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3-01/ 01.02(월) 여야, 내년 총선을 두려워 하라 - 01.31 대표 개인 혐의 수사에 장외투쟁 나선다는 민주당
정치(인) 이야기 2023-01/
01.02(월) 여야, 내년 총선을 두려워 하라
내년 4월 총선 결과는 올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尹, 전 정부 탓 넘어 성과내야
野, 변화해야 신뢰 얻을 것
선거법 개정 포함하는 정치개혁 연내 이뤄지길
새해 아침이 밝았다. 작년 마지막 날로부터 그저 하루가 지난 것이지만 어제와 오늘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섣달그믐 제야(除夜)의 마법이 어제를 잊게 하고 내일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 같다. 어제까지 우리가 과거를 되돌아보았다면 이제부터는 새로운 기대감 속에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마음의 변화는 정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우리 정치는 과거에 묶여 있었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건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오만에 대한 분노였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 다행이고 그래도 이전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아마추어 대통령의 실수나 잘못에도 ‘일단 지켜보자’고 기다릴 수 있었다.
어제의 기억이 윤석열 정부 초기의 불안한 출발을 도왔다. 하지만 이건 어제까지만 유효한 것이고 새해를 맞은 국민의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집권 2년 차를 맞이한 올해는 어제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전 정부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과 정책 추진이 분명한 평가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은 작년보다 더 엄격한 지적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실 올해는 윤석열 정부에 중요한 해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에서 임기 중 뭐라도 성과를 내려면 2년 차가 가장 중요하다. 힘도 있고 기대감도 높은 이때 올바르게 정책의 방향을 잡고 끌고 가야 임기 후반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 운영을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성과를 보이면 국민이 어떻게든 알아주겠지 하는 건 관료 마인드지 정치 지도자의 자세는 아니다.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고 또 반대가 있을 때 설득하려고 나서야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야당도 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작년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되었지만, 국회 내 다수 의석에 취해 권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민주당이 예산안 심의나 법안 추진 과정에서 마치 여전히 집권당인 것처럼 행세하거나, 심지어 대통령 퇴진 집회에 기웃거리는 것도 과거를 잊지 못해 나온 행동이다. 불과 5년 만에 왜 권력을 잃었는지 패배의 원인을 곱씹고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만 대안 세력으로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년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도 야당 지지가 오르지 않았던 현실을 민주당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내년 4월의 총선은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당이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는 5년 내내 여소야대에 시달리면서 뜻한 정책을 구현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 이어 국회의원 선거에서까지 야당이 패배한다면 당의 노선이나 구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 중요한 선거에 대한 준비는 올해 대부분 마무리될 것이다. 여야 모두 선거 승리를 위해 목을 매겠지만 사실 국민에게 중요한 건 누가 이기느냐 하는 것보다 ‘새로운 정치’로의 변화 가능성이다. 하지만 대통령에 기대어 이른바 윤핵관이나 판검사, 관료 출신으로 당을 채워가는 국민의힘이나, 강성 지지층에 발목이 잡힌 채 당 대표 구하기에 여념이 없는 더불어민주당 모두 ‘새로운 정치’를 감당할 세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시대에 맞는 참신한 이념과 정책으로 무장한 제3 세력의 등장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위성 정당 등으로 누더기가 된 선거법 개정을 포함한 정치 개혁이 올해에는 꼭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내년의 선거는 2004년 노무현 탄핵 여파 속에 당시 이른바 ‘386세대’ 정치인이 대거 유입된 이후 2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시기적으로 그 세대의 퇴장과 함께 새로운 정치 세대의 출현이 불가피한 시점이 되었다. 작년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젊은 지도부를 선거 때 이용하고 내쳤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다가올 미래를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올해 어떤 정치 세력이 세대적으로, 이념적으로 미래를 담을 수 있는 정당으로 자기 변혁을 이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2024년 결전’의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
이런 정치적 상황을 예상해 보면 올해 우리 정치는 작년과는 확연하게 달라져야만 할 것 같다. 올해 과연 달라진 정치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국 정치에서 그게 가능하겠어,’ 이런 의구심이 먼저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초인데 새해라는 마법에 기대어 이런 희망을 한번 가져 봐도 되지 않을까.
조선일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01-03 민주주의 훼손한 文·李의 “민주주의 후퇴 안 된다” 궤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경남 양산의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만나 ‘민주주의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이어 이 대표는 창원에서 “내 편은 죄를 지어도 괜찮고, 상대는 없는 죄라도 만들어 벌을 준다면 국가 공동체가 유지되겠나”라고 말했다. 두 사람과 주변 인사 수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드러난 사실만 봐도 적반하장의 궤변으로 비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한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오는 10∼12일 출석을 조율 중이라지만, 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 소집에 나섰다. 불체포 특권을 활용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열겠다는 의도 아닌가. 이 대표 연루 의혹 사건은 10건에 달하고, 대부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왔다. 대장동 사건으로 이미 기소된 정진상·김용 공소장에는 이 대표 이름이 수십 차례 등장한다.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지역의 여론조사(KBS광주방송총국 정례조사)에서도 검찰 소환에 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54.3%(18∼29세는 68.9%)에 달했을 정도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근간인 형사 사법권에서도 ‘내로남불’이었다. 문 전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 사건은 ‘청와대 관권 개입’선거 의혹이 농후한 데도, 1심 재판만 3년이 진행돼 송 전 시장은 임기를 채우고 재출마했다. 반면, 상대 진영 수사는 대부분 무죄로 결론 나고 있다. 사법 농단 사건의 경우 기소된 14명의 판사 중 5명은 이미 무죄가 났다. 문 전 대통령이 인도 순방 중 직접 수사를 지시한 쿠데타 음모 사건 역시 3개월간 참고인 287명을 조사했으나 본안과 관련해 한 명도 기소하지 못했다. 차기 정부의 수사를 막기 위해 ‘위장탈당’을 통해 검수완박법을 강행처리했다. 한결같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태들이다. 두 사람이 민주주의를 운운하려면 이 대표가 당장 검찰 수사에 정직하게 응하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1-03 한국 좌파 ‘법 적대적 속성’의 비극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 뜻밖
이재명 상황 예행연습 의구심
극단적 좌파는 法을 타파 대상
北은 적대분자 준동 진압 수단
野 우기기 행태는 기이할 지경
법치 방어기제 작동 과소평가
집안에 현금 3억여 원을 숨겨 뒀던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 연말 국회에서 부결됐다. 지금까지 제21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이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모두 가결된 점과 크게 대비된다. 아마도, 이재명 대표 구속 상황이 다가옴에 따라 미리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예행연습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범죄 피의자가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일단 혐의를 부인해 없던 일로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어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나오는데도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자해에 가까운 행동이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긴커녕 끝까지 잘했다고 우기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법원은 형량을 높일 수밖에 없다.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가 실제로 나타나는 원인 가운데 일부가 바로 이런 피의자(피고인)의 태도에 연유한다. 제대로 된 변호사라면 혐의 부인이 가능한지를 먼저 짚어보고 아니라고 판단되면 철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이끌게 마련이다.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는 충격에 휩싸여 변호인을 선임한 뒤 시키는 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자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 같은 일은 사법 시스템 내에서 비일비재하다. 그러니까 세련된 모습을 위해 돈을 들이는 것이다. 큰 틀에서 유전무죄 현상은 이렇게 발생한다.
그런데 유독 민주당 쪽 인사들은 아무리 명백한 증거가 제시돼도 끝까지 사건이 조작됐다고 우기는 태도를 보인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서 시작된 이 흐름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사법제도 위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선언이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당연히 좌파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면 법과 제도를 바라보는 이런 좌파적 시각은 조국 사태와 함께 시작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사유 방식이 조국 사태를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낸 경우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이해가 맞는다고 하려면 일단 민주당이 좌파 정당이어야 한다. 현재의 제1야당은 해방 이후에 친일 지주 세력과 민족주의 우파 세력이 규합해 만들어진 한민당을 뿌리로 한다. 태생만 보면 좌파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원래 우파 정당이었더라도 특별한 계기 때문에 당의 속성 자체가 좌파로 거듭날 수도 있다.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90년에 있었던 3당 합당과 그 이후의 상황 전개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에 합당을 거부하고 잔류한 평화민주당이 이후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집권 과정에서 좌파 성향의 운동권 세력을 대거 흡수했다. 이를 통해 본질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좌파적 성향이 상당히 강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모여 있는 인사들의 이념적 색채가 너무 다양하기에 ‘좌파’ 정당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보다는 ‘좌파적’ 정당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실제로, 이들은 법질서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좌파적이다. 극단적 좌파는 법을 자본가 집단의 계급 지배 도구로 본다. 그래서 좌파는 법체계에 대해 적대적이다. 현재의 민주당도 좌파적 정당으로서 법질서 자체를 타파의 대상으로 삼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검찰을 활용해서 적폐청산에 온 힘을 다 기울였다. 그러다가 검찰이 정권 실세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려 하자 이번에는 검찰을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결국,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버리는 입법적 시도까지 했다. 자신들의 적(敵)을 제거할 때는 활용할 가치가 있지만, 이를 넘어 법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되면서 독자적인 정당성과 존재 이유를 확보하게 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조국에서부터 이 대표까지 좌파 법률가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법체계가 좌파 집단의 이익을 수호하는 역할에만 머무르게 하려 한다는 점이다. 형사법의 기능을 ‘반혁명 적대 분자들의 준동을 진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 형사소송법 교과서의 태도와 본질에서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철저하게 좌파적 시각에서 법질서를 유린하려 하니 법질서가 스스로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상황이다. 이 땅에 법치주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기 바란다.
문화일보
01.04 민주주의 파괴 앞장선 이들이 “민주 후퇴 막겠다”니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일 만나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정권 5년간 민주주의 파괴 행태는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선거와 언론은 민주주의의 근본이다. 문 정권은 출발부터 드루킹을 동원한 대규모 여론 조작으로 시작됐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는 야당의 반대에도 자기들 마음대로 선거법을 뜯어고쳤다. 독재 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다. 회기 쪼개기 등 온갖 꼼수를 동원했다. 문 전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 8개 조직이 나서서 야당 후보를 억지 수사하고 다른 후보를 매수하는 한편 선거 공약을 만들어 주며 군사작전 하듯 선거 공작을 벌였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였다. 세계 언론 단체들이 모두 반대했고 “민주 국가에선 처음 있는 일”이란 비판을 받았다. 북한 김여정이 하명하자 국제 사회가 인권침해라고 반대한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했다. 5·18에 대해 정부 발표와 다른 주장을 하면 감옥 보내는 법도 시행했다.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였다고 청년들을 압수수색하고 주거침입으로 재판에 넘겼다.
대통령과 정권의 불법 혐의를 수사한다고 검찰 수사팀을 인사권으로 공중분해시켰다. 대통령과 정권은 치외법권 지대에 있나. 세계 민주 국가 어디에도 없을 폭거다. 정권 내부에서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못하면 청와대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 검찰 수사권 박탈법을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없이 강행 통과시켰다. 그러고도 ‘민주주의’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나.
문 정권에선 대법원장까지 정권 하수인 역할을 해왔다. 문 정권 비리 재판을 정권 코드 판사에게 맡겨 재판을 수년간 질질 끌었다. 그래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법행정 기틀...” 운운했다. 국민이 다 잊어버렸을 것으로 생각하고 뻔뻔하게 자화자찬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04 정우택 “이재명 아무리 갑옷 입고 방탄해도 시한폭탄은 터진다”
“文 사위 타이이스타젯 취업, 이상직 배지 달아준 대가 아닌가”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아무리 갑옷을 입고 방탄을 하더라도 예정된 시한폭탄은 때가 되면 터지게 돼있다”면서 “민주당이 이런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이날 조선일보 유튜브 ‘배성규·배소빈의 정치펀치’에 출연, “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를 열겠다고 하는데 1월에 예정된 이 대표 검찰 출두 시기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도 12월 임시국회가 열려있는데도 아무 것도 안하고 시급한 일몰 법안들도 내버려 두고 있으면서 왜 1월 국회를 하자는 것이겠느냐”고 했다. 그는 “일몰 법안들을 처리한다면 짧게 원포인트로 열면 된다”며 “임시국회를 더 이상 개인 비리 방탄용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경남 양산에서 만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지난 5년간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장본인들이 갑자기 민주주의 파괴를 얘기하니 코미디 중의 코미디”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민주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입법 독재하고 방탄 국회하고 사당화하고 예산안도 자기들 마음대로 난도질하고 국민 갈라치기 하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이런 양두구육 행태를 하던 분들이 갑자기 민주 투사라도 되겠다는 양 행동한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문 전 대통령은 더이상 나서지 말고 자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희한한 행태를 자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과정에 대해 검찰이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면서 “타이이스타젯의 실질적 주인이 이상직 전 의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사위의 취업은 뇌물죄 적용이 가능해 진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상직 전 의원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하고 국회의원 공천을 받도록 한 것이 사위를 이스타항공 계열사에 취업시켜준 대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의장은 “사위 취업 건이 문 전 대통령에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 양산은 ‘나 떨고 있니’ 하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대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 “지난 총선에서 전체 투표의 43.7%가 의미 없이 묻혀버리는 사표(死票)가 됐다”면서 “(소선거구제의 결과) 정치가 지역주의와 여야 갈등·대립 구조에 매몰돼 버렸다”고 했다. 그는 “이런 승자독식의 갈등 구조 악순환을 넘어서는 새로운 선거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의힘이 영남에서 적지 않은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수도권에선 그만큼의 의석을 더 얻을 수도 있는만큼 시뮬레이션을 통해 깊이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반대하는데 윤 대통령이 뭘 하겠다고 하면 청개구리 심리로 무조건 반대한다”며 “거대 야당이 이렇게 몽니를 부려선 안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배성규 논설위원
01.07 [단독] ‘청담동 술자리’ 거짓말한 첼리스트, 그밤 이세창과 역삼동에 함께 있었다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의 목격자라고 지목됐던 첼리스트 A씨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이 문제의 그날 밤 청담동이 아닌 역삼동 모처에서 새벽 3시 가까이 함께 머물다 각자 귀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처소의 CCTV와 A씨의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A씨가 경찰에 “거짓이었다”고 자백한 데 이어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이 드러남에 따라 ‘가짜뉴스’라는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더탐사와 김의겸 민주당 의원 등이 이른바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의 목격자로 지목한 첼리스트 A씨. 그러나 그는 당일 늦은 밤, 전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온라인커뮤니티
조선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서초경찰서는 5일 서울 역삼동 모처의 작년 7월19일 밤부터 20일 새벽 사이 시간대 CCTV와 A씨 차량 블랙박스 기록 등을 확보했다.
그동안 경찰은 두 사람이 19일 자정을 넘기 전 술집에서 나간 사실은 확인했지만, 이후 행적을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조사에서도 두 사람은 “한동훈 장관 등의 술자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 지어낸 이야기”란 취지로만 말할 뿐, 정확한 동선을 진술하지 않았다.
경찰이 이번에 확보한 증거에 따르면, 두 사람은 그날 자정 무렵 처음의 술집에서 2km 이상 떨어진 서울 역삼동의 한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이후 새벽 2시50분쯤, A씨가 먼저 해당 장소를 떠나 경기도 용인으로 출발했다. 이씨는 혼자 그 장소에 남았다.
의혹의 시작이었던 A씨의 통화는 역삼동에서 용인으로 가는 길에 이뤄졌다. 통화에서 A씨는 남자친구 B씨에게 청담동 한 술집에서 한 장관, 윤 대통령,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이 술자리를 가졌고 자신이 이곳에서 첼로를 연주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한동훈은 윤도현 노래를 부르더라. 동백아가씨는 윤석열이 했고”라는 말도 했다.
자신의 귀가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아예 다 막아놨어. 나가지를 못해. 지금 다 끝나서 나가가지고 지금 온 거라니까”라고 B씨에게 설명했다.

▲7월20일 새벽 첼리스트 A씨와 전 남자친구 B씨의 통화 내용/더탐사
더탐사는 유튜브 방송에서 이 통화를 공개하면서 “(A씨는) 새벽 3시에 (술자리가)겨우 끝나고 남자친구에게 (전화를)걸었다. 본인이 경험했었던 경악스러운 현장을 40분간 들려준다”며 “통화 녹취는 7월20일 새벽 2시 59분에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남자친구와의 대통령·장관 술자리 관련 통화 내용은 모두 지어낸 얘기”라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야권 지지층 70%가 술자리 의혹을 여전히 사실로 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A씨가 경찰 조사에서 “통화 내용은 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진술한 것을 놓고도 ‘회유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각종 억측이 끊이지 않았다.
조선닷컴은 6일 A씨와 이씨에게 당일 동선을 경찰에 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A씨는 문자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고, 이씨는 “그날 저녁 식사부터 술을 마신 탓에, 너무 취해서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청담동 제보자’를 자처해온 A씨 전 남자친구 B씨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첼쪽(첼리스트쪽) 법무팀과 법적 다툼을 할 것”이라며 “첫번째 소송은 사실혼 파기 책임을 물어 A와 외도를 한 이세창씨에게 상간남 소를 제기한다”고 했다.
01.09 尹지지 연설후 광주 친구에 “미워말라” 문자...돌아온 뜻밖의 대답은
조국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2019년이었다. 역사 유적지 탐방을 함께하며 가끔 정치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의 단톡방에 조국을 옹호하는 ‘미남보존협회’ 그림 파일이 올라왔다. 많은 친구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댓글을 올렸다. 하지만 나는 동조할 수 없었다. 의학 논문을 작성해 본 경험상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단국대 논문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조민이 절대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톡방에 입시 비리가 분명하다고 적었다가 거센 공격을 받았다. 결국 나는 쫓겨나듯 단톡방을 나왔고 그 친구들과 인연을 끊게 됐다. 정치가 뭐길래 오랜 인연을 가진 친구들의 우정을 이렇게 끝내버린단 말인가? 허무하고 안타까웠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내 경험에 비춰 보면, 입시를 위해 사적으로 의대 교수를 만나 논문 작성을 부탁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뿐인가. 평범한 청년이 문준용처럼 귀걸이를 한 증명사진으로 공공기관에 지원하고, 추미애 의원의 아들처럼 군 복무 중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은 채 전화로 휴가를 연장시킬 수 있을까? 공정을 외치며 집권한 문재인 정권에서 이런 비리들이 밝혀지자 수도권에서는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내 고향 광주에선 이미 기득권이 된 민주당 정권에 여전히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어 안타까웠다. 또 많은 실정을 저지르고도 광주 시민들에게 광주 정신을 들먹이며 가스라이팅하는 민주당에 분노했다.
결국 나는 지난 대선 때 광주에서 국민의힘 유세 차량에 올라 문재인 정부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한 다음 왜 정권을 교체해야 하는지 연설했다. 그리고 어머니께 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어머니는 제가 아무리 설득을 해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십니다. 호남인들이 오직 김대중에게만 붙였던 ‘슨상님’이라는 칭호를 전과 4범한테 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니인데요. 여기 계신 광주 시민들 다 저랑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 아니겠습니까?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고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면 되겠습니까? 그래도 저희 어머니한테 꼭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엄마, 저 의대 보내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이번만큼은 아들 믿고 윤석열 한 번만 찍어줘. 사랑해 엄마!”
듣는 이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감정적인 연설을 한 이유가 있다. 5·18을 직접 겪었던 광주의 내 부모님 세대 어르신들은 전남도청 광장에서 피 흘리는 시체를 목격했다. 그리고 3당 합당으로 호남이 고립되면서 지역 차별도 겪었다. 이분들에게 아무리 이성적으로 정권 교체의 정당성을 설명해도 감정 깊숙이 뿌리내린 정서를 극복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들로서 어머니의 감정에 호소했던 것이다.
광주 친구들에게 내 연설 영상을 보내려다 한참을 망설였다. 친구들과 인연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양해를 구하는 글을 먼저 올렸다. ‘나 광주 내려가서 윤석열 지지 연설해븟다. 요런 짓 한다고 날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희들은 나랑 생각이 다른 거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해. 그래도 우리 오래 함께한 인연 봐서라도 내 연설 끝까지 봐줬으면 좋겠다.’ 영상을 보내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친군디 니를 미워할 이유가 있겄냐? 이런 생각도 있고 저런 생각도 있는 것이제. 잘 봤다. 고생했다.’ 걱정했던 내가 머쓱해질 정도로 고마웠다. 물론 이후 광주 친구들에게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 같은 정치적 양극화 시대에 잠시나마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청산 대상으로 지목해버린다면 갈등은 더 증폭된다는 것, 크게 보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한다면 함께하고 이를 부정한다면 먼저 사실을 제시하며 설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 정치적 신념보다 오래 함께한 인연이 더 중요하지 않나? 우리가 정치인은 아니지 않나? ‘뭣이 중헌디?’ 생각이 다른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집단에 매몰되지 않고 개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정치적 양극화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겨울 추위가 매서운 광장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극적인 정치적 구호를 외치며 시위 중이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엔 정치적 신념이 다른 친구들에게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대접하며 그간의 안부를 묻는 건 어떨까? 나도 광주에 계신 어머니께 안부를 전하고 정치 언쟁으로 멀어진 역사 단톡방 친구들에게 연락해 봐야겠다.
조선일보 박은식 의사·내과전문의,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01-09 방탄국회 열고 ‘李 출두 호위’ 나선다는 민주당의 타락
예견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는 데 맞춰 민주당도 총력 방탄 체제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당 대표로서의 활동이나 민주당 당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야당 탄압’운운하는 것부터 억지이지만, 당 인사들이 출두에 대거 동행하는 것은 공당(公黨) 아닌 사당(私黨)이나 ‘공범당’을 자인하는 것으로 비쳐 안타깝다. 게다가 9일부터 또 임시국회를 일방 소집함으로써, 6월 말까지는 유사시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방탄 장치도 추가했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피의자’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할 예정이다. 성남FC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발생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때부터 경찰과 검찰이 수사해 왔다. 그런데 이 대표의 출두에 당 지도부와 의원,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장들까지 동행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성남지청에 결집하자’는 글도 올라온다고 한다. 당 조직은 물론 ‘개딸’ 등 외부 세력까지 모여 실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기 위한 ‘떼법’ 식의 압박으로 보이지만, 검찰은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
민주당은 8일 종료된 12월 임시국회에 연이어 1월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했다. 일몰 법안 처리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 대표 방탄과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정치적 타락이다. 지난달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이 이 대표 체포영장에 대비한 예행연습으로도 불렸다.
이 대표는 이미 ‘전과 4범’이다. 현재도 2건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다. 성남지청은, 이 대표가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혐의 등으로 출석해 수사를 받기도 했던 곳으로, 호위가 필요할 정도로 낯설지도 않다. 게다가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변호사비,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으로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 매번 당 조직과 지지자들을 동원해 시위를 할 생각인가.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것이 허위 사실 공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다시 선언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1-09 ‘스스로 망한 뒤 멸망’ 경고와 민주당
김세동 논설위원
인허가 편의 봐주고 182억 모은
성남FC 같은 행태 당당하다면
모든 지자체 그렇게 해도 되나
이재명 검찰 출두 여러 번 예상
당 죽이는 건 檢 아닌 아부 경쟁
YS DJ 민주화 투쟁까지 모욕해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김남국 의원에게 돈 봉투 전달하는 소리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자 한 말이다. 이에 다른 참석자가 종이를 구기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장단을 맞췄다. 이틀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노 의원의 ‘지난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시느냐’는 목소리,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녹음돼 있다”고 발언한 것을 비판한답시고 한 것으로 보이는데, “참 어처구니없는”(이 대표), “괴이할 뿐”(한 장관)인 한 편의 자학(自虐) 개그다.
구속 기소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사건에 연루된 사업가에게서 6000만 원의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을 스스로 상기시킨 것이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낙선하면 정치생명이 끝이라는 듯, 유세 도중 자신의 목을 스스로 긋는 장면을 연출한 것만큼 엽기적이다. 문제는 이런 괴이한 엽기적 행태가 당내에서 아무런 비판이나 견제를 받지 않고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민주당이 상식과 동떨어져 막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0일 성남지청 출두를 지난 6일 밝히면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9일부터 개의되는 1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 최소 6월 말까지 이 대표의 구속을 막는 방탄 국회를 만들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2∼6월은 임시국회를 자동으로 열게 돼 있어 7월까지 시간을 번 것으로, 방탄막 뒤에 숨어 “당당한 출두”를 언급하는 유치함과 좀스러움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성남FC 사건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일화축구단을 인수한 뒤 운영비용이 부족하자 두산건설, 네이버, 분당차병원 등 성남시에 민원이 있는 기업들을 찾아 부지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 건축인허가 등을 도와주고 후원금 182억 원을 받은 것이다. 이것이 3자 뇌물죄인지 법정에서 다투겠지만, 이것이 합법이면 모든 지자체장이 유사한 일을 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당시 두산건설 대표와 성남시청 전략추진팀장은 구속 기소됐다. 공소장엔 ‘김 팀장이 이재명-정진상(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공모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 대표는 이 외에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있고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연루돼 있어 “정치 검찰의 무리한 수사” “정적에 대한 정치보복” 운운으로 방어막을 친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성남FC 사건 구속영장은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처럼 피한다고 해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사건들에서 일일이 청구될 이 대표 구속영장을 전부 다 국회 본회의 표결로 막을 경우, 민주당은 파멸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본인 및 주변에선 면피성, 아부성 발언만 쏟아진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이 대표)고 하고, “제1야당 당수를 구속한 전례가 없다. 나라가 뒤집어진다” (우상호 전 당 비상대책위원장)는 등 억지를 부린다.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우상호 의원이 이 정도면 상식적 판단이 설 자리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는 “김영삼 당수를 국회의원에서 제명한 박정희 정권은 무너졌다”고까지 했고,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 대표가 온갖 비리 의혹에도 꼿꼿이 버티고 잘 싸운다는 이유로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군사 독재정권의 탄압을 견디며 야당을 이끌었던 YS와 DJ를 ‘이재명에게 아부하기 위해’ 왜곡하고 욕보인 것으로, 이런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없다.
이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 개딸은 검찰 수사를 이재명과 민주당 죽이기라고 하지만, 진짜로 민주당을 죽이는 건, 당을 방탄으로 이용하는 이 대표이고, 그런 이 대표를 옹호하는 최고위원들이며, 우상호·박지원 같은 중진·원로들이다.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를 멸망시킨 후에 남에게 멸망 당한다(國必自伐而後 人伐之)’. 2300년 전에 맹자가 한 것으로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지만, 지금 민주당엔 우이독경일 것 같다.
문화일보
01-10 ‘尹 나체 그림’ 내걸었다 철거당한 저질 민주당 의원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저질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전시회를 9일 시작할 예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나체 그림까지 내걸었다가 국회 사무처에 의해 8일 철거당했다. 그 전시회의 공동주관을 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의원, 민주당에서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과 제명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 12명이 했다.
주최는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했지만, 의원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국회에서 시도되기 어려웠을 전시회다. 윤 대통령이 나체로 칼을 휘두르는 모습의 그림, 술병 옆에 드러누워 있는 윤 대통령 위에 김건희 여사가 걸터앉아 있는 그림 등이 걸렸다. 어의(御衣)를 걸친 윤 대통령 나체를 그리고, 얼굴에는 종이를 붙여 ‘궁금하시면 들쳐보세요’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에는 허가하지 않게 한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도 정면 위반했다. 민주당 출신인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도 시정 요구 공문을 3번이나 보낸 끝에 철거한 이유다. 그런데도 해당 의원들은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며 적반하장의 전형까지 보였다. “사무총장을 감독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표현의 자유가 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최소한의 양심과 이성이나마 갖추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1-10 檢출석한 이재명 “정치검찰이 판 함정…당당히 맞설 것”
李, 지난해 8월 당대표 당선 후 첫 검찰 출석
‘성남FC 후원금’ 의혹, 앞서 한 차례 무혐의
검찰 재수사에 “죄를 조작하는 사법쿠데타”
이 대표 “세금 아낀 일이 비난받을 일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검찰에 출석하며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소환된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소환조사는 정치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바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며 “이미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에 기업들을 유치해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든 일이, 성남 시민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 성남시민의 세금을 아낀 일이 과연 비난받을 일이냐”며 “성남시 소유이고 성남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당시의)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이 대표는 “검찰의 이런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며 “검찰 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 당당하게 정치검찰에 맞서 이기겠다”고 말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가운데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관계자 등이 이 대표 주변을 둘러 싸고 있다.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이번에 이 대표가 검찰에 출두하게 된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5∼2017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 성남시 소재 기업의 인허가 등 민원을 해결해주고 성남FC에 광고비 등 명목으로 160억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지난 2018년 고발된 이 사건은 경찰이 3년 3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무혐의 처분했으나 이의신청으로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를 거쳐 검찰이 지난 9월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지난해 8월 28일 당 대표 당선 후 이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8월에도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나, 당시 이 대표는 출석을 거부하고 서면 답변서만 제출한 바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01-10 심상찮은 ‘脫明’과 서울민심
방승배 정치부 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10일 검찰에 출석했다. 2년 전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낸 사안인 만큼 이 대표는 이번에도 무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변호사비 대납·대장동 의혹 등 ‘사법리스크’의 본게임이 남아 있다. 그런데 제1 야당 당수로서 진짜 위기는 그의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 대표 방탄에 정신이 팔렸던 민주당이 직시해야 할 또 하나의 위기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돌아선 민심, 특히 수도 서울의 민심이다. 169석 거대 의석이라는 완력으로 밀어붙였던 각종 ‘반칙’과 ‘편법’들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
이 대표 주변에 사람이 떠나는 것은 이 대표 대선 패배 이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출마 때 김영진 의원 등 일부 의원부터 시작이 됐다. 최근 ‘35년 지기’ 정성호 의원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당이 아닌 이 대표 개인이 대응해야 한다는 비판을 언론에 실명으로 한 것은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 대표를 향한 정 의원의 ‘공개 반발’이었다. 정 의원은 요즘 주변에 “나는 개털됐다”는 말을 종종 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결국 정 의원의 말을 듣지 않고 당 지도부를 모두 병풍으로 세웠다. 이뿐만 아니라 이 대표 가까이서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도 발 뺄 기회만 엿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대표가 곁을 ‘허(許)’하는 사람은 아첨꾼들뿐이다. 이런 당수 밑에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충신들을 시쳇말로 ‘개털’ 취급하면 정말 남는 것은 ‘개딸’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우상호 의원은 “제1야당 당수인 김영삼을 체포했다가 박정희 정권이 망했다”고 했다. 제1야당 당수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 대표를 김영삼에 견주는 게 온당한가.
이 대표 소환으로 사법리스크가 본격화하는 와중에 민주당이 마주하는 현실은 서울 민심의 이반이다.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에 조소를 보낼 때가 아니다. 문화일보가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1월 첫주의 서울 민심은 국민의힘 38%, 민주당 33%. 지난해 연간 집계에서도 서울의 전체 지지율은 국민의힘 38%, 민주당 32%였다. 지난해 11월만 제외하면 모두 국민의힘에 뒤진다. 지지율과 의석수가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이 같은 흐름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민주당 40석, 국민의힘 9석인 현재의 의석 비율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제18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보수 정당에 내줄 수 있다.
민주당은 2년 6개월 전의 민의를 대변하는 당에 머물러 있으면서 다수의 횡포에 취해 있었다는 점을 아직도 자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시기와 임기를 다르게 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이를 ‘민의의 신진대사’라고 표현한다.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꺼낸 이유가 수도권의 불리한 의석수를 바꾸기 위한 복안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꽤 있다. 민주당이 지금의 관성대로 간다면 선거제 개편 없이도 서울의 의석 구도는 물론 전체 의석 구도가 확 바뀔지도 모르겠다.
문화일보
01.10 정진상은 꽁꽁 감추고…검사 신상 공개한 野 '악플 깡패' 본능
"공익을 높이는 측면에서 또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검사 신상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일 한 언론에 밝힌 내용이다. "당내에서 검찰 신상을 공개하는 것과 관련된 법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검찰 신상을 공개하는 법이라니 무슨 말일까? 검찰은 암약하는 국가정보원이 아니다. 모든 검사의 신원은 이미 공개되어 있다. 국가공무원법, 검찰청법 등으로 정해져 있는 기존 제도에 따르면 그렇다. 어떤 검사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등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 다만 범죄자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면 관심 가질 일이 아니므로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을 뿐이다.
박 위원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헤아려보려면 지난해 12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민주당 홍보국은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8개 부(검사 60명)"이라는 제목의 웹자보를 제작해 당원들에게 배포했다. 주임 검사급 이상 16명의 실명과 사진, 그들 각각이 담당하는 이재명 관련 사건의 내용, 그리고 검사의 얼굴 사진 옆에 '尹(윤) 사단'이라는 방패 형태의 부호를 붙여 놓았다.
이런 웹자보를 만든 민주당의 의도는 분명하다. '이재명을 윤석열 사단이 수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검사들 이름과 얼굴, 근무처를 공개하고 그 옆에 '尹 사단'이라는 낙인을 쿵쿵 찍어놓은 것일 테다. 말하자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너 윤석열 사단이지? 그래서 이재명 수사하는 거지? 나 너 얼굴 봤어! 너 어디서 무슨 일 하는지도 알거든? 조심해!"
의도는 잠시 뒤로 하고, 일단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망라된 범죄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실제로 문제의 웹자보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이 대표 아들의 불법도박, 법인카드 유용, 성남FC 사건 등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범죄 혐의가 총망라되어 있다. 한 사람이 받는 범죄 의혹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가 다룬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절로 연상케 할 지경이다(그러고 보니 에스코바르 역시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었다).
민주당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이재명 대표가 이토록 많은 범죄 혐의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 부끄러워하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수사를 하는 검찰이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재명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떠올릴 수 있겠나.'우리 당 대표가 이렇게 많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수사하는 놈들이 나쁘다.' 정상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라면 애초에 떠올리지도 못할 논리 구조다. 아무리 당원 대상이라지만 너무 비상식적이다.
민주당은 심지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필요하면 수사에 참여한 검사 150명의 신상을 전부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앞서 박 위원이 언급한 "법제도 개선"은 이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민주당 홍보국과 극렬 지지층은 '개인 신상 정보'에 대해 정상적 시민과 판이하게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화번호는 어떻게 되는지, 또는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SNS가 무엇인지 등은 그저 평범한 개인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 홍보국과 극렬 지지층에겐 이 정보 자체가 그들이 적대시하는 상대방의 '약점'이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약점으로 볼 수 있을까? 그건 타인의 개인정보를 악용하겠다는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논리 구조다. 이재명을 추종하는 이른바 '개딸'을 비롯해 극성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개인정보란 '그냥 그렇구나' 하고 흘려보낼 일이 아니라 내 손에 쥔 무기다. 가령 전화번호를 안다면 문자 폭탄을 날리고, 주소가 확보되면 집 앞에서 시위하거나 이상한 우편물을 보내고, 또 정말 고맙게도 개인적으로 쓰는 SNS가 있다면 몰려가 악플을 다는 것은 물론 웹 주소를 공유해 조리돌림을 해버린다.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감히 쉽게 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이다. 언제든 타인에게 해코지하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는 자들, 이름 붙여보자면 '악플 깡패'의 세계관을 가진 자들만이 하는 행태다.
혹자는 검사가 하는 일이 당당하다면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게 왜 문제냐고 묻는다. 민주당 의원과 당원, 지지자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변명이다. "야당 파괴와 정적 제거 수사에 누가 나서고 있는지 온 국민이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은 앞으로도 더 검사의 실명과 얼굴을 알리는 일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의 말이 그런 관점을 잘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얼굴과 근무지 등이 알려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소리다.
백번 양보해서 그 말이 옳다고 치자.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스스로에게는 그런 원칙을 지키지 않을까? 가령 27년간 이재명의 오른팔이자 복심으로 활약해왔다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이상하리만치 얼굴을 감춰왔다. 그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지난해 11월 2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다음이다. 그 전까지는 언론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그의 연락처나 최근 얼굴, 거주지 등의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비선 실세가 아니라 공식적인 당 직함까지 달고 있었는데 공식 조직도에 사진 한장 붙어 있지 않았다. 괴이하다.

▲지난해 11월 18일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당의 고위직을 맡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이 언론에 제대로 공개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뉴스1
수사에 참여하는 일선 평검사보다는 정진상이 훨씬 권력과 가깝고 이런저런 사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재명 사건 수사 검사들의 얼굴을 공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민주당은 앞서 이재명의 복심이라 불리는 정진상 얼굴부터 국민에 공개했어야 마땅하다. '이재명 사단' 중에서도 최측근 얼굴은 꽁꽁 감추면서 공무를 수행하는 검사들을 '윤석열 사단'이라 낙인찍어 얼굴 공개로 위협하는 건 그래서 그저 협박에 지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 통보에 한 차례 불응한 후 오늘(10일)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했다. 진짜 결백하다면 제 할 일 하는 검찰 탓을 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게 우선 아닐까.
중앙일보 노정태 작가
01.11 ‘방탄 정당’ 된 민주당 처지 그대로 보여준 李 대표 출두 장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달 28일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다가 13일 만에 나간 것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 40여 명이 동행했다. 이 대표 지지자 400여 명이 모이고 대형 스피커 차량까지 등장해 커다란 정치 행사를 방불케 했다. 반대편에는 보수단체 회원 300여 명이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면서 부상자가 발생해 119까지 출동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검찰청사에 들어가기 전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10여 분간 읽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현직 야당 대표 소환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불법 혐의를 받는 사람이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의 대표가 된 것도 처음이다. 대표가 개인 비리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는데 국회의원 40여 명이 따라간 것도 처음일 것이다. 그중엔 검찰을 소관 기관으로 하는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도 여럿 있었다. ‘방탄 출두’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원들 입장에선 총선 공천권을 쥔 당 대표의 검찰 출두를 모른 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대표가 먼저 의원들의 동행을 거절했어야 한다.
밖에서 연설을 한 이 대표는 막상 검찰 조사에서는 미리 준비해온 진술서를 제출하고 일부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수사받겠다”고 수차례 얘기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민주당 전체를 방탄 정당으로 만들 이유도 없고, 묵비권을 행사할 이유도 없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관내 6개 기업으로부터 부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자신이 구단주인 성남FC에 총 182억원의 불법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들이 최순실씨가 만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후원한 것이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도 같은 법리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불법 후원금이 아니라 성남FC가 해당 기업들과 적법한 광고 계약을 하고 받은 광고비라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 조사도 앞두고 있다. 최측근들이 이미 뇌물, 불법정치자금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최측근들이 연이어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만으로도 이 대표는 큰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번도 사과한 일이 없다. 이 대표가 받는 혐의 중 민주당과 관련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민주당은 그런 일이 있는지도 제대로 몰랐던 사건들이다. 개인 불법 문제로 민주당 전체를 방탄 정당으로 만드는 것은 대선 후보를 지냈던 사람으로서 온당한 처신이라 할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1.11 [단독] 檢, ‘성남시 요구’ 네이버 문건 내밀자… 李 “정진상이 했단건가, 몰랐다”
이재명 혐의와 쟁점은
李 “성남FC 후원금에 관여안해”
검찰 “기업의 부정한 청탁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피의자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며 “검찰에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성남지청 별관 조사실에 들어가자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을 담은 A4 용지 6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가 시작됐고 성남지청 형사3부 유민종 부장검사의 질문에 이 대표는 “진술서로 갈음한다” “의견을 묻지 마라”는 답변을 반복했다고 한다. 설렁탕 점심을 한 뒤 시작된 오후 조사에서 이 대표는 유 부장검사 질문에 “나는 성남FC가 후원금을 받는 데 관여한 바가 없다”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이 네이버 관계자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접촉한 결과에 따라 성남시 요구안을 정리한 문건 등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처음 본다” “몰랐다” “믿어지지 않는다” 등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법조인은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죄를 조작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무혐의 처분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9월 경찰이 불송치 결정만 했는데, 이는 범죄 혐의가 없다는 불기소 처분과는 다르다. 이후 고발인의 이의 신청으로 뒤늦게 사건이 검찰에 넘어와 수사가 이뤄졌다.

이 대표가 진술서를 통해 주장한 것은 크게 서너 가지 정도라고 한다. 먼저 성남FC는 성남시와 무관한 독립 법인이고 자신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가 측근인 정진상씨를 통해 성남FC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증거와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2015년 2~3월 곽선우 당시 성남FC 대표에게 “성남FC 운영을 정진상에게 맡겨뒀다. 정진상과 상의해서 결정해라”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후 정씨가 곽 대표를 건너뛰고 실장들에게 실무를 직접 보고받고 지시한 것도 그중 일부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두산건설 등 6개 기업이 제공한 돈은 광고비라는 주장도 했다. ‘광고 효과’라는 반대급부가 있는 정당한 계약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성남시가 기업 민원을 해결해 준 것은 광고 유치와 별개인 적법한 행정 행위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대표 주장이 근거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고 민원 해결이 광고 계약과 연결됐으며 그 과정에 이 대표의 지시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3년 8월 두산중공업 고위 임원 A씨, 민주당 중진 B 의원과 조찬 모임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A씨는 병원 시설이던 정자동 부지의 용도 변경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 정진상씨와 두산 관계자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시는 2015년 두산건설 부지 용도를 병원에서 업무 시설로 바꾸고, 용적률을 250%에서 670%로 올려줬다. 그 대가로 이 대표 등이 두산건설에 50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검찰 조사 결과다.
아울러 이 대표는 ‘기업 광고비는 전액 구단 운영비로 사용돼 나는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주장도 진술서에 담았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민원 해결 청탁을 받고 대가를 다른 사람이 받게 하는 것이 ‘제3자 뇌물’인데, 이 사건 경우 기업의 청탁 행위가 실제 있었고 그 반대 급부를 성남FC가 받았다는 것이다. 과거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SK텔레콤의 청탁을 해결해 주고 자신이 다니던 절에 10억원을 시주하게 했는데 대법원은 제3자 뇌물 혐의를 인정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하는 대장동 수사에서 성과가 빨리 나온다면 설 이전에 중앙지검과 성남지청이 동시에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01-11 당당히 檢 조사 임한다더니 궤변과 “몰랐다” 일관한 李
형사사건의 피의자는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고문 등에 의한 자백 강요를 막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제12조)과 형사소송법(제244조)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두해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런 권리를 적극 행사했다고 한다. 미리 준비한 A4용지 6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사 신문에 “진술서로 갈음한다” “의견을 묻지 마라”는 반응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다투겠다는 의도다. 피의자로 소환된 이 대표의 이런 전술을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로서는 비겁한 행태다. 국민의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 출두에 앞서 국민 앞에 누누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밝혔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이 대표 언급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상식의 눈높이에서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법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게다가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답은 정해졌고 기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예상했다. “검찰이 제시한 여러 자료를 봐도 제가 납득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검찰이 확보한 증거와 다른 관계자의 진술 등 추궁이 매서웠다는 의미도 된다.
구체적 쟁점을 봐도 그렇다. 이 대표는 성남시와 성남FC 구단이 완전 별개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정반대 정황을 제시했다.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만난 네이버 관계자의 요구안을 정리한 문건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고 반응했다고 한다. 불법 정황이 있더라도 “나는 몰랐다”는 취지다. 성남FC 대표의 진술로는 이 대표가 “성남FC 운영을 정진상에 맡겼으니 상의해 결정하라”고 했다는 진술도 있다고 한다.
단순한 광고비라는 주장도 억지다. 민원 처리 언질을 주고 돈을 받는 것은 전형적인 제3자뇌물죄에 해당한다. 이 대표는 “내가 받은 혜택은 없다”고 했지만, 지난 2015년엔 “성남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을 보니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는 소리를 듣는 게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라고 했다. 무혐의로 끝난 사안이라는 주장도 궤변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수사는 그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될 정도로 부실 수사였기 때문이다. 이런 정도의 정황과 증거까지 적극 부인한다면, 구속영장 청구 요건에도 해당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1-11 민주당, 국민 아닌 李 위해 존재하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검찰에 출석해 성남FC 기부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성남지청에 형사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 대표는 검찰 청사에 들어서기 전 마치 독립투사나 민주화 운동의 영웅처럼 보였다. 9분간 입장문을 읽었는데, 모두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런 거라면 검사 앞에서 할 일이지 굳이 군중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대표의 검찰 소환을 보는 야당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논리적 비약이 너무 커 따져봐야겠다.
첫째, 이미 2년 전 무혐의로 끝난 사건을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야당에 대한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법적으로 공익을 지키는 집단으로, 오래된 사건도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한 잘못이 있다면 얼마든지 재수사해야 한다. 2년 전 민주당 정권의 경찰이 무혐의 처리한 게 진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이 대표 관련 사건은 모두 민주당 정권 때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지금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수사와 앞으로 있을 여러 사건의 수사 또는 재수사로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청래 의원은 ‘이재명 죽이기’라고 한다. 너무 많은 사법 리스크가 걸려 있으니 정치인 이재명의 앞날이 불투명한 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죄로 판결된다면 오히려 이 대표는 차기 대통령에 가장 가까이 갈 것이다. 그땐 ‘이재명 살리기’라고 할 것인가.
둘째, 전해철 의원을 비롯한 여러 민주당 의원은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는 유례가 없으며 무리한 정치보복의 성격이 있기에 당이 단일대오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 대표의 형사 피의자 소환이 처음인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과거 어떤 야당 대표도 형사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없었기 때문이다.
셋째, 이 대표 관련 의혹들은 여당이나 윤석열 정부가 만든 게 아니라 이 대표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그 의혹들을 수사하지 말라는 것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야당 대표가 치외법권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가 범죄에 연루돼 있다면 당연히 수사받고 처벌받으라는 게 법의 명문이다. 야당 대표의 행위나 결정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성남시장 시절의 행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당이 나서서 단일대오로 방어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재명과 민주당을 동일시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주장이다. 지난 대선에서 0.73%p의 차이로 석패한 이 대표는 그 직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불체포 특권을 갖는 의원직을 확보했다. 그 후 당 대표직을 갖는 것이 예상되는 사법 리스크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긴 것 같다.
넷째, 민주당은 이 대표 취임 후 모든 당력을 그의 사법 리스크 대응에 쏟아 왔다. 169석의 의원이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진정 국민을 위한 법률안은 통과시키지도 않았다. 이 대표도 지금까지 전국을 돌며 한 것이라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 것밖에 없다.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는 공당이 이래도 되는가.
입만 열면 민주화운동을 훈장처럼 얘기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묻는다.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정당인가, 이재명을 위한 정당인가.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선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문화일보
01.11 다행히 ‘개딸’은 없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석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 10일 오전 지지자들이 모였다. 뉴스1
최저 기온 영하 5도가 예고된 이른 아침부터 왕복 12차로 대로를 사이에 두고 확성기 싸움이 요란하게 펼쳐졌다. 지하철 남한산성입구역 1·2번 출구 쪽에서는 “대장동 수괴, 이재명을 구속하라”는 구호가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 울렸다. 반대편 3·4번 출구 사이에서는 “우리가 이재명이다. 검찰 독재 타도하자”는 구호가 날카롭게 공기를 갈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등장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의 어제 모습이었다.
이 대표 출석이 한 시간쯤 남은 오전 9시30분 무렵 그의 지지자들 대오가 대략 완성됐다. 손팻말을 들고 파란 풍선을 흔들며 집회 진행자가 ‘진짜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이를 기다렸다.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민주촛불시민’(주최 측이 붙인 명칭)은 수백 명 수준이었다. 길 건너에 포진한 ‘애국보수시민’의 수가 비슷했는데, 얼굴이 알려진 유튜버 여러 명이 눈에 띄었다. 경찰 기동단이 차로를 비무장지대로 만들어 소음 전쟁만 벌어졌다.
이 대표 측 군중 옆을 계속 오가며 참가자 얼굴을 하나하나 봤다. 목적은 ‘개딸’ 규모 확인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직전에 대다수의 청년 여성 유권자가 자기편이라고 주장하며 지지 여성들을 개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주인공 부친이 말괄량이 딸에게 애정을 담아 붙인 호칭이었다. 민주당은 자기들이 말하는 개딸은 ‘개혁의 딸’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지지 온라인 모임에 스스로를 개딸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자주 나타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을 보기가 어렵다. 이 대표나 민주당 관련 집회에 나오는 여성들은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인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지난해 6월 “개딸이라는 게 2030 여성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올리는 글을 보게 되면 4050 아주머니다”고 말했다. 글에 담긴 어투가 젊은 여성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유튜브 방송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건 때문에 주목을 받은 여성 첼리스트는 이전에 쓴 온라인 글에 자신을 개딸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는 40대(1981년생)다.
이 대표가 출석하는 검찰청 앞에 진짜 개딸들이 몰려 나올 것인가. 그게 궁금했다. 민주당은 “전례가 없는 야당 대표 검찰 소환”이라며 지지자 결집을 호소했다. 이 대표 지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회 참여 의사를 밝히는 글이 줄을 이었다. 2030 개딸 집단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드디어 오프라인에 대거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날 모인 이 대표 지지자의 남녀 비율은 엇비슷했다. 20대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두세 명이었다. 30대 후반까지로 범위를 넓혀도 해당 여성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곳에 모인 여성의 평균 연령은 50세 안팎으로 보였다. 이 눈대중이 영 미덥지 않다면 현장을 담은 유튜브 영상으로 확인해 보면 된다. 군중 뒤편에 뻘쭘하게 서 있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이재명 대표 응원하려고 왔는지 물었다. 그는 “엄마가 같이 가자고 해서…”라고 대답했다. “젊은 여성은 별로 안 보인다”고 말을 잇자 “저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라며 웃었다. 자신은 개딸이 아니라고 했다.
돌아오는 길의 걸음이 갈 때보다 가벼웠다. 검찰이 이 대표를 부른 것은 그가 성남시장이었을 때 용도 변경 허가 등으로 땅 가진 사업자들 이익을 키워주고 그 대가로 약 160억원의 성남시 축구단 후원금을 걷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 돈 중 일부가 이 대표 주변인들에게 보너스 명목으로 제공됐다. 이런 부당 거래 혐의를 감싸고 덮는 데 젊은이들이 가세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개딸이라는 괴이한 용어를 이제 내려놓기를 바란다. 50대 후반인 이 대표가 40대 이상의 여성을 딸이라고 부르는 것은 듣기 거북하고 민망하다. 젊은 층 지지에 대한 희망이 깔렸다고 해도 이쯤에서 자제하시라. 허무맹랑한 말장난이다.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01.11 억지로 임시국회 열더니 외유 나간 민주당 ‘방탄 국회’ 자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연이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를 열어 안보와 경제위기 등에 관해 긴급현안질문 실시 여부를 묻는 표결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김 의장은 본회의를 개최할 상황이 아니다. 12일부터 열흘간 베트남·인도네시아를 공식 방문하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국회를 열어달라’고 하는 것은 임시국회가 이재명 대표 방탄용일 뿐이라는 지적을 의식해 연극을 하는 것이다.
김 의장의 동남아 순방을 수행하는 여야 의원은 4명이다. 이들을 포함해 이달 중 해외 출장이 예정된 국회의원은 최소 34명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20명이다. 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열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하더니 정작 소속 의원들은 한꺼번에 국회를 비우고 있다. 1월 임시국회가 오직 이 대표 방탄용으로 열렸다는 사실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 같다. 지난주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임시국회 소집에 반대하자 “차라리 ‘외국 나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했었다. 그런데 국회가 열렸는데도 민주당 의원들이 더 많이 외국에 나간다.
애당초 1월 임시국회는 열릴 이유가 없었다. 민주당은 주 52시간 추가 연장 근로 등 각종 일몰 법안 처리를 소집 명분으로 들었지만 굳이 1월 중에 서두를 사안이 아니었다. 연말에 터진 북한 무인기 사태도 이유라고 했지만 핑계였을 뿐이다. 혹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할까 봐 국회 문을 계속 열어두려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대비도 마친 상태다.
그제 이 대표의 검찰 출두 현장엔 당 지도부를 포함해 현역 의원 43명이 동행했다. ‘방탄 출두’라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국민에게 이 대표 방탄을 몸소 보여줬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외에도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10여 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모두 민주당과는 무관한 이 대표의 개인 의혹들이다. 이 모든 경우에 ‘방탄 출두’하고 ‘방탄 국회’를 열 것인가.
조선일보 사설
01-12 성남FC 후원금과 제3자 뇌물죄 법리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검찰이 성남FC 후원금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적용한 핵심 혐의는 ‘제3자 뇌물죄’다. 형법 제130조의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와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供與)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성립한다. 결국, 이 죄의 구성요건과 관련한 핵심 쟁점은 ‘부정한 청탁’과 ‘제3자의 범위’이다.
첫째,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판례는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이 위법·부당한 경우는 물론, 적법하더라도 직무집행과 금품 사이에 ‘대가성’이 있는 경우 범죄 성립을 인정한다. 또한,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 의사표시’뿐 아니라 양 당사자 간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는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다. 이러한 법리에 비춰볼 때 남욱 변호사 등 성남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자들이 2014년 당시 정진상 성남시 정책비서관의 지시로 성남FC에 5억 원을 후원한 것은 딱 떨어지는 제3자 뇌물죄다. 이미 공범자들이 기소된 두산건설의 경우도 후원 방안 검토를 밝히며 성남시에 부지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제출했고, 병원 부지가 상업용지로 변경되고 용적률도 250%에서 670%로 대폭 상향됐기 때문에 명백한 제3자 뇌물죄다. 이 대표는 ‘기업 유치, 적극 행정’ 운운하나 후원금 내기 직전까지 21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어불성설이다.
둘째, ‘제3자의 범위’와 관련한 판례는 본인과 공동정범, 생활이익을 같이하는 가족 등 형법 제129조의 ‘단순 뇌물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3자로 인정한다. 특히 판례는 ‘공무원과 제3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제3자의 경우도 범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이 대표의 경우 성남일화 인수 당시 인터뷰에서 “난 정치인이다. 당연히 정치적 이득을 고려한다. ‘이재명이 성남구단을 운영하는 것을 보니 능력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다”라고 공언했다. 이야말로 이 대표와 성남FC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다’는 명백한 방증 아닌가. 결국, 과거의 이재명이 현재의 이재명을 잡는 자책골 또는 자충수가 된 것이다.
셋째, 이 대표는 과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및 김문기 전 개발사업1처장 때와 마찬가지로 위 모든 행위는 정 실장이 알아서 한 것일 뿐 자신은 전혀 몰랐다고 ‘꼬리자르기’를 시도하지만, 이장폐천(以掌蔽天·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림)의 궤변이다. 성남FC 전 대표였던 곽선우 변호사가 이미 검찰에서 “이 시장이 ‘축구를 잘 아는 정 실장과 모든 걸 상의하고 결정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한 진술뿐 아니라, 이 대표가 직접 결재한 수많은 서류가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 대표와 정 실장은 ‘빛과 그림자’인데, 빛이 없이 어떻게 그림자가 움직일 수 있는가. 결국, 이 대표의 지시로 정 실장이 주도했다고 보는 게 증거와 경험칙, 상식 모두에 입각한 합리적 판단 아닌가.
제3자 뇌물죄의 경우 수뢰액이 1억 원 넘으면 징역 10년 이상인 중범죄이며, 또한 이 대표가 ‘모르쇠’로 일관해 증거인멸의 우려도 농후하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다.
문화일보
01.13 벌써 궁금해지는 169석의 운명
진짜 의문이다. 169석을 앞세워 윤석열 정부의 정책적 선택을 줄줄이 가로막는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에게 어떤 선택을 받을까. 그 선택의 날이 내년 4월이다. 그다지 멀지 않았다. 제1야당이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게 4400만 유권자와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보면 민주당의 선택이 옳다. 반면에 정부 정책이 옳은데도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하는 유권자가 많으면 169석은 위태롭게 된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정부의 핵심 정책은 거의 올 스톱 상태다. 말로만 외칠 뿐이지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진척된 게 없다. 12대 핵심 국정 과제 중에서 민주당과의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3개뿐이다. 새해 예산안 처리에 연동된 종합부동산세 중과 해소를 위한 ‘세제 정상화법’이 그중 하나다. 부동산시장이 경착륙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도 영끌과 빚투에 나섰다가 위기에 몰린 MZ세대를 외면할 수 없었을 터다.
또 하나가 일명 ‘반도체 특별조치법’이다. 이 법의 공식 명칭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경쟁력 강화의 길을 막았다. 당초 국민의힘이 제시한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25%를 10%로 깎았다. 여기에 산업 철학의 부재를 드러낸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혜택이 너무 크다”며 8%로 더 낮추면서 ‘첨단 전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뒤늦게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지원 추가 확대를 검토하라”고 했지만 비토만 놓는 민주당의 벽을 넘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법안들은 어느 하나 한가한 게 없다. 국가재정법은 문재인 정부에서 예산을 펑펑 쓰는 바람에 1000조원을 훌쩍 넘긴 국가채무 건전화를 위해 시급하다. 재정은 주인 없는 돈이라 법에 정해 놓지 않으면 누구나 가져다 쓰게 돼 있다. 그리스는 물론 일본처럼 국가채무 때문에 경제 운용이 어려워지는 건 순식간이다.
주 52시간제 유연화도 제동이 걸려 있다. 중소기업과 건설업계는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근로자는 소득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근로기준법 개정에 귀를 막고 있다. 대기업은 충격을 흡수하지만 취약계층의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 때문에 “한국이 자멸하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져도 민주당은 아동수당법 개정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수당을 더 준다고 출산율이 금세 올라갈 리 없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출산과 양육에 도움이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노후 신도시 재생에 관한 법률도 민주당에 가로막혀 있다. 노후 신도시를 재생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주택 공급도 늘어나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스토킹처벌법 강화야말로 시급한 시민 안전 법안이지만, 이것도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역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한국이 생존하려면 촌각을 다퉈야 하는데 민주당에 가로막혀 있다. 과거에도 여소야대 상황이 있었지만 정부 정책을 볼모 삼아 정쟁을 지속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0%대로 오르고 있다. 물론 윤 정부는 자만할 처지가 아니다.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반사적으로 지지율이 오르는 측면도 있어서다. 개혁 성과가 가시화해 지지율이 오른다고 보긴 어렵다.
공룡 야당의 정부 발목잡기는 어떤 결말을 맺을까. 민의를 수렴하는 총선이 내년 4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대비하려면 민주당은 당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계속 정부 정책에 발목을 잡든지, 이제라도 합당한 정책이라면 협력하고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대결을 벌이든지 양자택일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를 둘러싼 민주당의 방탄 행태,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도 유권자 선택의 고려 사항이다. 15개월 후 총선 결과가 벌써 궁금해지는 이유다.
중앙일보 김동호 경제에디터
01-13 농업 망칠 양곡법 포퓰리즘
박정민 경제부 차장
최근 정치권에선 서민 취약차주 보호를 명분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우니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최고금리는 대부업법이 제정된 2002년 연 66%에서 현재 연 20%까지 떨어진 상태인데, 정치권은 이마저도 높다며 연 10%까지 낮추자고 한다. 그러나 최고금리를 낮춘다고 서민들 부담이 줄어들까? 오히려 제도권 금융기관들은 조달금리가 치솟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대출 창구를 닫아버릴 가능성이 더 크다. 서민·약자 보호를 명분으로 추진하는 법이지만, 저신용 서민들의 금융기관 접근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영세 상인들에겐 간판 달고 정식 영업을 하는 금융기관보다 시장 ‘일수꾼’이 더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는 27일 이후면 국회 본회의에서 언제든 처리가 가능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쌀값이 무너지면 지방이 무너진다” “50만 농가가 생산하고, 5000만 국민이 소비하는 쌀의 수급과 가격관리는 모두의 공생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 주장들의 이면에는 ‘쌀은 가장 중요한 작물’ ‘농민들은 약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쌀 농가는 정부가 무조건 도와줄 대상은 아니다. 쌀 직불금제 시행 당시,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했을 때 상위 7%의 대농(3㏊ 이상 경작자)이 직불금의 약 38%를, 하위 72%의 소농(1㏊ 미만)이 29%를 수령했다. 땅이 넓은 부농에게 직불금이 더 지급됐다.
의무격리제가 도입돼 정부가 쌀을 매입할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대농들이다. ‘수요 대비 3% 생산 초과, 평년 대비 5% 이상 가격 하락’이란 조건과 함께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생산조정제)도 병행하기에 정부 수매가 매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그러나 대농들의 경우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수익을 보전할 것이다.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데 굳이 다른 작물을 심을 이유도 없다.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부농을 위한 법안과 다름없다.
자원 배분 차원에서도 양곡관리법은 쌀을 제외한 다른 농업 분야 예산 수요를 소외시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시 2030년까지 매년 평균 1조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이는 내년도 농업 분야 예산의 8%에 해당한다. 쌀을 포함한 식량 작물 생산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의 절반에 달하고, 취약계층과 임산부·학생에게 먹거리를 지원하는 복지 사업예산의 7배에 이르는 규모다. 지금까지 시장격리로 발생한 채권잔액만도 3조5000억 원, 이자도 5% 중반대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쌀전업농 단체들에 선심을 베풀어 이들의 지원을 통해 차기 총선을 노리는 민주당의 정치적 목적이 ‘농민’을 위한 정책으로 분식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농업 예산의 불균형과 일부 부농에 편중된 지원 등은 미래 농업을 위협하는 행위다.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했다. 알면서 모른 체하는 정치권의 반복된 행태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문화일보
01.16 ‘진박’ 운운하다 망한 당에서 재발된 꼴불견 내분
국민의힘이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당 쇄신과 총선 승리를 이끌기 위해 치러지는 경선이 주자들 간 편가르기와 낙인찍기로 난장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총선 참패로 이어졌던 새누리당의 ‘진박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친윤 핵심부에서 불출마 압박을 받아온 나경원 전 의원은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됐다”고 했다. 친윤의 장제원 의원을 2016년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로 미는 후보가 누구인지 감별했다는 친박계 중진에 빗댄 것이다. 당시 진박 논란에다 이른바 ‘옥새 파동’까지 터지면서 압승을 낙관했던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패배했다.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반윤의 우두머리”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라”고 맞포문을 열었다. 다른 친윤계 의원들도 “羅(나) 홀로 집에” “왜 장관이 못 됐는지 스스로 알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사무총장 호소인”이라며 장 의원을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특정인을 향한 위험한 백태클이 난무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문제로 석 달 넘게 내홍을 겪느라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정 운영까지 흔들렸다. 가까스로 혼란을 수습하고 전열을 정비하나 싶었는데 전당대회가 시작되자 마자 계파 싸움이 재연됐다. 경선 룰이 ‘당원 투표 100%’로 바뀌자 반윤 성향인 유승민 전 의원 배제하기라는 논란이 일었다. 출마 후보들은 저마다 “윤 대통령을 돕겠다”면서 ‘윤심 팔이’에 나섰다. 당대표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권인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자 친윤계는 “정치적 욕심에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 자리를 석달도 안돼 그만두느냐”고 집중 공격했다.
일각에선 “차라리 윤 대통령이 당대표를 지명하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찐박, 대박, 범박, 변박, 쪽박, 탈박 등 각종 파생어가 난무했던 2016년 진박 논란에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혐오감을 느꼈다. 그 결과가 단순히 총선 참패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16 檢, ‘당대표’ 이재명에 3번째 출석 통보…이번엔 27일 위례·대장동 의혹 조사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 당시엔 불출석
이달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에는 출석 후
사전준비한 서면답변서 제출하고 최소한의 답변만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위례신도시 및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에 관한 소환 조사에 출석하라고 16일 통보했다.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 엄희준·강백신)는 2013~∼2015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택지 분양수익 및 아파트 분양 수익에 대한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오는 27일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전 성남시 정책실장)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으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당시 성남시가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에 유리한 공모지침서를 작성·공고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822억 원의 확정 이익만 가져가도록 하는 등 5가지의 인허가 특혜를 제공했다고 적시했다. 수사팀은 이 같은 인허가 특혜가 민간업자→정 전 실장→이 대표를 통해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그동안 대장동 의혹에 관해 ‘성공적인 공공 환수 사례’였다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또 정 전 실장 등 측근들이 각종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에는 “정치검찰의 이재명 때리기”라며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소환조사에도 출석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당대표 취임 후 첫 검찰 조사 출석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미리 준비해온 A4용지 10장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했으며 검사의 질문에는 최소한만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이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던 이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서면답변으로 대체하며 출석 통보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출석 통보에 대해서도 이 대표 측은 아직 응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문화일보 박준희 기자
01-18 김태흠 충남지사, 나경원에 “장 서면 얼굴 내미는 장돌뱅이냐” 직격

홍준표 대구시장 이어 나경원 비판 가세
충청 친윤계 김기현 지지 결집 시사 ‘주목’
홍성=김창희 기자
김태흠(사진) 충남지사가 나경원 전 의원을 “장(場)만 서면 얼굴 내미는 장돌뱅이냐”라고 직격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에 이어 국민의힘 소속 광역 자치단체장들의 나 전 의원 비판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김 지사는 18일 충남도 출입기자들에게 ‘김태흠의 생각’이란 이메일 글을 보냈다. 김 지사는 이 글에서 “진흙탕 싸움에 빠진 친정집에 충언을 드린다. 어렵게 정권교체를 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 됐다.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함께 국정운영의 무한한 책임을 지며 정부와 한 몸이 돼야 한다. 당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김 지사의 작심 비판은 곧바로 이어졌다. 김 지사는 “나경원 전 의원님. 장(場)만 서면 얼굴 내미는 장돌뱅이입니까?”라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장관급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은 지 두세 달 만에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당 대표로 출마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포문을 이어갔다.
김 지사는 또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이 어느 직책보다 중요한 자리”라며 “손에 든 떡보다 맛있는 떡이 보인다고 내팽개치는 사람. 몇 달 만에 자신의 이익을 좇아 자리를 선택하는 사람.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을 어찌 당 대표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공격을 이어갔다.
김 지사는 “진짜 능력이 있다면 필요할 때 쓰일 것이다. 벌써 당이 친이·친박, 친박·비박으로 망했던 과거를 잊었나? 과거 전철을 밟지 말자. 제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당을 살리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마음으로 당을 바로 세우자”고 말을 맺었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충남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전당대회 국면에서 나 전 의원을 견제하고, ‘윤심’을 강조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에 대한 충청권의 지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문화일보
01-20 ‘청담동 술판’ 개소리의 정치학
이철호 논설고문
언어가 타락하는 개소리 시대
거짓말과 달리 진실 상관없이
약간 뻔뻔함만 필요한 개소리
개소리엔 논쟁 휘말리지 않고
아예 외면하거나 무시가 정답
오바마 진정 어린 설득 돋보여
개소리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당치도 않은 말이다. 하지만 비속어를 넘어 현대 철학의 진지한 탐구 주제로 어엿이 자리 잡았다. 2005년 미국 프린스턴대 해리 프랭크퍼트 명예교수의 소책자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가 그 효시였다. 서울대는 2015년 논술고사에 이 책을 지문으로 싣고 ‘(개소리가 순화된) 빈말과 거짓말의 차이점을 논하시오’라고 물었다. 그만큼 개소리가 만연하고 현대 사회의 언어는 타락했다.
프랭크퍼트는 개소리와 거짓말은 잘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짓말쟁이는 팩트를 알아야 거짓말을 지어낼 수 있다. 나름의 엄밀성과 진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반면, 개소리는 사실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굳이 공들여 만들 필요가 없다. 가짜로 들통나도 ‘웃자고 하는 소리에 죽자고 달려드냐’고 하면 그만이다. 오로지 약간의 뻔뻔함만 있으면 된다. 거짓말쟁이도 개소리쟁이에 비하면 양반이다.
철학자들의 대표적 연구 대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흑인·이민자·동성애자 등 약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혐오 공격으로 ‘떴다’. 트럼프에게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고, 그는 애써 거짓말을 꾸며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차별과 분열을 자극하는 뻔뻔한 개소리로 극우 진영의 맹목적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말 ‘청담동 술자리’ 사태 당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은 거짓말일까, 아니면 개소리일까. 폭로 주인공인 여성 첼리스트는 경찰 수사에서 녹취 내용이 가짜라고 진술했다. 거짓말이라는 자백이다. 이로 인해 그는 사회적 비난을 받았으며,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사과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그날로 되돌아간다 해도 저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팩트에 개의치 않고, 떳떳하다는 입장이었다. 프랭크퍼트의 분류에 따르면 한마디로 ‘개소리’다.
영국의 제임스 볼이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에서 소개한 현실은 끔찍하다.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날, 구글에선 ‘최초의 흑인 대통령’보다 ‘깜둥이 대통령’이 훨씬 많이 검색됐다. 백인 우월주의 사이트 가입은 10배나 늘었다. 실제로 김 의원 관련 인터넷 댓글도 양쪽으로 쫙 갈라졌다. 야당 지지자의 70%는 “청담동 술자리는 사실”이라고 믿었다. 김 의원은 1억5000만 원 정치 후원금 한도도 조기에 채웠다. 개소리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현대 심리철학은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조국 사태 때 “정경심 교수의 컴퓨터 반출은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 보존용”이란 유시민 작가의 발언도 그중 하나다. 검찰 수사로 컴퓨터 반출이 증거인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유 작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국 지지자들은 오히려 그의 주장을 철통같이 믿고 서초동으로 몰려나갔다. 개소리의 전형적 성공 방정식이다.
개소리를 치유하긴 쉽지 않다. 강성훈 서울대 철학과 교수의 해설이다. “프랭크퍼트 진단에 따르면, 개소리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10억 원 소송을 제기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처럼 일일이 맞대응하는 게 효과적일까. 철학자들의 진단은 정반대다. 한마디로 소용없는 짓이다. 오히려 상대 진영을 결집시키고 개소리의 역효과만 키워주는 부질없는 일이다. 개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무시하는 게 정답이다. 개소리와의 논쟁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뿐, 아예 휘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단히 힘들긴 하지만 최선의 해법은 옳은 소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끔 상대 진영에 손을 내미는 지도자가 있다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도 그중 하나로 기억된다. “우리 미국에는 두 가지 부류의 애국자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라크전에 찬성하는 애국자이고, 또 하나는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애국자입니다.” 반대 진영 설득에 진심이었던 오바마 덕분에 미국은 큰 무리 없이 이라크 철군을 이끌어 냈다. 한국엔 이런 오바마가 보이지 않는다. 갈수록 트럼프만 판치고 있다.
문화일보
01.20 [단독] '청담동 술자리' 낙인…카페 사장 "더탐사, 영상 지워라"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유튜브 채널 ‘더탐사’가 해당 술자리가 벌어진 장소로 지목한 음악 카페 사장이 관련 영상을 지워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 논현동에서 음식점 겸 카페를 운영 중인 가수 이미키(활동명)씨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 게시물 삭제 및 게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난데없이 내가 운영하는 사업장이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30명이 함께 술을 마신 장소로 알려져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더탐사의 영상에는 ‘청담게이트 유력 룸바 발견! 연예인 사장, 그랜드피아노, 30명 수용, 경찰 압수수색 장소는 헛다리 가능성’ 등 간판이 모자이크 처리된 이씨의 카페가 나왔다. 기자 출신인 강진구 더탐사 대표는 영상에서 “논현동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모든 게 첼리스트가 얘기한 진술과 일치” “가수 이 모 씨가 운영하는 술집” “이에 부합하는 업소는 대한민국에 한 군데밖에 없어”라고 말했다.
퇴근하는 직원들 ‘도망간다’며 촬영하기도
또 카페 직원들이 퇴근하는 모습을 촬영해 ‘취재진이 떠나자마자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사람들, 무엇이 두려워 도망가는가’란 자막과 함께 올리기도 했다. 김광석·이윤수 등이 불러 더 유명해진 노래 ‘먼지가 되어’는 이미키씨가 원곡 가수다.
‘청담동 술자리’는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의혹을 제기한 건이라 파장이 컸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 장관에게 질의하며 더탐사가 제공한 첼리스트 커플의 음성 녹취 제보를 근거로 삼았다.
이후 더탐사는 ‘청담동 게이트’라고 부르며 관련 영상을 활발하게 올렸고, 제보자라는 첼리스트가 경찰에서 거짓말이었다고 말한 뒤에도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의 음악 카페가 등장했다.
이씨는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훼손되고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저희 카페는 외부 연주자를 초빙하지 않고 피아니스트와 관악기 연주자 1명씩을 고용하고 있을 뿐이며, 해당 술자리가 벌어졌다고 한 지난해 7월 19~20일 카페에 온 손님은 일반인 3팀이고 각자 나눠 술값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더탐사에 정정 요청했으나 거부 당해”
이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추구하며 착하게 살려고 했고,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오는 사업장일 뿐인데 이런 식으로 알려지게 돼 속상하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씨를 대리하는 이호영 변호사(지음법률사무소)는 “피해자는 더탐사와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충분히 설명하고 정정보도 등을 요청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매체 및 기자 개인에 대한 형사 조치는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더탐사와 김의겸 의원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고, 경찰에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문현경·오효정 기자 moon.hk@joongang.co.kr
01.22 이상민 “이재명 같은 대표 있었나, 물러나는 것 밖엔 방법 없다”
더불어민주당 5선 이상민(李相珉·대전 유성을) 의원의 별명은 ‘미스터 쓴소리’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사당화(私黨化)에 대해 대부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다음 총선(2024년 4월) 공천이 불안한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에도 개의치 않는 그는 민주당 내 보기 드문 소신파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월간조선
이재명 대표가 21대 대선 후보로 선출되던 당내 경선 때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상민 의원은 이재명 후보에 대해 “경기도지사직을 내려놓고 경선에 임해야 한다” “사법리스크는 대선 후에도 문제가 될 것” “대장동 특검을 해야 한다”라는 ‘팩폭(팩트폭격)’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물론 이재명 팬덤, 이른바 ‘개딸’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대선 후에도 언론인터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대선 패배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있다” “민주당은 괴물과 좀비들이 가득 찬 소굴”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야 민주당이 살 수 있다” 등 당 주류와 상반된 의견을 피력하는 중이다.
― 민주당 내에서 쓴소리를 한 지 오래됐습니다. 초선 시절부터라고 알고 있는데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손학규 전 대표가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습니다. 그분이 어떤 분입니까.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까지 보수정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대변인, 총재비서실장 등 당직도 도맡아 하고,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경기도지사도 지냈죠.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 경선할 때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3등 하던 분입니다. 그런데 안 되니까 민주당(당시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하고 당대표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제가 개인성명을 내고 그 당에서 인정 못 받던 사람이 왜 이쪽으로 오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싸울 거면 거기서 싸우지 왜 성향도 다른 이쪽으로 오는 거냐고요.”
― 민주당 지도부는 (손학규를) 환영했는데요. 지도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입니다.
“사실 초선 때라 겁이 없는 시절이긴 했는데, 틀린 건 틀리다고 말해야 하는 성격이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잇달아 5선에 성공한 이상민 의원은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어떻게 선관위원장을 맡게 됐습니까..
“5선 의원 중 제가 지역적으로도 중립(충청권)이고 비주류에 남의 눈치 보지 않는 소신파이다 보니 그렇게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친문과 친명 세력이 강하게 나올 것이 예상되다 보니 그쪽에 휘둘리지 않는 중진급을 원했던 것 같아요.”
― 각 캠프 및 지지자들, 특히 이재명 캠프로부터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선 승리선관위원장으로서 후보들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면 지적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적한 건 두 가지였어요. 첫째,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는 대선 후에도 문제가 될 것이니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장동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고요. 둘째, 현직 경기도지사가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공정성의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결국 사법리스크는 현실화됐고 그 당시 경기도정은 엉망이 됐습니다.”
― 대장동은 결국 지금 이재명 대표를 옭아매고 있습니다. 물론 성남FC, 선거법 위반 등 다른 사건들도 있고요.
“대장동 의혹이 그때 나오기 시작했는데, 대선 때 계속 이슈가 될 것이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 당도 늪에 빠질 수 있고 대선에서 이재명이 이기건 윤석열이 이기건 이 대표가 안고 가야 하는 시한폭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특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거고요.”
― 그래도 선관위원장으로서 특정 후보를 겨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일 아닙니까. 문자폭탄도 받았죠.
“일단 할 말은 해야 하는 거고,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경쟁하면서 국민에게 어필을 해야 민주당 후보 지지율도 올라갈 텐데 당내 쏠림현상 때문에 원사이드게임으로 끝나는 경선은 지양해야 한다고 판단했죠. 또 특검으로 털 것은 털고 가야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대선 패배 후 ‘이재명 때문’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많이 했는데요.
“사실 본인 때문에 진 건 맞잖아요. 근데 자중해야 할 시기에 정신을 못 차리고 비대위원장을 맡겠다, 인천 계양 보궐선거에 나가겠다는 걸 보니 말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 결국 이재명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으로 당대표에 당선됐죠. 대안이 없었던 것 아닙니까.
“의석수가 몇 석인데 대안이 없겠습니까? 이재명밖에 없다는 논리 자체가 틀린 거예요. 지금 이 대표의 가장 큰 문제는 ‘기고만장’입니다. 당대표에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고, 자신의 개인 비리에 당 전체가 보호와 방탄에 나서고 있고,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으니 눈에 보이는 게 없는 겁니다.”
― 이전 민주당은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였는데, 노무현 시절부터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팬덤이 이때 시작됐습니다. 문재인 시절에는 팬덤이 변형되면서 더 심해졌습니다. 팬덤도 진화하는 겁니다. 팬덤의 요점은 자기가 좋아하는 만큼 다른 사람이 싫어한다는 점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거기다 ‘이 사람 공격하면 저쪽(보수정당)한테 진다’는 논리입니다. 하나의 색만 허용하고 이견을 허용하지 않고, 특정인을 성역화하고 맹종하고… 이게 저는 더불어민주당의 큰 결함이라고 봅니다.”
이 의원은 ‘대안’으로 이낙연 전 대표를 언급했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한 얘기인데요, 이낙연 전 대표가 현재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미국에서 한마디 했다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양반은 한가하게 미국에서 남의 얘기하듯이 하느냐, 할 말이 있으면 여기 와서 시시비비를 가려라’라고요.”
― 이낙연 전 대표가 돌아와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 정치에 대해 코멘트를 한다는 건 정치를 아예 관두겠다는 생각은 아닌 거잖아요. 한 발 물러나서 기회를 보고 있다는 건데, 기회를 볼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기회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민주당에 이런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당대표까지 지낸 인물이라면 해결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재명 대표가 저렇게 당을 망치고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는데 그냥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내가 그 정도의 인지도와 경력을 갖고 있고 호남 출신이라면 민주당 살리기에 앞장서겠다,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요. 그 정도 출신과 경력을 보유하고 총리에 당대표도 지낸 분이 욕먹을 각오하고 나서야 되는 것 아닙니까. 문자폭탄 좀 받을 각오하고요.”
―이 전 대표 외에도 박지원·김부겸·박영선 등 나름 인지도와 리더십 있는 비주류들이 있지 않습니까.
“’무르익은 다음에 내가 나올 수도 있다’ 이 정도 생각인 것 같습니다. 지켜보고 있는 분들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당대표 할 사람은 많다는 겁니다. 이재명밖에 없다, 대안이 없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합니까. 현재 의석수가 몇 석인데요.”
이상민 의원은 2022년 10월 선거법과 정당법 등 정치개혁법안 5건을 대표발의했다. 독과점적인 양대 정당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다.
― 민주당은 물론 한국 정치도 곪아가고 있는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완전한 해법이라고 볼 순 없지만 독과점적인 양대 정당 체제에서 벗어나는 게 최우선입니다. 양극화, 지역패권, 팬덤 등 부정적인 현상이 다 여기서 나오는 겁니다.”
―정치개혁법안을 대표발의했죠.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하면서 중대선거구제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무척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적극 호응해서 독과점 구조에서 벗어나 정치 발전을 이뤄내야 합니다.”
― 거대 양당이 독과점 구조를 깨려고 하겠습니까. 당장 이재명 대표도 미지근한 반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어요. 민주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얘기를 하니까 뭔가 꼼수가 있다’ ‘우리가 주도권을 뺏겼다’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의도가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이유로 여야가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재명 대표의 그런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이슈 주도권이 제일 먼저 제안한 사람에게만 있는 겁니까. 민주당이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면 되는 겁니다. 맨날 정치탄압 얘기할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정치개혁이라는 방법이 있는데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1인 정당에서 벗어나 원래의 민주당 노선에 충실한 방향으로 가야 해요. 원래의 민주당 가치관을 바로 세운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가치관을 다시 정립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고요.”
― 지금도 내부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없는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표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에 누를 계속 끼치고 있습니다.”
― 이재명 대표가 정계은퇴라도 해야 할까요.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는 거야 큰 문제가 있겠습니까. 의원직 존속 여부는 올 상반기에 선거법 재판 결과가 나오면 자연스레 정리가 될 거고요. 다만 당대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 대표 소환이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야당 대표 소환이 정치적 탄압일 수는 있죠. 그런데 이 대표가 무슨 국가보안법으로 조사받았습니까? 이런 야당 대표가 어디 있었습니까? 이런 사람이 야당 대표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거지, 소환조사 받아야 하면 받는 게 당연합니다. 공인(公人)이 특정 인물을 일부러 두둔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닌 얘기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리더십은 영웅적 리더십이 아닌 협업 리더십입니다.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얘기를 언제까지 들어야 합니까. 이재명 방탄국회 한다고 국회를 볼모로 잡고 있다 보니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있잖아요.”
― 대통령 신년인사회 이재명대표 초대 건은 어떻게 봅니까. 대통령실은 초대했는데 안 왔다고 하고, 이재명 대표 쪽은 몰랐다는 반응인데요. 대표 비서실장은 초대장을 ‘메일로 띡’ 보낸 게 문제라 하죠.
“중요한 초대를 메일로 먼저 보낸 사람도 좀 그렇긴 하지만 또 초대장 보낼 땐 사람 보냈다잖아요. 비서실장이 메일을 안 봤다면 일을 제대로 못 한 거고, 봤다면 속이 좁쌀 같은 거죠. 이 대표가 진짜로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모르지만, 야당 대표라면 그런 자리 불편하더라도 가서 야당에 힘 실어주고 협치한다는 모습 보이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가서 윤 대통령한테 협치하자고 큰소리도 치고. 이재명이라는 한 사람이 가는 게 아니잖아요.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가는 거지. 본인 입장에선 다른 뜻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쉬웠습니다.”
― 윤 대통령과 법조계 선후배 사이인데요.
“저도 신림동 고시촌에 있으면서 사법시험에 늦게 합격한 사람이고 윤 대통령도 그렇죠. 연수원 한 기수 차이입니다.(윤 대통령은 1960년생, 연수원 23기이고 이 의원은 1955년생, 연수원 24기-편집자 주) 제가 국회 법사위원장 할 때 검사였고, 사람이 어떤지는 제가 잘 알지요. 윤석열 검사는 꾸밈없고 확실한 것 좋아하고 통이 큰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좁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검사 시절엔 눈치 보는 게 없었고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찍어준 것 같은데 지금 모습을 보면 다릅니다. 여러모로 아쉬워요.”
조선일보 권세진 기자 sjkwon@chosun.com월간조선
01.26 정신의 바바리맨들
연초에 국회사무처가 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의 작품을 철거하는 일이 있었다. 참여 작가들과 주관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철거된 작품들은 결국 김어준의 벙커1에 옮겨 전시됐다. 작품들이 수준에 어울리는 공간을 찾은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옮겨 간 전시회의 제목. ‘굿바이 in 서울_망명작가전.’ 이 소식을 전하는 어느 유튜브 채널은 썸네일에 이런 자막을 띄웠다. “국회에서 쫓겨난 굿바이전 시민품으로. 윤 정권 탄압이 거꾸로 시민언론 키운다.” 탄압받는 망명 작가 코스프레를 한 셈인데, 어딘지 영 어색하고 군색하다.
그럴 만도 하다. 철거를 명한 국회 사무총장 이광재씨는 민주당 소속으로 도지사까지 했던 인물이다. 게다가 “국회를 모욕의 목적으로 쓰는 건 옳지 않다.”며 사무총장의 철거조치에 힘을 실어 준 국회의장 역시 민주당 출신이다. 그러니 이게 탄압이라면, 그 주체는 정권이 아니라 민주당인 셈이다.
국회서 철거된 ‘굿바이전 인 서울’
풍자는 없고 수준 낮은 적개심만
민주화 빈자리 채운 증오와 혐오
작가·주관자들의 치부 드러낸 꼴
만화가 박재동이 규탄성명서를 읽는 장면은 한편의 부조리극이었다. 주례를 부탁하러 온 제자를 성추행하고, 수업 중 학생들에게 수시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인물. 그런 그가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투사 행세를 한다. 그걸 보며 그가 참 낯이 두껍다고 생각했다.
‘처럼회’ 의원들도 목소리를 냈다. “국회사무처는 이 같은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다.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 아니, 그렇게도 표현의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는 이들이 버젓이 폭탄으로 언론사를 폭파하는 장면을 그려 내걸 생각을 하는가?
국회사무처의 내규에 따르면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행사(제6조5호)’는 원래 취소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그저 그 작품(?)들이 국회라는 공간에 전시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실제로 그 그림들은 지금 벙커1에서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런 이상한 작품을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는 법. 거기서 그런 이상한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한껏 이상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들이야 내심 윤 정권이 탄압해주기를 원하겠지만, 야속하게도 정권에서 탄압을 안 해준다.
“저질스러운 것은 작품이나 작가, 주관한 의원들이 아니라, 바로 주호영 원내대표 같은 예술 문맹 정치인입니다.” 민형배 의원의 발언은 실소를 자아낸다. 예술을 좀 아신다는 의원님이 들으시면 좀 섭섭하시겠지만, 40년 동안 미학 공부한 내가 보기에 저질스러운 것은 작품과 작가, 주관한 의원들이 맞다. 사실을 말하자면 주호영 대표는 그 작품들을 과대평가했다. 그것들을 ‘정치 포스터’라 불러주었기 때문이다. 정치 포스터도 하나의 예술형식이다. 그런데 문제의 작품들은 포스터 수준이 아니라, 남북한이 상대를 비방하기 위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열심히 날려대는 ‘삐라’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을 풍자할 수 있다. 하지만 ‘풍자’로 공감을 자아내는 데에는 고도의 정치적·예술적 감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작품들은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뭘 비판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보이는 것은 오직 특정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 상대 진영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뿐이다. 아마도 대통령 부부를 악마화하고 희화함으로써 대중들 사이에 그들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심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그 두 사람을 혐오하는 이들에게는 그 그림들이 카타르시스를 줄지 모르나, 그렇지 않은 이들은 그 작품을 보며 외려 작가와 주관자들을 혐오하게 된다.
사실 그 그림들은 대통령 부부보다는 외려 그림을 그린 작가들과 전시를 주관한 의원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옛날 초등학교 화장실벽에 그려진 유치한 낙서 같은 그림들. 그 속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형편없이 망가진, 민주당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의 정신세계다. 왜 이렇게 됐을까?
민주당을 지탱해온 ‘큰 이야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민주화 서사는 시효를 다했다. 그 공백을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자디잔 이야기들’, 예를 들어 김어준류가 생산하는 음모론이나 그쪽 유튜브 매체들이 유포하는 가짜뉴스들로 채워왔다. 그 대부분은 물론 증오와 혐오의 콘텐츠들이다.
전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고 미학적으로도 실패했다. 이번 전시는 혹독한 시절 민중을 위해 붓을 들었던 민중미술의 정신마저 저급한 김어준식 선동정치의 영향권 아래 포섭되었다는 것을, 즉 파국을 맞은 진보 진영의 일반적 운명에서 민중미술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2023 굿바이전’의 작가들이 그 작품들을 통해 전시한 것은 황폐해진 자신들의 정신상태다. 애써 감추어야 할 치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그 전시의 참여자와 주관자들은 길거리에서 코트를 활짝 벌리는 ‘바바리맨’을 닮았다.
중앙일보 진중권 광운대 교수
01.26 이재명이 정성호의 고언 경청해야 할 이유
“수사 왜 안 하냐고요? 이재명 지사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고 있지 않습니까. 검찰이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면 수사하자’고 합니다.”
2018년 6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지사)를 뇌물죄 등 혐의로 고발했던 장영하 변호사는 수사에 진척이 없자 분당경찰서를 찾아가 따진 끝에 이런 고백을 들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방송토론회에서 친형을 입원시킨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한 혐의로 재판받아온 이 대표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게 2020년 7월이니, 검경은 고발장이 접수된 지 2년 넘게 ‘간’만 보며 이 대표 재판 결과에 따라 수사를 할지 말지 정하려 한 꼼수를 부린 정황이 짙다. 아니나 다를까. 이 대표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경찰은 계속 수사를 뭉개다 3년이 넘은 2021년 7월 ‘무혐의 불송치’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고발인의 이의 제기로 사건은 종결되지 않고 검찰로 넘어갔다. 하지만 ‘친문’ 박은정 지청장(당시) 산하의 성남지청에서도 수사는 공전을 거듭했다. 이에 반발한 박하영 차장검사가 사표를 내는 등 갈등이 커지자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사건을 이첩받은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9월 의혹의 실체를 인정,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수사가 지금까지 진행되온 것이다. 즉 이 사건은 단 한 번도 무혐의 처분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 안팎에선 “이미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이라는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개인 수사가 ‘정치보복’이란 야당
“사법리스크는 본인이 대응해야”
‘친명 좌장’의 소신 발언 곱씹어야
대장동 의혹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후보 측이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문재인 검찰은 ‘꼬리 자르기’ 수준의 수사에 그쳤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이 제대로 파고들자 친문 김명수 대법원장 산하의 법원조차 이 대표 최측근 정진상·김용의 구속영장을 발부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민주당 안팎에선 ‘윤석열 검찰의 보복 수사’란 주장만 난무한다.
대장동 비리는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니다. 지난 9일 경기도 가평군에선 전·현직 공무원 4명이 브로커·지방지 기자의 청탁·압력을 받고 청평호 불법 레저 시설에 축구장보다 넓은 수면 독점권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지자체-업자-브로커-지역 언론이 유착해 사익을 챙긴 형국이 대장동 판박이다. 웬만한 지자체마다 이런 의혹이 비일비재하다니 원조 격인 대장동 의혹을 엄단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토착 정경 비리 천국이 될 것이다.
‘이재명 지키기’용 가짜뉴스와 방탄 추태가 판치는 민주당에서 역설적으로 상식에 부합하는 언행을 하는 이가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이다. 그는 지난 5일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는 내가 당당하니 걱정하지 말고 당은 민생에 집중하라’는 입장을 취하는 게 맞는다”고 말한 데 이어 10일 이 대표의 성남지청 출석 현장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정 의원에게 직접 발언의 진의를 물어봤다. 그는 “난 이재명이 무죄라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검찰이 이런 사건 수사했다가 무죄 나온 게 한두개냐. 그러나 (수사와 관련해) 이 대표가 아무 얘기가 없으니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나. 따라서 ‘수사는 내가 대처할 테니 당은 민생에만 충실하라’고 밝히며 의연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쪽에서 이 발언이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던가”고 질문하니 “그런 일 없었다”고 했다. “친명 좌장이니 수사와 관련해 이 대표와 얘기를 나누지 않나”고 물으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난 이 대표와 전혀 얘기 안 한다. 안부 전화나 하는 수준이지, 수사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한다. 그건 당에서 다룰 문제다. 또 이 대표 본인이 (수사에) 전문가라고 하는데, 내가 무슨 얘기를 하겠나. 그리고 날 ‘친명 좌장’이라 부르지 말라. 당에 친명계가 어디 있나. 난 갈라치기에 질색하는 사람이다. 대선 끝나고 이른바 친명이란 의원들과 밥 한번 먹은 적이 없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이 상정되면 어쩔 건가”는 질문에 정 의원은 “의원들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부결’이 당론으로 정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비밀투표”라며 대표라도 당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일축했다.
정 의원은 통화 말미에 이렇게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민을 믿고, 사법부를 믿고 의연하게 가면 된다. 대표로서 할 일이 수사 대처만은 아니지 않나. 제1야당 지도자로 할 일을 하면 된다. 재판 결과 무죄가 나오면 대통령 되는 거고, 유죄가 나오면 어려운 것 아니겠나” 이 대표가 곱씹어볼 조언이 아닐까.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1.27 배구선수 김연경‧가수 남진과 함께한 김기현, 어떤 인연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은 27일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준 김연경 선수(왼쪽)와 남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배구선수 김연경, 가수 남진과 함께한 사진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어제는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편안한 저녁을 보냈다”며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에 힘입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김연경과 남진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고, 김 의원은 두 사람 사이에서 꽃다발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만남이 이뤄졌다. 김연경과 남진은 김 의원을 공개적으로 응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오는 3월 8일 열리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사실상 김 의원과 안철수 의원 양자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25~26일 전국 성인 남녀 1009명(국민의힘 지지층 4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0%로 당 대표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안 의원은 직전 조사(17.2%, 3위)보다 16.7%포인트 증가한 33.9%의 지지율을 보이며 2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국민의힘 지지층 ±4.8%p)다. 조사는 무선 90%·유선 10% 자동응답 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1-27 ‘백현동 피의자’도 된 李 더 이상 묵비권 뒤에 숨지 말라
대장동 특혜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28일 검찰에 출두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특혜 의혹의 피의자로 검찰에 추가 송치된다. 백현동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해왔는데, 관할 검찰인 수원지검 성남지청 대신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다고 경찰 측이 27일 밝혔다. 이 대표는 대장동과 같은 배임 혐의를 받고 있으며, 같은 사건 피의자에는 정진상·유동규 씨도 포함됐다. 백현동 사건의 경우 성남도시개발공사라는 중간 기관이 있는 대장동 사건과 달리, 민간업자가 직접 인허가 특혜를 받은 사안이고, 이미 이 대표가 연루된 정황도 여럿 드러났다.
백현동 개발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대책본부장이던 김모 씨가 시행사에 영입된 이후 성남시는 자연녹지이던 부지 용도를 4단계 높여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줬다. 100% 민간 임대 주택 건설 계획이 임대 10%, 분양 90%로 변경됐다. 시행사는 3000억 원대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가로 김 씨는 시행업자에게 업체 지분 50%를 요구했고, 재판 끝에 70억 원을 받으라는 화해 결정을 받았다. 감사원 의뢰로 수사를 한 경찰은 김 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 18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 “공공기관이전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가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성남FC 후원금과 대장동·백현동 관련 혐의만으로도 일반 시민이라면 벌써 구속 수사가 이뤄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관련 검찰 조사에서 서면진술서만 제출하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출두 날짜를 정했다. 검찰은 최소 2차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1차례만 받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근들은 이번 조사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의 지위를 계속 갖고 있다면, 정치 지도자로서 검찰 신문에 성실하게 답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반대로 이번에도 묵비권 뒤에 숨으려면 먼저 당 대표직부터 내려놓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문화일보 사설
01-27 진중권 “이재명, 정치생명 끝…감옥에 가봐라, ‘나 죄있다’는 사람 있나”
CBS 라디오 출연해 “검찰에 여러 증거 확보돼 있어, 그 사람 말을 왜 믿나”
“정치인 중 내 죄 있소 하고 끌려간 사람 없어…곽상도도 정치탄압이라고 해”
“정치생명 끝난 그분에 목숨 걸면 당 전체가 수렁으로”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 오는 28일 검찰에 출석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26일 오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그 사람 말을 왜 믿나”라며 “검찰에서 지금 보면 여러 가지 증거들이 확보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감옥에 가보라. 죄가 있어서 온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여태까지 정치인들 중 ‘한 번도 내 죄 있소’하고 끌려간 사람이 있었는가. 곽상도(전 의원)도 뇌물 50억 원을 받아도 정치탄압이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치생명이 끝난 그분(이 대표)한테 목숨을 걸 경우 당 전체가 수렁으로 끌려간다”며 “그런 데도 의원들이 왜 그러는가. 강성 당원에 어필을 하고 공천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해야 하는데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 당을 갖다가 져버리는 사람들”이라며 “놀라운 건 민주당 사람들이 자신들의 당을 나보다도 걱정을 안 한다. 저는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데 대해선 “당헌(80조)이 (기소가 되면 당직자들은 물러나도록) 규정을 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당원이 만들었으면 지켜야 한다. 한 사람을 위해 예외를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곽선미 기자
01.28 6평 집무실서 시작된 못난이 김치 의병운동 “나는 장돌뱅이 도지사”
[이옥진 기자의 진심]
’못난이 김치’ ‘의료후불제’ 등 파격
취임 6개월 김영환 충북지사의 실험

▲김영환 충북지사가 도청 내 자신의 ‘6평’ 집무실에서 ‘못난이 김치’를 들어 보이며 웃었다. “못난이 김치는 쇄빙선이에요. 이 김치가 개척한 길에 못난이 감자, 고구마, 사과, 복숭아 등이 줄을 이을 거예요.” 못난이 김치를 비롯해, 충북의 매력을 입이 마르게 설명하는 그는 마치 신명 난 장사꾼 같았다. 그는 “충북은 (인접한) 바다는 없지만, 꿈의 바다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못난이 김치’는 김치만은 우리 것을 먹자는 ‘김장 의병 운동’이자, 버려지는 농산물을 도시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못난이 컬리’입니다. 생긴 건 못났지만, 맛은 정말 잘났답니다, 하하!”
도지사인가, 장사꾼인가. 현란한 말솜씨에 감탄하던 찰나, 그가 자못 진지해졌다. 대뜸 “날 비호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말도 많고 뺀들뺀들해서.”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튀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혁신하지 않으면, 몸부림치지 않으면 충북은 가라앉을 게 뻔하니… ‘잘난이 김치’면 누가 봐주겠어요, ‘못난이 김치’니까 보는 겁니다.”
취임 6개월 차인 김영환(68) 충북지사는 매우 튀는 사람이다. 삶의 궤적부터 그렇다. 노동운동가, 4선 국회의원과 장관, 치과의사이자 등단 시인. 사람들은 그를 ‘튀는 사람’이라 좋아하고, 또 싫어했다. 2016년 총선에서 낙선하자 사람들은 ‘김영환은 끝났다’고 수군댔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치과 일을 하면서 계속 선거에 나섰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다 지난해 정권교체 바람을 타고 충북지사에 당선됐다.
취임하자마자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관사를 반납하고 자비로 월셋집을 구했고, 해외 출장 시 항공편은 이코노미석을, 호텔은 비즈니스 호텔을 이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못난이 김치’를 비롯해 ‘진료비 후불제’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등 세상에 없던 사업과 정책도 시작했다. 그의 페이스북엔 “충북의 벤투가 되고 싶다” “예산이 봄비처럼 줄줄 샌다” 같은 글들이 매일 같이 올라온다. “신선하다”는 기대와 “쇼맨십”이란 우려가 엇갈린다.
이달 중순 충북도청에서 김영환을 만났다. 기존 88㎡(약 26.6평) 크기의 도지사 집무실을 직원 회의실로 바꾸고, 자신은 손님 대기 공간이었던 곳을 집무실로 쓰고 있었다. 새 집무실 면적은 20㎡(6평). “이것도 넓어요. 권위는 넓은 사무실과 거대한 책상, 육중한 소파에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창조적 혁신과 도민의 지지에서 나오는 거지.”
▲충북도청 내 도지사 집무실. 기존 집무실 크기의 4분의 1 수준이다. /충북도
◇충북의 벤투가 되고 싶다
-’못난이 김치’가 인기다.
“도(道)가 배추 재배 농가와 김치제조업체를 연결해 겉모양이 못생긴 배추를 김치로 만들어 파는 것이다. 포기김치 10㎏이 3만원 정도 된다.(시중 김치는 5만원대) 지난달 한국외식업중앙회 사이트에서 팔았는데, 6시간 만에 계약 물량 10t이 완판됐다. 지금 계약된 것만 200t이 넘고, 일본·미국·베트남 등 해외 수출도 시작됐다. 저가로 파고드는 중국산 김치에 맞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김치의 정체성도 살리고 농민의 자존심도 살리는데 이게 의병 운동이 아니면 무엇인가?”
-도지사 아이디어인가.
“4년 전부터 괴산에서 고구마, 옥수수, 콩 등 농사를 짓고 있다. 아들하고 며느리가 귀농해서, 온가족이 함께 짓는다. 그런데 배추 농사 하는 농민들을 보니 좋은 배추만 팔고, 절반 이상을 버리더라. ‘이걸 버리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못난이 김치’를 고안하게 됐다.”
-지난 9일부터 시행된 ‘의료비 후불제’도 화제다.
“전 세계 80억 인구 중 나만 생각한 일이다, 하하! 자동차, 휴대폰은 다 후불로 살 수 있는데, 왜 병원 진료는 선불이어야 하나? 누군가 돈 때문에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죽는다고 치자. 우리 국민으로서 살 권리, 앞으로 수십 년 경제활동 할 권리를 뺏는 것 아닌가. 사실 돈 있는 사람들은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로 진료를 받는데, 어려운 사람들은 카드가 없어 수술도 입원도 못 하고 죽어간다. 의료비 후불제는 취약계층이 우선 치료부터 받고, 의료비는 나중에 낼 수 있게 순서만 바꾼 것이다. ‘문재인 케어’와 같은 포퓰리즘 정책과는 전혀 다르다.”
-돈 버는 데 열심이다. ‘세일즈맨 도지사’란 별명도 생겼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기업 투자 26조8000억원, 예산 8조3065억원을 확보했다. 나는 세일즈맨보단, 장돌뱅이에 가깝다. 무조건 발로 뛴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온갖 곳 다니며 투자설명회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들을 직접 찾았다. 여의도, 용산, 세종시도 종횡으로 다녔다. 한 번 서울 올라가면 국회의원, 기업인을 비롯해 20명, 30명씩 만난다. 8조원을 갖고 80조원, 800조원을 만들어 충북 사람들 다 먹여 살리는 게 내 책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했다. 직접 도정을 맡아보니, 허투루 쓰인 예산이 많던가.
“거의 전부가 허투루였다. (지자체가) 그냥 주는 시민단체 보조금이 대표적이다. 충북도립대의 경우 취업률, 교수 연구실적 등이 전국 최하위다. 그런데도 연간 180억원의 돈이 들어간다. 특단의 개혁을 통해서 대학다운 대학으로 바꿔놓을 생각이다. 청남대(옛 대통령 별장)는 매년 30억원 적자에 허덕인다. 100억원을 벌어도 시원찮은데, 30억원 적자라니 이거야말로 허투루 아닌가. 직원들 얘기 들어보니 청남대에서 (규제 때문에) 커피 한 잔 못 팔게 했다더라. 커피를 못 팔게 하면 바깥에 커피차를 갖다 놓고 팔면 되고, 취사를 못하게 하면 도시락을 팔면 되는 것 아닌가. 두고 보라. 청남대는 앞으로 수십억 흑자를 내게 될 것이다.”
그는 김대중(DJ) 대통령이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언급했다. “우리 지도자들은 상인의 현실감각이 너무 부족하다. 도정이든 국정이든 민생을 중심으로, 밥그릇을 튼튼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아무튼, 주말>과의 인터뷰 도중 김영환 충북지사는 스크린에 지도를 띄웠다. 그는 "그동안의 내륙 소외는 지역 불균형과 농촌 소멸을 가져왔다"면서 "'내륙의 발견'은 국가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부내륙선(철도)의 고속화·복선화, 청주~김천 연결, 청주공항 확장 등을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충북은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는 조건을 가진 곳”이라고 했다.
“바다가 없고, 백두대간에 막혀 있어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 댐과 국립공원이 많다는 이유로 규제도 과도했다. 국가 성장 전략이 1970~80년대 동해안 중심, 1990년대 이후 서해안 중심으로 행해지면서, 희생만 강요받아왔다. 이런 한계들을 극복하려면 치열하게 몸부림쳐야 한다. 충북은 대한민국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757개의 아름다운 호수와 준엄한 산맥을 갖고 있다. 중부내륙선(철도) 고속화·복선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청주공항 확장 등을 통해 국토 균형 발전의 중심으로 만들 것이다.”
-’지방소멸’과 ‘저출산’이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방소멸 문제는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 예컨대 도시는 인력이 남아서 문제고, 농촌은 모자라서 문제 아닌가. 충북에선 도시의 유휴인력을 농촌에 투입하는 ‘도시농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4시간 일하면 6만원을 받는데, 이중 60%는 농가가, 40%는 도가 부담한다. 도시와 농촌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거다. 저출산도 마찬가지다. 보육, 의료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충북은 5년간 1100만원의 출산육아수당을 지급하는데, 이것만으로 출산율이 오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사내에 어린이집을 설치하면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 중이다. 충북은 먼저 도전하고 실험하는 ‘테스트 베드’가 될 것이다.”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운동권 출신답지 않게 사고의 폭이 넓고 아이디어가 많다’는 평이 있더라.
“하하! 운동권의 창조적 사고를 막는 장애물이 셋 있다. 시장을 모르고, 경영을 모르고,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모른다는 것. 우물 안 개구리가 국가를 경영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보지 않았나. 내 신조가 ‘두잉 퍼스트, 섬싱 디퍼런트(Doing First, Something Different·다르게 생각하고, 최초로 도전하라)다.”
◇文과 李의 노선은 DJ 노선 아니다
연세대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재야에서 이름을 날린 김영환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치과의사로 살면서는 채워지지 않는, 사회 변혁에 대한 꿈을 좇기 위해서다. “소의(小醫)는 병을 고치나, 대의(大醫)는 가난을 고친다는 말이 있다”는 게 첫 출마의 변이었다. 공단이 많은 경기 안산 지역에서 15·16·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0번의 선거에 나가 5번 당선되고 5번 낙선했다. 2007년과 2012년엔 대선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DJ는 생전에 김영환을 ‘우리 당 국회의원이고, 전기기술자에 시인이자 치과의사’라며 자랑스럽게 소개했다더라.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선되자마자 당의 정세분석실장을 맡게 됐다. 이듬해 대선 때는 내가 맡은 당직이 13개 정도 됐다. 연청(DJ의 청년정치조직) 회원도 아닌데 중앙회장을 맡은 건 나밖에 없다. 동교동계도, 호남 출신도 아닌데 예뻐하셨다. 최연소 (과기부) 장관에도 발탁해 주셨고. ‘과감하게 큰 정치를 하라’고 하셨다.”
-열린우리당 창당에 반대했다가 17대 총선에서 떨어지는 등 시련을 겪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말씀드렸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 불행해진다고.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게 비상식 아닌가. 결국 어떻게 됐나. 분열을 먹고 자란 ‘뺄셈의 정치’가 나라를 두 동강 내지 않았나.”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는데, 국민의당을 거쳐 지금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자리 욕심 때문인가?
“나는 오히려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람이다. 내가 양지를 찾아 다녔다면, 다섯 번이나 낙선할 수가 없지 않나. 정세균·추미애 같은 이들과 정치를 시작했는데, 이들은 국회의장, 당 대표 등을 두루 했다. 나는 2003년부터 20년 가까이 비주류만 했다. 친노를 겪고 절대 비주류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훨씬 더 심한 친문과 친명이 등장하더라. 당초 아내와 아이들은 ‘당을 바꿔가면서까지 (정치를) 해야 하냐’고 했는데,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이재명과 맞붙으면서 가족의 의견이 처음으로 하나가 됐다.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고. 그는 절대 반성하지 않는 사람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했다.
“대장동 게이트, 성남FC 후원금 문제,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사건 등을 제기했다. 5년이 흐른 지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변절자’란 비판도 있다.
“우선 DJ 정부 시절, 북한이 핵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 부끄럽고 (국민에게) 죄송한 일이다. 북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나는 지금 나의 길이 과거의 민주당이 추구했던 노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추진 중인 모든 정책은 서민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민주당보다 더 개혁적인 정책이다. 지금 민주당은 DJ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만한, 진영 논리에 경도된 정당이다. 문재인과 이재명의 노선은 DJ의 노선이 아니다. 나는 그들과 같은 배를 타는 동안 끝없이 경고하고 비판했다. 듣지 않더라. 그들의 행렬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 직책 없이 합류했다.
“불러주지 않으니까, 하하! 윤석열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데서 온 용기였다. 2007년 대선 때 고건을, 2012년 때 안철수를 밀었는데 후보들이 중도에 포기했다. 윤 대통령도 집에 갈까 봐 걱정했는데, (윤 대통령이) 만나자고 전화를 했기에 ‘마음을 단단히 가져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그때 ‘저 멘탈 강합니다!’고 하더라.”
-화물연대가 불법 파업에 들어갔을 때 윤 대통령에게 ‘양심의 독재자’가 되라고 했던데.
“지도자가 언론이 좀 때린다고 해서, 지지율이 좀 안 나온다고 해서 흔들리면 안 된다. 대한민국 건국을 이룬 이승만, 경부고속도로를 만든 박정희, 하나회를 척결한 김영삼, 한일 관계를 정상화한 김대중, 한미 FTA를 체결한 노무현처럼 지금은 어렵더라도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한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가야 한다. 윤 대통령 취임 뒤 우리나라의 바이털사인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지 않나.”
-그래도 쓴소리를 한다면.
“사람을 더 넓게 써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정치를 하면서 가장 잘한 일과 못한 일은 뭔가.
“잘한 일은 윤석열 정부 출범을 도와 ‘상식의 나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 못한 일은 노무현 탄핵에 앞장선 일이다. 탄핵 역풍이 새천년민주당의 몰락을 가져왔고, 그게 친노·친문·친명의 패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무학의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
시인 황지우는 김영환의 시집 ‘꽃과 운명’의 발문에 이렇게 썼다. “(김영환의) 첫인상은 너무 잘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운동이니 정치니 하는 세속의 먼지 떠 있는 법석에 함께 있다는 것이 언뜻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연세대 치대를 나온 김영환은 외모와 학벌 덕에 ‘부잣집 아들’이란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1955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산골에서 태어났다. 무학의 부모는 중국집 주방장과 노점상을 해 5남매를 키웠고, 그는 가족을 가난에서 구하기 위해 치과대학을 택했다. 하지만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투옥·수배 등을 겪었고, 대학은 15년 만에 졸업했다.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나.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다. ‘뒤주에 쌀이 떨어지면 밥을 굶는다’는 아버지 말씀이 내 좌우명이다. 고아였던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겠다는 생각이 강한 분이었다. 철저히 대비하지 않고는, (자식) 다섯 놈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 그런 말을 하신 것 같다. 내게 현실 인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셨다.”
-얌전히 공부해서 치과의사가 될 생각은 없었나.
“대학 때 을지로에서 야학을 했는데, 거기 온 노동자 친구들이 너무 불쌍했다. ‘사회를 변혁해야겠다’ ‘유신을 반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하게 됐다. 학교 다닐 때 인기가 좋아, 나 따라 운동한 후배들이 많았다. 당시 연대 학생운동의 배후가 나였다, 하하!”
▲김영환 충북지사가 전기기술자로 일하던 당시의 모습. /충북도
그는 80년대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서울 여의도·충북 청주 등에서 기름때 묻은 ‘뺀찌(펜치)’를 차고 다니며 기술자로 일했고, 전기안전관리기사 등 자격증 6개를 땄다. 부천에서 단순조립공 생활을 하기도 했다.
-시는 어떻게 쓰기 시작했나.
“서울구치소에서 ‘빵투(감방투쟁)’를 했더니 홍성교도소로 이감을 시키더라. 그게 1978년이었다. 면회·도서열독·세면·운동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러다 실어증 걸리겠다’ 싶더라. 어느날 문틈에 뾰족이 나온 가느다란 못을 발견했다. 그 못으로 회벽에 시를 적기 시작했다.”
김영환은 1986년 등단했고, 1000여 편의 시를 발표했다. 조립공 시절 ‘김해윤’이란 필명으로 쓴 시 ‘단순조립공의 하루’는 훗날 민중가요로 만들어졌다. 시집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1994) ‘돌관자여, 흐르는 강물에 갈퀴손을 씻으라’(2010) 등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21년엔 아내 전은주와 함께 광주민주화운동증서를 반납했다. 당시 범여권 의원들이 민주화 유공자 가족 등에게 교육·취업·의료·주택 지원을 하는 내용의 ‘민주유공자예우법’을 발의한 것에 반대하면서다. 국가보훈처장 앞으로 보낸 편지에 그는 이렇게 썼다. “저와 아내의 민주화를 위한 작은 희생조차도 그동안 너무나 과분한 대우를 국민으로부터 받아왔습니다. 저희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할 때는 결코 이런 보상을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그의 아내 전은주씨는 2021년 4월 '민주유공자예우법'에 반대, 광주민주화운동증서와 명패를 반납했다. 김 지사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과거 민주화 운동 동지들의 위선과 변신에 깊은 분노와 연민의 마음도 갖게 됐다"고 했다. 사진은 같은 해 5월 부부가 본지와 인터뷰 하는 모습. /남강호 기자
-아내는 어떤 사람인가.
“노동운동을 하다 만났다. 숙명여대 출신인데, 운동권으로 따지면 내 선배 격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았어도, 한 번도 바가지 긁은 적이 없다. 95년 정계에 입문할 때 아내에게 문학·사업·정치 중 앞으로의 인생길을 택하라고 했더니, 정치를 권하더라. 내가 정치를 하면서, (아내가)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게 됐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
-가장 잘 맞는 직업은 뭐였나.
“치과의사. 내가 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선생님한테 치료받으면 안 아프다’는 것이었다. 비법은 자상함. 주사 한 대를 놔도 그냥 놓는 게 아니라, 왜 놓는 거고 어디에 좋은지를 설명했다. 그래서 병원이 항상 잘됐다. 하지만 치과의사는 진료비 후불제, 못난이 사과 같은 것은 못 하지 않나. 정치와 정책으로 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많다.”
-올해 예순여덟이다. 열정의 원천은?
“창조적 희열의 순간에 사람은 늙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구상하고, 사업을 벌이고, 성과를 거두는 것! 이만큼 행복한 게 없다.”
조선일보 이옥진 기자
01-30 검찰에선 진술 거부하고 장외투쟁 한다는 민주당 퇴행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했지만,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 때까지는 국회의 압도적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 국회의원의 ‘국익 우선’ 의무(국회법 제24조)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최근 민의에 승복하고 국정 책임을 분담하겠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거대 야당이다. 그런데 갈수록 이런 당위를 저버리고 ‘이재명 방탄 정당’으로 퇴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민주당을 위해서는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고 나온 직후에 장외투쟁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 혐의들은 대표로서의 활동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대부분 사건도 문재인 정부 시절에 수사가 개시됐다. 검찰을 상대로 반박하든, 법정 투쟁을 벌이든 이 대표 개인이 감당해야 하고, 민주당이 당력을 총동원해 길거리로 뛰쳐나갈 일은 아니다. 국회 다수당임을 고려하면 더욱 어이없다. 소수 정치 세력이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작 이 대표는 28일 12시간 넘게 진행된 조사에서 준비해간 33쪽 분량 서면진술서를 제시하고 “여기 다 있다”는 식의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외투쟁을 겁박하는 것은 법리 측면에서는 불리하기 때문에 정치 공방으로 몰아간다는 의심을 자초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직자가 부패 등 혐의로 기소되면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당헌 제80조도 무시할 태세다. 그러면 제1 야당이 사법 질서를 무시하는 당으로 인식될 것이다. 31일에는 이 대표 최측근이라는 정진상 전 대표정무실장에 대한 재판도 시작된다. 이 대표나 민주당이 사법 절차를 가로막을 수는 없다. 민주당은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부의 여부를 묻는 표결을 강행하려고 한다.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의 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쌀 농가엔 단기적 도움이 되겠지만, 농업 혁신 등 백년대계를 가로막는 법이다. 가결된다면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불가피하다.
이 대표의 진술 거부에 따라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로 또 시끄러울 것이다. ‘피의자 이재명’ 때문에 민주당도 국회도 국정도 수렁에 빠져든다. 대표직에서 물러나 사법 리스크는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 민주당을 구하고 나라도 위하는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1-30 李 ‘대표 방탄복’ 벗는 게 순리인 이유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 前 한국선거학회 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2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형법(배임) 및 이해충돌방지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는 검찰 포토라인에서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법치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는 “진실이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을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자 검찰 소환을 앞두고 ‘30조 원 추경’ 카드와 ‘민심 경청 투어’ 등으로 여론전을 펼쳤다. 그러나 민심은 이 대표와 민주당 에 냉소적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꺼내 든 ‘정치 보복, 야당 탄압, 검사 독재정권’ 프레임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TV조선 여론조사(19∼20일)에 따르면, 이 대표를 향한 수사에 대해 ‘여러 의혹을 밝히기 위한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이 57.1%로 ‘정치 보복 목적의 정당하지 못한 수사’(36.3%)를 압도했다. 이 대표는 2017년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을 이용해 법질서를 어기며 사익을 취한 자들에 대한 단죄가 정치 보복이라면 그런 정치 보복은 끊임없이 초강도로 계속되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본인이 말한 대로 하는데 무슨 정치보복이고 검찰 독재인가?
한편, 이 대표의 직무 수행 평가는 아주 낮고 비호감도는 너무 높다. JTBC 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표가 당 대표직 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7.6%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대선 때 자신이 얻은 득표율(47.8%)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 대표에 실망한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응답자의 62.6%는 이 대표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비리 사건과 연루된 이 대표 최측근 모두 구속되고 재판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검찰의 소환 조사는 계속될 것이고 재판도 이어질 것이다. 이쯤 되면 이 대표는 방탄조끼인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 게 순리다. YTN·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조사(22∼23일)에서 이 대표의 검찰 수사에 대해서 ‘개인의 비리 수사’라는 응답(53%)이 ‘야당 탄압용 정치 수사’(33.8%)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데 당을 동원해 자신의 비리 의혹을 막으려는 ‘묻지 마 방탄’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당은 죽더라도 나만 살면 된다는 ‘자생당사’일 뿐이다. 공당의 대표라면 거꾸로, 내가 죽더라도 당은 살려야 한다는 ‘당생자사’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YTN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 이상(63.8%)은 검찰이 기소할 경우 이 대표가 당 대표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방탄이 아무리 강해도 여론이 주도하는 ‘정의와 상식의 창’을 막아낼 수는 없다.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대표 검찰 수사에 대한 반격으로 장외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선 승복 없이 법치를 부정하고, 민생은 챙기지 않은 채 ‘이재명 방탄’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외투쟁은 민주당을 파멸시킨 제2의 조국 사태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진정 살려면 ‘이재명의 강’을 넘고 ‘민주당다움’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문화일보
01.31 李 개인 불법 문제 들고 거리로, 野 장외 투쟁 역사 오점 될 것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두 번째 검찰 소환조사 다음 날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 당 차원에서 거리로 나가 시위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장외 투쟁은 기본적으로 소수당이 쓰는 전략이다. 다수당의 일방 독주를 저지할 힘이 없을 때 거리로 나가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169석의 압도적 다수당이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 대선에 패하고도 법안과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 국회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정당이 국회 밖으로 나가 거리 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해 필요도 없는 1월 국회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방탄 국회이니 이미 의원 수십명은 해외로 나가고 본회의는 1월 30일에야 처음 열렸다. 장외 투쟁을 할 것이었다면 1월 국회를 소집하지 말았어야 했다. 민주당이 주도해 국회를 열었으면 그 국회 안에서 주장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국회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거리에선 이 대표 방탄용 여론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이날 심야 회의에는 이 대표도 참석했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이 명분이 서고 국민 지지를 얻으려면 이 대표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 대표는 형식상 소환 조사에 응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사 질문에 답하고 싶은 것만 한다. 중요한 물음엔 묵비권을 행사한다. 불체포 특권도 언제든 행사 가능하도록 방탄 국회까지 열어뒀다.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할 특권들이다.
이 대표는 많은 혐의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정면으로 해명한 적이 없다. 김만배씨의 천화동인 지분 절반 400억원 이상이 이 대표 본인 것이라는 증언이 한때 이 대표 측근들로부터 나왔는데도 설명이 없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30일에도 “그 지분은 이 대표 것”이라며 “공당 대표가 권력을 이용해 힘없는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고 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전부 다 민주당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민주당 의원 중에 대장동, 쌍방울, 백현동, 성남FC, 위례 등 사건을 미리 알았던 사람이 누가 있나. 이런 개인 불법 문제는 개인적으로 해명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다시 곧이어 당 대표가 되면서 개인 문제를 당 전체 문제로 만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하고 있다.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 돼 버렸다.
힘없는 소수 야당의 장외 투쟁은 국민 지지를 받은 적도 많았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이 그랬다. 그런데 그 반대 역시 많았다. 민주당의 2011년 한·미 FTA 비준 반대 시위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이 외면했고 당의 내분으로 이어졌다. 지금 이 대표 방탄용 장외 투쟁에 내심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민주당은 한 개인의 정당이 아니다. 이 대표 개인 문제는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대응하고 민주당은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책무다.
조선일보 사설
01.31 대표 개인 혐의 수사에 장외투쟁 나선다는 민주당
2차 소환 응한다면서 거리 집회로 진영 결집 노려
국가기관 흔들기 민주주의 위협, 검찰도 신속 수사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의 2차 소환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출석하면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지난 28일 대장동 사건 관련 출석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대표가 1차 소환조사에서 진술서만 제출해 추가 조사의 실효성 역시 의문이지만,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한 조사에 응하는 게 당연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검찰 독재이자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장외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어제 “당 차원에서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 규탄과 민생 파탄에 대한 국민보고대회를 이번 주말 서울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를 집중 견제하는 등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하겠다지만, 장외 여론전으로 검찰 수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노선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이 거리로 나가겠다는 처사는 부적절하다. 우선 이 대표가 수사받는 사안은 대부분 성남시장 시절 일이라 민주당과 관련이 없다. 이를 두고 공당이 피의자와 한 몸이 돼 장외 투쟁을 벌이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100일이 되는 5일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시민추모대회가 열린다. 민주당 내에선 이런 분위기에 올라타 ‘윤석열 정권 퇴진’을 거론하는 외부 단체들과 연대하고 문재인 정부 관련 다른 수사까지 엮어 우호 진영의 총결집을 노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의 행태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위험도 안고 있다. 표를 얻으려고 퍼주고 보는 ‘포퓰리즘 예산’과 함께 사법부·검찰 등 국가기관과 제도의 흔들기는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한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의 수사나 판결은 정당하고,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면 탄압이라고 주장하느냐는 지적을 민주당은 새겨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을 바꿔 당무위원회가 ‘정치 탄압’ 여부를 따져 구제할 여지를 뒀다. 이 대표가 정치 탄압을 외치는 게 ‘셀프 방탄’의 전조는 아닌가.
지금 서민은 난방비가 올라 시름하고 있다. 생필품 물가도 줄줄이 오른다. 고금리 여파 역시 밀어닥칠 것이다. 거리 투쟁을 계기로 진영 대립이 심해지면 민생 해법을 찾는 일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진실은 결국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가려져야 하는 만큼 검찰도 기소 여부를 서둘러 결정할 필요가 있다. 기소되면 이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유·무죄를 다투고, 민주당은 본래 자리인 의사당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
중앙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