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3-05/ 05.02(화) 세계 최고 양육비 드는 한국, - 05-31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미흡…대상 환자 확대 입법 급하다
세상사 2023-05/
05.02(화) 세계 최고 양육비 드는 한국, 출산율 세계 최저일 수밖에

▲최근 15년 사이 사교육비 추이.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줄어들던 사교육비 규모가 문재인 정부 때는 줄곧 늘었다. / 교육부 제공
한국에서 자녀를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양육 비용이 1인당 GDP의 7.8배로, 세계 최고 수준이란 분석이 나왔다. 베이징의 한 인구 문제 연구소가 각국 정부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한국에서 아이 한 명을 18세까지 기르는 데 3억6500만원 정도 들고, 이는 경제 능력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과도한 부담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6.9배로 한국 다음이었다. 독일 3.64배, 프랑스 2.24배 등 다른 선진국의 2~3배다.
비싼 양육비 부담은 자녀 출산 의지를 약화시킨다. 한국에 버금갈 정도로 양육 비용이 많이 드는 중국도 ‘미부선로(未富先老·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는다)’란 말이 나올 만큼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졌다. 그런 중국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 한국이다. 작년 중국의 합계 출산율은 1.1명이었는데 한국은 0.78명에 불과했다.
양육비 부담 중에서도 학원비 등 사교육비 비율이 높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지출액이 26조원이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78%의 학생이 1인당 월 평균 52만4000원을 썼다. 사교육비 지출은 2009년 21조6000억원에서 2015년 17조8000억원까지 떨어졌다. 방과후학교와 EBS 교육 등을 강화한 효과였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사교육비 의존은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안감을 노린 ‘초등생 의대 준비반’까지 등장할 지경이 됐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12년 이후 초·중·고교생 인구가 200여 만명이나 줄었는데 지방교육교부금이 2010년 32조원에서 올해 75조원이 돼 2.3배로 늘었다는 사실이다. 학생 1인당 교부금이 440만원에서 1426만원으로 3.2배가 됐다. 교육청들이 쓰는 돈이 이만큼 늘었으면 학교 교육은 훨씬 충실해져야 하는데, 그 반대로 사교육비가 늘어났다.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시행된 이래 투입된 관련 예산이 무려 280조원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 많은 정책이 있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교육 예산, 저출산 예산 모두 뭔가 아주 크게 잘못 가고 있다. 뭐가 잘못됐는지 근본 성찰 없이 지금처럼 돈만 쏟아부어서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03 회계자료 안 낸 한노총 제재, 이런 게 勞政관계 정상화다
시대 변화에 맞춰 시급히 이뤄내야 할 노동개혁에는 여러 측면이 있지만, 노조의 재정 투명성은 가장 근원적 문제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회계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국고 지원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무소불위 노조’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거대 기득권 노조는 혈세 지원 등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치외법권 지대에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내 최대 노동단체(2021년 기준 조합원 123만여 명)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노정(勞政)관계 정상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러 방면에서 격화하는 정부와 양대 노총의 대치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노총은 올해 노동단체 지원사업 1차 모집 신청에서 탈락했다. 정부는 노사 상생 명목으로 올해 44억7200만 원의 국고 보조금을 노동단체에 지원키로 했다. 한노총은 이중 58% 가량인 약 26억 원을 신청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했다. 고용부는 “회계자료 제출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노조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한노총은 “명백한 탄압이며 노조를 돈으로 길들이려는 치졸한 수단”이라고 반발하지만 공허하다. 정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4조와 제27조에 따라 자율점검결과서 등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한노총은 본부 차원에서 거부했다. 그러나 산하 노조라도 회계장부를 낸 곳엔 이번에도 보조금이 정상 지원된다. 한노총도 자료를 제출하면 받을 수 있다. ‘탄압’ 주장은 투쟁 구호일 뿐이다.
이번 조치는 노조의 불법·불공정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 양 노총은 가입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상용 근로자의 14% 정도일 뿐이다. 그것도 대기업 중심이다. 보호가 더 필요한 임시직 및 영세·중소기업 근로자를 대표하지 못한다. 소수 기득권 노조에 특혜를 줄 이유가 없다. 중앙정부보다 보조금을 더 많이 주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더욱 유념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5.05 제주 283㎜ 폭우, 항공편 무더기 결항… 1만명 발 묶여
오늘부터 내일까지 전국 장대비
4일 제주도에 강한 바람이 불고 폭우가 쏟아져 항공편이 줄줄이 결항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를 찾은 33개 학교 학생 6000여 명을 비롯해 관광객 1만여 명의 발이 묶였다.

▲강풍과 폭우 등 악천후로 4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내 전광판이 출발 항공편 대다수의 결항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이날 오후 9시를 기해 제주도 남부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한다고 밝혔다. 오후 8시 기준 서귀포 일 강수량은 283mm로, 1961년 관측 이래 5월 일 강수량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또 초속 20m의 강풍이 불어 우산을 써도 비를 피하기 어려운 정도였고, 하천 범람 등도 우려됐다.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 248편과 국제선 6편 등 총 254편이 결항했거나 사전 취소됐다. 또 국내선 96편과 국제선 4편 등 모두 100편이 지연 운항했다. 이날 운항이 예정된 492편 중 70% 이상이 운항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이날 제주공항에는 급변풍특보와 강풍특보, 천둥번개특보가 발효됐다. 급변풍은 이착륙하는 조종사가 대응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공항 관계자는 “오후부터 공항 상공에 초속 20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공항 활주로상에 급변풍이 발생했다”며 “5일 오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남풍이 초속 23m 내외로 매우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항공기가 멈춰 서면서 제주공항은 비행기를 타지 못한 승객들로 한때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제주도에 수학여행 온 학교는 33곳, 학생은 603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항 측은 “항공사들이 대체 항공편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비행기가 결항돼 학생들 식사나 숙소를 다시 알아보느라 애를 먹고 있다”며 “비행이 언제 재개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인 5일에 이어 6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5일 전국에 장대비가 내려 이날 늦은 오후부터 일부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 발령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4일 예보했다. 비는 6일 새벽 수도권부터 차차 그치겠다. 이외 중부지방은 6일 오전까지, 호남과 경남권은 낮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까지 중부지방과 호남·영남권에는 30~120㎜, 제주와 남해안, 지리산 부근에는 50~150㎜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제주 산간 지방에는 최고 400㎜가 쏟아질 전망이다. 경북권과 울릉도와 독도에는 20~60㎜ 정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05.05 “검은 봉지만 봐도 철렁” 하루 10번꼴 출동, 한강 지키며 울고 웃는다
매일매일이 삶과 죽음의 현장… 한강경찰대 동행해보니

▲지난달 24일 오후 신고를 받고 서강대교에 출동했던 한강경찰대 순찰정이 한강 물살을 가르며 마포구 망원치안센터로 복귀하고 있다. 한강에서 투신하거나 실종된 이들을 구하는 한강경찰대는 지난해 3647차례 출동해 총 44명의 시민을 구했다. /장련성 기자
“서강대교 북단, 서강대교 북단 난간에 사람이 올라갔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수시로 울리는 무전기 소리에 98㎡(약 30평) 크기의 치안센터는 시장통 같았다. 신고가 들어오자 대원들은 순식간에 8인승 고속 순찰정에 올라탔다. 3인 1조로 한 명은 키를 잡고 한 명은 무전기로 경찰·소방과 교신하며 상황을 파악했다. 나머지 한 명은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잠수복을 입었다. 순찰정은 시속 50㎞ 전속력으로 물살을 가르며 3분 만에 서강대교 아래에 도착했다. “제발 살아만 있어라….” 잠수복을 입고 선두(船頭)에 선 대원이 다리와 강을 살피며 말했다.
이들은 한강에서 투신자나 실종자를 구하는 일을 하는 한강경찰대다. 경찰대장(경정) 등 39명이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42㎞를 지킨다. 신고가 들어오면 365일 언제나 출동한다. 이날 한강경찰대는 서강대교에 이어 마포대교와 원효대교에서도 시민을 구해냈다.
한강에 뛰어내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한강경찰대가 지난해 출동한 횟수는 총 3647번으로 하루 평균 10번꼴이다. 실종자를 구해내면 모든 대원이 다 같이 환호성을 지른다. 이들이 구해낸 사람은 지난해 44명으로, 8일에 한 명꼴이다. 코로나 전에는 80명이 넘었다. 경찰특공대 출신인 정진열(53) 대원은 “한강경찰이 위험하고 힘들지만 사람 구하는 보람에 일선 경찰서로 갔다가도 다시 자원해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신을 수습하는 일은 만만찮다. 이들은 지난해 시신 112구를 수습했다. 해병대 수색대 출신인 김봉석(43) 대원은 “하루에 시신 3~4구를 수습한 날도 있다”고 했다. 정진열 대원은 “변사체를 끌어올릴 때면 우리도 인간이라 하루 종일 기분이 울적하다”며 “그래도 정신없이 울리는 무전에 뛰어다니다 보면 금방 잊는다”고 했다.
사람은 물에 빠지면 보통은 강바닥에 가라앉았다가 서너 달 뒤 머리부터 떠오른다고 한다. 윤희조(39) 대원은 “그래서 한강 위에 둥둥 뜬 검은 봉지만 봐도 가슴이 덜컥한다”고 했다.
“작년에 요트를 타다가 물에 빠진 아들을 찾으려고 매일 강가에 나온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한 번만 더 찾아봐 달라’고 애원하셨죠. 제 아들 또래였습니다. 정말 열심히 찾았는데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아버지가 ‘고맙다’고 손을 잡는데 그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정진열 대원)
“광진교에서 한 모녀(母女)가 너무 먹고살기 힘들다면서 함께 뛰어내린 적이 있어요. 딸만 겨우 구했습니다. 그 딸이 ‘나만 살았다’고 울부짖는데 저도 가슴이 메었습니다.”(윤희조 대원)
매일 삶과 죽음을 목격하는 대원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특공대, 해병대 출신인 이들도 그날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민선(41) 대원은 “자식 잃은 부모들은 모두 ‘다 내 잘못이다’라고 하면서 후회한다”며 “그럴 땐 집에 가서 꼭 어린 딸을 안아준다”고 했다. 김봉석 대원은 “너무 힘든 분들은 ‘왜 날 구했느냐’고 붙잡고 항의도 한다”며 “우리도 그분들 심정을 알기에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돈이나 우울증, 애정 문제로 많이 뛰어내린다고 한다. 밤에는 술 먹고 수영하다 빠진 사람도 많다. 투신하려고 지방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대원들은 요즘 투신하는 사람의 연령대가 자꾸 낮아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정진열 대원은 “영화를 보고 따라 뛰어내리는 학생, 자살 ‘생방’을 찍다가 물에 빠진 유튜버도 있다”고 했다. 윤희조 대원은 “최근에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걸렸다고 뛰어내린 고등학생을 구한 적이 있다”며 “’절대 목숨은 버리면 안 돼’ 하며 꼭 안아줬다”고 말했다.
신창훈 대장은 “많은 사람이 몇 번씩 다리에 올라 주저주저하다가 뛰어내린다”며 “세상에는 참 힘든 분이 많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고 했다.
시민들에게 한강은 바다같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대원들에게 한강은 두려운 곳이다. 진흙과 부유물이 많아 물속에서 가시거리가 30㎝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종자를 찾으려 ‘수색 줄’을 매달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손으로 강바닥을 더듬으며 수색한다.
대원들이 제일 무서운 것은 그물과 낚싯줄. 문민선 대원은 “물속에서 잘 보이지 않으니 엉키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한강은 밀물과 썰물이 있어 강물의 흐름이나 깊이, 속도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한 대원이 실종자를 찾다가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순직하기도 했다.
이후 2인 1조 근무조가 3인 1조로 바뀌었지만 근무 환경은 3조 2교대 등으로 여전히 열악한 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대원들을 만나 순찰정 교체, 치안센터 리모델링 등 여러 가지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대원들 손을 일일이 꼭 잡았다.
조선일보 최종석 기자
05.10 ‘100만분의 1′ 네쌍둥이 태어났다...국내 첫 초산 자연분만
SK온 직원 가족... 회사 측 “육아 도우미 지원”
SK온 직원이 초산으로는 국내 최초로 자연분만을 통해 네쌍둥이를 얻었다.
SK온은 10일 송리원(39) PM과 아내 차지혜(37)씨가 지난 3월 16일 100만분의 1 확률인 네쌍둥이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일란성 쌍둥이 딸 리지와 록시, 셋째인 아들 비전, 막내딸 설록이다.

▲SK온 송리원 PM 부부의 네쌍둥이 자녀. 일란성 쌍둥이 딸 리지와 록시, 셋째인 아들 비전, 막내딸 설록./SK온
네쌍둥이는 예정일보다 이른 날짜에 태어났고, 0.9kg 몸무게로 가장 작게 태어났던 첫째가 지난주 건강하게 퇴원하면서 부모 품에 안겼다.
2020년 결혼한 송리원 PM(프로페셔널 매니저)은 당시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며 격무에 시달린 탓에 자녀 계획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SK온으로 이직 후, 아내 차씨가 난임 병원을 찾았고 네쌍둥이를 낳았다.

▲SK온 송리원(왼쪽) PM 부부와 네쌍둥이 가족./SK온
SK온은 네쌍둥이 출산 소식을 사내 방송으로 알리고 축하했다. 송PM은 복지제도에 따른 의료비 지원과 자유로운 휴가제도, 유연근무제 등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직하고서 아내가 임신을 결심했으니 SK온이 낳고 기른 네 쌍둥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 차씨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아이들을 큰 걱정 없이 잘 키울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키우겠다”고 했다.
회사는 출산 기념 선물로 육아도우미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동섭 SK온 CEO도 친필 카드와 선물바구니를 보내 축하를 전했다.
조선일보 이정구 기자
05.10 MBC본부장·부장 등 간부 148명 중 132명 ‘민노총 조합원’
제3노조, 제1노조를 고용노동청에 고발
MBC에서는 경영본부장, 인사팀장 등 노동조합법상 ‘노조원이어서는 안되는 회사 측 인사’ 상당수가 민노총 계열인 제1노조에 소속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3노조는 재작년초 기준 MBC 보직자 148명 가운데 132명이 1노조원으로 표기된 MBC 작성 문건을 10일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제1노조를 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제3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노조 MBC본부(1노조)의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MBC문화방송의 보직자 132명이 본부장, 국장, 부장, 팀장 등의 관리자 신분도 유지하고 있다는 MBC의 공적인 문서가 발견됐다”고 했다.
3노조 주장의 근거는 MBC가 2019년 자사 직원 A씨과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이었다. 당시 A씨가 “MBC 모든 보직 부장과 팀장이 1노조원”이라고 공격하자, MBC는 “허위주장”이라며 2021년 2월 기준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보직을 맡고 있는’ 구성원 명단을 현황을 공개했다. ‘148명 중 16명은 노조원이 아니니 A씨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었다.
제3노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장 직속의 ‘미래정책실’ 실장과 노조원들의 근로 조건을 결정하는 ‘인사부장’이나 ‘법무부장’도 MBC본부 소속 조합원 신분을 유지했다. 또 정책기획부장은 물론 경영을 직접 책임지는 경영본부장도 언론노조원이었고, 보도국 정치국제에디터, 사회에디터, 경제산업에디터, 탐사기획에디터, 디지털뉴스에디터 등 보도부문 간부 대부분이 1노조원이었다고 3노조는 밝혔다.
제3노조는 “MBC는 보직부장이 직원의 인사고과 가운데 성과평가를 최종 결정짓기 때문에 보직부장은 직원의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역할을 상시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보도국의 경우 취재지시, 출장지시 등의 구체적인 업무지시 및 관리감독권한을 회사를 대표하여 행사하고 있다”고도 했다.
2021년 2월 15일 기준으로 MBC의 주요 보직자는 148명이었다. 이 가운데 89.2%가 제1노조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수노조 가운데 보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제3노조는 “회사의 보직 가운데 90%를 장악한 언론노조는 사실상 ‘어용노조’라 아니할 수 없으며 엄정한 노동청의 조사를 통해 문화방송 사업장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제3노조는 “MBC본부는 그동안 ‘어용노조’이면서도 교섭대표노조의 권한을 행사해 각종 단체협약과 근로시간면제협정을 맺어 왔다”며 “’합법노조’를 참칭해 MBC노동조합의 근로시간면제를 부당하게 축소하고 MBC노동조합의 교섭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했다”고 했다.
노조법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자, 사용자나 사용자의 이익 대표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순수성’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인사부장은 사용자 측을 대표해서 노조와 교섭하거나 사측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데, 그런 사람이 노조원일 경우 ‘적과 내통하는’ 상황이 불거지게 될 것”이라며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할 요소가 다분히 엿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05-11 “MBC 보직자 89%가 노조원” 勞營방송 민낯이다
‘노영(勞營)방송’ 비판을 받는 공영방송 MBC의 구조적 민낯이 드러났다. MBC 소수 노조인 MBC노조(제3노조)는 10일 “본부장·국장·부장·팀장 등 회사 주요 보직자들이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문이 최근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체 보직자 148명 중 132명(89.1%, 2021년 기준)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으로 회사 측 보직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했다.
노동조합법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조건의 하나로 적시하고 있다. ‘본부장급 임원들도 노조원 신분이었다’는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다수 노조로 MBC 내의 교섭대표 노조이기도 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법외노조’일 수 있다. 사장 비서실에 해당하는 미래정책실 실장·팀장, 노무 담당자인 법무부장 등까지 노조원으로, MBC는 ‘노·사’가 따로 없던 셈이다. “보도본부도 주요 부장들이 소속된 언론노조의 정치적 색깔이 그대로 투영될 수밖에 없는 인적 구조”라는 이들의 지적 취지대로, 편향 보도도 구조화한 것과 다름없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현재 본부장들은 언론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으며, 국장급 및 인사·노무 담당 보직 팀장 등은 조합원 권리와 의무를 유예하고 있다”며 제3노조에 유감을 표시했으나, ‘기형적 노사’가 제대로 시정됐다고 보긴 어렵다. 제3노조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노동청에 고발해,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05.11 尹대통령, 3년4개월 만에 ‘코로나 심각 경보’ 해제
중대본 주재...코로나 경보 ‘경계’로 낮춰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코로나 확진자 7일 격리의무를 5일 권고로 전환하는 등 코로나 관련 규제 해제를 선언했다. 사실상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지난 2020년 1월 20일 코로나 확진자 첫 발생 후 3년 4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확진자 격리의무를 비롯해 입국 후 PCR(유전자증폭) 검사 권고가 해제된다. 입원 병실이 있는 병원 이외 장소에서의 실내마스크 착용의무도 해제된다. 다만 고위험군 등 취약계층 보호는 더욱 강화하고 코로나 관련 검사·치료 지원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3년 4개월 만에 국민들께서 일상을 되찾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나긴 팬데믹을 지나 일상으로 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최전선에서 헌신해 주신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분들, 또 백신 치료제의 연구 개발, 생산에 노력을 기울인 보건 산업 종사자분들과 지자체 공무원, 그리고 보건 당국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을 향해 “모두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정부는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해 과학 기반 대응체계를 착실하게 준비해 두겠다”며 “새로운 팬데믹에 적용할 수 있는 백신 치료 개발 역량을 높이고, 국제 협력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05-11 전세사기 피해자 또 숨진 채 발견… 올 들어 네 번째
양천구서 혼자살던 30대女
‘빌라왕’에 보증금 3억 떼여
‘빌라왕’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여성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건 알려진 것만 이번이 네 번째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와 특별법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 국회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8일 30대 여성 A 씨가 서울 양천구의 한 빌라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A 씨는 지난 2021년 6월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는 40대 김모 씨와 보증금 3억 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이 중 2억4000만 원가량이 대출금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대인이었던 김 씨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서울 일대에 주택 1000여 채를 소유하다가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지난해 사망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대위변제 절차까지 밟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금액만 170억 원에 달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은 이번이 네 번째다. 100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 건축왕’ 남모(61) 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 피해자 3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다. 지난 2월 남 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지난달 14일 20대 남성 피해자가, 같은 달 17일엔 30대 여성 피해자가 숨졌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단체 측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구제 특별법’ 통과가 계속 불발되고 있는데, 특별법 제정을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들의 속은 하루하루 타들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권승현·조율 기자
05.12 합계출산율 0.78, 국회는 책임 없나

▲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뉴스1
320조원. 2006년부터 17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쓰였다는 돈이다. 그 어마어마한 돈을 어떻게 썼길래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에서 전 세계 꼴찌 0.78명까지 추락했을까. 국회 인구위기특위 회의를 보고 있으면 대강 짐작이 가능하다.
국회의원들도 320조원의 행방이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특위 회의에서 정부 부처를 상대로 16년 동안 280조원, 17년 동안 320조원, 지난해에만 40조원을 어디에 쓴 거냐고 묻는다. 부처 10개가 모였지만 속시원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없다. 어디에 썼는지 정확히 모르니 제대로 쓴 게 맞는지도 확인이 안 된다. 그동안 들인 돈의 효과를 물으니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세”라는 답이 돌아온다.
컨트롤타워 문제도 있다. 나라의 저출산 대책을 지휘하는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10개 부처 업무보고는 서로 겹치기 일쑤다. “예산 틀어쥔 기재부가 적극 나서라” “관련 인력이 많은 복지부가 하는 게 맞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실질 권한이 없지 않나” 등등 중구난방 주장이 오간다. ‘모두의 책임’을 강조하면 결국 누구 하나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저출산 문제가 꼭 그런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건 나라가 소멸 중이라는데 지도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도무지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국회 인구특위만 해도 국회 유일의 관련 특위지만 작년 12월 구성된 뒤 6개월 동안 회의 3번 연 게 다다. 그중 1번은 위원장과 여야 간사를 뽑는 회의였다.
부처 업무 보고에는 장관들이 대거 불참했다. 장관 참석이 꼭 필요하다며 특위 차원에서 회의를 2번이나 취소·연기했는데, 지난달 26일 회의에 참석한 장관은 단 한 명이었다. 나머지 4명은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있다며 불참했다.
장관들의 단체 결석에 특위 의원들은 “국회 무시”라고 화냈지만, 사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의원 18명으로 구성된 특위는 법률이나 예산 심의·의결권이 없다. 여야가 특위를 만들면서 그런 권한 자체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18명 중 14명은 초선 의원이다. 국회에서 선수(選數)는 그 자체로 힘이고 권위다. 김기현 대표나 이재명 대표가, 다선 의원들이 잔뜩 특위에 포진했어도 장관들이 이렇게 대놓고 참석 요구를 무시할 수 있었을까.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도 “저출산은 국가적 위기, 국정 최우선 과제”를 외치지만 실상은 이렇다.
국회에 ‘저출산 해법’을 내걸고 제출된 법안이 많다. 아이를 낳고 기를 때 도움을 주는 법,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법, 국가 인구 정책의 기본 틀을 바꾸는 제정법까지 다양하다. “누가 책임질 거냐” 소리칠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한 법 통과시키는 데 쓰면 좋겠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예산을 조율하기 위해서라도 장관들이 먼저 국회로 달려올 것이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05-15 분신 뒤에 숨은 건폭의 불법

박정민 경제부 차장
지난 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간부가 영장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졌다. 이유야 어쨌든, 또 한 생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 간부의 극단적 선택의 책임을 정부·경찰의 탓으로 돌렸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강압수사·단속으로 노조를 악마화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11일 정부·경찰을 규탄하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열었다.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은 잠시 접어두고, 먼저 건설노조가 지금까지 건설 현장에서 보여 준 모습들이 정당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건설 현장의 노조를 ‘건폭’이라고 낙인찍어 악마화하며 탄압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인데, 과연 그 주장이 사실에 부합할까? 경찰은 건설 현장 200일 특별단속을 통해 불법행위 총 866건(5071명)을 적발했고, 이 중 74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 대부분은 양대 노총 소속 건설노조원과 군소노조원이었다. 지난 연말부터 1월 13일까지 열흘 남짓 진행한 국토교통부의 건설노조 피해사례 일제 조사에서 확인된 불법행위만도 2070건에 달했다. 구체적인 사례는 점입가경이다.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 문제로 태업을 일삼거나, 노조원 채용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차량 등을 동원해 공사장 입구를 막아 공사 자체를 지연시키는 정도는 점잖은 편에 속한다. 현장 소장 사무실을 찾아가 집기를 던지며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노조원에게 태업 지침을 내리고 현장 건설사 관계자의 약점을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행위도 경찰의 단속을 통해 확인됐다.
건설노조는 힘없는 하도급 업체나 현장 책임자를 압박해 돈을 뜯어내고, 일자리를 강요하는 행태가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며, 이를 불법이라고 말하는 정부가 건설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직폭력배들마저 노조라는 이름을 앞세워 건설 현장에 들어와 똑같은 행동으로 공사를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도급 업체들은 이번 정부의 건설 현장 불법행위 단속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군소 노조마저 채용을 강요하며 불법집회를 하거나 약점 잡기식 신고를 시도해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거의 사라졌다. 무엇보다 불법적 관행인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는 거의 사라져 입찰 시 견적 단가를 낮출 정도란 전언이다.
이미 거대 노총은 불법 횡령·배임과 불투명한 회계 등으로도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정부서 덩치를 키운 노조가 더 이상 힘으로 상대적 약자를 누르고, 같은 동료의 죽음 뒤에 숨어 그간의 불법행위를 정당한 노조·투쟁 활동이라고 왜곡하는 일에 대해 국민은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락·답보 상태이던 대통령 지지율이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해 엄단을 지시한 이후 반등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건설 현장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받는 불법 하도급 문제나 건설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 문제는 정부나 사측과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물리력을 행사해 초등학교 준공기일을 늦춰 입학까지 지연시키는 행위로 원하는 바를 얻는 시대는 진즉 끝났다.
문화일보
05-17 공공기관 노사협약 불법 천지, 더는 철밥통 방치 안 된다
공공기관 단체협약이 위법·불법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노·사 짬짜미와 모럴해저드 행태는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이번 정부 조사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노동조합의 인사권 침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하는 직원 해고, 정원 축소 금지, 노조가 반대하는 채용 금지 등 관련 법령을 위반했거나 노사 교섭 대상이 아닌 내용까지 담은 조항이 수두룩하다. 고용노동부가 17일 공무원·교원·공공기관 등 479개 기관의 단체협약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불법·무효 조항을 담고 있는 기관이 전체의 37.4%인 179곳에 달했다. 공무원 노조(83%), 민주노총 산하 노조(51.8%)의 위반 비율이 높았다. 또 48개 노조 규약 중 6개는 노조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 노조의 일탈과 이에 편승한 공공기관들의 보신주의가 심각한 수준이다.
공무원 노조 단협의 경우, 구조조정 등에 따른 정원 축소 금지와 함께 노사 합의를 통한 정원 조정을 규정하고 있다. 노사 교섭 대상도 아닌 정부의 정책과 임용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조례로 정해야 할 특별휴가를 5월 중 하루 준다는 특혜도 있다. 고의에 의한 파괴·방화가 아니면 민·형사상 및 인사상 책임과 배상 책임을 묻지 않고, 노조 활동으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엔 퇴직·해고에서 제외한다는 신분보장용 면책 조항도 있다.
교원 노조 단협에는 노조 활동 방해가 우려되는 신규 채용을 금지하고, 노조가 채용을 거부할 때는 수용토록 해 불공정 채용을 대놓고 용인하고 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노조 선전물 배포를 보장한다는 내용까지 있다. 최근 큰 논란이었던 포스코지회의 금속노련 탈퇴 방해처럼 노조 탈퇴를 가로막는 조항도 있다. 민간 노조나 공공 노조나 법을 넘나드는 무소불위 행태가 도를 넘었다.
노사가 한 편이 되어 철밥통만 키워온 결과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더 심각해졌다. 공공기관장도 노조 요구를 들어주고 임기를 지키면 그뿐이다. ‘노조 공화국’이란 말이 새삼 실감 난다. 고용부가 노동위원회를 거쳐 단협과 노조 규약의 불법 조항을 시정하고 불응 땐 형사 처벌하겠다고 한다. 당연하다. 퇴임한 기관장 책임도 따져야 한다. 혈세를 뜯어먹는 기생충 같은 야합을 더는 용인해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5-17 민노총 ‘술판’ 노숙 집회… 더 커진 건폭 수사 당위성
노사 관계에서도 법치를 실현하려는 윤석열 정부에 맞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반발이 ‘1박 2일 노숙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민노총은 ‘양○○ 열사 염원 실현, 윤 정권 퇴진 결의대회’를 내걸었다. 그러나 민노총 건설노조가 중심이 된 16∼17일 서울 도심 시위에서 나타난 불법 차도 점거와 술판 등 법치를 조롱하는 행태는 ‘건폭(건설 현장 폭력)’ 등 불법 척결의 당위성을 더 키웠다.
건설노조원들은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 차로를 점거해 “건설노조 사수” “탄압을 사주하고 건설노동자를 살해한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자”고 외쳤다. 그러나 건설 현장 불법 행태는 더는 묵과해선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간 특별단속을 벌여 업무방해, 협박 등으로 금품을 갈취한 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조합원이 다수 포함된 749명을 검찰로 넘겼다.
이런데도 민노총 시위에 굴복해 수사와 처벌이 위축된다면 법치는 무너진다. 시위 과정에서의 불법성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해야 한다. 건설노조는 경찰이 16일 오후 5시까지 집회를 허용했음에도 ‘이태원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사실상 불법집회를 이어갔다. 추모제가 끝난 8시 이후에는 서울광장, 청계광장, 동화면세점 앞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노숙하며 일부는 배달시킨 치킨, 족발 등을 먹으면서 술판을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주폭(酒暴)과도 다름없는 행태다.
한편, 지난 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몇 시간 앞두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한 건설노조 강원도지부 3지대장 양모(50) 씨는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현장 간부 급여를 요구해 건설업체들로부터 8000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았다. 그런 그가 분신했다고 ‘열사’ ‘정권탄압’ 운운하는 건 억지다. 주변에 있었던 민노총 인사 등이 방관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진실 규명 필요성도 커졌다.
문화일보 사설
05.18 민노총 도심서 술판 방뇨 노숙, 허가하는 판사, 방관하는 경찰
민노총 건설노조가 이틀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광화문 세종대로 8차로 중 4차로를 점거하면서 도심 교통이 마비돼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 체증과 소음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16일 밤엔 5000여 명이 도심 주변에 돗자리를 깔고 노숙까지 했다. 경찰이 금지 통고를 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광화문 주변엔 술병 등 쓰레기가 널브러졌고, 조합원들의 노상 방뇨로 지린내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를 그냥 지켜만 봤다. 애초 경찰은 16일 집회를 오후 5시까지만 허락했지만 노조 측은 무시했다. 나중엔 이면도로에 자리를 잡고 오징어를 굽고 술을 마셨다. 경찰은 집회 해산 경고 방송만 했다. 법 집행을 포기한 것이다.

▲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누운 채로 노숙 투쟁을 하고 있다. 20230.05.16 /남강호 기자
집회·시위의 자유는 기본권이지만 시민의 평온한 일상과 통행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 관련법도 ‘주요 도로 집회·시위는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정부 때 주요 도로 집회·시위 400여 건을 금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이후 경찰이 이런 재량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않고 있다. 이제 강성 노조가 툭하면 주요 도로를 점거해 도심 교통을 마비시키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엔 장애인 단체들이 광화문 도로를 점거하고 벌인 노숙 시위도 그대로 방치했다.
경찰은 “집회를 제한해도 주최 측이 소송을 내면 판사가 대부분 주최 측 손을 들어준다”고 말한다. 실제 많은 판사들이 민노총 등의 집회와 행진을 허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도심은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도로 점거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급기야 평일에 수천 명이 1박2일 노숙 술판 방뇨 집회까지 벌이는 지경이 됐다. 법원은 이 무법천지를 심각하게 봐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18 수도 한복판을 무법 야영지로 만든 건설노조의 폭거
1박2일 집회로 시민들 교통·보행 극심한 고통
노조 기득권 위한 정치투쟁에 시민 공감 없어
시위는 공감·공분·동조를 끌어내기 위한 행위다. 억울한 사정과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어제와 그제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시위는 본질적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연이틀에 걸쳐 서울 중심부 교통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밤에는 서울광장 주변 집단 노숙으로 시민을 불편하게 했다. 꽉 막힌 길의 차 안에서 애태운 사람, 노조원이 차지한 인도를 어렵사리 뚫고 지나간 사람들에게 노조 주장에 귀를 기울일 마음이 생겼겠는가. 응원은커녕 속으로 욕이나 하지 않았으면 다행일 터다.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는 불법이었다. 경찰은 퇴근길 교통 혼잡 방지와 보행자 안전을 위해 그제 오후 5시 이후의 집회는 불허했다. 그러나 노조는 막무가내로 강행했다. 서울시청 인근 곳곳에서 노숙이 이뤄졌다. 당연히 쓰레기와 용변 처리 문제가 생겼다. 2.5t 트럭 40대분의 쓰레기가 나왔고, 술판과 방뇨의 흔적이 낭자했다. 국가 수도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출근길 행인은 어제 그 어지러운 현장을 지나쳐야만 했다. 노조는 단체 도심 비박으로 뜨거운 결의를 드러냈다고 자부할지 모르겠으나 무질서와 혼란의 크기만큼 일반 시민의 마음에서 멀어져 갔을 뿐이다.
건설노조 주장은 정부가 자신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수상한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다. 검경은 건설 현장에서의 비노조원 채용 방해, 불법적 비용 요구, 뒷돈을 노린 업무방해, 약점을 이용한 갈취 등을 수사해 왔다. 200일 특별단속에 866건이 적발됐다. 다수의 노조 간부가 기소됐다. 조직폭력배 수준의 범죄행위(공갈·협박·폭행)가 드러나기도 했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문제 삼은 게 아니었다. 관행처럼 내려온 노조 횡포를 근절해 정상적인 건설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건설노조가 이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길을 막고 도심을 점령한 모습은 불법적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시민 불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한 시위를 이어가는 것은 그들의 목표가 대중 설득이 아니라 정권 흔들기라는 것을 증명한다. 어제 집회에 이른바 진보단체 간부들이 다수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왔다. 사실상 정치투쟁이다. 이들은 거리에 일반 시민이 몰려나와 정권 퇴진을 요구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금단현상을 겪는 약물 중독자처럼 틈만 나면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이 있다.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으로 굳어 간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상식적 시민의 힘뿐이다. 명분 없는 시위에 “노(No)!”라고 분명히 얘기해 줘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5-18 도로 점거, 노숙… 시민 일상 망가뜨린 건설노조 1박 2일 집회

▲민노총 한밤 청계광장에 거대한 술판과 노숙, 경찰은 불침번 서줘 〈청계천옆 사진관〉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민노총 건설노조가 벌인 서울 도심 1박 2일 노숙 집회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건설노조는 16일 오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덕수궁 앞까지 세종대로 왕복 8개 차로 중 5개 차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시작했다. 집회가 퇴근시간대까지 이어지면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또 이날과 다음 날 조합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동숭동 서울대병원 방향 등으로 행진하면서 출근길 혼잡이 도심 전체로 확산됐다.
조합원들은 16일 밤 인도 등을 차지하고 노숙을 했다. 일부는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밤새 먹고 버린 음식과 매트 등으로 새벽에는 쓰레기가 곳곳에 쌓였다. 횡단보도에까지 술병이 떨어져 있어 출근 차량들이 피해 가느라 급정지를 하기도 했다. 경찰이 설치한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노상 방뇨를 하는 이들 때문에 지린내가 코를 찌르는 곳이 적지 않았다. 만취한 모습으로 인도에 누워 자는 조합원도 있어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찰은 16일 퇴근길 혼잡을 이유로 오후 5시 이후 집회를 불허했으나 건설노조는 강행했다. 건설노조는 강원지부 소속 간부 양모 씨가 건설 현장 비리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정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의 당부는 논외로 하고 출퇴근 시간을 피해 집회를 가졌다면 시민들은 불편해도 참았을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1박 2일 집회로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며 일상을 파괴하니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경찰은 16일 저녁부터 해산을 촉구했지만 해산 시도는 하지 않았다. 건설노조는 3월에도 도심 3곳에서 집회를 시작해 각각 행진 후 숭례문 앞에 집결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은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이틀에 걸쳐 출퇴근 시간 혼잡을 노린 노숙 집회를 강행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더 심각한 불법 집회를 강행해도 막는 걸 기대할 수 없다.
동아일보 사설
05.19 文정권 5년, 수사력도 공권력도 무너진 경찰
불법에 원칙 대응하다 잇단 징계
현장서 공권력 사용 의지 사라져

▲경찰이 민노총의 불침번? - 지난 16일 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앞 인도를 점령한 채 노숙 시위에 들어가자, 경찰이 줄지어 조합원들 앞에 서 있다. 경찰은 이날 밤새 시민들의 통행로를 확보하는 한편 조합원들과의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조인원 기자'
민주노총은 지난 16~17일 ‘1박 2일 노숙 시위’를 통해 서울 도심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출퇴근길 교통을 마비시켰다. 질서 유지를 위한 공권력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않았던 경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통 위반 딱지는 열심히 떼는 경찰이 민노총 불법은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는 시민이 적지 않다. 경찰에서는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업무 과중으로 수사권 붕괴 현상도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경찰의 수사력과 공권력이 모두 무너졌다는 말이 나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8일 “건설노조의 도심 불법 집회로 인해 대다수 시민들께서 큰 불편을 겪은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윤 청장은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입건해 수사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윤 청장의 사과를 ‘만시지탄’으로 평가하며 “민주노총이 만든 무법천지에 경찰이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는 자성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문재인 정권 때 ‘공권력 사용 의지’가 거세당했기 때문”이라며 “원칙대로 대응했던 많은 경찰관이 돈을 물어주거나 사법 처리 등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노총의 1박 2일 노숙 시위 동안 경찰은 “막을 방법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민주노총이 몇몇 불법행위를 했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느슨해진 집회·시위 대응은 그대로 유지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에 시위를 금지했던 세종대로 등 주요 도로 집회 제한을 전 정권 때 법원이 모두 풀어줬다”고 했다. 문 정부는 시위 진압 장비인 물대포도 모두 폐기했다. 경찰은 이날 ‘물대포와 같은 장비도 없이 집회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경력을 투입해서 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시민단체 활동가, 민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 제주 강정마을 해군 기지 공사 반대 시위, 밀양 송전탑 농성 진압 등 5개 사건을 파헤쳤다. 시위대의 불법보다는 이를 막은 경찰의 법 집행이 적절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조사였다. 위원회는 경찰의 과잉 진압,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백남기씨 사망 사건 처리는 경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2015년 11월 민주노총 주도 서울 도심 시위에 참가한 백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쓰러져 1년 뒤 숨진 사건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찰의 시위 진압을 문제 삼지 않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검찰은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구은수 서울경찰청장과 신윤균 서울청 제4기동단장, 물대포 살수(撒水) 요원인 한모 경장, 최모 경장을 기소했다.
당시 경찰은 2017년 9월 백씨 유족이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청구인낙서(請求認諾書)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는 백씨 유족 측 주장을 모두 인정한다는 의미다. 당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상황이었다. 경찰 9000명이 기소된 동료를 위해 탄원 서명을 하는 등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소된 경찰관들은 줄줄이 벌금형이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는 ‘사소한 불법을 이유로 시위를 막지 말라’고 권고했고, 경찰청은 이를 받아들였다. 시위 진압 도중 경찰이 피해를 보더라도 시위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자제하라는 권고도 수용했다. 백남기 사망 사건과 관련해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과 한모·최모 경장(살수 요원) 등 3명은 백씨 유족 4명에게 15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지급했다.
2017년 3월 대법원은 쌍용차 불법 점거 농성 진압 과정에 투입된 류모 경찰 중대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민변 소속 변호사가 경찰 호송차를 가로막고 체포된 노조원 접견 요청을 했는데 이를 들어주지 않아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류씨는 경찰복을 벗었다.
제주 강정마을 사건은 문재인 정부 들어 판단이 뒤집혔다. 2011~2012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이 집회를 벌여 공사가 14개월간 지연됐다. 대법원은 지난 2014년 강정마을 주민·시민단체 활동가 7명에게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시위대에게 청구된 34억5000만원 구상금을 포기하고 41명의 시위대를 사면했다.
한 일선 경찰 간부는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경찰의 질서 유지 기능은 완전히 망가졌다”면서 “거꾸로 노조에게 매달리거나 조롱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지난 17일 건설노조는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청 앞 8차선 도로를 기습적으로 점거하고 집회를 벌였다. 고용청 건물 외벽에 ‘윤석열 OUT’이라는 손바닥만 한 빨간 스티커를 붙이려는 걸 저지하자 노조원들은 경찰들 등에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16일 오후 8시 40분쯤 노조원들이 노숙에 사용할 매트를 서울광장에 반입하는 과정에서 노조원 200여 명과 대치했던 경찰은 “노조 비품이니 경찰은 비키라”는 고성에 물러났다. 이날 노조원들이 반입한 매트는 다음 날 아침 광장 근처와 대한문 근처에 성인 키 높이만큼 쌓였다.
경찰들은 “집회 참가자들이 정해진 장소 등을 벗어나도 주최 측에 ‘이러시면 곤란해요’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읍소하는 것 외에는 집회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한 일선 경찰서 정보관은 “예전엔 정보관과 상의해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집회가 진행되곤 했는데, 최근에는 ‘우리가 이렇게 해도 경찰은 아무것도 못 하잖아’ 식으로 나온다”고 했다.
05-19 불법 시위 지켜만 본 경찰, 행동으로 공권력 입증해야
술판과 노숙으로 도심 한복판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극심한 교통 정체를 유발한 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불법 시위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이 18일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믿을 국민은 거의 없다. 질서 유지를 위한 권한과 의무를 가진 경찰이 이런 불법 시위를 지켜만 본 게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시위를 막아야 할 공권력이 무력화된 결과, 이젠 불법 집회·시위자들에게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질서유지를 ‘애걸’하는 참담한 처지가 돼 버렸다.
지난 16∼17일 건설노조는 도심 일대에서 오후 5시까지만 허용된 시위를 밤늦도록 이어가 온종일 심각한 교통정체를 일으켰다. 심야에는 노상방뇨에 노숙까지 하면서 술판을 벌여 토사물과 쓰레기 100t 이상을 버리는 바람에 환경미화원들이 애를 먹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주요 도로 집회·시위는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정부 때 주요 도로 집회·시위 400여 건을 금지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 일어난 ‘농민 백남기 사망사건’ 당시에는 경찰에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문 정부가 들어서자 검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경찰청장과 현장 지휘자 등을 기소, 벌금형을 선고 받게 했다. 또 쌍용차 불법 점거, 제주 강정 마을 시위 등과 관련해 시위대는 사면하고 이를 막은 경찰만 징계와 처벌을 받은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서에서 행패를 부려도 지켜만 봤다. 물대포 등 시위 진압 장비도 모두 폐기됐다.
경찰의 보신주의와 집회·시위에 대한 법원의 온정적 태도 등 어려움이 있지만 이젠 경찰이 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 시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한다. 불법 시위 전력자에게 집회를 허가하지 말고, 허가된 시간이나 장소를 어길 경우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음주나 고성방가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이라도 통고해야 한다. 더 이상 말로만 공권력 회복을 내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5-20 민노총 불법 시위에 ‘불침번’, 사진이 보여준 한심한 경찰 실태

▲경찰이 민노총의 불침번? - 지난 16일 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앞 인도를 점령한 채 노숙 시위에 들어가자, 경찰이 줄지어 조합원들 앞에 서 있다. 경찰은 이날 밤새 시민들의 통행로를 확보하는 한편 조합원들과의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조인원 기자
어제 조선일보 8면 사진은 불법 앞에 무기력한 경찰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16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드러누워 노숙 시위를 벌인 민노총 건설노조원들 앞에 경찰이 줄지어 선 모습이다. “통행로 확보 차원”이라고 했지만 마치 경찰이 노조원들 노숙에 불침번을 서는 듯했다. 경찰이 이날 오후 5시 이후의 집회는 불허했기 때문에 밤샘 노숙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그런데 경찰이 그냥 지켜보기만 한 것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불법이 경찰의 완전 방관 아래 벌어지는 나라는 적어도 선진국 중엔 없을 것이다.
밤샘 노숙 시위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벌인 행태는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술판을 벌이고 쓰레기를 투기하고 노상 방뇨까지 했다. 모두 법규 위반이다. 그러나 어느 경찰관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미국은 집회 참가자들이 미리 허가받은 범위를 벗어나거나 현장의 경찰 지시에 불복하면 강력하게 진압한다. 무서울 정도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현장에서 바로 체포한다. 이 때문에 미국 시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시위 가이드라인이 “경찰 지시에 따르라”이다. 반면 민노총은 16일 경찰의 해산 명령에 코웃음을 쳤다. 경찰이 법을 집행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찰이 이 지경까지 된 데는 문재인 정권이 경찰 공권력을 무력화한 영향이 크다. 문 정부가 만든 경찰개혁위원회는 ‘사소한 불법을 이유로 시위를 막지 말라’ ‘경찰이 피해를 입어도 시위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자제하라’는 내용을 권고했고, 경찰이 이를 받아들였다. 쌍용차 불법 점거 등 유죄가 확정된 시위대를 정부가 연이어 사면하고 불법 시위를 막은 경찰은 징계와 처벌을 받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문 정부는 제주 강정마을 시위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시위대에 청구했던 구상금 34억원도 포기했다. 불법이 인정받고 법 집행이 처벌받는 이런 상황에서 어느 경찰관이 불법 시위를 막겠다고 나서겠나. 윤석열 정부는 불법 시위 엄단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달라졌다고 느끼는 국민은 별로 없다. 경찰은 여전히 불법 시위대 앞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법 집행을 했다가 정권이 바뀌면 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법 집회·시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엄정한 법 집행밖에 없다. 작년 말 화물연대가 불법 파업을 철회한 것도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운송 방해 행위를 신속하게 사법 처리하는 등 원칙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민노총 불법 집회를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불법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경찰도 국민을 믿고 법을 집행해야 한다. 반발이 있을 것이고, 각종 사고를 유도하려는 시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과 원칙을 양보하면 악순환만 낳을 뿐이다. 법은 최후의 보루이고, 최후의 보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22 회계자료도 안 냈는데, 노조에 나랏돈 줬다? 이상한 고용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올해 노동단체 지원사업 1차 모집 신청에서 탈락했다. 고용부 측은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국고 지원 사업에 있어 정부는 지원 대상의 재정·회계 운영상 투명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이번 심사에서 (회계 자료 제출)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노조를 제한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 2일 중앙일보의 '회계자료 안내는 한국노총…정부, 26억 국고보조금 다 끊었다'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지면 3일자 6면) 일부다. 쭉 기사를 읽다 보면 회계 자료 제출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4조에 따른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위 기사를 보며 맨 처음 드는 의문은 ‘그러면 그동안은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도 보조금 지원을 받았나’ 하는 것이었다. 각종 보조금에 대한 검증 혹은 감사를 하여 본 경험에 비추어, 애초 보조금을 신청할 때 해당 회사 혹은 단체의 재무제표 제출은 필수사항이라 할 수 있다.
보조금 지급 기준 핵심은 재무제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함께 생각해 보자. 특정 사업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당국 입장에서는 ‘누구를 선정하여 지급할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 해당 사업자의 능력을 따져봐야 한다.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수치로 나타난 사업자의 실적치, 즉 재무지표다. 따라서 보조사업자 공모 시에 백이면 백 응모하는 사업자에게 재무제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한다. ‘보조사업자를 선정하며 무슨 사업자 전체의 재무제표를 요청하냐’는 식의 반론을 하는 인사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과연 그럼 무엇을 보고 사업자를 선정할 것인지 묻고 싶다. 주사위로, 아니면 대장동 사업처럼 미리 정해 놓고?
여하튼 그간 재무제표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꼬박꼬박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간 노동단체도, 또 재무제표를 보지도 않고 보조 사업자를 선정하여 국민의 혈세를 지급한 고용부도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관리·감독 기능 못하는 e나라도움
현재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노동조합 혹은 노동단체와 정부 간 회계 투명성 논란과 관련하여 언론 보도를 통해 다음과 같은 노동조합 관계자의 항변을 접한다.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은 그동안 외부 회계 감사와 정부가 운영하는 e나라도움 시스템을 통해 관리 감독받았다.” 사실일까?
고용부의 노동 관행 개선 자문단장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 어디까지 밝힐 수 있는지 조심스럽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혹여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e나라도움 시스템이라 하면 대기업에 구축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처럼 지출 결의서가 작성되고 이를 증빙하는 세금계산서 등의 적격 증빙이 첨부돼야만 결재가 이루어지는 그런 모습을 연상하실 수 있다. 정부가 도입할 때 했던 생각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현실은 끔찍하다. 수백 건에 달하는 수억원대의 금액이 지출되면서 전산시스템상 꼭 필요한 한장의 문건 외엔 전무한 경우도 있다. 답안지로 비유하자면 반, 번호, 이름만 적힌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몇천만원짜리 증빙을 2000쪽 넘게 제출했는데 그 중 최소 수백 쪽은 백지다. 그저 증빙은 있어야겠고, 식별 불가능할 의미 없는 여러 문서를 무작정 그냥 쑤셔 넣는 수준이다.
이 경우 고용부의 대처는 어떨까. 그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승인 클릭을 했다. 인건비를 지급하고서 해당 지급 사실을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도(이 경우 당연히 위법이다), 거래 사실을 입증할 세금계산서가 없어도, 진짜로 상대방에게 지급했는지 그 사실 여부를 판단할 아무런 증적이 없음에도 오로지 고용부의 대처는 한 가지다. 승인 클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탈세 방지 위해 공시의무 있어야
한 가지 더 언급해 보자. 현행 세법에서는 노동자가 납입하는 노동조합비를 지정기부금으로 보아서 소득공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사실상 기부액이 지정기부금으로 취급되는 단체 중 공시 의무가 부여되지 않은 곳은 노동조합이 유일하다. 지정기부금 단체가 공시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곳도 다 하니 해야 할 이유도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하고 공시할 필연적 이유는 공시의무조차 없을 때 벌어질 세수의 공백, 아니 더욱 확실하게 말하자면 탈세 행위다. 종교 단체를 둘러싸고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기부금 영수증 장사 행위 같은 것 말이다.
이 대목에서 웃지 못할 것이, 한 진보언론이 주장하는 ‘노동조합을 종교단체처럼 취급해서 공시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해당 진보언론은 종교인에게도 과세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으로 아는데 무슨 속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자주성 논란이다. 여러 가지 회계 투명성 요구에 대해 ‘자주성’을 침해한단다. 회계가 투명해지면, 혹은 공시하게 되면 자주성이 낮아지는지 의아해진다. 정말로 궁금하다. 말대로라면 상당한 수준의 공시를 하는 우리나라 상장사(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선진국에 비해서도 공시 수준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물론이고 비상장사이면서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시하고 있는 중소규모 회사들, 아니 공시 의무가 부여된 아파트 심지어 협동조합들은 자주성이 침해되었나? 투명성과 자주성이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은 과문한 나로서는 들어본 바 없다.
대개는 자주성이라고 하면 재정의 독립성을 일컫는 경우가 많고, 사실은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 적나라하게 말해 보자. 보조금 받으면서 자주성을 논하는 게 맞나. 뭔가 이상하다. 노동단체도 고용부도.
중앙일보 김경율 회계사
05-22 민노총 무법천지 엄단이 법치 시금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무법천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의 극단적 행태가 난무했다. 집회 첫날 건설노조원 약 2만4000명(경찰 추산)은 덕수궁 대한문 방향 편도 4개 차로를 막고 농성했다. 당시 경찰이 집회 해산 경고 방송을 수차례 했지만, 민노총은 듣지 않고 오후 8시까지 세종대로 4개 차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불법 집회에 대해 3차례 이상 해산명령을 내린 뒤, 불응하면 직접 해산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 경찰개혁위원회는 ‘사소한 불법을 이유로 시위를 막지 말라’ ‘경찰이 피해를 봐도 시위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자제하라’는 내용을 권고했고, 당시 문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쌍용차 불법 점거 등 유죄가 확정된 시위대는 사면되고, 불법 시위를 막은 경찰은 징계와 처벌을 받는 일이 계속됐다. 그뿐만 아니라 문 정부는 불법 집회자들을 해산할 때 쓰는 살수차 등 장비를 아예 폐기해 버렸다.
불법 시위를 막겠다고 공권력을 행사했다가 본직도 날아가고 처벌받을 우려마저 있는데 어느 경찰이 사명감만으로 불법에 대응하겠는가? 경찰에 ‘의지’도 ‘장비’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민노총은 경찰의 해산명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진 해산은커녕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하고 광화문에서 다시 노숙 집회를 이어갔다.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졌고, 인근 일대 편의점의 주류가 동났다고 한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노상 방뇨하는 조합원이 적잖게 목격됐다. 다음날인 17일에도 대규모 집회는 이어졌다.
불법을 방치하면 법치가 무너진다. 법규를 무시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법규를 준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법치가 무너지면 무법천지 야만국가가 되고, 그 피해는 시민 모두가 보게 된다. 불법 집회·시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포기할 경우 불법 집시는 들불처럼 번질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시민의 기본 삶을 방해하는 불법 집회·시위는 결코 방치해선 안 된다.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른 해산명령에 불응할 경우 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문 정부가 폐기 처분한 시위 대응 장비를 다시 편성·배치해야 한다. 법률이 정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한 경찰공무원에 대해 신분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장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2009년 9월 24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중 ‘야간 옥외집회’ 관련 조항을 조속히 개정해 법률 공백 상태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다수 시민이 큰 불편을 겪은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일상의 평온을 심대하게 해친 이번 불법집회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위원장 등 집행부 5명에 대해 25일까지 출석요구를 했으며, 지난 2월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5월 노동자 대회의 불법행위에 대해 함께 수사하겠다고도 했다. 윤 청장의 이 말이 공언이 되지 않고 다시는 무법천지의 불법 집회·시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은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05-23 징용 배상금 20% 떼가는 약정, 시민단체가 할 일인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돕는 시민단체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행태가 또 드러났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012년 10월 23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피해자 5명을 상대로 배상금 일부를 떼가는 약정을 맺은 것으로 23일 보도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손해배상금·위자료·합의금 등 그 명칭을 불문하고 피고로부터 실제 지급 받은 돈 중 20%를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 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모임에 기부한다’는 약정이다.
그게 과연 시민단체가 할 일인지부터 묻게 한다. 물론 시민단체에 대한 자발적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 따른 징용 피해 배상금의 일정액을 내놓게 하는 약정 문서는 차원이 다르다. 피고 기업이 낸 배상금을 사건 수임인이 우선 받아서 20%를 시민단체에 주도록 명시한 것은 사실상 ‘기부 강제’와 다름없다. 민변 출신 수임인 대표인 이상갑 변호사는 “금전적 배상은 여러 지원 단체 공익 변호사들의 활동 결과로 얻게 되는 건데, 다른 공익 변론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지 돈을 나누자는 취지가 아니다”고 했지만,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
시민단체의 공익 활동일지라도 징용 피해자들의 피눈물이 밴 배상금을 떼어 비용으로 쓸 일은 아니다. 재판 승소가 절박한 당사자들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해당 단체를 승계해 2021년 출범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그 약정을 이제라도 무효화하는 것이 도리다.
문화일보 사설
05.25 ‘집회 소음 막아 달라’던 학생들이 노조, 학교, 경찰에 당한 일

▲작년 5월 10일 오전 11시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가 앰프(사진 앞쪽 가운데)를 세워놓고 청소·경비 근로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독자 제공
연세대 4학년생 이모씨가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교내 집회로 수업이 방해받는다며 제기한 집시법 위반 형사 고소에 대해 경찰이 지난주 무혐의 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씨의 고소 등이 보도된 후 관련 기사에 ‘톱으로 얼굴을 썰어버리겠다’ ‘자살하게 만들겠다’ 등의 악풀이 달렸다. 이씨는 악플러 11명도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단발성 악플’이라며 전원 무혐의 또는 각하 처분했다고 한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작년 3월 말부터 매주 월요일 1시간씩과 다른 요일에도 부정기적으로 중앙도서관 앞에서 임금 인상과 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넉 달간 집회를 열었다. 같은 시간대에 영어 강의를 듣던 이씨는 집회 현장에 다섯 차례 찾아가는 등 ‘수업이 불가능하니 스피커 볼륨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학교에도 조치를 요구했고, 112에는 세 번 신고를 했다. 이씨가 직접 확성기·앰프·꽹과리 등의 소음 수준을 측정해 본 결과 거의 기차 달릴 때 비슷한 소음까지 나왔다고 한다. 어느 것도 통하지 않자 작년 5월엔 형사 고소를 했고 6월엔 다른 학생들과 함께 6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청소·경비 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연세대에 파견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주장에 귀 기울일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위와 집회의 본질은 자신들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데 있다. 그것이 정도를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다른 이들의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수준이 돼선 안 된다. 이씨가 다섯 번이나 찾아가 요청했는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남의 권리는 무시하면서 자기 권리만 주장했다는 뜻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학생에겐 방해받지 않고 수업을 들을 권리가 있다. 학교 내에서조차 그 권리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노조다. 더 답답한 것은 학교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했고, 경찰은 학생들 호소를 외면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시위 집회에 관대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의 고통은 외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관행이 됐다. 이젠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해달라는 학생들 호소까지 부정당하는 지경에 와버렸다.
조선일보 사설
05.26 발사 43분 뒤, 줄이어 생존신호 날아들었다...누리호 결정적 장면들
[누리호 시간대별 성공 일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2023.5.25/연합뉴스
25일 오후 7시 7분, 누리호 발사 43분 뒤 남극 세종기지 기지국에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살아 있다는 생존신호(비콘신호)가 수신됐다.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제대로 위성을 올려 놓았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오후 7시58분에는 대전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 위성의 현재 상태 진단 정보와 위성의 각종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수신됐다. 누리호에 함께 탑재됐던 큐브위성(꼬마위성)들도 잇따라 생존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누리호 발사를 총지휘하는 발사지휘센터(MDC)에서는 연달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6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이어 3차 발사까지 연이은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은 우주 강국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게 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성공 브리핑에서 “정부와 기업 연구진이 한 팀으로 뭉쳐 일궈낸 쾌거”라고 말했다.

▲“와~ 성공했다” - 25일 전남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누리호의 발사 장면을 본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날 누리호는 실제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첫 실전 발사’에 성공했다. /김영근 기자
누리호 3차 발사는 ‘첫 실전 발사’라는 점에서 이전 발사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지난 2차 발사가 누리호 성능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실용급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실전 임무를 수행했다. 전 세계 고객사에 한국의 로켓 기술력을 공개 시연한 것이다. 이번 발사로 실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누리호의 능력이 검증되면서 국내 우주 산업 개발도 한층 속도가 날 전망이다.
◇누리호의 여정
누리호는 발사 125초 후 1단 로켓을 분리하며 우주를 향해 치솟았다. 발사 234초 후 위성을 보호하고 있던 페어링, 272초 후 2단 로켓을 순차적으로 분리한 뒤 3단의 7톤급 액체 엔진의 힘으로 목표 고도 550㎞에 도달했다. 분리된 1단과 2단 로켓은 발사장에서 각각 약 430㎞, 2804㎞ 거리의 해상에 떨어졌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3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2023.5.25/연합뉴스
초속 7.6㎞ 속도에 도달한 누리호는 발사 783초 뒤부터 인공위성을 차례로 분리했다. 주 탑재체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시작으로 민간 기업의 큐브 위성 3기와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가 20초 간격으로 분리됐다. 누리호는 위성을 분리하면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1초마다 조금씩 자세를 바꿨다. 1138초 만에 비행을 종료한 누리호는 남은 연료를 배출한 뒤 우주 궤도를 돌다가 대기권에 진입하며 소멸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각 위성의 최종 교신 결과를 종합해 위성 궤도 진입 성공 여부를 26일 오전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 발사와 달라진 점
누리호 발사 시간도 이번에는 인공위성 운용에 맞춰졌다. 누리호 3차 발사 시간은 오후 6시 24분으로 오후 4시였던 지난 2차 발사보다 144분 늦어졌다. 발사 시간이 늦어진 이유는 주 탑재체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항상 태양빛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여명·황혼 궤도’에 올라야 계속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명·황혼 궤도는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고 낮과 밤의 경계를 따라 태양을 거의 90도로 바라봐 항상 태양빛을 받을 수 있는 궤도이다.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전력 소비가 많아 이 궤도를 택했다.


처음으로 민간 개발 인공위성이 실렸다는 점도 지난 발사와 다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은 지난해 러시아 소유스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발사가 연기되다 누리호를 타고 우주로 향했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해외 발사체를 이용하는 경우 발사 비용이 높고 위성 발사 시기에 제약이 많은데, 우리 발사체를 이용하면 원할 때 바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등 우주 경제의 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3차 발사된 누리호가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분리하는 장면을 구현한 컴퓨터 그래픽./항우연 제공
이번 발사부터 누리호 기술의 민간 이전도 본격 시작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해 2027년까지 누리호 반복 발사를 이끈다. 체계종합기업은 발사체 제작부터 운영까지 개발 전 과정을 총괄하는 기업이다. 3차 발사는 발사체 제작 막바지에 참여했지만 2025년 이뤄지는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제작부터 발사까지 총괄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으며 성장한 스페이스X처럼 한국에서도 민간이 우주 개발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조선일보 황규락 기자
05-26 금속노조 노숙집회 강제 해산… 법치 정상화 후퇴 없어야
경찰이 25일 대법원 앞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해 강제 해산하고, 불응하는 일부 시위자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한 것은 ‘법치 정상화’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이런 원칙 대응이 계속될 수 있을지, 시위 세력에 밀려 흐지부지할지 아직은 예단하기 힘들다.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가 이날 대법원 앞에서 벌이려던 ‘1박2일 노숙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한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동안 민노총 무법천지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공권력의 법 집행은 시늉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대 노조를 비롯한 많은 단체의 서울 도심 차로 점거 시위가 일상화했고, 극심한 교통 정체와 소음공해로 시민 인내심도 임계점에 이르렀다. 시위가 사전에 허락받은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고, 허용 소음 기준을 넘기는 등 사실상 공권력을 조롱하는 행태도 심각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2시30분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서초구 대법원 앞으로 이동, 오후 7시부터 ‘대법원 투쟁 문화제와 1박2일 노숙투쟁’을 열 예정이었다. 누가 봐도 시위이지 문화 행사로 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대법원 동문 앞 차로를 점거, 무대 차량을 설치하고 구호를 제창해 이름만 문화제일 뿐 사실상 미신고 집회를 연 것으로 본 경찰의 판단은 타당했다.
경찰은 차로를 점거한 노조원들의 무대 차량을 견인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3명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대법원 앞은 집시법에서 규정한 집회 시위 금지 장소라며 3차례 해산 명령을 내린 후 노조원들을 한 명씩 붙잡아 인근 공터로 이동시켰다. 이제부터 경찰은 최일선 공권력으로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증명해야 한다. 불법 행위엔 예외없는 엄정 대응으로 법치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들에게 보낸 서한문에서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적극적 법 집행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면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불법 시위자 전원을 처벌하고, 정당한 법 집행 과정에서의 문제로 민·형사 소송을 당할 때 면책을 규정하는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5.27 허위를 걷고 실질을 숭상하라
편의점 부착된 불투명 시트지 등
‘新양반사회’ 악습 하나씩 고쳐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이제는 민생에 전념할 시간
죽음의 시트지를 떼어내게 되었다. 지난 17일,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심판부는 편의점에 부착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금연 광고로 대체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이로써 밤중 등대 역할을 하는 편의점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어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했던 시트지는 희대의 블랙코미디 가운데 하나로 막을 내렸다. 이미 사람이 죽은 뒤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만든 이 규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허위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물론 법규에 따르면 편의점 내부 담배 광고는 외부에 노출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러 바깥을 향하는 광고 형태를 제재하는 것으로, 내부가 자연스레 보이는 현상은 융통성을 발휘할 일이다. 규정을 만든 이유는 무시하고, 현실에 눈감은 채, 자구(字句)를 기계적으로 해석해 전국 편의점에 시트지가 붙게 만들었다. 금연 정책의 성과를 과시하려고 엉터리 규제를 만들지 않았을까.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돌아보면 그 시절에 그런 일이 한두 건이었나. 이른바 탈원전을 한다면서 멀쩡히 돌아가는 원자력 발전소를 멈추고 태양광이라는 허위로 대체하려 했다. 어쨌든 나랏돈 들여 만든 보(洑)를 또 일부러 때려 부수고, 내 집을 장만하고픈 사람들의 욕망을 무시한 정책을 고집스레 남발해 집값을 폭등하게 만들었다. 임금을 인위적으로 올리면 물가도 올라 결과적으로는 임금 상승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데 당장 받는 돈만 늘면 좋다는 식의 최저임금 폭등 정책은 ‘조삼모사’의 뜻을 알려주는 인류사적 사례로 남을 만하다.
인류학 박사 김은희는 실질은 없고 이념과 명분을 앞세우는 이런 풍경을 ‘신(新)양반사회’라 정의한 바 있다. 시대는 21세기 한복판을 향해 달려가는데 갓 쓰고 뒷짐 지고 뒤뚱거리는 신흥 사대부들의 복고 통치를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경험했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은 이들의 상투를 잘라내겠다는 국민의 선택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 허위를 걷고 실질을 숭상하라.
편의점에 부착된 불투명 시트지를 떼게 돼 업계 관계자들은 환호한다. 우리가 기뻐하는 이유는 단순히 뗐다는 결과 자체에 있지 않다. ‘합리적 요구를 합리적 방식으로 제기하니 들어 주더라’는 점에 있다. 확성기 켜고 차도(車道) 점거하고 성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지는 않았어도, 숱한 사람들이 문제를 알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에 건의를 제출했다. 전문가로 구성된 규제심판부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렸다. 평범한 시민들이 바라는 개혁의 절차와 방향은 이런 것이다.
필자도 그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뿌듯함을 느낀다. 본 지면에 편의점 시트지와 관련한 칼럼을 쓴 것을 계기로 국민의힘 민생119 특위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관련 사항을 건의했다. 과연 바뀔까 싶었는데 정말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며 짜릿했다. 편의점이나 식당, 카페에서 근무하려면 흔히 ‘보건증’이라 부르는 건강진단결과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보건소에서는 3000원, 일반 병원에서는 2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이에 대해서도 민생특위는 무료화를 제안했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건강진단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취업자 본인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각종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이를 무료화 않고 다른 무상(無償)을 남발해 무엇하겠는가. 정부에서 긍정적 답변이 돌아와 기뻤다.
출범 한 돌을 넘긴 윤석열 정부에 국민이 바라는 바도 그것이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바란다. ‘합리적 요구를 합리적 방식으로 하니까 통하더라’는 세상을 원한다. 작은 변화와 낮은 환호가 쌓이다 보면 큰 변화를 이룰 힘도 생길 것이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민생에 전념할 시간이다.
조선일보 봉달호 편의점주
05.29 또 텅 빈 양양공항, 한번 잘못 지으니 ‘돈 먹는 하마’
‘400억 적자’ 플라이강원 운항 중단… 뜨고 내리는 항공기 한 대도 없어 3500억 투입하고도 年100억 손실
지난 25일 강원 양양공항의 2500m 길이 활주로는 비행기 한 대 없이 텅 비었다. 지난해 38만명이 오가던 입·출국장은 조명이 꺼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직원들이 사라진 10여 개 발권 카운터에는 ‘양양~제주행 운항 중단’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양양공항을 모(母)기지로 하루 2차례 제주를 왕복하던 플라이강원이 경영난으로 운항을 중단하면서 양양공항이 다시 기능 중단 상태에 빠진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 플라이강원은 중국 관광객을 공격적으로 유치하겠다며 2019년 항공 업계에 진출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국제선 운항이 2년 3개월 멈추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기 임차료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영업 적자 규모가 400억원대를 넘어서자 지난 23일 법원에 회생 신청을 했다. 항공업계에선 이번 운항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양공항의 ‘유령 공항’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저비용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이 경영난에 몰려 운항을 중단한 가운데, 지난 25일 양양공항은 이용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2008년 '유령 공항'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채성진 기자
양양공항은 지난 2008년 11월부터 9개월 동안 이용객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을 맞았다. 대한항공이 유가 상승을 이유로 김해~양양 노선 운항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양양공항은 매년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내고 있다. 하지만 국비 3500억원을 투입해 지어놓은 국제공항을 당장 폐쇄할 수도 없어 ‘밑 빠진 독 물 붓기’가 이어지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공항 중독증’의 부작용”이라고 했다. 총선이나 대선 때면 지역 표심을 겨냥한 ‘지방 공항’ 건설 공약이 나오고, 일단 지어 놓으면 수요 부족으로 ‘돈 먹는 하마’가 된다는 지적이다.

양양공항은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소규모인 강릉·속초공항을 대체할 국제공항을 지어야 한다”는 지역 정치 논리로 시작됐다. 당시 “강원 영동권 항공 수요가 30여 만명에 불과해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은 무시됐다. 양양공항은 2002년 4월 개항했는데 248만㎡ 부지에 연간 국내선과 국제선 4만3000여 대를 수용하고 300만명 이상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그러나 경제성을 무시한 결과는 참담했다. 활주로 활용률이 매년 1% 안팎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선과 국제선 2900여 편이 운항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도 10%를 밑돌았다. 그래도 시설 유지비 등은 매년 꼬박꼬박 나간다. 최근 10년간 누적 손실액이 1100억원대에 달한다. 이용객이 많은 공항 개선에 써야 할 돈이 부실 공항에 허비되는 것이다.

▲지난 25일 양양공항 계류장에 운항을 중단한 플라이강원 항공기가 멈춰 서 있다. /채성진 기자
김대중 정권 실세가 밀어붙인 전남 무안공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고 3000억원을 투입해 2007년 개항했지만 만성 적자 상태다. 지난해 무안공항의 당기순손실은 200억원, 최근 10년간 손실액은 1300억원을 넘었다. 274만㎡ 부지에 닦은 2800m짜리 활주로 활용률이 국내에서 가장 낮은 0.1%에 불과하다. 빈 활주로에 고추 말리는 사진이 공개돼 ‘고추 공항’으로도 불린다.
적자 지방 공항이 10여 곳에 달하지만 ‘지방 신공항’ 추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 부족 판정을 받은 서산공항도 재추진 중이다.
조선일보 채성진 기자
05-30 ‘엉터리 회계, 가짜뉴스’ 시민단체와 여당의 특위 출범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비영리 공익 활동’은 허울일 뿐인 시민단체 일각의 엉터리 회계, 가짜 뉴스 생산·유포 등이 급기야 여당의 특별기구 출범까지 불렀다. 국민의힘은 29일 시민사회선진화특별위원회를 발족하며, 좌파단체에서 활동하거나 학생·시민운동을 이끈 인사 등도 포함된 위원 9명을 발표했다. ‘시민 팔이’를 하며 시민단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정치 선동으로 여론을 오도하는 행태를 감시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하태경 위원장이 “박원순 시장 사건엔 침묵하면서 정부 지원을 받는 여성 단체, 가짜 뉴스와 괴담을 만드는 환경 단체처럼 정치 편향이 심한 단체는 정부 지원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 대로, 국민 혈세를 사실상 ‘사회 오염’ 보조금으로 줄 순 없다. 시민단체 성향이 진보 좌파든, 보수 우파든 마찬가지다. 서울대 주사파 운동권 출신으로, 대법원에서 이적(利敵)단체 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지낸 대안연대 대표 등의 특위 위원 합류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정당 기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회계 분석부터 지원금 내역 등 정부 자료 외에는 조사가 어렵다. “공명한 잣대 적용”을 강조했으나, 객관성 논란도 있을 것이다. 특위에만 기대선 안 될 이유다. 시민단체 등록을 승인한 정부 부처가 적극 나서야 한다. 회계나 활동 내용 등의 일탈이 드러나면 지원금을 즉각 중단·회수하고, 불법은 예외 없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문화일보 사설
05-30 노조 민폐시위 방치 땐 법치주의 붕괴

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무는 5월은 축제의 계절임과 동시에 집회와 시위의 시간이었다. 1일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집회는 16일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의 광화문 ‘1박2일 총파업결의대회’와 25일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대법원 앞 ‘1박2일 노숙투쟁’ 등을 거쳐, 오는 31일에는 퇴근시간대에 2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가 예정돼 있다.
민노총 건설노조 1만여 명은 3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연 뒤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까지 행진하고, 금속노조 3000여 명도 같은 시간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세종대로로 이동해 합류할 것이라고 한다. 또,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3000여 명이 모였다가 세종대로로 옮겨 오후 4시쯤부터는 그 일대에 최대 2만여 명이 모여 집회와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까지로 예정된 집회가 길어질 경우 퇴근길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강제해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민노총은 지난 25일 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금속노조가 연 행사는 ‘문화제’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금지된 야간집회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들어 불법 야간집회에 해당한다”고 보아 해산시켰다.
우리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제21조 제1항), 이러한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제37조 제2항)고 규정한다. 또, 헌법에 근거한 집시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6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집시법은 현재까지 17회 개정됐고, 현 제21대 국회에서도 집시법 일부 개정안이 29개나 제안돼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4일 불법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와 출퇴근 시간대 주요 도심 도로상의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집회 때 소음규제 기준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규모 도심 집회로 도로를 점유해 출퇴근 시간대 시민의 교통을 방해하는 것은 집회의 목적 달성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한다. 집시법 제12조 제1항은, 관할 경찰관서장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은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통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지난 16∼17일 건설노조의 1박2일 불법 노숙집회와 그에 따른 술판·방뇨·노숙 등 위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에 국민의 실망은 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권력이 무시되고 법치주의가 무너지면 무법천지가 되고, 이는 민주주의의 종말을 초래한다. 집시법에 따라 평화적인 집회·시위는 보호하되, 위법한 집회·시위는 자진 해산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해산을 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경찰의 책무다.
문화일보
05.31 또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 사망, 나태한 의료 행정이 부른 비극

▲대구에서 10대 학생이 도심에서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구급차에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지역 의료기관들이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사진은 119구급차 / 뉴스1
30일 새벽 경기도 용인에서 차량에 치인 70대가 수술 가능한 병원 중환자실을 찾다가 2시간여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은 신고 접수 10분 만에 이 환자를 구조해 인근 대형 병원 11곳에 이송 여부를 문의했으나 중환자 병상 부족을 이유로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다. 사고 발생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의정부의 한 병원이 수용 가능하다고 했지만 환자는 이송 중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를 일으켰다.
최근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에서도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학생이 2시간 동안 응급실을 돌다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국민소득 3만불 의료 강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원시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주변에 대형 병원이 수두룩한데도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문제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는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들이 중환자 병상을 의무적으로 1~2개씩 비워두도록 하고 이를 보상해줘야 한다. 그래야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즉각 수용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구조대원들이 계속 병원에 전화를 돌려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묻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각 병원이 가용한 의료진·병상 정보를 전산망에 올리게 하고 구조대원들이 응급환자 상태를 입력하면 수용 가능한 병원이 즉각 나오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어려운 일인가. 대구시가 지난 3월 10대 사망 사건 이후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를 다른 시·도로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벼운 경증 환자들이 대형 병원 응급실로 몰리면서 정작 중증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응급실 과밀화 현상도 심각하다. 응급실을 이원화해 걸어서 들어오는 환자는 경증 응급실을 이용하게 하고 중증 응급실은 구급차에 실려오는 환자만 받아야 한다. 선진국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얼마나 어려운 문제라서 아직도 안 하고 있나.
의사들이 위험한 응급 수술을 기피하는 것도 문제다. 응급 수술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지원 강화, 진료 결과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법적 책임 감면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라고 있는 부처가 보건복지부다. 그런데 그 일을 하고 있나.
조선일보 사설
05-31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미흡…대상 환자 확대 입법 급하다
보건복지부의 비대면(非對面) 진료 시범사업은 환자 권익을 보장하기에 크게 미흡한 방안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30일 열어서 복지부가 확정한 시범사업 계획은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경계’로 하향되는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초진을 받은 환자가 같은 의원에서 동일 질환으로 재진 받을 때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했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도서·벽지 환자 등 예외적인 일부에 한해 초진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 위기 ‘심각’이던 3년간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초진·재진 구분 없이 거의 모든 환자에게 허용했으나, 대폭 후퇴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 태부족으로 대란이 더 커지는 상황인데, 만 18세 미만 소아 환자도 비대면 초진은 금지했다. 평일 야간과 휴일에 한해 의학적 전화 상담만 받을 수 있게 하면서 약 처방 등 실질적 치료는 받을 수 없게 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이 “사실상 국민에게 비대면 진료를 못 받게 하는 것”이라고 항변한 이유다. 의사단체의 직역이기주의에 휘둘린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잖고는 대면과 비대면의 진료비가 동일한 주요 국가들과 달리, 의료계 주장을 좇아 비대면 진료비를 30% 높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업무 부담을 고려했다”고 둘러대지만, 견강부회다.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를 대폭 확대하는 입법이 급하다. 의료계에선 “비대면 진료로 환자가 얻는 이익보다 오진 피해가 더 막대할 것”이라고 하지만, 억지다. 코로나 ‘심각’ 기간 비대면 진료 3786만 건 중에서 보고된 오진 사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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