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3-02/ 02.01(수) 39년 전 도입한 지하철 무임승차, 바꿀 때 됐다 - 02-27 불가피한 물가 급등, 통제보다 실상 알리고 협조 구하라
세상사 2023-02/
02.01(수) 39년 전 도입한 지하철 무임승차, 바꿀 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4월쯤 지하철과 버스 요금 300~400원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데 이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65세 이상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근본적 해결 방법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은 적자 때문인데 무임승차가 적자의 큰 원인이란 것이다.
서울시 등 지하철을 운영하는 광역 자치단체들은 “최근 5년간 전국 도시철도의 연평균 순손실 1조3165억원 중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5411억원으로 약 41%”라며 “지자체 재정만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시는 연평균 손실 7449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3236억원이 무임 손실이라고 한다. 무임승차 제도를 이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 제도를 1984년 처음 도입할 당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5.9%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18%로 높아졌고 2040년에는 35%로 껑충 뛸 전망이다. 35%면 국민의 3분의 1이 넘는다. 3분의 1 이상이 무임승차하면 그런 지하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나. 이제는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고령층의 건강도 좋아졌다.
우리처럼 특정 연령 이상 100%에게 지하철을 무임승차하게 하는 나라나 도시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주에 따라 지하철 요금의 30~50%를, 프랑스는 65세 이상 저소득층에게 20~80%를 할인해주고 있다. 일본은 도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70세 이상 중에서 신청하는 사람에 한해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액을 깎아준다. 영국의 경우 피크시간엔 무료가 아니다.
우리도 39년 전에 도입한 이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국민 세금으로 또 메꾸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세금을 퍼부어 해결하면 재정이 남아날 수가 없다. 결국 다 빚으로 국민에게 돌아온다. 하지만 당장 반발이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맡기면 이런 식의 인기 영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점차 높여가면서 소득 수준에 따라, 교통량, 시간대에 따라 무임승차 시간이나 할인 폭을 달리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03 文 정권 방송 재승인 점수도 조작, 실무자 책임일 수 없다

▲작년 1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뉴스1
문재인 정부 당시 방통위 국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때 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심사에서 TV조선은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었다. 그런데 이를 안 방통위 국장과 과장이 심사위원 2명에게 평가 점수를 알려주면서 “점수를 깎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결국 심사위원들이 ‘공적 책임과 공정성’ 점수를 깎아 다시 제출했다. 이 때문에 TV조선은 기준 미달(104.15점)이 됐고, 방통위는 이를 근거로 ‘조건부 재승인’ 처분을 내렸다. 재승인 기간도 법정 4년이 아닌 3년으로 줄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무자인 공무원들이 이런 불법 조작을 독단적으로 할 수는 없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 조작을 몰랐나. 그는 방통위에서 정권 하수인 노릇을 해온 사람이다.
이번 수사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처럼 꼬리 자르기로 끝나선 안 된다. 문 전 대통령이 “월성 원전은 언제 폐쇄하느냐”고 하자 산업부 장관은 실무자들을 협박하면서 원전 폐쇄로 몰고 갔다. 실무자들은 어쩔 수 없이 경제성을 조작하고 휴일 밤에 수백 건의 증거 자료를 인멸했다. 이 공무원들만 감옥에 갔다. 온당한 일인가. 교육부는 2018년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집필자 동의도 없이 무단 수정하고 회의록 조작에 도둑 날인까지 했다. 그런데 과장급 공무원만 처벌받고 윗선은 조사도 받지 않았다. 방송 재승인 점수 조작만은 진짜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03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어이없는 처신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에
방통위, 세차례 압수수색 당하고
주무 국·과장 구속
경기방송 재허가 과정도 수사중
조직의 수장이라면
자신이 책임질 줄 알아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에 묻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요즘 방송통신위원회는 말 그대로 난리 통이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의 점수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나 압수 수색을 당한 데 이어 실무 책임자인 국장과 과장이 잇따라 구속됐다. 방송·통신업계에 수퍼 ‘갑’으로 군림하는 방통위로서는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다. 이게 다가 아니다. 검찰은 2019년 경기방송의 재허가 심사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압수 수색이 있을지, 또 얼마나 많은 공무원이 조사받고 구속될지 알 수 없다.
2020년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4박 5일간 진행된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을 보면 석연찮은 대목이 적지 않다. 검찰 수사와 방통위 안팎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TV조선에 대한 평가 점수는 19일 PC에 1차로 저장됐다가 심사 마지막 날인 20일 수정 후 다시 저장됐다고 한다. 3월 19일 밤, 담당 과장이 심사위원 일부와 술자리를 했고 검찰은 이 자리에서 TV조선 평가 점수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처음에 입력한 TV조선 평가 점수는 문제의 공정성 평가에서도 기준점을 넘었는데, 수정 후엔 0.85점이 부족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혐의에 대해 담당 과장은 내부에 ‘치맥’ 자리를 하긴 했지만 TV조선 점수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통위에서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전·현직 공무원들은 “사업권 심사 때에는 식사도 심사위원 전원이 함께 해 불필요한 대화를 못 하게 한다. 담당 과장이 몇몇 사람과 따로 술을 먹은 것만으로 부적절한 처신이며, 심사 종료 하루 전인 19일 점수를 입력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대개는 마지막 날에 심사위원이 자신의 점수 표를 봉인해 제출하고 심사장을 떠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심사 종료일에는 주무국장이 심사장인 경기도 양평의 코바코 연수원을 방문해 심사위원장을 따로 만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9년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공정언론국민연대에 따르면, 당시 경기방송은 심사 대상 방송국 146개 중 객관적인 지표인 계량 평가에서는 8위에 올랐지만 공정성 등 심사위원들이 주관이 개입되는 평가에서는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해 초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이 방송사의 청와대 출입기자가 “현실 경제는 얼어붙었는데 대통령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고, 그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여쭙는다”고 질문한 게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방통위가 경기방송에 조건부 재허가를 해주면서 단 부대 조건을 보면 ‘특정인을 경영에서 배제하고, 주요 주주나 특수 관계자가 아닌 사람을 사내 이사로 위촉하라’는 등 경영 개입을 시사하는 내용이 많이 포함됐다. 한마디로 정부 말 안 듣는 경영진은 자르고 경영은 방통위가 할 테니, 대주주는 돈만 내라는 것이었다. 이 조치에 대해 경기방송은 “유례없는 언론 탄압으로 건실한 민영 방송사가 문을 닫게 됐다”는 호소문과 함께 폐업을 결정했다.
이 논란의 중심에 한상혁 위원장이 있다. 그런데도 그는 방통위의 독립성과 임기 보장을 방패막이로 삼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압수 수색과 고위 간부 구속 외에도 전체 직원 200명 중에 40명이 검찰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고 있지만 기어이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태세다.
과거 이명박 정부 말기에 그 자리를 맡았던 이계철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임기를 1년 앞두고 사표를 냈다. 보수 정권이 재집권했는데도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맞는 사람이 방통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물러났다. 미국의 방통위 격인 FCC도 대통령이 바뀌면 전 정권에서 선임된 위원장이 퇴임하는 게 관례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특정 정파의 대리인이 아니라 한 조직의 수장이다. 자신이 4년간 이끌어온 조직이 와해 수준에 왔다면 부하 직원들이 구속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 조형래 산업부장
02.06 “의견 다르면 적으로 모는 민노총… 그들의 정치 파업은 거부”
[최종석이 만난 사람]MZ세대 노조 운동 주도,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3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제 노조 활동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로고가 새겨진 후드티를 입은 그는 “우리는 민노총과 싸우려는 게 아니다”라며 “미래 노동시장에서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장련성 기자
지난 3일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서울교통공사 ALL(올)바른 노동조합’ 명판이 달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송시영(31)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넸다. 후드티에는 노조 로고인 ‘A’ 자가 그려져 있었다.
송 위원장은 2021년 교통공사에 2030세대를 주축으로 한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를 만들었다. 교통공사 제1 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공사노조’, 2노조인 한국노총 산하 ‘통합노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 민노총 소속 화물연대 파업 와중에 교통공사 양대 노조가 벌인 서울 지하철 총파업을 ‘정치 파업’이라고 비판하며 불참했다. 당시 지하철 파업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 직원이 주축인 ‘올바른 노조’의 외면으로 파업 동력이 약해진 것 등이 영향을 미쳐 하루 만에 끝났다.
송 위원장은 지난 3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제 노조 활동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식 정치 파업은 거부한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 연령 조정,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등 복잡한 이슈의 한가운데 있다. 송 위원장은 “65세 이상 무임승차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며 “전장연이 다시 시위하면 맞불 시위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전국 MZ 노조 8곳과 협의체 출범을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이 협의체 이름은 ‘새로고침’이다. ‘정치 과잉’의 기존 노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작년 지하철파업 때 조합원 52% 증가
-작년 12월 서울 지하철 총파업 때 ‘올바른 노조’ 내부 분위기는?.
“당시 젊은 직원들이 올바른노조로 많이 옮겨왔다. 노사 교섭이 진행되던 한 달 새(10~11월) 조합원 수가 1250여 명에서 1900여 명으로 52% 증가했다. ‘왜 우리가 민노총이 주도하는 불합리한 정치 시위에 뛰어들어야 하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이제 노조원 수가 2000명이다. 조만간 통합노조(한노총 산하)를 넘어 교통공사의 제2 노조가 될 것으로 본다.”
-파업 위주의 투쟁 방식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파업은 노조가 할 수 있는 쟁의 행위 중 하나지만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민노총 산하) ‘공사노조’가 정치적이고 불합리한 이유로 파업을 벌여 비판한 것이다. 파업은 시민의 공감을 얻어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가 제1 노조가 되면 시민을 먼저 설득하는 쪽으로 쟁의 방식을 바꾸고 싶다. 예를 들어 교통공사의 연간 적자가 1조원이 넘는데 직원들이 놀고 먹어서 생긴 적자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 무기계약직을 대거 일반직으로 전환한 것, 원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지하철 요금(원가의 60%),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 손실에 대해 정부 지원금이 없는 것 등이 근본 원인이다. 우리가 1노조가 된다면 그런 문제를 먼저 정확히 알리고 싶다. 시민들과 토크콘서트도 하겠다. 파업으로 시민들 출근길만 막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MZ세대 노조원은 무엇이 다른가.
“MZ세대 조합원들은 두 가지가 중요하다. 회사 생활에서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 내 목소리를 얼마나 노조가 제대로 대변해주느냐, 조합비를 내고 얼마나 실익을 누릴 수 있느냐이다. ‘한미 연합훈련 반대’ ‘이석기 석방’ 같은 구호를 외치는 노조보다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노조를 원한다. 그래서 MZ노조는 위원장도 영업 사원처럼 뛰어야 한다. 틈틈이 놀이공원, 렌터카 업체, 호텔 등을 다니면서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제휴 할인 혜택을 마련하려고 영업한다. 회사가 주지 못하는 혜택을 우리가 준다는 생각이다. 아직 조합원 수가 적어 제3 노조에 머물고 있지만 직원들 목소리를 잘 대변해 속 시원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회의 분위기도 다를 것 같다.
“우리 조합원들은 참 다양한 의견을 얘기한다. 기성세대가 보기엔 ‘버릇없다’고 느낄 수 있는 말도 스스럼없이 한다. MZ세대는 6·25전쟁이나 군사 독재, 민주화를 겪지 않았다. 덕분에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이 거의 없다. 정치적으로 노조와 회사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민노총이 정치적인 주장을 하면 MZ들은 ‘그래서? 그럼 너희는 뭔데?’라고 한다.”
◇민노총 정치 편향성에 MZ세대 등 돌려
-기존 노조는 뭐가 제일 문제라고 보나.
“까라면 까라는 식이다. 집행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친일파나 ‘일베’로 매도하고 무지성적으로 모욕 주기를 한다. 노동을 포함해 모든 이슈를 정치적으로 접근한다. 정치 편향성이 제일 큰 문제다. 세상이 참 다양해졌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자기들과 다른 의견을 얘기하면 무조건 적으로 몰아간다. 나보고는 친일파 집안의 자식이라고도 하고 ‘일베충’이라고도 한다. ‘교통공사에 침투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들’ ‘회사 망치고 나가서 비례대표 받을 것’이란 얘기도 돌았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눈을 갖고 있으니 회사에 우리가 필요한 걸 요구하기보다 정치적으로 ‘누구 물러나라’ 같은 구호를 외치는 것이다.”
-거대 노조에 맞서 할 말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사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민노총 소속인 공사노조는 조합원이 1만명, 우리는 2000명이다. 다수가 선동하면 소수는 상대적으로 거짓말쟁이가 돼버린다. 그런 상황이 많이 힘들다. 아무리 말해봐야 안 믿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를 믿는 조합원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참고 견딘다. 작은 노조지만 당당하게 나선다. 증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거짓말에는 바로 대응한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MZ 노조 8곳과 함께 협의체 만들 것
-다른 기업의 MZ세대 노조와 연대한다는데.
“2월 중순에 서울교통공사 외에 LG전자, 한국가스공사 등 MZ세대가 주축이 된 8사 노조와 함께 협의체를 출범시키려고 한다. 모두 노조를 해본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서로 도와가면서 새로운 노조 운동을 하려는 거다. 2021년 우리나라에 젊은 노조가 많이 생겼다. 그리고 민노총이 불법 파업을 하면서 젊은 노조의 역할이 부각됐다. 자연스럽게 위원장들끼리 연락하게 됐다. 협의체 이름은 ‘새로고침’ 노조 협의체다. 현재 노조 활동에서 잘못된 부분은 새로 고치자는 뜻이다. 아홉 노조를 합치면 조합원이 7000~8000명 정도 된다. 꽤 크다.”
-어떤 활동을 하려고 하나.
“정부에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를 개선하고 공정한 채용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금 노동조합법에 있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는 민노총 등 거대 기득권 노조가 사측과 협상권을 독식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MZ세대 노조 같은 신생 노조도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공평하게 하자는 것이다. 또 MZ세대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채용 비리다. 문재인 정부 당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채용 비리가 많았는데 공정한 채용 보장도 꼭 필요하다. 우리가 주로 민노총의 행태를 비판하다 보니 보수 정권과 함께한다는 굴레도 생겼는데 MZ세대는 진보나 보수를 떠나 상식과 공정을 원한다. 정권과 상관없이 바른말을 할 수 있는 노조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장연 시위 재개하면 맞불 시위 할 것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예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무임승차 제도는 부당하다. 법으로는 무임승차를 정해놓고, 그 비용 부담은 교통공사와 직원들이 지게 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은 없다. 이 때문에 공사의 연간 적자가 2022년에는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직접 노인들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면 된다.”
-지하철 운행 중단을 초래한 전장연 시위에 대한 생각은 .
“직원들이 전장연에 대해 이를 갈고 있다. 전장연이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2차 가해도 한다. 다리를 다친 직원도 있다. 휠체어에 철을 둘러 장갑차처럼 만들어 밀어붙인다. 시민들에게도 2년째 피해를 끼치고 있다. 사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때문에 시위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 때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그러는지. 제발 정치 쇼 좀 그만하면 좋겠다. 우리는 전장연이 다시 시위하면 규탄 성명 내고 행동할 것이다. 더 이상은 못 참는다. 맞불 시위도 생각하고 있다. 전장연 시위는 명백히 불법이다.”
-서울시가 지하철 요금 인상을 예고했는데.
“요금 인상은 당연히 필요하다. 지금은 학교 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100원 주면서 빵 3개 사 오라고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말이 안 된다. 적자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원가에도 한참 모자라는 요금이다. 그런데 그 책임을 공사 직원들이 감당하고 있다. 서울시는 적자가 막대하다고 인원을 줄이라고 하고 기관 평가도 낮게 매긴다. 그럼 성과급도 못 받는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
☞송시영
1992년생으로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역무원(7급 주임)이다. 2019년 입사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평범한 직장인인 그는 2021년 기존 노조의 정치 투쟁에 화가 나 2030세대 직원 등 500여 명과 함께 교통공사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를 만들었다. 최근 노조원 수가 약 2000명으로 늘었다. 이 중 90% 정도가 MZ세대라고 한다.
조선일보 최종석 기자
02-08 전면적 反정부·반미 투쟁 선언한 민노총, 정체성 뭔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7일 정기대의원대회 뒤 발표한 ‘2023년 사업 기조와 목표’는 반(反)윤석열 투쟁 전면화, 5월 총궐기와 7월 총파업, 정치방침 및 총선방침 수립을 통한 정치세력화 질적 도약, 조합원 교육 및 대중정치 여론전 대대적 강화, 4기 직선제 진행 등 5가지다. 양경수 위원장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모든 투쟁을 반윤석열 투쟁으로 정조준하고 싸우는 해”라고 밝혔다. 민노총은 또 “윤 정부 한미·한일 동맹 강화 정책은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했다”면서 한·미 군사훈련과 한·미·일 동맹 반대, 사드 철거 투쟁 등의 입장도 밝혔다. 올 하반기에는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국회 투쟁’ 및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연대조직 구성 등에도 나설 것이라고 한다.
근로자 권익 옹호에 앞서 반정부·반미를 앞세운 정치·이념 투쟁 경향이 뚜렷하다. 민노총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이유다. 그러지 않아도 민노총 핵심 간부가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민노총 본부가 국가정보원과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 지난달 18일이다.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민노총 안팎에 지하조직 구축을 추진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았다. 제주 간첩단 사건 연루자들도 노동계 침투, 반미 투쟁 등의 지령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김여정이 “(남한) 국민들은 저 천치바보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며 선동하기도 했다.
문제는 또 있다. 조폭 같은 불법 행태를 되풀이하면서 막대한 물적 피해까지 야기한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등에 ‘모범 조직상’을 줬다. 이러니 국민 사이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의구심이 커간다. 총파업을 해도 참여 노조원이 계획의 10%도 안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청년층이 주축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들이 연합체를 결성했으며, 민노총 소속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반발해 설립된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조합원 수에서 앞섰다고 한다.
윤 정부는 노동개혁 차원에서 건설 현장의 불법 사례 등에 대한 공권력 행사, 노조의 깜깜이 회계 시정을 위한 조치 등에 나섰다. 민노총은 강력 반발하지만,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노동운동 및 기득권 노조 정상화가 절실하다.
문화일보 사설
02-13 전태일재단 겁박하는 민노총, 기득권 노조 본색 아닌가
1970년 11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 전태일은 반세기 동안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한국 경제력과 국민소득은 북한에도 뒤지는 세계 최하위권이었지만,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개선의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전태일재단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이에 갈등이 발생해 주목된다.
민노총은 지난 8일 양경수 위원장 명의로 전태일재단에 보낸 공문에서 “윤석열 정부가 구성한 상생임금위원회에 재단의 사무총장이 참가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민노총은 조직적 논의를 통해 (사업의)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알린다”는 겁박까지 했다. 한석호 사무총장은 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 조직실장, 민노총 사회연대위원장도 지내는 등 40년 노동운동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 총장은 “상생임금위에 들어가서 지불능력 바깥의 하위 50%의 소득보전을 중심에 올려놓고 기를 쓰겠다는 것인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공격당해야 하나”라고 반박했다. 한 총장은 “저소득 노동자의 임금이나 소득을 올릴 민주노총의 방법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투쟁을 통해서 돌파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그런 식”이라고 민노총 운동 방식도 비판했다.
양측의 균열은, 민노총의 과도한 갑질이라는 겉보기 문제점과 함께, 현재 노동시장의 핵심적 문제인 ‘노동 양극화’에 대한 시각 차이를 반영한다. 상생임금위의 주요 목표가 이미 고임금과 특혜를 누리는 기득권 노조의 일부 양보와 비조직·저임금 근로자 지원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노총이 반(反)윤석열 정부와 반미 투쟁 등 정치·이념 투쟁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전태일정신과 민노총 사이의 이런 괴리는 기득권 집착과 무관치 않다. 21세기의 전태일정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2-14 정치투쟁 선 긋고 회계 공개 내건 MZ노조에 거는 기대
20·30대 청년층이 주로 참가한 MZ세대 노조가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노조단체들의 정치·이념 투쟁과 불법적 행태, 깜깜이 회계 등에 대한 비판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LG전자 사무직 노조 등 8곳이 참여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지난 4일 출범한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SK매직 등 여러 노조가 벌써 가입 의사를 밝혀 왔다고 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노총 소속 노조들이 정치 파업, 채용 강요, 중장년 생산직 위주의 이익 대변 등에 집중하는 데 질려 등 돌리는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보여준다.
새노협 대표 격인 송시영 부의장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13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김문수 위원장과 간담회에서 “정치적인 구호보다 그냥 열심히 일해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노조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이 효순이·미선이 사건을 거론하며 경험 부족을 지적한 데 대해 “그분은 6·25에 관해 경험이 없어서 그런 말씀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특히, 양대 노총이 ‘노조 탄압’이라며 거부하는 회계 자료 공개에 대해선 “(노조 자금 원천은)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임금”이라며 “노조라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당연하다”고 일축했다. 조목조목 타당한 얘기다.
한노총과 민노총에는 전체 조합원의 대다수(2021년 기준 83.5%)가 가입해 있어 다른 노조 단체들의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이탈이 확산하고 있다. 젊은 세대 중심의 교사노조연맹 조합원이 민노총 소속 전국교직원노조를 추월한 것이 상징적이다. 민노총은 포스코지회 등의 집단 탈퇴를 막으며 올해도 반정부·반미 투쟁을 선언했다. 두 노총은 회계 자료 제출 시한 하루 전인 14일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공격했다. 과거 국민노조 등에도 견제가 상당했다. 오는 21일 공식 출범할 새노협도 11개 노조가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민노총 소속 두 곳 등이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시대착오적 노동운동은 퇴조할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사설
02-15 인사도 노조 허락 받으라는 단협…송파구청뿐이겠나
서울 송파구청과 구청 노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송파지부)의 단체협약 내용을 보면, 이른바 ‘노조 해방구’를 넘어 ‘노조 천국’으로 불러도 될 정도로 기막히다. 강성 노조가 위력을 휘두르는 일부 대기업 경우에도 찾아보기 힘든 악성 조항이 수두룩하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관청이어서 혈세 낭비는 말할 것 없고 행정 비효율 조장도 우려된다. 단순한 시정명령만으론 부족하다. 송파구청 및 유관 당국은 문제 조항들에 대해 백지화를 선언하고 재협상에 나서는 것은 물론, 어떻게 이런 협약이 나왔는지 경위를 추적해 법적 책임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협에는 ‘노조 간부 인사는 노조와 사전 합의한다’ ‘5급 승진 대상자의 범위는 노조와 협의한다’‘노조가 지목하는 사람은 인사·노무 업무에서 배제한다’ 등의 조항이 있다고 한다. 사실상 불법이다. 공무원노조법 제8조는 정책 결정, 임용권의 행사 등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을 예상한 듯 ‘정부 명령·지침보다 노조와 맺은 본 협약이 우선한다’는 규정까지 두었다. ‘보수·복지·고용 등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를 추진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과 합의’ ‘송파구 공무원 전체에 적용되는 인사 원칙을 바꿀 때 노조와 사전 합의한다’ 등의 내용도 있다. 구청이 조직을 개편하기 위해 조례를 고치려 할 때나 공무원을 충원하려 할 때도 미리 노조 동의를 받도록 하고, 노조가 원해서 부서 정원 확대를 요구할 때에는 구청은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한 규정도 있다. 이쯤 되면 노조가 곧 행정권력 아닌가.
지난해 6월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현 구청장은 지난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에 이 단협 시정 명령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고, 고용부는 이런 조항들이 모두 위법이라고 보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명령 의결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 구청장 때 체결된 단협(2년 유효) 조항 140여 개 중 50여 개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송파구청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정부는 국기 문란 차원에서 전수 조사를 실시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크다.
문화일보 사설
02.17 세대 간 양보 필요한 지하철 무임승차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은 줬다가 뺏어가는 사람이란 말이 있다. 애초에 뭔가를 줄 때부터 함부로 결정해선 안 되는 이유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 복지제도라면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 일단 시행한 복지제도는 나중에 축소하거나 폐지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도 마찬가지다. 여기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옛 소련에서 배워온 제도라는 점이다. 그는 1979년 보건사회부 과장 때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에 갔다. 당시 시내를 구경하다가 어떤 할머니가 무료로 버스를 타는 걸 봤다고 한다. 주위에 있던 학생에게 물어보니 노인에겐 무임승차 혜택을 준다는 말을 들었다. 공산국가는 사람 살 곳이 아니라고 배웠던 한국 공무원으로선 놀라운 장면이었다.
옛 소련 출장에서 돌아온 그는 당시 진의종 보사부 장관에게 경로우대제 도입을 건의했다고 한다. 아직 국내에는 노인복지법이 없던 때였다. 보사부가 제안한 ‘경로우대제 실시안’은 1980년 4월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70세 이상에게 철도·지하철·시외버스 요금과 공원 입장료 등을 50% 할인하는 내용이었다. 시행 시기는 그해 5월 8일 어버이날부터였다. 최규하 대통령과 신현확 총리가 국정 전반을 담당하던 시절이다.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서 예전 국무회의 자료를 검색해 봤다. 이 자료에선 경로우대제 도입의 취지를 이렇게 소개했다. “도시산업화 사회의 노인 문제에 대처하여 노인 복지 증진. 전통적 미덕을 기려 노인을 우대하고 경로효친 사상 양양.” 그러면서 “관계 부처(지하철은 서울시)와 합의했음”이라고 적었다. 정부는 이듬해 노인복지법을 시행하면서 할인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넓혔다. 84년에는 노인복지법 시행령을 고쳐 지하철 요금 할인 폭을 100%로 높였다.
지하철 노인 할인을 도입한 지 43년이 지났다. 그동안 세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었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인구가 내년에는 10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80년(146만 명)과 비교하면 850만 명 넘게 증가한 규모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내후년이면 한국은 유엔이 분류한 초고령사회(고령 인구 비율 20% 이상)로 진입한다.
예전엔 얼마 되지 않았던 노인 무임승차 인원도 이제는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노인 무임승차는 연간 4억 회를 넘었다. 노인 1인당 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53회다. 만일 돈을 내고 지하철을 탔다면 5500억원어치에 해당한다. 무임이 아니었다면 지하철을 타지 않았을 사람까지도 포함한 금액이다.
이제라도 노인 무임승차는 폐지하거나 할인 폭을 축소하는 게 답일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4년 한국교통연구원이 펴낸 연구보고서(‘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다. 보고서는 ▶노인 건강 증진과 우울증 감소 ▶노인 운전 축소로 인한 교통사고 감소 ▶노인 경제활동 확대로 인한 복지비용 축소 ▶관광 활성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하철 운영 적자의 근본 원인은 낮은 운임이지 무임승차 제도로 인한 손실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
대안은 없을까. 영국 런던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런던은 60세 이상에게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무료 혜택을 주고 있다. 65세 이상, 지하철만 무료 혜택을 주는 서울보다 범위가 넓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다. 평일 오전 9시 이전에는 노인도 돈을 내야 한다. 복잡한 출근 시간대는 무임승차를 제한한다는 의미다.
우리도 혼잡 시간대에는 노인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겠다. 혼잡 시간대가 아니면 탑승객이 다소 증가해도 지하철 운영사 입장에서 별로 비용이 늘어나지 않는다. 일부에선 이번 기회에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자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무임승차뿐 아니라 정년연장이나 연금 수급연령 상향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현재 노인 무임승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도 부담스럽고 아예 폐지하기도 어렵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묘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한 발씩 양보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주정완 논설위원
02.20 돈 씀씀이 공개 거부하면서 세금 1500억원 받아간 거대 노조
민주노총·한국노총과 소속 노조들이 정부·지자체에서 최근 5년간 15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각종 행사와 사업비, 임대료 명목으로 지원된 금액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엔 130억원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양대 노총과 산하 노조들이 걷어 쓰는 조합비만도 각각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데 왜 국가와 지자체에까지 손을 벌리는지 알 수 없다.
노사관계발전지원법은 ‘협력과 상생의 노사관계 발전 도모’를 위해 노조에 금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양대 노총 산하의 거대 노조만큼 파괴적이고 전투적인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2012~21년 임금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 손실일수는 38.5일로 일본(0.2일)의 192배에 달했다. 영국(12.7일), 미국(8.8일), 독일(8.3일) 등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협력·상생과는 거리가 먼 강경 투쟁 노조에 국민 세금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노총은 노조 본연의 활동과는 무관한 반미·반정부 정치 투쟁으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해왔다. 한미 동맹 해체와 한미 훈련 중단을 주장하고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북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외치면서도 툭하면 미사일을 발사하고 천안함 폭침, 서해 공무원 피격 등을 저지른 북한의 평화 파괴에는 침묵하고 있다. 얼마 전 민노총은 연간 활동 계획으로 ‘5월 20만명 총궐기대회’ ‘7월 1~2주 총파업’ 일정을 내놓았다. 5개월 뒤 총파업 계획은 노사 관계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치 투쟁을 하겠다는 뜻이다.
양대 노총은 조합비 등 자체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법 규정에 따라 대형 노조들에 대해 회계 장부를 비치하고 있는지 증빙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지만 63%가 거부했다. 한국노총·민노총은 산하 노조에 자료 제출에 불응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그러고도 매년 평균 300억원씩 지원금을 받아간다. 법률에 규정된 회계 공개 의무조차 거부하는 노조에 왜 국민 세금을 줘야 하나.
조선일보 사설
02-20 노조에 대한 세금 직간접 지원 모두 중단할 때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최근 5년간 중앙정부와 광역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지원금만 152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로부터 177억800만 원, 17개 광역지자체로부터 1343억4495만 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이던 2016년 130억 원 수준에서 문재인 정부에선 평균 2.3배로 늘어 2021년엔 319억5529만 원이었다. 정부는 조합비를 지정기부금으로 분류해 최대 30%를 세금에서 빼준다. 직간접적 혜택을 합치면 연간 12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원 사업 실상을 보면 더 어처구니없다. 서울시 등은 노동자복지관·노동화합센터 등의 증축, 시설 유지·보수는 물론 인건비까지 댔고, 사무실 무상 지원을 넘어 임차료도 지원했다. 한노총 간부와 조합원의 해외출장에 5년간 24억 원 넘는 돈이 들어갔다. 체육대회·수련회 등 행사 지원은 수두룩하다. 노사관계발전법에 규정된 지원 근거는 ‘노사의 자치 강화와 협력적 노사관계의 정착·발전’(제2조)이다. 기업 단위의 자율적 노사관계가 기본인 셈이다. 그런데 상급 단체의 정치투쟁과 ‘깜깜이 회계’에선 그런 취지 충족은커녕 역행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더구나 양대 노총 산하 노조 상당수는 회계장부 비치 의무 점검에 나선 고용노동부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조직적으로 법적 의무조차 안 지키며 법치에 도전하는 노조를 지원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외려 사법처리 대상 아닌가.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노조는 조합비로 운영할 때가 됐다. 상급단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직 미미하지만 MZ세대 노조 연대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공감을 얻는 이유다. 노조에 대한 직간접 세금 지원은 중단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2-20 서툰 한국말로 “좋은 날 보길”... 韓구조대, 귀국 비행기서 눈물 쏟았다
튀르키예 회원들 감사 인사
기내방송으로 나오자 눈시울

▲튀르키예인들이 한국어로 전한 감사 인사에 눈물 흘리는 한국 긴급구호대. /TRT HABER
“더 좋은 날 곧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1진이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에서 구호 활동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길. 기내에는 서툰 한국 말로 이 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한국-튀르키예 연대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튀르키예 회원 11명이 구호대에 보낸 감사 인사였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 1만㎞ 떨어진 곳에서 대한민국 구조대가 찾아왔다” “오랜 시간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며 모범적인 자기 희생을 보여주셨다” “뛰어난 구조견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잔해 속에서 우리 민족을 구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써줬다” “힘든 시기 우리나라에 도움을 준 대한민국 국민들 항상 기억할거라고 전달하고 싶다” 등의 인사를 전했다.
이 소식은 현지 매체 TRT하베르가 지난 18일 당시 기내 모습을 공개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영상을 보면 대원들은 튀르키예인들의 감사 인사가 끝나자 큰 박수를 보냈다. 일부 대원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서 인명탐색 등 구조활동을 하는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모습./ 뉴시스
지난 7일 현지에 파견된 구호대 1진은 열흘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난 18일 귀국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소방청 등 수색 구조 인력 중심으로 꾸려졌던 118명 규모의 구호대 1진은 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총 8명의 생존자를 구해냈다. 이후 의료진 위주로 꾸려진 구호대 2진은 지난 17일 현장에 도착해 구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 최혜승 기자
02.21 나랏돈과 조합비 사용처 흑막 밝히는 게 무법 노조 개혁 첫걸음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 개혁의 출발점은 노조 회계 투명성”이라며 “국민 혈세인 수천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한 노조에 대해선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기득권 강성 노조의 폐해를 종식시키지 않고선 대한민국과 청년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통령 보고에서 회계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대형 노조 120곳에 대해 무관용의 엄정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조합원들에게 걷는 조합비는 각각 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각종 명목으로 지원받은 돈도 최근 5년간 1500억원이 넘는다.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재정 장부를 비치해 회계 결산을 공표하고 행정관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노조들은 엄청난 돈을 받아 쓰면서도 얼마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일부 노조 간부들만 아는 특급 비밀이었다.
협력과 상생의 노사 관계를 위한 정부 지원금을 받은 뒤 이들이 한 일은 강경 투쟁과 불법 파업, 반미 정치 선동, 폭력, 갑질이었다. 그래 놓고서 최근 정부가 대형 노조 327곳에 회계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207곳(63%)이 겉표지만 내거나 제출 거부했다. 양대 노총은 산하 노조에 거부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조합비에 나랏돈까지 받아 쓰면서 법적 의무는 안 지키겠다는 것이다.
미국·영국 등에선 노조의 수입·지출·자산 내역을 공개하고 외부 정기 감사도 받는다. 그런데 우리는 조합원들조차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잘 알지 못한다. 118개 건설업체들이 타워 크레인 월례비와 노조 전임비 등을 강요받고 노조에 뜯긴 돈이 3년간 1686억원에 달한다. LH 같은 공공기관조차 월례비를 연 116억원씩 뜯겼다.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민노총에 낸 조합비 수억원을 어디에 썼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들이 버티는 것을 보면 켕기는 구석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엔 과태료(500만원)를 부과하고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래도 버티면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고 지원금 부정 사용 적발 시 환수키로 했다.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를 재검토하고 회계 감사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노조의 고질이 바로 고쳐지긴 힘들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법 집행을 계속해야만 노조가 바뀐다.
조선일보 사설
02-21 노조가 노동권 빼앗는 ‘불법 카르텔’ 무관용 관철해야
근로의 권리(노동권)는 헌법 제32조에도 규정된 기본권이면서 국민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고용 증진과 적정 임금 보장은 물론 직업 선택의 자유 등과도 연결된다. 그런데 노동 3권(헌법 제33조) 등을 통해 노동권을 발전시켜야 할 노동조합이 노동권을 빼앗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득권 노조들은 정부 지원금 회계 자료 공개까지 거부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가 ‘무관용’ 대응에 본격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타워크레인 현장의 행태는 상징적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노조원이 기업으로부터 임금 외 월례비로 받아낸 액수가 상위 20% 9470만 원, 40% 5920만 원 등 월급의 2배에 달했다. 월평균 1700만 원씩 1년간 2억2000만 원을 받은 경우도 있다. 반면 자격증을 따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아예 일감을 기대할 수 없고, 가입해도 파업에 6개월∼1년을 참여해야 일감을 나눠준다고 한다. 2018년 이후에만 기능사 합격자가 매년 평균 770여 명인데 전국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 수(3650여 대)와 노조원 수(4000여 명)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조에 가입하기 위해 결국 노조 간부와의 혈연을 동원하거나 3000만∼4000만 원의 뒷돈을 줘야 한다고 한다. 직업안전법과 강요·업무방해 등 실정법 위반이다.
더구나 한노총과 민노총이 정부의 회계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앞서 노조원 1000명 이상의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327곳 중 회계자료 제출 요청에 응한 곳이 120곳(36.7%)에 그쳤다. 최근 5년간 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양대 노총에 지원한 돈이 1520억 원에 달한다. 공개 거부는 ‘세금 약탈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노조의 불법 행위를 방치하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 기업은 노조 눈치를 봐야 하고 고소를 해도 경찰 단속은 1회성에 그친다. 전문성을 갖고 고소 없이 인지수사 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 사법경찰권 도입은 즉각 이뤄져야 한다. 회계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선 과태료와 형사처벌은 물론 지원금 중단·회수 조치를 예외 없이 취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문화일보 사설
02.22 ‘월례비’ 뒷돈 243억원 갈취한 노조, 무법천지 건설 현장

▲<YONHAP PHOTO-3242>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요구 시 면허 정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부가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요구하는 기사에게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국토부는 21일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에서 건설사가 관행적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 외 별도로 지급하는 '월례비'를 부당금품으로 명시하고 이를 받는 기사에게 면허 정지·취소 제재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2023.2.21 dwise@yna.co.kr/2023-02-21 16:17:17/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부의 회계 증빙 서류 제출 요구를 거부했거나 부실 제출한 대형 노조 207곳에는 공무원 노조가 29곳, 교사·교수 노조가 13곳, 공기업 노조가 40여 곳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교육청공무원노조, 부산공무원노조, 전국초등교사노조, 전북공무원노조, 한국은행 노조, 전국금융산업노조, 심지어 노조 회계 투명화를 추진하는 주무 부처인 노동부의 유관기관 노조조차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
공무원·교사·은행원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투명성이 높아야 할 직업군이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고 정책 집행하는 공무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교수, 고객 돈을 맡아 굴리는 은행원으로 구성된 노조라면 정부 요구를 떠나 노조 스스로 조합원에서 걷은 돈을 정당하게 지출하고 있는지 씀씀이 내역을 상세하고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기본이다. 5년간 1500여 억원의 세금까지 지원받으면서 가장 기초적인 회계 자료 공개조차 거부하는 것은 이들 노조에 투명함이 아니라 심각하게 불투명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전국 건설 현장은 노조의 폭력 갑질로 무법천지가 된 지 오래다. 건설 분야 노조의 불법 실태 조사를 벌였던 국토교통부는 이른바 ‘월례비’ 명목으로 뒷돈을 뜯어낸 타워크레인 노조 기사 438명을 적발했다. 적발된 금액은 총 243억원이며, 기사 1인당 갈취액이 연평균 556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비노조원 기사를 쓰면 공사를 방해하는 등 일감을 독식하고 월례비를 안 주면 작업 속도를 지연시키는 등 갑질 횡포를 일삼아왔다. 조폭과 다를 게 없다.
인천의 한 공사장에선 타워크레인 노조 기사가 6명 투입돼 1인당 월례비를 매달 1285만원씩 챙겨가기도 했다. 월급 평균 597만원보다 2배 더 많은 액수를 챙겨간 것이다. 공기업인 LH의 아파트 건설 현장 83곳 중 42곳에서도 월례비가 1인당 월평균 711만원씩, 1년에 총 116억원이 지급됐다. 이런 불법 뒷돈은 공사 비용을 늘려 결국 아파트 입주자나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간다. 불투명한 노조 회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노조 갑질만 바로잡아도 노동 개혁의 절반 이상이 실현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22 尹 “임기 내 ‘건폭’ 근절” 관철이 국가 정상화 시금
강성 노조의 강경 투쟁은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핵심 요소가 된 지 오래다.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등의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한국 노사관계는 늘 최하위권이다. 특히 노조의 불법·폭력 투쟁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전체의 고용 위축과 투자 탈출로 이어진다. 친노조·반기업 기조의 문재인 정권 5년을 거치며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거대 기득권 노조의 무소불위는 법치를 조롱하고 국가 근간을 위협할 지경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임기 내에 건설 현장의 갈취·폭력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다. 조직폭력(조폭)에 빗대 ‘건폭(건설 현장 폭력)’이라고도 했다. 타워크레인 기사 438명이 건설업체에 뜯은 ‘월례비’가 취합된 것만 234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돈을 주지 않으면 타워크레인을 멈추고, 카르텔을 형성해 신규 기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갑질 횡포를 일삼아 왔다.
윤 대통령이 올해를 연금·교육·노동개혁에 공공개혁을 더한 ‘3+1개혁’ 원년으로 선언한 만큼, 과제가 쌓여 있지만 건폭만 제대로 근절해도 나비효과를 일으켜 국가 정상화의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노조 부패를 부르는 깜깜이 회계, 노동 유연성을 저해하고 노동 양극화를 키우며 청년 취업은 가로막는 기득권 고수 행태 등을 시정하고 기울어진 노사관계를 바로잡는 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것만 제대로 해내도 위대한 업적으로 남을 수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는 노조 임원의 회계감사원 겸임을 시행령으로 막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회계감사를 외부에 맡기거나, 노조원이더라도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독립적으로 감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법에 자격 요건이 적시되지 않은 ‘입법 미비’가 있는 만큼 시행령으로 보완하자는 취지다.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지난 5년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1500억 원 이상을 지원 받은 양대 노총이 가장 기초적 회계자료조차 공개를 거부하는 비상한 상황을 고려하면 타당성을 갖는다.
문화일보 사설
02.22 거대 강성 노조 개혁 없이 미래는 없다
남의 일자리 봉쇄하고 뒷돈까지 받은 무법 노조
양대 노총의 탈법적 일탈이 한국 사회 곳곳을 병들게 하고 있다. 국민 주거 안정과 직결된 건설 현장이 한 사례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기사 438명이 건설사로부터 1인당 평균 5600만원의 월례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다. 월례비는 월급과는 별도인 일종의 ‘상납금’이다. 상위 20%는 평균 9500만원을 받았는데, 2억2000만원을 챙긴 경우도 있었다. 적발된 총액이 243억원에 이른다. 은행 계좌로 확인된 숫자가 이 정도이니 실제 상납은 더 광범위하고 뿌리 깊을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노조의 이어진 행태는 더 경악스럽다. 월례비를 주지 않으면 태업하고, 비노조원에겐 일감을 맡기지 않도록 회사를 압박하고, 그러면서 정작 노조 가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공사 지연, 공사비 상승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다른 근로자의 일할 기회를 봉쇄하면서 뒷돈을 챙기고 민생을 어렵게 한 횡포다.
양대 노총은 조직적으로 정부의 회계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민노총 소속 노조는 25%만, 한노총은 39%만 자료를 제대로 제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지난 5년간 정부·광역지자체로부터 1500억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게다가 노조 회비에 대해 상당 규모의 세액공제를 받아 왔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그런데도 최소한의 회계 투명조차 거부하는 것은 거액의 용처에 대해 떳떳하지 않다고 자인하는 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득권 강성 노조의 폐해 종식 없이는 대한민국 청년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노동개혁은 거대 노조의 불·탈법 해소로 첫걸음을 떼야 한다.
야당은 불법파업 손배 힘들게 할 ‘노란봉투법’ 강행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인데, 노조의 파업 가능 범위를 넓히고 파업으로 손해를 본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을 전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이다. 정부와 재계가 “파업 만능주의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해 왔지만 거대 야당이 수적 우위로 밀어붙였다.
개정안은 우선 사용자 개념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했다. 당장 어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연 세미나에선 강제로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가 될 경우 도급 업체가 많게는 1000개 이상인 기업들의 활동에는 큰 장애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도급 활용이 어려워지면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마저 흔들릴 수 있다. 개정안은 또 노동쟁의의 정의에서 ‘근로조건의 결정’이란 표현을 ‘근로조건’으로 바꿨다. 지금은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만 파업할 수 있으나 법 통과 시 단체협약 체결 후라도 언제든 근로조건의 해석을 놓고 파업할 수 있다. 노사 간 이견을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경향만 강해지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금지하는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파업 노동자 상대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 법원이 배상의무자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게 했다. 파업은 집단 행위인데 조합원별로 입증하라는 것은 청구 자체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기업과 재계에선 강행 처리에 반대해 왔다. 여권에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한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여당이 위원장인 법사위를 피해 본회의 직회부를 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거대 강성 노조 편향의 무리수를 멈추고 귀를 열어야 한다.
젊은 세대의 새로운 노조 문화, 희망을 본다
청년층이 중심인 MZ세대 노동조합들은 어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발대식을 하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LG전자·서울교통공사 등에서 MZ세대 노조 여덟 곳이 참여했다. 조합원 구성은 다양하지만 20~30대 사무·연구직이 다수를 차지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란 양대 조직의 거대한 영향력에서 벗어나 청년 세대의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MZ노조 협의회는 공정·상식·상생 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시대착오적인 과격 투쟁 대신 합리적 노조 활동으로 공정한 보상과 실리를 추구하자는 취지다. 이념 편향의 정치 파업은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송시영 협의회 부의장은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것보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게 노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역할에 대한 상식적인 설명이지만 그동안 양대 노총 지도부에선 듣기 어려웠던 말이다.
이미 MZ노조는 기존 노동계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양대 노총은 회계장부 공개와 관련해 “자주권 침해”라고 반발하지만 MZ노조는 자발적으로 조합비 사용 내역을 공개한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은 당연한 일이자 의무다. 그런데도 기존 노동계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는 MZ노조와 상당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현실적으로 MZ노조의 영향력은 아직 크지 않다. 노조의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사 협상 테이블에도 앉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장년 생산직 위주의 기존 노조와 달리 MZ노조에는 조합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노조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청년층에선 MZ노조에의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갈수록 실용의 목소리를 키워가는 MZ노조가 갈등과 대결이 아닌 합리적 노조 문화의 선구적 모델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사설
02-23 현대모비스 본사 점거 사태…노사 법치 확립 요원한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억지성 요구를 하며 툭하면 본사나 공장을 점거하는 행태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등의 불법 혐의는 뒷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폭력과 불법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면서 엄정 조치를 지시한 배경이다.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과 민간 협회도 동참해 줄 것을 강력히 당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노조 불법 행위를 내버려두는 기업에 대해서도 금융·예산 혜택 중단 등의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현대모비스 노조가 22일 본사 1층 로비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를 방치하면 윤 대통령의 노사 법치주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모비스 노조는 지난 17일 협상 결렬 뒤 회의실을 점거해 숙식 농성도 벌인다고 한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매출액 50조 원 돌파를 들어 성과급 외에 추가로 300만 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노조는 창사 당시부터의 ‘2회사 1노조’ 관행을 내세워 현대차와 같은 성과급(400만 원과 주식)을 달라고 한다. 노조 주장이 억지지만, 타당하더라도 점거·농성 등의 불법적 방법에 기대선 안 된다. 회사 측도 퇴거 요청 등에 적극 나서고, 필요하면 공권력 투입도 요청해야 한다. 그래야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모비스 노조는 지난해에도 같은 명분으로 본사 기습 시위를 벌였다. 같은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지난해 사장실을 장기 점거했었다. 화물연대의 CJ대한통운 및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대우조선 하청 노조원의 조선소 독 불법 점거 등도 있었다.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노란봉투법이 현실화하면 더 확산할 게 뻔하다. 노사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조와 기업, 정부와 정치권의 공동 노력이 필수다.
문화일보 사설
02.26 “정치를 멀리하라”… 30년 만의 新노동운동 MZ노조의 도전

▲지난 2월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8개 노동조합으로 이뤄진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이 열린 지난 2월 21일, 국회에서는 야권이 단독으로 노란봉투법을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새로고침 노협은 기존 노조의 정치 투쟁, 강경 쟁의와 단호하게 선을 긋는 ‘MZ노조’ 협의체다. 그런 노조가 출범한 날 국회에서는 노동쟁의 범위를 원청까지로 대폭 확대하고 일부 불법 파업에 대한 노조의 책임을 축소하는 법이 여당 의원들의 부재 속에 통과된 것이다.
8명의 젊은 노조위원장들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 동자아트홀 연단에 올라 “투쟁의 함성보다는 상식적인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목소리를 모을 때 국회 회의실에서는 강(强) 대 강(强)으로 맞붙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갔다.

‘공정과 상식’ 외친 신생 노조들
소위 ‘MZ노조’라 불리는 새로고침 노협은 이렇게 노동 환경과 노조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극심한 와중에 첫발을 뗐다. 8명의 위원장 중 6명이 30대인 이 협의회는 사기업 4곳의 사무직노조, 공기업 4곳의 ‘제2·3노조’ 등으로 이뤄져 있다. 노조의 탈정치, 실리 추구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노동권 요구가 노조 활동의 방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비롯한 양대 노총이 기존에 벌여온 투쟁 중심 쟁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서는 “노조 본질에 맞지 않는다”며 확실히 선을 긋는다. 송시영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이날 발대식에서 “정치적 구호와 일부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라는 기존 방식이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노사 동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위 방식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새로고침 노협에 참여한 8개 단체는 모두 지난 1~5년 내 생긴 신생 노조다.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부산관광공사 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LG전자 사무직노조, LS일렉트릭 사무노조 등이다. 이들 노조 소속 조합원을 모두 합치면 6000명 정도다.
‘MZ노조’라고 불리긴 하지만, 노조위원장과 조합원 연령대는 꽤 다양한 편이다. 특히 4곳의 사기업 노조들은 모두 연구·기술·사무직군 노조다. 연령에 상관없이 기존에 현장 및 생산직이 사무직군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해오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최근 몇 년 새 터져 나와 연달아 만들어졌다. LS일렉트릭 사무직노조 백재하 위원장은 “같은 회사에서도 현장직은 호봉제, 사무직은 연봉제로 가고 사무직은 노조 가입도 못 하게 하는 등 견해차가 컸다”며 “사무직 근로자를 대변할 만한 창구가 필요했다”고 설립 계기를 설명했다.
같은 이유에서 이들은 교섭단위 분리도 요구하고 있다. “직종 간 교류도 적고, 직무 간 전환도 없고, 임금 체계도 다르고, 별개의 인사가 이뤄지는데 사무직 근로 환경에 대한 교섭을 (현장직이) 대신한다는 것은 불공정이고 상식적이지 않다”(유준환 새로고침 노협 의장·LG전자 사무직노조 위원장)는 것이다. 기존 노조를 조합원 수로 뛰어넘기는 쉽지 않기에 이들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및 교섭단위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기업 4곳에서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공정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노조 출범의 직접적인 트리거(trigger)가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하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서울교통공사의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나 한국가스공사의 제2노조인 ‘더 코가스’도 이러한 배경에서 설립됐다.
이들 신생 노조원들은 기존 강성 노조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비조합원 차별이나 조합원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일삼아도 견제할 목소리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이동훈 위원장은 “한국가스공사는 유니언 숍이라 무조건 조합에 가입해야 하는데 노조가 하나밖에 없었다. 견제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며 “특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이 나왔다. 조합에서 ‘정치 후원금은 어차피 소득공제가 된다’며 특정 정치인을 후원할 것을 강요하는 등 불합리한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 코가스’ 조합원의 75%가 2030세대다.
이렇게 모인 새로고침 노협의 향후 계획은 크게 5가지다. △노동 노사관계법 개선을 통한 교섭창구 단일화 △불공정한 전환 사례 해결과 채용시장 비리 근절 △새로운 시위 방식을 통한 노조문화 인식 개선 △소수사업장 근로자의 의견 청취 △조합원을 위한 복지 공유 등이다. 근무 현장에서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 위주다.

▲2021년 9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송시영 위원장이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교공 본사 앞에서 노동환경 개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photo 송시영 위원장
정부의 전폭적 지지는 양날의 검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 정부에 이러한 MZ노조 협의회의 출범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연일 양대 노총에 강공을 이어가는 정부의 노동개혁에 이들의 차별화된 메시지가 명분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 회계 투명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양대 노총이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정부는 지원금 중단 및 환수 카드까지 꺼내들며 강경 대응했다. 이 문제에 대한 새로고침 노협의 입장은 명백하다. “노조의 회계가 투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MZ노조에 대한 정부의 지지는 일단 전폭적인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양대 노총에 90% 이상을 몰아줬던 노동조합 지원금을 올해는 MZ노조 등 제3노조에 50% 배당하는 방안을 지난 2월 23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MZ’를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노조의 기득권은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약탈 행위”라며 강경 노조가 주도해온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 근절을 강력히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민주노총을 기득권 노조로 규정하고 견제하면서 자연스레 새로고침 노협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새로고침 노협은 이 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대식을 나흘 앞두고 새로고침 노협 소속 한 노조위원장은 주간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협의회 구성의 ‘진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에서 지난해 소위 MZ노조 위원장들 몇몇과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많이 느꼈다. ‘우리가 산별노조라고 해서 이렇게 (따로) 가다가는 그냥 정부에 이용당하다 끝나겠구나.’ 대화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우리끼리 (협의회 구성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탈정치를 표방하며 탄생한 노조가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용’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짚은 것이다. 이에 새로고침 노협이 단순히 ‘MZ 돌풍’을 일으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노동운동으로 확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짜 탈정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정 갈등의 틈바구니에서도 독자적으로 노동 의제를 발굴하고 메시지를 내는 등 실질적 결과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일단 이들이 전개할 노동운동의 방법은 기존의 민주노총과는 확연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송시영 부의장은 발대식에서 “쟁의 행위로서의 시위는 노동조합의 기본권이다. 시위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시대가 달라졌으니 조금은 다른 방식의, 다양한 시위 방식을 연구해 실질적인 효과를 보도록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이어 “노동조합과 관계없는 정치적 구호와 일부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로 인해 대중적 인식만 안 좋아질 뿐 기존 방식이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1995년 11월 창립 이후 한국 노동운동을 정의하고 주도해온 민주노총의 오래된 운동 문법은 ‘투쟁’과 ‘정치 행위’였다. 민주화 이후 IMF 위기로 인한 대규모 정리해고,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추진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민주노총은 늘 강력한 정치적 대응으로 맞서왔기 때문이다. 노동자 정치 세력화가 민주화 이후 노동자 집단으로서 민주노총의 목표였다. 이를 위한 이들의 주효한 수단은 파업이었고, 이 과정에서 근로조건 등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일으키는 연대 총파업이나 불법 파업도 수시로 활용됐다.
민주노총이 창립한 지 약 30년 만에 등장한 MZ노조 협의체의 움직임은 새로운 노동운동의 ‘문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신생 노조들이 창립하기에도 앞서 기존 양대 노총은 2030 직장인의 낮은 노조 가입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할 노조가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불법 파업을 자행하면서까지 노동운동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한 이해가 세대 간에 엇갈린 탓이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김문수) 장욱희 청년 담당 전문위원은 이를 세대의 특징과 연결지어 설명한다.
“기성세대는 임금이나 처우, 실질적인 혜택 이런 세세한 것들보다도 대의, 정치적 목적, 조직이나 전체 등을 위해 개인을 희생했던 측면이 있다. MZ세대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임금이나 처우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공정하지 않다, 상식적이지 않다 하면 바로 목소리를 낸다. 전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획일성도 통하지 않는다.”
장 위원은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더 거세졌으며,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본다.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의 조건은 계속 바뀌는데, 코로나19를 전후로 임금과 처우 등 현실적인 조건이 1순위가 됐다. 노동시장 환경이 계속 안 좋아지면서 이러한 현실적인 접근은 더 확대되지 않을까 싶다.”
새로고침 노협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협의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들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회계 문제도 그중 하나다. 큰 틀에서 ‘회계는 투명해야 한다’ 정도의 합의는 봤지만, 내역을 어디까지 공개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소속 노조들은 대체로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회계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회사 단위 정도의 공지로 확대해야 할지, 투명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일반 국민에게까지 공지해야 할지에 대한 설왕설래가 협의회 내에서 계속되는 상황이다.

새로고침이 ‘국민노총’ 되지 않으려면
의결 과정도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 협의회에 따르면, 의장 및 부의장은 행정상 편의를 위해 있을 뿐 8명의 위원장은 모두 동등한 권한을 갖는다. 다만 이 경우 협의회 내에서 이견이 생겼을 때 이를 중재하거나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등의 의사결정에 미흡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질문에 유준환 의장은 협의회 발대식에서 “우선 이견이 없는 수준에서 의결된 내용에 한해서만 대외적으로 공지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협의회의 가장 큰 숙제는 노동시장에 대한 독자적인 통찰과 의제를 내놓는 것이다. 기존 노조에 대한 반대급부로만 목소리를 내게 되면 십여 년 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던 ‘국민노총’처럼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노총은 2011년 탈이념과 실용 노선에 기반을 둔 새로운 노동운동을 표방하며 공식 발족했지만, 당시에도 불분명한 노선과 조직 규모가 한계로 지적됐다.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3년 만에 한국노총에 흔적도 없이 통합됐다. 심지어 당시 이명박 정부의 ‘민주노총 힘 빼기’에 국민노총이 동원되면서 ‘MB 노총’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2020년에는 실제로 국민노총 출범과 노조 운영 등에 이명박 정부가 상당 부분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어용 노조’로서의 한계를 명백히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MZ노조가) 국민노총처럼 되지 않으려면 더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들의 주장이 이른바 양대 노총에 가입해 있는 MZ세대에게도 가 닿을 수 있을 만큼 설득력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만약 그렇게 기존 노동운동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만들려면 기존 조합원들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노동계의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물론 새로고침 협의회는 국민노총과 달리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노조들의 연합체다. 그러나 정치적 지원을 넘어 노동조직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자칫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온다. 이병훈 교수는 이어 “(제3노조가 정부 지원에만 의지할 경우) 정권이 바뀌고 정치적 지원이 사라지면 그런 노동운동은 흐지부지돼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정의당 비대위원으로 발언하는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한 총장은 최근 “하위 노동자 50%인 1500만명의 임금을 논의하기 위해 상생위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photo 뉴시스
민노총이 외면한 이중구조 해소해야
새로고침 협의회가 제시해야 할 노동시장 의제는 역설적으로 민주노총이 제시하고 있다. 오랜 기간 민주노총이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동일 노동에 대해 동일 임금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의제를 새로고침 협의회가 던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협의체에 수년째 불참하면서 이러한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을 외면해왔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실망감도 적잖이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민주노총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전태일재단 한석호 사무총장이 정부 산하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일도 벌어졌다. 40년간 노동운동을 해온 한 사무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상생위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하위 50%에 해당하는 1500만명 노동자의 ‘사회적 임금’을 의제화하기 위해 참여를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양경수 위원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 한 총장의 사무총장직 사퇴와 상생위 탈퇴를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구성한 상생위에 참여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는 것이다. 재단을 비롯한 노동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 사태를 두고 민주노총이 전태일재단의 독립적 활동을 침해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새로고침 협의회도 소수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발대식에서 “소수 사업장이나 노동 사각지대 근로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필요한 부분,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노동시장에서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활동 방향을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이를 위해 노사정 협의체 등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점도 협의회는 분명히 밝혔다.
주간조선 조윤정 기자
02-27 불가피한 물가 급등, 통제보다 실상 알리고 협조 구하라
윤석열 정부의 ‘물가정책’이 진퇴유곡에 빠졌다. 물가 급등은 국가 경제는 물론 정권 존립까지 흔든다는 점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자유’와 ‘시장’을 강조하던 윤 정부도 직접적 개입에 나섰다. 윤 정부가 그 후유증을 모르지 않겠지만, 현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그런 응급조치라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 통제는 결코 정도(正道)가 아니고, 성공할 수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은행 공공성을 강조한 것을 필두로 당국자들이 금융·통신·정유 분야에 개입하는 발언을 쏟아내더니, 소주·맥주 등 주류 가격에도 칼을 빼 들었다. 구두 경고 수준이 아니라 정유사의 도매가 공개 범위 확대, 소주 업체 실태조사 등 공권력 행사로까지 치닫는다. 정부 고민은 이해한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마이너스인데 난방비 폭탄까지 가세해 민심이 흉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부 요인에 의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데 국내 업체만 누른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주류 가격 인상 요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기·가스요금 억제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부실을 천문학적 수준으로 키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더 이상 문재인 정부 탓을 할 수도 없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적자가 32조6034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2021년 1조8000억 원이던 민수용 미수금이 지난해 8조6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소액주주들은 무배당에 반발해 집단 소송을 예고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의 실패는 반면교사다. “기름값이 묘하다”란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유업체들은 기름값을 한시 인하해야 했고, 세제 혜택을 받는 알뜰주유소는 지금껏 이중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억지로 물가를 누르려 해선 안 된다. 에어컨 수요가 폭증할 여름,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 봄은 어떻게 견딜 건가. 이제라도 ‘물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민과 기업에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고통 분담 등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이럴 땐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