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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토리22/ 알쓸신세 1/ 2017. ①범죄자 얼굴 공개하는 영미권 - (16)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차드

상림은내고향 2022. 11. 25. 21:30

글로벌 스토리22/

■알쓸신세 2017.08.08 중앙일보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 지난 편에 이어 오늘도 참수작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편의 거대한 서사시와 같은 세기의 참수작전이 있습니다. 짐작하셨듯 암호명제로니모 불렸던 오사마 라덴 제거작전입니다. 참고로 제로니모는 19세기 후반 활약했던 전설적인 아파치족 전사의 이름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특수전 전문가인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의 논문 『한국군의 대북참수작전 수행방안: 해외 참수작전 사례의 한반도 적용방안 연구』에서 옮겼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범죄자 얼굴 공개하는 영미권

2017.08.08 10 살인 커플과 머그샷

영국에선 지난해 경악할만한 연소자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14 동갑내기 커플인 루카스 마컴() 에드워드()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킴의 엄마와 한살 어린 여동생을 집에서 칼로 수차례 찔러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살해 이유는 "엄마가 동생을 편애해서"였습니다

▲10 커플 살인자 루카스 마그햄과 에드워드의 머그샷. [사진=영국 경찰]

 
이들은 사람을 죽여놓고도 태연하게 씻은 뒤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영화를 보고, 성관계를 하며 36시간을 집안에서 보냈죠. 원래는 모녀를 죽인 뒤 같이 자살하기로 계획했는데, 막상 계획한 시간이 되자 죽기 싫어져서 함께 뱀파이어 영화 '트와일라이트'를 봤다고 하네요. 영국 언론들은 이들을 뱀파이어 영화 제목에 빗대 '트와일라이트 커플'이라고 명명합니다.이 살인커플은 지난해 11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영국의 형사 미성년 연령은 만 10세 이상이기 때문에 이들은 성인 범죄자와 똑같이 처벌 받습니다. 감형을 받아도 최소 17년은 복역할 것으로 영국 언론들은 예상합니다

 

아무리 죄가 중해도얼굴 공개라니?

10대 살인 커플의 사진과 신상은 대대적으로 공개됐죠. 바로 한국과는 다른 점입니다. 한국에선 미성년 범죄자는 낙인효과를 우려해 얼굴 공개를 하지 않습니다. 성인의 경우에도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에 한해 공익에 필요한 경우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할 수 있죠. 범죄자의 인권 보호가 너무 과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입니다. 영국에선 살인 커플이 SNS 계정에 올려놓은 평소 모습 뿐 아니라, 소위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 공개됐습니다. 이런 때문에 영국 언론들의 살인 사건 보도를 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만약 한국에서라면, 난리가 날 겁니다. 한국은 범죄자나 용의자의 얼굴·신상 공개가 매우 까다로운 나라거든요. 특히나 아무리 범죄자라 할지라도 미성년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건 더 일어나기 힘든 일이죠. 물론 분노한 네티즌 수사대들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범죄자 신상털이를 하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요.


'머그샷' 나라, 미국 

반면 미국은 '머그샷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용의자들의 사진이 공개됩니다. 미국의 머그샷 아카이브중 하나인 '머그샷게인스빌닷컴'이란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플로리다주 알라추아 카운티 경찰에 최근 한달 이내 구금된 사람들 600여명의 머그샷이 시간순으로 나열됩니다사이트에선 ' 사이트는 ·무죄를 가정하거나 확정하지 않는다. 범법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은 유죄로 입증되지 않는 무죄로 추정한다. 사이트의 정보는 실제 범죄 기록을 확인하는 사용해서는 된다.' 경고 메시지를 달아놨습니다
 
하지만 경고 메시지 텍스트 보다는, 머그샷 이미지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강렬해 보입니다. 가령 올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공개된 머그샷에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영웅의 몰락을 상징하는 충격적인 비주얼이었거든요. 네티즌들은 우즈의 머그샷을 졸린 눈을 고양이 캐릭터 '가필드' 비교하며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 29(현지 시간) 음주 혐의로 입건된 구치소에서 머그샷을 찍은 타이거 우즈. [사진=골프채널]

 

몰락을 상징하는 머그샷 

 최근엔 미국의 데니스 해스터트(75) 하원의장의 머그샷이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21년간 하원의원을 지냈고, 1999년부터 8년간 하원의장직을 수행한 유력 정치인이었는데요. 정계에 입문하기 전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할 당시(1965~1981)에 남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죠

 

▲데니스 해스터트 미국 하원의장의 머그샷. [AP=연합뉴스, 레이크 카운티 교정당국]

 

40년 전의 성추행 때문에 검찰에 기소돼 머그샷을 찍는 신세가 된 건 아닙니다. 성추행 피해자 중 한명의 입을 막으려고 거액의 현금을 불법적으로 분산 인출했던 게 적발돼 금융거래법 위반과 허위진술 혐의로 징역 15개월에 보호관찰 2년을 선고받았죠. 또 이와 별도로 성범죄자 재교육 이수 명령도 받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거든요그는 13개월간 복역하다 교외지역의 사회적응 시설로 이감된 후 전자발찌를 차고 가택연금 상태로 남은 형기를 채우게 됐습니다. 그가 풀려나면서 머그샷도 공개된 겁니다

 

▲머그샷으로 스타가 제러미 믹스.

 

머그샷으로 인생역전, ' 머그샷 가이

하지만 '모든 머그샷=몰락'은 아닌가 봅니다. 악명높은 갱단의 조직원이었던 제러미 믹스(33) 2014년 불법 총기소지 혐의로 체포됩니다. 하지만 경찰 SNS 계정에 공개된 머그샷이 일주일만에 좋아요 10만개를 받으며 인기를 끌면서, 감옥에서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하죠. 2016년 출소 뒤 모델로서 새 인생을 살게 됐답니다. 총 대신 명품 옷과 소품을 걸치고 런웨이를 걷게 됐으니 아주 드문 인생역전의 사례랄까요.

 

https://youtu.be/yrGWLFJ1Wbs

 
'핫 머그샷 가이'라 불린 그는 돈과 인기를 얻습니다. 최근엔 클로에 그린(26)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남기며 교제중임을 밝혀 한번 화제가 됐죠. 클로에 그린은 억만장자의 딸이자 축구 스타 호날두의 연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러미 믹스는 결혼한지 8년이 넘었고 아들도 있다고 하네요. 남편의 불륜에 받은 아내는 남편과 찍은 핫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부부인증을 하고, 이혼소송을 준비중이라고 언론에 밝힙니다. ' 머그샷 가이' 이혼으로 한번 인생역전을 꾀할까요
이경희 기자

 

미국 백악관 반려동물의 역사 - 1인자의 달린 친구, 백악관 퍼스트펫

아시다시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통의 미국 대통령은 아닙니다. 기행과 막말을 차치하고도 공식 이력과 기록에서도 그는 남다른데요일단 그는 공직은 물론 군 경력도 전무한 워싱턴의 완벽한 아웃사이더입니다.

 

70세에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으로 취임했고요. 전체 득표율에서 뒤지고도 당선된 단 두 명의 대통령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인단 제도는 많은 표를 얻고도 선거에 패배하는 모순된 결과를 만듭니다. 2000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보다 적은 표를 받고도 승리했죠.)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더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150여 년 만에 등장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입니다.  

 

▲150 만에 등장한 개를 키우지 않는 미국 대통령, 도털드 트럼프, [AP=연합뉴스]

 

지난 17일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엔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공석으로 남은 백악관 핵심 보직: 퍼스트 펫’


미국에 있는 대통령 반려동물 박물관(presidential pet museum)’ 자료를 인용한 보도였습니다.   
  
박물관 홈페이지는 역대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키웠던 동물들을 자세한 기록으로 남겨두고 있는데요. 역대 미국 대통령 44 41명이 백악관에서 반려동물을 키웠습니다. 공화·민주 당적에 관계 없이 동물을 사랑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이 동물애호가였다고 있겠네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1인당 평균 6마리, 공화당 출신 대통령은 평균 9마리를 키웠다니까요
  
그리고 단 3, 동물을 키우지 않는 대통령에 트럼프가 포함됩니다. 나머지 2명은 제임스 포크(재임 기간 1845~1849)와 앤드류 존슨(1865~1869)이고요

 

역대 대통령 44 32 키워...호랑이·불곰도 

▲2013 8 백악관 정원에서 반려견 써니와 놀아주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써니의 견종은 포르투갈 워터독이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빌 클린턴 대통령과 반려견 버디.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이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반려묘 '인디아'. 2007 할로윈 촬영한 사진이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반려동물 천국인 미국의 대통령답게 이들이 키웠던 동물은 다양합니다. 물론 최고의 인기 반려동물은 개입니다. 32명의 전직 대통령이 한 마리 이상의 개를 키웠습니다. 고양이·말·새도 손꼽히는 단골 반려동물이구요.   
  
이색적인 동물을 키운 대통령도 여럿입니다. 토머슨 제퍼슨(1801~1809) 불곰을 2마리 키웠고, 퀸시 애덤스(1825~1829) 백악관 화장실에서 애완용 악어를 키웠습니다. 마틴 뷰런(1837~1841) 오만 왕국에서 선물 받은 새끼 호랑이 2마리를 키웠고요. 하지만 결국 호랑이들은 의회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동물원으로 보내졌죠.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1909~1913) 백악관에서 소를 키운 마지막 대통령입니다. ‘폴린 웨인이라는 이름의 젖소를 키우면서 매일 신선한 우유를 짜서 마셨다고 하네요.   

 

백악관을 동물원으로루즈벨트 대통령

백악관 반려동물 역사의 획을 그은 이는 시어도어 루즈벨트(1901~1909)입니다. 야외활동을 즐기는 환경보호주의자로 유명했던 그가 재임할 때 백악관은 동물원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50마리의 동물을 키웠는데, 일단 개 6마리, 11마리, 닭·앵무새 등 새 6마리, 고양이 2마리를 ‘평범한’ 반려동물로 키웠습니다.  
  
돼지·사자·하이에나·코요테·도마뱀·라쿤 등도 그가 키운 반려동물 목록에 포함됐고요. 루즈벨트는 이 많은 동물을 관상용으로만 키운 게 아니었습니다. 기니피그 5마리엔 각각 ‘듀이 제독’ ‘존슨박사’ ‘밥 에반스’ ‘돈 주교’ ‘오그래디 신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애정을 쏟았습니다. 지지자에게 선물받은 아기 곰엔 ‘조나단 에드워드’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반려동물로 키웠던 라쿤 '레베카' 안고 있는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쿨리지 대통려은 '레베카' 백악관 입성을 기자회견 발표했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다람쥐 '페페' 윌리엄 하딩 대통령(왼쪽). 벤자민 해리슨 대통령이 반려동물로 키운 주머니쥐.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이처럼 역대 대통령들이 동물을 키웠던 건 마음의 의지가 필요했기 때문일 터입니다. 최고 결정권자의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하고 더할 나위 없는 친구가 동물인 거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도 언론에 새 나갈 일도 없고요.   
  
실제 해리 트루먼은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워싱턴에서 친구를 원한다면 개를 키워라

 

그래서 ‘러시아 내통설’로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이코노미스트의 조언도 다음과 같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린 친구를 찾을 때인 같다.”

홍주희 기자


③ 버뮤다 삼각지와 지카 바이러스공포의 버뮤다 바다에 임신부 몰려든 사연

▲카렌 에드워즈가 버뮤다 제도를 배경으로 만삭촬영한 모습을 블로그에 올린 사진. 버뮤다 제도로 태교여행을 떠나는 임신부들이 늘고 있다. [사진=카렌 에드워즈 블로그]       

                                                                                                   

버뮤다 삼각지대(Bermuda Triangle).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으시죠. 북대서양 영국 자치령인 버뮤다 제도(Bermuda Islands)를 정점으로 하고,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해안과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선을 밑변으로 하는 삼각형의 해역인데요. 이곳에서 비행기나 선박사고가 자주 일어났다고 하죠. 그런데 실종자 시신은 물론 비행기나 선박 파편 조각 하나 발견되지 않아 ‘마의 바다’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기록으로 남겨진 것만 1609년부터 현재까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사라진 배가 17척이요, 비행기도 15대나 된다고 하죠. 비공식 집계론 비행기 75, 배는 수백척이란 말도 있습니다가장 최근 사고로는 2015년 승무원 30명을 태운 미국 화물선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상 중력 또는 자기장, 풍류(風流), 조류 영향 등 다양한 설이 제기됐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17, 비행기 15 삼킨 바다가 태교 여행지로 

그런데 이 무서운 바다가 요즘 ‘핫(hot)’하다고 하네요. 정확히 말하면 버뮤다 삼각지대는 아니고요. 버뮤다 삼각지대의 꼭짓점 중 하나인 버뮤다 제도입니다. 7개 큰 섬과 150여 개의 작은 섬들이 흩어져 있는 곳이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연인즉, 태교여행 각광지가 됐다는데요. 미 온라인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요즘 버뮤다 제도에 오는 여성 10명 중 6명 이상이 임신부라고 합니다사실 버뮤다 제도가 관광지이긴 해도, 버뮤다 삼각지대 근처라서 고개도 돌리고 싶지 않을 텐데 무려 임신부들이 붐비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이곳이 지카바이러스(Zika virus) 청정지대라는군요.  
 
2015 5월부터 브라질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은 지카바이러스를 보유한 모기에 의한 감염성 질환인데요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로부터 소두증(小頭症)이 확진된 사례가 늘면서 지카바이러스가 임신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습니다.  

 

▲지난해 9 브라질에서 소두증으로 태어난 아기. [AP=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머리둘레가 32㎝ 이하인 신생아를 소두증으로 간주합니다. 정상아의 머리둘레는 3437㎝라고 합니다. 소두증 신생아는 두뇌 발달장애를 겪거나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없고요.  
 
미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지난해 4월 지카바이러스 감염과 소두증의 인과관계를 확인했고, 9월엔 WHO가 임신기간 중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소두증을 포함한 선천적 뇌기형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공식 발표했습니다버뮤다 제도는 아열대성 기후인데도 모기가 잘 없다고해요. 임신부들이 기를 쓰고 지카바이러스 청정 지역을 찾는 이유를 이제 알만하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임신부에게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지카바이러스

 버뮤다 제도 관광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방문자 수는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올 들어선 또 전년 동기간 대비 13.9%까지 늘었다고 합니다‘지카바이러스 청정지역’이라는 식의 광고를 일절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으로 앞다퉈 찾는 지역이 됐다고 해요.

 

▲영국의 여행 파워블로거 카렌 에드워즈가 지난 1 버뮤다 제도로 태교여행을 다녀온 자신의 블로그(travelmadmum.com) 올린 사진. [출처=카렌 에드워즈 블로그]

 

여기엔 영국 런던에 사는 여행 파워블로거 카렌 에드워즈가 한몫 했습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총 13만여 명인 그는 지난 1월 버뮤다 제도로 태교여행을 다녀온 사진을 올렸습니다. “지카바이러스 청정지역”이란 문구와 함께 하나같이 그림같은 풍광이었죠. 에드워즈의 버뮤다 제도 태교여행 블로그(travelmadmum.com)는 지금도 한달에 2000명이 보고 갈 정도로 인기라고 합니다
 
미국 댈러스에 사는 임신부 빅토리아 다비덴코는 버즈피드에  “지카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태교여행지를 샅샅이 찾아봤지만 별로 없더라. 하와이로 가고 싶었는데 지카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고, 안전하다 싶으면 해변이 없더라”며 버뮤다 제도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버뮤다 제도에서 임신부를 대상으로 만삭촬영을 진행하는 사진가 마크 태이템은 “해변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 임신부들”이라며 “올해 촬영문의가 작년보다 133% 늘었다”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지카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인 '이집트숲' 모기. [AP=연합뉴스]

 

일반 모기도 위험하다고?! 

사실 지난해 말부터 지카바이러스 유행이 주춤한 상황이었는데요. 그런데 브라질 과학자들이 최근 자국의 일반 모기종인 큘렉스 모기에 의해서도 지카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진 개체수 자체가 희소한 ‘이집트숲’ 모기에 의해서만 지카바이러스가 옮겨진다고 알려졌었죠.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가 큘렉스 모기의 침샘에도 들어가 있다는 건데요. 브라질 과학자들은 “큘렉스 모기도 지카바이러스의 전파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버뮤다 제도가 당분간 붐빌 것 같죠

 

https://youtu.be/aBN6jvPmZGs

 

알쓸피디아] ‘지카바이러스의 역사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모기.

 

지카바이러스는 과학자들이 1947 우간다 지카숲에 서식하는 붉은원숭이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다 발견했습니다. 이어 이듬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이집트숲모기를 발견합니다그리고 2007년까지 60 사람에게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14건에 불과합니다. 별다른 증상도 없고 사망자도 없어 의학자들이 별로 신경쓰지 않던 질병입니다.  
 
지카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창궐한 것은 2013 오세아니아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섬에서 인구 3만여 명을 감염시킨 사례라고 해요이때 일반 성인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신경계 질환인 길랑-바레증후군을 일으킬 있다는 확인됐습니다.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전신 근육이 약해지면서 마비되는 질병이라는데요. 치료제가 있고 회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다 2015 브라질에서 감염자가 급격히 늘면서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그러면서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있다는 치명적인 사실까지 확인되었죠. 지카바이러스가 공포의 대상이 결정적인 이유기도 하구요
 
세계 1 생활권 시대, 대도시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감염 확산 속도가 겉잡을 없게됐습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85개국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했는데, 75개국이 2015 이후 발생했다고 해요.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WHO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2016 2) 선포할 정도였으니까요.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하지 않은 곳을 찾기는 실제 녹록치 않습니다
 
이집트숲모기에 의한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 국가를 보면, 브라질을 비롯해 중남미가 48개국으로 가장 많습니다. 오세아니아(13개국), 아프리카(12개국), 아시아(11개국), 북미(1개국) 등의 순입니다.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아열대성 기후의 지역이 대부분 해당됩니다. 유럽은 그나마 안전지대네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출처 : WHO(IHR)


우리나라도 해당 모기가 서식하지 않다보니 자생적인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지카바이러스 유행지역을 다녀온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지난 3 기준 18 있다네요. 남성 13, 여성 5명으로 다행히 임신부가 감염된 사례는 없다고 합니다.

백민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열악한 여성 인권여자는혼밥 못하는 나라

여성 승객은 팔과 다리를 드러내지 마시오.”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한 항공사의 복장 규정입니다. 황당하기까지 한 이런 드레스코드를 요구하고 있는 곳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항공사 사우디아 항공. 국적과 상관없이 자사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지침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승객은 이를 알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공항에서 급히 옷을 사 입거나 표를 환불한다고 하네요.    

 

▲눈과 , 발을 제외하고 온몸을 가린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 [AP=연합뉴스]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외국 여성에게조차 이런 규정을 내밀고 있을진대, 자국 여성에게 요구하는 건 얼마나 많을까요?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네 번째 이야기, 중동의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인권 실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7, 5초짜리 동영상에 사우디가 들썩였습니다. 여성이라면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온몸을 가려야 하는 이곳에서, 미니스커트와 배꼽티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여성의 영상이 SNS를 강타한 것입니다. 이 여성은 구금됐다 곧 풀려났지만, 사우디의 여성 인권에 대해 전 세계가 다시 한 번 주목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외부에선 온몸을 가리는 아바야를 입어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유적지와 사막을 돌아다닌 여성에 대해 경찰이 불기소하고 석방했다.

 
사실 여성의 복장에 엄격한 건 사우디뿐 아닙니다. 대부분 이슬람권 국가에선 여성이 머리카락을 가리는 스카프인 ‘히잡’ 등을 착용해야 하죠. 다만 그 정도가 각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사우디의 경우는 무척 엄격합니다. 얼굴ㆍ손ㆍ발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릴 수 있게 망토 형식으로 두르는 ‘아바야’를 히잡과 함께 착용해야 하거든요. 눈 아래 얼굴을 가리는 스카프인 ‘니캅’도 둘러야 합니다.  
 
물론 사우디보다 엄격한 곳도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일부 국가에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것에 더해 부분마저 망사로 가리는부르카 강제하고 있죠.


이러한 복장에 대해선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주장과여성 억압의 상징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사우디의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복장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부인할 없는 사실입니다.  


사우디는 여성에게 운전을 금지하는 유일한 국가인데요, 이슬람 율법에 써 있는 게 아닙니다. ‘나쁜 남성에게 여성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 아래 생겨난 지침이라네요. 

 

운전을 없다는 , 생각보다 아주 많은 자유의 박탈을 뜻합니다. 운전해주는 남자 없이는 어디에도 없고, 학교에 가거나 일을 하려면 남성의 동의가 필수적이란 얘기거든요.  

 

30 넘게 사우디아라비아를 취재하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장을 지냈던 캐런 앨리엇 하우스가 자신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사우디 사회에서 여성 운전의 상징적 중요성을 간과하기란 어려운 이라고 주장한 이유입니다.   


운전을 하게 할까요?  

저자는 “여성이 운전의 자유를 행사하게 되면, 남성이 거머쥔 지배의 고삐가 끊어지고 “와하비즘(엄격한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 전체의 핵심 전제, ‘남자는 알라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한다’가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2012년 ‘와즈다’(하이파 알 맨사우어 감독)란 작품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사우디 최초의 영화였죠.
‘최초’라니 그럴 리가 없다구요? 놀랍지만 사실입니다.
 
사우디에선 영화 공개 상영을 ‘우상 숭배’로 여겨 금지하고 있거든요. 보여줄 수 없으니 만들려는 사람도 없었죠. 그런데 이 최초의 영화를 바로 여성이 만든 겁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작품이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는 거예요. ‘와즈다’가 다루고 있는 문제가 바로 사우디 여성의 ‘이동권’입니다.

 

  https://youtu.be/3koigluYOH0

▲영화 '와즈다' 장면

 
영화 속 와즈다는 10대 소녀입니다. 활달하고 똑똑한 소녀는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와즈다가 더 자라면 자전거는 그가 여성이란 이유로 완전히 금지 대상이 됩니다.     
 
영화는 금기를 깨고 자전거를 타고자 하는 소녀의 욕망을 따라 달립니다. 맹랑한 소녀를 쫓다 보면 강력하고 폭력적인 억압의 일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성은 크게 웃어도 되고, 생리 중에는 맨손으로 코란을 만져서도 됩니다. 남편이 아들을 낳겠다며 새로운 부인을 들여도 침묵해야 하죠. 법적으로 1 4처까지 허락되니까요.


2014 6 영화의 한국 개봉 당시 감독은 저랑 e메일로 나눈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외국 관객들은 사우디 여인들의 이런 일상에 대해 잘 모를 겁니다. 사우디 여성으로 사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죠. 부모님이 내 성별 때문에 내가 못할 일은 없다고 가르치셨기에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지만, 한 발자국만 밖으로 나가면 세상은 그렇지 않았어요.


▲영화 '와즈다' 만든 하이파 맨사우어 감독

 

▲영화 '와즈다' 장면

 

영화를 촬영할 때 겪은 일도 털어놨죠.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어요. 여성인 내가 낯선 남자들과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됐기에, 안에 숨어서 무전기로 지시해야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우디 여성들은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부딪치지 않고조용히즐긴다고 합니다. 부딪치며 타는 맛에 즐기는 범퍼카를 실제 운전하듯 모는 겁니다. 유일하게 운전대를 잡아볼 있는 기회라서죠.  
 
여성들의 불만은 끝까지 차올라 있습니다. 2011아랍의 당시운전 시위 일어난 것이 예입니다. 시위가 전면 금지돼 있는 나라에서, 가장 억압당하는 존재인 여성들이 뛰쳐나온 거죠. 사우디의 여성 인권 활동가 마날 세리프가 SNS 통해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누구도 아닌, 사우디 여성들 스스로가 움직인 거죠.


이런 운동 덕분일까요. 2013, 사우디 정부는 여성에게도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허했습니다. 물론 여러 제약을 달았지만요.  

 

▲사우디의 여성이 정부의 '여성 운전 금지' 항의하는 뜻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다. [중앙포토]

 
수많은 억압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후견인 제도’입니다한마디로 ‘여성은 남성 후견인이 있어야만 뭐든 할 수 있다’고 못박은 건데요, 30년 전 도입된 제도입니다. 후견인은 주로 아버지나 남편, 심지어 아들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 제도 때문에 사우디 여성은 남성 후견인의 허락 없이는 학교에 다닐 수도, 직장에서 일을 할 수도 없습니다. 결혼도 마음대로 못하죠. 그뿐 아닙니다. 일상적인 외출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랬다간 그 즉시 종교경찰에 붙들려 가게 되거든요.  
 
사우디 레스토랑에서 ‘혼밥’하는 여성을 찾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심지어 2000년대 이전까지 여성에겐 신분증도 발급되지 않았습니다. 남성 후견인의 신분증 구석에 이름을 쓰면 그만이었거든요.  
 
캐런 앨리엇 하우스는 “사우디 여성들은 어릴 때에는 아버지에게 전적으로 지배받다가, 성장하면 남편이란 새로운 지배자를 맞아들인다”며 “아내와 딸 모두 남성 가족이 내키는 대로 육체적ㆍ정신적ㆍ성적인 학대를 받는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고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5년에는 드디어(!) 여성이 참정권을 얻기도 했죠. 국왕이 입법권과 사법권, 행정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절대군주국 사우디에선 사실 남성의 정치 참여도 무척 제한적인데요. 국민이 뜻을 표출할 있는 유일한 창구인지방의회의원 선출에 2015 4월부터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겁니다.

 

▲사우디 여성 참여 선거.

 
2015 12 12일 지방선거 날, 여성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은 남성의 2배인 80%에 달했죠. 당선된 여성은 전체 의원의 1%(20) 남짓이었지만, 그럼에도 큰 전진이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사우디의 공립학교가 역사상 처음으로 여학생을 위한 체육수업을 도입하겠다고 하기도 했구요.


이런 변화를 두고, 개혁파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자가 최근 왕위 계승 서열 1위에 오른 덕분이라고 분석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 뒤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온 사우디 여성들이 있지 않을까요?  
임주리 기자


인형과 '불쾌한 골짜기' - 처키, 애나벨인형이 공포영화 단골소재 까닭은

  https://youtu.be/1e97iM6N_O4

 

올여름도 무더위와 함께 다양한 공포영화들이 한국을 강타했습니다. 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공포영화는 역시 '애나벨: 인형의 주인'일 텐데요.


 
아마 '사탄의 인형'에서 악명을 떨친 '처키' 이어 가장 세계인을 무섭게 만든 인형이 아닐까 합니다.


 다섯번째 이야기는 바로 인형과 공포영화입니다.

▲공포영화 살인 인형의 대명사가 처키. [유튜브 캡처]

 
처키와 애나벨 외에도 공포영화에 등장했던 인형들이 엄청 많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애나벨' 시리즈의 제작을 맡은 제임스 감독의 2007년작 '데드 사일런스'에도 복화술 인형이 등장하고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 역으로 유명한 앤소니 홉킨스가 주연을 맡은 1978년작 '매직'에도, 국내에선 아동영화 '애들이 줄었어요' 시리즈로 알려졌지만 사실 공포영화가 전문인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1986년작 '분노의 인형들'에도 살아 움직이며 인간을 죽이고 위협하는 인형들이 등장합니다.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1987 공포영화 '매직' 인형의 모습. [트위터]

 

그 밖에도 인형이 등장하는 공포 영화가 너무나도 많은 나머지 영화계에선 이런 작품들을 '살인 장난감(killer toys)' 혹은 '살인 인형(killer dolls)'이라는 하위 장르로 따로 분류해서 부르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어린이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한 인형, 도대체 왜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가 됐을까요?

▲2014 공포영화 '애나벨' 연출한 리어네티 감독. [유튜브 캡처]

 

2014년 영화 '애나벨'을 연출한 감독 존 리어네티는 허핑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형은 단지 영혼이 없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만 봐도 무섭습니다. 인형들은 인간을 본떠서 만들었지만 가지 중요한 것이 빠져 있지요. 바로 감정입니다." 

 

"인형은 껍데기에 불과해요. 인형의 눈을 들여다 봐도 인형은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기만 합니다. 아주 소름끼치죠. 속은 비어 있는 겁니다. 악령이 차지하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라고 있죠."

즉 인형은 인간과 닮았으면서도 인간성이 결여된 존재기 때문에 우리의 공포를 자극한다는 설명입니다.
 
인간이 아님에도 인간과 유사한 존재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거부감을 설명하는 이론도 있습니다.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처음 제기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입니다.
 
본래 로봇공학 분야에서 제기된 이 이론에 따르면 로봇이 사람의 모습과 비슷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지만, 그 유사성이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오히려 로봇이 우리에게 강한 거부감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은데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설명하는 그래프. [위키피디아]

 
위 그래프에서 로봇과 인간의 유사성이 높아지다가 호감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구간이 골짜기와 같다고 해서 이를 불쾌한 골짜기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유형이 시체, 좀비 같은 존재들이죠.
 
로봇의 인간 유사성이 높아지고 인간과 구별할 없을 정도로 똑같아지면 다시 호감도는 회복됩니다. 불쾌한 골짜기는 로봇뿐 아니라 인형, CG 인간을 모방한 것에선 대부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우리와 어설프게 유사한 존재에 불쾌감을 느끼는 걸까요? 미국 일리노이주 녹스대학의 프랭크 맥앤드류 교수는 인간과 유사한 인형에 대한 우리의 거부감이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다른 인간을 대할 때 얼굴 표정을 보고 그들의 의도나 감정을 읽어내며 만약의 위협에 대비하는데, 인형에 대해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서워하는 것은 인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보내는 사회적 신호입니다. 인형은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그것이 위험요소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진화하며 살아온 세상에 인형 같은 존재는 없었어요." 

맥앤드류 교수의 말입니다.

 

  https://youtu.be/FybNY0qHyjY     

 

그래서일까요. 인류가 인형에 대해 공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사람과 유사한 인형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20세기 초반이었습니다. 인형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의 시초 중 하나로 꼽히는 '그레이트 가보(위 영상 참조)'가 개봉한 것이 1929년이었죠.
 
스미소니언박물관이 지난 2015년 발행한 '무서운 인형의 역사'란 글에 따르면 19세기까지만 해도 인형이 그다지 사람과 비슷해 보이지 않았고 인형에 대한 공포도 없었다고 해요.

 

▲19세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목각 인형. 산업화 이전, 산업화 초기 인형은 대부분 나무를 깎아 만들어졌다. [위키피디아]

 

19세기 이전에도 인형이 등장하는 공포 소설이 있었지만, 이런 류의 작품은 인형을 만든 사람의 악의나 광기에 집중했지 인형 자체에서 공포를 이끌어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제조 기술의 발달로 사람과 너무 똑같이 생긴 인형들이 나오면서 그런 인형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인형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들이 나오고, 심리학에서도 이런 공포 심리를 연구하기 시작한 거죠.  
 
모리가 불쾌한 골짜기를 처음 제시했을 때는 이 이론이 과연 사실인지를 놓고 과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연구진은 로봇의 얼굴 사진 80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호감도로 점수를 매기도록 한 뒤, 만약 그 로봇들 가운데 하나에 투자한다면 어느 것을 택할지 고르도록 했습니다.

 

▲UC샌프란시스코가 '불쾌한 골짜기'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실시한 실험에 사용된 로봇의 얼굴 사진들. 실험 참가자들은 얼굴들을 보고 호감도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UC샌프란시스코]

 

 이후 사람들의 선택을 표로 나타낸 결과 앞서 보셨던 것과 같은 불쾌한 골짜기의 곡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합니다. 연구를 주도한 마야 마서 박사는 "이 연구는 불쾌한 골짜기 효과가 사람들이 로봇을 인식할 때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불쾌한 골짜기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모리지만, 이 '불쾌함'의 개념은 1906년 독일 정신과 의사 에른스트 옌치가 가장 먼저 규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옌치에 따르면 독일어로 운하임리헤(das Unheimliche)라고 하는 이 불쾌함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가 정말 살아 있는 건지, 아니면 반대로 생명이 없다고 여겨진 존재가 마치 살아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이라고 합니다.  
 
나아가 옌치는 "어떤 존재가 인간인지 기계인형(automaton)인지 독자로 하여금 혼란에 빠지게 만듦으로써 불쾌함을 쉽게 조성할 수 있다"며 이 심리 현상이 문학 작품에 사용하기에 아주 좋은 장치라고 설명했는데요.
 
오늘날 '애너벨' 등 공포 영화 감독들은 옌치에게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기준 기자


⑥여자의 털과 수치심 마케팅마돈나와 원더우먼, 겨털, 페미니즘, 발암물질

많은 여성이 '털과의 전쟁'을 벌입니다. 면도기로 깎고, 제모 크림을 바르고, 족집게로 뽑고, 나아가 레이저로 모근을 지져 아예 원천 봉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유명인들이 앞장서서 '겨드랑이털 혐오'에 맞서고 있답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여자의 털과 수치심 마케팅'입니다.

▲16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파워 인스타그래머 새그 사라는 지난달 겨드랑이털과 부숭부숭한 다리털을 모두 드러낸 사진과 글을 올렸다. 그는 "아름다움을 누가 결정하나요? 아름다움이란 체크리스트를 통과해야 자격을 얻는 아닙니다. 티없는 피부, 군살 없는 몸매, 털을 깎아 매끈해야 아름다울 있는 건가요?"라면서 그런 걸로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고 적었다.[@saggysara 인스타그램 캡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퍼스타, 가수 겸 연기자인 켈리 쿠말로(33)는 올해 SNS에서 조리돌림을 당했습니다. 방송 출연 도중 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 '탈색하지 않은 겨드랑이털'이 드러났던 게 문제였죠. 외모와 스타일, 음악성으로 추앙받던 그녀가 '무개념녀'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쿠말로는 트위터에서 "조물주의 시각에서 나는 완벽하다"면서 "신체를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게 폭력이라는 걸 모르는" 이들을 비판했습니다


자연미 위해 겨드랑이털 드러낸 셀럽

팝스타 마돈나, 레이디 가가, 마일리 사이러스, 영화배우 줄리엣 루이스, 드류 베리모어 등의 유명인들도 겨드랑이털을 드러낸 적이 있답니다. 마돈나의 딸 로데스 레온도 마찬가지고요. 앞서 줄리아 로버츠는 1999년 노팅힐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석하면서 민소매 원피스에 겨드랑이털을 매치해 이 분야에선 원조로 꼽힙니다.

 
여성의 몸을 체모까지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자연미(natural beauty)'를 향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은 몇 년 전부터 두드러졌습니다. 제모는 여성의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는 페미니즘적 가치도 담겨있습니다. 사진작가 벤 호퍼는 "우리는 거의 1세기 동안 미용 산업계에 세뇌당했다"면서 겨드랑이털을 기른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은 'Natural Beauty' 시리즈를 2014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성 소수자를 위한 프라이드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6월엔 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물들인 겨드랑이털 사진이 인스타그램에서 호응을 얻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지난 7월 퀴어문화축제에서 '제 2회 천하제일 겨털대회'가 열렸습니다.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서 자유롭게 하자는 운동의 하나였죠. 

 

한편, 영화 '원더우먼'은 예고편 공개 직후 주인공 갤 가돗의 털 없는 겨드랑이가 비현실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악당과 맞서 싸우는 영웅도 여자라는 이유로 제모를 해야 하냐는 거죠. 결국 제작사 측은 원더우먼의 겨드랑이를 더욱 어둡게 디지털 보정하는 타협안을 마련했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제모하지 않는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시장조사기관 민텔의 자료를 인용해 영국 밀레니얼 세대(16-24세) 여성 넷 중 하나는 겨드랑이제모를 하지 않는다고 지난 5월 보도했습니다. 2013년엔 95%가 제모를 했는데, 2016년엔 비율이 77%로 떨어졌다는 것이죠. 다리털 제모 비율도 92%에서 85%로 하락했습니다. 
 
영국 내 면도·제모 관련 제품 매출도 2015년 5억9800만 파운드에서 2016년 5670만 파운드로 한해 5% 떨어졌다고 합니다. 민텔의 뷰티 담당 이사는 밀레니얼 세대 제모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건 "웰니스의 영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면도용 거품이나 제모 크림 등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이를 기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사진작가 호퍼의 페이스북 커버 이미지. 호퍼는 겨드랑이털을 기른 여성들의 초상 시리즈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모델은 마야 펠릭스. [사진= 호퍼 페이스북]

 

하지만 영국의 젊은층에 한정된 연구결과일 뿐, 제모시장이 줄어든다는 보고를 찾아보긴 힘듭니다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겨드랑이털을 깎으면 복이 나간다는 오랜 속설이 있었던 중국 마저도 제모용품 시장 규모가 매해 15%씩 증가해 2013년에 이미 19억8000만 위안(약 3358억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제모기기 시장만 한해 10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요. 20년 전만 해도 한국 여성의 제모는 필수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나아가 외모에 관심이 높아진 남성들을 공략하는 제모 용품과 관련 기사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숭부숭한 겨드랑이털과 다리털을 드러내는 건 매너가 아니다'라는 사회적 압박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거죠.   


털 뽑다 탈 날라...발암물질, 응급실 신세도

▲원조 원더우먼 린다 카터. [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국의학협회 피부과학저널(JAMA Dermartology) 따르면 레이저 제모 도중 발생하는 연기에 벤젠과 톨루엔 같은 발암물질 13, 일산화탄소 20가지 환경 독소를 포함해 62가지의 유기 화합물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물론 환자 보다는 의료진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긴 하지요.
 
요즘엔 브라질리언 왁싱 은밀한 곳의 털을 정리하는 미용법도 인기인데요같은 저널에 소개된 연구 따르면 음모 제모를 미국인의 26% 적어도 한번 이상 상처를 입었다고 해요. 32% 5 이상 다쳤고요. 면도칼에 베이거나, 화상, 모낭염 등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는 거죠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 미국에서 2013 관련 문제로 응급실에 실려간 환자는 인구 10만명당 9명으로 1991년에 비해 9배로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여자다운 어딨어』(창비, 2016) 

 

아일랜드 출신의 저자 에머 오툴은 '겨털' 하나로 유명인사가 된 인물입니다. 사회의 미적 기준에 순응하라는 상대 패널의 반대 토론자로 참석한 그는 영국의 지상파 TV 생방송에서 팔을 번쩍 들어 18개월간 기른 무성한 겨털을 보여줍니다. '제모 거부한 영국 겨털녀'라는 해외 토픽으로 우리나라에까지 소식이 전파됐죠
 
미국에서 여성용 면도기가 처음 출시된 건 1915년입니다. 민소매 원피스가 등장하면서 '흉측한 털을 제거하라'는 광고와 함께 제모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시작됩니다. 1964년에 이르러 미국 44세 이하 여성 98%가 다리털을 밀게 됐고, 그렇게 제모 관습은 일상 의례로 자리잡습니다. 
 
지은이는 여성들이 몸에 대한 수치심을 느끼도록 강요받은 결과, 자본주의의 이상적 소비자가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겨털을 기르게 된 계기입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느끼면서 "몸의 문제에서 내게는 조금도 선택권이 없었음을"(227) 깨닫게 됩니다. 방송 출연 뒤 "털을 밀어버리고 강간하겠다"는 협박 메일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https://youtu.be/CmBD8WZY4tw

 
지은이는 나아가 남장, 삭발 등 일반적인 '여성다움'에 저항하는 12가지 실험을 실천합니다. 미쳤다고요? 글쎄요. 불편하고 불쾌한 지점이 없잖을 겁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경희 기자


'메리 명령' 세계의 형사 미성년 기준 -  영국 뒤흔든 10 살인 소녀

인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파문이 만만치 않습니다. 10 여성이라는, 좀체 살인자로 떠올리기 힘든 조합이라 충격을 주고 있죠. 미성년 시절에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죗값을 온전히 치르고 나온다 해도 여전히 앞날이 창창한 청년일 가능성이 큽니다미성년 범죄자에겐 얼마만큼의 책임을 지워야 할까요. 그들의 개인 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할까요. [고보면 모있는 신기한 계뉴스] 일곱 번째 이야기는 미성년 범죄자의 신상 보호, 그리고 세계의 형사 미성년 기준입니다

▲메리

 

주제를 다루기 위해선 10세에 살인을 저지른 영국 최연소 살인자 메리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없습니다

1957
년 영국 뉴캐슬에서 태어난 메리 벨은 열 살 무렵 두 건의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오로지 "살인의 쾌감과 흥분을 위해서"라는 이유여서 사람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죠. 11살 생일을 딱 하루 앞둔 1968 5 25, 4살 난 마틴 브라운이란 소년을 빈집에 끌고 들어가 목 졸라 죽입니다. 하지만 소녀의 손힘이 소년의 목에 자국을 남길 정도로 강하지 않았고 옆에 약병이 놓여 있어서, 타살인지 알아채지 못한 채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나흘 뒤 메리는 마틴 브라운의 집에 나타나 마틴을 찾습니다. 마틴의 엄마가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리자 메리는 말하죠.
 

", 애가 죽은 알아. 관에 담긴 모습을 보고 싶었어." 

메리는 두 번째 살해 시도를 합니다. 두살 많은 단짝 친구이자 똘마니 노마 벨(가족이 아님)의 동생 목을 졸랐죠. 하지만 노마의 아버지에게 들켜 뺨을 맞고 내쫓기죠. 메리는 그날 노마와 함께 분풀이를 하려고 유치원에 들어가 집기를 흩트리고 살인을 자백하는 노트를 남겨놓고 나옵니다.  

 

'우리가 마틴 브라운을 죽였다.' 'XX, 우리는 살인했어, 조심해 XX들아"

▲메리 벨이 남긴 낙서.

 

하지만 경찰은 자백이 아이들 장난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두달 뒤 다시 사건이 벌어집니다. 두 소녀는 브라이언 호웨라는 세살짜리 소년을 숲에서 살해한 뒤 소년의 집 근처 쓰레기더미에 버립니다이번엔 앞선 첫번째 살인과는 달리 사인이 명확했습니다. 목졸린 자국이 남았거든요. 메리는 소년의 배에 자신의 이름 첫 글자를 딴 'M'자를 면도칼로 새겼죠. , 가위로 머리카락과 신체 일부를 자르고, 다리에 상처를 냈습니다
 
범행 흔적은 누가 봐도 어른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경찰은 동네 아이들을 전부 탐문합니다. 그러다 메리와 노마가 걸려들죠. 나중에 조사관이 메리에게 왜 호웨를 죽였느냐고 묻자 메리는 이렇게 답하죠.
 

"호웨는 엄마가 없어. 그러니깐 (죽어도) 그애를 그리워하지 않을 거잖아." 

 
노마는 메리가 범인이라고 증언합니다. , 메리가 소년을 다치게 하지 말라는 자신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다고 말하죠. 배심원들은 노마가 더 나이가 많았음에도 메리가 더 세속적이며 지배적인 기질을 가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신과의사는 메리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판정하죠. 판사는 "이 소녀를 수용할만한 병동이 이 나라에는 없다는 게 불행한 일"이라며 유죄를 선고합니다반면 법정에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공범 노마는 무죄로 풀려나죠

 

무엇이 악마를 만들었나

메리 벨의 어머니 베티는 매춘부였습니다. 고객 중 한명이었던 전과자 빌리 벨과 결혼했죠. 베티는 손님들이 어린 딸을 추행하도록 도왔답니다. 메리가 구속되자 살인자가 된 딸의 이야기를 영국과 독일 언론에 팔아 돈을 벌기도 했죠. 법원은 이같은 성장 환경을 고려했고, 메리는 결국 12년만인 1980년 가석방됩니다법원은 또한 석방과 함께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죠. 메리는 새 이름과 신분을 얻어 새 삶을 시작합니다.

 

메리 벨의 석방..., 손자까지 익명 보호 

메리는 첫 희생자 마틴 브라운의 16주기인 1984년에 외동딸을 낳습니다. 딸은 엄마의 과거를 모른 채 자랐죠. 하지만 1998년 언론 보도로 메리와 14살 난 딸의 정체가 드러나자 모녀는 이불 시트만 뒤집어쓴 채 집을 버리고 도망칩니다. 이후 메리는 딸의 익명성을 보장받기 위한 법정 투쟁에 나섭니다. 원래 18세까지만 익명이 보장되었지만, 2003년 종신토록 보호해주라는 최종 판결을 끌어냅니다. 소위 '메리 벨 명령'이죠.
 
1998년엔 벨은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 『들리지 않는 비명: 왜 아이들이 살인하나(Cries Unheard: Why Children Kill)』에 도움을 준 대가로 5만 파운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영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기자 출신인 책의 저자 기타 세레니(2012년 사망)는 재판과정은 물론, 메리 벨의 불우한 성장환경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죠. 그는 나면서부터 사악한 사람은 없으며, 트라우마를 만듦직한 어린 시절의 환경 탓에 그렇게 변한다고 주장합니다. 

 

"나면서부터 사악한 사람은 없다

이 책이 나오자 미국 뉴욕타임스 북리뷰는 무엇이 어린 괴물을 만들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라는 톤의 리뷰를 남겼지만, 영국 언론들은 달랐습니다. 옵저버의 경우 저자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편에만 서서 합리화했다며 비판합니다.
 
메리는 51세가 된 2009 손주를 얻어 할머니가 되었다고 합니다. 손주 역시 익명성을 보장받습니다. 피해자 마틴 브라이언의 엄마는 당시 데일리메일에 "피해자에겐 살인자와 같은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메리 벨이) 아기를 볼 때마다 자신이 한 짓 때문에 우리 가족이 무엇을 잃었는지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메리 벨 다큐멘터리(대역) 

 https://youtu.be/YPcWCko5Sz0

 

*네이버 포털 뉴스 사이트에서는 온라인 중앙일보 기사 원문에 포함된 영상이나 관련 자료 링크가 자동 삭제됩니다. 더욱 풍부한 기사를 만나시려면 다음 주소로 찾아오세요.http://news.joins.com/Issue/11029


알쓸피디아-국가별 형사 미성년

만약 한국에서 메리 벨과 같은 10살짜리 살인마가 나타난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한국에선 범행 당시 나이를 기준으로 14 미만은 형사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10 이상~14 미만의 '촉법소년' 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가거나 보호관찰 처분을 받을 있습니다.  
 
아동권리국제연맹(CRIN) 따르면 국가별로는 영국 10 미만, 캐나다 12 미만, 프랑스 13 미만, 독일·일본·오스트리아는 14 미만, 이탈리아·스웨덴은 15 미만은 형사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중국은 16 미만이면 형사미성년이지만 살인·강도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엔 14 이상이면 형사책임을 져야 합니다. 미국은 주별로 다른데, 형사 책임연령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는 지역이 많다고 합니다.  
 
한국의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을 저지른 주범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는다 해도 최대 형량이 20년에 불과합니다. 미성년 범죄자들은 모범적으로 수감생활을 경우, 길어도 5 뒤엔 가석방도 가능합니다. 2015 있었던 용인 '캣맘 사건' 용의자는 9세에 불과했죠. 9세는 사람을 죽여도 처벌할 근거가 없습니다

 

소년법에 규정된 가석방 기준.

이와 같은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미성년자의 형사 처벌 강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곤 합니다. 18대 국회에서 2011년 형사미성년 연령을 만 12세로 낮추는 형법 및 소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란 끝에 표류하다 자동폐기된 바 있습니다.
이경희 기자


⑧세계의 복권 당첨자"이제라도 그 복권 찢고 싶다" 돈벼락 뒤에 온 것들

▲2006 외환은행이 서울 명동 본점 인근 소공원에 미국 달러화를 프린팅해 설치한 '돈방석 의자'.

 

 벼락을 맞는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한번쯤 맞길 바라는 벼락이 있죠. 돈벼락. 특히 복권 당첨입니다. 과학적 통계에 따르면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은 70만 분의 1인데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이랍니다. 이 어마어마한 확률을 뚫고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은 그 뒤에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And They lived happily ever!)'가 됐을까요.

 

▲지난 24(현지시간) 미국 파워볼 복권 추첨에서 1등에 당첨된 개인 역대 최고 금액인 75870 달러( 8548 ) 타게 메이비스 웨인치크. [사진 CNN 캡처]


복권 한방에 오바마보다 부자로

지난달 24(현지시간) 미국은 개기일식만큼이나 흔치 않은 파워볼 1 당첨 소식으로 들썩였습니다. 미국식 로또라 파워볼은 1부터 69까지 숫자가 적힌 가운데 5개의 공을 뽑고 126 숫자가 적힌 파워볼 26 가운데 개를 뽑아 6개의 숫자를 모두 맞히면 1등에 당첨됩니다. 당첨 확률은 무려 29220만분의 1 사람이 8 연속 벼락에 맞는 것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바로 ‘8 연속 벼락 맞는 확률 뚫은 행운의 주인공은 매사추세츠 치코피의 메디컬센터에서 일하는 53 여성 메이비스 웨인치크입니다. 웨인치크가 단돈 2달러( 2250) 파워볼 복권으로 거머쥐게 1 당첨액은 무려 75870 달러( 8548 ). 21주간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쌓인 금액이라 사람이 받는 액수로는 역대 최고입니다. 지난해 1 최고 16 달러( 18112 ) 당첨금이 나오긴 했지만 당시엔 당첨자 세명이 나눠가졌더랬습니다.   
 
8538억원이란 숫자가 실감이 나면 이렇게 이해해봅시다. 뉴욕타임스(NYT) 따르면 액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나가는 맏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들리는 말로 최순실씨가 독일에 은닉한 재산이 8000억원대 규모라고 하던데, 웨인치크는 한방에 이를
어섰네요

▲'금수저'이자 사업가로 나가는 이방카 트럼프(오른쪽) 남편 재러드 쿠슈너. [사진 이방카 인스타그램]

 

물론 웨인치크가 실제 받는 돈은 여기 못 미칩니다. 파워볼 1등 당첨자는 세금을 제외한 당첨금을 일시불로 받거나 연금형식으로 29년간 받을 수 있습니다. 웨인치크는 세금 약 40%를 뗀 48000만 달러(5400억원)를 일시불로 받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것만 받아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배우 브래드 피트보다 더 부자가 된다는군요.  
 
웨인치크는 당첨 하루 만에 매사추세츠 복권위원회 회견장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당장 하고 싶은 일은 휴식”이라며 “그들(직장동료)에게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한번씩 꿈꾸는 통쾌한 장면 아닙니까. “이번 달 제 월급으로 여러분 회식하세요” 이런 ‘핵멋짐 발언’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겠지요.  


 https://youtu.be/NMIqngNvIrY 

사기·이혼·마약 중독…살해 후 암매장도

하지만 돈이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듯 행운의 복권 주인공들은 종종 불행한 뒷얘기를 남기곤 합니다. 사기·이혼·마약 중독은 흔한(?) 편이고 강도 상해를 당하거나 최악의 경우 살해되기도 하지요.
 
시카고 출신의 자영업자 우루즈 칸은 취미가 파워볼 복권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2012 6월 습관처럼 긁은 복권은 그에게 100만 달러( 11억원)를 안겨주었습니다. 당첨금을 일시불로 찾아온 지 한달 만에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는 청산가리 중독. 경찰 수사에도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고 그의 재산은 아내와 딸이 나눠가졌습니다.  


▲파워볼 복권

 

복권 당첨 후에 ‘친하게 지내자’며 접근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플로리다주에서 청소 잡역 등을 하며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던 에이브러햄 셰익스피어는 2006 1700만 달러( 191억원)짜리 파워볼에 당첨됐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이 돈을 3년 간 흥청망청 거의 다 써버렸습니다. 이 즈음 그에게 접근한 여성 도리스 무어는 자서전을 쓰자고 꼬드긴 뒤 셰익스피어에게 남아있던 현금 130만 달러와 집을 자신의 명의로 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음날 그는 가슴에 두차례 총격을 당하고 집 앞마당에 암매장 됐습니다. 무어는 매장한 자리에 콘크리트까지 덮어 완전 범죄를 꾀했지만 2012 1급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988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620만 달러(약 182억원) 복권에 당첨됐다가 유산을 노린 형제의 살해 음모 등 갖은 음해에 시달린 끝에 재산을 모두 날린 윌리엄 포스트란 사람도 있습니다. 1997년 텍사스주에서 3100만 달러(약 349억원) 복권으로 횡재한 빌리 하렐은 가족·교회·친구 등에게 선심쓰듯 돈을 뿌리다가 2년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01년 남편과 함께 1100만 달러( 124억원) 당첨금을 탄 빅토리아 젤은 마약과 술에 취해 운전하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해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1985년과 86년 두 차례에 걸쳐 총 540만 달러( 61억원)에 당첨됐던 뉴저지주 이블린 애덤스는 도박으로 모두 날리고 집도 없이 트레일러에 사는 신세가 됐습니다.  

 

▲2002 31500만달러 복권에 당첨된 휘태커(가운데) 아내 주웰(오른쪽), 손녀 브랜디 브래그와 함께 NBC-TV '투데이 ' 출연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제라도 복권 찢어버리고 싶다"

그리고 휘태커가 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 나가는 건설사 회장이었던 그는 2002 당시 최고 금액이었던 31500 달러( 3550억원)짜리 파워볼에 당첨됐지만 4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4 사이 휘태커는 이혼 당하고 그의 외손녀와 딸은 마약 남용으로 차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트립 클럽에 앉아있다가 차에 545000달러를 털리는 수차례 강도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파산 후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졌던 그는 지난해 12월 다시 언론에 등장합니다. 부엌에서 시작된 화재로 거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집 한채마저 타버렸다는 뉴스였습니다. 휘태커는 일찍이 언론에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손녀가 죽은 것도 돈 때문이었어요. 전처는 ‘차라리 그 복권을 찢어버렸어야 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내 생각도 같아요. 그럴 수만 있다면 찢어버리고 싶네요.

▲지난해 12 부엌에서 시작된 화재로 불타버린 휘태커의 . 휘태커는 2012 파워볼 복권에 당첨됐다 4 만에 파산을 선언하면서 '돈벼락' 낳은 비극의 인물로 회자된다. [사진 데일리메일 캡처]


돈이 나를 바꾸기 전에 준비할 것들

5400억원대 돈방석에 앉은 웨인치크의 행운도 이런 비극으로 끝나게 될까요 그렇진 않겠지요. 캐나다의 피터 더숍이란 사람이 귀감이 될지도 모릅니다
 
부동산 중개인이었던 더숍은 2007 복권 당첨으로 36억원을 수령할 있게 됐지만 1 가까이 이를 찾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에게만 당첨 사실을 알렸을 여자친구에게도 비밀로 했습니다. 더숍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월세 집에 살면서 하던 일을 하다가 수령 유효기간을 3 남기고서야 비로소 당첨금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이 그랬느냐고 묻자 그는 답했습니다. "갑작스럽게 거금이 굴러들어오면 일상이 변할 테니까 그에 대해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죠."  
 
오늘 로또를 사기 전 다시금 위에서 읽은 행운과 불행의 주인공들을 떠올려보시지요. 당첨돼서 현명하게 살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이지만 꽝이 돼도 슬퍼하지 맙시다. 어쩌면 우린 인생이 꽝나는 벼락을 피한 건지 모르니까요

 

알쓸팁- 복권 당첨 행동요령

 파워볼이든 로또든 상상 못할 거액에 당첨된다면, 아래 행동 수칙을 잊지 말자. 8500억원짜리 1 파워볼 당첨자가 가려지기 , 미국 여러 미디어와 인터넷 전문가들이 해준 충고다. (한국 실정에 맞춰 활용하는 각자 몫이다)
 
1.
변호사를 고용하라
복권 당첨액을 수령하기 전에 먼저 변호사를 만나라. 친하고 아는 변호사 필요 없다. 대형 로펌의 가장 실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라. 당첨금 수령은 뒤의 일이다.
 
2.
가급적 신원을 노출시키지 말라
가장 좋은 당첨된 사실을 여기저기 알리지 않는 것이다. TV 언론은 피하는 좋다. 만약 신상이 털렸다면 일단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사도 고려해보라.  
 
3.
한번에 받을지 연금식으로 받을지 정하라
일각에선 안전을 고려해 연금식으로 받길 권하지만 세금 여러 사안을 따져보길 바란다. 당첨자 대부분은 한번에 받는 선호한다.
 
4.
(No)라고 말하는 법을 배우라
놀라울 정도로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가족과 친지는 물론, 각종 기부단체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유치원 친구까지 모두 애처로운 사연이 있다. 들어줄 건가?  
 
5.
가족에게 나눠줄 액수를 미리 정하라
20%
30% 정해라. 절대 현금으로 주거나 집이나 차로 사주지 마라. 그들을 위한 자산운용에 금액을 맡기고 수년에 걸쳐 지급되도록 하라.  
 
6.
절반 정도는 장기투자에 집어넣어라
미국 장기 재무부증권(5년이나 10년짜리)이나 주요 7개국(G7) 장기증권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라. 미국이 망하지 않는 알거지가 없다.
 
7.
남은 돈은 폼나게 써라
복권을 샀는가. , 이제 근사한 집도 사고 차도 바꾸자. 친구들에게 한턱 수도 있다. 다만 잊지 말라. 친구와 돈은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다. 당신의 돈에 열광하는 이들은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

 

범죄와 나이, 생물학, 문화 10대 범죄는 나이 탓일까?

▲1940 2 17  살인을 저질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헨리 몽고메리(가운데). 그는 지난 6 21 복역 54년만에 루이지애나주 교도소에서 가석방됐다. [AP=연합뉴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 이어 강릉, 아산 등 10대 잔혹 범죄 사례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점점 흉포하고 잔혹해지는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계 곳곳도 10대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식과 달리 한국은 전 세계에서 10대 범죄가 드문 편에 속한답니다. 놀랍죠

 

아홉 번째 이야기는 '범죄와 나이, 생물학, 문화'입니다.

미국의 10대 범죄 뉴스 반나절 분량

▲인천초등생 살인 사건의 공범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에선 8살짜리 소녀를 강간 살해한 10대 소년을 성인 법정에 세우느냐, 청소년 법정에 세우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피의자는 2015년 사건 당시엔 만 15세였습니다샌프란시스코 게이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16년부터 관련법 개정으로 미성년자의 경우 의무적으로 청문회를 거쳐 성인 형사 사법 제도에 편입시킬지 여부를 판사가 결정한다고 합니다.
 
성인 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되면 처벌을 받게 되지만, 청소년 재판을 받는다면 구금 시설에서 재활 과정을 거쳐 23세면 풀려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할아버지는 소년을 성인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해 6500건 이상의 서명을 받았죠. 반면 소년의 부모를 비롯한 측에서는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며, 재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하이오주 매리에타에서는 지난달 17세 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16세·17세 소년 두 명이 체포됐다고 AJC 뉴스가 6일 보도했습니다. 10대부터 갱이 되는 길로 들어선 셈입니다.  
 
◇텍사스 경찰은 14세 소녀를 망치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16세 소년을 체포해 청소년 구금 시설로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피플지에 따르면 두 10대는 마리화나를 거래하기 위해 만났다고 합니다. 
 
데일리 헤럴드에 따르면 미국 유타 주 이글 마운틴에서는 18세 형을 칼로 수차례 찌른 16세 동생이 중범죄(2등급 중죄) 혐의로 5일 체포됐습니다. 14살짜리 여동생을 때리는 형을 말리려는 과정에서 팔과 가슴, 등을 찌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칼에 찔린 형은 아동 학대 경범죄로 기소됐고요.
 
'10대 범죄'로 구글링을 하면 경악할만한 숱한 뉴스가 나옵니다. 위에 열거한 뉴스는 한국 시간으로 9월 7일 오전 발행된 것들 중 일부만 소개한 겁니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는 지난 7 SUV 차량이 지나가는 행인에게 총격을 가해 3명이 숨졌다. SUV 차량을  17 소년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AP=연합뉴스]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연령별 범죄 발생비(해당 연령 인구 10만명 당 범죄 건수) 10대 중후반에 가파르게 상승하다 성인이 되면 주춤해진다는 게 상식입니다따라서 청소년이 성인보다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는 건 '생물학적' 이유 때문이라는 일반적 믿음이 퍼져있죠
 
미국의 대법원은 2005년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을 금지했습니다. 사춘기의 두뇌는 가속 페달만 있고 브레이크는 없는 자동차와 같으며, 강력한 충동으로 인해 통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생물학적 이유가 아닌 '문화'가 십대들의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립대학의 연구가 나왔다고 뉴스위크퓨처러티 등이 보도했습니다. 연구진은 타이완과 미국  두 나라의 범죄와 나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는데, 10대에 피크를 기록하는 미국과 달리 타이완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인구당 범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펜 주립대학의 대럴 스펜스마이어 교수는 "미국처럼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있는 나라는 범죄율이 10대 중후반에 피크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고 퓨처리티에 말했죠
 

 https://youtu.be/nVcixzpmJMU

 *종신형을 선고받은 10대들의 반응을 담은 영상.

▲군사 명예 경비대 경연에 참여한 타이완의 고교생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는 관계 없음. [AP=연합뉴스]

 

연구진은 만약 생물학적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나타난다면, 타이완에서도 서구 사회와 마찬가지로 10대 후반에 정점을 찍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다시 말하면, 생물학적 이유가 높은 범죄율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죠. 연구진은 그 같은 논리가 성립한다면 청소년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리지 않는 사법체계도 재검토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연구진은 나이 보다는 오히려 문화적 규범이 범죄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타이완은 개인주의적인 서구사회와 달리 세대간 갈등이 적고, 집산주의(collectivism) 문화가 남아있습니다. 부모들은 자녀를 적극적으로 감독하며, 10대들도 자칫 엇나갔다가는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서 허튼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구에 참여한 윤메이 루 연구원은 "타이완 10대는 상대적으로 자율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적고, 어른들의 규율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서 "좋은 학교에 다니거나 좋은 직장을 구하는 등의 장래의 성공에 (범죄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죠. 
 
그래서 학부모 및 학교의 감독이 줄어들며 18세 이후에는 비정상적이거나 범죄적인 메시지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고, 20대 후반에는 범죄율이 피크를 기록하게 된다는 건데요공동연구자인 후아 종 홍콩 중문대 사회학 부교수는 "유교적 문화와 철학, 사회가 청소년을 성인 세계로 통합시키는 방법도 범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타이완과 유사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10대 범죄가 만연하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10대 범죄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대검찰청 '2016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소년 강력범죄중 흉악범죄의 발생비는 2006년 소년 인구 10만명 당 16.4건에서 시작해 2012년 39.8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어 2015년에는 28.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10년 전에 비하면 71% 증가한 상태네요. 흉악범 뿐 아니라 재산범·폭력·절도 등 전체 범죄를 포함하면 2015년 18세 이하 인구 10만명 당 범죄자는 737.4명으로 10년 전에 비하면 36.4% 증가했고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범죄 발생비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15년 기준 41~50(10만명 당 5560)입니다. 18세 이하의 7.5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10대는 다른 모든 연령대에 비해 가장 범죄 발생비가 낮습니다. 10대 다음으로 낮은 건 61세 이상(10만명 당 2073)인데요, 이 연령대는 10년 전(1192)에 비하면 거의 두 배로 뛰었습니다.

▲연령별 인구 10만명  범죄 발생비. [대검찰청 보고서 캡처]

 

물론 이 모든 연령대 중 18세 이하만이 '나이'를 이유로 처벌을 덜 받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이는 논란거리입니다.

▲펜실베이니아 교도소에서 출소한 소년 종신범들의 수감 당시와 출소 당시 비교 사진. [A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교도소에선 10대 시절 살인을 저지른 남녀 70명이 지난해 한꺼번에 석방됐습니다. 펜셀베이니아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살인범을 두자릿수 단위로 석방한 건 이번 세대에선 처음이라고  인콰이어러가 6일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30~40년간 복역을 한 끝에 바깥 공기를 쐴 수 있었습니다. 
 
연방법원이 지난해 소년범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건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에 가장 큰 규모로 풀려나온 겁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소년범은 이들을 포함해 총 517명입니다. 이제 50~60대가 된 이들은 식료품점 계산원, 조리사, 중독 상담원, 변호사 보조원 등의 역할을 찾아 지역 사회에 조용히 스며들었다고 합니다


▲17살에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지 50년이 지난 2017 3 가석방된  . 그는 "너는 부적당하다. 너는 육식동물이며 남은 생애 동안 버려져야 한다" 판사의 판결문, 상처받고 무력한 어머니의 얼굴을 아직 기억한다. [AP=연합뉴스]

 

36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빈센트 보이드(52) 감옥에서도 시간당 19센트씩 받으며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밤샘 주방 청소직을 맡아 하룻밤에 55달러를 법니다. 그럼에도 주거와 고용, 건강보험 문제는 현재 보이드의 고민거리라고 합니다. 보이드는 인콰이어러에 "지역 사회는 아직 소년 종신범들을 받아줄 준비가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해내지 못한다면, 어디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할 거예요"라고 말했죠. 이들은 스스로 재적응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한달에 한번씩 만나고 있답니다.  
 
인콰이어러는 70  아직까지 재범을 저지르거나 가석방 규정을 어긴 경우는  한명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적어도 30 이상 수형생활을 하고 나온 터라 지역사회의 반발도 적다고 합니다. 이들의 사회 복귀 실험이 성공해야 평생을 감옥에 갇혀있는 나머지 400여명의 가석방 여부도 결정되겠죠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범인에게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우리나라 소년법에서 가능한 최고 형량입니다.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고, 가석방될 가능성도 있지요.  년이면 죗값을 치르기에 충분할까요.
이경희 기자

 

⑩사우디 왕실의 권력다툼 <1> - 아내 22, 아들 45사우디 왕실 비극의 씨앗

유럽 왕실의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은 20  세상을 떠난 다이애나비에 여전히 열광하고, 젊은 왕자·공주의 연애를 궁금해합니다. 동화 같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왕실이 이렇지는 않습니다. ‘잔혹 동화 쓰고 있는 왕실도 있는 거죠. 대표적인 사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로열패밀리입니다.  


 세계 유가(油價) 좌지우지하는 중동의 패권국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치자는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비민주적 절대 왕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어느 왕실보다 호화롭지만,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름답지도 않고요.


이번엔 최근   번의 왕실 쿠데타 왕세자를 갈아치운 사우디의 왕실 이야기입니다.  

조카 대신 아들 선택한 왕실 쿠데타

지난 6 사우디 왕실은 왕세자 교체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살만 국왕의 조카인 무함마드 빈나예프(58)에서 국왕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살만(32)으로 왕위계승 1순위를 교체한 거죠.


조카 대신 아들을 선택한 국왕의 결정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난데없는 권력 재편의 내막이 무엇인지  세계의 이목이 사우디 왕실에 집중됐습니다. 절대왕정 국가에서 왕은  국가니까요.  

 

▲지난 6  살만 왕자를 새로운 왕세자로 책봉하는 자리에 모인 사우디 왕가의 왕자들. [EPA=연합뉴스]

 

▲자신에게 왕세자 자리를 넘긴  나예프 왕자의 손에  맞추는 빈살만 왕세자.(왼쪽 사진) 아버지인 살만 국왕에게 예를 표하는 빈살만 왕세자. [AP·EPA=연합뉴스]

 

정통한 관계자들을 취재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왕세자 교체는 이른바 ‘왕실 쿠데타’였습니다.  

권력에서 밀린 빈나예프 전 왕세자는 발표 하루 전날 ‘왕궁으로 오라’는 전갈을 받았고, 영문을 모른 채 소환됩니다. 감금된 상태에서 그는 ‘자리를 넘기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밤새 버텼지만 백기를 들고 맙니다. 자신을 밀어낸 사촌 동생에게 축복을 비는 동영상도 찍어야 했죠. 잡음 없이 왕세자를 갈아치우기 위해 사우디 왕실이 치밀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뒀던 셈입니다.  


이후 빈나예프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으며, 수도에서 1000㎞ 떨어진 제다에서 가택연금 중입니다. 새 왕세자가 기반을 다질 때까지 숨 죽이고 있으라는 의미겠죠.
 
권력의 속성이라지만 참으로 비정합니다. 왕세자였던 자를 단칼에 쳐낸 것도 모자라 저 멀리 유배까지 시켰으니 말이죠. 하지만 사우디를 통치하는 알사우드 가문의 과거를 되돌아본다면, 이번 왕세자 교체는 평화롭습니다. 누구의 손에도 피가 묻지 않았으니까요.      


아내 22, 아들 36피튀기는 형제간 다툼  

사우디는 왕위를 형제가 세습합니다. 1953 사망한 초대 국왕 이븐 사우드가 아들에게 왕권을 물려준  지금까지  형제들이 사우디를 통치해  거죠.  


22명의 아내를 뒀던 이븐 사우드 국왕은 아들만 45명을 낳았습니다. 살아남은 아들이 36.   지금까지 6명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2 사우드(2), 3 파이살(4), 4 칼리드(7), 5 파드(11), 6 압둘라(13), 7 살만(32)  국왕이 그들입니다


어머니가 제각각인 이복형제들 사이에 왕권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없었을 리가 만무하죠.  

 

53 처음 왕권을 물려받은 사우드는 이븐 사우드의  번째 아내 소생입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왕관과 석유를 물려받으면서 막대한 빚도 받았습니다. 즉위한  빚은 곱절이 됐고요. 그런데도 호화로운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이것이 빌미가 되었죠.  

즉위 직후부터 권력 다툼을 벌였던 이복동생 파이살이 그를 몰아낸 겁니다. 파이살은 형이 치료를 위해 해외에 체류 중일  측근들을 처치하고 형을 퇴위시켰습니다. 사우드는 그리스로 망명했고 사망한 뒤에야 고국으로 돌아갈  있었습니다.   


망명·복수·피살·참수권력 앞에 가족 없다

형을 몰아내고 왕권을 쟁취한 3 국왕 파이살은 석유 생산을 늘려 재정을 안정화하고, 사우디를 현대적으로 개혁했습니다. 국민들에게 인기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끝은 비극이었습니다. 즉위 10년만인 1975 조카인 파이살  무사이드 왕자에게 피살된 겁니다. 정확한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설로 거론되는 것은 복수입니다. 왕자가 파이살이 쫓아낸 사우드  국왕의 딸과 결혼할 예정이었다는 거죠. 어쨌든 왕자는 광장에서 공개 참수됐고 국왕 암살 사건은 막을 내립니다.  
 
 이어 즉위한 칼리드 국왕은 6년만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1982 파드 국왕이 집권합니다. 그는 사우디 왕실의 핵심 수다이리 세븐  맏아들입니다. ‘수다이리 세븐 초대 국왕의  번째 아내인 하산  수다이리가 낳은 아들 7형제를 말합니다


배다른 왕자가 너무 많은 왕실에서 어느 왕비의 아들이냐 파벌을 나누는 핵심 요인이 됐습니다. 다른 아내들보다 많은 아들을 낳았으며, 왕의 총애를 받았던 수다이리 왕비의 핏줄이 강력한 파벌을 형성할  있었고요.  
 
파드  국왕은 물론  국왕인 살만도 수다이리의 아들입니다.  튀기는 권력 다툼 속에서 어머니가 같은 아들이  씩이나 왕좌에 올랐다니. ‘수다이리 세븐 얼마나 특별한지   있습니다.  


수다이리 세븐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게 됐고, 나머지 왕자들과 대결하게 됩니다.  
 
‘사우디 왕실 잔혹사’ 두 번째 이야기에선 수다이리 7형제와 이들을 견제하려는 세력의 권력 다툼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통치하는 사우드 가문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으로 손꼽힙니다. 초대 국왕 재임 시절 발견된 석유 덕분이죠.  

 

국부(國富)  왕가의 재산인 까닭에 사우디 국왕은  사우드 주식회사 최고경영자(CEO) 불리기도 합니다.

 

살만 국왕의 재산은  170 달러( 19 2500억원). 파리 에펠탑과 세느강변에 위치한 여러 채의 아파트, 프랑스 남동부 휴양지인 코트다쥐르의 고성, 스페인 휴양지 마벨라의 궁전 등이 포함됩니다.  

 

사우디 국왕은 재산에 걸맞는 호화 생활로도 유명한데요. 움직일 때마다 동원되는 수백 명의 수행원과 수백 대의 검은 리무진은 기본입니다. 여름에 머물곤 하는 홍해 휴양지의 궁궐엔 국왕만을 위한 의료진이  대기 중이고, 프랑스에서 공수한 캐비어·트러플 등을 요리하는 최고의 셰프가 상주하고 있죠.

 

▲지난 3 일본을 방문한 살만 사우디 국왕이 황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월의 아시아 순방이 최근의 사례입니다. 당시 보도엔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국왕이 황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용기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인도네시아 방문  459t 무게의 짐과 메르세데스 리무진 2개를 공수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체류  방문한 모스크에 국왕만을 위한 화장실을 따로 마련됐고, 의회 건물에도 국왕을 위한 맞춤 왕좌가 특별 제작·설치됐습니다. 신선한 낙타젖을 마시기 위해 낙타를 데리고 다닌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국왕이라고 사우드 가문에서 최고 부자인  아닙니다. 사우디  아니라 아랍 왕족 중에서도 가장 부자인 사람은  왈리드  탈랄 왕자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초대 국왕의 열두 번째 아들인 탈랄 왕자.  


지난 5 포브스 기준 그의 자산 평가액은 178 달러( 20 1000억원)였습니다. 300 달러( 30조원) 넘겼던 때도 있었고요.  
 
20
 전까지 그는 부동산으로 돈을  아랍 왕족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90년대  파산 위기에 몰렸던 미국 시티은행 투자로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고, 시티은행이 경기 호전에 따라 주가를 회복하면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투자 금액 5 5000 달러( 6200억원) 10억달러( 1 1000억원) 불어난 것이죠.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며 인정받게 됐습니다. 이후 킹덤 홀딩스를 운용하면서, 애플·아마존·코카콜라·이베이·AOL·포시즌호텔&리조트 등에 투자해 왔습니다.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왕족에게 부가 집중된  대한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가난해졌는데, 수천 명에 이르는 왕족들은 여전히 호화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거죠.  


왕족들은 이런 지적에 아랑곳 않습니다. 뉴욕타임스(NYT) 프랑스의 부동산 업자를 인용 보도한  따르면, 사우디의 왕자·공주들은 지난 해에도 파리의 값비싼 부동산을 여럿 사들였습니다.  왕자는 3000 달러( 339억원) 넘는 1021 넒이의 호화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합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그래픽=신아영 인턴기자


⑪사우디 왕실의 권력다툼 <2> - 왕과 2 결혼한 미모의 왕비와 아들 7형제

이븐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초대 국왕이 22명의 부인에게서 아들 45명을 얻은 건 지난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에서 이야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번째 부인 수다이리 왕비의 일곱 아들, ‘수다이리 세븐 세력이 강했다는 것도요.  


국왕 , 왕세제 막강 수다이리 7형제

형제 세습은 형제들이 나이 순서대로 왕위를 물려받는  원칙으로 합니다


아무리 국왕의 총애를 받았다 해도  번째 부인인 수다이리 왕비의 아들들에게 왕위가 돌아올 때까지는 적지 않은 세월이 걸렸습니다.


이들이 권력에 처음 다가간 건 칼리드 국왕(1975~1982년 재임) 시절입니다. ‘수다이리 세븐’의 장남인 파드가 왕세제에 오르고 나머지 형제들도 요직을 차지하면서죠.

 

 

칼리드 국왕이 즉위 6년 만에 사망한 뒤 1982년 파드가 5대 국왕에 즉위합니다. 이미 60세가 넘은 나이였지만 그는 2005년까지 무려 23년을 집권하면서 수다이리 권력의 철옹성을 쌓습니다. 형제들은 국방·내무장관 등 요직을 맡으며 권력의 핵심을 차지합니다
 
뒤이은 6대 국왕 압둘라는 수다이리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즉위한 뒤 외신엔 “수다이리의 힘이 빠졌다”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죠. 왕국에서 왕의 자리를 내어줬으니 이런 보도가 나올 만도 했던 거죠. 하지만 이미 탄탄하게 다져진 수다이리파의 권력은 기가 꺾이지 않았습니다. 


압둘라를 이을 승계 순위 1위가 또다시 수다이리의 아들이었으니까요. 술탄 왕세제입니다. 그는 2011년 국왕보다 먼저 사망하면서 왕위에 오르지는 못합니다.  
 
술탄을 이어 왕세제가 된 이도 수다이리의 아들 나예프였습니다. 그는 수다이리의 넷째 아들입니다. 셋째 아들인 압둘 라흐만이 있지만, 그는 후계자 인선을 담당하는 ‘충성위원회’ 구성에 홀로 반대했다가 미운털이 박혀 승계 서열에서 제외됐습니다.   


 형을 제치고 왕세제가 된 나예프도 책봉 이듬해 사망합니다. 국왕인 형이 사망한 뒤에야 왕권을 물려받을 수 있는데, 압둘라 국왕이 예상보다 오래 사는 바람에 왕이 되지 못한 거죠. 이처럼 형보다 먼저 사망해 왕위에 오르지 못한 왕세제는 사우디에 여럿입니다.


나예프가 사망한 뒤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 다섯 째 투르키를 건너 뛰고, 수다이리의 여섯 째 살만이 왕세제가 됩니다. 현 국왕이 살만입니다.  


아들 7명 중 국왕이 된 자가 둘, 왕세제였던 자가 둘. ‘수다이리 세븐’의 위력이 짐작되고 남습니다

 

▲1945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을 만난 이븐 사우드 사우디 초대 국왕.[AP=연합뉴스]

 

▲1980 사우디를 방문한 최규하  대통령이 칼리드국왕과 회당 중이다. [중앙포토]

 
수다이리의 소생이 아니었던 6대 압둘라 국왕은 원래 세력이 미미했습니다. 즉위할 때 이미 나이가 여든을 넘었고요. 아마 수다이리파는 압둘라 국왕을 잠시 거쳐가는 과도기로 여겼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압둘라 국왕은 10년을 재위합니다. 그 새 수다이리 세븐의 두 왕세제가 먼저 사망한 거고요.  
 
압둘라 국왕은 왕위를 지키는 동안 수다이리파를 견제할만큼 힘을 키웁니다. 말년엔 자신의 아들들을 권력 전면에 내세우기도 하고요. 살만 왕세제를 축출하기 위한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2015년 서거 직전엔 이복동생인 무크린 왕자를 부왕세제에 지명했습니다. 지명을 번복할 수 없다는 칙령까지 선포합니다. 


압둘라가 이렇게까지 부왕세제를 못박은 건 왕세제인 살만이 아닌 무크린에게 왕권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당시 사우디엔 살만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얼마 살지 못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런 살만을 제치고 무크린을 왕좌에 앉혀 ‘수다이리파’를 뿌리뽑고 싶었던 거죠.
 
그러데 말입니다. 2015년 7대 국왕에 오른 살만은 멀쩡했습니다. 즉위 초엔 치매설, 궁정 쿠데타설이 돌면서 왕권을 흔들려는 움직임이 이어졌지만, 살만은 굳건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뒤를 잇기로 정해진 무크린을 퇴위시킵니다. 대신 조카인 빈나예프를 왕세자로 책봉합니다. ‘수다이리 세븐’ 중 넷째로, 앞서 왕세제 신분으로 세상을 뜬 나예프 왕자의 아들입니다. 지난 6월 물러난 바로 그 빈나예프이기도 합니다.  
 
당시 결정은 ‘수다이리의 핏줄’이 다시 권력을 잡았다는 의미입니다. 또 마침내 아들에서 손자 세대로, 사우디 왕실이 세대 교체를 선언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지난 4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리에서 촬영된 대형 입간판. 당시 왕세자였던 빈나예프 왕자(왼쪽), 살만 국왕(가운데), 새로 왕세자에 책봉된 빈살만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이들은 모두 수다이리 왕비의 핏줄이다.[AP=연합뉴스]

 

부자 세습으로 전환권력 장악한 수다이리파

이후 살만 국왕은 자신이 오랫동안 그려온 구상을 실천에 옮깁니다. 빈나예프를 폐위하고 자신의 아들 빈살만에 책봉한 겁니다. 형제 세습에서 부자 세습으로 일대 전환을 이룬 거지요.    
 
사우디 국왕의 재위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았습니다. 나이 순서에 따라 형제가 왕위를 물려받다 보니 한참 나이 들어서야 왕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5대 국왕인 파드 국왕이 이레적으로 23년 간 재위했지만, 2·3·4·6대 국왕의 재위 기간은 10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사우디 왕실의 세대 교체는 이런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싶은 살만 국왕의 ‘사심’이 물론 컸겠지만, 젊고 안정적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왕에 대한 필요성도 느꼈겠죠.  
 
왕세자 교체 직후인 지난 7월 로이터 통신은 “살만 국왕이 생전에 아들에게 왕권을 이양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미 양위 선언문을 녹음해뒀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실제 국왕의 퇴위가 이뤄질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쇄신하겠다며 세대 교체를 선언한 사우디가 앞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또 그 변화가 중동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전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국왕과 2번 결혼한 수다이리 왕비

하사 빈트 아메드 알 수다이리는 이븐 사우드 국왕의 열 번째 부인이자 가장 사랑받은 아내입니다. 
미모가 출중하고, 현명하며 강인했던 그는 가장 많은 자녀까지 낳아 사랑을 독차지했죠. ‘수다이리 세븐’으로 불리는 일곱 아들 뿐 아니라 딸도 넷을 뒀습니다.    


수다이리는 아라비아 반도 나즈드 지방의 토호, 수다이리 가문 출신입니다. 사우디 건국 사상의 토대인 와하비즘의 발원지가 수다이리의 고향이죠. 주요 지역의 유력 집안 출신이라는 수다이리의 배경은 훗날 ‘수다이리 세븐’이 나머지 왕자들과의 세력 다툼에서 승리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터입니다.  

 

▲지난 6 사우디의  왕세자에 책봉된 살만 국왕의 아들 빈살만(가운데) 수백 명을 넘는 사우디 왕자들로부터 충성 맹세를 받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 현재 사우디는 수아디리 왕비의 아들인 살만 국왕, 손자인 빈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쥐고 있다. [EPA=연합뉴스]

 

수다이리는 13세일 때 38세인 국왕의 8번째 부인이 됩니다. 국왕과의 첫 결혼이었습니다이 결혼은 이내 깨지고, 수다이리는 국왕의 이복 형제와 재혼을 합니다. 아들도 한 명 낳았고요. 하지만 수다이리를 잊지 못했던 왕은 이복동생을 이혼시키고 수다이리와 재혼 합니다. 10번째 부인으로 다시 맞은 겁니다.  


1969년 수다이리는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사후에도 그가 낳은 아들들은 사우디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아들인 살만이 국왕, 손자인 빈살만은 왕세자입니다. 수다이리의 핏줄이 마침내 권력을 독점하게 된 거죠.


‘사우디는 죽은 왕비 수다이리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겠죠.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⑫인턴도 부익부 빈익빈 - 청년 인턴과 수저 계급론

영국이나 미국 등의 선진국에도 '열정페이'가 있습니다. 아예 무급인턴으로 스펙을 쌓는 사례도 많은데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전략은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열두 번째 이야기는 '인턴과 수저 계급론'입니다.

#선진국 #의원들도 #열정페이 #청년착취 

▲UN 무급인턴들이 2017 8 14(현지시간) 제네바에서 공정한 인턴십과 임금 지불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AFP=연합뉴스]

 

유럽의회 청년 그룹은 지난 5 '공정한 인턴십'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유럽의회에서 일하는 인턴들에게 생활비를 충당할만한 보수를 지급하고, 교육을 강화하는  인턴십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를 담았죠. 설문조사 결과 인턴의 25% 600유로 미만의 임금을 받고, 8% 무급이었습니다. 22% 1000유로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었고요.
 
미국은   심합니다온라인 매체 MIC 조사 결과 미국 하원의원 10명 중 9명이 인턴에게 임금을 주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원의원 평균 8%가 정기적으로 유급 인턴을 모집합니다. 유급과 무급 인턴을 섞어 뽑는 경우와 외부 기금으로 인턴들을 지원하는 의원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14%까지 올라갑니다. 최대로 후하게 쳐도 86%는 무급인턴이라는 뜻이죠. 

 

알쓸코리아-한국 국회의 열정페이

지난 여름, 자유한국당은 청년 국회보좌진 양성 교육 프로그램 '프로듀스 505' 수강하는 청년  희망자에게 4주의 무급 인턴 기회를 준다고 예고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자유한국당 측은 인턴이 아닌 '교육생' 신분이므로 무급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아니라 무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거라고 방어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도  말은 있어 보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7 체재비나 항공비 등을 일절 부담해주지 않는 무급 '해외 인턴' 모집했으니까요. 국회의원들도 '급여 0, 식비 제공' 조건으로 입법보조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흔했죠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2015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3년간 정부의 국외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 87% 무급으로 일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9 1 현재 모집중인 입법보조원 공고는 3건입니다. 노웅래(더민주, 서울 마포갑) 의원실은 중식만 제공하고 급여는 없습니다. 안호영(더민주, 전북 진안) 의원실은 '협의에 따른 활동비', 이만희(자유한국당, 경북 영천) 의원실은 '교통비  소정의 급여' 제공한다고  있네요
 
지난 2 올라온 모집 공고  근무 조건 내용이 남아있는 5  '국회 인턴 수준의 급여' 준다고 밝힌  박주민(더민주, 서울 은평갑) 의원실이 유일합니다. 유동수(더민주, 인천 계양갑김중로(국민의당, 비례정진석(자유한국당, 공주·부여·청양의원실은 교통비·중식을 노동의 대가로 제시했습니다김현아(자유한국당, 비례) 의원실은 '김현아 의원실 근무' '경력증명서' 발급만 약속했네요.

 

▲UN 무급인턴들이 2017 8 14(현지시간) 제네바에서 공정한 인턴십과 임금 지불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AFP=연합뉴스]

 

타임지의 자매 매체인 머니에 따르면 워싱턴 D.C 같은 주요 도시에서 여름방학 약 10주간 지내려면 집세·식비·교통비 등 생활비만 최소 6000달러(약 673만원)가 듭니다. 무급이 문제가 아니라 '적자 인턴'이라는 건데요.
 
2016년 '페이 아워 인턴스(Pay Our Interns)'라는 단체를 만든 칼로스 베라도 과거 의회에서 무급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베라는 의회에서 주당 30시간 일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를 두 가지 병행했습니다. 그는 알바를 뛰며 버틸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고 회상합니다. 그는 무급인턴은 불공평하다고 지적합니다. 무급으로 버틸 수 있는 사람만 의회로 진입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2016년 7월 폴 라이언 하원의장실에서 촬영한 의회 무급인턴 단체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인종적 다양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각각의 의원실에서 개별 채용한 것임에도 백인에 남성 일색이었죠. 총 115명 중 남성 81명, 여성 34명, 흑인 남성 2명, 흑인 여성 0명이었습니다. 
 
무급 인턴이 미국 의회의 오랜 전통은 아닙니다. 매년 2명의 인턴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던 프로그램이 20년간 운용되다 1994년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의원실 예산이 삭감되면서 이를 무급 인턴으로 대체하게 된 거죠. 예산 삭감의 피해가 가장 취약한 청년층에게 돌아간 겁니다. 


▲UN 무급인턴들이 2017 8 14(현지시간) 제네바에서 공정한 인턴십과 임금 지불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AFP=연합뉴스]

 

B.A. 루돌프 재단 따르면 미국에서 대학 재학 기간  인턴십 경험이 있었던 학생 51.7% 졸업 전에 취업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비율은 17% 떨어진다고 합니다. 인턴이 취업에 유리한 스펙이 되는 것이지요. 미국 대학생들이 자비를 들여가며 무급 인턴에 도전하는 것도 취업을 위해서일 겁니다. 하지만 인턴에도 금수저와 흙수저가 있다는 사실, 모두가 짐작은 하고 있을 겁니다.
 
영국에서 최근 인턴에 대한 연구 나와 영미권 청년들을 술렁이게 만들었습니다. 에섹스 대학 사회경제연구소가 수행한 조사였는데요.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영국과 웨일스 지역의 대학에서 졸업하고 6개월 동안 인턴십을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3 ,  졸업 시점 기준 3 6개월  수입을 추적 조사했습니다
 
결과를 요약하자면, 곧장 취업한 졸업생보다 무급 인턴 과정에 들어간 이들의 연봉이 3500파운드( 500만원)가량 적다는 거죠. 석사과정에 들어간 이들 보다도 1800파운드( 260만원)  받습니다. 인턴을 거치면 다른 선택을  이들에 비해 평균 2000파운드( 300만원)가량 미래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는 겁니다인턴과정이 본격적인 취업 시점을 늦추기 때문에 장래 소득이 줄어드는 거죠
 
연구를 수행한 앵거스 홀포드 박사는 "졸업생들이 인턴 경험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직업에서 성공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조사결과에) 실망하게  "이라고 가디언에 말했습니다. 인턴십을 거친 이들이 졸업 3년 반 뒤 전문직이나 관리직에서 종사할 확률은 15% 포인트 낮았고, 직업에 만족할 확률도 8.8% 떨어졌습니다.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에 취업하거나 관련 분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UN 무급인턴들이 2017 8 14(현지시간) 제네바에서 공정한 인턴십과 임금 지불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AFP=연합뉴스]

 

특히나 가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우(흑인이나 소수민족 졸업생, 장애인, 실업률이 높은 지역 출신 등)엔 인턴을 한 졸업생은 곧장 취업한 이들에 비해 3년 반 뒤 연봉이 4000파운드( 600만원)나 적었습니다. 반면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 출신이거나 부모가 전문직인 경우엔 오히려 인턴을 하는 게 장래 소득에 유리했고요
 
배경이 좋은 이들이 고연봉으로 연결되는 '양질의' 인턴십을 구하는 반면, 배경이 취약한 이들은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단순 인턴을 하게 되고 이후에도 인턴이나 저임금 계약직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인턴의 양극화'입니다. 
 
영국 공공정책연구소(IPPR)가 지난 4월 내놓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 무급 인턴 채용 공고는 2010년 대비 50% 늘었다고 합니다. 열정페이가 가파르게 증가한 겁니다. 그러면서도 인턴 경험 없이 곧장 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요. 한국의 청춘들이나 영국의 청춘들이나 상황은 비슷해 보이는데요. 에섹스 대학 연구팀은 저소득층은 학부 과정에서 실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면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죠.
 
에밀리 오라일리 유럽연합(EU) 옴부즈맨은 지난 2월 "EU 외무부의 인턴십은 청년들의 커리어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으며, 가능한한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무급 인턴이 부담해야 하는 주택·보험·여비 때문에 저소득층의 취업 기회가 제한되고 '특권이 특권을 부르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면서 '적절한 수당'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거죠. 유럽 청년 포럼은 지난 5월 무급 인턴 비율이 무려 82%로 EU에서 가장 높은 벨기에를 시작으로 무급 인턴을 금지하기 위한 법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경희 기자


범죄의 천국 멕시코 범죄드라마 끝판왕 '나르코스' 멕시코에선 실화다?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실화를 다룬 미드 '나르코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나르코스’의 로케이션 매니저가 멕시코에서 살해당했다는 뉴스가 17(현지시간) 외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보도에 따르면 헐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 ‘007 시리즈’ 등의 촬영지 섭외를 담당했던 카를로스 무뇨르 포르탈은 지난 11일 멕시코 중부 테마스칼파시 인근 도로에 정차된 승용차 안에서 발견됐습니다여러 발의 총격을 받고 숨진 채였죠.  

현지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지만 진척은 없습니다. 사건 현장이 워낙 외진 곳이어서 목격자를 찾지 못했고, 그가 쫓긴 흔적을 발견했으면서도 어디에서부터 추격이 시작됐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친구들은 “그가 촬영 장소를 찾기 위해 일대를 여행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열네 번째 이야기는 '범죄 천국이 된 멕시코'입니다.

▲'미드' 나르코스의 현지 장소 섭외 코디네이터 카를로스 무뇨스 포르탈. [사진 페이스북 캡처]


범죄 천국에서 살해된 범죄 드라마 스태프 

2015 넷플릭스가 방영을 시작한 나르코스 실화를 바탕을  범죄 드라마입니다. 콜롬비아 출신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그를 쫓는 미국 사법당국의 이야기를 다뤘죠
 
마약 카르텔의 치열한 권력다툼, 이를 막으려는  마약 단속국의 추격을 너무나  그려내 범죄 드라마의 결정판이라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시즌 1·2·3 마쳤고, 시즌 4 2018년에 방영됩니다.   
 
바로  새로운 시즌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다룰 예정이었습니다. 포르탈은 콜롬비아에서 멕시코로 무대를 옮긴 시즌 4 촬영지 물색을 위해 멕시코를 여행하고 있었던 거죠
 
드라마 팬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총질이 난무하고 수많은 사람이 살해당하는   장면이 멕시코의 실상이라는  드러나면서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졌기 때문입니다
 
포르탈의 죽음으로 '범죄 천국'이라는 악명이 높은 멕시코의 범죄 현황도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포르탈이 사망한 멕시코 이달고주에서만 지난 7월 한 달 간 182명이 살해당했습니다. 인구 10만 명 당 무려 12.2명이 살해당한 셈입니다만, 전국으로 확대하면 숫자는 더 어마어마합니다.  

 

▲미드 '나르코스'  장면. 에스코바르를 연기한 브라질 출신 배우 와그너 모라. 사진=넷플릭스


   2234 살해시신 수습  못하기도 

지난 5 여러 외신엔 멕시코의 기록적 통계가 보도됐습니다.    동안 전국에서 살해당한 이가 무려 2186명이나 됐다는 겁니다. 1997 이후 최대 숫자이고, 2131명이 살해당한 2011 5월의 종전 기록을  수치라고 했습니다. 올해 1~5월까지로 기간을 넓히면 살해된 사람의 숫자는 무려 9916명으로 1만명에 육박합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달만에  기록은  깨집니다. 6월에 살해당한 이는 2234. 2017 멕시코는 피로 물든 최악의 해가  것이 분명해진 겁니다 
 
워낙 살인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게레로주 같은 곳에선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옵니다. 2016 살인률이 인구 10 명당 61.67명에 이르는 게레로주는 멕시코 2위의 범죄 지역입니다. 1위는 10 명당 81.55명을 기록한 콜리마주였고요


이들이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는 , 희생자 수만큼의 장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텍스 장갑이 모자라 시신을 살펴볼 수조차 없다는 겁니다. 차량도 부족해 범죄 현장에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다반사라 하고요.   
 
멕시코에서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무엇보다 일단 마약입니다. 헤로인은 물론 미국 일부 주에서 합법화한 마리화나까지 갖가지 마약들이 멕시코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조직 간의 다툼이 납치·폭행을 낳고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던 시우다드 후아레스가 ‘범죄의 수도’라는 오명을 얻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리오그란데 강을 사이에 두고 미 텍사스주와 마주한 위치 탓에 마약 밀매의 요충지가 됐고, 여러 카르텔들이 거점으로 삼으면서 범죄가 빈발하게 된 거죠.  

 

범죄를 부추기는 범죄와의 전쟁?

멕시코 정부는 범죄 근절에 힘쓰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름 성과도 제시하고 있고요. 이를테면 2012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취임한  요주의 범죄조직 122  107개를 무력화했다는 발표가 그것입니다. 실제 니에토 대통령 재임 초기 2 간은 살인 범죄가 줄어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조직을 와해한 것이 오히려 범죄율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영국 리딩 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범죄 증가는 조직이 쪼개진 것과 관련 있다. 리더가 쫓겨나거나 조직이 갈라지면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 보도한 게레로주의 아카풀코가  사례입니다. 멕시코의  다른 살인 수도라는 곳입니다. 아카풀코에선 살인의 마라톤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연일 누군가가 죽임을 당합니다.
WP 따르면 이곳을 지배하던 카르텔은 이미 10   와해됐습니다. 현재의 무법천지를 만든  지역에서 활동 중인 20 넘는 군소 조직. 이들은 경쟁이라도 벌이듯 닥치는대로 범죄를 저지릅니다


대규모 마약 카르텔의 하수인 되어 강탈·납치·암살을 수행하기도 하고요. WP 따르면 과거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던 카르텔보다 외주공장처럼 활동하는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여러 조직이 가담해 범죄가 벌어지기 때문이죠.


▲멕시코의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었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가운데).그는 체포된  지난 1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중앙포토]


나르코스 촬영 멕시코서 계속할 수 있을까

포르탈이 나르코스 관계자여서 살해당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멕시코 촬영을 강행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실제 마약 카르텔의 보복으로 언론인·정치인 등이 살해당하는 일이 멕시코에선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에도 탐사보도 주간지 리오도세의 설립자  기자 하비에르 발데스가 멕시코 북부 시나올라주 주도 쿨리아칸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마약거래와 조직범죄, 그것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해  기자였습니다. 범죄조직과 언론의 관계를 조명한 『나르코스 저널리즘』, 어렸을 때부터 마약 카르텔에 발을 담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나르코스의 아이들』등의 책을 쓰기도 했고요
 
당시 멕시코 언론들은 그가 자신들을 파헤친 마약 카르텔의 보복으로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포르탈의 사망으로 멕시코에선 영화·드라마시장을 잃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리포트도 과거 수십년  영화와 TV 제작사들이 마약 관련 범죄 때문에 촬영을 취소하거나 장소를 옮겼다 촬영지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고요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영화로  중남미 마약 카르텔 코카인 배송에 잠수함 동원중남미 마약 카르텔의 실체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

  
 얼마  멕시코에서 범죄 드라마 나르코스’(넷플릭스 제작) 촬영장소를 물색하던 스태프가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습니다. 콜롬비아의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았죠. 여전히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번 [알쓸신세]에서는 범죄 천국으로 악명 높은 멕시코의 상황을 전해드렸습니다.  


[아메리칸 메이드] CIA 요원이 마약 배달?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

 

실존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아메리칸 메이드'가 마침 개봉중이네요. 1978, 잘나가던 미국 파일럿 배리 씰(톰 크루즈)은 우연한 기회에 중앙정보국(CIA)과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소련과 냉전 중이던 미국은 중남미 곳곳에서 활동중이던 공산 반군들을 제압하려 했는데, 이들을 찍은 항공 사진이 필요했죠. 천재적인 비행 실력을 가진 배리가 투입된 이유였습니다. 그는 두각을 나타내고, 중남미에도 소문이 쫙 퍼지게 되죠.  

 

 https://youtu.be/GSAkroF1tnM

 

이때 콜롬비아의 마약상, 오초아 형제와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접근해옵니다. ‘나르코스’ 애청자라면 익숙한 그 ‘파블로’가 맞습니다. 이들은 "콜롬비아의 새로운 부의 원천"이라며 코카인 재배 농장에 배리를 데려가 이렇게 말하죠
  

 비행기로 이걸 마이애미까지 운반해줄래?  많이 줄게!”

활주로까지 있었을 정도니 이들이 얼마나 막대한 부를 축적했는지 짐작이 가시죠. 단순한 마약 거래상이었던 파블로는 이후 여러 조직을 규합해 그 유명한 ‘메데인 카르텔’의 수장이 됩니다.   

▲영화 '  메신저'

 

이때가 코카인 주생산국 콜롬비아에서 마약 카르텔이 몸집을 불리고 있었던 1980년대 초중반입니다. 이들 조직은 미국에 마약을 밀수출해 떼돈을 벌며 단순한 범죄 조직 이상으로 성장합니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그 배경에는 중남미의 혼란한 정치 상황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남미에는 친미 정권과 그에 대항하는 공산 반군들이 싸우는 나라가 많았습니다. 친미 정권은 당연히 미국이 뒤를 봐주었고, 공산 반군은 소련에서 무기를 대줬죠
  
이때 니카과라에서 공산 혁명군 ‘산디니스타’가 친미 독재 정권을 뒤엎고 혁명에 성공하는 대사건이 일어납니다. 세상에! 화들짝 놀란 미국 정부는 비밀리에 친미 반군 ‘콘트라’를 지원하기 시작했죠. 무기를 대주는 것은 물론 반군을 미국 땅에 데려와 훈련도 시켰습니다. 그리고 두둥~ 주머니 가벼운 반군이 마약을 밀매해 돈 버는 것도 묵인해줍니다. 이게 바로 마약 산업의 덩치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계기가 되죠.   
  
이런 사실은 1996,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하던 기자 개리 웹이 ‘검은 동맹: 마약 폭증의 배경’이란 제목의 기사로 폭로하며 드러났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당시 CIA가 콘트라의 대규모 마약 밀매 사업을 묵인해준 사실을 밝힌 것으로, 80년대 미국이 마약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된 배후에 CIA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충격적 사건이었죠. 개리 웹의 삶은 제레미 레너 주연의 영화 ‘킬 더 메신저’로 나왔을 정도로 파란만장했습니다.  

 

▲영화 '  메신저'

  
어쨌든 당시 메데인 카르텔을 비롯한 많은 마약 조직들은 제대로 물을 만났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업을 키워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죠어느 정도였느냐고요? 1988 콜롬비아의 코카인 밀수출액은 25 달러로, 당시 콜롬비아 총수출액의 51% 달했습니다. 중남미 대부분 국가가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을  콜롬비아 홀로 경제성장을 쑥쑥 이룬 것은 마약 산업 덕이 컸죠. 드라마 '나르코스'에는 당시 상황이 상세하게 묘사돼있습니다.  
  
, 그러다 2001 9·11 테러가 일어납니다. 미국의 해상 경계가 바늘 하나 들어갈  없을 정도로 촘촘해지자, 육로를 통한 밀수가 급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미국과 중남미를 잇는 육로는   , 바로 멕시코뿐이죠.  
  
마침 90년대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콜롬비아 카르텔이 주춤할 때라, 이때부터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 국가를 잠식할 정도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시날로아, 걸프, 로스 세타스  7 카르텔은 멕시코 전역을 쥐락펴락  정도로  세력이 됐죠이들은 미국과 멕시코 정부와 싸울  아니라 자기들끼리도 영역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어, 이곳 범죄율은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습니다.   
  
단순한 조폭 일일 , 일반 국민의 삶과는 관계없지 않느냐고요그렇지가 않습니다. 상상이   된다는 분들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살인은 일상이다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미국 FBICIA 요원들이 멕시코 정부와 힘을 합쳐 마약 카르텔 소탕에 나서는 이야기인데요, 실제 사건을 콕 짚어 다룬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아주 꼼꼼히 그린 작품입니다. 배경이 되는 도시는 범죄율로 악명 높은 시우다드 후아레스. 스크린에 펼쳐지는 이 도시의 풍경은 암울하다 못해 살벌합니다. 목에 줄이 칭칭 감긴 시체가 도시 곳곳에 걸려있고, 살인은 일상입니다. 한낮 도로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하죠. 카르텔 조직원들끼리 서로 복수하거나,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는 경찰 등을 살해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보복도 흔합니다. 카르텔과의 거래를 거절한 여시장이 취임 하루 만에 주검으로 발견되는 식이죠. 최근에는 이런 폭력 사태가 칸쿤 등 휴양지로까지 번져 관광객도 사망했습니다.  
  
현재 중남미 마약 카르텔들은 정부에서 손을 쓰지 못할 정도입니다. 콜롬비아에서는 마약 밀매를 위한 잠수함이 지난해에만 수차례 적발됐을 정도로 이들의 ‘클라스’가 상상 이상이거든요. 그뿐 아닙니다. 이들은 로켓 추진 유탄 발사기로 군 헬기까지 공격합니다.   

 

  https://youtu.be/kL_C32SPDB8

 

물론 정부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센테 폭스 전 대통령이 2000년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 멕시코 정부는 지긋지긋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조직이 와해하고 잘게 나뉘는 과정에서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폭스뉴스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장,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구속되는 등 두목들이 잡히며 조직 내 권력다툼이 치열해져 폭력 사태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죠.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멕시코에서 카르텔이 성장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심각한 빈부 격차가 원인입니다. 일할 곳이 없는 가난한 청년들이 마약 카르텔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거죠.  
  
코카인 주생산국인 콜롬비아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세계분쟁과 평화운동』(2004)의 저자는 “미국이 콜롬비아의 마약 퇴치에 엄청난 원조를 했지만, 부패한 정부는 묵인하고 마약 생산 고리 가운데서도 가장 취약한 농민만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비판하며, “그럼에도 농민들이 코카인을 재배하는 이유는 미국의 (자국 농업을 위한) 보조금으로,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농업이 붕괴한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볼리비아, 브라질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국가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먹고 살 길’ 없이 막막한 이들이, 마약 산업의 수렁에 발을 딛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마약 수요 자체를 줄이려는 범국가적인 노력과 빈부 격차의 완화, 청년들이 마약 조직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일 등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지만 모두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일까요. 미국과 중남미 각국 정부는 카르텔을 완전히 없애는 일을 사실상 포기한 지 오랩니다. 다만 폭력 사태를 줄이는 일에 힘쓸 뿐이죠. 중남미 몇몇 국가에서는 아예 일부 마약의 합법화를 진행하고 있고요.  
  
몇 년 전, 멕시코에서 '마약과의 전쟁'에 나섰던 한 고위인사는 이렇게 빗대기도 했습니다. “마약과의 전쟁은 쥐잡기와 비슷하다. 쥐는 항상 하수구에 있지만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그러나 누구도 내 집 앞에 쥐가 있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쥐잡기'와 같은 지난한 싸움, 현재도 계속되고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하겠죠.  

 

알쓸피디아-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

 

 '나르코스' 주인공,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1949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전세계에 악명을 떨친 전설적인 마약왕입니다
  
1980
년대 메데인 카르텔을 창설한 그는 미국에 코카인을 밀매해 백만장자가  인물이죠. 얼마나 돈이 많았는지, 현금다발을 묶는 고무줄 구매에만 매달 수천 달러를 지출했다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그의 저택에는 비행장은 물론 사설 군대와 동물원, 식물원까지 있었죠
  
마약 카르텔을 이끌며 그는 자신의 일을 반대하는 사람을 수없이 살해했습니다. 희생자만 수천 명에 달했죠. 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선심을 베풀어 인기가 높았는데요, 빈민층을 위해 학교와 병원 등을 짓기도 했죠.  덕에 국회의원이 됐지만 범죄 행위가 폭로돼 쫓겨나고 맙니다.   
  
재미있는 것은, 쫓기는 신세가  그가 교도소에 수감되기로 정부와 합의를    교도소를 자신의 돈으로 직접 지었다는 사실입니다. 카지노와 헬기장, 축구장까지 들어선 최고급 리조트와도 같은 곳이었죠. 하지만 미국이 그의 인도를 집요하게 요청하자 탈옥했는데요, 이후 미국 정부의 추적에 쫓겨다니던 그는 결국 1993 사살돼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합니다

 

(16)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 차드 - ‘기대수명 49 아프리카 최빈국 차드는  미국에 찍혔을까

얼마  뉴스를 보셨다면 의문을 품으셨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입국제한ㆍ금지국가를 발표했는데  명단에 북한과 함께 차드라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나라가 올랐거든요.  


기존에는 이란ㆍ시리아ㆍ리비아ㆍ예멘ㆍ소말리아ㆍ수단  이슬람 6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만 제한했는데, 새로 내놓은 리스트에 북한ㆍ베네수엘라ㆍ차드를 포함한 겁니다. 수단은 빠졌고요


▲미국 여행금지 대상 8개국

 

요즘 미국과 북한이 연일 ‘말 폭탄’을 주고받고 있으니 북한이야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독재에 가까운 행보를 펼치고 있는 베네수엘라도 최근 미국과 격한 갈등을 빚었죠.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공무원과 그 직계가족이 미국 땅을 밟지 못하게 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차드는 대체 어떤 곳이기에 미국에 ‘찍힌’ 걸까요?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이번 이야기에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 불리는 이 나라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대체 왜 트럼프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차드 어린이 대부분은 극심한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 [중앙일보]

  
차드의 정식 명칭은 차드공화국입니다. 아프리카 중북부 내륙 국가로 북으로는 리비아, 동쪽으론 수단, 서쪽으론 니제르ㆍ나이지리아ㆍ카메룬, 남으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죠.   
  
아프리카에서 다섯 번째로 큰 이 나라의 면적은 한반도의 6배가 넘지만 국토 대부분이 황량한 사막입니다. 세계적으로 아름답기로 손꼽혔던 차드호가 유일한 젖줄이지만 1960년대 이후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며 90% 이상이 말라버렸습니다. 2030년께는 아예 소멸할 거란 예측까지 나올 정도죠 

 

▲아프리카 중앙에 위치한 차드. [사진=구글 지도 캡처]

  
1인당 국민소득은 720달러(2016 세계은행그룹 자료). 대부분 주민이 극도로 가난하며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남성의 기대수명은 49, 여성의 기대수명은 52(BBC) 불과합니다.  


지난해 세계기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차드의 기아지수는 개발도상국 118개국 중 117. 꼴찌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아프리카 최빈국을 기록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고 불리는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이죠

  

▲물이 말라가고 있는 차드 호수. [사진=그리드 아렌달 재단 홈페이지]

 

희망이 있다면 석유와 금ㆍ우라늄  자원이 풍부하다는 건데요.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정치입니다.   
  
역사를 더듬어 보면 이렇습니다. 제국주의가  세계를 휩쓸었던 지난 세기, 아프리카 대륙을 착취하던 서구 국가들은 원주민의 종교ㆍ종족ㆍ문화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입맛대로 국경을 나눠버렸습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가 세계 2 대전 이후 각각 독립하면서 수많은 분쟁을 겪게  가장  이유죠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던 차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60 독립 이후 대다수 주민이 이슬람교를 믿는 북부와 기독교  기타 종교를 믿는 남부의 갈등이 1966 내전으로까지 번진 거죠
  
전쟁은 수십 년간 이어지며 미국ㆍ프랑스ㆍ리비아가 개입하는  양상이 점점  복잡해졌고, 그렇지 않아도 황폐한 차드를 더욱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독재자 이센 아브레는 1980년대 집권 당시 정치범 4만여 명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죠. 그는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 [사진=위키피디아]

 

2010 6월 정부군과 반군이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드리스 데비 대통령이 27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어 정국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온 나라에 만연해 있는 부패도 심각한 문제죠
  

전쟁이 온 나라를 휩쓸고 지나간 차드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요


영화 한 편이 이곳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차드 출신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다라트’라는 작품입니다. 그는 이 영화로 200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죠

 

 https://youtu.be/ZEjbCKpoF7Y

 영화 '다라트'

▲영화 '다라트'

  
내전으로 아버지를 잃은 열여섯 살 소년이 원수에게 복수를 하러 갑니다. 사실 소년은 아버지를 본 적도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복수해야 한다’고 가르쳤기에 무작정 길을 떠난 것뿐이죠. 원수는 빵가게를 운영하며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소년은 제빵을 배우겠다며 그의 밑에 들어가는데, 이상하게도 점점 그에게서 아버지의 정을 느끼게 되죠.   
  
영화  차드의 풍경은 너무나 황량하고, 너무나 가난합니다. 메마른 도시에서 아무에게나 총을 들이밀고 위협하는 사람들, 아무 이유없이 달려들어 소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막보다  건조하죠
  
그러나 영화는  안에서도 용서와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감독은 복수를 위한 복수를 마침내 끝내려는 소년의 성장을 그리며 내전의 상처를 보듬습니다
  
암울하고 황폐한 땅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갑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희망을 일구려 하고 있죠.   


▲차드 호수를 건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이런 나라를, 트럼프는  미국 입국제한ㆍ금지국으로 지정했을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테러 단체가 차드 여러 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차드 정부는 공공 안전과 테러 관련 정보를 적절히 공유하지 못했다 것입니다. 보코하람ㆍ이슬람국가(IS)ㆍ알카에다 등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거죠.   
  
그러나  언론과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렇게 치면,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도 차드와 마찬가지란 겁니다
  
전략국제연구센터의 리처드 다우니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차드가 (테러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드인의 입국을 중단할 정도는 아니며 만족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나라는 차드뿐이 아니다”고 설명합니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리처드 몬크리프 또한 “차드에서 극단주의자의 활동이 있을 거란 징후는 없다”며 “당혹스러운 결정”이라 비판했죠


▲차드 [중앙일보]

  
이들은 오히려 차드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고 입을 모읍니다
  
워싱턴포스트(WP) 차드가  포함됐는지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 기사에서 수년  미국과 유럽연합(EU) 차드를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 좋은 파트너라고 칭찬해 왔다 입국 금지는 차드 국민에게 충격적인 발표다. 차드는  지역에서 미국의 대테러 동맹국  하나임이 이미 입증됐다 보도했습니다.  랜드 연구소의 마이클 셔킨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차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설명했죠.   
  
실제 미국은 최근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에 3 달러를 들여 새로운 대사관을 짓기도 했습니다.  여름에는 미군 주도의 20개국 군사 훈련이 차드에서 실시됐고요. 그러니 이번 결정이 생뚱맞아 보일 수밖에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차드를 ‘찍은’ 건, 국내 정치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WP 그동안 무슬림 국가들만 입국 금지국에 올랐기 때문에 트럼프는 인종차별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점을 지적합니다. 비이슬람국인 북한과 베네수엘라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유는  마디로 물타기 거죠. (북한을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기 위한 의도 또한 있고요.) 국민의 절반이 이슬람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 차드 또한 완전한 무슬림 국가 하기엔 어렵습니다.   
  
NBC 방송은  국무부에 아프리카 전문가들이 부족하며, 많은 주요 직책이 비어있다 점을 지적했습니다. 차드는 물론 아프리카 대륙 자체에 미국이 무지하단 얘기죠. 방송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과연 차드인 입국 금지 대해 질문을 던졌을  제대로 대답해줄  있는 사람이 ( 정부에) 있을지 모르겠다 의문을 제기합니다.   
  
포린폴리시는 “(국제 관계에 있어) 분명하고 투명한 기준을 갖고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판했고요
  
어쨌든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10 18일부터 발효됩니다.  

 
차드 정부는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양국 간 관계를 심각하게 해치는 결정”이라며 이를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고요


미 정부가 이런 호소를 귀담아들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비판은 새겨 들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차드는 미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테러단체 보코하람과 맞서는  광범위하게 협력하고 있다. ( 정부의 결정은) 테러에 대항하는 최고의 파트너  하나를 고립시킬  있다.”(NBC) ◎

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