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2-12/ 12.01 진중권 “유시민, ‘60 지나면 뇌 썩는다’ 입증하려 몸소 생체실험”- 12-31 박물관에 갈 불체포특권 누가 살렸나
정치(인) 이야기 2022-12/
12.01 진중권 “유시민, ‘60 지나면 뇌 썩는다’ 입증하려 몸소 생체실험”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 “‘60살이 지나면 뇌가 썩는다’는 (본인의) 가설을 입증하려고 몸소 생체실험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1959년생인 유시민 전 이사장은 만 63세다. 유시민 전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명단을 동의 없이 공개해 논란이 된 인터넷 매체 ‘민들레’를 통해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가 언론 유명세를 타기 위해 민주당 내부 비판을 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지난달 30일 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유 전 이사장 올렸다는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며 “(과거에는)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는데 사고방식의 조야함과 조악함에 진짜 놀랐다”고 했다.
진 교수는 “예를 들어 ‘조금박해’는 이재명 대표에게 해가 된다는 말은 쉽게 말해 이 대표를 비판하는 발언은 이적행위라는 주장이다”라며 “이는 국가보안법 논리 아니겠나. 자기가 싸웠던 괴물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자신의 발언은 민주당에 도움이 됐는가. 아니지 않나”라며 “이제까지 민주당이 그 사람 말대로 했다가 정권을 빼앗긴 것 아닌가”라고 했다.
진 교수는 “유 전 이사장이 젊은 시절에 ‘60이 지나면 뇌가 썩는다’는 흥미로운 의학적 가설을 내세우지 않았나”면서 “의학계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는데 이 가설을 입증하려고 몸소 생체실험을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지금 퇴장해도 아름답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보면서 다시 확신했다. 이제 민주당에서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30여 년 이상 기득권을 누려온 586세대는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역사의 역사> 저자이시기도 한 유시민 작가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12.02 도둑정치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벼랑 끝에 섰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태를 검찰의 정치 공작이라고 강변하지만 각종 인적·물적 증거는 이재명 대표를 가리킨다. 대장동 비리는 ‘누가 가장 이익을 보는가?’(쿠이보노·Cui bono)라는 법언(法諺)으로 조명 가능하다. 투자금 대비 1천배 이상 이익을 본 화천대유·천화동인을 최대 수혜자로 여기는 건 대장동 사태의 실체를 가린다.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정치 비자금 저수지가 대장동 비리의 본질이라는 의혹이 수사와 재판에서 사실로 증명된다면 대장동 사태는 6공화국 사상 최악의 도둑정치로 비화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의료 및 심리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뉴스1
도둑정치인(kleptocrat)은 정치권력을 악용해 공공 자산과 국민 세금을 약탈하는 자다. 군사독재 시대 끝물에 출현했던 전두환·노태우 전(前)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권력을 이용해 천문학적 뇌물을 받은 전·노 두 사람은 실정법과 민심의 법정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공정한 수사·감사 기구, 언론자유가 살아있는 국가에선 도둑정치가 발붙일 자리가 없다. 그런데 세계 10대 경제대국에서 희대의 도둑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뻔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대장동 범죄는 정치 진화의 시계바늘을 무법천지로 되돌린 파천황(破天荒)의 반동적 사태다.
하지만 도둑정치인이라는 중대 혐의가 이재명 대표 정치 생명의 종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대표는 모든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정치 이력을 돌아보면 대장동 범죄 의혹이 대법원 최종심에서 확정된다 해도 이 대표는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유죄 판결 후에도 결백을 주장하는 한명숙 전 총리 수뢰 사건이나 끝없는 변명으로 정치적 부활을 꾀하는 조국 전 법무장관 학습효과도 있다. 기사회생을 노리는 이재명 대표 최후의 보루는 법적 쟁송(爭訟)이 아니라 정치 투쟁이 될 것이다. 취임 반년 갓 지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촛불’을 제1야당 대표인 그가 우회적으로 고무하고 있는 이유다.
‘순결하고 정의로운 우리가 적에게 탄압받고 있다’는 집단 환상은 이재명 대표와 ‘개딸’이 보여주듯 모든 것을 적과 동지의 대결로 환원하는 파시즘으로 이어진다. ‘청담동 심야 술자리’ 거짓말로 나라를 어지럽힌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의 당파적 맹신이 사실과 이성을 압살(壓殺)할 때 스키조 파시즘(schizo fascism·정신분열적 파시즘)이 등장한다. 특권과 반칙을 즐기면서도 입만 열면 정의를 외치는 스키조 파시스트들에게 사실과 허위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국민을 동원 대상으로 여기는 파시즘과 전체주의는 인간을 사물로 격하시킨다. 공권력을 비웃는 도둑정치인을 정의의 사도로 떠받드는 정치 팬덤은 문자 그대로 착란적 현상이다.
대장동 비리가 ‘조국 사태’같은 진영 대결로 비화할 때 가장 이익을 보는 쪽은 이재명 대표다. 대장동 사태를 ‘야당 탄압용 정치적 수사’라고 믿는 40% 국민이 그 자양분이다. 그러나 대장동 수사를 ‘부패범죄에 대한 정당한 수사’라고 확신하는 50% 국민도 엄존한다. 둘로 갈라진 여론 지형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과 합리성의 위대함이다. 보수·진보 정권을 불문하고 부정선거와 언론탄압은 척결되어야 하고 도둑정치인은 나라의 공적(公敵)이다. 정치의 근본에 대한 이런 기초적 동의가 부재할 때 정치공동체는 붕괴된다.
좌파와 우파가 통치권을 다투는 이중권력 상태인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이 제1야당 대표이자 유력 대권주자를 ‘없는 죄를 만들어 감옥에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장동 범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데 민주당이 스스로의 미래를 도둑정치인에게 의탁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에 가깝다. 2021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전 총리는 예언적 경종을 울린 바 있다. 20대 대선 승리와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선 ‘대장동 복마전과 요지경’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내부 경고였다.
트럼프 전(前)미국 대통령의 ‘미국판 도둑정치’는 지난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거쳐 퇴조하고 있다. 국가를 진영대결의 난장(亂場)으로 만들어 사적 이익을 극대화한 트럼프의 쇠락은 미국 정치의 회복탄력성을 입증한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범죄로 서민 재산을 약탈해 사욕을 채웠다는 도둑정치 혐의를 받고 있다. 도둑정치인과의 동행은 깨어있는 한국 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한국판 도둑정치’를 추방해야 우리가 살고 대한민국이 산다.
조선일보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정치철학
12월 02일 민주당 ‘공영방송 영구 장악’ 꼼수, 與 반드시 막으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영구 장악’을 노리며 입법 꼼수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당은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최장 90일 숙의(熟議)’를 거치게 한 국회선진화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며 2시간50분 만에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민주당 출신 박완주 무소속 의원을 야당 몫의 조정위원으로 지명해, 안건조정위 구성의 ‘여야 3 대 3 동수’ 원칙을 ‘검수완박’ 때와 마찬가지로 짓밟았다.
민주당 저의는 KBS·MBC·EBS 등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를 현행 9∼11명 규모에서 21명씩으로 늘려, 진보 좌파 성향의 친(親)민주당 이사가 다수를 이루도록 제도화한 것으로도 확연하다. 이사 추천 몫은 국회 5명, 방송통신위원장이 선정하는 ‘미디어 관련 학회’ 6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피디연합회·방송기술인연합회 6명 등이다. 현재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 국민의힘이 “대다수는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거나 같은 성향으로, 결국 친(親)민주당·친민노총 사장을 뽑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공영방송을 ‘정권 나팔수’로 삼아온 민주당이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운운하는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2016년 야당이던 민주당은 추진하다가 2017년 집권당이 되면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게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식의 문 대통령 반대로 접었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여당(與黨)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야당이 기어이 꼼수 입법을 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02일 헌법상 政黨 요건도 이탈하는 민주당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여소야대의 불리한 정치 상황과 적대적인 공영방송으로 고전 중이다. 분명한 범죄 수사가 정치 탄압으로 둔갑해 정쟁이 일상화하고 있다. 법률안은 물론 예산안 처리도 거대 야당의 독재 앞에 정체 상태다. 다수결 원리는 타협과 절충을 필수 전제조건으로 하는 의사 결정 방식이다. 이 전제조건을 무시한 다수결은 다수의 횡포요 독재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대의민주주의는 대의의 신진대사를 바탕에 깔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를 다르게 한 이유다. 대통령과 국회가 다른 시기의 민의를 대변하지만, 최신 대의 세력의 정책을 실현하라는 헌법의 명령이다.
지금의 정치 상황은 이 헌법의 명령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2년6개월 전의 민의를 대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6개월 전 대통령 선거로 나타난 민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그의 수많은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민주당은 독단과 궤도 이탈의 보복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이 과연 우리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정당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조직과 활동의 사당화는 말할 것도 없고 6개월 전의 대통령 선거에서 표출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인 심판마저 무시한다.
헌법이 보호하는 정당의 자유를 남용해 대통령 퇴임을 공공연히 선동하는 정당이 과연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민주적인 정당일 수 있는가. 더욱이 전국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좌파 혁명 세력과 손을 잡고 기회마다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정당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는 명제는 자유의 남용과 악용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민노총 중심의 무리한 정치 파업으로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 민노총의 연쇄 파업은 극심한 사회 불안과 혼란을 일으켜 궁극적으로는 정부를 전복해 보겠다는 내란 선동의 의도가 있다고 본다. 이 점에서 민주당의 정권 퇴진 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
북한도 공공연하게 내란을 선동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선동에 동조하는 친북 세력이 지금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국민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좌파 세력의 좋은 활동 배양토가 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내란 선동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해 국민의 일상생활을 평화롭고 안전하게 보장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 정부는 생활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도 호소해야 한다. 정부의 법치 확립 노력에 동참하는 뜻에서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며 차제에 내란 선동 세력을 함께 척결하자고 간절하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투쟁적 민주주의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파괴 세력에게는 정당 활동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권자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을 무조건 퇴진하라는 정당과 시민단체는 헌법 파괴 세력이므로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들은 반드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만이 투쟁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헌법 파괴를 선동하는 표현의 자유는 없다.
문화일보
12.03 민주당 與 되면 방송 장악, 野 되면 “방송법 개정”
더불어민주당이 2일 공영방송 사장 교체를 어렵게 하는 방송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검수완박’ 때처럼 자기 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투입하는 꼼수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다. 국회선진화법이 보장한 90일 숙의 과정이 2시간 50분으로 단축됐다.
민주당이 절차를 무시하고 또다시 입법 폭주를 감행한 것은 이 법이 그만큼 자신들에게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공영방송들의 지원 없이는 여론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주당 법안은 한마디로 자신들 편이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 정파가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한다.
공영방송 중립을 원치 않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민주당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이 법을 처리했어야 한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당론과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법안을 팽개치고 전 정부가 임명한 KBS·MBC 사장을 힘으로 쫓아냈다. 이사들 직장과 집에 시위대가 몰려가 확성기 시위를 하고 ‘2500원 김밥’ 값까지 문제 삼았다. 그런 행태로 정권을 잃고 나니 새 정부는 공영방송 사장을 바꾸지 못하게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또 법을 바꿀 것이다.
민주당은 공공기관장과 정권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을 만들자고 하면서도 방송통신위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은 예외로 하자고 한다. 문 정부가 임명한 두 위원장은 철저히 민주당 편향적인 사람들이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주당이 방송 중립을 원한다면 현 방통위원장부터 먼저 사퇴시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03 국회 장악 정당이 민노총 위한 청부 입법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노조의 불법 파업을 부추길 소지가 큰 ‘노란봉투법’을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한 데 이어, 화물연대에 특혜를 주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법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둘 다 민노총이 강력 요구하는 법안이다. 민노총은 경제 비상 국면에서 무리한 정치 파업을 강행하다 역풍을 맞고 있다. 민노총의 동시다발 총파업 방침에도 불구, 서울·대구 지하철 노조와 철도노조가 잇따라 파업을 철회한 것은 싸늘한 국민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민노총 입맛에 맞는 법안을 졸속 처리하려 한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이라도 직접적 폭력·파괴만 없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법안이다. 2009년 이후 노조가 배상한 금액의 99%가 민노총 관련이니 오로지 민노총을 위한 법인 셈이다. 실상은 ‘불법 면죄부법’인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합법 파업 보장법’으로 부르자고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를 한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국민 80%가 이 법안에 반대했다. 민주당이 다수 국민 목소리엔 귀를 닫고 민노총의 민원 해결에 올인하는 것은 강력한 조직 동원력을 보유한 민노총의 지지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민노총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법안도 국토위 법안소위에 단독 상정했다. 원래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도록 최소 운송료를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3년 가까이 시행해 보니 도리어 화물차 사고 건수와 사망자가 늘어났다. 안전운임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그런데도 민노총과 화물연대는 올해 말 시한이 끝나는 이 제도를 영구 시행하라며 국가경제를 볼모로 정치 투쟁을 벌이고 있다.
두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민노총 총파업으로 건설 공사가 멈춰서고 물류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이미 수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경제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가적 손실을 막기는커녕 민노총의 민원 법안을 밀어붙이며 과격 투쟁을 부추기고 있다. 거대 야당이 ‘민폐 노총’의 입법 청부업자를 자처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2월 05일 경제 한파 더 키울 野 노란봉투법 폭주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경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3%였다. 4분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면 올해는 2%대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로 1997년 이후 가장 긴 기간 적자이고, 수출은 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내년 경제 상황은 더욱 우울하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 한파가 계속되고 있지만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로 인해 기준금리는 급속히 높아져 국민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시멘트 공급이 부족해 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이 멈추는 곳이 늘고 있다. 주유소의 휘발유 수급 상황도 계속 악화하고 있어 주유대란 조짐이 보인다. 산업의 근간인 철강 기업의 출하 중단으로 포항철강공단의 생산 라인 중단도 우려된다. 다행히 시멘트는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으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고, 철도노조 파업은 노사 협상이 타결돼 국민의 발이 묶이는 상황은 피하게 됐다. 그렇지만 민노총 산하 노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우리는 지속 가능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이제 추격형이 아닌 혁신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혁신 성과가 높더라도 경제성장으로 연계되는 혁신 생태계가 강화되지 못한다면 비용만 낭비하게 된다. 그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바로 제도 혁신이다.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41개국 중 13위였지만, 노동시장 부문만 보면 51위였다. 그중 정리해고 비용은 116위, 고용 및 해고 관행은 102위, 노사 협력은 130위로 아직도 저개발국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 부문의 경제적 비효율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 행정부가 자국의 경제적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편 강력한 정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최고 선진국이었던 미국과 영국은 스태그플레이션과 극심한 경제적 비효율성에 시름을 안고 있었다. 영국은 이른바 영국병으로 1976년에는 선진국 중 처음으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정도였다. 1980년대 대처 행정부는, 적자투성이 국영기업 탄광을 폐쇄하려는 정책에 반발한 탄광 노동자의 불법 파업을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했다. 레이건 미 대통령은 연방공무원인 항공관제사들의 불법 파업에 굴복하지 않고 원칙대로 대응해 해결했다. 기간 내에 복귀하지 않은 1만 명이 넘는 항공관제사를 해고하고 연방공무원 지위를 박탈했다. 자신의 지지 기반이었지만 불법 파업에는 굴복하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나라 야당은 제도 혁신에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 재산권이라는 기본 철학에서 벗어나 노조의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용인하는 법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 이에 비해 미국 하원은 지난달 30일 철도 파업을 금지하는 법안을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통과시켰다. 정치적 경쟁 관계인 공화당이 흔쾌히 법안 처리에 동의한 것은 부럽기만 하다.
문화일보
12.06 [단독] 김의겸·더탐사에 10억 손배소... 한동훈, 30장 분량 고소장 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왼쪽)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더탐사 관계자 6명에 대한 민·형사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장관이 김 의원을 직접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본지 취재 종합하면 한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김 의원 등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에는 김 의원과 더탐사 관계자, 여자친구와의 통화 녹음을 더탐사에 제공한 이른바 ‘제보자’ 등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 24일 법무부 국정감사에 나와 ‘지난 7월 19~20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심야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같은 내용이 국회방송 등을 통해 송출되며 한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 의원은 유튜브 매체 ‘더탐사(옛 열린공감TV)’에서 제공한 첼리스트 A씨와 전 남자 친구 B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국감장에서 틀었는데 이 첼리스트는 최근 경찰에 출석해 “전 남자 친구에게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한 장관은 30여장 분량의 고소장을 제출하며 김 의원이 사전에 더탐사 측과 공모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주장이 입증된다면 김 의원은 면책특권을 주장하기 어려워보인다는 게 경찰의 해석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김 의원이 사전에 국회 밖에서 이같은 일을 모의한 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이 경우 면책특권은 인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김 의원은 본인 스스로도 국감장에서 “제가 더탐사와 같이 협업한 건 맞는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이 한 장관에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한 장관은 수차례 “법적 책임을 지셔야 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법무부-안양시 업무협약식’에서 한 장관이 카메라를 의식해 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쫓아가 악수 장면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달랐다.
한 장관은 김 의원에 대해 “매번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도 그냥 넘어가 주고 책임을 안 지니까 자기는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이런 것 같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왔다.
조선일보 이해인 기자
12월 07일 김의겸의 “유감” 말장난
이해완 정치부 차장
“‘청담동 술자리’를 봤다고 말한 당사자가 경찰에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처음 공개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대변인)이 첼리스트 A 씨가 자기 발언이 거짓말이었음을 자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입장문이다. 끝내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로 밝혀졌지만, 국회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그래도 김의겸 선배가 명색이 기자 출신인데, 설마 실체가 없는 폭로를 했겠느냐”는 가설과 함께 한때 용산 대통령실과 과천 법무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김 의원이 지난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제기한 것이다. 김 의원은 당시 종합감사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윤 대통령과 로펌 변호사 30명과 함께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거로 당시 자리에 동석했다는 첼리스트 A 씨가 전 남자친구에게 술자리 상황을 설명하는 통화 음성을 공개했다. 그러나 정작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 거짓말을 했다”면서 통화 내용이 거짓이었음을 자백했다.
기자들도 이번 사례에서처럼 음성 파일을 비롯해 사진, 영상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제보를 받는다. 그러나 제보를 받고 기사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막상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취재하면 증거를 뒷받침할 팩트가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억울한 마음에 제보하지만, 제보만 믿고 보도했다간 언급된 다른 대상자가 ‘인격 살인’을 당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 의원이 기자로 다시 돌아간다면 청담동 술자리 기사를 보도했을까. 후배가 기사를 쓰겠다고 했다면 사실 확인을 지시했을 것이고, 결국 원고는 휴지통으로 향했을 것이다.
유감은 사과가 아니다. 김 의원이 입장문에 사용한 ‘유감’을 한자로 풀이하면 남길 유(遺), 섭섭할 감(憾), 즉, ‘마음에 차지 않아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뜻한다. 국립국어원도 유감과 사과는 내포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북한 자리에서 당신과 만나 유감스럽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현실이 유감스럽다’ 등 ‘유감스럽다’의 용례를 소개했다.
유감은 일본이 한·일 과거사 문제가 터질 때마다 끌어들이는 단골 표현이기도 하다. 1984년 일왕(日王)이 한국에 유감이란 표현을 처음 썼을 당시 국내에선 사과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기자 시절 정치인 일가의 ‘친일 행적’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현 정부 친일 외교를 비판한 민주당 소속 의원이라면 일본의 외교적 수사인 유감이란 표현은 피했어야 옳다.
국내 전문가들이 쓴 ‘쿨하게 사과하라’는 책에선 사과를 ‘리더의 언어’로 규정한다. 제대로 된 사과는 기회가 되고, 어설픈 사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조언이 들어 있다. 민주당에선 ‘이재명보다 김의겸 리스크가 더 크다’는 평가도 있다. 김 의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리더의 자질을 보여주지 못해 파생된 결과다.
문화일보
12월 07일 비명계 “이재명, 떳떳하면 수사받아라”… 임계점 치닫는 ‘사법리스크’
■ 민주 내 ‘플랜B’ 목소리 커져
이재명 리스크에 ‘12월 위기설’
이원욱 “취임 100일간 뭐했나”
박영선 “李, 공천권 내려놔야”
李 “검찰, 남욱에 연기 지도하나”
친명 커뮤니티 김용 편지 퍼져
“정치검찰과 당당히 맞서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12월 위기설이 급부상하면서 포스트 이재명 체제 ‘플랜 B’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임계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70~80도까지 올라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지 않는 의원은 한 명도 없으리라 본다”며 “이 대표는 자신의 소기 목적은 성취했고 국회의원이 됐지만 결국에는 상처뿐인 영광이다. 이 대표 취임 100일이라는데 국민은 ‘한 게 뭐 있지? 측근들 방탄 빼고 한 게 뭐 있지?’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과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원내대표 시절 검찰에 자진 출석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 대표가 나는 천하에 결백한 사람이니 미리 (검찰에) 나가서 얘기하겠다 해야 한다”며 “검찰에서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면 이 대표도 직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이후 리더십은 얼마든지 세워진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공천을 안 하겠다고 만약 선언한다면 국민이 굉장히 감동할 것”이라며 “민주당도 반전 효과에 대한 전략이 나올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친명(친이재명)계에서 시작된 ‘#나는 이재명 대표와 정치공동체다’ 페이스북 해시태그 캠페인에 민주당 의원 169명 중 단 2명만 참여해 참여율이 1.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러한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를 언급하고 “연기를 하도록 검찰이 아마 연기 지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연출 능력도 아주 낙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공포 정치’ ‘민주주의 후퇴’를 언급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해 “무차별 압수수색으로 사회 각 분야에 불안감, 공포감을 조성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친명 커뮤니티에는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구속·기소) 명의로 된 친필 편지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김용이 동지들께’라는 제목의 편지에는 “저는 이제 재판정에서 당당하게 정치검찰과 맞서겠다. 정적을 죽이려는 세력에 맞서 국민을 살리고 국민을 지키는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흔들리지 않는 당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화일보 이해완·이은지 기자
12.08 충격적인 ‘38%’, 저질 정치 근거지는 양극단 국민
대장동 사건 몸통이
‘윤’이라 답한 국민 38%
패싸움 감정에 빠져
흑과 백까지 바꿔
이 상태 그대로 두고
합리적 민주주의 어려워

▲지난 11월 12일 서울 도심 세종대로에서 보수·진보단체 집회가 동시에 열려 양방향 교통이 통제됐다. 경찰이 두 집단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웠다./이태경기자
요즘 민주당은 너무 이상해서 몇 분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았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대답이었다. 국회에서 정부 법안은 다 막고 민주당 법안은 밀어붙이는 것이 이 대표를 수사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유일한 압박 카드이고 이를 풀려면 양측이 이 대표 수사 문제를 타협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답은 ‘지지층이 이렇게 하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첫 번째 답과 두 번째 답은 같은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묻지 마 방탄’이 지지층에게 환영받지 못하면 당장 그만둘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 전부가 이 대표 지지는 아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만은 공통적으로 크다. 문제의 핵심은 ‘지지층’이란 뜻이다. 그러니 앞으로 상당 기간 민주당의 무조건 반대와 입법 폭주가 이어질 것이다.
2022년이 끝나가는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 사건이 하나 있다. 물론 윤 대통령 당선이 가장 큰 사건이지만, 자꾸 떠올라 ‘이게 뭐지’ 하게 되는 다른 일이 있다. 대선 직전이었다. 두 개의 여론조사가 거의 동시에 나왔다. 질문도 거의 같았다. 하나는 ‘대장동 특혜 의혹의 몸통이 누구냐’이고, 다른 하나는 ‘대장동 특혜 의혹이 이재명 게이트냐, 윤석열 게이트냐’였다. 당연히 ‘이재명’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놀라운 것은 37.9%와 37.3%가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 윤석열’이고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라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호남에선 이 비율이 50%를 넘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과거 윤석열 검사가 어느 저축은행 관련자 수사를 하지 않아 대장동 의혹의 씨앗이 됐다면서 ‘윤석열 게이트’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2011년 대장동 일당보다 먼저 대장동 ‘땅 작업’을 한 업자가 있었다. 이 업자가 동원한 돈 상당액이 이 저축은행 대출이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수사하게 된 윤 검사가 박영수 전 특검의 부탁을 받고 이 대출을 중개한 사람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수사와 대장동 특혜 사건은 관련이 있을 수가 없다. 대장동 땅 작업을 했던 이 업자는 나중에 자금 문제로 대장동 사업권을 남욱씨 등 대장동 일당에게 넘겼다. 사업권을 확보한 대장동 일당이 2014년 이재명 성남시장과 연결되면서부터 대장동 특혜 사건이 시작된 것이다. 땅 작업을 한 최초 업자는 당연히 이 특혜 사건과 상관이 없다. 일각에선 윤 검사와 법조 기자단 간사였던 김만배씨의 친분도 문제 삼는다. 이 역시 대장동 일당에게 천문학적 특혜를 안겨준 사업 구조를 허가한 사람이 이재명 시장이라는 본질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생업에 바쁜 대중이 이 뉴스들을 다 따라가며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이 윤석열 게이트’라는 주장이 억지라는 것은 상식으로도 알 수 있다. 윤석열이 없었어도 대장동 사건은 벌어졌다. 이재명이 없었으면 대장동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38% 가까운 국민이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이 몸통’이고 ‘윤석열 게이트’라고 했다. 아무리 편싸움을 하는 대선 와중이고 이 대표 지지자들이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고 해도 ‘잘 모른다’는 답을 놔두고 ‘윤이 몸통’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에게 죄가 없다는 주장은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윤이 몸통’이란 것은 흑과 백을 뒤집는 것으로 정치 호불호와 차원이 다르다. 20세 이상 38%면 1640만명이다. 놀라움을 넘어서 충격이었다.
천안함 괴담, 사드 전자파 괴담, 세월호 잠수함 충돌 괴담, 각종 민영화 괴담 등 상식 밖의 괴담이 힘을 발휘하는 바탕에 이 ‘38%’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 괴담들을 진실로 믿는다기보다는 ‘38%’를 의식하고 그들에게 영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는 이 ‘38%’의 정반대 편에도 상당한 규모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도 상식 밖이거나 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힘도 이들 눈치를 보고 있다. 민주화 이후 대세가 된 저질화 정치의 뒤에는 이렇게 사실(事實)과 합리보다 ‘내 편’과 감정을 앞세우는 양극단의 국민이 있다. 이들이 양식(良識)이라곤 없는 저질 정치인들의 근거지다.
이 양극단 거대 대중의 등장은 편 갈라 패싸움하는 대통령제의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대통령제 미국도 비슷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달 상하원 선거 공화당 출마자 절반 이상이 바이든이 당선된 지난 대선을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 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답이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영합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리 사회 양쪽에 이토록 거대한 규모의 비이성적 대중이 버티고 있는 이상 합리적인 민주 정치는 발을 붙이기 어렵다. 정당과 의원들만 탓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패싸움을 조장하는 제도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야 일부 의원들의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폐지 주장을 정치권이 그냥 흘려보내지 말았으면 한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12.08 “이재명 친 건 이낙연” 남욱·개딸 주장에… 윤영찬 “법적조치”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만든 카드뉴스. /재명이네 마을
‘대장동 사건 쟁점화의 배후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있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 주장에 대해, 이 전 총리 측이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최근 이 대표 지지자들인 이른바 ‘개딸’ 사이에서는 ‘이재명을 친 건 이낙연’이라는 제목의 카드뉴스가 유행했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 5일 재판에서 “A변호사(정영학 변호인)가 윤영찬 민주당 의원에게 (대장동 관련) 자료를 넘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한 것을 토대로 제작된 카드뉴스였다. 윤 의원은 이 전 총리측 인사로 분류된다.
이에 7일,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남욱 변호사와 문제의 카드뉴스 제작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제가 언급된 가짜뉴스에 가급적 인내하며 사실을 바로잡아 드렸음에도, 남욱 변호사의 법정 진술을 기점으로 다시 거짓된 내용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남욱 변호사의 말들이 전부 거짓이라고 비난하던 분들이 희한하게도 제 이름이 언급된 진술만은 사실이라고 믿으며 허위사실을 확대 재생산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당을 갈라치기 하고 의견이 다른 이들을 악마화하는 행동은 민주당답지 않다”고 했다.
윤영찬 의원은 남욱 변호사 진술이 알려진 지난 5일 즉각 “남욱 변호사가 진술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이낙연이 조국도 치고 이재명도 친 거였다” “남욱의 진술로 퍼즐이 맞춰졌다” “악마 그 자체 이낙연” 등의 글을 올리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지지자는 이낙연 전 총리를 출당시키자는 내용의 민주당 청원게시판 청원글 동의 독려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12.09 ‘이재명 최측근’ 정진상 구속기소… 2억4000만원 뇌물 혐의
영장 적시된 금액보다 1억원 늘어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뇌물수수 및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9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실장은 2013년 2월~2020년 10월 각종 사업 추진 등 편의를 대가로 유동규씨로부터 7회에 걸쳐 총 2억 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위반 뇌물)를 받는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뇌물수수액보다 1억원 가량 늘었다.
또한 유동규씨,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함께 2021년 2월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등에 특혜를 준 대가로 민간 업자들로부터 배당이익 428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도 있다.
아울러 2013년 7월~2018년 1월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사업자로 선정되게 하고 호반건설이 시공업자로 선정돼 개발수익 210억원 가량을 취득하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 2021년 9월 검찰이 대장동 비리로 유동규씨를 압수수색할 당시 유씨에게 휴대폰을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정 실장에게 2019년 9월~2020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유동규씨도 함께 기소했다. 유씨는 2021년 9월 압수수색 당시 정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휴대폰을 창 밖으로 던진 혐의(증거인멸)도 받고 있다.
정 실장의 수뢰액이 1억원 늘어난 것은 유동규씨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뇌물로 받은 것으로 기소된 3억 5200만원 중 1억원이 정 실장에게 전달된 사실을 검찰이 추가로 밝혀낸 데 따른 것이다. 위례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던 시기인 2013년 4월 남욱 변호사가 1억원을 조달해 유씨에게 줬고, 유씨가 정 실장에게 이 돈을 전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앞서 남욱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재판에서 유씨가 뇌물로 받은 3억 5200만에 대해 ‘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유씨의 ‘형님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남씨는 앞선 증언에서도 ‘형님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김용씨로 추측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
12.10 첼리스트 “더탐사, 비용 지원까지 제안… 차단해도 문자하더라”

▲A씨가 더탐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문자 내용 일부. /TV조선
‘청담동 술자리 의혹’ 최초 발설자인 첼리스트 A씨가 유튜브 매체 ‘더탐사’로부터 지속적인 회유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가 자신의 주장은 허위였다며 관련 내용을 방송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더탐사 측이 금전적 지원까지 약속하며 집요하게 연락해왔다는 것이다.
A씨는 9일 TV조선에 “(더탐사 측에서) 전화가 왔는데 ‘드릴 말씀 없다’고 하고 차단했다. 그런데 문자를 계속 보내더라”며 당시 받았던 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더탐사 측은 “언제쯤 세상 밖으로 나오실 건지. 많은 사람들이 A씨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는 떨고 있겠지만”이라고 보냈다.
또 “그때 술통에 빠진 ○○을 세상에 알렸다면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A씨에 대한 허위보도를 잠재울 수 있는 길은 이제라도 진실을 알리는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를 엮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이태원 참사까지 연관시키지 말라. 제발 저를 힘들게 하지 말아 달라”는 답장을 썼다.
뿐만 아니라 더탐사 측은, 문제가 된 A씨와 그 남자친구 간 통화가 거짓이었다는 A씨 말을 듣고도 “통화 내용이 허위 사실임을 인정하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A씨에게 대응 절차를 조언하고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전부 지원하겠다는 제안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제보의) 신빙성이 1%도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자기네들 듣고 싶은 것만 계속 들었다”고 했다.
더탐사 측이 보낸 문자에는 “경찰이 A씨 함부로 못 건드리게 하려면 기자회견도 검토해보라” “변호사도 이름 있는 사람으로 선임해야 한다” “A씨가 동의하면 모든 지원과 비용은 저희가 하겠다” “이런 회유 압박에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 “차라리 묵비권 행사를 하는 게”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TV조선
심지어는 야당 의원의 이름을 언급하며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는 말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실제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A씨에게 따로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A씨 주장에 더탐사 측은 “시민사회 단체나 정치권과 연대해 진실을 밝히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앞서 A씨는 전날 TV조선 ‘탐사보도 세븐’과의 인터뷰에서도 “공연하러 청담동 바(Bar)라는 곳에 있었던 건 맞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은 귀가에 변명거리가 없으니까 (남자친구에게)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분위기였다’는 거짓말을 했다”며 “그 통화가 녹음되는지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한편 더탐사는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다수와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의 의혹을 처음 제기하고,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 함께 공론화했던 이들이다. 그러나 술자리를 목격했다고 주장한 A씨가 경찰에 “거짓말을 했다”는 진술을 하며 의혹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유튜브 매체 '더탐사' 진행자들. /유튜브
이후 더탐사가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내세웠던 상황도 실제로는 없었던 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A씨 등과의 식사 자리에서 업체 민원을 받았고 실제로 해당 민원이 해결됐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저녁 식사가 있었다던 날 이 부시장이 해외 출장 중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더탐사 측은 A씨의 경찰 진술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다”고 의문을 표했다. 또 방송을 통해 이 부시장이 A씨를 모른다고 말하는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도, 더탐사 진행자들은 “전혀 사실로 보기 어렵다. 신뢰가 안 간다” “메소드 연기다” 등의 말을 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한 장관의 집 앞을 찾아갔다가 한 장관으로부터 공동주거침입과 보복범죄 등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문지연 기자
12.12 李 장관 문제 있지만, 野 국회 권력 남용 심각
더불어민주당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지난 9월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번째 장관 해임 건의안이다. 현행 헌법이 시행된 1987년 이후 35년간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모두 5차례다. 그중 두 번이 윤 정부 들어 최근 석 달 새에 벌어졌다. 일요일 본회의도 이례적이다. 과거 추경 예산 등 시급한 경우 여야 합의로 휴일에 개최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야당 단독으로 안건을 통과시킨 경우는 드물다.
민주당은 “이 장관은 사전 안전관리 대책을 면밀하게 수립하고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현장 치안 책임자였던 전 용산 경찰서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마당에 행안부 장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단계는 아니다. 더구나 여야 합의로 열기로 한 국회 국정조사에서 이 장관은 핵심 증인으로 예정돼 있다. 이런 마당에 법적 구속력도 없는 해임 건의안을 처리해서 무슨 실효성이 있나.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뿐이고 실제 수용 가능성도 없다. 아무 얻는 것도 없이 정국만 경색시킬 게 뻔하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직후 정쟁 중단 및 사고 수습 협력을 선언했다. 그런데 얼마 못 가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더니 의원들이 촛불집회에 나가 “윤 대통령 퇴진이 추모”라고 외쳤다. 이재명 대표는 정의당도 반대한 희생자 신상 공개를 요구했다. 이제 장관 해임안을 처리하고 탄핵소추까지 하겠다고 한다. 9일 이 대표 최측근 정진상씨가 구속 기소되는 등 대장동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이 대표 방탄을 위해 또다시 참사를 정략에 활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이날 여당은 본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앞으로 국정조사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한다. 정부 여당도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가 안전 및 재난 정책 책임자인 이 장관은 참사 직후 “경찰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 장관에게 이번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더라도 정무직 공직자로서 국민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져야 한다고 믿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여권이 진즉 그런 여론에 귀를 기울였다면 국회에서 해임안까지 통과되는 사태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2월12일 반기업 폭주와 장관 해임안…巨野, 최악 내년 경제 안 보이나
내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훨씬 나빠질 것이라는 국내외 예측이 쏟아진다. 한국은 1%대 초저성장 속에서 고용·물가·수출 등 전분야가 최악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 확실하다. 지난 1∼10일 열흘 간의 통계만 봐도, 무역 적자는 49억 달러에 달했고 수출액은 20.8% 급감했다.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절박하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강성 노조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민주당은 일요일이던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국회 처리를 강행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이 장관의 언행에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직접적 책임을 물을 정황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물론 안전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많은 국민이 희생된 데 따른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자세를 미리 보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해 놓고 장관 해임안을 또 통과시킴으로써 자진 사퇴 길도 막은 셈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안을 불수용 할 게 확실함에 따라 민주당은 탄핵소추 카드까지 꺼낸다. 그렇게 되면 이 장관은 일단 직무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겠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정국은 접점 없이 표류할 것이다. 이미 헌법 시한을 넘겨 오는 15일까지 처리키로 한 예산안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은 정권 교체를 부정하는 식의 심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예산안이 졸속 처리되거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내년 경제 대책 등 윤 정부 정책 시행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미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반도체특별법 제정, 영세기업의 주 52시간제 완화, 전기요금 급속한 인상을 막기 위해 한전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릴 한전법 개정, 투자 심리를 더 위축시킬 금융투자소득세의 도입 유예 등을 가로막고 있다. 반대로 불법 파업을 조장할 ‘노란봉투법’은 상임위에서 일방 처리했다.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초당적 노력이 절실한 안건까지 어깃장을 놓는다면, 민주당 저의가 뭔지 묻는 날이 올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12일 민생 아니고 좌파 포퓰리즘
방승배 정치부 차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임 이후 정기국회·예산국회를 거치면서 당의 지향점이 ‘좌파 포퓰리즘’으로 노골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말끝마다 ‘민생’을 외쳤지만, 그 이면에 서민을 착취하고 이윤을 독점한 기득권을 공통의 적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갈등을 부추기고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대선 출마 때 내건 슬로건인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 중에서도 ‘억강’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의 아침회의에서 ‘부자 감세’라는 말은 거의 빠진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22%로 낮추자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대표적인 ‘부자 감세’ ‘재벌 감세’라며 반대했다. 법인세 인하 혜택이 상위 0.01%에 해당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0.01%의 대기업이 전체 법인 세수의 41%를 부담하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이 반기를 들며 “부자 감세가 아니라 국가경쟁력이 달린 일”이라고 했을까. 김 의장은 ‘선(先) 통과, 후(後) 2년 유예’라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스스로 만든 ‘부자 감세의 덫’에 걸려 ‘민생 유능당’을 포기하는 길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대표의 지시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7대 민생 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밀어붙였는데, 대부분 좌파 포퓰리즘이다. 반시장적·반헌법적 요소들이 포함돼 있지만 169석의 ‘입법 완력’으로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발의했던 법안들이 당의 자체 스크린에 제동이 걸린 적도 있었다. 이 대표의 의정활동 2호 법안인 불법사채금지법은 최근 당 정책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하는 계약은 이자 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 오히려 저신용자들을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모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려는 이 대표의 구상도 민주당 상임위 단계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 ‘초고령화발 증세 폭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만 있고 정교하지 못한 이 대표 발의 법안의 문제는 사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부터 노출됐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자체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2030 세대의 65%가 기본소득을 반대했었다.
항간에 ‘도대체 윤석열 정부냐, 이재명 정부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합법이라는 테두리에서 ‘제도적 자제력’을 잃은 정당의 모습을 대변한다. ‘여당다운 야당’ 즉, 합리적 견제를 통해 신뢰를 주는 당이 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로만 가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냈고, 최근 저서 ‘좋은 불평등’을 쓴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언론 기고에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더 왼쪽’이 아니라 ‘더 신뢰감을 주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문화일보
12월 12일 [속보] 검찰, ‘뇌물수수 혐의’ 노웅래 의원 구속영장 청구
검찰이 사업가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12일 노 의원에게 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노 의원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발전소 납품 사업, 물류단지 개발 사업, 태양광 전기 사업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1대 총선 비용 명목 등으로 5차례에 걸쳐 현금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노 의원이 5차례 모두 박 씨의 부인인 조모 씨를 통해 현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는 이정근(구속 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10억 원 규모의 금품을 건냈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달 16일 노 의원의 국회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노 의원을 출국 금지하고 전 보좌진 등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해왔다. 다만, 노 의원의 경우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직 국회의원이어서 구속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노 의원은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 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박 씨 부인과는 봉사단체에서 몇 번 만났을 뿐”이라며 “제 결백을 증명하는 데 모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었다.
문화일보 노기섭 기자
12월 13일 2차 시한 넘긴 예산안…대선 민의 존중한 타결이 正道다
국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가 헌법상 시한(지난 2일)을 넘긴 데 이어 정기국회 회기 내(지난 9일) 처리도 불발됐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여야는 일단 15일을 ‘3차 시한’으로 설정했지만, 윤석열 정부 정책이 반영된 첫 예산안 처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거대 야당은 대통령실 이전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이른바 ‘윤석열표 예산’ 삭감, 지역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해 왔다.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세출 증액과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헌법 제57조를 우회해 예산을 대폭 감액한 ‘독자 감액 예산안’ 처리까지 위협한다.
이런 상황에서 12일 한덕수 총리가 윤 대통령을 만난 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방문해 예산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간접 대화’ 성격도 있는데, 법인세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거론됐다. 이 대표는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 “3000억 원 이상 이익을 올리는 기업, 3채 이상 다주택자들을 위한 초부자 감세가 문제”라고 했다. 반면, 이 대표를 찾은 한 총리는 “법인세 감소분은 3000억 원 정도”라면서 “이를 통해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고 고용원·노동자·주주가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3000억 원밖에 안 되면 왜 굳이 인하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했지만, 인하 주목적이 외국기업 투자 유인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발언이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민주당이 야당 단독안을 강행하면 대혼란이 발생한다. 대통령이 예산안에 대해선 재의 요구(거부권)를 할 수 없어도 부수 법안들에 대해선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도 문제다. 정부 안을 존중해 타결하는 것이,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 준 헌법 취지는 물론 민의에 부합하는 정도(正道)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민주주의는 대의의 신진대사를 바탕에 깔고 있다”면서 “2년 반 전 총선 민심이 아니라 최신의 대선 민심에 따라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대선 직후 지방선거도 압승했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13일 노란봉투법, 3대 사회 근간 파괴한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사유재산권, 법치, 자기책임
사회 유지·발전의 필수 요건
노조법 개정안은 모두를 위배
불법 행위에도 손해배상 금지
투자와 일자리 줄고 성장 둔화
사회 더 불안정하게 만들 악법
우리는 모두 평화롭고 계속 성장하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가 유지·발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들이 있다. 사유재산권 보장, 법치, 자기책임의 원칙이 그것이다.
사유재산권은 자신의 생산물과 재산을 자신의 의지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사유재산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사람들 간에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생산물이나 재산을 아무런 대가 없이 가져가 버리려고 한다면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유재산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더 나은 생활과 생산의 도구가 되는 자본을 축적하거나 열심히 일할 유인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사유재산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 사회일수록 구성원들 간에 갈등이 많고 가난하다.
법치(rule of law)는 개인의 생명과 자유 및 재산을 침해하거나 약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기초로 하고, 그 법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법치가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행동을 예상할 수 있도록 해서 생활을 훨씬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변덕을 우려하지 않고 장기 계획을 세워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속성을 무시하고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법을 입법(legislation)이라고 한다. 법치에서 벗어난 입법은 국민의 삶을 불안하게 한다.
자기책임의 원칙은 자신이 선택하고 행동한 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자기책임의 원칙은 여러 개인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덕률이다. 사람은 책임이라는 중압감을 가질 때에만 신중하게 선택하고 행동하게 된다. 자기가 져야 할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기거나 사회적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에서는 기본적인 도덕률이 무너지면서 사람들 간의 갈등이 커지고 혼란스러워진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사소위에서 단독 상정한 일명 ‘노란봉투법’은 우리 사회의 유지·발전에 필요한 이러한 요인들을 해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에 대한 개정안이다. 현재도 사용자가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노조나 근로자에게 청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즉, 근로조건 결정과 같은 합법적 파업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사업장 점거에 의한 생산 라인 중단, 사업장 점거 과정에서 위력을 사용한 경우 등과 같은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노란봉투법은 이것을 개정해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게 아니라면 불법 파업이라 하더라도 노조 또는 노조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폭력이나 파괴 행위가 있더라도 그것이 노조의 결정에 따른 경우 노조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기본적으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법이다. 불법 파업에 따른 재산상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폭력과 파괴 행위를 면죄하는 노란봉투법은 법치에 어긋남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노란봉투법은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게 하는 것이므로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사유재산권 보장이 약해짐에 따라 기업의 투자가 줄고 일자리가 줄어들며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폭력과 파괴까지 면책하는 노란봉투법은 법치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있어 노조의 행태는 더욱 과격해질 것이고, 노조의 파업이 더욱 빈번하게 됨에 따라 국민의 삶은 불안해지고 피폐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봤듯이 최근 발생한 화물연대의 파업은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고, 운송거부 강요 등과 같은 많은 불법 행위로 점철돼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조의 파업은 표면상으로는 근로조건의 개선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 보면 정치파업으로서 불법 파업이 많다.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불법 파업을 더욱 조장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번영을 해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불안정하고 평화롭지 않은 사회로 만들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결코 입법돼선 안 되는 이유다.
문화일보
12월 13일 [단독] 검찰, ‘노웅래 돈뭉치’ 최근 날짜 띠지 확인 盧‘2014·2017·2020년’ 설명과 배치
요구사항 메모 일정표 등 확보
盧 “부의·후원금 미신고는 관행”
주말 국회서 체포동의안 표결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6000만 원 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노웅래(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택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 3억 원 중 일부가 최근 띠지로 묶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노 의원이 사업가 박모 씨 아내 조모 씨를 만날 때 요구 사항 등을 메모한 의원 일정표, “노 의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조 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지난달 노 의원 자택에서 확보한 현금 뭉치 3억 원 중 일부가 2020년 하반기∼2021년 초 날짜가 찍힌 띠지로 묶인 사실을 파악했다. 이는 3억 원이 2014년과 2017년 부의금, 2020년 1월 출판기념회 후원금이라는 그동안의 노 의원 해명과 배치된다.
수사팀은 현금 뭉치 띠지 시기와 노 의원 주장이 맞지 않아 이 돈이 불법 자금일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현금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는 재산 내역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수사팀은 지난달 노 의원실 압수수색을 통해 노 의원과 조 씨가 만날 때 조 씨의 요청 사항 등이 메모 된 의원 일정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노 의원이 2020년 2∼12월까지 다섯 차례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과 국회 인근에서 조 씨를 만나 용인 물류단지 개발 사업, 태양광 전기 사업 등과 관련된 청탁을 받고 6000만 원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노 의원 일정표에 당시 만남과 함께 요청 사안들이 메모가 됐다고 한다. 또 노 의원실이 한국철도공사에 노선이 없어진 부지 현황을 요구하면서 태양광 전기 사업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묻는 질의서, 용인 물류단지 관련 요청 사안이 적힌 전직 보좌관 수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 측은 지난 6일 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고 한다. 노 의원은 띠지의 경우 일부 다른 돈이 섞일 수 있고, 부의금·후원금을 재산 내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관행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일정표의 경우, 민원을 들어주는 것과 별개로 주요 내용을 메모한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한편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16∼18일 국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현직 의원을 구속하기 위해선 법원이 체포동의 요구서를 해당 검찰청에 보내고, 대검찰청을 거쳐 법무부가 정부 명의로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법원은 이날 검찰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낼 예정이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
12월 14일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다는 이재명
김세동 논설위원
최측근 구속기소에 사과 않고
정치검찰 야당탄압 주장 계속
법원의 영장 발부에도 檢 비난
예산안·입법 등 정부 정책 반대
야당독재 지적 계속 듣는다면
2024 총선서 국민 심판 불가피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심복인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 기소되자 내놓은 말이다. 정 전 실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2억4000만 원의 뇌물을 받고, 428억 원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나눠 받기로 한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저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강한 ‘멘털’에 놀라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최측근으로 꼽은 정진상, 김용(불법 대선자금 8억4700만 원 수수 혐의)이 구속 기소됐으면 최소한의 유감이나 사과 표명 정도는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민간업자들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도록 한 대장동 사건을 자신은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고 측근들에게 속았을 뿐이라고 해도 도의적·정치적 책임에 따른 사과 정도는 하는 게 상식이고 기본이겠지만, 이 대표는 역시 달랐다. 검찰 수사가 이제 이 대표만 남겨 두고 있는데도 ‘정치검찰’ ‘야당탄압’ 운운하는 낡은 레퍼토리만 반복하고 있다. 그는 정진상이 기소된 지난 9일 “정치검찰이 정해 놓은 수순에 따라 낸 결론이라, 예견된 일”이라며 “정치검찰은 저의 정치 생명을 끊는 것이 과제이겠지만 저는 민생과 민주주의를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겠다”고 엉뚱한 말을 했다. 판사가 정진상, 김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땐 범죄 혐의가 웬만큼 소명됐기 때문인데, 법원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검찰만 비난하고 있다.
사건을 꼼꼼히 챙겨보지 않는 사람이 들으면 멀쩡한 사람이 야당 대표가 되자 검찰이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줄 알겠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정치검찰, 야당탄압 주장이 어불성설인 게 대장동 사건 외 성남FC 불법 후원금, 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쌍방울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은 이 대표 당선 뒤에 새로 드러난 게 아니다. 대선 이전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대부분 사건이 터져 나왔고, 수사와 기소가 예정된 수많은 사건의 범죄 피의자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사법 리스크를 덤터기 쓰고 함께 휩쓸려 간다는 위험 경고가 있었지만, 이 대표 본인과 ‘개딸’, 친명(親明)파 의원들이 밀어붙여 이 사달을 만들었다.
‘이재명 수렁’에 자진해서 빠진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 무차별 삭감과 ‘이재명 예산안’ 끼워 넣기, 법인세 인하·반도체 특별법 제정 반대, 방송법·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개정 추진 등 거의 모든 정부 정책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169석 절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반정부 투쟁 때문에 ‘집권 야당’ ‘야당 독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민주당이 출범 7개월밖에 안 된 정권을 주저앉히고 반신불수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면 2024년 총선에서 국민 심판을 받을 공산이 크다. 서울시의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의 민주당이 오세훈 시장의 정책을 사사건건 발목 잡다 지방선거 때 처참하게 참패한 전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이 국회 절대 의석을 장악하고도 고질적인 한국병인 노동·연금·교육 등 국가백년대계 개혁을 방기하고 검수완박, 포퓰리즘성 세금 뿌리기에만 허송세월하다 골든 타임을 놓쳐버렸다고 국민이 각성하는 순간 민주당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
이대로 브레이크 없이 ‘이재명 방탄’으로 물불 안 가리고 달려가다간 내후년 국회의원 선거 때 국민이 ‘민주당 의석이 너무 많다’고 판단하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로선 당의 안위보단 공천받는 게 더 중요할 성싶다. 이들이 민주당을 진짜 죽이는 사람들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 중의 하나다. ‘자화상’ ‘별 헤는 밤’ 등 다른 작품에서도 윤동주는 ‘부끄러움’을 화두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아픔과 고뇌, 자아를 끊임없이 성찰했다. 그런데 전과 4범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고, 대장동·성남FC 사건 피의자로 사실상 입건된 이 대표가 최근 서시의 시구를 인용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다. 윤동주는 물론 예수도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정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고 감히 말하지 않는다.
문화일보
12.14 野이원욱 “이재명 측근들도 李에 거리 두더라...文은 활동 멈췄으면”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SNS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과 관련 “활동을 멈춰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자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사법리스크 등으로 인해) 측근들도 일부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원욱 의원은 13일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당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재명 대표 지지자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과 관련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저는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당분간 SNS 활동, 그리고 달력을 파는 등의 이런 활동을 멈춰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다. 문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정치적 행위다. 그래서 당분간은 차분하게 계시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반려견의 삽화가 담긴 달력이 판매되고 있는데 일부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달력 삽화가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라는 이유로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원욱 의원은 “친명 팬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재명 당 대표다. 그리고 친문 팬덤들의 공격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며 “그것으로부터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팬덤이 당을 망치고 있다. 팬덤 활동들을 중지시키는 아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지난달 이 대표가 추진한 초대 모임이 있었는데 참석자가 없어서 취소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 대통령 선거 직후 보다는 이재명계 의원들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이원욱 의원은 “대통령 후보로 나가서 떨어진 사람이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또 당 대표에 출마하고”라며 “거기다가 이재명 당 대표를 지지했던 국민들이 거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TV도 보기 싫다. 이러고 있는 순간에 이재명 대표는 2억 3000만원이 넘는 돈을 방산 주식에 투자하는 여유로움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들을 갖게 된 의원들이 많이 있다”며 “그중에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 경선 때 가장 측근에 있었던 의원들도 일부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된다”고 했다.
이원욱 의원은 “당에 대해서 최소한의 비판도 못하게 만든 정당을 민주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게, 이재명 당 대표의 팬덤인 개딸들이다. 당에 아주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집단 이성이라고 하는 게 만들어진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12.15 팬덤과 헤어질 결심
“당 대표는 있지만, 리더십은 실종상태다.”
민주당 원로의 개탄이다. 당 지도부가 박진 외교부 장관(9월 29일)에 이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12월 11일) 해임건의안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데 놀랐다며 한 말이다. 169명 의원 전원이 징발돼 통과시켰지만 무슨 실익이 있냐는 거다. 제헌의회부터 지난해까지 장관해임안이 국회를 통과한 건 모두 여섯번이다. 박근혜 정부 때 김재수 농림부장관을 제외하곤 해당 장관 5명은 모두 사퇴했다.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입법부의 강력한 권한이지만, 야당도 권리 행사에 신중했다는 얘기다. 의석수 확보라는 현실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자칫 칼 쥔 손이 베일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임동원(통일)·김두관(행자) 전 장관의 해임안을 받아들였지만, 법적으론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만용으로 비칠 땐 야당이 되레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명분과 실리, 변덕스러운 여론까지 세밀하게 살필 줄 아는 공력과 혜안이 필요한 고도의 정치행위다. 그런데 취임 갓 100일을 넘긴 이재명 대표(8월 출범) 들어 두 번이나 그 칼을 휘둘렀다.
민주당, 석달새 두 번 장관 해임안
생 법안 처리 막고 입법권 남용
만장일치, 무조건 복종 풍토 심해져
‘팬덤의 강’ 건너야 영토 확장 돼
이 장관에게 책임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태원 참사 책임자 문책과 진상규명을 질질 끌다 사태를 키운 여권의 정국 관리 능력은 정말 한심한 수준이다. 그러나 조자룡 헌칼 쓰듯 입법권을 마구 휘두르는 건 다른 문제다. 결과적으로 실리도 못 얻고 오히려 진상규명 스텝만 꼬이지 않았나.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입방아에 오르는 이유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대만의 추월을 따돌리기 위해선 한시가 급한 반도체특별법이나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막기 위한 한전법 개정안 같은 민생 법안은 죄다 막으면서, 지지층이 요구하는 ‘노란봉투법’(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방송법 개정안(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양곡관리법 개정안(쌀값 하락시 정부 의무 매입 법제화)은 완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오늘(15일) 본회의에선 ‘역대 최초’ 기록이 또 추가될지 모른다. 정부·여당이 짠 2023년 예산안 대신 자신들의 수정안인 ‘민주당 예산안’을 처리하겠단다. ‘윤석열 정부’가 ‘이재명 예산’을 집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정부 견제가 야당의 임무인 건 맞지만, 만능키 누르듯 하는 입법권 남용은 대의제 역행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소위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묻지마 지지의 팬덤 그룹 말이다.
지난 정권에서 민주당은 팬덤 정치로 시쳇말로 재미 좀 봤다. 하지만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처럼,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혹독한 실패를 맛봤다. 이재명 체제는 이 어두운 유산을 청산하기는커녕 무조건 복종 풍토를 더 확장했다. “만장일치로 대부분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걸 보면서 민주적임을 자부하는 정당이 괴물이 돼가는구나 공포를 느낀다”(김경율 회계사)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재명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까지 겹쳤다. 이 대표는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탈탈 털어보라”며 결백을 주장하나, 검찰은 대장동 일당에게서 받은 ‘검은돈’이 ‘정치 공동체’ 관계인 최측근(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 수감중)을 통해 선거 자금으로 흘러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입증할 증언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진정어린 해명 없이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이 대표는 민원인들이 돈 봉투를 갖고오지 못하도록 시장실에 CCTV를 설치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선 “감옥 간 수하들이 ‘대통령이 다 시켜서 했다’고 하지 않았나. 범죄를 저질렀는데 대통령이라고 예우를 계속 받아야 하느냐”는 연설로 전국적 스타로 부상했다. 이런 ‘이재명다움’을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그의 길어지는 침묵은 납득하기 어렵다. 야당 총재시절, DJ는 측근의 수뢰설이 보도된 조간신문을 보곤 그 자리에서 전화기를 들어 “검찰이 부르기 전에 자진 출두해서 사실대로 밝히라”고 지시했다. 지도자 주변의 작은 잡음이나 도덕성 문제가 불씨가 돼 리더십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실패한 건 강성 팬덤에 의존해 작은 일탈에 대한 조기 경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위선 정당으로 낙인 찍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입었다. 그런 면에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위원장 시절) 조국 전 장관이 사과하고 이 강을 건너자, 이 강을 건너는 것만으로도 나는 할 일을 어느 정도 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재명의 강’이 생길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이 강을 건너야 우리의 영토를 더 확장할 수 있다. 내 살을 도려내는 결단이 민주당에 필요하다”고 했다. 팬덤과 ‘헤어질 결심’을 요구한 용기 있는 발언이다. 이 소망이 실현될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으로 민주당을 지켜보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정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2.16 인간적 연민 노리는 ‘나쁜 정치’
내일 세상은 종말을 맞이한다. 모든 사람이 죽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사형 집행이 예정된 사형수가 있다. 이 사형을 집행해야 할까? 일반적인 상식에 따르면 사형은 집행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면 세상이 멸망하는데 처벌이 무슨 의미인가? 게다가 사형수에게도 어머니가 있을 테고 그 어머니 역시 내일 죽는다. 사형수를 풀어주고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인간적이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 및 4·16생명안전공원 선포식'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21.04.16 고운호 기자
이마누엘 칸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의 사형은 집행되어야 한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사형수 본인의 존엄을 위해서다. 무슨 소리일까? 칸트에게 인간의 존엄이란 그가 스스로의 행위에 책임을 지는 인격적 주체로 존중받는다는 말과 동일한 것이었다. 그런데 처벌은 범죄의 결과다. 따라서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범죄자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다. 최후의 순간까지 문명과 도덕을 수호하기 위해, 사형수의 인격을 지켜주기 위해, 확실하게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
칸트가 말한 사형수의 역설은 근대 이전과 이후의 윤리학이 나뉘는 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근대 이전, 중세와 고대, 더 나아가 원시 사회의 도덕은 감정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불쌍한 자는 도와주고 얄미운 놈은 혼내주는 것이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감정이 온화한 방향으로 발휘될 때 우리는 ‘착하다’ 혹은 ‘인간적’이라는 말을 쓴다.
반면 근대 이후의 도덕은 법칙에 기반을 둔다. 이성을 가진 존재라면 지켜야 하는 법칙이 있고,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것을 이해하고 따라야 한다. 자유롭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단지 인간적 차원을 넘어서는 ‘인격적’ 행위다. 인간은 그러한 인격적 행위를 통해 존엄한 존재, 근대적 주체가 된다.
근대 이전의 윤리는 인간적 연민에 의해 지탱된다. 근대 이후의 윤리는 인격적 존중을 근간으로 삼는다. 두 윤리는 상보적이다. 인간적 연민이 없다면 사회는 금세 삭막하고 잔인한 곳이 되고 만다. 하지만 연민만으로는 근대에 필요한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인격적 존중, 시민적 신뢰가 중요한 것은 그래서다. 내가 이해하는 세상의 규칙을 너도 이해하고 있으며, 내가 그것을 지키듯 너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자. 전쟁의 포화를 뒤집어쓴 신생 국가 대한민국은 북한보다 빨리 경제를 발전시키고 군사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조국 근대화라는 지상명령 앞에 인간적 연민은 버려야 할 감상이나 떨쳐내야 할 나약한 소리 취급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 관계가 역전되었다. 인간적 연민의 가치를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오직 인간적 연민만이 도덕적이라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유가족들 앞에서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약속했던 일을 우리는 가장 나쁜 사례로 떠올려볼 수 있다.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 침몰 과정, 그 결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사실상 모두 드러난 다음이었다. 그러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일부 유가족과 사참위 위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있었다면 그는 공허한 진상 규명 약속을 더 이상 하지 말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세계 각지에서 발생했던 유형의 해상 사고였음을 설명하고, 우리가 함께 느꼈던 애통한 마음을 전달하여, 유가족이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고 일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어야 마땅하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여전히 ‘진상 규명’을 갈구하는 유가족을 남겨둔 채 문 전 대통령은 양산 사저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정권이 과시했던 인간적 연민은 인격적 존중을 결여하고 있다. 어쩌면 인간적 연민조차 아닐지 모른다.
필자가 유년기를 보낸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도 우리 사회에는 인간적 연민이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우리가 그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격적 존중의 가치를 이해하고 되찾아 도덕의 두 날개를 펼치는 과정이 반드시 요구된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인간적 연민을 앞세워 투쟁의 도구로 삼는 나쁜 정치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12월 16일 설훈 “李대표가 노웅래 같은 상황에 빠진다면? 상황 보고 판단할 수밖에”
檢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감안해
노웅래 의원에 먼저 요구했다는 관측에
설 의원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 일축
李대표 퇴진시 “비대위체제로 갈 수 있어
의원 168명 중 누가 대표를 맡아도 훌륭”
최근 뇌물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대장동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가 제출될 경우에 관해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만약 그런 상황에 빠진다면 그때 가서 상황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16일 말했다.
설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한테 만약 이 카드(체포동의 요구서)를 언젠가 쓴다고 가정하면 그때 대비해서라도 (노 의원에 대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는 질문에 “지금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설 의원은 노 의원 체포동의 요구서에 관해 “당론 부결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안”이라며 “노 의원이 신상발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얘기 들어보면 저게 맞는 말이다, 저게(검찰 수사 내용이) 좀 과장된 이야기구나 다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돼 있으니까 이 대표 건하고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 의원은 또 노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해 “우리 형사소송법상에는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도주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이고, 증거인멸도 증거자료를 다 가져갔기 때문에 인멸할 가능성도 없다. 따라서 원칙으로 보면 이것은 불구속(수사)이 맞다”고 옹호했다. 특히 그는 “더군다나 검찰이 (노 의원 측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방송에서 다 일일이 얘기를 못 하겠지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설 의원은 이날도 이 대표가 당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검찰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 대표의 사퇴 여부에 관해 “나로 인해서 당이 곤란한 처지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나 혼자로도 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명명백백히 결백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해서 국민에게 역시 ‘이재명답다’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선택은 이 대표가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가 그렇게 하면 민주당은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설 의원은 “비대위 체제로 갈 수 있다. 지금 누가 당대표 되든 할 수 있다”며 “우리 당은 튼튼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국회의원 168명 중에서 누가 대표를 맡는다 하더라도 훌륭히 끌고 나갈 수 있다. 그런 역량들은 다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박준희 기자
12.19 [단독]野의원 태워오느라?…참사날 명지병원 구급차 54분의 비밀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구조에 투입된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출동 중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을 태워가느라 20여분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지병원 DMAT의 출동 소요 시간은 수도권 14개 대학병원의 DMAT 중 가장 긴 54분으로 나타났다.
명지병원→이태원 24.8㎞, 54분 소요…이동 시간 최장
18일 보건복지부가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에 제출한 ‘DMAT 출동 요청 시간·출동 시간’ 자료에 따르면 명지병원 DMAT은 지난 10월 30일 0시 51분에 병원을 출발해 오전 1시 45분에 이태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명지병원에서 이태원역까지 최단거리는 24.8㎞로 이동에 54분이 소요됐다. 3~4명의 의료진이 한 팀으로 구성되는 DMAT은 대형환자가 발생하는 재난 상황에 투입돼 응급처치와 중증·경증 환자 분류, 환자 이송 등의 역할을 한다.

▲지난 10월 30일 새벽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호 활동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신현영 의원 페이스북.
14개 병원의 15개 DMAT은 사고가 발생한 10월 29일 오후 11시 20분부터 다음날 30일 오전 1시 51분까지 순차적으로 도착했다.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대병원(2개팀)을 비롯해 한양대병원, 고대안암병원뿐만 아니라 30㎞ 이상 떨어진 경기도 병원의 DMAT팀도 서울시와 소방청 등의 요청을 받고 속속 출동했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명지병원보다 거리가 더 멀었던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36.3㎞)이 26분, 경기 의정부시의 의정부성모병원(35.3㎞)은 3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와 비교해 명지병원 DMAT은 3분의 2밖에 안 되는 거리를 20~30분 더 늦게 이동한 것이다.
명지병원에서 이태원까지 내비게이션 최단거리는 강변북로
명지병원DMAT 닥터카는 강변북로로 이동 중 합정역→신촌역→이대역을 거쳐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 이태원으로 이동중에 신 의원을 태웠다. 신 의원은 이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의원이 되기 전까지 명지병원 의사로 근무했다. 명지병원DMAT은 도심을 통과하느라 내비게이션 추천 최단거리(24.8㎞)보다 수㎞를 우회했다. 명지병원DMAT이 자동차전용도로인 강변북로를 따라 내려가 신용산역 방면으로 진입했다면 10~20분 가량 현장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지병원 DMAT의 지난 10월 30일 이태원 사고 현장 이동 경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 제공
명지병원DMAT이 이태원을 향하던 지난 10월 30일 오전 1시 32분에 사고 현장 인근 이마트24 편의점에서는 다수의 심폐소생술(CPR) 필요 환자가 발생해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동하는 등 긴급한 내용이 소방 무전에 담기기도 했다. 명지병원 의료진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긴급한 환자 이송은 대부분 마친 상태였지만 현장에서는 중증·경증 환자 분류와 응급 치료가 바쁘게 이어지고 있었다. 명지병원은 DMAT 활동 보고서에서 “선착 DMAT의 중증도 분류, 처치가 이미 완료됐다”라며 ▶현장 응급의료소 지원 ▶경증환자 이송 등의 업무를 마친 후 오전 2시 25분에 현장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도착 후 40분 만에 활동을 종료한 것이다.
신 의원, 자택 앞 지나간 DMAT에 “설명 의무 없어”
신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지병원 닥터카로 현장에 새벽 1시 40분쯤 도착했다”라며 DMAT의 팀원으로 이태원 사고 구조 활동 지원에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의원은 현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야당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DMAT 탑승 지점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DMAT과는 이동 중간에 만나서 합류했다”라면서 구체적인 합류 지점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DMAT 소속이 아님에도 닥터카를 탄 이유에 대해 “이동 과정에서 상황 공유를 하면서 사고 현장에 접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연락했다. 당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12.19 與, ‘당원투표 100%’로 전대룰 개정… 과반 득표자 없을땐 결선투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이 19일 내년 3월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 룰(규칙)을 바꾸기로 했다.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기존 당대표 선출 방식을 100% 당원 투표로 바꾸는 내용이다. 결선 투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경선 규칙 개정에 반대해온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이번주 최종 확정된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은 이념과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권 획득과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모인 집합체”라며 “이념과 철학, 목표가 같은 당원들이 당대표를 뽑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경선 과정에서 과반수 지지를 받는 당대표 후보가 없는 경우 1·2위 후보자를 두고 재투표를 하는 결선투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당원들의 총의를 거듭 확인해서 당 대표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당대표 경선에서 친윤을 자처하는 후보가 난립하더라도 비윤 후보가 과반 이하의 득표율로 선출될 가능성이 줄어들 전망이다.
비대위는 이날 당내 경선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만 대상으로 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도 의무화하는 당규 개정안도 의결했다. 당원 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5대5로 하는 대통령 후보 경선과 공직선거 후보 경선 등에 적용될 전망이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유승민 전 의원은 앞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측근)과 당 지도부가 18년 동안 해오던 현재 룰을 하루아침에 (바꾸려는) 이유는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이런 식으로 개입하는 건 맞지 않는다. 명백한 불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을 향한 악의적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박수찬 기자
12.20 엉터리 정치 시민 단체들에 넘어가는 눈먼 돈, 국민 세금

▲시민 단체 미래대안행동이 2021년 5월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10년, 사회적기업 비리 묵인한 서울시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와 LH, 한국지역난방공사, 중소기업은행 등 지자체와 공기업들이 문재인 정부 때인 2017~2021년 대북 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우리민족)’에 5년간 71억8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각종 대북 지원 사업과 통일 교육 등에 이 돈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기간 대북 협력과 지원 사업은 국제 제재와 북한의 거부로 대부분 막혀 있었다. 우리민족은 이 돈으로 북한 노래 콘서트 행사를 열고 평양 여행 홍보 사업 등을 벌였다. 당시 북한은 연일 미사일 도발을 하고 서해상에서 우리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소각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선전하고 관광 홍보하는 행사에 국민 세금을 펑펑 쓴 것이다.
당시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민간 단체의 대북 교류·지원 사업에 상당한 예산을 지원했다. 부채 투성이인 LH와 대북 사업과 관계없는 난방공사까지 지원금을 냈다. 우리민족 소속이거나 가까운 인사들이 예산 지원 심사 위원으로 들어가 지원 대상과 액수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둑이 집을 지킨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 촛불중고생시민연대라는 단체에 청년·시민 학습 지원 명목으로 보조금 5500만원을 줬다. 여성가족부도 우회 지원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중고생 등을 상대로 친북 성향 강연을 하고 정권 퇴진 집회에 참가했다. 청소년 허울을 쓴 친북 단체에 세금이 낭비된 것이다. 안산시는 정부의 세월호 피해 지원비를 각종 시민·주민 단체에 수백~수천만 원씩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김정은 신년사 학습과 친목·여행비로 쓰였다.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한 10년간 서울시가 시민 단체에 보조금·위탁금으로 지원한 돈은 1조원에 이른다. 마을 공동체, 도시 재생, 대북 교류, 사회적 경제, 주민 자치, 청년 지원, 도시 농업, 환경·에너지 등 갖가지 명목이었다. 시민 단체 공모 사업은 2016년 641억원에서 2020년 2353억원으로 급증했다. 지원 단체 수도 1433곳에서 3339곳으로 늘었다. 시민 단체 지원 전담 기구까지 뒀다. 이들은 좌파 권력에 기생해 세금을 먹는 공생 관계를 구축했다. 국민 세금은 이들에게 ‘눈먼 돈’이다.
조선일보 사설
12월 20일 국힘 ‘전대 룰 개정’ 상임전국위 통과… 친윤계 “당 대표는 당심 얻어야” 엄호
유승민 · 안철수의 비판 겨냥
“당심 얻지 못하자 하는 말”
국민의힘이 20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100% 당원 선거인단의 투표로 당 지도부를 선출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등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당내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가 나서서 ‘당 대표는 당심을 얻어야 한다’는 논리로 당헌 개정을 엄호하고 나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헌 개정을 비판한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겨냥, “당원의 표심이 본인에게서 멀어져 있다고 생각하면서 당 대표에 나올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당 대표 뽑는 게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을 뽑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한 데 대해서는 “100만 명짜리 친목회는 없다”고 받아쳤다. 유상범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여론을 반영해야 한다’ ‘민심을 왜곡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결국 당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넣어야만 본인들에게 승산이 있다는 판단의 은유적 표현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책임당원 80만 명에 달하는 공당의 당 대표를 골목대장이라고 폄하하고, 친목회라고 칭하며 신뢰하지 못하겠다면서도, 그 당의 대표는 한 번 해보겠다고 하면 이것은 누가 보아도 안타까운 심각한 인지부조화”라고 적었다. 보수 진영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CBS 라디오에서 “정당 대표를 뽑는데 사실 원론적으로라면 국민한테 물어보는 것조차 이상한 것 아니냐”며 “당원만을 가지고 투표하는 게 원칙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 친윤계 당권 주자의 단일화 무산 시 표 분산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인위적 단일화처럼 표현하니까 듣기 거북하다”고 했다. 반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선투표 도입으로 친윤계 후보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12.20 추징금 7억 안내고 유죄판결 인정않는데… 정부, 한명숙 사면 검토
전병헌·신계륜·신학용 등 야권 정치인 7~8명도 거론
여권 “韓 사면 안돼” 부정 기류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추징금 7억여원을 미납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사면을 검토 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한 전 총리를 포함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계륜·신학용 전 민주당 의원 등 야권 정치인 7~8명이 사면·복권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민 통합도 사면의 중요한 고려 요소”라며 “한 전 총리의 추징금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2년 실형을 살고 만기 출소한 한 전 총리는 추징금 8억8300만원 중 7억여 원을 미납한 상태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21년 말 문재인 정부에서 사면 없이 복권만 됐다. 정치 활동 복귀가 가능해졌지만 추징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28일쯤으로 예정된 특별사면에서 이 미납 추징금을 사면하면 한 전 총리는 7억여원을 내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대법원에서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한 전 총리가 자서전 등을 통해 지금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사면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납 추징금 사면에 대해서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과거 당대표 시절 수감 중이던 한 전 총리 재심 청구 및 추징금 모금 운동도 추진했었다.
야권에선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계륜·신학용 전 의원 등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현 야권 인사들 대부분을 사면·복권하면서 대상자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야권 정치인은 7~8명 정도가 검토 명단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당초 잔여 형 집행 면제 등 사면만 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최근 가석방 불원서를 서면 제출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넣기 사면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사면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면 대상은 오는 23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일차적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12월 20일 [단독] 한명숙 사면 제외… 대통령실 “추징금 미납 상태선 위법”
8억8300만원중 7억여원 미납
MB는 23일 심사 대상에 올라
사면 거부 김경수도 제외할 듯
정부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신년 특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전 총리가 추징금 7억여 원을 미납한 상태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한 전 총리가 추징금을 내지 않았는데도 복권을 시킨 것은 위법”이라며 “새 정부는 이런 이유로 한 전 총리를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2년 실형을 살고 만기출소한 한 전 총리는 추징금 8억8300만 원 중 7억여 원을 미납한 상태다. 추징금은 범죄 행위로 얻은 물건이나 대가 따위를 몰수할 수 없을 때 징수하는 돈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추징금 미납자는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깨고 한 전 총리를 복권했다. 한 전 총리는 사면 없이 복권만 됐기 때문에 추징금을 내야 하는데도 현재 미납 상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방 전까지 추징금 35억 원을 완납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추징금 57억8000만 원을 모두 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해결해줄 거라고 믿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라는 말도 들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과거 당 대표 시절 한 전 총리 추징금에 대해 십시일반 모금 운동을 검토하기도 했다.
정부는 오는 23일 열릴 사면심사위원회에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하기로 결정하고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9일 81세 생일을 맞은 이 전 대통령을 최근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으로 찾아가 꽃바구니와 케이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복역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당초 복권 없이 사면만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김 전 지사가 최근 가석방 불원서를 제출해 “끼워 넣기 사면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지사의 입장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12-20 야당 1년 차 민주당의 ‘낙제점’ 성적표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야당이 됐다. ‘여당의 정책·시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독주로 인한 국가적 폐해를 막는다’는 야당의 사전적 의미가 무색하게 지난 7개월간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마치 덩치만 큰 바보 같았다. 성과랄 게 거의 없었던 민주당의 야당 첫해 주요 면면을 키워드별로 정리했다.
▽꼼수: 정권이 완전히 넘어가기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끝내야 한다는 민주당의 조급함은 초유의 ‘꼼수 탈당’ 사태를 불렀다. 여야 간 이견 조율을 위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고자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까지 시킨 것. 결국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조위에 들어간 민 의원의 몸을 던진 ‘희생’ 덕에 검수완박법은 5월 3일 공포됐지만, 당내에서조차 “정치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민 의원은 여전히 복당하지 못한 채 낙동강 오리알 상태다. 이재명 대표도 8월 당헌 ‘꼼수 개정’ 논란과 함께 대표직을 시작했다. ‘부정부패로 기소되더라도 당무위에서 정치탄압이라고 판단할 경우 구제할 수 있다’는 당헌 개정안에 대해 ‘이재명 방탄용’이란 비판이 쏟아졌지만 개딸들의 강력한 지지 아래 민주당은 기어이 밀어붙였다.
▽무능: 검수완박 땐 ‘입법 폭주’를 일삼던 169석의 원내 1당이었지만 정작 다른 입법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유능한 야당’을 외쳤던 이 대표는 정기국회 내 통과시키겠다던 양곡관리법이나 노란봉투법 등을 결국 처리하지 못했다. 상임위까진 수적 우위로 밀어붙였지만 국민의힘 김도읍 위원장이 지키고 서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줄줄이 발목이 잡혔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법사위원장도 결국 여당에 내줄 거였으면서 괜히 원구성 협상 때문에 하반기 국회 초반 아까운 54일을 날렸다. 차라리 그 시간에 법안 논의를 더 했어야 했다”고 했다.
지도부의 헛발질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10월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행위”라며 어설픈 ‘반일(反日)’ 여론전에 나섰다가 “국방에 대한 개념도 모른다”는 지탄을 받았다. 민주당의 ‘입’ 김의겸 대변인은 유럽연합(EU) 대사 발언 왜곡 논란에 이은 ‘청담동 술자리’ 등 가짜 뉴스 2연타로 물의를 빚었다.
▽내분: 외부에 적이 있으면 내부라도 똘똘 뭉치기 마련인데 민주당은 그러지도 못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의 일환으로 ‘86그룹 용퇴론’이 나왔지만, 정작 86그룹 대표주자 송영길 전 대표가 3개월 만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당내 세대 갈등이 터졌다. 송 전 대표의 출마로 비어버린 인천 계양을엔 이 대표가 ‘셀프 공천’ 논란 속에 등판해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 갈등이 본격화됐다. 둘로 쪼개진 민주당은 전당대회와 당사 압수수색, 김용·정진상 기소 등을 차례로 겪으면서 어느덧 ‘분당(分黨)’ 얘기까지 자연스레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야당 첫해 민주당의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입법도, 예산도 제대로 된 성과랄 게 없었다. 내년엔 정부·여당에 조금 더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야성 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12.21 닥터카를 콜택시로 쓴 의원이 국정조사 위원이었다니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지난 10월30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긴급구조활동을 펼쳤다며 공개한 사진. /신현영 의원 페이스북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20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위원직을 사퇴했다. 참사 당일 의료진의 긴급 이동 수단인 ‘닥터카’를 콜택시처럼 이용하고, 이 때문에 의료진의 현장 도착을 지연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이다. 신 의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국회의원 자격이 아닌 응급의료팀 일원으로 함께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갑질을 부인했지만, 남편의 닥터카 동승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여론이 악화하자 태도를 바꿨다.
경기 고양시의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은 이태원 참사 당시 구급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향하던 중 서울 마포구의 신 의원 자택 부근에 들러 신 의원을 태웠다. 신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 명지병원 의사였다. 출동 요청에서 현장 도착까지 54분이 걸렸다. 비슷한 거리를 달려온 다른 병원 지원팀들보다 20~30분 늦었다. 신 의원은 또 닥터카에 치과의사인 남편까지 태운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은 “참사 현장에 의료진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지만 치과의사가 도움이 될 현장이 아니었다. 그 정도는 신 의원이 더 잘 알 것이다.
신 의원이 이태원 현장에 머문 시간은 15분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복지부 장관 차를 타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시간 뒤 신 의원은 자신의 SNS에 “긴박했던 현장 상황을 기록으로 남긴다. 재난의료지원팀원으로서 현장에 나갔다”며 사진 5장과 동영상 1편을 게시했다. 15분 동안 제대로 된 구조 활동이 가능했겠나. 자기 정치를 위해 닥터카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남편도 사진 찍는 사람으로 데려간 것 아닌가.
현장에 다녀온 뒤 신 의원은 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이태원 국조특위 위원으로 발탁됐다. 민주당은 자진 사퇴한 신 의원 대신 다른 의원을 국정조사에 투입한다고 밝혔을 뿐 신 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선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사설
12월 21일 정부·기업은 성장 안간힘…巨野 국회는 反민생 역주행
내년 경제 환경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간 기업은 물론 윤석열 정부도 총력 대응에 나섰다. 그런데 야당이 다수 의석을 장악한 국회가 엇박자를 내면서 신성장 안간힘까지 가로막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국내적으로 고물가와 무역 수지 적자를 넘어 기업의 감원 폭풍이 부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글로벌 경제도 앞길이 안 보인다. 최대 변수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4.5%에서 내년 상반기엔 5%대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마이너스 정책금리(단기)를 고수하던 일본이 20일 결국 인상 대열에 합류한 것도 이런 위기 의식의 발로다.
윤 대통령이 21일 기획재정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와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함께 주재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수출 지원과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인기가 없더라도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위기 돌파와 함께 미래를 위한 개혁을 내년 국정의 화두로 제시한 것이지만,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제대로 실행할 수 없다.
이미 한국 경제는 위축 수준을 넘어 이젠 비상 상황이다. 삼성·SK·현대차 등 대그룹을 포함한 기업들은 기존 투자계획을 연기·취소하고 긴축경영을 강화하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상 최대 이익이라는 은행들조차 희망퇴직을 받는 등 감원 바람이 거센 정도다. 여기에 무역수지는 12월에도 20일까지 적자를 기록해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적자가 예상된다. 한국은 이미 내년에 1%대 저성장이 예고됐었지만, 대내외 여건이 더 나빠져 제로 성장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는 역주행이다. 거대 야당은 반도체 특별법과 법인세 인하의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재벌 특혜라며 반대하고, 연말 일몰을 맞는 30인 미만 영세업체 근로자의 주 8시간 특별 연장근로 처리조차 거부한다. 그러면서 불법 파업을 조장할 노란봉투법,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 매입하게 하는 양곡관리법은 강행하려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민 고통부터 커진다. 정부와 여당은 국회와 국민 설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야당은 반시장·반기업 폭주를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2.22 ‘대장동’보다 더 민주당 망친 ‘압도적 의석’
나라에 절실한 모든 개혁 거부하고
국가 명운 걸린 반도체법도 80년대 운동권 논리로 반대
압도적 국회 의석 없었으면 이런 민주당은 아닐 것
지금 민주당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대장동 사건만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압도적 국회 의석도 민주당에 큰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169석으로 국회에서 못 할 일이 없다. 윤석열 정부를 반신불수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힘은 절제를 잃으면 그 크기만큼의 부작용을 부른다.
민주당이 이 의석을 얻은 것은 2020년 총선이다. 그 후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은 전패, 완패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서 크게 졌고, 대선에서 패해 정권을 빼앗겼다. 이어진 지방선거에서도 졌다. 다음 2024년 총선에서 또 질 것이다. 선거를 연속으로 지고서도 왜 민심을 잃었는지 조금도 성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 의석’을 믿고 자만하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건물./이덕훈 기자
대장동은 어쨌든 한 사람의 문제다. 하지만 ‘압도적 의석’의 해악은 더 심각하고 더 근본적이다. 민주당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해야 할 일을 안 하게 만들었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반성 대신 압도적 의석을 이용해 방탄용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일방 처리했다. 그 순간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 돼버렸다. 새 대통령이 총리도 없이 취임하도록 만들고, 헌정사에 극히 드문 장관 해임안을 벌써 두 번이나 통과시켰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 70여 건을 전부 가로막았다. 정부의 권한인 예산안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민주당식 법으로 정부 국정을 강제하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해서는 안 되는 편법, 꼼수도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집권 야당’이라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원래 2024년 총선은 대통령 중간 평가의 성격이어야 한다. 미국에서 이런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이기는 경우는 드물다. 어느 나라나 집권당 중간 평가는 박한 법이다. 그런데 2024년 한국 정치의 권력 집단은 대통령과 여당인지, 국회를 장악한 ‘집권 야당’인지 애매한 상태다. 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은 집권 야당에 대한 심판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 공공 기관 개혁, 건강보험 개혁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개혁들은 입에 쓴 약을 먹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설탕물을 먹고 싶어하지 쓴 약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약을 먹지 않으면 병들어 죽는다.
민주주의 국가의 큰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 불편한 진실을 국민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선거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의 병은 나날이 악화한다. 그런데 실로 오랜만에 “인기 없고 욕먹더라도 개혁을 하겠다”는 대통령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지지율이 1%가 되더라도 해야 할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전언도 들었다. 윤 대통령의 이 다짐이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진 결의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대통령이 나왔다는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대통령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나라에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민주당은 이 모든 개혁을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이후 민주당은 당의 이념 자체가 포퓰리즘화했다. 만약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시 압도적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하면 개혁은 시동조차 걸 수 없게 된다. ‘인기 없고 욕먹어도 개혁하겠다’는 드문 기회가 물거품이 된다. 나라가 골병 들면 여야 지지를 떠나 모든 국민이 어려워진다.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으로 나라 명운이 걸린 반도체특별법까지 막고 있다. 다음 세계 문명 자체가 반도체다. 반도체가 없으니 러시아가 미사일도 제대로 못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도 반도체로 가동되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 전부가 반도체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은 아예 법인세 면제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을 ‘재벌 특혜’라고 반대한다. 1980년대 운동권 논리로 국운이 걸린 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발목을 잡는다. 2019년 민주당 반도체특위도 지금의 반도체법과 골격이 거의 같은 내용을 공표한 바 있다. 그때 민주당 누구도 ‘재벌 특혜’라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한 일까지 반대하는 억지는 통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으로 이 억지까지 관철시킨다. 반도체가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극단적인 얘기가 아니다. 2019년 민주당 반도체특위 출범식에서 양향자 위원장은 “한국이 주저앉느냐, 아니냐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지금의 민주당은 필자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너무 변질됐다. 양질의 의원들은 숨죽이고 저질 의원들이 판친다. ‘방탄’이 당의 목적이 됐다. 괴상한 음모론자들을 호메이니처럼 떠받든다. 이 시발점이 2020년 총선의 민주당 압승이었다. 그 압도적 의석이 민주당에 어떤 도움을 줬나. 나라에 무슨 기여를 했나. 전통 민주당의 회복을 위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지금의 이 민주당은 바뀌어야만 한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12.22 검찰, ‘성남FC 후원금 의혹’ 이재명 민주당 대표 소환 통보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지난 21일 이 대표에게 다음주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검찰은 지난 9월 말 성남시가 2015년 두산그룹의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 평을 상업 용지로 용도 변경해 주고 두산건설에 2016~2018년 성남FC에 50억원의 후원금을 나눠서 내도록 했다며 이모 전 두산건설 대표와 김모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을 ‘제3자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김 전 팀장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공모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최종 결제권자로서 두산건설의 분당구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과 용적률 상향을 대가로 성남FC가 50억원을 받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그대로 진행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7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두산건설 이모 대표(불구속 기소)와 정자동 부지 관련 협약을 맺었다. 부지 용도를 병원 시설에서 업무 시설로 변경하고, 용적률을 250%에서 670%로 상향한다는 내용이었다. 협약에는 성남시가 두산건설의 기부채납(부지 일부를 무상 제공) 비율을 낮춰주는 대신 두산건설이 50억원을 성남FC에 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자금난을 겪던 두산건설은 용도 변경을 통한 정자동 부지 매각을 모색하고 있었고, 성남시는 2013년 12월 인수한 성남FC의 운영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협약은 2014년 9월 두산 측이 성남시에 ‘정자동 부지의 용도를 업무 시설 및 근린 등 복합 용지로 변경되게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성남시가 용도 변경과 용적률 상향과 연결해 성남FC에 대한 현금 후원을 요청하자 두산이 승낙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당시 성남시는 기부채납 외에 성남FC 운영 자금을 받는 것이 적법한지를 검토했는데 ‘성남FC는 영리 목적 법인으로 기부채납을 받을 수 있는 주체에 해당하지 않으며 성남FC가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적법한 수단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내용이 2014년 11월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 등에게 보고된 정황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표는 해당 보고서를 받은 뒤 그 보고서에 ‘용도 변경에 따른 이익 중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고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메모를 직접 써 넣었다는 것이다. 이후 이 대표와 정 실장, 김씨 등은 두산건설에 ‘정자동 부지의 15% 기부채납’을 제시했지만 두산은 ‘5% 기부채납’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2015년 3월 양측은 ‘10% 기부채납과 성남FC에 50억원 지원’에 합의했으며 그해 11월 용도 변경과 용적률 상향이 고시됐다. 두산건설은 당시 정자동 부지 10%(최대 244억원으로 평가)를 기부채납했고 2016~2018년 성남FC에 50억원을 광고비 명목으로 분할 지급했다.
검찰은 공무원인 이 대표 등이 용도 변경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인 성남FC에게 50억원의 뇌물을 전달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두산건설이 정자동 부지 매각으로 얻은 차익은 1649억원인 것으로 검찰은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은 이에 대해 “성남FC 광고비와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은 무관하다”면서 “검찰이 광고 계약에 따른 광고비를 후원금이라는 용어와 혼용해 의도적 혼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또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검찰의 망상이며, 수사가 아니라 검찰당의 정치질일 뿐이라는 비판을 직시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 송원형 기자
12-22 민형배 “당과 내린 판단” 검수완박 절차 위헌 自認이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목표로 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지난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 공포됐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심각했다. 내용과 절차 모두 위헌이라는 지적에 따라 헌법재판소 심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입법 과정에서 ‘위장 탈당’ 논란을 빚었던 민형배 의원이 21일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거듭 주장하면서 “(당시 탈당은) 개인적 선택이지만, 민주당과 제가 내린 정무적 판단이었고, 공적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의 공감대는 기본이고 사실상의 공모까지 자인(自認)한 셈이어서, 절차적 위헌성이 더 짙어졌다.
민 의원은 지난 4월 두 법안의 국회 법사위원회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 뒤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합류했다. 조정위는 과반 의석의 다수당이 함부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안건이 회부되면 최장 90일 간 토론이 가능하고, 6명의 위원 중 4명이 찬성해야 의결할 수 있다. 민 의원이 탈당해 비교섭단체 위원이 되면서 법안은 4 대 2로 즉시 의결됐다. 국민의힘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각각 안건을 심사할 정당한 권한이 침해됐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지적이 잇따랐다. 이종석 재판관은 7월 12일 공개변론에서 ‘자유 위임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 “국회의원 활동이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에도 존중돼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9월 27일 공개변론에서는 “내심은 탈당 의사가 없음에도 가결을 위해 형식적으로 탈당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다 알면서 무소속 의원임을 전제로 안건조정위원에 선임한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고 물었다. 이어 “탈당이 가장 행위면 효력이 없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중요 원리인 다수결 원칙 위배”라고도 지적했다. 공개변론을 마쳤고, 당사자도 자인한 만큼 헌재는 신속히 합당한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2-22 ‘김경수 특사’, 사면의 3요소 결여… 법치 훼손·권력 오남용 우려

■ 장영수의 Deep Read - 헌법 정신과 김경수 사면
대통령의 사면,‘국익 부합+범죄 재발 방지+국민 공감대 확보’요건 갖춰야 헌법정신에 합치
사면이 정치적 거래물 되면 안돼… 김 ‘복권’도 ‘사면후 1회 불출마 룰’깨트릴 수 있어 신중해야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군주의 대권에서 유래된 것으로, 일반사면과는 달리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오직 주권자인 국민의 여론 및 선거를 통한 통제만이 인정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면은 사법 절차로 형이 확정된 범법자의 형을 면제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법치 훼손의 우려가 있다. 대통령 특별사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 특사가 헌법 정신에 부합하고 권한 오남용을 최소화하려면 국익에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유사 범죄 재발 방지 장치가 있어야 하며,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김경수 사면’은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김 전 지사는 형 확정 이후로도 줄곧 ‘무죄’를 주장하며 자신의 사면을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
◇법치와 사면의 딜레마
대통령 사면권의 오남용이 문제 된 사례는 민주화 이후에도 매우 많았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듭되면서, 과거 기본적으로 수천 명, 심지어 100만 명 이상을 특별사면하던 것이 점차 줄어들었다. 또 절기나 기념일마다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정치인,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을 반복하던 것도 크게 줄었다.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해 여권에서는 민주주의 절차를 파괴한 ‘드루킹 사건’으로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아 복역 중인 그의 사면이 법치를 깨뜨린다는 비판이 강하다. 반면 야당은 복권까지 포함한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지사의 사면 거부 발언도 논란이 됐다. 일견 정치적 기싸움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면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작동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법치와 사면의 딜레마에 대한 김 전 지사의 인식 부족이 깔려 있다.
사법 절차를 통해 유죄가 확정된 범법자를 사면할 경우에 법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 세계적으로 사면제도가 널리 인정되는 것은 사법부의 판단과는 별도로 중대한 국익을 위해 예외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KAL기 폭파범인 김현희에 대해 사형이 선고됐었지만 사면된 바 있다. 김현희를 사형시키는 것보다는 생존한 상태에서 본인의 행동을 반성하고 증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김대중·이회창·이인제 등 차기 대선후보들의 동의를 얻어 사면을 단행했던 것도 당시 상황에서 엄정한 법 집행보다 국민통합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전·노 사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등 사면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국민통합을 앞세운 사면이 거꾸로 갈등을 키우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김경수 사면’ 올바른가
사면은 헌법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인정한 취지에 맞아야 하고, 대통령의 권한 오남용이 아닌 올바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사법 절차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통령 측근이라고 사면해주거나 여야의 정치적 거래나 타협에 의해 사면하는 것이라면 이때의 사면권은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권력 오남용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불법이 확인된 범법자를 사면하는 것이 유사한 범죄의 재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제어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과거 정치인·경제인 등에 대한 사면의 반복이 불법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경시로 이어졌고, 그 결과 불법이 반복됐던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셋째,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이라면 진정으로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사면을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으로 강행하는 것은 국민 법감정에도 맞지 않고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김경수 사면’이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시키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과연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도 분명치 않고, 유사한 불법의 재발을 자극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의문이다. 더욱이 김경수 사면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상황에서 이를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선진 외국의 사례를 보면 사면권의 행사 자체가 매우 드물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1949년 이후 단지 4차례의 사면이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27명을 사면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이외에는 역대 대통령이 모두 5명 이내를 사면했다. 사면권 행사가 상대적으로 빈번했던 미국의 경우 대통령의 4년 또는 8년 재임 기간 동안 400명 이상을 사면한 예가 없었다.
◇복권과 ‘1회 불출마 룰’
사법 절차를 뒤집는 사면을 다시 사법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한 절차적 통제도 마련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매우 약하다. 사면권의 오남용 문제는 미국에서도 많이 제기된다. 사면권의 오남용은 법치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측근 사면이나 정치적 거래에 의한 사면은 민주주의의 기초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김경수 사면’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사면에 그칠 것인지, 공직 취임 등과 관련한 복권까지 함께 할 것인지다. 이에 관한 명문화한 규정은 없으며 사면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선거사범의 경우 사면을 통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더라도 곧바로 다음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권을 같이 해주지 않는 게 관례였다. 이른바 ‘사면 후 1회 불출마 룰’이다. 이는 국회법상 국회회의방해죄나 공직선거법상 매수및이해유도죄 사범에 대해 특별히 자격정지 10년을 병과하는 것과 같은 취지이다. ‘1회 불출마 룰’은 유사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김 전 지사 사면에 복권까지 요구하는 것이나, 김 전 지사가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 등은 선거사범 사면의 관례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사면제도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는 격동의 세월을 겪었으며, 수많은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런 가운데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도 여러 차례 단행됐지만 과연 사면으로 대통합이 달성된 경우가 얼마나 됐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수많은 사람을 사면하는 가운데 측근 사면이나 정치적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의혹을 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김경수 사면’ 논란에 대해 국민이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유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 용어 설명
‘사면’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음. 일반사면은 특정 범죄의 해당자 전체를 사면하는 것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함.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개개인에 대해 사면하는 것으로 국회 동의가 불필요.
‘드루킹 사건’은 드루킹(김동원) 일당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인터넷 기사 댓글 조작·타 후보 비방 등 여론 조작을 벌인 사건. 文 측근 김경수가 이에 관여해 법원에서 실형 확정돼 복역 중.
■ 세줄 요약
법치와 사면의 딜레마 : 사법 절차로 유죄 확정된 범법자에 대한 사면은 자칫 법치 훼손 우려 있어. 그럼에도 사면제도가 인정되는 것은 국익을 위해 예외를 인정할 필요성 때문. 이것이 법치와 사면의 딜레마임.
‘김경수 사면’ 올바른가 : 대통령 사면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려면 국익에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범죄 재발 방지 장치가 있어야 하며, 국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함. ‘김경수 사면’은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음.
복권과 ‘1회 불출마 룰’: 사면권 오남용이나 정치적 거래에 의한 사면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무너뜨릴 수 있어. ‘김경수 복권’ 또한 ‘사면 후 1회 불출마 룰’을 깨트릴 수 있는 것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
문화일보
12.23 이재명 대표, 검찰 소환에 무작정 불응하기만 할 건가
검찰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오는 28일 소환을 통보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가 “조작”이라며 소환에 응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9월 대장동·백현동 비리 의혹과 관련해 대선 때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소환을 통보했지만 이 대표는 불응하고 검찰에 서면 진술서만 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6개 기업으로부터 성남FC 후원금 명목으로 182억여 원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성남시가 2015년 한 기업의 분당구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주고 50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내게 한 혐의로 성남시 팀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면서 공소장에 이 대표를 ‘공범’으로 적시했다. 이 대표가 이 사업 추진이 부적법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밀어붙인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대표 측근 세 명이 대장동 비리 등과 관련해 뇌물, 불법 경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이 민감한 수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영장을 발부한 것은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 관련자들이 돈을 줬다고 시인한 상태다. 검찰 수사가 “조작”이라는 이 대표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대표는 성남FC 사건 외에도 대장동·백현동 비리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한 것은 누가 봐도 방탄용으로 보였다. 심지어 당대표까지 됐다. 민주당은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당헌까지 고쳤다. 이 대표와 민주당 스스로 ‘사법 리스크’를 떠안고 ‘방탄막’까지 친 것이다. 이제 검찰 소환까지 무작정 불응하면 민주당은 이 대표 방탄 정당임을 자인하게 된다.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검찰 조사를 못 받을 이유가 없다. 전직 대통령들도 소환 조사를 받았고, 평범한 국민은 사소한 일로 고소를 당해도 수사 기관에 나가 조사를 받는다. 이 대표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대면 조사를 거부하자 “체포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 소환에 응해 소명해야 한다. 물론 검찰도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2-23 이재명 검찰 소환과 민주당의 개탄스러운 방탄 들러리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의자’로 소환한 것은 성남FC 사건의 핵심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혐의를 입증 못 하면 야당 탄압이란 비난을 받을 검찰이 근거 없이 무리하게 소환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23일 의원총회까지 열어 논의한다고 한다. 이 대표 개인 범죄 혐의에 대한 방탄 들러리를 자임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개탄스럽다. 민주당 의원·당원들은 민주당 계열 정당이 1955년 창당된 이후 이 대표처럼 범죄 혐의를 받는 지도자가 있었는지 돌아보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성남시의 전 전략추진팀장과 두산건설 전 대표는 이미 지난 9월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용도변경 등의 대가로 50억 원의 후원금을 주고받은 혐의다. 네이버도 제2 사옥 신축과 관련, 이 대표 측근이 운영하는 사단법인을 통해 39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과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이 대표는 성남FC가 운영자금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적법한 수단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도 시 관계자 보고서에 ‘용도변경에 따른 이익 중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 보고 바람’이라는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정 전 실장 등과 함께 두산건설에 기부채납 비율을 낮춰주는 대신 후원금을 받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 탄압 주장도 명분이 없다. 이 대표는 유사 사건과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거부하자 “체포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년 묵힌 사건을 재활용한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과 경찰이 2년 넘게 사건을 뭉갰고 이에 항의하는 차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제대로 수사가 진행된 것은 지난 6월 새 성남지청장이 부임하면서다. 이 대표의 검찰 출두는 불가피하다. 이제라도 당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당 대표와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는 일임을 알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2-23 검수완박 입법의 불법성 더 짙어졌다
한석훈 변호사, 前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검수완박’ 입법을 불과 한 달 만에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이 법안은, 당시 전문가나 국민의 반대가 상당했고 소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해 안건조정위원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정위는 재적위원 6인 중 3인을 다수당 소속이 아닌 의원들로만 구성케 함으로써 토론을 통한 소수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이는 민주주의 다수결 원리의 전제인 소수의견 존중을 보장하는 중요한 제도다.
그런데 민주당은 5월 10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에 신속하게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4월 20일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 의원으로서 소수파 지분인 조정위 위원으로 보임케 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4월 26일 조정위에서 민주당 위원 3인과 민 의원의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시키고, 일방적으로 법사위 전체회의 및 국회 본회의를 거쳐 윤 대통령 취임 전에 법안을 공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나 국민의힘은 위 ‘검수완박’ 입법이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권한과 기능을 침해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놓고 있다.
최근 민 의원은 위 탈당이 민주당과 함께 내린 ‘정무적’ 판단이었음을 고백함으로써 위장탈당이었음을 밝히고 있고, 아울러 민주당에 복당 제의까지 하고 있다. 민주당 측도 당의 필요에 의한 탈당이었으므로 민 의원의 복당은 받아줘야 하겠지만, 위 권한쟁의 헌법재판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민 의원의 위장탈당과 조정위 위원 보임은 ‘검수완박’ 법안의 통과를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고, 다수결 원리를 침해한 것이다. 따라서 당시 조정위의 표결은 의결정족수인 재적위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위원 4명의 찬성을 얻지 못하여 무효이다. 그리고 그 표결이 유효임을 전제로 한 법사위 전체회의나 국회 본회의 표결도 무효이므로, 결국 ‘검수완박’ 입법 자체가 무효인 셈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강행법규인 조정위 위원 구성 등의 절차규정을 잠탈하는 탈법행위까지 하면서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한 이유는 무얼까? 원래 수사절차란 사실을 규명하고 법리를 적용해 범죄 혐의 유무를 판단하는 준사법작용이므로 수사권은 법관과 마찬가지의 사실인정 및 법리판단 역량을 갖춘 검사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그러므로 검사가 사회 상황에 따라 직접수사를 스스로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검사의 수사권을 법률로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것은 수사의 본질에 반한다. 실제로 대륙법계든 영미법계든 자유민주 국가 중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하거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입법을 하는 나라는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도 지난 5년간의 집권 기간에 원하는 대부분의 입법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왔지만, ‘검수완박’의 입법 시도까지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의 대통령선거 결과 예상 밖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민주당이 더는 검찰을 장악할 수 없게 되자 무리한 입법을 강행한 것이다. 이는 수사 제도를 개혁하려는 게 아니라, 민주당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한 편법에 불과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문화일보
12-23 與 ‘당헌투표 100%’ 전국위 의결…18년만에 대표 선출방식 수정
당대표 선거에 결선투표도 도입
‘비윤계’ 당권주자 반발 불가피
국민의힘은 5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최고의원 선거를 일반국민 여론조사 없이 ‘당원투표 100%’로 치르기 위한 당헌 개정을 의결했다. 여당은 이어 이날 오후에 곧바로 상임전국위를 열어 개정한 당헌을 토대로 세부 규칙을 명시한 당규 개정안 의결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당헌 개정안에는 당 대표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하는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전국 단위 선거의 각종 당내 경선 시 여론조사를 할 경우 다른 당 지지층을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특례 조항도 신설됐다.
앞서 국민의힘이 당대표 선거에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한 것은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이 당대표 선거에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하기 시작한 이래로 18년만에 당대표 선출 방식이 크게 바뀌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로 전당대회 룰 변경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 전당대회 선관위원장 지명과 다음 달 초 후보 등록 등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차기 전당대회는 ‘정진석 비대위 체제’ 임기가 종료되기 직전인 내년 3월 초로 예상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전국위 모두발언에서 “전국위에 상정된 당헌 개정안은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당민주주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원칙의 문제”라고 밝혔다. 또 정 위원장은 “이번 개정을 계기로 모든 당원이 100만 책임당원 시대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당권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며 당심 비율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에 지지를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로 소집된 상임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안을 토대로 수정·보완된 당규 개정안 의결을 마치면 ‘당원투표 100%’ ‘결선투표제’ ‘역선택 방지’ 등의 룰 개정 절차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같은 개정안에 당내 비윤(비 윤석열)계 등 일부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문화일보 박준희 기자
12.26 시대착오적 불체포·면책 특권 뒤에 언제까지 숨으려 하나
뇌물 6000만원 수수 혐의를 받는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 동의안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노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를 ‘검찰 농단’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며 부결해줄 것을 호소했다. 동의안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21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3명의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이 모두 가결됐지만 노 의원 건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민주당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의혹 등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단일 대오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노 의원 사안만 달리 대응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건을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이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의 ‘예행연습’쯤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헌법은 회기 중에 국회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이 국회 위에 군림하며 억압하던 시절, 의원들의 활동을 보호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불체포 특권은 의원들이 뇌물이나 횡령 같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놓고 법망을 피해가는 면죄부로 전락했다. 의원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불체포 특권을 없애겠다고 약속하고 관련 법을 발의한 것도 여러 차례다. 그런 점에서 개인 비리 혐의자인 노 의원을 감싸는 민주당의 행태는 시대착오적이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과도한 특혜는 불체포 특권만이 아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지만 가짜 뉴스로 판명 났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선 민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책 특권 뒤에 숨어 변변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지자들로부터 후원금이 답지했다. 이것이 근절되지 않으면 한국 정치의 미래는 보나 마나다. 국회의원 방탄용으로 전락한 구시대적 특권을 손보는 것이 정치 개혁이자 국회 개혁이다.
조선일보 사설
12.28 신년특사, 경제인 빠지고 정치인·공직자 대거 포함
이명박·전병헌 등 1373명 사면… 김경수는 복권 없이 형기만 면제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1373명에 대해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했다. 이번 사면에는 지난 8월 윤석열 정부 첫 사면에서 제외됐던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 선거사범이 대거 포함됐고 경제인은 제외됐다.
이번 사면 대상자는 정치인 9명, 공직자 66명, 선거사범 1274명, 특별 배려 수형자 8명 등으로 나타났다. 정치인으로는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잔여 형기 집행 면제 및 복권(復權)과 함께, 벌금 82억원 면제를 받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추징금 57억8000만원 전액과 벌금 중 48억원을 납부한 상태다.
공직자 중에서 김경수 전 지사는 복권 없이 남은 형기만 면제받아 2027년 12월까지는 공직 선거에 나갈 수 없다.
선거사범으로는 동종의 선거에 한 차례 이상 출마를 하지 못한 전직 의원과 기초단체장 출신 등이 구제받았다.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사진 왼쪽), 조윤선 전 정무수석(사진 가운데),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불법사찰 의혹에 연루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사면 복권됐다./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27일 발표한 특별사면 명단에는 야권 인사들보다 박근혜·이명박 정부 인사가 많다.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사건 등으로 사법 처리된 박근혜·이명박 정부 쪽 인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진행된 수사로 처벌받은 당시 청와대, 국정원, 정부 부처 관계자 상당수가 사면 복권됐다. 이를 고려해 정부가 이번 사면·복권 대상 선별 과정에서 야권 인사들을 최대한 포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면은 28일 효력이 발생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 단체를 불법 지원한 ‘화이트 리스트’ 의혹에 연루됐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불법 사찰 혐의로 기소됐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이번 사면에 포함됐다. ‘박근혜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도 복권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정 농단 사건에서 가장 책임이 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전용’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5년을 확정받고 형기를 상당 부분 채운 뒤 가석방으로 풀려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도 사면·복권을 받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던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은 형 선고 실효(전과를 없애주는 것) 및 복권 대상이 됐다.
앞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도 지난 26일 형 집행정지로 청주 여자교도소에서 석방돼 1개월간 병원 치료를 받게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사면으로 남은 형기 15년과 미납 벌금 82억원을 면제받았다. 그는 2020년 대법원에서 뇌물 수수 및 횡령 혐의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이 확정됐다. 지난 6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상태에서 사면 대상이 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거액 벌금이 미납돼 있을 때 사면됐다”며 “이 전 대통령이 납부한 추징금과 벌금(합계 105억8000만원)이 뇌물 수수액(94억원)을 넘어선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등으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잔형 감형’을 받았다. 현재 형기가 7년 넘게 남았는데, 3년 뒤 출소하게 된다. 원 전 원장과 공모한 혐의로 처벌받은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장관 등도 사면·복권됐다. ‘군 댓글’ 사건에 연루됐던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 연제욱·옥도경 전 국군 사이버사령관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현 정부 인사 중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의 선고 유예를 확정받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형 선고 실효됐다.
한편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발생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돼 내년 5월 출소 예정이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남은 형기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복권은 이뤄지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공직 선거에는 나갈 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 규모가 큰 여론 조작 사건이었고 대상자의 지위와 역할, 사건이 발생한 시점, 유사 사건에 대한 사면 조치 등을 고려해 남은 형기 집행만 면제했다”고 밝혔다.
정치인 사면·복권에는 여야 인사가 고루 포함됐다. 여권에선 김성태·이병석·이완영·최구식 전 의원이, 야권에서 전병헌·신계륜 전 의원과 강운태 전 광주광역시장 등이 복권됐다. 또 권석창·이규택 전 의원 등 18·19대 대선, 20대 총선, 6·7회 전국지방선거 사범 1274명도 복권됐다. 이 외에도 임신 중인 수형자 1명, 생계형 절도 사범 4명, 중증 환자 3명 등 특별 배려 수형자 8명도 사면됐다.
12.28 前정부 인사 사면에… 與 “통합 의지” 野 “부패세력 방출”
尹정부 두번째 특사… 與·野 엇갈린 평가

▲정부가 2023년 신년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를 발표한 2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방송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단행한 신년 특별사면에 대해 “이번 사면을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사면 대상과 범위를 결정했다”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통합을 지향한 결단”이라고 평가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사면에 포함된 데 대해서 “부패 세력과 적폐 세력을 풀어준 묻지 마 대방출”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사면 대상엔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 등 여야를 망라한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며 “이는 통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2023년 신년 특별사면·복권 주요 대상
친이계(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본지 통화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했다. 이 고문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지금 MB(이 전 대통령) 건강이 좋지 않다”며 “지금 당장 퇴원 날짜조차 잡히지 않아서 향후 행보도 짐작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같은 당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번 사면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 “국민 여론을 조작한 중대 범죄로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받으신 분이 무엇이 그리 떳떳하냐”며 “여론 조작은 선거 제도의 근간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로 김 전 지사는 먼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께 용서부터 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면”이라며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치주의는 도대체 실체가 무엇이냐. 부패 세력, 적폐 세력, 국기 문란 세력 모두 방생해주는 것이 법치주의에 걸맞은 결정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같은 당 김의겸 대변인도 이날 라디오에서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최경환 전 장관 등을 우르르 무더기로 풀어주지 않느냐. 이 분들의 형량을 다 합치면 50년 6개월”이라며 “그런데 야권 인사들은 합쳐봐야 5년 6개월밖에 안 된다”고 했다. 또 “김 전 지사를(사면 명단에) 집어넣는 건 그냥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을 겨냥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못날 수가 있느냐”며 “(형기가) 5개월 남은 김경수의 형을 면제했다고 어떻게 감히 국민 통합을 입에 담을 수가 있느냐”고 했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12-28 檢 소환 불응한 채 호남 돌며 ‘야당 탄압’ 강변하는 李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이틀째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을 돌고 있다. 민생 투어를 내세웠지만, 수사를 비난하는 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고 소환에 예우를 갖추라는 요구까지 했다고 한다. ‘조사에 당당히 임하겠다’는 하루 전 공언이 무색하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최고위원회의 뒤 송정매일시장을 방문해 ‘검찰독재 야당탄압 규탄 연설회’를 개최한다. 전날 무안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카카오톡 등에서 한 분이 100명씩에게만 제대로 된 (검찰 수사 관련) 정보를 알려 나간다면 웬만한 공중파 방송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수사검사 ‘좌표 찍기’에 이은 수사 방해 선동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이 대표 측은 소환 통보를 지청장이 아닌 부장검사가 한 것은 제1당 대표에 대한 예우에 어긋난다며 불만까지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과 달리 새로운 증거와 진술이 잇따른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두산중공업 임원으로부터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청탁을 받자 당시 정책비서관이던 정진상과 상의하라고 했다는 내용의 두산 내부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정진상이 ‘김인섭이 하는 거다. 한번 살펴봐라’는 취지로 내게 직접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김인섭이 개발업체에 영입된 이후 성남시는 2차례 반려했던 용도변경 신청을 수용해 4단계나 높여줬고 임대주택 비율도 100%에서 10%로 축소해줬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대북 불법 송금 사건 수사도 확대 중이다.
일반 국민이 이 대표처럼 행동할 수 있겠는가. 직간접 연루된 사건이 10건에 이른다. 강변(强辯)을 중단하고 검찰 수사에 응해 결백을 주장하는 것이 순리이고 책무다.
문화일보 사설
12.29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 野 ‘방탄’ 말고 올해 한 일 뭔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인원 271명 중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2022.12 28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의원 271명이 투표해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가 나왔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은 찬성 입장을 미리 밝혔다. 노 의원은 용인 물류단지 개발 등 청탁 대가로 6000만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다. 사안 자체가 명백한 개인 비리다. 노 의원이 떳떳하다면 법원 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해 구속의 당부를 다퉜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날 법무장관은 국회에서 노 의원이 뇌물을 받으며 고맙다고 한 말까지 녹음돼 있다고 했다. 그동안 많은 부패 수사에서 이렇게 명확한 증거는 처음 본다고도 했다. 그래도 민주당 의원들은 체포동의안에 반대했다.
불체포특권은 과거 군사정권이 정치권을 억압하던 시절, 의원들의 정당한 의정 활동 보호 취지에서 만들어진 극히 예외적인 제도였다. 민주화 이후엔 당연히 없어져야 했다. 하지만 도리어 파렴치 범죄를 저지른 의원들이 법망을 피해가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여야 모두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언해왔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 때 “폐지에 100% 찬성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 출신을 포함해 의원 3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모두 가결시켰다. 그러다 돌연 노 의원 건을 부결시켰다. 이 대표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도 곧 국회로 올 가능성이 있는데, 노 의원 건을 부결시켜야 이 대표 건도 반대할 명분이 선다는 것이다. 둘 다 개인 비리 혐의인데 누구는 체포에 동의하고 누구는 안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성남FC 사건 관련 검찰 소환 조사를 거부하고 전남 광주로 내려가 ‘검찰 규탄 연설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며 “우리 이웃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자”고 했다. 개인 비리 의혹과 민주주의, 이웃, 가족이 무슨 상관인가. 민주당은 이날 검찰 규탄 결의문까지 냈다.
민주당이 올 들어 ‘방탄’ 말고 한 일이 뭐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위기를 극복할 투자 활성화 법안은 반대하고 나라 장래를 위한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나 몰라라 하면서 대장동 수사를 막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이 이제는 시대착오가 된 의원 특권 뒤에 계속 숨는다면 다음 총선에서 그에 상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2-29 민생 외면하고 이재명 노웅래 방탄 나선 민주당 파렴치
범죄 혐의자는 신분을 막론하고 수사받고, 혐의가 입증되면 처벌도 받아야 한다. 그런 상식과 최소한의 정의가 더불어민주당이 지배하는 국회에서 무너지고 있다. 민주당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같은 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을 이끌었다. 여야 의원 271명이 출석해 161명이 반대했는데, 169석인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표결 직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나서 “야당 파괴”라며 부결을 유도했다.
체포동의안 가결이 곧 구속은 아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법원이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구속되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런 절차마저 봉쇄했고, 그래서 ‘방탄’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노 의원은 사업가로부터 인사 등 청탁을 받고 6000만 원의 뇌물 및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장롱 속에서 발견된 현금다발 3억 원은 아직 수사도 안 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지난 대선 때부터 불체포 특권 폐지를 공언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기가 막힌다.
노 의원 방탄은 이재명 대표 방탄과 한 묶음이다. 제21대 국회 들어 정정순·이상직·정찬민 의원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그런데 이 대표 검찰 수사가 조여오자 노 의원 체포동의안부터 부결시킨 것이다. 계속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식으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을 가로막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민생을 내세워 전국을 순회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반대해 600만 명에 이르는 소상공인과 근로자의 생계를 위험에 빠뜨렸다. 민생을 외면하고 방탄에 몰두하며 법치를 허무는 파렴치한 행태는 민주당이 공당(公黨)인지 의문을 키울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12.30 강준만 "민주당 '윤석열 악마화' 중독…자해 일삼는 패닉 빠졌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중앙포토
강준만 "민주당 지지자까지 '윤석열 악마화' 가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을 적으로 간주한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적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지지자들까지 가세해 '악마화'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강준만(66)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29일 펴낸 신간 『퇴마 정치』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강 교수는 "그들이 민주당의 20년, 50년, 100년 집권 꿈에 급제동을 건 윤석열을 증오하는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런 '윤석열 악마화'의 비용"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집권 초기부터 추진한 적폐 청산은 정권의 정치적 기반을 굳히고 보수 야당을 사실상 초토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민주당 장기 집권 시나리오를 일거에 뒤집어버린 사건으로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집을 압수수색한 '8·27 사태'를 지목했다.
강 교수는 "민주당은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너무 단순 무식한 이분법을 택하고 말았다"며 "2022년 대선 결과는 2년 7개월간 지속한 '윤석열 악마화'의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민주당 '윤석열 때리기' 올인…스스로 자해"
강 교수는 ▶윤석열 측근 죄다 자른 추미애의 1·8 대학살 ▶4·15 총선 압승 후 더 과격해진 윤석열 악마화 ▶민주당 사람들의 비명과 악담과 저주 등 장(章)에서 민주당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과 민주당은 윤석열을 미워하는 수준을 넘어 악마로 간주함으로써 스스로 자해를 일삼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며 "윤석열 악마화라는 마약에 중독된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윤석열 권력욕과 사악함에 대한 극단적인 과대평가와 윤석열의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극단적인 과소평가로 윤석열보다는 자신들의 그늘과 어두움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걸 폭로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민주당은 이성을 상실할 정도로 무리한 '윤석열 때리기'에 올인함으로써 윤석열을 키워주고 정권을 넘겨준 오만과 어리석음에 대해 처절히 성찰하라"고 했다.
강 교수는 앞서 2020년 10월 펴낸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도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며 "굳이 지적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책에서 "착한 권력을 표방했거니와 자신들에겐 그런 DNA가 있다고까지 큰소리친 권력 집단이 내로남불 화신이 될 때 어찌해야 할까"라며 "권력이 권력을 죽이는 '권력의 역설'을 한국 사회에서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시대의 논객'으로 불리는 강 교수는 지난해 2월 정년퇴직했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사회·역사 등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다. 2005년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받았고, 저널룩 『인물과 사상』(전 33권)을 비롯해 『김대중 죽이기』 『싸가지 없는 진보』 『강남 좌파』 등을 썼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12-31 박물관에 갈 불체포특권 누가 살렸나
진보진영 “역사가 심판할 것” 법정투쟁
野, 개인비리 의혹 방탄막은 시대착오적

정연욱 논설위원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 인사들이 공유하던 법정 투쟁기가 있었다. 1957년 쿠바의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몬카다 병영을 습격했다가 실패한 피델 카스트로의 최후 변론이다.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카스트로는 최후 변론에서 “나를 비난해라.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라고 외쳤다. 하지만 2년 뒤 카스트로는 쿠바 공산혁명에 성공, 정권을 장악했다.
이처럼 법정 투쟁은 민주화를 위한 정치 투쟁의 연장선으로 간주됐다. 법정은 한가롭게 법리 다툼을 벌이는 곳이 아니라 거악(巨惡) 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는 또 다른 전장이었다. 민주화 세력이 정권과 맞설수록 선명한 선악(善惡) 대결구도가 부각됐다. 과거 민주화운동 인사들은 법정에서 “당신들은 우리를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거침없이 외쳤다.
법정에서 발신되는 메시지는 흔들리고 동요하는 지지자들을 묶어세우는 든든한 버팀목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힘들어도 버티면 끝내 승리한다는 믿음이 절실했다. 특히 민주진보 진영에서 사법적 결정과 정치적 메시지가 엇박자가 자주 나는 이유다.
친노 진영의 대모(代母)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지 7년이 지났다. 징역 2년 만기 출소를 한 뒤로도 결백을 주장하면서 7억 원 넘는 추징금 납부를 거부해왔다. 한 전 총리는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을 출간해 자신의 결백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 사면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민주당이 수사 의뢰를 한 사건이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기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친문 적자인 김 전 지사가 출소하는 날 ‘김경수는 무죄다’라는 손팻말이 곳곳에 등장했다.
개인적으로 억울할지 몰라도 두 사람은 최종심에서 모두 유죄 확정을 받았다. 특히 한 전 총리의 경우 대법관 13명이 만장일치로 유죄 선고를 했다. 새로운 물증을 제시해 재심을 하지 않는 한 이 결정을 뒤집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지지자들을 향해 사법적 결정을 믿지 말고 나를 믿으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바뀌었다. 민주화가 된 지 벌써 30년이 지났고, 그동안 보수-진보 세력의 정권교체도 이뤄졌다. 극소수 강경파는 몰라도 대다수 국민들은 사법 절차를 지키려 한다. 그런데도 사법적 결정을 나 몰라라 하거나 의도적으로 폄훼한다면 시대 흐름을 한참이나 역행하는 것이다. 민주화운동 이력이 정치적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이 아닐 수 없다.
28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21대 국회에서 상정된 3건의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는데 이 흐름을 뒤집은 것이다.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은 민주화 이후 개인비리 수사를 막는 방탄막으로 남용돼온 것이 사실이었다. 여야 모두 따가운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특권이 사실상 사문화(死文化)의 길로 가고 있는데 노웅래 사태가 발목을 잡아버린 것이다.
검찰의 지나친 신상 털기라고 주장하지만 노 의원의 개인비리 혐의가 짙은 정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냉철히 판단할 것이다. 행여 해묵은 민주진보 진영의 옛 법정 투쟁을 떠올릴 생각은 말라.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