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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은내고향 2022. 3. 17. 17:00

[인터넷 논객 조은산의 시선] 조선일보 2021

2021.01.11 “이재명, 한국의 ‘룰라’ 되고 싶나, 이번 대선은 포기해라”

◇ 다음은 조은산의 ‘이재명 그리고 룰라' 블로그 글 전문

이재명 도지사의 페이스북 피드를 보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민주주의의 위기- 편을 꽤 감명 깊게 보신 것 같다.

 

노동자 출신의 브라질 35대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 남미의 어느 축구 잘하는 나라의 전대통령이라고만 하기엔 의외로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통해 룰라와 그 후임자의 부정부패 연루, 편향된 언론의 공격, 지지율의 급락 그리고 탄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이재명 도지사가 과연 무엇을 느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어느 정치인을 객체로 해 그 과정에 대입시키며 다큐에 몰두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전직 대통령의 잔혹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며, 줄곧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립을 주장해오신 분 아니던가.)

 

다만 어느 보수주의자가 그 과정에 이명박, 박근혜 전대통령을 대입시켜 내용을 각색했더라도 스토리의 전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 역시 민주주의의 위기라 말할 수 있겠는가?

 

진보 진영의 지도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몰락하는 것은 적폐 언론과 검찰이 촉발한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보수진영의 지도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수감되는 것은 위대한 촛불 혁명의, 찬란한 민주주의의 승리이다.

 

짧은 그의 페이스북 글에서도 이러한 그의 모순된 사고방식이 엿보여 나는 가끔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싶을 때가 있다.

 

또한 ‘촛불, 기득권 청산’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보이는데, 나는 그가 말하는 촛불이 광화문의 촛불을 말하는 건지, 조국 수호를 위한 서초동 촛불을 말하는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기득권은 도대체 누굴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붕개’론의 창시자이자 입시 비리의 종결자 조국을 말하는 건지, 아픔과 치유의 기생충 윤미향을 말하는 건지, 노동자가 같은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는 억대 연봉의 귀족 노조를 말하는 건지,

 

수도권 요지에 집 몇 채씩 사놓고 집값을 올려 자산 불리기에 열중이신 정부 고위 관료들과 민주당 의원들을 말하는 건지도 나는 알 수가 없다. 이놈이 저놈 같고, 저놈이 나중에 이놈이 되는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세상 속 국민은 단지 ‘촛불을 든 자’여야 한다는 것 그 하나다.

 

또한 유력 대권 주자로서, 자치단체장으로서 그가 내놓는 모든 발언들이 어느 한 계층의 막대한 희생 없이는 성사 불가능한 극단책 같아 나는 자주 아찔함을 느낀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더욱 두려워지는 순간은,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를 통해 표심을 확보하고 나선 그가, 재정 건정성과 포퓰리즘을 우려한 반대의 목소리를 향해서는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일삼으며(부천시는 받지 마.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은 사라져야 할 적폐), 지지층을 상대로는 꽤나 달콤한 언사와 직설적 화법으로 감성마저 자유자재로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심지어 글솜씨도 깔끔하다. 그가 직접 쓴다는 조건 하에.)

 

다시,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과 보편 지급에 따른 공방이 치열하다. 그리고 또다시 이재명 도지사가 그 중심에 섰다. 평소 기본 소득과 기본 주택, 기본 대출 등 뿌려대고 말기 식 정책에 골몰해온 그가 빠지는 게 더 어색한 싸움이었으니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그의 참전은 자연스럽다.

 

재난지원금은 이미 많은 분들이 반박을 가해 왔으니 내가 길게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는 가장 효과적인 재정 집행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계층과 업종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믿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빌려 재난지원금 논란의 모체와도 같은, 이재명 도지사 또한 줄기차게 주장해온 그의 기본소득론에 관해 그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해 볼까 한다. 상당히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제안일 수도 있지만, 극히 현실적이라 자부한다.

 

이재명 도지사님께 감히 권한다.

이번 대선은 포기하고 다음 대선을 노려보시는 게 어떻겠는가? 농담이 아니다. 이것은 진심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까지 언급하시는 걸 보면 룰라를 꽤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한국의 룰라 다 시우바가 되고 싶으신가?

 

노동자 출신의 룰라는 급진 좌파적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이어 대선에 참패했으며 결국 중도적 이미지로 쇄신한 이후, 브라질의 3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무려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앞섰음에도, 당시 브라질 국민들은 반기업 정서와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분열로 사회 혼란을 야기할 룰라의 급진적 정책들에 대해 반기를 들은 것이다. 이 점을 이재명 도지사님께서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래도 대선에 기꺼이 출마하시겠다면 이건 어떻겠는가. 나는 ‘조건부 기본소득’을 제안하겠다. 룰라가 당선되고 난 후, 말씀대로 그는 ‘보우사 파밀리아’ 라는 사회 보장성 성격이 짙은, 강력한 분배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 교육을 시킬 것과 15프로 이하의 결석률을 유지할 것’이었다. 조건 없는 무차별적 복지를 그는 스스로 경계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재명 도지사님께서 부득이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재정 여건에 따라서 그 금액을 정하시되, ‘이미 취업을 해서 월급을 받고 있는 직장인 및 소득이 있는 사업자’ 에 한정해 기본 소득을 지급하시는 게 어떻겠는가?

 

나는 경제의 성장과 소득의 분배를 두 마리 토끼라 생각하지 않는다. 분배 정책 또한 시장으로의 유입과 재순환을 통해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기본소득을 통해 월소득을 늘릴 수 있다면 많은 미취업자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 것이고 경제활동인구는 대폭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른 세수 확보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나는 나의 제안이 재정 건정성 따위는 일체 무시하고 미래 세대에게 그 짐을 떠안기는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이재명 식 복지 정책보다 수십 년은 앞서 나가는 진일보한 생각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증가한 경제활동인구의 선순환을 위해 기업을 활성화하고 사업의 확장을 통해 국내 투자와 고용의 확대를 유도하는 ‘친기업적 정치인으로의 전향’을 제안한다.

 

다시 룰라의 예를 들어 말하자면, 2002년의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좌파적 포퓰리즘 러쉬를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친기업적 시장주의자로 변모했다. 고용의 주체인 기업 규제를 철폐했고 수출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도 감면했다. 또한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노조를 개혁했으며 기업의 설립 절차도 간소화했다. 그리고 그의 정책적 선회에 힘입어 결국 브라질은 디폴트를 면했고 그의 재임 기간 중 실업률은 2배 가까이 감소했으며 경제성장률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것은 엄연한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자원 수출에만 의존한 브라질 경제는 다시 나락으로 빠져들었고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과 현대/기아를 비롯한 수많은 굴지의 기업들을 보유한 고부가가치 산업 지향 국가라는 점이고, 정말 불행인 것은, 이러한 기업을 규제와 해체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적폐로 간주해 경제 3법, 중대재해법(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있을 거라 본다.) 등 기업의 발목만 잡으려는 현 시국에, 기업과 노동자는 결국 한몸이라는 극히 당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재명 도지사님께서 친히 나서주시어 경제 3법의 부당함과 중대재해법의 무분별함 그리고 후진적 노동법의 개정에 앞장서서 외쳐주실 수 있으신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이재명 도지사님의 기본소득론에 무조건적인 찬성을 표함과 동시에 지금 당장이라도 커밍아웃해 민주당 당원이 되고자 입당 서류를 제출할 자신이 있다. 물론 받아주신다면 말이다.

 

또한 차후에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드신다면, 아마 플랜카드로 뒤덮인 포터 차량 위에서 이재명 도지사님의 지지를 호소하는 진인 조은산의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물론 받아주신다면 말이다.

 

이재명 도지사님께서 겪으신 그 시대의 가난과 나의 가난을 비교하는 것은 멀고도 멀어 감히 맥락조차 잡기 힘들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겪은 가난에서 도대체 무얼 보셨는가.

 

내가 바라본 가난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굴복하는 가난이 있었고 극복하는 가난이 있었다.

 

굴복하는 가난에는 타인에 대한 의존과 게으름만이 있었고, 극복하는 가난에는 살고자 하는 욕구와 일자리가 있었다.

 

모든 국민들을 굴복하는 가난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나의 제안들이 마땅히 숙고되고도 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상상한다. 친기업적 인물로 변신한 이재명 도지사와 그의 조건부 기본소득 정책 그리고 그를 뒷받침할 이재명 도지사 특유의 불같은 성정. 아아 행복하다.

조선일보 김승현 기자 

 

01.29  조은산의 우상호 저격 “반지하 서민 내집 꿈 박살낸 게 누구냐”[전문]

“반지하 서민 감성팔이로 표 긁으려”
“운동권 선민사상과 선악 이분법서 한 치도 못 벗어나”

‘시무 7조’ 상소문 국민청원으로 이름을 알린 인터넷 블로거 진인(塵人) 조은산이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을 향해 “운동권 특유의 선민사상과 이분법적 선악 개념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29일 말했다.

 

 

앞서 역시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이 27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방문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녹물과 곳곳에 금이 간 계단 복도와 벽은 은마아파트를 가면 한눈에 보이는 현실”이라고 하자 우 의원은 다음 날 “23억 아파트의 녹물은 안타까우면서 23만 반지하 서민의 눈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조은산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나경원 vs 우상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은산은 우 의원과 나 전 의원의 발언이 소개된 온라인 기사를 첨부하며 우 의원의 발언을 겨냥, “언뜻 들었을 때는 멋진 말이다. 그러나 전형적인 80년대 진보주의자의 허언일 뿐”이라며 “감성팔이 어법에만 능통할 뿐 현실 감각은 전무하다시피 한, 무가치한 정치인들은 이미 국회에 쌔고 쌨다”고 했다.

 

그는 “최소한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세계적 복합 다중 도시인 서울의 시장 자리에 오르려거든, 눈물, 콧물이나 송글송글 맺히는 감성팔이보다는 차라리 차가워서 손끝이 시리더라도 냉혹한 현실을 말해줘야 함이 그 그릇에 걸맞는다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우 의원은 이미 실패한 문재인식 부동산 정책에서 단 한 발자국도 진일보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퇴보를 넘어 퇴폐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23억 아파트와 23만 반지하 서민과의 경제학적 상관 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라고 했다.

 

조은산은 이어 “23만 반지하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을 기어이 박살내 버린 건 누구인지 알고 있는가 묻고 싶다”며 “이 미친 집값의 현실은 누구의 작품인가? 이명박인가, 박근혜인가, 문재인인가? 국민의힘인가, 국민의당인가, 눈물 콧물 민주당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반지하에 사는 서민의 삶을 운운하면서 정작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 재건축은 결사반대하는 이 아이러니함과, 집값 잡기에는 하등의 관심도 없고 반지하 서민으로 감성팔이나 내세워 표심이나 긁어보려는 국민을 기만하는 작태의 교범은 민주당의 교과서 무슨 과목, 몇 권, 몇 편에 나오는 내용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은산은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나서 강남 집값은 잡지도 못한 채, 처참한 풍선효과를 통해 전국의 집값이 폭등했다”면서 “그에 따른 고통은 무주택 서민과 예비부부들, 청년들의 몫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죄할 용의는 민주당에겐 없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사 몇 마디면 그들은 이미 확보된 충성스러운 표들 아닌가”라고 했다.

 

조은산은 “전국이 10억 클럽에 다가서는 이 참담한 현실은 결국 편가르기를 일삼는 정치인과 감성적 언사에 감격하고 마는 무지한 국민이 만들어낸 거룩한 합작품에 불과하다”며 “그러므로 먼저 국민이 현명해져야 한다. 누추한 옷과 허름한 구두를 신고 옥탑방에 올라가, ‘서민의 고통을 말하는 자’를 경계해야 한다. ‘서민의 고통을 필요로 하는 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은 조은산의 블로그 글 전문

서울시장에 출마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가 27일, 강남 은마아파트를 전격 방문해 곳곳에 금이 간 흔적과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녹물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나경원 후보를 향해 “23억 아파트의 녹물은 안타까우면서 23만 반지하 서민의 눈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고,

 

23억 아파트의 녹물은 안타까우면서, 23만 반지하 서민의 눈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

......................................................................................................

 

좋다. 언뜻 들었을 때는 멋진 말이다. 그러나 결국 운동권 특유의 선민사상과 이분법적 선,악 개념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전형적인 80년대 진보주의자의 허언일 뿐이다. 코흘리개 시절의 내가 건대 앞 대로에서 최루가스를 맡고 찔찔대던 그날처럼, 그는 마치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경이 터트린 최루탄을 주워들어 되던져버릴 기세로 서있는 듯하다.

 

감성팔이 어법에만 능통할 뿐 현실 감각은 전무하다시피 한, 무가치한 정치인들은 이미 국회에 쌔고 쌨다. 저기 북악산 자락 밑의 푸른 기와집에도, 광화문 앞 정부청사에도 널리고 널린 게 그러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최소한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세계적 복합 다중 도시인 서울의 시장 자리에 오르려거든, 눈물, 콧물이나 송글송글 맺히는 감성팔이보다는 차라리 차가워서 손끝이 시리더라도 냉혹한 현실을 말해줘야 함이 그 그릇에 걸맞는다 할 수 있지 않겠나.

 

게다가 우상호 의원은 이미 실패한 문재인식 부동산 정책에서 단 한 발자국도 진일보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퇴보를 넘어 퇴폐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23억 아파트와 23만 반지하 서민과의 경제학적 상관 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니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먼저, 23만 반지하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을 기어이 박살내 버린 건 누구인지 알고 계시는가 묻고 싶다.

후면 주차한 자동차 매연에 창문 한번 시원하게 열지 못하고 가뜩이나 들어오지 않는 햇빛을 커튼으로 마저 가려내야 하는 반지하의 슬픈 삶을, 결국 그들은 기약도 없이 이어가야 한다.

 

이 미친 집값의 현실은 누구의 작품인가?

이명박인가, 박근혜인가, 문재인인가?

국민의힘인가, 국민의당인가, 눈물 콧물 민주당인가?

 

반지하에 사는 서민의 삶을 운운하면서 정작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 재건축은 결사반대하는 이 아이러니함과, 집값 잡기에는 하등의 관심도 없고 반지하 서민으로 감성팔이나 내세워 표심이나 긁어모려는, 국민을 기만하는 작태의 교범은 민주당의 교과서 무슨 과목, 몇 권, 몇 편에 나오는 내용인가?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비법’ 제하의 필수 과목, ‘서민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제하의 각론, ‘부자들을 이용해서 국민 분열 조장하기’ 편에 수록된 내용인가?

 

집값 상승의 시발점은 2017년, 김현미 장관의 재임 시절 시작된 강남 4구와 세종시를 대상으로 한 고강도 규제책에서 비롯된다. 강남 집값은 애초에 서민이 넘볼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부유층은 부유층끼리 어울려서 살게 냅뒀어야 했다.

 

왜 굳이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는가? 그것이 문제였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몸값 높다고 2부 리그로 강등시키는가?

 

결국 강남 집값은 잡지도 못한 채, 처참한 풍선효과를 통해 전국의 집값이 폭등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고통은 무주택 서민과 예비부부들, 청년들의 몫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죄할 용의는 민주당에겐 없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사 몇 마디면 그들은 이미 확보된 충성스러운 표들 아닌가?

 

서울 부촌 지역의 재건축 예정 단지들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 자금을 흡수해 줄, 준비된 스펀지와 같은 것이다. 한 단지의 추가 분담금과 일반 분양분의 자금 흡수력만 따져도 수도권 소형 아파트 몇 개 단지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몇 십억의 현금 동원이 가능한 부유층들의 자금이 중산층과 서민들의 실수요를 위한 중저가 아파트에까지

미치지 않도록, 그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인 것이다.

 

또한 전면적인 재개발을 통해, 반지하 서민들이 깨끗한 신축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 재개발 지역 세입자들을 위한 대책으로 임대 주택 입주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태 그랬듯, 그럴 용의가 민주당에겐 없는 것으로 안다.

반지하 서민을 팔아 표를 벌어야 하니, 누군가는 계속 반지하에 살아줘야 하지 않겠는가?

 

전국이 10억 클럽에 다가서는 이 참담한 현실은 결국 이런 편가르기를 일삼는 정치인들과 감성적 언사에 감격하고 마는 무지한 국민들이 만들어낸 거룩한 합작품에 불과하다.

 

집 몇 채씩 사두고 제 집값 올려줘서 고맙다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강남좌파는 일종의 장식품이라 해두자.

그러나 우리가 집값 안정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지, 서민을 끄집어 내고 반지하를 끄집어 내는 감성에게 기댈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먼저 국민이 현명해져야 한다.

 

누추한 옷과 허름한 구두를 신고 옥탑방에 올라가, ‘서민의 고통을 말하는 자’를 경계해야 한다.

 

‘서민의 고통을 필요로 하는 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그래서 지금 집값이 얼마입니까’ 이 한마디로 정리될 논쟁거리도 안될 짓을, 다시금 터져 나오는 민주당 인사의 허언에 분노해 참으로 길게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과거에 비추어 봤을 때, 모든 아이들이 차 없는 단지 위를 거침없이 뛰어놀고 모든 어머니들이 유모차 한 대 내가기 힘든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벗어나게 하고픈, 내 나름대로의 작은 정의감에 기인한 글이라 자부한다.

그러므로 나는 절대 술기운을 빌어 이 글을 쓰지 않은 것이다.

믿어 달라.

조선일보  김승현 기자

 

02.16 교황 소환한 이재명·임종석 논쟁에 “한국 일이나 살펴라” [전문]

 시무 7조 상소 국민청원으로 잘 알려진 인터넷 논객 조은산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최근 기본소득 논쟁에 대해 16일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이나 잘 말면 되지 왜 뜬금없이 이탈리안 토마토소스를 찾느냐”고 했다.

 

앞서 이 지사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탈리아어 서한을 근거로 ‘교황도 기본소득을 지지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임 전 실장이 ‘교황이 제안한 것은 기본소득이 아닌 보편임금’이라고 반박하는 등 이탈리아어 해석을 갖고 설전을 벌이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조은산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표퓰리즘 대전이 격렬하다”며 “심지어는 이역만리의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끌고 들어와 갑론을박”이라고 했다.

 

그는 “이 지사가 교황의 이탈리아어 메시지 중 일부인 ‘salario universale’를 근거로 기본소득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자, 임 전 실장은 그것이 영어 번역으로 ‘universal basic wage(보편적 기본임금)’라는 사실을 내세워 이 지사에 일침을 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을 향해 “한국 일이나 잘 살피시라”고 했다.

 

조은산은 “르노 부회장은 르노삼성을 상대로 생산력 향상을 요구하며 경고장을 날렸고, 노조는 파업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군산GM을 통해 대기업의 ‘낙수효과’를 넘어선 대기업의 ‘철수효과’를 뜨겁게 맛봤다”고 했다.

 

또 “최고급 인력과 기술력을 갖춘 원전은 수조원의 해외시장을 넘보기도 전에 이미 해체 수순이며,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조은산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점유율을 놓고 대만의 TSMC를 맹추격하고 있으며 10조짜리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텍사스 주정부와 세제 혜택을 두고 교섭 중이다. 글로벌 생산 기지의 선제적 확보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말은 많지만 그 글로벌 기업의 총수는 지금 의왕의 ‘감빵’에서 자기 속옷을 빨래하고 있다”며 “이런 슬픈 현실 속에서 10조짜리 지속 가능한 알짜배기 복지를 보게 되는데, 그들 눈에는 어떨까 싶다”고 했다.

 

조은산은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는 이탈리아어로 뭐라 하는가”라며 “이 말을 한국어로 설명해도 그들은 모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산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서도 “후보들이 간추려진 보궐선거판은 포퓰리즘 논쟁이 한창”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거론하며 “사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의 성추문으로 인해 치러지는 게 아닌, 주거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치러지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난, 다소 전향적 자세를 취하는 박 전 장관의 부동산 대책이 다행이고 강남·북을 안가리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내세운 나 전 의원의 대책도 보기 좋다”며 “그러니 두 분 한 번 열심히 싸워보시라”고 했다.

 

조은산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박원순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말로 2차 가해 논란의 중심에 선 그가 곧이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또다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며 “죽음과 민주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수어지교·지란지교”라고 비꼬았다.

 

그는 “나는 그것을 알기에 우상호 의원의 행보가 낯설지 않다”며 “그러니 이제 그만하시라. 그리고 살아 있는 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라”고 했다.

 

◇다음은 조은산의 블로그글 전문

지난 설에 나는 본가에 가지 못했다. 직장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아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가지 못한 적은 몇 번 있다. 그러나 강력한 국가권력의 통제 아래, 나의 자유로운 의지를 꺾어야만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나는 국가적 방역 지침에 협조할 의무가 있고 또한 충실히 따를 의향이 있다. 전대미문의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에 나의 아내는 자유를 느꼈으리라. 내 저열한 밑바탕에 깔린 자유주의의 함성은 결국 그녀를 위함이었던가. 나는 지독하게 몰아치는 전염병의 기세에 ‘한시적 국가주의자’로의 전향을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어느덧,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가 1522명을 넘어섰다. 남도의 찬 바다에 수몰된 그들이 304명이었다. 5배가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나는 대자연의 힘 앞에 인간의 무기력함을 느낄 뿐이다.

 

그들은 의료진과 병원이 있는 육상에서 귀천했고 해군과 해경이 있는 해상에서 귀천했다. 모두가 아프고 아픈 상처들이지만 다만 어느 상처에는, 정치라는 몹쓸 것이 기어들어 고인 피를 빨아먹었고 벌려진 상처는 결국 봉합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

 

나는 그들이 누군지 안다. 그대들은 알고 있는가?

 

때론, 작고한 어느 대통령이 남긴 말처럼 ‘삶과 죽음은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믿겨지지 않는 어느 날에 사유로서의 하나가 아닌 사실로서의 하나, 포실하게 부풀어 오른 발을 겨우 내디디며 제 부모의 품에 안기던 순백의 그날처럼 ‘나 이제 왔어. 조금 늦었지?’ 라고 말하며 현관 앞의 공백에 운동화 한 켤레 채워 줄, 그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하나 말이다.

 

연이은 세월호 관련 기사들을 봤다. 판결의 대상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이미 죽고 없었다. 진실을 요구하는 유족들은 아직 그곳에 있다. 있고 없음이 명확한데 우리가 찾는 진실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썩은 정치인들이 그려낸 슬픈 이 사회의 자화상, 우그러진 그 안의 댓글들은 더욱 참담하다. 그러나 그러지 말자. 다 키워놓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은 우리들 중 그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유족에 대한 예의는 지켜줬으면 하는 나의 마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2, 1.5단계로 하향 조정됐고 자영업자들에게는 가뭄에 단 비와 같은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기준으로 일부 업종의 22시 영업시간제한은 많이 아쉽다. 출퇴근 시간 가득 들어찬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상황을 보자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전례 없는 전염병의 역습 앞에 우왕좌왕하는 것은 결국 같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봐줄 만한 것이다.

 

나는 그러한 전염병에 맞서 싸우는 정부 관계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일선 의료진들과 관련 공직자들의 희생에 온 힘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고혈을 짜내가며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빠른 회복을 빌 뿐이다.

 

후보들이 간추려진 보궐선거판은 포퓰리즘 논쟁이 한창이다. 나경원 후보와 박영선 후보는 저출산 관련 대책으로 한 번씩 설전을 주고받았고, 나 후보의 1.17억 원의 저출산 지원 공약을 두고 ‘결혼과 출산은 돈이 아닌 행복’,’현실 부정 안돼' 등의 말이 오갔다고.

 

한 가지 밝히자면, 나는 ‘다다익선’이 아닌 ‘적재적소’를 말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뜻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 ‘적재적소’ 안에, 저출산 문제 또한 포함돼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전 국민 대상이 아닌, 마땅히 풀고 넘어가야 할 문제에 재정을 푸는 것, 그것을 단순히 포퓰리즘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문득, 그날이 생각난다. 둘째를 가졌다는 아내의 말에 나는 축하한다는 말을 겨우 건네고 안방 화장실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들어 통장 잔고와 보험계약대출을 살폈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

 

그것은 현실적인 비참함이었다. 과연 우리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박영선 후보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돈이 전부라고 말하기엔 특히 결혼, 출산, 육아는 정서적 가치에 기대는 바가 크다. 돌봄의 확장과 ‘경단녀’ 해소를 위한 육아 분담을 말씀하셨던가. 좋다.

 

그러나 두 분 모두 유념해야 할 것은 각종 여론 조사에 성별 구분 없이 공통적 비혼 사유로 등장하는 그놈의

 

‘집값’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다.

 

사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의 성추문으로 인해 치러지는 게 아닌, 주거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치러지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런 의미에서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난, 다소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박영선 후보의 부동산 대책이 다행이고 강남, 강북 안 가리는 재개발, 재건축의 활성화를 내세운 나경원 후보의 대책이 보기 좋다. 그러니 두 분 한번 열심히 싸워보시라.

 

다만 박영선 후보에게는 -10점 감점한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나는 민주당이 싫기 때문이다.

 

또 다른 표퓰리즘 대전은 이곳에서 격렬하다. 심지어는 이역만리의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끌고 들어와 갑론을박이다.

 

이재명 도지사가 교황의 이탈리아어 메시지 중 일부인 ‘salario universale’ 를 근거로 기본소득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하자 임종석 전 실장이 이에 대한 반박의 근거로 이탈리아어인 ‘salario universale’ 가 영어 번역본으로는 ‘universal basic wage’ 이라는 사실을 내세워 이 지사의 기본소득론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한국 일이나 잘 살피시라.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이나 잘 말면 되지 왜 뜬금없이 이탈리안 토마토 소스를 찾는가.

 

르노 부회장은 르노삼성을 상대로 생산력 향상을 요구하며 경고장을 날렸고 노조는 파업 여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군산GM을 통해 대기업의 ‘낙수효과’를 넘어선 대기업의 ‘철수효과’를 뜨겁게 맛봤다.

 

최고급 인력과 기술력은 갖춘 원전은 수 조원의 해외 시장을 넘보기도 전에 이미 해체 수순이며,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점유율을 놓고 대만의 TSMC를 맹추격하고 있으며 10조짜리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텍사스 주정부와 세제혜택을 두고 교섭중이다. 관세 측면이다,

 

글로벌 생산 기지의 선제적 확보일 뿐이다, 말은 많지만 그 글로벌 기업의 총수는 지금 의왕의 감빵에서 자기 속옷을 손빨래하고 있는 중이다. 손이 아주 시릴 것이다. 이러한 슬픈 현실 속에서, 나는 10조짜리 지속 가능한 알짜배기 복지를 보게 되는데 그들 눈에는 어떨까 싶다.

 

문득 궁금하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는 이탈리아어로 뭐라 하는가? 아니다. 이 말을 한국어로 설명해도 그들은 모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상호 의원이 남았다. 나경원 후보와 23억 강남 재건축과 23만 반지하 서민을 두고 설전을 벌인 그가 다시 화제다. ‘박원순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말로 2차 가해 논란의 중심에 선 그가 곧이어 故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또다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2차 가해 논란은 차치하고 고인을 기리며 무릎 꿇은 한 사람의 모습은 좋은 기삿거리요 아름다운 그림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민주당의 복이다.

 

국민의힘을 봐보라. 그들은 원로 정치인을 뵙기 위해 교도소나 구치소에 임장해야 한다. 면회실의 구멍 뚫린 격벽을 사이에 두고 수화기를 든 채 당신의 정신을 계승하겠다 말해야 한다. 아름답기나 하겠는가.

 

이것은 우습고도 처참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死의 공소기각보다 生의 유죄판결이 더 가치 있다고 본다. 죽지 않고 살아서 정치의 성역화가 되지 않았음에 그들이 가상하다. 부관참시 당하듯 죽어서도 이리저리 정치판에 끌려다니는 수모를 겪게 되지 않아서, 그로 말미암아 인간의 존엄성을 살아서 지켜냄이 더 큰 복이다.

 

죽음과 민주당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수어지교, 지란지교다.

나는 그것을 알기에 우상호 의원의 행보가 낯설지 않다.

 

그러니 이제 그만하시라.

그리고 살아 있는 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라.

 

살아 있는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시고 살아 있는 아이들의 죽음을 막아주시며 살아 있는 인간 우상호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라.

기꺼이 들어주겠다. 나는 죽지 않고 살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뉴스거리가 있었고 기사 안의 문자는 눈 안으로 들어와 가슴 앞에 멈췄다. 늘 그랬다. 정치와 민생은 아직도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어디 정치인들만의 잘못이겠는가. 나는 국민들이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랄 뿐이다.

 

정치, 재미없지만 아주 가끔 웃기다. 그 맛에 보는 거라 생각한다. (V논란은 압권이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는 역병 앞에 헛되다.

새해에도 음성인 자로 남으셨으면 한다.

 

후유증이 거세다고 하니, 나는 그것이 최고의 복이라 믿는다. 그리고 힘내시라.

힘을 내지 않고서는, 아아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조선일보  김운경 기자

 

04.09 “與, 털많고 탈많은 음모론자 과대평가...이래서 졌다”

/김어준(왼쪽) 고민정(오른쪽)

조은산

시무 7조 상소 국민청원으로 잘 알려진 인터넷 논객 조은산이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완패한 이유로 ‘젊은 남녀를 편 가르는 식의 정치’ ‘극성 친문(親文)의 놀이터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과대평가’ ‘국민 과소평가’ 세 가지를 꼽았다.

 

조은산은 8일 블로그에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는 우선 “갈등과 분열의 정치는 지지율 확보에는 용이했으나 정작 선거에서는 악재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은 성인지 감수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젠더 현안들을 쏟아내며 2030 유권자들을 젠더 갈등의 한복판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며 “직접 증거 없이 피해자의 일관적인 진술과 눈물만으로 강간범 신세로 전락하는 게 가능해진 진보적 ‘남녀평등’의 시대가 열렸고, 분노한 젊은 남성들은 급속도로 지지층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조은산은 “잃은 남성들의 표만큼, 여성들의 표심은 확실히 챙기지 못했다”면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신조어로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킨 3인의 그녀들과 함께 윤미향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의 지속적인 2차 가해로, 차츰차츰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갉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조은산은 두 번째로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를 거론하며 “그는 털 많고 탈 많은 음모론자에 불과하다”며 “극성 친문 세력의 놀이터에 불과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과대평가했다”고 했다.

 

조은산은 “수많은 음모론 중에서도 특히 천안함 좌초설을 통해 그(김어준)는, 극렬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게서, 이미 보지 말아야 하고 듣지 말아야 할 인물로 각인된 지 오래”라면서 “친문 세력의 정신 승리를 위한 도구이지, 중도층의 흡수와 포용을 위한 도구가 아니란 말”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그의 방송을 마치 성지순례하듯 찾아다니고 심지어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운가’라는 헛소리까지 쏟아내는 여권 인사들과 박영선 후보는 중도층의 표를 발로 걷어찬 것”이라고 했다.

 

조은산은 세 번째로 정부·여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싸구려 감성’과 네거티브 전략으로 만회하려고 했다며 “국민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그들은 국민의 감성을 끌어안기보다는, 국민을 그들의 낡은 감성에 끼워 맞추려 부단히 노력했고 국민이 다시 그들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 오판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아직도 적폐 청산과 집값 폭등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거니와 싸이월드 시절의 눈물 셀카를 연상시키는 소름 돋는 감성팔이를 2021년의 정치판에서 봐야 하는 그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며 “고민정 의원은 아시려나”라고 비꼬았다.

 

조은산은 “집값 폭등의 현실에 부쳐 허덕이는 국민 앞에 민주당은 싸구려 감성과 네거티브, 과거사 들추기와 신변잡기에만 급급했다”며 “내곡동 생태탕과 페라가모 구두 외에 그 어떤 미래지향적인 스토리와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들려주지 못했다”고 했다.

 

또 “나는 그저 오세훈 후보로 추정된다는 그 인물이 망할 놈의 생태탕에 알·고니는 추가했는지 안 했는지가 더 궁금할 따름”이라고 했다.

 

◇다음은 진인 조은산의 글 전문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

 

1. 갈등과 분열의 정치는 지지율 확보에는 용이했으나 정작 선거에서는 악재로 작용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은 성인지 감수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젠더 현안들을 쏟아내며 2030 유권자들을 젠더 갈등의 한복판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이미 인국공 사태를 통해 변태적으로 진화한 진보적 ‘공정’을 목격한 그들 앞에, 이제는 직접증거 없이 피해자의 일관적인 진술과 눈물만으로 강간범 신세로 전락하는 게 가능해진 진보적 ‘남녀평등’의 시대가 열렸고 분노한 젊은 남성들은 급속도로 지지층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잃은 남성들의 표만큼, 여성들의 표심은 확실히 챙겼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야권을 향한 압도적인 20대 남성의 지지만큼 20대 여성의 압도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이유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당헌 개정을 불사하며 ‘선거로 심판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이낙연 전 대표의 망언은 성 추문으로 인해 보궐 선거를 치르게 만든 당이 도대체 어느 당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였으며, ‘피해 호소인’이라는 신조어로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킨 3인의 그녀들과 함께 윤미향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의 지속적인 2차 가해로, 차츰차츰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갉아 내린 것이다.

 

편 가르기식 정치는 비열하지만 쉽다. 그러나 내 편을 끝까지 지킨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그 부분에서 실패했다.

 

결국 오 후보는 20대 남성에게서 70%가 넘는 표를 얻은 반면, 박 후보는 같은 층 여성에게서 44%의 표를 얻어내는 것에 그치고 만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적은 내부에 있다는 것을.

 

2. 극성 친문 세력의 놀이터에 불과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과대평가했다.

그는 털 많고 탈 많은 음모론자에 불과하다. 수많은 수식어 중에서도 나는 그를 평가하기에, 이보다 절제되고 또한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표현을 찾을 방도가 없다.

 

게다가 수많은 음모론 중에서도 특히 천안함 좌초설을 통해 그는, 극렬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게서, 이미 보지 말아야 하고 듣지 말아야 할 인물로 각인된 지 오래다. 즉, 친문 세력의 정신 승리를 위한 도구이지, 중도층의 흡수와 포용을 위한 도구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 그의 방송을 마치 성지 순례하듯 찾아다니고 심지어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운가.’라는 헛소리까지 쏟아내는 여권 인사들과 박 후보에게서 중도층은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그의 방송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중도층의 표를 발로 걷어찬 것과 같은 것이었다.

 

3. 반면에 그들은 국민을 과소평가했다.

4.7 재보궐 선거는 전 시장의 성 추문으로 인해 치러졌지만, 집값 폭등에 대한 심판과 그 주범들의 내로남불에 대한 단죄에 가까웠다. 그러나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그들은 국민의 감성을 끌어안기보다는, 국민을 그들의 낡은 감성에 끼워 맞추려 부단히 노력했고 국민이 다시 그들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 오판했다.

 

가장 큰 문제이자 원인인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당 차원의 공식적인 사죄와 함께 전향적인 정책 기조의 변화를 선언하는 건 애초에 민주당에게는 바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옳고 정의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택하는 방법은 언제나 그렇듯, 적폐 청산 물타기에 이은 감성팔이다. 나는 아직도 적폐 청산과 집값 폭등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거니와, 싸이월드 시절의 눈물 셀카를 연상시키는 소름 돋는 감성팔이를 2021년의 정치판에서 봐야 하는 그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고민정 의원은 아시려나?

 

결국 정치는 현실이었다.

집값 폭등의 현실에 부쳐 허덕이는 국민 앞에 민주당은 싸구려 감성과 네거티브, 과거사 들추기와 신변잡기에만 급급했고, 내곡동 생태탕과 페라가모 구두 외에 그 어떤 미래 지향적인 스토리와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들려주지 못했다. 나는 그저 오세훈 후보로 추정된다는 그 인물이, 망할 놈의 생태탕에 알·고니는 추가했는지 안 했는지가 더 궁금할 따름이었다.

 

바글바글 끓는 생태탕 냄새가 전국을 강타하는 와중에도 봄날의 벚꽃 잎은 휘날렸다. 감성은 땅에 떨어져 뒹굴었고, 서울과 부산의 시민은 몸을 굽혀 현실을 주웠다.

 

멀어져간 내 집 마련의 꿈, 그 현실은 깨진 유리 조각처럼 아프다. 그러나 잘 선택하셨고 용기 내어 잘 주우셨다.

 

가슴 아픈 얘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값은 그리 빠르거나 혹은 큰 폭으로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1년 임기 시장직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공급을 극도로 틀어 막아놓았던 탓에 회복하는 데에도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다음 정권의 향방에 따라 조정기를 거쳐 점차 안정될 가능성도 있으니 무주택자분들은 조금만 더 힘내셨으면 한다.

 

결국 선거는 말에서 시작해 말로 끝났다. 정책은 바래져갔고 그 아둔한 과정을 지켜보는 건 고통이었다.

 

그러나 민심은 역동적이었다. 그래서 두려운 것일테다.

개표는 끝났다. 동시에 시작하게 된 많은 것들이 있다.

움트고 자라나는 희망만으로도 사람은 버티고 산다.

 

돌팔이 감성이 아닌, 손끝으로 만져지는 현실이 희망을 전해주기를 나는 바랄 뿐이었다.

 

오세훈 당선인께서는 맥주 한 잔 하셨는가?

그렇다면 이제 긴장하시라. 그러나 쫄진 마시라.

 

서울은 시장이 아닌, 시민의 것임을 기억한다면 될 일이다.

 

05.04 ‘그’에게 이별을 고한 뒤, 내게 ‘별의 순간’이 왔다

부산 출신 인권 변호사… ‘그’의 말은 아름답고 꿈은 찬란했는데
전경 불태운 자들 민주화 유공자 만든 ‘그’… 헛된 말들과 작별
시급 5000원에 골프장서 공 줍던 밤, 비 맞은 별들이 날 두드렸다

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은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자 또는 사회적 유명 인사에게만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일상에도 별의 순간은 찾아온다.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빈부를 가리지 않는다. 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삶의 대전환이다.

/일러스트=이철원

 

나에게 별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청와대 청원 ‘시무 7조’로 43만의 동의를 이끌어낸 그때였을까. 아니면 논객이라는 칭호를 부여받고 유명 일간지에 기고문을 싣게 된 지금일까. 아니, 어느 쪽도 아니다. 내 별의 순간은 그보다 훨씬 전 일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이런 상황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글을 쓴다는 건 나에겐 큰 고통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예전의 나로 되돌아갈 것이다.

 

나는 별의 순간을 맞이하기 전, 누군가의 그 순간을 지켜보았다. 부산의 상고를 졸업하고 인권 변호사에서 변두리 정치인으로 우리에게 알려졌던 그는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있었고 온화한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가난한 자를 대신해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말했고 기득권과 가진 자에게 맞선 정의를 말했다. 그의 말은 아름다웠고 그의 세상은 찬란했다. 사람이 모여들었고 마음이 팽창했다. 별의 순간이었다. 이변과 격변을 거듭하던 그는 어느새 가장 크고 빛나는 별이 되어 있었다.

 

그가 별이 되었을 때, 나는 나 또한 별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빈자의 아들로서 부유층 자식들과 어울려야 했던 나는 강남 8학군이 낳은 반체제 인물이나 다름없었고, 머릿속은 온통 사회적 정의나 재벌 해체와 같은 말로 가득했다. 그런 나에게 그는 가난한 청년의 놀이터였고 비루한 영혼의 안식처였다. 가진 자들의 세상이 마침내 무너질 거라고, 질척거리는 세상의 정의가 마침내 견고해질 거라고, 차고 눅눅한 방바닥에 누워 나는 생각했다.

 

2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군대를 전역하니 내 손에 쥐어진 건 조잡하게 코팅한 전역증이 전부였다. 군번과 소속, 계급에 얽매였던 시간은 나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았다. 나는 변하지 않았고 세상 역시 변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가난은 그대로였다. 집은 여전히 서울 변두리의 임대 아파트에 있었고 부모님은 여전히 서민 신분이었다. 놀랍게도 아버지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운전 일을 하며 월급을 받고 있었다.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던 건 다름 아닌 재벌의 돈이었다.

 

정의는 무너졌다. 2005년 10월, 경찰관 7명이 불에 타 숨진 부산 동의대 사태에 관한 뉴스가 흘러 나왔다. 학생운동 중 전경들을 감금하고 불에 태워 없앤 자들이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에 반발한 유족들의 헌법소원 청구에 헌재의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고 했다. 민주화의 불꽃은 사람의 뼈와 살을 태우며 만개했음을 알았다. 사상과 이념에 뒤틀린 정의가 붕괴하는 걸 보았다. 오열하는 유족들의 어깨가 티브이 화면 속에서 일렁였다. 구속된 학생들의 변호인 명단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이름 석 자가 별처럼 빛나고 있었고 나는 눈을 감았다.

 

나에게 진실은 타인에게서 주어지는 것이 아닌, 내 안의 명료한 외침과 같아서 나는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정치라는 것과 결별했고 그것들이 제시하는 달콤한 말과 작별했다. 허황된 것들을 향한 시선을 멈추고 눈앞의 현실을 직시했을 때, 나는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킨 나는 골프장으로 향했다. 폐장 후 공 줍는 일을 할 사람이 급히 필요하다고 했다. 시급은 5000원이었다. 가난은 나의 몫이었다. 정치인의 몫이 아니었다. 정의도 나의 몫이었다. 세상에 바랄 게 아니었다.

 

별의 순간이 다가왔다. 낮에는 공부를 했고 밤에는 골프장에서 공을 주웠다. 어느 날 밤, 공을 줍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높이 솟은 가로등만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빛을 머금은 비는 수천 개의 별이 되어 쏟아졌다. 내리던 비가 타닥타닥 어깨를 두드리며 속삭였다. 어이, 별의 순간이야. 나는 오도카니 서서 별들을 맞았다.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자, 별에 젖어 고꾸라졌다. 두 번째, 세 번째 시도에 겨우 담뱃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다음 해, 나는 그토록 바라던 한 회사의 입사 시험에 결국 합격한다. 세 번 도전에 걸친 결과였다.

어느덧 나이 마흔이 되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아이들과 볼을 비비며 인사한다. 아들 놈은 벌써부터 놀아달라고 난리다. 딸아이의 기저귀를 살핀다. 갈아야겠다.

 

집을 둘러본다. 온기는 충만하며 습도는 쾌적하다. 가난도 없다. 가진 자를 향한 분노도 없다. 이제 나는 나로서 견고하다.

 

요청받은 기고문의 주제를 나는 이렇게 정하기로 했다.

 

‘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스쳐 가는 생각들을 써넣는 화이트보드엔 이 말이 선명하다. 그리고 어느샌가 그곳에 아내가 남겨놓은 말이 함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은 아직 그대로다. 가난한 자는 역시 가난하며 부유한 자는 언제나 부유하다. 정의마저 바래가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글을 쓰는 것뿐이다. 골프장에서 공을 줍던 나는 골방에 틀어박혀 글을 줍는다.

 

아이들을 재우려는 아내가 침실로 들어갔다. 불이 꺼지고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또 다른 별의 순간을 기다린다. 그 순간은 내가 아닌, 내 아이들을 위한 것이겠다.

조선일보  필명 조은산

 

06.04 한 권력자의 회고록… 그의 글은 비열함의 나열이다

사람과 사람 간에는 인연(因緣)이라는 게 있다. 우리는 함께 몸담으면서도 혹은 적의를 갖춘 채 서로를 힐난하면서도 인연에 대해 말한다. 우연과 악연 그리고 필연에 대해 말한다. 모두 인연의 다른 이름들이다. 사람과 사람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끈으로 맺어지고 얽혀가며 살아가는 존재다.

연(緣)으로 맺어지는 게 어디 사람과 사람뿐일까. 글과 글 주인도 그렇다. 그들도 연으로 맺어지는 관계다.

 

나는 글이라는 게 단순히 글쓴이의 전적인 산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글이 그 사람과 연이 닿아 만난 것이다. 연이 닿지 않았다면 그 글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태어날 수도 있다. 태초의 영혼을 간직한 채 더 유려하고 고귀한 글이 되기도 한다. 마치 헤어진 전 애인이 새로운 사랑을 하게 돼, 더 아름다워지거나 더 멋있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수많은 글이 글 주인의 손을 기다리며 무의 공간에서 유의 공간을 찾아 헤맨다. 내게도 그렇게 다가온 글이 있다. 나는 그 글을 쓰지 않았다. 그저 그 글을 거뒀을 뿐이다. 온 힘을 다해 껴안아 내게 전해주는 말들을 들었을 뿐이다. 그 연으로 나는 그 글의 주인이 되었다. 영광은 없다. 더 많은 글, 더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고통만이 남았다. 그러나 기쁨은 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정성으로 읽힌다는 기쁨이다. 이 글은 그 고마운 마음으로 내게 다가선다. 다시 꼭 껴안아 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연을 찾아 지천을 떠도는 그 많은 것들이 거기 있었다. 보드라운 것도 있었고 따스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나를 아는 듯, 메마르고 거칠게 다가온 것들만 거뒀다. 그것들을 뿌리치지 못한 나는 정치인들을 싸잡아 비난했고 현상을 비틀어 조롱했다. 고백하건대, 나는 원래 아름다운 글은 잘 쓰지 못한다. 비난과 조롱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에 길들어 순수를 잃은 지 오래니 더욱 그렇다. 이게 내가 가진 연의 한계다.

 

삶에 깃든 모든 것을 미처 알지 못했음을 안다. 돌이켜보니 강물도 아픔이 있었다. 돌도 마음이 있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 흘러가는 대로 살자’며 함께 부둥켜안고 울던 어머니도 있었고 노인정에서 배운 휴대폰으로 ‘사라ㅇ해 아드ㄹ’이라며 겨우 고백하던 아버지도 있었다.

 

영원에도 순간이 있었다. 백발의 노인이라고 어머니의 자장가를 기억 못 하는 게 아니었다. 갓난아이라고 할미의 주름진 손을 기억 못 하는 게 아니었다. 삶의 굽이쳐 흐르는 모든 시간은 물빛 아련한 기억의 순간들이었다. 순간에도 영원이 있었다. 어린 시절, 출근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나는 내 아이에게, 나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집을 나선다. 살고 자라나며, 그렇게 낳고 기르며, 지쳐 주저앉은 좁은 골목길 위에도 삶과 삶으로 이어지는 무한한 시간길이 있었다. 이 모든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던 나는 원래 있던 그곳에 글혼을 남겨 둔다. 여백을 향한 글혼이 하얗게 날아오른다. 이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의 주인이 될 시간이다.

 

숱한 아름다움이 여기 있다. 흩날리는 그들이 연을 찾아 나섰으니 글 주인을 찾아낸 글들은 시공간을 깨뜨리고 나와 기어이 쓰인다. 낡고 지친 책상 모퉁이에, 오롯이 눈 뜬 등불 위에, 저 자신을 보지 못하는 거울 위에 쓰인다.

 

위태로웠지만 정직했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한 점의 부끄럼 없이 그대는 살아왔다. 내 안의 가치를 지켰고 공동체의 약속을 깨지 않았다. 그러므로 가장 정의로운 글은 그대의 글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하루는 버거웠다. 홀로 남은 시간, 때론 죽지 못해 사는 듯해 팔을 들어 새어 나오는 울음을 틀어막았다. 내 울음을 들키는 게 부끄러워 화장실로 숨어들어 한껏 울었다. 그리고 거울을 봤을 때, 가장 맑고 순수한 내가 있었다. 그러므로 가장 진실한 글은 그대의 글이 될 것이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살아오며 내가 바랐던 수많은 것보다, 나를 바라던 그 작은 것들이 더 소중했었다는 걸.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가장 먼저 버려야 했던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걸. 이제 가장 가치 있는 글은 그대의 글이다.

 

언젠가, 우리를 많이 아프게 했던 한 권력자가 회고록을 출간했다고 한다. 십만 권이 넘는 부수가 팔려나갔고 완판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의 가족의 피를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서초동의 촛불 십자가가 장엄해 보였단다. 그를 수호하려는 목소리가 집단 지성이었단다. 소중한 가치를 짓밟은 그가 저 자신을 밟고 지나가라 했단다.

 

글은 순수의 결정에 피어난 정신의 꽃이다. 수사의 장엄함은 자성과 성찰에서 비롯된다. 필봉의 끝은 고뇌와 고백으로 달궈진다. 바로 우리의 삶이 그렇다. 우리의 글이 그렇다. 그러므로 그의 글은 글이 아니다. 명문의 성문이 아니다. 나라를 망치는 친문을 위한 잡문이다. 문단과 문장의 나열이 아니다. 비열함의 나열이다.

 

눈을 감고 생각한다. 소리도 귀가 있다. 가슴도 입이 있다. 내 안의 진실한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안의 거짓을 가장 먼저 폭로하는 것도 바로 나 자신이다. 이 사실을 아는 그대가 내 인생의 명문이었고 내 애절함의 나열이었다. 세상이 바라던 건, 바로 그러한 글이었다.

문화일보  진인 조은산·국민청원 '시무 7조' 필자

 

07.02  대선 주막에 강호 고수들이 모여들었다

 더운 어느 여름날, 고을 주막에 한 노객이 들어섰다. 자리에 앉은 그는 탁주를 한 사발 들이켜고는 이와 같이 읊는 것이었다.

 

“보수의 맏아들이 잠시 집을 떠나 변방에 머물렀음에 당파는 무파요, 무파는 편파니 내 마음은 아파요. 복당 한번 하기가 참 더럽게도 힘들구나.”

 

말을 마친 그가 깍두기를 집어 우적우적 씹자 주변의 한 식객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혹시 홍(洪) 대감 아니시오?”

 

그는 대답 대신 다시 이렇게 읊조렸다.

 

“무무무무(無無無無)는 지지지지(知止止止)라, 없는 것은 없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요, 그침을 알아 그칠 데 그쳐야 할 것이로되, 이미 스무 가지가 넘는 의혹이 있거늘 어찌 검증을 하지 않고 윤(尹)과 더불어 대업을 논할 수 있으리오.”

 

/일러스트=이철원

 

이른바 형조참판 윤의 안개 문서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별안간 “그대는 야권의 분열을 도모하는 것이오!”라며 누군가가 일갈했는데, 그는 다름 아닌 맞은편에서 국밥을 말고 있던 한 사내였던 것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는 기개를 떨치며 외쳤다. “넘버원, 워니룡!” 그리고 잠시 목청을 가다듬더니 노객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맏아들이건 둘째건 간에 효도만 잘하면 장땡인 것이오. 또한 작금에 이르러 문(文)가의 횡포가 극에 달했으니, 보수의 기치를 왕권 교체의 일념 아래 두어야 온당할 터, 그대는 필경 저들의 이간계에 스스로 걸어가 빠져들 작정인 것이오!”

 

그러자 발끈한 노객 역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탁주를 뿜고 안주를 내던지며 대꾸했다.

 

“나는 그런 비겁한 자가 아닌 것이다. 이불리를 따져가며 하는 정치는 과연 도리겠느냐? 바른길이 있다면 그냥 무조건 직진하리!”

“그럼 탈당은 왜 하신 거요?”

“아 그건 계모 황(黃) 정승이 날 내쫓아서….”

 

노객의 눈가가 갑자기 촉촉해지더니 이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형조에 몸담아 깡패들을 때려잡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다. 그러자 어느 유학자풍의 선비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기를, “이분 참 맏아들이라는 표현 좋아하셔”라 하였는데 은근슬쩍 자기 이야기도 곁들이는 것이다.

 

“이제 율사들의 시대는 끝난 것과 다름없으니, 이 사람 유(劉)로 말할 것 같으면 위스콘신 서양 학당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고 밀턴 프리드먼과 벼루와 먹을 함께 갈던 사이로….”

 

그때였다. “에헴!” 하는 소리와 함께 주막 입구의 발이 걷히더니 눈이 가늘고 머리가 허옇게 센 어느 양반이 주막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는 대뜸 이렇게 외쳤다.

 

“주모! 여기 기본 안주 좀 내주시구려!”

 

그의 말에 주모는 겉절이 김치를 내왔는데 그 양반은 김치를 좍좍 찢으며 이렇게 읊는 것이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냐마는 공짜 좋아하는 인간들은 널리고 널린 세상이라, 정치인은 돈을 뿌리고 백성은 표를 바치니 이 또한 세상 돌아가는 이치로다. 기본 소득과 기본 주택 그리고 기본 대출로 완성되는 천하삼분책이면 곧 기회는 사라지고 기본이 넘쳐나는 새 세상이 열릴 것이니….”

 

그러자 이를 듣고 있던 노객이 가만히 다가가 물었다.

 

“거, 하릴없이 김치는 왜 자꾸 찢고 계신 거요?”

그러자 그가 답하기를,

 

“나는 본래 찢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오. 나는 뭐든지 다 찢을 거요”라 하였으니, 그 말을 들은 좌중의 식객들은 오금이 바싹 저려 저도 모르게 두 다리를 한껏 오므리는 것이다.

 

그를 알아본 몇몇 식객들이 겁을 집어먹고 줄행랑을 치며 외쳤다.

 

“저 자가 바로 욕쟁이 경기 관찰사 이 대감이다!”

 

그러자 정체가 탄로난 게 못마땅했는지 그는 별안간 온갖 욕설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과연 그것은 실로 엄청난 것들이어서 지축이 울리고, 서까래가 내려앉으며, 기둥이 뽑힐 지경이었던지라 그 일대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복판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보다 못한 노객이 뚝배기를 들어 그를 겨눴고, 사내는 돌하르방을 휘둘렀으며, 선비는 주판알을 쏘아 날리며 그와 대치하게 되었으니, 마침내 경기 관찰사는 야멸차게 웃으며 이렇게 조롱하는 것이었다.

 

“역적 동탁과 여포를 토벌하려던 무리가 꼭 너희들과 같았겠구나. 입당조차 안 한 윤(尹)에 그 당은 이미 자중지란, 지리멸렬 아니던가.”

 

그러나 그 순간, 누군가 전광석화처럼 달려오더니 밥 푸던 주걱으로 그의 따귀를 연달아 후려치는 것 아니겠는가! 놀랍게도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주모였던 것이다. 난방열사로 불리는 그녀는 한기를 내뿜으며 읊기 시작했다.

 

‘끊었던 약 다시 먹는다. 심장약 디곡신. 나에게도 있다. 이 대감과 그 일가 엑스파일. 지극히 사적인 나만의 엑스파일.’

 

이에 경기 관찰사 이 대감은 양볼에 붙은 밥알을 떼 먹으며 홀로 읊조리길, ‘망할 놈의 GTX가 김·용·선이라도 됐으니 참 다행이로다’라 하였으니 훗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이들은 함께 모여 이와 같은 노래를 불렀다고 전해진다.

 

“역적 동탁의 배꼽에 심지를 꽂고, 여포의 방천화극을 땅에 떨어뜨린 건 18로의 제후가 아닌 한 송이 가녀린 꽃, 초선이었다네.”

조선일보 

 

08.06 어느 ‘新대깨문’의 일기

(※이 글은 지은이의 시각이 아닌, 각종 커뮤니티 게시글, 언론 기사 댓글들의 내용 등을 토대로 재편성한 풍자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나는 대깨문이다. 내가 언제부터 대깨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본디 나는 귀가 얇고 심장이 약해 길거리에서도 온갖 종교인들에게 끌려갔다가 겨우 빠져나오길 반복했는데, 이만한 종교가 따로 없을 것 같기도 하니 사실 잘된 일이기도 하다.

 

 

한때 이런 글이 떠돈 적이 있다. 이른바 ‘대깨문의 일기’라 불리는 이 글은 짧고도 명쾌하게 대깨문의 실상을 까발리므로 심장이 꽤나 아픈 것이다. 먼저 읽어보도록 하자.

 

‘서울 서대문구에서 전세를 살던 대깨문 김모씨는 종부세 인상 뉴스에 투기꾼 놈들 잘됐다며 박장대소를 했다. 5개월 후 전셋집 재계약 날 월세 200만원을 내라는 집주인 말에 영문도 모르고 경기도로 쫓겨나게 됐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빨간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그의 이어폰에선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흐르고 있다.’

 

마치 대깨문의 일상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듯, 뛰어난 묘사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 글은 한 가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 그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속에 저자의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이 글을 통해 저자 내면에 형상화된 빈자의 단편적 모습을 정치와 결부시킴으로써, 진보적 세계관의 허구성을 까발리려는 심보겠다. 그러나 그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부자다.

 

내가 사는 서울의 아파트는 얼마 전, 20억원을 가뿐히 돌파하고 말았다. 해놓은 짓이라고는 지난 총선 이후, ‘민주당이 득세했으니 집값이 더 오를 것이여. 자네도 얼른 하나 사놔’라는 지인의 권유에 전세에서 자가로 갈아탄 것뿐인데, 어느 순간 20억대 자산가 대열에 합류하게 된 나를 발견한 것이다. 이러니 내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민주당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반면에 집도 못 사고 일순간 벼락 거지가 된 부류들도 있는데, 놀라운 건 이들 역시 꽤 많은 수가 대깨문이라는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면 대깨문에도 급이 있는데 이런 자들은 최하급 대깨문이다. 이성보다 감성이 더욱 효과적인, 부동산 양극화의 희생양이자 정치적 제물로서 그들의 앞날은 자명하다. 여론조사 그래프를 통해 표출되는 여권의 푸른 막대기, 그 안의 작은 나노미터급 화소 하나가 되기 위해 그들은 표와 혼을 바칠 것이다.

 

직장 다니며 월급 받아 봐야 얼마나 가겠느냐고, 너도 얼른 가게 하나 내서 사장님 소리 들어보라던 동창 녀석이 어제 죽었다. 최저 시급에 못 이겨 직원들을 다 내보내더니, 제 마누라와 자식들까지 동원해 가게를 지키다가 코로나로 인한 집합 금지 탓에 제 목에 그걸 감았다. 퇴직 전날까지 매 오던 그 파란 넥타이를. 장례식장에 들러 육개장 한 그릇을 얻어 먹은 나는 그 길로 외제차 전시장에 들려 벤츠를 계약한다. 이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나는 사람을 말하고, 촛불을 말하고, 서민을 말하는 정치인을 비로소 신봉한다. 차별화를 꿈꾸며 남들보다 더 나은 미래, 더 좋은 집, 차, 범접할 수 없는 부의 향연을 가능케 해준 그들의 이중성과 모순성에 무한히 감사하다. 누군가가 말한 ‘사람 사는 세상’이 뭔지 이제야 나는 조금 알 것 같다.

 

그것은 잘사는 ‘사람’이 더 잘사는 세상, 못사는 ‘것’들은 더 못사는 세상이었다. 그래. 내가 ‘사람’이었다.

 

출근길에 잡념이 길었다.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 동지들은 머리띠를 두른 채, 오늘도 파업에 열중이다. 뒤늦게 밝히지만 나는 귀족 노조다. 공무원을 능가하는 정년이 보장되고 평균 연봉은 1억을 상회하는, 게다가 근무 중 유튜브 시청이 가능하며 그것을 빌미로 노동자의 권리와 전태일의 영혼을 소환할 자격을 갖춘 신지배 계층이 바로 나인 것이다.

 

회사 정문에 위태롭게 선 용역업체 소속 경비원이 사원증 제시를 요구한다. 그도 대깨문이다. 헛것이나 바라는 비정규직, 감히 전태일의 후예를 가로막다니. 노동자에게도 급이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아마 죽었다 깨나도 모를 것이다. 이윽고 사원증을 확인한 경비원이 버튼을 눌러 차단기를 올린다. 사이드미러 속에 멋들어지게 경례를 올려붙이는 그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다 이내 사라지고 만다.

 

주차를 마친 나는 차 시동을 끈다. 시계를 본다. 한 시간 정도의 가벼운 지각은 사 측도 함부로 문제 삼지 못할 것이다.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를 젖힌다. 라디오를 켠다. 벤츠의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으로 듣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언제나 훌륭하다. 오늘 게스트는 대선에 출마하는 전 법무장관이라고 하니, 5.1채널 서라운드 스피커로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나 감상해야겠다. 오프닝 멘트가 올랐다. 그가 말하기 시작한다.

 

사람 사는 세상…

촛불 정신을 받들어…

서민이 잘사는 나라를…

음… 아… 좋다.

조선일보 

 

09.03 “썩은 586을 멸해다오” 내 젊은 날의 유서

아직 젊다 여겨 머뭇거렸던 유서 쓰려다
“사망 시 1억” 보험부터 하나 더 들었네
오늘에야 겨우 용기 내 마지막 말 남기려네

“여보, 일단 집은 팔지 마시오
與 이기면 10억은 뛸 테니 종부세 준비하오”
“아들아, 노트북과 블로그를 네게 주마
막장경제 시신정치 썩은 586, 네가 멸해다오”

 

난생처음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도, 그저 생각에만 머물렀을 뿐이다. 유서를 써야겠다는 것이 말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유서는 꼭 죽기 직전에 써야만 하는 게 아니라며, 홀로 앉아 담담히 마지막 말들을 준비하며, 때론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삶에 대한 연민과 주지 못한 마음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죽음이 삶을 일깨운다는 역설 앞에서 나는 아직 젊다는 이유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나의 유서는 결국 훗날을 기약하게 된다.

 

다시 유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사고로 목숨을 잃은 입사 동기의 비보를 접한 뒤였다. 나는 남은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했고 그 뒤에 가린 나의 죽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쓰지 못한 유서를 떠올렸을 때, 이젠 정말 써야 할 때가 온 것만 같았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책상 앞에 앉아 종이와 펜을 꺼내 드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이 아닌가. ‘무슨 말을 남길 것인가’ 하는 나의 고뇌가 ‘무엇을, 얼마만큼 남길 것인가’라는 번잡한 상념으로 변한 것이다.

 

결국 펜을 집어던진 나는 그 길로 보험을 하나 더 가입하고 만다. 보장된 죽음이 남은 삶을 지켜줄 거라는 정설이 보험 약관에 담겨 있었다. 사마천이 환생한들 보험 약관을 능가하는 명문을 쓸 수 있을까? 어느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느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다던 그의 말을 기억한다. 사망 시 1억원이라는 글귀에 탄복한 나는 어느새 태산같이 무거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유서는 결국 쓰지 못했다.

 

이제 오늘, 겨우 용기 내 자리에 앉은 나는 내 마지막 말을 이곳에 남긴다. 이유는 별거 없다. 지난 4회에 걸친 조선일보 칼럼과 출간 작업을 위해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나다. 게다가 풀리지 않는 글을 위해 많은 알코올과 카페인을 습관적으로 섭취해왔으니 심혈관계가 비로소 너덜너덜해진 것이다.

 

나는 나의 얄팍하고 가녀린 혈관들로 이 모든 화학물질에 맞설 재간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새롭게 추가한 심혈관 질환 보험과 더불어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이곳에 유서를 남긴다. 이 또한 사망 시 1억원이니, 나의 유서는 그토록 가벼운 마음으로 날아올라 무겁게 이 지면으로 내려앉으리.

 

/일러스트=이철원

 

여보. 이 유서는 200자 원고지 14장으로 한정이 돼 있으니 나는 바로 말하겠소. 일단 집은 팔지 마시오.

내가 항상 당신에게 말해왔던 부동산 매매의 원칙이 있소. 진보 정권 때는 집값이 오르고 보수 정권 때는 집값이 내린다는 부동산 투자 제1의 법칙이오. 그러니 당신은 이번 대선의 추이를 잘 지켜보다가 민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면 보유로 가닥을 잡고, 야당이 승리하는 순간 정확히 1년 6개월 후 매도 일자를 잡으시오. 더 싼값에, 더 좋은 지역으로 이사할 수 있는 기회이니 내 말을 꼭 명심하시오.

 

아 참,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나 민주당의 박용진이라는 양반이 당선되거든 마찬가지로 집을 파시오. 그 양반은 그나마 제정신에 가까운 사람이오. 그러나 만일 민주당의 다른 유력 주자가 당선되거든 당장 가서 벤츠 AMG GT 라인을 한 대 계약해도 좋소. 그의 주택 정책을 보아하니, 집값이 지금보다 10억은 더 뛸 것이니 마땅히 종부세를 준비하고 양도세 비과세에 대비하시오.

 

그리고 아들아. 네가 이 글을 보게 되었을 때 이미 나는 진공 유골함 속 분말이 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네가 슬퍼할 겨를이 없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네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너는 내가 죽거든 가장 먼저 네 어머니에게 달려가 내 노트북을 건네받아라. 그리고 내 블로그의 아이디와 비번 역시 함께 인계받거라. 네가 곧 진인 조은산이다.

 

이제 나는 너에게 진보와 보수로 갈린 이 시대의 극명한 정치 현실을 물려줘야 하는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죄스럽고 비통하다. 그러나 네가 알아야 할 건, 모든 사물의 이치가 그렇듯 음양이 공존하고 천지가 마주하며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것처럼, 이 나라의 진보와 보수 역시 개처럼 싸우면서도 함께 굴러가며 부대끼는 공존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아. 진보와 보수로 맞물린 상생의 톱니바퀴, 그사이에 끼어든 썩은 나무토막에 불과한 저 586 운동권 세력을 너는 나를 대신해 멸해다오. 민주화 운동에 기생해 사회주의 사상을 실현하려는 저들은 진보도 아니고 뭣도 아닌, 된장에 스며든 똥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포털 뉴스 사회 코너에서 ‘전태일과 귀족 노조’를, 경제에서 ‘이명박과 문재인의 집값’을, 외교에서 ‘평양냉면과 영변 핵 시설 재가동’을, 정치에서 ‘노무현 정신과 민주당’을 검색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니, 너는 나를 대신해 시장경제가 아닌 막장 경제로, 시민 정치가 아닌 시신 정치로 이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저들을 반드시 멸해다오. 맑시즘에 물든 저들의 붉은 뇌수가 맑은 시즙이 되어 흘러내렸을 때, 진보의 가치는 비로소 진일보하게 될 테니.

 

마지막으로 아들아. 자기 전에 양치 꼭 위아래 백 번씩하고 길 건널 때 꼭 차 잘 살필 것이며, 네 엄마 잘 챙기거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네 아비는 참이슬 오리지널로 내장을 축이고 있음이 부끄럽다. 이게 내 마지막 말들이다.

 

그리고 내가 여기까지 썼을 때, 문자 한 통이 알림음을 토하며 휴대폰에 현출됐고 그것은 이번 달 대출 원리금이 무사히 입금됐다는 금융기관의 치하문이었다. 문득, 남은 상환 기간을 살피던 나는 27년 7개월이라는 까마득한 세월에 놀라 급히 홍삼 한 팩과 종합 비타민제를 한입에 쏟아 넣었으니 아, 내가 일으킨 건 대출이 아닌 삶에 대한 투지였던가.

 

하여 2021년 9월 3일 새벽, 대출마저 막힌 세상에 스스로 안도하며 진인 조은산이 이 유서를 쓰다.

 

09.28 “개 식용 금지, 타이밍 기 막히게 못 맞춘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관계부처에 개 식용 금지를 지시한 가운데, ‘시무 7조’로 유명해진 인터넷 논객 진인 조은산이 “타이밍 하나 기가 막히게 못 맞춘다”고 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집합금지로 자영업자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개 식용 금지’를 꺼내든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은산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인생은 타이밍, 정치도 타이밍’이라는 글을 올리며 “나도 개 참 예뻐하는 사람으로서 딱히 반감은 없지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건, 왜 하필 지금이냐”고 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집합 금지 덕에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생사를 오간다”며 “개고기가 혐오스럽고 창피한 야만적 문화라 치부해도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이고 고통받는 자영업자의 일부다.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만큼은 그들에게 힘이 돼줘야 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개고기 산업은 이미 사장길에 들어선지 오래”라면서 “내버려 둬도 알아서 해결될 문제를 왜 하필 자영업의 존망이 걸린 이 시국에 끄집어내는 건가”라고 했다.

 

그는 “정책의 순도와 흠결을 따지기 전에 이미 그 시기부터 잘못됐다. 이 정권은 언제나 그래왔다”며 “코로나 확산으로 전국의 의료진들이 방호복에 갇힌 진물이 됐을 때에도 의료 개혁을 선포해 의사 총파업 사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가 재확산하던 지난해 여름,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의료계가 파업에 돌입하며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또 그는 “뭐 같은 정책을, 게다가 시기까지 잘못 맞춰 더 욕을 먹은 경우도 있다”며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한창일 때, 남북 경협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는 망언으로 더 욕을 먹었다”고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을 겪던 2019년 8월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간 경제 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처할 방안으로 남북 경협을 강조한 것이었다.

 

조은산은 “나는 모든 걸 알 수 없고,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이니 모든 걸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서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것. 그리고 이 정권,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못 맞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개고기가 사라진 그곳에, 사람 고기가 나뒹굴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과 관련된 보고를 받고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이하 조은산 블로그 전문

영화 판도라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원전 폐기를 지시했던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김정은이 하사한 풍산개 7마리에 감격했는지 돌연 개 식용 금지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감정이 그리도 풍부하신가.

나도 개 참 예뻐하는 사람으로서 딱히 반감은 없지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건, 왜 하필 지금이냐는 거다.

 

코로나로 인한 집합 금지 덕에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생사를 오간다.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들도 여럿이다. 개고기가 혐오스럽고 창피한, 야만적 문화라 치부해도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이고 고통받는 자영업자의 일부다.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만큼은 그들에게 힘이 돼줘야 하지 않겠나?

 

또한 개고기 산업은 이미 사장길에 들어선지 오래다. 정부 통계에서도 보신탕 업종은 큰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고 반면에 애견인이 증가함에 따라 반려견 산업은 증가세다. 그냥 내버려 둬도 알아서 해결될 문제를 왜 하필 자영업의 존망이 걸린 이 시국에 끄집어내는 건가?

 

정책의 순도와 흠결을 따지기 전에 이미 그 시기부터 잘못됐다. 이 정권은 언제나 그래왔다. 코로나 확산으로 전국의 의료진들이 방호복에 갇힌 진물이 됐을 때에도 의료 개혁을 선포해 의사 총파업 사태를 야기했고,

 

백신 수급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을 때에도 윤석열 수급 한번 따보겠다고 그 난리를 쳐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의 백신 접종률을 기록했다.

 

뭐 같은 정책을, 게다가 시기까지 잘못 맞춰 더 욕을 먹은 경우도 있다. 하필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한창일 때, 남북 경협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는 망언으로 더 욕을 먹게 된 대북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한낱 밥벌레에 불과한 나는 모든 걸 알 수 없고,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이니 모든 걸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것. 그리고 이 정권,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못 맞춘다는 것.

참고로 난 개고기 안 먹는다. 마음대로 하시라. 그러나 여기 한 가지만 알아 두시라.

개고기가 사라진 그곳에, 사람고기가 나뒹굴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최혜승 기자

 

10.01 대깨문 게임

“평생 최하급 대깨문으로 사시겠습니까?”

이른바 ‘대깨문 게임’의 시작이었다. 서울에서 밀려나 수도권 외곽에 월세로 거주하며,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한 대가로 적폐 청산의 후련함을 만끽한 그들이지만 그래도 역시 부에 대한 갈망은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최하급 대깨문 456명은 모처에 모이게 됐고, 때마침 나타난 붉은 옷이 게임 규칙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환영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집값 폭등, 부의 양극화, 자영업 몰락 등을 견뎌낸 극한의 대깨문으로서, 기존 오징어 게임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초고난도 신개념 게임에 도전하게 됩니다. 상금 역시 업그레이드된 4000억원이며, 살아남은 대깨문은 수드라급 대깨문에서 브라만급 대깨문으로 승급해 평생을 누리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상금 액수에 흥분한 참가자들은 부르르 떨며 “재난지원금까지 받으면 4000억25만원이다!”를 외쳤고 바로 그때, 붉은 옷들이 난입해 참가자들을 몰아세웠으니 그렇게 첫 번째 게임이 시작하게 된다.

 

“첫 번째 게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아닌, 술래잡기입니다. 참가자 여러분은 붉은 옷들을 피해 재주껏 알아서 세트장에 마련된 집으로 숨으시면 됩니다.”

 

붉은 옷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물었다. “집은 어떤 집인가요?” 붉은 옷이 답했다. “미분양된 13평짜리 임대 아파트입니다.” “아니, 13평짜리 임대 아파트에 456명이 다 숨으라고요?” 놀란 참가자들이 되묻자 붉은 옷은 이렇게 답했다.

 

“13평짜리 임대 아파트에 5000만 국민을 다 몰아넣으려는 인간도 있으니 닥치고 숨으십시오.” 그리고 동시에 게임 시작을 알리는 타이머가 작동했고 붉은 옷들의 자동 소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으니 참가자의 80%가 첫 게임에서 사망하고 만 것이다.

 

탈락자들의 시신이 관에 담겨 분홍 리본으로 묶인 채 사라졌고, 기뻐할 겨를도 없이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됐다.

 

“두 번째 게임은 설탕 뽑기입니다. 물론 여러분에게 뽑기 모양을 선택할 권리 따윈 없습니다. 태어날 때 집안 골라서 태어났습니까? 아무튼 모양은 여러분 인생처럼 랜덤으로 찍혀 이 상자 안에 담겼으니, 모두 앞으로 나와 한 개씩 수령해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상자를 수령한 참가자들이 제 것을 하나둘씩 열어봤을 때, 생사는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 없었다. 누군가가 절망에 휩싸인 목소리로 외쳤다. “젠장, 난 이미 끝났어. 청와대 로고야.” 그 옆의 참가자는 당황해하며 외쳤다. “난 김어준 얼굴이야. 수염까지 있어!” 잠시 생각하던 그는 혓바닥으로 그것을 핥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그들의 멱살을 동시에 부여잡으며 피를 토하듯 울부짖었다. “모두 입 닥쳐. 난 화천대유 천화동인을 한자로 긁어야 돼. 핥아도 소용없다구!” 그렇게 남은 참가자들의 절반이 두 번째 게임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세 번째 게임이었다. 살아남은 그들은 두려웠다. 그러나 그들 마음 안에 응축된 최하급 대깨문의 설움은 공포마저 압도하는 처절한 것이어서, 두 눈을 부릅뜬 그들은 각자 한 권씩 소지하고 있던 ‘조국의 시간’을 꺼내 다시 정주행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붉은 옷들이 다시 도열했고 세 번째 게임의 시작을 알려왔다. 신앙의 힘으로 재무장한 참가자들은 다시 모여 세 번째 게임 규칙에 귀를 기울였다.

 

“세 번째 게임은 대깨문 장학 퀴즈입니다. 퀴즈는 총 세 문항이며, 각 정답에 따라 숫자가 그려진 곳으로 이동하시면 되겠습니다. 첫 번째 문제입니다. 조국 전 장관이 그의 저서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표현했던 말을 다음 보기 중에서 고르시오. 1, 위리안치의 극수 2, 예루살렘의 예수.”

 

그들에게는 너무도 쉬운 문제라 참가자들은 일시에 우르르 1번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일부 갸륵한 대깨문이 복수 정답 아니냐며 출제 오류를 주장하고 버티다 쏟아지는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손뼉 칠 겨를도 없이 두 번째 문제가 던져졌다.

 

“두 번째 문제입니다. 토건 기득권이자 비리의 온상인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 1, 국힘당 2, 이재명.”

 

그 또한 너무도 쉬운 문제라 참가자들은 일시에 “화천대유는 국힘당의 것이다!”를 외치며 1번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일부 극성 대깨문이 이어폰을 꽂은 채 김어준의 뉴스 공장을 듣느라 문제를 못 들어 쏟아지는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마지막 문제가 던져졌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1, 이낙연 2, 이재명”

 

일순간 정적이 흘렀고 참가자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낙연이냐, 이재명이냐 그것은 대깨문들에게는 마치 전두부를 깰 것이냐, 후두부를 깰 것이냐를 묻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화천대유는 이재명의 것이다!” 정적을 깨고 누군가가 외쳤다. 아마도 이낙연 지지자였으리라. 그러자 대깨문들은 두 패로 나뉘어 그게 그 사람 것이 맞네, 아니네, 때리고 쑤시고 던지며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다 결국 모두 사망하고 말았으니 결국 상금 4000억원은 처음부터 그들 몫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임은 그렇게 끝났다.

 

“이봐, Mr. 곽.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아는가? 더 벌고 싶어 한다는 거야. 바로 저들과 우리처럼 말이야.”

 

VIP룸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한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뭘 하면은 좀 재미가 있을까.” 그런 그의 하얀 머리칼이 허공에 흩날렸다.

조선일보 조은산·'시무 7조' 청원 필자

 

11.05 ‘명 차르’

‘악덕 기업가’ 혼내는 장면 TV 생중계한 푸틴
러 국민 “통쾌하다” 열광… 현대판 ‘차르’로
‘일산대교 무료화’ 조치에 일부 주민 환호
약자 돕는 척하는 영웅 행세, 끝은 어디인가

2009년 6월 4일, 러시아 피카료보시의 어느 금속 공장을 방문한 푸틴 총리는 공장 소유주이자 러시아 최대 재벌인 올레크 데리파스카를 마주한다. 이 공장은 가동 중단 사태로 인한 임금 체불 문제로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를 초래했는데, 이를 보다 못한 푸틴이 결국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오기 전까지 왜 아무도 결단을 내리지 않고 바퀴벌레처럼 어슬렁거리기만 한 겁니까?” 서슬 퍼런 권력의 실세 앞에 공장 관계자들은 말 그대로 벌레처럼 오그라 붙었다. 그리고 볼펜을 집어 던진 푸틴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서명이 안 보입니다. 당장 이리 와서 서명하시오.” 그러자 볼펜을 주워 든 데리파스카는 공장 재가동과 임금 지불 내용이 담긴 각서에 서명한다. 이 모든 장면이 티비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됐고 러시아 국민들은 열광했다. 그 후 그는 러시아 제6대 대통령에 복위한다.

 

이렇듯 약자의 편에 선 누군가가 강자를 응징하는 모습은 언제나 통쾌하다. 게다가 그 강자가 노동자 착취로 연명하는 자본가라는 사실은 증오마저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곧 선악 구도로 재편성된다. 그런 이유로 러시아 국민은 볼펜을 내던지는 푸틴과 이를 주워 들고 구부정히 서명을 끄적이는 데리파스카의 대비된 모습에 상징적 카타르시스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은 알았을까. 그날 지도자로서 그가 보여준 수많은 모습 중 결국 러시아의 미래로 향한 건 제왕적 권력에 취한 그의 독선뿐이라는 사실을. 총선에서 140%의 득표율이 집계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는 건 물론이고, 그에 맞선 정적과 반체제 인사가 독극물이나 방사성 물질이 녹아든 홍차 따위를 마시고 절명하는 나라는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를 표방한다 해도 분명 정상적인 국가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개헌을 완수함으로써 사실상 종신 집권을 향해 가고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돌아와 2021년 10월의 대한민국, 대선을 앞둔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그의 임기 중 마지막 결재 권한을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한 공익 처분 통지서에 행사한다. 민자 유치로 건설된 왕복 2400원의 값비싼 다리를 무료로 건널 수 있다는 소식에 수혜 지역 주민들은 환호했고 이로써 일산대교의 관리·운영권은 사업자에서 지자체로 회수될 전망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해 먹어도 적당히 해 먹었어야죠. 악덕 사채업자입니까?” 그러나 그간 폭리를 취했다던 그 사채업자가 바로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라는 사실은 관심 밖의 일이다. 2000억에 달할 것이라 예상되는 보상금의 규모나 그 돈은 결국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오는가에 대한 의문, 적법 절차로 권한을 얻은 민간 투자자의 사업권을 국가 권력이 강제로 회수하는 게 과연 옳은가에 대한 숙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푸틴처럼 약자를 대변해 강자와 맞서 싸운 영웅이므로, 일련의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은 논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이제 그가 보여준 수많은 모습 중 대한민국의 미래로 향할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의 리더십인가, 추진력인가. 아니면 제왕적 권력에 취한 푸틴과 같은 독선인가.

 

얼마 전, 장사도 나라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이재명 후보의 말에 잠시 여론이 들끓었던 적이 있다. 선한 국가에 의한 선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따라붙었다. 국가 권력의 한계점이 선과 악이라는 모호한 관점에서 규정되려면 먼저 증명 가능한 절대선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절대선은 본 적 없지만 절대악은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내세운 가치는 언제나 선이었다. 소득 주도 성장이 그랬고, 탈원전이 그랬다. 부동산 정책이 그랬고, 임대차 3법이 그랬다. 그러나 위선과 독선의 정치에 길든 국민은 그것도 일종의 선이라 받아들일 뿐, 최선의 정치가 도약하는 지점에 대해선 묻지 않는다.

 

거리로 향한 나는 카페를 찾는다. 그리고 그가 꿈꾸는 세상에서 한낱 허가 요청 대상자들로 전락한 자영업자의 커피를 주문한다. 달달한 줄 알았던 이 라떼는 전체주의의 원두에 위선과 독선의 샷을 추가한 듯 매우 씁쓸하다. 그의 논리라면 나의 입맛은 절대적으로 선하기 때문에, 이런 고약한 커피를 판매하는 악덕 자영업자 역시 선한 국가의 힘으로 도태시켜야 옳다. 그는 이미 권력 그 자체를 닮아가고 있다.

 

서두에 언급한 공장 소유주 올레크 데리파스카는 사실 푸틴의 돈줄이자 심복이었다. 결국 짜고 친 고스톱이자 기획된 쇼였다는 점에서 대장동 사건과 판박이다. 러시아 국민은 속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 권력의 실체를,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말이다.

 

제목은 한참 고민하다 겨우 쓴다. 성남 마두로에서 경기 차베스를 거쳐, 21세기 차르로 불리는 푸틴처럼, 그도 이제 대선 주자급에 걸맞은 새 별칭이 필요하다. 러시아에 푸차르가 있다면 대장민국에는 명차르가 있다.

 

이 글은 11월의 첫째 주 금요일 자로 독자 여러분께 다가갈 것이다. 그 후에 내가 만일 보이지 않는다면 나를 찾아서 구해달라. 나는 아마 정신병원에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

 

11.10  文대통령 딸 관저생활에…조은산 “국민은 부모·자식 함께 못살아”

국민청원 ‘시무 7조’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논객 조은산이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청와대 관저에 머물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부모 자식 관계도 민주 혈통에게만 허용된 특혜이자 축복”이라고 비판했다.

조은산은 지난 9일 블로그에 올린 ‘씁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잠식된 세상에서는 그 권리가 곧 특혜나 다름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일국의 대통령이 그의 딸과 함께 살고 있다는 걸 비난하는 옹졸한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며 “바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살지 못하는 국민의 궁색한 처지에서 나온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네 삶을 보자. 서울 사는 부모가 수도권 외곽으로 튕겨나간 자식과 손주들 걱정에 이사 한번 가보려 해도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며 “집값이야 나 사는 동네만 올랐으면 좋기라도 하지, 온 동네가 다 10억원은 깔고 앉은 마당에 더 나을 것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도세 중과에 대출 규제까지 겹치니 그 흔한 이사라는 것도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가 됐다”며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살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은산은 “청와대는 위법이 아니라는 말밖에 딱히 할 말이 없는 듯하다. 곧 팔순을 바라보는 나의 아버지, 손주들을 끔찍이 아끼는 나의 어머니가 아들 있는 곳에 살고 싶어 했던 마음들은 그토록 위법했었나”라며 “그동안 아이들의 재롱을 눈앞에서 보여주기 위해 편도 60㎞의 길을 운전해온 나는 세금 한 톨 축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은 적법의 범주에 속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런 비난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들이 그렇듯, 나 또한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버겁다”며 “함께 잘 사시라. 우리는 따로 산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 딸 다혜씨는 지난해 말 태국에서 귀국한 후 자녀와 함께 청와대 관저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적절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아빠찬스’라고 비판하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청와대에 미성년자가 아닌 대통령의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논평을 냈다.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12.03 돼지 마을 이야기

“고기 양은 공정, 가격은 평등, 육질은 정의롭게”
새 이장, ‘한 번도 경험 못한 고기’ 약속했으나…
“돼지 판 돈 절반, 마을 기금으로 내라” 요구에
양돈업자는 돼지 숨기고… 고기값 폭등하니
주민에겐 종잇장 같은 대패 삼겹살 한 장뿐
이장과 그 무리들만 마을 뒤편서 삼겹살 굽는
그 마을, 재인군 민주읍 이재면 대장동 환장리

양돈업자의 돼지가 오늘 오후 죽었다. 옹골찬 정수리로 무게감 있게 ‘오함마’를 받아 낸 그의 돼지는 ‘꽥’ 하는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쳤고, 한 많던 삶을 뒤로 한 채 비로소 심정지에 이르고 만 것이다. 살진 돼지 한 마리가 죽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주변을 초계 비행하던 똥파리들이 미처 죽은 돼지의 누린내를 맡기도 전에, 수많은 인간의 욕망이 뻗어 나와 죽은 돼지를 덮쳤다.

 

먼저 도축업자 이씨가 나섰다. 날카로운 눈과 세련된 발골, 정형술로 무장한 이씨는 절명한 돼지의 몸에 힘껏 칼을 박았고 거센 콧김을 내뿜으며 고기는 고기대로, 내장은 내장대로, 신들린 듯 돼지의 육신을 조각조각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유통업자 박씨 차례였는데, 다년간 축적해온 그녀의 유통망은 최근 저리 할부로 품에 안긴 냉장 탑차와 함께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조각난 돼지를 적재함에 실어낸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침내 마을 입구를 향해 차를 몰기 시작한 것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축제가 시작됐다. 해 질 무렵의 마을에 인간의 욕망처럼 이글거리며 숯불이 피어올랐다. 석쇠 위로 몸을 눕힌 삼겹살은 앞뒤로 구르며 기름땀을 흘려대기 시작했다. 입안의 그것은 탄탄한 육질을 자랑하며 어금니 사이에서 버티다 누릿한 육즙을 터트리며 으깨어졌다. 이미 취한 술꾼들은 해장을 하겠다며 국밥집을 찾았다.

 

청양 고추를 베어 물어 입안을 달군 그들은 깊게 우러난 국물을 들이켜 혓바닥 위를 지져댔다. 아삭아삭 웃던 겉절이는 청량한 배추 즙을 쏟아내며 행복을 노래했고 꺼진 숯불 위로 희끄무레한 연기가 피어오를 즈음, 축제는 마침내 끝이 났다. 마을 사람 중 배를 채우지 못한 자는 하나도 없었고 깊게 취하지 않은 자 또한 하나도 없었다. 이불 속을 파고든 촌로가 거센 트림을 내뿜었다. 그의 입에서 돼지 누린내가 흘러나왔다. 마을 들판 위로 기름진 풍요가 자르르 번져나갔다.

 

다음 날 오후, 마을 이장이 사망했다. 그의 황망한 죽음에 촌로들은 긴급 주민 회의를 열어 사태 파악에 나섰다. 그는 평소 고지혈증과 당뇨를 앓았는데, 어제 먹은 기름진 음식과 소주가, 안 그래도 벌집이 된 그의 심혈관계에 치명적 손상을 입혔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때였다. 마을 돼지들의 생사를 거머쥔 이장의 권한은 막강했는데, 평소 이장 지위를 탐내던 어느 유지가 주민들을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은 것이다.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고기를 맛보여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뜨겁습니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주민도, 순대를 좋아하는 주민도 모두 이 마을의 주민입니다. 우리 마을에서 고기의 양은 공정할 것이요, 가격은 평등할 것이며, 육질은 정의로울 것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주민들은 감격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 미리 준비했다는 듯 품속에서 촛불을 꺼내 들어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 주민들은 만장일치로 새 이장 추대에 동의한다. 마침내 도래할 새 시대의 물결이 장엄한 촛불이 되어 일렁였다. 모두가 촛농처럼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음 날, 새 이장은 행동에 나섰다. 그는 먼저 양돈업자의 돼지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문제 삼았고, 돼지 판 돈의 절반을 마을 기금으로 헌납하라며 양돈업자를 겁박하기 시작했다. 양돈업자는 돼지 가격은 수시로 변해왔으며 또한 가격은 업자가 아니라 도축·유통업자, 고깃집 사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정하는 것이라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제 돈의 절반이나 뜯길 마음은 없었던지라 그는 결국 고육지책을 썼다. 돼지를 숨겨두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곳곳에 숨겨둔 그의 돼지가 밤마다 꽥꽥대며 울었다. 주민들은 ‘이것이 도통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했지만, 새 시대가 다가오는 소리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그들은 곧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결국 돼지의 씨가 말랐고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했다. 먼저 삼겹살 가격이 오르자 다음은 목살, 항정살, 갈비 순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기 가격이 오르자 부속과 순대 가격마저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돼지고기 씨가 말라붙었고 돼지를 이용하는 모든 유의 음식이 자취를 감추었다. 모두가 고기를 먹지 못해 눈이 퀭했고 입가에는 마른 침이 눌어붙어 있었다. 더러는 다리에 힘이 붙지 못해 지팡이를 짚었고 더러는 들것에 실려 마을 밖으로 던져졌다.

 

3년이 지났다. 마을에서 다시 축제가 열렸다. 집 밖으로 기어 나온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그런 그들 앞에 고기가 내어졌다. 주민들은 말없이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대패 삼겹살 한 장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숯불 역시 보이지 않았다. 머리가 깨진 듯 붕대를 감고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

 

“위대한 촛불 마을이니 숯불 대신 촛불에 구워 드시지요.”

 

그러자 사람들은 말없이 촛불을 꺼내 불을 댕겼다. 촛불이 타오르며 그들의 얼굴을 밝혔다. 움푹 꺼진 눈 주변은 흡사 구멍이 난 듯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은 웃고 있었다. 이미 그들 머릿속에 삼겹살과 족발과 순댓국은 없다. 눈앞의 대패 삼겹살만이 있을 뿐이다.

 

“고기의 양은 공정하게 씨가 말랐고 가격은 평등하게 폭등했으니 육질은 얇고 정의로워 미칠 지경이로구나….”

 

술에 취한 촌로가 나지막이 읊조렸을 때, 숨은 돼지들이 꽥꽥대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못 들은 셈 치기로 했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을 뒤편 헛간에서 누릿한 고기 내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장과 한통속이 된 양돈업자가 이장과 그의 무리를 위해 두툼한 삼겹살을 굽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또한 못 본 셈 치기로 했다. 그래야 울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은 행복을 되찾았다. 불어온 바람에 마을 입구의 이정표가 삐걱대며 울었다. 마을 이름은 재인군 민주읍 이재면 대장동 환장리였다.

 

2022. 01.07  전향한다

무능·부패한 진보를 눈앞에 두고 보수는 분열하니
나도 살길 찾아 전향한다, 고고하게 빛나는 진보로
고위직 한번 해먹으려면, 그래 ‘인권’을 골라잡자
기부금으로 갈비 먹고 과태료 내도 국회의원이네
야망을 소망으로, 욕심을 민심으로 꾸밀 줄 알면
나도 대통령감… 사익이 정의가 되니 얼마나 좋은가

진보는 무능해서 망하고 보수는 부패해서 망한다고 어느 누가 말했던가. 무능하고도 부패한 진보를 목전에 두고 보수는 지금 분열로 망해가고 있다. 정권 교체를 향한 작은 의지를 담아 그동안 나 조은산은 얼마나 많은 글을 써왔던가. 문득 눈을 들어 바라보니 가야 할 곳이 보이지 않아 나는 마땅히 내 살길을 찾아 나설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마침내 전향한다. 차라리 나는 진보주의자가 되겠다. 내 안에 꿈틀대는 자아 혁신의 본능과 자산 가치 증대라는 원초적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진보라는 타이틀은 제법 잘 어울린다. 그것은 몸에 착 감기는 슈트처럼 은은한 광택을 뿜으며 인간 조은산을 더욱 고고하고 유려하게 만들어 주리라. 이제 목청을 가다듬고 소리 높여 외쳐본다.

 

/일러스트=이철원

 

적폐 청산, 친일 청산, 평화 통일, 민주노총, 재벌 개혁, 포퓰리즘, 페미니즘…. 아, 비례대표 1번이다. 역시 전형적 운동권 타입의 스위트한 멘션은 그 효과가 참으로 훌륭하다. 이번엔 좀 더 숭고한 감정을 실어 촉촉한 눈망울로 애원하듯 말해본다.

 

노동자, 서민, 가난, 고통, 아픔, 슬픔, 촛불, 진실, 희망…. 아, 팔도강산 표가 다 밀려들어 오는구나. 사무처장님, 보좌관은 아리따운 여성으로 부탁드립니다. 여보, 집은 팔지 마시오. 이제 노무현과 5·18 그리고 세월호만 사수하면 나도 어엿한 중진이다.

 

어차피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것이다. 벌어먹긴 힘들어도 빌어먹긴 쉬운 것이다. 자, 이제 선출직을 해봤으니 임명직도 해보자. 장·차관급 한번 해 먹으려면 무얼 먼저 해야 하겠는가. 가장 먼저 비집고 들어갈 곳은 도처에 난립한 시민 단체다. 관직을 사고파는 시장통인 이곳엔 없는 게 없다. 입맛대로 골라잡자. 그래, 인권. 인권이 제일 만만하고 좋겠다. 검붉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나는 민변으로 간다.

 

자녀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를 칼로 난자해 살해한 한 살인자가 여기 있습니다. 그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합니다. 아니지요. 그는 심신 미약 정황이 있으니 징역 15년 정도가 적당하지요. 분하다. 선출직을 노린 ‘핫바리’ 인권 변호사가 내 공을 가로챘다. 자, 이제 다음 사건.

 

전과 17범의 범죄자가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화장실로 끌고 가 강간하여 신체 일부에 영구 장애가 예상되는 중상해를 입혔습니다. 그는 벌써 출소했고 두려움에 떨던 피해자는 결국 이사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에 초점을 맞춘 형사 사법 제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아니지요. 먼저 인간 존중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냄으로써 처벌보다는 교화를 통해 범죄자들의 갱생과 사회 복귀에 일조해야지요. 그것이 내 언변만큼 화려한 민주와 인권의 가치 아니겠습니까? 뭐라고요?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냐고요? 상관없습니다. 내 자식이 아니니깐요.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정의연만 거치면 시민 단체는 섭렵이 가능하다. 위안부 할머니는 정확히 내 계좌 잔액을 위안한다. 이미 배출된 정의연 출신 국회의원과 시민 단체 출신 장·차관만 해도 수두룩한데 기왕 해 먹는 김에 나도 돈 좀 벌어보자. 기부금으로 갈비도 먹고 안마도 받고 과태료도 대납하자. 요가로 몸매 관리받고 진보 단체 운영비도 지원하자. 놀랍게도 나는 아직 현역 국회의원이다. 이것이 진보의 힘이고 시민 단체의 힘이다.

 

그리하여 야망을 소망으로 포장하고, 욕심을 민심에 대입할 능력이 생겼다면 나도 어엿한 대통령감이다. 장·차관급 해보니깐 뭐 별거 없다. 나도 방탄 벤츠 한번 타보자.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건 바로 귀족 노조다. 최고가 담배 ‘클라우드 나인’이 출시됐을 때, 요놈의 담배꽁초가 제일 많이 쌓여 있던 게 민주노총 시위 현장이었다지.

 

연봉 1억의 조합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선다. 노동 가요가 울려 퍼진다. 노래 제목은 ‘철의 노동자’. 도입부가 인상 깊다. ‘민주노조 깃발 아래, 와서 모여 뭉치세.’ 중반부는 격조 높다. ‘파업만이 살길이요, 정규직이 살길이요, 내 하루를 살아도 귀족처럼 살고 싶다.’ 후반부는 처절하다. ‘단결 투쟁 우리의 무기, 너는 너, 나는 나, 돈의 노동자.’ 뒤풀이는 NHK 단란주점이다. 아가씨는 정중히 사양합니다. 이미 일행 중에 있으니까요.

 

결국 술에 취해 비틀대던 나는 클라우드 나인을 뽑아 물고 거리를 배회한다. 그때다. 지나가던 택시가 멈춰 서더니 내게 묻는다. ‘손님. 어디로 가세요?’ 나는 대답한다. ‘사람 사는 세상, 나라다운 나라로 갑시다. 요금은 얼마요?’ ‘그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승 가는 길이 오히려 할증 없이 싸게 먹히겠네요. 허허.’ 허탈하게 웃으며 대꾸하는 택시 기사 역시 클라우드 나인을 입에 물고 있다. 그의 얼굴을 잠시 눈여겨보니 온화한 미소에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다. 왠지 낯이 익다. ‘그렇다면 봉하로 갑시다. 내가 대통령 좀 해 먹으려는데, 거기가 필수 코스라 하더이다.’ 그러자 택시 기사가 답한다. ‘차라리 내 무덤을 파헤치시오. 그리고 동원된 인부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시오. 그거면 나는 됐습니다.’ 부웅 하더니 택시가 떠난다.

 

취한 내 발걸음은 갈지자로 휘청이고 있다. 그러나 진보가 나를 일으켜 세워 주리라. 진보가 나의 삶을 진리로 이끌어 주리라. 진보가 우리네 삶을 진일보시켜 주리라.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토사물이 고인 진창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전향했다. 분열의 보수에서 벗어나 일치된 무능과 부패의 길에 합류했다. 사익을 정의로 포장한 대열에 들어섰다. 차라리 지금이 속 편하다. 이 얼마나 좋은가.

조선일보

 

03.14  文정부 뼈때렸던 논객 조은산, 절필 선언…“내가 또 글 쓴다면”

/일러스트

 

상소문 형식의 ‘시무 7조’ 국민청원 등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써 이름을 알린 논객 조은산(필명)이 절필을 선언했다.

 

조은산은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이제 정치에 관한 글은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다시 그런 글을 쓰게 된다면, 아마도 그땐 제 신분을 밝히고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이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필명으로 정치 관련 글을 올리는 것은 중단하지만, 자신의 진짜 이름을 걸고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조은산은 “사실 밥그릇을 다시 차고 거리에 선 지 꽤 됐다. 방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글자나 이어 붙이던 몸에 찬바람이 들이치니 올 게 왔는가 싶기도, 목이 따갑고 오한이 난다”며 “그러나 한때 쓰고 읽혔으니 이제 됐다. 이곳에서 알게 된 많은 분들 덕분에 큰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여러분들과 함께 2022년 3월을 맞이했음이 자랑스럽다”며 “정치 글과는 별개로 소소한 일상 글은 이어나가겠다. 그 글을 통해 안부 나눴으면 한다. 이런 저의 결정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 당신이 글을 쓰지 않는 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어느 분의 말씀이 떠올라 더욱 그렇다”며 “그러나 잠시 동안은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살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은산은 지난 2020년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時務)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름을 알렸다. 해당 글은 상소문 형식으로, 통일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이 진성여왕에게 올린 정책 제안 ‘시무 10조’, 고려 전기 문신 최승로가 성종에게 올린 개혁안 ‘시무28조’ 등을 본 뜬 것으로 추측됐다.

 

조은산은 해당 글을 쓴 이후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천에 거주하면서 두 자녀를 키우는 30대 가장이다. 글과 관련된 일은 하지 않는 박봉의 월급쟁이”라며 “큰 업적을 이룬 사람도,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며 그저 세상 밑바닥에서 밥벌이에 몰두하는 애 아빠일 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었다.

 

그는 해당 청원글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그는 청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블로그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지난 1월에는 JTBC 파일럿 시사교양 프로그램 ‘가면토론회’에도 한 차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8월에는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을 만나기도 했다. 조은산은 블로그에 윤 당선인을 만난 사실을 알리며 “그에게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와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중 어떤 스타일 정치를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더니 ‘타이슨’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김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