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2-04-2/ 04.16 검찰총장 면담 피하며 침묵 文, - 04.30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정치(인) 이야기 2022-04-2/
04.16 검찰총장 면담 피하며 침묵 文, ‘비리 덮기 法’ 찬성하는 건가
민주당은 15일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172명 의원 전원 명의로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입법 폭주를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은 5월 초까지 이 법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법에 대해선 검찰과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까지 모두 반대하고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까지 우려를 표했다.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국민 피로와 정치 혐오를 키워선 안 된다”고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 위해 면담을 신청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김 총장의 면담을 사실상 거절했다. 청와대 측은 “국회 결정 전까지는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국정 책임자이면서 이 법의 당사자인 대통령이 침묵하면서 뒤로 빠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 시행 중인 검찰·경찰 수사권 분리를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바 있다. 자신의 대선 공약이라고 했다. 그런데 제도 시행 1년도 안 돼 민주당이 다시 이를 무너뜨리려는데 아무런 입장이 없나. 수사권 박탈은 검사에게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청구 권한을 부여한 헌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법안 저지에 직을 걸겠다”며 탄핵까지 자청한 판국에 면담을 피하며 숨는다면 책임 회피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지거나 입장을 밝혀야 때마다 뒤로 숨거나 침묵해 왔다. 자신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청와대가 선거 공작을 벌였는데 문 대통령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침묵했다. ‘잘못이 있으면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자신이 만들어 놓고 민주당이 당헌을 바꿔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낼 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 사태와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리할 때는 나서서 자랑하고 불리하면 뒤로 빠졌다.
문 대통령이 계속 침묵한다면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 국가 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걸 방조한 것이 된다. 이번 만은 전면에 나서 민주당의 폭주를 멈춰 세우고 상식 회복을 요청하기 바란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면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16 박병석 국회의장이 헌정사 오점 法 통과 막을 책임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의를 마친 뒤 의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검수완박)의 4월 국회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5월 3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 공포가 목표라고 한다. 국회에서 172석으로 폭주하면 막을 도리가 없다. 지금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막으려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시도를 회기 쪼개기로 무력화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종결된 것으로 본다는 국회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런 편법을 이미 여러 번 썼다. 그런데 회기 쪼개기와 법안 상정은 국회의장이 협조해야 한다. 정권이 자기들 비리를 덮기 위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한다는 무도함을 막는 일이 박 의장 손에 달렸다.
박 의장은 23일부터 5월 2일까지 미국·캐나다 순방을 떠날 예정이다. 미국 상·하원 의장 등과 약속이 잡혀 있어 “(순방) 일정 조정은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은 박 의장이 사회권을 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에게 넘기고 출국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박 의장은 이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국회법이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특정 정당 편을 들지 말고 국민을 위한 국회 운영을 하라는 뜻이다. 과거 의장들은 무리한 법을 집권당이 강행 처리하려 할 경우 ‘여야 합의’를 이유로 제동을 걸어 여당 측 불만을 사는 것도 감수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선 민주당이 게임의 규칙인 선거법, 형사 사법 제도인 공수처법을 일방 처리하는 데도 오히려 선봉장을 맡은 국회의장이 나타났다. 예산안을 기습 통과시킨 후 화장실에서 의사봉을 부의장에게 넘기고 사라지기도 했다.
박 의장은 국회의원 6선을 하는 동안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는 투표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작년 8월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언론 징벌법 상정을 거부한 전례도 있다. 그 때문에 민주당 초선 의원에게 ‘GSGG’라는 욕설을 듣기도 했다. 지금 검찰 수사권 박탈은 5년간 정권이 저지른 불법과 비리에 대한 수사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법치와 민주주의를 한다는 전 세계 어떤 국회에서 이런 법을 통과시키나. 박 의장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국익이 국회 기준”이라고 했다. 그 기준에 따라 이 법안만큼은 안 된다고 선언해야 한다. 잘못하면 헌정사에 영원히 남을 오점을 찍는 국회의장이 될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4.16 ‘검수완박’ 입법은 헌법 파괴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정권 교체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입법을 강행하려 한다.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 참사 범죄 수사권을 완전히 증발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 피해만 커지게 하는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공백 기간 3개월을 두고 수사기관을 또 만들겠다니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 검찰과 경찰로도 충분한데 공수처에 이어 수사기관을 또 하나 만들겠다니 정상적인 생각인가. 수사기관이 많아져 수사권이 분산되면 국민만 불편하고 혼란스럽게 된다. 주권자의 위임을 받은 입법권은 기본권 존중에 초점을 두고 국민에게 이익이 되도록 행사하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1년 전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사건 처리 지연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국민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입법이 국민을 위한 입법인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2022.4.15/국회사진기자단
위헌적인 공수처 설치로 우리 형사 사법 제도를 기형으로 만든 여당이 ‘검수완박’을 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파괴 행위다. 헌법 개정 절차 없이 헌법을 침식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검찰과 법원을 형사 사법 제도의 두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검찰총장을 수장으로 하는 검찰에는 수사와 소추권을, 대법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법원에는 재판권을 주고 있다. 경찰은 치안 질서 유지가 주 업무이고 범죄 수사에서는 검찰의 보조 기관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헌법의 형사 사법 제도를 완전히 파기하는 헌법 파괴 행위다.
검수완박은 입법의 정당성도 없다. 모든 입법은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 심사에서 입법 목적이 정당한지, 입법 내용이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인지를 살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검수완박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무슨 목적으로 서둘러 강행하는 것인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형사 사법 제도는 국민의 신체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면서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수완박은 부패 범죄 등을 만연시키고 수사를 지연시켜 국민을 피해자로 만드는 입법일 뿐이다. 검수완박은 수사의 신속성과 공정성 확보라는 입법 목적 달성 수단으로 적합하지도 않다.
검수완박은 현 집권 세력의 범죄 수사를 막으려는 자기 방패용 입법일 뿐이다. 입법권의 반(反)헌법적 사유화이며 입법 쿠데타다. 집권 기간 검찰을 정권의 시녀처럼 이용한 집권 여당이 정권 말 수사권을 박탈하는 토사구팽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다.
입법권은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에 위임한 권한이다. 여당에만 부여한 권한이 아니다. 복수 정당제의 국회는 여당과 야당이 절충과 타협을 통해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위임받은 입법권을 행사해야 한다.
다수결 원리는 절충과 타협을 전제로 한 의사 결정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다수결 원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본질은 아니다. 다수결이 악용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다수의 독재로 변질한다. 다수의 독재는 1인의 독재와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하다. 야당과 타협 절충하지 않은 여당만의 입법은 여당의 입법 독재이지 국회 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또다시 그런 입법을 국회 자율권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면 헌법재판소 스스로 헌법 수호 기관이 아닌 여당 수호 기관으로 낙인찍는 짓이다.
국민이 공감할 수 없고 시급하지도 않은 검수완박의 폭주는 즉시 멈춰야 한다. 수혜자로 지목받는 대통령이 앞장서 막아야 한다. 그것이 헌법 수호 자세다
조선일보
04.16 월성·대장동 정권 수사도 경찰이 가져간다... 검수완박 5대 쟁점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발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형사 사법 체계에 대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권성동(앞줄 왼쪽에서 셋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발의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검찰에 남아 있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로부터 빼앗는 내용이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이 이날 발의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재 검찰에 남아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 수사권을 뺏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당 법안들에서 검찰 직접 수사의 근거가 되는 조항 일체를 삭제했다. 아울러 경찰이 담당한 일반 형사사건도 고소·고발인이 이의 제기를 하더라도 검사는 경찰에 보완만 요구할 수 있고 직접 수사를 못 하게 막아놨다.
경찰이 구속한 사람에 대해 검사는 기록 검토만 하고 직접 조사를 못 하게 만들어 검사를 구속영장 신청 주체로 규정한 헌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기능을 넘겨주겠다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법안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 수사권부터 뺏은 것에 대해선 “여권 수사를 틀어막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법조인들은 “위헌(違憲)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인권 보장, 약자 보호, 부패 척결 등 모든 면에서 실행돼선 안 될 법안”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서로 협력·견제할 수 있는 구조의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1. 국민 피해 가중
민주당이 15일 공개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시행되면 곧바로 일반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반 형사 사건의 경우, 현재는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불송치를 하면 고발인이 경찰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그러면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하고 검찰이 사건 내용을 검토한 뒤 직접 보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날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이 절차의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이 삭제됐다. 고소·고발인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면 검찰에 이의 제기 할 수 있는데, 이때 검찰은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만 할 수 있고 직접 수사는 못 한다. 경찰이 다시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면 사건은 사실상 종결된다.
이 때문에 경찰이 수사했지만 피해자가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그냥 묻히는 사건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에 사회적 이목을 끈 ‘남편 사망 보험금을 노린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이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피해자인 윤모씨가 경기도 가평 용소계곡에서 다이빙을 한 뒤 사망하자 처음에 경찰은 단순 사고사 사건으로 처리했다. 이후 다른 경찰서에서 다시 수사해 윤씨의 아내 이은해씨와 내연남을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전담 수사팀을 꾸려 직접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살인 미수 혐의 두 건을 추가로 찾아냈다.

2. 공룡 경찰 우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경찰권이 비대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찰이 국내 수사기관 중 유일하게 국내 정보 수집 기능과 사실상의 수사 종결권을 동시에 갖게 됐기 때문이다.
법안은 또 구속·압수영장 등 각종 영장 청구 역시 검찰의 직접 청구가 아니라 경찰의 신청이 있어야 검찰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그동안은 직접 수사를 진행한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는데 근거가 되는 관련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검찰은 경찰의 긴급체포를 승인할 권한 정도만 갖는다. 이 때문에 ‘견제받지 않는 경찰권’이 탄생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경찰이 중국의 공안(公安)과 같은 수퍼 파워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월 실시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나타난 경찰의 ‘수사 지연’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변협이 전국 변호사 51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86%(439명)가 “고소 사건 진행 중 경찰 수사 단계에서 조사가 지연되거나 연기된 사례를 경험하거나 들은 바가 있다”고 했다. 처리하기 어렵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일반 형사사건뿐 아니라 6대 범죄 수사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3. 권력형 비리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은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6대 중대 범죄로 축소됐다. 민주당이 15일 상정한 ‘검수완박’ 법안은 이 또한 제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민주당이 이날 내놓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부칙에는 개정 법안 시행 시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모두 경찰로 넘겨주도록 규정돼 있다. 법안은 공포 3개월 후 시행 예정이다. 법조인들은 “대장동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월성 원전 사건 등 여권을 겨냥한 수사도 몽땅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조인들은 “사정(司正) 기능의 추가 약화가 예상된다”고도 했다. 대검에 따르면 뇌물과 배임 등 부패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18년 553건이었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이후인 2021년에는 208건으로 감소했다. 대검은 “국가 범죄 대응 역량이 위축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15일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건수는 작년 4000~5000건 정도였다”며 “4000건이 이관된다는 것은 전국 경찰서 수사 단위를 기준으로 보면 한 곳당 10여 건 정도 증가하는 것, 인력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조인들은 “‘대장동 사건’을 일반 사건 1건으로 치는 해괴한 논리”라고 했다.
4. 위헌 논란도 커져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법안에 대해 15일 법조계에서는 “위헌(違憲)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는 헌법 12조 3항과 16조를 근거로 한 지적이다. 이 조문은 강제수사 시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의 신청 주체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도 “영장 청구 권한자를 검사로 정한 것은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다는 걸 전제로 했다”며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해당 헌법 조항은 4·19혁명 이후 경찰의 무분별한 영장 신청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날 민주당이 상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경찰 단계의 구속 수사 기간을 현행 10일에서 최대 20일까지 늘리고, 검찰 단계의 구속 기간은 최대 20일에서 10일로 줄이는 내용도 있다. 이 과정에서 검사는 경찰 기록만 갖고 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기록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도 피의자를 직접 불러 조사할 수 없게 만들어 놨다.
이 부분 또한 헌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인은 “경찰에 독자적 구속 기간을 허용하는 해외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해당 헌법 조항은 검사의 영장청구권 또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5. 예산·수사력도 낭비
민주당은 15일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 시기를 3개월 유예하고 그 기간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중수청에는 검찰이 현재 가진 6대 범죄 수사 권한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신설되는 중수청 청사의 건축비와 인력 비용,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 등 시스템 구축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2019년 전주지검 신축에 770억원이 들었다. 만약, 서울에 중수청 본청과 전국 6개 권역별로 지방청이 설치되고 청사를 새로 만들 경우, 전주지검 사례를 적용하면 건축비만 약 5400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공수처의 경우, 킥스 구축 예산으로 100억원이 배정돼 있다.
검찰 인력의 낭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전국의 검찰 공무원은 2100여 명 검사를 포함해 약 1만400명에 이른다. 법안이 시행되면 이들이 피의자 등 수사 관련자를 직접 조사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하는 일이 없어지는 수사 부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수청이 제구실을 하기까지 6대 범죄 수사는 ‘증발’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경찰로 공백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04.16 121년 전 나라를 해체하며 검찰권을 박탈했던 고종

▲대한제국 초대황제 광무제 고종./국립고궁박물관
1897년 조선 26대 국왕 고종이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 대한제국을 세웠을 때 뜻있는 지식인들은 웃지도 않았다. 웃으려고 근육을 움직이는 것도 아까울 정도로 어이가 없었으니까. 그들은 1897년 10월 그날까지 30년 넘도록 고종이 한 일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600년 가까이 중국에 사대하고 근대 일본 위세에 망가진 조선을 살릴 기회라고 여기기도 했다. 1884년 갑신정변 실패로 미국으로 망명했던 서재필이 그 무렵 돌아와 독립협회를 세웠다. 중국 사신을 조선 국왕이 직접 나가서 영접하고 영송했던 영은문을 헐고 그 옆에 독립문을 세웠다. 그리고 서재필이 이끄는 독립협회는 만민공동회 같은 근대적 토론제도를 만들어 종로통에서 새 나라를 설계했다.
설계의 핵심은 입헌군주제였다. 이미 1894년 청일전쟁 이후 갑오개혁정부가 추진했던 새 국가 시스템이기도 했다. 법으로 군주권을 제한한다는 발상에 고종과 생전 왕비 민씨는 강력하게 저항했다. 결국 갑오개혁은 불발되고 민비 암살사건과 러시아 공사관으로 국왕이 달아나는 아관파천이 이어졌다.
그리고 덕수궁(경운궁)으로 환궁한 고종이 만든 나라가 대한제국이었다. 그 대한제국을 입헌군주국으로 만들자는 발상이 만민 입에서 튀어나오자 고종은 즉각 독립협회 간부들을 체포하고 협회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그게 1898년 10월이다. 그리고 이듬해 7월 황명에 의해 법규교정소라는 기관이 설립됐다.
한 달 뒤 법규교정소에서 법 하나를 떡하니 내놨다. 이름 하여 ‘대한국국제’다. 군주 고종의 무한권리와 인민의 무한의무를 규정한 법이다. 고종은 군주권을 견제할 모든 장치를 없애버리고 황제에게 입법-사법-행정권을 집중시킨 독재국가를 입법으로 합리화한 것이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외교관은 “이 나라는 현재의 혼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1899년 8월 17일 이 법안을 들고 온 법규교정소 총재 윤용선은 고종에게 “외국인 또한 옳다고 한다”고 보고했다.
고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901년 11월 17일 고종은 기존에 경부 소속으로 존재하던 수사기관 경무청과 별도로 경위원이라는 기관을 설립했다. 경위원은 궁내부 소속이다. 즉 황실 직속이다. 고종은 이로 하여금 황궁 내외 경비, 수상한 위법자를 규찰하고 체포하는 사무를 전적으로 관할하도록 했다. 기존 기관을 무력화한 것이다.
경위원 수장인 총관은 이근택을 임명했다. 이근택이 누구인가. 1882년 임오군란 때 충주 장호원으로 달아난 왕비 민씨에게 잘 보여 관직에 들어선 사람이다. 매천 황현에 따르면 이근택은 1905년 을사조약 때 조약 도장을 찍고 귀가해 “목숨을 건졌다”고 자랑했다가 “나라는 어찌하고!”라며 하녀에게 죽을 뻔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 기록에 따르면 이근택은 이 조약 체결을 전후해 일본공사관으로부터 뇌물 5000원을 받은, 적극적인 매국노였다.
9일 뒤 고종은 이근택을 공석 중이던 사법 수장 법부대신 서리로 겸임시켰다. 이근택은 이후 황실 직속 군사지휘부인 원수부 검사국 총장까지 겸임했다. 대한제국 군사는 민란 진압 같은 치안이 주업무였다. 모든 수사권과 사법권이 고종과 그 꼭두각시한테 집중된 어이없는 사법시스템이 완성됐다.
1904년 7월 15일 중추원 의관 안종덕이 상소를 통해 고종에게 비수를 던졌다. 그 가운데 한 줄을 인용하면 이러했다.
‘탁지부가 있는 이상 내장원은 둘 필요가 없는 것이며, 군부가 있는 이상 원수부는 승격시킬 필요가 없다. 외부(外部)가 있는데 예식원(禮式院)은 또 무엇 때문에 설치하며, 경무청(警務廳)이 있는데 경위원은 무엇 때문에 더 두는가? 법부가 온 나라의 형벌에 관한 정사를 전일적으로 보아야 하겠는데 군법원(軍法院)에 권한을 나눠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위에 안종덕이 나열한 내장원, 원수부, 예식원, 경위원은 실질적으로 모두 황실 그러니까 황제 고종 직속이다. 국가 공동체를 위해 기능해온 외부 기관으로부터 재정과 군사와 핵심 수사권과 사법권을 분리해 황실과 관련된 일은 황실이 제어해왔음을 지적한 상소였다. 고종은 끝내 저 기관들을 해체하지 않았다. 견제 없는 독재는 전형적인 부패로 이어졌고 그 험한 시기에 부국강병이라는 지극히 기초적인 국가 기능은 외면됐다. 그래서? 저 기관들 대신 6년 뒤 나라가 해체됐다.
안종덕 상소 이후 118년이 지났다. 뭐가 바뀌었나. 공화국을 떠받쳤던 대한민국 검찰을 한 달 남은 하루살이 옛 권력이 해체하려고 한다. 어디서 배운 버릇인지 모르겠으나, 자기를 견제하고 통제하려는 기관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들여대던 칼날을 아직도 버릴 줄을 모른다.
‘미국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는 둥 외국 사법제도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자기네 말이 맞다고 국민을 속인다. 국민이 개돼지인 줄 알고 있는 자만과 오만과 극단적인 권력욕이다.
병자호란 때 서인들은 “명분을 위해서라면 나라가 망해도 좋다”고 주장했다. 구한말에 위정척사파 노론도 그랬다. 그들은 ‘명분’이라도 있었다.
검수완박으로 정권 이양을 기념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나라를 해체하면서까지 집착할만큼 권력이 좋은가? 118년 전 중추원 의관 안종덕이 작심 상소문에서 적어내린 그 문구들을 큰 소리로 한 번 읽어보라. 문해력이 떨어진다면 세 번 네 번 거듭 읽어보라. 그리고 지금 이 나라에 뭔 짓을 하고 하는지 스스로 느껴보라.
조선일보 박종인 선임기자
04.18 文 임명 검찰총장 두 명째 옷 벗게 만든 ‘검수완박’ 폭주

▲김오수 검찰총장이 17일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이 17일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찰 수사권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국민 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형사법 체계는 최소 10년 이상 운영한 이후 제도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그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였다. 김 총장은 대선 직후 당선인 주변에서 ‘거취를 결정하라’는 말이 나왔을 때 “법과 원칙에 따라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그러나 검찰을 사실상 없애려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버티지 못하고 사퇴를 밝혔다.
작년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직접적인 계기도 검찰 수사권 박탈 문제였다. 당시 윤 총장이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하자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 인사 학살과 무리한 징계로 윤 총장을 몰아내려 했다. 윤 총장이 계속 버티자 ‘검수완박’으로 검찰을 해체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윤 총장은 “법치 말살, 민주주의 퇴보, 헌법 정신 파괴”라며 사표를 던졌고 문 대통령은 바로 수리했다. 문 정권에서 임명장을 받은 검찰총장이 두 명째 ‘검수완박’으로 옷을 벗게 되는 셈이다.
윤 총장이 물러나자마자 검찰 수사권 박탈 얘기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새로 임명된 박범계 법무장관은 “검사들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가 안 되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듯 법석을 떨더니 순식간에 입장을 바꿨다. 달라진 것이라곤 자기들 비위와 불법을 수사하던 검찰총장이 물러난 것뿐이었다. ‘검수완박’이 국민과 국익에 그토록 중요한 법안이라면 172석을 가지고 1년 넘게 뭘 했나.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 검찰을 종전처럼 충견으로 부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수사권 박탈이 아니라 강화 법안을 강행했을 사람들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이 잘하는 특수 수사에 한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하자”고 했다. 검찰을 앞세워 전(前) 정부를 적폐로 몰았다. 그런데 검찰 칼끝이 자신들 비리로 향하자 ‘수사권 박탈’을 밀어붙이고 있다. 자신들의 불법을 덮는 데 동조했던 검찰총장의 ‘검수완박’ 반대도 무시하고 있다. 문 정권에서 벌어진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라임 옵티머스 사건, 대장동 비리 등에선 악취가 심해지고 있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한다고 해서 가려질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18일 검찰 수사권 박탈은 反헌법·反인권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여당은 정권교체기에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겠다고 하고, 야당과 검찰은 위헌이라고 반대한다. 수사권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분리할 수 없는 문제인데, 충분한 검토 및 여론 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반민주적이며 반법치적이다.
수사권은 범죄를 밝히기 위해 국가기관에 부여된 권한이다.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체와 재산 등 기본권을 제한해야 한다. 수사권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국가기관의 권한이므로 헌법에 직·간접적으로 근거해야 한다. 헌법은 수사기관과 수사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 대신 형사 절차에 있어 적법절차원칙과 영장신청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는 검사에게 영장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 영장제도는 오랜 역사를 가진 인신보호제도로, 국가권력에 의한 부당한 체포·구금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헌법은 영장발부권을 법관에게 위임하고 있어 검찰과 법원이 야합하지 않는 한, 검사의 영장신청권이 오·남용될 가능성은 없다. 더구나 구속영장은 영장실질심사제도로 통제하고, 구속이 됐다고 해도 헌법상 구속적부심사제도로 통제할 수 있어 피의자의 인권은 최대한 보호된다. 이렇게 인신 구속과 관련해 형사 절차를 이중·삼중으로 통제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권한 오·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보면 검찰의 수사권이 오·남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검수완박은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 아니다.
헌법은 명문으로 수사권을 검찰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에 명문 규정이 있었다면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는 발생할 수 없으며, 공수처의 수사권 부여는 위헌이 된다. 그런데 헌법은 제12조 제1항에서 체포·구속·형사처벌 등에서 적법절차원칙과 법정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또, 헌법은 제12조 제3항에서 체포·구속·압수수색에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규정함으로써 검사가 범죄수사절차에 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공수처에도 검사를 두고 수사권을 부여한 것이다.
헌법에 규정된 형사 절차와 관련한 일련의 규정을 보면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위헌이 된다. 수사절차에서 검사가 영장신청권을 부여받은 이상, 검사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합헌적이고 국민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을 추구하는 법치국가원리에도 부합한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국가는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의 기본원리로서 법치국가원리는 국회의 입법권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 존폐를 논하기 앞서서 형사 절차에서 어떤 방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지 고심해야 한다. 검수완박을 검찰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개혁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를 포함해 모든 국가기관이 해야 하는 과제며 책무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 문제는 입법재량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 입법권 한계의 문제다. 검찰은 범죄수사와 기소를 위한 국가기관이다. 헌법을 무시하면서 검찰 수사권 폐지를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검수완박은 자승자박으로 돌아올 것이다.
문화일보
04월 18일 위헌 뚜렷하고 巨惡 수사 증발 ‘검수완박’은 입법 범죄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기 위해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졸속·누더기·허점투성이’ 비판으로도 부족한 최악의 엉터리 법안이다. 인권 등 기본권 보장을 심각하게 침해함으로써 위헌(違憲) 소지가 뚜렷하다. 권력 비리 및 대형 경제사건 등 거악(巨惡) 수사 기능은 증발됐다고 할 만큼 공백이 불가피하다. 특히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법 시행과 동시에 경찰로 이관토록 강제했다. 이런 법에 민주당 의원 172명이 전원 서명했고 강행 처리할 태세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의 피의자 구속 기간이 10일에서 20일로 연장됐다. 이는 인권 탄압이 일상이던 일제강점기 경찰 구속 기간 14일보다 길다. 경찰 구속 송치 피의자에 대한 검찰의 석방명령권은 석방요구권으로 축소됐고, 직권 취소 권한은 아예 없앴다. 불법 구금이나 무혐의 사유를 발견해도 풀어줄 수 없게 된 것이다. 고소·고발도 경찰에만 하도록 해 국민선택권을 박탈했다. 검사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을 아예 삭제했다. 이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반면, 국가적 부패 수사 역량은 위축됐다.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등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이 검찰총장에게 고발 또는 통보하게 돼 있지만, 민주당이 해당 법을 정비하지 않아 법이 시행되면 수사 공백이 불가피하다. 검사가 수사토록 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등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경찰과 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뇌물, 직권남용 등 ‘직무’ 관련 범죄만 수사할 수 있고 사기, 폭행 등 일반 사건은 경찰에 넘기도록 한 규정도 문제다. 직무 범죄 단서 발견부터 어렵게 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부칙 제2조는 ‘법 시행 당시 검찰에서 수사 계속 중인 사건은 해당 사건을 접수한 지검 또는 지청 소재지 지방경찰청이 승계한다’고 했다. 법률 불소급 원칙 위배는 물론 ‘문재인 정권 범죄’ 수사의 무력화(無力化) 꼼수로 비친다. 월성원전, 산업부 블랙리스트, 이스타 항공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일단 막고 보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형사 사법체계의 핵심 목적인 실체적 진실 규명과 인권보호를 의도적으로 정면 위배한다. 이런 입법은 그 자체로 ‘범죄를 조장하는 범죄’와 다를 바 없다.
문화일보 사설
04.18 검찰총장 사퇴에도 문 대통령 침묵하는 이유가 뭔가
민주당 검수완박 강행하자 김오수 사표
청와대 “입법의 시간”이라며 뒤에 숨어
김오수 검찰총장이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에 반발하며 어제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이 밀어주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던 친정권 성향의 검찰총장이 법으로 보장된 2년 임기를 1년여가량 남겨두고 전격 사퇴한 것은 충격적이다.
김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 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의 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새로운 형사법 체계는 최소한 10년 이상 운영한 이후 제도개혁 여부를 논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경우에도 공청회와 여론 수렴 등을 통한 국민 공감대와 여야 합의 등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동안 김 총장은 민주당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까지 빼앗는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려 하자 법무부와 국회를 오가며 부당함을 호소해 왔다. 김 총장의 사퇴 선언은 그만큼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입법이 무리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셈이다.
김 총장의 사퇴 발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법안 발의 당일 국회를 찾아간 김 총장은 “검찰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검수완박 법안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차라리 총장인 자신을 먼저 탄핵하라며 반발했다. 같은 날 김 총장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을 청와대가 “지금은 국회가 논의할 입법의 시간”이라며 거부하자 김 총장의 입지가 좁아졌고 검찰 구성원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거세졌다.
국회에 제출한 법안 내용도 문제투성이다. 민주당 법안에 따르면 검찰의 권한을 넘겨받는 경찰은 수사 개시부터 종결권까지 권한이 막강해지지만, 통제 장치는 사실상 사라졌다. 현행 형사소송법 197조 3에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나 인권침해가 있을 경우 검찰이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이행되지 않으면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법안은 송치받을 권한 규정을 삭제해 ‘검찰공화국’ 우려가 자칫 ‘경찰공화국’ 우려로 바뀔 수도 있다. 개정법 시행 시점에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 있으면 모두 경찰로 넘기도록 명시함에 따라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등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의 수사가 무력화될 거라는 시각도 있다.
172석을 앞세운 거대 여당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제 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이 헌법과 법치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줘야 한다. 대선 패배 이후 브레이크가 고장 난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모른 척하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4.18 ‘검수완박’ 다음엔 ‘경수완박’할 건가

강주안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월 시행한 수사권 조정은 의료사고 수준의 수술 실패로 드러나고 있다. 부작용이 가장 심한 부위는 더불어민주당의 집도로 탄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다. 공직자 비리를 척결한다던 공수처는 야당과 언론인에 집착하는 이상 증세가 발현된 이후 치료를 못 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을 접합시킨 부위에선 고름이 흘러나온다.
이 와중에 그나마 검찰이 ‘대장동 의혹’과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로 권력 견제의 명맥을 이어왔다. 그런 검찰로부터 6대 범죄(부패ㆍ경제ㆍ공직자ㆍ선거ㆍ대형참사ㆍ방위사업) 수사권마저 도려낸다는 게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요체다.
6대 범죄는 검찰의 전문 분야다. “일반 사건을 수천 건은 다뤄야 특수ㆍ공안 수사를 맡긴다”는 검찰 간부의 말처럼 베테랑 검사 몫이다. 경찰이 이 분야를 전담하면 경제ㆍ부패 수사는 상당 기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찰의 타고 난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경험치가 부족한 탓이다. 담당 검사뿐 아니라 부장ㆍ차장ㆍ지검장과 총장까지 층층이 쌓아 올린 노하우가 수사 장벽을 뚫는다. 경찰관이 열심히 한다고 하루아침에 되는 사안이 아니다. 경륜의 벽 앞에 무력하기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가령 출근길 네거리에서 꼬리물기로 차량이 엉켜갈 때 검사를 투입해 체증을 풀라고 하면 분명 30분 이내에 교차로는 아수라장이 된다. 검사가 교통경찰보다 선천적 재능이 달려서가 아니다. 도로교통법을 꿰뚫는 것과 짜증 가득한 얼굴로 사방에서 돌진하는 운전자를 순한 양으로 만들어 나란히 이동하게 이끄는 건 다른 차원의 얘기다.
고속도로 순찰대장을 지낸 한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대통령 부인 때문에 간담이 서늘했던 일을 들려준 적이 있다. 대통령 부인 차량을 에스코트하며 고속도로를 주행하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필 정체가 심했다. 그는 차 창문으로 몸을 빼 봉을 흔들고 고함을 지르며 차량들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질주했다. 늦어지면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터이기에 죽을 힘을 다해 막힌 길을 뚫었고 무전으로 휴게소 화장실 변기까지 확보해둔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만약 검사가 행렬을 진두지휘했다면 어땠을까. 얼마 못 가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대통령 부인은 숲으로 들어갔을 거다. 숲과 고속도로 사이의 공간에 경호원이 줄지어 선 풍경을 떠올려 보라. 검사에게 대통령 차량 에스코트를 맡기면 안 된다.
검찰의 부패ㆍ비리 수사 막는 민주당
경찰로 넘기면 후회 않을 자신 있나
지난해 1월 새 체계가 작동한 뒤 시민들이 체감하는 폐해는 수사 지연이다. 검사 지휘가 사라지고 검ㆍ경 협업 체계가 가동된 결과다. 과거엔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때 기한을 정했다. 대개 3개월을 안 넘겼다. 그러나 새 제도 시행 후 3개월 이내 이행된 비율은 56.5%에 불과했다(검찰 집계). 8.9%는 1년을 넘겼다.
무고 범죄 적발은 확 줄었다. 검찰은 2020년 698명의 무고 사범을 찾아냈으나 지난해에는 201명으로 무려 71%가 줄었다. 고소를 남발해 죄 없는 시민을 괴롭히고 수사력 낭비를 초래한 사람 상당수가 처벌을 피했다는 얘기다.
경찰의 진단은 다르다. 한 경찰 간부는 "인권을 강조하면서 수사권 조정 이전부터 사건의 지연 현상이 지속했다"며 "검찰의 무고 수사는 줄었지만, 무고죄 전체 건수엔 큰 차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렇듯 검ㆍ경 접합 부위가 곪고 있는데 6대 범죄 수사를 이식 수술한다고 메스를 꺼낸다.
검수완박이 민주당의 정치적 계산 결과라면 다시 검산해볼 필요가 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가 제기되자 박범계 장관은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답을 내놨다. 한동훈 후보자가 후임자로 지명된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경찰이 검찰보다 정권 눈치" 새겨야
민주당 눈에는 현 정권 실세의 범죄를 못 본 척 넘기는 경찰이 들어왔겠지만, 5월 10일부터 마주할 경찰은 많이 다를 거다. "검사는 수틀리면 사표 내고 변호사 하면 되지만, 경찰은 퇴직하면 생계가 막막해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한 전직 경찰 간부의 고백이다. 경찰 수사를 몇 번 겪고 나면 민주당은 ‘경수완박’을 주장하며 중대범죄수사청을 밀어붙일 거다. 초대 청장에 ‘제2의 한동훈’이 임명되면 그땐 ‘중수완박’이다. 만약 그즈음 공수처로부터 민주당 의원 카톡방과 휴대폰 자료를 털리면 ‘공수완박’도 외치지 않을까. 현 정권이 낙점했던 김오수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하면서까지 민주당이 집착하는 ‘검수완박’은 오답일 가능성이 크다.
중앙일보 강주안 논설위원
04.18 김오수 폰 끄고 휴가 낸채 잠적…文대통령 바로 면담 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검수완박)'에 반대해 전날 사직서를 제출한 김오수 검찰총장은 18일 휴가를 낸 채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총장 참석이 예정돼 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도 취소돼 검찰이 민주당을 상대로 '공식 의견'을 낼 창구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김 총장 사표를 반려하고 오늘 중 면담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문 대통령의 김 총장의 거부권 건의 수용 여부 등 입장에 따라 검수완박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 수 있게 됐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반대하기 위해 15일 국회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폰 끄고 휴가 냈다가… 문 대통령 면담 잡혀
김 총장은 18일 현재 휴대전화를 끄고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을 상대로만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한다. 이날 휴가를 내면서 지방으로 내려갔다는 소문도 돌았다. 당초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도 질의 당사자인 김 총장이 불출석 의사를 통보해 회의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에 김 총장이 더는 검찰총장으로서 검수완박 반대를 위한 추가 역할을 하진 않을 거라는 게 검찰 안팎의 전언이었다. 그는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검수완박 관련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법무부 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일부 간부들이 '내일 법사위에 회의에서 검찰 목소리를 대변해 달라'는 일부 간부들에게 “내 역할은 지금 여기까지가 최선이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김 총장을 이날 오후 면담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김 총장으로선 마지막 카드로 준비했던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단독 처리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 의사를 밝히면, 법안은 국회로 자동으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는다. 재의결 때는 법안 처리 요건이 까다로워져 172석의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기 어려워진다. 앞서 청와대가 국회 논의 과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당장 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약속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내부 "총장이 사태 심각성 알려야"
이와 별개로 예상치 못한 김 총장의 잠행에 일선 검사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김 총장은 지난주 국회를 연이틀 방문해 "검수완박은 위헌", "저부터 탄핵하라" 등 강하게 항의하며 "법사위가 열리면 저도 참석해서 의견을 말씀드릴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정작 회의가 잡히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한 재경지검 평검사는 "국민을 상대로 검수완박 사태 심각성을 알릴 좋은 기회인데 김 총장의 사퇴 타이밍이 아쉽다"고 했고, 서울중앙지검의 간부급 검사는 "법사위 회의에 출석하면 공개적으로 국민의힘 입장(검수완박 반대)에 동의하고, 민주당(검수완박 찬성)에 반대해야 하는데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총장으로선 그 구도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04.18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공식 선언…당명은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8일 양당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당명은 국민의힘을 유지하기로 했다.
양당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합당 합의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연합뉴스
양당 대표는 안 대표가 읽어내려간 합의문을 통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선언했던 단일화 정신에 의거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공동 정부의 초석을 놓는 탄생을 위해 합당 합의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04.19 文, 국민 위한다면 거부권 행사로 민주당 폭주 막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을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나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완전히 넘겨주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문제에 대해 70분간 논의했다. 면담이 끝난 뒤 김 총장은 “법안의 문제점을 상세하고 충분하게 전달했고,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 총장에게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강제 수사와 기소는 국가가 갖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고, 따라서 피해자나 피의자가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김 총장은 당초 문 대통령에게 민주당이 강행하는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자 면담을 신청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했다. 하지만 국정 책임자이자 이 법의 당사자인 문 대통령이 침묵하면서 뒤로 빠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김 총장이 법안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하자 이날 면담이 성사된 것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한 찬반과 거부권 행사 여부를 김 총장에게 언급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권을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현 정권의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 정당한가의 문제 이외에도 정상적인 법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법적 문제와 모순을 안고 있다. 법안이 이대로 시행되면 중요 경제 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국민의 수사기관 선택권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 조항까지 삭제한 것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거대 정당이 입법권을 남용하는 것도 모자라 엉터리법을 만들어 사법 질서 전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모두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까지 우려를 표했다. 고검장들도 이날 “법안에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어 심각한 혼란과 국민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도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에게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해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으면 된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19일 사법부도 국회에서 “이런 立法 본 적 없다”
사법부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수완박법’과 직결된 양대 축 중 하나다. 수사는 기소를, 기소는 재판을 전제로 이뤄지는데, 재판을 담당하는 것은 법원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법부가 국회에서 “이런 입법은 본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과 관련, 법안 내용은 물론 절차까지 위법일 개연성을 입법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해 “수사체계 전반을 영국식, 미국식으로 바꾸자거나 해서 정합성 있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 권한을 거의 경찰에 주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같이 말했다. 김 차장은 “형사소송법의 근본을 바꾸는 안에 대해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과 토론회나 간담회를 하는 등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하지 않느냐”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질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법원 공식 의견”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차장은 마치 여당 의원에게 법률 강의를 하듯 법안 개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법률안의 정당성,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 국민 기본권 보호와 사회안전 보장이라는 기본 가치에 미치는 영향, 검찰의 민주적 통제 필요성, 수사 전체에 미칠 영향, 해외 유사 법률 비교 등이 그것이다.
법안 자체의 심각한 문제점에 더해, 법안소위 회부 강행 등의 과정도 ‘입법 쿠데타’라고 할 만큼 합리적 절차를 무시했다. 소위 회부를 위해서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체토론을 거쳐야 하는데, 박주민 소위위원장은 직회부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이후 과정에서도 편법을 동원할 것을 예고한다. 이미 친여 무소속 의원 사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할 준비도 마쳤다.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에 나서면 회기 쪼개기로 대응할 것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법안 발의자이기도 한 조응천 의원이 같은 당 의원 전원에게 친전을 보내 “국민 피해와 위헌 소지가 있고 법 체계상 상호 모순되거나 실무상 문제점이 발생될 것이 확실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겠는가.
문화일보 사설
04월 19일 검찰에 책임 떠넘기고 민주당 폭주 부추긴 文의 저의
헌법은 대통령의 책무(제66조 2항)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의 수호’를 규정하고 있다. 전쟁 또는 국가 존망과 직결된 앞부분을 제외하면 평시에는 ‘헌법 수호’가 가장 중요한 의무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했다는 발언은 무책임을 넘어 비겁함까지 비친다. 심지어 두루뭉수리 화법으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대목은 문 대통령의 저의(底意)도 의심케 한다.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과 관련해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얼버무렸다. 또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더불어민주당에 입법 속도 조절을 당부한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로는 검수완박 입법 취지에 동조한 것이다. 민주당이 즉각 “속도 조절론이 아니다”며 환호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더욱 폭주 행태를 보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절대다수의 전문가가 문제점과 위헌성을 지적한다. 문 대통령 발언을 보면, 헌법과 형사사법 체제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그럴 필요성을 느꼈더라도 20일 남은 자신의 임기 내에 확정하겠다는 졸속에 대해서라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더 황당한 것은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신해서 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언급이다. 이미 김 총장이 국회에 그런 뜻을 전했고, 그래도 민주당이 묵살하자 법률안 재의 요구권(거부권)으로 입법권 남용을 견제해야 할 대통령에게 호소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검찰총장에게 국회 설득을 요구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무책임과 비겁함의 극치다.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수사 공정성의 실체도 의문이다. 현 집권층에 대한 수사를 ‘불공정 수사’로 생각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19일 민주당 입법 횡포, 대선 민의 왜곡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6大 범죄 檢수사 저지 발상은
형사사법 기본이념 정면 위배
검찰은 惡 경찰은 善 인식 황당
문재인·이재명 방탄 입법 우려
文-박병석 헌법 수호 기대 난망
강력한 국민 여론 결집 나설 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국민에게 강한 피로감을 주면서까지 집요하게 검찰개혁을 강행했다. 이미 2020년 검찰의 수사권 대부분을 박탈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강행 처리했고,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것은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6대 범죄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완전히 빼앗아 경찰에 넘기는 검수완박을 기어이 하겠다는 것이다. 집권 말기에 이처럼 국론을 분열시키면서까지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
우리나라 형법은 ‘법익’을 침해한 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을 기본 구조로 하고 있다. ‘법익’은 일반적으로 ‘개인적 법익’ ‘사회적 법익’ ‘국가적 법익’으로 나뉜다. 사회적 또는 국가적 법익은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와 달리 사회질서 유지 또는 국가의 존립 등을 위협하는 범죄로부터 보호되는 이익이다. 이들 범죄를 처벌하는 까닭은 개인의 신체·재산·생명 등을 보호하기 위함보다는 사회와 국가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른바 ‘공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에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라고 규정돼 있다. 검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 ‘공익을 수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은 형사사법의 기본이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태도다.
이번에 검수완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6대 범죄를 살펴보면, 국민의 민생과 관련한 개인적 법익보다는 ‘공익 수호적’ 성격이 짙은 범죄들이다. 일반 국민보다는 권력자·정치인 등 이른바 힘 있는 자들이 범하기 쉬운 범죄들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강력하게 검수완박 법안을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처리하려는 속내가 결국 현 정권 비리를 덮기 위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여연대, 민변 등 친정부 성향의 법조·시민단체와 정의당마저 여야 합의를 통한 신중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의석수만을 믿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 눈에는 ‘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입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라임자산운용 불법정치자금 의혹 등 권력비리 수사의 향배가 걱정스럽다. 백 번 양보해서 ‘검찰 수사권 폐지’가 필요한 과제라고 해도 지금처럼 여론 수렴도 없이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공감과 이해를 구해야 한다.
현 정부와 집권당이 집착하는 검찰개혁 행태를 보면, 이들의 기본적 시각이 ‘검찰은 악(惡)이고, 경찰은 선(善)’이라는 이분법적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이 얼마나 위험하고 황당한 생각인가. 국가기관은 선과 악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그 기관을 움직이는 사람에 따라 선도 악도 될 수 있다. 검찰의 폐해가 경찰에는 ‘전이(轉移)’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민주당의 횡포와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박병석 국회의장과 문 대통령뿐이다. 박 의장은, 법안 통과를 막으려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시도를 ‘회기 쪼개기’로 무력화하려는 민주당의 편법과 꼼수를 의장직을 걸고 저지해야 한다. 혹여라도 법안이 통과되면 문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로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임기 중에 법안을 처리하려는 민주당의 태도나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문 대통령이 18일 ‘국회 설득’을 주문한 사실 등으로 미뤄 볼 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여론의 결집이다. 지난 대선을 통해 국민은 뜻을 분명히 보여줬으나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고 있다. 더 강력한 국민 여론을 모아 검수완박이라는 반(反)헌법적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민주당에 다시 한 번 국민의 엄중한 경고가 필요해 보인다.
문화일보
04월 19일 검사를 경찰 들러리 만들 검수완박法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前 대법원 형사실무연구회 간사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 개정안을 이달 말까지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6조는 주거의 자유와 관련해 같은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은 검사가 스스로 수사해 체포 등을 할 때와 경찰이 수사해 체포 등을 할 때 모두를 규정하고 있다. 수사 없이 영장을 신청할 수 없고, ‘수사 내지 수사지휘’와 ‘영장 신청’을 분리할 수 없다.
검사는 경찰의 대리인이 아니다.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 내지 최소한 수사의 지휘자로서 영장 신청을 하는 것이다. 법률 개정만으로 ‘검사에게는 수사권이 없고 경찰에게만 수사권이 있는 것’으로 바꿀 수도 있는 것으로 헌법 제정자가 생각했다면 수사의 중요 방법인 체포·구속 등을 위한 영장신청권을 검사가 독점하도록 헌법에 규정했을 리가 없다. 그리고 헌법에 검찰총장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반면, 경찰과 경찰청장의 권한이나 지위에 관한 규정은 전혀 없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헌법은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보고 검찰을 경찰보다 우위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 개정안은 경찰이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지 않는 이상 검사가 스스로 수사해서 법관에게 영장을 신청할 수 없게 만들어 놨다. 아무리 중대한 범죄자라도 경찰이 불구속으로 결정하면 검사는 구속영장 신청을 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따라서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법률의 개정만으로 검수완박을 하고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경찰의 영장신청권에 종속되게 만든 위 개정안은 위헌이다.
위 개정안은 제안 이유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사권·기소권 분리 자체가 입법 목적이어선 안 된다.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확보가 입법 목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면 수사의 공정성·신속성이 외려 저해되는 것을 여러 논자가 밝혔다. 중대범죄의 수사 능력에서 검찰이 명백히 경찰보다 우위에 있음을 역대 실적도 증명한다. 그리고 수사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수사·기소를 분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위 개정안은 범죄 수사를 경찰에 독점시키고 검사는 피의자·피해자·참고인을 조사할 수 없게 하면서 영장신청 여부와 구공판(구형량 포함), 구약식(벌금액 포함), 기소유예, 혐의없음을 결정하라고 하니 크게 잘못됐다. 위 개정안은 검사를 영장 예비심사위원과 공소 심사위원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위 개정안은 검사를 사법경찰관의 들러리로 만든 본말전도 입법안이다.
일본은 헌법에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우위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법률의 개정만으로 검수완박을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그런 시도가 없다. 일류대의 학생 중 경찰 간부 지원자가 검사 지원자 못지않게 우수하지만, 그 경찰 간부들도 검수완박을 주장하진 않는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경찰이 직접 법관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정도로 경찰과 검사가 대등한데, 거기에 그칠 뿐 검수완박을 하려고 하진 않는다. 일본에 비춰 봐도 민주당의 개정안은 위헌이다.
문화일보
04.20 나라 골간 파괴 ‘文·李 수호法’, 대법원조차 “이런 입법 처음”
헌법이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국회가 만들어서는 안 되는 법률이 있다. 지금 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없애겠다며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입법권의 정당한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것이다.
민주당 강행 법안에는 ‘검찰의 수사권을 다 빼앗아 경찰에 넘긴다’는 조항뿐 아니라 ‘이미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기존 사건들까지 모두 경찰로 보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대장동 비리 등 문재인 정권이 직접 저지르고 검찰 수사까지 뭉개고 있는 사건들이 뒤늦게 경찰에 넘어간다면 진상 규명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불법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혹이 있는 문 대통령과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호하려고 민주당이 입법 대못을 박으려는 것이다. 특정인이 형사 처벌 받지 않게 하려고 국가 중추 수사기관 자체를 없애는 법을 만든다면 입법권 남용을 넘어 법치 파괴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사법부까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김형두 차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이런 입법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민주당 법안의 13개 조항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내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나 과잉 수사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재판을 통한 정의 실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검찰의 기존 사건까지 경찰에 넘기는 조항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 규정이며 수사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 바로 민주당이 노리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전직 협회장 10명도 성명서를 내고 “정권 교체 직전 거대 여당이 시도하는 검찰 수사권 박탈은 현 집권 세력의 자기 방패용 입법이라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개정안 일부는 위헌 소지가 있고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주철현 의원도 “국민적 뒷받침이 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당내 표결 없이 박수로 통과시켰다. 실제로는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을 것이다. 헌정사에 영원히 남을 오점에 이름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20일 법안 熟議하라는 제도 취지 짓밟는 ‘법사위 요지경’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밀어붙이기 위해 여야 대화와 숙의(熟議)를 위한 국회 제도까지 형해화시킨다. 민주당 출신인 박병석 국회의장은 19일 국방위원회 소속이던 김진표 의원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김종민 의원을 맞바꾸는 민주당의 사·보임(辭補任) 요청을 수용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보좌진 성추문으로 탈당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로 보임하고, 검찰 출신인 소병철 의원은 법사위에서 빼버렸다. 국민의힘 반대를 봉쇄하고 법안 처리를 속전속결로 끝내려는 포석이다.
또 있다. 5선에 현 국회의원 중 최고령(75세)인 김진표 의원을 법사위로 배치한 것은 안건조정위원회의 ‘90일 숙의 기간’을 뭉개기 위한 대책이다. 안건조정위는 여당 3명, 야당 3명 등 6명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은 관례상 최고령자가 맡기 때문이다. 오는 5월 30일 시작되는 제21대 국회 하반기의 국회의장을 노리는 김 의원으로서는 ‘돌격대’ 역할을 회피하기 힘들다. 앞서 양 의원을 법사위에 넣은 것도 ‘야당 몫 조정위원’이 돼 4 대 2 구도를 만들기 위한 꼼수다. 법안심사 1소위에서도 검찰 출신인 송기헌 의원을 빼고 강경파인 최강욱 의원을 넣었다. 검사장 출신인 소 의원 자리에도 강경파 민형배 의원을 배치했다.
국회의원을 장기판 졸 다루듯 하는 요지경이 판친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제도를 악용해 공직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을 강행하더니 안건 조정 절차도 짓밟는다. 국회 규범을 무시한 ‘입법 쿠데타’나 다름없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0일 경찰 일각도 검수완박 반대… ‘범죄방치법’ 폭주 멈추라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심각한 문제점은 이미 수없이 제기됐지만, 검수완박 수혜자로 꼽히는 경찰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19일 밤 늦게까지 계속된 19년 만의 전국평검사대표회의도 20일 유사한 취지의 입장문을 통해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에게는 고통만 가중시키는 ‘범죄 방치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 수사 일선의 평검사와 경찰의 이런 우려야말로 국민을 위한 개혁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현직 경찰은 ‘검수완박에 누구보다 반대하는 게 경찰’이라며 ‘수사관 한 명당 사건을 50∼200건씩 달고 있어 (수사관이) 순번을 정해 탈출할 정도로 수사 기피가 심각하다’고 적었다. 이어 ‘수사에 2∼6개월이 걸리고 처리하는 사건보다 쌓이는 사건이 많아서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전문성 부족도 인정했다. ‘단순 폭행 사건 등과 달리 피해자만 수만 명씩 나오는 고도의 지능형 사기사건, 대장동 사태처럼 합법을 가장한 수천억대 권력형 비리 등은 전문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도 힘든 분야’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은 형사사건의 97%를 처리해왔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본연의 수사 이외의 업무가 급증했다. 경찰은 지난해 2700명의 수사인력 보강을 요청했지만 증원된 인원은 440명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수완박으로 대규모 인력과 장시간 수사가 요구되는 6대 범죄까지 경찰이 떠맡게 될 경우 해당 사건은 물론 일반 민생사건 수사도 부실해지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다.
평검사회의 입장문도 “검사가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할 수 없게 돼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해도 구제할 수 있는 절차를 없애 버렸다”며 “구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오와, 인권침해가 큰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까지 없애 버렸다”고 강조했다. 온갖 편법을 동원한 민주당 입법 폭주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민주당은 당장 멈추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0일 검수완박 망상이 이뤄질 수 없는 이유

한희원 동국대 일반대학원장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권범죄와 이재명 대선 후보 부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5년 내내 검찰개혁을 외쳤던 것을 보면 다른 이유를 찾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본인과 직접 연결된 문제로 거부권 등 해결의 키를 가지고 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 때 국회를 잘 설득하라고 한가한 얘기만 했다.
그러면 검수완박이 됐다고 해서 수사를 하지 않는 게 정의일까? 결론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국가의 존재 목적에 비춰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중단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쟁 등 외침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범죄자를 처단해 자유 시민이 안전한 나라에서 꿈과 희망을 자유롭게 펼치게 하는 것은 헌법이 명령한 대통령의 책무다.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난 대장동이나 법인카드 사건은 수사하지 않는 게 외려 직무유기가 된다. 일각에선, 왜 누구만 가지고 그러냐, 왜 쌍방 수사를 하지 않느냐고 한다. 그것은 수사에 정치가 개입하는 이념 편의적 발상이다.
범죄 수사 이론상, 의심만으로 언제든 수사를 개시할 순 없다. ‘범죄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만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 범죄 의혹만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 혐의자로 보는 인권유린적 발상으로, 법치국가에선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다. 때로 별건 수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합리적인 의심으로 시작한 수사에서 범죄가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오는 것은 불가피한 연쇄 수사다. 단적으로, 조국 일가의 경우 파헤친 게 아니라 그냥 주렁주렁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검수완박이 된다면 검찰은 어떻게 수사에 관여할 수 있을까? 미국 정보공동체(IC)를 창설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명령 제12333호가 답해준다. 미국 정보공동체에서 정보와 수사 그리고 국내 및 해외 정보는 융합된다. 범죄자를 제압해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존재 목적으로, 정보공동체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는 연방수사국(FBI)은 종합 수사기구이자, 국내외 정보를 망라하는 종합 정보기구로 기능한다.
헌법기관인 검찰의 수사권을 하위 입법으로 박탈하는 것은 헌법 위반임이 자명하다. 설령 검수완박으로 검찰 수사가 중단된다 하더라도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건 정의가 아니다. 대통령 명령이나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의 합동 명령으로 경찰과 검찰의 합동수사본부를 발족하거나, 아예 검사를 경찰관으로 발령 내거나, 차제에 수사정보 공동체를 발족해 미 FBI와 같은 경찰·검찰 협동적 수사체계를 시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칭 ‘신(新)적폐청산 국민수사본부’를 출범시키는 것은 행정명령으로 얼마든 가능해 보인다.
제도는 수단이고 당위는 책무다. 공권력이 개입한 ‘단군 이래 최대’의 업무상 배임 범죄와 정권 범죄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로 덮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범죄는 범죄(犯罪)이기 때문에 수사를 받는 것이다. 수사에 대한 최고의 대비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 그다음은 정직하게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것이 정의다.
문화일보
04.21 국회 장악 정당의 양심·이성 상실은 정쟁 넘은 국가적 사태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썼다고 한다. /조선일보 DB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양심에 따라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썼다.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려면 국회법상 무소속 의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민주당 출신이자 지역구가 광주인 양 의원이 자신들 뜻을 따를 것으로 보고 그의 상임위를 다른 곳에서 법사위로 바꿔놓았다. 그런데 양 의원이 민주당의 폭주를 거부하면서 “선량한 국민들이 고통받지 않을지 저는 자신이 없다”며 “국익을 위해 이번 법안을 따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정치 인생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도 저는 양심에 따르겠다”고도 했다. 전 세계 정상 국가에서 자신들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막겠다고 국가의 수사기관을 통째로 폐지하겠다는 법을 만드는 경우는 없다.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반대해야 하지만, 지금 민주당에선 ‘양심 선언’하듯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하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양 의원이 동조하지 않자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민형배 의원을 일부러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었다. 우리 국회 역사에서 수많은 편법이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행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뒤에 많은 무리와 폭거를 저질렀지만 이 ‘가짜 무소속’ 의원 만들기는 한국 정당 역사에도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변명을 한다. 하지만 그 진짜 의도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민주당도 이제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검수완박 법안에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사건까지 경찰로 넘겨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통상 법 시행 이전의 사항은 현행법에 근거해 유지한다는 법률 원칙마저 무시한 것이다. 대장동 비리,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산업부 블랙리스트, 원전 경제성 조작, 이상직 비리 등의 검찰 수사는 전부 중단된다.
지금 검수완박에 앞장서는 황운하 의원은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피고인이다. 최강욱 의원도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런 사람들이 사건에 대한 수사권 자체를 ‘증발’시키려 한다.
범죄 혐의자들이 수사기관을 없애는 법을 만드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 상식 밖의 일을 위해 국회를 장악한 거대 다수당이 양심을 내던지고 이성을 팽개쳤다. 이것은 단순한 정쟁이 아닌 국가적 사태다.
조선일보 사설
04.21 양향자 “검수완박 안하면 文정부 사람들 감옥간다며 찬성하라더라”
[검수완박 파문] 강행 반대 소신 밝힌 무소속 양향자 인터뷰
더불어민주당이 20일 법사위 소속 민형배 의원의 ‘위장·기획 탈당’이라는 초유의 편법을 감행한 것은, 지난 19일 퍼진 무소속 양향자 의원 명의의 ‘검수완박 강행처리 반대 입장문’이 발단이 됐다. 연락 두절 상태이던 양 의원은 하루가 지난 20일 입장문이 자신이 쓴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와 관련, 양 의원은 본지 전화 통화에서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죽을 거라며 법안에 찬성하라고 했다”며 “민주당 복당도 약속받았지만, 앞으로 정치를 안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양심에 따라 반대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20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검수완박’입법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민주당 최고위원 시절인 2020년 12월 본지 인터뷰 당시 모습. /이덕훈 기자
-양 의원 명의로 ‘검수완박 법안을 따르지 않겠다’는 내용의 반대 입장문이 퍼져 논란이 됐다.
“내가 쓴 것이다. 내게는 자문을 하는 멘토 그룹이 있다. 고민하며 쓴 글을 그분들과 이야기하는 곳에 올리고 부족한 점이나 보완할 점이 없는지 여쭸다. 정확한 유출 경위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분 나빠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반대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을 무력화하기 위해 자당 출신인 양 의원을 불러들였다. 왜 반대 입장문을 썼나.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모른다. 법사위에 오고 나서 여러 번 회의를 하는데 말이 안 됐다. 나름 공부 열심히 해서 질문도 많이 했는데, (민주당 내 강경파인) ‘처럼회’ 이런 분들은 막무가내였다. 강경파 모 의원은 특히나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했다. 다른 분한테서는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입장문이 유출되니까 내가 국민의힘에서 (대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자리를 약속받았다고 하는 말까지 나오더라. 너무 황당했다. 정치를 안 하더라도 국익을 위해, 양심을 믿고 가야겠다 생각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홍근 원내대표가 내게 두 가지 이유를 말했다. 하나는 지지층마저 잃어버릴 수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번에 안 하면 못 한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 퇴임 전에 못 하면 안 된다는 맹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그런가. 대통령 탄핵도 시킨 국민인데 국민을 믿고 가야지 이럴 수가 있나.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았다.”
-양 의원이 반대하자,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을 기획 탈당시키며 강행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의원을 탈당시키는 발상에 경악했다.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민 의원은 법사위에 새로 들어와서 ‘닥치고 검수완박’만 외쳤다. 2016년에 내가 선택했던 민주당은 온데간데없었다. 민주당이 이 법을 이런 식으로 통과시킨다면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양 의원이 침묵하는 상황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상 양 의원이 반대 입장문을 쓴 게 맞는다고 말했다
“어제(19일) (민주당 소속인) 박광온 법사위원장에게 입장문을 보여줬다. 박 위원장은 하루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입장문이 유출된 뒤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전화가 와서 직접 쓴 게 맞느냐고 해서 다 설명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침에 라디오 나와서 내가 쓴 게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 후 당으로부터 전혀 연락이 없었고 민 의원이 탈당했다.”
-검수완박에 반대하면 민주당 복당이 어려울 텐데.
“이미 복당도 다 하기로 결정됐었다. 그 상황에서 민주당이 나에게 도와 달라고 하더라. 그러나 법안을 보니 도와줄 수가 없었다. 이거 해주면 복당시켜준다? 그건 내게 모욕이다.”
-민주당이 사활을 건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건 정치 생명을 거는 도박 아닌가
“대충 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법안을 공부했고, 이렇게 그냥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오늘내일 사이에 바로 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정치 생명을 걸고 하는 말이다. 민주당 안에도 이 법에 반대하는 의원이 많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처럼회가 곧 민주당’이다. 어제부터 1만통 넘는 전화와 문자가 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복당 못 해도 어떻게 하겠나. 어쩔 수 없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 최초의 상고(商高) 출신 여성 임원(상무)이다. 2016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영입했다. 2020년 4월 총선 때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됐고, 같은 해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작년 7월 보좌진의 성추문 문제가 불거진 뒤 탈당했다.
조선일보 박상기 기자
04.21 ‘검수완박’ 위해 위장 탈당까지 동원한 민주당
법사위 통과하려 민형배 탈당 꼼수
대법원은 “헌법에 부합 안해” 경고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추진으로 목불인견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검수완박 강행을 위한 ‘위장 탈당’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권을 무력화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를 위한 술수다. 안건조정위를 여야 3명씩으로 구성하도록 한 국회법에 따라 민 의원을 무소속 의원으로 만들면 4대 2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의 꼼수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일에는 비서진 문제로 탈당해 무소속이 된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옮기는 사·보임을 단행했다. 그런데 양 의원이 그제 “국가 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이번 법안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허겁지겁 내놓은 ‘플랜B’가 민 의원의 탈당이다.
민주당이 기상천외한 편법을 동원해야 할 만큼 각계의 우려가 크다. 중립 지대나 민주당 우호 세력에서도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지적은 심각하다. 법원은 검찰과 경찰이 진행한 수사 내용을 검토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한다. 검경의 수사 역량과 인권 감수성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사법부가 “이런 입법을 본 적이 없다”는 표현까지 썼다.
법원행정처가 일관되게 제기한 문제는 이 법안으로 권한이 크게 확대될 경찰에 대한 견제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법원행정처는 “경찰의 과잉수사나 부실수사 등의 위험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이는 결국 법원의 공판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공판을 통한 정의의 실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나 소극적 수사에 대한 검사의 개입, 경찰 불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 등 개정안이 초래할 경찰 수사 견제의 공백과 인권 침해 가능성을 염려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특히 압수수색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서 검사를 삭제하고 ‘사법경찰관’으로 바꾼 내용은 “헌법 조항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적었다.
민주당 독주를 비판하는 사람 중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 개혁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천 전 장관은 이번 검수완박 추진을 “굉장한 졸속”이라고 평했다. 천 전 장관은 그제 SBS 라디오에 출연해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에는 극히 독선적이고 전투적인 강경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검찰의 중대 범죄 수사권을 없애는 조항에 대해 “수사권이 공백이 되거나 무정부 상태가 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대신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허용하는 방안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만들었다. 그런 합의안을 스스로 무시하고, 경찰에 모든 권한을 몰아주는 입법 폭주가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각성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4.21 검수완박 논란이 드러낸 '누아르 국회'

조강수 논설위원
사자성어 축에도 못 끼는 비루한 조어가 정권교체기 한국 사회를 집어삼키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 논란의 진원지는 조국 전 민정수석이다. 2017년으로 돌아가보자.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 검찰이 불신받는 이유를 '직접수사에 따른 검찰권 남용'으로 지목하고 전국 43개 검찰청의 특수부를 선제적으로 없앴다.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선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고 선택적으로 사용해 폐해가 크다고 하니 수사권은 경찰에 다 주더라도 경찰 수사지휘·통제권은 달라"고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다. 준사법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거였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경찰 수사지휘권 대신 "특수 수사에 한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한다"며 부패·선거 등 6대 범죄(권력형 비리) 수사권을 남겼다. 막상 적폐 수사 등에 써 보니 잘 드는 칼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하지만 2019년 9월 조국 사태 와중에 한달짜리 법무부 장관직에 앉자마자 "특수부를 축소하겠다"고 돌아섰다. 직접 당해보니 내편 네편 안 가리는 위험한 칼이라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이른바 '추·윤' 갈등이 검찰총장 징계 사태로 정점에 이르던 지난해 초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은 급기야 '검수완박'을 들고 나왔다.
"감히 우리 말을 거역하느냐"는 불쾌감과 보복심리가 섞여 있었던 것 같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자 검수완박 주장은 자취를 감췄다. 그 1년 뒤 검경수사권 조정의 여파로 수사 현장이 뒤죽박죽 엉망진창된 판국에 다시 검수완박 입법에 매달리는 이유가 뭘까. 그사이 달라진 것이라면 대선에서 졌고, 새 정권이 들어서면 대대적 사정 태풍이 예상된다는 것 외에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의 의결을 강행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소속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것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를 형해화시키려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꼼수"라고 반발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이 상임위 정수에 맞춰 다른 당 의원을 강제로 사보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스1]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이재명 구하기'가 설득력이 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권력층 '수사복지보장법'이라는 건 덤이다. 절대권력의 속성을 생물학적으로 연구한 결과도 있다.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 권력이 강할수록 뇌를 마비시키는 도파민 분비가 많아져 자신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는 성격이 된다."(이언 로버트슨, 『승자의 뇌』)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수완박에 대해 "권력기관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치권력 등 잠재적 거악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이전의 검찰 개혁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권 행사에 정치권력의 개입 정도가 민주국가를 가늠하는 명쾌한 척도 중 하나"(함승희, 『성역은 없다2』)였다. 그런데 정책적 준비나 대책 없이 '닥치고 검수완박'하자니 전국의 검사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한 여당 의원이 "이런 입법은 처음 본다"고 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국회 논의가 우습냐"고 타박한 건 꼴불견이다.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하라는 것 아닌가. 그곳이 민의의 전당 맞는지 의심스럽다. 법안 신속 처리를 위해 법사위의 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든 건 꼼수 중의 꼼수다. 법안도 급조한 탓에 허점에 자기모순 투성이다. 오죽하면 수사권을 넘겨받을 경찰도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검찰의 직접 보완 수사를 요구할까.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검사가 부검으로 사인을 밝혀낸 박종철 군 치사사건, 여야 정치자금의 실체를 드러낸 대선자금 사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의 단서를 찾아낸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같은 권력형 비리 수사는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건의 진실이 완전히 덮어지지는 않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하면 검찰총장과 상의해 직권으로 상설특검을 가동할 수 있다. 신설 중대범죄수사청에 현직 검사들을 파견하거나 전직 검사들을 대거 임용하는 방식으로 대대적 사정 수사 인력과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크다. 멀쩡한 검찰권 쪼개기가 자칫 수사조직의 편법 양산이라는 부작용과 사법체계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책임론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게 눈에 보인다.
국회가 검수완박의 대치를 통해 드러내는 미장센은 지난 5년간 현 정부가 추진해온 검찰 개혁이라는 제목의 누아르(범죄와 폭력을 다룬 장르)영화의 클라이맥스 같다. 지나치게 막무가내고 폭력적이다. 곧 '동물국회의 시간'도 펼쳐질 판이다.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7월 로스쿨법이 졸속 통과된 이후 우리 사회는 적잖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제도는 인간의 생활과 사고를 규율한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강제 수사와 기소권을 규정하는 국가 사법체계를 몇 사람이 깃발을 꽂고 뚝딱 해치우게 되면 국민들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 국회는 조직의 사활을 걸고 힘으로 맞부닥치는 누아르의 무대가 아니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면 경찰 수사 통제권을 주고 해야 헌법정신에 부합한다.
중앙일보 조강수 논설위원
04월 21일 “검수완박 않으면 靑 20명 감옥” 민주당 실토…이게 본질
양향자 의원(광주 서을)은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제가 당 대표 마지막 무렵 영입한 광주의 딸”이라며 극찬한 인물이다. 당시엔 정치 거물이던 천정배 전 장관에게 패배했지만, 2020년엔 승리하고 당 최고위원으로도 선출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보좌진 성추문 때문에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다. 그런데 다시 정국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검수완박 입법과 관련해 사실상의 양심선언을 했고, 그 내용도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양 의원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법안 강행 배경을 밝혔다. 그를 법사위원으로 보임하면서 민주당 인사들이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실토했다고 했다. 실제로 청와대 전·현직 인사들은 물론 이재명 상임고문을 비롯해 강경파 의원 상당수가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켜야 하는데 무소속 의원이 필요했고, 민주당·광주 출신인 양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복당을 미끼로 돌격대 역할을 제의한 것이다. 그러나 법안을 검토한 양 의원은 “이렇게 그냥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정치를 그만하는 한이 있어도 입장을 표명해야 했고, 박광온 법사위원장에게 지난 19일 입장문을 미리 보여줬다고 한다. 박 위원장이 “하루만 기다려 달라”고 지체한 사이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형배 의원을 ‘기획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드는 계획까지 마련했다.
심지어 양 의원이 입장을 공개하자 ‘국민의힘에서 대가로 장관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흑색선전과 문자 테러가 난무한 걸 보면 정치 공작까지 의심된다. 양 의원은 입장문에서 “선량한 국민이 고통받지 않을지 저는 자신할 수 없다”며 반대 소신을 분명히 했다.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 출신으로 삼성전자 임원까지 지낸 그는 이번 입장 표명으로 호남에서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를 안 하는 한이 있어도 양심에 따라 반대한다”고 했다. 이런 국회의원이 많아져야 대한민국 정치에 희망이 생긴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1일 급기야 위장 탈당 ‘야바위 정치’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폭주가 급기야 위장 탈당까지 자행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던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18일 법제사법위원회로 사보임 됐는데, 이틀 뒤인 20일 돌연 탈당했다.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무소속 몫’을 차지해 숙려 기간 90일 규정을 무력화하는 데 악용하겠다는 꼼수다. 부당한 몫을 챙기기 위해 ‘정치적 호적’까지 바꾸는 파렴치한 행태다. 가면을 쓰고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야바위’나 다름없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민이 만들어준 정치 지형을 고의로 왜곡하고,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몰각하며, 민주주의의 본질에 속하는 절차적 정의도 짓밟는 언어도단의 상황이다.
이러니 당내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 법사위원장 출신 이상민 의원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조응천 의원은 “국민 시선이 두렵다”고 했다. 한때 우당(友黨)이었고, 지금도 본회의 강행을 위해 협조가 필요한 정의당의 장태수 대변인조차 “대(對)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경파는 이런 안팎의 비판도, 6·1 지방선거 역풍 우려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그만큼 다급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이제 와서 포기하면 지지층 역풍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고 어차피 집토끼(핵심 지지층)로 승부를 가려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온갖 불법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가로막는 것이 급선무임을 숨기지 않는다.
민주당은 21일 법사위를 강행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이런 반(反) 의회민주주의 폭거에 제동을 걸어야 할 1차 책임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있다. 법안 자체의 위헌성과 졸속·부실은 말할 것도 없고, 절차까지 꼼수로 점철된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미뤄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 그리고 박 의장의 초선 시절 만들어진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조항(국회법 제20조의2)의 취지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언론인 출신의 정치 원로로서 오점(汚點)을 남기지 않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1일 검수완박 ‘反민주 굿판’ 걷어치우라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법원도 조목조목 반대 의견
여론조사도 반대 52% 압도적
정치적 계산 입각한 입법 횡포
지방선거 겨냥 지지층 모으고
문재인·이재명 세력 범죄 방탄
尹정부 방황도 노리는 다목적
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국회의원 172명 전원의 이름으로 지난 15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검수완박)하는 법안을 전격적으로 발의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반발했고, 전국 검사장회의에 이어 지난 19일엔 전국 평검사회의가, 20일엔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가 열렸다. 전국 검사들이 집단 반대하는 가운데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중 13개 조항에 대해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19일 국회 법사위에 제출했다. 법조계 단체들도 우려나 반대를 표명한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실시한 여론조사는 검수완박 반대 52.1%, 찬성 38.2%로 나왔다.
민주당이 불과 1년 전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분담 입법 조치를 하고도 다시 ‘개혁 완수’를 이유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해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데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정상적 개혁이라고 한다면 미비한 개혁 조치를 보완하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공수처 기능과 경찰 수사력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검찰개혁을 속도전으로 무리하게 처리하려는 행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정권교체기에 공청회 한 번도 하지 않고 입법 독주로 처리하려는 행위는 다수 정당의 횡포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속셈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대선 패배 후 바로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를 모면하기 위해 진영 정치를 자극하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을 갈라칠 수 있는 쟁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대선 패배로 위축된 지지층 결속을 다지는 것이다.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등치시켰던 여론 조작 경험을 되살려 지방선거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술책이다.
둘째, 정권교체기의 불안정을 틈타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켜 비리 의혹이 있는 문재인 정권 인사와 이재명 전 대선 후보 등을 위한 방탄법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검찰 수사가 왕성해질 게 분명하므로 검찰 수사권을 사전에 박탈하려는 것이다.
셋째, 정권교체기 국정을 혼란에 빠뜨려 윤 정부가 개혁 동력을 상실하고 정권 초기부터 방황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과 경제 침체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새 정부의 출발 시점에서 불요불급한 검찰개혁을 통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정 운영의 초점을 흐리게 하려는 것이다. 국회는 검수완박법 처리 논쟁으로 혼탁해질 것이고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이용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에게 앙갚음하듯 정쟁화할 것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 다수의 이점이 반감되기 때문에 속도전으로 다수 횡포의 마지막 기회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검찰과 경찰은 국가 강제권력 행사의 요체이고, 이들 기능의 정상화는 국민의 안녕과 질서 유지, 나아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근간임을 새삼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법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형사 수사체계를 정치적 이유로 완전히 뒤흔들어 놓음으로써 국민이 공정한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면담에서 국회를 잘 설득해 보라고 했다고 한다. 역시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평소 지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아니라 민주당을 설득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 정권을 강조했던 대통령이 임기 말에 책임을 전가하듯 대응하는 모습이 아쉽다.
검수완박법의 처리 결과에 따라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인권과 정의와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냐, 아니면 정반대의 개악이 돼 암울한 민주주의로 퇴보하느냐다. 검수완박법은 준비 안 된 경찰을 공룡 기관으로 만듦으로써 또 다른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 민주당 내에서도 ‘속도 우려’가 있다 하니 재고의 여지가 있기를 기대해 보지만, 권력의 맛에 도취한 이들에게서는 난망하다. 그나마 문 대통령에게서 거부권 행사를, 또는 박병석 국회의장 등에게서 의로움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문화일보
04월 21일 위장 탈당·회기 쪼개기·꼼수 사보임… 민주, 민주주의 능멸

▲ 또 무슨 꼼수를? ‘검수완박’ 입법 강행을 위해 22일 국회 본회의 소집을 요청한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앞서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 온갖 무리수 총동원
민형배 탈당해 무소속으로
안건조정위 무력화시키고
임시 조정위원장 차지 위해
1947년생 김진표 법사위로
野의 필리버스터 저지 위해
회기 쪼개기 ‘살라미 전술’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4월 처리를 위해 각종 꼼수를 동원하며 폭주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위장 야당 의원’이 되면서 ‘숙의(熟議)’를 위해 만들어진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입법 저지에 나선다면 국회 회기 쪼개기를 통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2019년 이후 민주당이 개발해 온 온갖 ‘꼼수의 향연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열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들어갔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22일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한 만큼 늦어도 22일 오전까지는 법사위 전체회의 의결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박 원내대표는 “안건조정위원회는 밤을 새워서라도 심도 있게 심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제1교섭단체를 제외한 안건조정위원 중 한 명으로는 민 의원이 선임됐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의결 정족수(4명)를 확보했다. 국민의힘은 민 의원을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항의의 뜻으로 유상범, 전주혜, 조수진 의원 등 3명의 명단을 제출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민 의원 탈당에 앞서 법안 처리를 위한 여러 조치를 했다. 법사위에 민주당, 국민의힘 소속 위원만 있어 안건조정위가 3 대 3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박성준 의원 대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들어갔다.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양 의원이 법안 처리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민주당은 양 의원을 다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국회법상 회기 중 상임위원 교체가 불가능해 ‘위장 탈당’이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 의원은 지난 18일 검사장 출신인 소병철 의원 대신 법사위에 보임했다. 국민의힘이 1952년생인 한기호 의원을 법사위에 투입하자 임시 조정위원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1947년생인 김진표 의원을 법사위에 보냈다. 최고령자가 임시 조정위원장을 맡아 조정위원장 선출을 진행한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검사 출신 송기헌 의원이 빠지고 최강욱 의원이 들어가기도 했다.
민주당은 ‘살라미 전술’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에 우군(友軍) 넣기’를 통해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당시 마련된 야당의 입법 저지 수단을 무력화하는 등 국회와 선거제도를 능멸하는 ‘꼼수’를 계속 사용해 왔다. 2019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제정안,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회기 끊어 가기를 통해 자유한국당의 무제한 토론을 강제 종료시켰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한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자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어 대응했다. 자신들이 도입한 제도를 시행도 하지 않고 부정한 셈이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대승을 한 후에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안건조정위를 입법 독주의 도구로 변질시켰다. 2020년 12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여권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 조정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비교섭단체 의원, 무소속 의원 등을 동원해 야당의 반대를 돌파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04.21 진중권 "민주당 대체 왜 저래요…170석 공룡의 광기는 재앙"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경파로 알려진 민형배 의원이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무소속 위원으로 배치돼 이른바 ‘위장 탈당’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이 광기에 사로잡혔다”며 “스스로 해체하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21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역사적 사명을 다 한 듯. 이제 스스로 해체하는 게 좋을 듯”이라며 “고쳐 쓸 수도 없이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석이라도 적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170석을 가진 공룡이 광기에 사로잡히면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진다”며 “저분들, 대체 왜 저래요?”라고 했다.

▲[진중권 전 교수 페이스북 캡처]
진 전 교수는 같은 날 출연한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도 민형배 의원 탈당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옛날 운동권 출신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며 “(민 의원 탈당은) 민주당의 꼼수”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과거의 독재는 무차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의 독재는 합법의 외관을 쓴 상태로 이루어진다. 원래 3:3 동수로 했다는것은 합의해서 통과시키라는 얘기다. 협치를 위한 제도인데 야당 몫이지 않나”라며 “그런데 꼼수를 부리게 되면 야당 몫이었던 게 누구 몫이 되는가. 여당 몫이 되면서 사실 이 제도 자체가 무력화가 돼버린다. 이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서명을 거부하고 국회로 내보내면 국회에서 다시 3분의 2 의결하면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 정의당 의원들만 설득하면 되지 않나. 이런 절차가 있는데 왜 그전에 이렇게 하려고 알박기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 의원은 지난 20일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대신해 비교섭단체 안건조정위원으로 배정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무소속이 된 민 의원은 비교섭단체 몫의 안건조정위원이 될 수 있으며, 안건조정위는 4:2의 민주당이 주도하는 구도로 진행된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04.21 신평 “검수완박 강행하는 민주당, 현대판 매국노”

▲신평 변호사. /국회사진기자단
신평 변호사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밀어부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현대판 매국노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을 ‘친일파’에 비유했다. 그는 “의정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꼼수까지 불사하며, 폭주하는 기관차에 계속 더 불을 때어 가속시킨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소위 ‘검수완박’ 입법처럼 소추권자인 검사가 100% 수사권을 행사하지 않는 법제는 있을 수 없다”며 “이 점에서 그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없는 초유의 입법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수완박’ 입법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국힘당도 아니고, 검사도 아니고, 바로 힘없는 서민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 입법을 추진하는 세력은 자신들의 권력형 부패범죄에 대한 처단을 회피하려는 뻔뻔스러운 기득권자들”이라며 “최근 몇 년의 우리 경험에서 보면, ‘진보 귀족’은 ‘빤스(팬티) 벗고 덤비는 자’처럼 너무나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입법에 의해 우리는 인류 문명사의 관점에서 심각하게 퇴행하여 파시스트 경찰국가의 범주로 들어갈 것”이라며 “견제되지 않는 경찰권력이 얼마나 잔인하게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그들은 아예 눈을 감고 귀를 닫아버렸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가제도를 변개하여 나라의 형사사법구조를 망쳐도 좋다는 그들의 행위는 아마 구한말 나라를 일본에 넘긴 매국 친일파에 견줄 수 있다”며 “제 욕심 챙기려고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의 행위와 그들의 행위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왜 그들은 ‘검찰공화국’에서 나아가 이보다 훨씬 더 심한 압제적, 전제적 권력을 경찰에게 부여하여 아예 ‘경찰제국’을 건설하려고 이 야단인가”라며 “그들의 심중에 변개된 제도에 의해 가장 큰 피해자로 될 무수한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에 대한 일말의 고려조차 왜 없는 것인가”라고 썼다. 이어 “그들의 헛된 구호는 매국 친일파가 내건 명분보다 못하다. 그들은 현대판 매국노들”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오경묵 기자
04.21 ‘검수완박 안하면 감옥’ 양향자 말에...양홍석 “나도 들어, 누군지 까버릴까”

▲양홍석 변호사. /법무법인 이공 홈페이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안 하면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죽을 거라며 법안에 찬성하라고 했다”고 말한 데 대해 양홍석 변호사가 “나도 들었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이다.
양 변호사는 21일 양 의원의 인터뷰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나도 민주당 측으로부터 저런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양 의원은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며 “복당이 결정된 후 민주당이 도와달라고 했으나 법안을 보니 도와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양 의원이 검수완박에 반대 의견을 밝히자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키며 강행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양 변호사는 “참 어리석은 판단”이라며 “경찰은 자기들을 봐줄 거라 믿거나 경찰은 아무래도 수사력이 떨어지니까 버틸 수 있을 거라 믿는 어리석음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정말 검수완박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내게 검수완박 발언했던) 민주당 측 인사가 누군지 까버릴까”라며 “변호사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니 까도 무방하다. 어차피 이 마당에 상호 신뢰는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어제까지만 해도 참으려고 했는데 민형배 탈당 소식에 민주당은 더 이상 고쳐 쓸 일이 없을 듯하다”고 했다.
양 변호사는 변호사들의 집단성명 등도 제안했다. 그는 “오늘 안건조정위를 강행하면 곧 법사위 전체 회의, 본회의가 열릴 텐데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의견을 물었다. 양 변호사는 “민주당 의원 중 이 법안 처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사퇴 요구, 항의, 집단면담 신청, 국회 법사위 방청 등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며 “본회의 표결에 앞서 민주당 등 의원들에게 부결을 선택하도록 개별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4.22 지은 죄 얼마나 많길래 “검수완박 못하면 靑 20명 감옥”이라 하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며 법안에 찬성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경파 모 의원은 ‘이거 안 하면 죽는다’며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하지만 법안을 보니 도저히 찬성할 수 없었다”고 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의 양홍석 변호사는 “나도 민주당 측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서 “(그 말을 한) 민주당 인사가 누군지 공개해버릴까”라고 했다. 그는 “경찰은 자기들을 봐줄 것이라거나, 수사력이 떨어지니까 버틸 수 있을 거라 믿는 어리석음에 놀랐다”고 했다. 민주당이 온갖 무리수를 두며 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자신들 비리 수사를 덮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한 셈이다. 대체 이 정권 5년간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많길래 이러는 건가.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 내 8개 조직이 나서서 야당 후보를 억지 수사하고 다른 후보를 매수하는 한편 선거 공약을 만들어 주며 군사작전 하듯 선거 공작을 벌였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13명이 기소된 상태다.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검찰 수사는 대통령 앞에서 멈췄다. 문 대통령의 ‘월성 1호기는 언제 폐쇄하느냐’는 한마디에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이 시작됐다. 장관은 공무원들을 “너 죽을래”라고 겁박했고, 직원들은 자료를 조작·은폐·삭제했다. 하지만 실무자들만 구속됐고 주범 격인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수사를 피했다. 법원 재판도 계속 늘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 이주를 도운 이상직 의원은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도 수사를 피하며 공공기관장을 거쳐 의원까지 됐다. 문 대통령이 봐주지 않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 수사도 피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블랙리스트 수사는 최근에야 시작됐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관련된 대장동 비리와 권순일 전 대법관과 재판 거래 의혹,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 법인 카드 불법 사용 사건도 대기 중이다. 모두 진상이 밝혀져야만 한다.
검수완박을 주도하는 강경파 의원들은 검찰 수사 대상인 피의자들이다. 황운하 의원은 울산 사건 때 야당 후보를 불법 조사한 혐의로 기소됐고, 최강욱 의원은 조국 전 장관 아들 입시 비리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상태다. 이런 범죄 혐의자들이 되레 검찰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이런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4.22 ‘처럼회’ 10여명이 쥐고 흔드는 검수완박
민주당 내 강성 초선의원 모임… 거대 정당이 이들에 끌려다녀

▲처럼회 구성원의 검수완박 관련 발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연일 밀어붙이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1일 막판 속도 조절에 나섰다. 민주당은 애초 이날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거쳐 22일 본회의까지 직행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날 오후 늦게 안건조정위 구성을 보류하고 국민의힘과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 잇단 편법·꼼수에 대한 당내 반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와 국민의힘의 총력 저지 선언이 겹치면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민주당 박광온 국회 법사위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간 중재를 원하고 있는데 안건조정위를 가동하면 협상 분위기를 깰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조정위 구성을) 보류했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청와대도 당 지도부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4월 중 법안의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바뀌지 않은 만큼,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법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당내 새 주류로 자리 잡은 강성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가 여전히 검수완박 강행을 압박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위해 ‘꼼수 탈당’을 자청한 민형배 의원, 법사위에서 법안 논의를 주도하는 김용민·최강욱 의원 등이 모두 처럼회 소속이다.
처럼회 의원 10여 명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당의 리더십이 공백인 상황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원내대표 선거 당시 최강욱 의원을 밀었던 10여 명이 결선투표에서 박홍근 현 원내대표에게 쏠렸고, 이들의 지지로 당선된 박 원내대표가 검수완박에 적극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아무래도 강성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의 의견이 과포장되는 경향이 있다”며 “강경파 의원들이 앞장서고 초선 의원들이 쏠리는 현상이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 상황은 ‘처럼회가 곧 민주당’”이라고 한 바 있다. 현재 민주당 의원 172명 중 초선은 80명으로 절반가량이다. 초선들의 튀는 행동을 지도부와 중진이 조율하는 당내 문화가 사라진 것도 이번 검수완박 폭주 배경으로 꼽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날 검수완박 법안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회에서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 문의에 법제처도 검수완박 법안이 ‘위헌성이 있고 법 체계상 정합성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인권을 후퇴시키고 국제 형사사법 절차에 혼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 국회가 시간이 많지 않다”며 “국민의힘 몽니에 국회 시간을 더는 허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권력 기관 개혁을 막기 위한 마타도어는 중단돼야 한다”며 “수사·기소 분리는 참여 정부 때부터 오랜 기간 숙의한 대국민 약속”이라고 했다.
이번 검수완박 법안 추진을 주도하는 처럼회는 ‘문재인 정부 내 검찰 개혁’을 목표로 2020년 6월에 만들었을 땐 김용민·김남국·김승원·황운하·이탄희·최강욱 의원이 회원이었다. 여기에 민형배·이수진·장경태 의원 등이 합류하면서 숫자가 10여 명으로 늘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추진하면서 처럼회 소속 의원을 전진 배치했다. 법안 심사 1소위에 검찰 출신 송기헌 의원 대신 최강욱 의원을 넣었다. 지난 18일에는 역시 검찰 출신인 소병철 의원은 법사위에서 빠지고 대신 ‘꼼수 탈당’ 주역인 민형배 의원이 배치됐다. 김남국·김용민·이수진 의원까지 5명의 처럼회 회원이 법사위에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수완박 법안의 최전선인 법사위에서는 처럼회가 사실상 주류라는 말도 있다”고 했다. 처럼회 의원들은 강성 지지자 바람몰이를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수진 의원은 민 의원 탈당 직전 유튜브를 통해 “내가 탈당하겠다”고 했고, 다른 의원들 역시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일 강성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들의 출신이나 구성은 다양하다. 변호사인 최강욱 의원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이고 이수진 의원은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 폭로자로 부장 판사 출신이다. 황운하 의원은 경찰 출신, 변호사 출신 김남국 의원은 친명(親明·친이재명)계 핵심이다. 민형배 의원은 전남대 운동권 출신의 해직 기자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다.
이 중 일부는 각종 범죄에 연루돼 재판받거나 수사받고 있다. 이들이 주도하는 검찰 수사권 박탈 명분이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근거다. 황운하 의원은 2018년 울산 시장 선거 개입과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으로 기소됐고, 최강욱 의원은 ‘채널A 검언 유착 의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인턴 활동 확인서 허위 작성’ 등으로 재판 중이다. 변호사인 김남국 의원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 발언으로 수사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강경 행보를 막을 만한 세력이나 인물이 당내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럼회 활동 초기에는 ‘윤석열 출마 금지법’을 내놓는 등 급진적 활동을 하자 이낙연 당시 대표가 “조금 과하다”고 언급하는 등 제약을 걸었다. 하지만 대선 패배 이후엔 분위기가 달랐다. 한 수도권 지역 재선 의원은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패배 직후 리더십이 흔들릴 때 초선 의원들에게 기댔고, 박홍근 원내대표 또한 처럼회에 표를 받은 빚이 있다”고 했다. 지도부 ‘투 톱’은 이들 행동에 제약을 거는 대신 검수완박에 앞장서고 있다.
당내 신주류 세력으로 떠오른 친명계 역시 마찬가지다. 처럼회 소속 김남국 의원은 동시에 친명계 ‘7인회’에 속해 있고, 다른 의원들 역시 검수완박에 부정적이지만 대놓고 반대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처럼회의 기반인 강성 당원·지지자들과 이재명 전 지사의 지지 세력이 일부 겹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강성 지지자들은 여의도 당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거나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날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상황을 정리해야 할 중진 의원들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응천 의원은 “나는 솔직히 우리 당에 이재명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당내에는 검수완박계와 ‘검수덜박계’만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 시장 공천 배제를 두고 친명·비명(非明)은 공개적으로 부딪쳤지만, 검수완박을 두고 당내 기존 계파가 다툼을 벌인 적은 없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당 상황이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세이기 때문에 뭐라고 반대할 수도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04.22 공포와 광기의 결합, 검수완박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다음 중 화재를 당한 사람들의 본능적 반응이 아닌 것은? ①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회귀 본능 ②빛을 보고 몰려가는 지광(指光) 본능 ③위험해 보이는 곳에서 일단 물러나는 퇴피(退避) 본능 ④먼저 뛰어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추종 본능 ⑤왼쪽으로 돌아가는 좌회(左回) 본능.
9급 소방관 시험에 나오는 문제다. 정답은? 없다. 모두 맞다(⑤는 대부분 사람이 오른손잡이기 때문이다. 트랙 경기가 다 왼쪽으로 도는 이유다). 공포가 움직이면 이성은 멈춘다. 본능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의 활동이 논리를 관장하는 전두엽을 압도한다. 합리적 추론 대신 본능적 반사에 몸을 맡기게 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모습이 딱 이 꼴이다. 전형적인 공포 반응이다. 명분이야 검찰 권력 견제지만, 누가 봐도 불안감과 초조감의 발로다.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의 들러리를 거부한 양향자(무소속)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강경파 모 의원이 검수완박 안 되면 죽는다고 했다.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에 간다는 얘기도 들었다." 김용민 의원은 검사의 항의 문자에 "곧 저에 대한 보복수사를 준비하겠군요"라고 반응했다. "선거에서 지면 없는 죄도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는 이재명 후보의 말은 블랙 유머만은 아니었다.
지난 5년 민주당 정권을 지배해온 심리 기제는 '포위된 요새론'이었다. 행정·입법부를 장악했으면서도 보수 세력에 포위돼 있다는 위기감을 끊임없이 재생산했다. 요새 방어를 위해 결 다른 목소리는 제한돼야 한다는 논리로 진영을 결집했다. 202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문재인 정부의 이런 '피(被)포위 의식'을 내로남불의 심리적 배경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검찰주의자 대통령의 탄생으로 위기감은 실존적 불안이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등판은 초조감을 극대화했다. 둘러싼 적들이 이제 성문을 열고 밀려들기 시작했다는 절박감이다. 공포는 종종 광기를 낳는다. 1792년 9월, 대혁명의 열기에 휩싸여 있던 파리 시민들은 프로이센군과 오스트리아군이 몰려오고 있다는 소식에 수감 중이던 왕당파와 반혁명 혐의 죄수 1300명을 끌어내 재판도 없이 학살했다. 거대한 역사 진보의 발걸음에 스민 피비린내 흑역사다.
안건조정위 통과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대목은 광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안건조정위는 쟁점 법안을 놓고 다수당과 소수당이 숙의하라고 만든 제도다. 여기를 거치면 소위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해 상임위 전체회의에 부친다. 민주당은 상상하기 힘든 꼼수로 의회 민주주의 장치를 민주주의 파괴 장치로 변질시켰다. 광기에는 비루함마저 섞였다. 의회 내 압도적 다수당이 목적을 위해 수단을 비틀고선 "형식과 절차는 지키지 않았느냐"고 강변한다. 의회주의자를 자처했던 김대중, 정정당당을 외쳤던 노무현의 정당이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화마를 만난 사람들의 다섯 가지 본능 중 지금 민주당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추종 본능이다. 몇몇 초선 강경파 의원의 "불이야!" 외침에 당 전체가 우르르 몰려다닌다. 기득권 586이 주축인 지도부는 표결도 없이 박수로 172명 전원을 발의자 명단에 올리며 독전(督戰)의 북을 울려댄다. 소수 합리파가 목소리를 내지만 어지러운 발소리에 묻히는 모양새다. 공포와 광기의 결합이다. 한국 민주화 역사의 페이지들을 당당하게 써 왔던 정당이 이렇게 망가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멈춰 서야 한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이번처럼 우호 세력조차 완전히 등을 돌린 적은 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시간'이라는 모호한 말로 슬쩍 숨었다. 예상대로다. 윤석열 당선인은 달랐으면 한다. 민주당의 공포 반응은 과하지만, 검찰의 정치적 수사에 대한 일반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검찰 개혁에 대해 좀 더 전향적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도 이뤄져야 할 정의가 있다면 어떻게든 이뤄진다.
04월 22일 국회선진화법도 짓밟는 민주당 꼼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른바 검수완박 관련 법안 처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 거대 의석을 무기 삼아 국회법마저 무력화하는 전횡으로, 비난 여론이 심각하다. 일단 보류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야당 몫을 할당받는 ‘창의적’인 전략을 짰다.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는 듯하다.
10년 전에 국회 내 폭력과 무질서 근절을 목적으로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됐다. 당시 소수당이었던 민주당은 소수의 의견을 중시하는 타협의 국회 운영을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를 제안했다. 정당 간 이견이 심할 때 다수결을 강행하지 않고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여야 간 더 많은 심의를 거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 취지에 따라 조정위는 총 6명 중 제1 교섭단체 3명과 나머지 위원 중 3명 동수로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무소속 의원이 있을 때는 나머지 위원 몫 3인 중 1명을 배정하도록 정했다.
조정위가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가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당이 제안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지연됐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를 빼 들고 야당인 통합민주당을 압박하자, 야당은 행안위에 안건조정위 구성을 제안했다. 일단 조정위가 구성되면 최대 90일간 상임위에서 해당 안건을 심사·표결할 수 없다는 점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은 통합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 개정안을 수정, 처리했다. 안건조정위원회라는 제도 덕분에 통합민주당은 152석을 가진 새누리당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현재의 야당이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기 위해 제시한 조정위원회 구성이라는 전략을 민주당은 황당한 편법을 통해 좌절시키려고 한다. 6명의 위원 중 4명의 동의로 통과시키기 위해 여당의 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지위를 바꿨다. 알량하게 형식 규정만 지키겠다는 얄팍한 속셈이다. 법안이 조정위원회를 통과하고 나면 민 의원은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할 것이다. 명백히 조정위원회 제도의 도입 취지를 벗어난 것이며, 목적을 위해 부당한 수단이 정당화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은 후 아마도 무소속 의원에게 배정되는 조정위원 몫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해당 조항이 개정된다면 결국은 무소속 의원이나 군소 정당의 의견이 개진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고 국회의원의 직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은 국회법 제24조에 따라 직무를 양심에 따라 수행할 것을 선서했다. 현재 민주당이 자신들이 사적 이익이 아닌 국가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게 된다.
한국행정연구원에서 발표한 2020년도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회를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6.2%)을 포함해 ‘약간이라도 신뢰한다’는 긍정적인 응답은 34.4%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검찰을 약간이라도 신뢰한다’는 응답은 50.1%로 나타났다. 다른 기관의 개혁을 추진하기에 앞서 국회 개혁에 착수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문화일보
04.23 野 돌연 수용으로 검수완박 타결, “권력비리 방패” 비난하더니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4.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여야는 22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달 법안 처리를 한 뒤 5월 3일 국무회의에 올린다고 한다. 민주당이 각종 무리수를 총동원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면서 벌어진 여야 간 극한 대치 국면이 급작스레 해소된 것이다.
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냈고, 검찰은 “검수완박 시기만 잠시 유예한 것”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한 검찰 말살책”이라고 반발했다.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꼼수로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던 민주당 지도부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비리를 덮기 위한 위헌적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던 국민의힘의 입장이 돌변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박 의장 중재안은 검찰의 6개 주요 범죄 수사권 중 부패·경제 2개만 남기고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개는 경찰로 넘기는 내용이다. 수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고 특수부도 5개에서 3개로 줄인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논의를 거쳐 1년 6개월 뒤 한국형 FBI(연방수사국)인 ‘중대범죄수사청’이 발족하면 나머지 2개 수사권도 중수청으로 넘어간다. 중재안이라지만 민주당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바뀐 내용이 없다.
이번 합의로 권력 비리 수사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상당수가 이 법이 시행되는 9월부터 중단되고 경찰로 이관된다. 경찰이 수사를 재개하기 쉽지 않거니와 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 등의 비리를 덮기 위해 노골적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여 왔다.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간다”는 말까지 했다. 검찰이 남은 4개월간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 이 의혹들은 사실상 묻히게 된다.
여야의 정치적 거래로 70여 년간 유지해 온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이렇게 뒤흔들어도 되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신중하게 논의해 결정할 문제를 정치권이 날림으로 뜯어고쳤다는 것이다. 새로 만들어질 중대범죄수사청이 주요 범죄 수사를 제대로 해낼 역량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국민들은 이번 합의를 이끈 여야의 주역들에게 이들이 원인을 제공한 국가적 혼란에 대해 두고 두고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23 헌법학 태두 허영 석좌교수 “‘검수완박’은 위헌이자 입법 쿠데타”
“檢 수사권 인정이 글로벌 스탠더드… 검수완박 되면 ‘경찰공화국’ 우려”

[사진 제공 · 허영]
“검사가 수사와 소추를 하고 경찰이 수사 보조를 하는 틀의 형사사법체계는 건국 후 73년간 유지돼왔다. 그런데 정권교체기에 야당과 협의조차 없이 국회 본회의 회기 쪼개기 등 온갖 탈법과 불법 수단을 총동원해 졸속으로 이런 틀을 파괴하는 것은 아무런 명분도 찾을 수 없는 입법 쿠데타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최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이렇게 평가했다. 민주당은 4월 15일 소속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산업)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해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기는 것이 뼈대다.
허 교수는 한국 헌법학계의 태두다.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에서 헌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허 교수는 독일 본대, 바이로이트대와 경희대, 연세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그가 1980년대 저서 ‘헌법이론과 헌법’에서 제시한 ‘동화적(同化的) 통합론’은 대한민국 헌법이론의 정설로 자리 잡았다. 민주당의 법률 개정안을 살펴본 허 교수는 “위헌” “헌법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이번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에서 사법경찰관에게 압수·수색영장 청구권을 부여한다는 대목이 눈에 뛴다.
“압수·수색영장 청구권 주체를 경찰로 국한한 것은 헌법(제12조 3항과 제16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헌 조항이다. 형소법 개정안에는 그 밖에도 문제점이 너무도 많은데 그중 위헌성이 큰 두 가지만 들겠다. 개정안 제237조 1항 및 2항에서 검사는 고소·고발을 하지 못하고 경찰만 하도록 정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사법 절차적 권리구제의 길을 과잉 제한한 위헌이다. 둘째로 이번 개정안은 국민 인신권(인격권과 신분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다. 우선 경찰의 구속 기간을 20일로 2배 늘리는 대신, 검찰의 구속 기간을 10일로 줄였다. 그러면서 경찰이 구속 송치한 피의자는 검찰이 무혐의라고 판단하거나 불구속 사유가 생겨도 구속 기간 중에는 석방하지 못하고 경찰에 석방 요구만 할 수 있게 했다. 경찰에게 석방 여부의 권한을 준 것이다. 인신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형소법 개정안은 여러 실정법 규정과 배치되는 등 입법 체계의 정당성과 정합성에도 어긋난다.”
△구체적으로 어느 실정법과 충돌하는가.
“국회증언감정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제15조 4항)은 증인·감정인 등이 국회 모욕, 위증 등 죄를 범할 경우 검사에게 고발해 수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제45조 1항과 3항)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129조) 등도 위법 행위가 있으면 검찰총장에게 고발하도록 했고, 후자의 경우 심지어 검찰총장에게 고발 요청권까지 주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73조의3)은 증권선물위원회가 불공정거래 행위 등 범죄 혐의를 검찰총장에게 통보해 수사하도록 했다. 그리고 같은 법 제427조 2항은 ‘조사공무원이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한 압수·수색을 하는 경우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이 있어야 한다’며 압수·수색영장의 청구 주체를 검사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검찰을 수사와 소추 주체로 설정”
△검찰청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검수완박 내용은 분명히 헌법 파괴적이다. 우리 헌법은 제89조 16호, 제12조 3항, 제16조 등을 통해 검찰총장을 수장으로 하는 검찰을 수사와 소추의 주체로 설정하고 있다. 경찰은 헌법에 언급도 없는 법률상 치안유지기관에 불과하다. 생활형 범죄 수사는 치안질서 유지와 직결되므로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권력형 부정·부패 범죄 수사는 경찰의 수사 영역이 아니라 전문적인 수사기관인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이 경우 경찰은 검찰의 수사 보조기관일 뿐이다. 수사 대상인 범죄 피의자 입장에서도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수사를 받는 편이 유리하다. 검사는 변호사자격시험을 통과한 동질 집단이므로 전국 어디에서건 거의 균질적인 수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경찰조직은 법률 전문가 조직이 아닌 데다 매우 다원적 조직이라서 수사의 균질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범죄 피의자의 거주지 등 수사를 받는 장소에 따라 수사 질이 많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 입법안은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제까지 해당 조항은 검찰 수사권의 헌법적 근거로 인식됐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영장 청구권은 당연히 수사권을 전제로 한다”며 “검사로 하여금 수사를 못 하게 하는 법안이 있다면 당연히 위헌”이라고 반발하자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헌법에는 검찰청 권한에 대해서는 한 줄도 있지 않다”고 맞섰다. 허 교수는 윤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구차한 궤변”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헌법에 ‘검찰청 권한’이라는 항목이 없으면 검사들의 조직인 검찰청은 그냥 허수아비 조직이라는 말인가. 검찰총장의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하고 검사에게 체포·구속·압수·수색영장 청구권을 부여한 헌법 규정은 검찰청 권한과 무관한 규정인가. 헌법에 국회의장 권한에 관한 자세한 규정이 없으니 법률안 공포권(제53조 6항)만 빼고 다른 권한을 모두 박탈하는 국회법을 만들어도 되나.”
△헌법상 검사에게 부여된 영장 청구 권한과 수사권을 등치시켜 볼 수 있나.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수사권이 포함됐느냐 하는 것은 표피적 논쟁이다. 헌법은 통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또 국민 친화적인 해석을 해야 한다. 자구 해석에 매달려선 안 된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실현을 위한 가치규범이다. 따라서 모든 헌법 규정은 국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기본이다.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는 수사권이 당연히 전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이고 또 국민 친화적인 해석이다.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려면 영장을 청구할 만한 범죄 사실과 압수·수색 필요성이 있는지를 먼저 자세히 수사해야 하지 않겠나. 수사와 영장 청구는 국민의 인신권과 직결되는 불가분의 사법 절차인 만큼 항상 수사 대상 및 압수·수색의 객체인 국민이 편해지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 수사 주체와 영장 청구 주체가 각각 다른 경우 수사 대상인 국민은 두 번에 걸쳐 수사를 받아야 하는 피해를 입는다. 따라서 영장 청구권에서 수사권을 배제하는 인위적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수사권·기소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인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대륙법의 대표적 나라인 독일을 비롯한 프랑스 등 거의 대다수 대륙법 국가는 물론, 영미법 국가인 미국과 영국 등도 검찰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검찰 수사권을 인정하는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다.”
△이번 검수완박 관련 법률 개정안에서 읽히는 입법 의도와 숨은 뜻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 민주당이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나. 퇴임 후 문재인 대통령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등 많은 범죄 혐의가 있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등을 지키기 위한 방탄용 졸속 입법 아닌가.”
“검찰 수사권 인정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미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6대 범죄로 줄어들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됐다. 법조계에선 수사권 조정 후 수사가 지연되거나 불송치 결정 통보가 늦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제까지 검찰이 주도하던 특별수사 역량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검수완박에 따른 형사사법시스템 변화가 일반 시민에게 끼칠 영향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지금과는 비교 안 되는 엄청난 불편과 피해가 발생하리라고 생각한다. 권력형 범죄자만 웃고 국민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3개월의 수사 공백 기간에 권력형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그 후에는 검찰이 맡았던 사건이 모두 경찰로 이관되는데, 지금보다 극심한 사건 처리 지연이 생길 것이다. 현재 경찰은 복잡한 권력형 범죄를 완벽히 수사할 능력을 갖춘 조직이 아니다. 수사 역량 한계를 훨씬 넘는 일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수사의 혼선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때 가면 국민은 검수완박 폐단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 측은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 등을 신설해 특별수사 역량을 확보하겠다는데.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수사기관이 많아지면 국민만 불편하다. 수사기관은 검찰과 경찰로 충분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쓸모없는 수사기관이라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나. 그런데 또 수사기관을 만들겠다니 그런 옥상옥식 설치로 인한 국가 재정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몫 아닌가.”
△경찰 권력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역사적으로 검찰은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 처음 도입됐다. 구체제 경찰 권력의 비대화에 따른 폐단을 고쳐 천부인권을 효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독일도 19세기 프로이센 경찰국가(POLIZEISTAAT)에 대한 반성적 개선책으로 프랑스 제도를 모방해 현 검찰제도를 도입했다.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21세기 한국에 프로이센 경찰국가가 탄생하는 셈이다. 사실상 공룡화된 경찰을 통제하고 견제할 방법은 없다. 경찰의 직무 관련 범죄는 공수처가 수사한다고 하지만, 지금 공수처는 그런 의지도, 수사 능력도 없지 않은가. 경찰의 사기나 절도, 성폭력, 음주운전 등 일반 범죄를 통제할 방법조차 전무하다. 수사권 행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대할 수 없다.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수사를 막을 방법도 없다. 그 피해자는 국민이다. 그야말로 경찰공화국이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추진한 이른바 ‘검찰개혁’이 검수완박으로 종지부를 찍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끝내 강행하면 야당이 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여야는 일단 타협에 나선 모양새다. 4월 22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법안 관련 중재안을 수용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되 직접 수사권은 한시 유지하고 보완수사 권한은 축소해 존치시키는 것이 뼈대다. 이에 김오수 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검찰 지휘부는 총사퇴했다. 이런 정국을 바라보는 원로 헌법학자의 시각은 어떨까.
“검찰 감시 민간기구 설치해야”
△검수완박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야당은 국회법에 주어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한다. 헌법재판소에 기관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헌법재판소 구성을 보면 공수처법 합헌 결정 때처럼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국민에게 검수완박의 진실과 폐단을 자세히 알리고 국민이 강력한 저항운동을 하도록 촉매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다음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검수완박 추진 세력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총평한다면.
“한마디로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이뤄진 검찰에 대한 정치보복이고, 검찰의 정권 시녀화라고 생각한다. 5년간 ‘적폐청산’ 수단으로 검찰을 철저히 이용해오지 않았나. 그러고나서 정권 말에 검찰 칼끝이 자신들을 향하는 것 같으니 아예 검찰을 토사구팽하는 후안무치한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검찰 수사를 위한 진정한 개혁은 무엇일까.
“진정한 검찰개혁은 검찰을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성과 객관성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한 검찰 감시 민간 기구를 설치해 검찰권 남용과 악용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36호에 실렸습니다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04-23 민주당 보좌관 출신 검사 “국회에 야전침대 놓고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김오수 사표 거둬라”
더불어민주당 당원 출신이자 의원실 보좌관으로 근무했던 현직 평검사가 “김오수 검찰총장 등 지휘부는 당장 사표를 거두고 국회로 출근해 설득하라”고 주장했다.
김규현 남양주지청 검사는 지난 22일 오후 검찰 내부망에 ‘총장·간부 사직을 반대합니다. 법 통과 시까지 책임을 다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주장했다. 김 검사는 “저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또한 민주당원 출신”이라고 먼저 과거 이력을 밝힌 뒤, “검수완박 국면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참아왔다. 어떤 말을 하든 의도를 의심당하고,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든 고위 간부들이 사직한다는 소식을 듣고,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서 글을 올린다”며 “(박병석 의장 여야 중재안은) 국회 통과는 확정된 상황, 법사위 간사실, 입법조사관실 문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국회를 드나들며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모두 사직하는 건 무슨 경우냐”고 검찰 지휘부의 총 사퇴를 비판했다.
22일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 그리고 전국 고검장 6명 등 검찰 지휘부는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하자 줄사표를 냈다.
김 검사는 “이제 전체 검사의 95%가 하고 있는 사법통제와 보완수사 환경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앞으로 공소유지의 어려움은 불 보듯 뻔한 일이지만 피할 수 없다”고 현실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사 초기부터의 법률자문, 수사협력 구조 설계에 집중한다면 중대범죄 대응역량 훼손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수사지휘권은 부활시킬 수 없더라도, 최소한 미국 검사처럼 ‘수사요구권’은 있어야 한다”고 직접 작성한 개정안 조항을 첨부하기도 했다.
김 검사는 “중요사건의 경우 경찰수사 초기부터 검사의 관여가 필수적임에도 검사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미비한 실정”이라며 “법안 개정 시(안되면 곧 국회에 구성될 사법개혁특위에서) 포괄적 수사요구권이 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과거 국회 근무 경험 등을 고려해 “4월 중 국회 통과가 예정돼 있는 만큼, 늦어도 일요일까지는 법사위에서 대략적인 법안 성안이 완료될 것”이라며 “오늘, 내일, 모레(22~24일) 주말 동안이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등 지휘부를 향해선 “지금 당장 국회로 가서 야전침대를 펼쳐놓고 살아도 모자랄 판에, 사표를 내고 집에 가신다고요? 제정신입니까?”라고 재차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최후의 최후까지 온몸을 던져 국민의 권익을 사수해야 하는 마당에 지도부 전원이 사표를 내고 집으로 도망가는 조직이라니. 이렇게까지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할 바에는 그냥 통째로 해체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총장님, 대검차장님, 고검장님들, 대검 부장님들, 당장 사표를 거두고, 국회로 출근하십시오. 일개 평검사로서 드리는 부탁이 아니라, 한 명의 국민으로서의 명령”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이정구 기자
04월 23일 국민의힘 지방선거 경선…대구 홍준표·강원 김진태 등 선출
‘朴心’ 유영하 변호사는 대구 경선 3위로 밀려
제주 허향진 비롯해 경기 고양 이동환·수원 김용남·용인 이상일 등 후보 선출
오는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홍준표 의원이 나서게 됐다. 강원지사에는 김진태 전 의원이 선출됐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위원장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광역단체장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경선은 지난 21∼22일 이틀간 실시됐으며, 책임당원 선거인단 유효 투표 결과 및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가 각각 50%씩 반영됐다.
우선 홍 의원은 대구시장 경선에서 49.46%(현역 의원 출마 및 무소속 출마 이력 감산점 10% 반영)를 얻어 김재원 전 최고위원(26.43%), 유영하 변호사(18.62%)를 제쳤다. 탄핵 국면 당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좌해온 이력을 바탕으로 ‘박심(朴心)’을 내세우며 주목받던 유 변호사는 홍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었다.
강원지사 경선에서는 58.29%를 얻은 김 전 의원이 황상무 전 KBS 앵커(45.88%·신인 가산점 10% 반영)와의 경쟁에서 이겨 후보로 선출됐다. 춘천지검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인 김 전 의원은 춘천시 지역구에서 19·20대 재선 의원을 지냈다. 당초 국민의힘은 황상무 전 앵커를 단수 공천하고 김 전 의원을 컷오프(배제)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단식 투쟁 등으로 맞서, 2파전 경선을 치르게 됐다.
제주지사 경선에서는 40.61%(신인 가산점 10% 반영)를 얻은 허향진 전 제주대 총장이 장성철 전 제주도당위원장(37.22%),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28.45%·신인 가산점 10% 반영)을 누르고 후보로 뽑혔다.
한편 이번 경선 결과에서 경기 고양시장에는 이동환, 경기 수원시장에는 김용남, 경기 용인시장에는 이상일, 경남 창원시장에는 홍남표 후보가 각각 선출됐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04.25 정치권 범죄만 뺀 신·구 권력의 야합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여야가 합의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중재안은 공직자·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없애는 게 핵심이다. 선거법 위반이나 직권남용 수사의 대상은 바로 여야 국회의원과 정권 고위층이다.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빼버린 것이다. 자기 범죄를 덮고 수사를 뭉개기 위해 여야가 정치적으로 야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은 오는 9월부터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다른 직권남용 의혹이 드러나도 검찰은 손댈 수 없다.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할 공직자 범죄도 마찬가지다. 떠나는 권력도, 새 권력도 모두 검찰 수사에서 자유로워진다. “부패한 정치인과 권력자들만 좋아진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수사도 힘들어질 것이다. 선거 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해 신속·정확한 수사가 생명이다. 그래서 검찰은 공공수사부를 둬 이를 전담해 왔다. 그런데 9월부터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 검찰이 지방선거 범죄를 제대로 수사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은 심각한 수준이다. 공소시효에 쫓겨 제대로 수사도 못 하고 면죄부를 주는 일이 속출할 것이다. 선거 범죄 당사자인 정치인들만 살판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선거 공정성까지 무너질 수 있다.
그간 국민의힘은 “정권 비리 수사를 막으려는 위헌적 입법”이라고 결사 반대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검찰에서 선거·공직자 범죄 수사권을 뺏자는 중재안을 내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 “민주당의 강력한 요구를 이겨낼 수 없었다”는 건 핑계일 뿐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론 질타가 쏟아지자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공직자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 우려는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중재안 합의를) 재검토하겠다”고 했고,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이해 상충이며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졸속 합의를 깨고 다시 협상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4월 말 국회 통과’라는 시한에 얽매일 일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윤 당선인은 작년 3월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검찰총장직을 사퇴했고, 이를 기반으로 대선에 출마해 국민 선택을 받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기존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고 ‘검수완박’에 합의해 줬다. 당선인으로서 당연히 반대 입장을 밝혀야 마땅한 것 아닌가. “국민 우려를 잘 듣고 지켜보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말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4.25 민주당 박지현, 조국 부부에 사과 요구… 조국 “이미 여러번 사과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2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뉴스1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조국 자녀 입시비리에 대해 법원이 동양대 표창장, 6개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라고 판결한만큼 조 전 장관이나 정 전 교수는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 나왔다.
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첫 내각은 내로남불 내각으로 불러야 할 듯하다”며 “장관 후보자 18명이 펼치는 불공정·불법 비리가 퍼레이드 수준이다. 정상적인 후보자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청년들이 아빠 찬스에 분노하며 윤석열 당선인의 공정은 무엇인지 묻고 있다”며 “두 자녀 입시비리와 군면제 의혹이 제기된 정호영 후보자, 딸에게 장학금 1억원을 지급한 김인철 후보자 두 분의 자진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청문회 이전에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비리 후보자를 정리하려면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우리 잘못을 고백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조 전 장관 부부를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저도 이 판결이 절대적으로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편파적이고 가혹했던 검찰 수사로 조 전 장관과 가족이 처한 상황 또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국민 앞에 떳떳하고 국민의힘 잘못을 지적하려면 이 문제를 묵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사과하고 성찰할 때 상대의 반성과 성찰도 뒷받침된다”며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진솔하게 입장을 밝혀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 전 교수는 영어(囹圄)의 몸이라 소통이 어려운 상태이므로 제가 답한다”며 “저는 2019년 하반기 장관 후보 상태에서 이루어진 기자 간담회와 인사청문회 등에서 여러 번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후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비슷한 요청에 대하여 같은 취지의 사과를 표명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의 사실 및 법리 판단에 심각한 이견(異見)을 갖고 있지만,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한다”며 “저희 가족의 경우와 달리, 교수 부모가 제공한 인턴·체험활동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분들께 송구하다. 이후에도 또 사과하라고 하신다면, 몇 백 번이고 사과하겠다. 다만, 저희 가족 사건에 대한 수사, 기소, 판결의 잣대에 따라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를 검증해주길 소망하고 있다는 말씀을 첨언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소정 기자
04.25 “정치적 야합” 검수완박…여야, 원점 재검토해야
검찰 수사 피하려는 양측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분노한 민심 새겨듣고, 여야 합의 무효로 하길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해 여야가 전격 합의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이해당사자인 검찰은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이 시기만 늦춰진 것”이라며 검찰총장과 고검장 전원이 항의성 총사퇴로 반발했다. 많은 국민도 “정치권의 야합”이라며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양당의 합의안 가운데 가장 비난받는 조항은 현재 검찰에 직접수사권이 있는 6대 범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를 먼저 삭제하고 부패·경제는 남기되 이 또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폐지한다는 것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검찰은 선거사범·공직자 수사를 할 수 없다. 선거사범·공직자 수사는 그동안 국회의원을 필두로 행정부 및 청와대의 고위층 인사들의 비리나 부정을 처벌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사전에 권력층 비리를 억제하는 역할도 했다.
역으로 보자면 신구 권력 모두 검찰에서 가장 먼저 들어내고 싶어 했던 수사권이다. 현실적으로도 민주당이 정권교체기에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한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정 태풍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보호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는 차기 여권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의 예봉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처럼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게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수용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김예원(변호사) 장애인인권법센터 대표는 “(사건의) 99%에 해당하는 서민 사건이나 민생 사건에 초점을 맞춘 중재안이 아니라 국회의 딜(협상), 정치인은 수사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의 야합으로 이뤄진 엉터리 중재안”이라며 “형사사법체계가 국회 거래의 산물이 됐음을 역사가 깊이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합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당장 6·1 지방선거 선거사범 수사는 막대한 차질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또 3년2개월 만에 재개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비롯해 공직자의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수사도 삐걱거리는 등 수사의 총량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형벌권 약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인 서민에게 돌아간다.
중재안 합의를 주도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난이 잇따르자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 무겁게 여겨야 했다”며 사과했다. 이에 더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어제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해 상충”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이준석 당 대표도 “검수완박 입법 추진은 무리며 25일 최고위원회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셀프 방탄 입법’이란 민심의 소리를 새겨듣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4월 25일 정치인·권력자 수사 막고 국민 피해 키울 합의안 본질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전격 합의했다는 검수완박 ‘박병석 중재안(案)’은 정치권의 후안무치한 본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재안은 더불어민주당안의 국민 권리 및 인권 침해 우려에 대한 개선책이 전혀 없다.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은 4개월 후 폐지된다. 정치인·권력자들은 발 뻗고 자게 됐지만, 일반 국민은 형사사건 피해자나 형사재판 피고인으로 어떤 피해를 보든 따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합의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9월부터 선거범죄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공직자범죄인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은 경찰로 넘어간다. 6월 1일 지방선거 사범의 경우 검찰이 3개월여 수사하다 경찰로 넘겨야 한다. 지방선거 통상 입건자 수가 5000명 안팎인 데다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해 면죄부를 받을 당선자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반면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단일성과 동일성 벗어나는 수사 금지’ 규정으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 합의안에 따르면 경찰 송치 사건과 고소인 이의 제기 불송치 사건에 한해 보완수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불송치 사건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일반 국민이 불송치 결정문을 이해하고 이의를 제기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1년6개월 후면 윤석열 정부는 검찰 수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반면, 국민의 고소·고발 선택권 박탈, 경찰 신청을 전제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권,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 폐지 등 인권 침해 및 위헌 논란이 제기된 조문들은 그대로 남았다.
형사사법 체제는 국민 권리구제 및 인권보호와 직결된다. 체제 변화를 위해서는 국민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국민 피해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기본이다. 그런데 졸속으로 합의했다. 정권 교체기에 문재인 정부 수사 저지와 윤석열 정부 리스크 대비용 야합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5일 검수완박 야합, 권성동 사퇴하고 尹은 폐기에 앞장서야
검수완박 사태에 대응하는 국민의힘 및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은,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뒤 ‘여소야대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한편으로는 대선 승리에 취해 ‘웰빙 체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 의석 부족에 따른 패배주의에 젖어 거야(巨野)의 부당한 요구에도 휘둘리는 오락가락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검수완박은 윤 당선인이 지난해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직접적 계기인 데다, 오늘날 윤 당선인이 단기간에 대통령직에 이른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만큼 정권의 정체성 그 자체다. 더욱이 대선이라는 국민의 최종적 판단까지 거쳤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하고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은, 원래 민주당이 제시한 안에서 시간만 늦출 뿐이지 위헌 요소 등 기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그렇다면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의석이 부족하면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이젠 단호히 요구해야 한다. 또, 취임하면 법안의 재개정 발의는 물론 국민투표 부의까지도 가능하다. 이런 결기로 임해도 더불어민주당에 휘둘릴 판인데, 권성동 원내대표부터 “소수당의 한계” 운운하며 부당하고 위헌적인 요구에 굴복했다. 취임 전부터 이런 식으면 정권 교체의 의미조차 사라진다.
윤 당선인 책임이 막중하다. 그런데 25일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에 대해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주기 당부한다”고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당장 인사청문회 등이 걸려 있어 신중한 입장은 이해되지만, 이번 문제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며 검찰총장직을 사퇴했고, ‘국민이 불러’ 현재에 이르렀음을 잊어선 안 된다.
덜컥 합의해준 권 원내대표는 당과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현실 인식과 역량도 의심된다. 기존 합의를 파기해야 하는 만큼 당장 사퇴해 재협상 길을 열어주는 것이 옳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5일 死 노무현이 生 문재인·윤석열에 묻다

이제교 정치부장
盧 퇴임 전 無토론 입법 질타
검수완박 당시 상황과 판박이
여야 위헌성 불구 중재안 합의
국민 彼我 떠난 비리척결 원해
文 꼼수 입법 시도 지적할 필요
尹 국민 이익·동의로 판단해야
“이처럼 큰일이 정말 토론이 필요 없는 일입니까?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까? 국회의원들은 다 알고 찬성하고 있습니까? 토론도 하지 않고 통과시켜 달라는 것인가요? 국민이 선거로 대통령을 뽑아 줬으니 백지로 밀어줘야 하는 것입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퇴임 직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이 유례없는 전면적 개편이라며 사자후 같은 연속 질문을 쏟아냈다. 정부조직개편안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바꾸면 작금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오히려 검수완박에 비하면 정부조직개편은 큰일 축에도 끼지 못한다.
검수완박, 네 글자엔 과거 회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두려움이 묻어난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눈빛’만으로 검찰을 조종해 대장동 비리와 울산시장선거 개입,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재수사 등으로 자기편을 줄줄이 감옥에 보낼 것이라는 망상적 사고도 엿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민주당의 태도를 설명할 길이 없다. 74년 동안 유지됐던 형사사법체계의 큰 틀을 바꾸는 대변화를 민주당은 급하게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대법원마저 ‘위헌 소지’를 언급한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소수당 한계” “악법 저지”라는 자기 위안 속에서 합의했다.
검찰은 민주당 강경파에 오래전부터 괴물로 여겨졌다. 지하세계의 문을 지킨다는 개, 케르베로스였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민혁명당, 부림사건 등 1987년 민주화 이전에 검찰은 각종 용공 사건을 조작·과장했다. 권력에 빌붙어 수사·기소권을 휘둘렀던 잘못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를 검찰공화국으로 여기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정치보복 수사에 나설 것으로 생각했다면 유권자들은 그를 뽑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개혁은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있지 수사권 자체를 뺏는 것에 있지 않다. 검찰의 임무는 내 편과 네 편을 따지지 않는 부패와 비리의 척결이다. 그것이 국민이 검찰에 바라는 단 한 가지 주문사항이다.
국민은 소외됐다. 그 흔한 공청회와 토론회도 없었다. 민주당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 사보임, 민형배 의원 위장 탈당으로 나왔다. 의회민주주의 훼손이다. 민주·진보·인권을 외쳐 온 민주당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정당한 절차와 방식을 따르지 않는 검찰개혁은 명분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검수완박 법안은 이대로라면 다음 달 3일 문재인 대통령의 책상 앞에 놓일 것이다. 그는 ‘입법의 시간’이라며 지금까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대통령은 국민 삶과 국가 미래가 걸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가 많다. 여론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문제도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 입법과정에 나타난 변칙과 꼼수 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
곧 취임하는 윤 대통령 앞에는 험난한 과제가 있다. 핵심인 검찰 직접수사 폐지 시점이, 2항은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이고, 5항은 사실상 1년 6개월로 못 박은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으로 서로 다르다. 중수청 입법을 논의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업무를 담당할 검사의 자격과 임명 구조 등을 놓고 여야 충돌을 예고한다.
민주당 강경파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잊지 못한다. 괴물 검찰이 살육한 정치적 제물로 바라본다. 그래서 그의 말에는 더 울림이 크다.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원했던 노 전 대통령은 위에서 언급한 기자회견 끝부분에서 원칙을 강조했다. “바쁠수록 둘러가라는 말이 있듯, 충분한 토론을 거치고 문제가 있는 것은 고치고 다듬어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가는 것이 순리고 민주주의”라고 외쳤다. 중수청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언급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국민 이익을 담보하지 못하고 사회적 동의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숙고할 필요가 있다. 법은 칼과 창 같은 공격 무기가 아니다. 대립과 갈등·충돌을 해결하면서 국민을 이롭게 하는 문명의 절차이자 도구다.
문화일보
04월 25일 ‘검수완박 짬짜미’ 위헌성 뚜렷하다

김현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이 곧 통과될 위험에 빠졌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따르면, 9월부터 검찰은 6대 범죄 중 부패와 경제 범죄만 수사하고,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는 수사할 수 없다. 그리고 ‘중대범죄수사청’ 같은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폐지되므로 검수완박은 시기만 늦춰질 뿐이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기 위해 6개 특수부를 3개로 줄이고 검사 수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한다. 인위적으로 검찰이 특정 수사를 못 하게 하려는 게 명백하다.
검찰이 거악과 권력 비리를 수사하지 못하면 범죄자에게만 유리하다. 국가의 중대 범죄 대응력이 약해져 국민과 피해자 보호에 취약해진다. 검수완박 법안은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반(反)헌법적인 입법이어서 정상적으로 통과되기 힘들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많은 양심적인 인사들이 반대한다.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가장(假裝)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며 위헌적이다. 이러한 국민 여론을 무릅쓰고 국회가 검수완박 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킨다면 우리 형사사법 체계는 크게 후퇴할 것이다. 현 거대 여당의 횡포에 맞서는 야당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정의롭게 대처해야 하며 명분 없는 야합을 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는 양보할 수 없는 수사 대상이다. 국민의 위임을 받아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뇌물을 받는 것은 주권재민의 원칙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다. 주권자의 의사 표현인 선거 관련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지난 대선에서 사전선거 부정 시비가 있었는데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집권 후 국정 수행 중 있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검사 아닌 다른 수사기관이 적당히 수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의장 중재안을 수용한 것이란 의혹도 제기된다. 공직자범죄나 선거범죄처럼 중요한 범죄는 소추권을 가진 검사가 전문성을 발휘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왜 이렇게 서둘러 위헌적인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가. 당장 9월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산업부 블랙리스트,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을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 선거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안 돼 경찰이 부실 수사를 한 경우 검찰이 보완하기가 힘들다. 보완수사를 사건의 동일성 범위에서만 하게 하면 검사가 송치 사건을 조사하던 중 중대 범죄를 발견하더라도 직접 수사할 수가 없다.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면 복잡한 경제·부패 사건의 공소 유지가 어렵다. 중수청이 출범해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중대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불법이 판치게 될 것이다.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은 신중해야 한다. 법원, 검찰, 재야 변호사단체, 법학계가 입을 모아 반대하는 검수완박을 야당까지 합세해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은 일이다. 설사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소원이 제기돼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이 법안이 위헌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일보
04.26 새 정부, ‘검수완박’ 기다렸다는 듯 수용한 이유 설명해야
국민의힘이 지난 22일 민주당과 합의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사흘 만에 입장을 바꿔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당 회의에서 “공직자 및 선거 범죄에 대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초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를 통해 현재 검찰이 수사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가운데 공직자, 선거 등 4개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여야 정치권이 자신들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계산 속에 야합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누가 틀린 말 이라고 하겠나.
이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국민의힘 태도다. 민주당은 ‘위장 탈당’ 등 각종 편법까지 동원해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니 중재안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 비리 수사를 막으려는 위헌적 입법”이라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그러다 돌연 사실상 검수완박에 동의하니 국민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 법이 통과되면 당장 4개월 뒤부터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원전 경제성 조작,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문 정권 관련 사건은 물론 향후 윤석열 정권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공직자·선거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이 손을 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석 부족 때문에 중재안 수용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말만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끝내 버텼다면 중재안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위해 양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물러설 수 없는 근본 원칙이 있는 법이다. 권 원내대표는 그 기본 중의 기본을 포기했다. 세상에 ‘도둑이 포졸을 없애는 법’이란 것이 있을 수 있나.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나오자마자 민주당보다 먼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이상한 행태에 대해 책임 있는 누구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제 와서 헌법 가치 수호를 말하며 재논의 쪽에 힘을 싣는 것도 국민을 의아하게 한다. 권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다. 며칠간 진행된 여야 간 협상이 윤 당선인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헌법 정신에 완전히 위배된다”며 검찰총장을 사퇴했고 이에 공감하는 국민들 지지를 얻어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그랬던 윤 당선인과 그 측근이 본질적으로 검수완박 법안에서 달라진 게 없는 중재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설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조선일보 사설
04.26 ‘검수완박’ 중재안 잘됐다는 문 대통령의 위험한 인식
공직자·선거 범죄 검찰 수사 불가 눈감아
현 정부 사건 수두룩한데 민주당 편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퇴임 전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입법과 관련해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측 입장을 옹호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선거·공직자 범죄를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서 뺐던 합의를 재논의하자고 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 법안소위를 소집하고 강행 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기존 합의안에 힘을 싣고 나섬에 따라 민주당의 밀어붙이기가 거세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권한이 축소되는 것이라 검찰의 불만이 있을 수 있고 국민에게 주는 불편을 걱정할 수 있겠지만, 합의안대로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부패·경제 범죄 수사는 검찰이 지금처럼 직접 수사할 수 있고, 폐지되는 공직자·선거 범죄 등도 영장 검토나 기소 과정에서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입장은 부적절하다.
우선 문 대통령은 논란 중인 법안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합의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은 직권남용 등 공직자의 직무상 범죄를 수사할 수 없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현 정부 관련 사안이 이에 해당한다. 법안 시행 시 4개월 이내에 이런 사안은 경찰로 넘어간다. 현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연루 의혹을 받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도 선거 범죄여서 추가 관련자에 대한 수사가 경찰로 이관된다. 문 대통령의 태도는 새 정부 출범 후 현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막으려고 검수완박을 추진한다는 의혹을 키울 뿐이다.
문 대통령의 입장은 과거 태도와도 다르다. 지난해 민주당 강경파가 검수완박을 추진할 당시 문 대통령은 “수사권 개혁이 안착하고, 범죄수사나 반부패 수사 역량도 후퇴해선 안 된다”는 취지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통해 밝혔다. 지금 그런 여건이 갖춰졌다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오히려 경찰에 쏠리는 업무량이 넘쳐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일어나는 지경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사퇴 의사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나 “국민을 위한 법안이 돼야 한다”고 말한 의미도 결국 수사와 기소의 조속한 분리였던 것인가.
문 대통령이 민주당 편을 들면서 국회에서 갈등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헌법 가치 수호”를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합의안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이 덜컥 합의에 응한 것을 두고 새 정부 입장에서도 싫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정치인만 좋은 야합’은 시정돼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4.26 "민주당 패배, 오롯이 이재명 탓…지금 등판할 때 아니다"

▲지난해 10월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에 나란히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고문. 그래픽=김은교 기자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한 달 이상 지났지만 더불어민주당 대응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이재명 후보가 1%포인트도 안 되는 표 차로 석패한 데다, 역대 대선 최다득표이다 보니 예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이 후보를 비롯해) 패배한 전임 지도부가 지방선거를 불과 2개월 앞두고 전면에 나서는 걸 허용하자니 국민에게 면구스럽다. 민주당 내부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과연 이런 평가는 합당한가? 만약 그렇다면 누가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걸까.
민주당은 조직의 위기 극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인 진단과 대안 탐구를 생략한 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선거 패배에 대한 객관적 분석 없이 두루뭉술 넘어가니 분열과 여진이 계속된다. 과거 수많은 선거 결과를 분석해 온 경험에 기초해 민주당 패인과 관련한 몇 가지 가설을 살펴보겠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책임론이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없는 대선에서 새로운 두 후보가 맞서거나, 혹은 우리처럼 단임제 국가의 대선에선 과거를 묻는 회고적 투표보다 미래를 보고 찍는 전망적 투표가 지배적이다. 후보의 역량이나 선거전략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출마하지 않은 현직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건 모순이다.
미국 민주당 정권을 보자. 빌 클린턴의 임기 말 지지도는 무려 65%에 달했지만 앨 고어는 패했고, 버락 오바마의 53% 지지도에도 힐러리 클린턴은 패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3선이 허용되었다면 클린턴과 오바마는 낙승했을 거다. 선거 직전 역대 대통령 최고 지지도인 50%에 육박한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2016년 미국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현직 대통령과 대선 후보가 안았다. [AP=연합뉴스]
김대중 지지율 10%대에도 노무현은 당선
거꾸로, 노무현 후보는 불과 지지율 19%였던 김대중 대통령 계승을 약속해 당선됐고, 박근혜 후보는 20% 초반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당선되었다. 당시 박 후보의 승리는 박정희의 유산을 가져올 수 있는 후보였기에 가능했다. 박근혜를 제외하곤, 이회창 후보를 포함해 누구도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성공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을 깨고 현직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했던 정동영 후보의 전략은 대선 패배 요인 중 하나였다. 노무현을 지지했던 적지 않은 유권자가 경쟁 후보 이명박을 지지했고, 상당수는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선 전 50%를 넘나든 정권교체 여론은 무엇일까. 이명박 정부 말기에도 정권교체 여론이 55%가 넘었지만 실제로 정권교체가 이뤄지진 않았다. 태도(지지도)와 행태(투표)는 다르다.
둘째, 민주당 지도부 책임론이다. 경선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의 빌미를 줘 원만한 탈락한 이낙연 후보와의 원팀 구성에 성공하지 못했다. 당원 이탈은 당내 민주주의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다. 조국 사태 때 35%까지 추락했던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 2020년 총선 압승 후 50%를 상회했다. 이번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역시 국민의힘보다 2%포인트 앞선 37%로 시작했다. 2010년 이후 선거 직전의 민주당 평균 지지도가 줄곧 40%를 넘었던 걸 고려하면, 조국 사태 이후 계속된 민주당 출신 법무부 장관들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지지도를 평균 이하로 떨어뜨리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뒤졌다. 이재명 후보 부인의 법인카드 불법사용 논란, 대리처방 의혹 등 예기치 못한 위기에 선대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지난 대선 직전의 여론조사 결과. 자료=리얼미터, 뉴시스
도덕성과 신뢰 문제 극복 못 한 이재명
셋째, 이재명 후보 책임론이다.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후보와 선거전략의 앙상블이다. 선거운동 초기 문 정부와 차별화했던 이 후보는 30%대 박스권에 갇혔다. 그는 세 번의 의미 있는 지지도 상승을 경험했다.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서 실용적 경제관을 보인 후 3%포인트 상승, 자영업자 보상법안 시행으로 인한 상승 기류,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이 윤석열 후보를 향해 "정치 보복할 거냐"며 각을 세웠을 때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 계승을 약속하고 몇 가지 실책에 대해서만 사과했다면 훨씬 유리한 경쟁을 할 수 있었을 거다.
이재명 후보는 표가 된다 싶으면 닥치고 돈 뿌리는 정책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혹하다가도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해지는 게 그가 잠시 내세웠던 탈모 의료보험 지원과 같은 포퓰리즘 공약들이다. 또 용적률 500% 허용은 시민들이 믿지도 않지만 선호하지도 않는다.
상대 후보는 정치에 대한 기본 훈련이나 식견이 부족했기에 처음부터 나는 이재명 후보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 진보 진영 후보에게는 도덕성과 신뢰를 기대한다. 결국 이 후보가 이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대장동 몸통이 윤석열이라는 설득력 없는 주장으로 신뢰를 잃었다. 여론조사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윤 후보보다 약한 게 신뢰성이었다.
결론적으로, 민주화 이후 10년 단위로 거대 양당이 정권을 주고받았던 10년 주기설, 문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도, 국민의힘보다 높았던 민주당 지지도, 여전히 진보적인 586 세대의 인구구성을 고려할 때 민주당은 선거 구도상 국민의힘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이재명 후보가 받은 표가 역대 최다인 건 양자대결에서 선거인 수 자체가 증가한 결과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 오히려 민주당은 수월하게 이겨야 할 선거에서 분패했다는 게 내 진단이다. 정석에서 벗어난 선거전략 탓에 졌다는 얘기다.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걱정스러운 이재명 조기 등판
이재명 후보는 선거를 치르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과거 여러 잘못에 대한 진솔한 사과,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직후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며 국민과 역사를 보며 묵묵히 가겠다"는 연설, 그리고 불과 24만표 차이에도 곧장 패배를 승복한 연설은 진한 감동을 주었다.
대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재명 조기 등판론이 자꾸 나온다. 하지만 나는 이 고문이 지금은 대선 패배를 성찰하고 우수 인재를 찾는 데 전념하면 좋겠다. 이재명 팬덤을 기반으로 한 20·30 여성의 민주당 입당은 긍정적 현상이지만,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후보 본인과 지도부에게 너무 빠른 면죄부를 줘서 5년 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지방선거든 총선이든 출마하는 건 본인의 자유지만, 섣불리 당권 장악에 나섬으로써 2024년 총선 때 원하지 않는 책임을 지는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생명은 민주주의에 있다. 한 개인의 정당이 되는 순간 빛이 바랜다.
중앙일보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04월 26일 검수완박 중재안도 위헌…국민의힘 더는 共犯 되지 말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을 놓고 또다시 정면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25일 중재안 재논의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거부하고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하는 등 28·29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 한다. 월성 1호기 조기 가동중단·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에 이름이 적시된 문재인 대통령도 “중재안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거부권 행사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정책과 정쟁이 맞물려 혼란스러울 때는 문제의 본질에 집중해야 해결책이 보인다. 검수완박 논란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박탈이다. 민주당은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결국은 헌법 제12·16·89조에 근거한 검사의 수사권을 빼앗고, 검찰은 사실상 ‘기소청’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12·16조의 압수·수색, 체포·구속 영장 청구 조항이 수사권을 보장하는지, 89조 검찰총장 임명 조항이 검찰청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인지는 아직 법적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영장 청구권 등을 헌법으로 보장받은 검사의 수사권을 법률로 박탈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검수완박 관련 어떤 논의도 부수적일 뿐이다.
검수완박법의 원안·중재안 모두 늦어도 1년6개월 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핵심이다. 검찰이 선거·공직 범죄 수사를 일시 재개해도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70여 년 이어온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것은 법 2개 개정으로 할 수 없고, 개헌까지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독주에 들러리 섬으로써 검수완박의 공범(共犯)이 되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자칫 절차적 정당성이 있는 것처럼 포장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5일 “(중재안은) 사실상 치외법권, 특권계급을 창설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졸속 추진을 중단하고, 형사사법 권력에 대한 진정한 개혁 방안을 강구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뒤 국회와 법무부·검찰 등 관련 부처, 변협과 관련 학계·시민단체 등이 두루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6일 국민과 헌법 저버린 검수완박 폭주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금 정치권 최대의 이슈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즉 ‘검수완박’이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고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분야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삭제하고 경찰 또는 제3의 ‘특수범죄수사청’(가칭)에 이 권한을 주는 게 핵심이다. 여야의 입장 차가 매우 크긴 하지만, ‘헌법 원칙’에 근거해 간략히 이 제도의 향후 운용 방안은 다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수사와 기소기관의 권한 배분 문제는 온전히 ‘국민’ 편에 서서 다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지나치게 검찰의 힘을 빼는 데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이 무너졌다. 경찰은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는 6대 범죄를 제외하곤 오롯이 수사권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 됐다.
문 정부가 검찰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검수완박을 시도했다면, 5월 10일 출범하는 차기 윤석열 정부는 수사기관 간 힘의 균형을 위해 12만 경찰의 ‘경수단박’(경찰 수사권 단계적 박탈)을 논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경찰 수뇌부가 6대 범죄를 경찰로 이관하는 데 몹시 부담을 느끼는 이유다. 국민이 진실로 원하는 바는 특정 기관의 힘을 빼는 게 아니라, 적정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 독선적인 수사를 예방하고 국가와 국민을 부패와 적대세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즉, 차기 윤 정부는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돌려주는 것을 포함해 근본적으로 수사기관 간의 권한 배분을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둘째, 현재 문제가 된 검찰의 6대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는 즉시 중지돼야 한다. 현재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 6대 범죄는 일반 국민의 삶과는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철저한 수사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는 사안들이다. 대장동 사건에서 보듯이 대형 부패 사건은 기업 혼자 저지를 수 없다. 거의 반드시 관청과 고위공직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자칫 국기(國基)를 흔들 수 있는 부정부패를 없앤다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경찰과 검찰에서 동시에 수사하는 게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좀 더 효율적이다. 특히, 선거나 대형참사 관련 범죄를 검·경이 2중으로 꼼꼼하게 수사하는 것은 국민에게 거의 손해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검·경이 동시에 행사하는 게 국민의 기본권을 더 두텁게 보호하는 방법이다.
셋째, 지금 이 시기에 반드시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 임기가 10여 일밖에 남지 않은 현 정부가 이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법안의 내용도 너무 어설프지만, 시기적으로도 이렇게 급박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현 정권은 과제를 시작할 때가 아니라 정리할 때다. 검찰 수사권 문제 같은 미시적인 문제보다 북한의 핵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 등 비상 외교 상황,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 같은 경제적 위험 등 산적한 국정 과제들을 제대로 관리해 차기 정부가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때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의무다.
문화일보
04.27 국제기구까지 반대하는 ‘有權無罪法’, 그래도 강행할 건가
민주당이 26일 국회 법사위원회를 열고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법안(검수완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을 27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고 한다. 의석 수도 부족한 데다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여론의 비판에 밀려 입장을 바꾼 국민의힘으로서는 이 법안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전 대선후보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이 법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도둑이 포졸 없애는 법’이라고 한다. 민주당 핵심 인사가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고 했다는 전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정치인들의 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해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권력 있으면 무죄고, 권력 없으면 유죄라는 것이다.
법원은 졸속으로 추진되는 이 법안 때문에 재판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국회에 나와 “조금이라도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기소나 재판에 도움을 준 경우 피고인 측이 사건 자체를 무효라 주장하면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정권이 자기들 죄를 가리기 위해 만든 법 때문에 사실상 범죄자들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구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도 긴급 설명회를 통해 “검수완박 중재안 법안 통과 시 심각한 수사 공백이 초래되고 진실 규명과 인권 보호가 후퇴돼 국민들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국제기구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작업반은 법무부에 서신을 보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한국 검찰청에서 해외 뇌물 범죄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해왔기에 입법 과정에 주목해왔는데 해당 중재안을 5월 10일 이전에 통과시키려 하는 방향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중재안이 한국의 반부패와 해외 뇌물 범죄의 수사·기소 역량을 약화시키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간 검찰의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는 물론 국민들까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도둑이 포졸을 없애려는 행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 권한을 갖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도 이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장으로 남지 말았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4.27 총리 장관 없는 새 정부 출범 위기, 민주당의 대선 불복

▲민주당의 빈자리… 한덕수 총리 후보자 청문회 보이콧 -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이날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며 청문회를 보이콧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26일 오전 10시에 청문회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민주당의 거부로 이틀 일정이 모두 파행으로 끝났다. 여야는 청문회를 일주일 미뤄 내달 2~3일 다시 열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 후보자에게 계속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어 청문회가 예정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월 10일 취임할 때까지 총리 인준이 이뤄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말 속에 담겨 있다. “한덕수 후보자는 청문회장에 나와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윤 당선인에게 빨리 가서 문제 있는 장관 후보들을 교체해 달라고 건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한동훈 법무 장관,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을 사퇴시켜야 총리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총리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이나 자료 제출 논란은 핑계일 뿐이다. 총리 인준을 인질로 삼아 다른 장관 임명을 줄줄이 막겠다는 계산이다.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어려워진다. 설사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한다 하더라도 국회 172석을 장악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인준이 될 수 없다. 장관 제청권자인 총리가 인준이 안 되면 연쇄적으로 내각 구성도 힘들어진다. 물러나는 김부겸 총리가 대신 제청해 주는 게 그동안의 관행이지만 이번은 민주당이 결사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런 식으로 상황이 흘러가면 총리와 장관 한 명 없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김 총리가 제청을 하더라도 민주당이 동의하는 일부 장관만 해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동훈 후보자 등 민주당이 정치적 이유로 반대하는 일부 장관들을 사퇴시키기 위해 한 후보자 인준안을 끝까지 인질로 이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총리와 주요 장관 없이 윤석열 정부가 일을 시작해야 한다. 국무위원 정족수(전체의 2분의 1)를 채우지 못하면 국무회의 심의·의결도 못 한다. 국정이 마비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총리 인준이 늦어져 서리 체제(김종필)로 간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전임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해줘 조각(組閣)엔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당이 사실상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태도다. 정파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정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것인가. 지난 5년 국정을 책임졌고 지금도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무책임하다.
조선일보 사설
04.27 ‘검수완박’ 헌재로 간다... 대검 “명백한 위헌, 효력정지 신청 검토”

▲박성진 대검 차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국회의 '검수완박 중재안' 법안 처리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사진기자단
대검찰청은 27일 민주당이 전날(26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단독 처리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진 대검 차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검수완박 법안 내용은 명백한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대검 관계자는 “헌법쟁송 중 권한쟁의심판과 그것에 따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저희가 팀을 따로 꾸려 면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대검은 검찰이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격이 있는 ‘헌법상 국가기관’인지에 관한 질문에 “검토 중이긴 하지만 헌법에 ‘검사’나 ‘검찰총장’이라는 문구가 규정돼있어 헌법상 설치가 예정된 국가기관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검찰청은 헌법 96조가 정부조직 구성을 위임한 검찰청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므로 당사자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검사도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는 선례는 없지만 개별 법관에게 당사자 능력이 있다고 전제한 헌재 심판 사례가 있다”며 “행정 각부의 장관은 당사자 능력이 있다는 것이 헌재 판례라 검찰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도 청구인 자격이 있다는 것이 저희의 의견”이라고 했다.
대검은 “헌법 12조 3항과 16조에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명시적으로 규정되는데. 검사가 영장을 검토하고 청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수사 단계로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다수 의견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사건을 처리할 때 수사와 기소를 담당할 검사를 정하는 것은 행정부 내부의 인사·업무분장에 관한 사항”이라며 “이를 법률로 규율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 국가기관 간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재가 심판하는 제도이다. 권한쟁의심판은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대검은 현재 이와 관련한 TF를 꾸려 검토 중이고,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최종 통과할 경우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의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김정환 기자
04.27 여야 정치인 비리 방탄용 검수완박 야합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변호사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편법적인 패스트 트랙에 태워 ‘쪼개기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의 완결판이다. 그때 함께 탄생한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으면서도 수사 역량조차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였다. 과정과 결과가 같다. 다른 것이 있다면 생뚱맞게도 국민의힘이 동승했다는 것이다.
중재안을 내놓은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를 수용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벼랑 끝에서 극적 타결’ 같은 그럴싸한 수사를 동원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은 국민의힘에까지 옮겨붙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여야 정치인들의 선거법 위반 등 범죄의 방탄막으로 검수완박을 이용하려는 담합 행위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국회의장 중재 합의안 철회해야
위헌 소지 큰 법안 강행하면 안돼
70여 년 넘게 한 국가의 범죄 적발과 수사 기능의 중추를 담당해 왔고, 헌법에 그 역할이 명시돼 있는 검찰의 권한을 완전히 박탈하려면 국민적 합의와 대안이 있어야 한다. 4년 임기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단발성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이번 여야 합의는 헌법에 반하고,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 침해를 피할 수 없다. 정치 진영을 넘어 상식적인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이유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에는 검사의 신청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는 헌법 제12조 제3항은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체포나 구속, 압수·수색은 강제 수사 착수의 전제이면서 인권 보호의 필요성도 수반하기에 영장을 신청하는 검사는 마땅히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경찰은 직접 사건을 다루고, 법원도 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을 통해 피의자를 대면할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검수완박이 되면 검사만 유일하게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볼 기회 없이 경찰이 넘겨주는 영장 신청서에 서명만 해서 법원에 전달하게 된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수사과정에서 준사법적 통제를 염두에 둔 것이기에 그 역할을 기계적인 ‘영장신청 배달원’으로 격하하는 것은 위헌이 아닐 수 없다.
검수완박의 위헌성은 헌법상 불기소처분권에 비춰보면 더 확실해 보인다. 수사의 최종 목표는 기소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실체 파악과 법리 적용에 있기 때문에 기소와 불기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런데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 처분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사의 최종 목표에 도달했는지에 관한 판단 권한이 검찰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단계에서 수사를 종결하는 자체부터 위헌 소지가 크다.
불기소처분은 대개 혐의가 없거나,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하게 되기 때문에 이 판단을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 관여를 보장해야 한다. 경찰이 무시해도 그만인 ‘보완수사 요구’는 사실상 있으나 마나다. 검찰의 수사 개입을 원천 차단하려는 검수완박은 입법권의 한계를 넘어서는 조치라고 본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도 묻힐 뻔했던 진실을 검찰이 나서서 제대로 수사하면서 뒤늦게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경우도 민주당식 법안대로라면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 발표로 묻혔을 것이다.
국가의 최소한 두 가지 기능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외침으로부터 막아주는 데 있다. 누가 봐도 지금 검수완박은 특정인들과 정치 집단을 위한 ‘방탄 입법’이다. 검수완박이라는 이름으로 시도하는 검찰 개혁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 아니고, 빈대들이 초가삼간을 태우고 있는 격이다.
중앙일보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변호사
04.27 범죄자 천국 만드는 검수완박...힘 없어 우는 서민 늘어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위치에 있는 범죄 피해자를 10년 넘게 도왔다. 그들은 대부분 별로 말이 없다. 무언가에 대해 말해도 되는 존재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20년 이상 노동 착취를 당한 지적 장애인 피해자가 허리 디스크가 터질 때까지 도망갈 생각을 한 번도 못 하고, 친부에게 성폭력 당한 아동은 고통스러워도 그저 아빠와의 특별한 비밀 놀이라는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시설에서 폭행으로 온몸이 멍든 채 숨진 한 중증 장애인도 단 한 마디 저항의 말을 못했다. 그 삶의 끝은 '단순 변사로 처리'였다. 장애가 있어서, 나이가 어리거나 많아서, 돈 없고 배움이 적어서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 곁에서 이 사회가 얼마나 범죄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을 포함한 문명국가에서는 범죄 피해를 당해도 개인적으로 보복할 수 없다. 오로지 국가를 통해서만 합법적으로 범죄자에 갚을 수 있다. 특히 '국가 소추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선 피해자가 형사재판을 열어 달라고 법원에 직접 요구할 수도 없다. 오직 수사기관이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규명해줘야 죄 있는 사람을 처벌하고 죄 없는 사람은 억울함을 풀 수 있다. 이게 사법 신뢰의 바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어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삼았다. 그 안에 숨은 정치적 손익 계산을 차치하고라도, 이 당론이 실제 입법에 이르면 힘없는 서민들의 소소한 사건에 미칠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생각 때문에 잠을 설쳤다.
수사권 조정 후 이미 약자 고통 가중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굳이 이의제기하지 않아도 공평하게 두 번째 기회(second chance)가 있었다. 일반 형사사건의 피해자는 난생처음 범죄 피해를 봤거나 장애나 연령 등으로 취약한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사건 송치나 이송이 뭔지 잘 모른다. 검사나 판사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는 두 번째 기회는 동아줄 구실을 했다. 경찰 수사가 부실해도, 경찰의 법리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 괜찮았다. 어차피 사건은 검찰로 전부 넘어갔으니까. 설사 경찰이 '혐의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보내도 검찰에서 추가로 압수 수색을 해서 새로운 증거도 붙이고, 경찰에서 조사하지 않은 참고인의 추가 진술을 받을 수 있었다. 검찰이 사건 기록을 보강했기에 범죄자를 기소하고 처벌하는 데 별 무리가 없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2021년부터 검사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외에는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됐고,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도 전면 폐지됐다. 처음에 수사권 조정이 시행될 때만 해도 사실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는 정치 검사들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고, 경찰에서 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기에 피해자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이 본격 시행되면서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 잇따라 펼쳐졌다. 예전 같으면 6개월 안에 처리될 사건이 1년이 다 되도록 피해자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변호사가 고소장을 써 제출해도 증거를 충분히 가져오지 않았다며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접수를 거부하는 일도 생겼다. 피해자가 당한 범죄의 죄명별로 다 고소장을 쪼개서 쓴 뒤에 각각 다른 과에 제출하라는 황당한 소리도 들었다.
부지하세월 경찰 수사
범죄자가 온갖 변명을 하며 숨어다녀도 범인을 잡아 오지 않고, 지명수배만 내린 채 1년이 넘도록 수사를 중단하고, 불구속 상태의 범죄자가 이사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사건을 다른 관할 경찰서로 넘겨 여덟 차례나 사건이 이송된 적도 있다. 수사권 조정 전에는 검찰이 사건 기한 관리를 했기에 이 정도로 심각한 수사 지연은 있을 수 없었다.
겨우 경찰에 피해자 진술을 하고 다시 몇 달이 지나 불송치 결정(경찰에서 무혐의로 사건 종결)이 났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불송치 결정을 하면 그 이유를 적은 통지서를 피해자에게 보내는 게 의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보내 달라고 요청을 하면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불송치 결정서를 받아 보면 사유는 두세 줄이 고작이다. 이 지경이니 도대체 불송치 이유의 어떤 부분을 바탕으로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과거 당연하게 보장받던 두 번째 기회(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는 ‘이의신청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있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됐다.
더욱 암담한 사실은 이 모든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가 경찰의 역량 부족 탓이 아니라 잘못 설계된 제도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업무 폭탄을 갑작스럽게 떠안은 경찰 수사관들의 번아웃 현상과 혼란을 지켜보며, 여당이 왜 이런 '퇴보한 시스템'을 자신 있게 밀어붙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절규하고 좌절하고 심지어 자살 시도도 했지만 정작 범죄자는 멀쩡히 활보했다. 이러니 "범죄 신고를 한 내 잘못"이라는 자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광주·전남 22개 단체로 구성된 '화순 노예PC방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021년 7월 경찰의 늑장·부실 수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20대 청년 7명을 감금하고 폭행하며 강제 노동을 시킨 혐의로 업주가 고발이 됐는데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스1]
부실 수사 못 거르는 검수완박
이런 수사권 조정의 후폭풍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한 채, 민주당은 ‘검수완박’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말은 전체 형사 사건의 1%도 안 되는 6대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 박탈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이의신청 제도를 통해 그나마 검찰이 보완하던 경찰의 부실 수사를 전혀 손쓸 수 없게 된다는 심각한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아무리 경찰 수사가 엉망이라도, 수사를 계속 뭉개다 공소시효 완료로 기소조차 못 한 채 사건이 날아가도, 책임을 묻거나 사태를 되돌릴 대안이 전혀 없다. 어떻게 수사가 진행됐든 더는 캐거나 보태거나 들여다보지 말고, 검찰은 넘어온 기록 그 자체만 검토해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는 게 검수완박이기 때문이다.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도 없이 무조건 기소만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권력은 편중되면 부패한다. 수사권은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막강한 공권력이기에 반드시 그 통제 방법이 함께 있어야 한다. 검수완박으로 경찰에 편중된 수사 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마저 사라지면 누가 가장 살판이 날까. 당연히 범죄자들이다. 안 그래도 올해부터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부인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피의자 신문조서가 휴짓조각이 되는데, 여기에 검수완박은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권한을 갑자기 빼앗아 ‘수사 총량’을 증발시킬 생각을 할 게 아니라, ‘범죄 총량’을 줄일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피해는 돈 없는 서민에게
범죄 피해는 누구나 당할 수 있다. 검수완박을 주도하는 고관대작들은 법이 어떻게 변하든 사실 크게 상관이 없다.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최상의 법률 서비스를 돈을 주고 살 수 있다.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이다.
기어이 검수완박을 하겠다면 부작용을 줄일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경찰에 일임된 수사권을 통제하고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 검찰의 수사 권한을 없애서 오로지 경찰만 수사하게 되더라도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통제 권한은 반드시 복원시켜야 한다. 경찰이 양질의 증거를 적시에 확보하고 있는지,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아닌지, 범죄자가 법을 악용하여 수사기관을 우롱하지는 않는지 검찰이 볼 수 있어야 한다. 힘들어서 말 못 하는 피해자의 요청이 없어도 검찰에서 다시 살펴보면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오직 국가의 공권력을 통해서만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기에, 힘없는 서민 피해자의 억울함을 ‘제도’가 해결해줘야 한다.
검수완박을 고집하는 정치인들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일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길 바란다. 정치적 입장에 얽매일 일이 아니다. 범죄자 전성시대를 열 엉터리 개혁은 중단돼야 한다.
중앙일보 김예원 변호사
04.27 尹측 '검수완박' 국민투표 제안…"지방선거 때 직접 물어보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사진기자단]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당선인 비서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국민 투표하는 안을 윤석열 당선인에게 보고하려고 한다”고 27일 말했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서실은 아침에 간부 회의를 통해 당선인에게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제안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국회에서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검수완박을)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탄생했는데도 의회 독재가 일어나고 있다. 의회를 독재하려는 데 국민 뜻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잠정적으로 검토를 계속해야겠지만 비용적 측면에서는 (6월1일) 지방선거 때 함께 치른다면 큰 비용을 안 들이고 직접 물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04월 27일 ‘위헌적 검수완박’ 법사위 위법 처리, 원천 무효다
검수완박 사태는 이제 단순히 관련 법안 문제를 넘어 반(反)이성·불(不)합리·비(非)정상 사회냐, 이성과 합리가 우선하는 정상 사회냐의 중대 갈림길 성격을 갖게 됐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폭주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대못을 박겠다는 의도만으로 민주주의 규범을 완전히 짓밟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행태가 이제 시작 단계라는 사실이다. 윤석열 새 정부는 내각도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 채 ‘비상 체제’로 출범할 위기에 처했고, 다음 총선까지 2년 동안 국정 마비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대선 민의에 대한 불복이지만, 민주당은 개의치 않을 태세다.
검찰의 수사 권한을 완전 박탈하기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뚜렷하다는 것이 이미 사실상 정설(定說)이다. 그런데 입법 절차도 위법투성이다. 민주당은 26일 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안건조정위·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안건조정위에서는 민주당을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이 야당 몫 위원을 차지한 뒤 여당에 가담, 최장 90일인 숙의기간을 8분 만에 무력화시켰다. 대국민 사기극이며, 위계(僞計)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나 국회의원 권한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더 근원적으로, 국회선진화법(2012년 개정 국회법) 취지를 전면 부정한다. 선진화법 핵심은 신속처리절차(패스트트랙)와 안건조정위원회 도입인데, 전자는 소수의 물리적 의사 진행 방해를 막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소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위헌·위법 사태에 비하면 사소해 보이지만, 이른바 국회의장 중재안에다 여야 논의를 거친 개정안이 아니라 또 다른 개악된 수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 ‘부패·경제범죄 등’을 ‘부패·경제범죄 중’으로 바꿔 여야 협의 취지를 완전히 뒤엎었다. 검찰의 보완 수사 범위도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를 더 축소해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로 못박았다. 이렇다면 모든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할 텐데, 국회의장 양해를 구해 본회의에서 재수정하는 또 다른 편법을 구사하려 든다. 헌법과 국회법은 물론 규범과 상식의 측면에서 검수완박은 더욱 원천적으로 무효가 되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7일 대형참사 규명·처벌도 막을 검수완박

이원석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2년 4월 15일 비바람이 거세던 새벽, 김포에서 탄 항공기는 김해공항에 도착할 무렵 크게 흔들렸다. 9시쯤 부산지검에 들어서는데, 내가 탄 항공편 다음편은 결항됐다고 들었다. 점심을 먹는데 TV에 ‘중국 민항기, 김해 추락’ 속보가 떴고, 차장검사의 호출을 받았다. “김해에서 항공기가 추락했네. 현장 수습을 하고 어떻게 된 건지 살펴보게.”
그 현장을 평생 잊지 못한다. 세찬 빗줄기에 진창이 된 신어산 자락 돗대산 중턱(204m)을 기다시피 올랐다. 폭발과 화재로 기체를 알아보기 어려웠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베이징 발 CA-129편 보잉767 조종사는 폭우 속에 착륙하려다 선회구역을 벗어났고, 활주로를 놓치고도 복행하지 못했다. 북쪽 산악지대는 구름과 안개로 덮였고, 강풍이 부는 ‘최악의 조건’과 ‘미숙한 비행’이 참사로 이어졌다. 탑승자 166명 중 129명이 숨진 최악의 항공 참사였다. 참담하게도 1명을 제외하곤 성한 시신이 없었다.
밤새 검시를 하고 다음날부터 경찰과 함께 시신과 유족의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대검 포렌식에서 신원을 이중 확인한 후 시신을 인도했다. 그 후 기체 결함, 조종 과실, 공항, 항행안전시설, 관제, 기상을 연구하며 원인을 규명했고, 한·미·중 3국 공동조사를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떠올리기도 고통스러운 서해 훼리호 침몰(1993), 성수대교(1994)·삼풍백화점 붕괴(1995)는 검찰에서 직접 수사했다.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1995), 세월호 참사(2014)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했다. 대구지하철 방화(2003), 이천 냉동창고 화재(2007)는 경찰에서 수사하되 검찰 대응팀이 초동부터 함께하다시피 했다.
이처럼 초동부터 검찰이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원인 규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장보존, 증거보전과 수집·감식, 검시·부검, 시뮬레이션 실험과 과학·기술적 분석 절차를 제대로 갖춰야 기소와 재판에 문제가 없다. 또한, 법리가 까다롭고 복잡하다. 참사 유형과 원인에 따라 적용할 법령이 달라지고, 규정된 의무를 지켰는지 살펴 입건 범위와 혐의 유무를 판단해야 하므로 기소와 재판을 맡는 검찰에서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에서 통과됐다. 원래 2019년 수사권 조정 때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공직자·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으로 제한됐으나, 정치권에서 ‘대형참사’를 추가해 6대 범죄로 늘렸다. 지난 2월 박범계 법무장관은 “검사가 초기에 현장검증에 참여하는 등 수사와 공판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검찰·경찰·노동청 협력이 중요하다”고 검찰 수사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검수완박 법안은 별안간 검찰 직접수사에서 ‘대형참사’를 삭제했다. 현장검증 등 초동수사를 못 하고 경찰에서 넘겨받은 혐의 외에 ‘여죄 수사’도 못 하게 만들어 책임자 처벌이 어려워질 텐데도 그렇다. 경찰·노동청과의 초동 협력이 필수적이고, 업무상과실·중대재해법·산업안전보건법을 유기적으로 다뤄야 하는데도 1년여 만에 ‘대형참사’를 제외한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이제는 검찰의 대형참사 수사도 어렵게 된다. 도대체 대형참사를 왜?
문화일보
04.28 국가 골간까지 흔드는 민주당 입법 독재, 국민투표 제안 불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이 27일 “당선인 비서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려고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사실상 검찰을 없애려고 밀어붙이는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찬반을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자는 것이다. “(6월 1일)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른다면 큰 비용이 안 들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본회의 상정 강행에 나섰다. 압도적 의석으로 폭주하면 야당은 막을 방도가 전혀 없다. 헌법은 “대통령이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있다.
검찰 제도는 1948년 정부 수립 직후부터 시행됐다. 74년간 주요 범죄 수사와 기소를 맡으며 대한민국 형사 사법 체계의 기둥이 됐다. 지금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이 국가 골간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다. 법치와 국민의 인권 보호, 실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중대한 문제를 한 정당이 의석수가 많다고 멋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중대 국가 제도를 바꿀 때는 정당의 뜻이 아니라 국민의 뜻이 우선이다. 국민 의견부터 묻고 반영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고 상식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강행하면서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 형사 사법 제도를 통째로 흔들면서 다른 의견은 통째로 무시한 것이다. 법사위 강행 처리 과정에선 여론 수렴과 숙의를 위해 90일간 활동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를 17분 만에 끝냈다. 법안 상정 후 30일 이내인 표결도 8분 만에 마무리했다. 민주당 자체 법안과 국회의장 중재안 등을 뒤죽박죽 섞어 통과시키기도 했다. 세계 어떤 문명국에서 이런 일이 있나. 이러니 국민투표 제안까지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의 입법 독재에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변협이 주최하는 ‘시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일반 시민의 참가 요청이 몰리고 있고, 학생·시민 단체는 반대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불법 혐의 수사를 막으려는 것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게 됐다. 그 여파로 권력자와 특권층이 계속 수사를 피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민주당이 지난 5년 내내 폭주해 오면서 내세운 것이 국민의 뜻이었다. 검찰 수사권 박탈 문제야말로 국민의 뜻을 반드시 물어야 할 문제다.
조선일보 사설
04.28 ‘검수완박’ 강행하려 온갖 꼼수 동원하는 민주당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중 하나인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필리버스터 무력화 위해 ‘회기 쪼개기’
당선인 측 국민투표 꺼내…접점 찾아야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결국 ‘회기 쪼개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어제 새벽 법사위에서 단독 기립 표결로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다음 달 5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임시회 일정을 어제까지로 줄인 안을 제출해 처리했다.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국민의힘 측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필리버스터는 회기가 끝나면 자동 종료된다.
민주당의 꼼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가 끝난 검찰청법은 다음 임시회가 열리면 표결해야 한다. 과반 의석으로 이를 통과시키고 이어 형사소송법을 상정해 같은 과정을 밟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주말 본회의까지 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회법 절차를 악용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본회의에 제출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당초 국회의장 중재안보다도 후퇴한 내용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직자 범죄의 검찰 수사를 막는 것은 정치권의 야합이라는 여론을 의식해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부패와 경제 범죄 등’으로 바꿔 여지를 두자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단독 의결한 안은 부패와 경제 범죄 두 가지로만 한정했다.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에서 ‘별건수사’를 금지한 내용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수정을 요구했지만 상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안을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국민에게 검수완박 법안의 폐지 여부를 묻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법사위 처리 과정에 하자가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본회의 부의를 막아달라는 취지다. 검찰도 민주당 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 쟁송을 예고하고 나서 검수완박 법안의 갈등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이 막무가내식 회기 쪼개기를 계속해 법안을 통과시키고,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 정면 대결에 나서면 국민 여론은 극명하게 쪼개질 수밖에 없다. 신구 권력이 통합과 협치의 정치를 선보여도 대선에서 갈린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현 여권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는 법안의 졸속 처리를 당장 멈춰야 한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섣부른 합의를 하고 의원총회까지 통과시켜 민주당에 빌미를 준 데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법안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여권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특단의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중앙일보 사설
04월 28일 OECD 우려를 “검찰 로비 탓” 괴담 퍼뜨린 민주당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움직임에 대해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검수완박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엔 뼈아픈 일격이다. 애초부터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검찰이 기소권뿐만 아니라 수사권까지 가지고 있어 그 권한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주장을 검수완박 근거로 내세워왔기 때문이다.
OECD 뇌물방지워킹그룹(WGB) 드라고 코스 의장은 지난 22일 법무부에 우려를 표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뒤이어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중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고 종결하는 권한을 모두 가진 국가를 본 적이 없다”고 밝히고 “검찰의 통제권과 지휘권을 완전히 없애면 한국 정부에 엄중히 경고하는 권고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의 검수완박 사태가 글로벌 반(反)부패 노력에까지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임을 공개 경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OECD까지 검찰이 뒤흔들고 있다” “검찰이 얼마나 많은 로비를 하고 있느냐” “OECD에 파견 가 있는 검사까지 통해 입장을 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대검찰청은 물론 여당 의원이 장관을 맡은 법무부도 “OECD 파견 검사가 없다” “OECD에 입장을 내달라고 요청하거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관련 자료조차 보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명색이 집권 정당임에도 지도부가 대놓고 괴담을 퍼뜨린다. 참담한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8일 한·미 ‘원자력 동맹’ 절호의 기회 왔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한국핵정책학회장
세계 각국 원자력 확대 적극적
尹정부도 탈원전 폐기 공식화
원전시장 큰손 러시아는 퇴출
한국과 미국 상호보완성 탁월
중국 뛰어들기 전에 선점해야
바이든 訪韓 파트너십 출발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높은 정책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개념으로, ‘넷제로(Net-Zero)’라 부르기도 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도 탄소중립을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26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회원국들의 강력한 탄소중립 목표가 제시되는 등 코로나와 함께 탄소중립이 글로벌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등장했다. 유럽연합(EU)은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고,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원자력 사용이 불가피함을 다시 강조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와 독립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문 정부는 2020년 12월에 ‘2050 탄소중립안’을 국가 장기 비전으로 정식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화석연료 발전 중심의 현 전력 공급 체계를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중심으로 전환하고, 화석연료 발전은 현재의 기저발전원에서 재생에너지의 불완전성을 보충하는 전력원으로 역할을 바꾼다. 목표 연도인 2050년에 이르면 화력발전 전면 중단으로 배출량을 제로화, 재생에너지 비중을 70.8%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 여건상 원자력을 배제한 탄소중립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환경과 기후변화 관련해 탄소중립 실현, 기후 환경위기 대응, 원자력발전 진흥 등 3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원자력발전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시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원자력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원전 수출 확대를 통해 일자리 10만 개 창출 목표도 밝혔다. 그리고 차세대 원전 및 원자력 수소 기술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했다.
윤 정부의 원자력 정책 변화뿐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원전시장은 러시아 퇴출로 인한 공백이 예상된다. 근래 국제 원전시장의 60∼70%를 차지했던 러시아 로사톰이 제재될 가능성이 크고, 아직 중국은 원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아 한국과 미국에는 모처럼 원전 수출을 위한 ‘기회의 창’이 열렸다.
또한,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원전 수출 분야에서 러시아의 강점이었던 파이낸싱은 불확실하게 됐다. 한·미 정부와 기업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하며, 러시아의 공백을 중국이 차지하기 전에 신속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 진영 국가 중에서도 원자력 역량이 가장 뛰어나고,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갖고 있어 이상적인 협력 파트너다. 지난해 5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안보·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원자력발전을 계속해온 덕에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하다. 반면, 미국은 스리마일섬(TMI)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한 탓에 원전을 독자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공급망 자체가 없다. 조만간 폴란드 8기, 체코 2∼4기에 이어 헝가리·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신규 발주가 예상된다. 이들 물량을 러시아와 중국이 독식하도록 두면 국제 원전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제 원자로 모델이 표준이 될 것이다.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크고 세계 최고의 원전 건설 경험을 가진 한국과, 원자력 원천기술 보유국이면서도 지난 수십 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한 미국이 손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바이든 미 대통령의 다음달 20∼22일 방한을 계기로 한·미 양국은 포괄적 전략동맹의 일부로서 원자력 협력 파트너십 체결을 공식화해야 한다. 아울러, 양국 간 원자력 협력 협의 채널을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위급 양자위원회(HLBC)를 활성화해 원전 수출 관련 지식재산권 문제를 해소하고, 소형모듈원전(SMR) 등 선진 원자로 연구·개발(R&D) 협력, 파이로프로세싱 등 연료주기 공동 연구 후속 조치를 이어가야 한다.
문화일보
04.29 국가 기본 제도를 의석 많다고 제멋대로 변경, 벌써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을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본회의에 상정해 일방 처리하겠다고 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회기 중단 조치로 강제 종료시켰고, 앞으로도 한 번 더 ‘회기 쪼개기’ 꼼수를 쓴다고 한다.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편법들이다.
검사가 범죄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현 검찰 제도는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시행된 우리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이다. 헌법은 검사에게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청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검사의 영장 신청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에 2200여 명의 검사가 일하고 있다. 또 검찰총장 임명 시 국무회의를 거치도록 했다. 헌법이 유일하게 명문(明文)으로 인정한 수사 기관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74년 간 유지돼 온 이 제도를 송두리째 뒤엎는 것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해 경찰에 넘기고 검찰을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그래야만 하는 분명한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문재인, 이재명 두 사람과 민주당 일부 의원의 범법 혐의 수사를 검찰이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둑이 숫자가 많다고 포졸을 없앤다는 일이 21세기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 기본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한 정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을 들여 국민들 뜻을 물어야 한다.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 견해, 법적 문제와 제도의 부작용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야가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하고 반드시 합의가 돼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모든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오로지 171명 의석 수만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법 처리 강행부터 선언했다.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정치권과 검찰, 법원, 변호사·시민단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나서서 반대했고 국민 반대 여론도 50%를 넘었지만 모두 무시했다. 법사위 처리 과정에선 ‘위장 탈당’이란 희대의 막장극까지 벌였다. 황급히 처리하는 바람에 ‘원안’과 ‘중재안’이 뒤죽박죽으로 통과됐다.
이 정권이 국가 중대 제도를 제 멋대로 바꾼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반대에도 자기들 뜻대로 선거법을 뜯어고쳤다. 게임의 룰이자 민주주의의 골간인 선거 제도를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독재 정권에서나 있는 일이었다. 당시에도 회기 쪼개기 같은 편법이 이용됐다. 그렇게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자기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자 ‘위성 비례정당’까지 만들었다.
또 소수 야당과 정치적 거래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도 강행했다. 새로운 국가 수사 기관을 설립하려면 면밀한 검토와 여론 수렴이 필요했지만 야당과 검찰, 법조계의 반대를 모두 무시했다. 공수처는 출범한 지 1년이 넘도록 독자 수사로 기소 한번 하지 못했다. ‘황제 의전’과 ‘통신 사찰’ 논란만 낳았다. 이제 또 수사기관을 하나 더 만들어 국가 형사 체계를 완전히 누더기로 만들려고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4.29 국회 태만으로 법 문구 하나 안 고쳐 국민투표도 못한다니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법안(‘검수완박’) 통과를 막무가내로 강행하자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에서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재외국민의 경우 국내에 거소 신고가 돼 있어야 투표인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국민투표법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진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헌법 불합치 결정은 위헌과 달리 법을 고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면서 입법부에 시간을 주는 일종의 유예 조치다. 헌재는 당시 “2015년 12월 31일까지 법안 개정을 하지 않을 경우 201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했다. 헌재가 문제 삼은 조항을 손보는 것은 전혀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여야의 입장이 다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헌재 결정 이후 8년 가까이 국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국민투표의 목적과 방식을 일반 법률이 아닌 헌법으로 정해둔 것은 그만큼 중대한 국가 운영 절차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국회의 태만에 의해 몇 년째 헌법 불합치 상태로 방치돼 왔다는 것이다. 국민투표법만이 아니다. 2019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낙태죄 처벌법’을 비롯해 헌재로부터 위헌, 불합치 결정을 받고도 국회가 수수방관한 법률이 수십개에 이른다.
민주당은 5월 9일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검찰 수사권 박탈 관련 두 가지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소속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고, 회기를 쪼개는 등 온갖 편법을 써가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해서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에 입법 절차를 마치기 위해 분, 초를 쪼개가며 군사작전 벌이듯 밀어붙이고 있다. 법조계에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는 법안 통과를 위해 이렇게 총력을 쏟으면서 정작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법률을 손보는 일은 몇 년씩 손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회가 왜 있어야 하느냐는 개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4월 29일 ‘고발인 이의신청’도 삭제…겹겹이 권력 범죄 방탄 장치
더불어민주당이 온갖 편법과 꼼수로 통과시키려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면,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고발인 이의신청 권한 삭제’를 통해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반대로 권력자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방탄(防彈) 장치로 악용될 길을 더 넓혔다. ‘검수완박’ 관련법의 이런 독소 조항들은 당장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 권력 범죄 연루자들의 수사를 방해할 이중삼중 방어벽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에 최종 제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245조의7은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에서 고발인을 제외했다. 지금은 범죄 피해자인 고소인과 범죄사실을 알게 된 제3 자인 고발인 모두 불송치 처분에 불복해 검사 판단을 다시 한 번 구할 수 있다. 장애인 학대나 내부 고발자 사건 등 공익 관련 범죄 대부분이 고발인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만약 경찰이 사건을 끝내 버리면 앞으로 더는 사건을 되살릴 수 없다.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원 장애인 폭행사건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고, 조주빈의 n번방 사건 또한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활동했던 단체가 고발해 실체가 드러난 사건이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가 “이걸 통과시키겠다는 건 서민 피해자들 죽으라는 소리”라고 개탄한 이유다.
정치인 범죄도 마찬가지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수수’ 의혹 사건은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된 사건이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경찰이 뭉개더라도 시민단체가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정치인들 관련 사건 대부분이 이처럼 제3 자인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되는데, 많은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암장(暗葬)될 우려가 크다. 경찰에 대한 이의신청을 전제로 현행법상 검사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항고나 재정신청 또한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도 심각하다.
민주당은 ‘정치적 목적의 이의신청 남용’을 이유로 들지만 결국 자신들은 검찰 수사를 피하고, 애꿎은 국민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이나 평등권을 침해당하게 됐다. 검찰의 수사권은 뺏으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들 수사권은 보장하는 등 정략적 행태가 너무 노골적이다. 당장 입법을 중단하는 것이 죄책을 줄이는 길이다.
문화일보 사설
04월 29일 검수완박 입법 쿠데타와 헌법 수호策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정권 교체를 열흘 앞두고 국회는 여당 단독으로 이른바 ‘검수완박’을 위한 입법 쿠데타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법의 법안 처리 절차를 짓밟으며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입법 폭주에 매달리고 있다. 74년간 이어온 형사사법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중대한 입법 사항을 공청회 한 번 없이 번갯불에 콩 볶듯 밀어붙인다. 정권 교체 후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 등 여권 정치인들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공언한다. 명백한 입법권의 농단이다.
법안의 내용뿐 아니라 거듭하는 꼼수의 법안 처리 절차도 헌법에 어긋난다.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리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입법의 적법절차는 국회법이 정하는 법안 처리 절차를 충실하게 따라야 지켜질 수 있다. 여야 이견이 있는 법안에 대해 숙의 기간을 갖게 하려고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게 했다.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은 이 절차를 명백히 어긴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에서 도입한 무제한 토론도 법안에 반대하는 소수당의 최후 수단이다. 180명의 토론 종결 정족수가 아닌 회기 쪼개기로 이를 막는 것도 적법절차 위반이다.
내용과 절차 모두 위헌·위법인 검수완박 입법을 저지할 제도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다. 대통령은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고 있어 위헌적인 법률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해 입법권을 견제토록 했다. 그러나 정권교체기에 대통령 당선인이 강력히 위헌 문제점을 지적한 법안이지만, 당선인 신분으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런 예외적인 헌정 상황에서는 헌법 수호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대통령 취임 후 헌법에서 준 국민투표 발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검수완박 입법이 헌법이 정한 국민투표 부의 요건을 충족하느냐 하는 점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법률안은 거부권의 대상이지 국민투표 부의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예외적인 입법농단 상황에서는 국민투표에 관한 헌법 규정을 헌법 수호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즉,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기타 국민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이다. 국민주권의 나라에서 ‘국가안위’는 ‘국민안위’를 당연히 포함하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국민을 떠난 국가는 있을 수 없다. 국민을 뺀 국가 목적적인 국가관이 청산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런데 국민투표법의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국회의 개선 입법 직무 태만으로 해당 조항이 효력을 잃은 상태다. 이 장애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헌재의 판시 취지를 존중해서 주민등록이나 거소 신고가 안 된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시행령 개정만으로 국민투표가 가능한지는 더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새 정부가 헌재에 국회를 상대로 ‘검수완박’법 효력정지 가처분과 함께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헌재는 직권으로 그런 가처분을 할 수도 있다. 권한쟁의 결정은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이면 된다. 과거 헌재는 입법자율권을 근거로 국회 다수당의 입법을 거의 정당화해 왔다. 그러나 국회의 자율권도 헌법에 의한 권한이므로 헌법을 파괴하는 입법 자율권이란 성립할 수 없다. 헌재는 구습에서 벗어나 헌법 수호기관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문화일보
04.30 文이 공포할 마지막 法이 퇴임 후 안전 보장 위한 法이라니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을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공포하기 위해 국무회의 시간까지 조정하는 것을 청와대에 요청한다고 한다. 법률이 효력을 가지려면 공포가 돼야 한다. 당초 국무회의는 3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는데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뒤 바로 공포할 수 있도록 오후로 시간을 늦추려는 것이다. 이것이 모양이 좋지 않으니 5월 4~9일 사이 임시 국무회의를 또 열자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민주당의 요구대로 국무회의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법안 하나 때문에 국무회의를 늦추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대응책 논의 때처럼 경제·안보상 긴급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오후에 열렸다. 검수완박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키지 않으면 우리 국익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시급한 사안인가.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유일한 이유는 문재인 정권 임기 내에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5월 10일 윤석열 정권 임기가 시작되면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해도 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 추진을 시작했을 때 적당한 시점에 문 대통령이 이 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제 시키지 않겠냐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나라의 사법 체계를 송두리째 뜯어고치는 이 법에 대해 법조계 전체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찰 수사권 조정 원칙에 찬성하는 친정권 성향 시민단체들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법안을 처리할 일은 아니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박탈법을 무리하게 강행 처리한다 할지라도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는커녕 민주당이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온갖 편법을 다 동원한 검수완박 법안 속도전에 국무회의 일정 미루기로 장단을 맞춘다는 것이다. 검수완박 법이 공포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대통령 가족과 연관된 이상직 비리 등 정권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9월부터 모두 중단된다.
모두 문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범죄들이다. 자기 비리 수사를 막아주는 법안을 스스로 의결하고 공포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공포하는 법이 자신의 퇴임 후 안전 보장을 위한 법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조선일보 사설
04.30 뭐가 두려워 ‘검수완박 탈주극’ 벌이나
수사권조정 공수처 설치땐 정의로운 세상 왔다더니
대선에서 패배하자 검수완박 급발진
노골적 司正방해 의도… 통할지는 두고 봐야

▲국회의사당 앞에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규탄하며 놓여 있던 화환이 29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부분 철거되고 하나만이 쓰러진 채 놓여 있다. /2022.04.29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초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公布)할 모양이다. 민주당에선 5월 3일 오전에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그날 오후 국무회의를 열어 바로 공포하자는 말도 나온다. 헌법 53조는 국회에서 법률안을 정부로 이송하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게 돼 있다. 보름 여유를 둔 것은 대통령이 관련 부처 의견을 마지막까지 충분히 들어 보라는 뜻일 텐데 반나절 만에 해치우자는 것이다.
이로써 74년간 유지돼 온 형사 사법 체계가 공청회 한번 없이 하루아침에 바뀌게 생겼다. 여당은 ‘검찰 개혁의 완성’이라고 포장하겠지만 “잠재적 피의자가 벌이는 탈주극의 최종판”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2019년과 2020년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을 처리하고 나서 정의로운 세상이 왔다는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공수처와 검경, 세 축으로 작동한 새로운 사정(司正) 시스템은 ‘정의’와는 거리가 있었다.
민주당은 공수처에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한 우선수사권을 쥐여줬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3급 이상 공무원 비리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그러나 출범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수처가 고소·고발 말고 독자적으로 수사한 고위 공직자는 한 명도 없다.
공수처는 작년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고발사주 의혹’으로 고발되자 곧바로 강제 수사에 착수하고 윤 당선인도 피의자라고 밝혔다. 반면,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등장하는 ‘대장동 의혹’은 성남시장 때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피해갔다. ‘대장동 사건’은 ‘김오수 검찰’이 가져가서 민간업자 몇 명을 기소한 뒤 사실상 캐비닛으로 들어갔다.
검찰 역시 추미애 법무장관이 등장해 ‘윤석열’의 수족을 잘라내고 ‘식물 총장’을 만든 뒤로 무력화됐다. 요소에 배치된 친정권 검사들은 여당에 부담되는 고발 사건들을 알아서 뭉갰다. 경찰은 말할 것도 없다.
‘정권 보위’에 최적화된 이 구조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겼다면 그대로 갔을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두고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초선 의원들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검수완박’을 급발진시켰다.
법안 내용은 국회 법사위의 소위, 안건조정위, 전체회의, 본회의를 거칠 때마다 달라져 이제 뭐가 뭔지 헷갈릴 지경이다. 민주당 의원 172명 중에서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변호사 단체와 헌법학자, 중도·진보 성향 변호사들이 “적법 절차 위반” “입법 쿠데타” “헌법 정신 훼손”이라며 국민투표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상상할 수 있는 꼼수는 다 동원했다. 중재안 합의를 파기했다고 야당 탓을 하는 걸로는 희석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검찰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를 지키려면 검수완박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여당의 ‘입법 폭주’는 “지은 죄가 얼마나 많길래 저러느냐”라는 의심을 증폭시킨다. ‘처벌을 피하려는 탈주극’이라는 측면이 점점 더 부각되는 국면이다.
윤석열 당선인에게는 전 정권의 뒤를 뒤져 법정에 세우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 주변 참모들도 “이미 드러났는데 ‘정치 검찰’이 덮은 사건, 국민적 공분이 이미 형성된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해 왔다. 그런데 그마저도 못 하게 만들겠다는 ‘검수완박’에 새 정부가 그냥 당하고만 있겠는가.
한쪽의 폭주는 상대의 강력한 맞대응을 부른다.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고위 공직자 직권남용 수사 권한을 박탈한다면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만들고, 특수부를 줄이라고 한다면 검경·국세청·금감원으로 구성된 증권범죄합수부를 부활하는 식이다. 악법(惡法)도 법이라는 점에서 이는 입법부가 만든 ‘검수완박 법’의 법적 안정성과 충돌하는 조치다. 그러나 법조인들은 “그걸 실행에 옮길 명분을 민주당이 매일 쌓아주고 있다”고 했다. 신구 권력의 가파른 대치를 피할 첫 번째 길은 문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인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란 계산이 앞선 것인가.
04.30 조정훈 의원 “국정 다 망치고 자화자찬 文, 권력 놓을 땐 말이라도 아껴야”
“검수완박 반대하자 ‘개XX’ 문자폭탄, 멘탈 너덜너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대담이나 기자회견 등에서 자신의 국정 5년에 대해 자화자찬성 발언을 쏟아내는 것과 관련, “문 정부 5년 간 부동산·일자리 정책, 외교·안보 정책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데 문 대통령은 자화자찬만 하고 있다”면서 “권력을 내려놓을 때에는 최소한 말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비판했다. 거듭된 실정으로 민생을 힘들게 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자화자찬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조선일보 유튜브 ‘배성규의 정치펀치’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결국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면서 “문 대통령이든 이 전 지사든 생즉사(生卽死) 즉 억지로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각종 꼼수와 무리수를 쓰다 오히려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고 스스로 위기에 빠질 것이란 경고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편법을 총동원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킨 것에 대해 “민주당은 그동안 국회에서 자기들 뜻대로 입법을 하기 위해 상습적으로 반칙과 꼼수를 써왔다”면서 “그게 습관이 되면 바로 독재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586 운동권은 독재에 반대한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독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 때 586 선배들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고 국회에서 함께 일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괴물이 돼버렸다”고 했다. 이어 “586들은 ‘나는 선(善)이고 상대는 악(惡)이다, 목적을 위해선 어떤 수단을 써도 괜찮다, 단일 대오를 이뤄서 나가야 한다, 거기서 이탈하고 다른 말하면 변절자’라고 말하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조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만든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출마해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됐다. 그래서 한 때는 범여권 의원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번에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것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친여 지지층의 비난 문자 폭탄이 하루에 600개 이상 쏟아졌다고 한다. 그는 “내가 검수완박에 반대하자 휴대폰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면서 “거친 말에 ‘개XX’ ‘소XX’ 욕설도 적잖았다”고 했다. 또 “여권 지지하는 분들이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거칠게 항의를 했는데, 젊은 보좌진들이 멘탈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했다. 조 의원은 “그분들을 그렇게 진영에 가둬버린 것이 바로 (민주당) 정치인들”이라며 “이쪽 진영이면 무조건 (검수완박에) 찬성해야 한다고 몰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586 내부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지금 여권의 핵심부인 586들은 결국 다음 총선에서 혁신과 세대교체 바람에 밀려날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 임대주택 중심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지금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완전히 잃고 좌절해 있다”면서 “왜 청년들에게 평생 임대주택에서만 살라고 강요하는 것이냐”고 했다. 그는 “누구든 열심히 일하면 자기 집 한채는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임대주택이 중심이 되는 정책은 현실성이 없고 바람직하지 않다. 청년들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배성규 논설위원
04.30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김창우 사회·디지털 에디터
2020년 7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민주당은 소위원회 심사, 찬반 토론, 공청회 한 번 없이 열흘 만에 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지지자들은 환호했고 주거비용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적폐들의 몸부림’으로 무시됐다. 문재인 정부 5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단 한 장면을 꼽으라면 빠질 수 없는 순간이다. 이후의 참사는 예상 대로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값은 2020년 7월 5억원에서 이번달에는 6억7000만원으로 34% 올랐다.
똑같은 일이 검찰 수사권을 놓고 다시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문 대통령 퇴임 전에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달성하겠다고 나섰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단독 기립표결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국회 회기를 쪼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막았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께서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잘드는 칼’ 당장 치우자는 조급함
준비 없는 임대차법의 전철 밟나
우리나라 검찰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졌다는 비판은 일면 타당한 구석이 있었다. 기소권을 독점해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재판조차 열지 못했고, 직접 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지휘권을 모두 갖고 있어 언제라도 수사를 개시하고 종결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를 비판했지만 처음부터 ‘잘 드는 칼’을 멀리하지는 않았다. 특수부 검사를 늘려 ‘적폐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2019년 7월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을 끌어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했다.
태도가 바뀐 것은 그해 말부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리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강행하자 검찰 권한 축소에 나섰다. 지난해 초부터 검·경 수사권을 조정해 6대 범죄(부패·경제·고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겼다.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검찰 개혁은 지난달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하자 ‘검수완박’으로 되살아났다. 이젠 6대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마저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민주당이 법 개정을 위해 법사위에 보임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민주당 인사들이)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황운하 의원은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며 법 개정의 선봉에 섰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검찰 힘을 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판사·검사·변호사는 물론 법학 교수들까지 검찰 수사권 폐지를 우려한다. 꼭 필요하다면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이라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가칭) 설치부터 할 일이다. 임대차법부터 덜컥 개정해 놓고 전세값 급등, 월세 급증을 불러온 전철을 또다시 밟을 참인가.◎
중앙일보 김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