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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소식 2022-05/ 08.02넉달전 알카에다 수장 카불 은신처 확보… 美, 드론 날려 폭사시켰다 - 08.31 냉전종식 주역… 고르바초프 前소련 대통령 별세

상림은내고향 2022. 9. 1. 13:12

 

지구촌 소식 2022-05/

08.02넉달전 알카에다 수장 카불 은신처 확보… 美, 드론 날려 폭사시켰다

바이든 “이제 정의 실현했다”
아프간 철군 1주년 앞두고 작전

▲2001년 1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빈 라덴(왼쪽)과 앉아 있는 알자와히리./Daily Dawn/로이터 뉴스1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수 1주년을 앞두고 9ㆍ11 테러를 일으킨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제거했다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알자와히리의 제거 사실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알자와히리)는 그동안 미국인과 미국 공무원, 외교관 등을 살해하고 미국의 국익을 해쳐온 인물”이라며 “더 이상 테러 수괴는 존재하지 않으며 정의가 실현됐다”고 천명했다.

 

이번 알자와히리 제거를 위해 미군과 중앙정보국(CIA)은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에 있는 알자와히리의 안가에 드론 폭격을 퍼부었다. CNN은 “미 정보당국은 올해 4월 알자와히리의 은신처를 파악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민간인 피해가 없는 최적의 시기를 찾아 작전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연설에서 “알자와히리의 가족은 물론 그 어떤 민간인도 다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2일 아이만 알자와히리 알카에다 지도자가 미군의 드론공격으로 사망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은신처 근처에서 한 탈레반 병사가 경비를 서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연설 말미에서 알카에다 잔당 등 반미 테러집단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그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어디에 숨어 있든, 우리 국민에게 위협이 된다면 미국은 당신(테러리스트)을 찾아내 제거할 것”이라며 “국내외 미국인들의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해 8월 미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이 지역에서 벌어진 첫 작전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작전으로 미국이 ‘철군 후에도 아프간에서 (테러)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한 주장에 신뢰가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제거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군 철수 후 아프간을 지배하고 있는 탈레반 측이 알자와히리의 보호해줬는지도 관심사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두고 “국제 규범 위반”이라며 비난했지만, 자신들이 알자와히리 등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숨겨줬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1951년 이집트 출생인 알자와히리는 본래 안과의사 출신이다. 알카에다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에 이어 ‘2인자’로 꼽히며 9ㆍ11 등 각종 테러를 설계해 온 인물로 꼽힌다. 2011년 빈 라덴이 파키스탄에서 미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이후에는 알카에다의 수장을 맡아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알자와히리에 대해 2500만 달러(약 326억원)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또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알자와히리의 사망설이 돌기도 했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이현택 기자

 

08.02  '9·11 주모자' 발코니 선 순간…美 '6개의 칼날' 버튼 눌렀다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 AFP=연합뉴스

 

 미국이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최근 제거하는 과정에서 ‘닌자 미사일’로 불리는 초정밀 유도 미사일을 사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AFP통신은 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알자와히리가 머물던 건물에 두 발의 미사일이 명중했는데도 폭발 흔적이 없고, 알자와히리 외에 다른 사망자가 없었다는 특징을 근거로 이번 공격에 ‘헬파이어 미사일’의 파생형인 ‘AGM-114R9X’(이하 R9X)가 사용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R9X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개발된 미사일로, 폭격시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탄두를 장착하는 대신 표적에 명중하기 직전 6개의 칼날이 주변으로 펼쳐지도록 설계됐다. 이에 ‘닌자 미사일’ ‘날아다니는 칼날’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AFP는 R9X와 관련해 “극단주의 세력 지도자를 민간인 피해 없이 제거할 때 미국이 쓰는 무기”라며 정황상 알자와히리도 R9X의 표적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헬파이어 'R9X'. @GuruLahoriSahab 트위터 캡처

 

외신들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아프간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오전 6시 18분께 미군 드론(무인기)이 헬파이어 미사일 두 발을 쏘았을 당시 알자와히리가 카불 주거지 발코니에 홀로 서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미 정보당국은 올해 초 카불에서 알자와히리를 추적했고, 4월에는 그가 카불 중심가 안가에 있는 사실을 확인해 이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미군과 중앙정보국(CIA)은 가족이나 주변인, 행인 등 민간인 피해가 없도록 작전을 진행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던 중 그가 발코니에서 혼자 나와 있을 때 드론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와히리가 머물고 있던 카불의 안가. 사진 @Charles_Lister 트위터 캡처

 

미국이 공개한 현장 사진에는 해당 건물 1개 층에서 유리창이 터져나갔지만, 다른 층은 창문이 깨지지 않는 등 크게 파손되지 않은 모습이다.

 

R9X는 2017년 비밀리에 배치돼 당시 알카에다 2인자였던 아부 알카이르알마스리를 제거하는 데도 쓰였다고 한다. 당시 알마스리가 타고 있던 차량은 천장에 큰 구멍이 뚫렸고 탑승자를 비롯한 차량 내부가 물리적으로 갈기갈기 찢겼지만, 차체 전면부와 후부는 전혀 부서진 데가 없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08.02  NYT 프리드먼 "펠로시 대만행 무책임, 3차대전 일어날 수도"

▲아시아 순방에 나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후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미·중 간 갈등이 고조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무모하고 위험하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했다.

 

지난 1일 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프리드먼은 "그것은 순전히 상징적인" 방문이라며 "대만 입장에서 더 안전하거나 더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방문으로 "많은 나쁜 일이 있어 날 수 있다"며 "여기엔 미국이 핵을 보유한 러시아·중국과 동시에 갈등을 겪게 될 중국의 군사적 대응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대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겪게 되면, 러시아와 '실존적 전쟁'에 직면한 유럽이 미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세계를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프리드먼은 국제관계에서 '상(Prize)'을 주시해야 할 때가 있는데, 지금은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이를 역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것이라고 했다. 특히 중국의 역할 측면에서 되도록 러시아 편을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 등이 이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지금까지 중국은 러시아의 동맹을 자처하면서도 아직 러시아가 꼭 필요로 하는 공격 드론 등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인 미국·유럽 시장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시기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요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불안정한 요소들로 가득한 상황에서 미국이 두 초강대국과 대결하는 국면은 피해야 한다고 프리드먼은 지적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이 한 것처럼 "불장난을 하면 불이 탈 것"이라며 허세를 부리고, 펠로시 의장을 강력히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허나 그렇게 하면 "하루 정도 기분이 좋을 수 있지만,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프리드먼은 경고했다.

 

또 그는 대만 지도부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대만은 펠로시 의장에게 '이 시간엔 오지 말라'고 요청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2016년 '대만 독립'을 내세워 집권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그간 중국에 구실을 주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독립을 수호하려는 노력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타이밍 상으로도 좋지 않다. 시진핑 주석은 올가을로 예상되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 지도자의 역할을 무기한 연장하기 직전에 있다. 이를 앞두고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할 시진핑 주석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과 부동산 거품, 막대한 정부 부채 등 국내 문제에 봉착한 시진핑 주석은 부담스러운 여론을 외부로 돌릴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 주석이 통치하는 중국에서 대만 문제가 군사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점은 우려할만한 일이며, 특히 중국이 원하는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면 더 그렇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의 그런 노력을 저지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프리드먼은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대만에 대해 할 일은 꾸준한 군사적 지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군사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미국의 역할은 중국이 손에 넣고 싶지 않을 정도로 대만을 '고슴도치'로 무장시키는 것이며, 동시에 중국이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가능한 한 적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균형 잡힌 접근 외의 방식은 엄청난 실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08.02  '펠로시 대만행'에 왜 긴장? 中 뒤집은 31년전 '천안문 추격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원이 1991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진 미국하원의장실

 

 낸시 펠로시(82) 미국 하원의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류에도 아시아 순방을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주를 출발해 하와이를 거쳐 1일 새벽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펠로시 의장이 말레이시아 방문을 마친 뒤 2일 밤이나 3일 오전 대만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추진한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가 지난달 19일 처음 나온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군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지난달 28일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시간 17분간 전화 회담을 했을 때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 장난하면 타 죽는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틀 만에 펠로시 의장은 대만행 여부를 공식화하진 않은 채 순방길에 올랐다. 앞서 지난 4월 대만 방문을 추진했을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일정이 취소된 바 있다.

 

최근 열흘간 워싱턴에선 펠로시 의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펠로시 의장에게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봤다.

 

①아시아 순방 일정 전체를 취소 또는 연기하거나 ② 아시아 순방을 진행하되 대만을 제외하거나 ③ 대만 방문까지 관철하는 것.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펠로시 의장이 미·중 간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아시아 순방 일정을 늦추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았지만, 발 빠른 움직임으로 ①번 선택지는 단박에 사라졌다. 문제는 ②든 ③이든 정치·외교적 부담이 크단 사실이다.

 

중국 측이 펠로시가 탄 비행기 "격추"를 주장하거나(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인), "중국군은 절대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 "분명히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중국 국방부 대변인) 등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낸 이유는 펠로시 의장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미국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재 시 부통령 다음 권력 승계 서열 2순위다.

 

 ▲1일 싱가포르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이 펠로시 의장을 기피하는 데는 더 깊숙이 자리한, 불편한 속내가 있다. 펠로시 의장에 대한 중국의 구원(舊怨)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년 차 하원의원이던 펠로시는 초당적 의원 방문단 일원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중국 정부 허가 없이, 동료 의원 및 미국 기자들과 호텔을 몰래 빠져나와 톈안먼 광장으로 달려가 작은 플래카드를 꺼내 펼쳐 보였다.

 

거기엔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2년 전 1989년 이 광장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유혈진압 한 '톈안먼 사태' 당시 숨진 학생과 시민을 추모하는 돌발 행동이었다.

 

순식간에 경찰이 에워쌌고 추격전이 시작됐다. 펠로시 의장은 훗날 지역 신문 SF게이트 인터뷰에서 "나는 도망쳐 뛰기 시작했다"면서 "동료 의원들은 약간 맞기도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기자들은 더 나쁜 대우를 받았고, 구금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마이크 치노이 CNN 특파원은 최근 '포린 폴리시' 칼럼에서 펠로시는 택시를 타고 현장을 떠났고, 기자들은 경찰에 체포돼 몇 시간 동안 구금됐다고 썼다.

 

중국 인권과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펠로시를 베이징은 오랫동안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외교적 기피 인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펠로시 의장이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가깝게 교류하고 티베트인 권리를 강력히 지지하는 입장도 중국으로선 불편하다. 펠로시 의장은 2015년 중국 정부 허가를 받고 삼엄한 경비 속에 시짱자치구(티베트) 주도 라싸를 방문했다고 WP는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미국 외교정책에서 자신이 가진 목표는 안보, 경제적 이익, 그리고 "우리 가치관 존중"이라는 3가지라고 말했다

 

펠로시는 "만약 상업적 이익 때문에 중국 인권을 옹호할 수 없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그것을 대변할 수 있는 모든 도덕적 권위를 잃게 된다"라고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악의적인 행동은 "톈안먼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들은 일국양제를 약속했다. 그런데 홍콩에서 한 일을 봐라. 대만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냈다. 만약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 내에서도 유독 중국 민주주의, 종교의 자유와 인권 옹호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역구 인구 상당수가 중국계를 포함한 아시아계로, 권위주의 중국 정부에 반감을 가진 점도 펠로시 의장이 대중 강경 노선을 견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펠로시는 1998년 SF게이트 인터뷰에서 정치적 행동주의는 자신의 피에 흐르고 있으며, 인권에 대한 관심은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펠로시는 "나는 아이들을 영사관과 대사관 밖에서 길렀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억압에 항의했다"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리는 소련 영사관 앞 단골이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의 전직 독재자 대통령)가 시청에 만찬을 위해 왔을 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고 회상했다.

 

1997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민주당 동료 의원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이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만찬을 주최했다. 펠로시는 블레어하우스 밖에서 장 주석을 폭군이라고 부르며 항의 시위를 했다고 한다.

 

올해 82세인 펠로시는 다섯 명의 자녀를 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하원의원을 지내고 볼티모어 시장을 지낸 아버지 토머스 달레산드로 뒤를 이어 정계에 입문했다.

 

미국 의회의 대표적 '중국 매파'인 35년 차 하원의원의 꿈은 "백악관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대만 방문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경력을 마무리하고 싶어한다"(폴리티코)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08.03  25년만에 대만 땅 밟은 美하원의장 “中 공격에 맞서 자유 수호 연대”

공항에 펠로시 환영 인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 어느때보다 중요”
3일 차이잉원 총통 예방

동아시아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 시각) 중국의 강한 반발에도 대만 땅을 밟았다. 그는 이날 대만 도착 이후 트위터 글을 올리고 “대만을 여행함으로써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을 기린다. 대만의 자유, 그리고 모든 민주주의가 존중 받아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대만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AP 연합뉴스

 

펠로시 의장 등 미 의회 대표단은 이날 오후 10시43분(한국 시각 11시43분)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륙한지 7시간만이다. 항공기항로 추적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 등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 공군 비행기 C-40C(편명 SPAR19)는 이날 오후 3시42분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이륙했다.

 

그는 성명에서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방문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의 일환으로 상호 안보, 경제 협력 및 민주적 통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리의 대만 방문은 1979년 제정된 대만 관계법, 미·중 공동성명, 6개 보장안 등에 따른 미국의 오랜 (양안) 정책과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 미국은 현 상황을 바꾸려는 일방적인 노력에 계속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백악관도 이번 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행정부 정책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내놨었는데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내가 대만 (의회) 대표단을 이끄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도 “우리는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세계가 선택에 직면한 시기에 이번 순방을 시작했다”며 “미국과 우리 동맹은 우리가 결코 독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진보 일각에서도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미중간 불필요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대만 방문의 정당성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대만과의 긴장을 극적으로 격화했다”며 “중국은 대만 방공구역 인근, 심지어 그 위에서 폭격기와 전투기, 정찰 항공기 순찰을 강화해 왔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대만과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위협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중국 공산당의 가속하는 공격에 맞서 우리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미국이 우리 민주주의적 파트너인 대만이 자국과 그 자유를 수호하는 상황에서 대만과 함께한다는 명백한 표시로 보여져야 한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 정부가 민감해 하는 천안문 사태와 홍콩 및 티베트, 위구르족 탄압 등을 거론하고 “시진핑 주석이 권력 장악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최악의 인권 기록과 법치주의 무시는 계속되고 있다”고도 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8월 2일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해 숙소로 향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날 펠로시 의장 도착 전부터 현지 공항 인근에는 환영 인파가 몰렸다. 펠로시 의장 측이 대만 방문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대중들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한 여객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소셜미디어에 상황을 공유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펠로시 의장 등 미 대표단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조지프 우 대만 외교장관 등이 일행을 맞았다. 펠로시 의장 일행은 도착 직후 준비된 차량으로 이동했으며, 공항과 길거리엔 펠로시 의장 일행을 환영하는 대만 국민들이 나와 환호했다.

 

미국내 권력 서열 3위인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1997년 뉴트 깅그리치 전 의장의 방문 이후 25년만이다. 그는 3일 대만 총통과 면담 및 오찬, 입법원(의회)과 인권박물관 방문, 중국 반체제 인사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에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을 찾아 4일엔 김진표 국회의장을 면담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08.03  좌시하지 않겠다던 중국군… ‘대만 포위’ 무력 시위 나서

CCTV방송, 젠-20 스텔스기,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 공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일행을 태운 미 공군기가 2일 저녁 11시43분(현지 시각)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도착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2300만 대만국민에 대한 연대는 세계가 전제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EPA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중국군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만을 완전히 포위하는 듯한 형태의 이번 훈련은 매우 드문 일이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군은 4일 정오부터 7일 정오까지 3일간 대만 주변 해역에서 실탄 사격을 포함한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 계획은 미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 의장이 2일 밤 대만에 도착한 직후 발표됐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대한 군사적 대응인 셈이다. 신화통신은 “선박과 항공기는 해당 지역에 진입하지 마라”고 했다.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중국 동부전구는 “2일 밤부터 대만 주변 지역에서 연합 군사 행동을 전개해 대만 북부, 서남부, 동남부 해역에서 연합 해군, 공군 훈련을 실시한다”며 “대만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사격 훈련을 진행하며 대만 동부 해역에서는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CCTV방송은 3일 동부전구의 훈련 장면이라며 젠-20 스텔스 전투기의 야간 이륙 장면,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 차량(TEL) 이동 장면 등을 공개했다.

 

중국 국방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직후 낸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은 대만 독립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맞춤형 군사행동으로 반격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밝힌 대만 포위식 훈련의 경우 3일 오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후 실시한다는 점에서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미국과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려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 동남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해 미군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이 대기하고 있다.

 

▲중국군이 4~7일까지 대만 주변 해역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밝힌 훈련 지역(붉은색)./신화통신 캡처

 

중국군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1997년 뉴트 깅리치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외교부 등을 통해 항의했지만 이번처럼 군사적 대응까지 경고하진 않았다. 때문에 대만해협 상황이 중국군이 대만 주변 해역에 여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던 1995~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이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체류하는 기간을 포함해 그 전후로 동중국해, 남중국해, 보하이해 등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일부 매체들은 중국군이 남부전구 소속 항공모함인 산둥함과 북부전구 소속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동시에 동원하는 ‘쌍항모’ 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한편 2일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도착 직후 낸 성명을 통해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인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과 오찬을 하고 입법원(의회)을 방문한다. 여기서도 중국이나 대만 관련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은 1989년 중국 천안문 시위에 참가했던 반체제 인사들과도 면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08월 12일  가뭄·산불·폭염의 유럽… ‘잠자는 거인’마저 깨어나나

▲기후재앙으로 신음하는 유럽 유럽이 최근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가뭄과 산불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① 영국 콘월주의 최대 호수인 콜리포드 호수가 지난 10일 극심한 가뭄으로 메마르면서 바닥이 드러나 있다. ②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의 오스탕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11일 맹렬한 기세로 숲을 태우고 있다. ③ 같은 날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인근 벨랑스 호수의 바닥도 가뭄으로 인해 갈라져 있다. AP AFP 연합뉴스

佛 남서부 대형 산불 1만명 대피
獨은 라인강 말라 물류운송 마비
英 웨일스 등 화재심각성 5단계

다국적연구팀 EAIS 보고서 통해
온실가스의 남극빙하 영향 분석
다 녹을땐 해수면 52m 상승 경고

유럽이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6800㏊의 삼림이 소실됐고, 독일에서는 최대 물류 통로인 라인강이 말라붙어 선박들이 멈춰 섰다. 영국에서도 연일 37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남극의 대형 빙하가 녹으면서 2100년엔 해수면이 지금보다 0.5m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1일 지롱드주 전역에 번진 산불로 주택 16채가 파괴되고 1만여 명의 주민이 긴급대피했다. 지난 9일 시작된 불은 사흘 동안 삼림 6800㏊를 집어삼켰다. 지롱드주는 지난달 두 차례 산불로 이미 1만8000㏊의 피해를 봤다. 프랑스는 이달 들어 4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가뭄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이어졌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이날 지롱드주를 찾아 “프랑스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가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화재 진압을 위해 애쓰는 소방관들은 우리의 영웅”이라고 독려했다.

 

독일도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라인강 수위는 이날 48㎝까지 떨어졌다. 선박이 이동하는 데 필요한 수위 1.5m보다 1m 이상 낮아진 상태다. 라인강은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물류 통로로 특히 철강 제품 운송을 책임져왔다. 철강 업체들은 선박 좌초를 우려해 평소 선적량의 30% 수준만 배에 싣고 있다. 운송 비용도 6월보다 10배 이상 뛰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휴가에서 복귀한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부담 경감 패키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번 주말 잉글랜드 남부, 웨일스 일부 지역에 화재 심각성 지수를 최고 단계인 5단계로 높이기로 했다. 이 지역엔 연일 37도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야외에서의 취사를 제한하고 외출을 삼가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등 다국적 연구팀이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온이 남극대륙 동부빙상(EAIS)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네이처지에 게재한 보고서를 인용해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2100년엔 해수면이 0.5m 올라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엔 ‘잠자는 거인(sleeping giant)’이라고 불리는 EAIS가 모두 녹는다면 해수면이 무려 52m 상승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연구는 2015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한 파리협정 목표를 기준으로 진행됐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을 목표치에 맞춰 줄인다면 해수면 상승은 2100년까지 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08.24 “절차대로” 美 前 대통령 수사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이 지난 11일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FBI의 트럼프 소유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압수수색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사상 초유의 전직 미국 대통령 자택 압수 수색이 2주 지난 워싱턴 기류가 묘하다. 민주당과 지지층들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얼마 전까지 트럼프를 기소하라며 수사 당국을 압박해 왔던 이들이 이젠 ‘수사 신중론’ ‘사면론’을 거론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와 거리를 뒀던 공화당,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옹호에 나서면서 결집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인플레감축법 등 굵직한 법안 통과에 들뜬 바이든 백악관은 간만의 ‘정책 성과’가 묻힐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는 압수 수색 이후 진행되는 상황이 집권 여당이 상상했던 그림과 다르기 때문이다. 트럼프 지지층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 75%는 이번 압수 수색이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압수 수색 직후 지지자들에게 모금 이메일을 돌린 트럼프는 불과 이틀 만에 100만달러를 쓸어 담았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조사에서 공화당뿐만 아니라 전체 응답자의 48%도 이번 수사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전직 대통령 강제 수사에 대해 대중들이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여론조사들에서도 압수 수색 이후 트럼프 지지율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작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1·6 의회 난입 사태 직후 트럼프 지지율이 공화당과 무당파 등에서 골고루 4~5%p씩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워싱턴 정가에선 크게 3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트럼프를 기소하는 방안,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조건으로 그를 사면하는 방안, 그리고 중간 선거 이후까지 사법 처리를 미루는 방안이다. 이 중 특히 사면론이 최근 여권에서 대두되는 건 미국 내 여론 지형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유례가 없는 ‘전직 대통령 기소’는 역풍만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친여 성향 언론들이 최근 칼럼에서 “사면이 정치적 위험성이 덜할 것” “트럼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 입증에 실패한 뮬러 특검 사례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당이나 행정부가 이번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수사를 총지휘하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외풍(外風)에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트럼프 수사가 더디다는 여당 내부의 잇따른 공격에도 측근들에게 “절차대로 하라”며 묵묵부답이었다. 1·6 사태 1주년 연설에선 “범죄 수사에서 아군과 적을 위한 규칙은 따로 없다”며 여당 비판을 공개 반박했다. 수사 기관이 대통령과 여당의 ‘주문’대로 수사를 개시하고 멈췄던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백악관은 물론 민주당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일보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08.29  집도 통째로 빨려들어갔다... 파키스탄 폭우 사망자 1000명 넘어

“최악의 기후 재앙, 남부 지역이 거의 물에 잠겼다 ”

지난 27일(현지 시각) 공개된 파키스탄 홍수 피해 모습/트위터

 

 ▲지난 25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지역 사람들이 폭우로 흙탕물이 된 거리를 지나는 모습/AFP 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키스탄에서 몬순 우기에 평소보다 많은 비가 내려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1000명이 넘었다.

 

28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국가재난 관리청은 6월 중순 이후 폭우로 숨진 사람이 어린이 359명을 포함해 1061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주말에는 하루 사망자가 119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 기간 주택 100만여채와 다리 157개가 무너졌고, 3450㎞가 넘는 도로가 유실됐다. 접근이 어려운 북부 산악지대를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홍수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3300만 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이 나라 전체 인구의 15% 가량이다. 특히 파키스탄 중심을 관통하는 인더스강 주변지역의 피해가 컸다.

 

▲지난 27일(현지 시각) 공개된 파키스탄 홍수 피해 모습. 폭우에 강이 넘치면서 인근 주택들이 휩쓸려 가고 있다./트위터

 

셰르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파키스탄 남부가 거의 물에 잠겼다. 지난 10년 사이 가장 힘든 기후 재앙을 겪고 있다”며 “지금이 8번째 몬순 사이클의 영향을 받고 있다. 보통 3~4번 오는 것에 비하면 충격적”이라고 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6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병력을 배치했다. 군 당국은 각 지역에 구호센터를 설치하고 이재민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있다. 이번 피해는 남동부 신드주와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에 집중됐다. 이 지역에는 평년보다 7배가 넘는 비가 내렸다. 발루치스탄주는 전기·가스·인터넷이 대부분 끊긴 상태다.

 

▲28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화 지역 주민들이 식량을 배급 받는 모습/EPA 연합뉴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26일 각국에 이번 사태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파키스탄 외무부도 “파키스탄 국민들이 엄청난 홍수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주 까지도 비 예보가 있어 파키스탄 홍수 피해 지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파키스탄 정부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재정난을 겪고 있어, 피해 복구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최아리 기자

 

08.31  냉전종식 주역… 고르바초프 前소련 대통령 별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2005년 5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동·서 냉전구도’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라는 현대사의 대격변을 이끌어낸 주역 미하일 고르바초프(91) 전 소련 대통령이 오랜 투병 끝에 30일(현지시각) 사망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러시아 현지 언론을 인용,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사망을 보도했다.

 

고르바초프는 1985년 소련 서기장에 취임한 뒤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재편)의 양대 정책으로 소련의 개혁과 민주화를 이끌었고 이는 베를린 장벽 붕괴를 시작으로 40여년간 이어졌던 동·서 냉전구도의 종식으로 이어졌다. 또한 1990년 6월에는 미수교 상태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미국 뉴욕에서 사상 첫 한·소 정상회담을 가지며 한국 북방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한·소 수교의 물꼬를 텄다. 이 해에 미국과 군축협정을 체결해 평화 정착에 앞장선 공로로 노벨 평화상도 받았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고르바초프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냉전구도 해체로 소련의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1991년에는 군부 쿠데타와 소련 해체를 겪었고, 권좌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고르바초프 재단을 설립해 활동하기도 했다.

 

▲1990년 2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조선DB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부인 라이사 여사는 1999년 사망했다. 당시 고르바초프는 라이사 여사의 사망에 “라이사를 잃은 것이 러시아를 잃은 것보다 더 슬프다”며 애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슬하에는 외동딸 이리나(65)가 있다. 이리나는 현재 고르바초프재단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1986년 10월 13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공항에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에 오르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과 부인 라이사 여사. 고르바초프가 기자들에 손을 흔드는 부인 라이사의 허리를 잡아주고 있다./로이터 뉴스1

 

 

고르바초프는 올해 초에는 모스크바 외곽에서 여생을 보내왔다고 전해졌다. 자유유럽방송은 고르바초프가 2015년 이후에는 외국 여행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이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