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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토리27/ 알쓸신세 6/ 2018.09.04 방에 틀어박힌채 늙은 그들… - 12.25 크리스마스 캐롤 부르면 징역 5년형 받는 나라

상림은내고향 2022. 11. 27. 21:09

글로벌 스토리27/ 알쓸신세 6/ 2018.09 - 12  중앙일보  

◆09.04 방에 틀어박힌채 늙은 그들…'중년 히키코모리' 된 日 40

▲일본 드라마 '집을 파는 여자' 장면. [사진 채널W 방송 캡처]


집을 파는 여자(るオンナ·2016)’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내가 못하는 집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천재 부동산 중개업자 산겐야 마치(三軒家万智) 주임의 활약상을 그린 이야기죠. 드라마 2화에서 산겐야는 2 짜리 단독 주택을 팔고 싶어하는 60 부부를 찾아갑니다. 분명 부부 둘이 산다고 했는데, 비어있는 2 화장실에서 내리는 소리가 들려오죠. “, 자동 세정 기능이 있어서….” 노부부는 얼버무리지만, 산겐야는 집에 감춰진 비밀을 눈치챕니다.  

90년대 취업 실패로 시작된 히키코모리, 이젠 40,50
"내가 세상 뜨면 아들은 굶어 죽을 " 80 노모의 절규

  2층의 구석 , 스물 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20 넘게 안에 틀어박힌 40 아들이 살고 있었던 거죠. 바로 요즘 일본의 새로운 사회 문제로 주목 받고 있는 ‘중년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입니다. 자신들이 죽고 나면 아들은 어쩌나 걱정하던 부부는 5000 ( 5억원)대의 집을 팔아 작은 집으로 옮긴 , 남는 돈을 아들의 노후 자금으로 주려 결심한 겁니다.  
  
사정을 알게 산겐야는 아들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화재 경보기를 울리고, 혼비백산해 1층으로 뛰어 내려온 아들을 부모는 깜짝 놀랍니다

“20 만에 아들을 봤어요. 저렇게 늙었다니.”

▲일본 드라마 '집을 파는 여자'의 한 장면. [사진 채널W 방송화면 캡처]


방에 틀어박힌 채 늙어버린 사람들

히키코모리라는 ,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본어로틀어박히다라는 뜻의히키코모루(引き籠もる)’에서 말로 한국어로는은둔형 외톨이 번역합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정의에 따르면 ‘직장에도 학교에도 가지 않고, 가족 이외의 사람과는 거의 교류하지 않으며, 6개월 이상 계속해서 자택에 갇혀 지내는 상태의 사람들 일컫는데 199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신조어였습니다. 일본의 특수한 사회상을 보여주는 단어로 2000 옥스포드 영어사전에도 등재됐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 사진은 연출한 것임. [중앙포토]

 

그동안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는 ‘청소년’ 혹은 ‘청년 세대’ 문제로 다뤄졌습니다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취업에 실패한 후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젊은이를 연상시키는 말이었죠. 하지만 90년대 방 안으로 들어간 이들이 그 안에서 조용히 나이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잊고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5 단위로 발표하는 히키코모리 관련 조사에 따르면 2010 70 명이었던 히키코모리의 수는 2015년엔 54 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하지만 통계가 발표된 전국 각지의 관련 단체들이 조사의 ‘허점 지적합니다. 정부 집계 대상이 ‘15~39 한정돼 40세가 넘는 대다수 히키코모리들의 실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2015 조사 당시 35 이상 히키코모리의 수는 전체의 4분의 1 정도. 이들 상당수는 이미 40대가 되어 집계에서 빠졌을 겁니다. 히키코모리 지원단체인 ‘KHJ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 연합회 실시한 지난 전국 조사에서 히키코모리의 평균 연령은 34.4세로, 5 전보다 4 이상 높아졌고요. 29.2% 40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40 이상까지 포함하면 일본 히키코모리의 수는 100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50 자녀 돌보는 80 부모, ‘8050문제’ 

히키코모리의 장기화, 고령화가 불러온 위기는 심각합니다. 부모가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은 자녀가 집에만 틀어박힌다 해도 기본적인 생계 유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히키코모리들이 40~50대가 되면, 부모는 70~80대가 됩니다. 수입은 끊어지고, 건강은 악화되죠. 그런데도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이유로 국가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 부모와 자식이 모두 사회로부터 고립돼공멸 이어지는 위기를 일본에서는 요즘 ‘8050문제라고 부릅니다.  
  
2015, 나라(奈良)현의 가정집에서 81 여성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영양실조로 인한 쇠약사였지만 한동안 누구도 그의 죽음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처음엔 홀로 사는 노인의고독사 생각했죠. 하지만 안에는 20 넘게 밖으로 나오지 않은 56세의 히키코모리 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쓰레기 더미 속에 어머니의 시신을 방치한 , 부모의 연금을 받으며 생활해 왔습니다.   
  
2016년에는 니가타(新潟)에서는 70 어머니가 50대의 히키코모리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이상 아들을 챙길 사람이 없다 절망이 빚어낸 비극이었죠.    

 

▲후쿠오카현 카스가시의 히키코모리 상담 창구. [사진 카스가시]

 

일본 지자체나 시민단체가 마련한 히키코모리 상담 창구에는 요즘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부모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도쿄(東京)에서 열린 ‘KHJ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 연합회’ 전국대회에 참가한 86세의 남성은 “여생이 3~4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꼭 히키코모리 아들 문제를 해결하고 저 세상에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의 장남은 올해 47세로, 1989 대학 진학에 실패한 30 가까이 집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이제 퇴직금 마저 바닥이 아버지의 고민은 깊습니다. “사회 경험도 없는 40 후반을 어느 회사가 고용하려 하겠습니까. 이대로 라면 부자가 함께 파탄하는 것밖에 남은 없습니다.” 

게을러서?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그늘  

그런데 이들은 애초에 왜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을까요. 히키코모리 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개인의 유약함이나 게으름을 지적하곤 합니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틀어박히게 된 계기는 ‘질병’ 외에 ‘취업이 안 돼서’ ‘직장 적응이 힘들어서’가 대다수였습니다.  
  
지난 5 요미우리 신문에 소개된 46세의 히키코모리 남성. 그는 80대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게 것은 20 , 취업 활동 중에 좌절을 맛본 이유였습니다. 유명 사립대를 졸업해 취업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일본 경제 불황이 깊어질 무렵. 방송국이나 광고 회사 20 넘는 회사에 원서를 냈지만 떨어지고 가까스로 중견 증권사에 입사합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고, ‘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사표를 던졌죠. 그러나 이후 재취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 청년 실업 문제를 파헤친 『무업사회』에 따르면, 1993버블 경제 붕괴되고 경제가 장기 침체에 들어가면서 일본의 고용 형태는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1984 15.3%였던 비정규직 비율이 2014년엔 37.4%까지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죠. 1990년대 후반,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기 힘든취업 빙하기 찾아왔고, 젊은 (20~24) 실업률은 10%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프리터’(아르바이트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니트(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등의 말이 생겨난 것이 바로 시기입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재 30대 후반~40대의 중년 히키코모리들은 이 시기 사회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한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의 일원이었습니다. 경제적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탓에 좀처럼 독립을 하지 못하고, 부모님의 경제력에 의지해 살았습니다.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지나며 방을 나올 기회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한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든 사회’가 탄생시킨 ‘문제 중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40대는 일본에서가장 가난한 세대입니다.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40 세대주 세대의 평균 소득은 1995년에 753 ( 7560 )이었지만, 2015년에는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687 ( 6898 )으로 줄었습니다. 부모와 동거하는 40~50 미혼자의 수는 1995 113 명이었다가, 2015년에는 3배인 340 명으로 늘어납니다.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지원을 

중장년 히키코모리 문제가 연일 터져나오자 일본 정부는 뒤늦게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오는 11월부터 40~64 히키코모리 5000명을 대상으로 생활 환경을 조사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겁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은 ‘취업 알선 중심으로 하는 청년층 히키코모리 지원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중년 히키코모리는 이미 은둔의 장기화로 신규 취업이 극도로 어려워진 데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과 함께 건강 관리, 가족 갈등 등을 복합적으로 케어하는 포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KHJ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 연합회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사진 KHJ전국 히키코모리 

가족 연합회 홈페이지]

 

아이치(愛知)교육대 가와키타 미노루(川北稔) 교수는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히키코모리 본인이나 가족의 연령이 높아지면 문제는 복합적이 된다”면서 “방 안의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나오도록 하는데 집착하지 말고, 우선은 가족의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지지 않도록 장기간 꾸준한 상담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무엇보다 히키코모리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사회가 만들어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급선무일 테죠.  
  
잠시 시선을 안으로 돌려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 7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9.3%, 청년 실업자 수는 40 9000명에 달합니다. 구직 활동에서 배제된 청년 니트족이 178만명에 달할 것이란 통계도 있습니다. 우리의 20 후는 어떤 모습일까요. 중년 히키코모리 문제를 그저 외국 드라마 이야기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09.07 군인 보면 앞다퉈 "밥값 내겠다"···제복 존중하는

 미국에서 최근 50년 전쯤 세상을 떠난 의원의 이름이 연일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리처드 러셀 전 민주당 상원의원입니다. 상원에서 보낸 38년이란 세월 동안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고, 공립학교에 무료로 또는 저가로 급식을 하도록 한 법을 만든 인물로 기억됩니다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롤모델이었다고도 하죠. 109년 된 미 국회의사당 사무동 건물은 그의 업적을 기린다는 취지에서 47년째 러셀 빌딩으로 불립니다.  
  

전쟁영웅 기리는 한국인 이름 고속도로, 전사자 이름 새긴 맥주
군복 입은 군인엔 “Thank you for your service”

 

그가 갑자기 거론되기 시작한 건 ‘전쟁 영웅’으로 초당적 존경을 받아 온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사망하면서입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무엇도 그(매케인)의 죽음을 극복할 수 없다. 그를 기억해야 한다”며 러셀 빌딩을 매케인 빌딩으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을 한 겁니다. 상원은 앞서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내용의 새 국방수권법 역시 ‘매케인법’이라고 부르며 매케인 의원에 존경을 표한 바 있죠.   

 

▲미국 리차드 러셀 전 민주당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러셀빌딩. [CNN 캡처]

 

유능한 정치인이라서 이기도 하겠지만 슈머 의원의 표현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나라와 군에 헌신했던’ 전쟁 영웅을 기리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요. [알쓸신세-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 군인에 대한 존경이 유별난 미국에서 참전용사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미국에 한국인 이름 딴 OOO가 있다?

지난 2011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에 포털사이트 MSN 닷컴이 역사상 최고의 전쟁 영웅 16명을 꼽았습니다. 여기에 포함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는데요. 생전 ‘100% 미국인, 100% 한국인이라고 자신을 칭한 재미교포 () 김영옥(1919~2005) 대령 입니다. 유색인종으로 유일하게 조지 워싱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출신 대통령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미군 장교로 참전했던 고() 김영옥 대령.[중앙포토]

 

최근 그가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5번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그의 이름을 따 ‘김영옥 고속도로(Colonel Young Oak Kim Memorial Highway)’로 명명되면서입니다. 주의회는 이 같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요. 미국에서 고속도로에 개인의 이름이 붙은 것도 이례적인데, 무려 한국인의 이름이었으니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앞서 2009년에 로스앤젤레스(LA) 그의 이름을 공립중학교가 문을 열기도 했죠.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부설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는 최초로 한인의 이름이 붙은 대학기구라고 합니다
  
어떤 인물이기에 이토록 각별한 대우를 하는 걸까요. 대령은 미국을 포함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부터 20여개의 무공훈장을 받을 만큼 세계적인 전쟁 영웅으로 평가받습니다. 독립운동가 김순권의 아들로 LA에서 태어났고 2 세계대전 당시 육군 소위로 참전해 공을 세웠는데요. 전쟁이 끝나고 제대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자원입대 강원도 최전선에서 아버지의 나라를 위해 싸웠습니다.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계 전투대대장을 맡은 그는 38 중부전선을 60㎞나 북상케 인물이라고 소개됩니다

 

▲지난달 3(현지시간) 김영옥 대령 기념 하이웨이 표지판 기공식이 열렸을 때 모습. [뉴시스]

 

2차 대전 때는 프랑스 동북부 보주산맥 인근 비브뤼에르 지역을 나치로부터 해방시킨 주역으로 프랑스인들에게도 ‘카피텐 김(김 대위)’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존재였죠. 2005년 프랑스 정부는 그의 공적을 다시 평가해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특히 더 추앙을 받는 건 전쟁 중 수백 명의 전쟁고아를 보살폈고, 30여 년의 군 생활 뒤에는 미 정·재계의 러브콜도 마다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여생을 바치는 등 인간적인 면모가 더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무패 신화야수 탱크 13 가문 장군 이름  

▲리차드 닉슨 전 대통령과(왼쪽)과 크레이튼 에이브람스 장군. [AP=연합뉴스]

 

‘야수’ ‘드라큘라’라고 불리는 미국 최강 탱크 ‘M1 에이브럼스’를 아시나요. 전차전에서 단 한대도 파괴된 적이 없어 무패 신화의 위엄을 자랑한다고 많이들 표현합니다. 에이브럼스 역시 전쟁 영웅의 이름을 따온 건데요. 2차 대전, 베트남전 등에서 맹활약한 크레이튼 에이브럼스(1914~1974) 장군입니다. 미군 최고의 탱크 지휘관으로 알려져 있고, 그에겐 ‘군인 중의 군인’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붙죠 
  
나는 육군으로 최고의 전차 지휘관이라고 일컬어지지만, 나에겐 명의 동료가 있다. (크레이튼) 에이브럼스다. 그는 (전차전에서) 세계 챔피언이다.”   


2 대전에서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명장 조지 패튼(1885~1945) 장군은 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미 육군 전차 M1 에이브람스. [로이터=연합뉴스]

 

에이브럼스 장군의 아들 셋 역시 군인입니다. 부친과 3형제의 별만 합쳐서 13개라고 하죠. 한 때 차기 주한미군 사령관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로버트 에이브럼스가 아들 중 한 명입니다. 그는 2015년 미 조지아주 포트베닝 신병훈련소 숙소가 아버지의 이름을 따 ‘에이브럼스 홀’로 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아버지의 초상화를 옆에 세워 둔 채 자랑스러운 소회를 밝히기도 했었죠 
  
그런가 하면 4 전에는 2006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전사한 한인 군인을 추모하기 위해 뉴욕주 차파쿠아시에 추모다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7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그는 2001 육군에 입대했는데요. 아랍어 특기로 해독임무를 맡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가 작전 수행 도로에 매설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34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사망한 () 최규혁(1972~2006) 하사입니다

 

▲() 최규혁 하사. [중앙포토]

 

순국한 병사들의 용맹과 희생 정신을 기리고자 개인적으로 나선 이도 있습니다. 미국 방송사 ESPN에서 일하다 2001 9·11 테러를 계기로 미 해병대에 입대해 10년 간 복무한 참전 용사 세스 조던입니다. 250 차례나 전투를 치른 베테랑 장교 출신이죠 
  
그는 2012 임무 수행 7명의 동료들을 잃은 계기로, 2 도그 태그(군번줄) 브루잉이란 특별한 수제 맥주 회사를 설립합니다. 회사는 양질의 맥주 생산과 함께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을 방침으로 삼았습니다.  

 

▲도그태그 브루어링에서 생산한 맥주. 캔에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도그태그 브루어링 페이스북]

 

맥주 캔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전사자의 이름과 출신지, 사망 날짜 등이 적혀 있는데요. 웹사이트에도 전몰 장병의 이야기를 올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맥주를 판 수익금은 전부 공익재단에 기부돼 순국 장병의 가족을 칭하는 ‘골드 스타 패밀리’를 후원하는 데 쓰인다고 합니다.   
  
잠시 미국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호수에 전사자들의 이름을 붙여 나라도 있습니다. 최소 200만개 이상으로 세계에서 호수가 가장 많이 있다는 캐나다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1947 이후로 호수에 전사자의 이름을 명명해왔다고 하네요. 지금껏 캐나다 서부에 있는 서스캐처원 주에만 4000 넘는 호수에 군인의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매케인 의원의 얘기로 돌아갑니다   

상원은 미국의 영웅을 오랜 시간 추모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러셀 빌딩을 매케인 빌딩으로 바꾸자는 슈머 의원의 제안에 대해 이견이 나오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하면서 ·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목표는 오직 매케인 의원을 기릴 최선의 방법을 찾자는 겁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상원 군사위원회가 쓰던 방의 이름을 매케인의 이름을 명명하는 것과 응접실에 걸린 헨리 클레이, 대니얼 웹스터, 로버트 태프트 같은 역대 인물들 옆에 매케인의 초상을 거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하죠. 어떤 식으로든 영웅 매케인에 끝까지 최고의 예를 갖추자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지 않나요
                            
전사자는 물론 명의 동료도 전장에 버려두지 않는다는 미군의 철칙과 참전 용사들에 대한 지극한 예우,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선 억지로라도 영웅 만들기를 통해 애국심을 끌어올릴 필요도 있을 겁니다.  
  
어찌 되었든 모병제임에도 자원 입대자의 수가 줄지 않고 가장 존경하는 직업 상위엔 군인이 포함되며 어느 곳보다 신뢰받는 집단이 교회도 대학도 아닌 군대라는 사실, 단순히 제도가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 치부할 아니라 이것이 던지는 의미를 새겨봐야 같습니다.

 

군복 입었으면 “Thank you for your service”

커피숍에 군복을 입은 군인이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는데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다른 남성이 있습니다. 군인에 사진을 찍어 달라며 다가온 앳된 소년은 정체모를 남성의 앞으로 이렇게 말하는데요  


당신도 영웅인가요? 군인 아저씨가 말해줬어요. 함께 사진 찍어주세요.”  

▲퇴역군인에 대한 존경심을 갖자는 취지로 미국에서 제작된 공익광고 장면. [유튜브 캡처] 

 

팔뚝에 새겨져 있던 베트남 참전 용사 표시를 알아차린 군인이 소년에게 남성의 존재를 알렸던 겁니다. 곧이어 군인은 퇴역군인 앞으로 “Thank you for your service(봉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합니다. 군인 역시 앞서 다른 손님으로부터 이런 인사를 받기도 했죠. 참고로 미국에선 군인을 보면 누구든 이렇게 말하는 흔한 풍경입니다
   
묘사한 장면은 퇴역군인에 대한 존경심을 갖자는 취지로 미국에서 제작된 공익광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영상은당신이 베테랑(퇴역군인) 만나면 그들의 복무에 감사하십시오. 단어가 얼마나 강력한 당신은 없습니다라고 강조하죠
  
미국 공항에선군인이 있으면 먼저 탑승하라 방송을 종종 들을 있습니다. 이른바밀리터리 프리보딩(pre-boarding·우선 탑승)’입니다. 비행기에 군인이 타면 항공사 직원이 이를 알린 감사 마음을 전하고, 승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끌어내는 일도 흔하죠야구장, 농구장에선 종종 휴식시간에 베테랑들을 일어나게 경의를 표하곤 합니다
  
비행기 좌석을 업그레이드할 우선 혜택을 받기도 하고 식당에서 장병의 음식값을 대신 지불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공항에서 휴가 가는 군인에게 일면식 없는 할머니가 용돈을 주는 식의 미담이 수없이 많습니다.  
  
미국의 항공사는 정복 차림의 군인에 무례하게 했다가 승객들의 비난이 쏟아져 장문의 사과와 함께 군인 탑승객에 대한 우대정책까지 발표한 적이 있죠
  
미국인들이 평소 군인과 군복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예우하는지를 보여주는 다른 예일 겁니다 

 

◆09.12 스페인 어선에 기관총 캐나다, 이유는 가자미

국적 없는 물고기 놓고 바다 전쟁  

6 10 8, 프랑스 르아브르로부터 서쪽으로 24㎞가량 떨어진 곳에서 가리비를 건져 올리던 영국 선박 5척을 프랑스 선박 수십 척이 에워쌌습니다. 프랑스 어민들은 욕설을 퍼붓고 영국 어선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죠. 조명탄까지 등장한 바다 위의 육탄전은 6시간이나 계속됐습니다.  

 

https://youtu.be/MT9MGtCG-Ac

프랑스 국제 보도 전문 채널인 프랑스24 보도한 최근 ·가리비 전쟁당시 상황. [유튜브]

 

지난달 28 프랑스 노르망디 앞바다에서 양국이 또다시 맞붙었습니다. 화염병이 뻗어 나가고 연막탄이 피어오르는 해전을 방불케 했죠. 이번에도 35척의 프랑스 선박이 영국 어선 5척을 공격했습니다. 역시 가리비 때문이었는데요. 영국 선박 척은 결국 창문이 깨진 패전 함대처럼 영국 브릭삼 항구로 돌아왔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프랑스 정부는 노르망디 주둔 해군까지 비상대기시키겠다고 발표했죠

아이슬란드, 영국 상대대구 전쟁’ 3 3
캐나다-스페인, 일촉즉발 이유는가자미

▲영국과 프랑스가 가리비를 놓고 충돌을 벌인 곳. [연합뉴스]

 

영국과 프랑스 가리비 전쟁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하는 탓입니다. 프랑스는 가리비 고갈을 막기 위해 자국 어민들을 대상으로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만 가리비를 잡을 있게 제한하는 반면 영국의 경우 길이 15m 이하 소형 선박에 한해 연중 내내 가리비 채취를 허용합니다. 원할 원하는 만큼 가리비를 건질 있다는 얘기죠. 프랑스 어민들은 조업 금지 기간에 영국이 가리비를 싹쓸이한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들(영국인) 강도라는 클라우드 밀리내르 말처럼 프랑스 어민들은 단단히 뿔이 났습니다영국은 영해를 침범하는 아닌 이상 문제없다는 입장이죠.  
  
인구는 늘고 어획량은 감소하는데 물고기엔 국적이 없고…. 세계 곳곳의 어장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겁니다. 과거에도 물고기를 둘러싼 바다 위의 육탄전이 종종 벌어졌는데요.   


약소국 아이슬란드, 영국에 덤볐다?

피시앤드칩스. 음식 불모지로 악명 높은 영국에서도 나름 맛을 인정받는 대표 메뉴죠. 생선튀김의 주재료는 대구인데요, 소비량이 세계 대구 어획량의 3분의 1 차지할 정도로 대구를 많이 먹는 나라가 영국입니다.

 

이런 영국이 아이슬란드 바다까지 넘어가 대구잡이에 나선 탓에 양국 무력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1958년부터 1976년까지 차례에 걸친 이른바대구 전쟁입니다

 

▲옛 가디언지 ‘맨체스터 가디언’이 보도했던 ‘대구 전쟁’. [가디언 캡처]

 

아이슬란드는 당시 국가 수입의 95% 어업에 의존하던 때였고, 대구의 황금어장이 바로 아이슬란드 근해였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외국 어선들은 이곳을 자유자재로 드나들었고요. 그런데 경제 침체를 겪게 아이슬란드가 이상 이들의 남획을 두고 없다면서 1958 9, 육지로부터 4해리(7.4)까지인 바다의 국경, 배타적경제수역(EEZ) 12해리까지로 넓히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때 순순히 물러서지 않고 유일하게 버틴 나라가 있었으니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어선을 가지고 있던 영국입니다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슬란드 앞마당에서 조업을 계속하던 영국은 자국의 트롤선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 척의 전함까지 투입했죠.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강한 해군 전력을 자랑하던 시절입니다. 아이슬란드의 전력은 고작 경비정 6척과 경비대원 100명이 전부였다고 하죠. 1 전쟁은 영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그럭저럭 마무리됐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슬란드가 영국 어선의 조업을 방해하기 위해 쓴 그물 커터. [위키피디아]

 

1972 아이슬란드가 협정을 깨고 이번엔 EEZ 50해리로 넓히겠다고 선언한 건데요. 2 전쟁이 시작됐죠. 아이슬란드는 50해리 안으로 들어오는 외국 어선은 무조건 나포하겠다고 엄포를 놨고, 그물 커터까지 동원해 영국 어선의 그물을 끊으며 조업을 방해했습니다. 대치는 1 이상 계속됐고, 아이슬란드는 영국과 국교를 단절하는 것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전략적 요충지였던 아이슬란드가벼랑 전술 셈이죠.  
  
영국이 특정 지역에서 연간 13t 한도 내로만 조업하는 조건을 달아 양국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는데요. 2년간만 유효한 협정이었던 탓에 1975 11 3 전쟁이 일어나고 맙니다. 이때 양국의 갈등은 국민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져 아이슬란드 대학생들이 영국 대사관을 습격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하죠. 결국 미국과 나토가 중재에 나섰고, 아이슬란드는 원하는 대로 200해리까지 EEZ 확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약소국이던 아이슬란드가 영국과 붙어 3 3승을 거둔 싸움이었죠. 왕실 해군까지 동원한 영국으로선 체면을 구긴 꼴이 됐고요타격을 받은 영국에선 당시 어부와 어업관계자 1만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가자미 전쟁이끈 캐나다의터보네이터장관은 누구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1995 당시 캐나다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브라이언 토빈은 EEZ 바로 외곽의 그랜드 뱅크 어장을 사수하기 위해 강경한 대응을 지시합니다. 캐나다 순시정은 도주하는 스페인 트롤 어선에스타이호 뱃머리에 기관총탄을 퍼붓고 결국 어선을 나포했는데요. 선원들은 캐나다 세인트존스 항구까지 끌려가 전원 체포됩니다. 캐나다와 스페인  ‘가자미 전쟁 시작이었죠.  

▲브라이언 토빈 전 캐나다 해양수산부 장관. [위키피디아]

 

발끈한 스페인도 대서양에서 작전 중인 군함을 급파했는데요. 캐나다에 해적 행위를 그만두라며 비난했는데 유럽연합(EU) 가세해 캐나다에보이콧 선언했습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동남쪽에 있는 그랜드 뱅크는 가자미와 대구 등이 풍부한 세계 3 어장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등이 이곳을 노리면서 대구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때문에 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위기에 놓인 캐나다는모라토리엄 선언하는데요. 일종의 조업금지령이죠. 당시 대체 어종으로 가자미가 꼽혔고, 가자미까지 대구 꼴이 날까 두려웠던 캐나다는 치어를 잡을 없게 넓은 그물망을 쓰도록 하는 엄격한 규정을 내겁니다. 그런데 스페인이 불법 어구를 사용해 남획을 이어가자 캐나다는 국내 연안어업 보호법 위반이라며 나포까지 명령하게 겁니다.  
  
양국의 분쟁은 국제사법재판소에까지 넘겨졌는데요. 나포된 지점이 공해 상인 이유로 여론이 스페인에 유리하게 돌아갔다고 하네요. 캐나다는 억류 선원을 석방하고 나포했던 에스타이호 선주에게 41000달러의 피해 보상을 해줬다고 하는데 스페인은 승소를 예상하며 끝까지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캐나다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영국 등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는 결국 캐나다의 손을 들어주게 됐답니다.   

 

 https://youtu.be/fIhijsB24pY

캐나다에 나포됐던 스페인 어선에스타이호 풀려나 돌아오는 모습이 담긴 영상. [유튜브]

 

당시 가자미 전쟁을 지휘했던 캐나다 토빈 장관에게는 ‘캡틴 캐나다’ ‘터보네이터(가자미를 뜻하는터보트 영화터미네이터 합성)’ 등의 별칭이 붙었다고 하죠. 토빈 장관은 분쟁을 계기로 정치적 위상을 높였는데요. 강경책을 외부와의 긴장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가자미 전쟁을 지휘했던 캐나다 토빈 장관에게는 ‘캡틴 캐나다’ ‘터보네이터(가자미를 뜻하는터보트 영화터미네이터 합성)’ 등의 별칭이 붙었다고 하죠. 토빈 장관은 분쟁을 계기로 정치적 위상을 높였는데요. 강경책을 외부와의 긴장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금치 꽁치…“어획량 쿼터 두자제안한 나라

최근에는 일본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 하나인 꽁치를 두고 나라별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중입니다. 3년간 꽁치 어획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일본은 다급한 마음에 국제 수산회의에서 가지 제안을 하게 되는데요. 어획량에 쿼터를 두자는 것이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7 5 일본 도쿄에서 북태평양어업위원회가 열려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8 국가가 이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결국 중국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일본처럼 연안 어업을 하는 한국과 러시아, 미국 등은 찬성했는데 공해 상에서 꽁치잡이를 하는 중국은 규제 도입을 원치 않았던 겁니다

 

▲일본에서 최근 꽁치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꽁치 값이 3년 새 60% 올랐다. [재팬타임스 캡처]

 

서민 생선 꽁치는 일본에서 몸값이 60% 뛰면서 ‘금치 됐다고 하죠. 올해 처음 잡힌 꽁치 마리가 5만원에 육박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꽁치 축제를 줄줄이 취소했습니다. 꽁치는 산란기에 태평양에서 일본 근해로 찾아오는데 중국과 대만이 싹쓸이에 나서면서 자국 연안으로 오는 꽁치 양이 줄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입니다.  
  
그나저나 · 가리비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양국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근 런던과 파리에서 차례 만났다고 하는데요.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라 긴장감이 여전합니다. ‘휴전상태인 셈이죠. 영국 BBC 스코틀랜드 일간 스코츠맨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조업 금지 기간에 소규모의 영국 선박들도 가리비 채취를 하지 않는 대신 재정적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한 보상 패키지를 마련하는 것이 쟁점인데 이견이 있다고 합니다. 영국 선박들은 자발적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분쟁 지역에서 가리비잡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데요.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데드라인(2019 3 29) 이후 갈등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국이 EU 회원국 수역에 접근할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데 두고 일이겠죠.  
 

 

◆10.03 일본, 로봇 스님이 장례식 … 묘지는 스마트폰 속으로

▲지난해 일본 도쿄 장례박람회에 처음 등장해 화제가 된 ‘로봇 스님’. 불경을 외우고 유골함을 옮기는 등 간단한 의사소통과 움직임이 가능해 저렴한 가격에 장례식 진행을 맡길 수 있다. [사진 닛세이에]

 

“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시(觀自在菩薩行深般若波羅密多時)~   

초고령사회 일본, 새로운 장례문화
생전에 내 손으로 기획하는 장례식
AR 기술로 고인과의 추억 되새겨
DNA 보관 … 미래엔 대화도 가능?

 

로봇이 고개를 끄덕이며 분향소 앞에서 반야심경을 외웁니다. 지난해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장례박람회 ‘ENDEX 2017’에 등장해 인기를 끈 ‘로봇 스님’인데요.
 
일본에서는 장례식 스님이 독경하며 의식을 집전하는 일반적입니다. 평균 비용은 25 (250만원). 비용이 부담인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로봇은 유골함을 제단에 올리고 불경을 외우는 기본적인 장례 진행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9월부터 일반인에게도 대여하고 있고, 이용료는 5 ( 50만원) 정도입니다. 로봇 스님을 만든닛세이에코 개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죠.
 
고인과 아무 인연도 없는 스님이 읽어주는 불경이 죽은 이의 영혼에 닿을까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로봇 스님은 좋은 대안이 있습니다. 혼자 살던 생활보호대상자 노인이 사망하면 복지 기관에서 장례를 치러주게 되는데, 그럴 경우엔 독경하는 스님을 모시기 어렵죠. 대안으로 로봇 스님이 그들의 마지막을 배웅할 있을 겁니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 따르면 고령 인구의 증가, 특히 홀로 사는 노인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일본에서 새로운 장례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 일본 총가구 수에서 1 가구 비율은 34.5% 달합니다. 2035년에는 15 이상 일본인의 절반이 독신 생활자가 것이란 추계도 있는데요. 초고령사회에 이어()솔로사회 일본에서 장례는 중요한 사회적 고민거리가 됐습니다.
 
70 일본인 남성 A씨는 요즘 본인의 장례식을 직접 준비 중입니다. 아직 건강에 문제는 없지만,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온 나에겐 상주를 맡아 장례를 진행해 사람이 없구나깨달았기 때문입니다. 30 초반에 이혼하고 부인, 딸과는 40년간 거의 연락 없이 살았던 그는친구들 10 명만 불러 조용하게 가고 싶다 상조회사의생전 계약 서비스 통해 작은 장례식을 계약했습니다.
 
최저 14 ( 140만원)부터 이용할 있는작은 장례식(小さな葬式)’ 플랜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는 상조회사유니크에스토 생전 계약 서비스의 인기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홀로 죽음을 맞는 사람도 많은 시대고, 독신이 아니더라도 장례식에 누구를 부를까, 어떤 형식으로 치러야 할까 고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건강할 침착하게 장례를 준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생전 계약 서비스는 필요하죠.”
 
살아있는 사람이상주 없이 혹은 상주를 지정’ ‘스님 없이 혹은 스님이 진행등의 구체적인 장례 방식을 고르면, 사망 화장에서 납골까지 장례 과정을 회사가 대행해 주는데요. , 계약자의 사망 사실을 상조회사에 알려줄 사람의 가족이나 지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생전에 비용을 지불한 고객들의 불안을 막기 위해 업체는 신탁회사나 변호사와 연계해 계약 내용과 입금한 돈을 엄중하게 관리하는 신용 시스템을 구축했죠.

▲AR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속에 가상 묘지를 만들어 주는 ‘스마보’ 서비스. [사진 료신세키자이]

  

매년 제사를 지내줄 사람도 없으니 자신이나 가족의 묘를 아예 남기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들을 위해 일본에서는 실제 토지가 아닌 스마트폰 안에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묘지를 조성하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비석제작회사 ‘료신세키자이(良心石材)’가 시작한 이 서비스는 ‘스마보(スマ墓)’입니다. 서비스 내용은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GO)’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이용자들은 프로그램을 다운 받은 후 고인이 좋아했던 장소나 유골을 뿌린 장소 등을 GPS에 등록하면 됩니다. 이후 그 장소를 찾아가 어플리케이션을 켜면 고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배경 위로 흘러나오며 죽은 이와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습니다.
 
달에 500( 5000) 정도로 이용할 있는 서비스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당장 묘를 만들 없거나, 일시적으로 묘지를 확보할 때까지 고인을 다른 방식으로 추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과학 기술 발전을 기대하며 등장한 서비스도 있죠. 올해 7 종합장례업체메모리얼 아트 오노야(大野屋)’ 선보인 ‘DNA 퍼스널 서비스인데요. 화장하면 영원히 사라지는 고인의 DNA 구강 점막이나 모발 등으로부터 채취한 다음 민간 기관에서 감정을 받아 DNA 데이터 정보를 특수 카드에 담아 액자에 넣어 준다고 합니다.
 
생명의 설계도인 DNA 정보를 보관함으로써 고인을 가까이 느낄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서비스는 미래 생명과학 기술에 대한 기대도 담고 있죠.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고인의 DNA 정보를 기반으로 이전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재현하거나, DNA로부터 분류된 목소리 정보를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죽은 이와 대화를 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사회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죽은 이를 공경하고 기리는 행위에도 변화가 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낯선 시도를불경한 으로 여기기 쉬운 장례 분야에서 이처럼 새로운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고 아에라는 전했습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10.05 "노벨상 박탈해라"···학살 방관자로 추락한 아웅산 수치

한국 시간으로 5일 저녁,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한반도의 해빙 무드를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상 여부가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죠. 그러나 노벨 재단이 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3(현지시간) 연 기자회견에서는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이끈 공로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아웅산 수치(73) 미얀마 국가 고문입니다.  

 

▲2013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글로벌 개발 서밋(Global Development Summit)'에서 연설하고 있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 [중앙포토]

 

미얀마를 장악한 군부의 폭정에 맞서 저항 운동을 벌였던 수치 여사가 최근 국제적인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해부터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로힝야족 학살을 방관하고 있단 것이 이유입니다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 침해에 눈감고 있는 수치 여사에게 수여했던 과거 노벨평화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노벨 재단의 라르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이 나섰습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수치의 행동은 유감이지만, 노벨상 자체를 박탈하지는 않겠다 밝히며 복잡한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우리는 수치가 미얀마에서 한 일들이 많은 의문을 낳았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핵심 가치인 인권을 지지한다. 따라서 그녀에게 (로힝야 사태에 대한) 일정 부분 책임이 있고 이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렇더라도 노벨상을 박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믿지 않는다. 노벨상 수상자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을 사후에 저지르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에서는 ‘민주화의 상징에서 인권을 탄압하는 정치인으로 변모한 아웅산 수치의 이야기를 보려 합니다. 미얀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유엔 “로힝야족 탄압, 인종 청소의 교과서”

지난 8 25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반군 단체인 로힝야구원군(ARSA) 핍박 받는 동족을 위해 싸우겠다며 경찰 초소 30 곳을 급습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미얀마 정부군은 즉각 반격에 나섰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 작전을 벌이죠. 과정에서 최소 1 명이 미얀마 군대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70 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국경 너머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로힝야족 난민들이 발룩칼리 난민캠프에서 구호품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 진상조사단이 올해 8월 말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은 참혹합니다. 미얀마군은 반군 토벌을 빌미로 테러와는 관련 없는 민간인을 대량 학살하고 집단 성폭행, 방화, 고문 등을 저질렀습니다. 사람들을 담뱃불로 고문하고, 어린아이들을 불타는 집 안으로 밀어 넣었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유엔은 이번 사태를 ‘명백한 인종 청소’로 결론 내리면서, 학살을 주도한 미얀마 고위장성 6명을 국제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 살해 사실을 지난 1 인정합니다. 하지만 로힝야 반군 단체가 빌미를 제공했으며, 정부군은 이에 대응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죠. 미얀마 정부는 유엔의 조사 요구에도 협조하지 않았고, 학살 흔적이 남아 있는 로힝야족 마을 수십 곳을 중장비로 밀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폭력에 눈감는 이에게 명예는 없다”

미얀마 정부의 이런 대응이 국제사회에 실망을 안긴 것은 현재 미얀마를 통치하는 인물이 한때 민주화의 상징으로 국제적 지지를 받아 아웅산 수치 여사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15 간의 가택 연금을 포함해 27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수치 여사는 2015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정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승리로 이끌며 정권을 잡았습니다.  

 

▲미얀마의 사실상 지도자 아웅산 수 치 여사(오른쪽)와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은 대통령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미얀마 헌법에 따라(수치의 남편은 영국인입니다) 그에게 주어진 공식 직함은 ‘국가 고문’이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최고 통치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치 고문은 로힝야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가짜뉴스라고 일축하고, “미얀마의 상황을 모르는 이들의 이라며 애매한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지난 BBC와의 인터뷰에선 미얀마 정부의 책임을 일정 정도 인정하면서도인종 청소라는 표현은 과하다 답했죠.  
 
아닙니다. ‘아웅산 수치의 미얀마에서 자유와 인권이 억압되고 있는 사례가 계속 드러납니다올해 초에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대학생들을 체포, 구금했습니다, 수치 고문은 지난 로힝야족 학살 문제를 취재하다 미얀마 경찰에 체포돼 7 형을 선고 받은 로이터 통신 기자 명에 대해그들의 체포는 표현의 자유와는 상관이 없다 이들을 석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1990년대 가택 연금 상태의 아웅산 수치 [중앙포토]

 

이런 수치 여사의 행동에 실망해 과거에 수여한 ‘영예’를 거둬들이는 움직임도 이어집니다. 지난해 11월 영국 옥스포드 시의회는 수지 여사에게 1997년 부여했던 명예시민 훈장을 박탈했죠. 미국 홀로코스트 추모 박물관도 올해 초 2012년 수치 여사에게 수여한 ‘엘리 비젤상’을 취소한다고 발표했죠. 박물관은 취소 사실을 알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폭력에 눈감는 이에게 명예는 없다.” 지난 2일 캐나다 상원의회도 수치를 “인간 학살 공범자”라고 비판하며 2007년 부여한 캐나다 명예시민권을 박탈했습니다

 

종교가 다른 죄? 뿌리 깊은 갈등

이런 수치 여사의 태도에 대해 ‘권력의 단맛에 취했다거나군부와 타협했다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로힝야 문제의 뒤에 도사린 미얀마의 복잡한 역사와 종교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얀마는 인구의 68% 차지하는 버마족을 중심으로 샨족(9%), 캬렌족(7%), 라카인족(4%) 무려 135개에 이르는 민족이 모인 다민족 국가입니다. 90% 불교도죠. 19세기 영국-미얀마 전쟁 수십 년간 지속된 식민지 시기 동안 민족은 친영(親英), 반영(反英) 등으로 분열돼 서로를 박해했죠. 1948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다민족이 화합하기 어려운 토양이 이때 생겨났습니다.  

 

▲미얀마 국경을 넘어 도피하는 로힝야 난민들 [AP=연합뉴스]

 

특히 로힝야족은 이슬람교를 믿는데다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해 불교도가 대부분인 미얀마 사회에 융화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이 영국이 식민 통치를 위해 방글라데시로부터 이주시킨 불법이민자들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을 등에 업고 버마인의 터전을 빼앗았다’는 미움이 이때부터 시작됐죠. 2차 세계차대전이 일어나자 버마족은 독립을 위해 일본과 손을 잡았으나, 로힝야족은 영국군에 들어갑니다.
    
현재 로힝야족은 미얀마의 공식적인 국민도 아닙니다. 1982 군사정부는 시민권법을 개정해 1824 1 영국-미얀마 전쟁 이전부터 미얀마에 거주한 사람들만 소수민족으로 인정하기로 합니다. 로힝야족의 미얀마 국적을 사실상 박탈하는 조치였죠. 이에 반발한 로힝야족이 반군을 중심으로 과격한 공격에 나서면서 버마족을 비롯한 미얀마인들의 반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게 됩니다.  
 
아웅산 수치의 문민 정부는 소수 민족의 무장 투쟁 종식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출발했지만 해묵은 갈등을 푸는 쉽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통제가 완화되면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은 돌출되기 시작합니다. 불교 근본주의자들은 “로힝야족은 미얀마인이 아니니 모두 내쫓아야 한다 대놓고 주장하죠. BBC 이렇게 분석합니다. “아웅산 수치의 태도는 로힝야족에 대한 동정심이 거의 없는 대다수 미얀마인들의 정서를 고려하고, 불교 신도가 90% 차지하는 다민족 국가를 통치해야 하는 실용주의 정치가로서 어쩔 없는 선택으로도 있다.” 
 
하나는 군부와의 관계입니다. 2015 선거로 군부 세력은 상당히 약화됐지만, 아직도 의회 의석의 25% 가량을 차지하며 국방이나 치안 통제권을 쥐고 있습니다. 아웅산 수치가 이들과 등을 돌려 로힝야족의 편에 경우, 로힝야족을 싫어하는 국민 정서를 등에 업은 군부 세력이 새로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없다는 겁니다.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이 없는 세상”

로힝야 문제가 역사·종교·정치적으로 복잡한 문제임을 감안하더라도, 수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실망감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 위해 저항했던 이가 정작 자신의 사회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집단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2 6 16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21년만의 노벨상 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아웅산 수치. [사진 노벨재단 홈페이지]

 

아웅산 수치는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군부 세력의 방해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21년이 지난 2012년에야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를 찾아 노벨상 수락 연설을 합니다. 이 연설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의 터전과 집을 잃은,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세계의 구석구석이 사람들이 자유와 평화 속에 머물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야 합니다. (중략) 우리가 안전하게 잠들고, 행복하게 깨어날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함께 해 주십시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10.21 여권 표지를 파랗게 변경?! 영국서도 시끄러운 이유

정부가 2020년부터 발급할 차세대 전자여권(일반용)의 표지를 녹색에서 남색(진청색)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1988년 여행자유화 시행 때부터 사용된 녹색 표지가 32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죠. 사실 그동안 녹색 표지가 한국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간간이 있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초록색 여권을 사용하는 나라는 이슬람 국가가 대다수’라며 표지를 파란색으로 변경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여권 표지를 남색으로 바꾸기로 하자 이번엔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됩니다. 남색으로 바꾼 새 여권 시안이 현행 북한 여권과 비슷하다는 거죠. 실제로 남색 바탕에 금색 글씨가 얼핏 보면 유사성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국 여권 정보를 모아놓은 '패스포트 인덱스‘(www.passportindex.org)에 가면 그런 생각이 바뀔 겁니다. 채도와 명도를 달리 할 뿐 짙은 파랑색은 가장 많이 쓰이는 여권 표지색 중 하나거든요. 게다가 이런 표지 색과 디자인은 일정한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가 각국 여권의 속사정을 한번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2017년 영국의 디자인 전문 매체 ‘디진(Dezeen)’이 브렉시트 후 새 여권을 대상으로 연 디자인 공모전 당선작. 현행 버건디색을 진청색이 뒤덮으며 대체하는 듯한 표지 디자인이다. [사진 디진 홈페이지

 

▲1988년 여권 색깔을 바꾸기 이전의 영국 여권(왼쪽)과 현재의 영국 여권.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제 유럽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기로 했으니 원래 색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주장인 겁니다. 물론 일각에선 “브렉시트로 인한 또 다른 돈 낭비”라는 불만도 없지 않습니다. 브렉시트 자체에 대한 불만, 즉 새 여권과 함께 할 이동의 불편을 못 마땅하게 여기는 마음도 반영됐겠지요. 게다가 브렉시트 시행(2019 3 29)과 새 여권 도입(10) 간 시간차로 인해 이 사이에 여권을 발급받는 이들은 버건디 색상에 EU 마크가 없는, 어정쩡한 여권을 받게 되는데요,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 수요가 400만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엔 디자인 전문 매체 ‘디진(Dezeen)’이 새 여권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공모전도 열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출신 디자이너 이안 맥팔레인의 당선작은 버건디 표지를 진청색 표지가 뒤덮으며 대체하는 듯한 디자인으로 “아름답고 강렬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1000파운드의 상금을 탄 당선작은 다른 입상작들과 함께 디자인박물관에 전시됩니다. 공식 시안으로 채택될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색깔별로 구분한 각국의 여권 표지. [패스포트 인덱스 캡처]

 
EU 
여권에서 보듯, 지정학적으로 유사한 카테고리 국가들은 여권 색깔에서 일정한 유사성을 보입니다. 때문에 여권 표지 색상이 정체성을 담아내는 걸로 읽히기도 합니다. 예컨대 터키가 2010년 붉은색 여권을 도입한 데엔 “EU 가입을 염원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붙었습니다. 그렇다고 EU 규정에 회원국 여권 색깔과 관련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닙니다. 2013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는 여전히 검정에 가까운 짙은 푸른색 여권을 사용 중입니다.  
 
한국 여권의 녹색 표지가 국가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왔습니다. 녹색이 ‘이슬람’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인데요 사우디는 여권은 물론 국기 색깔도 녹색입니다. ‘이슬람=녹색’인 것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정복 전쟁에 나설 때마다 녹색 깃발을 들었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중동 사막의 유목민 사이에서 녹색이 자연과 생명, 신의 땅을 상징해온 역사도 반영됐겠지요. 중동은 아니지만 아시아권의 대표적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등도 녹색 여권을 씁니다.  
 
한국의 이번 여권 변경에는 속지도 포함됩니다. 남대문과 다보탑으로 통일된 사증면에 각 시대 별 대표적 유물을 배치해 페이지마다 다른 디자인을 볼 수 있게 한다는 방침입니다. 반구대 암각화, 신라 금관총 금관, 고려청자, 훈민정음(언해본) 등 다채롭습니다

▲2020년부터 발급할 예정인 차세대 전자여권의 사증면 . 현행 여권 속지의 전체 동일한 디자인에서 쪽수별로 시대별 대표적 유물을 담은 디자인으로 변경된다. [중앙포토]

 

속지, 즉 사증면을 통해 나라의 개성과 문화를 드러내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속지에 노르웨이의 자연환경을 단순하게 묘사한 그림을 넣은 한편, 자외선에 비췄을 땐 마치 야경을 보는 듯 아름다운 ‘산수화’가 나타나게 디자인했습니다.  
 
영국도 다채로운 사증면 디자인으로 유명한데요, 2015 11월부터 도입된 디자인에는 각 2페이지마다 영국의 500년 근대사를 압축하는 대표적인 건축·발명품과 이에 기여한 사람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발명가 존 해리슨, 건축가 엘리자베스 스콧 등입니다.  

 

▲2015년부터 사용 중인 영국 여권의 사증면 디자인 일부. 영국 500년 근대사를 압축하는 대표적인 건축·발명품과 이에 기여한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중앙포토]

 

이렇게 다채로운 디자인을 하는 이유는 미학적 측면뿐 아니라 실용적 측면도 있습니다. 디자인이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위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한국이 이번에 사증면에 각각 다른 유물을 넣는 것도 이런 보안 강화 차원도 있습니다. 더불어 종이로 되어있던 신원정보면도 내구성이 강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변경됩니다.  
 
일각에선 바뀌는 한국 여권과 북한 여권의 표지색깔이 비슷하다고 볼멘소리를 내지만 외형이 아닌 내적 가치 차원에서 두 여권은 비교가 안 됩니다. 한국 여권으로는 무려 188개국을 비자 면제로 다닐 수 있습니다. 패스포트 인덱스는 이런 한국 여권을 여권파워 3위에 올려놨습니다. 그에 비해 북한은 비자 면제국이 46개국에 불과한데 패스포트 인덱스에 따르면 북한의 여권파워는 전 세계 꼴찌급인 185(개인 기준)에 그칩니다.

 

▲2020년부터 발급 예정인 차세대 전자여권의 디자인 시안. 현행 '녹색'인 표지가 남색(진청색)으로 바뀔 예정이다. 정부 문안이 금박으로 처리된 A안과 엠보싱으로 들어간 B안 가운데 최종 디자인이 결정된다.

 

▲북한 여권. 남색 표지와 금색 글씨, 국장으로 이뤄져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ang.co.kr  
 

◆10.23 "뛰면 자궁 떨어져" 사우디 같던 美 금녀의 벽

▲불과 50여 년 전 미국 여성들은 달리기를 하면 자궁이 떨어지고 가슴에 털이 난다는 속설 탓에 마라톤 대회 참가도 금기시됐다.1967년 캐서린 스위처가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 대회 관계자들이 방해하는 모습. [사진 kathrineswitzer.com]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 헤자즈의 한 호텔에서 식사를 한 이집트 남성이 체포됐습니다. ‘니캅(얼굴 가리개)을 쓴 여성 직장 동료와 식사한 죄’ 때문이었습니다. 남성후견인제도가 있는 사우디에선 여성이 남성 보호자 없이 공공장소에서 다른 남성과 동석하는 걸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여성의 활동제약이 없는 우리가 보기엔 이해 가지 않는 풍경입니다. 하지만 불과 50~15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에선 여성이 혼자 외출하기 어려웠고, 공식적인 스포츠 행사에 남성과 똑같이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점에선 과거 미국도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했죠.
 
지금의 평범한 일상은 절대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는데요, 금녀의 벽을 깬 미국 여성들의 뒷이야기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아이스크림집 메뉴판이 57페이지가 된 이유

여성이 혼자 밖에 돌아다니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1850년대 미국과 현재 사우디는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미국 여성은 외출 시 남편 또는 ‘샤프롱’이라고 불리는 보호자와 동행해야만 고급 레스토랑, 선술집 등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는 여성은 문란한 매춘부로 봤으니까요.
 
이 시절, 여성이 혼자 갈 수 있던 곳이 딱 한 곳이 있었는데 바로 아이스크림집이었습니다. 1866년 뉴욕타임스는 “오랫동안 아이스크림집은 여자들이 보호 없이도 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고 전합니다. 때문에 미국 사회가 발전할수록, 샤프롱 없이 아이스크림집을 찾는 여성들이 많아졌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 쓰리트윈즈. [사진 신세계푸드]

 

 ‘나홀로 여성’들이 몰리면서 아이스크림집의 메뉴도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한 저널리스트 기록에 따르면 1850년대의 한 아이스크림집은 굴·스튜·비프스테이크·오믈렛·샌드위치·햄·초콜릿 등을 비싼 가격에 팔았고, 역사학자 프리만 폴은 “1862년에 뉴욕의 한 아이스크림집 메뉴판은 57페이지에 달했다”고 말합니다. 이름은 아이스크림집이지만 실상은 모든 음식을 다 파는 곳이었던 거죠.

 

이런 아이스크림집 덕분에 금녀의 벽은 점점 허물어져갔습니다. 19세기 말엔 각 백화점마다 경쟁적으로 아이스크림집을 열기 시작했고, 부유층 여성들이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으로 정착했습니다. 게다가 각 가게들은 크리스탈 분수까지 설치하면서 화려한 장식으로 여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식당들도 여성을 공략하는 게 수익성 있는 사업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거죠


이처럼 아이스크림집의 메뉴가 점점 늘어나고 성행하면서, 여성들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덕분에 여성들의 활동범위가 넓어지게 됐고, 마침내 오늘날과 같이 아무 식당에나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실수’로 합격한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첫 여학생  

▲하버드 대학교의 교표. [사진 하버드대 페이스북]

 

여성들의 식당 출입은 19세기 말에 자유로워졌지만 대학은 여전히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세계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는 1977, 예일대는 1969년에서야 여학생의 학부입학을 전면 허용했습니다. 이보다 훨씬 이른 1936년에 하버드의 의학전문대학원 격인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 입학한 여학생이 있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필리핀 국적의 피 델 문도입니다.  
 
문도는 필리핀대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뛰어난 학생이었습니다. 마누엘 케손 필리핀 대통령은 그에게 “전액 장학금을 줄테니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학교를 선택하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이 때, 문도가 택한 학교는 하버드 메디컬 스쿨이었습니다. 하지만 1847년 헤리엇 헌트라는 학생이 여성 최초로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 지원했지만 탈락했고, 그 이후로도 여학생 합격자는 없었습니다. 당시 하버드대가 여학생들의 입학을 허용하기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메디컬스쿨에 여학생의 입학이 허용되지 않던 시절, 직원의 실수로 입학한 피 델 문도. [사진 피델문도메디컬센터]

 

하지만 1936년 문도는 뜻밖에 합격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입학 지원서를 검토하던 직원의 실수로 문도의 성별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탓입니다. 미국 보스턴으로 날아간 문도도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남학생 기숙자에 배정돼있었기 때문이죠. 학교 측은 문도가 여성이라는걸 뒤늦게 알아차린 후 입학 취소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커리어를 보고는 돌려보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문도를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이렇게 문도는 학교 측의 우연한 실수로 ‘얼떨결’에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유일한 여학생이 됐습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1945년부터 하버드 메디컬 스쿨은 공식적으로 여학생을 받기 시작합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문도는 이후 필리핀으로 돌아가 아픈 아이들을 위해 힘썼습니다. 99세 나이에도 휠체어에 탄 채 환자를 돌보던 그는 지난 2011년 세상을 떠났지만, 필리핀에 있는 ‘피 델 문도 메디컬 센터’가 문도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성은 달리면 자궁이 떨어진다?  

불과 50여 년 전 미국 여성들은 마라톤 대회도 참가하기 힘들었습니다. 달리기를 하면 자궁이 떨어지고, 가슴에 털이 난다는 터무니없는 속설 때문이었죠. 이에 도전장을 던진 용감한 스무살 대학생이 있었으니, 바로 캐서린 스위처입니다.  
 
1967
년 당시 시큐러스대에 다니던 스위처는 마라톤 참가를 위해 교내 크로스컨트리팀의 코치인 아니 브릭스를 찾아갑니다. 브릭스는 “연습 때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걸 보여주면 널 보스턴에 데리고 가겠다”며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스위처는 풀코스 42.195㎞보다 훨씬 더 긴 50㎞를 뛰는데 성공해내고, 결국 코치와 함께 보스턴 마라톤에 정식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조크 셈플이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한 캐서린 스위처를 방해하고 있는 모습. [사진 kathrineswitzer.com]

 

K.V Switzer’라는 중성적인 이름으로 참가 접수를 한 스위처는 참가번호 ‘261번’을 가슴에 달고, 진한 립스틱을 바른 채 마라톤 출발선에 섰습니다. 가발을 쓰는 등 남장을 하고 마라톤에 참여했던 과거 여성들과는 다르게 달릴 때 만큼은 자신이 여성인 걸 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위처의 레이스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스타트 총성이 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회 조직위원장 조크 셈플는 스위처가 달리지 못하도록 소리쳤습니다
 
“당장 내 레이스에서 꺼지고 번호표 내놔! (Get the hell out of my race and give me those numbers)
 
몸을 잡아당기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옆에서 달리던 코치 아니와 남자친구 존 밀러가 이를 제지해 스위처는 4시간 20분 만에 풀코스를 완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이후, 스위처가 고군분투하면서 달리는 장면이 사진과 영상을 통해 대중들에게 퍼지면서 많은 이들이 공분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요구하는 저항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보스턴마라톤대회는 1972년에 여성의 참가를 공식 허용하게 됩니다이후, 완주를 막았던 셈플은 스위처에게 공식 사과를 했고 스위처는 1975년 다시 대회에 도전해 2시간 51분만에 풀코스를 완주하며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자신을 상징하는 번호인 261번을 달고 여전히 마라톤 대회에 도전하고 있는 캐서린 스위처. [AP=연합뉴스]

 

현재 스위처는 비영리 단체 ‘겁 없는 261(Fearless 261)’을 세워 여성들의 체육활동을 독려하고 있는데요, 보스턴마라톤 조직위도 스위처의 26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해 그의 도전정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쌓여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6월 최초로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했고, 내년 4월엔 미국 마스터스골프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 처음으로 여성 골프대회가 열립니다. 지난 2012년 오거스타내셔널 클럽이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사업가 달라 무어를 여성회원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정식 여성대회가 열리는건 1934년에 첫 마스터스대회가 시작된 지 85년만입니다.
 
지난해 자신이 마라톤에 참가한 지 50주년을 맞은 스위처는 70세의 나이로 다시 한번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하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다가올 50년은 이전보다 더 나을 것이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10.27 “맛도 전시도 ‘비주얼 갑’이 뜬다”…인스타그램이 바꾼 것

 최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연말께 미국 뉴욕시 플랫아이언 지역에 들어설 장난감 가게를 소개했습니다. 1021( 306) 규모의 ‘캠프’란 곳인데요. 바다, 정글 등 테마를 바꿔가며 꾸밀 매장 뒤편의 특별한 공간 때문입니다. 테마에 따라 파는 장난감도 달라진다는데요.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보고 체험할 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르피가로는 이곳을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하다”고 표현했는데요.  
 

글로벌 마케팅 화두 된 ‘인스타그래머블’…시각적 끌려야 간다

업계를 망라하고 인스타그래머블 열풍이 거셉니다. 사진과 동영상에 기반한 소셜미디어(SNS)인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는(able)’을 합한 신조어이지요.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것’이란 뜻으로 글로벌 마케팅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먹거리는 ‘맛보다 멋’이라고 시각적 요소가 중요해졌고, 무엇이든 인스타그램용 인증 사진을 찍게 해야 장사가 된다는 얘기이지요. 참고로 전 세계 인스타그램 월 이용자는 10억명을 넘습니다.
 
미국에서 최근 폐업하는 소매점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처럼 인스타그래머들을 제대로 공략한 곳들은 되레 활황을 누리고 있는 분위기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세계 곳곳의 인스타그래머블 성지, [알쓸신세-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 살펴볼까요.

 

“이건 찍어야 해!”…눈 호강 비주얼로 승부

 르피가로는 “지난 2년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의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체험 공간이 실제 비즈니스가 된 곳’들이 빠르게 퍼져나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된 목적은 “(고객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대한 자부심을 더해주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죠.  

 

▲‘드럭스토어’. [사진 인스타그램]

 

NYT가 이른바 ‘셀피(셀카) 프렌들리’하다며 소개한 곳은 지난달 뉴욕 맨해튼의 최고 부촌인 트라이베카에 오픈한 ‘드럭스토어’ 입니다. ‘더티 레몬’이란 브랜드의 건강음료를 파는 곳이죠
 
높은 천장에 사람 키만 한 식물, 전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형 거울 등 매장 인테리어뿐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팔고 있어 인스타그래머블 성지로 꼽힙니다. 이곳은 캐시어(계산원)를 포함해 직원이 없는 무인 상점인데요

 

▲드럭스토어’에서 문자를 통해 계산하는 고객 모습. [사진 뉴욕타임스(NYT)]

 

매장에 들어서면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병을 챙긴 뒤 우리에게 문자 보내세요”란 메시지가 떠 있습니다. 원하는 음료를 골라 안내된 번호로 문자를 보내면 24시간 대기 중인 요원이 답장을 주지요. 다시 이름과 이메일, 카드정보 등을 보내면 결제가 끝납니다. 이른바 ‘어너 시스템(명예제도)’입니다
 
“우리 고객들은 주로 젊은 여성층이다. 이들은 계속해서 사라고만 강요하는 마케팅에 질렸다. 차라리 몸소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에 끌린다”는 게 드럭스토어를 운영하는 자크 노르만딘의 말입니다. 연간 400만 달러( 45300만원)에 달하는 디지털 광고 예산 대부분을 오프라인 점포 쪽에 쓰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하지요.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에블린스 카페 바’의 매니저인 앵구스 프라이드도 노르만딘의 지론에 동의합니다. “‘인스타(그램) 프렌들리’는 이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이 되었다”고 프라이드는 얘기합니다. 이곳 역시 천장에 매달려 길게 늘어지는 식물과 화사한 조명, 벽돌로 이뤄진 벽 등 매장 디자인이 인스타그래머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에블린스 카페 바’. [사진 인스타그램]

 

셰프들도 ‘사진발’ 받는 메뉴 개발에 푹 빠져 있습니다. 이 덕에 탄생한 것들이 무지개 베이글, 유니콘 아이스크림 등입니다
 
뉴욕 맨해튼의 ‘블랙 탭’이라는 곳에도 명물이 있는데요. 대표 메뉴인 햄버거가 아닌 ‘크레이지 셰이크’라 불리는 밀크 셰이크입니다. 15 달러( 17000)에 팔리는 이 셰이크에는 사탕, 쿠키, 프레첼, 솜사탕, 심지어 케이크 조각까지 토핑으로 올라가 한 잔당 1600칼로리가 넘는다고 하지요. 기본 1시간 정도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만큼 인기입니다


패션업에 몸담았던 20대 한 여성이 뉴욕에 차린 ‘플라워 샵’이란 빵집의 6단짜리 알록달록한 무지개 케이크도 빼놓을 수 없지요. 자르면 알갱이로 된 과자가 폭탄 터지듯 쏟아져 나와 ‘폭발하는 케이크’란 이름이 붙었죠. 킴 카다시안 등 셀럽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며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답니다.  
 
영국 런던에선 손님의 얼굴을 커피 위에 그려 넣는 ‘셀피치노(Selfieccino)’가 등장해 인기몰이했습니다. 옥스퍼드 거리의 ‘티 테라스’에 가서 사진을 찍은 뒤 바리스타에게 전송하면 카푸치노나 핫 초콜릿에 토핑 뿌리듯 그려줍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거품으로 하트 등의 모양을 내는 커피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지요.
 
문을 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SNS에는 해시태그 ‘#selfieccino’가 남겨진 수천 개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크레이지 셰아크’. [사진 비지니스 인사이더

 

▲‘폭발하는 케이크’. [사진 데일리 메일]

 

카페 사장인 에합 쇼울리는 “식사는 더이상 훌륭한 음식과 음료를 먹는 것에 관한 게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기록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만드는 모든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국 런던에서 히트를 친 ‘셀피치노(Selfieccino). [사진 유튜브]

 

전시회도 콘셉트로 인증샷 부르는 곳이 인기

▲팝업 전시회 ‘에그하우스’. [사진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사는 캐시 페드래이스는 올 초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라왔던 사진 때문에 뉴욕에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19 달러( 21700)짜리 티켓을 끊고 들어가는 ‘에그 하우스’를 다녀온 이들이 올린 것이었죠. 12주간 달걀을 주제로 열렸던 팝업 전시회인데요. 노른자와 흰자를 풀어놓은 것 같은 풀장과 대형 달걀판 등 전시 공간 자체를 포토존처럼 구성한 일종의 ‘비주얼 전시’라 보면 됩니다개성 넘치는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죠주말에만 평균 900명씩 찾을 만큼 화제였습니다.
 
SNS
가 예술작품을 그저 눈으로 감상하는 전시 형태마저 체험형으로 바꾼 셈인데요. 아이스크림 박물관, 캔디토피아, 컬러팩토리 등이 모두 이런 곳입니다.


여름에 문 열었던 팝업 와인 박물관 ‘로제 맨션’도 테마를 갖춘 14개의 방이 인스타그래머들을 홀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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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가량 내고 입장하면 8개국의 로제 와인을 맛볼 수 있고, 역사도 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역시 인스타그래머블하단 점인데요. 스파클링 와인 룸에선 샴페인으로 이뤄진 대형 분수를 볼 수 있고, 거대한 샹들리에, 분홍색 모래, 장미와 플라밍고 등으로 꾸며 인스타그램 파라다이스라고도 불린다지요
 

▲‘로제맨션’. [사진 CNN]

 

▲로제맨션. [사진 인스타그램]

 

최근 미국 브루클린에 들어선 세계 최초 피자 박물관은 오픈 전부터 1만장의 티켓이 팔려나갔습니다. 이곳은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해 입소문이 더 자자했지요. 가수이자 영화 제작자인 아담 그린은 ‘피자 비치’란 룸을 설계했습니다. 피자 슬라이스로 만든 태양, 야자수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특히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스콧 웨이너의 100조각짜리 피자 박스가 전시돼 있다고 하지요  

 

오피스도 탈바꿈 

 사무실은 웬만해선 오래 있고 싶은 공간이 아닐 텐데요.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가 특히 한몫할 겁니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직원이라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여권 없이 세상을 여행하는 것 같다.” 싱가포르 세실 스트리트에 있는 에어비앤비 사무실을 방문한 이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싱가포르 에어비앤비 사무실 중 터키 카파도키아를 테마로 한 미팅룸. [사진 에어비앤비

 

▲뉴욕에서 문 열었던 ‘컬러팩토리’. [사진 CNN]

 

13개의 미팅룸은 터키, 스리랑카중국, 홍콩 등 각국에 있는 실제 에어비앤비 숙소와 같은 모습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파리 소재 바티뇰에 있는 아파트 모습을 그대로 본뜬 방이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하죠.
그래픽 소프트웨어업체 어도비시스템스 사무실도 마찬가집니다. 벽면을 뚫고 나오는 돼지 조형물이 대표적이죠“창의적이고 편안하다고 느낄 때 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환경이 혁신과 협업을 강화해 더 나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게 어도비 소속 릭 클라인의 말입니다.  

 

▲어도비시스템즈 사무실. [월스트리트저널(WSJ)]

 

미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 역시 셀카를 위한 스폿을 사무실 곳곳에 마련해두었습니다. 회사 이미지를 높이고 구직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SNS 친화적으로 탈바꿈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지요. 인스타그래머블이 트렌드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10.28 중국이 소고기 맛에 눈 뜨자 '와규 전쟁' 시작됐다 

먼저, 고기 사진 몇 점 보고 가실까요. (배고픔 주의)

▲절묘한 마블링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인 와규. [사진 야후 재팬 캡처]

 

▲절묘한 마블링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인 와규. [사진 고베육유통추진협의회]

 

‘와규(和牛)’ 좋아하시나요? 지방과 근육의 아름다운 조화 ‘마블링(marbling)’을 뽐내며 ‘입에 넣는 순간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을 자랑하는(하지만 너무나 비싼) 소고기 말입니다. 와규는 한자어 뜻 그대로 ‘일본소’인데요. 와규의 맛이 일본 국경을 넘어 알려지면서 전세계 와규 소비량이 급증하고, 그 맛을 잊지 못해 일본을 다시 찾는 관광객들도 생겨나고 있다 합니다.  
 
그런데, 정작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와규는 일본산 ‘和牛’(와규)가 아니라 호주산 ‘WAGYU(와규)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최근호 커버스토리로 ‘소고기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일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소고기계의 롤스로이스’로 불린다는 와규를 두고, 원조 생산국인 일본과 신흥 강자인 호주·미국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호주산 일본소’, ‘미국산 일본소’라니 뭔가 이상하죠. 이번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에서는 세계 소고기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왕좌의 게임’을 관전해 보겠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야 와규?

 일본 정부가 정의하는 와규란, 재래종으로 인정된 흑모화우(黑毛和牛·검은소), 적모화우(赤毛和牛·누렁소), 무각화우(無角和牛·뿔 없는 소), 일본단각화우(日本短角和牛·뿔이 짧은 소) 네 가지 품종의 소와 이들끼리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소들을 말합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사육된 소들이어야 하고요. 이 중 와규 전체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흑모화우는 메이지유신(1868) 이후 외래종(제주 흑우가 건너갔다고 하죠)과 일본 재래종을 교배시켜 탄생한 소인데, 유전적으로 근육 내 지방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소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최고의 육질을 얻어내는 것이 일본식 와규 사육법이다. [사진 고베육유통추진회]

 

섬나라에 사는 일본인들은 원래 생선을 즐겨 먹고, 소는 농사나 물건을 운반하는 데 사용했죠. 그러나 농업의 기계화에 따라 소의 쓸모가 적어지면서, 소의 용도가 ‘먹거리’로 바뀌게 됩니다. 일본은 1920년대부터 지자체별로 와규를 등록하고, 1948년에는 전국와규등록협회를 만들어 순수혈통 와규를 지정하기 시작합니다
 
와규의 ‘고급화’가 시작된 건 1991년 소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였습니다. 농민들은 미국과 호주의 값싼 고기와 경쟁하기 위해 특유의 장인 정신을 발휘, 재래종 소에 엄선된 사료를 먹여 남달리 부드러운 식감의 소고기를 만들어내죠. 와규는 마블링의 수준에 따라 1~5등급으로 엄격하게 분류되는데, 효고(兵庫)현의 고베규(神戶牛), 미에(三重)현의 마츠자카규(松坂牛), 시가(滋賀)현 동쪽에서 생산되는 오미규(近江牛)가 높은 등급을 자랑하는 ‘3대 와규’로 칭송 받습니다.    

 

호주의 와규 수출량, 일본의 10 

 이런 고급화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와규는 다른 품종 소고기의 2~3배 가격이지만, 특별한 맛에 반한 ‘열성팬’들에게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2001년 광우병 발병으로 주춤했던 일본의 와규 수출액은 2009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 3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구요, 올해는 200억 엔( 2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와규 수출 250억 엔( 25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발표했죠.  

 

▲와규 경매 현장. [사진 일본 농림수산성 홈페이지]

 

하지만, 세계 시장 전체로 보면 그리 큰 수치가 아닙니다. 광우병 파동으로 일본 와규가 국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호주와 미국에서 무럭무럭 자란 와규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겁니다. 특히 호주의 성장세는 놀라운데요. 닛케이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꾸준히 와규 생산량을 늘려온 호주는 2016년 기준으로 연간 2 4000t의 와규를 생산하는 ‘와규 대국’이 되었습니다(같은 해 일본 와규 생산량은 14 2653t입니다). 일본 와규가 대부분 일본 내에서 소비되는 데 반해, 호주 와규는 85~90%가 해외로 수출됩니다. 그러다 보니 호주의 한 해 와규 수출량은 원조 일본의 10배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연구 목적으로 미국 간 와규의 유전자가 호주로  

 당연히 ‘和牛’와 ‘WAGYU’는 똑같지 않습니다. 일본에선 와규의 혈통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반면, 호주와 미국 등에서는 일본 와규와 다른 품종(앵거스 또는 홀스타인) 사이에 태어난 소도 와규로 폭넓게 인정합니다.

 

▲들판에서 풀을 먹으며 자라는 호주 와규. [사진 호주와규협의회]

 

그런데 일본소는 어쩌다 호주로 건너가게 되었을까요. 일본 정부는 1940년대 와규 품종을 규정한 뒤, 정통성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와규는 물론 와규의 정자, 배아 수출도 엄격하게 금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1976년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연구를 목적으로 와규 몇 마리를 데려 갔죠. 이 소들을 통해 90년대까지 상당량의 와규 정자와 배아가 다른 나라들로 유출된 겁니다
 
호주에서 가장 큰 와규 농장인 ‘블랙모어’의 대표 데이비드 블랙모어는 1988년 텍사스의 한 농장에서 와규를 처음 접하고 그 맛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1993년 와규 배아를 미국으로부터 들여와 다른 종과 교배시켜 사업을 시작했죠. 현재는 총 8000에이커( 3200만 제곱미터) 규모의 5개 농장에서 3800마리의 와규를 키우고 있습니다
 
일본농축산업진흥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호주에는 약 25만 마리의 와규가, 미국에는 약 5만 마리의 와규가 있다고 하죠. 물론 다른 종과의 ‘혼혈 와규’도 포함한 수치입니다. 일본의 와규 수출이 주로 홍콩이나 대만, 캄보디아 등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것과 달리, 호주와 미국산 와규는 유럽과 남미까지 세계 전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소고기의 맛’에 눈 뜬 중국인들

 그런데 왜 지금 새삼 ‘와규 전쟁’이 주목 받는 걸까요
 
중국 때문입니다
 
소고기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요리를 즐기던 13억 중국인들이 소고기를 찾기 시작한 거죠.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고기 스테이크와 갈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2006 6000t에 불과했던 중국의 소고기 수입량은 지난해엔 13배가 넘는 80t, 금액으로 26억 달러( 2 9600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올해는 최초로 100t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고기 수입국이 됐지만, 아직 중국인들의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4.1kg에 불과해 미국인 소비량의 6분의 1도 안됩니다. 중국 시장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각국이 중국을 겨냥한 와규 생산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이죠
 
중국은 소고기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광우병 파동 이후 내려졌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지난 6월 해제했습니다. 현재 중국 수출길이 막힌 일본도 정부 차원에서 소고기 수입 금지 해제를 논의하고 있고요. 중국 수입 소고기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호주는 이를 3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순혈주의 VS 실용주의, 승자는?

 일본과 호주의 와규 경쟁은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소규모 공방들과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쟁을 떠올리게 합니다. 일본 와규 농가들은 대부분 수십 마리의 작은 규모로, 와규 고유의 전통을 지키는 데 집중하죠. 한편 호주의 와규들은 수천 마리 단위로 사육되며, 너른 들판에서 풀을 뜯어먹으며 자랍니다.  

 

▲들판에 방목해서 키우는 호주의 와규 사육방식. [사진 호주와규협의회] 

 

사료에도 차이가 있습니다일본 와규는 감칠맛을 높이기 위해 옥수수를 기반으로 대두 등을 배합한 특수사료를 먹고 있습니다. 반면 호주 와규들은 보리를 기반으로 한 사료와 함께 풀을 먹으며 자라 일본산 보다 질긴 육질과 강한 풍미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 꼭 ‘맛’이 승리할 거라 점치기는 어렵습니다. 호주산 와규는 맛과 혈통에서 밀리는 대신, 가격은 일본산 와규의 절반 정도로 저렴합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오가닉 푸드’ 열풍과 ‘윤리적 소비’ 경향도 일본에 불리합니다. 일본 와규들은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좁은 우리에서 움직임을 극도로 제한 받으며 자랍니다. 농부들은 와규의 살을 찌우려 소의 비타민 섭취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죠. 세계 동물윤리단체들은 이런 와규 사육법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축산업자의 고령화’도 일본 와규 업계의 위험 요인입니다. 유명 와규 생산지 중 하나인 가고시마(鹿兒島)의 경우 축산 농가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고, 이들의 80%가 후계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축산 농가 수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요

 

▲일본 정부가 제작한 와규 마크.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네 개 품종의 소만을 와규로 인정한다. [사진 일본 농림수산성]

 

혈통과 마블링에 집착해 ‘소수가 즐기는 명품’을 만들려는 일본과,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춰 ‘대중적 고급 소고기’를 추구하는 호주의 방식, 어느 쪽이 세계 육식인들의 지지를 받게 될까요
 
농축산컨설팅회사 ‘굿테이블’의 야마모토 겐지(山本謙治) 대표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와규업계의 ‘마블링 제일주의’를 비판하며 일본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습니다“호주와 미국의 생산자들은 와규에 관해 훨씬 더 열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외국 농부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품질의 와규를 생산할 수 있는 날은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겁니다.

 

◆11.04 왜 간디 아닌 파텔이었나...'182m 동상' 뒤 모디의 반격

 지난 10 31일 인도 구자라트 주()에서 흥미로운 뉴스가 하나 전해졌습니다. 높이 182m(받침대 포함 240m)에 이르는 세계 최대 높이 동상의 제막식이 열린 겁니다. 동상의 주인공은 인도 초대 부총리를 지낸 사르다르 발라브바이 파텔(1875~1950). 1875년 구자라트 주에서 태어난 파텔은 간디, 네루와 함께 영국을 상대로 독립운동을 한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명으로 꼽힙니다. 1947년 독립 후에는 네루 총리 아래에서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재직했습니다.

 

모디 총리가 182m짜리 파텔 동상을 밀어붙인 이유

 인도가 존경해야 할 인물은 맞지만 세계 최대 동상이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나요. 파텔 동상 이전까지 세계 1위 높이는 중국 허난(河南)성 핑딩(平頂)산 중원대불(中原大佛·128m)이었습니다. 석가모니가 아닌 비로자나불을 조각한 석상으로 2008년 완공됐습니다. 간디도 네루도 아닌, 파텔이라는 생소한 인물이 부처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 동상으로 세워지게 된 사연이 무엇일까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가 세계 최대 동상을 둘러싼 인도식 ‘역사 바로 세우기’와 동상의 정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인도 구자라트 주에 세워진 세계 최대 높이(182m)의 사르다르 발라브바이 파텔(1875~1950) 인도 초대 부총리 동상. 2018 1031일 제막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AP=연합뉴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18 11 현재 세계적으로 30m 이상의 동상은 139개로 집계됩니다.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중국으로 35개이고, 인도(25)·일본(20)·대만(10) 등이 뒤를 잇습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불교 영향력을 꼽을 수 있는데요, 실제로 대형 동상 상당수가 석가모니나 관음보살 등입니다. 물론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93m)이나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비(52m)처럼 추상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한 대형 동상들도 있긴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인도가 실존했던 독립 영웅을 세계 최대 높이 동상으로 세운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는데요. 특히 이를 추진한 인물이 인도의 현직 총리 나렌드라 모디라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파텔 동상 세우기 작업은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지사(주 장관)로 있을 때인 2010년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모디는 취임 10주년을 맞아 인도의 ‘철인’(Iron Man·파텔의 별명)을 기리는 동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가 사르다르 사브(파텔)의 헌신을 알아야 한다. 182m짜리 동상은 높이뿐 아니라 역사적·학술적·민족적·영적 가치를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돈 낭비”라는 일각의 비난 속에서도 모디는 계획을 밀어붙였습니다. 2013 10월 착공식을 연 데 이어 2014년 총선 승리로 총리가 된 후론 연방정부 차원에서 ‘로하()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아이언 맨’을 위해 농기구를 기증하자는 캠페인이었습니다. 인도 마을 70만 곳에서 농기구 등 총 135t이 모였고 이를 녹여 동상에 보탰습니다.(투입된 동은 총 1850t에 이릅니다

 

▲인도 구자라트 주에 세워진 세계 최대 높이(182m)의 사르다르 발라브바이 파텔(1875~1950) 인도 초대 부총리 동상.

 

동상 위치는 구자라트 등 4개의 주에 인접한 나르마다 강 사르다르 사로바르 댐 근처입니다. 이 댐은 1961년 네루 총리 하에서 추진돼 무려 56년 만인 2017 9월 완공됐습니다. 규모로는 세계 두번째(1위는 미국 그랜드쿨리 댐)를 자랑하는 댐의 완공식에 모디 총리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습니다사르다르 사로바르 댐을 포함한 나르마다 계곡 개발 프로젝트로 인해 수만 가구가 강제이주 당하는 등 엄청난 갈등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완공된 파텔의 동상은 이 댐을 내려다보는 형태입니다. 동상에 '통합의 상’(Statue of Unity)이라는 별칭이 붙은 배경이겠지요.
 
게다가 파텔은 초대 내각에서 인도 연방 정부를 구성하는 국민국가 건설(nation-building)을 책임졌던 인물입니다. 독립 당시 지역 토호국과 정파로 갈라져 싸우던 여러 세력을 아우르면서, 특히 힌두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인도 연방 정체성 확립에 앞장 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 인도 국민 약 13억 명 중 힌두교도가 80%인 반면 무슬림은 15% 정도입니다. 강력한 전국 정당을 갖지 못한 무슬림들은 힌두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우파 성향의 집권여당 인도국민당(BJP)보다는 종교간 화합을 내세우는 인도국민회의(INC)파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국민회의에 속했던 파텔을 추켜세우는 것은 모디에게 '포용과 통합'의 이미지를 더해주기도 좋지요.
 
그런데 일각에선 모디의 이런 작업이 ‘파텔 재조명’을 넘어서 사실상 ‘간디-네루 깎아내리기’로 이어진다고 의심합니다. 간디와 네루가 현 제1야당인 국민회의의 상징적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국민회의는 인도의 가장 오래된 정당으로서 1947년 독립 이후 오랫동안 강력한 집권 여당으로 인도를 지배했습니다. 초대 총리 네루에 이어 네루의 딸 인디라 간디도 총리직을 지냈습니다. 인디라 간디의 손자, 즉 네루의 증손자인 라훌 간디가 이끄는 국민회의를 상대로, 모디가 이끄는 BJP 2014년 총선 돌풍을 일으키며 정권 교체를 이뤄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BJP
는 네루 가문이 주도해온 국민회의가 파텔 등 일부 독립 영웅들의 업적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불만의 근거가 되는 또 다른 인물이 인도국민군(India National Army) 총사령관을 지낸 수바스 찬드라 보스(1897~1945), 일명 네타지 보스입니다. 네타지 보스는 간디의 비폭력투쟁에 반기를 들고 무장봉기를 지지했으며 해외 망명 중 INA를 조직하고 싱가포르에 자유인도 임시정부를 수립하기도 했습니다. 인도 독립을 불과 2년 앞둔 1945 8 19일 대만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비행기 폭발사고 때 숨졌다고 알려집니다.  
 
그런데 2016 1월 모디 총리는 네타지 보스와 관련된 기밀문서 100점을 공개했는데요. 이 가운데 인도 식민시절 영국 총리를 지낸 클레멘트 애틀리의 발언이 놀라움을 줬습니다. 애틀리 총리에 따르면 영국이 인도를 포기한 이유가 국민회의와 마하트마 간디 때문이 아니라 네타지 보스가 조직한 인도국민군(INA)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네타지 보스의 활약이나 그의 미스터리한 사망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는 게 모디 총리 측 주장입니다. 모디는 “한 가문을 추켜세우기 위해 보스의 유산을 폄하했다”고 노골적으로 국민회의와 네루 가문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제 사르다르 사로바르 댐에 들어선 세계 최대 대형 동상의 주인공이 간디나 네루가 아니라 파텔인 이유를 아시겠지요. 결국 모디와 BJP가 벌이는 인도식 ‘역사 바로 세우기’라 하겠습니다. 모디는 이를 선거 전략으로도 적극 활용해 왔습니다. 그가 구자라트 주지사로서 2013년 파텔 동상 건립에 착수한 것은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이슈몰이 성격이 짙었습니다
 
지난 10 31일 제막식도 내년 재선을 겨냥한 캠페인의 시작으로 보입니다. 이번 대형 동상은 가슴께인 지상 157m에 전망대가 설치돼 사르다르 사로바르 댐의 위용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됩니다. 인근에 3성급 호텔과 박물관, 연구소 등도 들어섭니다. 지난 5년간 총 공사비만 4 3000만달러( 4900억원)가 들인 결과이지요. 인도 정부는 연간 250만명이 이 동상을 보러 방문할 것이라고 추산합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이렇게 잊혀진 영웅들이 재조명되는 동안 다른 쪽에선 기존 영웅들의 동상이 공격당하고 훼손되는 ‘반달리즘’이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3월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직전의 주의회 선거 이후 간디와 레닌 등 유명 정치지도자들의 동상이 최소 6개 피습당했다고 합니다.  
 
시작은 마르크스공산당의 지지세가 강했던 북동부 트리푸라 주에서 BJP 25년 만에 대승을 거두면서인데요, 승리에 들뜬 BJP 당원 일부가 중장비를 동원해 지역 내 레닌 동상을 파괴한 겁니다. 이어 달리트(불가촉천민) 인권 운동의 대부로 추앙받았던 B R 암베드카르 전 법무부장관과 인도의 ‘국부’ 간디의 동상도 시위대 공격을 받았습니다. 모두 과격 힌두민족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우파 지도자 동상이 공격받기도 했습니다
   

▲2003 46(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남쪽 110㎞ 거리에 위치한 카르발라 시민들이 미군들의 도움을 받아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하고 있다. [카르발라 로이터=뉴시스]

 

이렇듯 우상화 및 업적 과시용 동상 건립은 지배자들의 욕구에서 비롯되지만 혁명과 전쟁 시에 가장 먼저 공격 대상이 됩니다. 구 소련권 붕괴 때 마르크스·레닌 동상이 각 공산권 국가에서 줄줄이 파괴된 게 대표적이지요. 지난 2003년 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를 점령했을 때 바그다드 시민들이 미군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후세인 동상을 끌어내리는 장면도 전 세계로 방영된 바 있습니다. 중국에선 2016년 허난(河南)성 통쉬(通許)현에 높이 36m짜리 황금빛 마오쩌둥(毛澤東) 동상이 들어섰다가 비난 여론 속에 이틀 만에 철거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 파텔 동상은 오는 2021년 또 다른 인도 내 대형동상으로 인해 세계 2위로 밀려나게 됩니다. 뭄바이 시에 무려 212m 높이로 들어서게 될 동상의 주인공은 17세기 말 북인도에 힌두교도의 나라인 마라타 왕국을 세운 차트라파티 시바지(1630~1680) . 또 다른 힌두민족주의 부흥 아이콘이라 하겠지요.  3년 간 세계 최대 높이로 기록될 파텔의 동상은 과연 역사 속에 어떻게 자리매김 될까요.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동상 수출로 재미 본 북한, 유엔 제재로 울상

▲2012 4월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만수대언덕에 원래 있던 김일성 동상 옆에 김정일 동상(사진 오른쪽)이 세워졌다. 김정일 동상은 2013 2월 코트 차림에서 점퍼 차림으로 바꿨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곳곳에 김일성 동상만 4만 여개가 보급돼 있는 ‘동상의 나라’입니다. 대표적인 게 김일성 60회 생일인 1972 4월 평양 만수대언덕의 조선혁명박물관 앞에 세워진 23m짜리 전신 동상입니다. 청동으로 만들어졌지만 금불상처럼 금을 입혔습니다. 사용된 금이 37㎏에 이른다고 합니다. 김정일 사망(2011 12)  2012 4월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바로 옆에 비슷한 크기의 김정일 동상도 들어섰습니다.
 
북한은 정교하게 동상을 만드는 기술을 해외에 수출해 왔습니다. 1000여 명의 북한 내 최고 미술가가 소속된 만수대창작사(1959년 설립)가 이 ‘동상 수출’의 선봉에 있습니다. 2010년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세워진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비’는 높이 52m에 이릅니다.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소비자로 나미비아·짐바브웨·앙골라·베넹·에티오피아 등도 만수대 측에 조형물을 주문했습니다. 김씨 일가의 우상숭배 등 체제 선전물을 제작해 온 이들의 작품 성향이 아프리카 독재 정권이 원하는 바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이런 식으로 연간 수천만 달러(수백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에 따라 유엔 안보리가 2016 1130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는 동상도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시켰습니다. 2017 8월 유엔 대북제재결의 2371호는 만수대 창작사와 산하 단체인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까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동상 수출에 따른 쏠쏠한 재미를 다시 맛보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대북 제재 해제를 애타게 기다리지 않을까요.

 

◆11.13 연일 한국 정부 '디스'하는 美언론 VOA의 실체는

 A: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북한에 갈 수 있대!
B: 
교황은 방북 요청을 듣긴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교황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는데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VOA)로고. [사진 VOA 홈페이지]

 

A: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은 11월 말~12월 초쯤 하기로 했어.
B: 
북한이랑 하는 철도사업은 심각한 대북제재 위반이야! 

엇나가는 두 사람의 대화. A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고, B는 미국 언론 ‘미국의 소리(VOA)’ 보도내용입니다. VOA가 우리 정부에 태클을 걸고 ‘디스’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는 VOA는 어떤 언론일까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에서는 우리 정부와 ‘다른 소리’를 내는 미국의 소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북제재 완화’ 말하자 ‘대북제재 강화’ 기사 쏟아내는 VOA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부터 7 9일 동안 유럽 순방을 다녀왔습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에 참석해 대북제재 완화를 공론화했고, 청와대는 이런 시작이 “의미 있었다”고 평했습니다.
 
하지만 VOA의 입장은 다릅니다. VOA는 슬로바키아, 체코, 스위스, 캐나다, 스웨덴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하다는 논지의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습니다. 직접 청와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하는 각국의 입장을 내보내면서 제재 완화를 강조한 우리 정부를 비판한 겁니다. 기사를 보면 VOA는 직접 슬로바키아 외교부 대변인에게 메일을 보내 답변을 받았는데요, 아래 내용과 같습니다.
 
[
슬로바키아 외교부의 보리스 간델 대변인은 23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 정부가 협력적 태도로 북한과 관련해 구체적인 행동을 열망하며, 이 때문에 독자적 대북 제재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0 24 <슬로바키아 “한국, 제재 완화 미국과 보조 맞춰야…중재 아닌 거래가 중요”>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각국입장을 보도한 VOA. [VOA 홈페이지 캡쳐]

 

체코 외교부 대변인에게도 VOA가 직접 논평을 요청해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멘트를 받았습니다.  
 
[
체코 외교부의 미첼라 라그로노바 대변인은 지난 19, 북한의 비핵화 유인책으로 대북 제재 완화가 거론되고 있는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이 정책을 바꿀 때까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10 23 <체코 “북한 정책 변하지 않는 한 제재 체제 유지해야”>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고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갈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나라에선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죠. 하지만 이틀 뒤 VOA는 찬물을 끼얹는 듯한 보도를 했습니다. 바로 <교황청 “방북 구두초청 받았지만, 많은 말 안 해”>라는 기사를 통해섭니다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한 뒤 교황이 선물한 묵주 상자를 들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19,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여부와 문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묻는 VOA 기자의 질문에, “바티칸 교황청 측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답했습니다.] 10 20 <교황청 “방북 구두초청 받았지만, 많은 말 안 해”> 
 
물론 VOA는 교황청 대변인이 “교황과 문 대통령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사회, 교육, 보건과 남북한 사이의 대화와 화해 증진에 관해 이야기했다”는 내용도 전했지만 두 사람이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내용을 앞세워 기사를 쓴 것이죠
 
‘디스’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15일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남과 북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도로 착공식을 11월말~12월초에 열기로 합의하자 바로 사흘뒤 VOA는 윌리엄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남북 철도·도로 사업 제재 위반”>이라고 보도하며 해당 사업에 ‘태클’을 걸었습니다. 이외 <미 전문가들 “재무부 한국 은행 접촉, ‘세컨더리 보이콧’ 경고”>라는 기사를 통해 남북경협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美정부가 운영하는 VOA…“정부입장이지만, 정부목소리가 아닌 것 처럼”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VOA는 올해 유독 주목을 받았는데요, 지난 7월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고, 9월엔 4·27 판문점선언 유엔 제출본을 청와대가 오역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에 제출한 공식 영문본에는 ‘올해 종전선언에 합의했다’는 문구가 새로 포함되면서 4월 공개된 국문본·번역본과 내용이 달라졌다고 지적한 겁니다.  
 
[[
녹취: 이성윤 교수] “미국을 더 압박해서 종전 선언을 미국이 주도해서 남과 북과 같이 올해 내에 단기간 내에 종전선언을 하자, 이러한 미국에 대한 메시지와 유엔에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판문점선언’이 각기 다른 표현을 담고 있고, 다른 현실 인식을 보여주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9 12 <“유엔 제출된 판문점선언, 기존 번역과 달라”…종전선언 연내로 못박아> 
 
이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4월 외신에 배포한 번역본은 ‘비공식 번역본’이었다고 해명했죠. 최근엔 VOA가 북한에서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후 숨진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 국무부가 이 매체를 이용해 ‘진짜 속내’를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VOA는 실제 미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방송사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의 소리(VOA)' 방송국 현관. VOA1954년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자리를 옮겼다.[중앙포토]

 

VOA는 미 국무부 소속 국제협력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42년에 만든 방송으로, 나치 치하의 독일 국민을 대상으로 첫 방송을 했습니다. 이후 냉전 시절엔 주로 공산권 국가 국민을 상대로 방송했고, 지금은 한국어를 포함해 전 세계 45개 언어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매년 미 의회에서 이 매체의 예산을 책정하기도 합니다. VOA가 홈페이지에 ‘균형 잡힌 뉴스와 정보를 전한다’고 소개했지만, 매체 이름 그대로 ‘미국의 소리’를 대변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거 '미국의소리(VOA)' 한국어과 사무실 모습. [중앙포토]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VOA는 정부 산하기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기자들도 공무원 신분이나 다름없다”며 “구조적으로 정부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김 교수는 “‘한미관계가 안 좋다’고 말하면 외교적 파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제한적”이라며 “절제된 기관인 VOA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옹호함으로써 정부 입장이지만, 정부가 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 VOA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요. VOA에 직접 이를 묻는 이메일을 보냈는데요.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습니다

 
VOA 1976년 서명한 ‘VOA 선언문’에 따라 어떤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거나 홍보하지 않는다. VOA의 미션은 권위있고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으로서 봉사하는 것이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11.16  IQ 올리고 '소머즈 귀' 갖고…칩 심어 사이보그 된 그들 

“당신은 이제 사이보그가 되었습니다.

‘인체 업그레이드’ 목표…“자석부터 섹스토이까지 모든 것 이식”
전세계 “10만명”…실리콘밸리선 불멸 꿈꾸는 ‘극단적’ 바이오 해커도 등장

 

최근 브라질 출신 길례르미 제로니모(34)는 엄지와 검지 사이에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심고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제로니모의 손에 주사기 바늘을 꽂아 수 초 만에 이식을 끝낸 ‘바이오 해커(Bio Hacker)’ 패트릭 크라머로부터죠. 제로니모는 개인정보가 담긴 칩 덕에 “손만 대면 문을 열 수 있고, 명함도 따로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지는 최근 제로니모처럼 전자기기를 신체 내에 이식해 일종의 ‘인체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하는 바이오 해커가 “전 세계 1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이 “자석부터 섹스토이(toy)까지 모든 것을 이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는 ‘영원불멸’을 꿈꾸는 ‘익스트림(extreme) 바이오 해커’까지 등장했다고 하지요.

세계 곳곳에서 이제는 “주류가 된 지 오래”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알쓸신세-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 들려드립니다.  

 

▲‘바이오 해커’ 패트릭 크라머가 운영하는 ‘디지웰’에서 칩 가격은 최소 약 5만원부터 최대 약 3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식하는 데는 30달러( 3만원)가 따로 든다. [AFP=연합뉴스] 

 

내 몸이 신분증·신용카드…회사가 직원에 제안도

제로니모에게 칩을 이식해준 크라머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디지웰’이라는 칩 제조사를 운영합니다. 크라머에 따르면 비싼 칩은 최대 30만원에 이르고, 이식 비용으로는 약 3만원이 따로 붙습니다. 바이오 해킹에 열광하는 이들은 한 둘이 아니라고 하죠. 지난 1 6개월간 크라머가 이식한 칩만 2000개에 달합니다. 의뢰인은 비밀번호를 암기하지 않고도 여러 기밀문서를 열어보길 원하는 변호사부터 사고로 팔을 잃은 10, 파킨슨병을 앓는 노인까지 다양했습니다. 물론 크라머의 손에도 의료 데이터와 연락처 등이 담긴 세 개의 칩이 심겨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스리 스퀘어 마켓’ 부사장 토니 데나가 칩 이식을 받는 모습. [사진 ABC 뉴스]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 소재의 ‘스리 스퀘어 마켓’이라는 소규모 IT 회사가 언론을 장식한 이유도 바이오 해킹 때문이었습니다. 직원의 손에 바이오칩을 이식하겠다고 밝힌 것이죠. 뜻밖의 호응이 더 화제였는데, 절반 넘는 50명의 직원이 이식을 지원한 겁니다.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을 적용한 칩을 손에 심으면 스캐너에 손만 대도 출퇴근 보고가 이뤄지고 사내 식당에서의 결제, 컴퓨터 접속 등에서 보다 편리해진다는 게 사측의 주장이었습니다

 

▲패트릭 크라머가 손 안에 이식한 마이크로칩으로 어떻게 문을 여는지 시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당시 이 회사는 스웨덴의 바이오핵스란 업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웨덴은 바이오 해킹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이지요. 2015년 이래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자발적으로 칩을 심은 이들이 4000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스웨덴 국영철도회사 SJ는 온라인으로 표를 예약해 손안의 칩에 등록하면 기차표 없이도 승차확인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바이오핵스는 현재 영국 일부 로펌, 금융사 등과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수십 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도 관심을 보인다고 하지요.

 

▲스웨덴 바이오핵스의 직원이 몸속에 이식되는 생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에는 전 세계 지진의 진동을 느끼며 춤을 추는 댄서 문 리바스가 있습니다. 자신이 창작한 공연을 위해 팔에 지진 센서와 연계된 칩을 심어 일명 ‘사이보그 무용가’로 불리는데요. 지구 어느 곳에서든 진도 1도 이상의 떨림이 있으면 8~12분 간격으로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머릿속에 안테나를 심은 영국 작가 닐 하비슨도 유명세를 탄 바 있습니다. 그는 흑백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색맹을 앓고 있는데 색을 소리로 변환시켜 주는 안테나를 통해 360가지의 색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지는 이들과 함께 미국 유타주 세인트 조지에 사는 리치 리의 사연도 소개했는데요. ‘러브트론9000’ 이라는 골반에 이식할 사이보그 섹스토이를 개발하는 데 15000 달러( 1700만원)를 쏟아부은 인물입니다
 
30분간의 성관계를 위해 20분만 충전하면 됩니다. 이식은 15분 안에 끝나며,  2주 만에 ‘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리는 러브트론9000을 이렇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의 손에는 핸드폰 메시지 전송을 가능케 하는 역할의 마이크로칩 두 개가 이식돼 있죠.

 

‘불멸’ 꿈꾸는 극단적 바이오 해커도 등장

 지난해 9월 젊은 실리콘밸리 사업가가 테크 관련 웹사이트에 눈길 가는 글을 올려 주목받았는데요“나는 32, 바이오 해킹에 20만 달러( 22660만원)를 썼다. 더 차분하고 날씬하고 건강해졌으며, 외향적이 되었다”는 제목이었습니다. 전보다 똑똑해졌고, 성욕이 증가했다고도 덧붙였죠. 이 글에는 15000개의 추천이 달리는 등 많은 남성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톡박스’의 창립자 세르주 파게. [사진 가디언]

 

주인공은 화상 채팅을 지원하는 ‘톡박스’의 창립자 세르주 파게였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그를 ‘초인류’를 꿈꾸는 익스트림 바이오 해커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소개된 이들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라고 해야 할까요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한 그는 톡박스를 차리기 전 온라인 여행사를 운영하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극복하고자 자신의 호르몬을 컨트롤할 방법이 없을지를 고민했는데요. 몸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변화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싶어진 것입니다. 급기야 “가장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도 해킹할 수 있는데 왜 내 몸은 못하겠느냐”란 생각으로 자신의 몸을 해킹하는 데 수억원의 돈을 쏟아 붓게 됩니다
 
이미 완벽한 청각 기능을 향상하고자 공공장소에서 700만원 상당의 보청기를 끼고, 수면 패턴을 측정하는 목적의 스마트 반지를 왼쪽 검지에 찹니다. 복부 지방 아래에 이식된 칩을 통해 당 수치를 매일 측정하죠. 근육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 주사를 맞고 수십 개의 약을 먹는 게 일상입니다

 

▲세르주 파게가 공공장소에서 청각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삽입하는 700만원 짜리 보청기. [사진 가디언]

 

방탄커피 창시자 데이브 아스프리도 100만 달러( 112900만원)를 들여 뇌와 몸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하죠. 26세에 이미 600만 달러를 벌었지만, 그 사이 체중은 140㎏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고, 각종 질병을 얻었죠. 건강악화에 시달리던 그는 이러다 곧 죽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IT 기술, 의료진 등을 동원한 바이오 해킹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몸무게를 50㎏이나 감량했고, 아이큐를 20 이상 높였다고 하지요
 
이들의 목표는 몸과 마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해 ‘영원한 삶’을 살겠다는 겁니다. 다소 생뚱맞거나 비현실적으로 들린다면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이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가디언은 강조합니다
 
인간은 사이보그가 돼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예로 들었죠. 머스크는 인간의 뇌에 신경 그물망을 이식해 뇌 수준을 컴퓨터 이상으로 끌어올려 인공지능(AI)의 부작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고 주장합니다.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법인인 ‘뉴럴링크’도 설립했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 블룸버그]

 

구글벤처스의 빌 마리스 대표도 불멸을 믿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미래 인간이 500살까지 사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라고도 말했죠. 그가 세운 바이오 기업 ‘칼리코’에서는 노화 방지와 수명 연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데 유일한 목표는 “죽음을 해결하는 것”이라죠

 

“사실상 모든 전자기기(tech gadget)는 해킹되거나 조작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바이오 해킹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심지어 사이버 무기가 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우려는 바이오 해킹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게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지의 전망인데요.
 
컴퓨터 테크놀러지의 선두에 해커가 있었듯 바이오 해커가 여러 논란을 딛고 기술 견인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11.22 美 소득 양극화 주범은...7000조원짜리 테러전쟁’ 

▲지난 2001년 알카에다에 납치된 비행기가 미국 맨해튼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타워에 잇달아 충돌하는 모습. 이른바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중앙포토]

 
'6
조 달러'. 미국이 지난 2001 9·11 사건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들인 비용입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6800조 원, 한국 1년 국방 예산(43조 원)의 무려 158배에 달하는 금액이지요. 이는 지난 14(현지시간) 미국 브라운대 왓슨 국제 및 공공문제연구소(이하 왓슨연구소)가 밝힌 것입니다.
 
그런데 왓슨연구소의 추산치는 앞서 지난 3월 미국 국방부가 집계한 금액(15000억 달러) 4배 가량에 이릅니다. 두 기관의 금액 차이가 큰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번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복잡한 계산법을 살펴보는 한편천문학적 규모의 ‘전쟁 부채’에 시달리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현실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브라운대 왓슨연구소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집계한 ‘15000억 달러’는 순전히 전시(戰時) 비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부분 테러 대응 성격의 해외비상작전(OCO) 명목입니다.
 
구성 항목은 전시 기금·유류비 등 다양한데요. 북미대륙에 대한 테러 방지 목적의 ‘고귀한 독수리 작전(Operation Noble Eagle)’과 같은 대외 작전 비용 역시 포함됩니다.
 
대조적으로 왓슨연구소가 추산한 비용은 해외비상작전(2조원) 뿐 아니라, 작전 비용에 대한 부채 이자, 퇴역 군인의 치료비까지 합산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테러와의 전쟁’에 드는 사후(事後) 비용까지 포함시킨 것이지요
 

▲시리아 남서부 국경지역에서 IS 연계조직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 전쟁에 드는 비용은 앞으로도 오를까요? 왓슨연구소의 답은 ‘그렇다’입니다. “미국 정부가 대외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한” 말이지요. 실제로 왓슨연구소는 “오는 2023년까지 비용이 6.7조 달러에 치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향후 전쟁 비용에 영향을 끼칠 변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증세 여부’와 ‘전시 기간(duration)’이지요. 왓슨연구소는 “미 정부는 전쟁 비용을 대고자 증세하거나, 부채를 질 수도 있다. 만약 부채를 질 경우 이자 비용까지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전시 기간이 지연된다면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불어나는 전시 비용이 고스란히 미국민의 몫’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200(19~21세기) 간 미국 정부가 치른 전쟁 비용을 표현한 다음 그래픽을 살펴볼까요

 

▲지난 200년 간 미국 정부의 전쟁 자금 구성 추이. 초기엔 차입 비용으로 댔지만, 테러와의 전쟁부턴 외채에 의존하고 있다. [브라운대 왓슨국제및공공연구소]

 

1812년 미국 정부는 영국과 전쟁 비용을 ‘국채 발행’과 ‘증세’로 충당했습니다. 미·멕시코 전쟁(1846~48), 남북전쟁(1861~1865)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전쟁 비용을 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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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부턴 증세 비중을 조금씩 높였는데요. 특히 한국전쟁(1950~53) 땐 비용 전체를 세수로 충당했습니다.
 
왓슨연구소에 따르면 세 번의 전쟁(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치렀을 당시 미국 정부는 전쟁 채권(war bond)을 발행하고, 직접 과세(direct taxation)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득 계층별로 누진적으로 세율을 증가시키는 ‘누진적 과세’까지 도입했지요
 
왓슨연구소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소득 하위층의) 실질임금을 감소시킴으로써 소득 불평등을 조장하는 효과가 있는데, (당시 미 정부의) 직접 과세 및 전쟁 채권 발행 정책은 이런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는 등 계층 간 소득 재분배에 일부 성공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쟁 때문에 당시 미국민들이 적지않은 세금 부담을 지긴 했지만 이중 저소득층이 부담해야 할 몫(세금)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얘기입니다. 바로 누진세율 덕분이지요

 

▲1991년 걸프전쟁.

 

그런데 ‘테러와의 전쟁’부터는 전쟁 비용 조달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홀로 전시 비용을 부담한 것이지요.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을 강행한 미국에 동조한 국가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 정부가 30여 국의 참전국과 비용을 나누는 식으로 전쟁 비용 부담을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전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했습니다. 이에 부시 행정부는 ‘외채’에 눈을 돌렸지요. 왓슨연구소는 “부시 대통령은 외채 차입에 더해 감세 정책까지 펼쳤다”며 “미국 가계가 부담해야 할 ‘전쟁 부채’는 늘어나는 한편, (감세 혜택을 입은) 상위 1%의 임금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다음 그래픽에서 생생히 나타납니다

 

▲지난 한 세기에 걸친 미국 상위 1%의 소득 비중 추이. 베트남전을 기점으로 소득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브라운대 왓슨연구소]

 

위 그래픽을 살펴보면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당시 미국 상위 1%의 임금 비중은 전체 가구의 7~8%에 달할 만큼 낮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전(60~75)을 기점으로 이들의 임금 비중이 높아지면서 미국 임금 격차가 벌어졌지요. 당시 36대 대통령인 린든 존슨(63~69)이 감세 정책을 펼친데 따른 것입니다.
 
왓슨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세수가 덜 걷히면 가계의 세 부담은 줄겠지만, 소득 재분배 효과는 적게 발생합니다. 특히 증세를 할 때에 비해 소득 상위층에서 하위층으로의 부()의 이전 효과가 덜 생긴다는 분석입니다
 
인플레이션 역시 문제입니다왓슨연구소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크게 낮췄다. 반면 상위 1%의 소득 비중이 20%까지 불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재산 비중이 높아지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임금 격차 역시 덩달아 벌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8월 국방 수권 법안에 서명한 뒤 군인들 앞에서 들어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말 세제개혁(감세) 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최근엔 중산층 감세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 국가(IS)를 비롯한 테러 조직을 겨냥한 대외 전투 작전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요.
 
물론 왓슨연구소의 주장을 근거로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미국인의 임금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는 2020년 다가올 대선에서 평가받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11.30 열대어 성형, 1 6천만원 버섯…'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삶 

“자 여러분, 빨리 비행기에 타세요. 곧 남국의 섬으로 출발합니다!

 결혼식을 앞둔 신부는 친구들을 전용기에 태우고 가족 소유의 리조트가 있는 인도네시아의 섬으로 떠납니다.

 

‘브라이덜 샤워’를 하려는 거죠. 신랑의 친구들은 공해에 떠 있는 유조선을 통째로 빌려 ‘총각 파티’를 엽니다. 폭죽 대신 바주카포를 쏘아올리면서요. 제목 그대로 ‘미친 부자들’의 이야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싱가포르 출신 미국 작가 케빈 콴 원작에, 100% 아시아계 배우들만 출연하는 할리우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지난 여름 미국에서 개봉 후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킨 화제작입니다. 총제작비로 3000만 달러를 썼는데, 이미 전 세계서 2 30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대성공을 기록했죠
 
영화가 흥행하면서 작품 속에 그려진 아시아 부자들의 실제 삶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가디언, 파니낸셜타임스(FT) 등 유럽 언론들은 ‘세계의 부가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는 주제의 기획 기사를 내놓는가 하면 일본 아사히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중국계 부자들의 생활상을 직접 취재해 “영화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들의 실제 삶보다 덜 화려하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부자가 아니야. 돌아버릴 정도의 부자라고!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사실 뻔하기 그지없는 신데렐라 스토리입니다. 미국 뉴욕에서 교수로 일하는 여주인공 레이첼 추(콘스탄스 우)가 남자 친구 닉 영(헨리 골딩)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향하는데 알고 보니 남친의 가문은 어마어마한 부자였다, 는 내용이죠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한 장면. 호화로운 이 결혼식에는 450억원이 든 것으로 그려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의 재미는 퇴근 길에 보석 가게에 들러 120만 달러( 13억 원)짜리 귀걸이를 사고, 결혼식에 4000만 달러( 451억 원)를 쓰는 싱가포르 초상류층의 삶을 엿보는 데 있습니다“영화에는 우리의 생활이 그대로 묘사돼 있어요. , 현실이 조금 더 화려하겠네요. 17세에 자신의 회사를 차려 현재는 미국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 상류층 출신 케인 림(29)은 영화를 보고 이런 감상을 밝혔네요
 
그는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백화점이 보낸 전용기를 타고, 이틀 간 쇼핑 투어를 했다고 말합니다. 싱가포르 부자들 20여 명이 함께 했는데, 이 쇼핑에서 그가 쓴 돈은 수십억원 대라고 합니다. 주말이면 전세기를 타고 세계 곳곳의 카지노 순례를 다니는 게 일과이고, 연인과의 이벤트를 위해 대형 여객기의 모든 좌석을 구입한 친구도 있었다고 하네요.  
 

“어릴 때는 유럽에 가면 중국인이라고 업신여김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떤 호화로운 장소에 가도 중국어를 하는 직원이 반드시 있죠.

 

열대어 처진 눈 올리는 성형수술 인기 

▲싱가포르 부유층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희귀 열대어 아로와나. [사진 위키피디아]

 

싱가포르 부유층들에게 인기 있는 애완동물은 아로와나(arowana)라는 희귀종 물고기입니다. 열대어 판매를 하는 유진 운씨는 (싱가포르에는) 돈을 어디에 써야 할 지 몰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웃습니다. 주말이면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고급 차가 늘어서는 그의 가게에서는 아로와나 성형수술을 합니다. 또렷한 눈매을 위해 눈꺼풀을 잘라 내고, 꼬리와 지느러미를 아름답게 정돈하고, 전체적인 비늘의 톤을 밝게 만드는 수술 등 다양합니다
 
아로와나는  1 3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았다고 알려진 고대어의 일종인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아로와나는 행운과 부의 상징으로, 색깔과 종류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억원대까지 거래된다고 합니다. 펜트하우스에서 30마리의 아로와나를 키운다는 한 50대 사업가는 “아로와나를 돌보는 데 수억원을 들였다”고 말합니다
 
싱가포르의 유명 사교계 인사 제이미 추아(44)는 자신이 경험한 부유층의 생활을 소개하는 리얼리티 쇼를 제작 중인데요. 20만 싱가포르 달러( 1 6000만원)짜리 송로 버섯으로 만든 요리를 먹고, 교통체증을 피하려 헬기로만 이동하며, 파티에서 현금을 뿌리며 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라고 하네요

 

 

▲싱가포르의 상류층 생활을 전시하는 제이미 추아의 인스타그램.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추아는 보통 가정 출신이지만, 전 남편과 함께 시작한 사업이 성공하며 사교계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보석과 자동차, 명품 옷과 가방을 과시하는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88만 명에 달한다네요. 그는 “싱가포르 초상류층의 세계는 아주 배타적이라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며“하지만 요즘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아편 전매권으로 돈 벌어 전세계 부동산에 투자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들은 어떻게 이런 엄청난 부를 쌓았을까요. 현재 5000만 명의 화교가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데 이들 중 70%는 동남아시아에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17~20세기 중국 남부에서 바다를 건넌 ‘쿨리(苦力·육체노동자)’의 후손들이라고 하죠
 
이들 중 일부는 영국 식민지 시절 획득한 아편 전매권으로 돈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번 돈으로 동남아시아는 물론, 영국과 호주의 부동산을 사들였죠. 자산 119억 달러( 13 4000억 원) 2017년 싱가포르 최고 부자로 꼽힌 부동산 개발업체 ‘파 이스트 오거나이제이션’의 경영주 로버트&필립 응(Ng) 형제 역시 중국서 온 아버지로부터 막대한 부동산을 물려받은 케이스죠.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한 장면.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크레딧스위스의 ‘글로벌 자산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 2017’에 따르면 싱가포르에는 15 2000명의 백만장자가 살고 있으며, 이는 560만 인구의 2.7%에 달합니다. 하지만 진짜 엄청난 부자들은 자산가 랭킹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비밀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케빈 콴(45) 역시 증조 할아버지가 싱가포르 은행 설립자에, 삼촌이 ‘호랑이 연고’로 불리는 ‘타이거 밤’의 개발자인 초부유층 자제인데요. 그는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의 진짜 부자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돈을 쓰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주변 이야기를 썼을 뿐인데 편집자에게 ‘사람들이 거짓말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 너무 사치스런 묘사는 자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원작 소설을 쓴 케빈 콴. 그 역시 싱가포르 부유충 출신이다. [EPA=연합뉴스]

 

뿌리까지 연결된 아시아의 부자들 

 이들이 은밀한 삶을 추구하게 건 냉전의 영향입니다. 공산 세력이 강했던 동남아시아에서 부유층들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생존법이었습니다. 싱가포르 부자들의 경우 일제 점령기 기부를 강요당해 울며 겨자먹기로 상당한 재산을 내놓아야 했죠. 하지만 요즘엔 부를 과시하는 데 경계심을 갖지 않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영향을 줬죠,
 
1997
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자본친화적인 정책을 폅니다. 2004년 리센룽 총리는 싱가포르를 ‘메트로폴리탄을 위한 도시’로 만들겠다며 카지노를 갖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등을 짓기 시작하죠. 자본소득세·부동산세도 없어졌습니다에두아루도 세이버린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등 세계적인 부자들이 싱가포르로 이주한 이유죠.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연합뉴스]

 

이렇게 ‘부자들을 위한 나라’에서 더 이상 부는 감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뽐내야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특히 중국 경제 개방 이후 등장한 중국 신흥부유층들과의 교류도 ‘부 과시’ 경향을 강화합니다
 
싱가포르·홍콩·대만·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의 중국계 재벌들은 오랜 세월 혼맥(婚脈) 등으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고, 상부상조하며 부를 늘려가고 있습니다중국 후룬(胡潤)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화권 지역 자산 1억 위안( 1631500만원) 이상의 자산가는 13만 명에 육박해 1년 사이에 9.9%나 늘어났죠. FT가 “세계의 슈퍼 리치는 동양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화 속 ‘재벌 남친’의 가족들도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죠. 서민 집안 출신 여주인공 추 역시 당연히 동남아 중국계 재벌의 자제일 거라 추측한 한 사촌이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말레이시안 패키징 그룹의 추인가요? 아니면 타이완 전기 집안의 추? 아니면 중국 라면회사의 추에요?
  
 

정작 싱가포르인에겐 불편한 영화 

▲일부러 넘어지는 듯한 상황을 연출해 부를 과시하는 놀이인 ‘폴링 스타 챌린지(falling stars challenge)’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속의 싱가포르는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지난 6월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싱가포르의 매력을 전세계에 알렸다’고 평가 받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정작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들은 이 영화를 반기지 않는다니 왜일까요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부국이지만,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합니다. 2014년 기준으로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이 3 1000싱가포르달러( 2500만 원)인 데 비해 하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1700 싱가포르 달러( 140만 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난데없는 ‘부유층 돈자랑 영화’가 반가울 리 없죠야당은 “빈부 격차의 문제가 국가의 단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연일 정부를 비판하고 있고, 리센룽 총리도 국회에서 “축복 받은 사람들이 부와 권력을 자랑하는 것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싱가포르의 명소인 리조트월드 센토사 전경.[EPA=연합뉴스]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에 도전한 이 영화에서 정작 싱가포르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인도계와 말레이계를

전혀 등장시키지 않은 것도 비판의 이유가 됐습니다싱가포르 항공은 영화 촬영에 협조하는 것을 거부했고, 정부계 신문 스트레이트 타임즈도 “격차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불편한 영화였다”는 기사를 실었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흥행에 힘입어 벌써 속편 제작이 결정됐는데요. 2편에선 전통적 부자가 아닌 중국 신흥 부자들의 생활상을 그릴 예정이라고 하네요. 30일 중국에서 어렵사리 개봉하는 이 영화가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12.04 캐러밴 80% 온두라스인···그 배후엔 가짜뉴스 있었다

“국경 난민 문제에 적극 협조하겠다. 대신 200억 달러( 22조원)를 지원해 달라. 

지난 1(현지시간) 출범한 새 멕시코 정부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요청한 ‘딜’입니다. 사회운동가 출신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2일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신임 외교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했습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서 위와 같은 제안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국경 골칫거리를 해결해줄테니 ‘돈 좀 줍쇼’입니다.  
 
알려진대로 요즘 미국은 멕시코 국경의 캐러밴(Caravan·중미이민행렬)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불법으로 국경진입을 시도하던 이들에게 국경수비대가 최루탄을 쏴서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지요. 트럼프 대통령이 암로 대통령에게 이들을 멕시코 쪽 국경에 묶어놓도록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가 되레 트럼프 정부에 ‘이민 흥정’을 제안한 격이지요.
 
사실 미국 땅을 향한 캐러밴 행렬은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그런데 올해 유난히 세계 언론의 관심도 뜨겁고 미국과 관련국들 간의 외교 설전도 치열합니다. 트럼프 이민정책의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된 캐러밴은 누구이며, 이들은 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알쓸신세]가 온두라스로부터 미국까지 4300㎞ 대장정의 뒷얘기를 들려드립니다

드라마 '나르코스'처럼…강도·살인 무법천지

▲어린아이를 한 팔로 안고 과테말라와 멕시코 국경 사이 강을 건너는 캐러밴 이민자. [로이터-연합뉴스]

 

혹시 드라마 ‘나르코스’를 아시나요. 2015년 넷플릭스가 방영을 시작한 ‘나르코스’는 콜롬비아 출신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그를 쫓는 미국 사법당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마약 카르텔의 치열한 패권 다툼과 이를 막으려는 미 마약단속국의 추격을 실감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지요. 게다가 지난해 9월엔 로케이션 매니저가 멕시코 현장답사를 갔다가 총탄에 맞아 숨진 채 발견돼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을 실감케 했습니다.

 

실제로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삶은 혼돈과 파국 그 자체입니다얼마 전 미주개발은행(IDB) 발표에 따르면 이 일대에서 발생하는 강도 사건이 인구 10만명당 321.7건으로, 세계 평균의 3배를 웃돈다고 합니다. 최근 20년 간 살인 사건은 250만건입니다. 세계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이지만 세계 전체 살인 사건의 39%가 이 일대에서 벌어진다는군요.
 
때문에 역내 41개 도시가 세계 50대 우범 도시에 포함돼 있는 형편입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와 멕시코의 아카풀코,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 온두라스의 산 페드로 술라는 인구 10만명당 80건이 넘는 살인 사건이 발생해 세계 평균을 무려 10~20배나 뛰어넘습니다. 범죄에 당하지 않으려 차라리 범죄조직원이 되는 기로에 설 정도랍니다.
 
이런 혼란을 피해 사람들은 미국으로 향합니다. 온두라스 제2의 도시인 산 페드로 술라를 기준으로 미국과 접경하는 멕시코 티후아나까지 거리는 4300㎞가 넘습니다. 산과 강과 계곡을 통과하는 이민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입니다. 이들은 강도·강간·살인·인신매매 등에 종종 희생됐고 최대한 이를 막을 방편으로 무리를 지어 이동합니다. (여러 명의 상인들이 집단을 이루어 사막지대를 이동하는 것을 뜻하는 ‘캐러밴’이라는 말이 이들 이민 행렬에 붙게 된 이유지요.) 
 
간신히 미국 국경에 도착한다 해도 하루 100명 정도로 이민 심사를 제한하다보니 수개월~수년씩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걸 불법으로 통과하려다 최루탄 세례를 맞은 온두라스 모녀의 딱한 사정이, 로이터통신 한국인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돼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25(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소속 한국인 김경훈 사진기자가 촬영해 전 세계 미디어와 네티즌들에게 캐러밴(중미 이민행렬)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게 된 사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접경을 이루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미국 쪽으로 국경 진입을 시도하던 온두라스 출신 이주민 모녀가 국경수비대가 발사한 최루탄을 피해 뛰어가는 장면이다.[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원래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골칫거리는 멕시칸, 즉 멕시코인들이었습니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은 미국의 4개 주와 멕시코의 6개 주에 접하는데 전체 길이가 3141km나 됩니다. 불법 입국자도 허다합니다. 2000년에는 합법·불법 이민자가 160만명에 이르렀는데 이중 90%가 멕시칸들이었습니다.   

 

80년대 친미 vs 공산 내전 이후 이민행렬 늘어

미 정부의 강력 억제책과 멕시코 정부의 범죄조직 소탕 작전 등에 힘입어 이민자들은 꾸준히 줄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강력한 반이민정책을 편 것도 주효했습니다. 2017 9월 기준으로 연 이민자는 311000명 가량에 그쳤습니다. 이 중 멕시칸은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는 어디서 왔을까요. 온두라스·과테말라·엘살바도르 등입니다. 2010년 이후 이들 기타 나라의 증가세가 확연합니다. 특히 온두라스인이 10명 중 8명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합니다.  
 
왜 온두라스일까요. 원래 온두라스·과테말라·엘살바도르 등지에선 정치 불안과 빈곤을 피해 미국으로 향하는 행렬이 줄곧 이어져 왔습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중남미의 친미 정권과 그에 대항하는 공산 반군들이 내전을 벌이면서 미국의 개입이 깊숙해진 탓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온두라스와 이웃한 니카라과에 산디니스타 혁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온두라스는 중남미 좌파벨트를 저지할 미군의 기지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일대가 혼란한 틈을 타 마약 산업이 번창했고 온두라스를 탈출하는 행렬은 계속 늘었습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런 캐러밴은 기껏해야 한번에 수백명 규모를 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티후아나에 도착한 캐러밴은 역대급 규모인 4000~5000명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온두라스에서 온 이민자들입니다. 온두라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배후 인물로 지목되는 이가 온두라스 좌파정당인 자유재건당(Libre·리브레) 소속 바르톨로 푸엔테스 전 국회의원입니다. 푸엔테스는 원래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의 언론인으로 1999년부터 이민자들을 조직해왔다고 합니다. 지난 4월에도 수백명의 캐러밴을 멕시코 국경까지 올려보내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이민자 지원" 소문나자 수천명으로 불어나  

그런데 지난 10 4일 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민자 행진'이라는 행사를 제안한 게 온두라스 친정부 매체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HCH라는 이 뉴스채널은 산 페드로 술라의 버스터미널에 모인 이민자를 인터뷰했고 아무 근거 없이 “이들이 푸엔테스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움직인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의도는 푸엔테스를 음해하려는 것이었는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이 보도는 이민희망자들을 자극했습니다. 200명이 채 안되게 출발한 행렬은 과테말라 국경을 넘을 때 2000명으로 불었고 한때 7000명까지 치솟았습니다. 멕시코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흩어지거나 일부는 돌아가면서 티후아나까진 5000명이 채 안되게 도착한 걸로 추정됩니다.
 
푸엔테스는 이들 캐러밴과 함께 이동하다 과테말라에서 체포됐습니다. 그는 “캐러밴이 눈사태처럼 불어날 거라고 누가 예견했겠느냐”며 “정부는 이민 행렬의 규모를 애써 눈감아 왔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람들이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한다는 게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캐러밴 사태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는 온두라스 자유재건당(Libre·리브레) 소속 바르톨로 푸엔테스 전 국회의원. 이민자들과 이동하면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 페이스북]

 

그러나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은 푸엔테스가 반정부 소요 목적으로 캐러밴을 조직한 거라고 비난합니다. 또 푸엔테스의 배후에 2009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호세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합니다. 이는 쿠데타 이후 온두라스 경제가 악화돼온 책임을 야당 측에 돌리려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온두라스는 현재 국민의 3분의 2 가량이 빈곤선 이하에 살고 있을 정도로 경제가 파탄 상태입니다. 최저임금이 월 370달러( 41만원)에 불과한데 그 와중에 노동인구 절반은 불법·음성지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만연한 마약 범죄조직과 갱단 때문에 범죄율이 높고 특히 올해는 기근으로 인해 식량난까지 겹쳤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석연치 않은 투·개표를 통해 재집권하면서 정치 갈등도 악화 일로입니다. 푸엔테스 등 야권은 캐러밴 사태를 온두라스 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습니다

 

트럼프 "원조 삭감" 위협이 통하지 않는 이유  

온두라스 정치권만 캐러밴을 ‘정치 이슈’로 활용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역시 캐러밴을 “침략자”라고 표현하면서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러밴 사태의 책임을 이들의 본국, 즉 온두라스·과테말라·엘살바도르에 돌리면서 이들 나라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원조를 끊겠다고 위협합니다. 미국의 중미 원조액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다소 줄어 연 6억 달러 규모인데, 이들의 재정에 절대적 동앗줄이나 다름 없습니다. 때문에 원조 삭감은 큰 타격이 됩니다. 

 

▲갱단 등의 표적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해 수천 수백명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캐러밴. [AFP=연합뉴스]

 
하지만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무턱대고 줄였다가 이들 정부가 마약단속에 삐딱하게 나오면 트럼프 정부로선 더 큰 골칫거리가 되니까요. 나아가 이들 국가들은 미국 원조가 끊기면 중국에 대신 손 벌릴 가능성이 큽니다. 벌써 엘살바도르는 중국 눈치를 봐서 대만과 단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암로'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멕시코의 새 대통령이 세게 '베팅'한 거지요. 암로는 일단 티후아나 국경에서 캐러밴을 후퇴시켜 좀더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난민 수용소를 설치하는 식으로 트럼프의 환심을 사고 있습니다. 일부 캐러밴을 본국에 돌려보내는 작업도 시작했고요
 
수천㎞ 이국 땅에 흘러들어온 캐러밴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지, 온두라스의 혼란은 어떻게 치유될지 세계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12.09  300년 앙숙 스페인·영국…이번에는 '추로스 전쟁'

영국과 스페인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양국은 오랜 시간 ‘스페인 속 작은 영국’으로 불리는 지브롤터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지요. 인구 3만명가량의 작은 항구 도시 지브롤터는 스페인 최남단에 붙어있지만 영국 영토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영국으로 바뀐 지 300여년이 흘렀는데 스페인은 여전히 ‘내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지요.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계기로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가 지브롤터 문제는 향후 두 나라가 직접 협의키로 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신개념 추로스 등장?SNS서 “문화도용” “기괴한 것” 비난

나라 간 자존심 건 원조 경쟁에 프렌치프라이·파블로바·후머스 ‘수난’

▲영국 모리슨스가 판매할 예정인 치즈 추로스. [사진 모리슨스]

 

그런데 또다시 스페인이 영국에 단단히 뿔이 났다고 합니다. 바로 ‘치즈 추로스(churros)’ 때문인데요. 영국 가디언은 “이것은 전쟁을 의미한다. 치즈 추로스가 영국과 스페인의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고, CNN 역시 “영국과 스페인의 관계가 최악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썼습니다.
 
대체 어떤 사연인 걸까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알쓸신세]가 스페인의 속사정과 나라 간 음식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으깬 감자로 만든 영국식 추로스…“모독이다”

어디서부터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 스페인 사람들은 추로스를 디저트로 먹지 않는다. 시큼하지도 않다. ‘완전한 모독’이다. 
 
한 스페인 출신 여성 번역가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분노가 전해지나요? 첨부한 사진에는 먹음직스러운 추로스가 놓여 있는데요. 영국 4대 수퍼마켓 체인인 모리슨스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선보인 3.5파운드( 5000)짜리 치즈 추로스입니다
 
주문을 받아 20일부터 팔 예정인데 스페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벌써 수난을 겪고 있지요.  

 

▲크리스마스를 맞아 새롭게 출시된 치즈 추로스가 영국 모리슨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사진 모리슨스]

 

스페인 출신 매튜 베넷은 트위터에 “모리슨스는 이 ‘기괴한(monstruosidad)’ 걸 추로스라 부른다”고 혹평했고, “지브롤터를 지키되 제발 이것은 하지 말아달라”라고 쓴 이도 있습니다“문화도용이다”“피시앤칩스(영국 전통음식)에 메이플 시럽과 숙주를 얹어 반격을 가할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지요. 
 
반감을 드러내는 밈(meme·인터넷상 재미있는 이미지)은 물론이고, 영국과의 전쟁을 선언하는 이미지도 등장했습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영국 모리슨스가 판매할 치즈 추로스에 반발하며 올린 게시물. [사진 트위터 캡처]

 

현지 매체인 더 로칼의 피오나 고반은 “모리슨스는 감히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를 고안했다. 나는 이것이 스페인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썼지요.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일부 영국인들조차 치즈 추로스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한 사용자가 트위터에 밈을 올려 치즈 추로스에 반감을 드러냈다. [사진 트위터 캡처]

 

 밀가루와 소금, , 버터로 만든 반죽을 기계로 길쭉하게 짜낸 뒤 기름에 튀긴 ‘추로’는 스페인의 전통요리로 추로 여러 개를 뜻하는 게 바로 추로스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아침에 식사 대용으로 또는 낮 동안 간식으로 먹습니다. 해장할 때도 추로스를 찾을 정도이지요. 초콜릿에 찍거나 걸쭉한 초콜릿 음료와 함께 먹기 때문에 단맛이 강합니다.
 
모리슨스가 내놓은 추로스는 반죽이 아닌 매쉬 포테이토(으깬 감자)로 만드는데다 안에 치즈가 가득하고 이를 또 토마토소스, 고추 살사(소스)와 곁들여 먹는 게 특징입니다. “우리의 치즈 추로스는 스페인 레시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면서도 “대신 짭짤한 버전을 원했던 것뿐”이라는 게 모리슨스 측의 주장인데요“우리 고객들은 대중적인 고전(음식)을 변형했을 때 감동한다”라고도 설명합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영국과 해묵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스페인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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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추로스는 초콜릿과 함께 먹는다. [AP=연합뉴스]

 

앞서 영국의 셀럽 요리사인 제이미 올리버는 또 다른 스페인의 대표 먹거리인 빠에야(paella) 속에 초리조(스페인 소시지)를 넣었다가 맹비난을 받았습니다. “제이미 올리버가 양국을 거의 전쟁의 위기에 처하게 했다”는 반응까지 나왔지요.   

 

▲영국 셀럽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스페인 대표 요리 파에야에 변형을 시도했다 비난을 받았다. [사진 가디언 캡처]

 

후머스’ 전쟁…원조 싸움하다 기네스 기록 경쟁으로 

새로운 전쟁이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깨뜨렸다. 이번엔 총과 영토라기보다 병아리콩과 파바콩(누에콩)에 관한 것이다.
 
실제 전쟁을 벌였던 두 나라가 중동 음식의 대표선수인 후머스(hummus)를 두고 충돌한 걸 두고 2008년 가디언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후머스는 이집트콩인 병아리콩을 으깬 뒤 레몬주스와 소금, 참기름으로 조미하는 것으로 빵에 묻혀 먹는 음식입니다. 소스와 같지요. 이들 지역서 매일 식탁에 오르다시피 하는 우리네 김치 같은 존재랄까요.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후머스(hummus)의 기원을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사진 위키피디아]

 

후머스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두고 양국은 팽팽히 맞섭니다. 2008년 레바논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국제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후머스를 마치 자국의 전통음식인 양 마케팅한다”며 EU 법원에 판단을 요구한 것이지요. 레바논 관광 장관이던 파디 압부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요리를 ‘훔치고 있다’”며 “수백만 달러를 손해 보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레바논은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전투를 선언합니다. 2009 10월 ‘대형 후머스 만들기’ 행사를 연 건데요. 세계 최대 크기의 후머스를 만들면 소유권을 널리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나 봅니다. 당시 2000㎏ 넘는 거대한 후머스가 탄생했고 이전 이스라엘이 세운 기네스 기록이 깨졌지요. 
 
이스라엘이 가만있을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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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월 뒤 방송국에서 빌린 대형 위성방송 수신 접시 위에 4000㎏ 넘는 후머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요. 그로부터 넉 달 뒤 레바논이 반격에 나서 또다시 신기록을 세웁니다. 요리사 300여명을 투입해 무려 1450㎏의 후머스를 만든 건데요. 이후 이스라엘의 대응은 없었고 레바논은 기록을 보존해왔습니다.  

 

▲레바논이 2010 1450 ㎏ 에 달하는 후머스를 만들어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사진 CNN]

 
미련을 못버린 이스라엘은 관광지에서 전 세계인을 상대로 후머스를 ‘이스라엘의 국가 간식’이라 쓴 엽서를 팔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영국 BBC “많은 사람에게 후머스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질문은 애국심과 정체성의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후머스의 기원은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가디언은 “한 전설에 따르면 후머스는 12세기에 이집트와 시리아를 통치하던 술탄, 살라딘에 의해 처음 나왔다”고 하는데요. 중세 아랍 음식 전문가인 찰스 페리는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쿠스가 후머스의 기원일 가능성이 크고, 중세 시대 풍부한 레몬 공급지였던 베이루트(레바논의 수도)가 두 번째로 유력한 원산지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전통 디저트 ‘파블로바’도 시끌…프렌치 프라이? 벨지언 프라이?

▲뉴질랜드와 호주의 국민 디저트 ‘파블로바’. [사진 CNN]

 

오지(호주인)’와 ‘키위(뉴질랜드인)’간 분쟁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만큼 가깝고도 먼 두 나라는 머랭(계란 흰자와 설탕을 저어 만든 거품)을 기초로 한 ‘국민 디저트’ 파블로바(pavlova)의 원조가 어디인지를 두고 30년 넘게 논쟁을 벌여왔지요
 
2008
년 존 키 뉴질랜드 총리가 집권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호주의 주장을 “완전히 우스운 것”이라고 깎아내리며 동맹국들에 파블로바의 기원을 뉴질랜드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호주에선 1935년 호텔 주방장 버트 사치스가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호주 방문을 기념해 파블로바를 개발했다고 믿는데요호주 국립사전에도 파블로바는 ‘가장 유명한 호주 디저트’로 소개돼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나름의 논리로 반박합니다. 오타고대학의 헬렌 리치는 수 백개의 파블로바 레시피가 담긴 책들을 분석한 결과 호주에서 파블로바가 등장하기 이전 이미 뉴질랜드 서적에서 요리법이 나와 있었다고 주장하지요

 

▲러시아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가 뉴질랜드를 찾았을 당시의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

 

2010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1927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파블로바 레시피가 기록되었다고 밝힌 데 따라 논쟁은 마무리되는 것 같았는데요. 2015년 뉴질랜드의 예술역사가와 호주의 프로덕션 회사 사장이 2년 가까이 수만 권의 요리책과 뉴스를 샅샅이 뒤진 결과 파블로바의 발상지는 의외로 미국과 영국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새 국면을 맞습니다. 1901~1926년에 파블로바 같은 머랭 케이크는 150가지가 넘었고, 대부분의 요리법은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지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프렌치프라이를 두고도 설전이 끊이지 않습니다. 벨기에는 원조를 주장하며 벨지언 프라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리려 했는데요.  

 

▲벨기에에서 파는 프렌치프라이. [EPA=연합뉴스]

 

20세기 초 벨기에 왈로니아 지역서 물고기를 잡아 튀겨 먹던 어부들이 날이 추워 낚시를 하기 어려워지자 튀긴 감자를 먹었고, 미군이 이를 접한 뒤 불어를 쓰는 왈로니아를 프랑스로 착각해 프렌치프라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습니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프랑스에서 팔던 감자튀김을 먹은 뒤 프랑스 요리로 소개했다는 얘기도 있지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자국 요리라 주장하는 ‘이상‘(또는 ‘유셍‘). [사진 홍콩 SCMP]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이상(yee sang)’ 또는 ‘유셍 (yusheng)’이라 불리는 전통음식에 자존심을 걸고 있습니다. 큰 쟁반 같은 접시에 생선(주로 연어)과 야채들을 놓고 소스와 먹는 일종의 샐러드인데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어 춘절 때 먹는 대표 음식이지요. 물론 싱가포르가 한때 말레이시아에 속했다가 1965년 독립한 만큼 원조 논쟁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는 김치 대첩이 있었지요. 1996년 일본은 국제식품규격 표준으로 ‘기무치(kimuchi)’를 등록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결국 한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13년 유네스코에서는 우리 김장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올렸지요.
 
CNN
은 “모든 시대, 모든 대륙에서 나라들은 전통음식의 기원을 두고 싸웠다. 외교적 불화로까지 번졌고, 위협이 있었다. 정치적 동맹이 깨지기도 했다”고 전합니다. 음식은 문화와 역사를 품고 있지요. 많은 나라가 음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입니다. 나라 간 종교전쟁 못잖게 음식전쟁이 치열한 이유일 겁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12 11  마약 대신 토마토에 손···'동네양아치' 다 된 마피아

▲지난달 26일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직접 굴삭기에 타서 마피아 주택 철거에 참여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굴삭기에 올라타 한 주택을 부쉈습니다. 로마 남동부에 위치한 이 집은 마피아 조직 ‘카사모니카’(Casamonica)가 불법으로 지은 건물입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상징적 의미로 살비니 부총리가 직접 이 집을 부순 거지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자국 최대 마피아 ‘은드랑게타’(Ndrangheta) 조직원 90여명을 체포했고, 시칠리아에 기반을 둔 ‘코사 노스트라’(Cosa Nostra) 우두머리 세티모 미네오와 조직원 45명도 잡았습니다

 

▲지난 4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코사 노스트라(Cosa Nostra) 우두머리 세티모 미네오(80)가 경찰에 붙잡혔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는 ‘마피아의 본고장’으로 익히 알려졌는데요. 은드랑게타의 한 해 수입만 약 600억 달러(676000억원)로 크로아티아나 불가리아의 국내총생산(GDP)에 맞먹습니다. 통상 마피아들은 세계적으로 마약 카르텔을 만들고 고리대금업으로 막대한 부를 불린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요즘 마피아들은 농사, 쓰레기 처리, 난민 사업에까지 손을 뻗쳐 서민들 등골을 휘게한다고 합니다. 보다못해 이탈리아 정부가 '마피아와의 전쟁'에 나선 이유기도 하지요.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알쓸신세]가 서민들의 일상까지 파고 들어온 이탈리아 마피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마약대신 토마토 수확하는 농피아’ 등장 

마피아하면 마약이 떠오르지만, 올리브와 토마토에 손을 대는 마피아가 있습니다. 바로, 농업과 마피아의 합성어인 ‘아그로마피아’(agromafia)입니다. 우리말로 굳이 옮기면 ‘농피아’정도가 되겠죠.    

▲이탈리아의 한 농장 모습.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농업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달 “3대 마피아 조직인 카모라(Camorra), 코사 노스트라, 은드랑게타 모두 농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한 수입은 2011년부터 매년 약 10%씩 올라 올해는 220억 유로(283000억원)나 됐습니다. 이들 3대 조직 전체 수입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라는군요. 마피아들이 이탈리아의 오랜 경기침체로 가격이 떨어진 농장과 가축들을 사들여 농장을 임대하거나 노동자를 고용해 농작물을 수확하고 유통해 돈을 버는 겁니다. 한 예로 헐값의 토지를 사들여 임대료로만 약 2000%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합니다.
 
 
스테마노 마지니 교수(농업·식품 범죄감시원 법학과)는 “수익성이 좋고, 마약 유통보다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마피아들이 농업에 뛰어 든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마피아들이 수준 이하 품질의 농식품을 고품질로 둔갑시켜 유통하는가 하면  농장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 불법 노동을 시킨다는 겁니다. 마피아에게 고용된 농부들은 하루에 8~14시간 일하고 일당 20~30유로를 받고, 최악의 경우 시급 1유로를 받았다고 이탈리아 경찰은 밝혔습니다. 마피아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역사학자 움베르토 산티노는 “마피아의 농업 진출은 인신매매·돈세탁·유독성 쓰레기 매립 등을 가능케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에게 쓰레기는 금이다”

 이탈리아 마피아는 쓰레기에도 손을 댄다고 합니다. 쓰레기로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요


 
대표적인 ‘쓰피아’는 이탈리아 남부도시 나폴리를 근거지로 하는 카모라입니다. 카모라의 한 조직원은 “우리에게 쓰레기는 금이다”라고 말했다는데요. 카모라는 1994년 직접 쓰레기 처리업체를 설립해 나폴리시()와 계약을 맺고 쓰레기 수거를 독점해왔습니다. 쓰레기를 수거해 시()로부터 돈도 받고, 그 쓰레기를 아무데나 매립하거나 불법 소각해 처리비용을 아껴 또 돈을 번 겁니다.  

 

▲나폴리 인근 도시에 소각된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된 모습.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지역 기업들도 카모라의 돈벌이에 한 몫 보탰습니다. 이들은 산업폐기물을 좀 더 싼 값에 처분하려고 정식 쓰레기 수거업체 대신 카모라를 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피아들은 지역주민을 협박해 헐값에 토지를 사들여 매립지로 이용했다는군요. 주민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불법 매립과 소각으로 중금속과 염소화합물 등이 인근 마을 캄파니아주 카세르타를 뒤덮어 주민들의 건강까지 나빠지고 있습니다. 캄파니아주 쓰레기 소각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다른 지역 거주자보다 간암 발생률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에서 에코 마피아’(ecomafia)라고도 불립니다. 지난 6월 세르지오 코스타 환경부 장관은 “에코 마피아 척결을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고,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노베르토 사비아노는 카모라의 이같은 범죄를 고발하는 책 『고모라(Gomorrah)』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난민센터까지 마피아 손아귀 안

마피아는 난민센터 운영에도 개입했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주에 위치한 ‘산타나 카라 난민센터’가 바로 그곳인데요, 은드랑게타의 산하 조직인 아레나가 손을 뻗은 겁니다. 이곳은 약 1500명을 수용 가능한 이탈리아 최대 난민센터인데요. 난민들에게 제공되는 식사와 세탁을 마피아가 담당하면서 자금을 횡령했습니다. 이 난민센터는 2006~2015 10년 동안 정부로부터 약 1300만 유로(1320억원)를 지원받았고, 그중 3분의 1가량인 3600만 유로(460억원)를 가로챈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탈리아로 넘어온 리비야 난민들. 마피아들은 이탈리아 난민센터 운영에 개입하고, 난민을 이용해 마약 밀수시도까지 한다. [AP=연합뉴스]

 

    이 지역 검찰은 “난민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매우 적었을 뿐 아니라 돼지에게 먹일만한 음식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지난해 이 범죄에 가담한 68명은 국가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로지 빈디 반마피아위원회 위원장은 “난민센터가 범죄조직의 돈 창구로 전락했다”며 “우리의 약점을 활용하는 마피아의 기생 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라파엘 캔톤 치안판사는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는데요. 추가 수사결과 리비아 해안에 가까운 람페두사섬의 난민센터에서도 공적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마피아들은 난민들에게 마약 밀매를 강요하기까지 했습니다.           

 

마피아는 카멜레온이다”…변화하는 갱단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굴삭기에서 내려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마테오 살비니 트위터]

 

 유럽연합 검찰인 유로저스트와 경찰 유로폴까지 나서 마피아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가 일상으로 교묘하게 파고든 마피아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마피아 소탕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마피아 탐사보도로 저명한 저널리스트 세실리아 애네시는 “정부가 소탕에 일부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마피아들은 끊임없이 재조직돼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피아 관련 서적을 집필해온 안토니오 니카소는 “정부의 이번 마피아 체포는 그들의 거대한 조직 표면에 조그만 스크래치를 낸 것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그 이유는 각 지역 정치인과 마피아가 결탁해있기 때문입니다. CNN은 “마피아들은 지역 정치를 관통하고 있고, 지방 선거를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도 있다”고 전합니다

 

▲이탈리아 경찰이 지난해 4월 마피아를 체포하고 있는 모습. 이탈리아 경찰은 마피아 동료들의 보복을 우려해 검은 복면을 쓰곤 한다. [EPA=연합뉴스]

 

 또 마피아가 오랜 세월 사라지지 않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그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적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피아, 쓰피아처럼 말이죠. 텔레그래프는 “마피아는 21세기 새로운 시나리오에 적응할 능력이 있고, 경제위기를 기회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고 전합니다. 한 이탈리아 경찰은 마피아를 ‘카멜레온’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시대 변화에 잘 적응한다는 뜻입니다
 
마치 일본 야쿠자처럼요.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야쿠자들도 기존 방식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이탈리아 마피아처럼 농업·수산업에 뛰어들며 변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야쿠자들이 해삼을 잡아 각성제 성분을 추출해 가공업체에 넘기고, 멜론·망고 서리까지 한다고 전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21세기 갱단에 맞서 각국 정부의 대처 능력도 진화해야 할텐데요, 불도저로 집 부수기 쇼를 하는 이탈리아의 '마피아와의 전쟁'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12.25 크리스마스 캐롤 부르면 징역 5년형 받는 나라

"오늘을 위해 1년을 기다렸어"

영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연중 최대 축제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루를 위해 1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근로자 대부분이 25일부터 1 1일까지 일주일 간 휴식을 취하고, 학생들은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2주 가량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을 갖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12월 한 달 전체가 '크리스마스달'인 셈입니다.   

이슬람 국가 브루나이에선 캐롤 "안 돼"
중국은 산타클로스 인형 판매 단속
"크리스마스를 살려내겠다" 미국선 대선 공약

https://youtu.be/IjTBcqpl2kc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대대적으로 기념할 수 있는 것은 2004년 제정된 '크리스마스 영업법(Christmas Day Trading Act)' 덕분인데요. 이 법에 따르면 매장 면적 280( 85) 이상의 상점은 크리스마스에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법을 어기면 최대 5만 파운드( 7128만원)의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더불어 크리스마스를 즐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섭니다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켄싱턴궁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영국 왕실 페이스북]

 

법까지 만들어 크리스마스를 사수하는 영국과는 정반대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해서는 안 되는 나라가 여럿 있습니다. 게다가 서방 국가인데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면 비판받는 곳도 있죠.

성탄절을 맞는 각국의 이색 풍경을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탄압' '유화'의 반복…다시 시작된 빙하기 

중국인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요. 일단 올해는 중국 거리에서 산타클로스 인형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지난 10월 열린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전대)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주창하며 종교·사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이 발표 후 신화통신CCTV 등 관영매체가 일제히 크리스마스 관련 보도를 중단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은 주요 기관과 대학에도 크리스마스 관련 활동에 참여하지 말라는 지시가 전달됐다고 전했습니다. 크리스마스 공연이나 기독교 관련 활동은 물론, 산타클로스 인형을 판매하는 것도 단속 대상이라는군요. 

 

▲지난해 10월 열린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선포하며 사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신화=연합뉴스]

 

 늘 그랬던 건 아닙니다. 중국 정부의 기독교에 대한 정책은 ‘탄압’과 ‘유화’를 오고갔죠. 마르크스주의 영향을 받은 중국 공산당은 설립 당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며 선교사들을 박해했습니다. 이런 탄압의 결과인지, 중국 13억 인구 중 무신론자가 차지하는 비율(61%)은 한국(7%)나 일본(31%)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지난해 베이징의 크리스마스 풍경. [연합뉴스]

 

 그렇다고 공산당이 수십년 간 ‘채찍’만 휘두른 것은 아닙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엔 제한적이나마 종교에 대한 관용정책이 실시됐습니다정부에 협조하는 범위 하에서 공개적인 종교 활동을 인정해주기도 했고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TV에서 크리스마스 전야 길거리의 넘치는 인파를 전하는 뉴스를 볼 수 있었죠
 
올해 크리스마스에 중국에서 '크리스마스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일단은 아니라는 제스처입니다. 또다른 관영 매체는 "일부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규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라며 해명하고 나섰습니다

 

▲베이징의 한 교회에서 기독교인들이 크리스마스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다. [EPA]

 

 부정할 수 없는 것은, 2016년 시진핑 주석이 “확고한 마르크스주의 무신론자만이 공산당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당국이 대대적인 ‘종교 단속’에 나섰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9일 중국 쓰촨성에선 경찰이 지하 교회를 급습해 목사와 신도 100여 명을 체포했습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베이징 경찰이 중국 최대 개신교 교회인 '시온'을 폐쇄하는 일이 있었죠다시 '빙하기'가 시작된 겁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감방 가는 나라  

 무슬림 국가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사우디아라비아 세관 당국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한 트위터 유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는 것이 불법이냐고 물었고 이에 당국이 왕가의 원칙에 따라 크리스마스 트리는 금지됐다고 답변했는데, 이것이 논란을 일으킨 겁니다.  

     

▲중동 국가인 이란 테헤란의 거리에서 23(현지시간)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고 있다. 이란은 엄격한 이슬람 국가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지만 아르메니아 계통의 소수 기독교도를 인정하고 있다.

 

트리 금지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중에는 기독교인이 다수 있고, 트리를 금지하는 것은 그들의 신념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올해 6월 사우디에서는 최초로 여성들에게 운전 면허증을 발급하며 국제 사회를 놀라게 했는데요. 변화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 뿌리를 둔 크리스마스만큼은 여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지난 6 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의 에스라 알부티 전무가 발급 받은 사우디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면 감옥행인 나라, 브루나이도 있습니다. 브루나이의 국왕은 3년 전 무슬림이 아닌 사람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수 있으나 공공장소에서 해서는 안 되고, 무슬림에게 크리스마스 계획도 귀띔해선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행위를 하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선포했습니다. 물론, 캐롤도 안 됩니다.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라 부르지 못하고

 종교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넘어온 개척자들이 세운 미국에서도 크리스마스는 최근 논쟁의 대상입니다. 얼마 전 네브라스카주에서는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상징물을 금지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 선생님은 “모든 아이의 문화를 배려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산타 장식과 트리를 비롯해 지팡이처럼 구부러진 크리스마스 장식용 사탕 등을 학교에 가져오지 말라 지시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 25일 트위터에 성탄절 축하 메시지와 함께 공개한 사진. [사진 트위터]

  
알파벳 J 모양의 사탕이 예수(Jesus)를 상징하기 때문이란 설명이었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학부모들과 기독교 단체가 교육청에 크리스마스를 적대시하는 행위는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며 항의했고 교장은 무기한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같은 갈등 배경엔 미국 내 종교 점유율 변화가 있습니다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기독교인은 최근 7년 간 78.4%에서 70.6%로 감소했습니다. 미국 내 기독교인의 평균 연령은 50세인 반면, 무슬림의 나이는 33세로 모든 종교 중 가장 '(young)'합니다. 무슬림 등 비기독교인의 이민이 늘고 이런 가정의 출산율이 기독교를 압도하면서 생겨난 변화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비기독교 신자를 배려하기 위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리데이(Happy holidays)'와 같은 인사말을 쓰기도 했습니다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내가 당선되면 우리는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라 부르지 못하는 것은 다수 기독교 신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이유에섭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내외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별장에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후원하는 산타 추적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선물받을 어린이들과 통화했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 역시 해피 홀리데이보다 메리 크리스마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내용의 여론 조사를 인용해 유대인이나 무슬림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진 '정답'이 없어 보입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건 1949년이지요. 석가탄신일은 이보다 26년 뒤인 1975년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최근 한국에 무슬림 이민·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의 전통 명절인 '라마단'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문화적 상대성'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에서도 언젠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이 조심스러워질 수 있으니까요. ◎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