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狂氣의 脫原電 2022-02/ 04월 01일 전기료 폭탄과 탈원전 해악의 현실화 - 06.29 文에게 맹종하며 한전 부실 방조한 경영진 책임도 크다

상림은내고향 2022. 7. 2. 18:13

狂氣의 脫原電 2022-02/ 04월 01일  전기료 폭탄과 탈원전 해악의 현실화 - 06.29  文에게 맹종하며 한전 부실 방조한 경영진 책임도 크다

04월 01일  전기료 폭탄과 탈원전 해악의 현실화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정부가 결국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포기해 버렸다. 바짝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무차별적인 탈원전과 비현실적인 탄소중립의 비싼 고지서는 고스란히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처사이기도 하다. 임기 말을 앞둔 현 정부가 그동안의 내로남불과 갈라치기도 모자라 이제는 국민을 상대로 비겁하고 옹졸한 ‘먹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우량 공기업이었던 한전은 쉽게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부실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적자가 20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5년 전 109조 원이었던 부채는 지난해 말 146조 원으로 늘었다. 한전이 이미 자본잠식 상태라는 평가도 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연료비 상승이 문제였을 뿐이라는 정부의 진단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지난해 한전의 전력구입비 등 영업비가 11조519억 원이나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탈원전을 밀어붙이기 위해 온갖 꼼수로 전기요금을 꽁꽁 묶은 게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였다. 결국, 한전은 kWh당 200원에 구입한 전력을 100원에 팔아야만 했다. 그런 탈원전을 ‘60년 동안 진행할 에너지 전환’이라고 우긴다고 사정이 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

당장 2분기에 해결해야 할 전기료 인상 요인이 33.8원이나 된다. 발전단가가 가장 안정적이고 저렴한 원전을 억지로 세워 놓고, 연료비가 널뛰듯 출렁거리는 석탄·LNG 화력의 가동률을 무작정 끌어올린 결과다. 정부가 2020년에 도입해 놓고도 철저하게 외면한 연료비연동제만으론 해결이 불가능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신규 원전의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70% 수준으로 떨어진 원전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안전과 직결된 원전 가동률을 함부로 높일 수 없다는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 정부가 맹목적으로 탈원전을 밀어붙이기 이전에 우리의 원전가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90%를 넘었었다. 그렇다고 안전을 소홀히 했던 건 절대 아니다. 우리 원전의 안전 가동 실적은 가장 맹렬한 탈원전주의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인정한 명백한 사실이다.

태양광·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의 보급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기술의 성숙도가 크게 떨어지는 태양광·풍력은 여전히 파괴적 혁신이 절실한 미래의 에너지다. 성급하게 설치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앞으로 20년 동안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전기요금의 탈정치화를 위한 혁신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전 경영의 투명성 강화가 가장 시급하다. 최고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춘 경영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전사 경영에 문외한인 퇴직 관료와 낙하산으로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

정부가 전기요금 책정에서 확실하게 손을 떼야 한다. 사실상 구중궁궐로 변해 버린 청와대가 밀실에서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현재의 탈법적 관행은 확실하게 폐기해야 한다. 초당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기요금위원회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 제도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일도 멈춰야 한다.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한국형 전기요금제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04.04  ‘원전 흑역사’를 기억해야 원전이 산다

어느 정부 기구의 수장이 최근 온라인 내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느닷없이 울먹였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태양광 속도전에 누구보다 앞장선 사람이다. 지난 5년 줄기차게 밀어붙인 ‘원전 퇴출’ 정책이 곧 ‘탈원전 퇴출’로 180도 달라질 판이니 그로선 억하심정이 들었을 법하다. 그러나 탈원전의 오욕적 진상은 그 어떤 눈물로도 씻기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9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의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탈원전은 ‘막장 드라마’의 요소가 여럿 있다. 국내에선 위험하다고 선전하면서 해외에 나가선 한국 원전이 안전하다고 자랑했다. 그걸 볼 때마다 국격이 떨어진 것 같아 부끄럽고 당혹스러웠을 국민이 한둘 아닐 것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더 막장 드라마 같다. 대통령이 ‘영구 가동 중단’ 운을 떼자 장관은 부하 직원을 “너 죽을래”라며 다그치고, 공무원은 사무실에 야밤 잠입해 자료를 삭제했다. 경제성 평가 조작, 조기 폐쇄에 따른 한수원의 손실 5600억원을 사실상 세금으로 메꿔주기로 한 것도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장면이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이 이렇게까지 바닥을 보인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탈(脫)탈원전’을 여러 번 선언했다.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초법적, 비이성적 정책을 생생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라고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 쓰기도 했으니 새 정부 출범 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에너지 정책의 정상화 조치가 뒤따를 것이다.

 

원전은 여러 전력원 가운데 사고에 따른 사망 위험, 온실가스 배출, 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 신뢰성 높은 여러 국제기구가 원전의 안전성, 친환경성, 경제성을 이미 검증하고 발표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국민에게 이런 이유를 제시하며 ‘친원전 드라이브’를 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작은 걸림돌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원전 정책이다.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짧은 시간 가동 중단이나 사고에도 국민들은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친원전 정책의 첫 시험대는 노후 원전의 연장 가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8월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설계 수명 30~40년이 끝나는 원전이 10기에 달한다. 원전 가동 연장은 미국과 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정책이다. 그러나 가동 연장을 위한 준비가 미흡하거나 국민 공감대가 떨어질 경우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실제로 윤 당선인만큼이나 원전에 우호적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원전 흑역사’가 있었다. 2012년 2월 고리 원전 1호기의 부품 고장으로 단전 사고가 12분 발생했다. 30년 수명이 다해 2007년 10년 연장 가동 조치가 내려진 뒤 5년 뒤 발생한 이 사고로 원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2013년 6월에는 당시 23기 원전 가운데 10기가 멈춰서기도 했다. 그때는 한수원이 원전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사실까지 드러나 파장이 더 컸다.

 

현 정부가 조기 폐쇄한 월성 1호기도 뼈아픈 역사가 있다. 원전 연장 가동을 하려면 먼저 한수원이 ‘계속 운전 신청서’를 낸 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한수원은 신청서를 제출하기 앞서 7000억원을 들여 대규모 설비 교체 작업을 벌였다. ‘허가하지 않으면 7000억원이 날아갈 것’이라는 식이었다.

 

윤 당선인은 “2030년 이전 최초 운영 허가가 만료되는 원전은 엄격하고 과학적인 안전 평가를 바탕으로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 불량 부품이든 시험성적서 조작이든 원전 마피아들이 배짱을 퉁기는 것이든 국민 안전을 생각하면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들이 새 정부만큼이나 원전을 옹호하는 과거 보수 정부에서 모두 벌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  박은호 사회정책부장

 

04.05  [단독]尹 취임도 전에 탈'탈원전'…文이 막은 고리2호 연장한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년에 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기 가동을 연장하기 위한 절차에 조만간 돌입한다. 수명이 만료된 원자력 발전은 계속 가동 없이 폐쇄한다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핵심 내용을 뒤집는 조치다.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수명이 도래하는 다른 원전 연장을 위한 추가 조치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고리 2호, 안전성 평가 제출할 듯

부산 기장군의 고리원전. 오른쪽 두번째가 고리 2호기, 맨 오른쪽이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다. 중앙포토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한수원은 오는 8일까지 고리 2호기의 ‘주기적안전성평가(PSR)’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PSR은 원전 안전성을 10년마다 종합적으로 확인해 개선사항 등을 도출하는 평가다. 설계수명이 도래한 원전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이 PSR과 함께 원전 주요 기기 수명평가 같은 경제성 평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을 추가해 먼저 원안위에 내야 한다.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를 바탕으로 원전 계속 가동을 위한 운영변경허가 여부를 최종 심사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수명이 곧 끝나는 원전을 폐쇄한다면 PSR을 굳이 제출할 이유가 없다”면서 “PSR을 낸다는 것은 계속 가동을 위한 중간 절차를 밟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4월 8일 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연장 없이 곧장 폐쇄할 예정이었다. 원래 PSR 제출 시한은 지난해 4월 8일이었지만, 한수원은 이 시한을 1년 미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원안위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20년 원안위 측에 “‘월성 1호기 감사원 감사결과 처분요구 통보’ 등에 따라 원전 계속 가동 여부 판단을 위한 경제성 평가 지침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침 개발에 상당한 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제출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한수원이 당시 공문에서 밝혔던 연장 기한이 오는 8일이라 시기적으로도 PSR 제출을 더 미루기 어렵게 됐다.

 

속도 높이는 ‘脫 탈원전’

새 대통령이 아직 취임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을 뒤집는 듯한 조치가 나온 것은 에너지 정책 수정 과정이 그만큼 녹록하지 않아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전 증대를 에너지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임기 내 늘릴 수 있는 원전은 많지 않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이유로 신규 원전 사업을 모두 백지화해서다. 그나마 부지 확보가 끝난 신한울 3·4호기를 빼면 신규 원전 사업 재개를 위해서는 주민 동의부터 관련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의 원전 증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폐쇄 예정 원전 계속 가동 ▶기존 원전 이용률 향상 3가지가 필수적이다. 폐쇄 예정 원전 중에서는 당장 내년 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기 연장이 가장 시급하다.

 

고리 2호기를 계속 가동하려면 원안위 심사를 거쳐야하는데, 여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심사 기간이 길어져 수명 만료 기한인 2023년 4월까지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일단 가동을 중지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리 2호기 자체경제성 평가 및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빠른 시일 내 원안위에 사전 제출하겠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객관적 안정성 지표 마련해야”

수명 곧 도래하는 원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수명이 곧 끝나는 다른 원전의 계속 가동 절차도 곧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계획대로면 오는 2030년까지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월성2·3·4호기, 한울 1·2호기 총 10기 원전 수명이 끝난다. 원전 가동 기한을 늘리지 못하면 정부가 목표한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40%를 맞추기 위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급격히 늘려야 한다. 실제 정부 NDC 계획에 따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0.2%로 2019년 6.5%에 비해 5배가량 늘어나게 돼 있다. 그만큼 관련 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노후 원전을 계속 가동하려고 한다면, 월성 1호기 같이 안전성과 경제성 평가와 관련한 찬반 논쟁이 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원전의 설비를 보강해 가동을 연장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다만 과거와 같은 논란이 없게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지침 등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중앙일보  김남준 기자

 

04.06  "고리 2호 6000억 이익" 결론…'조작 논란' 월성1호가 살렸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원자력 발전 2호기 계속운전을 밀어붙이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배경에는 계속운전에 대한 자체 경제성 평가가 수명 연장에 유리하게 결론난 것이 작용하고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은 만큼, 계속운전이 적합하다는 경제성 평가 결과를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새 평가 지침에서 “안전성 경제성 충족”

6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법령에서 요구하는 기술적 안전성은 충족하고, 경제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주기적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체 경제성 평가에서는 계속운전이 수명 완료 후 폐쇄보다 “6000억원 중반대 이익이 더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비 보강 비용, 주민 지원금 같은 유지 비용을 뺀 순이익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고리 2호기는 원자로 헤드 교체 등 굵직한 안전성 보강을 이미 해왔기 때문에 다른 원전과 달리 설비 개선을 위한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서 “원전을 돌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다 빼고도 6~7년 정도 가동한다고 하면 약 1000억원 대의 순이익이 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고리 2호기 경제성 평가에는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이후 한수원이 마련한 새 평가지침을 처음 적용했다. 감사원은 2020년 10월 ‘월성 1호기 감사결과 처분요구 통보’에서 원전 계속운전 여부 판단을 위한 객관적인 경제성 평가 지침을 개발하라고 한수원에 요구했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해 자체 개발한 지침을 바탕으로 고리 2호기 경제성 평가를 진행했다.

 

특히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문제로 관련 공무원들이 재판까지 받는 상황이다 보니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없이 객관적 평가를 할 환경이 의도치 않게 마련됐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평가 지침이 명확히 없어 평가 결과도 정부 입김에 따라 고무줄처럼 조절했다”면서 “월성 1호기 사태로 이런 부분이 문제 되자 평가 환경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가동 목표지만, 더 늦어질 수도

 ▲고리 2호 연장 어떻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이 실제 결정 난다면 기존 설계수명 만료 기한인 내년 4월 8일부터 10년간 더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계속운전을 위한 절차 진행이 이미 늦은 데다, 이를 모두 수행하는데도 시간이 걸려 실제 더 쓸 수 있는 기한은 10년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한수원이 4일 제출한 주기적 안전평가서는 원안위를 거쳐 원자력안전기술위원회에서 18개월 이내 심사해야 한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원안위에서 다시 24개월 안에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연장 허가 후에도 설비 개선 등에도 1~2년가량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가동까지는 최대 5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연장 기한 10년 중 약 절반가량은 가동 없이 원전을 그냥 놀려야 한다. 그만큼 경제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수원은 절차를 최대한 당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단 이미 제출한 안전성평가서 심사를 최대한 내년 수명 만료 시기까지 마치고, 가동 연장을 위한 원안위 운영변경허가도 당겨 2026년에는 가동할 수 있게 준비할 계획이다. 앞서 산업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관련 절차 소요 시간을 최소화하겠다”고 보고했다. 다른 나라처럼 일단 계속운전을 허가한 뒤, 설비 개선을 가동 중에 진행해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04.07  감사원 “월성 1호기 초기 조사 미진했다”… 原電 감사 반성문

지난달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월성1호기 감사 부실 첫 인정

감사원이 최근 월성 원전(原電) 1호기 감사와 관련해 ‘초기 감사가 부실했고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고 대통령직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대표적 무리수로 꼽히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감사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월성 1호기 /뉴시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2019~2020년 진행한 월성 1호기 감사를 ‘감사원의 성과’로 보고했다고 한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말만 성과지 사실상 ‘원전 감사 반성문’이었다”고 했다.

 

감사원은 업무 보고에서 “월성 1호기 초기(1차) 조사가 미진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2019년 10월 당시 국회의 요구로 이 감사에 착수했을 때 감사의 성패를 가를 핵심 물증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이 감사가 진행 중이던 그해 12월 1일 산업부 공무원들은 월성 1호기 폐쇄와 관련한 내부 문건 444건을 무더기 삭제했다. 나중에 일부 복구된 파일에서 ‘북한 원전 건설 방안’ 문건 등이 나왔지만 120건은 끝내 복구되지 않았다. 당시 관가에선 “감사원이 미적거리는 사이 핵심 증거가 다 날아갔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감사원은 인수위 보고에서 “원전 감사가 2020년 4월 초 감사위원회에 회부됐다가 보류되고 이후 보강 조사(2차 조사)가 진행, 감사 처리가 지연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감사원의 감사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던 친여(親與) 감사위원들의 반발로 이 사건은 최종 의결되지 않고 보강 조사 결정이 났다. 이를 두고 감사원 안팎에서 “감사 결과가 (2020년) 4·15 총선 직전에 발표되는 걸 막기 위한 꼼수” “정치 감사”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020년 총선 직후 이 사건 감사 실무 책임자를 유병호 국장으로 교체하면서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했다. 감사원의 초기 감사 실패와 친여 감사위원들의 조직적 반발이 ‘정권에 순치된 결과’임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감사원이 2년 뒤 인수위 보고를 통해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04.12  ‘탈원전 대못’ 단번에 뺄 순 없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절차 지키면 3년 후에야 시작
임기 초 가시적 성과 어렵지만 급하다고 절차 무시하면 안돼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내리친 ‘탈원전 대못’은 생각보다 깊숙이 박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원전 폐기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취임 직후 당장 착수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다.

 

공약에 포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이 올스톱되면서 기존에 거쳤던 절차부터 또 밟아야 한다. 신한울 3·4호기는 부지가 확보되고 발전사업 허가까지 난 상태였다. 하지만 현 정부는 최상위 국가 에너지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 및 에기본에 근거해 발전설비 건설 계획을 세우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력계획)에서 신한울 3·4호기를 제외해 공사를 막았다. 공사를 진행하려면 에기본과 전력계획에 다시 집어넣어야 하는데 이 작업은 올 연말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환경영향평가 관문도 다시 통과해야 한다. 2016년 평가가 끝났지만 지난해 8월 유효기간 5년이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건설 허가 등 그밖에 남아 있는 절차를 거치다 보면 공사는 2025년쯤에나 시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이렇게 되면 상업 운전은 윤석열 정부 임기 후 가능하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계속 운전을 위해서는 안전성 평가와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야 하는데, 최소 4~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리 2호기 등 앞으로 5년 안에 수명이 끝나는 원전 6기가 새 정부 임기 내에 재가동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다.

 

현실적 여건상 새 정부가 임기 초 원전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과속하다가는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탈원전 추진 과정에서 각종 무리수를 두다 국민적 비판을 샀던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탈원전은 국가 중대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것인 만큼 에기본을 수정한 다음 전력계획에 반영하고 구체적 일정표를 만드는 게 맞는 순서다. 하지만 정부는 임기 첫해인 2017년 10월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로드맵’부터 채택했다. 국회 논의나 전문가 토론 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정해 놓은 결론대로 탈원전을 공식화하는 조치부터 한 것이다. 월성 1호기는 언제 폐로시키느냐는 대통령 한마디에 장관이 “너 죽을래”라고 부하 직원을 다그치고 이후 실무자가 경제성 평가를 왜곡해 폐쇄했다.

 

탈원전은 일차적으로 전국을 태양광 패널로 뒤덮겠다는 비현실적 목표가 문제였지만 정부는 이를 서둘러 추진하기 위해 기본적 절차를 건너뛰고 때로는 편법까지 동원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새 정부가 탈원전 폐기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단축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흔드는 것일 경우 논란을 부르고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이다.

 

안보와 경제성·환경성을 두루 고려해야 할 에너지 정책을 철저히 이념 속에서 다룬 것도 현 정부가 비판받는 대목이다. 현실을 무시한 채 원전을 배척하다 보니 2050년까지 국내 전력 수요의 71%를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무모한 계획이 나온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새판을 짜면서 재생에너지를 무조건 배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서는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된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도 필요하다. 그동안 속도 조절이 안 된 게 문제였던 것이다. ‘5년짜리’가 아니라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조화를 이룬 중장기적 에너지 계획을 도출해야 한다. 5년간 깊게 박힌 탈원전 대못을 빼는 데에는 시간과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욕속부달(欲速不達). 너무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

조선일보  사설

 

04.20  탈원전과 文 아집에 골병 한전, 외상으로 전기 사올 지경

한국전력이 6개 발전 자회사로부터 외상으로 전력을 사올 수 있도록 규칙을 고쳤다. 한전은 월 4차례 구입 대금을 지불하는데, 1회에 한해 지급을 미룰 수 있도록 했다. 현금 부족으로 대금 지급이 늦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외상 거래의 길을 터준 것이다. 2001년 한전에서 6개 발전 자회사가 분리된 이후 한전이 대금을 제때 내지 못 한 적이 없는데 자금 사정이 오죽 심각했으면 이런 궁여지책까지 나왔겠나.

 

과거 한전은 매년 수조 원씩 흑자 내던 초우량 기업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20년 국제 유가 하락으로 흑자를 낸 것을 빼고는 탈원전이 본격화한 2018년부터 적자를 냈다. 원유 가격이 급등한 지난해에는 적자가 무려 5조8600억원에 달하는 만성적인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5년간 부채는 34조원 늘었다.

 

한전의 재정난은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영이 골병 든 탓이 크다. 전력 생산 비용이 LNG나 석탄 발전의 절반 이하인 원전 이용률을 낮추는 바람에 한전의 비용 부담이 급속히 늘어났다. 문 정부 5년간 평균 원전 이용률은 71.5%로, 이전 정부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 그 빈자리를 원전보다 세 배 이상 비싼 LNG 발전으로 대체했다. 그로 인한 직접 손실액만 5년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 정부는 탈원전을 해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한전의 경영난으로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도 여론과 선거를 의식해 인상을 미루더니 더 늦출 수가 없게 되자 ‘대선 후 인상’이라며 차기 정부에 공을 떠넘겼다. 그 결과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는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부족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신규 회사채 규모가 12조원에 육박해 이미 작년 한 해 발행분(10조원)을 초과했다. 한전이 대거 회사채를 발행하는 바람에 금리가 급등하고, 다른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애를 먹을 지경이라고 한다. 올해 한전이 부담할 이자 비용이 2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한전은 10년간 1조6000억원이 투입될 한전공대 운영비의 절반까지 떠안아야 한다. 한전 적자는 전부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의 아집이 우량 공기업을 골병 들게 만들고 국가 경제에 부담을 떠안겼다.

조선일보  사설

 

04.21  원전 ‘수명 연장’이란 말 자체가 틀려, ‘면허 연장’이 맞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차 운영 허가 기간 만료를 앞둔 원전들의 계속 운전이 용이하도록 관련 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탈원전 방침에 따라 내년 4월 운영허가 기간 만료로 폐로될 운명이던 고리2호기에 대해 최근 계속운전 신청 절차를 개시한 상태다. 고리2호기를 포함해 2030년까지 1차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은 10기에 달한다.

 

지금까지 1차 운영 기간을 넘긴 전 세계 원전 224기 가운데 87%인 195기가 10~20년 허가 기간을 연장했다. 미국 경우 운영 원전 93기 가운데 85기가 허가 기간을 연장했다. 이 중 6기는 20년씩 두 차례 연장해 80년까지 운영키로 돼 있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정부는 최근 허가 기간 만료를 앞둔 원전들의 계속 운전을 돕기 위해 6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탈원전 선언 때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했다. 그 후 7000억원을 들여 설비 개선 후 아무 문제 없이 발전 중이던 월성1호기를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억지 폐쇄시켰다.

 

‘수명 연장’이라는 용어 자체가 맞지 않는 표현이다. 세계 원자력의 표준과 같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규정엔 수명(life time 또는 life span)이라는 표현 자체가 없다. 면허 갱신(license renewal)이란 용어를 쓰고 있을 뿐이다. 영국에선 같은 의미로 ‘계속 운전(continued operating)’을, IAEA는 ‘장기 운전(long term operating)’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수명 연장’이라는 말을 쓰면서 마치 수명이 끝나 없애야 할 설비를 억지로 살려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 거부감을 일으켜왔다. 우리 원전 운영 초기에 1차 허가 기간을 30년, 또는 40년으로 정했던 것도 기술과 경험 부족한 당시에 1차 면허 기간을 최대한 짧게 잡았던 것이다. 최신 원전들은 1차 허가 60년을 기본으로 하고, 20년씩 두 차례 연장으로 100년 가동까지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특히 계속 운전이 절실하다. 새 원전 부지를 구하기 쉽지 않고, 구하더라도 송배전 선로를 새로 까는 것 역시 어렵다. 또 신규 원전은 한 기 건설에 4조~5조원 들지만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에는 1조원 정도면 충분하다. 기존 원전의 운영 허가 연장으로 침체됐던 원자력 부품 산업을 되살리는 일도 시급하다.

조선일보  사설

 

04.25  탈원전 정책 전환, 경제안보 차원의 접근 필요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2021년 기준 33개국이 원자력발전(원전)을 하고 있다. 발전량 기준 미국(94기), 프랑스(56기), 중국(50기), 일본(33기), 러시아(38기), 한국(24기)순이다. 선진국과 동구권 일부 국가가 도입한 후 최근 개도국에서 확대 추세다(총444기). 1978년 원전 보유국이 된 한국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2009년 6번째 원전 수출국이 됐다.

원자력 상업발전의 효시는 1958년 미국 쉬핑포트 원전이다. 노형은 최초의 핵잠수함 노틸러스호에 장착한 원자로를 개량한 가압경수로였다. 노틸러스호는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UN총회에서 제안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Atoms for Peace)’의 첫 결실이었다. 미소 냉전에서 원자력이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자문을 받아들인 그는 1949년 구소련의 핵실험 성공과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등 냉전 상황에서 평화를 위한 원자력의 리더가 되겠노라 선언했다.

냉전시대 미국의 원자력 외교전략
TMI 사고 이후 원전산업 침체
지금은 원전 운영 기술역량 강화
한·미 원자력 협력 끌어 올려야

원전정책을 외교전략으로 택한 미국은 1954년 타국과 원자력협정 체결과 민간기업 원자력산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원자력법을 개정한다. 1957년에는 원자력 관리에 대한 감시 수용을 전제로 어느 나라에든지 원자로를 제공하고 원전사고 피해보상을 하도록 프라이스-앤더슨법을 제정한다. ‘원자력의 비군사적 이용에 관한 한미간 협력 협정’ 체결은 1956년의 일이었다.

 

원전산업은 1960년대 기술 진보와 경제성 향상, 에너지 수요와 유가 급등에 힘입어 세계로 확산된다. 1973년 석유파동이 일자 가장 값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우뚝 선다. 그 ‘꿈의 에너지’가 공포의 이미지로 급전직하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섬(TMI) 원전사고였다. 그러나 핵연료 노심용융이 일어난 사고였음에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1미터 두께의 격납용기가 재앙을 막았기 때문이다. 사고 나흘 뒤 카터 대통령 내외는 현장을 찾아 시설을 둘러본다. 핵잠수함 프로그램의 엔지니어를 지낸 카터는 정치인으로서 “미국은 신규 원전을 짓지 않을 것”이라 선언한다.

 

원자력 공포를 더 악화시킨 것은 영화 ‘차이나 신드롬’이었다. 하필 최악의 노심용융 사고를 그린 재난스릴러가 개봉된 지 12일 뒤 진짜 사고가 난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마그마 덩어리는 지각(地殼)으로 침투해 중국까지 흘러간다. 중국은 미국의 정반대쪽에 있지도 않거니와 시나리오도 허구였다. 그러나 픽션과 논픽션이 중첩되면서 공포심리를 증폭시켰다.

 

1979년 미국은 원자로 43기 가동에 129기 신규건설을 승인한 상태였다. 사고 이후 신규계획은 취소되고 건설 중이던 53기만 계속 짓는다. 가장 큰 타격은 원전기술과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의 추락이었다. 그 여파로 미국에서는 2012년에서야 신규 원전허가가 나온다. 원전 종주국이자 최고의 기술강국에서 기술위험이 컨트롤되지 못한다는 충격으로 세계 원전산업은 된서리를 맞는다. 설상가상 1986년 최악의 체르노빌 사고가 터진다.

 

원자력은 정치 바람에서 자유롭지 않다. 부시 행정부는 친원전정책을 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제동을 걸었다. 2009년 프라하에서의 핵 비확산 의지 표명과 함께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유카 마운틴 프로젝트 예산을 비롯해 ‘원자력 수소 이니셔티브’와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이니셔티브’ 국제협력 예산도 삭감된다.

 

미국의 가동 원자로 기수는 2012년에 102기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다. 그 배경은 천연가스 가격 하락, 재생에너지 보조 확대, 안전규제 강화로 경제성 악화, 민영화 체제에서의 사업 불확실성 등 복합적이다. 주목할 것은 기존 원전의 효율 개선과 출력 증강이 획기적이었다는 사실이다. 1990~2010년 설비용량 증가는 1.5%였다. 그럼에도 이용률, 열효율 개선, 출력 증강으로 원전 발전량은 40% 증가했다. 1000메가와트 원자로 29기 건설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에너지원이 풍부한 미국은 원전정책이 오락가락해도 안보 위협은 없다. 그러나 한국은 달라서, 경제안보를 위협한다. 탈(脫)탈원전 정책 전환도 그동안의 산업 생태계 붕괴로 험로가 예상된다. 설계수명 연장도 간단치 않다. 고리 1호기는 10년 연장해서 2017년 영구정지됐다. 기술적·경제적으로 20년 이상 계속운전이 가능하다는 평가였으나, 10년으로 결정됐다. 전원이 12분간 완전 상실되는 사고가 뒤늦게 알려지는 사건도 있었다. 수명 연장을 위한 철저한 기준을 맞추는 것도 지난한 과정이고, 안전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도 각오해야 한다.

 

미국의 원자력 전략 비전은 시사적이다. 원전의 경제성 악화와 설계수명 도래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고 원자력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대형 원전의 계속운전 유지, 차세대 원자로 실증, 차세대 연료주기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테라파워의 나트리움 프로젝트, X-에너지의 수소 생산 초소형 상업로, 뉴스케일의 SMR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탄소중립을 외치던 세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등 총체적 리스크에 직면했다. 선진국발 경제안보가 강조되는 오늘의 상황에서, 한미 원자력 협력을 기술안보와 경제안보 차원의 한미동맹 전략분야로 끌어올리는 외교전략이 작동되기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한국과총 명예회장·전 환경부장관

 

04.26 빚만 남긴 에너지 정책 5년

한전, 올해 20조원대 적자 낼 듯… 유류세 인하에 6조6000억원 써
해선 안될 일만 하고, 할일은 미뤄 “5년으로 끝난 건 불행 중 다행”

최근 만난 대기업 에너지 계열사 임원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두고 “빚만 남긴 5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5년으로 끝난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만큼은 운이 좋았다. 탈원전한다면서 멀쩡한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정비를 핑계로 한빛 4호기를 1848일 세워놓고, 신규 원전 가동을 줄줄이 미뤄도, 오락가락 태양광·풍력을 우후죽순 늘려도 전력 위기를 겪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 전력 공급 예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날은 145일이었다. 2013년 8월엔 네 차례 5%대를 기록하며 위기가 있었다. 문 정부 때 10% 미만인 날은 14일에 불과했다. 공급 예비율이 가장 낮은 날은 2019년 8월 6.7%였다. 문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었다. 2011년 겪은 블랙아웃 탓에 발전 설비를 크게 늘려 놓은 전(前) 정부 덕이었다.

 

최근 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지만 문 정부 5년 동안 기름 값도 쌌다. 이명박 정부 때 서부텍스산원유(WTI) 평균 가격은 86.2달러, 박 정부 때는 68.2달러였다. 문 정부 때는 58.9달러였다. 이런 환경에서 문 정부는 해선 안 될 일은 밀어붙이고, 굳이 할 필요 없는 일로 생색을 내고, 꼭 해야 할 일은 외면하면서 임기 5년을 다 썼다.

 

문 정부는 2020년 말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저유가에 전기요금을 내려 탈원전하면 전기요금 오른다는 비판을 무마하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1년 반 동안 한 번 내리고, 한 번 올린 게 끝이었다. 유가 폭등에도 물가 핑계를 대며 연료비 연동제를 사문화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0.103달러로 147국 중 62번째로 싸졌다. 85국이 우리보다 전기요금이 비싸다. 전기요금 세계 2~3위 덴마크와 독일은 0.3달러가 넘고, 벨기에·스페인·포르투갈·일본은 우리의 배도 더 된다. 미국조차 우리보다 50% 넘게 비싸다. 남은 건 빚더미 한전이다. 작년 국내 상장사 역대 최대인 6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더니 올해는 20조원을 훨씬 넘길 태세다. 5년 동안 부채는 34조원 늘었다.

 

역대 정부는 네 차례 유류세를 내렸다. 문 정부 때만 두 번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유류세를 10% 내렸는데 이때 국제 유가는 평균 101달러였다. 2018년 문 정부가 15% 내렸을 때 국제유가는 56달러였다. 작년 11월엔 유류세를 20% 내렸고, 5월부터는 30%로 확대한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휘발유는 여섯째, 경유는 넷째로 싸다. 문 정부 때 두 차례 유류세를 내린 기간에 수송용 휘발유·경유 소비량으로 추정해 보니 4조7600억원 세금이 들었다. 7월 말까지 1조8000억원을 더 써야 한다. 유류세 인하는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고 고급·대형차를 모는 부유층이 더 큰 혜택을 받는다.

 

전기·휘발유 값을 내려 탄소 배출을 늘린 문 정부는 굳이 앞장서 하지 않아도 될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놨다. 저유가 때 해야 할 해외 자원 개발은 아예 싹을 잘라버렸고, 한시가 급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다음 정부로 떠넘겼다.

 

빚만 잔뜩 떠안은 윤석열 당선인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100달러를 오르내리는 고유가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탈원전을 백지화한다 해도 임기 내 신규 원전 완공이나 허가 만료되는 원전 재가동도 힘들다. 광물 자원 전쟁에 대응할 마땅한 무기도 없고, 전기요금 폭탄은 곧 터진다. 그렇다고 새 정부가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 조급해선 안 된다. 새 정부는 지금부터 다음 정부, 그다음 정부까지 이어질 에너지 정책을 짜야 한다.

조선일보 전수용 기자

 
 

04월 26일 ‘빚더미 한전’ 만든 책임 물어야 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 한국전력공사와 6개 발전사는 지난 18일 규칙개정위원회를 열어 ‘전력 거래대금 결제일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골자는 한전이 전력거래대금을 한 차수 유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외상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 규정으로는 한전이 대금 납부를 하지 못하는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간주돼 다음 날부터 전력 거래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한전이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한전의 영업손실이 지난해 5조8000억 원이었는데, 올 1분기에만 7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금 규모는 2020년 5조1000억 원에서 2021년에는 6조6000억 원으로 1조50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한전이 올해 신규 발생한 회사채만 약 12조 원에 이른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한 게 원인이다. 무디스는 이런 양상이 이어지면 한전의 신용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이미 빌린 차입금에 대한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상황은 더 나빠진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선언했을 때, 전문가들은 전력 가격의 폭등을 경고했다. 킬로와트시(kWh)당 정산단가가 원자력발전은 60원, 석탄은 80원 수준인데 이를 빼고 120원 수준의 LNG와 200원 수준의 재생발전으로 대체하면 가격이 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탈원전 선동가들은 ‘맥주 한 잔 가격 정도 오를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고, 산업부와 청와대는 ‘당분간은 오르지 않는다’ ‘현 정권에서는 오르지 않는다’ 등으로 시점을 바꿔 답했다. 국민의 관심사는 탈원전 정책이 그대로 이행됐을 때의 전기요금이었는데 말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침묵했다.

1400메가와트(MW)급 원전 1기를 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한전은 매일 약 20억 원, 한 달이면 6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본다.

문 정부에서 원전의 이용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한빛 3·4호기는 격납용기 공동을 문제 삼고, 한빛 5호기는 용접 불량을 문제 삼아서 장기간 가동을 중단하게 했다. 신한울1·2호기는 운영허가가 3년째 지연되고 있다. 책임행정을 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탈원전 운동가로 포진돼, 규정에도 없는 주민 의견 수렴 등을 요구하는 등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원전 가동을 방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다. 올해 3월 기준 전력거래소의 전력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kWh당 정산단가는 원전은 6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유연탄은 150원, LNG는 218원으로 폭증했다.

원전 1기의 LNG 대체손실이 한 달 600억 원에서 1600억 원으로 폭증한 것이다. 이 또한 전문가들이 예견했었다.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할 때, 이러한 에너지 가격의 급변 사태를 대비해 에너지원의 다변화라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원전과 석탄이라는 카드를 스스로 없애는 자해행위를 한 것이다. 또한, LNG는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심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와 궁합이 맞는다는 이유로 비중을 높였다.

눈앞에 뻔히 벌어질 일을 외면한 이들을 어찌해야 할까? 알면서도 정책 실패를 자초한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할까?

문화일보

 

05월 03일  탈원전 폐기 첫걸음은 원자력안전위원회 개혁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기본방향을 통해, 그동안 국민 기만적인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으로 포장해 놓은 비현실적인 ‘탈원전’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의 충격을 줄이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원전의 발전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원전 수출을 위한 노력도 강화한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맹목적으로 밀어붙인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다. 2011년 9·15 순환정전의 아픈 경험을 떠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의 전력 공급 능력이 심각하게 퇴화했다. 특히, 지난 5년간 신재생 설비가 24.49GW로 2.23배나 늘어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신재생 설비의 가동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을 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신재생의 극심한 간헐성도 걱정해야 한다. 결국, 신재생의 발전 비중은 날씨에 따라 널뛰듯 출렁거린다. 날씨에 따라 태양광의 발전 비중이 16%까지 치솟기도 하지만, 1% 이하로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그런 신재생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태양광·풍력이 넘쳐나는 제주도는 신재생 설비의 출력 제어가 일상화했다.

한전의 경영 정상화도 시급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적자도 6조 원에 가까울 것이라 하고, 2024년이면 자본잠식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심지어 소비자에게 공급할 전기조차 외상으로 구입하게 될 모양이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이 모두 도미노처럼 연쇄 부실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뜻이다. 전기요금의 현실화는 필연이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상황도 불안하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대(對)중동 정책의 급격한 변화에 휩쓸린 세계 에너지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편이다. 석탄·석유·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수급 상황도 불안하다. 모든 에너지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악재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정상화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의 민주적 합의는 기대할 수 없고, 그렇다고 지난 5년 동안의 불법·탈법을 계속할 수도 없다. 실현 가능성조차 불확실한 한전의 독점 체제 개편을 들먹일 때가 아니다. 탈원전을 못 박아 놓은 ‘에너지기본계획’을 개편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그런데 지난 3월에 폐지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대체한 ‘탄소중립기본법’에는 에너지 기본계획 관련 조항을 찾아볼 수 없다. 국회법이 요구하는 비용 추계까지 거부한 졸속 입법의 혼란 속에서 ‘에너지 헌법’에 해당하는 에너지 기본계획을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에너지법에 명시된 ‘지역에너지 기본계획’도 길을 잃어버렸다.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와 원전의 계속 운전 및 이용률 조정도 간단치 않다. 탈원전의 전위부대를 자처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원안위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 전문성 대신 이념으로 중무장한 원안위로는 원전의 안전 가동은 물론 생활방사선의 안전관리도 불가능하다.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더욱더 촘촘하고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핑계로 국가경제와 국민 생활을 위한 에너지 정책을 포기해선 안 된다.

문화일보 

 

05월 11일  ‘文정부 靑’ 정조준… ‘월성원전 수사기록’ 면밀 검토

 ▲ 경주시 양남면 월성 원전 1호기 전경 [연합뉴스 자료 사진]

 

백운규 등 수사자료 열람·확보

월성 조기폐쇄 주요 피고인들
탈원전 반대 기관장 사퇴압박

“함께 갈 수 없는 인물들 분류”
월성공소장에 ‘지시’ 정황 담겨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한국가스공사 사장)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방대한 수사 기록을 확보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마지막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박원주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등에 대한 월성 원전 수사 자료를 확보함에 따라 사실상 문 정부 청와대를 겨냥해 ‘윗선 수사’에 나서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 최형원)는 최근 대전지검에서 보관하고 있는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 등 월성 사건 관련자들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 복사를 진행했다. 공소장만 100페이지가 넘는다. 대전지검은 지난해 6월 채 전 비서관과 백 전 장관 등을 월성 사건 관련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월성 수사팀은 산업부가 청와대에 보낸 이메일을 포함, 청와대 파견 산업부 공무원의 휴대전화 등을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 했다.

 

서울동부지검의 이번 수사기록 확보는 백 전 장관 등 월성 사건 ‘주요 피고인’들을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월성 사건 공소장에도 백 전 장관이 공공기관장 사퇴를 지시한 정황이 담겨 있다.

지난 2017년 8월 백 전 장관은 박원주 당시 에너지자원실장 내정자에게 “산하기관 인사를 서둘러라”고 지시했다. 이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백 전 장관은 또다시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장 임기만료 인사에 대해 규정이 없다고 그대로 놔두는 것은 곤란하다”며 “사장, 이사, 감사 등 인사 관련 한나라당 출신, 탈원전 반대인사, 비리 연루자는 빨리 교체하라”고 재촉했다. 이틀 뒤에도 “(에너지 공공기관에서) 신정부 국정철학과 함께 갈 수 없는 인물 등에 해당하는지 ‘분류’하고, 문제 있는 인사들을 ‘퇴출’시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백 전 장관의 이 같은 지시가 있던 다음 달인 2017년 9월 산업부 에너지자원실 소속 박모 전 에너지산업정책관은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4곳 사장을 서울 광화문 소재 호텔에 불러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되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의 출발점이다.

 

검찰은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 등 백 전 장관의 윗선들이 사퇴 압박에 관여했는지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수석은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에너지전환 TF 팀장을 겸하며 관련 정책 전반을 챙겼다. 서울동부지검은 9일 에너지자원실 소속 고위공무원인 문모 전 원전산업정책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문 전 국장은 월성 원전 자료 삭제와 관련해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문화일보  윤정선·김무연 기자

 

 

월간조선 05월 호 

문재인 정권이 망가뜨린 原電 生態系 

“원전 산업계 몰락… 무고한 도산자·실직자 양산” 

⊙ “탈원전으로 인한 SMR 개발 지연이 가장 안타깝다”(윤종일 카이스트 교수)
⊙ 불안정한 국제 정세, 오히려 우리에겐 原電 수출 기회
⊙ 월성 원전 1호기 계속운전 취소 소송의 대표 변호사가 原安委 비상임위원
⊙ 韓美원자력수출 동맹이 필요한 이유

▲2017년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조선DB

 

“원전(原電)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원전 중심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脫核) 시대로 가겠다.”(2017년 6월 19일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원전이 주력 전원(電源)이다.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를 빠른 시일 내 정상 가동하겠다.”(2022년 2월 25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非전문 反核 세력, 정권 비호 아래 제도권으로 진출

▲지난해 12월 29일 탈원전 정책으로 공사가 중단된 경북 울진군 신한울 3, 4호기 건설 현장을 찾은 윤석열 당선인. 현장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원자력 생태계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사진=조선DB  

 

문재인 정권은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한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를 갖고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핵연료봉을 폐쇄 절차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제거해버렸다. 이로 인해 총 2조5000억원의 기회비용이 사라졌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을 수사하다가 정권 차원의 탄압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검찰총장은 ‘탈원전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370일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

탈원전을 지상과제로 삼았던 정권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원전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 원전 운용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제야 원전 활성화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운영 허가 만료를 앞둔 고리 2호기를 두고 계속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뀌자 태도를 180도 바꿨다.

 

그동안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을 두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에 정부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미명하에 우리나라 환경에는 부적합한 재생에너지(태양력, 풍력 등)를 전력 공급원으로 확대해나갔다. 원전이나 석탄, LNG 발전과는 달리 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을 필요에 맞게 조절할 수 없다. 필요할 땐 정작 사용할 수 없는 ‘간헐성(間歇性)’ 전원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권은 반핵(反核) 인사들을 국회·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에 진출시켜 비전문가가 원전에 대한 불신과 공포를 조장하도록 방조했다.

반핵(反核) 영화 〈판도라〉를 본 뒤 ‘사고 위험’ 운운하며 눈물을 흘렸던 문 대통령은 해외에서는 ‘한국 원전이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탈원전과 싸운 5人이 말하는 脫원전 5년

문주현 교수. 과기부 원전사무관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을 지냈다. 원자력 시설 해체, 방사성 폐기물 관리가 전문 분야이다. 사진=문주현 제공

 

“원자력계는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훼손됐습니다. 원전 산업계는 기업과 종사자 수가 크게 줄었고 학계는 입학생과 재학생이 급감했죠. 연구계는 탈원전에 부합하는 분야만 연구비가 증가했죠. 이 때문에 SMR(Small Nuclear Reactor) 등 첨단 기술 개발에 뒤처지고 국제 흐름에도 발맞추지 못했습니다.”(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등을 고려할 때 탈원전은 우리나라 에너지 환경과 범(汎)지구적 의제 등을 도외시한 비정상적이고 무모한 시도였습니다. 과학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적·이념적으로 접근했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탈원전 때문에 원자력 산업 분야의 고급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인재 양성을 위한 젊은 인력 수급도 어려워졌습니다. 국가 차원의 원전 경쟁력이 약화됐죠. 신정부에서 원전 강국을 추구하더라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이 빈약해진 상황입니다.”(이정익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정치가 과학을 압도했습니다. 탈원전은 지동설(地動說)을 지배한 천동설(天動說)처럼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탈원전을 위해 행정·정치적으로 너무 많은 무리수를 뒀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규모가 큰 조직에는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원전 산업을 (실제로) 떠받치는 하부 공급 업체는 고난을 당해야만 했습니다.”(정범진 경희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국민에게 원자력에 관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해 탈원전 정책이 지속됐죠. 원전 산업계가 몰락하고 무고한 도산자와 실직자가 양산됐어요. 한전은 부실화됐고 국민은 전기요금을 걱정하게 됐습니다. 원전으로 먹고살던 업체는 지난 5년 동안 매출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습니다.”(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개해야”

이정익 교수. 한국이 UAE에 원전을 수출한 뒤 UAE 칼리파 공대 객원교수를 지내며 UAE 원전 인재 양성에 일조했다. 사진=이정익 제공

 

다섯 명의 교수는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에 참여하며 원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이들은 신문·방송부터 유튜브, 1인 시위까지 탈원전을 저지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했다.

2018년 탈원전에 저항하고자 교수 280명이 모여 만든 에교협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정책 길라잡이》를 펴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전달했다.

현재 에교협 소속 동덕여대 경제학과 박주헌 교수,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기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을 수정·보완하고 하루속히 건설 중지 상태인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전 실제 운영까지 필요한 행정 절차나 시간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탈원전으로 인해 위축된 원전 산업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 지원과 수출 지원, 금융 지원 등 각종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 확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마련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주한규 교수는 “탈원전의 문제점을 알리고자 원자력계 교수진이 중심이 된 원자력 바로 알리기가 국민의 원자력 인식 개선에 대폭 기여했다”고 했다.

이정익 교수는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언론은 주로 원자력의 위험성을 부각했지만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자 원자력의 긍정적 측면을 함께 보도해 균형 잡힌 전달을 해준 것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원전은 ‘準 국산 에너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시위에 나선 정범진 교수.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 에너지정상화대책본부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사진=정범진 제공

 

문주현 교수는 “탈원전 정책의 역설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고 했다. 한국원자력학회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범진 교수는 “원전 생태계, 원전 부품 생태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에교협이 만든 ‘대통령을 위한 원자력 이슈 문답 10선’에는 원전의 우수성이 정리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원전은 국제 정세와 시장 환경에 따라 값이 요동치는 원유나 가스, 석탄과 달리 원재료값의 변화가 거의 없다. 원전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비용 중 원재료인 핵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발전 비용에서 8% 수준만을 차지한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와 가스 가격은 변동이 심했지만 핵연료를 두고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운영·유지’ 기술을 모두 확보한 나라이기에 원전은 ‘준(準) 국산 에너지’다. 초기 건설비만 비쌀 뿐 오래 쓰면 오래 쓸수록 남는 게 많은 전력원이다”라고 말한다.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산단가(2022년 3월 기준)는 원전(60원/kWh)이 가장 저렴했다. 이어 유연탄(150원), 신재생(190~200원), LNG(218원), 유류(276원) 순이었다. 정산단가는 발전공기업(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 등) 5곳이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한전)이 구입하는 가격을 말한다.


脫원전 계속하면 전기료 인상

한전은 이 전기를 다시 가정이나 기업 등 사용자에게 판매한다. 이때 판매단가를 용도(가정용, 산업용, 농업용 등)별로 달리해 시장에 공급한다. 이 판매단가는 2020년 기준 kWh당 평균 110원이었다.

정산단가에서 알 수 있듯 한전은 신재생에너지를 kWh당 200원에 사들인 뒤 정작 판매는 110원에 한다. 유연탄은 원유보다는 값이 저렴하지만 탄소를 배출한다는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에는 일종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문제는 한전이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는 가격이 ‘발전 당시 가장 비싼 비용으로 전기를 만든 발전원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LNG 값이 치솟아 LNG 발전에 필요한 비용도 올라갔다. 이에 영향을 받아 국제 정세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재생에너지 정산단가도 올라간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이나 원료 값이 올라갈수록 발전공기업과 한전은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 손해분을 그나마 지금은 원전으로 메우고 있지만 올해 한전은 20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가격 상승, 원전 폐쇄, 재생에너지 확대는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에는 최악의 상황이다.

2020년 우리나라는 63GW의 발전 전력을 생산했다. 석탄 36%, 원자력 29%, LNG 26%, 재생에너지 7% 순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원전 발전 비중을 30%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원전 전문가들은 원전 발전 비중을 40%대까지 끌어올려야 국가적 과제인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원전의 효율성 때문에 원전 발전 비중을 최대한 높이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에너지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장 중요하기에 발전원(發電源)을 다양하게 갖춰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도 쉽게 없앨 수 없다.


탈원전으로 SMR 시장 선점 기회 놓쳐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학과장. 한국연구재단 원자력선진기술연구센터장을 지냈다. 사진=윤종일 제공

 

문주현 교수는 “탈원전으로 인해 한국 원전 산업에 대한 대외(對外) 신뢰도가 떨어진 게 가장 안타깝다”며 “국내에서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외국에는 ‘한국 원전이 우수하니 수입하라’는 정부의 이중적 언행이 신뢰도 추락의 큰 원인”이라고 했다.

원전 운영 기간은 통상 30~40년이다. 운영 중 교체 부품과 서비스를 공급받지 못하면 원전을 운영할 수 없기에 원전을 돌리지 않는 나라의 원전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윤종일 교수는 “탈원전으로 인한 SMR 개발 지연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SMR은 현재 운용되는 대형 원전보다 출력이 작은 원전으로 출력은 300MW급이다. 이전에도 SMR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강화된 후 더욱 발전된 형태인 ‘차세대’ SMR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SMR 개발 선두주자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수원이 1997년 열출력 300MW급 SMR인 SMART(스마트·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Reactor) 개발에 착수해 2012년 7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SDA)를 받았다.

SMART를 사우디아라비아에 해수담수화(海水淡水化)와 지역 전력 공급용으로 건설해 성능과 유용성을 실증하려고 했으나 문재인 정권이 집권한 후 사업이 진전되지 않았다. 한국이 탈원전으로 SMR 개발을 지체할 때 우리의 SMR 경쟁국들은 차세대 SMR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이정익 교수는 “SMR은 원자로 시스템 내에 있는 구성 기기 혹은 계통들이 현장에서 제조·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가공 공장에서 모듈이 제작돼 현장에서 단순 조립하는 방식을 주로 채택한다”며 “이로 인하여 설계 단순화 및 공정화를 통해 신뢰성 및 경제성이 있다”고 했다.

SMR은 기존 대형 상업 원전과 달리 크기가 작아 산간 내륙, 극지 등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서 운용할 수 있다.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도 더 높다. 또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총 건설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투자 위험도도 낮다. 단점으로는 원전 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에 의해 에너지 생산단가가 비싸질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인허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SMR을 여러 개 묶어 대형 원전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정범진 교수에게 물으니 “오히려 비용이 증가해 비효율적이고 발전 단가도 비싸질 수 있다. 사용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며 “전력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 환경에는 기존의 대형 원전이 적합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원으로 르완다에 원자력 교육을 다녀왔다. 그는 SMR은 르완다같이 전력 소비량이 많지는 않지만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국가에 적합하다고 했다.

이정익 교수는 “탈원전을 했지만 정작 원전 해체 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도 없었으며 탈원전 부가 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원전 산업계를 하루빨리 복원하기 위해 ‘계속 운전’ 승인을 받은 원전은 설비와 기자재를 선주문해 국내 기업에 일감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또 원전 기업이 외국 원전의 개·보수 사업이나 교체 설비 제작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原電 EPC를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

 ▲UAE에 파견된 한수원 직원들. 뒤에 보이는 건물 4동이 바라카 원자력발전소다. 사진=조선DB

 

한국 원전을 폄훼하는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전 원천 기술’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원전 수출로 얻은 이익 중 많게는 40%까지 미국에 기술 로열티 등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미원자력수출동맹’은 결국 미국의 배를 불릴 뿐이라는 논리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원천 기술을 일부 가진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연구개발을 통해 원전에 필요한 기술을 100% 가까이 국산화했다”고 했다. 한편에선 원전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국산화했다고도 한다. 원천 기술을 99.9% 확보했느냐, 100% 갖고 있느냐를 떠나 전문가들은 원전 EPC를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말한다.

EPC[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나 인프라 사업 계약을 따낸 사업자가 설계와 부품·소재 조달·공사를 한 단위로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을 말한다. 일괄 수주를 의미하는 턴키(turn-key)와 유사하다. 우리 원전 산업계는 설계부터 시작해 시공까지 갖췄다. 우리나라는 UAE 바라카 원전에서 EPC 역량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원전은 원전 그 자체 경쟁력뿐만 아니라 외교력과 금융지원 등 다양한 요소가 더해져야 수주를 받는다고 말한다. 이에 한미원자력수출 동맹을 통해 미국의 외교력과 자금력을 잘 활용하면 한국이 단독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원전을 수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과 신규 원전을 짓는 것 중 우리 원전 산업계에 더 유리한 방향은 무엇일까. 정범진 교수는 휴대전화와 자동차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중국 原電은 신뢰성에 문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무엇이 원전 산업계에 유리한지를 파악해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잖아요. 자동차도 평균 5년에 한 번씩 바꾸죠. 이는 한편으로는 ‘낭비’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내수시장 활성화를 의미해요. 내수시장이 확보돼야 수출도 할 수 있어요. 아껴 쓰는 게 국가적으로 이득이 될지, 낭비가 될지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해요. 신규 원전을 새로 지어 우리의 새로운 원전 건설 역량도 입증해야 하고 기존의 원전을 유지·보수하는 기술도 계속 확보해가야죠.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어요. 설계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원전을 운영했죠. 이 때문에 미국은 지금 신규 원전을 건설할 역량을 상실했죠. 원전 생태계가 붕괴된 거죠. 이 때문에 미국도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해선 우리를 필요로 하고 우리도 미국과 협조해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원전 경쟁국가는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중국이다. 정 교수는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당분간 러시아는 원전 시장에서 퇴출돼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프랑스는 원전을 공기(工期) 내에 짓지 못해 문제가 벌어졌다. 하지만 우리 원전은 공기 내에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안전하게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졌다. 우리 원전에는 기회”라고 했다. 이어 “중국 원전은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AEA)가 펴낸 2021년도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제로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2050년까지 신흥개발국에는 400GW(1GW 원전 기준 400기)의 원전이 새로 건설돼야 한다. 여기에 기존 원전 운영국에선 200GW 이상의 신규 원전이 노령 원전을 대체해야 한다.

세계 원자력 협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 계획이 추진 중인 원전은 101기이고 검토 중인 원전은 325기 이상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발간한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 전략〉 보고서에서 세계 원전 시장 규모를 570조~840조원으로 추산했다. 미국은 원자력 산업 기반이 이미 붕괴돼 원전을 자력으로 시공·제작하는 것이 어렵다.


사용후핵연료에도 관심 가져야

 ▲주한규 교수.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해 대권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가장 먼저 만난 이가 주 교수였다. 사진=주한규 제공

 

윤종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연구가 전문 분야다. 윤 교수는 “지난 40여 년간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가 국가적 과제였음에도 이를 위한 정책적·제도적 준비가 크게 부족했다”고 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하고 남은 물질이다. 땔감을 사용한 뒤 타고 남은 재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사용후핵연료가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용후핵연료와 원전에서 사용한 각종 장비 등을 처분하는 ‘방사능폐기장(방폐장)’을 짓는다고 하면 그 일대 주민들이 반발한다.

윤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목표와 정책이 달라져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낮다”며 “원전 사업자와 특정 지역만의 현안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라고 했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는 ‘직접처분(영구처분)’과 ‘처리 후 처분’으로 나뉜다. 직접처분은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특수 시설에 장기간(영구적) 보관하는 방식이다. 처리 후 처분은 사용후핵연료 중 일부 물질을 처리한 후 연료로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재처리’, 재활용이다. ‘처리’는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외부의 시선과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처리 후 처분 방식은 직접처분보다 폐기물 처리장의 처분 면적을 약 2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한미 양국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한 방식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을 공동 연구 개발해왔다.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윤종일 교수는 ▲여야 합의를 통한 특별법을 제정해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는 상설관리위원회 설립 ▲부지 선정 시 정치적 이해관계 차단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기술 국산화 ▲연구용 지하화연구시설(URL)을 활용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심층처분시설 기술 실증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독성 감소를 위한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분야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는 “재처리, 파이로프로세싱과 같은 ‘처리’ 문제는 국가 차원의 결정이나 과학기술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에 처리와 관련한 내용을 반영할 순 없었다”며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가 10년 뒤면 포화된다. 방사성 물질이라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드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돼 급선무로 ‘처분장 마련’에 초점을 두고 법안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면 고준위 방폐물 관리를 다루는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소 구정회 핵주기환경연구소장은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 “한미 당국이 기술성·경제성·핵비확산성 분야에서 타당성을 인정했다”며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타당성을 검증받았으므로 공학 규모의 실증을 통해 기술 안정성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파이로프로세싱 등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파이로프로세싱이 ‘핵비확산성’을 갖췄다는 의미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로 전용(轉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原電 발목 잡는 原安委 개혁도 필요

 ▲원자력노동조합연대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들어선 서울 광화문 KT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정신상태가 글러먹었다.”
“이실직고 하라.”
“신한울 운영 허가를 늦추겠다.”

원안위원들이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에 내뱉은 말이다.

2011년 10월 출범한 원안위는 원자력 안전규제를 독립적으로 담당하는 위원회이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원자력 안전규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자 원자력 안전만을 담당하기 위한 기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원안위 비상임위원 7명 중 4명은 탈원전 성향 인사이다. 김호철 비상임위원은 민변 회장 출신으로 월성 원전 1호기 계속운전 취소 소송의 대표 변호사이다.

정범진 교수는 “원안위는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지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기구가 아니다”며 “오히려 갑(甲)의 위치에서 원자력 사업자들을 괴롭히는 데 앞장선다”고 했다.

지난해 4월 8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원안위 위원의 자격요건 강화·원자력 전문가 비율 확대·대통령의 위원 임명 권한 축소를 담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원안위원 자격요건으로 원자력·환경·보건의료·과학기술·공공안전·법률·인문사회 등의 분야에서 15년 이상 식견과 전문성이 증명된 자’로 자격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위원 8인 중 3인은 반드시 원자력 분야 전문가를 포함해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원안위의 전문성·독립성 보장을 공약으로 냈던 인수위는 현재의 원안위는 전문성이 결여됐고 이념적으로 편향됐다고 본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원안위가 기능을 제대로 못 하면 독립적인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 들어서도 탈원전 기조 막는 데 한계”

주한규 교수는 “국민 삶과 경제에 직결되는 에너지를 정쟁(政爭)거리로 삼은 것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失策)”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을 포함해 에너지 문제를 정쟁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김영식 의원은 “당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도 문재인 정부가 벌인 탈원전 기조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도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05.16  3개월 적자만 8조원, 한전 거덜 낸 관련자들에 책임 물어야

 한전이 올 1분기 7조8000억원 적자를 내 작년 한 해 적자(5조8600억원)를 넘어서는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했다. 이대로면 올 연말까지 적자폭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한전의 작년 매출 60조원의 절반에 해당되는 규모다. 한전은 긴급 자금 조달을 위해 올 1분기에만 10조원어치 회사채를 고금리로 발행했다. 이로 인해 올해 부담할 회사채 이자 비용만 2조원을 넘는다. 민간 기업이라면 이미 파산 선고가 내려져 책임자들이 민형사 처벌을 받고 있을 것이다.

 

2016년 7조원의 이익을 냈던 초우량 기업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 크다. 탈원전을 하겠다며 생산 원가가 LNG·석탄의 절반 이하인 원전 비중을 줄이면서도 선거 등을 의식해 5년 내내 전기료를 동결하는 바람에 한전을 만성 적자 구조에 빠트렸다. 전기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정책을 펴놓고 표를 잃을까 전기료를 묶는 모순에 한전 경영이 골병들고 말았다.

 

지난달 한전은 ㎾h당 평균 202.11원에 전력을 구입해 122원에 판매했다. 전력을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연료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지는 추세다. 여기에다 한전은 문 정부가 호남 표를 겨냥해 추진한 한전공대 운영비의 절반까지 떠안아야 한다. 그 액수가 10년간 8000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공기업을 거덜 낸 것으로 모자라 선거용 현금출납기(ATM)로 만든 것이다.

 

한전 적자는 전기료를 대폭 올리거나 세금을 쏟아부어 메울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 부담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을 비롯, 한전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자 누구도 사과하거나 반성 한마디 한 적이 없다. 주가 폭락에 피해 입은 한전 주주들이 한전 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탈원전 부담을 한전에 덮어씌운 청와대 참모들과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에너지 담당 관료들, 정부 압박에 저항하긴커녕 부당한 지시를 앞장서 이행한 한전 경영진에게 응분의 민형사상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16  탈원전 폭주가 빚은 한전 위기, 에너지 위기

한전 이대로 가면 연 30조원 적자 낼 듯

에너지 위기 닥치자 원전 중요성 부각돼

문재인 정부의 탈전원 정책 충격파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지난 13일 발표한 1분기 영업적자는 7조786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5조8601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단 한 분기 만에 갈아치운 충격적 결과다. 한전은 상장 자회사 지분과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 정도 긴축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난 5년을 복기해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문 정부는 탈원전 반대 여론이 70%에 달했는데도 고리 원전 1호기 폐쇄, 월성 1호기 조기 가동 중지에 이어 5년 내내 한빛 4호기를 멈춰 세웠다. 신규 원전 계획도 모두 백지화했다. 계획부터 건설을 거쳐 가동하려면 최소 10년이 걸리는 국내 원전 생태계는 이런 과정을 거쳐 크게 약화했다. 원전 전문인력도 함께 줄어들었다.

 

문 정부는 그 대신 국제유가 변동에 취약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높였다. 7000억원을 들여 정비한 월성 1호기는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됐다. 이 문제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기소되고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수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안보는 한순간도 망각해선 안 된다. 물가와 기업 생산원가에 직결되면서 경제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10년 주기로 거듭되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위기마다 원인과 형태가 다를 뿐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에너지의 무기화를 예고했다. 한국이 원전을 에너지 믹스(에너지 공급원 구성)의 주력으로 삼은 이유다. 이번에도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경유 값이 치솟고 있다. 발전 단가가 급상승하면서 한전의 충격적 적자는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2020년 말 도입한 원가연동제를 통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문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거듭 가격 인상을 유보하면서 한전의 적자를 키웠다. 윤석열 정부에 떠넘긴 셈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가계와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하면 급격히 인상하기 어렵고, 그것만으로 연 30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흡수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문 정부는 한전의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한전공대 개교까지 올해 강행했다. 한전의 위기는 사면초가다.

 

결국 우리는 탈원전 폭주의 부메랑에 직면하면서 정책의 이념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절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중시하는 영국과 프랑스조차 다시 원전을 늘리기로 했고, 독일은 러시아 가스관 사업 중단으로 에너지 위기에 빠졌다. 에너지 위기를 자초하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정책 실험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이번 위기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중앙일보  사설

 

05.17  원전 폐연료봉 처리 ‘발등의 불’

2031년부터 저장 공간 포화
탈원전 文 정부, 5년간 허비
저장 시설 짓는 데 6~7년 걸려
가동 중단 사태 벌어질 수도

▲올해 준공된 경북 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한국수력원자력 제공

 

2016년 11월 대만 타이베이 외곽에 있는 ‘궈성(國聖) 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무슨 사고가 난 것도, 고장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사용후핵연료(원전 가동 후 나오는 폐연료봉)를 저장할 공간이 더 이상 없어 원전 돌리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진작에 예견된 문제였지만 대만 전력 당국은 제때 해결하지 못했다. 2016년은 탈(脫)원전을 표방한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출범한 해였다.

 

그렇다고 전력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대만이 전체 원전 설비 용량의 20%를 차지하는 궈성 1호기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대만 전력 당국은 교체 작업 중인 핵연료를 일시적으로 놔두는 저장조를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로 개조했다. 궈성 1호기는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한 2017년 6월 재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임시방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궈성 1호기는 40년 수명이 끝나는 작년 12월 말 영구 정지될 예정이었지만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 부족으로 작년 7월 조기 폐쇄됐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다. 땅속 깊은 곳에 묻어 처분하는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시 저장 공간은 점차 바닥나고 있다. 2031년 고리·한빛 원전부터 2032년 한울 원전 등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탈원전 폐기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원전 가동률을 올리면 포화 시점은 앞당겨질 수 있다. 임시 저장 시설은 짓는 데 인허가 기간을 포함해 6~7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언제 착수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궈성 1호기 가동 중단 같은 사태가 국내에서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갑자기 터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문제 해결에 미적거리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키웠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7월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 계획을 세웠다. 부지 선정부터 총 36년에 걸쳐 처분장을 건설해 2053년 가동하는 게 목표였다. 계획에는 처분장 가동 전에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시설을 확충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계획대로라면 문 정부 임기에 처분장 부지 선정 작업이 진행돼야 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이 계획이 지역민과 시민 단체 등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2017년 재검토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새로운 계획 초안을 발표했는데, 부지 선정 기간을 12년에서 13년으로 1년 늘린다는 내용 정도를 빼면 전 정부 때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처분장 가동 목표 시기만 6년 늦춰진 셈이다.

 

문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 미온적이었던 것은 단지 생색 안 나는 일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차원이 아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간을 끌어 사용후핵연료 시설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원전 생태계가 더 빨리 마비된다는 것을 노린 탈원전 전술 아니었느냐는 얘기다. 문 정권 시절인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구체적으로 결정되기 전까지 원전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준을 원전의 설계 수명 내 발생하는 것으로 한정해 사실상 수명 연장을 봉쇄하는 내용의 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이행’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았다. 미룰 수도 없는 과제다. 전 정부가 팔짱을 낀 채 5년을 허비하면서 일정이 빠듯해졌다. 어려운 문제는 뒤로 돌리는 ‘님트(not in my term·내 임기엔 안 돼) 정부’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조선일보  김승범 기자

 

06.08  ‘전기료 폭등’ 보고받고도 “절대 인상 없다”며 강행한 탈원전

 

5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산업부가 탈원전을 하게 되면 전기요금을 2030년까지 40%는 올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묵살됐다고 한다. 13년간 누적 140조원의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 분석이었다. 그 내용을 보고했더니 국정기획자문위원들이 “탈원전에 반대하는 거냐”며 윽박질러 그 후론 전기요금 인상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백운규 당시 산업부장관은 “전기요금이 절대 안 올라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탈원전이 대통령과 소수 측근의 아집에 근거해 국민을 속인 정책이었음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에 이어 다시 드러났다.

 

문 정부 출범 초 전기 요금은 ㎾h당 원자력발전이 60원, 석탄은 80원 수준이었고 LNG는 120원, 태양광·풍력은 200원 안팎이었다. 탈원전 한다며 싼 원전·석탄 비중을 낮추고 대신 비싼 태양광·풍력과 LNG를 늘렸다.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건 초등생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 정부는 탈원전의 문제를 감추려고 억지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왔다. 1400MW급 신형 원전 1기를 돌리는 대신 LNG를 가동하면 한 달에 600억원씩 적자가 난다. 이것이 최근의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한전의 급격한 적자 누적을 초래한 요인이었다. 한전은 문 정부 5년간 부채가 34조원 늘었고, 올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의 충격적 적자를 냈다.

 

문 정부는 무(無)탄소 전원인 원전의 가동을 억제시키면서 국제사회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을 약속했고 ‘2050 탄소중립’ 깃발을 흔들었다. 탈원전을 하면서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주장은 발에 쇳덩어리 달고 육상 경기에서 메달 따겠다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었다. 수소 경제를 이루겠다면서 수소를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전은 없애겠다고 했다. 필요 수소의 80%를 수입해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전기가 모자라면 중국, 러시아에서 공급받겠다고도 했다. 어불성설이다.

 

문 정부가 건설을 중단시킨 신규 원전 6기가 1차 운영 허가 기간 60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은 500조원어치다. 기존 원전 24기에 대해 20년 계속 운전을 금지시키면 400조원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다. 탈원전의 국가적 손실은 이미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무궁화대훈장을 자신에게 주었다.

조선일보  사설

 

06.14  산업부 블랙리스트 실체 성역 없이 밝혀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퓨전테크놀로지센터 사무실 앞에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고발 3년 만에 백운규 구속영장 청구

청와대 윗선 개입 등 배후 규명·단죄해야

 

검찰이 어제 문재인 정부 ‘산업부 인사권 남용 사건’(일명 블랙리스트 사건) 의혹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 정부 초기 산업부 산하 발전 공기업 등 13개 기관장의 사직을 강요하고 특정 산하기관 후임 기관장 임명 과정에서 부당지원을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며칠 뒤 구속 전 피의자 심문 후 법원 판단이 나오겠지만 한 달여 전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고발 3년여 만에 주무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수사를 진척시킨 것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의의 지연을 바로잡고 비정상의 수사를 정상으로 되돌린다는 측면에서다.

 

이 사건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2019년 초 백 전 장관 등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께 산업부 박모 국장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돼 임기가 1~2년여 남은 공공기관장들을 광화문의 호텔로 불러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는 게 고발 사유였다. 하지만 2019년 6월까지 사퇴 기관장 7명을 조사한 뒤 수사가 전면 중단됐다. 당시 친정부 성향의 검찰 간부들이 수사를 막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최근에는 서울동부지검장들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 위해 수사팀에 압력을 가했으나 검사들의 반발로 실패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검찰이 이번에 사퇴 압박의 실행자였던 박 국장을 넘어 직속상관인 백 전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는 중요한 증거와 증언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기류가 “범죄자는 반드시 처벌한다”는 쪽으로 급반전하면서 수사에 동력이 생긴 것도 한몫했다. 야당이 “정치보복 수사” “코드 맞추기 수사”라고 비난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다. 노무현 정부 때도 없었던 사표 강요를 버젓이 자행한 사람들이 누군가.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지난 1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법리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사건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징역 2년, 신미숙 전 대통령 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최종 선고됐다. 대개 블랙리스트 사건의 구조는 청와대 참모와 부처 장관이 긴밀하게 협조하는 형태다. 청와대의 지시 없이 각 부처 장관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검찰이 백 전 장관의 윗선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한 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죄해야 하는 이유다.

 

더 심각한 것은 산업부뿐 아니라 교육·과기·통일부 등에서도 사표 강요가 자행된 흔적이 많다는 점이다. 검찰은 2019년에 이미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전 이사장,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전 이사장 등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각 부처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 다시는 진영에 따른 차별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6월14일  '文정부 블랙리스트’ 백운규 영장, 靑 수사 본격화해야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념 편향적 국정 운영과 자기편 챙기기 인사를 위해 국익과 법을 무시한 국기 문란 범죄다. 그런 사건 수사가 문 정부 하에서 3년간 중단됐다 올 들어 본격화돼 지난 13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탈원전 정책을 위해 임기가 남은 산하 기관장 13명에게 사직서를 요구할 것을 박 모 국장 등에게 지시하고, 후임 기관장 임명을 부당하게 지원한 등의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2019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동부지검은 같은 해 6월까지 사퇴 기관장 7명을 조사했지만 이후 수사가 중단됐다. 당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본 문재인 정부와 친정부 성향 검찰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서울동부지검장들이 무혐의 처분토록 압력을 가했으나 수사팀이 반발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그런데 올 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대통령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해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검찰은 사퇴 기관장으로부터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이 언급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고발했다. 청와대의 지시 없이 장관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에 청와대 개입 여부를 성역 없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통일부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블랙리스트의 실체적 진실 규명도 필요하다. 수사 중단과 무혐의 처분을 강요한 검찰 간부도 수사해야 한다.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법리와 증거를 좇아서 하면 된다. 블랙리스트 범죄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으면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될 수 있는 만큼,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6.22  원전 업계 찾아 1조 일감 약속한 尹 "탈원전은 바보같은 짓"

정부가 고사 직전인 원자력 발전 업계를 살리기 위해 1조원 이상의 신규 일감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규모 발주가 가능한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를 통해 업계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다. 또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중소 원전업계에 금융 지원을 늘리는 등 산업 생태계 강화에도 나선다. 다만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4호를 제외한 신규 원전 사업이 대부분 백지화돼 장기적으로 일감 확보가 어렵다며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5년까지 1조원 이상 일감 확보”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김종두 전무의 설명을 들으며 한국형 원자로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남 창원에서 열린 ‘원전 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 원전 업계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5년간 바보같은 짓을 안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며 “탈원전 추진한 관계자들이 이 지역 산업 생태계와 현장을 둘러봤다면 과연 이런 의사결정을 했을지 의문”이라며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원전 생태계 거점인 창원의 산업 현장, 공장이 활기를 찾고 여러분이 그야말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원자력 산업 실태 조사. 원자력산업협회

 

원전 업계는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 추진의 여파로 신규 일감이 감소하는 등 급격한 쇠퇴기를 맞았다. 원자력산업협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조5034억원 수준이었던, 원전 업계 전체 총매출은 2020년 4조574억원으로 4년 새 26.2%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은 1264억1만 달러(2016년)에서 3372달러(2020년)로 급감했다. 업계 인력도 같은 시기 2만2000명→1만9000명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원전 산업생태계 복원을 위해서 우선 신규 일감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올해 신한울 3·4호 건설 설계 등 925억원 수준의 긴급 발주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신한울 3·4호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는 등 건설 재개를 위한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당겨, 오는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일감을 새로 창출할 방침이다.

 

원전 수출 확대로 먹거리 창출

지속적인 업계 먹거리 창출을 위해 원전 수출도 확대한다. 현재 한국형 원전 수출 가능성이 높은 곳은 체코와 폴란드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1200㎿급 신규 원전 1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올해 3월 입찰에 착수했다. 사업 규모만 8조원에 이른다. 폴란드도 지난해 40~50조 규모의 신규 원전 6기를 짓기로 하고 관련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우선 7월 중 범부처와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원전 수출 전략추진단’을 발족하고, 수출 전략국을 거점 공관으로 지정해 전담관도 파견한다는 구상이다. 또 원전 기자재 업체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위해 맞춤형 입찰정보시스템을 하반기 중 가동하고, 수출에 필요한 글로벌 인증 지원, 해외 벤더 등록, 수출 마케팅 등 강화할 방침이다.

 

3800억 수준 유동성 지원, SMR 개발도

정부 또 올해 3800억원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해 자금 사정이 어려운 원전 업계 지원책도 마련한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기술보증, 협력업체 융자 지원을 바탕으로 협력업체에 2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지원하고 투자형 지원 규모도 120억원에서 300억원 이상으로 늘린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하 원자력 기술개발(R&D)에도 올해 6700억원, 내년부터 2025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특히 국내 독자 모델인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전)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2028년까지 399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고준위방폐물 융합대학원을 내년에 설립해 지속적인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설 예정이다.

 

“산업 경쟁력 위해 신규 건설도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전 일감 창출 전망이 불확실하다면서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신규 원전 사업 확보가 중요한데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4호를 제외한 신규 원전 계획이 모두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이번에 대책으로 내놓은 신규 일감 대부분은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에 치중해 있다. 산업부는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 외에 원전 수출 활성화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으로 새 일감을 계속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출은 수주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은 신규 원전 건설보다 사업 규모가 작다는 점이 약점이다.

 

특히, 원전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신규 원전 사업이 어느 정도 유지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도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을 크게 줄이면서 산업 생태계가 무너져 경쟁력을 잃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결국 수출 경쟁력도 국내 원전 산업계가 유지될 때 나오는 것”이라며 “신규 원전 건설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용지 확보 등 관련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06.23  尹 “5년 바보짓 안 했으면 지금 원전 경쟁자 없었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시 원자력 산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원전을 예산에 맞게 적시 시공하는 ‘온 타임 온 버짓’은 세계 어느 기업도 흉내 못 내는 우리 경쟁력”이라면서 “5년 동안 바보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산업이 탈원전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아주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발주 계약을 신속히 추진하고 (건설 재개에 앞서) 조기 일감의 선(先)발주가 가능하도록 과감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원자력계 상황을 “탈원전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라고 했다. 원자력업계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다. 주력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신한울 3·4호기의 원자로·증기발생기 소재 제작에 4900억원을 투입한 상태에서 2017년부터 5년간 손발이 묶였다. 또 삼척·영덕 등에 APR+ 노형(爐型)의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인 1만7000톤 파워의 프레스를 제작했으나 5년간 써먹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관료적 사고를 버리고 비상한 각오로 원자력 산업계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탈원전 공백 5년으로 휘청대는 원자력계 현장을 방문하고 지원 의지를 밝혀 희망을 불어넣는 것은 적절한 일이다. 상처 입은 원자력 산업계가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이 약속은 말로 그쳐선 안 된다. 신한울 3·4호기는 2011~2016년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지만 ‘5년 내 착공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막혀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5년 사이 환경에 무슨 큰 변화가 있었겠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시켜 원전업계가 기력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세계적으로 원전 재부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탄소 중립이 절박한 과제인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력한 원전 수출국인 러시아와 중국을 핵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체코·폴란드·사우디 등을 겨냥한 원전 수출 경쟁은 프랑스, 미국, 한국의 3파전으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이달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사장단의 방한 이후 한국과 미국의 원전 수출 동맹도 가시화되고 있다. 윤 정부가 원전 수출을 다시 성사시킨다면 우리 산업계와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주는 소식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23  “탈원전 5년, 바보 같은 짓”…원전 최강국 회복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서 고사 직전 내몰린 원전 산업

이제라도 되살리고, 에너지 불안 해소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공식적으로 백지화하고 ‘원전 최강국’ 회복에 첫발을 내디뎠다. 어제 윤 대통령은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20개 협력업체 대표와 간담회를 했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 5년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우리 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 긴급 일감 발주와 금융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무너진 원전 생태계 복구를 위해 원자력 연구개발(R&D)에 올해부터 2025년까지 3조67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원전 최강국 목표는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면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발등의 불이다. 원전은 반도체와 함께 한국이 세계 정상의 기술을 확보한 분야다. 더구나 반도체와 원전은 각각 ‘산업의 쌀’ ‘산업의 불’이라 할 만큼 산업을 뒷받침하는 전략물자이자 핵심 인프라다. 이런 전략적 가치와 70%가 넘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강행했다. 고리 원전 폐쇄, 월성 1호기 조기 가동 중지에 이어 한빛 4호기를 멈춰세우고 신규 원전 계획은 백지화했다. 완성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 원전 산업 생태계는 결국 고사 상태로 내몰렸다.

 

그제 중앙일보의 현장 취재(6월 21일자 1면)는 무모한 탈원전의 처참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국형 원전 개발에 참여한 영진테크윈 공장으로 들어가자 먼지가 쌓인 기계설비는 두껍게 녹슬어 있었다. 은행 대출을 받아 사들인 기계는 고철이 됐고, 직원의 절반은 회사를 떠났다. 이 회사 대표는 “원전 건설을 정상화해도 서두르지 않으면 회사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원전 주력 기업도 사정이 좋지 않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바꾸고 신재생에너지로 생존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대거 수입되면서 중국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글로벌 원전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한국은 원전 수출 제로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원전 총매출이 급감하고 업계 인력은 3000명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에너지 무기화에 따른 에너지 안보 불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제 유가가 코로나 사태 직전보다 5배 넘게 폭등하자 한국은 에너지 수입 때문에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여파로 한국전력은 파산 상태나 다름없는 연 30조원 적자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우리는 무모한 탈원전이 국가를 어떤 위험에 빠뜨리는지 절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중시하는 프랑스·영국조차 다시 원전 확대로 돌아섰고, 러시아 가스관 사업을 중단한 독일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 역시 원전 산업을 심폐 소생하는 각오로 되살려야 할 때다.

중잉일보  사설

 

06월 23일  尹 “탈원전 바보 짓” 개탄에 어깃장 놓은 산업부 공청회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개탄한 것은, 다소 거친 직설(直說)이지만 정확한 판단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구축한 원전 생태계는 탈원전 5년 만에 붕괴 양상을 보이고, 업체들은 도산하거나 부도 일보 직전으로 내몰렸다. 윤 대통령은 경남 창원의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 응급 대책을 거론하면서 동행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관료적 사고를 버리고 비상한 각오로 지원하라”는 지시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문재인 정권이 공사를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소재 제작에 4900억 원을 투입했으나 2017년부터 손발이 묶였다고 한다. 2000억 원을 투자해 만든 프레스를 한 번도 써보지 못한 기업, 문 닫을 날만 기다리는 기업이 즐비하다. 원전 인력이 15%나 감소하고, 원전 관련 학과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95명의 전공생이 자퇴했다. 지난 5년간 해외 수주 실적은 ‘제로(0)’다.

그런데 산업부 분위기는 딴판인 것 같다. 산업부 주최로 21일과 22일 세종과 서울에서 각각 열린 에너지 정책 공청회와 토론회는 원자력 전문가들이 배제된 채 탈원전을 주장했던 인사들이 주로 나와 토론을 벌이는 황당한 일이 벌어져 방청객들도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탈원전은 ‘바보 짓’이라는 표현은 점잖은 편이다. 수많은 합리적 경고를 묵살하고 경제성 조작, 전기료 인상 예측 은폐 등을 통해 엄청난 국익 훼손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미친 짓’이며 망국적 범죄다. 따라서 산업부 공청회는 어깃장을 놓는 것과 같다. 과거 탈원전을 주도하던 공무원들의 관료주의 관성 때문일 것이다. 더 과감한 문책과 조직 혁신이 없으면 윤 대통령 개탄도 헛말이 되고 말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6월 23일  탈원전 ‘손실 20兆’ 책임 물어야 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의 한 원전 설비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 5년간의 바보같은 짓’이라며 원자력 산업 현장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한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이 말에는 탈원전 추진자들이 원자력에 대한 여러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탈원전 정책을 그렇게 일방적으로 추진했을 것이라는 책망이 담겨 있는 듯하다.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갑자기 중단됨으로써 원자력 공급 산업체는 일감 절벽에 직면했다. 매출은 급감했고 상당수의 기업이 도산하거나 고용 감축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원자력산업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 5조5000억 원 정도였던 원자력공급산업체 연 매출액이 2020년에는 4조1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까지의 탈원전 5년간 원자력 공급산업 총 매출 손실액은 5조 원 정도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분야 인력은 2016년 인력의 약 15%인 3000여 명이 줄었다. 원자력에 대한 무지에서 시작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된 것이다. 그러나 탈원전의 손실은 원자력 산업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5년간 한전의 부채는 41조 원 늘어 지난해 말에 146조 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한전은 부채율이 220%가 넘는 부실기업이 돼 버렸다. 그 표면적인 원인은, 지난 정부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은 미미할 것이라는 정권 초기의 공언을 합리화하기 위해 전기료 인상을 억제한 데 있다. 국제 정세의 변동으로 가스 발전 연료비가 크게 오르는데도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는 결국 새 정부에 과중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 기저 요인은 탈원전에 따른 원전이용률 하락이다.

지난 5년간 평균 원전이용률은 그전 5년 평균치 81.6%보다 낮은 71.5%를 기록했다. 이렇게 원전이용률이 낮았던 것은 탈원전 기조에 동조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가동에 미온적이었던 책임이 크다. 이용률 저하로 줄어든 원자력 발전량은 비싼 LNG 발전 증가분으로 대체해야 했다. 여기에 LNG 단가 인상 요인이 겹쳤다. 지난 5년간 원전이용률이 이전 수준인 81.6%를 유지했을 경우에 비해 9조 원 정도 발전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계산된다. 이는 탈원전의 국민 경제적 손실 비용이다.

 

이 밖에 월성 1호기 조기 폐기 비용, 신한울 3·4호기 건설 지체로 인한 전력 판매 손실 비용 등을 고려하면 5년간의 탈원전 손실 비용은 20조 원을 훨씬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엄청난 규모의 손실인데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책임을 물으려고 하지도 않은 분위기다. 이를 단순히 정책 실패로 간주해 그 손실을 국가, 결국은 국민 전체가 감당하게 한다면 향후에도 이런 부당한 국정 운영이 재발될 수 있을 것이다.

전 정부에도 탈원전의 이러한 손실과 문제점을 감지한 참모들이 있어 대통령에게 탈원전의 방향과 속도 조절을 건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꼭 원전을 하고 싶다면 자기들이 다음에 대통령 돼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했다고 한다. 집권자의 강력한 탈원전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공익을 우선하지 못해 탈원전 손실 비용 발생에 배임 혐의가 있는 공직자는 선별해서 책임을 물음으로써 경종을 울려야 한다.

문화일보  

 

06월 23일  체코도 환영한 탈원전 폐기

 박수진 경제부 차장

지난 5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수주전 취재차 체코를 방문했다. 8조 원이 투입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EDF) 등 원전 강국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해 관심이 집중돼 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신화를 다시 쓸 수 있고, 향후 유럽 원전 시장 진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시험대다. 현지에서 만난 체코인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한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폐기에 대한 이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다. 정부·산업계·학계는 물론이고 지역주민까지 하나같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한국 원전 산업의 장애이자 약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부정적 요인이 제거돼 다행이라며 정부 지지 없이 한수원이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 국내 기술을 활용해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해외에 지어주겠다고 하면 신뢰가 생기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문 정부는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은 별개라고 주장해왔는데 우리 원전을 사 줄 외국인들의 생각은 180도 달랐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다수의 에너지 전문가가 새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정책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비단 해외 수출·산업 생태계 복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전의 부활은 경제나 안보를 넘어 인류 생존과 직결된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탄소 중립 추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치솟는 유가·가속화하는 에너지 패권 경쟁 속에 저렴한 단가와 무탄소 장점을 앞세운 원전으로의 회귀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감축에 나섰던 주요국들은 이제 빠른 속도로 원전으로 복귀하고 있다. 맹목적인 정치이념에 갇혀 마치 ‘착한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가 있는 것처럼 ‘갈라치기’하는 뜬구름 잡는 정책이 더 이상 차지할 자리가 없음을 뜻한다.
 

 

정상 궤도를 되찾아가고 있는 듯 보임에도 여전히 불안하고 못 미더운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휘둘리던 에너지 정책을 너무 많이 봐온 탓일지 모른다. 정권 입맛에 따라 산업의 존망이 결정되고 정책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건 낯선 풍경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 5년 뒤엔 다시 ‘탈원전 시즌2’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과학적 관점에서 에너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하는 것은 후손을 위한 우리의 의무다. 원전 진흥 정책 역시 장밋빛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원전가동률을 70%대에서 80∼90%대로 올리고, 원전 비중을 30∼35%대로 늘린다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어떻게’가 뒷받침돼야 한다. 공론화 등을 통해 원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40년간 표류해온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확보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 공기업 사장이 말했던 것처럼 구름 위가 아니라 땅으로 내려와 두 발을 디뎌야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문화일보 

 

06.29  文에게 맹종하며 한전 부실 방조한 경영진 책임도 크다

 20여 년 만에 6%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7월부터 가정용 전기 요금을 kwh당 5원 올리기로 했다. 올해 추가 인상으로 15%가량 오를 것이라고 한다. 요금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한전의 적자가 심각하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비싸게 사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구조가 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인 5조8601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올 들어 경영은 더 악화돼 전기를 외상으로 사 오고 회사채를 발행해서 근근이 버텼다. 올 1분기 적자가 벌써 7조8000억원이다.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연간 적자가 20조~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니 결국 온 국민이 물가 급등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그 부담을 나눠 지게 됐다.

 

한전 부실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전기 요금 인상 없는 탈원전’ 정책을 고집한 문재인 정부에 책임이 있다. 수조원 흑자를 내던 한전이 문 정부 들어 적자 기업이 됐다. 문 정부 5년간 한전 부채는 41조원 늘었다. 값싼 원자력발전 대신 LNG 발전량이 증가해 5년간 한전의 발전 원가가 9% 올라가 한전 부실화의 단초가 됐다. 탈원전에 따른 발전 손실액은 11조원이고, 원전 업계 피해 등을 합하면 총손실 비용이 23조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없다”면서 5년 내내 전기료를 묶고 한전 부실을 키웠다. 탈원전 문제를 덮으려는 오기이자 국민 기만이었다. 탈원전을 이행할 경우 매년 2.6%의 전기 요금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해 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전기 요금을 14%, 2030년까지는 40% 올려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뭉갰다.

 

여기에 한전 경영진의 책임이 작지 않다. 지난해 한전은 5조8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내고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1586억원 지급했다. 뒤늦게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성과급 전액을, 간부 110여 명은 절반을 반납하겠다고 했지만 충분치 않다. 전임 사장 시절에는 심각한 적자 상태에서 무려 1조6000억원이 드는 한전공대를 문재인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 하나로 무리하게 추진했다. 학생이 줄어들어 전국 대학의 4분의 1이 곧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인데 무슨 대학 신설인가. 한전 사장이라면 직을 걸고 반대해야 마땅했다. 그런데 오히려 앞장섰다. 대학을 설립하려면 최소 6년은 걸린다는데 한전공대는 건물 한 동 짓고 대선 일주일 앞둔 올 3월 2일 개교했다. 그래도 문 정부와 한전 경영진 그 누구도 한마디 사과나 반성이 없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