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탈주민(탈북민) 이야기17/ 2022.02 철책 越北 탈북민 그는 왜 다시 돌아갔나 - 09.22 대북전단 살포 갈등, 해결책 없나
북한 이탈주민(탈북민) 이야기17/ 2022
철책 越北 탈북민 그는 왜 다시 돌아갔나
남한에서 일해 모은 2000만원이 든 통장은 그대로 두고 갔다
⊙ “기자회견이라도 하고 가야 (北 가서) 살 수 있다”고 말해
⊙ 추적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버리고 떠나
⊙ 김씨 고용했던 리모델링 업체 대표 잠적
⊙ 北 보위부 선전에 넘어가 월북했을 가능성
⊙ 문재인 정부 탈북민 방치… 청와대 눈치 보기 바쁜 경찰
⊙ 코로나19 상황에 北으로 돌아간 김씨 무사할 수 있을까

▲2022년 1월 5일 국방부가 공개한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찍힌 김모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지난 1월 1일 강원도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통해 민간인이 월북(越北)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92년생 탈북민 김모(30)씨다. 김씨는 2020년 11월 초 같은 곳을 통해 한국으로 넘어온 인물이다. 김씨는 귀순 당시 3m 높이의 철책을 점프로 넘어 일명 ‘점프 귀순’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김씨가 11개월 만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탈북민이 사실상 남북을 ‘제집 드나들 듯’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귀순 이후 그는 합동신문센터(합신) 조사에서 ‘기계체조’ 경력이 있다고 진술했으며, 당시 당국은 김씨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 측 요원을 동원해 두 차례 시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체중 50여 kg에 신장이 작은 편으로, 왜소한 체구여서 높이 3m가량인 철책을 비교적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여러 전문가는 이번 사건을 보며 영화 〈풍산개〉를 연상케 한다고 입을 모았다. 〈풍산개〉는 김씨처럼 무장한 남북 군인들이 지키는 비무장지대를 혈혈단신으로 오가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경찰, 김씨가 버리고 간 휴대전화 수색… 월북 동기 나올까?

▲김씨의 월북 당시 이동 경로다. 사진=조선DB
김씨의 월북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 부적응, 고향에 대한 향수병, 간첩 활동 달성 등이 주를 이루는데, 이 중 한국 사회 부적응 때문이라는 가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유는 김씨와 알고 지낸 사람들의 여러 증언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가 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는지 명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다. 경찰이 김씨의 월북 동기를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 수사에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주거지 인근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김씨는 월북 전 자신이 쓰던 물건을 모두 버리고 갔다고 한다. 특히 김씨는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어딘가에 버리고 길을 나섰다.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를 추적 중이지만 기사를 쓰는 현재(1월 10일)까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 A씨는 “김씨의 월북 경위에 대해 추적 중이다. 하지만 김씨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터라 어려움이 많다”면서 “김씨가 휴대전화를 버리고 간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경로를 통해 김씨의 휴대전화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월북 전 통화 여부, 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 등, 휴대전화 기록으로 김씨의 월북 동기를 파악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월북한 탈북민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제3국을 통해 돌아갔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모두 소지하고 있었다”며 “이번 경우 철책을 넘어 간 거라 굳이 휴대전화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 일하던 업체 대표 전화번호·집 주소 바꾸고 사라져
김씨는 2021년 3월 말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를 퇴소했다. 이후 김씨는 2개월 정도 일자리를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김씨는 지인의 소개로 고양시에 있는 한 인테리어 업체에 취직했다.
국방부는 김씨가 청소용역업체 청소부로 일했다고 발표했지만 취재를 종합해 보면 김씨는 리모델링 업체에서 건물 내부 철거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곳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했다.
김씨와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씨는 “김씨가 하나원을 나오면서 친구 소개로 만나게 됐다. 처음 봤을 때 날카롭게 생겨서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면서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다. 지난해 9월쯤 연락을 했었다. 그때 모 리모델링 업체에서 일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해당 업체 대표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청소용역업체가 아니라 리모델링 업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김씨가 리모델링 업체에서 일한 것은 맞다. 그는 주로 건물 내부 철거 일을 했다”며 “그러다 보니 국방부에서 청소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 사람들과도 소통이 거의 없었고, 국가에서 배정한 노원구 집에서도 살지 않았다. 김씨는 주로 해당 업체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먹고 자고 생활했다. 해당 업체 대표에 따르면 김씨는 쉬는 날에도 숙소를 잘 나가지 않고 누워서 TV만 시청했었다.
특히 김씨는 그동안 해당 업체에서 일하고 받은 월급을 그대로 두고 갔다. 경찰은 김씨의 월북 동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금융정보를 확인한 결과 김씨 이름으로 된 통장에 2000만원가량의 돈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김씨가 본격적으로 일을 한 시간은 6개월 정도이다. 그동안 2000만원이라는 돈을 모았다는 것은 월급을 받아 거의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 업체 대표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기자는 해당 업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취재 결과 해당 업체 대표는 휴대전화 번호와 집 주소도 바꾸고 현재 잠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업체 대표는 자신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다 아는 김씨가 북한에 개인정보를 넘길 경우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 잠적했다고 한다.
‘철책 월북’ 김씨 그는 누구인가?
김씨는 2020년 11월 초 육군 22사단 경계 지역의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철책을 맨몸으로 뛰어넘어 귀순했다. 철책을 뛰어넘은 뒤 바로 귀순하지 않고 민통선 내에 숨어 있다 14시간30분 만에 발견되고 나서 귀순했다.
그는 관계 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같은 달 하나원에 입소했다. 김씨는 다른 탈북민 3명과 함께 하나원에 입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탈북민 국내 입국 숫자가 줄어들어 매우 적은 수의 탈북민이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당시 3명의 탈북민과 김씨까지 모두 4명이 교육을 받았다.
김씨가 관계 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을 보면 2020년 10월 말 황해북도 사리원에서 택시를 타고 강원도 고성까지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고성군에 도착한 김씨는 비무장지대(DMZ)까지 걸어가 철책을 넘어 귀순했다고 진술했다.
또 김씨는 당시 귀순 동기에 대해 “계부의 상습적인 폭행 탓에 크게 싸우고 우발적으로 귀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씨는 북한에서 기계체조 선수였다. 김씨는 운동 중 머리를 심하게 다쳐 기계체조를 그만뒀다고도 말했다.
최근 《월간조선》은 김씨의 사진을 단독으로 입수해 인터넷 일간 매체인 〈월간조선 뉴스룸〉을 통해 보도한 바 있다. 사진에서 김씨는 키는 작아 보였지만 다부진 체격이었다.
김씨와 하나원에 함께 있었던 B씨는 이렇게 말했다.
“운동을 하다 머리를 다쳐서 그런지 종종 이상한 행동과 말을 했다. 그리고 우리하고도 잘 어울리지 못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할지 걱정이었다. 하나원에서도 자꾸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때마다 우리가 힘들게 와서 왜 다시 돌아가느냐고 말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한편 김씨가 관계 기관에서 한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탈북민도 있다.
사리원 출신의 한 탈북민은 “택시를 타고 강원도까지 갈 수는 있지만, 택시비는 기사가 부르는 게 값이다”며 “못해도 최소 300달러는 될 것이다. 그 돈으로 쌀을 사면 400kg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부와 싸우고 갑자기 집을 나온 김씨에게 그렇게 큰돈이 어디서 생겼는지 의문이다”며 “300달러는 북한에서 아주 큰돈이다”고 덧붙였다.
경찰 탈북민 신변관리 구멍… 김씨 관련 보고 올라갔지만, 경찰청 무시
김씨는 월북 전 다양한 이상행동을 보였다. 먼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탈북에 대한 후회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고향이 그립다”거나 “괜히 탈북을 했다”는 등의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으로 돌아가기 전 기자회견이라도 해야 가서 살 수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김씨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사무처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무산되자 김씨는 국회 정문에서 ‘북한으로 보내달라’며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국회 사무처에 기자회견 관련 문의를 하기 전 통일부 산하 북부하나센터 직원에게 이와 관련해 여러 질문을 하기도 했다. 김씨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하나센터 직원은 곧바로 김씨의 신변보호관에게 연락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평소에 연락이 없던 김씨가 하나센터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과 어떻게 하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며 “하나센터 직원은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지만, 이후 이상한 질문들이 이어지자 곧바로 신변보호관에게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의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런 정황에 대해 서울경찰청을 통해 경찰청에 지난해 6월 두 차례 보고했지만, 경찰청은 이를 무시했다. 앞서 2020년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경찰청은 당시에도 해당 보고를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입국한 뒤 2020년 7월 인천 강화군 북동쪽 해안가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또 다른 김모씨 경우와 비슷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 관계자 B씨는 “당시에도 신변보호 담당 형사가 본청에 몇 차례 관련 징후에 대해 보고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이 월북 등을 감행할 때는 사전 징후들이 있는데 현장 보고에 대해 ‘예의주시’ ‘추가보고’ 등 경찰청의 추가 지시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국을 떠나려는 탈북민에게는 임대주택 보증금을 찾고 은행 대출을 받거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공통 징후들이 있다. 그러나 김씨의 경우 이런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청와대 눈치만 봐”
경찰이 탈북민 관리를 소홀히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정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거의 중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경찰은 그동안 해오던 보안수사에 대해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탈북민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경찰이 월북 징후가 있음에도 움직이지 않은 것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탈북민에 대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9년 7월 서울 관악구에서 탈북 여성 한모씨와 그의 아들 김모 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의 통장 잔고는 0원이었고, 집에 있던 음식은 고춧가루 몇 그램이 전부였다. 사망한 지 몇 달 지나 발견돼 국립과학수사원은 ‘사인(死因) 미상(未詳)’이라 했지만, 모든 정황은 ‘아사(餓死)’로 추정됐다. 논란이 커지자 통일부는 국내 탈북민 생활을 전수조사해 취약계층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시스템을 보완해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했다.
같은 해 11월 2일 동해상에서 나포되어 귀순 의사를 밝힌 어부 2명을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동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돼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강제 북송이 범죄인 인도 절차에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법률과 국제조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금, ‘사인 미상’으로 숨진 탈북민은 오히려 늘어났다. 2020년부터 2021년 7월까지 국내에서 사망한 탈북민 154명 중 사인 미상 처리된 경우는 90명(58%)이다. 2019년엔 10명이었다. 탈북을 시도했다가 강제 송환되는 사례마저 있었다.
이번 월북 사건도 마찬가지다. 만약 노원경찰서에서 올린 보고를 경찰청이 무시하지 않았다면 김씨의 월북은 무산됐을 것이다. 물론 가고자 하면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가 월북할 것이라는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 A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 보안수사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보안 관련 수상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 계획서를 경찰청에 올려도 검토를 구실로 들어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탈북민 보호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경찰청)에서는 오직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했던 한 탈북민은 “당시에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탈북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줄 알고 지지했다”면서 “지금 나의 손목을 자르고 싶은 심정”이라고 후회했다.
北으로 돌아간 김씨 어떻게 될까?
코로나19가 민감한 시기 월북한 김씨는 어떻게 될까.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밤 10시40분 김씨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북쪽에서 김씨를 포함한 인원 4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 인원 3명) 접근 성격이나 분위기에 대해선 열점(熱點)으로 포착된 것이라 구체적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김씨가 ‘간첩 활동’을 하고 돌아갔고, 안내원 성격의 북한군 3명이 나와 그를 맞이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김씨가 ‘간첩 활동’을 하고 월북했을 경우 그는 무사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처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앞서 코로나19로 인해 월북한 이들을 무참히 처형한 사례들이 있다. 2020년 7월 강화도 교동도 지역으로 월북한 20대 탈북민 김씨의 경우다. 당시 김씨는 강화도를 통해 북한 개성으로 넘어갔다. 북한은 이 탈북민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의심된다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월북한 김씨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구실로 비밀리에 처형됐다고 한다.
같은 해 9월 서해 공무원 사건도 있다. 물론 해당 공무원은 월북인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19에 따른 ‘국가비상방역’을 이유로 즉각 사살·소각했다. 북한은 그때 코로나19 확산 방지 명목으로 국경 무단 접근 시 ‘무조건 사살’ 명령을 발효하고 있었다.
이런 사례를 놓고 봤을 때 지난 1월 월북한 김씨도 어느 때가 되면 비밀리에 처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여러 탈북민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은 무조건 김씨를 처형할 것이다. 평시에도 탈북민 월북자들을 이용하다 비밀리에 처형한다”면서 “지금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기에 넘어갔으니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04.23 “北 독재에 맞선 할아버지 뜻, 한국서 이룰게요”
탈북민 임철씨, 변호사시험 합격
조부는 김일성에 반대한 법조인

“김일성 독재에 반대를 외쳤던 할아버지의 사명감을 생각하면서 힘든 수험 생활을 버텼습니다”
북한에서 반(反)체제 인사로 찍혀 탄압받던 법조인의 손자가 우리나라 법조인이 됐다. 탈북해 우리나라에 온 지 올해로 24년이 된 임철(34)씨다. 임씨는 20일 법무부가 발표한 제1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씨의 할아버지는 1960년대 법조계 고위직에 있다가, 김일성 체제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온 가족이 정치범 수용소가 있는 함경북도 아오지로 추방됐다. 임씨는 이곳에서 태어났다. 박해를 받던 임씨의 가족은 1997~1998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넘어왔다.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거친 임씨는 2006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고, 2014년엔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임씨는 5수 끝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임씨는 “어린 시절 받았던 북한에서의 체제 교육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었다”며 “한국에서 공부도 많이 했고 한국 사회나 문화를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법률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해보니 법치주의를 기초로 한 우리 사회의 법 체계를 받아들이는 게 어려워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임씨는 네 차례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다 마지막 기회인 올해 합격했다.
힘든 수험 생활에서 가장 큰 버팀목이 됐던 건 가족들이었다. 계속된 시험 탈락으로 힘들어할 때 임씨의 할머니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주며 임씨를 격려했다고 한다. 임씨는 “할아버지는 예전에 그 냉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김일성 독재에 대해 늘 개탄하셨다고 한다”라며 “할머니가 ‘너도 그런 피가 흐르기 때문에, 꼭 법조인으로서 북한과 탈북자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고 했다. 임씨의 여동생은 결혼 날짜까지 미루면서 임씨를 지원했다. 임씨는 “법조인·기업가 멘토들과 시민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도 물심양면으로 큰 지원을 해줘서 힘이 됐다”고 했다.
임씨는 “앞으로 북한 인권과 탈북자 사회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집권과 코로나 유행이 겹쳐 많은 탈북자가 중국·러시아 등 제3국에서 억류된 채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한국에서 이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 류재민 기자
06.22 선원들 판문점서 털썩... 3년전 ‘귀순어민 강제북송 논란’도 재조사
尹 “많은 국민 문제제기”… ‘대응 적절했나’ 따질 듯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019년 ‘귀순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21일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아직 검토 중인데, 원래 옛날부터 좀 국민이 문제를 많이 제기하지 않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2년 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전임 정부의 수사 결과가 최근 뒤집힌 가운데, 강제 북송 논란이 불거졌던 귀순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서도 전면 재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됐다.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군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를 놓고 정치적 논란과 함께 전·현 정권 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예인하고 있는 있다. 이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11월 7일 북한으로 추방됐다.2019.11.8 /통일부
2019년 11월 발생한 귀순 어민 북송 사건은 북한 어민 2명이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우리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동료 16명 살해 혐의가 있다는 근거를 들어 귀순 5일 만에 강제 북송했다. 이 사건은 우리 정부가 북한 주민을 강제 북송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탈북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대북 소식통은 “이 소문이 북에 전해지면서 한국으로 가면 죽는다는 인식이 주민 사이에 퍼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흉악범이라도 귀순한 북한 주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는 것이다. 조사와 처벌도 우리 정부가 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당시 문 정부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추방했다. 타고 온 배에 남았을 살해 흔적 등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문 정부는 북송 근거로 살인 등 중죄를 저지른 탈북자는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들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탈북자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지 북송 근거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북한 어민 2명 나포 이틀 만에 북한의 요청이 없던 상황에서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추방 의사를 타진했고, 북한은 다음 날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이들의 눈에 안대를 씌우고 포승에 묶은 채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비로소 안대가 풀려 북한행을 깨달은 탈북 선원들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국 의회의 ‘북한 문제 공동위원회’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앨턴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베를린장벽 너머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은 사실상의 사형선고”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어민의 탈북 및 북송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민의 발언 내용을 번복하기도 했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어민 2명을 북송한 다음 날 국회에서 “(북 어민들이)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이들의) 귀순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더라도” 진술은 우리 측 신문이 아니라 그 이전 행적 조사에서 자기들끼리 나눈 말을 전해 들은 것이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같은 날 정부는 동해로 넘어온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하겠다고 북에 서면으로 통보했다. ‘남북 쇼’를 위해 서둘러 강제 북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조사했을 때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말이 나온다. 해양경찰청은 당시 7일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단정적 결론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 해경이 ‘자진 월북’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한 상당수는 과장되거나 비약이 있었던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다. 이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귀순 어민 북송 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위장 귀순 주장의 근거도 없을뿐더러 살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 역시 없었다. 진실 규명을 위해 전면적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주형식 기자
06월 22일 탈북 어민 기본권 유린한 文의 청와대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2019년 11월 7일 포승줄에 묶이고 안대를 한 두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의 대(對)테러 특수부대가 판문점까지 압송했다. 군사분계선 앞에서 안대를 벗기자 이들 눈에 북한군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제야 강제 북송된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 두 탈북민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탈북민을 강제로 송환한 최초의 사건이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강제로 송환된 두 탈북민은 분명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국적법이 혈통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치권이 미치지 못하지만, 법적으로는 북한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법이 적용되는 지역이고 대한민국 국민이 사는 곳이다.
해방과 함께 분단이 찾아오고 초기에는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의 그것보다 우월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그 수준이 역전됐다. 북한은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심각한 독재체제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의 형사법 체계가 추구하는 중요한 목표는 지금도 ‘반혁명 적대분자들의 준동을 제때 적발하여 철저히 진압’하는 데 있다. 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지 7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체제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에 의한 사회전복 위험을 걱정한다. 북한의 독재체제는 아마도 영원히 정착될 수 없을 것이다. 70년이 지나도 완수되지 못한 혁명이 어느 세월에 완성되겠는가.
직전 문재인 정권은 이렇게 절망적인 북한 정권이 유지되게 하려고 꽤 애를 썼던 것으로 보인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도 그렇게밖에 이해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이들을 비밀리에 북으로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유엔사 소속 장교가 청와대에 보고하는 문자 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돼 언론에 보도되면서 산통이 깨졌다. 정부도 강제 북송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두 탈북 선원은 동료 16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확정된 사실관계가 아니다. 더구나 그 2인은 외국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도 이들의 기본권은 국가기관에 의해 철저히 유린됐다. 이들이 체포됐을 당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이 고지됐는지도 의문이다.
이들 두 어민이 16명의 선원을 살해했다면 대한민국 법원에 의해서 재판을 받더라도 사형을 선고받았을 수 있다. 이 사건보다 20여 년 전에 있었던 페스카마호 사건에서 17명의 선원을 살해한 중국 국적 선원들에게 사형이 선고된 적도 있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살인 동기가 똑같다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에 속한다. 탈북 어민들을 강제로 북송하면 잔인하게 고문당하고 처형될 것임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는 것은 자국민의 생명 보호보다 북한 정권 보호가 우선이라는 전도된 생각이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탈북민 두 사람을 두고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했던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의 무지몽매함과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두고 자진 월북한 사람이니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외쳤던 당시 청와대의 잔인무도함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진다.
문화일보
06.23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4가지 의혹
탈북 청년 어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北送)한 사건은 전 정권의 ‘조작 완결판’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해수부 공무원을 북한군이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만행을 조작·은폐한 일만큼이나 심각한 사건이다.
강제 북송은 정권 차원에서 조작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적 행위’에 가깝다.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은 그나마 가족의 노력 끝에 진실이 밝혀지는 중이지만, 안대를 쓰고 포승에 묶인 채 판문점에서 북으로 넘겨진 탈북 청년 두 명은 누가 그 억울함을 풀어주나. 다행히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재조사를 시사했다.
진실 규명을 위해 다음 같은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첫째, 2019년 10월 31일 남하하던 탈북 어선은 이미 한국 해군이 감지하고 있었다. 이 배는 한국 해군이 북(北)으로 쫓아냈다가 다시 남하해 귀순하게 됐다. 이때 북한과 사전 교감했다는 의혹이 있다. 북한 당국이 강제 송환을 처음부터 요구한 정황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탈북 청년 2명이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했지만, 본인 의사는 확인된 적이 없다.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입을 틀어막고 북한에 보낼 준비를 한 것이다.
셋째, 두 청년이 손바닥만 한 어선에서 16명을 살해했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된 조사도 재판도 증인도 없이 두 청년을 살인자로 조작한 것이다. 집단 살인을 했다면 그 증거물인 선박을 왜 전면 소독했나. 강제 북송한 이유가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증거물은 왜 없앴나.
넷째, 국민 몰래 강제 북송을 자행한 사실이다. 당시 JSA 대대장(중령)이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직보한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누구도 알 수 없이 묻혔을 것이다.
목숨 걸고 찾아온 대한민국에서 두 청년을 강제 북송한 사건은 3만 탈북자의 피눈물이 됐다. 마지막 희망으로 여겼던 대한민국 정부가 자행한 끔찍한 범죄 행위에 2000만 북한 동포도 할 말을 잃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전 정권이 계속 은폐해 그저 작은 사건으로 치부됐지만 사실 북한 정권으로서는 매우 큰 문제였고 엄청난 사건이었다. 김정은 정권은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 사생결단 북(北)·중(中) 국경을 봉쇄했다. 탈출로가 막힌 북 주민들은 해상 탈북을 대안으로 생각하게 됐다. 거의 망한 수준인 북한 해군은 연료난까지 겹쳐 크고 작은 어선 수만 척을 감독·통제하기가 불가능해졌다. 2017년 원산항에서 과학자 5명이 집단 해상 탈북에 성공하자 북한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크고 작은 해상 탈북 사건이 터지자 북한 보위부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상 탈북에 성공한 청년 두 명이 판문점으로 잡혀 올라가자 이후 해상 탈북 시도는 중단됐다. 해상 탈북자 대부분은 공해상에서 한국 해군 만나기가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강제로 북쪽으로 밀어내거나 탈북 어민 청년 사례에서 보듯 강제 북송을 당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다. 탈북 어민 북송은 단순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김정은 정권 체제 붕괴를 막아주기 위해 대한민국의 전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있다.
탈북 청년 어민 강제 북송은 북한 동포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한 대한민국 헌법과, 고문·처형이 있는 곳에 강제 송환하는 일을 금지한 유엔 난민 협약을 위반했다. 정권 차원에서 저지른 조작은 국가 존망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강제 북송 사건의 모든 진실은 국민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밝혀야 하고, 가장 엄중한 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선일보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06.23 실향민 송해의 대한민국
송해처럼 남쪽의 삶 택한 이들
‘고향 잃은 실향민’ 규정 부적절
가난 딛고 자유 번영에 기여
오늘의 한국 일군 개척자로 봐야

▲활짝 웃는 모습과 한쪽 손을 들며 ‘전국~’을 외치는 모습은 송해의 트레이드 마크다. 사진은 지난 2016년 KBS ‘전국노래자랑’ 세계대회편 녹화를 마친 뒤 송해의 모습. 미국, 브라질, 가나 등 전 세계에서 온 해외 동포가 그와 만났다. /조선일보 DB
이달 초 타계한 방송인 송해가 남긴 대담집을 읽다가 한 대목에서 눈길이 멎었다. ‘제가 1년에 반은 지방으로 다니는데 그 지방을 2년이나 3년 만에 다시 가면 달라지고 또 달라져 있어요.(중략) 한강 줄기를 보면 와,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나 바뀌었나, 외국은 많이 안 가봤지만 마치 런던 어디인가 싶게 변했어요.’
송해는 1988년부터 35년간 전국노래자랑 MC로 전국을 누비며 발전을 거듭하는 나라를 지켜봤다. 그의 말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1953년 76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를 넘었다. 1인당 소득이 7년마다 두 배로 늘기를 거듭해 70년간 500배 증가했다. 명목국내총생산은 4만배로 뛰었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송해는 6·25가 나던 해 겨울 북한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으로 70년을 살았다. 그런 송해가 몇 해 전 실향민 덕수의 생애를 다룬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내 얘기”라며 눈물 흘렸다. 덕수는 흥남부두를 빠져나오다가 아버지 여동생과 헤어졌다. 송해도 비슷했다. 고향을 등지던 날,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부두에 나와 “몸조심하라”며 손을 흔들었다. 가진 것 없고 기댈 곳 없는 남녘의 삶은 신산했다. 막노동을 전전하다가 파독 광부가 된 덕수는 무너진 탄광에 깔려 이국 땅에서 죽을 뻔했고, 유랑극단에 들어간 청년 송해는 혹독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투신했다가 나무에 몸이 걸려 살아남았다.
영화 속 덕수는 생이별했던 여동생 막순을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에서 만났다. 송해는 금강산 관광 문이 열렸을 때 북한 땅을 다시 밟았지만 어머니와 누이를 만나지 못했다. “금강산 만물상을 보면서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면 바위에 얼굴이 나타난다”는 북한 안내원 말을 듣고 만물상을 향해 목놓아 울며 어머니를 외치다가 돌아왔다.
해방과 6·25 전후로 북한 주민 약 140만명이 송해처럼 고향을 등졌다. 부모와 형제, 고향을 평생 그리워하면서도 갈 수 없었기에 실향민이라 불렸다. 하지만 실향민은 수동적인 어휘다.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기로 결심한 이유와 그 후 삶의 궤적을 설명할 수 없다. 북한에 들어선 김씨 왕조를 거부했고 자유의 가치를 믿었으며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그들은 고향을 잃었다기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탈향(脫鄕)을 택한 개척자였다.
봉건적 신분질서를 거부한 근대적 기독교인들과 신식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도 함께 왔다. 해주에서 음악학교를 다닌 송해도 그 시절 고학력 엘리트였다.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나라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기꺼이 총 들어 전선에 나갔고 전후엔 경제를 일으켰다. 백선엽은 김일성이 북한을 장악하자 탈북해 우리 육군의 전신인 조선국방경비대에 들어갔다. 6·25가 터지자 전쟁 영웅으로 나라를 지켰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노인이 된 덕수는 안방에 걸린 아버지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그사이 거실에선 아들 딸, 손자 손녀가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웠다. 덕수의 땀과 눈물이 없었다면 그들의 웃음도 없었을지 모른다.
송해는 평생 고향을 그리워했다. 술 한잔 걸치면 ‘한 송이 눈을 봐도 고향 눈이요~’로 시작하는 노래 ‘고향설’을 불렀다. 그가 별세하자 많은 국민이 “천국노래자랑 MC도 하시라”며 애도했다. 그가 사회를 보는 하늘 무대 방청석엔 전쟁으로 생이별한 부모와 누이, 남쪽에서 사고로 가슴에 묻었던 아들, 서너 해 전 먼저 간 아내도 있을 것이다. “좋은 나라 만드느라 애썼다”며 따뜻한 포옹으로 그를 맞이했을 것이다.
조선일보 김태훈 논설위원
07.12 귀순 의향서 쓴 어민 북송해 놓고 국민 속여 온 文 정부
2019년 탈북했다 강제 북송된 북한 어민들이 자필 의향서로 정식 귀순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는 “북 주민들이 귀순 의향서 양식에 자필로 인적 사항과 귀순 희망 등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당시 문재인 정부는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에서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고선 북 어부 2명이 동료들을 죽인 살인범이라는 이유로 안대를 씌우고 포승줄에 묶어 북으로 넘겼다. 당시 한·아세안 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는 친서와 함께였다. 남북 정상회담 쇼를 위해 귀순 어부들을 강제 북송하고는 국민들에게 거짓말한 것이다.
탈북민은 정부 합동 조사에서 공식 귀순 의향서를 쓰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는다. 탈북 어부들도 이 절차를 다 밟았다. 따라서 이들이 아무리 동료 살해 혐의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북으로 추방해선 안 된다. 헌법과 국제 난민 협약에 어긋난다. 죄가 있다면 우리 법에 따라 재판받고 처벌받으면 된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장은 3일 만에 합동 조사를 서둘러 종료시켰고, 국가안보실은 이들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북송을 결정했다. 자해 위험을 막겠다고 경찰 특공대까지 동원해 깜깜이로 북송했다. 이 비밀 작전은 당시 안보실 1차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으로부터 받은 비밀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되면서 공개됐다.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이 자기들 마음대로 이들의 귀순 의사를 재단하고, 유·무죄를 가리고, 국민 자격까지 박탈한 것이다. 실로 반인권적이고 위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북 어부들이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을 분명히 했다”고 큰소리쳤다.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최근에야 “귀순 의향서 제출을 나중에 전해 들었다”고 했다. 통일부 장관도 모르게 정권 핵심들끼리 일을 벌인 것인지, 장관이 이제 와서 책임 회피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문 정권은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돼 불태워질 때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곤 근거도 없이 월북자로 몰아갔다. 국민 생명까지 김정은 평화 쇼 제물로 바치기 위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해온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3 탈북 어민 강제 북송 현장의 충격적 사

▲지난 2019년 11월 7일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촬영된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사진. 탈북 어민들이 북송되지 않기 위해 버티는 모습이 담겼다./전주혜 의원실
2019년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 2명이 판문점을 거쳐 강제 북송당하는 현장 사진이 공개됐다. 당시 통일부 직원이 촬영한 사진엔 포승에 묶인 탈북 어민들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으로 끌려가다가 선을 넘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모습이 담겼다. 한 어민은 군사분계선을 보자 낙담한 채 상체를 숙이고 얼굴을 감쌌다. 또 북쪽으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저항하다 옆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러자 정부 관계자들이 강제로 일으켜 세워 끌고 갔다. 이 어민은 분계선 시멘트 바닥을 밟은 상태에서도 끝까지 버텼지만 결국 북한군에 인계됐다. 다른 한 명은 체념한 표정으로 분계선을 넘어갔다.
아무리 살인 용의자라고 하더라도 이런 강제 추방은 인권 국가에서는 보기 어려운 야만적 행태다.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국가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것도 이른바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저지른 일이다. 북한 어민들은 북송 뒤 곧바로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민을 이렇게 수사·재판도 없이 강제로 끌고 가 바로 사형장으로 보낸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나. 헌법에 따르면 탈북 어민은 우리 국경을 넘어온 순간부터 우리 국민이다. 김정은 정권에 잘 보이려고 이런 반인권적 일을 했다.
북 어민 2명은 자필로 귀순 의향서까지 썼다. 하지만 국정원은 통상 수주일이 걸리는 합동 조사를 단 사흘 만에 서둘러 끝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북이 인도 요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살인 용의자라는 이유로 안대를 씌우고 포승으로 묶어 북송했다. 어민들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이들이 저항하고 자해할까 봐 경찰 특공대까지 동원했다. 귀순 의향서를 썼는데도 정부는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대하는 친서를 함께 보냈다.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를 위해 귀순한 어민의 생명을 김정은에게 갖다 바친 것이다.
정상적 절차는 우리 사법기관의 수사로 어민의 범죄 혐의를 확인한 후 우리 법에 따라 재판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의사에 반해 즉각 처형당할 게 뻔한 사지로 보내 버렸다. 반인권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미 의회 인권위원회까지 나서서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겉으로는 인권과 민주를 외치면서 자신들 정치적 이익을 위해선 어떤 반인권적인 일도 서슴지 않고 한 것이 문재인 정권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3 美의회 인권위 의장 “강제 북송 사진에 경악… 北과 文정권의 공모”
“누가 명령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미국 의회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의장인 공화당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12일(현지 시각) "(탈북)어민들이 북한 공산주의자들에게 넘겨지는 사진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면서 본지에 보낸 성명 일부.
미국 연방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이 우리 통일부가 공개한 귀순 어민 2명의 판문점 북송 당시 사진이 “보기 고통스럽다”며 “정당한 절차 없이 전임 한국 정부에 의해 이뤄진 논란 많은 북송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12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그는 “나는 충격을 받고 경악했으며 누가 이런 명령을 내렸고 왜 그랬는지를 판단할 철저한 조사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스미스 의원은 지난달 24일 한국의 난민 정책과 관련해 개최한 청문회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두 (탈북)어민을 끔찍한 운명 속으로 돌려보냈을 때 우리는 모두 충격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인권변호사라고 알려진 사람이 (탈북한) 사람들을 그런 끔찍한 운명 속으로 돌려보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12일 본지 등에 보낸 성명에서 스미스 의원은 “귀순을 요청한 어민들이 의사에 반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물리적 강압을 받아 공산주의 북한으로 돌려보내지는 사진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면서 “이 사진들은 두 어민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강제로 넘겨졌으며 그들은 잔혹한 정권에 인도되는 것에 저항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서 의장 자격으로 한국의 난민 정책에 대한 청문회를 이끈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
스미스 의원은 “전임 문재인 정부는 당시 어민들이 살인범이라고 정당화했지만 이는 구실을 만들려는 것처럼 들리며 그런 혐의를 조사할 시간은 부족했다. 범법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 탈북자들이 (본인들의) 의지에 반해 북한에 강제송환당해서는 안 되었으며 정부는 정당한 절차를 존중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비극적 사건은 북한 공산주의 정권의 야만성과 전임 문 정권의 (북한 정권에 대한) 냉담한 공모를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북한은 이 두 어민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들이 여전히 살아있는지 밝혀야 한다. 그러나 나는 최악의 일이 일어났을 것이 두렵다”고 했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07.13 대통령실, 강제 북송 사진에 “反인륜 범죄행위… 진상 파헤칠 것”
대통령실은 13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사진과 관련해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 행위”라고 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2019년 11월 7일 오후 3시 판문점에 도착한 탈북 어민 2명이 북송을 거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다”며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 설명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며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 회복을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했다.
통일부는 전날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진 10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포승줄에 묶인 채 안대를 착용한 귀순 어민 2명이 판문점에 도착할 때부터 강제 북송될 때까지의 상황이 담겼다.
한 어민은 얼굴이 피범벅이 될 정도로 벽에 머리를 찧는 등 북송에 격렬히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혹한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그에 대한 포괄적 입장 밝힌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진상 규명’에 대해선 “어떤 조사와 절차를 밟을지는 차차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항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한다”며 “전 정부를 겨냥하거나 보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07.13 탈북 어민 북송 사진에서 드러난 문 정부의 반인권 행태
북송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사진 공개
북한 주민을 국민으로 규정한 헌법 위반
정부가 북한으로 가지 않으려고 판문점에서 몸부림치며 버티던 탈북 어민을 강제로 북송한 사진이 공개됐다. 통일부가 국회 요구로 어제 제출한 사진 10장에는 2019년 11월 7일 탈북 어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강제로 북송하는 충격적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통일부가 촬영한 사진엔 탈북 어민은 판문점에 도착할 때부터 죄수처럼 포승줄에 묶여 있었다. 얼굴을 감싼 채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저항하다 넘어진 모습도 있었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판문점으로 이송될 때 입에 재갈을 물리고 안대를 씌워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게 했다. 판문점에서 안대를 벗기자 바로 코앞에 북한군이 서 있는 것을 보고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반인권적인 행위가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탈북 어민들은 목선을 타고 남하하다 같은 해 11월 2일 해군에 나포됐다. 문재인 정부는 합동조사를 사흘 만에 종료하고 북측에 송환 의사를 타진했다. 강제 북송 과정에 경찰특공대 8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탈북민을 강제 북송하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다. 헌법(3조)은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이 한국에 입국하면 당연히 국민이 된다. 그런데도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강제 북송 직후 국회에서 “이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어제 공개된 사진과는 180도 다른 주장이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북송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사진 공개
북한 주민을 국민으로 규정한 헌법 위반
정부가 북한으로 가지 않으려고 판문점에서 몸부림치며 버티던 탈북 어민을 강제로 북송한 사진이 공개됐다. 통일부가 국회 요구로 어제 제출한 사진 10장에는 2019년 11월 7일 탈북 어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강제로 북송하는 충격적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통일부가 촬영한 사진엔 탈북 어민은 판문점에 도착할 때부터 죄수처럼 포승줄에 묶여 있었다. 얼굴을 감싼 채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저항하다 넘어진 모습도 있었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판문점으로 이송될 때 입에 재갈을 물리고 안대를 씌워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게 했다. 판문점에서 안대를 벗기자 바로 코앞에 북한군이 서 있는 것을 보고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반인권적인 행위가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탈북 어민들은 목선을 타고 남하하다 같은 해 11월 2일 해군에 나포됐다. 문재인 정부는 합동조사를 사흘 만에 종료하고 북측에 송환 의사를 타진했다. 강제 북송 과정에 경찰특공대 8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탈북민을 강제 북송하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다. 헌법(3조)은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이 한국에 입국하면 당연히 국민이 된다. 그런데도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강제 북송 직후 국회에서 “이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어제 공개된 사진과는 180도 다른 주장이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일보 사설
07.13 北 안가려 소리 지르며 발버둥쳤다...사진 속 강제북송 전말
지난 2019년 자진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북측으로 추방했던 어민이 송환 직전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12일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7일 오후 탈북 어민 북송 당시 판문점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10장을 배포했다. 이들은 같은 달 2일 목선을 타고 남하했다 해군에 의해 나포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합동 조사를 사흘만에 종료한 뒤 북측에 "어민과 선박을 돌려보내겠다"고 했고, 북측은 승낙했다.

▲2019년 11월 7일 오후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이 북송되는 모습. 경찰 등 관계자들이 저항하는 어민의 양 팔을 잡고 군사분계선 쪽으로 어민을 끌고 가고 있다. 통일부 제공.
안대 씌우고 포박
사진은 안대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채 판문점에 온 어민 두 명이 경찰의 손에 이끌려 북측에 넘겨질 때까지 상황을 시간 순으로 담고 있다. "어민들의 귀순 의향은 진정성이 없었다", "어민들은 죽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장면들이다. 실제로 이들은 자필과 구두로 수차례 귀순 의향을 밝혔다.
사진은 판문점 내 대기실에 검은색과 푸른색 점퍼를 입은 두 명의 어민이 포박된 채 앉아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당시 북송 절차를 위해 국가안보실은 경찰특공대원 8명을 동원했다. 어민들이 자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는데, 이때부터 사실상 물리적인 저항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11월 7일 오후 탈북 어민이 북송되기 전 판문점 내 대기실에 앉아 있는 모습. 안대를 쓰고 포승줄에 양 손이 묶인 모습이다. 통일부.

▲2019년 11월 7일 오후 탈북 어민이 북송되기 전 판문점 내 대기실에 앉아 있는 모습. 안대를 쓰고 포승줄에 양 손이 묶인 모습이다. 통일부.
북송 직감하자 "소리 지르며 저항"
이어 어민은 경찰의 손에 양 팔이 붙잡힌 채 군사분계선으로 끌려갔다. 푸른 점퍼를 입은 어민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제 발로 걸어갔지만, 검은 점퍼를 입은 어민은 북송되지 않으려 눈에 띄게 저항하는 모습이었다.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서 안대를 벗기자 이들은 그때서야 북송 사실을 완전히 직감한 듯 끌려가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판문점 인근에서 어민들의 안대를 풀자 한 명은 깜짝 놀란 듯 붙잡힌 팔을 빼기 위해 고성을 지르며 반항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한 명은 무릎을 꿇은 채 바닥을 쳤다"고 덧붙였다.
한 명은 발버둥치다 판문점 건물 앞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관계자 일곱 명이 달려들어 그를 일으켜세웠다.

▲2019년 11월 7일 오후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이 북송되는 모습. 경찰 등 관계자들이 저항하는 어민의 양 팔을 잡고 군사분계선 쪽으로 어민을 끌고 가고 있다. 통일부 제공.

▲2019년 11월 7일 오후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이 강제 송환에 저항하다 쓰러진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 관계자 일곱명이 어민을 일으켜세우기 위해 접근한 모습. 통일부 제공.

▲2019년 11월 7일 오후 탈북 어민이 북송되는 장면. 검은색 외투를 입은 어민과 달리 사진 속 푸른색 점퍼를 입은 어민은 체념한 듯 순순히 군사분계선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통일부 제공.
북한군 코앞서도 버텼는데…
결국 군사분계선 앞까지 끌려온 어민들은 바로 앞에서 손을 내밀고 있는 북한 군에 인계됐다. 군사분계선의 폭 50㎝, 높이 5㎝짜리 콘크리트 연석 위에 한 발만 걸친 채 끌려가지 않기 위해 몸통을 뒤로 빼고 버티는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이날 통일부는 북송 당시 사진을 공개하며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 송환 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며 "국회의 요구에 따라 사진을 제출했고, 기자단에도 공개한다"고 밝혔다. 전날 조중훈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으로 넘겨졌을 경우 받게 될 여러 피해를 고려하면 탈북 어민의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발표한지 하루만이다.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관련 정부가 약 3년만에 사실상 공식 입장을 뒤집고, 국정원이 지난 6일 사건 초기 합동조사를 조기 종료시킨 혐의로 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하면서 베일에 가려졌던 사건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9년 11월 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북한군에게 인계되지 않기 위해 탈북 어민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모습. 군사분계선 연석 위에 한 발을 디딘 채 몸을 뒤로 빼고 있다. 통일부 제공.

▲2019년 11월 7일 오후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이 북한군에 인계되는 모습. 통일부 제공.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07월 13일 격렬한 저항도 숨긴 강제 북송 만행과 文 수사 불가피성
통일부가 12일 공개한 탈북 어민의 북송 사진 10장은 문재인 정부가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보낸 나치와 다름없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2019년 11월 7일 안대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채 끌려온 탈북 어민 2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보고 털썩 주저앉으며 절규하는 모습, 머리를 찧으면서 자해하는 모습, 북한군에 끌려가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문 정부는 애당초 귀순 및 북송 사실 자체를 국민에게 숨겼고, 언론에 의해 알려진 뒤에는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했는데, 이 역시 새빨간 거짓말임이 입증됐다.
범정부 차원의 조직적 범죄 행위임이 더욱 분명해졌다. 단순한 대북 굴종이나 반(反)인권, 국민 기만 차원을 넘어 이제는 직권남용과 이적(利敵) 혐의 등을 적용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수사가 시작됐다. 정치적 고려 없이, 그리고 어떤 성역도 없이 엄정히 진실을 밝혀내 이런 반국가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특공대가 호송하고, 포승과 안대까지 동원한 것은, 당시 당국자들이 이들의 귀순 의사를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와서 흉악범 운운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궤변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은 북한 관할 수역에서 발생해 수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은폐·조작 등을 시도한 사건이지만, 강제 북송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을 적극적으로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죄질이 나쁘다.
문 정부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과 어민 북송 통지문을 같은 날 보냈다. “김정은을 모시려 제물 삼았느냐”는 태영호 의원의 절규는 경청할 만하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탈북 어민 북송 후 “그런 거는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보고 받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소명(疏明)해야 한다. 문 대통령 역할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문화일보 사설
07.14 “북송어민 반역죄로 처형… 北도 그들의 귀순 의사 확인해준셈”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귀순 어민들을 강제 북송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해외에 은신 중이던 탈북민들은 ‘한국에 가면 우리도 북송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에 시달렸고, 상당수는 한국행을 포기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문재인 정부가 돌려보낸 어민 2명을 ‘조국반역죄’로 처형했다고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없다고 한 귀순 의사를 북한 당국은 있다고 본 것이다.
2019년 11월 한국행을 위해 태국에서 대기 중이던 북한 간부 출신 A씨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강제 북송 보도에 충격을 받고 며칠 밤을 설쳤다. 이러다 우리도 눈에 안대를 씌워 조선으로 끌려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며 “인천공항에 도착해서야 살았다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급 탈북민 B씨는 “그때 태국 이민국에 함께 있던 탈북민들이 ‘저 사람들(귀순 어민) 북에 가면 무조건 죽는데 강제로 보내는 건 너무하다’는 얘기를 했다”며 “다들 ‘문재인 정권이 북에 잘 보이려고 우리도 제물로 바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에 체류 중이던 고위급 탈북민 C씨는 “북송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한국행을 망설였다”며 “이번에 공개된 북송 사진을 보니 치가 떨린다”고 했다. 탈북 지원 활동가 D씨는 “강제 북송이 미친 여파는 대단했다”며 “북에서 탈북을 준비하다 포기한 경우도 많고, 이미 중국에 은신 중이던 탈북민 중엔 한국행을 포기하고 미국·캐나다로 행선지를 바꾼 경우도 많다”고 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강제 북송된 어민들은 관할 지역인 함경북도 보위부에서 살인죄와 조국반역죄로 조사받고 즉결 재판 직후 처형당했다. 북한 형법(63조)은 조국반역죄에 대해 ‘공민이 조국을 배반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쳤거나 투항·변절했거나 비밀을 넘겨준 조국 반역 행위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또는 사형 및 재산몰수형에 처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 소식통은 “조국반역죄를 적용했다는 것은 귀순 의사를 확인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북한인권단체연합 등 국내 탈북민 단체들은 이날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반인륜적 범죄”라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사건 관련자들을 ICC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07월 14일 국제사회도 “文정권과 北 공모” 규탄, 野는 궤변 접으라
귀순 의사를 표명한 탈북 어민이 강제로 북송되는 현장 사진은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경제와 민주주의 양 측면에서 모두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 만큼 반인권 만행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국제법 위반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의회의 톰랜토스인권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 의원은 12일 성명을 통해 “북한 공산주의 정권의 야만성과 문 정권의 냉담한 공모”라고 규정했다. “문 정부가 김정은을 기쁘게 하려고 원칙을 무시했다”는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성명도 나왔다. 국제앰네스티는 “고문 등 박해를 받을 위험국으로 개인을 추방해선 안 된다는 국제난민협약의 농르풀망 원칙을 위반했다”고 했다. 2019년 북송 당시 군 당국은 호송을 거부했고, 청와대는 경찰특공대를 동원했다. 경찰 8명은 무슨 일인지 모른 채 판문점에 갔다고 한다. 당국자들은 귀순 의사를 알았고 북송 때 저항 가능성까지 분명히 인지했음을 시사한다.
강제 북송의 야만성과 위헌·불법성이 만천하에 알려지면서 국격까지 좀먹을 정도가 됐다. 이런데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침묵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우기며 “범죄인 인도” “흉악범은 귀순으로 인정하지 않는 조항” 운운한다. 심지어 자술서도 공개하자며 맞불을 놓을 태세다. 사태의 본질은 흉악범 여부를 떠나 ‘헌법상 국민’을 북송한 것인데, 궤변으로 초점을 흐리는 셈이다.
민주당 주장 자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남북 간 범죄인 인도조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북한이탈주민지원법 제9조에 ‘중대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보호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일 뿐 귀순 거부 근거가 될 수 없다. 민주당 주장대로 흉악범이더라도 당국이 그것을 인지한 근거, 자술서 내용과 신빙성 등을 대한민국 수사·사법 당국이 판단했어야 했다. 북한에 절절매며 주권까지 포기했다는 개탄이 나오는 이유다.
문화일보 사설
07.15 앰네스티 “강제 북송 규탄” 文 정권 책임자들 줄줄이 출국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을 주도했던 핵심 인사들이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합동 조사를 지휘한 서훈 전 국정원장은 지난달 12일 관광 비자로 미국으로 갔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검찰의 강제 북송 수사를 앞두고 핵심 인사들이 서로 짠 듯이 해외로 나간 것이다.
국제 인권 단체 앰네스티는 “북 어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거부당했다”며 “국제법상 강제 송환 금지 원칙 위반”이라고 했다. 미국 부시센터도 “이번 강제 송환은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이고 불법이었다”고 비판했다. 미 의회 인권위원회 의장은 “북한 공산당 체제의 야만성과 문재인 정부의 냉담한 공모를 보여준다”며 “탈북자들 의사에 반해 북으로 추방해선 안 됐으며, 적법한 절차를 존중해야 했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반성이나 사과가 아니라 변명만 한다. 민주당은 동료 16명을 죽인 흉악범이기 때문에 북에 범죄인을 인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탈주민법상 살인 등 중대 범죄자는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범죄자 강제 북송이 아니라 국내 교육·취업·주거 등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범죄를 저지른 탈북민 23명이 남에 귀순했다.
헌법과 대법원 판례는 탈북민이 귀순 의사를 밝히면 국민으로 인정토록 하고 있다. 살인 용의자라면 적법한 국내법 절차에 따라 수사·재판을 받게 하면 된다. 이들은 귀순 의향서를 썼고 북송 때도 자해하며 저항했다. 그런데도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즉각 처형당할 게 뻔한 사지로 보내 버렸다. 고문 위험 지역으로 송환하는 일을 금지하는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정면 위배된다. 국제앰네스티는 “난민을 박해할 나라에 강제로 돌려보내선 안 된다는 ‘농 르풀망’ 원칙 위반”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들을 ‘흉악범’으로 단정했지만 확정적 증거도 없었다. 이들이 타고 온 배를 정밀 감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배 소독 작업까지 해서 북으로 보내버렸다. 애초부터 제대로 조사하려는 의지가 없이 김정은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데 제물로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침묵하고 핵심 인사들은 해외로 나가버렸다.
조선일보 사설
07.15 유엔 “귀순어민 북송 진상규명 중요…적법절차 없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왼쪽)과 2019년 11월 7일 북한에서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던 북한 선원 2명중 한 선원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 하는 모습. /뉴스1 통일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문재인 정부의 ‘귀순어민 강제북송’ 과정과 관련해서 “진상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유엔 회원국들의 인권활동을 증진·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실은 15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면서 “이 사건이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유엔 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를 통해 제기돼 왔다”고 했다.
앞선 2020년 5월 유엔 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토마스 오헤나 킨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탈북어민의 북송이 적법절차 없이 이뤄졌다”며 “두 어민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강제실종, 임의적 처형, 고문, 부당한 대우, 국제적인 공정재판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재판을 받는 등 중대한 인권침해에 놓일 위험이 있다”고 했었다. 이어 “송환 후 이들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북한인권단체총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회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귀순어민 강제북송'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같은 유엔의 ‘심각한 우려’ 표명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 어민 2명은 ‘흉악한’ 범죄자이고 한국으로 귀한 의사가 진실되지 않아(disingenuous) 북송 시켰다”고 답한 바 있다.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이들이 극단적 선택까지 하려 하는 등 믿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귀순어민에 대한 재판도 없이 강제북송 한 데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 측은 “재판 지원 부족과 증거 획득의 어려움으로 적절한 재판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재판 관할권 행사가 오히려 남측 국민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11월 2일 우리 해군에 나포된 북한어민 2명은 자필 귀순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진정성이 없다”면서 묵살했다. 우리 정부는 11월 5일 북측에 먼저 ‘어민들을 추방하고, 선박까지 넘겨주겠다’고 했다.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 ‘김정은 초청장’에 ‘어민 북송문’을 동봉한 것이다.
정부 합동조사는 이례적으로 사흘 만에 종료됐고, 귀순어민들은 재판도 받지 못하고 강제북송 됐다. 판문점에서 강제북송 되는 과정에서 한 귀순어민은 비명을 지르고 자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당시 국정원장은 정부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하고, 이 과정에서 허위공문서도 작성한 혐의로 국정원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07.15 유엔사, 文정부 북송 협조요청 5차례 거부… “안대·결박 말라” 경고도
앰네스티·휴먼라이츠워치 등 2019년 文정부 강제 북송 비판
“강제송환 금지, 고문방지 등 무시… 비열하고 용납 못할 행위”

▲통일부가 지난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귀순 의사를 밝혔던 탈북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인계하던 상황을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통일부 제공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보편적 인권 가치뿐 아니라 국제법상 ‘강제 송환 금지 원칙’ ‘유엔고문방지협약’ 등을 무시한 반(反)인권적 행위였다는 비판이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강제 북송 현장인 판문점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도 북송 당시 우리 정부 측의 송환 협조 요청을 5~6차례 거부하고 “판문점 내에서 포승줄, 안대 등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까지 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강제 북송이 국제적 인권 기준으로는 용납하기 어려운 야만적 조치였다는 뜻이다.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이들(귀순 어민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결정은 ‘농 르풀망(Non-Refoulement)’ 원칙 위반”이라며 “한국 정부가 재발 방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농 르풀망은 고문 등 잔혹하고 비인도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개인을 추방·송환·인도해선 안 된다는 국제법상 원칙을 말한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도 13일(현지 시각) 본지에 보낸 입장문에서 “박해, 고문 또는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는 국가로 사람을 강제 송환하는 것은 국제 인권법에서 금지돼 있다”며 “특히 북한이 탈북했다가 송환된 사람들을 고문하는 것은 매우 분명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한국이 국제 인권법을 위반한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한국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한국인을 한국 시민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사람도 시민으로 고려했어야 했다”며 “이 사람들을 (북한에 강제로) 돌려보낸 것이 (국제법뿐만 아니라) 한국 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본지에 “(북송은) 비열하고 용납될 수 없는 행위였다”며 “우리는 한국에서 법의 심판이 이뤄지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복수의 군·정부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유엔사가 당시 문재인 정부 측의 북송 지원 요청을 5~6차례 거절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판문점에서 안대, 포승줄 등을 사용할 수 없으며 또 그런 상태로 민간인 송환은 이뤄질 수 없다”는 취지의 경고도 했다고 한 의원 측은 전했다. 유엔사의 경고는 문재인 정부의 인권 탄압적 측면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유엔사의 경고를 무시한 채 안대를 씌우고 포승줄로 묶은 탈북 어민들을 판문점 자유의 집까지 데려왔고, 유엔사의 제지를 받고 나서야 이들의 결박을 푼 것으로 알려졌다.
포승줄과 안대를 동원한 ‘결박 송환’에 유엔사가 난색을 표한 것은 판문점이 가진 상징적 의미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기호 의원 측은 “국방부 대북정책과가 탈북 어부 송환 당일인 2019년 11월 7일 오전에 유엔사에 이번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며 “하지만 유엔사 측에서 인권적 차원에서 협조할 수 없는 문제라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귀순 어민 강제 북송이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나라’로의 송환을 금지한 유엔고문방지협약(1987년 발효)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는데, 유엔사 또한 이 점을 간과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은 1995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협약 3조는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거나 극악한 대규모의 인권침해 사례가 꾸준히 존재했던 국가’로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하고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결정이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선원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에 따라 대법원·헌재·헌법학계 다수는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북 선원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한기호 의원은 “탈북 어민들을 사지로 모는 반인도적 행위와 그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총체적 인권 탄압이 자행됐다”며 “유엔사는 이를 간접적으로 저지하는 형식으로 비판한 셈”이라고 했다.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제 난민 협약 서명국으로서 국제 의무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이라는 한국 헌법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숄티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위해 관련 사건을 조작하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사건 관련자들이 책임을 지길 바란다”고 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참석한 에드윈 퓰너 미 해리티지재단 창립자./장련성 기자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한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겸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은 “최근 공개된 강제 북송 사진은 문재인 정부가 취했던 정책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야기한다”며 “이런 행동은 한국 헌법과 국제 규범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LC 참석차 방한한 미국 전직연방의원협회(FMC) 소속 김창준, 돈 봉커, 에릭 폴센, 톰 패트리 전 미 하원의원은 “한국 영토에 어떤 이유로든 들어와 귀순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반인권·반인륜적”이라며 “처형당할 것을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앰네스티 외에도 국제 인권 단체들의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미국 싱크탱크인 부시센터는 “이번 강제 송환은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이고 불법적”이라며 “인간의 기본권 박탈은 부시센터의 원칙과 공약에 위배된다”고 했다. 이어 “(귀순 어민들은)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 아래 결과에 직면해야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07.15 탈북 어민 강제북송, 누가 지시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이 2021년 2월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청문회에서 ″그 사람들(탈북 어민)은 흉악범″이라며 북송 이유를 해명했으나 탈북민 북송은 헌법 위반이었다. [연합뉴스]
국제적으로 부끄럽게 만든 국기문란 사건
서훈·김연철 즉시 귀국해 의혹 소명하길
3년 전 발생한 탈북 어민의 강제 북송 전말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탈북 어선 나포부터 강제 북송까지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들을 2019년 11월 7일 강제 북송하면서 반인륜적인 행위와 불법에다 거짓말까지 늘어놨다. 정부 수립 이래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민을 목숨이 위태로운 줄 알면서도 북송을 강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은 강제 북송된 탈북 어민을 반국가 혐의로 처형했다고 한다.
북한 선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면 군 당국은 경고한다. 그래도 계속 남하하면 나포하게 돼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 국가안보실은 ‘NLL을 넘어온 북한 선박은 (나포하지 말고) 일단 돌려보내라’는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한다. 간첩선을 위장한 북한 선박이 와도 놔줘야 할 판이었다. 이 때문에 탈북 어선을 나포한 당시 박한기 합참의장이 청와대 조사를 받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매뉴얼을 만들도록 지시했는가.
탈북민이 오면 국정원과 군 등이 일주일 이상 정부합동신문을 한다. 그런데 당시 탈북 어민에 대해선 국정원이 서둘러 종료시켰다. 이 일로 당시 서훈 국정원장이 고발됐지만, 왜 그랬는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헌법은 탈북민을 국민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북송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송을 설명하며 “그 사람들(탈북 어민)은 흉악범”이라고 말했다. 법을 잘못 해석했든지 아니면 적당히 둘러댄 것이다. 탈북민을 추방하지 못하는 것은 대법원 판례(1996년)에도 있다. 청와대가 몰랐을 리 없다.
탈북민에게 불법 의혹이 있으면 수사를 거쳐 국내법으로 처벌한다. 불법이 없으면 적응 교육을 거쳐 일반 국민으로 산다. 이 과정에서 처리가 잘못되면 당사자가 90일 이내에 통일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6일 만에 북송됐다. 그때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귀순) 진정성이 없었다”며 엉뚱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탈북 어민들은 귀순의향서를 자필로 작성했고, 북송 때 판문점에서 북한에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진이 공개됐다. 크리스 스미스 미국 하원의원은 “북한 정권과 문재인 정부가 공모한 것”이라며 “(사진을 보고) 충격과 경악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국제적으로 나라 꼴을 부끄럽게 만든 중대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누가, 왜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어디까지 보고받았는지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서훈, 김연철 등 핵심 관계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미국에 체류 중이라고 한다. 즉시 귀국해 의혹을 소명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7월 15일 강제 북송’ 범죄 성립과 구체적 혐의

김태훈 변호사, 한변 명예회장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에서 북한으로 가지 않으려고 처참하게 저항하는 탈북 어민 2인을 강제 북송했다. 이는 국제법상 대원칙인 강제송환금지(non-refoulement)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일반 형사법 위반은 물론 사상 초유의 국제형사범죄법 위반의 반인도범죄로도 처벌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탈북 어민들은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기 때문에 북송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즉, 북한이탈주민법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난민법은 ‘입국 전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며, 출입국관리법은 ‘공공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는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도 일관되게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고 있다. 북한 주민은 탈북하여 국내로 들어와야만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탈북 어민들은 설사 살인 용의자라고 해도 북한으로 추방당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북한이탈주민법의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주택이나 정착금 등 같은 법상의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이지,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박탈할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난민법이나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이나 무국적자를 대상으로 할 뿐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 어민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이들을 강제 북송한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재판청구권을 박탈한 것으로 △직권남용죄 △직무유기죄 △불법체포감금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등의 혐의가 있다.
북한은 현저하며 극악한 또는 대규모 인권침해 사례가 꾸준하게 존재해 우리나라도 가입한 유엔고문방지협약 제3조에서 말하는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나라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고문이나 처형을 할 게 뻔한 북한으로 문 정부가 탈북 어민들을 추방한 것은 북한이 자행하는 국제형사범죄법 소정의 처형·고문 등 반인도범죄의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강제 북송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책임자에 대해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자신이 북송을 지시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 5일 김정은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는데, 같은 날 귀순 어민 인계 의사도 함께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이야말로 강제 북송에 이해관계가 있고 지시 가능성도 크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이 11월 21일 미국에서 열린 한 간담회 직후 강제 북송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의 최종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이에 부합한다.
백 보를 양보해 문 전 대통령이 당시 강제 북송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이미 그다음 날인 11월 8일부터는 모든 언론에 의해 강제 북송 사실이 대서특필되고 있었다. 국민 보호의 1차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그 즉시 탈북 어민들의 송환이나 안전을 위해 김정은에게 직접 통화를 하는 등 모든 조치를 했어야 했다. 그러지 않았으니 최소한의 직무유기 책임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화일보
07.16 강제 북송 후 탈북 급감, 北과 韓 정권이 탈북 막기 공모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왼쪽)과 2019년 11월 7일 북한에서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던 북한 선원 2명 중 한 선원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하는 모습. /뉴스1 통일부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이후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급감했다. 2019년만 해도 1047명이었던 탈북자 수가 강제 북송 직후인 2020년 229명으로 줄더니 2021년엔 63명으로 뚝 떨어졌다. 2년 만에 20분의 1 수준이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북한이 국경 경비를 강화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이다. “한국으로 가도 언제 북송돼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한국으로 오기 위해 해외 대기 중이던 북한 간부 출신 탈북자들은 “우리도 한국에 가면 안대를 씌우고 포승줄에 묶어 북으로 보내는 것 아닌지 걱정했다”고 했다. 이런 탈북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을 것이다. 탈북 어민들을 처형한 북한은 강제 북송을 주민 교육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 해봤자 남한 당국이 다 북으로 돌려보낼 테니 아무 소용 없다’고 교육했다는 것이다. 2021년 강원 고성군으로 귀순한 탈북 남성은 남으로 넘어온 후에도 한동안 우리 군을 피해 다녔다. 군 초소로 가면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낼까 봐 민가로 가려고 했다 한다. 강제 북송 때문에 우리 군이나 정부를 믿지 못했다는 얘기다. 문 정부가 김정은과 북 주민의 탈북 막기 공모를 한 것이라고 한다면 뭐라 답할 건가.
문 정부는 북한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탈북 어민들을 북송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당시 북송 통지문에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하는 친서를 함께 보냈다.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려고 귀순 어민을 제물로 바친 것이다.
강제 북송 후 한국에 대한 북 주민들의 인식이 달라졌을 수 있다. 자유와 희망의 땅이 아니라 김정은과 한편인 정권이 있는 곳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 문 정부는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4년 연속 불참했다. 북한 인권 재단 사무실을 폐쇄하고 북 인권 단체들에 대한 지원금도 끊었다. 김여정 한마디에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었다. 그래서 미국 의회의 ‘인권 청문회’ 대상이 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15일 “귀순 어민 강제 북송이 적법 절차 없이 이뤄졌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못 믿을 나라, 국제적으로는 반인권 국가가 된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16 北, ‘어선 내려간다’ 靑에 미리 알린 정황… “국정원보다 먼저 알아”
여권 관계자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보다 먼저 NLL월선 알아”
文정부는 줄곧 “北요구 없었고 송환은 자체적 결정” 주장해와
2019년 11월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북한 어선의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우리 어민이 탄 배가 남측으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청와대에 미리 알린 정황이 있다. 북한이 청와대에 이를 미리 알린 것은 사실상 ‘어민들을 붙잡아 북으로 보내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2일 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을 나포해 어민 2명을 붙잡았고, 정부 합동조사를 사흘 만에 끝낸 뒤 북측에 ‘어민들을 추방하고, 선박까지 넘겨주고 싶다’고 통보했다. 어민들의 귀순 의사와 상관없이 북송을 결정해 놓고 어선 나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에 설득력이 실리는 대목이다. 탈북민 조사는 대공 용의점과 귀순 의사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최소 수주, 길게는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북한 어선의 NLL 월선 사실을 국가정보원보다 먼저 인지한 정황도 있다. 통상 북한 관련 첩보·정보는 국정원이나 국방부 등이 인지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경우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북측에서 송환을 요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019년 11월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송환을 요구한 적은 없고 저희가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송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동료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어민 2명은 자필 귀순의향서 등을 통해 귀순 의사를 거듭 밝혔지만,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됐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어떤 근거로 살인 혐의에 대한 입증도 없이 서둘러 북한으로 넘겼는지가 쟁점”이라며 “북한 어선이 내려오기 전부터 북으로 돌려보낼 작정을 하고 기다렸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07.17 북송 어민, 시종일관 “南에 남고 싶다”... 20여장 자기소개서도 제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동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북송 당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귀순 진정성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귀순 어민들이 나포 직후부터 시종일관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귀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자필로 써서 정부 합동조사단과 통일부에 낸 ‘보호신청서’와 ‘자기소개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보호신청서에는 귀순 어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고 쓴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또 A4 용지 20여 장의 자기소개서에는 귀순 어민들이 자신들의 출생지, 가족 관계, 출신 학교, 사회 경력 등을 적었으며 ‘남한에서 살고 싶다’는 취지의 문구가 마지막 부분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귀순 어민들이 나포 직후부터 우리 해군에도 귀순 의사를 밝힌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귀순 어민들은 이후 합동 조사를 거쳐 강제 북송될 때까지도 귀순 의사를 번복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북한 어민들이 나포된 후 동해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면서 “합동 신문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확인하는 단계에 귀순 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먼저 어민들을 송환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면서 “추방할 경우 상대국 인수 의사를 확인해야 해서 (우리가) 북측에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라고도 했다.
나포 직후 북한 어민이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정 전 실장 주장은 그간의 검찰 수사 결과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검찰은 헌법·법률에 귀순 의사 있는 탈북민을 북한으로 추방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데도 강제 북송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만큼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출국 금지 상태인 정 전 실장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귀순 어민들이 동료 선원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정식 수사로 확인해야 한다는 합동조사단 내부 의견이 묵살된 정황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김정환 기자
07.17 대통령실, 정의용 겨냥 “사지 돌려보내고 궤변... 조사 협조하라”

▲최영범 홍보수석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탈북어민 북송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대통령실은 17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관련 “야당과 지난 정부 관련자들이 해야할 일은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사에 성실히 응해 국민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이번 사건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고 ‘신(新)북풍몰이’로 규정하는 것을 공개 반박한 것이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탈북 어민을 엽기적 살인마로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고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궤변이다” “우리 법 절차에 따라 충분히 조사해 결과를 냈어야 한다” “야당이 의석만 믿고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보수석이 카메라 앞에 서서 직접 브리핑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있는 일로, 그만큼 대통령실이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최 수석은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당연히 대한민국이 받아들여서 우리 법대로 처리해야 마땅할 탈북 어민들을 북측이 원하는대로 사지(死地)로 돌려보낸 것”이라며 “그렇게 떳떳한 일이라면 왜 정상적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안보실 차장이 국방장관도 모르게 영관급 장교에게 직접 문자로 보고를 받았냐”고 했다. 강제 북송 사건이 정부의 정식 브리핑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회에서 김유근 당시 국가안보실 차장의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혀 우연히 알려진 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 수석은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여야가 합의하면 피할 수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아닌지 궁금하다”며 “국민의 눈, 귀를 잠시 가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실을 영원히 덮어둘 수 없다고 믿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7.18 탈북 어민들 ‘남한서 살겠다’ 했는데 “귀순 의사 없었다”는 정의용
2019년 강제 북송된 탈북 어민들이 자필로 ‘남한에서 살고 싶다’고 보호 신청서까지 쓴 것으로 나타났다. 어민들이 출생지·가족·학교·경력 등을 A4 용지 20장에 쓰면서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들은 나포 직후 우리 해군에도 귀순 의사를 전했고 판문점에서 북송될 때는 자해까지 하며 저항했다. 북송 당시 사진뿐 아니라 영상까지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강제 북송을 주도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은 “나포될 때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애당초 진정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발뺌한 것이다. 귀순 의향서까지 쓴 탈북민을 진정성이 없다고 북송한 전례는 한번도 없다.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다.
정 전 실장은 “그들은 희대의 살인마”라며 “북한 범죄에 대해 우리 법원이 형사 관할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어떻게 흉악범이라고 단정할 수 있나. 당시 국정원 조사관들은 “합동 조사 진행 도중에 갑자기 북송 지시가 내려왔다. 조사할 것이 더 있었는데 중단돼 황당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북한은 헌법상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법원이 형사 관할권을 갖는다. 수사도 않고 관할권 운운하는 건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그러고도 “최선을 다했고 거리낄 게 없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지금 유엔과 미 의회, 국제 인권 단체들까지 문 정부의 반인권적 강제 북송을 규탄하고 있다. 영국 의회의 ‘북한 문제 의원 모임’은 누가 북송을 지시했는지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그런데 핵심 당사자인 서훈 전 국정원장과 김연철 전 장관은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정 전 실장은 민주당 의원을 통해 궤변과 다름없는 변명만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계속 침묵 중이다. 결국 김정은과 정상회담 쇼를 위해 북 주민을 제물로 바친 것 아닌가. 누가 왜 어민들의 귀순 의향서를 받고도 조사를 중단시킨 채 서둘러 북송했는지 검찰 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18 국정원 직원들 “합동조사 중 북송 결정 됐다고 해 황당” 진술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조사에서 “어민들에 대한 합동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 갑자기 북송 지시가 내려와 황당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2019년 11월 귀순 어민 합동 조사는 국정원 주도로 국방부, 지역 군부대, 경찰 등이 참여했다. 탈북민 합동 조사는 일반적으로 보름 이상 진행되는데, 당시 귀순 어민 합동 조사는 이례적으로 불과 사흘 만에 끝났다. 이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은 “조사할 것이 더 있었는데도 갑자기 조사가 중단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최근 국정원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귀순 어민 합동 조사 과정을 조사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합동 조사를 조기 종료한 뒤 “귀순 진정성이 없다”면서 어민들을 서둘러 북송한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당시 정부가 탈북민을 상대로 실시하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정부가 귀순 어민들을 선상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규정하면서도 그들이 타고 온 선박에 대해 혈흔 감식 등을 하지 않은 사실도 검찰이 파악했다고 한다.
검찰은 귀순 어민들이 우리 해군에 나포됐을 때부터 귀순 의사를 표시했고 이어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고 자필로 쓴 ‘보호신청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는데도 당시 정부가 귀순 의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이유도 수사 중이다. 서훈 전 국정원장은 귀순 어민 합동 조사를 조기에 강제 종료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국정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 사건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있다. 법조인들은 “문재인 정부가 어민들의 귀순 의사를 확인하고도 ‘김정은 초청’ 등 정치적 이유로 강제 북송했다면 심각한 사건”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귀순 어민들을 북한에 넘기면서 포승줄로 묶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검찰은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뿐 아니라 불법 체포·감금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어민 북송 당시 통일부와 국방부가 북한과 통신을 주고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두 기관을 압수 수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07.18 탈북자 돌려보낸 판문점의 야만
“귀순의사 전혀 없었다” 거짓 들통
살인마 프레임 씌워 강제북송 옹호
탈북 희망 꺾고 김정은 체제 도와
눈을 가리고 손을 묶다니. 누구의 발상일까. 23세, 21세 북한 청년이 경찰 특공대에 잡힌 채 몸부림치다 북한군에 넘겨지는 모습. 인민재판 사진이나, 극단주의자들이 인질을 해하는 동영상에서나 본 장면 아닌가. 처형 직전 포승줄에 묶인 장성택, 중국 공안에 짐승처럼 끌려 나온 탈북자들의 모습도 겹쳐진다. 분단 상징 판문점의 흑역사에 한 점을 추가할 그 야만적 장면의 연출자, 대한민국 정부였다.
2019년 11월의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진실을 규명하는 걸 놓고 야당은 “신북풍 여론몰이"라고 공격하지만, 이 사건을 규명하라는 요구는 오래됐다. 북송 당일인 11월 7일 안보실 1차장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찍혀 '발각'된 이후 유엔과 국제인권단체까지 나서 진상을 밝히라고 해왔다. '카더라 통신'으로 알려진 내용이 통일부의 사진 공개로 "보기에도 고통스러운"(크리스 스미스 미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 의장), 실재한 일인 게 확인됐을 뿐이다.

▲2019년 11월 7일 국회에서 찍힌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의 스마트폰 메시지. 탈북 주민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려는 계획이 드러났다. 오른쪽은 당일 북한 선원 2명이 몸부림치며 송환을 거부하는 모습. 거의 3년 만에 사진이 공개됐는데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귀순을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뉴스1]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귀순 진정성이 없었다"며 여지라도 뒀지만, 강제 북송 최종결정권자였던 정의용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외교장관 청문회에서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주 제네바 대사 등을 지낸 외교관 출신으로 인권 관련 국제사회의 기준, 시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이기에 당혹해 하는 외교부 후배들이 많았다.
정 전 실장이 17일 입장문을 냈다. 첫째 항 제목이 '흉악범들의 범죄 행각'이다. 판문점 사진, 귀순 의향서가 나온 뒤 야당이 제기하는 프레임이다. 정 전 실장은 "김책항에서 출발한 이들은 선장의 가혹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16명을 차례로 불러 내 하룻 밤새 살해한 희대의 엽기적 살인마다. 합동신문 자백 내용은 공범 한 명이 북한에 체포된 후 우리 군이 입수한 첩보와 일치한다"고 했다. '자백' 외 범죄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봤다 한다. 증거물인 배를 방역 조치까지 해 북한에 넘긴 건 우리 정부였다.
'엽기적 선상 범죄'에 대해 탈북민들은 달리 얘기한다. 김흥광 북한인권탈북단체총연합 대표는 북한 실상과 맞지 않는 플롯이라고 했다. "선장의 갑질? 생활총화를 하는 북에선 어림없는 일이다. 19명 속에 당세포, 청년동맹세포 다 있다. 출항, 입항도 세 기관이 교차 감독한다. 근데 16명을, 그것도 16t급 오징어잡이 배에서 죽이고 귀항했다니. 탈북 사건이 나면 '강간범' '살인범'으로 몰아 하부기관으로 전달하는데 그걸 첩보로 파악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김 대표는 "귀순 거짓말이 들통나니 흉악범 프레임 동아줄을 잡은 것 아니냐"고 했다.
"김책시 인구가 22만이다. SNS는 없지만 특대형 사건은 말로 확 퍼진다. 김책 출신 탈북자들이 현지와 연락하는데, 관련 얘기가 나온 게 없다." 그간 탈북민 커뮤니티에선 16명이 탈북 시도 중 잡힌 주민이고, 북송 청년들은 탈북 브로커란 주장도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선상 살인 혐의는 인권 변호사 문재인이 "가해자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는 논리로 변호해 살인범들을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시킨 '페스카마호' 사건(1996년)과 흡사하다. 선장의 가혹 행위에 불만을 품은 조선족 6명이 한국인 6명 등 11명을 조타실로 한 명씩 불러내 처참하게 죽인 사건이다. 19세 실습생도 희생됐다. 이 배는 260t급 대형 어선이다. 정의용 전 실장은 지난해 토론회에서 "NSC상임위 차원의 토론을 충분히 거쳤다"며 대통령에겐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이 NSC 의장이라 납득은 안 되지만 그의 말을 믿어야 얘기가 된다. 보고를 받았다면 당연히 "가해자도 동포로서 품어야 한다"며 강제 북송하면 안 된다고 했을 것 아닌가. 더구나 조선족보다 가까운 북한 동포다.
탈북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다. 그게 아니어도 무죄 추정 원칙과 사법 절차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설사 흉악범이라 해도 고문·살해 위험성이 있는 곳에 송환해선 안 된다. (유엔 국제난민규약) 그게 법치·민주 국가의 상식이다. 특히 정체성을 '진보'에 둔 정부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였다. 북한이 요구하지 않았는데 먼저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엽기적 인권 유린의 형태로 몰래 보내려다 들켰다. 문 정부의 대북 과몰입과 맞물려 '인신 공양' 의혹까지 받는 것. 이 게 이 사건의 본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상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열었다. 1년 반 뒤 그 자리에서 발버둥 치는 북한 주민을 강제로 북한에 넘겼다. 북한 주민에겐 '오면 보낸다'는 메시지다. 9.19 군사합의 이후 북방한계선(NLL)에서 월남하는 소형 목선은 묻지도 말고 북쪽으로 밀어내라는 매뉴얼을 적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북전단 금지법 등과 함께 결과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더 공고해지도록 도왔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쉼 없이 증진해온 대한민국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김수정 논설위원
07.18 26년전 끔찍한 '선상 집단살인'…"딱하다" 변호한게 文이었다
건국 이래 수많은 강력 범죄가 발생했지만, 잔혹성과 인명 피해에서 ‘페스카마호 선상 반란 사건’을 능가할 범죄는 별로 없다. 1996년 8월 2일 남태평양에서 참치 잡이 조업 중이던 254t급 원양어선 페스카마 15호에서 벌어진 끔찍한 집단살인 사건이다. 당시 그 배엔 선장을 포함해 한국인 8명, 인도네시아인 9명, 중국 국적 조선족 7명이 승선했다. 그런데 조선족 선원들이 일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한국인 간부들이 폭행을 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발생했다. 결국 한국인 선장은 조선족 선원들을 중간에 하선시키기로 결정했는데, 빈털터리가 될 것을 걱정한 조선족 선원 6명이 배를 탈취하기로 마음먹었다.
▲1996년 8월 남태평양에서 끔찍한 집단 살인극이 벌어졌던 페스카마 15호. [중앙포토]
범인들은 선장ㆍ갑판장 등 한국인 간부들을 한 명씩 조타실로 불러내 흉기로 난자한 뒤 바다에 던졌다.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조선족 1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3명은 냉동고에 가뒀다가, 이들이 죽지 않자 5일 뒤 끄집어내 바다에 던졌다. 심지어 맹장염 긴급후송 때문에 다른 배에서 옮겨왔던 해양고 실습생(당시 18세)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됐다. 범인들이 죽인 사람은 무려 11명. 조타 기술이 없었던 범인들은 한국인 중 항해사 1명은 살려 뒀는데, 나중에 이 항해사가 기지를 발휘해 범인들을 창고로 유인해 가둬 놓으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부산지법은 1996년 12월 1심 판결에서 범인 조선족 6명 전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듬해 4월 부산고법 2심에선 주범 전재천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이때 2심에서 범인들의 변호를 맡았던 사람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1년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들(조선족 동포)에 대해 은연중에 멸시나 깔보는 심리가 있다. 페스카마 15호 사건의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형이 확정됐지만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사형 폐지국이고 전씨가 특별감형으로 무기징역을 살게 돼 결과적으로 변론이 결실을 봤다”고 말했다. 전씨의 감형은 200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시절에 결정됐다. ‘문재인 실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2019년 11월 2일 한국군에 나포될 때 북한 어민 2명이 타고 있던 목선. 선체가 워낙 작아 이 어민들이 과연 16명을 살해할 수 있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여기까지는 인권변호사의 아름다운 선행 스토리가 되겠다. 그런데 페스카마호 살인범들의 영치금까지 챙겨 줬다던 문재인 변호사가 대통령이 되고 나선 180도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2일 강원도 동해 군항으로 나포된 북한 어민 2명을 5일 뒤 강제 북송한 건 그들에게 간접적으로 사형을 집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16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흉악범마저 우리나라 국민으로 받아야 하냐”며 강제 북송의 정당성을 방어한다. 민주당이 극우 정당이면 그런 소리를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했던 당 아닌가. 문명 사회라면 아무리 사람을 16명 죽인 흉악범이라도 정부가 재판이나 공론화 절차 없이 마음대로 사지(死地)에 몰아넣을 수 없다. 실제로 페스카마호에서 11명을 죽인 중국인들은 한 명도 사형당하지 않고 26년째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도소에서 무탈하게 지낸다.
심지어 그 북한 어민들이 16명을 죽인 게 과연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경위는 뭔지 명확히 드러난 게 없다. 국제법상 ‘난민을 박해할 것이 분명한 나라로 강제로 돌려보내선 안 된다’는 농 르플르망(non-refoulement) 원칙도 있다. 판문점에서 안대를 벗기자 죽음을 직감한 북한 어민이 발버둥치던 모습을 보라.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강제로 신병을 북한에 넘기려고 하자 북송을 거부하며 몸부림치는 탈북어민. [통일부 제공]
당초 문재인 정부는 강제 북송을 비밀리에 처리하려 했다. 스스로도 찝찝했던 모양이다. 이런 정도의 일이 대통령 재가 없이 이뤄졌다곤 믿기 힘들다. 페스카마호 살인범들에겐 “죄는 무겁지만 사정이 딱했다”며 동정심을 보였던 인권변호사가 탈북 어민들은 왜 그토록 냉혹하게 대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증앙일보 김정하 정치디렉터
07월 18일 보호신청서까지 썼는데 “北送 정당” 정의용의 거짓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北送)과 관련해 “흉악범들은 탈북민도 귀순자도 아니다”며 “귀순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추방한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실장은 17일 ‘흉악범 추방사건에 대한 입장’에서 이런 주장을 폈는데, 북한 어민들이 귀순의향서까지 냈는데도 강제 북송한 것은 반헌법적 조치임은 물론 위법이다. 정 전 실장이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이런 입장을 낸 것은 문재인 정권 차원의 반박으로 보인다. 정 전 실장은 헌법과 북한이탈주민보호법 등을 위배하면서 탈북 어민 2명 강제 북송을 합리화하고 있다.
우선, 탈북 어민 2명은 정부 합동조사 과정에서 귀순의향서를 자필로 작성한 데 이어 보호신청서 및 A4 용지 20장 분량의 자기소개서에서도 ‘남한에 살고 싶다’고 일관되게 썼다고 한다. 탈북자는 자필로 귀순의향서를 제출하는 순간 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격을 얻게 된다. 그런데 정 전 실장은 “애당초 귀순 의사가 없었다”면서 진정성이 없어 북송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정 전 실장은 “여러 부처 전문가가 합동신문을 했다”면서 “북한으로부터 송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했다. 북측이 요청도 안 했는데 왜 사건 선박 혈흔 조사,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안 한 채 조사를 중단시키고 황급히 북송하려 했는가. 어민 귀순에 앞서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에 범죄 혐의 탈북자의 송환 사례를 문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국정원 직원은 조사 중단에 항의해 사표까지 냈다.
셋째, 정 전 실장은 “비정치적 중대범죄 탈북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국제법상 난민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했다. 헌법상 북한 주민은 국민임을 무시한 것을 넘어, 외국인이 대상인 난민법을 귀순 어민에게 적용한 것은 위법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살인 등을 저지른 탈북자 23명도 귀순 후 사법처리를 받고 국내에 거주 중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탈북 어민 북송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 의회에서는 진상 규명 요구가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탈북 어민 북송 사건 수사와 관련,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정권의 북송 만행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18일 탈북민 강제북송, 안보 본질 훼손이다
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육군 대장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2019년 11월 해군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에서 탈북 어민을 나포했으나, 문 정부는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국제사회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헌법이 보장하는 탈북민 보호를 위반한 반(反)인권적 조치다. 그뿐만 아니라 군(軍)이 이들을 나포하는 과정에 정치적 간섭도 있었다. 이는 국기 문란임은 물론 국방 안보의 본질을 훼손한 엄중한 사건인 만큼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
군사적 관점에서 이 사건의 가장 큰 과오는, 군 경계작전의 기본을 허물어뜨렸다는 점이다. 육군은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에서, 해군은 NLL에서 적을 감시하고 월경을 저지하며 공군은 적대세력이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초계비행을 하고 공역을 통제한다. 이러한 작전의 범위와 행동 요령은 야전예규와 작전계획에 적시돼 있으며, 군은 평소 이대로 훈련하고 일사불란하게 작전을 수행한다.
그런데 NLL을 넘어온 선박을 나포하지 말고 돌려보내라는 정치적 계산의 매뉴얼이 별도로 있어 야전예규와 작전계획이 유명무실하게 됐고, NLL 사수는 사장(死藏)됐으며, 해군의 해상경계는 무장 해제되고 말았다. 만약 대통령의 의도가 담긴 국가전략 지침을 군이 이행토록 하고자 했다면 적법한 군령 계통을 밟아 하달하고 그 내용이 야전예규와 작전계획에 반영되도록 해야 옳았다.
또한, 군사작전에 지휘의 일원화가 보장돼야 함에도 이를 무시했다. 경계작전은 제대별 지휘관에 의해 이뤄지며 그 정점에는 합참의장이 있다. 작전 지휘관은 합참의장의 지휘통제 아래 야전예규와 작전계획에 따라 작전을 수행한다. 합참의장의 작전지휘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끼어들어 현장 지휘관은 국정원의 매뉴얼과 군의 야전예규 중 어느 것을 준수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됐으니 지휘 이원화가 되고 말았다. 나폴레옹은 1인의 우장(愚將)이 2인의 명장(名將)보다 낫다고 했다. 지휘 통일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합참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군을 대표하는 최고 직위의 군사 전문가다. 국가안보실의 행정관이 국정원 매뉴얼대로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합참의장을 소환해 조사한 것은 50만 대군에게 굴욕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국격을 떨어뜨렸다.
한편, 군사작전 수행에는 정치적 개입이 자제되고 최소화돼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2011년 5월 1일, 빈 라덴 사살작전 때 상석(上席)을 군사 전문가에게 넘겨주고 구석에 앉아 작전을 지켜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군대는 작전 목표와 전법을 구상해 작전계획을 세우고 싸우는 방법을 훈련해 승리함으로써 정치가 제시한 전쟁 목적을 달성한다. 그런데도 국정원과 청와대가 군사작전의 본질에 어긋난 매뉴얼을 작성해 군의 작전 수행을 간섭한 행태는 권력 남용이다.
목숨을 걸고 거친 파도와 싸우면서 NLL을 지키고 영해를 침범한 북한 어민을 나포했는데, 군이 칭찬 아닌 질책을 받았다니 황당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군사작전에 정치적 간섭을 절제하고 군이 본질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군을 믿고 군에 힘을 실어주기 바란다.
문화일보
07월 19일 변호사단체가 5개 죄목으로 文 고발한 강제북송 만행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과 북한인권단체총연합 등 7개 단체가 귀순 어민 강제북송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18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문 전 대통령을 ‘최종 지시자’라고 규정하면서 살인죄, 직권남용죄, 불법체포감금죄, 직무유기죄, 국제형사범죄법 위반 등 5개 죄목을 적시했다. 처형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고 ‘헌법상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등의 주장은 합리적이다.
18일 공개된 북송 당일의 동영상은 반인륜적 만행을 거듭 생생히 보여준다. 안대와 포승줄도 모자라 테러범 등에게 사용하는 ‘케이블 타이’로 손목을 추가로 결박했는데, 경찰 내부에선 ‘불법 장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한 것으로, 불법 체포와 감금 혐의의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자신의 책임을 주장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와 청와대 직제는 물론, 청와대·국가정보원·군·경찰 등이 두루 연루됐다는 점에서도 대통령 지시나 묵인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도 북송 직후인 2019년 11월 “그런 거는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보고 받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급기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기 전부터 송환 결정이 내려졌고, 결정 전 문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이뤄진 정황이 일부 파악됐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중앙일보 19일 자 3면)까지 보도됐다. 현 대통령실이 17일 “청와대가 SI(특별감청정보)에 의존해 해당 어민들에게 흉악범 프레임을 씌워 북송을 미리 결정했다”고 밝힌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져야 할 의문이다. 사실이라면 형법 및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 범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15년 동안 봉인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검증도 이뤄져야 한다. 문 전 대통령과 관련 인사들이 결백하다면 이런 진실 규명 작업에 더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19일 탈북어민 “여기 있겠다” 귀순의사… 보고서에서 삭제 확인
檢, 국정원 삭제개입 정황 포착
서훈 지시 아래 3차장 입김 의혹
검찰이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2019년 11월 통일부가 작성한 보고서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해 귀순 의사 표현 등을 다수 삭제한 정황을 포착,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국정원이 서훈 전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죄 등으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된 통일부 보고서에 “여기(대한민국) 있겠다” 등 귀순 의사를 밝힌 표현 등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팀은 귀순 어민들의 북송을 정당화하고, 진정성에 문제를 삼고자 서 전 원장 지시 아래 김준환 당시 국정원 3차장(현 코트라 상임감사)이 보고서를 이른바 ‘마사지’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국정원 고발장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강제 북송 당시 공개적으로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히는 등 언론 대응을 맡았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송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처음 국방부, 해군이 담당하고 나포를 하고 난 다음부터는 국정원이 중심이 돼서 조사를 한다”며 “통일부는 대북조치하고 언론발표, 이렇게 맡고 있다”고 했다. 실제 2019년 11월 7일 북송 이후 약 일주일 뒤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비공개로 보고한 ‘흉악범죄 북한주민 추방 관련 보고’에도, “귀순 관련 진술과 행동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에서 ‘귀순 의사의 진정성’ 불인정”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합동정보조사 과정에서 귀순 어민들은 “정말 대한민국에 머물겠느냐”는 조사관 물음에 “여기 있겠다”고 밝히는 등 귀순 의사를 일관되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전날 국방부 소속 첩보부대원을 불러 조사했다. 국방부는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피격 공무원 이대준 씨 사건 관련 기밀자료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07.20 “어데로 갑네까” 北어민 물었지만...함구령에 호송팀은 답 못했다
어민 강제북송한 경찰특공대 증언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되는 귀순 어민이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몸부림치자, 정부 관계자들이 귀순 어민의 겨드랑이 밑으로 팔을 넣어 제압하고 있다. /통일부
“지금 어데로 갑네까?”
2019년 11월 7일 안대로 두 눈을 가린 귀순 어민이 판문점으로 달리는 호송 차량 안에서 물었다. 경찰특공대원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화를 하지 말라’는 지침 때문이었다. 귀순 어민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귀순 어민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강제 북송되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들을 판문점까지 호송했던 여러 명의 경찰특공대원들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과의 면담에서 강제 북송 임무가 있던 그날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비밀에 부쳐졌던 호송 작전에 실제 투입됐던 요원의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특공대원 8명에게 내려진 애초 임무는 ‘판문점 자유의 집까지 귀순 어민들을 이송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특공대원들은 귀순 어민들을 북으로 직접 넘기는 일까지 떠안게 됐다. 특공대원 A씨는 “우리는 임무가 하달되면 실행하는 사람들”이라며 “어떤 추가 지시가 내려져서 우리가 인계(강제 북송)까지 맡게 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태 의원실이 확보한 경찰특공대원들의 증언은 강제 북송이 얼마나 은밀히 이뤄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강제 북송 전날인 11월 6일 저녁 경찰특공대원 8명은 “내일 호송 업무가 있다”는 통보만 받았다. 어떤 호송인지, 언제 어디서 출발하는지는 전달되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경찰특공대원들은 스타렉스 차량 두 대에 4명씩 나눠 타고 서울 노량진 모처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소속을 알 수 없는 정부 관계자가 나와 “북한 어민들을 판문점 자유의 집으로 호송하는 임무”라고 설명했다.
특공대원들이 귀순 어민들을 처음 봤을 때 이들은 이미 포승에 묶인 채 안대까지 씌워진 상태였다고 한다. 한 특공대원은 “어떤 임무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장비도 챙기지 못했다”며 “비(非)노출로 사복만 입고 갔다”고 했다.
같은 시각 여의도 국회에서는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당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오늘 오후 판문점에서 북한 어민 2명이 북측으로 송환될 예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숨기려 했지만 ‘강제 북송’이 의도치 않게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승합차 두 대에 귀순 어민들은 각각 따로 탑승했다. 노량진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들도 판문점까지 동행했다. 차량이 움직이자 귀순 어민 한 명이 허공에 대고 “지금 어데로 갑네까?”라고 물었다.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귀순 어민은 거듭해서 말을 걸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같으면 대꾸라도 할 텐데 (대화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며 “3년 전 일이지만 ‘지금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은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호송팀은 판문점 내부에서 일단 대기했다. 북송은 한 명씩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안대는 자유의 집에서 나온 뒤에 풀어줬다.
처음 강제 북송되던 귀순 어민(파란색 상의)은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자포자기 심정 같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면 뒤이어 북송되던 귀순 어민(검은색 상의)은 땅바닥을 기더니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경찰특공대원들이 “야야야” “잡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당시 촬영된 동영상에 그대로 기록됐다.
정보 당국은 두 번째 귀순 어민의 저항을 예상하고 있었다. 앞선 사전 브리핑 때 “인계하는 과정에서 도주한다든지 자해한다든지 돌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경찰특공대가) 제어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강제 북송 이후 정부의 ‘윗선’은 경찰특공대 팀장급 요원에게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호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경찰특공대까지 속인 채 ‘북송 작업’을 서둘러 마치려 했다”며 “이런 결정을 내린 최종 지시자가 누구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공대원은 “당시 내 감정은 주관적인 부분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그런 임무는 제 경력에서 처음이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07.20 대선 전날 넘어온 北선박, 軍 6명 탔는데 합동신문도 없이 대선날 북송
당시 뒤따르던 북한 경비정에 경고 사격까지 하면서 나포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내려온 북한 선박을 합동 신문도 없이 하루 만에 돌려보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이 선박에는 군인 6명 등 7명이 타고 있었고, 우리 해군이 이 선박을 뒤따라온 북한 경비정에 경고 사격까지 했는데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바로 북송한 것이다. 이 선박은 20대 대통령 선거 하루 전인 3월 8일 NLL을 넘어왔고, 대선 당일인 9일 송환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 군인들이 탄 배를 경고 사격까지 해서 나포해 놓고 사실상 그냥 돌려보낸 건 창군 이래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정부 관계자에게 받은 보고에 따르면, 군은 지난 3월 8일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NLL을 넘은 북한 선박 1척을 나포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을 뒤따라온 북한 경비정도 NLL을 침범했고, 우리 해군 고속정이 40㎜ 함포 3발로 경고 사격을 했다. 월선한 북한 선박에는 군복 차림의 6명과 사복 차림 1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들을 백령도 현장에서 약식 조사만 한 뒤 북으로 돌려보냈다고 한 의원 측은 밝혔다. 군복 차림의 선박 탑승자는 모두 실제 군인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이런 경우 군과 국정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중앙 합동 신문을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대공 용의점 등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채 “군인의 이삿짐을 옮기는 배”라는 선박 탑승 군인들의 일방적 진술만 듣고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한 의원 측 관계자는 “당초 국정원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합동 신문이 추진됐지만 국방부 대북정책과가 백령도를 관할하는 해병대에 바로 송환하라고 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백령도 현장에서 군이 주도하는 약식 조사만 이뤄졌다”고 했다. 북한 경비정이 개입된 사건이 약식 조사로 끝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북한 경비정은 약 7분 동안 NLL을 침범했는데, 경비정의 월선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최초이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역점 정책이었던 남북군사합의를 어긴 사안이었는데도 월선 행위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유엔군사령부 역시 당시 조사에 참석하겠다고 우리 군에 통보했지만, 조사 인원이 도착하기도 전에 일사천리로 북송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북한군 탑승 선박이 NLL을 넘어왔고 이를 뒤따르던 북한 경비정에 경고 사격까지 한 상황에서 국정원의 조사도 없이 월선 군인들을 올려 보냈다”며 “대공 용의점 등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2019년 9월에 만든 ‘북한 선박·인원 발견 시 대응 매뉴얼’에서 “북한 선박이 단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되면 퇴거 또는 현지 송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현장 퇴거가 되지 않자 백령도 항구로 선박을 예인했고, 이에 따라 국가안보실이 사건을 지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의원실은 밝혔다. 국정원이 포함된 중앙합신은 국방부 대북정책과의 일방적 지시로 불발됐다. 한 의원 측은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과가 매뉴얼에 따라 국가안보실의 직접 지시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의 지시로 대선 전날 월선한 북한 선박을 하루 만에 급히 북송했다는 취지다.
당시 군 관계자는 백령도 월선 사건에 대해 “승선 인원 전원 귀순 의사가 없고, 북한으로 복귀를 강력히 희망했다”며 “귀환 시까지 일체의 식사를 거부했다”고 했다. 군 자체 조사와 이에 따른 송환 조치가 정당하다는 취지였다. 군은 그러면서 “송환 조치는 귀순 의사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며 매뉴얼과 절차에 따라 관계 기관이 합동으로 충분히 조사했다”고 했다. 한 의원은 “충분히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월선한 군인들을 무리하게 돌려보낸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7월 27일 북한 소형 목선이 동해 NLL을 월선했을 때도 민간인 3명을 사흘 만에 북송했다.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07월 20일 대선 날 돌려보낸 ‘北 선박’도 제대로 재조사해야 한다
서해 공무원 월북 조작, 귀순 어민 강제북송에 이어 3·9 대선 때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괴선박을 나포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금방 돌려보낸 일이 재조명되고 있다. 목숨 바쳐 지킨 NLL이 문재인 정권에 의해 무력화(無力化)되고 북한군이 들락날락하는 놀이터처럼 변질된 데 대한 진상과 책임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지난 3월 8일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해군이 NLL을 넘은 북한 선박 1척을 나포한 뒤 돌려보낸 사실은 당시 보도로 알려졌지만, 대선 뉴스에 파묻히면서 구체적 상황과 문제점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북한 경비정도 NLL을 침범해 해군 고속정이 함포로 경고사격을 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북한 선박에는 군복 차림의 6명과 사복 차림 1명이 타고 있었다. 해병대가 약식 조사를 벌였는데 선거일인 다음날 국방부 지시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 함정의 NLL 침범이 발각된 것도 처음인데, “이삿짐 옮기는 배”라는 주장을 그대로 믿고 치밀한 조사도, 북한에 대한 항의도 없었다. 당시 유엔군사령부 측도 조사에 참가하겠다고 했지만, 일사천리로 북송이 이뤄졌다. 2019년 9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내린 ‘NLL을 침범한 북한 선박을 나포하지 말고, 현장에서 바로 송환하라’는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안보실 지침 자체의 이적성에 대해선 별도로 따져볼 문제지만, 군인들이 탄 선박에 대해 그 지침을 적용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간첩선과 공작선도 들키면 어선이라고 둘러대면서 무인지경으로 NLL을 들락날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 고장 등으로 표류한 북한 선박의 경우에도 군인·선원들을 상대로 여러 상황을 조사하는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북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문 정부 5년 동안 유사한 안보 자해가 얼마나 있었는지 전면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문화일보 사설
07.21 국정원이 올린 ‘귀순 보고서’...청와대가 ‘송환 보고’로 바꿨다
靑, 어민들 귀순 진술서도 삭제 정황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2019년 11월 귀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국가정보원 등이 보고한 ‘귀순자 확인 자료’라는 문건의 제목을 ‘선원 송환 보고서’로 바꾸고, 어민들의 귀순 진술이 담긴 별도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가 북한 어민들의 귀순 의사를 왜곡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020년 10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북한 어민 2명은 2019년 11월 2일 나포 후 합동 조사 과정에서 한국에 귀순하고 싶다는 의사를 자필로 적은 ‘보호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이 문건에 ‘귀순자 확인 자료’란 제목을 붙여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고했지만, 안보실은 문건 제목을 ‘선원 송환 보고서’로 바꿨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당초 ‘귀순 보고서’였던 문건 이름을 ‘선원 송환 보고서’로 바꾼 이유가 뭐였겠느냐”며 “처음부터 이들의 귀순을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 문건 외에도 귀순 어민 2명의 합동 조사 진술 내용을 정리한 별도 보고서를 청와대 안보실에 올렸으나, 현재 안보 당국은 이 보고서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무단 파기·삭제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삭제·은폐 의혹과 그 경위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귀순 어민 북송과 관련한 주요 의사 결정은 당시 서훈 국정원장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함께 논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원장과 비서실장이 함께 움직였다는 건 어민 북송이 그만큼 대통령의 중요한 관심사였다는 증거”라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11월 26일)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통상 보름 이상 걸리는 귀순자 합동 조사를 사흘 만에 끝내고 11월 5일 북측에 어민 북송 통지문을 보냈다. 같은 날 ‘김정은 초청장’도 북에 발송했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07월 21일 법무부도 유엔司도 불법성 지적한 강제북송과 文 책임
북한 어민 강제 북송의 불법성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급기야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를 주도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애초부터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전반적 사항을 보고받고 지시도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법률 검토를 의뢰받은 법무부와 통일부 당국자가 불법 가능성을 지적했는데도 묵살됐다고 한다. 판문점을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가 반발하고, 정상적 군령(軍令)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정황도 있다.
청와대는 탈북 어민이 나포된 이틀 후인 2019년 11월 4일 노 비서실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어 이들의 처리 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조사가 이뤄진 지 하루 만에 북송이 결정된 것이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어민들이 작성한 ‘보호신청서’를 근거로 ‘귀순자 확인 자료’라는 제목의 문건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제출했으나, 이 문건이 ‘선원 송환 보고서’로 둔갑하고, 귀순 진술이 담긴 별도 보고서는 무단 삭제됐다고 한다. 송환이 결정된 다음 날인 5일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이들을 북송하겠다고 밝혔고, 그로부터 2시간 뒤에 김정은을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문 대통령 친서도 보냈다. 김정은 부산 방문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무리하게 강제 북송이 실행됐을 개연성이 더 뚜렷해졌다.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에서 북송에 대한 법률 검토를 거쳤다고 했지만,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 법무부는 탈북 어민이 북송되기 3시간 전에야 청와대에서 구두로 법리 검토를 요청받았다고 한다. 실무 작업을 한 법무부 검사는 ‘이미 탈북민이 국내로 입국했다면 설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해도 강제 출국시킬 법적 근거는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통일부 장관 직속 파견 검사도 법리 검토 요청에 같은 결론을 보고했다. 주무 부처의 위법 의견에도 송환을 강행했다면 직권남용이 확연하다.
심지어 비무장지대를 관장하는 유엔사(司)가 북송을 허가하지 않자 안보실이 직접 현장 근무 국군에게 통문을 열 것을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들이 살인자가 아니라는 구체적 주장도 있다. 성역 없는 수사가 더 절실해졌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21일 강제북송과 北정권 동조화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2019년 11월 2일 동해에서 북한 오징어잡이 선원 2명이 우리 군에 나포된 뒤 조사 3일 만에 강제북송이 결정되고 5일 만에 북송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전말이 베일을 벗고 있다. 지난 18일 통일부 공개 판문점 강제북송 영상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이 헌법과 현행법 위반은 물론, 북송 과정에서 남북이 지켜온 최소한의 연락관 입회 아래 ‘신원 확인’ 절차 등도 깡그리 무시했다는 점에서 군사독재 정권과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청와대 안보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선원 북송을 시도했다가 발각됐다. 초법적 국가 권력을 행사한 나치 독일 비밀경찰 게슈타포 뺨칠 정도로 폭압적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할 대대장이 군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김유근 당시 안보실 1차장에게 비밀 보고한 휴대전화 문자가 카메라 기자에게 노출되지 않았다면 완전범죄가 됐을 것이다
불법·초법적 강제북송 과정은 필연적으로 진실 은폐를 위한 거짓말 제조 컨베이어벨트였다. ‘귀순·혈흔·합동신문 날짜’ 조작 의혹 등이 양파 껍질 벗기듯 드러나고 있다. “배 안에서 혈흔 같은 흔적도 있었다”(전 통일부 부대변인), “북 어민들이 합동신문 과정에서 ‘죽더라도 돌아가겠다’고 했다”(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는 국회 증언 등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나포 당일 오징어잡이 어선에 국정원 직원과 함께 파견된 정부 검역관은 “작은 혈흔도 발견 못 했다”고 했다. 북 선원들은 정부 합동조사 과정에서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는 의사를 시종일관 밝힌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통일부 보고서에 이들이 “여기(대한민국) 있겠다”고 밝힌 귀순 의사 표현마저 삭제됐다. 급기야 ‘합동신문조사 사흘 실시’ 발언조차 하루만 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거짓투성이에, 무법천지였다. 정의용 전 안보실장 등이 강제북송 불가피 이유로 제시한 ‘흉악범’ 주장을 두고 ‘탈북 브로커설’ 등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비좁은 오징어잡이 목선에 19명이 승선하고, 20대 3명이 건장한 16명의 동료 선원을 파리 죽이듯 살해했다는 게 가능했을까. 합동신문 녹취록과 영상 공개로 진위를 가려야 한다.
‘평화·인권’을 국정 슬로건으로 내건 문 정권이 굴욕적 대북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북한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 탈북민을 죄악시하는 폭압적 북한 정권과 ‘동조화 현상’이 생겼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 정권 당시 초법적 국가 권력의 ‘거짓·위선·무법’ 실상은 안보 자해 행위도 불사했다는 점에서 인권 말살 상징인 게슈타포도 놀라 자빠질 정도다. 문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후 국정원과 청와대 안보실이 뜬금없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북한 선박의 단순 진입 시 현장에서 퇴거 또는 현지 송환하는 ‘나포 금지령’ 대응 매뉴얼을 수정·전면 손질한 것은 강제북송 사건 전주곡이었다. 한술 더 떠 제20대 대선 하루 전 서해 NLL을 월선한 군인 6명 등 7명이 탄 북한 선박을 해군이 나포했지만 정부가 신문 없이 하루 뒤 돌려보낸 것은 안보 자해 행위다. 신(新)게슈타포 정권 출현을 막기 위해서라도 안보 자해·국기 문란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자유민주국가의 기본 책무다.
문화일보
07월 21일 [단독]국정원도 ‘16명 살해’ 의구심…靑이 합동 정밀수색 막았다

어선·어민 옷서 혈흔 발견 못 해
국정원, 귀순어민 현장검증 검토
노영민 주재회의 직후 중단 지시
어민 분리 심문 때 증언 ‘불일치’
2019년 11월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는 탈북 어민들의 주장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어선 합동 정밀수색을 준비했지만 청와대 지시로 좌절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 어민 2명이 살해 인원 숫자 등을 비롯해 합동조사 당시 진술이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선박과 옷가지 등에서 혈흔은 물론, 범행 도구 등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명확한 귀순 이유 파악을 위해 압수수색 방식이 아닌 통합방위법에 따른 어선 합동 정밀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11월 4일 노영민 전 비서실장 주재 청와대 대책회의 직후 돌연 현장 정밀조사가 중단되고 강제 북송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21일 정보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국방부(국군정보사령부·군사안보지원사령부·합동참모본부) 등 합동조사팀은 동료들을 살해했다는 선원들의 진술에 상당한 의구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들은 합동조사팀에 귀순을 강력히 희망하면서 가혹 행위를 못 견뎌 선장 포함 동료 16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지만 11월 2일 국정원·농림축산검역본부가 2시간 이상 어선에 대한 방역 등을 진행할 때 어떤 범행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동조사팀은 내부 논의를 거쳐 이들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약품 등을 통한 혈흔·유전자(DNA) 채취 등 현장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어민들을 데리고 가 현장을 검증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어민 2명은 살해한 사람들 이름은 물론, 전체 규모가 15명인지 16명인지에 대한 기억도 서로 달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수법이나 사용 도구 등에 대한 진술도 상이한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염유섭·장서우 기자 yuseoby@munhwa.com
07.22 “어떤 정부도 자국 국민을 추방할 권한은 없다”
헌법학자 김선택 교수가 보는 북한어민 북송사건

예영준 논설위원
헌법학자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분단국이란 특수 상황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률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가 채택된 이후 통일에 대비한 법 체계를 연구해 논문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남북 관계에 관련된 법제와 법 적용 문제에 줄곧 관심을 기울여 왔다. 다년간 법무부 통일법무과에서 수행하는 연구활동에 참여하는 동안 북한과의 민사사법 공조에도 관여한 경력이 있다.
김 교수는 2019년 11월 발생한 북한 어민 북송 사건을 헌법 위반이자 정부에 의해 행해진 범법 행위로 규정한다. 현 정부의 재조사로 사건의 진실이 한꺼풀씩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김 교수를 만나 헌법학자로서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북한 주민은 ‘잠재적 국민’ 아닌 대한민국의 ‘현재적 국민’
귀순 진정성이 아니라 돌아갈 의사 있는지 진정성 따졌어야
문 정부, 북송 불가피한 남북간 특별한 사정 있었는지 밝히고
지금이라도 북송 어민 정보 북측에 확인하는 게 정부의 의무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헌법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우상조 기자
A남북 관계 법제를 연구해 온 학자의 입장에서 북송 사건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을 것 같다.
“이 사건 보도를 접하는 순간부터 의아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주 간단한 것부터 말해보자. 나포 당시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가장 간단한 것이 양복을 입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민이고 더구나 선상에서 무자비한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는 사람이 왜 양복을 입고 있었을까. 왜 그 목선은 해상경계선을 넘나들기를 반복했으며 우리 군은 왜 굳이 공해상으로 나가서까지 나포를 해 왔을까. 이 사건의 경우 왜 해경이 아닌 군이 출동했을까. 지금도 풀리지 않는 의문 투성이다. 선장의 가혹행위에 대한 선상반란이란 정부 발표도 아직은 규명된 것이 전혀 없는 상태다.”
A당시부터 북송은 위헌이란 입장을 밝혀 왔다.
“당시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에 출석해서 ‘북한 주민은 잠재적 국민일 뿐’이라는 말을 했다. 잠재적 국민이기 때문에 귀순의사의 진정성 심사를 거쳐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잠재적 국민’은 써서는 안될 나쁜 표현이다. 명백하게 헌법에 반한다. 누구나 다 알듯이 우리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기돼 있다. 북한 영토까지 포괄해서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하는 것이다. 당연히 북한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남한에 있든 북한에 있든 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다. 북한 주민은 ‘잠재적 국민’이 아니라 ‘현재적 국민’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지역에 대한민국의 법이 실행이 안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북 주민이 경계선을 넘고 남한으로 넘어오면 바로 대한민국법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은 국민의 생명 안전을 정부가 침해한 사건이다.”
A귀순 의사가 진실하지 않아 북송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탈북자를 북송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큰일 날 일이다.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북으로 돌아가고 싶은지의 의사를 물었어야 했다. 그에 반해 돌려보낸 것은 추방이다. 어떤 나라, 어떤 정부도 국가의 구성요소인 자국 국민을 추방할 권한은 없다.”
A당시 북송을 결정한 문재인 정부의 논리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해 취급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비정치적 중대범죄자에 대해서는 난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국제법을 원용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북한과 북한 주민을 외국에 준하거나 외국인에 준해 법을 적용한 사례가 있긴 하다. 가령, 북한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에 대한 의료인 자격 인정 여부에 관한 사례나 또는 외환 거래 등 개별적 사건에서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개별 법률을 유추 적용한 것이지 원칙적인 판례가 아니다. 만일 북한 주민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고 해보자. 탈북해서 남쪽으로 오고 싶은 사람을 다 외국인으로 보고 귀환을 시켜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다.”
A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의 예외 규정을 거론하면서 범죄자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하기도 하는데.
“그건 탈북자 보호와 정착 지원 대상을 규정하고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정착금과 직업훈련, 교육 등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 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 것과 대한민국 국적을 인정받고 말고의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 우리나라에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의 보호대상으로 지정되지 못한 탈북자들도 수십명 있다.”
A그렇다면 어떻게 처리했어야 했나.
“대한민국 국민이니 당연히 대한민국 형사법 체계에 따라 기소하고 재판해서 처벌해야 한다. 그냥 원론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판례가 있다. 북한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수원지방법원 판결로 집행됐다.”
A자백만으로 처벌할 수 없어 돌려 보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법에 자백이 자기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는 처벌 못한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그걸 아는 정부가 증거를 찾을 노력은 않고 북한이라는 비인도적인 곳으로 보낸 건 우리의 법치주의를 스스로 부정한 행위다.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째, 그들이 타고 온 목선을 잘 수색하면 그 안에 뭔가 범죄의 증거가 나왔을 것이다. 그 배 유류물을 수거해서 국과수에 맡겨 분석을 했어야 된다. 그런데 정부는 그 목선을 압수수색은커녕 소독을 하고 보냈다. 16명 살인이라는 중대범죄의 증거를 대한민국 정부가 인멸한 것 아닌가. 또 하나는 북한에 요청을 하는 것이다. 공범 1명이 북한에 체포되었다고 하지 않나. 남북간에 사법공조를 한 사례가 없지 않다. 저작권 관련이나 탈북자의 상속 재산 문제 등 민사 분야에 국한되긴 하지만, 내가 법무부와 일하면서 그런 사법공조에도 관여했다. 물론 형사사건에 공조가 이뤄진 적은 없는데, 북한이 협조하지 않고 돌려보내라고 요구할지 모른다. 문제는 정부가 그런 요청조차 하지 않고 서둘러 돌려보냈다는 점이다. 흉악범이라도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형사피의자, 형사피고인, 수형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보다 더 형사사법 절차가 가혹한 북한으로 송환해 버렸다. 기본권 침해이자 반인권 행위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북한에 요구해야 할 일이 있는데 빠뜨리고 있다.”
A문재인 정부 때 일어난 사건인데, 현 정부가 할 일이란 무엇인가.
“북송된 탈북자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북한 쪽에 정보 제공을 요구해야 한다. (인터뷰가 이뤄진 다음날 북한에서 처형당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남북간 공식적 정보 제공에 의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법치주의 수준이 높지는 않겠지만 검사도 있고 사법부도 있으니까 두 사람이 어떤 재판을 받았고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면 지난 정부의 발표가 맞는지도 확인이 된다. 북한이 협조해 줄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정부는 두 사람을 북송해 줬으니 당연히 확인할 권리가 있다.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A윤석열 정부에서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북송에 관여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헌법과 법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르지 않았으니 북송 자체가 불법이고 범죄 행위다. 정확히 무슨 범죄인지는 내가 말할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 직무상의 범죄에는 해당될 것이다. 만일 그 혐의에서 벗어나려면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북한이 어떤 매우 중대한 정치적인 문제가 있어서 이 탈북자들을 송환해 주지 않으면 남북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통치행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정도만으로는 안된다. 개인적인 추정이지만 사건 당시 그렇게 급박하게 움직인 걸로 봤을 때는 뭔가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A이번 사건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국가의 존립 이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남북 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국민의 안전과 자유라는 국가의 존립 목적에 우선할 수 없다. 세상에 어느 나라가 자국 국민을 북한으로 떠밀어 보내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국가의 부작위에 의해 국민 생명이 희생된 것이라면, 강제 북송사건은 국가의 작위에 의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연되지 않도록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예영준 논설위원
07월 22일 카슈끄지 사건式 유엔 조사 필요하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인 강제 송환 사건에 대해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서훈 전 원장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정전협정을 위반한 ‘유엔사 패싱’ 등 무리한 북송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도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 위반을 비판했고, 유엔도 진상 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적반하장이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에서 보낸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2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처럼 ‘흉악범들은 탈북민도 아니고 귀순자도 아니다’라는 전체주의적 궤변을 반복했다. 탈북자가 아니라 북한을 다녀온 우리 국민이었다면 ‘흉악범은 우리 국민도 아니다’라고 할 텐가?
더불어민주당 또한 ‘흉악범’ 프레임에 더해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반격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자칭 ‘진보 언론’조차 사형 선고와 같은 ‘16명 살해 흉악범 추방’을 갖고 왜 트집이냐고 큰소리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탈북자 합동신문센터를 ‘한국판 관타나모’라고 비판했던 국내 인권단체들은 말이 없다.
불행히도 2019년 9월 조국 사태 후 진영 논리에 따른 사실과 법의 왜곡은 극에 달해 있다. 게다가 ‘흉악범’ 프레임은 과거 독재정권의 용공 조작처럼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인에게 먹힌다. 이듬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 사건에 등장한 ‘월북자 프레임’처럼 여론 재판에 무죄추정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없다.
국정원·통일부·국방부·외교부 등 관련 부처에서 윤석열 집권 후에도 조용히 자리를 보전하거나 승진한 실무자들까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말을 바꾸는 것도 ‘정치 보복’ 프레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3월까지 검찰총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후보 시절에는 집권 후 ‘적폐 수사’를 공언해 ‘정치 보복’ 논란을 자초한 적이 있다.
결국 ‘흉악범’ ‘정치 보복’ 프레임을 깨기 위해서는 탈북민 강제 북송 사건의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라는 목표에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조사를 생각해볼 수 있다. 아녜스 칼라마르 전 유엔 초법적 처형 특별보고관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책임을 규명한 보고서를 냈다. 지난해 언론 오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우려 표명으로 철회될 수 있었다.
탈북민 북송 사건의 경우, 유엔 결의를 통한 독립 조사나 유엔 북한인권·고문·처형 특별보고관의 조사가 가능하다. 이러한 유엔 조사는 국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를 상대로 탈북민 2인의 생사 확인을 촉구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또한 중요하다. 특히,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자의 한국 국적 보장, 국정원의 탈북민 구금·조사 업무의 법무부 이관, 적법 절차와 강제송환 금지 원칙의 성문화는 한때 시민사회와 민주당이 추진했던 개혁안과도 충분히 조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 유엔 조사단의 제도 개선책까지 수용한다면 더욱 이상적일 것이다.
문화일보
07월 22일 北인권 암흑기 5년과 文 책임

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통일부가 12일과 18일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북송 장면이 담긴 사진·동영상을 공개하자 워싱턴DC 미 의회·인권단체 등은 충격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잔혹 행위에 가담했다는 비판과 함께 당시 결정을 주도한 이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를 이끄는 크리스 스미스(공화) 의원은 “귀순을 요구한 어민들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강제송환되는 사진을 보는 건 고통스럽다”며 “이런 지시를 누가, 왜 내렸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끔찍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국제앰네스티·휴먼라이츠워치·조지 W 부시센터 등도 일제히 한국이 1992년 비준한 국제난민협약의 ‘잔혹하고 비인도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개인을 추방·송환해선 안 된다’는 농르풀망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5년 재임 기간은 북한 인권 문제에서만큼은 암흑기다. 2016년 9월 시행된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두도록 했지만 이정훈 초대 대사가 2017년 9월 물러난 뒤 문 정부는 후임자 선정을 미뤘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5년 만인 지난 19일 이신화 고려대 교수를 두 번째 대사로 임명했다. 북한인권재단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이사를 추천하지 않아 아직 출범하지 못했다. 재단 설립을 위한 사무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폐쇄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도 2019년 이후 4년 연속 불참해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한 국제사회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2020년 12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살포를 금지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국회 통과시킨 것 역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국제 인권 기준 침해다.
사실 국제규범보다 약육강식 논리가 우선시되는 국제정치 현실에서 인권은 쉽게 무시된다. 민주주의와 함께 인권을 대외정책 원칙으로 내세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인권 상황 악화를 우려한 국제여론에도 철군을 강행했다. 지난주 중동 순방에서는 국내외 반발에도 2018년 자말 카슈끄지 암살에 책임 있다는 평가를 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났다.
원칙(인권)을 양보하고도 원유 증산 약속을 못 받은 바이든이 ‘빈손 귀국’ 평가를 받는 것은 남북관계에 올인해 북한 인권을 내팽개친 문 정부 대북정책이 실패로 끝난 것과 언뜻 흡사하다. 하지만 바이든은 아프간 철군 당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이번 순방을 앞두고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중동 순방은 국익에 근거한 결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안보 위기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직접 설명했다. 민주주의는 구성원 개개인의 인권을 토대로 완성된다. 국가지도자가 인권이라는 원칙에 예외를 두려면 국민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참혹한 강제북송 진실은 나 몰라라 하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과 책임 대신 선택적 침묵을 하는 인권변호사 전직 대통령을 바라보는 것이 더 씁쓸한 이유다.
문화일보
07.23 탈북 어민 붙잡기도 전에 북송 준비, 미리 北 요구 받았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2019년 탈북 어민의 배를 나포하기도 전에 북송을 미리 계획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는 탈북 어선 나포 하루 전인 11월 1일 국가정보원에 ‘과거 중대 범죄를 저지른 탈북자를 추방한 사례가 있느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탈북 어민을 붙잡기도 전에 북송할 준비부터 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당시 청와대는 국정원보다 먼저 어선의 NLL 월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군과 국정원보다 청와대가 먼저 알았다면 북한에서 어선 남하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 북이 북송을 요구했고 청와대가 이에 따른 것 아닌가.
수주일 걸리는 귀순자 조사도 단 3일 만에 끝냈다. 실제 조사한 날은 하루뿐이라고 한다. 합동조사팀은 어민과 선박에 대한 혈흔·유전자 감식을 계획했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하려 했다. 하지만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서둘러 북송을 결정하자 조사는 중단됐다. 당시 국정원 직원들은 “더 조사할 게 있었는데 갑자기 북송 지시가 내려와 황당했다”고 했다.
문 정부는 11월 5일 북송하겠다는 전통문을 북에 보냈고, 2시간 후엔 김정은을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전했다.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위한 제물로 어민을 강제 북송한 것 아닌가. 청와대는 북송 3시간 전에야 귀순자를 북으로 돌려보내도 되는지 법무부에 법리 검토를 요청했다. 북송 통지문까지 보내놓고 형식적 절차만 거친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강제 북송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했다. 청와대는 이마저도 묵살했다. 애초에 북이 원하는 대로 강제 북송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6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한 죄

예영준 논설위원
스스로를 ‘평양시민 김련희’라고 표현하는 한국 거주 12년 차의 탈북민 여성이 있다. 한국으로 밀항해 두 달 일하면 돈을 벌어 평양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입국했으며, 남한에서 살 의사가 전혀 없으니 가족들이 살고 있는 평양으로 송환해 달라는 게 김련희씨의 일관된 요구사항이다. 2016년에는 서울에 있는 베트남대사관에 뛰어들어 망명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고 한국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이 일로 국가보안법상의 잠입 탈출 혐의가 적용돼 재판까지 받고 풀려났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은 김련희씨처럼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탈북민을 보내고 대신 국군포로나 한국인 억류자 등을 돌려받자는 주장을 한다.
판문점 송환 순간 선원의 몸부림
생존본능 앞에서 ‘진정성’ 따진 건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믿는 행위
올해 초 동부전선 경계망을 뚫고 북한으로 간 체조선수 출신 탈북민 김모씨는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다. 그는 높이 3m의 철책을 넘어 귀순했고, 같은 경로로 다시 월북했다. 지인들의 증언으로 볼 때 1년 남짓의 남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북한행을 택한 듯하다. 탈북민 중에는 그런 사람이 더러 있고, 실제로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다. 경쟁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탈북민들에게 남한 사회는 결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닐 것이다. 체조선수 김씨를 ‘안타까운 경우’라 표현한 것은 그가 북한으로 돌아가 살려던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믿을 만한 대북 소식통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탈북 범죄자에 대한 처형이었는지, ‘코로나 오염 지역에서 넘어오는 모든 움직이는 것을 사살하라’는 방역지침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월북 후 오랜 시간을 살지 못했다고 한다. 인도적 동기에서 나온 태영호 의원의 제안이 실현되기가 쉽지 않은 이유를 이런 사례들이 말해 준다.
송환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간단치 않은 법인데 원치 않는 사람을 강제로 돌려보내는 건 어떤 이유를 붙여도 정당화할 수 없다. 2020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을 북한으로 되돌려보낸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은 ‘귀순의 진정성’이 없어서라고 주장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주장이다. 정의용 전 안보실장의 설명처럼 한국 해군에 나포돼 오는 순간엔 귀순 의사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더 명백한 사실은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의사 또한 없었다는 점이다. 그건 얼마 전 공개된 송환 당일의 사진과 동영상 화면을 통해 생생히 증명된다. 사람의 혀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진정성 없는 말을 할 순 있어도 절체절명의 순간에 몰린 사람의 몸은 거짓말하지 못하는 법이다. 안대가 벗겨지는 순간 몸을 뒤로 빼는 선원의 행동은 생존본능의 발현이었고 그게 바로 ‘진정성’이었다. 국민은 1년8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그 화면을 보고 판단하게 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책임자들은 그들이 북송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애초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안대를 채우고 손을 묶은 게 바로 그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귀순의 진정성’이 없어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강변하는 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것이다.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선량한 국민을 흉악범과 함께 살게 되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귀순 의사를 묵살했다고 한다면 적어도 국민을 기만했다는 비난만큼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선원 2명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간 지 며칠 만에 처형당한 것으로 정부 당국이 파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믿고 싶진 않지만 서해에서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사건 등의 전례로 볼 때 당국의 판단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흉악범에게도 정당하게 재판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것이 법치국가와 그렇지 않은 나라, 문명국가와 야만국의 차이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자들에겐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부정한 혐의가 추가돼야 한다.
중앙일보 예영준 논설위원
07월 28일 강제북송 진실과 동문서답

김석 정치부 부장
미국 중앙정보국(CIA) 거짓말 탐지 조사관들이 쓴 ‘거짓말의 심리학’에는 여대생에게 음란 사진을 보냈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위너 전 의원은 사건이 사실인지 묻는 취재진에 선거 현장 소란, 부채한도 표결 문제, 해킹 피해 주장 기존 성명 등 엉뚱한 말을 하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한다. 질문이 이어지면 “새로운 인터뷰 규칙을 정하자” “할 일을 못 하게 방해한다”며 되레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동문서답이나 공격적인 태도는 진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할 때 하는 전형적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둘러싼 문재인 정부나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언행은 이러한 행동과 유사하다. 2019년 11월 7일 벌어졌던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당시 문 정부의 결정이나 조치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문 정부는 북송 당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에게 받은 ‘북한 주민 2명 오후 3시 북송’ 관련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될 때까지 관련 사실을 숨겨왔다.
문 정부는 보도 이후에도 송환 여부에 대해 답변을 피하다가 송환 뒤에야 귀순 어민들이 살인사건에 연루됐으며 귀순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것 자체도 듣는 이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데 송환 결정 과정까지 벌어졌던 일은 의구심을 더욱 키운다. 어민 2명은 11월 2일 군에 나포된 뒤 정부 합동신문을 받았다. 그런데 통상 보름 이상 진행되는 합동신문이 윗선의 지시로 사흘도 안 돼 종료됐다. 문 정부는 또, 11월 5일 오후 4시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이들을 북한으로 보내겠다는 전통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그리고 2시간 뒤인 6시쯤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한·아세안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전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의 ‘귀순자 확인 자료’라는 보고서 제목을 ‘월선 보고서’로 변경했다. 강제 북송 과정도 의심스러운 일투성이다. 청와대는 어민 강제 북송에 군이 지원 불가 입장을 밝히자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는데, 이 투입 요청은 공문 없이 구두로만 진행했다. 또, 판문점을 관리하는 유엔사에 강제 북송 사실을 숨긴 채 승인받았다. 귀순 어민 2명을 강제 북송시키려고 5일 동안 헌법과 국정원법, 북한이탈주민지원법, 경찰특공대 운영규칙 등 법과 규정을 줄줄이 어긴 것이다. 이에 대한 실체 규명 요구에 문 정권 인사들은 ‘(귀순 어민은) 엽기적 살인마’ ‘흉악범’이라는 동문서답이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강도상해 혐의를 받는 탈북자에 대한 재판을 세금 낭비라고 주장하는 의사에게 재판장은 이렇게 말한다. “탈북자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러니까 재판도 하는 거죠.” 이 말이 정상적으로 들리는 것이 법과 규정이 바로 선 사회다. 사진 찍기용이나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주민 인권에는 눈감고, 법과 규정은 무시하는 적폐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문화일보
08.30 웜비어 첫 장학생 이서현씨 “‘대동강의 기적’ 발판 만드는게 꿈”
‘웜비어 첫 장학생’ 이서현씨 인터뷰
평양 출신 美컬럼비아 대학원생, TED 강연서 북한 실상 알려
“일부 한국인, 노동신문에 세뇌돼 北지도자가 인민에게 진심인 줄”

▲이서현씨가 지난 6월 UCLA에서 열린 강연 플랫폼 테드(TED) 행사에서 북한에서의 삶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대동강의 기적을 이뤄낼 발판을 설계하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TEDxTalks 유튜브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미국 송환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오토 웜비어 재단’은 지난 24일 첫 장학금 수혜자로 평양 출신의 탈북민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서현(31)씨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웜비어씨의 부모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이씨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이것이 “북한 정권에 강력한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과연 어떤 꿈일까. 2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이씨는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를 찾아주고, 남한 사람들이 단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것처럼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어 낼 발판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워싱턴DC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에서 웜비어씨 부모를 만나서도 “김씨 정권의 야만적 만행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도록 북한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2500만 북한 동포들이 자유로운 세상에서 인권을 존중받고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세우기 위해 미국에서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씨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통치 자금 관리와 외화 벌이 무역을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의 고위 관리 리정호(리씨는 북한 본명을 사용하고 자녀들은 탈북 후 개명했다)의 딸로 평양에서 태어났다. 이씨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내 리설주가 졸업한 금성학원에서 초등 과정을 마친 뒤 평양외국어학원을 거쳐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를 2년 다녔다. 이후 아버지가 다롄 주재 대흥무역총회사 지사장을 지낼 때 다롄의 동북재경대학으로 유학 가 2014년 7월 졸업했다. 그러나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을 전후해 이어진 잔혹한 숙청을 지켜본 일가족은 2014년 10월 한국으로 탈북했고, 2016년 3월 미국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이씨는 유튜브 ‘평해튼(Pyonghatton·평양+맨해튼) TV’ 등을 통해 오빠 현승(37)씨와 함께 북한 실상을 알리는 인권 운동을 해왔다.
이씨는 지난 6월 UCLA에서 열린 강연 플랫폼 테드(TED) 행사에서 중국 유학 시절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됐다며, 함께 공부하던 룸메이트가 하루아침에 보위부 요원들에게 끌려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너무나 착하고 사랑과 배려심이 많은 친구였다”고 회고하는 이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친구에게는) 아버지가 장성택의 직속 사무실에서 근무했다는 죄밖에 없었다”며 “2013년 12월 초 보위부 요원들이 기숙사에 찾아와 백팩 하나만 멘 친구를 데려갔다”고 말했다. 2시간 후 친구에게서 “아무래도 나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소지품 좀 보관해 줘. 전화기는 버린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그것이 마지막 연락이었다. 친구 아버지는 처형당하고 어머니와 남동생까지 모두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졌다는 소식은 나중에 들었다.
이씨는 “이전까지는 나처럼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들, 아버지처럼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북한도 잘사는 나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한 가닥 희망이 있었다”며 “하지만 (일련의 처형과 숙청으로) 북한 독재자에게는 결국 엘리트든 일반 주민이든 북한 2500만명 모두가 다 일회용 배터리 같은, 소모품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 후) 북한을 경험하지 않은 일부 한국, 미국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의 선전 매체인 노동신문을 계속 접하다 보니 오히려 그분들이 역으로 세뇌를 당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북한 독재자가 진심으로 인민을 위하고, 북한이 그래도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닌가’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더라. 거짓말도 100번 하면 믿게 된다고…”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북한에만 있었다면 물고기가 자기가 물속에 있는 줄 모르듯이 내가 어떤 환경에 있는지도 전혀 의식조차 못 했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북한 시스템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보를 유입해 주는 것이 가장 빨리 북한의 변화를 불러오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월간조선 09월 호
탈북 어민 北送 사건으로 다시 주목받은 광개토대왕함 사건
⊙ 2018년 12월 20일 광개토대왕함이 구조해 북송한 목선에는 김정은의 원산 갈마지구 시찰 당시 김정은 암살 기도한 북한 군인들이 타고 있었다는 소문
⊙ 日언론, 2020년에 이미 광개토대왕함 사건과 ‘김정은 암살 미수 사건’ 관련 가능성 제기
⊙ 강제 북송 탈북 어민 두 명은 김책시 출신… 집단 살인 관련 소문 없다고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과 학사, 런던대 로열할로웨이 컬리지 박사(비교연극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MBC 라디오 앵커, 現 배나TV 대표 / 저서 《북한요지경;배나TV 장원재입니다》 《끝나지 않는 축구 이야기》 《논어를 축구로 풀다》 《장원재의 배우열전》

▲일본 방위성은 2018년 12월 28일 ‘한국 해군 함정에 의한 화기 관제 레이더 조사(照射) 사안’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P-1 초계기 날개 바로 아래에 광개토대왕함이 있어 상당히 근접 비행을 했음을 보여준다. 사진=일본 방위성
2019년 11월 7일에 벌어졌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문제가 국제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인류 보편의 양심을 어긴 사건이다. 인류 보편의 양심에 충격을 주고, 공포를 주고 분노를 일으킨 사건이다. 무엇보다도,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나라로 그 누구든지 되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라는 국제법의 대원칙 ‘강제 송환 금지 원칙(Non-refoulement)’을 정면으로 어겼다.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 인권대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전부 우려를 표하고 있는 배경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이 사건에 대해 여러 내용을 발표했는데, 사실이 아닌 것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집단 살인 관련 소문 없어
문재인 정부는 이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이들을 북송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첫째, 이들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것. 둘째, 귀순의 진정성이 없었다는 점.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주장은 2022년 7월 ‘자필 귀순 의향서’의 존재가 드러나고,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온몸으로 북송을 거부하는 동영상이 공개됨으로써 설득력을 잃었다.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두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며, 따라서 살인범인지 아닌지는 대한민국의 사법 절차에 따라서 판명이 돼야 한다. 설령 이들이 살인을 저질렀다 해도, 이들에게는 대한민국에서 재판받을 권리가 있고, 이들을 북송(北送)할 법적 근거는 국내법에도, 국제법에도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들이 살인범이라는 증거도 없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타고 온 선박에서 살인의 결정적 증거인 혈흔이 나오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을 단 하루만 조사한 뒤 서둘러 북송했다. 선박도 별다른 조사나 검사 없이, 바로 소독해서 돌려보냈다. 두 사람이 16명을 선상에서 차례차례 불러서 죽였다고 했는데, 필자가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있다. ‘소문’이다. 민간 언론이 없는 북한의 특성상, 사회면에 실릴 만한 소식은 소문을 통해 널리 그리고 빠르게 빠르게 퍼진다. 살인 사건이나 부화 사건(간통 사건) 등은 황해도 사리원에서 벌어진 일이 그날 안으로 청진, 원산, 회령까지 흘러 들어가는 정도다. 가해자, 피해자의 신원과 사건이 벌어진 배경, 가족들의 대응 등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유통되는 것이다.
북한 주민과 때때로 통화를 하는 김길선 기자(현 유튜브 ‘김길선’s 평양만사’ 운영)의 취재에 의하면, 강제 북송된 두 청년은 김책시 출신이다. 그런데 김책시는 물론, 함경도 어디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한 어떤 소문도 돌지 않는다고 한다. 피해자가 무려 16명이라면, 그 가족들의 이야기라도 나와야 하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살인범은 무조건 사형이다. 집단 살인은 전례도 없고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소문의 정보학’으로 추측하면,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엽기적 살인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광개토대왕함 사건

▲아라키 가즈히로 교수. 사진=아라키 교수 페이스북
기왕 소문 이야기가 나왔으니 다른 사건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 2018년 12월 20일에 일어났던 광개토대왕함 사건이다. 한국에서는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低空) 위협 비행 사건’, 일본에서는 ‘레이더 조사(照射) 사건’이라고 부른다. 독도 북동쪽 약 100km 부근 동해 대화퇴어장에서 한국 어선이 북한 소속으로 보이는 어선을 발견해 해경에 보고했고, 대한민국 정부는 해양경찰청 소속 삼봉호와 해군 광개토대왕함을 파견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일본 방위성에서 한국 해군이 자국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공격용 레이더를 조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즉각 의혹을 부인했다. ‘공격용 레이더를 조사했다’는 것은 적대행위(敵對行爲)를 했다는 이야기여서, 국내외적으로 ‘레이더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대한민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은 즉각 사태 수습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회의석상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양국 국민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 와중에 이 배는 어떻게 되었는지, 이 배에 누가 타고 있었는지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2018년 12월 22일 통일부는 ‘조난된 북한 어선에서는 생존자 3명과 시신 1구가 발견되었으며, 간단한 조사 뒤 이들을 22일 북한으로 인도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발표는 의문점투성이다. 먼저, 형평성의 문제다. 1함대 기함인 광개토대왕함, 5000톤급 경비구난함 삼봉호가 목선 한 척을 ‘인도적으로 구조’하기 위해 동시에 출동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 어선이나 어선의 일부, 혹은 시신이 일본 해안에 표착한 사례는 무려 100차례가 훨씬 넘는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연구하는 다쿠쇼쿠대학(拓殖大學) 아라키 가즈히로(荒木和博) 교수가 언론 보도를 취합한 자료만 봐도 그렇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북한 당국의 출어(出漁) 금지 조치로, 표착 사례가 급감했다.
만약 광개토대왕함과 삼봉호가 ‘작은 목선 단 한 척을 인도적으로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것이라면, 다른 배들이 표류할 때는 왜 출동하지 않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 측 함정이 어떻게 해당 수역에 그렇게 빨리 도달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북한 내부의 소문에 의하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 이 배의 탑승자는 현역 군인이다. 김정은이 원산·갈마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할 때 암살을 기도한 병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암살은 미수에 그쳤고, 가담자 전원이 체포되었다고 한다. 이 중 4명이 배편으로 도망, 일본으로 탈출하려고 했단다. 출항(出港)을 확인한 북한 당국이 문재인 정부에 모종의 요청을 했다고 보는 건 무리한 추측일까?
김정은 암살 미수 사건?
확실한 팩트는 해군(海軍)과 해경(海警)의 동시 출동을 명령할 수 있는 누군가가 지시를 내렸다는 것, 두 함정의 출동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 두 함정이 목선을 ‘구조’했다는 것이다. 적절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생존자의 귀순 의향은 확인했는지,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생존자를 돌려보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2018년 12월 20일 나포 후 22일 송환이라면, 조사하기에는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 조사 자체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추측하는 이유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보도된 바 있다. 2020년 9월 22일 자 일본 인터넷 매체 ‘겐다이 비즈니스’에 실린 가와노 가쓰토시 전 자위대 통합막료장(합참의장)과 곤도 다이스케 ‘겐다이 비즈니스’ 편집차장의 대담이 그것이다. 이 기사에서 곤도 다이스케 차장은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서 얻은 정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이 원산·갈마 관광지구 현지 지도 때 현장에 있었던 병사 중에서 암살을 기도한 사람들이 있었다. 암살은 미수로 끝났고 가담한 사람들은 일망타진됐는데 그중 4명이 도망가다 배로 일본으로 망명하려고 했다. 이 사실을 안 북한 당국이 남북합동사무소를 통해 붙잡으라고 요청하여 문재인 정부는 그에 응했다.
사실, 해군과 해경 양측에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은 청와대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 문재인 정부는 이 사건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레이더 조사 사건으로 한국 세론을 반일(反日)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했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보도된 후 이인제 전 국회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개토대왕함 사건을 상기시키는 글을 올렸다.
2018년 북송된 3명은 누구인가?
다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강제 북송 후 보름도 지나지 않은 2019년 11월 21일,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중앙일보》 기자가 질문했다. 미국 LA에서 열린 간담회 직후였다.
“두 사람을 북송했는데,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김연철 장관은 “당연히 보고했고, 대통령이 보고받을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녹취도 했고 기사도 실렸다. 정부조직법상 이러한 결정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을 지낸 김태훈 변호사는 “귀순 의향서까지 썼고 대한민국에 정착하고 싶은 의사를 확실하게 표명한 사람을, 북으로 가기 싫다고 몸부림치는 사람을 ‘강제 송환 금지’라는 국제법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북송을 했다는 것은 정말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범죄”라고 했다.
“이건 법 이전에, 태어나기 이전부터 우리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간 본연의 양심의 문제입니다.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말아 주십시오. 북으로 끌려간 젊은이들을 보고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지금도 ‘흉악범이다, 귀순의 진정성이 없었다’라고 하시는 분들에게 저는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끌려가겠습니까?”
2019년 11월 7일, 당시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2019년 2월~2020년 7월 재직)이 국회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 JSA 공동경비구역의 중령이 “오늘 오후 3시에 북송하려고 합니다”라고 보낸 문자가 한 기자의 카메라에 잡혔다.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많은 국내외 인사가 송환에 반대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강제 북송을 강행했다. 그 보도가 아니었다면, 탈북 어민 두 명의 북송은 조용히, 은밀하게 자행되었을 터이다. 아무도 그들의 행방과 진실(眞實)을 알지 못했을 터이다.
그래서 묻는다. 광개토대왕함 사건이 있었던 2018년 12월 22일에 북송한 ‘생존자 3명’은 누구였나. 왜 탈북했고 어디로 가려고 했나.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대규모 작전에 준하는 인력과 장비가 동원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누구의 결정으로, 어떻게 북송되었는가.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어긴 것은 혹시 아닌가. 진실을,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감추고 있는가.⊙
09.22 대북전단 살포 갈등, 해결책 없나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접경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거듭된 강도 높은 위협에도 대북전단 살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 바람에 애꿎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현행법상 대북전단 살포는 위법이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남한에서 북한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을 천명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연설에서 “전선 가까운 지역이 (코로나) 초기 발생지라는 사실은 남조선 것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며 “색다른 물건짝들을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유입의 매개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1일 전했다. ‘색다른 물건짝’은 보수 민간단체들이 날리는 대북 전단을 의미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 유입 경로와 관련해 근거 없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우리 측에 대해 무례하고 위협적인 발언을 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앞서도 지난 7월 1일 한국발 대북전단을 통한 코로나 유입설을 제기했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최근 다시 이뤄졌다. 북한의 보기 드문 직접적이고 과격한 위협에 긴장하고 있던 접경지역 주민들은 이에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5일 코로나19 극복에 필요한 의약품과 물품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전날 인천 강화도 모처에서 대형 풍선 20개를 북한에 날려 보냈다”며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 단체는 6월 5일과 28일, 7월 6일에도 대북전단과 마스크 등이 포함된 풍선을 접경지역에서 북측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기 연천·파주·김포, 인천 강화 등 접경지역 상당수 주민과 지자체는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하고 있다. 휴전 이후 70년 동안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이 살포될 때마다 남북 간 긴장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를 든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의 불법성도 지적한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제정, 시행 중인 ‘대북전단금지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헌법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은 폐지해야 한다는 반대 논리도 팽팽하다.
이러한 때 정부는 현실적인 운용의 묘를 짜내야 한다. 대북전단 살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실정법을 개정하고, 아니라고 판단하면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정부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앙일보 전익진 사회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