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2-05/ 05.04 존엄사 서약했는데 캘리포니아서 온 딸이 반대한다면 - 05.31 “어딜가나 개·고양이… 미치겠어요”
세상사 2022-05/
05.04 존엄사 서약했는데 캘리포니아서 온 딸이 반대한다면

의사의 책무는 질병을 치료해 목숨을 살리는 일이다. 그런데 죽음을 얘기하는 의사가 있다. 환자의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강조하고 심지어 영적 돌봄에도 관여한다. 전국 의대·심리학 교수 24명이 『죽음학 교실』(허원북스)이라는 묵직한 제목의 책을 냈다. 한국의 존엄사 운동을 이끌어온 산증인들이다.
죽음을 치료의 실패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있는데도 왜 의사가 죽음을 얘기할까. 대표 저자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자문교수는 “사망 장소가 집에서 의료기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의료인이 생애 말기 돌봄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사망자의 75%가 병원·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숨졌다.
의사 등 24명 『죽음학 교실』 펴내
연락 않던 자녀 ‘끝까지 진료’ 요청
생애말기 갈등, 다양한 사례로 풀어
어버이날, 서약 내용 가족 공유 적기
본인 뜻대로 존엄사 37% 불과
2018년 2월 연명의료 중단 합법화 이후 그간 21만 2881명이 존엄사를 이행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중 자신이 서명한 문서(사전 연명의료 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세상을 떠난 사람은 37.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자녀가 결정하거나 자녀가 부모의 뜻을 증언하는 형식이었다. 사전의향서는 생전에 존엄사 의지를 서약한 문서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6만 8998명이 작성했고, 지난 4년여간 127만명이 서약했다.
연명의료 중단이 당사자가 아니라 자녀에 달려있는 게 현실이다. 의사들은 환자와 자녀의 조정자가 될 때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자녀가 부모의 사전의향서를 무력화시킨다. 12년간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를 받아온 75세 여성환자가 지난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대학병원을 찾았다. 이미 폐가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진행됐고 폐활량이 절반 밑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심장도 나빠졌다. 집에서 산소치료를 하다 다시 악화했다. 의료진은 “환자가 사전의향서를 작성했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연명의료가 무의미하다”고 자녀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아들은 “그것은 시골에서 동네 노인들이 우르르 몰려가 뭔지도 모르고 서명한 것이니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병원에서 포기하라는 식으로 말하면 어떡하느냐. 왜 폐섬유화증을 치료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의료진은 경과를 자세히 설명했고 중환자실 치료를 권고했지만, 자녀들은 이를 거부하고 “더 큰 병원으로 가겠다”고 나섰다. 담당의사는 병원 이동이 위험한 데다 어딜 가더라도 심폐이식 외는 치료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의식이 남아있는 환자에게 존엄사 뜻을 확인해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을 받았다. 환자는 심폐소생술 같은 걸 받지 않고 사흘 후 남편 곁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환자는 존엄사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숨이 넘어가기 전에 존엄사 서류에 서명할 정도였다. 하지만 자녀들은 어머니의 사전의향서를 모르고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갈등이 없는 가정은 없다. 심하면 연락을 끊고 산다. 이런 경우 부모 임종기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뒤늦게 나타난 자녀가 “끝까지 치료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도 ‘캘리포니아에서 온 딸 증후군(Daughter from California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다. 평소 오지 않던 캘리포니아의 자녀가 뒤늦게 나타나 뉴욕 부모에게 모든 치료를 다 해달라고 하는 경우를 말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10년 전 중풍을 앓은 86세 남자가 요양병원에서 심정지로 발견됐다. 거동하기 힘들어 누워만 지냈고, 의식이 명료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료진과 환자 가족은 노환에 의한 사망으로 받아들이고 연명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장례식 후 평소 환자를 찾지 않던 자녀가 나타나 “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의료진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형제와 의료진을 고소했다(무혐의로 결론 남). 한림대 의대 김현아(내과) 교수는 “가족 관계가 복잡해지고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환자가 본인의 뜻을 명확하게 밝혀놓지 않은 경우 갈등이 생긴다”고 말한다.
부모의 사전의향서 뜻 존중해야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고령의 암 환자 부부가 의료진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항암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상태가 악화해 입원했다. 그런데 해외에 살면서 잘 오지 않던 자녀가 나타나 ‘끝까지 해달라. 심폐소생술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유 교수는 “이럴 경우 환자 뜻을 토대로 자녀를 설득한다. 여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다”며 “설득이 안 되면 심폐소생술은 하고 중환자실 진료는 안 하는 식으로 타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환자의 뜻과 달리 임종의 질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조정숙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사전의향서를 작성했어도 자녀가 끝까지 치료해달라고 주장하면 어쩔 수 없다”며 “이럴 때를 대비해 가족이 모였을 때 사전의향서 등록증을 보여주며 연명의료 중단의 의지를 설명하고 자녀의 이해를 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어버이날이 좋은 기회다.
중앙일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05.08 저항시인 김지하 별세... 독재에 맞서다 사형선고 받기도
시인 김지하 1941~2022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의 시인

▲지난 2013년 9월 9일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만난 김지하 시인./이명원 기자
“스무 살이던 4·19 시절부터 가르침과 깨우침을 줬던 사상이 민세(民世) 안재홍의 중용(中庸)이었다. 내가 평생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큰 힘이 된다.”
8일 별세한 시인 김지하(81·본명 김영일)는 지난 2011년 민세상 사회통합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세상은 일제 강점기와 광복 직후의 혼란기에 민족운동가·언론인·역사학자로서 민족 통합을 실천했던 안재홍(1891~1965) 선생을 기리는 상이다.
전립선암 등으로 투병하던 시인이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생전 고백처럼 그의 80여 년 삶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역설적으로 ‘중용’이었다. 1959년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한 청년 김지하는 학부 시절부터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1964년 한일 회담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4개월간 복역한 것이 시작이었다.
1970년에는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과 장성(將星),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서 부정부패와 비리를 질타하는 저항시 ‘오적(五賊)’으로 다시 필화를 겪었다. 당시 시인이 풍자적 의미로 썼던 ‘오적’은 지금도 사회적 병폐를 풍자하는 상징적 언어가 되고 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을 언도받았다가 1980년 형 집행 정지로 석방됐다. 그의 미학과 8년 후배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굴곡진 삶 중에서 시인과 민주화 운동 투사로서의 업적뿐 아니라 ‘민족 예술 1세대 대부’로서의 역할도 컸다. 특히 1960년대 서울대 문리대에서 시인이 길러낸 후배들이 ‘김지하 사단’이 되어 미학·예술 분야의 중추가 됐다”고 말했다.

투옥을 거듭하는 중에도 시인의 절창(絕唱)은 대학가와 저항 세력 사이에서 시와 노래로 은밀하지만 지속적으로 불려나갔다. 그의 시에 곡조를 붙인 ‘타는 목마름으로’와 ‘새’ 같은 민중 가요가 대표적이다. 1975년 옥중에서 ‘제3세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의 ‘로터스’ 특별상을 받았다. 당시 수상을 계기로 그의 석방 여부가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로 떠올랐다.
역설적으로 그가 유불선(儒佛仙)과 동학 사상, 생명론에 경도되기 시작한 것도 투옥 시절이었다. 1980년대 들어서 시인은 본격적으로 생명 사상을 주창하기 시작했다. 1991년 일부 학생 운동권이 반독재 투쟁을 이유로 분신이라는 극단적 방식을 택하자, 시인은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조선일보 칼럼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시인은 “자살은 전염한다. 당신들은 지금 전염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투쟁 방식을 정면 비판했다.

▲1970년 김지하 시인이 잡지 사상계에 기고한 ‘오적(五賊)’으로 투옥된 뒤 재판받던 모습.
일부 세력은 그를 ‘변절자’와 ‘배신자’로 낙인찍었고, 시인은 그의 구명운동이 계기가 되어 출범한 민족문학작가회의로부터 제명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인은 “나는 작가회의에 아예 가입한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훗날 “박정희 독재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으로 7년이나 수형 생활을 했고, 좌파 진영이 극단적이던 시절에는 그들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좌우로부터 지독한 비판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시인이 중용의 길을 걷고 있다는 방증”(김진현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이라는 재평가를 받았다. 2018년 본지 인터뷰에서 시인은 “나는 우파도 좌파도 아니오. 중간파도 아니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걸 내 사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외동딸인 김영주(1946~2019) 전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1973년 4월 결혼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작가)씨와 차남 세희(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학관 관장)씨가 있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
05.13 900만대 팔린 국민車 쏘나타, 역사 속으로
37년 최장수 자동차 단종 수순
1990년대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단종(斷種)될 운명에 처했다. 1985년 처음 출시된 쏘나타는 국내 자동차업계 최장수 모델(37년)이자, 900만대 넘게 팔려 ‘국민 세단’으로 사랑받았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내부에는 차세대 쏘나타 개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 차세대 모델인 DN9에 대한 개발 프로젝트(연구 과제)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주요 연구 과제 설정과 상품성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DN9은 현대차에서 차량을 지칭하는 코드명이다. D는 중형차(D세그먼트), N은 세단을 의미한다. 9는 쏘나타의 9세대 모델을 의미한다. 현재 판매 중인 쏘나타는 8세대 모델로 DN8이라 부른다. 현대차는 ‘유럽시장 전기차 100% 판매’를 목표로 내건 2035년부터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절차에 돌입한다. 내연 기관차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풍경 중 하나다.

▲그래픽=양진경
◇9세대 쏘나타 개발 계획 없어
보통 신차 개발은 4~6년 걸린다. 현대차도 이런 주기로 신차를 시장에 내놓는 공식을 지켜왔다. 현대차는 신차 출시 2~3년 후 부분변경 모델(페이스리프트)을 출시하고, 부분변경 출시 시점으로부터 2~3년 뒤 신차를 내놓는다. 현대차 연구부서 관계자는 “현재 쏘나타(DN8)는 2019년 출시됐기 때문에 2025년 전후로 다음 모델 쏘나타가 시장에 나오는 것이 순서”라며 “이를 위해선 지금 한창 개발 작업이 진행돼야 하는 데 계획조차 없다”고 했다. 쏘나타에 부품을 납품해온 한 협력 업체 관계자도 “DN9 부품 개발에 대해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내부에선 ‘쏘나타 단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실제 현대차는 쏘나타 생산 인력과 설비를 전기차 부문으로 돌리기 위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약 한 달 동안 충남 아산 공장에서 만들던 쏘나타와 그랜저 생산을 중단하고, 생산 설비 일부를 전기차(아이오닉6) 생산으로 돌렸다.
현대차가 지금 쏘나타 9세대 개발에 착수한다 해도 2027년이나 돼야 출시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2035년부터 주요 시장에 전기차만 내놓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내연기관 쏘나타의 수명도 끝나간다”며 “새로운 모델 개발에 3000억원이 들고, 판매도 부진한 쏘나타를 더 개발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DN8(현재 8세대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은 올해 말~내년 초 출시 예정인데 마지막 쏘나타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37년 국민차 쏘나타
1985년 10월부터 생산된 쏘나타는 현재까지 국내·국외 시장에서 917만대가 팔렸다. 현대차에서 아반떼(1440만대)와 액센트(1010만대)에 이어 판매량으로 3위 모델이다. 또 그랜저(36년)보다 한 살 많은 최장수 모델(37년)이기도 하다. 쏘나타는 한국 자동차 수출의 선봉장이었다. 1998년 출시된 EF쏘나타부터 해외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앞섰다. YF쏘나타는 국내(51만대) 판매량의 3배가 넘는 162만대를 수출하면서 쏘나타 모델 중 가장 많은 213만대가 팔렸다.
하지만 YF쏘나타를 기점으로 판매량은 내리막길이다. 2019년 나온 8세대 쏘나타는 3년 동안 약 44만대 판매에 그쳤다. 3세대 이후 모델이 꾸준히 100만대 넘게 팔린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현재 추세라면 8세대 쏘나타의 100만대 판매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SUV의 인기에 쏘나타보다 그랜저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해외 판매 실적을 보면 판매량 절반(47.3%)이 SUV다. 쏘나타가 포함된 D(중형)세그먼트 비율은 6.7%로, 2020년(9.9%)보다 감소했다.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팔린 쏘나타는 약 31만대인데 그랜저는 46만대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를 계승한 전기차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판매량이 저조한 중형(D세그먼트)보다 준중형(아반떼급) 전기차를 우선 과제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임경업 기자
05월 18일 폐해 뻔한 文정부 도입 ‘일회용 컵 보증금제’ 폐기하라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시기가 다가오면서 프랜차이즈업체 가맹점주들의 불안과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보증금센터 홈페이지에 17일 기준 2주 동안 올라온 비판만 해도 ‘소상공인들 죽으라고 절벽으로 떠미는 거냐’ 등 430건이 넘었다. ‘반환된 일회용 컵의 바코드를 일일이 찍어 반납 처리하고, 수거한 컵의 세척 인력 부담과 관련 비용은 어떻게 보상할지 의문이다’는 청원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됐다.
2019년 발표된 환경부 로드맵에 따라 점포 100개 이상인 105개 브랜드의 3만8000여 가맹점을 대상으로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 예정인 제도다. 그 폐해는 뻔하다. 음료수 값보다 300원 더 낸 뒤, 컵은 씻어서 보관했다가 다시 찾아가 반납하며 돌려받는 사람부터 과연 많겠는가. 2002년 유사 제도의 컵 회수율도 37%에 그쳤다. 점주가 컵마다 부착할 바코드 라벨 구입비에 인건비까지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도 많은 폐해 중에서 하나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이제 폐지나 병 대신 300원짜리 일회용 컵을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많아질 텐데 쓰레기통에서 꺼내온 컵, 오물 묻은 컵까지 보증금 돌려주고 닦아서 모아야 하느냐’는 등의 항변도 쏟아진다. 실효성이 거의 없고 폐해는 큰 제도인 만큼, 시행 전에 윤석열 정부에서 폐기하는 게 옳다.
문화일보 사설
05.23 EPL 득점왕 손흥민 “믿을 수 없어… 어릴 적 꿈 이뤘다”

▲2022년 5월 22일 토트넘의 손흥민선수가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습니다 /TPX 연합뉴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한 ‘손세이셔널’ 손흥민(30‧토트넘)은 “믿을 수 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은 23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노리치의 캐로 로드에서 열린 EPL 원정경기에서 2득점을 올렸다. 손흥민의 올 시즌 EPL 22, 23호 골이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습니다."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한 '손세이셔널' 손흥민(30·토트넘)은 "믿을 수 없다"며 감격했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노리치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 2021-2022시즌 EPL 최종 38라운드에서 2골을 몰아치며 토트넘의 5-0 대승에 힘을 보탰다. 2022.5.23 /토트넘 트위터
경기 전 득점 2위였던 손흥민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 1위에 올랐다. 토트넘은 노리치시티를 5-0으로 대파했다.
유럽 5대 빅리그(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통틀어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또 아시아 선수의 유럽 1부리그 최다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란 출신인 알리레자 자한바크시가 2017~2018시즌 네덜란드에서 올린 21골이 최다골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득점왕은) 어릴 때부터 꿈꿔온 일인데 말 그대로 내 손 안에 있다”면서 “믿을 수가 없다. 지금 정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노리치 시티 골키퍼 팀 크룰의 선방에 여러 번 골이 무산되자 손흥민은 황당하다는 듯 웃는 모습이 중계에 잡히기도 했다. 그는 “첫 골을 넣기 전 좋은 득점 기회를 놓쳐 정말 좌절스러웠다”며 “동료들에게 ‘쉬운 건 다 놓치고, 어려운 슈팅만 성공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손흥민은 득점왕에 오른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토트넘은 이날 2-0으로 앞서나간 뒤 많은 선수들이 손흥민의 득점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은 “동료들이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다. 여러분도 그 모습을 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에 콘테 토트넘 감독은 “쏘니(손흥민의 애칭)의 득점왕도 목표였다”며 “우리는 그가 득점왕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을 즐겼다”고 말했다. 팀 동료 해리 케인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득점왕 등극을 축하한다. 자격이 충분한 수상”이라고 했다.
손흥민은 득점왕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전반에 몸이 무거워 보였다. 전반에 슈팅 1개에 그쳤던 손흥민은 후반 들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후반 10분 손흥민은 케인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을 때렸지만 상대 골키퍼에 막혔다. 손흥민은 후반 15분에도 골문 앞에서 케인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에 왼발을 갖다댔지만 또 골키퍼 선방에 골문을 열지 못했다. 손흥민이 골을 넣지 못하는 사이 쿨루세브스키가 후반 19분 골을 넣으며 3-0을 만들었다.
승리가 굳어지자 동료들은 손흥민의 득점을 적극적으로 돕고 나섰다. 후반 25분 케인의 전진 패스를 모라가 원터치로 손흥민에게 넘겼다. 손흥민은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골대 오른쪽에 꽂았다.
22호 골을 넣은 손흥민은 내친김에 한 골을 더 넣었다. 후반 30분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손흥민이 찬 슈팅이 크게 휘며 노리치 골대 오른쪽 상단에 꽂혔다. 손흥민의 ‘득점 공식’인 감아차기 슈팅이었다.
손흥민이 먼저 23골 고지에 오른 뒤 살라흐가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시즌 마지막 득점포를 가동했고, 손흥민은 공동 득점왕이 됐다.
손흥민의 2골로 토트넘은 4위(승점 71·22승 5무 11패)를 지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본선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토트넘이 UCL에 출전하는 것은 2018-2019시즌 이후 3시즌만이다.
토트넘 구단이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공개한 영상에서 손흥민은 라커룸에서 동료들에게 “함께 만든 이 믿을 수 없는 환상적인 시즌에 고맙다”며 “다음 시즌은 엄청난 무대인 챔피언스리그로 나간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손흥민에게 물세례를 하며 득점왕 등극을 축하했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5월 23일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 오른 손흥민 도전 정신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 주장인 손흥민(30) 선수가 세계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 최고 수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 FC 소속으로 활동하는 그는 23일 영국 노리치에서 열린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2골을 넣어, 이번 시즌 23골로 아시아 출신 첫 EPL 득점왕에 올랐다.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을 각각 대표하는 유럽 프로축구 5대 빅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아시아 선수 최초의 득점왕이다.
이집트 출신인 리퍼풀 소속의 모하메드 살라 선수와 공동 득점 1위이지만, 그와 달리 페널티킥 없이 필드 득점만 한 손흥민이 실질적 1위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어릴 때부터 꿈꿔온 목표를 이뤘다. 감격스럽다”고 밝힌 취지대로, 남다른 도전 정신과 각고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취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거쳐, 2015년 EPL로 진출한 그는 슈팅 연습만 해도, 거의 매일 1000번 이상씩 했다고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량” “그의 발전엔 한계가 없다” “그를 완전히 틀어막는 것은 다리에 총을 쏘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깝다” 등의 찬사까지 듣기에 이른 배경이다.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중 하나는 오는 11월 21일 개막할 카타르월드컵이다. 한국 대표팀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기까지 그가 쏟은 열정도 또 다른 성취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 사설
05.24 3월 국내 초과 사망 63% 급증, 코로나 역주행 방역이 빚은 비극
지난 3월 한 달간 국내 사망자 수가 4만8768명으로, 통계청이 사망자 규모를 집계한 1983년 이래 월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2019~2021년) 동안 같은 3월 한 달 국내 사망자 최대치보다 1만8818명이나 많았다. 증가율이 무려 63%다. 고령화 영향으로 매년 사망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원인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지난 3월은 하루 확진자 62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온 시기였다. 한 달 코로나 확진자가 1000만명 이상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2월 3일부터 방역을 잇따라 완화했다. ‘역주행 방역’을 한 셈이다. 유행이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단계에서 방역을 푼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 그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번에 통계로 나온 것이다. 이 기간 코로나 사망자로 공식 집계된 것은 9034명이었다.
코로나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망자 9784명이 직간접으로 코로나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검사 전이나 코로나 격리 해제 후에 사망했을 수 있고, 코로나 아닌 다른 질병이지만 의료 과부하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방역은 정점이 완만하게 올라가고 완만하게 내려가도록 유행을 억제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 충분히 대비할 수 있고 의료체계에 주는 영향도 줄어 다른 환자 진료도 방해받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2~4월 이 원칙에 역주행하는 정책으로 고령층 등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코로나가 가을에는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 생명을 걸고 모험을 벌이는 시행착오는 다시 있어선 안 된다.
조선일보 사설
05-24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니 7만원, 외식하고 후회”…2차 생활물가 ‘쇼크’
#1. 최근에 친구랑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고 냉면 한그릇씩 먹고 나왔는데 6만6000원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업도 잘 안되는데 물가까지 치솟다 보니 외식이 부담스럽네요“(40대 개인사업자 박모씨)
그는 친구와 삼겹살 3인분(4만2000원)에 소주 3병(1만2000원)을 마시고 후식으로 냉면 2인분(1만2000원)을 먹었을 뿐이었다.
#2. ”2년 전만 해도 아내, 어린 아들과 함께 동네 삼겹살집에서 6만원 정도로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0만원 가까이 들다 보니 고기를 추가 주문하려면 망설여집니다.“(40대 직장인)
우크라이나 사태로 2차 생활물가 쇼크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올해 초 이상기후와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으로 생활물가가 한 차례 오른 터여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 가족 외식 10만원 ‘기본’… 김치찌개도 1만원
치솟는 물가는 이미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24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삼겹살집 1인분 가격은 올해 4월 1만4538원으로 2년 전 같은 달 1만3923원보다 4.4% 올랐다.
통계상으로는 4.4%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외식을 하는 사람들의 체감 상승률은 더 크다. 지역별로 가격 편차가 있고, 주류 가격도 상승한 때문이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외식을 자주 하는 서울 종각 일대와 강남역 일대는 삼겹살 1인분 가격이 대부분 1만6000원 이상이다.
여섯살 아들은 둔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주말에 아내, 아들과 함께 삼겹살집에 가 고기를 조금 추가해 먹었더니 10만원 가까이 나왔다“며 ”괜히 외식했다는 후회가 들었다“고 고백했다.
서강대 연구원 정모씨(29)는 ”값싼 길거리 백반이 전에는 5000원 정도 했는데 이제는 아무리 저렴해도 6000~7000원은 한다“며 ”데이트를 해도 신사임당(5만원권) 정도는 들고 가야 여자친구와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푸념했다.
두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기름값부터 식재료까지 안 오른 것이 없다“며 ”체감상으로는 가계 지출이 작년보다 60% 정도 증가한 것 같아 저축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호소했다.
점심을 외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들도 외식 물가 상승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45, 남)는 ”자주 가는 김치찌개 식당이 연초에 9000원으로 올리더니 얼마 전 1만원으로 조정했다“며 ”분식집에서 라면에 김밥을 먹어도 1만원 가까이 나온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도 ‘울상’…물가 급등에 ”모두가 패자“
외식물가가 올랐지만 자영업자들의 표정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급등한 원자재 비용을 가격에 다 반영할 수가 없어서다. 그만큼 이윤은 줄어들게 된다.
종각역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30대 사장 A씨는 ”한돈 삼겹살·항정살 가격이 4월에 비해 10% 이상 올랐다“며 ”가게로 들여오는 고기는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가격 변동이 있는데 요즘은 한달에 한번꼴로 값이 오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원가가 20~30% 올랐고, 깻잎 등도 가격이 올랐는데 보통 이러면 우리 같은 소매서는 50% 정도 가격을 올려야 한다“며 ”그런데 그렇게 하면 있는 손님들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서 조금만 인상했다“고 난감해했다.
참가격에 따르면 깻잎은 100g 기준 2193원으로 1년전 1553원보다 41.2% 급등했다. 최근 깻잎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삼겹살집이 사라진 이유다. 상당수 삼겹살집은 아예 깻잎이 없거나 손님들이 요청해야 제공하는 실정이다.
프랜차이즈 식당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한번 올렸는데 인건비에 식자재 값 등 안오른 것이 없어 아무래도 음식값을 한번 더 올려야 할 것 같다“며 ”손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하림, 풀무원, CJ제일제당은 최근 아이들 대표 간식인 치킨너겟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하림 치킨너넷 480g, 풀무원 치킨너겟 오리지널 치즈 550g은 각각 500원씩 가격을 올렸고, CJ제일제당 고메 치킨너겟은 1000원을 올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국내 물가상승률은 4.8%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4.8%)이후 13년6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달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따른 보복 소비효과까지 더해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물가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를 비롯한 우리 먹거리 원재료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는데 가격이 치솟고 있다“며 ”원화 가치도 떨어지면서 수입가격이 더 올랐고 이는 하반기 도미노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05.31 “열심히 살면 호구?” 노인 갈라치는 기초연금 40만원
“자산 증식 하면서 열심히 살면 나중에 정부에서 주는 혜택 1도 못 받아요. 재산이 한 푼도 없어야 나라에서 공짜연금도 주고 먹여 살려줍니다.”

▲2021년 5월 31일 노인들이 탑골공원 담장 바깥에서 모여앉아 장기를 두거나 시간을 때우고 있다./오종찬 기자
“노부부가 기초연금으로 64만원 받을 수 있는데 뭐하러 국민연금을 넣나요? 국민연금 20년 넣고 100만원 받는 거랑 한 푼도 안내고 공짜연금 64만원 받는 거랑 어느 게 낫겠습니까.”
한국 젊은이들이 ‘국민연금 고갈’ 문제로 설전을 벌이는 요즘, 고령자들 사이에서는 ‘기초연금’이 최대 화두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인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평생 연금을 주는 복지 제도다. 올해 기준 연금액은 30만7500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노인 빈곤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는 기초연금을 10만원 인상해 40만원까지 높일 계획이다.
그런데 이렇게 금액이 껑충 뛰는 기초연금이 고령층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30%는 ‘왜 아동수당(월 10만원)처럼 보편적 복지를 하지 않느냐’며 화를 내고, 기초연금을 받는 70%도 ‘국민연금 많이 받는다고 왜 기초연금을 깎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인다. 노후는 만원 한 장도 아쉬워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기초연금도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라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해 기초연금액은 30만7500원. 소득 하위 70% 소득인정액(소득+재산) 기준은 단독가구 180만원, 부부가구 288만원이다./그래픽=이연주 조선디자인랩 기자
◇ “65세 이상에게 다 지급하라”
“기초연금은 국민 세금으로 지급하는데 왜 차별하나요? 세금 많이 낸 사람은 못 받고, 세금 적게 낸 사람만 받는다니 이게 공정합니까!”
올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98만명. 이 중 소득 하위 70%에 속해서 기초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모두 628만명이다. 기초연금 기준에서 탈락한 고령자 270만명은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지급해야 형평성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70대 은퇴생활자 이모씨는 “재원이 부족하면 연금액을 20만~25만원으로 낮춰서라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해야 한다”면서 “가난이 자랑도 아닌데, 젊어서 열심히 일해 집 한 채 장만했다고 기초연금조차 못 받는다니 이런 역차별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기초연금 예산은 도입 당시 약 7조원에서 올해 약 20조원으로, 10년도 채 되지 않아 3배 가까이 늘었다. 지급액 인상과 노인인구 증가가 원인이었다./그래픽=이연주 조선디자인랩 기자
이런 불만 계층을 겨냥해서 이번 6월 지방선거에는 ‘대상에서 빠진 30% 노인에게 지방재정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이런 공약을 낸 후보가 당선된다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비슷한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 “국민연금 감액 폐지하라”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소득 하위 70% 노인들도 불만은 있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을 깎는다는 이른바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 때문이다. 은퇴 생활자는 한 푼이 아쉬운데,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고 해서 기초연금이 감액된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국민연금은 내고 싶어서 낸 것도 아니고 강제 가입이다 보니 다들 할 말이 산더미다.
올해 기준 국민연금을 46만원 넘게 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은 최대 50% 줄어든다.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는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모두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 복지 제도인 만큼, 중복 혜택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 조항 때문에 기초연금을 전액 받지 못하는 사람은 작년 기준 38만명, 평균 감액 금액은 월 7만원이었다. 지난 2016년만 해도 22만명이 평균 5만5000원 정도 감액됐는데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 ‘연금이야기’ 운영자인 차경수씨는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는 전체 공적연금 개혁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수많은 소득 중에서 유일하게 국민연금만 따로 빼서 기초연금 감액을 한다면, 결국엔 국민연금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뜩이나 연금 고갈 이슈로 불안해진 상황인데, 국민연금 가입을 망설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집에서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를 미세 조정해서 조금이라도 기초연금을 더 받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앞으로 제도가 바뀔 가능성은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의 노인빈곤율(43.4%)이 가장 높았다. OECD 평균(14.8%)의 3배 수준이다./그래픽=이연주 조선디자인랩 기자
◇ 노인 빈곤 해결은 글쎄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들인 돈에 비해 실익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효과는 높지 않다는 것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수급자 상당수가 OECD 기준(월 97만원)으로 이미 가난한 노인이 아니다”라면서 “빈곤하지 않은 노인이 기초적인 의식주도 해결하기 어려운 노인들(월 58만원)과 똑같은 액수의 기초연금을 받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원 마련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지난 19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현 정부 공약대로 기초연금이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되면 재정 부담은 2040년 83조원에서 102조원으로, 2060년에는 193조원에서 236조원으로 급증한다.
조선일보 이경은 기자
05.31 “어딜가나 개·고양이… 미치겠어요” 반려동물에 떠는 사람들
[NOW] 반려동물 늘면서 동물 공포 호소하는 사람도 덩달아 증가
동물 공포증, 당사자에겐 큰 고통
“유난 떨지마라” 핀잔 대신 배려를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걸린 애완견동반 에티켓 현수막 앞으로 한 시민이 목줄을 착용한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뉴스1
서울 구로구에서 2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정모(22)씨는 최근 종아리 보호대를 살까 고민했다. 반려견을 데리고 편의점으로 들어오는 손님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평소 동물만 보면 식은땀이 나는 ‘동물 공포증(zoophobia)’을 앓고 있다. 실제로 계산대 아래로 강아지가 들어와 운 적도 있다고 한다. 그 뒤 정씨는 사장에게 ‘손님에게 동물은 안고 들어오도록 고지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오히려 “손님들이 싫어할지 모르니 무서운 티 내지 말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평소 동물이 무서워 엘리베이터에 동물과 함께 탄 사람이 있으면 먼저 내려 보낼 정도라는 서모(23)씨도 최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한 카페를 갔다가 뒤늦게 동물 동반 카페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서씨는 “이제는 반려동물 동반 카페가 하도 많아서 동물 동반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 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이들처럼 ‘동물 공포증’을 앓는 사람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동물 동반을 허용하는 카페, 술집, 호텔 등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동물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동물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정신과 질환이 있는데도 이런 점을 이해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한다. “다 큰 어른이 뭐가 무섭냐” “아무것도 모르는 동물에게 왜 과민 반응 하느냐”는 등의 편견에도 시달린다고 한다.
선천적 동물 공포증뿐 아니라, 어렸을 적 동물에게 물리는 등 동물 관련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사람들도 최근 반려동물이 급증한 탓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다. 울산에서 사는 직장인 장모(41)씨는 일곱 살 때쯤 집 앞 골목에서 커다란 개가 쫓아오는 바람에 한참 울면서 도망갔던 기억이 뚜렷하다. 그 뒤로 개만 보면 움찔움찔 놀란다고 한다. 장씨는 “산책하러 집 근처 공원을 자주 가는 편인데, 요즘 동물과 함께 걷는 사람이 정말 많아서 목줄을 하지 않은 개를 보면 순간 몸이 얼어붙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무서워서 저만치 피하면 동물 주인이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느냐’는 눈빛과 표정을 지을 때가 많아 산책도 마음 편하게 못 할 때가 있다”고 했다.
주말이면 인왕산 등을 자주 오른다는 직장인 박모(47)씨도 “요즘에는 개 반, 사람 반처럼 느껴질 정도로 개를 데리고 등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했다. 박씨는 “특히 좁은 등산로를 올라갈 때 사람들이 개를 앞세우고 내려오면 무서워서 한쪽으로 피한 뒤 개가 지나가면 올라간다”고 했다. 반려동물 동반 출근이 가능한 회사도 생기고 있다. 서울 중랑구의 한 건축 회사에서 일하는 최모(29)씨는 사장이 1주일에 3번은 반려견을 데리고 회사에 나오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층에 있는 회사 직원이 개를 무서워한다는 민원이 들어온 적도 있고, 외부 방문자가 개를 무서워해 건물로 들어오지 못한 적도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가 과거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어 개가 가까이에 있으면 불편해하는 일이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메르켈 당시 총리와 처음 만났을 때 래브라도 레트리버종인 자기 애견을 풀어놓은 일은 유명하다. 당시 “일부러 겁을 주려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정 상황이나 사물 등에 대한 공포증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정신 질환으로, 대상이 아무리 작더라도 예상치 못하게 마주쳤을 때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크다”면서 “반려동물이 부쩍 늘어난 만큼, 이런 사람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동물 출입 가능 여부를 사전에 고지하고 공공 장소에서도 갑자기 다가가거나 짖지 않도록 더 각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신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