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2-08/ 08.01(월) 정권 출발 두 달 만에 여당 비상대책위, 원인 아는가 - 08월 31일 대표는 민생, 최고위원은 특검·탄핵…민주당 속 보인다
정치(인) 이야기 2022-08/
08.01(월) 정권 출발 두 달 만에 여당 비상대책위, 원인 아는가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이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23일 만에 대표 대행에서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권 대행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이준석 대표를 지칭한 듯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문구가 노출돼 논란이 확산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비대위는 주로 선거에 진 쪽이 쇄신 목적으로 만드는 기구다. 대선, 지방선거를 잇따라 승리하고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좌충우돌하며 내분을 벌이던 여당이 집권 두 달여 만에 선거 패배 정당처럼 ‘비대위 코스’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 전환 여부와 요건 등을 놓고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친윤계는 최고위원 일부가 사퇴하면 된다고 하지만 일각에선 전원 사퇴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권한은 정지됐지만 이 대표가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로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배현진 최고위원에 이어 조수진 최고위원도 이른바 ‘윤핵관’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사퇴했다. 윤영석 최고위원도 물러났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권 대행이 원내대표에서도 물러날 것을 주장했다. 친윤계 내부에서도 서로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친윤계를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비난했던 이 대표는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당권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골룸”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측 인사들은 “친윤계가 이 대표의 복귀를 막으려 비대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 전체가 국정과 민생은 완전히 뒤로 제쳐둔 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이는 듯 서로 험악한 말을 주고받으며 물어뜯고 있다. 당 전체가 총체적 혼돈에 빠졌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위기가 닥쳐오고 자영업자 3명 중 1명이 폐업을 생각 중이라고 할 만큼 경제 침체가 본격화됐는데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 세력은 자신들만의 감정과 권력 다툼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석 달도 안 돼 28%까지 떨어졌고 정권 위기설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집권 여당이 정권 출범 후 불과 두 달 만에 비대위 체제로 내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신속하게 수습하지 않는다면 만회 불가능한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경제와 민생은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01 ‘법카 의혹’ 관련자 비극에도 “나와 무관” 반복하는 이재명식 화법
민주당 차기 대표 선출이 유력한 이재명 의원이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불법유용 의혹’ 사건 참고인 사망과 관련해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염력도 없고 주술도 할 줄 모르고 장풍도 쓸 줄 모른다”며 “나라가 무당의 나라가 됐다”고 했다. 참고인의 사망이 자기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을 이런 식으로 한 것이다.
이 사건은 이 의원이 경기도 지사로 있을 때 아내 김씨가 사적으로 한우·초밥·복요리·샌드위치 등을 사 먹으며 세금으로 결제하는 경기도 법인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사용처, 사용 시간, 사용 한도 등 법인카드의 제한을 피하기 위해 카드 바꿔치기, 쪼개기 계산 등 편법을 쓴 의혹도 받고 있다. 이 문제로 대선 때 이 후보가 위기에 몰리자 김씨는 공개 사과하면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수사 과정에서 숨진 참고인 명의의 개인 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취소한 뒤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한 기록이 나왔다. 그래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조사 직후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참고인이 숨진 장소도 이 의원 아내 김씨의 오랜 측근이 소유한 빌라로 밝혀졌다. 이 측근은 김씨의 의전 담당 비서로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경기 지사 재임 당시 숨진 참고인을 산하기관 임원으로 임명한 일도 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그의 죽음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 이 의원 관련 사건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게 4번째다. 그때마다 이 의원은 자신과 상관없다는 식으로 대처했다. 이 의원의 설계에 따라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가 숨졌을 땐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유가족은 이 말 때문에 “죽을 만큼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부부의 무속 관련 논란을 끄집어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덮고 싶었던 것 같다. “염력, 주술, 장풍, 무당의 나라” 발언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을 둘러싼 일련의 불법 의혹들은 수사를 통해 엄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안이지 정치 공방으로 뭉개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법적 문제를 정치 문제화해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01일 대통령실과 여당 ‘전면 쇄신’ 한시가 급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3개월도 되지 않아 윤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도부 대혼란 상태에 빠지는 일이 현실화했다. 대통령선거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윤 정부의 정책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 처했다는 것 자체부터 이상하고 심각한 일이다. 차라리 선거 패배 같은 뚜렷한 원인이 있으면 대응하기 쉬운데, 현재 여권 상황은 난치병이 여기저기 발병한 것처럼 만만치 않다. 그나마 여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다행이다.
집권세력의 혼란은 한시바삐 정리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내외 복합위기에 대응할 국가적 역량이 훼손된다. 윤 대통령부터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가장 큰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안보·경제 강화 등 국정 기조에 대해선 국민이 여전히 동의한다. 윤 대통령의 인사와 태도에 대한 불만이 크다. 대국민 메시지 관리도 엉망이다. 대통령 업무는 검찰총장 업무의 확장이 아니라 전혀 다른 ‘최고 정치인’ 역할이다. 유능한 ‘정치 참모’는 안 보이고, 검찰 출신들로 주변을 채운 것부터 문제다.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대통령실부터 전면 쇄신해야 한다. 비서실장과 정무·소통 관련 비서진 책임이 무겁다.
여당의 경우, 배현진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잇따라 사퇴하고 권성동 직무대행도 자리를 내놓으면서 사실상 지도부가 붕괴됐다. 그러나 비대위 구성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당헌·당규 등 기술적 문제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의 법적 지위 문제까지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면 혼란이 가중되고, 더욱 공멸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규정을 변경, 논란을 아예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
이 대표의 책임도 큰 만큼 더는 당을 흔들지 말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도리다. 이른바 ‘윤핵관’의 2선 후퇴도 필수다. 비대위의 성격을 놓고 혁신형인지 관리형인지 갑론을박이 있지만 ‘국민 눈높이’가 제1의 기준이 돼야 한다. 비대위원장은 그런 메시지를 주면서, 스스로에 반성의 회초리를 때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01일 야당과 경찰의 어색한 동거
방승배 정치부 차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경찰국 신설안에 대해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희생은 바로 권력이 경찰을 장악한 그런 결과로 일어난 민주주의의 비극적 사건”이라고 했다. 얼핏 맞는 말인 것 같은데, 교묘한 ‘프레임’을 숨기고 있다.
우선 언급한 사건들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은 맞는다. 특히, 우 위원장은 이 열사의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사람이다. 우 위원장의 말을 뒤집으면 권력이 경찰을 장악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는 얘기인데, 지구상에 경찰을 장악하지 않는 국가도 있는가. 이 열사가 희생됐을 당시의 경찰이 내무부 치안본부 소속이 아니라 외청인 경찰청 소속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는 얘기인가. 치안본부 소속 경찰은 권력에 복종하고, 경찰청 소속 경찰은 권력의 지시도 거부하고 독자적 결정을 하는 제3의 기관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무장도 할 수 있는 공권력이 권력과 따로 움직이는 나라는 없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경찰통제방식인 행정안전부 경찰국을 반대하려다 보니 이제는 민주화 세력과 대척점에 있었던 경찰을 권력과 분리하려 한다. 조금 더 나가면 경찰도 권력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민주화의 피해자라는 말이 민주당의 목소리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은 경찰이라는 공권력에 가장 오랫동안 맞서 왔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지난달 26일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 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연 것은 참 어색한 풍경이었다. 이런 장면이 나온 것은 지난 정권 내내 숙원이던 수사권을 가져오려는 경찰의 집단적 이익과 검찰을 해체하려는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정권 내내 ‘바람보다 먼저 누웠다’는 비아냥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드루킹 댓글 조작 뒷북 수사가 대표적이다. 거짓 증언과 후원금 사기 등 혐의로 인터폴에 적색 수배된 윤지오 씨에 대해선 “명운을 걸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 한마디에 경찰 특별경호팀을 꾸리기도 했다. 조국 사태 땐 ‘조국 수사’를 비판하는 민주당 보고서를 경찰 내부 전 부서에 배포했다 뒤늦게 사과한 일도 있었다.
조국 사태 이후로 문재인 정부는 검찰 죽이기에 몰두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 기능을 없애 버렸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에 비대해진 경찰권력 통제는 당연한 수순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김종민 변호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경찰의 독립성을 묻는 질문에 “독립이란 물적·인적·권한의 독립을 의미하는데, 경찰이 어떻게 그런 독립이 가능하겠나. 더군다나 무기까지 갖고 있는 14만 명의 준군사조직인데…”라며 “‘독립’이라는 말을 ‘아무도 나를 터치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공생관계를 통해 수사권을 쟁취한 일부 경찰이 인사권의 독립까지 달성하는 완전한 독립을 이루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민주당이 차기 정부에 집권하면 이런 경찰을 그냥 둘지 궁금하다.
문화일보
08.02 국회 1·2·3당이 모두 비상대책위, 이런 나라 또 있겠나
국민의힘이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소속 의원 8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의총에서 반대 의견은 1명뿐이었고 대부분은 현재 당이 ‘비상 상황’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당권 상실을 우려하는 이준석 대표 측의 반발과 당 전국위원회 의결 절차가 남아있지만, 비대위 전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국민의힘이 비대위로 전환하면 우리나라는 국회 1·2·3당이 모두 비대위 체제가 된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대선 패배 후 윤호중·박지현 비대위에 이어 6월 지방선거 후 우상호 비대위가 들어섰다. 정의당도 지방선거 후 여영국 전 대표가 물러나고 이은주 비대위로 전환했다.
국민의힘은 2020년 9월 출범 이래 이준석 대표 재임 1년 여를 제외하면 모두 비대위 또는 권한대행 체제였다.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5년 6개월을 따져도 홍준표·황교안·이준석 대표가 1년여씩 정상적으로 대표직을 수행했고 나머지 2년 반가량은 비대위나 권한대행 같은 비정상 체제였다.
비대위는 말 그대로 당 지도부가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 가동되는 임시 기구다. 미국·영국·일본 등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라에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법과 제도상 차이도 있지만, 당원과 지지자들이 선택한 지도부가 일정 기간 책임을 지고 당을 이끄는 풍토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당들은 선거에서 지거나 몇 가지 악재만 터져도 비대위로 전환하는 것이 거의 습관처럼 돼 버렸다. 당의 구성원, 정책 등 본질은 그대로인데 뭔가 변한 것처럼 국민에게 보이고 싶을 때 쇄신을 내걸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비대위를 출범시킨다. 정당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정면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분칠을 해서 덮으려는 눈속임 수단이다. 그때그때 이름값 하는 사람들을 내세워 땜질 처방을 하다 보니 실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니 조금 지나면 또 비대위다.
‘비상’이 일상이 된 한국 정치에서도 국민의힘의 ‘비상’은 희한하다. 야당들은 선거에 졌으니 ‘비상’이지만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연속 승리하고도 ‘비상’이라고 한다. 스스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계속 제 발등을 찍은 결과다. 정권 출범 석 달도 안 돼 사람들은 ‘윤핵관’, 이준석 등이 TV에 나오는 것조차 보기 싫다고 한다. 일을 이렇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은 겸손과 신중함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집권당의 이해할 수 없는 자책골과 평지풍파에 국민은 지쳤다. 지금 우리는 경제·안보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일을 하기 힘든 심각한 여소야대다. 집권당이 정신을 차리길 바랄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02일 이재명 ‘욕 플랫폼’ 제안, 이젠 팬덤 욕설도 부추기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족 욕설’ 문제로 큰 곤욕을 치렀다. 그렇다면 과도한 악담이나 저주 등 언어폭력에 대해선 남달리 경계심을 갖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당내에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욕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것도 자신이 어릴 적 자랐던 곳이자 ‘양반의 도시’로도 불리는 경북 안동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랬다. 심지어 “오늘, 이번 주 가장 많은 비난·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을 (집계)해 보자”고도 했다.
전자민주주의로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해보자는 이 의원의 취지는 원론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욕 플랫폼’이 실제 설치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다. 이미 정치적 댓글의 장(場)은 욕설로 가득 차 있다. 이 의원을 지지하는 ‘개딸’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누군가 이 의원을 비판하거나 욕하면 곧바로 상응한 반격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한 비난도 심각한데, 욕 플랫폼을 만들면 저질의 배설구를 공당이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오죽하면 대표 경선에 나선 강훈식 의원이 “인민재판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겠는가. 이 의원 측은 “욕설과 폭력적 의사 표현 방식에 자제를 당부했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극성 지지자들을 말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의원 스스로 문재인 전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로부터 집중 공세를 받았던 피해자였다. 그렇다면, 선플 운동에 앞장서고, 팬덤 정치의 폐해를 축소하는 데 힘써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간다. 최근엔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 언론 환경 때문”이라고 했다. 상식에 어긋난 발언을 계속하면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을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03일 ‘李 사건’ 4번째 죽음과 진실의 무게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대장동 배임,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유용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각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의문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수사기관의 강압수사 탓인지, 아니면 끝내 죽음으로 숨겨야 할 진실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비밀 공개를 막으려는 어떤 어둠의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인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벌써 4명째 이어지고 있다.
“나라가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참 어처구니없다.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 검경 강압 수사를 견디지 못해 돌아가셨다. 나는 염력도 없고 주술도 할 줄 모르고 장풍을 쓸지도 모른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세상을 상식적인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법인카드 관련, 김모 씨 사망에 대한 이 의원의 발언이다. 이 의원은 자신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이 터질 때마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애도는커녕 발뺌과 모르쇠, 때로는 궤변과 요설(妖說)의 ‘역공’으로 위기를 모면해 왔다.
그런데 이 모든 의문의 죽음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가. 이 모든 죽음이 모두 ‘이재명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내지 참고인으로 조사받다 ‘엄청난 진실’의 무게에 짓눌려 일어난 비극이라면 결코 이 의원과 무관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대장동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설계가 ‘이재명 성남시장’에 의해 이뤄졌음에도 문재인 정부 당시 권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한 일부 정치검사의 부실 수사로 이 의원은 소환조차 하지 못한 채 유동규 이하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만 ‘꼬리 자르기’를 하면서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전 개발사업1처장의 안타까운 비극이 발생했다. 이모 씨도 이 의원 부부의 변호를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가 ‘쌍방울’ 측으로부터 비용을 대납받았다는 의혹을 폭로해 이 의원 지지자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다 지병으로 사망했다.
특히, 법인카드와 관련한 김모 씨의 경우 기무사 정보관으로 이 시장이 주재한 통합방위협의회에 참석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비상임 이사로 재직했으며, 이 의원의 변호사 시절 비서이자 경기도청 별정직 5급인 배모 씨와 친밀한 관계이자 카드 바꿔치기 등 공범의 관계인데 어떻게 이 의원과 무관할 수 있는가. 만약 김 씨가 이 의원 아들의 군대 시절 특혜 입원에 관여됐다면 이는 일파만파의 중대 게이트로 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 의원과 관련한 위 모든 안타까운 죽음의 근본 원인은 검경이 수사의 ‘본류나 핵심’은 제대로 치지 못하고 ‘주위’만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왜 이렇게 수사가 지지부진한가. ‘최종 결재권자 이재명’을 뺀 대장동 배임이 법리적으로 도대체 성립될 수 있는가. 왜 쌍방울의 관련자들은 해외로 도피하도록 방치하고 법인카드의 배 씨는 아직도 제대로 된 소환이나 신병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가.
지금처럼 국회의원 이재명의 방탄조끼 앞에 멈칫하는 ‘굽은 수사’가 계속되면 이 의원 사건의 핵심 증인들의 의문의 죽음도 계속될 수 있다. 권력과 여론에 대한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오로지 팩트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담대히 나아가는 법불아귀(法不阿貴)의 ‘소신 수사’, 신속하고 과감한 성역 없는 ‘직진 수사’가 시급하다.
문화일보
08월 03일 [단독]檢, 대장동 ‘초과이익환수 삭제’ 자료 확보…성남시 다시 겨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수사
지난달 성남도공에 문건 요청
‘유동규 별동대’ 전략사업실서
초과이익제한 묵살 배경 분석
초기 사업자 이강길 소환조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최근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로부터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공모지침서와 사업협약서 관련 문건 등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대장동 초기 개발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은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배경 등 사업 진행 상황을 다시 분석해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와의 관련성을 따져볼 것으로 관측된다.
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지난달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에 공문을 보내 공모지침서·초과이익 환수 조항 검토의견서·사업협약서 관련 문건들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지난해 압수수색을 통해 대장동 사업을 맡은 개발사업본부에서 일부 자료를 확보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어 추가 자료를 확보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협조 요청을 보냈다고 한다. 개발사업본부로부터 자료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간 수사팀은 필요할 경우 참고인 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최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의 ‘별동대’로 불린 전략사업실이 실무진이 제안한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 제한을 묵살한 배경, 이 과정에 성남시가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2월과 5월 각각 개발사업 2팀과 1팀은 공모지침서와 사업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대장동 사업을 전담한 전략사업실은 이를 무시했다. 특히 5월 개발사업1팀이 작성한 사업협약서 검토 요청 보고서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됐지만, 7시간 뒤 삭제돼 다시 보고서가 작성됐다. 전략사업실은 사업자 선정 직전인 2014년 11월 신설됐고,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의 측근인 정민용 변호사 등을 배치해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전임 검찰 지휘부에서 기소된 유 전 본부장 공소장 등엔 전략사업실 신설 배경, 당시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과정에서 성남시의 관여 여부 등이 명확히 담기지 않았다. 민간사업자에게 초과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공에 손해를 입힌 유 전 본부장 등의 배임 혐의 핵심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지만, 당시 수사는 성남시 관계자 등 윗선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유 전 본부장에서 끊겼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갑작스러운 전략사업실 신설,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과정에서 당시 성남시가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전날 2009년부터 대장동 민간 개발을 주도한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를 소환 조사하는 등 초기 개발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도 이 전 대표를 통해 대장동 사업에 참여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말부터 복수의 성남시 공무원, 전직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대장동 원주민인 우계이씨 종친회에서 초기 사업 관련 녹음 파일들도 임의 제출받았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팀 재구성 이후 사업 초기부터 진행 상황 전반을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염유섭·김규태 기자
08월 04일 피의자가 권력범죄 수사를 국기문란 모는 기막힌 현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출을 위한 공식 투표 일정이 시작된 3일(강원·경북·대구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이재명 의원이 경선 출마 뒤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경선 후보의 득표 활동은 당연하지만, 그런 차원을 넘어 법치를 위협하는 억지 주장도 있어 우려된다. 이 의원은 자신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연루된 권력범죄 의혹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심각한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수사·기소권을 가진 경찰·검찰이 정치에 개입하고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이 의원은 대체로 6가지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대장동과 백현동 특혜 개발, 성남FC 후원금 모금, 변호사비 대납,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분당 수내동 옆집 선거 사무실 설치 의혹 등과 관련된 혐의다. 이미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 지난 3월 대선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 구체적 정황과 상당한 증언이 나왔으며, 이에 따라 검·경 수사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에도 대장동과 성남FC 문제 등과 관련한 파일이나 문서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 법인카드 유용과 관련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의원과 김 여사가 ‘국고 손실 공범’ 및 ‘피의자’로 적시됐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 의원과 관련된 혐의는 대부분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직위를 이용한 권력형 범죄에 해당한다. 수사하지 않는 것이 국기문란일 것이다. 문재인 정권 시절의 수사 방치나 방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의원은 당연한 수사를 국기문란으로 뒤집었다. 정치적으로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한때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이 법치를 부정하는 듯한 적반하장 주장을 해선 곤란하다.
이뿐 아니다. 이 의원은 자신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대선 결과에 절망한 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텃밭이라는 광주의 6·1 지방선거 투표율은 37.7%로 전국 시·도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결백을 내세우려면 더욱 그래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04일 집단 혼수상태에 빠진 한국 정치
금태섭 변호사, 前 국회의원
과거 잘못 되풀이하지 말라는
정권교체 진의 착각한 新정권
패배한 민주당도 구태 그대로
수치심도 없는 여야 당권 다툼
오랜만에 푹 쉰다는 尹대통령
모두 계속 쉬라는 얘기 나올 판
“상대가 더 잘못했으니까 자기들도 조금 잘못해도 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 더 큰 잘못이기 때문에 우리도 계속 잘못하겠습니다.” 요즘 SNS에 돌아다니는 ‘한 문장으로 표현한 한국 정치’라는 글귀다. 한숨이 나온다. 문재인 정권이 더 큰 과오를 저질렀기 때문에 새로 출발한 정부의 허물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다. 검찰 출신에 편향되거나 사적 인연에서 비롯된 인사를 지적받으면 “과거엔 민변 출신이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라며 반문한다. 마치 직전 정부의 실책이 새 정부가 하는 일에 무조건적인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는 듯이 들린다. 당연히 틀린 말이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국민이 정권교체를 해준 것이다.
그런 집권 여당의 모습에 건건이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책임질 문제는 외면한 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편 가르기와 남 탓을 계속하겠다는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저학력·저소득층이 여당을 지지한다고 국민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놓고도 사과나 해명은커녕 언론이 앞뒤를 자르고 왜곡했다고 책임을 미룬다. 세대교체를 앞세워 전당대회에 나선 이른바 97세대 당 대표 후보들의 발언을 살펴봐도 큰 차이가 없다. 많은 사람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계기인 조국 사태, 아집에 가까운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통렬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공격해서 점수를 쌓을 생각에 여념이 없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대통령선거를 치르고도 정치권은 부끄러운 줄 모른다. 국민 앞에 내세울 성과를 만들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잘못을 폭로해 타격을 입히는 게 성공의 유일한 공식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실수해서 비판을 받을 때도 문제의 원인을 찾아 고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불을 켜고 저편의 흠집을 뒤진다. 마침내 하나 찾아내면 자랑스럽게 그걸 내민다. 정치권 전체의 공동 책임이라는 개념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이.
과거에는 그런 전략이 먹히기도 했다. 직전 정부에 대한 대규모 사정은 정권 출범 초기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특효약이었다. 반대로 집권 여당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하면 야당의 인기가 올라갔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나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들고나와 기세등등하게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을 고발한 윤 정부는 기록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인다. 문 정부가 한 일에 분노하는 국민이 적지 않음에도 그렇다. 지난 정부의 잘못과 이번 정부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여당의 인기가 급락해도 야당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윤 대통령이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었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목소리를 듣기는 어렵다. 유권자들도 진화한다. 이제는 한쪽에 실망했다고 자동적으로 다른 쪽에 점수를 주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면 여야 정치권도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고 성과 경쟁에 나서는 것이 자연스럽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집권을 하기도 어렵고, 설사 정권을 잡는다 해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징계를 받은 당 대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당권 다툼에 여념이 없다. 자신들이 뽑은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사실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자각 같은 건 애초에 없다. 경쟁자의 잘못을 부각해서 자신들 이익으로 연결시키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야당도 다르지 않다. 유력한 당권 주자의 ‘사법 리스크’가 걱정스럽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스스로의 문제로 여기지는 않는다. 저 사람한테 문제가 있으니 나를 당 대표 시켜 달라는 얘기를 할 뿐이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푹 쉬신다고 한다. 휴가 중에 정국 구상을 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일 같은 건 덜 하시고 오랜만에 푹 쉬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국 정치 전체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단적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다. 아직까지는 SNS에 조롱의 말이 오르내릴 뿐이지만, 이대로 계속 가면 모두 푹 쉬라는 얘기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문화일보
08월 04일 성상납 주장 기업대표측 “이준석에 화장품도 제공”

▲ (의왕=연합뉴스)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 법률대리인인 강신업 변호사가 4일 오전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 중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고발장을 들고 있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은 김성진 대표를 참고인으로 접견 조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사건과 별개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2022.8.4
경찰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당원권 정지로 권한 정지 상태)에게 성 상납을 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 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 대한 4차 참고인 조사를 4일 진행했다. 김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이 대표에게 성 상납뿐만 아니라 화장품 등 현물도 뇌물성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강신업 변호사는 이날 경찰 조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표는 2013년 8월 23일 이 대표가 운영한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에 개당 2만 원 화장품 세트 450개를 제공했고, 영수증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13년 9월 7일 이 대표 조모상 때는 조의금 100만 원을 냈고, 그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방문 진행 상황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 측은 2013년 7월 11일과 같은 해 8월 15일 두 차례의 성 상납, 현물 제공이 있었고, 이 대표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아이카이스트 부스 방문이 성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2월 아이카이스트 전시 부스를 찾아 “창조벤처 1호 기업”이라고 말하며 직접 정보기술(IT) 기기를 시연했다.
강 변호사는 이날 이 대표를 무고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강 변호사는 “이 대표는 자신이 성 상납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성 상납을 받았다고 얘기한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기자를 거꾸로 고소해 무고죄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08.05 前 정권 때 시작된 대형 비리 의혹 수사를 ‘국기 문란’이라니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재명 의원이 자신을 둘러싼 검경 수사에 대해 “대놓고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이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에 복무하는 나라는 없다. 이것은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현재 대장동·백현동·성남FC·변호사비 대납·법인카드 유용 등 6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대부분 경기지사·성남시장 재직 시절 권력형 부정·비리 의혹이다. 사건이 터진 시점도 지난 정부 때이고 불거진 계기도 민주당 경선이었다. 수사도 전 정권 시절인 그때 시작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잇따라 출마하면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제 검경이 수사를 하려니 이 의원이 또다시 야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거의 모든 언론과 야당 정치인 일부까지 ‘방탄 출마’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 대한 대형 비리 의혹 수사를 국기 문란이라고 하면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국기 문란은 심각한 부정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전 정권 때 벌어진 것이다.
이 의원은 자신의 책임인 대장동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몸통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이라고 황당한 주장을 해왔다. 이 의원 사건과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4명이다. 이 의원은 그때마다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자신과 관련 있는 사람이 4명이나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사실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나.
이 의원은 최근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불법 유용 의혹 사건 참고인 사망과 관련해서도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불과 나흘 만에 숨진 참고인이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후보 캠프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며 활동비 1500여 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김씨가 움직일 때 차량이 최소 2대 이상 동원됐는데, 참고인은 선행 차량의 기사였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다음 대선에 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지금처럼 궤변과 남 탓만으로는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언제까지 방탄만 할 수는 없다. 본인이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사실관계를 신속히 가릴 수 있도록 수사에 협조하면 될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05일 이재명 “당이 민형배 탈당 요청” 검수완박 위헌성 더 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검수완박 관련법 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민형배 의원 탈당에 대해 “당이 필요해선 한 일일 거고, 요청해서 한 일”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당내 위상이 지난 대선 후보임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당권 경쟁에서도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말이 나돌 정도로 확고하고, 민 의원이 이 의원 측근 그룹에 속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일 개연성이 크다. 그동안 민 의원 본인은 “개인적 결단”이라고 해왔는데, 이 역시 절차적 위헌성을 모면하려는 주장일 가능성도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는데, 주요 쟁점의 하나가 ‘위장 탈당’ 여부다. 그런데 이 의원 발언은 위장 탈당을 자백한 것과 다름없고, 법안 처리의 위헌성과 불법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지난달 12일 열린 헌재 공개변론의 주요 관심은 첫째, 민 의원이 탈당해 여야 동수로 국회 숙의 절차를 보장한 안건조정위원회를 사실상 ‘4(여당)대 2(야당)’로 만들어 무력화했느냐는 것이었다. 둘째, 민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이 돼 안건조정위에 야당 몫으로 배치됐는데, 이것이 국회의원의 법적 자유와 독립성을 규정한 ‘자유 위임의 원칙’(헌법 제46조 제2항)을 위배했는지 문제다. 이종석 헌법재판관은 의도적으로 탈당한 사람을 안건조정위에 배치한 절차적 하자와 함께 자유 위임원칙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따져 묻기도 했다.
법안 내용의 위헌성에 앞서 절차적 위헌성도 더 심각해졌다. 게다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간다”는 주장이 나오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공포 절차까지 마치려는 의도도 뚜렷했다. 이런 전방위 문제점을 고려해 헌재는 하루빨리 합당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8.10 검수완박, 의원직, 대표직, 당헌 개정, 대체 방탄이 몇 겹 필요한가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는 9일 당직자가 비리 혐의로 기소됐을 때 직무를 정지토록 한 당헌을 개정하자는 청원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는 상태에서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 후 기소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체 방어막을 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당헌은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만든 조항이다. 하지만 이 후보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은 최근 ‘이 후보를 지키자’며 이 조항을 개정하라는 청원을 냈다. 5일 만에 7만명이 동의해 당의 공식 논의 안건으로 올라갔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여당 때는 필요했지만 야당 때는 맞지 않는다”며 당헌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후보 한 명을 위해 당헌까지 바꾸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나 때문에 개정하려는 게 아니라 이미 당내 논의가 있었다” “나는 부정부패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당헌 개정 운동을 시작한 건 이 후보 지지자들이다. 불법 혐의가 없다고 자신한다면 굳이 당헌 개정에 나설 이유가 없다. 여당 때와 야당 때 왜 당헌이 달라져야 하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후보는 지금 대장동 비리와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 카드 불법 사용 의혹 등 여러 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모두 문재인 정부 때 불거져 문 정부 때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자신에 대한 검·경의 수사를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했다. 대장동 사건엔 “국민의힘 윤석열 게이트”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고, 법인 카드 사건 참고인인 운전기사 사망에 대해선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진상 규명은 외면한 채 대선 석 달도 안 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고 당대표에도 출마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과 이 후보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였다. 그러더니 이젠 ‘기소돼도 대표직 유지’라는 방탄용 당헌 개정까지 하려 한다. 대체 방어막을 몇 겹 칠 생각인가.
조선일보 사설
08월 10일 文이 만든 당헌이 “침탈 루트” 이재명의 끝없는 궤변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의원이 ‘비리 혐의로 기소됐을 때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제80조 개정을 공개 지지하고 나선 것은 또 하나의 ‘방탄’이 필요하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대선 패배 직후 친명 세력이 검수완박 입법을 밀어붙이고, 불체포 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대표 경선에 나서더니, 자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와중에 당헌까지 바꾸겠다는 것이다. 검·경의 수사에 맞설 겹겹의 저항 장치를 갖추는 셈이다.
이 의원은 9일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는 상태에서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당 지도부도 “여당이면 유지할 수 있지만, 야당이 된 지금은 유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이 의원은 현재 대장동·백현동·성남FC·변호사비 대납·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다. 부인 김혜경 씨는 법인카드 유용과 관련해 9일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았다고 이 의원실이 스스로 공개했다.
우선, 당헌 제80조 개정은 자기부정이다. 이 조항은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대표되는 반부패 혁신안의 상징으로 통과시켰다. 여당 때 만들었더라도 없앨 근거가 될 수 없는데, 야당 때 만든 것을 야당이라는 이유로 없애겠다는 것은 더 어이없는 일이다. 둘째, 검찰 수사가 야당 침탈 루트라는 것은, 여당이면 코드 수사로 비리 척결을 틀어막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일이다. 셋째, 이런 식의 당헌 개정은 사당화(私黨化)를 더 부추길 뿐이다.
여당용 당헌과 야당용 당헌이 따로 있다면 공당(公黨)일 수 없다. 이 의원은 검·경의 수사를 ‘국기 문란’이라고 하고, 부인 선행차 운전기사를 했던 ‘법카 참고인’ 죽음에도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 궤변의 끝이 안 보인다.
문화일보 사설
08.12 당대표가 자기 당을 상대로 소송을 낸 적이 있었나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당 전국위의 비대위 전환 결정에 반발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 전 대표는 “‘절대 반지’에 눈먼 사람들이 국민 심려가 큰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비대위를 강행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의힘바로세우기’ 소속 책임당원 1550여 명도 11일 같은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3일 기자회견도 예고했다. 내분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당에서 공천이나 경선 과정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당대표가 자기 당을 피고로 소송을 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더구나 집권 석 달 만에 여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경우는 파란만장한 우리 정당 역사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이 전 대표 측은 지난 2일 최고위가 비대위 전환을 위한 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할 때 이미 사퇴 입장을 밝힌 배현진·윤영석 전 최고위원이 참여했기 때문에 해당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한다. 하지만 두 최고위원이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비대위 출범 안건은 지난 9일 국민의힘 전국위에서 90% 찬성 투표로 통과됐다. 만약 법원이 절차적 하자를 인정해 가처분을 인용하면 집권당 대표가 2명이 되는 희한한 상황이 된다. 법원이 기각하면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이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징계가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억울한 감정을 누르지 못하는 것 같다. 이른바 ‘윤핵관’들이 자신을 밀어내려고 문제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국민 상당수는 ‘윤핵관’ 못지않게 이 전 대표의 처신에도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지금 국민은 고물가·고금리에 허덕이고 물난리까지 겹쳐 삶이 고달프다. 그러나 여당은 지난 석 달간 민생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내분으로 날을 보냈다. 그마저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법원에 내분을 들고 갔다. 여기에 이 전 대표 책임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법원은 오는 17일을 가처분 신청 첫 심문 기일로 잡았다. 그전에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기 바란다. 이 전 대표는 손해 보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후일을 기약하고,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이 전 대표가 결단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집권당의 지리멸렬은 민생 고난으로 이어진다.
조선일보 사설
08.12 대한민국 국회, 당신들의 천국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국민 접근 어려운 ‘별세계’
대회의실 의원 1인당 면적, 프랑스보다 3배 넓어
몇 년 뒤 세종시에 들어설 의사당은 지금 2배 규모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특전과 특혜는 적폐 중의 적폐다. 의원들의 국민소득 대비 연봉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으며, 의원실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연간 7억5000만원 이상의 혈세가 들어간다. 얼마 전 그들은 50일 동안 국회 문을 닫고도 1285만원씩 세비를 챙겼다. 그래서 ‘금배지에 100가지 특권’이라는 말도 생겼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 시늉을 하지만,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은 항상 달랐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세계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 세상이 아닌 별세계로 느껴질 정도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속세’(俗世)의 평균적 삶과 크게 유리되어 있다는 의미다. ‘범인’(凡人)들이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말하자면 ‘당신들의 천국’ 혹은 낙원이라고나 할까. 국민과 국회가 물과 기름으로 만나는 장소가 바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이다.
국회의사당 부지는 약 33만 평방미터로서 여의도 면적의 8분의 1이다. 본관 높이는 70미터로 르네상스식 돔까지 얹고 있다. 국회 경관이 돋보이도록 여의도는 동서가 ‘짝짝이’로 개발되었는데, 국회가 입지한 서여의도는 고도규제 지역으로 묶여 동여의도의 고밀(高密) 스카이라인과 확연히 대비된다. 국회 경내는 모든 인간을 ‘의원님들과 나머지’로 양분한다. 예컨대 일반인들의 구내 주차는 언감생심이다. 국회의원들의 나들이야 어차피 운전기사들의 업무여서, 인근 둔치주차장을 의원 전용으로 쓰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지 싶은데 말이다. 하긴 20대 초선 당선자들은 연찬회 직후 헌정기념관에서 의원회관까지 300미터를 6대의 버스로 이동했다고 한다. 과연 ‘귀하신 몸들’이다.
국회 내부 또한 럭셔리하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대회의실의 1인당 면적은 3.16제곱미터로서 0.94 제곱미터에 불과한 프랑스 국회의사당의 세 배가 넘는다(임우진 ‘보이지 않는 도시’). 선진국의 경우에는 대개 국회의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회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회민주주의 역사 자체가 마이크와 같은 음향 시설이 등장하기 전에 시작된 측면이 있긴 해도 말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넓고 푹신한 소파식 회전의자에 앉아 잡담도 즐기고 수면도 취하고 휴대폰도 수시로 만지작거린다. 누가 뒤에서 쳐다보는 느낌을 갖도록 설계된 서구의 의사당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방청석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
국회 바깥으로 나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대중교통인 지하철부터 그렇다. 지하철 9호선에 ‘국회의사당역’이 있긴 하다. 그런데 1번 출입구는 길 건너편에 있다. 유일하게 국회의사당 쪽으로 나 있는 출입구는 6번인데, 놀랍게도 국회를 향하는 게 아니라 등지고 있다. ‘올 테면 와 봐라’ 아니면 ‘일 봤으면 빨리 가라’는 투의 환대 아닌 냉대다. 6번 출입구 지붕은 단순한 유리 구조물이 아니라 용 모양을 하고 있는데, 지하철 출입구 지붕 장식으로는 아마 전국에서 유일하지 싶다. ‘생성정보를 이용한 건축설계’ 작품으로서(노휘 ‘수학적 감성 - 국회의사당역 6번 출입구’) 국회 권위를 상징한다는 데, 도통 무슨 말이고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민주주의가 발전된 나라에서는 국회가 학교, 백화점, 은행, 공연장, 병원, 호텔, 교회, 광장, 공원 등 일상 공간 주변에서 보통 사람들과 시선 및 동선을 공유한다. 하긴 우리나라 지방의회도 대부분 그렇다. 유럽에서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국회로 출퇴근하는 의원이 부지기수다. 미국 의회의사당 부근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조깅하는 의원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국회를 지나는 지하철만 해도 런던이 3개, 도쿄가 5개다. 독일 국가의회의사당의 경우에는 꼭대기의 투명한 돔 내부를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 폭격으로 영국 하원 건물이 파괴되었을 때 이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처칠 수상이 한 말이다. 그가 의회 공간의 입지와 구조, 배치 문제에 고심한 것은 영국의 의회민주주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작금의 대한민국 국회상(像)을 보노라면 처칠의 혜안에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진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우리나라 국회의 상투적 자화자찬은 참으로 거북하고 민망하다. 싫든 좋든 몇 년 뒤 세종시 연기면에 의사당이 하나 더 들어선단다. 넓이는 63만 평방미터로서 여의도 국회의 두 배 정도란다.
조선일보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08.12 ‘중’ 대신 ‘등’… 민주당이 고친 법안 한 글자, 한동훈에 역공당했다
법무부, 수사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입법예고
“부패·경제범죄 내에서 재분류”vs. “상위법 일탈한 ‘자의적 해석’”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수완박 대응’ 취지로 발표한 대통령령(시행령) 개정안 내용의 핵심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대폭 늘렸다는데 방점이 있다. 검수완박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직접 수사 영역이 부패 범죄와 경제범죄로만 한정 되는데, 이른바 교집합적 성격을 갖고 있는 범죄의 성격을 ‘재정의’해서 부패·경제범죄의 영역 안으로 상당수 끌고 들어온 셈이다.
한 장관이 이러한 해석이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에는 바로 검찰청법 개정안 내용 중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구가 있다. 당초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중'으로 통과됐던 개정안이 본회의 상정땐 '등'으로 바뀌었는데, 결국 이 조항이 민주당으로서는 법무부가 해석을 넓게할 수 있는 빌미를 주게 된 셈이다. 이에 당분간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적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위법(수사개시 규정)이 상위법(개정 검찰청법) 위반?
우선 하위법이 상위법을 일탈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번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 규정)이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판단한다.
개정안이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줄여놓은 것을 반대로 확대한 것 자체가 상위법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반면 법무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다수의 상위법이 예시적 열거와 함께 구체적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규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개정 검찰청법 역시, 하위법령에서 중요 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됐다는 취지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12조 제5항을 예로 들었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예시) 등 법률이 정하는(하위법령 위임) 자에게는(위임대상)’라는 조문에 비춰보면, 형사소송법 제200조의6조 ‘변호인’이나 ‘법정대리인’ 등 상위법인 헌법이 열거하지 않은 대상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했다.
또 2019년 검찰청법 개정 당시, 국회에서 밝힌 수정 이유에도 명백히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구체적 타당성을 갖추도록 함’이라고 명시된 부분이다.
한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국회가 만든 법률이 그렇게 돼 있는건데 그 법률대로 하는 것을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법에도 맞지 않고 상식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등(等)’을 자의적으로 해석?... 민주당, 이미 인지했던 이슈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검수완박법의 법상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그 중에서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자구에 천착해 대응 논리를 만들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검찰청법은 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대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되, ‘부패·경제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은 남겨놨다. 특히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등’이 아닌 ‘중’이라는 표현을 고집해 의결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등으로 하게 되면 또 다른 범죄들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등’이 되면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 된다.
하지만 “이미 부패·경제범죄라고 법률에 명시해놓은 상태인데, 하위법인 시행령이 이를 거스르고 무턱대고 수사범위를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당시 최종적으로 ‘등’으로 결정됐다. 충분한 논의 없이 법 개정이 속사포로 진행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국민의힘과 막판 합의를 보면서 ‘등’으로 조율한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당시 “’무엇 중’이라고 하면 무엇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하지만, ‘무엇 등’이라고 하면 무엇 말고 다른 것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법사위 처리 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즉 다른 범죄를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걸 이미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이제 와서 ‘법률 위반’을 주장하기 난감한 상황이다.
반면 법무부는 상위법상 ‘부패·경제범죄’의 개념과 범위를 필요한 한도 내에서 한정하고 특정하는 방법을 썼다는데서 정당성을 찾고 있다. 하나의 죄가 두 가지 이상의 범죄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그 본질적 성격에 따라 부패·경제범죄로 재분류한것이다.
일례로 부패재산몰수특례법에 규정된 전통적 부패범죄를 비롯해 직권남용 등 공무원 관련 범죄, 선거 관련 범죄, 범죄수익이나 자금세탁 관련 범죄도 부패범죄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방위산업기술보호법위반의 경우에도, 방위산업 범죄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방위산업이라는 경제산업적 관점에서 기술 유출을 통해 불법적 이득을 취하는, 경제범죄의 성격을 겸해서 갖고 있다는게 법무부의 해석이다.
법 개정 취지를 넘어선 지나친 해석이라는 지적에 한 장관은 “상위법 위임 범위 내에서 법 체계에 맞게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것에 불과하고 시행령으로 법률에 어긋나는 새로운 내용을 창출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법 기술자의 우회적 꼼수”라며 강력 반발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고, ‘등’이 아닌 ‘중’으로 하자고 호소했던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시행령 쿠데타를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국회는 헌법정신 수호를 위해 입법으로 불법행위를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 조선비즈 = 이미호 기자
08월 12일 위헌 검수완박法 보완 시행령 불가피성과 憲裁의 책무
법무부가 11일 입법예고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규정’(대통령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행령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종료 전에 공포 절차까지 마치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이른바 ‘검수완박’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될 이 법들은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부패, 경제범죄 6개 분야 중 부패와 경제범죄만 검찰 직접수사 대상으로 제한토록 하고 있다.
우선, 시행령이 검수완박법 문언(文言)을 벗어난다고 보기 힘들다. 원래 공직자 범죄로 돼 있던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이 부패 범죄로 분류됐고, 선거 범죄에 속했던 정치자금법 위반, 선거 매수 등도 부패 범죄에 포함됐다. 경제 범죄에는 서민 갈취 조폭, 기업형 조폭, 보이스피싱 등 민생 침해 범죄가 추가됐으며, 마약 관련 범죄도 경제 범죄에 포함됐다. 범죄를 6개 분야로 나눈 것부터가 추상적·포괄적이므로 세부 분야에서는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검수완박법은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 시행령에 폭넓게 위임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등’과 ‘중’을 놓고 충분히 논의됐던 내용이다. 따라서 시행령이 입법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셋째, 범죄 혐의를 칼로 무 자르듯 명백하게 나누기 힘들고, 오히려 복합적 성격을 갖는 게 더 일반적이다. 따라서 세부 조정은 불가피하다. 뇌물 사건의 경우, 4급 이상 공무원이 3000만 원 이상 수뢰한 경우만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하는 등 피의자 직급과 뇌물 액수에 따라 수사권을 분리한 것부터 코미디 같은 일이다. 범죄 혐의자는 범행을 한사코 숨기려 한다는 점에서 수사 결과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것이 범죄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런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이 검찰의 직접수사를 대폭 줄인 검수완박법 취지와 배치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검수완박법의 위헌성, 반부패 수사 역량 위축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보완책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합당한 결정을 신속히 내려 혼선을 줄여야 할 책임이 크다.
문화일보 사설
08월 12일 ‘수해 망언’ 김성원, 감싼 주호영…與 아직 정신 못 차렸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동두천시·연천군)이 11일 서울 사당동 수해 복구 봉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김 의원 해명처럼 실수로 나온 말일 것이다. 아무리 인성이 저질이라도 수재민 고통이 더 커지길 바라겠는가. 그러나 수해 복구 활동에 임하는 정신 상태, 그리고 김 의원 인품을 각인시키기에는 그 한마디로 충분하다. 시정잡배가 술 취해 지나가면서 그런 말을 했더라도 이재민의 억장이 무너질 텐데, 국회의원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얼빠진 망언(妄言)이다.
무엇보다 이준석 대표 징계, 문자 파동, 지지율 급락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비상대책위를 발족시킨 뒤 첫 행사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어이없다. 곧 공식 출범할 주호영 비대위원장 체제는 비대위원 선임도 하기 전에 이미지를 망쳤다. 그런데도 주 비대위원장은 “김 의원이 장난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작은 것 하나하나로 큰 뜻을 그거 (폄훼)하지 말고 큰 줄기를 봐 달라”고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들은 노는데 우리가 찍어 보면 나오는 게 없을 것 같나”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별거 아닌데 이를 문제 삼는 언론이 문제라는 식이다. 국민이 국민의힘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 같다.
비대위는 원래 비상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비상 체제다. 정상 체제에서도 이런 인식은 국민이 등을 돌리게 한다. 여당이 제정신이라면 김 의원을 당장 윤리위에 넘겨 제명 등 중징계 해야 한다. ‘이부망천’ 네 글자로 사실상 국회의원 직에서 쫓겨난 사람도 있다. 야당의 최강욱 의원은 내부 회의에서 부적절한 성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았다. 김 의원은 훨씬 심각하다. 주 비대위원장 인식 역시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한심하다. 국민 생각도 읽지 못하면서 어떻게 집권 3개월 만에 전방위 위기에 빠진 여당을 구원할 수 있겠는가.
문화일보 사설
08.13 수해 현장서 與 의원 “비 좀 왔으면”, 교통 난리 중 교통방송은 정치만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가운데)이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당 지도부와 찾은 동작구 사당동에서 권성동 원내대표, 임이자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11일 서울 사당동 수해 복구 현장에 봉사 활동을 나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질 말이다. 이날 봉사 활동은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를 해임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후 처음 연 행사였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김 의원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한 취재진에게 “김 의원이 장난기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김 의원은 “평생 반성하고 속죄하며 살겠다”며 국회 예결위 간사직을 사퇴했다. 주 비대위원장도 “이해할 수 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과 당원께 얼굴을 들 수 없다”며 “당 윤리위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당이 자꾸 사고를 친다”고 난감해했다. 하지만 대통령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신림동 반지하 주택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홍보용 카드뉴스로 제작했다가 여당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폭우로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반포대로 등에 차량이 통제돼 극심한 혼잡을 빚은 10일 아침 출근길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무더기로 출연했다. 이들은 김씨와 함께 정부 비판을 쏟아냈다. 운전자들은 “차가 너무 막혀 교통 정보를 들으려고 교통방송을 틀었는데 정부 욕하는 소리만 들었다”고 했다. 교통방송이 정치방송이 된 지 오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이 재난 현장에 나가 봉사하는 것을 반드시 홍보용 쇼라고 비난할 것은 아니다. 현장에 가면 하나라도 더 보고 듣는 것이 있다. 하지만 고난을 겪고 있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먼저다. 오래전부터 재난 현장에서 정치인들이 이상한 언행으로 구설에 오른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아직도 반복되니 구제불능이란 생각까지 든다.
조선일보 사설
08.15 집권당 대표의 내부 난사, ‘정치’가 실종된 여당 막장극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당 윤리위 징계 36일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맹비난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선거 과정 내내 저에 대해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이라고 했고, 대선 때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다”고 했다. “대통령의 지도력 위기”라면서 윤 대통령과 독대해 나눈 얘기까지 공개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대통령 측근들에 대해선 “사람 하나 잡자고 집단 린치하고 당헌·당규까지 졸속 개정했다” “호가호위하며 절대반지에 눈이 돌아간 사람들”이라고 했다. 당을 향해선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은 불태워 버려야 한다”고 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한 지 몇 달도 안 돼 여당 대표가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내부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성 비위 의혹으로 당 윤리위 징계를 받은 뒤 비대위 출범으로 대표직에서 밀려났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징계가 이뤄진 점, 지도부 해체와 비대위 출범 과정에 논란이 적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억울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가 몸담았던 당과 대통령을 향해 화살을 마구 쏘는 것은 당대표 출신이 해선 안 될 일이다.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감정풀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이 전 대표의 성 비위 의혹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본인 책임도 크다. 대국민 사과가 진심이었다면 보다 정제된 말과 자중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비대위 체제 후 가까스로 진정되는 듯했던 여권의 내홍이 이 대표의 폭탄 발언으로 극한 갈등과 혼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전 대표가 낸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다면 당대표가 2명이 되는 대혼돈의 상황이 온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 속에서 책임 있는 국정 운영에 일조해야 할 사람이 감정에 치우쳐 극단적 정치투쟁에 매달리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되기 어렵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는 이런 내분이 두 달 넘게 악화되도록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엔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가 공개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감정을 풀었다면 이런 극단적 상황까진 가지 않았을 수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의 정무 기능이 사실상 정지돼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내부 소통이 되지 않으니 대표가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는 막장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한 국정 혼란은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18 野 이번에도 당헌 爲人改惡, 이런 당헌 왜 필요한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논란이 일었던 ‘당직자 기소 시 직무 정지’ 당헌 조항을 고치지 않고 대신 그 아래 다른 조항을 바꾸는 방법으로 기소된 당직자도 직을 유지하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당헌 개정 시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꼼수’를 동원해 사실상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은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또 같은 조 3항은 해당 기소가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 윤리심판원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돼있다. 1항은 그대로 두고 3항에서 ‘윤리심판원’을 ‘당무위’로 고친다는 것이다.
윤리심판원은 9명 중 5명을 외부 인사로 채워야 한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돼도 완전히 장악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당무위는 사실상 당대표 사람으로 채워져 통제를 받게 된다. 이 의원은 지금 대장동 비리와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 등 여러 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만 기소돼도 당대표직을 잃을 위기에 처하지만,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면 새 당헌에 따라 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당헌은 당의 존립 목적과 조직, 운영 등에 관한 기본 방침을 규정한다. 당의 헌법이다. 웬만해선 고치지 않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치적 이해에 따라, 심지어 특정인 한 명을 위해 이를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치러진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고쳐 후보를 공천했다. 이 선거에 국민 세금 838억원이 들었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서울, 부산 무공천을 주장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이재명 당대표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차기 당대표 방탄용 당헌 개정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그때그때 특정인을 위해 고칠 거라면 당헌이 무슨 필요가 있나.
조선일보 사설
08.18 이재명의 개고기, 박원순의 돌고래
지난 대선 당시 한 후배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기에 이유를 물으니 "능력"이라는 답이 나왔다. 나로선 좀 뜻밖이라 구체적 사례를 물었더니 "성남시장 시절 단숨에 모란시장 개고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내색은 안 했지만 솔직히 안타까웠다. 특정 정치인 지지야 개인의 자유지만 그릇된 정보에 기반한 선택이라면 사기 피해자와 다를 게 뭔가 싶어서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얄팍한 감성 한 스푼에 대대적 홍보만 곁들여지면 실체 없는 거짓도 확고한 사실로 둔갑하는가 싶어 답답했다.
이재명 의원은 모란시장 개고기 문제를 해결한 적이 없다. 그가 '모란시장 개고기 아웃(out)'이라는 구호를 본인의 정치적 치적으로 워낙 많이 언급한 탓에 친명(친이재명)이든 반명이든 이 의원이 모란시장 개고기 문제만큼은 해결했다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이 아니다. 모란시장에선 개고기가 사라진 적이 없다. 성남시가 상인회에 돈(세금)을 주고도 갈등을 유발하며 일부 도축시설을 철거했을 뿐이다.

▲이재명 의원이 지난 2016년 난제인 개고기 문제를 해결했다는 내용의 SNS 포스팅. [사진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가 '이재명 방탄'을 완성하겠다고 당헌 80조 개정을 의결한 지난 16일(17일 결국 유지로 결론), 한 신문이 낸 '개고기 아웃 했다더니…보신탕 간판 버젓이 내건 모란시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모란시장에서 개고기를 냉장고에 보관·전시하고 '보신탕' 간판을 내건 여러 점포가 여전히 성업 중이라는 현장 르포인데, 사실 새 내용은 없다. 과거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왔던 '모란시장 개고기 1㎏에 2만원 판매 중'이라는 식의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게 엄연한 현실인데도 이 사안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2016년은 물론 심지어 지난 대선 당시조차 이 의원과 민주당은 사실이 아닌 걸 대단한 업적으로 둔갑시켜 유권자의 표를 얻어갔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대선 유세 때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3대 개 식용 시장 중 하나인 모란시장을 아예 철폐해버렸다"고 했고, 비슷한 시기 제주도민 1000여 명 역시 '개고기 시장 폐쇄를 이끈 과감한 실천력에 주목한다'며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으니 하는 말이다. 혹자는 이 의원이 어렵게 해결한 문제를 후임자가 제대로 잇지 못한 게 아니냐 주장할지 모르겠다. 아니다. 이 의원이 "누구도 해결 못 한 50년 숙제를 해결했다"며 기자회견을 하던 2016년 12월 13일 당일에도 모란시장 상인회는 "개고기 판매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지금까지 장사를 접지 않았다.
비단 개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생계와 직결한 여러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엇갈린 사안이라면 그 어떤 행정가나 정치인도 단칼에 해결하긴 어렵다. 누가 감히 그걸 요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스스로 '모란시장 개고기 논란 OUT!!!'(2016년 12월)이라는 트위터 홍보를 시작으로, 'SBS 동물농장 본방사수합시다 모란 개시장 철거 방송됩니다'(2017년 3월)라며 추진력을 과시하는 사례로 개고기를 활용했다. 대선 때도 페이스북에 '모란시장도 5년 동안 노력한 결과 깨끗이 정리됐다'(2021년 6월)거나 '모란시장 등 3대 개시장 중 남은 곳은 한 곳(※당시 대구를 의미)'(2021년 11월)이라며 적극적으로 언론플레이했다. 무슨 연유인지 두 포스팅 모두 현재 삭제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25일 이재명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새삼 이 얘기를 꺼낸 건 비록 정권은 바뀌었지만 실체 없는 감성마케팅에만 능했던 지난 5년의 민주당 정권의 그림자가 여전한 것 같아 기록으로라도 확실히 남겨두기 위해서다. 최근 인기와 화제를 모두 잡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잇따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를 미화해 내보내면서 논란이다. 사실 극 초반부터 자폐인 주인공이 고래를 좋아하는 설정 탓에 2013년 박 전 시장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사가 떠오른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은 당시 돌고래 방사로 박수받았지만 정작 해외의 해양 포유류 전문가들은 야생 부적응 시 재포획 계획이 없는 방류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어쨌든, 드라마가 고래를 등장시켜 잠시 시청자들에게 박원순식 감성에 취하게 하는 거 정도야 무슨 큰 해악이 있겠나. 하지만 힘 있는 정치인들이 이런 식의 얄팍한 감성으로 시민 눈을 가려 결과적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최근 서울의 역대급 수해 피해에서 목격한 그대로다. "토목은 싫다"며 "시민 행복" 운운하던 박원순의 감상적 전시행정 탓에 이미 10년 전 예정됐던 빗물 터널이 무산돼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볼 때마다 거짓도 낭만적 진실로 만들어 국민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몇몇 정치인이 자꾸만 생각나니 직업병인가 싶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08월 19일 ‘이재명 리스크’ 갈수록 설상가상
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당 대표’로 방탄막 완성
이전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성격
홍위병 앞세운 정치로 폭주 위험
이재명 ‘발언 리스크’도 치명적
‘사법 리스크’보다 위험할 수도
신뢰성 없는 정치지도자 어려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선 패배 2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다시 2개월 뒤에 당 대표 선거에 연거푸 출마하는 등 짧은 기간 큰 선거 3수를 통해 2중 방탄막을 거의 완성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낸 전 대선 후보가 송영길 전 대표가 낙승해 온 민주당 강세지역에 아무 명분 없이 출마해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얻은 데 이어,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면 2차 방탄막이 완성된다.
정치권의 관행과 상식에 맞지 않은 6·1 인천 계양을 보선 이재명 출마설이 돌 때부터 이런 구도를 그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선 패배 직후 5년 레이스의 대선 2차전을 공개적으로 다시 시작하는 건, 정치적으로 큰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이지만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금 의혹,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사법 리스크를 피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5년 후 대선 유불리는 한가한 걱정이고 당장 사법 리스크를 피하는 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인식했음 직하다.
9일 뒤 확정될 ‘이재명 대표와 친명(親明) 강경파 최고위원’ 체제의 민주당은 이전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려 절충안으로 타협되긴 했지만, 당직자의 직무 정지 기준을 ‘기소’에서 ‘하급심 금고 이상 판결’로 당헌 80조를 개정하려던 친명 의원들과 ‘개딸’의 시도는 이전 민주당과의 깊은 단층을 상징한다. ‘이재명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은 물론 문재인 민주당과도 다른 성격의 정당이 될 것이다. ‘조국 사태’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는 오만과 독선, 거짓말을 밥 먹듯 해 ‘내로남불’ 정권이라고 불렸지만, 겉으로는 바른말을 하는 위선(僞善)이라도 보였다. 대놓고 비민주적 독선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진 않았다. 그러나 ‘문빠’보다 훨씬 악성인 개딸이 반명 의원들에 대해 야만적인 ‘수박 사냥’을 감행한 점에 비춰보면 이재명의 민주당에선 극악스러운 팬덤을 앞세운 ‘홍위병 정치’ 일상화로 반대파가 소멸된 1인 정당으로 폭주할 위험성이 크다.
민주당에 드리운 또 다른 위험은 한없이 가볍고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이재명 발언 리스크’에서 발생할 공산도 크다. 어떤 측면에선 사법 리스크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 대선 후보를 지냈고, 곧 당 대표가 될 인사가 문제적 발언을 마구 던지고, 그게 논란이 되면 언론 탓을 하며, 그런 왜곡도 쉽지 않은 상황이면 “농담을 진짜로 믿으면 어떡하냐”고 눙치고 들어온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이재명의 어떤 말도 믿기 어려워진다. 정치의 대부분이 말로써 이뤄지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지도자가 말의 신뢰성을 잃으면 지도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 의원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핵심 피의자인 배모 씨의 지인 김모 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하자 하루가 멀다고 말이 계속 바뀌었다. 처음 이 의원은 “(나와)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 검찰, 경찰의 강압수사를 견디지 못해 돌아가셨는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대선 경선 당시 김 씨가 김혜경 씨의 수행기사였다는 증언이 나오자 이 의원 측은 “김혜경 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며 “없는 인연을 억지로 만들려는 음해와 왜곡”이라고 대놓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이 선관위에 제출한 지출 명세서에 김 씨에게 선거캠프 운전기사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자 “배우자실의 선행 차량을 운전했다”고 해명했다. 후보 캠프에 소속된 김혜경 씨 수행팀원은 맞지만, 김 씨가 탄 차량을 운전한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 계속 거짓말을 한 셈이다.
“과반 승리로 위기의 민주당을 구하겠다”고 지방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국회의원 보선 출마 명분으로 삼았던 이 의원은 최근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대통령 취임 후 곧바로 치러지는 선거는 결과가 나쁠 것이라는 건 다 예측된 건데, 더 나은 성과를 생각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또다시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그랬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는 유권자 우롱성 발언 전력까지 고려하면 그의 ‘언어 리스크’는 고질병 같다.
문화일보
08월 23일 이재명黨 출현과 한국 민주주의 위기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대선 기간에 필자가 가장 놀란 것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슬로건이 나왔을 때였다. 정당 위에 개인이 군림한다는 뜻이었다. 민주주의 정당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말인데, 민주당의 누구도 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대선 직후 어느 기자가 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진출한 이재명 의원의 대표 경선 참여 여부를 물어 왔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이 걸려 있고, 자신은 물론 부인까지 5건 이상의 범죄 의혹으로 수사 대상인 이 의원이 자신을 방어할 최상의 갑옷인 대표직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의원은 대표 경선에 출마했고, 이제 민주당 권리당원 투표의 80%를 휩쓸면서 대표가 되는 건 시간문제가 됐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문제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의 과거 행태 때문이다. 우선, 현재 수사 중인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백현동 의혹이나 변호사비 대납 사건 등에서 야당 대표 이재명을 제대로 수사해서 기소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법은 모두에 평등해야 하고, 특히 공직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자신을 지지하는 ‘개딸들’을 비롯한 강성 지지층을 총동원해 야당에 대한 정치 탄압이라며 저항할 것이다. 하긴 동원할 필요도 없다. 그들에게 이재명은 이미 신과 마찬가지니까.
이 의원의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행태를 보면 민주주의를 위협할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변호사였던 그는 종종 법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이용하는 법 기술자였다. 대장동과 결합해 개발하려던 단대오거리 공원화 사업은 결국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로 성남시민이 495억 원을 물게 생겼다. 임기 마지막에 강행한 일산대교 무료화도 결국 법원에 의해 효력이 정지됐다.
대선 후보 시절 국가부채 비율 100%도 문제없다고 큰소리친 그의 포퓰리즘적 재정관은 국가지도자로서 매우 위험하다. 경기지사 시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많은 지역화폐를 발행했는데, 조세재정연구원의 전문가들이 지역화폐의 경제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발끈해 연구자를 징계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남양주시장과의 갈등 과정에서 행사한 남양주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는 법원에 의해 무효 판결을 받았다. 이렇듯 자신의 뜻을 거역하는 사람에게는 즉각적인 보복이나 징계권을 행사해 온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순간적으로 입장을 바꿔 토론이나 논쟁에서 쉽게 이기는 기술이 있다. 진중권 씨는 이를 ‘기회이성’이라고 했는데, 필자는 ‘감각적 기회주의’라고 생각한다. 이 의원은 화려한 언변으로 당장 눈앞의 곤란함을 모면하는 데 선수지만, 과거 발언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경기지사 시절 국정감사 답변 중 대장동 의혹을 설명하는 과정이나 지난 대선 때 후보자 토론에서 이미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그런 이 의원이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대표가 된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사느냐 죽느냐는 이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국정 수행 결과에 달렸다. 윤 정부의 실패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 가도에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은 우리가 오랜 기간 피땀으로 일궈 온 이 땅의 민주주의가 소멸하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문화일보
08.25 하루 동안 민주당서 벌어진 온갖 상식 밖 행태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대해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완화를 ‘명백한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2022.08.24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가 24일 ‘권리당원 전원 투표가 전당대회 의결보다 우선한다’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이재명 의원은 “당원 투표는 많이 할수록 좋다”며 개정에 찬성했지만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커지고 친문계가 반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애초에 무리한 시도였다. 이 안이 통과되면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친이재명계 권리 당원들이 수십년간 당을 지켜온 대의원·당원을 제치고 당의 중대사를 좌우하는 구조가 된다. 민주당은 앞서 ‘기소 시 당직자 직무 정지’ 당헌 개정을 추진했다가 ‘이재명 방탄법’이란 지적이 나오자 그 아래 다른 조항을 바꿔 같은 효과를 보게 하는 ‘꼼수’를 썼다. 이 이재명 방탄법은 재상정한다고 한다.
민주당은 지난 5년간 정도와 상식을 벗어난 국정 운영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정권을 잃고도 달라진 것이 없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 23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중진협의회 설치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여야중진협의회는 같은 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이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 회동에서 제안한 것이다. 여야 협치를 제도화하자는 취지로 윤 대통령도 찬성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야 협치도 필요 없다는 것인가. 이 역시 이재명 의원에게 걸림돌이 될까 봐 이런다고 한다.
국회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정부의 1주택 종부세 완화안을 ‘부자감세안’이라며 반대를 선언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는 “국민 상식으로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종부세 완화를 약속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등이 같은 공약을 했다. 그러나 선거 후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날 ‘처럼회’ 등 당내 강경파들은 다른 일에 몰두했다.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특별감찰관 추천은 갖은 핑계를 대며 미루면서 ‘김건희 특검법’엔 속도를 내고 있다.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도 검토할 수 있다”고 한 발 더 나갔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한동훈 법무장관 탄핵을 주장하면서 법무부를 세종시로 옮기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동훈 유배법’이란 말이 나왔다. 국회를 장악했다고 아무 일이나 마구 저지르는 식이다.
민주당의 이날 하루를 보면 당 운영은 정도와 상식에서 벗어났고, 민생과 협치는 외면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5년간 집권당이었다. 계속 이런 식이면 또 한번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25일 부결 당헌 ‘꼼수 재상정’ 민주당, 李 방탄에 명운 거나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사당(私黨)’으로 전락하느냐, 민주적 공당(公黨)으로 존립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의 대표 당선이 확실한 상황이지만, 중앙위원회는 24일 ‘이재명 방탄용’ 지적을 받는 당헌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민주당 기간 조직을 이끄는 많은 중앙위원이 개정안에 대해 당내 민주주의와 민주당 체제 근간을 훼손할 것으로 판단한 결과일 것이다.
개정 대상 조항은, 정치 탄압 여부를 가리는 주체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꾸는 제80조 3항, 최고 의사결정 기구를 전국대의원대회 대신 권리당원 전원 투표로 바꾸는 제14조 2항이다. 전자는 여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 의원의 대표직 유지 길을 열고, 후자는 ‘개딸’이 당을 사실상 장악하게 만드는 독소 조항 비판을 받는다.
‘이재명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도 친명 후보들의 싹쓸이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부결 사태는 당 안팎에서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당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당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비상대책위는 당헌 개정안을 26일 전국위에 재상정하겠다고 한다. 제14조 2항은 포기하되, 제80조 3항은 그대로 올린다는 것이다. 부결된 2개 조항 중 하나는 포기하고 하나만 상정하기 때문에 ‘일사부재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그 논리다.
심각한 꼼수다. 부의된 같은 안건을 그대로 다시 표결에 부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의는 민주주의 상식에 속하면서 국회법에도 그런 취지가 반영돼 있다. 2개 항 모두가 부결된 만큼 실질적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어느 하나를 재부의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에 대한 조롱이다. 게다가 중앙위 소집을 위해선 ‘5일 공고’가 필요한데도 이틀 만에 소집을 요청했다. 무리한 검수완박 입법 강행부터 이번 사태까지, 민주당 지도부는 낮은 투표율 등 민심과 당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당 중앙 결사 옹위’에 명운을 건 듯하다.
문화일보 사설
08.27 국회서 꼼수 폭주 민주당, 같은 방식으로 ‘이재명 방탄’ 완성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당헌 개정을 완료했다. 지난 24일 당 중앙위에서 부결된 안건인데, 이틀 만에 다시 소집한 중앙위에서 기어이 통과시켰다. 이 의원처럼 검찰·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 일부가 개정에 동조했다고 한다.
이번 당헌 개정은 당내에서도 내용과 절차에 모두 문제가 있다며 반발이 거셌다. 박용진·이상민 의원 등은 중앙위 소집 5일 전 공고 의무,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등을 지적했다. 내용상으로도 ‘꼼수’라는 비판이 많았다. 애초엔 ‘기소 시 당직자 직무 정지’ 조항을 고쳐서 이재명 의원이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부 반발이 커지자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그 아래 조항을 고쳐 기소가 ‘정치 보복’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당대표가 위원장인 당무위 의결로 구제받을 길을 열어줬다.
이 의원은 지금 대장동 비리와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 카드 불법 사용 의혹 등 여러 문제로 수사받고 있다. 그래도 스스로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면 새 당헌에 따라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의원이 당대표 당선 뒤 이렇게 당헌을 고치면 민망하니 그 전에 비대위가 총대를 멨다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은 여당 시절 유례없는 입법 폭주를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꼼수를 동원했다. 야당 동의 없이 선거법을 개정해 비례 위성 정당이란 괴물을 낳았다. 없으면 큰일 날 것처럼 밀어붙인 공수처는 지금껏 제대로 된 수사 성과도 없다.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최악의 불안을 겪었다. 온갖 실정으로 정권을 잃고서는 자신들을 향한 수사를 원천 차단하려고 ‘검수완박’으로 폭주했다.
이렇게 국회서 하던 일을 이제는 당내에서도 하고 있다. 당헌은 당의 헌법이다. 웬만해선 고치지 않는 게 정상이지만 민주당은 정치적 이해에 따라 심지어 특정인 한 명을 위해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 이 의원은 대선에서 지고 석 달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불체포특권을 확보했다. 이어 기소가 돼도 야당 대표직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온통 이 의원 한 명을 위해 돌아가는 것 같다.
조선일보 사설
08.27 서로 무슨 원한 졌다고 정권 출범 석 달 만에 이 파국을 자초하나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비대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이준석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본안 판결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지난 16일 출범한 주호영 비대위가 불과 열흘 만에 좌초하면서 국민의힘은 혼돈에 빠졌다. 작년 이후 전국 선거를 세 번 연달아 이겨 정권을 창출한 집권 여당이 새 정부 출범 넉 달도 안 돼 집안싸움으로 지도부 실종 사태를 맞았다. 세계 정당사에 유례가 없을 기이한 일이다.
법원은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았고 이는 정당의 민주적 내부 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정당 내부 문제에 이처럼 세부적 잣대로 제동을 건 것은 흔치 않다. 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준석 대표를 밀어내고 비대위로 전환하는 과정이 무리하게 비친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징계를 밀어붙인 것부터 순리라고 할 수 없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국 선거에서 연전연승한 정당이 여세를 몰아 국정 운영과 개혁에 나서기는커녕 매일 유치한 감정싸움을 벌였다. 특별한 계기도 없었다. 이 대표를 ‘내부 총질’로 비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유출되는 일도 생겼다. 결국 집안싸움을 법정으로 끌고 갔고 이 사태를 만들었다.
이 정권에선 절제와 자제, 인내라는 덕목을 찾아볼 수 없다. 이 대표는 어차피 임기가 정해져 있고 물러나게 돼 있다. 아무리 싫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그걸 기다리지 못한다. 권력은 마구 휘두르면 동티가 난다. 이 대표는 한때 청년 정치의 희망이었지만 매사에 절제하고 자제하는 법이 없다. 최근엔 대통령을 향해 연일 막말을 퍼붓고 있다.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기관차 같다.
여권이 합심해 국정을 개혁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들로선 어이없는 일이다. 국민의 실망을 넘어서 이 정부가 여당 지도부의 진공 상태를 안고 어떻게 경제 안보 위기를 헤쳐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권의 특징 중 하나는 정치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는 이런 상황의 최대 피해자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치적 노력도 하지 않는다. 무슨 큰 원한이 있다고 정권 출범 석 달 만에 이런 파국을 자초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8.29 법원은 민주적 정당성을 심판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민의힘 비대위 설치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여당은 혼란에 빠졌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의 지도 체제 불확실성으로 생기는 국정 혼란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정치의 사법화를 보는 국민도 짜증스럽고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법원 결정의 핵심은 국민의힘이 비상 상황을 만들어 당 대표의 법적인 지위를 박탈하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 질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법원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에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비대위 설치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에 비해 구성된 당 기구 사이의 민주적 내부 질서를 해할 수 있어”라고 판시했다. 다시 말하면 당 대표는 당원의 총의에 따라 뽑혀 정당 내에서 민주적인 정당성이 가장 크므로 비록 당헌상 절차적인 하자가 없는 비대위 설치라도 헌법이 정한 당내 민주주의에 위배한다는 취지다.
이 논증은 헌법의 법리적인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법원은 법적인 다툼이 있으면 합법성을 심판하는 기관이지 민주적인 정당성을 심판하는 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민주적인 정당성의 크기를 따지는 그 자체가 법원의 권한을 넘어선 일이다. 당원의 총의를 대의하는 기관은 대표뿐 아니라 전국위 및 상임전국위와 최고위원회다. 대표가 징계 처분을 받아 당권이 정지된 상태에서 당원의 총의는 이들 당내 대의기구가 대표한다고 보는 것이 대의 민주정치의 상식이다. 헌법에 의해서 자율적인 활동이 보장된 정당이 합법적인 대의적인 절차를 통해 비대위를 설치하는 것은 헌법이 허용하는 정당 활동의 당연한 내용이다. 비상 상황 여부와 비대위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민주적인 정당성과는 무관한 정당 내의 대의적인 사항이고 합법성의 영역이다. 법원은 합법성의 관점에서 절차적인 위법 여부만을 판단하면 된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설치한 절차는 합법이지만 민주적인 정당성에 어긋난다는 논증은 월권적인 정치 개입이다.
국민의힘이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민주적인 정당성이 가장 큰 당 대표를 몰아내려고 최고위원 사퇴 등으로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단정한 부분도 법원의 직무인 합법성의 판단과는 무관한 정치적인 판단이다. 그 순간 법원은 금기시되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과거 우리 사법부가 정당 내부 문제에 대해서 지극히 자제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절차적인 합법성 판단에 국한한 것도 사법의 정치화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사법부가 민주적인 정당성을 판단하려고 덤벼드는 순간 이미 사법은 정치화할 수밖에 없다. 민주적인 정당성을 따지자면 법원이야말로 100석 이상의 국회의원들의 합의로 이루어진 비대위 설치를 무효화할 수 있는 민주적인 정당성을 갖고 있는가.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정당 문제를 판단할 때 민주적인 정당성이 아닌 합법성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헌법이 정당의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일 것을 요구한 것은 정당의 당헌 당규의 제·개정을 비롯한 당직자 선출과 의사 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명령한 것이다. 따라서 법원이 인정한 대로 비대위 설치의 절차가 당헌 당규에 따라 하자가 없었다면 당연히 그 결과물인 비대위도 합법적인 것으로 판단했어야 한다. 그것이 법원이 해야 할 합법성의 판단이다. 사퇴한 최고위원 자리를 전국위를 통해 보충해서 정상화할지 바로 비대위 체제로 갈지를 결정하는 일은 헌법이 보장한 정당의 자율 영역이지 법원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 법원의 활동 공간은 법치주의의 영역이지 민주주의의 영역이 아니다. 법원은 이번 결정을 법치의 공간에서만 다시 한번 깊이 검토하기를 촉구한다.
조선일보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08.29 민주당 새 대표 이재명, 책임 있고 성숙한 야당 될 수 있나

▲이재명(가운데) 당대표 후보가 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 연설회에서 투표 결과 발표가 끝난 뒤 당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 지역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새 당대표에 선출됐다. 지난 3월 대선에서 패한 지 5개월도 안 돼 의원직에 이어 당대표까지 오른 것이다. 대선에서 진 후보가 이처럼 빨리 정치 전면에 복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로써 이 대표는 당권과 함께 2년 후 총선 공천권을 쥐고 5년 뒤 대선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혁신과 민생 개혁의 성과로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승리하는 민주당을 만들고 유능함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또 “국민 삶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정부·여당에 협조하겠지만, 역사를 되돌리는 퇴행과 독주에는 결연히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최대치로 협력하겠다”며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전체의 77.8%를 득표해 박용진 후보(22.2%)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계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친명 성향 권리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압도적 승리 뒤에 드리운 그늘도 있다. 득표율은 압도적이었지만 투표율은 30%대로 저조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대안 부재론과 “잇단 선거 패배에도 당이 바뀌는 게 없다”는 실망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또 친명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기소돼도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 개정을 밀어붙인 것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거센 비판을 불렀다.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를 넘어야 한다. 현재 성남 대장동·백현동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불법 사용,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나와 무관하다”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하지만 주변 인사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구속·기소됐다. 그래서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고자 당까지 끌어들여 극한 대치 국면으로 이끌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먼저 나서서 의혹을 해명하고 수사에 임하는 게 옳다.
향후 정국이 ‘윤석열·이재명 재대결’로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마다 민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면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국정이 좌초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밝힌 대로 ‘나라의 미래를 위해 협치할 줄 아는 유능한 정당’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개인의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나라를 생각하는 성숙한 야당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그의 큰 꿈을 이루는 길도 열릴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30일 李 백현동 발언 ‘선거법 위반’ 송치와 사법 판단 시급성
지난 3월 9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오는 9일)를 며칠 앞두고,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백현동 개발 용도변경’과 관련된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해 지난 26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한다. 검찰 차원의 판단과 보완 수사 등이 남아 있지만, 드러난 정황들만 봐도 기소가 유력해 보인다. 이는 공교롭게도 거대 야당의 대표로 선출된 시점과 겹치면서 정치적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라는 민주당 당헌 제80조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도 관심이다.
지난해 10월 20일 국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당시 이 대표는 대선 후보이자 경기지사였다. 이 대표는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4단계 상향된 것 등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공공기관이전특별법에 따라서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국토부가) 안 해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국토부 공문은 용도변경에 대한 성남시의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 지자체의 반영 의무가 따르는 요청은 아니었고, 성남시 주거환경과도 ‘단순 협조 요청’이라고 당시 이 시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그 발언 7일 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고발했고, 경찰은 10개월 수사 끝에 기소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기소하면 이 대표 ‘사법 리스크’의 첫 공식화 사례가 된다. 민주당 당무회의가 80조 적용을 배제하거나, 정치 보복으로 규정할 경우엔 대표직 유지에 문제가 없다. 실제로도 그렇게 될 개연성이 확실하지만, 그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야당 탄압 투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더 공정한 기소 절차와 신속한 법원 판단이 중요해졌다.
문화일보 사설
08.31 이재명·문재인 합치면 ‘명문’ 될까
꼼수·내로남불 바로잡고 ‘팬덤 정치’ 결별해야 혁신
李대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하고 민생 협치 나서길
민주당에서 10년 만에 당권 교체가 이뤄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친문계가 밀려나고 친명계가 당을 장악했다. 이재명 대표는 첫 일정으로 경남 양산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친명(明)과 친문(文)그룹은 같다” “‘명문’ 정당을 만들자”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민주당이 진짜 ‘명문(名門)’이 되는 길은 문 전 대통령이 했다는 말 속에 답이 있다. 그는 “민주당이 이기는 정당으로 가려면 혁신·통합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혁신’과 ‘통합’을 외친 건 10년도 더 됐다.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입당 전인 2011년 이해찬 전 대표, 조국 전 법무장관 등과 함께 재야에서 만든 조직 이름이 ‘혁신과 통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당의 혁신과 통합은 이뤄내지 못했다. 그의 재임 시 선거법 날치기로 사상 유례 없는 비례 위성 정당이 탄생했고, 자신들의 잘못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문재인 혁신안’도 폐기됐다. 이른바 ‘문빠’들은 5년 내내 비주류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날렸다. ‘원팀’을 빙자해 비주류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굴종을 요구했다. 당시 한 의원은 “나를 비문(非文)이라 하지 말고 차라리 비주류라고 써 달라”고 간청했다. 비문이라는 낙인이 그만큼 무서웠던 것이다. 그 의원이 지금은 친명계의 핵심 의원이 됐다. 비명(非明)이라는 이유로 같은 당 사람이 배척당하지 않도록 그가 애써주길 바란다. 그게 통합의 시작이다.
친문당이 친명당으로 바뀌면서 지지 그룹도 문빠에서 ‘개딸(개혁의 딸들)’로 교체됐다. 당내에선 “문빠가 하루 문자 1000통을 보낸다면 개딸은 700통 수준”이라며 개딸이 비교적 온건하단 주장도 나온다. 친명계는 전당대회 승리 후 개딸 영향력 강화를 위해 ‘권리당원 전원 투표’ 당헌 신설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팬덤 정치는 통합의 걸림돌일 뿐이다. 친노와 친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듯 개딸도 그러할 것이다.
혁신은 이 대표 본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석 달 만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고 다시 두 달 만에 당 대표까지 됐다. 그 과정에서 ‘셀프 공천’, ‘셀프 방탄’ 논란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검찰·경찰로부터 10여 건의 수사를 받고 있다. 혹시라도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스스로 방탄막을 해체하고 당당히 조사받기 바란다. 이 대표도 불체포특권 제한법에 100% 찬성한다고 했었다. 선제적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당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내분으로 날을 지새우지만 국민의힘은 한때 혁신과 통합을 이뤄냈다. 국회의원 경험이 전혀 없는 30대 청년을 당 대표로 뽑고, 자신들의 등에 칼을 꽂았던 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민주당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화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쪼개졌던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쳤고,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까지 끌어안았다. 혁신과 통합 측면에서 지난 대선은 0대2 국민의힘 완승이었다.
마지막으로 문 전 대통령이 말한 ‘확장’은 지지층을 넓히는 것이다. 이는 협치에서 시작한다. 안보·경제 위기 속에 여야가 힘을 모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근로소득세 개편, 1가구 1주택 종부세 합리화 등 급한 민생 법안부터 함께 처리하기 바란다. 이 대표도 30일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민생 법안 협조를 약속했다.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는 그 말이 진심이라면 이 대표도 성공한 대표가 될 것이다.
조선일보 황대진 기자
08.31 법원, 김혜경 ‘법카 의혹’ 핵심 배모씨 구속영장 기각
경찰,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할 듯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배모씨가 30일 오전 수원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아내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전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45)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경찰은 대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9월 9일)가 임박한 점을 감안해 불구속 상태에서 배씨를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원지법 김경록 영장전담판사는 30일 업무상 배임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배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영장을 기각했다. 김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들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오전 9시40분 쯤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배씨는 오전 10시30분부터 약 1시간40분동안 실질심사를 받았다. 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온 배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김혜경 씨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경찰 호송차에 올라탔다. 이어 31일 0시30분쯤 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 대기했다.
배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당시인 2018년 7월부터 작년 9월까지 약 3년 동안 경기도 총무과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경기도 법인카드로 음식 등을 구매해 김씨의 집에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배씨가 법인카드를 유용해 경기도에 손해를 끼친 금액이 2000만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또 배씨의 지시로 법인카드로 음식을 구입해 김씨에게 배달하고 사적인 심부름을 했다는 전 경기도 7급 공무원 A씨의 폭로 내용을 부인한 혐의(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월 A씨의 폭로 이후 이 대표와 김씨, 배씨를 직권남용, 강요, 국고 손실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 경기도 총무과 소속 공무원 2명을 업무상 배임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배씨가 김씨의 개인 음식값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의 행위를 방조하고, 법인카드 영수증 처리에 문제가 없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권상은 기자
08월 31일 대표는 민생, 최고위원은 특검·탄핵…민주당 속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가 1일 개회된다. 100일 동안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 등이 계속되는데, 윤 정부 출범 4개월 남짓이기 때문에 윤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국정을 놓고 혼란스러운 공방이 예상된다. 그만큼 주요 정당들이 현재 국익과 미래 발전에 초점을 맞춰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특히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이 ‘이재명의 민주당’의 노선과 전략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다. 정당 내부에 여러 다양한 주장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 지도부가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큰 방향이 혼란스러우면 곤란하다.
이 대표는 30일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협력할 것은 찾고 서로 다른 입장은 조율하자”고 했다. 지난 28일 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연설에서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협하는 퇴행과 독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맞서 싸우겠다”는 말도 했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민생과 통합에 방점을 뒀다. 반면,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들의 메시지는 전혀 다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30일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박성준 대변인도 “특검에 무게중심이 쏠린다”고 뒷받침했다. 서영교·고민정 최고위원은 한동훈 법무·이상민 행정안전 장관 탄핵을 연일 거론한다.
정당이 강경·유연 전술을 병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현재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다. 차기 대선에 또 도전할 개연성이 큰 이 대표는 ‘좋은 경찰’ 역을 맡고, 최고위원들은 강경한 대여 공세로 사법 리스크에 맞대응하면서 강경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략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좋게 보면 역할 분담이지만, 나쁘게 보면‘더블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지도부가 이처럼 이중적이면 혹 ‘윤석열-이재명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그 뒤 상황은 뻔하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