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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야기 2023-06/ 06.01(목) 의원 특권 내려 놓겠다더니 300명 중 7명만 “찬성” - 06.30 불체포 특권, 말로만 ‘포기’ 실효 없어

상림은내고향 2023. 6. 28. 20:31

정치(인)이야기 2023-06/

06.01(목) 의원 특권 내려 놓겠다더니 300명 중 7명만 “찬성”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회원과 시민 3000여명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시민 단체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각종 특권·특혜 폐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문서를 보냈다. 그런데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은 국민의힘 6명과 무소속 1명 등 7명뿐이었다고 한다. 여야 지도부를 포함해 293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은 함께 답변하지 말자는 사발통문을 돌렸다. “우리가 무슨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그러느냐”고 반발한 중진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여야는 선거 때마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등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대국민 서약 회견까지 했다. 세비를 깎겠다는 공약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각종 특권과 특혜를 내려놓겠다고 하더니 뒤에선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누리는 혜택은 186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일이라곤 정쟁과 방탄, 입법 폭주와 꼼수, 혈세 낭비뿐이다.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도 책임지지 않는다.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자기 밥그릇 늘리고 선심 예산 처리할 땐 의기투합한다. 의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온갖 혜택을 누리기 위해 다시 공천받아 당선되는 것이다. 이러니 권력 줄 세우기와 극단적 대결 정치가 판칠 수밖에 없다.

 

31일 국회 앞에서 시민 3000명과 함께 특권 폐지 촉구 집회를 가진 운동본부는 다음 총선에서 모든 출마자에게 특권 폐지 찬반을 물어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제대로 일하지 않고 구태 정치만 일삼은 의원들이 혜택은 과도하게 누리지 않는지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6.02 민주당, 왜 “임금님 벌거벗었다” 외치는 사람 하나 없나

사람의 ‘품격’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사람의 처신에서 느껴지는 그 ‘사람의 값’이다. 주로 특정 에피소드를 통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1981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한 청년이 암살을 시도했다. 총알이 몇 발이나 몸에 박힌 채 응급실로 실려간 그는 그 심한 통증 속에서도 온 국민을 한번 크게 웃게 해 주었다. 진찰하러 들어온 의사에게 그가 던진 “당신 (나와 같은) 공화당원이지요?“라는 그 질문, ‘그래야 내가 안심하겠다’는 의미의 그 조크는 온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위기 속에서도 내면의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우리 대통령’의 그 느긋함을 읽은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앞에서 노래를 한 곡조 뽑았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 속에서 만면에 웃음을 띤 바이든 대통령이 그를 포옹하는 장면은 두 나라 국민 모두를 흐뭇하게 해 준 장면이었다. 일국의 국가원수로서 자신의 외적인 위엄을 포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윤 대통령의 인간적 품격에 다소 플러스가 되었을 것이다 .

 

대통령의 품격 노출은 이렇게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정의감, 애국심, 상식, 용기, 결단력 등이 다 ‘품격’ 소재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 품격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중 하나다.

 

2017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문 대통령은 3박 4일간 방문 기간 총 열 끼니 중 여덟 끼를 사실상 혼자 먹었다. 누구보다 중국인 친구가 절실히, 또 많이 필요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기괴한 처신을 한 데에 참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분명히 그는 ‘품격’ 면에서 손해를 보았다.

 

그러나 그보다 심각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대한민국 기자단 중 여러 명이 공항에서 중국 공안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마디로, 세계 외교 사상 유례가 없는 기괴한 사건이었다.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침묵이었다. 중국 정부에 항의하기는커녕, 진상 조사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내내 침묵을 지키다 조용히 한국으로 돌아와 버렸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심히 굴욕적인 결말이었다. 그런 굴욕을 태연히 자초하는 대통령의 그 품격,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때는 그의 임기 초반이었다. 그 후 4~5년간 그의 통치 스타일을 보면서, 나는 그가 자신의 통치 기간 내내 거의 모든 면에서 그 ‘굴종’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그가 중국에 보였던 바로 그 ‘굴종’의 모습이다. 다만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바로 ‘진보’ ’내 편’이었다. 그는 임기 중 내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에게 무조건 퍼 주고, 봐 주고, 챙겨 주었다. 한마디로 그의 ‘품격’이었다. 나는 이에 대해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공감하리라 믿는다. 그의 그 조건 없는 굴종은 참 많은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또 그것은 더 큰 국민적 불행을 불러와 버렸다. 바로 ‘국민 분열’이다. 즉 ‘환호하는 진보’와 그에 반발하는 그 이외의 사람들 간의 대결과 갈등, 그것이 낳은 분열이었다. 대한민국 70여 년 역사에서 우리 국민이 이런 식으로 두 조각으로 ‘쫙’ 갈라진 적은 정말 없었다.

그것은 비극적 현상을 또 하나 낳아 버렸다. 불행히도 바로 문재인의 그 낮은 ‘품격’이 우리 국회까지 전염되어 버렸다는 불행한 사실이다. 한마디로 ‘우리 국회의 최악 저질화’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이모’ 등의 단어들이 상징하는 야당 의원 질의의 ‘저급성’ ‘저질성’ ‘경박성’ 등은 정말 우리가 일찍 보지 못했던 현상이다. 이제 상당수 국민은 그 야당 의원들 ‘질의’를 질의라기보다 일종의 ‘생떼’라고 느끼는 듯하다. 참으로 품격의 심각한 추락이다. DJ, YS, 노무현 같은 비전을 가진 리더들, 그리고 그들의 수제자들이 대정부 질문에서 보여주었던 그 진정성, 용기, 기개 넘치는 질의는 이제 우리 국회에서는 완전히 아득한 옛 추억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금 우리 야당에는 또 다른 거대한 폭풍이 함께 덮치고 있다. 바로 당의 근간이 되는 리더들의 ‘범죄 혐의 퍼레이드’다. 한마디로 근대 선진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전무후무한 진풍경이다. ‘처럼회’ ‘개딸’이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거의 광신적 지지 그룹이 있는 그 과격하고도 불길한 열기와 합쳐져 이 나라 야당은 정말 전무후무한 ‘품격’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추락이 문재인 집권 5년 동안 일어났다. 불과 5년 만에 ‘문재인급’ 품격으로 이 나라 국회마저 추락해 버린 것이다. 문제는 미래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민주당의 쇠망은 거의 불가피하리라고 나는 본다. 의원 수백 명의 제1 야당에서 의원 1명의 정당으로 폭삭 망해버린 일본 사회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리 국민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엄청나게 똑똑하며 동시에 용감한 국민이다. 우리는 세계 선진국 중 유일하게 20세기 들어 소위 민중 혁명을 두 번이나 일으킨,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경력을 지닌 국민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정의’를 위해 ‘분노’할 줄 알고 또 그 분노를 실행에 옮길 만한 용기를 충분히 가진 국민이다. 그런 국민 앞에서 한 정파가 ‘정의’를 저렇게 함부로 짓밟다니…. 나는 솔직히 그들이 너무나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대오각성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그 품격, DJ·노무현급 품격을 되찾아야 한다. 한때 그 당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도대체 이 당에는 어찌하여 ‘광야에서 외치는 외로운 늑대’가 한 마리도 없는가? 그것이 도저히 어렵다면 “임금님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어린아이라도 하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06-02 ‘타다’ 무죄…혁신 좌절시킨 정치권 과오 되풀이 말아야

택시 호출 서비스를 혁신했던 ‘타다’가 이제야 무죄로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0월 검찰이 면허 없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을 한다며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운영사였던 VCNC 박재욱 전 대표 등을 기소한 지 거의 4년 만이다. 대법원은 1일 “타다의 사업은 기존에 허용된 운전자 알선을 포함한 자동차 대여 서비스”라며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실질적 피해를 회복할 순 없다. 타다의 서비스(베이직)는 사라졌고, 회사는 팔려 1만2000명의 운전기사는 일자리를 잃었다. 이재웅 전 대표는 판결 뒤 SNS에 “혁신은 죄가 없음이 최종 확인됐다”며 “혁신을 만드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꾸며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타다의 좌절은 택시 업계의 반발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당시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무겁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표를 의식해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야당(현 국민의힘)도 동조했다. 이 전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여기에 헌재는 2021년 쏘카의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타다가 합법인데 타다금지법도 합헌인 모순된 상황이 돼 있다.

타다금지법으로 택시업계 사정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타다가 빠지자 공룡인 카카오의 택시 호출 서비스가 뜨면서 ‘콜 몰아주기’ 불공정 혐의가 불거져 공정거래위원회가 25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새로운 갈등을 빚었다. 지금도 혁신이 도처에서 기득권에 막혀 있다. 로톡(법률)·삼쩜삼(세무)·강남미인(의료) 등 스타트업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시대 변화를 막을 순 없다.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과제다. 정부와 국회는 반(反)혁신 규제로 제2의 타다 사태를 만드는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문화일보사설

 

06.02 혁신 막았던 기득권에 경종 울린 ‘타다’의 무죄 확정

대법 무죄 판결에 이재웅 “혁신은 죄가 없다”

기득권 이익만 위한 ‘제2 타다금지법’ 없어야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영사와 전직 경영진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어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전 VCNC(타다 운영사)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이 타다를 불법 콜택시라고 판단하고 기소한 지 4년 만이다. 타다는 콜택시가 아니라 법령에서 예외를 인정한 렌터카 서비스였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당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11인승 이상은 기사와 차량을 함께 빌리는 걸 허용했기 때문이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혁신을 가로막는 기득권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애초부터 타다의 합법성을 둘러싼 논란은 법정으로 갈 문제가 아니었다. 해외에선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차량공유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다. 다른 나라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지 못할망정 ‘혁신의 갈라파고스섬’을 자초했던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재웅 전 대표는 대법원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혁신은 죄가 없음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예전의 타다(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부활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타다금지법에 따라 렌터카라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기사와 차량을 함께 빌릴 수 없다. 검찰의 기소 이후 여야 정치권이 똘똘 뭉쳐 통과시킨 법이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타다금지법을 두고 “모빌리티(이동수단) 혁신 제도화법”이라고 억지를 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의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이의 있다”는 일부 의원의 항의를 무시하고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였다. 타다 베이직의 성공은 질 높은 서비스에는 기꺼이 비싼 요금을 지불하겠다는 소비자의 의사 표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기존 서비스와 경쟁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건 시장 원리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런데 타다에 대한 정부의 불법 낙인과 정치권의 무리한 입법은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빼앗았다.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택시기사 표 계산에만 급급했던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이다.

 

현재 타다금지법의 테두리 안에서 ‘타다 넥스트’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예전만큼 소비자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서비스 분야에서도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이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선택한 서비스를 뒤늦게 법을 바꿔 금지하는 참사가 다시는 없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6.02 위선적 정책들의 비극적 결말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경제 규모 10위 국가에 살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지만 취업은 물론 평생 집 한 채 마련이 어려운 세대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부모보다 더 가난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들을 결정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은 자칭 진보 진영에서 쏟아내는 정책들이다. 우선 비정규직법으로 불리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부터 보자. 노무현 정부에서 입안해 2007년 7월부터 시행했으니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명분은 그럴싸했다. 기업이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계속 쓰는 관행을 끊기 위해 2년이 초과하면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는 어떤가. 이 법은 청년에게 평생 비정규직이란 굴레를 씌우기 십상이다. 기업은 2년만 되면 비정규직을 칼같이 해고하기 시작했다.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청년들이 엊그제 입사한 것 같은데 “2년 만료라서 내일부터 안 나온다”면서 조용히 사라진다. 어느 회사에서나 현실이고 영화·드라마에서도 익숙한 설정이다.

정치논리로 만든 불량 정책 양산
착한 척 전세3법, 비정규직법 등
사회적 약자 고통의 늪에 빠뜨려

인사부 직원에겐 2년 된 비정규직을 예외 없이 자르는 게 기본 업무다. 이렇게 잘린 청년은 계약직으로 전전하기 쉽다. 결국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경제적 독립도 어려워진다. 결혼이 어려워지고 출산율이 0.78로 될 수밖에 없다. 의도는 좋은 척하는 위선적 정책의 참담한 결말이다. 이런 불량 정책을 과연 정의와 공정을 핵심 가치로 삼는 진보적 정책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엄연한 현실에도 이 법은 유지되고 있다. 처음부터 부작용이 예상됐고 문제가 심각하지만 한번 만든 법은 고치기 어렵다. 이 법이 없었다면? 일 잘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던 2007년 이전의 관행이 유지됐을 터다. 이 법이 있는 한 2년마다 자르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2019년 시작된 주 52시간제 역시 진보적 정책의 가면을 썼다. 반(反)시장적·반기업적 세계관을 가진 정치인들이 국민의 4%에 불과한 귀족노조와 손잡고 밀어붙였다. 기업을 세워 고용하고 월급 주는 기업인과 주류 경제학자의 의견은 외면했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자의 88%가 속한 중소기업의 목을 조르고 있다. 사람을 더 고용하면 된다고? 그럴 여력이 없으니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은 일감이 있다가도 없고 계절도 탄다. 급여는 대기업의 50%에 그친다. 결국 일감이 들어왔을 때 근로자들이 연장·야간 근로해야 수당이 늘어난다. 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주 52시간제를 강행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은 일손 부족에 허덕이고, 일부 근로자는 소득 보충을 위해 저녁엔 대리운전, 아침엔 배달 알바에 나선다. 윤석열 정부가 주 52시간제 손질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다. 크게 엉클어 놓은 일을 정상화하는 게 쉬울 리 없다.

 

최저임금도 폐해가 막대했다. 시급 1만원은 받아야 정당한 대가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밀어붙였다. 자영업자들은 버티다 못해 알바 직원부터 잘랐고 그 자리엔 키오스크와 무인결제, 배달 로봇이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였던 쌀 강제매수법(양곡관리법) 개정안 역시 포퓰리즘이다. 쌀이 남아돌아 처치가 곤란한데도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사들여야 한다. 과잉생산을 유발하고 세금만 축낼 뿐이다. 국민을 위해서라며 쏟아낸 정책들의 민낯이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전세3법 역시 국민을 고통의 늪에 빠뜨렸다. 세금폭탄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서민은 빌라로 밀려났다. 이 틈에 전세를 수백 채씩 사들였던 빌라왕들이 등장할 수 있었고, 고금리 충격으로 집값이 폭락하자 깡통전세가 속출했다. 포퓰리즘 정책의 비극적 결말이다. 타다 금지법도 마찬가지다.

 

이런 정책을 쏟아낸 정치 진영이 정약용이 기거하던 곳의 이름을 딴 정책포럼까지 만들었다. 생각·발언·행동·용모 네 가지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란 뜻의 사의재(四宜齋)다. 그 정신에 걸맞으려면 그동안 쏟아낸 정책의 참담한 결과부터 돌아봐야 한다.

중앙일보 김동호 경제에디터

 

06.03 ‘무오류의 영웅’은 없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전제하에
인간 타락 감시하는 법치시스템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믿음
이효리도 아는데 민주당만 몰라

가수 이효리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가 깨달은 진리가 있는데, 그놈이 그놈이라는 거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낸 적 있다. 세상엔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누구나 인간 내면에는 아름다움과 추악함이 공존한다는 이 ‘진리’를 모르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진보 좌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다.

지난 5월 16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변호하는 다큐멘터리 ‘첫 변론’ 제작 발표회가 있었다. 5월 23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이 있었다. 이 두 사람에겐 뇌물 수수와 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그들은 억울한 누명을 썼을 뿐’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지지자들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마치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사람들처럼 강성 지지자들은 ‘민주화 운동의 대부인 우리 노무현과 박원순이 그랬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절대 그럴 리 없는 사람, 절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정치인 같은 건 없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눈앞의 욕심에 판단력을 잃을 수 있다. 불행히도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자신들 진영 지도자에게 인간적인 과오와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 못 한다. 인정은커녕 악랄한 탄압과 음해를 받아 스러져간 희생자로 받들어 추앙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왜 그러는가. 진보 좌파는 정의로운 선이고 보수 우파는 가진 자와 기득권을 옹호하는 악이라고 믿는 지지층 정서가 ‘무오류의 영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한심해도 국힘당은 더 나쁜 놈들이기에 표를 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지지층 30%를 지탱하기 때문이다. ‘못다 이룬 임의 뜻’을 따라 역사 바로 세우는 투쟁을 계속할 것이며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구호와 서사로 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해서다. 이 구호와 서사를 지키려는 당위가 우선인 사람들은 맡은 수사를 열심히 했을 뿐인 검찰 책임자를 악마화한다. ‘성희롱이 있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론을 무시하고 피해자를 무고 범죄자로 몰아가는 영화 제작도 서슴지 않는다.

 

노무현과 박원순이 군사정권의 부당한 폭력에 맞서 약자의 인권을 옹호했던 공적은 그들이 권력을 잡은 후 저지른 과오와 별개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진정한 진보 지지자들이라면 이렇듯 훌륭한 공적을 이룬 정치인들조차도 정작 대통령과 시장이라는 막강한 권좌에 앉았을 때엔 뇌물과 권력 남용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의 감시와 견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새겨야 한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영웅과 그 영웅을 숭배하는 추종자들이 지키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인간은 ‘그놈이 그놈’이라는 전제 아래 인간의 타락을 감시하는 법치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다. 높은 권력을 가졌을수록 더욱 엄정한 감찰을 받아야 하고, 누구든 어느 집단이든 잘못이 드러났으면 철저한 징계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그것만이 불완전한 인간이 운영하기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체제가 작동하도록 보완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효리 인용이 뜬금없는 연예인 언급이라서 혹여 불편한 분들에겐 진보 운동 출신 어느 정치인의 말을 소개한다. 이 정치인은 “‘적’이 우리를 음해·공격하려 노리고 있기에 내부자의 중대 과오나 범죄를 묻어버리고 ‘단결’하자는 논리는 자기 파괴를 가져올 뿐이다”라고 했다. “진보는 불리한 진실도, 불편한 진실도 전부 드러내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도 했다. 이 말은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전혀 놀랍지 않게도, 자녀들 입시 비리는 ‘억울한 누명’이었다고 호소하는 북콘서트 순회 중인 조국 전 장관이 2009년에 한 말이다.

조선일보 오진영 작가·번역가

 

06.04 일개 의원과 일개 장관… 野는 왜 국무위원 무시할까

野의 국무위원 무시… 왜 이러는 걸까

/일러스트=유현호

 

“저는 기재부가 검찰 독재에 적극 협조할 뿐만 아니라, 경제주권과 통화주권까지 팔아넘기면서 매국적인 행위에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월 22일 열린 국회 기재위,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질의에 나선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시종일관 화가 나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모욕을 줄 수 있을지 연구라도 한 듯, 자극적인 표현도 수시로 나왔다. 추 부총리가 반박하려 하자 그녀는 시간이 없다면서 말을 끊었다.

 

“총리께선 ‘입벌구’라는 말 아세요? 입만 열면 구라라는 건데, 제가 ‘입열거’라고 새로 만들게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계세요.” 이 모욕적인 말에 추경호가 발끈했지만, 양경숙은 손가락질을 하며 그를 제지했다. “들으세요! 듣고 답변하세요!” 겨우 답변할 시간을 얻은 추경호가 따졌다. “제가 거짓말한 거 있으면 말씀해 보십시오.” 양경숙은 그 사례를 대지 못했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국민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이게 지옥에 가깝지 않습니까?”

 

경제가 안 좋을 때 야당 국회의원이 해당 분야 장관을 질타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경제에 대한 전문적 식견. 하지만 양경숙의 말을 아무리 들어봐도 그런 자질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프로필을 뒤졌다. 숭실대 국문과 졸업, 고려대 행정학 박사, 민주당에서 30년간 근무, 21대 총선에서 비례 17번에 배정받아 마지막 순번으로 당선. 경력 어디를 봐도 그녀가 표방하는 ‘재정정책 전문가’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전문가로서의 능력보단 막말로 매스컴을 탔다. 2020년 국감 때 한국은행 총재에게 “ 너나 잘하세요, 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조롱했고, 같은 해 8월 업무보고 때는 “총재는 경제 전망치를 잘못 예측하는 담당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의향이 있느냐”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작년 이태원 참사 당시 열린 대통령실 국정감사. 양경숙은 김대기 비서실장을 상대로 말한다. “공포탄이라도 쏴서 길을 내든지, 비상 사이렌을 울리든지, 156명 청년들을 왜 못 살렸느냐?” “80년 신군부가 군대를 동원해 광주에서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 학생들을 세월호에서 수장시키더니,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을 사지에 좁은 골목으로 몰아넣고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말 어디에도 당면한 위기를 잘 수습하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밖에도 이상민 장관에게 패드립을 친 강선우와 상습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린 김의겸 등등 야당의 국무위원 무시 사례는 끝이 없다.

 

야당 의원들은 왜 이러는 걸까? 전문성은 물론이고 청문회를 통해 도덕성도 어느 정도 검증된 국무위원보다 민주당 의원들이 나은 것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전과 4범에 어마어마한 사법리스크를 지닌 분이 대표를 맡고 있고, 전당대회 때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의원들이 십 수명에 달하며, 코인 투자를 하다 걸리자 탈당하고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분도 있고, 대법원 판결이 계속 미뤄진 덕에 의원직을 유지하는 최강욱 같은 분도 있는 게 민주당 아닌가?

 

혹자는 국무위원 무시의 근원을 한동훈 장관에게서 찾는다. 검사장으로 부산에 좌천돼 있던 2020년, 채널A 기자와 대화 도중 당시 법무장관이던 추미애에게 “일개 장관”이란 표현을 썼으니 말이다. 이를 앙갚음하기라도 하듯, 좌파 인사들은 한 장관을 지칭할 때 ‘일개’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붙인다. 황운하 의원은 “일개 법무부 장관이 국회 입법권에 도전하는 것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일개 장관 후보자가 전화 한 통으로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110명의 결정(검수완박 중재안)을 뒤집고 직업윤리와 양심을 거론하는 것이 정말 어이가 없다”, 김의겸 의원도 얼마 전 “일개 장관도 이러지는 않는다”며 한 장관을 비꼰 바 있다.

이런 발언들이 유치한 이유는, 한 장관이 ‘일개’라고 말한 맥락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서다. 문제의 발언이 아는 기자와의 사적인 대화 도중에 나왔다는 점은 넘어간다 해도, 한 장관이 말한 ‘일개’는 장관을 모욕 주기 위함이 아니라, 공직자의 자세를 지적한 것이어서다. 청와대가 울산시장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련자들이 기소됐던 그때, 추미애는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며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라는 표현을 썼으니 말이다. “일개 (법무)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 있어.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야?” 여기서 ‘일개’는 국민 앞에서 장관은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뜻. 이건 초등학교 수준 문해력만 있어도 충분히 알지만, 좌파들에게 바라는 건 사치다.

그 당사자인 추미애도 대정부 질의 도중 나온, “한동훈 검사장이 일개 장관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최강욱의 질문에 “일개 장관이라는, 검사장이라는 검찰 간부로부터 그런 막말을 듣고 상당히 자괴감을 느꼈다”며 자신의 수준을 증명한 바 있다. 심지어 좌파들은 최강욱에게 거친 말을 들은 한 장관이 “저도 국무위원으로서 일국의 장관인데, 그렇게 막말을 하느냐?”고 답변한 것을 내로남불이라며 비판하고 있으니, 좌파들과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건 당연하다. 그나마 “어떻게 일개 법무부 장관이 시민을 향해, 국민을 향해 그렇게 막말할 수 있느냐?”고 말한 참여연대 대표가 ‘일개’의 의미를 제대로 쓴 유일한 사례지만, 그의 말은 ‘지난 정권은 참여연대 정권’이란 한 장관의 말에 반박하는 차원이었고, 여기엔 ‘참여연대’를 ‘국민’과 등치시키는 과대망상이 담겨 있다.

 

이렇듯 문해력 떨어지는 의원들이 대부분 내년 총선에 출마해 다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 예정이라 두렵다. 예컨대 서두에 언급한 양경숙은 전북 임실 출신이란 점을 내세워 전주에서 재선에 도전 중이고, 가짜 뉴스의 화신인 김의겸은 군산에서 초중고를 나온 인연으로 군산에 도전장을 냈으며, 자신의 어머니가 광명 일대 땅을 산 게 인연의 전부인 양이원영은 광명에 출사표를 냈다. 이런 이들이 별다른 검증 없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지금의 시스템이라면 선출직이라고 으스대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을까? 너무 수준이 떨어지거나 범죄 전력이 심한 후보는 선관위 등에서 걸러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무위원에 대한 질타는, 그 다음이다.

조선일보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06.06 민주당 쇄신한다고 고른 위원장이 상식 밖 음모론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추대했지만 반나절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 이사장은 천안함·코로나와 관련해 사실과 전혀 다른 음모론을 펴고 왜곡된 반미친중 발언을 해왔다. 정상이 아닌 민주당이 당을 쇄신하겠다고 골랐던 사람이 이런 비정상적 생각에 빠져 있다니 혀를 차게 된다.

이 이사장은 소셜미디어와 기고문 등을 통해 북의 천안함 폭침 도발을 두고 “자폭된 천안함 사건 조작”이라고 했다. 천안함 장병들이 스스로 폭탄을 터뜨려 배를 침몰시켰다는 것이다. 각종 사고설 등 다른 괴담들과도 차원이 다른 황당한 주장이다. 희생된 장병들은 물론이고 살아남은 장병들을 모욕하고 짓밟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을 쇄신한다고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추대했다. 그러자 당내에선 곧바로 "상식과 거리가 먼 친명 인사"라며 철회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뉴시스

 

그의 황당한 주장은 이뿐이 아니다. 중국발 코로나에 대해선 “코로나 진원지는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일방적 침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권의 도발로 시작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미국을 향해선 “패악질 깡패짓을 한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에 대해선 “코로나 과학 방역” “발전하는 현대 중국”이라고 했다. 한미 연합 훈련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느냐고 물어야 할 정도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윤가’라고 부르고 ‘좀비’ ‘무뇌아’ ‘조폭 무리’ ‘범죄 집단’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보면 볼수록 든든하고 박식하고 깨끗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이 민주당을 쇄신하면 그때 당이 어떤 모습일지는 불 보듯 했을 것이다. 이러니 민주당 내부에서도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에 경도된 인물”이라며 임명 철회 요구가 나왔던 것이다.

 

민주당에서 혁신위 출범을 결정한 것은 이 대표의 각종 비리 수사·재판과 돈 봉투 사건, 코인 논란, 팬덤 정치 등 문제를 해결하고 당을 환골탈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런 사람에게 혁신위원장을 맡겼으니 쇄신은 허울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 대표 호위용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자진 사퇴로 끝났지만 내로남불, 부정비리, 입법폭주, 포퓰리즘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06 아무도 몰랐던 ‘이래경 카드’… 이재명, 내분 키우고 코너 몰렸다

최대 위기 맞은 이재명과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 쇄신을 이끌 혁신 기구 수장으로 5일 영입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9시간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 대표 리더십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가 약 3주간의 탐색 끝에 내놓은 ‘회심의 인선’이 논란 끝에 자충수가 된 것이다. 비명계는 “불발된 친명 쿠데타” “이재명의 오만”이라며 들끓었다. ‘혁신’을 앞세워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돈 봉투 수사’ ‘김남국 코인 논란’ 등을 잠재우려 했지만, 오히려 친명·비명 전면전의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이사장은 사업가 출신으로 고 김근태(GT) 민주당 상임고문 후원회장을 지냈고 GT계 의원들도 후원해 왔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당내 접촉면이 넓은 GT계 출신을 앞세워 판을 흔들려고 ‘이래경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달 말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과 총선 공천 등을 앞두고 비명계의 결집에 맞서기 위한 포석이란 얘기다. 당내에서도 개혁적이면서 온건 성향으로 꼽히는 GT계가 혁신위원장일 경우 당내 중도 세력 등을 끌어들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GT계가 예전처럼 결속력이 강하진 않지만 당내 뿌리가 깊다”며 “이 이사장을 통해 GT계와 접점을 넓히겠다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또 혁신위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슈를 주도하면서 자신의 사법 리스크 등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명계는 이 이사장이 GT계라는 점보다 ‘이재명 지키기 운동’을 한 전력을 부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비명의 결집을 막기 위한 이 대표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비명계의 요구로 혁신위 구성을 약속해 놓고, 혁신위원장으로 ‘이재명 지키기 운동’을 했던 사람을 데려온다면 제대로 된 혁신이 되겠나”라며 “이재명에게 줄 서지 않을 거면 당을 나가라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공천 기준 강화, ‘현역 물갈이’ 기준 등을 세우는 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때 비주류 진영에 불리한 잣대를 만들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단톡방도 이날 종일 들끓었다고 한다. 한 비주류 의원은 “삼삼오오 ‘우리 탈당하라는 얘기냐’면서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이 대표에게 ‘검증 부실’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비밀리에 인선을 논의하긴 했지만 소수 인사는 알고 있었다”며 “논란이 된 부분도 보고됐지만 사실상 묵살된 것이고 누구도 ‘노(안 된다)’라고 못 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혼란 속에 당 전략 참모들은 이날 오후 지도부에 “하루 이틀 안에는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보고했고, 이래경 이사장도 곧장 사퇴 입장을 밝혔다. 당 관계자는 “시간을 끌수록 이 대표와 주류 진영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슈라는 판단이 선 것”이라며 “상처 속에 억지로 혁신 기구를 띄우면 오히려 이 대표 리더십이 더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원점에서 다시 혁신위원장 후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구인난 속에 간신히 찾은 인사가 불발되면서 ‘플랜B’를 찾는 것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인선에 비주류 측 의견을 대폭 반영하라는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GT계를 앞세운 영향력 확장을 노리고 무리수를 뒀다가 계파 갈등만 들쑤신 것”이라며 “이낙연 전 총리 입국을 계기로 비명계 결속은 더 강화되고 본격 싸움이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이래경은 누구

운동권 출신 사업가다. 1954년생으로 서울대 금속공학부를 나와 민청년 초대 상임위원을 맡으면서 초기 의장인 고(故) 김근태 전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호이트한국 대표이사 등을 지내며 김근태계 의원들을 후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자신이 설립한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과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구명 운동을 벌이는 단체다.

조선일보 김경화 기자

 

06.06 “편중되고 과격한 음모론” 임명 2시간 만에 민주당서도 사퇴 요구

혁신위원장 사퇴, 무슨 일 있었나

더불어민주당이 5일 신임 혁신 기구의 수장으로 영입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임명 9시간 만에 사퇴했다. 당내에선 “이날 하루 동안 총체적 난국의 민주당 민낯이 다 드러났다”는 자조가 나왔다.

이 이사장의 임명은 이날 오전 9시 35분쯤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공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혁신위원장 인선에 구인난을 겪은 민주당이 예상보다 빨리 발표한 데다, 신임 위원장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이사장은 운동권 출신 진영에서 40여 년 동안 사회운동을 해왔다. 김근태계 인사로 통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이사장 내정과 동시에 그의 친명 행보 이력과 과거 언론 기고, 소셜미디어 등에서 막말과 음모론에 가까운 의견을 밝힌 게 확인되면서 논란이 됐다.

 

 5일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민주당 제공

 

/그래픽=백형선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천안함은 자폭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미국 정보 당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파문이 일었던 5월엔 “아마도 지난 한국 대선에도 이들 미 정보 조직들이 분명 깊숙이 개입하였으리라”라며 대선 조작설을 제기했다. 2020년 3월엔 “코로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졌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막말 논란도 불거졌다. 그는 지난 2월 2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은 윤가 집단으로 복합 위기의 누란에 빠졌다”며 “오직 유일한 길은 하루라도 빨리 윤가 무리를 권력에서 끌어내리는 일뿐인가 한다”고 했다. 2주 뒤인 16일엔 “이재명은 박식, 윤석열은 무식…. 이재명은 깨끗, 윤석열은 더럽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까지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비판하며 윤 대통령 퇴진 요구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비명계에선 이 이사장 임명 2시간 만에 사퇴 요구가 나왔다. 홍영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되었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며 “더 큰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내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이상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래경이란 분은 당내 논의도 전혀 안 됐고, 전혀 검증도 안 됐으며, 오히려 이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겠다”라며 “황당무계하고 참 걱정된다”고 했다. 당직자들과 원외(院外) 인사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친명이라는 이유로 임명한 거냐”는 불만이 속출했다. 이 이사장은 야권 원로 그룹과 이 대표의 성남·경기도 그룹 인사 등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반발 속에서 친명계와 지도부는 이 이사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을 강하게 방어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이사장 논란에 대해 “수십 년간 꾸준히 우리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하신 분인데, 공당의 혁신위원장이 되면 언어 조절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 이사장은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개혁과 혁신을 강단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분이라는 점에서 발탁된 것”이라며 “여기서 물러나면 민주당에 더 이상의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이사장도 언론 통화에서 자신에 대한 논란에 적극 해명하며 사실상 ‘정면 돌파’ 기조를 보였다.

하지만 ‘천안함 자폭’ 발언에 천안함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하자 민주당은 오후 4시쯤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이 이사장 거취 논의에 들어갔다. 결국 이 이사장은 오후 6시 55분쯤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며 사의 표명 입장문을 냈다.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9시간여 만의 일이다. 그는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역사 앞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저로 인해 야기된 이번 상황을 매듭짓고자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역량 있고 신망 있고 그런 분들을, 주변 의견을 참조해서 잘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06.06 "文처럼 얼버무린 이재명"…천안함 유족, 그래서 더 화난다

“세상이 왜, 대한민국 정치가 왜 그러나요. 안 그래도 가슴이 찢어지는데….”

▲천안함 용사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기탁한 성금 1억898만8000원으로 마련한 `3.26 기관총`의 기증식이 2011년 3월 25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영주함에서 열렸다. 윤청자 여사가 영주함에 설치된 `3.26 기관총`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중앙포토

 

'천안함 46용사' 중 1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79) 여사가 제1 야당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인사의 '천안함 자폭' 발언을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윤 여사는 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위로는 못해줄 망정, 그런 식으로 몰고 가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끝내 울음을 터뜨린 윤 여사는 “나라 지키다 간 애들을 왜 아직도 그렇게 매도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분하고 원통하고 억울하다”고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래경 사단법인 '바른백년' 이사장의 지난 2월 10일 페이스북 게시물.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이 명예이사장 페이스북 캡처

 

 

민 상사의 형 민광기(53)씨는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다 희생한 사람들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제1야당의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이건 정쟁이 아니라 이적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씨는 “정부 입장을 신뢰한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말에도 진심을 느끼기 어렵다”며 “어느 나라 국민을 위한다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씨와의 일문일답.

 

▷오늘(5일) 논란에 대해 결과적으로 이 대표가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고 입장을 냈다.

“문 전 대통령이 ‘정부 발표와 입장이 같다’는 식으로 말한 게 떠올랐다. 그 정부가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묻고 싶다. 정부 입장이라고 얼버무리는 건가. 대한민국 정부, 우리나라가 천안함을 북한에 의한 폭침으로 사실 규명을 했다고 확실하게 말해달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피격이)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해 달라”는 윤 여사의 질문에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 입장 아닙니까”라고 답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민씨는 “이 대표가 오늘 천안함 피격 사건을 ‘천안함 사건’이라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 아닌가 싶다”며 “천안함 피격을 ‘사건’이라고 말한 건 이를 일반적인 사건으로 치부하는 걸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던 중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여사는 문 대통령에게 "이게(천안함 폭침) 북한의 소행인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했다. 연합뉴스

 

 

▷논란이 되자 이 명예이사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건 그나마 다행 아닌가.

“단순히 사의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니 본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민 여론이 이러하니까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걸로 보인다. 민주당은 사의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앞으로 ‘자폭설’ 같은 주장을 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런 논란이 왜 자꾸 되풀이 되는 것 같나.

“(이 명예이사장 같은) 그런 인사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돼 있고 이들의 지지를 받으니 민주당이 오늘과 같은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정치권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다 희생한 분들의 명예도 못 지키는 게 과연 할 일인가.”

이 명예이사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사회의 현재 처한 상황을 압축하는 사건이라는 것이 저의 개인적 소견”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개인 의견을 전제로 천안함 피격에 관해 원래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3월 24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제2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 여사와 손자 경준군이 천안함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되지 않느냐”며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명예위원장 임명을 놓고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 오늘까지 입장 밝혀주시고 연락 바란다”며 “해촉 등 조치 연락이 없으면 내일 현충일 행사 마치고 천안함 유족, 생존 장병들이 찾아뵙겠다”고 이 대표를 향해 발언한 데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민씨는 “지금도 음모론을 추종하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국회 안팎에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해군 출신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은 민·관·군 합동위가 구성돼 백서를 냈고 감수도 마친 사안”이라며 “과학자들이 객관성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재론의 여지가 없는 과학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과학적으로 검증이 끝난 사안을 사상의 자유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06.07 콩밭으로 몰려간 공직자들

 

▶김남국='점성이 높은 유산균을 경구용 의약품으로 봉입하기 위해 이중 유화액적에 최적화하는 실험 과정을 분석하고 결과를 담고 있는…' 이 논문을 1저자로 썼습니다, 이모하고 같이. 공저자가 아니라 1저자로.
▶한동훈=누구와 같이 썼다고요?
▶김남국=이모하고요, 이모.
▶한동훈=제 딸이요?
▶김남국=그렇습니다. 실험을 한 적이 있는지….
▶한동훈=잠깐만요, 이모하고…. 누구의 이모 말씀이신가요. 제가 사실 이걸 잘 챙겨보는 아빠가 아니라서 잘 모르기는 하겠는데요. 이모랑 뭘 같이했다는 얘기는, 논문을 같이 썼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향후 자자손손 대한민국 국회 청문회 역사상 가장 황당한 사건 중 하나로 남을 장면에선 이런 대화가 오갔다. 지난해 5월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처럼 강렬한 한 방이 터져 나왔다. 질의 막바지에 김남국 의원(당시 민주당, 현재 무소속)은 "아까 이모가 썼다는 논문은 같이 공저를 한 게 아니라고 확인이 됐다"고 발을 빼려 했다. 하지만 "관련 기사를 보면 이모(姨母)가 아니라 이 모(李 某) 교수라고 나와 있다"는 국민의힘 의원의 팩트 폭격으로 김 의원은 한순간에 국민적 조롱의 아이콘이 됐다. 황당 질문이 나온 바로 그 청문회 이틀간 김 의원이 코인 거래를 30차례 넘게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은 그제야 무릎을 탁 치게 됐다. "이모 논란이 이제 이해가 된다. 수십억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청문회가 뭐가 중요하겠냐"는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의 말대로다. 마음이 '코인 콩밭'에 가 있는데 '이모'든 '이 모'든 뭐가 대수였을까.

 

김남국 코인과 선관위 자녀 취업
공직자 신분 망각이 부른 참사들
용산 직원들 생각도 '총선 콩밭'에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관리 업무 와중에 자녀의 취업 문제를 알뜰히 챙긴 중앙선관위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겐 지방 공무원으로 일하는 자녀를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 소속 중앙 공무원으로 이동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미션이었을 것이다. 절박한 미션 수행에 마음이 콩밭인데, 대선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든 라면박스에 담든 무슨 상관이었겠나. 지난해 대선이 폭동 없이 치러진 게 오히려 기적처럼 느껴진다.

어디 이 사람들뿐이랴. 김 의원과 선관위에 호통을 치고 있는 정부와 대통령실에도 비슷한 부류의 이들이 적지 않다. 당장 국회 운영위에선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의 지극한 고향 사랑이 도마에 올랐다. 충청도 고향에서 열린 파크골프 대회에서 시타를 했고, 각종 동문회와 체육대회 행사에 얼굴을 내밀며 부지런하게 명함을 돌렸다. 개인 비용으로 봉황이 새겨진 축기를 지역 행사에 보내기도 했다. 본인은 "직능이나 지역, 많은 시민단체와 소통하는 게 나의 업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의 동료들까지 "마음만 콩밭이 아니라 몸까지 총선 콩밭에 가 있다"고 비아냥댄다. 다만 이런 비판을 혼자서만 뒤집어쓰기는 너무 억울할 것도 같다. 대통령실 핵심 인사와 정부 고위직 중엔 "어느 지역 출마가 유력하다더라" "특정 지역 출마가 어려워 차라리 다른 기관장 자리를 원한다더라"는 소문이 꼬리를 무는 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생각에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코인으로 한탕 크게 잡으려면, 선거 관리보다 자녀의 취업 미션에 올인하려면, 향후 4년간을 안락하게 보낼 수 있는 국회의원 배지가 탐난다면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벗고 매진하시길 바란다.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실 공직자가 아닌 사인(私人) 자격으로 눈치 보지 말고, 그냥 그 일에 쭉 집중하시면 된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장외집회에서 야당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이런 작자'라고 부르며 논란을 낳았다. '이런 작자'란 표현은 육신이나 영혼이 콩밭에 가 있는 이런 분들에게 쓰는 게 더 적절할 듯싶다. 자기 가슴에 붙어 있는 명찰의 무게를 망각한 이런 작자들 말이다.

서승욱 논설위원 sswook@joongang.co.kr

 

06.07 야당의 몰상식, 수준 드러낸 수석대변인의 ‘낯짝’ 막말

권칠승 “부하들 다 죽이고 무슨 낯짝” 전 천안함장 비난

발언 내용·시점·표현·태도에 모두 문제…여당 “사퇴하라”

“부하들을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라고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공격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막말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최 전 함장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대변인직 사퇴와 중징계를 요구했다. 막말의 계기는 천안함 자폭설을 주장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지난 5일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일이었다. 최 전 함장이 임명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며 민주당을 비판하자 권 수석대변인은 “어이가 없다.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논란의 ‘낯짝’ 막말을 했다.

권 대변인의 발언은 팩트부터가 틀리다. 어뢰 공격으로 46명의 장병을 죽인 건 북한이지 최 전 함장이 아니다. 민군합동조사단뿐 아니라 5개국 국제합동조사단이 확인한 내용이다. ‘함장이 배에서 내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말에도 문제가 있다. 피격 당시 최 전 함장은 함장실에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소화기로 문을 부순 장병들에게 구조됐다.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며, 천안함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며 마지막까지 퇴선(退船)을 거부하던 그를 억지로 구조선에 태웠다고 당시 부하 장병들은 증언했다.

 

최 전 함장에 대한 민주당의 폄훼는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냈던 인사가 2021년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켜 놓고 제대로 된 책임이 없었다”고 최 전 함장을 비판해 물의를 빚었다. 민주당은 천안함 사건 원인에 대해서도 애매한 태도였다. “천안함 사건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이재명 대표의 5일 발언과 비슷하게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시절 “정부 공식 입장(폭침)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작 ‘북한의 도발’ 표현엔 인색했다. 이런 분위기가 권 수석대변인의 막말에 영향을 줬다는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5일은 국가보훈청이 국가보훈부로 승격된 뒤 처음 맞는 현충일 하루 전이었다. 발언의 내용뿐 아니라 시점 역시 매우 부적절했다.

 

거대 야당을 대표해 국민과 소통하는 권 수석대변인은 전임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그가 선택한 표현이나 단어, 말하는 태도의 수준은 자연스럽게 민주당과 전임 정부의 품격, 상식의 수준과 직결된다. 이번 논란이 커지자 권 수석대변인은 “당직(혁신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최 전 함장)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 한 발언”이라고 알아듣기 힘든 해명을 했다. 남에게 ‘낯짝’ 운운했던 그가 본인 자리의 무게감을 느낀다면 자기 발언의 적절성이나 거취에 대해 스스로부터 심각한 고민과 성찰을 해야 마땅하다.

중앙일보 사설

 

06-07 “천안함 자폭” 이래경 사태와 민주당의 호국 영웅 모독

정당에는 이런저런 내부 문제가 있기 마련이지만, 현충일을 전후해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발생한 상황은 그런 통상적 범위를 뛰어넘는다. 이재명 대표 체제의 사당화(私黨化) 현상과, 여전히 천안함 괴담의 몸통으로 비칠 정도의 반(反)안보 행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적극적 시정이 없으면 공당으로서의 기반까지 상실할 지경이다.

 

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발표됐다가 당일 사퇴한 ‘이래경 사태’는 상징적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물론 돈 봉투, 김남국 코인 의혹 등을 해결하겠다고 혁신위를 구성하겠다 했지만, 민주당이야말로 천안함 음모론의 진앙이란 의심을 굳혀준다. 이래경 씨는 지난 2월 SNS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이라고 썼다. 언론 기고에서는 “북한에 의한 폭침이라는 것은 허무맹랑한 망언”이라고 했다.

 

2010년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46명이 전사한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었다는 것은 당시 국제 전문가들의 조사와 증거물들을 통해 명백히 결론이 났다. 그런데도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것은 민주당이 13년째 모호한 입장을 취하거나 음모론을 거들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부하들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라고 막말한 배경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을 것이다. 말의 품격도 웬만한 시정잡배보다 저급하다.

 

최원일 전 함장은 6일 현충원 추모식에서 이 대표에게 천안함 장병을 죽인 것이 북한 정권인지, 함장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현충일 메시지에서 “호국 정신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했다. 빈말이 아니라면 수석대변인부터 문책하고, 천안함 장병은 물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최 전 함장 질문에도 답을 내놔야 한다. 혁신위원장 문제도 사퇴로 끝나지 않는다. 국민과 호국영령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에 대해 별도로 사과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이재명 체제의 본색과 결함을 거듭 보여준다. 이 대표는 혁신위원장 발표 전날에야 지도부 인사들에게 인선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친형 강제 입원 사건과 관련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자 ‘이재명 지키기 대책위원회’를 제안할 정도로 이 대표를 적극 옹호해 온 인물이다. 혁신위를 자신의 리스크 해소용으로 악용하려 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대다수 민주당원과 국민은 바보가 아님을 알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6-07 이재명의,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 확인시킨 ‘이래경 사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당 혁신위원장에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을 임명했지만 9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이 천안함·코로나 발언 논란 등으로 임명 9시간 만에 사퇴한 것은 이재명 대표 체제의 근본적 문제를 보여준다. 이 대표는 이 전 위원장의 과거 발언과 이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자기 사람이란 이유로 임명했다. 당 쇄신보다 자기 안위라는 사적 이익을 앞세우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민주당이 혁신위를 띄운 것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돈 봉투 사건, 코인 논란, 강성 팬덤의 폐해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3주간 비밀리에 진행된 인선 결과는 이름도 생소하고 과격한 막말에 비상식적 음모론에 빠진 편향적 인사였다. 극소수의 친명 인사들만 알았다. 문제 발언 등이 보고됐지만 묵살됐다고 한다. 공론화 과정도 검증도 없이 이 대표가 밀어붙인 것이다.

 

이 대표는 그가 보호막이 돼 ‘이재명당(黨)’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는 2019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에 들어갔고 대선 때도 적극 지지했다. “이 대표는 든든하고 박식하고 깨끗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이렇게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재명 체제의 문제점을 뜯어고칠 수 있겠나. 이 대표가 오직 자기 정치 생명만을 고려에 둔 인선을 한 것이다.

 

이 대표 취임 후 1년 가까이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의원직을 달았고, 당대표에도 올랐다.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해 ‘검수완박’법을 강행했다.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도 바꿨다. 불체포 특권을 없애겠다더니 그 뒤에 숨었다. 당내에선 “자기 방탄 빼고 한 게 뭐냐”고 한다.

이럴 때마다 강성 지지층은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날리고 쫓아다니며 반발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을 위해 이 대표는 ‘권리 당원 투표가 전당대회 의결보다 우선한다’는 당헌 개정안을 밀어붙이려 했다. 국회의장이 여야 협치를 위해 제안한 여야중진협의회는 친명 의원들이 무산시켰다. 167석 거대 의석을 포퓰리즘 법안과 대통령 거부권 유도 법안들을 밀어붙이는 데 썼다. 윤석열 정부 정책을 발목 잡으며 걸핏하면 반일 몰이를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를 위한 방탄과 입법 폭주에 동원됐다. 총선 공천권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부정 비리와 입법 폭주, 포퓰리즘, 내로남불, 훌리건 정당으로 낙인찍혔다. ‘사당화’의 늪에 빠져 스스로 쇄신조차 하지 못한다. 이번 사태는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6-08 尹, 보수+중도 연대網 펼쳐야 한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여야 무한대립 총선까지 지속
선거제 개편 없이 현수막 전쟁
총선 뒤 정국 더 복잡할 가능성

당장 이재명과 회동 않더라도
유연한 국정이 현명한 대비책
공천부터 중도 확장 염두 둬야

계속된 여야 대립으로 정치가 허공에 표류하는 느낌이다. 가뜩이나 더워지는 날씨로 짜증이 나는데, 되는 일 없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증은 점점 더 깊어 간다. 야당은 양곡법에 이어 간호법을 다수당의 위력으로 통과시켰고, 대통령은 계속 거부권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지난 4월 선거법 개정을 위해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가 개최됐고 이어서 500인 시민참여 공론회의도 있었지만, 선거제 개편안 마련을 위한 전원위 소위 구성은 좌초됐다. 이런 마당에 출퇴근길 전철역 입구에 자기 자랑과 상대방 비난으로 요란하게 나붙은 여야의 현수막은 거부감만 더할 뿐이다. 언제까지 우리 정치는 이렇게 둥둥 떠다녀야 하는 걸까?

대강 내년 총선까지 이래야 할지 모른다는 게 밀려오는 더위와 함께 불쾌감을 더 키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 내부적으로 정리되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며칠 전에는 이재명 대표가 지명한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당 안팎의 강한 반대 여론에 밀려 사퇴하면서 친명계와 비명계의 장기 내홍이 더욱 번져 가는 모양새다. 당내 혁신을 이 대표 공격으로 보는 친명 세력이 공천을 앞두고 반이재명으로 흐를 혁신 과정에 순순히 따라줄 것 같지도 않다. 여기에 이 대표 사법 리스크도 언제 어떻게 해소될지 기약이 없다. 경색 국면의 전환을 위해 야당 측에서 주장하는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회동은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지에는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내년 4월에 치러질 제22대 총선 이후 여대야소나 여소야대 상황 중 어느 하나로 가닥이 잡히면 과연 정치가 제대로 굴러갈까?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과 여당이라면 내년 총선 이후의 다양한 상황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여소야대 상황에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겹쳐 대통령과 여당이 외교·안보 문제를 빼고는 뭘 해 보려 해도 여의치 않았다는 주장이 그나마 먹힐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내년 총선 이후에는 이런 논리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연금개혁 등 중대한 국정 과제를 앞두고 내년 4월 10일 후에도 정부와 여당에 만만찮은 상황이 전개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다양한 복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우선, 제22대 총선 이후에는 여대야소라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선거 결과를 토대로 집권 3년 차 이후의 국정을 활력 있게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다양한 여론조사에 나타난 정당별 지지도를 볼 때, 여당인 국민의힘 압승을 예상하기는 쉽잖아 보인다. 게다가, 대통령의 정치적 자본인 지지율도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처럼 30%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지지율로는 연금개혁 등 중대 현안을 임기 내에 완수하기가 만만찮다. 여대야소라는 가장 우호적인 시나리오에서도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재연되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얻는다 해도 압승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아직 매우 낮다고 하지만, 상당한 의석 규모의 제3당이 출현한다면 민주당은 과반 미달의 제1당에 머물 수도 있다. 어쨌든 6월 첫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여소야대가 재연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양대 정당 지지도는 30%대 초중반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패턴이 유지되고 있지만, 22대 총선을 현 정부 지원(37%)보다는 견제(49%)로 보는 응답자 비율이 12%P나 더 높다. 이런 유권자의 의사가 내년 투표에서 현실화하면 대통령과 여당은 강제된 협치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내년 4·10 총선 이후 그 어느 시나리오도 대통령과 여당에 호락호락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여당은 지금부터 총선 이후를 내다보고 유연하게 국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소를 키우려면 쇠파리도 함께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정부와 여당 안팎에서 도움이 될 모든 세력과 연대해 망(網)을 넓게 치는 중도 확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있을 총선 공천 과정에서부터 드러나야 한다.

문화일보

 

06.09 이 대표, 서해로 삼중수소 50배 배출하는 中과 손잡고 日 방류수 반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중국 대사관저를 찾아가 중국 대사와 면담을 갖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그 문제라면 일본 대사를 만나 입장을 밝히거나 요구해야 맞을 것이다. 중국 대사는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탈중국 탓”이라며 훈시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고 한다.

최근 이 대표는 3주 연속 오염수 장외 규탄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에선 “오염수는 사실상 핵 폐기물이다. 핵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섞여 있다면 누가 해운대를 찾고 멍게를 찾겠는가”라고 했다. “우물에 독극물 풀어넣기”라고 한 적도 있다. “안전할 것 같으면 왜 바다에 버리나. 식수로 쓰든지 공업용수, 농업용수로 재활용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발언 뒤 세계보건기구 회의에서 중국 대표는 “안전하다면 왜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지 않냐”면서 일본을 추궁했다. 이 대표 말을 거의 표현까지 옮겨쓰다시피 했다.

 

야당이 원전 방류수 반대를 위해 중국 측과 손잡으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중국의 55기 원전은 대부분 중국의 동쪽 연안에 몰려 있다. 우리 서해와 바로 맞닿아 있다. 여기서 배출되는 삼중수소 양은 후쿠시마 배출량의 50배에 달한다. 후쿠시마 방류수가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4~5년 뒤 한국 해역에 도착할 때쯤 되면 삼중수소 농도는 기존 바닷물의 17만분의 1로 희석될 거라는 연구가 나와있다. 중국 쪽 방류량은 수심이 얕은 서해로 곧바로 쏟아져 들어온다. 원전 방류수가 문제라면 일본보다 중국 쪽에 먼저 철저한 정화 처리를 촉구해야 한다.

 

민주당 집권 시기인 2020년 10월 정부 태스크포스는 “일본 오염수는 확산·희석으로 우리 해역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도 이 대표와 민주당이 지금 와선 후쿠시마 방류수 때문에 우리 바다 물고기들이 오염될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 한 서울대 명예교수도 10년 전엔 “국내 수산물은 안심해도 된다. 저라면 바로 저녁 식사로 하겠다”고 했었다. 그가 요즘 후쿠시마 오염 물고기가 한국 바다로 들어오는 것처럼 겁을 주고 있다. 그 교수가 그렇게 돌변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부산 집회에서 ‘우리 어민 다 죽는다’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6일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 일부 선동가의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를 철저히 가리고 차분하게 대응해달라”고 했다. 오염수 논란 이후 최근 생선 도매가격이 ㎏당 1만4000원에서 8000원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어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민주당 아닌가.

 

민주당이 이러는 것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 등으로부터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광우병 사태를 겪은 경험이 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이 대표의 공포 마케팅은 어민들 반발을 부를 것이다.

 

후쿠시마 방류수가 가장 먼저 도달하는 곳이 알래스카이고 그다음이 미국 서해안이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미국이 가만 있겠나. 민주당 내부에서 민주당이 괴담 정당이 됐다는 개탄이 나왔지만, 과학적 사실과 합리성은 찾아볼 수가 없는 지경이다.

조선일보 사설

 

06.10 대통령실에 보낸 민주당 항의 서한, 백지 넣고 ‘실수’라니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장 등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이 정부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방침에 대한 항의 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는데, 대통령실에서 봉투를 열어보니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 2장만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 일을 주도한 고민정 의원은 “실수”라면서 “한편으로는 잘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실수로 백지를 내니 그와 관련된 보도가 더 많아졌고, 그래서 잘됐다는 것이다.

 

아무리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도 어떻게 백지를 넣어 보내나. 봉투에 백지를 넣은 사람이 있을 테니 실수라는 말도 믿기 힘들다. 항의라는 것은 무엇이든 나름의 논리가 있기 마련인데 그 몇 마디 적을 내용도 없는지 혀를 차게 된다. 애초에 논리도 없이 카메라 앞에서 ‘정치 쇼’만 하려 했던 것 아닌가.

 

고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은 더 이상 문고리 실세 뒤에 숨어서 호가호위하려 하지 마라”고 해 실소를 낳은 사람이다. 많이 쓰이는 호가호위의 뜻도 모른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라는 황당한 말도 해 자질 논란을 불렀다.

민주당의 정치 쇼는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수입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이를 막겠다며 의원들이 후쿠시마를 방문했다. 돈 봉투 사건 피의자인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두 번이나 검찰청에 나가 “나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부정·비리 의혹이 터지면 당사자를 탈당·출당시키는 쇼를 하고 슬그머니 복당시키기를 반복한다. 송 전 대표를 포함해 9명이나 이런 식으로 ‘무늬만 탈당’을 했다.

당헌도 보여주기 쇼로 만들었다가 없애곤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혁신안이라며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을 실시할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막상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사건으로 이 조항을 적용할 일이 생기자 당헌을 고쳐 후보를 냈다. 당직자가 부정부패로 기소되면 직무를 정지시킨다는 조항도 이재명 대표가 기소되자 무시했다. 애초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던 대국민 쇼였던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13 돈 봉투 받은 의원들이 준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시킨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167명의 민주당 의원 중 150명가량이 무더기 반대표를 던졌다.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에 이어 벌써 4명째다.

민주당은 부결 직후 “검찰 수사가 과도하고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폰 통화 녹음 파일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녹음 파일에는 윤 의원 등이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전달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누가 봐도 범죄 혐의가 명확한데 무엇이 과도하고 무리하다는 것인가.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20명의 민주당 의원들도 자기 비리를 숨기기 위해 방탄에 동참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는 두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뉴스1

 

이 대표 취임 전만 해도 21대 여야 의원 3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각종 비리 혐의로 수사받고 기소되자 민주당의 태도는 돌변했다. 노웅래 의원이 뇌물을 받으며 “고맙다”고 한 말까지 녹음돼 있었지만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개인 비리로 수사받는 이 대표에 대한 방탄에 나서려면 노 의원 건부터 부결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 비리를 감싸려고 다른 의원 비리까지 비호한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가결시켰다.

지난 대선에서 패한 후 민주당이 한 일이라곤 이 대표 방탄과 이를 위한 입법 폭주였다. 이 대표는 자기 방탄을 위해 의원직을 달고 당대표에 올랐다.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하도록 당헌을 고치고 1·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아도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검찰 수사를 막으려 ‘검수완박’ 법을 강행하고,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면죄부를 주는 소급 법안과 관련 사건 판·검사를 ‘법 왜곡죄’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밀어붙였다. 대표 취임 후 10개월째 방탄 국회를 열고 있다. 대선 땐 불체포 특권 폐지를 약속하더니 자신은 그 뒤에 숨었다.

이번 돈 봉투 사건이 터졌을 때 이재명 대표는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그래 놓고 체포동의안을 또 부결시켰으니 국민에게 빈말을 한 셈이다. 자신만 불체포 특권 뒤에 숨고 동료 의원들의 등을 떠밀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재명 방탄’이 민주당을 불법·비리에 대한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체질로 바꿔 버렸다.

조선일보 사설

 

06.13 방탄에 또 좌초된 체포동의안…이러고도 혁신하겠다는 건가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표 더 많아 부결

방탄의 늪 더 빠져든 야당…“공범 동료애 발동”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 투표에서 부결됐다. 윤 의원은 ‘찬성 139, 반대 145, 기권 9’,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볍다는 이 의원은 ‘찬성 132, 반대 155, 기권 6’이었다. 두 동의안 모두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란 가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두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대표 경선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며 국회의원들에게 6000만원을 살포(윤관석)했거나 1100만원을 캠프에 전달(이성만)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사건이 불거진 뒤 탈당해 현재 무소속 신분이다.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장관은 사건 관련자들의 전화 녹음파일과 진술을 소개하며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건 민주주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고 했다.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받는 20명의 민주당 의원이 돈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한 장관의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반면에 두 의원은 “준 사람은 부인하고 받은 사람은 없는, 부실하고 부당한 영장청구”(윤관석), “자기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가 인신을 구속하는 사유가 될 수 있느냐”(이성만)고 호소했다. 결과만 보면 이들의 읍소가 통한 모양새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의 최대 관심은 167석 거대 야당으로 동의안의 운명을 쥔 민주당의 선택이었다. 돈봉투 파문 외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김남국 의원 코인 파문까지 3중고에 처한 민주당이 과연 이번 표결을 통해 ‘방탄 정당’의 오명을 극복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민주당 내부의 여론도 일견 가결 방향이 우세한 듯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다수의 힘으로 부결시켰던 민주당이지만, 이번에 또다시 제 식구를 감싸기엔 당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 곤궁하고 절박했기 때문이다.

 

‘둘은 몰라도 적어도 한 명은 가결될 것’이란 분석까지 등장한 배경엔 아무리 민주당이라도 최소한의 상식은 외면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합리적인 예측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당내 이탈표로 ‘찬성 139, 반대 138, 기권 9, 무효 11’란 결과를 낳았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때보다 반대표가 더 많이 쏟아졌다. ‘이번에 가결되면 다음에 추가로 제출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명분이 없다’는 위기감에서든, 한 장관의 지적처럼 돈봉투 ‘공범 의식’의 발로에서였든 방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커녕 발을 한발 더 담그는 결과만 낳았다. 이런 정당이 혁신을 추진한다는데,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국민이 믿기는 더 어렵게 됐다.

중앙일보 사설

 

06-13 ‘방탄특권당’ 된 민주당의 혁신 운운은 국민 우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12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것은 최근 ‘혁신’ 운운이 말뿐인 대국민 기만극임을 새삼 보여준다. 김남국 코인 의혹에 이어 9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된 ‘이래경 혁신위원장 사태’가 벌어진 지 불과 1주일 만이다. 방탄특권당, 방탄불패당, 범죄은닉당 등의 조롱을 들어도 모자랄 만큼 개탄스럽고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돈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 데 모욕감을 느낀 의원이 많았다는 핑계는 구차하다. 한 장관 발언이 직설적이지만 옳은 지적인 데다, 미리 당내에서 ‘자기 이익을 챙긴 건 아니다’ 등의 궤변이 나돈 것을 보면 부결 의지가 강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선거에서의 금품 살포는 개인적 착복보다 더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 범죄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민주당 소속 및 출신 의원 대상의 체포동의안은 4건인데, 이 대표 본인과 노웅래 의원을 포함해 모두 부결됐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뒤 곧바로 국회에 입성하고 당 대표가 됐을 때, 의원 특권과 당을 방탄 삼으려 한다고 했던 우려가 사실로 확인되는 셈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이 특권 남용이 됐다.

그러니 돈봉투 사건과 관련한 다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또는 이 대표에 대한 제2 제3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상황을 가정해 그랬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는다. 정의당은 “돈봉투 추가 연루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앞으로 얼마나 더 국회로 넘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의 경우도 정자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서 추가 구속영장이 제출될 수 있다. 민주당은 혁신위 구성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표리부동의 정치 행태를 반성하지 않는 ‘혁신 말장난’은 갈수록 더 큰 국민 불신을 자초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6.14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퇴임 대통령’

文 국정 실패하고도 ‘난 옳다’ 다큐·책방·SNS 통해 ‘관종 정치’
지지층 끌어모아 ‘양산박’ 쌓고 이재명 이후 ‘文 시즌2′ 준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스스로 선정을 베푼 착한 권력자라고 생각한다. 임기 중엔 경제·안보·부동산 정책이 잘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정치인이 되고도 높은 윤리 의식을 지켰다”고 자부했다. 임기 말엔 “치적을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퇴임 땐 “정직하고 단단하게 소신껏 일했다”고 했다. 측근들은 “국민들이 고맙다고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5년간 나라 경제는 망가지고 안보는 위태로웠다. 온갖 내로남불과 파렴치가 판쳤다. 취임 때 국민에게 약속한 30가지 중 제대로 지킨 것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든 것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잊힌 삶을 살겠다”고 했다. 불행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은인자중하겠다는 것으로 비쳤다. 하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 퇴임하자마자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야권 정치인들을 수시로 만나 메시지를 날렸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남북 군사 합의를 지키고 대화하라”고 훈계했다. 감사원엔 “무례하다”고 꾸짖었다. “정치를 떠나겠다”더니 현실 정치에 먼저 뛰어들었다.

 

자기 일상을 담은 다큐를 제작하고 책방 사업까지 시작했다. 지자체 돈을 받아 만든 다큐는 극장에서 상영했다. 매일 수천 명이 오는 책방은 팬미팅장과 다르지 않다. 지지자들과 만나 사진 찍기에 여념 없다. 문 정권 관련 책과 굿즈, 음료를 팔아 한 달 만에 2억5000만원 넘는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야권 인사들은 양산 사저의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온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친문은 그에게 눈도장 찍고 책방에서 인증샷을 올리는 게 필수 코스다. 이재명 대표도 ‘문·명(文明) 동맹’을 확인하려고 수시로 내려온다. 자녀 입시 비리로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는 독대 술자리를 가졌다. ‘마음의 빚’을 갚고 정치적으로 밀어주려는 의미였을 것이다. 조만간 귀국할 이낙연 전 대표도 양산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역대 어느 전직 대통령도, 왕조 시대 상왕조차 퇴임 후 이런 권력은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차분한 외모와 달리 ‘관종’ 성향이 짙다. 재임 때부터 ‘탁현민식 쇼’를 중독됐다고 할 정도로 좋아했다. 퇴임 후에도 노출 빈도가 역대급이다. ‘잊히고 싶다’는 건 ‘나를 봐달라’는 문재인식 화법이다. 그는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항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키우던 풍산개를 돈 문제로 파양하고도 ‘개 달력’을 만들어 팔았다. 이재명 비판 글에 ‘좋아요’를 눌렀는데 고양이가 범인이라고 했다.

 

잇단 실정(失政)으로 정권을 넘기고도 “5년 성취가 무너져 허망하다” “전문가에게 경제를 맡기면 안 된다”고 했다.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몰이와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으로 측근들이 줄줄이 처벌되는데 뒷짐만 졌다. 딸이 이상직 전 의원의 도움으로 해외 이주한 의혹에도 해명 한마디 없다. 김정숙 여사의 의상비도 대통령 기록물로 꽁꽁 숨겼다. 위선적이다.

 

지금 문 전 대통령은 양산에 자신의 정치적 성(城)을 쌓고 있다. 총선 전후 닥쳐올지 모를 정권 비리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을 것이다. 친문들은 이재명 다음 타깃이 문 전 대통령일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해 그에 대항할 ‘양산박(梁山泊)’을 세우려는 듯하다. 포스트 이재명 체제도 구상 중일 것이다. 야권 재편의 구심점이 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은 재임 중 겪었던 ‘한 번도 경험 못 한 나라’에 이어 퇴임 후 ‘문재인 시즌 2′까지 봐야 할지 모른다. 달갑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이다.

조선일보 배성규 기자

06-14 이재명의 ‘독극물 정치’

 

김세동 논설위원

日 오염수 선동에 끌어들이려
中대사관저 방문 ‘중관파천’
정파 이익만 노린 매국노 행태

이래경 혁신위長 이은 李 자해
한일관계 毒 될 괴담 퍼뜨리고
한중 갈등 악화할 불까지 질러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오만불손한 내정간섭성 협박으로 한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빌미를 크게 제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별다른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잘못을 저지른 자체보다 죄책감 없는 뻔뻔함이 더 문제인데, 이 대표가 딱 그 모양이다. 국가 의전 서열 8위인 이 대표는 지난 8일 중국 외교부 국장급인 싱 대사의 서울 성북동 관저로 격에 맞지 않게 찾아가, 대사가 준비한 인쇄물을 꺼내 15분 동안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중국몽(夢)에 아부하며 우리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도록 멍석을 깔아줬다. 국회 압도적 다수당의 대표가 구한말 위안스카이(袁世凱) 같은 중국대사의 발언과 태도에 항의하기는커녕 다소곳한 자세로 경청했고, 그걸 민주당 유튜브로 생중계까지 했다.

이미 거친 입 ‘전과’가 있는 싱 대사로부터 한미 정상회담과 워싱턴 선언, 한미일 신협력 체제 모색 등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관저 초청을 받았을 때 그가 ‘사고 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이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기본이 전혀 안 돼 있는 것이다. 당연히 사전에 대화 주제 등을 협의하고, 국회나 야당 대표실로 싱 대사가 오게 해야 했지만,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낙선했고 차기 야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국회의원 167명의 거대 정당 대표가 일개 대사의 관저로 찾아가 일방적인 훈시를 들었다.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오염처리수 방류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데 중국을 끌어들이는 그림을 만들기 위한 마음이 다급했던 탓일 것이다. 중국 대사관저의 참사와 굴욕은 고종의 아관파천(俄館播遷)에 빗대 ‘중관파천’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정치인이 절대로 피해야 할 게 자신이나 정파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훼손할 외세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민주당이 잘 쓰는 표현대로면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 행태다.

이 대표가 자초한 참사가 산사태처럼 민주당을 덮친다. 이래경 혁신위원장 소동은 중국 대사관저 굴욕 사태 사흘 전인 지난 5일 벌어졌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스캔들 등을 덮기 위한 회심의 카드를 노렸을 텐데, 그만 일대 자해가 돼 버렸다.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세력” “코로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졌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퍼뜨린 친북(親北), 숭중(崇中), 반미(反美) 성향 인사를 혁신위원장이라고 발표했다. 이 대표가 이래경과 사상이 같거나, 아니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는 방증이다. 반명(反明) 진영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당을 혁신하기 위한 인물로 극소수만 아는 1980년대 대학생 수준의 인식을 가진 인물을 덜컥 임명부터 한 것이다. 혁신을 요구한 반대파의 동의는 고사하고 건성으로도 의견을 구하지 않고, 선거법 위반 재판으로 다 죽게 생긴 경기지사 이재명 구명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을 혁신위원장으로 일방 발표할 정도로, 이 대표는 기본 양식이 없다. 보통 사람이면 민망해서도 못할 이런 인사(人事)로 당이 분열되고, 지지율이 떨어지든 말든 자신의 안위가 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방사능 동위원소를 처리하고 삼중수소의 배출 허용치를 40분의 1 이하로 낮춘 뒤 방류하는 것을 “우물에 독극물을 퍼 넣는 것”이라고 비난해왔다. 최소한의 과학적 상식도 없는 듯 유치한 막무가내 선동을 명색이 원내 제1당 대표가 스스럼없이 한다. 북태평양 해류가 시계 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오염처리수는 일본 동해안을 따라 북상해 알래스카, 캐나다·미국 서해안을 돌아 북적도, 필리핀, 대만을 거쳐 일본으로 귀환한다. 4∼5년 뒤에 한국 해역으로 일부 온다고 해도 삼중수소는 천문학적인 태평양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대표가 오염처리수 방류를 기화로 국민 공포심을 조장해 반정부 여론을 만들려고 우리 어민과 수산업계에, 한일관계에 치명적 독을 퍼 넣는 ‘독극물 정치’를 하고 있다. 광우병 괴담, ‘사드 참외’ 등의 거짓 선동으로 인한 학습효과 때문에 생각만큼 큰 재미를 보지 못하자 중국을 끌어들이려다 한중관계에 ‘불’까지 질렀다. 정치를 그만둬야 할 이유를 자꾸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문화일보

 
 

06.16 위기감이 없는 게 민주당의 진짜 위기다

제1 야당, 유튜브로 싱하이밍 발언 생중계
전략 판단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
중요한 건 민주당이 보는 세상이 아니라
세상이 민주당·이재명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
2004년 152석, 2020년 180석 제외하면
민주당 130석 넘은 적 없어… 착각 말아야

▲일러스트=이철원

 

두 달 전 이 지면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총선 1년 남은 시점에서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유지될까, 원심력이 점점 커지는 양당이 결국 분열할까, 경쟁력 있는 제3당이 출현할까 하는 것이다. (…) 전·현직 대표 사법 리스크로 민주당은 구심력이 약해지고 있다. 냉정하게 분석하면 ①이재명 대표 체제로 똘똘 뭉쳐 총선 치를 가능성 5% ②이재명 체제가 붕괴하고 비대위로 치를 가능성 35% ③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지 않고 비명·반명도 그 체제로는 총선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분열할 가능성 60%로 보인다.’

이후 김남국 의원 파동, 이래경 혁신위원장 낙마.,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이슈로 이재명 대표 리더십은 더 흔들리고 있다. 특히 싱하이밍 대사 파동은 형식과 내용에서 이재명 대표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혔다. ‘일개’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민주당 유튜브로 생중계한 것은 전략 판단 기능이 작동 불능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정체성, 리더십, 지지 기반이 동시에 흔들리는 3중 위기를 맞은 민주당이 최근 파동으로 위기가 더 커지고 있다. 총선 패배 두려움이 커질수록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친명조차 이재명 체제에 서서히 등 돌리는 게 야박한 여의도 인심이다. 낙선 앞에 장사 없다.

 

친명의 총선 구상은 세 가지다. ①이재명 대표 체제로 치른다 ②불가능하다면 ‘친명 비대위’로 전환한다 ③둘 다 어렵다면 ‘분당’도 불사한다. 반면 반명 시나리오에 이재명 대표 체제는 없다. 반명의 구상도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①모두가 동의하는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있다 ②이재명 대표가 물러날 의사가 없다면 선제적으로 이재명 체제를 붕괴시킨다 ③둘 다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이 탈당한다. 비명의 시나리오는 단순하다. 분열을 막으려면 비대위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결국 친명·반명·비명의 교집합은 ‘비대위’다.

 

친명·반명·비명이 각각 그리는 ①이재명 대표 체제 유지 ②(중도 확장을 위한) 비대위 전환 ③'원 팀’으로 총선 승리는 과연 가능할까.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유지되려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총선 승리’ 전망을 높여야 한다. 사법 리스크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는 행보로) 총선 승리 전망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이 이재명 대표 위기의 핵심이다.

 

김남국·이래경·싱하이밍 이슈에서 드러난 이재명 대표의 인식과 태도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보다 세상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치는 지지 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축구는 운동장을 넓게 쓰는 팀이 이기고, 바둑은 판을 넓게 보는 사람이 이긴다. 지금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갈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제를 유지하려면 사실상 반명·비명이 원하는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를 구상해야 한다. ‘(전권)혁신위’는 세 가지 난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①이재명 체제 유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 ②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냉정한 평가 ③총선 승리를 위한 담대한 전략적 제언이다. 이런 혁신위가 가능할까. 솔직히 불가능해 보인다. 바츨라프 하벨은 정치를 ‘불가능의 예술’이라고 불렀는데 이재명 대표가 지금 그 ‘불가능’을 좇아야 하는 순간이다.

역사적으로 ‘혁신위’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대체로 혁신위는 지도부를 향한 혁신의 총구를 돌리기 위한 ‘위장 기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대위’가 성공한 사례도 거의 없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와 2016년 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정도가 성공 사례다. 비대위의 성공 조건은 두 가지다. ①대주주가 직접 나서거나(박근혜) 대주주가 전권을 위임(문재인)하고 ②총선 직전 ‘비상계엄’ 같은 공천 전권을 가진 경우다. 그 외에는 실패했다.

1997년 이회창과 2012년 문재인은 대선에서 패배한 후 1998년(이회창)과 2015년(문재인)에 대표로 돌아와 당을 장악했는데 그건 대주주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주주가 아니면서 당을 바꾼 사례는 노무현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사례다.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대주주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닌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장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비대위를 이재명 대표가 거부한다면 이재명 체제는 붕괴에 직면할 것이다. 그 상황에서 체포 동의안이 또 넘어온다면 이번에는 통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대위가 분열을 막는 필요조건이다. 문제는 대통령도 없고 대주주도 없는 권력 공백 상태의 민주당이 성공적으로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느냐 여부다.

 

만일 실패한다면 ①당이 분열하거나 ②(분열하지 않더라도) 2007년 대선(63% 투표율)과 2008년 총선(46% 투표율)처럼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에서 이탈하거나 ③2020년 황교안 체제의 미래통합당처럼 ‘야당 심판론’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모두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역대 민주당의 총선 성적은 1992년 민주당 97석,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79석·민주당 15석, 2000년 새천년민주당 115석, 2004년 열린우리당 152석, 2008년 통합민주당 81석, 2012년 민주통합당 127석, 2016년 더불어민주당 123석, 2020년 더불어민주당 180석이다. ‘탄핵’ 이슈가 있었던 2004년과 2020년 총선을 제외하면 민주당은 130석을 넘은 적이 없다. 2020년 착시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위기감이 없는 게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진짜 위기다. 사즉생의 혁신이 없다면 2020년 미래통합당의 참담한 결과가 이번에는 민주당 몫이 될 수 있다.

조선일보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06-16 국회 대정부질문 典範 보여 여야 박수 받은 김예지 의원

저질 행태가 만연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모처럼 돋보이는 장면이 나왔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불러낸 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입법한)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을 차분하게 지적하며 장애인 학대 범죄는 고발인도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특례법 입법의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한 장관의 공감을 끌어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논리적 질의로 “장애인 예산을 늘리긴 했지만,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더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국회 대정부질문의 전범(典範)을 보인 것으로, 여야 의원 모두 기립 박수를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15일 “큰 울림을 줬다”며 이례적으로 새삼 칭송했다. 그 찬사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도, 제1야당인 민주당부터 행동으로 본받아야 한다. 한 장관을 억지로 흠집 내려다가 ‘이모(李某)’를 엉뚱하게 ‘이모(姨母)’라고 몰아붙인 블랙코미디의 주역도 민주당 의원이었다. 국정의 적절성을 따지기보다 지지층 환심만 사려는 저의가 확연한 무조건적인 정부 공격, 궤변과 흑색 선동, ‘묻지 마’ 식의 호통·삿대질 등도 민주당은 상습화했다.

그 악습을 당장 끊어야 한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장관 같은 행정가는 일반 국민의 삶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밑바닥의 문제를 끄집어내 이들에게 대안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대정부질문 본래 목적”이라며, 김 의원을 ‘모범’으로 지목했다.
문화일보 사설

06.16 삿대질 대신 기립박수 보냈다, 김예지의 ‘물고기 연설’

‘이런 게 국회’ 보여준 대정부질문

 ▲한동훈 법무장관에 질의하는 시각장애 김예지 의원 -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오른쪽)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검수완박으로 인해 장애인 학대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 등을 질의하고 있다. 안내견 조이가 옆에서 김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4일 오후 3시 20분쯤 대정부 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 이 순간 끝없이 이어지는 고성도 없고 야유도 사라졌다. 오히려 여야 의원들의 기립 박수가 있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 순서였다.

 

시간이 되자 김 의원은 안내견 조이와 함께 본회의장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날 오전 예행 연습으로 익힌 ‘바닥의 느낌’을 더듬으며 단상 근처에서 멈추고는 의장에게 인사한 뒤 국무위원들을 향해 섰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선 “후쿠시마 오염수를 총리와 직계가족도 같이 마시겠는가”식의 흑색 질문이 난무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어항의 크기에 따라 몸집이 달라지는 물고기 ‘코이' 얘기를 했다. 그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의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 정부가 더욱 큰 강물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은 ‘민의(民意)와 행정의 절충점 찾기’라는 제도 본연의 목적에 충실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밑바닥의 이야기를 전하고, 행정부와 함께 법·제도적 대안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근 대정부 질문은 자극적인 언행을 통해 지지층의 환심을 사는 수단으로 변질된 상태다.

 

김 의원이 이날 정치적으로 민감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를 장애인의 시각으로 고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의 발언에 어떤 야당 의원도 고성을 지르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는 검수완박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폐지된 점을 지적했다. 장애인의 경우 학대 피해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있어 제3자의 고발을 통해 경찰 수사가 시작되곤 한다. 이때 석연치 않은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면 장애인 시설 관계자 등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통해 따져야 한다. 그러나 검수완박으로 검찰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됐다. 장애인 학대 범죄 사실 자체가 묻힐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김 의원이 이와 관련해 “법무장관님 발언대로 나와주십시오”라고 하자, 한동훈 장관은 발언대로 올라와 김 의원이 알 수 있도록 “김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와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검수완박과 관련해 “자원봉사자 같은 분들이 장애인에 대한 학대 범죄를 고발하더라도 경찰이 어떤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하게 되면 그 이후에 검찰의 스크린(재점검)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며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해야 할 어떤 공익적인 이유도 저는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장애인의 형사소송을 돕는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장관은 “(장애인 학대 피해자를 돕는 법이) 여러 곳에 산재돼 있고 하나로 모아져 있지는 않다”며 “의원님이 발의한 40페이지 가까운 장애인 학대 특례법 제정안을 상세히 살펴봤는데, 이렇게 (산재된 법을) 모으는 시도가 상당히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김 의원은 중간중간 연단에 놓은 점자 자료를 만지며 정부의 장애인 정책을 질의했다. 보좌진과 회의를 통해 정리한 내용을 기록한 점자 자료다. 김 의원에게는 국회법에 따라 추가 시간 6분이 주어졌다. 장애를 가진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추가 시간을 받은 건 이번이 세 번째로 14년 만이다.

 

한 장관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를 호출하자, 한 총리 역시 큰 소리로 “네, 국무총리 발언대에 나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한 총리에게 “우리 정부의 첫 예산을 보면 장애인 예산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큼 나름의 성과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애계와 언론 등에서 아주 인색한 평가를 받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한 총리는 “작년에 4조800억원 정도의 장애인 예산이 있었지만 올해에는 4조5400억원으로 11% 정도 늘었다. 그럼에도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코이라는 물고기를 소개했다. 그는 “(코이는)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다.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그런 고기”라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소외된 분들을 대변하는 공복으로서 모든 국민이 당당한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의 질문이 끝나자 여야 의원들은 이례적으로 기립 박수를 쳤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내가 신경 쓰는 이슈는 장애인의 날이 아니면 기사에도 안 나오는, 핫하지 못한 이슈들이다”라며 “우리 세상에는 그런 게 더 많다. 내가 대변해야 하는 분들은 이런 분들이다”라고 했다.

 

그의 대정부 질문에 야당도 찬사를 보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김 의원의 대정부 질문이) 큰 울림을 줬다”며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는 아픈 지적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입법과 예산, 정책으로 응답하겠다”고 했다. 당대표를 시작으로 여야 정치인 간의 막말과 설전이 오가고, 상대방에 대한 소송을 불사하는 상황에서 야당 원내대표가 여당 의원을 치켜세운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가들도 높이 평가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관 같은 행정가는 일반 국민들의 삶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밑바닥의 문제를 끄집어내 이들에게 대안을 마련토록 하는 게 대정부 질문의 본래 목적”이라며 “김 의원의 대정부 질문은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이 제도가 강성 지지층이 ‘카타르시스’를 얻도록, 장관들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모범 사례는 있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한동훈 장관은 ‘비동의 강간죄’ 입법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당시 류 의원은 비동의 강간죄 입법 필요성을 주장했고, 한동훈 장관은 반대 의견을 내며 맞붙었지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오히려 화제가 됐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당시 한기정 공정위원장과 화물연대의 성격을 놓고 법리 논쟁을 벌였다. 화물연대에 대한 제재가 정당한가에 대한 민감한 논쟁이었지만, 차분한 토론으로 주목받았다.

조선일보 김태준 기자편집국 정치부 기자

 

06-16 이재명 전술에 이재명이 진다

 

오승훈 논설위원

李대표 사퇴론 안팎에서 비등
특기인 프레임 전술 거듭 실패
검찰탄압 주장도 여론 시큰둥

싱하이밍 방문과 혁신위 구성
국면전환 시도도 여의치 않아
특유의 정치 생존력 시험대에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더불어민주당에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거세다. 리더십 위기다. 그런데 여의도 인사들에게 그가 진짜 물러날 것 같으냐고 물으면 여야 없이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다. 여러 갈래의 분석이 나오는데, 요지는 비슷하다. 한마디로 ‘이재명이니까’다. 쉽지 않았던 삶 속에서 터득한, 거의 무조건반사로 나오는 그의 생존력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호불호를 떠나 그간 정치 행로에서 그 ‘능력’ 하나는 모두 인정하는 바가 아니던가. 대중이 열광할 소요와 언어(메시지)를 단박에 갈파하는 직관력, 명분과 실리를 놓고 계산하기보다 그 경중에 관한 도덕과 상식을 무시하는 정치 현실주의,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생존에 최적 항로라 판단하면 주저하지 않는 실용과 추진력, 어제 말과 오늘 말이 달라도 책임 유무를 회피하며 일관성으로 덧칠하는 화술과 능란한 변칙. 한 가지 더 있다. 프레임 전술의 귀재다. 이슈가 불리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본질적 논점을 피하면서 정국을 전혀 다른 국면으로 바꿔버린다.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사건 등의 리스크에도 득표율을 1위와 0.73%포인트까지 좁혔고, 패장임에도 국회에 입성해 당권까지 거머쥔 기세에는 그 모순형용적인 정치력과 이를 추종하는 팬덤이 있었다. 거대 야당 대표에 대한 헌정 초유의 검찰 기소에도, 5명이나 되는 주변 인사의 극단 선택과 사망에도, 당 안팎의 줄기찬 사퇴 압박에도 ‘대표 이재명’이 유지되는 근간이다.

그 신통한 정치술의 효능이 요즘 예전 같지 않다. 프레임 전술부터 번번이 먹혀들지 않는다. 지난 4월에 확산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5월 중순에 불거진 ‘김남국 코인’ 의혹이 시발이다. 이 대표는 도깨비방망이를 들듯 ‘검찰 탄압’ 프레임을 밀어붙였고, ‘일시 탈당’ 수습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파장은 커지고 여론은 악화일로였다. 검찰 악마화 약발이 기대만큼 발휘되지 않은 것이다. 따져보면 대장동 수사가 본격화한 2021년 10월부터 1년8개월, 2019년 10월 조국 사태 시점으론 3년8개월 넘게 써먹는 프레임이 아니던가. 미래 권력을 잡겠다면 능동형이어야 할 정당과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피동형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었다. 더욱이 법 집행자를 너무 오래 무시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법이 만만해 보인다. 준법이 하찮은 일이 되고 윤리와 도덕도 거추장스러워진다. 어느새 ‘대의와 명분이 있으면 불법(illegal)이라도 정당하다(legitimate)’는 옛 운동권 논리가 횡행한다. 지난 12일 민주당이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것은 프레임 부작용, 불법 불감의 병증을 확인해준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말 돈봉투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귀국한 송영길 전 대표에 관해 묻는 기자들에게 “(국민의힘) 김현아 의원은요?”라고 되물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김 전 의원으로 이슈를 돌리려 한 것이다. “태영호 의원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가느냐”고 물은 적도 있다. 누가 봐도 뻔한 속내라서 되레 비난을 샀다. 나중에 이 대표는 “제 살점을 뜯어서 낚시를 한 것”이라고 비유했다고 한다. 자기희생, 프레임 전술에 임하는 이 대표의 인식이다. 그런 전술이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 조바심이 난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관저 방문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이슈로 국면 반전을 꾀해보겠다는 야심작이었을 것이다. 유튜브 중계까지 했다.

결과는 15분 동안 오만불손한 행위에 멍석을 깔아 준 외교 참사가 돼버렸다. 사퇴론을 눌러보려 혁신위원회를 띄웠으나 대중의 뇌리에 남은 건 최단명 ‘9시간짜리 위원장’뿐이다. 이 대표는 연일 “35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론은 “세수가 부족해 벌써 45조 원 적자인데 35조 원을 더 쓰겠다고 하면 나라 살림을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정부 쪽인 듯하다. 이재명 꾀에 이재명이 지고 있다. 그리 깊지 않은 전술을 너무 자주 구사하고, 이제는 수가 쉽게 읽히는 까닭이다.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여전히 20%대 지지율로 1위라지만, 이 대표 정치 생존력은 하방으로 꺾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오는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문화일보

 
 

06-16 이재명 “김은경 혁신기구에 전권”… 비명계 “대표 개입 차단”

 

이재명 구체적 가이드 라인 안 밝히자
비명계, 지도부 초월 권한 촉구
혁신위원 선정서 계파 갈등 전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쇄신을 이끌 책임자로 김은경(사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임한 것에 대해 “혁신기구가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16일 밝혔다. 비명(비이재명)계는 “혁신기구에 지도부를 넘어서는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이재명 체제에서 누적된 ‘기득권 방탄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혁신기구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지도부는 혁신기구의 개혁안들을 전폭 수용해서 새롭게 거듭나는 민주당, 유능하고 강하고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을 얼마만큼 혁신기구에 위임할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았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인사로 2020년 여성 최초 금융감독원 부원장(금융소비자보호처장)으로 임명돼 지난 3월까지 임기를 채웠다. 그는 서울 서초구에 지난 2020년 기준 공시가격으로 총 36억 원에 달하는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혁신기구는 ‘이래경 낙마 사태’ 이후 김 교수를 새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가까스로 닻을 올렸으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이 재창당 각오의 쇄신을 선언한 지 한 달 이상 지난 시점이지만, 당장 김 교수를 도와 혁신기구에 참여할 위원들의 윤곽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위원장 선임으로 계파 간 신경전이 격화된 가운데, 위원 인선 과정을 놓고도 추가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권’에 대한 해석도 계파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비명계는 대표 개입이 차단된 독점적 지위 부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친명(친이재명)계는 지도부를 넘어서는 권한은 ‘월권’이라고 맞서고 있다. 혁신기구 최우선 역할과 관련해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제일 먼저 기득권 방탄 정당이라고 하는 비판을 떨쳐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명계 장경태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권한은 소수가 독점할 경우 권력이 되고 다수가 누리면 권리가 된다”며 대의원제 폐지 등 당내 민주주의 강화 논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문화일보 김성훈·김대영 기자

 

06-19 ‘불법자금·사생활 의혹’ 與 황보승희 “탈당하고 총선 불출마”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의원직 사퇴 관련해선 “주민들께
마지막 책임 다하도록 보듬어달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입장문을 내고 탈당과 함께 내년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보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최근 제 가정사와 경찰 수사 건으로 크나큰 심려를 끼쳐 드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20 년간 저를 키워주신 사랑하는 중구·영도구 구민 여러분께 거듭 죄송하다”며 “은혜에 보답하지 못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평생을 두고 그 빚을 갚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4년간의 당 생활을 통해 알게 된 훌륭한 분들과 대한민국의 상식과 공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배ㆍ동료 의원님들·당원 동지들께 거듭 죄송하다”며 “모든 것을 겸허히 내려 놓고 저에 대한 모든 비난을 오롯이 내 탓으로 돌리며 더 낮은 자세로 깊이 성찰하겠다”고 덧붙였다.

황보 의원은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무엇보다 못난 부모의 일로 상처 입은 제 두 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 말 못할 가정사와 경찰 수사는 결자해지 하고 국민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보 의원은 자신의 의원직 사퇴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끼친 심려를 생각하면 국회의원직을 내려 놓아야 마땅하지만 저를 믿고 뽑아주신 지역 주민들께 마지막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넓은 혜량으로 보듬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화일보 노기섭 기자
 

 

06.20 전문가들에게 “돌팔이”라는 이 대표, 누가 진짜 ‘돌팔이’인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에서 “여당이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하는 게 괴담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 그게 진리인 것처럼 홍보한다”고 했다. 원자력 전문가를 돌팔이라고 몰아세우고 유엔 기구인 IAEA 검증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원전 처리수 방류는 기본적으로 일본 문제다. 그런데 이에 대해 너무나 비과학적인 괴담을 퍼뜨리면 우리 수산물 업계가 피해를 본다. 민주당의 괴담에 대해 국내외 원자력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위험을 과장해 국민 불안을 조장한다”고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 방류에 따른 한국인의 방사선 피폭량은 흉부 X레이 한 차례 찍을 때의 10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학자들도 대부분 세슘과 스트론튬 등 방사성물질은 ALPS라는 정화 장치로 거르고 삼중수소도 바닷물로 희석하기 때문에 국내 유입량은 자연 발생량보다 적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물질의 바다 유입은 중국 원전에서 50배 더 많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학자들은 원자력·방사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능력을 인정받은 국내외 주요 대학 교수와 전문가다. “공포 대신 과학으로 풀자”고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국제적 방사선 안전 기관인 방사선방호위원회(ICRP) 위원을 지냈다. 각종 괴담에 대한 일일 브리핑을 하는 대학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일했다. 최근 후쿠시마를 방문한 시찰단도 대부분 원자력 안전을 10~20년 이상 연구한 전문가다.

그런데 한국 정치판은 자기들 이익에 맞지 않으면 이 전문성을 대놓고 무시한다. 원자력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인 이재명 대표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설명을 하는 전문가들을 ‘돌팔이’라고 비난하는 지경이다. 이들은 ‘사실’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적 이익, 손해만이 관심사다.

 

이 대표는 국회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고 구속영장 청구 땐 제 발로 출석해 영장 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는 대선 때도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했지만 지난 2월 개인 비리로 영장이 청구되자 불체포 특권 뒤에 숨었다. 뇌물과 돈 봉투 사건으로 수사받던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 대표 취임 후 지금까지 열 달 넘게 방탄 국회를 열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 동의안을 부결하자 검찰은 이미 이 대표를 불구속으로 기소해 재판이 열리고 있다.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결국 더 이상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 것 아닌가. 그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어온 이 대표가 갑자기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니 그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20 포퓰리즘 재정이 망친 국가 경쟁력…또 35조 원 풀자는 野

예고된 재앙이긴 하지만, 국가 재정의 악화가 마침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글로벌 평가기관에 의해 적시됐다. 20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64개국 중 28위로, 작년보다 1계단 내려앉았다.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개 분야 가운데 정부 효율성이 38위로 2계단 하락한 게 발목을 잡았다. 무엇보다 방만 재정의 부정적 영향이 컸다. 재정 분야 순위는 지난해 32위에서 40위로 급락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수지가 9위에서 24위, 일반정부 부채 실질증가율이 34위에서 56위로 곤두박질한 게 결정적이었다.

IMD는 “재정 악화”라고 표현했지만,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의미다. 방만 재정이 정부 효율성을 제약하고 결국 국가 경쟁력까지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전방위 재정 살포로 나랏빚이 70%나 급증했으니 국가 경쟁력이 멀쩡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번 IMD 평가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더 이상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51%로, 다른 선진국들보다 낮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정준칙부터 입법화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라는 경고다. 또 공공혁신을 통해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교육·연금·공공부문 등 4대 개혁 속도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들고 나왔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두 아는 문제점에 대한 정반대 처방을 내놨다. 서민들 고금리 탕감용 12조, 에너지·물가지원금 11조, 주거안정 지원금 7조, 인프라 구축 4.4조 원 등을 나열하면서 국채 발행과 함께 “국가가 져야 할 빚을 국민이 대신 지는 현실은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빚 내서 포퓰리즘’ 선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10차례, 150조 원 규모의 추경을 남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가 채무가 400조 원이나 폭증해 1000조 원을 훌쩍 넘겼고, 올해 나랏빚 이자로만 25조 원을 갚아야 한다. 냉엄한 현실을 외면하고 포퓰리즘에 매달리면 국가 경쟁력 하락은 더 가팔라진다. 이 대표는 “눈 떠 보니 후진국”이라고 했는데, 국민은 누가 후진국을 재촉하는지 판단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6.21 ‘킬러 문항 폐지’ 공약했던 李, 정부가 발표하자 “최악 참사”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20일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비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사안을 단순하게 보는 것”이라며 “최악의 교육 참사”라고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사과와 기존 수능 기조 유지도 요구했다. 그런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때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능을 개편하고 초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고 국민 앞에 공약했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문제 의식, 해법과 차이가 없다. 그런데 지금 최악의 참사라고 한다면 제 얼굴에 침 뱉기밖에 더 되나. 이들은 이런 일이 밝혀져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이 대표는 대선 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뒤에 숨었다.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구속을 피하고 나자 다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이 대표는 대선 때는 종부세·재산세 완화를 위한 부동산 공시 가격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우더니, 대선이 끝나자 ‘부자 감세’라며 입법에 반대했다. 소형모듈원전(SMR) 연구·개발 추진 공약도 선거 이후 반대로 돌아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 했다. 대선 때는 김포공항을 “중국·일본 등과 직통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하더니 두 달 뒤 인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수명을 다했다”며 없애자고 했다. 경북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공과가 공존한다”고, 광주에선 “죽어도 애도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만큼 쉽게 말을 바꾸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 킬러 문항 폐지와 사교육 해소를 공약한 것은 옳은 방향이었다. 그런데 새 정부가 한다고 하니 자신들이 공약했던 사실조차 잊고 ‘최악 참사’라고 한다. 민주당의 무조건 반대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라도 학생 학부모들을 사교육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줄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6-21 상호주의 어긋나는 중국인 투표권, 폐지 시급하다

외국인의 선거권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그런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면서 중국인 등의 투표권 폐지 추진 방침을 밝혔다. 헌법 제24조는 선거권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 제15조 2항 1호는 영주권 획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도 지방선거 선거권을 주도록 규정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8월에 법 개정이 이뤄졌다.

기본적으로 선거권을 대한민국 국적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는 것부터 문제다.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가 사실상 없는 이유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은 유럽연합(EU) 국가 출신, 영국도 영연방 국가 출신에게 투표권을 주지만, 상호주의를 적용할 뿐만 아니라 EU와 영연방이라는 공통의 울타리도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상호주의 없이 일방적으로 투표권을 인정하는 나라는 베네수엘라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국회 답변을 통해 “해당국에 (한국인 영주권자의) 투표권이 없는데 상대 국민은 한국에서 투표권을 갖는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이제라도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다.

해당 법률 입법 당시의 여당인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재일교포의 일본 내 참정권 확보를 압박한다는 명분으로 여야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식민지배 결과로 강제로 일본에 편입돼 정착한 재일동포와, 취업 등을 위해 1990년 대 이후 한국에 온 중국인은 차원이 다르다. 두 경우를 동렬에 놓는 것이야말로 역사 왜곡이다. 일본은 지금도 재일교포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인 선거권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시정이 더 시급해졌다. 2005년 국내 거주 외국인 영주권자는 67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은 12만6668명이고, 이 중 9만9969명이 중국 국적이다.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김동연 후보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에 8000여 표 차이로 겨우 이겼는데, 중국인들이 당락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문화일보 사설

 
 

06-21 李 “핵 폐수” 근거 있다면 원자력학회 토론에 응해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흔쾌히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방류에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적 조직이라면, 나름의 합리적·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정서적 불안감 때문에 반대한다면, 근거는 희박하지만 그렇게 한다는 점을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 그런데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태도는 ‘묻지 마 반대’에 가깝다. 이런 태도가 무책임한 것은, 한국 바다도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공포를 부추기고 수산업에 치명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원자력학회가 20일 입장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우리 학회의 판단과 크게 다른 주장을 전파하는 분들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과학적 사실을 공개적으로 왜곡하면서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우리 수산업계와 관련 요식업계의 피해를 스스로 가중시키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정서적·도덕적·경제적 또는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반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과학적 사실 왜곡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합리적 주장이다.

민주당은 ‘오염수 반대’ 투쟁을 내걸었지만, 과학적 근거 제시보다는 ‘방사능 테러’ ‘독극물 퍼트리기’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이 대표는 ‘오염수’도 아닌 “핵 폐수”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폐수 용어는 최근 중국 이외에는 국제학계에서 사용하지도 않는 과격한 용어라고 한다. 원자력발전소 방류수 등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핵 폐수가 선동성 용어임을 알 수 있다. 민주당은 전국 순회 집회를 이어가고 100만 명 서명 행사도 가졌다.

민주당은 원자력학회와의 토론에 임해 그 주장과 근거를 당당히 밝혀야 한다. 그러잖으면 괴담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또, 한일관계에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국익 자해가 될 수 있음도 알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6-21 광우병 사태 ~ 핼러윈 참사… ‘민주당 - 진보단체 연대’ 데자뷔

■ ‘日오염수 괴담’ 논란

반복적 대여투쟁 화력 키우기
특정사안마다 100만명 서명도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반대하며 연일 장외투쟁에 나서는 가운데,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의 공동 전선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광우병 사태부터 총궐기 정부 퇴진 운동, 핼러윈 참사까지 ‘민주당-진보 시민단체’ 연대로 대여 투쟁 화력을 키우는 행태가 데자뷔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8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간담회에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를 불러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박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이른바 ‘광우병 사태’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개정을 촉구하는 국회 정문 앞 천막 농성을 하고, 관련 국회 간담회에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옆에 자리했다. 이뿐만 아니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를 맡아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 촉구 시위에도 앞장섰다. 박 대표는 여권에서 ‘유명한 전문 시위꾼’으로 불린다.

민주당은 원내 대응단에도 진보 시민단체 출신을 영입했다. 오염수 방류 대응을 위해 지난 5일 출범시킨 민주당 원내 대책단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 출신 송기호 변호사가 자문위원이자 부단장으로 합류했다. 민주당은 오염수 방류 저지 주말 장외 투쟁에서도 시민단체들과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리며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민주당이 특정 사안마다 100만 명 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도 ‘단골’ 소재 중 하나이다. 민주당은 광우병 사태 당시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였고 핼러윈 참사 당시에도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번 오염수 방류 반대 국민 서명도 100만 명 규모로 진행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민단체 측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할 때 당도 함께 공동 주최를 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먼저 온다”며 “우리로서도 장외 투쟁에서 시민단체의 조직력과 행동력이 필요한 상황으로 ‘상부상조’인 격”이라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06.21 [단독]이재명에 '돌팔이' 저격당한 옥스퍼드 교수 "과학 배워라"

▲지난달 한국을 찾았던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가 5월 15일 열린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대회’에서 ‘돌팔이’라 지칭한 과학자가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웨이드 앨리슨(Wade Allison)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 명예교수다.

40여년간 방사능과 원자력을 연구해 온 앨리슨 명예교수는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초청 간담회와 국민의힘 초청 강연에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1리터를 섭취했을 때 CT, X-ray 등 의학 설비에 노출됐을 때보다 방사선량이 적다”며 “제 앞에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집권 여당이 (오염수를) 매일 1리터, 10리터씩 마셔도 아무 상관 없다고 하는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하는 게 국민을 우롱하고 괴담을 퍼트리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중앙일보는 지난 20일 엘리슨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 대표의 ‘돌팔이 과학자’란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앨리슨 교수는 답변에서 “관련한 해법을 말해야한다면, 과학을 좀 배우라는 것(Recommended treatment? Learn a little science)”이라고 반박했다. 앨리슨 교수는 “난 주장을 하거나 믿음을 말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수치를 밝힌 것”이라며 “방사성 물질 중 하나인 칼륨-40은 내 몸 안에도 있고, 또 모든 사람의 몸 안에도 존재하며 심지어 이재명 대표의 몸 안에도 있을 것이다. 해롭지도 않다”고 말했다. 앨리슨 교수는 지난달 초청 간담회에서 밝혔듯 “희석되지 않은 1리터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면 체내의 칼륨 수치만큼 방사성 수치가 오를 수 있으나 2주 후면 괜찮다”며 “CT 스캔과 마찬가지로 해롭지 않다”고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앨리슨 교수는 “기초 과학 지식만 있다면 방사성 물질은 지구 탄생 전부터 주변에 존재해왔던 것임을 알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수치가 뒷받침되지 않은 논쟁을 과학적인 논쟁처럼 주장해서는 안 된다”며 “두려워하거나 대신 생각해 줄 전문가를 찾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을 가르쳐 온 앨리슨 교수는 2008년 은퇴한 뒤 옥스포드 커비 컬리지의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방사능에 대한 과도한 공포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앨리슨 교수의 2009년 저작 『방사선과 이성, 공포의 문화 속 과학의 영향』은 2021년 국내에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앨리슨 교수를 초청했던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달 15일 후쿠시마 오염수 음용과 관련한 앨리슨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일본이 희석하여 방류할 오염수의 삼중수소 방사능 농도는 1,500Bq/L 이하로 방사능 관점에서는 상시 음용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희석 전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평균 620,000Bq/L로 상시 음용하는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06.22 정범진 “우린 돌팔이 아닌 과학자, 전문가가 목소리 안 내면 국민만 피해”

원자력학회 6000명 성명 주도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 교수

 

 ▲2023년 6월 21일 원자력학회 이슈위원장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한반도 와 그 주변의 방사능 농도를 나타내 주는 eRAD 앱을 보여주며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과학적인 방사능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전기병 기자

 

 회원 수 6000명에 이르는 국내 원자력 분야 최고 권위 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20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공포를 조장하는 세력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원자력학회 이슈위원장으로 이 성명을 주도한 정범진 수석부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명백한 사실을 말하는 과학자들을 돌팔이라고 부르며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을 지식인 입장에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면서 “공개 토론이 이뤄지면 국민들이 누가 옳고 그른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숫자가 입증한다고 했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오염수 300톤이 바다에 흘러들어 갔지만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한국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현재 일본이 처리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이 2011년 당시의 0.05%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민이 불안해하는 점에 대해 “광우병이나 사드 사태 때처럼 국민들이 과학과 친근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 일부 세력의 선동 때문”이라며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자극하는 행동, 정치 팬덤 등을 이용해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했다.

 

-학회가 어제 공식 성명을 냈다. 지금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지식 집단의 책임감 때문이다. 광우병 때처럼 과학적으로 전혀 위험하지 않은데 괜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괴담이 커지고 결국 어민 등 피해자가 발생한다.”

 

 ▲1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달로 예상되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로 한반도 주변 바닷물이 오염될 것이란 우려로 일각에선 미리 천일염을 사놓고, 수산물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오종찬기자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돼도 안전하다고 했는데 어떤 근거인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고농도의 방사능 물질이 섞인 물이 하루에 300톤씩 바다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반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2001년부터 측정해온 한반도 주변 방사능 농도 수치가 이를 말해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일본이 방류하려고 하는 방사능 물질은 사고 당시의 0.003~0.05%에 불과하다.”

 

-우리 해역에 오염수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일본 선박이 평형수를 배출함으로써 오염수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슘 같은 방사성동위원소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기준치 미만으로 걸러진다. 삼중수소만 걸러지지 않는데 일본의 배출 기준은 리터(L)당 6만 베크렐(Bq)이다. 일본은 여기에 바닷물을 희석시켜 1500Bq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방류구에서 3㎞ 떨어지면 100Bq로 떨어진다. 이는 한강물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이 1만Bq이다. 선박이 일본 해역에서 담은 평형수를 배출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에서 방사성 세슘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문제가 됐는데.

“항만 인근 방파제 안쪽을 내항이라고 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내항과 항구에서 20㎞ 떨어진 곳의 방사능 농도를 감시해 왔다. 2013년 이후 내항 외에 다른 곳은 기준치 미만이었다. 아직 내항에 가두리를 친 곳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가 잡히기도 한다. 먹는 물고기가 아닌 방사능 농도를 검사하기 위해 잡은 물고기다. 무엇보다 2011년 때 방류된 다량의 방사능 물질에 영향을 받은 물고기다. 일본이 앞으로 방류하는 오염수와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 결론적으로 식탁에 오르는 물고기들은 안전하다.”

 

-일본이 제시하는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인 IAEA가 거짓말을 한다면 세상에 어떤 자료를 믿겠나. 만약 일본의 말이 거짓이라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자국민일 것이다. 일본은 자국민 보호를 하지 않는 국가라는 것이냐.”

 

-과학적 근거를 들어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불신하는 이유는 뭘까.

“선동이 성공했다고 본다. 지금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슘이나 삼중수소 같은 방사성동위원소가 얼마나 위험한지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그 양이 극미량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그건 과학이 아니다. 그리고 색안경을 씌우고 프레임을 만든다.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자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말하면 ‘일본 총리십니까’라고 말하는 식이다.”

 

-지난 6일 방송된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주진우씨의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 화제가 됐다.

“나는 정치색이 없는 사람이다. 주진우씨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조금 듣기는 했지만 그렇게 주목받는 사람인 줄도 몰랐다. 다만 내가 전해야 할 메시지만 기억하고 나갔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것과 일본의 방류 결정에 대해 (오염물질이) 기준치 이하라면 다른 나라는 ‘하지 말라’고 할 권리가 없다는 것, 두 가지였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방류를 반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안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

“원자력은 종합 과학이다. 굉장히 많은 전문가들이 있지만 전체를 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세부 분야 전문가들은 나보다 그 분야에 대해 더 뛰어나겠지만 그 외 실무에 대한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원전 반대하는 사람들과 만나 토론할 때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나는 공무원 시절 전체를 보는 경험을 했고 전공인 안전공학이 어떻게 하면 시스템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 안전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 원전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정부가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잘못된 정보로 불안감이 커지는 것, 수산업 종사자 등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매일 정보를 공개하고 검사도 확대하는 등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하는 일은 방류 허용량을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산물을 생각해보면 잔류 농약을 얼마까지 허용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그래도 더 깨끗하게 생산된 농산물을 먹고 싶다 하는 사람들은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국민이 불안하니 모든 농산물을 유기농으로 생산하게 하라고 하면 안 된다. 정부가 노력해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김효인 기자

 

06-22 사드 괴담 규명에 6년…사과 없이 또 오염수 선동하는 野

괴담은 순식간에 유포되지만, 이를 규명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 또 한 번 확인됐다. 이런 괴리를 악용해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선동도 되풀이된다. 그러나 진실이 거짓에 뒤처진 시간 동안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라는 점에서, 늦었더라도 괴담 선동 인사들에 대한 정치적·사법적 책임을 묻고, 최종적으로는 국민 스스로 다시는 속지 않도록 각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방부는 21일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결과, 전자파는 거주지 기준으로 최대 측정값이 1㎡당 10W(와트)의 530분의 1 수준(0.189%)에 그쳤다고 밝혔다. 2017년 4월 이후 야전 배치 상태로 운용해 온 사드 포대의 정식 배치를 위한 절차가 6년 만에야 종료됐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한 최소한의 안보 장치의 하나로서 사드 배치가 결정된 2016년 이후 국내 반대세력은 온갖 주장을 쏟아냈다. “사드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경 3.5㎞ 이내 강력한 전자파”(추미애 전 대표) 등의 주장을 했고, 손혜원 전 의원은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라며 개사한 노래까지 불렀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에 이미 유해 기준치의 2만 분의 1이라는 사실을 밝혀놓고도 쉬쉬했다고 한다. 직무유기 혐의도 짚인다.

당시 선동에 앞장섰던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은 국민 앞에 사과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긴커녕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또 다른 선동을 이어간다. 이 대표는 동해안을 찾아 수산·관광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애로를 듣는다. 벌써 가시화한 수산업 피해는, 한국 근해까지 오염돼 어류와 김·천일염 등도 위험하다는 ‘괴담’ 탓이다. 그런 공포 조장에 앞장서면서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유체이탈 화법이 기막히다. 정의당처럼 일본을 방문해 일본 야당과 방류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정직하다. 이 대표가 진심으로 어민을 걱정한다면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더라도 한국 바다와 수산물은 절대 안전하다”고 말하면 된다.

문화일보 사설

 
 

06-22 초등학생 앞에서도 추태 국회, 내년 총선서 확 바꿔야

국회가 반(反)교육 전형인 사실도 거듭 드러났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은 또 난장판이었다. 하루 전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설 때처럼 방청석의 초등학생 앞에서도 추태를 보였다. “야당 대표라는 분이 어떻게 중국 대사 앞에서 조아리고 훈계 듣고 오느냐”며 김 대표가 비판을 이어가자,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땅 파세요” 등을 김 대표 목소리보다 더 크게 계속 외치며 연설을 훼방 놨다.

그 옆자리에서 흐뭇하게 미소 지은 이 대표도, 쉴새 없이 고함 지른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공범’이다. 오죽하면 참관한 경북 울진 남부초등학교 학생 30여 명 가운데서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는데, 저렇게 소리 질러도 되나요” 하는 질문이 나왔겠는가. 인솔 교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정치와 국회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체험시키는 교육 현장이었다”며 곤혹스러워한 이유다. “영화로 치면 학생 관람 불가 수준” 개탄이 나온 것도 당연하다.

지난 19일 이 대표 연설 중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인 일탈도 오십보백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이 대표의 집중 비판이 부당하고 못마땅하더라도 일단 경청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대장동 수사로 몇 명이나 죽었나” “국정 발목 잡지 말라” “선동하지 말라” 등의 고함으로 야유를 보내며 연설 방해에 나섰다. 이를 지켜본 강원 홍천 홍천초등학교와 경북 구미 도봉초등학교의 120명 가까운 학생이 가진 느낌도 울진 학생들과 달랐을 리 없다. 막말·저질의 추태 국회가 더는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는 확 바꿔야 한다. 이는 유권자의 권리이면서 의무다.

문화일보 사설

 

06.23 괴담 정당이 돼 버린 민주당, 양심의 문제 아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북부광장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인천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6년에 걸친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드 전자파는 인체 보건 기준 53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사드 전자파에 사람이 튀겨진다는 괴담을 주장해온 민주당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 대신 22일부터 이틀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동해안에서 ‘후쿠시마 괴담’ 여론몰이에 나섰다. 태평양으로 방류되는 일본 오염수는 한국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또다시 괴담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괴담의 시작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가짜 뉴스에 올라타면서였다. “한국인 유전자 구조가 취약해 95%가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식의 괴담을 유포하며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황당한 슬로건을 내건 광우병 집회를 전국에서 주도하다시피 했다. 모두가 희극 같은 엉터리 주장이지만 당시엔 국민 정서를 흔들어 큰 정치적 효과를 보았다. 민주당은 이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때는 좌초설, 기뢰설 등 갖은 괴담을 만들어냈다. 얼마 전 이재명 대표가 지명했다가 사퇴한 혁신위원장은 ‘천안함은 자폭’이라고 주장했던 인물이었다. 세월호가 우리 잠수함에 충돌해 침몰했다는 황당 괴담에 동조한 의원도 한둘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때 민주당이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 ‘7시간’ 의혹은 차마 지면으로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저속한 괴담들이었다. 2016년 최순실 사건 때는 “박정희 통치 자금이 300조원, 최순실 일가 은닉 재산이 조(兆) 단위”라는 괴담도 민주당 중진 의원을 통해서 퍼져나갔다. 민주당은 수돗물 민영화 괴담, 인천공항 민영화 괴담도 만들어 냈다.

 

정당은 때로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칫 은폐될 수 있는 진실이 드러나는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동안 퍼뜨려온 괴담들은 그런 합리적 의심 차원의 문제 제기가 아니었다. 누구나 조금만 사실을 파악해 보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사실이 아닌 줄 뻔히 알 만한 내용이지만 오직 상대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사실인 듯이 주장한 것이다. 혹세무민이다.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는 민주당 발 괴담 중 사실 비슷한 것으로도 판명 난 것이 없다. 그때그때 국민들의 불안 심리, 특히 먹거리나 건강과 관련된 심리를 자극해 괴담의 효과를 키워왔다. 이 때문에 국가가 치러야 했던 비용은 심각하다. 민주당에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원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이 괴담이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단순한 정쟁이 아니라 양심의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6-23 어민과 국격 안중에 없는 ‘핵 폐수 허수아비’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시위 현장에서, 사람 대신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고 그 허수아비를 때리거나 화형(火刑)에 처하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다. 이 광경은 당사자의 입장이라면 꿈에 나타날 만큼 두려운 일일 것이다. 폭력이다.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에게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사과하세요’를 반복해서 외치는 것도 같은 방식의 폭력이다.

프레임 전쟁이라는 게 있다. 사람들에게, 액자에 담긴 내용을 보는 게 아니라 그림을 담은 액자의 틀만 보도록 하여 본질을 보지 못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강행에 따라 하루아침에 건설이 중단됐던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공론화의 상황에서 건설 중단을 주장하는 측은 ‘밀집(密集)’이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되면 고리 부지와 신고리 부지에 원전 10기가 들어선다는 것이고, 그러면 ‘세계 최고의 밀집’이라는 주장이었다.

고리 부지와 신고리 부지는 인접 지역이고 유사한 이름이기 때문에 가능한 프레임이었다. 그러나 고리 부지와 신고리 부지(현재의 새울 부지)는 3㎞ 이상 떨어져 있었고, 그 사이에 낮은 산과 개울도 지난다. 원전 간의 이격은 통상 1㎞면 충분히 떨어졌다고 본다. 결국 ‘밀집’이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아직도 그것을 밀집됐다고 여긴다. 밀집이라는 프레임에 걸려서 아무도 지도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방류라는 표현이 후쿠시마 처리수(Treated water) 방류라는 표현보다 익숙하다. 그러나 지금 일본 도쿄전력이 방류하겠다는 물은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오염수 그 자체가 아니다.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은 걸러내어 배출기준 이하로 만들고 필터를 통과하는 삼중수소수는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기준 이하로 낮춘 처리수를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후쿠시마 방류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려는 측에서는 ‘처리수’라는 용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오염수’라는 표현을 고집한다. 국민의힘에서도 처음에는 처리수라는 용어를 쓰려다가 결국 보다 대중적인 오염수라는 용어를 인정하기로 했다. 바로 그 순간 국민의힘은 프레임 전쟁에서 졌다. 설문조사에서 ‘오염수를 방류해도 좋습니까’와 ‘처리수를 방류해도 좋습니까’는 다르다. 오염수 방류에는 반대할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문제를 크게 만들고 자기편을 늘리기 위해서는 처리수를 오염수로 각인시키고 싶을 것이다.

이제는 한술 더 뜬다. ‘핵폐수’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핵폐수는 학계에서는 쓰지 않는 용어이며 처리수에 대한 맞는 표현도 아니다. 자극적인 용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세슘,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물질은 걸러서 배출기준 이하로 만들고 삼중수소도 음용수 기준 이하로 만든 물에 핵폐수라는 허수아비를 씌운 것이다. 음용수 기준 이내의 물이라는 본질을 핵폐수라는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고 공격할 참이다.

후쿠시마 선동에는 두 가지 큰 위험성 있다. 첫째는 국민이 공포에 사로잡혀 수산물을 안 먹게 되어 어민과 수산업자가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비이성적, 비합리적 대응을 보는 것이다. 나라 망신이다.

주요 7개국(G7)은 이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를 인정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과학적으로는 너무나 단순한 이 사실을 망측한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일까?

문화일보

 

06.23 당원 60표 몫 대의원이 돈 봉투 부른다, 민주당 존폐 논란

돈 봉투 ‘주범’ 지목된 대의원제

 여야의 당내 선거 제도는 비슷한 듯 다르다. 제도의 차이가 뜻밖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최근 민주당 ‘돈 봉투’ 사건도 그중 하나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번 사건이 국민의힘엔 없고 자기들에게만 있는 대의원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친명(親明·친이재명)계는 이번 기회에 대의원제를 폐지하자고 하는 반면, 비명(非明·비이재명)계는 개인의 일탈을 왜 제도 탓으로 돌리느냐며 유지를 주장한다. 돈 봉투 사건이 당 내분으로 비화한 것이다. 대의원 제도가 뭐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래픽=백형선

 

국민의힘은 똑같이 1표, 민주당은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

정당은 정당법에 따라 ‘민주적 내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을 두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각 당이 대의원을 두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크게 다르다. 민주당은 대의원 권한이 막강하다. 당대표 선출 대회의 공식 명칭 자체가 ‘전국대의원대회’다. 국민의힘은 그냥 ‘전당대회’라고 한다. 민주당 대의원은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당연직 대의원과 각 지역위원회에서 뽑는 선출직 대의원으로 나뉜다. 선출직 대의원은 대개 해당 지역구 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으로 구성한다. 의원에게 돈 봉투를 주면 곧바로 대의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대의원 30%, 월 1000원 이상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40%, 당비를 안 내는 일반당원 5%, 일반 국민 25%의 비율로 치른다. 현재 대의원은 1만6000명, 권리당원은 120만명가량이다. 대의원 1표의 가치가 권리당원의 60표와 같은 셈이다. 송영길 전 대표 측 돈 봉투 의혹이 나온 2021년 전당대회는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이 45%로 지금보다 더 컸다.

국민의힘도 대의원 규모 및 구성은 민주당과 비슷하지만, 권한은 유명무실하다. 당원들만 투표권을 갖는 당대표 선거에서 대의원과 월 1000원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 일반당원 모두 똑같이 1인 1표다. 다른 특혜가 대의원에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된 것은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먼저 돈 봉투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다.

 

2012년 고승덕 의원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측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쳐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 관련자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국민의힘은 대의원 권한을 대폭 줄이고, 전당대회 선거 관리도 중앙선관위에 맡겼다. 반면 민주당은 여전히 대의원제를 유지하고, 선거 관리도 당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부정이 끼어들 여지가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서 대변인, 관악구청장을 지내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후 지금은 국민의힘 관악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종필씨는 “양쪽에서 다 전당대회를 치러보니 대의원제가 돈 봉투의 원인이란 건 어느 정도 맞는 얘기”라며 “대의원제가 없으면 줄 세우기를 할 필요도,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관광버스, 체육관 수용 인원에 맞춘 대의원 숫자

전당대회 돈 봉투는 1960년대부터 이어진 악습이다. 공직선거는 선거 비용을 국가가 보전하는 대신 회계 감사를 엄격히 하기 때문에 부정한 돈이 오가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당대표 선거는 정당 내부 일이라는 이유로 외부 감시를 받지 않는다. 돈 선거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당대표 선거는 여야 공히 30억원을 쓰면 당선, 20억원을 쓰면 낙선한다는 ‘30억 당(當)·20억 낙(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돈 봉투는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상경하는 지방 당원들에게 후보들이 지지를 호소하며 교통비와 숙박비 등을 지원하던 것에서 비롯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체 대의원 숫자는 체육관 크기에 따라서, 지역구당 대의원 숫자는 버스 크기에 따라서 결정됐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지역구당 대의원이 45명 안팎인데, 45인승 버스 1대에 딱 맞고, 전국 253개 지역구를 합치면 1만명이 조금 넘는데 올림픽 체조경기장(1만5000명), 잠실 실내체육관(1만1000명) 수용 인원과 비슷하다”고 했다. 돈 봉투는 보통 3차례 뿌리는 게 정석이라고 한다. 당대표 후보 등록 때, 선거 중반에, 마지막 선거 3일 전이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5월 2일 치러졌고,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시점은 4월 28~29일이다. 마지막 3일 전에 해당한다.

 

친명은 “폐지”, 비명은 “유지”

돈 봉투 사건이 터지자 이 대표 강성 지지자인 ‘개딸’들은 조직적으로 대의원제 폐지 운동을 시작했다. 당 청원게시판에 ‘대의원 제도 완전 폐지’를 올리고 5만명이 넘는 동의를 끌어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모든 민주당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동참을 압박했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돈 봉투의 통로가 대의원제라 생각한다”며 “당대표도, 당원도, 대의원도 모두 한 표를 가지면 돈 봉투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개딸들은 당내 선거는 물론, 정책에 대한 당론 채택 여부도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비명계는 돈 봉투의 원인을 대의원제에 돌리는 것은 뜬금없다고 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우리 권리당원들은 수도권·충청·호남에 집중돼 있어, 권리당원만으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게 되면 영남은 완전히 소외된다”며 “이를 보완하는 방안이 대의원제인데, 폐지하자는 것은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포기하자는 얘기”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37.3%)과 호남(35.7%)의 권리당원 비중은 영남(7.5%) 권리당원의 10배에 가깝다. 비명계는 친명계가 대의원의 힘을 빼고 권리당원 권한을 강화해 혹시 이 대표에게 ‘유고’ 상태가 생기더라도 당 장악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의심한다. 친명계는 ‘개딸’로 대표되는 권리당원 지지자가 많지만,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과거 정부에서 주류였던 비명계는 상대적으로 ‘간부급’이라고 할 수 있는 대의원 지지층이 두껍다. 친명 지도부는 이미 대의원 1표를 권리당원 20표 정도로 낮추거나 아예 국민의힘처럼 1인 1표로 만드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했다. 현재로선 민주당 대의원 제도도 곧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총선엔 대의원 영향력 없어… 여야 공천룰 대동소이

책임·권리당원 50%, 지역구민 50%

내년 총선에 나갈 국회의원 후보를 뽑는 방식은 여야가 대동소이하다. 당대표를 뽑을 때와 달리 대의원은 국회의원 후보 선출에는 별 영향력이 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당내 경선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사람은 매달 1000원씩 당비를 내는 당원이다. 민주당은 ‘권리당원’, 국민의힘은 ‘책임당원’이라고 부른다. 여야 모두 이들만이 국회의원 후보에 출마할 수 있다. 당내 경선은 권리당원 또는 책임당원 투표 50%와 지역구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한다. 다만 민주당은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규정을 두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없다.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는 민주당 지지자도 참여할 수 있지만, 민주당 후보 경선에는 국민의힘 지지자가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룰을 대선 후보 선출에도 적용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고 한때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윤 후보 측이 양보해 이 조항을 두지 않기로 했다.

경선 없이 바로 공천을 줄 수 있는 지역구를 전체의 20% 이내로 제한한다는 점도 양당이 같다. 민주당은 이를 ‘전략공천’이라고 하고, 국민의힘은 ‘우선추천’이라고 부른다. 다만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반복적으로 패배하거나 당세가 약한 지역 또는 현역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된 지역 등에 한해서 할 수 있도록 한 반면, 민주당은 ‘선거 전략상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지역’이라고만 규정해 사실상 제한이 없다.

 

후보자를 부적격 처리하는 기준도 조금씩 다르다. 민주당은 ‘뇌물, 성범죄 등으로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는 자’를 부적격 처리하는 규정을 최근 삭제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재판을 받고 있는 현역 의원들을 위한 공천 룰 변경이란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규정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조선일보 황대진 기자

 

06-23 티베트 인권 탄압 中 감싼 민주당, 불교계에 ‘꼼수 사과’

더불어민주당의 파렴치한 본색이 또 드러났다. 중국의 관제(官製) 행사인 지난 17일 제5회 티베트관광문화국제박람회에 중국으로부터 여행 경비까지 받고 참석한 민주당 방중단은 22일 불교계에 ‘티베트 문제에 가슴 아파하는 불자들께 죄송하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으나, ‘꼼수 사과’가 확연하다. ‘티베트에 인권 문제가 없는 것처럼 들리는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면서도 ‘국회의원은 국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표현한 것부터 ‘불교계는 국익이 뒷전’으로 들린다.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은 국제 인권 기구들이 계속 지적해온 대로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인권 탄압 혐의로 국제 제재를 받은 인사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했다. “(중국의 인권 탄압을) 잘 모른다” “1951년, 1959년에 있었던 일” 등으로 중국을 감쌌다. 파문이 커져도 ‘뭐가 문제냐’ 하는 식이었다.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중앙종회가 21일 “티베트인들에게 사과하고, 한국 불자들에게 해명하라”며 “티베트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는 세계인의 보편 상식이다. 모른다거나 옛날 일로 치부하는 발언에 놀라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이유다.

하지만 이들은 티베트인들에 대한 사과는 전혀 하지 않았다.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신속하게 사과해야 한다’ ‘불교계와 계속 대립해서 좋을 게 없다’ 등 내년 총선 민심의 악화를 차단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 주문에 따라, 마지 못해 불교계에만 정략적으로 사과 시늉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인권’마저 정략의 수단으로 삼은 행태로, 민주당은 부끄러워할 줄이나마 알아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6.24 “후쿠시마 괴담은 우리 자신을 때릴 부메랑, 믿는다면 정말 미친 짓”

[아무튼, 주말]
[박돈규 기자의 2사 만루]
“가져와라 마시겠다” 선언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

 

 ▲박일영 교수는 “BRIC 게시판에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글을 올린 뒤 토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색적 비난만 이어질 뿐 합리적인 반론은 아직 없어요.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해 버리는 우리 사회가 안타까워요.”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해양 방류 초읽기에 들어갔다. 도쿄전력은 방류 설비를 시운전하면서 작동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없다. 광우병이나 사드 전자파처럼, 무지(無知)가 공포를 키운다. ‘오염수 괴담’이 횡행하는 가운데, 한 과학자가 이달 초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공개 게시판에 올린 글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나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 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 과학으로 판단할 사안을 주관적 느낌으로 왜곡하지 말라.”

 

글쓴이는 박일영(64) 충북대 약대 교수. 대한약학회 방사성의약품학 분과 학회장이다. 인터뷰 약속을 잡으러 전화했을 때 그는 “(친일파를 때려잡는다는) 한 시민 단체 대표가 항의 방문할 거라는 경찰 정보과의 연락을 받아 정신이 좀 없다”면서도 “사회가 불필요한 혼란에 빠졌을 때 과학자는 지식을 풀어내 바로잡으려 해야 한다. 나를 향한 비난보다 비과학적 공포가 퍼지는 게 더 두려웠다”고 말했다.

 

BRIC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란 때 국내 생물학 연구자들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 논문 조작 의혹을 밝히는 발화점이 된 공간이다. 박 교수의 글은 며칠 만에 조회수 1만회를 돌파했다. 댓글이 새까맣게 달렸다. 과학자가 왜 저렇게 자극적인 제목으로 논란을 자초했을까. 지난 14일 청주 오송으로 달려가 충북대 약대 1관 816호 문을 쾅쾅 두드렸다.

 

◇사실을 알기에 침묵할 수 없었다

박 교수는 작고 마른 체형이었다. 표정과 말투는 단호했다. 서울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충북대 약대 학장을 지냈다. 그는 자신을 “방사성의약품의 특성과 인체에 대한 영향을 30년간 연구하고 강의했다”고 소개하며 “소모적인 논란에 끼어들어 봤자 아름답지 않은 소리가 난무할 게 뻔하지만, 그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로서 침묵할 수 없었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왜 소모적인가요.

“방사선에 관한 과학과는 동떨어진 주관적 견해들에 의해 논란이 증폭돼 국민의 공포만 키우고 있으니까요.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되고, 그렇다고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보이지 않습니다. "

 

-BRIC에 글을 쓴 계기가 있습니까.

“저는 방사성동위원소에 대해 잘 알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별일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이제 바다낚시는 끝났다’ 하고, 학생들도 약 80%가 ‘앞으로 수산물은 찜찜해서 못 먹겠다’고 답하는 거예요. 국민이 정말 이렇게 생각한다면 진짜 큰 문제다 싶었습니다. 부메랑처럼 결국 우리 수산업계와 요식업계에 큰 피해를 줄 텐데, 더 늦기 전에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목을 ‘오염수를 직접 마시겠다’고 자극적으로 달았더군요.

“과학적으로 문제없다고 써봐야 눈길을 끌기 어려울 거예요. 국민이 안심하려면 내가 직접 먹을 수 있어야죠. 공개된 숫자들을 가지고 계산을 해보니 정말 괜찮아요. 자극적인 제목인 줄 알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안전하다’ ‘걱정 마라’고 크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공개 게시판에 박일영 교수가 올린 글

 

방사능을 평생 연구해온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후쿠시마 오염수라면 당장 1L라도 마실 수 있다”고 했지만 국내 과학자가 이런 선언을 한 것은 박 교수가 처음이다.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건 쇼(show) 아닙니까.

“쇼로 오해받아도 하겠습니다. 지금은 국민의 식탁을 안심시키는 일이 절실해요. 정말 괜찮다고 얘기하려면 제 몸을 던져야죠.”

 

-생방송으로 맞짱 토론이 열리고 진짜 후쿠시마 방류수를 가져다 놓는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기회가 오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과학적 공방을 주고받는 토론회에서 박일영이 옳다는 결론이 나거나 제가 오염수를 들이켜는 모습이 생중계된다면 공포를 퍼뜨리고 선동을 한 쪽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망가질 거예요. 그게 겁나서 오염수를 준비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말하는데 기회가 오면 저는 주저없이 마실 겁니다.”

 

-이런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렸을 텐데 어떻게 용기를 냈습니까.

“다들 만류했어요.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격이니까. 여지껏 공부로 밥벌이하고 살았는데 제 머릿속 지식이 제 것만은 아니잖아요. 사회가 필요로 할 때 사용해야죠. 비판은 견디면 되고요.”

 

-욕설 섞인 전화가 걸려오는데 위협을 느끼진 않습니까.

“저도 사람인데 약간 두려운 마음이 왜 없겠어요. ‘개딸’들이 난리 치는 걸 뻔히 알지만, 그런 게 겁났다면 애당초 이런 글 못 써요.”

 

-정부를 편들기 위한 행동이라는 의심도 받는데.

“관변 학자라는 조롱까지 받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역대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보면 저는 정치적으로 보수보다 진보에 훨씬 더 가까운 사람이에요.”

 

 ▲2012년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GEOMAR, Helmholtz)에서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세슘 유출을 모의실험한 결과, 유출 직후 후쿠시마 근해의 세슘 농도를 1로 볼 경우 약 1 년 후 한국 근해에서의 세슘 농도는 0.000000000001 로 추산되었다.

 

◇바나나 4분의 1개 실효선량… 왜 겁내나?

BRIC에 올린 글은 방사성 물질의 양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유해물질 허용기준, 후쿠시마 오염수와 삼중수소 등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박 교수는 “오염수를 방류농도(1500 Bq/L)로 희석한 물 1L를 마실 때, 그 속에 있는 삼중수소로 인해 내가 받는 위험도를 계산하면, 실효선량은 0.000027mSv(밀리시버트)다. 바나나를 1개 먹을 때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40 등에 의해 내가 받게 되는 실효선량(약 0.0001 mSv)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썼다.

-실효선량이란 무슨 뜻인가요.

“방사성물질 자체의 양보다 내가 받는 위험도가 더 중요합니다. 그 실효선량을 시버트(Sv)라는 단위로 나타내요. 건강검진 때 흉부 엑스레이를 찍으면 약 0.1 mSv의 실효선량을 받게 됩니다. 한국인의 연간 실효선량 평균값은 3.04mSv로 알려져 있어요.”

 

-하필 왜 바나나에 빗대셨나요.

“시버트, 베크렐(Bq) 같은 단위 대신 직관적 소통을 위해 ‘바나나등가선량(BED)’을 자주 사용해요. 바나나 1개는 150g쯤 되는데 칼륨-40이 많이 들어 있거든요. 방사성 물질의 노출량을 바나나 몇 개 정도로 환산해 제시하곤 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 농도로 희석한 물 1L의 실효선량은 바나나 4분의 1개에 해당할 만큼 안전하다는 뜻이지요(웃음).”

 

삼중수소는 물을 구성하는 원소 형태로 존재한다. 물리적으로 걸러내거나 화학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 도쿄전력은 저장탱크의 오염수(삼중수소 평균 농도는 L당 62만 베크렐)를 바닷물로 희석해 L당 1500베크렐 아래로 농도를 떨어뜨린 뒤 방류할 방침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삼중수소의 음용수 기준치(L당 1만 베크렐)보다 훨씬 낮다.

 

-그럼 평생 마셔도 괜찮은가요?

“후쿠시마 오염수 전체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780TBq(테라베크렐)입니다. 무게로 환산하면 지구 전체에 삼중수소 총량이 7kg쯤 되는데 후쿠시마 오염수는 2.2g에 해당해요. 사실상 의미없는 양인데, 약 30년에 걸쳐 나눠 방출합니다. 우리나라 근해로 돌아오는 4~5년 뒤 농도의 물이라면 평생 마셔도 괜찮아요. 사람은 이미 그보다 높은 방사선량이 든 음식물, 이를테면 시금치, 견과류, 당근 등을 매일 먹고 있습니다. (논문 하나를 꺼내며) 이걸 좀 보세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1992년 국내 쌀과 배추 등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를 분석한 것이군요.

“우리는 삼중수소를 이렇게 꾸준히 먹어 왔습니다.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한국 앞바다로 올 때 거기 들어 있는 삼중수소는 매일 먹는 쌀이나 배추보다 훨씬 더 낮은 농도예요.”

 

-오염수에는 세슘 등 다른 유해물질도 들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방사성 핵종들은 ALPS가 제거합니다. 일종의 정화 처리예요. 아무리 좋은 흡착제를 써도 과학적으로 100% 완벽한 제거는 불가능합니다만, 공해상에 내보낼 때 물질마다 허용 기준이 정해져 있어요.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방류하는 것은 국제법상 문제가 안 되고 우리나라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논문을 보여주며) 2012년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 후 북태평양의 세슘 농도를 시뮬레이션한 거예요.”

 

-어떤 결론이 나왔습니까.

“이 컬러 사진부터 보시죠. 후쿠시마에서 세슘이 1의 농도로 방류됐다고 가정하고 1년 뒤 태평양 이곳저곳에 어떤 농도로 확산됐는지 모의실험 했습니다. 요즘 이런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며 시각적 공포를 퍼뜨리고 있는데, 숫자를 보면 걱정할 일이 전혀 아녜요. 한국 근해에서 세슘 농도는 0.000000000001로 추산되니까요.”

 

-최근 후쿠시마 항만에서 우럭을 잡았는데 기준치의 180배나 되는 세슘이 검출됐다는 기사 보셨나요?

“후쿠시마에서는 계속 나올 겁니다. 사고 직후에는 오염수 방출을 통제하지 못했거든요. 물고기들을 가두는 그물망을 설치했지만, 세슘은 반감기(방사능 총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30년이에요. 후쿠시마 농수산물은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절대 수입하면 안 돼요. 정부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위험 요소가 0.01%라도 있으면 국민은 불안할 수 있는데.

“감수할 수 있는 위험입니다.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명체는 방사성동위원소들에 의해 피폭을 받으면서 살아왔어요. 의약품도 부작용을 동반합니다. 세상에 100% 안전한 의약품이나 식품은 존재하지 않아요. (비행기가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타듯이) 후쿠시마 오염수도 허용치 이내로 방류하니까 안심하세요.”

 

◇대중은 왜 괴담에 휩쓸리나

BRIC에 글을 쓴다는 것은 동료 과학자들에게 검증을 받겠다는 뜻이다. 반론이 올라오면 답을 달기도 했다. 박 교수는 “열흘이 넘었지만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반론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허탈하고 외롭겠군요.

“과학자는 늘 외롭습니다. 하하. 우리 학생들이 ‘교수님 멋져요!’ ‘그 용기를 응원합니다’ 해서 힘이 되고요.”

 

-그렇게 안전하면 농업용수나 식수로 쓰지 왜 바다에 버리냐는 댓글이 많더군요.

“그것도 과학을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농업용수로 쓰면 결국 바다로 가요. 쌀로도 가서 우리 입으로 들어옵니다.”

 

-원자력 전공이 아닌 약대 교수라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댓글도 있는데.

“30년 동안 방사성의약품을 연구하고 강의했습니다.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중요하다면 제가 전문가예요.”

 

-누구는 ‘일본을 어떻게 믿느냐’고 하더군요.

“그건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 감정의 문제입니다. 도쿄전력은 영리기업이니 돈을 덜 들이려고 할지 몰라요. 그래서 거기서 온 데이터는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에는 지식과 설비, 다국적 전문가들이 모여 있어요. 그들이 돈을 받았겠습니까? 그런 자료까지 못 믿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대중은 광우병 같은 괴담에 왜 또 휩쓸리는 걸까요.

“광우병과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요. 광우병 때는 우리 정부가 하는 일에 우리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는 일본 정부가 하는 일에 과학적 근거도 없이 시비하는 거잖아요. 한국이 요구한다고 들어줍니까? 아무 구속력이 없어요. 또 하나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광우병 때는 국민적 요구가 실패해도 손해 볼 게 없었어요. 미국산 소고기 안 사먹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지금 실패하면, 즉 방류를 막지 못하고 공포만 확산하면 결국 우리 수산업계와 요식업계 등이 큰 피해를 봅니다. 부메랑처럼 우리를 타격할 게 뻔해요. 플랜 B도 없이 몰아붙이는 건 정말 ‘미친 짓’으로 보입니다.”

 

-플랜B를 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국민들이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길입니다. 아직 방류도 시작 안 했으니까 제 바람을 이룬 건 아니에요. 이런 생각을 하는 과학자가 있다는 것을 알렸으니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받아들여질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알게 되겠죠.”

 

-야당 지도부는 ‘공포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어요. 시장에서 천일염 품귀 현상도 벌어집니다.

“공포로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득을 노리는 거죠. 반핵(反核)을 외치는 분들은 듣지도 않고 반대해요. 국민이 정부와 과학자를 불신한 지 꽤 됐어요. 신뢰의 위기죠. 다만, 저는 과학자의 양심에 따라 행동합니다. 사익을 위해 일할 때는 용감하지 못해요. 저한테 득이 없는 사회적 발언이라 더 크게 말한 겁니다.”

 

-광우병 사태가 남긴 교훈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정의를 세울 수 있어요.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나 의심 위에 어떤 사실을 세우려 하면 무너져 버립니다. 반대를 하려면 과학적 증빙을 가지고 와야 해요. 다시 말하지만 우리도 삼중수소 방류하고 있고 국제법상 문제가 없으니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사실 위에 서 있지 않은 반대는 괴담이고 선동일 수밖에 없어요.”

 

-정부에 바라는 것이라면.

“처리된 오염수에 삼중수소 외에 다른 방사성동위원소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자료 공개와 시료의 직접 채취를 요구하고 관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발언은 어디까지나 일본이 제시한 방류 조건을 계속 준수했을 때만 유효해요.”

 

주변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어도 담배꽁초 하나를 더 버리는 게 권장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방류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경제성 문제도 있지만 꼭 돈 문제만은 아니다. 박 교수는 “이웃 나라가 재앙과 불행을 해결하려 하는데 상처에 소금을 뿌릴 일은 아니다”며 “만약 한국에서 그런 사고가 터졌다면 우리도 해양 방류를 선택할 테고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BRIC에 올린 글 마지막에 논어 문장을 인용했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배우고 생각하지 아니하면 쓸데없고, 생각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롭다). “공부할 때는 정말 맞는지 따져봐야 하고,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면 위태롭다는 뜻입니다. 학생들에게 늘 해주는 말이에요.”

 

 ▲2008년 5월 서울시청 앞 ‘광우병 위험 미국 소고기 전면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미친소싫소, 협정무효’ 같은 문구와 촛불을 흔들고 있다. 비과학적인 거짓 선동에 휩쓸린 것이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06.26 괴담과 과학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광우병 소·사드 참외·후쿠시마 생선… 괴담은 정치 양극화 먹고 자라
과학자도 돌팔이로 몰려… 피해 당사자가 반격 나서야

한 음모론 연구자가 피실험자들에게 “연기(煙氣) 감지기가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했다. 한쪽 그룹엔 ‘비밀 정보’라고 했고, 다른 쪽엔 ‘널리 알려진 정보’라고 했다. 사람들은 ‘비밀’이라고 할 때 더 잘 믿었다. 과학 철학자 매킨타이어의 책에 소개된 내용이다. ‘숨겨진 진실’이라는 망토를 두른 ‘괴담’은 ‘과학’보다 전파 속도가 6배 빠르다. 오래 전 마크 트웨인은 “그가 속았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그를 속이는 일이 더 쉽다”고 했다.

괴담은 약한 곳을 파고든다. 건강과 먹거리보다 민감한 영역은 없다. 후쿠시마 방류수가 그렇다. 불붙이기 쉽다. ‘친일몰이’로 기름까지 끼얹을 수 있으니 괴담 세력들에겐 한마디로 ‘찬스’다. 과학적 진실이 드러나면 “의혹을 제기했을 뿐” “경종을 울렸을 뿐”이라고 발뺌한다.

 

괴담 세력은 스크럼을 짠다. 광우병 소고기, 사드 참외, 후쿠시마 생선, 이쪽 괴담 세력들은 대부분 얼굴이 겹칠 것이다. 정치적 속셈이 같기 때문이다. 국민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생기는 정부 비판 분위기를 자기 쪽 진영의 세를 불리는 데 갖다 쓴다. 국민 건강이라는 민감 문제를 ‘반미-반일’ 프레임 속에 버무려넣는 것이다. 소고기 참외 생선이 ‘메이드 인 차이나’였다면, 절대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괴담은 말이 짧고 과학은 길다. 괴담은 거두절미한다. 방류수에 대해 “네가 마실래?”하고 들이민다. 자극적으로 선동한다. 과학 진영은 ‘음용(飮用) 기준에 맞는다면 마시겠다’는 길고 어려운 문장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시행 2021.9.16.)을 찾아본들 소용없다. 이미 ‘마실래’가 국민의 과학적 인식을 흔들어버린 뒤다. 괴담 세력은 과학을 이념으로 만드는 데 이골 난 프로들이다.

 

괴담은 정치 양극화를 먹고 자란다. 저들은 과학 지식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오로지 정치적 진영에 따라 괴담을 생성 유포 소비한다. 그들에게 과학을 제시하면 정체성에 상처 받은 듯 반발한다. 체리 피킹과 확증 편향에 찌들어 사이비 종교 신자와 비슷하다. ‘코로나 백신에 들어있는 티메로살 성분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괴담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백신 거부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괴담과의 싸움에 정부가 나설 경우 너무 힘겹다. 괴담 자체가 “정부가 비밀리에 하는 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에는 정부가 비밀리에 비행기의 꼬리구름에 독극물을 섞어 뿌리고 있다는 ‘컴트레일 음모론’이 있다.

 

괴담에는 과학자도 힘에 부친다. 대한약학회 방사성 의약품학 분과 학회장은 “나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 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고 했다.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박사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 후 100년이 지나도 남해 바다에 단 한 방울도 오지 않는다, 교수직을 건다”고 했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수증기의 형태로 방출하는 방법도 있는데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괴담 신봉파들은 안 믿는다. 민주당 대표가 이미 과학자를 “돌팔이”라고 불렀다.

 

괴담에는 직접적 피해 당사자가 있다. 후쿠시마 방류수의 경우 수산물 소비자, 관련 요식업자, 유통업자, 어민들이다. 절박한 그들이 앞장서야 한다. 이들이 먼저 수산물 파동의 책임이 과학에 있는지 괴담에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괴담을 끝장내자’는 성명을 내고, 시위를 벌이고, 서명 운동도 하고, 괴담 세력의 본거지를 항의 방문해야 한다. 엊그제 한국경제 신문 ‘현장에서’ 칼럼은 주문진 좌판 풍물 시장 상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민주당에 괴담도 그만 퍼뜨리라고 해주세요. 장사가 안 돼서 일 다 접게 생겼어요.”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06-26 괴담에 맞서야 진짜 전문가

 

유회경 전국부장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기억하는가. 이명박 정부 당시 수입을 추진한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리고 피를 흘리며 죽는다는 황당한 선동에서 비롯됐는데, 정치권·언론·연예인 등이 역성을 들며 부추겼고 온 국민이 이에 자극받아 촛불을 든 광기 어린 사건이다. 사건이 커지는 데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의 역할이 컸다. 당시 그는 해당 분야 전문가로 통했기 때문이다. 우 명예교수는 2008년 한 좌파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과 같은 쇠고기를 먹기 때문에 우리도 안전하다는 것은 유신 시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며 “미국 입장만 대변하는 정부의 자세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국민불복종운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멍한 상태에서 광우병 전문가라고 하는 서울대 교수가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니 반정부 시위는 급격히 힘을 받았다. 과문한 탓이지만, 우 명예교수 말고 제 의견을 제기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전문가가 거의 없기도 했다. 광우병 광풍이 지난 뒤 우 명예교수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는 지난 2020년 ‘시민을 위하여’란 당을 창당할 정도로 현실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보여줬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광우병 사태 당시 그의 발언이 정치적 의도에 침윤된 것 아니었나 의구심이 이는 건 극히 자연스럽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가 임박하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선 오염수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광우병 사태처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 지령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선동에 나서고 있으며 광우병 사태 당시 청소년 동원에 공을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전교조의 서울지부는 서울 시내 학교 교사들에게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서명 참여 촉구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계속 군불을 때고 있지만, 불은 잘 붙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광우병 사태 학습효과가 큰 데다 과학자들이 대거 나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이들의 발언이 공론의 장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문화일보에서 “대부분 전문가는 일본의 과학적 결론(오염처리수 해양 방류)을 지지한다”며 “북태평양 해류의 종착점에 위치한 우리나라 동·남·서해 바다 수질과 생태계에 그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꼼수다’ 출신 방송인 주진우 씨가 지난 6일 KBS 생방송 중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앞에서 “오염수 방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가 조목조목 반박당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우 명예교수 사례와 마찬가지로 정반대 정치 성향 전문가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련 학회까지 나섰다고 하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한국원자력학회는 20일 성명서에서 “오염수를 배출하더라도 우리나라 해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며 “다른 주장을 전파하는 분들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 미래가 과학 정신과 망상 간 대결에 달려 있다. Let’s see.

문화일보

 
 

06-26 “과학 정치로 낡은 정치 청산”… 무소속 양향자 신당창당 선언

 

당 이름은 ‘한국의 희망’ 확정
발기인 대회서 참여인사 공개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양향자(사진) 무소속 의원이 26일 오후 발기인 대회를 열고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다. 당명을 ‘한국의 희망’으로 확정한 양 의원은 ‘과학 정치’로 낡은 정치 문법을 넘어서겠다는 비전을 밝힐 계획이다. 무당층 확대에 제3 지대가 꿈틀대고 있지만, 양당체제가 굳건한 지형 탓에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한국의 희망’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다. 보수 정치권에서 신당에 참여하는 인사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양 의원은 발기인 대회 현장에서 구체적인 인사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한국의 희망’은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추진하는 창당 작업과는 무관하다.

양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과학 기술 패권이 중요한 시대에 기존의 낡은 정치 문법으로는 추격해 오는 다른 나라에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며 “극심한 분열과 포퓰리즘을 넘어 ‘과학 정치’를 통해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선봉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30% 안팎에 머무르는 가운데 양 의원의 신당 창당을 시작으로 제3 지대 움직임이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금 전 의원은 ‘수도권 30석’을 목표로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데, ‘봉달호’라는 필명으로 여러 권의 에세이를 낸 편의점주 곽대중 씨를 1호 영입인사로 이날 발표했다. 하지만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에서 제3 지대 성공 가능성에 대해 “큰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에 고졸 여직원으로 입사해 상무까지 오른 양 의원은 지난 2016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인재 영입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2021년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연말쯤 복당을 신청했으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복당 신청을 철회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06.27 獨 93% 日 80% 韓 24%…의원 체포 가결 보니, '방탄' 맞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1603년 영국 의회에서 ‘의회 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이란 이름으로 처음 법제화했다.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을 내세운 제임스 1세의 잇딴 의원 체포에 맞서, 의회가 스스로 의회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지난 2월 21일 법무부 관계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영국의 이런 전통을 1789년 미국이 제정 헌법에 그대로 수용했다. 이후 영미권에 영향을 받은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 확립 과정에서 의원 불체포특권을 헌법적 기본 권리로 받아들였다. 절대 왕정은 사라져 갔지만, 불체포특권은 집행권을 가진 행정부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로 정착됐다.

 

한국은 1948년 제헌 헌법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명시했다. 이후 유신헌법을 포함한 아홉 차례 헌법이 개정되는 동안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제헌 때의 조문인 ‘국회의원은 현행범을 제한 외에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하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되었을 때에는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49조)는 현행 헌법(44조 1항, 2항)과 거의 유사하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의원 불체포특권의 존재 의의가 퇴색된 건 정치인의 오·남용 탓이다. ‘방탄 국회’라는 말이 정치권에 처음 쓰인 건 25년 전이다. 1998년 대선자금 불법 모금 혐의로 검찰이 이신행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회기 중’을 유지할 목적으로 임시국회를 연이어 열었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 1차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2021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는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당시 “방탄국회로 정치불신이 최악에 이르고 있다”(1999년, 박태준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자기반성도 일부 나왔지만, 불체포특권 뒤에 숨는 행태는 이후에도 지속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때만 되면 ‘무기명 투표’를 활용해 여야는 서로 보호막을 쳐주었다.

 

제헌 이래 현재까지 제출된 의원 체포동의안은 총 70건으로, 이 중 가결된 것은 17건(24.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부결(20건)되거나 임기 만료 폐기 또는 철회(33건)됐다. 특히 15대·16대 국회(1996년~2004년)에선 각각 12건·15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지만, 국회는 단 한 건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외국은 어떨까. 일본에서는 1947년 헌법 시행 이래 현재까지 ‘체포허락 청구’ 사례 20건 중 16건(80%)이 가결됐다. 나머지 4건 중 2건은 부결됐고 2건은 철회됐다. 그나마 부결된 2건도 반세기 전인 1954년과 1958년에 있었던 일이고 철회된 2건 역시 표결 전 의원이 사퇴(1948년)하거나 자살(1998년)해서 발생한 일이다.

 

 ▲김영옥 기자

 

국회 회기가 아닌 기간까지 불체포특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독일조차 한국보다 가결률이 높다. 지난해 독일 연방 의회가 낸 자료에 따르면 독일 연방 의회에선 12대 국회(1990년)부터 19대 국회(2021년)까지 총 127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는데, 이 중 118건(92.9%)이 가결됐다.

 

한국공법학회장인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사법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하는 취지의 제도인데, 유독 한국에선 의미가 퇴색됐다”며 “국회가 책임감이 있다면 보여주기식으로 특권 포기나 폐지를 외치기보단 어떻게 해야 일본·독일처럼 제도의 취지를 살리며 운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06.28 ‘불체포 특권 포기’ 밝혀놓고 계속 이어지는 말장난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국회 비회기 기간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끝내 ‘불체포 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 요구대로 특권을 포기하고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을 정하겠다고 발표했으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런데 특권 포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부결 당론을 정하지 않는다’는 말장난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4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때 당론으로 부결시킨 게 아니었다. 겉으론 의원들 자유 투표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부결 투표를 했다. 앞으로도 당론은 정하지 않은 채 집단 부결 표를 던진 뒤 발뺌하려는 것 아닌가.

굳이 비회기 기간을 만들어 영장심사를 받겠다는 것도 이상하다. 정기국회 중이라면 한 사람 영장심사를 위해 정기국회를 중단시키겠다는 것인가. 체포동의안 처리를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럴 필요가 없다.

 

지금 민주당에선 돈 봉투 사건이나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는 의원들이 많다. 이 대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당 내부에선 “앞으로 줄줄이 구속영장이 날아올 텐데 어떻게 가결 당론을 정할 수가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겉으론 방탄 안 한다면서 뒤로는 불체포 특권 뒤에 계속 숨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대선 때도 이 대표 주도로 정당혁신추진위를 띄웠다. 불체포·면책 특권 포기,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 강력·성범죄 공천 제한 등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새로 임명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정치권 경험이 거의 없어 ‘들러리 혁신위’라는 말이 나왔는데 첫 혁신안부터 당 지도부가 교묘하게 물타기를 해버렸다. 말장난과 가짜 혁신이 아니라 실천과 진짜 혁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6.28 광우병 시위 주도자 “당시 팩트엔 관심 없었다, 오염수 괴담도 판박이”

[괴담의 사회비용]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인터뷰

“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이 1조원을 넘었다는 기사를 보니 황당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광우병 시위를 준비할 때 광우병이 정말 팩트가 맞는지를 놓고 회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10년간 맡았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6월 26일 오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이태경기자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이적(利敵)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10년간 맡았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는 26일 인터뷰에서 “옛일을 곱씹어 보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7~2008년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 정책팀장을 맡아 광우병 사태 선동의 최전선에 있었다.

 

민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광우병에 대해, 팩트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권 퇴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만 얘기가 오갔다”고 했다. 처음부터 목적은 ‘이명박 퇴진’이었다는 고백이다. 이어 “정무적 판단이 전문가의 판단보다 우위에 있다는 세계관을 가진 게 운동권들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본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당시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는 ‘반미(反美)’를 고리로 진보연대와 참여연대가 주축이 된 조직이다. 민 대표는 “진보연대는 소위 주사파들 또는 민중운동 조직들의 연합체고, 참여연대는 좌파 시민 단체를 대표해 들어왔다”며 “이 둘이 합해진 것이니 모든 진보 세력, 특히 386이 다 모였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당시 진보 정권이었던 노무현 정부가 몰락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막 집권했던 시기라 이에 대한 적개심이 대단했었다고 한다.

 

▲2008년 광우병 폭력 집회 - 2008년 6월 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시위대가 인근 빌딩 소화전과 소방호스를 이용한 ‘사제 물대포’를 경찰에 쏘고 있다. /전기병 기자

 

간첩 혐의로 감옥까지 갔던 그는 광우병 시위 이후 회의감을 느끼고 운동에서 손을 뗐다. 한미 FTA 운동본부 정책팀장을 맡으면서 경제 보고서들을 열심히 들여다본 것이 오히려 극단적 좌파 진영에 대한 회의만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를 봤는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일본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전부를 합친 것보다 크다는 결과를 접하고는 충격을 크게 받았다”며 “그 전엔 단순히 매판자본(買辦資本)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내가 알던 세계에 금이 갔다”고 했다.

 

민 대표는 “광우병 시위가 끝난 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이 1조원을 넘었다는 뉴스를 봤을 땐 고개를 숙였다”며 “그때 일을 반성한다”고 했다. 작년 기준 수입액은 3조원을 돌파했다. 그는 당시 시위 지도부 중에서도 반성하는 사람이 있냐고 묻자 “단 한 명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어차피 국민 건강을 우려해 시위를 한 게 아니었다. 효과적으로 선동에 써먹었으면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운동권의 가장 나쁜 점 중 하나는 자기들이 불리한 얘기는 집단적으로 숨긴다는 점”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서는 “광우병 괴담과 판박이”라고 했다. “반(反)이명박을 위해 광우병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이번에도 반(反)윤석열을 위해 일본을 꼬투리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광우병 사태처럼 되지는 않을 거라고 봤다. 그는 “광우병은 당시 국내에 전문가가 없었던 반면 오염수는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이 있다”며 “나도 카이스트 원자력과 교수들의 말을 신뢰한다”고 했다.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확산돼 있어 일본에 그렇게 적대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민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이슈화시키는 데 대해서도 “국민들이 보기엔 (민주당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며 “정치 지형도 (민주당에 대한 불신 때문에) 광우병 때와 다르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태준 기자

 

06-28 “팩트 아닌 정권 퇴진만 관심…광우병과 오염수 판박이”

최근의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가 최악의 괴담에 휘둘렸던 것으로 드러난 2008년 광우병 사태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광우병 선동 주역에 의해 제기됐다. 광우병 사태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정책팀장을 맡았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는 인터뷰에서 “당시 광우병 팩트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 “이명박 정권 퇴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만 얘기가 오갔다”고 고백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도 “광우병 괴담과 판박이”라면서 “정무적 판단이 전문가 판단보다 우위라는 세계관을 가진 게 운동권”이라고 했다.

광우병 시위 후 회의감이 들어 그런 세력과 결별한 민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이 1조 원을 넘었다는 뉴스를 봤다”면서 “그때 일을 반성한다”고 했다. 민 대표처럼 늦게라도 국민 기만을 반성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지금도 후쿠시마 오염수 선동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 공동행동’에 참여한 952개 단체 중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민노총 등 195개 단체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도 참여했다. 이들은 ‘미국 내 65만 명이 인간 광우병’ 등의 괴담을 퍼뜨렸고,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도 매일 정부가 후쿠시마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데도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한다.

모든 피해는 결국 국민 몫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집계한 광우병 선동의 피해액은 최대 3조7000억 원에 달하지만, 이들 단체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사드, 제주 해군기지, 천성산·사패산 터널 등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전문가들이 적극 나서고, 정부도 신속히 대응해 국민이 예전처럼 동요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뇌 송송 구멍 탁’ ‘전자파 튀긴 참외’ 등 악성 괴담에 따른 유무형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선동꾼들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06-28 과학도 IAEA도 못 믿겠다는 민주당, 괴담 정당 자인하나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에 대해 괴담 수준의 주장을 쏟아내더니 과학도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황당한 행태까지 보인다. IAEA의 후쿠시마 최종보고서가 오는 4일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내 계파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는 오는 9월 유엔 정기총회 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한 국회 결의를 추진하겠다고 27일 밝혔다. IAEA는 1953년 유엔총회에서 논의가 시작돼 1956년 창립됐다.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유엔 관계기구(Related Organizations)로 편제돼 있으며, 가장 공신력 있는 원자력 관련 기관이다. 유엔 기구 결론을 못 믿겠다면서 유엔총회에서 다루도록 하자는 것부터 자가당착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일본이 분담금을 세 번째로 많이 내는 IAEA 검증의 공정성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AEA가 과학적 진실을 일부러 숨길 것이라는 취지다.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표와 박 원내대표 명의로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회원국에 공조하자는 서한을 보냈다. 외교 상식을 허물고 나라 망신을 자초했다. 대통령이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는 헌법 규정(제66조)과 대통령의 조약 체결·비준 등 외교권(제73조)도 혼란스럽게 한다. 외교부가 “행정부의 고유 권한, 특히 외교적 행위를 효과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유감을 표명한 이유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과학 경시 풍조다. 박주민 의원은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해 “100%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지금의 과학이 100년 후에도 진리일 거라고 누가 상상하겠는가”라고 했다고 한다. 과학에도 미지의 영역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인정해야 한다. 정치적 의도에 맞춰 과학적 사실도 거부하는 것은 괴담 정당임을 자인하는 일이다.

문화일보사설

 

06-28 이재명의 괴담정치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국정 책임이 있는 제1야당이 국민 먹거리와 민감한 안보 사안을 거짓 선동·괴담으로 뻥튀기해 유포하는 ‘괴담정치’ 늪에 반복적으로 빠져들면서 여당으로부터 ‘괴담유포당’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때 “뇌 송송 구멍 탁” ‘광우병 괴담’을 유포, 국내외 큰 파장을 일으키며 ‘괴담정치’ 서막을 열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사드(THAAD) 반대’ 개사곡에 맞춰 춤추는 등 ‘전자파 참외 괴담’으로 ‘괴담정당’임을 온몸으로 과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민들을 볼모로 한 ‘후쿠시마(福島) 핵폐수 괴담’으로, 괴담정치를 한 차원 끌어올린 생존전략용 ‘괴담전쟁’ 포문을 열었다.

‘광우병-사드-원전 처리수’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안보 이슈와 과학 영역을 거짓 선동으로 혹세무민하는 건, 극심한 진영갈등 등 괴담 친화적 인프라를 두루 갖춰 괴담에 극히 취약한 ‘괴담 사회’를 독버섯처럼 파고드는 괴담정치의 전형이다. 한국형 괴담정치는 먹거리와 안보 이슈를 교묘히 결합한 공통점이 있다. 광우병은 미국산 쇠고기, 사드는 경북 성주 참외, 후쿠시마는 수산물과 연계됐다. 국민 먹거리에 대한 불안·공포감을 극단적으로 조장해 휘발성이 높다. 또 광우병 괴담은 ‘친미 프레임’, 사드 괴담은 ‘반중 프레임’, 후쿠시마 오염수는 ‘친일 프레임’ 등 외교·안보 이슈와 긴밀히 결탁됐다. 유언비어·거짓 뉴스로 중요한 정치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 현상’ ‘정권 발목잡기’ 효과를 겨냥한다. 더불어 반미·반일, 친북·친중 세력과 좌파 시민단체를 결집, 정권퇴진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기에 안성맞춤의 불쏘시개다.

제1야당이 됐다 하면 자동으로 괴담유포당으로 급변하는 것도 신통방통하다. 괴담은 그 생산·유포자들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음을 의미한다. 정상적으로 정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괴담전쟁’을 한다. 각종 사법리스크로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이 대표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괴담전쟁에 매달리는 형국이다. 괴담이 가짜로 드러났음에도 초지일관 사과하지 않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한국인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등 황당한 괴담이 확산되자 ‘괴담 10문10답’으로 과학적 반박을 했지만 광우병 촛불시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지만 야당은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사드 참외 괴담도 마찬가지다. 최근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결과, 성주 기지 전자파가 기준치의 530분의 1로 무해하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됐지만 조사 방법이 잘못됐다며 절대 괴담을 인정하지 않는다.

원자력학회까지 나서 원전 처리수 안전성과 방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데도, 이 대표는 ‘핵폐수’ ‘우물에 독을 넣는 행위’ 등 극단적 용어로 국민 공포 부추기기에 앞장서고 있다. 서해 앞바다 중국 원전 배출 삼중수소가 후쿠시마의 6.5배라는 보도에는 내 알 바가 아니라며 무시한다. 괴담전쟁 피해자는 국민이다. ‘괴담청(廳)’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문화일보

 
 

06-28 “오염수 방류땐 1조분의 1 희석…미국·캐나다 가만있는데 한국만 논란”

▲오염수 선동 비판 ‘86그룹 운동권’ 출신이면서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함운경 씨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세미나에 참석해 물병을 들어보이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괴담 선동을 비판하고 있다. 뉴시스 

 

■ 운동권 출신 함운경씨 호소

국회서 ‘과학과 괴담’ 강연
“12년전 1만배 방사능 유출후
아직까지도 별다른 문제없어
반일선동은 운동권들의 무기”

1985년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던 ‘86그룹 운동권’이면서 실제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함운경 씨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오염수 괴담 선동’은 한국 운동권의 전매특허인 ‘반일감정’을 악용해 정치적 이득을 노린 의도된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함 씨는 28일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 강사로 나서 “방류수(오염수) 문제를 가지고 지금 나라가 시끄럽고 치열하게 논쟁 중인데, 당사국인 일본을 비롯해 미국이나 캐나다, 북한이나 중국에서 이런 논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대한민국에서만 이런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함 씨는 오염수가 바다에서 희석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야권의 후쿠시마(福島) 괴담 선동에 반박했다.

함 씨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공감 세미나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둘러싼 과학과 괴담의 싸움 - 어민과 수산업계의 절규를 듣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함 씨는 한국에서만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 “(야권의) 반일감정을 이용한 괴담 선동에 있다”며 “책임 있는 정치인이 죽창가를 부른다는 것은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싸움은 사실은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 자유를 위한 동맹을 지키는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반일감정, 반일민족주의를 퍼뜨린 것이 저희들(운동권)”이라며 “전두환이랑 싸우기 위해 온갖 무기를 찾다가 마르크스·레닌주의, 주체사상도 있는데 가장 강력한 게 반일주의 감정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함 씨는 특히 “이건 (야당에서) 반일감정을 부추기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싸움”이라며 “이런 질 수 없는 싸움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서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함 씨는 오염수 희석 과정을 전문가 못지않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130만t이라고 하는 오염수를 바다에 집어넣으면 1조 분의 1로 희석된다”며 “희석한다는 것이 가장 안정적으로 환경 충격을 덜 주는 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오염수보다 1만 배 많은 방사능이 유출됐지만 국내 해안가에서 측정된 방사능 수치를 보면 세슘과 삼중수도 농도는 증가하지 않고 도리어 낮아졌다는 점도 설명했다. 함 씨는 “12년 전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게 왜 (지금) 문제가 되느냐”며 “과학으로 아무리 얘기해도 반일감정과 싸우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함 씨는 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 출신으로, 1985년 ‘민족통일·민주쟁취·민주해방 투쟁위원회’(삼민투) 공동위원장으로서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하다 투옥됐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대학 동기로, 둘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지금은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횟집 ‘네모선장’을 운영 중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괴담 대응과 어민 보호 대책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괴담 정치로 민주당만 이익을 누리고 손실은 국민이 보고 있다”며 “국민이 안전하다고 인정할 때까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고, 먹거리 안전을 위해 방사능 검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름·최지영 기자 fullmoon@munhwa.com

 

06.29 광우병 시위 주도 인사 “팩트 논의한 적 없어” 한국 괴담의 본질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반(反)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인사의 고백은 충격적이다.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 정책팀장을 지낸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는 26일 “(당시 운동본부에서) 광우병 팩트(사실)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권 퇴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만 얘기가 오갔다”고 했다. 또, “국민 건강을 우려해 시위를 한 게 아니었다. 효과적으로 선동에 써먹었으면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마치 금방이라도 ‘뇌송송 구멍탁’ 이 될 것처럼 선동했지만 정작 광우병의 과학적 측면에서는 한 번도 내부 논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민주당이 퍼뜨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이 “광우병 괴담과 판박이”라고 했다. “반(反)이명박을 위해 광우병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이번에도 반(反)윤석열을 위해 일본을 꼬투리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1985년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한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함운경씨도 언론 인터뷰에서 “반일 감정, 반일민족주의를 퍼뜨린 것이 우리들(운동권)”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반일 감정을 부추기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싸움”이라고 했다. 그는 “이게 일본이기 때문에 문제이지 삼중수소가 문제가 아니며, 반일 캠페인의 불쏘시개이지 과학이나 진실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2008년 광우병 폭력 집회 - 2008년 6월 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시위대가 인근 빌딩 소화전과 소방호스를 이용한 ‘사제 물대포’를 경찰에 쏘고 있다. /전기병 기자

 

이들의 말대로 지금 민주당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문제에 대해 광우병 사태 때와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원자력 전문가들의 과학적 견해는 무시하고, 반(反)정부 정치에만 몰두한다. “방사능 테러” “핵폐수”와 같은 극단적 주장을 하며 국민을 겁박(劫迫)하는데 정작 과학적 근거 제시는 하나도 없다. 내부 회의에서 이런 과학적 문제에 대해선 한 번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방류해도 한국에 영향이 없다’고 한 저명한 과학자를 당대표가 나서서 ‘돌팔이’라고 한다. 유엔 기구인 IAEA가 아직 검증 결과를 발표하지도 않았는데 “검증의 공정성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민주당 스스로도 자신들의 주장이 괴담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에 미리 방어막을 치는 것 아닌가.

참여연대·민변·한국진보연대 등 광우병 반대 집회를 이끈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소속 시민 단체 952개 중 195개 단체는 요즘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에서 활동 중이다. 이런 일만 생기면 이름만 바꿔서 나오는 사람들도 그대로다.

일본의 원전 처리수 방류는 기본적으로 일본과 일본 국민의 문제다. 문제는 이에 대한 비과학적 괴담 선동으로 엉뚱하게 우리 수산물 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선진국들은 AI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화성 탐사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세계 10위권 국가인 한국에서 사람들이 괴담에 속아 천일염 사재기가 벌어지고 수산시장이 한산한 ‘희극’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6.29 “광우병 2년뒤 토론회, 괴담세력 안나와… 효력 끝났기 때문”

괴담에 맞섰던 전문가들 “광기의 시간, 팩트 협박당해”

“과학의 영역에 정치가 개입하자 그때부터 사람들은 전문가들 말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광기의 태풍이 지나가고 제자리를 찾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광우병과 천안함, 사드 전자파 등 한때 나라를 뒤덮은 ‘괴담’에 맞섰던 전문가들은 28일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괴담을 무력화하려면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팩트를 말해줘야 한다”고 했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인수공통질병연구소장이었던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는 ‘관변 교수’라며 제자들에게 손가락질받았다. 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 나가 “미국 소고기 먹어도 광우병 걸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미국 소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는 괴담에 유모차 부대까지 등장해 광화문 광장이 뒤덮였던 시기다. 그를 비난한 제자 중엔 광우병 촛불 집회에 주도적 역할을 한 우희종 서울대 교수도 있었다. 이 교수는 “작년에 우 교수가 광우병 이후 처음 연락이 와서 식사도 했다”며 “내게 미안한 마음이 있으니 그런 것 같긴 한데 당시 일에 대해 사과하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광우병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종식됐다고 모두 인정하는데 괴담 세력들은 사과가 없다”며 “오히려 광우병 괴담을 퍼뜨린 세력들이 지금 다시 후쿠시마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광우병 사태 때 사람들을 두렵게 한 대표적 괴담은 ‘미국인보다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었다.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 괴담을 반박했다가 많은 비난을 받았다. 신 위원은 “황당한 괴담이 유포되는데 유전학 전공자로서 팩트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난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신 위원은 광우병 괴담과 후쿠시마 괴담이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광우병 때는 과학자나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팩트보다 여론에 휩쓸렸지만 지금은 많은 과학자가 팩트를 말하고 있고 국민들도 이를 신뢰한다”며 “앞으로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식의 괴담이 더 나오겠지만 과학자와 전문가가 정확한 목소리를 내면 괴담은 결국은 무력화될 것”이라고 했다.

 

양기화 지샘병원 병리과장은 광우병 사태 때 의사협회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광우병 관련 논문 100여 편과 서적 10여 권을 읽고 괴담의 허위성을 지적하는 글을 블로그에 여럿 올렸다. 광우병 세력의 ‘타깃’이 돼 블로그는 악성 댓글로 도배됐고 “길 가다 칼 맞을 수 있으니 가면 쓰고 다니라”는 문자메시지도 받았다. 의협은 그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양 과장은 2010년 “나는 의학자다. 정부를 두둔한 게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두둔했을 뿐”이라고 했다.

 

광우병 광풍이 사회를 휩쓴 뒤 2년쯤 지나 양 과장은 방송국에서 ‘광우병 안전’ 측 패널로 토론회 출연 요청을 받았다. 양 과장은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토론회는 결국 무산됐다. 방송국에서는 양 과장에게 ‘광우병 위험’ 측 패널로 나올 만한 사람들이 전부 출연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괴담의 시효가 다했던 것이다. 양 과장은 이날 통화에서 “지금도 미국 소가 위험하다고 주장했던 학자들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같은 논문을 보고도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할 뿐”이라고 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뒤 민군 합동 조사단에 속했던 노인식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명예교수는 천안함이 어뢰에 폭침된 증거 중 하나가 ‘휘어진 프로펠러’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천안함 음모론자들이 ‘천안함 좌초’의 핵심 증거라고 주장했던 게 휘어진 프로펠러였는데,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러자 학교에 노 교수의 연구가 조작·날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학교 측도 분위기에 휩쓸려 연구진실성위원회까지 열었다. 2019년엔 대표적 천안함 좌초론자인 신상철씨가 노 교수를 고발하기도 했다. 노 교수는 통화에서 “다 문제없는 것으로 끝났다”고 했다. 그는 “비난이 심했고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과학적 결과가 그랬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다. 다만 좀 번거로웠다”며 “이제는 대다수 국민이 천안함 폭침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학술적으로 뒷받침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 직후 원인으로 ‘어뢰 폭발에 따른 버블 제트’를 제시했던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국방기술연구개발센터장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천안함 조사 결과가 조작이라고 하는 분들은 주워들은 건 많은데 이해는 못 하는 초등학생’이라고 했다가 험한 댓글이 쏟아졌었다”며 “과학의 문제가 어느 순간 자신이 믿는 게 무조건 옳다는 종교의 문제로 바뀌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 의견이 실종됐고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데도 아무나 방송에 나와 전문가 행세를 했다. 지금도 그런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사드 전자파가 사람을 튀겨 죽인다’는 괴담에 맞섰던 김윤명 전 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당시 한국전자파학회에선 사드 괴담에 ‘학회 차원의 대응은 어렵다’고 했다”며 “학회 토론회에서 어떤 교수는 ‘사드 전자파보다 차라리 북한 미사일을 맞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 전 교수는 당시 이철우 경북지사 등과 함께 사드 기지에서 4km 정도 떨어진 김천시 농소면의 한 주택을 매입했다. 사드 전자파는 인체에 큰 영향이 없다는 걸 직접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 전 교수는 “어머니는 ‘(고향인) 김천에 오면 사람들한테 맞는 거 아니냐. 조심하라’며 굉장히 걱정하셨다”고 했다. 사드가 문제없다고 하다가 ‘개철우’로 불렸던 이철우 지사는 “지금은 사드 괴담 때보다 김천 혁신도시에 4000명 정도 인구가 더 늘었다. 괴담이 가라앉은 것”이라고 했다. 김 전 교수는 “이제는 선동이 통하지 않고 과학과 상식이 통하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김정환 기자

 

06-29 장관급 2명부터 순차개각… ‘일하는 차관’들로 국정 성과낸다

장관급 새 얼굴들 김영호(왼쪽)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가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선 발표 브리핑에 배석해 김 실장의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통일장관·권익위원장 지명

김영호 통일,‘대북 강성’ 학자
장·차관 교체 통일부 변화예고
전현희 후임 김홍일 권익위장
대검 중수부장 출신 ‘특수통 ’

“필요에 따라 인사 계속 진행”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집권 2년 차를 맞아 단행한 개각은 국정 방향을 뚜렷이 세우고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다잡기 위한 인사로 분석된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염두에 두고 하반기 가시적인 국정 운영의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폭 개각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임 통일부 장관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하는 개각을 단행했다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밝혔다. 신임 통일부 장관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6·25전쟁의 기원과 전개 과정을 연구한 정치학자로,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는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중장기적인 남북관계·국제협력 구상을 반영한 윤석열 정부 로드맵 ‘신통일미래구상’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장차관을 동시에 교체한 배경에는 통일부의 역할과 기조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교류 협력과 대북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통일부의 역할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통일부 장관에 강경한 대북관을 갖고 있는 김 후보자를 기용한 것도 북한에 대한 보다 강경한 대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앞으로 원칙을 갖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임 권익위원장으로 지명된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은 2011년 대검 중수부장으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총괄했다. 당시 중수 2과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캠프의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했다. 대통령실은 특수통 검사 출신인 김 내정자가 권익위의 반부패 업무를 맡는 데 적임자라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인사인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과 갈등으로 혼선을 빚어온 만큼 조직 안정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고 있다. 김 내정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흔들리는 권익위를 빨리 안정시키고 업무 현황을 파악해 부패 방지와 국민권익구제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가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분위기 쇄신을 위한 전면개각을 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사람을 바꾸는 개각을 하겠다고 여러 번 말씀드린 바 있다”며 “앞으로도 필요한 인사가 있으면 계속 (인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06-29 장미란, 문체부 2차관 ‘깜짝 발탁’… 비서관 출신 등 차관급 13명 교체

대통령 보좌진·전문관료 발탁
향후 국정장악력 강화할 의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 기조에 대한 이해가 높은 대통령실 비서관 5명을 각 부처 차관으로 임명한 데에는 이들을 통해 국정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의 곁에서 직접 보좌한 경험이 있거나, 국정철학 이해도를 갖춘 차관 인사에 이어 부처 실·국장 등 실무진까지 연쇄 교체하겠다는 구상이다. 차관급 13명 중 8명은 관료·전문가 출신으로 채웠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김오진 관리비서관·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으로 국토교통부 1·2차관을 동시 교체한 것은 전세사기·역전세난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뿐 아니라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거대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노동개혁 등 핵심 현안에서 국정철학을 보다 확실히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환경부·해양수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핵심 현안이 걸려 있는 부처 차관도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교체했다.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의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이 환경부 차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이 해수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과기정통부 1차관으로는 조성경 경제수석실 과학기술비서관이 발탁됐다. 환경부는 4대강, 태양광 사업뿐 아니라 경북 성주군에 위치한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등의 소관 부처다. 해수부는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처리수 방류 등 현안이 걸렸다.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KASA) 설립 등 역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과학에 기반한 정책’이라는 국정철학 및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부처 실·국장 인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영주 주베트남 대사가 외교부 2차관을 맡게 됨으로써, 외교부 첫 여성 차관이 됐다. 그는 지난해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통일부 차관에는 미국 근무만 세 차례 한 ‘미국통’ 문승현 주태국대사를 임명했다. 차관급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위원장에는 김채환 전 서울사이버대 교수가 기용됐다.

특히 한국 여자 역도 국가대표 출신 장미란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깜짝 발탁돼 화제다. 장 교수는 2000년대 한국 역도를 이끈 ‘전설’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역도 여자 75㎏ 이상급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3년 은퇴 후 후배 양성과 소외계층을 돕는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문화일보 서종민·박동미 기자

 
 

06-29 [속보] 尹, 차관 내정자에게 “약탈적 이권 카르텔과 과감히 맞서 싸워 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으로 내정된 대통령실 비서관들과 만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처리해 나가면서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지난 1년여간 근무하고 대통령실을 떠나는 내정자들을 격려하면서 “정당한 보상으로 얻어지는 권리와 지위가 아닌, 끼리끼리 카르텔을 구축해 획득한 이권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깨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자 국민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런 카르텔을 제대로 보지 않고 외면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봐야 다 허무맹랑한 소리밖에 안 된다”며 “이권 카르텔들이 달려들어 정책을 무너뜨리고 실제 집행되는 과정에서 엉뚱한 짓을 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6.30 [단독] 尹도 처음엔 주저했다…"만나보니 감탄" 장미란 발탁 전말

지난 29일 문체부 2차관으로 발탁된 장미란 용인대 교수의 모습. TVN '유퀴즈온더블록' 방송화면 캡처.

 

지난 29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전격 발탁된 장미란 용인대 교수는 처음엔 유력 후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후보군 중 후순위에 가까웠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검증 초기 ‘장미란’이란 이름이 거론됐을 때는 주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고민스럽긴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0일 “나이가 워낙 젊지 않으냐”며 “자료로만 봤을 때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1983년생인 장 교수는 올해 39세로 다음달 3일 차관에 공식 임명되면 46년 만의 30대 차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실 인사들이 장 교수를 만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런 우려는 자연스레 사라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장 교수를 만나고 온 사람은 그의 겸손한 대화법과 진정성에 감탄했다”며 “모두 ‘장미란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공통된 평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렇게 검증을 할수록 장 교수에 대한 평가도 함께 올라간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역도 75㎏이상급에서 장미란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드는 모습. [중앙포토]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수로서 성실하게 살아왔던 장 교수의 삶은 은퇴 뒤에도 그대로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2010년 고려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장 교수는 2012년 2월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2015년 2월 용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 용인대 교수로 임용된 뒤 이듬해엔 유학을 떠나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에서 3년간 공부해 스포츠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 용산 참모는 “윤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젊은 장관 발탁을 강조해왔다”며 “장 교수의 이력이면 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문체부 2차관이 정책 홍보 및 체육·관광을 담당하는 자리인 만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의 경력뿐 아니라 전문성과 소통 능력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검증 과정에서 장 교수의 공익 활동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 교수는 2012년부터 ‘장미란재단’을 설립해 체육 꿈나무를 지원했다.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에 출전했던 김민종(유도), 권하림(다이빙), 안재현(탁구) 선수도 장미란재단 출신이다. 장미란재단은 2021년까지 총 68명의 청소년 선수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재단 운영은 깐깐하기로 유명한 장 교수의 부친이 맡아왔다. 지난해 개인 사정으로 운영이 어렵게 되자, 장 교수는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안 하는 게 낫다”며 재단 운영을 잠시 중단했다. 대통령실은 이 점 역시 장 교수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사례로 봤다고 한다.

 

▲2016년 용인대 교수로 임용됐던 당시 장미란 교수의 모습. 중앙포토

 

장 교수는 29일 문체부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스포츠 현장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은 공정·상식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 교수는 2013년 1월 은퇴식에서 “아무 꿈도 없던 중3 여학생이 역도 덕분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제가 받은 것을 돌려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선수 장미란은 교수 장미란에 이어 ‘역대 최연소 체육 행정가’ 장미란이란 새로운 무대 위에 올랐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06.30 오염수 괴담이 지지율 하락 부채질...야당의 자충수 됐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25차례나 언급하며 정부를 공격했다. 당 회의나 SNS 등에선 거의 매일 ‘핵폐수’ ‘방사능 테러’ 등 극단 용어로 국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장외 집회에선 “핵 방사능 물질이 바다에 섞여 있다면 누가 해운대 바다를 찾고 멍게를 찾나”라고 외쳤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오염수 공세로 돈 봉투 논란과 코인 사태 등 각종 악재를 덮으려는 전략은 통하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코인 사태 직전인 4월 말엔 37%였지만 최근 31%로 떨어졌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32%에서 35%로 오르면서 민주당을 추월했다.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 회사 공동지표조사(NBS)도 같은 기간에 국민의힘은 31%에서 35% 올랐지만 민주당은 30%에서 25%로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율은 4개 조사 회사가 3년 전 NBS 조사를 시작한 2020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최근 여야(與野) 지지율에는 정부의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방침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있다. 오염수 문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던 민주당으로선 당황스러울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가 80%에 달하는 것에 고무되어 반일(反日) 깃발을 들고 총력 투쟁에 나섰다. 그런데 당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먹거리 불안감과 뿌리 깊은 반일 정서 때문에 오염수 방류는 반대가 많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하지만 오염수 방류 반대를 야당에 대한 지지와 동일시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꺼림칙하게 여기지만 ‘괴담 정치’로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는 민주당도 무책임하다고 보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광우병 선동, 사드 전자파 등 과거에 야당이 부추겼던 괴담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것도 오염수 공세가 잘 안 먹히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민주당의 오염수 괴담 정치는 오히려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는 자충수(自充手)가 되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를 돌팔이로 몰아세우는 등 도를 넘는 선동이 진영 논리에 덜 휩쓸리는 중도층과 청년층에게 역효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NBS 조사에선 두 달 전 중도층에서 민주당(27%)이 국민의힘(21%)을 앞섰지만 최근엔 민주당(21%)이 국민의힘(25%)에 뒤졌다. 민주당이 우세했던 20·30대도 국민의힘 우세로 바뀌었다.

민주당이 오염수 공포 마케팅에 화력을 집중할수록 총선 캐스팅보터인 중도층과 청년층 민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괴담 정치는 우리 수산업계뿐만 아니라 민주당 스스로도 크게 타격을 입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06.30 불체포 특권, 말로만 ‘포기’ 실효 없어

 

김성탁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불체포 특권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연속 부결시키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기다렸다는 듯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모두 포기 서약서에 서명하자”라며 치고 나왔다. 민주당은 '김은경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내건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서명을 의총에서 논의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는 불체포 특권 폐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정치권이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한다고 법적 효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 헌법에 명시된 권리이기 때문이다. 개헌하지 않는 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해당 의원이 다른 의원들에게 가결을 요청하고 국회가 실천해야 효과가 난다. 말로만 '포기'를 앞세우기보다 ‘방탄’을 위한 임시국회를 소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여야가 지키는 게 차라리 낫다.

그래서 개헌 논의조차 하지 않는 정치권이 보여주기식 주장을 하는데 휘둘릴 게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특권이 주어진 의미를 돌아보고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44조 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불체포 특권은 정부 수립 당시 제정된 제헌헌법 이래 계속되고 있다.

'의원 전원 포기서약' 여야 공방
체포동의안 부결 '방탄'이 문제
사전 심사, 기명투표 도입해야

이런 특권이 생긴 곳은 의회제도가 처음 발달한 영국이다. 국왕과 귀족 간 갈등이 심했던 1215년 존 왕이 세금을 일방적으로 거두려 하자 귀족들이 국민을 등에 업고 들고 일어나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에 서명을 받아낸다. 하지만 이후에도 의회를 구성한 귀족을 상대로 전제 왕권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반복됐고, 의원을 체포해 가두는 일이 빈번했다. 권력으로부터 의회를 보호하려고 1603년 ‘의회 특권법’을 법제화한 게 불체포 특권의 시초다.

이후 미국이 연방헌법에 회기 중 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명시했고, 나치즘의 위험을 경험한 독일은 더 강력한 특권을 두고 있다. 회기 중에만 보장하는 우리와 달리 독일은 의원 임기 내내 특권을 인정한다. 체포뿐 아니라 기소할 때도 연방의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불체포특권을 법제화하지 않은 나라가 극소수일 정도로, 삼권분립이라는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필요성을 인정받는 셈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우리 정치권이 ‘방탄’에 이용하는 실태다. 국내에서 제헌국회 이후 제출된 의원 체포동의안 70건 중 가결은 17건으로 24.3%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현재까지 20건이 청구돼 16건(80%)이 가결됐고, 특권을 더 강하게 보장하는 독일조차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체포동의안 가결률이 92%에 달한다.

 

불체포 특권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히 운영하는 방안은 해외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독일에 파견된 입법관이 2021년 국회사무처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2월 독일 연방의회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기독사회당 의원과 기독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해당 기독사회당 의원은 심지어 원내대표였는데, 한 섬유업체의 방역 마스크를 정부기관이 사도록 로비한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였다. 기독민주당 의원은 해외 정부로부터 뇌물을 받고 EU 차원의 결의문 채택 등 로비를 한 혐의를 받았다. 이처럼 의원들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면 특권 유지의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체포동의안을 사전 심사하는 절차를 두는 것도 우리와 다르다. 독일은 체포동의안이 오면 국회의장이 상임위원회인 ‘선거 심사, 불체포 특권 위원회’에 넘겨 사전 심사 후 의결 권고안을 본회의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정당 차원의 방탄을 봉쇄하고 국회 전체에 일정한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국회는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기 때문에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모른다. 반면 독일은 기명 투표여서 대부분 거수로 의사를 밝힌다. 유권자가 사안의 경중을 따져보고 방탄에 동조한 의원들을 심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불체포 특권을 적용할 수 없는 범죄 유형을 예외 규정 형식으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일은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신뢰도와도 관련이 있다. 미국에선 ‘중죄’는 체포할 수 있는 대상이어서 해석에 따라 대부분 주요 범죄가 해당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속 수사 원칙이 굳건해 체포 시도가 많지 않다. 사법적 잣대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어야 특권 제도 변경을 꾀할 수 있다.

중앙일보 김성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