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3-06/ 06.01(목) 北 로켓에 서울 지역 경보 발령 소동, 실전 같은 훈련 안 한 탓 - 06.28 가격 내리겠다는 삼양, 매출 65% 차지하는 ‘불닭볶음면’은 뺀 이유
세상사 2023-06/
06.01(목) 北 로켓에 서울 지역 경보 발령 소동, 실전 같은 훈련 안 한 탓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서울시와 행안부가 서로 엇갈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시민들이 놀라고 혼란을 겪었다. 서울시엔 재난 문자와 함께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 방송이 나왔는데 무엇 때문인지를 알리지 않았다. 어디로 대피하라는 것인지 설명도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란 문자 메시지가 왔다.
이 일은 행안부와 서울시의 손발이 맞지 않으며 벌어진 것이다. 행안부는 백령도·대청도에만 경계 경보를 발령하며 다른 17개 시도 상황실에도 이 사실을 알렸는데, 서울시가 이를 오해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행안부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대응을 안 하는 것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고 보고 경보를 발령했다고 한다. 이 경우 서울시가 경보를 했어야 하느냐, 아니냐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서울은 다른 지역과 달리 북한 로켓의 궤적에 인접한 데다 인구가 밀집한 곳이다. 북 로켓이 고장 나 어디로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경보를 발령한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북한 로켓 발사 때문이란 사실을 함께 알리고 더 신속하게 해제했다면 시민 불안은 덜 했을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비슷한 로켓을 또 발사할 경우 서울 지역에도 경보를 발령해야 하는지는 정부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일은 작년 11월 북이 쏜 미사일이 울릉도를 향했을 때와 판박이다. 당시 울릉군 전역에 사이렌이 울렸지만 주민들은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떤 상황인지 안내가 없었던 탓이다. 당시 울릉군의 재난 안전 문자 메시지는 경보 발령 20여 분 후인 9시 19분에야 발송됐다. 그래서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 보니 달라진 것이 없다. 북이 로켓을 발사한 지 12분이 지난 뒤에야 경보가 이뤄졌다. 일본은 오키나와현 주민들에게 로켓 발사 후 2~6분 사이에 ‘J얼럿’ 피난 경보를 발령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위기 대응 체계가 허점을 드러내는 것은 지난 5년간 민방위 훈련이 유명무실해진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남북 평화 이벤트에 빠진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이후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 전국 단위의 민방위 훈련이 재개된 건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전 국민 참여 훈련은 아직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어제와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실전 같은 훈련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6.01 경찰 엄정 대응에... 민노총 서울도심 2만명 불법집회 자진 해산
경찰 폭행한 노조원 4명 체포
민주노총은 평일인 31일 서울 도심에서 노조원 2만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신고된 시간 이후에도 주간 집회를 이어가려 했지만, 경찰의 세 차례 해산명령을 받고 해산했다. 청계천 근처에서 연 야간 추모 문화제에서는 최근 분신·사망한 노조 간부의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불발됐다. 분향소 설치 과정에서는 경찰관 폭행 혐의로 노조원 4명이 체포됐다. 민주노총의 불법 집회가 경찰의 원칙 대응에 좌절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분신 노조원 분향소 설치 불발… 경찰 폭행한 4명 체포 - 3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분신으로 사망한 간부 양모씨의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양씨의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불발됐다. /김지호 기자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부터 대대적으로 집회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오전 10시 40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를 개정해 달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와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행진했다. 서울대병원에는 건설 현장에서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 분신해 사망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간부 양모(50)씨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같은 날 오후 1시 30분쯤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노조원 1만5000명은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청, 용산 대통령실, 경찰청 앞에 모여 집회를 시작했다. 오후 3시쯤 서울고용청 앞 왕복 8개 차로 중 3개를 점거한 노조원 5000명은 “건설노조 열 받았다. 노조 탄압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살인 경찰, 살인 정권이 노동자 진압에 몰두했다”며 “우리는 격식을 안 따진다. (일부 언론사) 관계자 등이 보이면 즉시 무대로 끌고 와라. 당장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이들은 차로 3개를 내준 경찰을 향해 “자리가 비좁아 집회하기 어려우면 고용청 로비를 뚫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경찰은 차도 4개와 인도를 집회 장소로 내줬다.
대통령실 앞 도로에는 오후 2시쯤 건설노조 노조원 5000명이 모였다. 이들은 “물러서면 다 죽는다. 열사 정신 계승하여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한강대로 삼각지역에서 남영삼거리까지 평균 시속은 6km에 못 미쳤다.
서울 세종대로 일대는 하루 종일 소음과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집회 무대를 설치하겠다며 코리아나호텔 근처에 ‘총력투쟁 결의대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경찰은 왕복 8개 차로 중 4개 차로를 내줬다.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는 민주노총 차원에서 서울 세종대로에 모인 2만명이 ‘총력 투쟁 대회’를 열었다.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 수사를 멈추라는 것이 이들의 주요 주장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힘을 모아 윤석열을 퇴진시켜야 한다”며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고 노동자 정권 만들자”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증을 찢는 퍼포먼스도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23년 5월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다만 이전과 달리 노조의 불법행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경찰에 신고한 오후 5시를 넘겨 집회를 계속했다. 경찰은 “민주노총은 집회를 종료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며 경고 방송을 했고, 건설노조는 경찰에게 욕설을 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소음은 최대 기준인 95dB을 넘어 104dB로 측정됐다. 하지만 경찰이 세 차례 해산명령을 내리며 경고하자 민주노총은 주간 집회를 멈췄다.
이날 오후 7시쯤엔 청계천 광장에서 건설노조 600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분신한 양씨 관련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며 인도에 초록색 천막을 기습 설치하려 했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공무 집행 방해로 체포하겠다”며 수차례 경고 방송을 했고, 천막을 철거했다. 철거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조합원 4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이 철거하다 만 천막은 노조원들이 수거해 갔다고 한다. 노조는 이날 오후 8시 야간 집회 이후 도심 행진을 진행하려 했지만, 경찰과의 충돌을 우려해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서울 세종대로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 경찰이 최루액의 일종인 ‘캡사이신’이 담긴 가방을 메고 대기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집회가 불법적으로 변질되면 시위대에 캡사이신을 사용하겠다고 했었다. /뉴시스
정부 안팎에서는 경찰이 선언한 ‘불법 집회 엄정 대응’ 방침이 이번 집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회 전날 회의에서 “불법 집회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은 매운맛을 내는 일종의 ‘천연 최루액’이다. 윤 청장은 “집회 및 행진 시간을 제한하여 금지했음에도 시간을 초과하여 해산하지 않고 야간 문화제 명목으로 불법 집회를 강행하거나, 도심에서 집단 노숙 형태로 불법 집회를 이어가 심각한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해산 조치한다”고 불법 집회의 기준을 밝혔다.
윤 청장은 시위 당일 오전에도 집회가 불법 집회로 변질되는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청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현장 대책 회의’에 참석해 “시민의 자유를 볼모로 한 불법 집회는 해산 등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며 “캡사이신은 현장 상황에 따라서 부득이 사용이 필요하다고 하면 현장 지휘관 판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했다”고 했다. 캡사이신 분사는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됐다. 윤 청장은 2021년 모두 폐차된 살수차 재도입 계획에는 “그 부분은 차차 시간을 두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번 집회에 앞서 소음이 적정 기준을 넘기면, 스피커 연결선을 차단하는 훈련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06-01 불법 천막·망루·집회 막은 경찰, 이런 게 법치 정상화
2023년 5월 31일은 대한민국 법치주의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악화해온 ‘헌법 위의 떼법’ 현상, 가까이는 문재인 집권 이후 거대 노조 세력의 무소불위 행태에 경찰이 곳곳에서 정면 대응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작일 뿐이며, 법치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당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부터 “유혈사태” 등의 자극적 표현까지 동원해, 불법 농성과 경찰에 흉기 등으로 맞선 행태를 사실상 비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만큼 더 공권력의 단호한 의지와 정교한 대응이 요구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뒤 집회 종료 시간(오후 5시) 이후에도 시위를 이어가려 했지만, 경찰의 해산 명령을 받고 해산했다. 불과 2주 전인 지난 16∼17일 노숙집회 때 경찰 명령을 사실상 묵살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뒤 오후 7시쯤 청계천 광장에서 건설노조 600여 명이 집회 신고 의무가 없는 ‘문화제’ 명목으로 집회를 열고, 최근 분신한 건설노조 간부의 분향소 천막을 설치하려 했지만, 이 역시 경찰의 제지로 불발됐다. 한마디로 격세지감이다. 핼러윈 참사 희생자 분향소와 ‘세월호 기억공간’ 사례만 봐도 불법 천막은 일단 설치되면 철거가 쉽지 않다.
같은 날 전남경찰청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도로 한복판에 불법 망루를 만들어 고공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차로를 점거해 높이 7m 철제 구조물을 설치한 뒤 ‘하청노동자 노동3권 보장’ 시위를 벌여왔다. 휘발성 물질 반입 등도 시도되는 상황에서 이틀도 되지 않아 해결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쇠파이프와 정글도(刀) 등 흉기를 휘둘렀다고도 한다. 고공 충돌이 위험한데도 경찰은 테이저건이나 실탄 제압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방패와 곤봉만으로 나섰다가 부상을 입기까지 했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불법을 용인할 순 없다. 민주당은 불법을 부추겨선 안 된다.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 불참을 선언한 한노총 역시 냉정을 되찾아야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6.02 경찰 법 집행으로 막은 불법 시위, 어렵지만 불가능은 아니다
민노총이 지난 31일 서울 도심에서 연 집회는 불과 2주 전 같은 장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집회와는 확연히 달랐다. 민노총은 신고된 시각 이후에도 집회를 이어가려 했지만 경찰의 세 차례 해산명령을 받고 해산했다. 이어 청계천 근처에서 연 야간 추모 문화제에선 최근 분신한 노조 간부의 분향소를 설치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분향소 천막 철거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조합원 4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민노총은 이후 계획했던 도심 행진 시위도 취소했다. 민노총은 달라진 게 없었지만 경찰은 달라졌다. 법을 집행하겠다는 경찰의 의지가 불법 시위를 막았다.
같은 날 경찰은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 한복판에 높이 7m 철제 구조물을 세우고 고공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간부 두 명을 긴급체포했다. 불법 망루를 세운 지 이틀 만이다. 과거 이런 고공 농성은 사고 우려 때문에 몇 개월씩 방치되곤 했다. 불법 망루의 존재 자체가 무너진 법치의 현장이었다. 경찰은 이것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한 노조 간부를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제압했다고 한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분신으로 사망한 간부 양모씨의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 두 사례는 경찰이 원칙대로 법을 집행하면 만연한 불법 시위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경찰은 그동안 이 본연의 책무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이 경찰의 법 집행을 무력화한 영향이 컸다. 문 정부 당시 경찰개혁위는 ‘사소한 불법을 이유로 시위를 막지 말라’고 했다. 전 세계 문명국가에서 법을 어겨도 놔두라고 한 유일 사례일 것이다.
유죄가 확정된 불법 시위대는 사면하고 불법을 막은 경찰을 징계하고 처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데 어느 경찰관이 불법 시위를 막겠다고 나서겠나. 정권 교체 후에도 이런 경찰의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2주 전 서울 도심에서 돗자리를 깔고 불법 노숙 방뇨 시위를 벌인 민노총 건설노조원들 앞에서 경찰이 ‘불침번’을 서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경찰은 이 일로 비판이 커지자 합법 시위는 보장하되 불법 시위는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으로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민노총은 “한국노총과 연대해 정권 퇴진 투쟁을 구체화하겠다”고 했고,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 불참을 선언했다.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 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민노총은 분신한 간부 추모제를 매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열겠다고 했다. 민노총은 추모제와 시위를 병행하며 경찰의 대응을 시험하려 들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불법 폭력 시위를 동력으로 삼는 정치·사회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의 비호 아래 앞으로 경찰의 법 집행을 무력화하려는 각종 시도가 있을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경찰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과 원칙만은 양보해선 안 된다. 작년 말 화물연대가 불법 파업을 철회한 것도 정부가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고 운송 방해를 추적해 사법 처리하는 등 원칙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려움이 있어도 이 원칙에서 한 발도 후퇴하지 말아야 한다. 불법 폭력 시위를 근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특성상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6.02 “불법집회에 법대로 하니 시원” 경찰다운 경찰이 불러온 평화
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지난달 31일 오전, 경찰청장 주재 회의에서 한 간부는 “오후 5시 20분에 해산 명령하고, 그 뒤부터 우리는 전투태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전날 경비대책회의를 주재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경찰로서 할 역할을 당당히 하겠다”고 다짐한 것을 뒷받침하는 말이었다.

▲서울경찰청 기동대 대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불법 집회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2023.5.25/경찰청
경찰의 다짐은 현장 곳곳에서 실제 행동으로 나타났다. 사전 집회신고 시간이 지나자 경찰은 곧바로 세 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다. 또 경찰 지휘부는 조합원들이 청계천광장에 불법 분향소 설치를 시도한 지 1분도 안 돼 기동대원들에게 무전으로 ‘철거 명령’과 ‘현행범 체포 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한 조합원 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엄정한 경찰 대응의 결과는 평화였다. 서울 도심에 모인 2만명의 민노총 조합원들은 불법 집회를 자진해서 해산했다. 2만명이 넘는 인원이 8시간 가까이 모여 집회를 열었는데, 경찰 진압 과정에서 다쳐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0′명이었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쳤지만 정작 폭력의 시작은 그들이었다. 이날 조합원들은 경찰에게 “개새X들” “정권의 개”라며 쉴 새 없이 욕하고 멱살을 잡고, 형광 조끼까지 벗기려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 기동복 차림으로 경비대책회의 주재를 위해 도착하고 있다. 윤 청장은 전날 상황점검 회의에서 이날 5만 명이 참여하는 민주노총집회에 대해 "불법집회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해야 한다"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2023.5.31/뉴스1
일사불란한 대응을 위해 경찰은 최근 대대적인 훈련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시작해 6월 12일까지 실시하는 ‘경찰청 및 각 시·도청 경찰 부대 훈련’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던 2017년 이후 처음으로 강제해산 훈련을 재개했다. 캡사이신을 활용해 불법 집회 참가자를 진압하는 훈련도 했다. 또 집회 소음이 기준치인 95dB(데시벨)을 넘기면 스피커 전원을 뽑거나, 불법 무대차량을 견인하는 등의 실제 상황 맞춤 훈련도 했다.
그동안 경찰은 민노총 등의 불법 집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법 시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촉구하자 180도 달라졌다.
집회를 막는 일선 경찰도 지휘부의 바뀐 기조를 반기고 있다. 이날 집회 현장에 있던 한 기동대원은 “해산 명령 3회를 해도 불응하면 강제 해산이 원칙인데, 얼마 전까지도 해산 명령만 10번, 20번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원은 “집회 시간, 장소를 어기고 경찰에게 욕을 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는데, 법대로 하니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한 민노총 조합원은 이날 집회 전 연설에서 “정권 1년 만에 민주‧민생‧평화 파괴로 지옥에 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불법으로 도심의 차로를 점거하고, 시민의 일상과 자유를 빼앗고, 평화를 빼앗은 건 정작 누구인지 돌아봐야 한다.
조선일보 신지인 기자
06.03 건폭과 전쟁 100일...30년 악습 월례비·무법시위 사라졌다
원칙 세우니 건설현장에 평화가 왔다

▲건설현장의 불법에 대한 정부의 엄정대응이 건설현장을 바꾸었다. 위 사진은 2023년 1월 서울 은평구의 한 공사현장 앞에서 건설노조가 채용을 강요하며 아침시위를 벌이는 모습. 아래사진은 2023년 6월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후 불법행위가 사라지고 평온을 되찾은 모습./양승수·이기우 기자
민노총은 불법 시위에 대한 최근 경찰의 엄정한 대응을 “노동 탄압”으로 몰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2일 “노조 탄압이자, 노조 악마화”라며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장외 투쟁에 나서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건설현장에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원칙적 대응이 출발점이다. 건설 노조의 채용 강요와 월례비 명목의 불법 자금 요구 등 불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정부는 작년 말부터 전국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실태 점검에 나섰고,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 경찰이 지난해 말부터 석 달 동안 전국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 단속을 벌여 적발한 불법행위 가담 노조원만 2863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29명은 구속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건폭(建暴)’이라고 규정하며 “건설 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라”고 지시한 게 2월 21일이었다. 정부가 ‘건폭과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벌인 100일여 동안 건설 현장에선 거대한 변화가 생겼다. 월례비가 사라졌다. 월례비는 작업 속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건설사들이 노조원에게 주던 ‘뒷돈’으로 건설 현장에 30년 넘게 뿌리 내린 관행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3월 월례비를 받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면허를 최장 1년간 정지하고, 월례비를 지급한 건설사도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현장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또 머리띠를 두르고 와서 ‘노조원을 고용하라’던 무법 시위도 사라졌다.
이런 변화는 정부의 단호한 단속, 그리고 건설사들의 원칙적 대응이 맞물린 결과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건설협회 등을 통해 노조 불법 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을 투입해 불법 행위자를 적발했다. 초기에 노조원들은 “공사가 늦어지면 건설사들이 곧 두 손을 들 것”이라며 조직적으로 야간 작업을 거부했다. 하지만 정부와 건설사의 태도에 변화가 없자, 노조원 스스로 야간 작업에 복귀하며 공사 현장은 정상화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떼쓰며 무법 시위를 벌이는 세력이 아무리 막강해 보여도 법과 원칙을 이길 수는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주상복합 공사 현장. 우뚝 솟은 타워크레인이 철근 더미를 쉴 새 없이 끌어올리며 작업 중이었다. 먼지 방지용 가림막이 처진 입구로 인부들이 들락거리며 철근 결박 작업을 교대로 하고 있었다.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콘크리트 타설 등 골조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공사 현장은 올 초만 해도 공기(工期)를 맞출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매일 아침마다 민노총 소속 노조원 10여명이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크게 노래를 틀며 확성기 시위를 했다. 공사 현장에 “민노총 소속 노조원을 채용하라”며 공사를 방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 2월 정부가 건설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노조의 공사 방해가 사라졌다. 현장 근로자 남모(68)씨는 “이제 걔네(노조)는 힘이 없다”며 “수년간 건설노조의 방해가 말도 못할 정도였는데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 “건폭과 타협 없다” 원칙 세운 정부. 30년 관행 월례비도 100일 만에 사라져
건설 현장의 변화는 정부가 “건폭과 타협 없다”며 명확한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까지 5개 지방국토관리청을 통해 전국 542개 건설 현장을 직접 점검해 42건의 불법행위를 찾아내 수사 의뢰했다. 정부는 경찰 인력만으로 수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국토부 4~9급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건설현장의 오래된 불법을 뿌리뽑는 일은 초반엔 쉽지 않았다. 월례비를 못 받게 된 노조 소속 기사들이 태업과 야간 잔업 거부 등으로 건설사를 압박했다. 안전을 이유로 평상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속도로 조업을 하거나, 휴식시간에 안전모를 벗고 있는 직원의 사진을 찍어서 구청에 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방해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3월 15일부터 4월 14일까지 전국 672개 현장을 점검해 태업을 한 작업자 54명을 적발해 고발했다.
그러자 건설노조의 힘은 빠지고 이른바 ‘노조 방해 현장’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3월부터 주간 단위로 전국 340여 현장을 대상으로 타워크레인 때문에 조업에 차질을 빚는 현장을 집계하고 있는데, 3월 셋째 주 195곳에 달했다가 4월 마지막 주 21곳으로 줄었고, 5월부턴 한 곳도 없다.
◇월례비 없으면 초과 근무 못 한다던 노조원도 수입 줄자 슬그머니 참여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을 때, 노조만큼 결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곳이 건설사들이었다. 이전 정부에서도 건설노조에 대한 대책을 발표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났다. 건설사들도 노조의 보복을 두려워 했다.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 노조의 불법행위를 신고했다가, 오히려 보복 집회에 시달린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일관된 대응에 나서면서 분위기도 변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장 관계자가 노조를 만나게 되면, 내용을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월례비나 채용 문제로 노조에서 면담 요청이 오면, 현장 소장들은 “국토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핑계로 이를 피할 수 있었다. 또 개별 건설사 대신 관련 단체가 나서 불법행위를 신고했다.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월례비를 7000만원 넘게 받은 기사 60여명의 명단을 작성해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월례비 지급 거부’라는 원칙을 지키자, 수입이 줄어든 노조원들이 스스로 현장으로 돌아왔다.
다만 수도권 공사현장에 비해 지방에선 일부 건설노조가 여전히 채용 강요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월례비 대신 회식비로 노조에 뒷돈을 주는 곳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선 “건설현장이 과거도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선, 이번에 확실히 불법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06.04 광우병 파동 주도 195개 단체, 후쿠시마 오염수도 반대

▲2008년 5월 14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위험 美쇠고기 전면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미친소싫소, 협정무효’ 등 문구와 촛불을 흔들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했던 시민단체 중 195개 단체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단체 중 상당수는 ‘광우병국민감시단’처럼 단기간에 만들어졌다 사라진 경우가 많고, 195개 단체 중에는 참여연대·한국진보연대·환경운동연합·한국YMCA연맹·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메이저 시민단체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2008년 광우병 파동을 일으켰던 단체들이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여론몰이도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같은 결과는 주간조선이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참여 단체 952개와 2023년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 참여 단체 508개 명단을 전수조사하면서 나타났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저지 공동행동이 낸 보도자료에 의하면 연명단체의 숫자는 783개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시민단체의 숫자는 1000여개에서 1500여개, 1800여개까지 집계하는 곳과 시점마다 차이가 있었다. 본지는 이 숫자에서 ‘○○연합 ○○지회’같이 상급 단체에 속해 있으면서, 개별적으로 이름을 올린 곳은 하나의 시민단체로 합산해서 선정했다. 특정 정당, 정당 소속 위원회 등의 단체는 제외했으며, 명단만으로는 소속을 알 수 없는 일부 단체들은 합산하지 않고 그대로 집계했다.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근거로 제시했던 사례들은 15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반대집회에 참여한 단체들은 큰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이렇다 할 사과 없이 또다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산 소고기 파동 당시처럼 지금도 오염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만, 잘못된 선동이 반감을 키워 과학적 검증조차 애초에 불가능하게끔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근거 없는 주장들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줬다. “소를 이용해 만드는 화장품·생리대 등 600종 제품을 사용해도 광우병에 전염된다” “한국인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등 근거 없는 괴담이 쏟아졌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주도한 한국진보연대는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히는 것이다. 밤에는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낮에는 운동역량의 촛불로써 사회를 마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반정부 투쟁에 이용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당시 홈페이지에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10문10답’ 게시물을 올리고 ‘30개월 미만 미국 쇠고기나 쇠고기 부산물은 안전한가요?’라는 질문에 ‘아닙니다. …(중략)… 미국의 30개월 미만 쇠고기와 부산물을 허용할 경우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국내에 유입됩니다’라는 식으로 여론전을 펼쳤다. 이 게시물은 현재도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광우병 사태 당시 MBC ‘PD수첩’이 이른바 ‘주저앉는 소’ 영상을 내보내며 부정적 여론이 결정적으로 확산했다. 이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국민적 공포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됐고 시민단체들도 ‘PD수첩’의 보도를 여론전에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1년 해당 보도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에도 홈페이지에 “‘과학적 사실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허위’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현 시점까지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소고기를 섭취해 인간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국내 사례는 없다. 광우병 사태를 돌이켜보면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실제 위험에 비해 공포가 과하게 부풀려졌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韓, 2022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1위
또한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한다는 주장과 달리 한·미 FTA 발효 10년째인 2021년엔 한국이 전 세계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 1위 기록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2008년 이후 국내에서 광우병에 걸린 사례는 전혀 없다”며 “광우병이라는 게 원래 초식을 하는 동물에게 동물성 단백질이 포함된 사료를 먹여서 감염이 됐는데, 이제 그런 사료를 금지시킨 지 한 30년 가까이 돼서 정형적으로 발생하는 광우병은 발생 안 한 지 한참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발생한 사실에 대해서는 “60개월 소에서 자연 발생한 거고, 통상 30개월이나 미국 같은 경우는 한 24~26개월이면 도축을 한다”며 “우리가 그때 괴담처럼 말했던 그런 광우병은 사실 말 그대로 괴담”이라고 말했다.
이런 광우병 사태를 겪어서인지,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정권의 국정운영 동력을 끌어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대통령이나 여당의 국정지지율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와는 확실히 달라진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1년 차에 터졌던 광우병 사태는 한국갤럽 기준 52%로 시작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취임 100일째 21%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소폭이나마 오르면서 30% 중반에서 40%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사과나 성찰 없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광우병 사태 때처럼 정권 퇴진 운동 등으로 몰아가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은 지난 4월 12일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드시 저지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여론을 확대한다” “오염수 해양 투기에 미온적이고 소극적 태도를 지속한다면 윤석열 규탄 투쟁에 나선다” 등의 다짐을 공유했다.
이번엔 국정지지율에 별 영향 없어
또한 이들은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이 주요활동 경과를 발표한 지난 5월 31일에는 시찰단을 ‘일본 정부의 들러리’로 표현하며 시찰단의 즉각 해체를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직접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설문조사를 의뢰해 국민의 85.4%가 해양방류에 반대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광우병 사태와 비슷하게 또다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의 입장은 뭘까. 주간조선은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한국진보연대, 한국YWCA 등 대형 시민단체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는 주간조선의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취재에 응한 단체들은 광우병 사태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환경운동연합’의 경우 활동처장은 취재를 거부했지만 한 활동가는 사견임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광우병은 15년 전 일이라 활동가들이 거의 모두 바뀌었다. 그 사안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발언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뭐 하나 잘못한 거 있으면 예전 활동가인데도 ‘환경연합 출신이다’ 하면서 이슈가 되는데, 뒤늦게 들어와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황당하다. 사람은 계속 바뀌는 것이고 이쪽은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더 빨리 바뀐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는 농수산물을 자녀에게 먹여야 하는 부모 등 국민들의 꺼려지고 불안하고 염려하는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좌든 우든 상관없이 환경, 인간을 위한 환경이 중요한 것이다.” 이 활동가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반대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묻는 질문에는 “초기에 잘못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언론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활동을 펼치고 있는 YWCA의 한 활동가는 “광우병 때 일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가짜뉴스가 퍼졌던 것을 분명하게 기억한다”며 “‘먹으면 어떻게 된다’는 식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광우병 때랑 비슷한 프레임으로 흘러가는 게 있기는 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후쿠시마 논란은 광우병 사태랑은 다르다. 첫째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지금껏 국제법에 의해 규제해온 역사가 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에는 찬성하겠다는 게 어폐가 있다. 둘째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잔해물을 스쳐지나온 고농도 오염수라는 점에서 일반 국내 원전 등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를 포함한 오염수와는 다르다. 원전이 언제 폐로될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오염수가 폐로될 때까지 장기적으로 방류되는 것. 역사상 이런 사례가 없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활동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박상수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광우병 사태 당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시민단체는 집회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실험,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치열하게 정부의 전문가들과 토론하면서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검증하는데 앞장섰어야 하는데, ‘뇌송송 구멍탁’과 같은 선동을 중심으로 시민들을 길거리에 내보내느라 바빴다”고 지적했다.
최근 불거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에 대해서는 “북한, 러시아, 중국도 우리 서해와 동해에 핵폐기물을 투기한다. 해류를 생각하면 이 문제가 환경적으로 더 심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단체는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일본 때리기에만 집중하는 모양새고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작게 내는 데에 그친다”고 말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광우병 괴담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2023년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민변 환경보건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주간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반대시위를 통해 수입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괴담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근에 미국에서는 비정형 광우병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하다는 것은 모두가 전제하는 사실”이라며 “여러 가지 대안이 있는데 꼭 바다로 내보내야 하는지 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송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2008년 광우병 반대 시위에 과장된 부분이 있었다는 평가가 보편적이다. "현재 30개월 이상 된 미국 소고기는 수입하지 않는다. 당시 우리가 검역 조건에 대해 요구한 결과가 이것이다. 그만큼 국민의 안전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것이 단지 어떤 괴담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에 비정형 광우병도 미국에서 발생했다. 그래서 비정형이 반드시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도 정부에 질의를 해놓은 상태다."
- 지금 문제없이 유통되고 있는 30개월 미만 소고기에 대해서도 당시에 문제제기를 했었는데. "당시 국민들의 요구는 나이든 소 문제에 집중되었다. 미국의 사료통제에 대한 철저한 확인 없이 미국의 발표만으로 월령제한을 해제하는 것을 비판했었다. 정확한 정보를 유통시킬 책임이 일반 시민에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담당 국가기관에 있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따라서 제대로 된 국민적 합의 없이, 이를테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쇠고기 수입을 금지 못 한다든지 하는 아주 갑작스러운 결정을 했다는 점과 그것에 대해서 충분히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설명이 없었던 당시 정부 당국이 더 문제였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도 아직 국제원자력기구의 종합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 국내 시찰단도 마찬가지다. 아직 과학적 결과가 안 나왔는데 광우병 시위 때처럼 선동하는 건 아닌지 비판적 시선도 있다. "일단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방출하겠다는 결정을 일본 정부가 한 것이 문제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이런 우리의 대응을 문제 삼는 분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시민단체들도 전문가로 검증단을 꾸린다든지 토론한다든지 합리적 방법이 있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의 경우 원전 사고에서 비롯된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 원전에서도 삼중수소가 나온다고 하는데 우리는 지금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완전히 통제된 상황에서 냉각수로 내보내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완전히 사고가 나서 아직도 녹아내린 노심의 데브리스라는 것에 대해 통제를 못하고 있다. 위험한, 통제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오염수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일본이건 원자력기구건 마찬가지 입장이다."
- 오염수가 안전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건가. “어쨌든 출발 자체의 문제가 된 사고로 인해서 생긴 오염수가 위험하다라는 건 다 전제돼 있지 않은가. 제대로 처리를 하느냐 어떠냐에 대한 평가는 있겠지만 어쨌든 이것이 바다로 나가는 것이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건 우리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그러니까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걸 가지고 오히려 다르게 바라보는 것을 더 이해할 수 없다.”
주간조선 권아현 기자
06.05 효과 내는 노동 불법 원칙 대응, 이를 무력화하려는 세력들
정부와 건설 회사들이 거대 노조의 조폭 같은 행태에 원칙적으로 대응하자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불법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노조원들이 건설사에서 뜯어내던 월례비, 노조원 고용을 압박하던 공사 방해 등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타워 크레인 기사들의 태업으로 조업에 차질을 빚던 전국의 대형 건설 현장이 3월엔 195곳에 달했지만 이젠 한 곳도 없다고 한다.
애초 건설 노조원들은 “공사가 늦어지면 건설사들이 항복할 것”이라며 조직적으로 야간 작업을 거부했다. 하지만 정부·경찰에 이어 건설사들도 흔들리지 않자 노조원들 스스로 야간 작업에 복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사들이 ‘월례비 지급 거부’라는 원칙을 지키자 수입이 줄어든 노조원들이 현장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 한복판에 철제 구조물을 세우고 고공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체포된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간부가 구속됐다. 과거 고공 농성은 사고 우려 때문에 몇 개월씩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엔 경찰이 불법 망루를 세운 지 이틀 만에 체포 작전에 나섰다. 정글도(刀)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자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제압했다. 서울 도심을 난장판으로 만들던 민노총 집회 양상이 사뭇 달라진 것도 경찰의 엄정 대응 때문이었다.
거대 노조 측은 원칙 대응을 흔들기 위해 저항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고공 농성 노조 간부 체포가 “폭력 연행”이라며 “정권 심판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야만의 시대가 도래할 것 같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KBS·MBC 등 노조가 장악한 일부 언론은 경찰의 ‘과잉 진압’만 부각했다. 고공 농성 노조 간부가 길이 29㎝ 정글도를 휘두르면서 위협하는 장면 등은 빼고 경찰이 진압하는 장면만 집중 보도했다. 경찰이 사전에 수차례 집회 중지를 요구한 사실도 언급하지 않았다.
노조 불법에 대한 정부의 원칙 대응은 노동계와 정치권, 일부 노영(勞營) 언론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는 불법 폭력 시위를 무기로 삼아온 노조와 이들을 비호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대응을 계속 시험하며 무력화시키려 들 것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부와 경찰은 국민을 믿고 불법에 원칙 대응한다는 기조에서 후퇴해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06.05 최석현 연장 헤더골...한국, U-20 월드컵 2연속 ‘4강 신화’ 썼다

▲4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 대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최석현이 연장 전반 헤더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중(44)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이 2회 연속 ‘4강 신화’를 썼다.
한국은 5일(한국 시각) 아르헨티나 산티아고델에스테로에서 열린 2023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전반 터진 수비수 최석현의 헤더 골로 아프리카 강호 나이지리아를 1대0으로 물리쳤다. 이번 대회 8강에 오른 유일한 아시아 팀인 한국은 준우승을 차지한 2019년 폴란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4강에 오르며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이 U-20 월드컵에서 4강 이상 성적을 거둔 것은 1983년(4위)와 2019년(준우승)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김은중호는 9일 오전 6시 3대회 연속 4강에 오른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이날 이영준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놓고 강성진과 김용학이 측면 공격수로 뒤를 받쳤다. 이승원과 강상윤, 이찬욱이 미드필드에 섰고, 왼쪽부터 배서준, 김지수, 최석현, 박창우가 포백 수비진을 구성했다. 김준홍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김은중 감독은 에콰도르와 8강전과 비교하면 수비력이 좀 더 좋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베스트11을 꾸렸다.

▲최석현의 골이 터지자 기뻐하는 대표팀 선수들. / 연합뉴스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양 팀은 초반부터 상대 역습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으로 기회를 엿봤다. 전체적으로는 나이지리아가 공격 주도권을 쥐었다. 나이지리아는 스피드가 뛰어난 주드 선데이를 앞세워 한국 수비를 공략했다. 전반 29분 빅토르 엘레투의 날카로운 슈팅을 골키퍼 김준홍이 쳐냈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살림 라왈의 헤더가 골문을 빗나갔다.
한국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기보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나이지리아 공세를 막아냈다. 한국은 전반 추가시간 왼쪽 수비수 배서준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수비를 맞고 나왔다. 전반 나이지리아가 슈팅 7개, 한국이 슈팅 2개를 기록했다. 볼 점유율은 나이지리아가 46%로 한국(31%)을 앞섰다.

▲4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연장 전반전 경기에서 김은중 감독이 첫 번째 골을 넣은 최석현을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중 감독은 후반 들어 지난 에콰도르와 16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 배준호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5분 나이지리아의 다니엘 바메이의 슈팅이 김준홍 골키퍼에게 걸렸다. 후반 14분엔 이영준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이 골대 위를 살짝 넘겼다. 후반 중반에 접어들면서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세차게 공격을 주고 받았다. 김은중 감독은 후반 22분 김용학을 빼고 이지한을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28분엔 김지수와 배서준이 나오고 황인택과 최예훈이 들어가며 수비진에 변화를 줬다.
양 팀은 후반 막판까지 부지런히 공격을 전개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전·후반 동안 나이지리아가 슈팅 15개, 한국은 슈팅 3개를 때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 첫 연장전을 맞이했다. 한국 득점의 보증수표인 세트피스에서 또 골이 터졌다.

▲4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전반전 경기에서 최석현이 뜬공을 머리로 받고 있다./연합뉴스
연장 전반 5분 이승원의 코너킥을 최석현이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에콰도르와 16강전에서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넣어 추가골을 터뜨려 한국의 8강 행을 이끌었던 최석현은 이날 다시 헤더 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골 넣는 수비수’의 면모를 다시 확인했다. 2경기 연속 골.
주장 이승원은 5번째 공격포인트(1골 4도움)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트피스로만 4골을 터뜨렸다. 코너킥으로 3골, 프리킥으로 1골을 넣었다.
실점을 허용한 나이지리아는 세찬 공격을 퍼부었다. 한국은 끈질긴 수비로 나이지리아의 공격을 막아냈다. 종료 휘슬이 울렸고, 4강 진출을 달성한 선수들은 환호하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4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1:0으로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며 자축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선일보 장민석 기자 산티아고델에스테로(아르헨티나)=서유근 특파원
06.05 록 가수 꿈꿨던 밴드부 소년... 22세에 세계 클래식 콩쿠르 톱 찍었다
김태한, 세계 3대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대회 정상에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이 지난 2일(현지 시각) 대회 결선에서 노래하는 모습. 한국인 우승은 소프라노 홍혜란(2011년)과 소프라노 황수미(2014년)에 이어서 이번이 세 번째다. /퀸 엘리자베스 홈페이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우리 대한민국 파이팅이다.”(소프라노 조수미)
웬만해선 긴장하는 법이 없던 조수미의 목소리도 가볍게 떨렸다. 4일(한국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자리였다. 벨기에 왕가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흔히 쇼팽·차이콥스키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린다. 현재 콩쿠르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마틸드 벨기에 왕비도 대회 결과가 발표된 자정(현지 시각)까지 자리를 지켰다.

▲4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서 열린 '2023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성악가 김태한이 수상 발표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 성악의 미래들이 조수미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00년생 바리톤 김태한(22)씨가 이날 폐막한 대회 정상에 올랐다. 올해 결선 진출자 12명 가운데 최연소이자 지난해 9월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를 통해서 데뷔한 한국 성악계의 ‘샛별’이다. 그는 한국 음악계의 등용문인 제86회 조선일보 신인음악회에도 지난 2월 실기 우수생으로 참가해서 노래했다. 한국인 우승은 소프라노 홍혜란(2011년), 소프라노 황수미(2014년)에 이어서 세 번째다. 아시아 남자 성악가로는 대회 첫 우승이다. 함께 결선에 오른 베이스 정인호(31)씨도 5위에 올랐다.
세계적 성악가·피아니스트 16명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은 조수미는 이날 대회 결과가 발표되자 김태한을 비롯한 한국 입상자들을 끌어안고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를 보냈다. 조수미는 “(노래를 들으며) 내가 아까 많이 울었다. 심사위원들의 반응도 거의 만장일치였다”고 전했다.

▲4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서 열린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우승자 김태한(왼쪽)이 결과 발표 뒤 성악가 조수미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국립오페라단의 젊은 성악가 육성 프로그램인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한 순수 국내파다. 지난해 스페인 비냐스·독일 노이어 슈티멘 콩쿠르 등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그는 우승 직후 현지 인터뷰에서 “한국 가수들이 워낙 노래를 잘하기 때문에 사실 국제 콩쿠르보다 국내 콩쿠르에서 노래할 때 더 떨린다. 지금 당장 한국 대회에 나가도 1등을 할 자신이 없을 만큼 실력자가 많다”고 말했다.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 통과가 더 힘들다는 양궁처럼, 한국 성악계의 치열한 내부 경쟁이 성장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는 뜻이다.
그는 처음엔 록 가수가 되고 싶어서 중학생 때 밴드부로 활동했던 재기발랄한 신세대다. 그는 “록 음악이 하고 싶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성악을 권유하셔서 뒤늦게 성악에 빠졌다”고 했다. 지금도 비틀스와 퀸 같은 영국 그룹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놀면서도 연습하고, 걸어다니면서도 연습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연습했다”고 할 만큼 철저하게 대비했다. 스승인 바리톤 나건용(서울대 출강)씨는 제자에 대해 “24시간 노래를 흥얼거리며 연습할 만큼 열정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성악가”라고 평했다.

▲<YONHAP PHOTO-1410> 김태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브뤼셀=연합뉴스) 김태한(바리톤)이 4일(현지시간) 발표된 세계 3대 성악 경연대회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사진은 1위 호명 뒤 축하를 받는 김태한. 2023.6.4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영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3-06-04 09:13:19/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씨는 이번 대회 결선에서는 작곡가 바그너·말러·코른골트·베르디의 아리아와 가곡 등 네 곡을 불렀다. 벨벳처럼 부드럽고 풍성한 음성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불어권인 벨기에 관객들을 위해서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아리아를 이탈리아어가 아니라 불어 버전으로 부르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노래의 마지막 소절이 ‘플랑드르를 구해달라(Sauve la Flandre)’인데, 플랑드르 지역이 지금의 벨기에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음정·박자뿐 아니라 가사까지 꼼꼼하게 분석했다는 의미다. 해외 유학 경험은 없지만 그는 “국제음성기호(IPA)의 발음기호를 공부하고 원어민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등 평소 발음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오는 9월부터는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극장)의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2년간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조연·단역부터 가리지 않고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겠다”고 했다. 훗날의 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오페라 가수”다. 현지 매체들은 이 말을 “수퍼스타가 되고 싶다(I want to be a superstar)”로 옮겨서 보도했다. 이 구절처럼 성악계의 ‘수퍼스타’ 탄생을 예감하는 순간이었다.
조선일보 브뤼셀(벨기에)=정철환 특파원 김성현 기자
06-05 K-클래식 세계 위상 드높인 청년 바리톤 김태한 쾌거
청년 성악가인 바리톤 김태한(22) 씨가 세계 성악 역사를 새로 썼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 폐막한 ‘2023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그는 아시아권 남성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로 K-클래식의 세계 위상도 드높였다. 결선 진출자 12명 중 최연소이면서, 해외 유학을 거치지 않은 순수 국내파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 크다.
쇼팽·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일컬어지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1988년 신설된 성악 부문에서 소프라노 홍혜란·황수미 씨가 2011년과 2014년 각각 우승했으나, 이제 국내파 한국인 남성까지 1위에 올랐다. ‘성악 강국’을 국제사회에 더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김 씨가 우승 직후 “이번 준비를 위해 음악에 잠겨 살았던 것 같다”면서도 “한국 성악가들이 워낙 노래를 잘하기 때문에 국내 콩쿠르에서 더 떨린다”고 밝힌 배경도 달리 없을 것이다. 그는 “내가 지금 한국 대회에 나가도 1등 자신이 없을 만큼 실력자가 많다”고도 했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국립오페라단의 젊은 성악가 육성 프로그램인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해온 그에 대해,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단 17명 중의 일원인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나이가 어린데도 가슴에 와 닿는 공연을 했다. 거의 만장일치로 1위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한국 성악계의 샛별인 그는 “세계 각국을 돌며 노래하는 오페라 가수가 꿈이다.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당당한 도전 의지가 앞으로 더 실현될 뿐만 아니라, 성악을 포함한 K-클래식 미래도 계속 밝고 탄탄하게 열려가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 사설
06.05 세금으로 ‘윤 퇴진’ 강의에 해외여행…복마전 된 민간단체
보조금 314억 횡령 1865건 적발, “빙산의 일각” 지적
감시 손 놓은 전 정부 책임 커…재발 근절 대책 시급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공개한 국고 보조금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횡령 백화점’으로 전락한 민간단체들의 민낯을 보여준다. 리베이트 수수, 허위 수령, 사적 전용, 서류 조작 등 갖가지 수법이 동원됐다. 국민 세금을 현금인출기에서 출금하듯 마음대로 쓰고, 사기범들 수법까지 모방한 실태가 새 정부의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렇게 사익에 혈안인 단체들이 설립 신고 목적에 걸맞은 공익 활동에 전념했을 리 만무하다.
정부가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최근 3년간 민간단체에 지원된 6조8000억원의 용처를 감사한 결과, 부정 집행이 1865건 적발됐다. 비위 사업에 지급된 돈은 1조1000억원에 달하고 횡령액도 31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 감사원이 감사한 결과 10개 민간단체가 17억4000만원을 횡령한 정황이 드러나 73명이 수사 의뢰를 당했는데, 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이번 감사 결과, 한 통일운동 단체는 ‘민족 영웅 발굴’ 명목으로 6260만원을 받은 뒤 ‘윤석열 정권 100일 국정 난맥 진단’ 강의를 편성하고, 강의 원고 작성자도 아닌 이에게 지급 한도의 3배 가까운 원고료를 준 것으로 드러나 수사 의뢰를 당했다. 어느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은 2022년 ‘청년 창업 지원’ 명목으로 타낸 1000만원 전액을 개인 용도에 쓴 것으로 드러난 뒤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또 한 연맹은 2022년 해외 출장 3건에 대해 1344만원을 따냈는데 2건은 연맹 사무총장 개인의 해외여행이었고, 1건은 허위 출장으로 드러났다. 어느 아동센터 원장은 행사 사진 일부를 자르거나, 사진 속 현수막 날짜를 조작해 운영비를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행사 참석자의 배치나 복장을 바꿔 사진을 찍은 뒤 다른 행사처럼 속여 돈을 더 타낸 사례도 여러 건 적발됐다니 기가 막힌다. 이번 감사는 인력의 한계로 사업비 3000만원 이하 사업들은 빠졌다니 드러나지 않은 횡령 사례가 얼마든 더 있을 공산이 크다.
민간단체 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급증했다. 매년 4000억원씩 늘어 총 22조원 넘게 지원됐다. 그러나 이렇게 퍼주고 감시는 손을 놓다시피 했으니 민간단체들의 도덕적 해이와 혈세 누수가 일상화한 것 아니겠는가. 이제라도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최근 1억원(현행 3억원) 이상 보조금 회계 검증 의무화 시행령을 예고했다. 당연한 조치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모든 보조금 집행 내역은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 증빙을 의무화하고, 횡령이 적발된 단체는 보조금 전액을 환수하고 고발하는 한편, 신고 시민의 포상금 한도도 높여야 한다. 세금을 빼돌려 자신과 주변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민간단체의 부조리가 더 이상 용인돼선 안 된다.
중앙일보 사설
06-05 사회적경제法 부당성 거듭 보여주는 민간단체 복마전
다양한 민간단체가 설립돼 공익사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 때문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라 행정·재정·세제 지원을 한다. 등록된 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은 공익 사업에 국한하며, 회계 투명성은 대전제다. 그런데 이런 기본이 지켜지긴커녕 복마전 행태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도 심각한 개별적 사례들이 드러났지만, 대통령실이 4일 밝힌 내용을 보면 이른바 시민사회에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을 우려할 정도가 됐다.
최근 3년간 재정 지원을 받은 민간단체 1만2000여 곳에 지급된 6조8000억 원 규모의 국고 보조금 사업을 감사한 결과, 리베이트 수수와 횡령, 조작 등 314억 원 상당의 부정·비리 1865건을 확인했다고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5일 오전 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보조금 비리에 대한 단죄와 환수 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민족 영웅 발굴’ 명목으로 6260만 원을 받아간 통일운동단체는 ‘윤석열 정권 100일 국정 난맥 진단’ 강의를 편성하고, 원고 작성자도 아닌 사람에게 지급 한도의 3배에 달하는 원고료를 줬다. 어느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은 청년 창업 지원 명목으로 타낸 1000만 원을 개인 용도에 쓰고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사진 속 현수막 날짜를 조작해 운영비를 빼돌린 사례도 있었고, 어느 단체는 참석자의 배치나 복장을 바꿔 사진을 찍은 뒤 마치 다른 행사인 것처럼 속여 돈을 받아냈다.
이나마 빙산의 일각이고, 지자체 차원에선 더 심각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연간 3조5600억 원이었던 보조금이 문재인 정권 말기이던 지난해엔 5조45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자체 보조금은 2022년 20조2000억 원에 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금고가 시민단체의 현금입출금기(ATM)”라고 개탄했다. 전액 환수, 전면 수사와 엄벌, 비리 단체 퇴출이 엄정히 이뤄져야 한다.
이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만들자며 시급한 재정준칙 입법을 볼모로 잡았다.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에 연 70조 원이 넘는 공공조달액의 최대 10%(7조 원)를 할당하자는 것이다. 국고 보조를 받는 민간단체의 상당수를 친야 성향의 인사가 주도하고 있다. 법안 자체에도 심각한 문제가 내포돼 있지만, 민간단체가 범죄단체처럼 타락한 상황에서는 더욱 어불성설이다.
문화일보 사설
06.05 “정부 보조금은 먼저 타 먹는 게 임자” 틀린 말 아니었다
최근 3년간 시민 단체가 수령한 국고 보조금 감사 결과 총 1865건에서 314억원의 부정·비리가 확인됐다. 소규모 사업은 제외하고 대형 사업 위주로 감사했는데도 이렇게 많았다. 서류를 조작해 보조금을 받은 후, 횡령하거나 사적 용도로 쓰는 등의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정부 보조금은 먼저 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 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급증했다. 2016년엔 2만2881개 단체에 총 3조5600억원이 지급됐던 것이 지난해에는 2만7215개 단체, 5조4500억원으로 대상과 금액이 모두 증가했다. 문 정부 5년간 국고 보조금이 연 평균 4000억원씩 늘어난 것이다.
보조금 지급이 급증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문 정부는 사후 관리에 뒷짐 지고 감시를 소홀히 했다. 한 단체는 일자리 사업 명목으로 311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이번에 감사를 해보니 강의실이나 컴퓨터, 상근 직원도 없는 가짜 단체였다. 단체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 시설과 기자재를 단체 소유로 허위 기재해 보조금을 타냈다. 해당 부처 담당 공무원이 한 번만 점검했어도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묻혀 있는 민족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문 정부 때 6260만원을 지원받은 단체는 현재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강의 자료 작성자도 아닌 사람 이름으로 지급 한도의 3배 이상 원고료를 지원 받기도 했다. 보조금 선정 과정에서 문 정권과 밀착됐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고 보조금을 이렇게 많은 단체에 지원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선정 과정, 지원 체계, 관리 규정에 대한 전면적 점검에 나서야 한다. 보조금을 받는 단체에서 부정이 나올 경우, 담당 공무원이 책임지게 하는 시스템도 절실하다. ‘보조금 실명제’를 도입해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어떻게 운영 실태를 점검했는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에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의 흐름이 투명하게 공시되는 시스템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 민간단체 보조금도 포함시켜 같은 맥락에서 다뤄야 한다. 단 1만원이라도 세금이 지원된다면 누구든지 돈의 용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심각한 부정을 저지른 단체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 일벌백계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조선일보 사설
06.06 '29㎝정글도' 든 장면 쏙 뺐다…공영방송 '거짓선동' 안 먹힌 이유

강성노조가 아찔한 철탑 위에서 농성하는 모습, 대한민국에선 심심치 않은 시위 행태다. 목숨 건 투쟁, 오죽하면 저러겠냐 등의 보도가 이어진다. 대신 이런 불법 시위를 제압하는 경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왜? 노조 위세에 눌린 탓도 있지만, 괜히 들쑤셨다가 사고라도 나면 뒷감당을 할 수 없어서다. 근데 최근 의외의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간부 김모씨가 도로에 7m 망루를 세우고 그 위에서 사흘째 농성 중이었는데, 이를 경찰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진압한 것이다. 체포 과정에선 물리적 충돌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체포에 나선 경찰관에게 의자를 던지며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의 태세 전환이 놀랍다. 3주 전만 해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인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노숙 방뇨 시위'를 제지하기는커녕, 주변에서 우두커니 서 있어 "불침번 서냐"는 비아냥을 듣지 않았던가. 뒤늦게나마 법 집행 의지를 추스른 모양이다.
MBC, 농성 진압 뉴스 악의적 편집
노조 과격함 삭제, 경찰 행태만 부각
넘치는 정보에 선동 약효는 떨어져
기습을 당했지만 노조는 김씨가 진압봉에 맞아 다쳤다는 점을 부각하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노영방송 MBC가 앞장섰다. 당일 MBC 뉴스데스크는 '고공농성 노동자, 경찰 진압봉에 붉은 피 흘려… 과잉진압 논란'이란 타이틀로 해당 뉴스를 전진 배치했다. 리포트 영상은 김씨가 양쪽에서 사다리차로 다가오는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로 난간을 친 뒤, 경찰이 진압봉으로 김씨를 거칠게 때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기자의 멘트는 이렇다.
"경찰의 진압봉은 노조간부를 직접 겨냥합니다. 난간도 없어 추락할 위험이 있지만, 경찰은 계속 때립니다. 버티던 노조간부는 그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지상에서 지켜보던 노동자들이 강하게 항의하지만 멈추지 않습니다." 또 다른 노조 간부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경찰이 김씨를 몽둥이로 내려친 순간, 저항할 수 없어 풀썩 주저 앉았는데도 온 몸과 머리를 계속 내리쳤다."

▲지난달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체포에 나선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형적인 '피해 노조 대 가해 경찰' 프레임이다. 그러나 이는 조작에 가까운 '악마의 편집'이다. 풀영상을 보면 뉴스에서 삭제된 장면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① 정글도(刀)로 위협=경찰은 처음엔 방패 없이 다가갔다. 그러자 김씨는 칼날 길이만 29㎝나 되는 정글도를 들고 위협적 자세를 취했다. 일단 경찰은 후퇴했다. ② 의자 투척=경찰의 2차 진압이 시작된다. 사다리차가 다가오자 김씨는 철제 의자를 경찰 정면으로 던진다. ③ 쇠파이프 공격=사다리차가 더 가까이 오자 먼저 공격을 가한 건 김씨다. 양손에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을 직격했다. 경찰은 방패로 막다가 근접한 뒤 20여 초간 진압봉을 휘둘렀다. ④ 쇠파이프 놓치자 진압봉 중지=거센 진압봉 가격에 김씨는 주저앉는다. 다만 앉아서도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그러다 김씨가 쇠파이프를 놓쳐 떨어뜨리자 경찰은 곧바로 진압봉 사용을 멈추고 안전바를 넘어가 김씨에게 안전띠를 채웠다. 추락 방지용으로 추정된다.
전체 영상을 보면 "경찰이 냉정하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올 법했다. 하지만 노조에 불리한 장면을 쏙 도려내고 뉴스를 내보내면서도 MBC 앵커는 이렇게 말한다. "별도의 모자이크 처리 없이 방송한다는 기준에 따라 있는 그대로의 영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악의적인 편집을 해놓고선 '있는 그대로의 영상'이라니,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 높이 7m 망루를 설치하는 등 불법집회를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관계자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정글도, 쇠막대기, 석유통. 뉴시스
이 정도 선동이면 15년 전 '광우병 파동' 때처럼 전국이 들썩일 법하지만, 반향은 크지 않다. 편향성을 눈치챈 탓일까. 본질적으론 정보의 보편성 덕이 크다. 이미 온라인엔 농성 진압 풀영상이 꽤 퍼져 있다. 디시인사이드엔 이런 댓글이 많았다. "요즘 바디캠 같은 것도 많은데 금방 탄로날 구라를 저렇게 대놓고 치다니" "사고라도 났으면 진짜 떼법 조리돌림 심했겠네"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인데, 저따위 조작을 자칭 '공영방송'이 하냐." 피해망상 없는 MZ세대를 상대하기는 역시 만만치 않다. 선동질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중앙일보 최민우 정치부장
06-07 日 오염수 가짜뉴스와 선동 막아달라는 수산업계 읍소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를 줄곧 반대해온 수산업계가 오염수 괴담과 가짜뉴스를 더 걱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6일 “오해와 걱정이 지나쳐 공포가 되지 않도록 일부 선동가의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는 철저히 가려 주고, 차분하고 냉정히 대응해 달라”고 읍소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고유가와 어업생산량 부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자칫 괴담에 따른 수산물 소비 기피가 어민은 물론 횟집과 수산시장 상인 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했던 2011년 당시에도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중위도 지역의 편서풍과 거꾸로 “4∼5월 편동풍을 타고 방사능이 한국에 몰려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민주당과 좌파 진영은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과도한 공포와 괴담을 쏟아내고 있다.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천일염의 경우, 두 달 새 가격이 40% 폭등하고 일부 사재기 현상도 벌어진다. 천일염 업계는 “결국 우리도 피해자고, 값싼 중국산에만 좋은 일”이라며 걱정했다.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정부 입장 결정과는 별개로, 이 문제가 제2의 광우병 사태로 변질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성주 참외의 부활은 사드 전자파 괴담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말해준다. 민주당부터 수산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정부도 엄중한 인식을 갖고 식생활 안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책임한 선동과 가짜뉴스를 막는 게 절실한 시점이다. 민주당이 과학과 미신, 어느 쪽에 서는지 수산업계는 물론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6-08 한노총이 경사노위 빠져도 노동개혁 흔들리지 말아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7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산하 최대 산별조직인 금속노련의 김준영 사무처장이 광양제철 앞 망루 농성 해산 과정에서 체포·구속된 것을 노동계 탄압이라며 노·사·정 협의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한노총은 8일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 때부터 탈퇴한 상태여서 한노총 보이콧으로 노사정 대화가 단절될 지경에 처했다.
무책임하다. 한노총이 내건 명분부터 어불성설이다. 김 사무처장은 망루 농성 해산 과정에서 쇠파이프를 휘둘러 경찰을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구속됐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탄압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불법을 용인하고 치외법권을 인정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더구나 경사노위는 대통령 산하 자문기구지만 법적 기구다. 시대적 변환기에 인공지능(AI)에 의한 일자리 대체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전국 단위의 유일한 노동계 대표인 한노총이 노사정 대화를 파행으로 몰아가는 것은 윤 정부의 노동개혁을 거부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한노총의 이번 결정은 놀랄 일도 아니다. 양 노총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노사정위원회 출범 이후부터 불참 및 탈퇴와 복귀를 반복해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선 해고자의 노조활동 보장, 노동이사제 등 경사노위가 친노동 편향 정책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기능해 무용론까지 촉발했다. 양 노총은 전체 근로자의 14%를 대표할 뿐이다. 청년·비정규직·중소기업 등 근로자 86%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개편이 절실하다. 다만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그때까지는 불가피하게 파행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윤 정부는 현행법으로도 가능한 노조 회계 투명성, 건설 현장 폭력 추방 등 노동개혁에 나섰고, 국민도 강한 지지를 보낸다. 노동계와의 소통 노력을 계속해야겠지만, 한노총이 경사노위에서 빠진다 해도 노동개혁이 흔들려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6.13 세계적 석학도 모르는 대한민국 저출산의 비밀
한국다운 것 버려야 한다는
데이비드 콜먼 교수의 충고
저출산 해결 안 되는 진짜 이유는
재탕 삼탕 정책의 극빈한 상상력
세종시 출생률 1위 비결에 답
막강 컨트롤타워로 새판 짜야
초여름 단비가 내리던 날 이화여대에서 만난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 같은 선진국에 와서 어떻게 해야 삶이 나아지는지 조언하는 것이 교만하게 보이겠지만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 달라”며 빙그레 웃었다. 인구학자인 그는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이 지속되면 지구 위에서 사라지는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 경고했던 세계적인 석학이다.
올해가 네 번째 방한인데 올 때마다 한국의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아쉬워한 그는 “한국다운 것이 변해야 한다”는 한마디로 저출산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다운 것이란, 가부장제와 가족 중심주의, 과도한 업무 시간과 성별 임금 격차, 입시 과열과 치솟는 사교육비, 비혼 출산을 터부시하는 문화다.
77세 백발의 노학자가 남의 나라 사정을 훤히도 꿰뚫었다 싶지만, 크게 새로울 것도 없는 진단이다. 국가 차원의 저출산 고령화 정책이 시동을 건 2000년대 중반 이후 각계 전문가들이 줄곧 지적해온 문제들이다. 오히려 최근의 미세한 변화까지는 감지하지 못 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체득한 성 평등 의식으로 육아휴직은 물론 가사 노동을 당연히 분담 혹은 전담하는 2030 남성들이 크게 늘고, 대기업 중심이긴 하나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 유연근무를 권장하며 가족 친화적 근로 환경을 만들려는 기업들 노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먼 교수가 정작 진단하지 못한 대한민국 저출산의 ‘주범’은 따로 있다. 정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극빈한 상상력이다. 공보육을 국정 과제로 삼은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책들만 비교해봐도 여실하다. 모든 대통령들이 “아이를 낳기만 하면 키워준다”고 장담하며 갖가지 대책을 나열했지만,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온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육아휴직 기간 확대, 아동수당 지급 외에는 건질 것이 없는 무실속 방안들의 재탕, 삼탕이었다. 그마저도 국공립어린이집은 전체 보육 시설의 20%에 불과하고, 육아휴직은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보상이 뒷받침돼야 실효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판이다.
가장 불가사의한 건 지자체의 출산 장려금 경쟁이다. 전문가들이 선심성 뇌물 같은 정책은 출생률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이 아프도록 충고하는데도 줄기차게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만큼 눈먼 돈이 많다는 뜻일까.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다. 15년간 280조원을 쏟아붓고도 합계 출산율 0.78명으로 떨어진 현실을 타개하겠다며 내놓은 대책 중에 젊은 부부의 귀를 솔깃하게 할 내용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공동 육아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아이 낳을 부모가 있을까. 아이를 셋 낳으면 군대를 면제해주겠다는 황당무계 아이디어가 차라리 신선하게 들릴 정도다. 적어도 아동수당을 고등학생까지 확대 지급하고, 육아 세대에 제공할 공공주택 20만호를 짓고, 육아휴직을 쓰는 부모의 급여를 100%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일본 기시다 내각의 대안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백약이 무효하다는 저출산 대책에 우리 정부가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의 진단대로, 어느 세대보다 영악하고 계산이 빠른 2030 젊은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믿는다. 아이를 낳으면 경력이 단절되고, 대학까지 보내려면 한 명당 3억원이 들고, 초등 4학년때 의대반·비(非)의대반으로 갈리고, 소아 응급실이 없어 병원을 전전하다 죽는 사회에서 저출산은 지극히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저출산은 출산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아이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입시, 주거, 의료 환경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종합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당장 공무원들 많이 사는 세종시가 왜 전국에서 출생률 1위를 달리는지 살펴보라. 국공립 보육 시설이 41%, 국공립 유치원은 95%에 달하고, 특별 분양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렵지 않으며, 안정적 일자리에 칼퇴근과 육아휴직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다고? 한국의 GDP 대비 가족 지원 예산은 1.56%로 OECD 평균 2.29%에 못 미치며, 저출산을 극복한 프랑스·독일·스웨덴(3.37%)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골든타임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단다. 아무 권한도, 책임도, 아이디어도 없는 위원회에 나라의 미래를 맡기지 말고 막강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새 판을 짜야 한다.
조선일보 김윤덕 선임기자
06.14 소규모 건폭들 여전히 활개 치는데 곧 특별 단속 끝낸다니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정부와 경찰의 특별단속으로 민노총, 한국노총 등 거대 노조의 건설 현장 불법 폭력 행위는 크게 줄었지만 지방의 소규모 건설 현장에선 ‘소규모 건폭(건설노조 폭력배)’들이 계속 활개 치고 있다고 한다. 두 명 이상이면 누구나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현행법을 악용해 ‘유령 노조’를 만든 뒤 건설 업체에 ‘노조 발전 기금’이라며 돈을 뜯어내거나 조합원 고용을 압박하는 행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건설 현장의 작은 꼬투리를 잡아 돈을 갈취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거대 노조가 벌였던 조폭 행태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선 노조원이 3명뿐인 노조가 채용을 요구하며 작년 4월부터 석 달간 1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노조원 3명 중 2명이 과거 조폭 활동을 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조폭이 노조의 탈을 쓴 것이다. 경찰의 특별단속 기간 중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을 저지른 경우도 있었다.
민주연합 전국건설산업노조 간부라는 사람은 지난 3월부터 폐기물 매립 때 땅에 물을 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체를 협박해 1100만원을 갈취했다가 지난달 구속됐다. 두 달 전엔 경기도에서 작은 빌딩 하나를 짓는 중소 건설사 대표에게 10여 개 노조가 달려들어 조합원 채용을 압박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매월 100만~200만원의 노조 발전 기금을 내든지 아니면 자신들의 조합원을 채용하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건폭이 얼마나 만연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지난 정부는 노조 불법에 눈을 감아주면서 건폭이 활개 치도록 방조했다. 새 정부가 건폭을 단속하면서 대형 건설 현장에선 노조가 건설 회사에서 뜯어내던 월례비, 공사 방해 등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방의 소규모 건폭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특별단속을 이달 25일로 끝낸다고 한다. 법 집행에 무슨 시한이 있나. 건폭은 시한 없이 끝까지 뿌리 뽑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6-14 집요한 방해 뚫은 포스코노조의 민노총 탈퇴 의미 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의 포스코지회가 세 번째 시도 만에 13일 민노총 탈퇴에 성공했다. 지회는 ‘자주노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꾸고 “특정 집단을 위한 하부조직 형태가 아니라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롯데케미칼 대산지회도 조합원 80.25% 찬성으로 지난 12일 민노총 화섬노조에서 탈퇴하는 등 민노총 이탈 움직임이 확산하는 조짐이다.
포스코지회는 지난해 11월 두 차례 투표에서 65.2%, 69.9% 찬성으로 탈퇴를 의결했으나 ‘절차 미비’와 ‘총회 소집권 자격 시비’로 좌절된 바 있다. 금속노조가 탈퇴 투표를 주도한 집행부 3명을 제명했고, 고용부가 ‘산별노조의 집단 탈퇴 금지 규약’의 자구 해석에 매달리는 바람에 무산된 것이다. 민노총은 ‘가입은 돼도 탈퇴는 안 된다’는 조폭식 위력으로 무지막지하게 이탈을 저지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로운 노조 가입과 탈퇴를 방해하는 관행을 ‘노조 부패’로 지목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법원도 지난달 “금속노조의 집행부 3명 제명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제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민노총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고용노동부도 상급단체 규약의 독소조항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공공기관 노조들의 단체협약 중 노조를 탈퇴하면 해고하는 조항도 개정 대상에 올렸다. 시대착오적 족쇄가 풀리고 있다.
포스코지회가 집요한 방해 공작을 뚫고 금속노조 탈퇴에 성공한 것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GS건설, 강원 원주시청노조 등 민노총 탈퇴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들은 “상급단체가 조합비만 받아 챙기고 과격한 이념 투쟁에 매몰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군 철수 등 정치 투쟁 중심에서 근로자 이익을 우선하는 노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반발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등 대안세력이 등장하면서 원심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DX노조가 상급단체의 삼성제품 불매 운동과 이재용 회장 자택 앞 농성에 반발해 이달 말 새로고침협의회로 옮기는 투표에 들어가는 게 상징적인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6.16 민주당 추진 ‘파업 조장법’을 판례로 뒷받침해준 대법원
기업이 불법 파업에 가담한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조합원 각자의 불법행위 정도에 따른 개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현대자동차가 2010년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한 비정규직 근로자 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다. 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불법 파업을 벌인 조합원들의 연대 책임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손배 책임은 인정하되 책임 비율을 일일이 따져 손배액을 정하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은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때 각각의 노조원 참여 정도를 따지도록 한 ‘노란봉투법’을 추진 중인데 대법원이 판례로 이를 뒷받침한 것이다.
그동안 기업은 총손해액을 산정해 파업 근로자 전체나 노조를 상대로 손배 소송을 해왔다. 개인별 책임을 따져 소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이제는 회사가 수많은 조합원들의 불법행위 가담 정도를 일일이 개별적으로 파악해 입증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기업의 부담은 가중되고 배상 범위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대법원이 기업의 손배 청구를 어렵게 만든 것으로 노조 편을 든 것이다. 이번 판례는 ‘공동 불법행위에 대해선 참가자들이 연대 책임을 진다’는 민법의 대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5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단에서 노조법2·3조 개정 촉구 및 자전거 행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추진한 것도 이 민법의 대원칙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었다. 노란봉투법은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일방적인 법이다. 그래서 ‘파업 조장법’으로 불린다. 기업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워낙 심각해 문재인 정부도 이를 국정과제로 선정해 놓고도 실행하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집권당일 때는 추진하지 않던 법을 야당이 되자 밀어붙이고 있다. 노조 표를 얻고 현 정권엔 정치적 부담을 지우겠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기업계는 이 법안을 반대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대법원이 판례로 사실상 이 법안을 뒷받침하는 입법의 효과를 냈다. 대법원이 정치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사건 주심 재판관은 노정희 대법관이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대법원은 현재 대법관 14명 중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 등 이른바 진보 성향 대법관이 7명이다. 특정 성향 출신이 사법부를 장악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인적 구성이 이번 판결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권법 출신인 오경미 대법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된 최강욱 민주당 의원 사건을 1년 넘게 끌다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대법원을 하루빨리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16 민법 원칙과 파업 현장 무시한 大法의 불법 조장 판결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3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여야 대립으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뒷받침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형적인 ‘판례 알박기’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도 민법 원칙에 어긋나고 파업 현장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6일 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정도는 노조의 지위, 쟁의 참여 정도, 손해 발생 기여 정도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법원은 쟁의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적시한 노란봉투법 제3조 2항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는 공동불법행위 참가자 전원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한다는 민법 제760조에 어긋난다. “개별 조합원의 불법행위 가담 정도를 일일이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기업 측 주장도 일리가 있다. 불법 파업에 가담하는 조합원들은 복면 등을 착용하는 사례가 많다. 기업 측이 채증에 나서면 폭력을 행사한다. 이번 판결로 양측의 무력충돌이 확대될 수도 있다. 노란봉투법이 파업조장법이면 이번 판결은 불법 조장 판결이다. 더구나 대법원 3부는 이날 현대차가 2013년 파업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불법 쟁의로 생산량이 줄었더라도 매출 감소로 연결되지 않으면 손해액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판결도 내놓았다. 역시 노조의 배상 부담을 덜어주는 판결이다.
노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를 거친 진보 성향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무죄 판결의 주심이다. 중앙선관위원장 재직 시 소쿠리 투표 등으로 고발됐다. 이번 판결이 노란봉투법의 위헌 소지를 줄일 수는 없다. 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하면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불가피하다.
문화일보 사설
06.17 세계서 한국만 방류수 괴담, 천일염 사재기, 희극인지 비극인지
이달 들어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서 천일염 판매가 50~90%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작년보다 소금 매출이 8배 늘어난 경우도 있다. 소금 산지의 택배 물량도 작년의 10배나 된다는 것이다. 내달로 예상되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로 한반도 주변 바닷물이 방사능 물질에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에 미리 소금을 사두려는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산물 매출도 영향을 받고 있다. 생선 도매 가격이 40% 이상 떨어지자 수산업 단체에서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니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지 말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과학과 상식에서 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일본이 하는 일을 옹호할 이유도 없지만 민주당 등이 만들어내는 괴담이 너무나 과학과 동떨어져 있다. 후쿠시마 방류수는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4~5년 뒤에야 한국 해역에 도착한다. 그때쯤 되면 한국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기존 농도에서 17만분의 1 정도 추가될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만일 바닷물이 방류수로 인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오염된다면 후쿠시마를 거친 해류가 한국보다 먼저 도달하는 캐나다, 미국, 멕시코 등이 먼저 반대하고 나서야 한다. 그런 나라들에서 방류를 문제 삼는다는 얘기는 없다. 프랑스 재처리 설비 한 곳에서만 후쿠시마 연간 방류 예정량의 500배 삼중수소를 방류하고 있어도 유럽 국가들이 항의한다는 얘기도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한꺼번에 바다로 방류한 후 후쿠시마에서 멀지 않은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로 한국 원양어업 어획량을 모두 채운다 해도, 한국인의 추가 피폭 방사선량은 흉부X 레이 한 장의 1000만분의 1이라는 계산도 나와 있다.

▲대전 둔산동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 14일 주부가 비어있는 소금 진열대를 바라보며 신중히 소금을 고르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천일염 등 소금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과학적 사실은 이런데도 천일염 사재기가 벌어지고 수산물 소비량이 떨어지는 이유는, 민주당과 일부 TV 방송이 줄기차게 오염수 방류가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고 괴담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7일에도 인천에서 오염수 방류 규탄 대회를 연다고 한다. 4주째 주말마다 장외 집회다. 이재명 대표는 오염처리수 방류를 “우물에 독극물 풀어 넣기”라고까지 했다. 민주당은 휴대폰보다 적은 사드 전자파에 사람이 튀겨져 죽는다고 했었다. 그것과 똑같다. 다수당과 TV가 이런 일을 벌이니 국민 다수가 이에 홀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민주당은 성공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과학과 상식은 다시 한번 농락당하고 있다.
민주당은 괴담으로 국민 공포를 증폭시켜 놓고는 어민 피해 지원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법안 발의 의원이 정의당을 포함해 73명이나 된다. 얼핏 보면 어민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민들을 더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다. 이런 법안 발의가 공포를 다시 부추기고 있다. 법안을 정부가 막는다고 선전해 또 정치 이득을 얻자는 뜻일 것이다. 광우병 때도 경험했지만, 아무리 분명한 과학적 데이터가 있어도 그것을 뒤틀어 정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정당과 TV 방송이 있다. 대장동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라고 믿는 국민이 40%에 이르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희극인지 비극인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6.21 오정희 작가 반대 시위, 이런게 문학이고 예술인가
자기들이 직접 만든 블랙리스트 백서에도 ‘확인할 수 없었다’ 결론
보수 정권 때 작은 감투 하나 썼다고 문인이 문인을 망신주고 공격하고 그나마 플래카드 맞춤법도 틀려
도대체 문학은, 예술은 무엇인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문 앞에서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이 서울국제도서전 오정희 홍보대사 자진사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마르 시대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그는 관객이 몰입하고 배우와 일체감을 느끼며 카타르시스를 향유하는 전통적인 연극에 반대했다. 배우가 갑자기 관객을 향해 말을 건다거나, 연극에 문득 노래를 삽입하는 식으로 몰입을 방해하고 배우와 거리감을 느끼도록 했다. 관객이 연극뿐 아니라 세상 전부를 다시 보게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 유명한 ‘소격 효과’ 내지는 ‘낯설게 하기’ 기법이다. 속된 말로 ‘홀딱 깨는’ 장면을 집어넣어서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것이다.
소격 효과가 꼭 연극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행사를 둘러싼 소란을 떠올려 보자. 오정희 소설가가 홍보대사로 위촉된 데 항의하기 위해 한국작가회의 등을 비롯한 문화 예술 단체들이 코엑스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과 시위를 하고 행사장 안 개막식장에 진입하려다 제지당해 쫓겨났다. 일부 언론은 그 사안을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블랙리스트 실행자 오정희 반대 시위, 김건희 경호원에 짓밟혀!’
책 몇 권을 쓰고 여러 권을 번역한 사람으로서 필자 역시 그 뉴스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그런데 사안을 들여다볼수록 몰입할 수 없었다. ‘홀딱 깨는’ 장면이 연거푸 등장했기 때문이다. 시위자들이 든 피켓에는 “오정희 소설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문학은 사회적 폭력에 불가하다”고 적혀 있었다. ‘불과하다’고 해야 할 곳에 ‘불가하다’고 적어 놓는 이들이 문학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단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단체가 발표한 입장문을 보니 소격 효과는 더욱 커졌다.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하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최대 온상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핵심 위원으로 있으면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 등을 은밀한 방식으로 위법하게 실행하는 데 앞장선 혐의를 갖고 있다.”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를 ‘은밀’하며 ‘위법’하게 실행한 ‘혐의’를 갖고 있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2019년 2월, 문재인 정권 당시 발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중 2-4권을 펼쳐보자. 당시 민주당 정권은 ‘블랙리스트 사건’을 크게 키우며 그야말로 이 잡듯이 샅샅이 털었지만, ‘예술위 위원 오OO가 해당 사업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을 인지하였다는 사실은 확인되나 적극적인 가담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18년 당시 문화체육부 장관이었던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추진했다. 그 설립추진위원회에 위촉된 민간위원 총 13명에 오정희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종환은 ‘블랙리스트 사건’을 고발한 장본인이다. 그가 오정희를 한국문학관 민간위원에 위촉했던 것이다. 오정희가 블랙리스트에 적극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는 ‘블랙리스트 백서’의 소결을 부정하려면 더 나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여성주의 문학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오정희는 결국 해촉당하며 명예 대신 멍에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필자는 오정희가 결백하다고 주장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그것은 내가 장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오정희를 고발하는 이들에게 어떤 사악한 음모가 있다고 폭로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 또한 내가 단정해 말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오정희가 보수 정권 당시 감투를 썼다는 것뿐이다. 결국 묻고 싶은 건 대체 예술이, 문학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작가를 두고, ‘나 시인이오, 예술가요, 문학인이오’ 하며 이토록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을 ‘문학의 현실 참여’라 해도 되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브레히트는 문학의 정치 참여를 위해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을 뒤엎어버린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하지만 나치의 탄압을 받고 망명 생활을 하면서도 문학의 진짜 소명을 잊지 않았다. 그의 시 ‘후손들에게’를 문득 떠올려 본다.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단다. 비천함에 대한 증오도 표정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분노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 아 우리는 친절한 우애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자 애썼지만 우리 스스로 친절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너희는,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세상을 맞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 다오.”
조선일보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06.22 어려운 수능 내고 문제집 팔아 돈 벌고, 입시 카르텔 깨야 한다
정부가 수능 출제 위원 출신을 포함한 교육계 인사들과 대형 입시 학원 사이의 카르텔에 대해 실태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수능 출제를 했던 한 사람은 해당 경력을 내세우면서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강남 대형 학원 등에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가 바로 ‘입시 카르텔’일 것이다.
우리 입시에서는 변별력을 높인다고 학교 교육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내왔다. 시험에는 변별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킬러 문항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거의 병적 현상이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킬러 문항 대비를 한다고 고액을 요구하는 입시 학원이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높은 킬러 문항 적중률을 홍보해 2010년대 후발 주자임에도 연 3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학원이 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이런 문제를 푼다고 학생들의 학력이나 창의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수능이 어려울수록 떼돈을 버는 세력이 있다면 그 구조를 뭐라 부르든 깨야 할 구조임이 분명하다.
지난 한 해 학부모들이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에 쓴 돈이 무려 26조원에 육박했다. 부모들은 허리가 휘고, 학생은 입시와 학원의 노예가 되고, 청년들은 자녀 갖는 것도 두렵게 만드는 지경이다. 학원들은 당장 사교육을 시작하지 않으면 의대, 명문대에 갈 수 없다는 공포 마케팅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수능이 어려울수록 불안 심리는 더 잘 먹힌다. 이런 구조를 해소해 보자는 논의에 학원들의 이른바 일타 강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 자체가 견고한 입시 카르텔과 같은 유착 구조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이 당장 없어질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는 지나친 대학 서열화와 간판 위주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이런 개혁을 추진하되 당장의 교육 지옥에 고통받는 학생·학부모들을 위한 개선에도 노력을 쏟아야 한다. 다만, 올해 수능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급격한 변화로 수험생들을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22 농구 대통령의 허망한 퇴출

김인구 체육부장
최근 농구계에는 아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며 프로농구리그에 의욕적으로 합류했던 데이원스포츠가 지난달 16일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서 전격 제명됐다. 1997년 프로농구가 시작된 이래 유례없는 일. 코로나19 침체기 이후 모처럼 피어오르던 농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데이원자산운용의 스포츠 법인인 데이원스포츠는 1년 전 이맘때 출범했다. 네이밍 스폰서인 캐롯손해보험의 지원을 받아 캐롯 점퍼스로 뛰었다. 신생이지만 허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스포츠총괄 대표이사로, 허 대표의 막역한 후배인 김승기 전 KGC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해 제법 묵직한 진용을 갖췄다. 그러나 그사이 구단 경영과 재정은 속으로 곪아 갔던 모양.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5억 원의 가입비 중 1차분 5억 원의 납부를 지연할 때만 해도 뭔가 사정이 있겠거니 했는데, 선수단과 스태프의 임금이 수개월 이상 밀렸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충격을 줬다.
팬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중의 하나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며, 이 지경에 이르도록 내버려둔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KBL은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 부실이 드러났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이 오리온을 인수해 리그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자격 검증에 소홀했다. 또, 선수와 스태프의 임금 체불 사태가 불거질 때까지 무지하고 무능했다. 다른 구단으로의 인수, 연고지 이전 등이 검토됐다고 하나 다 무산됐다. 겨우 제시한 게 선수 구제를 위한 ‘특별 드래프트’, 그리고 허 전 대표에 대한 농구계 퇴출 조치다. KBL은 데이원스포츠를 제명하면서 동시에 허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향후 리그 소속 구단의 대표나 임원, 코칭스태프 등으로 등록할 수 없도록 했다. ‘농구 대통령’이자 레전드로서 최악의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한국 농구계에서 허재라는 이름값은 얼마나 대단한가. 허 전 대표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데이원스포츠 퇴출 때 허 전 대표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농구인으로서 선수들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면서도 오히려 “제안을 받고 들어갔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나도 월급을 두 번인가 받은 게 전부이고 이후로는 전부 내 돈을 쓰면서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나도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것”이라고 변명했다. 스스로 ‘바지 사장’이었던 것을 인정한 셈이다.
적어도 농구 대통령이라면 달랐어야 한다. 당장 실업자가 된 선수들이나 스태프의 마음은 어떠한지,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청취했어야 한다. 그런데 하물며 허 전 대표는 이 엄중한 시기에 의외의 곳에 이름을 올려 팬들을 더욱 허탈하게 하고 있다. 한 방송사가 새로 시작하는 스포츠 예능에 농구계의 대표성을 띤 출연자로 등장한다. 그는 정녕 농구 대통령이 아니라 ‘전문 예능인’이 되고 싶은 것일까.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허재가 앞장서면 뭔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하던 농구인들의 푸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농구 대통령의 선택과 결단이 참으로 아쉽다.
문화일보
06-22 사교육 안해도 대학 가는 나라, 국민 숙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수능에서 사교육 의존도 높은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옳은 방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법과도 차이가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킬러 문항 폐지에 나서자 자신들이 공약했던 사실조차 잊고 ‘최악의 참사’라고 한다. 제 얼굴에 침 뱉기인데, 이런 지적에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킬러 문항 하나로 대입 당락이 정해지니 사교육 광풍이 극에 달했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국내 총생산(GDP) 2162조원의 1.2%인 26조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연구개발비(25조원)보다 많다. 초중고생 10명 중 8명이 매달 40만원 넘게 쓰며 사교육을 받는다. 자녀 1명당 직장인 월급의 11.6%가 사교육에 들어가니 대기업 간부, 고위직 공무원도 허리가 휘어 부인들이 파트타임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게 현실이다. 그 덕분에 대치동 스타 강사들은 320억원 짜리 논현동 빌딩, 250억원 짜리 청담동 아파트 분양권을 대출 없이 사들이고 1억원 넘는 명품 시계를 차고 다닌다. ‘수험생 자녀 둔 죄’로 수입의 태반을 뜯기는 국민의 피눈물로 누리는 대가다. 30년 경력의 학원 강사에게 “대통령이 지시해도 안 사라지는 킬러 문항의 존재 이유”를 물어봤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킬러 문항 하나가 당락 정해서야
9월 모의평가부터 폐지가 마땅
야당도 대선 때 공약하지 않았나
“수능 과목이 너무 적다. 국·영·수에다 사회(문과), 과학(이과) 각 2개씩 총 5개뿐이다. 범위도 좁다. 수학은 이과생조차 미적분 안 해도 된다. 또 영어는 어릴 때부터 학원 다닌 아이들이 많아 다들 잘한다. 그러니 4개밖에 안 되는 과목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대학교수도 풀기 어려운 고난도 문제를 내는 거다. 국어 시험에 자기 자본과 바젤 협약 등 경제 전문 용어가 등장하고, 화학 시험에 이중 삼중으로 꼬인 연립 방정식 문제가 나오고, 생물 시험에 경우의 수를 여러 번 돌려야 답이 나오는 ‘유전 통계학’ 문제가 나오는 이유다. 아인슈타인급 천재가 아니면 이런 킬러 문항을 주어진 시간 안에 풀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문제 하나를 못 풀면 서울대 갈 학생이 연고대 가게 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사교육 시장에서 이런 ‘킬러 문항’을 잡아준다는 ‘일타 강사’들이 판을 치게 된 것이다.”
지금 사회 주도층인 586세대가 대입 고사를 치르던 시절엔 수험 과목이 10개 안팎에 달했고 그만큼 변별력도 높았다. 따라서 시험 문항도 공교육 범위 안에서 출제됐다. “과외 안 해도 열심히 공부하면 풀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했던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수험 과목과 범위가 반 토막으로 줄면서 수험생 혼자 아무리 공부해도 못 푸는 킬러 문항이 당락을 결정하게 됐다. 필연적으로 사교육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킬러 문항 풀이에 강한 ‘스타 강사’ 가 사교육 시장의 지존이 됐다는 것이다.
돈 많은 스타 강사들은 ‘킬러 문항’을 개발하는 연구진을 여러 명 거느리는 등 ‘기업’이 된 지 오래다. 그보다 급이 떨어지는 강사들은 킬러 문항을 개발하는 프리랜서들에게 문항당 수십만원씩 주고 사서 공부한 뒤 학생들을 가르친다. 강사당 연간 킬러 문항 구입비가 1억원을 넘나든다. 그 비용은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킬러 문항 특강 한번 받는 데 100만원이 드는 이유다.
킬러 문항이 판을 치게 된 원인인 수능 과목 축소는 당초 “사교육을 죽이고 아이들 수험 부담을 덜어 주자”는 포퓰리즘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로 인해 변별력이 감소하자 ‘킬러 문항’으로 상쇄한 결과 사교육이 오히려 기승을 부리는 역설이 나온 것이다.
답은 하나다. 사교육을 줄이려면 오는 9월 수능 모의 평가부터 킬러 문항을 없애야 한다. 과외 안 해도 열심히 공부하면 합격하는 현실을 만들어줘야 사교육이 줄어들 것 아니겠는가. 이로 인해 야기될 변별력 감소는 수험 과목과 범위 확대 등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학벌이 취업과 결혼에 미치는 영향이 유독 크다. 어느 대학 출신이냐가 개인의 평생을 좌우하는 ‘분배’의 핵심인데, 킬러 문항이 대입 당락을 결정하니 사교육비를 못 내는 빈곤 가정 자녀는 신분 상승 기회가 원천 봉쇄되고, 자녀 사교육에 월급을 바치는 직장인들은 중산층에서 탈락하며, 청년들은 출산과 결혼을 꺼리는 ‘헬조선’이 되고 말았다.
‘사교육 대신 공교육만 받고 대학 갈 수 있는 나라’는 좌우를 떠나 온 국민의 숙원이다. “아이들 배운 범위에서만 수능 문제 내라는 게 뭐가 잘못인가?” “강사들 밥줄 끊길까 봐 옳은 일 하는 정부 비판하냐.” 이런 글이 야권 성향 학부모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현실을 민주당은 직시해야 한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6.23 불법 천막 하나 철거하는 데 10년, 우리 법치 현주소
서울 서초구청이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 있던 불법 천막을 10년 만에 철거했다고 한다. 용역 계약이 해지된 사람이 복직을 요구하며 2013년 설치한 천막이다. 현행법상 지자체 허가 없이 인도나 차도에 설치한 천막은 불법이다. 이 사람은 형식적으로 거의 매일 집회 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이 ‘알박기 천막’을 유지했는데 정작 현장에는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집회 신고를 해도 천막은 불법이다. 그런데 이제야 철거됐다. 서초구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철거를 시도했다지만 실질적으로 불법을 방치한 것이다.
이런 불법 천막이 인도를 점령한 것은 이곳만이 아니고,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불법 천막이 서울시 의회로 옮겨 가기까지 7년이 걸렸다. 지금도 국회 앞에는 농성 천막들이 진을 치고 있고, 서울시청 주변에도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설치한 합동 분향소가 1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핼러윈 참사 유가족협의회도 지난 2월 시위 도중 갑자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만들어 아직까지 운영하고 있다. 분쟁이 생기면 너도나도 지자체 청사 안에 천막부터 만드는 게 일상이 돼 전국 지자체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 불법이다.

▲2023년 5월 31일 오후 31일 서울 세종대로 도심 집회를 마친 민노총 조합원들이 분향소 설치를 놓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경찰 측은“불법적인 천막을 설치하지 마시길 바랍니다”고 경고 방송을 했다. /김지호 기자
그런데도 행정기관들이 강제 철거를 하지 못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겨 여론의 비난을 받거나 송사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실제 불법 천막을 묵인한 문재인 정권 때는 서울 도심에 설치된 불법 천막을 철거한 공무원들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적도 있었다. 불법이 합법을 이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이번에 철거된 현대차 앞 불법 천막과 관련한 인근 주민 민원만 한 달에 100건 이상 접수됐다고 한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다른 사람의 일상을 해치는 수준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 도심 불법 천막을 그대로 방치하는 선진국은 어디에도 없다. 불법 천막 하나에도 법을 집행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법치의 현주소다.
조선일보 사설
06.23 출생신고 부모에 맡기고 방치...나라가 버린 2236명의 천사들
23명 조사에 최소 3명 사망… ‘출생 미신고’ 아기 전수 조사한다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생사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출생 미신고 영·유아 23명 중 2명(경기 수원)이 살해된 데 이어 사망자 1명이 더 확인됐다. 작년 창원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한 여아였다. 1명은 살아 있으나 친모가 유기했다. 나머지 19명 중에서도 사망자가 더 있을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한다. 출생 신고가 안 된 영아들의 비극적 현실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그래픽=정인성

보건복지부는 22일 “감사원이 발견한 미신고 아동 2236명을 포함해 의료 기관에서 발급한 ‘임시 신생아 번호’(출산 기록)만 있고 출생 신고 기록은 없는 영·유아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영아 살해’ 등 비극의 근본 원인이 국가 제도 미비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정부 발표는 ‘뒷북’이란 지적이다. 정부와 병원은 영아의 출생신고를 확인하지 않고, 출생신고를 안 해도 ‘과태료 5만원’이 전부인 현 제도를 정부가 방치한 것이 영아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
미국·영국·독일 등은 신생아가 태어나면 수일 내에 의료 기관이 당국에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는 방임·학대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부모에게 ‘주민등록법상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부모가 안 하면 정부는 확인할 방법도, 의무도 없다. ‘영아 보호’에 대한 책임과 의무 방기다. 출생신고 전까지 공백기에 영아는 하나의 ‘물건’처럼 취급될 수 있다. 부모가 팔고, 버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것이다. 인권을 강조하며 G8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이 21세기에 벌이는 일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부모와 상관없이 아동 출생을 사회에 알리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매년 40조원이 넘는 저출산 예산을 쓰면서 정작 태어난 아기는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정부는 2022년 3월 ‘의료 기관 출생 통보제’를 도입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출생 통보제는 의료 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영·유아의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확인되면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하는 제도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3월 이 제도에 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7%가 찬성했다.
그러나 의사들이 반발하면서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도 올 4월 재차 ‘출생 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산부인과 의사 단체들은 “정부가 출생신고에 드는 비용과 인력을 의료 기관에 떠밀고 있다”고 했다.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위험한 출산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런데 병원들은 신생아 출산 직후 의무적으로 접종해야 하는 결핵예방접종(BCG) 기록은 질병관리청에 빠짐없이 신고한다. 접종 기록을 제출하면 질병청이 지원금을 주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번에 병원이 제출한 접종 기록과 출생신고 정보를 대조해 미신고 아동 2236명을 발견한 것이다. 미·영 병원은 출생 사실 통보를 의무이자 사회적 책임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래픽=박상훈
정부도 방치했다. 질병청은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의 ‘임시 신생아 번호’ 등이 담긴 결핵예방접종 자료를 갖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도 각 병원이 분만 진료비를 청구할 때 제출하는 신생아 정보를 갖고 있다.
정부는 출생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 출생 자료들을 지자체 등에 통보한 뒤 출생신고가 실제 됐는지 확인했다면 영아 사망·실종은 사실상 없앨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출생신고만 챙겼어도 살해된 영아 2명을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출생신고를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어렵지 않게 구축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병원별로 흩어져 있는 본인의 진료 정보를 휴대전화 앱으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사업을 올 하반기 본격 시행한다. 올해 예산은 97억원이다. 정부의 ‘출생 통보제’ 시스템은 수십억원만 있어도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6년 이후 정부가 쏟아부은 저출산 예산이 280조원에 달한다. 이 돈의 0.002%만 투자했어도 미신고 영·유아의 비극은 막았을 것이다. 정부도, 병원도 ‘출생신고’ 비용과 인력을 서로 미루다 최소 2236명의 대한민국 신생아를 생사도 확인할 길 없는 위험에 빠뜨린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 IT 업체 대표는 “AI 시대에 IT 강국이라는 한국이 아직도 구청이나 읍·면 사무소를 찾아 손으로 출생신고서를 쓰거나 온라인으로 직접 기입해야 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했다. 의료 기관 중에선 법원과 업무 제휴된 247곳만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다.

▲그래픽=박상훈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주(州)마다 출생신고 관련 제도가 다르지만 의료 기관이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캘리포니아주는 아동이 태어나면 의료 기관이 10일 안에 출생증명서를 작성해 지역의 출생·사망 등록 담당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뉴욕주는 아동 출생 후 5일 안에 병원에서 출생증명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영국은 출생 사실이 병원 시스템의 전산 정보를 통해 자동으로 당국에 통보된다. 독일, 캐나다도 의료 기관의 출생 통보를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버려진 아동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유기 아동 보호소 ‘베이비 박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동은 모두 1418명이다. 이 중 373명은 부모 상담을 통해 출생신고가 이뤄졌지만, 나머지 1045명은 미아 신고로 관할 구청에 인계돼 보육원으로 보내지거나 입양됐다고 한다. 미신고 영아 2236명과 1045명이 겹칠 가능성은 있다. 경찰이 파악한 영아 유기 건수도 매년 100~180여 명에 달한다. 베이비 박스 관계자는 “매년 얼마나 많은 영아가 버려지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했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아동을 출산한 경우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10대 미혼모나 불법 체류자 등이 임신할 경우 출생 사실을 숨기려고 병원이 아닌 곳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유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06.23 복지부가 꺼리는 신생아 번호·출생신고 대조… “감사원 일 제대로 했다”
지금껏 “개인정보 침해” 조사 안해
감사원이 2015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2236명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임시 신생아 번호’와 출생신고 자료 등의 공공 데이터를 처음으로 조합해 봤기 때문이었다.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감사팀은 복지부에 대한 정기 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들이 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사업에서도 비켜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감사팀은 이런 영·유아들도 병원에서 태어났을 경우에는 예방접종을 위해 임시 신생아 번호가 부여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복지부 등 관계 부처도 이런 데이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예방접종 관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꺼렸다고 한다. 개인 정보 침해 논란이 일 수 있고, 보호자가 영아의 소재를 묻는 조사에 응하기를 거부하면 강제로는 조사를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공익을 위해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현행법상으로도 가능하다고 봤다. 감사원은 임시 신생아 번호와 다른 데이터를 조합해 각 신생아를 출산하기 위해 병원에 온 산모에 관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감사원은 2236명 중에서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되도록 출생신고가 되지 않고 있거나, 보호자가 연락을 거부하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 한 보호자가 여러 명의 출생신고를 누락한 경우 등의 고위험군 23명을 추려냈다.
감사원이 요청한 조사로 이 23명 가운데 죽거나 유기된 영·유아가 다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자, 온라인에서는 ‘감사원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 ‘복지부가 진작 했어야 할 일을 감사원이 했다’ ‘지난 8년간 사라진 아기가 2000명이 넘을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등의 반응이 나왔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06-26 자칭 진보세력의 적반하장 결탁

박민 논설위원
건폭 혐의 양회동 ‘열사’ 추모
광화문 노숙집회·도심 영결식
불법을 불법으로 호도하는 것
온갖 의혹 이재명도 ‘야당탄압’
野·노조 전환기 탈락 안 되려면
‘불법은 처벌’ 원칙 수용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법치와 공정을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과 불공정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도둑이 매를 든다’는 적반하장의 행태들이 용인되거나 기본권 등의 명목으로 법과 공권력의 보호를 받기도 한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지난 5월 1일 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양회동 씨 등 3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영장에 적시된 양 씨 등의 혐의는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의 채용을 강요하고 업체들로부터 노조 전임비 등의 명목으로 8000만 원을 뜯어낸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이었다.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은 있다’고 판단했다. ‘심문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했다’는 점도 적시했다. 다만,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런데 양 씨는 실질심사에 앞서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서울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하루 만에 사망했다.
건폭은 심각한 폐해를 초래하는 불법이었지만, 공권력조차 수수방관했다. 윤석열 정부가 대대적 단속에 나서자 일반 국민까지 지지를 표명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건폭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건설노조는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총 건설노조는 양 씨를 ‘열사’로 칭하면서 지난 5월 16일과 17일 세종대로 등을 점거하고 불법 시위를 벌였다. ‘총파업 결의대회’를 내세웠지만, 주요 구호는 노조 탄압 분쇄와 윤석열 정권 퇴진이었다. 전형적인 적반하장이다. 더구나 몽둥이를 드는 데 그치지 않고 마구 휘둘렀다. 밤 집회는 불법이지만 16일 밤 인도에서 노숙하며 술판을 벌였고 거리에는 쓰레기가 100t가량 쌓였다. 17일에는 세종대로 5개 차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으로 행진하면서 8개 차로 전체를 점거해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지난 21일에는 도심 한복판에서 양 씨의 영결식까지 진행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진 사람의 장례 행렬로 생각할 정도였다. 도로를 점거해 교통 체증이 빚어졌고 대형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격렬한 구호에 시민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건널목을 건너려는 시민들을 위해 경찰이 장례 행렬을 잠시 막자 경찰 기동대 깃발을 꺾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건설노조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건폭 단속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을 대대적인 공세로 반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 행위를 호도하기 위한 불법 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오히려 ‘집회·시위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도로 점거를 허가할 수밖에 없다’며 보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적반하장의 원조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재명 대표는 원내 제1당의 대표로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특혜와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대장동 관련 주요 의혹 중 상당수는 민주당 내에서 제기된 것이다. 주변 사람이 4명이나 자살했고 핵심 측근들이 구속됐다. 그러나 초지일관 ‘야당 탄압’ ‘검찰 독재’를 주장하고 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문제에 대한 민주당 입장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한 전 위원장의 면직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자 “윤석열 정권이 노골적으로 벌여 온 언론 탄압 사실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전 위원장은 TV조선 심사 점수가 수정되는 위법 상황을 알면서 묵인하고 승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법원도 한 전 위원장의 혐의를 인정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론사의 존폐와 직결되는 재승인 심사를 조작하는 것은 가장 심각한 언론 탄압 행위다. 더구나 방통위원장은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해야 하는 자리다.
민노총과 민주당은 자칭 진보 세력이다. 군부 독재라는 거대 악과 투쟁하는 자신들은 피해자이자 절대 선이고 목적을 위해 수단은 정당화된다는 35년 전 인식에 얽매여 있다. 이들에게 적반하장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그러나 세상은 이미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체계로 재편 중이고 한국은 주도적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이 시대사적 전환기에 탈락하지 않으려면, 먼저 공동체가 합의한 법을 어길 경우 반드시 처벌된다는 원칙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문화일보
06.27 학원 수가 편의점 3배라니, 내신·논술도 ‘킬러 문항’ 없애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26일 최근 3년간 나온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26개를 공개하고 올해 수능에서는 이런 종류의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했다.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수능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연 26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에 짓눌린 대다수 학부모들은 이런 수능을 바랄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만이 아니라 논술·구술 등 대학별 고사도 이런 문항을 배제토록 했다. 논술 문제를 보면 그 대학 교수 중에 그 문제의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궁금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채점은 어떻게 하는지도 의문이다. 교육부는 고교 내신도 교육 과정 내에서 출제하도록 검토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런 지침은 이미 있었다. 그런데 교육부가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현재 서울에 있는 학원의 총 숫자는 2만4000여 개로, 편의점 숫자(8500여 개)보다 약 3배 더 많다고 한다. 동네 골목마다 들어선 서울 내 카페 수(1만7000여 개)보다도 학원 수가 훨씬 많다니 놀라운 일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병적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학생 학부모에 입시 고통을 안겨서 한국이 과학 선진국이 된 것도 아니다. 학원 재벌 탄생만 부른 이 병리 현상을 없애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든 시험에서 변별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 공부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내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아야만 한다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학원이 공모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능은 물론이고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대학들도 고교 과정을 벗어나는 출제가 고교 교육,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 교육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챗GPT’가 무섭게 발전하는 시대다. 사교육을 받아 한두 개 더 문제를 푸는 학생보다 창의력을 가진 학생이 더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지나친 대학 서열화와 간판 위주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이번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서 빠진 이런 근본적 부분에 대한 대책도 나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6-27 ‘시급 1만 원 되면 일자리 6.9만 개 사라진다’는 경고
최저임금은 일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 취약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사회적 안전장치다. 그러나 지금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인상으로 인해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영 위기에 처한 영세 자영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 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저임금이 오히려 근로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발표한 ‘최저임금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시급 9620원을 1만 원으로 3.95% 올리면 최소 2만8000개에서 최대 6만9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새로 생긴 연평균 일자리 수(31만4000개)의 8.9∼22%가 사라지는 것이다. 노동계 주장대로 26.9% 올려 1만2210원이 되면, 최대 47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미숙련·청년 근로자일수록 타격이 크다. 자영업은 존폐 위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까지 올라 8년 만의 최고치였다. 중·저소득층 연체율은 2%에 육박한다. 빚으로 버티는 것도 이젠 한계상황이다. 지난해 무인 편의점이 3310개로 전년보다 55% 급증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최저임금이 6년 새 48%나 급등하면서 지급 능력을 넘어섰다는 경고다. 이런데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2일 경영난이 극심한 3개 업종에 한해 차등화를 도입하자는 안건을 부결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위원회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도 보인다.
최저임금위가 27일부터 내년 인상률을 논의하지만 기대할 게 별로 없다. 사용자 측이 동결안을 제시할 전망이지만 노동계는 26.9% 인상을 요구해 법정시한(이달 29일)을 또 넘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세율을 올린다고 세수가 비례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성장률 이상으로 올리면 최저임금 한계선상의 일자리는 사라지게 된다.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인지 돌아보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6.28 가격 내리겠다는 삼양, 매출 65% 차지하는 ‘불닭볶음면’은 뺀 이유

▲불닭볶음면' 시리즈./삼양식품
삼양식품이 삼양라면 등 12개 대표 품목에 대한 가격 인하에 나섰다. 정부가 ‘라면값 인하’를 거론한지 9일만이다. 다만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불닭볶음면 가격은 인하하지 않기로 했다.
삼양식품은 “7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삼양라면·짜짜로니·맛있는라면·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삼양라면(5입)의 경우 할인점 판매가 기준 3840원에서 3680원으로 4.2%, 짜짜로니(4입)는 3600원에서 3430원으로 4.7%, 열무비빔면(4입)은 3400원에서 2880원으로 15.3% 내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60년 전통의 국민 라면인 삼양라면 등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제품을 포함한 10여 종의 다양한 품목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잘 팔리고 있는 불닭볶음면은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 전체 연간 매출에서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은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편인데 국내와 해외 가격을 맞춰서 운영해야 한다”며 “국내 가격 인하 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쉽게 가격을 인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 매출은 상당수가 해외에서 나온다. 삼양식품의 올 1분기 해외수출비중은 64%로, 해외매출에서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농심과 오뚜기도 내달 1일부터 라면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농심은 신라면 출고가를 50원(4.5%) 인하하기로 결정했고, 오뚜기는 스낵면 등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라면업계의 가격 인하 결정은 최근 제분사의 밀가루 가격 인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18일 국제 곡물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고, 정부는 지난 26일 주요 제분사 관계자들을 불러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제조사들은 3~9%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편 지난 5월 라면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보다 13.1%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