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2-11/ 11.02(수)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혈안이 된 사람들 - 11월 29일 급기야 ‘野 단독 예산’ 발상까지 나온 민주당 대선 불복
정치(인) 이야기 2022-11/
11.02(수)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혈안이 된 사람들
‘조국 백서’ 저자 등이 이끄는 ‘촛불행동’이 이번 주말(5일) 이태원 참사 애도를 내건 도심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이 단체는 대선 직후인 올 4월 출범해 지속적으로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해온 단체다. 이른바 ‘조국 백서’를 집필한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등이 상임 대표를 맡고 있다. 비극적 참사가 발생하자 기다렸다는 듯 반정부 선동을 본격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이 단체는 최근 주말마다 대통령 퇴진,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며 도심 집회를 벌였다. 그런데 갑자기 구호를 추모로 바꾸어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더구나 이 단체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오후 5시부터 청계광장 부근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반정부 집회를 가졌다. 이런 대규모 집회로 경찰력을 분산시킨 도의적 책임도 있는 세력이기도 하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데, 아니다. 이건 정치 문제가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는 안전 문제이고 인파 관리 문제인데 어떻게 정치 문제가 우선일 수 있는가. 김씨는 “2017년인가 2018년인가 (이태원 핼러윈 축제 때) 분명히 일방통행이었다”고 했지만, 경찰과 해당 구청은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김씨의 왜곡 주장 사례는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이들에게, 지금은 희생자를 애도하고 차분하게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때라고 말해 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정치에 이용하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이들이 어떤 속성을 갖고 있는지 이제 안다. 국민을 선동하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2 잊히겠다던 文의 막후 상왕 정치
노무현식 ‘사저 정치’와 닮은꼴
정치 안 한다더니 행동은 반대
수시 동향 보고 받고 친문 규합
이재명 이후 상왕 역할 꿈꾸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 사저에서 매일 지지자들을 만났다. 수백명 앞에서 10여 분 동안 연설하고 문답도 했다. 기분이 좋으면 두 번 나오는 날도 있었다. 그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사저 정치를 즐겼다. 그래서 “국회의원으로 정치 복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잊힌 삶을 살겠다”고 했다.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말과 달랐다. 퇴임 2주일도 안 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고 했다. 백악관이 부인했지만 결국 전화 통화를 했다. 외교부에서 통역 지원까지 받아냈다. 전례가 드문 일이었다. 그는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자 윤석열 대통령보다 먼저 “자랑스럽다”는 축하 메시지를 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정권이 바뀌어도 9·19 남북 군사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핵 선제 타격을 법제화한 뒤 숱하게 미사일을 쏘고 군사합의를 깨도 “북한과 대화에 나서라”며 오히려 윤 정부를 압박했다. 문 전 대통령 측근들은 걸핏하면 새 정부 노선과 정책을 비난했다. 감사원 조사엔 “무례한 짓”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양산으로 내려오자마자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자기 근황을 올렸다. 사저 앞 시위를 비판하는 글부터 산행 중 컵라면을 먹는 모습, 텃밭을 가꾸고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진 등을 잇따라 띄웠다. 지지자들이 사저를 찾아오면 현관으로 나와 손을 흔들었다. ‘문재인 권장 도서’를 10여 차례나 추천했다. 윤석열 정부 인사들에게 읽어보라고도 했다. 책을 통해 자기 생각과 정책이 맞았다고 강변하는 듯했다. 지지층엔 ‘나를 잊지 말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노 전 대통령 못지않은 사저 정치였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윤건영 의원 등 측근들로부터 수시로 정국 동향 보고를 받는다고 한다. 전해철·양정철 등 ‘3철’로 불리던 인사들과 접촉도 잦다고 알려졌다. 친문 의원들도 수시로 양산을 찾는다. 서해 공무원 월북 몰이와 북 어부 강제 북송, 이상직 전 의원 채용 청탁 의혹에 대한 수사·감사가 급물살을 타고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논란까지 재점화하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일부 의원은 문 전 대통령에게 “걱정이 돼 잠이 안 온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문은 이재명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의 보호막이 돼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대선 때도 이 대표와 손을 잡았다. “친명과 친문은 같다” “명문(明文) 정당이 되자”고 했다. 그런 이 대표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벼랑에 몰려 있다. 지금은 검찰 수사에 맞서 양측이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잘못된다면 문 전 대통령도 더 이상 ‘이재명 방탄’ 뒤에 숨을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은 그동안 본인이 책임지거나 입장을 밝혀야 할 때마다 뒤로 빠져 침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버티긴 쉽지 않다. 그래서 서해 공무원 사건에 대해 직접 입장 표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이 깃발을 들고 전면에 나섬으로써 흩어졌던 친문과 지지층을 재규합하려는 것이다. 친문 진영에선 “30%대 지지율의 윤 정부가 이 대표에 이어 문 전 대통령까지 치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설사 이 대표가 잘못되더라도 문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뭉치면 검찰 수사를 막고 야권도 재편할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잊히겠다던 말과 달리 문 전 대통령은 이해찬 전 대표식의 막후 ‘상왕 정치’를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조선일보 배성규 논설위원
11월 02일 국민적 추모 욕보이는 ‘정치선동’ 촛불집회 단념하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사고를 수습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추모의 시간을 갖고 있다. 정부가 선포한 5일까지의 국가애도기간에 맞춰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은 예정했던 축제를 연기하고 기업·문화계도 행사를 접었다. 특히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만 명이 참가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예고했던 한국노총도 집회를 취소했다. 그런데 주말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김건희 여사 특검을 주장했던 이른바 ‘촛불행동’이라는 단체가 같은 날 이태원 참사 추모를 핑계로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촛불행동’과 함께 다른 친야 조직들도 광주·전남, 전북, 충청 등 전국에서 버스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실어 나를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말로는 이태원 참사 추도 집회지만, 언제든 구호는 윤 대통령 퇴진 등으로 바뀔 수 있다.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욕보이는 행위다. ‘촛불행동’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달 29일에도 도심에서 집회를 연 뒤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쪽으로 행진했고, 시위대를 통제하기 위해 적지 않은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국가적 참사나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 선동을 통해 정략적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우리 사회는 국가 안전 시스템 정비, 위로, 통합의 길로 가지 못하고 극심한 정치·사회적 갈등과 분열로 치달았다. 그런 교훈 때문에 이번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정치화하지 말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촛불행동’은 시민의 뜻에 따라 촛불 집회를 단념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02일 광장에서 ‘거짓 선동’의 촛불을 끄라
이제교 정치부장
한국 정치 보수 · 진보 內戰 상태
권력과 생존을 위한 거짓 난무
李대표, 수사 결과 따라 치명상
이태원 참사, 추모의 시간 필요
촛불행동 광장서 尹 퇴진 요구
민주당 ‘거짓의 산’ 향하면 자멸
대한민국 정치는 내전(內戰) 상태다. 전선의 한편에 보수, 맞은편에는 진보가 서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을 내세워 집권 여당 고지를 꿰찼지만,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은 드넓은 평원을 점령하고 있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싸움은 3개월째로 접어든다. 검찰은 성남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허위사실 공표 수사에 나섰고, 지난 9월 1일 김현지 보좌관은 소환장을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대선자금 유입 의혹의 ‘윗선’으로도 지목된다. 검찰의 포탄이 제대로 터지면 치명상을 입는다.
전쟁은 사실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다. 대중이 어떻게 믿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로드 호호’와 ‘액시스 샐리’라는 닉네임을 가진 영국인과 미국인 등을 통해 연합국이 전장 곳곳서 패배했다는 가짜 선무방송에 나섰다. 방송 중간에 포로 근황을 섞어 주목도를 높였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더티 밤’ 도발을 노린다고 외친다. 러시아의 거짓 주장에는 서방 지원 확대로 전세가 불리해질 경우 핵무기 사용의 정당성을 대내외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민주당도 동일한 프로파간다 전술을 구사한다. 김의겸 대변인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국감 발언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지난 7월에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녹취록이 있는 만큼, 사실일 경우 국정농단이라는 논리다. 가정법 전제가 달렸지만 무책임·무개념 ‘술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국정을 감당할 위인이 못 된다는 이미지를 노리는 암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특검, 박찬대 최고위원은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카드를 꺼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합리적 추론에 도달하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거짓이라도 반복 노출되면 진실로 믿게 된다는 나치 선전·선동술을 따르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정치권에 휴전을 몰고 왔다. 지금은 서울 한복판 골목길 압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동일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안전 시스템 점검에 나설 때다. 휴전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10월 31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는 그 전조다. 이 대표는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 국민을 분노하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2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청와대 이전 원인론 주장은 전략적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용산경찰서가 대통령 경호에 경찰을 700명, 핼러윈 축제에는 200명을 투입해 참사를 야기했다는 글을 올렸다. 가짜뉴스 비판이 커지자 글은 삭제됐다. 물론 “참사는 윤 대통령 경호 때문”이라는 ‘카더라’식 루머가 천리만리와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뒤였다.
제도권 외곽에 포진한 극좌 강경파들은 세월호 촛불을 다시 꺼내고 있다. 촛불행동은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5일 청계광장 13차 촛불대행진 개최 공지를 띄웠다. 명분은 희생자 추모지만 내용은 윤석열 퇴진이다. 회원들은 ‘윤석열 1명 경호에 경찰 700명 vs 핼러윈 50만 명 안전에 경찰 200명’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제작하자는 통문을 돌리고 있다. 사실과 비사실의 영역 구분은 의미가 없다. 그들은 이태원 참사의 슬픔이 정권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기를 원한다. 군중의 함성을 모아 출범 갓 6개월 된 정부를 파괴시키려 한다.
이태원 참사 원인에는 비좁은 공간에 밀집한 인파와 행정 당국의 무사안일한 태도, 두 측면이 존재한다. 압사를 우려해 적극적 조치를 취했다면 통탄의 가슴을 치지 않았으련만, 어이없게도 한국의 안전 시스템은 이번에도 오작동했다. 112 경찰 신고 부실 대응 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과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즉각적 경질이 필요하다. 사고 수습 후가 아니라 지금 바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안전사고의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국가에 돌리는 것은 비이성적이다. 이 대표 방탄에 올인한 민주당은 당장 거리로 뛰쳐나갈 기세다. 민주당이 ‘거짓의 산’으로 국민을 오도하는 광장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화일보
11.05 ‘세월호’ 이후 해난 사고 더 늘어, 참사 정치 이용의 결과

▲일본 경찰들이 지난달 30일 도쿄 시부야에서 핼러윈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사람들이 차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찰이 일렬로 서 있다./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희생된 것이 2014년 일이다. 그 후 정부가 해마다 700억~800억원의 예산을 해양 사고 예방에 썼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 감사, 조사가 무려 아홉 번 되풀이됐다. 그렇지만 해상 조난 사고는 오히려 매년 늘어났다. 2014년엔 조난 선박 1418척, 조난 인원 1만1180명이었는데 작년엔 3882척에 2만174명으로 늘었다.
한마디로 세월호 참사에서 교훈을 얻거나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원인은 밝혀질 만큼 다 밝혀졌다. 무리한 선박 증·개축, 허술한 화물 고박, 승조원의 조작 미숙 등이다. 그렇다면 규정을 어떻게 바꾸고, 무슨 설비를 보강하고, 어떤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지 따져 개선·보강이 필요했다. 우리 사회에선 그게 아니라 상대방 진영을 헐뜯고 증오를 증폭시키는 일에 더 골몰했다. 불필요한 아홉 번의 수사·조사는 모두 한풀이용이었다. 마지막의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는 무려 4년 가까이 547억원의 예산을 쓰고 올 9월에야 활동을 마무리했다. 때마다 보고서는 허망한 내용이었다. 조사원들은 8일간 유럽을 출장 갔다 와서 한글 70자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조사가 아니라 유람 다니면서 위원들 호구지책으로 삼은 것이다.
이태원 참사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01년 일본에서 인파가 몰려 11명이 압사하고 247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번 핼러윈 축제 때 도쿄에서 한국 기자들이 감탄할 만큼 유연하게 인파를 관리했던 것도 그 교훈을 되새겨 이뤄진 성과다.
한국이 2020년 코로나 초기에 확산 억제 성과를 거둔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방역 시스템을 환골탈태시켰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세월호 이후 해난 사고 증가’가 되풀이되고, 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삼으면 재발 방지가 이뤄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5 ‘완박’에 참사 수사 못 하는 檢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처 및 원인 규명과 관련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무관을 본부장으로 경찰 500여 명이 투입됐다. 전례 없이 큰 규모다. 사망자가 156명에 달하고,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국민의 애도하는 마음이 큰 만큼 이번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경찰 입장에서는 공정성과 수사 능력이 대중에게 여과 없이 드러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실무 책임자였던 용산경찰서장은 참사가 발생하고 약 한 시간 뒤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 최고 수뇌부인 경찰청장은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기까지 1시간 59분, 서울청장은 1시간 21분 걸렸다. 대응이 부실했고, 보고 체계가 엉망이었다는 것이다. 정확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서 특별수사본부는 경찰 내부를 향해 메스를 대야 한다. 얼마나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참사가 벌어진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경찰 몫이다. 수사 결과를 내놓았을 때 한 치의 의문도 남아서는 안 된다. 수사 결과가 허점투성이라면 경찰 수사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나올 것이다.
그동안 이런 유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한 적은 거의 없다. 세월호 참사 때 검찰은 해양경찰청과 함께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했다. 그렇게 해도 몇 년에 걸쳐 여러 기관에서 재수사와 진상 조사를 벌이는 것이 대형 참사다. 대형 참사는 수사 초기부터 사고 원인 규명, 구조, 증거 확보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사 경험이 많고 영장 청구권을 가진 검찰의 수사 참여가 효율적이었다. 게다가 이번 참사처럼 경찰 내부 문제가 사고 원인과 뒤엉켜 있을 경우 ‘셀프 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 지금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과된 검수완박법이 올해 9월부터 시행되면서 검찰이 대형 참사를 수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토하는 것 뿐이다.
수사를 맡은 경찰도 부담이겠지만 사실 더 큰 부담은 국민이 지고 있다. 경찰 수사를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를 잘해달라’는 응원의 마음이 아니라 ‘경찰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마음이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앞으로는 대형 참사가 터져도 검수완박법이 통과돼 검찰이 수사를 못 하니 경찰이 대신 잘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하나.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공적 책임을 정확하게 묻는 것은 유명을 달리한 젊은이들에 대한 국가적 책무다.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온 국민이 애도하는 이처럼 중요한 사건에서 검수완박으로 인한 ‘국가적 실험 상황’에 놓인 것 같다.
조선일보 윤주헌 기자
월간조선 11월 호
‘英雄시대’에서 ‘俗物 政商輩’의 시대로
⊙ “하면 된다”에서 “해도 안 된다. 하지만 뺏으면 된다”로
⊙ 박정희·이병철·정주영, ‘하면 된다’와 ‘기업가 정신’으로 ‘기적’ 일궈
⊙ 태양광 비리, 해상풍력발전사업권 중국 매각, 조폭 연루 등
⊙ ‘남 탓’은 범죄적 심리와 멀지 않아
이강호
1963년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 前 대통령비서실 공보행정관, 《미래한국》 편집위원 역임 / 現 한국자유회의 간사,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 저서 《박정희가 옳았다》

사회도 문명도 그 일상은 언제나 혼탁하다. 인간은 천사가 아니며 현실의 세계도 어떤 경우에도 천국은 아니다. 부족함을 안고 있는 한계의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세계는 그럴 수밖에 없다. 비유하자면 세상은 그 자체로 연옥(煉獄)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불행이 아니다. 천국은 이룰 수 없지만 지옥(地獄)은 아님에 다행이다. 역사는 때로 지옥이 현실로 도래하는 것을 통해 세상의 연옥 같음을 지키는 게 오히려 소중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잦지는 않지만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문명이 붕괴될 때만이 아니라 진통의 고비에서도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근대(近代)세계 개막기 전후의 자코뱅의 공포정치는 대표적인 경우였다. 현대에도 그랬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참상만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홀로코스트(Holocaust·유대인 대학살)가 있었다. 그냥 전쟁으로 인한 비극이 아니었다. 광기(狂氣)의 악행(惡行)이 빚은 지옥도였다. 아우슈비츠는 지상에 구현된 지옥 자체였다.
전쟁은 차라리 인류 역사가 결코 피하지 못한 연옥적 일상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은 불가피한 어떤 게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성의 붕괴이며 악마화였다. 그런데 나치만 그랬던 게 아니다. 악마적 사태는 또 있었다. 아니 먼저 있었다. 1932~1933년까지 당시 소련령이었던 우크라이나에서 홀로도모르(Holodomor·기아 학살)의 참상이 있었다. 스탈린에 의해 고의적으로 자행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가려졌다.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에 의해 가려진 것만이 아니었다. 좌익적 조류(潮流)의 유행이 진실을 가렸다.
장막 뒤의 지옥

▲1930년대 우크라이나의 대기근, 홀로도모르는 스탈린에 의해 고의적으로 자행된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은 사회주의 진영 전체에 철(鐵)의 장막(帳幕)을 둘러쳤다. 그런데 그것은 진실을 가리는 장막이기도 했다.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쓸모 있는 바보’ 지식인들이 그 장막의 자락 노릇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사는 그 장막 뒤에서 벌어진 또 다른 참상으로 얼룩져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인한 대기근에 따른 아사(餓死)와 문화대혁명의 난동이 부른 학살이 있었다. 스탈린과 마오쩌둥을 본받은 폴 포트에 의한 킬링필드라는 대학살도 있었다. 공산주의라는 좌익 전체주의 이데올로기가 빚어낸 것이었다.
한반도에서도 전개 양상은 다르지만 본질에서는 동일한 굴곡의 역사가 진행됐다. 해방공간 3년의 좌우 격돌의 진통을 겪은 뒤 한반도 남쪽에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됐다. 그런데 3년 뒤 북한을 앞세운 국제 공산 세력의 침공으로 6·25전쟁이 발발했다. 500만 명이 넘는 인명피해에, 1000만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유엔군 피해자도 15만 명이 넘고, 미군 전사자도 4만 명에 육박했다. 참혹했다.
이후 역사의 진행도 공산전체주의의 문제점을 강렬하게 보여주었다. 6·25전쟁 뒤 남쪽 대한민국은 폐허 위에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대한민국은 기적의 역사를 향해 나아갔다. 그런데 북한은 정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북한은 한동안은 남한을 앞서 있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사회주의권 국가가 다 그랬듯이 점차 몰락을 향해갔다. 단순한 몰락이 아니었다. 북한은 지옥이 되었다.
기아와 기적의 기원
북한은 소련을 위시한 모든 사회주의 국가가 그랬듯이 늘 ‘낙원’을 떠들었다. 그러나 그 낙원은 구호로만 존재할 뿐 현실의 북한은 기아(飢餓)의 지옥일 뿐이다. 계량경제학자인 차명수 전 영남대 교수의 《기아와 기적의 기원》(2014)은 그 실상을 신랄하게 포착한다.
조선 후기 18~19세기는 양반, 상놈 할 것 없이 생활 수준이 현저히 악화돼 있었다. 단적으로 사람들의 키가 이전보다 더 작아졌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의 키는 바로 그 조선 후기만큼 도로 작아졌다. 원인은 저서 제목대로 ‘기아’, 즉 굶주림 때문이다. 북한 주민의 키는 조선 후기 수준으로 퇴화(退化)한 결과 이제 아시아에서 제일 작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은 국명(國名)에 조선을 달고 있다.
반면 오늘날 한국인들의 평균 신장은 동아시아에선 최장신이다. 특히 신세대의 경우는 서구권 수준인 경우가 흔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 먹어서다. 그런데 개발 시대 한복판인 50년 전 유신(維新) 선포 무렵으로 돌아가면 잘 먹는다는 건 아직은 전혀 일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오늘의 한국인들은 비만을 걱정하고 다이어트를 고민한다. 서구적 고민이다. 이 같은 변화는 그 저서 제목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적’이다. 일컬어 ‘한강의 기적’이라 한다.
북한의 김일성(金日成)은 시종 사회주의 낙원의 깃발을 흔들었지만 결국에는 기아의 지옥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세우고 일으킨 이승만(李承晩)·박정희(朴正熙) 두 지도자는 단 한 번도 그 같은 깃발을 흔들어댄 적이 없다. 허황한 약속이 아니라 노력을 말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6·25전쟁 도중인 1952년 2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를 재건하기에도 다수의 우리의 희생과 우리의 쉬지 않는 노력으로 성취할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963년 민정 이양을 위한 자신의 첫 대통령 선거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여건으로는 누가 집권해도 당장 잘살게 할 수 없다. … 내가 집권하면 여러분에게 근면과 내핍, 피땀 흘려 일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박정희는 그리고 내내 국민에게 이렇게 진솔하게 말했다. 군더더기 없이 “우리도 잘살아보자”고 했다. “어떻게?”라는 물음에 간명하게 답했다. “하면 된다”였다.
낙원의 약속에 지옥이 있다
이승만·박정희 누구도 낙원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래 지상에 낙원은 없다. 개인이든 국가든 다 마찬가지다. 오직 가능한 것은 ‘좀 더 나음’이며 낙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지옥을 막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지옥은 언제나 낙원의 약속 속에 도사리고 있다.
대한민국과 북한의 갈림길에는 이미 이런 운명적 예비가 있었다. 이념적 선택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이 선택한 사회주의체제는 지옥으로 가는 예약이었고 대한민국이 선택한 자유민주체제는 그 자체가 번영을 가능케 하는 토양이었다.
낙원의 필연적 도래를 약속하는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몰락으로 향한다. 인간을 길든 존재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체제는 토양을 제공할 뿐 필연적 낙원을 약속하지 않기에 오히려 번영을 가능케 한다. 인간을 자조(自助)의 존재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번영의 열매는 소위 역사 법칙이 아니라 언제나 땀의 결과다. 저절로 필연적으로는 없다. 오직 노력과 분투에 의해서만 가능할 뿐이다. 어떤 일이든 시작에 주어진 처지는 언제나 열매 없는 빈 벌판과 같다. 난관과 어려움도 쉴 새 없이 닥쳐온다. 탓하고 좌절하면 아무것도 없다.
열매는 오직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는 자세를 가질 때만 가능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 12월 15일 선포한 국민교육헌장의 한 대목이다. 박정희는 국민에게 그 같은 마음가짐을 호소하며 ‘감히 예감할 수 없었지만 모두가 열망했던 번영의 길’로 한국을 이끌었다.
“하면 된다”와 기업가 정신

▲이병철과 정주영. 이들의 기업가 정신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사진=조선DB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은 어렵다. 해야 할 일은 많은 경우 ‘불가능’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도 “안 된다”고 체념하며 돌아서곤 한다. 하지만 박정희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하면 된다”라고 했다.
불가능을 뚫고 위대한 성취를 이룩한 인물을 영웅이라 한다. 그리고 그런 시대를 ‘영웅시대’라 한다. 그렇다면 박정희 시대는 분명 영웅시대다. 한 시대에 딱 한 명 정도만 등장해도 한 국가를 먹여 살리는 데 부족함이 없을 만한 인물들이 경제 건설의 전장에 줄을 지어 등장했다. 삼성, 현대 등 이제는 세계적 반열에 오른 기업들을 일으킨 경제적 거인들이 그랬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노력하고 분투하는 정신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마음가짐이 공통적으로 있었다.
“남이 잘됨을 축복하라. 그 축복이 메아리처럼 나를 향해 돌아온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李秉喆) 회장의 말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열심히 훌륭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존경과 찬사를 보낼 수 있는 나라가 제대로 발전한다.”
현대를 일으킨 정주영(鄭周永) 회장의 말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내용은 완전히 동일하다. 그들은 타인의 성취를 질시(疾視)하지 않고 존경했다. 이병철·정주영 등의 경제인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많은 어록이 있다. 하지만 이런 면모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사실 그들만이 아니라 건강한 기업가 정신은 본질적으로 그런 마음가짐에 바탕한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에는 상인(商人) 정신이 있다. 이익의 추구를 약탈이 아니라 거래를 통해서 이루는 것이다. 그러려면 타인의 성취와 소유를 존중해야 한다.
이 같은 자세는 “하면 된다”는 정신과도 바로 통한다. “하면 된다”는 자세는 질시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앞서간 존재의 기왕의 성취를 인정하고 본받으려는 데서 나온다. 그 시절 “하면 된다”의 정신과 기업가 정신은 이렇게 하나가 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런 정신을 일깨운 박정희·이병철·정주영은 모두 11월의 인물들이다. 박정희는 1917년 11월 14일생이고, 정주영은 1915년 11월 25일생이다. 이병철은 1987년 11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국가도 ‘남 탓’에 빠지면 반드시 실패
사회주의는 이와 정반대로 말한다. 사회주의에 빠진 좌파 분자들은 언제나 “하면 된다”와는 반대로 “해도 안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이유는 이른바 ‘구조적 모순’이다. 그들은 자본주의체제가 있는 한 아무리 노력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열을 올린다. 구조적 문제와 계급모순이 있는 한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남 탓’이다. 여기 빠지면 ‘내 탓’이라는 마음은 자리가 없어진다. 자기 책임이라는 자조(自助)의 정신이 사라진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 탓’의 논리에 빠지면 반드시 실패한다. 제3세계론·종속이론 등이 다 이런 경우였다. 저(低)개발과 저발전이 제국주의의 신(新)식민지적 수탈 때문이라 했다. 그런 원망의 이데올로기에 빠진 나라치고 그 처지에서 벗어난 경우는 단 하나도 없었다. 정반대로 원망을 접어두고 어떻든 앞선 나라를 본받아보려 노력한 나라들만이 저개발에서 벗어났다. 한국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한일국교 정상화는 단적인 본보기다.
‘남 탓’은 ‘타인의 성취를 존경’하는 자세와는 완전히 대극(對極)이다. 타인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고 부당하게 보게 되면 자신도 노력하여 성취하겠다는 “하면 된다”는 정신은 절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발전을 위한 정신적 동력은 있을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정반대의 마음이 발동하게 된다. 뺏으려는 마음이다. 사회주의는 그 같은 심리의 논리다. 이제는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분배(分配)라는 개념도 뿌리에는 그런 좌익논리가 있다. 부(富)는 부당한 것이니 나누는 게 정의라는 논리다. 점잖게 표현해 분배지 달리 표현하면 “뺏으면 된다”는 발상이다. 그것을 급진화시키면 사회주의 혁명의 논리가 된다.
그러나 ‘남 탓’에다 “뺏으면 된다”는 정신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그런 식으로는 낙원은커녕 ‘보다 나음’조차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빠져들게 되면 이성과 양식의 눈이 멀기 일쑤다. 달아오른 마음으로 그 혁명적 감성을 찬송(讚頌)하게 된다. 한 국가 안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러시아혁명 이후 사회주의가 세계적 유행을 타면서 세계 도처에서 그런 붉은 찬송이 기세 높게 울렸다. 마르크스와 레닌을 뒤따르려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안으로는 자본가 타도 밖으로는 제국주의 타도를 외쳤다. 그러나 그 모든 혁명 소동은 참극을 야기했으며 그 나라들을 몰락의 구렁텅이로 몰고 갔다. 김일성의 북한도 그랬다.
박정희 시대 한국의 좌파적 반대파들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 같은 조류가 끈질기게 발호했다. 6·25전쟁을 겪으며 일단 숨을 죽이게는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시 좌익적 조류가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4·19 직후의 혼란기가 그랬다. 박정희의 5·16이 그것을 제압했지만 독초(毒草)는 또 자라났다. 포장은 바뀌었다. 하지만 본질은 동일했다. 어떤 점에서 이것은 인간이, 특히 지식분자들이 결코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는 영원한 병리일지도 모른다.
박정희 시대의 야당도 그렇게 물들어갔다. 당시 유행하던 종속이론의 영향이 침투했다. 정상배(政商輩) 무리와 순박한 민주인사들이 뒤엉켰다. 논리와 식견은 얄팍하지만 정의감은 불타는 지식인·학생들이 대오를 이루어 열을 올렸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광기의 신념으로 무장한 확신범적 좌익분자와 북한의 책동도 있었다. 그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민주를 외치고 사회정의를 외쳤다.
그들은 박정희의 경제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안 된다, 안 된다”를 끊임없이 외쳐댔다. 수출입국은 말짱 헛된 것이고 내수(內需) 위주의 내포적(內包的) 공업화를 해야 한다고 떠들었다. 고속도로도 공업단지도 필요 없다고 외쳤다. 고군분투하는 선두 기업들을 매판(買辦) 자본이라 공격하고 독점(獨占) 재벌이라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농업과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런데 그들이 욕하는 그 매판 재벌이라는 게 당시의 선진국 수준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아직 중소기업이었다.
박정희 시대 내내 그랬다. 가히 영웅시대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그 개발 시대는 한편으로는 이 같은 몰지각을 상대해야 했던 고단함의 시대이기도 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박정희 시대의 성취는 이 같은 불순함과 무지몽매의 덩어리를 다스려가며 이룬 것이었다.
‘민주-진보’가 ‘정상배-부패집단’이 되었다
번영은 이뤄지고 이제 다른 시대가 왔다. 그러자 한편으로는 여전한 가운데 또 한편으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과거 개발 시대의 반대 세력들은 좌익적 부류와 무분별한 이들이 뒤섞여 있었지만 순박하기는 했다. 좌익적 무리도 불순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는 신념형의 부류였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더 이상 그런 유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좌파적 사고(思考)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속물(俗物)의 정상배였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李在明) 후보의 경우부터가 그랬다. 그런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이상 가는 문재인(文在寅) 정권 시절의 난행(亂行)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정치적 이적(利敵) 행위만이 아니라 후안무치한 부정부패의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 정권이 대표적 국정과제의 하나로 앞세웠던 탈(脫)원전은 세계적 수준에 있던 한국의 원자력산업을 망가뜨리고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가중시킨 대표적인 악정(惡政)이었다. 그런데 문 정권 패거리는 그런 악정의 이면에서 온갖 이권(利權)을 챙겼다.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체가 ‘비리(非理)의 복마전(伏魔殿)’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태양광사업은 전력(電力)사업에는 아무런 기여도 없으면서 도처의 엄청난 규모의 산림을 망가뜨렸다. 그러면서도 문 정권 패거리는 그 사업에 개입해 돈을 빼먹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새만금 해상풍력사업권 일부가 중국기업에 매각되었다. 그 자체도 개탄스럽지만 그 과정에 문 정권의 해상풍력사업에서 중요한 일을 맡았던 자가 개입해 있었다. 그 일가가 엄청난 규모의 이권을 챙겼음이 드러났다.
문 정권의 운동권 패거리는 민주를 앞세웠다. 그리고 진보를 내세웠다. 언젠가부터는 좌익적 기치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민주-진보’를 앞세웠던 자들이 부패집단이 되었다.
‘남 탓’이 부르는 타락
타락이다. 그러나 그냥 타락이 아니다. 좌익적 정신자세에서 비롯된 예정된 결과다. ‘남 탓’에 빠져 ‘내 탓’이 사라지면 자조만이 아니라 윤리도 사라진다. 그럼에도 정의(正義)로운 척 행세를 하기는 해야 한다. 위선(僞善)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위선으로 남을 속이기 위해 자신부터 속인다. 위선을 위선으로 느끼지도 않게 된다. 사악함이 자라난다.
이것은 좌익 이데올로기가 판치기 시작한 이래 세계 모든 곳의 좌익의 역사에서 나타난 보편적 현상이었다. 차이라면 심하거나 약한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좌익운동권 출신들도 그렇게 예정된 타락의 길을 밟아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문 정권 세력의 중추를 구성했으며 지금도 그 정치 세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들 세력에는 또 하나의 탈선도 겹쳐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범죄집단의 문제다. 저들 패거리의 도처에 조폭집단이라는 범죄집단이 어른거리고 있음이 포착되고 있다. 한때는 멀쩡했던 중견기업이 조폭 출신에게 인수되었음도 드러났다. 그 범죄 패거리들이 저들 정치 세력과 ‘더불어’ 가고 있었음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이것뿐일까? 드러난 것은 언제나 빙산(氷山)의 일각이다.
惡이 정치적 위세를 부릴 때
개탄을 넘어 경악이다. 그런데 ‘남 탓’은 범죄적 심리와도 멀리 있지 않다. 범죄적 심리 자체가 본질적으로 ‘남 탓’의 심리다. 경계가 무뎌진다. 그리하여 드디어 ‘더불어’ 가던 그 모든 게 차곡차곡 하나로 겹쳐진다. 지금 저들 패거리는 그렇게 치닫고 있다. 단순한 정치적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악(惡)의 발호다.
선악(善惡)은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악을 용납해도 좋다는 것일 수는 없다. 인간은 한계를 안고 있지만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올바름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대개의 사람은 그것을 안다. 굳이 무슨 철학자쯤 되는 존재가 아니라도 나름대로 세상과 자신을 헤아리며 나쁘지 않게 살아가고자 한다. 지탱되는 사회, 지속되는 문명은 그런 가치관이 살아 있음으로 해서 유지되고 이어진다. 선악 분별이 포기되면 그 모든 것은 다 무너진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마침내 악적(惡的) 타락으로까지 치달은 자들의 도발을 마주하고 있다. 이들이 정치적 위세에 더해 선동까지 일삼고 있다. 그 선동이 이기게 되면 무엇이 오게 되는지는 동서 세계의 역사가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이미 다 보여주었다. 비상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11.07 도 넘은 참사 정치화 세력, 재발 방지엔 관심도 없을 것

▲촛불행동 회원과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2022.11.5/뉴스1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난 6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사과와 한덕수 총리 경질,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세계 정치사에 없던 정권” “국격을 수직 하락시켰다”고 비난했고, “내각 총사퇴” 요구도 나왔다. 정쟁을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협력하겠다더니 다시 비극적 참사를 정치 싸움의 도구로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재발 방지 대책엔 관심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을 경질·파면하고 서울시장은 자진 사퇴하라고 했다. 사고 수습과 진상 조사를 해야 할 책임자들을 무조건 다 물러나라 하면 어떻게 하나. 민주당은 당장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나 그동안 국회 국정조사에선 여야가 편 갈라 싸움만 벌일 뿐 진상을 제대로 밝혀낸 경우는 드물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본격 수사에 착수했으니 이를 지켜본 뒤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면 그때 검찰이 보완 수사하고 국회가 옳고 그름을 따지면 된다.
윤석열 정권 퇴진 촛불 집회를 벌여온 친야 성향 단체는 이태원 참사를 추모한다는 집회를 열고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퇴진이 추모다”라고 외쳤다. 명목만 추모일 뿐 정권 퇴진 선동이 주목적이었다. 이 단체의 이전 집회에는 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대표 측 인사들이 가입한 ‘이심민심’이란 단체 조직원들이 버스까지 대절해 대거 참가했다고 한다. 단체 조직 소개엔 ‘민주당 대의원·당원 5만명 보유’ ‘이재명과 함께’라는 문구가 있다. 단체 텔레그램 방에는 민주당 의원들도 있다. 촛불 집회 배후에 민주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도 오는 12일 서울에서 10만명 노동자 집회를 예고하면서 참사 추모 촛불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추모를 빙자해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남대문·용산 등지에선 모두 15건의 집회·시위가 있었다. 한국·민주노총과 촛불행동, 자유통일당, 신자유연대 등 좌·우 성향 단체 4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집회 대응을 위해 서울 지역 경찰 기동대의 거의 전원인 3540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지방 기동대까지 지원받았다. 좌·우파 단체의 삼각지 일대 집회·시위는 참사 1시간 20분 전인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참사 현장의 요청에도 기동대가 신속하게 투입되지 못했다. 도를 넘은 과도한 정치 집회·시위가 사고 대응을 가로막은 한 원인이 된 것이다. 경찰력을 낭비하는 정치 집회, 참사를 정쟁으로 이용하는 정치 선동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07일 참사를 ‘尹정권 흔들기’ 불쏘시개 삼는 野, 불순하다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나자 야당과 진보·좌파 세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윤석열 정부에 대한 총공세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윤 대통령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 경질, 이상민 행안부장관·윤희근 경찰청장·김광호 서울경찰청장 파면, 오세훈 서울시장 책임 인정 등을 요구했다. 또, 국민의힘에 국회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했고 특검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공식 당론은 아니라지만, 야당에서는 내각 총사퇴 주장도 나온다. 오는 12일에는 민노총이 ‘10만 명이 참가하는 노동자 집회’를 예고했다. 야권이 총집결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불과 반년 전까지 집권했던 세력으로서 책임감이 남아있다면, 스스로 허물은 없는지부터 돌아보는 게 도리다. 무책임 행태가 계속 드러나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은 대선 직전에 문 정부가 발령했던 인사들이다. 무도한 ‘검수완박’으로 인해 경찰의 셀프 수사라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이런데도 무조건 윤 정부를 공격하는 속셈은 뻔하다. 참사 추모를 불쏘시개 삼아 윤 정부를 흔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이전이 사고 원인이라는 궤변까지 퍼뜨린다. 국가적 참사에 대한 야당의 비판은 불가피하지만, 상궤를 벗어나선 안 된다. 반(反)정부 촛불 집회에 민주당 인사가 연루된 의혹까지 드러났다. 버스를 동원해 시위대를 실어나른 조직의 단체 텔레그램 방에 야당 의원 10명이 가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야 단체들은 지난 6일 이태원 추모를 명분으로 집회를 조직했지만, 참가자들은 ‘윤석열 퇴진’ 피켓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태원 참사를 없던 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게 국민 정서다. 그러나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진상 규명을 거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선에서 정리됐다. 엄정한 수사로 정확하게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치적 인책은 그 다음의 일이다. 야권 일각의 ‘제2 세월호 선동’이 국민에겐 오히려 불순하게 보이는 배경이다.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한창이다. 수사를 좀 더 지켜본 뒤 특검, 문책, 국정조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문화일보 사설
11.07 한동훈 “황운하·김어준 직업적 음모론자”... 野 반발, 예결위 파행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 씨를 ‘직업적 음모론자’로 지칭해 야당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이날 밤 질의 과정에서 불거진 한 장관의 발언 논란에 예결위는 주질의를 마치지 못한 채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파행했다.
이날 한 장관의 발언은 ‘한동훈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라는 건 황당한 주장인가’라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조 의원은 tbs 교통방송 진행자인 김어준 씨가 이런 주장을 내놨고, 민주당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조 의원의 질의에 “김어준 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공당이 거기에 가세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허무맹랑한 소리”,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직업적 음모론자’라는 한 장관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격분했다. 윤영덕 의원은 “국무위원 발언이 경악스럽다”, “예결위원장이 엄중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고, 전용기 의원은 “명백히 국회를 모욕한 것” 등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가며 한 장관을 비난했다.
그러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특정 방송인의 행태와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정치인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같은 당 배현진 의원도 “한 장관이 황 의원에게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했다면 국무위원으로서 품위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판단한다.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거듭 “(직업적 음모론자 발언은) 김어준 씨와 황운하 의원 둘 다 포함된 이야기”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장관은 ‘매우 잘못된 이야기다.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할 의사가 있느냐’는 우원식 예결위원장의 물음엔 “저는 음해를 받은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한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잡음으로 예결위는 이날 저녁 10시께 정회했다가 50분여 뒤 속개했다.
회의가 속개된 이후에도 여야 의원들은 30여 분간 의사진행 발언으로 치고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한 장관이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한 장관은 이에 “저는 황 의원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에 대해 평가한 것이 아니라 방송에 나가서 했던 터무니 없는 음해에 대해 발언한 것”이라며 “사과할 뜻은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황 의원의 발언은 저를 이태원 참사의 배후이자 주범으로 모는 내용이었다”며 “그 정도 내용에 직접 지목돼 명예에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다만 제 발언 때문에 의사진행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말씀드린 취지에 대해선 번복할 의사는 없다”고 했다.
한 장관이 사과를 끝내 거부하자 야당 의원들은 한 장관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한 민주당 의원이 “총리는 뭐 하고 계시냐”고 소리치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무슨 말씀 하시는 건가. 총리가 아무 때나 나서서 얘기해야 하는 거냐”고 받아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무위원 퇴장은 과도한 조치”(이철규 의원), “한 장관 본인의 명예가 처참히 무너진 발언에 대해 달리 평가해야 한다”(김미애 의원) 등으로 한 장관을 엄호했다.
결국 우원식 위원장은 “국무위원 한 분이 본인의 억울한 감정을 갖고 예결위 회의장에서 의원을 ‘직업적 음모론자’로 규정하는 것은 정말 옳지 않다. 사과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조선일보 조선비즈 = 최효정 기자
11월 07일 “직업적 음모론자” 지적까지 나온 野의 참사 우려먹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이태원 참사를 정치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업적 음모론자” 발언까지 동원해 반발하고 나섰다. 7일 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답변으로, 이 때문에 예결위는 파행했고, 음모론자로 지목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완벽한 모욕죄”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 발언에 대한 정치적 사법적 판단은 앞으로 내려지겠지만, 이태원 참사를 끝없이 우려먹으려는 세력에 대해 제대로 규정했다는 평가도 많다.
한 장관 발언의 핵심은,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예결위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TBS 진행자인 김어준 씨가 이런 주장을 내놨고, 민주당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다”면서 “한동훈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 원인이라는 것은 황당한 주장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김어준 씨나 황운하 의원 같은 직업적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이 격분하고, 여당 의원조차 사과를 권유했지만, 한 장관은 “제 발언 때문에 의사 진행이 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하면서도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참사 배후이자 주범으로 지목돼 명예에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평가”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관계에 관한 한, 한 장관 발언은 일리가 있다. 이태원 참사 당일 배치된 마약 단속 형사와 경비 담당 경찰은 임무가 다르다. 마약 단속 주체는 경찰이지 한 장관도 아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조금만 기민하게 대응했어도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정황도 속속 나온다. 서울 시내에서 민노총, ‘촛불행동’ 등의 시위에 질서유지를 위해 수천여 명의 경찰이 동원됐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야당은 자기편이라 여기는지 거론도 하지 않는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이연희 부원장이 7일 전략기획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는 일각의 의도를 선명히 보여준다.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추모공간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으로, 별도 시설을 만들어 ‘제2 세월호 투쟁’의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의도를 시사한다. 이러니 직업적 음모론자 비판도 듣는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08일 사육 예산 안 준다고 ‘김정은 풍산개’ 반환하는 文 민낯
그동안 키우던 풍산개 두 마리를 정부에 반환하겠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 입장’을 접한 국민 심정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두 마리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선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만큼 ‘정부 소유’로 보는 게 맞고, 이에 합당한 근거와 절차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 예산에서 매월 250만 원가량 지급해 달라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6개월 만에 반환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런 현실적 사정에 앞서 반려견에 대한 문 전 대통령 인성(人性)부터 보여준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결국 ‘돈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9일 대통령기록관장과 ‘풍산개 사육 비용 지급’ 협약서를 작성했다. 그 뒤 현 대통령실 측과 협의를 시작했는데, 사료비·의료비·용역비 등 명목으로 매월 250만 원을 지급하는 안까지 논의됐다고 한다. 비용 산정부터 과다하다. 국민 세금임을 알면 지불 근거가 있더라도 사양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적잖은 국고 지원에는 풍산개 키우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게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 매월 1400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고, 교통·통신비, 비서진 급여, 국외여비 등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풍산개에 대한 문 대통령 진정성도 의심 받게 됐다. 이제라도 ‘위탁 사육’ 근거만 만들어두고 자비로 키우는 게 옳다. 사실상의 파양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많은 국민을 더 착잡하게 하지 않길 바란다. 김정은도 비웃을지 모른다.
문화일보 사설
11.09 민주당의 ‘집단지성’ 의존증
위기마다 지지자 앞세워 방패막이 삼는 野
이 대표 개인 비리 의혹에 왜 ‘국민’을 끌어들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집단 지성’이란 말을 자주 한다. 주로 위기 때 쓴다. 지난 대선 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로 패색이 드리우자 “우리 미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 집단 지성이 결정한다”고 했다. 대선에 지고 국회의원, 당 대표에 출마해 비난이 쏟아지자 “집단 지성에 저를 맡기겠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측근이 구속됐을 때도 “국민 집단 지성을 믿는다”고 했다.
유무죄는 집단의 의견이 아니라 개인의 행위가 실정법을 위반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유무죄 판단을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은 법치를 넘어서는 일이다. 민주당에서 집단 지성이란 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때부터 유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국민의 집단 지성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했고, 임기가 끝나가던 지난 대선 때는 “투표로 국민의 집단 지성을 보여달라”고 했다.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다수의 개체가 서로 협력 또는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 곤충학자가 개미의 행태를 관찰하고 내놓은 개념이다. 인간 사회에서 구현된 사례로 꼽히는 게 ‘위키피디아’다. 집단 지성이 과학적 방법론으로 유용한 것은 서로 경쟁을 통해 오류를 바로잡을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의 영역에선 같은 부류끼리 모여 오류를 강화하는 ‘집단 사고
(Groupthink)’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치와 볼셰비키가 그랬다. 민주당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명숙·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객관적 증거가 모두 이들의 유죄를 가리켰지만, 민주당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때도 ‘당원 집단 지성에 묻겠다’며 전 당원 투표에 부친 결과 74%가 찬성했다.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당헌을 고쳐 후보자를 낼 때도 그랬다. 같은 당 의원에게 퍼붓는 문자 폭탄을 ‘집단 지성의 발현’이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다. 다른 이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도 그것이 그의 ‘해방’을 위한 행위라고 확신한다.
최근 친야 단체의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도 그들만의 확신이 아우성친다. 대통령 취임 5개월 만에 ‘국정이 파탄 나고 국고가 탕진됐다’고 주장한다. 이태원 참사를 추모한다며 “대통령 퇴진이 추모다”라고 외친다. 합리적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경찰 추산 1만6000명 집회 때 “2만명이 아니라 곱하기 10배”라고 했다. 서초동 조국 지지 집회 때는 “딱 보니 100만” 발언도 있었다. 이 대표 지지자 일부는 ‘개딸 집단 지성’이라고 쓰인 촛불을 들고 검찰·언론 개혁 소원 성취 기도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민주당이 믿는 집단 지성이 이런 것인가.
이 대표도 실제로는 집단 지성을 믿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선거법 위반(허위사실유포) 사건 재판에서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했다. 배심원 평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재판부가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죄가 없고 국민 집단 지성을 믿는다면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 선택이었다.
정치인들은 흔히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여야 마찬가지다. 자기 말이 국민을 대변하고 행동은 국민을 대행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거역하는 것은 다수 국민에 맞서는 것이란 함의가 있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여기에 더해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필요할 때도 ‘국민’을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정치인은 주인이 되기 위해 머슴 행세를 하는 사람”이라는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조선일보 황대진 기자
11.14 尹정부가 낸 법안 77건… 野, 한건도 처리 안해줬다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처리 0건’은 사실상 처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 77건 중 한 건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임기 초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은 대통령이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국정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인 경우가 많다. 과거 야당은 임기를 시작한 정부가 낸 법안 통과에 되도록 협조해 새 대통령에게 국정 철학을 펼쳐볼 기회를 주곤 했다. 그러나 지금 국회를 장악한 야당은 정부 법안 발목 잡기로 새 정책을 펴 볼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자리에 2023년도 예산안 자료가 놓여 있다./뉴스1
13일 국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 77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0건이다. 77건 중 21건(27.3%)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고 있으나 나머지 56건(72.7%)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정부 법안 중 조세 제도 관련 법안에 대해선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는 종부세법 개정안,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경감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냈지만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과 가상 자산 과세를 당초 계획보다 2년 미루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민주당은 반대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세금 낭비’ 비판을 받는 각종 위원회의 난립을 정리하기 위한 법안도 30건 가까이 제출했으나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당 반대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민생 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미성년인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고 진술을 영상으로 녹화한 뒤 제출하기만 해도 증거로 인정해준다는 기존 성폭력처벌법 특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정부는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가해자와 얼굴을 마주하고 증언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관련 절차를 보완하는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지난 6월 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석 달이 넘도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희소 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재난적 의료비지원법 개정안과 굴착기·지게차 등 법적으로 자동차가 아닌 건설 기계 운전자의 뺑소니, 음주 운전도 가중 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이전에는 수입 위생 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던 타조 고기, 거위 알 등의 식품도 위생 평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수입식품법 개정안 등도 국회에 걸려 있는 상태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의견 차가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은 다수당이 처리에 속도를 내주곤 했다”며 “지금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제출한 법안 중 14건은 이 기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인 상황에서 첫 6개월 동안 법안을 151건 냈는데 그중 4건을 6개월 내에 처리했고 그 직후 50건을 추가로 통과시켰다. 박근혜 정부도 여당이 다수당인 상태에서 70건을 제출해 7건을 처리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도 첫 6개월 동안 국회에 법안을 내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을 때도 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했지만 첫 6개월 동안 낸 법안 34건 중 4건이 야당 협조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다수당이었던 열린민주당이 정부 법안을 처리해주지 않았지만, 출범 두 달 만에 치른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민주화 이후 출범한 정부 가운데 첫 6개월 동안 법안을 제출해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한 건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처음이다.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11월 15일 희생자 명단 ‘불법 공개’ 수사 당위성과 민주당 책임
많은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 명단이 14일 공개됐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이뤄졌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명단과 영정 공개를 공개 주장하고,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명단, 사진, 프로필 확보’ 메시지(지난 7일) 등에 비춰볼 때 예견된 일이나 마찬가지다. 명단 공개는 친(親)민주당 성향 매체 두 곳의 협업 결과라고 한다. 한 곳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필진으로 참여해 15일 공식 출범한다는 ‘시민언론 민들레’, 다른 곳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 등의 청담동 술자리 주장을 유포한 ‘더탐사’라는 곳이다.
유족 동의를 구하지 않은 명단 공개는 불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배이고, 사자(死者) 및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도 된다. 형사 처벌 및 손해배상의 대상이다. 또, 2차 가해 성격도 있다. 해당 매체는 “유족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은 양해를 구한다”고 했고, 나중에 일부 명단을 OOO 처리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불법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이름만으로는 개인이 특정(特定)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번 참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주변에서는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한동훈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무단 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이날 고발 조치했고, 수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나아가, 명단의 유출 과정도 수사해야 한다. 전체 명단은 경찰이나 서울시 등 관계 당국이 관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 등은 5·18 유공자 명단이나 전교조 조합원 명단에 대해서도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를 막았다. 그래 놓고 희생자 명단 공개는 부추긴 이중성이 가증스럽다. 이 대표는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하고 애도하는가”라고까지 말했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15일 분노한 유족들 “동의도 없이 말이 되나, 아픔만 더 커진다”...명단 공개에 분노
민들레 ‘명단공개’ 비판 확산
“정치과잉…전형적 인권침해”
“제 2세월호 만들어 악용하나”
SNS·온라인 등 비난 봇물
명단 입수 과정 불법성 의혹
법조계 “민·형사 책임 가능성”
경찰 고발 접수해 수사 착수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이 개탄스럽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딸을 잃은 아버지 A 씨는 온라인 매체 ‘민들레’가 홈페이지에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 “유족 입장에서 슬픔이 가중된다”며 15일 이같이 밝혔다. 일부 유족은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리면서도, “일방적으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명단 공개와 관련해 사전에 유족을 대상으로 동의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고, 공개 자체도 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희생자 명단 공개에 관한 정부의 명확한 방침을 지켜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명단 공개 자체보다는 책임 소지를 명확히 하고, 적합한 배상 절차가 이뤄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로 아들이 숨진 B 씨는 “희생자 명단 공개 결정은 매체가 아닌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부터 살피고, 협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온라인 매체 ‘민들레’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협업을 거쳤다며, 인터넷 홈페이지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이 적힌 포스터를 게재했다. 민들레는 명단을 공개하며 “이름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고 했고, 사망자 명단을 공개한 이후 일부 희생자 이름이 ‘김OO’ ‘권OO’처럼 익명으로 전환됐다.
최근 출범한 민들레 준비위원 명단에는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이름을 올렸으며, 칼럼진으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SNS에서는 희생자 실명 공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SNS에는 “유가족과 망자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자들이 진보를 참칭하는 세상이 됐다” “(명단 공개는) 이태원 사고를 제2의 세월호로 만들려는 어처구니없는 범죄” “매우 전형적인 인권 침해, 정치 과잉”이라는 등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 경찰도 즉각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민들레와 더탐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날 경찰에 고발했다. 민들레 측은 친야 성향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협업으로 명단을 취득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취득 경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향후 ‘취득 경로의 불법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양태정 변호사는 “만약 형사처벌이 되지 않더라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한 것 자체가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어 민사상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번 참사와 관련, 국가배상이 가능한지에 대해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 현재 일부 유족과 피해자 등은 손해배상 소송을 위해 법률기관과 상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배상 청구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연대해서 손해를 책임지는 것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법 제20조와 제25조 2 위반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위반 △국가배상법 제2조 등이 핵심 법 조항으로 꼽힌다.
문화일보 김대영·김보름 기자
11월 15일 尹 전용기 추락 기도한 ‘정치 신부’ 패륜, 종교의 수치다
정치화한 종교계 일각이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은커녕 패륜(悖倫)까지 서슴지 않는다. 김규돈 대한성공회 신부는 14일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주환 천주교 신부는 윤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것으로 합성한 사진을 12일 올리며 ‘기도2’라고 했다. ‘기체 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운운했다.
유낙준 성공회 대전교구장이 사과하고 김 신부의 사제 신분을 박탈하는 직권면직 처리한 것은 당연하다.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한 처사이며, 하느님의 참된 가르침을 알지 못하는 무지한 행동”이라는 유 교구장의 질타 취지대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윤 대통령 부부의 추락사까지 기도한 ‘정치 신부’가 성직자일 수는 없다. 그는 파문이 커지자 ‘사과드린다’면서도, 엉뚱하게 ‘SNS 이용 미숙’을 탓하는 또 다른 파렴치도 보였다.
성직 부적격을 넘어 종교의 수치이기는 박 신부도 마찬가지다. 그는 ‘사제를 참칭하는 사탄’ ‘너 따위가 사제라는 게 자괴감 든다. 신자라는 게 부끄럽다’ 등 네티즌 댓글에, 수용하지 않는다는 답글 ‘반사∼’를 달고 ‘집중 공격 시작, 희생양을 찾고 계시나 보지요?’ 하며 비아냥대기도 했다. 지난 10일엔 중국 인터넷에 떠도는 ‘버스 고의 추락’을 인용하며 ‘이 버스가 (한국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가 아닐까 하는 그냥 그런 생각’이라고 했다.
종교와 성직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천주교 또한 그를 사제직에서 퇴출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추모 미사를 14일 가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인터넷 매체가 ‘불법(不法) 공개’한 희생자 명단을 일일이 호명해, 인격권을 침해하는 식의 반(反)인륜적 행태도 더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문화일보 사설
11.15 '尹추락 기도' 천주교 신부 정직…"무릎 꿇고 잘못 고백"

▲천주교대전교구 사과문 일부. 사진 천주교대전교구 홈페이지 캡처
천주교 대전교구는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합성 이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해 논란이 된 박주환 신부 관련해 15일 박 신부를 정직 처리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다.
김종수 천주교 대전교구장은 이날 오후 대전교구 홈페이지에 "박 신부가 언급한 부적절한 언행에 관하여 많은 분이 받았을 상처와 충격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교구 소속 김 신부에 대해 성무 집행정지 명령을 했다고 밝혔다.
성무 집행정지는 가톨릭교회 성직자에게 주어지는 징계로, 이를 받은 성직자는 공적 미사와 고해성사 집전 등 사제의 권한과 임무를 박탈당한다.
아울러 천주교 대전교구는 이날 인사발령을 통해 박 신부를 정직 처분하고 건양대학교병원 사목 신부직도 박탈했다.
다만 박 신부는 신부 자격 자체를 박탈당하는 면직은 피해 신부 신분은 유지하게 된다.
천주교 대전교구는 박 신부의 언행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남과 동시에 교회의 공적 입장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했다.
김 교구장은 "박 신부가 무릎을 꿇고 교회와 국민께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며 "이후 박 신부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며 보다 단호한 결정을 내리겠다. 다시 한번 교구민들과 신자분들, 모든 국민께 거듭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박주환 신부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합성 이미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앞서 박 신부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합성 이미지를 게시하며 "비나이다∼비나이다∼"라고 적었다.
해당 이미지에는 '기체 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기도하는 한 아이의 사진도 함께 들어가 있었다.
그는 지난 11일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분들, 윤석열과 국짐당이 여러분의 동료를 죽인 것이다. 여러분들에게는 무기고가 있음을…"이라는 글도 올려 논란이 일었다.
한편 박 신부는 현재 페이스북 계정을 닫은 상태이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11.15 ‘전용기 추락 기도’ ‘희생자 명단 일방 공개’ 이제 病的 행태까지

▲시민언론 민들레' 홈페이지 갈무리.
성공회 신부 한 사람이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아시아정상회의 발언을 소개하며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 마지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동시에 양심을 모으면 하늘의 별자리도 움직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다른 천주교 신부도 윤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합성 사진을 올리고 ‘기체 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라고 썼다. 일반인이라도 해서는 안 될 저주를 성직자라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한다. 정쟁에 빠져 제정신을 잃은 사람들이 신부 옷을 입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도 이태원 참사와 연결 지어 공격한다. 상근부대변인은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심장병을 앓는 현지 어린이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신 사진을 올리고 “대한민국 청년들이 압사당했는데 영부인이란 사람이 이러면 될까요”라고 했다. 김 여사의 이 일정을 두고 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했다. 과거 영부인 중 취약 계층을 찾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에서도 ‘김 여사 스토킹은 그만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이날 한 인터넷 매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개됐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필진으로 참여한다는 이 매체는 “유족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은 양해를 구한다”고 유족 동의가 없었다고 인정했다. 사망 희생자의 이름을 제3자가 멋대로 공개하고 있다. 그것도 희생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쟁에 필요한 도구로 쓰기 위해서였다. 동의 없는 개인 정보 공개는 불법이라는 사실도 아랑곳 않는다. 이 때문에 정의당도 반대했다. 오로지 민주당만 이재명 대표가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자 민주당과 가까운 사람들이 속한 매체가 공개했다. 이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와도 명단 공개를 협조했다고 한다. 참사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재난의 정략화는 결국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15일 도 넘은 야당의 입법 볼모
박정민 경제부 차장
윤석열 정부 6개월간 국회를 통과한 정부 법안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 10일부터 현재까지 국회에 발의된 정부 법안 총 77개 중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과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그리고 각종 기금운영계획변경안을 제외한 나머지 민생법안은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거나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다. 국회 과반(169석)을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제왕적 대통령’ 운운하지만 거대 야당이 법안을 붙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오히려 ‘식물’에 가까워 보인다.
사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야당이 반대할 수 있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발목을 잡는 경우는 드물었다. 여야가 이념이나 정책 방향을 두고 서로 대립할 순 있지만 민주당의 경우, 표 앞에서만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게 문제다. 특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등의 개편을 담은 ‘세법개정안’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매우 이중적이다. 민주당은 ‘부자 감세’ 프레임을 내세워 세법개정안 통과를 막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전엔 윤 정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선 패배의 원인이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었기에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만큼은 징벌적 부동산 세제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올라오자 태도는 돌변했다. 12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폭탄’ 같은 종부세 고지서를 손에 들게 됐다.
반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같은 반(反)시장적이고 선심성 큰 법안에 대해선 통과에 목을 맨다. ‘호남 쌀농가만을 위한 법안’이라 불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서는 ‘식량주권’ ‘농민생존’을 앞세우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본회의 통과까진 시간문제다. 쌀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쌀농사를 그만 짓도록 정책적 유도가 필요한데 오히려 쌀가격을 정부가 보장해 농민들이 쌀농사를 더 짓도록 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호남 표를 의식하지 않고선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행위다. 호남 기반이 취약한 당 대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행위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만일 당장 한두 달 뒤 선거가 있다면 이럴 수 있을까 싶다. 호남 표보다 도시·수도권 표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민주당의 행태에 과연 도시 유권자들이 표를 줄까?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정책입법을 가로막는 것은 윤 정부 출범 당시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가 이렇게 원칙 없이 이뤄지고 정쟁화하는 것은 국민의 예상과 인내심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손발을 다 묶어 놓고 책임부터 따지는 행태는 도를 넘었다. 세법의 경우 최소한 상임위 상정부터 해 여야 논의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세제 개편안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는 예산 부수 법안이다. 상임위 심사 마감 기한(11월 30일)은 눈앞에 닥쳤다. 민주당은 현시점에서 윤 정부의 실정(失政)을 언급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문화일보
11.16 정부 법안 처리 ‘0′건, 포퓰리즘 법은 강행, 원칙이 뭔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6개월 동안 법안을 77건 제출했지만 단 한 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전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윤 정부가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감세 법안 19건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의 입법 봉쇄 탓에 감세 혜택을 기대했던 기업·가계가 ‘희망 고문’을 당하고 향후 세금 납부액도 예측하지 못해 혼란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대선 때는 종부세·재산세 완화를 위한 부동산 공시 가격 전면 재검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더니, 이제 와선 ‘부자 감세’로 공격하며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는 세법 개정안을 좌절시켰다. 그 결과 집값이 급락했는데도 도리어 작년보다 27만명 많은 120만명이 종부세를 부과받게 됐다. 이것은 국정이 아니라 횡포다.
민주당은 정부가 처음으로 짠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도 닥치는 대로 비토권을 행사하고 있다. 청와대 개방·활용 예산, 청와대 영빈관을 대신할 장소 예산, 행정안전부 경찰국 운영 예산, 검찰청 4대 범죄 수사 예산 등 정부의 공약이나 주요 정책 추진 사항과 관련한 예산은 대폭 또는 전액 삭감하고 있다.
여기에 무슨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년부터 연 5000만원 이상의 주식·펀드 양도 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법은 주식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입장을 뒤집을 움직임이다. 애초 정부가 증시 침체와 자금 해외 유출 등을 이유로 법 시행 시기를 2년 늦추는 개정안을 냈지만 민주당은 “상위 1%만 과세 대상”이라며 연기에 반대했다. ‘부자 감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표가 하루아침에 당론을 ‘재검토’로 바꿨다. 민주당의 입법·예산 독주가 원칙,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순전히 표 계산에 따른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은 포퓰리즘 법안은 무더기로 밀어붙이고 있다. 쌀이 남아도는데도 세금으로 의무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청년에게 매달 20만원 수당을 주는 법안, 건강보험 재정을 세금으로 무기한 지원하는 법안 등 5년간 1조원 이상 예산이 드는 법안만 무려 52건을 제출했다. 국채 이자 부담이 올해 19조원에서 2026년엔 30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인데 재정을 아끼기는커녕 더 펑펑 쓰자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16 “누가 우리 애 이름 불러달라 했나” 이태원 유족들, 명단 공개에 분노
親野매체 명단 무단공개 논란
친야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자 유족을 비롯해 야권 성향 시민단체들까지 반발했다. 야권의 ‘재난의 정치화’를 두고 여론의 역풍도 거세다.
이태원 참사로 조카를 잃은 A씨는 15일 본지에 “ ’이름을 알아야 추모를 한다’ ‘이제야 이름을 불러 본다’고 하는데 누가 우리 애 이름을 불러 달라고 했느냐”며 “아직 조카 친구 몇 명과 회사 말고는 알리지도 않았는데, 제3자가 마음대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는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에 이메일을 보내 조카 이름을 지워 달라고 요청했고, 이날 아침 삭제됐다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홈페이지에서 이름이 내려가도, 이미 사진 파일이 다 퍼졌는데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전날 추모 미사에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대해서도 “과연 이 성직자들이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와 다른 게 뭐냐”고 했다.
이번 참사에서 딸을 잃은 B(54)씨는 “딸을 잃고 정신없이 지내는 와중에 화를 내야 하는 건지 분간도 되지 않는다”며 “모든 사람들이 다 이름을 봐버렸는데,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참사 때 숨진 외국인 유학생의 친구 이모(27)씨는 “(해당 언론이) 가족이나 친구들 누구에게도 이름 공개와 관련해 묻지 않았다”며 “사고 뒤 2주가 지나 가족들이 겨우 안정을 찾은 상황인데, 이름이 공개된 것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 공개를 놓고 야권도 자중지란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배후설’을 제기하며 일제히 비판했고, 정의당은 물론 민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인권위원장도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말이 나왔지만, 일부 강경파들은 “희생자 실명 공개를 위한 추모 공간을 만들겠다”며 장외 투쟁을 시사했다.

▲아직도 슬픔은 여전한데…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추모 공간에 지난 13일 추모 꽃이 놓여 있는 모습. 최근 친야 성향 한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유족 동의도 없이 공개한 데 대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국가인권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등도“부적절하다”면서‘우려’입장을 밝혔다. /뉴스1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희생자 명단 공개가 공공의 알권리 영역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가족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채 명단이 공개됐다고 하는 점”이라고 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유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서 희생자 유족의 진정한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거나 공개하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웅래 의원은 “명단 공개는 당사자인 유족 입장이 우선돼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유족 입장과 다르게 공개하는 건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강훈식 의원은 “결과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명단 공개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20여 명의 의원은 15일 희생자들의 실명을 담은 ‘온라인 기억관’ 개설을 추진하고,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해 유가족 간의 소통을 돕겠다고 밝혔다. 참사 유가족 협의체 구성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희생자 명단 공개를 공식 제안했던 이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민주당 배후설을 제기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유족의 동의 없는 일방적 희생자 명단 공개에 분노한다”며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은 “명단 공개는 친야 성향의 매체인 ‘민들레’를 비롯해 ‘더탐사’라는 언론매체를 통해서 보도가 됐지만, 그 과정들을 살펴보면 그 배후에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측의 관여가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망한 피해자들을 거명한다는 것은 결국은 유족에 대한 2차적 좌표 찍기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인터넷 매체는 유족들 의사에 따랐다며 희생자 11명의 실명을 성만 남긴 채 비공개 처리했다. 하지만 “희생자들을 익명 그늘 속에 묻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재난의 정치화”라며 나머지 명단은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11월 16일 진중권 “명단 공개, 정신 상태 정상 아냐...결국 윤석열 퇴진 투쟁을 하겠다는 거”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채널 캡처
“정부가 사건 여파 축소 위해 명단 발표 가로막는다는 음모론 깔려 있어”
“추모 의지 순수하다고 볼 사람 누가 있겠나”
“민주당도 공당이라면 책임을 져야”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야권 성향의 온라인 매체가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진 교수는 15일 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음모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사건의 여파를 축소하기 위해 희생자 명단 발표를 가로막고 있다는 사고를 하고 이걸 돌파하기 위한 전술로써 ‘과감하게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차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추모를 하기 위해서 그분들 이름을 불러야 하는가, 얼굴을 알아야 하는가 모르겠다”며 “주체를 보면 ‘더탐사’ ‘민들레’ ‘김어준 방송’ 등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극성스러운 사람들이 주장을 하고 있다”며 “추모 의지가 순수하다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죽은 분들을 무슨 공유물처럼 생각을 한다”면서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결국 이렇게 해서 윤석열 퇴진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퇴진 투쟁이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게 다 윤석열 정권 때문이고, 국민의힘,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음 선거를 잘해서 민주당 찍자’ 이게 그들이 낼 수 있는 실천적 결론”이라며 “과연 이게 이 사건에서 내려야 할 사회적 결론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본질 자체를 호도하게 되고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지 못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이런 프레임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게 ‘정권이 사진하고 영정을 못 모시게 탄압하고 있다’는 언급이고 그래서 명단 공개까지 갔다”고 했다. 그는 “명단이 공개된 후 반응이 안 좋고, 상당히 비판적이다 보니까 민주당이 쑥 들어가 버렸는데 공당이라면 책임을 져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더탐사, 민들레, 김어준이라든지 이런 세력들하고 얼마나 긴밀하게 협력을 해 왔는가”라고 지적했다.
함께 출연한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유가족의 뜻에 따라야 한다”며 “정치권이 한 발 물러서서 침착하게 이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명단 공개에 찬성하지 않는 입장에서 편을 들어줄 필요는 없다”면서도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패도 영정 사진도 없이 어떻게 분향소를 차릴 수 있나. 동의한 유족의 경우 영정 사진과 위패를 놓을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한 민주당 의원은 있었고, 촛불집회에 공조직이 움직인 바는 없다”고 했다.
문화일보 조성진 기자
11월 16일 나라에 득 될 법 막고 독 될 법 집착하는 망국적 野大 국회
‘100일 정기국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국회 상황을 보면 국익과 미래는 뒷전이고, 입법·예산 심의는 정쟁 도구로 전락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모든 정부 발의 법안을 거부하고,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법안은 밀어붙이려 한다. 내년 예산안의 헌법 시한(다음 달 2일) 내 처리가 무산된 뒤 준예산 사태 및 윤석열 대통령의 무더기 법안 거부권 행사(재의 요구)가 불가피한 상황도 우려된다.
각 정당의 정치적·정책적 지향에 차이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이견은 불가피하지만, 국가 경쟁력 강화와 재정 건전성 회복 등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일도 수두룩하다. 임기가 새롭게 시작될 때마다 의원들은 ‘국가이익 우선의 직무 수행’을 선서한다.(국회법 제24조) 그런데 다수당인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나라에 득(得)이 될 안건은 발목을 잡고, 반대로 독(毒)이 될 법한 안건에는 집착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4·15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방문해 ‘노란봉투법’ 처리를 거듭 약속했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도 모호하게 늘리는 등 위헌성이 큰 법안인데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지난달 19일 농림축산식품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이 15일 발표한 50개 중점 추진 입법 과제는 더 심각하다. 공공기관 통폐합 및 매각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는 민영화 방지법, 신문사에 편집위원회 설치를 강제하는 신문법 개정안, 검사·판사의 법 적용도 처벌할 수 있는 법 왜곡죄 도입법, ‘감사완박’으로 불리는 표적 감사 방지법, 민주화 운동가 가족에 대한 교육·취업·의료 지원법 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법인세 인하, 반도체특별법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윤 정부가 제출한 법안 77건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미국·대만·일본 등은 최근 한국 반도체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범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 글로벌 경쟁을 보면서도 민주당은 반도체 법에 대해 대기업·수도권 특혜라며 국민 편 가르기까지 선동한다. 지역구가 광주임에도 민주당을 탈당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은 “미래를 땅에 묻는 매국노(埋國奴)”라고 개탄했다. 모두가 경청해야 할 지적이다.
문화일보 사설
11.17 유족 뜻 어긴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는 범죄, 경위 밝혀야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관련 방송 이후 광고성 떡볶이 먹방을 한 '더 탐사' 기자들과 PD/유튜브 '더 탐사'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인터넷 매체에 대해 경찰이 16일 수사에 착수했다. 이 문제는 언론 자유와 관련이 없다. 희생자 명단은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참사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략적 이익과 관계가 있을 뿐이다. 희생자 명단은 사고를 수습한 정부·의료기관 등만 갖고 있어야 할 공적 자료다. 누군가 훔친 게 아니라면 내부인이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나 행정안전부 등 행정기관일 경우 명단을 유출한 사람은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할 수 있다. 희생자를 수습한 병원에서 새나갔다면 의료법 위반이다.
인터넷 매체는 유족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했다고 인정했다. 희생자 신상은 개인 정보다. 동의 없이 공개하면 불법이다. 독일은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영상을 찍어 퍼뜨릴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돼있다. 숨진 희생자들 개인 정보를 제3자가 마음대로 공개하는 것은 폭력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 음란물 유포 같은 2차 가해 범죄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원치 않는 유족이 연락하면 이름을 지워주겠다고 했다는데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 인터넷 매체는 희생자 명단 공개 장면을 배경으로 갑자기 “광고”라면서 ‘떡볶이 먹방’을 했다.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다.
정치권에서 희생자 공개를 주장한 것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유일하다. 이 대표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무슨 추모를 하느냐’고 했고,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무슨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명단을 확보해 공개하자’고 했다. 그리고 유시민 등 민주당과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인터넷 매체와 윤석열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가 함께 명단을 공개했다.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신부는 “앞으로도 백번이고 천번이고 할 것”이라고 했다.
유족들은 “누가 우리 애 이름 불러달라고 했나” “입이 안 떨어져 아직 주위에 알리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맘대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일부 주한 외국 대사관은 외교부에 항의했다. 외국인 사망자 26명 중 1명을 제외한 모든 유가족이 이름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한다. 친야 성향 민변, 언론노조도 부적절하다고 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까지 명단 게재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 대표도 아무 말이 없다. 희생자 명단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뜻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명단을 내리라고 공식 입장을 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17일 명단 공개 부추겨 놓고 尹정부가 은폐한다는 野 적반하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문제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대응이 점입가경이다. 1주일 전 이재명 대표는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는가”라고 했다. 명단 공개를 부추기는 발언이다. 그런데 공개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 필요성까지 제기되자 민주당은 “명단은 당이 공개한 것이 아니다”고 물러섰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명단 공개를 막았다는 식으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다. 명단 공개 책임 및 배후 의혹까지 불거지자 정부를 물고 늘어지는 전형적인 적반하장 아닌가.
지난 14일 온라인 매체 ‘민들레’의 명단 공개와 관련된 유족들의 반발은 상당하다. 이름 삭제 요구가 빗발쳐 16일 기준으로 155명 중 24명의 이름이 삭제됐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여전히 희생자 실명을 담은 온라인 기억관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박성준 대변인은 “정부가 희생자를 보도하지 말라는 준칙을 내렸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고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번 수사에서 누가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친야 단체들은 ‘퇴진이 추모’라며 윤 정부 퇴진 운동에 나설 태세다. 민주당 일각도 가세하고 있다. 참사를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도 받는다. 그래도 16일 토론회에서는 이 대표 대선캠프 출신 인사도 “정권 퇴진으로 가는 것은 지나치다”며 정쟁 도구화를 경고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유족에게 사과하고 억지 주장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략적 이용 의혹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서울경찰청은 16일 민들레 등에 대한 고발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여러 법률에 저촉된다. 명단 공개와 관련된 혐의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당국 명단의 유출 과정도 엄정히 수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17 국회 제1당 주요 활동 된 대통령 부인 스토킹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아이를 안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헐뜯기가 도를 넘고 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 여사의 캄보디아 순방 중 심장병 어린이 방문을 “빈곤 포르노 촬영”이라고 비난하더니 “절대 사과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 발언으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되자 “국가 서열 1위 김 여사를 비판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 자신도 소외 계층 봉사 활동을 했는데 그것도 빈곤 포르노인가. 그는 김 여사가 정상 부인들의 행사 대신 어린이를 만난 것은 외교 결례라며 캄보디아에 사과하라고 했다. 김 여사가 정상 부인들과 관광지에 갔으면 그것으로 비난했을 것이다. 비난을 위한 비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인사들도 “빈곤 포르노는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후원을 유도하는 영상을 뜻하는 용어인데 뭐가 문제냐”고 감쌌다. 역대 대통령 부인들은 누구나 순방 과정에서 소외 계층을 만나고 봉사 활동을 해왔다. 그걸 어떻게 포르노에 비유할 수 있나. 민주당 의원들은 김 여사가 어린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배우와 비슷하다고 비난한다. 김 여사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낀 것도 비난하는데 외교 현장에서 자주 있는 일이고, 김정숙 여사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팔짱을 낀 적이 있다. 민주당은 김 여사가 병원 방문 때 캄보디아 정부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벗은 것까지 문제 삼았다. 김 여사를 표적 삼아 무조건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 때도 “김 여사가 왜 동행하느냐”고 했다. 망사 모자를 쓴 것을 두고 “왕족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상당수 정상 부인이 망사 모자를 썼다. 이재명 대표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느닷없이 ‘김건희 특검’을 밀어붙였다. 문 정권 검찰이 1년 넘게 수사하고도 혐의를 찾지 못한 주가 조작 사건, 일반인이었던 김 여사의 허위 경력과 논문 표절까지 다 수사하자고 했다.
김 여사에 대한 국민 여론이 상당수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정당이 이를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다. 응당 해야 할 일, 상식적인 일을 하는데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것은 악의적 스토킹이다. 야당 내부에서도 “이러다 ‘김건희 스토커’로 비치겠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국회를 장악한 한국 제1당의 주요 활동이 대통령 부인 스토킹인 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조선일보 사설
11.17 검찰, 노웅래 수뢰혐의 수사...“사업가 박씨, 전대 앞두고 아내 통해 돈 전달”
검찰, 노웅래 사무실 압수수색… 6000만원 수뢰 혐의
”태양광 사업 관련 국토부 장관 만나게 해달라 부탁”

▲노웅래 의원
서울중앙지검이 더불어민주당의 4선(選) 중진인 노웅래 의원이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6000만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노 의원의 국회 사무실, 지역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노 의원은 2020년 7월을 전후해 박씨로부터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의원은 2020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으며, 검찰은 노 의원이 박씨에게 받은 돈을 전당대회 선거 비용으로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야당 탄압 기획수사를 규탄한다”며 “야당 중진을 회기 중에 압수수색하는 것은 입법권 침해이며 야당 탄압”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사업가 박씨가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게 불법 자금을 전달한 구체적인 정황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자신이 추진하던 태양광 발전 사업 관련 청탁을 하면서 “국토부 장관을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돈을 전달할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도 확보했다고 한다. 그동안 박씨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각종 청탁 요청과 함께 10억원대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왔다. 이 전 부총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인 2020년 7월쯤 박씨와 그의 아내 조모씨는 박씨의 지인 A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타고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씨가 노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고 박씨와 A씨는 국회 입구 인근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A씨는 본지에 “박씨의 부인 조씨가 평소 노 의원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학 특수체육학과 교수인 조씨는 과거부터 민주당 측 인사들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대선을 앞두고 ‘전국 시니어체육인 지지 선언’에 참여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씨가 아내 조씨를 통해 노 의원에게 청탁하며 금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사업가 박씨는 2008년 11월 ‘부산자원 특혜 대출 사건’ 핵심 인물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부산자원 대표를 지냈던 그는 당시 로비를 통해 은행 등에서 1630억원을 부당 대출받은 혐의를 받았다.
박씨는 그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당시 박씨가 친노(親盧)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에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송기인 신부를 ‘양아버지’라 부르며 1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다만 대가성 없는 돈으로 드러나 공소 사실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노웅래 의원은 MBC 기자 출신으로 2004년 17대 총선 때 서울 마포구갑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후 같은 지역구에서 4선에 성공했다. 작년 6월 민주당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맡았고 내년 6월까지가 임기였는데 최근 사의를 밝혔다. 노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검찰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부메랑이 이렇게 돌아오는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결국 사필귀정에 따라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사업가 박씨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다른 야권 인사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달 이정근 전 부총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이정근이 ‘나는 유력 정치인인 B 민주당 의원 측근이고, C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친하다’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청탁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전 부총장이 노웅래 의원을 언급했다는 내용은 공소장에 등장하지 않았다. 검찰은 박씨가 노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과정에 이 전 부총장이 개입했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11.18 민주당, 이재명 방탄용 판·검사 처벌법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우선 추진 법안’ 55건에 이른바 ‘법 왜곡 방지법’이 포함됐다. 형법에 법 왜곡죄를 신설해 판·검사가 적용해야 할 법령을 적용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적용한 경우, 증거나 사실을 조작한 경우 등에 대해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대장동 수사가 정치 탄압이고 진술에만 의존한 부실 수사라고 주장한다. 이 법을 강행 통과시키면 대장동 사건을 수사한 검사, 재판한 판사를 가장 먼저 법 왜곡죄로 처벌하려 들 것이다.
법률 전문가인 판·검사의 법 해석 당부를 누가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 건가. 지금도 판·검사가 고의로 위법한 수사·판결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다. 판·검사 견제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들의 비리를 수사하라고 이미 공수처를 만들었다. 검찰 수사권도 대부분 경찰로 넘어갔다. 법조계에서도 과잉 입법, 입법권 남용이라고 한다. 대장동 사건으로 이재명 대표 측근이 구속되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임박하자 방탄용 법안을 추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입법 횡포 차원을 넘어서 사유화다.
이른바 ‘감사완박’법은 문재인 정부 방탄용이란 의심을 받는다.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는 감사 개시, 계획 변경, 결과 발표도 못 하도록 했다. 감사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가 다수다. 민간인이 된 문 정부 사람들은 아예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게 만들었다.
방탄 입법만이 아니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 공기업 지분 매각 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민영화 방지법’, 한국신문협회가 반대하는데도 편집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신문법 등도 포함됐다. 민주노총에 불법 파업의 자유를 주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공영방송 민영화는 막고, 비판 언론은 옥죄는 정략 법안이다. ‘운동권 셀프 특혜’ 논란이 일었던 민주 유공자법과 청와대 개방을 제한하는 청와대 보존 특별법도 정기국회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쌀이 남아도는데도 세금으로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양곡 관리법, 기초연금 확대, 출산 보육 수당 및 아동 수당 확대 등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선심성 법안도 들어있다.
민주당 우선 추진 법안은 대부분 자신들 비리 의혹은 감추고, 정부의 발목을 잡거나 득표에 도움 되는 법안이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헤아릴 수 없지만 이제 당리당략을 위해 입법권을 전횡하는 단계까지 왔다. 반면 국정을 책임진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법,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등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정부가 제출한 법안 77건을 모두 막고 있다. 민주당의 행태는 상식을 벗어났고 궤도 이탈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18 [단독] 2000억대 용인 물류단지 로비, 문재인 정부 고위직으로 수사 확대
사업가 박씨, 노웅래·이정근 통해 文정부 장관 등에 청탁 의혹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이정근(구속 기소)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사업가 박모(62)씨로부터 총 6000만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중진 노웅래 의원의 국회 사무실 등을 지난 16일 압수수색했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노 의원은 사업가 박씨의 아내 조모(59)씨를 통해 2020년 2월 발전소 납품 관련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수수하고, 같은 해 3~12월 용인 물류단지 개발, 태양광 사업, 지방국세청장 인사, 한국동서발전 임원 승진 등의 청탁과 함께 4차례에 걸쳐 1000만원씩 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가운데 용인 물류단지 개발 청탁 부분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업은 부동산 개발업체 A사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일대에 67만3426㎡(약 20만평) 규모로 추진 중인 ‘용인스마트 물류단지’ 사업을 말한다. 총 사업비가 2575억원인 이 사업은 현재 착공 직전 단계라고 한다.
검찰은 용인 물류단지와 관련된 박씨의 로비가 실제 통했다는 정황을 확보했으며, 그 과정에 관여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 국토부 장관 등을 수사선상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물류단지 로비가 두 갈래로 진행됐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갈래는 노웅래 의원을 통한 것인데, 사업가 박씨의 아내 조씨가 2020년 3월 14일 노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해 “(용인 물류단지에 대한) 국토부 실수요 검증 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니 국토부 장관을 통해 신속히 진행되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노 의원 압수수색 영장에도 적시됐다고 한다.
당시엔 물류단지 사업이 진행되려면 국토부 산하 실수요 검증위원회에서 실수요 검증을 통과해야 했다. 물류단지가 실제로 그 지역에 필요한지를 국토부가 판정하는 절차다. A사는 2020년 2월 국토부에 실수요 검증을 요청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검증위가 계속 열리지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물류 업계에서는 “실수요 검증 절차가 까다롭고 검증위가 자주 열리지 않아 통과하기 매우 어렵다”는 말이 파다했다고 한다. 사업가 박씨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A사 대표로부터 “실수요 검증을 신속히 통과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로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로비의 다른 한 갈래는 이정근(구속 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한 것이다. 이 전 부총장의 공소장에는 사업가 박씨가 2020년 3월 13일 이 전 부총장 계좌로 5000만원을 입금한 직후 ‘물류단지 실수요 검증 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니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신속히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이 전 부총장이 승낙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전 부총장은 이후 21대 국회의원 선거 자금 명목으로 박씨로부터 9000만원을 추가로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실제 A사는 6개월 뒤인 2020년 9월 실수요 검증을 통과했다. A사는 당시 설립 1년도 안 된 신생 업체였다. 한 법조인은 “박씨의 로비가 성공한 정황”이라며 “노 의원과 이 전 부총장의 부탁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국토부 장관이 실제 관여했는지가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재차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가 박모씨와 저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라며 “그 부인은 봉사 단체에서 몇 번 만났을 뿐이며, 얼굴조차 모르는 박씨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사업가 박씨가 지난 6월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나 “노 의원은 집사람(조씨)과 코트를 선물할 정도로 친하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11.18 수뢰혐의 노웅래, 집 압수수색 때 ‘수억원 돈다발’ 나왔다
노측 “출판기념회 후원금 보관한 것
사업가 박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
검찰이 확보 박씨 녹취록엔
“아내와 코트 선물할 정도로 친해”
검찰이 6000만원대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택을 지난 16일 압수수색 하면서 수억원 규모의 현금 다발을 발견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검찰은 이 자금의 성격과 출처를 확인할 계획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후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지난 16일 노 의원의 자택과 국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노 의원의 자택에서 다량의 현금 다발을 발견했다고 한다.
노 의원은 2020년 사업가 박모(62)씨로부터 사업 관련 청탁을 받으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노 의원이 박씨의 아내 조모씨로부터 2020년 2월 발전소 납품 관련 청탁을 받으면서 2000만원을 수수하고, 같은해 3~12월 용인 물류단지 개발, 태양광 사업 등의 청탁과 함께 4차례에 걸쳐 박씨로부터 1000만원씩 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노 의원 압색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의원 측은 “2020년 출판기념회에서 모은 후원금 등을 현금으로 보관한 것”이라고 검찰에 해명했다고 한다. 검찰은 노 의원이 후원금을 은행에 예치했으면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이를 현금으로 보관한 이유 등을 수상히 여기고 이 돈이 후원금이 맞는지 등을 규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액수를 감안했을 때 검찰 수사가 노 의원의 추가 수수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현금은 압색 영장의 범위 밖에 있어 검찰이 현금을 직접 압수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노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가 박모씨와 저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라며 “박씨의 봉사 단체에서 몇 번 만났을 뿐이며, 얼굴조차 모르는 박씨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사업가 박씨가 지난 6월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나 “노 의원은 집사람과 코트를 선물할 정도로 친하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유종헌 기자
11월 18일 노웅래 · 이정근 의혹 확산, 文정권 실세 연루도 밝혀야
더불어민주당 중진인 노웅래 의원 자택·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문재인 정권 실세에게 인허가 등의 청탁을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가 적시됐다고 한다. 같은 청탁 건으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구속됐는데, 일부 사업은 청탁대로 성사됐다. ‘사업가 -정치인 -실세’의 비리 사슬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압수수색 영장 등에 따르면, 용인 스마트 물류단지 사업이 대표적 경우다. 우선, 노 의원은 2020년 3월 14일 사업가 박모 씨의 아내로부터 지연되고 있는 국토교통부 실수요 검증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장관에게 청탁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박 씨는 부동산 개발업체 A사의 부탁을 받고 로비를 진행했다. 하루 전인 13일 이 전 부총장은 박 씨로부터 같은 청탁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5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당시 코로나로 검증위가 자주 열리지 않는 상황인데 설립 1년이 안 된 A사가 6개월 만에 검증을 통과해 ‘로비가 성공한 정황’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뿐 아니다. 노 의원은 2020년 말 국세청과 한국동서발전 인사 청탁 대가로 박 씨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았고, 이 전 부총장도 같은 청탁 대가로 명품 핸드백과 부츠 대금을 대리 결제토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노 의원은 태양광, 발전소 납품 사업 등과 관련한 부탁과 함께 돈을 받았고 이 전 부총장은 박 씨가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간부, 한국남동발전 사장 등을 만나도록 주선했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은 이처럼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부·산업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정권 실세와 고위 인사를 거론하며 수십 차례에 걸쳐 9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노 의원 자택에서는 기업 이름이 적힌 봉투를 포함해 수억 원대의 현금 다발이 발견돼 별개의 청탁이나 불법 정치자금 의혹도 나온다.
검찰도 이미 문 정권 실세 연루 의혹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한다. 박 씨 한 사람에 의해 이처럼 광범위한 로비와 인사 왜곡이 이뤄진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비리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특히 국민적 비판 여론에 따라 국회의원도 김영란법 적용을 받게 됐으나, 여전히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었다. 국회의원들이 이를 악용할 수 없도록 차제에 엄정한 수사와 판결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18일 이태원 참사에 민주당 책임도 크다
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방탄’ 행태 목불인견
제2 세월호 사태로 몰아가려
참사 빌미로 장외투쟁 돌입
희생자 명단 공개 反인륜 범죄
尹 퇴진 ‘그날’ 집회에 힘 실은
야당의 참사 이용은 인면수심
이태원 참사 국민 애도 기간이 끝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이 대표 방탄’에 나선 민주당의 행태가 목불인견이다. 대장동 수사가 이 대표 ‘턱밑’까지 다가오자 민주당은 체면과 상식마저 다 버리고, 뻔히 역풍이 예상되는 무리수를 마구 던져 당내 불만도 점증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이 1조 원대의 이익을 얻도록 돕고, 700억 원대의 대가를 받은 ‘그분’의 윤곽이 구체화하자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를 빌미로 사실상 장외 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11일 이 대표가 직접 ‘이태원 참사 범국민 서명운동’을 공표하자 바로 다음 날부터 전국 광역시·도당별로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을 열었고, 14일에는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 서명운동을 위해 각 시·도당에 천막당사를 설치하라는 지시가 사무총장 명의로 하달됐다. 국회 169석을 차지한 절대 과반이라 그냥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되는데도 굳이 민주화운동 당시 야당 흉내를 내며 장외로 나선 속셈은 뻔하다. 제2의 세월호 사태로 몰아가기 위해 지지자들을 거리로 동원할 핑곗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민주당은 여차하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도 동참, 본격적인 반정부투쟁에 돌입할 태세다.
얼마 전 친야 인사들이 참여한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유가족 동의도 받지 않고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정의당은 물론 민변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는데, 이런 반인륜적 폭력과 오만에 민주당의 책임도 어른거린다. 민들레에는 8월부터 매주 ‘윤석열 퇴진’ 집회를 주최하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의 김민웅 상임대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관여하고 있다. 참여 인사들의 면면도 그렇고, 이재명 대표가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애도를 하는가”고 불을 지폈으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명단·사진·프로필을 확보해야 한다”고 한 데 비춰, 민들레가 민주당의 부추김을 받아 총대를 멨다는 느낌이다. 유가족 동의가 없는데도 자기들 멋대로 추모하겠다며 명단을 공개한 건, 하늘이 무너지고 심장이 바늘에 수천 번 찔리는 것 같은 유가족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만행이고, 명백한 범죄 행위다.
이태원 참사가 없었으면 민주당이 무엇으로 이재명 방탄에 나섰을까 싶을 정도로 사고를 이용하고 있지만, 158명이 사망한 핼러윈 참사에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문제의 그날, 서울 전역에서 21개 단체 5만여 명의 집회 시위가 열렸다. 그중 핵심이 광화문·용산 일대에서 열린 촛불행동의 ‘제12차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촛불대행진’, 민주노총·한국노총 주최 ‘공공노동자 총력결의대회’,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집회 등으로, 경찰 거의 전부가 여기에 동원됐다. 이들 집회와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서울 경찰 기동대 70개 중대 전체와 경기 남부경찰청, 인천경찰청의 지원을 받아 모두 81개 부대가 배치됐다.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삼각지에서 오후 8시 30분까지 경찰을 지휘하고 있었다. 경찰 지휘부나 용산경찰서장이 이태원 사고 가능성에 조금만 대비했더라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초짜 지휘부로선 윤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반정부 시위에 온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 시위대의 책임이 적지 않은 만큼 최소한 당분간은 자중할 법한데도 이들은 참사 1주일 뒤부터 추모를 핑계로 또 집회를 열고 “퇴진이 추모다”는 구호를 외치는 양심 불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민주당이 촛불행동의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직접 관여하진 않았다 해도 힘을 실어준 정황은 뚜렷하다. 김용민 의원이 민주당 의원 중 최초로 10월 8일 집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 임기를 못 채우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연설했고, 이태원 참사 일주일 전 집회엔 안민석·황운하·민형배 의원이 가세했다. 개인 자격이라고 둘러댔지만, 당이 방관하고 심지어 독려하는 정황도 있었다. 젊은 목숨이 안타까이 스러진 참사에 민주당 책임이 상당한데도, 사고를 기다렸다는 듯 국정조사에 특검 도입, 추모 공간 마련 등을 떠드는 건 인간으로서 차마 못 할 짓이다.
문화일보
11.19 야당이 예산까지 집권당 행세, 대선 때 국민 심판 거부한다는 뜻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여당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자기들 뜻대로 정부 예산을 뜯어고치고 있다. 민주당은 국토위원회 예산소위에서 주택도시기금 중 공공 임대주택 지원 예산을 일방적으로 6조원 넘게 증액했다. 민주당 정책이다. 대신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우선 분양 등 공공 분양 지원 예산은 1조원 넘게 깎았다. 모두 단독으로 처리해 버렸다. 문재인 정부 정책 실패로 미친 집값과 전세 대란을 일으켰던 장본인들이 새 정부의 주택 정책까지 발목 잡는다.
민주당은 정부 핵심 정책 예산은 줄줄이 깎고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은 대폭 늘리고 있다. 먼저 이 대표가 추진해 온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5000억원을 새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기초연금 인상, 노인 일자리, 쌀값 안정화 등 10대 사업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했다. 이미 상임위에서 새로 만들거나 늘려 예결위로 넘긴 예산만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야당이 정부 원안을 감액할 수는 있지만 정부 동의 없이 새 항목을 만들거나 증액할 수는 없다. 정부 예산 편성권까지 침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에 져서 야당이 되고서 여전히 집권당 행세를 한다. 국민의 심판을 거부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반대로 대통령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 용산공원 개발, 디지털 플랫폼 정부, 행안부 경찰국 신설 등 현 정부의 공약·정책 예산은 1000억원가량 삭감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조세 개편안에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재위 조세소위는 아직 첫 회의도 열지 못했다. 감세 저지로 늘어나는 세입(6조~7조원)을 자신들 10대 정책 예산에 쓰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그 핵심 공약과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최소한 첫해에는 협력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돕기는커녕 입법과 예산을 자신들 마음대로 하고 있다. 국회 내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의 폭주로 인해 내년 예산은 법정 기한(12월 2일) 내 처리는 고사하고 연내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면 전년 예산과 동일하게 집행하는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올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우원식 예결위원장은 “민주당이 (예산) 수정안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원안을 마음대로 고쳐 단독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헌정사에 여야 갈등은 숱하게 있었지만 이런 야당은 처음이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21일 이재명 대표 ‘방탄’에 더 이상 민주당 동원해선 안 된다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른팔·왼팔’로 불리던 두 사람이 구속됨으로써 이제 검찰 수사는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하게 됐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달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돼 지난 8일 기소됐고,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지난 19일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됐다. 특히 ‘얼굴 없는 분신’으로도 불렸던 정 실장 혐의는 이 대표의 배임 혐의와 직결돼 있다. 김 부원장 공소장에 ‘대장동 업자들 요구가 유동규(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와 정진상을 거쳐 이재명(성남시장)에게 전달돼 성남시 의사 결정에 반영됐다’고 적시됐을 정도다.
변호사 시절부터 함께한 정 실장은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에 정책실장 직책으로 결재 라인에 있었다고 한다. 대장동 사업의 민간업자 참여 허용,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제1공단 분리 개발 등 핵심 의혹과 관련된 의사 결정도 정 실장을 거쳐 이 대표가 결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이 이재명-정진상-김용을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한 만큼 이 대표 소환과 사법 처리는 불가피하다.
이 대표 수사는 원칙대로 진행되겠지만, 그와 별개로 민주당이 ‘방탄’ 노릇을 하면서 정기국회 파행, 윤석열 정부 퇴진 투쟁 등 국가적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당 대변인이 ‘피의자 변호인’ 주장을 그대로 인용·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친명계 의원 7명은 지난 19일 윤 정권 퇴진을 외치는 집회에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정 실장에 대한 영장 발부 직후 “민주당과 민주 세력에 대한 검찰 독재 칼춤을 막아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지금도 수사 중인 백현동 특혜, 성남FC 후원,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은 문재인 정권에서 수사가 시작된 사건들이고, 더욱이 ‘민주당이나 민주 세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 대표 개인 비리 의혹이다.
이 대표가 민주당과 국가를 다소나마 생각한다면, 민주당을 자신의 방탄에 동원하는 행태부터 접어야 한다. 상식과 원칙의 차원에서도 개인 비위와 당무를 ‘차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능하면 대표직과 의원직도 내놓고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결백을 입증한다면, 차기 대선에 크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일제히 불나방이 된 모습” 등 조심스럽지만 당내에서 나오기 시작한 우려 목소리의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일보 사설
11.21 기득권 증오 부추기는 민주당의 좌파 포퓰리즘
민주당의 퇴행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여러 나라의 정치는 포퓰리즘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대개는 우파 포퓰리즘이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득세와 영국의 브렉시트, 오스트리아의 나치 계열 정당인 자유당과 프랑스의 국민전선,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 스웨덴의 나치주의 정당 스웨덴 민주당의 부상 등 사례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포퓰리즘은 공통의 적을 필요로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우파 포퓰리즘의 공통의 적은 이민자다. 트럼프는 멕시코인들을 ‘범죄자’, ‘강간범’이라 불렀고 유럽 우파 지도자들은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경기 침체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가세하자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 마’ 테러는 포퓰리즘에 내재한 불특정인을 향한 증오의 분출구가 되었다.
좌파 포퓰리즘은 기득권 세력이 나라 장악해 서민 착취한다고 주장
그런 전능한 기득권 세력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사회적 기반은 시민 반목 아닌 연대에 있어
민주당이 합리적 정책 경쟁으로 정부·여당 견제하는 게 국민의 바람

▲퍼스펙티브
그런가 하면 중남미의 ‘핑크 타이드(pink tide: 중도좌파 정부 물결)’는 좌파 포퓰리즘이다. 2018년 멕시코의 국가재건 운동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 2019년 아르헨티나 정의주의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당선, 2020년 볼리비아 사회주의 운동당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 당선, 2021년 페루의 교사노조 지도자 출신 자유페루당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당선, 온두라스에서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 당선, 칠레 좌파 사회주의 융합당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당선, 콜롬비아에서 인간적인 콜롬비아당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 당선, 그리고 마침내 지난 10월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의 귀환으로 중남미 핑크 타이드는 완성되었다.
포퓰리즘은 가상의 적 만들어 공격
공통의 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우파 포퓰리즘뿐 아니라 좌파 포퓰리즘도 마찬가지다. 좌파 포퓰리즘의 공통의 적은 기득권이다. 그들은 기득권 세력이 나라를 장악하고 서민을 착취하고 이윤을 독점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전지전능한 기득권 세력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 지지자들이 그들과 싸우도록 부추기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우파 포퓰리즘이 이민자로 대표되는 사회적 소수 집단에 대한 ‘배제’를 표방한다면 좌파 포퓰리즘은 ‘포용’을 말한다. 그런데 그 포용은 현실에서는 가상의 기득권 세력을 향한 끝없는 증오를 부추김으로써 전선을 긋고 지지층의 결속을 유도하는 ‘배제’의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우파 포퓰리즘과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민주당은 좌파 포퓰리즘의 길을 향해 직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선 패배 이후 이재명 후보가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 대표에 나선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나쁜 선택이었다. 대선과 당 대표 선거를 거치면서 그가 내놓은 정책들을 돌이켜보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대선 때 그의 대표 정책처럼 알려졌던 기본소득을 보자. 비록 몇몇 나라에서 소규모의 실험이 있기는 했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그 정책의 효과 여부에 대한 전문적인 논쟁을 떠나서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그렇게 좋은 정책이라면 왜 아무도 하지 않을까.
당 대표 선거에서는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스위스 사례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밀한 의미의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하는 곳은 스위스 26개 주(canton) 중 한 곳에 불과하다. 연방 차원의 직접민주주의는 사실상 양원제를 편의상 하나로 합쳐놓은 형태에 가깝다. 역시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직접민주주의가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왜 어느 나라도 하지 않을까.
이재명의 억강부약은 시민 반목 조장
거꾸로 직접민주주의가 자칫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은 정치사상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막스 베버, 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매디슨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정치사상가는 직접민주주의가 가져올 수 있는 다수의 폭정을 우려했다. 오늘날 거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직접민주주의는 대의제를 보완하는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이유이다. 기본소득과 직접민주주의 두 가지를 합쳐놓고 보면 더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 생긴다. 그는 왜 아무도 하지 않는 정책만 골라서 하자고 할까.
답은 그의 대선 출마선언문에 나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에 있다.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는 뜻이다. 약한 자를 돕는 부약(扶弱)이 핵심인 것 같지만, 사실 숨어있는 핵심은 강한 자를 누르는 억강(抑强)에 있다. 약한 자를 돕기 위해 강한 자를 눌러야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정신도 아니고 복지국가의 정신도 아니다.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사회적 기반은 시민들 간의 반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대에 있다. 내가 더 많은 세금을 내더라도 우리의 공동체, 더 나아가 민주공화국의 동지들을 지키겠다는 연대의식의 기반 위에 민주주의가 서고 복지국가가 선다.
강한 자를 악으로 규정하고 누르겠다고 하면 연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최악의 갈등이 들어선다. 가뜩이나 심각한 양극화의 시대에 세계적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 서민의 삶은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계층 간 타협이 절실한데, 악으로 규정되어 억누름을 당하면서 기꺼이 세금을 더 낼 바보는 없다.
민주주의도 복지국가도 아니지만, 억강부약이 가져오는 확실한 효과 한 가지는 있다. 공통의 적인 기득권층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좌파 포퓰리즘의 도구로서의 효과이다. 기본소득이나 직접민주주의 같은 아무도 하지 않는 정책들의 공통점은 억강부약 하기 위한 좌파 포퓰리즘의 도구로서 유용하다는 점이다. 하이라이트는 “상위 10%에 못 들면서 국토보유세 반대하는 건 바보짓”이라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었다. 이보다 더 증오를 부추기는 발언이 있을 수 있을까.
상위 1%가 소득세 41% 부담
정책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문재인 정부 내내 모든 악의 근원인 것처럼 거론되었던 ‘상위 1%’는 사실은 전체 소득세의 41.3%를 내지만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 조세 미달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가까운 37%이다.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2012년 35%에서 2020년 45%로 8년간 10%포인트 올랐다. OECD 최고 세율일 뿐 아니라 인상 속도에서도 신기록을 세웠다.
부자 증세의 대표 사례처럼 거론되는 미국의 바이든 증세 안에서도 연간 소득 25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330억원 이상 버는 사람들에게 45% 소득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 ‘희망 사항’이다. 한국은 연간 10억원 이상만 벌면 이미 45%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바이든처럼 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바이든이 한국처럼 하자고 해야 정상이다.
좌파 포퓰리즘이 적으로 지목하는 악마 같은 기득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선 때 이재명 후보도 주장했었던 중부담·중복지 국가로 가려면 약 170조원의 복지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억강부약해서 국토보유세 과세 대상으로 지목된 상위 10%가 낸다면 1인당 연간 4000만원 정도씩 추가로 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 대상이 된 상위 2%가 낸다면 1인당 연간 2억원씩 더 내야 한다. 30억 자산가가 10년만 세금 내면 복지 수혜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계층 간 타협 없이 억강부약해서 중부담·중복지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선진국 주요 정당 중 좌파 포퓰리즘 표방 유일
좌파 포퓰리즘의 길로 직진하는 민주당에서 정책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당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지지자에 이르기까지 가상의 적을 향한 혐오를 쏟아낼 뿐이다. 군사독재보다 심한 검찰공화국이라고 주장해봤자 군사독재를 경험한 세대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해봤자 아세안에서 한·미, 한·일, 한·미·일 연속 정상회담이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었다는 현실을 부정할 방법은 없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수준 낮은 흠집 내기는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정책은 없고 증오만 있다. 민주당의 퇴행은 불행한 일이다. 집권 가능성이 있는 주요 정당이 좌파 포퓰리즘을 표방하기로는 선진국 중에 유일하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좌파 포퓰리즘의 유혹을 내려놓고 합리적 정책 경쟁을 통해 정부 여당을 견제해주기를 수많은 민주주의자는 바라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11.22 집값 급락에도 종부세 급증, 거대 야당이 밀어붙인 부조리
주택·토지 소유자 130만명에게 총 7조5000억원의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송됐다. 주택 종부세는 122만명으로, 전체 주택 소유자의 8.1%에 달한다. 집값이 급락해 공시 가격 밑으로 내려간 지역도 수두룩한데 종부세 납부자는 작년보다 31%(29만명)나 늘어났다. 집값이 고점이었던 작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 때문에 정부가 종부세 관련 법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거부했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시절 극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려서 투기를 억제하겠다고 도입한 제도다. 문재인 정부가 공시 가격과 세율 등을 한꺼번에 올리면서 5년 사이 대상자가 4배 늘었고, 세금 납부액은 10배나 불어났다. 도입 당시인 2005년에 비하면 과세 대상자가 18배나 늘었다. 1주택자인데 종부세를 내는 사람도 22만명에 달한다. 5년 전의 6배다. 이렇게 급속하게 과세 대상자와 세액을 늘린 것은 드문 일이다.
집 한 채 가진 사람의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려 정부가 과세 기준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는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면서도 대선에 지자 법 개정안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끝까지 제동을 걸었다. 그 결과 법이 개정됐더라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됐을 1주택자 10만명이 세금을 물게 됐다. 1주택자 22만명의 세금 부담액도 더 줄어들지 못했다.
2020년 기준 거래세와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과액은 GDP 대비 3.9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셋째로 높다. OECD 평균(1.86%)의 2배가 넘는다. 문재인 정부가 OECD에서 가장 높은 거래세를 낮추지는 않은 채 보유세만 올린 결과다. 조세재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 66%가 부동산 관련 세금이 높다고 생각한다. 종부세 완화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57%다. 선거 때는 부동산 세제를 개선하겠다던 야당이 선거 끝난 뒤 입장을 뒤집고 122만명에게 종부세 폭탄을 던졌다. 집값이 떨어졌는데 세금은 오르는 것을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나. 세금이 아니라 횡포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22일 경제 발목 잡는 정치의 폐해
조해동 경제부 부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17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해 윤석열 정부 첫 예산인 내년 예산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내년 예산안 법정 시한이 12월 2일이니 이제 남은 기간은 10여 일뿐이다. 그러나 내년 예산 심의는 공식적으로 시작됐을 뿐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새로 출범한 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예산 대부분을 쳐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예산 등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 대통령이 공약한 예산 대부분을 삭감하고, 지역화폐 예산 등 이른바 ‘이재명 표’ 예산은 대폭 늘렸다. 내년 예산 심의 과정을 보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국민의힘이 아니고 민주당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겉보기에는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움직임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의 행태는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예산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현재 정부가 제출한 법안 77건의 국회 통과를 모두 막고 있고, 반도체특별법 등 국민의힘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10대 법안’의 상임위 통과도 저지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정책은 정부가 발표만 한다고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고, 법규 개정을 통해 관련 제도가 정비돼야 실행이 가능하다. 윤 정부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을 공약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표 차이가 많건 적건 국민 다수가 현재 윤 정부의 정책을 지지한 것이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예산과 법안이 모두 막힌다면 내년에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니 정치권에서 “민주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 정당이라면서 선거에서 졌으면 결과에 승복하고 새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현재 세계 경제는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많이 풀린 유동성(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위기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예산과 법안을 가로막고 나서는 것은 반국가 행위나 다름없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일즈하는 반도체산업 활성화 방안을 ‘대기업 특혜’라며 저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이며,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중산·서민층 등 취약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최근 경제에 무지한 영국 총리가 세계적인 긴축 기조 속에 대규모 감세 정책을 내놨다가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쓴 채 물러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의 황당한 발표로 채권시장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경제가 정상일 때는 정치인이 다소 황당한 일을 벌여도 시장이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위기일 때는 정치권의 몰지각한 행동 하나가 국가 경제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내년 예산과 세제개편안 등 각종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민주 정당으로서 소명을 다 할 의무가 있다.
문화일보
11월 23일 민주당 당직 주고 李 재판 증인 신청 … 회유용 아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수행 비서 출신에게 당직을 준 뒤 재판 증인으로 신청해, 그 저의를 의심받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4년부터 수행비서, 경기도지사이던 2018년부터 5급 상당 의전비서였던 김모 씨를 증인으로 22일 신청했다. 이 대표가 취임 2개월도 지난 최근 민주당 국장급 당직에 임명한 인사다. 유리한 증언 ‘회유용’이 아닌지부터 묻게 한다.
이 대표 측은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고 하지만, 시의와 전후 정황에 비춰 믿기 어렵다. 해당 재판은 이 대표가 지난해 12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방송에 여러 차례 나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땐 몰랐다”고 거짓말했다는 혐의에 대한 심판이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 중에 극단적 선택을 한 김 처장은 유동규 성남도개공 본부장 등과 함께, 2015년 1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9박11일 호주·뉴질랜드 출장에 동행했다. 골프도 같이 친 것으로 드러났다. 출장 현지에서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된 바 있다.
더욱이 김 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폭력 전과자다. 2007년 9월 성남지역 폭력조직원 43명이 동원돼 분당구의 오피스텔 보안용역업무를 빼앗는 과정에 연루됐다. 공직이나 당직의 적격 여부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 논란을 빚어왔다. 증인 채택과 증언 인용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고려할 요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24일 이재명 사법리스크 · 김의겸 가짜뉴스 · 노웅래 수뢰의혹…수렁에 빠진 巨野
■ 자고나면 또 터지는 리스크
‘이 최측근’김용 · 정진상 구속
대변인 김의겸 ‘술자리’역풍
장경태 ‘빈곤 포르노’고발돼
검찰, 노웅래 추가로 압수수색
내부선 “단일대오 붕괴”우려

169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리스크’ ‘가짜뉴스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사법리스크로 장기간 당력을 소모한 민주당은 연일 새롭게 불거진 각종 리스크에 길을 헤매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전방위로 분출되는 각종 논란을 현 정부의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당의 결속력을 독려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선 “균열이 조금씩 커져 단일대오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면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 대표를 포함해 주요 인사 8명이 사법리스크와 가짜뉴스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성남FC 불법 후원금,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앞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으로 구속됐다.
당의 얼굴이자 입인 김의겸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청담동에서 대형로펌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가짜뉴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보한 첼리스트 A 씨는 전날 경찰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빈곤 포르노’ 카드를 꺼냈으나 정치적으로 득보단 실이 더 많았다는 당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고,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사업청탁 명목으로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금 3억 원이 장롱에서 나와 이에 대한 출처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검찰은 이날 국회 본관을 찾아 노 의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시절 사용했던 컴퓨터 등 전산장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또한, 검찰은 전날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1년간 일했던 CJ의 자회사 등을 상대로 전격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노영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이 전 부총장의 특혜성 취업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최근 검찰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았다.
연이어 터진 민주당발 리스크에 당내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정권이 바뀌면 이런 날이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로 부딪히니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러다 민주당이 없어지면 민주주의가 없어진다”면서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당 차원에서 이 대표와 관련된 사법적 의혹을 방어하면 ‘제2의 조국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앞으로 검찰의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며 “단일대오가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11월 24일 날조 확인된 청담동 술자리 … 첫 유포 김의겸 책임 물어야
이른바 ‘청담동 윤석열·한동훈 술자리’ 소동은 대다수 상식 있는 국민의 예견대로 완전한 날조로 드러났다. 새빨간 거짓말을 지어낸 당사자도 문제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 유포가 더 심각한 문제다. 내용 자체가 황당하고 거론된 인사들이 모두 부인하는데도 제대로 된 검증 노력은커녕 반복해서 불 지피는 행태를 보인 것을 보면, 악의적 의도까지 의심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민·형사 책임 추궁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야무야 넘어가면 이번 일이 선례가 돼 정당이나 의원직을 매개로 한 가짜뉴스 유포가 더 난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여 명과 지난 7월 19일 청담동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는 주장과 관련, 여성 첼리스트라는 첫 발설자는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해 “다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는 개인적 사유 때문에 남자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고, 남자 친구가 김의겸 의원과 인터넷 매체에 전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상식만 있어도 허점투성이임을 알 수 있다. 검증 필요성과 책임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그런데 김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정사실인 양 그대로 문제를 제기했다.
더 한심한 것은 지난 한 달 동안의 민주당 행태다. 그런 김 의원이 제1 야당 대변인이라는 사실부터 참담하지만,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경태 최고위원은 통화 녹취록을 틀고,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했고, 박찬대 최고위원은 전담팀 구성을 제안했으며, 박홍근 원내대표는 특검 수사를 거론했다. 현 민주당 지도부의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개인의 거짓말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내밀한 발언이 유포된 경위와 의도, 이에 따른 명예훼손 등 민·형사 책임을 엄정히 따져야 한다. 최초 공개 유포자인 김 의원부터 사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2007년 대법원은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인터넷 매체와 ‘협업’했다고 실토한 바도 있다.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직에 있어서도 안 된다. 민주당은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국민에게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24 첼리스트 "청담 술자리 거짓말"…'김의겸 녹음 입수' 수사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감 질의 장면. 사진 중앙일보 영상 캡처
청담동 술자리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연관된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중심인물인 첼리스트 A씨가 “거짓말”이라고 경찰에 진술하면서다. 경찰은 주요 관계자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그날 새벽 술자리가 없었다는 결론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청담동 술자리 의혹’ 첼리스트 소환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23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첼리스트 A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에 나온 A씨는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 거짓말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지지단체 등이 A씨와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달 25일 경찰에 고발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그동안 A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의혹은 지난 7월 19일에서 자정을 넘긴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고급 술집에서 윤 대통령, 한 장관,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30여명,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등이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A씨가 전 남자친구에게 본인이 이런 장면을 목격했으며 A씨의 첼로 반주에 윤 대통령이 노래를 불렀다는 내용도 있었다.
김 의원이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제보를 받았다”며 이런 내용을 처음 공론화했다. 김 의원은 A씨가 A씨 전 남자친구에게 “한 장관과 VIP(윤 대통령)도 왔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라고 말하는 통화 녹음 파일을 국감에서 틀었다. 이후 ‘시민언론 더탐사’ 측도 같은 파일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김 의원=7월 19일 밤 그날 술자리를 가신 기억이 있으십니까. 청담동 고급스러운 바에서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고 첼로가 있었습니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김앤장 변호사 서른 명과 윤석열 대통령도 청담동 바에 합류했습니다. 기억나십니까?
▶한 장관=제가 저 자리에 있거나 근방 1㎞ 안에 있었으면 뭘 걸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모욕하는 데서 자괴감을 느낍니다.
“자정 넘긴 술자리 없었다”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수사를 맡은 경찰은 문제가 된 술집을 특정해 최근 현장 조사 등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그날의 술자리를 최대한 재현해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와 이 전 총재, 동석했다고 알려진 사업가 정모씨 등에 대한 통신 영장도 최근 법원에서 발부받아 해당 날짜의 위치 정보도 확인했다. A씨와 A씨 남자친구 휴대전화도 포렌식 했다고 한다.
휴대전화 기지국 위칫값 분석에 따르면 A씨와 이 전 총재 등은 자정 전인 7월 19일 오후 10시를 전후해 청담동 술집을 떠났다고 한다. 이는 A씨가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오전 3시까지 술자리가 이어졌다”고 말한 것과는 다른 대목이다. 술집 관계자 등은 참고인 조사에서 “이들이 자정 전 가게를 떠났다.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은 본 적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전 총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자리에 없었는데 왜 김 의원 등은 나의 새벽 행적까지 문제 삼느냐”며 “반드시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나 동석자·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A씨의 통화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전 남자친구에게 말한 내용이 어떤 경로로 퍼져나갔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또 김 의원이 A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얻게 된 과정 등에 대해서도 밝힐 예정이다. 윤 대통령 지지단체인 새희망결사단과 건사랑 측은 지난달 김 의원 등을 고발할 때 “명백히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로 알려진 A씨의 전 남자친구는 본인을 “‘청담동 게이트’ 제보자”라고 소개하는 트위터 계정을 운영해왔다. 그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자 신청을 했다고 트위터 등을 통해 밝힌 상태다. 지난 21일 경찰들이 집을 찾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관계자 진술 등을 다각적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채혜선·최서인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11.25 ‘청담동 거짓말’ 정말 몰랐나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2022.11.24 이덕훈 기자
기자가 되면 맨 처음 배우는 것들이 있다. 경찰 계급을 서열대로 외우는 것, 경찰이 누군가를 입건하면 피의자가 된다는 것 등 취재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이다. 수습기자로 경찰서에서 먹고 자는 일을 6개월쯤 하다 보면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기사가 궁한 수습기자들은 이들을 붙잡고 이것저것 묻는다. 대다수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포장을 한다. 때로는 거짓말도 한다. 엉뚱한 증거를 내세우며 자신이 옳다고 우기는 이도 있다. 수습기자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훈련을 받는다. 사실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렇게 기자는 항상 의심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걸 몸에 새긴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을 때 강한 의문이 들었다. 먼저 청담동 일대에 30명 넘는 대규모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조용한 바는 몇 안 된다. 그중에서도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고, 라이브 음악으로 첼로를 연주를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대상이 더 좁혀진다. 그런데 김 의원은 해당 술집이 어디인지 제시하지 않았고, 제보자도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통상 대통령이 움직이면 비공식 자리라고 할지라도 대통령 차량 말고도 경호 차량 등 최소 4대가 따라붙는다. 대통령이 식사를 하게 된다면 검식을 하는 직원들이 미리 가서 식당을 확인하는 게 원칙이다. 김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등장하는 조건에 맞을 법한 청담동 라이브 바 몇 곳을 수소문해 직접 찾아갔다. 주변 식당 주인이나 손님, 발레파킹 직원 등 여럿을 만나 취재했지만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 경호처 직원 혹은 그들이 타고 온 차량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김 의원은 1990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30년 가까이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고 2011년엔 사회부장도 맡았다. 기자 초년생도 몇 시간만 취재하면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을 그가 모르진 않았을 것 같다. 국회의원쯤 되면 해당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첼리스트를 만나볼 수도 있었을 것이고,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변호사 30명 중 하나쯤 찾아내 사실인지 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인 취재도 하지 않은 듯하다. 만약 거짓인 줄 알고도 대통령과 장관을 흠집 내기 위해 의혹을 제기했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
그가 제보자에게 속았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보 내용에 대해 여과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못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몰랐다고 변명을 하기엔 언론인으로 일한 시간이 길다. 그 덕분에 대통령 대변인을 거쳐 국회에까지 입성했는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제보엔 언제나 함정이 있다. 수습기자도 아는 사실을 김 의원은 아직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조선일보 김수경 기자
11월 25일 가짜뉴스 확성기 노릇한 민주당 책임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 중국 전국시대 위(魏)나라 혜왕의 심복 방총이 태자와 함께 조(趙)나라의 인질로 끌려가면서 왕이 간신들의 간언에 속을까 염려돼 “시중에는 호랑이가 없는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이어서 같은 말을 하면 없는 호랑이를 만들게 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필부 세 사람만으로도 ‘없는’ 호랑이를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데, 제1야당의 대변인·최고위원·정책위의장이 똑같이 말하니 ‘없던 호랑이’가 만들어져 그 호랑이가 이미 사람을 여럿 해쳤다고 해도 믿을 판이다.
지난 7월 19일 서울 청담동의 한 술집에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과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권한대행 등이 한자리에 모여 밤 12시가 넘은 시각까지 술을 마셨다는 의혹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김의겸 의원이 제기했고, 장경태 최고위원은 통화 녹취록을 틀었다. 그리고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제2의 국정농단”이라 했고, 박찬대 최고위원은 전담팀 구성을 제안했으며, 박홍근 원내대표는 특검 수사를 거론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야당 거물 정치인들이 연속해서 의혹을 제기하니 ‘윤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는 마치 기정사실처럼 돼 버렸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여성에게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한 남성의 제보만으로 김 의원은 아무런 사실 확인도 없이 국감장에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장 최고위원 등도 어떤 추가적 증거나 사실 확인도 없이 의혹을 부풀리는 데 급급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과 한 장관 등을 술집에서 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이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해 “그 내용이 다 거짓말이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그가 당일 밤 12시 넘어 그 술집에 있지도 않았음이 확인됐다고 한다. 호랑이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말이다.
김 의원은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의 문제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무거운 책임도 져야 한다. 만약 김 의원이 면책특권이라는 방패 뒤에 숨으려 한다면 정말 치졸하고 저급한 태도다. 대법원은 2007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헌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면서 “직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민주당과 김 의원 등은 이번 일을 슬그머니 넘기려 하거나 면책특권을 운운하는 일 없이 ‘있지도 않은 호랑이’를 만들어 국론을 어지럽힌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특히, 김 의원은 사법적 책임은 물론 의원직 사퇴 등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차제에 민주당은 제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좀 더 철저히 하기 바란다. 최근 장 최고위원이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심장병 어린이를 만났을 때 조명을 사용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외신’을 인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린 글이었다고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로는 결코 민심을 얻지 못한다.
문화일보
11월 25일 신경민 “기자 선배로서 김의겸 나무라고 싶어” … 지도부는 침묵
‘거짓 의혹제기’ 책임론 확산
김의겸은 대변인 사퇴론에 모르쇠
기자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변인을 역임한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이 25일 허위로 드러난 이른바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 최초 제기자 김의겸 의원에 대해 “대변인 정도는 물러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범야권을 포함해 정치권 안팎에서 김 의원의 ‘대변인직 사퇴’ 여론이 일고 있지만, 의혹 부풀리기에 동참했던 민주당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사실상 거리 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신 전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같은 기자 선배로서 좀 나무라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전 의원은 “대변인이 신뢰를 잃어버리면 정당이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의원을 그만두라고 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대변인 정도는 본인이 물러나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또 김 의원이 유감 표명을 한 것에 대해서도 “지금 이 상태라면 명백히 잘못한 것”이라며 “사과는 원래 깨끗하게, 단순하고 명료하게 하는 게 맞는데 조건이 많이 붙어있더라”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전날 유감 표명을 한 것 외에 의혹 띄우기에 동참했던 민주당 지도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 등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침묵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윤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30여 명과 심야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취지의 해당 의혹을 최초로 공론장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박찬대 최고위원, 김성환 정책위의장 등 당내 핵심 인사들은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주장하는 등 측면 지원에 나섰다.
전 정권에 의한 ‘알박기’ 인사 논란이 있는 권익위는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공익 신고자 인정·보호 요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 공작 사건에 가담했던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이제 사퇴해야 할 것 같다”며 “가짜뉴스 유포자를 공익신고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도록 교묘하게 가담해서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11.25 첼리스트 거짓말에 올라탔던 김의겸 의원과 민주당
‘윤석열·한동훈 술자리 의혹’ 허위로 드러나
가짜뉴스로 나라 뒤흔든 책임 엄중히 물어야
지난 한 달 내내 정치권을 뒤흔든 ‘윤석열·한동훈 심야 청담동 술자리’ 소동의 실체는 거짓이었음이 확인됐다. 이 파문은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과 지난 7월 19일 청담동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의혹의 첫 ‘발설자’라는 여성 첼리스트가 23일 경찰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한 것”이라고 실토하면서 완전한 허위로 드러났다.
김 의원의 의혹 제기는 내용이 황당했던 데다 관련자 전원이 부인하는 가운데 기본적인 검증조차 건너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폭로였다. ‘술자리’가 열렸다는 장소를 비롯해 의혹을 입증하는 물증은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의혹 제기의 유일한 근거는 ‘술자리’에 있었다는 첼리스트와 그 남자 친구의 통화 녹취록뿐이었는데, 김 의원은 첼리스트와 접촉해 통화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오죽하면 민주당을 극단적으로 옹호해 온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조차 “의혹 제기가 아니라 거짓말 중계였다. 사과해야 한다”고 했겠는가.
그런데도 지난 한 달 내내 김 의원과 민주당은 “사실이라면”이란 가정법으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며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맹공했다. 거짓 뉴스를 유포한 김 의원도 문제지만, 그를 엄호하며 부화뇌동한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는 상식을 뛰어넘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통화 녹취록을 틀고,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못 박았다. 박찬대 최고위원과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태스크포스 구성과 특검 수사까지 들고 나왔었다. 이들이 지금 무슨 변명을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화급한 민생 현안이 가득한 가운데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에만 여념이 없던 민낯이었다.
엄정한 수사가 절실하다. 유야무야 넘어가면 면책특권을 악용한 가짜뉴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최초 유포자인 김 의원은 대변인직 사임 등 정치적 책임은 물론 이 건에 관련된 고소고발의 사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그는 24일 자신이 제기한 의혹이 거짓말로 확인되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국감에서 제보를 확인한 건 당연히 할 일이고 다시 그날로 되돌아가도 같은 질문을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반성은커녕 앞으로도 무책임한 폭로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품격과 자세로 어떻게 문재인 청와대와 제1 야당에서 잇따라 대변인을 맡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다.
김 의원의 폭로를 업고 대국민 기만극에 동조했던 민주당 지도부도 책임져야 한다. 김 의원의 대변인직 박탈은 물론, 출당 등 국민이 납득할 조치를 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마땅하다.
중앙일보 사설
11.25 KBS·MBC 사장 다 쫓아냈던 野 “與는 못하게 법 만들겠다”
민주당 의원들이 KBS·MBC 등 공영방송 사장을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방송법을 바꾸겠다고 했다. 현재 공영방송 사장은 이사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민주당은 9~11명인 공영방송 이사회를 없애는 대신 25명의 운영위원회를 두고, 사장 선임 때 운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한다는 것이다. 운영위원은 대통령이 아니라 방통위가 임명하도록 했다. 현재 방통위는 민주당 측이 장악하고 있다. 민주당은 운영위원 추천권도 국회와 방송 관련 단체, 시청자 기구 등이 나눠 갖도록 했다. 이들 단체도 상당수가 민주당 편이다. 결국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방안에 순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적이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당론과 공약을 깨고 전 정부가 임명한 KBS, MBC 사장을 쫓아냈다. ‘2500원 김밥’ 값까지 문제 삼았다. 이사들 직장과 집에 시위대가 몰려가 확성기 시위를 했다. 그렇게 사장들을 밀어내고 자신들 편 인사를 앉혔다. 이들 방송은 그때부터 문 정권 응원단 역할을 했다. 그러다 정권을 잃은 지금은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을 못 바꾸게 하겠다고 한다. 내로남불에도 정도가 있다. 공영방송 사장 교체 방지법만이 아니라 YTN 민영화 국회 동의 법안도 만든다고 한다. 우리 헌정사에 지금처럼 국회 다수 의석을 이용해 마구잡이로 입법 횡포를 부린 경우는 없었다.
조선일보 사설
11.26 아무 이유 없는 대법관 인준 지연, 국회에 이런 법안 산더미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재석의원 276명 중 찬성 220명, 반대 51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2.11.24. /뉴시스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지 119일 만이다. 대법관 임명동의안 지연으로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현재 우리 대법관들에겐 하루 10건가량의 사건이 새로 배당돼 1인당 연간 3500건 이상의 사건을 담당한다. 단순 계산으로 119일간의 대법관 공백으로 1190건의 사건 처리가 지연된 것이다. 오 후보자와 관련해선 특별한 결격 사유가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그동안 부적격 입장을 고수했다. 절대 안 된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모든 분야에서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일환이었다.
민주당은 오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점,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를 해고한 회사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결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면 대법관이 될 수 없나. ‘800원 판결’은 국민 법감정과는 조금 다를 수 있어도 법리상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지난 정권에선 위장전입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도 정작 자신은 세 차례 위장 전입을 했던 판사도 대법관이 됐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성향이 같은 특정 판사 모임 출신들이 줄줄이 대법관이 됐다. 그때는 한마디도 하지 않던 민주당이 문제 삼은 오 후보자의 결격 사유는 문제라고 하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반대를 위해 억지로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
실제 무기명투표로 이뤄진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재석 의원 276명 중 찬성이 220명, 반대 51명, 기권 5명이었다. 국민의힘 의원수가 115명이니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미다. 애초에 민주당 반대 이유가 오 대법관의 결격 사유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법관은 헌법상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하면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관 후보자가 최고 심판관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정확한 이유를 들어 부결시키면 된다. 이런 식으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대법관 인준을 지연시키는 것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을 교체하게 된다. 민주당은 매번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벌이는 이런 횡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 등 득표에 도움되는 포퓰리즘 법안은 밀어붙이면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법, 법인세·소득세 인하, 종부세 합리화 등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정부가 제출한 법안 77건을 모두 막고 있다. 절반을 막아도 심하다고 할 텐데 전부 막는다는 것은 정부 국정 원천 봉쇄와 같다. 이 상식 밖 행태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1.27 홍준표 “일 못하게 해놓고 정권 심판론? 곧 野 심판론 나올 것”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홍준표(68) 대구시장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당의 핵심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로 내려갔다. 당시 스스로 ‘하방’하면서 측근들에게는 “대구를 반짝반짝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TK(대구·경북)에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또 한 번의 대선 도전에 대해서는 본인도 주변도 확신하지 못했던 듯하다. 주변에서 “바이든은 80대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차기를 거론하자 홍 시장은 “그때 가면 오세훈, 원희룡 등이 커져 있을 것” “이젠 힘들어 못하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가족들도 그만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홍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대구시장에 취임한 후 ‘홍준표식’ 시정을 펼치며 자연스레 차기주자군에 다시 합류했다. 특히 최근에는 ‘검사 후배’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주 조언하고 윤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0월 주간조선 창간 여론조사에서 여야 10인의 차기주자군 중 호감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17일 대구시청 접견실에서 만난 홍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추진 의지를 내보이는 등 대구 발전 청사진부터 집중적으로 얘기했다. 홍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관련해 “다음주에 서울 올라가 기재부, 국방부, 국토부, 행안부 차관들하고 이야기하면 다 끝난다”고 강조했다. 실제 홍 시장은 지난 11월 2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어 TK신공항 특별법안의 연내 통과를 합의했다.
- TK 통합신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는데,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
"'기부 대 양여'라는 것은 대구 군공항(K- 2)을 우리가 받으니 (이전하는 군공항을) 대신 지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간공항 활주로를 하나 더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군 공항은 11조4000억원짜리다. 그 돈이 모자라면 정부가 도와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민간공항은 정부가 투자해 달라는 것인데, TK통합신공항 민간 부문에는 1조4000억원만 든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비용 14조원의 10분의1 수준이다. 이걸 안 해주겠다고 하면 대구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 TK 통합신공항 추진이 마무리 단계인가.
"주호영 원내대표와는 법안 발의 때부터 지금까지 소통하고 있고 기재부, 국방부, 국토부, 행안부 실무자들과도 다 합의했다. 우리 당은 당론처럼 되어 있고 정부도 다 동의했다. 다음주에 서울 올라가 차관들하고 이야기만 하면 끝난다. 민주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TK 신공항은 홍준표 방식으로 하겠다고 10번도 넘게 이야기했다. 이재명 대표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재명 대표 자극하는 말을 일절 하지 않는다."
- TK 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대구, 경북, 구미 등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으려면 교통이 수도권처럼 연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교통망 확대 방안도 있나.
"도심항공교통(UAM)으로 날아다니는 시대다. 철도망은 산업화 시대 이야기다. 미래항공 모빌리티 산업을 대구의 주력 산업으로 키울 것이다. 임기 내에 계획과 예산을 확정해 추진 동력을 만들면 나머지는 세월이 해결해 준다. 임기 내에 미래 50년 사업 전체를 확정하고 예산 투입 절차를 완료해 놓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홍 시장은 자신이 강조해온 ‘4대 관문 공항론’을 다시 소개하기도 했다.
“지방을 살리려면 대한민국 산업이 재배치되어야 한다. 억지로 혁신도시를 만들어 놓았지만 지방이 살아났나. 대한민국은 인천공항이 수출 화물의 98.2%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첨단 기업들이 수도권 이남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이다. 대구 신공항, 광주 무안공항, 부산 가덕도 신공항, 인천공항 이렇게 4곳으로 항공 화물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 최근 시정연설에서 '기득권 카르텔 타파'를 주장했다. 지역 토호세력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나.
"대구의 폐쇄성을 깨는 것이 지역 카르텔을 깨는 첫 번째 과제다. 그래서 당선되고 나서 전국의 역량 있는 인재들을 정무직으로 다 데려왔다. 두 번째로 지역을 움직이는 사람들과는 식사도 하지 않는다. 경남지사 할 때도 오찬, 만찬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더구나 지사는 지원기관이지만 시장은 집행기관이다. 많은 사람들과 식사하면 공정하게 집행하는 데 상당히 애로점이 있다. 대구시장이 된 후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저녁은 집에 가서 아내와 둘이 먹는다."
- 지방자치단체장과 산하 기관장 임기를 똑같이 맞추는 '임기 일치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알박기 인사'를 막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으나 선거철 '줄서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정무직들이 임기를 내세워 버티는 것은 코미디다. 정무직에 임기가 어디 있나. 자신이 잘나서 그 자리에 간 것은 아니지 않나. 공사·산하기관 다 마찬가지다. 잘나서가 아니라 정무적 판단으로 간 것이다. 그 정무적 판단을 해준 사람이 퇴임했는데, 자기 혼자 남아서 자리를 지키겠다고 우기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념, 정책,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면 일단 다 빠져주는 것이 정상이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면 10만개의 자리가 움직인다."
- 특·광역시 최저 채무 비율을 약속했는데 공약 달성을 위한 재정이 줄어들지 않을까.
"나이 70세 넘은 분들에게는 버스 무료 이용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전국 최초로 진행한다. 예산 편성할 때 선심성 예산만 빼도 충분하다."
- 전반적으로는 긴축 예산을 편성했다는 얘긴가.
"그렇다. 대구시 예산 편성 사상 처음으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안 했다. 선심성 예산을 배제해 빚은 줄이지만 복지 예산은 줄이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예산 담당관 위에 재정점검단도 만들었는데, 이미 세워진 예산도 다시 한번 점검하라는 뜻이다. 시장은 예산에 간섭 안 한다. 시장이 어느 부서에 예산을 더 주라는 지시는 절대 안 한다."
- 해외 사례를 보면 진보 정권에서 퍼주기 하다가 보수 정권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면 정권이 다시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국민들 생각이 상당히 달라졌다. 이제는 퍼주는 것이 다 좋은 것이 아니고 '그 돈 우리 돈이다. 세금으로 퍼주는 것이지 자기 돈으로 퍼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 지난 10월 주간조선 창간특집 여론조사에서 차기 주자군 호감도 1위를 차지했다. 요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소통도 많이 하던데, 소셜미디어에 그날 올릴 내용을 선택하는 기준이 뭔가.
"매일 각종 현안이 보고로 올라온다.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옳겠다고 판단될 때, 혹은 (사실이) 왜곡될 우려가 있을 때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았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이태원 참사는 공무원들의 예측 부주의, 준비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매뉴얼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질서 유지 책임은 국가에 있다. 지금 경찰 수사를 두고 실무자만 꼬리자르기 한다고 비판하면 안 된다. 일선 현장 공무원들이 제대로 예측을 못했거나, 순간순간 위험 상태가 왔을 때 현장 대처를 안 했다는 부작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계별로 올라가다 보면 법적 책임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책임이 될 것이다.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다르다. 행안부 장관하고 경찰청장은 정치적 책임을 바로 져야 한다. 발생한 결과에 과실이 있든 없든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적 책임이다."
- 그렇다면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등이 즉시 사퇴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보나.
"정치적 책임이라는 것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상징적으로 국민들의 원성을 풀어주기 위해서 공직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 언저리에 고정되는 모양새다. 이런 지지율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총선이 '정권심판론'으로 가지 않을까.
"물론 영향도 있겠지만 국민들이 총선에서 전적으로 대통령을 보고 찍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 지지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야당이 도와주지 않아서다. 지금의 예산 국회를 한번 봐라. 윤석열 정부 예산 다 잘라 버리고 정부조직법도 뭉개고 있다. 일을 못하게 흔들어 놓고 정권 책임론을 묻는 것은 난센스다. 이런 식으로 가면 거꾸로 야당 심판론이 나온다."
- 결국 민주당은 국회 예산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나.
"예산 통과를 안 시켜주면 그건 국회 다수당 책임 아닌가. 여당은 소수당인데, 자기들끼리 합치면 3분의2 가까운 거대정당이 나라 살림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준예산 상태로 가게 만들면 국민들이 그것을 윤석열 정부 책임이라고 할까. 야당에서는 그걸(예산안 통과) 이재명 사법 리스크하고 거래할 생각 같기도 한데, 국민들이 그걸 모를까."
- 예산안 통과를 위해 윤석열 정부가 '이재명 수사'에서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이 등을 돌릴 것으로 보나.
"등을 돌릴 것이다. 그것(이재명 수사)은 그거대로 하고, 국가 살림을 위한 예산은 예산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
- 정진석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후에도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당 밖에서 당을 흔들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결국 다시 끌어안아야 할 대상으로 보나.
"박근혜 대통령이 권좌에서 끌려내려올 때 주도적으로 했던 사람들 아닌가. 한번 했으면 됐지 다시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냥 (대통령을) 도와주기 싫으면 침묵이라도 해야지 야당보다 더 모질게 할퀴면 어쩌자는 건가. 박근혜 탄핵 때와 똑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정당인의 자세가 아니다."
-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버릇이라고 본다. 자기들의 정치적 생존 방법이라고 본다. 못된 버릇이 또 나온 것이다."
- 이 전 대표하고는 관계가 좋지 않은가. 당의 중요한 자산이기도 한데 당의 '원로'로 조언을 해주면 어떤가.
"한두 번 조언한 것이 아니다. 참으라고도 했다. 이준석 대표가 영특하고 지혜롭기는 하지만 참지를 못하더라. 그게 젊어서 그렇다."
- 젊으니까 훗날을 위해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하면 어떨까.
"젊으니까 이해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신참 정치인도 아니고 당대표가 되어 버렸는데 젊으니까 이해해 달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 차기 당대표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경력과 경륜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당이 탄핵을 거치면서 '잡동사니'들이 많이 들어왔다. 이제 다독거리면서 옆길로 안 새게 할 인물이 필요하다. 대통령도 정치 경력이 일천하니까 대통령도 잘 이끌어 가고 당이 어려울 때 중심에 서서 흔들리지 않게 할 수 있는 인물, 수양버들처럼 흔들리지 않고 거목처럼 중심이 되는 그런 사람이 대표가 되면 좋겠다."
- 그런 사람이 등장하면 도울 생각인가.
"보수 정권 전체의 안정을 위해서 도와야 한다. 나도 당의 상임고문으로 위촉이 되었다. 당의 어른으로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는데 그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나.
"한·일 관계를 과거사에 얽매여 악화시킬 수는 없다. 2017년 10월 일본에서 아베 수상을 만난 자리에서 징용 문제가 나오길래 아베에게 '내 부친이 일제 때 강제징용에 끌려갔다가 1년 만에 살아왔는데 나에게 물으면 좋은 대답이 나오겠느냐'고 했다. 당시 징용 문제는 묻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 뒤 북핵 문제만 토론했다. 지금 북핵이 위중한 위기에 와 있는데, 어떻게 과거에 얽매여 한·일 관계를 계속 어정쩡한 상태로 둘 것인가.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면 북핵 위협을 막는 데 도움이 될까.
"미국의 막연한 핵확산 억제 전략에만 안보를 맡길 수는 없다.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 속에서 나토식 핵 동맹도 같이 하는 것이 옳다. 지금 핵 활동을 활발히 하는 나라는 세계에 북한밖에 없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가 세계의 화약고처럼 되어 가고 있다. 나토보다 더 위험한 전선이 돼 버렸는데 미국이 '확장 억제 강화'라는 말 한마디로 북핵에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한은 북핵을 포기하면 바로 무너진다. 체제하고 연관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걸 비핵화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은 좌파들이 이야기하는 입으로만의 평화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여러 불이익을 받았는데 공정한 공천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이라고 보나.
"당시 황교안 대표는 홍준표만 떨어뜨리면 이 당은 자기 것이 될 것으로 착각했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홍준표만 떨어뜨리라고 했다는 증언도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 뭉쳐야 하는데, 자신이 다 하려고 하니까 막가는 공천이 되어 버렸다. 그게 여론에 악영향을 미쳐서 참패를 한 것이다. 그때 막가는 공천을 안 해서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대선 후보는 황교안이 되었을 것이다. 자신이 헛발질하는 바람에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바보다."
- 윤석열 대통령하고 자주 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별히 조언하는 것이 있나.
"대통령하고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대리인하고 전화한다. 지난번에 대통령이 수시로 통화하자고 하길래 '그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대신 대통령을 대리할 수 있는 청와대 수석하고 수시로 소통하겠다고 했다. 나는 대통령하고 통화하고 그러지 않는다. 그거는 예의도 아니다."
- 알려지기로는 윤 대통령이 '형님'이라고 부르겠다고 하자 '그러지 말라'고 했다는데 사실인가.
"'대통령님 예의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 공인이라면 유튜브 등을 통한 소위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가짜·사기·틀튜브들이 많은데, 난 그것 자체를 안 본다. 떠들든가 말든가 관심을 안 가진다. 떠들어 봤자 거짓말인데 고발 같은 것도 하지 않는다."
-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사실로 믿어 버리면 어떻게 하나.
"거기에 현혹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안 들으면 그만이다."
- 최근 MBC 관련 일련의 사태는 허위 보도가 문제라고 보나, 아니면 대선 때부터 쌓여온 MBC에 대한 감정이 작용했다고 보나.
"내가 경남지사를 할 때 경남MBC가 허위 보도를 했다. 정정 요구를 했는데도 정정을 안 해줬다. 도청에서 경남MBC 부스를 빼버리고 도청 출입을 금지시켰다. 당시 '취재 자유를 주장하는데, 취재원도 취재 거부의 자유가 있다. 당신들의 취재를 내가 거부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결국 항복받았다. 이번 MBC 사태도 허위 보도라기보다 편향 보도를 계속한다면 취재 편의를 제공할 필요가 없으니, '너희들 방식으로 취재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비행기 안 태워준다고 징징거리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딴 비행기 타고 오면 되는 거다. 언론의 자유라는 것은 진실 보도의 자유, 공정 보도의 자유다. 특정한 시각으로 자꾸 이상한 보도를 하면 대응해야 한다."
- 공영방송을 합리적으로 개혁하자는 주장에 대한 생각이 뭔가.
"KBS 수신료는 수신료 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만 내야 한다. MBC 역시 공영방송이라고 하는데 공영방송이라면 공영방송답게 보도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해준다면 MBC는 민영화해야 한다. 민간 방송 대열에 넣어서 자유경쟁 시켜야 한다."
- 페이스북을 보면 이념을 강조하던데, 국민의힘은 어떠한 철학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통보수주의로 가야 한다. 개혁보수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만든 기본소득을 안 빼면 그것이 무슨 정통보수주의 정당일까. 좌파의 본질이 기본소득하고 소득주도성장 아니었나. 세상에 중도가 어디 있나. 중도적 가치라고 하는데, 그러면 투표할 때 중간에 찍나. 소위 중도라는 분들은 정치 무관심층 혹은 정치적 판단을 유보하는 층이다.”
주간조선 이정현 기자
11월 28일 노조 불법 면죄부法을 “합법파업법” 운운한 혹세무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스스로 “수십 권의 심리학 서적을 읽으며 ‘사람의 마음’을 연구했다”고 할 정도로 정치 프레임 만들기의 달인이다.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 등의 주장까지 펼쳤을 정도다. 그런 이 대표가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합법파업보장법’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27일 자신의 SNS에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탓에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며 “법의 취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합법 파업 보장법’이나 ‘손배가압류 불법 남용방지법’으로 부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우선,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 때문에 부정적 여론이 많다는 주장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차 파업으로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자며 시민단체들이 성금을 노란봉투에 담아 전달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 여론의 부정적 반응은, 이제 많은 국민이 그 법안의 실상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노조가 불법파업을 해도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게 골자다. 불법파업이라도 폭력·파괴행위가 없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금하고, 폭력·파괴가 있더라도 노조 간부 등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불법파업 조장법이나, 노조 불법 면죄부법이라고 할 만하다.
현행 노조법 3조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조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해, 합법적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등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자체의 위헌 소지도 심각하다. 이런데도 본질과 정반대로 명칭만 바꾸자는 것은 혹세무민과 다름없다.
문화일보
11월 28일 李의 민주당 3개월… 私黨化 심각하다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3개월 전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지만,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심각한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들이 잇달아 구속됨으로써 이 대표 자신도 미구에 강제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를 공산이 커졌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 대표의 방탄 역할을 맡아온 민주당 또한 함께 배척당할 위험에 노출됐다. 수사와 이후의 재판 과정에서 혐의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민주당은 상당히 견고한 지지층에도 불구하고 다음 총선에서 크게 패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민주당 일각에서 이 대표의 직접 설명과 해명을 촉구하거나 심지어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아직은 ‘광야의 외로운 외침’에 그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을 겨냥해 “언제든지 털어보라”며 강공으로 전환하자 이에 부응해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나는 이재명과 정치 공동체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처럼 ‘이재명과 더불어’를 외치는 소리가 여전히 울림이 크다.
위험자산이라면 손절하는 게 상식인데 왜 민주당은 그러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이 사실상 이재명의 사당(私黨)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지금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두려워 이재명은 대선 낙선 석 달 만에 불체포 특권을 노리고 보궐선거에 나서 국회의원이 됐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보호벽을 설치하기 위해 민주당 대표로 나섰다. 이후 검찰이 기소해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당헌도 방탄형으로 고쳤다. 민주당이 이재명에게 볼모로 잡힌 것은 무엇보다도 이 때문이다. 2024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 사람들은 당 대표의 공천권 앞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한 언론인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에는 ‘더불어’만 있고 ‘민주’가 없다고 평했다. 촌철살인의 한마디다. 사당화한 정당은 민주적이지 않다. 민주주의에도 기여하지 못한다. 민주주의 연구의 대가 고(故) 로버트 달 예일대 교수는 민주주의를 ‘평등하게 간주되는 시민의 선호에 부응하는’ 정치체제라고 정의했다. 많은 민주국가는 시민 선호의 평등하고 자유로운 표현과 전달을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대부분도 이를 위한 것이다.
민주체제에서 정당이 의미를 갖는 것은 정책 대안의 개발, 공직 후보의 추천과 같이 시민 선호를 결집하고 전달하는 공공적 기능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민주국가가 정당 운영비나 선거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자 출신의 전 국회의원이 27일 “개인이 완벽하게 사유화한 민주당에 국민이 왜 수백억 원의 정당보조금을 세금으로 줘야 하나” 하고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성을 회복하려면 그 첫 번째 과제는 사당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동안의 행적에 비춰 이 대표의 용퇴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소속 의원들에 의한 변화도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동력은 깨인 공중, 특히 일반 당원과 지지자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이 의원들을 압박하고 이들이 다시 대표를 압박할 때 ‘민주’도 되찾고 민주적 기능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11월 29일 급기야 ‘野 단독 예산’ 발상까지 나온 민주당 대선 불복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래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169석을 내세워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아왔다. 새 정부 틀을 짜는 정부조직법부터 반대했다. 6개월간 윤 정부가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제출한 77건의 입법안은 단 한 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오히려 윤 정부 국정 기조와 정반대인 노란봉투법(불법 파업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면제법)·양곡관리법은 국민의힘 반대에도 밀어붙인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에 이어 감사원 감사권도 제한하는 ‘감사완박법’까지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은 내년 예산안 심사에서는 윤 정부 아닌 이재명 정부를 운영하겠다는 식의 황당한 행태를 보인다. 이 대표는 28일 “경찰국과 초부자 감세 예산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옳지 않은 예산을 삭감한 민주당의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라고 했다. 11월 30일까지 예산안과 부수 법률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12월 1일 본회의에 정부안이 자동 부의된다는 국회법 제85조의3 규정에 따른 고육책으로 보이고, 준예산 운운하는 여당의 소극적 태도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를 선택한 대선 민의에 불복하는 일련의 흐름이 더 뚜렷해졌다.
‘야당 예산안’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으며 ‘정부 편성권, 국회 심의권’ 원칙까지 허물어 적법성 논란도 예상된다. 민주당은 상임위 및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도 이 대표 의도에 따른 듯 청와대 개방·용산공원 조성 등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을 무차별 삭감했다. 공공주택 분양·소형모듈원자로 개발 등 주요 정책 예산도 감액했다. 그러나 민주당 전체가 이 대표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28일 예결특위 소위에서 민주당은 한병도 의원 주도로 용산청사 시설 관리 및 개선 예산 51억 원을 전액 수용했다. 대선 불복 얘기가 나오지 않을 합리적 예산 심사를 기대한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