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소리 2022-10/ 10.01 혁신 싹 자르고 범법자 몬 정치인, 검사들 부끄러운 줄은 아나 - 10.29 우리 2~3배 내는 日·佛도 연금 개혁, 미적대며 後代에 죄지을 건가
바른소리 2022-10/
10.01 혁신 싹 자르고 범법자 몬 정치인, 검사들 부끄러운 줄은 아나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들이 주차된 모습. /뉴스1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경영진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연한 판결이다. 통신 기술을 접목한 모빌리티 혁신은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나라 가운데 법을 바꿔가면서 혁신을 가로막은 것도 모자라 혁신을 추구한 사업자를 범법자로 몰아 기소까지 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검찰은 3년 전 타다 서비스가 여객자동차법이 금지하는 불법 콜택시 영업에 해당한다며 경영진 2명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에도 억지 기소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업체가 사업 준비를 위해 정부 관계 부처인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관도 불법이라고 하지 않았다. 불법이었다면 애당초 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기득권이 위협받게 된 택시 사업자들이 반발하자 검찰이 이 사업의 불법을 심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같은 정부 기관의 법적 판단이 이렇게 정반대일 수 있나. 이런 식이면 어떤 사업자든 졸지에 범죄자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 이 풍토에서 도전적 혁신이 가능하겠는가.
타다 기소 이후 지난 3년은 무능한 정치와 정부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불편하게 만드는지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많은 나라 정부는 혁신의 수혜를 신구 사업자가 공유하도록 유도했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목소리 큰 소수 기득권을 위해 혁신을 죽이는 방법을 택했다. 타다 경영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민주당 주도로 일명 ‘타다 금지법’을 만들어 혁신의 싹을 잘라버렸다. 마차를 위해 자동차를 금지하는 법과 다를 바 없다.
그 결과는 지금 시민들이 날마다 겪고 있는 택시 대란이다. 소비자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한국의 택시 운수 사업은 택시 기사조차 이탈하는 가장 낙후한 황무지로 전락했다. 한국 정치가 보호하겠다고 한 소수 기득권까지 모두 망해가는 것이다. 몇 표 얻겠다고 모두가 망하는 어리석은 짓을 마다 않는 한국 정치권은 언제나 그렇듯 이 사태에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정권이 시킨다고 죄 없는 혁신 사업자를 범법자로 몬 검사들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언제나 그렇듯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또 국민 세금을 들여 미봉하려 할 것이다.
무죄를 선고받은 회사 대표는 소셜미디어에서 “법원이 혁신을 꿈꾼 것은 죄가 아니라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며 “아무리 정치인들이 주저앉히고 검찰이 법정에 세우더라도 우리 사회의 혁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변화와 혁신의 시간은 아무리 멈추려 해도 오고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문제는 지금도 낭비하는 시간이다. 한국 정치와 검찰이 이대로면 그 시간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3 文 “감사원 서면조사, 대단히 무례” 이재명 “尹, 정치보복 할땐가”
민주, 감사원 직권남용 고발키로
범국민 저항운동도 제안 “尹이 휘두르는 칼날, 尹 발등에 꽂힐 것”
국힘 “도둑이 몽둥이 들고 설친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8월 2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최근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을 놓고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지금은 야당탄압, 전 정부 정치보복에 집중할때 아니라 민생경제 그리고 외교평화에 힘 쏟을 때”라며 “좀 국민앞에 겸허해지시길 바란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30일 감사원에게 메일을 반송하는 등 향후 조사도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기획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기자회견에서 감사원의 서면 조사에 대한 관련 보고를 문 전 대통령에게 전했고,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감사원에서 평산마을 비서실로 전화해서 조사를 요청했다”며 “지난달 30일 비서실에서 감사원의 메일을 반송 시켰고, 애시당초 감사원의 권한이 아닌 것이라 거절한 것으로 회신을 보내는 것도 적절치 않았다. 반송은 수령거부의 뜻임을 밝혔다”고 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7월부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했다. 서면에는 문 전 대통령이 관련 첩보를 언제 누구를 통해 어떻게 알게 됐는지, 이후 어떤 지시를 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개천절 경축식 후 브리핑에서 “정치는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민생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야당 탄압하고 전 정부에 정치보복 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며 “감사원의 감사권 남용에 대해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감사원이 34개 분야에 달하는 특정사안 감사를 새로 시작하면서 감사위원회의 개별 의결도 거치지 않았고, 특정감사의 취지와 어긋나게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윤 대통령이 휘두르는 칼날은 결국 윤 대통령의 발등에 꽂힐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정치 탄압에 대한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조사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준엄한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국가는 우리 국민을 지키지 못했고, 정부는 고인을 월북자로 몰아 고인과 유족들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렸다”면서 “책임 있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에 대해 답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덧붙였다. 장 원내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을 규탄하고, 국정감사에서 적절성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면서 “‘도둑이 몽둥이 들고 설친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주형식 기자
10.03 김기현 “文 이중인격 의심”…고민정 “尹 박근혜 전철 밟지않길”
감사원 지난달 28일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 통보
여야는 최근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감사원은 지난 7월부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했다. 문 전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관련 보고를 전해 듣고 굉장히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세월호의 아픔과 이대준씨 유족의 눈물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으로 대하는 태도가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의 이중인격을 의심케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국민을 사실상 죽음으로 내몬 일에 대해 책임지지 않을 권리는 없다. 대통령의 책임은 훨씬 더 무겁고 크다”라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했는데 문 전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시하며 거부했다는 보도를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궤변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길 바란다”라며 “지난 5년간 편협한 정당의 이념적 당리당략에 경도돼 국민 생명은 뒤로한 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호형호제하며 널리 북한을 이롭게 하는데 앞장섰던 문 전 대통령도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라디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원에서 무엇을 가지고 감사를 하겠다라는 것인지 해도해도 너무 과도하게 지금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고 위원은 “감사원을 감사해야 되고 정작 감사해야 될 대통령실은 왜 가만히 두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 감사가 윤석열 정부의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지적에 대해 “그게 진실이라고 한다면 굉장히 유치한 발상”이라며 “선거 기간에도 정치보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긍정했던 윤석열 대통령이신데 지금 그것을 그대로 실현해내고 있는 게 아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은 최근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에 대해 “현재 거부권이 의결된 사례가 6건이 있고 이번에 7번째가 되는데, 유일하게 해임을 거부했었던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에 최순실 사건 때문에 궁지로 몰렸던 분이셨는데 유감스럽다면서 수용을 거부했던 바가 있다”며 “그래서 그 전철을 윤석열 대통령이 밟는 것은 아니길 바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주형식 기자
10.03 "노태우·김영삼 질문서 답변했다…文은 수령거부" 감사원 반격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과 관련, 3일 전직 대통령들에게도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보낸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감사원법 제50조에 따라 문 전 대통령에게 질문서를 작성했고 전달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을 직권남용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로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데 대응하는 취지로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감사 수행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전직 대통령에게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발부한다”며 감사원법 제50조에 따라 문 전 대통령에게 질문서를 작성했고, 전달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었다고 밝혔다.
질문서는 지난달 28일 최재해 감사원장이 결재했다고 부연했다.
감사원은 특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질문서 발부 사례라면서 "1993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각각 질문서를 보낸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질문서를 수령해 답변했고, 감사원은 이를 감사 결과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또 “최근 들어서도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각각 질문서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두 전직 대통령은 질문서 수령을 거부해 감사원은 기존에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감사 결과를 정리한 바 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서 전달 과정도 상세히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 측에 전화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관련 질문서’를 방문해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 측은 수령 거부 의사를 구두로 표명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감사원은 해당 사건의 실지감사를 오는 14일 종료할 예정이라면서 “중대한 위법 사항이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실지감사 종료 시점에 수사를 요청하고, 그 내용을 간결하게 국민들께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감사위원회의 등 내부 처리 절차를 거쳐 감사 결과가 확정되면 그 내용을 소상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면 조사를 통보받은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께 감사원 서면조사 관련 보고를 드렸다”면서 이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지난 6월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최초 보고 과정과 절차 등 업무처리가 적법·적정했는지를 놓고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앞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했지만, 두 사람은 모두 거부했다. 검찰도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10.04 “업무 모른다” 자소서 내도 낙하산 선발, 이런 게 채용 비리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작년 1월 사장 선출 당시 “업무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고 경험도 전무하다”는 직무수행 계획서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전력 산업에 대한 기본 지식도 모자라는 상태에서 구체적인 자료 없이 추측과 생각으로 계획을 작성해 제출한다”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단편적이고 잘못된 지식에 기반한 엉터리 계획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썼다. 그런데도 그는 다른 후보자를 제치고 연 매출 4조원 공기업 사장에 선출됐다.
계획서 내용대로 검사 출신인 김 사장은 전력 산업을 모르는 문외한이다. 문 정권 출범 직후 경제 관료가 주로 취임하던 관세청장에 그가 임명됐을 때부터 “청와대 낙하산 인사” 소리가 나왔다. 문 대통령의 고교 후배이자 노무현 청와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경력 때문이다. 그후 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지 1년도 안 돼 발전 공기업 사장에 올랐다. 발전 5개사 사장 중 전력 문외한은 그뿐이다.
이 회사 규정은 사장 후보자의 자격 요건으로 비전 제시 능력, 전력산업 관련 지식과 경험 등을 적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 요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는 임원추천위의 추천을 통과해 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청와대로부터 무조건 뽑힌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문외한임을 자인하는 계획서를 냈을 것이다. 이야말로 권력형 채용 비리 아닌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시 추천과 선출 과정을 조사해 직권 남용이나 직무 유기 소지가 있다면 사법 조치해야 한다.
이 사례는 문 정권 당시 낙하산·알박기 인사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얼마 전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의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원 고위 간부가 공금 수천만원을 들여 연구원 공간 일부를 개인 집으로 리모델링한 뒤 심야에 여성을 들였다가 발각됐다. 작년에는 문 정권 청와대의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 정치권 인사가 20조원을 운용하는 금융사 투자운용본부장에 내정됐다가 여론 비판에 밀려 물러났다. 문 정권은 이런 자격 미달 측근 인사들을 집권 마지막까지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 구석구석에 밀어 넣었다. 이들이 도처에서 끼치고 있는 해악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4 감사원 조사가 “무례하다”는 文, 진실 규명에 성역 없어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감사원의 서면 조사 요청을 받고 “대단히 무례한 짓”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민주당은 “경악한다”며 감사원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고, 이재명 대표는 “정치 보복” “유신 공포정치가 연상된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은 감사에서 제외되는 불가침 성역인가. 과거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도 각각 율곡 사업과 외환 위기 건으로 감사원 서면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사원 조사를 거부했지만 이토록 격앙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감사원은 2020년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피격·소각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월북했다고 문 정부가 단정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국방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 등 9개 기관이 감사 대상이다. 문 전 대통령만 겨냥한 게 아니다. 유족들은 문 정부가 남북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의식해 구조에 적극 임하지 않았고, ‘추락 후 표류 추정’이란 최초 판단을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는 진상 규명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내용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자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게 아니라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 “퇴임 후 불기소 특권이 없어지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었다. 이재명 대표는 문 정부가 이른바 ’적폐 청산’에 나서자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 보복이라면 그런 정치 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했다. 이랬던 사람들이 입장이 바뀌자 ‘무례한 짓’ ‘정치 보복’이라 한다. 이씨 유족들은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이) 저희에게 무례하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고교생이던 이씨 아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그래 놓고 자료 공개를 거부하더니 법원의 공개 결정에 항소하고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공개를 막았다. 퇴임 후엔 감사원 조사가 들어오자 저항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떳떳하다면 당당히 조사에 응하면 될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10.04 ‘서해 피살’ 진상 규명 위해 성역 없이 협조해야
문 전 대통령 “무례한 짓” 조사 거부는 부적절
국민 목숨 잃은 사건, 성실히 설명하는 게 마땅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하겠다는 감사원의 통보를 거부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최재해 감사원장의 결재를 받아 질문서를 전달할 방법을 문 전 대통령 측에 문의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감사 내용 확인을 요청하며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감사원이 e메일로 서면조사 요구서를 보냈으나 평산마을 비서실 측이 e메일을 반송했다.
문 전 대통령이 적법 절차에 따른 감사원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것은 부적절하다. 감사원은 오는 14일 감사 종료를 앞두고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질문서를 보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이대준씨는 2019년 9월 소연평도 해상 근무 중 실종된 뒤 북한군에 의해 사살돼 불태워졌다. 당시 정부가 구조하려 한 흔적은 없고 ‘자진 월북’이라는 낙인만 가족에게 남겨졌다. 북한군에 발견됐다는 첩보 입수 후 이씨가 숨지기까지 6시간 동안 문 전 대통령과 정부의 행적 규명도 가족이 요구하는 만큼 실체 규명에 협조해야 마땅하다.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의 요구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조사는 처음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감사원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각각 ‘평화의댐’과 ‘율곡사업’ 관련 서면조사를 통보했다. 전 전 대통령은 대국민 해명서와 감사원장에게 보내는 서한 등을 발표하는 것으로 대응했고, 노 전 대통령은 전투기 기종 변경은 소신에 따른 정책 판단이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외환위기 관련 감사원의 서면조사에 응했다.
과거에도 감사원의 질의를 전직 대통령 측이 흔쾌히 수용하진 않았지만, 법에 따른 국가기관의 요구를 거부하는 데 대한 부담을 느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질문서 수령을 거부했다지만, 문 전 대통령처럼 ‘무례하다’며 고압적으로 대응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당장 피살된 이씨의 아내가 “소환조사도 아니고 질문지를 보낸 게 왜 무례한 짓이냐,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한데 정치보복이라는 것은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2차 가해”라고 반발하고 있지 않나.
감사원이 조사 통보를 한 지난달 28일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한창이던 시기여서 민주당은 물타기용이라고 의심한다. 정권이 노린 것이 결국 문 전 대통령이었다며 감사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고 ‘범국민 저항운동’도 제안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성역은 있을 수 없다며 조사에 응하라고 촉구 중이다. 국정감사가 열리는데 여야가 정쟁으로 지새울까 걱정이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감사원은 감사의 공정성을 재점검하고, 문 전 대통령은 국민이 생명을 잃은 사건인 만큼 당시 정부의 대응을 성실히 설명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10월 04일 서해 피살 방치 文, 수사도 “무례한 짓” 운운 거부할 건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계획에 대해 당사자는 물론 더불어민주당까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의 “지극히 무례한 짓”이라는 언급은, 초법적 존재임을 인정해달라는 억지와 다름없다. 민주당의 “정치보복” 주장이나 “범국민적 저항운동” 겁박 역시 적반하장 성격이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된 것과 관련, 구출 골든타임을 놓치고 ‘월북 몰이’ 정황과 증거가 뚜렷한 상황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이자 군 통수권자였던 대통령의 역할을 규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22일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격·소각된 사건은 국가와 대통령의 존재 의미를 묻는 중대 사건이다. 문 정부는 구조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 않고 ‘자진 월북’으로 몰았으며, 문 전 대통령은 생존 확인에서 피살에 이르는 6시간 동안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은 관련 기관을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관련된 고소·고발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문 전 대통령이 언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만약 “무례”라고 본다면, 그 근거를 밝히면 된다.
이런 법적 차원에 앞서 유족에게 한 약속과도 어긋난다. 2020년 10월 8일 문 전 대통령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그래놓고 법원 판결에 불복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15년 동안 공개를 막았다. 세월호 때는 “유가족이 만족할 때까지 진상 규명”,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선 “불기소특권이 없어지면 엄정한 법의 심판”을 주장했던 사람이 바로 문 전 대통령이다. 감사원의 조사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고,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 전 대통령 행태를 보면 수사 거부를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결백을 내세우려면 당당하게 조사·수사에 응해야 한다. 검찰의 성역 없는 진실 규명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
문화일보 사설
10.05 文, 서해 공무원 피살 때 어떤 지시 했는지 유족에게라도 밝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감사원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 문제로 국정감사도 여러 상임위에서 파행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감사에서 제외될 수 없다. 서면 조사조차 불응하는 것은 정부를 이끌었던 사람으로서 무책임하다. 조사에 응할지 말지는 본인 자유다. 다만 우리 국민이 북한군 총에 맞아 죽고 불태워진 사건에 대해 국민 앞에 성실하게 설명하는 것은 당시 대통령으로서 의무다.
군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공무원 이모씨의 생존 사실을 특수 정보(SI)로 감지했다. 오후 6시 30분 문 전 대통령에게 ‘추락 추정 사고로 북측 해역에서 우리 국민이 발견됐다’는 서면 보고가 올라갔다. 이씨는 9시 40분쯤 사살 및 소각당했고, 이는 10시 30분쯤 청와대에 보고됐다. 그동안 문 전 대통령은 뭘 하고 있었으며, 어떤 보고를 받고 무슨 지시를 내렸나.
문 전 대통령은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소집된 긴급 관계 장관 회의에 불참했다. 그 시각 TV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 선언 유엔 연설이 나오고 있었지만 이는 사전 녹화한 것이었다. 이씨 사망 사실이 문 전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된 건 다음 날인 23일 오전 8시 30분이라고 한다. 그 시간까지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했나. 잠만 잔 것인가. 아니면 국민이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진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나.
당시 청와대 심야 회의에서 ‘월북 몰이’가 결정됐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이 회의 직후 군과 국정원은 사건 정황이 담긴 특수 정보를 삭제했다. 이씨 사망 사실을 하루가 넘도록 숨겼다가 24일 발표했다. ‘시신 소각’이라고 했다가 ‘소각 추정’으로 바꿨다. 청와대가 군과 해경에 ‘월북’으로 하라고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이를 지시했는가. 문 전 대통령은 사건 발생 6일 후 “남북 통신선 두절이 가장 아쉬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판문점 채널은 두절돼 있지 않았다. 왜 사실과 다른 얘기를 했나.
월북이라는 증거를 알려달라는 이씨 아들에게 문 전 대통령은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거꾸로 행동했다. 유족의 정보 공개 요청을 거부하더니 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하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고 관련 자료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봉인했다. 문 전 대통령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지시를 내렸나. 감사원 조사가 싫다면 한 맺힌 유족에게라도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05일 헌법과 법치에 ‘무례한’ 文 감사 거부
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지난 8월 8일 미국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저택을 압수수색해 100여 건의 기밀문서와 1만1000개의 일반 문서를 확보했다. 법원이 공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간첩법 위반 등 총 3가지 범죄 혐의가 적시됐다. 압수수색 이틀 후에는 이와 별건으로, 트럼프 일가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호텔과 골프장 등 부동산 자산가치를 축소했다가 은행 대출을 받을 때는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를 수사 중인 뉴욕주 검찰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2021년 3월 파리지방법원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했다. 2014년 자신이 연루된 정치자금 의혹 수사 정보를 제공 받는 대가로 당시 대법원 판사를 매수한 혐의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도 1977∼1995년 파리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소속 정당 간부 28명을 파리시청 직원인 것처럼 허위 등록해 급여를 유용한 혐의로 2011년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았다. 1995년부터 12년간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누리던 면책특권이 2007년 5월 퇴임과 함께 박탈되자 그해 12월 파리지방법원 수사판사의 심문을 받고 재판에 회부돼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법치주의는 통치자가 아닌 법이 주권자이며 통치자가 누구든 법이 그의 행동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이 누구에게 적용되는지를 따지지 않고 법치주의를 말할 수 없다. 힘 있는 권력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법이 적용돼야 공정한 사회로 갈 수 있고, 코먼로가 치우치지 않았으므로 ‘공통(common)’의 법이라고 불렸다는 깊은 의미를 잊으면 안 된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19년 실시한 ‘국민 법의식 조사’에서 법치주의 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1점이었다. ‘법치가 구현되지 않는 이유’ 1위가 ‘사회 지도층의 법 준수 미흡’(47.6%)으로 나타나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최대의 도전 과제임이 확인됐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계획에 대해 당사자와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은 봉건 왕조시대 군주나 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망언이다. 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며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촉구하는 것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리는 트럼프 측이 ‘전직 대통령 죽이기’ 권한남용으로 FBI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소속 공화당 내부가 냉정을 잃지 않는 미국과 대비되는 후진적 정치 행태일 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때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를 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퇴임한 대통령이 적법하고 정당한 수사기관의 수사나 감사원의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존재 방식이자 법칙이다. 판단과 책임이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이 시스템의 부패를 막는다. ‘예의’를 말하려면 ‘국민과 헌법’에 대한 예의가 먼저다.
문화일보
10월 05일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野 연루 의혹과 文 사위 문제
국정감사장에서 4일 폭로된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의혹은 충격적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조종사 등 승무원 지원서 추천인 난에 한명숙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양기대(청탁 당시 광명시장) 의원이 기재돼 있다. 한 전 총리와 이 의원이 추천한 지원자는 70명을 대상으로 한 부기장 1차 면접에서 70등과 42등을 했다. 양 의원이 추천한 승무원 지원자는 132명 중 102등을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조종사 노조위원장 진술은 더 충격적이다. 추천을 받은 3명 중 2명과 함께 비행을 했는데 관제탑 신호를 이해하지 못했고, 조종 버튼도 숙지하지 못해 기장인 자신이 업무를 대신했다고 한다. 단순한 채용 비리를 넘어 승객의 생명을 위협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후 이스타항공 사주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직능본부 수석 부본부장을 맡았고 대선 후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거쳐 민주당 공천으로 총선에서 당선됐다.
한 전 총리와 양 의원 등은 관련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들의 채용 비리 연루 여부, 청탁 정치인들로부터 대가를 받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공단 이사장 임명 3개월 뒤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모 씨가 이스타항공 자회사로 알려진 타이 이스타젯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국민의힘은 서 씨가 항공사 근무 경력이 없고 채용 공고가 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메일 이력서 한 장으로 채용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정부 시절 이뤄진 비상식적 특혜 의혹과의 연루 가능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05일 ‘공영 탈’ 방송사와 선동의 악순환
이신우 논설고문
광우병 파동 시작은 가짜 영상
尹대통령 발언 식별 불가에도
바이든 美대통령 조롱 탈바꿈
MBC 반복된 대중 조작 관성
노조 장악 지배구조에도 원인
주식 매각으로 개혁 유도해야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만큼 미국산 쇠고기를 사랑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애정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미국산의 최대 수입국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한때 한국민에게 저주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광우병 공포 때문이었다. 2008년 MBC TV에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PD수첩을 방영한 후 ‘뇌 송송 구멍 탁’이라는 구호와 함께 전국 규모의 촛불시위가 터졌고, 정권은 위기로 내몰려야 했다. 당시 쏟아졌던 가짜 뉴스와 괴담, 선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하지만 광우병 보도는 처음부터 조작된 것이었다.
그럼 MBC는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졌을까. 아니다. 3년이 지난 후 공식 사과문 한 장으로 입을 씻었을 뿐이다. 더 이상의 책임 규명도 없었다. 이로써 우리가 사는 곳은 누구는 빵 한 조각을 훔쳐도 수갑을 차야 하고, 누구는 세상을 대혼란에 빠뜨려도 당당히 얼굴을 쳐들고 사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그 PD수첩 제작자는 어느 당파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영전했다. 도대체 이 땅에 정의란 무엇인가.
이번에도 다시 MBC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펀드 공약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자리에서 “국회에서… 하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참모진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워낙 잡음이 많아 누가 들어도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단지 전체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야당을 잘 설득해서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한 답변뿐이다. 그러니 전후를 따져보면 이 대화는 우리 국회가 주어일 수밖에 없다. 박 장관이 아무리 슈퍼맨이라 해도 미 의회를 잘 설득해 예산을 따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유능한 관료라면 애초 외교참사라는 이유로 사퇴를 권고 당할 리도 없다. 그런데도 MBC는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보도해 버렸다. 이마저 시청자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발언 앞에 “(미국)”까지 끼워 넣었다. 미국 의회 ××들이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윤 대통령이 씹은 것으로 만든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 미국을 연상하며 들어봐도 녹음 상태는 파악 불가다. 음성학자들조차 고개를 젓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 내의 비민주노총 계열인 제3노조는 (미국)이 삽입된 데 대해 “모든 리포트는 데스크의 검토를 거쳐야 하므로, 정치팀장이 해당 기사와 자막을 지시했거나 최소한 방송을 승인했다고 봐야 하고, 이 모든 과정은 국장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MBC가 왜 이렇게 됐는지, 자정 능력은 남아 있는 것인지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개탄했다.
보도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선동이 목적을 이루려면 대중 동원에 성공해야 한다. 그러니 들리지 않으면 그들에게 들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소리를 따라 듣지 않고 자막을 따라 듣는다. 자막은 매우 선명한 사전 정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데이터 변조에 유혹의 손길이 뻗치게 된다. “데이터 변조가 언론의 자유와 혼동되면 거짓말과 술수, 선동이 난무하는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성 교수는 말한다.
MBC는 오래전부터 언론의 자유와 그 기능을 특정 사회적 목적에 봉사해 왔다. 조직 자체가 그렇게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답지 않게 공영의 탈을 쓴 방송사가 너무나 많고 MBC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공영은 무주공산의 다른 이름이다. 어떤 조직이든 주인이 없는 곳은 노조가 실권을 장악하게 마련이다. 결국, 지금 같은 보도 행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불행히도 이는 특정 정치 선동이 지배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제3노조 역시 “이런 공영방송사가 과연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치권은 좌우를 불문하고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애쓴다. 그 과정에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그러나 정부 주식 매각 수순을 밟으면 더 이상 언론 자유를 빙자한 선전선동에 노출될 필요가 없다. 왜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나.
문화일보
10.06 文 사위 이어 野도 이스타에 청탁 의혹, 그래서 이상직 비호했나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의 채용 비리 사건에 한명숙 전 총리와 민주당 의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전 총리 등의 추천을 받은 이스타항공 조종사와 승무원 지원자들이 면접에서 전체 꼴찌나 하위권 평가를 받고도 채용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는 2018년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이주한 뒤 이스타항공이 지급 보증을 서준 타이이스타젯에 임원으로 취업했다.
이씨는 이스타항공의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또 총선 때 공금을 이용해 선물을 돌리는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검찰 수사를 이리저리 피하며 2년이나 의원직을 유지했다. 직원 600명을 해고하며 임금·퇴직금 600억원을 주지 않은 채 빼돌린 돈으로 호화 생활을 했다. 조카가 법정에서 “이상직이 주범”이라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1년 넘게 수사를 뭉갰다. 이런 사람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앉히고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까지 만들어준 사람이 문 전 대통령이다.
이씨는 자신의 비리에 대한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로 몰면서 징벌적 손해배상법 추진으로 위협했다. 재판 과정에선 “나는 불사조”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경찰은 이스타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지난 3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구속된 그를 보석으로 석방했다. 중범죄자인데도 그야말로 불사조처럼 살아난 것이다.
이씨는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지역 인재를 선발한 것으로 상 받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이들은 관제탑 신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해 기장이 업무를 대신했다”고 진술했다. 승객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일이다. 이씨의 이런 안하무인 행동이 문 전 대통령과 집권당이던 민주당 뒷배가 없었다면 가능했겠나.
조선일보 사설
10.06 “김정숙 여사 인도방문에 4억… 타지마할은 출장보고서 누락”
與, 문체부 국감에서 문제제기
野 “정치적으로 왜곡하지 말라”
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단독 방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8년 11월 인도의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타지마할을 방문해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당시 청와대는 인도에서 (김 여사의) 참석을 희망해 인도 방문이 성사됐다고 했지만, 외교부를 통해 확인해보니 원래는 문체부 장관의 방문 일정이었는데 영부인이 함께 가고 싶다는 뜻을 전해 그에 맞춰 인도가 초청장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김정숙 여사는 2018년 11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이용해 3박4일 일정으로 인도를 다녀왔다. 당시 인도 방문 관련 예산은 공군 2호기 비용 2억5000만원을 포함해 4억원이 배정됐다. 문체부는 기재부에 대표단 출장 예비비 4억원을 신청했고, 하루 만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데 이어 신청 사흘 만에 예비비가 배정됐다.
최근 5년간 사흘 안에 예비비가 배정된 경우는 30건인데 대부분 코로나 긴급 방역 조치와 관련된 예산이었다. 배 의원은 “기재부에 예비비를 신청할 때 타지마할은 빠졌고, 문체부의 출장 결과보고서에도 타지마할 일정은 없었다”며 문체부의 자체 감사를 요구했다. 배 의원은 또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순방을 비롯한 공무출장 이후엔 반드시 출장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며 “그런데 (문체부가 제출한) 출장결과보고서에 타지마할 방문 내용만 기록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지마할 방문이)현지 요청에 의한 공식 외교일정이었다면 결과보고서에 당연히 들어갔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가 예비비가 김 여사 세계 여행을 위한 쌈짓돈이냐”며 “예비비로 사용한 전액을 사비로 국고 환수 조치하기 바란다”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전날 외교부 국감에서 “영부인이 문체부 장관이 가게 된 것을 자기도 가려고 예비비를 긴급 편성했다. 영부인 세계 일주 꿈을 이루어 준 버킷리스트 외교인가”라고 했다. 정 의원의 이런 발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인도 측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초청했으나 문 전 대통령이 갈 수 없었고, 이에 인도 측이 김 여사에게 대신 제안한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왜곡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10월 06일 여가부 폐지 포함한 ‘尹정부 조직개편’ 신속 立法해야
윤석열 정부가 출범 5개월 만에 겨우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은 시대 변화에 맞춘 근원적인 것이 아니라, 여소야대라는 현실을 고려한 최소한의 땜질에 불과하다. 그나마 여성가족부 폐지 정도가 눈에 띄지만, 폐지라기보다 여성가족본부로 직급만 낮춰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기는 것이고, 그것도 야당이 부정적이어서 하나 마나 한 개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이 6일 발표한 개편안은 여가부 이관을 비롯해 보훈처의 보훈부 격상, 재외동포청 신설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 공약인 우주항공청 신설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 전문가 다수가 함께 일해야 하는 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해 별도의 특별법으로 발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노동력 감소 문제 해결 방안 등으로 제기된 이민청 신설도 이번 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해서는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행정안전부가 5일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에 개편안을 사전 보고한 배경이다. 민주당도 보훈부와 동포청 문제엔 긍정적이다. 여가부 폐지·이관에 대해선 아직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장관급 부처 업무를 차관급 본부장이 맡게 되면 국무회의 등에서 성범죄 대응을 비롯한 성 평등 정책을 논의할 때 발언권과 교섭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1년 여성부(部)로 승격해 여성가족부(2005년)→여성부(2008년)→여성가족부(2010년)로 명칭이 왔다갔다 했는데, 이제 시대적 사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영어 명칭이 ‘성평등가족부’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바람직한 조직 개편이 되기 위해서는 통일부와 교육부의 폐지 여부, 농림·산업·과학·기술 분야의 정부 역할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 통상외교 기능의 구조적 허점 보완 등이 포함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정부 조직의 대대적 축소와 민간 이관도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은 개편안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지경이지만, 야당은 정부 입장을 수용해 신속히 처리해 주는 게 대선 민의를 좇는 길이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06일 4억 원 쓴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전말(顚末) 감사 필요하다
김정숙 여사가 단독으로 지난 2018년 11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이용, 3박 4일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한 것이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시 청와대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초청으로 김 여사가 방문했다고 밝혔으나, 최근 외교부 문서와 담당자 증언에 따르면 인도 관광차관이 원래 초청한 대상은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이라고 한다. 또, 김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면서 대표단 출장에 급하게 4억여 원의 예비비까지 지출했다.
당시에도 김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이 관광 목적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불과 4개월 전인 그해 7월에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이미 인도를 국빈방문했던 터라 ‘허왕후 공원 착공식’에 굳이 영부인이 갈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인도 총리가 문 전 대통령 방문을 요청했다고 주장하지만, 국빈방문 4개월 뒤에 또 초청한다는 것은 외교 상식과도 맞지 않는다. 국빈방문 때 김 여사가 “다시 오면 타지마할에 꼭 가겠다”고 토로한 바 있어 더욱 그렇다. 실제로 김 여사는 타지마할을 방문했는데 출장보고서에는 그 기록이 누락됐으며, 현지 관광객을 차단하고 사진 촬영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타지 않았음에도 전용기에 ‘대통령 휘장’을 달아 구설에 올랐다.
노르웨이 방문 때는 관광지인 베르겐을 김 여사가 단독 방문했고, 체코 대통령 부재 중에 프라하를 방문해 유명 성당을 관광하는 등 번번이 ‘김 여사 버킷리스트’ 논란이 일었다. 여당은 정부 차원 감사와 비용 환수 문제도 제기했다. 전말(顚末)을 제대로 규명해 대통령 가족의 공사 업무 구분과 세금 사용에 대한 교훈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06일 이대준 주무관 월북 논란을 끝내려면
2년 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를 시도하면서 정쟁이 가열된다. “무례한 짓”이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엔 자신이 임명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분노도 담겼을 것이다. 감사원이 서면조사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국정감사 시즌에, 검찰이 수사하는 와중에, 다른 관련자 조사도 미진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 조사가 적절한 타이밍인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사건 발생 2년이 넘었음을 고려하면 진상 규명이 시급한 건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긴 했다. 이대준 해양수산부 주무관이 자진 월북했다는 지난 정부 발표엔 충분한 근거가 없다. 시간이 흘러도 스모킹 건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군에 피살된 직후 어떤 과정을 통해 그는 '월북자'가 됐을까. 열쇠는 당시 문 대통령에게 올라간 보고서에 담겼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참모진이 출간한 『대통령 보고서』를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연설기획비서관이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집필한 이 책엔 긴급한 사건ㆍ사고가 발생했을 때 청와대 보고서를 작성하는 원칙이 들어있다.
만행 직후 청와대 생각 밝힐 단서
노무현 정부 『대통령 보고서』 담겨
‘상황ㆍ정보보고서가 다른 보고서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은 신속ㆍ정확ㆍ간결성을 중시한다는 것’이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 22일 밤 9시 40분쯤 이 주무관이 살해됐는데 대통령 보고는 23일 오전 8시 30분에야 이뤄졌다는 발표는 이 책이 제시한 보고 지침과 어긋난다.
보고서 제목의 모범 사례로 ‘경기도 연천 아군 GP에서 총기 사망사고 발생’을 예시했으니, 대통령에게 올라간 첫 보고서는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해수부 공무원 북한군에 피격 사망’ 정도가 될 듯하다.
이 상황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문서의 ‘결론’이다. 여기엔 ▶평가 ▶대책 및 대응방안 ▶조치의견 ▶고려사항이 담긴다. 이 주무관이 피살된 직후 이 항목이 어떻게 작성됐는지가 관건이다. 보고 이후 정부의 발표와 대응이 이 내용대로 이뤄졌는지를 따라가면 사태의 성격이 드러나게 된다.
진실 규명을 누구보다 갈망해온 건 이 주무관 가족이다.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도 월북자 가족이라는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북한군에 사살된 후 불태워진 이 주무관은 월북자라는 낙인 때문에 이름조차 내놓지 못했다. ‘해수부 공무원’으로 불렸다. 2008년 북한 총격으로 숨진 박왕자씨가 많은 사람의 애도를 받은 선례와 대조적이다.
부인 권영미씨는 생계를 꾸리면서 남편의 명예 회복을 위해 힘겹게 싸워야 했다. 지난 정부 내내 가슴을 후벼 파는 고위층의 말에 상처가 덧났다. 이 주무관 가족은 지금도 인터넷에서 비난에 시달린다. 지난 5월 몇 차례 보도된 적 있는 아들의 장래 희망을 언급하자 "그 얘기는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비아냥대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은 지난 5월까지 아빠의 죽음을 몰랐다. ‘월북하려다 사살됐다’는 정부 발표를 차마 알리지 못해 "뉴질랜드에 일하러 갔다"고 둘러댔다. 딸이 "아빠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할 때마다 괴로웠다. 1년 8개월을 버티다 "아빠가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바다에 빠져 돌아가셨다"고 말하자 딸은 많이 울었다고 한다.
정부는 왜 확실한 근거도 없이 도박 빚 때문에 월북했다고 단정했을까. 권 씨는 "남편이 스스로 초래한 일이라고 얘기하려는 속셈"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런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월북은 반국가 중대범죄"라며 "계속 감행할 경우 사살하기도 한다"고 적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9월에 40대 민간인이 월북하려다 우리 군에 의해 사살당한 사례가 있었다"며 "월경해 우리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넘어서면 달리 손 쓸 방도가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국제적인 상식"이라고 했다.
사태 책임자들 유가족에 사과해야
도박 빚을 강조할수록 이 주무관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커진다. ‘공무원이 도박으로 큰 빚을 진 뒤 갚지 않고 북한으로 넘어가려다가 사살당했다.’ 정부 발표로 구성된 스토리는 이 주무관을 손가락질한다.
천인공노할 만행 직후 문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교류를 재차 강조했다. 여론조사 지지율도 올랐다. 그러나 이 주무관의 가족에겐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시작됐다. 지난달 22일 이 주무관 영결식이 열렸다. 피살된 지 2년 만이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정쟁은 오래갈 태세다. 잊을 만하면 문 전 대통령이 거명되고 "무례하다"는 호통이 들릴 낌새다. 이슈를 끌어봐야 좋을 리 없는 지난 정부 책임자들이 이 주무관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야 한다. 그게 사태 종결의 출발점이다.
강주안 중앙일보 논설위원
10.07 검수완박법 무효 결정, 헌법재판관 정족수는 5명인가 6명인가
[논설실의 뉴스 읽기] 검수완박법 무효 판단 쟁점은
법무부, 권한쟁의로 法무효 청구
법무효 결정은 위헌과 같은 효과
권한쟁의 정족수 5명, 위헌은 6명
”5명이면 무효가능””6명 돼야” 논란
전례 없어 법 무효 가능한지도 쟁점
2차례 공개변론, 심리 더 길어질 듯
국민의힘 의원들과 법무부가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수완박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게 각각 지난 4월 29일, 6월 27일이다.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위장 탈당’ 등 각종 절차 위법을 저질렀으니 법을 무효로 해달라는 것이다. 헌재는 지난 7월 12일(국민의힘 청구건)과 9월 27일(법무부 청구건) 두 차례 공개 변론을 열었다. 법안 통과 과정은 다 공개돼 오래 심리할 것도 없다. 그런데 헌재는 언제 선고할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왜 그런 것일까. 이 사건엔 헌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몇 가지 법률적 쟁점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위장 탈당’ 등 절차 위법은 명백
민주당은 지난 대선 전 ‘정권 방탄’을 위한 이 법을 통과시키려고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했다. 법사위 통과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에 넣은 게 대표적이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데, 무소속으로 신분이 바뀐 민 의원이 야당 몫 위원이 되면서 안건조정위 실질적 구성이 여야 3대3에서 4대2로 바뀐 것이다. 그 뒤 안건 논의도 없이 각각 8분, 17분 만에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최장 90일간의 숙의 기간을 보장한 국회법 취지를 어긴 것이다. 국민의힘 측이 낸 권한쟁의는 이런 절차 위법으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으니 법률을 무효로 해달라”는 것이고, 법무부와 검사들이 청구한 것은 절차 위법과 함께 이 법이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검사의 수사 소추권을 침해했으니 무효로 해달라는 것이다. 큰 틀에서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 과정의 절차, 법무부는 법률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국민의힘과 법무부가 권한쟁의를 통해 사실상 위헌의 효과를 내는 ‘법률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기본적으로 국가기관 간 혹은 국가기관과 지자체 사이의 권한 다툼을 해결하는 절차다. 주로 행정 처분이 대상이 될 때가 많다. 예컨대 행안부 장관이 경기도에 개발행위 허가를 명령했을 때 경기도가 “그건 지자체 권한”이라며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권한을 침해당했으니 법률을 무효로 해달라는 부분까지 나아간 것이다.


문제는 이게 가능한지에 대한 정립된 이론이 없다는 데 있다. 권한쟁의를 규정한 것은 헌법재판소법 66조다. 1항은 ‘심판 대상이 된 국가기관 또는 지자체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해 판단한다’고 돼 있고, 2항은 ‘헌재는 권한침해 원인이 된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무효 여부에 대해선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며 헌재에 재량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행정처분 등은 무효로 할 수 있지만, 절차 하자가 있는 법률을 권한쟁의심판에서 무효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확립된 판례나 이론이 없다.
헌재가 무효로 할 수 있다고 판단해도 무효 결정의 정족수 문제가 남는다. 이번 사건에서처럼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법률을 무효로 하면 사실상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 정족수는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다. 하지만 권한쟁의심판 정족수는 5명이다. 5명의 찬성으로 위헌의 효과를 내는 법률 무효를 결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 부분도 아직 정립된 이론이 없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 무효까지 하려면 6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했고,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법 문언대로만 보면 5명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헌재 판례 “절차 하자 있지만 법은 유효”
그간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에서 법률의 무효 여부를 심리한 적은 있지만 실제 무효까지 나아간 사례도 없다. 1997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노동관계법 등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에 반발해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선 심의·표결권이 침해된 것을 인정했지만 “가결 선포 행위 자체는 무효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009년 신문법과 방송법 등 이른바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대리투표 등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법안을 무효로 하지는 않았다. 절차상 하자가 법률을 무효로 할 정도는 아니라는 취지였다.
신문법에 대해 절차상 하자를 인정한 재판관 4명도 “(무효 여부는) 헌재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국회 자율권에 맡길 일”이라거나 “경미한 하자여서 법을 무효로 할 수 없다”고 했다. 방송법의 절차상 하자를 인정한 4명의 재판관들도 비슷한 이유를 들어 법은 유효라고 했다. 여기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헌재가 국회 입법권에까지 관여할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당시 이강국 헌재소장은 퇴임 인터뷰에서 “국민들로부터 ‘왜 오프사이드인데 골이라고 하느냐’는 질책을 들었지만 헌법상 법익인 국회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절차 위법 심각, 다른 판단 나올 수도”
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절차 위법이 심각해 이전과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장영수 교수는 “미디어법에선 대리투표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엔 위장 탈당 등으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해 결론에 영향을 줬기 때문에 절차 위법이 심각하다”며 “이런 법을 무효로 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한 법을 위헌으로 하지 못하는 입법 공백 상태가 생긴다”고 했다. 이를 무효로 하지 못하면 앞으로 국회에 그런 행위를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것인데 그걸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는 것이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도 “입법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 내용 면에서 문제가 있다면 무효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절차 위법이 법을 무효로 할 정도로 심각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헌재 구성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은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됐다. 이 중 5명이 민변,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진보 성향이다. 이 때문에 검수완박법을 무효로 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디어법 사건 때 진보 성향인 송두환, 조대현 재판관은 법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검수완박법 위헌 여부, 왜 쟁점 많은 권한쟁의로 다투나]
위헌청구는 기본권 침해 전제돼야… 국힘·법무부는 기본권 주장 못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법무부는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사실상 검수완박법의 위헌 여부를 다투고 있다. 왜 이렇게 법률적 쟁점과 논란이 많은 방식을 택한 걸까.
헌법재판소 권한은 위헌법률심판과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 등 크게 다섯 가지다. 그중 법률의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는 것은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 두 가지다. 위헌법률심판은 법원에서 재판 중인 사건에서 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됐을 때 법원이 직권으로 혹은 소송 당사자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헌법소원은 공권력 남용 등으로 국민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이를 구제해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려면 재판이 안 걸려 있어도 직접성 요건이 있으면 된다. 예컨대 종부세 법안이 통과돼 자기 재산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즉 재판이 걸려 있거나 기본권 침해가 있을 때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국가기관인 법무부는 그런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고 재판이 전제가 된 사건도 없기 때문에 국가기관 상호 간의 분쟁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위헌 여부를 다투려 하는 것이다. 일종의 고육책이다. 반면 독일에는 어떤 법률이 통과됐을 때 의회의 일정 세력이 그 법률의 내용과 절차가 위헌인지 아닌지를 헌재에 묻는 제도가 있다. 이를 ‘추상적 규범 통제’라고 한다. 독일에선 이 제도가 정치적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일보 최원규 논설위원
10.10 靑 관광은 인기인데 靑 내준 대통령은 그 인기 못 누리는 까닭
태산도 옮길 듯한 기세
대통령실 이전으로 끝났나
내각 구성, 관저 입주 5개월씩 걸리니
소문에 발목 잡히고 중대 국정 조망 못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개회선언 때 박수를 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5개월을 맞는다.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방 5개월을 맞는 청와대 일대는 요즘 서울 시내에서 가장 북적이는 관광 명소가 됐다. 쇠락해가던 삼청동 일대 상권이 청와대 개방으로 하루가 다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1년간 경복궁 관람객 수가 108만명이었다는데 청와대 관람객은 5개월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활기 넘치는 삼청동을 걷다 보면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실행하지 못한 일을 하고도 윤 대통령은 왜 청와대 개방의 호재를 별로 누리지 못할까 의문이 생긴다. 청와대 이전은 되레 윤 대통령 지지율에 마이너스 요인도 됐다. 사저에서 출근하면서 매일매일 동선이 드러나고 언론과 접촉점이 빈번하면서 온갖 사소한 실수가 노출돼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수십년간 사용하던 진지를 버리고 허허벌판에 새 진지를 구축하겠다는 장수의 돌발 선언 같은 것이었다. 후속 승전보가 이어지면 기개와 용기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질 못하면 성급함과 전략 부족의 부정적 인상만 강해지는 역풍을 맞는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정치에 소환된 윤 대통령이 태산도 옮길 듯한 기세로 청와대를 개방하고 대통령실을 뚝딱 옮겼던 것처럼, 배우자와 반려 동물 데리고 관저에도 후딱 입주하고, 내각 구성도 시원시원하게 하고, 여당도 내 편 네 편 안 가리고 통 크게 끌어안고, 우물쭈물 않고 추상같은 기개로 법치 구현에 나섰다면 대범하고 추진력 강한 지도자 이미지가 초반에 자리 잡으면서 사소한 실수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활기 띠는 청와대 일대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적 이미지가 오버랩돼 반사 이익도 톡톡히 누렸을 것이다.
혹자는 21세기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한다. 기술의 변화는 경제도, 정치 환경도 바꾸어놨다. 소셜미디어가 확산되면서 정제되지 않은 정보와 루머로 선전 선동이 훨씬 용이해졌다. 믿거나 말거나의 소음들로 왁자지껄한 속에 누군가 스피커를 틀어 덜 중요한 일을 심각하게 부각시키고 훨씬 중요한 일은 뒤로 묻히게 만들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회 전체가 좌우 진영 대결로 과잉 정치화됐다. 정치판은 우리 편이기만 하면 마구잡이로 등판시켜 온갖 불량주, 잡주들이 넘쳐나는 주식시장 2부 리그 비슷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게 되자 “지지율에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주식시장 이상으로 변동성이 심해진 정치판의 본질을 직시하고 귀를 열고 전략을 가다듬어 반등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경영도 챙기지만 증시에서 주가 관리도 신경 쓰는 것처럼, 대통령도 이미지 관리, 평판 관리로 시장을 견인하는 ‘블루칩’이 되어야만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리고 궁극에는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불리한 판세를 뒤집어 목표하는 국정을 향해 나아갈 수가 있다. 거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한 구도에서는 더더욱 대통령 지지율이 정책 추진의 단발 엔진일 수 밖에 없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가가 떨어지는 하나의 현상을 놓고도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과 비체계적 위험(unsystematic risk)으로 나누어서 분석한다. 체계적 위험이란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나빠져 주식시장이 다같이 주저앉는 걸 말한다. 개별 기업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위험이다. 그와 달리 개별 종목에 따라다니는 비체계적 위험은 여러 종목으로 분산 투자를 한다면 위험도를 낮출 수가 있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혼밥에, 불통이라는 정치인으로는 약점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메이킹에 능한 참모진의 엄호 속에 열혈 팬 층을 두껍게 관리해 비체계적 위험을 낮췄고 지지율 방어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건 온갖 정책 폭주로 그 진영 전체가 우리 사회의 체계적 위험을 높여 놨기 때문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본인과 배우자의 개별 위험이 극도로 부각되는 비체계적 위험이 집중 상승해왔다.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 환경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밖에서 위기가 닥치면 우리 국민은 뭉쳐서 위기를 극복했다고들 하지만 달라진 정치 환경에서 그런 기적을 다시 기대하기는 힘들다. 외환위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각각 체계적·비체계적 위험을 지렛대 삼아 집권에 성공해본 경험을 가진 야당으로서는 초유의 위기가 닥쳐올수록 절호의 기회로 여길 것이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민심은 더 급속히 악화된다. 잔불이 산불되기 전에 대통령이 귀를 열고 본인과 주변의 추가 실점부터 막아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강경희 논설위원
10.11 생각 다르다고 태극기마저 외면하나
左右老少 ‘분열의 나라’ 한국
태극기를 꼰대·틀극기라 경멸
우크라 국기는 단결·연대 상징
‘원팀 코리아’로 뜨겁게 뭉칠 때
개천절인 지난 3일에 이어 10일 서울 도심에선 보수 단체 주도로 ‘자유 통일을 위한 천만 서명 국민대회’가 열렸다. 광화문 일대는 태극기를 흔들고 소리 높여 구호를 외치는 중·노년들로 가득했다. 꽉 막힌 인도를 지나며 이들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표정엔 냉소가 가득했다. 어느 젊은이는 “꼴사나운 틀딱 태극기 꼰대들” “틀극기(틀딱+태극기) 할매미들까지 설친다”는 경멸적 언사를 내뱉기도 했다. 생각과 지향이 다르다 해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싶었다. 주최 측이 건넨 태극기를 매몰차게 거부하거나 받아 들더라도 이내 길바닥에 버리는 이도 있었다. 한 젊은이에게 ‘왜 그러느냐’ 물으니 “꼴보수로 보일까 봐”라고 했다.

▲한글날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주최로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서명 국민대회' 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상훈 기자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때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 태극기는 좌우, 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4강 열기가 후끈하던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은 “오! 필승 코리아” 함성과 함께 수많은 태극기가 펄럭이던 감동의 현장이었다.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르거나 두건처럼 쓴 청년들, 치마나 브라톱으로 만들어 맵시 있게 차려 입은 여성들이 다 함께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당시 태극기는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며’ 소비한 ‘힙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지금 20~30대 MZ세대 상당수는 태극기를 ‘짜증 유발자’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날아든 한 장의 사진은 국기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했다. 동부 전선에서 거센 반격을 펼치며 러시아 점령지를 수복하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도네츠크주 요충지 리만을 탈환하고 국기를 내거는 장면이다. 6·25전쟁 당시 9·28 서울 수복 하루 전 중앙청 건물에 걸린 인공기를 내리고 태극기를 게양하던 해병대 장병의 모습을 재현한 흑백사진이 떠올랐다.
파란 창공 아래 일렁이는 황금빛 밀밭을 오롯이 형상화한 것이 지금 우크라이나 국기다. 1918년 처음 제정됐지만 소련이 통치한 60년간 달지 못하다가 1992년 러시아에서 독립한 뒤 비로소 자유롭게 내걸 수 있었다. 지금은 평화와 반전(反戰)의 상징이 됐다. 파리 에펠탑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서울 남산타워 등 지구촌 랜드마크가 파랗고 노란 조명에 물들며 연대감을 전했다. 파란 셔츠에 노란 재킷을 입고 연단에 선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크라이나 국기에 ‘전쟁 반대(No War)’라는 글귀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선 각국 선수들... 한 나라의 국기엔 그런 힘이 있다.
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평화를 뜻하고, 태극 문양은 음양의 조화를 의미한다.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四卦)는 하늘과 땅, 물과 불을 상징한다. 태극을 중심으로 조화와 통일을 이룬다. 외국인들에게 태극기 의미와 조형미를 설명하면 “이렇게 유니크하고 힙한 아이템을 본 적이 없다”며 손 하트를 쏘아댄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해 그저 그렇게 느껴지지만 외국인에겐 ‘세상 신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대와 지역, 이념으로 갈갈이 찢겨 있다. 기존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경제 위기가 엄습하는데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두고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로 싸우더니, 북한의 미사일 파상 공세에도 한·미·일 합동훈련을 “친일 국방”이다 “아니다” 대거리하며 다투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이 다음 달 개막한다. 온 국민을 하나 되게 했던 2002년의 감동을 되새기며, ‘힙한 태극기’를 다시 한번 휘날려보자. 분열과 대립을 접고 스무 해 전 ‘원팀 코리아’로 뜨겁게 뭉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선일보 채성진 기자
10.11 野 “위법”이라더니... 文정부 감사원도 사전의결 없이 朴·MB 감사

▲서울 종로구 북촌로112 감사원 건물./조선일보DB
민주당은 최근 문재인 정부 때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최근 감사원 감사를 두고 “감사원법은 주요 감사 계획을 감사위원회의에서 사전에 의결하도록 하고 있는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는 이런 절차를 무시해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감사원은 “올해 연간 감사 계획이 이미 ‘상시 공직 감찰’이 잡혀 있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여기에 포함되는 사안이라 별도의 의결이 불필요 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는 감사원 특별조사국이 맡고 있는데, 이 부서의 주 업무가 ‘상시 공직 감찰’이다. 감사원 주변에선 “꼬투리 잡기”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은 주요 감사 건수는 정작 문재인 정부 때 많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감사원에서 제출 받은 ‘감사 계획 미반영 감사 목록’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때인 2020~2021년 2년 간 감사 계획 없이 감사에 착수한 사건이 4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을 감사할 때도 감사위원회의 사전 의결을 받지 않고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6월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에 착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감사란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이 감사는 그해 8월 ‘하반기 감사 계획’에 반영이 됐다. 위원회 의결을 거쳐 감사 계획으로 확정하기 전에 일단 감사부터 착수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 /뉴시스
감사원은 또 2018년 ‘차세대 전투기(F-X) 기종 선정 추진실태’ 감사에 착수하면서도 이 사건을 감사 계획에 넣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사건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당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 통보를 하기도 했었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연초에 연간 감사 계획을, 7~8월엔 하반기 감사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중간에 추가되거나 변경되는 감사 사항은 감사원장이나 사무총장 지휘로 일단 감사에 착수하고 추후에 위원회 의결 등을 거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수시로 진행되는 공직 감찰의 경우, 건건이 감사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의결을 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감사원장이나 사무총장의 결정으로 감사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주혜 의원이 감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7월까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감사 중인 감사원 특별조사국의 감사 사건 중 연간·하반기 감사 계획에 구체적인 감사 사건 명이 적힌 감사는 20건 중 6건 뿐이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뉴스1
문재인 정부 때도 현 정부 때도 이런 관행에 따라 감사를 했는데, 이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만 ‘위법 감사’라며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정권이 바뀌니 독립 헌법기관의 74년 업무 방식 조차도 비정상 프레임을 씌워 공격 수단으로 삼고 있다. 민주당이 내로남불 DNA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10.11 김정숙 여사 인도 갈 때 靑요리사도 데려갔다… 방문단 명단 보니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단 명단 보니
영부인 나흘 출장에 경호실 제외하고도 13명 동행
우리측 주최 공식 식사 없는데 대통령 요리사 대동시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11월 인도 방문이 ‘쓰지 않았어도 될 3억여원’의 예산 낭비에 관한 논란을 빚는 가운데, 당시 김 여사가 인도행에 동행시킨 ‘청와대 소속’ 13인의 명단을 조선닷컴이 단독 입수했다. 경호인력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명단엔 김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인 프랑스 국적자 B씨, 한식 조리명장 1호 B씨, 부대변인이었던 고민정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 현지 일정표에는 김 여사 주최의 식사 자리가 나와있지 않았음에도, 대통령을 위한 청와대 요리사가 영부인 단독 일정에 따라갔다.
해당 인도 방문은 당초 인도가 ‘장관 방문’을 2차례 요청했으나, 오히려 한국 측이 급을 높여 김 여사가 가는 것으로 결정함으로써, 공군2호기 사용료 2억여원 등 총 3억4000만원의 ‘추가적인 예산 낭비’가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통령 국내 머무는데… 靑 요리사·부대변인도 4일짜리 출장 차출
조선닷컴이 11일 단독 입수한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출장 비용 상세 내역서에는 방문단 명단이 포함됐다. 방문단은 김정숙 여사 외에, 도종환 장관 이하 문화체육관광부 6명, 청와대 소속 13명으로 구성됐다.

인도 방문에는 청와대 소속 한식(韓食) 요리사 B씨가 동행했다. 인도 방문 석 달 전 정부가 최고 숙련기술인에게 수여하는 ‘대한민국 명장’ 호칭을 받은 요리사였다. 최초의 한식 명장인 동시에 최연소 조리명장이었다.
당시 일정표를 보면, 방문단은 나흘 출장 가운데 2일차에 인도 영부인이 주최하는 오찬이 있을 뿐, 그 외엔 우리 측 주최는 물론 그 어떤 공식 식사 자리도 없었다. 그런데도 대통령 식단을 담당하는 청와대 소속 요리사를 대동시킨 것이다.
고민정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 청와대에서 출입기자와 소통하는 춘추관장실 소속 공무원도 3명 따라 붙었다.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의 주된 목적은 우타르 프라데시주(UttaBr Pradesh State·UP주)에서 열리는 ‘허황후 기념공원 기공식과 디왈리 축제 참석’이었다.
매년 열리는 디왈리 축제에 그동안 한국을 대표해 참석해온 것은, UP주의 한국 내 우호협력도시인 김해시(경남)였다. 한국의 시(市)와 인도의 주(州) 간 교류행사였던 것이다. 김해시는 김 여사가 방문했던 2018년에도 자체 공무원 6명을 인도에 보냈다.
그해 축제 외에 ‘공원 기공식’이 추가되긴 했지만, 당시 기록으론 초청국인 인도와 국내 주무부처인 외교부 등 양측 모두가 ‘문체부 장관 참석’ 정도를 염두에 뒀던 행사였다.
이런 행사가 돌연 ‘영부인 행사’로 격상한 배경에 대통령의 비상한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외교부 기록엔 나온다. 외교부는 그해 7월 문체부에 보낸 공문에 ‘국무회의를 포함, 다양한 계기에 대통령님께서는 한-인도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각 관계부처에서 충실한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한 바 있으며, 조만간 상부에서 후속조치 이행 현황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적었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 참가로 출장 예산은 총 3억4000여만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문체부 장관 방문단’이었다면 2591만원이었을 출장 경비는, ‘영부인 방문단’으로 바뀌면서 공군2호기 비용과 경호 비용 등이 붙으며 3억7320만원으로 불어났다. 김 여사 일행이 탑승한 공군2호기는 ‘대통령 탑승’ 때에만 노출하는 대통령 휘장을 공공연히 드러낸 상태로 인도까지 날아갔다가 돌아왔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지난 정부 다른 어떤 주요 인사가 탔을 때에도 없었던 일이었다.
◇논란의 ‘김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도 인도에 함께 갔다
청와대 소속 13명 가운데는 올해 3월 ‘청와대 사적 채용’ 논란을 빚었던 김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 B씨도 있었다. B씨는 14세때 이미 프랑스 파리 현지 법원을 통해 프랑스 국적을 신청·취득한 외국인 신분이었지만, 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채용됐다. B씨의 아버지는 김 여사가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3·1절 100주년 기념식 전야제 등 주요 행사에서 입고 나왔던 옷과 가방, 스카프 등을 제작한 인물이다.
국가공무원법 제26조 등은 ‘외국 국적자나 복수 국적자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 기본 질서 유지를 위한 국가 안보 분야,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 이익을 해하게 되는 보안·기밀 분야 등에 임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올해 3월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B씨는 제2부속비서관실에서 행사의전을 담당하는 계약직 공무원” “B씨가 담당하는 디자이너 업무 등은 국가 기밀이 아니다”고 했었다.
◇계약직 디자이너라더니 총무비서관실서 언론 대응까지 주도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문체부 문건 내용은 당시 청와대 해명과 달랐다.
무엇보다 B씨 소속이 ‘제2부속비서관실’이 아닌 ‘총무비서관실’로 표시됐다. 문재인 청와대의 총무비서관실은 내부 인사와 특활비 등 재정, 전체 행정과 본관 관리 등을 맡는 자리였다. 청와대 해명과 달리 ‘국가기밀’을 다룰 수 있는 자리에 외국 국적자가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B씨는 올해 4월 김 여사의 ‘샤넬 한글 재킷 기증’ 논란이 터졌을 때, 외부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대응을 주도했다. 프랑스 샤넬과도 B씨가 직접 소통했다. 단순 디자이너 이상의 역할로 보였다.
해당 논란은 김 여사가 2018년 10월 프랑스 국빈 방문 때 입었던 옷을 기증한 게 맞느냐는 게 핵심이었다. 프랑스 샤넬 측은 김 여사가 자신들의 재킷을 착용한지 37개월이 지난 올해 4월 갑자기 국립한글박물관에 재킷을 기증했고, 박물관과 청와대 등은 “김 여사가 입었던 옷을 기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옷은 다른 옷이었다. 더욱이 기증 시점은 ‘김 여사 옷값의 출처와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며 제기된 소송이 판결을 앞둔 때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0월 15일(현지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샤넬 측은 올해 4월 한국 측에 이비슷한 재킷을 기증했고, '김 여사가 입었던 옷'이라고 소개됐지만, 두 옷은 다른 옷이었다. /조선DB
조선닷컴은 당시 청와대 인사들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 대화록을 입수했는데, B씨는 이 대화에서 “여사님이 입은 재킷은 샤넬이 보관하고 있고, 한글 전시에는 다른 재킷과 팬츠를 빌려준 것이다.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한 건 다시 만든 것”이라며 “이 이슈와 관련된 의상은 총 3벌이다. 샤넬은 (이러한 정보를 언론에) 따로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고 기자가 질문한 내용만 답해줄 예정” 등이라고 말했다.
당시 B씨는 조선닷컴 측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정도 당시 총무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 최훈민 기자
10월 12일 유엔 인권이사국 낙선…文정권 反인권이 부른 국격(國格) 참사
반세기 남짓 만에 경제성장과 민주 발전을 모두 이룬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아시아 경제와 민주주의 선도국으로 꼽힌다. 2006년 유엔 인권이사회 출범 당시 이사국(임기 3년)으로 선출됐고, 3연임 금지 규정 때문에 한 임기를 건너뛰는 식으로 계속 연임(2006∼2011년, 2013∼2018년)에 성공했던 배경이다. 그런데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11일 실시된 선거에서 2020∼2022년 이사국인 한국은 방글라데시와 몰디브, 베트남, 키르기스스탄에 밀려 연임에 실패했다. 이들 4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상황을 보면, 인권이사회 정체성을 의심해야 할 지경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나라에도 밀린 외교 실패임을 더 부각시킨다.
인권이사국은 총 47개국으로, 이번엔 아시아 8개국 중에서 4개국을 선출했다. 압도적 국가 위상과 현직 이사국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키르기스스탄보다 3표를 적게 얻어 탈락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정도다. 그동안 한국은 중견 국가의 리더로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 중진·개도국의 부러움을 받는 롤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제적 역할과 기여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이번 좌절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근본적 이유는 지난 3년간 인권이사국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지지국 확보 과정에서 그런 조짐은 이미 확인됐다. 문재인 정권은 2020년 홍콩보안법 사태에 눈감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했다. 2021년엔 언론재갈법으로도 불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다 유엔특별보고관으로부터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항의 서한까지 받았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은 치명적이었다. 유엔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도 4년 연속 빠졌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25차례나 의견을 요구했을 정도다. 미 의회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결국 문 정권의 반(反)인권 행태가 국격(國格) 참사를 불렀다.
문화일보 사설
10.12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연루자 끝까지 파헤쳐야
이상직 전 의원 등, 100여 명 부당채용 혐의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공정가치 훼손했다니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규모가 100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15년 말∼2019년 초 신규 채용 직원이 5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전체의 20%가 자격 미달인데도 부당하게 뽑혔다는 얘기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취업난 시대에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해 온 청년들을 허탈하게 하는 명백한 불법이자 불공정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에서 대규모 부정 채용 정황을 포착해 지난 7일 업무방해 혐의로 이상직(이스타항공 설립자) 전 민주당 의원과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15년 10월 이후 이뤄진 이스타항공 승무원은 물론 조종사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과 채용 심사위원에게 특정 지원자를 뽑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 이스타항공 압수수색 과정에서 2017∼2018년 채용 담당자의 업무용 e메일에서 이런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스타항공 2014년 수습 부기장 입사 지원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청탁자로 의심되는 인물이 한명숙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양기대 의원이라고 실명을 공개했다.
검찰은 2014∼2015년 상반기에도 이 전 의원 등이 정치권 인사들에게서 취업 청탁을 받아 부정 채용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지만,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이번 영장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이 2007년에 이스타항공을 설립해 2012년까지 회장을 지냈으니 채용 비리가 그 전에도 있었을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씨 채용 특혜 의혹 등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6월 보석으로 풀려나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확정되면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그는 지난 8월 “공기업처럼 (정원의) 30%를 지역 인재로 채용하는데, 그 과정에서 추천받는다. 정부 정책을 이행한 것이지 청탁은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14일 열리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이 전 의원을 대검에 고발하면서 시작됐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강서경찰서가 두 차례 무혐의 처분해 논란이 됐다.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전주지검이 지난 7월 재수사하면서 진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년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채용 비리를 발본색원한다는 각오로 검찰은 끝까지 수사하고, 법원은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10.13 “文 정부, 서해 공무원 월북몰이 했다”...감사원 결론
감사원이 2020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이씨의 추락·표류 정황을 다수 확인했음에도 이씨의 월북이 추정된다고 발표하는 등 사실상의 ‘월북 몰이’를 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감사원은 올 6월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국정원, 해양경찰청 등 9개 기관을 상대로 이 사건 감사를 벌여 왔다. 우리 군이 2020년 9월 22일 이씨가 생존한 상태로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걸 특수 정보(SI)를 통해 처음 인지한 시점부터, 24일 국방부가 “피살된 이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시점까지를 집중 감사했다고 한다.
본지 취재 결과, 감사원 감사팀은 당시 군과 해경 등이 이씨의 월북 정황보다 그가 선상에서 추락해 북한 해역으로 떠내려갔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추락·표류 정황들을 훨씬 더 많이 확보하고 있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팀은 문 전 대통령이 받은 첫 보고에도 ‘추락 추정’이란 취지의 말은 있지만 ‘월북’이란 단어는 없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가 이씨의 추락·표류 단서와 진술들을 무시하고 근거가 빈약한 이씨 월북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국민의힘 태스크포스(TF)도 지난 6월 “사건 당시 7시간의 방대한 군 감청 기록에서도 (이씨의) ‘월북’이란 단어는 딱 한 번 나온다”고 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감사원은 당시 우리 정부가 이씨 구조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결국 이 사건의 배후가 전 정권 청와대라고 의심하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게 출석 요구를 하고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 통보를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14일쯤 이 사건 중간 감사 결과 발표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시 정부가 다각도로 첩보를 분석하고 수사를 벌여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것” “정치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어 발표 시 논란이 예상된다. 전직 감사원 간부는 “감사원 사무처가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려면 사전에 감사위원회에 감사 결과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전 정권 성향의 감사위원이 과반인 감사위원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10.13 선진국은 폐기한 기초연금, 한국은 더 올리려 해
OECD가 권고한 연금개혁 방향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 회장·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례적으로 지난달 19~20일 연속으로 한국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경제검토보고서는 정부 세종청사에서 빈센트 코엔 경제검토국 부국장을 통해, 연금보고서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두 보고서는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이되 취약 노인에게는 더 지급하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빨리 올리며 ▶국민연금 납부 연령을 연장하고 ▶국민연금에서 인정하는 소득 기준을 높여 연금을 더 받게 하라고 권고했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여 재정을 절감하면서, 고소득층에게는 재정안정화 조치를 전제로 연금 적용 소득의 상한을 높여 연금 지급액을 늘리라는 뜻이다. 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을 통합 운영하라는 권고도 있었다.
정치권은 여야 없이 연금개혁 뒷전, 기초연금 인상에 주력
OECD는 취약 노인층에 집중한 선별적 기초연금 지급 제안
국민연금은 고령화 맞춰 보험료 올리고 납부 연령 늘려야
국민·공무원·사학·군인 4대 공적연금은 통합운영이 바람직
이 권고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시대 흐름에 한참 뒤떨어진 한국 연금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본 거다. 연금개혁은 뒷전인 채, 기초연금을 올리자는 정치권에 경종을 울렸다고도 볼 수 있다.
OECD 회의는 외교전쟁 같아
필자는 2001년 7월 OECD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한국경제검토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당시 권오규 재정경제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정부 대표단에 포함되어 파리 OECD 본부를 방문했다. 현장을 맞닥뜨려보니 OECD 회의가 외교전쟁과 같다고 느꼈다.
당시 OECD 한국보고서의 특별 주제로 ‘고령화 대처’가 선정되었다.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될 한국이 고령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취지였다. 회원국 모두 참석한 회의에서 보고서 초안이 발표되면 사전에 지정된 두 나라가 코멘트를 한다. 여기서 나온 코멘트 등을 종합해, 다음날 보고서 작성자와 한국 대표단이 주제별로 최종 보고서에 담을 내용을 심의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가 필요해 연금은 필자가, 건강보험은 KDI 이혜훈 박사(전 국회의원)가 대표단에 합류했다.
당시 한국 측과 OECD는 난타전을 벌였다. 세금으로 한국 근로자 평균 임금의 20%를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으로 지급하라는 권고 내용이 있어서였다. 빠른 인구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연금제도를 정비하라는 취지는 좋으나 방법이 잘못되었다. 노인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도입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재앙거리가 될 것이 자명했다. 이러한 논리로 수용 불가를 강력하게 주장했음에도 당시 OECD의 복잡한 역학 관계로 인해 끝내 보고서에 수록되었다.
2005년 파리회의에서도 기초연금 도입 문제로 김석동 차관보와 존 마틴 OECD 국장이 격론을 벌였다. 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한국 입장과 권고안이 타당하다는 OECD와의 견해 차이 때문이었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회담에서도 연금개혁 문제가 언급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리 대표단이 강경해졌다. 한국에 돌아간 뒤 화상회의로 결론을 내자는 김 차관보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며 일단락되었다.
특히 논란이 많았던 2001년의 보고서 심의 과정에서 격론을 벌였던 당사자가 렌달 존스였다. 당시 한국·일본팀 부책임자였던 렌달 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으로 승진한 후 정년퇴직을 앞둔 2018년까지 한국보고서를 책임 집필했다. 렌달 팀장은 미국 대학생 시절 부산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 한국말을 할 줄 안다. 파리에서 만났을 때 중앙일보 등을 보여주며 거의 매일 한국 신문을 읽는다고 할 정도로 우리 사정을 잘 아는 지한파였다.
2012년부터 선별적 기초연금 권고
그런 렌달 팀장과 지속해서 의견을 주고받았던 주제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었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초연금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다. 2003년 10월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건, 국민연금 재정안정 노력보다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야당 반대 때문이었다.
서울과 파리를 오가면서 기초연금의 문제점을 지속해서 제기한 끝에, 2012년부터 선별적으로 기초연금을 운영하라고 OECD 입장이 바뀌었다. 진영 복지부 장관이 사퇴하는 등의 많은 논란 끝에 2014년 5월 기초연금 도입이 결정되기 이전에, 이미 OECD는 더 강하게 선별적인 기초연금 권고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복잡한 국내 사정으로 인해 당초 일정보다 많이 늦춰진 2014년 6월에서야 공개된 OECD 보고서에는 기초연금을 취약 노인 중심의 선별적인 제도로 운영하라는 권고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여러 번 냈던 권고 내용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을 터이지만, 정반대의 권고안을 냈다.
이후 OECD는 18개월 주기로 발간되는 보고서에서 계속해서 기초연금 운영 방향을 바꾸라고 권고해 왔다. 투입 비용 대비 노인 빈곤 완화 효과가 작아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기초연금 수급자의 3분의 1이 OECD 기준으로 빈곤하지 않음에도 극도로 빈곤한 노인과 똑같은 액수를 받고 있다.
OECD, 대부분 공적연금 통합 운영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들도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이고 취약 노인에게 더 지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우리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기초연금을 더 지급하겠다고 한다. 대상자를 줄이고 취약 노인에게 더 지급하라고 하는데도, 오히려 대상자를 더 늘려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겠다고까지 한다. 여·야 불문하고 국민 혈세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쌈짓돈 정도로 생각하니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OECD 보고서에서 주목할 대목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의 통합 운영을 권고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을 완전히 분리하여 운영하는 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한국·독일·프랑스·벨기에 4개국에 불과하다며 통합 운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도와 재정 통합이 아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동일하게 지급하되,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이 추가 부담하는 보험료만큼만 재정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는 방식으로 추가 지급한다면 무리 없는 통합 운영이 가능하다. 군 특수성을 고려해 수급 연령 등의 예외 조항을 인정한다는 전제 아래 군인연금도 통합 운영에 포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권고 내용 중 ‘더 내고 더 받을 수 있게 국민연금을 고치라’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국민연금에서 인정하는 소득이 실제 소득의 평균보다 훨씬 적어, 근로자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대폭 낮아지고 있다.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100% 소득 비례 연금으로 운영되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 국민연금에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소득대체율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국민연금을 100% 소득 비례 연금으로 바꾸면 해결이 되나, 이러한 방향으로의 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
미래 세대에 부담 주는 연금정책
‘더 내고 더 받게 하라’는 이번 권고 내용의 요지는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조치를 취한다는 전제 아래 ‘국민연금에서 인정해주는 소득(2022년 기준 국민연금은 553만원까지 인정, 반면 공무원연금은 862만원까지 인정)을 상향 조정하여, 소득 인정액이 늘어난 만큼 보험료를 더 부담하게 하면서 연금도 더 받을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또 ‘의무 납입 연령 연장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게 하여, 연금을 더 받을 수 있게 하라’고 권고했다. 단 소득이 없다면 의무 납입 연령 연장은 적용되지 않는다.
기초연금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국제기구도 잘못됐다 싶으면 권고 내용을 바꾼다. 제도 유지가 가능했다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세금과 보험료를 부담하던 복지 선진국이 이미 20년 전부터 기초연금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세대 간 부양이라는 허울 대신 자조 노력을 통해 자신이 낸 만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제도 유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20년도 넘게 우물쭈물하는 사이 우리는 지난해 출생률 0.81, 한 해 26만 명도 못 태어나는 나라가 됐다.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한 해에 70만∼100만 명 태어난 세대를 위해 26만 명 태어난 세대의 부담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 우리 정치권의 민낯이다. 시급한 연금개혁은 어렵다고 하면서 말이다.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우리 정치권의 행태를 국민과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
중앙일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 회장·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
10월 13일 검찰 ‘서해 공무원 피격’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전격 소환

‘기밀삭제 지시’ 직권남용 혐의
장관급 처음…윗선수사 본격화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욱(사진) 전 국방부 장관을 전격 소환했다. 서 전 장관 소환을 기점으로 서해 공무원 사건의 윗선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1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이날 오전 서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둘러싸고 지난 정부의 장관급 인사가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숨진 다음 날 두 차례 열린 관계장관회의를 전후해 국방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공유된 SI(특별취급 기밀 정보) 등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및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를 받는다. 서 전 장관은 사건 당시 감청 정보 등이 담긴 군사 기밀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이 씨 유족 측으로부터 고발당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는 이 씨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진 뒤 시신까지 불에 태워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다음 날인 9월 23일 오전 1시쯤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는 서 전 장관을 포함해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날 서 전 장관이 기밀 정보 삭제와 관련해 실무자를 통해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 씨 죽음에 대한 판단을 ‘사고에 의한 표류’에서 ‘월북’으로 자의적으로 뒤집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지난 8월 서 전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 했고, 지난달엔 그를 보좌했던 국방부 간부들을 불렀다.
검찰 수사는 서 전 장관을 시작으로 윗선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건 대응 컨트롤타워였던 국가안보실의 서훈 전 실장, 청와대 ‘실세’이자 긴급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던 노영민 전 실장 등이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다. 조만간 박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8월 수사팀은 서 전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박 전 원장 자택도 압수수색을 벌였고, 박 전 원장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수첩 5개를 확보했다.
한편 감사원은 최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했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은 “대단히 무례하다”며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일보 염유섭·김규태 기자
10.14 월북과 배치되는 증거 나와도... 해경청장 “난 안 본 걸로 할게”
감사원 감사로 밝혀진 文정부 공무원 월북 조작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고(故) 이대준씨 피살 사건 감사 결과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가 이씨 구조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가 피살되자 관련 증거를 조작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월북 조작’을 전 정권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사실상 주도했다고 지목하면서 청와대와 국방부, 해경 등이 어떻게 은폐·조작했는지 행태를 자세히 공개했다.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살해·소각당한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형 이래진 씨가 13일 오후 고소·고발인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씨는 지난 7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3명을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 지난 6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도 검찰에 고발했다. 2022.10.13. /뉴시스
청와대 안보실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5시 18분 국방부로부터 이씨가 생존한 상태로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안보실은 그날 오후 6시 36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이씨가) 해상 추락으로 추정. 북측이 실종자 발견’이라고 서면 보고를 했다. 그런데 이후 안보실은 ‘최초 상황 평가 회의’도 열지 않았고, 서훈 당시 안보실장은 오후 7시 30분쯤 퇴근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국방부도 “이 사건은 통일부 주관”이라며 아무 조치를 안 했고, 통일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사이 이씨는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고, 시신은 소각됐다. 이날 오후 10시 이를 보고받은 안보실은 3시간 뒤인 23일 오전 1시 국방부·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불러 관계 장관 회의를 가졌다. 이후 국방부와 국정원은 새벽에 담당자를 불러내 사건 관련 내부 첩보 106건을 삭제했다. 통일부는 23일 장관 주재 간부회의를 열고 통일부의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을 22일이 아니라 23일로 하기로 결론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안보실은 23일 오전 이씨의 피살 사실을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하고 오전 10시쯤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종합 분석 결과를 보고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해수부 어업지도선의 다른 승선원과 달리 혼자만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을 벗어 놓고 실종됐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안보실이 언급한 이 내용들은 근거가 없거나 국방부·해경의 조사 내용과 배치되는 것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안보실은 이후에도 국방부와 해경 등에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원 보이스(one voice·한목소리) 대응하라’ ‘선박 CCTV에서 신발 발견, 지방에서(가정불화) 혼자 거주 등 2가지 팩트를 기자단에 알려주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국방부와 해경은 이를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정부가 발표한 이씨의 월북 근거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피살된 이씨가 입고 있었던 구명조끼에는 한자(漢字)가 적혀 있었는데, 국내에 유통되는 구명조끼 중 한자가 적힌 것은 없다는 사실을 당시 해경도 알고 있었지만, 조끼에 한자가 적혀 있다는 사실을 발표에서 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당시 해경청장은 이를 보고받고 “나는 (보고서를)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실종 선박의 구명조끼 수량도 변함이 없었다.
감사원은 “해경 수사팀이 ‘자진 월북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반대했는데도 해경청장은 ‘다른 가능성은 말이 안돼. 월북이 맞는다’며 강행했다”고 했다. 해경은 선박에 남겨진 슬리퍼도 이씨의 것이라는 증거가 없는데도 이씨 소유라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해경이 월북 동기라며 이씨가 꽃게 구매 대금을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것 역시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이었다”고 했다.
해경은 이씨의 자진 월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실험 결과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국립해양조사원 등에 이씨의 표류 예측 분석을 의뢰했는데 ‘이씨가 자연 표류로 북한 해역으로 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분석 결과에서 제외하라고 압력을 넣기도 했다. 또 이씨 실종 지점과는 조류 등 환경이 전혀 다른 인천 내항에서 사람이 1㎞ 거리를 수영한 실험 결과를 근거로 ‘실종 인근 해역에서 17시간을 천천히 수영하면 (북한 해역까지) 33㎞를 갈 수 있다’는 결론을 만들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감사원은 국방부가 북한으로부터 그해 9월 25일 ‘시신이 아니라 (이씨가 타고 온)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내용의 대남통지문을 접수한 뒤, 정부의 태도가 ‘시신 소각 확인’에서 ‘시신 소각 추정’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도 이후 27일 관계 장관 회의에서 “국방부의 시신 소각 (확인)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었다”고 이에 대한 재확인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10월 14일 서해 피살 문서 106건 새벽 폐기, 文 지시 여부도 밝혀야
2020년 9월 서해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월북 몰이’가 조직적이었던 정황이 감사원 감사로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중간 감사 결과에 따르면, 피살과 시신 소각 사실을 9월 22일 오후 10시에 보고받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3시간 후인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가졌다. 그 직후인 새벽에 서욱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은 담당자들을 불러내 각각 관련 문서 60건과 46건, 모두 106건을 폐기하게 했다. 월북 판단 근거가 없음에도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서훈 실장 등 안보실 간부들이 22일 오후 5시 이 씨가 생존 상태로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국방부 보고를 받고도, 평소처럼 오후 7시30분에 퇴근한 배경도 수상하다. 피살을 방치·방조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서 실장은 관계장관회의 후, ‘배에 남겨진 슬리퍼’ 소유자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one-voice) 대응’ 방침을 관련 부처와 해경 등에 하달했다. 이 씨 실종 직후엔 해상 추락에 무게를 두던 국방부·합참·국정원 모두 입장을 돌변한 이유다. 감사원은 “해경 수사팀이 ‘자진 월북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반대했는데도, 해경청장은 ‘다른 가능성은 안 돼, 월북이 맞다’며 강행했다”고도 밝혔다. 심지어 해경청장은 이 씨의 구명조끼에, 국내 유통되는 구명조끼엔 없는 한자(漢字)가 적힌 사실을 보고받고 “나는 안 본 걸로 할게”하고 은폐하기도 했다.
그 정점이 문 대통령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 씨 피살 5일 뒤인 27일 문 대통령이 ‘시신 소각이라는 국방부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라며 재분석을 지시했고, 문 정부 입장은 ‘소각’ 아닌 ‘소각 추정’으로 돌변했다. 감사원이 서훈 전 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등 20명에 대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만큼, 검찰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월북 몰이’ 조작의 문 대통령 지시 여부도 밝혀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문화일보 사설
10.14 [단독]故 이대준씨, 中어선에 먼저 발견된듯...“한자 구명조끼, 붕대 착용”

▲지난 2020년 9월 25일 연평도 인근 북한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조업을 하고 있다. 앞선 21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뒤, 북한 군에 피살 됐다./연합뉴스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21일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뒤, 북한 군보다 중국 어선에 의해 먼저 발견된 정황들을 당시 문재인 정부가 감지하고도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정부가 관련 증거를 조작해 발표한 ‘이대준 자진 월북’과 정면 배치되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30분쯤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북한 군에 의해 처음 발견됐을 때, 그가 한자(漢字)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팔에 붕대를 메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날 실종 당시 이씨는 구명조끼를 입지도 않았고, 붕대도 하고 있지 않았다. 이씨가 근무 중이던 어업지도선에서 추락한 시점과 그가 다음 날 북한 군에 의해 발견된 시점 사이에 이씨가 어딘가에서 구명조끼와 붕대를 얻어 착용을 했다는 뜻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감사원 특별조사국 감사관들은 이 사건 발생 당시 국방부가 확보하고 있었던 첩보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방부가 당시 이씨가 실종된 뒤 다른 선박에 옮겨 탄 정황을 이미 파악하고도 덮은 것을 감사원이 확인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또 이씨가 실종됐다가 북한 군에 의해 발견되기까지 38시간 동안, 그가 표류했을 가능성이 높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경비계선(북한 주장 경계선) 사이의 해역을 운항한 배는 중국어선 뿐이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씨가 어업지도선에서 추락해 표류하던 중 중국 어선에 의해 먼저 발견이 돼 그 선박에 오른 정황을 국방부가 이 사건 발생 당시에도 이미 확보하고 있었단 얘기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씨는 다시 바다로 추락했고, 이후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후 북한 군에 의해 처음 발견이 됐을 때 부유물에 몸을 의지한 채, 한자(漢字)가 적힌 구명 조끼를 입고 있었고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이 구명조끼와 붕대 등이 중국 어선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감사원 감사팀은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고 당시 해경 등도 우리 정부가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는 보유하고 있지 않고, 국내 시중에 유통되는 구명조끼에도 한자가 적힌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덮었다. 이씨 피살 이틀 뒤 국방부와 해경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시에 따라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는데, 이 자진 월북의 유력한 근거로 댄 것이 ‘이씨가 근무 중인 어업지도선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씨가 처음부터 구명조끼를 착용했었던 게 아니라 실종 도중 중국 어선에 의해 발견된 뒤에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게 됐다는 것은 ‘이대준 자진 월북’의 유력한 근거를 무너뜨리는 사실이었다. 전 정부는 이 중국 어선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10.14 피살공무원 유족, 감사 결과에 “文, 국민 죽인 대통령…민주당 해체해야”
성명서 내고 “조작 은폐 가담자들 즉각 구속수사해달라”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살해·소각당한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형 이래진 씨. /뉴시스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살해·소각당한 공무원 이대준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국민을 죽인 대통령”이라고 칭하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살인죄와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려야 할 엄중한 사건”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전날(13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정부가 짜맞추기 식으로 월북을 단정했으며 여러 증거들을 왜곡·은폐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래진씨는 감사 결과와 관련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참담하고 억울하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리고 국가기관이 동조하고 조작하고 은폐한 일부의 정황만 드러났을 뿐인데 충격 그 자체이며 끔찍하다”며 “어떻게 국가기관이 자국민을 외면하고 살인행위를 해놓고 뻔뻔하게 거짓말하며 이 땅에서 같이 숨을 쉬고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이래진씨는 “더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며 (이 사건과 관련되었음에도) 현직에 있는 자들은 즉각 직위해제와 구속 수사를 통해 엄벌하여 낱낱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을 무참히 죽인 것도 모자라 조치를 안 하고 조작은폐에 가담하여 공모한 자들은 즉각 구속수사가 맞다”고 했다.
이어 “막대한 세금으로 운용되는 정보자산은 국민을 지키기 위한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은폐 조작하는데 사용했다면 대통령을 포함하여 국가가 공모한 비극의 역사이며 천인공노할 만행”이라며 “이도 모자라 대통령이란 자가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했던 사실은 국민 모두가 목격했던 비극이었다. 해경의 수사를 지켜보고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해놓고 이런 파렴치한 짓거리를 했으니 어찌 용서가 있을 수 있겠나? 범죄의 수장으로 법정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래진씨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당장 해체하고 대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이적행위를 했던 지난 정부의 관련자 전원과 이를 악용한 민주당은 그 어떤 관용도 필요 없다”고 했다.
한편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대준씨가 북한에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아무런 구조지시를 않은 점을 사유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죄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서해상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당시 군 당국과 해경은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하다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으나 지난 6월 국방부와 해양경찰은 ‘자진 월북 근거가 없다’라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10.15 월북 몰이 위해 증거 왜곡 자료 삭제, 국민 두 번 죽인 조직 범죄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이씨를 월북자로 몰기 위해 여러 증거를 짜 맞추거나 왜곡한 뒤 불리한 자료는 은폐·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문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은 이씨가 북한군에게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3시간 후 이씨는 사살당한 뒤 불태워졌다. 그런데 이후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서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방향을 정하고 군과 국정원이 관련 첩보 보고서 106건을 삭제했다고 한다. 국민 죽음을 외면한 것도 모자라 증거를 왜곡하고 인멸한 범죄 행위다. 문 정부가 관련 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비공개로 만들고 감사원의 관련 감사에 반발한 것은 이 증거 삭제 왜곡이 드러날까 두려워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시 문 대통령은 서면 보고를 받고 아무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곧바로 퇴근했다. 이씨가 사살당한 후 뒤늦게 관계 장관 회의가 열렸다.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해경은 ‘해상 추락’으로 보고했지만 회의에서 ‘월북’으로 바뀌었다. 북한군 간 대화에 딱 한 번 등장한 ‘월북’이란 말 하나로 몰아갔다. 서 실장은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one-voice) 대응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 직후 서욱 국방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은 관련 문건을 무단 폐기했다. 산업부가 청와대 방침에 따라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뒤 한밤에 관련 파일 400여 건을 삭제한 일 그대로다.
해경청장은 수사팀의 반대에도 “다른 가능성은 안 돼. 월북이 맞다”고 밀어붙였다. 이씨가 입었던 구명조끼가 국내·해경용이 아닌 중국 한자가 적힌 조끼라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난 안 본 거로 하겠다”고 은폐했다. 배에 남은 슬리퍼가 이씨 것인 양 발표하고 월북이 도박 자금 때문이라는 식으로 몰아갔다. 표류 예측 실험과 전문가 의견도 왜곡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군이 시신을 소각했다는 군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라고 하자 군은 ‘소각 추정’으로 바꿨다. 통일부는 사건 최초 인지 시점도 23일로 바꾸려 했다. 청와대 지침에 따라 관계 부처 모두 한통속이 돼 이씨를 월북자로 몰고 증거를 조작·인멸한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라”고 한다. “정치 감사”라며 검찰 고발과 국정조사, ‘감사완박(감사권 완전 박탈)’ 하겠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유족들에게 “월북을 인정하면 보상해 주겠다”고 회유했다. 군의 자료 삭제에 대해선 “첩보 유통망 정비”라고 한다. 마구잡이 궤변이다. 문 전 대통령은 유족들에겐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더니 정보 공개를 막고 봉인까지 했다. 감사원 서면 조사엔 “무례한 짓”이라고 반발했다.
그 당시 문 정권은 김정은과 남북 이벤트를 되살려 보려 혈안이 돼 있었다. 우리 공무원 문제로 김정은을 화나게 할까 봐 그의 죽음을 방치했다. 그리고 그를 월북으로 몰았다. 관련 자료를 다 삭제하고 은폐했다. 정치에 빠져 국민을 두 번 죽인 정권의 조직적 범죄다.
조선일보 사설
10.15 서훈, 文 만난 뒤… 허위정보 주며 국방부에 ‘월북 보고’ 작성 지시
드러난 월북 조작과 여전히 남은 의문들
서훈, 피살 다음날 관계장관회의
“배에 신발 남기고 구명조끼 착용”
장관들에 잘못된 정보 직접 전달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20년 고(故) 이대준씨 피살 사건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의 허위 ‘자진 월북’ 근거들을 국방부 장관 등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면 보고가 있은 직후 열린 이 회의에서 서 전 실장이 이런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서 전 실장은 이씨 피살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서 전 실장이 이날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씨의 피살 사실과 함께 그의 월북 가능성을 대면 보고한 지 한 시간 반 뒤에 열린 회의였다.

▲감사원이 파악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주요 시간대별 상황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 전 실장은 이 회의에서 국방부에 ‘이씨의 자진 월북’ 내용을 담은 종합 분석 결과를 작성·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구체적인 월북 근거들을 언급했다고 한다. 당시 이 회의에 참석했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감사원 조사에서 “안보실장이 회의에서 ‘이씨가 타 승선원들과 달리 혼자만 구명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배 CCTV 사각(死角)지대에서 이씨의 신발이 발견됐다’는 월북 근거들을 알려줬다”며 “군 첩보 외의 내용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실장이 이 자리에서 전달한 이씨의 자진 월북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고 한다. 첫째는 이씨가 근무 중이던 어업지도선에서 혼자만 구명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의도적으로 월북을 준비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시 해경 조사 결과 어업지도선의 구명 조끼 수량은 변함이 없었다. 이씨 발견 당시 그가 착용하고 있었던 한자(漢字) 적힌 구명조끼도 국내엔 유통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국방부와 해경은 그때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는 선박 CCTV 사각지대에서 이씨의 슬리퍼가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이씨가 수영에 방해가 되는 슬리퍼를 벗어 놓고 월북을 시도했다는 취지였지만 지금까지 이 슬리퍼가 이씨 소유라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국방부 자료엔 실종 선박에 CCTV 사각지대가 있다는 내용조차 없다. 서 전 실장이 전달한 두 가지 월북 근거 모두 거짓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국방부와 해경은 사건 브리핑을 하면서 서 전 실장이 불러준 이 내용들을 그대로 이씨의 월북 근거로 발표했다. 서 전 실장 측은 본지에 “(월북 근거 하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 정부는 이외에도 이씨의 월북 근거로 그가 북한군에 의해 발견될 때 타고 있었던 부유물이 실종 선박 안의 물건이었다는 점을 들었지만, 실제 선박 안에서 부유물로 쓰일 만한 물건이 없어진 것은 없었다.
또 이씨가 북한에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것을 유력한 월북 근거로 내세웠는데 감사원 확인 결과 이씨는 처음엔 북한에 들어온 이유를 말하지 않다가 북한군의 추궁이 계속되자 월북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감사원은 “통상적으로 긴급한 구조를 원할 때 자진 월북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감사원 안팎에선 “서 전 실장이 혼자만의 판단으로 허위 월북 근거들을 국방부 등에 하달하진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이와 관련한 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조사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전 정권 청와대가 안보실 보고서 등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놓아 보고·지시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이 2020년 9월 22일 오후 6시 36분 이 사건 관련 첫 보고를 받은 뒤 이씨가 피살되기까지 3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이번 감사에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의 3시간’ 행적은 검찰 수사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감사원은 “관련 부처의 보고 내용 등을 확인한 결과, 문 전 대통령은 최초 보고를 받은 뒤 3시간 동안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해경은 첫 보고 당시 이미 수색을 진행 중이었고, 이씨가 살해당할 때까지 문재인 정부는 북한 당국에 연락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그해 9월 24일 국회에 출석해 이 사건을 보고하면서 “(사망 당일인 22일에는) 제가 (대통령에게) 직접 지시받은 바가 없다”고 했었다.
10.15 이상직 세번째 구속...이번엔 ‘이스타 채용비리’ 혐의로 교도소 재수감
법원 “범죄 혐의 소명, 증거 인멸 정황 … 도망갈 우려”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을 받는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뉴스1
‘이스타항공 승무원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구속됐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권찬혁)는 지난 7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과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에 대해 업무 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전주지법 지윤섭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도망할 염려가 인정된다”며 “장기간에 걸쳐 다수에 대한 채용 부정이 이뤄졌고, 증거 인멸 시도 정황 등을 감안했다”고 했다. 최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도 이날 발부됐다.
이스타항공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 지난 6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 전 의원은 107일 만에 채용 비리 혐의로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사건과 관련해 이번이 세 번째 구속이다. 이스타항공 자금 횡령·배임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첫 번째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두 번째 구속됐다. 이 전 의원은 다시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승무원 채용 비리 사건으로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 전 의원은 최 전 대표 등과 함께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에 특정 지원자를 추천하는 등 채용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 등이 2015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점수가 미달하는 지원자 127명을 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 기간에 승무원 500명가량을 채용했는데, 전체 채용 인원의 25% 정도가 부적절한 채용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2014년부터 2015년 상반기에도 이 전 의원 등이 정치인 등에게 청탁을 받아 부정 채용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구속영장 범죄사실에서 이 내용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찰에선 권찬혁 부장검사가 직접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며 이 전 의원 구속에 공을 들였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부정 채용 규모가 크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전 의원 측은 그동안 “채용 정원에서 30%를 지역 인재로 뽑았는데, 그 과정에서 추천을 받았을 뿐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이 사건은 작년 4월 한 시민단체가 이 의원을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됐다가 서울 강서경찰서로 이첩했지만, 경찰은 지난 3월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남부지검이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지난 7월 다시 무혐의로 판단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 사건을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 관련 배임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으로 보냈다.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 승무원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지난 8월 재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이 전 의원과 최 전 대표 자택, 이스타항공 사무실 2곳 등을 압수 수색하고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조선일보 김정엽 기자
10.17 쌍방울 직원들이 中으로 빼돌린 수십억 원 어디로 갔나
쌍방울그룹이 2019년 수십억 원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한다. 쌍방울이 임직원 60여 명에게 수천만~수억 원에 달하는 달러나 위안화를 주면서 중국으로 수십 차례 가지고 나가게 했다는 것이다. 1만달러가 넘는 외화를 해외로 반출할 때는 세관에 신고해야 하지만 쌍방울 직원들은 이 돈을 책 등 개인 소지품에 숨겨 밀반출했다고 한다. 정상적인 자금이라면 이렇게 할 이유가 없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 사업에 대한 대가로 이 돈을 밀반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5월 중국 선양에서 북측 인사를 만났고,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북한 광물 채굴 사업권을 약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상장폐지 위기를 맞았던 이 회사는 이를 계기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 대북 사업은 쌍방울이 2018년 11월과 2019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가 주최한 남북 교류 행사 비용으로 수억 원을 지원한 것과도 연결돼 있다. 이 행사엔 북한 고위 관료들이 참석했고, 쌍방울은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한 대북 단체를 통해 행사 자금을 지원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쌍방울이 북한 광물 사업권 획득이나 북한 고위직의 남북 행사 참석 등에 대한 대가로 외화를 밀반출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쌍방울 김 전 회장이 2019년 중국에서 북측 인사를 만날 때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이화영 전 의원도 동행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 인사였다. 2018년과 이듬해 경기도가 개최한 남북 교류 행사를 총괄한 것도 그였다. 당시 경기도는 북한 인사가 참석한 이 행사를 이 지사의 치적으로 홍보해왔다.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내다 부지사로 발탁된 이 전 의원은 부지사 시절 쌍방울 법인카드를 받아 수억 원을 쓴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쌍방울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20억원가량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이 대표 주변 인물들은 쌍방울과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쌍방울이 중국으로 밀반출한 수십억 원의 행방을 알고 있는 쌍방울 김 전 회장은 정권 교체 후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자 지난 5월 해외로 도피했다. 검찰은 사실관계를 끝까지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17 김정은은 공무원 피살 사건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난 13일 공개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서 다소 엉뚱한 궁금증이 생겼다. 북한 김정은은 이 사건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북한은 사흘 뒤인 2020년 9월 25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명의로 대남(對南) 통지문을 보내왔다. “김정은 동지는 …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고 지존’이 직접, ‘삶은 소대가리’라고까지 욕했던 문 대통령에게 사과해 온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수세에 몰렸던 정부와 여당은 반색했다. 북한의 대남 입장이 바뀌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고, 북한의 범죄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들끓던 여론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이 전문에 사실상 화답을 한 것 같은 정황이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통지문 접수 이틀 뒤(27일) 문 대통령은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의 시신 소각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었으며, 시신 소각과 관련해 재분석하라’고 국방부 장관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씨 시신이 북한군에 의해 소각됐다는 것은 당시 우리 측 관계자들 사이에선 주지의 사실이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가 파악됐고, 이에 따라 국방부가 (2020년 9월) 24일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을 발표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이렇게 느닷없이 재조사하라고 지시를 한 연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북한의 통지문에서 단초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대남 통지문에는 김정은 사과 외에 북한식 억지가 들어 있었다. “우리(북한)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현지에서 소각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는 누더기 부유물을 탄 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침입자가 대체 있을 수 있느냐고 따지지 않았고, 시신 소각은 물론, 우리 국민을 사살한 만행에 대한 적극적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지시 후 정부 입장은 ‘시신 소각 여부가 불확실하다’로 바뀌었다.
고모부를 고사포로 처형하고, 외국 공항에서 이복형을 살해하는 수준의 인권 의식을 가진 김정은이 사과할 정도의 일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수준은 이렇게 참담했다. 당시 대통령의 이 지시를 김정은이 접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인권 변호사였던 문 전 대통령은 유독 북한의 참담한 인권 현실에는 입을 닫았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는 3년 연속 불참했다. 이씨가 사살될 당시 우리 정부는 이씨를 살리기 위해 북한에 연락도 하지 않았고, 이씨 사살 직후 106건의 관련 정보를 삭제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지금도 감사원 감사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이씨가 월북한 게 아니라는 증거를 대라고 우기고 있다. 설사 누군가가 월북하려 했다 해도 그에겐 인권도 없는 것인가.
문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현장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쓴 것이 두고두고 오르내렸다. 수많은 어린 학생의 목숨조차 지켜주지 못한 건 기성세대로서 너무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고마울 이유는 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대준씨에 대해서는 고마울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미안한 마음은 없는지, 있는데도 말을 않는 것인지 정말 듣고 싶다. 월북자 가족 낙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호소해 온 이씨의 아들도 이씨가 피격될 당시 고교생이었다.
10.17 검찰, ‘수십억 中 반출’ 쌍방울 압수수색... 北에 돈 갔나 추적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십억원 상당의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의혹을 받는 쌍방울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17일 쌍방울그룹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2019년 쌍방울 측이 자금을 달러로 환전해 중국으로 밀반출할 당시 기록 등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쌍방울 전 임원과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2019년 임직원 수십명에게 1인당 수천만~수억원에 해당하는 달러나 위안화를 주면서 중국으로 수십 차례 가지고 나가게 한 정황을 최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이 반출될 무렵 쌍방울은 북한 광물 채굴 사업 등 여러 대북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검찰은 쌍방울이 중국으로 밀반출한 돈이 북한으로부터 사업권을 따내는 대가로 북한에 지급한 돈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10.17 '월북자 아들' 낙인에 육사도 포기..."살인방조로 文 고발할 것"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8급 공무원 이대준(2020년 9월 사망 당시 47세)씨 '서해 피살 사건'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월북했다"던 발표를 지난 6월 해경과 국방부가 번복했고, 지난 13일엔 감사원이 "월북을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57일간의 정밀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들이 최소한의 국민 보호 노력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후에 조직적으로 왜곡·은폐했다고 감사원은 공개했다.

▲2018년 4월 27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발표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20년 9월 22일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당시 47세)씨의 형 이래진(가운데)씨와 아내 권영미씨가 김기윤 변호사와 함께 지난 6월 17일 변호사회관에서 법적 대응 방안을 밝히고 있다. 감사원법 위반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고발한데 이어 직무유기와 살인방조 혐의로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뉴스1]
2020년 9월 21일 우리 국민이 서해에 빠져 실종된 뒤 이튿날 오후 3시 30분쯤 북한군에 의해 발견됐다. 대북 감청 정보 등을 통해 이런 상황을 인지한 군과 국방부는 국가안보실을 통해 그날 오후 6시 36분 문 대통령에 보고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오후 9시 40분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불태워질 때까지 구조 지시를 하지 않았고 끝내 처참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의 대응은 공분을 일으킨다. 국민이 북한에 나포된 긴박한 상황에서 당시 국가안보실은 '최초 상황 평가회의'조차 열지 않았고, 서훈 실장 등 청와대 간부들은 오후 7시 30분 퇴근했다. 9월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는 피살 사건을 월북으로 왜곡한 전환점이었다. 당시 회의는 서훈 실장 주재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

▲서울 시간으로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26분부터 16분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하고 있다. 종전 선언 지지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바로 전날 밤 9시 40분 해수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는 북한군에 살해된 뒤 불태워졌지만 문 대통령은 아무런 구조 지시를 하지 않았다.[사진 청와대]

▲2020년 9월 22일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감사해온 감사원은 지난 13일 박지원 전 국장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당시 5개 기관 소속 책임자 20명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중앙포토]
'5인방 회의' 직후 국방부는 서 장관 지시로 '밈스'(MIMS·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에 탑재된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했고, 국정원도 박 원장 지시로 첩보 보고서 등 46건을 지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106건의 핵심 자료 삭제는 명백한 증거인멸이다. 이후 서훈 실장은 국방부와 해경에 자진 월북 취지로 언론에 대응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문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하는데도 "무례하다"며 최근 감사원 서면조사에 불응했다.
감사원은 국가안보실·국정원·국방부·통일부·해경 등의 책임자 20명을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지난 9월 22일 해수부장으로 영결식을 치르며 부분적으로 명예를 회복한 이씨 가족은 감사원 발표 이후 더 격앙돼 있다.
아내 권영미(43)씨는 "그해 9월 23일 새벽 종전 선언 지지를 촉구하는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나갔는데 당시 남편 피살 사건을 정치적 걸림돌로 생각했던 것 같다"며 "사생활까지 들추고 왜곡해 월북몰이한 최종 책임자인 문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은 김기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문 전 대통령을 감사원법 위반으로 지난 7일 고발했다. 생존 사실을 알고도 피살될 때까지 3시간 동안 남북 소통 채널을 가동하지 않는 등 아무런 구조 노력을 하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을 직유무기로 조만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2020년 9월 22일 북한군에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가 그해 10월 24일 동생의 기적적 생환과 진상 규명을 바라며 서해 바다로 달려가 두 손을 모으로 기도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유족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문 전 대통령에게 살인방조 혐의를 추가하기 위한 법리 검토가 한창이다. 피살 사건 한 달 전이던 2020년 8월 북한은 코로나19 유입을 막겠다며 밀입국자는 사살하겠다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에 나포된 우리 국민을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니 살인방조죄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2년간 진실 규명에 전념해온 친형 이래진(55)씨는 "피살 사건 발생 전에도 남북 정상 간에 친서 교환이 있었을 정도로 소통이 가능했다. 생존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군과 해경이 국제상선통신망(VHF 16번 채널)을 이용한 조난방송을 하지 않았고, 구조 지시를 하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의 행위는 세월호 구조 실패보다 악성이어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유족이 문 전 대통령에게 뽑아 든 '분노의 레드 카드'인 셈이다.
손편지로 진실 규명을 호소했던 아들(19)은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하려다 월북자 아들로 낙인 찍히는 바람에 포기했다. 알바로 집안 생계를 돕는 아들은 "정치인들은 사실을 왜곡해도 진짜 나라 지키는 것은 일선 군인"이라며 군인(부사관)의 길을 당당히 가겠다며 준비 중이다.

▲2020년 9월 22일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아내 권영미(43)씨가 지난 6월 17일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전날 해경과 국방부는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다"고 발표해 문재인 정부의 '월북 주장'을 부정했다. 지난 13일 감사원도 월북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뉴스1]
아내 권씨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보호책임을 저버린 이런 사건을 밝히지 않으면 우리 국민은 누구든 유사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와 비리 의혹이 포착됐는데 덮어주는 것은 거짓을 편드는 행위다. 진실을 어둠 속에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다. 그날의 진실과 책임 소재를 파헤칠 책임은 이제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10.17 우리 공무원 억울한 죽음 앞에서 "안 본 걸로 할게"라니










글=중앙일보 논설실 그림=고혜경 프리랜서
10.18 서해 피격 미스터리…'年5명꼴' 월북 흔한데, 굳이 첩보 삭제 왜
검찰이 18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피살 은폐’ 및 ‘월북 조작’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서해 공무원 사건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해양경찰이 고(故) 이대준 씨 피살을 은폐하고 자진 월북으로 몰아붙인 동기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월북자 수가 수십명에 달하는 등 비교적 흔한 일인데도 국방부와 국정원이 첩보 관련 자료 삭제를 시도하고, 이 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담긴 내용을 퍼뜨리라는 언론대응 지침까지 하달해서다.
단순 월북 포함 연간 5.5명, 탈북자 재입북 3.1명인데…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살해, 소각당한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형 이래진 씨가 지난 10월 13일 오후 검찰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답변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10년간 북한을 이탈했다 다시 월북한 탈북자는 31명인 것으로 돼 있다. 한 해에 3.1명 꼴이다. 매년 국감 때마다 월북자, 재입북자 통계는 자주 공개돼왔다. 앞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단순 월북자를 포함한 2010~2020년 전체 월북자 수는 55명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서해 사건 관련 피의자들은 이처럼 ‘자진 월북이 비교적 자주 있는 일이어서 북한군이 이 씨를 피격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 합동참모본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 씨가 피살되기 최소 5~6시간 전인 2020년 9월22일 오후 4~6시경 북한 해역에서 이 씨가 발견된 정황을 인지했다. 그러나 안보실장 등 주요 간부들은 북한에 송환이나 구조 요청 없이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를 한 후 퇴근했다
‘피살·소각’ 첩보 삭제에서 무리한 월북 조작 ‘동기’ 주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러나 월북이 한 해 평균 5건 이상 있는 일이라면 이 씨의 사생활을 언론에 흘리라고 지침을 준다거나 관련 첩보를 대량으로 삭제하는 등 조치를 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지 4~5시간 후인 9월23일 새벽 퇴근한 직원을 다시 불러 군사정보체계(MIMS·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비슷한 시각 국정원도 46건의 첩보 보고서 등을 삭제했다.
또 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2020년 9월23일 오후 3시경, 안보실은 해경에 “선박 CCTV 사각에서 신발이 발견됐고, 이 씨가 지방에서 가정불화 등으로 혼자 거주하는 등 팩트를 반영한 보도문을 배포하거나 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식으로 전달하라”는 지침을 문자메시지로 내리기도 했다. 해경은 이 외에도 표류예측 분석 결과에서 북측 해역으로의 ‘자연 표류 가능성’을 일부러 배제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미 2020년 8월경 “국경연선(지역) 1~2km 안에 들어서는 경우 사람이나 짐승 등 모든 목표물에 대해 경고하지 않고 이유를 불문하고 사격을 한다”는 긴급 포고문을 발표했고 이것이 언론에도 공개된 점을 고려하면, 이 씨가 피살될 지 몰랐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與 “문재인 ‘3시간의 진실’ 밝혀야” 공세
검찰은 이날 수사 4개월 만에 장관급 고위 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확보에 나섰다.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하면서다.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적용된다. 허위공문서작성 혐의와 관련해선 해경이 ‘이 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를 위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린 후 이 같은 취지로 국회 설명자료와 3차 발표문까지 작성해 국회와 언론에 발표한 점 등이 문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씨 사망 전 서면보고를 받은 후 행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와 표적감사 의혹 비판이 부딪히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덮고 있는 (이씨 발견 서면 보고이후 피살까지) ‘3시간의 진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맞서 “권력기관들이 대통령에게 장악된 것은 물론이고 감사원까지 예속돼 정치 감사에 앞장서고 있다”며 정치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10.18 검찰, ‘서해 피격’ 서욱 前국방장관·김홍희 前해경청장 구속영장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욱(59)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54)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18일 서 전 장관과 김 전 해경청장에 대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뉴스1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을 당시 청와대 관계 장관회의 직후 군 정보망인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서 군사기밀을 무단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 7월 이씨 유족에게 고발당했다.
감사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이 사건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씨 사망 직후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10시 30분쯤 피살 정황을 인지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다음날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고, 서 전 장관은 이 회의 직후 이씨를 월북자로 몰기 위해 MIMS 등에서 군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MIMS를 운영하던 실무자가 이미 퇴근했지만, 서 전 장관 지시 이후 실무자가 다시 사무실로 나와 오전 3시쯤부터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청장은 이 사건 당시 해경의 최고 책임자로, 해경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방침에 맞춰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는 방식 등으로 자진 월북을 단정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이씨 사망 1주일 만인 2020년 9월 29일 해경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2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해경 관계자에게 “다른 가능성은 말이 안 된다. 월북이 맞는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청장은 또 이씨가 타고 있던 어업 지도선에서 사라진 구명조끼가 없었고, 이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는 한자(漢字)가 적혀 있어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등 ‘월북’과 배치되는 내용의 보고를 받자 “나는 안 본 거로 할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조선DB
이씨 유족은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단정적 결론을 내리는 데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과 공모한 혐의로 김 전 청장을 지난 6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3일과 14일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조선일보 송원형 기자
10월 18일 쌍방울·이화영 ‘대북 거래’ 의혹 증폭, 뒷배 없었겠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20억 원을 대납한 의심도 받는 쌍방울 그룹이 대북 사업권 대가 지급을 위해 수십억 원 상당의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정황이 포착되는 등 의혹이 갈수록 증폭하고 있다. 쌍방울이 2019년 5월 중국 단둥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대북 사업권 관련 합의서를 체결할 때 지하자원 개발, 관광·도시 개발, 물류·유통, 에너지, 철도, 농축산 등 6개 분야의 우선적 사업권을 획득한 정황 등을 검찰이 파악했다고 한다.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겠지만, 사실이라면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남북 당국 협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고, 국제 제재 위반 문제도 불거지기 때문이다.
수원지검은 쌍방울이 2019년 본사와 핵심 계열사 임직원 60여 명을 동원해 수십억 원 상당의 달러를 중국으로 몰래 반출한 단서를 잡고 17일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와 핵심 계열사인 나노스, 광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외화 반출 시점인 2019년 1월과 5월 김성태 전 회장이 중국 선양을 방문해 북한의 민경협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 광물사업 등을 논의할 때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경기도 및 쌍방울, 아태평화교류협회의 3각 유착 의혹도 갈수록 짙어진다. 아태협은 미국에서 대북 제재 위반으로 징역 63개월을 선고받은 버질 그리피스가 개발에 참여한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화폐(APP427) 10억 개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리피스는 북한의 국제 제재 회피 지원 등의 혐의를 받았다.
북한이 이런 사업 협약서를 체결할 때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다. 북한은 남한 정부 승인 없이는 대북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또 쌍방울의 기업 성격과 규모 역시 대규모 투자를 할 정도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대변인을 지냈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인 김의겸 의원이 지난 10일 한동훈 법무장관의 미국 방문을 비판하면서 “(그리피스) 이메일에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등장한다”면서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와 이 시장을 일망타진할 계기…”라고 주장한 것도 새삼 관심을 끈다.
문화일보 사설
10.18 쌍방울 임직원 동원해 달러 밀반출, 북한 흘러갔는지 전모 밝혀야
임직원 수십명 중국에 전달하고 당일 귀국
북한 경협 시점…대북제재 위반 여부 캐야
외화 수십억 원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로 검찰이 쌍방울그룹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임직원 수십 명이 책 등 개인 소지품 사이에 달러를 숨겨 중국 선양으로 갔다는 것입니다.
현지 공항에 도착한 뒤 쌍방울 방모 부회장에게 달러를 건네곤 곧바로 귀국했다고 합니다.
시기도 의심스럽습니다.
2019년 당시 쌍방울은 선양에서 북한 측과 경제협력 사업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무렵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도 북측 인사를 만났습니다.
북한과의 경협 합의로 쌍방울 계열사의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큰 이익을 본 쌍방울이 밀반출한 달러를 북한에 건넸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만약 그랬다면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배신한 꼴입니다.
쌍방울과 정·관계 사이의 비리는 한두 개가 아닙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법인카드를 받아 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쌍방울에 임원으로 영입된 전직 검찰 수사관은 회사 압수수색영장을 빼내 구속됐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은 해외로 달아나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반드시 전모를 밝혀내야 합니다.
중앙일보가 드리는 오늘의 사설입니다.
10월 18일 김어준도 끼어든 여론조사 업계…조작 막을 장치 급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는 18일 오전 현재 93개의 ‘조사기관’이 등록돼 있다. 마지막 업체는 지난 14일 등록된 ‘여론조사꽃’인데, 김어준 씨가 설립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정치 현안이나 선거 추세 등에 대한 여론조사는 이미 여론조작이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신뢰성과 정확성을 상실했다. 특히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가 무차별 확대되고, 영세하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사실상 1인 업체(선관위 공식 기준은 상근 3명)도 다수이며, 심지어 의뢰자와 조사업체 사이의 특수거래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사다운 조사를 수행할 만한 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업체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관훈저널 2021년 겨울호)라고 한다.
김 씨가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이 편향성 논란에 휩싸여 서울시와 시의회가 지원 중단 절차를 밟고 있다. 김 씨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패배한 이후 “여론조사로 가스라이팅(스스로를 의심하게 하는 심리 조작)을 했다. 그것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번 업체 설립이 자신의 소신에 따라 여론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조사업체 설립을 너무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는 없지만, 가상번호 부여 등 국가적 지원을 하는 만큼, 당국과 업계는 신뢰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사 실적 10회(설립 1년 미만 땐 3회), 직전 1년간 매출액 5000만 원 이상, 전문인력 1명 포함한 상근 직원 3명 등이 등록 요건인데, 꿰맞추기가 어렵지 않다. 심의위에 등록되지 않으면 그런 최소한의 감시도 힘들다. 최근 어느 방송사는 그런 업체에 의뢰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여당 대표 후보 지지율’ 등 조사를 벌였고,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입맛에 따라 퍼 나르거나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갈수록 악화할 조짐도 보인다. 여론 조작·왜곡을 걸러낼 장치가 더 시급해졌다.
문화일보 사설
10.19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이재명 대표는 몰랐나
쌍방울그룹이 2019년 5월 중국 단둥에서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 물류·유통 등 6개 분야의 우선적 사업권을 얻는 내용의 합의서를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체결했다고 한다. 여기엔 쌍방울이 그 대가를 북측에 추후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은 그 합의서 체결을 전후해 임직원 60여 명을 동원해 수십억 원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쌍방울 직원들이 수천만~수억원에 달하는 달러나 위안화를 개인 소지품에 숨겨 밀반출했다는 것이다. 대북 사업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
쌍방울의 대북 사업엔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이화영 전 의원이 깊게 관여돼 있다.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이 2019년 북측과 합의서를 체결할 때 이 부지사와 민간 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모 회장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시절 부지사로 발탁돼 대북 사업을 추진했다. 2018년 11월과 2019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가 주최한 남북 교류 행사를 총괄한 것도 그였다. 당시 쌍방울은 북한 고위 관료들이 참석한 이 행사에 수억원의 자금을 지원했고, 경기도는 이 행사를 이 지사의 치적으로 홍보했다. 이를 부지사가 지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추진했다고 보기 어렵다. 아태협은 2018년과 이듬해 경기도와 남북 교류 행사를 공동 개최했고, 쌍방울은 이 단체에 후원금을 줬다. 아태협 안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 이사로 영입됐고, 이재명 대선 후보 불법 선거 운동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데도 이 지사가 쌍방울의 대북 송금을 몰랐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19 ‘빨간 내복’ ‘호남의 자랑’ 쌍방울은 왜 ‘논란의 쌍방울’ 됐나
전북 향토기업 쌍방울, 97년 부도
‘갑툭튀’ 김성태 장악 후 ‘대북지원’ 논란까지
황제도피 김성태는 캄보디아 체류설
지난 17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이렇다. [사설] 쌍방울 직원들이 中으로 빼돌린 수십억 원 어디로 갔나.
...쌍방울이 임직원 60여 명에게 수천만~수억 원에 달하는 달러나 위안화를 주면서 중국으로 수십 차례 가지고 나가게 했다는 것이다...쌍방울 직원들은 이 돈을 책 등 개인 소지품에 숨겨 밀반출했다고 한다...검찰은 쌍방울이 대북 사업에 대한 대가로 이 돈을 밀반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사설 발췌)
쌍방울그룹이 ‘정치적 사건’의 주체로 떠올랐다. 이미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관련 변호사비 대납 사건으로 유명해졌다. 여기에 ✔이재명 측근 이화영 전 경기평화부지사(현 킨텍스 사장)에게 법인카드 형식으로 뇌물을 준 혐의 ✔중국으로 외화 밀반출 ✔쌍용차, 이스타 인수 참여설을 통한 시세 조종 의혹도 있다. 특히 외화 밀반출은 ‘북한 지원’ 가능성과도 이어진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내복 회사가 뭐 그리 복잡한가.” 쌍방울은 이제 내의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돈으로, 혹은 돈 없이 기업을 샀다 파는 M&A 전문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1️⃣빨간내복, 쌍방울의 현란한 플레이?
2020년 6월 TVN 인기 프로그램 ‘유퀴즈’에는 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만에, 차장이 된 지 4개월 만에 대표이사가 된 김세호(당시 42세) 쌍방울 대표가 출연했다. 전통의 ‘메리야쓰’ 기업이 요즘 IT보다 먼저 파격적으로 ‘젊은 CEO’를 발탁한 그림이었다. 어떤 광고로도 살 수 없는 호감을 얻었다.
쌍방울은 고급 ‘메리야스’(민소매런닝셔츠, 혹은 내의를 통칭)의 상징이었다. 이후 야구단, 무주리조트 등을 인수하며 레저까지 넘봤다. 금호 아시아나, 삼양과 더불어 3대 호남 기업으로 불렸다. 사업다각화, 본사 서울 이전...쌍방울은 울리고 또 울렸다. 1996년 쌍방울 재계순위는 51위였다. 방울이 멈췄다. IMF, 구체적으로는 무리한 차입금 때문이었다. 1997년 10월 부도, 이듬해 회사정리절차. 이후 여러번 주인이 바뀌었다.

▲90년대 TV광고로 인기를 끌었던 쌍방울 '트라이' 남성용 속옷 광고. 당시 인기스타였던 이덕화와 여성 탤런트 정덕희가 모델로 나왔다. 제일기획이 만들었다.
2️⃣쌍방울 원주인 이봉녕 집안은 어떻게 됐나
쌍방울 모태는 1954년 전북 익산에서 이봉녕-이창녕 형제가 세운 ‘형제상회’였다. ‘쌍방울’이라는 속옷 브랜드가 나온 것은 1962년 ‘쌍녕섬유공업’을 세운 지 2년 후인 1964년부터였다. 내의 사업이 번창하자 아예 ‘쌍방울’로 사명까지 바꾼다. 1977년 일이었다. 여성속옷 ‘뉴인나’, 여성란제리 ‘실버벨’, 이어 미국 브랜드 청바지 ‘리(Lee)’까지 취급하게 된다.
쌍방울 창업주 이봉녕 전 회장(2010년 사망)과 그 일가 (장남 이의철 전 쌍방울 회장, 차남 이의종 전 쌍방울상사 사장, 3남 이의석 (주)새난 부회장)는 현재 쌍방울그룹과 지분 관계나 교류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쌍방울그룹과 인연이 있는 한 인사는 “지금 쌍방울은 과거 오너 집안과는 완벽하게 단절된 상태이고, 경제적으로 그다지 넉넉한 편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쌍방울의 최초 창업자 이봉녕 회장이 90년 쌍방울레이더스 창단식에 참석한 장면, 장남 이의철 회장이 80년대 무주리조트 개발계획 발표에 참석한 모습. 무주리조트는 90년 완공, 개장했다.
3️⃣ 과거를 모르는 새 주인이 들어왔다
‘손’을 타면서 내수기업, 섬유기업 쌍방울은 완전히 변한다. 계열사들은 여러 곳으로 팔려나갔고, 모기업 쌍방울도 여러번 손바뀜됐다. 애드에셋(현 SBW홀딩스)컨소시엄 피인수(2002)⇒2004년 대한전선에 피인수⇒2010년 레드티그리스에 피인수⇒2014년 광림에 피인수. 쌍방울이라는 이름도 죽었다 살아났다. 사명 ‘(주)쌍방울’, 쌍방울 로고는 레드티그리스 인수 후인 2011년 9월 다시 복원됐다.
이리저리 손을 옮겼지만, 실소유주는 1인으로 압축된다. 전북 남원 출신 김성태씨다. 김성태는 2010년 3월 자신의 소유회사인 레드티그리스를 통해 대한전선이 보유 중이던 쌍방울 지분 40%를 290억원에 매입하면서 쌍방울의 최대주주가 됐다.
4️⃣비밀의 인물 김성태, 무슨 돈으로 쌍방울 샀을까
김성태는 지난 5월 출국했다. 태국 현지로 한국 유흥업소 종업원을 부르거나, 한국 음식까지 조달해 먹었다는 뉴스가 얼마전 나왔는데, 지금은 다시 캄보디아로 옮겼다는 소식이 나온다. 한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다. 돈, 법, 권력, 삼박자가 돕는 도주행태다.
‘김성태 회장님’은 정확한 나이, 학력, 경력이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니 루머가 난무한다. 가장 대표적인 소문은 ‘호남 조폭 출신으로 룸살롱 직원을 상대로 사채를 놔서 돈을 모았다’. 기자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고, 판결로 확인된 김씨 과거는 이렇다.
1. 2007~2012년 대부업 미등록 상태에서 서울 청담동에 사채 사무실을 차려 월 10~20% 고리 대부. 주가조작꾼 등에게 51차례, 300여억원을 대출해주고 20억원의 부당이득 취해 대부업법 위반.
2. 쌍방울 인수 전후인 2010년 1~4월 호남지역 폭력조직 조직원들과 공모해 가장 매매, 고가·물량 소진매수, 허수 매수 주문 등을 통해 350억원 시세차익 획득. 쌍방울 2대 주주 지분을 인수한 배상윤(KH그룹 회장)이 차명 계좌 80여개로 수천 차례 시세 조종. 2018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쌍방울 전 회장 김성태씨는 사진도 별로 남아있지 않다. 행사에 참석한 김성태 당시 쌍방울 회장의 모습. 정확한 연도는 파악 중이다.
5️⃣마이너스의 손 쌍방울, 그러나 주주는 돈 벌었다는데
이후 김성태의 쌍방울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1️⃣2016년 광림과 컨소시엄으로 법정관리 중인 나노스 인수 2️⃣2019년 남영 비비안 인수 3️⃣2020년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컴퍼니 인수 4️⃣2021년 광림컨소시엄(쌍방울-광림-미래산업-아이오케이), 이스타항공 인수전 참여, 불발. 5️⃣2022년 4월 쌍용차 인수전 참여, 실패.
쌍방울 관련 회사는 대부분 실적이 좋지 않다. ‘마이너스의 손’ 쌍방울로 불린다. 그러나 각종 호재성 뉴스 때마다, 혹은 이유없이도 주가는 급등락했다. 내부자들이 호재 때 매도 타이밍을 잡아 큰 이익을 본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내부자의 ‘주가 조작’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다양한 사업의 출발점은 2010년 대한전선의 쌍방울 지분을 290억원어치 사들인 ‘레드티그리스’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2008년 설립된 의류도매기업인데 지금은 ‘섬유전문회사로서 자회사로 쌍방울트라이그룹을 보유한 모기업’이라고 기업 정보가 나온다. 직원이 거의 없는 페이퍼컴퍼니, 혹은 홀딩스회사로 추정된다. 이 회사 지분을 가진 사람은 단 2명, 김성태 70%, 오택동 30%다. 쌍방울의 2대 주주 지분을 인수한 사람은 배상윤 KH그룹 회장이다. 검찰은 ‘김성태와 배상윤이 경제공동체’라고 보고 있다. 100억대 이상의 자금을 이들은 어디서 조달한 것일까. 다른 ‘전주’가 있는 걸까.
6️⃣ 북한 광물 투자, 중국 외화 밀반출..목적지 어디?
최근 뜨겁게 달아오른 뉴스는 쌍방울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외화를 중국으로 밀반출했다는 것. 여기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평화부지사를 지낸 민주당 이화영 씨가 있다.
이화영씨는 쌍방울에서 2015~2017년 고문을 했고, 2018년 6월까지 사외이사를 했다. 직후 경기평화부지사에 취임해 2020년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쌍방울 관계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가 대중, 대북 평화사업을 해온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건 2019년 1월이다. 휴대폰용 광학필터 제조사인 나노스는 이 때 사업목적에 자원개발 및 광산자원 개발 사업, 광물사업 등을 추가했다. 마그네사이트와 희토류 등 북한 광물자원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당시 양선길 나노스 대표이사는 “민간 차원에서 북측과 활발하게 교류해온 아태협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양선길씨는 현재 쌍방울 회장이다.
2019년 5월 나노스는 “북한이 나노스에 북한 희토류 등 광물 사업권을 약정했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김성태 전 회장은 쌍방울 직원 60여명이 외화를 밀반입 하던 시기인 2019년 1월과 5월 선양에서 북한의 고위 관료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퇴출 종목으로 꼽혔던 나노스 주가가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터지고 ‘마스크’ 사업에 뛰어든 나노스는 지난 4월 사명을 ‘SBW생명과학’으로 바꿨다. 유전자를 통한 체외진단 진단키트 사업분야를 인수한데 이어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다고도 발표했다. 내의 회사, 바이오회사에서 고현정 등이 속한 연예기획사까지 쌍방울 관계사는 이렇게 복잡하다. 이력도, 배경도 밝혀지지 않는 김성태의 ‘뒷배’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쌍방울 지배구조. /조선비즈
조선일보 박은주 에디터 겸 에버그린콘텐츠부장
10월 19일 쌍방울 수사와 DJ정부 대북 송금 사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우리에게 북한은 통일을 위한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적화통일을 획책하는 반(反)국가단체이기도 하다는 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확고한 판례다. 그로 인해 대북 접촉은 외국 접촉과 달리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적 접촉에는 신고가 필요하고, 물품의 반출·반입에 대해서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널리 알려진 쌍방울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대북 거래 의혹은 무엇보다 이러한 공식 절차를 벗어난 비밀접촉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북한과 비공식 접촉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개인이 북한과 비밀접촉 한다는 것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뿐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문제까지도 제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위해 북한과 비공식 접촉이 있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대북 비밀송금이 크게 문제 된 바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 논란이 있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 비밀송금이었다. 이 사건은 김대중 대통령의 ‘알지 못한다’는 주장과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충돌하는 가운데 노무현 정부 당시에 송두환 특검을 통해 대북 비밀송금 사실을 확인해 박지원·임동원 등 관련자들의 처벌로 이어졌다.
이번 쌍방울의 대북 거래 의혹도 이와 유사한 점들이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쌍방울은 북한에 대가를 약속하고 6개 분야 사업에 대한 우선적 사업권을 확보했으며, 이 전 부지사 등이 그 과정에 개입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런 일들이 쌍방울의 주도로 이뤄진 것일까? 오히려 이를 쌍방울에 제안한 정계의 거물이 있는 건 아니냐는 의혹이 난무한다. 나아가 이 전 부지사의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 과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정권의 실세들이 이를 몰랐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비밀송금 의혹 해법으로 선택된 건 특검이었다. 현재 쌍방울 등의 대북 거래 의혹 해결은 검찰이 맡았다. 과연 어떤 방식이 의혹을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 오직 수사 능력을 기준으로 본다면, 방대한 조직과 인력을 가진 검찰이 특검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중립성·공정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 특검이 구성되곤 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일단 특검보다 검찰이 수사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조직과 인력을 잘 활용해 이른 시간 내에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되지만, 수사 과정에서 독립성과 중립성 및 이를 통한 객관성의 확보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자칫 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불거져 나오면 의혹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의혹에 묻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서만 관련자들의 의혹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정상적인 여야 관계와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진실의 규명이 선결 과제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화일보
10.20 서해 피살 보도뒤 靑 "유출자 색출"…軍, 273명 조사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침에 따라 군과 국가정보원이 유출자를 색출한다며 대대적인 보안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에 피살된 지 25시간 뒤인 2020년 9월 23일 밤 10시 50분쯤 1보를 시작으로 이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해상에서 시신이 소각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벌어진 일이다. 국가안보실이 이씨 피살 직후 같은 날 새벽 관계장관회의에서 “보안을 유지하라”고 지침을 내렸는데 당시 군 특수정보(SI)로 추정되는 단어가 포함된 보도가 국회발(發)로 나오자 관련 정보 유출자에 대한 색출에 나섰던 것이다.

▲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발생 2주 만인 2020년 10월 군 특수정보 유출 등의 이유로 대대적인 보안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19일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19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이씨 사망 및 시신 소각 사실을 인지한 뒤 보안 지침을 내린 상황에서 2020년 9월 23일 밤부터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청와대 국가안보실 고위 인사로부터 유출자를 색출하라는 취지의 별도의 지침이 군과 국정원에 하달됐다고 한다.
이씨 피살 및 시신 소각 약 2시간 뒤인 같은 날 오전 1시엔 서훈 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고, 오전 3시쯤부터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과 국정원 첩보보고서 46건이 삭제됐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해당 보고서에는 이씨 피살 및 시신 소각은 물론 자진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첩보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튿날인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긴급 현안보고를 했는데, 이후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통해 “연유를 발라서 태우라고 했다”(9월 29일 라디오 인터뷰) “우리 군 특수정보에 따르면 북한 상부에서 ‘762로 사살하라’고 했다고 한다”(10월 4일 기자간담회) 등의 내용이 공개됐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연료 기름을 뜻하는 연유(燃油)나 북한의 소총 구경인 7.62(㎜)는 군사용어여서 군사기밀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에 2020년 10월 6일부터 20여일간 국정원 주관 SI 유출 합동보안조사가 실시됐다. 국정원은 자체조사를, 군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가 해당 첩보를 인지한 군 관계자 27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일부 군 관계자에 대해선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까지 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이후 군에서는 장성급 2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중에는 밈스 내 이씨 피살 관련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전자기록손상 등)로 이씨 유족으로부터 고발당한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육군 중장)도 있었다. 이 전 본부장은 1차 징계위에서 ‘감봉 1월’ 처분을 받았다가, 항고 절차를 거쳐 혐의를 벗고 징계 처분 취소 결정을 받았다.

▲북한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친형 이래진 씨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7월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중앙일보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이 전 본부장의 징계의결서(지난해 4월 16일)·항고심사의결서(지난 5월 22일)에 따르면, 이 전 본부장은 ‘2020년 9월 24일 국방위 비공개회의 시 특수정보인 ‘연유’를 위장하지 않고 발언해 비밀엄수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이 전 본부장은 ▶‘연유’를 발언한 기억이 없고 ▶설령 발언했다고 하더라도 첩보로 수집된 원어(原語)가 아니며 ▶회의 전 국방부 브리핑에서 ‘기름’이라고 했으므로 같은 의미인 ‘연유’를 특수정보로 볼 수 없는 데다 ▶당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라’는 상부의 지침을 받은 상태에서 입수된 정보는 특수정보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전 본부장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그 결과, 국방부 군인 징계항고심사위원회는 ▶특수정보 원문 발췌문서에 따르면 ‘연유’는 발견되지 않고 ▶이미 국회 국방위 공개회의에서 여러 가지의 특수정보가 언급된 후 보안이 담보된 비공개회의를 하면서 ‘연유’를 언급한 행위를 징계하는 건 부당하며 ▶국회 비공개회의록은 공개되지 않는 자료이므로 그 회의장에서 특정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특수정보 누설로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원징계처분을 취소했다.

▲2020년 10월 7일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 전 원장은 지난 18일 직권남용·공용전자기록등손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21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군 장성 A씨는 징계위 심사 결과 실제 징계 처분을 받지 않았다. 역시 정보 분야 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A씨는 ‘2020년 9월 22일 오후 4시 30분경부터 북 통신첩보를 특수정보로 생산해 정보유통체계에 게시하면서 당일 오후 11시 이후 민감정보로 전환해 전파 대상을 특정 기관으로 제한하도록 지시하기 전까지 전파 통제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밀엄수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회부됐다.
22일 오후 4시 30분경은 합참이 이씨가 생존한 채로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을 인지했을 때이고, 오후 11시는 합참이 이씨 피살 및 시신 소각 정황을 인지한 직후다. 이와 관련, A씨는 “당일 오후 11시까지는 민감정보로 볼 정보가 수집되지 않았고, 오후 11시 이후에 민감정보가 수집된 점을 확인해 전파 통제를 실시했다”고 진술했고, 징계위는 이 소명을 인용돼 혐의없음으로 의결했다. 군에선 적어도 이씨 사망 전까지의 군 첩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편, 2020년 9월 24일 관계장관회의에 국방부가 “자진월북 시도 가능성,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내용의 종합분석 보고서를 안보실 지시에 따라 작성해 제출하기 전, 해당 지시를 받은 군 실무 관계자들은 ‘월북으로 볼 수 없는 정황도 있다’는 취지로 저항했으나 묵살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전날(18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공용전자기록손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엔 그보다 앞서 조사를 받은 이영철 전 본부장의 일부 의미 있는 진술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 전 장관은 지난 13일 소환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부 부인했기 때문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10월 20일 세월호 경우보다 죄질 나쁜 월북몰이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 수역으로 떠밀려간 우리 공무원이 정부의 어떤 구조도 받지 못한 채 북한 경비병에 의해 난사 당한 뒤 불태워졌다. 북측 수역에 들어가게 된 경위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정부가 급히 ‘월북몰이’에 나섰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후 감청 정보 등이 담긴 군사기밀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지난 7월 유족에 의해 고발됐다. 이 씨 사망 다음 날이던 23일 오전 1시와 10시 두 차례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는데, 그 전후로 국방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을 삭제하거나 합참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쓰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는 직권남용과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청장은 사건 경위를 수사한 해경의 총책임자였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해경은 사건 발생 근 1주일 만인 29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씨가 북한 경비정에 발견됐을 당시 월북 의사를 밝혔고, 도박 빚이 있어 월북 동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종 당시 표류 예측 결과를 발표하면서, 단순 표류가 아니라 인위적인 노력으로 이 씨가 북한 해역에 도달했다고도 했다.
검찰은, 해경이 ‘자진 월북’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증거를 은폐했고 실험 결과를 왜곡했다고 보고 있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검찰은, 또 다른 윗선으로 지목되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조사한 뒤 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씨의 피살 사건에서 문제는, 최초 발견부터 사망까지 6시간이나 걸렸지만 당시 청와대와 군 당국 및 대북 부서의 대응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부실했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 문 전 대통령과 당국은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와 성실 직무수행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군 당국이 이씨가 북측 수역에 있다는 사실을 최초 파악한 게 22일 오후 3시30분이다. 그런데 이 내용이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건 3시간이 지난 오후 6시30분께였다. 더 중요한 점은, 대통령 보고가 이뤄진 뒤 이 씨가 숨지기까지 3시간은 문 전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구할 골든타임이었다는 것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월북 여부는 큰 쟁점이 아니라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억울하게 북한군의 총격에 피살됐고 정부는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진실이 감춰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제 진실이 스스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 전 대통령과 당시 관계자들은 국민에게 더는 무례해선 안 된다.
대통령과 행정부는 헌법에 따라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할 의무와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특히, 대통령은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 그리고 최고 군통수권자로서 이 의무를 부담한다. 이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로 제기된 바도 있다. 다만, 이 씨 피격 사건은 문 전 대통령과 당시 관계 당국만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보다 그 죄질이 더 나쁘다.
문화일보
10.22 ‘서해 피격’ 월북 몰이…서욱 전 국방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구속
‘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의혹과 관련,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직권 남용 등 혐의로 22일 구속됐다.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이 사건 관계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증거 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며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뉴스1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자진 월북’ 판단을 내리자 그와 배치되는 감청 정보 등이 담긴 군사 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서 삭제하거나 사건 관련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감사원 감사 결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열었고, 이 회의 직후 서 전 장관은 퇴근한 실무자를 새벽에 사무실로 나오게 해 MIMS 등에서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해경청장은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조작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의 은폐, 실험 결과 왜곡 등을 한 혐의 등을 받는다. 김 전 청장은 이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에 한자(漢字)가 적혀 있어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등 ‘자진 월북’과 배치되는 내용을 보고받고도 “나는 안 본 거로 할게”라고 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을 각각 지난 13일과 14일 불러 조사한 뒤 18일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21일 서 전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과정에서 이대준씨의 유족과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서 전 장관이 영장실질심사 후 법정 밖을 나서자 갑자기 달려들어 “야 이 XX야 거기 서 봐” “야 서욱 XXX야, 이 배신자”라고 외쳤다. 법정 경위들이 이씨를 막아선 사이 서 전 장관은 승합차량에 탑승해 자리를 떴다.
이대준씨의 딸(9)은 이날 영장 전담 재판부에 서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딸은 편지에서 “저희 아빠는 출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고, 저를 데리고 공원에서 놀아주시는 자상한 아빠”라며 “잠잘 때는 팔베개도 해주시고 제가 잠들기 전까지 자장가도 불러주셨는데 이제는 이런 아빠를 만날 수 없어서 슬프다. 제게서 아빠를 빼앗아 가고 나쁜 사람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벌을 주세요”라고 했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윗선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조만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유종헌 기자
10.24 서해 공무원 ‘월북 조작’ 첫 구속, 최종 책임자 文이 설명해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이 구속됐다. 이들은 정권 차원의 ‘월북 조작’ 시나리오에 맞춰 감청 정보 등 군사 기밀을 삭제하고 자진 월북을 단정 짓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2년이 지나서야 월북 조작의 실행자 일부가 사법 심판을 받게 됐다. 물론 결정하고 지시한 최종 책임자이자 모든 과정을 해명해야 할 당사자는 따로 있다.
사건 직후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등이 참석한 심야 대책 회의가 열려 처리 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해경은 ‘해상 추락’으로 보고했지만 회의에서 ‘월북’으로 바뀌었다. 서훈 실장은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 직후 군과 국정원은 관련 첩보 보고서 106건을 삭제했다. 해경청장은 수사팀의 반대에도 “월북이 맞는다”고 밀어붙였고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오자 “난 안 본 거로 하겠다”고 했다. 월북 이유를 지어내려 피해자의 빚까지 부풀렸다. 어떤 장관과 청장이 독단적으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가.
공무원의 북한 해역 표류 사실은 피살 3시간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정부는 국제상선통신망을 이용해 북한과 통신이 가능했다. 그런데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심야 대책 회의에도 불참했다. 정권 수뇌부가 월북을 논의하고 있을 때 TV엔 사전 녹화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 선언’ 유엔 연설이 방송되고 있었다. 공무원 피살 사실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고 한다. 국민이 사살·소각되는데 대통령이 잠만 잤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나서 그는 “남북한 간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어 가장 아쉽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 유족에게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유족의 정보 공개 요청조차 거부했다. 법원의 공개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더니 관련 자료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봉인했다. 감사원의 서면 조사 요구에 대해선 “무례하다”고 반발했다. 수족 노릇을 하던 장관과 청장의 구속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최종 책임자는 문 전 대통령이다. 언제까지 피해갈 수만은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24 유동규 “작년 압수수색 직전, 정진상이 ‘휴대폰 버리라’ 지시”
유동규, 작년 회유정황 검찰 진술
“입원하면 체포 안하기로 약속” 김용, 대선자금 수수혐의 구속
“정진상이 폰 버리라 지시”… 변호인단엔 야권인사 넣어 회유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 자금’ 8억여 원 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서 “작년 9월 대장동 사건 관련 검찰 압수 수색 후 김 부원장이 통화에서 ‘정진상 실장(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수사를 지휘하는 이정수 검사장과 이야기가 다 됐다’ ‘입원하면 (검찰이) 체포하지 않기로 했으니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유씨는 또 “압수 수색 직전엔 정 실장이 통화에서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유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 한편 ‘증거 인멸’ ‘회유’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유씨는 검찰 진술에서 이 같이 말하며 “정 실장이 (대장동 사건과 관련) 나의 문제로 이 검사장과 술을 마시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검사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대장동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이날 이 전 검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유동규, 정진상, 김용씨 등과 과거에는 물론 퇴직 후에도 일면식도 없고 입원하라고 한 사실도 없고, 식사나 술자리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지에 “정 실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용 부원장은 작년 4~8월 ‘불법 대선 자금’ 8억4700만원을 유씨 등으로부터 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22일 새벽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김 부원장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23일 김 부원장을 불러 자금의 용처 등에 대해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정진상 실장과 김용(구속) 부원장이 작년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 착수 전후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게 잇따라 전화해 증거 인멸 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 실장 등이 수사 초기부터 이 사건 대응에 개입하고 이후에 진행된 대장동 관련 수사나 재판에도 관여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작년 9월 검찰의 압수 수색 뒤 김 부원장이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을 언급하며 “병원에 가서 입원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실제 그는 압수 수색 다음 날 병원 응급실에 갔지만 입원은 하지 못했고 검찰에 체포됐다.
유씨는 압수 수색 직전 상황도 검찰에 설명했다고 한다. 검찰은 유씨가 살고 있던 경기 용인의 한 원룸을 전격 압수 수색했는데, 유씨는 압수 수색 직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 이 휴대전화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작년 9월 14일 새로 개통한 것이었다. 압수 수색 다음 날 유씨는 취재진과 만나 휴대전화를 버린 이유에 대해 “사정이 있었다”며 “(휴대전화를) 술 먹고 나와서 죽으려고 집어던진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이 뒤늦게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유씨는 새 전화로 작년 9월 24일부터 압수 수색 당일인 9월 29일까지 정 실장과 8차례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통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정 실장은 통화 사실은 인정하며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했다.
그러나 유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정 실장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정 실장이)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했다”며 사실상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의 해명과는 상반되는 내용이었다.

▲이정수 前중앙지검장
법조계에서는 작년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진행된 이후 유씨의 변호인단 선임과 관련해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유씨는 작년 10월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전 기존에 선임했던 A로펌 외에 김모 변호사도 추가로 선임했다. 김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은 이재명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이 대표를 맡았던 곳이다. 김 변호사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인 2019년부터 작년까지 경기도 자문변호사를 지내며 7495만원 상당의 수임료 등을 지급받기도 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2019년 11월 ‘경기도지사 이재명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일원으로 대법원에 이 대표 무죄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작년 변호인 선임 경위를 묻는 본지 질문에 “왜 그런 것까지 대답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대표와 가까운 변호사가 유씨 변호인으로 긴급 투입된 것을 우연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유씨가 지난 9월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추가 기소된 사건 관련 변호사 선임을 두고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B로펌 소속 전모 변호사 등은 지난 11일 선임계를 제출했다. 이후 전 변호사 등이 지난 14일과 17일, 18일 세 차례에 걸쳐 유씨에게 “아직 수사 중인 ‘대장동 사건’ 등에 대한 변호도 맡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유씨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유씨는 최근 주변에 “위례 신도시 사건 재판만 맡겼는데 왜 다른 사건 검찰 수사까지 맡겠다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위례신도시 사건’ 변호인단 소속 전 변호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법률지원단에서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9년 5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도 근무했다. 전 변호사는 2020년 21대 총선 땐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다가 낙마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18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감에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근 유동규씨) 변호인 선임 과정은 유씨를 회유하려는 과정으로 의심된다”고 한 발언의 배경에는 이런 정황들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 부원장이 구속된 이후 처음 불러 전달받은 자금을 대선 자금 용도로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8억여 원을 김 부원장에게 전했다는 유씨 등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남 변호사 측근이 유씨 측에 돈을 건넸다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차량 출입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24일 구체적 진술 나온 文정부 검찰 ‘대장동 축소 수사’ 요지경
문재인 정부 시기에 이뤄진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사건 본질인 배임 혐의와 윗선을 외면한 축소 수사였고, 그 과정에서 수사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주범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사실이면 ‘(전 정권) 검찰 수사로 이미 혐의를 벗었는데,(현 정권) 검찰이 없는 혐의를 만들어낸다’는 식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주장은 근거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 씨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9월 검찰의 압수수색 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통화했는데 ‘정진상 실장이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야기가 다 됐다’‘입원하면 체포하지 않기로 했으니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정 실장이 압수수색 전 통화에서 ‘휴대폰을 버리라’고 지시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당시 유 씨는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고, 그 다음 날 병원 응급실에 갔지만 입원은 못 했다. 검찰은 휴대전화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가 ‘던진 일이 없다’는 거짓말도 했다. 경찰이 찾아낸 휴대전화 분석 결과, 유 씨와 정 실장은 8차례나 통화했고 김 부원장과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축소 수사 정황은 수두룩하다. 당시 검찰은 수사팀 출범 16일 만에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이 중앙지검장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고교 후배이고, 수사팀은 운동권 출신 검사, 조국 법무부 장관 청문회 준비단 출신으로 문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 사위 등으로 채웠다.
유 씨는 또 이 대표와 정 실장이 대장동 사건에 깊숙이 연루돼 있음을 추정케 하는 진술들을 내놓고 있다. 김 부원장에게 대선 자금용으로 전달한 8억여 원에 대해 “이 대표가 모를 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정 실장에게 2014년 5000만 원을 건넸고, 유흥주점에서 100번 이상 접대를 했다며 장소와 시기도 특정했다고 한다. 이 검사장과 정 실장은 전면 부인하지만, 이 정도 진술이면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특히 축소 수사 의혹은 형사사법체계 근간을 훼손한 것으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엄단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24 대법원ㆍ헌재 권위, 누가 깎아먹나
876억여원이 제 주인을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고 사법기관이라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위 다툼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 7월 GS칼텍스·롯데디에프리테일(옛 AK리테일)·KSS해운에 세무당국이 부과한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같은 사안 두고 서로 다른 판단
GS칼텍스의 경우 1990년 상장하려는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옛 조세감면규제법에 근거해 자산 재평가를 하고 주식 상장을 추진했지만 2003년 상장을 포기했다. 세무 당국은 개정 이전 법령의 부칙에 따라 1990년도 이후 법인세 등을 다시 계산해 세금 707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GS칼텍스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08년 세무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헌재는 2012년 대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GS칼텍스는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서울고법은 “한정위헌 결정은 법률조항을 해석·적용한 것이지 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한 것이 아니다”며 소를 기각했다. 그러자 GS칼텍스는 대법원의 판결과 서울고법의 재심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법원의 판결 자체를 취소하는 결정을 9년 만에 내렸다.
권리구제 못 받는 상황 만들어
그렇다고 달라진 건 없다. 이들 회사는 대법원과 서울고법에 또다시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하지만 대법원이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법원 외부의 기관이 그 재판의 당부를 다시 심사할 수 없다”고 못박아버려 결론이 바뀌기 어렵다. 대법원과 헌재 간 권한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한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사달의 근원이다. 기업들은 법원이 기각하면 또다시 이 기각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장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은 “이제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에서는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한정위헌 역시 위헌결정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명시해달라는 것이다.

▲이영진 헌법재판관이 지난 13일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 위헌제청사건 공개변론을 위해 헌재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헌재 스스로 권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골프 접대 의혹에 연루된 이영진 헌법재판관이 헌재의 결정에 계속 관여하고 있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헌재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사형제, 국가보안법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한 위헌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 재판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무고하다 하더라도 결론이 나올 때까지 각종 결정에 그의 의사가 반영되는 게 합당한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
권위 다툼 앞서 내부 정화해야
대법원이라고 다를 바 없다. 지난달 26일 취임 5주년을 맞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의 날 기념사에서 사법행정에 대해 “종전의 폐쇄적이고 관료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국민과 법원 구성원의 요구가 합리적으로 반영되는 수평적이고 투명한 구조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법원 안팎의 평가는 다르다. 오히려 그가 취임하기 전보다 법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결혼해 직장까지 있는 아들 부부가 공관에서 함께 살며 ‘공관 재테크’ 의혹을 샀고, 며느리는 자신이 일하는 기업 법무팀을 공관에 불러 만찬을 했다.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는 편파 인사 탓에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공식 항의를 받기도 했다. 2020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내겠다고 하자 “(민주당이 임 부장판사를)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를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며 거부한 것과 관련해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이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임 전 부장판사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거짓말로 드러나 고발당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재판 지연이 가장 큰 문제다.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후 2년 이내에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이 민사소송은 3배, 형사소송은 2배로 늘어났다. 법원을 개혁하겠다며 법원장 후보추천제도를 도입하고, 고법 부장 승진제도를 폐지한 게 큰 이유로 해석된다. 사건처리율도 판사들의 인사고과 항목에서 제외했다. 실력이 없더라도 구성원들의 환심을 사면 법원장이 될 수 있고, 열심히 일해도 성과를 평가받을 방법이 줄다 보니 의욕이 사라졌다는 말들이 나온다. 오죽하면 1주일에 판결문을 2개만 쓰겠다는 ‘당당한’ 판사들도 생길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고 있다. 워라벨 찾기와 권위 다툼보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호하려는 진지한 모습을 김 대법원장부터 보여야 한다.
10월 26일 추미애 아들 의혹 개입’ 전현희 혐의 제대로 수사해야
감사원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사건’과 관련,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지난 2019년 12월 인사청문회에서 공론화돼 검찰 수사로 이어진 추 전 장관 아들 문제는, 당시 야당이 이해 충돌을 거듭 제기했지만 전 위원장은 “이해 충돌로 보기 어렵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실무 부서가 이해 충돌의 가능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보고를 했는데도 전 위원장이 직접 개입해 결과를 뒤집었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 결과다.
주한 미8군 소속 한국군지원단(카투사)으로 근무하던 추 전 장관 아들은 2017년 6월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로 10일간의 병가를 쓴 뒤 9일간의 2차 병가에 이어 4일의 개인 휴가 등 총 23일의 병가·휴가를 썼다. 그러나 이 과정에 휴가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직 사병의 복귀 명령을 거부했고, 이후 담당자를 건너뛰고 상급부대 장교에 의해 휴가 연장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동부지검이 수사를 맡았지만, 노골적인 늑장·축소 수사 의혹이 심각했다. 김관정 동부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는 데다, 사건 방향을 놓고 이견을 보인 부장검사와 담당 검사는 좌천돼 결국 검찰을 떠났다. 전면적인 재수사까지 필요한 사안이다.
추 장관은 관여한 바 없다고 했지만,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를 걸어 휴가 여부를 물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핵심 참고인이 “휴가 연장을 받아준 적 없다”고 진술했는데도 검찰은 결국 무혐의 처분을 했다. 전 위원장의 직권남용 여부와 그 정도를 가리려면 본안 사건 자체에 대한 진상 규명도 필요하다. 당시 권익위는 이해 충돌이 아니라고 한 것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 당직 사병의 공익제보자 보호조치도 늦게 하는 등 석연찮은 구석이 많은 만큼, 검찰은 부실 수사도 포함해 전반적 진상을 재규명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0.27 [단독]대장동 43억 용처 추적…"김만배, 로비자금 꾸러다녔다"
검찰이 김용(56·구속)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4~8월 불법 대선자금으로 받은 8억여원의 구체적인 용처를 확인하는 동시에 2014년 6월 지방선거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특히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가 당시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모씨, 토목업자 나모씨로부터 선급금 등 명목으로 43억원을 받아 일부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으로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남 변호사가 이 중 12억원을 지방선거 전 김만배씨에게 건넸고 다시 3억 6000만원이 이 대표의 재선을 돕던 유동규 전 본부장, 김용 부원장,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전달됐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또 김만배씨 등이 별도로 당시 대장동 사업 설계 및 민간사업자 공모를 앞두고 로비자금 마련을 위해 주변 사업가들에게 수천만원의 현금을 빌리는 등 뭉칫돈을 마련하려 애쓴 정황도 포착됐다.
2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남욱 변호사는 2014년 4월부터 대장동 사업자 선정을 전제로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이모씨와 토목업체 대표 나모씨로부터 선급금 명목으로 43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 가운데 남 변호사는 12억원을 김만배씨를 통해 이 대표의 재선 자금 명목으로 건넸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11월 남 변호사로부터 “김씨가 12억원 중 3억 6000만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넸으며 이 대표의 시장 재선자금으로 사용했을 것”이란 진술을 확보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유 전 본부장은 실제 그해 6·4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공사를 퇴직한 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선거운동을 도왔고 재선 이후 복귀했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씨가 최근까지 3억 6000만원의 사용처를 함구하면서 수사는 진척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지난 9월 26일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 등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남 변호사가 2013년 7월께 “위례 사업에서 100억원 정도 수익이 예상되는 빠르면 2014년 4월, 늦어도 6월에는 본부장님이 돈을 쓰실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2014년 6·4 지방선거 자금 마련을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후 추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대선 경선자금 8억여원과는 별도로 2014년 지방선거 직전 자신이 받은 3억 6000만원 가운데 1억원을 김용 부원장, 5000만원은 정진상 실장에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당시 대장동 사업자들이 마련한 로비 자금이 43억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당시 전체 자금 조성 규모와 함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자금을 조성한 남 변호사, 김만배씨와 선거자금을 사용한 유 전 본부장을 함께 불러 추가로 제공한 선거자금이나 대장동 사업 로비 자금은 없는지 캐고 있다.
검찰은 또 남 변호사 외에 김만배씨도 2014년 유력 사업가인 지인에게 “법조계와 정치권 사람들에게 인사할 돈이 필요하다”며 최소 3000만~4000만원을 현금으로 가져가는 등 로비자금 조성에 주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앞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2014년에도 김 부원장에게 1억여원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건 ‘새발의 피’다. 내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며 “돈을 요구해 가지고 실컷 받아쓸 때는 언제고 만난 적도 없다? 내가 유령을 만났나”라고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장동 일당이 2015년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2014년 지방선거 전후 당시 유 전 본부장을 포함해 당시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에게 제공한 로비 자금의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대장동 일당의 당시 로비자금의 원천을 파악하기 위해 화천대유의 자금흐름을 알고 있는 회계사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등 사용처뿐만 아니라 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를 병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10월 27일 촉법소년 ‘13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 타당하다
법무부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현행보다 한 살 낮추는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6일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의 강력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3세로 바꾸는 내용의 형법과 소년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은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에 그치게 한 현행법은 비현실적이어서 연령 하향 조정이 타당하다.
소년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촉법소년 사건 접수는 2017년 7897건에서 지난해 1만2502건으로 늘었다. 그중에서 강력범죄도 2005년 2.3%에서 2020년 4.86%로 급증했다. 살인·성폭력 등 흉악 범죄도 매년 400건 안팎으로 발생한다. 지난해 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4142명 중에서 만 13세가 72.3%(2995명)다. 촉법소년임을 과시하며 파출소를 찾아가 난동을 부리거나 편의점 점주를 폭행한 예도 있다.
법무부는 13세 범죄의 경우 취학·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전과 조회가 되지 않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개정 입법 후에도 형사처벌 대상은 계획적 살인범이나 반복적 흉악범 등에 한정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부정적 낙인 효과를 확대해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방지에 도움이 안 된다”며 반대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인식일 수밖에 없다. 신체와 정신의 성숙이 빨라진 만큼, 형사처벌을 의식할 수 있는 연령도 낮아졌다는 건 상식이다.
문화일보 사설
10.28 KBS에 가짜 정보 줘 ‘한동훈 오보’ 만든 친문 검사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15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2.1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020년 7월 KBS가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장관)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씨 관련 의혹 제기를 공모하는 대화가 있다’는 오보(誤報)를 냈다가 정정하고 사과한 일이 있었다. 이 오보 경위가 밝혀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신성식 3차장이 KBS 측에 거짓 정보를 흘린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는 것이다. 신씨는 계속 부인하다 최근 검찰이 KBS 기자의 휴대전화 등에서 확보한 증거를 제시하자 2년 만에 혐의를 시인했다고 한다. 검사라고 하기조차 민망하다.
이 사건은 MBC가 먼저 보도한 이른바 ‘채널A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 손잡고 금융 사기로 기소된 사람에게 ‘유시민씨 비위를 진술하라’고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여권과 친여 언론단체는 이를 ‘검언 유착’으로 몰았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했고 문재인 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사를 맡겼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애초부터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 한 검사장은 기소도 못했고, 채널A 기자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정권과 검찰, 정권 방송이 당시 윤석열 총장과 한 검사장을 공격하기 위해 사실상 사건을 조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검찰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졌다. KBS 오보 한 달 뒤 신성식 3차장이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초고속 승진됐다. 신씨는 고발됐지만 서울남부지검의 친정권 검사들은 2년여 동안 사실상 사건을 뭉갰다. 이제야 사건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당시 한 검사장을 무혐의라고 했던 검사는 좌천당하고 한 검사장을 수사 과정에서 폭행한 검사는 독직폭행으로 기소됐는데도 승진했다. 문 정권 시절 검찰에서 일어난 이 무도한 행태들의 전모가 밝혀져야 하고 책임자 모두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0.28 상식에서 바라보면 진실은 복잡하지 않다
결혼해 자녀 둘 둔 47세 대한민국 공무원이
설령 빚이 좀 있다 해도 스스로 월북하겠나
외국에 함께 나가 골프까지 같이한 사람을
“모른다” 하는 게 과연 상식에 맞는 말인가
시민 법정에서 보면 진실의 풍경이 보인다
일하러 간 40대 가장이 바다 위에서 실종되었다. 북한군이 사살해 시신을 소각했다는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다. 더 기막힌 건 정부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것이다. 가족은 졸지에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월북자 가족으로 낙인찍혔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흔적을 찾기 위해 2020년 9월 27일 서해 연평도 수역을 수색하는 모습. /인천해양경찰서
2년 전 공무원 이대준씨 서해 피살 사건은 정권이 바뀐 후 해경과 국방부가 월북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새로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근 관련 공직자들이 구속되면서 이제야 진실을 향해 힘겹게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정치인들이 침을 튀기며 제 쪽 논리를 보강하는 온갖 궤변을 남발하는 사이, 가족들 심정은 갈가리 찢겨나갔을 것이다. 그 사이 검찰과 변호인을 비롯한 사법 시스템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진실의 수레바퀴를 돌렸고, 무엇보다 정권이 교체되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렇게 역사와 정치와 사법 시스템이 총동원되었다.
그러나 만약 이 사건이 기원전 고대 서양의 시민 법정에 갔다면 아주 간단히 끝났을 것이다. 아고라에 모인 사람들이 “월북? 웃기지 마쇼” 하고 일축했을 테니까. 보통 사람의 상식에 호소하는 시민 법정에서는 대개 두 가지가 설득에 주효했는데, 그중 첫째는 ‘사실임 직함’쯤으로 번역되는 그리스어 ‘에이코스(eikos)’다. 로마시대 쿠인틸리아누스가 든 예를 보자면, 가령 ‘오늘 건강하게 살아있는 사람은 내일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식의 지극히 평범한 상식 세계를 뜻한다. 이대준씨는 결혼해서 자녀 둘을 둔 47세의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아이들 키우느라 바빠서 이혼도 못 한다는 40대다. 직업이 안정되고 거주가 분명하며 가정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월북 같은 일을 감행하지 않는다. 북한이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도 아니고, 매력적 도피처는 더더욱 아니다. 궁색한 당시 정부는 그가 도박으로 돈을 탕진했다는 이유를 찾아냈으나, 그게 사실이라도 월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대준씨 형은 “그러면 서민 50~60%는 모두 월북해야 하겠네요”라고 반박했다. 그게 상식이다.

▲/일러스트=이철원
그럼 정부는 왜 비상식적 내용을 발표했을까. 여기에 적용되는 둘째 설득 기제가 ‘윤리에 의한 설득’쯤으로 번역되는 ‘에토스(ethos)’다. 정부 발표가 신뢰, 존경, 전문성, 윤리 같은 덕목을 지녔느냐가 설득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북한에 나라도 떼어줄 듯 수상한 행보를 보인 문재인 정부의 발표는 신뢰하기 어렵다. 북한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 김여정 부부장에게 ‘특등 머저리’ 소리를 들으면서도 북한과 대화하는 데 목매고, 국민적 합의도, 국제적 울림도 없는 종전 선언을 유엔 회의장에서 읽어 내린 사람들 아닌가. 탈북 어민들을 강제 북송했고, 육군사관학교 교과에서 ‘6·25전쟁사’를 뺐다. 요컨대, 그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시민을 ‘월북자’로 몰고도 남을 사람들이다. 사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상식 세계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실은 정치적 이해가 엇갈린 정당 구조와 복잡한 사법 시스템이 가로막아 지연되었을 뿐, 시 민법정에서 바라본 진실의 풍경은 별로 복잡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기간 유난히 가슴을 울린 영상은 고인이 된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전 처장이 가족에게 보낸 휴대폰 동영상이었다. 달뜬 얼굴로 “오늘 시장님하고 본부장하고 골프도 쳤다. 오늘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어”라고 한 그를 “모른다”고 부인한 이재명 대표의 말은 믿기 어렵다. 물론 너무 하찮은 인간이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강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상식적이지 않다. 보통 사람이라면, 더욱이 정치인이라면, 외국에도 함께 가고 가깝게 어울린 사람은 기억하는 게 상식이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왼쪽 두 번째부터)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당사자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불법 선거 자금이라면 사탕 하나도 받은 적이 없고,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는 이 대표의 말도 너무 과장되어서 이상하다. 불법이지만 모르고 받은 사탕 하나쯤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게 상식적이다. 그렇게 금전에 대해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식 투자는 근처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가 대선 패배 직후 방산주를 사들였다가 최근 문제가 되자 사과 한마디 없이 처분하지 않았던가. 또 그의 아내는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인정해 스스로 사과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1원도 본 적이 없다? 그런 청렴 이미지는 이재명 대표와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대선 내내 뜨거웠던 대장동 개발 이슈도 마찬가지다. 인·허가가 관건인 사업에서 개인 사업자만 이득을 얻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적인 반대급부가 존재했다고 믿는 것이 상식적이다. 또한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듯이, 생겨난 돈도 그냥 증발하지 않는다. 허허벌판이던 땅이 금싸라기 땅으로 둔갑해 막대한 이윤을 만들어냈고, 그 돈은 기획자와 개발자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나눠 썼거나 가져간 게 분명하다. 상식적으로, 그 많은 돈을 태워버리지는 않았을 테니까.
진실이란 늘 두렵고, 어렵고, 복잡하다. 그러나 상식의 맑은 눈으로 보면 의외로 간단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 또한 진실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했듯 대중의 상식은 진실 그 자체보다 힘이 셀 때가 종종 있다. 과학 수사도 없던 시절, 오로지 대중의 건전한 상식에 기대 숱한 사건의 진실을 가려낸 기원전 시민 법정이 오늘날 법정의 배심원제로 이어져 정의 구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10-28 본질은 ‘문재인’이다
이재명 의혹들 중대하지만 국민적 요구인
‘文 정권 적폐 청산’의 본질은 아냐
司正기관만 의존 말고 국회 청문회 통해
5년간 의혹들 진실 규명하고 기록 남겨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온갖 의혹들이 진실의 문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 문제는 본질은 아니다. 혐의나 의혹이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대선에서 과반수 국민이 염원했던 진정한 의미의 적폐 청산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뜻이다.
거물급 정치인의 위법 여부에 대한 진실 규명 차원으로서 중대한 사안이지만, 문재인 정권 5년간의 국익 훼손 의혹들과 비교하면 잡범과 조직범죄 집단의 혐의처럼 레벨이 다르다.
이 대표 문제는 사법의 영역에 맡겨 놓으면 된다. 수사기관은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며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고, 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하면 된다.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 대표 문제를 마무리한 뒤 문 정권 청산으로 들어간다는 발상을 한다면 무책임한 업무방기다. 두 사안은 순차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동종 카테고리가 아니며, 시간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원전 강제폐쇄 등 문 정권 기간에 이미 불거진 의혹들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상태인데 정권교체 후 속속 새로운 의혹들이 추가되고 있다. 불과 5년간 이렇게 많은 해괴한 일들을 자행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대선 민의는 국가정상화였고, 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 문 정권의 불의와 불법에 대한 진실 규명과 청산이다.
여기서 말하는 청산은 문 정권이 자행한 것 같은 캐비닛 털이식 형사처벌·망신주기가 아니다.
온갖 패악과 국익 훼손이 어떤 경위로 벌어졌으며, 시스템상의 어떤 결함으로 인해 제어되지 못했는지 진실을 밝히고 국가 문서에 기록해 기억하는 의미의 청산이다. 이탈된 국가궤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진실규명이 목적인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정책 같은 실정(失政)은 현실경제에 대한 무지, 이념적 경직성 때문에 빚어진 무능의 소치라 치자. 하지만 분명한 의지와 방향성을 갖고 추진했던 일들에 대해선 의도와 경위, 책임소재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삼불일한(三不一限)은 청와대와 외교부, 누가 어떻게 논의해서 어떻게 결정했는지, 그 과정에서 국가주권의 자진 반납성 훼손이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는 없었는지, 중국에 약속한 것은 무엇이고, 누가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약속해 준 것인지… 낱낱이 밝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정상적인 국회라면 이미 국정조사가 이뤄졌어야 한다. 미국 같았으면 상원에서 몇 달째 매일 청문회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준 USB의 내용은 무엇인지, “북한의 NLL 인정” 발언의 진위는 무엇인지,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한 근거도 다 밝혀내야 한다.
육사 교과과정 필수과목에서 6·25전쟁사가 제외된 것도 다 맥이 닿아 있다. 이처럼 정권의 두뇌에 특정한 칩이 심어지면서 나라의 모세혈관까지 변질된 사안들이 숱하다. 칩의 실체와 작동기제를 규명해야 한다.
태양광 비리, 서해 월북몰이, 원전 폐쇄, 울산시장 선거 개입처럼 사법적 판단을 물을 수밖에 없는 사안 이외의 숱한 의혹들마저 다 사정기관의 영역에 맡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문 정권 청문회’다. 국회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고 문 전 대통령은 국회에 나와서 설명하는 게 당당하다.
정치보복은 반복되면 안 되지만 5년 위임을 받은 정권이 나라의 정통성과 기틀을 허물고 사회 곳곳을 자기들 집단의 이권 네트워크로 변질시키려 했는데도 묵과해주는 전례도 만들면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와 공정이라는 나라의 기둥은 일개 정권이 마음대로 흔들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부 보수 시민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해준 인사권자에 대한 인간적 부채감에 영향 받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취약한 정치적 자본 때문에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면서 경제난, 협치 등의 핑계를 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협치를 위해 문 정권 청산을 안 한다 해서 좌파진영이 호응할까? 좌파진영의 사상적 맹주로 불리는 백낙청은 11일 오마이뉴스TV 인터뷰에서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니까 일단은 성공하도록 도와줘야 된다’는 얘기는 촛불혁명 이전의 발상”이라고 했다.
상대 정권의 지지율이 낮다 해도 보수진영은 강제 퇴진 같은 발상은 하지 않는다. 좌우를 막론하고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도 한국의 좌파집단처럼 촛불만능 발상을 하는 집단은 없다.
선악 세계관이 뇌에 박힌 상태에서, 민중이 원하면 헌법이 정한 임기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편리한 논리까지 장착한 그들은 선전선동과 군중 동원의 강도를 계속 높여가며 정권을 마비시키려 할 것이다.
시대의 과제를 회피하는 정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연금 노동 교육 공공부문 개혁과 더불어 문 정권 청산은 윤석열 정권 탄생의 근본 이유이며 소명이다. 원칙과 시대정신은 엿 바꾸듯 내줄 수 없다.
문 정권 5년간의 진실을 밝혀 책임을 묻고 공식 기록으로 남겨두지 못하면 언젠가 정권이 교체됐을 때 역사는 또다시 왜곡되고 반복될 것이며, 소득주도성장 삼불일한 대북저자세 탈원전 등등 문 정권의 온갖 ‘적폐’들이 치적으로 포장돼 부활하려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10.29 우리 2~3배 내는 日·佛도 연금 개혁, 미적대며 後代에 죄지을 건가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지난 7월 특위 구성에 합의한 지 석 달 만에 늑장 출범했지만 다음 회의 일정 등 앞으로 논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초당적 논의와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하며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선진국들은 추가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영업자와 전직 회사원의 국민연금(우리의 기초연금과 유사) 보험료 납부 기간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을 합친 보험료가 우리의 2배인 소득의 18.3%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납부 기간을 5년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도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현행 62세에서 65세가 되도록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연금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28%로 우리의 3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오래 살기 때문에 일도 오래 할 수밖에 없다”며 연금개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우리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1998년 9%로 올린 이후 24년째 그대로다. 24년 전에 비해 출산율은 거의 반 토막이 났고 65세 이상 인구는 300만명에서 900만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손대지 않은 것이다. 반면 연금 보험료율이 우리의 2~3배인 나라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보험료 내는 기간을 늘리거나 연금을 받는 연령을 늦추는 개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쟁에만 몰두하며 나라 미래를 위한 일은 외면하는 우리 정치의 수준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그동안 적지 않은 논의의 결과로 연금개혁의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OECD도 지난달 한국 보고서에서 “한국이 목표 소득대체율 4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현행보다 기여율을 배 이상 높여야 한다”고 했다. 연금 개혁은 늦추면 늦출수록 개혁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자칫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야가 하는 시늉만 하고 계속 미적댄다면 다음 세대에 재앙을 떠넘기는 죄를 짓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