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主國防 2023-03/ 03-02 사드 괴담 정치인 퇴출해야 - 03.31 끔찍한 北 인권 참상 숨기고 비호하던 시기에 늘어난 간첩들
自主國防 2023-03/
03-02 사드 괴담 정치인 퇴출해야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공개되면서 사드 전자파 괴담 실체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3차례 실시한 사드 레이더 전자파(김천시 월명리 기준) ‘현황자료’ 수치는 ㎡당 0.009952W로 인체보호기준치인 ㎡당 10W의 1004분의 1 수준이었다. 2017년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때는 0.003845W로 기준치의 2600분의 1, 공군이 2018년부터 모니터한 자료 수치는 0.002330W로 기준치의 4291분의 1로 조사됐다. 월명리 외 김천시 노곡리·율곡동·미래과학관·율곡2리 등 4곳 조사 결과 역시 기준치의 수천분의 1로 대동소이했다. 2017년 사드 임시 배치 후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진영행동연대 등이 퍼뜨린 ‘사드 전자파 참외 오염’ 주장이 허위로 드러났는데도 이들은 자신들이 지어낸 황당무계한 괴담 외에 진실엔 눈감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7월 페이스북에 “사드 레이더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썼다. 민주당 의원 일부는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라는 노래를 불렀다. 주한미군은 2017년 4월 사드 발사대 2기와 레이더 등 임시 배치를 시작했지만 정작 시설 공사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문재인 정부 기간 내내 한미동맹 갈등 요인이 됐다. 문 정부는 2018년 3월부터 4년간 측정한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유해기준치의 2만분의 1 수준이며,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1000분의 1 수준으로 인체에 전혀 무해하다는 국방부 보고를 받고도 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정권 내내 좌파 시민단체들과 민주당 눈치를 보고 뭉그적대면서 사드 작전 배치는 5년여 지연됐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추가 배치’ ‘MD 참여’ ‘한미일동맹’을 부정하는 3노(No)에 이어 사드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1한(限)’까지 약속했다. 중국에 굴복함으로써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했다. 문 정부 기간 북한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고 한·미 MD를 무력화할 수준의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신형유도무기 3종 세트 개발을 급진전시켰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2월 대선 후보 유세에서 “내 아내의 고향 충청도에는 사드같이 흉악한 것 말고 보일러를 놔드리겠다”며 사드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드러냈다.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한 방어무기임을 간과한 편견이다. 2016년 주한미군이 사드 포대 배치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노동미사일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미사일의 수차례 고각 발사 때문이다. 이 경우 마하 8 이상 속도로 낙하해 기존 패트리엇(PAC)-3 시스템으론 탐지 자체가 불가능해 사드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좌파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명분 없는 사드 배치 반대를 멈춰야 한다. 사드 작전 배치를 서두르고 미사일방어망 복합중층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의 사활이 걸린 사드 등 MD 구축을 반대하는 정치인부터 퇴출시켜야 안보가 바로 선다.
문화일보
03-03 “압도적 3축체계로 북핵 확실히 억제… AI과학기술강군 위한 국방 재설계”
유무봉 국방개혁실장 “국방개혁 2.0으론 한계,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미래 안보환경에 적합한 군사전략과 작전개념 새로 수립
로봇·드론 적극 활용 전투효율 높이면서 생존성 강화 부대구조 설계
유무봉 국방개혁실장은 국방부가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발표한 ‘국방혁신 4.0 기본계획’과 관련 “가장 심각하고 현실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한국형 3축체계(Kill Chain, KAMD, KMPR) 능력을 확보해 확실한 억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제2창군 수준의 국방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3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구상과 관련해 “미래의 도전에 대비하기에는 북한의 위협이 점차 감소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병력과 부대 수 감소 등 외형적 개혁에 치중한 기존의 국방개혁2.0 방식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실장은 “국방개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선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제2의 창군 수준의 국방혁신을 천명했다”며 “국방부가 3일 발표한 국방혁신4.0 기본계획은 우리 군을 과학기술강군으로 혁신하기 위해 최고의 전문가들이 발전시킨 국방의 청사진으로 이 계획은 우리의 강점인 첨단과학기술을 국방에 접목하여 강군육성을 위해 5가지 분야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압도적인 한국형 3축체계 능력 확보를 위해 북한 전지역에 대한 실시간 감시정찰능력과 초정밀, 고위력 미사일, 사이버·전자기 등 타격 수단을 확보하고,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을 확대해야 한다”며 “2024년까지 우리 군의 전략자산 운용을 주도할 전략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4.0 기본계획을 통해 미래 안보환경에 적합한 군사전략과 작전개념도 새로 수립한다. 유 실장은 “GP(전방소초)와 GOP(일반전초)와, 해안경계작전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활용해 효율은 높이면서 병력소요는 과감하게 줄이겠다”며 “이와 동시에 새롭게 떠오르는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에 대한 작전개념, 부대구조, 무기체계를 병행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실장은 “ 로봇, 드론 등 첨단무기를 적극 활용해 전투효율은 높이면서 생존성은 높이고 인력은 줄일 수 있는 부대구조를 설계해나가겠다”며 “이와 함께 기존의 전력화계획은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첨단무기 소요를 적극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훈련분야도 과학기술을 활용해 전투원의 숙련도를 향상시키고,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을 위한 제도를 개발하겠다”며 “상비군 감소에 따라 예비전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므로 예비군의 부대편성과 무기 보급, 훈련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실장은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 따라 핵심 첨단전력은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원격통제형, 반자율형, 자율형으로 구분해 추진하겠다”며 “첨단무기체계를 개발하기 위해 네트워크 연동 표준, 보안·암호체계, 주파수 확보 등 기반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국방 AI 제도와 정책을 전담할 국방AI센터를 창설하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민간의 첨단과학기술을 신속하게 활용하기 위하여 국방 연구개발(R&D)과 획득체계를 재설계하기로 했다. 그는 “현 국방획득체계에서 소요기획, 검증과정의 중복성을 제거하고, 시험평가의 유연성을 확보해 전력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며 “국방 R&D 예산은 2027년까지 국방비의 10% 이상으로 확대하고, 양자, 에너지, 극초음속 등 국방전략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실장은 “국방혁신 4.0이 추구하는 AI과학기술강군은 과학기술과 인간의 창조적 융합을 필요로 하며, 그 중심은 여전히 사람”이라며 “따라서 국방혁신과 병행해 대적관(對敵觀)을 포함한 정신전력, 사기·복지증진 등 무형전력의 강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률, 제도, 조직의 정비와 예산의 지원이 수반되므로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국방부는 시범과 검증을 통해 공감을 형성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실장은 “우리 앞에는 거대한 유빙이 몰려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는 전쟁의 비정함과 참혹함은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도 당할 수 있는 거대한 유빙과 같다”며 “우리 눈 앞에 다가오는 유빙은 지금 준비하면 얼마든지 피하고 더 넓은 대양으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3-03 軍, “北 핵미사일 가동 전후 파괴할 그물망식 ‘킬웹’으로 3축체계 강화한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지난 1월30일 B-52 전략폭격기 기종에서 극초음속 공기흡입 무기체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발사 전 무력화하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작전 능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되며 상용화엔 5년 정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DARPA 홈페이지 캡처 뉴시스
‘文 국방정책 지우기’ 국방혁신 4.0으로 군구조 유·무인체계 재설계
그물망식 ‘킬웹(Kill Web)’ 도입…‘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개념도
병역자원 감소 등을 4차산업혁명 기술로 보완……AI로봇 GP·GOP 경계
군 당국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그물망식 ‘킬웹(Kill Web)’ 방식으로 사전에 교란·파괴할 수 있는 군 작전개념을 공식 도입했다.
또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로봇 등 무인전투체계를 최전방에 배치해 GP(비무장지대 소초)와 GOP(일반전초) 경계작전을 맡기는 체계가 구축된다. 국방부는 3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방혁신4.0 기본계획’을 재가받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4.0 기본계획은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작성한 국방기획체계 상의 기획문서로서, 국방기획지침과 합동군사전략서,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 국방중기계획서 작성에 기준을 제공한다. 지난 2019년에 발간된 ‘국방개혁2.0 기본계획’을 대체하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 국방정책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국방부는 병역 자원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대폭 보완, AI과학기술강군을 육성하겠다는 ‘국방혁신 4.0’의 목표를 제시했다.
4.0 기본계획에 따르면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되는 대표적 군사혁신이 ‘킬 웹’(Kill Web) 개념 발전이다.
특히 ‘킬 웹’은 단선형인 현행 ‘킬 체인’(Kill Chain·발사전 탐지·타격)과 달리 그물망처럼 촘촘한 표적 처리 절차를 세움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체계의 가동 전후에 교란 및 파괴할 수 있는 작전운용개념이다. 사이버작전 등을 이용해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수단 및 지휘체계를 공격해 무력화한다는 개념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3축체계의 킬체인은 최정상 지휘자가 발사단계에 따라 모든 것을 결심하지만 ‘킬 웹’은 거미줄 같은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해 다수 중간 지휘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며 “표적 타격수단을 중간에 더 적합한 것으로 변경하는 등 합동성을 발휘해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킬 웹은 기존 한국형 3축체계(킬체인·KAMD·KMPR)의 한 축을 이루는 킬 체인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며 3축체계를 더 강화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물망처럼 촘촘한 표적 처리 절차를 세움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체계의 가동 전후에 교란 및 파괴할 수 있는 작전운용개념인 킬웹(Kill Web) 개념이 도입된 국방혁신 4.0. 국방부 제공
앞서 2017년 3월 미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이라 불리는 사이버 교란 작전을 통해 북 미사일의 잇따른 실패를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발사 단계보다 왼쪽에 있는 준비 단계에서 사이버 공격으로 시스템을 교란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북한 인터넷망 특성상 사이버전 위주의 전략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이버전+전자전, 즉 사이버전자전 전략이 필요하다. 북 핵탄두 미사일 발사 통제 등 지휘통제망에 대한 접속은 전자전으로 해 전자파에 사이버 악성코드나 해킹 프로그램을 실어 보내고, 접속 후 효과(무력화)는 사이버전으로 달성해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최근 국방부가 주최한 ‘국방혁신 4.0’ 세미나에서도 김선호 예비역 중장(전 합참 전력기획부장)은 기존 3축 체계에 사이버전자전, 심리전 등 정보작전을 수행하는 비물리적 수단을 결합한 ‘신(新) 3축 체계’를 제안한 것과 엇비슷한 개념이다.
국방부는 AI 기술과 관련, 최전방 GP 및 GOP나 해안 및 후방 주요기지에 유무인 복합체계를 활용한 경계작전개념을 발전시키고 연내 시범부대를 운용하기로 했다. 기술발전 추세를 고려해 1단계는 원격통제형 중심에서 2단계는 반자율형 체계 시범, 3단계는 반자율형 체계 확산 및 자율형 체계 전환 등 단계적 계획도 마련했다. 국방부는 우주와 사이버, 전자기 영역에서 군사적 활용도가 높아지는 점을 감안해 우주무기체계와 전자기스펙트럼 작전 개념 등을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첨단기술 접목을 뒷받침하기 위해 현재 국방예산의 9% 수준인 국방 연구개발(R&D) 예산을 2027년까지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의 국방혁신단(DIU)를 본 딴 한국형 DIU를 신설해 민군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거나 국방AI센터 창설 등 기술 발전에 많은 강조점을 뒀다.
국방혁신4.0 기본계획에 이 작전개념이 공식화되면서 관련 대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가 명백히 식별된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형 3축체계의 운영개념과 작전수행체계를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또 합동작전 개념은 유·무인 복합체계와 신개념 무기체계 운용을 반영하고, 최단기간 내 최소 피해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AI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전 영역 통합작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GP·GOP, 해안·해상 및 후방의 주요기지에 대해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를 활용한 경계작전 개념을 발전시키고, 이를 위한 시범부대를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미래 안보환경에 부합하는 군사전략과 싸우는 방법을 정립하고, 새로운 체계에 대한 작전개념을 선도적으로 발전시키겠다”면서 “군사전략은 전방위적인 복합 안보위협과 미래 전장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통합적으로 대비 및 대응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AI 기반 첨단전력 단계적 확보 계획도 제시했다. 국방부는 1단계는 원격통제형 중심, 2단계는 반자율형 체계 시범, 3단계는 반자율형 체계 확산 및 자율형 체계 전환으로 구분해 추진하겠다면서 “무인체계를 효율적으로 전력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연동·표준 및 보안·암호체계, 드론 통합관제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주파수를 확보하고 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반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작전사령부급 이하의 부대 구조는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중심으로 재설계한다. 국방부는 “한국형 3축체계와 AI 기반 경계체계 운용능력을 고려하여 부대개편 시기를 검토하고, 다양한 전략·작전적 임무 수행이 가능한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여 무인기 등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병력구조는 미래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하여 작전소요와 병력공급의 균형이 가능하게 적정 수준의 상비병력 규모를 판단하고 효율적인 구조로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AI 기반의 고성능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 개발 및 운용을 위해 양질의 국방데이터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국방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초고속 및 초연결 네트워크를 구축해 데이터 전송용량 부족과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구축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국방 AI 분야를 전담하는 국방AI센터의 창설 및 발전을 위한 법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27년까지 국방 R&D 예산을 국방비의 10% 이상 수준으로 확대해 양자, 에너지, 극초음속 등 10대 분야, 30개 국방전략기술을 선정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3.04 “김정은 원수님 받들어...” 창원간첩단 北규약 따랐다
간첩단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가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에서 강령(綱領)과 규약(規約)을 하달받고 활동한 혐의를 방첩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3일 전해졌다. 자통은 민주노총 경남 지역 간부들을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이들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장기 파업 등에 관여한 의혹으로 국가정보원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민주노총 경남본부 내 금속노조 경남지부에서 국가정원보원, 경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조합원이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자통 강령에는 ‘미 제국주의 침략 세력과 이와 결탁한 친미 예속적 지배 세력을 타도하고 노동자, 민중의 주도하에 광범위한 민족 자주 역량을 묶어 세워 자주적 민주 정권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규약에는 ‘위대한 (김일성·김정일) 대원수님들의 사상과 주체 혁명 위업을 계승하신 김정은 원수님을 우리 혁명의 수령으로 높이 받들고 원수님의 유일적 영도를 무조건 절대적으로 관철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방첩 당국은 자통이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측에 ‘핵심 조직원을 가입시킬 때 활용할 수 있도록 강령과 규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파악했다고 한다. 이에 작년 9월 북한 문화교류국이 강령과 규약을 자통에 하달했다는 것이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런 내용을 지난달 자통 경남 남부 지역 책임자이자 민노총 금속노조의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 지회 부회장인 A(55)씨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갈래로 진행되는 ‘간첩단 혐의’ 수사
북측은 자통 핵심 조직원인 성모씨에게 “A씨를 지도해 ‘후비(後備·준비대)’로 육성하라”는 지령도 내렸다고 한다. 방첩 당국은 A씨 등이 작년에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주도한 것도 북측 지령에 따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북한 문화교류국이 자통에 하달한 강령이 활동 목표라면, 규약은 행동 수칙에 해당한다고 한다. 자통은 새 조직원을 가입시킬 때 이 강령과 규약을 무조건 준수하겠다는 맹세를 받고, 조직원 평가 기준으로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자통 강령에는 ‘정치·군사·경제·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서 미 제국주의 잔재와 친미 사대주의적 경향을 철저히 청산하고 완전한 민족 자주화를 실현한다’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원칙에 입각한 연방 통일국가를 수립하여 민족의 숙원인 조국 통일 과업을 완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또 자통 규약의 골자는 ‘북한식 주체사상 신봉과 김정은 추종’이었다. ‘영생 불멸의 주체사상을 지도 사상으로 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 조직이며 조직 내 유일사상 체계를 확고히 세운다’는 내용이 규약에 나온다. 이어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전사로서 전위 조직 성원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한시도 잊지 말고 생활과 사업에서 민중적 품성과 대중적 사업 작품을 드높이기 위한 자신과의 투쟁을 부단히 전개한다’는 식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자통 강령·규약의 핵심은 한미 동맹 해체를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 방식의 통일과 북한 ‘3대 세습 체제’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복종”이라고 평가했다.
방첩 당국은 자통이 민노총 지방 조직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포섭 대상을 북한 측에 보고한 정황도 파악해 수사 중이다.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 지회 부회장 A씨가 다른 자통 조직원인 성모씨에게 ‘대우조선노조, 대우조선하청지회, 전교조, 택배노조를 기반으로 조직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A씨 보고에는 포섭 관련 내용도 있었는데, 성씨는 이를 토대로 ‘새로 포섭한 인원에 대해 의식화·조직화 사업을 하겠다’고 북측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A씨가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 지회는 작년 6~7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을 51일간 무단 점거하는 농성을 주도했다. 당시 자통 조직원 성씨는 북측에 ‘A씨가 점거 농성과 관련해 구속되지 않도록 활동을 조율해야 한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작년 7월 대우조선해양 불법 점거 혐의로 A씨 등 9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는데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1월 A씨 등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17일 검찰에 넘겨진 자통 조직원 황모씨 등 4명은 검찰 소환 조사에 불응하며 지금까지 한 차례도 조사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국정원 단계에서도 조사를 거부했는데, 국정원이 조사를 위해 유치장에서 강제 구인하려고 하자 국정원 직원들과 몸싸움도 벌였다고 한다.
황씨는 이 과정에서 국정원 수사관에게 총기 사용 협박을 받았다면서 해당 수사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구속 피의자 중 한 명은 항의 표시로 이온 음료와 효소만 먹으며 단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는 “국보법 사건 변호가 전문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윤주헌 기자
03.07 6년 만에 ‘주적’ 넣은 국방백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집권한 정부마다 경제·사회 정책은 물론이고 외교 정책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외교 정책의 가장 큰 목표인 안보와 국방만큼은 변함이 있을 수 없다. 오랜 역사를 통해 증명돼 온 것처럼 국가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국익을 침해할 수 있는 위협 요소를 찾고, 대비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백서’는 대한민국에 무엇이 위협이며, 또 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가를 담고 있다. 정치 집단의 대외정책 방향은 의도와 능력으로 구분될 수 있다. 우리에게 적대적인 의도를 갖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위협적인 능력을 구비하고 있는 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적’이다. 2022 국방백서는 이런 관점에 따라 ‘누가 우리의 적인가’를 논리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주적 개념을 분명히 한 국방백서는 6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의 안보 정책 제시
“북한 정권은 적” 명확한 선언
인도·태평양 협력 강화 주목돼
우리에게 북한은 교류 협력을 통해 통일을 지향하는 상대이기도 하지만, 현존하는 최대 안보위협이기도 하다. 북한 정권은 한국을 적으로 규정했으며 한반도 전역의 공산화라는 적대적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해 9월 핵의 선제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 ‘핵 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 북한군은 정권의 적대적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핵·미사일을 포함해 공세적인 군사력을 지속해서 증강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일 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전술핵 운용부대를 공개해 위협의 수준을 한층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렇게 북한의 도발적 대남전략, 핵전력 증강, 군사적 위협 정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이라고 지칭하지 못하는 군이 있다면 과연 국민이 그런 군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핵과 대량살상무기(WMD)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중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2022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WMD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과 앞으로 추진 방향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이번 백서는 우리의 공세적 개념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백할 경우 사전에 제거하는 킬 체인(Kill Chain), 다양한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 및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핵·WMD 실제 사용 시 압도적 타격으로 응징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세분해 설명하고 있다. 공격-방어-응징으로 구성된 한국형 3축 체계가 완전성 있게 제시된 것이다.
적이 공격하면 막아내고 오히려 더 큰 손해를 입혀 응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상대에게 신뢰성 있게 전달함으로써 도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억제의 작동 원리다. 그런데 내가 응징 보복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상대에게 숨기는 것은 억제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억제는 상대의 선의나 양심이 아니라 나의 힘으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즉, 한국형 3축 체계는 이러한 억제의 작동원리가 잘 녹아들어 있다.
2022 국방백서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변화는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지정학적 개념을 공식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지난 몇 년 사이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는 국제 정세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정부도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며 전환의 시작을 알렸다. 마침내 국방의 관점에서도 인도·태평양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한·일 안보협력 증진 의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공유하고 북한의 핵·WMD 위협에 나란히 노출된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방백서에서 기술한 것처럼 역사 인식과 독도 등 현안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하고 단호한 원칙을 유지하되 국방 분야에서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심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방부는 2022 국방백서를 발간하면서 힘에 의한 평화 기조에 입각한 국방백서의 귀환을 알렸다. 2년 뒤 발간할 ‘2024 국방백서’에서는 각 분야에서 한층 진일보한 성과와 더 진취적이면서도 전략적인 방향성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허재영 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월간조선 03월 호
‘쌍방울 불법 송금’ 계기로 본 지자체 대북사업 실태
‘이재명 경기도’, 4년간 112개 사업에 기금 111억원 집행
⊙ 6ㆍ15, 10ㆍ4 기념 등 남북 교류·협력과 거리 먼 행사 지원에 주로 집행
⊙ ‘자치’와 무관한 용도로 ‘1430억원’ 적립하고 쓰지도 못해
⊙ ‘이재명 경기도’의 ‘인도적 지원’은 단 7건… 아태협이 사업비 40% 차지
⊙ ‘박원순 서울시’, 7년 동안 ‘남북교류협력기금’ 74억원 집행
⊙ ‘김경수 경남’은 ‘월북작가 재조명’ 등 35개 사업에 11억원 지출
⊙ 민간단체 ‘허위 보조금 신청서’ 믿고 1억원 줬다 뒤늦게 돌려받은 울산시
⊙ ‘재정혁신’ 강조하며 ‘남북교류협력기금’ 폐지한 대구시장 홍준표
⊙ 양평군의회, ‘남북교류협력 조례 폐지안’ 의결… 수원ㆍ성남도 논의 중
이재명(李在明)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을 당시 추진한 대북(對北)사업과 관련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쌍방울그룹 전 회장 김성태씨는 검찰 진술에서 ‘이재명 경기도’의 소위 ‘남북 교류·협력 사업비’(정보통신기술 접목 자동화 재배 시설인 스마트팜 조성)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訪北) 성사비 명목으로 2019년에 ‘최소 10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김씨는 ‘이재명 방북 성사비’ 명목으로 3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북한에 돈을 줬다는 그 시기에 공교롭게도 ‘이재명 경기도’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방북 초청’을 요청했다. 이런 정황들과 관련해서 차기 대권을 노리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북한을 이용해 ‘평화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만들려고 시도한 과정에서 쌍방울과 유착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당사자인 이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과의 연계를 부인한다. 지금까지는 각종 정황만 제기될 뿐 이 대표와의 직접적인 연관 관계를 입증하는 물증이 나오지는 않았다.
지자체 대북사업에 대한 ‘근본적 의문’

▲쌍방울그룹 전 회장 김성태씨 측은 검찰에 ‘이재명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 사업비 대납, ‘이재명 방북 성사비’ 명목으로 최소 ‘1000만 달러’를 불법적으로 대북송금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해당 의혹의 진위와 무관하게 경기도·쌍방울의 대북 접촉과 ‘남북 교류·협력’이란 핑계로 진행한 대북지원 행태를 보면, “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대북지원 사업을 하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금’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북한 독재정권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른바 ‘남북 교류·협력’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협력법)’에 근거를 둔다. 이 법의 제1조는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과 그 이북 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바로 ‘상호 교류와 협력’이다.
교류(交流)는 “문화나 사상 따위가 서로 통함”, 협력(協力)은 “힘을 합하여 서로 도움”이란 사전적 정의를 갖는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와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남북한의 문화와 사상 따위가 통하고, 서로 돕기 위한 목적에서 진행돼야만 한다. 교류와 협력의 정의, 남북교류협력법 제정·시행 목적을 감안하면, ‘일방적인 퍼주기’에 불과한 우리 정부 또는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퍼주기’를 ‘교류·협력’으로 포장
“서로 통한다”는 교류는 북한 독재정권의 태생적 속성을 고려했을 때 남북한 사이에서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소위 ‘남북 교류·협력’이란 명분으로 진행된 사업들의 면면을 보면 그렇다. 우리 측 인사들이 북한에 가면 당연히 사전에 준비된 행사에 참석해 연출된 장면만을 봐야 하고, 각종 언행을 통제받는다. 이따금 방남(訪南)하거나 제3국에서 접촉하는 북한 인사들은 당연하게도 북한 노동당에서 ‘대남 공작’을 하는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다. 이들은 독재자에게 충성하며, 남북 평화를 가로막고, 대남 적화를 위해 일하는 ‘일꾼’이다. 이런 자들과 ‘서로 통할’ 여지는 애초부터 없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북한 독재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 문화 유입을 극도로 경계한다. 소위 ‘반동 문화사상 배격법(2020년)’이란 걸 만들어 남한 드라마를 본 사람은 징역형, 유포자는 사형에 처한다. 최근에는 ‘오빠’ ‘자기’ 같은 남한 말의 확산을 막으려고 ‘강력 단속’을 예고했다. 이 같은 북한 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남북교류’는 불가능하다.
북한과의 ‘협력’ 또한 마찬가지다. 핵(核)무기를 폐기하지 않고, 대남 적화 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개혁·개방을 하지 않은 채 ‘북한 주민 억압·착취’에만 골몰하는 북한 독재정권이 있는 한, ‘남북 협력’ 또는 ‘남북 경제협력’은 ‘환상’이다. 우리가 매번 자본과 기술, 물자를 북한에 제공하는 ‘대북지원’을 “서로 돕는다”는 뜻의 ‘협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다. 일방적인 ‘대북 퍼주기’를 ‘교류·협력’이란 미명으로 포장한 것과 같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36조원이다. 같은 해 우리 GDP는 2072조원이다. 북한의 경제력은 우리의 1.7%에 불과하다. 2021년 기준 국내 광역자치단체 중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가 최하위권인 광주광역시(44조원)보다도 적다. 이런 북한과 대체 어떤 분야에서 힘을 합해 ‘서로’ 도울 수 있을까.
각종 산업, 과학, 기술, 문화,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낙후한 북한으로부터 우리가 ‘도움’ 받을 구석은 없다. 결국 현상태에서 진행되는 ‘남북 교류·협력’은 사실상 ‘일방적인 대북지원’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박원순 서울시’의 기금 집행 실태

▲서울시는 박원순씨가 시장으로 재임한 2012~2018년, ‘남북교류협력기금’ 총 73억7500만원을 집행했는데, 그 내역을 보면 명목상 ‘교류협력’에 투입된 금액은 21%에 불과하다. 사진=뉴시스
현실이 이런데도 국내 지자체들은 ‘대북지원’에 열심이다. 국회예산정책처 행정비용추계과가 2020년에 국회에 보고한 내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1999년부터 당시까지 정부가 아닌 국내 지자체가 진행한 소위 ‘남북교류사업’은 106건, 사업비는 947억1800만원이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인 ‘5·24 조치’가 시행된 후 각 지자체의 대북지원이 급감했는데도 이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자금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人道的) 지원에 쓰였는가? 그렇지도 않다. 그 지원 목적,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사업에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이 투입됐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박원순 서울시’의 경우다.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당시 서울시는 ▲2012년 2억3700만원 ▲2013년 1억8300만원 ▲2014년 2억1100만원 ▲2015년 3억3300만원 ▲2016년 6억8200만원 ▲2017년 19억4600만원 ▲2018년 37억8300만원 등 총 73억7500만원을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집행했다. 연간 10억5000만원가량을 쓴 셈이다. 해당 기간, 지원사업은 59건이다.
이 중 대북 인도적 지원 또는 형식적이나마 ‘교류’를 하는 데 지출한 경우는 ▲2018년 인도적 지원 10억3000만원 ▲2018년 인도적 지원 1억9900만원 ▲2018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2억3600만원 ▲2018년 세계태권도연맹(WTF, 남)-국제태권도연맹(ITF, 북) 태권도 합동 시범 공연 5600만원 등이다. 해당 기간 명목상 ‘교류·협력’에 투입된 금액은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출 총액의 21%에 불과한 15억2100만원이다.
김대중-김정일 선언’ 기념이 ‘남북 교류·협력’?
나머지는 ▲‘6·15 남북정상회담’ ○주년 기념 학술회의 및 기념식 지원 ▲‘10·4 남북정상선언’ ○주년 기념행사 지원 평화·통일 시민교육 공모사업 ▲자치구 평화·통일 교육사업 ▲개성공단 발전 기원 시민 한마당 지원 등 ‘대북지원’과 무관한 행사 또는 사업에 썼다. ‘서울특별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제4조 2호와 4호에 의해 이른바 통일문화 조성사업, 남북교류협력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사업이란 이유에서였다. 김대중(金大中)·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이 만난 일을 기념하는 것과 ‘남북 교류·협력’은 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 같은 집행 실태는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2018년에 사단법인 광주광역시 남북교류협의회를 통해 ‘수해 협력 물자 지원’ 명목으로 3억원 상당의 콩기름 208t을 함경남도에 보냈다. 2019년에는 같은 단체가 주관하는 ▲광주 평화 손잡기 행사(7월 12일) ▲한반도 평화 기원 문화 축제(9월 27일) ▲통일 기원 대동 한마음 축제(10월 22일)에 각각 2000만원, 1000만원, 1000만원을 지원했다.
2021년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광주시 소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한 ‘2021 남북 미술·사진 전시회’에 1억9000만원을 지출했다.

▲경상남도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여론 조작을 한 ‘문재인 최측근’ 김경수씨가 지사로 있을 당시 ‘경남의 월북작가 문학세계 재조명’ ‘9·19평양선언과 10·4선언 기념 북녘 그림 전시회’ 등에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집행했다. 사진=뉴시스
2019년에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설치한 경상남도도 비슷하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여론 조작을 한 ‘문재인 최측근’ 김경수씨가 지사로 있을 당시 경남은 남북교류협력기금 10억6470만원을 지출했다. 지원사업은 ‘남북교류협력 정책연구 수행 및 제안’ 3건, ‘통일교육’ 32건 등 총 35건이다. 지원사업 대다수를 차지하는 ‘통일 교육’ 명목으로 진행된 사업은 ▲경남의 월북작가 문학세계 재조명 ▲경남 평화통일 교육 토크콘서트 ▲경남도민과 함께 여는 통일 톡&톡 콘서트 ▲2020 경남 남북교류협력 학술 발표 ▲경남 남북교류 협력사 기록 프로젝트 ▲9·19평양선언과 10·4선언 기념 북녘 그림 전시회 등이다.
“인도적 지원 필요한 주민에 닿지 않아”
특정 진영의 기념행사 등에 쓰지 않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했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5·24 조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적’ 목적의 지원이라고 해도 북한 독재정권은 그 물품을 정권 고위층 소비용이나 군용으로 전용(轉用)하기 때문이다. 2001~2002년 당시 북한 주재 영국 대사 대리로 근무했던 제임스 호어는 지난해 3월,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1990년대 대기근 직후를 제외하고는 구호 요원들이 현장에 있는 것을 원치 않았고, 지원기구들과 비정부기구(NGO)들이 그저 현찰과 식량을 건네주고 북한 당국이 스스로 분배하길 원했다”라며 “접근과 분배 감시는 언제나 큰 싸움이었다”라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 역시 같은 인터뷰에서 “북한 체제는 매우 분명한 구조적 불평등을 갖고 있어, 그 조직을 운영하는 당국자들의 도움을 얻어서 지원품을 전달해야 한다”며 “북한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단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에서 실제로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이 전달되는지 독자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에 그친 문제가 아니다. 2021년 3월 31일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독재정권은 지금까지도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은 여전히 김씨 일가 체제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의료나 식량 안보 등 다른 국익보다 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은 인도적 지원을 정치화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북한은 노동당이 우선으로 여기는 지역에 대해서만, 또 이데올로기적으로 체제에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들로부터만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은 북한 지도부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용돼온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대북 구호 활동을 했던 비정부기구들도 해당 보고서를 통해 “많은 경우에 인도적 지원이 더 이를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닿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나 현재나 북한 독재정권은 ‘인도적 지원’을 정치화해 정권에 유리한 쪽으로 쓴다. 지원국, 단체에 따라 선별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고, 지원 물자를 실수요자에게 분배하는 게 아니라 독재정권 유지에 필요한 곳으로 전용하는 행태를 고수한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물자 전용을 감시하거나 제지할 방법은 없다. 북한 정권이 거부하고, 방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소한의 북한 주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한 물자들이 ‘김정은 독재정권 유지비’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대북 접촉 위해 ‘親北 브로커’ 동원
북한 체제 속성에 의한 ‘남북 교류·협력’의 근본적인 한계, 진행하는 사업들의 효용성 문제 외에도 지자체의 대북사업 수행 자격·능력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내 지자체가 ‘일방적인 대북 퍼주기’를 진행하려면, 이를 사정하기 위해 북한 정권의 목표인 ‘한반도 전역의 적화통일’을 달성코자 하는 대남공작기구와 접촉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정보, 전문인력, 자체적인 ‘연결선’이 없기 때문에 ‘대북지원’을 시도하는 지자체들은 북한과 연계된 친북(親北) 단체·인사들과 함께 움직이는 게 보통인데, 그 모양새가 좋지 않다. 지자체가 “북한 ○○○와 의형제다” “평양 대동강변에 호텔을 운영한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친북 브로커(중개인)’를 앞세울 경우 사업 진행 과정이 불투명하고, 사후 검증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업 구조 탓에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브로커가 자신의 ‘쌈짓돈’처럼 쓸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내 지자체가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칭 ‘대북 사업가’를 앞세워 ‘대북 퍼주기’를 진행해야 할 간절한 사유는 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이재명·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에 등장하는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안부수씨 사례에서 전술한 ‘위험’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아태협은 2019년에 경기도로부터 ‘황폐화된 산림환경 개선을 위한 묘목 지원’과 ‘어린이 건강 증진 및 식량난 해소를 위한 밀가루 지원’ 명목으로 각각 4억9500만원, 9억9330만원 등 총 14억8830만원을 받았다.
아태협은 2019년 6월에 밀가루 300t, 12월에 1300t을 사들여 북한에 전달했다고 경기도에 신고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실제 구매·전달한 밀가루 양은 519t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아태협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기구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부터 ‘밀가루 1600t 인수증’을 받아 경기도에 제출했다. 묘목 역시 실제 북한에 전달되지 않고, 중국 단둥 양묘장에 3년째 방치했다고 한다.
경기도 기금은 안부수의 ‘쌈짓돈’이었나?
검찰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북한 묘목·밀가루 지원 사업’ 명목으로 경기도가 지급한 보조금 14억8800만원 중 7억6200만원, 쌍방울 후원 등으로 조성된 기부금 4억8500만원을 횡령해 유흥비, 생활비 등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로 안씨를 기소했다.
안씨가 밀가루를 원래 계획보다 적게 보냈는데도 사업을 완료한 것처럼 ‘허위 보고’를 했거나, 적은 돈을 북한 측에 제공하고 ‘가짜 인수증’을 받아와 경기도에 제출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결국 경기도가 사업 진행 과정, 물자 반출·입 여부, 사업 결과 보고 내용 진위 등을 관리·검증할 인력과 능력이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국내 최대 광역자치단체조차도 이런 상황이라면,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실상 ‘친북 브로커’의 ‘쌈짓돈’으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친북’은 법원 판례(서울고등법원 2014. 7.31, 2014나2011862 등)상 ‘대북 친화적 성향’을 뜻한다. 우리 사법부는 해당 표현에 대해 “‘친북’이라는 말이 더는 실정법 위반에 따른 처벌의 위험성을 내포하거나 반사회적 성향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한편, 《월간조선》이 입수한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기금 집행 내역에 따르면 경기도는 대부분이 이재명 지사 임기인 2018~2021년에 남북교류협력기금 110억6000만원을 112개 사업에 집행했다. 이 중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은 7건, 지원금액은 37억3800만원가량이다. ‘인도적 지원’ 중 2건이 앞서 언급한 안씨의 아태협이 진행한 사업이다. 아태협 사업비 비중은 같은 기간 경기도의 ‘대북 인도적 지원’ 전체 사업비에서 40%를 차지한다.
‘허위 신청서’에 1억원 지원한 울산시
대북 사업자의 보조금 부정 수령, 지자체의 중복 지원도 문제다. 울산광역시가 밝힌 ‘연도별 남북교류협력기금 집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2018~2022년) 동안 기금 집행 사업은 단 1건이다. 2019년 2월 1일, 국내 대표적인 대북지원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A가 북한 대동강 어린이 영양빵 공장에 콩기름 300t을 지원한다는 사업에 1억원을 보조했는데, 2022년 4월 19일에 이를 환수했다. 사단법인 A가 교부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해 울산시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2020년 11~12월 진행한 ‘지자체 사업성 기금 등 집행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단법인 A는 2018년 12월 26일 북한 측에 콩기름을 전달했다. 2019년 1월에는 통일부에 콩기름 반출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으면서도, 같은 내용으로 보조금 교부신청서를 울산시에 냈다. ‘보조금 교부 결정 통지 전 시행사업’에 대해서는 보조금 교부를 할 수 없는데도, 울산시는 통일부에 사업 종료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1억원을 지원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사단법인 A는 이미 지급 완료한 사업 대금을 2019년 2월 지급 예정이라는 내용의 사실과 다른 교부신청서를 제출해 2019년 2월 1일 보조금 1억원을 교부받았고, 이를 내부 차입금 상환 등 운영비로 사용했다”며 “울산광역시장은 ‘지방재정법’ 등에 따라 이미 교부된 지방보조금 1억원을 반환받고, 5년의 범위에서 지방보조금 교부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주민복리’ 힘써야 할 지자체가 왜?
앞서 살핀 내용에 따르면, 국내 지자체는 대북사업을 기획·추진·관리·검증할 능력이 부족하다. 경험과 지식, 인력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자체가 관여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북사업’이 지자체 소관 업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 역시 마찬가지다.
지자체의 대북지원 행위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17조 1항과 들어맞는다고 평가하기 쉽지 않다. 지방자치법 제13조 2항에 따른 지자체의 사무 범위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조직, 행정관리 등 ▲주민의 복지증진 ▲농림·수산·상공업 등 산업 진흥 ▲지역개발과 자연환경보전 및 생활환경시설의 설치·관리 ▲교육·체육·문화·예술의 진흥 ▲지역민방위 및 지방소방 ▲국제교류 및 협력 등이다. 참고로, ‘국제교류’는 대북지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북한은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니다. 우리 영토 북반부를 불법 점유하고,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이므로 ‘다른 나라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관계를 맺는 일’인 ‘외교(外交)’의 상대방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국가 간에 문화나 사상 따위를 서로 통한다’는 ‘국제교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같은 법 제15조는 ‘외교, 국방, 사법, 국세 등 국가의 존립에 필요한 사무’와 같은 국가 사무의 경우 지자체가 처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물론 상기한 지방자치법 조문에는 “다만,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다. 이런 까닭에 더불어민주당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는 남북교류협력을 위하여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제24조의 2)”는 내용을 신설했다.
▲국가 독립·영토 보전·국가의 계속성·헌법 수호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평화통일 등의 국가안보 관련 사안에는 고도의 정보력·판단력·협상력·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안전 보장을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도 그 완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 경험·지식·인력·자원이 없는 지자체가 개별적·산발적으로 국가안보 관련 사안에 개입한다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수 있다. 정부 정책·노선과의 불일치로 내부 갈등이 심화하는 한편 그 틈을 타고 북한이 ‘남남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조례 개정 통해 적립 계속하는 市·道
《월간조선》이 전국 광역단체들로부터 자료를 받아 집계한 결과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2022년 말 기준) 적립액은 ▲경기도 442억원 ▲서울시 320억원 ▲강원도 87억원 ▲인천광역시 78억원 등 총 1430억원가량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계속 거부하는 한, 그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한,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사실상 쓸 데가 없다. ‘남북 교류·협력’이란 취지와 거리가 먼 각종 행사에 일부만 지출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광역단체는 기금을 없애지 않는다. “기금의 존속기한은 기금의 설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설정하여야 하며, 그 기간은 5년을 초과할 수 없지만, 존속기한을 넘어서까지 기금을 존치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조례를 개정하여 5년의 범위에서 기금의 존속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제4조 2·3항을 근거 삼아 기금 존속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경기도는 2020년, 부산시는 2021년에 5년씩 기금 존속기한을 늘렸다.
재정혁신 강조하며 기금 폐지한 홍준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재정혁신’ ‘시 채무 상환’을 강조하면서 ‘남북교류협력기금’ 등 불필요한 기금을 폐지했다. 사진=뉴시스
이와 달리 일부 지자체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폐지했다. 대표적인 곳이 대구광역시다. 대구시는 홍준표(洪準杓) 시장이 취임하고 나서 한 달쯤 지난 2022년 7월 14일 “재정혁신을 통한 예산 절감으로 연내 5000억원, 민선 8기 대구시장 임기 안에 1조5000억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해 시(市) 채무(당시 기준 2조3700억원)를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17개 기금 중 9개를 폐지한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가 ‘남북교류협력기금’이다. 이 같은 ‘홍준표 대구시’의 각종 기금·특별회계 폐지안은 같은 해 10월 14일 대구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이 밖에 경기도 양평군의회는 지난해 12월 ‘양평군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수원시의회와 성남시의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조례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03.08 장교·부사관 이탈 부르는 ‘병사 월급 200만원’ 밀어붙일 일 아니다
병사 월급 인상과 관련해 군 부사관들이 국방부 장관을 만나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며 처우 개선을 요청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가 2025년 병장 월급을 200만원대로 올리겠다고 약속하면서 초급 장교·부사관과 봉급 차이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초급 간부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지원율이 떨어지면서 임관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잇단 병사 월급 인상에 따라 병장 월급은 2013년 10만원에서 2022년 67만원으로 뛰었다. 윤 대통령의 공약으로 올해는 월봉 100만원과 사회 진출 지원금 30만원을 더해 130만원으로 올랐다.
2024년에는 165만원, 2025년에는 205만원이 된다. 현재 소위와 하사 1호봉 봉급은 각각 178만원과 173만원이다. 2025년엔 184만원과 179만원이 된다. 명목상 봉급만 보면 병장보다 20만원가량 적어진다. 각종 수당을 더하면 250만원가량 된다지만 병사는 면제해주는 세금도 내야 한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6일 전북 익산 소재 육군부사관학교를 방문해 부대 일반현황을 보고 받은 후 정정숙 육군부사관학교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부대 관계자 및 부사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학군장교(ROTC) 복무 기간은 28개월로 일반 병사보다 10개월 길다. 받는 돈은 큰 차이가 없는데 책임은 많고 일도 고되다. ROTC를 중도 포기하거나 일반병으로 입대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ROTC 훈련 기간(2~4개월)만큼 복무 기간이 단축되고 신병 훈련소 면제에 상병 이상 계급도 받는다. 지금 수도권 학군단은 정원도 못 채운다. 부사관 지원이 줄어 중사는 3000명, 하사는 8000명이나 부족하다.
장교와 부사관은 군의 중추이자 핵심이다. 이들이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병사도 오합지졸일 뿐이다. 탱크, 자주포, 장갑차, 이지스함, 잠수함, 전투기를 정비하고 실제로 움직이는 것도 사실상 모두 장교와 부사관이다. 이들이 없으면 군은 그대로 무너진다. 그런데 숫자 많은 병사들 표를 의식해 정치인들이 병사들 인기 얻는 데만 신경을 쏟고 있다.
병장 월급 200만원 인상엔 매년 5조1000억원이 들어간다. 이와 균형을 맞추려고 장교와 부사관까지 줄줄이 월급을 올리면 총 8조~10조원이 들 것이라고 한다. F-35 스텔스 전투기 50~60대를 살 수 있는 돈이 매년 군 월급으로 더 들어간다. 북한의 핵 위협을 받는 나라가 할 일인가. 적절한 수준으로 병사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도를 넘어서 군의 체계를 흔들고, 안 그래도 산더미 같은 빚을 진 국가 재정을 더 어렵게 만들어선 안 된다. 병사의 사기는 돈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군사 포퓰리즘은 대선 때마다 복무 기간을 줄여 제대로 전술을 익히기도 전에 제대하는 실정이다. 이제는 병사 월급 올리기 경쟁까지 가세했다. 월급 200만원 공약을 철회하면 찬성하는 국민이 훨씬 많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09 [단독] 서훈, 직원 우려에도 “그냥 해”...국정원·합동조사단 보고서 ‘북송’ 취지로 변경
검찰이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관련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지난 1일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면서 서 전 원장이 각종 내부 보고서에 북송에 불리한 정황을 빼라고 반복 지시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공소장엔 서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과 합동조사팀의 보고 문건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9년 11월 1일 북한 선원들이 NLL을 넘어 남하를 시도하자 서 전 원장은 김모 당시 국정원 3차장에게 법적으로 탈북민들을 북한에 돌려보낼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지시를 전달받은 대공수사국 직원들은 ‘울릉도 동북방 해상 北 선원 나포시 신병 처리 검토’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 초안에는 북한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 등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서 전 원장이 같은달 3일 보고서 초안을 보고받으면서 “흉악범인데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되나”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선이 우리 당국에 나포된 지 이틀 만인 2019년 11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책 회의에서 강제 북송 방침이 결정되자, 서 전 원장이 수차례에 걸쳐 보고서 내용을 수정하도록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그 결과 보고서 중 “일반 형사절차에 의거, 선박 혈흔감정과 증거 압수수색 등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 등 북한 선원들에 대한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구가 삭제됐다고 한다.
서 전 원장은 다음날에도 ‘대공혐의점 희박’이라는 보고서 문구를 보고 “NSC에서 (북송이) 결정됐는데 대공혐의점 희박이 뭐야?”라며 이를 ‘대공혐의점 없음’으로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탈북 어민들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이들을 북송하면 된다는 취지의 지시였던 걸로 검찰은 의심한다. 보고서에선 ‘귀순 요청’이란 표현도 삭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정부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보고서도 서 전 원장 지시로 대거 수정됐다고 한다. 서 전 원장은 11월 4일 3차장에게 “지금 쟤들(북한 선원) 16명이나 죽인 애들이 귀순하고 싶어서 온 거겠냐, 지들 살려고 온 것이지. 우리는 북송하는 방향으로 조치 의견을 넣어가지고 보고서를 만들어줘”라고 지시했다. 3차장이 “두 번이나 실무부서에서 반대했다”고 하자 서 전 원장은 “그냥 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지시를 받은 3차장은 실무자들이 작성한 보고서 중 ‘진술 검증과 거짓말탐지기 검사 등을 하겠다’는 향후 조사 계획을 삭제하고, ‘탈북 어민들은 진정한 귀순으로 보기 어렵고 희대의 살인범으로 우리 정부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없다’는 등의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11월 5일에는 합동조사팀장이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으로부터 “북송이 BH의 지침” “귀순이라는 용어가 있으면 곤란합니다” 등의 말을 듣고 다음날 새벽까지 직접 보고서를 수정하기도 했다. 그 결과 ‘동해 NLL 월선 귀순’은 ‘동해 NLL 월선 나포’로, ‘귀순 동기’는 ‘월선 동기’로, ‘남하 경로’는 ‘선박 이동 경로’로 바뀌었다. ‘귀순 의사 표명’ ‘거짓말탐지기 심리검사’ ‘탈북민 정착 지원 절차 진행할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신병 인계’ 등 단어는 삭제됐다고 한다.
검찰은 “서훈 전 원장 등이 공모해 합동조사팀 공무원들로 하여금 예정된 합동조사 계획 및 본래의 규정과 절차에 무관하게 강제북송 결정에 부합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적시했다.
03-10 ‘귀순 어선 나포 前 북송 계획’ 文정부 기획 반역 아닌가
2019년 11월 7일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은 당시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9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의 내용을 보면 문재인 정부에 의한 ‘기획 북송’이라고 할 만큼 충격적이다. 해당 선박 나포 이전에 북송 계획을 세운 정황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북송의 절차적 불법성, 그 동기의 종북성까지 의심될 정도다. 공소장 취지를 종합하면, 북한 김정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한민국 국법 질서는 물론 보편적 인권을 팽개친 ‘반역적 행태’로도 볼 수 있다. 당사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재판에서 판가름나겠지만, 공소장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11월 1일 탈북 어민 2명이 탄 어선을 나포하기 하루 전부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북송을 계획했고, 불법성을 알면서도 강행했다. 서 원장은 3차장으로부터 ‘대공수사국에서 강제 북송에 반대해 곤란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그냥 해”라고 밀어붙였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법무비서관이 ‘북송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음에도 “북송 정당화를 위한 추가 법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기획 정황이 더 뚜렷해진다. 군은 10월 31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을 1차 퇴거 조치했다. 당시 북한 선박·인원이 NLL을 넘으면 퇴거와 현장 송환을 원칙으로 하는 매뉴얼을 시행 중이었다. 그런데 안보실은 나포 방침을 정하고 11월 1일 나포를 승인했다. 당시 문 대통령 모친상에 대한 김정은의 조의문(10월 30일)에 대한 감사 친서를 보내면서 11월 25일 부산에서 열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려 했고, 실제로 11월 5일 강제 북송 전통문과 김정은 초청 친서를 보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았지만, 대통령 모르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만큼 추가 진상 규명도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3-10 한미 FS훈련 개시와 동맹 의지 과시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 김정은은 지난 2월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전쟁 준비 태세 완비’를 천명했다. 이틀 뒤인 8일 인민군 창건일인 건군절 75주년에는 3만 명의 병력을 동원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 무기 행렬의 선두에는 11기의 고체연료 ICBM 화성-17형이 있고, 그 뒤로 중장거리급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이 2열 종대로 움직이며 전술핵 부대 모습도 식별됐다.
이후 김여정의 엄포가 이어졌다. “태평양을 북한의 사격장으로 사용하는 빈도수는 미국의 행동에 달렸다”는 그의 위협에 지난달 20일 존 애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북한이 ICBM을 쏘면 즉각 격추시키겠다”고 반격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은 “정말 미친 망발”이라며 “전략무기 시험에 요격을 하면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지난 7일에는 ‘한·미 군사 동태를 주시하며 압도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거친 담화를 쏟아냈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는 13일부터 연속 11일간 대규모 병력이 동원되는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훈련이 시행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북 유화 기조 속에 중단된 대규모 실기동 한·미 연합훈련이 5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연합 야외실기동훈련(FTX)은 대대급 이하로 축소 시행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하반기 ‘을지자유의 방패(UFS)’ 훈련에서 연대급 이상 기동훈련이 재개됐고, 이번 FS에서 전구(戰區)급 FTX를 되살렸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최근 일어난 전쟁(우크라이나) 및 분쟁 교훈 등 변화하는 위협과 변화한 안보 환경이 반영된 연습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맞춤형 연습을 해 동맹의 대응 능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정부 때 북한 달래기로 연합훈련을 축소하던 행태는 사라졌다.
북한군은 동계훈련을 진행하면서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미국과 괴뢰 호전광들은 ‘자유의 방패’ ‘소링 이글’ ‘비질런트 스톰’ ‘쌍매’ 등 올해에 대규모의 륙해공군 무력을 동원하여 벌일 각종 북침전쟁 연습계획들을 버젓이 공개하면서 조선반도 정세를 긴장 악화에로,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국내 좌경 세력들도 북한의 주장에 동참해 ‘자유의 방패’가 아닌 ‘전쟁의 칼’이라며 한·미 연합훈련 비난에 동참했다.
하지만 FS 훈련은 전쟁의 칼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방어 훈련이다. 특히 문 정부의 9·19 군사합의로 형해화한 한·미 연합훈련을 5년 만에 회복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북한은 지난해 73발의 고도화한 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다. 다음 달에는 정찰위성 시험을 명분으로 ICBM 발사가 예상되는 등 위협이 심각한 만큼 한·미는 공동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위협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서는 실제 병력을 동원한 실기동훈련을 해야 한다. 컴퓨터 도상 연습만으론 북한군의 위협을 저지할 수 없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고 실전에서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이번 FS는 실전처럼 훈련해 유사시에 철저히 대비하는 문자 그대로 자유의 방패가 되기를 국민은 바란다.
문화일보
03-10 북한, 남측 군비행장 겨냥 ‘무력시위’ … 신형 SRBM 6발 동시에 쐈다

▲이번에도… 딸 주애와 ‘발사’ 참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 김주애를 데리고 9일 오후 남포 일대에서 서부전선 화성포병부대가 서해 방향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인 전술지대지유도무기를 동시 발사하는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한미일 안보협력 가속화 속
김정은, 화력습격 훈련 실시
“언제든 압도적 제압할 능력”

▲북한의 화력습격훈련.
북한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 일정 발표일에 남측 비행장을 목표로 가정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신형 전술유도무기 6발을 동시 발사했다. 13일부터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자유의 방패)과 한·일 정상회담(16~17일), 한·미 정상회담(4월 26일), 한·미·일 정상회담(5월) 등 한·미·일 3국 공조 강화에 가속도가 붙자 군사적 도발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1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오후 둘째 딸 김주애를 동행해 서부전선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적 작전비행장의 주요 요소를 가상하여 설정된 서해상의 목표 수역에 위력적인 일제사격을 가함으로써 실전 대응 능력을 자신감 있게 과시했다”고 밝혀, 이번 훈련이 유사시 남측 서해의 공군 비행장을 타격하는 연습이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훈련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면서 화성포병들이 실전에 대응할 수 있게 위력적으로 엄격히 준비된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은 “실전에 언제든 압도적으로 대응하고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키워나감으로써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험을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이동식발사차량(TEL) 6대에서 1발씩 총 6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TEL에 4발 탑재가 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 6발 이상을 발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전술유도무기급 TEL을 6대 동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SRBM으로 분류되며, 우리 군이 개발한 ‘장사정포 킬러’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와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이 ‘북한판 KTSSM’에 대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한 개량형에 연쇄 발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KN-25)의 장점까지 가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패트리엇(PAC)-3 등 현재의 한·미 미사일방어(MD) 체계로는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 북한이 7차 핵실험으로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를 진전시켜 전술핵까지 탑재할 경우 수도권에 가장 치명적인 위협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방 군단급 전술핵운용부대를 포함한 포병부대에 이 전술유도무기를 배치했고, 핵탄두 탑재 가능성도 공개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문화일보 조재연 기자·정충신 선임기자
03.12 北 침투해 미사일기지 파괴...尹대통령 방문한 해군 특수부대의 정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특수전전단(UDT/SEAL)을 방문해 해군 특수전전단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군 특수전전단은 유사시 북한 지역에 침투해 북 정권 수뇌부 등 요인 암살은 물론, 미사일 기지 등 주요 전략목표물 파괴 임무를 맡고 있는 ‘전략타격부대’로 알려져 있다.
◇ 윤대통령,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해군 특수전전단 방문
’특전사 중의 특전사’로 불리는 707특수임무단, ‘참수작전부대’로 널리 알려진 특전사 특수임무여단 등과 함께 한국군의 대표적인 최정예 특수부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방명록에 ‘불가능을 모르는 세계 최강 특수부대’라는 글귀를 남기며 격려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던 지난 2016년 국방부는 해군 특수전전단의 실전적인 훈련 영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HK-416 소총과 K-3 경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UDT/SEAL 대원들이 북 미사일을 상징하는 대형 모형물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교전을 하며 폭파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해군 특수전전단의 북 미사일 형상 폭파훈련 장면이 공개된 건 처음이었다. 북 핵·미사일 위협이 커짐에 따라 북한에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UDT/SEAL대원들이 북 미사일 모형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영상 캡처
해군 특수전전단은 미 원자력(핵)추진 잠수함으로 미 최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과 함께 북한 지역 침투훈련도 수시로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부산 작전기지를 처음 방문한 오하이오급 순항미사일 탑재 원자력잠수함(SSGN)이 대표적 침투수단이다. 오하이오급은 길이 170m, 폭 12.8m, 수중 배수량 1만8750t에 달하는 대형 잠수함이다. 오하이오급은 특수부대원 66명을 태울 수 있는데 이들은 특수 잠수정 ASDS를 이용해 적 해안에 은밀히 침투할 수 있다.
◇ 미 핵잠수함으로 네이비실과 함께 북 침투 훈련도
ASDS는 최대 16명의 특수부대원들을 태운다. 이 잠수정은 오하이오급 선체 위의 타원형 격납고에 최대 2척이 실려 있다가 발진한다. 해군 UDT/SEAL대원들은 미 네이비실 대원들과 오하이오급 잠수함에 탑승, 북 지역에 침투해 핵시설·미사일 기지 등을 파괴하는 것을 상정한 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종 한반도로 출동해 우리 특수부대와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네이비실 6팀은 빈 라덴을 사살한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로 꼽힌다. 군 소식통은 “북한에 변변한 대잠초계기도 없고 함정들의 소나(음향탐지장비) 성능도 크게 떨어진다”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한·미 잠수함이 북 영해 내에 들어가서도 작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군 특수전전단은 특전사 특수임무여단(일명 참수작전부대)처럼 유사시 김정은 등 북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는 일명 ‘참수작전’ 임무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특수전전단은 ‘수중폭파대’로 유명한 UDT가 모체(母體)다. 6·25전쟁 당시 미 해군 수중폭파대(UDT)의 훈련 아래 활약했던 영도부대 해상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 해군 UDT를 벤치마킹해 1955년 창설됐으며, 미 해군 UDT가 네이비실로 발전한 것처럼 UDT/SEAL로 변신했다.
◇ 아덴만 여명작전 성공으로 국제적 명성
지난 2000년엔 해군 특수전여단으로 창설됐고 2년뒤인 2012년 특수전전단으로 증편(增編)됐다. 2018년엔 서해 페리호, 세월호 사고 등에서 인명수색 및 구조작전을 펴온 해난구조전대(SSU), 구조함 등도 특수전전단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임무도 확대됐다. 과거엔 적 해안정찰, 첩보획득, 폭파, 암살, 기뢰제거, 요인 구출 및 납치 등 UDT 임무에 치중됐지만 이제는 육상, 해상 및 공중 특수작전, 직접타격, 해상 대테러, 경호 등의 임무까지 맡게 됐다.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는 미 원자력추진 잠수함 오하이오함. 154발의 토마호크 미사일 외에 한미 특수부대원들을 태우고 북한 지역에 침투할 수 있는 첨단장비(잠수정)도 보유하고 있다. 함교 뒤의 원통형 구조물에 특수 잠수정 2척이 탑재된다. /조선일보 DB
해군특수전전단 UDT/SEAL은 지난 2011년1월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당시 아덴만에서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되자 구출작전을 펼쳐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 인질 21명 전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당시 석해균 선장이 중상을 입었지만 국내외에선 “그런 상황에서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구출작전에 성공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 고 한주호 준위, 엄홍길씨, 이근 대위 등도 해군 특수전전단 출신
아덴만 여명작전은 UDT/SEAL의 장비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UDT/SEAL은 6개월마다 교대하는 소말리아 파병 청해부대에 항상 포함돼 파견되기 때문에 해외파병 경험도 풍부하다. 이 때문에 해군특수전전단은 한국군 특수부대 중에서도 최신 소총 등 군사강국들의 첨단장비를 가장 먼저 도입해 활용하는 부대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한 전문가는 “해군 UDT/SEAL은 아덴만 여명작전 같은 실전 경험과 해외파병 경험, 미 네이비실과의 활발한 교류 등을 통해 한국군 특수부대 중 가장 개방적이고 선진화된 부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상남도 창원시 해군 특수전전단을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해군 UDT/SEAL은 명성 만큼 강도 높은 훈련과 높은 탈락률로도 유명하다. 훈련 평균 수료율은 4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간부와 지원병으로 구성되는데 병사 비중은 10여%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때 수색 및 구조작전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 산악인 엄홍길씨,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했던 이근 대위 등이 이 부대 출신이다. 복면을 쓰고 현란하게 단검을 휘두르는 영상으로 화제가 된 특전무술 무사트(MUSAT)도 이 부대 출신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 “북 수뇌부 제거작전도 가능해 강력한 대북 억지력 과시 의미도”
군 관계자들은 이번 윤 대통령의 해군특수전전단 방문이 부대원들의 사기 앙양은 물론 북 고강도 도발에 대비한 대북 억지력 과시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대 현황을 보고받은 뒤 “우리 군에서 가장 어렵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여러분이 대한민국 군의 국격이다. 군 통수권자로서 신뢰한다. 세계 최고 특수부대가 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최근 전쟁은 비대칭전과 특수전 양상을 띠고 있기에 특수전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수전 전력강화도 역설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군 통수권자가 처음으로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를 방문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UDT/SEAL이 유사시 북 수뇌부 제거작전도 펼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형 3축체계 중 ‘대량응징보복’ 능력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한 미특수전사령부는 지난 11일 SNS 계정에 ‘티크 나이프’ 연합훈련 중 한·미 특수부대가 실전적인 고난도 주·야간 강하훈련을 실시했다며 해군 특수전전단 요원 등이 주간과 야간에 수송기에서 강하하는 영상 등을 공개했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03.13 "북핵 해결 기회 두 번 놓쳐...미사일·잠수함 대대적 확충을"
북한의 핵 위협과 잦은 미사일 도발에 둔감해져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3월 12일은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갑자기 선언한 지 꼭 30년 되는 날이다.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으나 1993년 탈퇴 선언 이후 미국과의 협상 도중에 탈퇴 효력을 중지하더니 결국 2003년 2차 핵위기 때 다시 NPT 탈퇴를 선언했다.

▲북한의 NPT 탈퇴 선언으로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된 1993년부터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7년 11월까지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대통령은 모두 6명이었다. 각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고 취임선서를 했다. 하지만 누구도 북핵을 막지 못했다.[중앙포토, 연합뉴스, 대통령기록관]
이후 북한은 6자회담과 북·미 대화에 나올 때도 뒤에서 몰래 핵 무장을 가속해 2017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거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은 3대 세습 체제에서 끝내 핵을 보유했고, 한국은 비핵화에 철저하게 실패해 핵 위협 앞에 국가안보가 위협받는 처지다.
이용준(67) 한미협회 상근부회장은 외교관 경력 38년 중 대부분을 북한 핵 문제와 씨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북핵과 '악연'이 깊다. 외무고시 13회로 1979년 외교부에 들어간 이래로 청와대 남북 핵 협상 담당관, 주미 대사관 북핵 담당관, 경수로 협상 대표,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6자회담 차석 대표, 북핵 담당 대사, 외교부 차관보, 말레이시아 및 이탈리아 대사 등을 역임했다. 북핵의 '알파와 오메가'가 궁금했다.
▲이용준 한미협회 상근부회장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북핵 30년의 막전막후를 들려주고 있다. '북핵 담당 대사' 등을 역임한 그는 38년 외교관 경력 대부분을 북핵 문제와 씨름했다. 『북핵 30년의 허상과 진실 』『북한핵, 새로운 게임의 법칙 』『대한민국의 위험한 선택 』등을 출간했다. 김경록 기자
1990년대 초에 강력 대응했어야
-NPT 탈퇴 선언 이후 30년 만에 북핵 위협에 노출됐다.
"외교관으로서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한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해 면목이 없다. 북한이 궁지에 몰렸던 1990년대 초에 강력히 대응해 핵 개발을 종식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때로는 한·미 간 이견 때문에, 때로는 국내정치적으로 발목이 잡혀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일부 정권은 남북관계 진전 의지가 너무도 강해 경제 지원으로 북한의 환심을 사는 데만 관심이 있었고, 북핵 문제를 한국이 아닌 미국의 문제인 양 여겼다. 그런 분위기에서 강력한 북핵 대응은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이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인가.
"다른 나라들이 인정하든 안 하든 핵무기를 실제로 보유하면 엄연한 핵보유국이다. 북한은 핵무기 수십 개를 보유한 핵보유국이고, 지난 30년에 걸친 국제사회의 저지 노력은 완전히 실패했다. 불법적 핵보유국이 되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 뿐이다."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은 이제 불가능한가.
"외교적 협상을 통한 비핵화 노력은 2019년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으로 막을 내렸고, 협상을 통한 비핵화가 더는 가능하지 않다. 2017년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북한은 핵능력의 부분적 감축과 제재조치 전면해제를 교환하는 방식의 핵군축 협상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적 핵군축은 북한의 핵무장을 공인하고 영구화하는 최악의 협상 방식이다. 핵군축은 쌍방이 핵을 갖고 있을 때 의미가 있을 뿐이다. 북한 핵무기가 50개든 5개이든 북핵 위협엔 아무 차이가 없고 추후 추가생산을 막을 방법도 없다."
▲2월 8일 북한군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연합뉴스]
1994년과 2003년, 두 번의 기회
-기회가 있었을 텐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가장 좋은 기회는 두 번 있었다. 첫째는 1993년 초 북한의 NPT 탈퇴 이후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까지 1년간이었다. 둘째는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 활동으로 제네바 합의가 파기된 2002년 말부터 2003년까지 1년간이었다. 하지만 끝없는 외교협상에만 집착하다 기회를 놓쳤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김영삼 정부가 북한의 전쟁불사 협박에 굴복해 미국의 유엔제재 추진과 군사적 압박 움직임을 막았고, 2002~2003년 제2차 북핵 위기 당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대북한 압박이나 응징보다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견제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당시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취했다면 결과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2017년 6차 핵실험과 ICBM 도발 직후도 기회 아니었나.
"1994년과 2003년에는 북한이 아직 핵무기를 몰래 개발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강력한 경제적·군사적 압박으로 중단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2018~2019년은 핵실험이 6차례나 실시되고 일부 핵무기가 실전배치된 단계여서 상황이 전혀 달랐다. 이미 핵무장한 북한을 비핵화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장을 막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동참했으나, 비핵화 압박에 협조하기보다는 강경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한 군사행동을 막고 외교적 숨통을 터주려는 의도였다고 본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했다.
"문 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잘못 해석한 것인지 자신의 희망사항을 미국에 전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 이래 비핵화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 그 입장이 바뀐 것도 아니다. 핵협상 타결에 가장 근접했던 1994년 제네바합의 때도 북한은 단지 영변 핵시설 폐기에만 동의했을 뿐 이미 추출된 핵무기용 핵물질 폐기는 거부했다."
▲2000년 6월 14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간 합의문에 서명하기에 앞서 두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7년 10월 4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9월 20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맞잡아 들어 오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스라엘의 확고한 의지 참고해야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동안 대통령들은 뭐했나.
"북핵 문제에 대한 방침이 정권 성향에 따라 크게 달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정상회담을 다섯 차례 했다. 정상선언 때마다 보여주기식으로 원칙적·절충적 비핵화 문구를 넣었지만, 구체적 논의도 실질적 해법도 없었다. 북핵 해결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도래할 때마다 불운하게도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핵을 한국의 문제가 아닌 미국의 문제로 간주하고 남북관계에만 연연하는 좌파 정부들이었다. 김영삼 정부도 집권 초기 이인모 북송, 대북 식량지원 확대 등 진보적 대북정책에 매몰돼 귀중한 기회를 놓쳤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때는 북핵 문제가 사실상 동면 상태였다."
-'북한 대변인'처럼 북핵을 두둔하는 세력이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시리아 등 적대국의 핵 무장을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저지하려는 확고한 결의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일관된 공감대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이 남북관계 진전에 과도하게 집착하니 그와 상충하는 북핵 문제는 뒷방 신세가 되기 일쑤였다. 안보 정책과 북핵 대책이 대북 유화정책의 볼모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항공모함보다 잠수함이 효과적
-가장 현실성 있는 대책은.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자체 핵무장 등 다양한 핵 억지력 보유 방안이 제기되지만 당장 실현 가능한 묘안이 없다. 북한 정권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핵을 가진 북한과 핵이 없는 한국의 대치 상태가 장기간 지속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토대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북핵에 대비한 가장 현실적 조치는 초보 단계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을 미국·일본·이스라엘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의 어떤 미사일 공격도 차단할 수 있는 방어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사드 3불' 족쇄를 풀고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 이스라엘식 아이언돔도 속히 설치해야 한다."
-비대칭 전력으로 미사일 1만발, 잠수함 확충 주장도 나온다.
"북한을 압도할 만한 수준의 재래식 군사력 확충은 실질적 억지력이 될 수 있다. 북한도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을 우려해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군의 공격용 미사일과 방어용 미사일 숫자(현재 1000~2000기 추정)를 4~5배 대폭 증강하면 북한도 중국도 한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만들 예산이 있으면 재래식 잠수함(현재 약 20척 추정)을 더 만들자. 이지스함 추가 건조와 해상 미사일방어망 구축도 시급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해군 특수전전단을 방문해 총을 겨누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무엇보다 강한 국방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 안보를 지키는 '진정한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부속〉
6·25전쟁 때 싹튼 핵 야망…북한의 핵무장 70년 '도박'
북한 정권이 핵무장 야망을 꾸기 시작한 것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핵 공격 위협에 떨었던 김일성 주석은 조선과학원 산하에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했다. 1956년 '조·소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소련의 물자와 기술을 지원받는다. 1964년 중국의 핵실험 성공 직후 핵기술 지원 요청이 거부당한 김일성은 1972년 비밀 핵 개발을 지시했다. 1983~1991년 무기급 플루토늄 추출을 위해 고폭실험을 70여 차례 진행했다.
북한의 핵 문제가 최초로 국제사회에 공개돼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프랑스 상업위성이 영변 핵시설 사진을 공개한 1989년 9월이었다. 미국의 막후 압력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992년 1월 북한과 '핵안전협정'을 체결하고 그해 5월 핵 사찰을 실시했다.
그에 앞서 1991년 12월 13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화해·불가침·교류협력 등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됐다. 이듬해 2월 19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효됐지만, 북한의 NPT 탈퇴로 의미가 퇴색했다. 주한 미군의 전술핵은 철수했지만, 북한은 속속 핵무장의 길로 치달았다. 길게는 1952년부터 약 70년, 짧게 잡아도 NPT 탈퇴 선언 이후 30년 만에 북한은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한국은 핵 위협 앞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안은주 인턴기자가 인터뷰 정리에 참여했습니다.
03-13 FS연습, 김정은 ‘중대 도발’ 협박 압도할 위력 입증해야
한·미 양국 군이 한반도 전체를 작전 범위로 상정한 대규모 ‘자유의 방패 (FS·프리덤실드)’ 연습에 13일 돌입한 가운데 북한이 반발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이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에서 “전쟁 억제력의 공세적 활용을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 결정”을 언급한 뒤 사거리 1500㎞의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 2기를 동해로 쐈다. 앞서 지난 9일엔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여섯 발을 서해 쪽으로 발사했다.
2018년 후 5년 만에 실시된 FS 연습은 전시 대비 훈련의 1단계인 방어 훈련을 건너뛰고 2단계인 반격, 3단계인 점령지역 안정화 등에 집중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동안 해오던 개별 부대 단위의 훈련을 ‘전구(戰區·theater of war)급’으로 높여 참여 부대를 늘리고 육·해·공·해병대·사이버 등 입체적 통합 방식으로 진행되며, 24시간 내내 계속된다. 대규모 연합상륙훈련과 야외기동훈련, 유사시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는 연합특수작전 훈련 ‘티크 나이프 (Teak Knife)’도 포함됐다. FS 연습 후에는 니미츠급 핵추진 항모가 한반도에서 진행하는 항모강습단 연합 훈련도 예정돼 있다. 다행스럽고 당연한 변화다. 그렇다고 해서 핵 공격까지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적 훈련이라는 기본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북한의 반발도 더 클 것이다. FS 연습을 빌미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 각도 발사나, 7차 핵실험 등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여정은 지난 2월 “태평양을 사격장으로 쓸 수 있다”며 미국을 협박한 바 있다.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기술적으로 마무리한 상태다. 중국 양회가 종료돼 중국을 의식할 이유도 줄어들었다. 따라서 군 당국은 어떤 도발에도 압도적 위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FS 기간에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실전 태세로 전환해 응징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화일보 사설
03-13 한·미 5년만에 ‘전구급 훈련’… 역대최장 11일 연속 시행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 돌입
한·미가 13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인해 달라진 안보 환경을 반영한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합훈련에 들어갔다. 특히 우리 공군은 전시 제공권 장악을 위한 36시간 전투기 지속출격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작된 FS 연합훈련은 토·일요일 중단 없이 역대 최장인 11일 동안인 오는 23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한·미는 20여 개의 야외 실기동훈련을 포함한 전구급 연합연습을 통해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고 한·미 동맹의 대응능력을 강화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됐던 한·미의 전구급 연합훈련이 부활되기는 5년 만이다. 한·미는 사단급 쌍룡 연합상륙훈련과 연합특수작전훈련(티크 나이프) 등 20여 개 훈련을 집중적으로 편성해 과거 독수리훈련(FE) 이상 수준으로 훈련 강도를 끌어올렸다. 북한의 전면적 도발을 방어하고 반격에 성공한 뒤 북한 지역에서 시행할 치안 유지, 행정력 복원, 대민 지원 등에 나서는 ‘북한 안정화 작전’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쯤에는 미국의 핵 추진 항모 니미츠호(10만t급·CVN 68)가 참여하는 연합항모강습단훈련과 한·미·일 미사일경보훈련도 진행될 예정이다.
북한 지휘부에 대한 일제 타격이 가능한 이지스 구축함과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핵 추진 잠수함 등의 출동도 예상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03-13 ‘간첩단 혐의’ 창원 자통·제주 ㅎㄱㅎ, 핵심인물 겹쳐… 한몸처럼 움직인 듯
■ 방첩당국 수사 상황
자통, 대우조선 파업 관여 의혹
ㅎㄱㅎ 조직원 2명 구속수감돼
민노총 간부, 北공작원 접촉혐의
방첩당국이 최근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간첩단 사건’은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제주의 ‘ㅎㄱㅎ’,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등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자통과 ㅎㄱㅎ은 핵심 인물이 겹치는 등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방첩당국 등에 따르면 자통 관계자들은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북한 관련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아 2016년쯤부터 창원을 중심으로 자통을 결성,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통은 북한 문화교류국(옛 225국)에서 강령과 규약을 하달받고, ‘윤석열 타도 투쟁’ 등 북한 측 지령에 따라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민주노총 경남 지역 간부들을 포섭하고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파업에 관여했던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창원·제주 간첩단 수사와 관련해 질의가 있었고 그에 대한 답변이 있었다”며 “특히 국정원은 현재 수사 대상이 된 (창원 간첩단) 수사 대상자들이 대우조선해양 파업에도 관여한 부분에 대해 현재 수사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제주를 중심으로 결성된 반정부 단체 ㅎㄱㅎ 조직원 2명도 지난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이들은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하 조직을 만들라는 지령을 받고 ㅎㄱㅎ을 설립,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윤석열 정부 반대 투쟁 등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김정은·김정일 생일 무렵에 북한으로 충성맹세문을 보낸 정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2017년부터 중국 베이징(北京)과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 등 해외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접촉, 반정부 투쟁 등 지령을 받고 실행에 옮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간첩단 수사에 대해 ‘공안몰이’라고 규정하며 국정원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지난 8일 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작년 말부터 경남·제주·전북·서울 지역의 진보 단체 간부들과 노동자들에게 간첩단 사건을 만들어 덧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03-13 [단독] 북한이 하달한 “퇴진이 추모다” 구호… 앵무새처럼 따라 한 노조

■ 반정부 투쟁 선동한 북한
‘국민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핼러윈참사때 투쟁구호·지침
실제 현수막 문구 등으로 쓰여
북한 “대중적 분노 유발” 지시도
김정은 찬양 담긴 충성맹세문
광명성절 등 북한 국경일 맞춰 작성
민주노총 압수수색 과정에서 다수의 북한 지령문과 충성맹세문이 발견되며 지난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화물연대 파업 등 반정부 투쟁 선동에 북한이 배후조종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방첩당국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북한의 지령문 등이 실제 투쟁 구호나 현수막 문구로 쓰이기도 하는 등 반정부 투쟁에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북한 국경일 맞춰 작성된 충성맹세문 = 13일 방첩당국에 따르면 최근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 사무실, 관계자들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충성맹세문은 주로 조선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 등 북한 국경일을 기념해 작성됐다. 충성맹세문에는 주체사상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고, 사망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따르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찬양과 함께 ‘충성 맹세’ 내용도 있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복수의 장소에서 압수수색한 다수의 충성맹세문이 발견됐다. 작성자는 복수의 민주노총 관계자”라며 “북한 국경일에 맞춰 작성된 사실에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정부 투쟁 선동하는 北의 지령문 = 정부 관계자는 “지령문에는 각종 시민단체들이 연대해서 윤석열 정권 퇴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등 반정부 투쟁 선동 내용이 많았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같은 지령문과 실제 민주노총 주도의 반정부 투쟁 간 연관 관계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현수막에 북한 지령문에 쓰인 표현이 그대로 쓰이거나 북한의 지령문대로 투쟁 구호를 외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데 북한이 배후조종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령문에서 구체적인 투쟁 지침까지 하달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에는 구체적인 투쟁 구호까지 내려보내며 참사에 대한 애도를 반정부 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지령문에는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 ‘이게 나라냐’ 등의 구호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령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인사들과 이들이 포섭 대상으로 염두에 둔 이들을 ‘통일애국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폄훼하는 한편, ‘공안탄압’을 내세우며 대중적 분노를 유발하라고도 지시했다. 이 같은 북한 지령문의 실체는 조사를 통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당국은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인사들이 민주노총 경남 지역 간부들을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이들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장기 파업 등에 관여한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 같은 당국의 민주노총 등이 포함된 공안 수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부패 세력이자 종북 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 수사관할 이송 등 인권 침해도 심각하다는 게 진보 진영의 주장이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03-13 [단독] ‘尹탄핵 선동’ 北 지령문·충성맹세…민노총 관계자 압수수색서 대량 발견
김정은 찬양하는 문구 등 확보
당국 ‘국보법 위반’ 기소 방침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사무실과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과정에서 다수의 북한 지령문과 충성맹세문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령문은 주로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라는 내용이 많았는데, 북한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 등 구체적인 투쟁 구호까지 지령문으로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방첩당국에 따르면 국정원과 경찰청이 지난 1월 중순과 2월 중순 사이에 이뤄진 복수의 민주노총 사무실과 산하 노조 사무실, 관계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북한이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게 보낸 지령문을 다수 확보했다. 지령문에는 각종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윤석열 정권 퇴진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등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후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 ‘이게 나라냐’ 등 구체적인 투쟁 구호까지 지령문을 통해 하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사태 당시에는 ‘모든 통일 애국 세력이 연대해 대중적 분노를 유발시키라’는 지령문을 보내기도 했다.
압수물에서는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작성한 대북 충성 맹세문이 다수 발견됐다. 충성맹세문에는 주체사상을 따르는 문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문구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첩당국은 이들이 활동한 지역을 중심으로 ‘창원 간첩단’ ‘제주 간첩단’ ‘민주노총 전·현직 긴부’ 사건 등 세 갈래로 나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가 일단락되는 이달 중 국보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등 291개 시민단체는 ‘정권 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저지·국가보안법 폐지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방첩당국의 수사를 국정원이 생존하기 위해 조작한 ‘공안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일보 김보름·조재연·최지영 기자
03.14 핼러윈 참사 때 ‘퇴진이 추모다’ 구호도 北 지시였다니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지난 1~2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노총 간부들의 사무실·자택·차량 등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내려보낸 지령문을 대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북한 지시문은 주요 계기 때마다 하달됐으며 주로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작년 핼러윈 참사 땐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윤석열 정권 퇴진과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투쟁 노선뿐 아니라 ‘이게 나라냐’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 같은 구체적 투쟁 구호까지 하달했다고 한다. 실제 집회 현장에서 외치거나 이들이 내건 현수막에 그대로 쓰인 문구들이다. 참사 당시 민노총 등은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정치 투쟁의 동력으로 삼으려 했다. 이 ‘재난의 정치화’ 뒤에 북한도 있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민노총 경남본부가 지난달 23일 오전 민노총 건물 앞에서 국정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북은 핼러윈 참사 말고도 주요 계기 때마다 지령문을 내려보냈다. 작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하달한 지령문은 ‘모든 통일·애국 세력이 연대해 대중적 분노를 유발시키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국정원과 경찰은 작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의 장기 파업도 북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간첩단 혐의를 받는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가 북의 지시를 받고 민노총 경남 지역 간부들을 포섭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 파업으로 회사와 지역 경제는 큰 피해를 입었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번 압수 수색을 통해 민노총 간부들이 작성한 대북 충성 맹세문도 여럿 확보했다고 한다. ‘조국통일 위업의 실현을 위해 투쟁하겠다’ ‘김정은 원수님을 혁명의 수령으로 높이 받들겠다’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따르겠다’는 등의 내용으로 전해졌다. 김일성 생일, 김정일 생일, 노동당 창건일 등 북이 중시하는 기념일에 맞춰 작성됐다고 한다. 북한은 최악의 실패 집단으로 입증된 지 오래인데도 선진국 한국에 아직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민노총과 이른바 진보단체들은 국정원과 경찰의 수사를 ‘공안 탄압’이라면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수사 당국이 확보한 북 지령문 중에는 ‘공안 탄압을 내세워 대중적 분노를 유발하라’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이번 수사가 공안 탄압인지, 북한과 민노총 관계의 진실을 적발한 것인지는 곧 가려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3.14 “尹 퇴진이 추모다” 北, 민노총에 시위구호까지 지령
노조 관계자·사무실 압수수색
핼러윈 참사 당시 투쟁 지시 등
반정부·반미 선동 지령문 확보

▲2023년 1월 7일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등 진보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일대에서 연 '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 집회에서 '퇴진이 추모다', '윤석열 퇴진'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뉴스1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관계자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에서 “한미일 군사 동맹(협력)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투쟁” 등 반미 시위를 선동하는 내용의 북한 지령문을 여러 건 확보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 퇴진 시위를 선동하는 내용의 지령문도 있었다.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 당시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 등 반정부 시위에 동원된 구체적 구호가 북 지령문에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과 경찰청은 지난 1~2월 복수의 민노총 사무실과 산하 노조 사무실, 관계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 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북한 지령문 등을 확보했다. 북한은 작년 2월 지령문에서 “한미일 군사 동맹(협력) 해체 등의 구호를 들고 반미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일 것”을 지시했다. 또 “주한미군 철수 투쟁 구호로 전 지역적 범위에서 넓혀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해 5월에도 “다양한 반미 투쟁을 지속 벌여나갈 것”이라는 지령을 내렸다. 한미 동맹 와해와 주한미군 철수 시위 지령을 계속 하달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핼러윈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10월 핼러윈 참사 이후에는 ‘국민이 죽어간다’ ‘퇴진이 추모다’ ‘이게 나라냐’ 등 반정부 시위 구호를 직접 적어 국보법 위반 혐의자들에게 내려보냈다고 한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사태 당시에는 ‘모든 통일 애국 세력이 연대해 대중적 분노를 유발시키라’는 지령문을 하달한 적도 있다.
방첩 수사 당국은 북한 지령문에 적힌 반정부 구호가 실제 국내 일부 시민 단체의 투쟁 구호와 현수막 문구로 사용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북한 지령문의 반정부 선동 문구와 국내 단체들이 내건 문구가 일치하는 경우가 상당수인 만큼 민노총 주도의 반정부 시위와 북한 지령과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북한이 핼러윈 참사에 대한 애도 분위기를 반정부 투쟁으로 바꾸라는 지령을 내린 것으로 방첩 당국은 보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남한 내 종북·좌익 세력이나 반정부 세력의 투쟁을 선동하고 지원하라는 대남 혁명 역량 강화 지침을 내렸다”며 “간첩 남파를 통한 국내 종북·좌익 세력 지원 및 각종 공작을 전개하거나 남한의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부분의 혼돈을 부추기는 방식을 계속 활용해 왔다”고 했다.
방첩 당국이 확보한 압수물에는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작성한 대북 충성 맹세문도 다수 포함됐다고 한다. 충성 맹세문은 북한의 주체사상과 김정은 리더십 등을 찬양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맹세문은 조선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김정일 생일(2월 16일) 등 북한이 중시하는 국경일을 전후해 작성됐다고 한다.
북한은 또 한국 방첩 당국의 수사를 염두에 두고 관련 수사를 ‘공안 탄압’으로 몰아 대중적 분노를 유발하라는 지침도 내렸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관계 파악보다 수사 자체를 ‘공안 탄압’으로 몰고 가 간첩 혐의 사건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여론전 수법을 사용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령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인사들과 이들이 포섭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을 ‘통일 애국 세력’이라고 불렀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애국 세력에 대한 탄압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번 사건의 혐의자들은 ‘노조 탄압’ 등을 내세우며 부당한 수사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첩 당국은 이들이 활동한 지역을 중심으로 ‘창원 간첩단’ ‘제주 간첩단’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사건 등 세 갈래로 나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핵심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보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에 대공 혐의자들의 아이폰과 텔레그램도 이례적으로 해독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03-14 민노총 사무실에서 北지령 시위 구호 나온 충격적 현실
지난해 핼러윈 참사 시위 현장에 등장했던 ‘퇴진이 추모다’ ‘국민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등의 구호가 북한 지령에 따른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지난 1월과 2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과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반정부 투쟁과 반미 시위를 선동하는 지령문을 다수 확보했다고 한다. 김정은을 찬양하는 충성맹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현장에서 사용되거나 현수막 등에 적시된 구호 중에 북한이 보낸 것과 같은 표현이 많다는 것이다. 북한은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윤석열 정권 퇴진과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지령문 등을 통해 투쟁 노선도 지시했다고 한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는 북한 공작원 접촉 인사와 포섭 대상을 ‘통일애국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과 연대해 대중 분노를 유발하라는 지령문을 보냈다. 실제로 경남 창원 ‘자주통일 민중전위’의 간첩단 혐의 수사에서는 지령을 받아 민노총 경남 지역 간부들을 포섭하고 대우조선 파업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성맹세문의 경우, 복수의 장소에서 복수의 민노총 관계자가 조선노동당 창건일이나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 등을 기념해 작성했다고 한다. 내용은 ‘김정은 원수님을 혁명의 수령으로 높이 받들겠다’ ‘조국통일 위업 실현을 위해 투쟁하겠다’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 등은 ‘공안탄압’이라며 반발한다. 그러나 그런 대응을 지시한 지령문도 있다고 한다. 국정원 등은 민노총 전·현직 간부가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데, 창원 ‘민중전위’, 제주 ‘ㅎㄱㅎ’간첩단 혐의 사건에서 드러난 것과 유사한 행태를 보였다.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이 노조와 시민단체로 깊숙이 침투했을 개연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치밀한 수사로 뿌리 뽑는 게 정상적 노동운동을 위해서도 절실한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3-14 ‘한반도 내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
문 정부 삭제 5년만에 부활
윤석열 정부의 첫 통일교육기본 지침서에 문재인 정부에서 삭제됐던 ‘한반도 내의 유일 합법 정부’라는 표현이 부활했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서도 ‘협상 수단’이라는 평가가 사라지고, 독재정권 유지 목적이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정통성을 강조하고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외교 기조가 이번 기본서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공개한 ‘2023 통일교육 기본방향’에 따르면 분단 배경과 성격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 내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였다’는 내용이 다시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에서는 해당 내용이 빠진 채 “남과 북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정부를 각기 수립하게 되었다”고만 서술됐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2023년 판에서는 “북한은 핵 개발을 통해 한반도 및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핵·미사일 개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판에서는 핵·탄도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이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고 해, 북핵이 ‘협상용’이라는 진보 진영의 시각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03-14 “핵개발로 세계평화 위협” 명시… ‘객관적 북한관’ 에 방점

통일교육 기본서 5년만에 개정
윤 정부 현실적 북한·통일관 반영
협력 상대 → 평화 협조땐 협력
대화 강조→자유민주주의 중시
문 정부때 외면 ‘인권’ 내용 강화
5년 만에 개정된 통일교육 기본서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지속 등 한반도 상황을 고려한 윤석열 정부의 현실적인 북한관과 통일관이 반영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균형 있는 북한관 확립’이라며 외면했던 핵 위협과 독재체제, 인권 침해 등의 내용을 강화하는 등 ‘객관적 북한관 정립’에 무게를 뒀다. 또 평화·대화 등만 강조하던 통일교육 역시 자유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14일 통일교육원의 ‘2023 통일교육 기본방향’에 따르면 2018년 발간된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에서 통일교육 기본방향의 하나로 제시돼 있던 ‘균형 있는 북한관 확립’이 ‘객관적 북한관 정립’으로 바뀌었다. 북한에 대한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이지만 통일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협력의 상대”라던 규정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인 위협을 가해올 경우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 협력해 나올 경우 우리와 함께 평화통일을 만들어 나갈 협력의 상대”로 수정됐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며 무력 위협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고취’ 역시 통일교육 기본방향의 하나로 제시됐다. 2023년 판은 “우리가 구상하는 통일 한반도의 미래는 국가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 되고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와 복지, 존엄성이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2018년 판에서 1번으로 제시된 중점방향은 “통일은 우리 민족이 지향해야 할 미래”라는 것이었다.
분단 과정에서 발생한 6·25전쟁에 대해서도 2018년 판에는 ‘북한의 남침으로 발생했다’고 간략히 기술됐지만, 2023년 판에서는 남침을 승인한 구소련 문서 등을 반영해 ‘북한은 남침을 위한 치밀한 군사적 준비와 함께 중국과 소련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기습적 남침을 감행했다’고 상세히 설명했고 6·25전쟁의 피해 규모도 서술됐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언급도 2018년 판에서는 “출신 성분에 따라 주민들을 차별하는 등 주민들에 대한 인권 제한 및 침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에 불과했지만, 2023년 판에서는 생명권·건강권·교육권·사회보장권과 선택의 자유, 사상의 자유 등이 침해되는 현실이 상술됐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03-14 “민노총 반정부 구호 ‘북한 지령’ 밝혀져… 노조활동 아닌 북한 지시에 따르는 세력”
국힘 “국가전복세력 좌시안돼”
국민의힘은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관계자와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반미 시위와 윤석열 정부 퇴진 시위를 선동하는 내용의 지령문을 발견한 것과 관련해 “이적행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1월부터 경찰로 넘어가는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으로 원상복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화일보 2023년 3월 13일 자 1·4면 참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서 “국정원과 경찰이 민주노총 간부들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북한 지령문에는 작년 핼러윈 참사 때 투쟁 노선뿐 아니라 구체적 투쟁 구호까지 하달됐고, 민주노총은 이를 충실히 집회 현장에서 그대로 외쳤다”며 “종북 간첩단에 놀아나고 북한 노동당의 2중대로 전락한 민주노총의 추악한 민낯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의 모든 당력을 모아 종북 간첩단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게 나라냐’ ‘퇴진이 추모다’ 등 민주노총 집회에서 나온 자극적인 구호가 북한에서 하달된 지령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북한은 민주노총에 구체적인 구호뿐만 아니라 각종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윤석열 정부 퇴진운동과 대통령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반정부투쟁을 하라는 지령도 함께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이적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노총을 ‘대한민국 부정세력’으로 지칭하면서 “국가전복세력을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한·미 동맹 반대 등 노조 활동이 아니라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행동으로 보여왔던 세력”이라며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노동 개혁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약화하려는 수사라며 민주노총을 감싸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03-14 북한 ‘1인 독재’ 규정… 체제 민낯 그대로 전달
■ 통일교육 기본서 5년만에 개정
문 정부땐‘독재 정치’언급안해
14일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첫 통일교육 기본서는 북한 체제를 ‘통치자 우상화를 통한 무조건 충성을 요구하는 수령 중심의 1인 독재체제’라고 규정했다. 또 북한이 군사력을 계속해서 증강 중인 사실과 그로 인해 한반도 및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날 공개된 ‘2023 통일교육 기본방향’에 따르면, 제3장의 두 번째 주제 ‘북한의 이해’ 부분에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의 보편적 정치체제인 ‘1당 독재체제’이면서 노동당을 영도하는 최고지도자 1인의 절대 지배체제라는 특징을 갖는다”며 “통치자에 대한 우상화를 통해 주민들로 하여금 통치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충성하고 독재정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한다”고 기술했다. 이런 평가가 포함된 것은 북한 정치체제의 민낯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북한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데 기여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2018년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에서는 “북한의 정치체제는 당·정·군 위에 최고영도자가 군림하고 있는 유일지배 하의 당-국가체제”라며 독재 정치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통일교육 기본서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상황에 대해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는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핵·미사일 개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9월 핵 선제공격을 명문화한 핵무력정책 법제화 등을 소개하면서 “한반도 및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03-15 “천안함 전우들 희생 이제라도 바로 알려야”

326호국보훈硏 창설 토론회
최원일 前 함장이 소장 맡아
“천안함과 104명 전우들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던 자랑스러운 군인이었음을 이제라도 바로 알리고자 합니다.”
최원일(55·예비역 대령·사진) 전 천안함 함장은 오는 26일 천안함 피격 13주기를 앞두고 15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개최되는 사단법인 ‘326호국보훈연구소’ 창설 기념토론회에 앞서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천안함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다”며 연구소 창설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소 초대소장을 맡은 그는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국민의 분노와 유가족들의 슬픔은 극에 달했고 정치적 대립과 사회적 갈등도 심화됐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천안함에 대한 음모론과 함장을 포함한 장병들에 대한 욕설과 막말이 계속 나오고 있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천안함 안보’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최 전 함장은 “2013년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는 영화인 ‘천안함 프로젝트’ 시사회에 전·현직 국회의원, 장관들이 참석해 인터뷰하는 장면들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며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소행이 아니면 진보, 맞으면 보수라는 편 가르기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음모론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연구소 창설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생존장병 58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충분했는지 이제는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며 “국가가 어렵고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위해 기꺼이 헌신한 분들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훗날 대한민국이 풍전등화에 놓일 때 어떤 국민도 나라를 위해 선뜻 자신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용산구에 사무소를 연 326호국보훈연구소는 앞으로 천안함 전상자에 합당한 예우제도 연구, 천안함 생존 장병과 부상장병 등 국가를 위해 희생한 청년들을 위한 정책연구, 천안함 피격 바로 알리기, 천안함 기록 보관(아카이브) 사업 등의 활동을 전개한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03-15 “‘창원 간첩단’ 北지령받고 보수 유튜브 회원으로 위장”
검찰, 민중전위 4명 구속기소
검찰이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이적단체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관계자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15일 재판에 넘겼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이들은 보수 유튜브 채널에 회원으로 위장하고 보수 매체에 대한 폐간 여론 조성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을 적극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이날 자통 총책 황모 씨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및 범죄단체 활동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의 지령에 따라 노동자대회, 시민단체연대 촛불집회 등을 활용한 정권 퇴진·반미 운동 외에도 유튜브와 SNS상 유언비어 유포, 청와대 국민청원을 활용한 여론전 등을 실행, 추진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된 조직원들은) 온라인 공간에 댓글팀의 침투를 지시하고, 국민청원과 촛불집회 등 새로운 활동 방법을 적극 활용한 여론조작을 지시했다”며 “시대 변화에 맞춰 대남공작 방식이 진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북한이 이들 단체에 내린 지령 중에는 특정 언론사 폐간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 참가자 수를 늘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자통이 북한 대남공작사업을 총괄하는 문화교류국과 연계돼 있다고 판단했다. 문화교류국은 대한민국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하는 대남공작기구다. 이날 기소된 4명도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지령을 받았다. 북한 지령문에는 조직원의 거주지 이동을 파악하거나 보고하지 않은 점을 질책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문화일보 윤정선·김무연 기자
03-16 대선 여론조작 괴담 원점도 北이라는 ‘간첩단’ 수사 결과
핼러윈 참사 시위 구호에 이어 대선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우리 사회를 혼란과 갈등에 빠트렸던 각종 괴담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유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상황과 주제 등을 겨냥한 괴담 논리와 구호 등은 ‘깨알 지령’이라고 할 만큼 정교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시민단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아낸 수억 원의 보조금이 이적 활동을 위한 조직원 인건비로 사용된 사실도 밝혀졌다.
15일 발표된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 수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2021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에 오르자 ‘보수정권 부활은 제2의 노무현 참극을 불러온다’는 여론전을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댓글 팀들이 태극기 부대를 사칭해 윤석열 대망설은 보수 난립을 노린 민주당 술책이라는 괴담을 유포시키라”는 지령도 내렸다.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논란이 된 윤 대통령 비공식 발언에 대해 ‘외교참사’란 카드 뉴스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뿌리도록 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한반도에 미칠 재앙과 ‘괴물고기 출현’ 등의 괴담을 인터넷에 유포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심지어 보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댓글·만평을 올리는 역공작을 펼치라는 지침도 보냈다고 한다.
북한이 원점인 이런 괴담 지령은 대부분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 경남진보연합 등의 시민단체는 지난해 10월 ‘윤석열퇴진운동본부’를 구성했다. 그중 5개 단체는 지자체로부터 남북교류사업 보조금 명목으로 4억6000만 원을 받아 민중전위 조직원 인건비로 활용했다고 한다. 진보당에 조직원을 침투시켜 당직을 맡게 한 뒤 정계 진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폐지를 강행했다. 제주의 ‘ㅎㄱㅎ’,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민노총 관계자 수사도 만전을 기해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 대공 수사 역량의 획기적 강화 조치도 화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3-16 노동계 정치권 대상 北공작 심상찮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연초에 터진 제주간첩단, 창원간첩단(자통 민중전위), 민노총 침투 간첩단 등을 수사하던 당국은 북한이 내린 반정부투쟁 지령과 일치하는 구호가 각종 시위 때 등장했음을 확인했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당시 등장했던 ‘모든 통일·애국 세력이 연대해 대중적 분노를 유발하라’는 내용이나 핼러윈 참사 시위 현장에 단골로 등장했던 ‘퇴진이 추모다, 국민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등의 구호가 그것이다. 심지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의 장기 파업에도 간첩단이 연계됐음이 드러났다.
또한, 지난해 6월 북한은 창원간첩단에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지령했는데 7월에 열린 민노총 주최 노동자대회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11월 지령한 ‘제2의 촛불 국민대항쟁’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포섭된 간첩들이 지령을 받아 반미·반정부 등 각종 투쟁을 주도하고 투쟁 구호까지 북한과 일치한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 8월 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시도도 북한의 지령이었음이 2011년 적발된 왕재산간첩단 지령문에서 확인됐다. 1988년 1월 18일을 기점으로 5월까지 서울대 등 대학가에 ‘KAL기 사건의 진상’이라는 대자보가 게시된 적이 있다. 주 내용은 KAL기 폭파 사건이 남한 당국에 의해 조작됐다는 것인데, 이는 같은 해 1월 15일 자 북한중앙방송(‘구국의 소리방송’)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토씨만 몇 개 바꿔 북한 방송문을 그대로 옮기며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
이번에 적발된 간첩단들이 충성맹세문을 작성해 보고했다는 것도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국내 간첩들은 매년 김일성·김정일 생일 때나 당 창건일 등 북한의 주요 행사 때 어김없이 충성맹세문을 보낸다. 2011년 왕재산 간첩단, 2021년 적발된 청주간첩단의 대북 보고문에서도 충성맹세문이 발견됐다. 창원간첩단의 경우 규약에 이 조직이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 조직’이라며, ‘김정은 원수님을 우리 혁명의 수령으로 받들겠다’고 명시한 바 있다.
북한은 정권 목표인 한반도의 공산혁명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과 무관하게 계속 간첩 공작을 펴고 있다. 김일성은 생전에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이 남한 혁명은 남한 인민이 주도해야 한다’면서 북한을 혁명기지로 삼아 남조선 인민들의 혁명역량을 지원하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민주기지론에 입각한 대남혁명 강화 노선이다. 1964년 2월 27일 당중앙위 제4기 8차 전원회의에서 김일성이 제시한 남한혁명역량 강화 노선은 △남한 내 반정부투쟁 지원 △남한 인민의 정치사상적 각성(종북의식화) △지하당 구축과 통일전선 형성 △반혁명역량(주한미군과 국군, 대공수사기관, 국가보안법)의 무력화다.
이에 따라 간첩들이 각종 대규모 집회 때 개입해 선동하는 것은 우리 내부의 정치·경제·사회 등 제 부분에 혼돈상태를 조성해 이른바 혁명의 결정적 시기를 앞당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 직파 간첩과 국내 포섭 간첩들은 남북한과 해외를 오가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정권 타도와 공산혁명 완성을 위해 다방면의 공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아직 적발하지 못한 제2, 제3의 간첩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문화일보
03-16 北, 공군1호기 이륙 2시간30분전 도발…尹 “분명한 대가 치를 것”

■ 한일회담 겨냥 ICBM 기습발사
고각 발사로 1000㎞ 날아가
윤석열 “FS 훈련 더 철저히 수행
계획중인 훈련도 고강도 실시”
한미 군수뇌부 긴급 공조 회의

▲지난달 공개된 고체연료 ICBM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북한 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행진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 연합뉴스
북한의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탄 공군 1호기가 이륙하기 2시간 30분 전 기습적으로 감행됐다. 윤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분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북한 ICBM은 오전 7시 10분쯤 정상각도(30∼45도)보다 높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일본 방위성도 북한 ICBM이 최고 고도 약 6000㎞로 발사돼 70분가량 비행한 뒤 오전 8시 18분쯤 홋카이도(北海道) 오시마오시마(渡島大島) 서쪽 약 200㎞ 지점인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북한 ICBM 발사 포착 직후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용산 대통령실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개최된 긴급 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어떠한 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을 철저하게 수행하라”며 “계획된 공중강습 및 항모강습단 훈련 등 연합훈련을 강도 높게 실시하라”고 강조했다. 또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라”고 당부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 ICBM 발사 상황을 공유하고 방위태세를 점검했다. 합참은 이날 김승겸 합참의장이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한·미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역시 이날 오전 NSC를 열어 대응 방침을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총리 관저에 들어가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관계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동맹국과의 협력을 한층 긴밀히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전략 순항미사일을 포함하면 올해 들어 8번째로, 지난 14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 발사에 이어 이틀 만이다. 북한은 FS 연합연습과 한·일 정상회담을 겨냥해 최근 이틀에 한 번꼴로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에도 23일까지 FS 연습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20여 개 야외실기동훈련(FTX)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03.19 ‘김정은 신드롬’ 찬양 글도 썼다... 민주 NL계 보좌진들 행적
문재인 정부 당시 종북 성향 단체에서 활동했던 NL계열의 인사들이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속했던 단체는 외견상으론 일반 시민사회단체로 비치지만, 활동 내용으로 보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북한 정책을 연구·추종하는 행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이들 상급 단체 중에는 이적단체로 지정된 곳도 적지 않다.
이들의 과거 행적을 두고선 민주당 내에서조차 공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이들이 지녔던 신념이나 가치가 당과 상반되거니와 이것이 각 의원실 의정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사상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문제는 그 신념이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니 이들 목소리가 민주당의 가치인지 자기네들의 가치인지 알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연구발표대회’ 주도한 의원 비서관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의원 보좌진은 대부분 운동권 출신으로, 특히 친북 성향인 NL(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 계열의 주사파(주체사상을 이념으로 삼은 운동세력) 활동에 앞장서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사파와 이들의 종북 활동은 2013년 내란 음모·내란 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이석기 전 의원의 구속기소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한동안 잊혔지만, 여전히 정치권에 발을 들이며 명맥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주간조선 취재에 따르면, 2010년대 말까지 종북 성향 단체 임원직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오다 민주당 의원실로 들어가 근무 중인 인사는 일단 두 명으로 확인됐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의 선임비서관 A씨와 한 중진 의원의 보좌관 B씨다.
A씨의 경우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00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14기 의장을 역임했다. 한총련은 1990년대 이적단체로 규정된 바 있다. A씨는 한총련 활동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A씨는 민주당에 몸담기 전에는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민중당 당원으로 활동했었다.
눈여겨볼 점은 그의 ‘국민주권연대’ 활동이다. 국민주권연대는 2017년 8월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등 6개 단체가 연합해 만든 조직체다. 민권연대의 경우 2010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고 해산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를 계승한 단체다. 국민주권연대 공동대표인 윤기진씨 또한 이적단체에 가입해 구성원을 밀입북시키고 북한을 찬양하는 유인물 배포 혐의로 2008년 징역 3년의 실형을 받기도 했다. A씨는 이 국민주권연대에서 사무총장직을 맡는 것은 물론 2019~2020년 당시 국민주권연대의 서울 조직인 서울주권연대 공동대표직을 맡기도 했다.
A씨가 몸담았던 국민주권연대는 국내에서 북한 추종 활동으로 의심되는 활동을 해왔다. 매년 개최하는 이른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구발표대회’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발표대회에선 구성원들이 팀을 나눠 북한 정책을 주제별로 분석하곤, 이를 가장 뛰어나게 설명한 한 팀에게 상을 수여한다. 지난해 연구발표대회 출품작으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눈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어머니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복받은 대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유훈정치’ 등이 있었다. 당시 한 심사위원은 “심사하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18년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기 위한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을 주도한 것은 물론 매주 ‘용광로’라는 이름의 기관지를 발행해 북한의 관점에서 국내외 현안을 분석하고 있다. 최근 기관지에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필요성’ ‘대북제재 무너뜨릴 판도라의 상자 해외동포권익옹호법’ ‘조선인민군 칭송’ 등의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A씨가 이 모든 활동을 중단한 건 2020년 4월 총선 당시 선거를 도왔던 민주당 의원이 당선된 직후다. 그는 해당 의원의 선임비서관으로 발탁됐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A씨는 돌연 선임비서관직을 그만두고 남양주시 경기도의원 민주당 예비후보로 경선에 나섰다가 낙마했다. 그러곤 다시 기존 선임비서관직으로 재채용됐다.
‘세계 놀래킨 김정은 신드롬’ 작성한 보좌관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는 B씨의 경우 2015년부터 인터넷신문 ‘nk투데이’ 기자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nk투데이는 ‘북한전문통신’으로 2016년 일부 기사 내용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곳이다. nk투데이는 북한의 정치·사회·문화·경제 등 다양한 이슈를 보도하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대부분 친북 성향을 띠고 있다. 심지어 nk투데이가 올린 한 영상에선 “미국이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 쏜 폭탄이 2차 세계대전 기간 태평양 전역에 쏜 폭탄보다 많다”며 “이에 북한은 자기 방어가 필요했다”며 핵개발을 정당화했다.
B씨의 글은 2015~2018년 nk투데이 기자 명의로 인터넷신문 ‘자주시보’에도 매주 올랐는데, 자주시보는 2015년 종북 논란으로 폐간된 ‘자주민보’가 발행인 명의만 바꿔 사실상 재창간한 언론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주시보의 논조는 nk투데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주시보에서 B씨의 글은 기사나 칼럼 형식을 취했다. 대표 글로는 ‘오토 웜비어 사건 기자회견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북한에서 말하는 군인정신이란?’ ‘북한 아파트 내부 모습 전격 공개’ ‘금융정보화시스템이 북한 전역에 확대된다’ 등이 있다.
특히 2018년 5월 11일에 쓴 ’세계를 놀래킨 김정은 신드롬 어디까지 퍼지나?’에선 “남북정상회담, 남북탁구단일팀 결성, 남북관계가 숨가쁘게 달려오면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이 국내에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칭송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아진 현상을 ‘김정은 신드롬’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B씨가 활동했던 nk투데이나 자주시보는 앞서 A씨가 몸담았던 국민주권연대 활동도 시의성 있게 다수 기사화했다. 일부 주요 내용은 유튜브 영상으로 재편집되어 업로드되기도 했다. nk투데이와 자주시보는 2018년 조직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의식화 사업에 활용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대진연은 이들 매체를 애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대진연은 한총련의 후신으로 종북주의를 표방하며 주한미국대사관, 용산 미군기지 등에 난입한 바 있다.
이들 종북성향 보좌진과 관련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미 2010년도부터 들어와 민주당화된 게 벌써 10여년이 됐으니 추정되는 인물은 더 많으나 구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가 공고히 되면서 NL계열의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대거 들어온 데 따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를 지역 거점으로 성장한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을 과거 성남시장 당시 성남시 인수위를 비롯해 주요 요직에 대거 기용했고, 경기도지사 당시엔 한총련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바 있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적으로도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일련의 사안에 대해 A씨는 주간조선과 통화에서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국민주권연대 활동) 관련해서도 특별히 할 이야기 없다”고 말을 아꼈다. B씨는 주간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관련 기사를 쓴다 해서 다 친북인지 모르겠고 나름 객관적으로 쓰고자 노력했다. 보면 외신들을 번역한 것도 다수다. 2018년 남북관계가 좋을 때 썼던 기사들인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난다. 자주시보 글은 직접 기고한 게 아니라 그쪽에서 구독료 없이 가져가 올린 것으로 그런 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활동 기간에 대해선 “당 활동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 당 가입은 그 다음(nk투데이 기자)에 한 것 같다”며 “대학 때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전신) 활동도 하긴 했다”라고 설명했다.
주간조선 취재가 시작되자 자주시보에 올랐던 B씨 글은 3월 15일을 기점으로 모두 사라졌다.
주간조선 이성진 기자
03.20 “대북 전단 코로나 유입” 北 주장 본뜬 文 정부의 외교 문서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면서 ‘전단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북한에 유입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설명 자료를 주한 외국 대사관에 보냈다고 한다. 일부 탈북자가 바이러스를 묻힌 물품을 북한에 보내 코로나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북한 측의 황당한 주장을 우리 외교 문서에 공식적으로 담은 것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허겁지겁 만든 설명 자료였다. 미 의회와 국무부는 물론, 유엔과 옛 공산권 국가까지 대북전단 금지법에 우려를 표시했었다.
전단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는 주장은 가짜 뉴스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전단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가 북한까지 살아서 날아가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바이러스가 묻었다 해도 풍선이 상공으로 올라가면 자외선에 사멸된다”며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북한 측의 억지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여정 하명법’이다. “법이라도 만들라”는 김여정의 말이 떨어진 지 4시간 만에 통일부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법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관들조차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도 압도적 의석으로 강제 종료시켰다. 문 정부는 김여정이 ‘코로나가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들었다’는 당시 외교장관 발언을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비난하자 한 달 뒤 장관을 경질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법 통과 후에도 “남조선 것들의 물건을 코로나 유입 매개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법을 만든 배경부터 비상식적이었고, 그 내용은 위헌적이며, 통과 과정도 비민주적이었다. 권영세 현 통일부 장관은 “절대적 악법”이라고 했다. 헌재는 속히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국회는 법을 바꿔야 한다. 김여정 하명법이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조선일보 사설
03.20 북한발 가짜뉴스 없다고 할 수 있나
지난달 2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에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심의가 한 건 올라왔다. 민노총 홈페이지에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이 보낸 글을 올려 놓아도 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해당 글에서 북한은 최근 한미동맹 강화를 남한 보수 집권세력의 친미사대주의의 결과라면서 한미합동군사연습 반대 투쟁에 노동자들이 함께 나서자고 했다. 이 게시물이 이적 표현물인지에 대해 5명으로 구성된 통신소위는 다수(3명) 의견으로 ‘해당 없음’ 결론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 보호’ ‘다양한 사상과 주장을 인정할 필요성’ 등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그 결과 ‘주체111(2022)년 8월 13일’로 작성일이 명기된 이 글은 지금도 민노총 자료실에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구성된 방통심의위에서 내린 결정이다.
최근 경남 창원에서 적발된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사건을 보면, 방심위 결정은 너무 순진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자통 사건은 우리가 추구해온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다양성 등이 북한 같은 집단이 남한 여론을 유린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활동 공간은 이미 소셜미디어 공간으로 옮겨와 있다. 검찰에 따르면, ‘보수 유튜브 채널에 회원으로 위장 가입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댓글을 게시하라’든지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 괴물고기 출현 등 괴담을 유포해 반일 감정을 고조하라’는 식의 깨알 지령이 북으로부터 내려왔다. 북한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서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해 꽤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작년 10월 29일 핼러윈 참사 직후 하달됐다는 ‘퇴진이 추모다’ 구호의 경우, 참사 직후 처음 열린 11월 5일 주말집회에 곧바로 같은 문구가 씌어진 팻말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 팻말 든 시위대 모습은 ‘자주시보’라는 친북 성향 매체에 당일 실시간으로 집중 보도됐다. 여기엔 내적 연관성이 존재할 것이다.
수백만 명이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만나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은 일종의 복잡계 현상이다. 일반적 물리 법칙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원인과 결과를 쉽게 찾기도 힘들다. 대신 미세한 사건이나 글귀 하나가 마치 ‘폭포’(information cascade)처럼 여론을 만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언어를 씨(seed)처럼 대중의 뇌리에 심는다는 말도 한다. ‘퇴진이 추모’ ‘후쿠시마 오염수’ 식으로 한번 뿌려진 언어의 씨앗은 좀처럼 사라지지도 않는다. 여기엔 큰돈이나 조직도 필요하지 않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사로 유명한 스티브 배넌이 트럼프 출마 2년 전 ‘장벽 건설(build the wall)’ 등의 문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인터넷에서 시험해본 일화는 유명하다.
러시아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란 회사는 수백 개 트위터와 페이스북 허위 계정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영국 특정 지역에서 동유럽 이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유의 글을 유포했다. 가디언 등 영국 주요 매체가 탐사보도와 현장 확인을 통해 그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밝혀냈을 때는 이미 브렉시트 투표가 끝난 후였다.
미국 예일대의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는 저서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The Road to Unfreedom)’에서 “자유 세계의 혼란 자체가 러시아와 같은 전체주의 국가의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갈파했다. 우리의 경우, 남한 내 혼란은 곧바로 북한의 체제 유지에 이롭게 작용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이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아이러니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철 지난 공안몰이’라고 폄훼할 일은 결코 아니다. 북한에서 만든 가짜 뉴스와 선동 문구가 대중들 머릿속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은가.
조선일보 신동흔 기자
03-21 서해 55 용사 기리는 ‘불멸의 빛’ 서울 하늘에 켜진다

22~24일에 전쟁기념관서 점등
서해수호의날 맞아 대규모 훈련
제8회 서해수호의 날(24일)을 맞아 ‘서해수호 55 용사’를 기리는 ‘불멸의 빛’(사진)이 서울 하늘에 켜진다. 해군은 또 서해수호의 날에 맞춰 전 해역에서 대규모 해상 기동훈련에 들어갔다.
국가보훈처는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수호 3개 사건으로 전사한 55명의 용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22∼2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불멸의 빛’을 점등한다고 21일 밝혔다. 조명은 사흘간 매일 오후 8시부터 55분간 전쟁기념관 광장 중앙에서 켜진다. ‘불멸의 빛’은 서해를 수호하는 임무 수행 중 희생된 55 용사를 상징하는 55개의 조명과 함께 서해수호 3개 사건을 의미하는 3개의 큰 빛기둥을 만들어 하늘을 향해 표출한다. 지난해에는 서해수호 55 용사가 잠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켜졌지만 올해는 추모 분위기 확산 차원에서 서울로 옮겼다.
한편 해군은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이날부터 24일까지 동·서·남해 전 해역에서 실사격을 포함한 대규모 해상 기동훈련을 펼친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03.22 [단독]'인공기 든 유관순' 그린 초등생...간첩, 나랏돈으로 이런 교육
‘창원 간첩단’ 사건과 관련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가 연계 시민단체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아 친북 교육을 한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지난 15일 자통 총책 황모(60)씨 등 회원 4명을 구속기소하며 공소장에 사단법인 ‘하나됨을 위한 늘푸른삼천’, 통일엔평화, 6·15경남본부, ‘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통일촌’을 자통 연계 단체로 적시했다. 자통이 북한의 지령을 받는 창구였다면, 이들 연계 단체는 자통 회원들이 지령을 이행하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자주통일민중전위 소속 회원들이 지난 1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북한은 자통에 “상위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행정 조직과 기구에 침투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검찰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자통이 연계 단체들을 이용해 지자체의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거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 의사 결정에도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자통 연계 단체들은 경남 창원시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남북교류협력, 북한 관련 대중 강연, 역사 교육, 평화콘서트 등의 사업을 추진하며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억6000만원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자통 회원들은 연계 단체의 임원이나 강연 연사 등으로 활동해왔다.
자통 회원들은 경남평화교육센터의 ‘찾아가는 시민평화통일교육’의 강사로도 활동하며 반미·친북 교육에 주력했다. 교육 대상은 경남의 초·중학생들이었으며, 경남도교육청과 경남도로부터 연간 600~24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았다. 자통 회원 중에선 기소된 정모(44·여)씨와 피의자 이모 씨 등이 강사로 활동했다.
방첩당국이 확보한 교육 참가자들의 후기에는 “북한이 좋은 나라였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유관순 열사가 손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합성한 깃발을 흔들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늘푸른삼천은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한다며 설립됐다. 늘푸른삼천은 북한 황해도 상원군의 상원통일양묘장 유지 보수, 혈액주머니 15만개 제공을 위해 2018년 중국 선양에서, 그리고 2019년 금강산에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의 림용철 부위원장, 강승일 과장 등을 만나기도 했다.
경남도 내에서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소년 평화통일 기자단(3600만원) ▶남북 대학생 교류(3527만원) ▶통일 강연(300만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 검찰은 통일촌 회원이자 늘푸른삼천 이사장인 A씨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북측 관계자를 접촉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확인된 통일촌 회원만 20여명에 달하는 만큼 검찰은 자통 회원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확보된 지령 내용을 토대로 공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지령과 활동 내용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장에 반영할 수 없었다”며 “추가 지령문을 포함해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창훈·김철웅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03.23 “세월호처럼 분노 분출시켜라” 北, 핼러윈 뒤 민노총에 지령
작년 11월 핼러윈 참사 직후 조직국장에 정부 공격 주문
민노총 선거 시작되자, 김정은에 “기쁜 소식 보고할것”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가정보원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가 핼러윈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 북한으로부터 ‘참사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키는 활동을 하라’는 지령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22일 입수한 A씨의 대북 보고문과 대남 지령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15일 A씨에게 보낸 지령문에서 윤석열 정부 공격을 주문했다. 지령문은 사흘 전(11월 12일) 이뤄진 핼러윈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를 언급하면서 “윤석열 퇴진 함성이 서울 시내를 뒤흔들어 놓은 것”이라며 “2014년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낸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투쟁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11월 12일 당시 서울 숭례문에서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열었는데 이 집회 이후 촛불 집회에 합류했었다. 민주노총이 당시 촛불 집회 합류 일정을 공지한 포스터엔 “국가는 없었다. 대통령이 책임져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북한 지령문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정부 책임론을 최대로 부각시키면서 윤석열 패거리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진단했다. 북은 이어 “이런 분위기를 전술적으로 잘 이용해 나간다면 집권 초기부터 극심한 통치 위기에 시달린 윤석열 역적패당에게 보다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며 “이번 특대형 참사를 계기로 사회 내부에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투쟁과 같은 정세 국면 조성에 중심을 두고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키기 위한 조직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했으면 한다”고 지시했다. 민주노총은 한 달 뒤인 12월 6일 ‘전국 동시다발 민주노총 총파업 총력 투쟁 대회’를 열었다.
국정원은 지난 1월 18일 서울 중구 정동의 민주노총 본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 제주 세월호 제주기억관 평화쉼터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 수색했다. 정보 당국은 당시 이뤄진 압수 수색 분석을 통해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가 대북 지령을 여러 번 받고 대북 보고문도 여러 건 작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2020년 9월 29일 대북 보고문에서 “산별 모임에 사회연대포럼 민주당 세력과 통합노동연대 B씨 등 일부 중앙파(민주노총 내부 강경파)와 현장실천연대가 함께하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을 ‘지사장’으로 북한의 김정은을 ‘총회장님’으로 지칭하면서 “조만간 기쁜 소식을 총회장님께 보고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보고문에서 “지사장(A씨)의 판단은 선거도 중요하지만 철저히 총회장님이 제시하신 회사 활성화와 진보 정당 재편 방향에서 선거를 치를 계획”이라고 했다. A씨가 대북 보고문을 보낸 날은 민주노총이 위원장 공식 선거 일정을 공고한 직후였다. 민주노총은 당시 민주노총과 지역본부 임원 동시 선거를 치렀고 그해 12월 양경수 현 위원장 지도부가 당선됐다. 양 위원장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같은 ‘경기동부연합’ 출신이자 대학 동문이다. 당시 민노총 선거에는 총 4개팀이 출마했는데 A씨가 함께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고 북에 보고한 중앙파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
A씨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2021년 4월에는 북한에 남한의 정치 지형 및 정세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다. A씨는 2021년 4월 2일 자 대북 보고문에서 “촛불 운동으로 기존의 정치 행태에 철퇴를 가했지만 보수 양당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변혁당, 녹색당은 사분오열되어 있다”고 했다. 또 “영업 1부는 이익 집단이자 귀족 노조라는 낙인으로 진보라는 가치조차 빼앗긴 형국”이라고 했다. 영업 1부는 민주노총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A씨가 대북 보고문을 보낸 날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에 따른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광역단체장 2명과 기초단체장 2명,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을 뽑는 선거를 치르기 닷새 전이다. 당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판세는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시장과 박형준 시장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였다.
A씨는 2021년 6월 27일 대북 보고문에서는 “현장 활동가 조직 확장과 관련한 조직 건설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대선 시기 모인 성원들의 면면이 현장 대중에게 민주당 경향성에 대한 오해로 비쳐질 수 있는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A씨는 보고문에 현장실천연대의 C씨와 D씨 실명을 적시하면서 이들로 인해 대선을 앞둔 조직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북한은 A씨에게 이태원 참사 이후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와 대선 등 국내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진보 세력의 영향력을 확대하라는 취지의 지령을 내렸다. 지난해 3월 대선 직후 북이 보낸 지령문에는 “(진보 운동 세력이) 각 지역에서 지지 세력을 확대해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적시되어 있다. 지령문은 당시 남한 정세에 대해 “현재 윤석열 패거리들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한 데 이어 민주당 수중에 장악되어 있는 80%의 지방 권력까지 빼앗아 보수 정치 실현에 유리한 정치 구도 구축 목적 아래 필사적으로 발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은 분위기를 활용해 진보 운동 세력 확장 기회로 활용하라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김정은 시대 대남 공작의 당면 목표는 윤석열 정부의 정권 기반을 무력화하여 적화통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집약된다”며 “지하당 구축 공작과 병행해 이른바 ‘진보 정당’ 구축 및 침투를 위해 진력해 왔는데 향후 국회의원 총선거 등 권력 재편기 등에 대응하여 정치 공작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03-23 尹퇴진 시위 지령 따르고 北에 정세 보고한 민노총 간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조합원이 100만 명을 넘고, 강성 투쟁을 통해 노동 현장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쳐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는 정권의 ‘대주주’로 불리면서 가위 무소불위 행태를 보였다. 이런 민노총의 핵심 간부가 최근까지 북한 대남 공작기관과 연계돼 있었다는 수사 내용은 충격적이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는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A씨 등 4명에 대해, 국가정보원과 국가수사본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북한 지령에 따라 윤석열 정부 퇴진 시위 등을 주도해왔다고 한다. 민노총 위원장 선거 등 정세를 북한에 보고하기도 했다. 특히 조직쟁의국장은 산하 산별 연맹과 지역 연맹을 총괄하는 실세로 국가 안보·기밀 사항을 파악할 수 있고 파업 등을 통해 국가 기간망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직책이다. 국정원 등이 지난 1월 민노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지령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A 씨에게 ‘(핼러윈)참사를 계기로 윤 정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키는 활동을 하라’고 지시했다. 민노총은 같은 달 12일 전국 노동자대회 이후 촛불 집회에 합류했다. 대선 이후에는 “윤석열 패거리들이 민주당에 장악된 80%의 지방권력까지 빼앗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악하고 있다”며 ‘진보 운동 세력 확장하라’고 주문했다. A 씨는 민노총 위원장 선거 일정 공고 직후 자신을 ‘지사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총회장님’으로 지칭하면서 “조만간 기쁜 소식을 보고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보고문을 보냈다.
민노총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한 A씨는 2016년부터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했고 공작금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민노총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 등 3명의 공작원 접선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혐의는 제주 간첩단 ‘ㅎㄱㅎ’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다고 한다. 최근의 창원·제주·청주 간첩단 사건 사이의 연계성도 있다고 한다.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발본색원해야 한다. 대공 수사 체제의 전면 보완도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3-23 김정은 ‘총회장님’· 남한 조직 ‘이사회’로 지칭… 북한, 보수갈등 댓글팀 가동·유튜버 고발전도 하달

■ 창원간첩단에 활동 세세히 지시
“총회장님께 조만간 기쁜소식”대북 보고
북한의 국내선거 ‘노골적 관여’ 방증
북한은 지령을 내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총회장님’으로, 남한 조직은 ‘이사회’로 지칭하고 선동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구속기소된 ‘창원 간첩단’의 경우 북한 문화교류국 지령을 받아 국내 보수단체 대립을 조장하고 댓글팀 가동, 보수 유튜브 고발전까지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 간첩단과 지령을 주고받으면서는 남한 내 조직을 ‘이사회’라고 불렀다. 2022년 11월 지령을 내리면서 ‘“이사회에서는 ○○○역도놈의 퇴진집회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확대하라”고 언급했다. 민주노총 조직국장 A 씨는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활동한 뒤 작성한 대북 보고문에서 자신을 ‘지사장’으로, 김 위원장을 ‘총회장님’으로 지칭하고 “조만간 기쁜 소식을 총회장님께 보고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보고문에 “지사장(A 씨 본인)의 판단은 선거도 중요하지만 철저히 총회장님이 제시하신 회사 활성화와 진보 정당 재편 방향에서 선거를 치를 계획”이라고 썼다. A 씨가 대북 보고문을 보낸 날은 민주노총이 위원장 공식 선거 일정을 공고한 직후로, 북한이 A 씨를 통해 국내 각종 선거에 노골적인 관여를 시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 창원 간첩단 일당은 보수 유튜버 채널에 대한 고소고발전을 진행하는 등 보수단체 대립 갈등을 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 조직의 핵심 일원은 2019년 6월 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댓글 등을 달아 법적 문제를 일으키는 등 역공작을 펼쳤다. 이들은 2021년 7월에는 특정 언론사 폐간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 등 활동에 대한 지시를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보다 두 달 앞선 같은 해 5월에는 일본 방사능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한 일본과의 갈등 조장, ‘대북전단’ 살포 반대 여론전 전개 등을 지시 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03-23 “역도놈 퇴진 촛불시위”…북한, 민노총·창원간첩단에 ‘깨알 지령’
■ 북한, 대남여론 공작 지시
선거 등 정치일정 철저히 맞춰
보수후보 당선 저지 활동 시도
핼러윈 참사땐 “분노 분출하라”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 투쟁”
“반일 유언비어 유포”등 명령도
방첩당국은 북한의 민주노총 조직국장과 창원 간첩단 등에 대한 지령이 한국의 보수 정당 집권과 정권 유지, 한·미·일 공조를 막고 정치·사회 혼란을 유발시키기 위한 목표하에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한·미 정상회담 비난, 일본과의 갈등 여론 조성에도 북한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정치 관련 북한의 지령은 재보궐선거와 대선,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에 철저히 맞춰 보수 성향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창원 간첩단과 연계된 국내의 이적단체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관계자들에게 “보수세력이 떠들고 있는 정권 심판론을 폭로·분쇄하기 위한 집중투쟁을 조직·전개하라”고 지시했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11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2의 촛불국민대항쟁을 일으키는 데 목표를 두고 촛불시위를 확대해나가라”는 지령도 내렸다. 북한은 같은 시기 민주노총 조직국장 A 씨에게도 “참사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키는 활동을 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에도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반대 투쟁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지난해 6월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강력한 대북압박 공조를 구걸하면서 미국의 반공화국(반북한) 압살 정책에 편승, 북에 대한 대결 흉심을 드러냈다”며 자통 측에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 촛불집회 등을 벌이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2021년 5월엔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반일감정 심화를 위한 활동과 유언비어 유포를 지시하면서 “남한과 일본의 대립과 갈등을 되돌릴 수 없을 지경으로 몰아넣는 투쟁을 진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또 대북전단과 관련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저지하기 위한 집중투쟁을 조직적으로 전개하라”는 지령도 내렸다.
북한은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개적인 폭력 혁명 논의는 자제하라고 하달했다. 북한은 또 노동조합과 농민·학생 단체에 침투해 동조자를 포섭하고, 이들을 반정부 투쟁에 동원하라는 지령도 자통 측에 내렸다.
문화일보 조재연 기자·정충신 선임기자
03-23 22일 순항미사일 4발 쏜 北 ‘이례적 침묵’ 이유는?
이종섭 "어제 北순항미사일은 4발…핵탄두 소형화 상당히 진전"
‘북 핵무기 실전배치 임박했느냐’ 질문엔 "상당 수준 와 있어"
‘미사일 발사’ 바로 공개하더니 어제 순항미사일은 ‘침묵’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북한군이 22일 오전 10시15분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발사한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4발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전날 발사한 순항미사일 4발과 관련해 23일 오전 관련 보도를 내지 않고 ‘이례적인 침묵’을 지키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함흥 발사 순항미사일은, 북한이 지난달 23일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으로 일명 ‘북한판 토마호크(KN-27)’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장관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국민의힘 소속 신원식 의원으로부터 전날 북한이 쏜 순항미사일이 몇 발이냐는 질문에 "4발로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확하게 탐지했느냐는 후속 질문에 이 장관은 "정확하게 했다"며 "1차 분석을 했고 좀 더 정밀하게 한미가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과 전술유도무기 탑재 가능성에 대해 이 장관은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됐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최근 북한이 얘기하는 전술유도무기 체계 몇가지에 탑재 가능하다고는 보고 있지 않지만 가능성에 대해 한미가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그는 ‘북한 핵무기가 실전배치 임박한 수준에 와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도 "상당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전날 이뤄진 순항미사일 발사 소식을 24시간이 지나도록 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침묵’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이튿날 이를 관영매체에 실었다.
이달 들어 9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 14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 16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 19일 SRBM 1발 등 5차례 도발 때마다 이런 패턴이 이어졌다.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발사의 정치적·군사적 의미를 선전하는 한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에 대해 비난하며 한미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북한이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즉각 보도하지 않는 것과 관련, 우선 특별히 내세울 군사적 의미가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 무기의 시험발사가 아닌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이라면 굳이 보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경우 아예 보도를 건너뛸 수도 있지만, 향후 다른 훈련과 묶어 한꺼번에 공개할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여러 번에 걸쳐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10월 10일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발사훈련’이었다며 일괄 공개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오늘도 아마 (한미연합) 훈련 막바지에 대해 또 대응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묶음으로 (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사실에 침묵한 게 아주 드문 것도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이후 한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미사일의 종류나 발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기도 했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3.24 열차·호수·땅속·車·골프장·절벽… 北, 어디서든 쏜다
北미사일 발사방식 어디까지 진화했나
북한이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종료 하루 전인 지난 22일 함경북도 함흥에서 동해상으로 총 4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3일 국회 국방위에서 밝혔다. 당일 경북 포항 근해에선 한미 연합 해상 훈련, 부산 해군 기지에선 미 상륙함의 입항식이 진행됐다. 북한이 이를 겨냥해 도발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언제 어디서 쏠지 모르는 북 미사일
이번 순항미사일은 해안가 거북 등껍질 형상의 바위 절벽인 ‘귀경대(또는 구경대)’ 인근에서 발사됐다. 북한은 사흘 전인 19일엔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 인근 야산에서 땅속에 설치한 사일로(silo·발사관)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는데, 이번에는 해안 절벽이라는 지형을 이용해 미사일을 쏜 것이다. 북한이 탐지와 요격을 피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 쏠지 예측하기 어렵게 미사일 발사 위치·방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전투기 등 공중 전력이 한미에 절대적 열세인 점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이 전 지역을 미사일 요새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미사일 플랫폼(투발 수단)은 차륜 이동식 발사대(TEL)다. 북한은 미 정찰 자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기동성을 갖춘 TEL을 20여 년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 초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군사전문인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약 200대의 TEL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미 감시에 혼선을 주기 위해 가짜 TEL도 운용 중이다. 지난 16일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때도 평양 순안 비행장 활주로에서 TEL을 이용했다.
북한은 차륜 TEL에 이어 2021년 ‘열차 발사대’도 개발에 성공했다. 북한 전 지역에 뻗어있는 철도의 산악 터널에 숨어 있다 나와 기습적으로 정차해 미사일을 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한 것이다. 이는 도로 위주였던 한미의 미사일 감시 체계의 허를 찌르는 것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1월에도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미사일을 철로 위 열차에서 발사하는 데 재차 성공하며 ‘열차 발사대’의 성능을 과시했다.
북한은 최근 저수지, 관광 휴양지인 골프장 호숫가에서도 미사일 발사를 했다. 지난해 9월 평안북도 태천 저수지에서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쏜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평안남도 강서군 평양골프장 인공호숫가에서 SRBM을 쐈다. 통상 바다에서 쏘는 SLBM을 내륙 저수지에서 발사한다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저수지 발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 전역에는 1700여 개의 인공호수가 있어 앞으로도 이를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지난 19일 평안북도 동창리 산속 사일로에서 SRBM을 발사하기도 했다. 일반 고정식 발사대는 발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산악 지형을 이용해 땅속에 사일로 발사대를 매설한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은 “한미의 감시망에 피로도를 가중시키려는 의도가 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탐지·요격망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미사일 방식과 발사 지역을 속속 개발하면서 한국군의 북 핵·미사일 대응책인 3축 체계 중 2축이 취약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형 3축 체계는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선제 원점 타격인 킬 체인과 공중 요격인 미사일방어가 뚫릴 위기라는 것이다. 다만 군 관계자는 “현 한미 방어 체계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면서 “3축 체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3-24 北, ‘수중핵드론’ 수중폭발시험 성공...김정은 참관

▲북한은 21~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각각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1일부터 23일까지 새로운 수중공격형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비밀병기’
순항미사일 핵탄두 고도 600m 폭발 모의실험도
북한은 21∼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각각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1∼23일 새로운 수중공격형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통신은 “지난 21일 함경남도 리원군해안에서 훈련에 투입된 핵무인수중공격정은 조선동해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침로를 80∼150m의 심도에서 59시간 12분간 잠항하여 3월 23일 오후 적의 항구를 가상한 홍원만수역의 목표점에 도달하였으며 시험용전투부가 수중폭발했다”고 전했다. 또 “시험결과 핵무인수중공격정의 모든 전술기술적제원과 항행기술적지표들이 정확하게 평가되고 믿음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였으며 치명적인 타격능력을 완벽하게 확증하였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신형 수중공격형무기체계를 ‘비밀병기’라고 칭하고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로 명명되였으며, 당대회이후 지난 2년간 50여차의 각이한 최종단계의 시험을 거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수중핵전략무기의 사명은 은밀하게 작전수역에로 잠항하여 수중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들과 주요작전항을 파괴소멸하는 것”이라며 “이 핵무인수중공격정은 임의의 해안이나 항 또는 수상선박에 예선하여 작전에 투입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에는 전략순항미사일부대의 전술핵공격임무수행절차와 공정 숙련을 위한 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전략순항미싸일에는 핵전투부를 모의한 시험용전투부가 장착됐다”며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 작도동에서 발사된 전략순항미싸일 ‘화살-1’형 2기와 ‘화살-2’형 2기는 조선동해에 설정된 1500㎞와 1800㎞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타원 및 ‘8’자형비행궤도를 각각 7557∼7567초와 9118~9129초간 비행하여 목표를 명중타격하였다”고 주장했다. 또 “기종별로 각각 1발씩 설정고도 600m에서의 공중폭발타격방식을 적용하면서 핵폭발조종장치들과 기폭장치들의 동작믿음성을 다시한번 검증하였다”고 했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03-24 서해수호의날 ‘핵무장 무인 잠수정’으로 위협한 北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새로운 수중공격형 무기체계인 ‘핵 무인 수중 공격정’의 수중 폭발 시험을 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은밀하게 잠항해 수중 폭발로 초강력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함선과 작전 항을 파괴하는 위협적인 수중 핵무기이다. 소형이어서 무인기처럼 추적도 쉽지 않다. 북한이 공중과 지상은 물론 수중에서도 핵 위협을 과시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게다가 천안함 폭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등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추모하는 ‘서해수호의날’이런 위협을 했다.
북한 스스로 비밀병기라고 지칭하는 핵 잠수정은 11년 전부터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 항공모함과 한국·일본의 주요 해군 기지 공격용으로 쓰일 수 있고, 대잠 초계기 등으로 추적하기도 힘들다. 지난해 12월 26일 용산 대통령실 비행금지구역까지 침투한 북한 무인기처럼 수심이 얕은 서해나 동해에 침투해 공격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 동해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침로를 80∼150m의 심도에서 59시간12분간 잠항하여 3월 23일 오후 적의 항구를 가상한 홍원만 수역의 목표 점에 도달, 시험용 전투부가 수중 폭발했다”고 밝혔다. 북한 주장을 정밀하게 검증해봐야겠지만 사실이라면 위협적이다.
국방부는 지난 22일 북한 순항미사일에 대해서는 포착했다고 밝혔으나 잠수정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북한은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종료 하루 전인 22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앞서 야산의 사일로, 이동식 발사 차량, 잠수함, 골프장, 저수지, 열차 등 미사일 발사 위치와 투발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기념식에서 강조한 “한국형 3축 체계의 획기적 강화”를 시급히 이뤄야 한다. 나아가 자체 핵 역량 보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북한 레짐체인지를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
문화일보 사설
03-24 尹, 잠시 울컥한 뒤 서해용사 55인 한명씩 호명… 유족 “음모론 종식돼야”
■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윤, 고 한주호 준위 묘소 참배
“숭고한 희생에 머리숙여 경의
예우 않으면 국가라 할 수 없어”
유족대표 주요인사 자리에 배치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제2연평해전·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등 북한 도발에 맞서 서해 수호를 위해 산화했던 용사 55명의 이름을 1명씩 호명하는 동안 일부 유가족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전사자 묘역을 함께 참배한 유가족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전사자 묘역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는 한 준위의 배우자 김말순 씨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조천형 상사의 모친 임헌순 씨, 연평도 포격전에서 순국한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씨,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와 고 정종률 상사의 아들 정주한 군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는 서해를 지키다가 장렬히 산화한 54명의 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가 잠들어 계신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 서해수호 용사들께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들 55명의 이름을 1명씩 모두 호명하고(롤콜·Roll-Call) 기리는 순서를 이어가자, 유가족과 참석자 일부가 흐느끼는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도 용사 55명의 이름을 호명하기 전 울컥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예년과 달리 이날 기념식은 유가족 대표·참전 장병 등의 좌석을 주요 인사 공간으로 배치하고 군 의장대 분열식도 육·해·공·해병대 130명 규모로 치렀다.
윤 대통령의 이 방침에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인 서영석 제2연평해전 유족회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유가족으로서 그 마음이 참 고맙다”며 “보훈부 승격도 약속대로 했던 윤 대통령의 의지와 마음가짐이 느껴진다”고 했다. 민 상사의 형인 민광기 씨는 “음모론이 종식되기를 바란다”며 “안보 앞에는 여야 정치가 따로 없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무대 우측에 비치돼 있던 관련 전시물도 살펴봤다. 윤청자 여사가 기증했던 ‘3·26 기관총’과 참수리-357호정과 천안함에 게양됐던 항해기,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의 방사포탄 파편을 맞은 중화기 중대 명판 등도 있었다.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전사한 민 상사의 모친인 윤 여사는 지난 2020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가가 “여태까지 누구 소행이라고 진실로 확인된 적이 없다.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03-24 “북한 도발에 맞선 천안함·연평해전 영웅들 영원히 기억”
■ 윤 대통령 ‘서해수호의날’ 행사 참석
‘천안함 침몰 북한소행’ 공식화
“한국형 3축체계 획기적 강화”
윤석열(얼굴) 대통령이 24일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북한을 향해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북한은 날로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고 전례 없는 강도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에 맞서 한국형 3축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미,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전, 제2 연평해전 등에서 희생된 서해 수호 용사 54명과 천안함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숨진 고 한주호 준위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한 명씩 이름을 부르는 ‘롤 콜’ 방식으로 추모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에 맞서 장렬히 산화한 55명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피격 사건의 주체가 ‘북한’임을 분명히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다섯 차례 열린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 세 번 불참했고,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피격이 북한 소행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언급한 적은 없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유가족 대표와 참전 장병들이 행사장 상단 중앙에 앉았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안병석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03.24 미사일 발사에 올인하는 북한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북한이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자유의 방패(FS)’ 훈련에 대응해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 14일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1발 등을 연이어 발사했다. 가공할만한 군사력을 과시한 것처럼 보였는데 정말 실상도 그럴까.
이번 미사일 도발은 개발, 혹은 개선 중인 미사일의 성능 테스트일 수 있다. 아마도 발사 시기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응으로 국제 사회에 비치도록 계산했을 수 있다. 방어 훈련이라 주장해 추가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안 도출 가능성을 낮추려는 속셈일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잇단 미사일 발사의 목표가 한·미의 북한 공격 가능성에 대한 경고라고 주장한다. 지난 17일 노동신문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전면전쟁을 가상한 도발적인 북침 실동연습이자 핵 예비전쟁’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이나 워싱턴이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힘의 과시라기보다 오히려 얼마나 힘이 없는지를 보여준다. 한·미의 공격에 대한 군사적 대응력을 보여주기엔 북한이 지금껏 보여준 것아 너무나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일련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한이 이루지 못한 것들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북한의 합리적 대응은 재래식 훈련을 따라 하며 한·미의 어떠한 공격도 북한의 효과적인 재래식 대응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어야 했다. 그러나 재래식 군대가 초라한 수준인 북한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군대 규모는 클지 몰라도 무기·장비 수준은 일부 엘리트 군인을 제외하고는 비참한 수준이며 연료와 부품 부족을 줄곧 겪고 있다. 둘째, 7차 핵실험이 없었다. 아마도 중국의 압력으로 실험 계획이 수포가 된 듯하다. 코로나19 정책 실패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를 맞아 정권 안정에 집중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앞마당’에서 어떤 문제도 생기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 방문에 쏠린 세계의 이목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길 원치 않았을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다양한 미사일 발사가 아마도 유일한 선택지였을 거다. 그러나 미사일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군사력은 네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에서 볼 수 있듯이 전쟁이 시작되면 미사일 무기가 놀라운 속도로 바닥난다. 북한의 미사일 무기가 얼마나 다양하게 많은지는 알 수 없으나 전쟁이 터지면 곧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둘째, 북한 군수품의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우크라이나군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쏜 포탄이 날아가다 중간에 터져버린 사례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포탄은 북한이 지원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처럼 완전히 부패한 사회에서 포탄보다 훨씬 정교한 관리가 필요한 미사일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발사 자체가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셋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민첩한 대규모 무인기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입증됐다. 지난해 12월 26일 북한이 무인기 다섯 대를 한국으로 침투시켰지만, 북한이 무인기를 미사일과 함께 활용해 효과적으로 목표물을 명중시킬 노하우가 있거나 현대전에 필요한 수준의 무인기 규모를 갖췄다는 증거는 없다.
넷째, 북한 미사일 실험의 중심에 있는 ICBM 화성-17형이 심각한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기에 운송할 수 있고 연료를 미리 공급할 수 있어서 발사장으로 이동해 발사하기에 용이하다. 하지만 화성-17형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기에 연료 공급 후 운송이 불가능하다. 발사대에 올려놓고 수 시간 연료를 주입하는 동안 공격받을 수 있다. 화성-17형이 미국 본토를 핵탄두로 위협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만약 미사일이 적절한 방어 수단이 아니라고 북한이 판단한다면 핵무기는 실질적 억지력보다는 협상의 패로서 가치가 더 크다고 보고 핵무기 포기를 위한 연이은 협상에 응할지도 모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이 솟구치는 미사일을 바라보며 환호하면서 적들이 이를 보고 공포에 떨 것이라 계속 착각한다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해 보인다.
중앙일보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03.24 "패트리엇, 北미사일 요격"...사드 원격발사대 6년만에 첫 훈련
한국과 미국은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기지에서 원격발사대 전개 훈련을 처음으로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올해 전반기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인 ‘자유의 방패(FS)’와 연계해 열린 이날 훈련에서 주한미군은 사드의 레이더로 조준한 뒤 패트리엇 미사일을 발사하는 절차를 익혔다.

▲경북 성주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 연합
미국은 요격 고도가 서로 다른 사드(고도 40~150km)와 패트리엇(40km 이하)을 통합 운용하려 하고 있다. 두 방공 체계의 통합 운용을 통해 사드로 놓친 북한의 미사일을 패트리엇이 넘겨받아 요격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지난해 10월 관련 장비를 성주 기지로 들여보냈다.
한ㆍ미는 “이번 훈련은 고도화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사드 부대의 전투준비태세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증진했다”며 “사드 체계의 작전ㆍ운용 정상화는 사드 부대에 대한 지속적인 작전지원을 보장함으로써 주한미군 준비태세 향상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한ㆍ미는 이어 “사드 체계의 작전ㆍ운용 정상화는 사드 부대에 대한 지속적인 작전지원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한ㆍ미는 사드의 신속한 정상화에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아 사다는 2017년 4월 현재 자리에 전개된 뒤 ‘임시 배치’ 상태에 머문 상황이다. 전임인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봐 사드의 정식 배치를 미뤘다는 비난을 받았다.
국방부는 이날 일반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주민 공람을 끝냈고, 다음 달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놓고 환경부와의 협의를 거친 뒤 환경영향평가를 마칠 계획이다. 지난 2일 주민 설명회가 열렸지만 일부 주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앙일보 이철재 기자
03.25 서해용사 유족들 “日에 사과 요구한 사람들, 왜 北엔 못하나”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尹 “국민 지킨 영웅들”

▲文에 질문했던 故민평기 상사 모친… 尹의 위로받고 “맺힌 응어리 풀려”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고(故) 민평기 상사 묘역에 참배한 뒤 민 상사의 모친 윤청자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위 사진). 윤씨는 윤 대통령에게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윤씨는 2020년 3월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분향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안함은 누구 소행이냐”고 물었었다(아래 사진). /대통령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기념사에서 ‘북한의 도발’이라는 표현을 총 여섯 번 사용했다. 4분여의 비교적 짧은 기념사였지만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이 북한의 무력 도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서 서해를 수호한 용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며 “여러분들의 소중한 가족과 전우들은 북의 도발에 맞서 우리 국민의 자유를 지킨 영웅들”이라고 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2021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두 차례 참석해 서해 수호 55 용사의 넋을 기리면서도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을 명시적으로 쓰지는 않았다. 이들이 누구의 공격으로 희생됐는지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천안함 폭침 생존 장병과 유족들은 ‘잠수함 충돌’ 등 음모론이 제기되자, 문재인 정부에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는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날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은, 지난 정부 5년간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차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천안함 사건은 우리 장병들이 북한 도발에 희생된 것”이라고 했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국립대전현충원의 전사자 묘역을 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유족들은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은 있는데 북한에는 왜 사과를 요구하지 못하냐”면서 “우리 아들들의 희생을 퇴색시키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큰소리 한번 내지 못했는데 이제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의 고(故) 조천형 상사 모친 임헌순씨에게 “조 상사의 따님이 아버님을 따라 해군 소위가 됐다고 들었다”며 축하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천안함에서 산화해 머리카락과 손톱만 현충원에 묻힌 고 장진선 중사 이야기를 듣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2020년 문 전 대통령에게 “천안함은 누구 소행이냐”고 물었던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씨는 윤 대통령에게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고 서정우 하사(연평도 포격전 전사)의 모친 김오복씨는 윤 대통령에게 “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해줘서 유가족에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는 고 황도현 중사의 모친 박공순씨가 “제2연평해전 당시 스물한 살이던 아들이 머리가 함몰돼 전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박씨를 껴안으며 위로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기념식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위해 최고의 예우를 갖추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육·해·공·해병 의장대 사열 규모는 작년 40여 명에서 130여 명으로 확대됐다. 55명의 대표 유족과 참전 장병의 좌석은 윤 대통령 주변의 주요 인사석으로 배치됐고, 이들은 윤 대통령 헌화·분향 때도 전원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서해 55 용사’ 호명을 마친 뒤 무대 위에 도열해 있던 천안함 최원일 전 함장과 악수하고, 생존 장병인 전준영씨를 안아줬다.
이날 기념식 무대 우측에는 윤청자씨가 기증한 ‘3·26 기관총’, 참수리 357호정과 천안함에 게양됐던 항해기와 부대기 및 함정 명패,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의 방사포탄 파편을 맞은 중화기 중대 명판, 모형 함정 등이 전시됐다. 윤 대통령은 이를 살펴보며 “북한의 무력 도발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 대통령 부부와 이종섭 국방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를 비롯해 의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던 문재인 정권의 가짜 평화와 달리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진짜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03.26 ‘윤석열 퇴진’ 지시한 北 지령문 발견돼도 세상은 왜 조용할까
간첩 잡지 않은 文정권
간첩에 놀라지 않는 세상
1982년부터 독일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던 송두율은 “북한을 북한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 북한이란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의 잣대로 분석해 나쁜 나라 딱지를 붙이는 게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동독을 사회주의 체제의 틀 안에서 봐야 한다는, 서독 사회학자 페터 루츠(Peter Christian Ludz)의 주장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 주장대로라면 그 어떤 범죄자도 욕할 수 없다는 것. 조두순도 조두순의 잣대로 본다면 괜찮은 사람일 수 있잖은가? 하지만 이 땅의 좌파들은 송 교수의 말에 열광했다. 이제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에 반박할 이론이 생긴 것이니 말이다.
정상인: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라는데 왜 김정은 혼자만 잘 먹고 잘살아요? 살 너무 쪘더만.
종북인: 너, 송두율이라고 알아? 독일 뮌스턴대 교순데, 그 교수가 우리 입장에서 북한 비판하는 건 위험하대.

▲일러스트=유현호
독일 통일 후 페터 루츠가 동독에 포섭된 간첩이란 게 드러난 것처럼, 별 이유도 없이 적국을 대변하는 자는 간첩일 확률이 높다. 송두율도 마찬가지였다. 조선노동당 서열 23위 정치국 후보 위원인 김철수가 그의 진짜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에게 위기가 닥친 건 1997년 있었던 황장엽이 우리나라로 망명한 사건이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라고, 우리나라로 따지면 국회의장에 해당되는 고위 인사인 황장엽이라면 그의 정체를 알 수도 있지 않을까. 불안해진 송두율은 독일의 북한 공작원을 찾아간다.
송두율: 혹시 황장엽이 내가 간첩인 거 알까?
공작원: 잠깐만 기다려. 북한에다 물어볼게.
북한: 아마 모를 걸? 황이 그렇게 말하면 ‘모략’이라고 강하게 반박해.
하지만 황장엽은 송두율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에, 이듬해 낸 책에서 이 사실을 폭로한다. 잠시 당황했던 송두율은 북의 지령대로 황장엽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데, 법원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송두율의 손을 들어준다. 환호한 좌파들은 2003년 그를 우리나라로 초청하는데, 금의환향이 될 줄 알았던 이 여행은 파국으로 끝났다. 귀국과 동시에 끌려간 국정원에 상상을 뛰어넘는 정보가 있었으니 말이다. 중앙정보부 시절인 1970년대부터 송두율을 감시했다고 하니, 그들이 얼마나 전문가인지 알 만하다. 결국 송두율은 고개를 떨구었다. “북에서 저를 김철수라고 부르는 거, 사실입니다.”
송두율은 반국가 단체 간부로 북한을 다섯 차례나 방문하는 등 북한 당국자와 회합 통신을 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은 그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다. 2심에선 집행유예로 형이 경감돼 자유의 몸이 되지만, 국정원의 위력을 실감한 송두율은 2004년 쓸쓸히 독일행 비행기를 탄다. 그래도 그 당시 좌파들은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 송두율이 간첩임이 밝혀지자 빛의 속도로 그와 손절했으니 말이다. 재판 결과를 부인하며 송두율의 무죄를 주장하는 이들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 그와의 친분을 없던 셈 쳤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이 달라졌다. 시나브로 세력을 확장한 좌파들이 우리 사회 각 영역을 장악한 것이다. 소위 ‘군자산의 약속’이 그 계기다. 충북 괴산군 군자산 보람원 수련원에 모인 좌파들은 폭력 투쟁보다는 정당과 교육계, 노동계 등에 침투하는 등 합법적인 투쟁을 통해 연방 통일 조국을 건설하기로 한다. 그들은 국가보안법이 천하의 악법이라 주장했고, 그간 발각된 간첩 사건들이 모두 조작인 것처럼 거짓 선동했다. 그들은 말했다.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딨냐?
문재인 정권은 이들의 노력이 꽃을 피운 시기다. ‘간첩 없는 세상’을 증명하려는 듯, 지난 정권은 간첩이 활개 쳐도 잡지 않았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간첩 적발 건수는 26건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2020년까지 4년간 적발된 간첩은 3명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박근혜 정부 때 혐의를 인지해 수사 중이던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대진연(대학생진보연합)은 ‘태영호 체포 결사대’를 만들고 협박 전화와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 등으로 태영호 의원의 입을 막으려 했고, 서울 광화문에서 “김정은”을 연호하며 “만세”를 외쳤다.
귀신이 무서운 이유는 실제 귀신을 본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귀신이 우리 곁에 늘 있는 존재라면, 그래서 우리처럼 밥도 먹고 잠도 잔다면, 귀신은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닐 것이다. 간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간첩이 자기 신분을 숨기는 대신 떳떳하게 거리를 활보한다면, 우리가 간첩을 무서워할까? 게다가 문화계를 장악한 좌파들은 북측 인사들을 멋지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려 애쓴다. 영화 <공조>의 유해진과 현빈, <강철비>의 곽도원과 정우성, <의형제>의 송강호와 강동원 등등, 둘 중 상대적으로 잘생긴 이가 북한 사람 역할을 맡지 않았는가?
2023년 대한민국, 이제 사람들은 간첩에 놀라지 않는다. 이적 단체가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을 받고 공작금을 수수했다는 보도가 나가도, 민노총 관계자 사무실에서 윤석열 정부의 퇴진 운동을 지시한 북한 지령문이 발견돼도, 심지어 “퇴진이 추모다”라는 문구조차 북의 지령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세상은 조용하다. 적반하장이라고, 민노총을 비롯한 좌파 단체들은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한단다.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북을 ‘적’으로 낙인찍었다”는 게 그 이유란다. 민노총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국정원 해체를 요구하고, 정의구현사제단은 대놓고 윤 대통령 퇴진을 외치지만,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영위한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다. 2020년 민주당이 국정원법을 고쳐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서 경찰로 이관하도록 했는데, 3년의 유예기간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평소 믿지도 않던 신을 소환하게 된다. “신이여, 대한민국을 지켜주소서.”
조선일보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03.26 “생존 전우들, 진급 못하고 취업도 안돼” 최원일 전 함장이 말하는 천안함 13년
“저희가 지키던 국민이 저희에게 또 다른 어뢰를 쏜다는 느낌”
한 국가의 품격(品格)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그 나라가 어떤 인물을, 어떤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는가를 통해서다. 2010년 3월 26일 밤 9시22분, 백령도 남서쪽 약 2km 부근에서 포항급 초계함 PCC-772 천안함이 북한 해군 잠수정 어뢰에 피격, 침몰했다. 46명의 장병이 전사(戰死)했다. 58명은 현장에서 구조됐다. 그런데 그날 이후, 우리 사회에서 천안함을 기억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우리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영웅들을 지금 현재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가. 갑갑하고 죄송한 심정으로 2월 말 최원일(崔元一·54) 전 천안함 함장(艦長)을 만났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월간조선
◇“처음 3~4년은 술·담배에 의지”
― 곧 3월 26일이 다가옵니다. 어떤 심정이십니까.
“올해가 13주기인데, 매년 제가 느끼는 심정은 똑같습니다. 먼저 간 전우(戰友)들이 보고 싶고, 고통받는 생존 전우들이 많이 생각나고 그렇습니다.”
필자는 2021년 6월 천안함 생존 장병 함은혁 예비역 하사와 정현구 장병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매년 ‘그날’이 다가올 때마다 알 수 없는 스트레스에 짓눌린다고 했다. 몸이 떨리고, 정신이 아득하다고 했다. 죽음 직전까지 갔던 공포(恐怖)와 더불어, ‘우리만 살았다’라는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 생존 장병 모두가 그날이 오면 전우들 묘소에 찾아가서 묘비(墓碑)를 붙들고 울기도 하고, 도무지 생활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함장님도 스트레스나 외상 후 증후군을 겪으십니까.
“네, 있습니다. 항상 2월이 오면, 그러니까 3월이 가까워지면 몸과 마음이 반응합니다. 몸은, 당시에 추웠던 걸 기억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날 부상(負傷)한 부위에 통증을 느끼죠. 실제로 아픈 건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아픈 건지,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심정적으로는, 좀 심한 고통을 겪는 날이 많습니다. 그 순간이 생각나서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룰 정도죠.”
―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고백하자면, 처음 3~4년 정도는 술과 담배에 의지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렇게 살다가는 그날의 기억을 영영 잊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하고, 명상(冥想) 등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또 전우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최원일 함장은 두툼한 자료를 들고 왔다. ‘그날의 기록’이다. “한 권이 아니고 여러 권입니다. 저는 ‘국방부나 해군이 당연히 천안함 자료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자료 말고는 아무 곳에도 상세한 기록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정리했습니다.”
― 공식 기록이 없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공식 기록은 있죠. 《피격사건 백서(被擊事件 白書)》라든가 조사단 조사결과보고서는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 자료는 상부(上部)의 시각으로 작성한 문서입니다. 천안함 탑승자들이 기록한 1차 사료(史料)는 제가 기록하고 모으지 않으면 다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자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 공식 기록과 직접 작성한 자료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까.
“예를 들면, 처음엔 승조원이 104명이라고 했죠. 정확하게는 108명입니다. 시험을 본다든가 집안 사정으로 4명이 못 탔어요. 정식으로 보고하고 승함(乘艦)하지 않은 인원입니다. 그래서 배를 타고 출동한 인원이 104명, 그중 생존자가 58명, 전사자가 46명입니다.”
◇‘상부의 시각’
최원일 함장이 말한 ‘상부의 시각’이란 무슨 의미일까. MBC는 2021년 6월 <PD수첩 1292회-천안함 생존자의 증언>을 방송했다. “전역하고 MBC와 인터뷰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천안함 피폭 사건 당시에는 다들 경황이 없었죠. 그래서 당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여러 대응이 다 미흡했던 사실이 나중에 다 판명됐습니다. 저희 함정은 피격 후 전기가 나갔습니다. 통신 장비도 없어졌어요. 그래서 통신이 가능한 수단이라고는 폴더폰이 유일했습니다. 침몰 과정에서 제 전화기는 없어지고 대원들 기기로 통화했습니다. 당시는 통화 녹음 기능이 없었으니까 다 수기(手記)로 적었죠. 그래서 저희 쪽 기록은 없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나중에 기록을 열람하니 제가 일일이 보고했던 기록들이 조금씩 변형이 되고, 왜곡된 부분이 많았다는 겁니다.”
― 어떤 부분입니까.
“예를 들면, 피격 판단 보고 같은 것이 누락되었습니다.”
― 사전에 ‘북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보고하신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북한은 20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 이후에 ‘보복하겠다’라고 공공연히 말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이라든가 각종 매체를 통해 ‘보복 성전을 하겠다’라고 했죠.”
대청해전(大靑海戰)은 2009년 11월 10일 11시27분, 대한민국 해군과 북한 해군 사이에 일어났던 소규모 전투다.
북한 해군 경비정이 대청도 동쪽 NLL을 1.2해리 넘어왔고, 우리 측 대응으로 월선(越船)한 북 경비정이 반파(半破)되었다.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북한 경비정은 다른 함선에 예인(曳引)되어 북상하였다. 대한민국 해군이 입은 피해는 함선 외부 격벽의 파손이 전부였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군 수뇌부가 교전수칙(交戰守則)대로 대응해 얻은 승전(勝戰)이다.
◇“당시 우리 경계 태세는 평상 상태”
― 북이 복수를 공언한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이었는데, 왜 천안함은 위험 지역인 백령도(白翎島) 가까이 갔던 겁니까? 이런 사정 때문에, 함장이 임의로 그곳에 가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한 사람도 있었죠.
“네. 있었죠. 그런데 제가 임의로 그곳까지 갔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제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북의 보복 위협에 대비한 상부 작전 지침에 따라 출동한 것이니까요. 백령도는 적(敵)의 해안포 유도탄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면서도 레이더 탐지가 되지 않는 비교적 안전한 구역입니다.”
― 그런데 뭐가 문제였습니까.
“천안함은 그 구역에서 경비를 하고 있었죠. 대북(對北) 경계가 심화된 상태였는데, 갑자기 1월에 경계 태세가 해제되면서 평상 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전환되었지만, 위협 요소는 계속 상존하고 있었죠. 대(對)잠수함 경계 태세라든가 다른 대북 경계 태세는 상향된 것이 없었고 ‘북한이 공격에 나설 것이다’라는 정보도 없었습니다. 있었다면 함대에서도 저희 배를 백령도 인근에 놔두지 않고, 당연히 더 안전한 아래쪽으로 이동하라고 했겠죠. 그때 당시 우리 경계 태세는 평상 상태였어요. 그러니까 제가 임의로 그곳까지 함정을 몰고 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 폭침 순간
― 지금 이 질문은 여쭙기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마는, 피격 폭침 순간은 어떻게 기억합니까.
“함미 순찰 후 함수로 이동했고, 피격 15분 전쯤 함교(艦橋)에 가서 당직자들에게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 후 접촉물이 있는지 살피고, 날씨 상태를 보고 함장실로 돌아왔죠. 각종 일지, 모니터 등을 점검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오른쪽으로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제 몸도 붕 뜨면서 물이 차올라 제 목 밑에까지 다 잠겼어요. 저는 머리 오른쪽 뒤쪽을 어떤 물체가 강타해 잠시 정신을 잃었었죠. 그때 위쪽에서 ‘함장님 계십니까?’라며 울면서 저를 계속 부르는 겁니다.”
― 배가 뒤집힌 거네요.
“배가 90도로 기울면서 문이 위쪽으로 올라간 겁니다. 저는 거의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조 요청하고 상황 보고하라는 지시를 하고 이제 집기류들을 몸에서 걷어내는 순간 우리 전우들이 소화기로 문을 부수고 저를 구했습니다. 소화전 호스를 내려줘서 그걸로 제 몸을 묶고 올라갔던 것이 폭침 순간의 기억입니다.”
최원일 함장을 구한 장병들의 공통된 증언이 있다. 최원일 함장은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며 끝까지 퇴선(退船)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천안함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서, 부하 장병들이 억지로 끌어내다시피 구조선에 태웠다고 한다.
“당연히 104라는 번호가 나와야 하는데, 점호를 하니 58에서 계속 끊어지는 겁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요. 그럼 46명이 없어진 것 아닙니까? 혹시라도 배 안에 남은 사람은 없나, 바다에 빠져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대원이 있진 않을까? 이런 생각에 배에서 이탈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기보다는, 구조하지 못한 우리 전우들에 대한 책임 이런 것들이 더 많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 음모론자들
― 천안함 폭침 이후 음모론자들이 온갖 유언비어(流言蜚語)를 유포했습니다. 어떤 심정이셨습니까.
“살아 돌아와 보니까, 저희가 지켜주던 국민이 저희에게 또 다른 어뢰를 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모론은 13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천안함 좌초설 등,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책들도 20여 종이나 된다. 그런 책의 저자들이 지금도 강연을 다니고, 인세를 받는다. 천안함 피격 폭침을 생계에 이용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법적으로 대응하려고 해도, 표현의 자유 때문에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없습니다. 당사자가 ‘사실’이라고 믿었기에 그런 주장을 한 것이라면, 달리 처벌할 방도가 없다고 하네요.”
심지어 모 유명 사립 고등학교 교사는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섞어서 공개적으로 최원일 함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 교사의 경우, 고소 등 법적으로 대응했습니다. 미래 세대를 이끌어나갈 명문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어떻게 온갖 욕설을 섞어 저에 대한 모욕을 하는지, 그건 순전히 자기주장일 뿐이고, 도저히 용서가 안 되더라고요. 그 교사가 반성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런 분들이 안 나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 “응원해주신 분들 덕에 살아”
―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가족들 반응은 어땠을까.
“제가 한 몇 년 동안은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집사람이 그때마다 기다려줬죠. 특히 검찰에 형사 입건됐을 때는 제가 삶을 놓지 않도록 많이 격려해주면서 저를 계속 믿고 따라줬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아버님은 2013년에 돌아가셨고 어머님은 살아계시죠. 아버님은 어쩌면 제 일로 화병이 나 가신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제가 정신을 차리고 본가에 가보니까, 어머니가 갖고 계시던 금반지, 금목걸이 등 금붙이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왜 없냐고 여쭈니까 ‘팔아서 어디 썼다’라고 하세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2010년 5월인가 6월에 모 사찰에 가서 천안함 전사 장병들을 위한 천도재(薦度祭)를 지냈더라고요. 감사하기도 했지만, 아들로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 2021년 6월 초 국방부 앞에서 시위할 때 인상 깊은 일이 있었습니다. 몇몇 현역 장병이 거수경례하고, 커피 같은 음료수도 사다 주고 응원하던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현역은 언론 노출이라든가 의사표현을 공개적으로 하기 어렵죠. 현재도 현역 중에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하는 행동을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그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드립니다.”
― 몇몇 분이 함장님께 거수경례하며 지나갈 때 거수경례로 답하시던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그럼요. 그분들 덕분에 제가 살고 있는 거죠. 제가 한창 수사받던 2010년 5월, 6월엔 편지도 많이 받았습니다. 아들이 군에 가 있다는 어머니, 교도소 재소자까지 편지를 보내왔어요. ‘현충원에 왔다가 함장님 눈물 흘리는 거 보고 가슴 아파서 편지 보냅니다’라는 여학생의 편지도 기억합니다. 받은 편지는 지금도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는 편지로 했지만, 지금은 제가 소셜미디어를 시작해 페이스북 메시지라든가 인스타그램 DM 메시지를 통해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죠. 그분들 격려 덕분에 지금 또 힘내서 이렇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326호국보훈연구소
― 어떤 활동입니까? 단체를 하나 만들었죠?
“네. 작년 3월에 국가보훈처로부터 사단법인 인가가 났습니다. ‘사단법인 326호국보훈연구소’는 비영리 법인입니다. 연말에 지정기부금 단체 승인도 받아서 올해부터 서울 모처에 사무실을 내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까.
“이름 그대로 326호국보훈연구소입니다. 3월 26일을 기억하고, 그날 백령도 바다에 있었던 군인들을 기억하자는 겁니다. 강연, 세미나 등을 통해 잘못 알려진 얘기들을 바로잡고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자 합니다.”
― 아까 편지 얘기 중에 ‘함장님 눈물’ 이야기가 있었죠? 천안함 관련 보도를 검색하는데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3월 26일에 현충원에 가서 생존 장병들과 함께 추도 행사하며 함장 이하 모두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생존 장병들은 자주 만나시나요.
“각자 현업이 있으니까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못합니다. 우리 전우들은 13년간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어요. 58명 생존자 중에 23명은 아직 군복을 입고 있고 35명은 전역했습니다. 제가 현역 때 진급이 잘 안 됐다고 그랬잖습니까? 생존 현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그건 또 왜 그런가요.
“트라우마 때문에 배를 못 타니까요. 해군은 진급 점수가 있는데, 배를 못 타니까 점수가 모자라는 거죠. 또 승진 누락으로 전역하면 국가유공자가 돼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습니다. 진료 기록이 없으니까요. 왜냐하면, 현역 때 부서장이나 함장한테 가서 ‘정신과 다녀오겠다’라는 말을 못 한 겁니다. 우리나라 보훈 정책은 ‘개인 입증주의’입니다. 기록이 없으니 신청 자체를 못 하는 거죠. 주말에 일반 병원에서 진료받은 친구들은 누적 기록이 있으니까 유공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들에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 뭡니까.
“나이가 젊으니까 직업을 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취업 지원하면 서류 심사는 통과인데, 마지막에 항상 불합격합니다. 정신과 치료 이력 때문이죠. 기업 하는 분 입장에서 생각하면,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
◇“국가가 유공자라는 걸 입증해줘야”
― 한숨이 납니다. 해결책은 뭘까요.
“뭔가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현역 군인들에겐 승진 시 평균 점수라도 준다든가, 전역한 친구들은 국가가 유공자라는 걸 입증해줘야죠. 천안함 피격 폭침 사건은 국가적인 사건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가보훈부에서 전원 국가유공자로 지정하고, 특별 채용의 길도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미국은 전사 장병의 유해를 끝까지 발굴한다. 시간, 비용이 얼마든지 들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아직도 6·25당시 전사한 장병의 시신을 수습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을 끝까지 챙기는 건 나라다운 나라의 참모습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조치는 많이 미흡해 보인다.
― 국민 여러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은.
“천안함을 기억해주시고, 또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분들이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사실에 현혹되어 진실이 무엇인지 잘못 아시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관련 자료와 정부 공식 발표를 잘 보아주십시오. 천안함은 대한민국 NLL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전국 팔도 출신 군인들이 모여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함정입니다. 이들은 영남, 호남처럼 특정 지역을 지킨 군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을 지켰습니다. 특정인을, 당시 정권과 정부를 지키던 군인들이 아닙니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던 군인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의 희생,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길이길이 기억해주시고, 더 이상 이분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 장원재 (주)戰後 70 ‘생생 현대사 TV’ 대표
03.27 강인덕·송민순 前 장관의 ‘북핵’ 후회
康 “김일성의 핵개발 과소평가” 宋 “美 과대평가해 대응 미숙”
‘한일 정상화’ 후 한미회담 임하는 尹 대통령이 미래 교훈 삼기를
강인덕(康仁德) 전 통일부 장관이 1977년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서 북한 담당 국장으로 근무할 때다. 귀순한 거물 간첩 김용규를 심문하면서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를 들었다. 김일성이 1968년 11월 함흥의 과학원 분원 현지 지도 시 ‘미국 본토 타격용 핵무기와 로켓’ 개발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에 여러 핵심 정보를 알려줬던 그가 전한 김일성의 교시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미국 본토에는 아직까지 포탄 한 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미국 본토가 포탄 세례를 받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미국 내에서 반전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중략) 미국은 남조선에서 손을 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하루속히 원자탄(핵무기)과 장거리 로켓을 자체 생산하여 우리가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힘쓰라.”
하지만 당시 중정과 과학기술자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것이 요원하다고 보고 이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북핵 문제가 우리 정부의 최대 관심사가 되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인 80년대 후반이었다. 그는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북한 정보 분석 책임자인 나 자신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첩보 수집 우선순위를 최고 수준으로 높이지 않았다”고 후회했다. 이어서 “(정보) 분석관들의 안이한 정보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재난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의 ‘과소평가’가 분명한 오판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로 활동했던 송민순(宋旻淳) 전 외교부 장관도 올해 초 대담집을 통해 북핵 문제와 관련한 회한(悔恨)을 토로했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1989년 프랑스 상업 위성에 의해 북한의 비밀 핵 시설이 공개되자 우리 정부 내에서 두 가지 주장이 제기됐다. 이스라엘이 이라크 핵 시설을 파괴했듯이 영변 핵 시설을 폭격하거나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부 장관이 최호중 장관에게 친서를 보냈다. 베이커 장관은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할 것이다. 그러니 한국은 결코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조지 H W 부시 미 행정부의 요구를 따랐지만, 그 이후 역사는 우리가 목도한 대로다. 한국에 배치됐던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오히려 모두 철수하고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안보과장으로 당시 실무를 담당한 송 전 장관은 “지금 돌이켜 보면 북한 핵 개발 저지에 대한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우리가 과대평가한 것 같다”며 “미국을 과도하게 믿었다”고 했다. “당시 우리가 북한 핵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책무를 더 분명하게 요구하고, 일정한 시기 내에 해결에 실패할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자유를 확보했어야 했다. 그런 과감한 외교를 하지 못했다.”
강인덕, 송민순 두 전직 장관은 각각 북한, 외교 분야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고위급 공직자들이다. 이들의 회한 섞인 반성은 북한이 ICBM에 이어 24일 수중 핵무기로 불리는 ‘핵 무인 수중 공격정’의 최종 개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더 메아리쳐 들린다. 그동안 북한은 과소평가하고, 미국은 과대평가했다는 부분에 특히 주목하게 된다.
결국, 북에 대한 정확한 판단하에 동맹을 튼튼히 하면서도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끌고 간다”는 핵심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두 베테랑 장관이 주는 교훈일 것이다. ‘한일 관계 정상화’ 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한미 정상 회담과 한·미·일 3국 정상 회의에 잇달아 임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퇴임 후 회고록에 북한과 관련한 후회를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이하원 국제부장
03.27 간첩 못 잡는 국정원… ‘간첩 천국’ 되기 전에 대공수사권 원위치해야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두 가지 직업은 매춘과 스파이라고 한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유대인들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전 그들의 지도자 여호수아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2명의 첩보원을 파견했는데, 이들은 당시 매춘부였던 라합의 집에 갔다.
매춘과 스파이를 인류와 함께 시작된 유서 깊은 직업으로 끄집어내는 이유는 21세기에 간첩이 있냐고 묻는 이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간첩은 싫든 좋든 인류와 함께 존재해왔고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분단 한반도에서 간첩은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잠복과 노출을 반복할 것이다.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기부가 배포한 반공 포스터에 등장하는 간첩은 새벽에 이슬을 맞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 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단파 방송을 듣는 사람 등 특이한 행색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간첩의 모습도 흐르는 세월처럼 변해갔다.
20세기 간첩은 평양에서 특수 교육을 받은 공작원이 직접 남한으로 내려오는 직파(直派) 행태였다. 말투나 행색을 완전히 바꿔 서울에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영화 007 수준의 교육을 받고 해안가에 상륙하여 평양에서 점찍은 친북 좌경 인사들을 접촉해 지하당 구축 명령을 수행했다.

▲그래픽=백형선
1990년대 대표적인 사례는 전설적인 할머니 간첩 리선실이다. 제주 출신의 리선실은 4·3 사건 이후 남로당에 가입하고 1950년 4월 한국전쟁 직전 월북했다. 이후 수차례 서울에 나타났고 일본을 오가며 간첩 활동을 했다. 1990년 북한으로 돌아갈 때까지 남한의 지하당 구축 공작을 주도했다. 이후 1991년 김일성과 재독 친북 음악가 윤이상의 면담에 배석하는 등 정치국원 서열 22위에 올라 북한에서 실세로 불렸다. 2000년 8월 사망한 후 평양 애국열사릉에 묻혔다.
21세기 들어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 전술도 변신을 시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평양 스타일 간첩들이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정보기술(IT)의 한계로 서울에서 활동하기에는 어설펐다. 남한의 친북 인사를 육성하는 ‘자생 간첩’ 공작으로 전환하였다. 국내 자생·토착 간첩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한 배경이다. 과거 동독도 분단 초기에는 간첩을 직파하다가 서독의 요인(要人)을 포섭하는 우회 전략으로 첩보 및 공작 활동을 수정했다. 평양 통전부는 남측의 반정부 및 좌경화된 세력을 예의주시하다가 제3국에서 포섭해 무인기 조종하듯 원격으로 관리한다. 남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소프트한 위장 활동을 전개한다. 민족 공조라는 감성적인 구호와 연계된 ‘문화’를 내세워 남한 인사를 포섭하였다. 2015년 문화교류국으로 간판을 바꿔 달은 이유다.
통상 자생·토착 간첩은 3단계 과정을 거치며 반정부 투사로 변신한다. 잘못된 국가관과 왜곡된 영웅 심리 등으로 남한 정부를 부정하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게 첫 단계다. SNS 등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과 활동을 공유하면서 포섭 대상이 된다. 2단계로 북측의 포섭 공작에 걸려들어 남북 문화 교류라는 명목으로 제3국에서 회합을 제안받고 비행기를 탄다. 제3국에 가서 북한 공작원들에게 충성 맹세를 하고 향응과 공작금을 받으면서 코가 단단히 꿴다. 김정은에 대한 충성 결의문을 작성하고 평양의 지시대로 움직일 것을 서약한다. 국내로 복귀하여 노조 및 시민단체 등과 연계하여 지하조직을 결성하면서 고정간첩으로 변신한다.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김명성은 2016년 창원 총책을, 2017년엔 제주 총책을 각각 동남아에서 접촉해 지하조직 건설을 지시했다. 이후 ‘윤석열 규탄’ ‘민노총 침투·장악’ 같은 지침을 하달했다. 진보정당 간부는 2017년 중국 등지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제주에 ‘ㅎㄱㅎ’이라는 지하조직을 만들고 농민 단체 등과 함께 북측 지령을 받아 활동했다. 이들은 베트남 하노이와 캄보디아 프놈펜 등지에서 리광진 공작조를 만나 공작금을 수령하는 한편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 ‘사이버 드보크’ 등을 교육받고 국내로 돌아와 지령과 보고를 주고받았다.
마지막 3단계에는 단순히 국내 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전달하는 하급 수준에서 벗어나 노조 및 정치권 등의 간부로 신분을 세탁해 거점을 구축하고 각종 국내 정치에 본격 개입한다. 김정은을 ‘총회장님’ , 남(南) 조직을 ‘이사회’로 지칭하며 위장한다. 보수 갈등 댓글 팀을 운영하고 유투버 고발전도 시도한다. 평양의 ‘깨알 지령’을 받아 핼러윈 참사 땐 분노를 분출하라는 등 국내 문제는 물론 한미 연합 훈련 반대는 단골 메뉴이며 반일 유언비어 등 외교에도 개입한다. 2006년 일심회의 조직원은 중국 등지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정치권에서 수집한 국가 기밀을 북측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그럴 듯한 명함을 사용하고 괴담으로 언론을 현혹하기 때문에 수사가 어려운 ‘직장인 간첩’이다.
2023년 간첩 수사는 대공수사권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시사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을 간첩 수사나 대북 정보 수집 기관이 아닌 남북 대화 창구로 변질시켰다. 지난 정부 국정원은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만 매달렸다. 2011~2017년 26건이던 간첩 적발 건수는 문재인 정부 때 3건으로 급감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북한의 은밀한 손길이 제도권 노조에까지 미치는 등 간첩이 활개를 쳤지만, 이를 색출해 내기는커녕 수사를 무마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 정부는 2020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내년에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독점하는 근거다.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앞두고 국정원은 연말까지 검경과 대공합동수사단을 상설 운영하기로 했다. 국정원은 합수단을 통해 자신들의 대공 수사 기법을 경찰에 공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임시기구인 대공합수단은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내년이면 간첩이 활개 치는 세상이 올 것이다. 합수단이 우리 안보를 지키는 대책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간첩의 글로벌 활동 행태를 간파하지 못한 대응책이다. 북한 직파(直派) 공작원과 토착형 고첩의 접선 무대가 제3국으로 확대되었다. 세계 정보기관은 그들만의 정보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재외 공관에 근무하는 경찰 영사들은 교민과 해외여행객 보호 업무로도 일이 벅차다. 간첩 수사 여력도, 국제 공조 네트워크도 부재하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경찰로 대공수사권을 이양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역설적으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를 차단해 북한 공작원들이 국내 정치에 개입할 여지가 생겼다.
다음은 간첩 수사의 장기성과 익명성을 외면한 졸속 대책이다. 21세기 자생 간첩은 국내 기반을 두고 활동하기 때문에 심증을 넘어 물증을 확보하는 데 5년이 걸린다. 강산이 변하는 10년 동안 인내심을 갖고 수사할 조직은 현재 국정원밖에 없다. 수사 보안과 전문성은 분단과 함께 시작된 북한의 대남 공작 기법을 간파하고 대응한 유구한 역사에서 비롯됐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정보부의 태생적 기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경찰청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과도기적으로 경찰과 국정원이 합동수사단을 만들어 주요 사건 몇 개를 같이 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휴민트(인적 정보) 등 수십 년간 축적된 무형의 정보 자산이 하루아침에 새벽 배송처럼 전달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공수사권 이양은 경찰이 스스로 요구한 사항이 아니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밀어붙인 것이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저서 ‘한 중앙정보부 분석관의 삶’에서 “김정일은 안기부를 고사시키지 않고는 적화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고 아들 김정은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토로했다. 세계 어디에도 간첩이 활개 치도록 내버려 두는 나라는 없다. 적국은 물론 우방국과도 대화하면서도 정보기관은 치열하게 스파이와 전쟁을 치른다. 그게 정상적인 나라다. 구약성경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간첩 천국을 막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 이후 국정원법이 재개정돼야 한다.
조선일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03-27 북·중·러 핵 급속 증강…韓 당장 ‘핵 잠재력’ 확보 나서야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무기 증강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푸틴은 지난달 21일 국정연설에서는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조약인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 참여 중단 선언을 했다. 최근 북한은 핵어뢰 협박까지 했다. 중·러는 지난 21일 정상회담에서 고속 중성자 원자로 협력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통해 중국은 핵탄두를 급속히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국·러시아 독재 연대의 서쪽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면, 동쪽 끝에는 한국이 있다. 미국 주류 정치권에서도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배경이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이 “한국에 핵무기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26일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저위력 핵 배치 정책 제언도 이어진다.
한국도 중대한 결단을 해야 할 때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KAMD) 등 기존의 대응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인터뷰에서 한미 핵전력 ‘공동기획·공동연습’ 추진 의사를 밝혔고, 그에 따른 훈련도 진행 중이지만,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졌다. 미국에서도 본격화하는 전술핵 재배치의 장단점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북한 핵개발을 합리화해주거나, 한국이 핵 확산 책임을 뒤집어쓰고, 국내 반핵 선동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당장의 대안으로 언제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잠재력’ 확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방부·외교부 업무보고 때 자체 핵 보유 의지를 밝히면서 ‘일본은 6개월이면 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미국으로부터 포괄적인 사전 동의를 얻은 일본은 핵 재처리에 나서 플루토늄 47t을 확보한 상태여서 가능한 일이다. 한국은 2015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때 ‘20% 미만 우라늄 저농축’ 길이 열렸지만, 건건이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제약 때문에 원전 연료인 5% 저농축 우라늄조차 러시아·영국·프랑스에서 수입한다. 마침 한 달 뒤 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실질적 성과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3.29 김정은, 서울 향해 핵 장전해놓고 백령도 점령 시도한다면…

▲2021년 10월 18일 국회 국방위원들이 인천 백령도 해병대 제6여단에서 열린 2021년도 국정감사 현장점검에서 KAAV(한국형돌격상륙장갑차) 탑승 체험을 하고 있다./조선일보 DB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공들인 게 있다.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세력 늘리기, 내부 갈등 조장 등이다. 침공 8년 전인 2014년 2월이 절정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려 하자 친러 세력을 일으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나라가 친러·친서방파로 두 동강 났고, FTA 체결은 사인 직전 중단됐다. 나라는 콩가루가 됐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어이없이 그달 22일 러시아로 정치적 망명을 했다. 군대고 뭐고 국가가 제 기능을 못했다.
러시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야누코비치 망명 닷새 만인 27일, 푸틴은 기다렸다는 듯이 군대를 움직였다. 러시아 탱크들이 굉음을 내며 국경을 넘었다. 우크라이나 군은 속수무책이었다. 친러 세력은 두 팔을 벌려 러시아 군대를 환영했다. 러시아는 이렇게 접경지의 전략적 요충지인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미국과 EU 등 국제사회 다수는 규탄 성명을 내고 경제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외교 펀치’로는 크림을 되찾을 수 없었다. 미국 입장에선 남의 나라 자그마한 땅 때문에 러시아와 무력 충돌을 벌이기 부담스러웠다. 안 그래도 국력 소모 논란으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중동에서 발을 빼던 참이었다. 이렇게 8년이 지났고, 러시아는 미국이 중국과 다투는 국제 정세의 틈을 타 우크라이나 본토를 덮친 것이다. 미국이 현재 열심히 우크라이나를 돕고는 있지만, ‘판다(중국)’와 ‘불곰(러시아)’이라는 거대한 두 마리의 곰을 동시에 상대하는 데 버거워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크림반도와 같은 곳은 어딜까? 군사 전문가들은 ‘백령도’라고 입을 모은다. 푸틴이 그랬듯 김정은도 호시탐탐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 도서를 노린다는 것이다. 지도를 펴보면 백령도는 북한 턱밑을 겨누는 비수(匕首) 같다. 백령도는 북위 37.5도로, 창린도 등 서해 웬만한 북한 섬보다도 북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거리도 북한 내륙에 더 가깝다. 황해도 장산곶까지는 13.5㎞밖에 되지 않는다. 김정은에게 백령도는 하루라도 빨리 치워버리고 싶을 눈엣가시다.

▲한반도의 전략적 요충지 백령도. 백령도는 한국 본토보다 북한 내륙에 더 가깝다. 황해도 장산곶까지는 13.5km에 불과하다. 북한은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도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도 이런 배경에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28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순항미사일, 600㎜ 초대형 방사포 등 대남(對南) 타격용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전술핵 탄두 ‘화산-31′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의 7차 실험은 이 전술핵 탄두를 실제 폭파하는 것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전술핵 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서울을 향해 전술핵 미사일을 장전해 놓고 겁박하며 백령도에 군대를 보내 강제 점령을 시도할 가능성은 없을까? 김정은은 남남 갈등으로 한국 사회가 흔들리고, ‘죽창가’ 반일 프레임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에 균열이 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를 바라며 준비하는 이들도 국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정치인과 군, 그리고 정보 당국은 백령도가 크림처럼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3-29 北인권보고서 공개 발간 尹정부, 임기 내내 法 뭉갠 文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첫 발의 후 11년 동안의 긴 협의를 거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북한인권법과 더불어민주당의 북한인권증진법을 통합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04년과 2006년에 제정했고, 유엔총회는 2005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법 제정의 지연 자체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나마 법률을 이행하긴커녕 사문화시켰다. ‘북한주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고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제2조(국가의 책무)에 대한 명백한 직무유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7년이 경과됐지만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실질적으로 이행돼야 할 것”을 강조하고, 첫 단추로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적으로 출간·배포할 것임을 밝혔다. “북한의 실상을 다양한 경로로 조사해 국내외에 알리는 것이 안보의 핵심”이라고도 했다.
당연한 조치이지만, 문 정부가 임기 내내 북한 정권에 굽실대면서 결과적으로 인권유린의 공범·하수인 노릇을 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 정권의 반인권·반헌법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 인권 보고서를 비밀 3급으로 분류했고, 인권재단 발족도 방해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 ‘김여정하명법’ 비아냥을 자초했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은 30일 미국과 공동 주최하는 민주주의 화상 정상회의 한 세션을 주재하며 북한 인권 문제도 공론화한다고 한다. 북한 주민도 국민이라는 헌법 정신을 수호하는 것임은 물론, 문명국 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문화일보사설
03-29 실질적 핵 역량 확보에 사활 걸 때다

박찬주 예비역 대장, 前 제2작전사령관
전쟁이 일어나는 여러 가지 조건 가운데서 가장 필연적이고 결정적인 조건은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다.
1949년 주한미군이 철수하자 그다음 해에 북한 김일성은 242대의 소련제 전차를 앞세우고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남침을 자행했다. 남북한 간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무너진 힘의 균형을 회복시켜 준 것은 미국이 주도한 유엔군의 참전이었으며, 이어서 북한의 입장에서 힘의 균형을 회복시킨 것은 중공군의 참전이었다. 양 진영 간에 힘의 균형이 이뤄지자 전선은 고착됐고, 2년여에 걸친 지루한 공방전 끝에 결국 휴전에 들어갔다.
6·25전쟁 이후 북한은 ‘전인민의 무장화’ ‘전국토의 요새화’라는 기치 아래 거대한 병영국가를 구축했고, 이에 맞선 우리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한미연합군을 구성해 힘의 균형을 유지해 왔다. 이 시기에 비록 군사적 긴장 관계는 있었지만, 쌍방이 모두 상대를 어찌할 수 없는 힘의 균형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에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 간 힘의 균형은 북한의 핵무장으로 무너졌다. 북한의 핵 위협은 고도화·다양화했을 뿐만 아니라, 투발 수단의 안정성과 정밀성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북한의 핵 위협이 단계별로 고도화할 때마다 우리는 버릇처럼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해 왔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면 으레 전문가들이 등장해 ‘대남 시위용’이니 ‘대미 협상용’이니 하면서 평가절하 했지만 북한은 본인들의 계획에 따라 핵 능력의 성능 개량과 안정성 향상을 위한 실험을 계속해 온 것이다.
북한의 핵무력에 대한 힘의 균형은 재래식 전력으로 이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한 한·미의 대응 전략은 확장억제인데, 이는 미국의 동맹국에 대해 제3국이 핵공격을 위협하거나 핵 능력을 과시하려 할 때 미국의 억제력을 이들 국가에 확장해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은 핵우산 정책보다 구체적이고 한·미 간에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가 가동된다는 점에서 진전된 개념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에게는 여전히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가졌던 의문이 남는다. 과연 미국은 파리 또는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LA나 워싱턴을 희생시킬 각오가 돼 있는가.
지금까지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과시해 온 것은 전략폭격기나 항공모함 등 핵 투발 수단의 한반도 전개가 핵심이었다. 반면에, 지금까지 핵무기를 눈으로 본 한국의 당국자는 아무도 없었고 핵무기 운용 절차나 제원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 적도 없다. 우리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이 미국을 방문해 B-1B 전략폭격기의 날개를 만져 보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확장억제 전략에 대한 신뢰를 가지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이제 우리는 사활을 걸고 실질적인 힘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미측과 협의해야 한다. 1980년대 말 북한의 핵 개발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무기의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그리고 적정 수준의 잠재적 핵 능력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공론화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를 우리가 침묵한다면 그 누구도 우리를 위해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문화일보
03.30 일가족 32명 몰살까지… 6·25때 학살된 교인 131명 추가 확인
진실화해위, 6·25 종교인 희생…
박명수 교수팀 2차 조사보고서

▲논산=김기철기자 논산 병촌교회 마당에 세운 '66인 순교기념비'(왼쪽). 인천상륙작전 직후인 1950년 9월27일과 28일, 지방 좌익들에게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등으로 학살당한 신자 66명 명단을 새겼다. 이중엔 영유아 9명과 주일학교생 22명 등 어린이가 31명이었다.
논산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성동면 우곤감리교회는 올해 창립 105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교회다. 이 교회 원로 장로 김상옥(89)씨는 73년 전 그날의 비명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김씨는 1950년 9월 말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이 후퇴하면서 같은 교회 신자이자 동네 주민인 ‘바라구’ 김씨 일가 32명이 학살당하는 현장 근처에 있었다. 좌익 동태가 수상하다는 친척 귀띔을 받고 집에 문을 잠근 채, 숨어있던 중이었다. 그는 “일흔 전후의 김씨 어른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주부터 차례로 때려죽였다는데, 밤새도록 울리는 비명을 들으며 이것이 지옥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라구’ 김씨는 이 마을에서 자수성가한 농부로 ‘논밭이 바라구(한해살이풀)처럼 늘어났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김씨 일가는 아들 5명과 딸 2명에 손주까지 30 명이 넘는 대가족으로 모두 기독교인이었다.

◇'바라구’김씨 일가 32명 몰살당해
6.25 당시 인민군이 퇴각하는 과정에서 남한에서 학살한 기독교인만 최소 1157명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신학대 박명수 교수팀이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의뢰를 받아 지난달 말 제출한 ‘6.25전쟁 전후 적대 세력에 의한 기독교 등 종교인 희생 사건 조사’다. 본지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박 교수팀이 2022년 초 제출한 1차 조사 때 밝힌 기독교인 희생자 1026명(천주교인 119명 포함 총 1145명)에 131명이 추가됐다. 이번 조사는 충남 논산과 전북 일부 지역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6.25 당시 희생된 기독교인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대부분은 좌익이 휘두른 삽과 죽창, 몽둥이, 괭이에 맞아 죽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6.25 당시 기독교인 집단 학살은 주로 9월 27일~28일 이뤄졌다. 박 교수팀은 북한 정권이 인천상륙작전 직후인 9월 26일 하달한 ‘반동 세력 제거 후 퇴각하라’는 명령과 관계가 있다고 봤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논산 성동면 우곤감리교회 신자 73명이 집단 학살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바라구’ 김씨 일가를 비롯, 이 교회 장로로 피택된 김근택 집안 10여 명과 이 지역 최대 부자인 박승주 집안 등 집단 희생당한 가족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가해자는 지역 좌익이었다.

▲논산=김기철기자 논산 병촌교회 카페 지하에 조성한 순교기념관. 66명의 이름과 인적사항을 적었다. 가운데는 1957년 세운 순교기념비. 병촌교회는 답사팀이 매주 찾아오는 기독교 순교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암살단이 도끼로 죽여’ 신문 보도
이 사건은 당시 조선·동아일보에도 눈에 띄게 보도됐다. ‘합동수사본부’가 1950년 11월 18일 성동면 우곤리 출신 이상태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는 발표였다. ‘1950년 9월 28일 우익 진영 군경 가족 암살단을 조직하여 동월 30일 오전 3시를 기하여 경찰관 박병구씨외 39명과 도합 72명을 끌어내 산모퉁이에서 차례차례 도끼로 뒷머리를 때려 즉사케 한 뒤 구덩이에 파묻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교회는 6.25 당시 신자 66명이 학살당한 같은 면 병촌성결교회와 직선 거리로 1㎞ 남짓 떨어져 있다. 성동면은 일제 때부터 좌익 세력이 강했던 곳으로, 이 지역 기독교인들은 우익 집단이자 반공(反共) 세력으로 간주돼 학살당했다는 것이다.

▲6.25 당시 교인 73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논산 우곤교회.
◇화해 위해 가해 집안과 결혼한 피해자
병촌교회 마당에는 희생자 명단을 새긴 ‘66인 순교기념탑’이 우뚝 서있다. 한편에는 유해 발굴을 통해 수습한 순교자 7명의 묘가 있어 숙연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박명수 교수팀은 2021년 조사한 병촌교회 사건 내막도 재조사했다. 이 사건에는 같은 동네 김씨 집안과 좌익 계열 정씨 집안의 해묵은 갈등이 작용했다. 이 교회 신자인 김주옥은 인민군 치하에서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탈출, 40여 일간 도피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 직후 좌익에게 어머니와 아내, 둘째 아들과 딸, 조카 2명 등 6명이 살해당했다. 가해자는 정씨 집안이었다.
김주옥과 같은 경주 김씨 집안인 김기환은 부모, 형, 형수, 조카 등 16명이 살해당했다. 김기환은 그 충격으로 정신 이상이 생겨 1966년 고향을 떠났다고 한다. 병촌교회 희생자 66명 중 경주김씨 집안이 35명으로 전체 절반이 넘었다. 이성영 병촌교회 담임목사는 “세 살 미만 아기만 9명이고, 주일학교생 22명까지 합치면 66명 중 절반 가까운 31명이 어린이였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젖먹이를 가슴에 안고 죽은 산부도 있었다’고 썼다.
수복 이후 김씨의 피비린내 나는 보복이 예상됐다. 이때 김주옥이 나섰다. 가해자인 정씨 집안 딸과 재혼한 것이다. 김주옥은 보복을 막고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김주옥의 아들 김흥호(69)씨는 ‘아버지가 정씨 집안의 신원 보증을 서주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논산 병촌교회 마당에 조성한 순교자 7명 묘역. 숨진 날짜가 모두 1950년 9월27일,28일로 같다.
◇'기독교인, 우익 희생자 구분 어려워’
연구팀은 전북 35곳에서 발생한 기독교인 희생 사건을 조사해 군산 신관교회(15명)·정읍 산외교회(6명), 익산 이리제일교회(5명), 신황등교회(4명) 완주 서두교회(4명) 희생자도 추가로 밝혀냈다. 보고서는 ‘기독교는 공산주의를 반대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세우는 데 앞장섰다’면서 ‘기독교 희생자와 우익 희생자의 구분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썼다. 병촌교회나 우곤교회 사례에서 보듯, ‘집단 희생당한 교회는 가해자들에게 대부분 복수하지 않고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정리했다. 한편 ‘한 교회 안에 가해자와 피해자 후손이 함께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남겼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6.25전쟁 전후 기독교인을 비록한 종교인 희생은 위원회가 직권조사를 결정한 사건”이라면서 “77명이 희생된 영광 염산교회와 이번에 새로 밝혀진 우곤교회 집단 희생 사건을 포함해 6.25 전후 종교인이 희생된 사건 전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의 ‘악질종교’ 처단지시가 기독교인 집단 학살 불러”

▲박명수 서울신학대 명예교수
“6·25 당시 기독교인 학살은 인천상륙작전 직후 퇴각을 앞둔 북한 당국의 공식 지시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지방 좌익들이 행동대원으로 나섰기 때문에 인민군이나 김일성 정권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학살은 철저히 이들의 계획 아래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명수(69·사진) 서울신학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진실화해위원회에 ‘6·25 전후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 사건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202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 교수는 인천상륙작전 직후 인민군 퇴각 과정에서 거의 동시에 기독교인 집단 학살이 이뤄진 점을 주목한다. 김일성은 1950년 7월 중순 ‘전직 전과 불량자, 악질종교 등’을 처단할 것을 명령했는데, 박 교수는 김일성이 말한 ‘악질 종교’에 기독교가 포함된다고 봤다. 북한 정권이 이북에서 수많은 교계 인사들을 체포하고, 목사와 교인들이 탄압을 피해 월남한 사실을 떠올리면 ‘악질종교=기독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50년 9월 하순 인민군은 “반동 세력 제거 후 퇴각하라”는 지시를 각 도당(道黨)에 하달했다. 이에 따라 각 도당은 9월 26일 음력 추석날 반동 세력 제거에 나서 기독교인, 우익 인사 학살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독교인 학살을 단순히 집안 간 갈등이나 개인적 감정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원인을 축소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박 교수는 6·25 직후 발생한 보도연맹 사건으로 희생된 좌익 가족들이 기독교인과 우익 진영에 복수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논산 성동면의 경우, 좌익 중 보도연맹에 가입한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고, 희생자도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인터뷰에 응한 주민들은 6·25 이전에 일어난 가장 충격적 사건으로 좌익이 김병택을 살해한 일을 기억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지역 명망가였던 김병택은 좌익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녁에 대나무밭에서 칼로 살해당했다.
박 교수는 서울신학대 한국현대기독교연구소장을 지낸 교회사연구자로 해방 직후 기독교와 현대사 연구에 앞장서 왔다. 이번 달부터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임기 1년)을 맡고 있다.
조선일보 /논산=김기철 기자
03.30 북한의 ‘눈과 귀’ 노릇 했다는 민노총의 전·현직 간부
청와대 송전망 마비 기도, 미군기지 촬영에 구속
지도부 사과해야, 국정원 수사권 폐지 재검토하길
공안 당국이 밝힌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간첩 혐의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충격적이다. 수원지법은 그제 민주노총 조직국장,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조직부장 등 4명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가정보원과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1월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이후 확보한 증거에 따라 국보법상 목적 수행 등 간첩 혐의가 인정된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어제 일부 공개된 이들의 구체적 혐의를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이들은 ‘지사’라 명명한 지하조직을 만들었고, 수년에 걸쳐 100여 차례의 북한 지령문을 받아 30여 건의 보고문을 작성해 북한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의 지령문엔 청와대 등 한국의 주요 국가기간시설의 송전망 설비를 파악해 마비시킬 준비를 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장기 화형식 등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진보당(옛 통합진보당) 장악과 원내 정당화의 추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지지 등 국내 정치와 외교에 개입한 흔적도 있다.
특히 민주노총 핵심 간부 A씨는 2021년 2월께 경기도 평택과 오산의 미군기지 안으로 들어가 주요 시설과 장비를 촬영해 북한의 대남 공작기구(문화교류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부대의 활주로·격납고는 물론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등을 근접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정원을, 지난 22일엔 국군방첩사령부를 방문했다. 이례적인 대통령의 행보는 공식적으로는 격려 차원이었지만 간첩 사건에 대한 심각한 정부의 우려가 담겼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간첩 행위가 일회성이 아니고, 북한이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인 정보 수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추가로 간첩 사건이 터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은 1995년 11월 창립 선언문에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의 확보, 노동기본권의 쟁취, 노동 현장의 비민주적 요소 척결, 산업재해 추방과 남녀평등의 실현을 위해 가열차게 투쟁한다”고 밝혔다. 또 “자주·민주·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가열찬 투쟁을 전개한다”고도 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노동자 권익 향상과 통일을 이념으로 내세우며 진보 성향 활동을 해 왔다.
하지만 비록 일부라도 민주노총의 핵심 간부들이 북한의 눈과 귀, 팔과 다리 역할을 했다니 세간의 충격은 가시지를 않고 있다. 군사정보 빼내기와 국내 혼란을 주문하는 북한의 지령을 따르는 것은 이적 행위일 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들을 두둔하지 말고 반국가적 행태에 반드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간첩이 활개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한 것이 적절했는지 국회는 재검토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3-30 간첩보다 위험한 간첩 숙주

유회경 전국부장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습니까?”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이 말은 이제 그의 발언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여론 주도층의 안보 불감증을 꼬집는 클리셰가 돼버렸다. 하지만 이젠 이 말이 쏙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간첩 색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실제로 성과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을 비롯해 진주, 전주,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간첩 활동을 한 사람이나 조직이 무더기로 검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북한이 민주노총 반정부 투쟁 선동 지령을 내렸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나라에 간첩이 이렇게나 많나”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 말은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습니까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다. 사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첩이 없다고 여기는 게 얼마나 순진한 발상인가. 그런데도 우리는 북한에 우호적인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간첩이 전혀 없는 듯이 지내왔다.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습니까 발언이 괜히 퍼진 게 아니다.
방첩 당국은 27일 중국 광저우(廣州), 캄보디아 프놈펜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며 100여 차례에 걸쳐 대남 지령문 등을 주고받은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을 구속했다. 북한 공작원과의 접촉도 접촉이지만 북한이 민주노총 조직국장과 이른바 창원 간첩단(자주통일 민중전위)에 각각 전달한 지령문 내용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투쟁 같은 각계각층 분노의 최대 분출을 위한 조직 사업 전개’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2 촛불 국민 대항쟁 목표로 촛불시위 확대 전개’ 등을 각각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또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에게 한·일 관계 악화를 위해 일장기 화형식, 대사관·영사관 기습 시위 등을 거론하며 파격적인 반일 투쟁을 적극 벌일 것을 지시했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걸고 반일 민심을 부추겨 일본 것들을 극도로 자극시키라는 지령문도 내렸다. 우연의 일치일까. 지난 몇 년간을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 여론은 북한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갔다.
북한 지령에 많이 휘둘렸거나 북한이 원하는 방향과 싱크로율이 높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에 민감한 게 사람이다. 오죽하면 미국 와튼 스쿨의 조나 버거 교수는 내 결정의 99.9%는 타인에 의해 이뤄진다고 했을까. 간첩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 혹은 뉴스 댓글을 통해 떠들고 노조에 휘둘리는 언론사들이 분위기를 한껏 잡으면 부지불식간에 이태원 참사를 방조한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성에 대해 부르르 떨고 강제 연행을 떠올리며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다시 돋우게 된다. 스스로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 항변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사실 내 주체적인 사고와 외부 영향 부분을 구분하는 게 얼마나 힘든가. 다만, 이건 자문해봐야 한다. 왜 내가 독자적으로 내린다는 결정이 북한의 지령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우리와 총부리를 마주한 북한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사고하는 습성이 몸에 배게 됐는지 말이다.
문화일보
03-31 “北, 민노총 손바닥처럼 들여다봤다”…조직국장이 공작원에 내부통신망 ID·비번 넘겨
北 지령 받은 민노총 간부, 국회의원 300명 정보도 넘겨
국정원, 민노총 전·현직 간부 北 공작원 접선 동영상 확보
간첩죄 혐의로 국가정보원 수사를 받고 구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직국장 A(53)씨가 북한 공작원에 넘겨준 민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북한이 민주노총 내부 상황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8일 발부된 영장에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총책 A씨가 2018년 10월2일경 북한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내부통신망 ID·비밀번호 등을 북한 노동당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넘긴 사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간첩 혐의를 수사중인 국가정보원은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연루자들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접선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정원은 일당이 북한 측과 문건을 주고받을 때 쓰인 것으로 보이는 암호화·암호해독 프로그램도 압수해 분석한 결과 북한 공작원에게 ID·비밀번호 등을 넘긴 사실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자애로운 총회장님(김정은)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잘 돌아왔다"며 해외접선후 귀국보고를 하면서, ‘영업1부(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 일정’ ‘영업1부(민주노총) 내부통신망 ID·비밀번호’ 등의 내용이 담긴 보고문을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보고한 정황이 포착됐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가 수집보고한 ID와 비밀번호는 민주노총 대외협력실, 정치위원회, 사회연대 위원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민주노총 내부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었다. 민주노총 간부들의 동향 등 일거수일투족을 북한이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공작원은 A씨가 보고한 ID와 비밀번호를 보고받은 후, 2018년 10월 16일경 "영업1부 관련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반갑게 받았다"며 A씨에게 관련 보고를 정상적으로 수신했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실도 포착됐다. 특히 2019년 4월 2일경에는 "지난해 보내준 아이디를 통해 영업1부 내부통신망을 잘 이용했으며 많은 참고가 됐다"며 A씨가 제공한 ID를 통해 민주노총 내부망 자료들을 열람했다는 사실도 확인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A씨가 북한 공작원에게 보고한 ID와 비밀번호를 통해 북한이 민주노총 내부 통신망에 직접 접속해 각 부서별 회의자료 등 민감한 내부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며 "민주노총을 활용한 대남공작의 전략전술을 수립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간첩 혐의를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확보한 북한의 지령문에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북측이 민노총에 선거개입을 지시한 정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첩당국이 확보한 A씨와 북한 문화교류국이 주고받은 통신문건에는 21대 국회의원총선거와 관련한 행동방향 지시가 담겼다. 2019년 10월 당시 문건에서 북한은 A씨에게 "다음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민주개혁세력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보수세력에게 패한다면 촛불민심인 보수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은 좌절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보수세력을 등에 업고 그것들의 지지 밑에 재집권 야망을 실현해보려고 날뛰는 보수 패당의 책동과 관련해선 미·일 상전과 보수세력 간 쐐기를 박기 위한 사업을 실정에 맞게 추진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은 A씨에게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300명의 휴대전화번호와 개인 신상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보고문에 국회의원 300명의 이름·소속정당·지역구·선수·성별·휴대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담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A씨는 평택화력발전소· LNG저장탱크·평택부두, 해군2함대사령부 등경기도 화성·평택 지역 국가 주요 시설·군사기지 정보를 수집해 유사시 마비시킬 준비를 하라는 북한 지령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일보 정충신 선임기자
03.31 끔찍한 北 인권 참상 숨기고 비호하던 시기에 늘어난 간첩들
정부가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 탈북민 508명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엔 북한의 끔찍한 인권 참상이 담겼다.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켰다고 임신 6개월의 여성이 2017년 처형됐다.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16~17세 청소년 6명이 2015년 원산에서 공개 총살됐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척추를 꺾어 죽이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정치범 수용소 등 각종 구금 시설에선 고문과 비밀 처형뿐 아니라 생체 실험까지 자행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인권법 제정 이듬해인 2017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남북 이벤트를 한다고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이 첫 공개다. 입으로는 ‘인권’을 외치는 문 정권 인사들의 위선은 가증스러울 정도다. 그들은 북한 주민을 유린하는 김정은·김여정에 대해 “배려심을 느꼈다” “솔직하고 대담” “북 지도층에 이런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는 말로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 기소를 요구해온 전 세계 인권 단체들을 아연케 했다.
그런 한편으로 문 정부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박탈하고 기무사를 해체했다. 최근 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된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과 제주·창원 지역의 간첩 혐의자들이 북한 공작원들에게 포섭된 것이 대부분 문 정부 시절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민노총 조직국장 등은 평택·오산 기지 등에 접근해 활주로, 탄약고, LNG 저장 시설뿐 아니라 미군 정찰기와 패트리엇 포대 등을 촬영해 북에 보고했다고 한다. “청와대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송전선망 체계를 입수해 마비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한다. 국가 기간시설 타격을 모의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을 연상시킨다.
이제 북한 주민이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진보 진영도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북한 주민은 굶어죽는데 김정은은 한국 공격할 핵폭탄 만드느라 바쁘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북한을 추종 추앙하면서 간첩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북한과 같은 집단을 추종하는 것은 개인의 신념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 일각의 병적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간첩 혐의자를 적발 처벌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북한을 추종하게 되는 과정을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