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글로벌 스토리24/ 알쓸신세 3/ 2017.11.03 낙태금지 탓···성폭행범 아이 낳아야 하는 나라 - 12.26 英 빨간 여권-파란 여권 논란…색깔의 비밀

상림은내고향 2022. 11. 27. 15:09

글로벌 스토리24/ 알쓸신세 3/ 2017.

◆11.03 낙태금지 탓···성폭행범 아이 낳아야 하는 나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를 위한 국민 청원이 20만명을 넘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20만명을 넘은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현행 소년법 개정 요구 청원 이후 두 번째입니다.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는 가운데 낙태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됐습니다. 

  낙태는 비단 한국만의 논란거리는 아닙니다. 미국에선 10대 소녀의 낙태 허가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 국내뿐 아니라 아프리카 여성의 낙태까지도 어려워졌습니다. 왜일까요. [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 세계 각국의 낙태 신호등을 알아봅니다 


21살에  아이 엄마...뱃속엔 무뇌아 태아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2017 9 낙태 비범좌화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여성. 엘살바도르는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다. AFP PHOTO / MARVIN RECINOS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허핑턴포스트 남미 니카라과의 임신부 익셀리스(21)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익셀리스는 노숙자입니다. 이미 5살과 3살짜리  아이를 거리에서 홀로 키우고 있죠. 게다가 마약에 중독됐습니다. 초음파 검사 결과 태아는 팔과 다리, 뇌가 없고 심장의 기능도 떨어져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나라에선 어떤 형태의 낙태건 모두 불법이기에 익셀리스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완전히 멎기를 기도해야 했습니다.  
  
휴먼 라이트 워치에 따르면 니카라과에선 낙태한 여성은 2년 이하 징역형, 시술한 의료진은 최고 징역 6년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10년엔 아말리아라는 여성이 임신 10주 상태에서 암을 발견했지만 의료진의 거부로 낙태 시술도, 항암 시술도 받지 못하다 임신 8개월 만에 사산하고, 암으로 사망하기도 했죠.  

  

애가 애를 낳는 '강간의 나라'

▲칠레 산티아고에서 낙태에 반대하는 활동가가 태아 모형을 들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칠레는 낙태를 엄격히 금지해왔으나 최근 성폭행에 의한 임신, 임신부 생명이 위험할 , 태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할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쪽으로 완화했다. AFP PHOTO / CLAUDIO REYES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하바나 타임스 따르면 니카라과에선 지난 10년간 14 이하 소녀 16400명이 출산했습니다. 매년 1640명의 초등~2 학생이 엄마가 되는 겁니다. 15~19 여성의 임신율도 1000명당 100(월드뱅크, 2010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나라에선 한해 성폭력 사건이 6000 이상 발생(2013 기준)합니다. 국가 인구보건 조사(2012) 따르면 여성 10  8명이 18 이전에 강간당한 경험이 있고, 그중 절반은 14 이전에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낙태를 할 수 없으니 소녀는 강간범의 아이를 낳습니다. 이런 경우 강간범과 함께 살며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학업도 중단하게 돼 익셀리스처럼 빈곤과 또 다른 임신의 악순환에 빠지기도 합니다.   

 https://youtu.be/AyfWgtYyv1k

  

보수 표심 노린 낙태 금지 10

▲지난 9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여기, 국가가 결정하지 말라" 문구를 배에 적어 낙태의 비범죄화를 요구하며 시위하는 여성들. AFP PHOTO / JUAN MABROMATA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 이 나라가 처음부터 낙태를 전면 금지한 건 아니었습니다. 한때는 정부가 무료로 콘돔을 나눠주고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포함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대선을 앞두고 무신론자였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가톨릭으로 전향하고 낙태 무관용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톨릭 보수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낙태 관련 정책은 이렇듯 정치권력의 의도에 쉽게 휘둘립니다. 당장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취임한 이래 세계 여성들의 고통이 커졌습니다. 보수 표심을 바탕으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소위 '낙태 재갈령'이라 불리는 '멕시코 시티 정책'을 확대하는 행정명령으로 낙태와 관련한 상담을 제공하는 의료단체와 비영리 기구(NGO)에 대한 자금 원조를 중단했거든요.  

  

트럼프 탓에 낙태  하는 아프리카 여성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지난 9 열린 '선택을 위한 행진' 시위. 아일랜드의 엄격한 낙태 법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최초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Tom Honan/PA via AP) <저작권자(c) 연합뉴스

 

멕시코 시티 정책 미국 연방 기금 지원을 받으려는 NGO들이 다른 나라에서 가족계획 방법으로 낙태를 실행하거나 적극 홍보하지 못하게  협약입니다. 역대 민주당 정권은 이를 폐지하고, 공화당 정권은 되살리는  정쟁 도구로 사용됐죠. 2009 1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폐지한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이 8 만에 살렸습니다.  범위 역시 과거 가족계획 자금(6 달러) 한했던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모든 국제 의료 보조금(90 달러)으로 전면 확대했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은 이 때문에 미국의 원조에 기대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들이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의료기관들이 미국의 명령을 따르면 비전문가들의 불법 시술로 목숨을 잃거나 건강을 해치는 여성이 늘 것이고, 반대로 낙태를 도우면 돈줄이 말라 HIV(에이즈)나 말라리아 같은 다른 질병 구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가족건강선택(FHO) 케냐지부는 이미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고, 암과 HIV 검진 등의 봉사활동 100건을 취소했습니다.  
  

불법체류자는 낙태도 불법

▲지난 10 활동가들이 17 불법체류자 소녀의 낙태 권리를 지지하는 시위를 미국 워싱턴 정부청사 앞에서 열고 있다. (AP Photo/J. Scott Applewhite)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국 내에서도 낙태 논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낙태는 합법입니다. 하지만 미 하원은 지난달 임신 20주부터는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겼습니다. 낙태를 '헬스 케어'가 아닌 '범죄'로 보게 되는 법안이라며 미국에선 논란이 뜨겁습니다. 하원은 나아가 지난 1(현지시간) 임신 6주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안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여성들은 빨라야 6주차에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전면 금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
  
17세 불법체류 소녀 제인 의 낙태 허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소녀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멕시코 국경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 억류된 뒤 이런저런 검사를 받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되죠. 낙태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막자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다 연방 정부에 구금된 청소년의 낙태 "촉진"을 거부하는 새로운 정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수백명의 임신한 서류 미비 이민자들이 억류돼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인권단체의 도움으로 소송에 나선 소녀는 법정 공방 끝에 임신 15주째에 간신히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 늦어졌다면 산모도 위험해질 수 있었죠.  

 

투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 등록된 낙태죄 폐지 청원 참여자가 20 명을 넘어섰습니다. 청와대는 청원자가 20만명을 넘는 사안은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이 30 이내 공식 답변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참여기간 2017.10.29 - 2017.11.11 / 2155 참여

  • 87% | 1865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아이-국가 모두에 비극, 낙태죄 폐지해야
  • 13% | 290 낙태 가장  이유가 피임 실패...생명 존중을 위해서라도 유지해야  

세계의 낙태 신호등

비영리기구 생식권리센터(CRR) 운영하는 세계낙태법(www.worldabortionlaws.com) 홈페이지에선 전세계 낙태 관련  현황을 확인할  있습니다.  지도에선 빨간색부터 초록색으로 낙태 자유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낙태가 제한된 곳일수록 빨간 신호가 켜집니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 빨간색이 몰려 있습니다. 그중 낙태를 완전 금지한 나라는 니카과라·도미니카공화국·엘살바도르·아이티·온두라스·수리남·몰타와 바티칸   되지 않으며  숫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세계 낙태  지도 홈페이지. 한국은 주홍색이다. 동아시아권에선 두드러지게 낙태가 까다로운 나라다.

 

한국은 주홍색으로 낙태에 보수적인 축에 속합니다. 법적으론 근친상간·강간의 경우 낙태가 허용되며, 임신부의 나이나 태아의 주수 등의 영향도 받습니다. 낙태 시술을 하려면 상대방(정자 제공자) 동의가 필요하고요. 한국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요르단·에티오피아·케냐·나이지리아·나미비아·알제리아·카메룬·태국·파키스탄·말레이시아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다음 단계는 귤색입니다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사회·경제적 이유로도 낙태가 허용돼 귤색에 해당합니다. 인도·짐바브웨·영국·핀란드·아이슬란드 등도 귤색입니다.  
  
지도상에서는 녹색으로 표시된 영역이 가장 넓습니다. 성별 선택을 위한 낙태를 제외하곤 자유로운 중국도 녹색입니다. 1950~85 사이에 거의 모든 선진국이 낙태를 자유화했습니다. 1994 179개국 정부가 안전한 낙태를 위한 '인구  개발 프로그램 행동 계획' 서명한 이후 자유도는  높아졌습니다.   

 

▲칠레 대통령의 제한적인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지난 7 산티아고에서 누드로 행진했다. (AP Photo/Esteban Felix)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생식권리센터는 홈페이지에서 "북반구와 동아시아 국가는 가장 자유로운 낙태법을 갖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 몰타, 대한민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추세에 반하는 낙태법을 유지한다" 설명합니다.  
  
랜싯 보고서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의 낙태 4분의 3 불법적으로 행해져 산모의 목숨을 위험하게 합니다.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포함하면 한해 1710 건의 위험한 낙태 시술이 이뤄집니다반면 낙태에 관대한 서유럽의 낙태율과 모성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한국의 낙태법이 나아가야  방향도 여기에서 힌트를 얻을  있을 듯합니다

 

▲지난 8 칠레 법원 앞에서 낙태 찬반론자들이 각각 집회를 여는 가운데  여성이 손바닥에 태아 모형을 들고 있다. (AP Photo/Esteban Felix)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1.04 약자 편이던 유네스코,  앞에 무릎꿇다

▲영화 '아이  스피크'

 

 얼마  극장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은 영화 아이  스피크’(김현석 감독) 보셨는지요.   


 옥분(나문희) 소문난 민원 할머니입니다. 공무원들의 기피 1순위지요. 그런  앞에 원칙을 들이미는 9 공무원 민재(이제훈) 나타납니다. 둘은 시시콜콜 부딪치죠. 어느  옥분은 민재에게 영어를 가르쳐달라며 조르기 시작하고, 민재는 그의 영어 선생님이 됩니다

  
옥분은  머리가 하얗게  나이에 기를 쓰고 영어를 배우려  걸까요. 민재는, 할머니가 평생 감춰온 지독한 상처인 위안부의 기억을 끄집어내 미국 의회에서 증언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최근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무산됐습니다.   


한국과 중국ㆍ대만  8개국에서 함께 추진한 일이었는데도, 일본의 강력 반발로 당사국  역사 인식에 차이가 있을 경우 대화를 한다 규정이 무려 소급 적용되는 일이 일어난 겁니다.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평화의 소녀상. 김성태 기자

 

옥분과 같은 피해 할머니들이 내놓은 증언록 등 2744건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는, 누가 봐도 등재 기준을 충족시키고도 남았는데 말이죠. 일본의 ‘돈줄’ 앞에 유네스코가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이 국제기구는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요?  [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 파헤쳐봤습니다
  

약자의 편에서, 상식의 힘으로

유네스코(UNESCO) 1945년 창설된 유엔(UNㆍ국제연합) 전문기구입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곳곳이 만신창이가 됐을 때였죠.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정치와 경제 얘기만 해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지적ㆍ문화적 교류를 한다면 오히려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탄생한 유네스코 헌장의 서문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  

처음  일은 전쟁  파괴된 학교와 도서관 등을 재건하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가난과 문맹을 해소하는  힘을 쏟았죠. 1970년대 들어서는 인류 공동의 유산을 지키자며 세계유산 지정하기 시작했는데요, 이게 최고 히트작이 됩니다. 홍보 효과가 톡톡해 경제에도 도움이 되자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는 세계유산 가치를  빛나게 했거든요.   

▲유네스코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유네스코는 점차 약자의 편에서 상식의 힘을 보여주는 국제기구로 명성을 쌓기 시작합니다. 물론 약자의 입장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만, 국제 사회의 많은 일들이 강대국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약자의 말에 귀기울이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었죠.  
  
대표적인 예가 1970~80년대 초 ‘신국제정보질서’로 촉발된 논란입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유네스코가 가난한 나라들 편을 들었다 미국에 호되게 당한 사건.’     

당시 개발도상국들은 정말 잘살아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강대국이 번번이 가로막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자기들끼리 ‘77그룹’을 결성하고,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조금이나마 제한하려 했습니다. 특히 선진국의 미디어ㆍ정보 장악이 문제라고 보고, 보다 균형된 정보를 유통하자는 ‘신국제정보질서 수립 결의안’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 미국이 1984년에 탈퇴해버렸습니다. 영국과 싱가포르도 탈퇴했죠. 마침 소비에트연방도 미국과 협력을 원할 때라 유네스코를 멀리했고, 개도국들은 유가 인상으로 혼란에 빠져 77그룹이고 뭐고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집니다.  


그 결과, 유럽과 일본의 입김만 세졌죠.     
  
유네스코에 오래 몸담은 저자가 쓴 『23가지 키워드로 읽는 유네스코 70년사』는 이 사건을 설명하며 “이후 유네스코 활동에서 이념적ㆍ비판적인 사업들은 논쟁의 소지가 없는 무난한 사업들로 대체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이전에도 유네스코의 ‘상식’에 불만을 표한 나라는 있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를 비판한단 이유로 탈퇴(1956년)했거든요. 솔직히, 유네스코에 타격이 될 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달랐습니다


유네스코는 ‘약자’의 편에 섰고, 그 대가는 혹독했죠.   


▲지난 7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요르단강 서안지구 헤브론 구시가지 전경. 유네스코는 이를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인정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20 년이 흘렀습니다.  사이 미국은 재가입(2003) 했고요


이번에는 팔레스타인이 문제가 됩니다. 2011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회원 가입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된 겁니다.   


유네스코는 이번에도 약자의 편에 섰습니다.  


완강히 반대했음에도  안이 통과되자 미국은 다시 한번 부글부글 끓습니다.    
  
그리고 … 네, 20% 넘는 분담금을 중단해버립니다.   

 

평화의 가교,  앞에 무너지다

그렇지 않아도 쪼들리던 유네스코는 혹독한 재정 위기를 겪게 됩니다.   


직원을 감축하고 사업을 대폭 축소했지만 어려움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죠.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아예 탈퇴를 선언합니다.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 편을 든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유네스코의 최대 ‘돈줄’은 분담금의 약 10%를 내는 일본(중국은 약 8%로 3위, 한국은 약 2%로 13위)이 됐죠. 


이뿐만 아닙니다. 일본은 그간 전세계 역사학자ㆍ미술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ㆍ이코모스)에도 상당한 연구지원금을 내왔습니다. 이코모스가 세계유산 등재에 깊이 관여하니 일본의 입김은 점점 세질 수밖에 없었죠. 
  
이제 유네스코는 더욱 일본의 눈치를 보기 시작합니다.   

 

▲지난 2007 미국 연방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이 지난 10 13 충북 보은군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 이옥선, 강일출, 박옥선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증언이 담긴, 무려 8개국에서 14 단체가 모여 진행한 위안부 기록 등재가 좌절되고  겁니다. 일본은 2015년에도 조선인 강제노역의 역사를  지운  하시마 (군함도)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의 유산'이라며 세계유산에 올린  있죠

 

다시 정의를, 평화를 세워야      

▲지난달 13(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유네스코 이사회 결선 투표에서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오드레 아줄레(45)  프랑스 문화부 장관. [AP=연합뉴스]

 

유네스코의 실망스러운 결정이 전해지자 많은 이가 ‘유네스코 무용론’을 들며 아예 탈퇴하자는 주장까지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평화의 가교 구실을 했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며, 유네스코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여전히 이곳은 “가난한 자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유대인 대학살의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유일한 유엔기구”(워싱턴포스트)라는 거죠.   
  
프랑스의 유명 영화감독 코스타 가브라스도 가디언에 기고문을 실어 “유네스코는 문화, 예술뿐 아니라 과학 분야까지 다루는 유일한 세계기구이고 여전히 중요하다”며 “초반보다 신뢰와 명성을 잃었지만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마침 오드레 아줄레 전 프랑스 문화장관이 새 수장으로 선출됐고, 내부에서도 개혁의 목소리가 높으니 아직 희망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 얘기로 돌아와서.   

영화에는 옥분의 의회 연설을 악랄하게 방해하는 일본 측 인사들이 등장합니다. 그때 할머니가 꺼내 보이는 건, 일본군이 그의 몸에 새긴 칼자국과 낙서입니다.   
  
무슨 말이,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할까요. 
  
영화를 보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옥분과 자매처럼 지내던 이웃 진주댁이 할머니의 과거를 몰랐던 것이 정말 미안하다며 펑펑 울음을 쏟아낼 때는, 저 또한 눈물 콧물을 주체하지 못했죠.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안해하는 것, 함께 아파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기억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어떤 곳에서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뿐인지 모릅니다.   
  
그것이 그렇게 힘든 일일까요?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유네스코(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이름은 익숙한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신다구요

 

2 지나도, 일본은 유네스코 권고 무시···군함도 아픔은 현재진행형

 

사람들의 이목은 한국과 일본에 쏠렸습니다. 일본은 하시마 , 일명 군함도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의 유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 했는데 한국 정부가 강하게 항의했거든요.   

 

일본이 그곳에서 조선인을 강제노역에 동원했던 과거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일본  대표는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했던 일이 있었다 희생자를 기리는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 등의 조치를 하겠다 밝혔습니다. 일본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이런 발언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죠. 유네스코는 강제동원 시설 등을 포함해 전체 역사를 제대로 반영하라 권고를 내리며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등재가 결정된 이후 당시 관방장관이던 스가 요시히데는 강제노역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며 영어 표현의 해석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 , 일본은 강제노동이 아니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라인강의 기적 관련한 산업유산을 등재하면서 나치의 잔혹한 역사를 모두 포함한 독일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죠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유네스코의 권고를 실행하려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군함도의 아픔이 현재진행형인 이유입니다

 

▲1997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 사진을 클릭하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을 설명한 '뉴스클립'   있습니다.(http://news.joins.com/article/19072747) [사진 문화재청]

 

▲이집트 누비아의 아부심벨 신전. 사진을 클릭하면 아부심벨 신전을 소개한 기사로 이동합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18725376) [중앙포토]

 

◆11.05 비행기로 출근? 겁나는 집값이 만든 기이한 풍경

무시무시한 세계 집값.. 차라리 ‘해외서 통근’?!

8.2 대책 이후 정부의 집값 억누르기 대전이 한창입니다. 의식주의 중요한  축인 집값이 안정돼야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거야 두말  나위가 없지요. 그런데 집값 몸살은 한국만이 아닙니다. 금싸라기 땅값을 자랑하는 세계 주요 대도시라면 예외 없이 주거 난민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가 세계 집값과 기상천외한 '대안 주거'()을 들여다 봤습니다
  

▲치솟는 집값 이미지.

 

880만 인구가 살아가는 영국 런던은 무시무시한 주거비로 악명 높은 곳입니다. 지금이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에 따른 파운드화 약세로 집값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그래도 평균 가격이 10년 전보다 56% 상승했습니다. 10년 전 4억원하던 아파트는 7억원쯤 한단 얘기죠. 이 때문에 아예 출퇴근을 해외에서 하기로 작정한 직장인도 생겨났습니다.   
  
  2015년 당시 32세의 한 소셜미디어 업체 직원 샘 쿠크니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런던의 살인적인 집세를 감당할 수 없어 거처를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옮겼습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런던 웨스트햄스테드의 방 1개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1505파운드( 223만원)이고 여기에 세금 75파운드, 그리고 교통비로 116.60파운드가 들어 매달 1697파운드( 250만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선  3개짜리가 580파운드( 86만원)이고 저가항공 라이언에어를 포함한 교통 요금은 778파운드입니다.  1358파운드( 201만원) 런던보다 매달 300파운드를 절약할  있다고  것입니다
  
쿠크니는  같이 계산기를 두드린 끝에 결국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에 아파트를 구했습니다.  프랫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500km 떨어진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오전 930분까지 회사에 출근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2015 영국 런던의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저가 항공으로 통근하는 아이디어를 실천한 회사원  쿠크니의 트위터. [사진 트위터 캡처]

  
다만 애초 계획처럼 주 4회 출퇴근은 아니고 월 4~5회 출근으로 조정하고 주로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습니다. 출근을 하는 데만 5시간 30분이 걸리는 데다 두 도시 간에 1시간의 시차도 있는 등 매일 출퇴근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쿠크니가 현재도 이 같은 이중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블로그는 개점 휴업 상태이고 트위터(@Sam_Cookney) 메시지로 연락해 봤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 본사가 몰려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집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때문에 멀쩡한 집 대신 트럭에 살기로 선택한 구글 직원도 있습니다. 2015년 당시 23세였던 브랜든이라는 이름의 직원은 그해 5월 구글 본사에 입사하면서 샌프란시스코 내 아파트를 알아봤습니다. 단칸방 임대료가 월 2180달러( 244만원)나 됐고 외곽으로 나가 여러 사람과 한 방을 나눠 쓴다고 해도 최소한 월 1000달러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브랜든은 월세를 내는 것은 돈을 "태워 없애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2006년형 중고 포드 E350 트럭을 8800달러( 986만원)에 구입했습니다. 원래 이삿짐 차량 용도인 트럭의 내부 크기는 11.9( 3.6) 정도. 브랜든은 이 공간을 개조해 침대를 설치하고 옷걸이와 서랍장 등을 들였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구글 직원 브랜든이 주거용으로 쓰고 있는 트럭. 내부를 개조해 침대  가구를 들였다. [사진 브랜든 블로그]

 

▲지난 2015년부터 구글 직원 브랜든이 주거용으로 쓰고 있는 트럭 내부. [사진 브랜든 블로그]

 

▲지난 2015년부터 구글 직원 브랜든이 주거용으로 쓰고 있는 트럭 내부. [사진 브랜든 블로그]

  
샤워는 회사 헬스장에서, 식사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세탁은 회사 세탁소에서 해결합니다. 쓰레기는 조금씩 모아 공공장소에 설치된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합니다. '박스'라는 애칭의 이 트럭은 보통 ‘구글 캠퍼스’로 불리는 본사 내부 주차장에 자리합니다
  
자동차 보험료로  121달러를 내긴 해도 단칸방 월세의 18분의 1 수준입니다. 그는 이렇게 해서 월급의 90% 저축한다 자신의 블로그(www.frominsidethebox.com) 공개했습니다. 블로그를 방문해보니 트럭을 조금씩 업그레이드 하며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네요

  

35 이하 젊은층 자가보유율 사상 최저

  해외 통근이나 트럭 거주 같은 극단적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대다수 경우는 집값을 감당 못할 때 다른 도시로 이주합니다. 지난 7월 영국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에서 다른 지역·도시로 이주한 사람은  291620, 같은 시기 전입(출생 포함)한 사람은 198330명입니다. 한해 동안 순감한 인구가 93300명으로 5년 전(51710)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사람들이 런던을 등졌습니다.   
  

▲고급 주거지가 들어서고 있는 런던 템즈강 남부 배터시파크 인근의 부동산 중개소 안내판. 런던=강혜란 기자

 

런던을 떠나는 이유는 집값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런던 평균 집값은 58만 파운드( 86000만원)이고 그들이 이주하는 곳 평균 집값은 333000파운드라고 합니다. 주택 소유자라면 이사를 통해 25만 파운드를 절약하게 됩니다. 가장 선호하는 이주지는 버밍엄·브라이튼·서럭 등이랍니다. 런던 유스턴역에서 버밍엄 중앙역까지 기차로 1시간30분이 채 안되니 서울-대전 출퇴근에 견주어볼 만합니다.  
  
우려할 것은 런던 전출 인구 중에 30대가 많다는 점입니다. 30대의 순 전출이 연 3만4500명으로 5년 전에 비해 68% 늘었습니다. 후발주자인 젊은 층이 런던의 치솟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떠나는 걸로 풀이됩니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IPPR)가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35세 이하 연령대의 자가주택 비율은 25%에 못 미쳐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입니다. 65세 이상 가구주의 자가 보유가 1990년 49%에서 2014년 69%로 늘어난 것과 대조됩니다. 우리로 치면 젊은 층 흙수저의 주거 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아름답고 위태로운 이상주의자의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 있는 참새집. 신인섭 기자

  
돌아보면 역사상 어느 나라의, 어느 젊은이도 쉽게 척척 즐거운 나의  마련하진 못했습니다. 주거 안정을 즐거운 도전 과제로 삼아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쿠크니와 브랜든 같은 이들이 대단한 이유입니다.   
  
쿠크니는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적인 출퇴근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도 많다면서 "여러가지 의미에서  삶이   나아졌고,  런던에서  때보다  많은 돈을 모을  있으며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듯   있다는 점도 좋다" 말했습니다.   
  
이사 트럭에서 살아가는 브랜든은 여름에 찌는 듯한 온도로 치솟는 트럭에서 살기가 만만치 않다면서 트럭은 밤에 잠잘 때나 들어가는 곳이라고 솔직히 밝힙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사 트럭을 가진 장점으로 주변 사람들이 이삿짐을 옮길  흔쾌히 도와줄  있다는  꼽았습니다. 그때마다 자신의 짐을 비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말이죠. 이런 자유로운 생각들이 모여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지 않을까요
  

아슬한 허공에도 집터는 있다/수백 개의 () 물어다가/나뭇가지 위에 집을 짓는 새들을 보라/아름답고 위험한 이상주의자,  작곡가가/거기 사는  같다”-문정희, ‘ 없는 예술가를 위하여 부분.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11.07 '2 두바이' 꿈꾸는 사우디, 여행지로 어떨까

사우디아라비아가 연일 국제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왕실 쿠데타로 왕위 계승자를 갈아치운 뒤 줄곧 그렇습니다. 대대적인 개혁·개방 선언이 있었고, 피의 숙청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중심엔 실세로 등극한 32세의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있습니다. 수많은 왕자 사이에서 권력을 지켜내고, 뜻대로 국가를 통치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사우디를 뉴스의 주인공으로 만든 겁니다.   
  
최근 그는 율법이 지배하는 절대 왕정국가를 정상국가로 바꾸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공개했습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석유산업 탈피입니다. 오일머니에 의존하던 국가를 개조해 새로운 산업을 국가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신사업 중 하나가 관광입니다. 개방을 통해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사막 위의 이국적 관광지로 변신한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처럼 되겠다는 거죠 

 

▲지난달 24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투자 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세계와 협력(FII)'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무하마드  살만 사우디 왕세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족부터). [AP=연합뉴스]

 

국가 정체성을 완전히 흔들고 개조하는 이 실험이 과연 성공할지 지켜볼 일입니다만, 만약 성공한다면 사우디는 정말 괜찮은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요 

 

순례객만  370관광객은  받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중앙포토]

 

지난 1일 사우디관광청은 “곧 외국인에게 관광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는 국가의 허가를 받은 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객에만 제한적으로 관광비자가 발급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여행하는 이들은 입국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관광 외의 방문 목적을 가진 외국인에게도 사우디는 무척 까다롭습니다. 사업이나 순례 목적일 때, 또는 사우디에 거주 중인 가족을 방문할 때에 한해 단기 비자를 내줍니다. 


이마저 비싸고 오래 걸려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닙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가족 방문 비자를 받는데 최소 400파운드(약 58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무비자로 사우디에 입국할 수 있는 이들은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인 바레인·쿠웨이트·오만·UAE 국민뿐입니다. GCC 회원국인 카타르는 최근 단교 사태로 입국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고요.  

 

개방의 핵심, 관광…2020년까지 150 목표   

이렇다 보니 사우디를 찾는 외국인의 절대다수는 성지 순례객입니다. 연간 약 370만 명에 달합니다.  
반면 사우디를 방문하는 무슬림 아닌 외국인은 약 20만 명에 불과하고요. 사우디는 이 숫자를 2020년까지 150만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https://youtu.be/jKIa7J5HZws

 

 , 그렇다면 사우디는 과연 관광지로서 매력적인 국가일까요.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는  주요 외신들의 평가입니다.  
  
일단 홍해가 있습니다. 홍해는 유럽인들이 최고로 치는 휴양지입니다. 겨울에도 기온이 25 안팎으로 온화하고, 1 내내 따뜻한 바닷물은 오대양  맑기로 최고여서 해양 스포츠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이런 홍해에 걸쳐있는 사우디의 서부 해안선은 1800㎞에 이릅니다. 엄격한 율법 때문에 수영복 입고 남녀노소 즐기는 휴양지의 특성을 살릴  없어서, 여태껏 천혜의 자연을 방치했던 셈입니다


그 덕은 이집트가 톡톡히 봤고요, 시나이 반도 남부의 샤름 엘 셰이크가 홍해의 파라다이스라는 타이틀과 연간 600만 명의 관광객을 가져간 겁니다

 

홍해 휴양지와 유적지천혜의 관광자원 

마침내 지난 8월 사우디는 홍해 해안 일부인 200㎞를 따라 호화 리조트를 건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곳에선 비키니를 입을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다고 했습니다.  


황무지 같은 사막과 코발트색 바다가 때 묻지 않은 채 공존하는 곳이 아라비아 반도의 홍해입니다. 더구나 해안선을 따라 2000m 넘는 바위산이 줄을 잇고, 내륙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화산과 용암지대가 펼쳐집니다. 여행지로써 잠재력이 상당한 거죠.  

 

▲사우디 북서부에 있는 마다인 살레.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를 건설한 나바테아인들이 남긴 유적이다.

 

▲마다인살레는 2008 사우디 최초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사우디는 세계적 수준의 고고학 유적지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북서부 알울라 인근에 있는 마다인 살레가 대표적입니다. 2008년 사우디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적입니다.  
  
마다인 살레는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 무렵 나바테아인들이 남긴 유적입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를 건설한 이들이 나바테아인이죠. 

이들은 사우디의 붉은 기가 도는 황톳빛 땅 위에 사암로 만든 무덤들을 지었습니다. 현존하는 무덤 131개는 규모도 압도적이어서, 높이가 20m에 달하는 것도 있습니다.  
  
눈부신 유적을 사우디인들은 오랫동안 외면했습니다. 이슬람 개종을 거부한 나바테아인들의 땅이기 때문에 저주받았다 여긴 거죠. 그 덕에 마다인 살레는 미답의 유적지로 잘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 BBC는 여행기사를 통해 이곳을 “사라진 왕국이 남긴 최후의, 그리고 가장 잘 보존된 유적”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이슬람 성지 메카만은 개방 않을  

계획대로 개혁·개방이 진행되기만 한다면, 사우디는 한 번쯤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 될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폐쇄국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데다, 좋은 자원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슬람의 성지 메카에 모인 순례객들. 사우디는 관광 개방 뒤에서 메카만은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들에게 개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사우디가 큰소리친 것처럼 금세 일반 관광객들을 맞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습니다. 여성 관광객, 동성애자 관광객 등을 사우디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거죠.  
  
관광비자를 준다고 한들, 아바야를 온몸에 두르고 눈만 내놓은 채 여행하고 싶은 여성은 별로 없을 겁니다동성애를 태형으로 처벌하는 사우디로 유럽의 동성애자 커플이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을 테고요. 음주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여성 관광객, 음주 허용 등도 걸림돌

사우디가 관광으로 부흥하려면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완전한 이중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건데, 간단치는 않을 거란 얘기죠.  


이 때문에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여행기자인 시몬 칼더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사우디가 두바이나 샤름 엘 셰이크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요.   
  
관광비자가 언제 발급 시작되는지, 조건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슬람 성지 메카가 무슬림이 아닌 자들에게 개방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엄격한 이슬람주의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겠죠.  


과연 젊은 왕세자가 이 모든 한계를 넘어 자신의 야망을 펼칠지 주목됩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11.11 망한 나라 IS 자체 화폐는 어떻게 되나

가공할 공포정치와 테러로 세상을 경악케 했던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가 마침내 점령지에서 완전히 쫓겨났습니다.  


지난 9(현지시간) 최후 거점도시였던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 주의 알부카말에서 IS 상징인 검은 깃발 내려진 거죠앞서 6 IS 최대 근거지 모술에서 쫓겨났고 지난달엔 자신들의 '수도' 락까를 잃었습니다
  
 이상 지도상에 IS 영토로 표시될 곳은 없습니다. 그런데 3 5개월  '국가' 행세를 했던 IS 자체 화폐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망한 IS 돈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 보면  있는 기한 계뉴스] IS 화폐 뒷얘기를 들려드립니다
  

이슬람국가(IS) 점령지에 유통시킨 자체 화폐.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이었다.

 

'알짜' 유전지대 장악하고 국가 행세  

이슬람국가(IS) '건국일' 2014 629일이라 하겠습니다. 이날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이라크에서 ‘칼리프 국가’(이슬람 초기의 신정일치 체제) 수립을 선포했거든요. IS는 원래 2001 9.11 테러를 자행한 급진 수니파 무장조직 알 카에다의 지부 격으로 출발했습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종파분쟁으로 어지러운 이라크 북부에서 세력을 키우기 시작해 내전으로 어지러운 시리아 북부까지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2017 119일에 공식 '패망 선고'가 내려졌으니 3 5개월 만이네요. 이 기간 동안 IS는 알카에다도 하지 못한 걸 이뤘습니다. 테러리스트 점조직에 그친 게 아니라 실제 영토를 가진 국가 행세를 한 거죠. IS는 자체 행정조직, 학교, 경찰서, 법원까지 세웠습니다. 분쟁과 내전으로 통치 공백이 생긴 이라크·시리아 국경의 ‘알짜’ 유전지대를 장악한 덕입니다. 

▲자칭 칼리프국가를 선포했던 이슬람국가(IS) 점령지 변화. 옅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2015 1 5 기준이고 짙은 색은 지난 10 30 기준이다. 9(현지시간) IS 마지막 근거지인 시리아 데이르에조르주() 알부카말도 함락돼 이제 지도상의 IS 영토는 거의 사라졌다. [BBC 그래픽 캡처]

 

나아가 IS는 자체 화폐도 발행했습니다. 화폐를 통제한다는 건 경제의 흐름을 통제한단 얘기죠. IS는 주민들에게 이제까지 쓰던 시리아·이라크 화폐 대신 IS가 주조한 화폐를 쓰도록 강요했습니다. 이를 통해 IS는 그곳의 부()와 경제 활동을 장악하게 됩니다일제시대를 생각하면 됩니다. 한일합방 직후 일본은 구 한국은행(구한말 중앙은행)을 접수해 조선은행으로 탈바꿈시켰고 여기서 발행하는 조선은행권이 이 땅의 공식 통화가 됐습니다. 조선은행권은 조선총독부가 직영하는 공장 혹은 일본대장성인쇄국에서 제조됐지요
  

▲이슬람국가(IS) 점령지에 유통시킨 자체 화폐.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이었다.

 

특이하게도 IS는 지폐 대신 동전을 발행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평소 쓰는 동전과 달리 순금·순은·순동으로 만들었습니다. 2015 8 IS가 자체 선전매체를 통해 유포한 동영상에 따르면 화폐 종류는 총 7가지입니다.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필’입니다.   

 

 https://youtu.be/fgq26e5HXKs

IS 자체 화폐를 만들었다며 선전매체에 유포한 동영상. [유튜브]

  
금화는 1, 2, 5디나르로 나뉩니다. IS 주장에 따르면 1디나르는 순금 21캐럿 순도에 무게가 4.25g. 당시  시세로 환원하면 1디나르는 139달러,  16만원에 달합니다. 금화 표면엔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등장하는 7개의  이삭과 세계 지도 등이 포함돼 있는 꽤나 정교한 도안입니다
  
금화를 만들려면 금이 있어야 합니다. 현지 증언에 따르면 IS 2014년 이라크의 금융 중심지 모술을 점거했을 때 모술 중앙은행에는 45000만 달러( 5000억원) 상당의 현금과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상당량의 금괴가 있었습니다. IS는 또 ‘검은 젖줄’인 알오마르 유전 및 알타나크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를 팔아 수입을 올렸습니다. 하루 25000배럴만 생산해도 매일 100만 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었습니다

  

"달러는 종이 쪼가리 사기극

▲IS 최고지도부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왜 하필 금화였을까요. IS는 선전 동영상에서 이 화폐가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미국 US달러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실제 미국 100달러는 ‘100달러’의 가치를 표기한 종이조각에 불과합니다. 그에 비해 IS의 금화는 실질가치가 16만원인 금덩이죠. IS는 영상에서 이 금화 체계가 미국 달러의 사기극을 끝장내고 중세 아랍 제국의 영화를 되찾아 줄 거라고 주창합니다
  
홍보 영상은 요란하지만 이 금·은·동화가 실생활에 널리 쓰인 것 같진 않습니다. 탈주한 IS 전사들은 미국 달러로 월급을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약 주민들이 금화를 받았다면 그걸로 거래하기보단 감춰두려 했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일상에서 두루 쓰일 만큼 IS가 만들어내는 데도 한계가 있었을 거고요. 아무래도 서구의 ‘타락한 통화 체계’가 오염시키기 전의 아랍 금화 시대를 부각시켜 추종자들을 끌어 모으는 상징 수단으로 제조한 듯합니다. 

  

▲미국 1달러 이미지.

 

그런데 지난 8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S는 패색이 짙어오기 시작한 올 초부터 주민들에게 이 화폐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고 합니다. 수도세·전화요금·종교세(자카트) 등을 자체 화폐로 납부하게끔 한 거죠. 자체 화폐가 없을 경우 환전상에 시리아 파운드화나 미국 달러화를 내고 화폐를 구해서라도 납부해야 했습니다. 다른 일상 거래도 모두 자체 화폐를 통해서 하도록 명령 받았습니다.   

패색 짙어오자 자체 화폐 대신 달러 챙겨 

왜 그랬을까요. 일차적으로 IS는 이렇게 함으로써 화폐 주조차익을 챙겼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금화나 은화의 가치를 금은의 국제 시세보다 높게 책정해서 이윤을 남긴 겁니다. 1디나르의 실질가치는 16만원임에도 이게 20만원 가치라고 유통시키면 남는 4만원은 IS 것이 되니까요. 현지 추정에 따르면 IS는 금화 10만 디나르 이상을 팔아서 차익으로만 수십만 달러를 챙겼다고 합니다
  
나아가 IS는 이제 곧 쓸모없어질 자체 화폐를 이런 식으로 유통시키면서 바깥에서 교환 가능한 미국 달러를 빨아들였습니다. 주민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비축해둔 달러를 팔아 IS 화폐를 사야 했죠. IS가 “쓸모없는 종이쪼가리” “타락한 사기극”이라고 불렀음에도 그들 역시 미국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선호한 것입니다.   


▲수북히 쌓인 미국 달러 지폐 이미지.

 

IS가 이런 식으로 얼마를 빼돌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난 6월 연합군 공습으로 사망한 IS의 자금 운용자 사메르 이들리스의 사례에서 전체 규모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리스는 사망 전 25일 동안 시리아 북서부 도시 사르마다로 8개의 가방에 돈을 채워서 1000만 달러( 112억원)나 빼돌렸다고 합니다. 몇 달 간 수천 만 달러의 송금이 지속됐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이런 송금 및 ‘돈 세탁’엔 중동 지역의 전통적 환전 및 송금 시스템인 ‘하왈라’가 주로 이용됐습니다. 하왈라는 친인척 관계 등에 기반한 자금거래 네트워크인데 중동 뿐 아니라 유럽의 무슬림 공동체도 두루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말인즉 하왈라를 통해 IS의 자금이 유럽 안으로 흘러들어왔다는 거죠. 관련 보고서는 이렇게 빼돌려진 자금이 IS의 연계 조직 지원 및 테러 자금에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돈은 이렇게 돌고 돕니다

  

IS 자금, 유럽 테러 지원금  우려

▲지난 6 공습으로 파괴된 모술의 대표적인 이슬람 사원인 알누리 대모스크. [연합뉴스]

  
, 그런데 이제 망한 나라가  IS 화폐는 어떻게 될까요. 사실 IS 존속 중일 때도  화폐는 점령지 안에서만 인정됐지 바깥에서 교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앞으론 희귀 화폐를 판매하는 e베이  경매 시장에서 만날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구글링해보니 2016 8월에 올라온 포스팅에 따르면 한 헝가리 딜러가 IS 동전을 판매한다고 했네요. 당시 가격은 개당 20달러( 23000) IS가 주장한 명목가치에 크게 못 미칩니다. 포스팅에 대한 반응도 ‘진짜 IS 동전이 아닌 것 같다’ ‘터키에서 위조 주화가 많이 만들어졌다는데 그 중 하나 아니냐’ 등입니다. IS의 통화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이 있다 보니 돈이 제값을 못 받는 거죠. 결국 돈을 종이쪼가리와 구분시키는 것은 발행 주체, 즉 돈을 관리하는 국가에 대한 믿음입니다. 망한 나라의 화폐는 그래서 서글픕니다


▲이슬람국가(IS) 점령지에 유통시킨 자체 화폐. 금화 단위는 디나르’, 은화는 디르함’, 동화는 이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11.18 영국 국교회 "남아가 치마 입을 자유 허하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방한  메시지는 "소년과 소녀는 똑같이 스포츠를 누릴 권리가 있다"였습니다. 주한 미 대사관이 주최한 '걸스 플레이2' 출범식에서 "스포츠 시설과 장비, 코치에 대한 평등한 접근 기회를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혀 환호를 받았는데요. 여학생의 체육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성평등, 나아가 성중립(gender neutral)이 세계 곳곳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는 영국 학교부터 뉴욕 지하철까지, 다양한 성 중립 논쟁을 소개합니다. 

 

영국 국교회 "LGBT 모두 하느님의 자녀

▲영화 '빌리 엘리어트'  장면.

 

남자 아이가 튜튜(발레 치마)를 입고 티아라(왕관)를 쓰거나 여아용 구두를 신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영국의 학교에선 이런 행위가 권장될 예정이라고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영국 국교회 교육국이 산하 4700개 학교에 배포한 새 지도안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국교회는 3년 전 동성애 차별 이슈와 관련해 '모든 하느님의 자녀를 소중히 여기라' 제목의 지도안을 배포한 바 있는데요. 이번엔 그 범위를 더 넓혀 제2판을 발행한 겁니다.  
  
새 지도안에 따르면 유치·초등부는 창조적인 탐험을 하는 시기이므로 어린이들은 자유롭게 여러 정체성의 외투를 착용해 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가능성을 남들의 평가나 조롱 없이 탐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칠레 샌티아고의 6 트랜스젠더 소녀 루나의 티아라. 칠레 법원은 지난 여름 소녀의 이름을 여자 이름으로 개명해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AP=연합뉴스]

 

지도안에선 그 일례로 남아가 튜튜나 티아라, 굽있는 구두를 착용하는 걸 들었습니다교사들 역시 어린이의 행동이 성별 고정관념에 맞지 않는다는 식의 딱지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침은 "기독교 신학의 중심은 우리 모두 하느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졌다는 진리이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에 의해 무조건 사랑받는다"면서 "우리는 개인의 존엄성을 고정관념에 가두거나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는 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LGBT 학생 45% 학교서 괴롭힘당해 

▲6  트랜스젠더 딸의 머리를 빗겨주는 엄마.[AP=연합뉴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도 머리말에서 "동성애·양성애·트랜스젠더 혐오에서 비롯된 괴롭힘이 피해자의 자해, 우울증 및 자살 위험을 높이는 등 정신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미친다"고 경고했습니다.  
  
2017년 스톤월 스쿨 리포트에 따르면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LGBT) 학생의 45%가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괴롭힘을 당한 이들의 40%는 학교를 빠졌고, 절반은 미래 설계나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트랜스젠더 학생 10명 중 1명은 학교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교사가 개입한 경우는 29%에 그쳤습니다. 교사 대부분(68%)은 성 정체성과 관련된 혐오 발언을 듣고도 거의 제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포용적인 학교 환경을 조성하고, 괴롭힘과 놀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프랑스어는 마초 언어  중립 철자법을"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에선 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프랑스어 자체가 논란거리입니다 중립 철자법인 '포괄적 맞춤법(Ecriture inclusive)'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거든요.  
  
일반적으로 프랑스어에선 남성 명사에 특정 어미를 붙여 여성형으로 만드는데,  남성형이 여성형보다 우선합니다. 성별이 섞인 그룹을 설명할  하나만,  남성형 명사만   있죠. 남성이 1, 여성이 5명인 그룹이어도 남성형으로만 받아야 합니다.  
  
이를 모순이라 생각한 학계와 정치권 일부에서 중립적 철자법이 도입됐습니다. 남성 중심의 프랑스어 문법과 철자법을 바꿔 글쓰기 평등을 이루자는 취지에서죠.  중립 철자법에 따르면 가운뎃점을 이용해 남성형과 여성형 어미를 함께 표기합니다

   
대표(남성) député 
대표(여성) députée 
대표들(남성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députés 
대표들(여성만 있는 경우) députée
대표들(중립적 철자법) député·e·s  
  

이는 학계와 정치권 일부에서만 사용해왔지만, 최근 어느 초등학교 교과서에 반영됐습니다. 프랑스 교사 314명이 프랑스 문법은 성차별적이라면서 대안적인 표현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고요. 이에 순수한 프랑스어를 지켜야 한다는 전통주의자와 페미니스트 간 논쟁이 촉발됐다고 합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성명을 내고 "이 '포괄적 일탈' 앞에서 프랑스어는 치명적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립적 철자법이 읽고 쓰기 어려워 학생과 교사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고도 했죠.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우리로 치면 국립 국어원이랄까요. 프랑스 최고 권위의 프랑스어 수호 기관입니다.  
  
하지만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샤리엇매더리는 아카데미 구성원 34명 중 30명이 남성이라고 꼬집었습니다. 1635년 창립 이후 아카데미를 거쳐 간 여성 회원은 다 합해야 8명뿐이라고 하네요. 이 칼럼니스트는 영어처럼 명사에서 성별 자체를 아예 없애라고 제안합니다. 
  

뉴욕 지하철, "신사 숙녀" 대신 "승객 여러분

그 밖에도 성 중립적인 시도는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뉴욕 지하철은 기존에는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이라고 방송했습니다. 하지만 뉴욕 교통 당국은 지하철과 버스 운전사들에게 "승객 여러분(passengers)"과 같은 중립적 표현을 쓰라는 공지를 최근 내렸다고 합니다. 이는 뉴욕 낡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액션 플랜의 하나로 도입된 겁니다.  
  
앞서 런던 지하철도 안내방송을 "신사 숙녀 여러분" 대신 "여러분 안녕하세요(Hello everyone)"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변화를 위해 싸웠던 성소수자 인권 그룹 스톤월은 "언어는 LGBT 커뮤니티에서는 엄청나게 중요하다"면서 "그 사용 방식에 따라 모든 이들이 (구성원으로) 포함됐다고 느끼도록 도울 수 있다"며 환영했습니다  

 

알쓸피디아- 중립 화장실

▲노스캐롤리나의  호텔에 설치된 성중립 화장실 표시. 2016 사진. (AP Photo/Gerry Broome, File)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트랜스젠더는 양성으로 구분된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남자 , 여자  어디로 가든 자신이 불편하든 남들이 눈치를 주든 압박을 받는 거죠성별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남녀 구분 표지 앞에서 머뭇거리게 됩니다.  
  
그런 소수자를 배려한 공간이 바로 누구든 이용할  있는  중립 화장실입니다. 서울에서도 흔히   있는 가족화장실의 이용자 개념을 확장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대개는 기존의 성별 구분 화장실은 그것대로 두되, 일부를 변경하거나 성중립 화장실을 추가 설치해 이용자들이 선택할  있게 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5 백악관에  중립 화장실을 설치했습니다. 이듬해에는 학생들이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과 라커룸을 사용할  있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이에 보수적인 텍사스  등이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의 자유를 침범하는 위헌이라면서죠. 보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오바마 정부의 지침을 철회하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화장실 전쟁은 연방 정부에서  지자체로 옮겨갔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지난해 3 성전환자가 출생증명서상의 성별과 다른 화장실을 사용할  없게 하는 차별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 주지사로 바뀐 ,  의회가 차별법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뉴욕·워싱턴·필라델피아 같은 도시는  중립 화장실을 적극 장려합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모든 1인용 화장실은  중립 화장실로 바꿔야 한다는 '평등한 화장실 접근권 ' 통과됐습니다.

이경희 기자


◆11.25 나라꼴 갖춰도 국제사회 외면, 지도에 없는 나라

지도에 없는 소말릴란드, 아프리카 55번째 국가 될까

해적의 바다 아덴만 연안엔 지도에 없는 국가가 있습니다.   

 

국가의 3요소라는 국민·영토·주권을 갖췄지만, 누구도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미승인 국가 소말릴란드 공화국(Republic of Somaliland·이하 소말릴란드)입니다.

수도는 하르게이사, 인구는 350 . 독립한  25년이 넘었고 자국 통화(소말릴란드 실링) 갖고 있습니다. 정부를 구성해 멀쩡한 국가처럼 돌아가고 있죠.  


그러나 어디와도 수교를 맺지 못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을 못 해 올림픽·월드컵에도 나서지 못합니다.  

 

 

이런 소말릴란드가 지난 13(현지시간)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만인 21, 소말릴란드 선거관리위원회는 현 집권당인 평화통합개발당의 무세 비히 아브디가 득표율 55.1%로 승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부정선거 시비가 붙어 개표가 지연되고 시위가 벌어져 2명이 숨지긴 했지만, 소말릴란드 대선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좀처럼 드문 사건”으로 전 세계 언론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야에서 3명이 입후보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입니다.   
평화적인 선거를 통한 권력 교체만으로도 독재가 판치는 아프리카의 모범 사례가 됐다는 호평입니다.  
심지어는 중복 투표 등을 막기 위해 유권자 홍채 인식 확인 절차를 전 세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소말릴란드는 이번 선거에 무척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선거를 계기로 보란 듯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겠다는 겁니다,   


이번 [고보면 모있고 신기한 세계뉴스]에선 국제 미아 신세인 소말릴란드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독립 선포 닷새 만에 강제 합병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지역에 국가는 공식적으로 소말리아뿐입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데다, 총체적으로 치안이 열악해 외교부가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한 나라죠.  

 

▲지난 13 소말릴란드의 수도 하르게이사에서  여성이 대선 투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유럽 열강이 식민 통치할 때 소말리아 영토는 쪼개져 있었습니다. 영국이 북부를, 이탈리아가 남부를 통치했습니다.  
  
1960년 6월 26일 영국에서 독립한 북부는 독립 국가  ‘소말릴란드(State of Somailand)’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닷새 뒤엔 남부가 독립해 소말리아 공화국을 세워 소말릴란드를 강제 합병합니다.  


소말릴란드는 단 닷새 동안 존재한 국가라는 기록을 남긴 채 사라져 버렸죠. 
  
거의 100년간 분리돼 있던 남·북부는 통합 뒤 줄곧 갈등합니다.  


부족 갈등이라는 아프리카의 고질적인 문제도 나타났습니다. 69년~91년 집권한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 정권이 자신의 부족에게만 권력을 몰아주고, 다른 부족은 차별·배척한 겁니다.  
  
이에 반발한 다른 부족들은 연합해 90년 바레 정권을 무너뜨립니다. 하지만 이내 자기들끼리 권력 다툼을 벌입니다. 지금까지 진행 중인 소말리아 내전의 시작이었죠.  


이 와중에 이사크족의 소말리아국민운동(SNM)이 북부를 점령해 독립을 선포합니다. 닷새 만에 사라진 국가를 승계한 소말릴란드 공화국의 탄생입니다. 

 

▲소말릴란드 대선에선 중복 투표를 막기 위한 홍채 인식 확인 절차가 최초로 도입됐다. [아프리카뉴스 캡처]

 

승인국보다 나라  갖춘 미승인국

신생국가는 빠르게 안정을 확립했습니다. SNM은 독립 2년 만에 시민정부에 권력을 이양했습니다.  


‘총이 무너뜨릴 수 없는 나라’를 건설하겠다며 내전에 참가했던 민병들의 총기 회수 운동도 벌였습니다.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자발적인 무력 분쟁 종식이었습니다.  
  
해적질과 테러가 난무하는 소말리아와 달리 소말릴란드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치안을 유지하면서 국가를 운영했습니다. 


2008년엔 아덴만의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당한 프랑스인 구출 작전을 지원해 국제 사회와 협력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승인국가보다 미승인국가가 더 나라 꼴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국제 사회는 소말릴란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부족이 존재하는 아프리카에서 특정 부족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이 분리주의를 조장해 대륙 전체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소말릴란드 독립 25주년 기념행사에서 시민들이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랜 내전 끝에 2011년 남수단이 수단에서 독립했고, 서사하라도 1975년 영유권을 주장하는 모로코로부터 독립해 건국을 선포했습니다.  


서사하라의 경우 유엔 가입도 하지 못하는 등 온전하게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50개국 이상에서 승인을 받았습니다단 한 국가도 인정해주지 않는 소말릴란드와는 처지가 다른 거죠.   
 

정치 건전성 불구, 개도국 지원도  받아

다음 달 13일 제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아브디 당선인은 소말리아 공군 출신으로 SNM에 투신해 소말릴란드 독립운동을 벌인 인물입니다. 독립 정부에선 내무장관을 지냈고요.  


이런 배경을 가진 그가 대통령으로서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것이 국제사회 승인 획득입니다. 
  
발 빠른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지난 23일 아랍에미리트(UAE)의 매체 내셔널엔 “소말릴란드의 새 정권이 UAE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미 지난 4월 소말릴란드는 베르베라에 UAE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9000만 달러(약 976억원) 상당의 계약을 UAE와 맺었습니다.  


베르베라는 예멘 남부에서 260㎞밖에 떨어지지 않은 아덴만 연안의 항구도시입니다. UAE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을 격퇴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에 가담하고 있고요.   


중동 정세가 격변하는 가운데, 아라비아 반도와 근접한 소말릴란드가 그 가치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13 치러진 소말릴란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무세 비히 아브디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국제 사회 승인이  정권 최대 과제

미국과 유럽국가들, 국제금융기구가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때 종종 정치적 건전성을 조건으로 내세우곤 합니다.  
  
외부의 도움 없이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소말릴란드는  조건에 부합합니다. 그러나 미승인 국가라는 이유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짐바브웨·우간다  악명 높은 독재 국가들은 조건에 미달하는데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의 지원을 받습니다.  돈이 독재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데도 서방은 묵인하고 있고요.  


소말릴란드는 무척이나 억울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아프리카엔 국제 사회의 온전한 승인을 받은 54 유엔 회원국이 있습니다.  


소말릴란드가 염원대로 국제적 승인을 얻고, 아프리카의 55번째 유엔 가입국이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11.26 고엽제보다 무서운 기생충, 참전용사 죽였나

귀순 병사의 몸에서 발견된 기생충 때문에 논란이 뜨겁습니다.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화제가  기생충 이야기를 짚어봅니다. 

 

고엽제는 알았지만 이건 몰랐네

▲담관암으로 숨진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 [AP=연합뉴스]

 

베트남전 참전 미군 수백 명이 수십 년 전 베트남 정글에서 감염된 기생충 탓에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ABC뉴스 22(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보훈부에서 홍성태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에 의뢰해 참전 용사 50명의 혈액 샘플을 검사한 결과 20%에서 간디스토마 항체 양성반응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간디스토마는 민물 생선회를 먹으면 감염될 위험이 높습니다. 간디스토마는 수명이 길어 사람 몸에서 20 이상 생존하며, 담관암을 일으킬  있습니다. 1968년부터 2년간 참전한 제퍼슨 스테이션(69)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는 테스트 결과를 통보받곤 곧장 정밀 검사를 통해 담관암  양성 물혹을 발견,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방콕의  병원에서 채취한 간디스토마. [AP=연합뉴스]

 

미국에서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은 약 250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주로 아시아에서 온 기생충입니다. 구충제 한 알이면 충분하지만 간디스토마처럼 수십 년간 아무런 증상 없이 살다가 갑자기 염증과 암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AP통신이 지난 15년간 퇴역 군인 700명이 담관암종을 앓았지만 베트남전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몰라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41년간 겨우 41명이 보상을 요구했으나 4건 중 3은 거절당했답니다. 고엽제만 알았지, 담관암이 참전 후유증일 줄은 누구도 몰랐던 거죠.

 

기생충에 오염된  탓에 눈이 먼다고?

아일랜드에선 이달 초 한 식수원에서 작은와포자충이라는 기생충이 발견돼 난리가 났습니다.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을 만큼 작아서 눈에 띄지 않지만 위장 및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위험하거든요. 환경보호기구(EPA)는 지난 9월 아일랜드의 25개 공공용수 공급 시스템이 작은와포자충을 죽이기 적절한 처리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으며, 161000명이 오염된 물을 마셔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https://youtu.be/qhym5SfWrWE

먹파리가 옮기는 회산사상충이 실명을 일으키는 과정을 소개한 영상.

 
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선 회산사상충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피를 빠는 먹파리가 옮기는  기생충에 눈이 감염되면 실명에 이르게 됩니다.  먹파리 유충은 더럽고 유속이 빠른 강물에서 번식해 '하천 실명(river blindness)'으로  유명한 질병입니다세계보건기구(WHO)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의 사상충증 치료 횟수는 2005 4600 건에서 2016 13300 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전에는 예방에 중점을 뒀다면 치료로 무게중심을 옮겼기 때문인데요. WHO 아직 아프리카  지역을 커버하지는 못한다면서 각국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기생충, 멸종된다면?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기생충 컬렉션  일부. [사진 스미소니언]

 

지구상에서 확인된 생물 770만종 중 거의 40%가 기생충입니다. 그런데 기생충이 싹 사라지면 인류의 고통도 끝날까요스미소니언닷컴 따르면 기생충 박멸이 축하할 일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생 콜린 칼슨은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기생충 컬렉션 수만 점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화했습니다. 먼저 지난 200년간 기생충들의 서식 범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산출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기후 변화에 따른 450 이상의 기생충의 서식지 변화를 예측했는데요.
 
 결과 2070년까지 적어도 기생충 10% 멸종하며, 최악의 경우 3분의 1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문제는 기생충이 숙주의 개체   전반적인 생태계 균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죠
 
가령 선충류에 감염된 붉은 그라우드새는 포식자가 쉽게 발견할  있는 향기를 내뿜게  개체 수를 조절합니다. 수리과 달팽이가 특정 기생충에 감염되면 소화기관이 약해져 먹는 양이 줄어들어 다른 종들이 상대적으로 해조류를 풍성하게 먹을  있고요
 
지카 바이러스나 말라리아를 옮기는 기생충은 숙주인 모기를 통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악명 높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생충과 숙주는 섬세한 균형을 유지하며 함께 진화해왔습니다. 대부분의 기생충은 숙주의 먹이나 영양분을 얻어먹으며 기생하고 생존하는  전념할 , 숙주를 죽이지는 않죠. 숙주를 죽이면 기생충도 생존할  없어서인데요
 
기생충을 포함한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면 서로 친숙하지 않은 기생충과 숙주가 만날 기회가 늘어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영국 남성이 중국 여행을 갔다가 뇌에 기생하는 희귀 촌충에 감염된 사례가 그런 경우입니다. 기생충이 멸종되면 생태계는 물론 인류 건강도 덩달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알쓸피디아-식용 기생충알

▲타나위사 기생충알 제품 온라인 쇼핑몰 캡처. 기생충알 500개를 12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지난 여름 보도에 따르면 태국 기업 타나위사는 돼지 기생충의 알을 독일에서 식품 성분으로 승인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들은 크론병 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방법으로 돼지 편충 알을 섭취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기생충 알이 위를 통과해 십이지장에서 잠시 생존하면서 자가면역질환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돼지 기생충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에서는 오래 견디지 못해 소화돼 사라지기 때문에 감염 위험성은 없다는 거죠.  
 
기생충알이 500, 1000, 혹은 2500개씩 들어있는 작은 유리병을 식품이나 음료 형태로 섭취할  있도록 판매하겠다는 계획인데요. 타나위사는 2012 태국에서는 제품을 공식 승인 받아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2015 한해에만 전세계 7000 이상이 온라인으로 기생충알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회사는 기생충이 숙주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숙주의 면역 체계를 진정시키는 물질을 분비하도록 진화해왔다는  착안합니다. 선진국에선 기생충이 박멸되다시피 했지만 여전히 기생충이 흔한 지역에선 알레르기나 염증성 장질환, 1 당뇨병  소위 선진국형 질병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타나위사가 독일에서 식품 승인을 받으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최초의 기생충 상품이 됩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식품으로 승인 받으려는 것도 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식품은 의학적 효과를 입증할 필요는 없고, 안전성만 확보되면 되기 때문이랍니다.

이경희 기자

 

◆12.09 알쓸퀴즈 4종을 한눈에...퀴즈로 세계여행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에는 퀴즈 버전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행된 알쓸퀴즈 4종을 한꺼번에 만나보세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퀴즈로 연결됩니다
  

알쓸퀴즈 1 

▲세계 시사 2학기 중간고사. 트럼프 어록부터 세계 최악의 비밀봉지 사용 금지법까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퀴즈가 시작됩니다. 링크가 작동되지 않으면 주소창에 퀴즈 URL 복사해 붙여넣으세요.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17

  

알쓸퀴즈 2  

▲알쏭달쏭 사우디 왕자 이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시아 순방 이야기까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퀴즈가 시작됩니다. 링크가 작동되지 않으면 주소창에 퀴즈 URL 복사해 붙여넣으세요.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26

  

알쓸퀴즈 3

▲아프리카 독재자부터 노예로 팔려나간 난민들까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퀴즈가 시작됩니다. 링크가 작동되지 않으면 주소창에 퀴즈 URL 복사해 붙여넣으세요.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32

  

◆12.16 아프리카, 현대판 노예의 탄생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노예제 남아있는 아프리카 국가는 노예(奴隸). 남의 소유물로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

▲지난 6 지중해에서 구출된 이주자와 난민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당시 스페인의 NGO 프로액티브 오픈 암스는 리비아 해안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 600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지난달 CNN 리비아 노예 경매시장에서 난민들이 1인당 45만원에 팔려나가는 장면을 포착해 보도하면서  세계인이 경악했습니다.  옛날의 노예처럼 쇠고랑만 채우지 않았을 , 경매로 몸값을 매겨 주인을 찾아주는  똑같았습니다.  
  
리비아에는  21세기에 노예 시장이 생겨났을까요.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에선 아프리카 대륙의 '현대판 노예'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난민이 노예로, 리비아 '인간 시장'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구조돼 트리폴리 해군기지에 도착한 이민자. 유럽으로 가려는 꿈은 좌절됐다. [REUTERS=연합뉴스]

 

CNN 지난달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외곽 노예 경매 시장에서 6~7 사이에 10 명이 팔려나가는 현장을 포착했습니다.  


" 파헤칠 사람은 필요 없어요? 여기 크고 강한 사내가 있습니다
  
군복 입은 경매인이 말하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며 값을 불렀고,   만에 거래는 끝났습니다.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돈을 받고 유럽으로 보내던 중개상들이 난민선의 유럽 입국이 점차 어려워지자 일꾼으로 팔아넘기고 있는 거였죠유러피안 드림이 산산이 깨지는 현장이었습니다
  
현대판 노예시장은  세계에 충격을 던졌습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7(현지시간) "리비아의 노예 매매는 반인륜 범죄에 해당하는 극악무도한 인권 침해"라며 규탄하는 공식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리비아에 억류된 자국민을 본국에 송환하겠다고 밝혔죠.  

  

▲고무 보트에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 [AP=연합뉴스]

 

지중해와 맞닿은 리비아는 유럽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전쟁과 가난 등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매년 수만 명씩 몰려들고 있습니다. 고향에서 탈출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재산을 건넵니다. 하지만 허술한 고무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 물에 빠져 죽거나, 리비아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대를 당하며 새로운 지옥을 경험하곤 합니다.  


리비아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

▲2012 이슬람 근본주의 분파인 안샤르  샤리아의 리비아 근거지가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2011 리비아에선 시민 전쟁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의 42 철권통치가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독재의 종식이 평화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2014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분쟁으로 8 이후 서부 트리폴리 정부와 동부 투브루크 정부로 양분됐죠. 2015 12 이후 통합에 서명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치분열은 경제 부진과 치안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이슬람 국가(IS) 리비아에서 세력을 확장하기도 했고요. 다른 나라의 난민뿐 아니라 리비아 국민 역시 내전과 분쟁 위험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EU 조장한 리비아 노예 트랩 

▲리비아 노예 시장이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자 나이지리아는 리비아에 억류된 자국민을 송환키로 했다. 지난 5일에만 수백명이 본국으로 돌아왔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노예 시장이 비단 리비아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합니다. CNN 보도 이전에도 노예 시장의 존재는 알려져 있었으나 국제 사회가 눈감았을 뿐이란 거죠. 가령 지난 2 스카이 TV '리비아의 난민 지옥'이란 다큐멘터리를 내보냈고, 3월에는 '다국적 조직범죄 반대구상'(GITOC) '인간 컨베이어 벨트: 혁명 이후 리비아의 인신매매  밀수 추세' 보고서 통해 리비아에서 새로운 형태의 '착취 경제' '노예 매매' 이뤄지고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온라인 매체 쿼츠 EU 2015 난민들을 리비아에 묶어두기 위해 트리폴리 정부에 난민센터 구축 기금을 지원하고, 해안경비대에 난민선 단속용 함정을 공급하고 훈련을 시킨 것이 부작용을 키웠다고 꼬집었습니다.  


트리폴리 정부와 해안경비대가 민병대, 밀수꾼  난민을 학대하는 범죄 집단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EU 지원금이 그리로 흘러간다는 겁니다.  

▲엠네스티 보고서  EU 리비아라는 함정에 난민들을 빠뜨린다고 지적한 부분.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EU 리비아 노예 현상의 공범이라고 지목한 보고서를 12 발간했습니다. 앰네스티는 현재 50만명 이상이 리비아에 발이 묶여 있다고 추정합니다


 EU 리비아에 '노예 함정(trap)' 만든 셈이며특히 이탈리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아를 활용한 강력한 봉쇄 정책 덕분에 올해 7~11월까지 이탈리아에 유입된 난민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67% 감소했습니다.  


◆12.26  빨간 여권-파란 여권 논란색깔의 비밀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여권 색깔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권 색깔은 4가지 뿐일까?

현재 진홍색인 여권 겉표지를 진청색으로 되돌리기로  겁니다. 1988 진홍색 여권을 도입한  30 만입니다.   
  
당시 영국은 거의 100년간 사용하던 여권 색깔을 자발적으로 교체했습니다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CC) 국가들이 여권에 주로 사용하는 색깔이 붉은색이었는데, 영국도  일원으로써 화합을 다지는 뜻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린 거였죠


공동체의 유대 강화를 위해 색깔을 변경했으니,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기로  이상 원래 색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1988 여권 색깔을 바꾸기 이전의 영국 여권(왼쪽) 현재의 영국 여권. [위키피디아]

 

영국 독립·주권 회복 위해 여권도 바꿔!“

실제 테리사 메이 총리는 22(현지시간) 여권 표지를 진청색으로 바꾼다고 발표하면서 자랑스러운 시민권을 상징하는 독립과 주권의 표현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 정부는 2019 10월부터 신규 여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영국 내에서 여권 색깔 변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건데요, “진정한 독립의 상징이라는 찬성과 쓸데없는 예산 낭비라는 반대가 공방 중입니다.   


출입국에 문제만 없으면 그만이지, 대체 여권 색깔이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아무 색깔이나 여권 표지에 사용하는  같지도 않네요. 노란색 여권은  기억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여권 색깔에도 나름의 이유가 분명 있다는 것이겠죠.   

 

▲색깔 별로 구분한 각국의 여권 표지. [패스포트 인덱스 캡처]

 

여권 표지는 붉은색·녹색·푸른색·검은색만? 

매년 패스포트 인덱스(Passport Index)’ 발표하는 글로벌 금융자문회사 아톤 캐피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여권에는  가지 색이 사용됩니다.  


붉은색·녹색·푸른색·검은색입니다. 명도와 채도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4색이라는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같은 카테고리에 묶인 국가들은 여권 색깔로 통일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EU 회원국들은 붉은색을 여권 겉표지에 사용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988 영국이 여권을 교체한 것도 EU 통일성을 따르기 위한 것이었고요.  
  
그렇다고 EU 규정에 회원국 여권 색깔과 관련한 내용이 있는  아닙니다. 2013 EU 가입한 크로아티아는 여전히 검정에 가까운 짙은 푸른색 여권을 사용 중입니다.  

 

▲EU 28 회원국의 여권 표지. 크로아티아(윗줄 오른쪽에서 6번째)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전부 붉은색 계통의 표지를 사용한다. [패스포트 인덱스 캡처]

 

▲2010 도입된 터키의 여권.

 

크로아티아라는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메이 총리가 붉은색 여권을 폐지하는 것에 독립과 주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만한 거죠.  


반면 터키가 2010 붉은색 여권을 도입한 데엔 “EU 가입을 염원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붙고요.   
  
한편 카리브해 국가들은  같이 푸른색 여권을 사용합니다.  

 

지정학적 특성과 신념을 여권 색으로 표현 

아톤 캐피털 측은 특정 색을 사용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해석을 내놓는데요,   
새로움과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색은 보통 신세계 국가들이 사용합니다. 북아메리카·오세아니아와 같은 신대륙에 있는 국가들이죠.    


▲사우디아라비아의 여권.

 

국가의 신념을 상징하는 색이 여권 표지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녹색이  경우입니다. 사우디는 국기 색깔도 녹색인데요, 종교적 배경이 있습니다.  


녹색은 이슬람의 이라고 불립니다. 녹색을 가장 좋아했던 예언자 무함마드는 정복 전쟁에 나설 때마다 녹색 깃발을 들었습니다.  


 척박한 사막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녹색은 자연과 생명이  쉬는 신의 땅을 상징하기도 했고요.   
  
여권 색깔이 제한적인 데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통용되는 신분증이니만큼, 여권에 보안 기능을 필수입니다. 아무 종이나 사용할  없고, 제작하는 회사도  세계에  없습니다.  


각종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게 하려다 보니 색깔에도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움직이는 그림  개성 있는 여권도

그러나 최근 들어선 여권의 세계에도 다양성이 도입되기 시작했는데요,  
핀란드의 경우 2012 도입한  여권에 개성을 입혔습니다. 겉모습은 특별할 것이 없는 핀란드 여권은 펼쳤을  특별해집니다.  


페이지마다 사슴의 일종인 무스를 그려 넣었는데페이지를 빨리 넘길 경우  무스가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캐나다의 임시 여권.

 

자외선을 이용해 여권에 작품 그려 넣은 국가도 있습니다. 캐나다·미국·중국 등의 여권인데요, 자외선에 비췄을  숨겨진 그림이 보이도록 했습니다.   
  
아예 남다른 색깔을 사용한 여권도 있습니다.  


캐나다의 임시 여권은 하얀 표지를 갖고 있고요, 내년 도입될 예정인 노르웨이의 여권도 색다른 색깔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노르웨이, 2018  여권에 파격 디자인 

특히 노르웨이의  여권은 등장과 동시에 가장 파격적인 여권일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노르웨이의 자연환경을 단순화한 노르웨이  여권의 속지 디자인.

 

▲노르웨이 여권을 자외선에 비추면 야경을 보는 듯한 그림이 펼쳐진다.

 

 

▲2014 공모전에서 당선된 노르웨이  여권 디자인. 기존에 여권에 사용하지 않던 색깔을 사용했다.

 

디자인 선진국답게 노르웨이는 2014  여권 디자인을 공모했는데요,  결과 오슬로에 있는 노이에 디자인 스튜디오의 응모작이 당선됐습니다


여권 속지엔 노르웨이의 자연환경을 단순하게 묘사한 그림을 그렸고요, 자외선에 비췄을  마치 야경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산수화 나타나도록 했습니다
  
표지 색깔도 눈에  띕니다. 흰색·청록빛·주황빛 표지의 여권을 각각 이민자 여권, 외교 여권, 일반 여권으로 사용토록 했습니다.  


청록·주황빛이 각각 푸른색·붉은색 범주에 든다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기존의 무거운 색감과는 다른 발랄한 색감입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알쓸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