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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토리2/ 글로벌 스타일(문화일보)1/ 2016년 01월 07일 ‘초대형 비영리’ 中 개인도서관 화제 - 12월 23일 ‘땅 위의 별, 하늘로’… 인종차별 맞선 주먹, 미래 써내려간 펜

상림은내고향 2022. 11. 10. 12:11

글로벌 스토리2/ 

■글로벌 스타일1 - 문화일보

2016 01 07  ‘초대형 비영리’ 中 개인도서관 화제

  중국 청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서적과 현대 서적이 비치된 중국 베이징의 비영리 도서관 ‘자슈관’ 내부 모습. 지난해 11월 말 개장해 애서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베이징 중심가에 3000여㎡ 규모-100만권 장서 

淸후기·국민당 시절 고서적 가득 
유명 학자·사상가 집필본도 보유
 

중국 청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서적과 현대 서적을 소장한 수집가가 중국 베이징(北京)에 비영리 도서관을 세워 화제다. 이름은 ‘자슈관(雜·書館)’으로 온갖 진귀한 고서적들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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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징화스바오(京華時報)와 차이나데일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3000여 ㎡의 규모에 100만 권의 장서로 문을 연 이곳은 고서적들을 진열한 국학관과 현대 서적을 진열해 놓은 신서관으로 구분된다. 청조 후기 서적과 국민당 집권 시절의 서적들만 해도 20여 만 권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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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에는 17세기 이후의 영어 위주의 서양 서적들도 5만 권이 넘게 진열돼 있다. 여기에는 1949년 이전에 중국에 대해 해외에서 출판된 서적들도 다수 들어 있다. 중국의 고등교육기관은 청대 말기 설립됐으며 도서관 측은 “초기 고등교육기관의 교재로는 최대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과거 량치차오(梁啓超), 캉유웨이(康有爲), 후스(胡適) 등 유명한 사상가 및 학자들의 집필 서적과 개인 물건들도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 측은 과거 이 같은 학자들의 자료를 모으기 위해 각 대학이 내다 버린 쓰레기를 낮은 가격에 사다가 하나씩 분류하는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이곳에는 신간도 10만여 권을 구비하고 있으며 신서관의 장서는 20여 만 권이 넘는다

 

앞서 서적 수집가인 웨이리(韋力)는 웨이신(微信·위챗) 계정을 통해 ‘국학관을 세울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도서관을 지은 뒤 서적들을 옮길 당시 20여 년 동안 수집한 고서적을 옮기는 데 트럭 100대가 동원됐으며 15명의 직원이 1년에 걸쳐 이를 분류했다. 또 분류한 자료들을 온라인으로 등록하는 데 또 2년이 걸렸다고 도서관 측은 설명했다. 특히 유명한 작사가이자 가수인 가오샤오쑹(高曉松)이 관장을 맡는다고 밝히면서 더욱 화제가 됐으며 이로써 비영리 사립 도서관으로는 중국 최대 규모의 도서관이 베이징에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01 14  女 유대인-男 팔레스타인人 ‘금지된 사랑’

도리트 라비니안의 소설 ‘국경의 삶’ 폭발적 화제

각국서 주문폭주·영화판권 경쟁
이스라엘 고교 필독서 제외 조치
야당·시민단체 등 강력반발 불러

유대인 여성과 팔레스타인인 남성의 사랑을 다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고교 필독서에서 제외된 소설이 폭발적인 판매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12 AP통신은 여성작가 도리트 라비니안(43) 2014년 작품 ‘국경의 삶(Border Life)’의 판매량이 치솟고, 세계 20여 개 국에서 주문량이 두 배로 뛰었으며 미국 영화 제작자들이 판권을 사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출신 남성 예술가와 이스라엘 출신 여성 통역가가 뉴욕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이 소설은 이스라엘의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베른슈타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문학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교육부는 최근 열린 전문위원회에서 고등학교 문학 수업의 필독 도서 목록에서 ‘국경의 삶’을 제외했다. 교육부는 “소설 속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학적으로 묘사됐고 안보와 관련 팔레스타인인 수감자와 이스라엘 여성의 사랑이 상세히 그려진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커진 시기에 이 책을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일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결정 이후 야당과 시민단체 및 문화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의 원로 작가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사랑을 담은 ‘연인(The Lover)’이라는 소설을 썼던 A B 예호슈아는 “교육부의 조치는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인권협회는 국경의 삶이 필독도서에서 제외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이번 결정의 번복을 요구하는 청원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스라엘 법무부가 절차적 적법성을 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번복 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라비니안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이 책을 통해 정치적인 논쟁을 일으키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며 “소설은 이스라엘의 복잡한 삶을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국경의 삶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나와 소설에 대한 관심이 아닌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의 의미다”고 덧붙였다

라비니안은 또 “몇 주 사이에 불어난 관심에 매우 당황했고 나의 인생에 중대한 혼란을 일으켰다”며 “평화를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만큼 새로운 작품에 몰두하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스라엘의 인구 800만 명 가운데 팔레스타인 등 아랍계는 180만 명을 차지한다. 이들은 유대계와 똑같은 이스라엘 국민이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헌법에 ‘유대적 민주주의’를 국가 목표로 명시한 이스라엘에서 사실상 2등 국민 취급을 당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 국적은 아니지만 서안 및 가자의 이스라엘 점령 지구에도 아랍계인 팔레스타인 사람 330만 명이 살고 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01 21  뇌 스캔으로 머릿속 ‘우울한 부위’ 콕 집어낸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우울증 치료를 위한 뉴로 피드백 연구를 하면서 사용한 환자들의 얼굴 사진이 여러 이미지들과 겹쳐져 있다. 대학 측은 환자들의 뇌스캔을 통해 특정 기능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 부분을 집중 훈련시키는 방식을 통해 치료한다. 프린스턴대 신경과학연구소

 

환자가 특정 기억 떠올린 순간 
MRI
로 뇌 활성화 부분 찾아내 
근육 단련하듯이 ‘맞춤형’ 치료 

약물 없이도 우울증 개선 효과 
혐오증·강박·중독 등에도 적용
 

“뇌 스캔으로 당신의 우울증과 불안증을 고쳐 드립니다. 

 

미국에서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환자의 뇌를 실시간으로 스캔, 환자가 스스로 우울·불안 등을 촉발하는 뇌 기능을 억제하는 훈련을 하도록 하는 신종 치료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뉴로 피드백(neurofeedback)’이라고 명명된 이 치료법은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뇌의 특정 기능도 훈련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우울·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뇌 훈련’이라는 기사에서 ‘뉴로 피드백’ 치료법을 집중 소개했다. WSJ에 따르면 ‘뉴로 피드백’ 치료법은 매우 간단하다. 환자에게 기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사진을 쳐다보게 한 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 활동을 촬영하면서 컴퓨터를 통해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하는지를 분석, 장애의 원인을 찾는 것. 환자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본인 뇌의 활동을 보여주면서 특정 기능과 관련된 활동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라는 맞춤형 치료법을 권고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거미 혐오증에 걸린 여성에게 이 치료법을 적용했던 아이칸 의과대의 애나 질버스탠드 박사는 “환자는 이 권고에 따라 뇌의 특정 기능을 훈련하면 된다”면서 “이 치료법은 약을 장기간 복용할 필요도 없고, 낯선 이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치료법은 우울증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리어트 암연구소의 킴벌리 영 박사가 2014년 우울증 환자 23명에게 이 치료법을 적용한 결과, 이들의 행복감은 이전보다 20% 상승했다. 반면 이 치료법을 받지 않은 환자들의 행복감 상승도는 2%였다. 뉴로 피드백을 2차례 치료받은 환자의 우울 지수가 50%까지 떨어진 사례도 있었다. 물론 이 치료법으로도 환자의 10%는 차도가 없었으며, 또 다른 10%는 특정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습득하지 못했다. 2012년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은 미국인 17%가 평생 한 번 겪을 정도로 만연한 심리 장애지만, 기존의 항우울제 처방은 큰 효과가 없는 상태다. 우울증 환자 3000명 중에서 14주간 복용해야 하는 항우울제로 증상이 나아졌다고 답한 환자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는 연구도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또 뉴로 피드백이 각종 혐오증이나 강박 장애, 중독, 외상성 뇌손상, 만성 고통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뉴로 피드백 치료는 아직 초기 단계다. 몇 회의 치료를 해야 하는지, 효과가 얼마나 지속할지 등에 대한 확정된 기준이 없으며, MRI 촬영 가격도 만만치 않다고 WSJ는 덧붙였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02 04  ‘독서 대국’ 일본도 … 점점 쪼그라드는 종이 출판물

스마트폰 보급에 독서시간 줄어
작년 1950년이후 판매부진 최대
종이출판물 매출 11년째 감소세

과거 일본의 대중교통, 카페 등에서는 손바닥 만한 문고본 서적이나 각종 잡지를 펼쳐 든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독서의 나라’ 일본에서도 출판물 시장 위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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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출판과학연구소 조사결과 2015년 일본의 서적과 잡지 등 종이책 출판물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5.3% 감소한 15220억 엔( 15308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기록되기 시작한 1950년 이후 최대의 판매 부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앞서 사상 최대의 매출 규모 감소폭은 2014년의 전년 대비 4.5% 감소였다. 또 일본 종이 출판물 전체 매출은 11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출판물 시장이 장기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해 온 것에 따라 일본의 출판물 시장 규모도 과거에 비해 대폭 축소된 상태다. 일본 출판물 시장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96년의 26564억 엔( 27조 원)이었다. 지난해 출판물 시장 규모를 이에 비교하면 56.7%, 즉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특히 ‘잡지 독자 이탈’ 현상이 현저하다. 2015년 잡지 시장규모는 전년에 비해 8.4% 감소한 7801억 엔이었다. 특히 잡지 중에서도 주간지의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3.6%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신 문예부문이 선전한 단행본 서적 시장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7419억 엔으로 집계됐다. 출판과학연구소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독서 시간이 단축돼 출판물 매상에 영향을 끼쳤다”며 “잡지 분야는 젊은 세대 취향의 창간과 기획이 저조했다”고 분석했다. 

종이 출판물의 시장 수요 일부는 전자서적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전자책 시장 규모는 1502억 엔으로 종이책 출판물의 약 10% 정도 규모였다. 그러나 이처럼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출판물 시장을 대체한다고 해도 그 규모나 내용적인 측면으로 볼 때 일본의 ‘독서의 나라’ 명맥을 이어가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자책 시장을 포함한 전체 출판물 시장 규모는 16722억 엔으로, 이 역시 종이 출판물 시장이 최대 규모였던 1996년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1502억 엔의 전자책 시장 가운데 76.5% 1149억 엔은 ‘만화’ 시장인 것으로 집계됐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03 10  @’ 이메일 기호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혼란막으려 가장 안쓰는 기호 골라
이메일 창시자 레이 톰린슨 사망
NPR 추모방송서 뒷얘기 밝혀


‘이메일 창시자 레이 톰린슨을 추모하며… 당신 인생의 첫 이메일에 대한 추억을 공유해주세요.

처음으로 @ 기호가 포함된 형태의 이메일을 개발한 프로그래머 톰린슨이 지난 5 74세의 나이로 별세한 가운데, 미 공영방송 NPR가 그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실으며 이 같은 이벤트를 벌였다. 구글의 지메일팀도 공식 SNS에 “고마워요 톰린슨. 전자우편을 발명하고, 중요한 @ 기호를 남겨줘서”라고 올렸다. 전 세계인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톰린슨을 기리기 위해서다.

1941
년 뉴욕주에서 태어난 톰린슨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졸업했다. 이후 MIT 교수 3인이 1948년 설립한 기술회사 BBN에 입사해 오늘날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ARPANET) 개발작업에 참여했다. 2009 NPR와의 인터뷰에서 톰린슨은 “사실 당시 우리 팀은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 중이었다”면서 “그러나 그 대신 나는 내 전화를 잘 받지 않는 타지의 동료와 연락이 닿을 방법을 팀원들 모르게 작업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마침내 1971년 자신의 사무실 안에서 두 대의 컴퓨터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두 컴퓨터 자판 간 거리는 불과 10피트(304)였다. 톰린슨은 바퀴 달린 의자를 탄 채 두 컴퓨터 사이를 오가면서 메시지들을 주고받았다. 그는 “내가 제일 처음 보낸 메시지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주로 횡설수설하는 말이나 게티즈버그 연설의 일부를 인용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메일 개발 과정에서 톰린슨은 @를 단순한 기호에서 하나의 상징(icon)으로 승격시키는 데도 일조했다고 NPR는 강조했다. 이메일을 발송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수신·발신인) 이름과 그들의 컴퓨터 위치를 분리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여기엔 당시 잘 쓰이지 않던 기호가 제격이었다. 어떤 혼란도 발생하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는 장소(at·∼에 있다)란 의미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012년 출간된 책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에서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컴퓨터에서도 접속용 아이디에 @ 기호를 쓰지 않기 때문에 그 기호를 사용한 이유가 크다. 흔히 쓰이지 않는 기호라면 사용자 아이디와 서버 이름을 구분하는 기호로 써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밝힌 바 있다. @ 기호가 들어간 이메일은 ‘중앙컴퓨터에 있는 사용자(user at host)’라는 의미로 자리 잡아, 순식간에 널리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는 2009년 인터뷰에서 “내가 처음 @ 기호가 들어간 이메일을 발견했을 때 그게 꽤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면서 “다만 그게 얼마나 빠르게 일어날지를 상상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NPR는 “(톰린슨 덕분에) 오늘날 10억 명 이상의 전 세계인들이 매일 @ 기호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03 17  “兩性평등, 월급봉투에서 시작”

 

  리비 라이언스 양성평등청장이 ‘평등한 임금’등 양성평등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성이 살기좋은 나라’ 호주 가보니…

지난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인권과 안전, 행복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여성인권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호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호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호주정부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권장하는 한편, 육아기 여성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탄력근무제의 확대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것이 곧 남성을 위한 것이고, 나라를 위한 것’ 이라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는 호주의 주목할만한 여성정책을 현장에서 살펴봤다.


“당신의 회사는 평등한 임금을 지급하는가.” 

호주에는 ‘당신 손에’(www.inyourhands.org.au)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면 흥미로운 질문이 눈길을 끈다. ‘당신의 회사는 평등한 임금체계에 헌신하는가?’라는 질문에 이어 ‘지금 바로 회사명을 검색해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페이지 하단에 작은 검색창이 하나 보인다. 

이 검색창에 회사명을 입력하면 그 기업이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간단한 평가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호주의 맥밀란 셰익스피어사를 입력해보자. 몇 초의 시간이 흐른 뒤 “훌륭해! 맥밀란 셰익스피어사는 양성 간 평등임금을 추구하고 있다”라는 문구가 화면을 메운다. 물론 어떤 회사의 경우는 검색 결과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같은 검색을 통해 자신이 소속된 회사, 혹은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가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고 있는지 여부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평등화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지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다.

각 기업의 임금정책과 현황에 대한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있는 이 홈페이지는 호주 정부 내 양성평등청(이하 평등청)이 운영하고 있다. 이 기관의 슬로건이 바로 ‘평등한 임금은 당신 손에(달려있다)’이다.

지난 2012년 호주 정부는 ‘직장 내 양성평등법(평등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근거해 평등청이 설립됐다. 4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평등청은 호주 내 남녀차별 철폐에 힘을 쏟고 있다.

평등법에 따르면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은 매년 남녀 고용·임금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평등청은 각 업체에서 제출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위·직급·직종별 남녀 근로자의 비중을 비롯해 그들의 임금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상 기업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경우 범칙금과 같은 법적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단, 정부에서 발주한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는 제한이 따른다. 

이들 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5년 남녀 간 평균 임금격차(기본급에 보너스 포함)는 24%로 계산됐다. 달리 말하면 여성 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남성의 7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일 뉴사우스웨일스주 시드니시에 위치한 양성평등청사에서 만난 리비 라이언스 양성평등청장은 “여성근로자가 얼마나, 어떻게 차별받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 없이는 임금 차별 철폐를 위해 싸우기가 힘들었다”며 “정확한 통계자료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 기업의 인사·급여담당자들에게 임금격차 해소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들이 함께 풀어야 할 인권 문제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임금 격차나 생산성 등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들이 쌓여갈수록 양성평등정책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설득근거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5 세계 성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성격차지수는 0.733(1에 가까울수록 평등함)으로 전체 조사대상 145개국 중에서 36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성 격차지수는 0.651로 115위다. 

평등임금과 관련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제도는 ‘임금평등 홍보대사’ 제도이다. 평등청은 남녀 직원 간 임금 격차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해 나가는 CEO를 ‘임금평등대사’로 위촉하고 있다. 현재까지 93명이 위촉돼 ‘임금차별철폐’의 효과와 당위성 등에 대해 홍보하고, 다른 기업들에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라이언스 청장은 “지난 2년 동안 임금격차철폐 정책과 관련한 기업 상대 조사에서 홍보대사 임명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부했다. 

한편 평등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탄력근무제를 시행, 각급 부처와 공공기관을 비롯해 민간기업에도 확산시키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출산 뒤 여성 근로자들이 육아에 따른 고충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제도 시행의 주요 배경이다.  
시드니 = 글·사진 홍혜정 기자 hamani@munhwa.com 

 

04 21  ‘셰익스피어-떠들썩한 英’ vs ‘세르반테스-잠잠한 스페인’… 같은 400주기 다른 분위기

 

오는 23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400년 되는 날이다. 영국과 스페인이 낳은 두 명의 대문호가 타계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유네스코는 4 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제정했다.

BBC
18일 두 대문호의 삶과 작품, 그리고 사후 추모행사까지 비교하며 ‘셰익스피어 때문에 세르반테스가 빛을 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보도했다. BBC 지적에 따르면 세르반테스의 타계 400주기를 기리는 행사가 셰익스피어 추모행사에 비해 규모와 질 면에서 다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말 런던 템스 강 일대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라이브 프로그램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는 이른바 ‘완벽한 산책(더 컴플리트 워크·The Complete Walk)’ 프로젝트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 행사 홍보를 위해 올해 초 직접 쓴 기고문이 전 세계 주요 신문에 실린 바 있다. 행사 당일 웨스트민스터다리와 타워다리 사이를 따라 총 37편에 달하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10분짜리 단막극들로 특별 제작한 영상이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립 조폐국은 셰익스피어 기념주화도 3종 발행한다. 이 밖에도 영국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BBC는 전했다. 

반면 세르반테스 타계 400주기 추모식은 주요 도시 박물관에서 개최될 전시회나 콘퍼런스가 전부다. 스페인 문화부는 “세르반테스 기념 프로그램은 아직 작업 중”이라면서 “내년쯤 돼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400주기라는 기념비적인 해를 그냥 넘기겠다는 얘기다. BBC는 “스페인 정부의 세르반테스에 대한 액션플랜은 다소 덜 야망적인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세르반테스가 조명을 덜 받는 것에 대해 스페인 비평가 안드레아 트라피엘로는 “세계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 돈키호테의 문학사적 가치를 알고는 있지만, 세르반테스의 문체가 너무 어려워 스페인 국민조차도 50쪽 이상을 넘기기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성인의 단 20%만이 돈키호테 전문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극으로 만들면 흥행에 성공하지만, 돈키호테를 영화화한 작품은 모두 실패했다는 비평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율리오 크레스포 세르반테스문화원 런던지부장은 그러나 “이런 식의 (비교) 평가는 무의미하다”면서 “두 대문호 모두 각자의 모국어와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역사적 인물들”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04 29 런던 은행가 땅밑에 금 6256t 보관된 이유는?런던 은행가 땅밑에 금 6256t 보관된 이유는?

 

영란銀 ‘금고’ 안전성 높아 
30
개국 중앙은행에서 맡겨 
금괴 한개당 가격 집한채 값

 

지난 1995년에 개봉한 영화 ‘다이하드 3’에서 악당들은 테러로 경찰들의 눈을 돌린 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지하 금고에 보관됐던 금괴를 털어간다. 이러한 일이 뉴욕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난다면 목표가 될 확률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 답은 영국 런던이다.

BBC
는 최근 런던의 길거리 밑에 무려 6256t에 달하는 금이 묻혀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 은행가인 스레드리들 거리 밑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만든 8개의 대형 금고가 있으며 그 금고에 쌓인 금괴의 가격만 1720억 파운드( 2872486억 원)나 된다. 금괴는 파란색 번호가 새겨진 선반 위에 쌓여있으며 각 금괴의 무게는 400트로이온스( 12), 가격은 한 개당 35만 파운드다. 금괴 한 개당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어림잡기 힘들다면 영국 평균 주택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BBC는 전했다.

이처럼 영란은행 금고에 많은 양의 금이 있는 것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 중 5분의 1이 런던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영란은행 금고의 금은 영란은행을 포함해 세계 30개국 중앙은행에서 맡긴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런던에 금을 보관하는 것은 영란은행 금고의 안전성이 높은 데다 런던 자체가 금 거래가 활발한 지역인 탓이다

하지만 런던에 처음부터 금이 모인 것은 아니다. 영란은행 금고는 1930년 지어졌지만 2차 세계 대전 때는 영국의 금도 이곳을 나와 캐나다로 머나먼 유랑을 떠나야 했다. 혹시라도 독일이 영국 본토를 침공할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1945
년 종전 후 영국의 금은 영란은행 금고로 다시 돌아왔고,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영란은행 금고에 금을 맡기기 시작했다 

영란은행은 금고 문을 3피트( 91.5) 길이의 열쇠 여러 개를 사용해 열고 잠그는 구식 방법을 여전히 쓰고 있다. 요즘 나온 전자식이 오히려 외부인이나 내부인 침입에 취약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 104.4t도 모두 영란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한은은 금을 한은 서울 지하 금고에 보관했으나 1950 6·25전쟁 당시 제대로 부산으로 옮기지 못하면서 금 260㎏을 북한군에게 빼앗겼다. 이후 특수 금고가 설치된 대구 지점에 보관하다 영란은행으로 옮기기 시작해 2004년에 이전을 마쳤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05 19  만화 ‘슬램덩크’ 연재 종료 20년… 작가 “난 농구밖에 몰랐다”

  만화‘슬램덩크’ 1권 표지.

 

 

日서만 12000만 부 팔린 인기작
“거짓없이 전달할 수 있는 건 농구뿐”
작가 이노우에, 인터뷰서 소회 밝혀

 

“그때 나에게 만화로 그릴 수 있던 소재는 농구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단행본 1억 부 이상을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농구붐을 일으켰던 일본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연재가 종료된 지 올해로 20. 이 만화의 저자 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49·사진)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농구를 좋아하고 만화가가 꿈이었다는 점 때문에 농구 만화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최근 올가을 일본의 통합 프로농구 출범과 슬램덩크 연재 종료 20년을 맞아 이노우에 작가를 인터뷰했다. 고교생이 되기 전까지 검도를 했다는 이노우에 작가는 구기 종목의 운동을 해보고 싶던 차에 친구의 권유로 아주 우연하게 농구를 접했다고 한다. 이노우에 작가는 인터뷰에서 “고교 때 농구를 했었고, 그 당시의 꿈이 만화가이기도 했다”며 “10대의 빈약한 체험 가운데 거짓 없이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농구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다행히도 당시에는 농구에 관한 만화가 없었다”며 “내가 그려야 되니까 제발 아무도 농구만화를 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노우에 작가는 “당시에 농구를 하지 않았으면, 만화가가 될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농구와의 조우가 인생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슬램덩크의 연재 종료 후에 만화 팬들은 슬램덩크의 속편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이노우에 작가는 이런 바람과 달리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의 삶을 그린 ‘배가 본드’란 만화를 그렸다. 그러나 이노우에 작가는 이후 ‘버저비터’ ‘리얼’과 같은 농구를 소재로 한 작품을 계속 그렸으며, 2006년에는 일본의 농구 유망주를 미국으로 유학시키는 ‘슬램덩크 장학금’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노우에 작가의 슬램덩크는 1990년 일본 만화잡지에 첫 연재를 시작해 단행본 1권을 시작으로 소장용 완전판에 걸쳐 일본 내에서 120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농구 초보자인 주인공 사쿠라기 하나미치(櫻木花道),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강백호’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불량학생 생활을 접고 농구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줄거리를 농구 훈련, 경기 장면과 재미난 캐릭터들로 풀어가는 것이 슬램덩크의 인기 비결이었다. 이후에는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송되기도 했으며 일본에서의 인기를 넘어 한국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만화였다. 2004 8 10일 단행본 판매 1억 부 돌파 기념으로 요미우리(讀賣)·아사히·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의 6대 일간지에 등장인물들의 일러스트를 담은 전면 광고를 게재했을 당시에는 6개 신문사가 이날부로 인쇄한 모든 신문이 ‘완판’되기도 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06 16  왕실 명품 등극한 ‘비닐우산’… 英 여왕 등 쓰고 나와 화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2세가 지난 5 10일 빗속에서 열린 런던 버킹엄궁전 가든파티에 투명 비닐 우산을 쓰고 참석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英 여왕 등 쓰고 나와 화제 “사람 잘보여” 日王도 애용 
일회용 이미지 벗고 고급화… 수십만원대에도 품귀 현상
 

한두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은 비록 가격이 저렴하지만 거기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입히면 더욱 값어치 있는 상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의 ‘투명 비닐우산’이 증명해주고 있다. 일본의 길거리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우산이 어느덧 주요 왕실에서도 애용되는 명품으로 등극한 것이다.

지난 5 10, 올해 90세 생일을 맞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런던 버킹엄궁전에서 열린 한 파티에 참석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이 파티에 엘리자베스 2세는 분홍색 손잡이가 달린 투명 비닐우산을 받쳐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12 1월 외부 일정에 나선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윌리엄 윈저 왕세손도 엘리자베스 2세의 것과 비슷한 비닐우산을 쓰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우산은 영국 왕실에 우산을 납품하는 ‘펄튼(Fulton)’이란 업체가 만든 것으로 개당 가격은 5~6만 원부터 시작한다. 어마어마한 가격은 아니지만, 우산치고는 비싸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펄튼의 비닐우산은 새장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과 ‘왕실 우산’이란 평가만으로 이미 명품 반열에 올라 있다 

일본 왕실도 비닐우산을 사용한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등은 야외 일정 중에 비가 내리면 “행사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잘 보인다”는 이유로 투명한 비닐우산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투명 비닐우산은 사실 일본에서 처음 발명됐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비닐우산을 처음 만든 업체는 도쿄(東京)의 ‘화이트로즈’라는 우산 업체였다. 당시만 해도 우산의 재질은 대부분 면직물이었지만, 이 업체가 1950년대에 방수성이 뛰어난 비닐로 우산을 처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인 바이어들의 손에 의해서 일본 밖으로도 비닐우산이 퍼져, 온 세상에서 이 우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비닐우산의 첫 출시 당시 가격은 면직물 우산 못지않게 비쌌지만, 비닐 사용이 보편화된 후에는 가격이 내려가 현재는 일본 편의점 등에서 500(5500) 정도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반면 일부 고급 우산업체들은 화려한 디자인을 가미해 개당 수십만 원대에 이르는 명품 비닐우산을 제작하기도 한다. 일부 명품 비닐우산은 품귀 현상이 빚어질 정도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07 01일 ·한국말 ‘經協의 다크호스’ 달린다

  옌타이 문화창의산업단지 건물 앞에서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이 참관하고 있다. 뽀로로 등 한국 만화 캐릭터들의 모습이 보인다. 안에는 한·중 만화체험관과 극장, 열린 도서실과 도자기 체험실 및 작업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 시에 위치한 한·중산업단지 입구의 플래카드

 

韓·中FTA 1년… 옌타이산업단지 가보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서명된 지 1년을 맞아, FTA에 따라 산업협력단지가 조성된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를 찾았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옌타이는 지난해 6 1일 한·중 FTA가 공식서명된 지 1년 만에 한·중우호협력을 상징하는 대표적 도시로 떠올랐다. 지난 6 2325일 현지 방문 때 만난 옌타이 상공인들과 시민들에게선 한국과 산업, 경제, 문화, 여행 등 각 분야와의 협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양국쌍원(兩國雙園) 제휴발전’ ‘옌타이를 선택하여 미래로 나아가자’.

폭우 속에서 찾은 옌타이시 한국-옌타이 산업협력단지 인근에는 한국어와 중국어로 병기된 이 같은 문구들이 즐비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이 도시는 중국 내에서 가장 한국에 우호적이며 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한·중 FTA 발효와 함께 옌타이는 2014년 한·중이 서로 산업단지를 두는 양국쌍원 형태로 산업협력단지 조성을 시작했다. 한국은 새만금 한·중협력지구에 산업단지를 건설한다. 중국의 다른 지방도시에서 외사판공실 직원들이 주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과 달리 옌타이시에서 외국과의 협력을 다루는 외사판공실 직원들은 한국말이 유창하다. 우호도시인 군산시청의 옌타이사무실이 외사판공실 건물 안에 함께하고 있으며 새만금 홍보자료실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옌타이시 위둥(于東) 상무국장은 “옌타이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실천하는 거점도시이자 한·중 FTA의 거점도시로 한국과 매우 근접한 도시”라고 소개했다

옌타이시에 따르면 한국은 최대 외국 투자 원천국으로 2015년까지 3625건의 한국 프로젝트가 이곳에서 진행됐으며 한국의 대중국 투자액 총액의 12분의 1이 옌타이에 투자됐다.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한화그룹 등 대기업 9곳이 진출해 있다. 옌타이는 한국의 군산과 자매도시를, 인천과 울산, 원주, 안산과 우호 협력도시 관계를 맺고 울산, 군산과 경제협력 파트너 관계를 구축해 한국 내 10곳의 지방 도시와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 도시를 표방한 옌타이시는 생명과학, 첨단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한·중 옌타이산업단지에 시범구를 건설했다. 동구와 서구로 나뉘어진 시범구는 총 부지면적이 32㎢에 달한다. 위 국장은 “한·중 옌타이산업단지는 한국 기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 최고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국장은 “산둥성 정부 차원에서는 산업단지에서 인터넷 사모펀드 융자 등 금융혁신 지원 등 9가지 24개항 지원정책을 확정했다”며 “옌타이시도 입주기업의 실수요에 따라 무역, 투자, 금융, 운송을 중심으로 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류도 증가하면서 옌타이는 산둥성 내의 물류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3 1일에는 아시아나항공 옌타이 화물 물류집산센터가 운영을 시작하면서 옌타이-인천 간 매주 화물기가 17편으로 증가하고 화물 하역량은 매일 평균 100t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옌타이는 산둥성에서 화물 물동량이 가장 많은 도시가 됐다. 한국 기업과 한국인을 위한 옌타이시 코리아타운인 ‘화안국제한국성(華安國際韓國城)’도 지난달 말 여의도 면적 9배 규모 계획으로 착공식을 열었다. 5월에는 옌타이 1861창의산업단지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함께 한·중 만화체험관을 설립하면서 콘텐츠와 관련한 협력으로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다

옌타이=글·사진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07 07‘개신교의 나라’ 미국… ‘불량신자’ 트럼프 왜 通할까

도박업체 경영 등 ‘비종교적’ 
성찬用 접시에 헌금 올리기도 
신에게‘용서’구한 적도 없어

지난 2013 1 2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선서를 하며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취임식에 사용됐던 성경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여행용 성경에 손을 올려뒀다. 취임선서 때 성경에 손을 얹고 하는 것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때부터 내려오던 전통이지만 연방 헌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올리고 선서를 하는 것은 미국민 사이에서 대통령은 형식적으로라도 교회를 다니고, 기도를 하며, 신 앞에서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서는 신에 대한 경외심이 없는 듯한 인물이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사진)는 자신을 기독교 장로교도라고 밝히면서도 신에게 자신이 지은 죄를 용서해달라고 간구한 적이 없다고 했고, 세 번의 결혼을 했으며 카지노 도박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낙태와 동성 결혼 문제 등 보수 기독교도들이 민감하게 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 2월에는 아이오와주의 한 교회에서 열린 주말 예배에 참석해 성찬식에 쓰이는 은접시를 헌금용 접시로 착각, 몇 장의 지폐를 올려놓은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인생에 가장 영향을 준 책으로 성경을 꼽고 자신을 기독교 교단의 하나인 감리교의 독실한 신자임을 수차례 밝혔다.

트럼프에 대한 종교인들의 평가도 좋지 않다. 패트릭헨리칼리지의 총장인 마이클 페리스 목사는 “트럼프가 사업상에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며 “성경이 설파하는 정직함, 품위, 고결함을 전혀 갖추지 못한 인물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현상에 대해 “스스로 기독교의 가치를 전혀 중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꼴”이라며 “기독교 우파의 종말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 단일 교단으로는 최대 규모인 남침례교 소속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 위원장인 러셀 무어 목사도 지난해 말 “트럼프 현상의 가장 불합리한 모순은 그에 대한 지지가 복음주의자와 보수주의자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지지는 그간 믿어온 신앙과 배치된다. 그는 개신교 신자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처럼 ‘비종교적’인 트럼프가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40%에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클린턴 전 장관을 위협하는 것은 미국민이 종교를 넘어서 강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증거라는 분석이 많다. 랜들 발머 다트머스대 역사학 교수는 NPR에 “이제 유권자가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전혀 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기독교 신자가 줄어들고 교회의 가르침을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난 점도 비종교적인 트럼프의 선전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로버트 존스 공공관계조사연구소(PRRI)는 ‘백인 기독교 미국의 종말’에서 “1993년 자신이 기독교를 믿는다고 답한 미국인은 51%였지만, 2014 32%로 크게 줄었다”며 “젊은 층이 무()관용적 반()동성애 가르침 등에 반발해 교회에서 이탈해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08 04과로사 대국 日 50년간 고질병… WP “후진적 노동문화 바꿔야”

최근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각종 보육 대책 등을 마련 중이고, 일부 기업은 파격적인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하며 근무 방식의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드물게 한국처럼 ‘과로사’라는 용어가 존재할 정도인 일본의 살인적 업무 강도에 따른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일본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란 개념은 없는 대신 ‘과로사’라는 용어가 존재하는 상황인데도 과도한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WP는 한 주에 90시간을 일하다 사망한 34세 직장인의 사례를 들면서 장시간 노동에 더해 직장상사들과의 의무적인 회식 문화가 일본 직장인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본어 ‘가로시(過勞死)’는 발음 그대로의 영어표기인 ‘karoshi’로 영어 사전에도 등재돼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일본의 과로 문화의 기원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낮은 소득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임금을 더 받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자청했다. 1990년대에는 직장인들이 ‘버블 붕괴’ 후 해고되지 않기 위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또 최근에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면서 정규직 근로자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장시간 근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WP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자료를 인용, 지난해에만 189건의 죽음이 과로사로 판명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는 실제 과로사가 이런 통계 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도 이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는 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4 11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이 시행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매년 11월을 ‘과로사 등 방지 계도의 달’로 설정하고 과로사 또는 과로로 인한 자살이 없는 사회를 위한 캠페인 등을 실시한다

그러나 이 법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규를 위반해도 처벌조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각 기업의 노조도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임금인상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기업 문화 전문가인 모리오카 고지(森岡孝二) 간사이(關西)대 명예교수는 “사람들이 너무 바빠 불평할 시간조차 없다”며 “과로사 문제는 일본 전체 노동문화를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08 11  언제나… 명연설 미셸 ‘입’ 뒤엔 그녀가 있었다

  지난달 18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왼쪽)가 영부인 미셸 오바마(오른쪽) 여사의 연설을 표절해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워싱턴포스트가 미셸 여사의 연설문 작가 세라 허위츠(가운데)를 집중 조명했다. 자료사진

 

- 멜라니아 표절로 다시 화제… 미셸 명연설문 쓴 세라 허위츠

2008년 오바마 캠프에 합류 
‘변화 이끌 사람’ 메시지 담아 
당시 대선 지지율 상승 견인 

미셸 개인사 속속들이 공유 
항상 화난듯한 흑인 엘리트서 
情 많은 영부인으로 변신시켜
 

지난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가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표절해 곤욕을 치른 가운데 당시 그 연설문을 작성한 세라 허위츠(여·37)가 화제다. 미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셸 여사의 메시지를 관리해온 연설문 작가 허위츠를 “미셸의 성난 흑인 엘리트 여성 이미지를 정감어린 퍼스트레이디로 변모시킨 인물”이라며 집중 조명했다

지난 7 18일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찬조연설에 나선 멜라니아는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삶에서 원하는 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 ‘네 말이 곧 네 굴레이니 말한 대로 하고 약속을 지켜라’ ‘존경심을 갖고 사람들을 대하라’라는 가치들을 강조해 깊은 인상을 주셨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교훈을 언급하며 인간미를 강조하려 했던 멜라니아의 연설은 그러나 지난 2008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미셸 여사의 연설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미셸 여사는 “버락과 나는 많은 가치를 공유하며 자랐다. ‘삶에서 원하는 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 ‘네 말이 곧 네 굴레이니 말한 대로 하라’ ‘위엄과 존경심을 갖고 사람들을 대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멜라니아 덕분에 다시 화제가 된 미셸 여사의 연설은 허위츠의 첫 작품이었다. WP는 오바마 부부를 위해 8년 동안 일한 허위츠의 첫 작품이 당시에도 지금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변호사 출신 미셸 여사는 애국심이 부족하고 언제나 화가 나 있는 듯한 엘리트 흑인 여성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미셸 여사와 허위츠는 연설문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수정을 거듭했고 시카고 노동자 가정에서 자란 어린 시절과 정치에 냉소적이었던 청년기 이야기, ‘남편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들의 노력은 결국 성공해 정치 신인 오바마의 지지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허위츠는 앨 고어 부통령의 연설문 담당 인턴으로 경력을 시작,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당시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서 일했다. 클린턴의 경선 패배 선언 이틀 후 허위츠는 오바마 캠프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전당대회에서 미셸 여사의 연설문을 담당한 뒤 지금까지 약 7년 동안 그녀의 마음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백악관 연설문 작가로 유명해진 뒤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많은 동료와 달리 허위츠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일하는 성격이라고 WP는 설명했다. 연설문 작가로서 그녀는 미셸 여사의 개인사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작은 일화들을 찾아 새롭게 변주하며 상황에 맞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영부인의 빡빡한 일정 탓에 연설문 작가 역시 업무량이 많은 상태다. WP는 미셸 여사가 시간 관리에 철저하며 중요한 연설은 미리 준비해 외우는 성향이라면서 마지막에 무언가를 급히 수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08 18 벽돌벽-노출 콘크리트… 공장같은 레스토랑이 ‘핫’하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행 
공사비용 아껴 음식 값 낮추는 효과 
21
세기 들어 ‘과거에의 향수’ 커져
 

 

요즘 레스토랑은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벽에는 벽돌이 드러나고, 천장에는 환풍기가 노출되며, 백열전구가 달린 마치 옛날 공장과 같은 모습으로 꾸미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레스토랑에 전혀 걸맞지 않은 듯한 이른바 공장형 인테리어(사진)가 인기를 끄는 데는 경제 사이클과 함께 사람들의 취향 변화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는 지난 몇 년 사이 레스토랑 내부를 공장 스타일로 꾸미는 것이 인기라고 보도했다. 벽돌과 콘크리트, , 나무 등이 그대로 노출된 벽과 천장, 의자와 테이블 등을 설치해 레스토랑을 옛날 공장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공장형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면서 흰 테이블보가 덮인 테이블과 푹신한 의자, 샹들리에, 꽃무늬 벽지 등으로 프랑스 무도회장같이 고급스럽게 꾸미던 흐름은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심지어 현대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밝은색 벽과 물결 모양의 벽 소파, 깔끔한 나무 테이블로 내부를 채우던 것도 유행에 뒤처진 일이 됐다

NPR
는 인테리어 전문가들과 레스토랑 업주들의 말을 인용해 레스토랑에 공장형 인테리어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7년이라고 전했다. 공장형 인테리어는 레스토랑과는 걸맞지 않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 사이클로 접어든 덕에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NPR는 경기 침체에 소비자들은 프랑스 무도회장과 같은 레스토랑은 가격 부담이 클 것 같다며 꺼리는 대신 공장형 인테리어로 꾸며진 레스토랑은 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에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업주들은 공장형 인테리어로 꾸밀 경우 공사 비용을 아끼는 이익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메뉴 가격이 낮아져 손님을 끌어모으는 효과도 있었다

NPR
는 경제적 이유와 함께 사람들의 취향이 바뀐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에 현대적인 것에 관심을 뒀다면 21세기 들어서는 역사적인 것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바쁜 사회생활로 인해 과거에 대한 향수가 커진 탓이다. 이 때문에 오래된 벽돌이나 호박빛 에디슨 전구 등을 선호하게 됐고, 공장형 인테리어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

이러한 공장형 인테리어도 시대 흐름에 따라 진화 중이다. 백열전구는 전력 소모가 낮은 LED 전구로 바뀌고, 노출된 콘크리트의 색깔은 보다 환해졌다. 또 식당을 꾸미는 타일은 유기농 녹차 색이 인기를 끄는 등 공장 요소와 시골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가는 중이라고 NPR는 전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09 08 “韓정부·지자체 등서 많은 도움… 따뜻한 지원 고마워”

- 가바시마 구마모토 지사

“지진후 관광객 줄어 안타까워… 진심담은 대접으로 맞이할것”

“하루라도 빨리 구마모토(熊本)의 빛을 되찾는 것이 많은 분으로부터 받은 지원에 보답하는 가장 큰일입니다.


지난 1일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의 현청에서 만난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사진) 구마모토현 지사는 “지난 4월 구마모토 연쇄 강진 이후 “한국 정부 및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충남도를 비롯해 한국의 많은 곳으로부터 구원물자와 위로의 메시지 등 마음이 따뜻해지는 지원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바시마 지사는 연쇄 강진에 따른 막대한 피해에 대해 “지진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적어서 다행이었다”며 “대신 16만 채의 가옥과 구마모토성 등 문화재, (유명 관광지인) 아소 지역의 파괴 같은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형 재해를 겪었음에도 구마모토현은 세 가지를 얻었다”며 일상의 소중함, 같은 재해를 겪었다는 주민들의 일체감, 감사의 마음 등을 언급했다. 특히 가바시마 지사는 ‘감사의 마음’에 대해 “한국의 여러 곳으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한국 정부는 군용기로 지원품을 보내주기도 했다”며 이처럼 마음을 기울여준 지원에 대한 주민들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바시마 지사는 한국의 많은 관광객이 예전처럼 구마모토를 찾아주는 것이 재해 부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금까지 구마모토현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 가장 많았던 것이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이었다”며 “그러나 구마모토 지진 발생 후에는 안타깝게도 한국 관광객이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가바시마 지사는 “지금까지 이상의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심을 담은 손님 대접)’로 한국인 여러분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며 “많은 분이 와주시는 것이 우리 현민에게 격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바시마 지사는 4월의 구마모토 연쇄 강진 이후 지진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진이 한 번 일어나고 다음에 또다시 일어날 확률은 알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지반에 축적된 에너지가 지진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대형 지진 후 당분간은 다시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심은 금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구마모토 연쇄 강진 같은) 직하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그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쌓이기까지 100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 일반론”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10 20 밖에서는 과로사 잇따르는데… 日형무소 하루 7시간 ‘꿀노역’ 논란

土·日·국경일엔 휴무… 출소후 사회적응에 문제

과로에 시달리던 신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 일본에서는 정부가 올해부터 ‘과로사 방지 대책 백서’를 발간할 만큼 노동자들의 장시간 근무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교도소 재소자들은 ‘1 7시간’의 노역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일본 정부는 노동기준법에 따라 교도소에도 ‘1 8시간’ 노역을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교도소 운영 현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
일 니시니혼(西日本)신문 등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교도소 수형자들은 노동의욕 양성 등 일상적 사회 복귀 목적의 차원에서 ‘형무(刑務)작업’이란 노역을 하고 있으나, 보통 노동 시간은 1 7시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노동기준법은 노동자들에 대해 1 8시간 이상의 노동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수형자들의 노역도 이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성 조사에 따르면 실제 작업 시간은 수형자들의 운동 시간 등을 제외하면 7시간 정도에 그치고, 23회의 목욕 시간으로 인해 이보다 1시간 이상 더 단축되는 일도 많다고 한다

한 수형자는 “토·일요일과 국경일도 휴무”라며 “짧은 노동 시간 중에 휴식 시간도 많이 있어 정말로 양심적인 (노동) 환경”이라고 말했다. 

수형자들의 짧은 노역 시간은 출소 후 사회 적응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소자들을 고용한 기업들로부터 “노동을 견뎌낼 수 있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등의 불만이 제기되는 것이다. 또 통상 일본 정규직 노동자들이 1일 평균 89시간 근무하는 것에 비해 수형자들이 편안한 노역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후생노동성이 지난 7일 발표한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월 80100시간의 연장근무를 시킨 적이 있다는 기업이 11%에 달했으며 100시간을 넘는다는 응답도 12%나 됐다.

법무성은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해 지난 2014년 히로시마(廣島), 고치(高知)현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총 6개 교도소에 대해 1 8시간 노역제를 시험 도입했다. 수형자들로부터는 “일을 더한 만큼 배고프다” “별 의미가 없다” 등의 반발도 있지만,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니시니혼신문은 “이런 시험 도입이 전면 도입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며 “수형자들의 노동 시간이 늘어난 만큼 노임을 더 지급해야 하는 비용 문제도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11 10 男보다 임금 낮은 佛여성들 “오후 434분 업무 끝”

평균 15.5% 임금격차 항의
정치인·언론인들 시위 가세

파리시장 - 여성 장관도 동참
진행하던 업무·회의 등 중단

프랑스 파리의 첫 여성 시장인 안 이달고 시장은 7일 오후 4 34분이 되자 진행 중이던 시 의회 회의를 중단했다. 이달고 시장의 회의 중단 결정은 급한 용무가 생겼다거나 회의 중 소란이 일어났다거나 해서 취해진 것이 아니다. 그의 결정은 프랑스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항의하기 위한 시위의 일환이다. 

BBC
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여성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중심이 돼서 남녀 임금 차별에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7일부터 오후 4 34분이면 일을 중단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페미니스트 잡지인 ‘르 글로리외즈’가 최근 남녀 임금 격차에 항의해 노동 시간 단축 시위를 제의한 데서 시작된 일이다. 프랑스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남성과 거의 차이가 없다. 반면 남성과 여성 간 임금은 여전히 격차가 있다. 프랑스 직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은 남성 동료들에 비해 평균 15.5% 낮다. 

이러한 문제 개선을 위해 정치권과 언론이 중심이 돼 7일부터 연말까지 오후 4 34분에 일을 중단하는 시위에 들어간 것이다. 프랑스 근무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26분 근무 종료시간을 앞당기는 것이다. 수치로 이야기하면 인식하지 못하는 임금 격차를 노동 시간을 통해 분명하게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7일부터 연말까지 오후 4 34분에 근무를 마치면 총 38.2일간 근무를 하지 않게 된다. 프랑스 여성계는 남녀 임금 격차가 이 정도로 벌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2186년이 돼야 전 세계의 남녀 임금 격차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남녀 임금 격차에 항의해 4 34분 이후 일을 중단하는 것은 파리 시청뿐 아니다. 오르세 미술관과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몽드 등 신문사 여성 직원들도 오후 4 34분이 되면 일을 중단했다. 또 시위 참여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함께 모여 사진도 찍었다 

여성부 장관 출신인 나자트 발로 벨카셈 교육부 장관은 트위터에 “남녀 동일 임금을 위한 투쟁에 사회 전체가 함께해야 한다”며 “2186년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로랑스 로시뇰 여성부 장관은 근무 시간 단축 시위를 환영하면서 여성부도 시위 동참을 위해 오후 4 34분에 근무를 중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이 항의할 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다”며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여성 각료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12 09 “허위 거부·잘못 인정한 용기”… 中, 루쉰 ‘비판정신’ 재조명

  중국 상하이 루쉰공원에 세워진 ‘루쉰 동상’. 자료사진

 

 

타계 80주년 맞아 열기 

소설‘아Q정전’서 저항 촉구 
중국인의 ‘노예 근성’ 꼬집어 

기념 학술대회·행사 잇달아 
출판계도 평론집 등 발간 붐

 

중국의 사상가이자 혁명가, 대문호인 루쉰(魯迅·본명 저우수런(周樹人)·1881.9.25~1936.10.19)의 타계 8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문학, 그리고 그가 평생 견지해온 비판정신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루쉰의 고향인 저장(浙江)성 샤오싱(紹興)에서 그를 기념하는 학술회의가 개최됐다. 그의 묘가 안치된 상하이(上海) 루쉰공원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렸다. 런민왕(人民網)은 지난달 베이징(北京) 루쉰박물관에서 그의 탄생 135주년, 타계 80주년을 맞아 ‘그 정신을 되새기자-베이징 루쉰박물관 소장 문물 정선전’을 특별 전시 중으로, 그의 ‘민족혼’을 형상화해 관람객들이 루쉰이 강조한 민족혼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자오성(黃喬生) 루쉰연구회 부회장 겸 베이징 루쉰박물관 부관장은 “루쉰박물관이 설립된 후 60년 동안 그의 문예 작품과 관련 자료들을 꾸준히 수집, 관리해 왔다”면서 “관람객들이 생생한 루쉰을 체험하고 느끼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루쉰은 혁명가이자 지식인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문화 영역에서 그는 개척자였다”고 평가했다. 

루쉰(사진)은 청나라 말기에 태어나 18세에 신학문에 눈을 뜬 뒤 23세에 일본에 유학, 의학을 배웠다. 특히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멸망한 이후 1921년 그가 베이징천바오(北京晨報)에 연재한 소설 아Q정전(阿Q正傳)은 모욕을 받아도 저항할 줄 모르고 오히려 ‘정신 승리’로 탈바꿈하는 아Q의 정신구조를 희화화하면서 당시 중국인들의 노예근성과 패배 의식을 꼬집어 크게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중국 현대문학의 개시로 인정받고 있다. 

5·4운동의 운동가이자 혁명가이기도 했던 그는 이후 국공합작이 깨진 뒤 좌익작가연맹의 사실상의 정신적 리더가 됐다. 하지만 일제에 대항해 어떻게 문단을 통일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하던 중 병세가 악화돼 55세를 일기로 상하이에서 별세했다. 루쉰은 46세 때이던 1927년 애제자였던 17세 연하의 쉬광핑(許廣平)과 사랑에 빠졌다. 이는 지금도 ‘중국의 10대 러브스토리’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류즈취안(劉志勸) 난징(南京)사범대 문학학원 부원장은 최근 신징바오(新京報)에 기고한 ‘루쉰이 타계한 지 8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비판정신인가 아니면 그 시대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그의 시대 비판 정신을 다시 한번 조명했다. 류 교수는 “루쉰은 모든 허위를 거부하는 정신으로 당시 중국인들의 실제에 밀착된 글을 썼으며 진심으로 중국인과 나라를 걱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은 직접적인 표현보다 돌려서 완곡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실상을 마주하기보다는 소문을 믿고 싶어 하는 정서가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쉰의 용기와 독립적인 태도,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 등이 그를 그답게 만들었다”면서 “현대문학의 누구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莫言·본명 관머우예(管謨業))조차도 ‘루쉰의 영향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후 역사에서도 루쉰 정신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출판계에서는 루쉰의 작품에 대한 평론집 등 관련 서적들이 잇따라 출판되고 있다. 반관영 온라인 매체인 펑파이(澎湃)는 7일 루쉰의 생애와 그의 연구를 담은 10권의 서적을 소개했다. ‘루쉰 명언록’ ‘루쉰 장서지’ ‘루쉰 수집 회화집’ ‘루쉰전기’ ‘루쉰 소설 인물백서’ ‘대인생’ ‘좌우를 뛰어넘은 루쉰’ 등이다. 모두 루쉰의 작품을 설명 또는 평론하거나 그의 생애를 다룬 책들이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12 23 ‘땅 위의 별, 하늘로’… 인종차별 맞선 주먹, 미래 써내려간 펜

 

올해 별세한 유명인들… 찬란했던 그들의 삶 

 

2016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세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던 유명인사들이 세상을 떠났다. 20세기 새로운 세계사의 흐름을 바꿨던 이부터 21세기 중요 사건 현장에서 쓰러진 인물,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뮤지션과 스포츠 스타까지 올해 진 큰 별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 대중문화·스포츠 = 2016년에는 전설적인 뮤지션의 별세 소식이 이어져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 1 10일에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가수이자 ‘글램 록’ 창시자 데이비드 보위가 69세의 나이에 암으로 별세했다. 본명이 데이비드 로버트 존스인 보위는 1970년대 파격적인 패션과 함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글램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 창시자로 명성을 얻었으며 20세기 가장 성공적인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의 대표곡은 1969년 발표한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로 아직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보위의 부고 기사는 뉴욕타임스가 지난 12일 결산한 올해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부고 기사 1위에 올랐다. 

보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읽힌 부고 기사의 주인공은 미국 ‘팝의 전설’ 프린스였다. 57세의 나이로 사망한 프린스는 아편계 약물 과다복용으로 돌연사해 전 세계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본명이 프린스 로저스 넬슨인 프린스는 7개의 그래미상을 받고 1억 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7세에 첫 노래를 작곡했고 1980년대 마이클 잭슨, 마돈나 등과 함께 세계 팝 음악을 주도한 천재 팝 아티스트인 그는 6집 ‘퍼플 레인’(Purple Rain)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들도 운명을 달리했다. 지난 1 14일 ‘해리포터’에서 스네이프 교수 역할을 맡은 영국의 국민배우 앨런 릭먼이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고, 영화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미국 원로 영화배우 진 와일더는 8 29일 알츠하이머 합병증으로 83세의 나이에 별세했다. 

스포츠계에서는 ‘인종차별에 저항한 복서’ ‘영원한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가 6 3 7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942년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알리는 본명이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주니어로 12세 때 아마추어 복서 생활을 시작해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라이트 헤비급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프로로 전향해 3차례에 걸쳐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고 통산 19차례 방어에 성공하면서 19601970년대 최고의 복서로 이름을 날렸다. 인종차별과 싸운 복서로도 기억되는 알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를 촉구하며 많은 사회활동을 했다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도 9 26일 심장 질환으로 87세에 별세했다. 1955년 프로에 입문한 그는 캐나다오픈을 시작으로 프로 통산 95승을 올렸고 1974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학계·예술 = 올해 세상을 떠난 거성(巨星) 중 세계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는 6 29 87세에 별세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다. 1928년 뉴욕에서 출생한 토플러는 뉴욕대를 졸업한 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1970년 현대사회를 통찰한 저서 ‘미래충격’(Future Shock)으로 학계에 이름을 떨쳤고, 1980년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을 출간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또 1991년에 펴낸 ‘권력이동’(Powershift)을 통해 권력의 세 가지 원천을 폭력·부()·지식으로 규정했고 특히 미래사회에서 지식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들 책을 통해 제조업 기반의 경제에서 지식과 데이터 위주의 사회로 이동해 갈 것을 예견했다. 토플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 정책에도 영향을 줬고 우리나라에도 김대중 정부의 ‘21세기 한국비전’ 보고서를 통해 경제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문학계에서는 명작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로 세상의 편견에 맞선 작가 하퍼 리가 2 18 89세로 별세했다. 1960 7 11일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돼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4000만 부 이상 팔린 ‘앵무새 죽이기’에서 하퍼 리는 혼란스러운 사회상과 흑인 차별 실태를 어린 소녀의 눈으로 낱낱이 고발했다. 그녀는 1961년 이 소설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지난해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이자 유작인 ‘파수꾼(Go Set a Watchman)’을 출간했다.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작가이자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2 20 84세로 운명을 달리했다. 대중에게 소설가로 알려졌지만 역사와 철학, 미학, 기호학, 문화 비평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활약한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꼽힌다. 그는 또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해 영어·불어·독일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 등에도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기도 하다. 1988년 두 번째로 내놓은 소설 ‘푸코의 추’ 이후 지난해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인 ‘누메로 제로’를 내놓을 때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와 함께 지난 7 2일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1986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미국의 유대계 작가 엘리 위젤이, 3 31일에는 ‘운명’으로 200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소설가 임레 케르테스가 각각 세상을 떠났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3 31 65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하디드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정치·사회 =‘중동평화 협상가’였던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9 28일 뇌졸중 투병 중에 별세했다. 1959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국방, 재무, 외무장관 등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고 총리직도 2차례나 역임한 페레스 전 대통령은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출범을 가져온 오슬로 협정을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이츠하크 라빈 당시 총리,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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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에는 제6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사무총장이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집트 출신의 그는 14년 동안 이집트 외무 담당 국무장관을 역임했고 1992 1월부터 1996 12월까지 유엔을 이끌었다. 그의 재임 기간은 냉전 붕괴 후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되고, 동시에 소말리아·르완다·보스니아 사태로 유엔 평화유지활동이 확장되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였다. 그는 재임 기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기아 사태 해결에 나섰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1994년 르완다 대학살에 대한 유엔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세계 최장수 재위 기록을 가진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은 88세로 10 13일 서거했다. 푸미폰 국왕은 1946 6 9일부터 70 126일간 왕위를 유지했고,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심점 역할을 하며 태국민의 존경을 받아왔다.


지난 6 16일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이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펼쳐온 콕스 의원은 탈퇴를 주장하는 남성의 공격을 받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콕스 의원 사망 후 영국 내에서 유럽연합 잔류 지지도가 높아졌으나 일주일 뒤 진행된 국민 투표에서 결국 탈퇴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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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에는 앤터닌 스캘리아 미국 대법관이 텍사스의 고급 리조트를 방문해 잠자리에 들었다가 79세로 숨졌다. 첫 이탈리아계 대법관인 스캘리아 대법관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기간에 대법관으로 임명 강경 보수를 대표했다.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는 94세로 3 6일 별세했다. 남편인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1981년부터 1989년까지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했던 낸시 여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