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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보는 세상3/ 뉴스 10문 10답3/ 2018월 07월 06일 ‘北 비핵화 시간표’ 어떻게 될까 - 12월 28일 ‘착공 없는 착공식’ 마친 南北철도 사업

상림은내고향 2022. 3. 13. 18:32

뉴스로 보는 세상3/ 뉴스 10문 10답3/  문화일보 2018. 07 - 12

■ 07 06일 ‘北 비핵화 시간표’ 어떻게 될까

 

北 핵탄두·핵물질·핵시설 ‘완전한 신고서’ 받는 것이 첫걸음
볼턴 “검증·폐기 1년에 가능” … 헤커 “최장 15년 걸릴 수도”

 
美정보당국 추정 핵탄두 65 
핵·미사일 시설 3000개 달해
 


美 ‘제네바 합의’ 등 실패 교훈  
‘시간끌기 다시 안속는다’ 의지
  


11
월·2020년 美 두번의 선거  
정치일정과 시간표 맞물릴수도  

, 협상결렬땐 최대압박 계속  
‘전쟁 직전 위기’ 재연될 수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일 북한을 방문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속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 그의 3차 방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실질적인 비핵화 프로세스 착수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의 중대 전환 포인트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태도가 긍정적일 경우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돼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는 짧게는 6~12개월에서 3~5, 길게는 15년까지 걸릴 것이라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모든 상황은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북한이 시간벌기식 지연작전으로 나오면 비핵화는 공전을 거듭할 수도 있다. 비핵화 시간표가 왜 중요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얼마나 걸릴지를 10 10답을 통해 점검해 본다 


1 ‘시간표’ 왜 중요한가 

미국과 북한은 지난 6 12일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했지만, 1948년 남북 분단 이후 70년 동안 상대에 ‘적국’이었다. 그만큼 미·북 간에는 ‘신뢰’가 없는 상태로, 미국 입장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공약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공약’이 아닌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하며, 그 출발점이 바로 북한의 ‘빠른 비핵화’ 시간표 수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1년 이내’(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는 ‘2020년 대선 이전’(폼페이오 국무장관) 시간표를 언급하는 것은 과거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다시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과거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과거 합의가 길게 늘어지는 단계적 접근 방식 때문에 실패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2 첫 단계는 무엇인가
 

북한 비핵화 과정의 출발점은 북한으로부터 핵탄두와 미사일, 핵시설 등에 대한 신고서를 받는 일이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는 10~20개로 추산됐으나 최근 미국 국방정보국(DIA) 분석에서는 65개로 늘어났다. 이에 더해 북한 전역에 산재한 핵 관련 시설은 2000여 개, 미사일 관련 시설까지 더할 경우 3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핵화 첫 단계에 ‘완전한’ 신고서를 받을 수 있느냐가 비핵화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 역시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으로부터 고농축우라늄(HEU)을 포함한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받아야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저명한 핵 안보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 5월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강성(강선)’이라는 이름으로 제2 HEU 비밀 농축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비핵화 시간표의 시침은 작동된다.


3 프로세스는 어떻게 

일반적인 비핵화 과정은 핵 개발 프로그램 동결과 신고에 이어 신고 내용에 대한 사찰 및 검증, 핵무기·시설의 폐기 순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최대 12000여 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핵·미사일 개발 관련 검증 대상과 장소가 방대해 제대로 된 사찰, 검증에만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인 2020년까지 비핵화를 완성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비핵화를 이뤄 내기 쉽지 않다.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할 경우 사찰 및 검증 대상은 한층 더 방대해진다. 이 때문에 핵탄두 폐기를 먼저 하거나 핵물질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해외 반출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먼저 비핵화 행동이 시행된 이후 검증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어떤 경우라도 비핵화 전체 프로세스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대로라면 비핵화 프로세스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 및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각 프로세스가 마무리될 때마다 단계적 보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4 예전에도 시간표 있었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북의 주요 합의는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0년 미·북 코뮈니케, 2005 9·19 공동성명, 2012 2·29 합의 등이 있다. 하지만 당시까지는 북한 핵 개발 프로그램이 완성되지 않아 폐기보다 동결에 더 무게를 뒀고 명확한 시간표를 상정하지 않았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잔류,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협정 이행 등을 바탕으로 북한 흑연감속로 해체에 합의했지만, 미 의회의 경수로 건설자금 불허, 영변 원자료 재가동 등으로 파기됐다. 미·북 코뮈니케 역시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협력·교류 발전 등을 대가로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동결, 금창리 지하시설 접근 등에 합의했지만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후 사문화됐다. 9·19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현존하는 모든 핵 계획 포기, NPT·IAEA 조속한 복귀 등을 약속하는 대신 미·북, 북·일 관계 정상화, 대북 에너지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종료됐다.


5 볼턴의 ‘1년 내’ 의미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일 핵과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와 탄도미사일을 1년 이내 해체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1년 내 해체 방법에 대해 조만간 북측과 논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비핵화 1년’ 시간표에는 핵 프로그램은 물론 생화학무기 등에 대한 북한의 ‘완전한 공개’가 전제돼 있다.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협조에 나선다면 신속한 핵 폐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분석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는 최대 65개 내외로 추정된다. 무기급 플루토늄 50㎏과 HEU 280여㎏ 등 총 330㎏의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260(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집계·2018년 기준 )의 핵무기를 보유 및 관리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100기 미만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핵탄두 내부에 장착하는 ‘피트’(pit)라고 불리는 요소를 제거하면 핵무기는 사용 불능이 된다. 다만 핵 폐기 과정에서 방사능 누출 우려가 있는 만큼 북한에서 미국으로 핵무기와 핵물질을 수송하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이 해외 반출을 꺼린다면 북한 내 처리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6 헤커 박사 논리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미국의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 비핵화에 최장 1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본 북한 비핵화 로드맵’ 보고서에 실린 그의 ‘비핵화 15년론’은 북한 비핵화가 기술적 측면에서 10년간 3단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1년이 소요되는 첫 단계에서는 군사·산업·인적 활동이 중단되고, 5년이 걸리는 2단계에서는 핵 단지와 시설 가동 및 무기 규모가 줄어들 것이며, 10년이 소요되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공장 및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제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단계는 일부 다른 단계와 중첩될 수 있다. 헤커 박사는 “우리는 수십 개의 장소, 수백 개의 건물, 수천 명의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단일 핵시설 오염 제거 및 해체만 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먼저 북한과의 안보 우려가 해소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7 남아공 핵폐기는  

1967년부터 핵 개발을 시작해 핵탄두 6기와 실전용 핵무기 1기를 보유하고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89 9 14일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국제사회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 인종분리정책과 핵 폐기를 시작한다. 그해 12월 전문가그룹을 편성해 핵무기 해체 방안을 수립한 남아공은 한 달 만에 비핵화 시간표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농축우라늄공장의 가동 중지를 시작으로 핵 폐기 일정에 들어갔다. 1991 7 NPT 가입과 ‘IAEA 전면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하며 사실상 핵 폐기 계획을 종료했다. 1993년 데클레르크 대통령은 의회 연설을 통해 남아공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했었으며 이를 전량 폐기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남아공은 1991 11월 이후 총 115회의 핵사찰을 수용했다. 이 공로로 데클레르크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8 -루거 프로젝트란 

1991 12월 발의된 넌-루거 프로젝트는 이후 구소련 지역의 지속적인 핵 폐기를 이끌었다. 199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하고 핵 폐기 프로세스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은 3년 안에 자신들의 영토에서 전체 핵무기를 제거하기로 합의했고 실제 비핵화 과정이 진행됐다. 이 기간에 해체된 핵무기의 양은 영국, 프랑스, 중국이 가진 핵무기 전체보다 많다. 같은 기간 러시아도 핵 관련 기술이 불량 국가나 테러단체 손에 닿지 않도록 보안시설을 강화했다. 미국은 이 대가로 4년간 16억 달러의 예산을 이들 국가에 지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2011년까지 20년간 넌-루거 프로젝트가 도입돼 ICBM 537기와 ICBM 격납고 459, 폭격기 128, 공대지 핵·미사일 708,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496, 핵잠수함 27, 핵실험 터널 194곳 등이 폐기됐다. 

 

9 美 선거와의 연관성

‘빠른 비핵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유지를 위해서는 북핵 협상에서의 가시적인 진전을 포함한 ‘레거시(업적)’가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6·12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자찬하면서 비판적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또 장기적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2020 11월 재선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북핵 협상 결과가 지지자들이 미·북 정상회담 직전 유세에서 연호했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제2,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리얼리티 쇼’를 연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0 北 지연전술 땐  

1차적으로 ‘최대의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전에는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북한과의 협상이 결렬되면 ‘최대의 압박’ 캠페인을 재가동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올릴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만일 북한이 협상 결렬 뒤 핵실험이나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시험발사 등과 같은 도발에 나선다면 한반도 정세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전쟁 직전의 긴장 국면으로 회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경고했던 ‘블러디 노즈’ 작전과 같은 대북 군사적 행동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등 전문가들도 이번 협상이 실패하면 “전쟁 직전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보영 기자 / 정치부 / 차장

 

■ 07 1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오른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곳중 3곳은 한때 보류… 적극 교섭 펼쳐 ‘막판 뒤집기’ 
자연속 건축 - 스님·신도·관람객의 조화… 세계가 인정

영남지역, 규모 크고 경관 수려  
충청·전라는 위압적이지 않고  
낡은 고택 보는 듯 편안함 자랑  

생소한 사찰인 안동 봉정사는  
국내 가장 오래된 목조물 보유  
산사 대부분 템플스테이 운영  

증·개축 불허에 관람객 수 통제  
불교계 일각에선 불만 목소리도
 

 

올해 여름 휴가에는 고즈넉함과 청량함이 가득한 ‘산사’에서 가족들과 함께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마침 지난달 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렸던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돼 해당 산사를 방문할 경우 한층 의미 있는 휴가 일정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산사는 통도사(경남 양산), 부석사(경북 영주), 봉정사(경북 안동), 법주사(충북 보은), 마곡사(충남 공주), 선암사(전남 순천), 대흥사(전남 해남) 등의 7개 사찰.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기까지의 과정과 역사, 규모 등 각각이 지닌 특징에서부터 산사 답사 시 꼭 눈여겨봐야 할 문화재는 무엇인지, 또 주변에 함께 둘러볼 만한 답사지는 어떤 곳이 있는지 ‘1010답’ 형태로 알아보았다. 

1. 유네스코 등재 과정·의미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지난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2017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된 이후, 1년 반 동안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심사를 받았다. ICOMOS는 지난 5월 한국이 신청한 7곳 중 통도사와 부석사, 법주사와 대흥사 네 곳만 ‘등재 권고’하면서 나머지 세 군데는 ‘보류’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ICOMOS 심사 결과가 알려진 뒤 7개 사찰을 한꺼번에 등재하기 위해 세계유산위원회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교섭을 벌였으며, 중국을 비롯한 위원국이 모두 이에 동의하면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유네스코 등재는 산사의 역사성, 자연환경과 건축물이 어우러진 공간배치, 스님들과 불교신도, 관람객이 함께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독보적 가치 등이 세계인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2. 3곳은 한때 제외된 이유 

봉정사의 경우 종합승원이란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고, 선암사와 마곡사 모두 역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과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대사 이병현), 외교부(장관 강경화) 등이 합동으로 설득에 나섰다. 우선 봉정사의 경우 사찰 내에 ‘참선 수행을 위한 선원(禪院), 불교 교리를 연구하는 강원(講院), 계율 전문도량인 율원(律院)’의 세 시설을 모두 갖춘 규모의 사찰이라는 점을 적극 알렸고, 선암사와 마곡사 역시 창건연대 등을 볼 때 역사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 받아들여졌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에 일본의 신사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할 때에도 ICOMOS의 견해를 번복해 일본이 신청한 신사를 모두 세계유산에 등재한 전력이 있다 


3. 영남지역 사찰 특징 

영남지역 사찰은 그 규모가 크고, 높은 산지로 경관도 수려한 편이다. 646년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한 통도사는 한국 3대 사찰에 든다. 통도사 입구의 성보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불교 전문 박물관으로 특히 600점에 달하는 불교 회화가 전시돼 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불화 부문에서 손에 꼽을 만한 규모다.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축물이자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국보 18호 무량수전이 있는 곳이다.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의 양백지간에 자리한 풍광이 화려한 사찰로 국보가 5, 보물 6점이 소장돼 있다. ‘봉황이 머무른다는 곳’의 의미인 봉정사는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반세기 앞서 세워진 극락전이 유명하다. 부석사와 같이 배흘림 양식이 적용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4. 충청·전라 지역 사찰 

충청·전라의 사찰은 위압적이지 않고 낡은 고택을 보는 듯 편안하다. 특히 천년고찰 선암사는 조계종-태고종 간의 오랜 ‘소유권 갈등’ 탓에 증·개축을 못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덕분에 ‘아제아제 바라아제’ ‘만다라’ 등 불교영화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해우소’의 큰 규모 때문에 유명하기도 하다. 대흥사는 임진왜란 때 승군(僧軍)의 총본영으로, 서산대사는 이 사찰이 삼재가 감히 들지 못해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예언했다는데, 6·25전쟁 중에도 무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78년에 약 8개월간 머물면서 사시공부에 정진했다는 사연도 있다. 마곡사는 중창을 거듭하며 옛 흔적이 지워진 것이 아쉽다. 백범 김구 선생이 숨어들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법주사는 커다란 금동미륵불상이 유명하지만 역사성은 없다. 각종 국보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해남 두륜산 대흥사 산사 세계유산 등재추진위 제공

 

5. 생소한 사찰 안동 봉정사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 대부분은 명성이 익히 알려진 곳. 그러나 안동의 봉정사는 낯설다. 봉정사는 통일신라시대 창건한 절집. 의상대사가 부석사에서 종이로 봉황을 접어 날려 보냈는데, 그 종이 봉황이 앉은 자리에다 봉정사를 세웠다고 전한다. 봉정사는 다른 절집에 비해 규모도 작고 소박하지만, 경내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극락전이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당당하다. 극락전은 투박하고 간결한 건축미 위에 시간이 깊이를 덧칠해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다. 극락전 앞의 소박한 삼층석탑도 극락전과 썩 잘 어우러진다. 봉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산내 암자인 영산암이다. 봉정사 옆으로 길고 단정한 돌계단을 딛고 오르면 빼어난 미감의 누각 형태 건축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 아래로 들어가면 영산암의 마당이다. 마당에 만지송과 향나무를 심어두고 꾸며낸 정원이 특히 인상적이다


6. 산사에서 꼭 둘러볼 곳 

전남 순천의 선암사 뒤쪽에는 편백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숲이 있다. 절집은 조용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침묵을 원한다면 둘러볼 만한 곳이다. 봄이면 절집 주변 차밭의 초록이 싱그럽고, 가을이면 은목서 나무의 짙은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공주 마곡사에서는 한때 그곳에 은거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자취와 만날 수 있다. 백범은 일본군 장교를 죽였다는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하다 탈옥해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출가, 여기 마곡사에서 수도했다. 마곡사의 중심법당인 대광보전 왼쪽의 작은 집이 당시 백범이 생활하던 ‘백범당’이다. 경남 양산의 통도사는 대개 절집만 둘러보지만, 산내 암자의 정취가 빼어나다. 통도사 부속암자는 15개이고, 울타리 밖에도 4개의 암자가 있다. 


7. 답사 연계하면 좋은 곳 

순천의 선암사로 간다면 조계산 너머의 절집 송광사까지 함께 둘러보면 더 좋겠다. 조계산을 넘어 두 절집을 잇는 ‘굴목이 재’는 도보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다. 두 절집을 이어 걷는 산길의 거리는 8.7㎞ 남짓. 두 절의 중간쯤에 있는 보리밥집에서의 식사까지 포함하면 대략 4시간쯤 걸린다. 선암사와 송광사가 ‘세트’라면 해남의 대흥사는 미황사와 짝이다. 대흥사가 깊은 연륜으로 발길을 이끈다면, 달마산의 기암을 이고 있는 미황사는 대웅전의 수수한 멋이 일품이다. 두 절집을 비교해 살피면 여행이 한결 풍성해진다. 부석사는 영주 땅이지만 영주시청보다 봉화군청에서 가깝다. 부석사를 목적지로 삼으면서 영주와 봉화 두 곳을 다 다녀올 수 있다. 영주 소수서원과 선비촌은 물론이고 봉화 닭실마을의 청암정, 석천계곡 등과도 연계해 여행코스를 짤 수 있다는 얘기다 


8. 템플스테이 가능한가 

산사는 대부분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통도사의 ‘나를 찾는 행복여행’은 시원한 솔 향기를 맡으며 걷는 ‘솔길 걷기’와 염색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차문화의 성지’이기도 한 대흥사의 ‘가족 숲속마을 디디고 템플스테이’는 마음속 심리상태를 바라보고 치료하는 ‘만다라 심리 치료’, 나의 감정을 찾고 변화를 주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나의 감정찾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법주사는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프로그램, 선암사는 108배와 예불, 발우공양 등 사찰 체험과 불경의 목판인쇄인 ‘인경 체험’, 연등의 연꽃을 만드는 체험도 가능하다.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 참조.


9. 또 등재 추진중인 문화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사인 불국사는 석굴암과 함께 1995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됐고, 합천 해인사 또한 장경판전이 같은 해 세계유산이 됐다. 이와 함께 종묘(1995), 창덕궁, 수원 화성(이상 1997),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상 2000),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 조선왕릉(2009),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 남한산성(2014), 백제역사유적지구(2015) 포함 모두 13건의 세계유산이 있다. 내년에는 영주 소수서원을 포함한 9개 서원의 유네스코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10. 세계유산 등재의 명암 

세계유산이 되면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져 해외 관광객의 주목 대상이 된다. 그러나 국보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약은 늘어난다. 팔리문헌연구소장인 마성 스님은 일체의 증축이나 개축 등 산사의 환경을 변경할 수 없고, 관람객 숫자를 통제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문화재 관계자들은 세계유산은 ‘관광’이 아니라 ‘보호’가 목적이어서 감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7산사는 한국불교의 정신을 대표하지 못하며, 일관성 없이 지역적 안배를 통해 선정됐다는 불교계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경택·엄주엽·박경일 기자 ktlee@munhwa.com

 

■ 07 20 한반도 뒤덮은 ‘폭염 공포’

 

더운 티베트 공기·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구름 없는 ‘3겹 열돔’ 
法的자연재난엔 해당 안돼 … 온열환자·가축폐사 구호 못 받아

고기압 정체로 솥뚜껑 씌운 듯  
평년보다 4~7도 高溫 이어져  

1994
년 서울 38.4도 ‘대폭염’  
2013
년 ‘초열대夜’1차례 기록 

전력사용량 8658만㎾ 치솟아  
예비전력에도 블랙 아웃 우려  

추위 대명사 시베리아도 30  
살인폭염, 오랜 지구온난화 탓 

폭염(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 공포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전국에서 34∼38도의 무더위가 18일째 이어졌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의 강’ 플레게톤(Phlegethon)이 도심 전역을 흐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비 소식은 없고, 당분간 불볕더위가 가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역대 최악의 더위가 닥친 1994년 ‘대폭염’ 때처럼 일사병·열사병 등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현재 이미 더위로 이달에만 7명이 숨졌다. 전국 곳곳에서 더위를 못 이겨 폐사한 가축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폭염은 북반구에 형성된 ‘히트돔(heat dome)’ 현상이 유라시아 지역에 걸쳐 넓게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히트돔은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마치 솥뚜껑을 씌워 놓은 듯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놓는 현상을 말한다. 아직 끝이 아니다. 평년 대비 4∼7도 높은 무더위가 한동안 이어져 1994년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 기록적 폭염 장기화 원인 

한반도가 히트돔에 갇힌 건 더워질 수 있는 3요소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이다. 현재 대기 상층부는 예년(영하 2)보다 4도가량 더 달궈진 중국 티베트발 고온의 공기가 자리 잡았다. 대기 중·하층부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들어와 있다. 여기에 장마의 조기 종료로 구름 없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표면은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상태다. 문제는 살인적 더위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기상청은 한반도 부근 공기 흐름이 느려지면서 현재의 기압 배치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원한 비도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장마는 지난 11일에 끝나버렸다. 올해 장마 기간은 중부 지역 11, 남부 지역은 10.2일에 불과했다. 1973년 중부와 남부 지역이 각각 6일을 기록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다. 


2 불볕더위 역대 기록들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1994년에도 장마가 평년보다 빨리 끝나면서 불볕더위가 일찍 시작됐다. 그해 장마는 7 16일에 모두 끝났다. 이후 폭염 지속 일수는 전국 평균 31.1일이었다. 최근 30년 중 가장 많은 일수다. 2위인 2016(22.4)에 비해서도 10일가량 더 길다. 1994 7월 서울 최고기온은 38.4, 경남 밀양시는 39.4도를 기록했다. 열대야(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날) 일수는 전국 평균 17.7(평년값 5.3)이었다. 특히 올여름은 강원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서 ‘초열대야’(밤사이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날)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 8 8일 강릉(30.9)에서 단 한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역대 최고 폭염 기록은 1942 8 1 40도를 기록한 대구 지역이다 


3 폭염은 ‘재난’서 제외 

살인적인 더위에 건강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7 117일까지 온열질환자 554명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7명이 숨졌다. 이는 열사병이나 탈진 등 불볕더위로 인한 급성질환자만 집계한 수치다. 더위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질환까지 합치면 환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 우리나라는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재난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중 자연재난은 ‘태풍·홍수·호우·강풍·풍랑·해일·대설·가뭄·지진·황사·조류 대발생·조수·화산활동’이라고 규정돼 있다. 폭염은 빠져 있다. 이 때문에 폭염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다른 자연재난처럼 보상이나 구호활동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4 더위 이기는 법 

폭염 때 조심해야 할 질환 중 하나는 바로 심장질환이다. 무더운 더위로 인해 혈관이 확장돼 저혈압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면서 혈전이 더 많이 생기면 심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한다. 이때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심장이 조이는 듯한 증상인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의들은 가슴이 조이는 듯한 증상이 발생하면 서늘한 장소에서 충분한 수분(카페인 음료·주류는 피해야 함)을 섭취하고, 증상이 계속되면 즉시 병원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냉방병은 무더위 속 단골 질병이다. 특히 청결하지 않은 에어컨에서 나오는 레지오넬라균을 조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에어컨의 냉각수와 필터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고열, 기침, 근육통 등 독감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치솟은 불쾌지수는 서늘한 장소에서 2030분 정도의 낮잠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


5 가축들도 죽어난다 

예기치 못한 이른 폭염으로 농축산업계도 초비상이다. 이미 가축 79만 마리가 폐사했다. 42억 원(17일 현재 추정보험금 기준)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나 증가한 수치다. 돼지는 물론 닭과 같은 가금류는 폭염에 취약하다. 돼지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내에서 발생한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능력이 낮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체온이 높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온조절이 어렵다. 이례적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인 온열질환, 가축 폐사, 농산물 생산성 저하 등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업재해대책상황실을 지난 6 5일부터 오는 10 15일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운영해 피해 최소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가에 폭염 기상정보와 폭염 특보 발령 시 대응요령 문자 메시지 발송 등을 통해 농가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폭염 피해 우려 농가를 대상으로 여름철 환기시설(선풍기·팬 등) 관리, 그늘막 설치 등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한다. 

6 최악 더위에 블랙아웃 위기 

지난 16일 오후 4 35분 기준으로 전력 사용량은 8658만㎾까지 치솟았다. 여름철 최고치였던 2016 8 12 8518만㎾를 뛰어넘는 수치다. 이날 예비력과 전력예비율도 각각 918만㎾, 10.6%까지 떨어져 2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여름 최대전력 수요를 8 23주에 8830만㎾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볼 때 조기에 최대 수요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2011 9 15일 발생한 블랙아웃(대정전)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예상치 못한 폭염, 대형 발전소 불시정지, 송전선로 이상 등 만일의 사태에도 차질이 없도록 681만㎾의 추가 예비력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올여름의 경우 블랙아웃보다 대규모 공동주택 등에서 부분적인 정전사태가 잦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전기시설 노후화는 전력 사용량이 집중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7 곳곳서 폭염 사건·사고 

14일 대구의 한 백화점에서는 폭염으로 배관이 달궈지면서 스프링클러조차 불이 난 것으로 착각하고 물을 내뿜었다. 이 스프링클러는 배관 온도가 70도 이상일 때 작동하는데 이날 36도를 훌쩍 넘긴 더위에 금속 배관의 온도가 급격히 오르자 불이 났다고 오인한 때문이다. 전국의 콘크리트 도로는 햇볕 공습에 휘어버렸다. 도로 곳곳이 불룩 솟아올랐다. 대구 달성군의 콘크리트 도로는 차들이 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서해안고속도로도 휘고 솟아 울퉁불퉁해졌다. 스테인리스를 실은 화물차는 열 때문에 불이 났다. 소방청의 구급 출동은 지난해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폭염 관련 구급 출동은 지난 10일까지는 전년도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나 11일 이후 1주일간 전년 대비 295%의 증가율을 보였다 


8 지자체 긴급 폭염예산투입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전국 각 지자체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등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프리카’라고 불리는 대구시는 지난해 239400만 원이던 폭염 대책 예산을 올해 334000만 원으로 10억 원 가까이 올렸다. 기존 경로당 냉방비(3억 원), 살수차 운영비(1억 원) 지원 등에 그쳤던 폭염 대책 예산이 쿨링 포그, 쿨 루프 등 새로운 시설이 확충되면서 크게 증가했다. 대구와 인접한 경북도 지난해 폭염 관리 대책으로 총 102000만 원을 편성했다가 올해는 168000만 원으로 증액했다. 서울시도 폭염 대책 시행에 나섰다. 올해 도로를 식히기 위해 58600t의 물을 뿌리기로 계획했는데 최근 계속된 폭염으로 이미 절반에 가까운 27000t의 물을 사용했다. 18일까지 1447개 노선 1790㎞에 살수차 540대를 동원, 26849t의 물을 뿌렸다. 시는 낮 최고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중심으로 살수 차량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무더위 쉼터 운영비 지원에만 109400만 원이 책정돼 있다. 


9 폭염으로 끓고 있는 지구 

전례 없는 폭염 때문에 적도 인근뿐 아니라 북반구 북쪽에 위치한 국가들까지 초비상이 걸렸다. 추위의 대명사 러시아 시베리아는 연일 낮 최고기온 30도 이상의 고온이 이어지며 폭풍 경보와 대형 산불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 18일 일본 기후(岐阜)현 다지미(多治見)시는 낮 최고기온 40도를 기록했다. 같은 달 5일 알제리 사하라사막 우아르글라 지역은 51.3도라는 기록적 고온 현상을 보였다. 살인적 폭염에 희생자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5일까지 9956명이 온열질환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542명 증가한 수치다. 이 중 12명은 사망했다. 캐나다에서도 수십 명이 숨졌다. 퀘벡주 보건당국은 지난 7일 집계 결과 6월 이후 폭염으로 모두 8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퀘벡주에서는 6 29일부터 30도를 넘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들이 폭염에 취약한데 미국 테네시주에서는 지난 10일 폭염 속에 35분간 차 안에 방치된 아이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0 결국 지구온난화 문제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0일 세계 곳곳에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가 관측된다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단순한 더위 피하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WMO는 “이번 이상기후는 장기적 온난화 현상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냉매인 프레온가스로 인해 오존층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독일 도이치벨레(DW)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화석연료로 가동되는 냉각장치 사용이 증가하면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쳐 기온이 더 상승한다”고 전했다. 결국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게 핵심 해법이라는 경고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1.5도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IPCC)는 오는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릴 48차 총회에서 ‘IPCC 1.5도 특별보고서’를 승인할 예정이다 
이해완·박정민·신선종·김현아 기자 parasa@ 

 

■ 07 27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앞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두 정상의 예정에 없던 ‘깜짝 월경’ 장면은 4·27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남았다. 연합뉴스

 

65년 정전체제 종식 ‘종전선언 → 평화협정’ 논의 수면위로 
北 “체제보장 먼저 이행을”… 美 “비핵화 가시적 조치부터”

1953
년 유엔-北中간에 체결  
군사분계선·DMZ 설정후 휴전  
멈췄을뿐 완전 종전 의미 아냐  

협정후에도 NLL 등 군사충돌  
, 판문점서 도끼만행사건 등  
협정위반 42만건·도발 3000 

南北·美北 잇단 정상회담 이후  
정전끝낼 종전선언 필요성 제기  
이르면 9월 유엔서 발표 전망도  

北 완전비핵화 협상 시간 끌고  
韓·美 향해 빠른 종전선언 촉구  
일부 ‘동맹해체 노림수’ 의구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은 6·25 전쟁과 이후 한반도 상황을 묘사하는 데도 어울릴 법한 구절이다. 1953년 7월 27일 오후 10시 이후 전쟁의 포성은 멈췄지만, 이날 체결된 협정이 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규정하지 못한 ‘정전협정’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전협정에 규정된 남북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 등 군사 접경지역에서는 이후에도 크고 작은 남북 간 마찰이 계속됐고 한반도 긴장 상태는 오르내림을 거듭하면서 65년이 흘렀다. 일각에서는 남북 판문점 선언과 미·북 간 비핵화 협상 진행에 따라 남북, 미·북 간 군사적 긴장 상태를 보여주는 정전협정을 종전선언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65년 동안 남북 관계 규정의 한 축이었던 정전협정의 체결, 이에 따른 마찰과 정전협정의 앞날을 짚어본다.


1.
정전협정이란 

정전협정의 정식 명칭은 ‘유엔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1953 7 27일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3년 넘게 이어진 한국전쟁이 멈췄다. 하지만 정전협정은 일단 한반도에서의 포성을 멎게 했을 뿐, 한국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종전(終戰)은 나중으로 미뤄졌으며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종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랜 세월 정전협정 상태가 계속되면서 현 상태를 ‘정전 체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2.
체결 당사자는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는 마크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이다. 즉 국가 개념으로 보면 당시 연합군을 이끌던 미국과 북한·중국이 정전협정을 체결한 셈이다. 정전체제를 끝내는 종전선언에 중국의 참여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당시 한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전쟁에서 핵심적인 교전 당사자였고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한국이 정전협정 서명에서 빠진 이유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정전협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3.
어떻게 체결했나 

1950 6 25일 전쟁 발발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교전에 지친 당국들은 전쟁 중지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전은 1951 6 16일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던 트리그브 리가 처음으로 언급했다. 미국은 1951 6 30일 유엔군 총사령부 방송을 통해 공산 진영 측에 정전협상을 제의했다. 이에 김일성과 펑더화이가 화답하면서 휴전협상이 시작됐다. 같은 해 7 8일 개성 북쪽에 위치한 ‘래봉장’에서 첫 예비회담이 열렸고, 최초의 본 회담도 1951 7 10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실제 정전협정 체결까지는 이로부터 2년이 넘게 걸렸다. 그동안 159회의 본회담, 179회의 분과위원회 회담, 188회의 참모장교회담, 238회 연락장교 회담 등 모두 765회의 회담이 열렸다. 회담에서는 DMZ 설치를 위한 MDL 설정, 전쟁포로 문제 등이 다뤄졌다


4.
협정 주요 내용 

전체 5 63항으로 구성된 정전협정의 핵심 사항은 상호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장행동을 중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협정은 △MDL DMZ 설정 △군사정전위원회 및 중립국감독위원회 설치 △전쟁포로 인도 및 인수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정전협정 11항은 남북이 MDL에서 각각 2㎞씩 철수해서 DMZ를 만드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2조는 정화(停火) 및 정전의 구체적 조치, 3조는 전쟁 포로에 관한 조치, 4조는 쌍방관계 정부들에 대한 건의, 5조는 부칙, 부록은 중립국 송환위원회 직권의 범위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5.
참전국들의 조치 

협정 체결에 따라 교전국들은 포화를 멈췄다. 남북 사이에는 DMZ MDL이 설치됐다. 유엔군과 공산군 장교로 구성되는 군사정전위원회 본부도 판문점에 설치됐다. 스위스·스웨덴·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로 구성된 중립국감시위원단도 설치됐다. 하지만 정전협정 이후에도 양측 모두 DMZ 안에 군사시설을 두고, 경계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전협정 1 1항부터 준수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체결 이후 북한은 42만여 건의 정전협정 위반과 지난 2016년까지 3000건이 넘는 국지도발을 이어오고 있다

 

6. 정전협정후 군사충돌 

 

전쟁의 중단을 약속하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후에도 남북 간에는 군사적, 물리적 충돌이 간간이 계속됐다.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는 1999년 및 2002년에 제1 및 제2연평해전이 발생해 남북 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두 차례의 연평해전은 모두 북한 함정이 NLL 남측 지역을 침범해 먼저 총격을 시작한 정전협정 위반 사례로 꼽힌다. 2010년에는 백령도 서남방 2.5㎞ 지점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에 의해 초계함인 천안함이 폭침되는 사건도 발생했지만 북한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북한군 해안포 및 장사정포 수십 발이 연평도에 떨어져 휴전 후 처음으로 북한군 공격에 의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역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지만, 북한은 ‘남측 먼저 북한 영해에서 도발을 했다’고 반박했다. 


7. 판문점·DMZ 충돌 

DMZ와 판문점은 정전협정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만 북한은 이들 지역에서도 정전협정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여왔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미군과 한국군 및 민간노무자 등이 북측으로 향하는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 가지를 제거하자 이에 항의하던 북한군이 미군 2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지난 2015년에는 경기 파주 DMZ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로 인해 우리 군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발생한 북한군의 로켓포 도발까지 더해 한반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으나 결국 북한이 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긴장 국면이 마무리됐다. 지난 2017 11월 판문점을 통해 북한 병사가 귀순하던 때에는 북한군 추격조가 판문점 남측을 향해 사격을 가하고 무단으로 MDL을 넘어오는 일까지 벌어졌다. 판문점 유엔군사령부는 이 두 가지 행위를 모두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했다


8. 종전선언 논의 배경 

올 들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남·북·미 간의 대화와 협상이 활발해지면서 정전 상태를 공식 종결하는 종전선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고, 이를 위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선언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특히 지난 5~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이후 종전선언을 더욱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조치 후 북한의 체제 보장을 위한 첫 조치이며 향후 미·북 평화협정으로 발전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북한의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종전선언 자체는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 또는 신사협정에 속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종전선언 촉구 의도가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 동맹 해체를 주장하는 데 필요한 명분을 얻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9. 종전선언·평화협정 의미 

과거 다른 전쟁들의 정전협정이 단기간의 정전 기간을 명시하고 이후 기간을 연장했던 것과 달리, 6·25 전쟁에 대한 정전협정은 구체적인 기간 설정 없이 65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정전협정하에서 전쟁 재개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종전선언이 이뤄져도 전쟁 재개를 막기 위해 정전협정이 설정한 군사분계선 등은 유지된다. 또 종전선언은 해당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이지, 새로운 전쟁의 가능성까지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체결국 간 대표부나 대사관이 설치되고 군사분계선은 군사적 대치가 없는 국경선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또 새로운 전쟁의 가능성을 낮추는 ‘불공격 의사’까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10. 남북미 종전선언 전망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고, 미·북도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 만큼 종전선언이 조만간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9월 말 유엔 총회에서 발표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북한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 5~7 3차 방북 이후 연일 ‘종전선언’ 합의를 촉구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 및 이에 대한 검증 등이 있어야 종전선언과 본격적인 평화협정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종전선언 발표 시기는 미국의 입장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인 만큼 종전선언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중국 참여의 변수도 종전선언 발표 시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준희·김영주 기자 vinkey@munhwa.com

 

■ 08 03 에어컨 하루 10시간씩 틀면… 月전기료 177000원 더 나와

핫이슈 떠오른 ‘전기요금 누진제’… 대안 나오나 

가정용에만 月 단위로 적용  
전력사용량 적으면 낮은 요금  
많을수록 높은 요금 부과 취지  

2016 6단계 → 3단계 축소  
잇단 폭염에 전면개편 목소리 

2011년 이전 출시 정속 에어컨  
온도 식힌 후 껐다가 다시 켜고  
신형 인버터 계속 켜둬야 절전  

커튼치고 선풍기 함께틀면 쾌적  
실외기 청소·주변 환기도 영향 

기온 40도를 넘어선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젠 에어컨 없이는 여름 한철 보내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전력 소비가 많은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기가 보편화되고, 생존 차원에서 냉방 기기의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연스레 전기요금 문제가 따라 나왔다. 장마가 7월 중순에 끝나며 폭염이 장기화해 ‘전기요금 폭탄’이 또다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가 크다. 정부도 기온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국민에게 ‘전력 소비 자제’만을 얘기하기 어렵다. 정부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재검토를 언급했으니, 이 기회를 빌려 전기요금과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또 여름철 필수 가전기기가 된 에어컨을 더 현명하게 사용할 방안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전기요금 구조는 

우리나라 현행 전기요금은 각종 정부정책이 반영된 용도별 차등요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요금)이 결정되는 게 아니다. 전기라는 에너지원이 국민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사회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는 주요 복지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책적 측면에서 전기는 수요관리, 물가관리, 산업활동 지원, 소득재분배 및 농어민 보호 등의 역할도 하고 있다. 사용 용도에 따라 전기요금은 주택용(가정용), 일반용(공공·영업용), 교육용(학교·박물관 등), 산업용(공업·광업), 농사용(농업·어업), 가로등용, 심야(전 종류 모두 포함)로 구분되며, 이 중 주택용만이 누진제(3단계) 적용을 받는다. 주택용은 일상생활 패턴에 따라 전력소비가 발생하고 부하 이전이 어려워 월간 총사용량 기준으로 누진제를 적용해 요금을 매긴다 


2.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 12월에 처음 도입했다. 197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부족해진 전기를 산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주택용 전기의 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의 요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도입됐다. 전력 사용량이 적을수록 낮은 요금을, 많을수록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력 수요 관리 및 소득 재분배 효과도 볼 수 있다는 목적도 있다. 당시 누진제는 3단계 구간과 1.6배의 누진 배율로 시작됐다. 누진 단계와 누진 배율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환경 변화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조정돼 왔다. 2004년 이후 12년째 동일한 누진 단계(6단계)와 누진 배율(11.7)이 유지되다가 2016년 말 3단계로 다시 조정됐다


3.
누진제 왜 필요하나? 

일부 전력 사용량이 많은 가정에서는 겨울철 난방,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 과다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곤 한다. 누진제 적용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 사이에서 누진제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진제에는 전력 사용량이 적을수록 낮은 요금을, 많을수록 높은 요금을 부과해 소득 재분배를 통한 서민·저소득층 보호(에너지 복지) 기능이 내재해 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가정용 전기요금에는 전력 수요 관리, 생산원가 그리고 전력 생산의 원료를 전적으로 수입하는 국내 여건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 및 절약을 위한 기능도 포함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4. 2016
년 누진제 개편 배경 

12년간 이어진 6단계 누진제는 2016 12 3단계로 축소됐다. 그해 여름도 폭염으로 냉방기기 사용량이 늘었고, 이로 인해 전력 수요도 급증했다. 평소 4단계(301400) 소비에 해당하는 국민이 폭염으로 과중한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6단계(500)까지 소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처음엔 “누진제 개편은 1%를 위한 부자 감세와 같다”며 국민의 부담을 외면했다. 하지만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정치권에서도 누진제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해 결국 그해 연말 개편하기에 이르렀다. 2016년 개편안을 살펴보면, 그동안 변화한 소비 패턴과 가구 분포를 반영해 기존에 100kWh 단위로 세분화된 구간을 200kWh 단위로 확대했다. 누진 단계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완화한 것이다. 먼저 0200kWh 1단계로 하고 이 구간에선 기본요금을 가구당 910원으로 설정, 이후 전력사용량에 따라 1kWh 93.3원을 더하도록 했다. 2단계인 201400kWh는 기본요금 1600원에 전력량 요금이 1kWh 187.9, 3단계(400kWh 초과)에선 기본료 7300원에 280.6원을 더해 요금을 산정했다. 한전은 기본 누진 단계는 3개로 설정했지만, 소득재분배 효과 및 서민지원 차원에서 200kWh 이하 사용 가구에 대해선 월 4000원 한도 내에서 요금 감액을 시행하고 있다.


5.
올 전기요금 폭탄 우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2년 전과 비교해 볼 때 현재 전기요금 누진제는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한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도시 거주 4인 가구는 월 350kWh 정도를 사용하는데, 이 가구의 전기요금은 55080원 정도다. 하지만 여름철 스탠드형 에어컨(1.8)을 하루 3.5시간 사용할 경우 냉방요금은 63000원 추가(에너지경제연구원·가구당 일 평균 에어컨 3시간 32분 사용, 2015), 118080(350kWh+1.8㎾×3.5시간×30=543kWh)이 나오게 된다. 이 가구는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평소 누진제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이 가구가 하루에 10시간씩 에어컨을 사용한다면 177000원을 추가로 부담해 월 24만 원가량의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개편 전 누진제에 비해 부담은 낮아졌다. 만일 2016년 누진제 개편 이전이었다면, 3.5시간 사용 시는 108000, 10시간 사용 시는 398000원을 추가 부담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밤낮 없는 폭염을 고려할 때 각 가정은 하루 10시간 이상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폭탄은 아니어도 서민들이 전기요금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6.
現누진제 개편 가능할까 

올해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고, 더위가 재난 수준에 이르자 국민의 전력소비도 급증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마저도 취약계층 전기요금을 일시적으로라도 경감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업부에 지시했다. 정부는 2016년 여름 한시적으로 누진제 적용을 완화해 요금 부담을 낮춘 적이 있다. 하지만 여론은 누진제를 또 개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6년 누진제가 단순 요금 부담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기후가 달라지며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한파가 고착됐고, 에어컨이 필수품이 된 것처럼 국민의 전력 사용 패턴도 과거와 사뭇 달라져, 이를 반영한 요금 체계의 전면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누진제를 통해 주택용 전기에만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불만도 작용하고 있다. 국내 전기 사용량 비중은 주택용 13%, 산업용 56%, 일반용(상업용) 20% 등이다. 산업용보다 비중이 훨씬 낮은 가정용 전기에 대해서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주무부처인 산업부도 다각적으로 누진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거론 중인 대안 중 하나가 ‘계시별 요금제’다. 계절은 봄·가을, 여름, 겨울로 나누고, 시간대를 최대부하·중간부하·경부하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현재는 산업용과 일반용에 적용하고 있다. 전력 소비자들이 자신의 전력 소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 요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전력 사용량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지능형 전력 계량시스템(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이 모든 가구에 설치돼야 제도 시행이 가능한데, 정부는 2020년까지 AMI 전 가구 도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는 국내 2400만 가구 가운데 537만 가구에만 설치돼 있다.


7.
전기요금 절약하려면 

2628도 정도로 맞춰놓고 사용하는 게 가장 절약된다. 24도 이하로 설정해 실외 온도와 차이가 10도 이상 나면 외부에서 유입되는 열이 늘어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에어컨 소비전력이 증가한다. 4인 가족 평균 월 소비전력량인 300kWh의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집에서 2시간씩 하루 3회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26도로 사용하면 24도로 사용할 때보다 전력량을 40kWh 줄일 수 있으며, 13000원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신형으로 분류되는 인버터 에어컨을 가동할 때를 기준으로 한다. 에어컨 가동 방식을 기준으로 에어컨이 인버터 기종(신형)인가, 정속형(구형)인가에 따라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방법이 크게 다르다. 정속형의 경우에는 설정 온도를 최대한 낮춰 최단 시간에 실내 온도를 식힌 후 껐다가 나중에 더워지면 다시 켜는 게 좋다. 반면 인버터는 설정온도까지 공기를 식힌 후 절전 모드로 들어가므로 정속형처럼 빈번하게 껐다 켰다 하면 되레 전기요금이 더 나오게 된다. 


8.
인버터와 정속형 차이 

인버터 에어컨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됐으며, 그 이전에 나온 에어컨은 대부분 정속형이라고 보면 된다. 정속형 에어컨은 냉매를 압축해 더운 공기를 차게 식히는 ‘컴프레서(압축기)’가 가동 시간 내내 항상 최대로 운전되는 데 비해, 인버터 에어컨은 실내 온도가 사전에 정해 놓은 온도에 이르게 되면 컴프레서의 작동 속도를 늦춰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더 절감하게 한다. 가령 5㎞ 달리기를 한다고 하면 정속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100m 달리기처럼 뛰는 격이고, 인버터는 최대 속도를 내다가 실내 온도가 설정 온도까지 떨어지면 천천히 걷는 격이라고 보면 된다. 집에 있는 에어컨이 인버터형인지 확인하려면 실외기에 인쇄된 표기를 확인하면 된다. 에너지 효율 등급 표시가 1등급이면 대부분 인버터형이고, 5등급 이하면 정속형이다. 최근에는 냉매를 압축하는 장치인 실린더를 2개로 한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를 탑재, 한 번에 더욱 많은 냉매를 압축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을 기존 인버터 제품보다는 15%, 정속형보다는 63%까지 높인 제품도 나오고 있다 


9.
에어컨 또 다른 절전 방법 

요즘엔 베란다를 확장한 공동주택이 많은데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열을 커튼 등으로 차단해 주면 냉방 효율을 높이고 전기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된다. , 에어컨 소비전력은 실외기가 놓여 있는 장소의 외부 온도와 상관관계가 크기 때문에 실외기 주변을 잘 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시간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자주 껐다 켜기보단 설정 온도를 높이고 계속 켜두는 편이 절전에 유리하다. 오래된 에어컨의 경우 실외기의 열교환기의 먼지나 이물질을 씻어 실외기 열교환 성능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희망 온도를 올리고 선풍기나 서큘레이터(공기 순환기)를 함께 틀어 체감되는 쾌적함을 높이는 것도 좋다. 에어컨을 처음 틀 때 강풍 운전을 통해 실내 온도를 낮춘 후 중풍이나 약풍으로 바람양을 줄여 오래 가동하는 것도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이다

 

10. AI 에어컨 에너지 효율은 

최근 시중에 나오고 있는 AI 에어컨은 편리함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도 높이도록 설계돼 있는데, 많게는 20% 가까이 절전 효과가 있다는 게 가전 업계의 설명이다. AI 에어컨은 실내기와 실외기에 달린 센서들을 활용해 사용자가 주로 머무르는 공간과 실내외 온도, 습도, 공기 질 등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생활환경과 사용패턴을 학습해 에어컨이 알아서 공기청정, 제습 등 상황에 맞는 코스를 운용해 준다. 주변 환경에 따라 냉방에 걸리는 부하를 판단하고 사용자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를 유지해주므로 사용자들은 에어컨에 신경 쓰지 않아도 쾌적한 실내 온도를 체감하고,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냉방을 조절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도 높아진다. 한편, 에어컨을 ‘제습 모드’로 틀면 전기요금이 덜 든다는 속설이 있지만, 절반만 맞는 얘기다. 정속형의 경우에는 순수하게 제습 기능을 지원하므로,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덜 들어가나 인버터 기종의 경우에는 냉방과 제습 기능이 동시에 동작하므로 전기요금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박정민·이관범 기자 bohe00@munhwa.com  

 

■ 08 13 美·中 ‘벌떼 드론’부대 구체화 … 미래戰 대표 무기로 

정찰·잠수함 공격·탄약 수송 ‘다재다능’… 韓, 지상전력 30%까지 확충

  소형 벌떼드론(swarming)이 도시를 공습하는 SF 영화의 한 장면. 미 해병대는 이처럼 벌떼드론을 활용한 상륙작전 전술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영화의 한 장면이 현실로 다가올 날이 멀지 않았다. 자료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 시도로 본 ‘군사용 드론’ 

,1999년 코소보戰서 첫 활용  
전투용 드론 8000여 대 보유중  
한반도 유사시 글로벌호크 투입  

韓육군, 군수품 수송용 전력화  
고립부대 식량·의약품 등 지원  
교육센터 열고 조종특기병 양성 

,자폭용 드론 100대 실전배치  
1980
년대 美 제품 복사판 추정  
고폭탄 장착 수차례 시험도 마쳐  

, 세계 민수용 70%이상 생산  
질 낮지만 저렴 사우디 등 수출  
정부 지원으로 무장드론 개발중
 

지난 4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방위군 창설 기념식 연설 도중 ‘드론(Drone) 암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드론 무기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은 단순한 정찰과 정보수집에 그치지 않고 대량살상까지 가능한 공습용 드론을 개발해 전장에 투입하고 있다. 국방부도 2024년부터 육군과 공군, 해병대 산악 격오지 및 고립부대에 군수품을 공수하는 군수품 수송용 드론을 실전 배치한다. 육군은 미래전에 대비한 드론봇(드론+로봇)전투체계 구현과 드론봇 조종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 5월 충남 계룡대에 드론교육센터를 개원했다. 육군은 드론봇 전투체계를 지상 전력의 30% 수준으로 확충해 유·무인 하이브리드 전투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0년대 1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드론 시장 선점을 위해 미·중·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1.
드론의 정의, 종류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 유도로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군사용 무인항공기(UAV). 사전적 의미로는 ‘(벌 등이) 왱왱거리는 소리’ 또는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뜻한다. 드론은 모든 무인기의 총칭이지만 최근에는 복수의 회전익을 가진 무인기가 주목받고 있다. 로터 숫자에 따라 듀얼콥터(2), 트리콥터(3), 쿼드콥터(4), 헥사콥터(6), 옥토콥터(8) 등으로 구분하는데 쿼드콥터형 무인기가 대세다. 조종이 상대적으로 쉽고 비행 안전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쿼드콥터형은 초소형에서 초대형까지 제작이 가능하고 전지연료에서 수소연료까지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드론은 초기에 공군기나 고사포의 연습사격에 적기 대신 표적용 무인기로 활용됐으나 지금은 정찰·감시는 물론 잠수함 공격 등에도 사용되는 등 미래전의 총아로 진화하고 있다. 드론은 용도에 따라 표적드론, 정찰드론(RQ) 또는 감시드론, 다목적 드론(MQ) 등으로 구분된다. 감시드론에는 핵무기 활동 감시용으로 1998년 도입한 글로벌 호크(RQ-4)가 있고 정찰과 공격이 가능한 드론에는 중형급인 프레데터(MQ-1)와 대형급인 리퍼(MQ-9) 등이 있다 


2.
군수품 수송용 전력화 

국방부는 8일 전·평시 지상접근이 제한되는 격오지 및 고립부대에 긴급하게 필요한 식량·의약품·탄약 등 군수품을 기존의 헬기보다 효과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수송용 드론 전력화 계획을 발표했다. 첫 단계로 산업통상자원부 및 드론 제작업체와 연계해 올해 후반기 군 요구 성능에 근접한 시제기 2대를 도입하는 등 10대를 연차적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어 2023년까지 실증 평가를 마무리하고 2024년부터 100여 대를 육군 전방부대 일반전초(GOP) 사단, 공군 방공·관제부대, 해군(해병대) 도서부대 등 전군에 보급할 계획이다. 병력 감축 등에 대비해 조종사 인력 등을 대체하고 폭우·폭설 등 기상 악화로 고립되는 부대에 필요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서다. 특히 군수품 수송 드론은 전시에 적의 공격으로부터 항공기 조종사 피해를 예방하고 아군 부대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고 보급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3. 육군 드론봇 전투체계 

육군이 준비하는 전장의 드론봇은 정찰, 공격, 공중 재보급·수송, 지상 위협제거, 방호, 통신 중계 등 6개 분야에서 활약하게 된다. 드론봇 전투단은 크게 정찰용 드론부대와 공격용 드론부대, 로봇부대로 편성될 예정이다. 정찰용 드론부대는 은폐 표적과 정밀 표적 정보를 획득해 영상 형태로 지휘부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정찰용 드론부대가 본격 운용되면 군 포병전력의 타격력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격용 드론부대는 정찰용 드론으로 식별한 적 장사정포 등 핵심표적을 실시간 타격해 무력화한다.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공중 재보급·수송 드론은 필요한 전투물자를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방호 드론은 작전 진행 중 수색·정찰 및 경계 임무를 맡게 된다


4.
병력감축 드론으로 대체 

육군은 드론봇 군사연구센터와 드론교육센터를 지난 5월 개원해 7월부터 운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드론특기병(운용병)을 모집하고 있다. 육군은 특히 인구 감소와 복무 기간 단축으로 병력 감축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해 드론봇 전투단을 역점사업으로 삼고 있다. 육군은 드론봇 조종 전사를 양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전방군단과 후방사단에 14개의 드론교육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다. 드론교육센터는 3 120시간의 이론 및 실습교육을 통해 기초적인 드론 조종능력을 갖춘 드론봇 전사를 양성하게 된다. 교육 수료자는 드론조종사 국가자격 취득이 인정된다. 육군은 지상작전사령부 예하에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하고 장기적으로는 군단으로부터 대대급까지 육군의 모든 제대에 드론봇 전투부대를 편성할 계획이다


5. 6
세대 개념의 벌떼드론 

SF영화에서나 보던 벌떼(swarming)드론도 세계 각국이 적극적인 연구에 나서면서 조만간 현실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유럽 등은 이미 벌떼드론 공격편대로 편성한 6세대 전투기를 연구 중이다. 컨트롤타워인 한 대의 유인 스텔스기가 폭탄을 탑재한 수십 대의 드론을 통제하며 적 레이더·미사일 기지 등 핵심시설을 초토화하는 방식이다. 미 해군은 손바닥 크기에 무게 약 65g의 미니드론 CICADA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 해군은 F/A-18 슈퍼호닛 전폭기 3대로 길이 16㎝의 ‘페르딕스 마이크로 드론(Perdix micro-drones) 103대를 투하해 벌인 드론 벌떼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미 육군연구소는 최근 3D 프린팅으로 소형 무인기를 수시간 내에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체계 개발에 성공했다. 미 해병대도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벌떼드론으로 상륙지역을 초토화하는 드론 상륙작전 전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6.
美 전투 드론 전장 투입 

미국은 1999년 코소보전쟁에서 전투용 드론을 시범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거의 모든 부대에서 드론을 사용한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0132018년 드론에 228억 달러를 투입한다. 2017년에만 46억 달러를 사용했다. 현재 미군이 보유 중인 드론은 70008000대로 추정된다. 유인 전투기에 비해 가격이 10분의 1 이하로 싸고 추락해도 조종사 인명 피해가 없다. 프레데터(날개폭 14.8m)와 리퍼(날개폭 20m)의 인기가 높은 이유다. 가장 각광 받는 드론은 가장 덩치가 큰 글로벌 호크(RQ-4A, B·날개폭 40m). 미국은 오키나와(沖繩)에 글로벌 호크 5대를 배치해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된다. 미 육군은 헌터(MQ-5)와 섀도(RQ-7)를 보유하고 있다. 미 공군도 F-35 전투기가 여러 대의 무인 폭격기를 지휘하고 항공모함용 무인 전투기(X-47)로 벌떼 작전을 준비 중이다. 미군은 28종류의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7. 북한의 무인기 현황 

2014 3~5월 경기 파주, 서해5도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의 드론(무인기)은 몇 시간 운행이 가능한, 민수용 드론과 차이가 없는 조악한 기체였다. 그러나 2017 6월 강원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운행 거리와 탑재 장치 측면에서 군수용 정찰기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무인기를 1000대 이상 보유하고 있고 자폭형 무인공격기를 100대가량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레이시온사가 지난 1980년대에 개발해 1987년부터 전방에 배치한 MQM-107 스트리커(Streaker)의 복사판으로 추정된다. MQM-107 스트리커는 길이 5.5m, 날개 길이 3m, 최대속력 시속 925㎞로 상승 고도는 12190m에 이른다. 북한은 시리아로 추정되는 중동국가에서 고속표적기에 고폭탄을 장착해 수차례 시험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8.
주한미군 그레이 이글부대 

주한미군은 지난 2월 전북 군산 미군기지에 배치될 최신형 무인 정찰 및 공격기인 ‘그레이 이글(MQ-1C)’ 중대 창설식을 가졌다. 12대가 배치될 그레이 이글은 미 2사단 소속으로, 완전한 작전 운용은 내년 4월로 예정돼 있다. 주한미군은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으로 공격형 무인기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레이 이글은 ‘프레데터’의 파생형으로 미 육군은 현재 75대를 운용하고 있다. 길이 8m, 날개폭 17m의 중고도 무인기로, 최대 30시간 동안 최고시속 280㎞로 비행할 수 있다. 한반도 전역에 대한 24시간 연속 비행과 고화질 감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또 하드포인트 4곳에 AGM 114 헬파이어 미사일 4발을 장착하거나 AIM-92스팅어 미사일 4발 혹은 GBU44/B 바이퍼 폭탄 4발을 탑재할 수 있다. 


9.
중국 저가 드론의 맹추격 

중국군은 드론을 1300대 정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드론 개발을 위해 2013 57000만 달러를 투입한 데 이어 매년 15%씩 증액해 2022년엔 투자액을 2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의 프레데터와 유사한 윈룽(雲龍)을 개발했다. 또 글로벌 호크를 본뜬 산룽(三龍·날개폭 25m)을 개발 중이다. 스텔스 무인전투기인 리젠(利劍)도 시험 중이다. 질은 낮지만 가격이 싸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수출계약을 맺었다. 더구나 쿼드콥터형 드론 기술 개발과 생산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민수용 드론의 70% 이상을 수천 개에 달하는 드론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저가형 드론은 중국제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이 아직 고급형 드론과 무장탑재형 드론 개발에는 뒤떨어진 상황이지만 정부 지원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세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10. 150조원 드론시장 쟁탈전 

첨단기술을 융합한 드론은 자체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틸 그룹에 따르면 드론 시장은 2019 122.4억 달러( 14조 원)에서 2026 221.2억 달러(25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PwC 2020년 각 산업 분야에서 드론을 활용할 때 생기는 경제적 가치가 1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각국은 드론 산업 육성에 혈안이 돼 있다. 세계 드론 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아마존(택배), 보잉(정찰), 인텔(제어), 페이스북(인터넷)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의 강점을 드론과 결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드론 택시 등 미래형 드론을 개발 중이다. 일본은 공공 발주 건설사업 등 공공분야에 드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센보쿠(仙北·산림감시), 지바(千葉·택배) 등은 드론 실증 특구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드론산업육성법이 발의됐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 08 20 내일 개막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A to Z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마스코트인 파푸아섬의 새 ‘빈빈’(왼쪽부터), 수마트라섬의 코뿔소 ‘카카’, 자바섬의 사슴 ‘아퉁’. 각각 ‘전략’ ‘힘’ ‘스피드’를 상징한다.

 

- 2개 도시서 열리는 첫 대회… 클라이밍·제트스키 등 4종목 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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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金65개로 종합2위 목표… 南北 단일팀 메달 따면 제3국 집계

印尼,1962년 이어 2번째 개최 
선수단 11300명 ‘역대 최다’ 

40개 종목에 465개 金 걸려 
2020
도쿄올림픽 32개 종목에 
세팍타크로·카바디 등 추가 

우슈, 무도 세부종목으로 격하 
쿠라시 등 각국 전통무예 포함 

손흥민, 참가자 중에 몸값 최고 
女배구 김연경·주팅 대결 눈길 
男수영 쑨양·하기노 진검승부
 

 18일 오후 9(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9 2일 폐회식까지 16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스포츠 3강으로 분류되는 한국은 전체 40개 종목 중 브리지를 제외한 39개 종목에 1044명의 대표단(선수 807, 경기임원 186, 본부임원 51)을 파견하며 금메달 65개 획득과 6회 연속 종합 2위를 목표로 설정했다.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제18회이며, 46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 여자농구, 카누 드래곤보트, 그리고 조정 3개 종목에서 단일팀이 구성됐다. 남북 선수들은 2002, 2006년에 이어 아시안게임 사상 3번째로 개회식에 공동입장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사상 처음으로 분산 개최되며 인도네시아에선 1962년에 이어 56년 만에 열린다.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축제인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1010답으로 정리한다 

 

1. 역대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 각국의 우호 증진과 세계 평화 기여를 위해 창설된 국제스포츠대회다. 구루 두트 손디(인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의원의 제안을 한국, 인도, 필리핀, 미얀마(당시 버마), 스리랑카(당시 실론 연맹), 대만 등 6개국이 동의해 아시안게임의 초안이 만들어졌다.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제1회 대회가 열렸다. 한국은 초대 대회엔 한국전쟁 때문에 불참했고 이후엔 빠짐없이 참가했다. 2회는 3년 뒤인 1954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으며, 3회인 1958 도쿄아시안게임부턴 개최주기 4년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건 1962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태국은 방콕에서 4차례(1966, 1970, 1978, 1998) 아시안게임을 개최해 이 부문 1위이며 한국은 1986 서울, 2002 부산,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개최해 2위다. 

 

2. 종목별 메달 수·참가 규모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엔 465개의 금메달(40개 종목)이 걸려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36개 종목, 439개 금메달보다 4개 종목, 26개 금메달이 늘어났다. 롤러스포츠와 클라이밍, 패러글라이딩, 제트스키가 신규로 편입됐다. 종목 및 금메달 수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42개 종목, 476금메달)에 이어 가장 많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는 45개국에서 선수단 11300여 명이 참가한다. 종전 최다였던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의 9700여 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공식 마스코트는 파푸아섬의 새 빈빈, 수마트라섬의 코뿔소 카카, 자바섬의 사슴 아퉁이며 각각 인도네시아의 서쪽, 동쪽, 중앙을 대표한다. 

 

3. 최초의 분산 개최 

지난 2012년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 2018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베트남의 하노이가 선정됐다. 하지만 베트남이 경제 사정을 이유로 2014년 개최권을 반납했다. 개최권은 베트남과 유치 경쟁을 펼쳤던 인도네시아에 돌아갔다. 준비 기간이 짧아진 만큼 OCA와 인도네시아는 1962 4회 아시안게임을 열었던 수도 자카르타를 개최지로 제시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내에서 자카르타가 이미 포화 상태의 도시인 만큼 팔렘방에서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두 개 안을 절충, 두 곳에서 아시안게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2개 지역에서 열리는 최초의 아시안게임이다. 자카르타와 팔렘방은 직선거리로 약 400㎞ 떨어졌으며, 비행기로 1시간 10분이 걸린다.

 

4. 이색 종목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선 2020 도쿄올림픽 32개 정식종목에 8개 비올림픽종목(무도, 볼링, 브리지, 제트스키, 세팍타크로, 스쿼시, 카바디, 패러글라이딩)이 추가된다. 무도엔 금메달이 49개 걸려 있어 수영(55)에 이어 가장 많다. 무도는 다시 펜착실랏( 16), 주짓수( 8), 쿠라시( 7), 삼보( 4), 그리고 우슈( 14)로 나뉜다. 중국 전통무예인 우슈는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었지만 이번엔 무도의 세부종목으로 격하됐다. 펜착실랏은 동남아시아의 전통무술이며 쿠라시는 중앙아시아, 삼보는 러시아, 주짓수는 일본이 기원이다. 유러피언 주짓수, 브라질리언 주짓수 중 OCA는 유러피언 주짓수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했다. 한국으로선 이색 종목 등장이 달갑지 않다. 한국은 펜착실랏과 쿠라시, 삼보에는 출전하지 않고 우슈에 12, 주짓수에 6명이 출전한다. 

 

5. 한국의 목표 

한국은 1998 방콕, 2002 부산, 2006 도하, 2010 광저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에 올랐다. 1위는 중국이 독주하고 있으며, 일본은 자국에서 열린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2위를 차지한 뒤 줄곧 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9, 70, 79개를 획득했지만 이번엔 목표 금메달을 65개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의 전력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 포인트를 맞춰 아시안게임엔 1.5진을 보냈지만 올해는 2020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1진을 고스란히 인도네시아에 파견한다. 한국은 전통적인 강세 종목 태권도에서 금 9, 양궁과 펜싱에서 7개씩, 유도에서 5, 사이클에서 4개를 겨냥하고 있다.

 

6. 아시안게임 첫 남북단일팀 

남북은 아시안게임에서는 처음으로, 국제종합대회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번째로 단일팀 ‘코리아’(영어 축약 국가명 COR)를 탄생시켰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선 여자농구, 카누 드래곤보트, 조정 3개 종목에 단일팀이 출전하고 18일 열리는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들은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한다. 국제종합대회에서 남북 공동입장은 이번이 역대 11번째이며, 아시안게임에서는 2002(부산) 2006(도하)에 이어 3번째다. 여자농구 단일팀 주장 임영희(우리은행)가 남측 기수이며, 북측 남자 기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단일팀은 상표가 없는 ‘노브랜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다. 단일팀 유니폼엔 브랜드 대신 ‘코리아’와 함께 번호와 이름이 새겨졌다


7. 단일팀 메달 

단일팀이 3위 안에 입상하면 한국, 북한 메달이 아닌 제3국의 메달로 집계된다. 시상식에선 한반도기가 걸리고 아리랑이 연주된다. 한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3국 ‘코리아’로 등록됐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제종합대회 사상 첫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했던 여자아이스하키팀은 5전패했지만 이번 단일팀의 메달 가능성은 꽤 크다. 여자농구는 지난 15일 인도네시아와의 조별예선 1차전에서 108-40의 압승을 거뒀고 북한의 로숙영은 최다인 22득점을 쓸어담았다. 남북이 6명씩 참가하는 카누 드래곤보트도 메달이 유력하다. 단일팀의 메달이 한국 메달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남측 선수의 병역과 포상금, 연금 등에서 불이익은 없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단일팀의 금메달은 ‘코리아’의 기록으로 남겠지만, 단일팀의 우리나라 남자 선수들은 병역 혜택을 누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8. 역대 단일팀은 

단일팀은 이번이 5번째다. 남북은 1964 도쿄올림픽에서 단일팀 구성을 추진했지만 의견 차이가 커 무산됐다. 사상 첫 단일팀은 1991 4월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구성됐다. 이때부터 단일팀은 ‘코리아’로 불렸으며, 한반도기가 단기로 사용됐다. 당시 남측의 현정화와 홍차옥, 북측의 리분희와 유순복이 여자 단체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1991 6월엔 20세 이하 월드컵에 단일팀으로 출전했고 8강까지 진출했다. 그 뒤 단일팀은 27년이 지나서야 꾸려졌다. 지난 2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참가했다. 사상 첫 올림픽 단일팀은 5번 모두 패했지만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5월엔 스웨덴 세계탁구선수권에서 여자대표팀 단일팀이 구성됐다 


9. 이번 대회를 빛낼 스타는 

남자축구 대표팀의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은 전체 참가자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다. 손흥민은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최근 발표한 세계 축구선수 이적 시장 가치 자료에서 이적료 9980만 유로( 1284억 원)로 평가받았다. 여자배구에선 김연경(30·엑자시바시)과 중국의 주팅(24·바키프방크)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둘은 러시아의 타티야나 코셸레바(30·세스크 리우)와 함께 세계 3대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김연경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주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남자사격 진종오(39·KT)도 주목을 끈다. 수영에서는 중국의 쑨양(27)과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24)가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쑨양은 인천아시안게임 3관왕, 광저우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으며 올림픽에서도 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기노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를 거머쥐었다. 남자육상 100m에 출전하는 중국의 쑤빙텐(29)은 올해 순수 동양인으론 역대 가장 빠른 991을 두 번이나 작성했고 이번에 기록 경신을 노린다. 

 

10. 차기 개최지는 中항저우 

2022 9 10일부터 9 25일까지 열리는 제19회 아시안게임은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다. 중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건 1990(베이징), 2010(광저우)에 이어 세 번째다. 상하이에서 약 180㎞ 떨어진 항저우의 인구는 946만 명(2017년 기준)이며 면적은 16596㎢로 서울의 약 27배다. 9월 항저우의 평균 최고 기온은 28.2, 일평균 기온은 24도다 
김동하·허종호·김성훈 기자 kdhaha@munhwa.com
 

 

■ 08 25 국민연금 개편안 어떻길래…

‘보험료율 9% 11~13.5% 인상 … 수령 65세 → 67세 연기’제안 
5년마다 당겨지는 기금소진 시점에 불신 팽배… “연금폐지” 청원

5년마다 재정계산…소진 전망 
3차때 2060년서 3년 앞당겨져 
연금폐지청원 24000명 넘어 

98년부터 보험료율 9%‘고정’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 
‘소득대체율 축소않고 45%유지 
내년 보험료율 2%P인상’案도 

美·日·獨 등 적립기금 없지만  
매년 필요액 근로세대에 부과  
기금소진돼도 지급중단 없을듯 

실직·사업중단땐 납부유예가능  
가입기간 不포함…지급액 손해  
여유 있을 때 다시 납부할수도  

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같이  
지급보장 책임 명문화 요구도  
노후보장 아닌‘용돈연금’전락  
기초연금 삭감제 개편 지적도  

국민연금개편안 내달말 확정  
국회서 국민연금법 개정해야  
인상된 보험료율 실제적용돼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에 돌입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국민연금 기금이 오는 2057년에 소진될 위기에 놓여서다. 9월 말까지 정부안을 마련한 뒤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국민연금 자문위원회는 보험료율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9%인 보험료율을 11~13.5%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수령 나이도 65세에서 67세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보험료 부담이 늘고 심지어 늦게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여론은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연금 폐지 일괄 일시금 수령’ 청원에는 24일 현재 2만4000명이 넘게 서명했다. 최근 1주일 사이 국민연금 관련 청원만 1000건 이상이 게재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까지 낸 돈을 돌려주고 개인연금으로 가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탈퇴하게 해달라”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연 이 같은 청원이 다 옳은 얘기일까. 현실화할 가능성은 있을까.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가장 불만이 많은 지점을 Q&A로 정리했다. 

 

1. 소진시점 왜 앞당겨졌나 

국민연금은 1998년부터 재정 건전성 평가, 발전적 방향 제시를 취지로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해오고 있다. 2088년까지 앞으로 70년을 설정해 4차 재정 추계를 해본 결과, 3차 재정계산 때(2013)와 비교해 수지 적자 및 기금소진 시점이 3년이나 빨리 나타날 것으로 파악됐다. , 적립기금이 2041년까지 최대 1778조 원 증가하고, 2042년부터는 수지 적자가 발생해 2057년이면 소진된다는 계산이다. 기금 소진 시점이 3차 때는 2060년이었으므로 3년 앞당겨졌다. 수지 적자 시점 역시 3차 때는 2044년이었는데 2년 빨라졌다. 이는 출산율 저하, 기대수명의 상승, 낮아진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전망이 국민연금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자문위원회의 설명이다. 논란도 따른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부가 매번 5년마다 재정 추계를 되풀이하며 기금고갈에 대한 공포심을 키워 국민연금법에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땜질식 처방을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447877(남자 2584896명·여자 1885981)인데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62.1%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사적연금을 통한 노후준비는 9.8%에 불과하다. 


2.
소진되면 연금 못받나 

기금이 소진되면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선진국의 공적연금은 적립기금이 없거나 약간의 완충기금만 보유한 부과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은 과거에는 많은 적립기금을 보유했으나 이후 적립기금이 감소하면서 지금은 적립기금이 거의 없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적립방식’에서 매년 필요한 연금만큼 근로 세대에게 거두는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연금이 원활하게 지급되지 못한 사례도 없었다. 기금 소진이 곧 국민연금 급여지급 중단 또는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민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법으로 보장돼 있다.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제도 운용상의 변화가 발생할 뿐 국가가 반드시 지급한다. 한 마디로 국민연금은 국가가 존속하는 한 받을 수 있다. 만약 기금이 고갈되면 정부가 예산으로 연금을 계속 지급해야 해 재정 부담은 대폭 커지게 된다. 


3.
지급명문화 할수 없나 

그런데도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 ‘책임’을 국민연금법에 구체적인 문구로 명시하자는 제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행법에는 ‘국가는 연금 급여가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기금 소진 시 국가가 법적 책임과 부담을 진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를 좀 더 명확히 하자는 주장이다. 자문위는 이에 대해 “법을 바꾼다 하더라도 국가 책임구조가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건 아니므로 현행법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냈다. 다만, 앞으로 보험료율 인상 등 국민연금 제도개편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불안이 누그러지지 않으면 법에 ‘추상적 보장책임 규정’이라도 도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을 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에 대해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강력한 요구가 있으면 지급보장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민 신뢰를 높이고 안심시켜드릴 수 있으면 고려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공무원연금을 비롯해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고 있다. 


4.
덜 받게 될 수도 있나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낸 돈보다 더 받도록 만들어졌다. 국민연금의 ‘수익비’를 보면 알 수 있다. 소득 수준별 수익비는 최소 1.4배에서 최대 4.5배까지다. 소득이 낮을수록 수익비가 높게 설계됐다. 버는 돈이 적을수록 낸 보험료보다는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되는 구조다. 납부 기간과 납입 금액에 따른 연금 수급액은 개인마다 편차가 있다. 지난 5월 현재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447877명으로 매달 100만 원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20만 명에 육박하고 10만 원 미만은 25971명이다. 그 중간에 10~20만 원 1046876, 20~30만 원 1238680, 30~40만 원 755692, 40~50만 원 446159, 50~60만 원 269194, 60~80만 원 311760, 80~100만 원 183472명이다. 지난해 7월 기준 20년 이상 된 가입자의 평균 수령액은 월 892000원이다. 앞으로 10년 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0%. 자신의 가입 기간 평균 소득의 40%를 받는다는 얘기다. 월급이 100만 원일 때부터 200만 원으로 오를 때까지 납부했다면, 이 기간 평균 소득 150만 원의 40% 60만 원을 매달 받는 셈이다. ,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한다. 대다수가 이를 채우지 못해 실제 소득대체율은 이보다 조금 낮다. 


5.
보험료율 오르나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에서 설정한 재정목표에 따르면, 앞으로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1998년부터 20년간 국민연금 보험료율(월 소득 대비 9%)은 변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안은 크게 두 가지가 제시됐다.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기로 한 계획을 바꿔 올해 소득대체율인 45%를 계속 유지하되, 2019년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2%포인트 올려 11%로 하자는 게 1안이다. 이후 재정안정을 위한 필요 보험료율이 18%를 넘어서게 되면 정부 재원 투입이나 수급연령 조정 등을 고려해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자고 했다. 또 다른 방안인 2안에는 소득대체율 변경 없이 재정 안정을 위한 2단계 조처가 담겨있다. 2019년부터 2029년까지 10년에 걸쳐 보험료율을 9%에서 13.5%까지 올리는 게 1단계다. 이후 2033년부터 2043년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만 65세에서 67세로 점진적으로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재정부담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정부도 내심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국민이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박능후 장관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동의한다면 보험료율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 동의 없이 보험료 인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6.
폐지론까지 나오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질 테니 국민연금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만약 이런 주장이 광범위하게 확산해 설득력을 얻고, 국민 합의를 거친다면 국민연금을 없앨 수도 있다. 국회에서 국민연금제도의 법적 근거인 국민연금법을 폐기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민연금 청산비용이 유지비용보다 훨씬 많이 소요되고, 없앤다 해도 국민이 더 큰 조세부담을 져야 한다는 문제가 뒤따른다. 국민연금을 없애면 현재 연금수급자들에게는 재산권에 해당하는 연금수급권에 맞춰 사망할 때까지 정부는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2017년 말 수급자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충당부채만 해도 1242조 원이지만, 적립기금은 절반인 621조 원 선에 그치고 있다. 폐지론은 사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방증하는 만큼,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은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확정급여형 연금제도를 확정기여형으로 바꾸고, 보험료율을 9%에서 6%로 낮추는 대신 나머지 3%는 사회복지세로 걷어 기초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7.
돈 낼 경제적 여유 없다면 

내지 않을 수는 있지만, 사실상 손해다. 실직·사업 중단 등으로 소득이 없을 때 국민연금공단에 ‘납부 예외 신청’을 통해 일정 기간 보험료 납부를 면제받을 수 있다. 다만, 납부 예외 기간은 최소 가입 기간(120개월)에 포함되지 않아 추후 연금액을 산정할 때 가입 기간에서 제외된다. 그만큼 나중에 받을 연금액은 줄어든다. 휴·폐업을 한 경우 연금 보험료 납부 예외 신청서와 휴·폐업 증명원을 공단에 제출하면 된다. 납부 예외 신청서는 공단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내지 못했던 보험료를 나중에라도 내면 연금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별도 납부 예외 신청이 없이 연금을 늦게 내면 연체료가 붙는다. 현재 연금보험료에 대한 연체료는 납부 기한(다음 달 10)을 경과한 이후 30일까지 1일을 경과할 때마다 연금 보험료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붙는다. 납부일이 30일을 초과하는 때부터는 연금보험료의 3000분의 1에 해당하는 연체금이 최고 9%까지 가산된다. 


8.
기초연금 삭감 정당한가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의 성격을 지닌 반면, 기초연금은 세금에 기반을 둔 사회수당으로 보편주의 원칙을 적용한다. 이처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성격이 서로 다르므로 국민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삭감하는 현행 제도가 올바른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현행제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의 1.5배를 초과하면 해당 노인의 기초연금이 줄어든다.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의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수령액을 고려해 산정한다. 8월 현재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209960원이다. 이 금액의 1.5배인 314940원을 초과해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인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크면 클수록 기초연금이 줄어들며 최대 10만 원까지 깎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제대로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하려면 얼마 되지 않는 ‘용돈 수준’인 연금마저 깎아버리는 기초연금 삭감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
연금개혁안 확정은 언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연계한 국민연금 제도개선과 관련한 논의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실제 우리 국민이 바뀐 보험료를 내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복지부는 자문위에서 내놓은 방안을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복지부 안을 만든다. 정부 안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오는 9월 말까지 마련된다. 이렇게 결론이 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10월 국회에 제출된다. 하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확정을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 논의는 이때부터가 시작인데 논의 과정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제도 개선안 제시부터 법 개정까지 4년이 넘게 걸렸다. 전두환 정부가 만들고 노태우 정부가 도입한 국민연금은 1988년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라는 ‘저부담 고급여’ 체제로 출범했다. 이후 보험료율이 1993 6%, 1998 9%로 상향 조정됐고, 1차 연금개혁 때인 1997년에는 보험료율을 12.65%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10. 해외 선진국선 어떻게 

한국보다 앞서 연금을 도입했던 선진국 대부분이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연기금 재정위기를 겪었고 이후 제도 개혁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1913년 세계 최초로 보편적 공적연금을 도입한 스웨덴의 제도 개혁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스웨덴은 1960년 한국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사회보험 방식인 소득비례연금보험을 도입했다. 스웨덴 정부는 이후 공적연금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자 1985년부터 1998년까지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치열한 논쟁과 합의 과정을 거쳐 중산층 이상보다 빈곤층에게 더 많이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편했다. 프랑스는 일반 국민연금과 견줘 상대적으로 후한 혜택을 줬던 공무원연금 제도를 개혁, 퇴직 후 연금을 전액 받기 위해 공무원이 보험료를 내는 기간을 2003 37.5년에서 2008 40년으로 2.5년 늘렸다. 영국은 2016년 새 연금 제도인 ‘신국가연금’을 도입해 공적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고 첫 연금 수령 나이를 67세로 올림으로써 재정 안정화에 힘썼다 
이해완·이민종·정진영·김기윤 기자 parasa@munhwa.com

 

■ 09 07 아시안게임이 촉발시킨 병역특례 논란

현역 면제 뒤 4주 군사훈련·544시간 재능봉사 … 점검은 부실 
형평성 논란 45년 … 문화체육·과학·산업계 반발로 개정 못해

“병역면제 위한 선수발탁” 지적  
월드컵·WBC 포함됐다 제외  
원칙없는 고무줄 잣대 도마에  

예술분야선 K-팝은 해당안돼  
빌보드 200 두차례 1 BTS  
국위선양했지만 혜택 못 받아 

예술·체육계 대체복무 한국뿐  
대한체육회,성적 마일리지 검토  
국회, 34개월 사회봉사 案 발의  

저출산 등 병력자원 점점 감소  
특례 인원 단계적 축소 불가피  
모두 수긍할 합리적 개편 필요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공식 폐막했음에도 우리 사회에 병역특례 폐지·재검토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숙적 일본과의 결승전 승리 등 우승의 견인차로 갈채를 받은 축구대표팀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과 달리 지난겨울 경찰청야구단과 상무 입단을 포기한 야구대표팀 오지환(28·LG), 박해민(28·삼성라이온즈) 선수 등은 ‘로또 금메달’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체육 분야 병역특례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 이 제도가 국민개병제의 신뢰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병역 면탈을 위한 편법적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국위선양의 일등공신인 K-팝 전사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차트 1위 대기록이 나오면서 대중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 차별 논란까지 더해졌다. 국방부는 지난달 병력자원 감소에 따라 전환·대체복무 인원을 전면 폐지하거나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앞으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제가 법 개정을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주목된다.


1.
손흥민은 병역 면제됐나 

외신은 손흥민 선수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병역이 면제됐다”고 보도했지만, 엄격히 말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손흥민은 현역 입대는 피했지만, 군사교육 소집 4주를 포함해 병무청장이 정하는 분야에서 34개월간 자신의 특기 분야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해야 한다. 34개월 의무복무 기간 중 544시간 동안 재능기부를 통한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국외 활동 선수는 국외에서의 봉사는 전체의 절반인 272시간만 인정되며, 여기에는 반드시 재외국민 대상 봉사활동이 포함돼야 한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채워야 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중 병역 혜택 대상은 42. 현역 복무 중인 펜싱 대표팀 김준호(24·국군체육부대) 선수와, 축구대표팀 황인범(22·의무경찰) 선수 등 2명은 조기 전역 신청이 가능하며 봉사 의무시간인 544시간에 미달하면 채울 때까지 복무가 연장된다. 하지만 특기 분야에서 34개월 복무하는 동안 국가의 복무 점검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성실히 병역을 이행하는 현역병과 비교해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논란은 여전하다


2.
첫 수혜자는 양정모 

운동선수에 대한 병역특례제는 1973년 병역특례법 제정으로 시작된 이후 45년간 수시로 기준이 변경돼 ‘고무줄 논란’이 계속됐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딴 레슬링 양정모 선수가 첫 수혜자가 됐다. 1973년 첫 시행 당시 올림픽대회,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 이내에 입상하거나 한국체대 졸업 성적이 상위 10% 이내면 혜택을 받았다. 선수 기량 향상과 입상자 급증으로 1990 4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특례 대상이 축소됐다. 2002년 축구 월드컵 16위 이상 입상자가 추가되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4위 이상 입상자도 포함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로 박지성 선수 등 10명이 특례를 받았고, 2006 WBC 4강 진출로 김태균 선수 등 11명이 혜택을 봤다. 두 대회서 특례가 늘자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2007년 축구 월드컵과 WBC 대회 입상자가 특례 대상에서 제외됐다. 체육 분야는 2008 1월부터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대상이다. 


3. K-
팝 빠진 예술인 특례 

예술 분야 병역특례제는 1973년 첫 시행 때 ‘국제 규모 음악 경연대회 2회 이상 우승 또는 준우승’ ‘관계 중앙 행정기관이 인정한 사람’이 대상이었다. 1984 9월 국제 예술 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 예술 경연대회 1위 입상자, 5년 이상 중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은 자로 확대됐다. 2008 1월부터 특례 인정 대회가 대폭 정비됐다. 음악은 123개 대회(유네스코 국제 음악대회 가입), 무용은 17개 대회(유네스코 국제 무용대회 가입 11, 5회 이상 개최 및 9개국 이상 참가 대회 6)가 인정됐다. 국제대회가 없는 국내 분야 8개 대회(국악, 한국무용, 미술 등)도 특례 범위에 포함됐다. 2011 1월부터 국제 음악 경연대회가 123개에서 30개로 축소됐고, 2012 7월에는 27개로 줄어들었다. 현재는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 예술 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중 입상 성적순으로 2명 이내,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내 예술 경연대회(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만 해당)에서 1위 입상자 중 입상 성적이 가장 높은 자, 중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가 특례 대상이다. 예술 분야는 소속 복무기관이 없어도 되고 ‘개별 창작’ 활동도 인정된다. 


4.
방탄소년단 병역특혜 논란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K-팝의 우수성을 알린 방탄소년단은 예술·체육 요원 병역특례제의 목적인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세계 1위’ 청년들의 병역 의무를 면제하는 ‘세계 1등 청년 병역특례법’ 발의를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두 번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 멤버들이나 게임·영화·비보잉 등의 분야에서 한류를 일으킨 주역들이 대거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운동선수만을 위한 병역특례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탄소년단이 대중문화 예술인을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하게 만드는 주역이 될지 주목된다 


5.
봇물 터진 국회 개정안 

올해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진성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국회 당시 병역을 면제하지 않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34개월 중 2개월을 소외지역에서 지도자로 봉사하는 정도의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 들어 국방위 소속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봉사 기간을 2개월로 제한하지 않고 전체 병역 기간을 이행토록 규정한 법안을 내놨다. 복무 시점을 50세까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김 의원은 “선수들의 경력 단절 문제와 일반 청년들의 박탈감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인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병역특례제는 1973년 도입된 개발도상국 시대의 제도”라며 “2022년까지 병력자원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전환복무, 의무경찰, 의무소방관 제도도 폐지하는 흐름에 맞춰 병역특례제 역시 폐지 등 제도 손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 성적마일리지제 도입 논란 

이번 아시안게임 해단식 기자회견에서 이기흥(63) 대한체육회장이 ‘개인적 의견’이란 단서를 달고 성적 마일리지제(누적제)를 통한 병역특례제를 언급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병역특례 논란은 아시안게임 야구·축구대표팀에서 집중적으로 불거졌다. 대회 전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부터 실력보다 군 면제 혜택을 주기 위해 일부 선수를 선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병역특례 논란이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유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 ‘군 면제 특급열차 티켓’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각 종목 국제연맹이 주관하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이상으로 권위 있는 국제대회지만 병역특례 대상이 아니다. 성적 마일리지제가 현실화되면 축구의 경우 월드컵은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인 아시안컵 등 더 많은 대회에서 점수를 쌓을 기회가 생긴다. 아시안게임 때마다 되풀이되는 ‘로또 금메달’ 논란을 잠재울지 주목된다.


7. 수혜대상 반발로 개정 무산 

정부가 공정성·형평성 논란이 그치지 않은 대체복무제 등 병역특례제에 과감한 수술을 하지 못한 이유는 대체복무제 수혜 그룹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과학계와 산업계, 문화체육계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국방부는 2016년 연구기관에 3년간 종사하는 전문 연구요원 제도를 2020년까지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인재 해외 유출’을 피할 수 없다는 과학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2002년에는 산업체의 제조·생산 분야에 종사하는 산업기능요원제도의 단계적 폐지안이 결정됐지만 산업계 반발로 2004년 무효화됐다. 2007년에도 같은 방안이 나왔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런 역사를 감안한 듯 국방부는 “내부 검토와 관계 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며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8. 대체·전환 복무폐지·감축 

국방부는 병 복무 기간 단축 및 병력 감축 등 병력자원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의무경찰 등 전환복무자, 산업기능요원을 비롯한 대체복무자 등 병역특례 인원을 단계적으로 폐지·감축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의무경찰, 해양경찰, 의무소방 등 약 29000명에 달하는 전환복무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감축·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병력자원 감소 및 병 복무 기간 단축(육군 병 기준 21개월→18개월) 시에도 차질 없는 병력 충원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국방부는 출생률 저하로 2020년대 초반부터 연간 2만∼3만 명의 병력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역 복무를 대신할 수 있는 전환복무자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의무경찰(25370), 해양경찰(2358), 의무소방(1008) 등 총 28736명이다. 대체복무자는 산업기능요원(13974), 전문연구요원(6519), 승선근무예비역(3348), 예술·체육요원(151), 공중보건의사(3617), 징병전담의사(143), 공익법무관(583), 공중방역수의사(470) 등 총 28805명이다. 국방부는 지난 2016년에도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 선발 규모를 2018년부터 해마다 줄여 2023년에는 한 명도 뽑지 않을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9. 병력자원 감소로 변화필요 

대체복무제, 저출산 등으로 병력자원이 감소하면서 국방 자원 부족과 국방비 증가 등 안보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병무청은 ‘병 복무기간 단축’을 포함한 국방개혁 추진 상황에 맞춰 자원이 부족할 경우 현역 판정비율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병무청은 현역 판정률을 지나치게 높이면 신체적·심리적 취약자가 입영해 군 전투력 유지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병역의무자의 군 복무 부담 능력과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의무경찰, 해양경찰, 의무소방 등 전환복무자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 등 대체복무에 대한 인력 지원은 국방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은 매년 1만 명 이상 지원하던 의경은 이미 연도별 계획에 따라 감축하고 있으며, 향후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대체복무에 대한 인력 지원 규모도 조정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10. 양심적병역거부 대체복무 

헌법재판소가 병역법 제88조 ‘입영 기피자 고발’은 합헌, 5조 ‘병역의 종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국방부는 종교 또는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이 군 복무 대신 교도소나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병역특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병무청·법무부 등으로 꾸려진 ‘대체복무제 실무추진단’은 이달 안으로 대체복무제 시행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체복무제는 병역 거부자가 군 복무 대신 공공분야와 사회복지 시설에서 근무하는 제도다. 2013년부터 지난 5월까지 모두 2756명의 병역 거부자가 사법처리 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대체복무자는 현역 병사처럼 합숙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합숙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대체복무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와 소방서가 대체복무 인력 소요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공병원이나 노인 전문 요양시설은 합숙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고, 대체복무 인력 소요도 그다지 많지 않아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 10 05일 부정사용 논란 靑·정부의 업무추진비

▲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8차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심재철(오른쪽) 의원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올 업추비 52개기관 1880억… 유흥업 등 5개업종선 사용못해
심야시간·공휴일 지출 원칙적 금지… 증빙자료 제출 때만 허용

1994
년 各기관 판공비 폐지뒤  
업추비·특활비 등으로 갈라져  

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했을땐  
상대방 소속·성명 반드시 기재  

사용 내역 공개가 원칙이지만  
통일 기준 없고 간략한 정보만  
안보 이유로 세부사항 未공개 

MB
청와대 하루 1641만원  
박근혜정부는 1466만원 써  
現정부 하루평균 1817만원  

기재부 52개 기관 감사청구  
감사원, 내달초에 본격 착수  

기업도 법인카드 엄격 제한  
私的용도 사용땐 강경 조치 

 청와대와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적법성 논란으로 시끄럽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초 재정정보시스템을 통해 비인가 자료를 대량으로 내려받아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부처의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청와대 업무추진비 폭로와 관련 자료 입수의 불법성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규명돼야 할 중대 사안이다. 공무를 처리하는 데 쓴 비용이 기준에 어긋났다면 시비를 가려야 한다. 업무추진비 사용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규정을 어기고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모든 것을 적법하게 사용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정자료가 유출된 37개 부처를 포함한 52개 기관의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에 대해 지난달 28일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국민의 관심과 논란이 집중된 업무추진비와 관련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1. 업무추진비와 클린카드 

업무추진비는 요약하면 ‘공무(公務)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2018)’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경우 집행목적, 일시, 장소, 집행 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사용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하며, 건당 50만 원 이상의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는 무엇보다 용도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집행 내역 대부분이 식사나 선물 구매비 등으로 방만하게 운영될 소지가 많아 시민단체의 비판을 사고 있다.  

또 기재부 예산지침에는 각 기관은 업무추진비의 적정한 사용을 위해 ‘클린카드’를 발급받아 활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드 사용이 금지된 업종이 총 5(유흥업종, 위생업종, 레저업종, 사행업종, 기타업종)이다. 유흥업종은 접객요원을 두고 술을 판매하는 일반유흥주점, 무도시설을 갖추고 술을 판매하는 무도유흥주점’으로 규정된다. 위생업종은 ‘이·미용실, 피부미용실, 사우나, 안마시술소, 발 마사지, 스포츠마사지, 네일아트, 지압원 등이다. 레저업종은 ‘골프장,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장, 노래방, 사교춤, 전화방, 비디오방, 당구장, 헬스클럽, PC, 스키장’이고, 사행업종은 ‘카지노, 복권방, 오락실’, 기타업종으로 성인용품점, 총포류 판매점이 있다.


2.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는 1994년 폐지된 ‘판공비’에서 갈라져 나온 예산으로 다른 비목에 비해 용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로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중앙관서의 장은 특수활동비를 애초 편성한 목적에 맞게 집행해 부적절한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정업무경비 역시 예산, 감사 등 특정 업무에 실비로 지원한다. 둘 다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는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영수증 처리를 안 해도 된다. 다만 업무추진비는 50만 원 미만 지출의 경우 업무 상대방의 인적사항 기재를 면제한다. 업무추진비는 세부적으로는 ‘사업추진비’와 ‘관서업무추진비’로 나뉜다. 사업추진비는 ‘외빈초청 경비, 해외출장 지원 경비, 공식 회의 및 행사 경비, 사업 추진에 특별히 소요되는 연회비 등 제 경비’를 말한다. 관서업무추진비는 ‘대민·대 관계 기관 업무협의, 당정협의, 언론인·직원 간담회, 체육대회, 종무식 등 관서업무 수행에 드는 경비’다.


3. 업무추진비 예산규모는 

정부의 내년 업무추진비 예산은 1939억 원으로 올해 1880억 원보다 3%(59억 원) 늘어났다. 지난해 업무추진비의 무분별한 남용에 대한 비판을 수용해 10%가량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20152017년까지 3년 동안 정부의 업무추진비는 2000억 원대를 넘었다.

각 기관 및 부처의 업무추진비는 대통령 비서실이 올해와 내년이 같은 72억 원이다. 대통령 경호처도 내년 예산이 16억 원으로 올해와 같다. 외교부는 올해는 185억 원에서 190억 원으로 늘어났다. 법무부는 80억 원에서 78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특수활동비는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내년 예산은 2876억 원으로 올해(3168억 원)보다 9.2%(292억 원) 줄었다. 내년부터는 대법원,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방위사업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5개 기관의 특수활동비는 폐지된다. 이에 따라 특활비가 예산에 반영된 기관의 수는 2018 19개에서 2019 14개로 줄었다.


4. 사용내역 정보공개 범위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의 정보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치거나 공무 수행이 현저히 어려워지는 경우, 사생활 침해 등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업무추진비 역시 공공기관 경영정보 사이트인 ‘공공기관 알리오’에서 각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유관 기관 업무협의, 3, 150만 원’ 같은 간략 정보만 공개한다. 언제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현재는 국회의원들이 ‘건별 지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 각 부처에 직접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러면 어디까지 정보를 공개하느냐는 각 부처가 정보공개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을 뿐 통일된 기준이 없어 논란의 여지는 있다. 현재 청와대는 과거 정부부터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안보 관련 중요 업무를 하는 청와대 고위직의 동선이 노출되면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5. 前·現 정부 비교해보니

기재부 연도별 감사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12년 사용된 청와대 업무추진비는 2996630만 원이었다. 하루 평균 1641만 원 정도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2016 4년간은 총 2141100만 원으로 1466만 원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업무추진비 현황은 아직 기재부 공식 자료를 통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사용 내역을 올리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 청와대는 2017 5 10일부터 올해 6월까지 417일 동안 757693만 원을 사용했다. 하루 평균 1817만 원이다. 최근 SNS상에 ‘하루 청와대 업무추진비 이명박 768만 원, 박근혜 814만 원, 문재인 55만 원’이라는 글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6. 심야시간 사용 적법한가 

기재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법정 공휴일 및 토·일요일’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비정상시간대(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에는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출장명령서, 휴일근무명령서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해 업무추진비 사용의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사용이 허용된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대통령 비서실은 국정운영 업무의 특성상 365 24시간 다수의 직원이 업무 추진을 하고 있다”며 “기재부의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증빙 자료를 제출받고 있고, 일일 점검 체계를 운영해 부적절한 사용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국가 주요 행사의 야간 종료, 주말 당정협의 등으로 인해 심야, 주말 지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7. 업무연관성 없으면 위법? 

청와대는 업무추진비 백화점 사용 건에 대해 “각종 대내외 외빈 행사에 필요한 식자재 구입과 백화점 내 식당 등을 이용한 것으로 부적절한 집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업무추진비는 ‘클린카드’로 불리는 정부구매카드로 쓴다. 클린카드는 의무적 제한업종인 유흥업소, 골프장, 카지노 등에서 사용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곳들은 모두 ‘기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들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야권 등에서는 실제로는 카드사 등록 업종만 일반음식점으로 돼 있을 뿐 사실상 주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된다면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8. 골프장 등 사용 적법한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지난 2일 최근 업무추진비를 골프장, 면세점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업무 목적으로 정당하게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내부 간담회가 길어지거나 국회에서 상임위가 열리는 날 야근을 하는 경우 심야에 사용한 것”이라며 “면세점 사용 내역은 출장 갈 때 상대국 면담 인사나 방문기관에 선물하는 경우고, 선물은 업무추진비로 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골프장·스키장에서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서도 실제 골프장이나 스키장 내에서 세미나·워크숍 개최, 일반음식점 등을 이용한 사례로 집행지침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상록골프와 호텔을 관리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운영 중인 정부과천청사 내 후생동(구내매점)에서 물품을 구매할 경우 카드사에서는 골프장 운영업으로 코드 관리가 돼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골프장 내 식당에서 업무 회의를 개최하고 다과비용을 지출하거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 스키장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다과비용을 지출할 때도 이에 해당한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9. 감사원 감사청구 어떻게 

기재부는 지난달 28일 대통령비서실을 비롯한 52개 중앙행정기관 업무추진비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관련 검토 작업을 거쳐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검토 작업에 1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감사는 11월 초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관심이 높고 정부가 스스로 감사를 요청한 만큼, 감사를 요청한 모든 기관의 업무추진비에 대한 점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KBS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에 대해 감사를 벌인 적이 있다. 감사원은 1175만 원의 부정사용, 7419만 원의 부정 사용 의심 금액이 있다고 감사 결과를 내놨고, 이는 KBS 이사진 교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10. 기업 업무추진비 관리 

세법상 업무추진비에 대해 특별히 규정하는 사항은 없다. 과거에는 업무추진비의 일종인 ‘기밀비’ 항목이 있어 대표이사 등이 재량으로 최대 300만 원 정도까지는 별다른 지출 증빙 없이 활용해도 회사의 비용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2000년부터는 해당 규정을 아예 폐지하면서 지출의 투명성을 높였다. 기밀비는 대표이사 등이 음성적으로 자금을 만들거나 개인이 업무와 관련 없는 용도로 마음대로 쓸 수 있었던 탓에 부정부패로 연결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기업에서는 판매비와 관리비, 접대비 등 업무추진비를 활용하는 모든 경우에 집행 목적, 일시, 장소, 집행 대상 등을 밝히도록 요구한다. , 건당 50만 원 이상 등 회당 액수가 큰 경우에는 집행 상대의 소속과 성명 등 더욱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도록 의무화하기도 한다. 회계 처리를 위해서는 5만 원 이하 금액은 영수증,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계산서를 요구하는데, 이 같은 증빙 없이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이를 사용한 근로자의 급여에 추가돼 근로소득세 계산 시 합산된다. 
박민철·최재규 기자 mindom@munhwa.com   

 

■ 10 12일 지구온도 2도 상승땐 산호 99%소멸·매년 올보다 더한 폭염

▲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지 않으면 인류는 엄청난 환경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특별보고서가 지난 8일 공개됐다. 사진은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땅이 갈라진 독일 남부 마리아포싱의 모습()과 폭염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서울 도심을 걷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1.5도로 막으려면 2030년까지 원자력 비중 106%P 늘려야

IPCC ‘지구온난화 1.5도 보고서’ 

인천송도서 ‘정부 협의체’총회  
“기후변화 못막으면 최악 결말”  
195개국 특별보고서 만장일치  

기후변화 인한 사망자 年16 
유럽 폭염때 35000명 숨져  
쓰쓰가무시 등 전염병도 증가 

2030년 신재생 470%P 늘리고  
석탄·석유·가스 78%P 줄여야  
에너지공급·온실가스감축 가능  

韓정책은 IPCC 제안에 어긋나  
2년새 탄소에너지 비중 6%P 
원자력 비중 7.6%P 줄어들어 

지난 1∼6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8차 총회에 세계 각국의 눈과 귀가 쏠렸다. 세계 기후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할 과학적 근거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8일에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 발표했다.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특별보고서는 “2100년까지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려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하면서 전례 없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환경 변화에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져 다가올 최악의 결말을 준비하지 못하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특별보고서의 주요 내용과 지구 기후변화 요인, 국내에 미치는 영향, 온실가스 감축 실태와 목표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1. 48 IPCC 보고서는 

IPCC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때 제시)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가올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 반드시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1도 상승했다. 지금처럼 온난화가 지속하면 20302052년에는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한다. 또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100년에는 4도 이상 오른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목표치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순 제로(net-zero) 상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순 제로’란 대기 중 인위적인 CO2를 산림녹화와 흡수·제거 등의 방법으로 거둬들여 잔여 CO2 배출량이 ‘0’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특별보고서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될 당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작성을 요청한 보고서로, 오는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릴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주요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2. 지구온도 0.5도差의 의미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2도 가까이 상승하면 바닷속 산호 대부분이 사라지고 상당수 생물이 멸종할 것으로 IPCC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도 온난화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 산호의 99%가 소멸한다. 105000종의 생물 중 상당수가 멸종될 가능성이 커진다.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절반 멸종률은 2도 상승의 경우 곤충은 18%, 식물 16%, 척추동물은 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5도 상승의 경우는 이것의 절반이나 3분의 1 수준인 곤충 6%, 식물 8%, 척추동물 4%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해 해빙은 0.5도 차이가 운명을 좌우한다. 2도 온난화에서는 10년에 한 번꼴로 여름철 해빙이 완전히 녹아 없어지지만 1.5도 온난화에서는 100년에 한 번꼴로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2도 온난화는 또한, 바닷속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해양 산성화로 어업 및 양식업의 생산량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특히 2100년을 기준으로 해수면 상승 폭은 2도보다 1.5도에서 10㎝ 더 낮아져 1000만 명이 해수면 상승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3. 행동 방침과 예상 비용

1.5도 온난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력생산의 7085%를 재생에너지가 공급해야 하고, 산업계는 탄소 배출량을 2010년보다 7590%나 줄여야 한다. 자동차 같은 수송부문도 에너지 사용의 3565%를 저탄소 연료로 끌어올려야 달성할 수 있다.

초지와 농경지(50만∼1300만㎢) 가운데 100만∼700만㎢(한반도의 532)는 에너지 생산에 자리를 내주고 최대 1000만㎢(한반도의 45)에는 산림을 조성해야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보고서는 1.5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투자액이 2035년까지 연평균 24000억 달러( 2713조 원), 전 세계 총생산의 2.5%는 돼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2050년까지 저탄소 기술과 에너지 효율 분야 투자는 5배 늘겠지만 화석 연료 관련 투자는 6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탄소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늦출수록 전환비용은 늘어나며 인류의 선택 폭도 줄어든다. 특별보고서는 “각 정부의 공공·민간 투자의 전반적인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4.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지난 8 1일 강원 홍천의 수은주가 41.0도까지 치솟으며 우리나라 역대 일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서울도 39.6도를 찍으며 지역 최고 기록을 24년 만에 갈아 치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홍천에서 측정된 41.0도는 종전 기록인 1942 8 1일 대구의 40.0도를 76년 만에 경신했다. 서울 기온도 39.6도까지 올라가며 종전 기록(1994 7 24 38.4)을 뛰어넘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서울의 하루 평균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치솟은 날은 20082017년까지 10년간 연평균 2.7일로, 19982007년의 연평균 0.5일에 비해 5배 이상으로 늘었다. 폭염이 한반도의 여름 모습이라면 혹한은 겨울의 또 다른 모습이다. 올해 1월에는 서울의 아침 기온이 평년보다 무려 11도 낮은 영하 17.8도를 기록했다. 북극 주위를 빠르게 돌며 한파를 가둬두던 제트기류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약화해 북극 한파가 한반도까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지구는 뜨거워지지만, 겨울이면 오히려 최강 한파가 닥치는 온난화의 역설이 계속되고 있다.


5. 기후변화의 요인 

기후변화는 크게 자연적·인위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자연적인 요인으로 화산분화에 의한 성층권의 에어로졸(공기 중에 미세한 입자가 혼합된 것) 증가, 태양 활동의 변화, 태양과 지구의 천문학적인 상대 위치 변화 등이 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인위적 요인이다. 인간 활동이 대규모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초기인 18세기 중엽부터다. 1970년부터 2004년 사이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은 70% 증가했다. 2015 IPCC 5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급격하게 상승했다.

 

1970년부터 2011년까지 40여 년간 배출한 누적 온실가스는 1970년 이전 220년 동안의 누적배출량과 비슷한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공장, 가정에서의 화석연료 연소와 생물체의 연소 등은 대기 구성 성분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을 생산해 온실가스를 증가시키고 있다. 염화불화탄소(프레온가스) 및 기타 불소화합물의 방출은 성층권의 오존층을 감소시키고, 도시화와 무리한 토지 개발, 산림 채취 등으로 인한 토지 이용의 변화는 지구 표면의 물리적·생물학적 특성에 영향을 끼친다.


6. 건강에 미치는 영향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와 건강’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연간 16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더위, 자연재해,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를 추산한 것이다. WHO는 기근을 직접적인 사망자 증가 요인으로 봤다. 기후변화에 극히 민감한 농업 부문에서 잦은 가뭄과 홍수로 인해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영양실조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물 부족이나 홍수는 물을 오염시키고 설사성 질병을 증가시킨다. 폭염이 계속되면 심장질환, 고혈압, 호흡기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한다. 특히 노약자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03년 프랑스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5000명에 달했고 유럽 전체로는 35000명이 생명을 잃었다. 기온 상승은 말라리아, 쓰쓰가무시 등의 전염병 환자도 증가시킨다. 가난한 나라들은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적으면서도 기후변화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7. 1.5도 상승 달성 방안

보고서는 지구 평균온도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상황을 가정한 4가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태양광,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110470%포인트 늘려야 하고, 석탄·석유·가스 등은 378%포인트가량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에너지는 어떤 경우든 59106%포인트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2050년에는 원자력의 비중이 2010년 대비 98501%포인트로 증가해야 에너지 공급과 온실가스 최소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원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kwh 10g에 불과하다. 석탄(991g)과 비교할 때는 100분의 1, LNG(549g) 55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IPCC 제안과 어긋난다. 지난 8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전력량에서 석탄·석유·가스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 65.32%에서 2018 71.7% 2년 새 6.38%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원자력 비중은 2016 29.7%에서 2018 22.1% 7.6%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IPCC는 원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어느 특정 기술이 적정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각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8. 韓‘온실가스감축’목표는

정부가 지난 7 2030년 국내 온실가스 감축 비율을 32.5%로 늘리고 국외 감축분을 줄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확정했다.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 감축 목표는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53600t으로 유지하되 국내 감축량을 기존 25.7%에서 32.5%로 늘리고, 국외 감축량은 산림 흡수원(2.6%)을 포함해 11.3%에서 4.5%로 줄였다. 발전 부문에서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 등을 반영해 2400t가량의 감축을 확정하고, 3400t 2020년 전까지 구체화하기로 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산업공정 개선과 에너지절감 등으로 9900t을 감축시킬 계획이고, 건물과 수송 부문에서 각각 6500t 3100t을 줄이기로 했다. 2차 배출권 할당계획도 확정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177713t으로 정했다. 이는 20142016년 배출량(174071t)보다 약 2.1% 많은 수치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전년 대비 0.2% 증가한 69410t에 달했다. 분야별로 보면 에너지 87.1%, 산업공정 7.4%, 농업 3.1%, 폐기물 2.4%로 에너지 비중이 대부분이다. 


9. 전문가 입장은

2015년 한국인 최초로 IPCC 수장에 선출된 이회성 의장은 “현재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정도 올라간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2도를 넘어서면 전 지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기상관측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였다는데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가 올해 한 번 오고 100년 뒤가 아니라 내년에도 오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자 세계적인 기후변화 전문가인 제니퍼 리 모건은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선진국들이 개도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이전과 자금 지원을 하도록 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한국이 개도국에 석탄 금융을 수출하는 게 잘못된 배경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10. 기술발전과 기후

CO2 배출을 2050년까지 ‘순 제로’로 유지하려면 배출된 CO2를 다시 흡수하는 인위적인 방법이 동원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CO2 흡수기술을 활용해 2050년에는 CO2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100년까지 1000억∼1t CO2를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CO2 흡수(CDR) 기술은 소규모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CDR를 대규모로 활용할 경우 토지, , 영양소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생태계 기능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CDR 기술의 효과는 완전히 증명된 것은 아니며 일부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상당한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며 “2030년까지 CO2 배출을 최대한 줄이면 미래에 CDR를 대규모로 활용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현재로서는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게 최선의 선택이자 대안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 11 02일 美 중간선거, 공화당 패하면… 트럼프 정책 제동 · 탄핵 재부상


 
1846년이후 43차례중 집권당 의석 늘어난 경우는 단 3차례

美 중간선거, 공화당 패하면 트럼프 정책 제동 · 탄핵 재부상

1846년이후 43차례중 집권당 의석 늘어난 경우는 단 3차례

 

하원 전체 · 상원 3분의1 선출  
공화당에 다소 유리하던 판세  
소포폭탄 등 여파로 다시 요동  

민주당이 하원 장악 전망 우세  
상원은 경합지역 6곳이 가를듯 

민주당 하원 女후보 49% 달해  
트랜스젠더·무슬림 등도 출마  
총 선거비용 50억달러 넘을 듯  

한국계 영 김·앤디 김 후보는  
상대 후보와 오차범위 접전중 


미국 ‘중간선거(off-year election)’가 현지시간 기준 오는 6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중간선거는 최근 연달아 터진 각종 대형사건이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막판 판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불거진 성추문 의혹의 반작용과 중앙아메리카 이민자 행렬(캐러밴)로 거세진 반이민 정서 등에 힘입어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자 결집을 이끌어 내며 전통적으로 여당이 불리한 판세에 변화를 주는 듯했다. 하지만 반트럼프 인사들을 겨냥한 폭발물 소포 배달,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사건 등 잇단 증오범죄에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발언과 행보가 부각되면서 다시 민주당 쪽으로 무게추를 가져오는 모습이다. 미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현재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에 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레임덕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관련 탄핵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 미국 중간선거는

 임기 4년인 미국 대통령의 집권 2년 차에 시행되는 상·하 양원 및 주지사, 주의회, 시장 등 공직자를 선출하기 위해 열리는 선거다. 임기 중간에 열리는 만큼 현직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띤다. 11월 첫 번째 월요일이 속한 주 화요일에 실시되는데 올해는 11 6일이 선거일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100석 중 35, 주지사 50명 중 36명이 선출된다. 50개 주마다 2명씩 배정된 상원의원은 임기 6년으로 2년마다 3분의 1(3334)씩 새로 선출된다. 올해는 33개 의석과 공석 2개가 합쳐져 35명을 뽑는다. 각 주의 인구비례에 따라 배정된 하원의원은 2년마다 새로 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미 상원은 공화당 51석에 민주당 49, 하원은 공화당 240석에 민주당 195석이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던 경제, 외교 등 각종 정책에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국제사회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 투표권·피선거권 규정 

미국은 수정헌법 26조에 따라 선거일 기준으로 18세 이상인 시민권자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다. 다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시민권자라도 유권자 등록을 해야 투표를 할 수 있다. 주마다 유권자 등록절차가 다소 다르지만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귀화한 시민권자의 경우 등록이 가능하다. 해외에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미국인은 부재자 등록을 하면 우편을 통해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다. 미국 선거관리위원회(EAC)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부재자투표를 한 미국인은 모두 2480만 명이었다. 미국 헌법은 상원·하원의원이 될 수 있는 자격조건도 규정하고 있다. 주마다 2명씩 뽑는 상원의원의 경우 30세 이상으로 9년 이상 미국 시민이어야 하며 선출된 주의 주민이어야 한다(헌법 3). 하원의원은 25세 이상으로 7년 이상 미국 시민이면서 역시 해당 주의 주민이어야 한다(헌법 2). 


3. ‘집권당 무덤’ 탈피할까 

대통령 임기 도중 치러지는 미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올 가능성이 커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을 장악할지와 공화당이 어느 정도 선전할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46년 이래 전국적으로 치러진 43차례의 중간선거에서 집권당 의석수가 증가한 것은 1934년과 1998, 2002년 단 3차례뿐이다. 1934년은 대공황 시기였고 1998년은 최대 경제 호황기, 2002년은 9·11테러 이듬해라는 특수성이 있었다. 올해는 이 같은 역사적 변수가 없어 언론들은 야당인 민주당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지난달 31 CNN은 하원에서 민주당이 225석을 차지하고 공화당이 210석을 얻을 것으로 분석했으며,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2석을 차지하는 반면 민주당은 48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여러 돌발변수가 많아 선거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10월 23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설치된 사전투표장에 유권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AP 뉴시스 


4. 상원 경합지역 6 

이번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35개 상원의원 지역구 중 공화당이 현역인 곳은 9, 민주당이 현역인 곳은 26곳인 탓에 민주당이 26개 지역구를 모두 지켜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정치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35개 지역구 중 공화당이 유리한 지역구는 8, 민주당이 유리한 지역구는 21, 경합지역이 6곳이다. RCP는 애리조나, 플로리다, 인디애나, 몬태나, 미시간, 네바다 등 6곳을 경합지역으로 분류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예측대로 유리한 지역구를 가져가면 공화당은 50, 민주당은 44석이 된다. 여기에 경합지역 6곳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하면 상원 의석수는 50 50으로 동수가 된다. 상원은 표결에서 여야 동수가 나올 경우 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 때문에 공화당이 주도권을 쥐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주요 이슈에서 반란표가 나올 경우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합지역 선거 결과가 주목된다. 


5. 이색 출마자들 

올해 중간선거에는 트랜스젠더(성 전환자)와 무슬림 등 다양한 이색 후보가 출마했다. 먼저 눈길을 끄는 이는 트랜스젠더인 크리스틴 홀퀴스트 후보로 버몬트주 주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40% 득표율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버몬트주 전기협동조합 대표를 지낸 홀퀴스트 후보는 2015년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네소타주, 미시간주에서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일한 오마르, 라시다 틀레입 후보는 무슬림 여성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 언론은 이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연소 출마자는 연방 하원의원 뉴욕주 제14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28)이며, 최고령 후보는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한 6선의 다이앤 파인스타인(85·민주) 의원이다. 


6. 女후보 강세 이어가나 

미국 럿거스대 여성정치학센터 집계에 따르면 올해 중간선거 상원의원 입후보자 중 여성은 53(공화 22명·민주 31)으로 기존 최다인 지난 2016년 선거의 40명을 훌쩍 넘어섰다.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여성 입후보자가 476(민주 356명·공화 120)으로 2012 298명을 크게 앞질렀다. 현직이 아닌 후보자로 한정할 경우 민주당 하원 후보 중 여성 비율은 252명 중 125명으로 49.6%나 되고 공화당도 18.0%에 이른다. 현재 현역 여성 의원은 상원 23, 하원 84명으로 선거 전문가들은 올해 하원에서만 여성 의원이 역대 최초로 100명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여성 당선자가 대거 나온 1992년 ‘여성의 해’가 올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청문회 과정에서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했던 ‘애니타 힐 사건’이 올해 브렛 캐버노 대법관 청문회 당시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의 성폭력 폭로로 재연됐기 때문이다. 

 

7. 금권정치 비판 ‘슈퍼팩’ 

미 민간정치감시단체 책임정치센터(CRP)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를 위해 사용한 총지출 규모가 중간선거 사상 최초로 50억 달러( 56000억 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최대였던 2016 40억 달러를 약 25% 이상 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사용될 수 있는 것은 부자들로부터 사실상 무제한 모금을 할 수 있는 ‘슈퍼팩(Super PAC·민간정치자금위원회)’이 2010년 연방대법원으로부터 합법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거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해 중간선거를 위해 모금된 액수는 민주당 129000만 달러(14500억 원), 공화당 123100만 달러(13800억 원)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부자들의 지지가 많은 공화당이 슈퍼팩 모금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해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 모금액이 공화당과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8. 한국계 후보 당선 가능성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장을 낸 한국계 후보로는 캘리포니아주 39선거구의 영 김(한국명 김영옥) 공화당 후보와 뉴저지주 3선거구 앤디 김 민주당 후보, 펜실베이니아주 5선거구의 펄 김 공화당 후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영 김과 앤디 김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39선거구에서 13선을 한 ‘친한파’ 공화당 중진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보좌관으로 21년을 일한 영 김 후보는 지난 1823일 시에나칼리지·뉴욕타임스(NYT) 공동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46%로 상대 후보인 길 시스네로스 민주당 후보(47%)와의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한 박빙으로 나타났다. 앤디 김 후보도 2125 NYT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44%로 현역인 공화당 소속 톰 맥아더 의원(45%)과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검사 출신 펄 김 후보는 상대인 메리 게이 스캔런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60%에 달해 3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9. 표심 흔들 막판 변수 

현직 대통령의 중간평가 격인 중간선거는 전통적으로 경제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다. 이번 선거도 의료, 이민정책 등과 함께 경제·일자리 문제가 유권자의 주 관심사였다. 그러나 캐버노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불거진 성추문 의혹 여파가 남녀 표심을 갈라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NBC 여론조사에서 백인 대졸 여성 61%가 민주당을 지지한 반면 고졸 이하 남성은 66%가 공화당을 지지해 두 유권자 집단의 지지율 차이가 1994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온두라스 등 중앙아메리카를 출발해 북상 중인 대규모 캐러밴도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캐러밴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트럼프 진영에 대한 폭발물 소포 배달,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 사건 등 잇단 증오범죄가 막판 변수로 급부상했다. 붙잡힌 용의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열성지지자였던데다 평소 극단적 발언을 일삼아온 행보 탓에 상승세를 보이던 대통령 지지율이 뚝 떨어져 여당인 공화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10. 선거 결과 따른 후폭풍 

연임이 가능한 미 대통령은 첫 임기 중 실시되는 중간선거 결과가 재선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 지표로 작용한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현재 구도가 유지된다면 미·중 무역전쟁 등 각종 트럼프표 정책에 힘이 실리고 국정운영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여론조사대로 민주당이 하원을 접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경제, 국방, 이민 등 모든 정책 추진에 있어 깐깐한 검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중간선거 직후 수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미·북 대화 국면은 민주당도 기본적으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미·북 정상회담 등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거나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계속 늦어지면서 대북 강경론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박준우·김현아 기자

 

■ 11 16  ‘탄력근로제 확대’ 왜 논란인가

 

업무량 따라 ‘주52시간’ 탄력 적용…‘단위기간 확대’ 쟁점
勞 “연장근로수당 사라져” vs 使 “1년까지 유연 적용해야”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 조정  
현행법상 최대 3개월이내 해야  
美·日·獨은 최대 1년까지 가능 

특정계절에 업무 몰리는 업종  
확대하면 경영부담 덜수 있어  
과로업무 개선 물건너갈 우려 

한국당 ‘단위기간 1년안’ 발의  
與도 ‘6개월까지 확대’ 검토중  
양노총 반발…사회적대화 난항 

탄력근로제 연장 또는 확대 문제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 경영계와 노동계 간에 복잡하게 얽힌 논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 정기국회 최대 이슈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전향적인 시행을 합의한 뒤에도 의원별로 입장이 똑같지는 않다. 정의당은 탄력근로제 연장으로 인한 피해자는 열악한 환경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반대하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찬반으로 엇갈려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탄력근로제는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장치로 제시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 7월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했는데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폐해가 지적됐다. 특히 철강·석유·정유 업계 등 기계를 쉬지 않고 가동하기 위한 연속적인 근로가 필요한 업종과 연구·개발(R&D) 업종 등이 문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 오는 2021년 7월 1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다.  

 

1 탄력근로제란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맞도록 조절하는 제도다. 일이 많은 주엔 조금 더 일을 많이 하고 일이 적은 주엔 휴식을 보장해주는 유연근무제의 일종인 셈이다. 근로기준법 제5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미 현행법상 취업규칙에 따라 2주 이내, 노사 서면 합의로 3달 이내 탄력근로제 시행이 가능하다. 일례로 취업규칙에 따라 2주 단위로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면 업무가 많은 첫 주에는 58시간 일하고 상대적으로 일이 줄어든 다음 주에는 46시간 일해 평균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탄력근로제를 운영할 수 있는 단위 기간이 해외 주요국가와 비교해 너무 짧다는 점이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취업규칙으로 정하는 경우 일본은 1개월, 유럽연합(EU) 지침은 4개월, 독일은 6개월이다. 서면 합의로 정하는 경우도 미국·독일·일본 모두 1년이다. 근무의 유연함이 보장돼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9 to 6’(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에서 벗어나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 기대 효과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특정 계절에 업무가 몰리는 업종에 숨통이 트인다. 대표적으로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는 여름에 일손이 매우 부족한데, 겨울에는 거의 일손을 놓게 된다. 1년 단위로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업무량이 많은 여름에 초과근무를 하고 겨울에 휴가를 사용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맞출 수 있다. 주 52시간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의미가 크다. 탄력근로제 기간은 지난 2003년 9월 1개월에서 3개월로 한 차례 늘어난 뒤 15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고용 환경 변화에 경영 성과가 크게 좌우되는 중소기업에서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계는 “초과 근로 대다수가 주문물량 변동에 의한 것이고, 고정적 성수기가 있는 업종은 평균 성수기 기간이 5∼6개월이나 지속한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선진국과 같이 최대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3 경영계 입장 

경영계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와 국민 불편 가중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특히 “현재 탄력근로제 도입비율은 3.4%로 활용이 매우 저조한데 단위 기간이 짧아 제도 설계와 적용 자체가 어려운 것이 큰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상 기업이 1년 단위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인력운용계획을 세우는 현장의 현실을 고려해 달라는 요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2020년까지 최대 33만6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보고 탄력근로제 확대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자본 가동률을 높여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영계는 또한 금융상품개발자 등 신규 전문직 근로자와 기획·분석·조사 업무에 종사하는 사무직 근로자를 재량근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가면을 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서울시청 인근 태평로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저지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장시간의 중노동에 내몰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4 노동계 입장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면 주 52시간 근무제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미 평균 근로시간이 높은 상황이어서 근로자들이 장시간 중노동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현행 탄력근로제는 주 40시간이라는 평균을 맞춰도 한 주의 근무시간을 48시간(단위 기간 2주일 때) 또는 52시간(단위 기간 3개월일 때)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둔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6개월(26주)로 늘어나면 13주는 주 64시간, 13주는 주 40시간씩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 노동계는 이렇게 되면 정부의 과로사 판단 기준인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주당 평균 60시간을 초과했을 경우’를 넘길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기업이 탄력근로제로 비수기에 줄인 근로시간을 성수기에 쓰도록 해 무급으로 근로자에게 초과 근로를 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적 대화 참여 등 여러 사안을 놓고 다른 태도를 보였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저지를 고리로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 연장근로수당 

탄력근로제 찬반 논쟁에서 최대 쟁점은 연장근로수당이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연장근로를 시키려면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기업이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주 52시간까지 일하게 할 수 있다. 일례로 시급 1만 원 근로자가 주 52시간을 일하면 40시간 분(하루 8시간 근로) 40만 원에 추가 12시간 연장수당(1.5배) 18만 원을 더해 58만 원을 받게 된다. 탄력근로제를 본격적으로 적용하면 주 52시간 근무 시 52만 원만 받을 수 있다. 이를 1년 52주로 계산하면 312만 원을 덜 받게 되는 셈이다. 한국의 기업은 대부분 연차에 따라 계속 인상해줘야 하는 기본급(본봉) 대신 각종 수당으로 임금 총액을 늘리고 기본급을 적게 주는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은 적은 기본급으로 근로자에게 장시간 일을 시킬 방법을 찾고, 근로자는 임금 삭감을 피하고자 장시간 근로를 받아들여 오면서 형성된 구조적 문제다. 이 때문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논의할 때 보완책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 선택근로제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가 나오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선택근로제 개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택근로제는 하루 8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 달을 기준으로 하루 근무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 선택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됐다. 1개월을 기준으로 하면 수개월의 집중 근로시간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감이 한꺼번에 몰리는 IT, 게임, IT 서비스 등의 업종에서 확대 요구가 집중적으로 나온다. 실제 1개월 단위를 기준으로 선택근로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7 입법 현황 

야당은 최대 1년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당도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경우는 2주에서 1개월로, 노사 서면합의를 거친 경우는 3개월에서 1년으로 변경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학용·추경호·송희경 의원이 각각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모두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연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 운영계획이 1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들은 모두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앞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여야는 지난번 법 개정 때 홍 원내대표 개정안을 병합심사해 대안반영 폐기하면서 2022년까지 탄력근로제 개선방안을 논의한다는 부칙을 넣었다. 


8 정치권 이견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첫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의 확대 방안에 합의했다. 큰 틀만 합의했지 구체적인 기간 및 운용 방식 등에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현행 최장 3개월로 돼 있는 단위 기간을 최장 1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경영계의 주장과 대체로 일치한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노사 합의를 통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의견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최장 6개월로 늘리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수차례 6개월로 늘릴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여·야·정 협의체 회의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던 정의당은 탄력근로제 확대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연내 관련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단위 기간뿐 아니라 업종별 차등 적용 도입, 휴식시간 보장 등 근로자의 건강권 확보 방안 등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9 연말까지 확정되나 

경기침체와 고용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정 협의체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합의하자 고용노동부는 후속조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적용 유예기간이 연말 종료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을 준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 8월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기업 이용실태 등을 조사했다. 연구용역 기간은 연말까지이지만 이달 중 미리 중간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실태조사에서 고용부는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얼마만큼 추가할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 고용부는 업종별 등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결과를 반영해 입장을 정리한 뒤 오는 22일 출범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활용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논의할 계획이다.


10 사회적 대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학용(자유한국당) 위원장은 경사노위에 탄력근로제 논의를 공식 요청했다. 문제는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사노위의 주체는 노사단체, 정부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등으로 넓어졌다. 국회가 의제를 공식 제안해도, 참여주체들이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논의에 찬성해야 경사노위에서 다뤄질 수 있다.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인 양대노총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회도 경사노위에서 결과가 나오기를 마냥 기다리진 않을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 위반 처벌 유예기간이 연말에 종료되는 만큼, 국회는 연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위한 법 개정도 동시에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 확대를 둘러싼 복잡한 갈등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진영·이관범·민병기·김윤희·손기은 기자 news119@munhwa.com
 

 

■ 11 23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판사 탄핵촉구안 논란

국회 재적의원 과반 동의 때 ‘가결’→ 헌재 9명 중 6명 찬성하면 ‘파면’
법관회의 119명 ‘처벌여론·개인소신’따라 결의 논란… 대표성도 의문

재적의원 3분의1 찬성 발의  
이후 법사위 회부·조사 절차  
여상규 위원장은 “기소 먼저”  
무소속 등 汎與 155157 
탄핵안 처리 가능 의석 불구  
보수野 반발로 강행 어려워 
인사불이익·재판개입 이유  
1985
·2009년도 탄핵 시도  
국회 못 넘은 채 부결·폐기  
美선 가벼운 죄도 탄핵대상  
1803
년 이래 8명 파면당해  
日은 국민도 법관소추 가능 


사상 전례 없는 방식의 법관 탄핵 추진을 놓고 온 사회가 둘로 갈라져 격론을 벌이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가 의심되는 법관들을 겨냥한 탄핵인데 23일 현재 검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수사, 기소, 형사재판 여부 등 지금으로서는 어느 것 하나 확정된 결과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추진방식, 정당성, 위헌 여부를 놓고 법원 내부는 물론, 시민사회, 정치권까지 논쟁을 벌이느라 갈등의 골이 깊어져만 간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이 제기한 동료 법관 탄핵 소추제안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지난 19일 표결 끝에 결의안에 담았다. 여당에서는 탄핵 소추 법관 명단까지 거론하며 군불을 지피고 있고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소가 완료되면 탄핵 여부를 논의할 순 있다”는 입장이다. 헌법에 규정돼 있는 법관 탄핵은 국회 의결과 헌법재판소까지 거쳐야 한다. 김호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등은 전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하루빨리 특별재판부 설치 특별법을 제정하고 법관 탄핵 발의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1 법관 탄핵 소추 근거 법령 

법관 탄핵 소추와 관련된 사항은 헌법 65조에 규정돼 있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등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헌법 106조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를 근거로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한 것이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한 것은 징계절차 외에 탄핵 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의결했다. 


2 탄핵 절차 

헌법 65조는 법관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으며, 이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재적 의원이 299명인 상황에서 100명 이상 의원이 발의하고 150명이 찬성할 경우 법관의 탄핵소추안은 통과된다 


국회법 130조에 따르면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면 국회의장은 이후 개의하는 첫 본회의에 보고하고 필요한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조사 절차를 거치게 된다. 법사위에 회부하지 않을 경우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탄핵 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 이 기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된다. 


국회를 통과한 판사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국회의 소추안이 인용돼 판사직에서 파면된다.


3 법관 탄핵은 왜 까다롭나 

법관의 탄핵이 까다로운 이유는 법관의 신분을 보장해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독립된 판결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헌법 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를 통해 구현돼 있다. 특히 법관의 독립에는 입법권과 행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은 물론, 여론으로부터의 독립도 포함된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의 독립은 대통령이나 국회 등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의 독립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으로부터의 독립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4 과거 사례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 시도는 과거에도 두 차례 있었으나 모두 국회의 문을 넘지 못했다. 첫 법관 탄핵 소추는 지난 1985 10월 고 유태흥 전 대법원장에 대해 이뤄졌다. 당시 야당이던 신한민주당(신민당) 의원 102명 전원의 이름으로 유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발의돼 본회의 논의까지 거쳤으나 부결됐다. 이 탄핵안 발의 배경에는 ‘인사 불이익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박시환 인천지법 판사가 신군부 집권 시절이던 1985 6월 거리시위 및 유인물 배포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진 대학생 11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가 같은 해 9월 춘천지법 영월지원으로 발령받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법관 탄핵 소추는 2009 11월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해 이뤄졌다. 신 전 대법관이 2008년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광우병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기 식으로 배당하고 담당 판사들에게 이메일 등을 보내는 등 재판업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당시 탄핵 소추의 사유였다. 그러나 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는 국회 표결조차 거치지 못하고 폐기됐다. 


5 외국 법관 탄핵 사례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법관 탄핵 해외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헌법은 연방 대통령, 부통령 및 모든 공무원이 반역, 뇌물 또는 기타 중죄와 경죄를 저지른 경우 탄핵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803년 이래 연방 법관은 총 15명이 탄핵 소추 당했고 이 가운데 8명이 상원에서 탄핵 결정을 받아 파면됐다. 탄핵 소추 사유는 자의적이고 고압적인 재판지휘, 권한 남용, 재판 거부, 탈세, 위증 혐의와 뇌물 요구 모의 혐의, 성폭력, 허위 진술, 절차 방해, 재판 중 주취 상태 등으로 다양했다.


일본의 경우 탄핵 소추의 문호가 일반 국민에게도 열려 있다. 이에 따라 1948년 이후 2007년까지 탄핵 소추된 일본 재판관은 89691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소추 위원회에서 소추된 재판관은 9명이었으며 7명이 파면됐다. 법원 여직원 스토킹, 열차 내 몰카 촬영, 18세 미만 아동 성매매 등이 탄핵 이유였다. 


6 전국법관대표회의 

동료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를 의결한 기구는 법관대표회의로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의 협의체다. 지난 3월 대법원의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이 공포되면서 올해 법관대표회의 구성원으로 119명이 선출됐다. 이들은 사법 행정과 법관 독립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사법 행정 담당자에게 설명이나 자료 제출, 그 밖의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전국 법관이 2964명인 것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론 대표 1명이 약 24.9명의 의사를 반영하는 구조다.


그러나 대표자들이 다수 법관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보니 대표자들의 소신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관대표회의 의장과 부의장이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출신인 만큼 특정 성향 판사들이 전체 분위기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 동료를 탄핵하려는 이유 

법관대표회의에서 동료 법관 탄핵 소추안에 찬성한 53명은 우선 국민이 법관 탄핵을 원하고 있다는 ‘여론’을 근거로 들었다. 법관대표회의 공보를 맡은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국민도 관심을 많이 갖는 사안인데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찬성 측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재판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해 형사 절차로는 유죄 판단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대신 헌법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당초 법관대표회의에 안건 발의를 촉구한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들 역시 “형사 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상 범죄행위에 포섭되지 않는 재판독립 침해행위에 대해 아무런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채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8 법관대표회의 문제점은 

헌법상 탄핵 소추는 국회의 권한이자 의무다. 따라서 법관대표회의가 ‘국회의 일’인 법관 탄핵 소추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의결을 한 행위는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형사 절차를 통해 유·무죄 판단을 받은 뒤에 탄핵 소추 여부를 검토해도 될 텐데, ‘유죄를 받을 것 같지 않으니 미리 탄핵하자’는 식은 판사로서의 중립의무 위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법관이 법리가 아니라 여론을 들먹이는 것은 정치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 이번 의결에 전체 법관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등 법관대표회의 자체의 대표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9 여야 각당 입장 

 판사 탄핵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은 극명히 갈린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은 판사 탄핵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는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며 “법관 탄핵 소추도 국회가 적극 검토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탄핵 대상 판사도 최대한 줄일 방침이며, 탄핵안 가결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정의당은 일찌감치 찬성 입장을 내놨다. 탄핵안에 대한 엇갈린 입장이 나왔던 민주평화당은 22일 의원총회에서 탄핵소추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인민재판식 마녀사냥으로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행위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사법부를 정치화하고 향후 정치 개입의 여지를 남기는 더 큰 악을 범하는 행위를 삼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판사탄핵안에 대한 찬반이 범()진보 진영과 범보수 진영으로 갈리는 구도다. 


10 국회 처리 전망은 

일단 발의된 탄핵소추안이 정상적으로 처리될 경우 산술적으로는 가결이 예상된다. 민주당(129)과 평화당(14), 정의당(5)에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 등을 합치면 범여권 의석은 155157석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변수가 있어 여권에서도 가결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여권 내 이탈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발의했다가 부결되는 것도 여권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만큼 무턱대고 추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일단 법관 탄핵을 추진하며 여론의 흐름을 살펴볼 것이라는 관측도 이 때문에 나온다. 


겨우 정상화된 국회 상황도 여권에 부담이다. 법관 탄핵을 밀어붙일 경우 보수야당이 강경하게 반대하고 나설 것이 예상되는 만큼, 다시 국회가 멈춰 설 가능성이 크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국회를 대표해 헌법재판소에서 ‘검사’ 역할을 해야 할 법제사법위원장을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 맡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변수다. 여 의원은 “법관 탄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정환·민병기·정유진·김리안·김수민 기자 yom724@ 

 

■ 11 30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쟁점 살펴보니…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소선거구제(지역구 국회의원)와 전국 단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병립적으로 결합한 현행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 31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6개 소수 정당과 시민단체 연대기구 정치개혁공동행동이 국회 본청 앞에서 공동 행사를 열고 선거제도 개편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뉴시스


소수당 “연동형 비례대표” 밀어붙이기에 거대정당은 ‘미적미적’
선관위 “의석數 유지하되 비례 100명”… 정치권 “확대 불가피”


비례성 충실한 선거제도 돼야  
의원 대표성도 자연스레 강화  
인구수 대비 의원 정수 적은편  
국회 활성화 위해 확대 지적도 
비례대표, 계파정치 수단 활용  
“공천과정 개선 전제” 주장도  
“소선거구제 기본…지역구 유지  
비례 확대… 350~360명 적정” 


소선거구제(지역구 국회의원)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비례대표 국회의원)를 핵심으로 하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개편될 것인가. 승자가 독식하게 돼 있는 이 제도의 한계와 단점은 꾸준히 지적돼 왔음에도 그로 인해 이득을 봐 온 거대 양당은 제도 개편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제 개편 의지를 수차례 피력했고,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제3정당’의 힘도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 개혁에 대해 보수·진보 막론하고 큰 가닥은 거의 일치하고 있다”며 “정개특위가 헌신적으로 성실하게 노력해 가면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 

국회 정개특위 자문위원인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0년 전 우리 국민이 원한 민주주의가 대통령 직선제로 모였다면, 이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견해가 모두 평등하게 대표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은 무엇보다 ‘비례성 강화’다. 비례성 강화는 말 그대로 정당이 얻은 득표율과 실제 정당이 획득한 의석수 간 괴리가 커질 경우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의회가 꾸려질 수 없는 만큼 비례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선거제도를 꾸려야 한다는 취지다. 비례성은 자연스레 대표성과도 연결된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만큼 비례성이 충실한 선거제도를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이 대표성도 더 강화될 수 있는 셈이다.


2 지지율과 의석 간 괴리 

현행 소선거구제에선 정당득표율과 국회 의석점유율 간 심각한 괴리가 발생한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이 25.54%의 정당득표율로 41%(123)의 의석점유율을 차지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정당득표율은 33.5%였는데 실제 의석점유율은 40.67%(122)이었다. 정당득표율로만 보면 전체 300석 가운데 각각 76, 100석을 얻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47, 22석씩 더 많이 확보한 것이다. 반면 정의당은 정당득표율(7.23%) 대로라면 원내교섭단체까지 구성할 수 있는 21석을 얻어야 했지만, 실제 의석수는 6(2.0%)에 불과했다. 국민의당도 정당득표율인 26.74%대로라면 80석을 확보해야 했지만, 실제 의석수는 38석이었다. 거대 정당은 과대대표되고 군소정당은 과소대표되는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3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많은 전문가가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꼽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특히 야3당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우선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가 정해진다. 여기에 지역구 선거를 통해 확보한 의석을 제외한 나머지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분한다. 예를 들어 총 의석수가 100석인 상황에서 A 정당이 30%의 정당득표율을 얻었다면 30석의 의석을 보장해 준다. 지역구 당선자가 1명이면 나머지 29명은 비례대표로 채워준다. 지역구 당선자가 30명이면 비례대표 의석은 한 석도 얻지 못하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단 의석수를 정하는 것을 전국 단위로 할지, 권역별로 할지는 정할 수 있다. 당시 선관위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서울, 영남, 호남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다.


4 국회의원 수 증가 불가피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필연적으로 의석수 증가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채 50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례대표 의석을 갖고는 정당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 배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지역구의 절반 이상이 돼야 최소한의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선관위는 지역구 의원은 200, 비례대표는 100명으로 해 총 의석수는 300명을 유지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지만, 이는 현재 253석인 지역구 의석을 53석이나 줄여야 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많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의원정수를 늘려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개특위 자문위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소선거구제를 기본으로, 지역구 대표는 그대로 고정하고 비례대표를 확대해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게 좋다”면서 “현재 300명이라는 기준으로 볼 때 350360명 정도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떠나 우리나라의 의원정수 자체가 인구수 대비 적은 수준이기에 국회 기능 활성화를 위해서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5 비례대표 수 늘리는 방안 

현행 선거제도는 병립형으로 불린다. 연동형이 ‘정당의 총 의석수-지역구 의석수=비례대표 의석수’의 구조를 갖는 것과 달리 병립형은 각 정당이 얻은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합치면 그 정당의 전체 의석수가 확정된다. ‘지역구 의석수+비례대표 의석수=정당의 총 의석수’인 셈이다. 소선거구제로 253개 지역구에서 한 명씩 의원이 선출되고, 별도로 이뤄진 정당 투표를 통해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에서는 전체 의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국민 지지를 얻기 힘든 만큼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하지만 그간 정개특위 논의가 몇 개 선거구를 통폐합하는 것을 두고도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253개 지역구 중 수십 곳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 절충형은 

 내심 민주당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이 ‘절충형’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대신 연동 비율은 100% 아래로 조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대략 전체 비례대표 의석 중 절반가량은 연동형으로, 나머지 절반가량은 현행처럼 병립형으로 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비례대표 의원은 여성이나 장애인, 청년 등 정치적 소수자의 의회 진출 통로로 쓰이거나, 전문직을 영입하는 경로로 활용돼 왔다”며 “비례성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비례대표 제도를 활용해 의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절충형에 대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의석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큰 민주당이 이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부작용도 있는 만큼 제도 도입을 위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7 민주당의 입장 

 그간 정개특위 논의에 소극적이라 비판받았던 민주당은 29일을 기점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논의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문 대통령이 선거제 개편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는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은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야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을 도입할 수 있지만, 전면적으로 연동형으로 전환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국회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는 “독일은 100% 정당명부제로 의원을 뽑다가 지역구를 거꾸로 도입한 나라이고, 우리는 지역구 선거 중심으로 하다가 비례대표를 늘려가는 단계”라며 “독일에 디자인이 좋은 옷이 있다고 사이즈 고려 없이 그 옷을 그대로 입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8 한국당의 입장 

한국당은 영남과 수도권 지역구 상황이 다른 만큼 통일된 당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한국당 지지율 정체가 다음 총선 때까지 이어진다면 현행 소선거구제에선 당선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차라리 한 지역구에서 여러 명의 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다. 김성태 원내대표(서울 강서구을)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 개편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는 이유다. 반면 대구·경북(TK)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를 주장한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호남에서 한국당 의원이 뽑힐 가능성이 적지만,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뽑힐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다 


9 연동형 비례대표제 문제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실시하려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재 300명인 의원정수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려면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야 하는데,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구 의석수를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를 늘릴 수 있지만, 이 경우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큰 국민의 반발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시 예상되는 다당제 구도에 대해서도 “현행 대통령제와 맞지 않다”는 학계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러 정당이 수시로 뭉치고 흩어질 수 있는 다당제는 현행 대통령제,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정치환경에선 과도한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례대표제가 계파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돼 온 만큼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대한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0 역대 선거제도 변천사 

1987년 민주화 이후의 국회의원 선거제는 ‘1선거구 1인 선출’의 소선거구제와 전국구 비례대표제를 결합시킨 병립형 선거제를 기본 골격으로 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중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은 기존 ‘1선거구 2인 선출’의 중선거구제 폐지 후 소선거구제로 바뀐 뒤 30년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비례대표 의석 배분방식은 수차례 바뀌었는데, 1992 14대 총선에서 제1당 우선 배분 원칙을 폐지하고 순수하게 정당별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하도록 변경했다. 2004 17대 총선부터는 1 2표제가 도입돼 간선제 비례대표제가 직선으로 변경됐다. 
민병기·김윤희 기자 mingming@

 

■ 12 14일 ‘투자개방형병원’ 오해와 진실

▲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3일 지역주민 간담회에 앞서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토평동 헬스케어타운 내의 녹지국제병원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외부투자’ 허용 병원… 일각서 ‘영리성’ 강조 이미지왜곡 측면
의료비 폭등은 ‘기우’… 서비스 경쟁으로 의료 질 향상에 도움

‘영리’보다 ‘투자’ 병원이 정확  
美·佛 등 선진국도 20% 안팎  
제주 녹지병원 국내 첫 허용  
4
개 과목… 내국인 진료 차단 
외국인 환자 30만명 유치하면  
최대 생산4兆·고용3만명 효과  
“건보체계 붕괴…의료 양극화”  
일부 시민단체·노조 등 반대 


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개설 허가를 받으면서 영리병원 논란이 거세다. 의료의 특성상 산업적인 측면과 공익적인 측면이 공존하는 만큼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과 필수 공공재로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 2002년 김대중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근거를 마련한 뒤 16년 만에 허가나 나온 만큼 개설 전에도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15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의 병원 허가 결정을 규탄하는 ‘제주영리병원 도입 저지를 위한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긴급 대응팀을 구성해 투쟁을 총괄하고 철회 촉구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투자개방형 병원을 바라보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서로 강조하고 있지만, 잘못 부풀려진 오해도 많은 게 사실이다. 투자개방형병원을 둘러싼 논란의 과거와 현재, 향후 전망을 집중 점검해 봤다. 


1. 투자개방형병원이란  

주식회사처럼 일반 투자자에게서 자본을 유치해 세운 병원을 말한다. 투자 지분에 따라 병원 운영수익금을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의료기관을 세울 수 있는 주체는 ‘의료인 및 비영리법인(의료 법인, 사회복지법인, 학교법인 등)’으로 제한돼 있다. 주식회사 등 ‘상법상 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비영리 법인 설립이 필요하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설립한 삼성의료원과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설립한 아산의료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외부 투자를 받거나 투자 비율에 따라 배당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시작은 김대중 정부가 세계적 흐름에 맞춰 2002 12월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자본에 한해 투자개방형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을 통과시킨 시점으로 올라간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는 제주도특별자치도법을 제정, 투자개방형병원 개설 범위를 제주도로 확대했다. 즉 경제자유구역 8곳과 제주도에는 외부 투자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투자개방형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배당도 가능하다. 다만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 총액의 50%를 넘어야 한다. 자본금도 500만 달러( 557600만 원) 이상 보유해야 한다. 


2. 영리병원이란 별칭 

의료기관의 개설 주체가 ‘의료인 및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고 있는 만큼, 영리병원이라는 평가는 ‘비영리’법인의 반대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나온 말이다. 원래 의료기관이 영리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현재 모든 의료기관은 영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많아야 병원이 운영되고, 환자가 오지 않으면 문을 닫는 병원도 나타나는 이유다. 가장 큰 차이는 외부 투자를 받아서 이익을 나눌 수 있는지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영리병원의 의미는 외부 투자를 받아 병원을 운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이윤을 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있다. 반면 비영리병원은 수익을 외부로 빼낼 수 없고 벌어들인 돈은 모두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4일 “영리병원이라고 하는데, 현재 의료기관은 영리행위를 하지 않으면 모두 망한다”며 “투자자에게 수익이 갈 수 있도록 오픈된 병원으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영어로는 ‘Invest on hospital’ ‘Profit for hospital’ 등이 사용된다. 


3. 제주 녹지병원 논란 

녹지국제병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설립 승인과 개설 허가를 받은 투자개방형병원이다. 첫 투자개방형병원의 설립인 만큼 의료 관련 시민단체 등은 국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의 헬스케어타운에 위치한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의 국유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에서 2012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복지부는 녹지그룹이 출자 총액 전액(778억 원)을 조달하며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등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자 2015 12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이어 제주도는 2018 12 5일 외국 의료기관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녹지국제병원은 가정의학과·성형외과·피부과·내과 등 4개의 진료과목을 시행하는데, 주요 타깃은 피부 관리·미용 성형·건강검진 등을 위해 제주도로 오는 중국인 의료관광객이다. 

 

▲  녹지국제병원 전경. 연합뉴스


4. 왜 도입하나 

의료의 질적 향상이 가장 큰 이유다. 투자개방형병원은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의료서비스 질의 향상을 통해 신 성장 동력 산업을 주도하는 산업으로서의 위치를 강화할 수 있다. 외부 투자를 받으면 대규모 시설투자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첨단고가의 의료장비는 물론, 많은 연구인력 인프라와 비용이 필요한데, 외부 투자유치가 어려운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반 병원이 환자 진료 수익을 남겨 연구개발비나 첨단장비를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자개방형병원을 통해 의료산업서비스 구조의 재편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의료산업 서비스 구조는 공급자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어 소비자의 서비스 편익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투자개방형병원이 들어서면 차별화되고 다양한 고급서비스가 나타나 병원 간 경쟁이 촉진돼 서비스 질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허용함으로써 병원 운영에 대한 주주의 상시적인 감시 및 기업회계기준에 의한 관리 감독도 한층 강화돼 경영의 투명성을 도모할 수도 있다. 실제 해외에서 이러한 유형의 투자개방형병원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태국 범룽랏병원, 싱가포르 파크웨이병원과 래플스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5. 어떤 기대효과 있나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과 보건산업진흥원이 진행한 연구를 보면, 보건의료서비스산업에서 최소한 1조 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가 창출되고, 1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당시 보고서는 해외환자 유치형의 경우 환자 수 30만 명을 가정하면, 생산유발 효과가 약 16000~48000억 원, 고용창출 효과는 약 13000~37000명으로 전망했다. 고급의료 서비스 수요 충족형으로 설립될 때도 우리나라 인구 약 3%가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27000~35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약 21081~27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산업연계형으로 설립될 경우 규모는 더 커진다. 건강관리서비스 중 모바일 등 원격 관리 개념인 U-Health 서비스만 적용해도 75000억 원 이상의 가치와 58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가 예측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까지 융·복합할 경우 가치는 가늠하기 어렵다.


6. 시민단체 왜 반대하나 

건강보험체계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은 모두 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으로 지정돼 의무적으로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번에 개원한 녹지국제병원은 건강보험 계약 의무가 없고, 민간보험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고 진료비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반대 측은 결과적으로 투자개방형병원이 국내 의료체계를 왜곡시켜 의료비가 폭등하고 부유한 계층만 양질의 진료를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녹지국제병원은 내국인 환자진료가 제한되고,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지역에 한정돼 있지만, 시민단체는 뱀파이어 효과를 통해 다른 병원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시작으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폐지 및 건강보험의 역할 축소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7. 건보체계 부작용 있나 

상당수의 전문가는 진료비가 폭등하거나 국내 의료체계를 뒤흔들 가능성은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미 국내의료기관의 80% 이상은 개인 의사가 운영하는 의원으로, 의료수익을 본인이 챙겨가는 영리병원 성격을 띠고 있다. 또 현재 개설한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피부과·성형외과·내과·가정의학과인데 해당 과에 대한 국내의 의료경쟁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이 국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윤석준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국내 피부과, 성형외과 등은 사실상 영리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의료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만일 뱀파이어 효과와 같이 투자개방형병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해외 사례를 보면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료비가 폭등해 있는 미국의 투자개방형법인 비율은 16.6%, 20% 안팎인 유럽보다 낮은 비율이다. 미국의 의료체계를 고발한 영화 ‘식코’와 같은 현상이 투자개방형병원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많은 유럽국가를 비롯해 투자개방형병원을 시행하는 나라를 보면 투자개방형병원이 이익만 챙겨 전체 의료비를 올리고 의료를 양극화시킨 사례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서비스 경쟁을 통해 진료비가 내려가고 추가 이익을 저소득층에 나누는 사례가 많다. 인도의 투자개방형병원인 아라빈드 안과병원은 환자의 70%를 무료로 치료해준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대학원 교수는 “인도에선 국제 자본이 투입된 투자개방형병원의 심장 판막 수술이 50만 원이 안 된다”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값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8. 해외 사례는

 많은 나라가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전체 의료기관 중 투자개방형병원 비율을 보면 미국 16.6%, 프랑스 23.7%, 싱가포르 20% 등 대부분 20% 안팎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에 해당하는 ‘구조개혁특별구역제도’ 안에서만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싱가포르는 공공병원 및 민간병원의 진료 수가 시스템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의료비용의 경감 및 과잉 진료의 폐해를 극복하고 있다. 또 투자개방형병원의 활성화 및 주 수입원의 방향을 외국인 유치로 집중하되, 의료 공공성 유지를 위해 자국민을 위한 공공병원 진료서비스 및 설립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투자개방형병원을 허용하되 공통적으로 국가의료보험 시스템 내에서 직접 통제가 가능하고, 의료의 공익적 목적을 구현할 수 있는 공공병원 운영 비중을 우리나라보다 높은 비율로 유지하고 있는 사실이 특징적이다.


9. 향후 전망은 

 당분간 투자개방형병원은 더 이상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투자개방형병원 설립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영리병원 허가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라 병원 개설 허가권자가 제주도지사로 정해져 있어 발생한 특수한 경우”라며 “제주를 제외한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개설 허가권자인 복지부가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들어온 승인 요청도 없으며, 앞으로도 허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지국제병원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개설 허가 조건으로 내세운 ‘내국인 진료 차단’에 대한 법적 정당성이 쟁점이다. 해당 병원 측은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내국인 이용 제한은 의료법에 위반된다”며 외국인 전용 조건으로 허가가 난 점에 “극도의 유감”을 표명했다. 내국인 진료를 거부해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이 이뤄지고, 법원에서 위법 판단이 내려진다면 진료 대상을 내국인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제주도는 필요하다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상에 내국인 진료 금지 조항 등을 신설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0. 원격진료 규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금지가 가장 대표적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을 벗어난 원거리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격 의료가 허용되면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 서비스, 거동 불편 환자 재가 진료 등이 가능하다. 역시 ‘의료영리화’라는 이유로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있으며, 여기에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릴 것을 우려하는 일부 의사도 반대에 가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해외에서는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원격의료 기술을 우리나라에선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선 2022년 원격의료 시장규모가 30억 달러( 3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한 바이오 기업은 환자 몸속에 심박 측정기를 삽입해 의료기관이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애플이 개발한 애플워치4에는 심전도 측정기능이 설치돼 유사시 건강앱에 등록된 가족과 병원에 자동으로 알려줘 관리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 12 28일 ‘착공 없는 착공식’ 마친 南北철도 사업

▲  지난 26일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남북 인사들이 서울-평양 도로 표지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착공 없는 착공식’마친 南北철도 사업 
南北 넘어 유라시아 연결 ‘청사진’ 불구 사업비 수십조 논란
北비핵화조치 이뤄져야 ‘본궤도’… 현재로선 유엔제재 대상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철도·도로 연결 첫 언급  
2007
년 도라산∼판문역  
화물열차 한때 정례운행  
, 물류이동·관광 통해  
통치자금 확보 노리는 듯 
北철도 현재 대부분 노후화  
시속 30㎞ 이하 거북이운행  
정식사업은 제재면제 필수  
정유·발전기 반입땐 ‘저촉’  
천문학적 세금 투입 불가피  
“복선43+고속철13兆 예상” 

 

지난 26일 새벽 서울역에서 출발한 새마을호는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에 멈춰 섰다. 객차 안으로 진입한 헌병들은 모든 승객의 신분증과 방북자 명단을 대조한 뒤 내렸다. 열차는 다시 ‘끼익’ 소리를 내며 느린 속도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도라산역에서 불과 7㎞ 떨어진 북한 개성시 판문역까지는 20분이 넘게 걸렸다. 판문역 앞 철로를 배경 삼아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다. 착공식에서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철도·도로 연결에 성심성의를 다한 온 겨레에게 따뜻한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성과는 우리 온 겨레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남북이 이렇듯 야심 차게 철도 사업의 첫발을 뗐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고 있음에도 우리 국민의 세금이 대거 투입될 남북 사업은 불가하다는 반발이 거세다.  


1.남북 철도 연결·현대화 

철도 사업은 남북 경협 사업 중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북한에서 철도는 물류를 책임지는 주요 교통수단이지만 운행 속도가 시속 10~30㎞에 불과할 정도로 낙후해 있다. 낙후한 철도가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남북 관계가 해빙기를 맞을 때마다 철도 협력을 제안해 왔다. 남북 경협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가진 문재인 정부 역시 남북 철도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남북 철도 사업을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남북 철도를 연결하고 북측 철도를 현재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데 남북이 공감대를 형성한 수준이다. ‘현대화’가 현재의 북한 철도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인지, 철로를 아예 새로 까는 것인지, KTX와 같은 고속철도를 놓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2. 어떤 계기로 추진됐나 

남북 관계가 냉각되면서 2008년 중단된 남북 열차 운행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추진됐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고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취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이후 6월 남북 철도협력분과 회담, 7~8월 남북 공동연구조사단 회의 등 실무 작업이 이어졌다. 9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안에 남북 철도·도로 사업 착공식을 여는 데 합의했다. 11 30일부터 18일간 북한 철도에 대한 남북 공동 현지조사가 진행됐다.


3. 역대 정부 진행 과정 

남북 철도 협력의 첫발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북은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해로, 항로를 개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속 합의서에는 남북 간 경의선 철도를 연결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실제 추진에는 수년이 더 걸렸다. 2000 6월 첫 남북정상회담 한 달 뒤, 남북은 경의선 철도의 문산~개성 구간 27㎞를 연결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그해 9월 착공식을 했다. 2007 5월에는 남북 열차가 시범운행에 들어갔고, 12월부터 남측 도라산역과 북측 판문역 사이에 남북 화물 열차가 정례적으로 오갔다. 하지만 2008 12 1일 북한이 육로 통행 제한조치를 내리면서 남북 철도 운행은 중단됐다.


4. 北은 왜 철도를 원할까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인천공항에서 평창행 KTX를 탔다. 김 위원장은 김 제1부부장의 KTX 탑승기를 보고받고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2015 6월 평양 순안공항 리모델링 현장을 찾아 “평양과 공항 사이에 고속철을 건설하면 좋겠다”고 발언한 바도 있다. 10대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고속철도를 이용해 본 경험이 김 위원장의 철도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철도 발전은 중국·러시아 등지로 북한 물류를 실어나르고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북한 내부의 유통망과 이동 편의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외화벌이를 통해 상당한 통치 자금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철도를 통해 외부와의 물적·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 북한 정권의 주민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북한이 내부를 꼼꼼하게 연결하는 철도 체계 대신 서울~평양~신의주~베이징(北京) 등 주요 도시만을 관통하는 국제선 고속철도를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남북 경협에 수년간 몸담고 있는 한 인사는 “북한 철도 현대화는 북한 주민이 아니라, 남한과 중국·러시아를 오가는 화물이나 해외 관광객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며 “북한 당국에 통행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고속철이 아니면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려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건 고속철도라는 것이다.


5. 北철도의 현재 상황 

북한에서 철도는 여객 수송의 60%, 화물 수송의 9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북한의 주요 통계 지표에 따르면 북한 철도의 97%가 단선철도여서 상·하행선이 동시에 오갈 수 없다. 


북한 철도는 평양과 신의주를 잇는 평의선과 평양과 개성을 연결하는 평부선이 근간이 된다. 평부선은 노선이 평양에서 부산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로, 분단 이후 개성까지만 운행되고 있다. 평의선은 평양에서 신의주를 연결하며, 압록강 철교를 통해 중국 베이징까지 갈 수 있다. 베이징에서 평양 구간은 국제 수요가 상당해 철로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 시속도 45㎞에 달한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 노선은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으며, 열차 시간표에 따라 운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전력난과 철로 노후화 등의 복합적 원인 탓인 것으로 분석된다. 

 

6. 현지 조사 해보니… 

지난 18일 우리 측 당국자와 철도 전문가들은 북한 현지를 방문해 직접 파악한 북한 철도 상황을 언론에 브리핑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현지 조사와 기술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일단 10년 넘게 접근이 불가능했던 북한 철도 상황을 전문가들이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경의선은 압록강을 통해 중국과, 동해선은 두만강을 통해 러시아와 이어지는 국제철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러시아와는 운행을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하루 편도 6회 운행했었지만, 대북 제재가 강화된 지난해 10월부터는 운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동해선은 곡선 구간과 터널이 많아 속도를 내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동해선은 북한과 러시아 간 에너지, 광물자원 등 화물 수요가 많고, 경의선은 북한과 중국 간 여객 수요가 있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경의선 역시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이 가능해 화물 운송 역할도 상당 부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7. 文정부의 청사진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북 공약은 ‘한반도 신경제 지도’다. 한반도 신경제 지도는 남북한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돼 경제 활로를 개척하고, 통일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남북한 시장 통합 방법으로는 철도, 도로, 항만, 전력선, 통신 등의 연결을 제안했다. 정부는 남북 철도는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 끝까지 이어져, 한반도가 반도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저는 오늘,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제안한다”며 “이 공동체는 우리의 경제 지평을 북방 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동아시아 에너지 공동체’와 ‘경제 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8. 對北제재 위반 논란 

남북 철도 사업은 기본적으로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다. 철도 사업을 위해선 발전기, 전자 기기, 정유제품 등 유엔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된 다수의 품목을 북한으로 반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정부가 경의선·동해선 북측 구간 현지 점검을 진행하려다 유엔군사령부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것 역시 대북 제재 위반 때문이었다. 유엔사는 상세한 반출 품목에 대한 리스트 제출을 요구하며 점검단의 통행을 불허했다.

 
정부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10월 중 공동조사를 진행하기로 북한과 합의했지만, 한·미 간 협의가 불발되면서 공동조사는 또 무산됐다. 이후 정부는 공동조사와 착공식은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바꿔야 했다. 공동조사와 착공식은 11월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한 워킹그룹이 출범하면서 물꼬를 텄다. 워킹그룹 첫 회의에서 미국은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두 번째 회의에서는 착공식에 대한 제재 면제 협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남북 철도 사업에 대한 대북 제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9. 비용은 누가 얼마나 내나 

북한 철도 현대화가 현 상태에서의 개·보수인지, 고속철도 건설이 될지 불분명하지만 어떤 경우이든 수십조 원대의 세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높은 수준의 철도 현대화’가 복선전철화를 의미하면 43조 원이 소요되고, 고속철도(KTX)라면 여기에 13조 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추계하기도 했다. 철도시설공단이 2017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복선전철이 1㎞당 355억 원이 투입되는 데 비해 고속철은 481억 원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정부는 2019년 예산안에 남북 철도·도로 사업 관련 예산을 2951억 원만 적시했다. 설계 등 초기 비용만 감안한 것으로, 향후 비용은 북한과의 협상과 사업 추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남북 철도 사업에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얼마나 참여할지도 비용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주변국과 공동 투자를 한다면 우리 정부의 투자 비용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10. 향후 전망 

남북 철도 사업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우리 국민의 세금이 대거 투입돼야 한다는 점,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철도의 운영권·소유권에 대한 북한과의 협상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사업 시작에 앞서 매듭지어져야 한다 


하지만 비핵화 진전 없이는 이런 논의들 역시 구체적인 성과를 보기 어렵다. 일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북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과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벌이는 것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국내 여론도 극복하기 쉽지 않아서다. ◎
김영주 기자 everyw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