살레스(23)씨는 “편의점, 잡화점에서 야영에 필요한 생존용품을 사러 이곳에 왔다”며 “포크, 나이프, 컵, 선크림, 물병은 필수 구매 물품”이라고 했다.
잼버리 덕분에 상인들은 ‘관광 특수’를 누렸다.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원래는 동남아 여성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는데 지난주부터는 보이스카우트 복장을 한 아이들도 가게를 많이 찾아왔다”며 “엄마에게 선물할 화장품을 찾는다며 2만~3만원짜리 영양 크림을 여러개 사 가는 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강남의 한 캐릭터 상품 매장 관계자는 “스카우트 학생들에게 한국에서만 파는 한정판 캐릭터 인형이 인기가 좋다”며 “키가 150㎝ 남짓 되는 외국인 여학생이 약 15만원어치 인형을 사 가기도 했다”고 했다. 홍대의 한 제과점 점원 신모(23)씨는 “스카프를 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하루에 적어도 50명은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중구의 ‘스탠포드 호텔’ 관계자는 “잼버리 학생들 덕분에 7월 투숙객이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점심과 저녁 시간에는 로비가 스카프를 한 학생들로 가득 찬다”고 했다.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도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투숙객 3분의 1 이상이 칠레에서 온 잼버리 청소년들이었다.
조선일보 박혜연 기자 이영준 인턴기자(연세대 졸업) 김아인 인턴기자(서울교대 졸업)
08-02 잼버리 야영지 환자 807명… 절반이 온열질환자
참가자 4만명 ‘극한 폭염’ 난관
행사장 구급차 운영·병상 추가
정부, 4년만에 위기경보 ‘심각’
정부가 4년 만에 폭염 위기경보 단계를 가장 높은 ‘심각’까지 격상한 가운데 2일에도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특히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리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는 개최 첫날 온열질환자가 400여 명 발생했다.
최창행 세계 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전날(1일)까지 잼버리 야영지 내에서 80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400명 이상이 온열질환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 사무총장은 “(온열질환자 발생에) 큰 차질 없이 대응하고 있다”면서 “잼버리 소방서가 개설돼 운영 중이고, 119구급차 등을 통해 환자들을 잼버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경증 환자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폭염에 대비해 이날부터 허브 클리닉의 냉방 기능을 강화하고, 셔틀버스 운행 간격도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30분에서 10분으로 단축했다. 또 잼버리 병원과 클리닉 등 야영지 내 병상을 50여 개에서 150개까지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세계 잼버리가 열리는 부안에는 현재 폭염 경보가 내려진 상태며, 전날 밤에도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발생했다.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 4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극한 폭염’이라는 난관을 맞이하게 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도 체감 온도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열대야 지역도 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전국 최저 기온은 22∼27도였다. 해가 진 후에도 더위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서울과 인천 등 서쪽 도심지와 강원 강릉시와 제주 등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났다. 밤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은 26.8도, 강릉 28.6도, 인천 26.7도 등으로 높게 나타나 시민들이 밤잠을 설쳤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은 31∼36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체감온도는 대부분 지역에서 35도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도시 예상 최고 기온(체감온도)은 서울 35도(34도), 인천 33도(33도), 대전 35도(36도), 광주 36도(36도), 대구 36도(34도), 울산·부산 34도(34도)다. 한낮 자외선지수는 전국에서 ‘매우 높음’ 수준이다.
이번 찜통더위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덥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맞물린 결과인데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이 무더위를 더 부추기고 있다. 카눈은 ‘매우 강’의 세력을 유지하면서 이날 오전 3시 일본 오키나와(沖繩) 남남서쪽 130㎞ 해상을 지났다. 카눈은 3일 오후 오키나와 서쪽 410㎞ 해상까지 서진한 뒤 방향을 급격히 돌려 일본 남쪽 해상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예상 경로대로면 국내에 직접 영향을 끼치진 않으나 뜨겁고 습한 공기를 불어 넣어 찜통더위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1191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3명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08.03 [단독] 英, 외교관들 새만금 급파...“진짜 생존게임” 해외 비판 줄이어
SNS서 외국 부모들 비판 쏟아져

▲8월3일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참가 대원들이 찬 음료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된 가운데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외교부가 자국 외교관들을 전북 새만금 현장에 파견해 안전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은 이번 대회에 단일 국가 중 가장 많은 약 4500명의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한국에 아들과 딸을 보낸 외국 학부모들 사이에선 “아이들이 기대했던 대규모 국제 행사가 말 그대로 ‘생존 게임’이 됐다”는 조롱섞인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영국 외교부는 주한 영국대사관에 근무중인 자국 영사들을 새만금 현장에 급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SNS)와 외신 보도 등으로 현장의 열악한 상황이 알려지고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국 정부에도 이를 우려하는 부모들의 항의가 쇄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외교부 차원에서도 이번 일을 예의주시하며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우리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고 ‘안전을 위한 최대 협조’와 재발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3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필리핀 참가자들이 햇볕을 가리는 모자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이런 가운데 SNS에서도 외국 네티즌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2일 열린 개영식에서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600만명이 넘는 생존 전문가이자 세계스카우트연맹 수석 홍보대사인 ‘베어 그릴스’가 15분짜리 연설을 했다. 그는 이 영상을 트위터에 인증했는데 그러자 “우리 딸 말로는 홍수 때문에 제대로 된 샤워실, 화장실 같은 공간도 없고 음식 배달도 어렵다고 하더라” “우리 손주는 개막식에 정원이 다 찼다는 이유로 입구에서 거절 당했다”하는 외국 부모들의 불만이 줄을 이었다. 이밖에 홍수로 인한 피해가 미처 복구되지 않아 텐트가 물에 잠긴 사진 등이 확산하고 있는 중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이 열린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 참가자들이 머물 텐트가 설치돼 있다. /부안군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한덕수 총리는 이날 오후 긴급 지시를 내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참가자 4만3000명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했다. 김 장관이 총책임자로 매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현지 상황과 조치 내역 등을 언론에 알릴 예정이다. 한 총리는 또 국방부에는 그늘막과 샤워장 같은 편의 시설을 보수하고, 군의관 등을 파견해줄 것을 당부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8.04 폭염 속 잼버리, 이대로면 국제 망신 당할 판

▲8월 3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158국 4만3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는 12일까지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폭염 속에 치러지고 있다. 온열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각국 청소년이 사흘간 1000명을 넘는다. 엊그제 2시간30분의 개영식 동안 80여 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중증 환자는 없지만 지금처럼 폭염 속에 대회가 치러질 경우 더 심각한 환자가 나올 수 있다. 가장 많은 45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참가한 영국의 경우, 주한 영국대사관의 외교관들이 새만금에 파견돼 조직위 측에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만 문제가 아니다. 잼버리 역사상 최대 규모인데 6년의 준비 기간, 10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 행사가 맞나 싶게 준비 부족도 드러냈다. 간척지인 새만금은 햇볕을 피할 나무 한 그루도 없는 곳이다. 8월 초에 야영하는 잼버리를 유치하기에 한계가 많았다. 그럼에도 2015년 전북도가 강한 열의로 강원도 고성을 누르고 국내 후보지로 선정됐고 2017년 해외 경쟁국도 누르고 유치에 성공했다. 유치 열의에 비하면 준비 상태는 실망스럽다.
잼버리 야영장은 농업 용지로 조성돼 여러 차례 침수 우려가 제기됐다. 전북도가 배수 공사를 했다는데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달 쏟아진 비로 야영장이 진흙탕으로 변해 텐트를 치기도 어렵고 물구덩이에서 모기가 들끓는다. 8년 전 일본 야마구치현 잼버리 대회장도 간척지였고 폭염 속에 열려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비슷한 점도 있지만 철저한 사전 점검으로 배수 문제는 해결했었다. 그 밖에도 부실한 샤워 시설, 부족한 화장실 등 잼버리 참가 청소년들이 “진짜 생존 게임”이라며 SNS에 올린 실태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훌륭하게 치러낸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다. 조직위나 전북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청소년 담당인 여성가족부,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가 전폭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국제 망신을 살 판이다.
조선일보 사설
08.04 폭염에 ‘생존게임’ 된 망신살 잼버리 대회
그늘도 없는 찜통 더위에 온열 환자 속출
행사 준비도 부실, 안전 대책 신속 보완을
전북 부안의 새만금 매립지에서 진행 중인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온열 질환 등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낮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대규모 야외 행사를 강행한 데다 주최 측의 운영 미숙까지 겹친 탓이다. 그제 대회 개영식에선 100명이 넘는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대회 첫날인 지난 1일에도 한꺼번에 400여 명의 온열 질환자가 쏟아졌다. 참가자가 대부분 10대 청소년이란 점을 고려하면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참가자들 사이에선 “축제가 아니라 생존게임”이란 말까지 나온다. 조직위는 “어느 나라 잼버리에서든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지만 안이한 판단이다.
사실 폭염에 대한 경고는 대회 시작 전부터 있었다. 대회 기간인 8월 초순은 통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더운 시기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새만금 야영장은 애초부터 숲이나 나무 같은 자연 그늘이 거의 없는 곳이다. 한낮 땡볕을 피하기 어려운 야외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냉방장치나 샤워실 등은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지난달 쏟아진 장맛비로 곳곳에 물구덩이까지 남아 있어 야영장은 흡사 한증막을 방불케 한다는 참가자들의 경험담도 올라왔다.
사전에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도 조직위의 행사 준비는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숫자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청소나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한다. 천으로만 살짝 가려놓은 일부 시설은 옆에서 안이 들여다보일 정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더운 날씨에 먹을 것과 마실 것까지 부족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조직위에서 식자재를 받아 끼니를 해결하는데, 일부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피었다고 언론에 제보한 참가자도 있었다.
부실한 행사 운영이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자국 청소년 안전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국가에선 이번 일을 심각하게 볼 수 있다. 이미 영국은 행사 기간 폭염과 폭우 등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영국은 이번 대회에 해외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의 대원을 보냈다.
새만금 잼버리는 우수한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을 세계에 알린다는 명목으로 유치한 국제 행사다. 세계 159개국에서 온 참가자는 4만3000여 명에 이른다. 국내에선 1991년 강원도 고성 잼버리에 이어 32년 만의 대회다. 그런데 부실한 운영으로 참가자들의 불만이 쏟아진다면 한국에 대한 홍보는커녕 불신만 초래할 게 우려스럽다. 한덕수 총리는 어제 대회 공동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이번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참가자 안전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행사가 한국을 홍보하는 기회가 될지, 국제적 망신이 될지는 남은 기간이라도 정부와 조직위가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앙일보 사설
08-04 세계의 걱정거리 ‘새만금 잼버리’ 안전에 총력 다해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폭염 속에 지난 1일 개막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세계 젊은이들의 야영 축제’ 본연의 역할은커녕 난민촌을 방불케 하며 세계의 걱정거리로 전락했다. 개영식이 열린 2일 하루만 해도 온열 질환 315명 등 113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조직위원회 공식 SNS에는 3일에도 각국 청소년과 부모 등이 참담한 현장 사진과 함께 비판·분노·우려의 글을 쏟아냈다. 158개국 청소년과 지도자 4만3000여 명이 참가한 새만금 잼버리의 주제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를 들먹이기조차 민망한 현실로, 국가 망신이다.
2017년 유치 확정 후 6년간의 준비 부실 탓이다. 벨기에의 어느 부모는 “아이들이 그림자도 없이 불타오르는 더위와 끓는 천막에서 모기 1억 마리와 싸우고 있다. 음식과 물도 부족하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너무 더러워서 도저히 못 가겠다고 한다. 이 지옥을 당장 끝내야 한다”고 항의했다. 늪으로 변한 야영장에 위험하게 세워진 텐트 사진을 전한 포르투갈 인솔자는 “여기가 (절박한 생존 경쟁을 다룬 한국 영화) ‘오징어 게임’ 촬영장입니까!” 하고 성토했다. 참가자 전체의 심정이다. 오죽하면 미국·영국·독일 등은 외교관을 현지에 보내 대책을 마련하거나, 한국 정부에 우려를 공식 제기하겠는가. 그런데도 여성가족부 출신의 조직위 사무총장은 “개영식의 K-팝 행사에서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분출하느라 체력을 소진해서 그렇다”는 황당한 궤변으로, 책임을 청소년에게 덮어씌우기까지 했다.
1991년 강원도 고성 잼버리 이후 32년 만에 다시 개최하고도 끝까지 망치진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안전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가부 장관에게 잼버리 종료일인 12일까지 현장에서 직접 챙기게 하고, 그늘막 증설을 위한 공병부대 파견도 긴급 지시했으나, 그것에 그쳐서도 안 된다. 여가부 장관과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인 행정안전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은 물론 집행위원장 전북도지사도 책임이 무겁다.
문화일보 사설
08.04 30년 전 성수대교 붕괴 때 외친 ‘건설 감리 강화’ 변한 건 없었다

▲<YONHAP PHOTO-2473> 계속되는 보강 작업 (오산=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3일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에서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8.3 xanadu@yna.co.kr/2023-08-03 15:20:02/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아파트 기둥 철근 누락 조사 결과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할 ‘건설 감리’는 이번에도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 도면엔 기둥과 슬래브 연결 지점에 전단 보강근을 늘리라고 되어 있는데 아예 다른 층에 배근한 것을 감리 업체가 잡아내지 못했다. 도면대로 시공됐는지 확인하는 것조차 놓쳤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등을 계기로 200억원 이상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 책임 감리제가 도입됐다. 선정된 민간 감리업체가 설계·원가·품질감리까지 책임지라는 것인데 30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 LH의 철근 누락 사태엔 발주처인 LH와 감리업체 간 유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선 241개 기둥 중 72개에서 철근이 빠졌지만 감리업체가 잡아내지 못했다. 이 감리업체는 감리 소홀로 최근 3년 새 벌점을 여섯 차례나 받았는데도 용역을 따냈다. 알고 보니 LH 퇴직자가 23명이나 취업해있다. 철근이 누락된 LH아파트 단지 15곳의 감리 회사 중 8곳이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회사였다. 공공건설의 경우 발주처가 감리회사를 선정하다 보니, LH가 설계·시공·감리회사까지 마음대로 좌우한다. 한 사람이 검사·판사 다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LH 발주 공사도 감리업체를 LH가 아닌 지자체 등이 선정해 전관 유착 등 비리가 발생할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
현재 민간업체가 아파트를 지을 땐 지자체가 감리회사를 선정해 감리의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감리업체에 대한 처벌도 인가 취소, 영업 정지, 벌점 등 비교적 엄격한 장치가 있다. 문제는 감리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감리 능력이 떨어지고 발주처의 눈치를 본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해결될 때까지 감리인이 공사를 중지시켜야 하지만 공기 지연을 싫어하는 발주처 앞에서 그럴 수 있는 감리 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제 감리인이 재시공이나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감리업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설계와 시공의 감리를 한 사람이 하는 경우가 잦다. 건설사 퇴직자 고용 인력이 많아 현장 검측에서 느슨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다 보니 1000가구 입주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 많아야 5~6명의 감리인이 투입된다. 작업 전 과정을 제대로 지켜볼 수가 없다. 안전에는 비용이 든다. 감리 비용을 필요한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감리 업체가 공사 발주처의 눈치를 보지 않게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해야 한다. 감리가 형식적으로 되면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8.04 신림동 모방 테러 예고 9건… 결국 13일 만에 또 참사 터졌다
[또 묻지마 칼부림] 분당 흉기 난동, 따라했을 가능성
서울 신림동 칼부림 테러 13일 만에 또 다른 흉기 테러가 발생했다. 신림동 테러 이후 비슷한 ‘묻지 마 테러’ 예고가 잇따른 끝에 결국 현실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신림동 테러가 낳은 모방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림동 테러범 조선(33)은 지난달 21일 미리 준비한 예리한 흉기를 들고 신림역 주변을 돌며 눈에 띄는 남성들을 잔혹하게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분당 서현역 AK플라자 '출입 통제' - 경찰이 3일 오후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 플라자를 통제하고 있다. 이날 이곳에서는 20대 피의자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시민 14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1
이후 비슷한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예고가 잇달았다. 경찰에 따르면, 조선의 테러 이후 3일까지 총 9건의 모방 범죄 예고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첫 범죄 예고 글은 신림동 사건 이후 사흘 만인 지난달 24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왔다. “신림역에서 한국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과 함께 자신이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한 흉기의 사진을 올렸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글 작성자 이모(20대 남성)씨가 이튿날 경찰에 자수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성만 희생된 신림역 사건에 대한 일부 여성들의 남성 혐오적 반응에 분노를 느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를 협박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모방 범죄 예고가 잇달았다. 이씨가 자수한 바로 그날, ‘오늘 밤 신림 일대에서 여성 1명을 강간 살인할 예정’이란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일주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일 오후 11시 10분쯤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에 다음 날 신림동에서 살인 암시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인생 다들 행복하게 사는데 내일 밤 신림에서 누군가 칼 들고 나타날 것”이라고 적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서울경찰청은 3일 강력범죄수사대에 ‘살인예고글 전담대응팀’을 구성했다. 사이버범죄수사대가 피의자를 특정하면 전담팀의 강력 형사가 투입돼 추적 검거하겠다는 것이다.
그 발표 직후 이번 서현역 사건이 터졌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신림역 테러가 서현역 테러를 낳은 것으로 본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서현역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크며, 이번에는 범행 장소가 다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림동 사건은 열등감에서 비롯된 칼부림이었다면 서현역 사건은 ‘백화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아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과 매체에 보도된 신림역 사건 기사 등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종의 촉발제가 됐을 수 있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최근 한국의 길거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경찰이 수사 영역 외에도 치안 역량을 높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08.04 분당 테러범, 전날 흉기 2점 샀다...고교 자퇴후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
대인기피증으로 고교 자퇴, 정신과 치료 받아

▲끔찍했던 순간 -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 플라자에서 20대 피의자(가운데)가 흉기를 휘두르자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는 모습. 이 백화점 방범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이다. 이날 피의자의 '묻지 마 칼부림'으로 시민 14명이 다쳤다. /독자 제공
지난 3일 오후 퇴근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번화가 한복판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 피의자 최모(22)씨는 분열성 성격장애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경찰에 따르면 분당 흉기난동 사건 관련 수사전담팀이 1차 조사를 진행한 결과, 피의자 최씨는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아왔으며,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최씨는 경찰에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내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며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씨가 피해망상 등 정신질환에 따른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범행 하루 전 서현역 인근 대형마트에서 흉기 2점을 미리 구입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정황도 파악됐다.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출동한 119구조대원과 시민들이 흉기에 찔려 쓰러진 피해자들에게 응급처치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트위터


▲그래픽=이철원

▲작은 사진은 피의자가 사건 현장에 몰고 온 경차. /연합뉴스·트위터
경찰은 이날 추가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전날 오후 5시 59분 성남 분당구 수인분당선 서현역 AK플라자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난동과 이에 앞선 고의 차량 돌진 등으로 현재까지 모두 14명이 다치고, 이중 2명이 위중한 상태다.
조선일보 김수언 기자
08-04 묻지 마 칼부림 빈발… ‘예방 치안’ 획기적 강화 시급하다
일반 시민을 상대로 살상을 저지르는 ‘묻지 마 흉기 난동’ 범죄가 속출하면서 국민 불안이 더 심각해졌다. 신속한 범인 제압과 피해 최소화, 최고 수준의 형사 처벌 등 사후 대응이 중요하지만, 범행 발생을 막을 ‘예방 치안’의 획기적 강화도 시급하다. 묻지 마 범죄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한 만큼 완벽한 원천 봉쇄는 쉽지 않다. 그래도 경찰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치안 역량은 미덥지 않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심야와 치안 취약 지대 등에 대한 ‘경찰 순찰’을 보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치안 실패 사례도 수두룩하다.
3일 발생한 경기 분당 서현역 인근 사건은 ‘묻지 마 테러’라고 부를 만큼 충격적이다. 범인이 승용차를 인도로 몰아 5명을 치고, 백화점에서 칼을 휘둘러 9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1명이 살해되고 3명이 다친 ‘묻지 마 칼부림’ 이후 13일 만이다. 여러 건의 다른 모방범죄도 예고됐다. 최근 마약 사범 급증만 보더라도 이대로 방치하면 자칫 일상화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적 대응의 수위를 한 차원 높여야 한다. 분당 사건 범인과 범행 동기에 대한 정밀 추적은 대응책 마련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은 이제라도 예방 치안의 획기적 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인구 밀집 지역, 다중이용시설엔 방범 순찰을 늘려야 한다. 유니폼 입은 경찰과 경찰차 경광등 존재 자체가 예방 효과를 갖는다. 테이저건 등 테러범 제압에 유용한 장비도 갖춰야 한다. CCTV도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 경기장이나 공연장, 대형백화점 입구에 검색대를 설치하자는 주장까지 나올 지경이다.
경찰은 지난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국가수사본부 등을 설치했지만, 정작 ‘국민의 지팡이’ 역할은 내팽개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고,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지원 및 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8-04 서현역 난동범, 부모차로 범행…부모 “내 차가 왜 거기에, 범인 잡혔나요”

▲3일 ‘서현역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모 씨(22)는 어머니 명의로 돼 있는 모닝 차량을 타고 인도에서 행인을 친 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내부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14명이 다쳤다. 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백화점 인근 도로에서 행인 5명을 들이받고 흉기로 9명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최모 씨(22)가 어머니 소유 차량을 운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의 아버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차가 왜 거기에 있느냐. 범인은 잡혔느냐”며 혼란스러워했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차량과 흉기로 난동을 부린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어머니 차를 운전해 집에서 사건 현장으로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고 발생 직후 최 씨의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희 차가 지금 사건 현장에 쓰였다고요? 그 차가 왜 거기에 있느냐”며 몇 번이나 범행에 해당 차량이 사용된 게 맞는지 되물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자신에 대해 소개한 최 씨 아버지는 사건 발생 1시간 반이 지날 때까지 부부가 쓰던 차량을 아들이 타고 나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모르고 있었다. 최 씨 가족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같이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키를 누구에게 빌려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최 씨 아버지는 “그런 적이 없는데 상황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고 말했다. 그는 “너무 혼란스럽다. 저희 차가 왜 거기에 있느냐. 서현역 사건에 쓰인 차가 그 차가 맞느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여러 차례 되물었다.
최 씨는 부모 소유의 차량을 끌고 나와 AK플라자 앞 인도로 돌진, 보행자를 들이받고 차량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흉기 난동을 벌였다. 이 차량의 명의자는 최 씨 어머니이고, 부모 모두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최 씨의 아버지 등은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가 3일 오후 5시 55분경부터 10분 동안 차량과 흉기로 벌인 무차별 난동으로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차량 사고 피해자만 5명이다. 차량에 들이받힌 6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회복했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해 뇌사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인기피증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2020, 2021년경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이 내려졌다고 한다.
경찰은 이런 최 씨의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최 씨 가족은 “최 씨가 제때 제대로 치료하지는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선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그들이) 나의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08-04 대낮 고등학교서… 교사 ‘흉기 피습’
20대男, 교실 밖 기다리다 찔러
교사 병원이송… 의식없는 상태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민정혜 기자
대전 대덕구 S 고등학교에서 4일 오전 10시 3분쯤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겼고, 경찰은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이날 대전소방본부와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용의자는 교무실에 찾아와 해당 교사를 찾았고 수업 중이라는 말을 듣고는 교실 밖에서 1시간가량 기다리다 화장실을 가려고 나온 교사 A 씨를 찌르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을 목격한 행정실 직원은 “피를 흘리는 부장 교사님이 갑자기 행정실 문을 열고 들어와 119에 신고해달라고 말한 뒤 쓰러졌다”며 “가해자는 검은 티 차림의 청년으로 재학생인지 졸업생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자신을 학교 졸업생이라고 밝히고 교내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A 씨가 “내가 잘못했다”는 말을 했다고 목격자가 진술한 만큼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 신원을 아직 특정하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한 사건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08-04 [속보]고교 교사 ‘흉기 피습’ 용의자 검거…‘의식불명’ 교사 긴급 수술 중
4일 오전 10시 3분께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한 남성이 검거됐다.
대전경찰청은 사건 접수 후 2시간 17분 만인 이날 낮 12시 20분쯤 사건 현장에서 서남쪽으로 7∼8㎞ 정도 떨어진 중구 태평동 한 도로에서 용의자 A씨를 검거했다.
A씨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교육 당국 등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학교 정문에서 본인을 ‘졸업생’으로 소개하고 교내로 들어온 뒤 교무실을 방문, 교사 B(49)씨를 찾았다.
그는 ‘수업 중’이란 말을 듣고 교실 밖에서 기다리다 화장실을 가려고 나온 교사 B씨를 찌르고 그대로 달아났다.
B씨는 이후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긴급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전경찰청은 대덕경찰서 형사팀 전원과 강력범죄수사대 3개팀, 경찰특공대 등 200여명을 동원해 A씨 추적 작전을 벌였다.
문화일보 박세영 기자
08-04 文정부가 타락시킨 LH, 근본적 구조개혁도 검토할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일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워낙 타락했기 때문이다. 대한주택공사(1962년 설립)와 한국토지개발공사(1979년 설립)를 모태로 한 LH에 대한 개편 논의가 이어져 온 만큼, 차제에 그런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LH 3급 이상 퇴직자 6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건설 관련 업체에 취업했고, 지난 6년간 전관 업체에 9조 원 이상의 계약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 공모의 65%, 용역 종합심사의 93%를 이들 업체가 싹쓸이했다.
문 정부의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에 앞장서면서 LH 타락상은 도를 넘었다. 실패한 주택정책임에도, 3년 연속 최우수 공기업 A 등급을 받았고 임직원은 2977명(45%) 늘어났다. 대선 캠프 출신의 ‘낙하산’ 상임감사는 2019년 안전 분야 부패 근절 공로로 문 대통령으로부터 ‘기관 표창’까지 받았다. ‘철근 없는 아파트’ 씨앗이 당시에 뿌려진 점을 감안하면, 부패 카르텔도 의심된다.
LH는 3년 전에도 임직원 땅투기 사태로 “해체 수준의 개혁”을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문 정부의 ‘검수완박’ 논리에 밀려 경찰·국세청·금융위원회로만 수사본부가 꾸려지면서 흐지부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끝났다. 토지와 주택 기능을 분리하는 혁신안도 ‘경남진주혁신도시 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 출범 등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 논리에 밀려 좌초했다. 엄정한 부패 척결은 기본이다. 나아가 분사(分社)와 경쟁체제 도입, 최소한의 필수 기능만 남긴 채 민간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 근본적 구조개혁을 검토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8-04 오송 참사와 문재인 죄책

김세동 논설위원
오송 참사 根因은 미호강 붕괴
기존 제방 헐고 쌓은 임시 제방
환경부·지자체 모두 관리 안 해
文정부서 치수권 환경부 이관
수자원公·홍수통제소도 넘겨
환경 탈레반 득세로 준설 못 해
집중호우로 충북 청주, 경북 예천 등 전국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한 이틀 뒤인 7월 1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퇴임 후 “자연으로 돌아가 잊힌 사람이 되겠다”고 했으면서도 SNS에 온갖 자질구레한 사진과 글을 올리고, 오만 세상사에 참견하며, 책방까지 열어 지지자를 끌어모으는 등 거의 ‘조국(曺國) 반열’에 오른 그이기에 웬만한 글은 쳐다보지 않게 되는데, 물난리 피해가 너무 심각해 혹시나 하고 찬찬히 읽어봤다. 역시나였다.
그는 “인명 피해가 많아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고 한 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의 안전 기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개인과 기업, 지자체와 정부에 이르기까지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대응을 더욱 높여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공자 말씀만 늘어놓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일말(一抹)도 없었다.
이번 폭우 참사에서도, 특히 인재이자 관재(官災)로 지목되는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사망한 사건의 1차 원인은 지하차도에서 300m 떨어진 미호강 제방 붕괴다. 미호강 범람 경고가 지속하는 와중에도 궁평2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충북도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무신경과 무능력도 문제지만 미호강 제방이 붕괴하도록 방치한 게 근본 원인이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발주하면서 기존 제방을 40m가량 허물고 공사를 진행하다 장마철이 다가오자 임시 제방을 쌓았는데, 그게 붕괴했다. 이 공사에 대한 하천 점용허가권을 가진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이 임시 제방 축조가 제대로 됐는지 관리 감독을 하지 않은 의혹이 나왔다. 동영상을 보면 미호강 붕괴 전에 밑부분에서부터 물이 새고 있는데, 임시 제방을 대형마대(톤백) 등으로 튼튼하게 쌓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하게 밀어붙인 물관리 일원화 정책으로 미호강 관리는 금강유역환경청이 맡고 있는데, 이를 다시 충북도에 위임하고, 충북도는 청주시에 재위임했다. 이러다 보니 책임 소재도 분명치 않아 미호강 붕괴 전에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충북도, 청주시 어느 곳도 임시 제방의 안전성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온난화(warming)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기후 재난의 일상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문 정부는 수질 관리 등 규제를 주 업무로 하는, 그래서 하천 관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환경부에 수자원 관리까지 맡겼다. 완전히 거꾸로 간 것이다. 이에 수자원공사, 홍수통제소도 환경부 소관으로 바뀌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상식에도 맞지 않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4대강 보(洑)를 쉽게 해체하기 위해 환경단체 친화적인 환경부로 수량·하천 관리까지 몰아줬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아마추어에게 치수를 맡긴 것에 더해 문 정부 내내 준설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도 미호강 제방 붕괴에 일조했다. 2017년 미호강 유역 홍수 이후 준설 계획이 추진됐으나 환경부로부터 예산을 받지 못해 진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거의 매년 물난리를 겪으면서도 ‘강물은 흘러야 한다’ ‘하천을 자연 상태로 두라’ ‘모래톱을 없애면 철새 도래지가 사라진다’는 등 한가한 소리나 하는 ‘환경 탈레반들’이 득세한 상황에서 하천 준설 같은 근본 대책은 엄두도 못 냈다.
역대급 폭우 사태로 모두 49명이 사망하고 3명이 아직 실종 상태다. 이만하면 원죄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치수 관리의 국토교통부 환원 조치에 앞장설 법도 한데, 외려 화를 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송 참사는 물관리 일원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윤석열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과 무책임이 만들어낸 인재”라고 하는 등 책임 전가에만 급급했다. 치수권 국토부 원대 복귀가 민망하다면 ‘수자원청’이나 ‘물관리청’ 신설 같은 대책이라도 꺼내 보기 바란다. 그게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같은 설익은 이념주도 실험 정책으로 나라를 결딴낸 데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자 죄 씻음이다.
문화일보
08-04 금강·영산강 5개 보 해체·상시개방 취소
국가물관리委 “절차상 하자"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4일 회의를 열어 2년 전 문재인 정부 당시 금강·영산강 유역의 5개 보에 대해 내려진 해체 또는 상시개방 결정을 취소했다. 이번 결정은 문 정부에서 이들 5개 보를 해체하기로 하며 근거로 활용했던 안에 절차상·내용상 하자가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이달 중 공청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어서 4대강 및 보 해체를 둘러싼 15년 논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회 국가물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난 2021년 1월 위원회가 확정했던 금강과 영산강 유역 5개 보의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을 취소하기로 심의·의결했다.
2년 전 위원회가 내린 해체(세종보·죽산보·공주보) 및 상시개방(백제보·승촌보) 결정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위원회의 민간위원장을 맡은 배덕효 세종대 총장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2021년 1월 위원회 심의·의결의 판단 근거가 됐던 보 처리방안 제시안에 절차상·내용상 하자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2년 전 보 해체·상시개방 논의를 ‘4대강 사업 반대론자’가 주도해 편향된 심의가 이뤄진 점,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졸속 결정이 이뤄진 점 등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0일 감사원이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감사 보고서’에도 이 같은 정황이 담겼다. 위원회가 기존의 보 처리방안을 취소하기로 하면서 관련 내용이 포함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대한 변경 작업도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 측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일상화된 기후 위기로 홍수, 가뭄 등 극한 기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위원회의 보 처리 방안 취소 결정으로 4대강 보의 활용 계기가 마련됐다”며 “현존하는 기후 위기에서 앞으로 물관리엔 가용한 모든 데이터와 기술, 자원을 동원해 선제적으로 대응해가겠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08-04 농민들 “보 기능 회복 다행… 물 걱정없이 농사짓게 돼”
지역 주민들 “정부의 결정 환영”
시민단체 “물관리위 졸속” 반발
공주=김창희·나주=박팔령 기자
정부가 금강·영산강의 5개 보에 대한 해체 결정을 취소하고 보 기능을 회복하기로 하자 지역 주민들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정부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보 해체 결정에 가장 강력한 반대 활동을 벌였던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회장 이국현) 윤응진 사무처장은 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공주보 부분해체 결정과 완전 개방으로 농민들의 걱정이 컸는데 만시지탄이지만 공주보가 기능을 원상회복하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반겼다.
윤 사무처장은 “2020년 당시 정부가 공주보 해체 시 30년간 90억 원의 편익이 발생한다는 것을 해체 근거로 내세우는 것을 보고 23조 원을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묻지 마 지출’을 하는 참 코미디 같은 일을 벌인다고 생각한 바 있다”며 “최근 당시 관련 위원회에서 해체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평가 결과를 인위적으로 왜곡했다는 조사 결과 발표를 듣고 또 한 번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멀쩡한 보를 부순다니 걱정이 컸는데 이제 보 기능을 회복하게 되면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고 금강의 수변 경관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회장은 “이번 수해로 공주 지역의 피해가 컸지만 4대강 사업이 없었다면 공주 전역이 모두 물바다가 됐을 것”이라며 “차제에 정부는 유구천, 정안천 등 금강 지천 정비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 등 치수에 신경 써 극한 호우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남 영산강 유역 주민들도 정부 결정을 반기고 있다. 이재남 나주시의회 기획총무위원장은 “영산강의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지역민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고 환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봄 가뭄 때 너무 간절하게 영산강 물 부족을 뼈저리게 실감했고 광주에서도 영산강 물을 가져다 썼다”며 “나주시 여론조사에서 주민 76%가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 정상화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충남녹색연합 등으로 구성된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결정이 졸속”이라며 “환경부가 국가물관리위원회 세탁을 거쳐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용산에 공물로 바치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문화일보
08-04 폭우로 보 존치 필요성 커져… ‘4대강 치수’ 정상화

▲임시국무회의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인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온열환자 속출 사태 대응을 위한 예비비 지출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 5개 보 해체·상시개방 취소
민간위 “文정부때 편향된 결정
이제라도 과학 기반 대책 마련”
‘4대강 15년 논쟁’ 종지부 찍어
국힘 “치수 정책 전환 계기로”
민주당 “근거없어” 항의 회견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4일 금강·영산강의 5개 보에 대한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을 전면 취소하면서 지난 15년 이상 이어져 온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 대형 계획을 과학이 아닌 이념 잣대로 판단하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 접근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결정이 ‘치수(治水) 정책’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항의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결정을 강력 비판하기로 방침을 정해 정치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심의·의결한 금강·영산강 5개 보(세종보·죽산보·공주보·백제보·승촌보) 해체 및 상시개방 취소 결정은 환경부가 감사원의 감사 등을 토대로 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해 이뤄졌다.
배덕효 민간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번 위원회의 의결은 과거 편향된 의사결정 체계와 비과학적 근거 자료를 토대로 성급하게 결정된 보 해체 결정을 바로잡은 것”이라며 “4대강 보 운영 정상화와 함께 지류·지천 정비를 포함한 치수 대책 마련,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에 기반한 홍수 방지 대책 선진화 등 시급한 과제들에 대해 위원회가 컨트롤타워로서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지난 2021년 1월 위원회의 의결을 뒤집고 보 처리 방안을 전면 변경하기로 한 것은 2년 전 의결 과정에 절차상, 내용상 하자가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5개 보의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을 내린 4대강 조사·평가단 내 기획위원회가 특정 시민단체 추천인으로 채워지는 등 편향성을 자초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위원회는 지난달 20일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 결과도 이번 의결 과정에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4대강 조사·평가단이 2019년 2월로 설정한 국정과제 시한을 지키는 데 급급해 보 해체 판단의 결정적 근거로 쓴 경제성 분석을 불합리하게 했다고 결론 냈다.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로 보의 역할이 부각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최근까지 15년 넘게 이어져 온 보 해체 또는 존치 논쟁을 바로잡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이번 4대강 보 해체 정책 복원이 제대로 된 치수 정책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정부의 이른바 ‘4대강 재자연화’는 4대강 반대론자, 환경단체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추진됐다”며 “급변하는 기후변화 속에서 가뭄,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홍수 피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 ‘이념’보다는 ‘과학’에 근거한 물 관리 대책을 마련해 각종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 결정을 비판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 긴급 항의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은 통화에서 “보 상시개방으로 수질이 나빠졌다는 어떤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1급수 물고기가 다시 들어오고, 녹조도 개선됐다”며 “보는 홍수 때 물 흐름을 방해해서 전혀 도움도 안 된다. 물 문제까지 정쟁화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김유진·김성훈·최지영 기자
08.05 잇따르는 묻지마 칼부림과 모방 범죄, 테러로 보고 대응해야
경기도 분당의 한 백화점에서 20대 남성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14명이 다치는 사건이 3일 발생했다. 이 중 12명은 중상이다. 범인은 도망가는 행인들을 쫓아가며 흉기로 찔렀다. 피해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변을 당했고 백화점 이용객들과 행인들은 극심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최근 서울 신림동에서 발생한 ‘묻지 마 칼부림’ 사건 이후 13일 만에 끔찍한 칼부림 난동이 또 벌어진 것이다. 4일엔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고, 대전에선 고등학교에 침입한 남자가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른 사건도 발생했다. 그동안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우리 사회의 치안이 흔들리자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신림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만 수십 건에 달해 모방 범죄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구속됐는데도 무차별 살인을 예고한 글은 계속 나오고 있다. ‘분당 사건’도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 범인은 차를 몰고 백화점 앞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다치게 한 뒤 차에서 내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대낮 번화가에서 흉기를 휘두른 신림동 사건, 2008년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 번화가에 차를 몰고 돌진한 뒤 차에서 내려 행인들을 흉기로 찔러 7명을 살해한 ‘아키하바라 사건’과도 유사하다.
분당 사건 범인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이후 병원에서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은 대면 관계에 어려움이 있어 상대적으로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크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 사건 범인이 신림동 사건과 그 이후 인터넷에 떠돈 ‘살인 예고’ 글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묻지 마 범죄’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몰라 예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모방 범죄까지 더해지면 심각한 사회 불안이 생길 수 있다. 경찰은 우선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이들을 빨리 추적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흉악 범죄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지시했고, 경찰은 특별 치안 활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경찰에만 맡길 수준을 넘어섰다. 국가 차원에서도 묻지 마 범죄를 ‘테러 행위’로 간주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묻지 마 테러를 가중 처벌할 수 있는 입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신 질환자 관리 체계나 경쟁 사회에서 낙오한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에 허점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잔인한 폭력물로 넘쳐나는 한국 영화와 일부 TV 프로그램이 이런 범죄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사설
08.05 英 이어 美 철수 결정… 스카우트연맹도 잼버리 중단 권고

▲5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영지 내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여 있다./연합뉴스
영국·미국까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를 떠나기로 하고 벨기에마저 조기 철수를 검토중인 가운데, 세계스카우트연맹도 5일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조기 종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까지 예정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정상 운영이 어려워졌다.
5일 오전 9시에 열리는 각국 대표단 회의에서 ‘강행’과 ‘중단’ 또는 ‘축소 운영 후 조기 폐막’ 중 하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예정했던 언론 브리핑을 오후 3시로 연기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영국 철수 결정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주최측인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예정보다 일찍 행사를 종료하고 참가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정부에 추가적인 재정·인원 지원을 요구하고, 참가자들의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주요 참가국들이 행사장을 떠나고, 세계스카우트연맹까지 조기 종료를 요청하면서 새만금 잼버리의 운영은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지난 4일 가장 많은 4500여명의 청소년을 파견한 영국이 야영지에서 철수하기로 한 가운데, 1200여명이 참가하는 미국도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으로 옮기기로 했다.
벨기에 대사관도 인천에 있는 대형 시설에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행사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새만금 세계 잼버리에서는 개막일부터 온열 환자가 속출하는 등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이 같은 추세면 다른 참가국도 철수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 새만금 잼버리는 이미 파행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브리핑에 따르면, 3일 잼버리 행사 참가자 가운데 총 1486명이 병원을 찾았다. ‘벌레 물림’이 383명, ‘피부 발진’은 250명이었다. ‘온열 증상자’는 내원객 가운데 9.4%인 138명이었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08.05 필리핀·사우디·아르헨 남고 美·英 떠났다…'폭염' 혼돈의 잼버리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진행되고 있는 5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에서 대원들이 워터슬라이드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 3개 국가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캠프장 퇴소를 결정한 가운데 필리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대표단은 야영장에 남겠다고 5일 밝혔다.
데일 코베라 필리핀 스카우트 연맹 대표단장, 하마드 알라야 사우디 스카우트 연맹 의장, 마리나 로스틴 아르헨티나 의장은 이날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행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잔류 의사를 밝혔다.
스카우트 아태지역 의장이기도 한 코베라 필리핀 단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자연환경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러한 행사를 지속해서 운영되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며 "한국 정부가 대표단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알라야 사우디 의장은 "이러한 기후 환경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의 잼버리는 이전보다 훨씬 좋은 환경이다"라고 했다.
로스틴 아르헨티나 의장도 "각국 대표단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매일 아침 논의를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다양한 지역 기관들이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개선들이 이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캠프장 철수를 통보한 영국은 이날 오후 12시 20분쯤 잼버리 야영지를 출발해 서울로 향했다. 영국에 이어 미국 대표단도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은 경기 평택에 있는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대표단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싱가포르 등 세 나라가 조기 퇴영을 결정한 데 이어 독일, 벨기에 등 다른 국가들도 철수를 검토하고 있어 잼버리는 사실상 중단 위기에 처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08.07 잼버리, 6·25 참전국에 부끄러워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영국 참가자들이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는 2018년 11월 29일 본회의에서 새만금 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이 법안은 찬성 210표, 기권 6표로 가결됐다. 4년여 뒤 잼버리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두가 안다. 하지만 여야는 당시 자기들이 일치단결해 입법한 특별법 존재는 알기나 하는지 ‘네 탓 공방’에 여념이 없다.
민주당은 “여성가족부 장관이 스카우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안규백) “세계 대회를 이따위로 준비한 나라가 있나”(정성호) “역대급 나라 망신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지경, 대통령은 뭘 했나”(권칠승)라고 비난을 쏟아낸다. 이 의원들은 모두 특별법 제정에 찬성했다. 여당이 되고도 전(前) 정권 탓을 하는 상당수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특별법에서 여야는 “세계 160여 국, 5만여 명 청소년이 참가하는 2023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대책이 시급하다”며 “철저한 잼버리 준비 및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특별법 문구만 보면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잼버리가 됐어야 옳다. 그러나 배수가 안 되는 간척지에 폭염까지 겹쳐 벌레가 들끓는 현장의 문제점이 줄곧 지적됐는데도 법률에 찬성한 의원 대부분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영국·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지난 5일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영·미는 6·25전쟁 최대 참전국이다. 영국은 5만6000명, 미국은 178만9000명을 한국에 파병했다. 당시 열아홉 나이에 한국에 왔던 영국군 파병 용사 콜린 태커리(93)씨는 냄새로 한국을 기억한다고 한다. 당시 그가 입국한 부산항 주변엔 인간 배설물 냄새가 진동했다. 후각은 인간의 오감(五感) 중 기억과 감정을 가장 생생하고 오랫동안 간직한다.
70년 뒤 한국은 올림픽·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국민 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는 선진국이 됐다. 그러나 참전국 후손들에게 깨끗한 화장실 하나 제공하지 못했다. 10대 영·미 스카우트 대원들은 “더러운 화장실을 참기 어렵다”며 퇴소했다. 이번 잼버리에 영국은 4500여 명, 미국은 1200여 명을 보냈다. 이들의 기억에 한국이 70년 전 그때처럼 ‘악취가 진동하는 나라’로 남게 된다면 슬픈 일이다.
서울 성공회대성당엔 6·25 영국군 전사자 추모 석판이 있다. ‘하느님은 이들 중 그 누구도 잊지 않으시리라’라고 새겨져 있다. 영국군은 당시 5000명 가까운 인명 피해를 봤다. 신(神)은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겠지만, 정전 70주년을 맞은 한국은 참전국 후손 수천 명에게 악취를 선사했다. 6·25 당시 한국을 도운 63국, 이번 잼버리에 참여한 158국의 눈에 한국은 그냥 코리아다. 문(文)코리아와 윤(尹)코리아로 나뉘어 잼버리 파행마저 정쟁 소재로 활용하는 한국의 국회. 참전 용사와 그 후손에겐 어떻게 보일까.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8.07 ‘살인 예고’ 54명 검거, 테러 맞설 경찰 면책 확대를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 사건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뉴스1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이를 모방한 ‘살인 예고’ 글이 인터넷에 잇따르고 있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사건 이후 100여 건의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왔고, 경찰은 6일 현재 작성자 54명을 검거했다고 한다. 이 중엔 해군 일병도 있었다. 대부분 장난 삼아 올린 게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식칼을 들고 활보하다 붙잡힌 20대 남성은 “경찰관을 찔러 죽이겠다”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 중 하나라도 실행돼 모방 범죄가 이어지면 심각한 사회불안이 생길 수 있다.
분당 사건부터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보름전쯤 서울 신림동에서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는데 분당 사건 범인은 범행 전 ‘신림역’ ‘사시미 칼’ 등을 검색했다고 한다. 신림동 사건 범인도 범행 전 ‘홍콩 묻지 마 살인’ 등을 검색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모방이 또 다른 모방을 계속 낳고 있는 것이다. 그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찰은 우선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이들을 다 추적해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한 현직 경찰관은 “국민은 알아서 각자도생하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이 범행 진압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했다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범죄자 상대하면서 소송당하고, 무죄 받고도 민사소송에서 수천만, 수억씩 물어주는 게 정상적인 나라냐”고 했다. 대통령과 경찰청장은 흉악 범죄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주문했지만, 현장 경찰관은 그러기 힘들다고 한 것이다. 실제 몇 년 전 난동 부리는 취객을 막으려다 다치게 한 경찰관이 독직 폭행 혐의로 기소되고, 5300만원을 합의금으로 물어준 일이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현장에선 경찰이 방어적,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관련 법이 개정돼 범죄 진압 때 형사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경찰들은 말한다. 법원이 경찰의 정당한 직무 집행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고, 민사 배상 책임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선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해 위해가 발생하더라도 기소되거나 실제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손해배상 면책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강력 범죄 대응에 주저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시민 안전을 지킬 수 없다. 흉악범 진압을 위한 경우엔 경찰에 적극적으로 면책권을 부여하고, 법원도 정당한 업무 집행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07 지금이 ‘건설 복마전’ 척결 기회다

신보영 경제부장
아파트 붕괴도 부를 부실 시공
민낯 드러난 건설업계 카르텔
비용에 불신까지 심각한 해악
설계·시공·감리 견제와 보완
LH 자정 포함 장기 대책 필요
야당도 카르텔 혁파 동참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주차장의 무더기 철근 부실 시공 사태는 알음알음 퍼졌던 건설업계 복마전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 사회를 좀먹는 다양한 모순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선, 건설업계가 설계에서 시공, 감리까지 전(全) 공정이 짬짜미로 점철돼 있다는 사실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의 ‘무량판 공법’(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구조)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에서 더 밝혀지겠지만, 하청에 재하청·재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공정 단계는 비리의 기반을 제공한다. 불법 하도급 업체가 관여했거나 불법적 수의계약 가능성도 크다. 이처럼 불투명한 구조는 철근 등 건설자재 빼먹기나 분양가 부풀리기, 타워크레인 월례비로 대표되는 ‘건폭’ 같은 행위를 쉽게 양산한다. 여기에 지역 조폭의 건설업 진출과 미숙련 외국인노동자 급증까지 엮이면서 광주 아이파크 붕괴, 인천 검단 GS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이어졌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공기업 내부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와 정부의 관리 부실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발주 아파트 15단지 중 10개 단지의 감리 업체는 2019∼2022년 LH로부터 감리 미흡 등을 이유로 벌점을 받았는데도 버젓이 추가로 사업을 수주했다. 이 중 8개 업체는 LH 출신의 ‘전관’이 재취업한 곳이다. 연간 10조 원 규모에 달하는 공사 및 용역을 발주하는 LH가 이처럼 부실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충격이다. 특히 LH가 2021년 내부 정보를 이용한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이후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지난 2년간 무엇을 자성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건설업계와 LH 전관이 결탁한 이권 카르텔이 부를 후폭풍이다. 일단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다. LH 발주 아파트의 주차장 보강 비용은 단지별로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8억9000만 원에 달한다. 국토부가 오는 9월 말까지 진행하는 전국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서도 철근 누락이 확인되면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105개 단지는 주거동에도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만큼, 조사 결과 일부라도 재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GS건설의 검단 아파트 전면 재시공 비용이 5500억 원이다. 105개 단지에 입주한 15만 가구가 겪을 정신적 피해에 사회적 자본 하락이라는 무형의 피해까지 따지면 이번 사태가 낳은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특히, ‘아파트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 자체를 크게 흔들 수 있다. 불신이 만연하는 사회는 장기적으로 규칙에 기반한 민주주의·자본주의 질서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사실 부패 카르텔 혁파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윤석열 정부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통계청 기준 2021년 말 165만 명에 달하는 건설업 종사자 표를 대거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건설 이권 카르텔을 방치한다면 한국 사회에 미칠 해악이 너무 크다. 쾌도난마처럼 쉽게 한 번에 깨부수기 어렵다는 점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오는 10월 발표할 종합대책에는 다각적 해법과 함께 장기적인 플랜도 담겨야 한다. 건설업계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견제와 감시’ 체제를 확립하는 게 기본으로, 이에 실패한 LH에 대한 엄중한 문책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LH 전관의 재취업 제한뿐 아니라, LH 내부의 강도 높은 자정을 강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되면서 탄생한 ‘매머드 기관’인 LH 분할도 대안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에 건설 분야도 덧붙여 장기적 국정 과제로 삼기 바란다. 3대 개혁이 미래에 방점이 있다면, 건설 개혁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지금 당장 풀어야만 하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민생을 생각한다면 건설 현장 정상화 5법을 비롯한 ‘이권 카르텔’ 혁파 법안 통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08.08 1171억 썼다는 잼버리가 이 모양, 사용처 철저 규명해야

▲잼버리 벨기에 대표단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린 사진. 한 스카우트 대원이 물 웅덩이 위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치고 있다./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파행을 거듭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들어간 예산이 1171억원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폭염 속 간척지에서 열렸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대회 예산이 380억원이었다. 3배 넘는 돈을 쓴 새만금 잼버리에선 부실한 샤워 시설과 지저분한 화장실 등 기본적인 위생 문제가 불거졌고 1000명 이상 속출한 온열 환자들은 의료진과 병상 부족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대체 어디에 쓰인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직위가 밝힌 내역에 따르면 야영장 조성에 들어간 돈은 130억원이다.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 조성에 205억원, 강제 배수 시설에 30억원 등 간접 비용까지 합치면 395억원에 달한다. 조직위는 이 밖에도 급식과 식당 운영에 121억원, 그늘막 구입에 5억4000만원, 방역 시설 완비와 해충 기피제 구비에 7억6000만원, 분뇨 처리 시설 등에 11억원 등 656억원을 추가로 썼다며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은 물웅덩이에 텐트를 쳤고 썩은 달걀을 급식으로 받았다.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북도 등 주최 측은 2017년 대회 유치 이후 예산 확대를 줄곧 요구해왔다. 그 결과 유치 당시 491억원이었던 총사업비가 2배 이상 불어났다. 잼버리 사무국 조직위는 각종 실무팀만 30개로 총인원이 117명이다. 여기에 정부지원위(30명), 실무위원회(19명), 조직위(152명), 집행위(21명)까지 더해져 비대한 행정 조직이 됐다. 이것을 유지하는 데만 84억원이 추가로 들었다고 한다. 이 조직이 제대로 작동한 것인지가 의심스럽다.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세계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를 명목으로 6박 8일간 스위스와 이탈리아 출장을 다녀왔다. 정작 이들 나라는 세계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었다. 이 밖에도 ‘호주 스카우트연맹 방문’ ‘미국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 참관’ 등 외유성으로 의심되는 해외 출장이 잇따랐다. 새만금 잼버리 예산 1171억원 중엔 국비 302억원과 지방비 418억원 등 세금이 720억원을 차지했다. 납세자들은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 국회 차원이든 감사원 차원이든 용처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08 ‘총체적 부실’ 잼버리의 최종 책임

표를 얻기 위해 툭 던진 새만금 공약이 국책사업이 됐고, 진보·보수 정부를 이어가며 폭탄 돌리기가 됐다. 1987년 12월 대선 때 당시 노태우 여당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했고, 1991년 노태우 정부가 첫 삽을 떴지만 환경단체와의 갈등과 소송으로 두 차례나 공사가 중단됐다. 착공 19년 만인 2010년에야 전북 부안과 군산을 연결하는 33.9㎞의 세계 최장의 방조제가 완성됐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었다.
컨트롤타워 혼선은 현 정부 책임
‘화장실 청소하는 총리’ 이제 그만
7년 전 KIEP 경고, 그동안 뭐했나
방조제 건설로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에 409㎢의 간척지(토지 291㎢, 호수 118㎢)가 생겼다. 이걸 어떻게 개발할지를 두고 정권마다 청사진이 제각각이었다. 노태우 정부는 100% 농지를 염두에 뒀지만 방조제 건설을 끝낸 이명박 정부는 농지 중심이 아니라 산업·관광용지 등 비농업 복합농지 중심의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산업단지를,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메카를 비롯한 친환경 그린뉴딜의 중심지를 희망했다. 윤석열 정부는 2차전지를 비롯한 첨단산업특화단지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30년간 지지고 볶았지만 크게 나아진 건 없다. 새만금과 비슷한 시기에 개발을 시작한 상하이 푸둥지구는 상전벽해로 달라져 아시아의 무역과 금융의 허브로 우뚝 섰는데 새만금은 여전히 게걸음이다. 공항·신항만 등 재정사업에 비해 민간투자는 한참 더디다. 날도 더운데 하필 그늘도 없는 새만금 간척지에서 잼버리를 연 까닭은 새만금을 국내외에 알려 투자를 받고 싶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유치를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8월 개최가 결정됐다. 새만금 잼버리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타당성 조사를 거쳤다. 당시 KIEP 보고서는 행사 위험 요인의 하나로 자연재해와 안전사고를 지적하며 이렇게 주문했다.
“무엇보다도 ‘2023 세계잼버리’가 열리는 2023년 8월 1일부터 12일까지는 한반도에 무더위가 가장 심하고 태풍과 호우로 인한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쉬운 기간이므로, 이에 대비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함.”
특히 새만금처럼 간척지에서 열린 2015년 일본 세계잼버리를 벤치마킹하라고 적시했다. “(일본도 잼버리 기간에) 날씨가 매우 무더웠으나 사전대회(2013년)의 경험을 토대로 쉼터용 텐트를 충분히 마련하고 물 제공량을 늘리는 한편, 식자재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무더위와 관련된 특별한 사고 없이 행사를 마칠 수 있었음.”
KIEP는 잼버리 개최의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내리면서 정책 제안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정부(여성가족부), 개최 지역 주체(전라북도), 행사 진행 주최(한국스카우트연맹) 등 행사 주관기관 간의 치밀한 역할 분담이었다.
부처 폐지론에 휩싸인 여가부에 올해 조직위에 추가된 행정안전부·문화체육부까지 장관 셋이 한꺼번에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니 컨트롤타워가 모호해졌다. 결국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Everybody’s business is nobody’s business)’처럼 돼버렸다. 이렇게 조직을 만든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지난 정부 탓을 할 바엔 차라리 새만금 간척사업을 처음 시작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책임부터 물을 일이다.
민관이 힘을 모아 잼버리 살리기에 전력투구했지만 폭염과 태풍 때문에 결국 잼버리가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한다. 한데 모여 교유하는 대신, 각기 다른 장소에서 따로 참여하는 ‘관광 잼버리’가 돼버린 건 아쉽다. 모쪼록 마무리라도 잘했으면 한다. 그 후에 하나하나 복기해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국의 총리가 잼버리 화장실을 직접 청소하고 불시점검을 하는 안타까운 장면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미 7년 전에 나온 국책 연구기관의 경고를 무시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중앙일보 서경호 논설위원
08.09 잼버리 명분 크루즈 여행 간 부안군, 이번엔 郡의원 전원 크루즈 출장
잼버리 개최지 홍보한다며 2번 다녀왔는데
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벤치마킹 명분
郡 “군의회 아닌 외부 심사위원들이 확정”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조기 철수하는 대원들이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일부 참가 국가가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조기 퇴영하는 등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부실 준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개최지인 전북 부안군의회 의원들과 공무원들이 해외 크루즈 출장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안군은 앞서 공무원들이 잼버리 개최 확정 후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 등 명목으로 2차례 크루즈 탑승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9일 전북 부안군의회에 따르면 부안군의회 의원 10명 전체와 공무원 4명은 오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3박 4일간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크루즈 출장을 떠난다. 부안군의회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되어있다.
30일 싱가포르에서 크루즈에 탑승한 후 9월 1일 하선하는 일정이다. 9월 2일엔 싱가포르에서 출국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 출장경비는 4000여만 원이다.
부안군의회는 해외 출장 이유로 ‘크루즈산업 및 크루즈 연계사업 등에 대한 국외연수를 통해 향후 우리군의 크루즈항 여건, 유치의 실효성 및 경제적 파급효과 등 발전방안 모색’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벤치마킹을 통해 부안군이 글로벌 휴양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정책자료로 활용’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부안군은 이미 공무원들이 2차례 크루즈 탑승 출장을 다녀왔다. 부안군 공무원 13명은 2019년 10월 중국 상해에서 최장 6박 7일간 크루즈 팸투어를 다녀왔다. 또 다른 부안군 공무원 5명은 같은 해 12월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 및 지룽 크루즈 터미널을 다녀왔다.
이 같은 계획은 잼버리 파행 우려가 커졌던 지난 3일 확정됐다. 이번 잼버리 대회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행사 시작 전부터 우려가 나왔고, 지난 2일 개영식에서는 83명이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만 부안군의회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해외출장계획은 군의원들이 아닌 외부 심사위원들이 확정했다”고 했다.
당시 심사위 회의록을 보면 “이번 크루즈 출장은 어떻게 보면 출장 자체가 여행이다” “잼버리 기간 동안 큰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면 진행해도 좋지만, 날씨나 돌발상황까지 감안해야 한다”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해외출장계획을 승인했다.
부안군의회 운영위원장인 김두례 의원은 이와 관련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자세한 내용은 정리해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김광수 부안군의회 의장은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은 우리 군이 오래 전부터 추진해오던 사업”이라며 “이와 관련한 현지시찰로 해외출장은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재 부안군청과 부안군의회 홈페이지에는 “국민세금으로 크루즈 여행이 말이 되나?” “또 다시 크루즈 여행이 계획 되어 있다고요?” “30일에 또 크루즈? 미쳤다” 등 항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08-09 행정수반은 전능하지 않다

오승훈 논설위원
세계 잼버리, 국가행정력 노출
지시로 작동하는 시스템은 문제
관료사회도 권력화, 보신주의
대통령은 현안의 ‘최고 종결자’
현장 실권 줘야 책임·자율 발휘
위임·분산의 통치력 검토할 때
새만금 세계 잼버리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던 지난 4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얼음물 공급 등 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가 “물 같은 건 사전에 충분히 제공할 수 있었는데”라고 묻자 “대통령님 지시도 있고 해서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서”라고 답했다. 기자가 다시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라고 하자 “그건 아니다”라면서도 “대통령님의 추가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님 지시’가 국가 행정 시스템을 부팅하는 스위치였다는 말이다.
일부 장관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공개적인 질책을 받은 일이야 통치권자의 내각 통제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김 장관에게서 읽히는 ‘용산 스트레스’가 내각의 수동적 풍조를 낳고 있다면, 현 정부 들어서도 1년 넘게 해당 부처들과 지자체가 안일하게 대응한 게 대통령의 지시 부재 탓이라면, 애초 행정 시스템이 잘못 설계돼 있거나 작동 매뉴얼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대통령이 냉동탑차, 얼음물 소요까지 파악해서 지시하고, 총리가 잼버리장 화장실 청소를 거들어야 행정이 돌아가는 걸까. 그게 대통령과 총리의 본래 역할일까.
대통령은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다. 그 헌법상 지위에 따라 행정부에 명령을 내릴 권한을 갖는다. 그것만으로 국가 행정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진 않는다.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관료사회는 변했다. 경제 성장과 사회 고도화에 따라 복잡성이 커지면서 수요가 팽창한 행정국가(administrative state)로의 변화 추세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그 속에서 관료사회는 전문성과 규제·감독권을 기반으로 공생의 생태계를 만들어 스스로 권력화했다. 게다가 우리의 경우 민주화 이후 정치권력의 교체가 거듭되면서 관료사회에도 정파성을 따지는 세태가 생긴 지 오래다. 권력 줄서기가 신분 보장과 보상의 최우선 요건이 됐다. 국민을 위해 국가 행정에 복무한다는 중립적 직업윤리로서의 ‘공직자 영혼’은 설 자리가 없다. ‘5년만 버티면’이라는 새로운 복지부동이 만연해 있다.
사회 부문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행정부 수반은 권력기관을 동원한다. 역대 정부의 ‘사정(司正) 관성’이 그러했다. 감사원, 검찰, 국세청, 국가정보원 등이 중앙 무대에 등장한다. 가장 손쉬운 문제 해결 방식이다. 윤 대통령도 노동·교육·공공부문 등에서 근본적 행정 쇄신을 위한 프로세스보다, ‘이권 카르텔’이라고 명명한 비리 척결에 방점을 찍었다. 국가 행정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짚었으나 부작용이 점증한다. 정작 연금을 포함한 4대 개혁은 추진동력을 잃었다. 측근을 중심으로 내각을 운용하려는 권력 집중화도 나타났다. 대통령실 비서관들의 차관 차출은 여소야대 탓도 있으나 그 측면도 강하다. 그럴수록 내각은 더 경직되고 보신주의가 역력해진다.
행정부 수반은 국가 현안의 ‘최고위 종결자’다. 그런 인식으로 강한 리더십을 추구하는데, 역설적이게도 국가 행정의 효율성은 탈(脫)집중화할 때 높아진다. 행정부 수반은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슈퍼맨이 아니다. 수사를 해봤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복잡성을 띤 구조적 문제나 다양한 이익집단 간 갈등에서 해결 단계마다 종결자가 개입하면 혼선이 가중된다. 현장에 실권을 줘야 행정이 돌아간다. 권한을 받으면 책임도 져야 하는 까닭이다. 재난 대응의 경우 더욱 중요하다. 핼러윈 참사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피해를 키운 제1 원인은 정확한 상황 판단, 초동 조치 등 현장 통제력의 문제였지 않은가. 현장의 대응 역량과 속도를 높이려면 컨트롤 타워의 작동이 긴요한데, 이는 일선의 책임의식과 자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이권 개입의 여지가 줄고, 직업윤리도 근육을 키운다.
헌법은 대통령이 국정을 독점할 수도, 총리와 분담할 수도 있게 해놓았다.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려 넣은 내각제적 요소이지만, 이제는 폭증하는 행정 수요와 갈등 관리 측면에서 검토할 때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박근혜 정부 때 부활한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도 권한 위임 체계다. 책임총리가 행정을 통할하려면 ‘대통령의 명’을 받아야 한다. 행정부 수반의 의지에 달려 있다.
문화일보
08.09 젯밥에 눈멀었던 새만금 잼버리

한국 여름은 덥고 습하다. 아열대 기후를 만드는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다. 삼복 무더위를 해마다 겪으니 ‘여름=고온다습’이 상식이다. 그런데 국제적으로는 이 공식이 보편적이지 않다. 유럽의 여름은 습하지 않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중해 연안의 저위도 지역도 그렇다. 수은주가 35도 위로 올라가도 그늘 속에 있으면 그다지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미국의 중서부 지역 여름도 고온저습이다. 아프리카·중동의 여름도 햇살은 뜨겁지만 습하지는 않아 견딜 만하다. 예보를 보니 이집트 카이로의 9일 오후 3시 습도가 36%다. 같은 시각 서울은 60%로 예상돼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그 시각 기온이 40도인데, 습도는 39%다.
고온다습 한국 여름의 최악 입지
대회 준비 뒷전, 떡고물에만 혈안
세계 청년들에게 부끄럽고 미안
잼버리 대회에 온 청소년(14∼17세가 대상) 중 대다수가 더우면서 습한 날씨를 난생처음 겪었을 것이다. 동남아와 일본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 정도만 이런 기후 속에서 자랐을 텐데, 에어컨이 흔해져 그들도 무방비로 더위에 노출된 경험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잼버리 대회가 진행된 전북 새만금의 저녁부터 아침까지의 습도가 평균 85% 안팎이다. 이 수준의 습기가 사람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우리는 잘 안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이 천막 안에서 열대야를 견디며 잠을 자라고 하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한국의 8월에는 집중호우나 태풍이 발생한다. 지난해에도 8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중부지역에 하루 100∼300㎜의 비가 내려 도처에서 물난리가 났다. 당시에는 장마전선이 수도권과 강원도에 걸쳐 있었다. 지난달 집중호우 사태 때처럼 장마전선이 남쪽에 형성되면 새만금에도 폭우가 쏟아진다. 2002년 루사, 2010년 곤파스, 2012년 볼라벤, 2013년 프란시스코, 2020년 마이삭, 2022년 트라세. 8월에 한반도를 강타해 큰 피해를 낸 악명의 태풍들이다. 트라세는 지난해 제주로 상륙해 전남·전북을 관통해 북상했다.
잼버리 대회 준비 임무를 맡은 관리들도 모르지 않았다. 조직위 서류에 폭염·폭우·태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문장과 나름의 대책이 적혀 있었다. 지역 시민단체의 대표가 “한여름 매립지는 비가 오면 습지가 되고 해가 쨍쨍하면 거기서 훈증이 올라온다. 매립지에 텐트를 치는 것은 미친 짓이다”고 3년 전에 경고했다. 관리들은 새만금 대회장에 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덩굴 터널을 많이 만들어 그늘에서 쉬게 한다고 했다. 화장실과 샤워장을 잘 갖춰 놓겠다고 했다. 결과는 나무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덩굴 터널도 완성되지 않았다. 매립지 토양에 소금기가 많아 나무가 자랄 수 없었다. 덩굴도 마찬가지였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엉성했고, 그마저도 부족했다. 태풍이 닥치면 대피할 장소로 300여 곳을 지정했는데, 인근 지역의 학교 체육관 등이었다. 4만 명이 넘는 대원들이 대피소에서 어떻게 먹고, 자고, 씻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태풍 예보에 끝내 대원들은 전국으로 흩어지게 됐다.
잼버리는 새만금 개발에 도움을 줬다. 정부 예산에서 매립 비용이 지출되고, 간척지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건설됐다. 새 공항 건설의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 전 세계에서 오는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야영생활을 하며 유익한 경험들을 하도록 하는, 본질적 고민은 뒷전으로 밀렸다. 치성은 없고 젯밥에 온통 눈이 쏠린 엉터리 제사와 다를 게 없다. 그 틈에 관리들은 눈치 빠르게 잇속을 챙겼다. 잼버리 준비를 핑계로 각국 관광지를 누볐다. 1000억원이 넘는 준비 예산이 다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잼버리 ‘알박기’ 신공에 세계 청년의 기대와 국민 돈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사기극이다.
성대한 K팝 공연이 준비된다. 이것으로 청년들이 즐거운 추억을 하나 더 안고 돌아가길 바라지만, ‘훌륭한 보상’이라는 우리 스스로의 자위는 옳지 않다. 자극적 문화에 빠지지 말고 자연·사람과 어울려 살자는 게 스카우트 정신이다. 젊은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08.09 보 해체 평가, 파탄 난 전문가 윤리와 구경꾼 공무원들
교수들 ‘반대편에서 보면
무식하다 할 텐데’라며
경제성 평가 조작
공무원은 코드 전문가 앞세워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발 빼
교묘한 리스크 회피 기술

▲전남 나주시 영산강 죽산보 전경. 2019년 2월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보 해체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결정은 사실상 조작된 경제성평가를 토대로 했다는 사실이 지난달 20일 감사원 감사 발표로 확인됐다. / 김영근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 경제성 평가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이건 한번 지탄하고 넘어가면 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성 평가를 사실상 조작한 전문가 집단의 양심 파탄과 그걸 방관 내지 조장한 공무원 조직의 책임 실종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2017년 6월부터 4대강 보 개방에 착수했다. 보를 열면 수질·생태가 개선될 것으로 봤고, 그걸 보 해체의 논리로 삼자는 의도였다. 1년 반 뒤인 2018년 11월엔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할 ‘4대강 조사·평가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보도된 대로 민간 위원 43명은 환경 단체의 명단 사전 검열을 거쳐 4대강 사업 찬성·방조자를 걸러내고 구성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보 개방 후 수질이 되레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위원회 발족 시점을 기준으로 금강의 세종보·공주보·백제보는 어떤 지표는 나아지고 어떤 지표는 악화되는 등 수질이 들쑥날쑥이었다. 영산강 승촌보는 약간 악화됐고 죽산보 수질은 심하게 나빠졌다. 죽산보의 경우 유기물질(BOD) 오염도가 2013~16년 가을 3.2ppm이었던 것이 5.6ppm으로 올라가 있었다.
보를 열었더니 수질이 악화됐다면 보를 해체할 경우도 수질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러자 위원회는 보 개방 이후 측정해 온 수질 대신 ‘보 건설 전(2005~2009년) 수질’을 ‘보 해체 후 예상 수질’로 간주한다는 대안을 검토했다. 그렇지만 죽산보의 경우 ‘보 건설 전 수질’은 보 상류 쪽 6㎞ 지점의 측정치였다. 이걸 보 지점 수질로 볼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었다. 4대강 준설로 강의 형상 자체도 크게 달라진 상태였다. 또 위원회가 채택한 수질 지표(COD)는 보의 영향을 가려내는 기준으로는 적당치 않았다. COD는 보 유무(有無)와 관계없이 전국 모든 하천에서 오염도가 수십 년째 올라가는 추세였다. 회의 녹취록을 보면 위원 가운데 어떤 박사는 “반대편 전문가들이 볼 때는 웬 무식한 얘기, 이렇게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이 자문한 전문가 4명도 모두 ‘적절치 않았다’고 했다.
죽산보의 경우 위원회가 계산한 ‘보 해체 편익’이 1580억원이었다. 수질 개선 편익이 그중 1019억원이나 됐다.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멋대로 상정하고 주민 설문 결과를 참조해 뽑은 수치였다. 이런 말도 안되는 경제성 평가를 토대로 ‘세종보·공주보·죽산보 해체’ 결론이 나왔다. 중립 입장의 전문가 한 명만 위원회에 있었어도 이럴 순 없었을 것이다. 위원장은 “저는 아마 그냥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딱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 국민을 적당히 속여 넘기자는 제안이나 다름없다.
보 해체 여부 논의와 의사 결정에는 환경부 간부들도 참여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환경부 사람들은 회의에 거의 출석하지 않다가 마지막 의결 때만 나가 의결 요건을 채웠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교수, 환경 단체에 악역을 맡겨 놓고 자신들의 부재(不在)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다. 공무원들은 보 해체 결정 참여가 미래 경력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코드 교수들을 앞세워 자신들은 빠져나가는 관료 집단의 책임 회피 기술이 발휘됐다. 정권 폭주에 말 한마디 못 하고 복종하면서 정책 결정 책임을 떠넘기는 공무원 집단의 무책임을 목격하게 된다. 감사원은 환경 단체가 위원 선정에 관여하게 한 책임을 물어 당시 환경장관과 조사·평가단장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평가를 조작·왜곡한 교수, 박사, 환경운동가에 대해선 “범죄 혐의를 구성한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했다. 민간 자문 위원이어서 징계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 같은 프로젝트에 신념에 따라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평가 규칙을 뒤틀어 나쁜 수질을 좋은 수질로 둔갑시키는 식으로 자기편 입장에 맞춰 공공 정책을 부도덕하게 왜곡·조작하는 행위는 곤란하다. 컵 속 구슬을 바꿔치기 하는 야바위와 다를 게 없다.
감사 보고서에 등장하는 관계자들 이름은 모두 익명(匿名)이다. 누가 가담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민 입장에선 알 방법이 없다. 위원장을 맡았던 교수는 감사 발표 12일 뒤 실린 신문 기고에서 ‘(기후변화로 극심해지는) 홍수에 대비하여 제방을 쌓고 저류지를 만들며 산업 시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발표가 실명(實名)이었다면, 감사 보고서의 아픈 지적이 있었던 직후 당사자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신문에 글을 쓰긴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그 글은 맥락적으로 보면 4대강 사업 유형의 프로젝트에 재정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글이다. 뭐가 뭔지 헷갈리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선일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08.10 잼버리 한탕으로 예산 2조원 따낸 전북도, 대가는 나라 망신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의 부실 운영은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중앙 부처 책임과 함께 잼버리 유치에 나섰던 전라북도의 책임도 크다. 전북 도지사는 잼버리 조직위 집행위원장이다. 대회 성공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코앞에서 벌어진 준비 부족 상황에 이토록 무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행사장을 오가는 현장 인력들이 “이런 곳에서 무슨 야영을 하느냐”고 걱정할 때도 전북도는 나 몰라라 했다. 올림픽과 달리 잼버리는 행사장 조성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지금 보면 전북도는 애초에 잼버리를 잘 치르는 게 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잼버리 유치를 명분으로 중앙 정부에서 거액의 예산을 타내는 게 주목적이었다. 사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전북도는 2015년 강원도 고성을 누르고 국내 후보지로 결정됐다. 그 후 잼버리를 새만금 개발의 기폭제로 삼겠다는 전북도의 뜻을 역대 정부가 다 지원했다. 유치 당시 잼버리 행사장은 매립도 안 된 갯벌이었다. 전북도 내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이미 조성된 새만금 내 다른 부지에 나무를 심고 기반 시설을 설치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고와 우려를 무시하고 갯벌을 매립하는 무리수를 썼다. 매립 공사는 2020년 시작돼 잼버리 대회 8개월 전인 작년 12월에야 끝났다. 사전 점검 차원에서 작년 8월 열었어야 했던 ‘프레 잼버리’조차 행사 2주 전에 전격 취소됐다. 코로나 확산을 구실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배수 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나무 한 그루 없고, 물이 흥건한 진흙탕 매립지에서 국제 행사가 열렸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에서 텐트를 철거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은 국제 망신을 뒤집어썼는데 전북도는 잼버리를 계기로 최소 2조6000억원 규모의 직·간접 예산 혜택을 입게 됐다. 잼버리 행사에 필요한 메인센터 건물은 480억원 예산이 들었는데 행사 때까지 다 짓지도 못했다. 내년에 완공 예정이다. 매립 비용 2000억원, 1000억원 넘는 잼버리 행사 예산 외에도 잼버리 유치 이후 착공된 고속도로엔 4239억원의 예산이 소요됐고 여기에 연계되는 도로 건설에 1조1000여억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2029년 개항 목표인 새만금 국제공항에도 8077억원이 들어간다. 지금 누가 납득하겠나.
국제 행사를 미끼로 대규모 국가 예산을 따내는 지자체의 ‘한탕주의’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전남 영암의 F1경기장은 세금 4300억원을 쏟아붓고 국제적 대망신으로 끝났다. 광주광역시는 ‘2019년 세계 수영선수권대회’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공문서 위조까지 했다. 새만금 잼버리로 끝나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10 잼버리 미끼로 천문학적 예산 뜯어낸 ‘전북道 사기극’
지방자치는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발전시켜야 할 제도다. 지방분권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행정·재정 역량과 책임감도 커져야 한다. 그러나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를 유치한 전라북도 관계 기관 및 공직자 행태는 이에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점에서, 무능·부패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정신에 위배된다.
우선,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를 구실 삼아 기반 시설(SOC) 예산 확보와 구축에 매달렸단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10일 보도된 2017년 11월 전북도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대중 도의원은 “잼버리를 하려는 목적은 SOC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말했고, 최병관 전북도 기획조정실장은 “새만금을 속도감 있게 개발하기 위해”라고 맞장구쳤다. 그 즈음 전북도 산하 전북연구원은 “새만금 기반 시설 조기 구축의 명분이 확보됐다”면서 “사업비를 1조 원대로 늘려야 한다”는 자료를 냈다. 이를 근거로 전북도는 2018년 여야를 압박했고, 국회는 ‘세계잼버리지원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잼버리 개최 직접예산은 애초 491억 원에서 대회 직전엔 1130억 원으로 늘었다. 특별법을 근거로 SOC도 밀어붙였다. 새만금 국제공항의 예비 타당성조사가 면제됐고, 2021년에만 공항·항만·도로 건설과 산업단지 조성 명목으로 1조4136억 원을 땄다.
전북도는 잼버리 행사장을 멀쩡한 기존 매립지를 놔두고 갯벌로 정했다. 관광·레저용지 개발이 목표였다. 비용이 불어나자 농업용지로 바꿨다. 농지관리기금 1846억 원으로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이낙연 총리는 “농지기금을 써서 부지를 매립한 다음 관광레저 지구로 돌리자”고 거들었다. 예산을 타내기 위한 ‘위장’이었던 셈이다. 매립 공사는 잼버리대회 8개월 전인 지난해 12월에야 끝났다. 결국 2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는데, 나무 한 그루 없는 진흙탕에서 국제 행사가 열리는 지경을 만들었다. 전북지역 환경단체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 농지관리기금을 내준 건 배임 범죄”라고 지적한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도 지난 3일 “문재인 정부, 전북도, 민주당 정치인들은 잼버리 행사를 빌미 삼아 새만금 신공항 예비 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잼버리 사태는 중앙·지방 정부의 행정력부터 담당 공무원 직무유기 등 총체적 문제를 드러냈다. 감사원 감사는 물론 수사를 통해 전모를 규명해야 할 당위성이 더 커졌다.
문화일보 사설
08.10 철근도 부실, 조사도 부실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수 조사 대상에서 아파트 10개 단지를 누락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에 철근을 빠뜨린 것으로 모자라 부실 시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마저 부실하게 진행한 것이다.
LH는 9일 경기 화성 비봉지구 A-3 단지 등 10개 단지의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으나, 앞서 진행한 전수 조사 과정에서는 누락됐다고 밝혔다. L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모든 LH 아파트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후 91개 단지를 점검한 결과 15개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철근이 누락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 101개 단지가 무량판 구조였는데, 10개 단지를 빼먹은 것이다. 누락 사유에 대해 LH 관계자는 “긴급하게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전수 조사는 자칫하면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지하 주차장 붕괴로 인해 시작됐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추어볼 때 ‘서두르다 빠뜨렸다’는 변명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또 LH가 전수 조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5월 3일이다. 약 3개월의 조사 기간 중에도 10개 단지 누락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LH의 조직 문화가 그만큼 안일하다는 방증이다.
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아파트 10개 단지 중 3개 단지 3492가구는 이미 입주가 끝났고, 4개 단지 2534가구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직 철근 누락 사실이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LH 아파트에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6000여 서민 가구는 안전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이 주거 취약 계층인 LH 입주민들 사이에선 “값싸게 집 구한 대가로 안전을 담보로 잡혔다”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LH 공공주택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작업 현황판조차 취합 안 되는 LH가 존립할 근거가 있느냐”며 LH를 거세게 질타했다고 한다. 그러나 LH 전수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브리핑한 것은 원 장관 본인이다. 국민 입장에선 LH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국토부 수장이 마치 제3자인양 LH 탓만 하는 것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보일 수 있다.
국토부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해서도 곧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주거동의 경우 무량판과 벽식이 혼합돼 붕괴 가능성이 거의 없으나, 정부가 세대 내부까지 조사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민간 아파트 입주자들 사이에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섣부른 발표로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기보다, 국토부와 LH가 공급하는 공공주택 안전부터 제대로 살피는 것이 먼저다.
조선일보 신수지 기자
08.10 나무 쓰러져 전기 끊기고 도로 침수... 태풍 길목 부산·경남 피해 속출
초속 30m 강풍, 시간당 60㎜ 폭우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10일 오전 6시 19분쯤 경남 거제 능포동 한 아파트 벽돌이 떨어져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다. /경남소방본부
태풍 카눈이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태풍 길목에 놓인 부산·경남에서는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태풍 상륙 전인데도 초속 30m의 강풍과 시간당 60㎜에 가까운 폭우를 뿌리면서다.
10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6분쯤 동래구 안락동 한 상가의 지하실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물이 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펌프가 가동돼 침수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전 3시49분쯤에는 부산진구 초읍동에선 큰 나무가 쓰러져 전기가 끊겼고, 오전 3시43분에는 부전동 한 건물 유리창이 깨져 인도로 떨어졌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오전 4시3분쯤 수영구 망미동 일대 830가구에서 5분 정도 순간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강풍에 흔들린 나무가 전선을 끊어 발생한 단전 사고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다.
오전 9시 통영쪽으로 태풍 카눈이 상륙하는 경남에서도 태풍이 접근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초속 30m에 가까운 강풍이 불면서 이날 오전 6시 38분쯤 통영시 북신동 버스 정류장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해 노끈으로 정류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결박했다. 오전 6시 10분쯤 함안에서는 집이 무너졌다. 다행히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에서는 아파트 벽돌이 떨어져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다. 국도5호선 쌀재터널에서 내서읍 방향 3km 지점에 산사태가 발생해 통행이 차단된 상태다.
불어난 하천에 갇힌 주민을 구조하기도 했다.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오전 8시 3분쯤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 광려천에서 70대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하천 중간지점에 갇혔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로프 등을 이용해 30분 만에 할머니를 구조했다. 할머니는 산책을 나섰다가 하천 물이 불어나자 건너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에서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새벽부터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창원 곳곳은 도로가 침수됐다. 성주동부터 소계지하차도까지 이어지는 창원대로 10㎞ 상당 구간에 곳에 따라 10㎝ 안팎 빗물이 차 오르면서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한 때 시간당 60㎜의 호우가 쏟아진 창원시 성주동과 대방동 일원에는 도로 상당 구간이 흙탕물로 뒤덮이며, 경찰이 급히 차량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태풍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태풍 카눈은 10일 오전 7시 통영 남쪽 70km 해상에서 시속 22km로 북상 중이다. 오전 9시쯤 경남 통영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눈은 이동속도가 느린데다, 이동경로가 한반도를 종단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 대비도 바빠지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10일 오전 7시를 기해 을숙도대교 양방향 통행을 전면 통제했고, 7시 15분쯤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등에 차량 진출입을 막았다.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 등은 월파 및 침수 우려에 따라 오전 7시부터 차량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등 지하차도도 통행을 막은 상태다. 부산도시철도 1~4호선 지상구간과 부산김해경전철, 동해선 전철도 10일 새벽 첫차부터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경남은 오전 0시부터 거가대교와 마창대교를 비롯해 17개 해상교량을 통제했다. 주민 2952명을 인근 경로당 등으로 대피시켰다. 해상 선박 1만3589척도 지난 9일부터 육지에 끌어 올리거나 항구에 선박을 결박하는 등 대피 조치했다.
조선일보 김준호 기자
08.11 잼버리 조직위 그 많은 자리 차지한 사람들 다 어디 갔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월 3일 오후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글로벌 청수년 리더센터에서 폭염 대응 등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 (행정안전부 제공)/뉴스1
새만금 세계 잼버리는 5인 공동위원장 체제였다. 머리가 다섯 개인데, 그 머리 대부분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지도부 구성이 유례 없는 파행을 불러온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 전북 새만금이 세계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2017년 8월이다. 2020년 7월에 조직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정옥 당시 여가부장관과 전북 전주 지역 김윤덕 국회의원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다 올해 2월 공동위원장이 갑자기 5명으로 늘어났다. 행정안전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추가로 선임됐다. 개최지로 선정된 후 5년 반 만에, 행사 개최 6개월 전에 위원장 숫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뒤늦게 공동 위원장이 세 명이나 늘어나다 보니 지휘 체계가 서지 않고 불협화음이 생겼다고 한다. 공동위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6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회의마저도 예산 문제로 옥신각신하다가 고성이 오가는 언쟁으로 끝났다고 한다. 행안부 장관은 말도 안 되는 국회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다. 이상민 장관은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잼버리 시작 1주일 전에야 장관직에 복귀할 수 있었다.
위원장 자리만이 아니다. 잼버리 행사가 다가오면서 위원회에 이름 하나를 걸치기 위한 자리 다툼이 치열했다고 한다. 축제 자리에 얼굴 내밀고 사진 한 장 찍어 이용하고픈 욕심이었을 것이다. 보이스카우트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에 관심을 가진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밀고 들어가려던 인사는 “더 이상은 만들 자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너도 나도 한자리 하고 싶어서 안달이던 사람들이 정작 일은 하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자 서로 서로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잼버리 행사 전까지는 마치 자신이 총책임자인 양했던 국회의원 공동위원장은 문제가 불거진 뒤엔 아예 한마디도 않고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국민에겐 익숙한 행태들이다. 국제 행사를 순전히 지역 예산 따기 용으로 무책임하게 유치하고, 일단 유치하면 본행사는 뒷전이고, 공직자들은 빛나는 자리 차지하기 경쟁을 벌인다. 이들은 정작 중요한 행사 준비와 진행에는 별 관심도 없다. 문제가 생기면 자기 책임이 아니라면서 남 탓하기 바쁘다. 새만금 잼버리는 이런 악폐를 다 모아놓은 듯했다.
조선일보 사설
08.11 억대 연봉 은행원들 끝없는 횡령·주식 비리, 결국 큰일 터질 것
▲은행원들이 고객 돈을 횡령하고, 고객 비밀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로 부당이득을 취하고, 영업실적을 위해 고객 서류를 위조하는 등 각종 금융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대다수가 은행원들인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정년 65세 연장,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장면. /뉴스1
최대 민간 은행인 KB국민은행 직원들이 상장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들은 증권 업무를 대행하면서 주가에 호재인 무상증자 정보를 미리 알고, 본인 및 가족 명의로 주식을 사서 돈을 벌었다. 대구은행에선 직원들이 실적을 부풀리려 고객의 신청서를 위조해 추가 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1000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주엔 BNK경남은행 간부가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며 56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간부가 연루된 다른 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이 이상 징후를 포착할 때까지 은행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검찰 통보를 받은 은행이 자체 조사 후 횡령액이 78억원이라고 신고했는데, 금감원은 열흘 만에 562억원이 사라진 것을 밝혀냈다. 횡령 금액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만큼 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뜻이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다. 돈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을 고객에게 줘야 할 은행원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고객 돈을 빼돌리고, 고객 비밀을 제 돈벌이에 이용하고, 고객 서류를 위조하는 비리를 반복해 저지르고 있다. 은행원 직업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뜻이다. 작년 4월 우리은행 직원이 기업 인수합병 관련 계약금 600억여 원을 10년에 걸쳐 빼돌린 사건이 발생한 뒤 금감원이 장기 근무자 순환 배치, 명령 휴가제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은행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
지금 많은 국민이 고금리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평균 연봉 1억원 은행원들은 고금리 덕에 불어난 이자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 명퇴 잔치를 벌여 왔다. 지난해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났는데도 영업 시간 복귀를 거부하면서, 정년 65세 연장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총파업까지 벌였다. 은행들은 외환위기 때 망할 뻔하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공적(公的) 자금 덕에 기사회생했다. 사회에 부채 의식을 갖고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야 할 은행원들이 어느 직종보다 심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 탐욕스러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 정말 큰일이 터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11 철근 누락 5곳 알고도 숨긴 LH…"임원 전체 사직서 내라" 명령

▲이한준 LH 사장(왼쪽)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공공 아파트 단지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 시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5곳을 발표에서 제외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한준 LH 사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철근 누락 등 문제가 있는 아파트 단지가 기존 15곳에 5곳이 추가돼 모두 20곳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무량판 구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경영적 판단 하에 추가 발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LH는 지난달 30일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LH 발주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는데, 5곳이 누락된 것을 알고도 숨긴 것이다.
LH는 "당초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누락된 철근이 5개 미만이고 즉시 보강이 완료돼 안전에 우려가 없는 단지는 자체 판단하에 제외했다"고 말했다.
LH는 또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으나 전수조사에서 1개의 단지가 추가로 누락된 점도 확인했다. 지난 9일 10개 단지가 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이틀 만에 또다시 추가 누락 단지가 나온 것이다.
이 사장은 이날 "LH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고 새 인사를 통해 LH를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본인의 거취에 대해선 "국토교통부 장관을 포함한 정부 뜻에 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08-11 교육부 사무관이 자녀 담임에게 갑질, 교권 세우겠나
붕괴한 교권(敎權) 재확립에 나선 교육부의 공무원조차 자녀 담임교사에게 갑질을 반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교사노조가 10일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교육부의 한 사무관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생활지도에 불만을 품은 그는 교사에게 밤늦은 시간에 항의 전화도 자주 했고, “나는 담임 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겁박도 했다.
그러고도 교육부가 교권을 세울 수 있겠는지부터 묻게 한다. 후임 담임교사에게 벌인 그 사무관 행패는 더 기막히다. 9가지 ‘지침’의 편지까지 보냈다.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며 ‘하지 마, 안 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는 요구도 했다.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가두면 자존감이 심하게 훼손된다’ 등도 담았다.
누구보다도 더 교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 공무원부터 교권을 짓밟으면서 ‘교권 회복’을 기대할 순 없다. 교육부는 조만간 발표할 ‘교권 확립 종합대책’에 교감·행정실장 등 5명 안팎의 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이 모든 민원을 전담하게 해, 교사 개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등도 포함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대책도, 교권에 대한 교육부 공무원 갑질이 있는 한 공허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1일 대전시교육청으로 전출된 그 사무관 문책부터 엄중해야 한다. 공무원의 교권 침해에 대한 일벌백계는 필수다.
문화일보 사설
08.12 철근 누락 아파트들 사후 조사조차 부실하게 하는 LH
▲(서울=뉴스1) =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1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LH 제공)2023.8.11/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철근이 누락된 단지는 기존에 발표한 15곳이 아니라 20곳”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LH는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91개 아파트 가운데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5곳은 담당자들이 철근 누락이 경미하고 안전에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사장에게 보고조차 안 했다는 것이다.
LH가 허술함을 드러낸 건 이뿐 아니다. 무량판 공사 아파트를 전수 조사 한다면서 11개 단지를 빼 먹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총 102곳을 조사했어야 했지만 91곳만 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을 못 하니 앞으로 철근 누락 아파트는 더 나올 수도 있다. LH는 보강 공사조차도 불신을 자초했다. 철근 302개 가운데 126개가 누락된 곳의 보강 공사를 하면서 입주민에게는 페인트 도색 공사인 것처럼 속였다.
LH는 철근 누락 아파트 20곳에 대해 한국건축구조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서 보강 공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땅에 떨어진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이번에는 진짜로 달라져야 한다. 보강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철근 누락뿐 아니라 기존 기둥의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치에 적합한지 보다 정밀하게 진단해야 한다. 만약 추가 부실이 발견된다면 보강공사가 아니라 재시공도 하겠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임해야 한다.
철근 누락 아파트로 인해 LH 발주 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각 단계에서 얼마나 무사안일과 비리가 만연한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철근 누락 아파트 15곳 가운데 8곳의 감리 업무를 LH 출신이 영입된 업체가 맡았다. 불과 2년 전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해체 수준의 혁신’을 하겠다고 했는데 말로만 그쳤다. 고질적 병폐를 전혀 근절하지 못했다. 이번에 LH는 상임이사 이상 전체 임원이 사직서를 내고 근본적 개혁을 약속했다. 강도 높은 조직 쇄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12 잼버리 대장정 12일...한숨으로 시작해 환호로 끝났다
153國 4만3000명 참가 잼버리, K팝 공연으로 12일 일정 마무리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지난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이후 폭염 대비 미흡과 비위생적 환경 등으로 문제 됐다. 대회가 파행으로 치닫자 정부, 기업, 종교계, 시민들이 총력 지원에 나섰고 12일 일정은 예정대로 끝나게 됐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11일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는 지난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이후 폭염 대비 미흡과 비위생적 환경 등으로 초반부터 부실 운영됐다. 지난 8일에는 태풍 ‘카눈’을 대비해 새만금 야영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했다. 대회가 파행으로 치닫자 정부는 물론 기업과 종교계, 시민들이 총력 지원에 나섰고 12일간의 일정은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끝나게 됐다.
153국 4만3000명의 대원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30분간 열린 폐영식에 참석했다. 대원들은 두 시간가량 19개 팀이 출연한 K팝 공연도 관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잼버리 폐영식과 K팝 콘서트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폐영식 후에도 모든 국가의 스카우트 대원이 마지막으로 출국할 때까지 숙식과 교통, 문화 체험, 관광 등 최대한 지원하라”고 했다. 이번 대회 초반 부실 운영이 논란이 됐던 만큼 ‘유종의 미’를 강조한 것이다.
필리핀 대원 채일 마히네(17)양은 “새만금에 있을 때는 솔직히 덥고 힘들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잼버리 기간 동안 만난 한국인들은 다 인사를 해주고, 따뜻했다. 한국에 무조건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벨기에 스카우트 대원 반 호브 넬레 캐틀린(16)양은 “새만금에 있을 때도 힘들지 않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며 “잼버리 기간 동안 만난 한국인들 다 우리에게 먼저 웃어주고 말 걸어주는 사람도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번 잼버리 대회에는 총사업비 1171억원 외에도 폭염 대책 등으로 69억원의 예비비가 긴급 투입됐다. 지난 8일 태풍 여파로 150국 스카우트 대원 3만6000여 명을 전국 8개 시·도로 분산 배치하면서 숙박비, 식비, 운송비 등으로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숙박비만 해도 연수원, 기숙사 등 숙박 형태나 지역별로 다르다”며 “12일 잼버리 대회가 끝난 후 지자체와 협의 과정에서 산출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08.12 잼버리 4만명 '한국어 떼창'…월드컵 경기장 뒤흔들었다
"아이 저스트 원 츄 콜 마이 폰 롸잇 나우~"(I just want you call my phone right now~)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히트곡 '하입보이'(Hype Boy)의 유명한 후렴구를 부르기 시작하자, 스카우트 단원 4만 명의 떼창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손 하트를 만들어 흔들거나 휴대전화 화면에 뉴진스 신곡 'ETA'의 후렴구 '왓츠 유어 이티에이'(What's your ETA), '뉴진스'(NewJeans)를 띄우며 환호하던 단원들은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최대 행사인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새만금을 떠나 전국으로 흩어진 스카우트 단원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여 K팝 스타들의 화려한 무대를 만끽했다. 한국을 찾은 전 세계 155개국 4만여 명의 단원들은 이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우비를 입고 색색의 국기를 흔들며 젊음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발산했다.
대원들은 떼창, 열렬한 환호와 함께 춤을 따라 추면서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식 행사를 아쉬움 없이 즐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회였지만, 이날 한자리에 모인 대원들의 표정에는 대회 파행의 아쉬움보다는 K팝 스타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즐긴다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 넘게 이어진 콘서트에는 뉴진스, 있지(ITZY), NCT드림, 아이브(IVE) 등 인기 K팝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원들이 콘서트를 즐기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서울월드컵공연장을 꽉 채운 스카우트 대원들은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스크린으로 K팝 스타들의 무대 영상을 보며 고조된 분위기를 즐겼다. 한국어 가사를 유창하게 따라 하며 흥겹게 야광봉을 흔드는 대원들도 여럿 보였다. 기대감으로 들뜬 단원들은 국기를 흔들고 관중석에서 파도타기를 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색색의 스카우트 단복과 국기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그룹 더보이즈가 공연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K팝 슈퍼 라이브가 곧 시작된다는 안내 멘트가 나오자 우렁찬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MC로 나선 배우 공명과 아이돌 그룹 있지의 유나, 뉴진스의 혜인은 첫 주자인 댄스팀 홀리뱅의 공연이 끝난 이후 "정말 많은 청소년 분들과 함께 하게 돼 설레고 떨린다. 이곳에 최정상 K팝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한다. 여러분의 함성이 필요하다"고 인사했다.
이날 공연에는 총 19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뉴진스를 비롯해 NCT드림, 마마무, 몬스타엑스의 유닛인 셔누·형원, 강다니엘, 더보이즈, 있지, 제로베이스원, 권은비, 조유리, 홀리뱅, 싸이커스, 피원하모니, 리베란테, ATBO, 카드, 프로미스나인, 더뉴식스, 아이브 등이다.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있지 유나, 배우 공명, 뉴진스 혜인이 진행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제로베이스원에 이어 두 번째로 2부 무대에 선 뉴진스가 히트곡 '하입보이'를 부르자 여기저기서 떼창이 터져 나왔다.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어나 뛰다가 안전 이유로 제지를 받은 대원들도 여럿 있었다. '킥 잇 포 나우'(Kick it 4 Now)를 부른 6인조 남성 그룹 더뉴식스는 스카우트 단복을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2부 후반에 무대에 오른 아이브가 첫 곡 '아이엠'(I AM)을 마치고 손 키스를 보내며 두 번째 무대 '러브 다이브'(LOVE DIVE)를 시작하자 우렁찬 환호가 터져 나왔다. NCT드림은 '요거트 쉐이크', 'ISTJ'를 부르며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마지막 순서로 전 출연자가 무대에 등장해 함께 동방신기의 '풍선'을 불렀다. 이와 동시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K팝 스타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낸 4만 명의 스카우트 단원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공연에 앞서 30분간 폐영식이 열렸다.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활동 영상에는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지에서 텐트를 설치하는 순간부터 전국 각지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매듭 공예 수업을 듣는 등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모습이 담겼다. 한국 대원이 차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최국인 폴란드 대원에게 스카우트 연맹기를 건네주는 전달식도 진행됐다.
아흐메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폐영식에서 “지난 며칠 많은 일이 있었고,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 모든 도전에 직면해 이겨냈고, 강한 정신력과 결단력으로 서로를 돌보며 하나가 됐다”며 “그 어떤 여정에서도 이렇게 많은 도전과 극한의 기상 환경을 맞은 적이 없다.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도전에 맞서 창의력과 회복력을 보여준 이 경험은 더욱 값지다. 우리는 되돌아왔고, 잼버리는 재결합했다.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은 만약 누군가 이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스카우트라는 점이다”라고 말해 4만 대원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08.13 감사원, 잼버리 파행 들여다본다... 이르면 이달 중 감사 착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던 스카우트 대원들이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출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뉴시스
감사원이 이르면 이달 중으로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감사원은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기관에 대한 감사 준비에 들어갔다. 투입될 감사관 인원 조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감사 착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새만금 잼버리의 샤워장과 화장실./뉴스1
정부는 당초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나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나서 감찰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감사 대상이 최소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인력 여건 상 감사원이 맡아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특히 중앙 정부가 돈을 줬는데 지자체가 어디다 썼는지, 이런 부분은 감사원 같은 전문적인 기관에서 감사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 감사는 대회 유치 단계에서부터 부지 선정, 관련 인프라 구축, 조직위 운영 실태, 막대한 예산 집행 내역 등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질 전망이다. 전체 예산의 74%를 차지하는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와 사업비로 잡힌 경위,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시설비에 투입된 예산이 130억원에 불과했던 점 등을 전부 따져봐야 해 대규모 감사 인력 투입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여가부와 행안부, 문체부의 관리·감독 부실 정황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08.13 전라도 사람들의 폐부를 찌르는 군산대 이양승 교수의 충고글 전문.
◆ 새만금 잼버리 사태는 전라도 시스템 을 표현한다'
말을 안하고 싶은데...
새만금 잼버리 사태는 전라도 시스템을 표현한다...
그렇다.
당신들이 보고 있는 새만금 잼버리... 새만금 잼버리는 전라도 시스템을 표현한다.
새만금 부지엔 땅도 있고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 척박한 환경이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건 준비부족이다.
더 더 중요한건 시스템 부재이다.
전 세계에서 꿈을 갖고 가슴이 설래 몰려운 청년들이 지금 땡볕아래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가고 있다.
준비부족과 인프라 부족 그리고 얄팍한 상술...
청소년들에게 비싼 돈을 받고 화장실도 없고 샤워실도 갖춰지지 않은채 썩은 계란을 주고 생수를 몇배 부풀려 팔고...
물론 나라 망신이다.
모든건 부족하다.
문제는 그 부족함이 시스템 부재에서 왔다는 것이다.
사실을 따져보면 부족하지도 않았다.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지 않았고 준비할 돈도 부족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관심도 부족하지 않았다.
정부 지원도 있었다.
보조금도 있었다.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부재했던 것이다.
바로 시스템 부재했던 것이다.
또 말하지만 시스템은 양이 아니다.
기능이다.
제대로 돌아가느냐 돌아가지 않느냐...
문제는 전라도의 독재 정치로부터 왔다.
몇번 지적했지만 전라도는 '민주주의'라는 외침만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기능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잼버리를 준비한다고 하지만 모두가 같은 정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모여서 일을 한다고 해보자.
대개는 쇄신안을 내기 어렵다.
전북 지역매체 '전북의 소리'는 새만금이 여름철에 잼버리 개최를 하기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분석 기사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묵살되고 말았다.
이미 말한데로 전라도 지방 권력은 단 한번도 교체가 없었다.
그렇기에 권력분립, 견제와 균형, 감시 등과 같은 민주주의 시스템은 없고 요란한 '민주주의' 외침만 있는 상태다.
그렇게 열심히 요란하게 외쳐대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못살고 가난한건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문제는 부패다.
전라도 부패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다.
모든 게 묻힌다.
모두가 한 통속이어서 그렇다.
권력분립도 없고 견제와 균형 그리고 감시가 없는데 부패가 없을리 없다.
그래서 단순한 부패가 아니라 부패 시스템이다.
부패는 어느 비정상적인 사람이 저지르는 것이지만 부패 시스템은 정상적인 사람들도 같이 저지른다.
같이 부패를 저지르지 않으면 자신에게 해코지 즉 불이익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같이 부패를 저지르고 모두가 같이 나눠먹고 모두가 같이 감추는 것이다.
부패 시스템이 창궐해 있는 곳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가장 몰염치한 가장 불성실한 사람이고
가장 큰 피해자는 가장 염치 바르고 가장 성실한 사람이다.
게임 이론적으로 전라도는 역선택의 공간이다.
전라도 발전을 위해 고향에 남아야 할 지식인들은 모두 떠나고 전라도 발전을 위해 그만 퇴장해야 할 박쥐원 같은 이들은 더 정치를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역선택이 심화되면 시스템은 기능하지 못한다.
새만금 '카오스' 잼버리의 모습이다.
당신들이 보고 있는 그 '카오스' 잼버리의 모습이 바로 전라도 시스템의 비쥬얼이다.
청소년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갖춰진 것 없이 얄팍한 상술에 바가지 쓰고...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더위에 지치고 모기에 물리고 어떻게 하소연도 못하고 오로지 조직위 결정만을 목메어 기다리고 조직위가 대안이 없고 우왕좌왕 하면 중앙정부에 손벌려 긴급 예산투입을 목놓아 기다리고...
이게 바로 전라도의 모습인 것이다. 아니냐?
지금 고생하는 청소년들이야 짧은 시간 보내고 제 나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문제는 이 전라도에서 태어나고 전라도에서 살면서 전라도에서 공부하고 있는 전라도의 청소년과 청년들이다.
지금 잼버리 청소년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 무작정 인내이듯 지금 전라도 청년에게도 요구되고 있는 것은 무작정 인내이다.
청년들은 내가 잘 안다.
난 확신한다.
전라도 편향적 정치는 전라도 청년들 백성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다.
전라도 청년들에게 필요한건 기업들과 투자유치 그리고 개발이다.
이제 두고 보라.
민주당은 새만금 잼버리 아노미 사태를 놓고 또 중앙정부 탓을 할 것이다.
전라도의 정치 아젠다 생성 방식이다.
모든걸 중앙정부 탓 기득권 세력 탓 등등...
전라도에서 진짜 기득권 세력은 바로 민주당이다.
새만금 잼버리도 민주당 탓이듯 전라도 소외도 민주당 탓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당도 아니다.
운동권 학생 마인드로 무장해있는 연맹체... 더불어 민주총련이다.
정치와 학생운동은 다르다.
배가 고팠을 적 학생 운동권 서사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패거리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다.
영화 내부자 한토막...
호수 근처에서 건달 안상구가 검사 우장훈의 멱살을 잡을 때
우장훈이 안상구에게 외친 말...
"아직도 모르겠어? 이강희라고 이강희!!!"
전라도 사람들에게 고한다.
"아직도 모르겠어? 민주당이라고 민주당!!!"
새만금 잼버리 사태는
민주당 독점 체제의 전라도 시스템을 표현한다.
(이양승 군산대교수)
https://youtu.be/zvTdWGpu1VU -각하, 그 돈은 다, 어디? 文, 새만금 잼버리로 국격 잃어. 유치 대통령으로서 사과? 군산대 이양승 교수. [레지스탕스TV, 정광용TV]
2013 08 13 페이스북
08.13 “그대들 노고 아름다워” 군인 20만원 고깃값 대신 내준 중년남성

▲군인 A씨가 밥값을 대신 계산해 준 중년 남성 B씨에게 전한 감사 메시지와 B씨의 답장. /연합뉴스
“어떠한 이유로 고기를 사주셨는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군 장병)
“국가를 위해 고생하는 그대들이 아름다워 (고깃값을 지불)했습니다.”(중년 남성)
외출을 나와 식사하던 군 장병들의 밥값 20만원 가량을 몰래 계산해주고 떠난 중년 남성의 사연이 훈훈함을 전했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남에서 군 복무 중인 A씨 등 5명은 지난 10일 외출을 나와 고깃집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계산을 하려 했지만, 식당 사장은 ‘이미 어떤 남성분이 돈을 내고 갔다’고 전했다. 한 중년 남성 B씨가 A씨 일행의 밥값 20만원 가량을 몰래 계산하고 간 것이었다.
식당 사장이 B씨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었고, A씨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려 전화를 걸었지만 B씨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문자 메시지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A씨는 메시지에서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메시지라도 감사 인사를 남긴다. 고기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며 “저희가 받은 금액이 크다 보니 어떤 이유로 사주셨는지 알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글로 남겨 다소 예의가 없어 보일 수 있음을 미리 사과드린다”고 했다.
B씨의 답장은 25분만에 왔다. B씨는 “저에겐 큰 금액이 아니다”면서 “그대들이 국가에 노고하는 부분은 결코 적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제 아들도 몇년 안에 군대라는 곳에 간다. 내 아들이 간다고 그대들에게 해준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를 위해 고생하는 그대들이 아름다워서 밥값을 냈다”며 “그대들이 살면서 아름다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멋진 인생을 사시길 바란다. 고맙다”고 답했다.
A씨는 연합뉴스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놀라우면서 군인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진 감사한 경험이었다”며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큰 은혜를 받아 이런 선행을 널리 알리고 싶어 제보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혜진 기자
08.14 호우 기준 못 미친 비에 야영지 물바다, 태풍 우려 철수로 천만 다행

▲태풍 '카눈'이 전북을 지난 하루 뒤인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린 부안군 잼버리장 숙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연합뉴스
제6호 태풍 ‘카눈’ 예보로 150국 스카우트 대원 3만7000여 명은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서 지난 8일 조기 철수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당초 우려와 달리 태풍의 직접 타격을 피했다.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내린 비의 양이 94.1㎜였다. 호우주의보 발령 기준인 12시간 강우량 110 ㎜에는 못 미쳤다. 적은 비는 아니지만 4년마다 한 번 열리는 잼버리 대회를 중도 포기하고 천막을 걷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가 끝난 야영지 곳곳은 장화를 신어야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질퍽거리는 펄처럼 변했다. 한쪽에 쌓아둔 텐트 등 물품과 시설물은 바람에 날려 쓰러졌다. 태풍 경보 때문에 조기 철수를 결정하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취약한 야영장과 폭염과 폭우에 열악한 시설, 부실한 대책과 준비, 안이한 운영은 기가 막힌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대회 초기 화장실과 샤워장은 턱없이 부족했고 위생은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개최지 선정 이후 6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음에도, 11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대회 예산으로 투입했는데도 왜 행사 준비가 이렇게 부실했는지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있다. 대회 예산 1100억원은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대회 예산의 3배가 넘었다.
가장 이상한 것은 이미 매립된 새만금 내 다른 부지가 많았는데도 굳이 매립도 안 된 갯벌을 잼버리 행사장으로 정한 점이다. 조성된 부지에 나무를 심고 기반 시설을 설치했다면 그나마 문제가 덜했을 것이다. 그런데 2020년 뒤늦게 야영지 매립 공사를 시작해 대회 8개월 전인 작년 12월에야 끝났다. 그 결과 염분이 빠지지 않아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었고 물이 흥건한 진흙탕 매립지에서 국제 행사가 열린 것이다. 전북도가 대회 성공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대회 유치를 새만금 매립 촉진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중앙 부처의 관리·감독 부실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전체 예산의 74%가 조직위 운영비와 사업비로 잡힌 경위, 관련 인프라 구축, 조직위 운영 실태 등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조사가 필요한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감사원은 이르면 이번 주 새만금 대회 파행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대회 유치 단계부터 철수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구 책임인지를 샅샅이 파헤치고 필요하다면 수사 등 추가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14 잼버리 청소년들이 열어젖힌 대한민국 ‘판도라의 상자’
전·현 정부 탓은 누워 침뱉기
지자체 과욕 부린 뻘밭에서
무능·무책임의
3류·4류가 조직위 지휘
전 세계에 들통나서
차라리 희망적이다
▲8월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참가 대원들이 계속된 폭염에 지쳐 쓰러져 쉬고 있다./김영근 기자
잼버리 청소년들이 새만금의 더러운 화장실 변기 뚜껑을 연 순간 우리가 숨겨뒀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파행과 무능, 무책임이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왔다. 성공에도, 실패에도 분명한 이유는 있다. 진단이 정확해야 개선의 여지도 생긴다. 일차적 책임은 조직위에 있다. 조직위는 한정된 시간에 민관, 유·무형의 자원을 총동원해 성과를 내는 구조다. 그래서 성공 여부는 조직위원장의 리더십에 달려있다.
32년 전 고성 잼버리는 30대 후반에 역대 최연소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 총재가 된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1985년 유치했다. 수없이 야영장을 다니며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운영요원들에게는 잼버리 정신을 가르쳤다. 공동 조직위원장은 강원도지사였다. 지방자치제 시행 전이어서 준비 6년간 관선 도지사가 3명 거쳐갔다. 최고 전문가가 주도하고 정부는 일관되게 도왔다. 본질에 충실한 덕에 성공했다.
새만금 잼버리는 목적도, 주체도 달랐다. 전북 정치인들이 주도했다. 민선 지자체장들 사이에 국제 행사 유치로 중앙 정부에서 SOC 예산을 따내는 개발 모델이 유행했다. 전남은 2012 여수 엑스포, 강원도는 세 번 만에 2018 동계올림픽을 따냈다. 뒤늦게 뛰어든 전북도는 잼버리 개최 경험이 있는 무주는 제쳐두고, 새만금 개발을 위해 갯벌에 세계잼버리를 유치했다. 시간이 촉박하니 정부는 토지 용도까지 변경해 매립 자금을 대줬다. 전북도의 집행 역량은 미흡했다. 1년 전 프레잼버리도 못 열렸다. 행사가 끝나 간이 시설은 철거되고 드넓은 부지의 용처도 딱히 없다. 부동산 개발 사기, 분양 사기나 다름없다.
새만금 잼버리의 부실 운영이 드러나니 이낙연 전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문재인 정부 성과인 양 자랑했다. 성공 이유는 정반대다. 정권 교체 후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전 정부에서 임명한 조직위원장을 바꾸지 못한 덕에 성공했다. 2018동계올림픽은 민관 경험을 두루 갖춘 유능한 관료 출신의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이 2016년부터 단독 조직위원장을 맡아 책임지고 준비했다. 반면 2020년 출범한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는 1년여 단위로 바뀌는 여성가족부 장관, 일 안 하고 공치사만 능한 국회의원, 그 둘이 공동 조직위원장이었다.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그 밑에 여가부 국장 출신의 사무총장과 지역 이기주의를 벗어나기 힘든 민선 지자체장(전북도지사)이 집행위원장으로 행사를 끌어갔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표현을 빌리자면 3류 공무원, 4류 정치인의 집결체다. 현 정부는 뒤늦게 조직위원장 셋을 더 얹었는데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애당초 부지 선정부터 난맥상이었던 새만금 잼버리는 조직위에 ‘이희범 리더십’도, 부끄러운 민낯을 늦게라도 미봉책으로 덮어줄 구원투수도 없어 파국으로 치달았다.
대한민국 표준이나 국제 기준으로 바라보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장 많은 4500명이 참가한 영국이 제일 먼저 퇴영한 건 스카우트 정신 부족으로 폭염을 피하려 했기 때문이 아니다. 잼버리 종주국 영국은 책임자들이 일찌감치 도착해 준비 상황을 철두철미 점검한다. 위생 불량한 화장실, 부족한 샤워실 등 반복된 지적에도 조직위는 개선 의지도, 개선 역량도 안 보였다. 영국의 퇴영 결정은 새만금 조직위에 내린 파탄 선고였다.
새만금 잼버리의 급식 담당 대기업이 겪은 상황도 비슷했다. 고성 잼버리를 비롯해 국제 행사 경험도 많고 하루 200만식을 공급하는 국가대표급 업체다. 평창올림픽은 이보다 작은 업체가 투입돼서도 잘 끝났다. 청소년 대원 3만4000명에게 식자재를, 운영요원 90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은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맞닥뜨린 건 간판만 국제행사이지, 폭염, 습지의 벌레 우글거리는 오지 환경에 조직위 역량은 시골 잔치 준비하는 정도의 무능함과 안이함이었다. 아이들 3만4000명이 야영하면서 직접 조리해 먹는 식자재를 행사장 전역의 18개 냉장 컨테이너에 새벽 배송해야 하는데 행사 직전까지 전기가 안 들어와 야영장 냉장 컨테이너를 사용 못 했다. 냉장 컨테이너 트럭에서 직접 나눠줘야 하는데 조직위는 지게차 등 최소한의 장비도 준비 안 해 배송기사와 파견 직원들이 짐 내리느라 생고생했다. 조직위가 권한 지역업체에서 구운 계란을 공급받았다가 ‘곰팡이 계란’ 질타까지 받았는데,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열악하고 황당한 현장에서 집단 식중독 같은 더 심각한 사태가 안 터진 건 위생 관리 철저한 대기업 및 협력업체 직원들이 그나마 고생하며 버텨준 덕분이었다.
모르는 바 아니었다. 뒷감당 못하는 일 벌이는 무책임한 정치인, 민간보다 무능하면서 갑질 일삼고 윗사람 눈만 속이는 공무원 등 세금 기생충들이 기괴하게 커지는 걸 막지 못한 결과다. 이제 온 세상이 다 알게 됐으니 제발 이번에는 여야 간에 “네 탓” 정치 공방으로 본질 흐리지 말고 다 같이 부끄러워하면서 책임 규명에 철저해야 할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맨 마지막 희망을 찾으려면.
조선일보 강경희 논설위원
08.14 왕의 DNA와 ‘특별한 우리아이’
▲한 초등학교 입학식날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등교하는 모습./뉴스1/뉴스1
지난 10일 교육부 공무원이 자녀의 초등학교 담임 교사에게 9가지 요구 사항을 적은 편지가 공개되자 여론이 들끓었다. 최근 폭로된 학부모의 수없이 많은 ‘황당 민원’ 사례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세 왕들을 위해 남겼다는 ‘훈요 10조’를 패러디, 인터넷에서는 ‘훈요 9조’로도 불린다.
해당 공무원은 ‘아이가 경계성 지능 장애가 있어 치료기관의 지침을 전달했다’며 고개숙였다. 하지만 ‘왕의 DNA를 지닌 아이니 왕자처럼 대하라’ 등의 요구가 ‘자폐·ADHD 무약물 치료’에서 나온 지침이란 의혹은 여전하다. 유사 과학에 빠진 부모가 교사에게 진상을 부렸다는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약물 치료를 꺼리는 일부 부모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사이비 연구소, 아이가 개선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부모 모두에게 합당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놓쳐선 안 될 건 현장 초등학교 교사들의 반응이다. 많은 교사들은 이른바 ‘훈요 9조’에 기재된 요구 사항 태반이 “다수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일상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교육부 공무원이 공적 메일로 교사를 압박한 상황, ‘극우뇌’ ‘왕의 DNA’ ‘왕자’ 등 편지에 사용된 특이한 용어가 없을 뿐 그 근간에 깔린 근본적인 메시지는 같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특별하니 그에 맞게 대우하라”는 이기주의 말이다.
교원 단체의 학부모 민원 사례 상당수가 ‘훈요 9조’와 닮은꼴이다. ‘우리 아이는 예민하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우리 아이는 예민하니’ 다른 아이에게 짜증을 내도 일단 공감해달라, 다른 아이 앞에서 칭찬하고 기를 세워달라, 다른 아이는 칭찬하지 말아달라, 급식에 고기 반찬을 꼭 넣어달라, 돋보이는 심부름을 시켜달라, 앞자리에 앉혀달라, 청각이 예민하니 음악 수업은 하지 말고 수업 중 큰 소리를 내지 말라 등…. 끝도 없다.
이상한 단어만 없을 뿐, ‘또래와 갈등이 생기면 철저히 편들어달라’ ‘부탁의 어조를 사용하라’ ‘싫다는 음식을 억지로 먹지 않게 하라’ ‘칭찬과 사과에 메말라 있다’는 훈요 9조 편지와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낯설고 불편한 상황에 적응하고, 분노·좌절·부끄러움 같은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고 회복하는 법을 배운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교사가 20명 이상의 아이를 맡는다는 현실도 무시한다. 아이와 학교 모두를 망치는 일이다.
‘왕의 DNA’와 같은 황당한 사례는 여론을 쉽게 움직이지만, 그만큼 진지한 자기 반성 없이 빠져나갈 틈도 준다. 문제가 ‘일부 특이한 진상’의 일인 양 손가락질하고 넘어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실을 무너뜨리는 건 유사 과학에 빠진 사람,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 같은 특이한 사람에게 국한된 게 아니다. 학교 현장 모두가 입을 모아 “평범한 학부모 다수가 아이를 내세워 황당한 요구를 하고, 이게 문제인 줄도 모른다”고 호소하고 있다.
조선일보 최은경 기자
08-14 새만금 잼버리 복마전, 감사원이 낱낱이 규명해야
국내는 물론 세계적 걱정거리로 떠올랐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끝나자마자 예상대로 부패와 타락의 악취가 진동한다. 직접적으로는 전라북도와 부안군 등 지방자치단체와 조직위원회, 공사와 용역을 따낸 전북 지역 업체들, 나아가 여성가족부와 전·현(前現) 정부, 특별법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묻지 마 지원’ 길을 열어준 정치권 등이 얽히고설킨 복마전 실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감사원이 즉각 감사에 나서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우선, 행사 준비를 총괄한 전북도와 토호 기업들의 유착 의혹이 심각해 보인다. 기존 매립지를 놔두고 새만금 갯벌로 정한 과정부터 의문이지만, 전북도가 발주한 공사·용역·물품 계약 256건 중 개막식 이후로 이행 완료 시점을 잡은 건수만 15건에 이른다. 심지어 잼버리 메인센터조차 입찰 공고 때부터 준공 시점이 개막 이후로 설정됐다. 대회를 1년4개월 앞둔 지난해 4월에야 긴급 공고됐고, 완공 목표는 내년 3월 27일이다. 그 결과 임시 허가를 받아 운용본부 등으로 사용되는 기막힌 상황이 빚어졌다.
심지어 기반시설 공사마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000위에도 들지 못하는 전주 지역의 업체가 따냈다. 사업비가 67억여 원인 2차 기반시설 공사의 준공 일자는 아예 폐막 4개월 뒤인 12월 17일로 설정됐다. 전기공사, 대집회장 조성 전기공사 등도 개막 전 준공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상하수도, 하수처리장, 주차장, 그늘 시설 등 필수 시설들이 지난 2021년에야 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부실투성이가 됐다. 공사업체 선정도 ‘지역 제한 경쟁’으로 한 나머지 국제대회 공사 경험이 전혀 없는 도급 순위 964위인 지역 건설사가 기반시설 설치공사를 맡았다.
일부 사업에 대해선 입찰 공고도 내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하다 보니 영세한 지역 업체나 더불어민주당과 연관이 있는 업체가 사업을 맡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북지역 민주당 지역위원회 직능위원장이 운영하는 회사가 온라인 홍보 등 총 8건(23억5900만 원)의 계약을 따낸 것도 의문이다. 조직위 사무국에도 전체 직원 115명 중 53명이 전북도와 전북 각지 시군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인데 이들이 대원들의 불만이 컸던 화장실·샤워장 관리, 상하수도 배수 등을 담당했다. 이런 부조리는 지자체와 조직위, 지역 토호 업체들의 유착 이외에는 설명하기 힘들다.
엄청난 세금이 지난 6년 이들의 먹잇감이 됐다. 앞으로 국제공항과 항만 등 천문학적 예산이 더 투입되게 돼 있다. 이대론 안 된다. 성역 없이 비리를 발본색원해 처벌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별법으로 대못을 박아둔 인프라 공사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08-14 1. SOC만 눈독 ‘전북 이기주의’ 2. 여가부 무능 3. 공무원 복지부동

■ 잼버리 감사 3大 포인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파행 논란 속에 막을 내리면서 감사원 칼끝이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전북도,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지원부처를 향하고 있다. 2021년부터 3년 동안 1171억 원(잼버리 행사 직전 기준)의 사업비를 사용하고도 ‘나라 망신’ 사태를 초래한 책임 소재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질지 주목된다. 특정 부처에 국한하지 않고 이번 기회에 공무원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근본적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인원 조정 등 잼버리 감사 준비에 돌입한 감사원은 조만간 자료 수집을 시작으로 크게 세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감사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는 대회 유치와 부지 선정에서부터 조직위 운영에 이르기까지 대회 준비 전 과정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그중에서도 예산의 방만한 집행과 사회간접자본(SOC) 추진 문제가 주요 감사 대상으로 꼽힌다.
특히 총사업비 1171억 원 중 무려 74%에 해당하는 870억 원이 조직위 운영비·사업비로 잡히고, 시설에 투입된 예산은 130억 원에 불과했던 배경과 원인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잼버리를 이용해 대규모 SOC 예산을 따내는 데 골몰했던 전북도의 지역이기주의도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에 따르면 잼버리 행사를 치르기 위해 새만금 일대에 투입된 SOC 예산은 무려 11조 원에 달한다.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에 실패한 점 역시 감사의 두 번째 포인트로 꼽힌다. 대회 전부터 상하수도, 배수시설, 폭염·폭우 등 준비가 부실하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는데 여가부가 대응에 안일했다는 책임론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에는 잼버리 준비와 운영을 위해 자금을 차입하거나 물자를 도입할 때 여가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했고, 예산과 사업계획서 역시 여가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고도 뒷짐 지고 있던 국무조정실도 방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무원들이 잼버리를 명목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화장실 청소와 위생점검에까지 나서야 하는 등 대회 준비·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공직사회 기강 해이와 무사안일주의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08-14 “준비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 文의 후안무치
대재앙으로 치닫던 ‘새만금 잼버리’ 행사가 기업·종교계 및 중앙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을 국민은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행사 준비를 주도한 전라북도의 책임이 가장 무겁고, 준비 부족을 찾아내고 시정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문 정부는 잼버리를 빌미로 특별법 제정 등 전북 지역에 천문학적 지원 길을 열어주고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은 13일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준비 부족은 문 정부에서 주로 벌어진 일임을 고려할 때 기막힌 궤변이다.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이번 대회를 유치했다. 3년이 지난 2020년 7월에야 조직위가 출범했다. 지난해 8월 기준 기반 시설 공정률은 37%에 불과했다. 뒤늦게 출범한 조직위는 이정옥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위원장을, 송하진 당시 전북지사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부지원위원회’는 2021년 7월 한 차례 열린 후 1년 넘게 가동을 중단하다 지난 3월에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문 전 대통령 표현에는 저주까지 담겨 있는 것 같다. 문 전 대통령은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고 했고, 이낙연 전 총리는 “국민 자부심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행태다. 정상인이라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 감사부터 했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8.14 타락한 지방자치, 최악의 잼버리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최악의 평가를 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부실한 화장실 관리다. 1979년 여름의 논산훈련소 시절이 떠오른다. 부대는 훈련병들의 대변기 사용을 금지했다. 관리하기 귀찮아서였을 것이다. 우리는 변비로 고생했다. 검열을 의식해서 편지에는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적었다. 야만의 시대였다.
지방권력 몰염치, 중앙정부 무능
일류국가 코리아 이미지 추락
감사·수사·국정조사 뭐든 다 해야
‘내 탓이오’ 윤리적 결단이 먼저
40여 년이 흘렀다. 한국은 민주화됐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 세계인의 축제에서 화장실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158개국에서 온 4만3000명이 지내는데 화장실은 354개뿐이었다. 121.5명당 한 개꼴이었다. 변기가 막혀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한 사람이 2곳을 관리해야 정상인데 10곳을 담당하다 보니 벌어진 소동이다. 샤워장과 급수장도 턱없이 모자랐다. 한덕수 총리가 솔선해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사태는 겨우 진정됐다. 1171억원의 혈세를 도대체 어디에 뿌린 것일까.
잼버리 참가자들은 돈 없고 ‘빽’ 없는 훈련병이 아니다.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청소년들이다. 불결한 화장실과 샤워실, 배수가 안 되고 벌레가 들끓는 진흙탕, 1000명이 넘는 온열환자, 바가지 물가에 분노했다. 그래서 ‘난민 캠프’의 실상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담아 전 세계에 알렸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그리고 한류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일류국가 코리아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K팝 공연이 위로가 됐을 뿐이다.
이 마당에 전·현 정권이 패를 갈라 남 탓만 할 일이 아니다. 감사든, 수사든, 국정조사든 모조리 해야 한다. 6년의 준비기간 동안 있었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성역 없는 징비(懲毖)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이 잼버리 대회를 유치해 지지부진한 새만금의 인프라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한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행사를 성공시키겠다는 생각도 없이 2조원이 넘는 예산만 노렸다면 토건세력과 결탁한 고의범으로 정죄(定罪)해야 한다.
2015년 일본 잼버리도 간척지에서 열렸다. 하지만 50년 전 간척이 끝난 장소를 선정했다. 새만금의 3분의 1에 불과한 예산으로 대회를 성공시켰다. 반면에 새만금 잼버리는 해수가 유통되는 267만 평의 해창 갯벌을 대회 장소로 정했다. 관광레저사업임에도 농지관리기금 1845억원을 받아내려고 농업용지로 매립했다. 그러니 물이 안 빠지고 염분이 남아 나무가 자랄 수 없었다. 지방정부가 “잼버리 영지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필요한 면적의 두 배가 넘는 갯벌을 매립하느라 정작 대회 준비에 투입할 시간을 허비했다. 경험 많은 농어촌공사가 아니라 지역 토건업자에게 기반공사를 맡긴 것도 부실한 준비의 원인이 됐다.
지방권력은 “잼버리 행사를 위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용(8000억원) 대비 예상 편익은 형편없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그런데 이 비행장은 아직 착공도 하지 않았다. 개항 목표연도는 6년 뒤인 2029년이다. 애초에 잼버리와는 무관했다는 뜻이다. 수상한 흔적은 끝도 없다.
중앙정부의 책임도 무겁다. 5인 공동조직위원장 중 세 사람이 현직 장관이지만 컨트롤 타워는 없었다.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무능하고 무책임했다.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역사학자 라이샤워 하버드대 교수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 직후 야당 지도자 김대중을 만나 “우선이 지자제 실시입니다. 민주화는 지자제에서부터 시작합니다”라고 했다(『김대중 자서전』). 이 나라의 지방자치제는 이승만이 탄생시켰고, 박정희가 살해했다. 김대중은 의정활동을 시작한 1963년부터 지자제 실시를 줄기차게 촉구했다. 1990년에는 13일간 단식 투쟁까지 했다. 그 결과 1991년 부활됐다. 그러나 김대중은 1998년 대통령이 된 뒤에는 타락한 지방자치에 실망했다. 청와대 참모를 통해 “토호와 결탁한 지방자치를 비판해 달라”는 뜻을 필자에게 전달했다. 지금의 지방권력은 그때보다 세고 몰염치하다.
“스핑크스가 묻는다. 아침에는 전(前)근대이고 오후에는 근대이며 저녁에는 탈(脫)근대인 것은 무엇인가? 정답은 한국이다. (중략) 이렇게 세 겹의 시간대가 착종(錯綜)돼 있는 곳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괴물이다.”(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바로 우리의 실존적 상황이다. 아주 멀리 벗어난 줄 알았는데, 어느새 물샐틈없는 전근대의 구조에 포획된 무력한 존재다. 하나가 해결되면 두 개, 세 개의 문제가 앞을 가로막는다. “장벽이 무너지자 모든 것이 장벽이었다”는 이문재 시인의 은유가 가슴을 친다.
타락한 지방자치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먼저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공동체의 윤리적 결단과 고해성사가 있어야 한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아포리아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중앙일보 이하경 대기자
08.14 잼버리 감사, 나랏돈 1171억 어디에 썼는지부터 시작하라
폐막하자마자 여야 낯 뜨거운 ‘네 탓’ 공방 돌입
전·현 정권 가릴 것 없이 진실·책임 철저 규명을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얼룩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폐막한 지 하루 만에 여야 정치권이 ‘네 탓’을 외치며 정쟁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3무’ 국정이 드러난 상징적 사건”이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총리 사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반면에 국민의힘 유상범 대변인은 “2017년 잼버리 유치를 확정한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파행이란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꼴불견이다. 사태의 책임은 잼버리를 유치한 전 정부와 개최한 현 정부, 예산을 집행한 전북도 모두에 있다.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상대방만 손가락질하는 건 제 얼굴 침 뱉기다. 국민은 이런 정쟁성 논쟁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6년 넘는 준비 기간에다 10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 국제행사가 참극으로 막을 내린 데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만이 관심사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예산 용처부터 조사해야 한다. 총사업비 1171억원 중 핵심인 야영장 조성비엔 단 11%(129억원)만 편성됐다. 이로 인해 배수시설 미비로 진흙탕이 된 갯벌에 설치된 야영장은 허술한 천막 샤워장, 부족하고 더러운 화장실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폭염 속 사흘 만에 온열 환자가 1000명에 달했지만, 초기엔 다수가 방치되다시피 했다. 의약품 예산(3600만원)이 1인당 1000원도 안 됐으니 당연한 결과다. 급기야 미국·영국이 철수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잼버리 개영 이후 뒷수습에만 310억원을 써야 했다. 죄다 세금이다.
반면에 예산의 74%에 달하는 869억원은 조직위 운영비에 들어갔다. 이 돈을 갖고 전북도(55회)·부안군(22회) 등 공무원들이 간 해외 출장이 99회나 된다. 2018년 5월 전북 공무원들은 ‘잼버리 성공 사례 조사’ 명분으로 잼버리 개최 경험도 없는 스위스·이탈리아에 6박8일 출장을 갔다. 부안군 공무원들도 2019년 상하이에 최장 6박7일간 크루즈 여행을 간 사실이 드러났다. 잼버리를 돈줄 삼아 외유성 출장을 즐기고, 정작 기간시설인 야영장은 헐값에 날림이었으니 사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480억원을 들이고도 내년에야 완공된다는 잼버리 메인센터 건물 등 관련 공사 용역의 ‘토착 이권 카르텔’과 최대 69.1%에 달했다는 각종 수의계약의 비리 의혹도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
이번 사태는 ‘G8’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시스템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결코 그냥 넘어가선 안 될 사고다.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의 후속 수사를 통해 전·현 정권 가릴 것 없이 책임자들을 명확히 가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행태가 되풀이돼서도 안 된다.
중앙일보 사설
08.14 죄 없는 교사, 학부모 타깃 되면…'아동학대 누명' 2년 시달린다

〈악성 신고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생님〉
아동학대방지법 24조에 따라 경찰 수사 뒤 검찰 송치 의무
학생 지도하다 발생한 문제에도 ‘아동학대’ 남발은 부적절
법원서 무죄 받아도 피해 극심… “교육청 거친 뒤 수사해야”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에서 예능을 지도하는 선생님 A씨는 2019년 다른 아이의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를 책상에 엎드려 있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3심까지 계속돼 대법원에서 최근 무죄가 확정되기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현행 제도가 빚어낸 비극이다. 교사가 별 잘못이 없어도 아이나 학부모가 ‘정신적 학대’를 당했다며 신고하면 ‘아동학대 피의자’가 돼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당해야 한다. 교사나 교원단체는 물론 수사기관에서조차 말이 안 되는 법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교사 3만여명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고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6개 교원단체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안을 즉각 개정하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경찰관 대화 중에도 학부모 문자
지난 10일 오후 1시 30분쯤 수도권의 한 경찰서를 찾아갔다.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한 수사관은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나 고소를 당하면 일단 조사를 해야 한다”며 “불러서 조사하는 순간 선생님은 법적으로 아동학대 피의자가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다수 신고나 고소 건이 무혐의로 결론 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사건을 종결할 수 없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때문이다. 이 법 24조는 ‘사법경찰관은 아동학대범죄를 신속히 수사하여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교사가 ‘정신적 학대’를 했다고 신고당하면 죄가 되든 안 되든 경찰은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보내야 한다.
교사 수사에 관해 얘기하는 사이 수사관의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가 계속 날아들었다. 무슨 문자냐고 묻자 “교사 고발 건을 수사한 뒤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자 학부모가 항의 문자를 계속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장난하다가 한 명이 다쳤는데 다친 학생의 부모가 상대 아이와 관련해 갖가지 문제를 제기하더니 급기야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건이라고 했다.
급증하는 교사 ‘아동학대’ 신고
지난달 18일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떠올랐다. 이 교사도 학생들끼리 다투다 한 아이가 연필로 머리에 상처를 입은 사건 때문에 고통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이초 비극이 터진 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취합한 피해 사례와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돼 재판을 받고 무죄가 선고된 판례를 찾아보니 비슷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학부모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교사가 한두 명이 아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교원의 아동학대 사건은 2018년 220건에서 2022는 547건으로 두 배 넘게(148.6%) 늘었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와 고소가 급증한 것이다.
교권 논란을 촉발한 서울 서이초등학교를 지난 8일 오후 7시쯤 돌아봤다. 학교 주변이 겹겹의 조화로 둘러싸였다. 교문 앞에 서 있는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전국 교사 일동’ 명의의 조화를 제외하곤 추모 문구 리본이 전부 잘린 상태다. 아직 추모객 방문을 허용하고 있지만,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교실 외벽 앞을 제외하곤 추모와 관련한 쪽지와 조화가 전부 사라졌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실은 창을 블라인드로 가려 안을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좁은 틈으로 보니 교실 앞쪽에 근조 깃발이 눈에 띄고 교탁엔 국화꽃 몇 송이가 놓여있다.
날이 어두워지자 교문 입구에선 추모 공간의 불빛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발걸음도 뜸했다. 오후 7시 30분이 지나면서 서울과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한두 명씩 찾아와 추모했다. 교사들은 주변에서 비슷한 일로 힘들어하는 동료를 봤다고 했다. 특히 “선생님에게 ‘아동학대’라고 낙인을 찍으면 삶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집회를 연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교원 6단체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안을 즉각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황수진 교사노조 부대변인은 “증거도 없이 수사가 시작되는데 무죄라는 것을 교사가 입증해야 한다”며 “유죄 추정이 적용되는 유일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교사 ‘정신적 학대’ 신고도 긴급 출동
교사 고발 사건을 많이 접하는 사람들은 공통으로 ‘아동학대’라는 용어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하다 발생하는 일에 ‘아동학대’라는 죄명을 붙이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명예퇴직을 앞둔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 B씨는 ‘아동학대 피고인’이 된 교사의 분노와 허탈감을 설명했다. B변호사는 “만에 하나 유죄가 나오면 연금 등 불이익이 있으니 학생 측과 합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봤지만, 선생님이 완강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3년간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교사의 피해는 회복할 방법이 없었다. B변호사는 “교사를 고소해놓고 학생 측은 경찰 조사도 안 받으면서 시간을 끈다”며 “경찰이 조사를 못 해 종결하겠다고 하면 그제야 ‘조사받겠다’는 식이어서 선생님의 고통만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훈육이 명백한 사안도 신고나 고발이 들어오면 선생님을 아동학대 피의자로 입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면 ‘코드 0’이나 ‘코드 1’ 등 최고 수준으로 대응하는 방식도 재고가 필요하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촌각을 다툴 사안이 아닌데도 긴급 출동한다. 경찰관이 갑자기 나타나면 교사는 충격을 받게 된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가 조사받는 진술 녹화실을 가봤다. 방에 테이블이 하나 놓여있고 프린터와 컴퓨터가 설치돼있다. 교사 자리에 앉아 보니 마주 앉은 수사관 뒤로 커다란 유리가 보인다. 여기선 유리 너머를 볼 수 없지만, 반대편에선 이곳을 볼 수 있다. 교사의 당혹감이 그려진다.
맘 카페 올리고 학부모끼리 짜고
일부 학부모는 서로 짜고 교사를 궁지로 몬다. 변호사 B씨는 “학부모가 친한 학부모를 통해 다른 학생의 진술을 추가로 제출하는 바람에 굉장히 힘들었다”며 “이 진술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내 무죄는 받았지만 이미 선생님은 명예가 실추했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에서 무혐의 판단을 받은 교사 D씨는 “법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학부모가 맘 카페에 일방적인 주장을 올렸다”며 “차라리 나에게 보디캠을 달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정일 광양교육청 위센터 전문상담교사는 “작년에도 학부모에게 시달리던 선생님이 사직한 일이 있었다”며 “사명감으로 대안학교를 자원한 선생님이 아동학대 고소를 당해 학교를 떠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고 했다.
교장 도움 없이 교사 혼자 감당
학부모의 타깃이 된 교사가 혼자 모든 걸 감당하는 것도 문제다. 아동학대 피의자가 됐다가 최근 무혐의가 결정된 교사 C씨는 “학부모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교장 선생님 등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적 고통이 커서 교직을 그만두려 했는데 다른 학교로 전학 간 제자가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며 찾아왔다”면서 “이 아이를 보는 순간 참아왔던 울음이 터졌고, 버텨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미국에서도) 진상 보호자가 선생 얼굴을 보겠다고 학교에 찾아오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 자리에 교장은 꼭 동석하여 선생님 보호하면서 민원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은 “학부모가 교사를 고발할 때는 교육청 등에서 일차적으로 중재를 해서 함부로 선생님을 고발하지 못하게 하는 법적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죄명에 대해선 “무혐의를 받더라도 아동학대죄로 조사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며 “선생님에 대해선 죄명을 신중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사 아동학대 수사 전에 교육청 판단 받아야"

이태규 의원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사진) 의원은 13일 “교권이 짓밟혀 엉망이 된 데는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교권 보호를 강화한 초·중등교육법 등 개정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교사의 정당한 학생 지도 부분에 대해선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
-현행법의 문제는 뭔가.
일부 학부모가 법을 남용해 무조건 고소·고발해버리면 교사를 직위해제하니까 교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날 때까지 오랜 시간 동안 고통에 빠져있고 무죄를 받아도 엄청난 상처가 남는다.
-제시한 대안의 골자는.
학부모가 고소해도 수사기관이 나서기 전에 먼저 교육청 의견을 듣도록 한다. 수사 여부를 결정할 때까진 교원의 신분을 철저히 보장한다.
-아동학대라는 죄명에 반감이 큰데.
학부모가 고소해도 수사 전에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1차 판정을 받을 경우 수사를 하지 않으면 된다.
-교사 혼자 고통을 감당하는 문제는.
악성 민원은 교장·교감 책임 아래 대응해야 한다. 일부 부모는 교사를 ‘내 새끼’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생각한다.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중앙일보 강주안 논설위원
08.16 임기 다 된 임원만 사표 수리, 또 국민 속인 LH ‘쇄신 쇼’

▲지난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한준 사장이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된 단지 5곳이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해 지난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 ‘철근 누락’ 공사로 물의를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직 쇄신을 위한 첫 조치로 전 임원이 사표를 냈다고 발표하고는 그중 4명의 사표만 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들 4명 중 2명은 이미 임기가 끝났고, 나머지 2명은 다음 달 임기 만료인 임원이라고 한다. 가장 책임이 큰 사장과 감사는 사표 제출 대상도 아니었다. 어차피 그만둘 임원을 앞세워 ‘사과 쇼’를 한 꼴이다.
LH의 쇼는 처음도 아니다. 임직원 11명이 개발 예정지 주변 땅을 사들여 막대한 차익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던 2021년에도 “쇄신”을 내세우며 임원 4명을 경질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2명은 임기가 며칠 안 남은 인물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경질된 임원들에게 연봉 1억원의 사내 대학 교수 자리까지 마련해주었다.
국가를 대신해 택지 개발, 주택 분양을 하는 LH는 임직원의 공공 의식과 도덕성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어느 공기업보다 직업 윤리가 형편없다. 지난 4월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후 LH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단지 102곳을 조사한 결과 15곳에서 철근을 빼먹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5곳이 더 있었다. 직원들이 철근 누락이 “경미하다”며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철근 보강 공사를 하면서 입주민에게는 페인트 도색 공사인 것처럼 속였다.
철근 누락 아파트 중 절반 이상에서 LH 출신이 영입된 업체가 감리 업무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가 LH와 수의계약을 통해 따낸 일감이 최근 3년간 77건, 2300억원대에 달했다. 2년 전 직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일부 LH 직원들은 “우리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느냐”고 반발해 국민 분노에 불 지르기도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윤리 의식 결여가 만연한 공기업이 문재인 정부 시절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권 코드를 잘 맞췄다고 3년 연속 A등급을 받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이제 LH 자체 쇄신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 사장을 교체하고 외부 전문가를 경영진에 투입해 전면적인 쇄신을 이뤄내는 방법뿐이다.
조선알보 사설
08-16 사기극 반복, 시대적 역할은 소멸… LH 해체 검토할 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뿌리는 1962년 설립된 대한주택공사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한국토지공사(1979년 설립)와 통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의 장년층 이상은 ‘주공아파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난 반세기 이상 신도시와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통해 주거문화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민간 건설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면서 이제 그런 시대적 역할은 사실상 끝났다.
게다가 일탈도 빈발한다. 개인적 부패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임원 사직 쇼’는 상징적이다. 조직 쇄신을 한다며 임원 4명의 사표를 수리했으나 정작 2명은 지난달 25일 임기가 끝났고, 나머지 2명도 다음 달 임기 만료로 드러났다. 2021년 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질된 임원 4명 중 2명은 임기가 9일밖에 안 남았고, 그것도 모자라 연봉 1억 원의 사내 대학교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LH는 무량판 구조의 아파트 102개 단지 중 11곳의 조사를 누락했고, 철근 보강 공사를 하면서 페인트 도색 공사인 것처럼 속였다. 이후 보름 동안 설계용역 5건과 감리용역 1건도 모두 LH 전관 업체에 몰아준 것으로 밝혀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공공임대주택 확대로 3년 연속 A등급을 받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국가를 대신해 택지 개발 및 주택 공급을 하는 공기업으로서의 책임감도 도덕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건설 이권 카르텔’을 대표하는 괴물로 비친다. 외부 전문가들을 투입해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공공부문에 주택 공급을 의존하던 시대도 지난 지 오래다. 장기 기획 기능만 빼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민영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은 LH의 존재 이유는 소멸했고, 셀프 개혁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
문화일보 사설
08.17 잼버리 파행은 국가 시스템 파산, 철저한 감사로 ‘실패 백서’ 남겨야

▲7월 18일 새만금 세계잼버리 야영장 일부가 대회 개최를 보름 앞두고 내린 집중호우에 침수돼 야영장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생겼다./연합뉴스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의 파행은 ‘국가의 실패’다. 어느 개인이나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지자체·정치권의 무책임과 무능, 무사안일이 겹치고 겹쳐 중앙·지방 행정을 작동 불능에 빠트린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G7의 8번째 회원국이 되겠다고 나선 나라에서 전형적인 후진국형 행정 파탄이 빚어졌다.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 대형 재난에서 전·현 정부, 중앙·지방 정부, 여야는 그 어디도 파행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파국의 근본적 원인은 잘못된 부지 선정과 기반 시설 미흡이다. 대회 유치 후 6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도 작년 3월 전북도와 조직위가 ‘1년 연기’를 세계스카우트연맹에 건의할 정도로 부지 조성 및 기반시설 구축이 더뎠다. 행사 8개월 전에야 겨우 부지 조성이 끝났고 전기 설비는 개영 전날까지 42%가 안전 기준 미달로 승인받지 못했다. 대회가 끝났는데 아직도 새만금 현장에선 상하수도·주차장 등의 공사가 계속될 지경이 됐다.
컨트롤 타워는 중구난방이었다. 무려 5명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아 혼선을 자초했다. 지휘 체계를 일원화하라는 조직 이론의 기초부터 어긴 것이다. 주무 부처인 여가부 장관은 부지 조성도 미흡한데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다”고 실상과 동떨어진 답변을 했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전임 전북 도지사는 무리하게 국제 행사를 유치만 해놓고 기반시설 구축은 뒷전이었고, 1년 전 바통을 넘겨받은 현 지사는 뒷수습에 실패했다.
관료들은 중앙·지자체 할 것 없이 무사안일의 극치를 보였다. 잼버리를 구실 삼은 공무원들의 99차례 외유성 해외 연수 등 세금 낭비 사례가 드러났다. 용역·공사 입찰의 69%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등 유착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여가부 국장 출신의 조직위 사무총장은 준비 부족을 우려하는 현장 목소리를 묵살하고 여가부에 제대로 보고조차 안 했다. 국무총리가 직접 화장실 청소까지 해가며 질타하자 겨우 현장이 움직일 정도였다.
감사원이 잼버리 파행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대회 유치 단계부터 준비 과정, 대회 운영, 폐영까지 대회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일체의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철저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한 뒤 국가 시스템 전반에 관한 ‘실패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32년 전 고성 잼버리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우리가 왜 이번 대회에선 형편없는 실력을 보였는지 낱낱이 파헤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8.17 새만금 갯벌에 발목잡힌 대한민국
원래 갯벌 메워 쌀농사 짓자던 땅… 쌀 남아돌게 된 이후 국제공항, 크루즈 부두 등 온갖 비현실적 계획 난무
LG서 스마트팜 제안했지만… 전북도의회, 농민 결사반대
지금은 새로운 성공 방정식 필요… 미래 위해 모두 마음 열어야
▲8월 3일 전북 부안 새만금 매립지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야영장 모습./김영근 기자
“1950년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는 가장 결정적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15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이 지니는 긍정적 의의를 되새기며, 미래를 위한 발전적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우리의 역사가 그랬다.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체제 경쟁을 벌이고 있던 신생 국가 대한민국은 ‘유상 몰수 유상 분배’ 원칙에 기반한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소규모 자영농들이 스스로 농사짓는 토지의 주인이 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공산국가 북한의 침략에 맞서 사람들은 ‘내 땅’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내 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자녀들을 교육해 오늘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농지개혁은 1948년 건국 이후 75년 만에 이루어낸 기적의 근본이었다.
문제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현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K팝 콘서트와 함께 마무리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그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준비 기간 6년, 예산 총 1천억 원이 넘게 들어간 이 행사는 왜 이토록 엉망이 되고 만 것일까?
새만금은 본래 한반도에 존재하지 않던 옥토가 되도록 예정된 땅이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공약에 따르면 그랬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 농민들은 보조금 혜택을 받는 쌀농사에 편중되었다. 그 결과 쌀은 남아돌고 다른 농작물은 비싼 기형적 농업 구조가 만들어졌고, 새만금의 갯벌을 메워서 염분을 빼고 농토로 만들어야 할 이유도 점점 사라졌다.
1987년 개헌 이후 본격화된 지방자치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새만금은 수지타산이 안 맞지만 중단할 수도 없는 사업이 되었다. 지역의 민심, 표심, 이권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제공항을 짓자는 둥, 크루즈 여객선 부두를 건설하자는 둥, 태양광 패널을 깔아서 ‘에너지 농사’를 짓자는 둥, 온갖 비현실적 계획이 난무하는 가운데, 국책 사업에 끼어들어 한몫 잡으려는 업자들, 책임 의식 없는 지역 공무원, 표심을 노리는 정치권이 결탁해 아무리 예산을 퍼부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이 되어버렸다. 새만금 잼버리는 그 난맥상을 온 국민에게 알린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정치권은 이 사건을 두고 길고 지루한 공방을 벌일 듯하다. 물론 책임 소재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야 한다. 새만금 갯벌이 ‘산으로’ 간 것은 쌀농사, 더 나아가 농업 전체가 저부가가치 산업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새만금에서 흔한 쌀 대신 전통주를 빚는 고급 품종을 개량, 육성할 수 있었다면, 질 좋은 야채를 생산해 수도권과 여러 광역시로 공급하는 물류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면, 새만금의 현실은 지금과 퍽 달랐을 수 있다.
실제로 그런 미래가 눈앞에 보인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동부그룹 계열사였던 팜한농이 제시했던 화옹 간척지 스마트팜 계획이 그렇다. 팜한농은 LG 그룹에 인수되었고, 2016년 LG CNS는 새만금 스마트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스라엘, 네덜란드 등의 선진 사례를 연상시키는 첨단 농업을 시도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 단체는 LG CNS와 대화하기를 거부한 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전북 도의회는 ‘농민 생존 위협하는 LG의 농업 진출 저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원래 농사를 짓기로 한 땅에 고부가가치 스마트팜을 지으려던 시도는 단지 그 주체가 기업이라는 이유로 좌초해버렸다. 한때 대한민국의 경제 기적을 가능케 했던 경자유전 원리가, 이제는 지방자치제를 등에 업은 지방 세력과 토호들의 구호가 되어, 빠져나올 수 없는 갯벌로 나라 전체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경자유전 원리는 신생 국가 대한민국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하지만 2023년의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극빈 농업국이 아니다. 1950년 이후 수십 년간 유지되어왔던 원칙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다. 억지 춘향 잼버리 대신 한국의 첨단 농업을 배우러 외국 청년들이 몰려오는 것, K팝 국제 학교가 아닌 K스마트팜이 새만금의 이름을 빛내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 아닐까.
조선일보 노정태 철학에세이스트
08-17 새만금 적반하장 행태와 감사원 책무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새만금잼버리대회가 끝났다. 이후 부패와 타락의 악취가 진동하는 ‘새만금 복마전’의 실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감사원은 대회 유치부터 폐영까지 제기된 모든 문제를 따져보겠다며 본격적인 감사 준비에 들어갔다. 기존 매립지를 놔두고 새만금 갯벌로 정한 과정부터 2017년 8월 개최지 선정 이후 6년간 예산이 제대로 투입됐는지 전 과정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잼버리조직위, 지역 토호 업체들의 유착이 있었는지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대참사로 치닫던 새만금잼버리대회가 기업·종교계 및 중앙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은 다행이다. 위기 국면에서 우리 사회의 저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번 잼버리 파행·부실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은 분명히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행사장의 기반시설 공정률은 37%에 불과했다. 지난 6년간 행사 준비에 117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기반시설은 부실했다. 조직위 사무국의 전체 직원 115명 중 53명이 전북도와 전북 각지 시·군에서 파견된 공무원이었다. 일각에선 “전북도가 잼버리대회 운영엔 신경을 덜 쓰고 지역개발 및 예산 확보에만 혈안이 됐다”고 지적한다. “제사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어 추진 과정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러니 전 정부와 전북도는 부실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런데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새만금사업은 잼버리가 유치되기 전부터 국가사업으로 추진돼 왔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면서 현 정권의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전형적인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다.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정부, 언론, 여당, SNS’ 탓으로 돌리는 허황한 진보세력의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 같다.
이번 대회에 정부 부처 세 군데가 조직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리다 보니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도 큰 문제였다. 특히 잼버리대회를 주도해온 여성가족부의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폭염 대책을 다 세워 놨다”고 장담했었기 때문이다.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책임 규명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은 왜 사전에 이를 감지해서 예방하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작은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 조직위 등이 이런 법칙을 감지할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 버리면서 예고된 파행으로 치달았다. 본행사 예행연습 및 사전 점검을 하지 않아 기반시설 부족, 배수 및 위생 불량, 폭염 등의 치명적인 문제를 인지·해결하지 못한 채 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번 잼버리대회 파행·부실 사태를 계기로 국가 브랜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국가적 행사의 경우, 지방정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역할 및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확실한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비대해진 지방자치 권력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치 공방이 아니라 책임과 성찰의 시간이다.
문화일보
08-18 세금 도둑질 전형 ‘새만금’과 전국 지자체 조사 시급성
새만금잼버리와 관련된 기막힌 비리가 매일같이 드러나고 있다. 화장실부터 공항 건설까지 전방위 세금 도둑질의 전형으로 비친다. 감사원이 3개 과(課)를 투입해 전면 감사에 나섰다. 정치적 고려와 성역 없이 비위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마침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17개 시·도의 자치 법규를 조사해 예산 낭비와 부패를 부를 제도적 허점을 436가지 찾아냈다. 제2, 제3의 새만금 사태가 어디서든 터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행사를 빙자한 지자체의 ‘세금 뜯어내기’가 전북만의 문제도 아니다.
여성가족부와 전북도는 2020년 8월 기획재정부에 총 사업비 규모를 기존 491억 원에서 242%나 늘어난 1190억 원으로 증액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심한 배려’ 등의 명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본 시설 미비 등 결과는 정반대였다. 개최 3년을 앞두고 예산을 대폭 늘려 달라고 한 저의부터 세금 도둑질을 의심케 한다. 프레잼버리 개최를 구실로 59억 원을 요청해 받아놓고 매립 지연으로 개최하지도 못했다. 기반시설(253억 원), 대집회장(59억 원) 예산도 요청했으나 개막일까지 완료하지 못하고, 지금도 공사 중이다. 추가 배정한 예산 265억 원 중 대회 한 달 전인 7월까지 집행률이 62%에 불과했다. 심지어 ‘비데가 있고 에어컨 시설을 갖춘 화장실’ 명목으로 예산을 확보하고도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푸세식 화장실’을 만들었다.
잼버리를 준비하면서 100여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온 전북도 등의 사례가 전국 지자체에도 만연하고 있다. 경남도의회는 5인 미만 출장의 경우,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부적절한 출장에 사용된 경비를 환수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있다. 새만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만연한 세금 도둑질을 막을 종합 대책이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8.19 수많은 ‘스롱 피아비’를 보고 싶다
캄보디아서 온 당구 여제 보며 인재는 모든 나라에 있다 절감
외국서 인재 몰려오게 하려면 글로벌한 국가 먼저 만들어야
▲스롱 피아비가 지난 9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3-2024시즌 2차투어 ‘실크로드 안산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우승한 후 '통산 6승'을 의미하는 손가락을 펼쳐보이고 있다. 2023.7.10/뉴스1
국내 여자 프로당구 최강 중 한 명인 스롱 피아비는 모국 캄보디아에서 스포츠 영웅이다. 얼마 전 60여 년 만에 조국에서 열린 동남아시아 경기대회(Sea Game)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가 압도적 실력으로 다른 나라 선수를 물리치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모국에서 그의 인기는 전성기 박세리나 김연아 못지않다. 돈과 명예를 얻었고, 선행도 많이 하는 그를 국내 당구계는 ‘캄보디아 김연아’라고 부른다.
빈농의 딸 셋 중 맏이로 태어난 그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왔다. 남편 따라 당구장에 갔다 큐를 잡은 것이 인생을 바꿨다. 타고났는지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입문 1년도 안 돼 우승했고 국내 1위가 됐다. 2021년 남보다 2년 늦게 LPBA(여자프로당구)에 데뷔했는데 현재 최다 우승(6승)을 올리고 있다. 지금 시점 국내 ‘톱2′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우리 당구계에 큰 재산이다. 한국 선수들과 펼치는 승부는 불꽃이 튄다. 덩달아 국내 당구 수준도 높아졌다. 당구계는 우리 여자 당구(3쿠션 기준)가 세계 최고일 거라고 본다. 국제적 주목을 받을 정도로 흥행도 성공적이다. 그 일등 공신 중 한 명으로 스롱을 빼놓을 수 없다.
인구 1700만 캄보디아는 관광지 ‘앙코르와트’와 공산주의 독재자 폴포트 정권이 저지른 ‘킬링필드’로 알려진 나라다. 1인당 GDP는 1900불 정도다. 그 나라 출신으로 국내에 상주하는 사람은 4만5000명에 불과하다. 스롱을 보면서 탁월한 인재는 어느 나라에도 있다는 걸 절감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175만2000명이다. 전체 인구의 3.4%다. 앞으로 이 비율은 빠르게 커질 것이다. 한국인 인구는 작년 처음으로 50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사회 곳곳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결혼과 출산, 육아는 전쟁이다. 최근엔 맞벌이 부부 자녀 보육을 위한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이 이슈가 됐다. 곧 시범 사업으로 필리핀 등에서 100여 명이 온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서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우린 그들을 3D 업종 ‘저임금 노동자’로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5년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평론가 마틴 울프를 인터뷰했다. 오스트리아 극작가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는 그를 런던에서 낳았다. 그는 “런던만큼 세계를 봐야 하고, 세계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곳도 없다”며 “이곳에서 태어난 것이 나를 ‘국제적’으로 만든 결정적 배경이었고, 그건 행운이었다”고 했다. 그는 영어, 세계 최강 제국의 역사, 무역 강국 전통, 국가 경제 규모가 작아 다른 세계 나라와 연계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이 영국을 자연스럽게 국제적으로 만든다고 했다. 영어와 제국을 빼면 다른 조건은 한국도 같다.
작년 인도계 3세 리시 수낙이 영국 총리가 된 건 충격과 감탄 그 자체였다. 대영제국 후예들이 옛 식민지 인도의 후손을 지도자로 뽑은 것이다. 영국 경제계도 이민자 존재감이 엄청나다. 지난 5월 선데이타임스가 발표한 영국 ‘최고 부자’ 1위, 4위는 모두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에 이민 간 사람들이다.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미국과 유럽엔 이런 스토리가 수두룩하다. 우리 사회에선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은 자국뿐 아니라 뛰어난 외국 인재를 얼마나 영입하고 키우느냐가 흥망성쇠를 가르는 시대다. 많은 외국 인재가 한국에 온 것을, 또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행운이고 자랑이라고 여기는 때가 온다면 우린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일 게다. 나도 그런 자랑스러운 나라에 살고 싶다. 그러려면 우리 수준이 ‘글로벌’해야 하는데 그 첫발은 세계가 인정하는 전문가를 ‘돌팔이’라고 폄훼하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과학과 상식을 무시하는 ‘무지’와 ‘이념적 위선’을 물리치는 것이 아닐까.
조선일보 장일현 기자
08.20 LH 전관 계약 648억 해지...정부, 입찰 참여 원천 차단 나선다
퇴직자 및 전관업체 DB 구축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로 전관 특혜 논란에 휩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미 계약 체결을 마친 전관업체와의 용역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LH 전관 논란을 전면 차단하기 위해 퇴직자와 전관업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전관업체와의 용역계약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LH와 국토교통부는 20일 서울지역본부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 주재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LH는 계약 시점 제출된 임원확인서 및 용역업체와의 통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철근 누락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31일 이후 전관 업체가 참여해 체결된 설계 공모는 10건(561억원), 감리용역은 1건(87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LH는 전관 재직이 확인된 해당 계약 총 11건(648억)에 대해 계약을 취소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 31일 이후 입찰을 공고했거나, 심사를 진행 중인 설계·감리 용역 계약 23건(892억원)에 대해서는 공고를 취소하기로 했다.
LH는 심사·선정이 취소된 용역계약과 향후 발주할 용역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전관업체 입찰배제를 위한 계약·심사 관련 내규를 신속히 개정할 방침이다. LH 퇴직자를 보유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 심사 과정에서 가점을 부여하고, 퇴직자 명단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부 별도 방침으로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이날 국토부는 설계·감리 분야를 중심으로 LH 전관개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LH 전관 카르텔 철폐 방향’을 밝혔다. 우선 LH가 전수조사를 통해 퇴직자와 전관업체 DB를 구축하기로 했다. 최근 5년 내 LH와 설계·감리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는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토대로 DB를 먼저 구축하고, 향후 진행되는 설계·감리 참여자에 대한 DB도 수시로 갱신한다는 방침이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임원진들이 11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스1
LH 취업심사제도 역시 강화하기로 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취업심사 대상자를 임원에서 2급 이상으로 확대했으나, 정작 취업제한 대상기업이 자본금 10억원 및 매출액 100억원 이상으로 한정돼 심사대상에 포함되는 퇴직자가 극소수였다. 이에 국토부는 인사혁신처와 협의를 통해 취업제한 대상기업을 확대해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전관업체의 수주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전관업체의 경우 계약 참여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이 같은 전관 차단 방안은 LH 뿐만 아니라 국토부 및 국토부 소관 공공기관으로 확대를 추진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 카르텔은 공공의 역할에 대한 배신일뿐 아니라, 민간 자유 경쟁 시장을 왜곡시키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정면으로 파괴하는 행위”라며 “반카르텔 정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 하에서 한치의 흔들림과 양보 없이 필요한 변화에 대해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신수지 기자
08.21 현직 교사 297명, 학원에 킬러문항 팔아...5년간 5억 받기도
교육부에 자진 신고...5000만원 이상 받은 교원 45명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교육부는 21일 현직 교사 약 300명이 사교육 업체에 킬러문항과 모의고사 문제 등을 만들어 주고 업체들로 부터 돈을 받는 영리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현직 교사 약 300명이 사교육 업체에 수능 킬러 문항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 영리행위를 했다고 교육부에 신고했다. 이 중 약 200명은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5년간 5000만원 이상 받은 경우가 총 45명이었고, 5억원 가까이 번 경우도 있었다.
교육부는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사교육 업체 관련 영리 행위한 교사들에게 자진 신고를 받은 결과, 현직교원 297명이 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교사 한 사람이 여러 건의 영리행위를 신고한 경우가 많아 건수로는 총 768건에 달한다.
교육부는 지난 6월 교사들이 대형 사교육 업체에 수능 킬러문항 모의고사 문제 등을 판매하고 많게는 수억원씩 수천~수억원을 받았다는 제보를 받았다. 국세청도 교사들이 일부 학생들만 다니는 대형 입시 학원에 수능 문제를 팔고 거액을 받는건 ‘사교육 이권 카르텔’로 보고 대형 업체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최근 10년간 대형 입시업체로부터 5000만원 이상 받은 교사가 1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 이상 받은 교사가 60여명이고, 최대 9억3000만원을 받은 교사도 있었다. 교육부는 국세청 세무조사와 별개로 자진 신고를 받았다.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드러난 일부 이번에 교육부에 자진 신고도 했다.
교육부에 신고된 영리행위 768건 중 ‘모의고사 문제 출제’(537건)가 가장 많았다. 입시업체나 특정 강사를 위한 교재를 제작한 경우와 강의·컨설팅에 참여한 경우가 각각 92건이었다. 나머지(47건)는 기타유형이다. 국세청 세무 조사에서 5000만원 이상 받은 것으로 드러난 교사 가운데 일부는 교육부에도 자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절반 가까운 341건(교사 188명)은 ‘겸직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영리행위를 하려면 학교장에게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지난 5년간 사교육 업체에서 5000만원 이상을 받은 교원이 총 45명이었다. 대부분 유명 입시학원, 유명 강사와 계약한 뒤 모의고사 문항을 만들어주고 돈을 받았다. 교육부는 이 중 금액이 많은 교사 6명 사례를 공개했는데, 모두 겸직 허가를 받지 않았다.
가장 많은 금액을 신고한 교사는 경기도 사립고 수학교사 A씨다. 그는 2018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학원과 강사 등 7곳에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주고 총 4억8526만원을 받았다. 서울 사립고 화학 교사 B씨는 2018년부터 최근까지 유명 입시 학원 2곳에서 3억8240만원을, 서울 공립고 지리교사 C씨는 지난 4년 11개월간 5개 학원에서 3억55만원을 문항 출제 대가로 받았다.
이외에 서울 공립고 수학교사, 서울 공립중 윤리교사, 인천 공립고 과학교사가 1억 4000만~2억9000여만원을 받았다고 자진 신고했다.
교육부는 교원들의 신고 내용을 확인한 뒤 엄중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겸직 허가를 안받은 경우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징계 대상이다. 사교육업체에서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받은 교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교육부는 영리행위를 한 교사 가운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모의평가 출제 위원으로 참여했는지 여부는 묻지 않았다. 앞으로 이를 추가로 확인해 참여 사실이 확인되면 업무 방해 혐의도 적용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항을 판매한 교사가 지나치게 많은 액수를 받았다면, 이는 문항 제작 뿐만 아니라 정보 제공 등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교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세청 조사 내용을 토대로 감사원과 전수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하반기 중 교원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도 새로 마련한다.
조선일보 최은경 기자
08-21 ‘새만금 16㎞ 바깥 숙소’ 여가부 장관 당장 물러나라
2023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주무 부처 최고 책임자이면서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직접 지시까지 어기고, 대회 기간에 단 하루도 새만금에서 자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가부는 20일 “김 장관이 숙영을 검토했으나, 신변 위협으로 경찰 보호를 받는 상황에서 위해(危害) 요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숙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 김 장관은 공직 자격이 없다. 잼버리 개막 3일째이던 지난 3일 폭염과 준비 부족이 겹쳐 참가자들이 큰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한 총리는 김 장관에게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158개국 참가자 4만3000명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그 뒤로도 태풍으로 야영지가 조기 철수된 8일까지 변산반도 생태탐방원 2인실에 묵었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 후에야 시인했다. 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은 새만금 야영지 16㎞ 바깥으로, 에어컨·샤워부스·화장실 등이 방마다 잘 갖춰진 숙소다.
‘신변 위협’ 운운의 군색한 변명으로 책임을 더 회피해선 안 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만 해도 4일부터 6일까지 새만금에서 야영했다.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고, 시민단체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한 김 장관은 감사·수사 결과를 기다려 거취를 결정할 때가 아니다. 당장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 임면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문화일보 사설
08-21 무능과 부패가 만난 새만금

유회경 전국부장
새만금 잼버리 행사가 가까스로 마무리된 가운데 그 파행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사원에서 16일 잼버리 유치부터 폐영까지 전방위 감사에 착수한다고 예고, 파행에 대한 보다 세밀한 복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잼버리 행사 초기 파행의 단초가 된 화장실 관리에 대한 책임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행사 초기 폭염 대응 미숙, 벌레 물림, 샤워장 시설 미비 등 각종 문제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왔지만, 가장 주목을 끈 것은 화장실 관리 부실 문제였다. 특히, 영국·미국 등의 조기 철수의 주된 배경이기도 했는데 화장실 관리를 제대로 못 해 잼버리가 파행으로 치달았다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니다.
그러면 진짜 누구 잘못일까. 현재까지 보면 전북도보다는 잼버리 조직위원회 잘못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근거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2021년 11월 고시한 ‘잼버리 관련 시설의 설치 등에 관한 계획’이다. 정부는 계획에서 크게 직접 관련 시설과 여건 조성 시설 두 가지로 나눴다. 상하수도·중앙보행로·주차장·강제배수시설 등 여건 조성 시설은 전북도가 주로 맡았고, 직접 관련 시설 중 대집회장(전북)과 직소천과정활동장(부안)을 제외한 나머지는 조직위 몫이었다.
즉, 야영시설 설치 및 철거(급수대·이동형 화장실·샤워장 등), 전기시설, 통신시설 등은 조직위가 전담 관리해야 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화장실 관리가 부실했다면 이는 당연히 조직위 책임이다. 조직위는 어찌 그리 화장실 관리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을까. 잼버리 행사 때마다 화장실 청소 등 야영지 자율 관리를 하는 전 세계 성인 자원봉사자인 국제운영요원(IST)들의 참여 부진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조직위 등은 설명한다. 당초 7000여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실제로는 채 절반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는 별도로 조직위가 행사 초기에 용역업체와 화장실 청소 횟수 계약을 하루 2회나 3회 한 것도 문제다. 어느 정도 수준의 청소 작업이 필요한지 면밀한 검토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직위도 뒤늦게 행사 시작 이틀 만에 하루 6회로 청소 횟수를 늘렸다가 다시 하루 2시간에 1번, 매시간 청소 등으로 조정했지만 이미 추락한 평판을 주워 담을 순 없었다. 이 과정에서 전북도는 급한 마음에 도내 용역업체를 추가로 계약해 긴급 투입했고 도내 시·군 공무원을 동원하기도 했다. 조직위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행동한 건데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뭐했나’ 질책이 쏟아지니 전북도 입장에선 답답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전북도에 책임이 아예 없다 할 수 있을까. 혹서기 행사를 배수도 원활치 않은 갯벌 매립지에서 치르려고 한 게 애당초 잘못된 선택인 데다 매립 사업, 야영지 기반시설 조성 등을 시의적절하게 수행했는지 의문이다. 폭염 대비 덩굴터널 조성 작업도 졸속 그 자체였다. 잼버리 행사용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 건물이 행사가 끝난 한참 뒤인 내년 3월에야 준공된다는 사실을 누가 순순히 받아들이겠는가. ‘인프라 잿밥’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여가부가 두 마음을 품은 전북도를 만났을 때 무슨 참변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문화일보
08-22 ‘새만금’ 후유증과 지방자치의 한계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철저한 준비가 스카우트 구호
전면 배신한 조직위와 전북도
지원금 뜯어내기와 낭비 심각
지방행정 구조적 문제도 한몫
농업 중심 사회에 맞춰진 제도
시대 변화에 맞게 대개편 필요
전 세계 젊은이의 모험과 우정을 목적으로 개최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지난 12일로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행사 실패의 후유증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철저히 준비하라’라는 스카우트의 구호와는 정반대로, 새만금잼버리는 준비 부족으로 자연 속에서 야영과 모험을 즐기며 세계 청소년이 서로 우의를 다지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 K-팝 공연 관람과 한국 관광으로 개최국으로서 체면을 겨우 차리는 모양새로 마무리됐다. 이번 새만금잼버리 실패는 전북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지방행정의 잘못된 관행과 지방자치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간의 지방행정과 지방자치 제도의 문제에 대해 되짚어 봐야 한다.
먼저, 새만금잼버리 사업에서도 지방정부가 중요 행사 개최를 이유로 중앙정부에서 사업 예산을 배정받고 나중에 추가로 예산을 요구하는 잘못된 행정 관행이 그대로 반복됐다. 2020년, 대회 주최자인 여성가족부와 주관자인 전북도는 새만금잼버리 예산을 애초보다 2.5배 증액된 1190억 원을 요청해 승인받았다. 이 같은 관행은 행정의 예측성과 신뢰성을 훼손한다. 더욱이 이렇게 배정된 예산을 적시에 집행하지 못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에 가장 큰 문제를 초래한 화장실 및 샤워장 미비는 물론, 기반시설 조성 예산과 집회장 조성에 배정됐던 추가예산은 대회 직전까지 62%만이 집행됐다.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로, 새만금잼버리조직위원회와 전북도는 배정된 예산을 낭비했다. 예를 들면, 잼버리 준비를 명목으로 공무원들이 102회에 걸쳐 해외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잼버리 성공 사례를 배우러 해외 출장을 간다며, 행사 개최 경험이 없는 나라를 방문한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있었다. 그뿐 아니라, 잼버리 관련 용역·공사를 입찰하면서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선정해 그간 지방정부 사업에서 여러 번 문제가 된 유착과 비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행정 실패 원인 중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대다수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이 지역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중앙정부로부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이다. 새만금잼버리도 전북도가 대규모 SOC를 건설하기 위해 국가 예산을 따 오는 구실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제공항,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신항만 건설 등 11조 원에 이르는 SOC 예산을 잼버리 준비를 명목으로 배정받았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전북도는 이 같은 SOC 투자는 수십 년간 국책사업으로 진행돼 온 새만금사업의 일환으로, 잼버리와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핵심은, 전북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새만금국제공항 같은 SOC 투자가 과연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가이다. 물론 잼버리 같은 일회성 국제행사의 장기적인 개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새만금공항과 같은 투자사업은 어떤가? 이 또한 회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판단이다. 결국, 국가 예산만 낭비하고 지역 발전을 기대하는 도민들에겐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
지방자치는 가까운 곳에서 주민에게 생활에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방의 독특한 문화와 경제적 특성을 반영해 지역 고유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앙정부의 예산에 의존해 투자사업을 일으켜 경제 발전을 도모한다면 효과는 그때뿐이며 지속 가능한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현재 시행되는 지방자치 제도와 균형발전 전략이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토지가 가장 중요한 생산 수단으로 활용된 농업 중심의 지역 경제를 근간으로 출발했다.
이후 인구가 밀집된 산업화 시대의 도시를 기반으로 발전한 지방자치 제도가 저출산·고령화 사회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타당한지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많은 지역이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으며, 지식과 혁신이 경제를 이끌고 있다. 과거의 제도에 집착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생활 중심의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문화일보
08.23 잼버리 사태의 근본원인…왜 전북도는 해창갯벌 고집했나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 대해 갯벌을 농지 용도로 만든 탓에 생태계와 환경 파괴를 불러왔고, 잼버리 장소로도 부적합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매립 공사를 반대하며 장승을 세우기도 했다. 김주원 기자
지난 11일 태풍이 지나고 스카우트 대원들이 떠난 쓸쓸한 새만금 잼버리 부지를 내려 보면서 황지우 시인의 시 ‘뼈아픈 후회’가 떠올랐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온통 폐허다….’
23년째 새만금에 오가면서 잠시 쉬어가던 부안군 하서면 바람모퉁이 전망대. 이틀 전만 해도 새만금 세계 잼버리 부지 텐트촌을 보러 온 시민들과 취재 차량, 경찰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여그서 먼 텐트를 치고 잼버리 헌다고 그랬데야, 다 떠죽게 생겼고만”, “한 번 나와보지도 않았는가 보네, 다 진창인디” 두런두런 잼버리 이야기가 들린다. 동료는 이러다 준비 부족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새만금 잼버리가 ‘다크 투어리즘(역사 교훈 여행)’ 명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다.
방조제가 막히기 전만 해도 잼버리 텐트가 쳐진 곳은 기름진 하구 갯벌이었다. 칠산바다 물고기들이 산란하러 모여들고, 질 좋은 백합과 바지락이 지천이었다. 멀리 남반구 뉴질랜드에서 북반구 툰드라까지 약 3만Km를 오가는 도요물떼새 등 많은 국제적인 이동 철새의 휴게소였다. 법정 보호종만 40여 종에 이르는 생태계의 보고다.
육지 숲보다 탄소 흡수력이 50배 이상 빠른 블루 카본 갯벌로 이용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 귀한 전북 갯벌의 90% 사라졌다. 2006년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고 갯벌과 갯등은 육지로 변하고 있지만 잼버리를 유치하던 당시만 해도 일부는 갯벌이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단 2주 간의 행사를 위해 편법으로 기름진 갯벌을 매립하는 공사가 진행됐다.
▲태풍 '카눈'이 지나간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렸던 전북 부안군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연합뉴스
개영식 직전 두 차례 야영 부지를 둘러본 후 불길함이 엄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폭염과 더러운 화장실, 곰팡이 핀 음식 등 대혼돈의 잼버리가 됐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부처, 전라북도 간 책임 공방이 치열하다. 혼돈의 야영장 사태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100% 준비 부족이다.
이번 사태를 키우고 해결을 어렵게 만든 근본 원인은 부지다. 바닷모래와 펄을 퍼 올려 갯벌 위에 논을 만든 잼버리 부지가 사상누각(沙上樓閣)이었다. 이곳은 작고 가는 펄 모래를 쌓아 올린 무른 땅이다. 최근에야 매립이 끝나 비가 내려도 굳어질 시간이 없었다. 적은 비에도 진창이 되고 웅덩이가 생겼다. 모기가 들끓고 해충이 창궐했다. 필요 이상으로 넓게 매립해서 물 빠짐도 오래 걸린다. 너른 논을 만든 거니 기울기가 거의 없어 자연 배수가 되지 않는다.
전북도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몰랐을까. 2016년 새만금개발청과 2017년 전북도가 발주한 보고서는 모두 부지 조건에 따른 폭염과 폭우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2020년 공사가 본격화하자 환경단체는 2017년 준공한 계화도 앞 농생명 용지, 야영장으로 당장 이용할 수 있는 200만㎡ 넓이의 신시도~야미도 구간 관광레저 용지, 혹은 새만금 상부의 자연 상태 노출지에서 대회를 열라고 촉구했다. 마지막 남은 갯벌을 파괴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 달라고 여성가족부에 공문을, 세계스카우트연맹 총재에겐 호소문을 보냈다.
전북도는 왜 문제의 해창갯벌 일대를 잼버리 부지로 고집했을까. 유치 추진 당시, 새만금 담수호의 물은 썩고, 물고기는 떼죽음하고, 노출지에는 먼지만 날렸다. 전북도의 셈법은 첫째, 새만금 공공 매립을 확대하고 기반 시설 조기 건설을 통해 개발 속도를 높여보자는 것이었다. 2018년 11월 ‘세계잼버리지원특별법’이 만들어지고 행사에 대한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새만금 SOC 사업도 탄력이 붙었다. 전북도는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면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조기 착공, 동서 2축, 남북 2축 도로 개통, 새만금 신항만, 수변도시 공공 매립 추진 등 새만금 내 19개 사업 추진의 명분으로 삼았다. 중앙정부의 예산 투자도 대폭 늘었다.
둘째, 변산반도와 가까운 관광레저 용지의 공공 매립을 앞당기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하지만, 새만금 수변도시 공공주도 매립이 비슷한 시기에 결정되면서 잼버리 부지 매립은 농지관리기금을 쓰기로 했다. 환경단체는 농지기금을 편법으로 사용해 사업을 추진한 농어촌공사 사장과 새만금위원회 공동위원장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금이라면 과연 똑같은 처분을 내렸을지 의문이다.
셋째, 잼버리 부지 매립 면적도 당초 계획인 389㏊의 두 배 이상인 884㏊로 늘어났다. 예산도 그만큼 늘고 공사 기간도 길어졌다. 실제 첫 삽을 뜬 것은 2020년 봄, 잼버리를 불과 3년 반 남겨둔 시점이었다. 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정치인들이 새만금 사업 매립 속도전을 위해 잼버리를 이용한 결과, 꼬인 매듭이 더 엉켰다. 더는 전북도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국책사업에 맞게 중앙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새만금 수라갯벌. [중앙포토]
우선 현재 하루 두 번 이뤄지는 ‘해수 유통 물관리’를 공식 선언하고, 배수갑문 증설과 조력발전소 건설로 물놀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 바닷물이 더 많이 들고 나면 갯벌 생태계가 회복되고 수산업도 살아난다. 매립 면적을 줄여서 국가적으로 필요한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와 이차전지산업단지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 남은 수라갯벌을 훼손하고,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새만금 신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 수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갯벌이 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서울대 연구팀은 갯벌의 탄소흡수 역할과 기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우리나라 갯벌이 약 13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승용차 11만 대가 내뿜는 수준인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무리한 추가 개발을 접고 자연의 갯벌로 돌아가야 할 때다.
중앙일보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08.23 킬러 문항 판매 교사들, 학교 수업에도 그런 열의 있었나
300명 가까운 현직 교사가 최근 5년간 사교육 업체에 수능 모의 문항을 만들어 주거나 입시 컨설팅 등을 해주고 돈을 받았다고 교육부에 신고했다. 5000만원 이상 받은 경우가 45명이었고 경기도의 한 사립고 수학 교사는 5억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고 했다. 본업이 사교육이고 교사는 부업에 불과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다.
돈을 받았다고 신고한 교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8명은 겸직 허가도 받지 않았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서 직원처럼 일하고 그 대가로 큰돈을 받았다는 것은 공교육이 무너진 현장 그대로다. 교사가 사교육 업체와 결탁해 자기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행위를 했다. 해당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 선을 대고 문제를 출제하는 열의와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쏟았으면 우리 공교육이 지금처럼 무너져 있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자진 신고를 받으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는지 여부는 묻지 않았다. 하지만 받은 돈이 단순히 문제 출제, 교재 제작, 컨설팅 등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다. 출제 경향 제공 등 다른 목적이 있는 비정상적 거래일 가능성이 의심된다. 실제로 지난번 국세청의 대형 입시학원에 대한 조사에서 학원에서 돈을 받은 교사 중 일부는 수능이나 모의평가 문제를 출제하는 교육과정평가원 업무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원 업무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얻는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면 범죄 행위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자진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고 사교육 업체와 또 다른 형태의 부적절한 거래가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와 감사원은 전수 조사를 통해 그 전모를 밝혀야 한다. 지금 교사들의 교권이 위협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뒷면에서 많은 교사가 학생 가르치는 본분을 포기하고 학생들에게 ‘학원 가서 공부하라’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역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8.23 타인 약 먹이고, 엉뚱한 정맥 묶고… 작년 환자 안전사고 1만4800건
2015년 안전사고 자율 신고제 도입, 5년 전보다 60% 증가
투약 오류, 낙상 사고 많아… 처치 시간대인 오전 10~12시 몰려
우수 임상 기술과 환자 안전은 선진 의료 두 축… 안전에도 지원을
▲일러스트=김성규
#안구 표면 각막에 염증이 심하게 생긴 각막궤양으로 입원한 80대 환자 김모씨. 그는 새벽 2시경 병실 침대에서 자다가 깨서 화장실을 가려고 침대 난간을 넘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환자 옆을 지키던 보호자는 잠이 든 상태였다. 김씨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고 실신했다. 이후 촬영한 뇌CT상 두개골과 뇌경막 사이에 출혈이 생겼다. 머리에 외상성 손상이 왔을 때 발생하는 출혈이다. 김씨는 두개골 안쪽 혈액 덩어리를 제거하는 응급 수술을 받았다.
#오른쪽 종아리 정맥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 병원을 찾은 이모씨. 그는 종아리 정맥 피가 심장 쪽으로 올라가는 위쪽의 사타구니 정맥에서 판막 부전으로 혈류가 아래 종아리 쪽으로 역류되어 생기는 하지 정맥류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경우 치료는 역류의 진원지인 사타구니 정맥을 묶어 버리는 결찰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씨는 멀쩡한 왼쪽 사타구니 정맥 결찰술을 받았다. 이 시술 위치가 환자가 엎드린 자세로 하는 게 편한 상태이기에 시술 준비 의료진이 환자를 엎드린 상태로 해놓고 소독포를 덮고 시술 부위만 드러나게 해놨다. 그다음에 처치실에 들어온 시술 의사가 환자가 엎드려서 좌우가 바뀐 걸 모르고 왼쪽 사타구니에 메스를 갖다 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번의 오류가 있었다. 대개 질병 부위를 시술 전에 미리 펜으로 환자 몸에 표기해 놓는데, 이 환자의 경우 정맥이 튀어나온 환자의 오른쪽 종아리에만 표시해 놓았던 것이다. 그 부위는 직접 시술하는 부위가 아니었기에 소독포에 감춰져 있었다. 또한 시술 직전에 의료진이 모여서 정확한 시술 부위를 확인하는 절차, 이른바 타임아웃(time out) 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이처럼 병 고치러 병원에 왔다가 병을 얻은 환자 안전사고가 상당수 발생한다. 지난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환자 안전사고는 1만4820건이다(의료기관평가 인증원, 환자안전통계연보 2022년). 건수는 최근 해마다 늘면서 5년 전인 2018년 9250건에 비해 60% 늘었다.
환자 안전사고 유형을 보면, 약물 투여 오류가 43.3%로 가장 많았다. 약물 용량이 처방전과 달리 잘못 투여 됐거나, 다른 사람의 처방 약이 엉뚱한 환자에게 들어가는 경우 등이다. 약물 투여 경로 오류도 종종 발생한다.
후두염으로 호흡곤란이 발생한 환자에게 구강 내에 분무하는 형태로 응급 처방된 에피네프린이라는 약물이 엉뚱하게 정맥 주사로 투여되는 식이다. 이런 경우에는 흡입용, 근육 주사용, 정맥 주사용 등 약물 투여 경로별로 투약 카드 색깔을 파랑, 빨강 등으로 달리해 놓기를 권장한다. 그러면 응급 상황에서도 의료진이 투약 경로를 헷갈리지 않고 약물을 제대로 투여할 수 있다.
병원 내 낙상 사고는 전체 안전사고의 38.8%로 둘째로 많았다. 그 밖에 처치 관련 상해(3.3%), 검사 오류(3.3%) 등이 있었다. 안전사고 위해 정도는 중증, 사망, 중등도 이상이 보고된 건수가 전체의 12.1%였다. 안전사고 발생 장소는 입원실(41%)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외래(29%)였다. 낙상은 주로 화장실, 복도에서 발생했다. 안전사고 발생 시간은 진료와 처치로 붐비는 오전 10~12시(19.5%)가 가장 많았다.
환자 안전사고는 2015년 제정된 ‘환자 안전법’에 따라 병원이 자율적으로 환자안전보고 학습시스템(KOPS)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집계된다. 병원들이 평판 나빠지는 것을 우려해 안전사고를 감추려 하고, 처벌이 두려워 숨기려는 경향이 있기에 자율 보고를 하되, 그것을 갖고 처벌하거나 징계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각종 환자 안전사고를 파악하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후 환자 안전사고 보고 건수는 해마다 늘었다. 이는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적극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환자 고령화로 투약 오류 피해, 치료 과정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섬망, 낙상 사고 발생 건수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환자 안전사고의 절반가량(42.6%)이 70대 이상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 병원에서는 고령 환자가 섬망 증세로 소변줄이나 수액줄을 손으로 뽑아서 출혈을 일으키는 사고가 상당수 발생한다. 고령 환자는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어지럼증이 많고, 인지 기능이 떨어진 데다, 여러 개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낙상 발생 요인이 많다. 대장암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인 한 80대 환자가 인지 기능 저하로 낙상 예방을 위한 신체보호대를 풀고 병상에서 뛰어내리다 낙상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낙상 관련 사고의 78%가 60세 이상 고령 환자에게 발생한다. 노인에게 발생하는 낙상은 뇌출혈, 골절, 사망 등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에 병원은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낙상 위험 평가를 해서 관리하고, 섬망이나 욕창 조기 발견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수술, 시술, 수혈 등에도 항공기 안전 수준의 철저한 체크리스트 제도가 이뤄져야 한다.
환자 안전을 연구하는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이왕준(명지병원 이사장, 외과 전문의) 회장은 “안전사고 자율 보고 체계가 작동되면서 보고 건수가 늘었지만 원인 파악이 이뤄지고 예방책이 개발되면서 치명적인 오류와 실수는 줄고 있다”며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기술에는 의료 수가가 있지만, 의료 행위가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사고를 막는 행위에 대해서는 수가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수한 임상 기술과 환자 안전은 선진 의료 환경의 두 축”이라며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08-26 “잼버리는 사기” 비판 전주시의원…“유치때 새만금신공항 2020년 오픈 홍보”

▲아직 착공조차 안된 새만금 국제공항이 갖춰졌다는 내용이 포함된 잼버리 유치 홍보 영상물. 한승우 전주시의원 페이스북 캡처
"새만금 잼버리가 결국 청소년 이용한 앵벌이 된것 아니냐" 지적
"2020년 새만금 잼버리 부지 매립 반대…불법 매립 당국자들 고발"
파행으로 끝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이 여전한 가운데 "새만금 잼버리는 사기"라며 전북 정치권을 비판했던 전주시의원이 유치 당시의 거짓·과장 홍보 사례를 예로 들면서 전북도와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책임론을 재차 제기했다.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새만금 잼버리를 사기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북도와 정부가 새만금에 잼버리를 유치할 때, 부지를 새롭게 매립해서 조성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해외에 홍보한 유치 영상을 보더라도 이미 확장(expanded)되고 이용(utilized)하고 있는 새만금이라고 홍보했지, 간척해서 부지를 새롭게 만든다고 홍보하지는 않았다"며 "또한 새만금신공항이나 신항만, 고속철도(?), 고속도로가 2020년에 오픈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 시의원은 그 증거로 새만금 잼버리 홍보 영상의 일부를 발췌해 첨부하기도 했다.
한 시의원은 "새만금살리기 공동행동은 이미 2020년에 새만금 잼버리 부지 매립을 반대했고, 불법으로 부지를 매립하는 정부 당국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며 "나는 당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대표 고발인이었고 당시에는 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던 시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시민단체가 화가 났던 것은 새만금 해창갯벌을 매립해서 잼버리 부지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며 "(갯벌매립이) 잼버리의 정신에 부합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해 정부기관과 세계스카우트연맹에도 항의했다"고 강조했다.
한 시의원은 "당시 시민단체는 잼버리 부지를 추가로 매립하지 말고, 새만금 방조제 건설과 새만금호 수위관리로 드러난 노출부지(원형갯벌)에서 잼버리를 치를 것을 제안했다"며 "
새만금 잼버리가 결국 청소년을 이용한 앵벌이가 되었다고 비판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 시의원은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소속으로 전주시의원에 당선돼 복지환경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문화일보 노기섭 기자
08.29 너무나 황당한 ‘새만금 공항 신설’ 타당성 조사라도 해야

▲1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제공)/연합뉴스

▲지난 2019년 1월, 새만금국제공항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발표 직후 입장을 발표하는 송하진 당시 전북지사(오른쪽). /뉴시스
새만금 잼버리 대회 참가자를 실어 나르겠다는 명분으로 통과된 새만금 국제공항이 대회가 끝났는데도 활주로 건설은 고사하고, 아직 건설사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잼버리가 끝난 뒤에야 입찰 신청을 마감했고, 앞으로 건설사 최종 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새만금 공항 건설에는 모두 8077억원의 사업비가 들고 이 중 3분의2는 중앙정부, 나머지는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부담한다. 전북도는 잼버리 대회 개최를 명분으로 신공항 건설을 로비했고, 지난 정부가 이를 받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했다. 하지만 잼버리 기간 참가객을 수송하는 것은 고사하고, 새만금 공항 부지는 아직 진흙과 풀이 뒤덮인 매립지 그대로 남아 있다.
새만금공항은 기존 군산공항이 미군 소유여서 활주로 및 주기장(駐機場) 사용 등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불과 1.3㎞ 떨어진 곳에 민간공항을 새로 짓겠다는 것이다. 걸어도 10여 분이면 닿는다고 한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경우 지난해 이용객이 2만9394명으로 15개 국내 공항 중 꼴찌였다. 인구 180만명의 전북 인구를 감안하면 주변 지역의 수요까지 흡수한다고 하더라도 새만금 공항이 타산을 맞추기는 어렵다. 국토부가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실시한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새만금 공항의 경제성은 각각 0.479, 0.503으로 편익이 비용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유령 공항과 같은 국내 지방 공항이 하나 추가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새만금 공항에 아예 타당성 조사를 면제시키는 방법으로 이를 강행했다. 당시 전북도는 “새만금 신공항을 대회 전인 2022년까지 건설, 대원들이 10분 만에 잼버리 야영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홍보했다. 새만금 공항은 내년에 착공해도 2028년에야 완공된다. 전제 조건이 무산된 만큼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공항이 정말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밟고, 국회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협조해야 한다. 80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이렇게 낭비하지 말고 전북도를 위해 더 생산적이고 의미있게 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천문학적인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눈 뜨고 보기만 해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08.29 이메일 클릭했더니… 지옥 같았던 금요일 밤
무심코 실수로 링크 열었더니
당사자도 몰래 계좌까지 개설
경찰·통신사·카드사·금감원
구멍 아닌 곳이 없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하필 금요일 밤이었다고 했다. 친한 동생 A가 스마트폰에서 ‘당신 구글 계정에 외국에 있는 누군가가 접속한 것 같으니 확인해달라’는 이메일을 보고 링크를 누른 것은. 최근 외국 여행을 간 적이 없어 저도 모르게 클릭한 게 문제였다. 이상한 앱이 깔렸고, 휴대전화는 갑자기 먹통이 됐다.
처음엔 전화기가 왜 그런 건지 깨닫지 못했다. ‘고장 났나?’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나?’ 두 시간쯤 지나서야 그는 불현듯 알아차렸다. ‘말로만 듣던 메시지 해킹 스미싱(사기)을 내가 당했구나….’
집 전화기를 찾아 주거래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은행 상담 직원은 “수상한 거래가 세 건 있다. A씨 저축은행 통장에서 총 1400만원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전 저축은행 통장이 없는데요.” “차명 계좌가 그 사이 개설됐나 봅니다. 거래 지급 동결 조치부터 하고요….’
대학 나오고 대기업에 취직한 A가 이때부터 겪은 일은 ‘IT 보안 강국 대한민국’의 허점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시트콤이다. 은행에 거래 지급 동결 조치를 마친 그가 정신을 가다듬고 한 일은 인터넷에 ‘스미싱 신고’ ‘보이스피싱 신고’라고 검색하는 것. ‘경찰청 112번’ 혹은 ‘금융감독원 민원 상담 1332번’에 전화하라는 안내가 보였다.
112에 전화를 걸어 “스미싱 사기를 당했고, 저축은행이나 다른 곳에 차명 계좌가 몇 개 개설됐는지 알고 싶은데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경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런 건 다산콜센터에 물어보라”면서 전화를 연결했다. 정작 다산콜센터는 A의 질문에 “그런 건 경찰에 물어봐야 한다”며 112를 다시 연결했다.
이번엔 금감원 콜센터 1332번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이 아닙니다’라는 목소리만 나왔다. 참다못한 그는 경찰서를 직접 찾아갔다. 당직 경찰은 하품을 하며 “오늘 비슷한 스미싱 피해자가 5명쯤 왔다”고 하더니 사건 대응 요령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계좌 도용 피해를 파악하려면 ‘계좌 통합 관리’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깔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그는 해당 앱을 깔았지만 접속할 순 없었다. 스미싱범이 이미 A의 은행 공동인증서를 바꿔놓았고, A는 이후 은행과 경찰에 전화로 신고를 했기 때문에 더욱 비대면 접속이 불가능했다. 경찰은 “은행에 직접 가서 대면 상담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일은 토요일인데요.” “그럼 월요일에 가세요.” “가해자가 그 사이 몇 억원씩 돈을 더 대출하면 어쩌나요?” “지금은 경찰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는 결국 돈을 못 찾았다. 나중에 보니 자신 명의로 개설된 대포용 알뜰폰 계정도 여러 개였다. 그런데도 카드사·통신사는 “범인이 쓴 돈은 A씨가 내야 한다”고만 했다.
A는 말했다. “제가 실수했죠. 그치만 IT 강국이라면, 요즘 범람하는 사기 메시지는 걸러주는 통신사, 비대면 계좌 열 때 신분증이 사본인지 아닌지 감지하는 은행, 범죄자가 스마트 대출 시도할 때 최소 바이오 인증은 거치는 카드사, 원스톱 신고를 돕는 경찰은 기본 아닙니까. 기술이 그리 발달했다면서 기업들은 뭐 합니까? 다들 ‘스미싱 당하면 보안이 좀 더 센 아이폰으로 바꾼다’는데, 안드로이드 이용자도 악성 앱이 차단되는 휴대전화를 맘 편히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저도 헤맸는데 어르신들은 오죽하겠습니까.”
A는 대화를 마치고 회사 근처 은행에 갔다. 입구엔 경찰청·금융감독원이 내건 ‘보이스피싱·스미싱 자수 특별 신고 기간’ 광고가 붙어있었다. ‘자수 신고’라니, ‘노답’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가, 그는 생각했다.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08-30 새만금 전면 재검토, 실질적 효율성 없는 사업 다 접어야
새만금잼버리 개최를 미끼로 전라북도 측이 전·현 정부에 걸쳐 천문학적 예산을 뜯어낸 실상은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속히 그리고 최대한 바로잡는 일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부실 준비와 복마전 양상으로 국가 망신을 부른 새만금잼버리 사태를 고려하면, 새만금 사업에 단 한 푼의 추가적 혈세 지원도 해선 안 된다는 국민 여론도 여전하다. 한덕수 총리가 29일 “전북 경제에 실질적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픽처를 새로 짜라”고 지시하고, 국토교통부가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 정책 효과를 재검토해 내년 상반기 중 결과물을 낼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합리적 접근이다.
각 부처가 요구한 새만금 예산 중 78%를 기획재정부 심사 과정에서 삭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철도 건설비용 100억 원, 환경생태용지 2-1단계 예산 62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국제공항 예산은 580억에서 66억 원, 신항만 예산도 1677억에서 438억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부득이하게 계속하지 않을 수 없는 사업을 제외하고, 모든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SOC 사업부터 소규모의 용역·공사 발주까지 짬짜미 의혹투성이다. 잼버리 연수 한답시고 크루즈 여행 등 99번이나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전북도는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청사진을 고수하고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난 5년간 무안공항은 전국 공항 중 가장 많은 838억 원 적자를 냈고, 새만금과 10분 거리의 군산공항도 163억 원 적자를 냈다. “잼버리 참가자 교통 편의” 명분으로 추진된 국제공항부터 백지화해야 한다. 신항만도 부산·인천·광양항 등과 경쟁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한 총리의 언급을 더불어민주당과 전북도는 귀담아 듣기 바란다.
그러지 않아도 새만금 계획은 1987년 이후 정치에 휘둘리면서 누더기가 됐다. 이제라도 백년대계를 내다본 정상화가 절실하다. 최고의 잣대는 실질적 효율성이 돼야 하며,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업은 다 접는 게 옳다.
문화일보 사설
08.31 ‘새만금’에서 ‘정치’를 빼야 새로운 길 나올 것
정부가 새만금 개발의 기본 계획을 전면 재수립하기로 했다. 국무총리가 “기존 계획을 뛰어넘어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 픽처를 짜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존 계획에 따른 예산 집행이 대부분 중단되게 됐다. 군산공항에서 불과 1.3㎞ 떨어진 곳에 건설되는 새만금 공항도 부처 요청액 580억원 가운데 66억원만 반영됐다. 목표와 용도도 불분명한 채 공항, 항만 등에 막대한 세금부터 쏟아붓는 무분별한 SOC 건설은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새만금 간척지 개발은 시작부터 정치적 산물이었다. 30여년간 대통령 8명을 거치는 동안 선거 때마다 공약에 동원돼 ‘새만금 개발은 곧 전북 개발’이라는 구호가 난무했다.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가 전북 개발 공약으로 처음 언급했다. 흐지부지되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요청으로 되살아났다. 1991년 방조제 사업을 착공했는데 환경 단체들의 반대, 소송전 등으로 완공까지 무려 19년 걸렸다. 그새 여건은 크게 바뀌었다. 처음엔 100% 농지로 활용하려다 식량이 남아돌고 대규모 농지가 필요치 않게 되자 농지 비중이 30%로 줄었다. 나머지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놓고 2008년 특별법이 제정되고 2011년 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현실성이 없었다. 선거철 공약만 난무했다. 공항, 항만, 지식창조형 산업단지, 스마트 수변도시, 환황해권 글로벌 자유무역 중심지 등과 같은 장밋빛 약속 중 실현된 것은 없다. 실현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세계 잼버리 한다며 간척지를 졸속 매립하고 대회를 하려다 사달이 났다.
다행히 새만금국가산단이 최근 2차전지 집적단지로 부상하면서 기업 투자가 활발해지는 조짐이 보인다.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후 9년간 투자 유치 금액이 1조5000억원에 불과한데 지난 1년 새 6조6000억원 상당의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 기업의 자발적 투자만이 새만금을 살리는 길이다. 이미 매립된 부지를 제대로 활용하고 필요한 SOC의 우선 순위도 재조정해야 한다. 매립만 밀어붙일 일도 아니다. 최근 갯벌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새만금을 선거와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전북도도 국가 예산 따오는 것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이 저절로 찾아 온다.
조선일보 사설
08.31 ‘마약 파티’까지 참석한 경찰
지난 27일 오전 5시쯤 서울 용산구 한 주상 복합 아파트 14층에서 한 남성이 떨어져 사망했다. 경찰은 그가 스스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이지만 의문점은 남아있다. 사건 당시 그와 함께 집 안에 있던 16명 중 5명에게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운동 동호회 멤버들’이라고 진술했는데, 현장에서 주사기와 알약이 발견됐고 몇몇에게선 엑스터시와 케타민, 필로폰 등 마약 투약 정황이 드러났다.
문제는 현장에서 사망한 남성이 경찰관이었다는 점이다. 해당 경찰관은 강원경찰청 소속이었는데, 지난주 관외 여행을 허가받은 뒤 상경했다고 한다. 업무상 현장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해당 경찰관이 직접 마약을 투약했는지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 당시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성인 남성이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는 이들이 성 소수자들인 것 아니냐, 국내에서 불법인 스테로이드를 투약한 것 아니냐 등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여러 의혹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집단으로 마약을 하는 ‘마약 파티’에 경찰관이 동석했다는 점이다.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관들이 되레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태풍으로 비상이 걸린 지난 11일 서울 수서경찰서 경찰관이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 이 경찰관은 면허취소 기준을 넘는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당시는 윤희근 경찰청장이 범죄 특별 치안 활동을 선포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때였다.
이 사건으로 서울 수서경찰서장이 대기 발령을 받았다. 을지 훈련 기간이던 지난 25일에는 서울 금천경찰서 경찰관이 현행범 체포됐다. “음주 차량이 비틀거리며 주행 중이다”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차량을 세웠는데, 운전하던 경찰관이 측정을 거부한 것이다.
관내에 강력 사건이 발생한 날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 어이없는 경찰도 있었다. 지난 17일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팀장은 술에 취해 주차돼 있던 다른 사람 차량을 망가트렸다. 이날은 신림동에서 ‘성폭행 살인 사건’이 벌어진 날이었다. 옆 사무실 형사과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했는데 술을 마시고 만취한 것도 모자라 재물 손괴까지 저지른 것이다. 이 경찰관은 이튿날 관할 지구대로 좌천됐다. 이 밖에도 최근 20대 여성에게 술을 먹인 뒤 성폭행을 시도해 수사를 받거나 불법 안마 시술소를 방문해 대기 발령을 받은 경찰도 있다.
지난 3일 벌어진 서현역 칼부림 사건과 이어지는 강력 사건들, 살인 예고 글 등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선에서 치안을 위해 애쓰는 경찰들도 일부 경찰들의 행태로 사기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희근 청장은 지난 4일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흉악 범죄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이 그 말의 실천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조선일보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