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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야기 2022-05/ 05.02(월) 反민주 입법 폭주에 ‘100% 찬성’ 민주당을 보며 - 05월 31일 “일흔 넘어 새로운 걸 배우기엔…” 선거 막판 또 노인 폄훼

상림은내고향 2022. 6. 2. 21:09

정치(인) 이야기 2022-05/

05.02(월)  反민주 입법 폭주에 ‘100% 찬성’ 민주당을 보며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4.30/뉴스1

 

검찰 수사권 박탈을 위한 두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4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민주당 의원 중 표결에 참석한 161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단 한 명도 이탈 표 없이 100% 찬성한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은 74년 동안 유지돼온 형사 사법 체계를 일거에 허무는 내용이다. 나라의 기본 틀을 바꾸는 것으로 헌법 개정에 버금가는 작업이다. 이런 중차대한 법안을 4월 15일 발의한 지 보름 만에, 27일 본회의에 상정한 지 사흘 만에 처리했다. 법조계 전체가 반대하고 정권과 늘 뜻을 같이 해온 시민 단체들마저 신중 처리를 당부하는데도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였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까 두려워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법안 공포까지 끝내려는 것이다.

 

워낙 문제가 많은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하다 보니 당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출신 조응천 의원은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검수완박은 “범죄 피해자에게 불리한 법안”이라면서 “위헌 소지가 있고 법 체계상 상호 모순되거나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박용진, 이소영 의원 등은 당 소속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는 꼼수까지 동원한 법안 처리 방식에 이견을 표시했다. 이처럼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은 못 하지만 내심 법안 자체와 졸속 처리를 우려하는 의원이 수십 명에 이른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표결 결과를 보니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던 의원들마저 찬성표를 던졌다. 자기 소신과 반대되는 표를 던졌다는 뜻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짐작이 간다. 금태섭 민주당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언행 불일치’를 비판하고 공수처법 국회 표결 때 기권했다가 2년 전 총선 때 공천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 당 강성 지지층이 금 전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정치 신인인 상대 후보를 집중 지원했기 때문이다. 검수완박에 내심 걱정하는 의원들도 소신 표결을 했다가 2년 후 총선 때 재선에 도전하는 길이 막히게 될까 걱정했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 지지층과 다른 생각을 입 밖에도 내기 어렵고, 반대 표결은 꿈도 꾸기 어렵다. 김씨 왕조의 입장을 100% 뒷받침하는 북한 노동당 닮은 조직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전체주의 정당이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수를 점하고 앞으로도 2년간 우리나라 국정을 쥐락펴락할 것이다. 나라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5.02  국가 근간 뒤집는 법 통과시켜 놓고 내용도 잘 모른다니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검수완박) 법안을 국회에서 일방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본회의에 출석해 전원 찬성 표결한 민주당 의원들조차 법안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한다. 민주당이 당초 발의한 원안,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법사위 통과 수정안, 본회의 재수정안이 전부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 등 6대 범죄로 규정하고 있었다. 민주당은 이를 모두 삭제하려 했지만 한때 여야가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기로 했다. ‘등’ 표현 때문에 부패·경제 외에도 수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법사위 통과 때는 ‘등’을 ‘중’으로 바꿔 두 범죄로 한정하는 듯하더니 본회의에서는 ‘등’으로 돌아갔다. 입장이 수시로 오락가락한 것이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고 검찰 직접 수사 부서의 인원을 국회에 보고하게 하는 등의 추가 독소 조항들을 슬그머니 법안에 집어넣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법사위원들조차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의원들이 정확히 아는 것은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올해 말 폐지된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2024년 총선에 출마하는 의원들은 선거법을 위반해도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된 것이다.

 

2019년 선거법 개정 때도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법안 내용을 몰랐다. 당시 민주당은 공수처법 통과와 군소 정당이 원하는 선거법을 바꿔 먹기 위해 연동률, 병립형, 캡 등 알 수 없는 용어를 누더기처럼 선거법 논의에 포함했다. 그래서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난수표’ 상태로 표결 처리했다.

 

선거와 형사 사법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떠받치는 기둥이나 다름없다. 이런 핵심적인 제도들을 민주당은 오로지 정파적 이익을 위해 제멋대로 뜯어 고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집권 여당이 국회에서 버젓이 국기 문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02  아직도 고함치고 헌칼 휘두르네, 대선 진 정당 같지 않은 민주당

5년만에 정권 뺏기고도 반성 없이 저 혼자 당당
이념 지향 거대담론 아니라 생활정치가 시대 흐름인데
세상 변화 외면한 채 고함 치고 헌 칼만 휘둘러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거의 두 달이 되어 가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전혀 선거에 패한 정당 같지 않다. 과거에는 보수건 진보건, 여당이건 야당이건 선거에 지고 나면 뭐가 잘못되어 패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움직임이 당내에서 일어나곤 했다. 집권당이라면 정책 노선이나 추진 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오만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야당이라면 왜 또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는지 부족한 점을 살펴보곤 했다. 민주화 이후 권력 교체가 10년마다 이뤄져 온 전례와 달리 이번에는 5년 만에 전격적으로 권력이 교체되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모습은 선거에서 진 정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어쩌면 내심으로는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선자와 패배자의 득표율 차가 겨우 0.73%포인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패배한 게 아니라 그저 운이 조금 나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아예 없고 정계 입문한 지도 겨우 9개월 된 야당 후보에게 더 많은 국민이 지지를 보냈다. 더욱이 180석이라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몰아준 국민이 불과 2년 만에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정녕 무엇이 잘못되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처절하게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상황이다.

 

내용적으로 볼 때도 이번 대선은 민주당에 심각한 문제를 던져 주었다. 2002년 이후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이념 지향적 거대 담론을 주도해 왔다. 2002년 대선에서 ‘반미가 뭐가 나쁘냐’는 노무현 후보의 발언이나,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였던 재벌 개혁, 적폐 청산 등이 상징하는 냉전 반공주의나 권위주의 유산에 대한 도전이 민주당의 중요한 정치적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그동안 민주당이 강점을 보여 온 이념 지향적 거대 담론이 사라졌다. 선거일 불과 나흘 전까지 북한이 잇달아 미사일을 쏴댔지만, 그동안 이념적으로 보수, 진보를 격렬하게 갈라놓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대북 정책에 대해 유권자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동산 이슈가 최대 관심사였고 그것이 사실상 선거의 승패를 갈라놓았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심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과 무능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갖는 좀더 중요한 의미는 이제 국민의 관심과 요구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86세대의 대표적 정치인이었던 김영춘 전 장관이 정치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 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 정치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민에게 더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고 일상 행복입니다”라고 말한 것은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은 말이었다. 민주당에 이런 변화는 그동안 자신들이 내세웠던 정치적 상품의 유통기한이 만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편 가르기와 포퓰리즘에 의존해 온 지난 몇 년도 바로 이러한 ‘내용의 결핍’을 감추기 위한 민주당의 전술이었는지 모른다.

 

이처럼 이번 대선 패배는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아프게 받아들여야 마땅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무모하다고 할 만큼 여전히 저 혼자 당당하다. 집안은 쇠락해 가고 주변 사람들은 고개 돌려 외면하는데, 세상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고 고함치며 헌 칼 휘두르고 있는 꼴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의원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을 잘 알면서도 한 줌 강경파 위세에 눌려 한마디 말도 못 하고 끌려다니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한 정치적 대가는 민주당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다.

 

역사적으로 보수당과 함께 영국 정치를 주도해 온 자유당이 몰락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06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400석을 얻어 157석을 얻은 보수당을 압도했다. 자유당은 그 기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그 이후 지지세는 급격히 약해졌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시 연립정부 시기가 끝나자마자 그 결과가 드러났다. 1922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노동당에 제1 야당 자리를 내주었다. 2년 뒤 총선에서 자유당은 615석 가운데 겨우 40석을 얻어 소수당으로 몰락했고 그 이후에도 당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자유당은 오만했고 시대적 변화를 외면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그때의 영국 자유당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배는 침몰하는데 선상의 풍악 소리만 높게 들린다. 그 안의 누구도 배가 가라앉고 있다고 외치지 않는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조선일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05.02  “헌정 질서 파괴한 검수완박 강행… 국민투표 이유 넘친다”

[양은경이 만난 사람]

‘문재인 대선 캠프’서 활동했던 헌법학자 신평 변호사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비판해 온 신평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변호사)이 지난달 30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진정한 사법 개혁은 ‘공정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이라며 “경찰에 권한만 몰아 주는 ‘검수완박’은 그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태경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민의힘의 거센 항의 속에 통과시켰다. 오는 3일에는 형사소송법도 처리할 예정이다.

 

이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로 제한하고 검사의 수사·기소권을 완전 분리하며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경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고발인은 이의 제기를 못 하는 조항도 들어간다고 한다.

 

이로써 지난 74년간 유지돼 온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공청회 한번 없이 하루아침에 바뀌게 됐다. 검찰뿐만 아니라 대한변협, 법학단체, 중도·진보 성향 변호사들도 ‘검수완박’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법안 처리 과정은 위헌성으로 얼룩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국민투표 부의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신평(66)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변호사)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난 신 변호사는 그날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이 처리되는 과정을 봤다면서 “참담하더라. 어떻게 이런 일이 오늘의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검수완박’은 경제적 약자의 기본권 침해는 물론 입법 과정에서 헌정 질서의 몰락을 보여 주었다”며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대상”이라고 했다. 판사 출신 헌법학자인 신 변호사는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민형배 위장 탈당은 국회 선진화법 유린

―법안 처리의 가장 큰 절차적 문제점은 무엇인가.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든 뒤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야당 몫으로) 투입함으로써 최장 90일까지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거치게 돼 있는 국회선진화법 규정을 잠탈(潛脫·교묘히 빠져나감)했다. 민 의원 위장 탈당은 진정한 탈당 의사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닌 ‘비진의(非眞意) 의사 표시’로서 민법 총칙에 따르면 무효다. 그에 기반해 안건조정위가 성립된 것은 대단히 중요한 흠결이다.”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가처분도 냈다.

“가처분은 9명의 재판관이 단기간에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이미 법안이 부의돼 실효성도 없다. 그러나 권한쟁의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위장 탈당은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철저히 유린해 위법·위헌성이 크다. 그로 인해 야당 의원들의 헌법상 심의·표결권이 침해된 것은 물론 적법 절차도 침해됐다. ‘적법 절차 원칙’은 헌법의 주요 가치로서 법원이든 헌재든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서 헌재 재판관 다수가 자기들이 임명한 사람이라고 결과를 낙관할지 모르지만, 결국 재판관들이 양심의 보루가 될 것으로 믿는다."

 

ㅡ법안 내용에는 문제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제일 큰 문제는 작년 1월부터 시작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힘없는 서민들이 제기한 사건들이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고 하면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들의 고통을 좀 더 헤아리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보완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일말의 고려는 없이 (경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더 제한해 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국민 피해가 첫째 문제라는 건가.

“소위 ‘진보’라고 하는 현 여당이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이 겪는 피해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저 같은 경우 진보 쪽을 아는 입장에서 어떻게 저런 식으로 행동할까 싶다. 약자의 기본권을 외면한 것이다. 검찰은 3개월 단위로 미제 관리를 하지만 경찰은 그런 시스템조차도 없다. 그러니까 사건 처리가 기약 없이 미뤄진다. 또 공정위, 선관위, 시민단체 고발 사건을 경찰이 불송치(무혐의)하면 고발인은 이의 제기를 못 하게 막아놨다. 이 기관들이 억울한 사람을 대신해 고발하는 경우도 많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박탈의 피해도 결국 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검찰 공화국’을 막겠다는데 앞으로 ‘경찰 제국’이 나올 수 있다.”

 

앞으로 ‘경찰 제국’이 나올 수 있어

―'경찰 제국’? 과도한 우려 아닌가.

“이용구 전 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 기사 폭행 사건에서 잘 나타나듯 경찰은 판례를 엉터리로 해석하고 사건 발생 시점을 의도적으로 바꾸었다. 더 무서운 것은 경찰과 지방 토호(土豪) 세력과의 유착이다. 지방에 가면 계(契)나 위원회 같은 모임이 있고 토호들이 거기서 서로의 힘을 빌려주고 빌리고 하면서 지역 이권을 독식해 나간다. 검찰과 비교할 때 경찰은 이들에 견제력이 훨씬 약하다고 봐야 한다. ‘검수완박’은 그런 견제 장치를 허물어 버렸다. 진정한 사법 개혁은 ‘공정한 수사, 공정한 재판’이다. 그런데 경찰에 권한을 몰아주는 것은 ‘공정한 수사’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검찰권을 더 제한해야 할 필요는 없는가.

“저는 평생을 검찰과 싸워 온 사람이다. 형사 단독 판사를 할 때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 하다 들어온 사람들 다 석방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검찰의 냉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러 사건에서 검찰권 남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흠결을 덮고 검찰의 잘못은 침소봉대해 검찰 권력을 빼앗아 경찰에 준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민주당은 왜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것일까.

“조국 전 장관 수사 이후 검찰의 ‘권력 수사’를 막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처음부터 공정한 수사나 재판에는 관심도 없었고, 권력 수사를 막을 목적으로 ‘검찰 개혁’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검수완박’도 그 연장선이다.”

 

―검찰의 선거 범죄 수사권도 박탈했다.

“선거 당사자인 국회의원이 그런 내용이 포함된 법안을 처리한 것은 이해 상충에 해당한다. 자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에는 리큐즈(recuse, 기피 또는 회피)하는 게 적법 절차의 기본이다. 이번 6월 지방선거는 경과 규정에 따라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해놓고 국회의원들은 빠져나갔다.”

 

―장차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6대 범죄를 수사하게 한다는데.

“수사기관을 나눠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경찰, 공수처, 중수청, 검찰의 관할이 어떻게 되고 어디에서 수사해야 할지 막연해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하던 공수처의 설립 취지에 공감했었다. 판검사 수사를 통해 사법 개혁의 주요한 축인 ‘사법의 책임’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걸 견제할 기관이 공수처였는데 이런 식으로 전락해서 너무 아쉽다. 공수처는 판검사에 대한 고발 사건 대부분을 검찰에 보내고 있고 기소한 건은 한 건에 불과하다.”

 

총리가 법안에 서명하지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까?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바로 공포를 하려고 할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올바른 판단을 해 주기를 바라지만 지금까지 나온 (문 대통령의) 말로 보면 기대 난망 아닌가.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副署·대통령의 서명에 이어 서명함)한다’고 돼 있다. 부서한 총리와 국무위원들도 법안에 책임을 져야 한다. ‘검수완박’ 법안에 부서하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고 김부겸 총리가 부서를 거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도 법안을 공포할 수가 없다.”

 

―윤석열 당선인도 ‘검수완박’에 대한 생각을 직접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도 검찰과 경찰 중 어느 쪽이 다루기 쉽겠나. 권성동 의원이 ‘나도 옛날에 검찰에 당했다’고 했다는데 경찰에 넘어가면 그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빠져나갈 수 있는 그물코가 넓어지는 셈이다. 그렇지만 정치는 대의명분 아닌가. 여론에 따를 수밖에 없고 윤 당선인 측에서 ‘국민투표 검토’가 나온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지난달 27일 ‘검수완박’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헌법 72조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고 대통령도 발의권자 중 하나다. ‘검수완박’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냐를 놓고 의견이갈리고 있다. 2014년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이후 해당 조항이 정비되지 않아 현 상태로 국민투표를 시행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검수완박’을 국민투표 대상이라 볼 수 있나.

“검수완박으로 인한 심각한 국민 기본권 침해, 입법 과정에서 저질러진 헌정 질서의 파괴는 국가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따라서 검수완박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을 묵과하면 나라의 존립 근거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투표 가능성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한 신평 변호사의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선관위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아 못한다고 하는데.

“세 가지로 반박 가능하다. 첫째, 헌법은 최상위 법률이므로 하위 법규범의 미비로 무력화될 수는 없다. 둘째, 하나의 조항이 위헌이라고 해서 법률 전체가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고 재외국민 투표 절차가 상세히 규정된 공직선거법을 준용해 해결할 수 있다. 셋째, 헌법불합치 결정 후 7년 이상 지나도록 개선 입법을 못한 것은 국회의 태만 혹은 무능에 기인한 것이다. 이를 빌미로 위헌적 상태를 바로잡고자 하는 (대통령의) 헌법상 국민투표 부의권을 무력화할 수는 없다.

 

―국민투표를 통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나.

“공포된 법률 자체를 취소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다. 일단 ‘검수완박’ 형태의 국가 형사사법제도 전면 개편이 타당한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게 맞는다. 찬성 의견이 많다면 법률안에 승복하고 그 반대라면 국회가 법 개정으로 검수완박 법률을 폐지하는 헌법상 의무를 지는 것이다. 민주당 강경파는 다른 의원들을 겁박하듯 검수완박을 끌고 나갔고 공직자로서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이해 상충 행위를 저질렀다. 헌재는 (권한쟁의심판에서) 그 위헌성을 확인해 줘야 한다.”

☞신 평

1956년 대구 출생으로 1974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1981년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3년 사법연수원을 13기로 수료한 이후 인천지법·대구지법 판사를 거쳤다. 1993년 법원 내 금품수수 비리를 지적했다가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후 변호사 개업을 했다. 1998년 변호사를 그만둔 뒤 대구가톨릭대에 이어 경북대 교수를 지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검찰권 제한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이다. 한국헌법학회장, 사법개혁국민연대 상임대표, 앰네스티 법률가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조선일보 

 

05.02  ‘합법적’ 방식의 민주주의 훼손

2000년 총선에서 자민련은 17석밖에 얻지 못해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지위를 상실했다.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도 115석으로 한나라당(133석)에 크게 밀렸다. 어쩔수 없이 김대중(DJ) 대통령은 국회 주도권을 쥐기 위해 총선 전에 깨졌던 DJP 공조를 복구하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김종필(JP) 자민련 명예총재는 공조 복원의 조건으로 자민련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새천년민주당은 자민련과 손잡고 그해 7월 국회 운영위에서 교섭단체 요건을 ‘20석 이상’에서 ‘10석 이상’으로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만섭 국회의장은 DJ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개정안 본회의 직권상정을 거부하는 바람에 JP의 욕심이 무산 위기를 맞았다.

2000년 7월 24일 국회 운영위에서 새천년민주당의 간사인 천정배 수석부총무(가운데줄 왼쪽에서 둘째)가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통과를 선포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사봉을 빼앗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그 무렵 필자가 출입하던 자민련 기자실에선 “차라리 민주당이 의원 3명을 자민련에 꿔주는 게 간단하겠다”는 얘기가 나왔던 기억이 난다. 물론 현실적인 해법이라기보단 기자들끼리 100%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아무리 한국 정치가 엉망이라지만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용돈처럼 꿔준다는 게 말이나 되나. 그런데 황당하게도 농담은 현실이 됐다. 그해 연말 배기선·송석찬·송영진 의원이 전격적으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자민련으로 건너온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의원 꿔주기’ 파동이다. 당시 자민련 강창희 의원은 의원 꿔주기에 대해 “정도(正道)를 벗어난 것”이라며 국회 교섭단체 등록 서명을 거부했다. 열 받은 JP는 강 의원을 당에서 제명한 뒤 민주당에서 장재식 의원을 추가로 꿔 와 기어코 교섭단체 등록을 마쳤다.

 

2001년 1월 5일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건너온 송영진(맨 왼쪽)·송석찬(맨 오른쪽)·배기선(가운데) 의원이 자민련 당사에서 입당식을 마친뒤 김종필 명예총재(왼쪽에서 두번째), 이한동 총재(오른쪽에서 두번째)와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다.[중앙포토]

 

20여 년 전의 기억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 과정에서 일으킨 민형배 의원 ‘위장탈당’ 사태와 오버랩된다. 국회법 57조2는 다수당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경우 소수당의 요청으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최장 90일간 운영하도록 했다.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서 다수당의 몫은 3명으로 제한되는데, 소수당이라도 90일은 법안 처리를 막을 수 있도록 저항권을 보장한 것이다. 이게 바로 2012년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의 정신이다. 그런데 민 의원은 위장탈당을 통해 무소속이 되면서 소수당 몫의 안건조정위원으로 끼어들었다. 여야 3:3이 실질적으로 4:2로 바뀌면서 민주당은 순식간에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켰다. 창의성에선 의원 꿔주기를 능가하는 기발한 꼼수다. 이뿐 아니라 이번에 민주당이 야당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 구사한 ‘회기 쪼개기’도 위장탈당과 맞먹는 교묘한 수법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이런 신종 기법이 전부 합법적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합법은 맞다.

 

4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표결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충돌이 벌어졌다. 김성룡 기자

 

하지만 민주주의는 형식적 법체계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의 토대인 관용·평등·상호견제·합리주의 등의 정신은 법조문만으로 완벽히 구현할 수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소수당의 저항권을 세밀히 규정했어도, 민주당이 법조문의 틈새를 파고들어 저항권을 무력화했듯이 말이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정착되려면 어떤 행동이 올바른지에 대한 보편적 규범이 필요하다. 의원 꿔주기나 위장탈당이 법적으론 가능해도 국회 운영 질서를 무너트리는 것이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는 규범적 인식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그나마 20여 년 전 새천년민주당은 의원 꿔주기에 대해 다소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보였다. 민주주의 규범에 어긋난다는 양심의 소리는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없는 것 같다.

 

정략적 성격이 강했던 2001년 DJP 재공조는 결국 얼마 못 가 파국을 맞았고, 지금 의원 꿔주기는 의회민주주의에 상처를 입힌 정치공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대선 패배 뒤 민주당이 느닷없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외치며 들고 나온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는 20년쯤 뒤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중앙일보  김정하 정치디렉터

 
 

05.02  ‘검수완박’ 법안, 문 대통령의 거부를 촉구한다

여, 일방처리 이어 국무회의 연기 꼼수까지

대통령 거부권 행사만이 입법독재 막는 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핵심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남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막으려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도 ‘회기 쪼개기’ 편법으로 이날 자정 무산시켰다. 민주당이 계획대로 내일(3일)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국회 차원에서 검수완박 입법은 완료된다.

 

지난 주말 검수완박 입법 현장은 꼴불견의 극치였다. 무제한 토론에 나선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과 삿대질, 야유가 난무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회 관계자들이 충돌하면서 양금희 의원이 몸을 밟혀 구조대가 출동했고, 전주혜·허은아 등 여성 의원들이 부상과 고통을 호소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의 신속한 공포를 위해 마지막 편법 공세에 나섰다. 3일 열릴 예정인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를 늦춰 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한 것이다. 이날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만큼 원활한 공포를 위해 국무회의 개최를 법안 통과 이후로 연기하려는 것이다. 검수완박 입법은 법조계뿐 아니라 학계나 시민단체도 반대하고, 민심도 부정적 반응이 많다. 이 법안이 위헌이란 논거는 한두 개가 아니다. 일례로 법안은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 가운데 고발인을 제외했는데, 이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란 지적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공청회 한 번 없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법안을 발효시켜 정권 비리 수사를 막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합리적 설명이 어렵다. 검수완박법이 공포되면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등 문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9월부터 모두 중단된다. 대장동·백현동 게이트나 성남FC 후원금 논란 등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불거진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도 중단되거나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거대 여당이 권력 주변의 비리 의혹을 제 손으로 덮고, 새 정부의 수사권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관련 법안을 마구잡이로 바꾸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의도가 뻔히 보이는 입법 독재를 기획하고 밀어붙인 사람들이 누구인지 반드시 규명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제 여당의 입법 폭거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문 대통령뿐이다. 그의 결단이 절실하다. 5년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여당이 정권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급조했다는 의심을 받는 법안을 스스로 의결·공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다.

중앙일보  사설

 

05월 02일  검수완박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 의무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국무회의에서 공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익과 국민에게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는가? 그것도 윤석열 정권 출범 전에 통과시켜야 할 만큼 시급한 현안인가? 그렇게 시급하다면 그동안 뭘 했나?

지난해 3월 민주당은 ‘검수완박 추진’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결국 윤 총장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 될 것이라며 사직했다. 이후 민주당은 검수완박의 ‘검’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집권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자 돌변했다. 이제 최대 관심은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쏠려 있다.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첫째,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선서한 헌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3항은 검사에게 영장 신청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아 경찰에 독점시키는 건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둘째, 대통령은 권력분립과 견제와 균형을 파괴하는 반민주적 입법 독재를 막아야 한다. 검수완박 법안은 ‘위장 탈당, 회기 쪼깨기’ 등 온갖 편법과 꼼수가 동원돼 졸속으로 추진됐다. 74년간 유지된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면서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법안 내용도 국회 법사위의 소위, 안건조정위, 전체회의, 본회의를 거칠 때마다 달라졌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졸속 누더기 법안을 막지 못하면 대통령은 직무유기가 된다.

셋째, 자신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법조계에서 검수완박 법안은 ‘피해자 권리구제가 어렵고, 국민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 정권은 입말 열면 ‘약자 보호’ ‘공정과 정의’를 외쳤다. 부패한 정치인에 ‘수사 치외법권’을 주는 검수완박에 찬성한다면 문 대통령은 자신이 그동안 강조해 온 가치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허구였는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넷째, 국민 여론을 존중하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지켜야 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검찰 수사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가 55%였다. 반면,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것이 좋다’는 35%에 불과했다. OECD 산하 반부패대응기구도 ‘한국의 반부패 역량 약화’ 우려를 밝혔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절차적 정당성도 없고, 힘없는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주며, 국민이 반대하고, 국제적 우려가 있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주저 없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 방송 대담에서 윤 당선인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과 관련해 “모든 제도는 다 연유가 있다”며 “걱정된다”고 했다. 그런데 나라의 형사사법체계를 송두리째 뜯어고치는 졸속 법안에 서명하는 건 표리부동이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안전 보장을 위해 자기 비리 수사를 막아줄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한다면, 역대 최악의 ‘참 나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런 오명과 치욕을 피하고 불행한 대통령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거부권 행사는 필수다.

문화일보 

 

05월 02일  ‘민주·정의당’과 독재의 말로

 김세동 논설위원

검수완박은 文정권 독주 절정
‘더불어’‘민주’ 사라진 정당
‘2중대’까지 전두환 정권 연상

내용과 절차 위헌·위법 수두룩
문재인 방탄법 취지까지 의심
한 달 뒤 지방선거가 1차 심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종료 직전에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포할 가능성이 크다. 토요일인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검찰청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민주·정의당’(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처리할 예정인데, 그다음 절차가 국무회의 심의와 공포다. 전두환 정권의 ‘민주정의당’과 싸웠던 세력이 30여 년이 지나 집권 막바지에서 그 행태를 꼭 닮았다. 들러리 야당 노릇을 하면서 권력의 떡고물을 챙기는 ‘2중대 정당’도 마찬가지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니체의 경고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곧 집권당이 될 제1야당과 검찰은 물론, 대법원·대한변협·대학교수, 심지어 친여 성향인 민변·참여연대도 위헌·위법성과 졸속성을 이유로 반대하는데도 민주당은 ‘정의당과만 더불어’ 처리했다. 문 정권 내내 위법적·탈법적 조치를 강행하며 ‘국민의 뜻과 명령’을 참칭하던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을 벼락치기로 처리하면서 국민 의사를 수렴하는 시늉도 생략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제출하면서 국민 여론을 살펴보기는커녕 공청회·청문회 한 번 열지 않았고, 4월 15일 제출한 법안을 12일 뒤 법사위 처리, 그 사흘 뒤 본회의 처리라는 초속도전을 펼쳤다. 민주당은 국민을 위해 검수완박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정작 국민의 뜻은 한 번도 묻지 않았는데, 여론이 압도적으로 검수완박에 반대하고 있는 사정이 작용한 탓일 게다. 한국갤럽의 4월 19∼21일 여론조사 결과, ‘검찰 수사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5.0%,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35.0%였다. 검수완박을 추진하면서 국민을 파는 민주당의 이중성이 제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재인·민주당 정권은 검수완박 처리에서 반(反)민주성도 최고조로 드러냈다. 민주당은 상상을 초월한 편법, 탈법, 꼼수를 동원해 국회선진화법 취지와 본질을 짓밟았다. 민주당 소속으로 검수완박 법안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최장 90일간 여야 쟁점법안을 숙의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켰다. 여야 3 대 3으로 구성해야 하는 안건조정위를 둔 이유는 다수당 마음대로 아무 법이나 함부로 만들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인데, 어제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던 의원을 갑자기 탈당시켜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이라고 욱여넣으면, 명백한 위법이다. 국회법상 보장된 필리버스터를 조기 종료시키기 위해 ‘회기 쪼개기’를 실시하는 등 꼼수에 꼼수를 더했다. 의석 숫자만으로 민주 규범을 무시한 입법 쿠데타, 입법 독재라는 주장이 헌법학자나 정치학자들에게서 분출한다.

 

민주당은 5년 내내 전체 국민이 아닌 정파적 이익만 추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번 검수완박 추진을 통해 ‘공당’의 자격마저 의심받고 있다. 여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의 탄핵을 협박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코드인사로 임명하는 등 삼권분립을 심각히 훼손했다. 명백하게 법을 어긴 조국 일가를 구한다고 국민을 두 동강 내는 등의 행태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여당 하기 어려운 체질’이라고 지적해왔는데, 검수완박에 이르러선 아예 ‘정당으로 보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황운하·최강욱·김남국 의원 등 검찰 피의자거나 피고발인들인 초선 강경파가 주동이 돼 장난 같은 법을 발의하고 끌고 가는데 중진의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끌려갔다. 한 헌법학자는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겠다고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이들이 일제강점기에 자기들 잘살자고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 매국노와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에게 3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인 국무회의 연기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 본인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에 잠재적 피의자로 얽혀 있어, ‘셀프 방탄 입법’이라는 범죄적 성격도 갖는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다. 결코 바보가 아니다. 넥타이 부대로 불린 중산층이 가세해 전두환 정권 7년을 끝내는 ‘무혈혁명’을 이뤄냈다. 마침 오는 6월 1일엔 지방선거, 2024년 4월 10일엔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문화일보

 

05월 02일  文, 검수완박法 재의 요구 않으면 헌법 파괴 공범 된다

전시 상태를 제외하고, 대통령의 헌법상 가장 중요한 책무는 ‘헌법 수호’(제66조 2항)이다. 여기에는 헌법이 규정한 국가 정체성과 국정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과 함께, 대통령 스스로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두 가지 의무가 모두 내포돼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되는 취임 선서문을 헌법에 직접 명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1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헌법 수호 여부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위헌이 뚜렷한 ‘검수완박’ 법안을 온갖 편법과 꼼수로 통과시켜 3일 오전 10시 열리는 ‘고별 국무회의’의 시간을 늦추거나 또 다른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공포하려 한다. 이제 문 대통령이 재의(再議) 요구(거부권 행사)로 입법 폭거를 막지 않는다면 헌법 파괴의 공범(共犯)이 될 뿐이다. 특히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 현 정부 내부에서 즉각 재의를 요구하거나, 공포를 늦추고 정부 내 논의를 더 거쳐야 한다는 요구가 공식적·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대법원조차 같은 목소리를 낸다. 이런데도 ‘묻지 마 공포’를 강행한다면, 국무회의 기능(헌법 제89조 3항) 자체를 저버리는 또 다른 위헌·위법 죄책도 된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기 위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 내용과 절차에서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김형두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도 국회에서 “위헌 견해가 상당히 유력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중 15개 조항에 대해 ‘공판을 통한 정의의 실현에 부정적 요소’라고 의견서를 냈다. 절차의 위법성은 국회선진화법을 초토화하는 ‘독재’ 수준이다.

대검은 법리적 이견 해소와 정부 의견 통일을 위해 법제처에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소집을 요구해 놓고 있다. 주무 부서가 입법에 반대 의견을 내는 만큼 당연히 거쳐야 할 절차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민주당 요구대로 공포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위헌 법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수사를 막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 헌법 파괴 공범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문화일보  사설

 

05.03  文 정권, 국민 60% 반대 ‘비리 방탄法’ 이제라도 멈춰야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규탄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수도권 거주 유권자)이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스탯리서치가 서울·인천·경기 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5월 9일까지 처리에 반대한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60.4%였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처리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은 34.1%에 그쳤다. 또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이 폐지 여부를 6·1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쳐서 결정하는 방안에 62.2%가 찬성했고, 32.1%가 반대했다. 국민 다수가 검수완박 강행에 반대하면서 통과 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국민들이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것은 이 법이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 민주당 일부 인사의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한 ‘정권 비리 방탄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검찰의 선거·공직자 범죄 수사권을 없애면 득을 보는 것은 정치인과 정권 고위층이다. 범죄 피해를 보은 일반 국민은 수사 지연 등으로 오히려 구제받기 어려워진다. 수사와 관련한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명문화한 헌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더구나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온갖 꼼수를 동원했다. 법의 내용이나 절차 모두 오점투성이인 것이다. 이런 법을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무리하게 통과시키고 공포까지 하려 하니 국민이 인정할 수가 없다.

 

각계의 저항도 거세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등은 시민 1만명 청구인단을 모집해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내기로 했다.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도 법안 통과 즉시 위헌 소송을 낼 계획이다. 일부 시민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 조치를 신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대한변협 등은 검수완박을 비판하는 ‘시민 필리버스터’를 벌이고 있고, 경실련 등은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을 내기로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 법을 강행한다면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반(反)민주 정당임을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다. 국민이 이런 폭거를 저지르라고 다수 의석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하나. 문 대통령도 압도적 국민 반대 여론을 잘 알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비리를 덮기 위해 반민주적 법안을 공포해 나라의 골간을 뒤집은 대통령이란 오명을 영원히 지우지 못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03  ‘시행령 대통령’으로 그칠 것인가?

소수당 대통령은 입법 통한 공약 실천 어려워
대통령·국회의원 동시 선거로 일할 ‘틀’ 짜주는 제도 필요
새 대통령 소신 펼칠 환경, 6·1 지방선거서 판가름

‘검수완박’은 애당초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작품인데 이것이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거치면서 이제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의 실책에서 빚어진 것처럼 둔갑을 해버렸다.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을 비난하는 것 못지않게 윤 당선인 측에 혀를 차고 있는 형국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도 소수 야당의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의미는 그 선거에서 이긴 사람에게 정부를 맡겨 나라를 운영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 사정은 덜렁 대통령만 뽑아 놓고 그를 악의적 적대적 환경에 방치한 채 자기가 알아서 살아남도록 방관(?)하고 있는 상태다. 마치 그것까지도 대통령 당선자의 정치력과 리더십에 달린 것인 양 말이다. 여야의 압도적 의석 차이라는 구도 아래서는 어느 대통령도 입법을 통한 공약 실천이 불가능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시행령을 통한 길뿐이다.

 

여기서 두 가지 관점을 제기하고 싶다. 하나는 제도의 문제다.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정부를 선택했으면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국회나 정부기관의 ‘틀’을 짜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에 표를 몰아주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틀’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러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경우 큰 폭의 의석 차이는 발생하지 않는다. 대개 당선자의 정당이 여당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처럼 대통령 따로, 국회의원 따로 뽑는 ‘지그재그 선거’는 대통령과 국회가 제각기 반대로 노는 결과를 초래해서 국정의 효율적인 운용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음을 우리는 충분히 목도해왔다. ‘지그재그 선거’가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전례로 볼 때 오히려 집권자의 권력 의지에 순종하는 세력의 집단적 몰표로 인해 의회를 단순한 ‘결재 도장(圖章)’으로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의 관점은 보수·우파의 정치 관전(觀戰) 태도다. 만일 오늘의 검수완박 사태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위치가 뒤바뀐 상태에서 일어났다면 좌파 지지층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좌파는 그것이 지지 국민이건 언론이건 좌파 정권에 이처럼 재빨리(?) 총구를 들이대지는 않았을 것으로 나는 본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좌파 정권의 허물과 오판에 대해 성급히 반응하지 않거나 비교적 관대하다. 때로는 눈 감거나 축소해서 본다. 우리는 그것을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언행·전과·가족사에 관대하거나 외면해온 좌파 언론과 지지 세력의 행태에서 충분히 봤다.

 

그에 비해 보수·우파는 보수 정권에 대해 가혹하리만치 객관적인 경향이 있다. 조그마한 잘못이 있어도 가차 없이 비판하고 비난한다. 그것이 민주 시민의 자질이고 보수·우파의 특징인 점도 있지만, 그 결과 보수는 단결력에서 항상 좌파에 밀렸다. 다시 말해 정치 세력으로서의 좌우 싸움에서 우파는 늘 잘난 척 보편적인 척 행세했고 그 결과 늘 자가 비판적이었고 늘 패배적이었다. 윤 당선인은 아직 취임도 안 했는데 보수·우파 사이에서는 벌써 그에게 실망했다며 ‘혀를 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문 대통령은 물러나면서도 40%를 업고 오히려 기세등등한 언행을 보이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오는 6월 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보수는 새 대통령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냐, 아니면 견제에 더 방점을 찍을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 586 운동권 수뇌부들의 언행을 보면 좌파는 이 선거에서 총집결해 보수·우파 정치를 불구화(不具化)하는 것에 집중할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그 지방선거의 대표적 마당이 교육감 선거다. 교육감 선거는 그 중요성에 비추어 정치의 사각(死角)지대에 놓여있다. 현 교육계 인사는 “오늘날 좌파 세력이 크게 자리 잡은 것은 전교조 교육 1세대인 40~50대의 이념적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비롯된 것”이라며 “교육감 자리가 또다시 전교조에게 돌아가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뽑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좌파는 5년 후 또는 10년 후 권토중래를 위해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씨앗을 심는 정신으로 임할 것인 데 반해 보수·우파는 후보의 난립이라는 난장판 위에서 ‘윤석열 효과’에 무임승차하려고 버둥대고 있다. 보수·우파는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으면서도 그것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고 좌파는 대선에서 졌지만 그 후속에서 윤 정부를 괴롭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05월 03일  국무회의도 입법정책協도 헛것…국정시스템도 뭉갠 文

 문재인 대통령 임기 종료를 6일 앞둔 2022년 5월 3일은 문 대통령이 헌법 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국정 시스템도 파괴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민주적 규범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안들에 대해, 문 대통령은 오전으로 예정됐던 국무회의를 오후 2시로 연기하면서까지 공포 절차를 서둘렀다. 대선에서 패배한 문 정권이 이렇게 ‘묻지 마 검수완박’에 나선 것은 문 대통령 임기 내 공포라는 목표 이외엔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그 내용과 입법 절차에서 모두 위헌·위법성이 선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헌법재판이 진행되겠지만, 그에 앞서 문 대통령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을 처리하는 절차에도 위헌·위법성이 심각해 보인다. 권위주의 정권과 ‘제왕적 대통령’을 거치면서 취지가 퇴색하긴 했지만, 헌법에서 국무회의는 법률안 등 국정의 중요 행위에 대한 최고 심의기구로서의 위상을 갖는다.(제88·89조) 주무부서에서 반대 의견과 함께 재의(再議) 요구가 선명하게 제기된 만큼 당연히 공포를 늦추거나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해야 한다. 법률안 공포 기간을 헌법이 ‘15일 이내’로 규정한 취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헛것으로 만들려 한다. 주무 장관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검수완박 반대 및 거부권 요청 의견을 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국무회의에 첨부 자료로만 제출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뒤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무회의는 소통이 생명” “대통령과 총리 의견이 늘 옳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국무위원들이 활발한 토론에 나서 달라”고 했는데, 이 역시 새빨간 거짓말처럼 됐다. 국가기관의 의견이 충돌할 때 당연히 개최해야 할 정부입법정책협의회도 유명무실했다. 법제처는 뒤늦게 관계부처 의견을 회신해 달라는 공문만 대검에 보냈다고 한다.

헌법상 국정 최고의 심의기구인 국무회의가 큰 타격을 입었다. 회의 시간까지 민주당에서 간섭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런 공포안에 부서하는 국무총리와 장관 처지도 딱하다. 국정 시스템을 파괴한 문 대통령의 책임이 무겁다.

문화일보  사설

 

05월 03일  민주당 ‘검수완박 폭거’ 국민이 끝까지 책임 물어야

 더불어민주당이 3일 기어이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강행 처리함으로써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저항은 갈수록 거세진다. 법조계는 ‘내용과 절차 모두 총체적 위헌·위법’이라며 반대하고, 국민 여론도 반대가 압도적이다. 지방선거가 목전인데, 신정부 출범이나 검찰 수사가 얼마나 두려우면 이렇게까지 할까. 대다수 국민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 등 현 정권 권력자들을 위한 ‘방탄법’으로 여긴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명백한 위헌”으로 규정,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이다. 전국 377개 대학 전·현직 교수 6000여 명으로 구성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도 위헌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특히, 친(親)민주당 성향의 참여연대도 경찰 불송치 사건에 대해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못 하게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공익 사건이나 사회적 약자 보호가 필요한 사건에 대해 사회적 관심의 암장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폐기를 촉구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위헌 입장을 밝힌 데 이어 한윤옥 울산지법 부장판사도 2일 현직 판사로는 처음으로 “권력자들 중대 범죄에 대해 제도적 공백을 야기하는 것”이라며 공개 반박했다.

3일 보도된 수도권 유권자 여론조사에서는 60.4%가 검수완박 강행에 반대했다.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데에는 62.1%가 찬성했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관행적으로 오후 2시에 열던 국회 본회의 시간을 오전 10시로 앞당기고, 오전에 열리던 국무회의를 오후에 열도록 하는 압박도 서슴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민주당의 시간’이었는지 몰라도 이제부터는 입법 폭거를 심판할 ‘국민의 시간’이다. 국민이 끝까지 엄중한 정치·사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문화일보  사설 

 

05.04  마지막 국무회의서 ‘자기 방탄 法’ 공포,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회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들을 의결·공포했다. 5년 임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서명한 법이 자신과 정권의 불법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법’이었다. 그는 이날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누가 우려한다는 것인가.

 

문 정권은 마지막까지 꼼수와 편법을 총동원했다. 이날 민주당은 통상 오후 2시인 본회의 개회를 오전 10시로 앞당겼다. 찬반 토론도 없이 3분 만에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청와대는 통상 오전에 열리는 국무회의를 오후로 늦췄다. 국무회의 연기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때처럼 경제·안보상 긴급한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해왔다. 국회에서 넘어온 검수완박 법안을 바로 공포하려고 ‘꼼수’를 쓴 것이다.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에 이어 ‘고무줄 회의’까지 했다.

 

법안 내용은 심각하다. 검찰의 선거·공직자 범죄 수사권이 없어져 국회의원과 정권 고위직이 득을 보게 됐다. 지금도 과부하로 문제가 있는 경찰 수사가 밀리면 국민은 피해 구제를 받기가 어려워진다. 경찰 불송치 사건에 대해 ‘고발인’이 이의 신청을 못 하게 차단한 것도 문제다. 친정권 성향인 참여연대조차 ‘공익 범죄나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에 대한 고발이 막힌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검사를 영장 청구 등 수사 주체로 보는 헌법 취지와도 어긋난다. 법원행정처는 이미 “위헌 견해가 상당히 유력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권이 마지막에 자기 비리 수사를 막는 법을 공포한 건 법치 국가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다. 울산 선거 공작은 문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8개 조직이 나서 야당 후보를 억지 수사하고 다른 후보를 매수한 사건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13명이 기소됐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은 ‘언제 폐쇄하느냐’는 문 대통령의 한 마디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 이주를 도운 이상직 의원은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에도 도리어 국회의원이 됐다. 대장동 사건은 희대의 거액 부정 사건이지만 사실상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주요 민주당 정치인들을 봐주기 위한 재판 농단이 있었다는 심각한 정황이 있지만 이 역시 수사가 없었다. 모두 문 정권이 수사를 틀어막고 뭉갠 결과다. 이제 정권이 바뀌어 검찰 수사를 더는 막지 못하게 되자 아예 도둑이 포졸을 없애는 법을 만든 것이다. 참으로 충격적인 사태다.

 

검찰 제도는 74년간 대한민국 형사 사법 체계의 골간이었다. 법치와 국민 실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본 제도인데도 토론과 숙의 없이 송두리째 뒤집혔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 많은 문제가 드러나 개선이 필요하지만 빈대를 잡는다고 집을 불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국무위원 오찬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연 정부로 평가되고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퇴임 후 자신의 안전 보장을 위해 헌정사에 오점을 남긴 정권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조선일보  사설

 

05.04  검수완박 5인방, 마지막까지 뻔뻔했다

[文 검수완박법 공포] 文·박병석·박홍근·윤호중·민형배
꼼수·편법엔 아무런 언급 없이 “최고수준 합의” “검찰욕망 제어”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후 2시 국무회의를 시작하면서 “오늘 회의는 시간을 조정해 개최하게 됐다”며 “국회에서 통과돼 정부 공포를 요청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 개혁 법안에 대해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책임 있게 심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통상 오전 10시에 여는 국무회의를 늦춘 이유가 ‘검수완박’ 법안 때문이라고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 삶과 인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무위원들은 격의 없이 토론하고 심의해 주기 바란다”고 했지만, 회의 시작부터 법안 공포 의결까지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화려한 마무리, 폭거를 국민이 지켜봤고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박병석, 윤호중, 민형배.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한 뒤 “정치권이 합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합의”라며 “이런 합의가 어느 일방에 의해 단적으로 부정당한다면 의회정치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번에 검수완박 중재안을 직접 마련했고, 국민의힘이 합의했다가 입장을 번복하자 이후엔 민주당 요구대로 법안을 상정하고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막는 ‘회기 쪼개기’도 허용했다.

 

민주당 내에서 검수완박에 드라이브를 건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스스로 중도 이탈했지만, 민주당은 끝까지 합의 정신에 충실했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박탈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조속히 보완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우선 통과는 시킨 뒤에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선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권위를 실추시킨 일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인 ‘처럼회’ 소속으로 법안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을 한 민형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검찰의 나라를 세워보려던 반사회·반민주적 ‘검은 욕망’을 이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탈당 불가피성을 이해하고 격려와 응원 보내준 분들에게 깊은 감사 인사 드린다”고 했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05월 04일  위헌 검수완박 끝내 공포, 헌재와 尹정부가 바로잡아야

 온갖 위헌·위법 요소로 점철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공포 절차를 강행함으로써 ‘검수완박 시즌1’은 일단 끝났다. 그러나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 법안을 바로잡고,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망치지 않기 위한 ‘시즌2’의 막이 곧바로 올랐다. 문 대통령이 임기 종료 직전에 법안 공포라는 대못까지 박은 상태여서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위헌 소송은 물론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제안 등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이 시작됐다.

우선,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특히 4개월 뒤인 오는 9월 4일이 법률 시행일이어서 최대한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법률 시행 이전에 엄청난 준비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하루가 급하다. 또, 국민투표에 필요한 공고기간 18일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의힘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함께 법안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憲裁)에 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내용과 절차의 위헌·위법성이 너무 선명하기 때문에 헌재는 당장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본안 심판에 착수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소속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넣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한 건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다. 전체 과정이 야당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라는 다수 헌법학자 및 법률가들의 의견을 새겨들어야 한다.

법무부·대검찰청도 곧 권한쟁의심판을 신청할 것이라고 한다. 헌법 제12조에 규정된 검사 영장청구권은 수사권을 전제한 것이기 때문에 이 둘의 분리는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한 것으로, 위헌이라는 게 압도적 다수 의견이다.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 박탈도 평등권 침해로 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운용의 묘를 살려 실질적·내용적으로 수사 공백을 메워야 한다. 개정 검찰청법에 검찰이 직접 수사 할 수 있는 범죄를 ‘경제, 부패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 범죄’로 명시한 만큼 대통령령으로 보완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도입 가능한 상설특검 설치도 적극 활용할 만하다. 검찰·경찰 등 범죄 수사 기관이 동요하지 않도록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일도 중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5월 04일  셀프 방탄법 대못 박고 새 시대 열었다는 文의 혹세무민

문재인 대통령의 3일 ‘마지막 국무회의’ 발언은 듣기 민망하다. 총체적 위헌·위법 지적이 압도적인 검수완박 관련법을 분칠하기 위해 번지르르한 말을 쏟아냈지만, 한 꺼풀만 벗기면 억지와 거짓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하지 않고 즉각 공포한 이유에 대해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적반하장이다. 본인이 그런 우려를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전(前) 정권을 수사할 때는 칭찬을 아끼지 않다가 조국 일가, 울산선거 개입 등 현 정권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검찰총장을 징계하고 수사 검사들을 사정없이 내치는 인사를 했다. 오죽하면 국민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뽑았겠나. 문 대통령이 이런 범죄 혐의들에 대한 수사를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셀프 방탄법’으로도 불린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거짓말이다. 대법원, 검찰, 대한변호사협회, 전국법학교수회 등이 국민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고 있음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당장 형사소송법의 ‘고발인 이의신청권’ 삭제 등은 헌법상 재판참여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 자체에 대해 이미 대법원조차 위헌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의 제도 개혁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금까지 직접 수사로 기소한 사건이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화했고, 정권 편향성만 부각됐다. 자치경찰제 역시 무늬만 있지 알맹이는 없고, 국가경찰 비대화 등 역주행 조짐도 보인다.

검수완박 쟁점들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비겁함과 무책임도 넘어 직무유기에 해당할 정도다. 국민 60%가량이 반대하는 국정 행위를 하려면 소신을 당당히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냥 “새로운 시대를 연 정부” 식으로 포장했다. 혹세무민 수준이다.

문화일보  사설

 

05월 04일  유엔 지침도 정면 위배한 검수완박法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TJWG) 법률분석관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들을 공포했다. 3·9 대선 후 정권 교체기에 공청회 한 번 없는 졸속 입법으로 상징되는 더불어민주당표 ‘검찰개혁’은 상식에 반할 뿐 아니라 국제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제대로 된 검찰 개혁은 검찰의 과도한 직접수사와 집권 세력의 검찰 인사 개입을 제한하되,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 처벌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을 초래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검찰의 경찰 수사 통제, 필요시 직접수사 같은 상식적 역할마저 부정한다.

이러한 빗나간 검찰 개혁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설프게 미국의 예를 들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여론을 호도하기까지 했다. 뉴욕주 검찰에서 지난 3년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금융·세금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이라는 언론 보도도 못 본 것인가? 지난 4월 22일, 드라고 코스 OECD 뇌물방지워킹그룹 의장은 한국의 성급한 검수완박 입법에 따른 반부패 수사 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서한을 법무부에 보내왔다. 한국이 1999년 비준한 OECD 뇌물방지협약에서 처벌을 규정한 외국 공무원 뇌물공여는 검찰에서 수사·기소를 맡아 왔기 때문이다.

1990년 제8차 유엔 범죄예방 및 범죄자 처우 총회에서 채택된 ‘검사의 역할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법으로 권한을 부여받은 경우, 기소뿐만 아니라 수사와 수사의 적법성 감독 등 형사절차에서 능동적 역할을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제11조) 부패, 권력남용, 중대한 인권침해 등 공무원 범죄도 마찬가지다.(제15조)

현 정부에서 부패, 권력남용 수사·기소를 막기 위해 그동안 ‘방탄 인사’ ‘검수완박’ 입법을 해 왔다면, 유엔 ‘검사의 역할에 관한 가이드라인’ 중 검찰의 직무수행 방해와 부적절한 개입 금지(제4조), 공정·공평한 절차에 따른 검사 승진 의무(제7조)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한변협, 형사소송법학회 등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단체들은 유엔 ‘법관 및 변호사의 독립성에 관한 특별보고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2018년에도 민변과 참여연대의 진정으로 이 유엔 특별보고관은 우리 정부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혐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도 유엔 특별보고관의 한국 방문을 정식 요청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검찰 개혁을 위한 종합적 권고를 구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최고사법평의회 같은 독립된 인사 기구 설치와 검찰의 수사·기소 통제를 위한 제도 개선 같은 권고까지 받아들일 경우,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내후년 총선까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할 국회에서 검수완박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친다)”이라며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대통령이 된 윤석열 당선인은 우리 국민의 상식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검찰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할 책임이 무겁다.

문화일보 

 

05.05  헌재는 文정권 안전보장 위한 검수완박 法 엄정 심판을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이라도 입법 과정이나 내용이 헌법을 위반한다면 대통령은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과 정권이 저지른 불법을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탄법’을 즉시 공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자신의 임기 만료를 불과 1주일 앞두고 벌인 일이다. 화급히 입법 대못을 박은 것이다.

 

민주당은 문 정권 방탄법을 강행하면서 “처리 안 되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고 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처벌받지 않게 하려고 만드는 법률은 평등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당연히 위헌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위헌적 법률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효력을 갖는다. 넉 달 뒤로 예정된 문 정권 방탄법 시행을 막으려면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받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한 소송들이 잇따라 헌재에 제기되고 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이 법이 국민의 형사재판 청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고 경찰이 수사한 범위에서만 기소해야 한다면 범죄 전모가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 가해자가 제대로 심판받지 않으면 피해자의 피해와 고통이 배가된다. 국민의힘도 국회 172석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의원 위장 탈당 등 편법으로 법 통과를 강행해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법무부와 검찰도 문 정권 방탄법이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 청구 권한의 전제가 되는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소송을 낼 예정이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도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견해가 상당히 유력하다”고 했다. 경찰이 무혐의 처리해도 고발인은 이의 제기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평등권 침해로 위헌이 될 수 있다.

 

지금 헌재 재판관 9명 중 8명은 문 정권에서 임명됐다. 이 가운데 5명은 민변, 우리법연구회, 인권법연구회 등 출신인 이른바 ‘좌파’ 성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이 문 정권 방탄법의 국회 상정을 막아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헌재가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동안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정권 임기 내 방탄법 처리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헌재는 문 정권 방탄법의 위헌 여부를 오로지 헌법에 따라 엄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헌재 재판관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법률가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06  거대 민주당의 새 정부 출범 방해, 앞으로 2년 계속되나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을 계속 거부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총리 없이 출범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새 정부 출범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총리 후보자 인준을 받으려면 한동훈 법무,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먼저 사퇴시키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총리와 주요 장관 없는 반쪽 내각으로 만들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노골적인 새 정부 출범 방해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대선 승리와 동시에 취임한 경우를 제외하면 총리 없이 출범한 경우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유일하다. 당시 야당이 김종필(JP) 총리 후보자 임명에 반대해 6개월간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다만 당시엔 총리 서리 제도가 있어 JP가 서리 자격으로 총리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한 후보자 인준이 이뤄지지 않으면 총리도 없고 주요 장관 제청도 이뤄지기 힘들다. 국정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다.

 

김부겸 총리는 “한 후보자가 인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김 총리가 윤 당선인 취임 후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를 제청해 준다면 추 후보자가 총리 대행을 맡을 수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계속 트집을 잡으면 총리 임명 동의안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총리는 행정 각부를 통할하면서 주요 정책을 조정하고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장관 제청과 해임 건의권도 갖는다. 내각 지휘권자인 총리를 정략적 이유로 공백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거야(巨野)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 국정이 표류하고 국민이 피해 입더라도 자기들 뜻대로 정국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넘기기로 한 기존 합의도 뒤집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기존 (원 구성) 합의는 의미가 없다. 원점에서 다시 협상하겠다”고 했다. 21대 국회의 후반부 2년도 자기들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계속 쥐고 있겠다는 뜻이다. 법사위에서 ‘위장 탈당’ 같은 꼼수를 써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했던 것처럼 향후 중대범죄수사청 등 주요 법안도 일방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중수청장 임명 방식을 자기들에 유리하게 만들고 언론 관련 법안도 밀어붙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과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줄줄이 발목 잡을 것이다. 거듭된 실정(失政)으로 대선에 지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새 정부 출범과 국정 운영을 훼방 놓는 데 몰두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이런 정당 폭주를 본 일이 없다. 다음 총선 전까지 2년간 계속 그럴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06일  새 정부 총리 표결 않는 민주당, 직무유기 넘어 국회 파괴

 윤석열 새 대통령의 임기가 4일 후인 오는 10일 시작된다. 그런데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는 더불어민주당은 6일 오전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표결 날짜조차 잡지 않았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지난 2·3일 열렸지만 아직 청문보고서 채택도 하지 않았다. 대선에서 패배해 대통령은 내줬지만, 국회에서는 여전히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국회의 책무 이행에 앞장서야 한다. 인사청문회법(제9조)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청문 경과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민주당이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찬·반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표결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직무유기는 물론 국회의 기능 자체를 파괴하는 행태나 다름없다.


더 황당한 것은, 민주당의 속셈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호영·한동훈 후보자 등이 도덕성과 자질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큰데도 임명을 강행할 경우 총리 임명동의안에 참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문 정부 마지막 날인 오는 9일로 거듭 연기했지만, 그 역시 제대로 열릴지 의문이다. 한 후보자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을 종합하면 굳이 부적격으로 판단할 만한 결정적인 것은 아직 없다. 그만큼 청문회를 통해 치열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총리 임명동의와 연계해 낙마시키려는 것은 무책임하고 반민주적인 행태다.

이렇게 되면 윤 당선인이 10일 취임해도 김부겸 총리와 당분간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정상 출범에 발목을 잡는 것은 사실상 대선 불복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한 후보자에 대해 반대한다면 당당히 투표를 해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정도이다. 윤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금리·물가 인상에 대한 대책 마련, 취임식을 전후한 북한 핵실험 재개 조짐 등 안팎의 난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발목잡기는 대선 민의 불복과 반(反)국익적 행태에 해당한다.

문화일보 사설

 

05.07  두 달 전 대선 후보가 ‘자기 방탄용’ 국회의원 출마

 지난 3·9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이재명 전 후보가 6·1 지방선거와 함께 열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인천 계양 을)에 출마하기로 했다. 이 전 후보는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도 맡아 선거판 전체를 이끄는 역할도 맡기로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에 나섰던 사람이 그로부터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정치 전면에 복귀하면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희귀한 일일 것이다.

 

과거 대선에선 실패한 후보는 한동안 현실 정치와 떨어져 있었다. 대선 패배의 모든 책임은 후보 본인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계 복귀를 계산하고 있다고 해도 상당 기간은 자숙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전 후보는 대선 패배 뒤 “모든 것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복귀론이 돌기 시작하더니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생긴 지역구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상궤를 벗어난 출마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이 전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벌어진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경기지사 시절 벌어진 법인카드 부정 사용 사건에 대한 검경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고 회기 전 체포·구금되더라도 국회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에 석방되는 불체포특권을 갖고 있다. 현재 국회 절반을 넘는 172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언제든지 이 특권을 이용할 수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로도 부족해 국회의원직을 방패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후보가 굳이 보궐선거에 나서겠다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자택이 있는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 출마하는 것이 옳다. 이곳은 대장동 현장이기도 하다. 이 전 후보는 대장동 개발을 ‘최대의 치적’이라고 해왔다. 정말 그런 것인지 지역구민들에게 심판받는 것이 떳떳하고 명분 있는 처신 아닌가. 그런데 엉뚱하게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에 출마하겠다는 것은 순전히 승산만 계산한 것이다. 이 지역구에선 지난 20여 년간 한 차례 보궐선거를 제외하고 항상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불과 두 달 전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섰던 사람이 금세 방탄용 의원직을 구한다니 혀를 차게 된다.

조선일보  사설

 

05.07  ‘문화혁명 4인방’과 ‘검수완박 5인방’

국민 분노 정권 동력 삼더니 정권 내놓게 되자 司正 무력화
文革 주도하다 毛 사망하자 “기득권 사수” 외친 4인방 연상

헌정사에서 ‘꼼수입법의 완결판’이란 비아냥을 낳은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이른바 ‘5인방’이 주도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는 회기 쪼개기 같은 꼼수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켰다. 민주당 강경파 ‘처럼회’ 소속 한 의원은 법안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까지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표결을 위해 본회의 시간을, 문재인 대통령은 법안 공포를 위해 국무회의 시간을 조정해 꼼수 입법에 마침표를 찍었다.

 

검수완박에는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했다. 그런 법안을 정권을 내놓게 된 세력이 임기 일주일을 앞두고 꼼수를 동원해 강행 처리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찾다 보니 46년 전 중국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마오쩌둥(毛澤東) 죽음 이후 그의 아내 장칭(江靑) 등 문화대혁명(문혁) ‘4인방’이 주도한 ‘기정방침(이미 결정된 방침)’ 사수 투쟁이 그것이다.

 

1949년 공산 중국을 건국한 마오는 1966년부터 문혁으로 절대 권력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런 마오가 1976년 9월 9일 세상을 떠났다. 마오의 죽음은 그와 함께 문혁을 주도한 4인방에게도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를 안겼다.

 

4인방은 필사적으로 마오쩌둥 유지(遺旨)가 담긴 문서를 찾아 헤맸다. 이들이 문건을 손에 넣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4인방은 곧 관영 매체를 동원해 ‘기정방침대로 하라’는 선전전에 나섰다. 새 권력이 ‘과거사 청산’의 시동을 걸기 전에, 죽은 마오를 내세워 방탄 막을 만들려는 꼼수였다.

 

4인방이 이런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마오는 생전에 홍위병들에게 “여러분의 반란에는 이유가 있다”며 문혁에 불을 댕겼다. 마오의 ‘조반유리(造反有理)’다. 이후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감옥에 갔다. 마오의 죽음보다, 수많은 반대자를 만들어낸 마오 권력에 대한 심판이 4인방은 두려웠을 것이다.

 

민주당 정권 5년은 어땠나. 문 대통령 취임 직후 한 언론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장 돈 봉투 만찬 사건이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대통령 지지자들의 분노가 들끓었고 이 검사장은 옷을 벗었다. 그는 561일 만에 법원에서 면직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기무사 계엄 문건이 발견됐다며 특별 수사 지시를 내린 일도 있었다. 지지자들이 “쿠데타 모의”라고 들고일어났지만, 검찰 수사 결과 ‘쿠’ 자도 찾지 못했다. 국민 분노를 자극해 권력의 동력을 얻는 한국판 조반유리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더니 민주당은 정권을 내놓게 되자 서둘러 검찰의 정치인, 선거 사범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수완박을 꼼수로 밀어붙였다. 심판의 칼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 ‘기정방침’ 꼼수극을 벌였던 문혁 4인방과 닮았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을 없애도 한국식 FBI(중대범죄수사청)를 만들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중수청 설치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검찰에 한시적으로 부여한 2대 범죄(경제·부패) 수사도 부실해질 게 자명하다. 곧 권한을 내놓아야 할 일에 전력을 다하는 조직은 드물다. 자기들에게 불리한 국가 기능 작동을 ‘보류(hold)’ 하거나 ‘방치’(no action)해 무력화한 것이다.

 

20년 집권론’을 내세운 민주당 당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압승하자 “국민 명령을 완수해야 한다”며 이른바 ‘개혁 입법’ 추진을 외쳤다. 그와 가까운 한 인사는 “다시는 압도적 과반 의석을 얻기 어렵다고 보고 정권 임기 중 쟁점 입법 처리를 재촉한 것”이라고 했다. 마오 사후 4인방의 권력 사수 투쟁은 28일 만에 중국 신권력에 의해 실패로 끝났다. 며칠 후 정권을 내놓는 민주당 5인방이 꼼수로 밀어붙인 기득권 사수전의 결말이 궁금하다.

조선일보  최경운 기자

 

05.09  뭐든지 마음대로, 마치 민주당이 정권 잡은 듯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두 달 전 대선에서 승리한 게 어느 쪽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1987년 체제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이 반성하고 자숙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목소리를 높이며 국정을 휘젓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비롯, 법무, 보건복지, 국토교통, 행정안전,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고 선언했다. 청문 보고서를 채택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회 임명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총리 후보자를 인질 삼아 자신들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을 낙마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이대로라면 윤석열 정부는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해준 단 네 명의 장관만으로 출범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총리, 장관들과 당분간 공존해야 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정부가 내각 구성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박탈에 따라 그 기능을 대신 떠맡게 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도 새 정부가 아닌 자신들이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국회 영향권 아래 두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처리하면서 한국형 FBI가 될 중수청 설치를 논의할 사법개혁특위 구성안도 단독으로 의결했다. 특위에서 중수청장 임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국회 의석이 가장 많은 정당에 위원 수를 많이 주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중수청장을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검수완박으로 74년 된 사법제도를 제멋대로 허문 데 이어 이를 대체할 새 기구도 자신들 마음대로 쥐락펴락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올 6월부터 시작되는 21대 국회 후반기 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했던 당초 합의를 뒤집고 법사위원장직을 계속 자신들이 맡겠다고 한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이 기존 법률체계와 충돌하는 점이 없는지 최종 심사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이런 상원으로서 기능 때문에 역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국회의장직을 보유하면 소수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상호 견제하도록 해왔다. 민주당은 이런 관례를 깨고 아무 장애물 없이 국회에서 일방 독주를 이어가려 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은 내각, 사법 기구, 국회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삼권을 모두 자기들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하고 있다. 국민은 두 달 전 윤석열 당선인을 선택해서 앞으로 5년간의 국정을 맡겼다. 그런데 민주당은 2년 전 치러진 총선 때 얻은 의석을 무기 삼아 각종 꼼수를 동원해가며 자신들이 계속 집권 세력으로 군림하려 하고 있다. 명백한 대선 불복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5월 09일  尹정부 출범일까지 내각 구성 못하게 막는 민주당 만행

 10일 오전 0시 임기가 시작되는 윤석열 정부는 내각도 구성하지 못한 채 출범하게 됐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횡포가 결정적 요인이다. 9일 오전까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 한화진 환경, 이정식 고용노동, 이종섭 국방 등 5명에 불과하다. 청문회가 진작 끝난 외교, 행정안전, 국토교통, 보건복지, 문화체육관광, 해양수산, 농림축산식품 등 7명의 장관 후보자는 아직 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았다.

한동훈 법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9일 겨우 열렸고, 여성가족·중소벤처기업·통일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신정부 출범 후 열린다. 당분간 정상적 국무회의가 불가능하다. 국무회의를 열려면 20명(대통령·총리 포함)의 국무위원 중 11명 이상 참석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청문회를 마친 5명의 경과보고서를 9일까지 송부해 달라고 재요청했다. 유사시 이들을 임명해 윤 대통령을 포함해 11명이라도 충족시키겠다는 뜻일 것이다.

야당이 되는 민주당은 윤 정부 정책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내각 구성에는 협조하는 게 옳다. 그것이 대선 민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저런 핑계로 청문회 자체도 정부 출범 이후에 여는 것은 정치적 만행일 뿐이다. 화급한 국정 현안이 산적한데, 정부가 비틀거리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문화일보 사설 

 

05.10  검찰 피해서 경찰 수사 받으면 더 안전할까

“정권 스무 명 감옥간다”며 검수완박 입법한 민주당
경찰 수사력이 검찰보다 떨어진다 여겼다면 오판
내심 분개한 경찰, 최강의 수사인력 투입할 것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공포 후 이틀 후인 5일 서울 서초동 반포대로에서 바라본 서울중앙지검(오른쪽)과 서울고검의 모습. /연합뉴스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공포한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 부족으로 검찰 개혁이 요구된 것은 사실이다. 과거 검찰이 고위 공직자나 재벌 총수 등을 수사할 때 정권의 주문에 따라 적당히 봐주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죄가 없는 사람도 죄가 나올 때까지 파헤쳐 반드시 ‘한 건’ 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많은 국민이 아직 지우지 못하고 있다. 후자는 검사의 공명심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취임사에서 “별건 수사를 하지 말자”고 다짐한 검찰총장도 있었는데 이번 검수완박에도 또 포함된 것을 보면 그 폐습이 아직도 남아있는 모양이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재발했던 피의자의 자살 사건은 검찰이 “인권 수호자”라는 교과서적 역할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은 검찰의 과도한 권력 행사 억제 못지않게 죄지은 자를 봐주는 일 없이 엄정하게 처벌하는 것도 검찰 개혁의 과제라고 생각하는데, 검수완박은 무리한 수사를 막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2년 전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법원의 제동으로 실패했을 때 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과 함께 검수완박을 추진하면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했다. 이번에 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양향자 의원에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꼼수를 쓰는 데 협조를 부탁하면서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문재인 정권 사람 스무 명이 감옥에 간다”는 경솔한 말도 하지 말아야 했다. 무리한 검수완박 추진이 오로지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으로 비치게 만들었고, 죄가 있다고 자복하는 셈이 되었다.

 

온갖 무리수를 다 동원해서 이룩한 검수완박이 과연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감옥에 가지 않게 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검찰의 수사는 받을 수 없고, 경찰 또는 새로 만들어질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를 받겠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계산에서 나온 것일까? 집권 세력의 주문이 있으면 죄 있는 자를 봐주기도 하고 죄 없는 자도 죄인을 만들기도 하는 게 검찰뿐이고 경찰은 그러지 않는다는 확신이라도 있는 것일까? 헌법이 검찰에만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을 준 것은 과잉 수사로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은 경찰이 더 크다고 본 것 같은데 경찰 수사를 받는 게 과연 유리할까?

 

경찰의 수사력이 검찰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 그것도 오판이다. 경찰청장이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해 회의적 발언을 한 검찰에 대해서 유감을 표시했다는데, 말은 안 해도 검찰을 피해서 경찰의 수사를 받겠다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내심 더 분개하고 있지는 않을까? 경찰이 분발해서 최강의 수사 인력을 투입할 것 같은데….

 

경찰은 폭력이나 절도 같은 치안 유지 중심 수사에 치중해 왔기 때문에 새로 넘겨받을 6대 중대 범죄 수사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조금은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 지난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늘어난 수사 업무 때문에 이미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일이 더 늘어나면 경찰은 당연히 증원을 요청할 것이고 지금까지 그 일을 담당하던 인력을 일과 함께 넘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은 물론이다.

 

중수청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 때처럼 수사에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장으로 앉히는 등 중수청의 역량을 최대한 떨어뜨려 보려고 시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공수처 같은 미니 기관을 만드는 것과 현재 검사 2100명을 포함해서 검찰 인력 1만400명이 담당하고 있는 중대 범죄 수사를 모두 담당할 기관을 만드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 그 일을 담당해 오던 사람들을 놀릴 수도 해고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재정 당국은 당연히 일과 함께 인력과 예산은 같이 넘기라고 할 것이다. 기관의 이름과 장을 바꾼다고 조직의 실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수사 역량 손실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말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내려 주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 새 정부는 수사 인력과 예산의 차질 없는 이관을 미리미리 준비해서 이 나라 검경의 수사 역량이 일시적으로라도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05월 10일  한동훈의 올바른 법치 인식과 민주당 의원 저질 코미디

우여곡절 끝에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9일 오전 10시부터 10일 새벽 3시30분까지 장시간 이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 후보자 청문회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 정권 ‘인사 보복’의 대표적 피해자라는 점에서, 그리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입법에 선명하게 반대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핵심은 법무장관으로서의 역량, 검수완박 논쟁, 딸 문제를 포함한 도덕성 논란 등 세 가지였다.

한 후보자의 기본 인식은 법치 행정을 총괄할 장관으로서 지극히 올바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 후보자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만큼이나 있는 죄를 덮는 것도 안 된다”고 밝혔다. 성남FC, 대장동 특혜 등 이재명 전 경기지사 관련 수사 질문에 “누구를 막론하고 죄가 있다면 처벌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검수완박에 대해선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 처벌을 어렵게 한다”고 당당히 밝혔다. 한 후보자 딸과 관련된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해소됐으며 심각한 추가 문제점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민주당 일부 의원의 질의는 그대로 옮겨놓으면 ‘저질 코미디’가 될 정도로 엉터리였다. 특히 민주당 초선 강경파 의원들, 이른바 ‘처럼회’ 소속 인사들 행태가 심각했다. 최강욱 의원은 노트북 50대 기증자를 “한 아무개”라며 한 후보자 딸로 주장했지만, ‘한국쓰리엠’ 기업을 오인했다. 자료에 영리법인으로 나와 있음에도 그랬다.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의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썼다”고 공격했는데, ‘이 모(某) 교수’를 잘못 읽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배 의원이 “딸이 2만 시간 봉사활동을 했다고 한다. 5년간 매일 10시간을 봉사해야 한다”고 따지자 한 후보자는 “본인이 아니라 단체가 했다고 나온다”고 반박했다. 이수진 의원은 자신의 지적을 잘 새기겠다는 한 후보자의 답변에 “비꼬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문화일보  사설

  

05.11 한국 ‘검찰 없애기’ vs 영국 ‘경찰 힘빼기’

英 ‘수사·기소 분리’ 10년 준비…
협력·견제로 범죄 잡고 인권 보호
‘검수완박’ 18일만에 만든 민주당
경찰도 수사 잘하면 없앨 텐가

 범죄 수사와 기소를 어떤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담당하는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오랜 세월 자리 잡은 형사사법 시스템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크게 뜯어고쳐야 하는 일도 생긴다. 한국과 영국은 서로 정반대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뤄왔다. 영국이 ‘경찰 힘빼기’였다면 한국은 ‘검찰 없애기’라고 볼 수 있다.

 

1986년 영국의 형사사법 시스템 개혁은 ‘경찰 힘빼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영국에서는 1820년대부터 경찰이 수사와 기소를 모두 전담해왔다. 검찰은 아예 없었다. 경찰이 수사와 기소를 150년간 독점하면서 강압 수사와 무리한 기소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1970년대 ‘콘페이트 살해’ 사건에서 영국 경찰은 10대 청소년 3명이 자백했다며 기소했고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진범은 따로 있었다. 지적 능력이 4세 수준으로 글을 읽고 쓸 줄도 모르는 소년에게 경찰이 가혹 행위로 거짓 자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피해자 사망 시점을 마음대로 추정해 놓고 당시 다른 곳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까지 있는 미성년자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이다. 3년 만에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경찰의 수사·기소 독점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10년간 개혁 방안을 숙고했다.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와 왕립위원회가 가동됐다.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인권침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6년간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4년간 더 검토해 관련 법을 만들었다. 경찰에는 수사권만 남기고 기소권은 새로 만든 국립기소청에 넘기게 했다. 두 기관이 범죄자를 처벌하는 데는 적극 협력하되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서로 견제하라는 것이었다. 그 뒤로도 영국은 제도를 계속 보완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검찰 없애기’를 납득하기 힘든 방식으로 밀어붙였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임기 만료 1주일 전에 해치웠다. 건국 이후 74년간 유지해온 형사사법 시스템을 허무는 입법을 불과 18일 만에 강행 처리한 것이다. 겉모습만 마치 영국처럼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는 검찰이 맡는 방향으로 됐다. 그러나 목적은 범죄를 제대로 잡고 인권을 보장하려는 것이 전혀 아니다. 애초 검수완박은 민주당이 문 정권의 불법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몰아내려고 불쑥 꺼낸 것이었다.

 

문 정권 임기 만료 직전에 검수완박이 다시 추진된 이유는 누구나 알고 있다. “법률 처리 안 되면 문재인 청와대 20명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이 민주당에서 나왔다. 경찰 출신 민주당 의원은 “검찰에서 수사 기능을 분리하면 검찰의 수사권은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이미 일에 치이고 있어 수사권을 다 넘겨받는다 해도 감당할 수 없을 테니 문 정권의 불법은 묻힐 수 있다고 미리 주판을 놓아본 것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만 처벌받지 않도록 하려는 법률은 평등과 정의를 파괴하는 악법이다. 검수완박이 위헌이라는 소송들이 줄줄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권이 교체됐지만 국회는 여전히 민주당이 잡고 있다. 검찰에 남은 부패·경제 범죄 수사권까지 1년 6개월 안에 다 없애려는 검수완박 2라운드를 민주당이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어떤 법률도 통과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로 법률을 확정시키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에 묻고 싶다. 만약 경찰이 제대로 수사해 문 정권의 불법을 밝혀낸다면 어떻게 하겠나. 경찰 수사권도 다 빼앗는 법률까지 만들 텐가. 민주당 국회에선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조선일보  금원섭 논설위원 

 

05월 11일  尹, 정치를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박민 논설위원

文정부 5년 사회 극단적 분열
국민 신뢰 확보가 유일한 해법
자신에게 추상같이 엄격해야

國政서 겸손·균형감 유지하되
목적 불분명한 협치 명분으로
민주주의 파괴 범죄 용납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의 시간이 시작됐다. 출발 여건은 최악이다. 경제적으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의 경고등이 켜졌다. 북한 김정은은 새로운 핵실험까지 예고하고 있다.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여의도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만만치 않다. 문 전 대통령의 반성 없는 자화자찬과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는 공정과 상식, 민주주의와 국가 정체성을 파괴한 지난 5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의 심판을 받은 대선 후보 이재명과 전임 당 대표 송영길이 2개월 만에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것은 대선 불복을 넘어 협치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다. 이들은 퇴출될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변할 생각도 없지만 변할 능력도 없다.

이런 상황을 알고도 대선 출마를 선택한 것은 윤 대통령 자신이다. 5년간 보장된 권한만큼 책임도 오롯이 윤 대통령의 몫이다. 해법은 외길이다.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국민의 지지로 민주당을 압박해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고 그 성과로 2년 후 총선에서 여소야대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험난한 길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우리 사회는 극단적으로 분열됐다. 이념과 세대, 지역과 성별의 벽은 웬만한 처방으로는 치유불능이다. 막판까지 40%대를 유지한 문 전 대통령 지지율과 0.73%P에 그친 대선 득표율 격차는 고착화할 수 있다. 명분과 성과에 상관없이 지지를 바꾸지 않을 국민이 80%대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분열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첫 번째 길은 자신에 대한 추상같은 엄격함이다. 인사와 정책 결정, 비리 의혹 등 국정 전반에 대해 ‘법률적으로 문제없다’ ‘과거의 관행이다’는 등의 아전인수식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내로남불은 신뢰 상실의 첩경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랬다’거나 ‘문재인 정부와 무조건 반대로 한다’는 식의 소극적·퇴행적 사고는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1기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공세를 편다고 사퇴할 필요는 없지만, 윤 대통령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 국무위원은 윤 대통령의 부하이기 이전에 국민의 공복이다.

두 번째는 겸손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 참여 선언 370일 만에, 대선 출마 선언 253일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국 정치를 대표하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바친 세월과 고난의 무게에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꽃가마를 탄 것도 아니고 결정적 신세를 진 정치인도 없다. 굳이 꼽으라면 1등 공신은 윤핵관이 아니라 문재인, 조국, 추미애다. 그런 윤 대통령에게 정치는 만만하고 정치인은 하찮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양 김조차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을 정도로 대한민국 국정은 복잡하고 어렵다. 윤 대통령은 소신을 내세우기에 앞서 소통에 힘써야 한다. 소통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과 무관하다. 소통은 경청하는 것이다. 입장과 처지가 다른 사람의 말을 마음을 열고 듣는 것이다. 양 김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지들도 봉황 문양 앞에서 바른말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 당선을 능력의 인정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세 번째는 균형 감각이다. 중도와 반대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정 운영에서 이념과 세대, 지역과 성별에 따른 치우침을 보여선 안 된다. 기업의 활력을 북돋울 때는 노동자의 사회 안전망을 챙겨야 한다. 이대남의 병역 문제를 배려할 때는 이대녀의 구조적·관행적 차별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압축 성장을 해온 우리 사회에서 뒤처진 국민에게 능력주의의 잣대만을 들이대는 것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네 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도 불분명한 협치를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법치를 농락한 범죄와 타협해선 안 된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이나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은 정상국가에선 탄핵 대상이다. 정치와 권력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단죄해야 한다.

새 정부의 성패는 초기 100일에 결정된다지만 윤석열 정부는 서둘러선 안 된다. 꾸준히 일관되게 원칙을 지켜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현재의 정치구도에서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국정 운영은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문화일보 

 
 

05.12  ‘반쪽 내각’도 못 채우게 가로막는 민주당, 민생은 안중에 없나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관련해 “며칠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큰 발목을 잡는 것처럼 정략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총리를 지냈다. 그런 사람의 인준을 막는 것이 정략 아니면 무언가.

 

민주당은 최근 한 후보자를 비롯해 한동훈 법무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호영·한동훈 후보자 등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결과적으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에 참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자신들이 표적으로 삼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지명 철회가 없으면 총리 후보자 인준을 부결하겠다는 것이다. 총리 인준이 되지 않으면 새 정부는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김부겸 총리까지 “한 후보자가 인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결국 새 정부가 총리 없이 출범하는 비정상적 사태를 만들고야 말았다.

 

국회 168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 민주당은 못 할 일이 없다. 그 횡포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은 했어도 제대로 국무회의조차 열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임명된 장관은 7명으로 국무회의 개의와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다. 12일 코로나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국무회의에는 전임 문재인 정부 소속 장관들이 참여해야 할 판이다. 11일 열린 새 정부 첫 코로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도 본부장인 총리는 물론 1차장과 2차장인 보건복지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돼 방역 수장 부재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민주당의 몽니로 국민 피해로 직결되는 시급한 민생 현안들마저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도 늦어지고 있어 열흘 앞으로 다가온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준비 역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을 놓고 경쟁했다고 해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야당은 일단 새 정부가 일할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어느 정도 협조하는 게 그간의 정치적 상례였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그런 상식과 도리가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들의 안전 보장 문제 때문에 이런다는 것을 국민이 다 알아가고 있다. 어떤 술수와 방책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민주당의 상식 회복을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12일  ‘방탄 출마’ 이재명을 선거 사령탑 내세운 민주당 오만

선거 승리는 정당의 가장 큰 목표다. 두 달 전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런 당위를 모를 리 없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을 다시 지방선거 전국 사령탑에 추대한 것을 민주당 밖에서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더욱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당으로 변모해 집권 경쟁을 하면서 국가와 정치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12일 후보 등록이 시작된 전국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임하는 민주당 모습은 이런 국민 기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민주당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자는 이 고문 본인과 송영길 전 대표일 것이다. 그런데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가 됐고, 이 후보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가 된 데 이어 11일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맡았다. 이런 모양새 자체도 문제지만, 이 고문 언행은 국민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 고문의 출마는 대장동·변호사비·성남FC·법인카드 등 여러 의혹 수사에 대비한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쏟아진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이 후보를 피의자로 적시하기도 했다. 대장동 원주민들은 이 후보를 배임·도시개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미 많은 구체적 물증과 증언이 나왔는데도 이 후보는 “방탄, 방탄하는데 물도 안 든 물총이 두렵겠냐”면서 “인생을 살면서 부당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인천 계양을은, 성남시장과 경지지사를 지낸 이 고문과는 정치적 연고가 없지만, 송 전 대표가 5선을 기록하는 등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구다. 선거 승리에 헌신하려 한다면 이른바 ‘험지’ 출마라도 하는 게 타당하다. 계양을 출마는 전국 판세는 물론 국민 생각과도 괴리가 있는 오만한 모습이다. 무조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불체포 특권을 누리고, 나아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비치는 이유다. 그러나 국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05.13  오거돈 사건 판박이 민주당 박완주 성범죄, 보좌진들 “더 있다”

 민주당이 보좌진에 대한 성범죄 의혹으로 당 정책위의장, 원내수석 등을 지낸 3선 박완주 의원을 제명했다. 민주당은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상세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고 했지만 긴급 비대위를 열어 제명을 의결하고 국회 차원의 징계까지 요청한 상황으로 보면 심각한 사안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작년 12월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기간 동안 철저히 은폐됐을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부하 직원에 대한 성범죄도 총선 직전에 벌어졌지만 완벽히 은폐했다. 이런 사건은 정당의 도덕성에 관련된 문제로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다음에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또 은폐할 것이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 지역 보좌관은 부하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김 의원도 2차 가해에 가담했다”며 당 젠더폭력센터에 신고했다고 한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최근 온라인 회의 중 공개적으로 성적인 발언을 한 뒤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최 의원 발언 논란 이후 많은 제보가 들어왔는데 성희롱성 발언은 물론 더 큰 성적 비위 문제도 제보받았다”며 “어쩌다 우리 당이 이 정도가 됐나 싶을 정도로 민망하고 또 실망이 크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의원·지사·시장 등의 성범죄는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빈발하고 있다. 작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 전 시장의 성범죄 때문에 치러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수감돼 있다. 이외에도 보좌진, 지역위원장 등의 성범죄 혐의 논란이 각지에서 끊이지 않는다. 여성들의 권익에 앞장서는 정당임을 자처하면서 뒤로는 지난 수년간 여성의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는 일을 수시로 해왔다. 이런 2차 가해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앞장섰다. 박원순, 박완주는 물론이고 박원순을 옹호한 사람들도 대부분 운동권 출신이다. 민주당 운동권들은 어떤 잘못을 해도 도리어 화를 내거나 잘못을 은폐하고 ‘조직 논리’를 앞세워 피해자에 집단적 2차 가해를 했다. 그러다 불리하면 돌연 “반성한다”고 한다. 누가 연극이라고 보지 않겠나.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민주당 의원들은 박 전 시장을 “맑은 분” “뜻을 잇겠다”고 칭송하고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며 모욕했다. 작년 보궐선거에선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고쳐서 후보를 냈다. 가해자를 옹호하고, 진심으로는 전혀 반성하지 않으니 민주당 내 성범죄가 계속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13  이상직 2년 만에 당선 무효, 文 가족 관련 의혹 밝혀져야

▲이상직 전 의원.

 

민주당 출신 이상직 의원이 12일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씨는 자기 회사인 이스타항공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공금을 이용해 선거구민들에게 선물을 돌렸다. 총선 당시에는 민주당 당내 경선 여론조사와 관련해 당원들에게 거짓 응답을 권유하고 본인의 전과 관련 허위 내용을 선거 공보물에 넣었다. 선거를 돈과 속임수로 농단한 이씨의 범죄 사실은 오래전에 드러났는데도 2년이나 의원을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씨는 선거법과 별개로 이스타항공과 계열사에서 55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올해 초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인데도 검찰이 1년간 수사를 뭉갰다. 이씨는 “나는 불사조”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주겠다”며 큰소리쳤다. 자신의 비리가 언론 취재와 보도로 드러나자 ‘가짜 뉴스’로 몰면서 징벌적 손해배상법 추진으로 언론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씨가 마치 치외법권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 것은 문재인 청와대가 뒷배가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씨는 문 전 대통령 딸 가족이 2018년 갑자기 태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도왔다. 문 전 대통령 사위는 이씨가 지급 보증한 현지 기업에 취직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런 이씨에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장,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시켰다. 지난 총선에선 각종 의혹이 있는데도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까지 만들어줬다. 이런 특혜가 문 전 대통령 딸 가족 해외 이주와 무관하다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나. 뇌물 의혹까지 나왔지만 문 전 대통령은 한마디 말도 없었다.

 

문 전 대통령은 본인과 정권이 저지른 불법을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을 임기 만료 불과 1주일 전 공포했다. 그러나 진실을 영원히 덮을 수는 없다.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사실은 모두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13  최강욱 또 성희롱 의혹… 다른 의원 性추행도 불거졌다

당내에서 제기된 성비위 4가지는…

민주당보좌진협의회는 박완주 의원의 성 범죄 사건과 ‘제명’이 알려진 12일 입장문을 통해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문제가 불거진 이후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며 당 차원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민보협은 박 의원 사건 역시 관련 제보가 들어왔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정책위의장이던 지난해 7월 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3선 중진인 박 의원은 12일 성비위 의혹으로 당에서 제명됐다. /국회사진기자단

 

◇①박완주 의원 성비위

박완주 의원의 성 범죄 사건은 지난해 12월쯤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대선 운동이 한창 진행될 때다. 피해자 측은 당초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박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며 공론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의원 주변에서는 그간 피해자를 설득하면서 사건을 ‘묻고 가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사건 발생 뒤 피해자의 사직서를 만들어 ‘대리 서명’을 해 국회 사무처에 제출하라는 지시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지난달에야 민주당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당 윤리감찰단이 박 의원과 피해자 측 조사를 진행했는데, 박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구체적 해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제명 처분이 난 이날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당 관계자는 “피해자 측이 민·형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박 의원이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운동권 출신인 박 의원은 19대부터 내리 3선을 하며 원내대변인·원내수석·정책위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 의원은 이날로 무소속 의원 신분이 됐다. 민주당은 추가로 박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 제명이 알려지자, 박 의원이 과거 민주당 내 성폭력 사건이 불거졌을 때마다 앞장서서 진상 규명과 반성을 주장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던 발언이 다시 소환됐다.

 

박 의원은 2020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대해 페이스북에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성추행 의혹을 있는 사실 그대로 냉정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우리 사회는 지도층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단호해야 한다”며 “그래야 이번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해 비판을 받은 데 대해서도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지 않았던 부끄러운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범죄가 드러났을 때도 페이스북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 것이 한탄스럽고 죄송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②최강욱 의원 추가 성희롱 발언 의혹

최강욱 의원은 지난달 28일 민주당 내 법사위 소속 의원·보좌진이 참석한 온라인 화상 회의에서 동료 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으로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된 상태다. 그런데 이 사건 외에 또 다른 성희롱 발언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시스

 

이날 한 언론은 최 의원이 지난달 28일의 성희롱 발언이 있기 이틀 전인 26일에도 국회 법사위 회의 대기 중에 동료 의원을 지칭하며 성적인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최 의원이 다른 의원들과 여성 보좌진, 당직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여성 보좌진들의 외모를 품평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추가 성희롱 의혹에 대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날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 의원은 “목적을 가진 공작이 아닌지 의심한다”며 “주요 법안 처리와 청문회, 선거를 앞둔 당의 입장을 생각해 묵묵히 모욕과 비난을 감수해 왔지만 이젠 도저히 인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고 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악의가 느껴지는 날조”라며 “한 번 재미를 보았으니 계속해서 이참에 숨통을 끊겠다는 뜻인가”라고도 했다. 자신에 대한 성희롱 의혹 제기와 당에 접수되는 제보·신고가 모두 ‘날조’라는 것이다.

 

◇③김원이 의원실의 ‘2차가해’ 의혹

김원이 의원실 보좌관의 성폭행 사건도 다시 거론됐다. 김원이 의원의 전 보좌관이 지난 1월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는데, 피해자가 김 의원의 측근들로부터 합의를 종용받는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다는 보도가 이날 나온 것이다. 피해자는 김 의원실 보좌진으로부터 “왜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렸느냐”는 취지로 비난을 받았고, 또 다른 보좌진은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선 증인을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김 의원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김 의원은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날 보도가 나오자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의원은 “가해자와 당사자는 물론 저의 대처를 포함한 문제까지 윤리감찰단의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며 “조사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심려를 끼쳐 거듭 죄송하다”고 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그동안 사건이 조용히 덮이길 기대하다가 문제가 커지자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 얘기 하듯 말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④재선 A의원 성비위 의혹

이날 한 언론은 민주당이 A의원의 성 비위 혐의 사건을 접수하고 진상 파악을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A의원의 구체적인 성 비위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A의원은 보도가 나온 지 4시간여 뒤 입장문을 통해 “중앙당에서 내 비위와 관련한 사항을 접수한 바 없으며 보도 내용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온종일 계속된 민주당 의원의 성폭력 사건 소식에, 민주당 지도부는 머리를 숙였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성비위가 터질 때마다 강도 높은 쇄신을 강조했지만 또 한번 ‘성비위 정당’이라는 오명을 자초한 셈이기 때문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방송에서 “이런 사건이 또다시 발생해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는 이날 예정했던 지방선거 서울 출정식을 취소하고, 대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안희정 전 충남지사(2018년 3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2020년 4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2020년 7월) 등이 성 추문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지속되는 당내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며 “당내 제명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로 수사기관 의뢰 등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장태수 선대위 대변인은 “민주당의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며 국회의원직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김경화 기자

 

05월 13일  이번엔 ‘3선 박완주’ 性범죄…민주당 불치병 됐다

최강욱 의원(비례대표)의 ‘짤짤이’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당 요직을 두루 지낸 박완주(충남 천안을) 의원의 성(性)범죄 파문이 더불어민주당을 덮쳤다. 박 의원은 대표적 586세대 정치인이고, 당 요직을 두루 역임한 3선 중진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특히, 자신의 보좌관인 피해자를 강제 퇴직시키려 한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문제 발생 이후 대응은 더욱 충격적이다. 최근 몇 년 동안만 해도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유사 사태가 빈발했고, 그때마다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공허한 쇼에 그친 셈이다. 이제는 고질병도 넘어 불치병을 의심할 단계가 됐다.


민주당은 12일 박 의원에 대해 당원에서 제명(출당)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 정도면 자세한 경위를 밝히면서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죄부터 했어야 할 텐데, 비공개 회의에서 처리하고 이제 당원이 아니므로 민주당과 상관 없다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최소한 의원직 제명에 앞장서는 의지라도 보였어야 했다. 그런 미온적 태도로는 당내 성범죄를 뿌리 뽑기 힘들다. 이미 또 다른 성 비위 주장, 최강욱 의원의 다른 성희롱성 발언 주장 등도 나온다.

박 의원 경우는 죄질이 아주 나쁘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 계기는 대선과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측은 대선 악영향을 우려해 박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며 공론화하지 않았지만, 박 의원은 사직서를 만들어 ‘대리 서명’을 해 국회 사무처에 제출을 지시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공문서 위조에도 해당한다. 피해자는 지난달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주당은 12일까지 쉬쉬했다. 당 차원에서 알고도 은폐하거나 무마를 시도한 사실이 없는지도 밝혀야 한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더 큰 성적 비위’도 제보되고 있다고 한다. 2∼3명의 의원이 추가로 거론된다. 김원이(전남 목포) 의원 지역사무실 성폭행 사건과 관련, “김 의원도 2차 가해에 가담했다”는 피해자 신고가 당에 접수됐다고 한다. 민보협은 “어쩌다 당이 이 정도가 됐나 싶을 정도로 민망하고 또 실망이 크다”고 개탄했다. 당 문화가 성범죄를 키우는 공범으로도 비칠 지경이다. 실제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비하하고, 성범죄자를 “맑은 분”이라고 옹호한 적도 있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20∼30대 여성 지지도가 높다며 안도한다. 6·1 지방선거에서부터 국민이 회초리를 들지 않으면 성추행 본색이 바뀌기는 어렵다.

문화일보  사설 

 

05월 13일  상식 회복 요원한 민주당

 조성진 디지털콘텐츠부 차장

제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을 둘러싸고 여의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7월 여야가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서 맡기로 합의했지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재협상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법상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협상의 법적 주체는 현재의 원내대표라며 지난해 합의는 “월권”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합의의 당사자였던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합의는 참고 사항”이라며 박 원내대표를 두둔했다.

민주당이 약속이나 합의를 번복하는 게 낯선 일은 아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도했다.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으로 맞섰고, ‘위장정당’이라고 맹비난하던 민주당은 의석수에서 뒤질 게 확실시되자 슬며시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실무를 맡았던 인물이 당시 사무총장이던 윤 비대위원장이다. 2020년 12월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개정해 야당의 ‘비토권’을 빼앗았다. 법을 제정하면서 야당이 반대하는 인물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던 민주당은 1년 만에 이를 뒤집었다. 백미(白眉)는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을 때 만든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었으나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를 거쳐 이를 개정했다. ‘책임 정치’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누가 봐도 명백한 퇴보였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반성론이 대두했다. 이재명 상임고문은 “국민주권 의지가 제대로 정치에 반영될 수 있게 위성정당을 불가하게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위성정당이라는 기상천외한 편법으로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실제 한 번 작동도 못 해보고 후퇴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낙연 상임고문이 사퇴한 서울 종로와 이규민 의원이 당선무효형을 받은 경기 안성의 국회의원 재·보선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정당혁신추진위원회를 꾸려 여러 정치 개혁안도 발표했다. 선거용 눈속임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도 했다. 그러나 빈말이었고 반성은 딱 대선까지였다.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 임기 중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마치기 위해 ‘위장 탈당’이라는 기상천외한 ‘꼼수’를 창조했다.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무소속으로 변신해 야당 몫인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을 꿰찼다.

거대 야당은 법사위원장 재논의라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면서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를 국민의힘이 먼저 파기했다며 책임을 돌린다. 21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면서 내놓은 논리도 뒤집었다. 당시 민주당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원래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라고 한다. 대선 패배 후에도 편법, 억지 주장을 반복하는 민주당의 모습이 놀랍지는 않다. 관성이 너무 강해 핸들을 돌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문화일보

 

05.13  성비위 온상 된 민주당, 민심의 회초리 맞을 것

3선 박완주 성비위로 제명…엄정 수사해야

최강욱 발언도 어물쩍 넘기는 등 구태 반복

 

더불어민주당의 성추문이 또다시 불거졌다. 이번엔 원내수석·정책위의장 등 요직을 거친 3선 박완주 의원이 여성 보좌진에게 성비위를 저지른 혐의로 제명당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의 충격적인 성 추문이 국민을 경악시킨 게 엊그제다. 민주당 기초단체장과 시·군 의원 차원으로 내려가면 두 달에 한 건씩 성비위가 터졌다는 집계도 있다. 민주당이 168석 의석에 도취해 성비위의 온상이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게다가 민주당은 성비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진상을 은폐하고 무마하려 한 의혹을 사 왔다. 성비위 자체도 문제지만 잘못을 묻고 넘어가려 한 고질적인 대처 방식이 더 문제다. 이번 사건도 지난해 말 터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처가 내려진 것부터 수상쩍다. 피해자가 신고했음에도 당 차원에서 대응을 미루거나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는지 규명돼야 할 것이다. 박 의원에 대한 제재도 제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국회의원직을 박탈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2차 가해 예방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당은 이 사건이 공개되기 직전인 최근에도 잇따라 터진 성비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국민의 공분을 사 왔다. 최강욱 의원이 온라인 회의 도중 여성 보좌진 앞에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는데도 발뺌으로 일관하다 사과 한 번으로 어물쩍 넘어갔다. 동료 여직원을 성폭행한 김원이 의원의 전 보좌관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게다가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민보협)에 따르면 최강욱 의원의 발언 이후 차마 공개하기 민망한 성희롱성 발언들이 민보협에 잇따라 제보됐고 ‘박완주 사건’보다 더 큰 성적 비위도 제보됐다고 하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민주당은 즉각 민보협이 제보받은 성비위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

 

민주당은 성비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젠더폭력신고센터 설치 등 ‘특단의 조치’를 약속했지만 말뿐이었고, 행동은 오히려 거꾸로였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로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헌을 바꿔 가며 후보를 냈고, 피해 여성을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는 등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독선적인 선민의식과 비뚤어진 성의식을 뼈아프게 반성하는 대신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위기를 모면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런 정당이 지금도 20,30대 여성들을 ‘개딸’이라 부르며 여권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선전하고 있으니 참담한 일이다.

이제 민주당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시험대에 섰다. 성비위 엄벌과 진심 어린 반성이란 공당의 책임을 또다시 방기한다면 민심의 매서운 회초리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05.14  성범죄 일상화 정당이 국회 장악하고 입법 폭주 중

▲박지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 ⓒ News1 이재명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성범죄는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의 핵심 정치인이 필설로 옮기기 힘든 성범죄를 저질렀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성범죄가 거의 일상화 수준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완주 의원의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은 그나마 수술 중이지만 국민의힘은 숨기는 중”이라고 다른 당 비난을 시작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박 위원장 견해에 공감한다”고 했다. 사과도 하지 않았다. 다른 지도부도 일제히 입을 닫았다. 숱한 성범죄로 비판받고서도 바뀐 게 없다.

 

이번 사건은 작년 12월 발생한 후 다섯 달이나 은폐돼 있었다. 지난달 피해 신고 이후에도 민주당은 숨겼다. 박 의원은 피해자의 사직서를 만들어 대리 서명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고의적으로 은폐·무마하려 했던 것인지 밝혀야 한다. 또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보좌관의 부하 직원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짤짤이’ 거짓말을 한 최강욱 의원에 대해서도 다른 의혹이 나왔다. 그런데 제대로 진상 조사도 하지 않는다. 근본적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도 않은 채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여성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선거에서 여성 표도 많이 얻었다. 하지만 이 정권 실제 모습은 ‘페미’와는 정반대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부하 여직원을 상대로 한 성범죄로 구속되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외에도 미투 논란에 휩싸이거나 여성 비하 팟캐스트 출연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시의원은 식당 종업원을 성추행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부르며 2차 가해에 앞장섰다. 가해자인 박 전 시장을 ‘맑은 분’이라고 감쌌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쳤던 문 대통령은 끝까지 침묵했다. 오거돈 전 시장 범죄는 총선 때까지 은폐했고 수사·재판도 1년 넘게 끌었다. 위안부 할머니를 앞세워 자기 배를 불렸다는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잔혹한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 했다.

 

성범죄에 연루된 인사 상당수는 운동권 출신이다. 이 성범죄를 비호하는 인사도 대부분 운동권이다. 놀랍게도 그중 적지 않은 수가 여성 의원이다. 이들은 잘못이 드러나면 되레 화를 내고 떼 지어 피해자를 공격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고통스럽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더니 하루 만에 낯빛을 바꿨다. 반성한다면서 오히려 남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여성을 보호하는 ‘페미 정당’이라는 말이라도 하지 말았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17일  급기야 국회를 민주당 하부기관 만들려는 反민주주의

 국회의장은 관례적으로 다수당 소속 의원 중에서 선출되지만, 선출 후에는 당적을 버려야 한다. 이 규범은 1960년 4·19 이후 집권한 민주당이 도입했고, 5·16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에서 없어졌지만,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국회법 개정으로 부활됐다. 국회의장이 특정 정당의 편에 서지 말고 공정한 사회자로서 민의를 수렴해야 한다는, 의회주의 안전판이다. 민주화 이후에는 국회의장을 마지막 공직으로 해 최선을 다하고 현실 정치에서 떠나는 관행도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대통령 하명’에 당당히 맞서면서 입법부 위상을 수호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역대 민주당 정권이 만들고 지키려 했던 이런 민주적 장치를 민주당이 앞장서서 깨뜨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김두관·안민석 의원 등은 16일 의원회관에서 ‘국회의장 후보를 당원 손으로 뽑자’는 주제로 당원 간담회를 주최했다. 참석한 당원은 대부분 지난달부터 ‘노(No) 수박’ 서명 운동을 벌이는 ‘밭갈이운동본부’ 소속이라고 한다. 당내 중도·온건 인사들을 ‘겉과 속 색깔이 다른 수박’으로 조롱하면서 퇴출시키자는 취지로 보인다. 이들은 “민주당 정체성이 분명한 국회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면서 “의원 투표로 선출하는 관행을 바꿔 당원 직접 투표를 의장 선출에 반영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들에게 휘둘린다는 것이다. ‘수박’으로 의심받는 5선 김진표 의원조차 16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서 “검찰공화국으로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 운영을 막아내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썼다. 조정식 의원은 전날 아예 기자회견을 열어 “윤 정권에 맞서는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국회”라면서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를 민주당 하부기관으로 삼겠다는 의미 아닌가.

문재인 정권 들어 대법원 코드화가 심각하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에 기용되는 등 이미 삼권분립이 크게 훼손됐다. 게다가 민주당은 예산 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오고,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기로 한 약속을 파기하려 하며, 중대범죄수사청장도 다수당에서 임명하겠다고 한다. 국회를 대(對)정부 투쟁의 도구이자 진지로 삼겠다는 행태다. 이미 ‘의회 독재’라는 표현이 일상화하는데, 그렇게 되면 의회도 민주주의도 무너진다.

문화일보  사설

 

05.18  “민주당, 선거 져야 산다”“이재명 의원돼야 윤 대통령 득”

이재명 방탄 출마 논란 인천 계양을

강찬호 논설위원

대선 패배 두 달여 만에 민주당 이재명 전 후보가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물론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 같은 ‘문파(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도 이 후보의 출마를 맹공하며,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와 윤형선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지원에 나섰다. 반면 이재명 후보 측은 “이 후보는 이미 민주당의 실질적인 지도자”라며 “그가 원내에 진입해야 정국이 안정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움직임을 들여다봤다.

친문조직 ‘깨시민’, 국힘 지지 올인
정성호 “이재명, 실질적 야당 리더”
유세 현장에선 이재명 조직 압도적

#1. 이재명 저격 나선 열혈 문파

 

깨시연은 지난 3월 1일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윤석열 지지 선언’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엔 윤석열 후보도 참석해 연설했다. 대표 이민구 씨는 골수 문파였으나 3·9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폭로한 데 이어 6·1 지방선거에서도 ‘이재명 저격수’로 나섰다. 특히 이 후보 부인의 법인카드 횡령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공무원 A씨가 김은혜 후보 지원에 나서도록 막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문파였지만 ‘이재명 저격수’로 나선 이민구 깨시민 대표가 3·9대선 때 제작한 윤석열 후보 지지 포스터를 옆에 놓고 인터뷰하고 있다. 포스터엔 윤 후보가 깨시연 측에 감사의 뜻으로 적은 친필 사인이 담겨있다. 강찬호 기자

 

▷이재명 후보 ‘저격’에 나선 이유는.

“지금의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망해야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그래서 난 일찌감치 김은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경기지사가 ‘이재명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걸 탈환해 이재명 지사 시절 비리를 낱낱이 심판해야 한다. 또 성남시도 이재명이 거쳐 간 곳이니 국민의힘 신상진 후보를 지원하고, 계양을도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를 도울 것이다. 당초엔 ‘이재명도 인간인데…’란 생각에 설마 하기도 했는데, 정말 계양을에 출마하는 걸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골수 ‘문파’인데 왜 이 후보 낙선 운동에 나서나.

“『이재명 엑스파일』이란 책을 썼을 만큼 그를 잘 안다. 원래는 좋게 봤는데 2016년 총선 때 ‘형수 욕설’ 파일이 공개되고 2017년 대선 경선에서 그의 언행을 보면서 ‘이 사람은 안 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형수 욕설은 곁가지고, 이 후보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의 절차적 정당성을 죄다 짓밟아 당은 물론 진보 전체를 궤멸시킨 것이다. 이재명 대신 건설적인 진보가 나타나야 한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전략은?

“이 후보 부인의 법인카드 의혹을 폭로한 전직 경기도 공무원 A씨가 19일 개시될 선거운동 기간 중 김은혜 후보 유세 지원에 나설 것 같다. 우리 쪽에서 A씨에게 ‘도와달라’고 청했더니 그는 ‘어떻게 도와드려야 되겠느냐’라고 답했다. 도와주겠다는 뜻이 확인된 거다. 조만간 A 씨와 김 후보 측의 만남을 주선할 것이다. 김 후보 측도 A씨가 공익제보자인 만큼 거취를 긍정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A씨가 유세에 나서면 처음 베일을 벗는 것이다. 이 지사 재직 시절 피부로 겪은 비리들을 생생히 알릴 것이다.”

 

▷문파인데도 3·1 절에 ‘윤석열 지지 집회’를 열었고, 윤 후보가 연설해 화제가 됐다.

“3·1절에 앞서 집회 계획을 윤석열 캠프에 전했다. 그러자 당일 아침 윤 후보로부터 문자가 왔다. ‘점심 먹자’는 거였다. 그날 동작구에서 오전 유세를 마친 윤 후보와 정오에 현충원 인근 한식당에서 만났다. 윤 후보에게 ‘우리 깨시연은 빨강(국민의힘)과 파랑(민주) 진영 논리를 깨고 나라를 위해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니 윤 후보는 내게 ‘오후 3시에 집회 연다면서요?’라고 묻더라. ‘맞다’고 하자 윤 후보는 ‘제가 가겠습니다’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 식사도 못 하고 바로 집회장에 뛰어가 윤 후보가 연설할 수 있게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일반 집회’로 신고가 돼 있어 윤 후보가 연단에 못 선다는 거다. 그래서 집회장 뒤편에 윤 후보 유세 트럭을 대고 거기서 연설하라고 했다. 참석자들이 등만 돌리면 연설을 들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성사됐다. 여담인데 윤 후보와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뭔가.

“온라인에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사랑’ 카페가 있다. 회원이 9만명에 달한다. 이 카페의 성장을 나와 깨시연이 도와줬다. 윤 후보가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3·1절 날 식당에서 나랑 마주 앉자마자 ‘와이프 팬카페 만드는 걸 도와줘 고맙다’며 사인을 해주더라. (윤 대통령 취임식도 초청받았나?) 그렇다. 취임식을 앞두고 비서실에서 내게 전화를 해왔다. ‘당선인이 선생님 챙기라고 하셨습니다’고 하더라.”

 

#2. “이재명이 총탄 두렵겠나 …”

‘이재명계 의원들의 좌장’으로 불려온 정성호 의원은 “이 후보의 계양을 출마가 논란이다”는 질문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는데 무슨 얘기를 하겠나”고 일축했다. “이재명 출마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했다.

 

▷이 후보의 계양을 전격 출마는 ‘방탄용’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정도 되는 사람이 무슨 총탄을 두려워하겠나. 오히려 이 후보가 원내에 들어가는 게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될 거다. (왜 그런가?) 이재명이 국회 밖에 있으면 대통령에게도 별로 안 좋다. 야당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이재명인데, 그가 원내에 있어야 책임도 물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서로 대화하기도 편할 것이고.”

 

▷이재명계 좌장인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조건 없이 인준 표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내 개인적 의견이다. 새 정부가 일할 수 있게 해 줄 건 해주고,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하지 않나.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우리 당을 어떻게 볼지 생각하면 답은 분명한 거 아닌가. 다만, 내가 이재명계 좌장이란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니 그런 표현 쓰지 말라.”

 

▷이재명 후보의 입장도 같은가.

“그 이슈로 이 후보와 얘기한 적은 없지만, 그도 기본적으로 그런 것(입장)이 있을 것이다. 이재명은 현실적인 사람이고 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자’는 입장이다.”

 

▷이 후보의 당선 전략은 뭔가.

“대선 후보였다는 생각은 접고 지역구 의원 후보로서 낮은 자세로 뛰어야 한다. 나나 의원들이 유세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계양을 선거 운동 현장에서 이 후보의 유세는 물량과 조직에서 압도적이란 평을 듣고 있다. 14일 오전 계양구 대안 빌딩에서 열린 이 후보 사무실 개소식은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버스 수십 대가 인근 골목마다 주차한 모습이 목격됐다고 국민의힘 관계자가 전했다. 전국의 이재명 후보 지지 조직이 개소식에 맞춰 계양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계양의 대표적인 도로인 경명대로 일대엔 50m 간격으로 ‘(이재명 후보가) 계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는 청색 현수막이 풍선 다발과 함께 하룻밤 사이에 걸렸는데 수백개에 달했다. 조직의 규모가 대단하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상현 6·1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계양 현지에서 이 후보를 지원하는 이들은 주민이 아닌 외지 사람들”이라며 “외부인들이 주도하는 유세 방식에 계양 주민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당이 ‘동네 의사 선생님’ 윤형선 후보를 공천한 이유”라고 말했다.

 

윤형선 후보는 1961년 충남에서 출생해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뒤 25년 가까이 계양구에서 내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그는 “이 후보가 연고가 전무한 계양에 출마한 속셈을 주민들이 다 알아 민심은 내게 유리하다. 세 명 중 한명 꼴인 호남 출신 주민들도 20%는 이 후보에 등을 돌린 것 같다. 골수 호남 향우회장 한 분이 내게 ‘평생 민주당만 찍어왔고 3·9 대선도 이재명 찍었지만 6·1 보선에선 절대 안 찍겠다’고 하더라. 다른 호남 출신 주민들도 ‘해도 너무한다. 계양이 호구냐’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2016년 총선 때 제3당(국민의당) 후보로 25%를 득표한 최원식 전 의원이 나를 도와줄 뜻을 밝혔고, ‘이재명 저격수’ 영화배우 김부선 씨도 지원 유세를 두 번 오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5.18  국회의장 후보가 중립 내치고 ‘민주당 정신’ 외치다니

▲오는 24일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 도전하는 김진표 의원(왼쪽)과 조정식 의원. 김 의원이 조 의원보다 16살 많지만 선수는 5선으로 같다. 연합뉴스

 

김진표·조정식 등 “민주당 위해 일하겠다”

본분 잃은 것…의장은 정당 아닌 국회 대표

 

국회의장이 무소속인 건 20년 된 제도다. 공정성·중립성을 위해서다. 당시 이만섭 국회의장은 “의사봉을 두드릴 때 한 번은 여당을, 또 한 번은 야당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국민을 본다”고 했다. 그게 국회의장으로서 바른 자세다.

 

그 후에도 국회의장의 국회 운영을 두고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근에도 박병석 국회의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도운 일이 있었다. 그렇더라도 대개 겉으로는 여야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곤 했다.

 

이번 민주당의 차기 국회의장 선출 과정은 ‘국회의장 무소속’ 정신에 반하는 듯해 대단히 걱정스럽다. 현재 5선 김진표(75)·이상민(65)·조정식(59) 의원과 4선 우상호(60)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고 한두 명이 더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이 “민주당을 위해 일하겠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통상 의장은 선수(選數)나 연령을 감안해 조율해서 정했다. 하지만 이번엔 경선을 하는데, 계파 대결 양상이라고 한다. 의장 경선이 아니라 원내대표 경선이라도 되는 양 발언 수위가 높다.

 

김진표 의원은 “민주당은 국회를 통해 꿈과 희망을 이뤄 나가야 한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사법 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국정 독주를 해 나가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는 일이 국회 다수당인 우리 민주당의 사명이고 운명”이라고 했다. 실제 김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 때 법제사법위에 투입된 뒤 최연장자란 이유로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아 당시 야당의 심의권을 봉쇄하는 일을 했다.

 

조정식 의원도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회”라며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나는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정신을 근본에 두고 국회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도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반하는 길로 가지 않도록 국회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모두 국회의장의 공정성·중립성에 반하는 발언들이다. 신임 의장이 이끌 후반기 국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경험해 보지 못한 강력한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다. 민주당은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겠다던 지난해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회 권력으로 윤 대통령의 행정부 권력에 맞서겠다고 벼른다. 이런 마당에 의장이 167석의 ‘친정’ 편만 들면 사실상 국회 의결을 필요로 하는 국정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 그걸 의도하는 건가.

 

의장 후보들이나 민주당 의원 모두 국회법을 읽어보길 권한다. 제10조에 ‘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고 돼 있다. 의장은 특정 정당이 아닌 국회의 대표다.

중앙일보  사설

 

05월 18일  “민주당 대변” 국회의장은 헌법 배반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제21대 국회가 이제 반환점에 왔다. 4년 임기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는 2년을 주기로 의장단과 상임위원회의 구성원이 바뀌게 된다. 이번 국회도 새 의장을 선출해야 하는 시기다. 이번 국회는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및 부의장 1인과 함께 전체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그동안의 관행을 깨 버렸다.

이번 국회의 후반기 의장도 관례에 따라 다수당에서 선출된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내 국회의장 후보 경쟁에 나선 인사들은 “윤석열 정권에 맞서는” 역할을 내세웠다. 그리고 당내에서는 국회의장 후보를 당원이 직접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국회의 국민 대표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헌법은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눠 권한을 배분하고 있다. 이 중 입법권은 국회에 위임하고 있다.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은 보통·평등·비밀·직접선거로 선출한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직접 국회의원을 선출하므로 국회를 민주적으로 정당화된 국민의 대표기관이라고 한다.

국회의 조직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며 임의로 형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회는 헌법상 부여받은 과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자율권에 근거해 조직해야 한다. 헌법에 따라 행정부의 수반은 대통령이고, 사법부의 수장은 대법원장이며, 입법부인 국회를 대표하는 수장은 국회의장이다. 국회의장은 다른 국가기관 및 국민과의 관계에서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하는 국회 조직이다.

국회의장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대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정당제 민주주의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인식됐다. 그래서 1960년 의원내각제 정부에서는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했다. 이는 제3공화국에서 폐지됐다가 2002년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부활했다. 국회의장에게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것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회를 공정하게 운영해야 하는 책무 때문이다.

 

국회가 다수당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은 국민의 선택이란 점에서 헌법질서를 벗어나지 않는 한 문제를 지적하긴 어렵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다수의 결정을 따르지만, 소수의 의사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소수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다수의 의사나 다수의 결정이 결코 정당성이나 정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는 정치의 중심이고 민의의 전당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회는 헌법에 따라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의원으로 구성되고, 민주적으로 정당화된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전체로서의 국회만이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다. 국회의장은 헌법기관으로,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 국회의 대표이며 입법부의 수장이다. 국회의장은 전체로서의 국회를 대표한다.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는 소속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게 하여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국회를 공정하게 운영하라는 헌법의 요청이다. 국회의장 후보를 당원 투표로 뽑겠다는 것은 국회의 조직을 정당 임의로 형성하겠다는 것으로, 반민주적이며 위헌적인 발상이다.

문화일보

 

05월 18일  한동훈 법무, 검수완박 실질적 무효화에 최선 다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조국 전 법무장관 등 문재인 정권 권력 실세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를 하다 네 차례 좌천을 거듭한 한동훈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사코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은 강행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코미디 같은 행태가 돋보였던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면 결정적 흠결은 없고, 오히려 올바른 법치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 장관은 일단 법무장관 적임자로 보인다. 취임사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한 장관은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라고 했다. 임기 종료를 며칠 앞두고 위헌적 검수완박법을 온갖 편법·위법적 방법으로 처리한 민주당과 문 전 대통령이 새겨들을 말이다.

한 장관 앞의 시급한 과제는, 검수완박으로 전 정권이 무너뜨린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복원이다. 검수완박의 무효화를 위한 헌법재판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9월 시행되기 전까지라도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문재인 전 대통령·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관련된 수사에 최선을 다하도록 검찰 인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문 정권은 권력 비리 관련 수사 검사들을 대거 지방·한직으로 내쫓고, 주요 보직에 친정권 성향 검사들을 앉히는 식으로 검찰 조직을 철저히 망가뜨렸다. 그러고도 불안했는지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을 추진, 그 과정에서 검찰총장이 물러나고 고검장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 지도부 공백 상태다.

이와 병행해, 한 장관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헌법이 규정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침해해 내용도 위헌이고, 국회 처리 과정의 편법적 사보임, 위장 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 무력화 등 절차의 불법 소지도 다분하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즉각 공포한 임시 국무회의 절차에도 불법성이 심각하다. 법제처가 지난 3일 형소법 개정안 공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앞두고 대검 등 51개 관계 부처에 검토 시간으로 불과 48분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의 재의 요구 묵살과 관련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5.19  ‘깜깜이 교육감, 무투표 구의원’ 엉터리 선거 이번으로 끝내야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출력인쇄업체에서 관계자가 6·1 경기도교육감선거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교육감 선거의 문제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 3사가 지난 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응답자 중 무려 70% 정도가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가 “없다”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현직 교육감이 출마한 지역(서울 60.6%, 인천 78.8%)도 별 차이가 없었다. 시도지사 선거의 경우 이 비율이 20% 안팎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교육감 선거에 나온 사람들이 누군지, 어떤 사람들인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교육감은 57만여 명의 교직원과 교육청 직원 인사권을 갖고 17개 시도 합쳐 한해 82조원의 예산을 다루는 막중한 자리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는 유독 깜깜이 선거다. 공약은커녕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 때문에 정당 공천도 못 하니 보수든 진보든 후보가 난립·분열하고 단일화가 승부에 직결된다. 이런 선거가 어떤 의미가 있나. 선거구가 크니 후보 1인당 평균 11억원이 넘는 선거비를 지출하고 그 비용을 후보 개인이 책임지다 보니 당선 후에도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어떻게 ‘교육’이란 글자를 붙이나.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교육감 선출 방식을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제, 대통령이나 시도지사 임명제로 바꾸자는 의견이 많다. 굳이 직선제를 고집하려면 차라리 정당 공천으로 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 바꾸든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구의원 선거 폐단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373명을 뽑는 서울시 구의원 선거에서 투표 없이 당선된 구의원이 107명이다. 서울시 구의원 3분의 1 정도가 무투표 당선이다. 2018년 선거와 비교하면 13배나 늘어났다. 경쟁률도 1.4대1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도 시·군·구 기초의원 387명(비례 포함)이 무투표 당선돼 이런 기초의원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절로 든다. 이 역시 대부분 유권자가 이들이 누군지도 모른다. 이런 엉터리 선거가 없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교육감 선출 방식, 구의원 선거 제도에 대한 개선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4년 후 지방선거에서도 교육감 선거와 기초의원 선거를 지금 방식대로 치르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이런 불합리를 고치는 것이 진짜 개혁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19  74년 된 형사법 뒤엎으며 “48분 안에 의견 내라” 했다니

 문재인 정권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직전 정부 내 관련 부처에 불과 48분을 주면서 검토 의견을 내라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자구 수정도 아니고 건국 이후 74년간 유지해온 형사법 체계를 뒤엎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겨우 48분 안에 의견을 내라는 것은 사실상 어떤 의견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견 제출 요청을 받은 부처 51개 가운데 50개는 아무 의견도 내지 않았다. 검찰만 마감 시간을 넘겨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당했다. 법무부가 검찰 의견을 받고도 거부권 관련 심사를 법제처에 의뢰하지 않은 것이다. 문 정권은 ‘거부권 행사 의견이 없다’며 법률을 그대로 공포했다. 반대 의견이 있는데도 없다고 한 것이다. 이런 식의 막무가내 입법은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해도 너무 했다는 말이 나온다.

 

문 정권의 검수완박 법률은 입법 단계마다 법과 상식이 요구하는 절차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민주당은 법률을 발의하면서 정식 투표 없이 박수로 통과시켰다. 반대하는 의원들이 의견을 표시할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 국회 안건조정위도 최장 90일간 가동하면서 여야 간 의견 수렴을 하게 돼 있지만 민주당이 불과 17분 만에 끝냈다. 위장 탈당 등 편법도 서슴지 않았다. 30일 동안 법안을 검토할 수 있는 법사위에서도 8분 만에 표결을 마쳤다. 국민 의견을 듣는 공청회 한 번 없었다. 국회 본회의도 6분 만에 통과시켰다. 찬반 토론조차 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도 민주당이 오전에 통과시킨 법률을 그날 오후 바로 공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오로지 자신과 정권이 저지른 불법을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하려고 임기 만료 1주일 전에 검수완박 법률로 입법 대못을 박았다. 도리와 염치를 아는 정치인이라면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할 법률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에 남은 부패·경제 범죄 수사권도 1년 6개월 안에 모두 없애겠다는 검수완박 2라운드를 이미 시작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선 이보다 더한 일도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19일  “개딸에 환호 민주당, 슈퍼챗에 춤추는 유튜버 같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광주 서구을)이 18일 SNS에 올린 ‘복당 신청을 철회합니다’ 입장문은 야당 현실을 정확히 짚고 있다. 양 의원은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상무까지 된 입지전적 인물로, 2016년 당시 문재인 대표가 ‘정말 뛰어난 광주의 딸’이라며 영입했다. 그런 양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은 제가 입당했던 당이 아니다. 민주도 혁신도 없이 일사불란하게만 움직이는 군대 같다”면서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172명 의원 전원이 발의한 사례를 들었다.

양 의원은 586 용퇴를 외친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가 한 달 만에 정계 복귀해 연고도 없는 지역 국회의원에 출마하며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는 ‘기이한 모습’을 적시하면서, 두 사람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강욱·김남국 의원 등이 주도하는 ‘처럼회’에 대해 “극단적·교조적 인식을 주는 세력은 외연 확대의 걸림돌”이라 했고, “극단적·교조적 지지층도 민주당 외연 확장을 막는 독”이라고 했다. 특히 “지금 개딸(개혁의 딸,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강력히 지지하는 2030세대 여성)에 환호하는 민주당 모습은 슈퍼챗에 춤추는 유튜버 같다”고 했다. 크리에이티브 유튜버 지원 시스템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정당이 강성 지지층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는 통렬한 비판이다.

양 의원은 지난해 8월 보좌진의 성 추문에 책임을 지고 탈당했다가 지난해 말 어느 정도 소명되면서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 양 의원을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보임하는 ‘꼼수’로 검수완박법을 처리하려 했다. 양 의원이 검수완박법에 반대하자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을 통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다. 이후 양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양 의원 고언(苦言)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민주당 미래가 좌우된다.

문화일보  사설 

 

05.19  국회의장이 ‘민주당 당의장’ 뽑기인가

강찬호 논설위원

“내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 “국회의장이 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겠다.” “의장이 되면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겠다.”

 

국회의장 후보로 나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국회의장 경선이 민주당 당의장을 뽑는 자리인가. 국회의장은 당파를 초월해 여야를 조율하고 타협을 도출하는 중책 중 중책이다. 의장이 되는 순간 당적을 정리하고 무소속이 되는 이유다. 그런 자리의 의미와 무게를 민주당 최고참 의원들인 후보들이 철저히 짓밟고 있다.

네 후보 중 셋이 당내 충성 경쟁
당권 장악한 이재명계 눈치보기
‘미스터 쓴소리’ 이상민만 중립

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를 이끈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의장의 진면목을 보여준 이로 평가된다. 경제5법·노동개혁법 등을 직권상정하라는 여당의 요청을 거부하고 여야 합의로 처리되게끔 했다. 분노한 박근혜 청와대는 “이러시면 재미없습니다”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지만 정 전 의장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야당이던 민주당에도 “의장의 도리를 하고 있으니 당신들도 정부에 협력할 건 협력하라”고 압박해 타협을 끌어냈다.

 

18일 필자와 통화한 정 전 의장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틈만 나면 ‘국회의장은 중립이 생명이다. 한쪽당 편을 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는 ‘민주당 편 확실히 들 사람을 국회의장 시키겠다’라니 기가 막히다”고 했다.

 

국회의장은 의회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란 점에선 대통령보다도 중요한 자리다. 그 자리의 격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현저히 추락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정세균 전 의장을 문재인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에 앉혀 국회의장의 위신 실추에 앞장섰다. 정의화 전 의장은 “당시 정세균에 전화해 ‘앞서 국회의장을 한 사람으로 하는 얘기인데, 삼권분립의 상징인 의장이 대통령 밑 총리로 들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고 했더니 ‘고사하고 있습니다’고 답하길래 ‘다행입니다’하고 끊었는데 엿새 뒤 총리직을 맡더라. 허탈했다”고 회고했다.

 

정세균 의장 다음 국회 수장이 된 문희상(전)·박병석 의장도 결정적 고비마다 여당인 민주당에 끌려다녀 국회의장의 위상을 계속 떨어뜨렸다. 문 전 의장은 민주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배제한 채 군소정당들과만 밀어붙인 ‘4+1’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줬다. 정의화 전 의장은 “문 의장이 민주당에 ‘여야 합의안 갖고 와야 상정하겠다’고 버텼다면 제1야당이 빠진 선거법 개정이란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병석 현 의장도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의장의 책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여야 동수(3대3)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원회를 민주당이 ‘탈당’ 꼼수로 4대2로 만들고, 회기 쪼개기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종료시킨 데 제동을 걸어야 할 소임을 방기해 국회의장 흑역사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그 박 의장도 29일 2년 임기를 마치고, 민주당 의원 가운데 후임 의장이 선출된다. 5선 김진표·이상민·조정식 의원과 4선 우상호 의원이 4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상민 의원 외에 전원이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팽개치고 ‘대 윤석열 정부 투쟁’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후보들이 민주당을 장악한 ‘이재명 세력’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한 탓이란 게 중론이다. 167석 중 70~90명으로 추산되는 친명(이재명)계 의원들의 표가 승부를 가를 터인 데다 10만 명 넘게 입당했다는 ‘개딸’(2030 이재명 지지 여성) 등 친명 강성 당원들의 입김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거다.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본부장급 중책을 맡았던 우상호·조정식 의원이 친명계의 지원 속에 선두로 떠오른 이유다.

 

반면 당내 최다선이자 최고령(75세) 의원으로 예전 같으면 무난히 국회의장이 됐을 김진표 의원은 2018년 8·25 전당대회 당시 여배우 스캔들 등을 이유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탈당을 촉구한 과거 때문에 친명들의 공격을 받으며 고전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세력’이 비대위 구성과 지방선거 공천에 이어 국회의장 선출까지 좌지우지한다”는 한숨이 나오지만, 친명 당원들이 두려워선지 대놓고 반발하는 목소리는 없다.

 

국회의장을 한다면서 국회 아닌 민주당에 충성하겠다는 궤변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 후보들 가운데 이상민 의원만 바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의장이 되면 특정 정파에 좌우되지 않고 여야의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수를 합치면 19선에 달하는 4명 후보 가운데 이 의원 한 명이나마 국회의장의 덕목에 부합하는 행보를 하는 걸 위안 삼아야 하나. 참담하기 그지없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05.20  바이든 논란, 민영화 괴담, 5·18 참배 폄하, 이해 못 할 야권 행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8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서 '전기 ,수도, 공항 ,철도 민영화 반대' 피켓 들고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유튜브 황기자TV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2일 방한 중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밝힌 면담 일정을 공식 부인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 대북 특사설에 대해서도 “어떤 논의도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이달 초 “문 대통령 퇴임 후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자는 요청이 들어와 장소와 형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특사를 맡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사실과 달랐다.

 

문 전 대통령 퇴임 전 두 사람 면담 얘기가 오갔을 수는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막 출범한 상황에서 전·현직 정상이 만나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정해지지도 않은 일을 청와대 비서관이 불쑥 공개한 것 자체가 경솔했다. 미 대통령이 한국 전직 대통령을 특사로 지명한다는 것도 상식 밖이다. 한국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어떻게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되나.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의 존재감을 높이려고 이런 말들을 흘린 것이란 의구심이 든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전기·수도·공항·철도 등 민영화에 반대한다. 같이 싸워 달라”고 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도 “국민 저항 운동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방침을 밝힌 적이 없다. 공약에도 없다. 인수위가 한국전력의 전기 판매 구조 문제를 지적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개인적으로 신공항 사업을 위한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 의견을 밝힌 것을 침소봉대한 것이다. 설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도 경영권은 여전히 공사가 갖고 있는데 어떻게 민영화인가. 지방선거가 불리해지자 광우병 같은 억지 괴담을 만들어 정치 선동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까지 폄하했다. 참석하지 않아도, 참석해도 비난만 한다.

 

양향자 의원은 민주당 복당 신청을 철회하면서 “지금 민주당은 민주도 혁신도 없는 일사불란한 군대 같다”고 했다. 또 “‘개딸’(개혁의 딸·2030 여성 지지층)에 환호하는 모습은 수퍼챗에 춤추는 유튜버 같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돼버렸다”고 했다. 이재명 위원장이 “‘개딸’은 세계사적 정치 현상”이라고 추켜세우고,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에 출마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많은 국민들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만 듣고 상식 밖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정당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20일  난데없는 ‘민영화 괴담’ 민주당 또 혹세무민 나섰나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열흘 남짓 앞두고 난데없는 공기업 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19일 “전기, 수도, 공항, 철도 등 민영화 반대”라는 SNS 글을 게재했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도 “국민 저항운동을 시작한다”고 불을 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동참하고, 인터넷에는 ‘전기·수도요금 10배’ ‘맹장 수술 3000만 원’ 등의 자극적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에 정권을 뒤흔들었던 ‘뇌송송 구멍탁’ 광우병 괴담을 연상케 한다.

우선, 출범 10일을 갓 넘긴 윤석열 정부가 그런 민영화 계획을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근거 없는 선전·선동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민영화를 검토한 적도 없다”고 확실하게 밝혔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인수위가 한전의 전기 판매 구조를 지적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신공항 사업을 위한 인천공항공사 지분 일부 매각 검토 가능성을 밝힌 것을 침소봉대하는 것이다.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해 노조 등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재명·송영길 당선돼 민영화 막아주세요’ 등의 댓글도 쏟아진다.

둘째, 민영화 자체를 무조건 ‘악마화’하는 것도 문제다. 공공 서비스에 민간 효율을 접목하거나 민간 자본을 동원하는 것은, 그 정도와 방법이 문제일 뿐 필요한 일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공공기관 부채가 사상 최대치인 583조 원으로 늘어나는 등 공공 분야의 방만과 비효율은 임계점을 넘었다. 한전은 지난 1분기에만 7조78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공기관 개혁은 미루기 어렵다. 그 방편 가운데 하나가 민영화인 것은 독일 등 사례가 증명한다. 지난 5년 집권했던 민주당이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앞장서서 검토해야 할 일이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규정된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고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일임을 알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5.21  김남국, 이수진, 박완주... 요즘 가장 부끄러운 정치인은 누구일까?

[서민의 문파타파]
지역구 망신시킨 국회의원들
6·1 선거 잘해야 하는 진짜 이유

한국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건 ‘국가 망신’이다.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을 대표해 입법 활동을 하는 사람들. 따라서 한 의원의 부적절한 행동은 해당 지역 주민들을 크게 실망시킨다.

 

 일러스트=유현호

 

#. 김남국 의원

“안녕하세요. 안산 단원을 김남국 의원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하기 전에 꼭 하는 말이다.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을 대표해 활동하는 사람,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이렇게 하니 이걸 가지고 그를 탓할 건 아니다. 문제는 김남국이 하는 발언들이 국민의 한숨을 자아내게 하는 것들이란 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주 열렸던 한동훈 법무장관 청문회를 보자.

 

김남국: (한동훈 후보자의 딸이) 이 논문을 1저자로 썼습니다. 이모하고 같이.

한동훈: 누구와 같이 썼다고요?

김남국: 이모하고요, 이모.

한동훈: 제 딸이요?

 

알고 보니 이모는 ‘이모 교수’를 김남국이 착각한 것, 이 발언으로 인해 한동훈 청문회는 봉숭아학당이 됐다. 개그맨이자 유튜버인 최국은 다음과 같이 푸념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우리는 이제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울적할 때마다 ‘이모’ 장면을 반복해 보다가, 갑자기 그의 지역구 생각이 났다. ‘안산 단원을 주민들도 나처럼 편안히 웃을 수 있을까?’ 2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노영민이 반포 집을 놔둔 채 지역구인 청주의 아파트를 팔았을 때, 김남국은 이렇게 말했다.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그 말을 그에게 돌려준다.

 

#. 민형배 의원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킬 때 뚫어야 할 관문 중 하나가 안건조정위원회였다. 국회는 특정 법안에 대해 여야 합의가 안 될 때 여당과 야당 각 3명씩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하도록 했는데, 이는 다수당의 폭주를 막자는 나름의 고육책이었다. 이걸 돌파하고자 민주당은 자당 소속이었다가 제명된 양향자 의원을 위원회에 넣어 4대2로 수적 우위를 점하려 했는데, 의외로 양향자가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내비치자 다른 꼼수를 부린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신분으로 위원회에 참여한 것이다. 민주당은 ‘비상한 결단’이라 치켜세웠지만, 세상은 이를 ‘위장탈당’이라 부르며 비난했다. 해도 너무한 짓을 했으니 이 정도 비판은 감수할 줄 알았건만, 한동훈 청문회에서 보인 민형배의 반응은 의외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위장탈당을 꼼수 중의 꼼수라고 비판하자, 민형배는 폭발했다. “언론이 쓰는 건 그나마 무슨 비유랄까, 은유랄까, 그것도 적절하지 않지만, 옆에 앉아있는 의원이 위장탈당이라고 하는 표현을 써요? 제가 뭘 위장 탈당을 했습니까? 뭘 위장했습니까? 탈당 안 해놓고 탈당했다 했습니까? 저는 지금 민주당 소속이 아니에요. 탈당했잖아요.” 이 적반하장을 보면서 깜빡 잊고 혈압약 안 먹은 것을 후회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민형배는 민주당 광산을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했고, 그다음 날에는 광주시장 후보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까지 맡았다. 광주시장 후보로 나간 후보 한 명은 민형배의 행위를 광주정신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다른 지역 같으면 난리가 났을 것 같지만, 광주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 이수진 의원

임팩트에서는 김남국에게 뒤졌지만, 한동훈 청문회의 최우수 선수는 단연 이수진이었다. “검찰 간부였을 때 사적 경로를 통해서 대통령 후보자 배우자(김건희 씨)하고 연락을 나눴는데, 대통령 배우자가 되면 카톡을 하겠습니까, 텔레그램을 하겠습니까?”라는 황당한 질문도 모자라 “비꼬는 겁니까?” “제 질문이 우습습니까?”라며 횡설수설했으니 말이다. ‘술을 마신 게 아니냐’는 주장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도배했고, 김경율 회계사는 “술을 안 마셨으면 그게 더 문제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 이수진으로 인해 해당 지역구민들도 부끄러웠겠지만, 더불어민주당 비례 이수진, 이동국 부인 이수진, 1969년생 치과의사 이수진, 차승원 부인 이수진 등 여러 동명이인들이 곤욕을 치렀을 것 같다.

 

#. 박완주 의원

천안에서 3선을 한 박완주는 15년간 함께 일한 보좌진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 뒤 박완주는 돈과 일자리를 빌미로 회유하려다 실패하자, 피해자 서명을 조작해 의원면직 사직서를 국회에 제출했단다. 이쯤 되면 청문회에서 한심한 짓을 한 의원들이 천사로 보일 지경이다. 김남국 등은 그냥 좀 모자란 것인 반면, 박완주는 수사가 필요한 범죄자가 아닌가? 천안에 살고 있는지라 이 사태에 부끄러워하려 했는데, 정말 다행히 내가 속한 지역구는 천안 갑이라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 그리고 이재명

다들 알다시피 이재명은 지방선거와 같이 치러지는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대장동 사건, 법카(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을 비롯해 나열하기도 벅찰 만큼 많은 비리에 연루된 그가 국회의원이 되려는 것은 수사와 구속을 피하기 위함이다. 세간에서 그의 출마를 방탄용 출마라 부르는 이유다. 이를 위해 이재명은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송영길을 당선 가능성도 없는 서울시장에 출마시키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어이없는 것은 이재명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계양을로 온 이유다. 자기 터전이던 분당갑은 당선이 어렵지만, 계양을은 민주당 텃밭이니 연고가 없어도 당선엔 문제없다는 것. 이는 대놓고 지역을 모독하는 행위다. 계양을이 삼한시대의 소도도 아닌데, 이재명 같은 이를 받아줄 거라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조선일보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05.24  민심 외면 폭주 민주당, 대선 심판받고도 합의 또 무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6월 시작되는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직에 대해 국민의힘과의 기존 합의를 뒤집고 자신들이 계속해서 맡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제가 원점에서 논의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올해 6월 법사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합의했었는데 이를 파기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합의의 당사자인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검찰 출신 대통령이 검찰 쿠데타를 완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법사위원장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쿠데타’라는 표현으로 비난하면서 자신이 직접 했던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한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이 본회의로 올라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기능 때문에 국회 전체 상임위의 상원(上院) 기능을 해왔다. 그래서 역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국회의장직을 가져가면 소수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상호 견제를 위한 관례였다. 소수당으로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장 잘 활용한 것이 민주당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자 법사위원장직까지 독식하면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 독주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은 후반기 국회는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으로 넘기겠다고 약속했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한 뒤 야당을 무시하고 독주 폭주를 거듭해왔다. 이 때문에 민심이 악화하는 것이 여론조사로 나타나는데도 외면했다. 그러다 결국 5년 만에 정권을 잃는 대선 심판을 받았다. 보통 이렇게 대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으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하는 것이 상례다. 민주당은 반대로 새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고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민심의 심판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더니 이제 국민 앞에서 했던 법사위원장 합의까지 번복하겠다는 것이다. 정당이 민심을 무시하고 외면하면 존재할 이유가 뭔가.

조선일보 사설

 

05월 24일  巨野 ‘법사위長’ 합의 파기, 얼마나 더 입법 농단할 건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법안 의결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법사위원장은 법안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 회의 주재권이 있고, 국회의장은 본회의 상정권이 있다. 여야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래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나눠서 맡는 관례를 정착시켜 왔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국정 안정을 핑계로 의장은 물론 법사위원장 등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에야 올해 6월부터는 국민의힘에서 법사위를 맡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문제의 본질은, 여야 차원이 아니라 의석 제1당과 제2당이 분점(分占)함으로써 타협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야당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혹시라도 이런 억지를 부릴까봐 지난해 합의문에서도 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 법사위를 맡는다고 명시했다. 이미 민주당은 국회선진화법 취지까지 무시하며 선거법, 공수처법, 검수완박법 등 입법 폭주를 벌인 전과가 있다. 이미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데도 국회의장·법사위원장 분점 취지를 뒤엎고, 기존 합의까지 휴지 조각으로 만들려는 저의가 뭔가. 입법 농단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당이 됐지만, 국회에서는 법안 하나 처리할 힘도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 쿠데타 견제”를 주장한다. 검수완박으로 아예 검찰 손발을 잘라놓고 무슨 쿠데타를 걱정하는가. ‘권력 연루 범죄’ 수사를 쿠데타로 표현하는 혹세무민 선동 아닌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노무현 정신’을 외쳤다. 노무현 정신의 핵심은 정치적으로 불리해도, ‘바보’ 소리를 듣더라도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야당 몫’ 법사위원장을 원하면 국회의장을 ‘여당 몫’으로 넘기면 된다.

문화일보  사설 

 

05월 24일  경찰 수사 기피에 ‘수당 2萬원’…검수완박 즉각 폐기해야

문재인 정권이 강행한 이른바 ‘권력기관 개편’의 잘못을 보여주는 문제점은 이미 수없이 드러났는데, 급기야 일선 경찰관들이 수사를 기피하는 바람에 별도의 수사 수당을 지급하자는 요지경 발상까지 등장했다. 경찰청은 수사 경찰관이 사건 하나를 처리할 때마다 수당 2만 원을 주는 방안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고 한다. 전국 일선 경찰서 경제팀·사이버팀·지능팀 수사관 7600여 명을 대상으로 해 한 달 최고 40만 원까지 지급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로 사건이 몰리고, 1차 수사 종결 책임까지 떠맡게 되면서 사건 처리는 늦어지고, 업무는 급증했다. 이에 따라 수사 부서 기피가 심각해졌다. 수사관 자격증인 ‘수사 경과(警科)’를 반납하겠다고 한 경찰이 2020년에는 894명이었고, 지난해에는 전체 수사 경찰의 10%에 달하는 3000여 명으로 폭증했다. 검수완박 법이 시행될 오는 9월부터 더욱 심해질 게 뻔하다. 그래서 수당 아이디어를 냈는데, 고유 업무에 대한 수당 자체가 황당하고, 3만여 명의 수사 인력 중 7600여 명만 대상으로 하는 문제가 있으며, 수사 부서와 비수사 부서의 차별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2만 원으로 수사를 촉진하거나 기피 현상을 없애기도 힘들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미 사건 처리가 크게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의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18년 48.9일에서 2021년 64.2일로 늘어났다. 단순히 수사 경찰 증원이나 처우 개선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가 수사 역량의 후퇴는 원천적으로 잘못된 권력기관 개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권 박탈의 위헌성은 물론, 권력·경제·금융 등 거악(巨惡) 척결 기능이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와 대공수사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수당 2만 원 발상으로 당장 검수완박부터 폐기해야 할 사유가 또 하나 추가됐다.

문화일보  사설

 

05.25  “민주당 피 흐른다”는 새 국회의장, 입법 폭주 계속 앞장설 텐가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 후보로 김 의원을, 부의장 후보로는 김영주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원내 1당에서 추천하는 후보가 의장이 되는 관례에 따라 김 의원이 새 국회의장을 맡게 될 것이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당적 보유가 금지된다. 특정 정당 편에 서지 말고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하라는 명령과 같다. 하지만 역대 국회의장들은 취임 때 모두 탈정파적 국회 운영을 약속하고선 결국 자신이 소속됐던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파적으로 행동했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의장 출마 때부터 공공연하게 정치 중립 원칙을 팽개쳤다.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는 구호를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한편에 서서 투쟁하는 사회자도 있나. 김진표 의원은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막아내겠다”고 했다. 경쟁자였던 조정식 의원은 “윤 정부의 독선에 맞서겠다. 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 일원임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법에 규정된 중립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건강한 협치와 균형의 리더십”(이상민 의원) 등 합리적인 목소리는 묻혔다. 일각에선 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들 뜻을 반영해 국회의장을 선출하자는 비상식적 주장까지 나왔다. 국회의장을 정당의 꼭두각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여야 의원들과 두루 친하며 계파색이 옅고 중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날 첫 일성에서 “제 몸에는 민주당 피가 흐른다”고 했다. 그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스스로 법사위원으로 들어가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았다. 최다선·최고령 원칙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이 맡아야 할 자리를 뺏은 것이다. 그리고 최대 90일 동안 숙의토록 한 법안을 단 17분 만에 통과시켰다. 그는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여야 합의 처리할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다. 그랬던 사람이 국회의장을 하겠다고 그 선진화법을 무력화하는 편법에 앞장선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이양키로 했던 합의를 깨고 자기들 마음대로 국회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겠다고 한다. 검수완박에 이어 언론관계법 등도 밀어붙이려 한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은 돌연 대통령의 부하로 변신하거나, 온갖 꼼수 편법에 앞장서는 등 국회 흑역사를 만들어 왔다. 김 의원이 이런 흑역사를 이어가는 사람이 될지, 여야 협치를 이끄는 국회의 대표자가 될 것인지는 본인의 양심에 달렸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25일  거用 ‘사과 쇼’조차 “개인 입장”…이게 민주당 실상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또다시 어설픈 ‘사과 쇼’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잘못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우선 “내로남불 오명을 벗겠다” “86운동권 용퇴 등을 금주 중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지부터 불분명하다. 또 ‘n번방 추적단’에서 활동하다 지난 1월 말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했던 26세 박 위원장의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가겠다”라는 말에도 무게가 실리기 어렵다.

더 가관인 것은 당내 반응이다. 박 위원장의 86 용퇴 논의 등에 대해 함께 당을 이끄는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부터 “개인 입장”으로 선을 그었다. 김민석 총괄선대본부장은 “틀린 자세와 방식”이라고 비판했고, 김용민 의원은 아예 “사과로 선거 못 이긴다”고 반대 주장을 폈다. 다만, 직접 출마한 후보들은 조금 달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는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반성과 쇄신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대책은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도·합리 유권자를 겨냥한 막연한 제스처나 읍소(泣訴) 전술로 비칠 뿐이다.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부동산 민심이 악화하자 이낙연 선대위원장은 “주택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선거 뒤엔 종합부동산세 등 완화 입장을 바꿨다. 지난 대선 당시 송영길 대표는 86 용퇴론까지 제시했지만, 본인이 서울시장 후보를 꿰찼다. 대선 패배 뒤에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고, 국회 법사위원장 관련 합의도 깨려 든다. 선거 전에는 반성·사과하고, 선거 후에는 뒤집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엔 선거 전부터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게 원내 제1당의 참담한 실상이다.

문화일보  사설

 

05.27  국회 장악 정당의 폭주와 표류, 나라의 우환이 되고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 균형과 민생 안정을 위한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5.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대선 패배 이후의 당에 대해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도 심각해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당 지도부 의원들은 “상의하고 발언하라” “개인 자격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갔다. 박 위원장이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정말 많이 잘못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하겠다”고 하며 ‘586세대(운동권) 의원 용퇴론’까지 언급한 이후 당 내분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박용진 의원 등 일부만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과를 통해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박 위원장을 옹호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패배 직후 ‘잘못했다’ ‘달라지겠다’며 반성문을 올렸지만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내용이 없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한 대선 후보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이 말을 한 지 두 달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방탄용 출마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도 이 전 지사와 함께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던 사람이다.

 

168석으로 국회를 완전히 장악한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 국민 60% 이상이 반대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도 강행 처리했다. 이 법은 문재인 정권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으려는 것이다. 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을 지낸 3선 박완주 의원은 보좌진에 대한 성범죄로 당에서 제명됐다. 작년 12월 벌어진 일인데 대선이 지날 때까지 다섯 달이나 감췄다. ‘짤짤이’ 거짓말을 한 최강욱 의원에 대한 당 징계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 자치단체장들의 성폭력 사건으로 당이 그렇게 고통을 겪었는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의석수는 구성원들의 품위와 균형감, 절제력에 비해 과도하다. 품위와 절제가 부족한 힘은 폭주로 이어진다. 그 결과로 5년 만에 정권을 잃었다. 그래놓고도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런 식이면 다음 총선까지 앞으로 2년은 우리 국회의 흑역사가 될 수 있다. 국회가 잘못되면 민생과 경제, 정치와 안보가 다 잘못될 수 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나라의 우환이나 마찬가지다.

조선일보  사설

 

05.27  민주주의의 적(敵), 팬덤 정치와 반지성주의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하 박지현)이 팬덤 정치 비판의 최전선에 나섰다.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팬덤 정치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심판받았다’는 그의 진단은 정곡을 찔렀다. 하지만 박지현은 비난의 십자포화에 포위돼 일방적으로 난타당하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엔 현실을 직시하고 성찰하는 지성주의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의 몰락은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를 외치는 대중의 맹종(盲從)에서 비롯되었다. 문빠들의 절대적 옹위 속에서 ‘우리 이니’가 하고 싶은 대로 했기에 민생은 파탄 나고 나라는 벼랑 끝에 섰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본격적 팬덤 정치는 노무현 전(前) 대통령 때 시작되었으며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노사모와 박사모의 출현이다. 대중 정치인에겐 열광적 지지자들보다 든든한 자산도 드물다. 시민사회의 자발적 정치 참여는 민주주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강성 정치 팬덤은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를 키워 민주주의를 좀먹기 시작한다. 문빠나 박빠처럼 과격한 팬덤은 파멸의 씨앗이 된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재명 아빠’를 지킨다며 ‘개딸·양아들·개삼촌’을 자처하는 건 팬덤 정치가 정치적 부족주의로 타락하는 위태로운 징후이다.

 

팬덤 정치의 어원(語源)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유가 숨어 있다. 특정 대상에게 열광하는 팬덤(fandom)에서 영지(領地)를 의미하는 접미사 ‘덤’(-dom) 앞의 ‘팬’(fan)은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에서 왔다. 방탄소년단 아미(ARMY) 같은 연예인 팬덤이 무해(無害)한 데 비해 현실 정치인을 선과 정의의 화신으로 추앙하는 정치 팬덤은 광신(狂信)과 직결된다. 선악 이분법의 진영 논리로 무장해 정치를 정의와 불의가 대결하는 전쟁 정치로 몰아가 공동체를 황폐화하기 때문이다. 폭력적 반지성주의를 부추기는 팬덤 정치는 파시즘으로 가는 초대장이다. 그게 바로 문 정권 내내 진영 간 증오와 적대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초상이었다.

 

정치적 우상 숭배(idolatry)는 팬덤 정치의 자양분이다. ‘아이돌’(idol·우상)은 원래 연예인을 지칭하는데, 정치가 연예화하면서 정치인도 덩달아 우상이 된다. 정치가 신앙 고백으로 변질되고, 우상이 된 정치인에 대한 어떠한 비판이나 검증도 불경(不敬)이나 신성모독으로 비난받게 된다. 조국 일가의 온갖 불법과 거짓이 대법원 최종심에서 증명되었어도 추종자들이 조국 전 장관을 박해받은 의인(義人)으로 그리는 게 생생한 증거다.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고통의 나락에 빠트린 문재인 정권을 체험했으면서도 문빠들의 익애(溺愛)는 요지부동이다. 논리도 합리적 이유도 없는 반지성주의 정치가 보여주는 막장의 풍경이다.

 

팬덤 정치 최악의 폐해는 사실과 진실을 초토화한 데 있다. ‘대안적 사실’(실제로는 거짓)의 성채 위에 쌓은 자신들만의 허위의 왕국에서 보편적 지성과 합리성은 증오 대상으로 전락한다.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자신들의 편향된 입장에 맞게 처리하는 ‘편향 동화(biased assimilation)’가 극성을 부리면서 ‘집단 극단화’ 현상이 심화된다. 극단으로 치닫는 팬덤의 맹신 앞에 과학적 사실과 진실은 무의미하게 된다. 21세기에 중세 암흑기가 재현되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은 팬덤 정치와 반지성주의 진영 논리가 폭민정(mobocracy)으로 질주한 암흑의 시대였다. 더욱 끔찍한 것은 정치권력과 한 몸이 된 지식인들이 궤변과 요설(妖說)로 팬덤 정치에 앞장서며 사실과 진실을 파괴했다는 점이다. 권력이 던져준 떡고물에 취한 어용 지식인들은 지식인의 최후 거소(居所)인 언어의 진실성과 공공성을 해체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지식인의 존재 근거인 비판적 지성주의를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숙제가 되었다.

 

청년 정치인 박지현은 조국·정경심 교수의 대(對)국민 사과를 촉구해 민주당 팬덤의 총공격을 받았다. 공정과 상식이 웃음거리가 된 치욕의 순간이었다. 이제 박지현은 자신을 발탁한 이재명의 반동적 정치 팬덤과 싸워야 한다. 팬덤 정치와 반지성주의는 민주공화국의 적이기 때문이다. 지성의 원천인 사실과 합리성에 대한 존중 없이 민주주의는 실현 불가능하다. 정치 팬덤의 우상은 어두운 시대의 급소다. 그 우상을 망치로 부수는 자(者)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다.

조선일보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정치철학

 

05.27  민주당이 직면한 더 큰 위기

6·1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예상 판세는 국민의힘 우세다. 12년간 지방권력을 장악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조사대로라면 호남과 제주 외에 경기도와 충남·세종 등에서 승리를 기대할 정도다. 하지만 민주당에 닥칠 더 큰 위기는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내포하고 있는 변화의 조짐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당선 후 행보는 대선 때와 다른 점이 많다. 국민의힘 후보 시절엔 보수 극렬 지지층에 부합하는 언행을 자주 보였다. ‘문재인 정부 심판’을 주야장천 외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취임 후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장관·의원 100명을 데리고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갔다. 광주와 봉화는 민주당의 무대였는데, 올해는 달랐다.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공직과 로펌을 오간 행보로 비판을 받았지만, 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그를 윤 대통령이 가장 상징적인 자리에 지명했다. 국민의힘도 과거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30대 이준석 대표를 뽑은 것부터 ‘친이’‘친박’의 틀과 ‘꼴통 보수’라는 한계를 벗겠다는 신호였다.

5·18서 보듯 윤 대통령 진영 허물기 시동
여권 실책만 찾다간 중도층 민심 못 얻어
과반 야당으로 현안 해법 내고 경쟁해야

민주당에 묻는다. 선거는 텃밭과 적극 지지층만으로 이길 수 없고 중도·부동층이 승부를 가른다. 김종인 비대위 시절부터 국민의힘이 호남에 공을 들인 것처럼 민주당은 대구·경북(TK)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나. ‘노무현의 부산 도전’ 이래 이어지던 영남 껴안기는 시들해진 게 아닌가.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과거 보수 정부 총리를 영입할 구상을 했겠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DJP 연합’을 하고 TK 출신 김중권 비서실장을 발탁한 게 25년 전인데, 민주당의 확장성과 유연성은 후퇴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상대 진영 공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대표를 지낸 김한길 위원장과 새시대위원회를 만들었다. 출범식에서 당시 윤 후보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를 다 포함할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실사구시 실용주의 정당으로 확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새시대위는 인수위 국민통합위로 이어졌고, 윤 대통령이 첫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국민통합위를 만든다는 소식이 어제 전해졌다.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원심력은 커질 것이고, 새 정부 지지율 추이에 따라선 2024년 총선 전 정계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 비판 여론에도 ‘검수 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매달렸다. 이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공격에 주력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동원할 것이란 공포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전 정부에 대한 수사를 여러 번 봤다. 여론의 키를 쥔 중도층은 '인위적 보복 수사’인지 판단할 것이다. 국민은 ‘측근 정치’의 폐해도 잘 알고 있다. 인사검증 권한까지 쥔 한 장관이 무리수를 쓰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 여권 실책을 찾아내 공격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미래가 불투명하다. 여성 차별 논란이 일자 내각의 추가 인선 세 자리를 모두 여성으로 채우는 등 윤 대통령의 대응은 빠르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스스로 현안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여당과 논의해 처리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였음을 대선 때 인정했으면서 왜 대안 입법화에 먼저 나서지 않는가. 당 싱크탱크를 강화하고, 의원내각제의 ‘섀도 내각’처럼 상임위별 조직을 꾸려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여권과 경쟁하는 야당이어야 등 돌린 이들이 눈길을 줄 것이다.

 

인적 쇄신도 중요하다. 여권에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꽤 가 있다. 민주당은 폄훼할지 모르나 대부분 팬덤 정치에 질리고 민주당의 확장성 부족을 비판하던 이들이다. 이념과 세대의 폭을 넓혀 실력 있는 전문가를 정당에 접목하려 노력해야 할 텐데, 이번 선거 공천에서 청년층이 벽에 부딪혔다는 한탄이 들린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20대 남성이 왜 떠났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공감할지 논의하고는 있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가 극렬 지지층과 당 지도부의 반발을 산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마저 떠나면 민주당엔 재앙이 될 것이다. 당 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친명·친문계의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랬다가는 초상 치르고 제사 지내게 생겼는데, 누가 지방 쓸지를 놓고 싸우는 꼴이 될 것이다. 진영을 허물고 갈등 현안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 세력만이 표를 얻는 시대가 됐음을 민주당은 유념해야 한다.

중앙일보  김성탁 논설위원

 
 

05월 27일  이틀 만에 ‘박지현 쇄신론 제압’ 민주당, 민심 걷어찼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의 사과 및 쇄신 촉구 회견이 결국 ‘쇼’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틀 만에 제압됐다.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내로남불·팬덤 정치 등 민주당의 잘못을 “백 번, 천 번 더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86 정치인 용퇴 등 쇄신안을 금주 내 발표하겠다고 했고,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최강욱 의원에 대해서도 비상 징계권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용진·조응천 등 일부 의원의 공감이 있었지만, 대다수가 반발하는 힘든 싸움이었다.

‘n번방 추적단’에서 활동했던 박 위원장은 지난 1월 이재명 후보 캠프 합류를 계기로 비대위원장이 됐다. 정치 경험이 없는 26세 여성이지만, 성 폭력 문제를 중심으로 당 쇄신을 요구해 왔다. 24일 회견도 기본적으로는 열세로 흐르는 6·1 지방선거의 분위기를 바꿔 보겠다는 충정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가 제기한 내로남불·팬덤 정치·성희롱 등은 모두 당의 지지 기반 확장을 막는 장애요인이다. 그러나 86을 비롯한 당 주류층은 박 위원장 쇄신 요구를 받아들이는 시늉도 않고 걷어찼다.

박 위원장은 26일 “나를 왜 이 자리에 앉혀 놓은 건가”라고 항변했지만, “86 용퇴가 혁신이라 하지 않았다. 모두 용퇴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며 꼬리를 내렸다. 현재 팬덤 정치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 후보의 ‘개딸’들로부터 오히려 사퇴 압박을 받고, 최 의원 징계는 지방선거 이후에도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 박 위원장의 사과 회견이 지방선거 뒤 본인 역할이나 책임 논쟁, 86세력과 당권 경쟁을 벌일 이재명 세력의 입지를 고려한 포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건강한 정당으로 변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야가 이전투구 아닌 정치개혁 경쟁에 나서기를 원한다. 그런데 ‘3일 천하’에도 못 미친 이번 쇄신 소동은 그런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문화일보  사설

 
 

05.28  옳은 말 한 사람이 사과해야 하는 민주당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중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최근 “대선 패배 이후 당이 달라진 게 없다”며 ‘586세대(운동권) 의원 용퇴론’ 등을 제기한 것에 대해 27일 사과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민주당 후보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특히 마음 상하셨을 윤호중 공동 위원장께도 사과드린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고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586세대 용퇴 등 젊은 민주당으로 가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윤 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586세대 운동권 당 지도부를 비롯한 대다수 의원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당 회의에서 이들이 일제히 박 위원장을 몰아세우고 윤 위원장이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가기까지 하자 박 위원장은 “그렇다면 왜 저를 뽑아서 여기에 앉혀 놓으셨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개딸’ 등으로 불리는 극렬 지지층들은 박 위원장을 향해 문자 폭탄 등을 보내며 “당장 나가라”고 압박했다. 박 위원장이 방송에서 “맹목적 비난, 성적인 희롱 등이 담긴 문자를 정말 많이 받았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결국 박 위원장이 기자회견 사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비대위원장의 상식적인 당 쇄신 요구가 당의 기득권층인 운동권 출신들과 극성 지지층의 겁박으로 묵살된 것이다.

 

‘변하지 않는 내로남불’, ‘반복되는 성폭력 사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 등 박 위원장의 당에 대한 지적은 틀린 게 없었다. 당이 대선에 패배하고 지방선거 직전 거듭되는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용진·조응천 의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당내 대부분의 세력이 박 위원장의 혁신 요구를 짓밟거나 외면했다.

 

박 위원장은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으로 대선을 앞두고 영입됐다. 정치 경험이 없었지만 대선 패배 이후 당을 대표하는 공동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민주당의 고질적인 병폐에 대해 쓴소리를 거듭해왔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 민주당 초선 의원 79명보다 더 많은 국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선거 직전 당 쇄신 요구는 사실상 좌절되고 말았다. 지금 민주당은 옳은 말을 한 사람이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사설

 

05.30  검사 출신 野 의원들의 서글픈 뒷모습

‘검수완박 위헌’ 편지 쓴 조응천
검찰총장 후보 올랐던 소병철
수사권 조정도 반대했던 김회재
소신 다 버리고 검수완박 찬성

 검사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년 전 서울 마포에 횟집을 연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있다가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으로 사퇴한 뒤였다. 그는 언론에 “넥타이 매고 일하는 게 두려워 정직하게 몸으로 때우고 살자는 결심으로 음식점을 차렸다. 을(乙)의 입장에서 살아가면서 내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직시하고 싶다”고 했다. 얼마 뒤 그의 지인과 함께 필자가 횟집을 찾았을 때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그때 그 말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응천 소병철 김희재 민주당 의원, 양향자 무소속 의원(왼쪽부터).

 

고검장 출신인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2013년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뒤 고액 연봉이 보장된 대형 로펌을 마다하고 농협대학 석좌교수로 갔다. “법률 지식을 갖춘 농촌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이 되기 위한 ‘경력 관리’ 차원이었을 수 있으나 분명 보통의 검찰 고위 간부 출신들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밀어붙일 때 적어도 이 두 의원은 반대할 줄 알았다. 이 법안대로라면 검찰의 선거·공직자 범죄 수사권이 없어져 국회의원과 정권 고위직이 득을 본다. 또 이미 과부하가 걸려 있는 경찰 수사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커 평범한 국민들이 피해 구제를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정상적인 법조인이라면 이런 법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 없고, 두 사람 삶의 궤적으로 볼 때 그 정도 양심은 지킬 거라 생각했다. 검찰총장 후보로 여러 번 추천됐던 소 의원에게 검수완박이 소신일 리 없다. 그가 만약 총장이나 장관이 됐다면 찬성했겠나. 한때나마 “을의 입장에서 살아보겠다”고 했던 조 의원은 검수완박 사태 와중에 ‘범죄 피해자에게 불리한 법안이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편지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별다른 언급 없이 둘 다 찬성표를 던졌다.

 

그들만이 아니다. 검사장까지 지낸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검사 시절 대검 수사정책기획단장으로 있으면서 누구보다 강하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경찰과 적절하게 타협하자”는 선배 검사를 ‘이완용’에 빗대 비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역시 찬성표를 던졌다. 어설픈 소신은 바뀔 수 있지만 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체득한 소신을 바꾸는 건 야합에 가깝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위해 편법적 사보임, 위장 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 무력화 등 온갖 편법과 꼼수를 동원했다. 74년간 유지돼온 형사 사법 제도의 골간을 바꾸는 법안을 6분 만에 본회의에서 졸속으로 통과시켰다. 법조인은 체질상 적법 절차에 민감한데 이들 세 의원은 이런 편법에도 눈감았다. ‘세월호’ ‘조국’ ‘사법 개혁’을 내세워 의원이 되고 나서 정파적 이유로 이 법안을 밀어붙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과 다를 게 없다. 주판알만 튀기는 정치인처럼 변질된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한 것은 2년 뒤 공천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찬성표를 기대하고 법사위로 불러들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법안 내용을 파악한 뒤 끝까지 찬성 쪽에 서지 않았다. 민주당 복당 신청을 낸 상황인데도 법사위에선 반대, 본회의에선 기권표를 행사했다. 삼성 임원 출신인 그는 “앞으로 정치를 안 하는 한이 있어도 양심에 따라 반대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비법조인이 지킨 양심 앞에서 법조인 출신 세 의원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국회의원 자리가 그리 좋은지 모르겠지만, 횟집에서 앞치마 두르고 농협대학 강단에 섰던 이전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다웠다고 말해주고 싶다.

조선일보  최원규 사회부장

 

05월 30일 김포공항 없애고 청주·원주공항 쓰자는 이재명-송영길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주요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을 보면, 불과 20일 전까지 집권했던 세력이 맞는지 의심케 할 정도로 무책임하고 황당하다. 김포공항 폐쇄·이전 문제와 관련,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기도 한 조응천 의원은 30일 “대선 당시 송영길 대표가 무지하게 밀었고, 이재명 후보도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면서 “그때 이건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 몇 달 사이에 그게 되겠느냐”라며 공개 반박했을 정도다.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7일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이전하고 그 자리에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송 후보는 “(서울) 강남 쪽은 청주국제공항을, 워커힐 동쪽은 원주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제주도 관광이 타격받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두 후보는 전남 보길도∼제주 해저터널 건설과 수직 이착륙 비행기까지 거론했다. 허경영식(式) 상상력으로는 꿈꿀 수 있지만, 현실성·경제성 측면에서는 요원한 주장이다. 영국∼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은 총 연장 49.9㎞ 가운데 해저 구간이 38㎞다. 19세기부터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1986년 착공해 1994년 개통했고, 25조 원의 건설비가 들었다. 제주∼보길도를 연결하려면 73㎞ 해저 터널을 뚫어야 하고, 해저 지형도 만만치 않다. 수직 이착륙 비행기도 최첨단 전투기와 소형 드론 택시 정도가 현재 기술로 가능하고, 대형 승객·화물기 적용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두 후보 공약에 대해, 대선 때 이 후보 비서실장이었던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가 즉각 반대하고, 윤호중 비대위원장도 “중앙당 공약이 아니다”고 부인하는 요지경이 벌어졌다. 성남공항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하자는 같은 당 김동연 경기도지사·배국환 성남시장·김병관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지난 26일 공동 공약과도 배치된다.

이뿐 아니다. 송 후보는 29일 서울시민 1인 당 100만 원을 나눠주겠다는 공약도 냈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 수익을 현금 살포의 재원으로 쓰겠다고 했다. 아무리 선거가 다급해도 공당(公黨)의 후보라면 이래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05.31  무슨 말 하는지 알 수도 없는 민주당의 ‘김포공항’ 내분과 소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에서 정책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자신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과 관련해 “정치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으로 수도권 서부 발전을 위해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으로 통합 이전하는 게 맞는다”고 재차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도 나오는 반대와 우려 목소리를 모두 무시한 것이다. 자신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표를 얻자고 현실성 없는 공항 이전 공약을 밀어붙인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포공항을 이전하면 제주 관광이 악영향을 입는다’는 해괴한 주장을 했는데 악당의 선동인가, 생떼인가”라고 했다. 지금 다른 사람도 아닌 제주 지역 민주당 출마자들이 제주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김포공항 이전 공약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도 악당이고 선동을 하는 건가. 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오히려 성남 서울공항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하자고 했다. 같은 당 후보들이 정반대 공약을 한 것이다. 이재명 위원장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 분 거리”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항철도로 38분이 걸린다. 고속전철(KTX)은 다니지 않는다.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지역에 따라 당 후보들 간 의견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지역에서 당에 대한 지지를 해주시는가를 보고 최종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공항 이전 같은 중요한 국가 사업을 어느 지역 후보가 되는지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나. 민주당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데, (이를 정쟁화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했다. 공항 이전을 공약한 사람은 이 위원장인데 엉뚱하게 이준석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오 후보 스스로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 것 같다.

 

이 위원장과 민주당이 내세운 제주 해저터널 건설이나 원주·청주 공항 이용, 수직 이착륙기 주장도 현실성이 없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대선 때) 국토위 간사로서 여러 가지 분석해서 김포공항 이전은 안 된다고 얘기했었다”며 “인천공항이 국내선을 처리할 여력이 없는데 몇 달 사이에 되겠느냐”고 했다. 이 위원장은 대선 후보였고 민주당은 국회 167석의 다수당이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표 좀 얻자고 아무 공약이나 저지르고 보는 행태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5.31  청년 여성 정치의 가능성 보여준 박지현의 ‘불꽃’

‘n번방’ 폭로한 26세 여성
거대 야당 비대위원장 됐지만
누구의 아바타이길 거부하며
광기·차별·혐오 만연 정치권 비판
선거 후 운명 안갯속이지만
‘여성 정치’의 희망 보여줘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스물여섯 살 박지현이 지난 1월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선대위에 합류했을 때, 2030 여성 표를 노린 청년 정치인의 영입이라고만 생각했다. 대선 패배 다음 날 그가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을 땐 파격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민주당 특유의 ‘정치쇼’라고 여겼다. ‘N번방 사건’을 최초 보도한 주역이지만 정치 경험은 ‘1도’ 없는 20대 여성이 거대 야당의 구심점이 될 거라 기대한 사람은 없었다. 안팎으로 ‘권인숙의 아바타’란 소문도 파다했다. 그에게 정계 입문을 권유한 이가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러나 박지현의 행보는 예상을 빗나갔다. 누구의 아바타도 아닌, 당에 균열을 내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안희정 부친상에 화환을 보낸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사를 구분 못한다 비판하고, 조국·정경심 부부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으며, 민주당이 총력을 다해 추진하던 ‘검수완박’에 “과연 국민의 최고 관심사인가” 쓴소리 했다.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발언에 대해서는 “당이 성폭력 사건으로 고통을 겪었는데도 (징계를) 미룬다” 개탄했고,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586 정치인은 용퇴해야 한다”고 몰아쳤다.

 

할 말은 하는 이 20대 여성 정치인의 당돌함은, 그러고 보니 낯선 게 아니었다. 본지 기획 ‘2022 다시 쓰는 젠더리포트’를 준비하면서 인터뷰한 20대 여성들은 수많은 ‘박지현’들 중 하나였다. 호전적이고 정치적인 이들은 지난 대선 때 “박지현을 지키기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강화를 막기 위해” 차악인 이재명 후보에게 전략투표 했다고 말했다. 형수 욕설, 살인자 변호 논란이 있는 후보보다 아내 위해 요리하는 후보가 친여성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엔 발끈했다. “대통령 뽑지 요리사 뽑나요?” “아내 위해 요리하면 뭐하나, 국민 절반인 여성을 존중할 의사가 없는데” “두 후보 흠결이 도긴개긴이라 공약과 토론회를 보고 결정했다.”

 

이들이 이재명 후보의 팬덤인 ‘개딸’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본지와 인터뷰한 20대 여성 중 ‘개딸’을 알고 있거나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두셋에 불과했다. 오히려 “팬덤 정치는 무지성의 극치”, “아이돌 연예인처럼 정치인을 우상화하고 상품화하는 건 정치를 저급하게 만드는 지름길”, “개딸이란 말 자체가 여성을 멍청하거나 감성적으로만 여기는 혐오”라고 일갈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다큐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20대 여성들이 왜 박지현을 지키기 위해 결집했는지 보여준다. ‘추적단 불꽃’에서 ‘불’이란 이름으로 활동한 박지현은 친구 ‘단’과 함께 스펙을 쌓기 위한 탐사보도 공모전을 준비하다 ‘텔레그램 n번방’이라는 지옥을 발견한다. 여중생을 성착취하는 다큐의 도입부만 봐도 끔찍한데, 두 사람은 무려 6개월 동안 수사 단서와 증거가 될 화면들을 캡처하며 경찰과 공조한다.

불꽃이 폭로한 디지털 성범죄 현장은 2030 여성들을 정치세력화하는 분기점이 됐다. N번방 방지법 청원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들을 주축으로 여성의당이 창당됐다. 박지현은 비대위원장이 된 직후 인터뷰에서 “N번방 방지법이 생기고 양형도 강화됐지만 피해자들의 일상은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 우리 목소리를 저 위에까지 전달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정치권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깊은 민주주의, 더 넓은 평등을 위해 타오르는 불꽃이 되겠다”던 소신은 반년도 안 돼 위기에 직면했다. 불과 넉 달 전 송영길 대표가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이 미흡했다. 이제 (586 기득권은) 광야로 나설 때”라고 선언했을 땐 침묵했던 이들이, 똑 같은 말을 한 박지현 위원장에겐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며 끝내 사과시켰다. “곳곳이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는 청년 정치인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박지현과 N번방을 함께 추적한 ‘단’은 본지와 통화에서 “(박지현은)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극성 지지층을 ‘폭력적 팬덤’이라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강단 있고 솔직한 그답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안 하고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6·1 지방선거는 박지현의 운명도 좌우할 것이다. 한철 이용되고 버려질 소모품이 될 가능성도 높다. 벌써부터 지도부 책임 운운하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박지현의 ‘한철’은 우리 정치판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청년 여성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광기와 차별, 혐오에 익숙해져 아무도 맞서려 하지 않았던 벽을 그가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다.

조선일보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05.31  윤호중, 70세 국힘 후보 비하 사과 “덕담하려다 과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70대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일흔이 넘어서 새로운 걸 배우기는 좀 그렇다”는 발언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덕담을 드리다가 표현이 조금 과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진행자의 ‘나이 차별 논란’이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위원장은 “사실 연기자로서 성공한 분이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연기자로 계속 남으면 어떨까 하는 덕담을 드리다가 조금 표현이 과했던 것 같다”며 송 후보를 향해 “불쾌하셨을 텐데 사과드리고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직접 만나 뵙고 사과드릴 생각도 있다”고 했다.

 

앞서 윤 위원장은 전날 충북 증평군 새마을금고 앞에서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하면서 송기윤(70) 국민의힘 증평군수 후보를 향해 “일흔이 넘으셔서 새로운 걸 배우시기는 좀 그렇다”라며 “저도 참 좋아하는 연기자신데, 연세가 일흔이 넘으셔서 연기는 이제 그만 하시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송 후보는 1952년생으로 증평초, 증평중, 증평공고를 졸업했다. 1976년 MBC 7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5대 MBC 탤런트실장과 1·2대 한국방송실연자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5년 전부터는 재경증평군민회장을 지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윤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정치인이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막말이라고 보고 있다”며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이 얼마나 젊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윤 위원장은 전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소위 ‘586 용퇴론’과 관련해선 “이를테면 나이를 가지고 ‘몇 살 됐으니까 그만해야 된다’ 이런 방식은 적절하진 않은 것 같다”면서 “기존 정치인들에 대해 보다 더 엄격하게 실력이나 능력 등을 평가해야 한다”고 했었다.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

 

05월 31일  계양乙 국회의원 선거가 전국 地選 흔드는 기막힌 현실

지역 일꾼을 뽑는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7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함께 1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선 광역단체장 17명, 교육감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779명, 기초의원 2602명을 유권자가 직접 선택한다. 그런데 이번만큼 지역 발전 방안이 국민 관심에서 밀려난 지선(地選)은 없었다. 물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여서 어느 정도 ‘대선 연장전’ 성격이 불가피했고, 2024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정국 향방을 가르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국민의힘이 여당이 된 상황에서, 여야 권력의 무게를 결정하는 추(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방선거도 아닌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더 주목을 받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기막힌 현상이 나타났다. 인천 계양을(乙) 보궐선거에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출마하면서,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이 후보는 아예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맡았다. 그의 당락은 향후 민주당 당권은 물론 2027년 대선 구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대선 패배 석 달도 되지 않은 이 후보의 출마 명분에 논란이 제기된 데다,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선거구에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선전하자 더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민주당 지도부가 지방선거가 아니라 계양을 보궐선거에 총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김민석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31일 “호남과 제주 4곳도 승리를 장담 못 한다”면서 “여당 싹쓸이를 막아달라”라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지지자 결집을 위한 엄살이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정권을 잡아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민주당이 불과 2년 만에 왜 이런 처지로 전락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미리 승리에 도취할 때가 아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 강행, 박완주·최강욱 등 성 추문, 지도부 갈등 등 스스로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무려 509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전체 선출자의 12%에 달한다. 대부분 여당 세가 강한 영남과 야당 세가 강한 호남에서 나왔고, 거대 양당의 기초의원 2인 선거구 1인 공천을 통한 나눠먹기의 결과다. 집권을 다투는 당이라면 열세 지역에서도 모두 후보를 내야 할 것이다. 선거 뒤 공천 제도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5월 31일 “일흔 넘어 새로운 걸 배우기엔…” 선거 막판 또 노인 폄훼

 100세 시대를 맞아 70세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거나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실제로 생물학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수많은 사례를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모두 일흔을 훨씬 넘겨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국회의장에 내정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미 75세다.

그런데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오후 송기윤(70) 국민의힘 충북 증평군수 후보를 겨냥해 “일흔이 넘으셔서 새로운 걸 배우시기는 좀 그렇다”라고 했다. 노인의 역량과 도전을 폄훼하는 발언이다. 탤런트 출신인 송 후보는 MBC 탤런트실장과 1·2대 한국방송실연자협회 이사장도 역임했다. 윤 위원장 발언은 증평군수를 하려면 행정을 새로 배워야 한다는 취지로, 송 후보 경력과 경륜을 무시하는 측면도 있다. 송 후보는 증평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5년 동안 재경 증평군민회장을 맡는 등 애향심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더 한심한 것은, 윤 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엔 586 용퇴론과 관련해 “이를테면 나이를 가지고 몇 살 됐으니까 그만해야 된다, 이런 방식은 적절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윤 위원장은 31일 “표현이 조금 과했던 것 같다”며 사과했지만, 과거 정동영·유시민 등의 유사한 발언을 떠올리게 하는 등 이래저래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