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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토리23/ 알쓸신세 2/ 2017.10.01 무섭고도 슬픈 노인의 죽음, 노노개호(老老介護)의 끝 - 10.28 하늘의 폭력, 최악의 인종차별 항공사는?

상림은내고향 2022. 11. 26. 15:06

글로벌 스토리23/ 알쓸신세 2/

2017 중앙일보

◆10.01 무섭고도 슬픈 노인의 죽음, 노노개호(老老介護)

일본에서 시작된 ‘노노개호(老老介護)’라는 말을 아시는지요. 개호(介護)는 간호, 병수발이라는 뜻의 일본어입니다. , ‘노노개호’ 란 노인이 노인을 수발하고 돌본다는 뜻인데요.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오늘은 노노개호 끝에 죽음을 맞이하는 일본 노인들의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화장장에서 발견된 80대 노부부

2005년 11월 후쿠이현(福井県)오오노시(大野市)에 있는 화장장 소각로에서 2명의 유해가 발견됩니다. 이 화장장은 30년 넘게 사용하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유해에서 어렵게 찾아낸 치아의 치과기록 등을 살펴본 결과 이 유해의 주인은 80세 남성과 82세의 그의 아내로 확인됐습니다.
 

▲후쿠이현 화장장 동반자살 사건

 
30 넘게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던 이곳에서 이들은 어떻게 유해로 발견됐을까요. 화장장 부근엔 승용차 대가 시동이 걸린 놓여있었습니다. 안에서 클래식 음악이 소리로 흘러나오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찾아갔는데요. 안에는 주유소 영수증 뒷면에, 이들 부부가 집을 나온 취했던 행동이 상세하게 적혀있었습니다.
 

오후 4 30, 차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다
오후 8, 아내와 함께 집을 나왔다
차로 형제의 집과 추억의 장소를 돌아본 화장장에 도착했다
아내는 아무런 없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
, 땔감으로 화장을 준비 한다
오전 0 45분에 점화한다. 안녕

▲후쿠이 사건을 모티브로 만화 '기쁨의 노래' [사진=후쿠이신문]

 
경찰은 노부부가 화장터에서 죽음을 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이들이 로프를 이용해 문을 닫았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부부가 소각로에 나란히 누워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다음날 시청엔 남편이 보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편지에는 집과 논, 밭 등 부동산 내역과 함께 “유산은 모두 시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이 적혀있었습니다. 서류는 약 1년전 작성된 것으로 미루어, 부부는 꽤 오래전부터 죽음을 용의주도하게 준비해왔던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들은 왜 이런 끔찍한 죽음을 택했던 걸까요. 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당뇨병 환자로 거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몇 년전부터는 치매증상까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차로 아내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이고, 청소와 세탁 등 아내의 병수발을 도맡아해왔습니다.

 
부부는 사이도 좋았다고 합니다. “아저씨가 아내를 너무 좋아해서 두 사람은 항상 손을 잡고 함께다녔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병수발에 지친 남편은 함께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고 말았던 겁니다.
 
 
일본에선 '노노개호'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돌보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고령의 아내가 고령의 남편을 돌보거나, 65세 이상의 자식이 고령의 부모를 돌보는 케이스가 이에 해당합니다.


 https://youtu.be/J90xBYIvGNw

2016 7 방송된 '노노개호' 부부의 일상을 담은 일본 HTB 뉴스.

 
2016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병간호를 하고 있는 세대 가운데 54.7%노노개호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운데서도 양측 모두 75세를 넘는 세대가 30.2% 처음 30%대를 넘었습니다. 닛케이 신문고령화가 진행되는데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가족이 줄어든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노노개호'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그래픽=닛케이신문]

 

집에서 이뤄지는 ‘노노개호’는 아무리 가족이지만 괴롭고 힘듭니다. 대개는 일도 그만두고 개호에만 매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구나 병수발을 드는 사람도 고령자라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게 됩니다
특히 치매환자의 경우 간호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 방임이나 폭력 등 학대로 이어질 확률도 높습니다.


고령자에 의한 살인사건 가운데 ‘병간호에 지쳐서’가 저지른 경우가 전체의 14.6%를 차지한다는 경찰청(2012년) 통계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개호살인’ 가해자 70%가 남성

일본 후쿠시대학 유하라 에츠코(湯原교수가 1998년부터 2015년까지 18년간 신문기사를 토대로 일본에서 발생한개호살인’, ‘개호자살’ 716건을 분석했습니다
 
가해자가 남성이 경우가 512(72%), 여성인 경우가 194(27%) 나타났습니다. 남편이 가해자인 경우 240(72%), 아내가 가해자인 경우 93(28%) 부부간에도 남편이 가해자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자녀가 부모를 살해한 사건을 보더라도, 가해자가 아들이 경우가 235(71%)으로 나타난 반면, 가해자가 딸인 경우는 76(23%)으로 훨씬 적었습니다.
 
병수발을 하는 사람은 73의 비율로 여성이 훨씬 많은데(일본 후생노동성의 2013년 조사) 어째서 ‘개호살인’은 남자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걸까요. 유하라 교수는 “남자들은 병간호를 일과 동일시해,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중심으로 살아왔던 남성은 고민을 주변에 밝히는 일이 적고 고립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개호의 부담을 껴안고, 우울병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보입니다

개호 경험이 있는사람과 가볍게 이야기할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상담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혼자 끌어안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합니다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문제

치매 전문 온라인매체 닌치쇼 온라인노노개호 배경으로생활 양식의 변화 꼽았습니다. 전에는장남이 부모님을 모신다 개념이 있어지만 지금은 자식이 있어도 따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출산으로 인해 가족의 규모가 축소되고 삶의 방식도 달라진 겁니다.  
 

▲병 어머니를 돌보는 아들 [사진=유튜브 캡쳐]

 

남편이나 아내 외에는 병간호를 맡기고 싶어하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가치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 정부는 2000년에 도입된 ‘개호보험 제도’에 따라, 40세이상 국민은 모두 개호보험료를 납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자기부담금 10~20% 정도만 부담하면 돌봄서비스, 재활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양시설보다는 집이 편해서”, “나보다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것같아서” 등의 이유로 집에서 병간호를 받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사진=산케이 온라인]

 

전문가들은 ‘개호’는 절대 혼자서 고민해선 안되는 일이라고 조언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가족을 요양시설에 보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리츠메이칸대 산업사회학부 카라카마 나오요시(唐鎌直義) 교수는 “노부부간의 개호에는 한계가 있다. 둘만 남지 않도록 가족과 행정이 개입할 기회를 확대하지 않으면 이같은 사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노노개호' 행복한 결말도 있다.

▲오오바 남편 (노노개호)

 

▲마지막 밀월 () 노노개호

 

 일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등을 역임한 작가 오오바 미나코(大庭みな子) 1996년 여름 쓰러져 뇌출혈, 뇌수막염, 뇌경색 등 합병증으로 반신 불수가 됐습니다. 남편 오오바 토시오(大庭利雄)는 그런 아내를 11년간 돌보며 매일 쓴 일지를 두 권의 책으로 펴냈습니다.  
 
‘마지막 밀월-오오바 미나코의 개호일지『終わりの蜜月 大庭みな子の介護日誌』新潮社(2002)와 ‘마지막 벚꽃-오오바 미나코의 날들’『最後の 大庭みな子との日河出書房新社 (2013) 입니다.
 
그는 “병간호 기간은 두번째 허니문이었다”고 말합니다.  
 
“매일 아내를 돌보며, 단순한 부부, 남녀관계가 아니라 한 몸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런 일체감은 서로 건강했다면 맛볼 수 없는 감각일 것이다” (마지막 밀월)    
 
개호복지사이자 개호 저널리스트인 고야마 아사코(小山朝子)는 산케이신문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1더하기 1이 2가 되지 않고 0.5더하기 0.5가 되는 걸로 충분합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다’며 안도하는 '노노개호'의 일상, 거기에는 두 사람만의 느린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 평온한 노노개호가 있다는 점을 꼭 밝히고 싶습니다"
윤설영 기자

 

◆10.04 암호명 '제로니모', 그리고 로켓맨의 운명은

빈 라덴 제거작전(2011)

미국은 9·11 테러 이전에도 여러 차례 라덴 사살작전을 계획했습니다. 미국이 라덴을 잡기 위해 15년간 사용한 돈만 6 달러( 6879조원) 이른다고 하네요. 1998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알카에다 캠프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공격하는인피니트 리치(Infinite Reach)’ 작전을 펴기도 했습니다. 물론 실패했습니다.   


이후에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아프간을 샅샅이 뒤지며 빈 라덴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등 첨단 자산을 총동원해도 허사였습니다. 빈 라덴 제거작전 이후 CNN은 “미국이 빈 라덴을 찾는 과정은 (대테러기관의 활약을 담은 미국 드라마) 24’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더 가까웠다”고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2011 5 2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설치된 나스닥 전광판에 오사마 라덴의 죽음을 다룬 타임지 특별판 표지가 나오고 있다. 표지에는 라덴의 얼굴에 붉은색 X자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1945 아돌프 히틀러, 2003 사담 후세인, 2006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에 이어 타임지 표지 역사상 4번째로 등장한 것이다. [뉴욕 AP=연합뉴스]

 

역시 실마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미국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와 CIA가 운영하는 비밀수용소에 수감된 알카에다 조직원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빈 라덴의 연락책이 누구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는 바로 아부 아메드 알 쿠웨이티라는 인물이었습니다. 빈 라덴은 위치를 숨기기 위해 전화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연락책을 활용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체포된 알카에다의 주요 조직원들은 온갖 심문을 받고도 하나같이 알 쿠웨이티를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CIA는 이들의 이런 반응을 보고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알 쿠웨이티가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기를 쓰고 감추려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러고도 4년이 흐른 2010년, 알카에다 용의자를 추적하던 중 우연하게도 이 자가 알 쿠웨이티와 통화하는 것을 미국이 엿듣게 됩니다. 이 감청 내용을 추적해 알 쿠웨이티의 은신처 파악에도 성공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이 빈 라덴이 숨어 사는 곳이었습니다.   
  
CIA는 첩보위성, RQ-170 스텔스 무인정찰기 등을 활용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외곽에 있는 이 대저택을 집중 감시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 2010 12월에는 미 의회에 수천만 달러의 정보예산 증액까지 요구했다고 합니다. CIA가 현지 정보원을 포섭해 빈 라덴 저택의 동향을 파악하는 동안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는 국가지구공간정보국(NGA)이 제공한 침투 비행경로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작전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CIA를 비롯해 어떤 정보기관도 이 저택에서 빈 라덴을 발견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의 목소리를 포착했죠. 빈 라덴이라고 심증을 굳힌 미국은 제거작전을 실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후로도 미국은 신중하게 행동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1 3 14일부터 작전 실행에 앞서 6주간 4차례 회의를 열었습니다. 최초엔 B-2 스텔스 폭격기를 투입해 2000파운드급 JDAM 32발을 투하하자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사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거부했습니다. 이어 무인기 투입도 검토됐지만, 파키스탄의 방공망을 침투해야만 하는 부담이 커서 이 역시 배제됐습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특수부대 투입뿐이었습니다.   

 

▲2011 5 1 백악관 상황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왼쪽 둘째) 바이든 부통령(왼쪽 첫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오른쪽 둘째 앉은 사람),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오른쪽 첫째 앉은 사람) 등과 함께 해군 특수부대의 오사마 라덴 제거작전 실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백악관 웹사이트]

 

2011 5 1 오후,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 데브그루( 해군 특수전개발단, 네이비실 6팀의 별칭) 2 소대원 24명이 아프간 잘랄라바드 기지를 이륙해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카이로 이름의 벨기에 말리노이즈종 폭발물 탐지견 1마리도 투입됐다고 합니다.   
  
스텔스 헬기인사일런트 호크 발각을 피하기 위해 지형추적 레이더를 이용한 초저공비행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헬기 1대가 건물 상공에서 갑작스러운 난기류 현상으로 저택 마당에 불시착하고 맙니다. 다행히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고, 잇따라 도착한 헬기가 내려놓은 병력과 합류해 이튿날 새벽 1, 드디어 작전이 개시됐습니다.

 

▲2011 오사마 라덴 사살 작전을 영화로 만든 '제로 다크 서티'에서 재연한 해군 특수부대 데브그루(네이비실 6) 모습

  
바로 위층으로 올라서자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데브그루 척후 대원(point man)이 더블탭 사격(두 발 연달아 발사)으로 그를 쓰러뜨립니다. 방 안에 쓰러진 채 발견된 남성은 바로 빈 라덴이었습니다. 옆에 있던 빈 라덴의 다섯 번째 부인과 딸에게 신원을 확인한 대원들은 본부로 “제로니모 EKIA(Enemy Killed In Action·적 교전 중 사망)”라는 교신을 보냈습니다. 작전 개시 38분 만이었습니다.   

 

▲오사마 라덴이 은신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외곽의 대저택이 라덴 사살 이후 철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빈 라덴의 시신은 아프간을 거쳐 인도양에서 항행 중이던 칼빈슨 항공모항으로 옮겨졌습니다. DNA 비교검사로 빈 라덴의 최종 신원 확인을 마친 미군은 시신을 바다에 수장시켰습니다. 이에 대해선 빈 라덴의 추종자들이 시신을 신격화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국군 참수작전 능력은?

군이 대북 참수작전을 처음 공식화한 것은 2015 8월경입니다.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 작계 5015 바뀌는 과정에서였죠. 작계 5015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한국군 반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계 5027 성격이 다릅니다. 당시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은 안보학술세미나에서우리 군이 북한보다 앞서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이라며심리전과 참수작전, 정보우위, 정밀타격 능력 등을 모두 활용할 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우리 군이 실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구비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특수 침투 자산만 해도 미군처럼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저공비행이 가능한 스텔스 헬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공군의 C-130H 수송기가 특수침투 기종으로 개조돼 배치된 것으로 전해집니다(※특수자산의 내역은 군사기밀).  

 

뿐만 아니라 작전에 필수적인 정찰·감시(ISR) 자산 역시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수전 부대들이 미군처럼 통합 운용되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양욱 연구위원은실제 대북 참수작전을 수행한다면 리더십 참수(김정은 제거)만이 아니라 군사적 참수(총정치국,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북한군 수뇌부)까지 동시에 실시돼야 한다" 지적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3군에 흩어져 있는 특수작전 능력을 곳으로 통합하는 "이라며 "합동참모본부 직할의 합동특수전사령부를 만들어 유사시 참수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있도록 해야 한다 말합니다.  

 

◆10.05 부패한 발견된 시신고독사 뒤에 오는 것들

고독사.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러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된 경우를 말하는 용어입니다. 물론 ‘고독’이 사망원인은 아닙니다. 고독사 역시 공식적인 법률·행정 용어는 아니고 사회통념적으로 쓰이는 말일 뿐입니다. 국내외에서 이 같은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로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적 원인이 주로 꼽힙니다. 그런 죽음 뒤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 지구 건너편에서 포착된 고독사의 서글픈 현장을 전해드립니다


"이웃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2014 712(현지시간) 미국 뉴욕 퀸스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잠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 카페트에 비대한 몸뚱이 하나가 엎어져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이라 시신은 많이 부패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남자가 숨진 지 며칠 지났다고 추정했습니다.   

 

▲조지 소유의 아파트를 둘러보며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검시관. [사진 뉴욕타임스]

  
아파트 소유주는 조지 벨이라는 이름의 남성. 상식적으로 죽은 사람이 벨이라고 생각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릅니다. 벨이 마지막으로 이웃에 목격된 엿새 전이었습니다. 시신은 홀로 죽은 벨일 수도, 벨이 비운 집에 어쩌다 옮겨진 3자일 수도 있습니다
  
시신은 이제 어떻게 처리될까요. 과정을 뉴욕타임스(NYT) 2015 1017일자 기획기사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먼저 알려드리자면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립니다. 주민등록증 국가 차원에서 신원 관리체계가 철저한 한국과 차이가 있어서일 있습니다. 어쨌든 글을 읽고나면 만약을 대비해 신분증과 유언장 정도는 챙겨둬야겠다는 생각이 것입니다

냉동서랍에서 기다리는 시신 

일단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해 줄 이를 찾습니다. 아파트를 뒤져서 전화번호가 발견되면 있는대로 전화를 돌려봅니다. 85%의 경우 그렇게 가족이나 친지에게 연락이 닿습니다. 불행히도 벨(로 추정되는 남성)에게선 그런 수첩도, 휴대전화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신은 운구 파우치에 담겨 퀸스 병원 센터의 시립 영안실로 이송됩니다. 100여개의 냉동 서랍 중 한 칸에 시신이 보관되는 동안 경찰은 연고자를 계속 탐문합니다. 90%는 친척이나 친구가 나타나 신원이 확인되고 장례도 이내 치러집니다. 불행히도 벨(로 추정되는 남성)은 나머지 10%에 속했습니다

  

▲조지 소유의 아파트 부엌은 오래동안 관리가 각종 잡동사니가 방치돼 있었고 가스 오븐은 얼룩으로 지저분했다. [사진 뉴욕타임스]

 

신원 확인의 가장 쉬운 방법은 지문 확인입니다. 이걸로 안 되면 치아나 의료 기록, DNA 테스트로 나아갑니다. 본뜬 지문은 시, , 연방 정부로 보내집니다
  
9일이 흘렀지만 아무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무연고 사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검시관은 퀸스 카운티 사무실에 보고합니다. 유산 관련 업무를 처리해줄 공공행정관을 지정하기 위해서입니다. 퀸스에만 이런 업무를 하는 공공행정관이 15명이고 연간 1500건 정도를 처리합니다. 유산이라고 해봤자 대개가 500달러( 56만원) 미만이지만 어떤 이는 수백만 달러를 남기기도 합니다. 액수가 크면 처분하는 데 1~2년씩 걸립니다. 유산을 확인·배분하기 위해서라도 신원 확인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쓰레기 헤집으며 신원 단서 찾아보지만

검시관은 의료기록 조회를 위해 벨의 자택 인근 병원들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제일 가까운 곳부터 반경을 키워가며 벨이 생전에 한번이라도 들렀는지 묻습니다
  
또 다른 조사관들은 고인의 거주지를 방문합니다. 시신 발견 후 출입이 통제됐던 집은 쓰레기장에 가깝습니다. 부엌에는 음식물쓰레기와 기간이 지난 복권, 쇼핑 영수증 등이 뒹굴고 있습니다. 여름날 악취가 풍기는 잡동사니를 파헤치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조사관 일을 하려면 어떤 자질이 요구되느냐”라는 질문에 “이런 역겨운 일을 참아낼 수 있으면 된다”는 답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조사관들은 짝을 지어 일합니다. 단독 작업 때 혹시라도 고인의 유품을 훔치거나 훼손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이 찾는 건 유언장이나 금융서류, 주소록, 휴대전화 따위입니다. 간단한 귀중품은 그 자리에서 수거합니다. 서랍에서 나온 현금 3만 달러, 롤렉스 시계 등입니다. 중저가 브랜드인 ‘렐릭’의 은색 시계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컴퓨터, 신용카드 등은 결국 발견 못했습니다. 다만 몇장의 사진과 크리스마스 카드 등 벨과 친분 있는 사람들을 확인할 단서는 구했습니다.

 

▲어지럽게 방치된 화장실 모습.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전등 꾸러미도 나왔다. [사진 뉴욕타임스]

  
728, 의사의 소견이 나왔습니다. 사인은 고혈압 및 동맥 경화 심혈관 질환이며 비만이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리고 조사관이 11번째 전화한 병원에서 벨의 내원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004년 벨이 이곳에서 찍은 흉부 X레이와 시신의 X레이를 대조한 결과 죽은 사람이 조지 벨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72. 시신이 발견된 지 4개월 만이었습니다.   

시신은 화장하고 유품은 경매 

신원이 확인되면 드디어 시신을 화장(火葬)할 수 있습니다. 신원 미확인 시신은 매장은 가능해도 화장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재 관에 들어간 시신은 절차를 거쳐 한줌의 재로 변합니다. 인수할 유족이 없을 경우 유골은 공동 안치소로 갑니다. 벨은 그렇게 시립 공동 안치소에서 영원한 잠자리를 얻었습니다.   
  
남은 문제가 있습니다. 자산 처분입니다. 시가 의뢰한 청소업체 인부들이 고인이 살았던 아파트 내부를 철거·정리합니다. 대부분 쓰레기장으로 가지만 어떤 것들은 청소하면서 자신들이 챙깁니다. 벨이 생전에 아꼈을 마릴린 먼로 도자기 접시, 나이키 양말 세트, 큼직한 장화가 이렇게 인부들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앞서 조사관들이 수거했던 값비싼 유품들은 경매에 부쳐집니다. 2005년식 도요타 자동차, 롤렉스 시계 등이 경매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았습니다. 벨의 아파트는 감정 결과 219000달러( 24800만원)로 평가됐습니다. 아파트값과 보험, 자동차와 시계 경매가가 더해져서 총 자산은 324000달러( 36700만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서 뉴욕 시 및 행정관 수수료, 장례비, 청소비, 경매 비용 등을 떼내니 264000달러가 남았습니다. 고인의 유언장이나 혈연 관계에 따라 상속인에게 넘겨질 돈입니다

 

▲한줌 재로 돌아간 조지 벨은 뉴욕 퀸스의 공공 유골보관소 한쪽에 이름표를 달고 안치됐다. [사진 뉴욕타임스]


대도시 1인 가구 전체 40% 넘어  

NYT 보도에 따르면 연간 뉴욕시 사망자는 5만여명. 같은 고독사가 명이나 되는지 정확한 집계는 없습니다. 2000 인구조사에 따르면 뉴욕시 인구( 840만명) 32% 1 가구였습니다. 현재 비율은 훨씬 높을 것입니다. 일본 도쿄의 경우 1 가구가 1995 25%에서 2010 32% 껑충 뛰었습니다. 지난해 뉴욕, 도쿄와 런던·파리 유럽 주요 대도시의 1 가구 비중이 이미 40%대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1 가구가 늘어갈수록 고독사 위험성 또한 늘어갈 것입니다.   
  
게다가 고령의 1 가구, 소위독거노인 빈곤율 또한 높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6 국민생활기초조사를 바탕으로 65 이상 노인가구 분석연구에 따르면 1인가구의 빈곤율이 유독 높았습니다. 여성 1인가구는 56.2%, 남성 1인가구는 36.3% 기준 생활 수준에 미달하는 빈곤가구로 파악됐습니다. (65 이상 노인이 포함된 전체 가구의 빈곤율은 평균 27.0%.) 
  
개인화, 정보기술(IT) 비롯한 소통수단 발달, 남녀평등 의식 확대, 고령화로 인한 이혼·사별 증가 1 가구 증가 원인으론 여럿이 꼽힙니다. 하지만 사람이 세상에 나홀로 태어나지 않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인생 전체가 가족과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NYT 탐문에 따르면 뉴욕 시내 이사업체에서 일했던 벨은 1996 어깨를 다친 이상 일을 못하고 장애인수당 연금 등을 받으며 생활했습니다. 결혼은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동네 펍에서 한잔 마시는 취미였다고 하지만 끈끈한 친구는 없었습니다
  
“그는 절간처럼 조용히 살았어요. 정기적으로 벨이 울렸는데 배달음식이 오는 소리 같았어요.” 한 이웃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기 30년 전, 40대 시절 작성된 벨의 유언장엔 다섯 사람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먼 친척 조카와 한때 어울렸던 친구들, 그리고 한때 사귀었다 파혼한 여성 등입니다. 대부분은 최근 몇 년간 벨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벨의 유산 264000달러( 29800만원)를 나눠주겠다고 통보했을 때, 아무도 사양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알쓸박스 - "고독사 막아라" 일본에서 뜨는 틈새시장

  https://youtu.be/6YwiR6rzmNs

 

일본의 '고독사' 유품 정리 현장. 사설업체 소속 직원이 방독면과 방호복을 갖춰 입고 작업한다.

  
최근 일본에선 쓰레기장에 버려진 서랍장 속에서 2000만엔( 2180만원) 이르는 돈다발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유사 사례에서 추정해볼 돈다발은 홀로 살다가 사망한 1 가구 집에서 나온 폐기물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1 가구가 사망하면 재산 정리 절차를 통해 집이 상속되는데, 집을 철거·정리하는 과정에서장롱 예금 서랍장까지 쓰레기장으로 휩쓸려가는 식이다. 고인의 재산이 얼마인지 어떻게 관리해왔는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때문에 일본에선 1 가구의 임종(臨終) 준비하는 활동, 슈카쓰(終活)’ 돕는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신원보증과 간병부터 화장·납골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생전에 계약해 놓는 것이다. ‘고독사보험이라는 금융상품도 나왔다. 독거노인이 임대주택에서 홀로 사망할 경우 이를 정리해주고 세입자가 비는 동안 집주인의 손실 등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고독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 차원의 대비도 활발하다. 평소 요금체납 가정이나 홀로 사는 가정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다가 복지 공무원이 정기적으로 이들 가구를 방문한다. 우편·신문 배달원, 전기·가스 검침원이 고독사 관련 징후를 감지할 경우 곧바로 신고하는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정보통신(IT)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관리 서비스도 생겨났다. 의뢰인은 매일 몸무게·혈압 의학 데이터를 보내고 상담을 하는데 연속 사흘 동안 데이터가 오면 회사가 연락에 나선다. 고객 집에 설치된 자동 모션 센서에 일정 기간 아무 움직임이 없어도 연락망이 가동된다
  
국내에서도 지난 7 서울 용산구가 한국 야쿠르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배달원들이 3회씩 1 고령 가구를 방문해 음료를 전달하면서 안부를 확인하는 사업을 시작하는 지자체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10.06 흙속에서 찾아낸 1000 여전사키스하거나 죽이거나...바이킹과 아마존 여전사

▲스페인 바이킹 축제를 즐기고 있는 여성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는 흔히 전쟁과 전투는 남성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사시대부터 남성은 수렵, 여성은 채집 활동을 하며 일상을 꾸려왔다고 믿죠. 하지만 현대인들의 이런 상식을 뒤흔드는 고고학적 발굴 소식이 잇따라 나옵니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이번 이야기는 '땅속에서 찾아낸 1000년 전 여전사'입니다.  

 

전쟁 포로 머리로 쌓은 아즈텍 인신 공양탑

▲멕시코시티에서 발굴된 해골탑 일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여름, 멕시코시티 도심의 아즈텍 유적에서 소름 끼치는 유적이 공개됐습니다. 무려 675개가 넘는 두개골이 층층이 쌓인 해골탑입니다. 발굴하는 데에만 1년 반이 걸렸죠. 인간의 두개골에 석회로 발라 굳힌 지름 6m 원통형 구조물로 확인됐습니다
  
이 해골탑은 '촘판틀리' 혹은 '해골 선반'이라고 불리는 유적의 하나로 추정됩니다. 16세기 스페인 식민 정복자들이 자신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이 촘판틀리를 기록에 남기면서 아즈텍 문명의 인신 공양 전설은 널리 알려지게 됐죠

 

▲촘판틀리(해골탑) 스케치. [사진=위키미디어]

 

 그런데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은 당황했습니다. 아즈텍 사람들을 비롯한 고대 중남미인들은 태양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람, 주로 전사를 학살해 머리를 전시했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석 결과 남성뿐 아니라 여성, 어린이의 두개골까지 뒤섞여 있었거든요.  

 

▲2017 6 멕시코시티 촘판틀리에서 분리해낸 인골을 조사하는 고고학자. [EPA=연합뉴스]

 

발굴에 참여한 생물 인류학자 로드리고 볼라노스는 "스페인 정복자들도 이 해골탑은 전쟁에 참여하는 젊은 남성들의 그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여자와 아이들은 전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고대에는 여성과 아이들조차 전쟁에 참여해 포로가 된 것일까요. 아니면 전사라기 보다는 노예로서 인신 공양의 제물이 되었을까요. 고고학자들은 아직도 땅을 파고 있습니다. 탑의 기단이 드러나면 현대인이 알지 못하는 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지 모릅니다
  

대표적인 바이킹 무덤, DNA 확인하니 XX염색체 

▲바이킹 여전사의 무덤 발굴 당시 현장 스케치. 앉은 자세의 인골(오른쪽) 주위에 각종 무기가 놓였고, 쌍이 함께 묻혔다.

 

장검과 , 방패, 은제 투구 그리고 제물로 함께 묻힌 값비싼 마리. 10세기 바이킹 전사의 전형적인 무덤으로 알려졌던 스웨덴 비르까 섬의 Bj581 봉분의 부장품입니다. 1880년대에 비르까 마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무덤은 지체 높은 바이킹 전사 장례의 전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무덤의 주인공은 키가 170cm 되는 30 여성이라는 사실이 발굴 140 만에 밝혀졌습니다. 같은 결과를 담은 논문 『유전체학으로 확인된 여성 바이킹 전사』는 9 8(현지시간) 아메리칸 신체인류학 저널에 게재됐습니다.  
  
앉은 자세로 묻힌 무덤 주인의 무릎에는 정교한 보드 게임 세트가 놓여 있었습니다. 바이킹 전사의 전술과 전략을 시험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무덤 주인이 강력한 군사 지도자임을 암시하는 유물이죠스톡홀롬 웁살라 대학교 샬럿 헤든 스티나존슨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무덤의 주인공이 여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골반뼈의 모양 골격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이라고 충분히 의심을 품을 만했지만, 그동안 학계에선 전사니까 당연히 남성이라고 여겼거든요.  

 

▲미국 히스토리채널이 상영중인 드라마 '바이킹스' 여전사 라게르타 역을 맡은 캐서린 위닉. [사진=히스토리채널, Bernard Walsh)

 

연구진은 무덤 주인의 송곳니와 왼쪽 위팔뼈에서 DAN를 추출해 염기 서열을 분석했습니다. 방사성 동위 원소 분석도 동원했고요. 그 결과 X염색체는 발견됐지만 Y염색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스티나존슨 교수는 더 로컬과 인터뷰에서 “전투 경험 없이 높은 군사적 지위에 오를 수는 없다. 무덤의 주인공이 전투에 참여했다고 믿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페인 바이킹 축제에서 바이킹 차림으로 레드 와인을 마시는 여성.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7월엔 영국의 대표적인 바이킹선 무덤의 주인이 여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이킹들은 배를 관으로 써서 죽은 이를 매장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2011년 스코틀랜드 서부지방에서 발굴된 1000년 전 바이킹선 무덤에선 치아 두 개와 도끼날, 큰 칼, 고리가 달린 핀, 망치와 집게, 청동으로 된 술잔 등이 함께 나왔습니다. 무덤 주인은 지위가 높은 바이킹으로 추정됐고요

▲스코틀랜드 바이킹선 무덤 개념도 스케치. [그림=위키미디어/ Sarah Paris]

 

영국 데일리메일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치아의 동위원소 분석 결과가 스코틀랜드 루이스 섬에서 발굴된 여성의 그것과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사람의 조직이라곤 치아 두 개 뿐이라 단정짓긴 어렵지만 여자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죠. 레스터대학 고고학과 올리버 해리스 박사는 "검·도끼·창은 당연히 남성 전사의 증거라고 믿곤 하지만, 국자나 냄비가 나온다고 그렇게 (반대 성별이라고) 해석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합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해석이 달라짐에 따라 바이킹 여전사는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알쓸BOOK-The Amazons

▲그리스 신화의 아마조네스 부족을 표현한 그림. [출처=위키미디어/미의회도서관 라이브러리, Krohn, Feiss & Co. ]

 

아마조네스(amazones 혹은 amazons)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전사로만 이뤄진 전설적 부족입니다.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죽이고 여아만 길렀고, 사냥과 전쟁을 즐겼다고 하죠. 활을 걸리적거릴까봐 오른쪽 유방을 잘라냈다고도 합니다. '아마존' 어원도 '유방이 없는'이라고 해요. 무서운 그녀들은 단순히 신화 상상의 존재일까요.

과학사 연구자 에이드리엔 메이어가 2014 출간한 『더 아마존스(The Amazons)』는 분야에선 손꼽히는 책이라고 합니다영국 인디펜던트지 북리뷰와 가디언 칼럼프린스턴대학교출판부 소개 페이지에 따르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은이는 전세계의 고고학적 발견을 따라가다 보면 아마존이 단순한 신화도, 상상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문학과 전설 아니라 회화·조각·동전··무기·의복·화석 등의 고고학적 증거를 연결해 아마존을 현실로 끌어냅니다. 비단 그리스만이 아니라 유목민이 거쳐간 고대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중앙아시아와 중국 등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나 흔적이 있다는 거죠

 

▲기원전 330~310년경 고대 그리스 테라코타 도기조각에 나타난 아마조네스 여왕과 그리스 군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품. [출처=위키미디어]

 

바이킹이나 스키타이족 같은 유목민들은 남녀 모두가 사냥꾼이자 전사였다고 합니다. 불가리아와 몽골지역에 걸쳐 전투 상흔을 입은 여성의 유골이 엄청나게 나왔고요. 어떤 고대 공동묘지에서 무기류가 부장된 무덤의 37% 여성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답니다. 다만 이렇게 유골 분석으로 성별을 판단할 있게 최근의 일입니다. 기술이 발달되기 전까진 위에서 소개한 바이킹 여전사 사례처럼 전투는 당연히 남성의 몫이었으리라는 편견이 역사를 왜곡시켰다는 거죠.   

 

▲아마존 여전사의 맥을 잇는 '원더우먼'. 영화의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아마존이 단순히 무서운 여인의 이미지로만 소비된 아니라고 합니다. 당신에게 키스하거나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여성. 치렁치렁 늘어지는 튜닉 대신 붙는 레깅스를 입고 술잔을 엎은 같은 스포츠 브라 스타일의 갑옷을 착용한 여전사는 예나 지금이나 남성들에게도 소름끼치게 매혹적인 이미지였다는 거죠. 가령 로마 네로 황제는 여행을 유크네몬이라는 이름의 아마존 여전사 청동 조각상을 지참했답니다.  
  
어린 소녀들의 무덤 속에서도 흙으로 구운 아마존 여전사 인형이 많이 발견됐다고 해요. 강인한 여전사는 요즘의 바비 인형 뺨치는 소녀들의 장난감이자 롤모델이었다는 겁니다.

 

◆10.07  93 대통령 사후 짐바브웨의 운명은? - 41살연하 부인..짐바브웨 '구찌 그레이스'

그녀는 최고 권력자의 정부(情婦)였습니다. 남편이 있고 사이에서 낳은 아들도 있었지만, ‘부적절한 관계 걸림돌이 되진 않았습니다.  

최고 권력자에게도 아내가 있었죠. 신부전증으로 투석을 하던 아내는 남편의 불륜을 알고도 눈감았습니다.  
두 사람은 10년 가까이 ‘부적절한 관계’인 채로 딸과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사이 병을 앓던 권력자의 아내는 사망했고, 그녀도 전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청산했습니다.   

 

▲지난 4 열린 짐바브웨 독립기념 행사에서 부인 그레이스에게 입맞추는 무가베 대통령. [AFP=연합뉴스]

 

▲무가베 대통령과 그레이스는 1996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중앙포토]

 

막장드라마 같은 불륜의 주인공은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과 그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입니다.  


1987년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무가베는 총리, 그레이스는 타이피스트였습니다. 무엇보다 무가베는 63세, 그레이스는 22세였습니다.   


1996년 두 사람은 하객 4만 명이 참석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고, 그레이스는 공식적으로 짐바브웨의 퍼스트레이디가 됐습니다.   
  
오늘의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의 주인공은 그레이스 무가베입니다. 41살 연상의 권력자를 사로잡고, 이제는 짐바브웨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야망의 그레이스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대통령 유력 후계자는 41 연하 아내 

지난 8월 그레이스는 외신을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폭행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하면서입니다.  


그레이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아들을 만난다는 이유로 여성 모델을 폭행했는데요, 피해 여성은 “두들겨 맞았다”며 상처 난 얼굴 사진을 공개했죠.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그레이스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면서 면책특권을 요구했습니다. 남아공 정부는 외교적 면책특권을 부여했고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막 나가는 퍼스트레이디의 기행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은 짐바브웨의 미래와 관련이 깊습니다 
그레이스가 올해 93세인 무가베 대통령의 유력한 후계자이기 때문입니다.

 

독립 영웅에서 타락한 독재자로

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의 혁명과 독립을 이끈 영웅이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백인 정권에 맞서며 독립운동에 헌신했고, 1963~1975년엔 옥고를 치르기도 했죠. 석방 뒤엔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해방군 최고 사령관이 되어 국내외를 오가며 게릴라 투쟁을 이어갔고요.  

 

▲1976 짐바브웨 독립운동을 이끌 때의 무가베. (오른쪽 두번째). [중앙포토]

 

1980년 마침내 짐바브웨는 영국에서 독립합니다. 무가베는 초대 총리가 됐습니다. 87년엔 개헌을 통해 6년 임기에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해 영구 집권의 길을 열었고요.  


약 40년 간 무가베는 사리사욕을 채우며 철권을 휘둘러 나라 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습니다.  
독립 영웅이 아프리카 최악의 독재자로 타락한 거죠.  
  
그러나 권력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술·담배를 멀리하며 건강을 유지해 온 그도 나이 앞에선 속수무책이니까요.  


특히 최근 수년 사이엔 공식석상에서 조는 장면이 수 차례 포착됐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 연설하는 일도 있었고요.  

 

무가베 대선 출마…99세까지 집권

지난해 말 무가베는 2018년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 집권당 단일 후보로 출마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선될 가능성은 크지만, 그의 나이 99세가 되는 2023년에 끝나는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 8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정상회의 잠든 무가베 대통령. [AP=연합뉴스]

 

그가 잠든 채라도 권좌에 앉아있는 것과 죽고 없는 건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독재자의 존재도 고통이지만, 그가 사라진 뒤 벌어질 혼돈 역시 국민에게는 고난이니까요.  


아프리카 대륙이 짐바브웨의 정권 교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혼 후 상당 기간 그레이스는 무가베의 ‘트로피 와이프’였습니다.  


특히 무가베 대통령의 첫 부인인 샐리의 그늘에 가려 숨 죽이며 지냈습니다. 남편의 동지였던 샐리가 국민들에게 인기 높은 퍼스트레이디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가베가 늙어가면서 그레이스의 영향력은 커졌습니다. 정치적 영향력을 급속도로 키우더니 2014년부터는 집권여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의 여성 연맹을 이끌고 있습니다. 정치 집회를 주도하면서 세를 확장하고 있는데요, 부통령보다 그가 막강하다는 건 짐바브웨에선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지난 6 정치집회에 함께 참가한 무가베 대통령과 그레이스. [AP=연합뉴스]

 

▲그레이스는 2014 집권여당 여성 연맹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정치 전면에 나섰다. 지난 7 정치 집회에서 연설 중이다. [AP=연합뉴스]

 

지난 7월엔 무가베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행사에서 “직접 묻겠다. 당신의 다음 주자가 누구인지 우리에게 말해달라”고 공개 발언을 했습니다


더 노골적으로 권력욕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고 한다는데, 그러면 안되나? 나는 짐바브웨 사람이 아닌가” 


독재자의 차기를 거론하는 것은 금기입니다. 그레이스가 대놓고 ‘다음 주자’를 얘기했다는 건 이미 집권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겠죠.    

 

호화 사치 쇼핑으로구찌 그레이스별명  

짐바브웨에서 그레이스의 인기는 형편없습니다. 오죽하면 ‘디스그레이스(DisGrace)’라고 불릴까요. 사고를 치고 물의를 일으키면서 국민들의 신망을 잃었습니다.  


2009년 홍콩에서 자신을 촬영하던 영국인 사진작가를 폭행한 데 이어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유사한 폭력 사건을 일으켰고, 사치로도 악명이 자자해 ‘퍼스트 쇼퍼(The First Shopper)’ ‘그레이스 구찌 무가베’라 불리기도 합니다. 페라가모의 하이힐을 좋아한다는 그가 해외에서 호화 명품 쇼핑을 즐기는 모습은 여러 번 목격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아공 모델 폭행 사건이 불거지자 외신에는 “그레이스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을까” 라고 분석하는 글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치로 악명 높은 그레이스는 '구찌 그레이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EPA·AFP=연합뉴스

 

그레이스의 권력욕정적 독살 시도 의혹도 

그레이스 말고도 무가베의 차기로 거론된 유력 정치인들은 있습니다


독립운동군 출신으로 부통령을 지낸 조이스 무주루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그레이스는 2014년 그를 끌어내렸습니다. 대통령 암살 혐의를 뒤집어 씌운 거죠. 
   
현재 그레이스의 최대 라이벌은 에머슨 음난가그와 현 부통령입니다. 역시 백인 정권에 맞선 독립군 출신으로, 군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음난가그와는 심각한 구토 증세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짐바브웨에선 대통령 가족이 그를 독살하려 했다는 루머가 돌았죠.   
  
음난가그와가 만만치 않은 상대이긴 하지만, 그레이스가 단연 유리합니다. 자신을 유력 정치인으로 만들어 준 남편이 여전히 든든한 무기이니까요. 더구나 그레이스는 남편이 자신에게 의지한다는 사실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은 고령 탓에 자택에서 주로 집무를 수행합니다. 루이 14세풍 호화 가구와 대리석으로 장식된 거대한 맨션에서 그레이스는 늘 주요 결정을 남편과 함께 내립니다.  

 
지난 8월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레이스는 짐바브웨의 비공식 총리”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무가베의 92번째 생일파티에 함께한 무가베 부부. [AP=연합뉴스]

 

▲올해 2 93번째 생일을 맞아 파티 중인 무가베. 케익의 촛불을 끄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아공 폭행 사건으로 집권 플랜에 타격 

그러나 남아공 폭행 사건으로 그레이스의 입지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남아공에선 그레이스를 비난하는 시위가 열렸고, 무가베는 부인의 면책 특권을 부탁하기 위해 회의 일정을 앞당겨 남아공을 방문해야 했습니다.  


지난 8월 뉴스위크는 “그레이스의 신경질적인 성격을 모든 짐바브웨인들이 알게됐다”며 “회복할 수 없는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을 통해 무가베 일가의 전횡이 다시 주목받게 됐습니다.  


남아공에서 폭행당한 모델과 만났다는 아들을 비롯해 그레이스 자식들의 호화 생활이 도마에 오른 겁니다.  
  
지난 20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그레이스의 큰아들 러셀 고레라자는 최근 최고급 자동차인 롤스로이스 2대를 구입했습니다. 맞춤 제작한 두 차량의 가격은 400만 파운드(약 45억 8000만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다른 아들인 로버트 주니어와 차퉁가도 부모에서 받아쓰는 ‘용돈’으로 연일 파티를 즐기며 살고 있고요.  


짐바브웨는 지난해 중앙은행이 자국 화폐인 짐바브웨달러 사용을 포기했을 정도로 경제가 파탄난 상황입니다

 

 https://youtu.be/LgYBqPiYzC4

그레이스의 아들이 구입한 롤스로이스가 짐바브웨 공항에 도착한 촬영된 영상.

 

무가베의 딸인 보나 치코레는 지난 5월 내무부 산하의 검열위원회의 이사로 지명돼 일하고 있습니다.  


뉴스위크는 이 때문에 그레이스가 권력을 물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는데요,  


“그레이스를 대통령직에 꽂아 넣는 것은 엄청난 반발을 불어일으킬 수 있다”는 거죠.  

 

독재자의 길은 권력  “어떻게든 지킬

그러나 독재자 일가에겐 권력을 지키는 것 외에 출구는 없습니다. 그레이스 역시 남편 사후에 비참한 말로를 맞지 않기 위해 기를 쓸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지 언론인인 앤디 모이세는 지난 8월 가디언에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최근의 그레이스는 남편이 죽고 홀로 남는 것이 두려운 까닭에 더 탐욕스럽고 공격적인 여성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의 위치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홍주희 기자 hongghong@joongang.co.kr  


◆10.08 국민 100 1명이 갱단엘살바도르에 희망은 있을까

인구 10만명당 104명 살해당해
'세계서 살인율 가장 높은 국가' 오명
젊은이들, 생계 위해 조직 범죄 가담
국민 600 , 범죄 조직원은 6

수도 산살바도르 취임한 30 젊은 시장
"조직 범죄 억압은 해결책 아니다"
젊은이들 위한 문화 시설 대거 투자해
1년만에 범죄율 16% 낮춰

그러나 중남미 최악의 범죄 국가라 불리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국가 엘살바도르입니다. 특히 수도 산살바도르는 나라의 범죄 대부분이 벌어지는 도시로 악명이 높은데요.

 

[알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 오늘은 '세계의 살인 수도'로 불리는 산살바도르의 참혹한 실상과 이곳에 혜성처럼 등장한 36세 젊은 시장의 이야기입니다
  

 https://youtu.be/0KIu8vwfQvI

 

엘살바도르는 스페인어로 구세주(salvador)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 이름과 달리 엘살바도르 국민들은 신조차 외면한 듯이 처절한 환경 속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엘살바도르는 인구 10만명당 104명이 살해당해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국가로 기록됐습니다. 2015 8월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900명이 살해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데요. 지난 1 12일엔 2년 만에 처음으로 단 한명도 살해당하지 않아 전 세계에서 뉴스가 되기도 했을 정도예요.   
  
이처럼 높은 살인율은 대부분 엘살바도르의 조직 범죄단에 의한 것인데요. 가장 큰 두 조직 마라 살바트루차(MS-13)와 바리오18의 조직원 수는 도합 6만 명에 달한다고 해요. 나라 전체 인구가 600만 안팎이니 100명 중 한 명은 조직원인 셈이죠. 이들의 성장세는 현지 경찰이 "조직원을 아무리 잡아들여도 충원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감옥에 수감돼 있는 엘살바도르 조직 범죄원들. [뉴욕타임스]

 

특이하게도 엘살바도르의 조직 범죄단은 마약 거래 같은 국제 범죄에 거의 손을 대지 않습니다. 돈도 별로 없어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MS-13의 연간 소득은 우리 돈으로 355억원 남짓. 마약으로 수십조 원을 벌어들이는 멕시코 조직 범죄단이 보기엔 하찮은 액수죠. 이들의 주된 범죄는 동네 주민들에게 강제로 돈을 뜯어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벌어봐야 조직원 1인당 수입은 한 달 60달러(7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엘살바도르 조직 범죄단의 지역 장악력은 다른 그 어떤 나라의 조직보다도 막강합니다. 이를 잘 보여준 사태가 지난해 4월 벌어졌던 버스 테러 사건입니다. 조직 범죄단 MS-13은 감옥에 있던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최고보안 감옥으로 이감되자 이에 반발해 산살바도르 전체에 이동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이들이 금지령을 어기고 운행하는 버스 기사들을 무자비하게 사살하면서 이날 시민들의 발이 묶여 도시 전체가 마비됐죠.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어디 변두리가 아니라 수도 중심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엘살바도르는 조직 범죄의 온상이 됐나

  멕시코 남쪽,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사이에 위치한 소국 엘살바도르의 갈등은 1980년대 우파 군사독재 정권과 좌파 반정부 세력 간의 내전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1992년 유엔의 중재로 내전이 종식될 때까지 10여 년에 걸쳐 75000명이 사망하고 백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피난을 떠나는 참상이 벌어졌죠. 92년 평화협정으로 엘살바도르는 평화를 되찾은 듯했습니다. 당시 테리 칼 스탠포드대 교수는 이 협정을 "협상을 통한 혁명"이라며 극찬할 정도였어요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역량이 되는 정부가 정치로 다스리기엔 나라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혈사태가 끝나자 엘살바도르 각지에서 조직 범죄단의 폭력 범죄가 활개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무기가 널리 보급돼 있었던 탓에 지역 조직의 일개 단원들조차 자동화기로 무장하고 세력 다툼을 벌였다고 합니다. 우파 정부는 치안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철권(mano dura) 통치를 선언했습니다. 서서히 법을 개정하며 공권력을 강화해나가기 시작한 거죠
  
2009 엘살바도르에선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좌파 정권이 집권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질 않았습니다. 정권을 잡은 좌파 정당 자유해방전선(FMLN) 지지율 상승을 노리고 조직 범죄를 강력하게 단속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조직들이 서로 협력해 정부에 맞서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2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엘살바도르의 현실입니다.   
  
엘살바도르에서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조직 범죄가 활개를 치는 것은 나라 경제·사회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과거 엘살바도르 경제의 핵심 동력이던 커피 농업의 근간이 내전으로 인해 파괴됐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 1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현재 엘살바도르 주민들 대다수는 자족 능력을 상실하고 미국 등 해외에 불법 체류하는 가족의 수입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어요.   
  
산업이 피폐해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에겐 선택의 폭이 거의 없습니다. 합법적으로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독일 국제지역연구소의 자비네 쿠르텐바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의 소년들은 불법 이민과 조직 범죄단 가입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소녀들은 범죄 조직에 성 노예로 팔려가는 일이 빈번하고요. 엘살바도르 정부가 이 같은 현실은 도외시한 채 조직 범죄단 소탕에만 열중하고 있어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고 쿠르텐바흐는 지적합니다.   

 

나라에 바람 불어넣는 34세의 젊은 정치인

▲나이브 부켈레(36) 산살바도르 시장. [산살바도르시]

 

이처럼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던 엘살바도르에 한 젊은 정치인이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15 34세의 나이로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에 취임한 나이브 부켈레가 그 주인공입니다. 사업가 출신인 부켈레는 그동안 조직 범죄 소탕에 나섰다가 분쟁을 악화시킨 전임 시장들과 달리 인프라 확충, 청소년 교육·복지 강화 등의 정책으로 1년만에 산살바도르의 범죄율을 16% 가까이 낮춰 화제를 모았습니다
  
부켈레는 지난 3월 타임지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직 범죄와 맞서 싸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힘으로 억누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을 우리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산살바도르의 조직 범죄가 갈 곳 없는 젊은이들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꿰뚫은 발언입니다. 
  
부켈레는 범죄 조직을 억압하는 것이 아스피린과 같아서 증상만 치료할 뿐 근본 원인은 고치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직 범죄를 뿌리부터 해소하기 위해선 운동장, 도서관, 공원, 시장, 주민센터 등의 인프라를 통해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부켈레의 접근법입니다. 부켈레는 "범죄(criminality)를 창조성(creativity)으로 바꾸겠다"며 스케이드보드, 브레이크댄스, 그래피티 아트 등 젊은이들이 즐기는 문화에 적극 호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산살바도르에서 열린 스케이트보드의 날 행사에 직접 참가해 스케이트보드 공원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죠
  

▲산살바도르 시장 나이브 부켈레가 취임 직후 실시한 '하루에 가지 (una obra por dia)' 옷을 입은 노동자들이 장터 건물을 수리하고 있다. [산살바도르시]

 

부켈레의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하루에 한 가지 일(una obra por dia)'이라는 프로젝트입니다. 도시에 매일 하루 한 가지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프로젝트인데요. 부켈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손상된 도로 복구 작업, 길거리 장터 조성, LED 가로등 설치, 시민 고충 접수하는 스마트폰앱 제작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하루 단위로 진행하며 그날 이뤄진 일들을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도시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직접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부켈레는 취임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산살바도르에서 88%라는 놀라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명성은 이제 산살바도르를 넘어 엘살바도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죠.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전체에서도 46.5%가 부켈레를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불과 2달 전 25.6%에서 2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것은 물론, 21.8%를 기록한 2위 후보와도 압도적인 차이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제 36세인 부켈레가 진정 엘살바도르의 살바도르(구세주) 같은 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인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기준 기자

 

◆10.21 10년만에 2% 초인플레? 돈찍기 바쁜 그곳

거덜 살림 메우려고 마구 찍는 국가 속사정
돈이지만 돈은 아닌본드노트

요즘 짐바브웨에선 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 통용됩니다. ‘본드노트라는 일종의 유사 화폐입니다지난해 짐바브웨 정부가미국 달러만큼 가치를 쳐준다 발행했고요로이터통신의 표현을 빌리자면홈메이드 미국 달러입니다
  
본드노트 등장 짐바브웨엔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10 짐바브웨를 덮친 초인플레이션이 반복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2004~2009 국가를 초토화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2009 짐바브웨는 자국 통화(짐바브웨달러·Z$) 포기했습니다.  


미국 달러(US$) 공식 화폐로 채택했고, 현재는 8개국의 화폐가 법정화폐로 통용됩니다. 미국 달러, 남아공 랜드, 보츠와나 풀라,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중국 위안, 인도 루피, 일본 엔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외환이 바닥나자 정부는  ‘ 찍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본드노트입니다. 8 3 달러어치를 추가 발행해 5 달러어치가 유통 중입니다
  
거덜 국가 살림을 돈을 찍어서 메우는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2008 초인플레이션 당시 돈다발을 들고 있는 짐바브웨 남성. [ 중앙포토]

 

짐바브웨 정부는 본드노트를 발행하면서 ▶미국 달러와 11로 교환된다 ▶기존의 미국 달러 계좌를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소매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달러를 쓰듯이 본드노트를 있다는 거죠. 때문에 본드노트에는 ‘발러(Bollar)’라는 별명이 붙었는데요, ‘달러(Dollar)’ D 본드노트의 B 대체한 신조어입니다.  
  
그러나 발행 직후부터 본드노트 가치는 뚝뚝 떨어집니다. 짐바브웨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안팎으로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본드노트로는 대외거래가 불가능하니 미국 달러가 우대받을 수밖에 없죠.   
  
지난 2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소매업자들이 미국 달러를 내는 소비자에게는 50% 할인해준다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주유소는 달러용 펌프와 본드노트용 펌프를 구분했고요, 상점들은 같은 물건에 개씩 가격표를 붙였습니다.  
  
정부의 감독을 피할 없는 대형 업체들은 차라리 상품 가격을 올렸죠. 암시장에선 30% 프리미엄이 얹어진 미국 달러와 본드노트가 거래됐습니다.  
  
달러:발러=1:1’이라는 공식이 완전히 깨져버린 겁니다.  
  

외환 바닥정부가 암시장서 달러 거래 

지난 8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짐바브웨의 외환 보유액은 8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이는 짐바브웨 정부 발표이고, 국제통화기금(IMF) 6억 달러도 안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9 기준 38467000 달러입니다. 돈줄이 막힌 북한의 경우도 20 달러는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달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짐바브웨 은행들은 1인당 인출액을 1주일에 미화 50$ 제한했습니다. 달러가 귀해지자 수도 하라레의 암시장에선 미화 100$ 185본드노트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암시장에서 본드노트를 주고 미국 달러를 사재기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산하의 금 거래소가 금을 사들이면서 본드노트로 일부 결제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한달 전엔 전액을 미국 달러로 거래했는데 말입니다

 

▲짐바브웨의 2달러짜리() 5달러짜리 본드노트.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짐바브웨 정부는 미국 달러와 1 1 가치를 지닌다며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달러를 대체한다며 유사 화폐를 발행하더니, 이제는 가치를 정부가 나서서 후려치고 있는 셈입니다. 당연히 미국 달러 가치는 연일 상승 중이고요


요즘 짐바브웨는 10 초인플레이션이 연상될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아프리카 신생국, 초인플레로 유명세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짐바브웨는 한동안 꽤 괜찮은 국가였습니다
  
90년대 초까지 높은 농업 생산력과 풍부한 광물 자원, 경제개발 계획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부침은 있었지만 1980~90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 넘었죠. 특별한 존재감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건실했던 3 세계 신생국가였습니다


그랬던 짐바브웨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세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됩니다.   
   
짐바브웨 경제가 본격적으로 흔들린 1990년대 말입니다.  


90년대 중반 극심한 가뭄으로 경제가 악화되고, 민심이 사나워지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무가베 정권이 아무 정책이나 내놓기 시작한 겁니다.  
  
97년 정부는 독립해방군 출신 퇴역 군인들에게 5만 짐바브웨 달러(Z$)씩 보너스를 주기로 결정합니다. 당시 짐바브웨 국내총생산(GDP) 3%에 해당하는 막대한 지출이었죠. 이듬해엔 콩고 내전에 개입해 계획에 없던 돈을 씁니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왼쪽) 그의 부인 그레이스. [EPA=연합뉴스]

 

또 이즈음 토지개혁을 명목으로 백인들의 땅을 빼앗아 농장 운영 경험이 없는 흑인들에게 불하합니다. 당연히 농업 생산성은 낮아지고 서방 국가와의 관계도 악화되는 후유증이 나타났고크게 의존하던 대외 원조는 뚝 끊어집니다.  


이때 짐바브웨 정부는 최악의 수를 둡니다. 화폐를 마구 찍어 적자를 메우기로 한거죠.   
  
그 결과가 2004~2009년의 초인플레이션입니다. 전쟁 중도, 내전 중도 아닌 국가에서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막장 정책이 짐바브웨에서 펼쳐집니다

100Z$ 지폐 내봤자 달걀 3 

짐바브웨 정부가 발표한 2008 1~7월 인플레이션율은 2 3000%였습니다. 엄청난 숫자지만, 그 마저도 줄이고 줄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2008년 말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율은 897해%였습니다.   


89,700,000,000,000,000,000,000 

0 20개 붙은,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숫자입니다.   

 

▲100 짐바브웨 달러 지폐. 최근엔 수집가들 사이에 30~60달러에 거래된다. [위키피디아]

 

지폐의 액면가가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해 수 차례 돈을 새로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 말 1US$가 200만Z$까지 치솟자 중앙은행은 1000만Z$, 2500만Z$, 5000만Z$짜리 지폐를 발행합니다. 그러나 5000만Z$의 가치는 금세 1.4US$까지 추락합니다.  


결국 2008년 8월 정부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합니다. 모든 금액 단위를 일률적으로 하향 조정한 겁니다.

 

100억Z$가 하룻밤 새 1Z$가 돼 버린 거죠. 화폐 개혁으로 새 돈도 찍어냅니다. 그러나 무용지물.  
2009년 초엔 100Z$ 지폐를 발행했지만 버티지 못하고 2달 만에 자국 통화를 완전 포기합니다

 

돈은 휴지, 증시에 몰려…10 판박이  

당시 짐바브웨는 그야말로 대혼돈이었습니다


골프 라운드 한 번 돌고 나면 음료수값이 50% 올라 있었고, 상점에선 하루에도 몇번 씩 가격표를 새로 적었습니다. 휴지조각만도 못한 돈뭉치는 수레로 싣고 다녔고요, 100조Z$ 지폐를 내봤자 돌아오는 건 달걀 3알 뿐이었습니다.  

  

▲짐바브웨 증권거래소의 산업 지수 추이.

 

바로 이런 상황이 재연될 있다는 경고가 현재 계속 나오고 있는 겁니다.   


달러는 품귀고, 본드노트의 가치가 쭉쭉 빠지자 사람들은 현물을 보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사고 부동산을 사들입니다. 은행 잔고의 가치는 떨어져도 유형 자산은 남으니까요.  


주식 시장에도 자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짐바브웨 증권거래소(ZSE) 산업지수(INDZI) 연일 상승해 연초 대비 3 이상 올랐습니다.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요.  


인플레이션이 극단으로 치닫던 2007년 상반기에도 짐바브웨 증시는 상승률 4500%를 돌파했었죠.  

 

무가베 사치는 여전…200$ 생일파티 

짐바브웨 정부는 초인플레이션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달러 암거래 단속을 위해 경찰에 강력한 권한을 줬고요, 적발된 암거래상을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도 강화했습니다. 가격을 이원화한 상점도 단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더구나 무가베 대통령 일가의 초호화 생활은 멈출 줄을 모르니 정부의 말발이 먹힐리 만무합니다.  


올해 2월 무가베 대통령은 약 200만 달러를 들여 자신의 93세 생일 파티를 여는가 하면, 지난 7월 처형(그레이스의 언니) 생일엔 미화 6만 달러를 선물했습니다.  
  
10년 전 짐바브웨 사람들은 액면가 수백, 수천조의 화폐를 지니고도 가난뱅이로 살았습니다. 과연 그 악몽이 반복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2000년대 중반 초인플레이션 당시 짐바브웨인들은 가난한 백만장자였다. [중앙포토]

  

초인플레이션의 재앙

통제가 불가능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보통 한달 전달 대비 물가가 50%넘게 상승했을 때를 말하죠.  

 

전쟁·내란·재해  변고가 있을 초인플레이션이 주로 발생하는데요, 1 세계대전 이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1919~21 사이 물가가 1조배 올랐다고 하죠. 전쟁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고, 전후 공급은 달리는데 수요가 폭증하자 생긴 현상이었습니다.  

 

이때 발행된 돈들도 어마어마한 액면가를 자랑하는데요, 1924년엔 역대 주화 가운데 최고가로 남은 1 마르크 동전이 나옵니다

 

▲1924 발행된 1 마르크 동전.

 

1919~24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헝가리는 2 세계대전 심각한 상황을 맞습니다. 1945~46년엔 시간 물가가 뛰었죠. 이때 1 (100,000,000,000,000,000,000) 펭귀 지폐가 나오기도 합니다. 역시 물자는 부족한데 수요가 늘자 대책없이 돈을 찍어낸 결과였습니다.

견디다 못한 헝가리는 1946 7 화폐 단위를 펭귀에서 포린트로 바꿉니다. 이때 교환비율은 40(4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펭귀당 1포린트였죠. () 1000 9제곱인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제2 세계대전 이후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헝가리가 발행한 1해짜리 지폐.

 

최근엔 베네수엘라가 초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전임자 우고 차베스의 정책을 고수하면서 몰락을 자초한 결과입니다.  


세계 1위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석유만으로 먹고 살았습니다. 오일머니에 의존해 무상 복지를 펴고, 일자리를 나눴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차베스 시절엔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러나 유가를 반토막 났고, 오일머니에 기대던 베네수엘라 재정은 파탄났습니다. 화폐 볼리바르의 가치도 급락했고요. 마두로 역시 돈을 마구 찍었습니다.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뒤따랐죠.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재앙입니다. 식품과 생필품은 동이나 인구 3000 가운데 4분의 3 평균 몸무게 8.7㎏를 잃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입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MF 내년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2300% 넘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10.24 반려견 천국 매년 400만명 물려..공격동물 1위는?

최근 80년 역사의 한식당 한일관 공동대표 김모씨가 연예인 가족의 반려견에 물린 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고가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반려견에 대한 보호자(견주)의 책무를 따지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애완견이라는 명칭이 반려견으로 바뀐 되었듯 국내에서 반려동물 키우기 문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렇다면 동물 복지 반려 문화가 앞서가는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떠한지, 어떤 예방책과 처벌이 있는지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 알아보았습니다.  
  
한국에서 프렌치불독 공격 사건 관련 논란이 뜨거웠던 22(현지시간) 미국에서도 맹견에 의한 사망사고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매사추세스주 로웰에서 7 소년이 핏불테리어 마리가 있는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물려 숨진 것입니다. 소년을 공격한 핏불 1마리는 달아났다 붙잡혀 안락사됐고 다른 1마리는 동물통제당국이 붙잡아 상태라고 합니다.   


‘반려견 천국’선 매년 약 400만명 물려..공격동물 1위는?

▲미국에서 개물림 사망사고에서 종종 등장하는 핏불테리어.

 

2015 5월에도 핏불에 의한 끔찍한 공격사고가 미국 언론에 회자됐습니다.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엄마와 함께 길을 가던 자비에 스티크랜드라는 이름의 4살짜리 사내아이가 핏불 네 마리에게 삽시간에 공격당한 것입니다. 길가 집 마당에서 풀려나온 개들은 엄마의 목·다리 등을 물어뜯은 후 아이를 채갔습니다. 엄마는 비명을 지르며 막으려 달려갔지만 개들은 울타리 안으로 아이를 끌고간 뒤 “말 그대로 먹어치웠다”고 합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개들은 사살됐고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핏불테리어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개물림 사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종입니다. 불도그와 테리어를 교배해 만든 투견으로 평소엔 순하고 차분하지만 목표물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에너지가 넘쳐 사고를 자주 낸다고 합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개물림으로 인한 사망사고에서 핏불과 로트와일러 종이 67%를 차지했습니다. 이밖에 불마스티프, 복서, 불테리어, 그레이트 데인, 세인트 버나드, 로디지안 리즈백 (남아프리카산() 사냥개), 불독, 뉴펀들랜드 등도 ‘사고 유발 종’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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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와일러(독일 발음은 로트바일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선 매년 350~470만명이 개에 물리고 이 중 20~30명은 사망에 이른다고 합니다. 1979~94 15년 간 개물림 사망사고는 총 279, 18명꼴이었습니다.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대가 66~80년 사이 벌어진 74건을 집중 연구한 결과 사망에 이르는 치명상은 대체로 어린이에게서 발생했습니다. 23건이 돌이 채 되지 않은 유아였습니다. 대부분 가족이 기르던 개였고, 사건 중 3건만이 개를 차거나 때리거나 돌을 던지는 등 개에 대한 위협이 있었을 때였습니다. 어떤 경우는 아이가 안아주려고 할 때도 발생했습니다. 동물의 야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대목입니다.   
  

▲반려견에게 장난치는 아기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다른 반려동물 중에서도 개물림 사고가 많은 것은 개를 키우는 가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선 전체 12000만 가구 중 약 44%가 개와, 35%는 고양이와 살고 있다고 합니다. 개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1993년부터 2008년까지 15년 간 개물림으로 인한 입원사고는 83%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개에 공격당한 집배원은 6750명이나 돼 전년보다 200명이나 늘었습니다.   
  
CDC
통계를 보면 핏불 등 맹견으로 인한 사고 비율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CDC는 언론 보도에서 맹견에 의한 사고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아 특정 종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문가들 역시 주목할 것은 사고가 일어난 장소와 사고 당시 개의 상태라고 말합니다. CDC 1979~98년까지 공격상황이 파악되는 사고 227건을 분석한 결과 견주의 집밖에서 통제되지 않은 개로 인한 사고는 1%도 되지 않았습니다. 절반이 넘는 133(58%)이 견주의 집안에서 통제되지 않은 개로 인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55(24%)은 집 안이지만 끈이 헐거웠고 38(17%)은 견주 집에서 통제된 상태에서 벌어졌습니다.   
  
따라서 개에 의한 치명사고를 특정 종의 문제로 돌리기보다 오히려 견주의 적절한 관리 및 개와의 교감에서 찾아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13년 미국 수의학협회지 발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건사고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견제 가능한 사람의 부재, 피해자와 개의 친밀관계 부재, 중성화하지 않은 개의 문제, 개와 사람 간의 상호교류 능력 부재, 방치·고립된 개, 견주의 관리 미숙, 개가 학대·방치된 전력 등이었습니다. 사고의 80%에서 이런 요인들이 4가지 이상 결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때문에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ASPCA는 절대 감독되지 않은 개와 어린이를 따로 내버려두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개가 자고 있거나 먹이를 먹거나 새끼를 돌보는 중에는 훼방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개든 고양이든 반려동물을 통제 하에 키우기 위해선 반려자 본인이 해당 동물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을 먼저 길러야 합니다. 이것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엄격한 처벌을 통한 계도 역시 필요합니다. 미국의 많은 주에선 목줄을 하지 않은 개에 물려 피해를 입은 경우 개주인을 1000달러( 113만원) 상당 벌금형이나 6개월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합니다. 핏불 등 맹견으로 지정된 견종은 신고하에 키우도록 규제하기도 합니다.   

 

▲22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한강시민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중앙포토]

 

영국 역시 1991년 제정한 ‘위험한 개 법’(The Dangerous Dogs Act)에 따라 핏불테리어, 도사견, 도고 아르헨티노, 필라 브라질레이로 등을 특별 통제견으로 규정하고 이들 견종을 키우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합니다. 중성화·보험가입·마이크로칩 삽입·입마개 착용 의무화 등 규제도 따릅니다. 프랑스·독일·뉴질랜드 등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한국도 안전관리 기준이 있긴 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거가 대다수인 특성상 관련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알쓸박스 -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은 모기

 드넓은 영토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개인적인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는 미국에선 기르는 동물도 다양합니다. 이 때문에 이른바 ‘특이 반려동물(exotic pets, 희귀 애완동물로도 번역)’에 의한 공격사고도 종종 보도됩니다.   
  
2009
2월 미국 코네티컷주 친구집을 찾았던 찰라 내쉬(사고 당시 56)는 친구가 기르던 90kg 거구의 침팬지에게 얼굴 전체와 손을 물어뜯겼습니다. 수년에 걸쳐 여러번 안면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온전한 얼굴을 회복하지 못했고 거부 반응을 줄이는 약물을 투여받아야 했습니다. 고통스러운 세월 속에 치료를 계속해온 내쉬는 2014년 영국 대중지 미러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에 갇힌 트레비스(침팬지)를 보면서 ‘가엾다’고 생각했는데…. 동물을 귀엽게 여기는 마음은 알아요. 하지만 그들은 ‘애완동물’(pet)이 아니랍니다.   

 

▲2009 친구가 기르던 침팬지에게 공격당해 얼굴과 등이 훼손된 찰라 내쉬. 여러차례 안면이식수술을 받았지만 상흔이 그대로 남았다. [연합뉴스·데일리미러]

  
동물의 공격은 거꾸로 생각하면 인간이 동물을 지근거리에 소유·사육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런 동물은 호랑이·코끼리·악어·뱀 등 다양한 종을 헤아립니다. 지난해 6월엔 올랜도의 디즈니 리조트 호텔에서 2살 난 사내아이가 인공호수 근처에서 놀다 악어에 물려가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동물 보호 단체 ‘본 프리(Born Free)’에 따르면 동물원이나 서커스장 등에서 1990년 이래 68건의 사망사고와 273건의 상해사고가 있었습니다. 개인 주거지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에 의한 공격도 45건의 사망과 336건의 상해를 냈습니다.   
  
사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한 동물에 의한 사망사고를 완벽히 피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은 무엇일까요. 모기입니다. 매년 72 5000명 이상을 죽게 하고, 200만명 이상에게 피해를 입히는 말라리아의 원흉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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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모기 주간 맞아 게이츠가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 1위에 모기를 소개한 리스트 그래픽. [사진 게이츠노트]

 

이 통계는 2014 4월 ‘모기 주간’을 맞아 빌 게이츠가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라는 제목으로 웹사이트 ‘게이츠노트’에 올려 관심을 끌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모기로 인한 사망 숫자는 나머지 14종류의 동물로 인해 죽는 사람을 모두 합친 숫자보다 많습니다. 모기 다음으로 치명적인 ‘동물’은 사람입니다. 전쟁이나 범죄 등으로 매년 47 5000여명을 죽게 합니다. 이에 비하면 상어는 고작 10, 사자는 100, 악어는 1000명을 죽게 할 뿐입니다.  
  
모기·인간에 이어 뱀(5만여명)·개(2 5000여명, 광견병 포함)가 치염적인 동물로 꼽혔습니다. 수면병을 일으키는 체체파리(1만여명), 샤가스병의 원인이 되는 침노린재(일종의 빈대), 기생충 감염원인 민물달팽이(1만여명) 등도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강혜란 기자

 

◆10.28 하늘의 폭력, 최악의 인종차별 항공사는?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승객이 질질 끌려 나오다 피투성이가 됐던 사건 기억하시나요? 지난 4, 항공사 직원이 타야 해 자리가 모자란다며 베트남계 승객 데이비드 다오(69)를 폭력적으로 퇴거시켜 충격을 던졌죠. 저 머나먼 미국 땅에서 벌어진 일이 한국에서도 일파만파 퍼진 이유는 피해자가 우리와 같은 아시아인이었던 영향이 컸을 겁니다

 

▲항공기에서 강제 퇴거된 승객들.

 

유색인종들을 차별하는 문화가 있는 외항사는 어디일까요. [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는 미국 국적기에서 최근 1년 내 벌어진 인종 차별을 다뤄봅니다. 굳이 돈을 주고 차별을 살 필요는 없으니까요

미국 대형 항공사의 인종차별 논란

아메리카 항공 이용 주의보 발령

▲2017 9 1 미국 텍사스주 상공에서 달을 지나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항공기. (AP Photo/Tony Gutierrez)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시민 권리 기구 유색인 지위 향상협회(NAACP·The 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는 최근 아메리카 항공 이용 주의보를 내렸습니다. 아메리카 항공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적 행위를 해 온 사례가 누적됐다면서죠.  
  
NACCP는 '인종에 무감각하고 편견이 있음직한 기업 문화' 탓에 흑인 이용자들이 '무례하고, 차별적이며, 위험한 상태'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NAACP가 거론한 사례는 네 건입니다. NAACP의 활동가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태미카 몰로리는 동의 없이 좌석이 변경된 데 항의하다 기장에게 퇴거 명령을 받았고, 한 흑인 남성은 백인 승객들의 무례하고 차별적인 발언에 응수했다가 승무원의 요구로 좌석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일등석 항공권을 예약한 한 흑인 여성은 일반석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던 반면, 같이 예약한 백인 동료는 일등석에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아메리칸 항공의 기장 명령으로 퇴거당한 경험을 증언하는 NAACP 활동가 태미카 몰로리. (AP Photo/Bebeto Matthews, File)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에 대해 아메리카 항공은 내부 팀원들에게 전하는 성명서 통해 "우리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함께 한다"면서 "모든 장벽을 제거하고 인종 차별을 없애자는 NAACP 미션은 우리가 매일같이 보증하는 미션이기도 하다" 유감을 표명했죠.  NAACP 대화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끌려나간 무슬림 임신부

▲사우스웨스트 항공[AP=연합뉴스]

 

미국 주간지  네이션은 비행기에선 유색인종 여성들이 특히 불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9월 파키스탄계 미국인이자 무슬림 여성인 아닐라 돌라차이는 늘 이용하던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탔다가 악몽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알레르기를 이유로 다른 승객이 태운 강아지와 떨어진 자리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가 아예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거든요.  
  
항공사 측은 처음엔 돌라차이의 요구에 응하겠다고 하더니, 이내 알레르기로 목숨이 위험할 수 있으니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요구했습니다. 돌라차이는 자신의 알레르기는 생명이 위험한 종류가 아니라며 거부했어요.  
  
하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메릴랜드 공항 경찰을 불러 그녀를 우격다짐으로 끌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바지가 벗겨지기도 했습니다. 악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릴랜드 공항 경찰은 그녀를 무질서, 정당한 법집행에 대한 불복종, 치안 방해, 경찰 방해, 체포 저항 등의 혐의로 체포했거든요무슬림매터스(MM)에 따르면 돌라차이는 브라운 대학 교수로, 심지어 임신중이었습니다.  

사회적 지위도 피부색 앞에선 무용지물

▲델타 항공[EPA=연합뉴스]

 

지난해 12월엔 델타 항공에서 흑인 여성이 동물처럼 팔이 잡힌 채 질질 끌려나가 논란이 됐습니다. 이 여성은 미시간 대학교 조교수였습니다.  

 

 https://youtu.be/InlJXXsjhs0

누운 자세로 질질 끌려 나가는 흑인 여교수의 퇴거 영상.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강제 퇴거당했던 데이비드 다오는 의사였습니다.하지만 이들의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임신 여부도 피부색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죠. 해외 언론들은 돌라차이 교수의 경우엔 무슬림에 대한 차별에다 미소지니(misogyny·여성에 대한 혐오나 멸시)까지 겹쳤다고 해석합니다.  
  
결과적으론 미국 대형 항공사 치고 근래에 인종차별 관련한 사건이 없었던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백인 55% "역차별 있다고 생각"  

그런데도 미국 백인 55%가 백인에 대한 역차별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답니다미국 공영 라디오 NPR이 10월 2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NPR은 이들의 생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주장했던 논리와 맞닿는다고 분석합니다. 
  
막상 실제로 차별을 당했다는 백인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구직 과정(19%), 동일 임금(13%), 대학 입학(11%) 과정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응답은 각각 많아야 20% 미만이었죠.  
  
NPR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차별을 겪은 흑인의 비율은 50%가 넘었습니다. 경찰과 접촉할 때(50%), 직업을 구할 때(56%) 차별을 경험하는 건 물론 동일 임금을 받지 못하는(57%) 경우도 많았습니다.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믿는 비율은 92%에 달했습니다.  
  
적어도 항공기에서의 사건이나 데이터 상으론 역차별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일러 보이죠?  

 

갈색 시리얼과 인종차별?

캘로그사의 시리얼 포장지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마블 코믹스의 수퍼 히어로 '블랙 볼트' 작가인 살라딘 아메드가 24(현지시간) 올린 트위터가 시작이었죠. 그는 아들이랑 아침을 먹다가 포장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답니다.  

 

▲캘로그 시리얼 포장지 그림에 숨어 있는 인종차별을 비판한 트위터. [사진=사라딘 아메드 트위터 캡처]

  
노란 옥수수알들이 놀고 즐기는 가운데 갈색 옥수수알만 잡역부로 묘사돼 있었거든요. 아메드는 "어린이들에게 인종차별을 가르치고 있다" 비판했어요
  
캘로그사는 다양성을 표현하려던 것일 , 불쾌하게  의도는 없었다면서 즉각 사과했습니다.  빨리 포장지를 새로 디자인 해서 내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