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3-02/ 02.01(수) “이재명 방북 위해 300만달러 북에 제공” - 02-28 ‘이재명체제 갈아엎자’ 전복 전략 꿈틀… 거대야당, ‘대분열’의 문 열었다
정치(인) 이야기 2023-02/
02.01(수) “이재명 방북 위해 300만달러 북에 제공” 김성태 충격적 진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2019년 이 대표 방북을 위해 300만달러를 북측에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2019년 경기도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 500만달러를 대납한 것 이외에 이 대표를 위해 추가로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의 대북 송금을 이 대표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 측근이다. 방북을 정치에 활용하기 위해 북에 뒷돈을 줬다는 충격적 진술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고 했다. 하지만 드러난 정황을 보면 그 말을 믿기 어렵다. 쌍방울은 경기도가 2018년 11월과 2019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주최한 남북 교류 행사 비용으로 수억원을 줬다. 김 전 회장은 2차 행사 직전인 2019년 5월 중국에서 북측 인사를 만나 광물 개발 사업권을 받고, 같은 달 이 대표는 북한 조선아태평화위 위원장 김영철에게 자신을 북으로 초청해달라는 문건을 보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김성태 전 회장이 경기도가 주최한 남북 교류 2차 행사 때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리호남을 만나 “이 대표 방북에 협조해달라”며 300만달러 제공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행사를 총괄하고, 쌍방울이 대북 사업권을 얻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이화영 전 부지사였다. 그런데도 이 모든 게 소설이라 할 수 있나.
이미 쌍방울의 자금 밀반출은 상당 부분 입증됐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임직원 60여 명을 동원해 800만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했는데, 직원들이 관련 사실을 다 인정한 상태다. 검찰이 이런 증거를 제시하자 김 전 회장도 인정했다고 한다. 진술도 구체적이다. 2019년 7월 북한 리호남은 애초 “(이 대표가) 방북하려면 벤츠도 필요하고 헬리콥터도 띄워야 한다”며 500만달러를 요구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현금 마련이 어렵다고 해서 300만달러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런 진술을 모두 지어내긴 어려운 일이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 대표와 통화한 사실도 인정했다고 한다. 2019년 1월 중국에서 열린 한국 기업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와 통화하면서 김 전 회장을 바꿔줬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이 대표가 “고맙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앞서 이 대표는 “김성태 얼굴도 본 적 없다”고 했고,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와) 전화 통화도 한 적 없다”고 했다.
과거 김대중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4억5000만달러를 북측에 불법 송금했다가 관련자들 모두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그런데도 또 북한을 이용해 정치하려고 뒷돈을 주는 일이 벌어졌다면 개탄할 일이다. 이러니 북이 우리를 농락할 수 있다고 오판하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유엔 대북 제재 위반 문제도 걸려 있다. 이 일의 실체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01 北김영철, 이화영에 ‘대북창구’ 찍어줬다... 800만달러 송금 전말
김영철, 2018년 이화영 방북 때 따로 만나
대북 창구로 안부수 아태협 회장 지목

▲北고위급 리종혁, 2018년 경기도서 열린 아태협 행사 참석 -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에는 북한 고위급 인사 4명이 등장한다. 북한 정찰총국장 출신인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 리호남 국가보위성 공작원,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이다. 특히 2018년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영철을 접촉한 뒤 2019년 쌍방울이 총 800만달러를 ‘이재명 경기도’의 대북 사업과 관련해 북한 측에 건넨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 두 차례 방북해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경기도 대북 사업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김영철이 이 전 부지사와 따로 만나 “앞으로 사업과 관련한 문제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통해 상의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이 경기도 대북 사업의 창구로 안부수 회장을 지정한 것이다. 안 회장은 같은 해 5월 북한 측에서 대동강 맥주 사업권을 따내는 등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검찰은 경기도, 아태협과 쌍방울이 ‘삼자 연합’ 방식으로 대북 사업을 진행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은 북한 광물 채굴 등 대북 사업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방북 이후 안부수 회장을 만났고, 이어 2018년 11월 경기도와 아태협이 남북 교류 행사인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를 경기 고양시에서 공동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와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행사 직전 이화영 전 부지사가 안부수 회장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소개했고, 행사 비용 5억원 중 2억원을 쌍방울이 아태협에 지원했다. 또 행사 기간에는 안 회장이 리호남을 김 전 회장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그 뒤로 김 전 회장은 리호남을 최소 2차례 더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2월 중국 단둥에서 김 전 회장과 안 회장이 리호남 등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경기도가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 500만달러를 쌍방울이 대신 내기로 결정됐다는 취지로 김 전 회장이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이후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200만달러, 4월 300만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에서도 리호남을 만났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을 도와달라고 하자 리호남이 500만달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전 회장이 300만달러를 줄 수 있다고 하자 리호남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 돈은 2019년 11~12월 북한 측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전 회장은 대북 송금이 추진되던 시기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과 한 통화에서 “고맙다”고 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이화영 당시 부지사,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과 함께 ‘한국 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때 이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와 통화하다가 자신에게 전화를 바꿔줬는데 이 지사가 “고맙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또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지사가 쌍방울의 대북 송금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불법 대북 송금을 인지한 상태에서 대북 사업을 추진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500만달러를 북한에 전달한 직후인 2019년 5월 이 대표는 김영철에게 자신을 포함한 ‘경기도 경제 고찰단(시찰단의 북한 말)’을 초청해 달라는 편지 형식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며 “종전 창작 실력으로 봐서 잘 안 팔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대한민국 정부, 미국 정부마저 북측과 대화를 진전할 수 없던 경색된 상황에서 경기도지사가 방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4일 장외 투쟁에 나서는데, 이 집회에 나설 인원 수를 지정하는 지침을 전국 시·도당에 하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02.01 이재명·김성태 통화 한번 더 있다... “변호사비 의혹 핵심이 전화 바꿔줘”
“변호사비 의혹 이태형 변호사가
이재명에 전화해 김성태 바꿔줘”
쌍방울 술자리 참석자, 검찰 진술
서로 모친상때 측근 보내 조문도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1월 통화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한 차례 더 통화한 적이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31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성태 전 회장은 2019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속옷 업체 비비안 인수를 축하하는 술자리를 열었다고 한다. 최근 검찰은 이 술자리 참석자에게서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이태형 변호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회장을 바꿔줬고 이에 따라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통화하는 모습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형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의 과거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았는데, 변호사비 20억여원을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김 전 회장과 술자리를 몇 번 한 적은 있지만, 비비안 인수 축하 자리에 참석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두 사람 통화 연결을 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북한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중국 내 한국 기업 간담회’ 자리에서 이화영 당시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통화하다가 전화를 바꿔주면서 이 지사와 통화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성태 전 회장과 이재명 대표가 2019년, 2020년 차례로 모친상을 당했는데, 서로 사람을 보내 조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 엄모씨는 “2019년 5월 김 전 회장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경기도 비서실장이 경기도를 대표해서 조문을 왔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이 2020년 3월 이재명 대표 모친상에 자신의 측근을 보내 대신 조문하게 한 사실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이 “당시 이 대표 모친상에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을 조문 보냈다. 제가 직접 조문을 가면 위험할까 봐 대신 보낸 것”이라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유종헌 기자
02-01 李 방탄 장외집회에 전국 총동원령, 당원이 홍위병인가
전국 각지에서 당원을 동원해 관광버스 등으로 실어나르는 정치 구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개인 범죄 혐의’에 대한 방탄 장외집회 성격이 뚜렷해 더욱 한심하다. 민주당은 토요일인 오는 4일 오후 3시 서울 숭례문 앞에서 장외집회를 열기로 하고, 전국 당 조직에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한다. 각 지역위원회별로 40명에서 200명 정도 참가하도록 할당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권 규탄대회’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취지다. 자발적 참여일지라도 국회 다수 정당의 장외투쟁은 무책임의 극치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SNS에 ‘민주주의 파란 물결에 동참해 달라’고 ‘드레스 코드’ 지침까지 내리며 집회 참가를 직접 독려했다. 조정식 사무총장 명의로 ‘적극적 참석을 요청한다’는 공문이 17개 시·도에 전달됐고, 전화를 통해 구체적인 인원 할당도 전파됐다고 한다. 당직자와 의원 보좌관 등에게는 전원 참가를 압박 중이라고도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의원 및 지역위원장들은 난감할 것이다. 실제로 강제 동원에 대한 볼멘소리는 물론 장외투쟁 효과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지난달 31일 ‘민주당의 길’ 첫 토론회에서는 “이대로면 총선을 낙관하지 못한다”는 등의 주장도 있었다.
전국 당원 총동원 의도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과거 ‘조국 수호’ 집회 등과 비교할 때, 이 대표를 옹위하기 위해 검찰청사 등에 운집하는 인파는 많지 않다. 이러니 서울 도심에서 세 과시를 함으로써 검찰 수사를 겁박하고, 당의 원심력을 막아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 집회가 이 대표 범죄 혐의를 없애거나 법리를 바꿀 수는 없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수만 명이 ‘파란 물결’을 연출해도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다. 이치가 이런데도 중국 문화혁명 때 홍위병처럼 동원되는 민주당 당원들이 딱해 보인다.
문화일보 사설
02-02 [단독]“김용, 김성태 500만달러 北전달후 만나 고맙다 말해”
檢, 김성태 조사 과정서 진술 확보
김용측 “들어본 적 없는 얘기” 부인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수감 중)이 2019년 5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을 만나 경기도의 남북 경제협력 비용 대납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최근 김 전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2019년 5월 경기도 대변인이었고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수감 중) 등과 함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 전 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9년 1월과 4월 각각 200만 달러(약 25억 원)와 300만 달러(약 37억 원) 등 총 500만 달러(약 62억 원)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경기도가 2018년 10월 북한에 조성해주기로 합의한 황해도 지역 스마트팜 시범농장 조성 비용으로 쌍방울이 경기도 대신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500만 달러를 전달한 후 2019년 5월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김 전 부원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북한에 돈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김 전 부원장에게 알렸고, 김 전 부원장은 김 전 회장에게 “고맙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 측은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대북 경협 자금 대납에 대해 들었냐는 질문에 “들어본 적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아직까지 이 대표 등이 이 과정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물증은 나오지 않았지만 검찰은 2019년 쌍방울이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전달하는 과정에 ‘윗선’이 공모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성태 “北 돈요구 전하자, 이화영 ‘500만달러가 문제냐’ 대납요청”
金-이재명측 北송금 논의
金 만난 北측 “경기도 돈 안내 큰일”
한국 돌아와 李지사측과 상황 논의
같은달 中서 北에 “우리가 내겠다”
검찰은 특히 쌍방울이 북한과 경기도로부터 모두 요청을 받은 후 경기도의 남북경협 비용을 대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보고 그 경위와 과정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 北의 납북경협 비용 대납 요구, 김성태-이화영 상의 후 수락

경기도와 쌍방울, 북한 간 경협이 본격화된 것은 2018년 10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수감 중)가 평양을 방문한 이후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 4∼6일 평양을 방북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북한과 경기도 간 교류협력 6개 항목에 합의했다. 북한 측은 이 중 황해도 지역 스마트팜 시범농장 조성 사업에 특히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 뒤인 2018년 12월 초 김 전 회장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부수 회장과 함께 중국 단둥에서 북한 국가보위성 리호남 공작원과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은 북한 측으로부터 “스마트팜 조성을 윗선에 보고했는데 경기도가 돈을 지급하지 않아 큰일이다. 쌍방울이 스마트팜 조성 비용 500만 달러를 대신 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 전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용산구 쌍방울 사옥에서 이 전 부지사를 만나 북한 측 요청을 들어줄 방법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는 “500만 달러가 문제냐”라면서 김 전 회장에게 남북경협 비용을 사실상 대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팜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남북 교류협력의 첫 단추란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같은 달 다시 중국에서 리호남, 김성혜 등과 만나 쌍방울이 스마트팜 조성 비용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대북사업 구상을 담은 ‘N프로젝트’를 북한 인사들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N은 북한(North Korea) 영문명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쌍방울이 북한의 광물 개발 및 건설 사업 등에 참여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그로부터 한 달 후인 2019년 1월 200만 달러의 외화를 밀반출해 북한에 전달했으며, 같은 해 4월에는 마카오에서 환치기 수법으로 300만 달러를 추가로 전달하는 등 총 5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 희토류 개발권 등 대가로 1억 달러 지급 계약
검찰은 이 같은 관계를 토대로 쌍방울과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가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5월 12일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중국 선양에서 북한 민경련 관계자들을 만나 △원산 갈마지구 리조트 건설 △북한 전력 공급 인프라 공사 참여 △희토류 매장지인 단천특구 개발사업권 등을 그룹 계열사 3곳에 보장해 준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쌍방울은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1억 달러(약 1230억 원)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쌍방울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계약서 등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기도는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이뤄지던 2019년 5∼11월 북한에 이 대표의 방북을 요청한 공문을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쌍방울-민경련 협약식 현장에 이 전 부지사 등 경기도 관계자들이 참석한 사실을 파악하고 경기도와 이 대표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02-02 [단독]“김성태, 이재명 방북비 300만달러 대납때 쌍방울 임직원 40명 동원 쪼개기 밀반출”
검찰, 2019년 돈전달 정황 포착
“中서 부회장이 거둬 北에 건네
같은해 1월에도 36명 동원 北송금”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수감 중)이 2019년 말 쌍방울 임직원 40명을 동원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약 37억 원)를 ‘쪼개기 밀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임직원들을 통해 밀반출한 외화는 김 전 회장의 최측근에 의해 중국 현지에서 수거돼 북한 측에 건네졌다고 한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김 전 회장이 2019년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쌍방울 임직원 40명을 동원해 항공편으로 총 300만 달러를 중국 선양으로 밀반출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300만 달러가 이 대표의 방북 추진을 위한 비용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개인당 3만∼9만 달러(약 4000만∼1억1000만 원)를 화장품 케이스나 책 사이에 끼워 밀반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김모 재경총괄본부장이 국내에서 밀반출할 금액을 정산해 임직원들에게 나눠줬고, 밀반출된 자금은 방모 쌍방울 부회장(수감 중)이 중국 선양에서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부회장은 이 자금을 선양에 있는 한 호텔에서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에게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1월에도 쌍방울 임직원 36명이 역시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같은 수법으로 북한 황해도 스마트팜 시범농장 조성비용 200만 달러(약 25억 원)를 북측에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관세 당국에 적발돼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고 한다. 이 자금 역시 중국 선양에 있는 한 북한 음식점에서 송 부실장에게 건네졌다.
검찰은 이처럼 자금 밀반출에 동원된 쌍방울 임직원이 중복 인원을 제외하고 총 56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수사 초기 “개인적으로 돈을 북으로 보냈다. 쌍방울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왔는데 쌍방울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 김 본부장 등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남북협력사업을 하려면 사업마다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외화 1만 달러(약 1200만 원)를 초과하는 자금을 국외로 반출하는 경우 사전에 관할 세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02-02 국회의장 가세한 의원 증원 주장, 국민 억장 무너진다
선거구 개혁 논의를 핑계로 국회의원 숫자 늘리기 시도가 있을 것이라던 예상이 불행히도 들어맞으려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30∼50명 증원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여의도 정치를 보면, 국민 사이에서는 국회를 해산하자는 극단적 분노까지 표출될 정도다. 김 의장 발상은, 지역구 통폐합 등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불안을 줄여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 상황에서의 증원은 민의에 대한 배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거론을 계기로 논의가 활성화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300석(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에서 30명을 늘리는 안을 내놓았고, 정의당은 60석을 늘리자고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1일 의석수를 30∼50석 증원하는 대신 5년 간 국회의원 세비를 동결하는 안을 제안했다. 헌법은 국회의원 정수를 ‘200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무한 증원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200명 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래서 그동안 299명을 상한으로 했고, 제19대 국회 때 세종시라는 특별지역을 배려해 현재 300명이 됐다. 더 이상 늘린다면 위헌에도 해당한다. 현재 국회의원 1인당 약 17만 명을 대표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만9469명보다 많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인구가 3억3000만 명인 미국은 상원 100명과 하원 435명, 인구 1억2300만 명인 일본도 중의원 465명과 참의원 245명일 뿐이다.
현재 국회의원은 9명의 보좌진에 억대 연봉, 대형 사무실 제공 등 특혜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임기 4년 동안 의원 1인당 약 34억 원이 지원된다. 그런데 지난 1월 국회 동안 본회의는 딱 한 번 열렸고, 상임위는 물론 시급한 민생 법안 하나 처리하지 않은 채 세비와 수당은 다 챙겼다.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발상은 더 터무니없다. 김의겸·윤미향·최강욱·신현영 의원 등의 행태만 봐도 폐지가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2-02 ‘혐의’ 뜻도 제대로 모르는 野 대변인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가조작 관여 혐의” 논평하고
가능성일 뿐 규정 아니다 주장
혐의는 단순 의문 넘어선 표현
비방 땐 빠져나갈 여지 두지만
표현 꼬아도 허위 적시에 해당
우리말 호도하고 당에도 부담
지난 1월 27일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기술 작전주에 대한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우리기술 20만 주를 매도한 사실이 있고, 그것이 주가조작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에 불려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를 덮으려 한다는 말이다.
주식회사에 투자를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식을 사는 것이다. 기업체에 투자하는 것은 회사가 이윤을 창출해 이를 나눠주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에 맡기는 데 따른 이윤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주가조작은 무슨 말인가.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회사가 창출한 이익을 분배해 주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시세 차익을 통해 돈을 버는 일에만 열중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다. 주식을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당연히 돈을 벌게 된다. 누구나 그러고 싶어 한다. 누구나 다 그러다 보니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세의 변동이 생긴다. 언제 어느 주식의 가격이 내려갈 것인지 올라갈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람도 무수히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예지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미래를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도 주가에 명백하게 영향을 미칠 일이 있을 것임을 미리 알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통해서 주가 폭락을 미리 인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주가의 변동을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특별한 정보를 알고 있는 몇몇 특별한 사람에게만 너무 유리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공정해야 하니까.
주식 투자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로서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주가의 변동은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다른 사람의 예측은 다 틀려도 자신의 예측만은 맞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주식의 시세를 결정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거꾸로 이용해 원하는 주가의 변동을 만들어 냄으로써 삶의 여유를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도 하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그렇게 해서 주식 시세를 조작하는 ‘작전세력’이 태동했다.
심하면 작전에 참여하는 ‘선수들’끼리 미리 물량과 가격을 정해 놓고 이른바 ‘통정매매’를 하기도 한다. 우리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행위’를 극도로 혐오한다. 그래서 형량이 꽤 높다. 주가조작은 상당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그냥 자기 돈으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더 많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회사 설립자가 투자자들을 모집한 상태에서 ‘선수들’을 불러 이들 투자금으로 주가조작을 시도한 경우다. 김 여사도 투자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는데,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에 관해 2년 동안 검찰 수사가 있었다. 결국,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과 선수들만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고도 김 여사가 자신의 자금을 시세조종에 활용하도록 맡겼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혐의’란 ‘잘못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지, 주가조작을 했다고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는 생각에 ‘어떻다고 하더라’든지, ‘어떠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등의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표현을 어떻게 꼬아서 하든 모두 ‘적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혐의가 드러났다는 말은 범죄의 내용이 확인 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비교하자면 ‘의문이 제기된다’보다 더 강한 표현이다. 당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멋대로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우리말의 의미마저 호도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대로 궤멸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문화일보
02-03 李-김성태 4번 통화 진술과 뚜렷한 대북 송금 연루 정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4차례 통화했다는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사실이면 ‘쌍방울과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이 전부’‘통화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이 대표 발언은 거짓말이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통화의 배경과 내용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방북 등을 위한 김 전 회장의 대북 불법 송금 관련 내용을 몰랐다면 가능하지 않을 대화로 비치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 진술 등에 대한 보도를 보면, 첫 번째 통화는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북한 조선아태위와 쌍방울 간 경제협력 협약식에서 이화영 당시 경기 평화부지사의 휴대전화로 이뤄졌다. 경기도가 약속한 대북 사업 자금을 김 전 회장이 대납키로 한 직후였다. 북측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은 이 부지사에게 “무슨 낯으로 왔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이 주선한 식사자리에서 이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전화를 바꿔줬고, 이 대표는 “고맙다”고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통화는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기도 등이 개최한 행사에서 이 전 부지사 휴대전화로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은 북한 국가보위성 소속 리호남과 만나 이 대표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주기로 약속했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에게 “행사에 못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 세 번째는 2019년 12월 쌍방울의 비비안 인수 기념 술자리에서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당사자인 이 모 변호사 휴대전화를 통해서라고 한다. 네 번째는 2022년 1월쯤 이 전 부지사 휴대전화로 이뤄졌는데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이 대표가 “쌍방울이 난감하게 됐다”고 말하자 김 전 회장은 “사실이 아닌데 뭐가 난리냐”고 답했다고 한다.
양측 관계는 대선 패배 뒤에도 이어진다.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이 보는 앞에서 이 대표와 통화했고 ‘당 대표나 국회의원이 되면 쌍방울은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엔 김 전 회장이 공공배달앱 수주 탈락과 관련, 이 전 부지사에게 강력 항의했다고 한다. 한결같이 죄질이 심각하고, 갈수록 이 대표 연루 정황은 뚜렷해진다. 더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2-03 [단독] ‘쌍방울과 北공동진출’ 경기도 보고서, 이재명 - 김성태 통화 직후 작성
■ 검찰, 이화영 결재 문건 확보
쌍방울이 북한에 제안한 PT 자료엔
“사업비 20%는 교류기금 조달” 포함
검찰 ‘이재명 승인 없인 불가능’ 판단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최초 통화가 이뤄졌다고 본 2019년 1월 17일 직후 경기도와 쌍방울의 ‘북한 공동진출’이 명시된 내부 비공개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 고위 인사들에게 프레젠테이션(PT)한 자료도 확보했다. 여기엔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 20%를 활용해 대북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이 2019년 경기도 대북사업과 이 대표 방북 비용을 위해 북한에 총 800만 달러를 대신 보냈다고 진술한 상황에서 이러한 보고서가 확인됨에 따라 이 대표가 대북 송금 사실을 인지했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2019년 1월 17일 김 전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이 참석한 중국 선양(瀋陽) ‘한국 기업 간담회’ 직후, 이 전 부지사 전결로 결재된 경기도 비공개 보고서를 확보했다. 해당 보고서엔 ‘도-국내기업 간 북한 공동진출 방안 협의’라는 내용과 함께, 당시 간담회 사진이 첨부됐다. 당시 간담회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이 전 부지사, 김 전 회장, 송명철 북한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엔 전 쌍방울그룹 총괄 재무총괄책임자(CFO) 장모 씨도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장 씨가 당시 북측에 설명한 PT 자료도 확보했는데, 여기엔 경기도와 쌍방울 간 유착 관계를 의심할 만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PT엔 쌍방울이 북한과 광물자원 등을 개발하는 데 있어 사업비 조달계획을 설명하면서 ‘컨소시엄 50%, 자체조달 30%,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 20% 등으로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이 설명회 자리에 동행했던 만큼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에 대한 보고나 승인 없이 교류협력기금을 전체 사업비의 20%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지 못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의 증진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보면, 기금을 지원받은 기관·단체는 사업계획을 도지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경기도는 2018년 8월 139억 원에 불과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추경예산을 통해 200억 원을 확충한 데 이어 2019년 100억 원의 기금을 추가로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 전 회장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윤정선·김규태 기자 wowjota@munhwa.com
02.04 돈 받으며 되레 호통치는 北, 민주당이 이 지경 만든 것 아닌가
2019년 중국 선양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만난 북한 측 인사가 “경기도가 무슨 낯으로 왔느냐”며 이 전 부지사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당시 북한 스마트 팜 개선 사업 명목으로 500만 달러를 보내기로 한 경기도가 도의회 반대로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자 이 전 부지사에게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북측 인사는 쌍방울이 돈을 대납하겠다고 하고 고급 양주로 비위를 맞추자 “형(경기도)이 못하는 것을 아우(쌍방울)가 하는구먼”이라며 기분을 풀었다고 한다. 북측은 이후 현금 850만 달러와 롤렉스 시계 10여 개 등을 받아 갔다. 무뢰한이 따로 없다.
돈을 지원받거나 기부받는 사람은 주는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상례다. 이 인간사 진리가 남북 관계에선 거꾸로 뒤집혀 있다. 돈을 받는 북한이 호통을 치고 돈을 주는 남측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린다. 이렇게 된 것은 한국 정치권이 북한을 국내 정치에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잘 알고 있고 너희들 정치에 도움을 준 대가로 돈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돈 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북한에 돈과 물건을 퍼주고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2000년대 이후 민주당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4억5000만 달러를 줬고 노무현 정권은 ‘퍼주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유엔 대북제재가 없었다면 문재인 정권은 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2018년 북한 리선권은 남북정상회담에 수행한 우리 기업 총수들을 모아놓고 자신들에게 돈 들고 오지 않는다고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가느냐”는 막말을 했다. 그래도 문 정부는 남북 간 언어 습관 차이라며 얼버무렸다. 정부가 앞장서 북한 비위를 맞추니 북한도 갈수록 우리 국민을 무시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북한은 식량, 유류, 의약품 등 외부 지원 없이는 살지 못한다. 나라 경제 규모 전체가 한국의 중소 도시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나라의 실무자급 관리가 남측 인사에게 돈을 요구하며 막말을 하고 큰소리를 친다. 북한이 만약 인도,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 대우라도 받게 된다면 우리 국민을 얼마나 더 무시하고 막 대할지 짐작이 어렵지 않다.
북한은 보수 정권이 오면 도발로 괴롭히고 민주당 정권이 오면 돈을 받으면 된다고 계산하고 있다. 한국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뇌물 줄 정당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남북 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2.06 ‘조국 유죄’ 보고도 한 사람 방탄 위해 장외 나간 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4/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국회의원 100여 명과 당원·지지자 등을 동원해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집회였다. 현장에선 “이재명 지켜” “윤석열 구속” 같은 구호가 이어졌다. 당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구하자”고 했다. 그 옆에선 보수 단체들이 “이재명 구속” “감방 가자”를 외치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이 대표 방탄 외에 어떤 명분도 찾기 어렵다. 장외투쟁은 소수당이 국회에서 자신들 주장을 반영할 다른 수단이 없을 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169석을 가진 국회내 압도적 다수당이다. 법안과 예산을 주무르며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러 온 정당이 갑자기 거리로 나갔다. 그 목적도 이 대표 개인 비리 의혹을 규명하려는 검찰 수사를 압박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 행태는 ‘조국 사태’를 다시 보는 듯하다. 4년 전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벌어졌던 장외 집회 대결이 되풀이되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조국 일가의 온갖 파렴치한 행태가 드러나는데도 ‘조국 수호’를 외치며 “이게 민심의 목소리”라고 했다. 조국 사태에 소신 발언을 한 사람은 총선 공천에서 자르고,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하고 허위 인턴 증명서를 만들어 준 인사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범법 수사를 받는 조국이 법무장관에 임명된 것처럼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 대표도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당대표에 올랐다.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하는 당헌 개정으로 방탄막을 치고 이젠 거리 투쟁 보호막까지 둘렀다. 국민 편 가르기로 한 사람의 비리 혐의를 덮으려는 조국 사태 때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3년여 재판 끝에 조 전 장관이 1심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민주당은 한마디 언급조차 없이 침묵했다. 훗날 이 대표가 지금 받는 혐의 중 일부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민주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은 한 때 이 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정당이다. 거리 투쟁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민주당의 장외 집회는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행사가 돼버렸다. 이 대표가 받고있는 혐의는 전부 민주당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누가 이런 장외투쟁을 납득할 수 있겠나.
조선일보 사설
02.06 [단독] 이재명 ‘검수완박2′… 검사교체·신상공개 등 ‘방탄法’ 지시
野, 핵심증거 사전 열람도 요구...與 “속 빤히 보이는 법”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지시로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무더기로 추진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수사 중인 검사를 바꿔달라고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게 하고, 검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법으로 공개하게 하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때 피고인과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를 사전에 열람할 수 있게 하고, 피의 사실 공표가 의심될 경우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법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법안은 이 대표가 작년 말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에 직접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되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 대표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사실상 ‘이재명 방탄용’ 입법인 셈이다. 당 차원에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경우 ‘검수완박 시즌2′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을 위해 국가 형사사법시스템을 또 한번 뒤집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은 검찰 권한을 제한하고 수사 중인 검사를 압박하는 것들이다. 민주당 검찰대책위와 법률위 측에 따르면, 민주당은 수사 중인 검사의 기피를 요구할 수 있는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사건 배당은 검찰 권한이지만, 검사의 수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검사가 불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 대표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의 검사장과 부장검사들이 모두 ‘윤석열 사단’이라서 수사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검사들의 이름과 담당 업무, 연락처를 법으로 공개하게 하는 ‘검사 정보공개법’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이 대표를 수사 중인 검사들의 실명과 소속, 얼굴 사진 등을 담은 자료를 만들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배포했다. 정보가 공개된 검사들을 향해 온라인상에서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다. 검사들에 ‘좌표’를 찍어 압박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민주당은 오히려 “검찰 신상 공개를 제도화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이번에 실제 법안을 내겠다는 것이다.
검찰대책위 측은 “검사가 정당한 수사를 한다면 신상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검사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공개되면 보이스피싱 범죄를 방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법 추진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법이 실제 시행될 경우 “정치권에서 좌표를 찍은 검사실은 하루 종일 걸려오는 항의 전화로 마비될 것” “아무리 검사라도 사람인데 협박 전화를 종일 받으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3년 2월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청년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윤석열 검찰정권 폭정저지"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이번에 추진하는 법들은 당장 이 대표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다. 민주당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검찰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핵심 증거 자료를 피고인과 변호인이 영장실질심사가 끝나기 전에 열람하고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추진 중이다.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등으로 수사받는 이 대표로서는 검찰의 핵심 증거가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법안이 앞으로 있을지 모를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한 ‘방탄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장외 집회에서 “검찰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고 군인의 총칼 대신 검사들의 영장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치의 자리를 폭력적 지배가 차지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상습적으로 피의 사실을 공표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며 이를 막는 법안도 내겠다고 했다. 검찰이 피의 사실을 공표한다고 의심될 경우,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신청하는 제도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이 대표 수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민주당은 앞서 작년 11월 이 대표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과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을 피의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피의 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검찰대책위는 최근 이 같은 법안 내용을 당 지도부와도 공유했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실제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법 통과는 쉽지 않다. 민주당이 국회 169석을 가진 제1당이지만 관련법 대부분이 국회 법제사법위 소관이고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다. 법사위원장이 반대하면 민주당 단독 처리가 어렵다. 민주당은 지난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밀어붙이려 했지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이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법사위를 건너뛰어도 마지막 단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하는 건 현재 진행 중인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응하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검찰대책위에 속한 한 의원은 “이 대표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은 애초 공정한 수사를 할 것으로 전혀 기대되지 않는 검사들뿐이고, 검찰은 증거도 없이 피의 사실을 의도적으로 흘려 이 대표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며 “앞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똑같이 당해야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를 위한 법이 아니다. 나중에 시행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수사와는 무관하다”며 “막강한 힘을 가진 검찰에 대해 피고인의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방탄용으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에선 “방탄의 끝을 보여준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수사에서 흠집을 잡으려는 의도가 너무 빤히 보인다”며 “그렇게 취지가 좋은 법이었다면 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대표 수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데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02-06 급기야 ‘검사 거부권’ 입법 나선 민주당의 李 방탄 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비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 대표 소환 조사 등 ‘사건의 핵심’으로 접근하는 가운데, 급기야 민주당이 피의자의 ‘검사 거부권’이라는 기상천외한 입법까지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서울 도심에서 이 대표 방탄 목적이 뚜렷한 장외집회를 6년 만에 열었는데, 그걸로도 부족했던 모양이다. 법안의 요지는 검찰 수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검사 기피를 신청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가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에 직접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사가 봐주기로 작정한 경우가 아니면, 피의자 마음에 드는 수사가 어디 있겠나.
민주당은 또 검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법으로 공개하게 하며, 구속영장 심사 때 피고인과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를 사전에 열람할 수 있게 하고, 피의 사실 공표가 의심될 경우엔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등 ‘검수완박 시즌2’도 추진한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이 대표를 수사 중인 검사들 이름과 얼굴 사진을 적시한 자료를 돌렸다가 국민은 물론 당내 비판도 받았던 민주당이 반성은커녕 갈 데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개발 사건으로 추가 소환을 앞둔 상태에서 쌍방울그룹 대북 불법 송금에 연루된 구체적인 의혹까지 터져 나오자 앞뒤 가리지 않고 방탄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이런 법안은 현실화하긴 힘들다. 마지막 단계에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반법치주의 입법을 추진하는 건 검찰 수사를 흠집 내고, 수사진을 겁박하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 수호’ 집회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 다음 날 민주당은 서울 숭례문 앞 차로를 점거하고 장외집회를 열었다. ‘윤석열 정권 민생 파탄·검찰 독재 규탄대회’는 검찰 수사를 머릿수로 막아보자는 이재명 방탄 집회일 뿐이다. 조국 사태 때 서초동에 지지자를 모아 검찰 규탄 집회를 열었지만, 유죄를 피할 수 없었다. 지지자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유죄를 무죄로 둔갑시킬 순 없다.
문화일보 사설
02-06 국회의원 증원 아닌 특권 철폐 급하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선거구 개혁 논의를 빙자로 국회의원 수를 300에서 30이나 50을 더 늘리자는 국회의장의 거론이 있었다. 정의당은 60을 늘리잔다. “웃기네”가 국민의 심정이다. 그러나 만약 그 직을 명예직화한다면 전체 의석은 500석이나 600석도 좋다고 생각한다. 국회의, 국회의원의 국가와 민족 발전·번영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면 왜 그 수가 문제 되겠는가. 만약 돈 한 푼 안 받고라도,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 하나 없이, 나를 희생해서라도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소명 의식을 가지고 뛰겠다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내 등에 업고 무동 태워 주겠다. 만약 그런 소명 의식을 가진 국회·국회의원들만 있다면 우리나라는 단지 선거로 고위 공직자를 뽑는다는 의미의 민주화를 뛰어넘어 진정한 선진 민주주의의 선두 몇째 국가로 기록될 것이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류라던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반도체 등 세계 1·2위를 달리는 기업이 나오는데, 이 전 회장이 4류라던 정치는 지금 어디를 헤매고 있는가? 겨우 선거구·국회의원 숫자 늘리자는 소리뿐인가? 기업가로 우뚝 서려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절대 필요하다. 권력을 잡으려고 정당을 하고, 정당을 잡으면 권력 잡기 쉽고, 권력을 잡으면 돈벌이가 쉽고, 돈이 있으면 권력 잡기 쉽다. 정치가 이 돈벌이로부터의 고리를 끊도록 정당에는 국고보조금까지 준다. 국고보조금에 더해 나라의 정치자금법은 정치후원회 모금 등, 공직선거법은 선거비용 보전 등 각종의 방법으로 정치인들이 돈의 고리로부터 자유롭게 국가와 민족 공동체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소명 의식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국가와 민족 공동체를 위한 소명 의식으로 무장한 정치를 한다면 우리나라 정치를 세계 1류로 만들 수 있으리라. 그리고 1류 정치는 대한민국을 세계 1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또한, 돈벌이로 권력을 잡아 행세해 보려고 돈을 뿌려 계파 수장(首長) 등 권력자에게 빌붙고 권모술수를 서슴지 않는 자가 권력에 기생하지 못하게 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정치를 1류로 만들지 못하게 막는 제1 장애는 ‘국회의원이 각자 누리는 억대의 세비, 9명의 보좌진, 대형 사무실 제공’ 등 임기 4년 동안에 지원되는 1인당 경비 약 34억 원이다. 이 34억 원을 300으로 곱하면 그게 얼마인가. 그 비용 대비 성과를 생각해 보자. 국회가, 국회의원이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을 셈해 보자. 지난 1월 본회의가 열렸었지만, 상임위는 물론 시급한 민생 법안 하나 처리하지 않은 채 세비와 수당은 다 챙겼다. 북유럽의 의회 의원은 자전거나 자기 차로 출퇴근하며 보좌진도 없다. 의원은 오직 소명 의식으로 나라를 위해 뛰는 사람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국회의원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소명 의식으로 일하는 명예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일한 만큼의 수당이나 사용한 비용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 공천은 지역구의 당원이나 주민이 행하는 당내 민주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학연·혈연·지연 등 인맥으로부터의 자유로움도 정치 1류화의 관건이라 믿는다. 이렇게 해야 우리나라 경제·사회·문화의 발전이 정치의 족쇄(vortex)로부터 자유스러워진다.
문화일보
02.07 기본 요건 안 되는 탄핵안까지, 이런다고 ‘대장동’이 덮이나
더불어민주당이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오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결정하고 오후 국회 본회의 보고까지 일사천리로 끝냈다. 8일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예정인데 가결 가능성이 높다.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대통령과 달리 장관 탄핵소추는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169석 민주당 단독으로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 가결되면 헌정 사상 첫 장관 탄핵소추다.
민주당은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책임을 물으려 이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헌법상 탄핵은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할 수 있다. 경찰 수사에서 이 장관의 직무상 위법이 확인되지 않았다. 애초에 이 사고에 행안부 장관이 져야 할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법이 아니라 정치적, 도의적인 것이다. 이 장관이 앞으로 어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지와는 별개로 이 장관이 법을 어겼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도 없는데 민주당이 탄핵부터 하겠다는 것은 헌재에서 기각되더라도 때리고 보자는 식의 정치 공세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정치적 역풍을 걱정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고 있다. 2023.02.06. /뉴시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장관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헌재 심판이 열리는 수개월 동안 장관 공백 상태가 된다. 민주당은 행안부 장관이 국민 안전 총괄 책임을 못 했다고 탄핵한다는데 바로 그 장관을 빈 자리로 만들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여야가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정부 조직 개편도 행안부가 주무 부처다.
민주당은 핼러윈 참사 직후 정쟁 중단 및 사고 수습 협력을 선언했다. 그런데 얼마 못 가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더니 의원들이 촛불 집회에 나가 “윤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이재명 대표는 정의당도 반대한 희생자 신상 공개를 요구했다. 아무 효력도 없는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켜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더니 이젠 기본적 요건도 되지 않는 탄핵소추까지 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의 이런 과잉 행동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기소가 임박한 상황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불리한 진술을 계속하자 국면 전환을 위한 것 아닌가. 이런다고 대장동 사건이 덮이겠나.
조선일보 사설
02-07 요건 안 되는 이상민 탄핵안으로 국정 발목 잡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 격론 등 우여곡절 끝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6일 발의했다. 72시간 내 ‘무기명 투표’라는 국회법 규정(제130조)에 따라 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헌법 제65조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힘들고, 헌법재판소 결정 판례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은 그 근거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적시했다. 재난 예방 책무와 재난 발생 이후 적절한 대응 조치 불이행이 주요 내용이다. 또, 공무원으로서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일부 그런 측면이 없지 않더라도 탄핵으로 파면할 정도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헌재 결정에 이미 나와 있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면서 중대한 법 위반만을 소추 사유라고 적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부분은 탄핵 사유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재난안전법상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 의무’에 대해 이 장관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이 정도 사안에 대해 탄핵소추를 한다면,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해 가능할 것이다. 국정 발목 잡기로 비치는 이유다. 정부 출범 후 본회의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은 노무현(2004년), 박근혜(2016년)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부장판사(2021년) 등 3건뿐이고, 이 중 박 전 대통령만 헌법재판소가 인용했다. 그만큼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법률 위반이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법상 ‘양심의 의무’를 지켜 부결시키는 게 옳다. 만약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신속히 기각해 국정 차질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02-07 北에 줄 대기 정치는 매국적
김석 정치부 부장
북한은 한국의 선거 기간이 되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써왔다. 국지적인 군사도발이나 일부 후보에 대한 비난 보도, 댓글 조작과 같은 일을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려 하는 방법은 물론 최근 방첩 당국 수사에서는 국내 지하조직을 통한 특정 정당 후보 지지와 같이 선거에 직접 개입하려 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선거 개입은 자신들이 툭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내정 간섭’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만, 법적·도덕적·외교적 논란을 차치하면 북한이 한국 선거에 개입하려는 행보를 막는 것 자체는 쉽지 않다. 분단 상황에서 한국 선거 결과는 자신들의 생존과 밀접한 일인 만큼 한국에 자신들의 전략에 맞는 정권이 들어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북한이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3대 세습 정당성 확보나 주민 통제를 위해 냉전 구도가 필요하면 한국과 군사적 대립각을 강하게 세웠고, 국제적 고립에 따른 경제적 위기를 해소할 필요가 있을 때는 관계 개선 카드를 내밀었다. 북한의 이런 한국 선거 개입 노력은 북한 정권이 소멸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치권이 선거 승리를 위해 맞장구를 쳐주는 경우다. 1997년 대선 당시 북한에 무력시위를 요청했던 ‘총풍’, 2000년 총선(4월 13일) 사흘 전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개최 예고 등은 보수와 진보 정권이 각각 북한을 선거에 활용하려 한 사례다.
당시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에 북한 카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우리 선거에 개입하려는 행보를 지속 중이고, 우리 정치인들도 북한을 선거용 카드로 삼으려 해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권을 꿈꾸는 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독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모습도 보였다. 내가 당선돼야 남북 대화가 지속된다는 메시지 전달용이었겠지만, 이는 북한에 자신들이 한국 선거에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줬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한국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줄서기 한다는 북한의 착각을 더욱 키워줬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미 정상 회동 당시 문 대통령이 미국 측의 수차례 거부에도 동행을 고수해 따라간 건 미국 측 인사들의 증언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에 송금한 800만 달러 중 300만 달러가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용이라는 검찰 수사 내용은, 사실이라면 법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묵과돼서는 안 될 사안이다. 정치인이 순수하게 경제협력 모색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려 한 것이라기보다 향후 정치 행보를 위해 북한의 힘을 빌리려 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6·25전쟁 최대 격전지 다부동을 찾아 “북한 당국에 돈을 주고 휴전선에 총격을 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북한에 총격을 요청하는 정치인이 존재해서도 안 되지만, 돈을 주고 만남을 구걸하는 정치인도 우리 사회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우리 선거에 북한 개입을 부르는 내부의 적(敵)이다. 문화일보
02.08 국회에서 품위 있는 말을 쓰면 야당 의원답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 기름 먹어요”라고 물었다. 한 장관이 “그게 무슨 소립니까”라고 되묻자 “왜 이렇게 깐족대요”라고 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에 한 장관이 “잘 모른다”고 하자 나온 말이다. 정 의원은 이날 탄핵소추안이 제출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세워놓고 “72시간 후면 집에 가셔야 되는데 집에 가서 뭐 하실 생각이냐”고 묻기도 했다. 국회가 아니라 일반 시정에서도 이런 식으로 비아냥대는 사람은 드물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한 장관에게 “대법원 판결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한 장관을 독직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한 장관이 “공감하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당연히 존중한다”고 하자 이 같은 질문을 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대법원 판결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그 본래 취지가 무엇이었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성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왕’자 쓴 거 아느냐”며 “그럼 왕세자가 도대체 누구냐? 바로 한동훈 장관 아니겠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정부질문을 마치 한 장관과 싸우는 시간으로 여기는 것 같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정부 질문에서 정책 질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련 영상들에는 “세금이 아깝다” “정치 현실이 서글프다” “낯 뜨겁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 인사청문회 때부터 ‘한**’로 표기된 ‘한국3M’을 한 장관의 자녀 이름으로 오인하고 질의하거나, ‘이모’ 교수를 엄마의 자매를 뜻하는 이모(姨母)로 오해해 ‘후보자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쓴 거냐’고 묻는 촌극을 빚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자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한 장관에 대한 과도한 견제 심리 탓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얼마든지 국회에서 품위 있게 말하고 지적할 수 있다. ‘청담동 술자리’ 같은 거짓에 대해선 사과하면서 따질 것을 따진다면 국민 지지도 더 높아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08 과거 이재명이 현재 이재명 단죄한다
김세동 논설위원
정치인으로 최대 약점 無신뢰
세 불리하면 말 바꾸기 여반장
‘명적명’ ‘재명대장경’ 회자
정적 제거·야당 탄압 주장은
자신의 과거 발언과 배치돼
비리수사 말라는 건 법치 부정
정치인으로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대 약점은 하는 말에 믿음이 잘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가 철석같이 했던 약속을 상황이 바뀌고 사태가 불리해지면 여반장 식으로 뒤집기 일쑤였기 때문에 신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미 기소된 선거법 위반 사건과 대장동·성남FC 사건 등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정치생명이 끝날 터이지만, 설혹 정치인으로 살아남더라도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최대 문제다. 이 대표의 이런 행태는 ‘안면 몰수 화법’으로 지칭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자신의 말과 처신이 충돌하는 ‘조국 현상’과 비슷한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만대장경’에 빗대 ‘명적명’ ‘재명대장경’이 회자된다.
지난 대선 때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에 100% 찬성한다”고 약속했던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개발,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금,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대납 의혹 등으로 수사받거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하자 가볍게 입장을 바꿨다. 그는 지난달 12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평소에 주장하셨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이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면 당연히 수용하겠지만, 경찰복을 입고 강도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과연 어떻게 판단할지, 이런 건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생각한다”고 했다. 상황이 달라져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인데, 한두 번 이런 게 아니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너무도 가볍게 대응해 듣는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말을 생각나는 대로 하고 문제가 되면 아무런 부담 없이 변명하거나 바꾸는 가벼움의 극치다.
토요일인 지난 4일 서울 숭례문 근처의 세종대로 8개 차로 대부분을 점거하고 민주당이 연 장외집회에서 이 대표는 “유신독재 정권이 몰락한 자리에 검사독재 정권이 똬리를 틀고 있다”며 “군인의 총칼 대신 검사의 영장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속영장은 판사가 발부하는 기초 사실을 뒤섞은 데 이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국민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너무 많은 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주요 피의자들의 이 대표 관련 진술이 구체화하자 말이 거칠고 논리적 정합성도 떨어지는 등 ‘아무 말 대잔치’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는데, 자치단체장의 토착 비리 성격이 대부분인 사건들은 야당 대표는커녕 국회의원도 되기 전인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벌어진 것이고, 게다가 문재인 정부 때 여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 주장대로면, 어떤 범죄자라도 야당 대표가 되면 수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017년 7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을 역설하면서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됩니다”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같은 해 12월엔 방송에 출연해 “도둑은 원래 잡아 가지고 뿌린 대로 거두게, 저지른 만큼 처벌되도록 해야 하는 게 맞는데, 나쁜 짓 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안 당하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나 잡지 마’라고 할 수는 없고, 다른 걸로 물타기 하는 거죠. ‘정치보복이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적폐청산은 죄지은 사람 죄 찾아내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거여서, 우리 사회 공동체가 있는 한은 계속해야 될 일이라고 봅니다”라고 했다. 말 그대로, 과거의 이재명이 현재의 이재명을 잡고 있다.
검찰 수사에 당당히 응하겠다고 했던 이 대표는 최근 성남FC 사건과 대장동·위례신도시 사건으로 각각 성남지청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면서 변명과 정치적 수사(修辭)로 대부분을 채운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고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리나 증거 논쟁을 벌이기는 불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인데, 일개 잡범도 아니고 169석 거대 야당의 대표이자 ‘정치범 또는 정적 호소인’으로서 좀스러운 일이다.
문화일보
02.08 '이상민 탄핵' 때린 野이상민 "법조의원들, 헌법 공부했나 의심"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이 "탄핵 소추 요건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고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 의원은 8일 오전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당내에 법조인 출신인데도 탄핵안이 인용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는데 사법시험 볼때 헌법 공부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도 이태원 참사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게 큰 문제"라며 "이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했다. 그는 "(강성 친명 지지층의) 욕설 전화가 살벌한 수준이고, 내년 총선에서 공천받을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지만, 민심이 내 뒤에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문일답.
-당 지도부가 논란 끝에 탄핵을 밀어붙여 본회의 표결만 남은 상태인데.
"당은 이미 이 장관 해임 건의를 가결시킨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탄핵안이 상정된 건) 납득이 안 되는 결과다. 이렇게 강공 모드로 가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일개 장관의 진퇴를 놓고 당이 총력을 기울이고, 명운을 거는 게 전략적으로 맞는가. 칼을 너무 강하게 휘두르고 있다. '민주당이 권한을 남용하고 힘자랑한다'는 국민의 비판을 불러 당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해 난(탄핵안을) 반대해왔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론이 날까
"탄핵이 인용되려면 이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하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난 혐의는 없지 않나. 헌법재판소는 사법적 판단을 하는, 법원이나 다를 바 없는 기관이다. 따라서 탄핵안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가 법조인으로 가진 식견에 따르면 탄핵 요건이 충족되긴 어려울 것 같다."
-민주당엔 당신 말고도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많은데 그들의 의견은
"내 의견에 동의하는 법조인 의원들이 꽤 있지만, 법조인 출신인데도 완강하게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될 것이라 주장하는 의원들도 많다. 그런 의원들은 사법시험 보거나 로스쿨 다닐 때 헌법 교과서 공부 제대로 안 한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당초 원내 지도부는 탄핵안을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입장도 내비쳤는데
"박홍근 원내대표가 '정치적으로 불리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지 않나. 납득이 안 된다. 탄핵이 정치적으로 불리하다고 인지했다는 얘기인데 그럼 탄핵을 하지 말아야지, 왜 하나. "
-그래도 뭔가 이득이 있으니 탄핵을 밀어붙이는 것 아닐까
"당 지도부가 강성 기조인 데다 (개딸 등)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가 강하니 따라가는 거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내 상상력으로는 이런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당 지도부가 표 단속에 나섰다고 하는데, 표 단속 받았나
"정직하게 얘기해야 되나. (망설이다) 코멘트 안 하겠다. 이 문제는 의원인 제가 스스로 판단해서 하는 것이지 누구로부터 종용받았다고 영향을 받을 일이 아니다. 다만 당에서 당론으로 결정했기에 당인으로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에 이어 김건희 여사 특검도 만지작거리는데
"그것도 당에서 추진중인 것 같다. 나랑 생각이 워낙 이질적인 것 같다."
-이재명 대표와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면 어떤가. 이 대표가 당신을 '할배'라고 부른다고 하던데.
"이 대표와 내가 같은 경주 이씨 문중이고, 항렬로 조부간이라 그런 호칭이 나온다. 사실 나도 부족함이 많지만, 이 대표도 이런 문제들을 경륜이 쌓인 중진들과 소통하며 의견을 들으면 좋을 텐데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나도 이 대표와 네 얘기 해봤자 무슨 효과가 있을까하는 좌절감, 벽 이런 느낌이 있고 이 대표도 그런(소통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해왔는데
"그렇다. 난 당헌·당규에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거다. '정치 탄압'을 이유로 이 대표가 자리를 지켜야한다면 '기소되면 당직을 내려놓는다'는 조항은 왜 만들었나. 이 조항은 문재인 대표 시절 기소가 아니라 그 전 단계인 수사만 받더라도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국민에 약속한 것이다. (범죄) 의심을 받는 당직자는 그 자체로 당에 누를 끼치는 것이니 당직을 내려놓으란 조항인데 그럴(범죄 혐의가 나올) 때마다 '정치 탄압'이라며 당직을 유지한다면 그 조항이 무슨 의미가 있나"
-개딸들의 욕설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나보고 '내부 총질하는 배신자' '국민의 힘으로 가라'는데, 나는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민주당 국회의원이다. 당장은 불리할 듯 싶어도 이 길이 결국 이 대표와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욕설 전화는 숫자는 전보다 현저하게 줄었지만, 내용은 아주 살벌하다. 험한 말에 면역력이 높아졌는데도 섬찟해지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밤길 조심해라' 같은 말인가?) 밤길뿐 아니라 낮길도 조심하라는 수준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입에 올릴 수 없는 살벌한 얘기들을 듣고 있다."
-탄핵 논란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잘못도 있지 않나
"그렇다. 나도 이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는 참사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정무직 장관인데도 버티고 있다. 정부의 부담을 덜고, 국민의 원성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 탄핵이 강행되면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 아닌가. 이 장관이 사퇴하면 민주당이 탄핵을 강행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렇게 끝나는 게 제일 좋겠다. 지금 난방비 급증 등 민생이 어려운데 여야 모두 정쟁으로 낮밤을 보내고 있으니 한심하다 "
-그래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개혁 법안을 내놓은 것인가
"그렇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의 적대적 공생이 이 장관 탄핵 같은 소모적 정쟁의 근본 원인이다. 따라서 원내 교섭단체 의석 하한선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고 국고보조금을 소수당에 많이 돌아가게 배분을 역진화하며, 소선거구를 중대 선거구로 바꾸고 비례 의원을 대폭 늘려 다당제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상당수 의원이 이런 내 제안에 호응하지만, 양당 지도부는 반대할 게 뻔하다. 결국 국민의 압박이 중요하고, 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이 최근에 탈당설이 돌지 않았나. 근거가 전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안철수가 대표 되면 탈당한다'는 수준의 얄팍한 차원에 머무르지 말고 거대 양당 구조를 깨는 큰 그림의 개혁에 나선다면 호응할 정치인이 많을 것이다. 난 민주당 의원이니까 (민주당을 지키면서) 관전자 입장에서 박수를 보낼 것이다."
-공천 걱정 안 되나
"주변의 많은 분이 내게 '공천 걱정 안 되냐. 쓴소리를 줄이고, 이재명 대표에게 알랑대기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난 민심을 믿는다. 내가 목소리를 내온 것도 민심을 믿고 한 것이지 내 맘대로 했겠는가. 나를 지탱해 주고 인도하는 것은 민심뿐이다. 공천 문제 역시 민심이 나를 지켜주실 것으로 믿는다. 민심이 내 빽(배후)이니 걱정 없다."
-혹시 당 지도부 쪽에서 "이러시면 공천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한 적 없나
"내가 없는데 선 별 얘기 다 할 수도 있겠지만, 감히 내게 대놓고 그런 소리 했다면 내가 가만히 있었겠나"
(이 기사는 오후 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
02.08 [속보] 이상민 탄핵소추안 가결...국무위원은 헌정사 처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8일 오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은 이날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됐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건 75년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고 있다. 2023.02.06. /뉴시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안 표결을 대정부질문을 모두 마친 뒤 진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사 일정 변경안을 제안한 뒤 통과시켜, 대정부질문보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먼저 하는 것으로 순서를 바꿨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앞서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로 회부하자는 안건을 제안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부결됐다. 당장 표결하지 말고 법사위로 보내 논의하자고 했지만 거부당한 것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법사위 회부 안건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면서 “민주당의 탄핵소추안은 탄핵 소추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했다. 이 장관이 어떤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냐,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하는 게 마땅하다”고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고함을 지르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가결된 탄핵소추안은 국회의장이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송달한다. 법사위원장은 이를 다시 헌법재판소에 송달한다. 헌재에 탄핵소추안이 송달되면, 이 장관의 장관으로서 권한 행사는 정지된다. 국회 법사위원장은 헌재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 대리인을 맡는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다. 탄핵에 반대해온 국민의힘 측에서 국회를 대리해 헌재에 이 장관을 탄핵소추한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02.09 위법 없는데 억지 장관 탄핵, 민주당 오점으로 헌정사 남을 것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했지만 총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됐다. 장관(국무위원) 탄핵안이 통과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 장관의 직무상 권한 행사는 정지되고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은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을 탄핵 소추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윤석열 정권의 비상식, 무책임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라며 탄핵을 주도했고, 대통령 사과도 요구했다. 하지만 탄핵은 장관이 직무 집행 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할 수 있다. 경찰 수사에서 이 장관의 직무상 위법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서 행안부 장관이 져야 할 책임이 있다면 법적 책임이 아닌 정치적, 도의적인 것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본회의 상정을 규탄하는 피켓을 자리에 꽂아 놓고 있다./뉴시스
명확한 위법 사실이 나온 게 없는데도 탄핵을 억지로 밀어붙인 것은 이 장관을 때려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고 이 대표 비리 수사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탄핵은 고위 공직자가 중대한 위법행위를 했을 때 국회가 헌정 수호를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것이다. 기본 요건도 못 갖춘 탄핵안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역풍을 걱정하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야당 지도부는 의원들 출석 현황을 일일이 점검하고 국회 의사 일정까지 바꿔가며 표결을 강행했다.
조선일보 사설
02.09 “법적 근거 부족, 견강부회” 朴탄핵 실무단이 본 ‘이상민 탄핵’
巨野, 이상민 탄핵소추안 가결
헌정사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대통령실 “의회주의 포기”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추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통과됐다. 노무현 대통령(2004), 박근혜 대통령(2016), 임성근 부장판사(2021)에 이어 국회에서 가결된 네 번째 탄핵안이자 국무위원 탄핵 소추로는 75년 헌정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탄핵 가결 후 “159명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참사를 놓고 이 장관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물러났으면 될 일을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헌법재판소와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의회주의 포기이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직무가 정지된 이 장관은 입장문에서 “국민이 국회에 위임한 권한은 그 취지에 맞게 행사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탄핵 기각 후폭풍은 오롯이 민주당이 져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데 악용하려 한 것”이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쏟아냈다. 이후 탄핵 소추안 제안 설명에 나선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핼러윈 참사 희생자 이름을 한 명씩 불렀고, 탄핵안 가결 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해 본회의장 앞에서 ‘걸핏하면 해임 불리하면 탄핵’ ‘169석 협박 정치 민주당은 중단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갔다.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로 이 장관 탄핵을 주장해야 하는 소추위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는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실무를 담당할 대리인단도 김 의원이 구성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의원이 소극적으로 나서며 헌재에서 기각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 탄핵안을 보면 법률 위반 내용이 아주 추상적이다.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내용이 없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장관을 탄핵할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이 있는지 법 테두리 내에서 할 것”이라고 했다.
헌정 사상 헌재에서 유일하게 탄핵이 인용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실무를 맡았던 국회 측 대리인단 역시 “민주당 탄핵안에 견강부회가 많아 헌재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억지라는 것이다. 당시 대리인단 총괄팀장으로 심리와 증거 조사를 맡았던 판사 출신 황정근 변호사는 통화에서 “민주당 탄핵안은 ‘탄핵을 위한 탄핵’으로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것 같다”며 “어찌 됐든 직무 정지는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탄핵안에서 이 장관이 재난 대응 주무 장관으로 핼러윈 참사 사전·사후 대처를 못 해 재난관리법을 위반했고, 공무원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성실 의무 위반 및 유가족 상처 발언 등으로 품위 유지를 위반해 국가공무원법을 어겼다는 점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탄핵을 하려면 헌법과 법률을 어떻게 위반했는지 근거가 있어야 한다.
황 변호사는 “재난관리법에 따른 대응을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면 형사적으로 과실치사범이 됐어야 하는데 경찰 특수본은 이 장관을 불송치했다”며 “탄핵 사유는 논리적으로 형사 사건과 겹치는데 이는 재난관리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황 변호사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성실 의무 위반도 중대성 요건에 따라 탄핵 사유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며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고,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도 “(세월호 사건 때)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황 변호사는 “품위 유지 위반 역시 욕설을 했다면 몰라도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것은 정치적 표현이라 탄핵 사유가 안 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대리인단에 속했던 헌재 부장연구관 출신 이명웅 변호사도 “판례에 의하면 탄핵 심판은 중대한 법 위반이 되느냐가 핵심 쟁점”이라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조항만 갖고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 장관 탄핵 근거로 탄핵 찬성 여론을 꼽았다. 하지만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6~7일 실시)에 따르면, ‘정치적 공세이기 때문에 탄핵해선 안 된다’는 응답이 48.2%로 ‘핼러윈 참사에 책임이 있으므로 탄핵해야 한다’는 응답 40.4%보다 높았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제1야당이라는 거대 의석만 앞세워서 그들이 한 것은 대선 결과에 대한 사실상의 불복, 발목 잡기를 넘어선 발목 꺾기”라며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오욕의 기록은 반드시 국민에게 심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무위원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추진할 수 있는데 이상민 장관은 어떠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는지 아직 드러난 게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헌정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정권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 놓고 대통령이 국민 앞에 한 번이라도 사과했는가. 이 장관도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고 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탄핵소추안은 이 장관을 진작 파면하지 않은 윤 대통령에게 국민이 내리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했다.
한편 행안부는 한창섭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한 차관은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엄중한 상황을 맞아 흔들림 없이 각자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02-09 거대야당 전횡… 줄잇는 ‘헌정사 최초’ 오명
형사사법체계 근간 깬 검수완박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불명예
첫 국무위원 탄핵안 가결 ‘정점’
헌법학자 “민의 무시 야당 독재”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를 바탕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을 끝내 통과시키는 등 21대 국회에서 75년 헌정사 최초 기록을 줄줄이 써내려가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에서부터 사상 첫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그리고 국무위원 최초 탄핵 가결까지 국회 과반(169석) 의석을 무기 삼아 입법과 의정 활동 전반에서 협치를 거부하고 ‘의회 독재’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법학 전문가들은 “민의를 역행한 대선 불복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두 달 뒤인 지난해 5월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 법안은 제헌헌법 공포 이후 70여 년간 유지됐던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허물어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법안은 특히 ‘꼼수 완판법’이라는 오명을 헌정사에 남겼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거대 의석을 동원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강제 사보임과 위장 탈당,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저지를 위한 회기 쪼개기, 본회의 시간 변경 등 갖가지 꼼수를 총동원했다. 퇴임을 엿새 앞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 시간까지 조정해 ‘문 정부 방탄법안’이라고 지적된 검수완박 법안을 의결, 공포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에선 헌정 사상 처음으로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않은 채 전면 보이콧 하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신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방탄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민주당 독주의 ‘정점’이라고 평가받는다. 탄핵 인용 가능성이 낮다는 법조계 전망이 나오면서 ‘이 대표 방탄용’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9일 “민주당은 3년 전 선거에서 이긴 다수당이지만, 최근 두 차례 선거 패배로 민의가 드러났으면 이를 존중하면서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민의를 무시하고 헌정사에 오점을 남긴다면, 이는 야당 독재”라고 비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02-10 이상민 탄핵소추가 잘못인 법적 이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제도는 권력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세계 각국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탄핵제도 유형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영국처럼 형사재판과 결합된 경우도 있고, 하원이 소추하고 상원이 결정하는 미국의 경우에는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로 이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독일 모델에 따라 국회에서 소추하고,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한다. 국회에서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소추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헌재는 헌법 제65조에 따라 오직 법적 책임을 따져서 탄핵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은 (측근 비리, 정치적 실정 등을 배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마찬가지로) 법적 책임만을 근거로 결정된다. 그런데 과연 이 장관에 대해 파면이 필요할 정도의 중대한 불법은 뭘까?
이 장관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적 있는 만큼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여당에서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맥락이 전혀 다르므로 이 장관의 직무집행에서 명백하고 중대한 불법이 확인되지 않을 때는 기각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중요한 탄핵소추 사유로 제시한 것은 핼러윈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법적 책임이다. 그런데 핼러윈 참사에 대해 이 장관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몰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첫째, 핼러윈 참사 자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날카롭다. 이 참사는 세월호와는 달리 특정 기관이 주최하는 시설이나 행사에 참여한 것도 아니고, 이를 감독한 국가기관이 있는 것도 아닌, 일종의 길거리 사고다. 이에 대해 경찰이나 소방서 등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측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과연 그런지에 대해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둘째, 더욱이 이를 근거로 일선 행정기관도 아닌 중앙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의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사고에 대해 언제라도 소관 장관들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는 사건·사고에 미친 장관의 영향력을 따지지 않는 무리한 책임 추궁이 된다.
셋째, 탄핵 결정의 효과는 파면(罷免)이다. 그렇다면 탄핵 결정의 근거가 되는 불법의 정도는 파면을 정당화시킬 정도로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는가? 아니면 사고 수습에 큰 문제를 일으켰는가?
결국, 이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충분한 법적 검토 없이 정부·여당에 대한 정치 공세로 추진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이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진심 어린 공식적 사과와 정치적·도의적 책임마저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 것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당시 야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의 주장과 너무도 흡사하다. 자칫 그 당시처럼 (대통령 탄핵이 아니어서 그 규모는 훨씬 작을 것이지만) 민주당에 탄핵 후폭풍이 불어오는 건 아닐지….
문화일보
02.10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與 당대표 선거 본선行…윤상현·조경태 탈락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대표 후보들이 지난 7일 3·8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왼쪽부터 조경태·윤상현·황교안·안철수·천하람·김기현 후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유흥수 당 선거관리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본경선에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나다 순)가 진출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당대표 후보 6명 가운데 김·안·천·황 후보가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윤상현·조경태 후보는 탈락했다.
4명을 뽑는 일반 최고위원 선거 본경선에는 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후보가 진출했다.
1명을 선출하는 청년 최고위원 선거 본경선 진출자는 김가람, 김정식, 이기인, 장예찬 후보다.
본경선 진출자는 지난 8~9일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로 정해졌다.
당 선관위는 컷오프 결과가 본경선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02-10 李와 민주당의 ‘조직적 수사 방해’와 영장 청구 필요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10일 검찰에 다시 출두했다. 지난달 28일 조사에선 서면 진술서만 제출하고 답변을 거부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식이라고 한다. 사실상 조사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동안 이 대표와 민주당은 조직적·전방위적으로 수사를 방해해 왔다. 이 대표는 3중 방탄 장치(국회의원, 대표직, 개정 당헌)를 활용해 검찰 출두 시기를 편의대로 정했다. 1차 조사에서는 자신의 진술서에 없는 의혹에 대해서도 답변을 거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목 성명’을 연상시키는 집회를 열어 일방적인 주장을 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연일 수사를 비난하다 지난해 12월 23일 이 대표 수사 검사의 실명과 얼굴 등을 공개하는 ‘좌표 찍기’를 했다. 당내에서도 “반헌법적, 반법치주의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4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장외집회를 열었다. 중앙당이 문자 메시지로 전국 동원령을 내렸고, 이 대표도 동참 호소 글을 올렸다. 제2의 검수완박 입법 방침도 밝혔다. 수사 검사 기피 신청, 검사 신상 공개, 법원에 피의 사실 공표 저지 신청 등이 골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차라리 콕 집어서 특정인이 처벌받지 않는 법을 만들라”고 했을 정도다.
정당까지 동원된 이런 행태는 공범이나 관련 공무원에게 큰 압박이 된다. 이미 이 대표 관련 의혹 핵심 인물 3명이 본인 혐의가 중하지 않음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문건 등 물증을 은폐하는 것만이 증거인멸인 것은 아니다. 검찰 출두에 불응하거나 출두 시기를 맘대로 정하는 것도 도주 우려 범주에 속한다. 이 대표 혐의는 10년 이상 징역형 적용 대상이다. 이미 구속 사유는 차고 넘친다.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할 형사사법 절차를, 권력을 이용해 훼손하는 행위는 단죄해야 한다.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 필요성이 커졌다. 체포동의안의 국회 표결은 그다음 문제다.
문화일보 사설
02.11 탄핵 심판, 헌법 정신에 맞게
헌법재판소는 위헌 법률 심판뿐만 아니라 탄핵 심판, 정당 해산 심판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있는 굵직한 사건들을 전담한다. 이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중립적이어야 하는 곳이지만 헌법재판관 구성은 그 어느 기관보다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띈다. 총 9명인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고른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의 성향이 같을 경우 기본적으로 6명이 같은 정치적 성향을 보일 수 있다. 국회가 선출하는 3명 중 최소 1명은 통상 여당 몫이다. 그래서 재판관 7명의 성향이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탄핵 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된다.
9명은 많은 수가 아니라서 서로 살갑게 지낼 것 같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각자 일이 바빠 다른 재판관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가끔 다른 재판관 방에 가서 차를 한잔 마시며 대화하는 정도였다”고 했다. 얼굴 볼 시간이 없으니 성향이 정반대인 다른 재판관들과 융화되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고 한다. 다른 전직 헌법재판관은 “굳이 다른 성향의 재판관들을 찾아가 어울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평의에서 만날 때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정을 내릴 때도 평소 자신의 신념대로 하게 되고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헌재는 심판 사건을 접수한 뒤 180일 안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63일)과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91일)에 대한 탄핵 사건도 이 기간 안에 결정됐다. 헌재는 9일 이 장관 사건의 쟁점과 법리를 검토하는 헌법연구관으로 구성된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장관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사건도 빨리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문제는 속도보다 방향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을 책임지라면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명백한 위법 사항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탄핵을 밀어붙인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야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은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이번만큼은 개인의 정치적 성향보다 국가를 위해 헌법에 따라 판단을 해야 한다.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우리 헌법 정신에 맞는 결정을 내린다면 헌법재판소의 위상은 더 올라갈 것이다.
조선일보 윤주헌 기자
02.11 “대북 사업비 500만달러, 이화영이 먼저 김성태에 대납 제안”
▲이화영 前부지사, 김성태 前회장
‘800만달러 불법 대북 송금’과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권유로 대북 사업을 추진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이후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 스마트팜 비용 대납’을 제안받고 500만달러를 부담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는 북측 인사가 요구해 김 전 회장이 송금했던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 비용’ 300만달러와는 별개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와 협의해 대북 송금을 진행했다고 진술했으며 이런 내용은 그의 공소장에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 평화부지사에 취임한 뒤 북한에 직접 ‘경기도 기금’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8년 9월 이 전 부지사는 민간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부수 회장에게 “아태협이 개최하는 남북 교류 행사에 경기도 보조금 5억원을 지원해주겠다”고 했으며, 한 달 뒤 북한 대남기구인 조선아태위 김성혜 실장을 만나 “북한의 낙후된 협동농장을 농림복합형 농장인 ‘스마트팜’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경기도가 북한에 500만달러를 지원해주겠다”는 취지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기도는 문재인 정부와 별도로 독자적인 대북 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도는 아태협 행사에 5억원 중 3억원만 지원했고, 미국의 대북 제재 등으로 500만달러도 북한에 보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이 사외이사와 고문을 지냈던 쌍방울의 김성태 전 회장에게 안부수 회장을 소개하고 “경기도를 대신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기회로 삼아 대북 사업을 진행하라”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아태협 행사에 나머지 2억원을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018년 11월 김 전 회장은 중국 선양에서 조선아태위 김성혜를 만나 “경기도에서 경기도 기금으로 스마트팜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다 준비를 해놨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 큰일이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전 부지사는 귀국한 김 전 회장을 만나 조선아태위 김성혜의 말을 전해듣고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향후 경기도의 대북 사업이 어려워진다.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을 북한에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으며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 환치기 등을 통해 마련한 500만달러를 북한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에게 전달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검찰은 ‘500만달러’ 송금에 부정한 청탁이 개입됐다고 보고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 방북 비용 300만달러’도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 등과 상의를 거쳐 2019년 11~12월 쌍방울그룹 임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밀반출한 뒤 선양의 한 호텔에서 조선아태위 송명철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300만달러에 대해 검찰은 ‘뇌물’ 혐의를 두고 수사 중이라고 한다.
02.13 윤미향 판결 이용하는 李 대표, 매사가 이런 식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라고 했다. “검찰과 가짜 뉴스에 똑같이 당하는 저조차 의심했으니…. 미안하다. 잘못했다”고도 했다. 검찰이 윤 의원을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도 비판한 것이다.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횡령액 1억원 중 약 1700만원의 횡령 혐의를 인정해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죄질에 비해 형량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벌금형도 형사처벌이다. 법원도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윤 의원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 경력 등을 감안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마치 무죄이고 횡령 범죄가 별것 아닌 것처럼 윤 의원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윤 의원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는 국민 기부금을 사적으로 썼다. 그 돈으로 갈비 먹고, 발마사지숍으로 보이는 곳에도 갔다. 삼계탕 식당, 과자점, 커피숍에서 쓴 것도 있다. 법원은 이를 다 유죄로 인정했다. 보통 사람 양심으론 상상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다. 나머지 횡령 혐의 대부분은 검찰이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거나 윤 의원이 정의연 활동과 관련해 자금을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윤 의원이 결백하다는 게 아니라 검찰이 입증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변호사 출신이다. 이 사건에서의 무죄가 어떤 취지인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인정된 사실엔 눈을 감고 자기에게 유리한 쪽만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민간 업자 김만배씨로부터 뇌물 50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자 “특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1심 판결을 아예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 놓고 윤 의원 1심 판결에 대해선 마치 무죄 확정 판결이 나온 것처럼 말하고 있다. 판결 해석도 자기들 필요에 따라 멋대로 갖다 붙이는 아전인수식이다.
조선일보 사설
02.13 국회 밖에선 거리 시위, 국회 안에선 일방 폭주
더불어민주당이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화물연대에 특혜를 주는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민주노총이 민주당사 점거 농성까지 벌이자 민주당이 처리를 약속한 법안이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에서 가로막힐 것 같으니 법사위를 건너뛰고 바로 본회의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남아도는 쌀에 세금을 더 퍼붓자는 양곡관리법, 의사·간호사 간 갈등 소지가 있어 정부가 제정에 부정적인 간호사법 등 8개 법안을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당 지도부는 각 상임위에 “여당 반대로 법안이 막힐 경우 직회부 카드를 적극 검토하라”는 지침도 전달했다고 한다. 법사위는 법률안이 헌법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규에 저촉되지 않도록 체계·자구 심사를 한다. 입법 과정의 필수 기능인데 상임위 5분의 3 이상 의석을 무기 삼아 이마저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권을 내주고도 국회 안에서는 뭐든 마음대로 했다. 법안은 물론 예산까지 자기들 입맛대로 주무르더니 갑자기 국회 밖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국회의원 100여 명과 당원·지지자 2만여 명을 동원해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고 “이재명 지켜” “윤석열 구속”을 외쳤다. 그러더니 나흘 뒤에는 국회로 돌아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를 강행 처리해 장관 직무를 정지시켰다. 들락날락도 맘대로다.
의석 부족으로 국회에서 뜻을 관철할 수 없을 때 민심에 호소하는 장외 투쟁을 압도적 다수당이 하겠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서 벗어난다. 그래놓고 온갖 입법 독주도 계속한다. 자가당착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장외 투쟁을 한다는 건 국회를 보이콧한다는 뜻이고, 국회를 열었다면 그 안에서 정상적인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국회는 이재명 대표 방탄용으로 열어 놓기만 하고, 어쩌다 들어가서 하는 입법은 국민이 아니라 당리당략을 위한 것뿐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국민이 다음 총선에서 평가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13 李 영장 청구 예상 속 ‘김건희 특검’ 또 꺼낸 민주당 속셈
검찰이 대장동·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가 노골적 정치 공세에 나섰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12일 “정적 제거용 정치 영장”이라고 비난한 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김건희 특검’을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건희 특검 관철을 다짐했다.
민주당의 대응은 김건희 특검을 내세워 이 대표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체포영장 국회 제출 시 당내 이탈표를 막고 부결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주장한 특검 근거는 지난 10일 해당 사건 1심 판결에서 대부분 배척됐다. 박 원내대표는 1심 판결이 ‘부실한 검찰 수사와 어정쩡한 재판부가 합작한 결과’라고 주장했지만, 해당 사건 수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금융범죄 수사 경력자들까지 투입된 결과다. 박 원내대표는 ‘시세조종 실패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1심 판결은 “일반 투자자 손실이나 시장 교란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주가조작 가담자에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고, 전주 2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더구나 김 여사가 주가조작 전문가 이모 씨에게 계좌를 맡겨 주식을 거래한 시기는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봤고, 이 씨의 해당 혐의에 대해서도 면소 판단을 했다.
정의당도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에 공조하겠지만 김건희 특검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제동을 걸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어서 특검 관철을 위해서는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에 상정하는 패스트트랙을 추진해야 하지만 정의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민주당의 반복된 특검 주장은 이재명 방탄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사설
02-14 구속된 李 측근 회유 정황과 정의당의 불체포특권 반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이 임박하면서 이를 막으려는 이 대표 측과 민주당의 움직임이 노골적이다. 친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이 구속 수감된 정진상 씨를 지난달 특별면회 형식으로 만나 회유한 듯한 정황까지 전해져 충격적이다. 국회 차원에서는 정의당이 당론으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법안 거래’를 시도하고, 한편에선 ‘개딸’이 정의당 의원 6명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며 좌표찍기 공격도 병행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달 18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 씨를 특별면회하면서 “마음 흔들리지 마라” “검찰은 증거가 없다.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고 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9일에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특별면회해 “알리바이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민주당 측은 위로 차원의 사담이었으며, 거두절미 왜곡돼 보도된 경위 자체가 더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어 추가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입회 교도관이 기록했다는 이런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 대표 범죄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인 이들을 회유해 증거인멸이나 허위 증언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특히, 정 의원이 정 씨를 면회한 것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국내로 압송된 다음 날인 것을 보면 정 씨의 심경 변화를 막기 위한 의도까지 의심될 정도다.
이런 정황은 이 대표가 국회 불체포특권(체포동의안 표결)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에 응해야 할 당위성을 더 키워준다. 민주당 2중대 비판까지 받은 정의당조차 체포동의안이 부의되면 “당론으로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은 특히 불체포특권 폐지가 이 대표의 대선 공약임을 일깨우기까지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제기한 김건희 특검 도입에 대해서도 정의당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엔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 등에서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고도 꼬집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대응은 합리적 진보 정당으로서 정의당의 미래를 가늠할 시금석이다.
문화일보 사설
02-14 태영호 “4·3은 김일성 지시라고 북한 대학서 배웠다”

“책임감 느껴 사과한 것”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태영호(사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때 김씨 일가 정권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4·3사건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길 바란다”면서도 제주 4·3사건에 대해 ‘명백히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사건’이라는 전날(13일) 제주합동연설회 발언을 재확인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등 관련 단체들은 ‘해묵은 색깔론’ ‘왜곡’ ‘망언’이라며 태 의원의 사과와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하다 탈북해 망명한 태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워 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4·3사건 주동자인 ‘김달삼 고진희’ 등은 북한 애국열사릉에 매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내가 한 일이란 김일성 일가 정권에 한때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참혹하고 무참히 그리고 무고하게 당한 희생자들에게 용서를 구한 것이다. 나의 용서 구함을 부디 순수하고 진실하게 받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02.15 구속 이재명 최측근에 “흔들리지 마라”, 뭘 지키란 건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이 작년 12월과 올 1월 대장동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치소로 찾아가 “마음 흔들리지 마라”고 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또 “검찰은 직접 증거가 없다. 다른 알리바이를 생각해 보라”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고도 했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은 당시 특별 면회에 입회한 교도관이 작성한 접견록에 담겼다.
정 의원은 ‘이재명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중진이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거액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 대표의 최측근들을 교도소로 찾아가 만난 것 자체가 오해를 살 일이다. 더구나 이들에게 흔들리지 말라며 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당시는 대장동과 성남FC 관련 검찰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과 진술이 잇따라 나오고 이 대표 소환 조사도 시작된 시점이었다. 정진상과 김용 두 사람이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까 봐 입단속을 한 것 아닌가.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성호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양주를 방문해 함께 유세하고 있다. 정 의원은 작년 12월과 올 1월 대장동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치소로 면회 가 회유 논란에 휩싸였다. /뉴스1
정 의원과 정진상씨 측은 “재판 잘 준비하라는 격려의 취지였다” “단지 위로를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알리바이를 만들라’ ‘흔들리지 마라’ ‘다음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을 단순한 격려와 위로로 해석할 사람은 많지 않다. 정 전 실장 등이 받은 돈이 이 대표 쪽으로 들어가 경선 자금 등으로 쓰였는지 이 대표가 이를 보고받고 알고 있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이미 ‘428억원은 이 대표 쪽 몫’이란 진술까지 나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 측에서 나온 ‘흔들리지 말라’는 말의 뜻이 무엇이겠나.
이 대표 최측근들과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씨는 그동안 사건 관련자들을 수시로 회유하고 입막음해 왔다. 정진상씨는 검찰 압수 수색 직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증거 인멸을 위해 휴대전화를 던져 버리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김용씨는 유동규씨에게 “태백산맥으로 가서 열흘 정도 숨어 지내라” “쓰레기라도 먹고 배탈 나서 병원에 입원하라”고 했다. 사건 조작에 증거 인멸, 도주 종용까지 한 것이다. 유씨는 실제로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고 병원 입원을 시도했다.
김만배씨는 남욱 변호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언론 인터뷰를 하자 “이재명과 한배를 탔는데 그러면 어떡하느냐”고 회유했다. 그래서 남 변호사가 “이 대표는 관계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제는 유동규씨 입막음을 했던 정진상, 김용 두 사람이 되레 회유 대상이 된 듯하다. 이들에게 ‘흔들리지 말라’는 것은 결국 무엇을 지키라는 것인가. 모두 밝혀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15 고소왕, 결석왕, 특권왕
부정적 별명 유독 많은 이 대표
검찰 ‘황제 출두’ 논란까지
특권 쓸수록 본인 왜소해져
포기하면 오히려 기회 올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덕훈 기자
이재명 대표는 별명이 많은 정치인이다.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그의 별명만 모아놓은 페이지가 있다. 워낙 많아 ‘긍정적’ ‘부정적’으로 나눠놨다. 긍정적인 것으로는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이 대표 이름을 합친 ‘갓재명’ ‘천재명’ 등이 있다. 일 잘하고 머리가 좋다는 뜻이다. 언행이 시원시원하다고 해서 붙여진 ‘사이다’도 유명하다.
부정적 리스트에는 ‘고소왕’ ‘욕설왕’ 등이 나온다. 이 대표가 고소한 사람은 동료 정치인뿐 아니라 자신의 친인척, 언론인 등 다양하다. 그러다 무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도 있다. 지난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맞붙었던 국민의힘 후보도 고발했다. 그 후보는 “이분이 성남 시장 하면서 1080명 이상을 고소·고발했더라”며 “고소왕이 이번엔 저를 선택했다”고 했다. ‘욕설왕’은 성남 시장 때 본인의 형수, 형과 통화하면서 지나치게 심한 욕을 했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국회의원이 되고 ‘결석왕’이 리스트에 추가됐다. 참여연대가 의원들 상임위 출석률을 조사했는데, 국방위에 속한 이 대표가 41%로 꼴찌였다. 이 대표를 제외한 다른 국방위원 15명의 평균 출석률은 95%였다.
대장동 수사 후엔 ‘특권왕’이 추가될 것 같다. 이 대표는 검찰에 나갈지 말지, 가면 언제 갈지 본인이 결정한다. 지금까지 4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다. 첫 번째는 김문기씨를 모른다고 한 허위 사실 유포 등 건이었다. 검찰은 서면 질의서를 먼저 보내고 회신을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무시했다. 그러자 검찰이 소환을 통보했고, 그제야 5줄짜리 답변서를 검찰에 보내며 “이제 소환 사유가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남FC 사건으로 1차례, 대장동 사건으로 2차례 검찰에 직접 나갔다. 하지만 한 번도 검찰에서 오라고 한 날짜와 시간에 맞춘 적이 없다.
성남FC 건으로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는 검찰에 “무례하다”고 했다. ‘소환에 응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는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 조사에 응할지 물어보라”고 동문서답했다. 대장동 사건 때는 출석 시간을 검찰과 협의하지 않고 당 대변인을 시켜 일방적으로 공지하기도 했다. 유동규씨는 “저 같은 사람들은 조사받을 때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간다”며 “이 대표는 옛날부터 그런 특권 의식을 빼겠다고 했는데, 특권을 너무 쓰시는 것 같다”고 했다.
조사 방법도 본인이 정한다. 일방적 자기주장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사 질문에는 답하고 싶은 것만 한다. 밤 9시 이후 조사도 거부한다. 형식상 조사에 응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거부하는 것이다. 이 대표 말고 검찰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고도 “권력이 없어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가 권력이 없다면 검찰이 부를 때마다 가슴 졸이며 시간 맞춰 나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되나.
이 대표는 헌법이 부여한 불체포·면책특권도 갖고 있다. 그가 당 대표가 되고 국회는 단 하루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 방탄용이란 말이 나온다. 이제 불체포특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순간이 임박했다. 대선 때는 포기를 공약했다. 특권을 누릴 생각이 없다면 스스로 포기하면 된다. 그런다고 바로 구속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남아있다. 본인이 결백하다면 특권을 쓰지 않고도 구속을 면할 수 있다. 정치적 입지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질 것이다. 절호의 기회다.
정치 지도자가 특혜를 바라고 특권을 이용하는 것은 국민 앞에 스스로를 왜소하게 만드는 일이다. 특권에 안주할수록 대통령이 되는 길도 멀어질 것이다.
조선일보 황대진 논설위원
02-15 “제주 4·3 김일성 지시” 주장 태영호 징계할 일 아니다
“제주 4·3사건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위성곤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14일 “4·3사건을 폄훼하고 유가족과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망언 책임을 물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태 의원의 지난 12일 제주 합동연설회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이던 2016년 탈북·망명한 태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서 거듭 ‘나는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 사건 유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워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한 5·10선거를 반대하며 촉발한 제주 4·3사건의 김일성 지시는 학계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태 의원이 북한 교육을 받고 “팩트 하나를 터트렸다”며 확정 주장한 것에 대한 부적절성 지적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회 징계 대상에 올릴 일은 아니다.
태 의원 발언은 유족·희생자 명예훼손과도 거리가 멀다. 2000년 국회가 제정한 ‘제주 4·3사건 특별법’ 제2조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규정 취지대로 무고한 양민의 대규모 희생은 엄연한 사실이다. 태 의원도 부정하지 않았다.
문화일보 사설
02-15 ‘쌍방울’이 더 치명적인 3대 이유
박민 논설위원
쌍방울의 대북 사업비 대납은
친문의 대권후보 배제에 맞선
이재명 측 선택한 불법 우회로
李 특유의 프레임 변경 어렵고
이화영과 정진상 뿌리가 달라
쌍방울이 李 목에 걸릴 첫 방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금은 개인 경호업체처럼 부리고 있는 민주당 때문에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2018년 6월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재명은 그해 9월 청와대가 발표한 평양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서 제외됐다. 이재명은 지사 취임 전부터 남북 교류·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중앙정치 무경험을 약점으로 지적받는 이재명으로서는 외교·안보 핵심 이슈인 대북정책 성과가 절실했다. 우천으로 취소됐지만, 지사 취임식을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개최키로 한 것이나 평화부지사직을 신설해 당 실세 이해찬 의원의 측근 이화영 전 의원을 임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평화부지사 영역을 확대하는 조직 개편을 하고 추경에 남북교류협력 기금 200억 원을 반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단체장 중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지사만 방북단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이재명은 이 결정을 친문(친문재인) 그룹이 차기 대권 구도에서 자신을 배제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던 것 같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이 2개월 뒤 터졌다. 문재인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 비방 글을 온라인에 올린 ‘혜경궁 김씨’가 이재명 부인 김혜경 씨라는 수사 결과를 경찰이 발표한 것이다. 이재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 저들의 저열한 정치 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이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내에 이재명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없었고 청와대도 ‘관여할 성격이 아니다’는 입장을 취했다. 친문 그룹에서는 이재명의 사퇴와 출당 주장까지 나왔다.
돌파구 마련이 필요했던 이재명은 독자적으로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했다. 방북단 발표 직후 이화영 부지사가 북한을 두 차례 방문, 스마트팜 건설 등의 대북 사업을 합의했다. 그러자 이번엔 경기도의회가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 소속이 다수였음에도 도의회가 예산 배정을 거부했다. 불법적인 우회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이화영은 3년간 고문과 사외이사로 근무했던 쌍방울그룹의 오너 김성태 회장을 접촉했다. ‘대북 사업비 대납을 기회로 삼아 대북 사업을 진행하라’고 권유하면서 ‘김책공대 북한 광물자원 자료’를 직접 전달했다. 김성태는 대북 사업 경비 500만 달러를 두 차례에 걸쳐 불법 송금했다. 북측이 요청한 이재명 방북 비용 300만 달러도 유사한 방식으로 송금했다. 모두 김성태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다. 더구나 이재명은 김성태가 대북 사업 및 방북 비용 지불을 북측에 약속하거나 송금한 시점을 전후해 최소 3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맙다’고 말하거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난감하겠다’는 걱정도 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을 보면 “쌍방울과의 인연은 내의 한 벌 사 입은 게 전부”라는 이재명의 초기 해명은 본인도 민망해할 수준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최근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왔는데 잘 안 팔릴 것”이라며 오히려 부인 강도를 높였다. 위기 타개에 동물적 감각을 보여 온 이재명으로서도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실제로 쌍방울 사건은 대장동이나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이재명 특유의 프레임 바꾸기가 불가능하다. 대장동은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 환수 사업’이고 성남FC는 ‘시 예산 절감 성공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북 불법 송금을 ‘햇볕정책’이라고 강변하긴 어렵다. 둘째, 대장동 김만배 씨와 쌍방울 김성태의 차이다. 김만배는 끊임없이 자백과 침묵의 손익을 계산하고 있다. 김만배가 침묵하면 이재명의 마지막 방탄조끼인 정진상과 김용은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김성태는 송환되기 전 이미 검찰에 협상을 제시했다. 정치적으로 기댈 곳도 없고 검찰의 선처가 거의 유일한 희망이다. 셋째가 핵심으로, 이화영은 정진상·김용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진상과 김용은 숙주인 이재명과 운명공동체다. 그러나 이화영은 나름의 정치적 뿌리가 있고 정치적 주군을 따지면 이해찬이다. 더구나 쌍방울 사건은 국기 문란 성격의 100억 원대 뇌물사건이다. 정치인 이화영이 이재명을 위해 혼자 책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재명의 희망 사항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정작 이재명 목에 처음 걸릴 방울은 쌍방울 사건이 될 수 있다.
문화일보
02.16 원하면 누릴 수 있는 자유, 그게 21세기 ‘광주 정신’이다
대형 복합 쇼핑몰 추진했지만 유력 정치인들 반대로 번번이 좌초
자기 지역구에는 필요하지만 광주에 있어서 안 되는 이유는 뭔가
특정 세력이 지역의 가치관을 정해놓고 멋대로 강요할 수는 없어
2018년에 건강이 나빠진 아버지를 간병하러 고향 광주를 자주 방문했다. 지내보니 수도권보다 편의 시설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중 복합 쇼핑몰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상했다. 알고 보니 2015년에 광주광역시와 신세계가 복합 쇼핑몰 조성을 추진했지만 소상공인과 서구 의회의 반대로 시간만 낭비하다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의 반대로 완전히 중단된 일이 있었다. 신세계가 광주에 하려던 7000억 투자는 대전으로 옮겨가 직간접적으로 2만명 고용을 창출한 복합 쇼핑몰을 탄생시켰다. 코스트코 입점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광주 시민들은 대전이나 수도권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야 했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광주를 떠나야 했다.
지역 여론이 들끓자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는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를 공약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며 광주’광역시’에 없는 것 리스트가 퍼지고, 동생뻘 광주 청년들이 커뮤니티에서 ‘복합 쇼핑몰에 돈 내고 들어가냐’ ‘코스트코에 놀이기구라도 있냐’고 물어보는 댓글이 박제되어 놀림감이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진보 진영 인사들이 선거 때마다 90% 지지를 보내준 광주를 정치적 가두리 양식장 취급하는 듯한 막말을 이어가자 안타까움은 분노로 바뀌었다.

/일러스트=이철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대선 후보 경선을 하던 2017년에 광주 복합 쇼핑몰 건립을 반대했지만 2021년 경기도지사 재임 시 화성에 복합 쇼핑몰을 건립하기로 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도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의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 공약을 극우 포퓰리즘이라 폄하했다.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는 2016년 이케아 고양점 기공식에 참여해 기념촬영을 했지만 정작 2017년 대선 때는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자신의 지역구에는 복합 쇼핑몰이 필요하지만 광주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민주당 법률지원단 설주완 변호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명품 시계 찬다고 부자 되는 건 아니지 않으냐’ 며 광주 시민들을 비하했다. 광주 신세계는 2020년 백화점 매출 12위로 다른 지방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또 호남선 고속터미널과 연결된 센트럴시티에서 호남 사람들의 명품 매출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데도 광주 시민들이 가난한가? 나경채 정의당 전 공동대표는 ‘광주가 복합 쇼핑몰 없어도 5일장이 시개(3개)나 있다’며 구한말 위정척사파 같은 시대착오적 인식을 드러냈다. 광주’군(郡)’도 아니고 ‘광역시’에 5일장이 셋이나 남아있는 게 더 문제 아닌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역 소상공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상생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계략’이라 했다. 복합 쇼핑몰이 많은 다른 대도시 소상공인들은 다 망했나? 아니다. 오히려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형성되어 경제가 발전해 진정한 ‘상생과 연대’가 실현됐다. 대형 쇼핑몰 이용객 다수가 주변 상점을 같이 이용한다는 각종 통계와 조사 결과가 그걸 증명한다.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광주의 투쟁 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라 했다. 광주에 태어난 사람은 좋은 편의 시설을 누리지도 못하고 진보 진영의 이념을 위해 죽을 때까지 투쟁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나기라도 했나? 그렇게 광주 정신을 강조하던 사람 중 일부는 광주의 아픈 역사를 정치적 자산 삼아 정치권에 입성한 뒤 모두가 슬픔에 잠긴 5·18 전야제 때 룸살롱에서 접대부 불러놓고 술판 벌이지 않았나.
진보를 참칭하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에게 광주란 무엇인가? 광주 사람들이 잘 살길 바라긴 하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 ‘자기 집이 있으면 보수적, 없으면 진보적 투표 성향을 보인다’고 했던 것처럼 호남이 영원토록 경제적 약자, 민주화 투쟁의 도시로 남게 해 당신들만 지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광주 정신은 광주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이고 이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특정 정치 세력이 지역의 가치관을 멋대로 정해 놓고 따르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이다. 광주 시민은 지금 여러 기업이 제공하는 편의 시설을 누리고 싶어 한다. 즉 자유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지금의 광주 정신이고 이는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전혀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어젠다만을 따르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내가 활동하는 시민 단체를 포함해 여러 광주 시민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여 복합 쇼핑몰 유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국민의힘은 이를 대변해줄 대안 세력이 돼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박은식 의사·내과 전문의·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02.16 오비이락(烏飛梨落)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로 조선 후기 학자 홍만종(洪萬鍾)이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말이다. 얼핏 아무 연관도 없는 일로 인해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빗댄 사자성어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 있다. 태공(太公)이 했다는 이 말은 ‘명심보감’에 실려 있는데 “(다른 사람의)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매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바로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두 성어는 흔히 억울하게 오해받는 사람을 편드는 식으로 사용되곤 한다. 지금 이재명 대표가 바로 그런 꼴이다. 자기는 잘못이 하나도 없고 우연히 자기 주변에서 온갖 부정이 일어났고 사람도 죽곤 했지만 그건 그저 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이라는 식이다. 또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치긴 했는데 오이에 손대지 않았고 자두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긴 했는데 자두에는 손대지 않았다”고 우겨 대는 꼴이다. 마침 그가 신발 고친 자리에서 오이가 왕창 없어졌고 갓끈 고친 데서 자두가 대거 사라졌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 담긴 본뜻을 안다면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오해를 피하라는 뜻을 넘어 다른 사람들 마음은 늘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항시 경계하라는 뜻이다.
이는 바로 공직자 윤리와 관련된 말이다. 공직이란 모두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심받을 짓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공직자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친명 좌장’이라는 정성호 의원이 이미 구속 수감 중인 김용, 정진상, 이화영 등 이재명 대표 최측근을 연이어 특별면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에 이들을 찾아가야 했을까? 이들을 찾아가서 했다는 말도 귀를 의심케 한다. “알리바이를 만들라.”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것도 오비이락인가?
조선일보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02.16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래"…김성태, 대질서 이화영에 '버럭'
“우리 회사 망하게 생겼어. 20년을 알고 지냈는데…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지난 15일 수원지검에서 진행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4자 대질조사’에서 김 전 회장은 이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1968년생인 김 전 회장은 1963년생인 이 전 부지사를 ‘형’이라고 불렀다. 김 전 회장은 대질신문 내내 이 전 부지사에게 격앙된 반응을 보인 한편, “우리 입장도 생각해 달라”며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15일 오후 5시부터 9시 30분까지 약 4시간 30분 동안 대북송금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를 불러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지사에게 ‘경기도의 스마트팜 대납’ 등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물었다.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 출장에서 쌍방울 관계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추궁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이화영)는 쌍방울의 대북송금에 대해 모른다”는 기존 주장을 어어 갔다. 이 전 부지사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자 검찰은 안 회장에 이어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 등을 차례로 불러 압박한 것이다.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 경기도
대질 조사에서 김 전 회장과 안 회장, 방 부회장 등 3명은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며 먼저 대납을 제안해 쌍방울이 대신 냈다”는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우리 쪽 사람 10명이 넘게 구속됐고, 회사도 망하게 생겼다. 우리 식구들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고 한다.
또 “나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70세다”“왜 형 입장만 생각하느냐, 우리 입장도 생각해달라”고 설득하다가 “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느냐”“(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현직) 공무원들은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영 계속 부인하자 김성태 ‘격앙’
그런데도 이 전 부지사가 계속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로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은 언성을 높이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측이 대북사업 하려고 안 회장을 끼워넣어 북한과 협약서를 쓴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안 회장과 방 부회장도 나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느냐”며 김 전 회장을 거들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임원진에 지시해 대북 송금 자금원 등 관련 내부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1월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환담하고 있다. 현장에는 쌍방울 임원들도 참석했다. 빨간색 동그라미 왼쪽이 쌍방울그룹 부회장 방모씨(구속기소), 오른쪽은 양선길 현 회장이다. 사진 경기도
대질 조사 이후 이 전 부지사는 진술을 거부했다. 조사가 끝난 뒤에도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대질조사를 추진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의 대납을 시인하는 순간, 검찰의 수사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향하지 않겠느냐”며 “정치적 야심이 큰 이 전 부지사가 쉽게 입을 열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16일에도 구치소에 있는 이 전 부지사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대질신문도 다시 추진했으나 이 전 부지사 측이 거부해 성사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가 대질신문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관련자 3명의 진술이 동일하다면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간접 증거나 탄핵증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이찬규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02-20 李 국회의원 출마 때도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지키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로 전달돼 24일 본회의 보고, 27일 표결 절차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해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도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다는 점에서, 그 약속을 지키는 게 옳다. 이 대표가 지난해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보궐 선거에 출마했을 때 대선 패배 직후의 출마, 인천으로의 이동 출마, 당시 송영길 대표 지역구이면서 당 지지세가 강한 곳의 출마라는 눈총은 물론, 의원직에 이어 대표까지 맡아 ‘방탄용’으로 활용할 것이란 우려가 심각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11일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선 “수사 아무리 압박해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자꾸 방탄 방탄 하는데 여러분은 물도 안 든 물총 두렵나”라고 말했다. 5월 22일 충북 청주 지원유세에선 “불체포특권 제한에 100% 동의할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제가 주장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자신이 후보였던 대통령 선거 공약집에서는 ‘성범죄 같은 중대 범죄의 경우 불체포특권 폐지 추진’을 제시했다. 2016년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겨냥해 “법 앞에 평등한 나라에서 수사에 성역이 있어선 안 된다. 청와대 밖으로 나오는 그때 딱 잡아서 수갑 채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불과 반년 만에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12일 신년 회견에서 “경찰복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인다면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검찰이 권력 하수인이 돼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관련 의혹은 한두 건이 아니고, 많은 증언과 구체적 정황도 나왔다. 본인 주장처럼 결백하다면 영장실질심사에서 다투면 된다. 아직 사법부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아닌가.
문화일보 사설
02.21 민주당 말살(抹殺)?
전통의 민주당이 어쩌다
부정 의혹 이 대표 감싸며
그 없이는 당이 존립하지 못할 것처럼
스크럼을 짜는지 이해할 수 없다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엊그제 “이재명 대표 없어도 민주당은 말살되지 않는다”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전 최고위원이기도 한 김씨는 “지금 민주당은 집단적 망상에 빠져있다”며 “이재명이 대표로 있는 한, 정부·여당·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어떤 메시지도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이제까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방탄’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사람은 이상민, 조응천 의원 그리고 전 비상대책위원장 박지현씨 정도였는데 이제 김해영 전 의원도 이에 가세했다. 전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씨도 한마디 했다. 숫자는 미미하지만 이들의 공개적 발언이 점차 세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는 민주당의 진로에 관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지적하고 싶다.
한마디로 지금의 정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변해야 한국 정치가 산다. 민주당이 변하려면 ‘이재명 당대표’ 구조에 변화가 와야 한다. 민주당이 의석수의 우세만 믿고 지난 5년의 실패한 정치에 안주한 채, 전과 4범에 5~6가지 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씨의 구속을 막으려고 스크럼을 짜고 있는 모습은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정말 처참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구속은 정적(政敵) 죽이기며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제 이재명씨는 윤 대통령의 정적도 아니고, 국회 절대 과반수를 가진 정당을 탄압할 배짱이 윤 정부에 있을까? 또 당대표 한 사람 구속된다고 당이 ‘말살된다’면 그 정당은 정당도 아니다. 그 민주당에 작으나마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면 김해영 등의 존재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한 여권 인사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재명’을 덮어주고 야권의 협치를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인가?” 대답은 “협치는 긴요하지만 그것을 얻으려고 ‘이재명’을 덮고 가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 기반은 그날로 허물어졌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질문을 야권 인사에게 던졌다. 대답은 ‘글쎄’였다. 이재명을 걸지 않았어도 협치는 어려웠을 것으로 이해되는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재명 구속’ 카드로 일단 보수 지지 세력의 끈질긴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인 동시에 민주당 내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이중 장치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꽃놀이패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민주당으로서는 그동안 이재명이 이끄는 반윤(反尹) 대열에 동참하거나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여러 민주당 의원들이 속으로는 끌탕을 하면서도 개별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그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인질’ 잡혀있는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있다. 이런 차제에 김 전 의원의 발언은 한 작은 변화의 신호탄일 수 있다. 박지현씨는 한발 더 나아갔다. 윤 정부가 노리는 것은 ‘이재명 구속’이 아니라 ‘이재명 불체포’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으로 가면 윤 정부로서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는 것이다. 이제 와서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내치를 다지고 효율을 올리기는 싹수가 노랗다.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기간도 2년 남짓이다. 그럴 바에는 지지 세력에 부응하고 민주당의 변화도 꾀할 수 있다면 윤 대통령으로서는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전통의 민주당이 어쩌다 부정 의혹투성이, 민주당 토박이도 아니고 민주당 구세주도 아니고 민주당 정통 혈통(?)도 아닌 이재명씨를 당대표로 앉히고, 그의 지난 성남시장 시절 부정 의혹을 감싸며 그 없이는 민주당이 존립하지 않는 것처럼 저렇게 스크럼을 짜고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몇 십년 민주당의 행로와 인물들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이것은 풀 수 없는 미스터리다. 이재명씨가 그렇게 흡인력이 강한 정치인인가? 그가 과연 지금의 민주당을 이끌어 내년 총선에서 여전히 다수당으로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한 지도자인가? 이재명이 없으면 김해영씨 말대로 민주당이 ‘말살’될 수 있다는 것인가?
‘이재명 구속’ 카드는 이처럼 그동안 입 다물고 있던 민주당 내 또다른 민주당에 던져진 날카로운 질문 같은 것이다. 민주당이 야당답게 윤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고 잘못된 정책에 제동을 거는 정치로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 소속 의원들이 의혹투성이 당대표 한 사람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방탄 조끼의 단추 같은 존재가 아니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대표 한 사람 어떻게 된다고 ‘말살’되는 그런 정당이 아니기를 나도 바란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02-21 개인 非違는 불체포특권 대상 아니다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감에 따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
특히, 이 대표는 과거에 불체포특권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한 처리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22일, 6·1 지방선거를 위한 충북 지원 유세에서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된다. 100% 동의할 뿐만 아니라 제가 주장하던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불체포특권의 폐지는 그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리고 2020년 9월 선거 회계부정 혐의를 받은 정정순 당시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가자,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은 공익을 위한 것”이라며 “법 앞에 평등한 나라에서 수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민국헌법은 제44조 제1항에서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불체포특권은 영국에서 이미 1600년대 초에 ‘의회특권법’을 통해 인정된 이래, 1787년에 제정된 미국 연방헌법(제1조 제6항 제1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헌법에서 널리 채택되고 있다.
그러면 왜 우리 헌법은 일반 국민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을 국회의원에게는 인정하고 있을까? 이는 수사권과 정보력을 장악하고 있는 행정부의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압력을 받지 않고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자주적으로 입법 활동과 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으며, 정당한 이유가 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부가 국회의원을 체포하는 경우에는 불체포특권이 인정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 국회에서는 제20대 때(2016∼2020년)까지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정부에서 제출되면, 체포 대상 의원의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넘어 동료애를 발휘해 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게 일반적이었다. 제19대 국회의 경우 11건의 체포동의안 중 가결된 것은 3건뿐이고, 나머지는 부결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0대 국회의 경우 5건의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런데 현직인 제21대 국회에 들어 체포동의안의 처리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2020년 이후 3년 동안 제출된 4건의 체포동의안 가운데 3건이 가결되고 1건만 부결됐다. 그리고 가결된 3건 중 2건은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이거나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의원을 대상으로 한 체포동의안이었다. 불체포특권의 남용이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국민의 따가운 비판을 의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또다시 국회의원들에게 어려운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민주당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수사에 부당성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한편으로 사법정의의 구현과 ‘법 앞에 평등’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국회의원들이 어떤 결정을 하든 그것에는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냉정한 평가와 심판이 따르게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문화일보
02.22 파업 조장 ‘노란봉투법’ 기어코 강행, 제 편과 노조만 보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정부와 경제 단체들이 반대하고 국민의힘도 저지했지만 표결을 밀어붙였다. 야당은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이 법안 처리를 미루면 60일 후 본회의에 직회부할 방침이라고 한다.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기업과 경제에 타격을 줄 법안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 범위를 대폭 넓히고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을 어렵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청 업체 직원이 원청인 대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도 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이 고용하지도 않은 수많은 하청 업체 노조와 일일이 단체교섭을 해야 하고 곳곳에서 연쇄 파업이 벌어질 수 있다. 어디까지가 법적 사용자이고 합법적 파업인지도 불분명하다. 노조는 파업을 벌여 원청 대기업을 압박하려 할 것이다. 불법 파업 조장법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안은 또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때 노조원 개인별로 액수를 계산해 제출하라고 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기업의 손배 소송을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든 것이다.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 단체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이 타격을 입고 나라 경제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민주노총이 당사를 점거하자 입법을 약속했다. 국민 80%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합법 파업 보장법’이라고 말장난을 했다. 기업과 경제는 외면한 채 자신들의 편인 민노총만 바라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 법은 처리하지 못했다. 기업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 투자를 독려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이미 지난해 말 민노총의 총파업으로 건설 공사는 멈춰 서고 최악의 물류 대란이 벌어졌다. 막대한 경제 손실을 입었다. 나라 경제보다 노조가 우선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강행 처리를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끝내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22 전주나이트파 '쩐주'…건달서 그룹 회장까지 김성태 A to Z
건달에서 그룹 회장까지…김성태, 10대 기업 넘봤다
전주나이트파의 ‘쩐주’… 그림자 운영에 능한 막후 권력자
도박장·대부업 거쳐 인수합병과 기업사냥으로 쌍방울 키워

▲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성태(오른쪽)는 호남의 강성 폭력조직인 전주나이트파의 ‘쩐주’였다. 사진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해외 도피를 하던 중 태국 현지의 한 골프장에서 검거된 모습. 왼쪽은 함께 검거된 김성태의 사촌형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2월 어느 날 저녁, 서울 강남에서 사채업에 종사하는 이모(41)씨를 만났다. 과거 구치소에서 전주나이트파 조직원과 안면을 텄다는 그를 통해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56)씨의 과거 이력을 수소문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서 소개받은 조직원 J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성태는 실제 건달은 아니고 예전부터 선배들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변호사비도 대주고 합의도 봐주고 뒷일도 챙겨주는 전주(錢主)라고 들었다.” 취재 결과 김성태는 경찰의 관리대상 폭력조직원에 등록돼 있지 않았다. 그보다 4살 많은 동명이인이 경기도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만 파악됐다.
1968년생. 학력은 밝혀진 바 없으며, 조폭 출신으로 대기업 회장까지 오른 그는 이른바 ‘건달 세계’에선 입지전적 인물로 추앙받고 있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주나이트파와 라이벌 세력인 한 조직원은 “동생들 밥 먹이고 행사장에서 돈 쓰는 형님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반달(반건달)쯤 되겠다. 하지만 재력도 있고 인프라도 갖춘 데다 후배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시니 우리로서는 ‘전관예우’를 해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건달 세계에서는 호적이 깨끗한, 다시 말해 계보도에 이름도 없는 사람을 대우할 정도의 위상을 가진 셈이다.
그는 다만 2000년도 초반 김성태가 서울로 상경하기 전까지 살아온 행적에는 침묵했다. 이에 대해선 이씨가 귀띔했다. “호남에는 먹을 게 없다. 돈으로 처세하는 부류는 대다수가 땅 부자들이다. 그러니 ‘쩐주’가 땅 팔아서 서울로 상경하면 돈 따라 형님 따라 동생들이 함께한다.”
5·16 이후 경제 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호남 지역 조폭들은 서울로 대거 진출했다. 쌍방울그룹 내부는 물론, 김성태가 서울에서 불법 도박장을 차리거나 불법 사채업을 운영할 때나 그의 곁을 지키는 ‘동생’들이 있었던 배경이다.
김성태는 2006년 상경해 불법 도박장을 문어발식으로 개설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서울 골목길마다 2~3군데씩은 눈에 띄던 성인 PC방이다. ‘세븐포커·바둑이·맞고’ 등의 게임을 제공한다며 간판에 고스톱과 카드 그림을 붙여놓은 게 특징이다. 서울 서초구와 경기 구리시에 성인 PC방 직영점 2곳을 냈고, 전주·익산·군산 등 자신의 연고가 있는 호남 등지에 가맹점 11곳을 유치했다. 과거 관련 사업에 종사했던 정보원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바지사장을 앉혀두고 월 300만원씩 꼬박꼬박 챙겨줘도 남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성태가 같은 해 12월 불법 도박장 개장 등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실을 고려하면 사업 자체는 오래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어쨌든 이 시기 김성태를 중심으로 가맹점을 모집하는 총판 역할을 하는 등 공범들은 후일 쌍방울그룹 계열사 임원 등을 맡게 된다. 김성태식 조직 운영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서울 강남에 불법 고리대금업체 차려 돈 벌어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2007년 사채를 빌리려고 김성태의 불법 대부업체인 ‘도쿄에셋’을 방문하면서 그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성태를 기업가로 변모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진다. / 사진:KH그
이듬해 김성태는 강남 청담동으로 옮겨 불법 대부업체를 굴리기 시작한다. 법인 등기상 ‘도쿄에셋’이라는 투자 컨설팅 회사로 둔갑하고 뒤로는 고리(高利)로 막대한 재산을 착복한 것이다. “강남에는 세력화된 조직이 없는 데다가 해 먹기 좋은 호구도 많다. 일단 대부업 허가를 내면 법정 최고 금리(과거 34.9%)에 발목을 잡히는데, 불법으로 굴리면 4000% 이상도 받아낼 수 있다. 어차피 김성태가 쩐주였다고 하지 않았나. 쩐주가 평소에 돈을 잘 쓰면 동생들이 알아서 진상처리(변제 능력이 없는 채무자 문제 해결)를 해준다. 불법 추심은 일도 아닐 테니 손해도 안 봤을 것이다.” 이씨의 설명이다.
이 시기 김성태가 벌어들인 수익은 정확히 가늠되지 않지만 5년간 50차례에 걸쳐 높은 이자를 받고 318억원을 빌려준 사실은 확인된다. 드러난 고객만 해도 재벌과 중견기업 일가,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 주가조작 세력 등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김성태는 사채놀이로 돈의 흐름을 익혀 기업 합병에 관여하거나 유망한 벤처와 주식에 투자하는 3세대 조폭의 선구자인 셈이다. 그리고 이 시기 김성태는 훗날 ‘경제 공동체’로 묶이는 KH그룹 회장 배상윤과 엮이게 된다.
배상윤은 1980년대 전남 영광 일대의 군소 조직 ‘난초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언론에 노출된 것은 1991년 10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조폭 간 칼부림 사건에 개입하면서다. 유흥업소 이권을 놓고 목포파와 광주파가 낫·도끼·생선회칼 등을 동원해 집단 난투극을 벌인 사건이다. 칼부림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쳐 당시 강남 건달 세계가 떠들썩했다고 한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배상윤은 이 사건 이후 조폭 세계에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배상윤은 1992년에는 종로 일대 전자 카지노업소 주변에서 업소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고 지분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진다. 1997년 ‘신영광파’ 부두목 신분으로 구속기소되지만 조직폭력배에 해당하는 범죄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정을 받는다. 다만 채무자를 납치한 뒤 끌고 다니며 폭력을 휘두르고 돈을 받아낸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배상윤은 도박장 운영자금 제공 및 사기 혐의로 두 차례 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배상윤은 이후 서울 강남에서 고급 사우나를 운영하면서 주가조작과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기업사냥꾼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배상윤과 고리대금으로 놀던 김성태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도박장 개설·유흥업소·경매 등은 조폭 세계에서 ‘저무는 사업’이었고, 사채를 끌어다 M&A 시장에 뛰어드는 3세대 조폭 전성시대가 열린 참이었다. 사채업자 김성태를 ‘기업가’로 변모시킨 것도 배상윤이었다. “징역을 살고 나온 배상윤은 2000년부터 주가조작이 전문이었다. 그 능력을 김성태한테 가르쳤다.” 이씨의 회고다.
김성태, 배상윤 제안 거절하고 쌍방울 확보

배상윤은 2007년 김성태한테 1억원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관계를 이어나갔다. 이후 2009년 배상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던 쌍방울 1대 주주의 지분과 경영권 인수를 시도한다. 당시 배상윤은 자신의 고급 사우나를 담보로 김성태에게 19억원을 빌린다. 그러나 잔금은 물론 계약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쌍방울 인수에 실패한다. 정작 쌍방울 인수권을 차지한 건 김성태였다. 2010년 1월 자신의 도쿄에셋을 ‘레드티그리스’로 바꾼 김성태는 대한전선이 가지고 있던 쌍방울 1대 주주 지분 40.86%를 29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제 인수하는 데 쓴 돈은 70억원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다 사채로 끌어온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자는 2010년대 초반 쌍방울그룹과 연관됐던 관계자 K씨와 만나 당시 쌍방울 인수와 관련한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과거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됐다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 지금도 서울 강남의 기업사냥꾼들과 종종 만나면서 정보를 교환한다고 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레드티그리스의 지분을 30% 차지했던 오택동이라는 이름이 수차례 언급됐다.
“오택동은 건달 출신은 아니다. 나이는 김성태보다 한 살 많지만 김성태 밑에서 사채 받으러 쏘다니던 자다. 뱀 같은 인물인데, 김성태에게 배상윤을 제치고 쌍방울 경영권을 가지라며 모사를 부렸다.”
K씨에 따르면 배상윤은 돈 갚을 여력이 안 되자 김성태에게 조건부 제안을 했다. 김성태가 쌍방울 1대 주주 지분을 인수하면 배상윤 본인이 작전 세력을 동원해 쌍방울 주가를 띄워줄 테니 김성태는 그때 주식을 팔고 쌍방울에서 빠져달라는 부탁이었다. “결국 배상윤이 주가를 확 끌어올린 시점에 김성태가 한 번에 매도를 때려서 거액을 챙겼다.”
실제로 배상윤은 약속이 이행되는 줄 알고 차명계좌 80여 개로 수천 차례 시세를 조종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성태는 가장 매매, 고가·물량 소진매수, 허수 매수 주문 등을 통해 350억원을 시세차익으로 벌어들였다. 그러나 김성태는 당시 오택동의 권유를 따라 배상윤에게 쌍방울을 넘기지 않는다. “배상윤은 그때 한 푼도 못 벌었다고 한다.” K씨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김성태와 배상윤의 관계는 어땠을까? 두 사람은 끝까지 호형호제하면서 의리를 과시했다는데 속내는 틀어지지 않았을까? “건달 세계에서는 돈 실수를 하면 돈을 갚든 뭐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때는 배상윤이 자리를 못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돈에 밀린 관계였다.”
훗날 배상윤은 2016년 조명회사 필룩스를 인수하면서 음지에서 제도권으로 완전히 자리 잡는다. 또한 잘 알려진 것처럼 2019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과 2021년 강원 알펜시아리조트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회사까지 사들인다. 어쨌든 이 사건으로 세 사람은 2014년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수사를 받았다. 김성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배상윤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오택동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쌍방울그룹을 건달 사무실로 만들다”

▲오택동은 쌍방울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권력을 휘둘렀다. 이를 보다 못한 김성태의 수하들이 오택동을 견제하기 위해 최우향을 데려온다. 최우향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와도 친분이 있다. 사진은 2021년 10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만배를 맞이하러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나타난 최우향. / 사진:연합뉴스
복수의 취재원들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는 결코 전면에 나서는 일이 없었다. 인수 뒤 새 대표이사 취임식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은 물론, 쌍방울이 수차례 인수합병을 하면서 규모를 키우는 와중에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등기이사도 맡지 않았다. 마치 전주나이트파 시절 조직의 쩐주로 자리매김하되 계보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막후 권력자’의 방식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는 자신의 가족과 더불어 조폭 세계에 발을 담그면서 유대를 맺은 조직원들이나 불법 도박장과 대부업 등을 운영하면서 수족처럼 부린 측근들을 쌍방울그룹 경영진에 앉히면서 자신만의 왕조 구축에 나섰다.
일례로 사촌형인 양선길은 쌍방울의 대표이사, 친동생은 사내이사였으며, 두 사람은 후일 각각 그룹 회장, 부회장에 오른다. 불법 도박장 개설에 가담했던 매제 김모씨, 레드티그리스 소속의 오택동, 박상민, 최제성 등 역시 각각 부회장, 계열사 사내이사 등을 맡았다. 2011년 쌍방울에 입사해 그룹 부회장까지 오른 방용철도 김성태가 믿던 부하였다. 방용철은 김성태가 전주에 있을 때부터 알던 친구였다고 한다. 한때 재계 순위 51위까지 올랐던 쌍방울이 ‘건달 사무실’이라는 말을 들었던 배경이다.
김성태가 쌍방울을 인수한 뒤 1년 동안은 오택동이 경영 전반을 주무른 것으로 전해진다.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친구였다. 쌍방울그룹이 무자본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나가지 않았나. 그걸 설계한 게 오택동이다. 레드티그리스 때 알게 된 주가조작 세력들에게 자문을 받아가며 움직인 걸로 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이다. “건달 출신은 아닌데 회의할 때 책상을 발로 차고, 말 안 듣는 부하를 때리는 건 예사였는데, 그런 모습이 김성태 식구들 눈에 거슬렸던 것 같다. 그들은 김성태에게 ‘오택동이 혼자 다 해 먹고 있다. 이러다 회사 뺏긴다’면서 자극을 줬다. 그래서 견제용으로 끌어들인 사람이 최우향이다.”
1967년생 최우향은 목포 새마을파에서 부두목까지 오른 조폭으로 알려진다. 새마을파는 1999년 전남의 최대 폭력단체로 거듭날 만큼 덩치를 키웠다. 당시 서울로 올라와서는 동향의 조직인 청계파·무안파·해제파·지도파 등을 흡수, ‘연합 새마을파’를 결성했다. 이들은 유흥업소 관리는 물론, 건축·철거 현장 용역사업도 도맡으면서 돈을 벌고 세력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몸담고 있던 조직이 주가조작에 손을 대면서 활동영역을 넓히던 2010년, 부두목 최우향이 쌍방울그룹에 스카우트된 것이다.
최우향은 2013년 쌍방울 대표, 쌍방울그룹 국제총괄 부회장에 잇따라 오르지만 최근 언론 보도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 친분이 더 부각돼 있다. 2021년 10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만배가 구치소에서 풀려날 당시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나타나면서 ‘헬멧남’으로 유명하다. 당시 사진을 보면 비교적 왜소한 체격의 김만배와 대비되는 큰 체격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인수합병으로 사세 키우고 검찰 출신 사외이사 영입
김성태와 배상윤은 무자본 M&A로 기업들을 공동 사냥한 뒤 쌍방울과 KH그룹의 덩치를 키워나갔다. 이 과정에서 전환사채(CB)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채를 끌어와 기업을 인수하고 CB를 찍어내 또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 계열사 간의 CB를 서로 사고팔면서 차익도 챙겼다. 호재 타이밍을 아는 특정 세력은 이익을 실현하지만 기업은 서서히 말라 죽고, 개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는 구조다. 김성태는 이를 통해 특수차량 제작 기업 광림, 바이오 기업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속옷 회사 비비안 등 6개 기업을 인수한다. 현재 51개사로 구성된 쌍방울그룹은 상장사 7개(광림·미래산업·쌍방울·비비안·디모아·아이오케이컴퍼니·제이준코스메틱)가 순환출자 구조를 이룬다. 투자조합 4개도 포진해 있다.
이와 동시에 김성태는 전관 법조인을 중심으로 사외이사진을 꾸리면서 자신의 방어 전선을 구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성태는 2010년 쌍방울 인수 이후 7개 계열사에 사외이사 총 51명을 영입했다. 이 가운데 법조인이 22명으로 전체 43.1%를 차지하는데, 검찰 출신만 9명이다. 알려진 인물들로는 송찬엽 전 동부지검장, 양재식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오현철 전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등이다. 심지어 2014년 당시 주가조작 혐의로 자신을 구속기소한 김영현 전 서울남부지검 부부장 검사까지 섭외했다.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김성태가 일찌감치 ‘사법 리스크’를 고려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출신을 눈독 들였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도 안호봉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전북경찰청장까지 올랐던 강인철 변호사 등도 눈에 띈다. 관료와 정치권에서 활동한 인사가 13명이나 된다.
쌍방울과 이재명 커넥션 진상? 김성태 입에 달려
현재 김성태는 200억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4500억원 상당의 횡령·배임, 800만 달러 불법 대북 송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사비용 대납 등 혐의로 구속됐다. 배상윤도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김성태가 지난 8개월간 해외 도피를 청산하고 국내 송환을 희망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눈 검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무슨 이유로 김성태가 돌연 입장을 바꿔 귀국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국내 송환 직후에도 “이 대표를 모른다”고 ‘의리’를 지켰던 그다. 그런데 최근 옥중에서 쌍방울그룹의 자금 관리를 담당한 매제에게 전부 증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세계에선 의리라는 게 없다. 옛날에는 동지였는데 그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범행의 중심이 돼버렸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등을 돌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발언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김성태는 2019년 쌍방울그룹 계열사 임직원을 동원해 800만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한에 넘겼다. 이후 북한의 희토류 등 광물 사업권을 따내며 쌍방울그룹 계열사 나노스는 ‘대북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 급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500만 달러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사업의 대납이었고 300만 달러는 이 대표의 대선을 위한 방북 추진용”이었다는 게 김성태의 주장이다.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직 운명이 달렸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쌍방울그룹이 변호사비 23억원을 내줬다는 혐의도 김성태의 입이 열리면 크게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이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CB 편법 발행과 유통 등으로 부당하게 챙긴 이익 중 일부를 이 대표의 변호사비로 낸 것으로 추정한다.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 종전 창작 실력으로 봐선 잘 안 팔릴 것.” 검찰 수사에 대한 이 대표의 대응이다. “김성태의 대북 송금과 아무 관련이 없다.” 쌍방울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반박이다. 사건의 진실은 김성태만 알고 있다.
월간중앙에 김성태와 쌍방울의 내막을 털어놓은 J씨는 1년 전을 회고하며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난 대선 경선 때 김성태는 이재명을, 배상윤은 동향인 다른 후보를 밀었다고 하더라. 그런 두 사람이 대선 전에 했던 얘기가 있다. ‘누구든 우리가 모시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10대 기업으로 올라간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02.23 “주변 다 구속, 잘 생각해 보라”... 김성태, 대질서 이화영에 불만 표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의 두 번째 검찰 대질 조사에서 “내 주변 사람들이 다 구속됐다. 잘 생각해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날 2019년 쌍방울의 8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이 전 지사를 수원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이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부지사를 소환 조사한 것은 지난 15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2022년 7월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 사용 제공,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 지급 등의 방식으로 3억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는 등 혐의로 작년 10월 구속 기소됐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조선DB
이날 대질 조사는 김 회장과 이 전 부지사간 일대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주변 사람들이 다 구속됐다. 잘 생각하시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 송금은 독자적인 대북 사업과 관련이 있으면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5일 조사에서도 이 전 부지사가 혐의를 부인하자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등과 함께 4자 대질 신문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 사이에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전 부지사는 대질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며 조서에 서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는 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북한에 경기도의 대북 사업비 대납과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명목으로 800만 달러를 전달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수원지검은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전부터 경기도청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02-23 “대통령 깡패” 막말하고 3·1절 방탄 국회도 열자는 李
오는 27일로 예정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예민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말의 품격을 지켜야 하고, 내용의 합리성도 갖춰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대표가 22일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습니까.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습니까”라고 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선 ‘형수 욕설’ 파문을 상기시킬 정도로 거친 막말이다. 아무리 억울한 생각이 들더라도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향해 명확한 증거 없이 ‘깡패’라고 한 것은 대통령은 물론 국민에 대한 모욕도 된다. 가정법을 활용한 우회적 주장이긴 하지만, 취지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에 있어서 적반하장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검찰이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 275차례 압수수색을 하고 지인들을 수사한 것을 ‘깡패’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백현동 개발, 정자동 호텔 의혹, 성남FC 후원금과 경기도 지사 시절 대북 송금,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유용, 선거법 위반 사건 등 굵직한 사건만 8건으로 수사받거나 재판 중이다. 그렇다고 수사에 협조적이지도 않다. 당연히 강제 수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모든 압수수색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 이뤄졌다. 여전히 사법부는 김명수 체제이기도 하다. 또, 모든 사건 수사가 문재인 정권 시절에 검찰과 경찰에 의해 시작됐다. 이미 핵심 측근과 대장동 일당이 구속됐고, 수사 중 3명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
더욱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국제PJ파 등 조폭 관련 일들이 잦았고,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등이 조폭 관련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깡패와 인연이 많은 것은 이 대표 자신이다. 검찰 수사가 억울하면 법원 판단(영장실질심사)을 받으면 된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공약해 놓고 체포동의안 부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은 3·1절부터 3월 국회를 개회하자고 한다. 단 하루의 회기 중단도 막아 구속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탄 의도’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문화일보 사설
02.23 유인태 "이재명, 억울하면 영장심사 받지…자꾸 거저먹으려 해"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이재명 대표를 향해 "영장실질심사 한 번 받으라"라고 말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2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자기가 억울하다고 했으면, 그동안 불체포 특권 내려놓겠다고 여러 번 공약도 했으면 굳이 꼭 그렇게 가결에 목맬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이 좀 무도하다고 하는 데는 동의를 한다"면서도 "그런데 기본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대표 나온 것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앞으로 정치를 하려고 그러면 좀 감동적인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대선에서 지고 인천 보궐선거 나가고 한 모양들이 어쩐지 좀 꾀죄죄해 보인다"며 "국민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좀 주는 정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들이 꽤 있다"고 했다.
또 "분당을 가서 떨어졌다면 그게 훨씬 더 감동을 주는 행동이지 않았겠나"라며 "계양 가서 배지 달고 또 아무리 압도적 지지라고 하지만 지금 대표가 돼서 보여주는 모습이 저래서 내년 총선 제대로 치르겠나 이런 걱정들을 하더라"고 전했다.
이 대표가 영장심사를 받았다가 구속돼 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되면 어떤가"라며 "그 정도의 모험도 안 하고 자꾸 거저먹으려고 세상을 그러면 되나"라고 답했다.
또 "만약에 (구속이) 되면 권력이 무모하다고 그러지, 당당하게 가서 (구속이) 된들 오히려 그게 더 플러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대표가 되고 정치적으로 큰 사람이면 '내가 들어가면 어때요' 하고 한 번 하는 모습, 그런 것을 좀 원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것이란 관측에 대해선 "아직 그렇게 꼭 단정하기엔 좀 이르지 않나"라며 "꽤 많은 의원이 고민 중인 것 같더라"고 전했다.
한편 유 전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구속 기소될 시 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낙연 전 대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할 가능성엔 "주어지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02.23 김어준 '정치 무당' 빗댄 강준만 "포섭된 1호 신도는 文일 듯"

▲친(親) 더불어민주당 성향 방송인 김어준과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가 지난달 11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거법 위반 관련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입장 표명 없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들은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4월 8번에 걸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기소됐다. 뉴스1
“그는 원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민주당에게 유리한 일이라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도 조롱과 모욕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용인되는, 아니 그렇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몹쓸 표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큰 죄를 지은 거죠.”
더불어민주당 진영을 대변해 온 방송인 김어준씨를 향한 강준만(67)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의 날 선 비판이다. 지난 10일 출간한 책 『정치 무당 김어준』(인물과사상사)에서 김씨를 “한국 정치를 타락시킨 정치 무당”이라 규정한 강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내가 김어준을 ‘정치 무당’이라 부르는 건 그가 논리와 이성의 영역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를 비판하는 일은 “상식과 양식의 문제”라고 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 정치·사회 비평을 해온 강 교수가 한 인물을 집중 해부하는 비평서를 낸 건 오래간만이다. 강 교수는 특히 정치 개입 이전의 김어준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자신의 2012년 글까지 그대로 실으며 시간 흐름에 따른, 김씨에 대한 자신의 시선 변화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1998년 딴지일보 창간 당시 김어준은 “주류의 전복을 통해 명랑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 ‘명랑 사회’ 구현의 선구자”였으나, 2011~2012년을 기점으로 “증오와 혐오 정치의 선동가”가 됐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Q. 김씨는 오랜 시간 민주당 진영의 스피커였다. 하필 지금 시점에 그에 대한 책을 쓴 이유는.
A. ‘공영방송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대전제는 그간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던 것인데, 김어준에 이르러 유린됐다. 한국의 지성을 대표해온 정계·학계 인사들마저 자신의 당파성에 따라 그런 김어준의 행위를 옹호하는 광기가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었다. 이는 2021년 서울시장 재·보선과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후에 더욱 크게 불거진 문제다. 김어준과 TBS는 그런 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친(親) 민주당 방송을 계속 하겠다고 버티면서 그렇게 하는 게 ‘정치적 독립’이라는 궤변을 일삼았다. 그런 광기를 비판해온 내가 현시점에 책을 낸 건 당연한 일이다. 이건 좌우나 여야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인 상식과 양식의 문제다.
Q. 무당의 사전적 정의는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하는 사람’이다. 김씨를 무당에 빗댄 이유는.
A. 내가 그를 ‘정치 무당’이라고 한 건 그가 더 이상 논리와 이성의 영역에 있지 않다는 의미다. 김어준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가 어려운 사안도 쉽게 전달하는 ‘대중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좋아하는 이유로 꼽는다. 나 역시 그런 점이 그의 가장 탁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원하는 건 논리와 이성을 바탕으로 한 토론이 아니라 ‘신앙 부흥’이라는 게 문제다. 그는 사이비 선지자와 같은 음모론을 퍼뜨리고, 그 음모론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돼도 사과하지 않는 등 신흥 종교 교주 같은 면모를 보인다. 이런 일련의 모습이 내겐 ‘정치 무당’으로 다가온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10일 펴낸 책 『정치 무당 김어준』(인물과사상사). 방송인 김어준을 '정치 무당'으로 규정하며 "증오와 혐오 정치의 선동가"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강 교수는 김씨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로서 제기한 숱한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조목조목 책에 기록하며 “그에게 공영방송의 마이크를 넘겨준 시스템이 문제였다”고 거듭 지적한다. 예컨대 김씨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했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금 유용 의혹을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해선 “누군가 왜곡된 정보를 준 것 같다”며 ‘배후설’을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 진영이라는 ‘부족’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이 김씨가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이라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다.
Q. 김씨가 제기한 음모론, 가짜뉴스 중 최악의 사례를 꼽는다면.
A.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 누군가의 편을 드는 당파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김어준의 당파성은 공적 영역에서 맹목적으로 이뤄졌다. 자기 부족의 이익을 위해 이용수 할머니, 미투 피해자들, 피살 서해 공무원 등에 대해 잔인할 정도의 조롱과 모욕을 서슴지 않았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이 소중히 여겨온 가치마저 훼손하는 본말전도가 일어난 것이다. 어떤 사례가 가장 해로웠는지는 굳이 내가 순위를 매기기보다, 독자들이 각자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Q. 그런 해악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이토록 오래 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A.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에 섰던 김어준은 문재인 정권 시절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사실 ‘정치 무당’ 김어준에 가장 먼저 포섭된 1호 신도는 문재인일지도 모른다. 문재인이 강성 지지자들의 악플마저 옹호할 정도로 ‘팬덤 정치’의 신봉자였다는 점도 그의 김어준 사랑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 시절 민주당 대표 이해찬도 김어준을 ‘민주당의 브레인’으로 여겼다. (권력 실세) 넘버원, 넘버투가 김어준의 열혈 팬이니 민주당 의원들의 입에서 아부 경쟁이라도 해도 좋을 정도의 김어준 찬사가 양산된 것이다.

▲2012년 총선을 앞둔 4월 9일 부산 지역 야권 단일후보 지지 유세에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함께 한 주진우(왼쪽부터), 탁현민, 김어준. 사진 뉴시스
Q. 정치와 극렬 팬덤이 결별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김어준은 계속해서 등장할 텐데, 제도적 해결책이 있을까.
A.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승자독식 정치’ 청산을 위해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대안이 제시됐지만, 기득권자들의 반대와 중대선거구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치열한 공론화 과정과 함께 지역주의적 투표 행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Q. 책에서 “김어준 문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문제”라고도 했는데.
A. ‘방심위 문제’의 핵심은 늘 여당에 유리한 결정이 나오는 구조인 정당별 배분 방식(※방심위원 9명은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 소관 상임위가 3명씩 추천)에 있다. 방심위뿐 아니라 공영방송 사장 선임도 바로 이 문제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 나는 2006년부터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시민들로 이뤄진 이른바 ‘방송의회’를 구성해 방심위원과 공영방송 사장 인사권을 넘겨주자고 주장해왔지만, 아무 반향이 없었다.
Q. 김씨는 지난해 12월 30일 TBS 라디오에서 하차했지만, 유튜브를 통해 영향력이 여전해 보인다. 앞으로 그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A.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게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지금처럼 대결 구도를 지속하고, 이 대표가 민주당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탄용’으로 이용하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면, 김어준에겐 계속 ‘따뜻한 봄날’일 것이다. 내 주변의 누군가가 “김어준은 참 복도 많지”라고 하길래, 나는 “복(福)인지 화(禍)인지는 더 두고 봐야지”라고 답해줬다.
Q. 책 머리말에서 “김어준이 ‘명랑 사회’ 구현을 위해 애쓰던 시절로 복귀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직접 접촉은 하지 않나.
A. 따로 연락을 한 바는 없다. ‘정신적 대통령’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던 김어준으로서는 ‘정치 마약’에 이미 중독된 상태라, 과거에 부르짖던 ‘명랑 사회 구현’은 소꿉장난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난 그가 예전의 김어준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론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자신이 15년 전에 한 말을 돌려주고 싶다. “정말 비겁한 건 자신이 비겁하다는 걸 인정 못 하는 거다.”(김어준의 2008년 책 『건투를 빈다』, 137쪽)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02.24 누가 깡패인가
미국인 마이크 휴스(Hughes)는 스턴트맨이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 2020년 2월 직접 만든 로켓을 타고 지상 100km까지 올라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지구가 둥근 공 모양이 아니라 평평한 판(板)이라는 것을 제 눈으로 보고 오겠다고 했다. 이륙 직후 오작동을 일으켰고, 캘리포니아 바스토 사막에 추락했다. 그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어느 나라든 이런 사람들은 있다. 국제적 연대(連帶)도 한다. 책 ‘과학 부정론자에게 어떻게 말을 걸까’를 쓴 리 매킨타이어는 이런 부류의 공통점을 분석한다. 9·11 테러를 부시 정부가 꾸민 짓이라거나, 코로나 백신에는 인류 멸절의 음모가 숨어 있다거나,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온난화는 정치적으로 오염된 일부 기상학자의 과장일 뿐이라는 ‘믿음’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 과학을 부정하는 ‘거짓 믿음’이 횡행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머리에 구멍이 뚫린다거나, 세월호도 천안함도 미국 잠수함에 부딪혔다거나, 사드 기지 전자파를 쬐면 몸이 튀겨질 것이라거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때문에 수천 명이 죽었다거나, 하는 ‘믿음’이다. 이를 선동하는 정치인과 일부 매체가 나라를 혼란 속에 밀어 넣었다.
이런 거짓 나무가 가지를 뻗는 것은 현실과 과학을 부정하는 소수 좌파 세력이 단단한 바닥 토양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대깨문’은 무시무시한 말이다. 이마가 두 쪽이 나도 문재인 지지자로 남겠다는 뜻이다. ‘임 향한 일편단심’을 읊었던 조상님들의 충심을 잘못 배운 탓일까. 정치적으로 삿된 토양을 만들었고 후쿠시마 거짓 프로파간더가 작동했던 것이다.
대깨문에서 드라마틱하게 분화하고 자생한 그룹이 이른바 ‘개딸’이다. 그들은 아침저녁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겠지만 속 생각은 대깨문의 이재명 버전이랄 수 있는데, 그들이 이루는 토양이 있기에 ‘대통령, 법무장관, 변호사 30명의 심야 음주 가무’라는 거짓 다큐가 횡행할 수 있었다. 지금도 ‘청담동 술자리’ 전파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술자리를 사실로 주장하는 유튜브 채널이 한둘이 아니며,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마치 평평한 지구론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청담동 술자리를 사실로 굳게 믿는다는 맹세를 쏟아놓고 있다.
휴스가 평평한 지구론을 전파하고 있었을 무렵 한국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며 세계를 속이고 있었다. ‘북 비핵화 확신론’이나, ‘청담동 술자리론’이나 거짓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부패 토양은 본질적으로 같다. 그 뒤 ‘청담동 술자리’를 전 국민 앞에서 주장했던 사람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고, ‘김정은 비핵화’를 보증했던 사람은 북 탄도미사일이 동해 쪽으로 쏟아지는데도 어떤 반성도 사과도 없이 한가롭게 감자나 심고 있다.
저런 신념은 사실들을 쌓아서 얻은 축조물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사회적 맥락’으로 형성한 거미줄 같은 것이다. 김해영 전 의원이 질타한 “집단적 망상”이 그것이며, 특정 세력의 ‘묻지 마 지지’가 그것이다. 그들은 ‘열린 우리’가 아니라 ‘닫힌 우리’다.
대통령을 깡패에 비유하는 막장 발언으로 야당 대표는 품위를 포기했다. 토착 카르텔 비리와 대북 송금 비리의 제1 용의자로 지목받는 상황이다. 탄압받고 얻어맞았다고 자꾸 떠들면 정치적 자해공갈범으로 비칠 수도 있다. 다만 그 바탕에는 ‘대깨문’ ‘조국 수호’ ‘개딸’로 이어지는 맹목(盲目)의 대물림이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재명을 흰 눈처럼 깨끗하다고 믿는 사람은 전향하지 않는다. 마법 같은 설득의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은 “그가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를 속이는 일이 쉽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
02.24 정치인들은 왜 총밖에 쏠 줄 모르는 걸까
여당은 서로 죄를 만들어 안에서 총 쏘고 야당은 명백한 범죄 혐의 감싸며 방탄복 노릇
‘내부 총질’은 문 닫고 해야 국민에 대한 예의… 野는 어디 총 쏠 곳 없어 거리에 나와 총질인가
공감·경청할 줄 모르니 손쉬운 총 들고 난사한다
“사람들이 돌 대신 말을 던질 때 문명은 시작되었다”고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말했지만, 돌보다 치명적인 말이 넘치게 많은 세상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은 셰익스피어 시대에나 환유법에 속했지, 요즘은 그 자체로 사실에 가깝다. 칼로 입은 상처는 외과 수술과 항생제로 되돌릴 수 있지만, 댓글 때문에 자살하고 트위터로 정치하는 요즘, 펜은 진짜 칼보다 강하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것도 옛말, 요즘 권력은 글과 말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총보다 말이 더 녹슬고 타락하기 쉬운 물체가 되었다.
말이 문명의 시작이기는커녕 오히려 문명을 퇴보시킬 수 있다는 가설은 정치권을 보고 있노라면 심증을 넘어 확신으로 변한다. 저런 거짓말, 저런 막말, 저런 매너 없는 언쟁을 문명인이라면 할 수 없다.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은 거짓말을 일삼고,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좀비의 언어를 쏟아놓는다. 도무지 말다운 말이 없으니 총알이라는 은유가 오히려 걸맞다. ‘내부 총질’이니 ‘방탄 국회’가 나온 게 우연이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여당은 서로 죄를 만들어 씌우며 총을 쏘는 반면, 야당은 명백한 범죄 혐의도 감싸는 방탄복 노릇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여당은 부패로 망하고, 야당은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여당이 분열로 몸살을 앓고, 야당은 부패를 감싸느라 제정신이 아니다. 하기야 이들이 바로 직전에 여·야당이 바뀐 입장이니, 과히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전당대회를 앞둔 여당은 다시 ‘내부 총질’의 악령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같은 당에서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는 사람들끼리 왜 저런 말들을 주고받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로 깎아내리다 보면 모두 난쟁이가 되어 버린다. 누구의 장점은 누구의 약점이고, 누구의 위기는 누구의 기회라는, 영원한 제로섬 게임에서 발버둥 치며 ‘내부 총질’을 하면,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을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함께 죽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정치인은 다른 사람의 갈등을 조정하는 사람이고, 그러기 위해 공감의 경청과 소통의 말을 도구로 써야 한다. 그런데 그런 도구를 쓸 줄 모르니 우선 손쉬운 총부터 집어 들고 난사한다. 말이 아닌 총을 사용하려다 보니 ‘탄핵의 강’이라는 실탄이 필요하고, ‘부동산 투기’ ‘민주당 DNA’라는 해묵은 탄알과, ‘윤핵관’이라는 대포알도 마구 투척한다. 심지어 ‘바이든’도 소환되었다. ‘울산의 이재명’이라는 프레임은 순식간에 당 전체를 이재명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발언이다.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 후보가 “정치 생명을 걸라, 나도 걸겠다”고 사생결단의 자세로 맞선다. 정체성 논쟁에 대항하는 후보는 “우리 당에 뼈를 묻겠다”고 한다. 삶의 생동감이 넘쳐야 하는 정치가 생사가 엇갈리는 포연 가득한 전장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난사된 총알과 탄피는 고스란히 야당이 주워다가 긴요하게 재활용할 것이다.
격한 말과 거친 논리에 노출된 국민은 피곤하다. 자기들 사이의 의견도 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재주로 사회의 갈등을 조정해낼 것인가. 무엇보다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자들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모습까지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무슨 죄인가. 그러니 국민에 대한 예의로, 내부 총질은 문 닫고 하라. 문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건 윈-윈 하는 정책 논쟁이지, 선혈 낭자한 서부 활극이 아니다.
자녀 양육 헌법 제1조는 ‘아이들 앞에서 싸우지 말라’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부모들 사이의 불화를 목격하며 자란 아이들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갈 뿐 아니라, 거짓말을 하거나 도벽이 있는 아이로 클 수 있다고 한다.
니코틴이나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에 빠질 수 있고, 나중에 당뇨, 심장병, 천식, 면역 저하 등의 만성질환에 시달리거나,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앓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면 장애, 학습 능력 저하, 결혼이나 연애에서의 관계성 실패, 더 나아가 부모 양쪽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잃어 편견을 갖고 성장하게 되고, 부모 모두를 싫어하게 되어 결국 가정에서 등 돌리고 멀어지게 된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부모 같은 존재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문제 해결 능력도 없는 정치인들끼리 싸움하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목격한 국민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정치 냉소주의에 빠진다는 공식은 공통이다.
야당은 일찌감치 외부에 적을 만들어 놓고 내부를 단속하는 매우 고전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 그들의 표현대로 대통령이라는 ‘정적’과 ‘극악무도한 검찰 독재’에 맞서려니 그들의 총구는 내부를 겨눌 여력이 없다. 그렇게 밖으로 향한 그들의 총구도 국민은 전혀 달갑지 않다. 분노에 눈먼 유탄이 어디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디 총 쏠 곳이 없어서 거리로 나와 총질인가. 대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왜 총밖에 쏠 줄 모르는 걸까.
얼마 전 국민의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후세에 칭송받는 정치를 한번 해보자며 “20여 년 전 어느 대기업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라고 해서 파문이 인적이 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도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세간의 평가는 좀 다르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과거에는 적어도 ‘4류’는 되었는데, 요즘 정치에는 ‘류’조차 사라졌다고 한다. 칭송 이전에 ‘4류’의 품격이라도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일단 내부 총질과 방탄 국회만 자제해도 좀 나아질까 모르겠다.
02.24 이런 고마운 야당 어딨나…윤석열 정권 기막힌 야당복
적이 파놓은 함정이 뻔히 보여도 애써 모른 체하며 함정을 향해 돌진한다. 상대가 펀치는 강해도 지구력이 약점인데 오히려 속전속결 난타전을 시도한다. 최근 이재명 대표 방탄에 올인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풍경이다.
오는 27일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벌어진다. 민주당에서 2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면 체포동의안은 통과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보면 민주당은 똘똘 뭉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 대표를 대신할 리더십이 아직 마땅찮은 데다 무엇보다 당내에서 ‘윤석열 검찰정권’에 대한 증오와 공포심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당 대표까지 구속된다면 일반 의원들이야 완전히 무방비로 검찰에 당할 것이란 걱정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이런 집단심리에서 민주당은 이미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도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다.
그런데 정말 여권이 진정으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기를 바랄까? 천만의 말씀이다. 현재 이 대표의 존재는 윤석열 정권의 핵심 국정 동력이나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 대표가 싫어서이고,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싫어서다. 두 사람은 적대적 공생관계의 이상적 모델이다. 이 대표가 광화문에서 윤 대통령 규탄집회를 열면 윤 대통령은 가만히 앉아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이 대표가 계속 미디어에 등장해 대통령을 공격하는 상황이 여권 입장에선 전혀 나쁠 게 없다. 오히려 이 대표가 구속돼 여의도 정치에서 퇴장하면 윤석열 정권의 진정한 위기가 시작될지 모른다. 그래서 오죽하면 국민의힘에서 농반진반으로 “혹시 민주당에서 체포 찬성표가 많이 나올 것에 대비해 우리라도 반대표를 보태줘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까.

▲2월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뉴스1]
여권의 노림수는 뻔하다.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극대화하면서 재판 국면을 질질 끌고 가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것이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검찰은 3월 중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이 대표는 매주 한 번 정도는 재판에 나와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지난해 9월에 기소된 선거법 재판의 공판기일이 3월 중에 세 번이나 잡혔다. 여기에다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수사, 수원지검의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성남지청의 정자동 호텔 특혜 수사 등이 줄줄이 재판으로 넘어가면 이 대표는 법원에 나가느라 정상적인 당무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현직 당 대표가 형사재판을 받으니 당에 대한 보도는 재판 얘기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신문사 경험에 비춰보면 특정 정치인에 대한 보도가 정치부가 아니라 사회부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이 생겼을 때 그 정치인이 잘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민주당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고 유능한 인재를 영입해 봐야 재판 이슈에 가리기 십상이다. 민주당은 서서히 말라간다. 이미 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역전을 허용했다. 야당은 유력한 차기 주자가 있어야 지지율이 뜨는 법인데, 그 주자가 재판 결과에 따라 대선 출마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면 지지층이 동요하는 게 당연하다.

▲한국갤럽 정기여론조사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엎치락뒤치락 하던 여야의 지지율이 최근들어 갑자기 확 벌어지기 시작했다. 자료=한국갤럽
애초부터 사법의 영역은 윤석열 정권이 필살기를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전장이다. 민주당은 집권 당시조차 사법 분야에선 여러 약점을 드러냈고, 정권 교체의 씨앗이 뿌려진 곳도 그쪽이다. 지금 민주당이 이 대표 재판에 명운을 걸겠다는 것은 불리한 어웨이 경기를 자처한 꼴이다. 민주당이 진작에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털고 민생경제 분야로 전장을 옮겼다면 윤석열 정권은 꽤나 난감했을 것이다. 작금의 경제 난국은 대통령의 의욕만으로 돌파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상태다. 민주당도 이를 잘 안다. 그런데도 굳이 여권 각본대로 움직여 주겠다니 세상에 이런 고마운 야당이 또 어딨나. 윤석열 정권의 기막힌 야당복(福)이다.
중앙일보 김정하 정치디렉터
02.24 김성태, 이화영에 “최선 안되면 차선…최악 만들지 말라” 설득
불법 대북 송금 혐의 등으로 수사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 22일 검찰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2차 대질신문을 하면서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지. 왜 최악의 상황을 만들려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가 계속해서 “모르는 내용”이라고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이 수사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취지로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에게 뇌물과 불법 정치 자금으로 3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작년 10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지난달 17일 태국에서 압송된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2019년 800만달러를 국외로 밀반출해 이 대표의 방북 경비, 경기도 대북 지원 사업비 명목으로 북한에 줬다’고 진술하면서, 수원지검은 두 사람을 상대로 그 부분을 수사 중이다. 김 전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협의하에 대북 송금을 진행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차 대질 신문에서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이 전 부지사에게 제공했던 ‘3억2000만원’과 관련해 “현금도 아니고 법인카드 쓴 거 다 나오지 않았느냐. 중형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대북 불법 송금에 대해서도 검찰이 가진 증거가 많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지. 왜 최악의 상황을 만들려 하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5일 1차 대질 신문에서 이 전 부지사가 자신을 “회장님’으로 부르면서 계속 존댓말을 쓰자 “20년 가까이 형님·동생으로 지낸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면서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김 전 회장은 자신보다 다섯 살이 많은 이 전 부지사를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당시 이 전 부지사와 함께 대북 접촉을 진행한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관련 혐의를 시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오는 26일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의 3차 대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허욱 기자
02.24 송금 늦고 이화영 연락 안되자… 北 김성혜 “목 날아갈 판” 버럭
북한 대남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김성혜 실장이 경기도가 지원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에 군대까지 동원하기로 한 상황에서, 협상 파트너였던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연락이 잘되지 않자 화를 내며 경기도 측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김성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뉴시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최근 쌍방울 핵심 관계자인 A씨로부터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스마트팜 사업에)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했고, 북한 측은 이 돈으로 중국에서 자재를 사고 군 인력까지 동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2018년 북한 황해도 지역에서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했다. 이화영 당시 경기도 부지사가 북한 스마트팜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 2018년 10월인데, 두 달 후에도 경기도의 지원금이 들어오지 않자 김성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이 화를 내며 경기도에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한다.
A씨는 “김성혜 실장이 ‘인력도 집결시켰는데 이 전 부지사와 연락이 안 돼 내 목이 날아갈 상황’이라며 분노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성혜 실장이 동원했다는 군부대를 ‘황해도 돌격대’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 명목으로 500만 달러를 준 것에 대해 “상황이 나빠지자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에게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 측에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달러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을 김 전 회장 공소장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 조사에서 ‘경기도가 북한 스마트팜 비용을 지원하기로 하지 않아 쌍방울에 대납을 요구할 이유도 없고,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줬는지도 모른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송원형 기자
02.25 쌍방울 부회장 “이화영에 뇌물 줬다”...기존 입장 바꿔
방울 그룹의 대북 사업을 총괄한 방용철 부회장이 24일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재판에서 기존 입장을 바꿔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준 것이 맞는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로 함께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는데 그간 방 부회장은 혐의를 부인해왔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방 부회장 측 변호인은 “종전에는 뇌물공여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부인했지만 이제는 모두 인정한다”며 “김성태 전 회장 등 사건 관계자들이 송환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사실과 다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방 부회장 측은 또 “부인했던 증거도 모두 동의한다”고 했다. 방 부회장은 2018년 7월부터 작년 7월까지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 2억7000만원을 포함 총 3억2000만원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다. 한 법조인은 “뇌물 공여자가 혐의를 인정하면서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수수 혐의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23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자택과 이 전 부지사가 수감 중인 구치소 등을 연달아 압수 수색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의 방북 경비 800만달러를 북측에 대신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협의하에 북측에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의 대북 송금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하자 추가적인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 수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02.27 이재명의 마지막 승부수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청년기에 사선(死線)을 넘나든 인물이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법정에 섰다. 재판장이 사형을 선고할 때 “하도 기가 차서” 피식 웃었다. 방청석에 있던 모친은 그 순간 졸고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의 생사(生死)에서조차 초연했던 저 무욕(無慾)의 인물은 정치인이 돼서도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무수석일 때 공개적으로 “대통령은 험한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직언했던 참모였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가장 신뢰했다. 스무 살 무렵에 얼굴도 모르는 유인태·이철·이현배 등 ‘양심수’의 석방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여러 단체에 돌린 기억이 있다. 4년여 옥고를 치른 유신 체제의 피해자들은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얼마 뒤 풀려났다. 이후 유인태는 그 험한 정치판에 뛰어들어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리얼리스트로 건재하고 있다.
불체포특권 폐지 공약 뒤집고
민주당을 방탄용으로 둔갑시켜
방탄·대표직은 치명적 유혹일 뿐
특권 포기로 ‘달라졌다’ 입증해야
‘사형수’ 출신 유인태가 ‘생존’이 지상과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일갈했다. 공당(公黨)인 더불어민주당을 한 사람을 위한 방탄용 사당(私黨)으로 둔갑시킨 그에게 “국민들에게 좀 감동을 주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도 검찰이 추가로 영장을 청구하면 표결 대신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 정도의 모험도 안 하고 자꾸 거저 먹으려고 세상을 그러면 되나. (구속이)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심(私心)이 없어서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그러나 이재명은 다른 차원의 세계에 속해 있다. “오랑캐가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느냐”며 험구(險口)를 못 참고 있다. 대장동, 백현동, 성남FC, 쌍방울 대북 송금, 정자동 호텔 특혜 등 비리 스캔들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공약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외면하고 있다.
민심은 썰물처럼 떠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구속수사’가 ‘해선 안 된다’보다 한참 높다. ‘불체포특권 폐지’는 ‘유지’의 두 배다. 체포동의안 부결 움직임에 대해서도 민심이 싸늘하다. 호남에서도 가결 찬성이 반대만큼 나올 정도다. 정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쳐서 국민의 힘과 두 자릿수 차이로 벌어졌다.
실무에 밝은 한 고위 법관은 “진술은 차고 넘치는데 결정적인 직접 증거는 없어 재판이 끝도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표가 기소돼 시도 때도 없이 법정에 들락거리면 당의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失政)은 이재명 스캔들에 흔적도 없이 파묻힐 것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시쳇말로 폭망각이다. 민주당에선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키되 이재명 대표가 알아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검찰이 기소하면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방탄 단일대오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은 내부 총질로 비호감이 된 국민의힘의 구세주, 민주당엔 재앙이 됐다.
열대 사냥꾼의 원숭이 사냥법이 있다. 나무 상자 안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넣은 뒤 손만 딱 들어갈 정도로 구멍을 뚫어놓으면 음식을 움켜쥔 원숭이의 손은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원숭이는 한번 쥔 음식을 절대로 놓지 않기 때문에 눈 뜨고 잡혀 간다. 불체포특권, 당 대표라는 달콤한 열매는 이재명의 정치생명을 노리는 치명적 유혹이다.
이재명은 “어떠한 부당행위도 없었다는 게 오히려 영장에서 드러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 허구의 방탄 도성(都城)에서 걸어나와 판사 앞에서 두 눈 크게 뜨고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그는 도대체 왜 성남시장 시절의 개인 스캔들로 대통령을 셋이나 배출한 공당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가. 민심은 바로 이 점을 따져 묻고 있다.
이재명은 일체의 합리적 조언에 귀를 닫고 있다. 탐욕에 눈먼 원숭이처럼 사냥꾼의 포획 순간이 예정된 운명이다. 보스 A를 만난 참모가 “우리 보스는 참 유능하다”고 했다. 보스 B를 만난 참모는 “이분을 만나고 난 뒤 내가 유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리더십 연구의 국제적 대가인 고(故) 김인수 교수는 최고의 리더는 A가 아닌 B라고 했다. 그에게 B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당사자도 몰랐던 폭발적인 능력을 끌어내는 비결은 바로 경청(傾聽)이었다.
김영삼은 박정희 유신 정권에 의원직을 제명당했고, 전두환 정권에 맞선 23일간의 단식으로 죽을 뻔했다. 하지만 촌로(村老)들의 울분까지도 천심(天心)으로 받들었고, 마침내 민초(民草)가 주인이 되는 감동의 문민시대를 30년 전에 열었다.
지금 이재명의 언행에는 어떤 감동의 요소도 없다. 민심의 아우성에 귀를 닫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입을 꾹 다물고 귀를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움켜쥔 특권을 내려놓는 돌직구 승부수를 던질 용기가 생길 것이다. “이재명이 달라졌다”는 감동이 느껴진다면 사즉생(死卽生)의 반전도 기대할 수 있다. 이재명도 살고, 민주당도 사는 길이다.
중앙일보 이하경 대기자
02.28 ‘李에 대한 정치적 불신임’ 평가까지 나온 민주당 내 이탈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이 27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169명 중 최소 31명이 이 대표 체포에 찬성, 기권, 또는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불신임”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이 대표는 대장동 민간 업자에게 7800억원대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시에 4800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428억원을 약속받았다는 진술도 있다. 기업들에서 성남FC 후원금 133억원을 받는 대가로 토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막대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개인 비리 의혹이다. 이것을 감싸는 데 민주당이 통째로 동원된다면 당내 반발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 대표는 이날도 “윤석열 정부의 사법 사냥”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장동 수사는 문재인 정권이 시작했다. 문 정권이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심각했던 것이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한 가장 큰 이유도 대장동 비리다. 이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치를 계속할 뜻이라면 불체포 특권에 의존하지 말고 당당하게 수사에 응해야 했다. 그래야만 본인과 민주당 모두에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정반대로 불체포 특권 뒤에 숨는 길을 택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열성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지난 1년 가까이 ‘이 대표 방탄’에만 열중했다.
체포 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 구속영장은 자동으로 기각됐다. 그러나 앞으로 백현동·쌍방울 사건 등으로 추가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체포 동의안을 전부 부결해도 결국 법정에 나가 재판받아야 한다. 이렇게 많은 불법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당무 집행을 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이 대표는 당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한다. 당 차원의 방탄 없이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체포 동의안이 부결되자 의원총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추진키로 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샅샅이 파헤치고도 증거를 찾지 못한 사건이다. 이 대표 방탄용 맞불 놓기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내 비(非)이재명계는 최근 보고서에서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민주당을 떠났다. 개혁을 원하는 국민에게는 비전도 전략도 없는 무능한 당이 됐다”고 자평했다. 민주당은 68년 역사를 가진 당이다. 세 번이나 집권했다. 지금은 압도적 국회 다수당이다. 이런 주요 정당이 한 개인의 사당으로 전락해 민심을 잃은 채 불법 혐의 감싸기에만 동분서주한다면 한국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28 민주당의 멋진 당헌, 애초에 지킬 생각 없던 보여주기였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민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내용이다. 그런데 막상 이 조항이 적용될 일이 발생하자 민주당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26일 “(이재명 대표 수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야당 탄압, 정치 탄압”이라며 “당헌 80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장동 비리는 전형적인 개인 불법 혐의다. 80조엔 ‘정치 탄압’을 이유로 조항 적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도 없다. 이런 식이면 라임펀드 사기 주범 김봉현의 돈을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 의원에 대해서도 ‘정치 탄압’이라며 당헌 적용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당헌 80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반부패 혁신안’의 대표적 내용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개혁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대표가 이 조항에 해당되자 무시하고 있다. 뼈를 깎는 각오로 이 조항을 지킬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당헌을 이용해 대국민 쇼를 한 것은 이뿐이 아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을 실시할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역시 문재인 대표 시절 만들어졌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발생한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바로 이 당헌에 해당됐다. 그런데 민주당은 보궐선거 직전에 이 조항을 고쳐서 후보를 냈다. 이 당헌을 만든 문 대통령은 이 부끄러운 행태의 뒤에 숨는 방식으로 동조했다.
당헌은 정당의 헌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앞에서 한 엄중한 약속이다. 당헌도 미비한 점이 드러날 수 있고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두 경우처럼 마치 깨끗한 척 보여주기 이벤트용으로 당헌을 이용하고 막상 그 당헌을 적용해야 할 경우가 닥치면 무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애초에 지킬 생각 없이 내세운 당헌은 속임수일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2.28 불체포특권의 역설
불체포특권은 의회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불체포특권은 총칼을 앞세워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드는 독재자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의회주의를 지켜주는 최후의 방파제다.
문제는 불체포특권이 의회주의를 지켜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독재자가 힘으로 의회를 짓밟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마음을 먹고 있는 상대, 법을 지키지 않기로 작정한 누군가에게, ‘헌법에 보장된 의원 불체포특권을 존중하라’고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우리는 이런 현상을 ‘불체포특권의 역설’이라 불러볼 수 있다. 불체포특권이 전제하고 있는 상황은 헌정 질서가 파괴되는 비상 상태이기 때문에,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불체포특권으로 헌정 질서를 지킬 수가 없는 것이다.
홍콩의 사례를 떠올려 보자.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였고, 영국의 법질서를 따라 홍콩기본법을 만들었다. 그 속에는 당연히 불체포특권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홍콩 민주파 야당 국회의원들은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몇 달간 ‘실종’되거나 심지어 고문을 당하기까지 했다. 홍콩기본법은 한낱 종이 위에 쓰여 있는 글씨로 전락하고 말았다.
불체포특권의 역설은 이게 끝이 아니다. 반대로 의회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을 때 불체포특권은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선 후보까지 했던 유력 정치인이 황급히 국회의원직을 얻고, 당대표까지 거머쥔 후, 본인을 위한 방탄 국회를 열었던 모습을 우리가 방금 생생하게 목격한 바 있으니 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본인에게 칼끝이 향하자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며 불체포특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것은 ‘내로남불’이라고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는 불체포특권의 역설을 온몸으로 구현했던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검수완박 밀어붙이듯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거나 유명무실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으로서 국회의원을 잡아 가둘 권력을 손에 넣기 직전까지 갔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는 낙선했고, 불과 석 달 만에 재보궐선거를 통해 금배지를 달았다. 결국 국회는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국’에 빠졌고 투표 이후에도 허우적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정치를 보며 국민들이 불체포특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에 빠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불체포특권 폐지에 찬성하는 응답이 57%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불체포특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7%에 머물고 있다.
필자는 27%에 속한다. 헌법에 못 박혀 있는 불체포특권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위험천만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앞서 말했듯 누군가 헌법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초법적 비상사태가 벌어진다면 불체포특권은 민주주의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망하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대통령 될 줄 알았던 이재명 후보의 의기양양한 발언을 곱씹어 보자.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래서 ‘합법적’으로 불체포특권을 약화시켰다면, 1987년 이후 지속되어온 대한민국의 민주적 전통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당장 군사 쿠데타를 걱정해야 할 나라에 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포퓰리스트가 철권 통치의 주역이 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를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불체포특권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위험하지 않을 때 그것을 남발하면 오히려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지는 극약처방이다. 이번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를 두고 어떤 해석이 오가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하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정국’을 끝내고 민주당, 더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이 정직하고 겸허하게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28 “이 정도일줄은” 친명 쇼크... 방탄 금간 이재명, 리더십 치명상
[이재명 체포안 부결] 분당·밀정 표현까지… 민주당 내부갈등 격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 정족수에 10표 부족한 139표의 찬성으로 가까스로 부결되자 민주당 비명계에선 “이 대표에 대한 심리적 탄핵”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얼굴로는 치르기 어렵다는 선언”이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에서만 최소 31명의 이탈표가 나오자 친명계는 “당을 같이하기 어렵다. 차라리 나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비명계에서 이 대표 사퇴론이 쏟아지고 이에 대해 친명계와 이 대표 지지자들이 정면 대응하면 민주당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 안팎에서는 ‘분당’ ‘밀정’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표결 직전까지 비명계 의원들을 일대일로 만나며 직접 표 단속에 나섰던 만큼 충격을 받았다는 모습을 보였다. 표결 이후 내부 논의 끝에 1시간이 넘어서야 “오늘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 탄압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해냈다”는 대변인 공식 논평이 나왔다. 이 대표와 가까운 친명계 의원은 “(이 대표에 반대하는)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굉장히 큰 충격”이라며 “이 정도로 당 대표에 대해 호소했는데도 여당과 보조를 맞추는 그런 사람들과 같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그 사람들이 (당을) 나가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겠느냐”는 말도 했다.
표결 직후 민주당 게시판은 이 대표 지지자들이 비명계 의원들 명단을 만들고 탈당 요구를 하기 위해 몰리면서 접속 장애를 빚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오는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욕설을 하며 “당신들이 대표 등에 칼을 꽂아? 당을 나가라”고 소리를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 성향의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효표 사진을 첨부하며 “(무효표를 만든) 그 의원은 제 발로 걸어나가 집으로 향하는 게 어떤가”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정치적 야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 틀렸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방의 한 도당위원장은 “에라 죽어버려라, 가결표를 던진 자들이여”라고 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비명계 의원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30명 넘게 이탈표가 나올 분위기는 감지하고 있었다. 앞에서는 부결이라고 이야기해 놓고 뒤에서는 딴말을 하는 정치 자영업자 같은 사람들”이라며 “자기 공천 때문에 참 애들같이 군 것”이라고 했다.
반면 ‘부결 후 사퇴’를 주장했던 비명계 의원 일부는 당장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지율이 떨어지며 (총선에 대한) 우려가 컸던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거 반란표가 나왔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빨리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의원들이 반란에 참여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결국 당을 위해 ‘이재명의 생(生)과 사(死)’를 생각하던 의원들이 예상보다 빨리 총선을 앞둔 자신들의 생과 사를 먼저 고민하며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고 했다. 계파색 옅은 의원들도 최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민주당 지지율 하락 등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이 대표 구하려다 다 같이 죽는다”는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압도적 체포 동의안 부결 이후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요구와 민생 일정 등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 했지만 이런 구상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야권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이 대표의 정치적 운신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 다음 체포동의안 표결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검찰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등과 관련한 이 대표의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다음 체포동의안은 가결될 것 같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오늘 체포동의안 표결은 1라운드일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장동·성남FC 사건 기소 및 공소장 공개,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 3일부터 시작하는 허위사실 관련 공직선거법 재판 등 이 대표 앞에 쌓인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산더미라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는 이제 시작”이라며 “그 분기점마다 지지율이 출렁일 텐데 그때마다 여론 악화를 피부로 체감하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터져나올 수 있다”고 했다.
02-28 민주당, 이제라도 ‘이재명 私黨’ 벗어나야 활로 열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파문은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활로를 보여준다. 체포동의안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과반을 얻지 못해 부결(138표)됐지만, ‘가결 같은 부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에서 이탈표가 쏟아졌다. 찬성 139표에 기권(9표), 무효(11표)를 합치면 과반을 훌쩍 넘는 159표로,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탄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표와 친위 그룹에는 충격이겠지만, 당내에 합리적 세력이 뿌리 뽑히진 않았음을 당 안팎에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부터 전개될 민주당 내부 노선 경쟁의 결과에 따라 당의 사활이 결정되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최종 확인될 것이다.
본회의 투표 직전까지 의총을 열고 이 대표가 비명계 및 무소속 의원을 만나는 등 표 단속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은,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내세운 “정치 탄압” “보복 수사” 주장이 당내에서도 설득력이 없다는 반증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확인해 줬다”고 했지만 공허할 뿐이다. 대표직 사퇴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친명계 의원들은 비명계를 향해 노골적으로 “함께할 수 없다. 당을 나가 달라”고 말하고, 이 대표의 지지 그룹인 ‘개딸’은 전화·문자 폭탄 돌리기를 시작했다. 반면 비명계는 다음 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100% 가결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사실상 당의 분열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이 대표 개인 범죄 혐의를 감싸는 ‘사당(私黨)’ 이미지가 고착되면서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 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에 ‘범죄 방탄당’으로 비치면 참패가 필연적이라는 의원들의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다. 이런 와중에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 포퓰리즘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했지만 여론만 더 악화시켰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해 놓고 자신의 문제가 닥치자 ‘정치 보복’ 핑계로 뒤집다 보니 국민 신뢰도 바닥이다. 이제라도 이 대표가 물러서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 그 첫 단추는 이 대표의 사퇴와 불체포특권 폐지 실천이다.
문화일보 사설
02-28 영문 모르는 日 의원과 사진 찍고 ‘한일 연대농성’ 사기극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일 연대 농성’이라는 글과 함께 제시한 사진은 연대 농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당사자인 일본 중의원 의원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등 민주당 주장과는 결이 다른 안보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일본 의원이 ‘김건희 특검’을 찬성하는 것처럼 비치게 꾸민 것은 정치적 사기극이나 다름없고, 국격 훼손과 정치 불신도 부른다.
민주당 내 초선 강경파 의원 모임으로 불리는 ‘처럼회’ 소속인 김 의원은 지난 23일 민주당 의원 대화방에 ‘한일 연대 농성’이라는 글과 함께, 국회를 방문한 일본의 후토리 히데시 입헌민주당 중의원과 나란히 앉아 주먹을 불끈 쥔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정작 후토리 의원은 27일 조선일보 기자와 인터뷰에서 “옆에 앉았다가 김 의원이 먼저 사진을 찍자고 해서 찍었을 뿐”이라면서 “한글을 모르기 때문에 주변에 어떤 내용의 플래카드가 있는지도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을 얘기하는지는 인식조차 못했다”고 했다. 후토리 의원은 또 “나의 행동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해서 마이너스로 쓰여서 정말 유감스럽고 슬프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사실상의 사과를 했다.
정치적 주장은 당당해야 한다. 얄팍한 속임수를 동원해선 안 된다. 김 의원 행태에서 후토리 의원 말처럼, 개탄을 넘어 슬픔을 느낄 정도다. 같은 처럼회 소속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주한 EU대사의 이재명 대표 면담 발언을 왜곡한 적도 있다. 이젠 국민이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사설
02-28 내부 균열 부른 李‘정치 탄압’ 프레임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과반수(149표)에 못 미쳐 부결은 됐지만, 찬성(139표)이 반대(138표)보다 한 표 더 많은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부결됐지만 사실상 가결”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부결을 호언장담했었지만, 최소 30여 명의 이탈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체포 동의안이 부결된 후에 “당내와 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힘을 모아 윤석열 독재정권에 강력하게 맞서 싸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는 공허하게 들린다.
이번 표결이 주는 정치적 함의는 자못 크다. 최대 176표 부결을 예상했었지만 막상 뚜껑 열어보니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이 나온 것은, 이 대표가 주장한 “정치 탄압” “사법 사냥” 프레임이 산산이 부서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당내에서도 충분한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 동의안이 반대 161표로 부결된 것과 비교하면 ‘샤이 반이재명’ 표가 깊이 숨어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번 표결은 민주당 내홍과 분열의 ‘전주곡’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가 나온 것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 속에서 비명계가 전략적으로 사실상 집단행동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넥스트리서치 조사(24∼25일) 결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47.9%)는 응답이 ‘통과시키면 안 된다’(39.4%)보다 더 높게 나왔다. 한국갤럽 조사(21∼23일)에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57%)가 ‘유지’(27%)를 압도했다.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해 여권은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사망 선고”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일각에선, 아슬아슬한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가 심각하게 거취를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검찰은 향후 두 가지 전략을 펼칠 것 같다. 하나는 쌍방울 대북 송금이나 백현동 개발 등 이 대표와 관련한 추가 의혹에 대해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다. 그 경우, 비명계의 ‘결집’이 점차 세를 불려 가기 시작한다면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하나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하는 것이다. 이 대표가 기소되면 당내에선 당 대표 사퇴 논쟁이 격해질 것이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당헌 제80조가 이 대표를 압박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민심도 이 대표에게 절대 불리하다.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선, 이 대표가 기소될 경우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59.2%)가 ‘유지해야 한다’(31.7%)는 응답을 압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턱걸이 부결’이 갖는 함의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표결 결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증오했던 ‘원칙 없는 승리’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살길은 허황한 ‘정치탄압 단일대오’에서 벗어나 ‘반성, 책임, 민생, 미래’를 기치로 ‘국민 상식에 맞는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의도치 않게 찾아온 ‘대전환의 기회’를 걷어차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
문화일보
02-28 활짝 웃는 국민의힘… “이재명에겐 가결보다 더한 최악 결과”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며 활짝 웃고 있다. 윤성호 기자
李압박하며 정국 주도권 잡기
“다음 체포안 오면 못 버틸 것”
전날(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국회 오욕의 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국민의힘은 28일 최대 38표에 달하는 민주당 내 이탈표에 비중을 두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사실상 이 대표에게 ‘정치적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는 판단에 따라 대야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단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에서 이른 시일 내 이 대표 체제가 무너지고 혼란을 수습할 경우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엿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민주당의 많은 의원조차도 믿지 않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에 정치적 사망 선고가 내려진 것”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양심 있는 민주당 의원의 마음의 법정은 넘지 못했다”(성일종 정책위의장) 등의 평가도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에게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보다 더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것 아니겠느냐”며 “다시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이 대표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현애살수(懸崖撒手)’라는 사자성어를 언급, “절벽에 매달렸을 때는 손을 놓고 과감하게 뛰어내려야지,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다가는 훨씬 더 크게 다친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 대표 스스로 거취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여권 내에서는 향후 민주당과 이 대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민주당 내 갈등이 정치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관계자는 “범죄자인 이 대표가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바람직하지만 우리로서야 이 대표가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당권을 쥐고 있다가 총선을 치르는 게 솔직히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우리 당이 총선을 준비하며 정책 등 측면에서 민심을 얻느냐에 달린 것이지, 이번 일만 두고 (총선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긴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02-28 ‘이재명체제 갈아엎자’ 전복 전략 꿈틀… 거대야당, ‘대분열’의 문 열었다
민주, 우·적 구분 안되는 대혼란에 빠져… 이재명, 당대표직·공천권 고집하면 갈등 폭발
당 내부, 대선·지선·총선까지 3연패 공포… 보수 우위의 정치재편성·역주류교체 가능성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는 이 대표와 친명 진영에는 충격적 사건이다. 동의안은 간신히 부결 처리됐지만 민주당의 방탄 단일대오는 깨졌고, 이 대표의 리더십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 소속 의원과 당원들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은 내년 총선 패배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공천권 내려놓기나 대표직 사퇴를 결단하지 않는다면 체제를 뒤엎는 ‘전복(顚覆)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대표의 대승적 결단이 없다면 민주당은 친명과 비명의 갈등 속에서 분열의 소용돌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체포동의안 처리 독법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에 대해 “지역토착비리이자 중대범죄들”이라고 했고, 이 대표는 신상 발언에서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시중 여론은 정적 탄압 논리보다는 검찰의 정상적인 사법 처리 과정이라는 쪽이 더 우세하다. 이런 분위기는 이날 민주당 내부에서 최소 31표에 이르는 반란표가 나왔다는 데서 분명히 확인된다.
체포동의안 찬성 139, 반대 138, 기권 9, 무효 11 결과는 민주당에서 적어도 31표가 이탈했다는 걸 말해준다. 170표가량의 반대표를 예상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반대 138표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반대 161표보다 23표가 적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 찬성 179표보다 무려 41표가 빠진 결과다.
이는 ①민주당의 ‘방탄 단일대오’가 깨졌을 뿐 아니라 ②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고 ③그 연장에서 반명·비명 그룹 내 민주당 레짐 체인지를 위한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민주당 내 비명 쪽의 A 의원은 27일 통화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는 이 대표에 대한 당내의 심리적 탄핵과 정치적 불신임이 왕성하게 불붙고 있다는 걸 드러낸다”고 말했다.
이재명 체제에 대한 불안은 내년에 치를 22대 총선 패배의 공포로부터 오는 것이다. 비명계 B 의원은 “대거 이탈표는 현 체제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던진 것”이라고 했다. 총선 패배에 대한 공포는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정권 출범으로 만들어진 진보 우위의 정치 지형이 또다시 보수 우위로 바뀔 수도 있다는 ‘역(逆) 주류교체’론과도 맞물려 있다.
◇逆 주류교체
문재인 대통령 집권을 전후한 시기 민주당은 세 차례 중대선거에서 승리했다. 2017년 5월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그러자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당 20년 집권론’과 주류세력 교체론이 횡행했다.
지금 민주당은 반대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 대표가 후보로 나선 지난해 3·9대선에서 패했고, 약 석 달 뒤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치렀던 6·1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패했다. 이 대표가 만약 내년 4·10총선에서도 패한다면 세 차례의 중대선거에서 연이어 패하는 셈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선, 지선, 총선으로 이어지는 3연패(連敗) 공포가 있다. 예외적 패배가 아닌 구조적 변동을 우려하는 공포감이다. 이렇게 되면 ‘진보 20년 집권론’은 ‘보수 장기 집권론’으로 바뀌게 되고 보수 우위의 정치 재편성(political realignment)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 역 주류교체다.
이미 역 주류교체의 징후들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구속 수사’가 ‘불구속 수사’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가 ‘유지’보다 지속적으로 높았다. 민주당 지지도의 낙하 추이는 더 심각하다.
검찰은 성남FC 사건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앞으로도 몇 차례 더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추가 기소를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방탄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민주당은 사법 리스크의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방탄 대오는 더 흔들릴 것이다. 주류교체의 꿈은 자칫 역 주류교체의 악몽이 될 판이다. 그 중심에 이재명이 있다.
◇꿈틀대는 전복 전략
민주당은 피아(彼我)가 구분되지 않는 대혼돈에 빠졌다. 찬성·기권·무효표를 합해 절반을 넘긴 159표가 나온 상황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이 닥쳤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 개딸·양아들들은 반란표를 색출하려 혈안이 돼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 비명계의 탈당 등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자 당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이 끊겼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은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는 굉장히 큰 충격”이라며 “이런 분들과 당을 같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해 온 비명 쪽의 목소리는 결집 중이다. 이들은 공천권 내려놓기 혹은 이재명 퇴진을 사실상의 타깃으로 내걸었다. 비명 B 의원은 “체포동의안 부결은 딱 한 번만이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비명 C 의원은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구체적인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무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민주당이 방탄정당이 된 건 진보의 부끄러움”이라고 평했다.
이 대표는 거대야당 대표의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정성호 의원은 최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결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당내 심상찮은 분위기를 뭉개다가 두 번째, 세 번째 체포동의안이 날아온다면 당내 불만은 티핑 포인트에 이를 것이다.
이때 민주당의 장래는 두 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첫째는 분열, 둘째는 전복. 분열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전복 작전에 돌입했다. A 의원은 “지금 필요한 것은 당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가 아니라 당 리더십 교체”라면서 “이미 전복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당 대표를 바꾸는 역성혁명이 일어날 것이란 뜻이다.
◇민주당의 역설
민주당은 1955년 창당 이후 민주주의의 산실 역할을 하면서 한국의 진보정치를 상징해 왔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세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은 국민의 정치적 공공재이다. 이런 민주당이 당 대표 개인 스캔들 방탄을 위해 공당의 힘을 동원하고 스크럼을 짠 것은 주인(국민)에 대한 대리인(정치인)의 배신행위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도입한 불체포특권을 민주주의 파괴에 썼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 설명
‘주류교체’는 주류와 비주류가 바뀌는 것. 문재인이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정치의 주류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인 당위성”이라고 말하면서 회자됨.
‘정치 재편성’은 선거를 통해 정치 지형·제도·규범에 근본적 변화가 생기는 것. 정치 재편성이 일어나는 선거를 ‘중대선거’라 함. 정치 재편성이 일어나면 오래 지속하는 새 정치 구조가 만들어짐.
■ 세줄 요약
체포동의안 처리 독법 :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간신히 부결된 것은 ‘방탄 단일대오’가 깨졌고,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일각서 레짐 체인지를 위한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는 걸 말해줌.
逆 주류교체 : 민주당 내에서 대선, 지선에 이어 총선까지 3連敗 공포가 있음. 이렇게 되면 ‘민주당 20년 집권론’은 ‘국민의힘 장기 집권론’으로 바뀌고, 보수 우위의 정치 재편성과 역 주류교체가 본격화할 수도.
꿈틀대는 전복 전략 : 민주당은 피아가 구분되지 않는 대혼돈 속에 빠짐. 이재명이 내려놓기를 거부하면 당내 불만이 고조되면서 민주당은 분열과 전복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갈 것. 일각에서는 이미 전복 작전을 수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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