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 2023-08/ 08.02 결국 현실화된 ROTC 미달, 병사들 표만 챙길 때 아니다 - 08.31 [단독] "김원봉 막히자 홍범도…文정부 목표는 '軍뿌리' 바꾸기"
자주국방 2023-08/
08.02 결국 현실화된 ROTC 미달, 병사들 표만 챙길 때 아니다

▲지난 2월 28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3 학군장교 통합임관식'에서 신임장교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뉴스1
육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학군장교(ROTC) 지원자가 부족해 후보생을 추가 모집하기로 했다. 모집 기간을 늘려도 지원자가 부족했다고 한다. 병사에 비해 긴 복무 기간, ‘병사 월급 200만원’ 정책,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ROTC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ROTC 경쟁률은 해마다 떨어져 올해 사상 최저(1.6대1)를 기록했다. 2014년 6.1대1에 비하면 4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총 5000명의 지원자 중 필기시험과 신체검사, 면접 과정에서 탈락자를 감안하면 실제 선발 인원은 정원에 비해 140명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수도권 대학의 ROTC는 정원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미 문 닫은 학군단도 있다. 선발된 후에도 중도 포기하고 일반 병으로 입대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추세라면 1~2년 안에 지원자 수가 정원에도 미달할 것이라고 한다.
ROTC는 전체 초급 장교의 70%를 차지한다. ROTC 지원자가 없으면 필요한 초급 장교를 채울 수가 없다. 학사장교나 사관학교도 지원율이 크게 떨어졌다. 부사관 지원도 줄어 중사는 3000명, 하사는 8000명이 부족하다. 초급 장교와 부사관은 군의 핵심 중추다. 이들이 없으면 이지스함도 전투기도 잠수함도 움직일 수 없다. 장교, 부사관의 사기가 떨어진 부대는 오합지졸이다.
대학생들은 “병사에 비해 복무 기간은 10개월 길고 월급은 비슷해지는데 뭐하러 장교로 가겠느냐”고 말한다. 역대 정부의 복무 기간 단축 정책으로 일반병은 18개월로 줄어든 반면 ROTC는 55년 째 28개월이다. 정부의 ‘병사 월급 200만원’ 정책에 따라 2025년엔 장교나 병사 월급이 차이가 없어진다. 근무 여건은 열악한데 당직 수당은 경찰·소방관의 5분의 1 수준이다. 제대로 된 숙소도 없이 가건물에서 생활한다. 이러니 누가 장교로 근무하려 하겠나.
군은 당직 수당과 단기복무 장려금 인상을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해 불신만 자초했다. ROTC 복무 기간 단축은 포퓰리즘의 부작용을 포퓰리즘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숫자 많은 병사 표심만 살필 때가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월간조선 08월 호
방첩당국, 민주당 중진 의원 보좌관 국보법·군기법 위반 혐의 內査
“‘국방위 소속 의원 보좌관 지위 이용, 군사기밀 수집 및 유출’ 정황 의심”
⊙ 방첩당국, 文 정부 때 내사 착수했으나 제동, 정권 교체 이후 본격 재개
⊙ 보좌관 A씨, 대학 시절부터 주사파 활동… 김정은 찬양·북한 핵개발 정당화
⊙ ‘방탄청년단’ 핵심 멤버로 이적 단체 범민련·범청학련·조통위와 활발히 교류
⊙ 국회 이력 전무한데 비서관으로 들어가 2년 만에 4급 보좌관 승진
⊙ 의원실 측 “보좌관의 과거 종북 활동 및 내사 사실, 의원실과는 관련 없어”

방첩당국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중진 B의원의 보좌관 A씨(39)를 장기간 내사(內査)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보안법 및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다. 이번 정권 들어 당국의 국보법 관련 정치권 인사 내사는 지난 1월 알려진 윤미향 의원(무소속) 전(前) 보좌관에 이어 두 번째다.
당국은 B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이던 당시 A씨가 보좌관 신분을 이용, 군사기밀을 수집·탐지 및 누설한 정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에 대한 취재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말일자로 보좌관 직에서 퇴직했다.
김정은 칭송하고 북핵 개발 정당화
A씨는 NL(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 계열의 주사파(主思派) 인사로, 문재인 정권 때인 2018년까지 종북(從北) 성향 단체 일원으로 활동하다 2020년 민주당 의원실로 들어가 근무를 시작했다.
그 전까지 A씨의 국회 이력은 전무(全無)했다. 반미(反美)를 주장하며, 한미군사합동훈련 반대를 외치거나, 북한 동향과 김정은을 연구·추종한 게 주요 활동 사항이다. A씨가 속했던 단체의 상급 단체 중에는 이적(利敵) 단체로 지정된 곳도 있다. 비서관으로 들어간 그는 2년 만인 2022년 보좌관(4급)으로 승진했다. 이때 B의원의 소속 상임위원회는 국방위였다.
A씨의 굵직한 이력 중 하나는 북한 전문 통신인 ‘NK투데이’ 기자다. 2014년 설립된 NK투데이는 2016년 일부 기사에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이 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곳이다. A씨는 여기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근무했다.
A씨가 쓴 칼럼은 대부분 김정은을 칭송하는 내용이다. 2018년 5월 11일에 쓴 〈세계를 놀래킨(놀라게 한-기자 주) 김정은 신드롬 어디까지 퍼지나?〉 제하의 글에서 그는 “초등학생을 비롯해 우리 국민들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호감도가 급성장했다. 가히 ‘김정은 신드롬’이다. 이 신드롬은 세계적으로도 확산됐다. 2017년 ICBM 발사로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적 관심의 인물이 된 건 사실이다. 제4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이 신드롬이 ‘그레잇 신드롬(Great Syndrome)’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이제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볼 때”라고 주장했다.
2018년 4월 12일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 행보’, 속내는?〉이라는 칼럼에서는 북한의 핵개발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꼽힌 북한은 휴전선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매년 두세 차례 이상 진행하는 미국을 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땅 한반도도 언제든 공격받을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까”라면서다.
北 지지받는 A씨 소속 단체

▲A씨의 기사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김정은 공부모임 참고 자료로도 쓰였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0월 21일 미대사관저 무단침입 학생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진연 학생들의 경찰 출석 모습. 사진=조선DB
이 밖에도 〈북한에서 자유로운 취재가 가능할까?〉 〈햇볕정책으로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의 ‘핵정치’〉 〈오토 웜비어 사건 기자회견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등의 글과 〈사진으로 보는 짤막 북한 뉴스〉라는 연재물을 통해 평양 구두 공장에서 만든 구두 구경 등 북한 동향 기사를 꾸준히 작성했다. 이들은 현재 모두 삭제된 상태다.
그가 NK투데이에서 작성한 기사는 ‘자주시보’에서도 그대로 출고했다. 자주시보는 북한의 ‘조선중앙TV’ 등이 자주 인용하는 매체로, 북한 《로동신문》은 자주시보를 “박근혜패당의 악랄한 언론탄압소동으로 합법적 언론인 《자주민보》가 강제 폐간되면서 생겨난 인터네트(인터넷) 신문”이라고 소개했다.
A씨는 NK투데이 기자 신분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북한 강연 활동도 했다. ‘대안대학 청춘의 지성’과 ‘대학생당’(현재 대학생 탐사보도 동아리 ‘물음표’)이 주최한 자리에서다. 이 두 단체가 2018년 3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학생노래패연합’ 및 대학생연합동아리와 함께 결성한 것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다. 종북주의를 표방하며 지난 2020년 주한미국대사관, 2021년 용산 미군기지 등에 난입한 적이 있는 대진연은 ‘김정은 연구모임’ 자료집을 A씨의 NK투데이 기사와 자주시보 등을 참고해 만들었다.
A씨가 기자로 재직할 당시인 2016년 NK투데이는 ‘주권방송’에서 통합·운영했다. 이 무렵 A씨의 NK투데이 기사는 주권방송에서 영상으로 제작, 송출하기도 했다.
주권방송은 반미, 혐일(嫌日), 종북 성향 단체인 ‘국민주권연대’의 산하 매체다. 국민주권연대는 2017년 8월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등 6개 단체가 연합해 만든 조직이다. 민권연대는 2010년 대법원에서 이적 단체 판결을 받고 해산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를 계승한 단체다. 국민주권연대의 공동대표인 윤기진씨는 이적 단체에 가입해 구성원을 밀입북(密入北)시키고 북한을 찬양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로 2008년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은 인물이다.
천안함 음모론을 지지하고, 미(美) 대사관저에 불법 침입한 대진연 소속 학생들에 대한 구명(救命)운동을 펼친 주권방송은 지난 2019년 8월 어린이 20여 명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해체 송’을 합창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 영상은 북한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에도 실렸다. 이후 지난 2019년 10월 주권방송은 아이들에게 ‘석열아, 어디로 가느냐’ ‘윤석열은 사퇴해’ 등의 가사가 포함된 ‘검찰 개혁 동요 메들리’를 부르도록 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적 단체 멤버와 긴밀히 교류

▲지금은 삭제된 상태지만, A씨는 소셜미디어 활동도 활발히 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신은미씨의 평양 방문 게시물을 공유하고 ‘평양, 아 왜 나는 못 가는 건가’라고 쓴 게시물. 사진=A씨 소셜미디어 캡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반대하는 글도 지속적으로 올렸다. 2018년 4월 3일에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좀 그만해, 주권국가에 남의 나라 군대가 주둔하는 건 정말 쪽팔린 것, 심지어 군사주권도 없지, 치외법권도 보장해줘, 조선 말기 강화도조약 등등이랑 다를 게 뭐야”라고 썼다.
2018년 3월 31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주권연대와 대진연이 합동으로 벌인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촉구 집회’ 사진을 올리고 “내일부터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는 이때, 주한미군이 영구 주둔을 꿈꾸는 이때,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군 철수 집회를 진행한 것은 통일 후 역사교과서에 실릴 만한 일”이라고 했다.
지난 2018년 5월에는 ‘북한식당 여종업원 의혹 5가지’를 다룬 주권방송의 영상과 “최근 박근혜, 503이 2년 전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위해 12명 여종업원들을 납치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쓴 글을 공유했다. 2017년 12월 27일에는 ‘덧씌워진 마녀사냥, 이석기는 무죄, 석방되어야’라는 제목의 주권방송 영상도 퍼 날랐다.
2015년 7월 1일에는 평양에 간 재미(在美) 종북주의자 신은미씨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평양.(웃음) 아, 왜 나는 못 가는 건가(눈물)”라고 썼다. 이 글에 지인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았고 미국의 속국이라서”라고 댓글을 달자 A씨는 “(눈물) 아 국적 바꾸고 싶다…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더 좋게 바꿔야지”라고 답했다.
A씨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른 인물은 신은미씨, 윤기진씨를 포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한총련 산하 서울 지역 총학생회연합(서총련), 조국통일위원회(조통위) 임원 등이 있다. 범민련·한총련·범청학련·조통위 모두 이적 단체로 지정된 곳이다.
在美 종북주의자들과도 활발히 소통

▲A씨는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한미군사합동훈련 반대 글도 꾸준히 올렸다. 사진은 2018년 3월 31일에 올린 게시물 캡처.
지난 2018년 5월 27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이 2차 정상회담을 마친 다음 날에는 두 사람이 포옹하는 사진과 함께 장문(長文)의 글을 올렸다. 요약하면 이렇다.
“11년 만의 약속에 모두들 두근거렸다. 1만에 달하는 민족의 성원들은 두 정상의 환한 웃음과 정답게 오고 가는 대화에 눈물을 흘리고 얼굴에 환한 미소를 피어 올렸다. 꽃이 된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꽃 천지가 된 한반도였다.
그러나 수십 년간 계속되어온 바다 건너 코쟁이들의 기만술, 속임수는 멈추지 않아, 비바람에 소중한 꽃봉오리가 사그라질 것 같은 불안감에 조마조마 두근거렸다. 그러나 이제 비바람에 꽃은 더 이상 지지 않는다. 초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더욱 푸르러진 한반도에서 동네 친구 마실 나가듯 두 정상 다시 만났다. 환한 웃음으로 동포의 정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다. 아! 만남은 그렇게 쉬웠다. 민족애는 이렇게 뜨거운 것이었다. 이렇게 통일은 시작되고 있다. 평화통일번영 꽃은 활짝 피고 있다.”
A씨는 이 밖에도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세월호의 진실’ ‘촛불무소속모여라’ ‘한국 유권자 촛불 연대’ 등의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재미 종북 인사들과도 긴밀히 소통했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 ‘사람 사는 세상 워싱턴’ ‘우리는 하나(We are one)’ 등을 통해서다. A씨는 또 정보당국으로부터 북한 통일전선부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인물로 지목된 재미동포 강모(某)씨의 ‘방북기(訪北記)’도 일일이 소개했다.
‘방미 트럼프 탄핵 청년 원정단’ 핵심 멤버

▲A씨는 방미 트럼프 탄핵 청년 원정단 핵심 멤버로도 활동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0월 청년단 발족식 모습. 사진=A씨 소셜미디어 캡처
A씨는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방탄청년단(방미 트럼프 탄핵 청년 원정단)’ 핵심 일원으로도 활동한 전력이 있다. 이는 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65개 조직으로 구성된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의 청년 회원들이 2017년 10월 18일 결성한 단체다. 이적 단체 활동으로 수배 전력이 있는 이들도 다수 속해 있다.
이 단체는 지난 2017년 10월 포털 사이트에서 ‘실검(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트럼프 탄핵 운동을 위해 방미하겠다며 개인 후원계좌로 모금 활동을 하다 결국 미국으로부터 ‘입국 거부’를 당하면서다. A씨는 이때 본인 명의의 계좌로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입국 거부를 당한 이들은 이후 서울 광화문에서 트럼프 탄핵 집회를 이어갔다. 그 무렵 2017년 10월 30일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모란봉편집사가 운영 중인 매체 ‘조선의 오늘’은 “트럼프의 탄핵 운동을 위해 미국으로 가려고 인천비행장에 나갔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 ‘방미 트럼프 탄핵 청년 원정단(방탄청년단)’의 성원 14명이 서울의 미국 대사관 앞 광화문 광장에서 철야규탄 롱성(농성)을 단행하였다”며 이들의 집회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북한 조선중앙TV 또한 “서울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전쟁 망발을 일삼는 늙다리 미치광이 트럼프를 규탄하는 항의 투쟁을 전개했다”며 이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의원실 들어간 후 ‘통일교육 포럼’ 발제
A씨의 대학 동문(同門) 등에 따르면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20년 전인 대학 시절에도 ‘통일운동’을 기치로 친북 활동을 했다.
총학생회장이던 2004년 금강산에 다녀온 A씨는 당시 한 좌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름답고 고고한 금강산은 민족의 명산”이라며 “북쪽 안내원들이 남쪽 학생들과 정감 있게 얘기도 잘 해 같은 핏줄임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조국에 대한 대비와 풍부한 고민을 통해 청년 학생들이 앞장서서 통일 반대 세력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A씨의 통일관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다. A씨는 지난 2018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통일은 남북이 함께 6·15선언에 명시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로 가야 한다”면서 “이 선언 때문에 우리나라가 최초로 노벨상 수상자까지 탄생시켰는데 세계가 지지하는 선언을 굳이 안 지킬 필요는 없다”고 썼다. 또 다른 글에서는 “연합연방제는 김정은 위원장도 스스로 밝힌 주장”이라면서 “결국 남북이 합의한 통일방안, 즉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을 인정’하는 방향은 남북번영과 평화를 위해 어렵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또 ‘걸음마는 성공’이었던 통일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도 했다.
이런 A씨가 민주당 B의원실에 취직한 건 2020년이다. 국회 이력은 물론 관련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비서관으로 채용됐다. 전공 또한 업무 연관성이 없는 ‘응용수학과’다. 그런데도 2년 만인 2022년 4급 보좌관으로 승진했다.
근무 첫해부터 B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열린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평화통일교육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제를 맡기도 했다. B의원과 동석한 A씨는 이날 “현재 매년 1회 1시간으로 진행하는 공무원 대상 통일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통일교육지원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고, 공공기관에 전문 강사를 초청해 통일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통일부의 권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첩당국 소식통 “요주의 인물… 수년째 내사 중”
현재 A씨를 내사 중인 방첩당국은 두 곳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정보기관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국은 A씨의 국가보안법 위반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항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같은 사건에 관여할 수 있는 방첩당국은 국가정보원, 경찰, 국군방첩사령부까지 총 세 군데다. 이 중 국보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수사는 국정원과 경찰이 맡는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는 2대 범죄에 속하지 않아 국정원과 경찰이 수사한 다음 검찰로 송치한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북한이 국내 친북 인사를 해외에서 접선한 뒤 간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때문에 장기간 국내외를 오가는 내사와 수사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A씨의 국보법 위반 사안의 경우 문재인 정부 때부터 추적했지만, 정권의 영향으로 간첩 수사가 사실상 막혀 한동안 제동(制動)이 걸렸다가 정권 교체 이후 내사를 재개(再開)한 상태다. 당국은 A씨를 특히 ‘요주의 인물’로 보고 있으며, 장기간 비중 있게 예의주시한 결과 유의미한 정황 증거 또한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군사기밀보호법 관련은 방첩사령부가 수사한다. 수사당국 소식통은 “특히 A씨가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재직하며 현안(懸案)과 관련 없는 군사 정보를 군(軍)당국 등으로부터 요청 후 수집, 누설했다는 의혹이 이번 내사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내사 상황을 묻는 질문에 방첩사 측은 “확인해줄 사안이 없다”고 했다.
B의원실, “의원실과는 관련 없는 일”
B의원실 측은 A씨의 내사 사실에 대해 “의원실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B의원실은 지난 7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식 수사 요청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의원실에서는 (내사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A씨의 경우 2급 비밀취급인가증을 부여받은 보좌관으로 군사기밀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맞으며, 만일 이를 누설했을 경우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국회의원 및 의원실과는 관련이 없는 사항”이라고 했다.
A씨의 갑작스러운 퇴직과 관련 B의원실은 “A씨를 6월 말일자로 퇴사 처리한 것은 그의 과거 (종북) 활동이 최근 의원실 내부에서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사 당시 이력서를 통해, 혹은 그의 재직 4년 동안 과거 행적을 인지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몰랐다”면서 “의원실에서는 이를 인지한 직후 A씨에게 ‘아무래도 같이 일할 수 없겠다’고 즉각 통보함으로써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관련 이력이 전혀 없음에도 채용된 배경에 대해서는 “의원실 내부 인사의 지인(知人) 추천으로 채용했는데, 업무를 시켜보니 머리도 좋고, 일도 잘해 보좌관까지 한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연루된 대표적인 간첩 사건으로는 2006년 일심회 사건이 있다. 일심회 조직원은 중국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국가 기밀을 북측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들에게 기밀을 전달한 이가 국회의원 보좌관 지위를 이용한 박모씨다. 방첩당국은 A씨 또한 이처럼 입법 기관을 활용한 정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간조선 08월 호
6·25 때 전사한 여성특수부대원 도종순씨
“딸이 나라를 위해 일한다고만 아셔요!”
⊙ 현충원서 지워졌던 누이의 이름, 막냇동생이 되살려
⊙ 대북 첩보 수집 중 희생된 21세 여성… 미군 소속 전환 이유로 전사 처리 취소
⊙ 누이 명예회복 애쓴 동생 도용영씨… 10년 노력 끝에 순국 인정 길 열어
⊙ 권익위, 도종순씨 전사자 처리 취소한 정보사에 ‘재심사 의결’

▲6·25 때 대북 첩보 수집 중 희생된 21세 여성 특수부대원 도종순씨. 남아 있는 유일한 사진이다. 사진=도용영
대전 현충원 충혼탑 위패(位牌)에 새겨진 세 글자. 도용영(74)씨에겐 자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이름 위에 검은 테이프가 붙었다. 가려진 건 누이의 이름. 도종순. 6·25전쟁 당시 특수 임무를 수행하다 전사(戰死)한 육군첩보부대(HID) 대원이다.
군(軍) 기록에 따르면 도종순씨는 지난 1953년 7월 정전(停戰)을 며칠 앞둔 시점, 중공군(中共軍)의 기습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압록강 하구가 내다보이는 평안북도 철산군 앞바다의 섬 수운도(水運島·순도)에서다. 겨우 21세의 나이. 시신은 수습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이름이 지워진 건 지난 2012년. 갑작스레 전사 처리가 취소되면서다. 도용영씨는 “그 꽃다운 나이에, 여자의 몸으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명예를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혼백이 구천에서 떠돌 만큼 원통한 일”이라고 했다.
도씨는 그로부터 10년간 누이의 명예회복을 위해 팔방으로 뛰었다. 그러고 올해 현충일, 충혼탑에서 누이의 이름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6남매를 강하게 키운 아버지
도종순씨는 1932년 서울 공덕동에서 태어났다. 6남매 중 맏딸이었다. 19세가 되던 1951년 2월 첩보부대에 자원(自願)했다. 같은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던 동료와 함께다. 대목수(大木手)였던 아버지 덕에 비교적 넉넉한 형편에서 자랐다고 한다. 도용영씨의 말이다.
“여유가 있는 편이었죠. 학교 다닐 때 저도 구두를 맞춰서 신고 다녔으니까요. 그런데도 누님은 생활전선에 일찍 뛰어들었어요. 동사무소에 취직을 했다가, 같이 일하던 여성 동료 두 명과 함께 특수부대에 자원을 했답니다. 애국심이었다고 할 수밖에요. 거기서 누님만 뽑혔어요. 누님이 워낙 똑똑했대요. 우리 집안에서 머리가 가장 좋았고, 맏딸 노릇을 그렇게 잘했답니다. 동생들도 살뜰하게 챙겼고요. 여자지만 군 업무를 수행할 정도로 체력도 다부졌대요.”
17세 터울인 도씨는 누님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전사 사실도 뒤늦게 아버지에게 전해 들었다고 한다. 1980년 초였다.
“워낙 말씀이 없었던 아버지는 저희 6남매를 굉장히 강하게 키웠어요. 늘 ‘할 일은 스스로 찾고,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누님의 특수부대 자원 소식을 듣고도 ‘본인이 선택한 길이니 알아서 잘하라’고 했답니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처음으로 제게 누님 얘기를 해줬습니다.
‘너의 누이가 특수부대원으로 참전(參戰)했다가 전사(戰死)한 것 같다’고요. 1951년 어느 날 누님이 집에 잠깐 오더니 ‘아버지, 나라를 위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고, 더 깊이 알려고 하지 마시고, 딸이 나라를 위해 일한다고만 아셔요’라고 말했대요.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고요.”
무뚝뚝한 아버지의 그 말뜻은 누이를 찾으라는 거였다.
“처음 누님 얘기를 들었을 때, 참 자랑스럽고,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 6남매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제게 숙제를 낸 것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그땐 저도 참 무딘 게, 저 살기 바빠서 적극적으로 나서지를 못했어요. 찾아야 하는데, 하면서 누님을 못 챙겼어요.”
대북 첩보부대 복무, 중공군 기습에 전사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2000년 들어 서울시청 앞 북파공작원 시위를 목격했고, 도씨는 그제야 본격적으로 누이를 찾아야겠다 싶었다. 팔방으로 알아보던 어느 날. 한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 지인은 본인의 아들이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에 있다면서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한 이틀 지났을 때 연락이 오더라고요. 부대원 명단에 누님의 이름이 있다고요.”
도씨는 그길로 정보사에 누이의 복무 기록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고, 정보사는 누이가 1951년 2월부터 11월까지 대북(對北) 첩보부대인 4863부대에서 복무했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수소문 끝에 누이의 동료 대원도 만났다. 동료 대원은 누이를 비롯한 다른 대원들과 함께 평북 철산군 일대에서 국군 유격대와 연락하면서 적의 동태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던 중 치열한 교전(交戰)으로 대원 다수가 전사했고, 누이와 연락대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원만 먼저 철수했다고 했다. 정보사는 이를 바탕으로 2009년 2월 20일 도씨에게 ‘도종순씨가 특수 임무 수행 중 1951년 말 전사했다’는 전사 확인서를 보냈다.
한데 그 무렵, 국방부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지원단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보상지원단은 도종순씨가 한국군 첩보부대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1951년 말 사망하지 않고 이후 미군으로 소속을 변경해 첩보 임무를 계속 수행했다고 봤다. 정보사는 보상지원단의 결정에 따라 재조사 후 새로운 결론을 냈다. 요약하면 이렇다.
“도종순씨는 입대 후 1951년 11월까지 대한민국 제4863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하루는 부대원들과 함께 임무 수행에 나섰다가 본부와 통신이 두절돼 고립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미군 극동 공군사령부 소속 무장부대에 의해 구출돼 송도 기지로 이송됐다. 여기서 심문을 받으면서 수집한 첩보를 제출해 그 공(功)을 인정받았다. 이후 미군 극동사령부 직할 특수첩보부대 중 하나인 호염부대로 소속을 전환해 근무했다. 그러다가 1953년 7월 평북 철산군 근해의 순도라는 섬에서 중공군의 기습으로 전사했다.”
‘미군 소속 전환’ 이유로 전사 처리 취소

▲성남시 금토동 충혼탑, 특수임무수행 중 전사한 호국 영령들의 위패. 위에서 다섯 번째 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에 도종순씨의 이름이 있다. 그 아래 까만 테이프가 붙은 다른 이름들이 보인다. 사진=도용영
요컨대 더 오래 살아남아 싸웠다는 얘기다. 미군 첩보부대와 함께 더 많은 전과도 올린 셈이다. 종전보다 예우가 더 좋아져야 맞을 듯한데, 의외의 결과가 뒤따랐다. 정보사는 “한국군 소속이 아닌 미군 소속으로 전사했으므로 발급된 전사확인서를 회수하고 대전 현충원과 충혼탑 전사자 명단에서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보사는 미 호염부대 소속 근무자들이 증언한 도씨의 호염부대 근무 사실 등을 토대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군 첩보부대’란 대한민국의 국군이 특별한 내용, 형태의 정보 수집 등을 목적으로 창설해 운용한 부대를 말하며, 외국 군에 소속됐거나 군 첩보부대의 창설 이전에 구성돼 유격전 등에 종사한 부대는 제외한다.
2012년 6월 18일. 정보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신을 도씨에게 보냈다. ‘도종순’의 이름에 검은 테이프가 붙은 건 그 직후다.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누님은 이미 팀을 이룬 우리 군 소속이었어요. 미군에게 작전 수행 지시를 받았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정보사는 미군으로 소속이 ‘전환’됐다고 판단했어요.”
도씨는 정보사에 누이의 심의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심의 자료와 미군 소속으로 전환된 근거, 미군 소속 당시 전사확인서 또는 전사자 명부, 그리고 민원인의 탄원서와 이의 제기서 및 답변 내용이었다. 정보사는 이에 심의 자료는 비공개, 나머지 청구 사항에 대해서는 ‘정보 부존재’를 통보했다.
“미군 부대로 소속이 전환됐다고 봤지만, 그 기록은 없는 겁니다.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이사만 가더라도 전입신고를 하는데, 한국군이 미군으로 전환했는데, 그 기록이 없을 수가 있습니까.”
“잔류 업무 마치고 철수하겠다”

▲지난 2009년 2월 국군정보사령부에서 보낸 도종순씨의 전사확인서. 사진=도용영
도종순씨의 동료대원 또한 “당시 KLO(미 극동군 사령부 소속)와 HID 소속 대원과는 관계가 없으며 합류하거나 파견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지난 2010년 4월 자 동료대원의 진술 중 일부다.
“1951년 1·4 후퇴 이후 서울 및 지방에서 여성 공작원 20여 명을 모집했다. 대구에서 최초 특수 교육을 받고 강화도로 집결해 남자 대원들과 팀을 구성해 북한 침투 및 첩보 수집 임무를 수행했다. 연락대장 외 남성 4명, 여성 2명이 평북 철산 지역에 투입됐다. 중공군의 반격이 개시된 시점이었다. 우리는 한국군의 유격대와 긴밀하게 연락하고, 적의 동태와 첩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당시는 장비와 식량이 너무 열악했다. 신의주 부근인 평북 철산 지역을 대상으로 침투 대기 지점인 ‘회도(호염도)’에서 치열한 적과의 교전으로 인해 다수 요원이 전사했다. 더 이상 임무 수행이 어려웠고 상황이 급박해지자 철수 결정이 내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연락조원 안내하에 서울로 무사히 귀환하게 됐다. 그러나 도종순은 연락대장과 함께 잔류 임무를 마치고 철수한다고 했다.
60년이 지난 시점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호염도라는 섬을 당시 임무 수행할 장비와 식량을 은신한 거점으로 사용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당시 KLO와 우리 HID 소속 대원과는 어떠한 관계도 없었으며, 특히 합류하거나 파견된 사실은 더더욱 없다. KLO는 HID보다 더 열악한 사정이었는데 HID 소속이 왜 KLO와 합류해 활동하겠느냐.”
권익위, 정보사에 재심사 의견
도씨는 올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민원을 넣었다. 그는 “정보사에서는 늘 같은 입장만 되풀이해서 다른 방법을 모색한 것”이라고 했다. 권익위는 지난 5월 22일 도씨의 고충민원을 받아들였다. “도종순씨의 소속이 미군으로 전환됐다고 하지만 한국군을 탈퇴해 미군으로 재입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사 처리를 취소한 정보사에 전사 여부를 재심사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고충처리위원장)은 “여성의 몸이라 굳이 최전선에 나갈 필요도 없었을 텐데 마다하지 않고 나서 젊음을 만끽하지도 못하고 사지(死地)를 넘나들다 21세의 나이에 전사했다”면서 “그런데 70여 년이나 지나 먹고살 만해진 나라가 규정을 예리하게 적용하면서 전사 처리 여부를 따져 불이익을 준다는 건 참으로 야속한 일”이라고 했다.
권익위 의결 이후인 지난 6월 6일. 도씨는 충혼탑을 다시 찾았다. 검은 테이프는 떨어져 있었다. 그는 “이제라도 누님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정보사의 재심사 결과가 남아 있다. 도씨는 정보사를 상대로 행정심판도 진행 중이다. 그는 “6남매 중 형님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아흔 다 된 둘째 누님과 둘이서 이 문제를 해결 중”이라면서 “누님도 연로하셔서 사실상 명예회복을 해드릴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했다.
“올해 현충일, 누님 이름 석 자를 다시 보게 되자, 그제야 위패 위 검은 테이프가 붙어 있는 다른 희생자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직도 많이 있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새겨진 이름들을 무슨 연유로 다시 지운 것일까요. 제 짧은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됩니다. 그건 두 번 죽이는 것이지요. 대한민국에는 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여러 호국 영령이 있습니다. 모쪼록 이 일을 계기로 누님처럼 명예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08.09 통일부 수난시대
초유의 조직개편 칼바람에
너무 가혹하다는 통일부
北 인권에 눈감았던 과거
어물쩍 넘어가려 했나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07.28./뉴시스
지금 통일부는 집단 패닉 상태다. 지난달 “대북지원부 같다”는 대통령의 질타를 받고 장·차관과 통일비서관이 한꺼번에 외부 인사들로 물갈이된 것부터가 1969년 부서 창설 이래 처음 겪는 수모다. 대대적 조직 개편의 칼바람 속에 1급 간부 전원이 사표를 썼고, 사직서 제출을 거부한 2급 이하 간부들은 타 부서 전출 또는 특별교육 대상이란 말이 돌며 부서 전체가 술렁인다.
작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전 정부 부역 논란 등으로 다른 부처에서 곡소리가 날 때도 통일부는 상대적으로 평온했다. 여권 실세로 꼽히는 중진 의원이 장관으로 부임하면서 웬만한 ‘외풍’은 막아준 영향이 컸다. 실세 장관 덕에 부서 위상도 올라가면서 외교부, 국정원에 대해 가졌던 열등감도 잊고 지냈다.
태평성대는 갑작스럽게 막을 내렸다. 통일부가 올봄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이 계기가 됐다. 맨 앞 장에 ‘정확성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면책 문구(disclaimer)를 넣은 게 화근이었다.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문구를 넣은 저의가 뭐냐’는 인권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즉각 시정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대응했고 이를 보고받은 대통령이 대로(大怒)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통일부 실무진의 단순 실수로 빚어진 사고에 가깝다. 책임자로 지목된 간부만 해도 통일부에 드문 대북 원칙주의자로 분류돼 지난 정부 내내 주요 보직에서 배제된 인사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 사건을 통일부의 ‘도발’로 간주했다. 통일부가 정권 교체 1년도 훨씬 지난 지금 느닷없이 ‘적폐 부서’로 지목돼 풍파를 겪게 된 경위다.
지난 정부에서 통일부는 찬밥 신세였다. 청와대가 북 통전부의 카운터파트로 국정원을 공개 지목하면서 통일부는 회담 지원 부서로 전락했다.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조명균 장관이 배석하지 못한 것이 당시 통일부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통일부는 이 사실을 하루 전 통보받고 충격에 빠졌다. ‘남북 평화쇼’의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였는데 ‘적폐 소굴’ 취급을 받으니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북 제재로 석유 정제품의 대북 반출이 금지됐는데도 중유 340t을 몰래 개성으로 빼돌리고, ‘김여정 하명’에 전단금지법을 만들고, ‘삐라를 통해 코로나가 확산된다’는 북의 억지를 정부 공식문서로 만들어 외국 대사관들에 뿌리고, 탈북민 단체들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보조금과 사무감사로 인권단체들을 겁박한 게 통일부다. 두목보다 앞잡이의 악행이 더 사무치는 법이다. 북한인권보고서 소동은 그런 과거를 소환했을 뿐이다.
한때 통일부는 중앙 행정기관 서열 2위의 부총리급 부서로 통일정책을 총괄했다. 경제부총리, 외무장관, 안기부장을 거친 거물들이 영전해 오던 부서다. 조국 통일에 이바지하겠다며 통일부를 지원하는 행시 고득점자들이 적지 않았다. 통일부가 생산한 북한 정세 보고서는 안기부 것보다 탁월하단 평가를 받았고, 북한을 바짝 긴장시키는 회담 전문가들을 여럿 길러냈다. 통일부가 본분에 충실했던 시절이다.
통일부는 헌법 3조와 4조를 구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이다. 모든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는 근거다. 북한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인 동시에 헌법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5년간 통일부는 그런 노력을 집요하게 탄압했다. 급기야는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힌 탈북 어민을 강제 북송하는 데 가담했다. 통일부는 그 잘못을 바로잡을 시간이 있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1년을 허송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조선일보 이용수 논설위원
08.12 ‘사단장 과실 치사’도, ‘항명 수괴’도 다 지나치다

▲최근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해임된 박정훈 대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경례를 하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군 당국이 지난달 폭우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 책임자와 국방부의 주장이 엇갈리며 ‘외압’ ‘항명’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명령 체계가 중심인 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달 30일 국방장관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사건을 민간 경찰로 넘기겠다는 결재를 받았다. 해병 1사단장 등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예정됐던 해병대의 언론 브리핑은 1시간 전 돌연 취소됐다. 뒤늦게 장관이 수사단 보고서에 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단은 “장관의 명령을 명확히 하달받지 못했다”며 지난 2일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경찰로부터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한편,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을 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군 검찰에 입건했다.
실종자 수색 중 병사 사망 사고가 일어난 것은 심각한 사건이다. 구명조끼만 입었으면 생존 가능성이 높았기에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단장을 포함한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묻는다는 것은 도를 넘는다. 사단장 등도 지휘 책임을 면할 수 없겠지만 ‘과실치사’는 다른 문제다. 이런 식이면 부대 지휘가 어려울 것이다. 과실에도 직·간접이 있고 경중이 있다.
수사단의 조치가 과도하면 국방부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거를 수 있었다. 그런데 국방장관이 수사단의 ‘8명 과실치사 경찰 이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결재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대통령실이 수사단으로부터 사건 설명 자료를 받았고 그 후에 국방부 기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서 ‘사단장 등 8명 과실치사’는 너무 지나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국방장관이 방침을 바꿔 사건 경찰 이첩 보류 지시를 했고 이에 박정훈 수사단장이 반발했다. 애초에 국방부 차원에서 조율할 수 있는 문제가 꼬인 것이다.
그 이후 양측의 모습은 더 보기 좋지 않다. 국방부는 박정훈 수사단장을 ‘항명 수괴’라며 수사를 지시했다. ‘과실 치사’가 지나친 만큼이나 ‘항명 수괴’도 지나치다. 같은 군 내에서 무슨 ‘항명 수괴’인가. 박 수사단장의 행태도 옳지 않다. 군 검찰의 소환을 공개 거부하면서 정치인 같은 말들을 하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는 수사 참고자료일 뿐 어차피 정식 수사는 경찰이 하게 돼 있다. 경찰이 사건 기록을 전부 확보해 공정한 수사로 결론을 내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8-12 해병 前수사단장 “국방부 수사 거부”… 항명인가 저항인가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숨진 채수근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어제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받는 것을 거부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 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매우 부적절한 수사 방해와 기강 훼손 행위”라고 반박했다.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조사와 관련한 외압 의혹과 항명 파동이 점입가경이다. 수사단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두고 불거진 윗선 수사 개입 의혹은 국방부의 수사단장 보직 해임과 항명죄 입건, 국방부 장관의 조사 결과 재검토 지시, 급기야 수사단장의 구체적인 외압 폭로로 이어지고 있다. 박 대령은 특히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사단장과 여단장을 뺀 대대장 이하로 과실치사 혐의를 한정하도록 수사 축소 압력을 받았으며, 국가안보실에서도 결과 보고서 제출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외압의 주체로 사실상 국방부, 나아가 대통령실까지 겨냥한 셈이다.
엄격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지휘체계가 확립돼야 할 군 조직에서 벌어진 이번 파동을 두고 국방부에선 수사단장의 과도한 공명심이 낳은 일탈, 나아가 수사단의 조직적 반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그간 보여준 국방부의 대응이나 해명도 의문투성이이긴 마찬가지다. 박 대령의 반발에 국방부 검찰단이 당장 구속 수사 같은 강수로 대응한다면 그것은 논란을 봉합하기는커녕 더욱 키우는 꼴이 될 게 뻔하다.
이제 사태는 진실 공방 차원을 넘어 별도 기관의 감찰이나 수사가 필요한 지경에 이른 듯하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도 국방부가 회수한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 자료를 경찰에 곧바로 재이첩하고 박 대령에 대한 집단항명죄 수사도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채 상병과 유족의 아픔을 달래줘도 모자랄 판에 수사책임자 문책이 우선일 수는 없다. 국방부는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부터 있는 그대로 경찰에 넘기고, 윗선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별도의 조사와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8.13 미사일 꽂은 곳에 또 꽂았다... 국산 ‘장사정포 킬러’의 놀라운 홀인원

▲2023년5월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TSSM)의 품질인증 사격시험에서 첫번째 미사일이 관통한 구멍에 두번째 미사일이 정확히 떨어지는 일종의 '홀인원'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지대지 미사일 시험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장면으로 평가된다. /국방기술품질원 영상 캡처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해 군 당국이 개발한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2발이 120㎞ 이상 떨어진 표적에 연달아 정확히 명중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첫번째 미사일이 표적에서 불과 1~2m 떨어진 지점에 떨어져 구멍이 생겼는데 두번째 미사일이 이 구멍에 정확히 떨어지는 일종의 ‘홀인원’을 기록한 것이다.
사거리 120㎞ 이상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이처럼 연속으로 똑 같은 지점에 명중하는 모습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여서 KTSSM의 놀라운 정확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지난 5월 실시한 뒤 공개한 KTSSM 품질인증 사격시험 영상에 따르면 KTSSM 2발이 1~2초 간격으로 연속으로 발사된 뒤 같은 표적으로 향했다.
첫번째 미사일은 표적 깃발에서 불과 1~2m 떨어진 지점에 떨어져 구멍이 생겼는데 곧바로 낙하한 두번째 미사일이 그 구멍 안으로 정확히 떨어졌다. 두 미사일 모두 실탄은 장착되지 않아 탄두가 폭발하지는 않았다.
KTSSM은 DMZ(비무장지대) 인근 지역에서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 갱도 진지를 타격하기 위해 개발돼 ‘장사정포 킬러’로 불리며 최대 사정거리는 180㎞다. 군용 GPS 외에 정밀한 유도장치를 갖춰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게 강점이다. 북 갱도 진지 위에 떨어져 관통해 들어간 뒤 열압력탄이 폭발해 갱도진지를 무력화한다. 길이는 4m, 직경은 북한 초대형 방사포와 같은 600㎜이고 1발당 가격은 8억원이다.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TSSM)이 홀인원하듯 해상표적 중심부에 정확히 명중하고 있다. KTSSM은 북 장사정포 갱도진지를 무력화하기 위해 개발돼 '장사정포 킬러'로 불린다. /국방과학연구소
앞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2020년 KTSSM이 해상표적 한가운데에 ‘홀인원’하듯 정확히 명중하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화제가 됐었다. 군 소식통은 “미사일이 너무나 정확히 표적을 명중시켜 지켜보던 연구원들도 깜짝 놀랐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KTSSM의 정확도에 대해 네티즌들은 “영상이 합성된 게 아니냐. 미사일이 너무 정확해 믿기 힘들 정도” “때린 데 또 때리고 너무 ‘잔혹’한 거 아니냐 ㅋ”라는 댓글을 달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북한은 지난 2017년5월 스커드 미사일을 개량한 신형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해 450km 떨어진 표적을 7m 이내의 정확도로 명중시켰다고 주장했었다. 군 소식통은 “KTSSM은 북한의 구형은 물론 신형 탄도미사일에 비해서도 정확도가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미사일의 정확도는 보통 탄도미사일이 순항미사일보다 떨어진다. 주요 전쟁에서 빠짐없이 사용돼온 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최대 사거리 1600~2500㎞)이나 우리 현무3 순항미사일(최대 사거리 1000~1500㎞)의 정확도는 3m 가량이다. 최대 사거리가 300~800㎞인 현무2 탄도미사일의 정확도는 5m 가량으로 이보다 떨어진다. 반면 KTSSM은 탄도미사일이지만 정확도가 1~2m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당국은 KTSSM의 최대 사거리를 300㎞로 늘린 KTSSM-Ⅱ도 개발중이다. KTSSM-Ⅱ는 평양 이북 압록강 인근 지역의 북 지하 벙커들도 파괴할 수 있다. 고정 발사대를 사용하는 KTSSM과 달리 KTSSM-Ⅱ는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대에 2발씩 탑재돼 기동성도 뛰어나다.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국방과학연구소)
https://tv.naver.com/v/1903866
폴란드도 천무 다연장로켓과 함께 KTSSM-Ⅱ와 비슷한 사거리 290㎞짜리 미사일을 도입할 예정이다. 군 소식통은 “KTSSM-Ⅱ와 폴란드 수출형 미사일은 탄두의 성격과 위력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엔 충남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폴란드를 비롯, 노르웨이, 이집트, 스웨덴, 아랍에미리트(UAE), 필리핀 등 7개국 군·방산업계 관계자 50여 명이 참관한 가운데 천무 발사차량에 탑재된 개량형 KTSSM이 200㎞ 이상 떨어진 표적에 명중하는 데 성공했다.
군 당국은 당초 총 1조5600억원을 투입해 2034년까지 KTSSM-Ⅱ 개발 및 배치를 완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라 그 시점을 2030년 이내로 앞당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08-14 UFS 21~31일 실시… 유엔사 참전 10개국 참가
김정은 “미사일생산 비약적 제고”
한·미가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한미연합연습을 유엔군사령부 참전국 1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11일간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UFS 기간 중 한·미는 연합야외기동훈련을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30여 건으로 확대해 북한의 전쟁위협에 대한 철통 같은 방어태세를 갖추기로 했다.
14일 오전 합동참모본부는 “올해 UFS에는 유엔사 참전국인 미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국, 그리스, 이탈리아,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등 10개국 유엔사 소속 병력이 일부 참가하고 중립국감독위원회(NNSC·스위스 및 스웨덴 소속)가 참관하게 된다”고 밝혔다. 합참은 “유엔사 참전국 참가와 NNSC의 참관 공식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에 따르면 UFS 기간 중 한·미는 30여 건의 연합야외기동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UFS의 13건에서 2배 넘게 늘어난 것이고 올해 상반기 프리덤실드 및 워리어실드(FS/WS) 25건보다 증가한 규모다. 육군의 경우 연합도시지역작전, 연합특수작전훈련, 연합 공중강습·공정작전훈련, 연합도하작전 등을 실시한다. UFS 1부 방어훈련은 21∼25일까지 5일간(정부연습은 21∼24일), 반격 훈련 등 2부 연습은 28∼31일까지 4일간 실시된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주요 군수공장들을 시찰하고 장갑차를 직접 몰면서 “전쟁준비의 질적 수준은 군수산업발전에 달려있다”며 “미사일 생산을 비약적으로 제고하라”고 독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조재연 기자
08-18 “北 인권 유린은 핵 개발과 불가분” 국제 공감 더 넓혀야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주민 인권 유린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다. 당연하고 다행한 일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7일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 안보적 관점에서 논의하는 공개회의를 가졌다. 안보리의 8월 순회 의장국인 미국의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북한의 인권 침해는 안보리가 주목해야 할 안보 이슈”라며 회의를 제안했다. 황준국 유엔 대사도 “김정은 정권이 주민 복지 자원을 핵 개발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인권 문제와 핵 문제는 불가분”이라고 밝혀 회원국들의 공감을 얻었다.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삼은 것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북핵 문제도 북한 인권 문제도 더욱 심각해졌다. 이번에는 달랐다. 52개국이 ‘북한 인권은 그 자체로 안보리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반해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북한 인권을 논의하면 지역 긴장이 고조된다” “대북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안보리 결의를 대놓고 묵살하는 북한을 감싸고, 안보리 제재가 마치 북한 주민 인권 탄압의 원인인 양 내세우는 적반하장의 궤변이다.
북한 인권 문제도 이제는 안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때다. 북한은 “반공화국 모략책동”이라며 반발하지만, 그럴수록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더 넓혀 나가야 한다. 미국은 이미 2016년부터 김정은·김여정을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했다. 193개 유엔 회원국이 북한 인권 개선 압박에 더 많이 동참하도록 윤석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북한 인권 탄압 규탄은 대한민국 안보를 강화하는 일도 된다.
문화일보 사설
08-21 尹 “北, 목적 위해 핵도 불사…첫 북핵 대응 훈련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5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
을지연습 국무회의서, “민관군 국가 총력전 수행 역량 높여야” 강조
“전 정부에서 축소한 을지연습, 올해 정상화”
윤석열 대통령은 을지연습 첫날인 21일 “북한이 전쟁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핵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며 민·관·군이 국가 총력전 수행 역량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을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날의 전쟁은 모든 전쟁을 혼합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을지연습은 국가비상사태 발생 시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비상대비계획을 검토·보완하고 전시 임무 수행 절차를 숙달시키기 위해 연 1회 전국 단위로 실시하는 훈련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전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며, 핵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며 “올해 연습부터는 정부 차원의 북핵 대응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축소 시행돼온 을지연습을 지난해에 정상화하고 올해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관·군 통합 연습으로 업그레이드했다”며 “북핵 위협, 반국가세력 준동, 사이버 공격 등에 대비한 실전 같은 훈련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개전 초부터 위장평화 공세와 가짜뉴스 유포, 반국가세력들을 활용한 선전 선동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며 “가짜뉴스와 위장평화 공세, 선전 선동을 철저히 분쇄하고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국가중요시설을 공격해 국가기반체계를 마비시키려 할 것”이라며 원전, 국가통신만 등 국가중요시설 방호 대책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임대환 기자
08-21 한미연합, UFS 돌입… 정부차원 북핵 대응훈련 첫 실시
야외기동 확대·가짜뉴스 대응
김정은, 美항공모함 전개 의식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 참관
한·미가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합훈련에 들어간 첫날인 21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 참관 사실을 공개했다.
이날 한·미는 2019년 이후 축소된 야외기동훈련(FTX)을 대폭 확대한 UFS 연합연습을 0시부터 실시했다.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UFS 연습에서 한·미는 북한의 국지도발 등을 거쳐 전면전으로 확대되던 기존 시나리오 대신 평시에서 곧바로 전시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을지 국무회의에서 “북한은 전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며 핵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며 “올해 연습부터는 정부 차원의 북핵 대응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UFS 연습에선 북한이 유사시에 유포할 수 있는 가짜뉴스 등에 대비하기 위한 ‘인지전’ 훈련도 실시된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했다”며 김 위원장이 경비함 해병들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해상경계근무에 진입하는 ‘경비함 661호’에 직접 올라 함의 무장상태와 전투준비 실태를 구체적으로 료해(파악)했고, “불의의 정황에 대처할 수 있게 높은 기동력과 강한 타격력을 유지하며 상시적인 전투동원 태세를 철저히 갖추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참관한 미사일 발사훈련에 대해 “함의 경상적인 동원태세와 공격능력이 완벽하게 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통신은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밝힌 순항미사일 ‘화살-2형’이 신형 초계함으로 추정되는 함정에서 발사되는 모습도 함께 공개했다. 이는 UFS 기간 중 예상되는 항공모함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의식한 대목으로 보인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08.22 실전적 을지 연습, 시민들도 불편 참고 만일의 사태와 재난 대비를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한미연합연습이 시작된 21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내 비행장에 UH-60 블랙호크 헬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양국 군이 21일 을지 연습을 시작했다. 북한의 남침을 상정한 야외 기동 훈련 외에도 북한의 전술 핵 도발과 가짜 뉴스 살포에 대비한 훈련도 31일까지 진행한다. 작년 을지 연습이 문재인 정부 5년간 유명무실해진 한미 훈련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연습은 북한의 각종 위협에 효과적으로 맞설 실질적 대비 태세 숙달이 목적이다.
최근 북한의 도발 때 공습경보가 발령되거나 재난 문자가 발송됐지만 시민들이 영문을 몰라 허둥대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위기 대응 체계가 허점을 드러낸 것은 지난 5년간 민방위 훈련이 제대로 실시되지 못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실전 같은 훈련을 계속해야만 한다.
을지 연습 3일 차인 23일엔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방위 훈련이 실시된다. 공습경보 상황을 가정해 훈련 사이렌을 실제로 울리고 주민 대피 훈련과 비상 차로 확보를 위한 차량 이동 통제 훈련 등이 예정돼 있다. 북핵 대비뿐 아니라 지진 화재 등 각종 사고와 천재지변에 대비하기 위한 민방위 훈련의 정상화는 시급한 문제다. 지진이 일상인 일본에 비하면 우리 국민의 재난 대비 능력은 ‘0′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북한 미사일 공격, 지진,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을 숙지하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되나.
1980년대 연간 30시간에 달했던 민방위 교육은 2000년대 들어 1~4시간으로 단축됐고,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사실상 없어졌다. 이번 을지 연습을 계기로 민방위 훈련을 정상화해야 한다. 시민들도 불편을 참고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의 도발뿐 아니라 각종 재난 상황에서 목숨과 재산을 지킬 방법이다.
조선일보 사설
08.23 北·中 군가 만든 정율성 기념사업 논란...공원 만들고 동상·벽화까지
광주 “韓中 우호 위해 공원 조성 48억 투입”
화순군은 고향집 복원하고 사진 전시

▲광주광역시 동구 불로동에 있는 정율성의 생가. 올 연말까지 이 일대에 ‘정율성 역사 공원’이 조성된다. /김영근 기자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鄭律成·1914?~1976)을 기념하는 공원을 광주광역시가 48억원을 들여 조성 중이다. 광주시는 정율성의 항일 독립 정신을 기리고, 한중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명목으로 10여 년 전부터 정율성로(路)를 비롯한 기념관과 동상, 정율성 음악제 등을 마련했고 전남 화순군도 비슷한 사업을 했다. 이미 수십억 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단순 좌익 계열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6·25전쟁 때 국군과 맞서 싸운 북한과 중공의 군가를 여럿 작곡한 인물을 대한민국의 세금으로 기념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에 조성된 ‘정율성 고향 집’의 모습. 정율성이 유년기에 잠시 살았던 집터에 고향 집을 조성했다.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광주시는 동구 불로동 일대 878㎡에 정율성 역사 공원을 연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정율성의 삶과 음악 세계를 기린다는 광장, 정자, 관리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토지 보상비를 포함, 예산 48억원이 들어간다. 2019년 당초 계획된 예산은 38억원이었으나 토지 보상 갈등 등으로 일정이 늦어지면서 사업비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전남 화순군은 2019년 정율성 고향 집(12억원)을 복원했다. 이곳에 전시된 사진에는 ‘정율성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이라는 설명이 붙어 논란이 일었다. 6·25의 중국식 표현인 ‘항미원조’는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는 뜻이다. 북한 침략이라는 6·25의 본질을 흐리고 가해자·피해자를 뒤집는 말이다.
정율성의 본명은 정부은(鄭富恩). 생년은 1914년 또는 1918년, 출생지는 광주다. 광주와 화순에서 학교를 다녔고 의열단장 김원봉이 중국 난징에 세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 들어갔다. 율성이라는 이름은 김원봉이 음악으로 성공하라는 뜻으로 지어줬다고 한다.

▲광주 태생으로 일제시대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 소속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음악가가 되었다. 중국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으며 해방이후 북한으로 건너가 '조선인민군행진곡' 등을 작곡했다.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 중국 시인의 가사를 바탕으로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우리는 노동자와 농민의 자제/ 우리는 인민의 군대/ 두려워 않고, 굴복 않고, 용감히 싸우네/ 반동 무리들을 쓸어버릴 때까지/ 마오쩌둥의 기치를 높이 날린다!” 중공군은 이 노래를 6·25 내내 국군과 유엔군에 맞서 싸우며 불렀다. 이후 중국 당국은 곡명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으로 이름을 바꾸고 중국군 공식 군가로 사용하고 있다.
정율성은 6·25전쟁 전 훗날 조선인민군 협주단이 된 보안간부훈련대대부 협주단장을 지냈는데, 이 시기 북한 애국가를 작사한 월북 시인 박세영의 가사에 곡을 붙여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지었다. “우리는 강철 같은 조선의 인민군/ 정의와 평화 위해 싸우는 전사/ 불의의 원쑤들을 다 물리치고/ 조국의 완전 독립 쟁취하리라.” 6·25 때 인민군이 부른 이 노래는 1968년까지 공식 인민 군가였다. ‘조선 해방 행진곡’ ‘조국의 아들’ ‘인민공화국의 가치’ 같은 북한 군가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광주에 조성된 정율성로 등 기념물에는 그의 친북 행적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광복 전 독립운동을 비롯, ‘연안송’ 같은 중국 유명 항일 가곡을 작곡한 이력이 더 부각돼 있다. 정율성은 6·25 전후 북·중을 오가며 활동했다. 1956년 연안파 숙청 당시 중국으로 귀화했다. 1976년 중국인으로 죽은 뒤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공묘에 묻혔다. 정율성은 2009년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북한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조선2·8예술영화촬영소는 1991년 ‘음악가 정률성’이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정율성이 잠시 다녔다는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 외벽에 그려진 정율성의 대형 벽화. /화순군

▲광주광역시 양림동 ‘정율성로(路)’ 입구에 있는 정율성 동상.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2일 페이스북에서 “정율성이 작곡한 조선인민군행진가는 6·25 내내 북한군 사기를 북돋웠다”며 “6·25가 발발하자 전쟁 위문 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중국 영웅’ 또는 ‘북한 영웅’인 그를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 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사업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박 장관은 정율성이 김일성에게 받은 포상장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은 정율성을 한중 우호 상징으로 내세웠다. 중국 시진핑은 2014년 서울대 강연에서 정율성을 김교각, 최치원, 김구 등과 함께 한중 미담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대일 항쟁이 가장 치열했을 때 양국은 생사를 함께했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7년 베이징대 강연에서 “광주시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가 있다”며 “지금도 많은 중국인이 찾고 있다”고 했다. 정율성은 친북 행위가 명백해 독립유공자로 서훈될 수 없는데도 2018년 노영민 대사의 베이징 주중 한국 대사관은 광복절 경축식에 그의 딸을 초대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광주는 정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며 “광주의 눈에 그는 뛰어난 음악가이고 그의 삶은 시대적 아픔”이라고 했다. 그는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며 “그 아픔을 극복해야 광주건 대한민국이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고 했다. 강 시장은 “정 선생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한중 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은 인물”이라고 했다.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개통식이 2009년 1월 29일 열렸다. 정율성로에는 사진자료와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설치 됐다./김영근 기자
그러나 강 시장이 이사장인 광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정율성 음악 축제 홈페이지엔 정율성의 중공군 위문 등 6·25 관련 행적은 빠져 있다. “13억 중국인의 가슴마다 아로새겨진 작곡가” “중국 3대 음악가 중 1명으로 추앙” 등 표현은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과는 거리가 있다. 광주문화재단은 “2000년 6·15 공동선언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만남에 울려 퍼진 곡이 모두 그의 곡”이라고도 했다.
박 장관은 “서재필 박사 등 호남 출신 독립유공자가 2600명이 넘는데 하필 공산당 나팔수 기념 공원을 짓느냐”며 “돈이 되는 일이면 국가 정체성이고 뭐가 필요 없단 말이냐”고 했다. 그는 강 시장이 ‘시대적 아픔’을 언급한 데 대해 “정율성의 군가를 부르며 몰려왔던 적에게 죽임을 당한 수많은 이의 피가 아직 식지 않은 대한민국”이라며 “반국가적 인물을 기념하는 데 국민의 혈세는 손대지 말라”고 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8-23 ‘6·25 남침 응원’ 정율성 떠받드는 공원 조성 철회하라
광주광역시가 예산 48억 원을 들이는 ‘정율성 기념 공원’ 조성 사업에 대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철회를 촉구했다. 박 장관은 22일 “정율성이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곡’은 6·25 내내 북한군 사기를 북돋웠다. ‘중국 영웅’ 또는 ‘북한 영웅’인 그를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거냐”고 했다. 북한의 6·25 남침을 응원한 반(反)대한민국 작곡가를 떠받드는 공원을 국민 세금으로 만든다는 발상부터 어이없다.
중국공산당 당원 출신의 정율성은 ‘팔로군 행진곡’도 작곡해, 6·25전쟁에서 중공군이 부르게 했다. 그 뒤 북한에 정착했다가 1956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전 정부와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그를 일방적으로 칭송해왔다. 심지어 전남 화순군은 12억 원을 투입해 2019년 복원한 그의 고향 집에 사진을 내걸고 ‘정율성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이라는 설명문을 붙였다.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는 중국 입장을 좇아, 6·25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집었다. 그가 잠시 다녔다는 화순 능주초등학교 외벽의 대형 ‘정율성 초상화’, 광주 양림동의 ‘정율성로(路)’ 공식 명명, 그 입구에 세운 ‘정율성 동상’ 등도 그 연장선이다.
강기정 시장은 “광주는 정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 그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다”라고 강변했다. “그의 업적 덕분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광주를 찾아온다”고도 했다. 동상, 거리 이름 등으로도 모자라 기념공원까지 조성하면서 궤변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관광객 유치를 국가 정체성보다 앞세울 순 없다. 공원 조성이라도 당장 철회해야 마땅하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여사는 ‘보훈 가족의 피눈물을 나게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사업’이라며 항의 메시지도 보냈다. 그런 절규마저 외면해선 안 된다.
문화일보
08-23 “정율성 역사공원, 보훈 가족 피눈물 나게 하는 사업”

▲정율성이 1947년 김일성으로부터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상장.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 페이스북 캡처
연평도 유족, 광주시장에 항의
국힘 “대한민국 부정하는 행위”
김보름·광주=김대우 기자 ksh430@munhwa.com
국민의힘이 광주광역시가 세금 48억 원을 들여 광주 출신 작곡가인 ‘정율성 역사공원’을 조성하려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역사공원 조성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꼽은 강기정 광주시장을 향해서도 비판이 거세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문화일보 8월 22일자 8면 참조)
23일 국민의힘은 북한과 중국에서 추앙받는 작곡가인 정율성을 국민 혈세로 기릴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강 시장에게는 수많은 호남 출신 애국지사들의 진짜 업적은 보이지 않는가”라며 “돈이 된다면 역사라도 팔겠다는 행태 자체가 바로 매국임을 강 시장만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학자 출신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율성의 독립운동을 기리겠다는 것은 핑계일 뿐, 사실상 공산당에 대한 그의 충성심을 기리는 사업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중공과 북한의 편에 섰던 사람을 기념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정율성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고, 6·25전쟁 당시 중국 인민군을 위해 전선 위문 활동을 한 후 중국으로 귀화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 여사는 정율성 역사공원 철회를 요구하며 강 시장에게 항의했다. 김 여사는 강 시장에게 “호국 유공자는 무관심하면서 북한·중국 공산 세력을 도운 인물을 기념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보훈 가족에게 피눈물 나게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사업”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앞서 강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광주는 정율성 역사공원에 ‘투자’한다”며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수많은 일본인 관광객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 공원도 세워야 하는가”라고 저격했다. 비판 여론에도 광주시 관계자는 “토지보상비 30억 원 등 예산 대부분이 집행돼 중단하거나 재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08.23 광주 출신 연평도 전사자 모친 “정율성 공원이라니...피눈물 난다”
광주서 37년 교직생활한 김오복씨, 강기정 광주시장에 항의

▲고(故) 서정우 하사가 전사한 지 2년 뒤인 2012년 서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여사가 대전 현충원에서 아들의 비석을 닦고 있다. /김지호 기자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 여사가 광주광역시가 조성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 철회를 요구하며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항의했다.
김 여사는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37년간 교직 생활을 한 후 올해 2월 정년퇴직했다. 김 여사는 23일 본지 통화에서 “전날(22일) 오후 7시 30분쯤 강 시장에게 카카오톡으로 항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2시간 뒤 ‘중단하기 어렵다’는 식의 답이 왔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강 시장에게 “호국 유공자는 무관심하면서 북한·중국 공산 세력을 도운 인물을 기념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서 “보훈 가족에게 피눈물 나게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사업”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고 한다.

▲강기정 광주시장. /광주시
광주 태생인 정율성은 중국과 북한에서 영웅 대접을 받은 인물이다.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했으며,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한 후 중국으로 귀화한 인물이다.
2009년 중국 정부가 선정한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김 여사는 강 시장에게 “정율성이라는 분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중국 공산당에 가입하고, 인민군행진곡을 작곡하고, 6·25전쟁 위문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하고, 중국으로 귀화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 수백만 명이 희생되고 국토가 폐허가 된 전쟁을 부추긴 사람, 김일성에게 상장까지 받은 그런 사람을 위해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강 시장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라 중단하기 어려운 점을 이해해달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광주시는 정율성을 한중 우호 교류를 상징하는 인물로 보고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총 48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이덕훈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전날 “정율성은 공산군 응원대장이었던 사람”이라며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선 사람을 세금으로 기념하려는 광주시의 계획에 우려를 표한다”며 사업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강 시장도 SNS를 통해 “정율성 선생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자,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반박했고, 박 장관은 “돈이 되는 일이면 국가정체성도 필요 없나”라고 재반박하며 설전을 벌였다.

▲연평도 포격전 11주년을 하루 앞둔 2021년 11월 22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에서 해병 장병들이 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에 대해 경례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강 시장에게 항의 메시지를 보낸 김 여사는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 때 문광욱 일병과 전사한 해병대 서정우 하사(1계급 추서)의 어머니다. 서 하사는 병장이던 당시 말년휴가를 가기 위해 연평도 앞 부두에서 인천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던 중 포격이 발생하자 부대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포탄 파편에 맞아 전사했다. 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8.24 연평도 전사 병사 어머니의 피눈물, 정율성 공원 백지화해야
광주광역시가 국민 세금 48억원을 들여 중국 인민군 군가와 북한 인민군 군가를 작곡한 정율성을 기리는 역사 공원을 조성한다는 소식에 가장 참담했을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웅의 유족들일 것이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광주 출신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씨도 그중 한 분이었다. 광주의 한 고교에서 37년간 교편을 잡은 김씨는 광주시장에게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김씨는 “북한·중공군에 맞서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국군 장병들 생각에 피눈물이 났다”며 “민주화와 호국의 고장인 광주가 정말 이러면 안 된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항의 메시지를 쓰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광주시장은 “2020년부터 계획된 것이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씨는 또 광주 현충탑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며 재정비를 요구했지만 “예산이 없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대한민국을 지키다 숨진 사람들은 기릴 돈이 없다고 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죽이고 짓밟은 세력에겐 수십억을 쓰겠다고 한다.

▲2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조성된 정율성 거리. /김영근 기자
앞서 광주시장은 “정율성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문화 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과 국군 유엔군을 죽이고 국토를 유린하고, 통일을 가로막은 중공군과 인민군을 위해 응원가를 짓고 참전까지 한 것이 광주시장에게는 ‘업적’이 되는가.
일반 국민에겐 생소하지만 이미 광주 양림동엔 ‘정율성로(路)’와 동상이 있다. 정율성이 잠시 다녔다는 전남 화순의 초등학교 건물 외벽엔 대형 초상화까지 그려져 있다. 2019년 복원된 화순 고향 집에 전시된 사진엔 ‘정율성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이란 설명이 붙어있다. 항미원조는 6·25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뜻이다. 침략국의 역사 왜곡이다. 이 왜곡에 동조하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들이 국민 세금으로 침략 세력의 기념 공원까지 만든다고 하는 데엔 말문이 막힌다.
김씨는 광주시장에게 보낸 메시지 말미에 ‘광주를 정말로 생각하는 서정우 하사 엄마 올림’이라고 적었다. 양식 있는 광주시민들의 생각이 김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훈부에 따르면 호남 출신 독립운동가는 2600여 명, 6·25 때 전사한 호남 출신 학도명이 700여 명이다. 호남 출신 군인 전사자의 수는 수천, 수만 명에 이를 것이다. 정율성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다 숨진 이분들을 기려야 한다. 호남의 명망 있는 원로들도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그래도 정 짓겠다면 민간 차원에서 할 일이다. 국민의 적(敵)을 추앙하는 데 국민의 세금은 단 1원도 쓸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8-24 ‘기념공원 논란’ 정율성… 문 정부때 서훈하려다 ‘퇴짜’

문 취임 첫해 조카가 포상 신청
청와대도 ‘긍정적 입장’ 불구
‘북 관련 활동 확인’ 심사 부결
박민식 “공원 강행땐 헌소제기”
문재인 정부가 조선인민군행진곡과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해 북·중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귀화 중국인 정율성(鄭律成·1914~1976·사진)을 대한민국 국가유공자로 추서하는 절차를 진행했던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광주광역시가 48억 원을 들여 정율성 기념 역사공원 조성을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율성의 서훈 추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본명이 정부은(鄭富恩)인 정율성은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12월 조카 박모 씨가 경기남부보훈지청에 포상을 신청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신청을 받고 2018년 4월 심의에 들어갔으며 청와대 측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적심사에서 ‘활동내용의 독립운동 성격 불분명’ 사유로 부결됐다. 심사위는 “정율성은 해방 직후 북한에 들어가서 6·25전쟁 참전 관련 내용이 확인 가능하고 중국 쪽의 기념관에서 북한 관련 활동 내용이 다수 확인된다”며 “한중우의의 대표적 인물로 평가될 수 있으나 포상 관련 기준에는 부합되지 않는다”고 부결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보훈처는 정율성이 부인(중국인 ‘딩위에쑹’)과 함께 1946년 2월 김일성을 대면했고. 6·25전쟁 발발 후 개전 초기 인민해방군가 작성자 자격으로 서울까지 내려온 사실을 확인했다.
정율성은 1945년 12월 항해도 해주시 황해도당위원회 선전부장으로 취임했다. 심사위는 정율성이 작곡한 조선인민군행진곡은 조선인민군 창설과 더불어 조선인민군가로 채택됐다고 적시, 6·25 남침 때 인민군이 부른 노래라는 사실도 밝혔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24일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사업과 관련해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대한민국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갖고 정율성로(路), 음악회·동요제, 초등학교 초상화, 비석 설치, 생가 복원사업 등을 집요하게 기획하고 있다”며 “정율성 역사공원 추진 시 헌법소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08.24 6년 만의 민방위 훈련, ‘설마’ 속 관심도 없는 시민들

▲23일 오후 2시쯤 민방위 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시민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뉴스1
23일 전 국민이 참여하는 민방위 훈련이 6년 만에 실시됐다. 문재인 정부가 중단시킨 훈련을 재개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다만 훈련 내용은 매우 미흡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면 서울에 떨어지는 데 6분 정도 걸린다. 공습경보가 울리기 전 이미 떨어졌을 수도 있다. 경보가 울리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거리에 있었고, 백화점은 쇼핑객으로 북적댔다. 지하철 역사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훈련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1200가구 아파트 대피소에 초등생 1명만 대피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니 훈련이 끝나도 가까운 대피소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행안부는 인터넷에 대피소를 소개했지만 실제 상황에선 인터넷이 끊길 가능성이 높다. 차량 이동 통제도 서울의 경우 세종대로, 국회대로, 동일로 등 3개 구간에서만 실시됐다. 나머지 도로에서는 차량이 질주했다. 시민들은 ‘설마’에 빠져 있고, 정부는 형식적인 훈련, 보여주기식 훈련에 그치고 있다.
북한 핵 공습 대비 훈련도 미흡했다. 화생방 무기는 음성 방송으로, 핵무기 때는 1분간 물결치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난다. 화생방 공격 시는 건물 내 높은 층으로 대피해야 하고, 핵 공격이 있으면 콘크리트 건물 지하 깊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이런 사실은커녕 방독면 착용, 소화기 사용법조차 모르는 국민이 태반이다.
훈련의 목적은 반복 실시로 비상 상황에서도 기계적으로 행동해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다. 북 공습 뿐 아니라 지진 화재 대비 훈련도 실제 상황을 상정한 ‘체험 훈련’으로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민방위 훈련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8.25 정율성, 6·25때 북한군과 서울까지 내려왔다
野 일부도 “정율성 공원 부적절”

▲6·25전쟁 사흘만에 서울을 점령한 북한 인민군의 탱크가 서울 시내를 지나가고 있다. 정율성은 얼마 뒤 북한에서 서울로 내려와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작곡가인 그는 북한 군가를 지었으며 김일성으로부터 포상도 받았다. /조선일보 DB
문재인 정부가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귀화 중국인 정율성(1914~1976)을 국가 유공자로 추서하는 절차를 밟은 사실이 24일 뒤늦게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12월 15일 방중 기간 연설에서 정율성을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언급한 직후인 그달 29일 정율성 조카가 경기남부보훈지청에 포상 신청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율성의 독립운동 활동상이 불분명하고 그가 북 선전부 간부로 근무했으며, 6·25 개전 초기 인민군과 함께 서울까지 내려왔던 것으로 드러나 보훈 심사에서 부결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방중 준비를 하면서 정율성 서훈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정율성은 광주 태생으로 해방 전에는 중국서 의열단 활동을 하고 해방 후에는 월북해 김일성 정권에 부역한 데 이어 6·25전쟁 이후에는 중국에 귀화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며 “대북·대중 관계를 강화하려는 문 정부에서 그를 3각 연결 고리 같은 인물로 삼으려 했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조성된 정율성 거리에 정율성공원 건립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최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올 연말 조성 예정인 정율성기념공원에 대해 SNS에서 설전을 벌였다./김영근 기자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정율성 서훈 절차는 문 전 대통령 방중 2주 만인 그달 29일 정율성의 조카인 박모씨가 경기남부보훈지청에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 신청이 접수되자마자 후속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한다. 심의는 신청 접수 넉 달 만인 2018년 4월 24일 열렸다. 하지만 독립 유공자 공적심사위원회는 장시간 회의 끝에 ‘정율성 활동 내용의 독립운동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안건을 부결했다. 실제 독립운동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 사료 등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그가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 반(反)하는 활동을 한 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유공자 결격 사유로 꼽혔다고 한다. 보훈부 자료 등을 보면, 정율성은 해방 이후 황해도당위원회 선전부장으로 취임했으며, 1946년 2월에는 부부 동반으로 북한 김일성을 대면했다. 1947년 봄에는 평양으로 이주해 조선인민군 협주단을 창설해 초대 단장으로 취임하고 전국 순회 공연을 했다. 1950년 6·25 발발 후 정율성은 개전 초기 아내와 서울까지 내려왔다가 그해 10월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이듬해 북경예술극원 합창대 부대장이 됐으며, 중공군 군가를 작곡했다. 1956년에는 귀화했다.

▲1기 北내각서 장관직 오른 김원봉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초기 내각 기념사진. 둘째 줄 왼쪽에서 둘째가 김원봉(국가검열상)이다. 앞줄 왼쪽부터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정준택, 산업상 김책, 부수상 홍명희, 수상 김일성, 외무상 박헌영, 민족보위상 최용건, 문화선전상 허정숙.
문 정부는 정율성 서훈이 무산된 이후인 2019년, 정율성에게 ‘음악으로 성공하라’며 율성이란 이름을 지어준 김원봉을 유공자로 추진하려다 역시 대한민국 건국 이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막혔다. 김원봉도 김일성 포상을 받는 등 북한 정권 수립에 공을 세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런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연설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권에선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날 “어떤 미사여구로 정율성을 치장하더라도 그가 대한민국을 침략한 인간이라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라며 “세상에 어떤 나라가 국민 세금 48억원을 들여 침략자를 기념한단 말인가”라고 했다. 호남대안포럼 등 일부 단체와 야권 인사도 “세금으로 정율성 기념 시설을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08-25 세금으로 ‘북한 영웅’ 기린다는 光州

송봉선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얼마 전 다부동 전적지에서 6·25전쟁 당시 우리를 구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과 백선엽 장군의 동상 건립식을 보면서 이제 나라가 제자리를 찾는다고 느꼈다. 그런데 민주화 상징 도시라는 광주광역시가 세금 48억 원을 들여 6·25 때 중국과 북한의 군가를 지어 바쳐 북한군 사기를 북돋웠던 정율성의 기념공원을 조성 중이라고 한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광주시장은 “정율성의 업적 덕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며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역사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정율성은 북한 애국가를 작사한 월북 시인 박세영의 가사에 곡을 붙여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짓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 정착했다가 연안파 숙청 당시 중국으로 귀화했고, 1976년 중국 혁명열사묘에 묻혔으며, 2009년 ‘신중국 수립 영웅 100인’에 선정됐다.
그런데도 문재인 전 정부와 광주시는 그를 일방적으로 칭송해 왔다. 심지어 그가 태어나고 자란 전남 화순군은 12억 원을 들여 2019년 복원한 그의 고향 집에 사진을 내걸고 ‘정율성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이라는 설명문까지 붙였다.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왔다’는 중·조 우호의 상징인 이 말은 미국과 싸워 이겼다는 뜻이다. 이를 제대로 알면서 한 일인가. 6·25전쟁을 일으킨 북한과 그 ‘혈맹’ 중국 편에 서서 우리 민족 수백만 명을 살상하는 데 앞장섰던 정율성이 추모와 존경의 대상이라니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정율성은 중국 내 길림성 항일운동 단체였던 의열단 활동을 하다가 중국공산당 당원이 돼 훗날 중공 인민해방군 군가가 되는 중국의 항일 단체인 ‘팔로군 행진곡’도 작곡했다. 해방 후 북한에 있을 때는 인민군 구락부장, 인민군 협주단장을 지내며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김일성에게 바친 공산당 골수분자로, ‘조선인민군 행진곡’은 6·25전쟁 내내 북한군이 불러 사기를 올렸다고 한다. ‘북한 영웅’ ‘중국 영웅’인 그를 위한 기념 공원이라니 기가 막힌다.
오죽하면 국가보훈부 장관이, 정율성도로까지 만들어 북한의 애국열사릉이라도 만들겠다는 거냐고 비판했겠는가. 정율성이 태어나고 잠시 다녔다는 화순 능주초등학교 외벽의 대형 초상화에다, 광주 양림동의 ‘정율성로(路)’를 공식 명명하고, 그 입구에 세운 동상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6·25 남침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운 반(反)대한민국 작곡가를 떠받드는 공원을 세금으로 만든다는 발상부터 어이없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김정은 방문 환영을 외치는 친북 세력의 발호가 남의 일 같지 않은데, 이런 일까지 겪는다.
많은 사람이 광주 하면 ‘민주항쟁의 도시’를 떠올리는데, 우리의 적대 세력 북한과 중국에 앞장섰던 인물을 드러내 놓고 기리자는 광주시장은 이 사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차라리 역사공원으로 이름을 바꿔, 일제강점기 호남의 광주학생운동 주역이나 호남지역 독립운동가 서재필 선생 같은 호국 인물들의 사료 등을 모아 이들을 기념하는 공원으로 조성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정율성은 대한민국 파괴에 앞장섰던 인물로, 우리의 증오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결코 존경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문화일보
08.26 中이 세운 공자학원과 손잡고... ‘정율성 동요대회’ 방송
광주MBC, 2014년부터 주관

▲지난해 10월 광주MBC 공개홀에서 열린 ‘2022 정율성 동요 경연 대회’에서 한 초등학교 참가 팀이 정율성의 ‘우리는 행복해요’를 부르고 있다. 중국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는 이 노래는 정율성이 중국 공산당에 대한 감사를 담은 내용이다./광주MBC 유튜브
중국 인민해방군가와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鄭律成·1914?~1976) 기념 사업 대상에 초등학생 등 미래 세대까지 포함돼왔던 것으로 25일 나타났다. 광주MBC는 2014년부터 ‘정율성 동요경연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받아 정율성이 지은 1곡과 자유곡 1곡을 부르게 해 심사한다.
1회 행사는 호남대 공자학원과 공동 개최했다. 주최 측은 “13억 중국인의 추앙을 받는 광주 출신 음악가 정율성 선생을 기리고,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우정의 무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9회 행사에서 주최 측은 중국 천안문 광장 인민해방군 열병식 영상을 배경으로 ‘광주에서 태어나 중국의 사랑을 받은 음악가’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정율성의 팔로군 행진곡이 인민해방군 군가가 됐다는 사실 역시 이 노래가 6·25 때 불렸다는 핵심 팩트가 빠진 채 정율성의 자랑스러운 업적처럼 전달됐다.
개막 무대에선 한 성악가가 정율성의 연안송(延安頌)을 불렀다. 중국 공산당이 혁명 성가(聖歌)로 떠받드는 노래다. 정율성의 딸 정소제씨의 중국어 영상 축사도 상영됐다. 한 어린이 참가팀은 정율성의 ‘우리는 행복해요’를 불렀다. 중국 초등학교 음악책에 수록된 곡이다. “우리의 생활 행복해요/공부하는 우린 즐거워라/고마워요 사랑하는 우리 조국/아름다운 학교를 세워줘.”
정율성이 중국 공산당에 바친 이 노래를 한복을 입은 한국 초등학생들이 웃음과 율동을 곁들여 불렀다. 광주문화재단 등에서 온 심사위원들은 이런 공연에 박수를 쳤다. 정율성 벽화가 그려진 전남 화순 능주초에서 온 한 학생은 “학교에 정율성 공원이 있는데 그곳을 지날 때마다 정 선생님이 저희를 지켜보는 것 같아 더욱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고 했다.
본선에 참가한 네 팀 모두 상을 받았다. 우승팀엔 광주광역시장이 주는 정율성상(賞)이, 준우승팀엔 주광주 중국 총영사 명의의 최우수상이 돌아갔다. 장청강 주광주 중국 총영사는 “10주년인 내년에는 중국에서 이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MBC 사장은 “여러분도 계속 성장해서 정율성 선생이 꿈꿨던 한중 평화와 화해를 얘기해달라”고 했다.
초등학생 상대 동요 행사뿐 아니라 중·고등학생이 참여하는 역사 탐방에도 정율성 관련 코스가 빠지지 않는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이 운영 중인 ‘광주정신 역사탐방’ 코스를 보면 ‘정율성 거리와 광주 3·1운동 사적지’가 있다. 정율성을 “중국 ‘인민군 군가’를 작곡한 중국인들의 100대 영웅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의열단과 조선의용군에서 활동한 항일 독립 투사”라고 소개한다. 정율성 거리는 4·19, 5·18 같은 주요 역사 탐방지 11곳과 같은 위상으로 소개돼 있다.
광주교육청과 광복회 광주전남지부는 수년 동안 학생들을 데리고 중국 내 항일 독립운동 사적지 역사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하얼빈에 있는 정율성 기념관이 안중근 기념관, 홍범도 유적지 등과 함께 탐방 루트에 포함돼 있다. 이 기념관에 있는 정율성 동상은 광주 양림동에 있는 것과 동일하다. 학생 단체인 전국 학생수호연합 광주지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 국민을 학살한 북한군 응원대장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을 결사반대한다”고 했다.
☞공자학원
중국 정부가 자국의 언어·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세계 각지에 세운 기관. 한때 118곳에 이르던 미국의 공자학원은 안보 위협 이유로 95%가 퇴출됐지만 한국엔 아직 20여 곳이 남아 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8-26 “흉상 철거 이유…소련 공산당원 홍범도 자유민주주의 수호 육사 정체성 위배”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8월 봉오동 전투 101년만에 유해가 귀환한 홍범도 장군. 대통령장에 이어 대한민국장 이중 서훈과 함께 민족 영웅으로 추대됐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은 소련 적군과 공산주의 계열 독립군이 저지른 민족주의 독립군 대학살로 좌우분열의 계기가 된 자유시 참변 후 소련 공산당 당증을 받았으며 무장독립투쟁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국가보훈부 제공
국방부 “홍범도 흉상 생도교육 상징건물 기념, 공산주의 국가 북 침략 대비 자유민주주의 수호 정체성 위배”
흉상 철거 사태 결정적 계기 된 ‘자유시 트라우마’…좌우갈등 민족분단 계기
소련 공산당· 공산당 계열 독립군, 민족주의 계열 독립군 대학살 …1800여 독립군 전사·실종
홍범도, 자유시사건 주도 않았지만 이후 공산당 당증,레닌 군복 권총 받아…비참한 말년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육사)가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철거 및 독립기념관 이전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육사의 정체성 위배 탓임을 분명히했다.
국방부는 26일 기자단에 보낸 문자에서 “공산주의 국가인 북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흉상 철거 이유를 분명히했다. 전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성 철거 배경과 관련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을 적시한 데 이어 국방부가 상세하게 입장을 밝힌 것이다.
소련공산당 가입·활동 이력은 홍범도 장군을 지칭한 것으로, ‘자유시 참변’과 레닌으로부터 소련 군복·권총을 받은 홍범도 흉상을 육사의 상징 건물에서 기념하는 것은 부적절함을 지적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3월1일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 교육의 상징건물인 충무관 정중앙 현관 앞에 제막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표지석.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국방부는 공산주의자인 홍범도 장군 흉상 건립은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 침략 대비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 정체성을 교육하는 육사생도의 교육 정신에 위배된다며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육군 제공
◇국방부 “독립군·광복군 흉상 육사 건물 중앙 현관 앞 설치 역사교육 균형성에 위배”
국방부는 26일 기자단에 보낸 문자에서 “육사는 자유민주주의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호국간성 양성기관으로서 군의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교내 다수의 기념물 정비방안을 검토하여 추진하고 있다”며 “기념물 재정비 방안 검토 과정에서 국난극복의 전체 역사에서 특정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광복군 흉상들만이 사관생도들이 매일 학습하는 건물의 중앙현관 앞에 설치돼 있어 위치의 적절성, 역사교육의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독립군·광복군 흉상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국군의 뿌리가 광복군임을 알리기 위해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독립군 양성학교인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육사에 세워졌다.
국방부는 독립군 흉상 이전이 “육사 생도교육 건물 중앙현관에서 다른 지역으로 독립군 광복군 영웅 흉상 이전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육사 캠퍼스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기념물 재정비계획을 추진하면서 생도교육시설인 충무관 앞에 조성된 기념물들을 독립운동이 부각되는 최적의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이에 따라 독립운동가 기념업무를 대표하는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에 관련 내용을 협조 요청해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향후 육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내 기념물 재정비계획을 추진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수호를 위한 장교양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과 사관생도 교육에 최적화된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사관생도들에게 국난극복의 역사가 특정시기에 국한되지 않도록 생도들이 학습하는 충무관 건물 전체에 국난극복의 역사 전체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장병들이 독립운동과 6·25전쟁을 포함해 호국을 위해 희생하신 선열과 영웅들을 추모하고 그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예 강군으로 육성하도록 정신전력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소련 공산당·공산계열 독립군 주도, 홍범도 개입 ‘자유시 참변 트라우마’ 좌우갈등과 민족분단 결정적 계기
홍범도 장군이 개입된 ‘자유시 트라우마’가 좌우 진영 간 여야갈등이 심각한 가운데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의 홍범도 장군을 육사생도 교육의 상징적 장소에 두는 문제를 두고 문재인 정부 육사 흉상 건립에 이어 윤석열 정부 흉상 철거라는 여·야 대립 사태로 번진 것이다.
홍범도와 독립군은 봉오동전투 승전 후 일본군 토벌을 피해 1921년 6월27일 러시아령 아무르 주 자유시(스보보드니)로 가서 보급을 받기로 했지만 곧 무력갈등을 경험한다. 소련 적군(공산주의 소련)의 갑작스런 요청으로 비무장 상태로 자유시에 도착한 독립군들은 뜬금없이 모든 독립군에게 사상과 상관없이 무조건 공산주의 소련군 입대 요청을 받고 상당수 민족주의 계열 독립군은 이를 거부했지만 소련 요구에 부응한 인사들도 반 이상이 됐다. 3000∼4000명의 독립군은 소련군 입대파와 비입대파로 양분됐고, 공산주의 계열인 이르츠쿠 고려공산당과 소련군은 치안 유지 명분으로 소련군 입대 거부 비공산주의 계열 독립군을 학살, 독립군 36명이 전사하고 1800여명이 실종되거나 포로가 됐다. 살아남은 비공산주의 계열 인사들은 소련에 의해 죄수부대로 편성된 다음 강제로 시베리아 벌목 작업 투입돼 고생하다 사망하고 장교급은 사형당한다.
홍범도 장군이 개입되고 소련 공산당과 공산당 계열 독립군들이 주도한 자유시 참변 사건은 이후 독립운동 기간은 물론 해방 후에도 한국역사의 심각한 좌우갈등과 민족분단을 가져온 결정적 사건이었다.
특히 자유시 참변 당시 소련측에 협조했고 공산당에 가입,당증까지 받은 홍범도 장군은 소련군에 편입된 후 얼마안가 강제로 군에서 축출된다. 그는 연해주에서 고려인들과 함께 집단농장을 경영하고 독립군 후예들은 카자흐스탄 사막으로 강제이주당한다. 홍범도 장군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상황에 의해 소련군과 공산당에 입당하고, 자유시 참변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유시 사태는 그가 주도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유시 참변 이후 상해 임시정부 등 독립운동 세력은 철저히 좌우로 분열했으며 이후 김구, 장준하, 이범진 등 우파 계열 독립운동가들은 공산주의 세력이라면 철저히 거부하게 된다. ‘자유시 트라우마’는 해방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우파는 공산당과 협력하자는 입장을 보인 여운형과 같은 중도파에게도 단지 좌우합작을 하자는 발언만으로 연대를 거부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때 육사 상징건물 정중앙에 홍범도 등 광복군 흉상 건립
앞서 홍범도기념사업회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전쟁의 역사를 지우려는 윤석열 정부의 시도를 당장 멈추라”며 국방부나 국가보훈부 등의 철거 지시 의혹을 제기했다. 광복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5인의 독립유공자 흉상을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라며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은 본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현 이종찬 광복회장이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광복회는 “정부 측의 분명한 해명, 국회차원의 진상규명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행보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8-28 박민식 “학도병 피끓는 곳서 ‘공산당 나팔수’ 기념 참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8일 오전 전남 순천매산고교에 설치된 6·25 학도병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광주 정율성공원’비판 확산
박 보훈장관, 순천역 광장서
‘호남학도병 현충시설’ 발표
“자유대한민국 사수하는 게 호남정신
광주시 정율성공원 철회해야”
정충신 선임기자, 광주=김대우 기자
국가보훈부가 호남학도병 현충시설 설립 계획 발표 현장에서 광주광역시의 북한 조선인민군행진곡 작곡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강도 높게 다시 비판했다. 광주시는 보훈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어 보훈단체는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28일 오전 보훈부는 전남 순천역 광장에서 ‘잊혀진 영웅, 호남학도병들을 기억해야 합니다!’를 주제로 하는 호남학도병 현충시설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순천역 광장은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생들이 집결해 ‘학도병’ 출정식을 가졌던 역사적 장소다. 당시 순천과 여수, 광양, 벌교 등 호남지역 17개 학교 180여 명에 달하는 학생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혈서로 입대지원서를 쓰고 같은 해 7월 13일 순천역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보훈부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호남학도병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호남지역에 현충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날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광주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장관은 “6·25전쟁 당시 호남의 어린 학도병들이 공산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수많은 애국 영령들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미래인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의 어린 학생들이 조국을 위해 펜 대신 총을 들고 목숨을 건 혈투 끝에 자유 대한민국을 사수한 정신이 바로 호남정신”이라며 “호남학도병들의 우국충절을 기억하고, 학생과 국민이 호남학도병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계승할 수 있도록 순천역 광장에 현충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우리 국민의 소중한 예산은 단 1원도 대한민국의 가치에 반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다”며 “호남학도병들처럼, 대한민국의 영웅들을 기억하기 위한 예산만 있을 뿐”이라며 광주시에 사업철회를 요구했다.
광주시에서는 48억 원이 투입되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 광주지부 등 지역 7개 보훈단체는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공산 침략자의 부역자를 기리기 위해 국민 세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짓는 것은 독립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광주시민에 대한 모욕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전국학생수호연합 광주지부와 호남대안포럼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전날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범에 가담한 정율성의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전면 철회하라”고 규탄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철 지난 이념 공세 광주 향하지만 광주정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사업 강행 의지를 밝혔다.
문화일보
08-28 호남 학도병 만난 보훈장관 “호국 성지서 공산당 나팔수 기념 참담”
박민식, 순천역 광장서 호남학도병에 ‘영웅의 제복’ 전달
“현충시설 건립하겠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6·25 당시 학도병으로서 참전했던 고병현 선생이 28일 오전 전남 순천역에서 6·25 참전 학도병들을 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8일 호남학도병의 성지인 전남 순천을 찾아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광주광역시의 역사공원 조성 사업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박 장관은 이날 순천역 광장에서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었다”며 “공산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애국 영령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의 소중한 예산은 단 1원도 대한민국의 가치에 반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다”고 했다. 박 장관은 순천역 광장에 ‘호남학도병’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현충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순천역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순천과 여수, 광양, 벌교 등 호남지역 17개 학교 18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학도병 참전을 결의한 곳이다.
이에 따라 6·25전쟁 최초의 학도병 중대가 편성됐고, 1950년 7월 25일 이들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서 북한군 6사단 1천여명과 첫 학도병 전투인 ‘화개전투’를 치렀다. 이 전투 덕에 국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박 장관은 “수많은 독립투사, 호국 영웅, 민주 열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극복하는 역사에서 호남은 늘 앞장서 왔다”며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기억해야 하느냐. 공산당의 나팔수냐, 조국을 위해 제 한 몸 불태우며 기꺼이 목숨을 바쳤던 호남학도병 영웅들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호남학도병들의 우국충절을 기억하고 기릴 수 있도록 순천역 광장에 현충시설 건립을 추진하겠다”며 “‘잊힌 영웅’ 호남학도병을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6·25 학도병으로 참전한 고병현(94) 옹과 만나 ‘영웅의 제복’을 전달했다. 고 옹은 1950년 율촌고등공민학교 재학 중 면사무소에 입대를 지원했으나 거부당하자, 망치로 오른손 검지를 찍고 ‘이 몸을 조국에 바치나이다 무진생 고병현’이라고 쓴 혈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이후 육군 제5사단 제15연대 학도중대에 입대했다.
▲27일 오후 전국학생수호연합 광주지부 학생들이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동상 앞에서 정율성기념공원을 조성하려는 광주시의 정책에 대해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어 정율성 거리에서 방명록을 작성했다./2023.8.27. 김영근 기자
보훈부는 광주시의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으며, 헌법소원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법 184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자체의 사무에 대해 조언 또는 권고나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188조는 지자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주무 장관이 서면을 통해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만약 지자체장이 시정하지 않으면 명령이나 처분을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도 있다.
앞서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총 48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방침이지만,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정율성이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인 점 등을 지적하며 공원 조성 사업 철회를 요구해 논쟁이 빚어진 상태다.
▲6·25전쟁 사흘만에 서울을 점령한 북한 인민군의 탱크가 서울 시내를 지나가고 있다. 정율성은 얼마 뒤 북한에서 서울로 내려와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작곡가인 그는 북한 군가를 지었으며 김일성으로부터 포상도 받았다. /조선일보 DB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율성은 6·25 개전 초기 북한군이 점령한 서울에 중국인 아내와 함께 내려왔다가 인천상륙작전 직후까지 머물다 중국으로 피신했다. 이듬해에는 1·4후퇴로 서울이 중공군에 함락됐을 때 내려와 주요 시설, 고위 관료 사택을 뒤져 무단으로 조선궁정악보를 중국으로 반출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 조선 왕실 관련 유물은 한중 수교 이후인 1996년에서야 그의 아내가 한국 정부에 돌려줬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8.28 4·19, 5·18단체도 “정율성 기념공원 반대”...일간지에 공동광고

▲조선일보 28일자 A30면에 실린 4·19, 5·18 공법단체 광고. /노석조 기자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공법단체가 28일 공동으로 일간지에 ‘광주 정율성 기념공원 건립’ 반대 광고를 냈다. 4·19는 물론 광주 민주화 운동 공법단체가 광주시가 추진하는 정율성 사업에 반대 의견을 공개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사업을 지금이라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4·19민주혁명회·4·19혁명희생자유족회·4·19혁명공로자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총 5개 공법단체는 이날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일간지 여론 면에 광고를 냈다.
공법단체들은 광고문에서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공산주의자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4가지 입장을 주장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정율성은 대한민국 호국 영령인가?
“정율성은 대한민국을 피로 물들인 북한 인민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발걸음을 힘차게 북돋아준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으로 북조선로동당 당원이었다.”
◇공산주의자 정율성 역사공원 웬 말인가?
“중국으로 건너간 정율성은 중국 공산당 당원과 북조선로동당 당원으로 활동하였고, 중화인민공화국으로 귀화하여 공산주의 혁명 음악 활동을 하다 사망하여 중국 바바오산 혁명투사 공동묘지에 묻혀있다.”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을 벌이지 마라.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4·19혁명정신과 5·18민주화운동정신을 훼손하는 일이자 우롱하는 처사이다.”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자!
“4·19 3개 공법단체와 5·18 2개 공법단체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결사반대하고, 강력히 규탄한다.
▲전국학생수호연합 광주지부 학생들이 지난 27일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동상 앞에서 정율성기념공원 사업 철회 집회를 열고 있다. /김영근 기자
앞서 호남대안포럼과 전국학생수호연합 광주지부도 지난 27일 광주 정율성로에서 집회를 열고 “서재필 박사 등 수많은 호남 출신 국가유공자를 두고 굳이 침략자를 기념하는 것은 호국 영령에 대한 조롱”이라면서 “5·18 때 광주시민은 ‘북괴는 오판 말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했다. 그런데 강기정 시장은 북괴의 부역자를 기념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와 전몰군경유족회 등도 28일 오후 광주 현충탑에서 정율성 사업 철회 집회를 열 계획이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8-28 北 위성 도발… 한미일 연합 대응 나설 때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이 지난 24일 새벽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지난 5월 말 1차 발사에 이어 85일 만에 또 실패했다. 평양이 불가사의한 정치체제지만 이번 발사 또한 이해 불가다. 지난 2021년 가을, 우리는 한국형 우주발사체(SLV)인 누리호의 1차 시험발사 실패 이후 최소 8개월의 준비 끝에 2차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다시 1년간의 철저한 준비 끝에 본 발사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재발사는 ‘묻지 마 발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한 우주발사체의 연속 발사 실패가 갖는 함의는 다음 3가지다.
우선, 단 분리에 실패해 서해에 추락한 군사정찰위성을 3개월 만에 재발사하는 것은 기술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다. 정찰위성을 3개월 간격으로 만들어 계속 발사한다는 것부터 비정상이다. 과학기술에 근거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니다. 최소한 6개월은 재발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북한이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맞대응하려다 보니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위성 발사에 성공하려면 부품·소재·소프트웨어 등 모든 측면에서 빈틈이 없어야 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밀어붙이고 실무진도 상당한 압박을 받다 보니 ‘상부와 하부가 합작한 실패작’이 만들어졌다.
다음은, 김 위원장의 초조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실무자들이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고 하는데도 발사를 지시했을 것이다. 미국과 강 대 강 대립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선 우주발사체 도발이 필수인데, 1차 발사부터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우주 강국 러시아도 달착륙에 실패할 정도로 위성 발사에는 첨단 기술이 필요한데, 김 위원장이 정치 논리에 함몰돼 기술 논리를 무시해 버렸다. 북한의 현재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가 과거와 달리 상당히 초조하고 비합리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끝으로, 평양은 묻지 마 발사로 실패에 관계없이 어쨌든 기술적 진전을 이루고 있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실패 속에서 발전한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이번에는 2단 분리까지 성공했고, 마지막 위성 분리 전 비행종단시스템(FTS) 오류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10월 3차 정찰위성 발사 예고는 3단계 비행 오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나름의 판단 때문이다. 두고 봐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안보 위협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북한의 우주발사체 실험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추진체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도발이다. 북한은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강조했지만, 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활용이 본심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군사위성을 갖지 못하더라도 핵미사일 자체로 치명적인 위협이다. 한미일 3국이 8·18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신(新)대응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한 이유다.
캠프데이비드의 정신과, 원칙 및 합의 이행 공약(commitment) 등을 폄훼하는 야당 등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갈수록 심해지는데 언제까지 평양의 선의만을 기대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화일보
08-29 5·18 단체도 반대 정율성공원, 낱낱이 밝혀 책임 물어야
광주광역시가 4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연말 완공 목표로 추진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에 대한 정부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말살시키려 했던 인사를 기리는 공원을 국민 세금으로 만드는 것은 온전한 정신으로는 하지 못할 짓이다. 6·25 때 인민군에 점령된 서울에서 정율성이 자행한 ‘궁정악보 약탈’ 등의 전범(戰犯) 행태를 알고도 공원을 추진했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 단체들까지 정율성공원 건립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5·18민주유공자예우 및 단체 설립법 개정(2021년 1월)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부상자회·유족회·공로자회 등 3개가 법정 단체(공법단체)로 인정받았다. 이 중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4·19 관련 단체 3곳과 함께 28일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공산주의자 정율성 역사 공원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4·19 혁명 정신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신문 광고를 게재했다.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은 “5·18은 공산주의를 찬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헌법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 것”,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전 광주 대성여고 교장은 “광주 정신 모독”이라며 개탄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 선생 기념 사업은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기에 시작됐으며,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채 추진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중관계 개선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회성 행사와 ‘역사 공원’ 건립은 차원이 다르다. 일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이토 히로부미 공원도 만들겠다는 것인가. 국민 세금으로 반국가적 공원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감사 등을 통해 낱낱이 경위와 전모를 밝히고 행정적·사법적 책임은 물론 역사적·정치적 책임까지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문화일보 사설
08-29 박민식 “우리에게 총부리 겨눈 인물에 혈세 단 한푼도 안돼…운동권 주사파 마인드 벗어날 때”

▲박민식(오른쪽) 국가보훈부 장관이 28일 오전 전남 순천역에서 6·25 학도병으로 참전한 고병현(94) 옹과 함께 헌화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정율성공원 사업 철회" 촉구에 광주시장 "그의 업적 덕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 찾아"
박민식 "김일성 나팔수에게 세금쓰지 말라는 게 이념공세인가" 반문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9일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거론하며 "국민의 혈세는 단 한 푼도 반국가적인 인물에게 쓰여선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28일 전남 순천역을 방문, 호남 학도병 등 애국지시를 기리는 현충시설 건립계획을 발표한 박 장관은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이제야말로 낡아빠진 운동권 주사파 수법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글에서 "국민의 혈세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익에 기여한 분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박 장관은 "이는 철지난 이념 공세가 아니며 진짜 철지난 이념은 낡아빠진 운동권 마인드와 수법으로, 48억이라는 큰 돈을 들여 공원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광주 시민도, 대한민국 국민도 아닌 오로지 중국 핑계를 댔던 것이 궁색하긴 했나 보다"고 질타했다. 이어 "세금을 쓰지 말고 민간 모금으로 하라고 요구하자 ‘철 지난 이념 공세, 매카시즘의 부활’ 등 그야말로 전형적인 되치기 수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며 "그렇게 당당했으면 그의 남침 경력을 왜 숨겼느냐"고 반문했다. 박 장관은 "이제 낡아빠진 운동권 주사파 마인드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매카시즘이란 무고한 사람을 낙인찍는 것으로, 인민군을 인민군이라고 말하는 게 이념 공세인가, 김일성 나팔수에게 세금쓰지 말라는 게 이념 공세인가"라고 물은 뒤 "호남은 독립투사, 호국영웅, 민주열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늘 앞장서 왔다. 보훈부는 그러한 호남의 정신이 잊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율성 기념사업 찬반 논란이 이어진 2023년 8월 28일 오후 광주 남구 정율성로 인근에서 보수단체인 자유통일당 관계자들이 기념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의열단 소속으로 항일운동을 전개하다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해 유명해졌으며,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한 후 중국으로 귀화한 인물이다.
박 장관은 "보훈부는 순천역 광장에 호남의 학도병을 기리는 현충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호남을 빛낸 인물이 수없이 많은데, 굳이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눈 자를 세금을 들여 기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순천역 광장은 6·25전쟁 당시 호남 지역 학도병의 출정식이 개최된 곳이다.
광주시는 정율성을 한중 우호 교류를 상징하는 인물로 보고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총 48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정율성의 행적을 거론하며 역사공원 전면 철회를 요구했으나,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 선생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자,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반박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8-29 “정율성 찬양 제정신인가” … 보훈단체, 광주시 항의방문

▲광주 출신의 중국혁명음악가 정율성 기념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광주 남구 정율성로 인근에서 보수단체인 자유통일당 관계자들이 기념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
■ ‘정율성 공원’ 반대 확산
기념공원 조성 규탄 성명서
강기정 사죄·즉각 사퇴 촉구
5·18민주화단체도 2곳 동참
내일 광주서 반대 집회 예정
정충신 선임기자, 광주=김대우 기자
15개 중앙보훈단체가 중국인 음악가 정율성 기념공원 추진 계획의 전면 철회와 강기정 광주시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단체, 호국보훈단체들이 뜻을 함께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여전히 사업 강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 등 민주화운동 5개 공법단체와 상이군경회, 6·25참전유공자회, 고엽제전우회, 월남전참전자회 등 호국보훈단체를 비롯한 모두 15개 광역보훈단체 회원들이 오는 30일 광주시청 앞에 모여 강 시장을 항의 방문한다.
12개 호국보훈단체는 이날 “수많은 국군, 유엔군, 국민을 숨지게 하고 1000만 명의 이산가족과 10만여 명의 전쟁고아를 양산케 한 북한군과 중공군을 찬양한 공산군 응원대장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민주화의 성지라고 외치는 광주시 내에 중공과 북한의 영웅인 정율성 기념공원을 조성하려는 광주시장은 과연 대한민국 국민인지 묻고 싶다”며 강 시장의 사죄와 즉각 사퇴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20년 전에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업을 추진했더라도 중국과 적대관계인 지금은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만큼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국 5·18공로자회장도 “예산이 부족해 5·18 사적지 정비도 못 하고 있는 광주시가 이념논쟁까지 벌이며 역사공원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28일 전남 순천역을 방문해 호남 학도병 등 애국지사를 기리는 현충시설 건립계획을 발표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9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혈세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익에 기여한 분들을 위해 쓰여야 하며 단 한 푼도 반국가적인 인물에게 쓰여선 안 된다”며 “호남을 빛낸 인물들이 수없이 많은데, 굳이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눈 자를 세금을 들여 기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시는 사업 강행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강 시장은 전날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국가와 함께 추진했던 한중우호 사업인 정율성 기념사업을 시가 책임지고 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08-29 신원식 “국군 뿌리 부정했다는 문 전 대통령, 적반하장”

“문, 육사 교과목 개편 지시
국군 뿌리 흔든건 바로 당신”
3성 장군 출신인 신원식(사진) 국민의힘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사 흉상 이전을 비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군의 뿌리를 흔든 것은 바로 당신이었다. 조용히 사시겠다던 문 전 대통령은 오늘도 큰소리로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을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8월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홍범도 등 독립군을 국군의 뿌리로 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개편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독립운동을 핑계로 종북 주사파의 세계관을 군 장교단에 심기 위함이었다”며 “대통령이 사관학교 과목을 개편하란 지시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래 군의 간성이 될 육사 생도에게 가장 중요한 필수과목인 6·25전쟁사, 북한 이해, 군사 전략을 선택과목으로 바꿨다”며 “70%의 생도가 세 과목을 배우지 않고 졸업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6·25전쟁 지우기에 그치지 않았다. 2018년 3월 1일 대대적인 선전과 함께 소련군 복장을 한 홍범도 흉상을 생도들이 매일 볼 수 있는 장소에 설치했다”며 “6·25전쟁은 소련의 지원으로 북한이 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련 공산당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2019년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군의 뿌리가 남침 주역인 김원봉’이라고 국군 정신 해체의 결정타를 날렸다면서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것이 문 전 대통령의 진심임을 비로소 온 국민이 알게 된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08.30 ‘정율성 기념 사업’ 한다고 광주 전남 공무원들 해외출장 53회
광주와 전남의 공무원들이 2010년부터 ‘정율성 기념 사업’을 명목으로 9년간 최소 53회 해외 출장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율성이 태어나고 자란 광주시(16회), 화순군(12회), 광주시 남구·동구 등의 지자체가 정율성 사업 명목으로 주로 중국에 다녀왔다. 2012년 9월엔 정율성을 활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겠다며 광주·전남 공무원 등 17명이 단체로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율성 관련 출장 중에는 진시황릉 등의 관광지 방문을 포함해 외유성 일정도 많았다고 한다.
화순군 방문단은 출장 보고서에서 “정율성 같은 훌륭한 분이 우리 학생 중에서 나왔으면”, “정율성 선생에 대해 중국이 우리보다 잘 아는 것이 부끄럽다”고 쓰기도 했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 북한 인민군과 함께 서울까지 내려와 대한민국 적화통일의 응원대장을 했던 사람을 이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율성 공원에 국민 세금 48억원을 쓴다는 것도 문제인데, 정율성 기념 사업을 빌미로 이렇게 많이 해외 출장까지 갔다니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28일 오후 광주 보훈단체 관계자들이 광주시청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3.8.28. 김영근 기자
일부 5·18 단체들까지 정율성 공원 반대에 나섰다. 정부가 인증하는 공법단체인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 민주화운동공로자회는 4·19 단체와 함께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정율성은 대한민국을 피로 물들인 북·중군의 발걸음을 힘차게 북돋워 준 행진곡을 작곡한 북조선 노동당 당원”이라며 “(광주시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을 벌이지 말라”고 했다. 5·18 단체들은 6·25 참전유공자회, 고엽제전우회 등 보훈 단체들과도 함께 집회를 갖고 공원 건립 중단을 요구한다. 광주시장은 5·18 단체들의 반대를 폄하하지 말고 그 뜻을 잘 살피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8.31 ‘한 나라 두 국민’ 걱정케 하는 정율성 문제

윤이상 김원봉 홍범도와 성격이 다른 정율성
대한민국 말살하려 한 중공군의 상징 만든 인물
‘추모 공원 안 된다’ 외친 지역의 작은 목소리들
한 줄기 빛처럼 느껴져

▲30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보훈단체 회원들이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과거 어느 자리에서 교수 한 분이 우리가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니라 ‘한 나라 두 국민’이 됐다고 개탄했다. 극단적 몰표가 나오는 지역감정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 걱정을 들으면서도 아직 ‘두 국민’까지는 아니지 않으냐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광주에 짓는다는 ‘정율성 공원’을 보면서 그분의 개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미 윤이상 음악제를 하는 지역도 있고, 김원봉이 단장이었던 의열단 공원이 있는 지역도 있다. 그러나 윤이상은 친북 행위를 했지만 우리 국민을 죽이고 짓밟는 데 직접 간여하지는 않았다. 김원봉은 6·25 남침 공로로 김일성 훈장을 받았으나 의열단 공원은 그 한 명을 기리는 장소는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육사에 세운 홍범도 동상 이전 문제도 논란이지만 홍범도 역시 정율성과는 다르다. 1920년대에 공산주의 이념을 가졌다고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율성은 6·25 남침에 직접 참전한 인물이다. 중공군가와 북한군가를 작곡했다. 군가는 군의 정신이자 상징이다. 우리 국민을 죽이고 짓밟고 통일을 가로막은 적군의 상징을 만든 사람이다. 중국 공산당원이자 중국으로 귀화한 중국인이기도 하다. 그에게 대한민국은 평생의 적이자 원수였다. 그가 쓴 중공군가의 가사는 ‘적을 쓸어버리고 마오쩌둥의 깃발을 휘날리자’이다. 그 ‘적’이 바로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다. 한국의 정율성 공원을 보고 제일 놀랄 사람은 바로 정율성일 것이다.
소수의 움직임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광주시장은 정율성 공원이 ‘광주 정신’이라고 한다. 광주 정신이 ‘민주화’이지 어떻게 정율성 추앙이 되나. 광주시장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다. 정율성 공원이 ‘광주 정신’이라는 주장이 광주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 정율성 공원 추진과 반대를 보며 이것은 국가와 국민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인식 차라고 느낀다.
한국 정치 지역감정의 기원은 1971년 박정희 대 김대중 대선이었다. 그 이전의 선거 양상에서 지역감정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치 지역감정은 권력을 놓고 벌인 지역 대결의 성격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치 경제적 ‘이권’ 다툼이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세계 여러 나라에도 있는 현상이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 햇볕정책을 펴면서 지역감정에 ‘북한에 대한 인식’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 지역은 북한 우호 경향을 갖게 됐다. 386 주사파 운동권이 김대중 민주당에 합류하면서 이 경향은 더 굳어졌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개개인의 판단이나 생각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집단적으로 갈라졌다. 심각하고 위험한 일이다. 문재인 정권 때는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에 대한 인식차까지 더해졌다.
과문한 탓에 이미 광주에 ‘정율성로’라는 거리가 있고 ‘정율성 음악제’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거기에 6·25 남침을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다)라고 하는 중국식 역사 왜곡까지 적혀 있다고 한다. 마치 6·25가 미국의 북침인 것처럼 조작한 용어다. 6·25가 항미원조면 대한민국은 무엇이 되나. 정율성 동요제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중국과 그 국기를 찬양하는 정율성 작곡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힌다. 중국 관광객 유치 목적이라고도 하지만 홍보 마케팅을 할 일이 따로 있다. 과거의 적과도 관계를 맺고 지내는 것이 국제 정치다. 지금 우리와 중국이 그런 관계다. 그러나 6·25 중공군을 미화하고 추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세계에 이런 나라는 없다.
‘한 나라 두 국민’을 걱정하는 중에 연평도에서 전사한 광주 출신 서정우 해병대원의 어머니가 ‘정율성 공원이라니, 이것은 아니다’라고 절규하듯 말씀하셨다. 아직 ‘두 국민’은 아니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5·18 단체 두 곳의 반대 성명도 나왔다. ‘한 나라 한 국민’을 향한 작지만 또렷한 한 줄기 빛을 본 것 같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08.31 [단독] "김원봉 막히자 홍범도…文정부 목표는 '軍뿌리' 바꾸기"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홍범도 장군의 유해 송환과 육군사관학교 내 흉상 설치 등은 한·미 동맹에 기반한 국군의 뿌리를 바꾸기 위해 계획적으로 이뤄진 조치였다고 현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온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방침에 대해선 "전임 정부가 남북관계를 고려해 치밀하게 군의 정체성을 바꾸려 했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정상화 조치"라고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여권의 고위 인사는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임 정부에서 북한군 창설의 주역이자 김일성 포상을 받은 김원봉이 이끈 항일운동을 국군의 뿌리로 만들기 위해 서훈을 시도하다 반대 여론 때문에 실패하자, 홍범도 장군을 일종의 ‘대체재’로 내세웠던 정황이 확인됐다”며 “문재인 정부가 홍범도 장군을 부각한 근본적인 목표는 독립 영웅 추앙보다는 한ㆍ미 동맹에 근간을 둔 군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 8월 국방부의 첫 업무보고에서 국군의 뿌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문 전 대통령이 “광복군,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의 전통을 육사 교육 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시키라”, “10월 1일인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하라” 등 두 가지를 지시하면서다. 보고에는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등이 배석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복수의 청와대 인사들은 특히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정통성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국군의 날은 6ㆍ25 전쟁 당시 국군이 처음으로 3ㆍ8선을 돌파한 날(1950년 10월1일)로 지정했다. 동시에 한ㆍ미동맹의 근간인 한ㆍ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일(1953년 10월1일)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런 10월 1일을 두고 청와대가 직접 ‘정통성’을 문제삼은 데 대해 이 관계자는 “참석자들은 국군의 날 변경 지시를 국군의 뿌리를 북한이 거부하는 한ㆍ미 동맹의 틀이 아닌, 북한이 동의할 수 있는 ‘김일성주의자’ 김원봉이나 ‘공산주의자’ 홍범도 장군 등으로 상징되는 프레임으로 바꾸라는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실제 당시 회의에선 김원봉에 대한 서훈 가능성을 비롯해 홍범도 장군과 관련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고 한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 ‘국군의날 변경 결의안’을 제출하고(2017년 9월), 국방부는 “독립군과 광복군 관련 연구를 통한 국군의 역사적 뿌리 재정립과 신흥무관학교의 독립운동사 발굴”을 강조하는 등(2018년 1월 업무보고) 당·정·청이 일체가 돼 속전속결로 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이행됐다.
특히 국군의 뿌리로 김원봉을 내세우는 ‘작업’은 청와대가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에 설치한 혁신위원회가 맡았다.

▲2018년 11월 보훈혁신위원회가 작성한 의결권고안 모음집. 혁신위은 북한군 창설에 관여한 김원봉에 대해 '마땅히 독립유공자가 될 사람'으로 규정하고, 서훈 수여의 시점을 이듬해인 2019년 3.1절로 제시했다. 중앙일보
중앙일보가 입수한 혁신위원회의 2018년 11월 의결 권고안 모음집에는 “2019년 3ㆍ1절 100주년에 김원봉 등 마땅히 독립유공자가 될 사람들에게 적절히 포상해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해야 한다”고 돼 있다. 혁신위는 지은희 정의기억재단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진보 인사 10여명으로 구성됐다.
해당 논의에 참여했던 인사는 “당시 정부는 한국군의 정체성에서 한·미 동맹 색깔을 옅게 하고, 친북 인사로 정체성을 바꿔야 향후 남북 대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와 혁신위가 김원봉 서훈을 원했던 이유는 이를 통해 김원봉의 ‘김일성 낙인’을 먼저 없애야 그가 활약한 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2018년 11월 보훈혁신위원회가 작성한 의결권고안 모음집. 혁신위은 북한군 창설에 관여한 김원봉에 대해 '마땅히 독립유공자가 될 사람'으로 규정하고, 서훈 수여의 시점을 이듬해인 2019년 3.1절로 제시했다. 중앙일보
실제 당시 회의록에는 김원봉을 서훈 대상으로 특정하면서 “남북 대화로 ‘누구를 기릴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필요하다”거나 “유공자 발굴을 남북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 등 지속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보는 대목이 수차례 등장한다.
하지만 김원봉 서훈 시도가 반대 여론에 부딪치자 청와대는 홍범도 장군 띄우기를 동시에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시점은 혁신위가 '김원봉 서훈 완료' 시점으로 제시했던 3·1절이 막 지난 2019년 4월이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돌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며 직접 김원봉을 언급하며 마지막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가 거세자 나흘 뒤 청와대는 “(김원봉)서훈은 불가능하고, 관련 조항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물러섰다.
이후 청와대는 '플랜B'에 해당하는 '홍범도 부각하기'로 목표를 변경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청와대는 이듬해인 2020년 3월 홍범도 장군의 유해 송환을 추진하려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무산됐고, 2021년 8월 광복절에 맞춰 대대적인 유해 송환 행사를 진행했다. 유해 송환을 위해 군 특별수송기(KC-330)가 투입됐고, 공군 전투기 6대가 호위 비행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모두 파악하고, 문재인 정부가 치밀하게 몇 년에 걸쳐 국군의 정체성을 사실상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흉상 이전이 단순한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 전·현 정부 간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흉상 이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이 ‘이념과 철학’을 강조하며 ‘무엇이 옳은지 제대로 봐야 한다’고 지시한 것은 이번 사안을 타협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대통령실이 이번 사안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정체성과 원칙의 문제로 인식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독립기념관 홍범도 장군 사진 자료 공개
여권의 핵심 인사도 “홍범도 장군의 항일투쟁의 업적은 분명히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지만, 전임 정부가 치밀한 장기 계획을 세워 홍 장군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오히려 홍 장군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 논란이 되자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그의 측근들은 “글에 적은 그대로 이해해달라”며 구체적 언급이나 입장 표명을 피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