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2-09/ 09.04 속도 내는 힌남노, ‘매우 강’ 위력으로 내일밤 제주도 덮친다 - 09.26 대전 현대아울렛 사망자 7명으로...실종자 모두 숨진채 발견
세상사 2022-09/
09.04 속도 내는 힌남노, ‘매우 강’ 위력으로 내일밤 제주도 덮친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영향권에 도달하는 예상 시간이 빨라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4일 오전 9시 기준 힌남노는 대만 타이베이 동북동쪽 약 32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8㎞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힌남노는 이날 오후 9시 서귀포 남남서쪽 약 670㎞ 부근 해상에 접근할 전망이다. 전날 오후 4시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힌남노는 5일 오전 3시 이곳에 도달할 예정이었다. 하루도 되지 않아 힌남노의 예상 접근 시간이 6시간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북상 중인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항에 어선들이 피항해 있다. /뉴시스
힌남노는 5일 오후 9시 서귀포 남남서쪽 약 180㎞ 부근 해상까지 이른 뒤 6일 오전 9시 부산 북북서쪽 약 20㎞ 부근 해상을 향할 것으로 예보됐다.
현재 ‘매우 강’ 상태의 힌남노는 서귀포 남남서쪽 460㎞ 부근 해상에 이를 때에는 초강력 태풍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강도는 ‘중-강-매우 강-초강력’ 4단계로 나뉜다.
전망대로라면 힌남노는 가장 강한 세력으로 국내에 상륙한 태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성장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대기 상승 제트 기류가 약해 한남노가 세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할 요소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강력 태풍은 54㎧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분다. 순간 최대풍속이 44∼54㎧인 경우 바람에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수 있다.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잇따라 부산에 상륙했을 때 해운대 등 해안가 고층 건물 주민들이 공포의 밤을 보내기도 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가운데 4일 전남 여수 국동항에 어선들이 피항해 있다. /연합뉴스
상륙 시 강풍반경(바람이 초속 15m 이상으로 부는 구역)에 서울 등 수도권 북서부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이 포함된다. 영남과 전남은 폭풍반경(바람이 초속 25m 이상으로 부는 구역)에 들겠다.
힌남노는 많은 비도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4일에는 전국이 흐리고 수도권과 강원영서, 충청권, 동해안, 제주도에 가끔 비가 내리겠다. 경상권은 낮 12시부터, 전라권은 오후 6시부터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부터 6일까지 전국의 예상 강우량은 100~300㎜에 이른다. 특히 제주도 산지는 6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경기북부와 강원영서북부, 남해안, 경상권 동해안, 산지를 제외한 제주도, 지리산 부근, 울릉도‧독도 역시 400㎜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있는 자연재난행동요령에 따르면 태풍이 예보된 때에는 먼저 자신이 사는 지역에 영향이 있는 시기를 미리 파악해 어떻게 대피할지 생각하고 가족이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조처해야 한다.
저지대나 상습 침수지역, 산사태 위험지역, 지하 공간이나 붕괴 우려가 있는 노후주택·건물 등에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주택이나 차량, 시설물 등의 보호도 준비해야 한다. 바람에 날아갈 위험이 있는 지붕, 간판 등은 미리 결박하고, 창문은 창틀에 단단하게 테이프 등으로 고정한다. 하천이나 해변, 저지대에 주차된 차량은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9.06 기상청 “힌남노, 오전 7시 10분쯤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가”

▲6일 오전 7시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 힌남노 정보. /기상청
기상청은 6일 오전 4시 50분쯤 경남 거제시 부근으로 육지에 상륙했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오전 7시 10분쯤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이르게 동해상에 진출한 것이다.
힌남노는 오전 6시 행정구역상 부산 기장군인 부산 동북동쪽 10㎞ 지점을 지날 때 시속 52㎞로 빠르게 이동했다.
힌남노는 이날 낮 12시쯤 동해 한가운데인 울릉도 북동쪽 100㎞ 해상에 이르겠다. 오후 6시쯤에는 울릉도 북북동쪽 560㎞ 해상을 지나고, 7일 0시 일본 삿포로 북서쪽 400㎞ 지점에 도달해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하겠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부산역 기차 차고지 철제 펜스가 강풍에 떨어져 나가 인근 도로를 막고 있다.2022.9.5/뉴스1
오전 7시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과 해상에 태풍특보가 내려졌다. 영남 곳곳엔 시간당 30~110㎜ 비가 쏟아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구룡포)와 경주시(토함산)에는 힌남노가 상륙한 이후인 오전 5시부터 오전 7시까지 2시간 동안에만 각각 160㎜와 153㎜ 비가 퍼부었다. 전국적으로는 시간당 5~20㎜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현재 호남과 경남엔 최대순간풍속이 30㎧(시속 110㎞) 내외인 강풍이 분다. 경남 통영시 매몰도에는 오전 2시 10분쯤 최대순간풍속이 43.1㎧(시속 115㎞)에 달했다.
기상청은 “6일까지는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겠다”며 “폭풍해일과 해안지역 매우 높은 파도도 주의해달라”라고 당부했다.

▲태풍 힌남노로 많은 비가 내린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청림동 일대에서 해병대 1사단이 소방관을 태운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를 출동시켜 고립이 예상되는 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2022.9.6 /해병대 1사단 제공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통과한 6일 오전 서귀포시 새연교 주차장과 상가에 강풍에 날아든 돌이 널브러져 있다. 2022.9.6/뉴스1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서초 반포한강시민공원 물에 잠겼다…실시간 CCTV 영상 보니

▲6일 오전 7시 경북 포항 창포사거리. /KBS재난포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4시 50분쯤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는 도로가 물에 잠기고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KBS 재난포털에 따르면, 제주 평대초교앞 교차로에 설치된 재난감시 CCTV 카메라는 강한 바람에 아래 위로 흔들리고 있다. 힌남노가 지나간 마라도는 파도가 높지 않고, 어제보다 바람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6일 오전 7시 서울 서초 반포한강시민공원. /KBS재난포털
경북 포항의 도심 곳곳은 쏟아지는 비에 잠긴 것으로 나타났다. CCTV 영상을 보면 포항 죽도시장 방면 오거리와 방장산터널 방면 5호 광장, 창포사거리 등 도로가 물에 잠겨있다. 출근길에 오른 운전자들이 차를 몰고 물살을 조금씩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거나, 방향을 틀어 다시 돌아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서울에도 간밤에 많은 비가 내려 서울 서초 반포한강시민공원이 물에 잠겼다. 영상을 보면 높게 자란 나무의 이파리만 보일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
부산 동래 온천천 하부도로인 세병교는 침수로 현재 통제된 상태다. 부산 수영만과 경남 창원 마산여객선터미널에 설치된 CCTV는 현재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전 6시 부산 동북동쪽 약 10㎞ 육상을 시속 52㎞로 지나 오전 7시10분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예상보다 이르게 동해상에 진출한 힌남노는 오후 12시 울릉도 북동쪽 약 100㎞ 해상, 오후 6시 울릉도 북북동쪽 약 560㎞ 해상을 지날 것으로 예보됐다. 이후 7일 오전 0시 일본 삿포로 북서쪽 약 400㎞ 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파도 덮치는데 차량 세우고…마린시티 위험천만한 순간들

▲5일 오후 11시 40분쯤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방파제 앞에서 한 시민이 인터넷 생중계를 하다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KBS 뉴스 유튜브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태풍경보가 발효된 부산의 한 해안도로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파도에 휩쓸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40분쯤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방파제 앞에서 한 시민이 태풍 상황을 인터넷 생중계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마린시티 앞 CCTV 라이브 화면에는 이 남성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남성은 방파제 근처 인도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가 담을 넘어온 큰 파도에 휩쓸렸다. 이 파도로 인해 남성은 약 10m가량 마린시티 상가 쪽으로 밀려 나갔다. 그의 손에는 촬영 중인 스마트폰이 있었다.
경찰은 이 남성과 함께 있던 일행 등 2명을 안전지대로 이동 조치했다.

▲6일 오전 7시쯤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방파제 앞에서 한 차량이 정차하고 있다가 파도를 맞았다. /유튜브 KBS 뉴스
위험천만한 순간들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집채만 한 파도가 마린시티 앞 2차선 도로를 넘어 건물까지 들이치는데도 운행 중인 차들이 있었다. 6일 오전 7시쯤에는 한 차량이 바닷가 가까운 곳에 계속 차를 세워두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차량은 결국 파도가 차체를 모두 덮친 후에야 도로를 떠났다.

▲6일 새벽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앞 방파제를 넘은 파도가 건물까지 들이치고 있다. /유튜브 KBS뉴스
6일 오전 태풍이 부산을 향하면서 해안가 고층건물 주변으로는 건물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이 강해지는 이른바 ‘빌딩풍’이 우려돼 이틀 전부터 일부 상인과 주민에게 대피 권고가 내려졌다. 대피 권고를 받은 곳은 마린시티를 포함해 청사포, 미포, 구덕포 일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5일 부산시 유튜브 채널에서 태풍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가급적 안전한 실내에 머물러달라는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포항, 400㎜ 물폭탄… 장갑차 출동 고립 주민 구조작전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6일 경북 포항 남구 침수지역에서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를 투입해 민간인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4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경북 포항지역에서 고립된 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해병대 장갑차가 동원됐다.
해병대제1사단은 6일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지역 내 고립이 예상되는 민간인 구조를 위해 KAAV 2대와 IBS 3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상륙돌격형장갑차인 KAAV는 수륙양용장갑차로, 수상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다. IBS는 해상침투를 위한 고무보트다.

▲태풍 힌남노로 많은 비가 내린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청림동 일대에서 해병대 1사단이 소방관을 태운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를 출동시켜 고립이 예상되는 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2022.9.6 /해병대 1사단 제공.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6일 경북 포항 남구 침수지역에서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를 투입해 민간인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해병대는 장갑차에 남부소방서 구조요원을 태워 청림초등학교 일대에 출동해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이후 지역 내 고립되어 구조를 필요로 하는 인원을 수색할 예정이다.
해병대제1사단 관계자는 “해병대 신속기동부대는 출동대기 태세를 완비했다”며 “언제 어디든 민간 피해복구 작전에 투입해 즉시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6일 경북 포항 남구 침수지역에서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를 투입해 민간인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병대 1사단 제공)
포항 대송면에는 지난 4일 0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411㎜의 비가 쏟아지는 등 포항지역 평균 125.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포항 구룡포에는 40.5㎜의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포항 형산강에는 홍수주의보가 내려졌고, 남구 오천읍 전통시장이 물에 잠겨 시장에 고립됐던 5명이 구조됐다. 남구 오천읍 모텔에서는 투숙객 15명이 건물에 갇혀있다 옥상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동아일보


▲동아일보
09.07 재해 자체보다 대응 능력에 인명 좌우
사라·매미 수준이라던 괴물 태풍 힌남노… 인명 피해 크게 준 편
세계 재해 사망자는 100년 사이 11분의 1로
기후 붕괴도 적극 방어 투자로 막아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에 설치된 기립식 차수벽. 높이 2m로, 고정으로 서 있는 강화 유리벽까지 치면 1㎞ 길이다. 2018년 해일 피해를 막기 위해 완공됐다. /김동환 기자
오래전, 1984년 9월 2일 일이다. 초년병 기자로 사건·사고 취재를 맡을 때다. 전날 1일 새벽 서울에 비가 양동이로 들이붓듯 했다. 밤늦게까지 비 피해를 취재하다가 강동구 성내동 강동경찰서(현 강동구청 2청사) 2층 기자실에서 잤다. 3일 아침 깨보니 경찰서가 섬이 돼 있었다. 허리 내지 가슴팍 정도까지 물이 올라와 있었다. 군인들이 젓는 고무보트를 타고 겨우 빠져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신문은 호외(號外)를 찍었다. 호외 1면은 ‘망원-풍납동 주민 16만 대피…118개 지역 침수’라는 제목이었다. ‘고립된 수중 도심’이란 항공 사진엔 풍납·성내동 아파트와 주택들이 점점이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유수지 배수펌프가 물에 잠겨 성내천 물이 역류한 탓이다. 안양천 배수 펌프도 터져 버렸다. 마포구 망원동 유수지 수문은 수압을 못 견뎌 무너졌다. 한강물 역류로 합정·성산·서교·동교동까지 물에 잠겼다. 그날 사망·실종자가 147명, 이재민은 20만명 이상 나왔다. 북한에서 수해 지원이라며 쌀과 시멘트를 보내왔을 정도다.
1984년 재해연보를 찾아보니 당시 한강 본류 구간에 353㎜ 비가 내렸다. 이에 반해 지난달 8~9일 서울 기상청 관측소의 누적 강수량은 524㎜나 됐다. 기상 관측 115년 사이 최대 폭우였다. 그랬는데 인명 피해는 사망 13명, 실종 6명이었다. 이재민은 1492명 나왔다. 물론 맨홀 남매, 반지하 세 모녀 등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들이 있었다. 재산 손실도 적지 않았다. 다만 통계로 볼 때 1984년에 비해 훨씬 강력한 폭우였는데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충주댐이 1985년 완공돼 남한강 홍수 유량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요인이 컸을 것이다. 4대강 사업 때는 강바닥을 준설해 통수량을 키웠다. 제방, 배수 설비도 보강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띄운 천리안 기상위성도 활약 중이다. 1984년엔 일본 기상위성이 6시간마다 보내는 구름 전송 사진에 의존해야 했다. 이런 사정들이 모여 1984년과 2022년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힌남노 태풍도 기상청은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에 견줄 만한 괴물 태풍이라고 누차 경고했다.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강도”라고 했다.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6일 오후까지 힌남노의 인명 피해는 12명으로 집계돼 있다. 그 한 명 한 명의 목숨은 귀중하다. 다만 사라 때는 849명, 매미 때는 131명 희생됐다.
세계 통계를 봐도 세상은 점점 더 안전해지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가 192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100년간을 10년 단위씩 묶어 집계한 ‘세계 자연재해 사망자’ 숫자를 보면 1920년대 52만명에서 일직선 감소 경로를 밟아왔다. 2010년대 10년 동안엔 4만5000명이었다. 인구 변동을 감안한 ‘인구 10만명당 사망자’는 1920년대 27.77명에서 2010년대엔 0.64명까지 42분의 1로 줄었다.
과학기술, 산업, 인프라, 제도, 시스템이 발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마다 속도는 달랐지만, 총체적으로는 경제가 부강해진 것이다. 경제력을 가진 나라와 빈곤 국가 사이 재난 대응의 극적 격차는 2010년 한 달 시차로 발생했던 아이티 지진과 칠레 지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진 강도는 칠레(규모 8.8)가 아이티(7.0)보다 수백 배 강력했다. 사망자는 아이티 22만명, 칠레가 450명이었다. 지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진 대비 능력이 사람 목숨을 좌우했다.
19년 전 매미 때 해일이 마산 앞바다를 덮친 후 바닷가 산책로에 높이 2m, 길이 1㎞ 기립식 차수벽을 설치한 것이 이번 태풍에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는 미래 재해에 대비해 투자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뭣보다 투자의 효과를 납세자에게 납득시키기 어렵다. 예를 들어 1994년 가뭄과 4대강 사업 뒤인 2014·15년 가뭄은 둘 다 혹독했다. 농경지 피해 면적은 1994년이 2014·15년의 20배였다. 4대강 주변 농민들은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알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그걸 느끼기 힘들다.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은 투자 효과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1년 상습 침수 구역 7곳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후임 박원순 시장은 ‘과잉 토목공사’라며 신월동만 진행시켰다. 직경 10m, 길이 3.6㎞의 신월동 빗물터널 효과는 8월 폭우에서 증명됐다. 빗물터널처럼 대조군(對照群)이 존재해 투자 효과를 뚜렷하게 대비시킬 수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 것이다.
기후가 연쇄 도미노 붕괴를 일으키는 상황까지 가면 기상 이변은 지금과 차원이 다를 수 있다. 재해 방비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09.13 민노총 불법에 또 면죄부 준 하이트진로 사태
지난 3월 이후 하이트진로 공장과 본사 등을 상대로 계속됐던 민노총 화물연대의 불법 파업이 노조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노사 합의로 6개월 만에 끝났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하이트진로 공장의 제품 출하를 막고, 본사에 난입해 옥상을 불법 점거한 채 농성을 벌여왔다. 노조원 수십 명은 인화 물질인 시너 통을 반입해 “경찰이 진입하면 일을 벌이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는 지난 9일 협상을 최종 타결 지었으나 합의안은 화물연대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것이었다. 양측은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철회,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해고자 복직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 측은 당초 불법 주동자 25명에 대해 2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를 취하하고 앞으로도 일체의 민형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합의해주었다. 사실상 항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불상사만 걱정하며 불법 옥상 점거를 24일이나 방치한 공권력의 무기력한 자세도 일조했을 것이다. 강성 노조가 아무리 불법·폭력을 저질러도 면죄부를 주는 관행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사 측은 ‘확실한 재발 방지’를 전제 조건으로 손해배상을 면제해준 것이라 했지만 화물연대가 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기는 힘들다. 민노총과 그 산하 노조들의 불법 투쟁으로 회사 측에 거액의 손실을 입히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파업으로 100억원의 손해가 났고,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대우조선해양 점거 농성은 8000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게 했다. 이번에 하이트진로가 또 면죄부를 주고 넘어갔으니 민노총의 불법은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하이트진로로선 적당히 타협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점거 파업을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손해배상은 강성 노조가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아무리 경영 차질이 심각해도 원칙대로 대응해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었어야 했다. 승리에 취한 화물연대는 “손배 가압류 철폐를 위한 법 개정 투쟁”을 선언했고, 거대 야당은 노조에 대한 손배 소송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민노총의 불법 폭력을 아예 법으로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9.14. 노조원 차 값 평생 할인, 그 비용은 일반 소비자가 내나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 기아차 노조가 성과 보너스 2000만원이 포함된 올해 단체 협약안을 조합원 투표로 부결시켰다. 이유가 기막히다. 장기 근속 퇴직자에게 현대·기아차 구입 시 평생 30%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것을 75세까지로 제한하고 할인 횟수도 2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린 것을 문제 삼았다. 퇴직을 앞둔 50대 이상 직원들이 부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사원들은 ‘선배들의 이기심’에 기막혀 하고,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019년 작업 시간 중 영화·축구·야구 보는 걸 막기 위해 회사가 와이파이를 차단하자 집단행동을 불사했다. 작년엔 현대차 울산4공장 노조원들이 생산물량을 나눠 달라고 찾아온 전주공장 노조 간부를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기아 소하지회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5년 만에 생산직 정규직 신규 채용에 나서자 ‘직원 자녀 우선 채용’을 요구했다. 이제는 차값 평생 할인도 고집한다.
세계의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수소차 시대를 누가 주도하느냐를 놓고 사활을 건 혁신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운명이 걸린 이런 때에 현대·기아차 노조는 ‘철밥통 사수’뿐이다. 더 잘 팔리는 차량 증산조차 못하게 하고 공장 간 생산 물량 배분도 방해한다.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차 한 대당 투입되는 노동 시간은 28시간으로 경쟁사인 도요타·GM보다 11~25% 더 길다. 반면 평균 연봉은 9000만원으로 다른 나라 경쟁사보다 훨씬 높다.
노조의 도덕적 해이는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파산했다가 공적 자금 투입으로 기사회생한 미국 GM은 퇴직 직원 40만명에게 15년간 퇴직자 연금과 건강보험료로 무려 1030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2010년 경영부실 탓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일본항공(JAL) 역시 과도한 퇴직자 연금이 부도의 주요인이었다.
철밥통이 된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이기주의는 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기업들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주요인이 됐다. 한국의 노동 경쟁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신규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고 했던 어느 정치인의 말이 틀리지 않다.
조선일보 사설
09.15 논란 부른 기아의 ‘평생 할인’
14일 본지 A1면에 실린 ‘기아 노조 “평생 차값 30% 할인, 계속해달라”’ 기사에는 7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반응의 정도는 제각각이지만 내포된 뜻은 한 가지로 수렴된다. 퇴직자에게 2년마다 30% 차값 할인을 평생 제공하는 것은 지나친 특혜이며, 이는 기아 노조의 이득이 아니라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평생 사원증’이라 불리는 퇴직자 할인이 차량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뜻이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다.

▲지난 7월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2부산국제모터쇼' 에서 기아자동차 관계자가 대형 전기 SUV 컨셉트 EV9을 공개하고 있다. 2022.7.14/뉴스1
현대차와 기아에는 10만명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이 중 50대 이상 사원은 절반에 육박한다. 현대차 근무자 7만673명의 평균 근속 연수는 18년 2개월, 기아에 근무하는 3만4104명은 22년 2개월에 달한다. 한 해 1000여 명씩 쏟아지는 50대 이상 퇴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 이들을 상대로 손해를 보고 차량을 팔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79%가량이다. 5000만원짜리 차를 팔 때 4000만원가량이 원가란 뜻이다. 그러나 퇴직자들은 이 차량을 2년마다 3500만원에 구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회사의 손해는 누적되고 이는 결국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분이 일어나는 건 최근 완성차 시장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코로나와 반도체 수급난 등 공급망 이슈가 겹치며 차량 가격은 계속해 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평균 차량 판매 가격은 4758만원이다. 2019년 3774만원이던 것이 2년 새 30% 가까이 올랐다. 최근엔 차량 출고 자체가 어려워지며 할인 등 프로모션도 대부분 사라졌다. 중고차 시장에선 신차 가격에 웃돈을 주고 중고차를 사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손님에게만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도 2005년 만들어진 평생 사원증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러 번 있었다. 당시엔 한 대라도 차량을 더 파는 게 회사에도 반가운 일이었다. 내수 시장에서 판매량 증가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게 공식이었고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위를 기록했고 상반기 전체 차량 판매 순위에서도 도요타, 폴크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톱 3 자리를 차지했다. 제도의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직원들과 퇴직자 입장에선 이런 논쟁이 반가울 리 없다. 그러나 불합리한 복지 제도를 정리하는 것도 노사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기아 사 측은 이 반대급부로 59세 근로자 기본급의 90%를 주던 60세(정년) 임금을 95%로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유효 기한이 다한 복지 제도를 어떻게 수정하느냐. 많은 눈이 현대차그룹에 쏠려 있다.
조선일보 김아사 기자
09.15 “일은 덜 하고 월급은 더 달라”는 ‘연봉 1억’ 은행원들 파업

▲금융노조 간부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앞에서 9·16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금융노조는 16일 광화문 세종대로와 시청역 일대에서 총파업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2022.9.14/뉴스1
은행 노조들이 속한 금융노조가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 근무,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1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많은 국민이 고금리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데, 금리 상승 덕에 고임금을 누리는 은행원들이 ‘일은 덜 하고 월급은 더 받겠다’며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정부의 코로나 거리 두기 정책에 동참한다며 작년 7월 이후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해왔다. 지난 4월 거리 두기가 해제됐지만 노조는 업무 시간을 원상 복구하지 말고 근로 시간을 주 4시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월급은 6%나 더 올리라고 한다. 은행원 평균 연봉은 1억550만원으로, 모든 업종을 망라해 최고 수준이다. 이것도 적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원들은 낮은 국제 경쟁력을 지녔음에도, 호봉제 임금 덕에 1인당 GDP와 비교할 때 금융 선진국인 미국, 영국보다 더 높은 고임금을 누리고 있다. 은행의 고연봉은 은행원들이 일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미친 집값’에다 금리 인상에 편승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로 돈을 번 덕이다. 4대 은행이 올 상반기에 거둔 이자 이익만 15조원을 넘는다. 그만큼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1800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가계는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대출 전환’ 프로그램의 신청 절차가 15일부터 각 은행 창구에서 시작되는데 은행원들은 일손을 놓고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나.
은행들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 투입 덕에 기사회생하면서 국민과 국가에 큰 신세를 졌다. 이번엔 은행들이 취약계층의 채무 조정을 도우며 신세를 갚아야 할 때다. 파업은 힘없고 가난한 근로자들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항의 수단인데 은행원들은 ‘황금 철밥통’을 더 키우겠다고 파업을 한다. 염치가 없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조선일보 사설
09.17 스토커 96%가 구속 면해, 법원과 검경이 참극 방조한 것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 신당역 역무원 피살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공동취재) 2022.9.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여성 역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가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동의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나름 일리는 있지만 부작용이 컸다. 앞으로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살펴보면 스토킹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보다 정교한 제도적 개선과 현장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스토킹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작년 10월 가해 남성을 고소했다. 그래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자 지난 1월 그를 다시 고소했다. 가해자의 처벌을 두 차례에 걸쳐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고소 이후 1년 가까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본질적인 문제였다. 작년 10월 가해 남성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할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영장이 한 번 기각됐다는 이유로 2차 고소 때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경찰도 문제였다. 300여 차례 전화와 메시지를 남기면서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고 만남에 응하지 않으면 협박까지 했기 때문에 언제든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피해자의 신변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타성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현재 스토킹 범죄에서 가해자를 구속해 피해자와 조기에 분리시키는 경우는 매우 적다. 작년 10월 스토킹 처벌법 시행 후 올해 8월 말까지 스토킹 혐의로 입건된 7152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254명에 불과했다. 스토킹 가해자 100명 중 96명 이상이 피해자 주변에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범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무조건 구속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가해자의 인권만을 내세워 스토킹을 경범죄 다루듯 하는 경향이 법원과 검경에 있다. 여성 대상 범죄인 데이트 폭력 범죄 역시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검거된 가해자 7131명 중 구속된 인원은 125명에 불과했다. 법원과 검경이 여성 대상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어떤 법도, 어떤 대책도 효과를 볼 수 없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범죄가 재발할 긴급한 우려가 있을 때 경찰이 가해자에게 접근 금지를 명령하거나 최악의 경우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둘 수 있는 잠정 조치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9개월 동안 경찰이 신청한 잠정 조치 5743건 가운데 985건이 검찰이나 법원 단계에서 기각됐다고 한다. 이번 피해 여성의 경우 첫 고소 직후 한 달 동안 신변 보호 조치를 받은 것 이외에 1년 동안 어떤 보호 조치도 받지 못했다. “본인이 원치 않았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강력 범죄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한 보호가 이런 식이어선 안 된다. 직권으로 무조건 응급 조치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충격, 분노가 큰 것은 상당수 여성이 실제 생활에서 스토킹 범죄,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등 크고 작은 신변의 위험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노를 법원과 검찰 경찰은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9월 23일 모두가 안전한 엔데믹 조건
권도경 사회부 차장
델타 변이 유행이 잠잠해진 직후인 지난해 9월. 언론 지상은 ‘위드 코로나’란 장밋빛 담론으로 뒤덮였다. 확진자 감소세와 백신 접종률을 근거로 정부가 먼저 운을 띄우자 “유럽은 위드 코로나가 대세다”, “확진자 수는 무의미하니 위드 코로나를 서둘러야 한다” 등 여론은 힘을 실었다. 막상 11월에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자 보름 만에 병상대란이 터졌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 진입 시기로 낙점한 겨울은 심뇌혈관 중환자가 많이 나오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가장 활성화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일상 회복 기대감은 한순간에 공포로 뒤바뀌었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들어오자 45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12월 한 달에만 약 2000명이 숨졌지만 누구도 정책 실패로 인한 인명 피해를 책임지지 않았다.
올가을 방역 키워드는 ‘노 마스크’가 장악했다. 3년간 피로도가 쌓인 만큼 마스크 문제는 휘발성이 강하다. 실외 마스크가 전면 해제되자 실내 마스크도 풀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마스크는 코로나19 방역의 상징인 만큼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는 국민에게 깊게 와 닿는 선언적인 조치다. 찬반 양론은 팽팽하다. 실내 마스크 의무를 언젠가 풀어야 한다는 총론에는 다들 동의하지만 각론에서는 엇갈린다. 바로 시기 문제다. 겨울이란 계절적 요인은 위드 코로나를 앞뒀을 때와 같다. 지난해 가을에는 없었던 변수가 여러 가지다. 우선 독감이 3년 만에 유행하고 있다. 재감염자는 전체 확진자 10명 중 1명꼴로 늘어났다. 겨울이면 면역력도 소진된다. 논의 시점이 부적절하단 지적도 상당하다. 올겨울 여러 감염병이 같이 도는 ‘멀티데믹’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우리 방역 체계는 마스크 없는 엔데믹(풍토병화)에 잘 준비돼 있을까. 코로나19는 양면성을 가진 감염병이다. 젊은 사람에겐 감기처럼 가벼울지 모르나 고위험군에겐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가혹하다. 치명률에 가려 있지만 사망자는 여전히 많다. 8월 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누적 사망자는 3030명이다. 사망자의 약 90%는 60세 이상이다. 코로나19 유행은 젊은층에서 고령층으로 번져간다. 결국 우리가 누리는 일상 회복은 ‘약한 고리’인 고령층의 희생이 발판이 된 셈이다. 하지만 고령층을 보호하겠다는 ‘표적 방역’은 허점투성이다. 소아들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소아들은 올봄 오미크론 유행 당시 60%가 감염될 정도로 많은 피해를 봤다. 소아과 전문의와 병상이 부족해 병원을 찾아 헤매다 숨진 아이도 여러 명이다. 아이들은 지난여름부터 코로나19 외에 독감, 파라인플루엔자, 수족구병 등 각종 바이러스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소아과 전문의들은 “지금도 소아 환자 1명을 응급실에 보내려면 구급차를 타고 전화를 10통 넘게 돌려야 한다”며 진료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를 논하기에 앞서 아이들이 아프면 제때 치료받을 수 있을지 먼저 되짚어 볼 일이다.
올겨울 우리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바이러스가 주도권을 가져 불확실성이 크다. 성급한 일상 회복 메시지로 피해를 키운 것만 여러 차례다. 엔데믹은 겨울철 유행을 무사히 넘긴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문화일보
09월 26일 대전 아웃렛 화재, 사망자 2명으로...‘전기차 충전중 폭발 가능성’
26일 오전 7시 45분쯤 대전 유성구 용산동의 한 대형 아웃렛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진화에 나섰지만, 사상자가 확인되고 있다.
대전 유성소방서 총괄지휘부는 이날 오전 11시쯤 현장 브리핑 등을 통해 “아웃렛 지하 동쪽 편에서 발견된 50대 남성 1명과 30대 남성 1명이 중상을 입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고, 40대 남성 1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이외에도 물류팀 직원 등 현장 직원 4명이 연락을 안 받고 있다는 관계자 신고에 따라 4명에 대해 수색작업을 최우선으로 벌이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아웃렛 지하에서 검은 연기가 많이 나온다”는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 소방대원 등 126명과 장비 40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이며, 대응 2단계 때는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한다.

▲26일 오전 7시 45분쯤 대전 유성구 용산동 한 대형 아웃렛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트위터 캡처

▲26일 오전 7시 45분쯤 대전 유성구 용산동읜 한 대형 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 출동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이번 화재로 인근의 숙박동 투숙객과 종사자 등 110명이 대피했다. 백화점 개장 전이어서 외부 손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 총리는 이날 오전 행정안전부 장관·소방청장·경찰청장에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국무총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한 총리는 “특히 수색에 최선을 다해 인명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가 폭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09.26 대전 현대아울렛 사망자 7명으로...실종자 모두 숨진채 발견
대전시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7명으로 늘어났다.
소방당국은 “26일 오전 7시 45분쯤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오후 들어 5명 더 추가돼 총 7명이 됐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건물 지하에 있던 관제실 직원 등 3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이송자 가운데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2명은 결국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오후 2시 30분쯤 지하1층에서 사망한 남성 2명이 추가로 발견돼 사망자가 4명이 됐다. 오전에 연락이 두절됐던 4명 중 2명으로 추정되며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 4시30분쯤 이후 1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견됐다.
대전시소방본부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 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 접수 후 진화에 나서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불이 나자 인근 숙박동 투숙객과 종사자 등 110명이 대피했다. 문을 열기 전 화재가 발생해 외부 손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소방당국은 이외에도 물류팀 직원 등 현장 직원 4명이 연락이 안 되고 있다는 관계자 제보에 따라 이들에 대해 수색작업을 벌였다.
대전소방본부와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0분쯤 “화재가 발생한 곳에서 동료 직원들의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초 연락이 두절된 직원은 5명이었지만 경찰이 이들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결과, 4명은 현대아울렛에서 신호가 잡혔고, 나머지 1명은 사고 현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 위치가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연락이 두절된 4명이 화재 당시 지하주차장 등에서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의 행방을 찾기 위한 수색을 벌였다. 이어 오후 2시 30분쯤 건물 지하 1층에서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추정되는 1명을 찾았지만,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관계자는 “오전 9시 20분 현재 불은 거의 진화된 상태로 추가적인 인명피해가 있는지 확인중”이라며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진화를 마치고 조사해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석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