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식품 이야기08/ 하상도의 식품 과학/ 2014-08-11 일제는 어떻게 우리 전통주의 맥을 끊었나? - 2016.05.05 콜라 속의 당(糖)은 나쁘고, 과일 속의 당(糖)은 좋은 걸까? / 식품 오디세이 - 초콜릿의 유..
식품 이야기08/ 하상도의 식품 과학 식품 오디세이
■ 하상도의 식품 과학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2014-08-11 조선일보
■ 일제는 어떻게 우리 전통주의 맥을 끊었나?
조선에서 중국, 일본으로 수출도 되던 전통주들
최초의 술은 무엇일까?
술은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해 왔다. 과일, 벌꿀 등 당분을 함유한 액체에 자연에 널린 효모(yeast)가 발효작용을 해 알코올을 생성하는데, 이것이 원시시대 술의 시작이다. 최초의 술은 원숭이가 나뭇가지의 갈라진 틈이나 움푹 패인 바위에 저장해 둔 과실이 우연히 발효돼 술이 된 것을 인간이 먹고 배웠다하여 일명 원주(猿酒)라고 한다.
수렵, 채취시대의 술은 과실주, 유목시대는 가축의 젖으로 만든 젖술(乳酒), 농경시대는 곡물이 원료인 곡주(穀酒), 정착농경이 시작되면서부터 청주, 맥주 등 곡류양조주가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소주, 위스키 등 증류주가 대중 술이 되고 있다. 술의 원료는 각 나라의 주식과 관련이 깊은데, 알코올 발효가 안 되는 어패류나 해양동물을 주식으로 하는 에스키모에는 술이 없다고 한다. 또한 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종교상 금주하는 나라의 양조술은 질이 떨어진다.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Dionysos)는 로마 신화에서는 주신(酒神)인 바카스 또는 바쿠스(Bacchus)로 불리는데, 제우스와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났고 머리에 포도송이로 만든 관을 쓰고 있다. 또한 이 신은 대지의 풍작을 관장하며, 아시아를 포함해 세계 각지에 포도재배와 양조법을 전파했다고 한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포도주 제조법
「구약성서」의 “노아의 방주”에 관한 이야기에서 하느님이 노아에게 포도의 재배법과 포도주 제조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하(夏)나라의 시조 우왕 때 의적(儀狄)이 처음 곡류로 술을 빚어 왕에게 바쳤다는 전설이 있다. 또한 진(晉)나라의 강통(江統)은 「주고(酒誥)」라는 책에서 “술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상황(上皇, 천지개벽과 함께 태어난 사람) 때부터”라고 하여 인류의 탄생과 함께 술이 만들어졌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중국에서 처음 술을 빚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8,000년 전인 황하문명 때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시기의 유적지에서 발굴된 주기(酒器, 술을 발효시키거나 술을 담아두던 용기)가 당시 사용한 용기의 26%나 되었을 정도로 술은 이 시기에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술이 등장한 것은 삼한시대 쯤으로 추측할 수 있으나 삼국시대 후기부터 누룩을 사용한 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송나라, 원나라의 양조법이 도입돼 보리와 쌀을 술에 이용했으며, 술의 종류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고려 후기부터는 증류주 문화가 유입되어 주곡뿐 아니라 수수, 조 등을 이용한 술이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술 중에서 유명한 것은 주로 조선시대 때 정착돼 고급화되기 시작해 증류주를 일본, 중국 등지에 수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선 후기에 와서는 각 지방의 특성을 살린 지방주가 전성기를 맞이했는데, 서울의 “약산춘”, 여산의 “호산춘”, 충청의 “노산춘”, 김천의 “청명주” 등이 유명하다. 또한 “이강주”, “죽력고” 등 소주에 각종 약재를 첨가한 술이 개발되었다.
일제 때 도입한 외래주와 과중한 주세로 소멸
이처럼 조선시대에 활짝 꽃피운 우리 술 문화는 절정기를 이루었으나 일제 강점기 때부터 외래주가 도입돼 토속주와 외래주가 공존하게 되었다. 19세기 말에는 마침내 위스키 등 서양의 “양주문화”가 도입됐고, 국권이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수탈 목적으로 과중한 주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전통 향토주와 토속주는 자취를 감추게 됐고 신식 술이 획일적으로 제조되어 우리의 전통술 문화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우리나라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이 1% 이상 함유된 음료를 “술(酒)”로 정의한다. 사실상 술은 주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인 효모가 만든다. 포도, 곡물 등에 함유된 포도당을 분해해 “발효(fermentation)"과정을 거쳐 에탄올을 생성하게 된다. 포도당은 산소가 충분하면 이산화탄소와 물로 변하지만, 밀폐된 용기 등 산소가 부족한 혐기적 환경에서는 이산화탄소와 함께 에탄올을 생성하게 된다. 이것이 술을 만드는 원리다.
모든 식품이 그럿듯이 술도 칼로리, 생리활성성분 제공 등 몸에 좋은 면과 알콜이나 발효 시 생성되는 독성물질 등 몸에 나쁜 양면을 모두 갖고 있다. 술은 이왕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 했고, 법적으로 허가받은 식품이니 좋은 면을 크게 보고 즐기면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2015-03-18 유통기한이 지나면 못 먹는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고르고 있다.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할 때 가장 많이 확인하고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가격”과 “유통기한”이라고 한다. 소비자는 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할 때 가능한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식품을 구매하고, 판매업자는 유통기한이 경과하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무조건 폐기 또는 반품한다. 대부분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안 팔리기 때문에 유통기한 며칠 전부터 처분한다고 보면 된다. 가정에서도 소비자는 보관중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보면 먹을까 말까 고민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유통기한이 지나도 어느 정도까지는 먹을 수 있다고 들은 사람들은 버리지 않고 먹을 때가 있긴 하나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유통기한” 표시가 활용되고 있는데, 섭취기한/소비기한(Use by date), 판매기한(Sell by date), 포장일자(Packaging date), 최상품질기한/상미기한(Best before date), 최상 섭취기한(Best it used by date) 등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유통기한”은 “판매기한인 sell by date”의 개념으로 그 날짜까지만 먹을 수 있는 “소비기한”이 아니라, 그 날까지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한다. 즉, 유통기한이 지나면 유통업체에서 판매만 불가능할 뿐이지 가정에서는 그 이상 기간 동안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확히 유통기한에서 얼마만큼의 기간이 지난 것까지 먹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품의 종류마다 다르고 제조사와 브랜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유통기한은 2002년 7월부터 제조업체별로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HACCP 등 위생관리시스템 도입으로 같은 품목이라도 식품회사별로 제조공정과 시설, 인력, 위생수준이 달라 유통기한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품목별 유통기한이 제조사에 관계없이 식품위생법에서 품목별로 일괄적으로 정해져 운영했었다. 그 후 2007년 1월부터는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원에서 몇년 전 시중 유통중인 냉장 빵류에 대해 유통기한 경과 후 소비가 가능한 기한을 실험해 검증한 결과, 최장 20일까지 소비가 가능하다고 한다. 즉, 유통기한이 지난 빵은 바로 폐기되지만 사실상 20일이나 더 먹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즉, 아까운 음식이 괜히 폐기된다는 것인데, 이 피해가 연간 6,5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마트에서 유통기한 전 미리 반품, 폐기하는 물량까지 합치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 추측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식품의 “유통기한”은 식약처에서 정한 표준화된 실험법과 과학적 검증을 통해 설정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마진까지 고려해 충분한 기간으로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소비기한의 약 70% 정도의 기간을 유통기한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소비자는 판매 가능기한인 “유통기한”과 먹을 수 있는 기한인 “소비기한”을 구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비기한”이 아니라 “유통기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가정에서 보관하다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라도 포장을 뜯지 않고 완제품상태로 보관했다면 유통기한이 약간 지난 제품이라도 냄새, 색깔 등 감각적 차이가 없을 경우에는 섭취해도 거의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가정에서 포장을 이미 뜯어, 먹다가 남은 음식의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에는 무조건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수 년 전 식품 반품과 폐기물 발생을 줄여 가격 인하효과가 있는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하려 했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단체가 소비기한이 유통기한을 늘여 기업을 배불린다고 반대해 현재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오판이라 생각된다. 일정 기간 더 먹을 수 있는 것을 유통업체가 폐기 또는 반품해 제조원가가 높아지게 되면서 결국 그 원가가 소비자에게 되돌아와 제품의 가격을 높이게 돼 유통기한제도로 오히려 소비자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소비자가 가정에서 식품 보관 시 언제까지 먹을 수 있고 언제 버려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유통업체에서도 소비기한이 임박한 식품은 할인해 팔고 이 날짜가 지나면 바로 폐기하면 그만이다.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더 길기 때문에 제품가격을 인하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면, 정부는 식품의 안전관리가 용이한 “유통기한”을 선호하고 있으나, 실제 소비자 중심의 제도는 “소비기한”이다.
2015-04-16 말고기가 사랑받는 시대가 온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말고기가 마트에서 판매된다. “웰미트”라는 브랜드로 출시된다고 한다. 말고기는 지난 2013년 1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폴란드산 말고기 혼입 “소고기 햄버거” 판매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게다가 냉동 라자냐와 미트소스 스파게티에서도 쇠고기로 허위 표시한 말고기가 검출돼 리콜되며, 유럽 전역이 들썩거렸다.
말고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지방함량이 절반 수준이며, 아미노산이 풍부한 저지방·저칼로리·고단백 고기로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특히, 불포화지방산, 아연 등의 함량이 높고 철분함량도 높아 성장기 어린이나 여성에게 좋으며 높은 글리코겐 함량 덕에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의서 방약합편에도 “말고기는 원기가 부족해 기운이 없고 피로를 자주 느끼며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이를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고 몸을 차게 해 진정 및 소염작용이 있어 흥분을 잘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 심장․폐․대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다”고 전한다. 민간에서도 말의 다리뼈는 신경통과 관절염에, 말기름은 화상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말은 고기뿐 아니라 내장, 기름, 뼈가 모두 귀하게 쓰인다고 한다.
말고기는 구석기시대부터 많이 먹어왔다. 수렵인들이 야생마 고기로 포식했으며, 아시아 유목민은 물론 기독교 이전의 북유럽 민족도 말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말고기를 자주 먹었을 뿐 아니라 벽화에도 많이 남겼다. 지금은 말의 가격이 많이 싸졌고, 그 용도도 줄었지만, 예전에는 소, 돼지, 양고기와 같은 가축보다 키우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쓸모가 많아 거의 먹지 못했었다. 특히, 말은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 소나 양보다 30% 정도 풀을 많이 먹여야 해 고기 목적으로 키우기에는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 말을 키우는 목적이 고기와 젖 보다는 주로 운송 수단, 전쟁의 도구였다.
그러나 말은 고대 중동제국시대에는 전쟁의 중요한 자원으로 사용돼 교황의 칙령에 따라 식용이 금지됐었다. 유럽 중세시대 교황도 모든 기독교인에게 말고기 금기령을 내린 적이 있었다. 영국은 모든 것이 풍족해 굳이 말고기를 먹지 않아도 육류가 충분했고, 기병대의 자존심을 세워 주기 위해 그리고 승마가 인기스포츠라 말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 역시 신대륙 개척 때부터 말을 길러 왔고 다른 육고기가 많아 귀족적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말고기 섭취를 꺼려 식용을 금지하고 있다. 유대교 역시 말고기 섭취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혁명 때 말고기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건강과 함께 다양한 맛을 찾는 현대인의 기호에 따라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말고기가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말고기는 갈비찜, 구이, 샤브샤브 등으로 요리되는데, 제주도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육회로도 먹는다고 한다. 제주의 말 사육 두수는 지난해 6,300마리로 늘었고 마육 전문가공공장이 2개소, 말고기식당이 20여곳 있다고 한다.
말고기는 “삼국지위지 동이전”에 사람이 죽어 장사지낼 때 말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했으며, 천무제때는 말고기의 식용을 금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후한서에 외부인들이 침입해 말을 도살해 먹었고 삼국유사에 소젖을 음용한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세종초기에는 말고기 수요가 급증해 중국 사신들의 위로연을 제외하고는 사용을 금지했다는 기록도 있으며, 연산군이 정력제로 백마만 골라 잡아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1401년 군마로 사용할 말이 줄어 말고기 육포를 진상품으로 올리지 말라는 금지령이 내려졌다. 고려시대인 1227년 몽골에 보낼 전투용 말을 제주에서 대량 사육하게 되면서부터 우리나라에서 말고기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류는 문화와 생존방식이 달라 말을 포함한 다양한 고기를 먹어 왔다. 현재에도 국가별로 다양한 고기를 즐기고 있는데, 호주의 캥거루, 아프리카 케냐의 기린, 하마, 악어, 코끼리, 아마존강 유역의 곤충과 파충류, 중국의 뱀, 개, 고양이, 쥐, 스페인의 비둘기 등 다양한 고기 식문화가 형성돼 있다.
2015-04-28 콜라는 도대체 어떻게 마셔야 하는가?
▲코카콜라 플랜드 보틀 코카콜라 병의 진화. 특색 없는‘참기름 병’같던 초기의 병은 1915년, 어두운 곳에서 손으로 더듬어 봐도알 수 있는 독특한‘컨투어 보틀’(contour bottle 왼쪽에서 네 번째)로 진화했다. 1978년에는 혁신적인 페트(PET 오른쪽에서 두 번째)병을 내놨고, 최근엔 100% 석유화학 제품인 페트병에 식물성 재료를 넣는,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뤄냈다 / 코카콜라 제공. 조선DB
콜라도 최근 당 함량이 높아 정크푸드로 불리며, 건강의 적으로 내 몰리고 있다. 중독성이 높아 한번 맛을 본 사람은 쉽게 끊을 수가 없다.
“콜라(cola)”는 “캐러멜로 갈색을 내고 카페인이 들어간 달콤한 탄산 청량음료”를 말한다. 1886년 개발돼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콜라는 초기에 카페인의 공급원인 콜라나무 열매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됐다. 콜라의 풍미는 오렌지, 라임, 레몬에서 비롯됐으며, 계피, 호두, 바닐라 등이 첨가되기도 한다. 콜라에는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 옥수수 시럽을 넣는데, 무설탕콜라(다이어트콜라)의 경우,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 대신 아스파탐, 스테비아 등 인공감미료를 쓰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콜라 브랜드는 다양한데, 미국의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가장 유명하다. 각 국가별 소규모 지역브랜드도 다양한데, 1900년대에 영국, 남아프리카, 서유럽 국가들에게 인기 있었던 “버진콜라”가 대표적인데, 현재 그 브랜드파워는 약해졌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 독일의 “Afri-Cola”가 있으며,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코폴라”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 이어 3번째로 많이 팔린다고 한다. “쿠바콜라”는 스웨덴, “텀스업”은 인도, “스타콜라”는 가자-팔레스타인, “콜라터키”는 터키, “수퍼드링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잉카콜라”는 남아메리카 국가, “투콜라”와 “트로피콜라”는 쿠바, “로얄크라운콜라”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팔린다. “815콜라”는 우리나라에서 한 때 인기 있었다.
이 중 코카콜라(Coca-Cola)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 높은 상표로 미국과 자본주의를 상징한다. 1886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의 약제사인 펨버턴(1831~1888)박사가 코카의 잎, 콜라의 열매, 카페인 등을 주원료로 한 청량음료를 만들어 “코카콜라”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2년 후 그는 이 청량음료 제조, 판매권을 약제도매상인 캔들러에게 약 120만원에 팔았다. 캔들러는 1919년 회사를 설립하고 청량음료 판매를 개시했는데, 현재의 코카콜라 병은 100만달러의 현상금을 받은 유리병공장 직원 루드가 디자인한 것이다. 초기에는 비위생적인 밀봉 때문에 유통에 어려움을 격었으나, 이후 밀봉 병뚜껑이 발명되고 상품의 질이 개선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코카콜라는 제법을 공개하지 않고 본사에서 원액을 제조해 계약된 회사에게만 공급하는 프랜차이즈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코카-콜라사가 진행하는 '2014 FIFA 월드컵 트로피투어(FIFA World Cup Trophy Tour™)' 행사. 2014년 4월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정몽규(오른쪽부터)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감독, FIFA 홍보대사 크리스티앙 카랑뵈, 이창엽 한국 코카콜라 사장 등이 참석했다./ 조선DB
햄 제조업체인 스팸, 오토바이 생산자인 할리데이브슨 등 대부분의 미국 내 산업체들이 그러하듯 코카콜라사도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수품을 납품하며 급성장했다. 1979년에 중국시장을 뚫었으며, 현재는 200여개국에 팔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10억잔 이상을 팔고 있다고 한다.우리나라에는 1968년에 들어와 코카콜라 외에 환타, 스프라이트 등의 청량음료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경쟁사인 펩시콜라는 미국 노스캐놀라이나주의 약사 브래드햄이 조합한 소화불량치료약이 원조다. 우리나라의 활명수라 볼 수 있겠다. 초기에는 콜라너트,바닐라빈즈 등을 원료로 제조해 개발자의 이름을 딴 “Brad's drink”라 불렸으며, 약국에서 제조,판매됐었다.콜라너트의 “콜라”와 소화효소의 “펩신”으로부터 유래돼 "펩시콜라"라 이름 붙여졌다.
펩시는 프랜차이즈 제도의 확대에 따라 1906년까지 미국 전역에 200개 보틀러와 계약해 사업을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급격하게 생산 비용이 상승해 브래드햄은 펩시콜라를 매각했다.이후 약 15년간 어려움을 격은 후 1930년대 대공황을 맞이 해 코카콜라 대비 반값 콜라로 승부를 걸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소련(구 러시아) 정부와 판매계약을 체결한 미국의 첫제품이 됐으며, 마운틴 듀, 7UP을 출시하고 칼로리를 뺀 다이어트펩시를 발매하기 시작했다.1977년 슈퍼마켓,편의점 등 소비자 직거래시장에서 처음으로 코카콜라를 앞지르기 시작했으며, 이후 피자헛, 타코 벨, KFC에 독점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급성장했다.
“콜라”는 “기호식품, 콜라”일 뿐이다. 운동 후나 육류 등 느끼한 고지방, 고단백 식사를 할 때 달콤한 맛이나 탄산의 탁 쏘는 맛을 즐기고 싶거나 카페인의 신경안정효과를 느끼고 싶을 때 마셔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콜라를 당이 많다고 정크푸드라 한다. 콜라는 영양소로 식사대용으로 섭취하는 음식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기호식품이다. 기호식품을 식사대용처럼 영양소까지 균형되게 갖추라고 하는 것은 과욕이다. 기호식품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운동 후 당이 필요한 사람들이 당을 섭취하려고 콜라를 먹으려 하는데, 당이 많다고 콜라를 못 팔게 하는 것은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콜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당과 카페인 함량을 정확히 표시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철저히 관리하면 된다. 소비자는 표시를 반드시 읽고 당과 카페인 함량을 확인해 이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레귤러콜라를 구매하고, 다이어트를 하거나 당뇨병이 우려되는 사람은 다이어트콜라나 다른 청량음료, 과일음료 등을 대체 구매하고 지나치지 않게 적당량 섭취하면 되는 것이다. 콜라는 식사대용이 아니다. 독이 아닌 기호식품이다. 즉 사람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는 매개체이므로 먹지 못하도록 막을 게 아니라 적절한 섭취량과 섭취습관을 갖고 조절할 줄 아는 영리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 선진국민이 되는 길이다.
2015-05-26 식품첨가물은 독인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식품첨가물”은 매우 위험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식품사건은 고의성 여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고의적 속임수 사건”은 증량, 저가 대체식품, 미허용 첨가물 사용, 보존료 허용량 초과 등이 있으며, “비의도적인 사건”은 광우병, AI, 병원성미생물 등 “안전성(safety) 관련 사건”과 무첨가, 화학/인공/천연 마케팅 등 “안전과 무관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최근 식품 관련 이슈는 카제인나트륨, 인산염 등 첨가물이 많은데, 경쟁사간 노이즈마케팅이 주원인이었다.
“식품첨가물”은 고대로부터 식품의 맛과 기능을 향상시키고 저장성을 얻기 위해 사용돼 왔다. 기원전 3,000년부터 고기를 절이는데 소금이 이용된 기록이 있고 기원전 900년까지 염과 연기의 사용이 이미 오랜 전통이 되어 있었다. 중세에 초석의 형태로 시작된 아질산염은 염과 연기의 저장효과를 증진시키고, 보툴리즘(C. botulinum 독소, botox에 의한 식중독)을 예방하며 풍미를 향상시키기 위해 육류에 첨가되어 왔다.
그러나 모든 첨가물이 유익하게 사용되어온 것은 아니다. 예전엔 냉장, 냉동시설이 없어 밀가루, 차, 와인, 맥주 등이 쉽게 오염되고 변질되었다. 독성이 강한 첨가물을 줄이도록 입법화했을 정도로 보존료가 널리 사용되기도 했고, 수은, 비소, 납과 같은 중금속을 색소로 사용한 시대도 있었다.
결국 식품첨가물의 역사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식품저장의 증진과 식도락에 기여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식품이 실제보다 더 나은 질을 가졌다고 생각하도록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 때문에 소비자는 식품첨가물을 두려워한다.
우리나라 식품첨가물은 보건복지부에서 1962. 6. 12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217개 품목을 지정하면서 본격적인 안전관리가 시작되었다. 1973년 11월 『식품첨가물공전』을 만들어 성분규격, 사용기준, 표시기준, 보존기준, 제조기준 등을 수록했으며, 2015년 현재 605 품목이 허용돼 50년간 400개 정도가 늘어났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은 2,000품목에 달한다.
식품첨가물은 필요하다면 신규로 인정되고, 비록 과거에 인정됐더라도 안전성 논란의 여지가 있으면 재평가해 사용을 금지하기도 한다. 1966년 합성감미료 “돌신(Dulcin)”, 1973년 합성보존료 “살리실산”, 1991년 훈증제 “에틸렌옥사이드”, 2004년 “꼭두서니색소” 등이 퇴출됐다. 2006년에는 안전성 논란에 의한 “식품 중 알루미늄 저감화 방안”의 일환으로 “염기성알루미늄탄산나트륨”의 식품첨가물 지정이 취소됐다. 2009년엔 국내외 사용실적이 미미한 “콘(옥수수)색소, 땅콩색소, 누리장나무색소”가 제외된 바 있으며, 또한 2012년에는 주류 발효과정 중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유해물질인 에틸카바메이트 생성을 저해하는 효소제인 “우레아제”가 신규로 지정되기도 했다.
“첨가물”은 식품에 기능을 주기 위해 살짝 들어가는 “첨가물”일 뿐이다. 식품에 첨가해 보존성, 물성, 맛과 향, 색, 영양보충 등의 기능을 활용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첨가물이 위험하다고 “독”이라 한다. 소비자들이 아파 약을 먹을 때, “약”을 “독”이라 하지는 않는다. 약에는 효능이 있지만 더 큰 독성과 부작용이 있다. 첨가물도 마찬가지다.
첨가물은 밥으로 섭취하는 주식이 아니라 약처럼 특정 목적을 갖고 소량 첨가되는 물질이다. 첨가물을 식품 원재료처럼 독성과 부작용 없이 만들라고 하는 것과 가공식품 제조 시 첨가물을 빼라고 하는 것은 과욕이다. 첨가물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식품을 오래 보존해 원가를 낮추고 식중독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첨가하는 보존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더 큰 손실이고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리스크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첨가물 사용은 큰 이익을 주고, 무시해도 될 정도로 확률 낮은 위해성(risk)은 양보하자”는 인식, “첨가물을 포함한 사람이 먹는 모든 것에는 독성이 있으며, 약과 독을 구분하는 것은 양의 문제”라는 인식, “식품첨가물은 식품이 아니라 첨가물일 뿐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줘야 할 것이다. 정부는 첨가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첨가물 사용량을 정확히 표시하고 지키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관리만하면 된다.
기업은 “네거티브 마케팅”을 자제하고, 소비자는 다양한 첨가물을 목적과 기능에 따라 적절히 구매, 사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할 때라 생각된다. “천연은 좋고, 인공은 나쁘다”, “첨가물은 무조건 나빠 무첨가가 좋다”는 흑백논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소비자의 식품첨가물 이슈는 “안전성 문제”에서 표시에 기반 한 “선택의 문제”로 바뀌어야 한다.
2015-06-15 초콜릿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보자
“초콜릿(chocolate)”은 카카오 콩을 재료로 가공한 식품으로 숙성한 카카오콩을 볶은 뒤 갈아서 코코아 버터를 혼합하고 설탕 등을 넣어 만든다. 초콜릿은 영양가가 높고, 지방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열량이 높다. 그러나 최근 초콜릿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초콜릿 제품의 유통기한은 약 1년인데, 이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유통기한이 경과된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통기한에 임박해 원료로 재사용된다면 품질은 물론이고 안전문제 또한 일으킬 수 있는 식품유형이라 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초콜릿(chocolate)'은 카카오 콩을 재료로 가공한 식품으로 숙성한 카카오콩을 볶은 뒤 갈아서 코코아 버터를 혼합하고 설탕 등을 넣어 만든다. 초콜릿은 영양가가 높고, 지방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100g 당 550 kcal의 열량을 낸다. 카카오나무는 25~57개 정도의 럭비공 모양 열매와 향기는 없지만 흰색에서 밝은 노란색의 색깔을 띄는 꽃을 피운다. 이 열매 안의 씨가 바로 카카오콩이다.
초콜릿은 2,600년 전 마야문명의 발생지인 중앙아메리카에서 음료로 마셨던 것이 최초다. 카카오원두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강 유역과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 유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멕시코 원주민들이 음료와 약용으로 귀하게 여겨 화폐로도 유통되었다.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처음으로 코코아 콩을 스페인 왕에게 바쳐 유럽에 소개했지만 초콜릿을 유럽에 널리 퍼뜨린 것은 17세기 중반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였다. 1800년대 초 네덜란드인 반 호텐(Van Houten)이 지방분의 압착, 설탕 혼합 및 고형화에 성공해 현재와 같은 초콜릿 모양을 만들어냈다. 1876년에는 스위스인 다니엘 피터스(Daniel Peters)가 밀크초콜릿을 개발했다.
초콜릿은 가공성형이 쉬워 무엇이든지 속에 넣을 수가 있어 그 종류가 다양하다. 초콜릿은 카카오 매스의 함량에 따라 다크초콜릿, 밀크초콜릿, 화이트초콜릿으로 구분된다. 재료에 따른 분류가 우리나라 식품공전상 식품유형으로 활용된다.
초콜릿은 코코아원료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해 가공한 것으로 코코아 고형분 35% 이상(코코아버터 18% 이상, 무지방 코코아고형분 14% 이상)인 것을 말한다.
'스위트초콜릿'은 코코아고형분 30% 이상, '밀크초콜릿'은 코코아고형분 25% 이상, 유고형분 12% 이상, '패밀리 밀크초콜릿'은 코코아고형분 20% 이상, 유고형분 20% 이상인 것을 말한다.
'화이트초콜릿'은 코코아버터를 20% 이상, 유고형분 14% 이상, '준초콜릿'은 코코아고형분 7% 이상인 것을 말하며, '초콜릿가공품'은 견과류, 캔디류, 비스킷류 등 식용가능한 식품에 초콜릿류를 혼합, 코팅, 충전해 가공한 것을 말한다.
형태로 분류하면 '판초콜릿(Solid Chocolate)'은 시중에서 가장 일반적인데, 1830년 ‘몰딩’이 가능해지면서 만들어진 단단한 판형모양으로, 유럽에서 발명됐다. 판형초콜릿은 천연초콜릿에 개암, 아몬드, 튀긴 쌀, 프랄리네, 아몬드 반죽 등이 들어 있어 종류가 다양한데, 허쉬초콜릿, 가나초콜릿이 대표적이다.
'셸초콜릿(Shell chocolate)'은 초콜릿을 틀에 넣고 겉(shell)을 만들어 그 안에 크림, 잼, 넛트류, 과일 등을 넣어 초콜릿 뚜껑을 씌운 것이다. '할로초콜릿(Hollow chocolate)'은 안이 비어 있는 초콜릿으로 인형, 동물, 알 등의 형태를 한 것이다. '팬워크초콜릿(Pan-Work chocolate)'은 회전솥 안에서 중심부분이 되는 넛트류나 캔디류에 초콜릿을 넣어 만든 알갱이 형태의 초콜릿으로 M&M's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다크초콜릿'은 항산화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데, 적포도주, 녹차, 홍차보다도 많이 함유돼 있다고 한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피로해소, 강장영양 등의 효능이 인정됐으나, 많은 량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어 지나친 섭취가 카페인중독을 일으킨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초콜릿에 들어 있는 테오브로민은 독성을 내는데, 섭취 시 분해되지 않고 혈액 속에 남아 간질(뇌전증), 심장마비, 뇌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테오브로민은 카페인과 비슷한 흥분성 알칼로이드이지만 차나 커피의 카페인만큼 강하지 않아 노인, 어린이 등 민감한 사람에게도 안전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초컬릿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초콜릿 제품의 유통기한은 약 1년인데, 이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유통기한이 경과된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초콜릿과 사탕을 만드는 123개 업체중 20곳이 자가품질검사 미실시, 원료 수불일지와 생산일지 미작성, 작업장과 기계기구류 청결 미흡, 종사자 건강진단 미실시 등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고 한다. 2014년 10월에는 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냉동 닭을 튀겨 재포장한 후 유통기한을 1년 연장한 업체가 보도됐으나 적법한 것이라 처벌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완제품이 ‘원재료’로 쓰여 재가공되면 유통기한 연장이 합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콜릿도 유통기한 경과 직전에 과자 등에 원료로 재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된다. 초콜릿은 지방함량이 높아 산패 등이 문제되는데, 유통기한에 임박해 원료로 재사용된다면 품질은 물론이고 안전문제 또한 일으킬 수 있는 식품유형이라 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2015-06-26 설탕의 달콤함과 위험
여러 당류 중에서도 왜 소비자는 유독 설탕에 대해서만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걸까?
일부 방송에서는 “내 몸을 죽이는 살인자, 설탕”이란 카피까지 등장하기도 하나, 백종원 주부님처럼 설탕을 과감하게 요리에 사용하기도 한다. 소비자는 설탕에는 인색하나 단순 당에 속하는 꿀과 다당류를 주성분으로 하는 쌀밥, 고구마, 감자 등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특히, 건강한 식생활을 논할 때, 설탕은 성인병을 비롯한 여러 현대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공격당한다. 특히, 과다한 설탕 복용은 “비만, 당뇨, 충치, 과잉행동 등의 질병”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설탕”은 희고 고운 눈과 같은 당이라는 뜻의 “설당(雪糖)”에서 유래됐다. “설탕(sugar)”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얻은 원당을 정제해 만든 천연감미료로 자당(sucrose)을 주성분으로 한다. 과자, 빵 등 가공식품 제조에 필수라 16세기부터 세계 각국은 설탕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왔다.
역사적으로 인류에 단맛을 제공한 것은 꿀이었다. 인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설탕을 이용했고 알렉산더대왕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은 “사탕수수와 사탕무에서 얻어지는 ”설탕(sucrose)“을 지칭하는데,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의 중합체다. 설탕은 가공방법에 따라 당밀을 함유하는 “함밀당”과 원심분리로 당밀을 분리시킨 “분밀당”이 있는데, 대부분 정제된 백색 분밀당이 사용된다. 흑설탕은 사탕수수 즙액을 걸러 그대로 농축해 굳힌 설탕을 말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설탕 소비량이 많아진다고 한다. 설탕의 최대 생산국은 브라질이고, 최대 소비국은 미국이다. 인구 1인당 최대 설탕 소비국가는 싱가포르인데, 개인당 연간 약 75kg의 설탕을 먹는다고 한다. 다음이 이스라엘로 59.2kg, 쿠바와 브라질이 각각 60.4kg, 58.0kg을 먹는다고 한다. 미국은 30.3kg, 세계 평균은 22.1kg이며, 우리나라는 23.7kg으로 세계 평균 수준이다.
설탕을 처음 제조한 나라는 인도지만 사탕수수가 처음 재배된 곳은 기원전 8,000년 태평양 남서부의 뉴기니섬이었다. 이후 기원전 6,000년에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등 열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전해졌다고 한다. 초기 사람들은 사탕수수를 씹어서 단맛을 즐기고 당을 빨아먹었는데, 서기 350년경 인도 굽타왕조 때 사탕수수액으로부터 설탕 결정법을 알아냈다고 한다. 당나라를 통해 삼국시대에 이르러 설탕이 우리나라로 들어왔는데, 당시에는 주로 약으로 쓰였거나 왕이 하사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이후 1920년 평양에 처음으로 설탕공장이 세워지면서부터 대중화됐다.
설탕의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대량생산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과 차, 커피 등 다양한 기호품의 소비 증가가 원인이었다. 영국에서는 차(tea)가 맥주를 대신했고 프랑스에서는 커피가 와인을 대신했을 정도였다. 그 덕에 설탕을 넣은 차는 더 이상 부자들의 사치품이 아니라 서민들이 마른 빵과 곁들여 먹는 식량이자 열량원이 된 것이다.
18세기 계몽주의 이전까지 유럽의 의술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던 것이 바로 설탕이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기침, 감기, 인후통, 몸살, 열, 가슴 통증 등에 설탕을 처방했다고 한다. 감기에는 설탕을 태운 연기를, 기침과 열에는 설탕물을 마시게 했고, 위장병과 설사 치료, 심지어는 흑사병에도 설탕을 처방했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기력을 잃은 노인들에게 계피를 넣은 설탕이나 장미향수를 탄 설탕시럽을 추천했고 정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설탕을 먹었다고 한다.
당은 신체 에너지의 원천이다. 격렬한 육체 활동 시 당은 에너지로 쓰이며, 혈관을 통해 체세포로 이동한다. 세포에 도착한 당은 에너지를 제공하고, 단백질 형성을 돕는다. 쓰고 남은 당은 간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돼 있다가 우리 몸이 한 동안 당분을 섭취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혈관에 당을 공급한다. 이런 과정에서도 남은 당은 지방으로 전환돼 몸에 축적된다. 많은 에너지 소비로 간의 글리코겐이 거의 바닥이 났을 때 혈액에 당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태를 “피로”라고 한다. 정상인의 피로는 단순당을 섭취해 빠른 시간 내에 혈당을 정상으로 올려주면 해결된다.
체내에 당이 모자라면 현기증이 생기고,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온순한 사람이 난폭해지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설탕은 건망증 예방 및 기억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기억력이 감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뇌에 필요한 포도당(glucose)이 줄었기 때문이다. 포도당이 뇌 속에서 순환하면서 기억력을 감퇴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을 차단해주기 때문에 설탕을 섭취했을 때 기억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렇듯 설탕은 인체의 생명과 활력을 유지하는데 필수물질이다. 잘만 이용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중요하고 귀중한 물질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설탕”은 비만, 당뇨, 충치, 과잉행동 등을 유발하는 식탁의 원흉으로 치부돼 무서운 “독(毒)”으로 여겨지고 있다.
원래부터 타고 난 “나쁜음식”은 없다. 설탕을 포함한 모든 식품은 영양성, 기호성, 편리성 등 고유의 좋은 역할을 갖고 있으나 양에 따라 독이 될 수가 있다. 즉, 설탕은 잘 사용하면 몸에 약이 되고, 지나치게 탐닉하거나 중독되면 독이 되는 양면적 성격을 갖는 “불가근불가원”의 물질임을 명심하고 영리하게 잘 사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2015-08-25 그저 시원하다고 먹는 아이스크림, 알고 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 규모는 약 2조원 수준으로 최근 생산량이 보합상태를 보인 가운데 수출량은 4년간 2.2배 늘었다고 한다. 국산 아이스크림은 주로 미국, 중국, 캐나다, 베트남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특히 중국에서의 수출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특히, 최근 아이스크림 시장은 건강, 안전에 대한 관심 증가와 웰빙 트렌드에 따라 요거트 함유 프리미엄 제품, 유기농 제품, 신선(Fresh) 표시의 천연원료 제품, 식품첨가물이나 합성착향료 무첨가 제품, 1회 섭취량을 줄인 소량 개별 포장제품 등이 각광받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수천 년 전 누군가 추운 겨울밤 우유를 우연히 문 밖에 두었다가 발견했을 것이라 추정하는데, BC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이 셔벗 스타일로 눈에 우유와 꿀을 섞어 먹은 것이 기원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3000년 전 중국에서 만든 눈에 향료로 양념을 한 셔벗 타입의 거친 아이스크림이 최초라는 주장이 가장 강력하다.
이후 1292년 마르코 폴로가 중국 원나라에서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유럽으로 전해 1550년 무렵 지금의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형태로 진화됐다고 하며, 당시에는 얼음 결정입자가 커서 현재의 셔벗과 같은 형태였다고 한다.
실제 크림에 달걀노른자와 감미료를 섞어 냉동시켜, 섬세하고 부드러운 얼음 결정입자의 제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774년 프랑스 루이 왕가의 요리사가 시초라 한다. 처음에는 이것을 크림아이스라 불렀으나, 그 후 크림 외 농축유, 연유, 분유 등이 사용되고 냉동제조기가 개발돼 아이스크림으로 대량 생산되었다.
이후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 때 혁명 지도자들이 프로코프 아이스크림 가게를 본거지로 삼은 직후부터 아이스크림이 대중화됐다고 한다. 미국 4대 대동령인 메디슨이 “크고 빛나는 분홍빛 돔”이라는 딸기아이스크림을 백악관 국빈 만찬에 내놓기도 했었다. 이후 아이스크림은 200년간 부유층의 전유물로 이어져 오다가 1851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농장을 경영하던 제이콥 푸셀이 남은 크림을 얼려서 보관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되었다.
예전에는 세게 휘젖지 않으면 아이스크림을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나무 들통에 얼음을 담아 소금을 뿌려 흡열효과를 일으키고 손으로 돌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식이 전통적 제조법이다.
아이스크림은 1870년대 독일의 엔지니어 린데가 냉동기술을 개발해 얼음 저장의 부담을 덜어 대량생산의 기틀을 다졌고, 이후 1926년 냉동고가 출현하면서 현대적인 대량 생산체제에 돌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빙과제조업이 본격적으로 산업화되었고, 세계적으로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아이스크림은 “하드”와 “소프트”타입으로 나누는데, 충분히 동결시킨 것을 하드 아이스크림이라 하고 그렇지 못한 부드러운 것을 소프트크림이라 한다. 제품의 모양과 포장용기, 가공원료, 가공법에 따라 다양한데, 기본적으로 바닐라 등 향료를 단순히 사용한 것을 “플레인 아이스크림”이라 하고, 달걀 노른자의 함유량이 많은 것을 “프렌치(French)” 또는 “커스터드(custard)” 아이스크림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아이스크림”은 유고형분 16% 이상, 유지방분 6% 이상이며, “아이스밀크”는 유고형분 7~15%, 유지방분 2~5%, “셔벗(sherbet)”은 무지 유고형분 2% 이상, “저지방 아이스크림”은 무지 유고형분 10% 이상, 조지방 2% 이하, “비유지방 아이스크림”은 무지 유고형분 5% 이상, 조지방 5% 이상인 것을 말한다.
“선데이(Sundae)”는 초콜릿, 과일 과즙 등을 얹은 아이스크림인데,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시골 음식점에서 어느 일요일에 우연히 만들어서 이름을 일요일인 Sunday와 발음이 같은 “선데이(sundae) 아이스크림”으로 짓게 됐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소형제조기와 즉석용 혼합원료, 콘컵을 사용함에 따라 즉석판매형태로 널리 보급되었다. 아이스크림은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갈증 해소와 달고 시원한 맛을 준다. 그러나 높은 당 함량으로 하나만 먹어도 일일섭취권장량을 초과하기 일쑤여서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힐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컨슈머리서치가 대기업이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80종을 조사한 결과, 평균 당 함량이 18.5g에 달했고 WHO 권고안(약 25g) 기준으로 21%인 17개 제품이 하루당권장량을 초과했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의 평균 당함량은 콜라(118㎖, 12.7g)나 초코파이(12g) 보다도 높았다고 한다. 컨슈머리서치는 아이스크림이 어린이기호식품이라 지나치게 섭취하면 소아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타르색소가 많이 사용돼 과도한 섭취를 피해야한다고 권고했다.
모든 음식은 좋고 나쁜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음식의 독성은 양(量)이 만드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 아이스크림처럼 즐거움을 주는 음식은 말 그대로 “기호식품”이다. 식사대용이나 건강 증진이 목적이 아니라 입 안에서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지나치게 탐닉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즐기면서 먹는 정도는 건강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5-09-16 도대체 과자 봉지에 질소는 왜 그렇게 많이 들어가나?
▲2014년 9월 28일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대학생 2명이 과자 봉지 150여개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30여분 만에 한강을 가로지른 이들은‘국산 과자 봉지에 과자보다 질소가 더 많은’국산 과자의 과대 포장 문제에 항의하기 위해 이 같은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조선DB
요즘 소비자들이 뿔이 났다. 식품업체가 봉이 김선달보다 더하다고 한다. 물장사도 모자라 이제는 공기장사를 한다고 한다. 빵빵한 봉지에 과자가 몇 개 들어 있지도 않은 소위 “질소과자 논란” 때문이다. 제과업체에서 판매하는 과자들이 질소충진 때문에 포장에 비해 내용물이 터무니없이 모자라 화가 난 것이다.
물론 과자봉지 속의 질소는 과대포장이 목적이 아니라 “과자의 파손 방지”라는 좋은 취지로 넣은 것이다. 질소기체는 상온에서 화학적으로 비활성이라 과자봉지의 충전제로 주로 쓰이며, 자동차의 에어백에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숨 쉬는 공기의 80%를 차지해 색깔, 맛, 냄새가 없고, 안전하고 저렴하기 까지 한 것 또한 알고 있다.
두 번째 목적은 유통과정에서 일어나는 “과자의 변질을 막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품은 산소와 만나면 변질된다. 과자 특히, 기름에 튀긴 유탕과자는 유통 중 산패가 잘 일어나는데, 산소대신 채워진 반응성 낮은 질소는 산패를 방지하고 신선도를 유지해 바삭한 식감과 향을 유지시켜 준다.
그 동안 급속냉동에 주로 활용되던 액화질소 또한 최근 요리에도 활용된다고 한다. 낮은 온도(-196℃)의 액체질소는 부패되기 쉬운 식품을 수송할 때 냉동제로도 쓰인다. 실제 질소기체를 초저온으로 만들어 고압으로 압축시키면 산소나 수소분자에 비해 안정적이라 식품의 냉동, 건조 또는 생체물질의 변성을 막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질소(窒素, nitrogen)”는 1772년 스코틀랜드 물리학자 다니엘 러더퍼드가 처음 발견했다. 1789년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는 “질소는 산소와 달리 호흡과 관련이 없으며, 생명을 지속한다”는 뜻의 그리스어인 “zotikos”에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a를 붙여 “azote”라 명명했다. Nitrogen이라는 지금의 질소원소의 명칭은 1790년 장 샤프탈이 질소가 초석(질산칼륨)의 주성분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초석을 뜻하는 라틴어 “Nitrum”과 생성한다는 뜻인 그리스어 "gennao"를 합성해 “nitrogene”으로 제안했고, 이후 영어 표기인 “nitrogen”이 만들어 진 것이다.
질소는 대기 부피의 78.09%를 차지해 대기 중 가스형태로 주로 발견되는데, 해수나 암석에도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또한 우주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원소이기도 하다.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질소의 동위원소는 14N, 15N이 있는데, 이 중 14N이 99.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외 12N, 13N, 16N, 17N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매우 불안정하다.
대부분의 질소는 질소화합물 제조에 쓰이는데,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한 각종 폭약 제조의 기본 원료로 사용된다. 산화질소는 휘발성이 매우 크며, “웃음가스”라고 알려진 “일산화이질소(N2O)”는 마취제로도 쓰인다. 그 외 이산화질소(NO2)는 질산 제조공정의 중간물질로 화학공정에서 강력한 산화제로 쓰이며, 로켓 연료로도 사용된다.
모든 가공식품에서의 첨가물 사용은 과유불급이다. 과자에 질소를 첨가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양을 봉지에 넣어 파는 것이 문제다. 질소 충진으로 감자칩의 원형 유지와 바삭한 식감을 즐기게 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과대포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의 양만 넣었으면 하는 것이 소비자의 바램이다.
2015.11.28 와인을 맛좋고 안전하게 마시는 방법은?
▲스페인 리오하 와이너리./조선DB
인류가 포도를 먹기 시작한 시기는 3~4만년 전 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크로마뇽인들이 라스코동굴 벽화에 그린 포도 그림을 통해 알아냈다. 포도 열매를 수확 후 다 먹지 못하고 남은 포도는 초기에는 건포도 형태로 먹다가 나중에는 주스형태로 먹었고, 보관하다가 껍질에 존재하는 천연 이스트에 의해 발효된 술을 먹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포도씨가 모여 있는 유물을 통해 고고학자들은 BC 9,000년 경 신석기시대부터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인의 역사는 문명이 발달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BC 8,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유역의 그루지아지역에서 발견된 압착기, BC 7,500년경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와인저장실, BC 4,000~3,500년에 사용된 와인항아리, BC 3,500년경 발견된 이집트의 포도재배와 와인제조법이 새겨진 유물 등이 그 증거가 되고 있다. 와인 관련 최초의 기록은 BC 2,000년 바빌론의 함무라비법전에 언급된 와인 상거래 관련 내용이다.
와인은 색상별로 적포도주(레드 와인), 백포도주(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 등으로 나뉜다. 화이트와인이라고 해서 꼭 화이트와인 품종(청포도)으로만 만드는 것은 아니고, 양조법에 따라 적포도로도 화이트와인을 만들 수도 있다. 적포도의 껍질과 씨의 발효 시 활용 여부에 따라 색이 결정되는데, 이 차이가 바로 레드, 화이트, 로제, 블러쉬와인 등의 분류를 만드는 것이다.
과즙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탄산가스가 생성되며, 양조과정 중 자연스레 날아가고 발효액만 남는데, 이러한 와인을 “스틸 와인(Still wine)”이라 부른다. “스파클링(sparkling) 와인”은 발효가 끝난 와인에 당분과 효모(이스트)를 첨가해 인위적으로 재발효를 유도해 탄산이 포함되게 만든 와인을 말한다. 이 중 프랑스의 샹파뉴지방에서 생산되는 것만을 “샴페인”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부르고뉴지방에서는 “크레망”, 스페인에서는 “까바”,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 독일에서는 “젝트”, 미국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이라 부른다. 일반 와인의 양조과정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해 도수를 높인 와인을 “주정강화와인”이라고 하는데, 스페인의 셰리와인,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등이 유명하다.
와인은 9~13%의 알코올 외에 85%의 수분, 소량의 당분, 유기산, 폴리페놀 등 300여 가지 영양소, 비타민, 무기질 등이 들어 있다. 와인의 효능은 다양해 기원전부터 외상치료제, 수면제, 안정제 등으로 사용됐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와인에 물과 향료를 섞어서 두통과 소화장애 치료, 해열 등의 목적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레드와인은 심장질환,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심혈관질환 예방과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작용으로 신체 노화를 예방해 준다고 한다. 탄닌, 안토시아닌 등 폴리페놀은 레드와인 1ℓ당 3~4g, 화이트와인 1ℓ당 2g 정도 들어 있다. 와인 500 ml에는 리보플라빈 하루 권장량의 5%, 니아신 2%, 피리독신 10%, 엽산 2%, 그리고 비오틴 5%, 소량의 티아민 등을 포함한다. 레드와인은 화이트와인보다 더 많은 비타민을 가지고 있다. 또한 와인에는 많은 무기질이 함유되어 있다. 와인 500 ml에는 하루섭취권장량의 칼슘 3%, 구리 5%, 철 15%, 요오드 25%, 마그네슘 85%, 인 2%, 아연 6%를 제공하며, 크롬, 실리콘과 같은 미량원소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와인 속 미네랄인 붕소는 갱년기 여성에게 칼슘 흡수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유지를 도와줘 여성의 피부와 신체에 미용효과를 더해 준다고도 한다.
이 밖에도 레드와인은 멜라토닌 성분으로 수면을 유도해 불면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소화기능을 촉진시켜 준다고 한다. 이렇게 효능이 많은 와인도 결국은 술이다. 과량섭취 시에는 1군발암물질인 알코올의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식사할 때 한 두잔 정도 즐기는 수준에서 섭취해야 와인의 효능과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016.06.29 한국인들이 소고기를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게 된 이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OECD 국가의 연간 1인당 육류소비량은 63.5kg(쇠고기 14.0, 돼지고기 21.9, 닭고기 27.6)으로,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89.7kg)이며 아르헨티나(85.4kg), 이스라엘, (84.2kg)이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가장 적은 국가는 방글라데시(2.1kg)이며 인도(2.6kg), 에티오피아(2.8kg)가 그 뒤를 이었다. 캐나다는 68.1kg(쇠고기 18.0, 돼지고기 17.1, 닭고기 33.0)중국은 47.1kg(쇠고기 3.7, 돼지고기 32.0, 닭고기 11.4), 일본은 35.5kg(쇠고기 7.0, 돼지고기 14.9, 닭고기 13.6)순이다.
우리나라는 51.3kg으로, OECD(63.5kg), EU(63.0kg)에 비하면 8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소비량이 가장 많은 미국은 가장 적은 방글라데시보다 약 43배 많은 육류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소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와 아르헨티나인데, 인도는 도축을 전혀 하지 않아 개체수가 많은 반면, 아르헨티나는 주식이 쇠고기라 많이 사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쇠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아르헨티나(41.6kg)이며, 우루과이(38.0kg), 브라질(27.0kg) 순이다. 한편, 돼지고기 소비량이 많은 국가는 중국(32.0kg), EU(30.9kg), 베트남(28.8kg) 순, 닭고기 소비량이 많은 국가는 이스라엘(63.0kg), 미국(44.5kg), 사우디아라비아(43.5kg) 순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종교적 이유(코셔, 할랄)로 돼지고기를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닭고기 소비량이 많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세계 육류소비량의 31.2%를 차지하고 있으며, 육류소비량 상위 5개 국가(중국, EU, 미국, 브라질, 러시아)의 비중이 71.6%에 달할 정도로 육류 소비는 편중돼 있다.
OECD 등 선진국일수록 전체 육류 소비량은 높았고, 품목별로는 닭고기, 쇠고기의 소비량이 많았고, 돼지고기 소비량은 낮았다. 1인당 GDP 3만 달러를 기준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닭고기 소비량이 다른 육류보다 많은 데,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소비자가 적색육보다는 백색육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반대의 패턴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은 51.3kg으로 OECD 평균의 80%, 미국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경제 규모에 비해 적게 소비하는 나라다. 덕분에 OECD국가 중 가장 날씬한 나라이기도 하다. 소비패턴을 분석해 보면, 돼지고기(24.3kg) 비중이 높고, 쇠고기(11.6kg) 섭취가 특히 적다. 이는 아마 높은 가격 때문이라 생각되는데, 돼지고기는 싼 편이고 쇠고기는 가장 비싼 나라에 속해 쇠고기를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어 그럴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산물 선호 습관과 햄, 소시지 등 가공육류에 대한 거부감도 한 몫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미국이 육류소비량 1위라는 건 고기를 싸게 먹을 수 있어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쇠고기가 그렇다. 미국은 드넓은 영토에 목초도 풍부해 대량생산이 가능한데다 사료까지 값싸게 생산할 수 있고 정부에서 세제 혜택마저 줘 쇠고기의 생산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농수산물도 마찬가지다. 뷔페도 일반화 돼있고, 음식이 싸고 풍부하다보니 가장 많이 먹는 과식의 나라가 돼 비만율 1위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설탕, 소금도 마찬가지다. 흔하고 값이 싸니까 많이 사용하는 것이고, 많이 먹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식품원재료 수급정책을 잘 해 국민들이 음식을 값싸게 공급받는 것과 음식유래 건강문제 유발은 반대 유형을 보인다. 식품학자 입장에서 음식 물가를 안정시킨 정부를 비판해야 할지, 천정부지 식품 값을 잡지 못한 정부에 고마워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2016.01.12 신라시대에 왕비 폐백품목에도 있었던 식품은?.
“간장(Soy sauce)”은 콩(대두, 메주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곰팡이가 피게 해 단백질을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분해시킨 후 물러진 메주를 물에 띄워 소금을 풀고 메주를 우려낸 국물을 항아리에 담아 발효시킨 것이다. 간장은 소금의 짠맛과 콩에서 우러난 아미노산의 감칠맛, 당류의 단맛, 그리고 유기산과 각종 향기성분들이 조화를 이루는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전통 조미식품이다.
간장은 0.6∼0.9%의 질소, 1% 내외의 당분과 10% 가량의 고형분, 20% 내외의 소금을 함유하며, 아미노산의 분해산물인 “멜라닌”과 “멜라노이딘” 성분에 의해 갈색을 띤다. 간장 고유의 맛은 “β-메틸메르캅토프로필알콜”에 의해 생기며, 냄새는 알코올, 알데히드, 케톤, 휘발성산, 에스테르, 페놀 등의 혼합물로 만들어진다.
고구려고분인 "안악삼호분(安岳三號墳)"의 벽화에 우물가의 장독대가 보이고, “삼국사기”에서 683년 신문왕이 왕비를 맞이할 때 폐백품목 중 간장과 된장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미루어 장류의 사용을 짐작할 수 있다. “고려사”의 “식화지(食貨志)”에는 1018년(현종 9년)에 거란의 침입으로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백성들에게 소금과 장을 나누어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구휼식품에 쌀, 조 등 곡물과 함께 장이 들어있어 고려시대에 이미 장류가 필수 기본식품으로 정착됐다고 볼 수 있다. “규합총서”에는 장 제조법 뿐만아니라 장 담그는 날 택일법, 금기사항, 보관관리법 등도 기록돼 있다고 한다.
간장은 주원료와 제조방법에 따라 “재래식”과 “개량식”으로 구분한다. “재래식간장”은 자연곰팡이로 콩단백질을 분해한 재래식 메주에 소금물을 가해 발효, 숙성시켜 간장과 된장을 동시에 만든다. “개량식간장” 즉, “양조간장”은 대두, 탈지대두와 곡류 등에 별도의 누룩균을 인위적으로 접종, 배양하여 식염수를 섞어 발효, 숙성시킨 것이다. “산분해간장”은 “아미노산간장”으로도 불리며, 탈지대두 분말 또는 밀 글루텐을 염산으로 가수분해한 후 알칼리로 중화하여 생산한다. 양조간장에 비해 제조시간 및 원가 절감의 장점이 있으나, 풍미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간장은 농도에 따라 진간장, 중간장, 묽은간장으로 나뉘는데, 각각 짠맛, 단맛의 정도와 빛깔이 달라 음식별 사용 용도가 다양하다. 담근 햇수가 1∼2년인 “묽은간장”은 국을 끓이는 데, “중간장”은 찌개나 나물을 무치는 데, 담근 햇수가 5년 이상인 ”진간장“은 달고 거무스름해 약식(藥食)이나 전복초 등에 쓰인다.
또한 간장은 다양한 생리활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증이 심할 때 냉수에 간장을 타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하고, 뜨거운 기름에 화상을 입었을 때 간장을 화상 부위에 바르면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양조간장의 효모 발효산물인 펩타이드는 항암, 항산화, 항고혈압 활성을 나타낸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메티오닌”은 알코올, 니코틴 등의 체내 해독작용을 돕는다고 한다.
그러나 간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발효식품에는 “에틸카바메이트(Ethyl carbamate)”라는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에틸카바메이트는 일명 “우레탄”으로 알려져 있는 무색, 무취의 백색분말이며, 마취제로 사용돼 왔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이를 1987년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Group 2B)로 분류했었으나, 2007년부터 인간에게 유력한 발암물질(Group 2A)로 상향 조정했다.
게다가 간장은 약 20% 가량의 소금을 함유해 나트륨에 의한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위암, 골다공증 등의 위험이 우려되는데, 특히, 고혈압은 “동맥경화-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사망”으로 연결되는 시발점이라고 한다. 골다공증 또한 과다 섭취된 나트륨이 소변으로 배설될 때 칼슘이 함께 빠져나가서 혈중 칼슘농도를 낮추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뼈 속 칼슘이 빠져 나와 뼈의 밀도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나트륨의 문제는 냉장, 냉동고가 없던 예전에 콩 등의 식품원료를 보존할 목적으로 사용돼 대부분의 전통식품은 소금함량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류는 식사에 부재료로 소량 사용되므로 나트륨이 주는 인체 건강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6.05.05 콜라 속의 당(糖)은 나쁘고, 과일 속의 당(糖)은 좋은 걸까?
2016년 4월 7일 식약처에서는 '당류저감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성인기준 하루 총 200kcal, 50g 이내의 당 섭취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게 정부가 직접 나서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방송에서는 요리에 설탕을 투하하는 백설명의 태도를 비판하는 등 소비자들의 당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공식품 업계는 단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를 어떻게 상대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설탕이 다량으로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C사 콜라(210ml)에는 23g, L사 사이다(190ml)에는 16g의 당류가 함유됐다. 물 한방울 첨가하지 않았다는 프리미엄 착즙주스인 P사 오렌지주스(190ml)에는 23g의 당류가 함유됐다. M사 플로리다내추럴 오렌지(200ml)는 20g, W사 자연은지중해햇살 오렌지(200m)도 22g, L사 델몬트파머스주스바 오렌지(200ml) 18g, E사 피코크블렌디드 딸기(200ml) 26g 등 착즙주스의 당 함량이 대부분 탄산음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
일반 소비자들은 100% 착즙 과일주스, 우유, 전통음료 등 소위 건강음료라 불리는 음료의 당(糖) 함량이 콜라 등 탄산음료보다 당연히 높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100% 과일주스에 함유된 당은 가공식품의 당과는 다른 ‘착한 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과일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는 프리미엄 착즙주스에도 탄산음료에 버금가는 양의 당류가 함유돼 있다. 당 함량과 당이 주는 건강상 영향은 “천연당-인공당” 등 그 기원과는 관련이 없고, 칼로리가 없는 착한 당 또한 어디에도 없다. 당은 당일 뿐이다. 게다가 단당(포도당, 과당), 이당(설탕), 올리고당, 탄수화물 등 먹는 당의 종류를 달리한다고 해서 당이 주는 건강상 피해를 피해갈 수는 없다.
설탕(雪糖)은 탄수화물의 하나로 단당인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이당류인데, 어떤 형태의 '당'이건 성분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즉, 과일에 들어있는 당 10g과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당 10g은 영양학적 성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즉, 좋은 당, 나쁜 당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과일이나 흰쌀밥에 들어있는 당과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당은 같은 성분이기 때문에 어떤 당을 섭취하느냐보다 얼마나 섭취하느냐가 건강에 직결된다. 즉, 양의 문제라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1인당 연간 설탕섭취량이 200년만에 20배 가까이 늘어났고, 우리나라도 1962년 4.8g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72.1g으로 급증했다. 당 섭취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탄산음료나 과자 등 가공식품만을 줄이는 게 답이 아니라 과일, 과일주스, 흰쌀밥을 포함해 당류가 포함된 모든 식품을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당 섭취 중 대부분이 과일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일평균 당 섭취의 3분의 1(33%)이 과일을 통해 이뤄지며, 이어 우유 14.5%, 탄산음료 8.3%, 쿠키·크래커·케익 8%, 캔디·젤리·꿀·엿·초콜릿 7.7%, 채소 3.7%, 식빵·팬케익·토스트 2.9%, 과일주스 2.5%, 아이스크림 2.4%, 김치 2.2%를 통해 당을 섭취한다고 한다. 즉, 당 함량이 높은 대표식품으로 탄산음료, 과자, 케이크 등이 꼽히지만 사실 과일과 비타민음료, 수정과, 식혜, 과일잼, 스틱커피 등에 오히려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이마트몰에서 파는 일반 오렌지주스인 D사 오렌지쥬스 100%는 100ml 당 232원, 착즙주스인 P사 아임리얼오렌지는 100ml당 1,264원에 판매되고 있다. 5배가 넘는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좋고, 착한 당이라 생각해 착즙주스는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착즙주스는 과일이 갖고 있는 좋은 영양소와 식이섬유, 기타 생리적 기능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몸에 더 좋다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5배나 되는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착즙주스에 함유된 당이 비록 천연에서 온 것이긴 하나, 몸에 좋은 착한 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란 걸 지적하고 싶다.
당 섭취량을 줄이자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당 자체를 나쁜 성분으로 규정짓거나 탄산음료나 가공식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공식품의 당 함량 감소가 단기에 당저감화 정책의 성과를 가져다 주겠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섭취하는 당의 종류를 가려먹게 해서는 안되며, 총 당 섭취량을 줄이는 노력을 스스로 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한 엉터리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전문가는 객관적이고 균형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즉, "탄산음료는 안 되고 과일주스, 우유 등 건강음료는 좋다, 과일이나 밥은 얼마든지 먹어도 당이 아니라 해가 없다, 꿀이나 올리고당은 좋은 당이고 설탕은 나쁜 당이다.” 등등의 엉터리 정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모든 단순당, 탄수화물 식품, 당 함유 음료는 우리 몸에서 소화되어 당의 형태로 흡수된다. 착한 당은 없다! 좋은 당, 나쁜 당도 없다! 단당, 이당, 올리고당, 탄수화물 모두 당(糖)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먹는 당의 종류를 달리한다고 해서 당을 피할 수 없다. 적게 먹어 총 당의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이 당(糖)이 주는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하상도의 식품 오디세이 - 문화일보
2016년 08월 30일 ‘정크푸드’보다 과식이 더 나쁘다
미국의 프리미엄 햄버거체인점 ‘쉐이크쉑(Shake Shack)’은 여는 매장마다 긴 줄을 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인들의 쉐이크쉑 햄버거에 대한 열기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7월 국내 1호점(서울 강남) 개장 때에도 예외 없이 300m 이상 줄을 섰다.
식품 영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열량만 높고 필수영양소가 부족한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을 총칭해 ‘정크푸드(junk food)’라 부르며, 나쁜 음식으로 몰아간다. 우리나라에서는 과다한 지방 성분과 함께 당, 소금, 식품첨가물 등이 많이 들어 있는 소시지, 햄, 라면, 시리얼, 과자류 등까지 포괄해 정크푸드로 분류한다.
그러나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238종의 외식음식 중 보쌈이 열량이 가장 높게 조사됐는데, 1인분(300g) 기준으로 일일권장칼로리(남자 2200㎉, 여자 2100㎉)의 절반을 넘는 1296㎉라고 한다. 김치도 나트륨 과잉 섭취의 원흉이라 하니 젓갈, 장류 등 전통 발효식품까지도 소비자의 눈에 정크푸드로 보일까 걱정된다. 정크푸드는 특히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아 전 세계적 소아비만 문제의 원흉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폐해 때문에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는 이들 식품의 TV 광고, 학교 내 자판기와 식당에서의 판매 등을 금지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고지방 과자, 튀김류 등을 비만 유발 정크푸드로 규정해 학교 내 판매를 금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면 정크푸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햄버거는 과연 나쁜 음식일까. 햄버거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해줘 전 세계 인류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의 경우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42%의 점유율을 보인 햄버거였다. 뒤이어 샌드위치가 14%, 중국 음식 등 아시안 푸드와 치킨이 각각 10%, 피자와 파스타가 9%, 멕시칸 푸드가 8%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근 불어닥친 웰빙 바람에 편승해 영양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건강과 장수를 위해 가장 피해야 할 음식으로 전락하고 있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는 태생적으로 나쁜 음식이 아니다. 바쁜 현대에 싼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는 우리의 김밥과 같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에 채소의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 등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완전식이다.
과거 ‘핑크슬라임’(쇠고기 부산물에다 암모늄수산화물을 넣어 만든 가공식품) 등 저질 식재료를 사용했던 것이 정크푸드라는 오명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신선하고 고품질의 식재료를 사용한다면 패스트푸드는 조리 시간이 짧고 편리하므로 오히려 위생·안전 측면에선 미생물 번식 시간을 허용하는 슬로푸드에 비해 장점이 더 크다.
원래부터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에는 절대선도 없고 절대악도 없다. 모든 음식은 영양가, 기호성, 편리성 등 고유의 좋은 역할을 갖고 있으나 양(量)에 따라 독이 될 수가 있다. ‘비만 등 음식 유래 질환’을 음식 자체에만 돌리지 말고 과식, 편식, 폭식 등 ‘나쁜 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2016년 09월 06일 전자레인지, 전혀 위험하지 않다
‘전자레인지 괴담’이 넘쳐난다. “식품이나 물을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진동으로 분자배열이 바뀌어 건강에 해롭고 발암물질이 만들어진다” “유용한 영양분이 파괴되고 음식으로서 생명력을 잃는다” “이 음식을 먹으면 혈액의 헤모글로빈이 감소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며, 인체 면역력이 약화된다” 등등 많은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풍문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전자레인지는 ‘적외선’과 ‘음파’의 중간에 위치한 ‘마이크로파(microwave)’를 이용해 물의 온도를 올려 가열해주지만 물과 음식의 성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자레인지 작동 시에는 투시창에 금속망이 설치돼 있어 전자파가 외부로 누출되지 않을 뿐 아니라 형광등 빛을 쬔 것처럼 식품에는 전자파가 전혀 남지 않는다. 물론 마이크로파가 사람 몸에 직접 닿으면 위험하다. 그러나 기계의 작동이 멈추면 전자파가 즉시 사라져 우리 몸과 접촉할 수가 없다.
‘가스레인지’나 ‘오븐’은 외부에서 열을 가해 음식 표면으로부터 내부로 열이 전해진다. 그러나 ‘전자레인지’는 식품에 존재하는 물 분자를 진동시켜 음식을 내부로부터 가열한다. 빠른 가열방식으로 영양소 손실도 적고, 연기나 미세먼지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새롭고 낯선 원리의 가열방식’에 대한 일부 소비자의 거부감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신토불이, 전통에 대한 집착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엔 석유난로와 석탄, 그 이전에는 장작불이나 숯불로 음식을 익히고 데웠다. 지금도 그런 장면을 보면 향수 때문인지 좋아 보인다. 전통방식이라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전성 측면에서는 매우 나쁘다. 연기, 그을음으로 인해 발암물질이 발생하고, 미세먼지와 CO2를 많이 발생시켜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1830년 ‘난로(stove)’가 미국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불꽃이 보이지 않는 화덕이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었다. 결국에는 산업화시대의 개화된 시민이자 신분의 상징인 귀한 물건으로 대접받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전자레인지도 단점이 있다. 음식이 균일하게 가열되지 않으며, 작동 시 발생하는 고열에 의해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로부터 환경호르몬이라 불리는 ‘내분비계장애물질’이 용출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에는 전자파가 투과할 수 있는 종이, 유리, 도자기, 합성수지 폴리프로필렌(PP) 등 재질의 용기가 사용된다. 멜라민수지, 페놀수지, 요소수지 등은 고온에서 포름알데히드 용출 우려가 있어 쓰지 않는다. 특히 알루미늄호일(은박지)과 금속용기는 마이크로파가 반사돼 음식이 가열되지 않을뿐더러 불꽃을 일으키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사용을 금하고 있다.
밤, 계란, 소시지 등 껍질 있는 음식도 전자레인지 작동 시 압력으로 터질 수 있어 껍질을 제거하거나 칼집을 낸 후 사용해야 한다. 기름이 많은 식품을 랩으로 싸서 사용할 경우, 인체에 유해한 가소제가 나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밀봉된 용기나 포장은 뚜껑을 조금 열어 사용하고, 해동 시에는 포장을 제거한 후 가열해야 한다. 종이 용기에 싸인 식품을 가열할 때는 화재에 주의해야 하며, 가열된 식품을 전자레인지에서 꺼낼 때에는 용기가 뜨거우므로 오븐 장갑이나 냄비홀더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주의사항을 잘 지켜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전자레인지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음식을 데울 수 있는 당대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09월 14일 가공육·적색육 섭취의 得과 失
2015년 10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소시지, 햄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높은 ‘1군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 섭취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IARC는 ‘세계질병부담평가 프로젝트(the Global Burden of Disease Project·GBD)’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전 세계적으로 고기 섭취를 통해 매년 3만4000명이 사망한다고 했다. 담배는 100만 명, 알코올은 60만 명, 대기오염으로 20만 명이 숨진다는 비교 또한 제시했다.
그러나 IARC 발표의 메시지는 ‘고기는 암을 유발한다’가 아니라 ‘인류는 고기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봐야 한다. IARC 측도 가공육을 적게 섭취할 경우엔 직장암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그리 높지 않으나, 대다수 사람이 가공육을 섭취하고 있어 공중보건 차원에서 암의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
최근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흉으로 ‘축산업’ 즉, ‘가축의 생산’이 지목받고 있다. 좁은 공간에 가축을 몰아넣고 사육하는 공장식 밀집사육으로 수질과 대기가 오염되고,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지구온난화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IARC의 고기 발암물질 지정도 이러한 환경보호운동, 기후변화 대응 등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식품에는 좋은 성분도 있고 미량이나마 독(毒)이 되는 물질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음식이 주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을 균형 있게 판단해야 한다. 고기를 먹으면 암 발생 증가 등 손해도 있으나, 고기를 먹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사소한 감염성 질환에 걸리기 쉬워 더 큰 건강상 피해를 볼 수 있다. 옛날 고기가 귀해 단백질과 영양 섭취가 부족했던 시대에는 사람의 수명이 훨씬 더 짧았다. 고기의 ‘동물성 포화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 섭취가 부족하면 암 발생, 기억력 소실, 파킨슨병, 호르몬 불균형, 뇌졸중, 우울증, 자살, 과격한 행동이 증가해 고기를 먹지 않는 것보다 먹는 게 이익이라고 한다. 고기가 주는 장점들은 무시한 채 발암성 등 고기의 나쁜 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괜한 사회적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가공육은 냉장·냉동 등 콜드체인(cold chain·저온유통체계)이 없어 고기를 신선하게 보관할 방법이 마땅치 않던 시절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연히 ‘저장성’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보존료나 가공처리에 의한 ‘안전성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고기는 어차피 대안이 없고 먹지 않을 수 없는 식품이다. 위해성평가 없이 양과 섭취 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위해요소(hazard)의 존재 여부만으로 위해성(risk)을 추정해 ‘먹어라 마라, 좋다 나쁘다’ 등 소비자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극단적인 안전성 발표는 적절하지 않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소모적인 ‘안전성 문제’ 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섭취방법을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즉, ‘고기를 먹지 마라’가 아니라 ‘고기를 먹을 때 연탄이나 번개탄에 굽지 마라’ ‘고기를 까맣게 태워서 먹지 마라’ ‘석쇠 직화구이보다는 불판을 사용하거나 삶아 먹어라’ 등 육류 섭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현실적이다.
2016년 09월 20일 벗겨진 양은냄비, 인체에 유해한가
라면을 먹을 때 ‘양은냄비’에 끓여야만 제맛이라고 한다. 사실 라면뿐 아니라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김치찌개 전문 맛집에서도 양은냄비를 전통의 상징으로 여겨 하얗게 바닥이 닳아 찌그러진 것을 아직까지도 자랑삼아 쓰고 있다. 그래서 가정, 식당 할 것 없이 추억의 양은냄비 하나 정도는 누구나 갖고 있다.
물론 양은냄비가 음식 맛을 좋게 한다는 게 근거가 통 없는 말은 아니다. 스테인리스스틸 재질 등 다른 냄비보다 열전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빨리 가열되고, 영양이나 조직감, 향과 맛의 손실이 적어 그렇게 느낄 수가 있다. 게다가 에너지도 절약하니 일석이조다.
그런데 좀 오래 쓰다 보면 양은냄비의 노란 코팅이 벗겨져 하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점점 닳아 없어지는 느낌이 들어 불안하다. 금속을 음식과 함께 먹은 것인데,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땐 좋지만 바닥을 긁을 때마다 혹시 중금속이 몸에 축적돼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양은냄비로 인한 알루미늄의 섭취가 뇌의 장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근거가 있는 이야기지만 실제 양은냄비를 통한 인체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알루미늄은 불용성이라 물에 녹지 않을뿐더러 일상생활에서 소량 섭취됐을 경우 체내 흡수가 거의 안 돼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즉, 양은냄비를 통해 섭취된 알루미늄은 하루 정도 체내에 머물러 있다가 대부분이 배출돼 직접 우리 몸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악영향이 미미하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섭취하다 보면 알루미늄으로 인한 질환 노출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양은냄비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면 미량이긴 하지만 만성적으로 아연, 니켈, 알루미늄을 섭취하게 되는 결과를 낳아 빈혈 증세, 어지럼증과 함께 심하면 뇌신경 계통의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게다가 발암성, 불임, 실명 등 치명적인 증상 또한 나타날 수 있어 지속적인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양은냄비 안전성에 관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양은그릇의 금속검출 실험결과, 기준치 이하의 안전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찜찜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양은냄비에서 나오는 이들 금속은 ‘소소익선(少少益善)’의 물질이다. 우리 몸에 득이 될 것이 전혀 없으니 가능한 섭취하지 않을수록 좋다.
사실 양은냄비는 스테인리스스틸이 개발되기 전 과거에 주로 사용되던 그릇이다. 이제는 2016년이다. 좋은 재질의 냄비가 많이 개발돼 있어 양은냄비만 꼭 고집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는 “오래된 양은냄비라야 맛을 더 잘 낼 수 있다”는 향수 자극 마케팅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일부러 찌그러지거나 많이 닳은 양은냄비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이제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찌그러졌거나 오래돼 구멍이 날 만한 양은냄비는 코팅이 벗겨진 탓으로 알루미늄 검출량이 더 많아질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양은냄비보다는 스테인리스스틸이나 유리재질이 더 안전하며, 혹시 조리기구를 사용한다면 금속보다는 나무나 플라스틱 재질의 기구를 사용해 바닥이 긁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2016년 09월 27일 '유기농 식품'의 오해와 진실
우리 정부는 친환경농산물 시장을 육성하고, 재배면적을 확대하기 위해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2016∼2020)’을 발표했다. 세계 ‘유기농’ 면적이 최근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고, 시장규모도 연평균 2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30%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기회의 산업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그 성장 배경을 살펴보면 뒷맛이 씁쓸하다.
최근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과 웰빙 욕구를 이용한 얌체 마케팅이 유기농 시장 급성장의 한 요인이다. 정부와 함께 유기농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앞장서 유기농을 품질이 우수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둔갑시켜 소비자들을 현혹했기 때문에 일반 제품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유기농! 유기농!’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기농=고품질’ ‘유기농 = 안전’이라는 맹신 속에 살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유기농은 일반 제품에 비해 제품 자체의 영양소 함량이 높거나 품질과 안전성이 우수한 식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생산과정을 통해 지구생태계와 환경을 보호하는 생산기법’이다. 얼마 전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실시한 시중 유통 중인 유기농과 일반 우유제품의 영양소와 유용성분 분석 결과, 차이가 없었다.
즉 유기농은 프리미엄 ‘산물(output)’이 아니라 착한 ‘투입(input)’의 개념이다. 유기농산물은 재배 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작물의 성장이 느리고 병충해가 빈발해 생산성이 떨어져 당연히 고비용이 된다. 유기농제품의 높은 가격은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 보증 때문이 아니라 지구생태계와 환경 보존을 위한 고비용 환경친화적 유기농법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소비자들은 대부분 ‘친환경’과 ‘유기농’ 또한 구분하지 못한다. 유기농산물은 최소 2∼3년 동안 화학비료, 유기합성농약, 가축사료첨가제 등 합성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자연광석, 미생물과 같은 자연 재료만을 사용해 생산된 농산물을 말한다. 한편 친환경농산물은 유기농과 무농약농산물을 합친 개념으로 예전엔 ‘저농약’까지 포함됐다.
공신력을 가진 사전(事典)에서조차 정의가 잘못돼 있다. 두산백과에는 친환경농산물이 ‘환경을 보전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농약과 화학비료 및 사료첨가제 등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량만 사용하여 생산한 농산물을 말한다’로 요약돼 있다. 문제는 보충 설명이다. ‘친환경농산물은 재배할 때 몸에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또 맛과 향이 좋고, 영양가 함량이 높으며,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아 신선도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맛과 향이 좋고, 영양가 함량이 높으며, 신선도가 오래 지속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다. 게다가 일반 농산물은 몸에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는 것처럼 묘사돼 있다.
‘유기농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과신이 부주의로 이어져 최근 대형 식중독 사고가 잇따랐다. 유기농산물의 세척과 소독을 소홀히 해 오염된 병원성미생물의 위험을 키운 경우가 많았는데, 차라리 유기농이 아닌 일반 농산물이었다면 세척을 철저히 하고 껍질과 상처 난 부위를 제거해 오히려 더 안전했을 것이다.
2016년 10월 04일 탄산음료, 잘 먹으면 藥 남용하면 毒
콜라 같은 탄산음료는 중독성이 높아 한번 맛본 사람은 쉽게 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최근 높은 당 함량 때문에 ‘정크푸드’라 불리며, 건강의 적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도 어린이 비만을 줄이기 위해 설탕 함유 탄산음료에 ‘설탕세(sugar tax)’를 부과하기로 했다. 세금이 부과되면 음료회사는 설탕량을 줄이거나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설탕 섭취량이 줄어들 것이다.
설탕세’ 부과는 아동·청소년이 좋아하는 탄산음료를 정조준해 만들어졌다. 순수 과일음료나 우유 제품은 대상이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도입하진 않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시는 공공기관과 지하철 등 공공시설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한다고 공언했다.
사실 탄산음료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다. 서울시에서 설탕을 약 10% 함유한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의 대안으로 제시한, 소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음료의 설탕 함유량이 탄산음료보다 결코 적지 않다.
과일주스는 9∼13%, 비타민음료, 매실음료와 수정과는 11%, 알로에음료는 10%의 설탕을 함유하고 있어 당이 문제라면 이들 건강음료들도 함께 금지시켜야 한다.
‘콜라’는 캐러멜로 색깔을 내면서 카페인을 함유한 달콤한 탄산음료로 1886년 개발돼 13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코카콜라(Coca-Cola)’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 높은 상표로 미국과 자본주의를 상징한다. 1886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의 약제사인 펨버턴 박사가 코카의 잎, 콜라의 열매, 카페인 등을 주원료로 콜라를 만들었다.
최근 유럽의 탄산음료 설탕세 부과와 당을 줄이자는 ‘로카보(Low carbohydrate)’ 운동은 인류의 비만문제를 해결하자는 좋은 취지다. 그러나 탄산음료는 운동 후나 육류 등 느끼한 고지방, 고단백 식사를 할 때 달콤하고 탁 쏘는 맛으로 행복함을 안겨주는 착한 음료다. 그러나 사람들은 탄산음료를 당이 많다고 ‘정크푸드’라 한다. 탄산음료는 영양식으로 섭취하는 ‘주식’이 아니라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호식품’일 뿐이다.
기호식품이 식사대용식품처럼 영양 균형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운동이나 노동 후 당이 필요한 사람들이 당 섭취를 위해 탄산음료를 먹으려 하는데, 당이 많다고 못 팔게 하거나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시도는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다. 탄산음료와 같은 기호식품은 사람이 먹지 못하게 할 게 아니라 적절한 습관으로 양을 조절케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영양소나 음식도 과하면 독(毒)이 된다. 탄산음료가 주는 소화 촉진, 갈증 해소, 저혈당 시 당 공급 등 장점은 뒤로한 채 작은 문제를 큰 걱정거리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소위 ‘푸드패디즘’은 경계해야 한다.
‘영양섭취 불균형’은 개인이 식습관으로 조절해야 하는 것이지 강제적인 공급 억제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탄산음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강제적인 공급 억제가 아니라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비 억제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탄산음료의 성분과 건강에 대한 영향을 캠페인 형태로 알리고, 소비자 스스로가 구매 여부를 판단케 해야 한다.
2016년 10월 11일 살균제 성분 치약 너무 걱정말자
시판 중인 치약 제품에 가습기 살균제에 쓰였던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용되지 않은 물질이 치약에 들어 있어 강제 회수에 나섰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이 물질은 증기 상태로 코로 들이마시면 폐 손상 우려가 있으나, 양치질 후 남는 치약 잔류물을 먹는 정도로는 전혀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CMIT·MIT는 살균제 성분으로 최근 안전성 논란 중인 ‘가습기 살균제’에도 쓰였고, 샴푸·린스와 같은 화장품류와 구강세척제 등 의약외품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약에 허용되지 않은 물질이어서 이를 사용한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11종에 대해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치약을 만들 때 CMIT·MIT가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미국에는 양에 대한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유럽연합(EU)에서는 15PPM 이내로 치약에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는 치약에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피부에 닿는 화장품류 중 헹궈내는 샴푸·린스, 염색제와 같은 물질에선 CMIT·MIT를 기준치(15PPM) 이하의 농도로 허용하고 있다.
이 물질은 화장품을 오래 쓰다 보면 생기는 곰팡이 등 미생물을 억제하는 ‘보존제’나 ‘살균용’으로 쓰인다. 치약에서는 충치균 등 구강 내 생존하는 세균을 죽이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모든 보존료(항균제)나 살균제가 그렇듯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죽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 세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들 물질의 독성을 문제 삼으면 항균치약이나 식품첨가물 등 보존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은 단 하나도 없다.
결국 ‘필요악’인 물질이다. 안전 당국에선 항균효과를 내면서 인체 위해성을 최소화한 최적의 농도를 택해 허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치약 사건은 가습기 문제와 달리 음식이나 입을 통해 들어올 경우, 소화기에는 위해성이 적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치약에 포함된 CMIT·MIT는 증기 상태로 코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직접 먹는 것 또한 아니라 입안에 잔류하다 체내에 들어오는 정도의 양은 전혀 해롭지 않다고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치약의 경우 CMIT·MIT가 0.0044PPM 검출돼 동물실험 반수치사량(투여한 동물의 50%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투여량) 대입 시 몸무게 60㎏의 성인은 이 치약을 한 번에 1432t을 먹어야만 죽을 수 있다.
즉 치약에 들어 있어도 통상적인 사용으로는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공포가 번진 이유는 ‘치약도 가습기 살균제처럼 사망자가 생길까? 독성이 클까?’라는 걱정 때문이다. 언론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원흉이 치약의 CMIT·MIT가 아니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었으며, 이는 호흡기로 흡입 시에만 위해를 줄 수 있어 치약 잔류물은 해롭지 않다고 소비자를 안심시켰어야 한다고 본다. 즉 ‘CMIT·MIT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치약에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강제 회수 조치에 들어갔지만 안심해도 되는 물질’이라고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알렸다면 이렇게까지 공포를 일으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6년 10월 18일 로컬푸드’는 무조건 좋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음식과 관련된 괴담이나 잘못 알려진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신토불이(身土不二)’ 사상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로컬푸드(local food)’는 좋고, 남의 것, 다른 나라 땅에서 온 ‘수입품’은 무조건 나쁘다는 오해다.
‘식품(食品)의 가치’는 ‘그 원재료가 어디서 왔느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재배, 경작, 사육했느냐’가 아니라 최종 제품의 질(質)로 결정된다. 물론 ‘유기농’처럼 고비용의 친환경 농법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할 경우 가격은 높아진다. 그러나 ‘가치(價値)와 가격(價格)’은 다르다. 그리고 가격에 비례해서 해당 식품의 절대적 가치가 반드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식품의 가치는 영양적 또는 기능적 품질, 물성적 특징,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된다.
그러나 신토불이는 해당 식재료가 어디서 왔느냐에 불과한데도 절대적 가치의 보증수표처럼 알려져 있고 우리 민족의 종교처럼 고귀한 ‘고품질·안전식품’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비록 ‘우리 농산물’이라 하더라도 농약을 더 많이 사용하고 비료를 덜 사용하고 나쁜 기후의 시기에 수확된 제품이라면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더 나쁠 수 있다.
신토불이란 “사람의 몸은 그 몸이 태어나고 자라는 땅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동의보감의 ‘약식동원론(藥食同源論)’에서 나온 말인데, 2000년대에 접어들어 우리나라에 수입 농산물이 범람하자 농협 등 농수산 관계기관에서 우리 농산물을 프리미엄화해 살아남기 위해 만든 마케팅 전략이자 캠페인 용어로 유행했다. ‘우리 몸에는 우리 농산물이 좋다’는 의미로 2000년대 초반부터 국산품 애용 차원에서 이 용어를 즐겨 쓰고 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로컬푸드 애용운동’이 우리나라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편승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있는 일인데, 저렴한 수입품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면 많은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원산지 허위표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로컬푸드는 짧은 이동거리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운송비용도 절감하기 때문에 ‘푸드마일리지’ 차원에서 환경에 도움이 되고 신선해서 좋은 것이지, 꼭 우리 땅에서 났기 때문에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돼 좋은 것은 아니다.
푸드마일리지는 농산물 등 식료품이 생산자의 손을 떠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마일)를 말하는데, 쌀, 곡물, 과일, 고기 등 식재료가 얼마나 멀리서부터 이동해 온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해 수입 비중이 73%인 우리나라 유통식품의 푸드마일리지는 높은 것이 당연하다.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최단거리에서 재배된 로컬푸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신토불이는 마케팅 콘셉트이자 사상이지, 식품의 품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똑똑한 소비자라면, ‘스마트 소비자’라면 로컬푸드와 수입식품의 차이와 장단점에 대해 조금 더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2016년 10월 25일 藥과 毒의 아슬아슬한 경계
예전엔 임금이 어명으로 내리던 ‘사약(死藥)’은 ‘초오, 부자(附子), 비상(砒霜)’이 많이 사용됐었다. 지난 2011년 개봉됐던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초오’라는 풀이 등장했었다. 초오의 덩이뿌리는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데 일반 약재에 비해 강한 독성을 갖고 있어 위중한 환자의 극심한 통증과 마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한순간에 사람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무서운 독(毒)이기도 하다.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키고 사지를 오그라들게 하는 ‘아코니틴(aconitine)’이라는 물질의 독 작용 때문인데 약 2000년 전부터 살상용이나 화살독, 의료용 약재로 사용된 기록이 있다. 일반적으로 급성 독성 정도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반수치사량(LD50 값)을 비교해 볼 때, 초오는 0.2㎎/㎏, 리친은 0.03, 비상은 6으로 곰팡이독인 아플라톡신(0.02), 복어독 테트로도톡신(0.01)보다는 약한 독이나, 청산가리(10)보다는 강하다.
얼마 전 TV 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서 비상이 든 과자로 한 상궁의 배 속 아이를 독살하려 한 장면이 있었고 한 일간신문에서 연재한 소설 ‘금병매’에서도 비상이 독살에 사용됐었다. 조선시대 장희빈이 마시고 죽은 생약 부자도 알만한 사약이다.
약 100년 전 신문에서도 부자 관련 사고 기사가 자주 검색되는데, 가정불화로 부자를 달여 먹고 자살한 사건도 있었고, 경남 합천에서 몸이 허해 보약으로 오인하고 부자를 달여 먹다 급사한 사건도 있었다.
2013년 4월 15일 보스턴마라톤이 시작된 지 4시간 만에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 뒤 미국 로저 워커 연방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앞으로 수상한 우편물이 각각 배달됐었다. 그 속에는 ‘아주까리(피마자)’의 씨에 존재하는 독인 ‘리친(ricin)’이 들어 있어 충격을 주었다. 리친은 복용하거나 공기 중 가스 형태로 흡입 또는 주사로 투약될 경우, 몇 시간 내에 열과 구토, 기침 등 독감 증세를 보이다가 폐와 간, 신장, 면역체계가 무력화돼 사망에 이른다. 리친이 소화기계통에 들어가면 장염과 위장염, 출혈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키며 중추신경계에도 영향을 줘 기절시키기도 한다.
병서(兵書)에 적을 이용해 적을 제거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가 있다면, 의학에는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이 있다. 이 말은 당(唐)나라 때 신청이 지은 북산집(北山集)에 나오는 내용으로 ‘훌륭한 의사는 독으로써 독성을 멈추게 한다(良醫之家, 以毒止毒也)’라는 글귀에서 유래됐다. 즉, 독을 잘못 사용하면 해가 되지만, 제대로 사용하면 약(藥)이 된다는 것이다.
사약으로 쓰였던 부자를 다른 약물과 혼용해 신경통, 류머티즘 관절염, 중풍, 반신불수 등의 치료제로 사용한 사례가 있다. 피마자기름을 변비치료용 설사약과 무좀약으로 썼고, 암 치료에 부자와 함께 활용하는 연구도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들 생약을 민간의서나 구전으로 전래된 비방을 맹신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은 용도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생약재의 특성을 잘 알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든 한약재는 위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효능만 믿고 민간요법에 의존한 무분별한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2016년 11월 01일 ‘국산’ - ‘국내산’ 차이를 아십니까?
얼마 전 채소를 사려고 마트에 갔던 한 소비자는 상추에는 ‘국내산’, 깻잎에는 ‘국산’이라고 표시돼 있어 이 두 단어가 다른 뜻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도 국산과 국내산이 다른 것처럼 말해 소비자는 더욱 혼란에 빠져있다. 이 프로에서 국산은 국내에서 생산된 재료로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 국내산은 수입 재료를 갖고 국내에서 제조한 것과 수입해서 한국에서 일정 기간 이상 키운 것이라고 구분했다. 즉 ‘우리 땅에서 난 배추와 고춧가루로만 만든 김치가 국산 김치’이고, ‘중국산 배추를 사용해 우리 양념으로 우리 땅에서 포장해 만든 것은 국내산 김치’라는 것이다.
이 구분은 근거가 없고 객관적 정의도 아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미검증 정보를 여과 없이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국산’과 ‘국내산’은 법적으로 동일하며 차이가 없다. ‘원산지 표기’에 관한 사항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관리하고 있는데 국산과 국내산을 동일한 개념으로 본다. 이에 따르면 ‘국내산 쌀’과 ‘국산 쌀’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국산이나 국내산이란 표기 그 자체가 아니다. 농산물 가공품과 수산물, 축산물의 표기 조항에는 유통업자들의 농간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그리고 유통업자가 이를 악용할 경우 소비자는 ‘눈뜬장님’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농산물 가공품부터 보자. ‘중국산 배추와 국내산 양념으로 만든 김치’의 경우 ‘국내산 배추김치(배추 중국산)’로 표시해야 한다. 그리고 원료는 배추(중국산), 고춧가루(국산 또는 국내산)로 밝혀야 한다.
축산물과 수산물에도 예외조항이 있다. 쇠고기의 경우 수입 소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6개월이 경과해 도축된 쇠고기는 국내산(국산) 표기가 가능하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수입생우사후관리요령’에 따른 것인데, 호주에서 태어나 자란 소를 수입해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사육해 도축했다면 ‘소갈비 국내산(육우, 호주산)’으로 표시한다는 것이다.
수입한 돼지와 닭은 국내에서 각각 2개월, 1개월 이상 사육한 경우에 ‘국내산(국산)’ 표시가 가능하다. 물론 괄호 안에 수입국가명을 함께 표시해야 해 삼겹살 국내산(돼지, 덴마크산), 삼계탕 국내산(닭, 프랑스산) 등으로 표시된다.
수산물의 경우에는 외국산이 국내로 이식된 후 미꾸라지는 3개월, 흰다리새우와 해만가리비는 4개월, 기타 어패류는 6개월 이상 양식하면 ‘국산(이식산) 또는 국내산(이식산)’으로 표시가 가능하다. 물론 그 기간 이내로 양식된 경우에는 수입국을 원산지로 표시해야 한다. 현재 시중에 극동산 실뱀장어가 수입돼 6개월 이상 양식된 후 ‘국내산(국산)’으로 표시돼 팔리고 있다.
문제는 악덕상인들이다. 수입 농산물 가공품이나 국내에서 양식한 수입 수산물, 또 국내에서 일정 기간 키운 수입 가축에 대해 원산지 표기 조항의 일부를 일부러 누락시키는 것이다.
소를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사육한 후 ‘국내산’으로 표시하되, 괄호 안에 표시해야 할 ‘식육의 종류 및 수입국가명’을 고의로 빠뜨리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 병과가 가능한 ‘허위표시’가 아니라 단순 실수로 간주, 과태료 1000만 원 이하인 ‘미표시’ 처분이 내려진다. 게다가 실제 집행은 대부분 ‘100만 원 이하’라고 한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편법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2016년 11월 08일 쌀과 밀, 더 좋은 음식은 ?
쌀이 좋다, 밀이 좋다! 과연 정답이 있을까?
전 세계 70억 인구의 절반은 쌀을, 나머지 반은 밀을 주식으로 한다. 과거 각자가 살던 나라의 토양과 기후에 적합한 곡물을 재배해 먹었던 것이 주식이 된 것이다.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탄수화물 공급원이었지 영양소가 풍부하고 몸에 좋은 생리활성물질이 많아 선택한 곡물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 각지에 ‘식량벨트’가 존재했었다. 각자가 살던 지역에서 기후와 토양에 가장 맞는 곡식을 재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식량생산에는 국경이 있지만 식탁에는 국경이 없다. 자본만 있으면 쌀, 밀 등 탄수화물과 고기를 얼마든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현재의 인류는 ‘주식’의 개념이 많이 희석된 상태다.
쌀은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영양, 맛, 건강기여도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완벽한 탄수화물원이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 사람들은 반대로 쌀을 비하하고 흠집 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미국 남부산 쌀에서 발암물질인 중금속 무기비소가 최대 8.7㎍(1회 섭취기준)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게다가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는 쌀에 포함된 무기비소의 위험성을 자주 언급한다. “어린이에게는 쌀로 만든 시리얼과 파스타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먹이지 말 것과 공복에 쌀로 만든 시리얼을 먹이지 말라”는 제한적 섭취 권고지침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쌀을 주식으로 삼는 나라에서는 쌀을 신봉하지만 품종 간 텃새가 있다. 중국산 등 수입식품은 나쁘고 국내산, 로컬푸드만 좋다고 캠페인을 하는 것처럼, 쌀도 길쭉한 장립종인 인디카종, 소위 안남미는 나쁜 쌀, 우리의 차지고 짧은 단립종 쌀인 자포니카종은 좋은 쌀로 여긴다. 사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의 90%는 찰기가 없어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에 좋고, 달라붙지 않아 손으로 먹기에도 좋은 안남미를 선호한다. 차진 쌀은 우리나라를 위시한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만 인기다.
밀가루는 6·25전쟁 후 쌀과 식량이 부족할 때 우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입된 제2의 식량이다. 그때는 밀가루에 익숙지 않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밀의 영양학적 좋은 면을 부각시키며 분식을 장려했다.
그러나 최근 밀의 글루텐이 장내 염증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밀가루를 비만의 주범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인류가 1만 년 동안 검증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으로 애용하는 밀가루에 문제가 있다면 아마도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 사람들은 지금 모두 정상이 아닐 것이다.
밀가루와 안남미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찬밥 신세가 돼 나쁜 음식으로 오해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신토불이 사상과 전통에 대한 집착, 우리 농업보호정책 등이 원인이다. 정부와 생산자들이 나서서 다른 나라에서 온 것,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모두 악(惡)으로 몰아붙여 누명을 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모두 과용하면 독(毒)이 된다. 용도와 목적에 맞게 적절한 양과 방식으로 잘 사용하면 밀이고 쌀이고 모든 음식이 ‘좋은 음식, 착한 음식’이 될 수 있다.
2016년 11월 15일 인류 위협하는 ‘항생제 내성’
우리 정부는 2016년 8월 슈퍼 박테리아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항생제내성 관리대책’을 확정했다. 항생제 사용량을 2020년까지 20%대로 낮추고, 감기와 호흡기계 질환의 항생제 처방률도 최대 50%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사용량이 유난히 많은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남용을 그대로 놔두면 심각한 보건안보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항생제 내성세균 즉, ‘슈퍼박테리아’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고, 동물 사료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잔류 항생제 기준을 초과한 육류가 늘어나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독일에서도 스페인산 ‘죽음의 오이’로 매스컴을 탄 슈퍼박테리아인 장출혈성대장균이 위세를 떨쳤었다.
슈퍼박테리아는 슈퍼 독성(super toxic)을 갖는 경우에도 붙여지지만 일반적으로는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세균’을 일컫는다. 게다가 최근엔 식약처가 동물용의약품 기준을 초과한 수입 활(活) 미꾸라지를 회수 조치한 사례도 있었다.
항생제는 인류를 구한 위대한 발견이자 인체에 해를 끼치는 무서운 독(毒)이기도 하다. 2차 대전 이후 시판되면서부터 간단한 감염에도 사망하던 생명을 구해 인간의 수명 연장에 크게 기여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의 발견이라고 불린다.
이 항생제의 역사는 1929년 플레밍이 푸른곰팡이인 페니실륨에서 발견해 1940년 영국 옥스퍼드대의 플로리와 체인에 의해 주사약으로 개발된 ‘페니실린’으로부터 시작된다. 항생제의 사용은 동전의 양면처럼 감염치료제로서의 이익, 독성과 알레르기 및 내성 유발 등의 손해를 모두 갖고 있다.
미국 뉴욕대의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항생제는 공짜가 아니라 반드시 값을 치러야 한다”며 “사람이 항생제를 먹으면 유용한 장내세균을 감소시켜 면역력이 약화해 알레르기에 더욱 민감해진다”고 주장했다.
미국에는 식품알레르기 환자가 1500만 명이며, 연간 약 3만 명이 응급실을 찾고, 그중 2000명이 병원에 입원하며, 150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해마다 2만5000명이 사망해 기존의 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 것을 테러리즘 수준의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사육된 가축의 항생제 오남용으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항생제 오용 및 과용의 대표국가인데, 아마도 그간에 남용된 병원의 항생제 처방, 과거 느슨했던 항생제 유통관리, 축·수산물 사료첨가물로 사용되는 항생제, ‘무항생제인증제도’ 등이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휴약기간을 2배로 지킬 경우, ‘무항생제인증’을 주고 있는데, 사실상 항생제를 전혀 쓰지 않는 경우에만 부여했어야 했다. 휴약기간 차이는 항생제 내성균 유발에 아무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인류의 가장 위협적인 재앙인 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 ‘항생제내성균’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소비자 모두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꼭 필요한 상황 외에는 사용해선 안 된다. 2015년 우리나라의 감기 항생제 처방률이 44%였다. 실제 세균 감염으로 필요한 경우는 10∼20%에 불과했는데, 항생제를 먹어도 치료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바이러스성 감기 등에 오용된 처방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2016년 11월 22일 ‘푸드패디즘’에 속지 말자
요즘 ‘푸드패디즘(food faddism)’이 만연해 있다. 푸드패디즘은 회의주의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과학저술가 마틴 가드너의 책 ‘과학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변덕과 궤변(Fad & Fallacies in the Name of Science)’의 한 장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에 붙여진 이름이다.
푸드패디즘은 ‘음식이 사람의 건강과 병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해 괜한 걱정을 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가드너는 책에서 당시까지 상식으로 여겨지던 플레처의 건강법을 예로 들었다. 소위 ‘플레처리즘’으로 불린 ‘많이 씹어 먹어야 한다’가 그 핵심인데, 이는 소화를 돕긴 하지만 영양분을 늘려주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 거의 기각된 이론이 푸드패디즘의 전형은 먹거리를 ‘나쁜 음식’과 ‘좋은 음식’으로 나눠 그 효과를 과장하는 것이다. 모든 식품은 선(善)과 악(惡) 양면을 갖고 있다. 적게 먹어도 영양부족으로 위험하고, 많이 먹어도 독(毒)이 된다. 푸드패디즘은 바로 이런 점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푸드패디즘 유발자들이 없는 말을 지어낸 게 아니어서 비난하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우선 그리 좋을 것이 없는 데도 좋은 점을 크게 과장해 뜨겁게 달군 경우를 살펴보자. 대표적인 것이 ‘청정갯벌에서 만든다, 미네랄이 풍부하다’로 알려진 천일염이다. 유기농, 유정란, 올리브오일, 각종 보충제(비타민, 클로렐라, 키토산), 은행나무 추출물, 프로폴리스, 발효식품 등도 이에 해당된다.
다른 음식보다 특정 영양소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 슈퍼푸드(super-food)라고 불리는 것도 허황된 통념이다. 모든 영양소를 단번에 완벽하게 공급하는 음식은 없다. 식이보충제 역시 의료 목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정상인은 현대의 식습관과 영양 상태를 살펴볼 때 필요치 않다고 봐야 한다.
또 발효식품이 건강식이라는 것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발효식품을 만들어 식품원재료의 부패를 막았고 오랫동안 보존했었다. 즉, 몸에 유익하라고 발효식품을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이오제닉아민, 에틸카바메이트 등 발암성 부산물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젓갈류의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히스타민 역시 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발효식품의 어두운 면이다. 유기농 또한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제품의 영양, 기능,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환경을 보호하는 농법이다.
반대로 그리 나쁠 것이 없는 데도 마치 나쁜 독처럼 누명을 쓴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조미료 글루탐산나트륨(MSG), 우유, 육류, 밀가루, 설탕, 식품첨가물 등이다. MSG가 유해하다는 속설은 1960년대 이른바 ‘중국음식점 증후군’이라는 가설에서 시작했으며, 천연조미료를 생산한 국내 한 업체가 이를 노이즈마케팅에 이용하면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잘못된 정보는 이른바 자칭 음식전문가 내지는 의사 타이틀을 걸고 TV 등에 출연해 잘못된 정보를 전하는 사람들과 경쟁기업의 흠집내기식 노이즈마케팅에 의해 주로 전파된다.
먹을 ‘식(食)’자는 ‘사람 인(人)+좋을 량(良)’에서 만들어졌다. 즉, 사람에게 좋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좋은 것을 영리를 위해 나쁘게 만들어 공포를 조장하는 소위 푸드패디즘 유발자들에 대한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6년 11월 29일 체내 중금속 제거 방법 없어 예방 최선
최근 화장품 립스틱에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소비자를 불안에 떨게 한 보도가 있었다. 또 낙지 머리 카드뮴 사건, 수입 꽃게 납 혼입, 참치 수은검출 등 중금속 오염 소식도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몸에 쌓여 있는 중금속을 제거한다’고 광고하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도 많다. 모두 근거 없는 거짓이라고 보면 된다.
이미 인체에 흡수돼 쌓여 있는 중금속은 현재까지 알려진 제거법이 없다. 식품이나 환경에 의한 중금속 노출은 흡착제, 석회석 등을 부착, 제거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줄일 수는 있다.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나 삼겹살이 중금속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은 중금속 오염 식품과 함께 섭취했을 때 중금속의 인체 흡수율을 줄여주는 것이지 체내에 이미 축적된 중금속을 배출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중금속(heavy metal)’은 ‘비중 4 이상의 무거운 금속원소’를 말한다. 중독되면 신경 손상은 물론, 발암성, 불임, 실명 등 치명적인 증상을 보인다. 여러 중금속 중에서도 일본 공업화시대에 이타이이타이병, 미나마타병을 유발한 카드뮴과 수은, 납, 크롬이 가장 무섭다.
중금속은 체내에 흡수되면 거의 배출되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일정량에 도달하면 체내에서 독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뼈 조직에 흡수돼 칼슘을 무력화시키고 혈액으로 이동해 각종 중독증상을 만들어 낸다. 구토, 설사 등 가벼운 증상부터 신장장애, 세뇨관장애, 행동장애, 뇌손상,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임신부의 경우 태반과 태아로 전이돼 기형아를 출산케 하거나 신생아의 신경발달 저해, 저체중, 조산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금속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공업화시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슈화됐지만 그 훨씬 이전부터 납과 수은 등에 의한 중독사건은 계속 일어났었다. 나폴레옹은 비소중독으로 사망했고 중종도 비소가 든 타락죽을 먹고 호혹병(狐惑病)에 걸렸었다. 중세 서양에서도 귀족들은 납으로 만든 맥주잔을 많이 사용했고, 신도시를 건설할 때 수도관을 납으로 만들어 사용하면서 많은 사람이 납중독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자기에 무늬와 그림을 넣을 때 중금속인 유약을 사용했는데, 술이나 김치 등 산성식품에 의해 중금속이 용출되는 일이 허다했다. 또한 조선시대 기생들이 많이 사용하던 맑고 화려한 색을 가진 화장품도 대부분 중금속이라 기생들은 늙어서 중독으로 고생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금속은 우리 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첨가물도 아니다. 섭취를 안 할 수만 있다면 안 하는 게 최선이다. 사람의 몸에 축적된 중금속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에 평소 조심하고, 체내에 축적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금속 문제는 수거율이 20%에 불과한 수은전지로 인해 발생하는 토양과 하천 오염이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소비자는 수은전지 수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중금속이 함유된 가전제품 폐기물을 자연에 버리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기업 또한 공장 폐수의 정화를 철저히 해 환경보호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2016년 12월 13일 술 많이 마시면 주량 늘어난다?
송년회 시즌에 접어들며 싫든 좋든 술자리에 합류할 때가 많다.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가장 오래된 음식이자 약이고 문화다. 그래서 특히나 술과 관련된 이야깃거리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속설이 바로 ‘술을 많이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사람이 마시는 순간부터 술(알코올)은 구강과 식도의 점막을 통해 흡수되기 시작하지만 90% 이상 대부분은 위와 소장 점막의 혈관을 통해 흡수되며, 간으로 이동해 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세트알데히드가 알코올보다 독성이 더 강하며, 아세트산으로 분해될 때까지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즉 ‘주량’이란 ‘사람이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꾸고, 다시 아세트산으로 분해한 뒤 물로 배출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주량 차이란 ‘알코올분해효소(Aldehyde dehydrogenase·ALDH) 분비능력의 차이’인데, 이는 거의 유전적으로 타고난다. 이 효소는 알코올의 1차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데, 몸에서 많이 분비되면 술을 잘 분해하므로 술이 센 것이고, 부족하면 술이 약한 것이다. 술이 약한 사람은 조금만 술을 마셔도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다량 축적돼 얼굴이 붉어지고, 메스껍고, 금방 취하게 된다.
물론 술을 자주 마시면 효소 분비가 활발해지며, 일시적으로 주량이 늘어난 듯 보인다. 그러나 효소의 분비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술이 세다는 것은 알코올 분해능력이 크다는 것이지 술로 인한 해가 덜하다는 게 아닌데도 술이 센 사람은 상대적으로 술을 많이 마셔 오히려 몸이 더 상할 수가 있다. 효소가 미처 알코올을 분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마시면 몸속에 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되고 숙취 즉, 피로, 수면장애, 불규칙한 심장박동, 떨림, 구토, 설사, 짜증, 우울과 불안, 집중력과 단기기억력 저하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 체내 축적이 더욱 심해지면 간염, 간경화, 간암 등 간질환과 함께 식도암,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술을 잘 못 마시고 주량도 적다는 것’ 또한 근거가 있는 얘기다.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마신 술의 대사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얼굴이나 피부의 혈관을 팽창시키기 때문인데,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의 분비능력이 약한 사람은 얼굴이 빨개지지 않는 사람에 비해 알코올 중독자가 될 확률은 90분의 1 정도로 낮다.
‘필름이 끊어지는 현상’은 뇌에서 알코올이 전두엽을 공격해 행동 조절능력이 떨어지고, 해마에 손상을 줘 기억상실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혈중 알코올농도가 1일 때 뇌의 알코올농도는 1.75, 간에서는 1.48로 더 높기 때문에 특히 뇌와 간의 피해가 더 크다.
‘술 깨는 약, 숙취해소제’도 바로 이 알코올분해효소의 역할과 관련이 있다. 시중의 숙취해소제는 크게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지 않게 하는 방법과 아세트알데히드를 빨리 산화시켜 몸 밖으로 배출하는 두 가지 원리에 의해 제조되고 있다. 평균적으로 성인이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한 시간에 평균 10g 정도다. 알코올 함량 20%짜리 소주 한 병을 마시면 6시간에 걸쳐 천천히 나눠 마셔야 아세트알데히드가 쌓이지 않고 숙취도 없다는 얘기다. 술을 많이, 자주 마실수록 세진다는 건 심리적 자신감이다. 몸만 망가지니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
2016년 12월 20일 건강식품, 미세먼지 제거 효능 있을까
올가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웠던 뉴스 중 하나가 미세(微細)먼지다.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이라는 환경부의 보도로 핫이슈로 떠올랐다. 미세먼지 유발자로 애꿎은 고등어구이가 지목되면서 사려 깊지 못한 정부의 발표에 어민과 소비자만 피해를 봤다. 미세먼지와 함께 인터넷 연관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단어는 고등어, 노후 경유차, 화력발전소였다.
게다가 요즘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날씨 예보가 자주 뜬다. 미세먼지는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액체나 고체 형태의 작은 입자를 뜻하며,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것’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미세먼지가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저체중이나 조기출산 등의 생식 이상도 유발할 수 있으며,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흡입 시 코의 점막이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4분의 1 크기인 2.5㎛의 작은 입자로 미세먼지보다 건강에 더 나쁘다. 사람이 흡입하면 폐에 쌓여 문제를 일으키는데,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1㎥당 50㎍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1~8%씩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게다가 초미세먼지에 오염된 음식이 체내에 들어오면 침, 위액, 소화액 등으로 희석되긴 하지만 결국 위나 장 점막에서 흡수돼 혈액을 따라 온몸을 타고 돌기 때문에 위해인자가 될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절반 이상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자연에서 생긴 미세먼지인 황사, 꽃가루 등은 비교적 입자가 큰 반면 버스·트럭의 배기가스, 공장의 굴뚝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황이나 질소화합물, 동물의 몸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 등은 크기가 아주 작은 초미세먼지가 된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 등 공장에서 23%, 자동차에서 21%, 사람이나 가축이 14% 등을 만든다고 한다. 나무의 유기탄소가 초미세먼지가 되는 비율이 33%라는 점이 의외이기는 하나 초미세먼지도 종류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이다.
미세먼지와 간혹 혼동되는 황사(黃沙)는 중국이나 몽골 등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있는 사막이나 황토지대에서 만들어진 흙먼지를 의미한다. 겨울 동안 얼어 있던 건조한 땅이 봄이 돼 녹으면서 20㎛ 이하의 작은 먼지로 변해 저기압의 강한 상승기류에 의해 3000∼5000m 상공으로 올라간 뒤 초속 30m의 편서풍과 제트류를 타고 멀리 이동한다.
식약처는 ‘미세먼지와 황사 발생에 대비한 식품 보관 및 섭취 시 주의사항’으로 ‘포장되지 않은 식재료 보관 시 봉투나 덮개가 있는 위생용기에 밀봉해 보관할 것’ ‘야외 보관을 피할 것’ ‘식품 조리 시 창문을 닫아 미세먼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 ‘과일이나 채소를 깨끗이 씻어서 사용할 것’ ‘손 세척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시중에 나와 있는 체내에 쌓인 미세먼지를 제거한다는 건강식품들은 실제 효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건 아니지만 미미한 영향을 부풀렸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미세먼지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거나 배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효과를 높여 호흡기 질환이나 다른 알레르기를 줄였다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 이는 미미한 간접효과를 과장한 것으로 보면 된다.
2016년 12월 20일 건강식품, 미세먼지 제거 효능 있을까
올가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웠던 뉴스 중 하나가 미세(微細)먼지다.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이라는 환경부의 보도로 핫이슈로 떠올랐다. 미세먼지 유발자로 애꿎은 고등어구이가 지목되면서 사려 깊지 못한 정부의 발표에 어민과 소비자만 피해를 봤다. 미세먼지와 함께 인터넷 연관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단어는 고등어, 노후 경유차, 화력발전소였다.
게다가 요즘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날씨 예보가 자주 뜬다. 미세먼지는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액체나 고체 형태의 작은 입자를 뜻하며,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것’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미세먼지가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저체중이나 조기출산 등의 생식 이상도 유발할 수 있으며,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흡입 시 코의 점막이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4분의 1 크기인 2.5㎛의 작은 입자로 미세먼지보다 건강에 더 나쁘다. 사람이 흡입하면 폐에 쌓여 문제를 일으키는데,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1㎥당 50㎍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1~8%씩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게다가 초미세먼지에 오염된 음식이 체내에 들어오면 침, 위액, 소화액 등으로 희석되긴 하지만 결국 위나 장 점막에서 흡수돼 혈액을 따라 온몸을 타고 돌기 때문에 위해인자가 될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절반 이상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자연에서 생긴 미세먼지인 황사, 꽃가루 등은 비교적 입자가 큰 반면 버스·트럭의 배기가스, 공장의 굴뚝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황이나 질소화합물, 동물의 몸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 등은 크기가 아주 작은 초미세먼지가 된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 등 공장에서 23%, 자동차에서 21%, 사람이나 가축이 14% 등을 만든다고 한다. 나무의 유기탄소가 초미세먼지가 되는 비율이 33%라는 점이 의외이기는 하나 초미세먼지도 종류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이다.
미세먼지와 간혹 혼동되는 황사(黃沙)는 중국이나 몽골 등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있는 사막이나 황토지대에서 만들어진 흙먼지를 의미한다. 겨울 동안 얼어 있던 건조한 땅이 봄이 돼 녹으면서 20㎛ 이하의 작은 먼지로 변해 저기압의 강한 상승기류에 의해 3000∼5000m 상공으로 올라간 뒤 초속 30m의 편서풍과 제트류를 타고 멀리 이동한다.
식약처는 ‘미세먼지와 황사 발생에 대비한 식품 보관 및 섭취 시 주의사항’으로 ‘포장되지 않은 식재료 보관 시 봉투나 덮개가 있는 위생용기에 밀봉해 보관할 것’ ‘야외 보관을 피할 것’ ‘식품 조리 시 창문을 닫아 미세먼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 ‘과일이나 채소를 깨끗이 씻어서 사용할 것’ ‘손 세척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시중에 나와 있는 체내에 쌓인 미세먼지를 제거한다는 건강식품들은 실제 효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건 아니지만 미미한 영향을 부풀렸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미세먼지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거나 배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효과를 높여 호흡기 질환이나 다른 알레르기를 줄였다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 이는 미미한 간접효과를 과장한 것으로 보면 된다.
2016년 12월 27일 하루 원두커피 3잔 이내면 안심
커피가 좋아 하루에 여러 잔씩 보리차처럼 마시는 사람이 많다. 아침에 출근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셔야만 마음 편히 하루 일이 시작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은 이러다 카페인에 중독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며 하루에 커피를 몇 잔 마시면 괜찮은지 묻곤 한다.
커피를 마시면 피로가 덜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이뇨작용을 통한 체내 노폐물 제거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 장관에서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연동운동을 도와주며 호흡기관의 근육피로를 완화시켜 호흡을 편하게 해 준다고 한다. 예전 서양에서는 진한 커피를 천식치료제로 사용한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의 위험성은 카페인의 독성을 말한다. 카페인(caffeine)은 코카인, 암페타민 등과 같이 흥분제 성분으로 분류된다. 콜라, 초콜릿 등에도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감기약, 진통제, 식욕억제제 등 의약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실제 카페인의 75% 이상은 커피를 통해 섭취된다고 한다. 그러나 카페인은 섭취량이 적은 편이고, 따로 첨가하는 물질이 아니어서 미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안전한 식품첨가물 목록인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으로 허용된 식품첨가물인데, 모든 음식이 그렇듯 선(善)과 악(惡),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서 넉 잔까지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커피가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커피 콩의 종류와 커피의 양, 온도 등 내리는 방법에 따라 카페인의 함량이 다르고, 그 위해성 또한 달라진다. 단순히 커피 몇 잔까지 괜찮다가 아니라 어떤 커피를 어떻게 마셨느냐에 따라 두 잔이 될 수도 있고 다섯 잔이 될 수도 있다. 전 세계인이 매일 섭취하는 카페인 양은 평균적으로 70㎎,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미국인은 211∼238㎎이라고 한다.
카페인을 과잉 섭취하면 불안, 메스꺼움, 구토 등이, 중독 시에는 신경과민, 근육경련, 불면증 및 가슴 두근거림, 칼슘 불균형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카페인은 100∼200㎎ 섭취 시 각성 효과, 피로 감소, 수면 지연, 두뇌 회전 촉진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1g을 섭취하면 약간의 불안에 감정 변화와 불면 효과가 나타나며 1.5g에서는 위장 장애와 부정맥, 2∼5g에서는 불안과 전율 그리고 마음의 동요, 10g에서는 척수 자극을 보이는 등 부작용이 극심해진다. 쥐를 대상으로 한 반수치사량(LD50)은 192㎎/㎏으로 농약인 DDT(150㎎/㎏)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반 잔만 마셔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도 있고 다섯 잔 이상을 마셔도 잠을 잘 자는 사람도 있다.
카페인의 인체 위해성이 없는 ‘일일섭취허용량(ADI)’은 ‘성인 1인당 400㎎ 이하, 임산부는 300㎎ 이하, 어린이는 2.5㎎ 이하’로 정해져 있다. 원두커피 한 잔에는 약 115∼175㎎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고, 자판기 인스턴트커피 한 잔에는 60㎎, 코카콜라 한 캔(355㎖)에는 46㎎, 카페인이 제거된 ‘디카페인커피’ 한 잔에는 2∼5㎎이 함유돼 있다. 즉 카페인 ADI를 초과하지 않는, 하루에 마셔도 되는 안전한 커피 섭취량은 대략 ‘원두커피로 세 잔, 인스턴트커피로 다섯 잔 이내’라 보면 된다.
2017년 01월 03일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도입을
지난 연말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후원 물품으로 초코파이 수십 상자가 들어왔는데, 불과 며칠 뒤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졌다고 한다. 유통기한이 5일밖에 남지 않은 제품을 받았기 때문에 먹다가 유통기한이 지나자 바로 버린 것이다. 회사는 선의를 베푼 것인데, 복지시설에서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과자를 준 것을 고맙게 여기기보다 기부금 영수증까지 챙기며 대신 버려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불쾌해했다고 한다. 특히나 복지시설에서는 유통기한 넘은 걸 사용하면 법적으로 행정처분을 받기 때문에 더더욱 섭섭했을 것이다.
사실상 유통기한은 판매하는 기한이지 더 두고 먹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섭취기한(소비기한), 판매기한, 포장일자, 최상품질기한(상미기한), 최상섭취기한 등 다양한 유통기한 표시가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통기한’은 판매기한인 ‘sell by date’의 개념으로 그 날짜까지만 먹을 수 있는 소비기한이 아니라, 그 날짜까지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한다.
즉 유통기한이 지나도 판매만 못할 뿐이지 가정에서는 그 이상 기간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확히 유통기한에서 얼마만큼 기간이 지난 것까지 먹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품의 종류마다 다르고 제조사와 브랜드에 따라, 보관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경과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 통조림, 김치, 잼류, 가루제품 등은 저장 기간의 의미가 없어 2007년 1월부터 유통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할 때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가격’과 ‘유통기한’이라고 한다. 소비자는 가능한 한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식품을 구매하고, 판매업자는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잘 팔리지 않고 혹 지나서 처벌받을까 봐 무조건 폐기 또는 반품한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시중 유통 중인 냉장 빵류에 대해 유통기한 경과 후 소비가 가능한 기한을 실험해 검증한 결과, 최장 20일까지 소비가 가능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빵은 바로 폐기되지만 사실상 20일이나 더 먹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즉, 아까운 음식이 괜히 폐기된다는 것인데, 이 피해가 연간 6500억 원에 달한다. 마트에서 유통기한 전 미리 반품, 폐기하는 물량까지 합치면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측된다.
가정에서도 소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보면 먹을까 말까 고민한다. 대부분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유통기한이 지나도 어느 정도까지는 먹을 수 있다고 들은 사람들은 버리지 않고 먹을 때가 있긴 하나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수년 전 정부의 경제담당 부서에서 식품 반품과 폐기물 발생을 줄여 가격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단체가 소비기한이 유통기한을 늘려 기업들 배만 불린다고 반대해 현재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오판이라 생각한다. 일정 기간 더 먹을 수 있는 것을 유통업체가 폐기 또는 반품해 제조원가가 높아지게 되면 결국 가격 인상요인이 돼 소비자만 손해를 본다.
이런 연유로 우리나라도 ‘소비기한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식품의 수명이 훨씬 더 긴데도 소비자들이 잘 몰라 아까운 음식 폐기물이 양산되는 게 안타깝다.
01월 11일 식품첨가물, 과연 毒인가?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식품첨가물’이 위험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본에서도 일부 그런 주장과 관련 서적이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최근에는 카세인나트륨, 인산염 등 경쟁사 간 네거티브 노이즈 마케팅에 의해 억울하게 안전성 문제와 결부돼 이슈화된 첨가물이 많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첨가물 관련 네거티브 마케팅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최근 칼을 빼 들었다. 식품의 표시기준을 개정해 무MSG, 무첨가 표시를 금지한 것이다. 사실 무첨가 표시로 허가된 첨가물을 합법적으로 넣은 기업의 제품을 폄하하는 행위는 얌체 짓이고 상도의에도 어긋난다. 소비자들이 첨가물에 대해 이런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결국 기업 간 첨가물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천연-합성’ 논란의 원인 제공자였던 ‘합성’이라는 식품첨가물의 법적 분류도 개선된다고 한다.
‘천연 마케팅’을 활용한 나쁜 경쟁사들 때문에 소비자들은 ‘천연’에 대한 막연한 효능과 안전성 기대를 갖고 있어 동등한 품질과 안전성에도 불구하고 천연에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 천연-합성 논란은 비단 식품첨가물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 천연 마케팅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어 왔다. 대표적 예가 바로 ‘천연비타민 공방’인데, 사실 100% 순수한 물질의 경우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비타민이든 합성한 비타민이든 효능에 차이가 없다. 다만 천연에서 추출한 경우에는 과일 등 원료에 들어 있는 다른 생리활성 성분들이 함께 추출되며, 흡수율 등에 차이가 있어 효능이 어느 정도 높을 것이라는 개연성은 있다.
첨가물은 첨가물일 뿐이다. 식품에 기능을 주기 위해 살짝 들어가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바가 못 된다. 식품에 소량을 넣어 보존성, 물성, 맛과 향, 색, 영양보충 등의 기능을 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첨가물이 위험한 독(毒)이라 믿는다.
소비자들이 몸이 아파 약(藥)을 먹을 때, 효능이 있지만 반드시 독성과 부작용을 갖고 있는 약을 독이라 하지는 않는다. 식품첨가물도 약과 마찬가지라 보면 된다.
주식으로 먹는 밥도 아니고 약처럼 특정 목적을 갖고 소량 첨가되는 첨가물을 가공식품에서 무조건 빼라고 하는 것은 과욕이다.
첨가물이 식품에 사용될 때는 다 이유와 목적이 있다. 모든 물질이 그렇듯 독성도 갖고 있다. 허용된 식품첨가물이라 하더라도 먹어서 몸에 좋을 게 없으므로 사용을 줄여나가는 기업의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사회와 공익을 위한 순수한 목적으로 첨가물을 줄이고, 당사 제품의 경쟁 우위를 알리는 포지티브 전략으로 첨가물을 제거했다면 호평받을 것이다.
무MSG, 인산염, 카세인나트륨 광고 논란처럼 경쟁 기업과 제품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도 천연-합성을 ‘선(善)-악(惡)’의 흑백논리로 받아들이지 말고 ‘보통-프리미엄’과 같은 부가가치적 장점의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천연제품이 합성에 비해 비용을 몇 배나 더 지불해야 할 정도의 효능과 안전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
01월 17일 식품산업에 부는 ‘가성비’ 바람
최근 가격을 낮추면서 오히려 양을 늘린 식품이 시장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34% 증량한 식품도 있다. 특히 초코파이, 포카칩 등 과자류를 중심으로 같은 가격에 양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 취지는 어려운 경제난에 위축된 소비를 진작하고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가성비 니즈’에 부합한 것이다.
‘가성비’란 ‘가격 대비 성능비(cost-effectiveness, the cost-to-benefit ratio)’의 줄임말로 경제적으로 위축된 우리나라 현 사회에 유행어가 되고 있다.
‘가격 그대로에 무게 10% 늘어난 과자’,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식품업체가 봉이 김선달보다 더하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줬다, 물장사도 모자라 공기장사를 한다”고 포장 대비 양이 적었던 ‘얌체 마케팅’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지난 2014년 대학생 두 명이 국산 봉지 과자를 이어 붙여 한강에 띄운 뒤 뗏목처럼 올라타 강을 건너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서울소방재난본부는 “물놀이를 하다 사람이 빠졌는데 구할 도구가 없다면 대용량 봉지 과자를 활용하라”고도 한다. 최근엔 엑스레이로 부서지기 쉬운 감자칩을 찍어 본 적이 있는데, 대부분 ‘공기 반, 과자 반’이었다고 한다. 빵빵한 봉지에 과자는 몇 개 들어 있지도 않고 질소만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과자 봉지 속의 질소는 과대포장이 목적이 아니라 ‘과자의 파손과 산패 방지’라는 좋은 취지로 넣은 것이다. 질소는 공기 중에 기체로 존재해 부서지기 쉬운 과자를 보호해 준다. 공기 중의 약 80% 정도를 차지하는 질소는 끓는점이 -195도로 대부분은 기체로 존재한다. 색깔과 맛도 없다. 또 식품은 산소와 만나면 맛이 변질되는데 반응성이 떨어지는 질소를 채워 넣으면 산소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질소 충전식 과자 포장을 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그전에는 공기를 그대로 주입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과자 냄새가 이상하다’는 항의가 들어오곤 했다. 질소 충전으로 과자의 원형 유지와 제품의 신선도 유지, 바삭한 식감을 즐기게 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과대포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의 양만 넣었으면 하는 것이 소비자의 바람이다.
환경부의 ‘스낵류 포장 규칙’은 질소 충전하는 봉지 과자의 빈 공간이 35%를 넘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봉지의 최소 65%는 과자로 채워야 한다. 지난해 11월 ‘소비자시민모임’이 국내 시판 중인 감자칩들을 조사한 결과 질소 충전을 한 과자 8종 모두 빈 공간이 35%를 웃돌았다고 한다.
요즘 식품산업계에서는 가성비가 트렌드인데 아직도 질소과자, 공기장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봤다. 내용물이 부서져 부피가 준 것도 근거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익에 눈이 멀어 크게 보이게 하면서 과자량을 줄인 것도 원인일 것이고, 크기는 같아 보이나 1회 제공량을 줄여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으려 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현명하다. 최근 수입 과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가성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2017년 정유년에는 경제가 어려운 만큼 기업 스스로가 자신들에게 가성비가 높은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높은 제품을 시장에 많이 내놨으면 한다.
01월 26일 페트병 인체 안전…재사용은 자제를
등산객이나 관광객,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손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생수 페트(PET)병이다. 페트병은 1974년 미국 듀폰사가 탄산음료용으로 개발했는데, 국내에서는 1979년 식용유 용기로 처음 소개됐다. 여름 휴가 기간에 버려지는 쓰레기 1위가 종이류나 음식쓰레기를 제외하면 ‘일회용 페트병’이라고 하니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트병은 가벼우면서도 잘 깨지지 않아 생수, 탄산음료, 맥주병 등에 많이 사용된다. PET는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의 약자로 투명성, 내압성, 가스 차단성이 우수해 식품용기로 널리 쓰이고 있다.
페트의 안전성 논란은 2000년대 초 수돗물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그 충격이 지금까지 이어져 소비자들은 페트를 비롯한 합성수지 용기에 대한 불안감을 여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유용성보다는 ‘환경호르몬(내분비장애물질)’이 포함돼 있어 인체에 위험하다는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 높아지면서 모든 합성수지제 용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떠도는 페트병 관련 괴담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단편적인 연구 결과를 이용한 것이어서 근거가 약하다.
우선 페트병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는 소비자의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페트병을 만들 때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비스페놀A 등 대표적 내분비계장애물질을 원료로 쓰지 않아 걱정할 필요가 없다. DEHP와 같은 가소제는 딱딱한 폴리염화비닐(PVC)을 유연하게 만드는 데 사용되며, 비스페놀A는 폴리카보네이트(PC)의 원료물질이어서 페트병에는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으면 하얗게 변하거나 찌그러지면서 환경호르몬이 용출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근거 없는 오해다. 페트병을 만들 때 담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열처리가 달라지는데, 열처리 공정이 없는 탄산음료나 생수병의 경우 약 55도 이상에서 하얗게 변하거나 찌그러지지만, 열처리 과정을 거친 오렌지주스병의 경우 9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담아도 병이 변형되지 않는다.
간혹 페트병의 글씨가 찌그러져 보여 제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수축라벨을 사용한 것으로 제품 품질과는 무관하다. 식품용기로는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는데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용어에 익숙해 실제 ‘페트병’과 ‘플라스틱병’이 다른데도 대부분 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페트병은 일회용으로 만들어져 식품용기로는 가급적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페트병을 재사용한다고 해서 유해물질이 용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입구가 좁은 페트병은 깨끗이 세척하기가 어려워 미생물 오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병뿐만 아니라 금속용기에도 물을 오래 담아 놓으면 표면에 바이오필름이라는 코팅이 생기는데 이는 소독해도 잘 죽지 않아 지속적으로 안전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세균의 집합체인 바이오필름은 용기 표면에 얇게 들러붙어 있다.
페트병은 위험하지 않다. 기본적인 주의사항만 잘 지킨다면 안심해도 되니 걱정 말고 사용하자!
01월 31일 천연·합성비타민, 효능·안전성 같아
우리 민족은 유독 ‘천연(자연)’에 대해서는 로망을, ‘합성’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방송에서 쇼닥터나 가짜 전문가들이 얄팍한 지식으로 퍼뜨리기 시작한 ‘천연’ 찬양에 세뇌당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천연’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노이즈마케팅이 분명 한몫하고 있다.
비타민뿐 아니라 모든 순수한 물질은 식물 등 자연에서 추출한 것이든,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든 효능과 안전성에 차이가 있을 수가 없다. ‘천연-합성’은 어디서 왔느냐는 원산지 개념에 불과하다. 같은 바다에서 잡힌 생선도 중국 배가 잡아가면 중국산, 우리 배가 잡아 오면 국내산이 된다. 같은 생선이 원산지 라벨에 따라 본질이 달라질 수가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천연이 좋다는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 과일 추출 천연비타민의 경우, 과일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나 비타민, 미네랄, 기타 생리활성 성분들이 함께 작용해 합성비타민보다 흡수율이 높아질 수가 있고 그래서 효능이 높을 것이라는 개연성은 있다. 그렇지만 그 양이 미미해 인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합성물질’은 주로 석유에서 추출해 내는 것이 많아 소비자의 거부감이 크고 안전성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시중에 팔리는 합성비타민은 우리가 거부감을 갖고 있는 ‘화학적 합성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미생물을 키워 생산하는 ‘생합성(生合成)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즉 김치나 요구르트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발효기술이라 비타민에 대한 ‘천연 vs 합성’ 논란은 무의미한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합성물질은 천연물에 비해 안정적이라 효능이 더 오래 유지되는 장점도 있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현재 시중엔 천연비타민이 없다고 한다. 타산이 맞지 않아 더 이상 판매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산 합성비타민은 나쁘고 국산은 좋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모두 근거 없는 이야기다. 중국을 두둔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생합성기술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6·25전쟁으로 온 강토가 폐허가 돼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서양의 발효·합성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세계적인 중국의 칭다오(靑島)맥주가 좋은 예다.
과일주스도 온통 천연마케팅 천지다. 일반 오렌지주스보다 ‘100% 천연 착즙주스’는 몇 배나 비싸다. 물론 천연 착즙주스가 과일의 좋은 성분을 미량이나마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몇 배나 되는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먹어서 인체에 좋다는 효과는 입증되지 못했고, 착즙주스의 당이 천연당이긴 하나 설탕이 첨가된 일반주스보다 몸에 좋은 ‘착한 당’은 아니다.
그리고 소금에도 ‘정제염은 합성소금’ ‘천일염은 천연소금’이라는 ‘천연 괴담’이 있다. 한 방송에서 어떤 한의사와 요리사가 이야기했다고 한다. 정제염과 천일염은 화학반응을 거치지 않고 자연의 바닷물을 태양 빛이나 가열로 끓여 만든 것이라 모두가 ‘천연’이다.
사실 천연마케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앞으로 소비자는 ‘천연-합성’을 ‘선(善)과 악(惡)’의 흑백논리가 아닌 ‘일반식품-프리미엄식품’과 같은 ‘부가가치적 장점’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02월 08일 국내산보다 더 좋은 중국산도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서 온 수입식품이 홀대받는다. 오죽하면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거짓표시한 부적합 사례가 이렇게 많겠는가? ‘원산지 거짓표시’는 주로 돼지고기, 배추김치, 쇠고기, 닭고기 순으로 발생했고, 소비자를 주고객으로 하는 일반음식점, 식육판매점 순으로 높았다. 즉 소비자들이 국내산을 프리미엄으로 여겨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속임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최근 캐나다산 신선 냉장삼겹살이 100g에 1180원, 국내산은 2250원, 제주산은 3170원 정도라 한다. 겉보기에 품질이 훌륭해 보이는 캐나다산이 국산의 반값도 안 될 정도로 가격차가 심하다.
원산지 속임수는 해가 거듭될수록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에 원산지 표시대상 26만2000개소 중 2905개소가 원산지 거짓표시를 했는데 그 중 약 3분의 1인 1022개소가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켰다고 한다. 수입식품 중 교역량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이미지로 가장 홀대받는 것이 바로 ‘중국산’이란 뜻이다.
이런 현상은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른 해외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의 수입 자유화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경쟁력이 약한 우리나라 농업과 식품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벌였던 ‘신토불이(身土不二)운동’ ‘로컬푸드’에 대한 무한 신뢰 등이 원인이라 생각된다. 6·25전쟁 이후 먹을 게 없던 시기엔 미제, 일제 등 외국산 구호식품과 수입식품이 더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보다 위생관리가 엄격하고 품질도 우수한 선진국 제품조차도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소위 위생취약국이라 불리는 개발도상국에서 들여온 식품은 당연히 품질이 낮고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더욱 천대받는 실정이다.
중국산을 두둔하는 건 아니지만 중국은 땅이 넓어 생산되는 원료 농수축산물이 다양하고 품질 차이도 워낙 커 ‘차이나’라고 불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웨이하이(威海)와 칭다오(靑島)가 위치한 중국 산둥(山東)성 지역은 기후가 온화하고 땅도 기름져 농사가 아주 잘된다고 한다. 그래서 쌀, 고추, 배추, 대추, 깨 등 농산물과 축수산물이 풍부하다. 물론 가격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상질(上質)의 제품은 오히려 국내산 일반제품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그간 우리나라 수입상들이 중국에 가서 대부분 품질은 고려치 않고 가격만 보고 수입해 오다 보니 ‘중국산’ 하면 ‘저질’ ‘싸구려’ ‘식당용’이라는 오명이 붙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멜라민사건, 중국산김치 파동 등 중국에서 발생한 불량식품과 속임수 관련 사건을 자주 보도해 왔다.
가격(價格)과 가치(價値)는 다르다. 즉, 국내산이 귀하고 비싸다고 해서 품질(品質) 즉, 질(質)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중국 현지에서 계약 재배해 좋은 땅에 좋은 물로 엄격히 관리돼 우리나라로 들여온 중국산이 농약을 마구 뿌리며, 지저분한 용수에 비료를 덜 쓰고, 나쁜 시기에 수확한 ‘우리 농산물’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소비자들은 더 이상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신토불이, 로컬푸드, 우리 농산물만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중국에서 왔든, 미국에서 왔든, 우리 땅에서 나왔든 ‘품질 좋고, 위생적이고, 맛있는 식품이 좋은 식품’이라는 선진적 소비자 마인드를 가져야 할 때라 생각한다.
02월 15일 갈색 탄수화물 튀김음식 발암성 경보
지난 설에 ‘탄수화물 바싹 튀기지 마세요!’라는 ‘갈색 음식’ 경계령이 내려졌다. 특히 설음식은 튀김, 부침 등 유난히도 기름을 많이 쓰는 음식이 주를 이룬다. 튀김이 몸에 좋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이는 근거가 있는 말인데, 지방이 많은 데다 조리과정 중 유해물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때맞춰 외국에서도 밀가루나 감자처럼 탄수화물이 많이 든 식품을 고온에서 오래 조리해 먹으면 암 위험이 커진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고탄수화물 식품을 섭씨 120도 이상의 고온으로 조리할 때 생기는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인류는 불맛을 즐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불을 사용해 토스터에 오래 구운 식빵, 기름에 오래 튀긴 감자는 바삭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얻는 대신 갈색이 진해질수록 암 발생 위험은 커지게 된다.
조리 중 생성되는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는 무색의 백색 결정으로 1950년대 중반부터 공업용으로 사용되던 화학물질이다. 펄프, 제지공정, 폐수처리와 같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며 실험실에서도 겔 형성 용도로 사용된다. 특히 감자, 시리얼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고온에 조리했을 때 아스파라긴산과 당의 화학반응에 의해 생성된다. 다행히도 식품의 조리온도가 섭씨 120도 이하에서는 생성되지 않고 그 이상 고온에서만 다량 생성되는 특징이 있다.
2002년 4월 스웨덴 식품규격청이 아크릴아마이드 생성 사실을 처음 보고한 후 여러 나라가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 2013년부터 음식 속에 든 아크릴아마이드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으며 최근엔 영국 식품기준청(FSA)도 뒤를 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크릴아마이드를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2A군 발암물질은 동물실험에서는 발암성 입증자료가 있으나 사람에게는 아직 발암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질이다. 또한 미 산업위생사협회(ACGIH)도 아크릴아마이드를 동물에게는 발암성이 있으나 인체에서는 발암성이 확인되지 않은 ‘A3 등급’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아크릴아마이드와 관련된 식품 중 유해기준은 없지만 WHO는 마시는 물에 한해 하루 권장량을 ℓ당 0.5ppb(1ppb는 10억 분의 1)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WHO가 식품 중 아크릴아마이드의 위해성 평가를 수행한 결과 식품 섭취를 통한 노출은 인체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약처가 유통 중인 가공식품을 모니터링해 오고 있는데 이미 10년 전부터 우리 산업체가 정부 권고에 따라 저감화 사업을 추진해 온 터라 그 발생량이 매우 낮아 안심해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크릴아마이드는 먹어서 우리 몸에 이익될 게 전혀 없는 소소익선(少少益善) 물질이다. 현대의 식단에서 완전히 제거할 순 없지만, 조리법만 살짝 바꿔도 섭취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특히 고온이나 지나치게 긴 시간 조리해서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굽거나 튀기거나 볶을 땐 검게 태워서는 안 되며, 황금빛이 돌 때까지만 조리하는 게 좋다. 비만학회에서도 아크릴아마이드 감소뿐 아니라 체중조절을 위해서도 볶음이나 튀김 대신 ‘찜, 구이, 삶기’ 등과 같은 음식 조리법을 권장하고 있다.
02월 21일 ‘유전자가위편집기술’ - ‘GMO’ 차이
유전자변형식품(GMO)’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일 가공식품에 유전자 변형 DNA나 단백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GMO라고 표시하는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고시를 발표했다. 기존에는 주요 원재료 1∼5순위에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들어 있으면 GMO를 표시해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사용된 전체 원재료에 표시해야 한다.
GMO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57개국이 법적으로 허용해 먹고 있다. 인류는 GMO를 통해 한정된 땅에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해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세계적으로 곡물 수확량의 절반이 경작이나 저장 과정에서 해충의 공격이나 감염으로 사라지고 있어 해충, 잡초,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저항성을 향상시킨 GMO를 개발해 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콩, 옥수수, 면화, 유채, 사탕무, 알팔파’ 등 6개 농산물만을 GMO로 허용하고 있는데, 식용 또는 가축사료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콩과 옥수수’가 지금의 주된 논란거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GMO에 대한 ‘과학적 판단’은 ‘안전하다’이지만, 소비자의 ‘사회적 판단’은 “아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GMO의 완전표시를 원하고 있고 GMO 여부가 구매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국내 생명공학기업 툴젠이 해외공동연구로 ‘곰팡이병에 강한 포도와 사과’ 품종을 개발했다고 한다. 곰팡이 병균의 침입 통로를 열어주는 유전자를 찾아 그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기능을 없애 병에 걸리지 않는 작물을 만든 것이다. 또한 근육을 늘린 돼지, 상추나 벼의 품종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국 등에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유전공학기술을 활용한 식량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뿔이 없는 소나 근육이 많은 개, 털이 풍성한 양 같은 동물을 만들고 있는데, 모두 ‘GMO’가 아닌 ‘유전자가위편집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최근 이 유전자가위기술로 만들어진 작물이 과연 ‘GMO’와 같은 건지 다른 건지 논란거리다. 이 유전자가위기술은 작물 고유의 유전자(gene) 일부를 약간 편집하는 수준이라 GMO와 차별화해 안전성 논란을 잠재우고 싶은 개발자 그룹이 있고, 이 기술은 결국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이라 GMO와 같은 것이고 당연히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대 측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모두 유전자를 만진다는 면에서는 같은 기술인데, ‘GMO’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더하기’고, ‘유전자가위기술’은 유전자를 빼는 ‘빼기’라는 차이가 있다. 즉, ‘더하기’냐 ‘빼기’냐의 차이인데, 지금 사회적 관심은 ‘유전자가위작물’이 ‘GMO’와 같은 극심한 찬반 논란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안전한 작물로 바로 인정받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 특히 식탁에 오를 특정 유전자가 빠진 식용작물들이 가장 민감한 관심사다.
일단은 2016년 4월 미 농무부(USDA)가 유전자가위기술로 만든 ‘변색예방 버섯’에 대해 GMO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려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전자가위작물의 ‘안전성’은 인정한 반면, ‘유기농’이란 프리미엄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입장은 이렇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해 유전자가위작물이 안전하게 시장에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02월 28일 ‘삼겹살+상추쌈’ 찰떡궁합 근거 있다
삼겹살은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 음식이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미세먼지나 중금속 해독에 좋다’ ‘탄 부분만 잘라 버리고 먹거나 채소로 쌈 싸 먹으면 괜찮다’는 긍정적 이야기도 있고, ‘탄 삼겹살을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부정적 소문도 많다.
고기가 탈 때 생기는 발암물질 때문인데, 음식을 300도 이상의 고온으로 조리하면 발생한다. 발암 원인인 벤조피렌은 삼겹살, 프라이드 치킨 등 육류에서 주로 나온다. 벤조피렌이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웰빙식품으로 뜨던 ‘올리브유’에서 다량 검출돼 매스컴을 타면서부터다. 또한 참기름,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치를 초과해 판매금지되거나 리콜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2년에는 한 라면 회사의 스프에 함유된 훈연(smoking) 가다랑어포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되기도 했다.
벤조피렌은 담배 연기의 폐암 유발이 입증되면서 발암물질로 규정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로 석탄이나 석유의 콜타르에서 주로 발생한다. 나무를 태우거나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 연기 등에서도 다량 발견된다. 또 대기, 물, 토양 등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농산물, 어패류 등 가공하지 않은 원료 식품에 미량이나마 항상 존재한다. 특히, 식품을 고온에서 조리하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이 분해되면서 생성되기 때문에 주로 고기를 굽거나 커피, 땅콩처럼 음식을 볶을 때 발생한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삼겹살을 노릇하게만 구워도 약 16ppb(1ppb=1/1000PPM)가 검출되고, 갈비를 좀 강한 불에 구우면 50∼480ppb까지 검출된다고 한다. 벤조피렌은 인체 DNA를 파괴하고 돌연변이를 유도한다. 오랫동안 노출되면 폐암, 피부암 등 각종 암을 일으킨다.
벤조피렌을 섭취하지 않기 위해선 기름에 튀기거나 볶거나 스모킹한 음식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또 불꽃이 직접 닿지 않고 검게 타지 않도록 고기를 굽는 것도 필요하다. 고기의 탄 부위는 ‘벤조피렌 덩어리’라 반드시 잘라 내고 먹어야 한다. 삼겹살, 숯불구이, 바비큐, 스테이크 등 고기의 지방성분과 불꽃이 직접 접촉할 때 벤조피렌이 가장 많이 생기므로 숯불에 직접 닿는 석쇠 대신 프라이팬에 굽는 것이 좋다. 불판을 미리 뜨겁게 가열한 뒤 고기를 올려 구우면 가열 조리시간을 최대한 단축해 벤조피렌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고기를 익힐 때 ‘삶기와 찌기’를 적극 활용하면 더 줄일 수 있는데, 설렁탕과 삼계탕에선 벤조피렌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예로부터 ‘구이는 동, 수육은 금’이라는 말이 있는 데, 이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왕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벤조피렌을 줄이는 섭취요령으로는 최근 식약처에서 제안한 ‘상추, 마늘, 양파와 함께 쌈을 싸먹는 것’이다. 즉 이들 채소가 독성을 떨어뜨려 발암가능성을 줄인다는 것인데, 삼겹살 벤조피렌의 간세포 발암가능성을 상추는 60%, 양파는 40%, 셀러리는 20% 줄여준다고 한다. 특히 마늘에 들어있는 미리세틴 성분도 발암가능성을 65%나 낮춘다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 국민의 고기, 식용유지 등 음식 섭취를 통한 벤조피렌 노출 수준은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벤조피렌은 건강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물질이라 피할 수만 있다면 덜 먹는 것이 좋다. 우리가 벤조피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지만, 조리법과 섭취방법만 살짝 바꿔도 그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03월 07일 소금은 적게 먹어도, 많이 먹어도 걱정
소금은 예로부터 육류와 채소 등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방지하고 인간의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는 생명의 상징이었다.
혈액의 0.85%를 차지하는 소금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게 필수다. 소금(NaCl)의 40%를 차지하는 나트륨(Na)은 짠맛을 내는 ‘조미료’이기도 하지만 생명 유지의 ‘수호신’이며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보존제’ 역할도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소금의 위험성이 재조명되면서 인류의 소금 과잉 섭취가 문제시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환경과 식생활 특성상 장류, 젓갈, 김치 등 소금에 절인 고염식품의 섭취 비중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나트륨 섭취의 80%가 찌개, 반찬 등 부식에서 기인한다. 전통적인 식습관이 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맞벌이 가정, 외식산업의 성장으로 인스턴트 가공식품의 의존도가 높아져 나트륨 과잉에 의한 고혈압, 더 나아가 뇌혈관질환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에 지구 전체가 ‘소금(나트륨)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강력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일일 소금 권장섭취량’을 5g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트륨으로 환산하면 2g에 해당되는 양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조금 높은 2.3g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89g, 소금으로는 9.72g으로 권장치의 2배가량에 이른다. 소금은 과량 섭취 시 고혈압 등 인체에 해를 주고, 부족하면 체내 대사에 문제를 일으키는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의 물질이라 다루기가 어렵다.
캐나다 의사인 앤드루 멘트 교수는 “나트륨을 너무 적게 섭취해도 과잉 섭취 못지않게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트륨 과량 섭취 시 고혈압 환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지만, 혈압이 정상인 사람은 높아지지 않아 정상인은 소금을 많이 먹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멘트 교수는 “나트륨 저감화는 건강한 사람이 아닌 고혈압이면서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사람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지금은 소금 과잉의 시대라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인류의 목표는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자는 것이지 ‘식품 중 나트륨 함량’을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소금을 죄악시해 반드시 써야만 품질과 안전성이 유지되는 식품들까지 인위적인 저감화를 추진한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저염 급식김치의 대규모 식중독 사태도 나트륨 저감화의 부작용이고 재앙이라 볼 수 있다.
모든 식품이 그러하듯 약(藥)과 독(毒)은 양으로 결정된다. 많이 먹으면 모든 음식이 독이 될 수 있다.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려면 소금이 들어간 맛있는 음식을 적게 먹는 게 효과적이지, 음식의 소금 함량을 줄여 맛없게 많이 먹는 것이 대책은 아닐 것이다. 궁극적으로 나트륨 줄이기에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마인드와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강제적인 정부 주도의 규제는 단기적 임시처방이고 계몽과 캠페인 등에 따라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함량 표시’를 보고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03월 14일 설탕, 많이 먹지 않으면 해롭지 않다
온 세상이 ‘당(糖)과의 전쟁’ 중이다. 최근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어린이 비만을 줄이기 위해 설탕 함유 청량음료에 ‘설탕세(sugar tax)’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한다. 세금이 부과되면 음료회사는 설탕량을 줄이거나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의 설탕 섭취량이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다. 게다가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내 몸을 죽이는 살인자, 설탕’이란 문구까지 등장했고, ‘백종원 주부’가 설탕을 종이컵째로, 그것도 몇 컵씩 과감하게 투하하며 요리하는 걸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당은 에너지의 원천이라 격렬한 운동 시 필요하다. 단백질 형성도 돕는다. 쓰고 남은 당은 간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돼 있다가 한동안 당분을 섭취하지 않아도 당을 혈관에 계속 공급한다. 게다가 설탕은 예로부터 귀중한 ‘약(藥)’이었다.
18세기 이전까지 유럽의 의술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던 것이 바로 이 설탕이었다. 당시 기침과 열, 감기에는 설탕물을 마시게 했고, 위장병과 설사 치료, 심지어는 흑사병에도 설탕을 처방했다. 그 밖에도 기력을 잃은 노인에게 계피를 넣은 설탕이나 장미향수를 탄 설탕시럽을 추천했고, 정력 강화를 위해 설탕을 먹었다고 한다. 또한 술 마신 후 숙취 해소를 위해서도 설탕물을 마셨다.
그러나 최근 설탕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비만, 당뇨, 충치, 과잉행동 등을 유발하는 만병의 원흉으로 꼽히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모래보다 값이 싸고 흔하게 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당’ 중에서도 설탕에 인색하다. 그러나 단순 당에 속하는 꿀과 과일, 다당류를 주성분으로 하는 쌀밥, 고구마, 감자 등에 대해서는 관대하기만 하다.
안타깝게도 과일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프리미엄 착즙주스’에도 탄산음료에 버금가는 양의 당류가 함유돼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100% 과일주스’에 함유된 당은 가공식품의 당과는 다른 ‘착한 당’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당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천연당 vs 인공당’ 문제와 무관하다. 칼로리가 없는 착한 당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당은 당일 뿐이다. 게다가 단당(포도당, 과당), 이당(설탕), 올리고당, 탄수화물 등 먹는 당의 종류를 달리한다고 해서 당이 주는 위험을 피해갈 수는 없다.
세계 각국의 ‘설탕세 부과’는 분명 좋은 취지이고 명분도 있다. 그러나 영양소에 의한 건강 피해는 개인이 식습관으로 조절하는 것이지 공급억제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가 설탕을 강제로 먹이는 것도 아니고 제품에 설탕 함량이 표시된 상태에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해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허용한 식품에 대해 불평등한 세금 부과나 특정 유통채널에서의 판매금지, 법에 ‘위해가능 영양성분’으로 명시하는 것은 음식에 대한 괜한 걱정인 ‘푸드패디즘’을 유발할 뿐 인류 질병 예방의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다.
‘설탕의 과도한 사용’과 ‘당분의 과잉 섭취’로 인한 건강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설탕은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는다면 꼭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잘못된 논리와 규제로 설탕을 나쁜 독(毒)으로 치부하고 비판만 하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일 뿐이라 생각한다.
03월 21일 슈퍼푸드에 대한 환상 버리자
그간 ‘슈퍼푸드’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던 ‘아마시드’에 ‘과다섭취 주의령’이 내려졌다. 다른 곡물보다 중금속인 카드뮴(Cd)이 더 많이 들어 있어 건강상 안전문제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양성분도 일반 곡물보다 그다지 우월하지도 않다고 하니 슈퍼 곡물에 대한 환상도 이제 사라질 위기다.
이 뉴스가 소비자들에게는 충격적이었을지 모르나 전문가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던 상식 수준의 사실이다. 다른 음식보다 특정 영양소를 약간이라도 더 많이 함유한다고 해 슈퍼푸드라고 불리는데, 이는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허상이다. 모든 영양소를 단번에 완벽하게 공급하는 음식은 없다. 식이보충제 역시 의료 목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정상인은 현대의 식습관과 영양 상태로 볼 때 필요치 않다.
수입업자들은 아마시드와 같은 수입 곡물이 일반 토종 곡물보다 영양이 더 풍부한 슈퍼푸드라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소비자원의 분석 결과 주요 영양성분 함량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국산 서리태 검은콩과 수입 렌틸콩의 건조중량 100g당 단백질 함량은 각각 24g, 27g, 식이섬유는 17g, 12g으로 대단히 큰 차이가 아니며, 아마시드의 오메가지방산 함량 역시 25g으로 22g인 국산 들깨보다 많긴 하지만 역시 작은 차이다.
게다가 아마시드에는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시안배당체’가 들어 있어 우리 ‘식품위생법’에서는 아마시드의 섭취량을 1회 4g, 1일 16g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시안배당체는 그 자체가 유해하지는 않지만, 섭취 시 체내에서 효소작용으로 분해되면 ‘시안화수소(HCN)’를 생성해 작은 혈관에 환원혈색소가 증가하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온몸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원의 8종 422개 곡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마시드에는 카드뮴이 다른 곡물보다 높은 농도(0.246∼0.560㎎/㎏)로 검출된다고 한다. 카드뮴에 반복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폐가 손상되거나 이타이이타이병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실 아마시드뿐만 아니라 인류의 주식이며, 곡류 중 가장 안전하다고 하는 ‘쌀’과 ‘밀’에도 흠은 있다. 쌀은 우리나라와 동양에서만큼은 맛과 영양, 건강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완벽한 탄수화물원이라 여겨지고 있으나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는 쌀의 무기비소(As) 위험성을 자주 언급한다. 그래서 “어린이에게는 쌀로 만든 시리얼과 파스타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먹이지 말 것과 공복에 쌀로 만든 시리얼을 먹이지 말라”는 제한적 섭취 권고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인류가 1만 년 동안 검증해 온 밀도 균형된 영양원이긴 하지만 글루텐이 장내 염증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부정적인 보고도 있다.
모든 음식은 선과 악의 양면성이 있어 ‘나쁜 음식’과 ‘좋은 음식’으로 나눌 수가 없다. 적게 먹어도 영양부족으로 위험하고, 많이 먹어도 독(毒)이 된다. 그래서 슈퍼푸드는 작게나마 있는 효능이나 독성 문제를 키워 침소봉대한 것이기 때문에 없는 말을 지어낸 게 아니라 비난하기에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이번 ‘아마시드 사건’을 계기로 슈퍼푸드에 대한 허황한 통념을 다시 정리했으면 한다.
03월 29일 ‘알레르기 주의’표시 확인 습관을
올 5월 30일부터는 햄버거·피자전문점에서도 난류(가금류에 한함), 우유, 메밀, 땅콩, 대두, 밀, 고등어, 게, 새우, 돼지고기, 복숭아, 토마토 등 알레르기 유발식품 21종에 대해 의무 표시를 해야 한다. 최근 ‘음식알레르기’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알레르기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아마도 문명의 발달로 인한 식습관의 변화와 위생 수준의 향상 때문으로 추측된다. 영국 식품기준청(FSA)이 일반인의 약 30%가 알레르기 반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모든 생물체는 어떤 외래성 물질과 접하게 되면 ‘항원-항체반응’에 의해 생체 내 급격한 변화가 생긴다. 보호적 작용 원리를 이용해 예방접종하는 것을 ‘면역’이라고 하며, 이런 면역반응이 몸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알레르기’라고 한다. 바이러스나 병원균 등 몸에 침입한 이물을 ‘항원(antigen)’이라 하고, 이 항원을 공격하는 물질을 ‘항체(antibody)’라 한다.
항원은 먼지·진드기·꽃가루·털·곰팡이·세균·화학물질 등의 ‘흡입항원’, 음식물·약물 등의 ‘섭취항원’, 옻나무·고무·포르말린·염색약·방부제·화장품·향료·농약 등의 ‘접촉항원’, 주사약이나 독충 등으로 인한 ‘주입항원’이 있다.
음식알레르기는 과민한 사람이 특정 음식을 먹을 때 일어나는 면역학적 부작용이다. 원인 음식에는 아몬드·땅콩·캐슈너트·헤이즐넛·마카다미아 너트·잣·피스타치오·호두 등 견과류, 갑각류·조개류·어류 등 해산물, 보리·귀리·호밀 등 곡류와 밀가루 글루텐, 계란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자라면서 소화기능이 강화되고 음식 성분에 대한 면역체계가 변화해 5세쯤 되면 계란, 우유, 밀, 대두에 대한 알레르기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알레르기과학재단에서는 ‘죽음에 이를 수 있는 32가지 알레르기’를 밝혔는데, 이 중 ‘땅콩알레르기’의 사망 빈도가 가장 높았다. 프랑스에서는 어린이 음식알레르기의 주원인으로 계란을 꼽았으며, 다음이 땅콩(25%), 우유(8%), 생선(5%) 순이었다. 성인의 경우에는 과일알레르기가 많다. 키위, 바나나, 아보카도 등 유액을 만드는 식물이 주원인이다. 살구, 체리, 딸기, 복숭아, 헤이즐넛, 배, 사과, 자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도 알레르기를 많이 일으킨다.
꽃가루나 고무에 민감한 사람은 과일과 채소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으며 대부분 재채기나 입 주위 또는 입술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또한 유사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동일한 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알레르기 반응은 단순한 피부 종기에서부터 호흡곤란이나 심장마비까지 다양하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아나필락시스 증상으로 5~15분 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 아드레날린 주사를 즉시 투여하면 대부분 목숨을 건질 수는 있지만 해독제는 없다.
알레르기 과민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식품 구매 시 ‘알레르기 주의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항상 주의 표시를 읽는 습관을 들여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알레르기 증상을 예방하길 바란다
04월 04일 ‘미투제품’ 얌체마케팅 이젠 그만
최근 한 식품회사는 인기제품인 ‘바나나맛우유’와 용기, 디자인이 유사한 ‘바나나맛젤리’를 판매한 업체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바나나맛젤리’의 제조·판매가 법을 위반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결정문에서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외관 형태, 디자인 등이 독특하고 1974년 출시된 이래 일관되게 사용돼 저명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제품뿐 아니라 용기 모양과 디자인도 고유한 브랜드 자산’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것이다. 개발자의 신기술·신제품 개발 의지를 북돋워 줘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것이고 이런 선순환이 형성돼야 창의적이고 세계적인 제품이 나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코카콜라’ ‘맥도날드’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종류의 실망스러운 베끼기 사건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누가 무슨 ‘쌈박한’ 제품 하나, 멋진 용기디자인 하나 개발해 히트라도 치면 너도나도 ‘미투제품’, 즉 ‘짝퉁제품’을 순식간에 쏟아낸다. 얼굴 없고, 이름 없는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막강한 브랜드와 충성도 높은 고정 고객을 활용해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이 우리 식품산업계의 현실이고 수준이었다.
2∼3년 전 시장을 강타했던 허니버터칩, 칵테일소주, 그릭요거트 등이 대표적 사례인데, 출시되자마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수십 개의 미투제품이 쏟아졌던 기억이 있다. 과거에도 초코파이, 청량음료, 식혜, 요구르트 등 많은 카피제품 사례가 있었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번 ‘바나나맛젤리’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도 미투제품이 철퇴를 맞게 돼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그동안 대기업끼리의 경쟁도 있었지만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대기업이 베껴 힘들게 일군 시장과 희망을 한순간에 꺾어버렸던 경우도 많았었다. 물론 ‘스마트팔로어(smart follower)’도 하나의 경영전략이긴 하나 누군가 ‘히트제품’을 출시해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 밥숟가락 하나 올려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얌체마케팅’이라 생각된다. 이 때문에 식품 전반에 새로운 상품 개발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선진 외국에서는 누군가의 빅히트 상품을 카피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기술과 권리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잘 돼 있긴 하나 그것보다도 서로의 제품과 시장을 존중해 주는 의리와 상생의 선진의식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 식품 기업들은 그동안 너무나 쉽고 안전하게 돈을 벌려는 생각을 하고 있지나 않았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봤으면 한다. 물론 식품의 특성상 신기술·신물질이 아니어서 특허로 보호받기가 쉽지 않은 만큼 다른 산업군에 비해 카피가 심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나라 식품산업도 내수시장을 뛰어넘어 수출이 주력일 정도로 성장했고, 연 매출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회사도 20개가 넘는 매머드급 산업군이 됐다. 말로만 ‘상생(相生)’이 아니라 개발자의 피와 땀, 경쟁기업의 R&D 노력을 상호존중해 주는 훈훈하고 진정한 ‘상생의 시대’가 빨리 왔으면 한다.
04월 12일 때만난 ‘길거리음식·푸드트럭’
요즘 서울 시내에 ‘푸드트럭’이 많아졌다. 제법 목이 좋은 곳에서도 보이는데 잠실운동장, 건국대, 예술의전당, 한강 등지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지방의 어떤 대학에서는 올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학생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교내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대로변 불법노점상도 푸드트럭으로 대체된다고 하니 푸드트럭이 때를 만난 것 같다.
푸드트럭은 ‘개조를 통해 음식점이나 제과점 영업을 하는 작은 트럭’을 말하는데, 세계적으로는 이미 관광지마다 ‘로드푸드(길거리식품)’ 형태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의 크레페(햄, 치즈, 달걀), 케밥 형태의 샌드위치, 독일의 소시지 햄버거, 맥주, 조각피자, 호주의 소시지(얇은고기+튀긴양파+바비큐소스), 샌드위치, 파이, 중국의 볶음밥, 쌀·밀가루국수, 곤충요리, 케밥, 홍콩의 쇠고기꼬치, 카레생선볼, 만두, 인도의 차트(chaat·톡 쏘는 맛의 과일샐러드), 필리핀의 발릇(balut·부화 직전의 오리알이나 달걀을 삶은 것)과 생선어묵, 태국의 국수와 고기카레 등이 유명하다.
‘길거리음식’은 노상이나 기타 공공장소에서 만들어져 판매되는 식품이나 음료로서 즉석에서 섭취되거나 더 이상의 가공처리 없이 일정시간 후에 섭취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떡볶이, 김밥, 토스트, 튀김, 어묵, 핫도그, 붕어빵, 순대, 닭꼬치 등 전국 축제행사장의 ‘장터식품’도 포함된다. 전 세계적으로 매일 25억 명이 길거리음식을 먹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00만 명가량이 길거리 음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서울시내만 해도 노점수가 9300여 개에 이른다는데, 특히 음식조리가 약 40%로 가장 많다.
그러나 푸드트럭은 소자본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많은 지원이 있어 시작이 쉽긴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성공하기가 만만치 않다.
2014년 9월부터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푸드트럭이 합법화돼 1000여 대의 푸드트럭이 영업을 시작했지만 그 뒤로 지금까지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312대로 10대 가운데 3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서울시 허가 1호 푸드트럭도 올해 2월 매물로 나왔다. 한정된 장소에서 불법적인 포장마차와 번듯한 건물의 음식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허가를 받은 고정식 ‘길거리음식’ 외 대부분의 이동식 가판은 원래 불법이다. 식품위생법의 ‘세척 및 하수시설 등 식품판매 기준’을 지키지 않고, 음용수와 폐기물처리 신고 규정에도 위배되며, 공공장소 불법 상업 활동이라 ‘도로교통법’ 위반에다 ‘오물청소법’에도 저촉된다. 게다가 세금도 납부하지 않아 ‘부가가치세법’ 등 관련법을 위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은 이들이 대부분 불법이긴 하지만 서민생계 보호 차원에서 용인해 주고 있는 실정이라 관광상품화 되기 위해서는 외관과 위생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 해결사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춘 ‘푸드트럭’을 도입한 정부의 판단과 노력은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세계적 로드푸드 대부분은 단순 가온식품(핫도그), 냉장 캔음료, 스낵 등 간편식만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생선회나 익히지 않은 생식품 판매를 엄격히 금하고 있어 우리 푸드트럭도 제한된 음식만을 판매토록 해 위생상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04월 18일 식용유 사용 ‘과유불급’
지난 3월 한 방송사에서 ‘대왕카스테라 그 촉촉함의 비밀’을 방영했다. 대왕카스테라를 만들 때 ‘버터’ 대신 과량의 ‘식용유’를 사용하고 특히 일반 제품 대비 5~8배의 지방이 검출된다고 지적해 논란이 있었다. 이로 인해 현재 많은 매장이 90% 이상의 매출 감소를 이겨내지 못해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버터도 돼지비계나 쇼트닝처럼 콜레스테롤이 많은 동물성 포화지방이라 리놀렌산 등 불포화지방이 70% 이상인 식용유보다 좋다고 할 것도 아니다.
논란이 된 식용유는 상온에서 완전히 액상이 되는 기름을 말한다. 유전자 등 단백질이 없는 순수한 형태의 지방이라 ‘GMO표시’에서도 예외가 인정된다. 일반적으로 콩기름, 옥수수기름, 카놀라유, 포도씨유, 땅콩기름, 동백유 등을 식용유라고 하며 참기름, 들기름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셰프들이 프리미엄 식용유인 올리브유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발화점이 200도로 다른 기름보다 낮아 튀김, 볶음요리보다는 샐러드의 드레싱이나 가볍게 튀기는 파스타 등에 주로 사용된다. 우리 국민은 하루에 필요 열량의 20%가량인 46.1g의 지방을 먹는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시하는 하루 섭취권장량인 50g,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인 60g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지방 섭취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지방 섭취량이 위험 수준에 도달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포화지방은 적게 먹을수록 좋은데, WHO와 식약처는 각각 매일 20g, 15g 이하로 먹기를 권장하고 있다.
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혈중 지방농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동맥의 벽에 지방 찌꺼기가 쌓여 동맥이 점점 좁아진다. 심장, 뇌 등으로 가는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과다 축적된 상태를 동맥경화라 하는데,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주원인이 된다.
지방 섭취가 우려되는 또 다른 이유는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비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게다가 밀가루나 감자처럼 탄수화물이 많이 든 식품을 120도 이상 고온의 식용유에 튀겨 먹으면 아크릴아마이드가 생겨 암 위험이 커진다. 식용유를 오래 튀기거나 사용하면 불쾌한 냄새가 나고, 맛, 색, 점성, 산가 등의 변화로 품질이 낮아지는 ‘산패 현상’이 발생해 버려야 한다.
식용유를 가정에서 올바르게 보관하는 방법은 산소와의 접촉을 가능한 한 피하도록 밀봉해야 하고, 햇빛과의 접촉 또한 막아야 한다. 온도에 민감해 뜨겁거나 더운 곳보다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며, 오래된 기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용 시 주의사항으로 길게 가열하거나 장기간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반드시 환기하면서 조리해야 한다. 식품을 기름에 튀길 때 발생하는 유증기는 발암성이 있어 폐암의 원인이 되며, 미세먼지 또한 다량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방은 인간의 생명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영양소다. 에너지를 제공하며, 지용성 비타민의 체내흡수와 이용을 돕는다. 그러나 많이 먹어 좋은 음식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오죽했으면 일본의 뇌과학 전문의인 야마시마 데쓰모리가 ‘식용유가 뇌를 죽인다’라는 책을 썼겠는가? 식용유는 양날의 칼처럼 일장일단이 있다. 식용유의 사용을 무서워할 필요는 전혀 없으나 ‘과유불급(過猶不及)’,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먹는 게 좋다.
04월 25일 우유에 관한 ‘찬사와 괴담’
우리나라는 우유가 참 비싸다. 낙농가는 우유가 안 팔려 남아돈다고 하는데도 비싸다. 귀해서 비싼 게 아니라 생산, 유통체계가 비효율적이라 비싸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우유가 과일주스보다도 싸 소비량이 엄청나다. 심지어는 우유를 물처럼 마신다고도 한다. 우리나라도 우선 우유 값부터 낮춰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우유 값을 낮추려면 국내 낙농가가 생산원가를 낮춰 원유 출고가를 낮추든지 저렴한 분유를 수입해 와 환원유로 만들어 팔면 되는데, 이 또한 생산자의 소탐대실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비싼 우유 값으로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 제조업체도 손해를 보는 악순환의 늪이 계속된다.
‘우유는 완전식품이다’ ‘많이 마실수록 건강에 좋고 키도 커진다’는 찬양과 함께 ‘오래 살고 싶으면 우유를 마시지 말라’ ‘젖을 뗀 후에 다시 우유를 마시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해 온 소금, 설탕, 육고기, 쌀, 밀가루 등 모든 음식에는 찬사와 괴담이 공존해 왔다. 일정 부분 맞는 얘기여서 지금까지도 갑론을박하고 있다. 모든 음식은 타고난 역할과 이익이 있고, 부족하거나 과량이 되면서 독(毒)이 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해득실을 따져 음식의 유리한 면만을 부각시켜 활용하고자 하며 빚어진 일이다.
인류는 소를 가축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기원전 4000∼6000년쯤부터 우유를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생유(raw milk)’ 외에 다양한 형태의 유제품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방을 제거한 탈지분유나 유당불내증을 피하기 위한 유당분해 우유도 있고 다른 식품과 첨가물을 섞어 만든 커피우유, 딸기우유, 바나나우유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또한 가공돼 버터, 생크림, 치즈,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으로도 만들어진다.
사실 우유는 기원전 400년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때부터 완전식품이라 입증돼 왔고, 많은 소비자가 큰 키와 튼튼한 뼈, 우유 빛깔의 뽀얀 피부를 갖기 위해 필요하다며 우유를 마시고 있다. 우유는 단백질, 지방, 유당,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를 갖고 있다. 특히 칼슘과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 유당 등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이나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우유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우유가 학교급식에 등장하게 된 것이 낙농업자가 정부에 로비한 결과이며, 우유의 효능 또한 마케팅을 위해 의료계의 힘을 빌린 것이라고 비하한다. 또한 우유가 심장질환, 뇌졸중, 유방암, 난소암, 당뇨, 알레르기, 복통, 설사, 심지어 골절까지도 유발한다고 비난한다. 우유 내 유당이 체내에 쌓이며 설사를 자주 유발한다고도 하며, 소화관 내 장내세균이 유당 발효과정에 가스를 만들어 복통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에 겁을 먹어 우유 섭취를 포기한 소비자들이 꽤 많다고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식은 좋은 면, 나쁜 면 모두를 갖고 있다. 고기, 우유도 그렇다.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설사,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적당량 마신다면 칼슘과 생리활성물질, 면역촉진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 즉, 우유 자체의 선(善)과 악(惡)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합리적인 섭취 습관’만이 옳고 그름의 열쇠가 될 수 있다.
05월 02일 식초 - 빙초산, 비슷하지만 달라요
최근 식초(食醋·vinegar)가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야말로 ‘식초 음료’ 열풍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과일발효초가 몸에 좋다고 알려지며 시판 식초 음료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糖) 함량이 콜라보다도 높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중국집 단무지, 양배추절임, 무절임, 오이피클에 쓰이는 식초나 물냉면용 식초는 대부분 식용이긴 하나 엄밀히 이야기하면 ‘식초’가 아니라 ‘빙초산’이다. 전통 양조식초보다 값이 훨씬 저렴한 빙초산이 외식업과 가공식품에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초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술(酒)을 발효시켜 만들어진다. 예전에는 보관할 냉장시설이 없어 먹다 남은 술이 식초로 변하는 일이 다반사여서 다양한 식초가 활용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장 오래된 식초는 BC 1450년경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가 아랍어로 이름 붙인 ‘시에히게누스’라 한다. 중국에도 공자시대 때 이미 ‘염매’라는 살구식초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술이 변해 ‘초(醋)’가 된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의 백과사전 격인 ‘지봉유설(芝峰類說)’에도 초와 술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으로 봐 식초의 기원은 술의 역사와 함께해온 것으로 추측된다.
식초는 법적으로 양조식초와 빙초산 또는 초산을 원료로 만든 합성식초(합성초)를 모두 지칭한다. 따라서 소비자에게는 식초와 빙초산이 헷갈린다. 그 차이를 알아보면 효모(yeast)를 이용해 당을 알코올로, 즉 술로 만든 후 다시 초산균을 이용해 전통적 발효 방식으로 만든 것은 ‘양조식초’, 석유(tar)에서 추출한 초산(acetic acid)으로 합성해 만든 것은 ‘빙초산(氷酢酸·glacial acetic acid)’이다. 한편 한국산업규격(KS)에서는 식초를 ‘곡물식초, 과실식초, 주정식초’의 3종으로만 분류하고 있어 합성식초에는 ‘KS마크’를 부여하지 않는다. 원료에 따라 곡물초와 과실초로 나뉜다. 100% 양조 방식으로 만들어진 식초만을 ‘양조초’라고 표시할 수 있으며 영문명인 ‘비니거(vinegar)’도 양조초에만 허용된다. 비니거는 프랑스어로 포도주(와인)인 ‘벵(vin)’과 신맛인 ‘에그르(aigre)’의 합성어인 ‘비네그르(vinaigre)’에서 유래했다. 예전엔 포도주를 초산 발효시킨 ‘와인식초’를 주로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이렇게 불렀는데, 와인 명산지가 와인식초의 산지이기도 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반면에 합성초는 화학적 합성으로 만들어지므로 초산인 빙초산 외에는 어떤 영양성분도 향기성분도 없다. 그중 빙초산은 수분이 적고 순도가 높은 초산을 말하는데, 섭씨 16도 이하에서는 얼음과 같은 고체 모양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식초는 초산, 구연산, 아미노산 등 60여 종의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어 식욕 증진, 에너지 발생 및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체내 흡수 촉진제 역할을 하며, 체내 잉여 영양소를 분해해 비만을 방지하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지방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빙초산이다. 비록 가격이 저렴하고 식용이어도 강산성인 초산 농도가 29%까지 허용돼 있어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빙초산 원액은 접촉 시 화상을 입을 수 있고, 바로 마시면 식도와 위 점막의 손상이 발생한다. 소비자 스스로가 양조식초와 빙초산을 구별해 구매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초산의 농도와 사용법을 잘 확인해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05월 16일 ‘푸드마일리지’·‘탄소발자국’ 아세요?
최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식품 구매 시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 계산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사람 발자국 모양의 ‘탄소성적표시 인증마크’도 비슷한 의미로 ‘탄소저감화’ ‘온실가스 감축’ ‘녹색성장’ 등 글로벌 환경정책 트렌드와 뜻을 같이한다.
‘푸드 마일리지’는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얼마나 멀리서부터 온 것인가를 보여주는 거리 지표다. 식재료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이동거리가 길수록 마일리지 값이 커진다. 1994년 영국 환경운동가 팀 랭(Tim Lang)이 처음 사용한 용어인데, 우리가 매일 먹는 곡물, 고기, 과일 등 식재료가 얼마나 멀리서부터 이동해 온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얼마 전 국내산 대비 40%밖에 안 되는 가격의 스페인산 삼겹살이 수입돼 소비자 장바구니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수입식품은 멀리서 오기 때문에 이동 중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 속도를 높인다. 운송 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이산화탄소와 각종 환경 유해물질이 대기로 쏟아져 나왔을 것이고 장거리 여행을 위해 전기를 쓰는 콜드체인이나 보존료를 사용할 것이다. 서울에서 스페인산 삼겹살이 유통될 때, 600g당 푸드 마일리지는 10.88t·㎞인 데 반해, 충북 괴산에서 온 국내산 삼겹살은 136분의 1인 0.08t·㎞에 불과한 것을 보면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한 우리나라 유통식품의 푸드 마일리지는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것이 당연하다.
‘탄소성적표시’도 역시 제품의 생산, 수송, 사용, 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해 표시하는 제도라 값이 클수록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2009년 2월 도입됐는데 미국, 영국, 스웨덴,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었다. 영국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이 결성한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가 시작한 것인데, 사람 발자국 모양의 마크를 쓰는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부 주도의 환경보호 인증제도지만 기업들도 식·음료, 가전, 생활용품 업계를 중심으로 탄소성적표시가 제품의 온실가스 관리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
소비자가 ‘푸드 마일리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 최단거리에서 재배된 로컬푸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가까운 농지에서 재배되거나 동네 마트에서 즉석 수경재배한 과일과 채소를 이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면 식품의 영양과 신선도가 극대화될 뿐 아니라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둘째, 제철 음식 위주로 소비해야 한다. 이는 비닐하우스에서 생산하고 보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온실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식품 구매 시 ‘탄소 발자국’과 ‘푸드 마일리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넷째, 이들 제도의 홍보 활성화다. 많은 소비자는 푸드 마일리지와 탄소성적표시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른다. 이 제도가 생산자, 기업,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만 활성화될 수 있다.
05월 23일 '냉동’은 음식 영원히 보존 못해
요즘 마트에 장 보러 가면 ‘냉장·냉동식품’ 코너가 점점 커지고 있고, 가정에도 대형 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 2, 3개는 기본이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확보한 식량을 비축하고 보존해 온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단연 냉장·냉동고로 대표되는 ‘저온저장’일 것이다. 저온저장은 초기에는 육류, 해산물, 우유, 와인, 맥주 등 저장성이 약해 쉽게 부패, 변질되는 식품 위주로 활용되다가 점점 과일, 채소, 도시락 등 신선 편의식품으로, 요즘은 케이크나 빵에까지 확대돼 그 수요가 하늘을 찌른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식품을 차게 보관하면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식문화의 대표 격인 중국에서는 기원전 1000년 무렵부터 얼음을 지하실에 보관하며 음식을 저장했고, 우리도 신라시대의 석빙고, 조선시대의 동빙고와 서빙고가 있었다.
그럼에도 식품을 단순히 눈이나 얼음에 싸두는 것이 전부였다.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저온저장’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다. 1830년 영국의 제이컵 퍼킨스가 얼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압축기 특허를 출원하게 돼 천연얼음의 시대는 끝을 맺는다. 압축시킨 에테르나 암모니아가 냉각 효과를 내면서 증발했다가 응축되는 원리였는데, 오늘날 프레온가스 냉매 냉장고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19세기 말부터는 배에 냉장고가 갖춰지면서 세계 전역으로 쇠고기가 운반됐고, 프랑스 와인도 차게 보관됐다. 이 냉장고를 활용해 1902년에는 미국의 윌리스 캐리어가 에어컨을 개발, 보급해 극장과 백화점이 쾌적해지기 시작했다. 가정용 냉장고는 20세기 미국에서 출현했는데, 세계 최초의 대중용 냉장고는 1925년에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출시한 ‘모니터 톱’이다.
이 냉장고의 대중화로 가정에서도 신선한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됐다. 매일 장을 볼 필요도 없고, 사시사철 신선한 과채류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냉장고는 식중독, 설사병 등 음식 유래 질병의 발생률을 낮추고 백신과 같은 의약품의 저장성도 향상시켜 인류 수명 연장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냉장고도 음식의 부패와 변질을 잠시나마 지연시켜 줄 뿐이지 완전하지는 못하다. 즉, 온도를 낮춤으로써 생명체의 반응속도를 늦춰 품질변화를 최소화하는 원리다. 일반적으로 10도 이하로 보존하는 것은 ‘냉장(冷藏)’, 0도 이하로 동결시켜 보존하는 것은 ‘냉동(冷凍)’이다.
알려진 식품의 보관법을 보면 ‘냉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냉동고 또한 미생물의 증식을 막아 부패를 방지하지만 지방의 산패와 같은 변질은 막지 못해 역시 음식을 영원히 보존하지는 못한다. 즉 ‘동결’은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할 뿐이지 살균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냉동식품이라도 장기간 무한정 보존할 수 없다. 오히려 냉동식품이 해동되면 냉동될 때 손상된 조직이 연화되고 액체가 흘러나와 미생물의 번식이 용이해 부패가 더 빨리 진행된다. 따라서 해동된 냉동식품은 가능한 한 신속히 다루고 빨리 먹어야 한다. 이렇듯 냉장·냉동고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음식의 저장법임은 틀림없지만 이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 냉장 보관된 식품도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고, 냉동식품도 지방의 산패 등 화학적 변질이 가능하니, 항상 유통기한을 준수하고, 적당한 기간만 저장하면서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05.31 스모크 햄·소시지 안전성 ‘시끌’
스모크(훈연·燻煙) 햄, 소시지, 연어가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나무의 연기(煙氣)는 향이 좋고 보존 효과가 커서 오래전부터 요리에 사용해 왔다. 스모킹(smoking)은 화학보존료가 보급된 20세기 중반부터 퇴조했으나, 최근 자연식품과 웰빙 분위기에 힘입어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기 속 발암물질이 부각되면서 안전성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더운 날씨에 먹고 남은 육류와 해산물을 저장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별다른 음식 보존법이 없어 소, 돼지, 양 등 가축을 도살하고 남은 고기는 포, 소시지, 햄, 염지육, 훈연육, 발효육의 형태로 보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살코기를 제대로 사 먹지 못했던 가난한 서민들이 내장, 골, 혀, 귀, 코, 피, 비계 등 버리던 부산물을 고기와 섞어 먹던 소시지와 햄은 더욱 쉽게 썩어 획기적인 저장법이 절실했다.
원시적인 저장법인 건조(乾燥)와 소금에 절이는 염장(鹽藏)만 활용되다가 인류가 불을 사용해 조리하면서부터 나무 연기를 쬐는 스모킹으로 육류의 저장성이 크게 향상됐다.
스모킹은 기온과 습도가 높아 육류와 해산물을 저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독일, 폴란드, 러시아 등 북유럽 사람들이 많이 활용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최상의 스모크 소시지, 햄, 생선이 발달했다.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10세기쯤부터 고기를 저장하기 위해 스모킹했다는 기록이 있다.
스모킹 육제품은 높은 지방과 단백질 함량에도 불구하고 잘 산화하지 않고 부패하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수증기, 각종 기체, 미세입자 등 200종 이상의 나무 연기 성분 중 특히 ‘페놀화합물’의 강한 항산화성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알데히드류와 케톤이 특유의 향미를 만들며, 알코올류도 항균력과 함께 휘발성분을 운반해 스모킹의 향을 더욱 강렬하게 한다.
스모킹은 단단한 원목을 조각 내 칩이나 톱밥 형태로 만들어 연기를 내는데, 미국산 나무인 히코리 톱밥이 가장 유명하다. 가문비나무, 소나무와 같이 목질이 무른 나무는 빨리 타 연기가 많이 생겨 스모킹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스모킹은 인류의 식량 보존과 다양한 기호식품에 많이 활용되는데, 무엇이든 불에 태우면 생기는 연기는 발암 등 독성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최근엔 연기가 고기에 직접 닿지 않도록 고기에 초벌 케이싱을 한 후 스모킹하거나, 아예 가공된 연기 추출물을 고기에 첨가물로 섞어 스모킹을 생략하는 추세라 연기의 안전성 문제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9세기 초 독일에서 잘못 보관된 ‘소시지 중독’으로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시지와 햄에 보툴리즘(세균 독소중독)을 예방하는 보존료 ‘아질산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질산염은 보존 효과 외에도 고기의 부산물에서 나는 나쁜 냄새를 없애줘 맛과 향을 좋게 하고, 육색도 더욱 진하게 보이게 해 신이 내린 첨가물로 여겨졌다. 고대 로마 시대에도 아질산염을 육제품에 널리 사용한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도 식육가공품과 어육소시지 등에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질산염 또한 대표적인 합성첨가물로 발암성 논란의 중심에 있어 소비자의 거부감이 큰 첨가물이라 대체재 확보가 긴요하다. 아질산염은 안 먹을수록 좋은 ‘소소익선(少少益善)’의 물질이다.
06월 13일 발효식품,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발효(醱酵)식품 = 건강식’이라는 통념이 있다. 그러나 발효식품의 유래와 그 성분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냉장·냉동고가 없던 시절 슬기로운 우리의 조상은 먹다 남은 음식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말리거나 발효시켜 먹었다. 해산물은 젓갈을 담가 먹었고, 농산물과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배추는 김치로, 무는 단무지로, 오이는 오이지(오이피클)로, 콩은 메주로 만들어 장을 담그거나 일본의 낫토처럼 먹기도 했다. 과일은 당 함량이 높아 포도주, 매실주, 산딸기주 등 술을 만들어 마셨고, 식초로 만들기도 했다.
이렇듯 발효는 사람 몸에 좋으라고 만들기 시작한 게 아니라 인류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식량을 저장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발효식품은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단점도 많다. 바이오제닉아민이나 에틸카바메이트 등 발암성 부산물, 발효와 무관한 잡균이나 곰팡이 증식에 의한 안전문제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 특히 과실주의 에틸카바메이트, 젓갈류의 히스타민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발효식품의 어두운 면이라 하겠다.
농촌 지역에서는 콩, 쌀, 배추, 오이, 포도 등 곡물과 과채류를 이용한 발효음식이 발전했고, 어촌 지역에서는 당연히 해산물을 이용한 발효식품이 풍부하다. 생선, 조개류 등 어패류는 고단백이라 영양적으로는 우수하나 부패하기 쉬운 단점이 있어 저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량의 소금으로 절여 숙성시켜 젓갈로 만들었다. 고농도의 암모니아와 호염성세균, 유산균이 만든 유기산이 다른 부패균과 병원성균의 증식을 억제해 보존성이 우수하며, 글루탐산 등 아미노산의 감칠맛과 향도 생기게 된다. 어떻게 보면 젓갈은 어육 단백질이 약간 부패한 것이라 기호성이 있어 사람 간에 호불호(好不好)가 나뉜다.
젓갈은 인도, 베트남, 태국 등 주로 더운 해양국가에서 먹다 남은 해산물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멸치젓과 새우젓이 가장 일반적인데, 자연 미생물을 활용해 전통적 방법으로 발효시키다 보니 안전성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원료 어패류에는 중금속 오염 우려가 있고, 병원성세균이나 기생충 또한 존재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하며, 신선도가 떨어질 경우 바이오제닉아민 중독이 문제가 된다. 예전엔 젓갈을 제조할 때 철제 폐드럼통을 사용하거나 벌레가 우글거리는 불결한 환경에서 보관해 위생문제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과량의 소금 사용이 문제가 되면서 저염 젓갈로 전환되는 추세다. 그러나 저염 젓갈은 발효와 관련이 없는 잡균들의 증식이 용이해 소금은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다.
‘천연-합성’ 논란에서도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발효’다. 천연마케팅에서는 미생물을 활용한 발효기술로 만든 것도 ‘합성’이라 치부하고 흠을 잡는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발효는 ‘생합성(生合成)’이라 합성일 수도 있고, 천연일 수도 있다. 설탕을 원료로 해서 미생물 발효로 만든 ‘글루탐산나트륨(MSG)’이 바로 그 천연마케팅의 희생양이라 하겠다. 꼭 다시마에서 추출해야만 천연 MSG가 아니라 발효기술로 만든 것도 미생물이 천연원료인 설탕을 먹이로 만든 것이라 천연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식품이 그러하듯 발효식품도 일장일단이 있는 식품임을 제대로 알고 앞으로는 더 이상 발효식품에 대한 환상이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06월 21일 5000년 음식문화의 결실 ‘K-푸드’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동굴에 살면서 돌도끼와 돌칼을 만들고 사냥해서 음식을 먹었다. 기원전 5000년경 한반도에 빗살무늬토기가 전래하면서 신석기 문화를 이뤘는데, 농기구와 함께 피나 조 같은 곡물이 출토된 것으로 미뤄 농경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낚싯바늘, 작살, 그물추로 물고기나 조개를 어획했으며 개, 돼지, 물소 뼈가 발굴돼 목축생활도 했다고 본다. 신석기인들의 움집에는 화덕 터와 저장 굴이 남아 있어 불을 활용해 음식을 조리해 먹었고 토기로 삶아 먹기 시작했다. 이후 청동기를 가진 북방 유목민이 고조선을 세워 농기구를 만들어 농경을 크게 발달시켰으며, 이어진 철기시대에도 철제 농기구가 널리 퍼져 농업이 더욱 발달했다. 조개무지와 고분벽화에서 시루가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벼를 재배해 밥과 떡을 만들어 먹었고 술 빚는 기술이 있었다고 추측된다.
삼국시대에는 소를 활용해 땅을 갈았으며 물을 이용해 농산물 생산량이 급증했다. 소, 돼지, 닭, 염소, 오리 등 가축을 길렀고 계란을 먹었으며, 백제인이 일본 천왕에게 우유를 바친 기록도 남아 있다. 3∼4세기에는 조선기술이 발달해 큰 배로 먼바다까지 나갈 수 있어 다양한 물고기와 해초류를 먹기 시작했다.
고려시대에는 주식으로 쌀을 먹었지만 산간 지역에는 밭이 많아 참깨, 보리, 밀, 멥쌀이 경작돼 잡곡밥이 더 일반적이었다. 국수, 떡, 약과, 다식 등을 즐겼으며, 간장, 된장, 술, 김치 등 발효식품도 즐겼다. 이어 시장이 생기고 화폐를 활용한 식품의 상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개성에는 주점(酒店)이 생기고,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객관(客館)도 생겨났다. 절에서는 술, 차(茶), 국수를 만들고 소금, 기름, 꿀 등도 팔았다고 한다.
식품의 원재료와 조미료가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장아찌와 같이 소금과 식초를 이용한 저장기술도 선보이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한국 음식의 완성기’가 열리게 됐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권농정책으로 토지제도를 정비하고 영농기술 개발을 위해 ‘농사직설(農事直說)’ ‘농사집성(農事集成)’ 등의 농서를 펴냈다. 모내기가 보급돼 보리와 벼를 이모작했고 원예작물의 재배에도 힘썼다고 한다. 분청사기, 청화백자, 옹기, 유기 등이 보급돼 편리한 식기문화가 형성됐고, 임진왜란 전후로 남방에서 고추, 감자, 고구마, 호박, 옥수수, 땅콩 등이 들어 왔으며, 개고기와 육회, 생선회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
조선시대는 철저한 계급사회라 식생활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 신분과 형편에 따라 3첩에서 12첩의 반상 차림을 갖추게 됐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음식과 그릇을 전문화한 난전이 곳곳에 생겼는데 싸전, 잡곡전, 생선전, 유기전, 염전, 시저(匙著)전, 과일전, 닭전, 육전, 좌반전, 젓갈전, 꿩전 등 음식을 거래하는 시장이 다양했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전국에서 진상한 다양하고 귀한 재료와 고도의 조리기술을 지닌 주방 상궁들의 솜씨 덕분에 조선시대 말기를 ‘한국 음식의 절정기’라 부른다. 1900년대에 접어들어 조선왕조가 망해 궁중음식 요리사들이 고급 요정을 차리면서 궁중음식이 대중화됐는데, 이것이 요즘 한식의 대명사인 ‘한정식’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음식의 역사 덕분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도 풍요로운 한식인 ‘K-푸드’를 즐기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해 본다.
06월 28일 가공식품의 과거와 미래
가공식품은 세계 제1, 2차 대전(大戰)을 통해 기록적인 발전을 이뤘다. 전쟁 중에 장기 저장이 가능하고 조리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급식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쟁 식량은 일반적으로 휴대와 섭취가 간편하고 저장성과 영양가도 높아야 하며 먹은 뒤 쉽게 버릴 수 있도록 포장돼 인스턴트 식품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은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술, 떡, 엿 등 대부분 조잡하고 단순한 수공업의 시대였다. 근대적인 공업화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전후인데, 우리나라는 일본 식품원료의 공급처이자 상품의 소비국으로 철저하게 이용당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국의 원조로 곡물 도정, 수산물통조림, 제분, 제당, 양조 등 전쟁 군수품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산업이 자리 잡았다고 봐야 한다.
1930년대에는 모리나가(森永), 메이지(明治) 등 일본의 제과업체가 서울에 공장을 세우고 우리나라 식품공업을 주도했으나 역시 캐러멜과 사탕 만드는 게 고작이었다. 1933년 조선맥주와 소화기린맥주가 설립되면서부터 우리나라에 맥주가 도입됐고 1935년부터는 일본의 유업회사가 국내에 대규모 목장을 설립해 우유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1948년 12월 체결된 ‘한미경제원조협정’이 우리나라 식품공업의 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의 옥수수와 밀 식량원조가 남한의 제분공장을 활성화시켰고, 장류, 제과, 제빵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960년대에는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순조로운 진행과 월남파병, 중동건설 등으로 인해 식품공업 분야의 전반적인 약진이 있었다. 특히 쌀 부족에 따른 정부의 밀가루 ‘분식장려시책’으로 제과, 제빵, 제면산업이 급성장했고 장류공업도 발전했다.
1970년대는 자립경제와 고도성장을 실현한 우리 경제의 대도약기였다. 통일벼의 개발로 쌀 자급을 이뤘고, 가공식품의 수출로 식품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1970년대 후반 개방농정으로 해외 원료농산물의 수입이 보다 용이해졌고 고급화, 다양화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치즈, 마가린, 소시지, 햄, 통조림 등 육류가공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됐다.
1980년대에 접어들어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은 관광산업과 함께 식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선수촌에 공급되는 가공식품의 품질향상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국내 식품산업의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뜨거운 물에 데워 즉석에서 먹는 레토르트식품의 출시였다.
미래 식품산업은 ‘편의성, 안전성, 기능성’으로 재편될 것이며, 외식과 간편식, 기능성식품, 다양한 포장재의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아웃도어 식품의 개발과 노약자, 환자, 운동선수 등을 위한 특수용도식품의 개발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향후 슈퍼푸드, 유기농, 알레르기, 식품첨가물, 유전자재조합농산물(GMO), 영양성분 표시 확대, 방사능오염식품, 벤조피렌, 환경호르몬, 방사선조사, 나노식품, 동물복제, 외식산업, 푸드트럭, 정보통신기술(ICT)융합 스마트패키징,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이 계속 이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07월 05일 최고의 藥은 물…과음은 금물
가뭄 때마다 물만큼 그 중요성이 절실해지는 것도 없다. 물과 공기는 거의 공짜로 무제한 인간에게 제공되다 보니, 보통 때는 인간의 생명에 가장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물은 화학적으로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이다. 바닷물, 강물, 지하수, 우물물, 빗물, 온천수, 수증기, 눈, 얼음 등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구 표면적의 4분의 3을 물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지구 내부마저도 흙이나 바위 속에 스며 있거나 지하수 상태로도 존재한다. 지구에 지각이 형성된 이래로 물은 고체, 액체, 기체 상태로 존재하면서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해수와 육수가 태양열을 흡수해 수증기가 되면서 대기 속에 확산되고, 그 수증기는 응축되고 모여 구름이나 안개가 된다. 이것들이 다시 비, 눈, 우박으로 지표면에 내린 다음 모여 하천을 통해 해양, 호소로 흘러가는 것이 물의 순환이다.
물은 지구의 기후를 좌우하며,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흙을 만들고, 증기나 수력전기가 되어 기계를 움직인다. 인체는 약 70%, 어류는 약 80%, 미생물은 약 95%가 물로 구성돼 있고, 생명현상도 수용액에 의해서 일어나는 복잡한 화학반응이다.
수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우리나라를 강타했었다. 바이러스 질환에는 면역력 외에는 딱히 치료 약이 없다 보니,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면역과 호흡기 건강에 최고로 좋은 음식이 바로 물이다. 물은 우리 몸에서 대사된 후 노폐물과 함께 밖으로 배출된다. 바이러스나 세균 또한 눈물, 콧물, 가래, 상처의 진물 등 수분(체액)에 흡착돼 배출된다. 우리가 마신 물은 장에서 흡수된 후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져 모든 조직과 세포에 공급된다. 동시에 폐·기관지의 말단인 허파꽈리에 모인 수많은 모세혈관을 통해 폐·기관지의 습도를 유지시켜 줘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몸의 습도가 적절하면 가래가 잘 빠져나와 염증을 조절하고 기침도 줄여준다고 한다. 노로바이러스가 겨울철에 더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건조하고 낮은 온도에서 생존력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물을 많이 마시면 감기(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물은 마시지 않으면서 건강기능식품만 찾는다면 면역 증진 효과를 볼 수가 없다. 노자가 ‘물은 상선(上善)’이라고 했을 정도로 물을 최고의 음식으로 여겼다. 그러나 물이 몸에 좋다고 해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게 많은 물은 혈액을 희석시켜 생명을 위협할 수가 있다. 물의 급성독성치인 반수치사량(LD50)은 쥐(rat) 체중 1㎏당 약 90㎖라고 한다. 사람과 쥐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하면, 체중 60㎏인 사람이 5.4ℓ의 물을 원샷으로 마시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래서 사람이 매일 마셔야 하는 적정한 물의 양을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더해 100으로 나눈 값(ℓ)이 바로 적정 하루섭취량인데, 키 170㎝, 체중 70㎏인 사람은 2.4ℓ를 마시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절대 선(善)도 절대 악(惡)도 없다! 적절한 양이 약과 독을 구분한다. 물도 몸에 좋은 최고의 약임과 동시에 독이 될 수 있어 몸에 좋다고 무조건 과음해서는 안 되고, 갈증을 느낄 때만 적절히 섭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07월 12일 보신탕 合法 - 不法 논란 끝내자
초복(7월 12일)을 1주일 앞두고 육견협회, 개 사육인, 보신탕 업주 등이 ‘우리의 보신탕 문화를 인정하라’며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최근 동물보호단체들이 이들의 동물 학대를 비판하고 개고기 시장의 완전 철폐를 촉구하자 반발하는 것이라 하는데, 내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농림축산식품부가 ‘개고기 식용’ 금지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한몫했다고 한다.
지난해 이맘때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한 동물보호단체인 세이브코리안독스에서 활동하는 영국 영화배우 루치아 바버가 개 식용 반대 및 ‘동물보호법’ 강화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
외국인이 시위에 나서고 판매자와 반대자가 서로 싸우는 상황까지 치달은 것은 정부가 ‘개 식용의 인정 대 근절 문제’에 어정쩡한 입장을 보인 것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개고기 식용문제는 ‘합법화해 사육, 도축, 유통 전반에서 철저히 위생관리를 하든지’ ‘불법이니 판매 자체를 근절하든지’ 이제는 결정해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이 문제는 과학도 아니고 문화도 아닌 정책적 판단이라 정부에서 결정해 실행해야 한다.
얼마 전 정부는 ‘강아지 공장’에 대한 위생·환경 기준을 마련하고, 양성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이는 애완견 사육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개 사육장이 1만7076개에 달하지만 실제 16%인 2692개만이 신고했다고 한다. 신고하지 않은 84%에 달하는 개 사육장 대부분은 애완용이 아닌 식용 개 사육장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행법상 신고하지 않고 개 사육장을 운영하다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고 운영하는 것이 그래도 더 이익이라 불법적 개 사육장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식용 개 사육장은 불법이라 위생·환경기준의 적용 대상도 아니고 애완용 강아지 사육장만이 관리 대상이라 ‘식용 개’ 문제 유발의 불씨가 됐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에는 여전히 개고기를 파는 골목이 많다. 보신탕, 사철탕 같은 식당 간판도 아직 제법 보인다. 사실상 우리나라 ‘축산법’상 개는 가축으로 등재돼 있으나 ‘축산물가공처리법’에는 축산물로 등재돼 있지 않아 사람이 먹는 고기, 즉 ‘식육(食肉)’으로의 판매가 불법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전통적 생계형으로 여겨 단속, 처벌의 예외를 인정해 법의 사각지대가 되면서 어정쩡한 상황이다.
물론 중국의 영향으로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예로부터 개를 식용해 왔었다. 그러나 현대에 접어들어 개를 먹지 말자는 의식 확산과 풍요로운 먹거리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가 개 식용을 금지하는 추세다. 시기적으로는 필리핀이 1998년, 태국과 대만도 2000년대 초반에 개 도살과 식용을 법적으로 금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과거 가난과 기근으로 단백질원이 부족해 개고기라도 먹을 수밖에 없어 먹은 것이지, 이는 전통도 문화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2017년이다. 개고기가 아니라도 육류가 넘쳐나는 시대다. 게다가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개고기 먹는 것을 반대한다. 단속해 근절하든지, 합법화해 도축과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든지 양단간에 빠른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07월 18일 아이스크림, 오래 보관해도 안전
최근 아이스크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국내뿐 아니라 수출도 많이 한다. 특히, 아이스크림 시장은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 증가와 웰빙 트렌드에 따라 요거트 함유 프리미엄, 유기농, 천연원료, 첨가물 무첨가, 1회 제공량을 줄인 소포장이 각광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유통기한이 없어 무한정 뒀다가 먹어도 되는지 불안해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아이스크림은 수천 년 전 어느 추운 겨울밤 우연히 우유를 문밖에 두었다가 발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이 셔벗 스타일로 눈에 우유와 꿀을 섞어 먹었던 것이 기원이라는 설도 있고 3000년 전 중국에서 눈에 향을 넣은 셔벗 형태의 거친 아이스크림이 최초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1292년 마르코 폴로가 중국 원나라에서 유럽으로 전해 1550년 무렵 지금의 아이스크림 형태로 진화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우유 크림에 달걀노른자와 감미료를 섞어 냉동시킨 부드러운 얼음 결정 입자의 아이스크림 제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774년 프랑스 루이 왕가의 요리사가 시초라 한다. 처음엔 이것을 ‘크림아이스’라고 불렀으나, 이후 농축유, 연유, 분유가 추가로 첨가되고 냉동제조기가 개발됨으로써 대량생산됐다. 미국 4대 대통령인 제임스 매디슨이 ‘크고 빛나는 분홍빛 돔’이라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백악관 국빈 만찬에 내놓기도 했었다. 이후 아이스크림은 200년간 부유층의 전유물로 이어져 오다가 1851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농장을 경영하던 제이컵 퍼셀이 남은 크림을 얼려서 보관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됐다고 한다.
초기에는 나무 들통에 얼음을 담아 소금을 뿌려 흡열효과를 일으키면서 손으로 돌려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제조법이라 세게 휘젓지 않으면 아이스크림이 되지 않아 만들기가 어려웠다. 1870년대 독일 엔지니어 린데가 냉동기술을 개발해 얼음 저장의 부담을 덜어 아이스크림의 대량생산 기틀을 다졌고, 이후 1926년 냉동고가 출현하면서부터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빙과 붐이 일어났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냉동제품이라 저장성과 안전성이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유통 시 제조일자만 표시되고 유통기한이 따로 없다. 오랫동안 얼려뒀다가 먹어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음식이라는 얘기다. 물론 유지방이 많아 오랜 보관 시 산패가 서서히 일어나지만 이는 품질의 문제지 안전문제는 아니다. 아이스크림은 높은 당 함량으로 하나만 먹어도 섭취권장량을 초과하기 일쑤여서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환의 원흉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에 당(糖)을 빼라, 줄여라!”고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스크림은 ‘기호식품’일 뿐이다. 밥처럼 먹는 식사대용이 아니라 먹는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식도락(食道樂)용 음식이다. 모든 음식은 좋고 나쁜 양면성을 갖고 있고, 양(量)이 독(毒)을 만든다. 같은 값이면 맛없게 많이 먹는 것보다 맛있게 덜 먹는 게 좋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이 비싸 아이스크림을 탐닉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일부 지나친 중독성 소비자는 우려되지만 일반적인 섭취량과 섭취습관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 국민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건강을 걱정할 정도는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07월 25일 ‘신비의 맛’ 토마토케첩의 두 얼굴
토마토케첩(Ketchup)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없다. 밥투정하는 아이들에게 숟가락을 들게 만든다는 새콤달콤한 신비의 맛으로 특히 패스트푸드나 육류, 튀김요리에는 필수다. 토마토의 건강효과는 모두 알고 있으나 케첩은 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이고 달콤한 맛에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토마토케첩은 잘 익은 토마토를 으깨어 껍질과 씨 등을 없앤 다음 과육과 액즙을 졸여 농축한 것으로 고형분 함량이 24% 이상인 것을 말한다. 토마토 특유의 신맛에 단맛의 설탕과 짠맛의 소금, 식초 등을 첨가해 만든다. 토마토는 상온에 보관하면 금방 물러지고 곰팡이와 세균도 증식해 저장성이 약해 빨리 상하는 과채류다. 인류는 수확한 토마토를 오랫동안 먹기 위해 케첩을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케첩은 산도가 높아 상온에서도 잘 상하지 않고 냉장보관에서는 유통기한이 6개월이나 되기 때문이다.
17세기 중국 광둥(廣東)성 지역과 대만 사람들은 인근 해역에서 잡고 남은 생선을 보관하기 위해 소금, 식초, 향신료 등을 넣고 톡 쏘는 맛을 내는 소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생선의 젓갈, 젓국 형태의 이 소스는 케치압(Ke-tsiap), 케찹(Ke-chap)이라 불리며, 말레이반도로 전파됐다. 18세기 초 싱가포르 상인들이 영국에 판매하기 시작해 유럽으로 전파됐으며 토마토를 포함한 영국의 다양한 식재료와 어우러져 토마토케첩이 완성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 중국의 토속음식을 상품화해 돈을 번 것은 중국인들이 아니라 바로 미국인이었다. 미국 식품회사 하인즈가 1876년 세계 최초로 케첩을 제품화했다. 어류 대신 토마토 과육을 넣고 설탕과 소금, 식초 등으로 맛을 낸 현재의 토마토케첩을 탄생시킨 것인데, 우리나라에는 개화기 때 소개됐고 1971년부터 오뚜기에서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케첩용 토마토는 적색 계통의 펙틴질이 많은 것이 사용된다. 완숙한 것일수록 펙틴질과 색소함량이 높아 좋은 제품이 된다고 한다. 원료 토마토를 으깨어 즙을 걸러내고 설탕과 소금을 넣은 다음 각종 향신료와 식초, 양파, 마늘 등을 넣어 저으면서 끓여 만든다.
토마토는 리코펜을 다량 함유해 노화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억제하며, 유방암과 전립선암, 소화기계통의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리코펜은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기 때문에 토마토케첩을 만드는 가열공정 중에도 파괴되지 않으며, 농축시키기 때문에 리코펜 함유량이 매우 높다.
게다가 토마토케첩은 수소이온농도(pH)가 낮아 산성이고, 수분활성도도 낮아 미생물에 의한 변질이나 안전성 문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설탕, 소금 등 첨가물을 사용하므로 과량 섭취 시 나트륨과 당의 과잉섭취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토마토케첩은 밥처럼 먹는 주식이 아니라 식사할 때 살짝 발라먹는 부재료 첨가물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안하는 나트륨의 일일권장량은 2g으로 소금 5g에 해당하는 양이다. 토마토케첩에는 100g당 1.3g의 나트륨이 들어 있어 하루 150g의 토마토케첩을 매일 먹어야 나트륨을 초과 섭취하게 되는데, 토마토케첩을 150g씩 매일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토마토케첩을 통한 나트륨 과잉섭취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08월 01일 알루미늄 쿠킹포일로 고기굽기 ‘No’
알루미늄 포일에 싸서 음식을 조리하면 ‘알루미늄이 녹아 나와 몸에 해롭다!’ ‘환경호르몬도 나온다!’ ‘첨가물에도 들어 있다!’ 등등 알루미늄 쿠킹포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과 우려가 크다. 모두 근거가 있는 말이니 제대로 알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양은냄비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다. 순도 99.7%의 하얀 알루미늄 냄비에 노란색 구리와 아연(15~35%), 니켈(16~20%) 등을 섞어 만든 양은(洋銀)을 코팅한 것이다. 반면 쿠킹포일은 알루미늄(Al)을 눌러 만든 것이라 일반적으로는 100% 순도다.
알루미늄은 산소(Oxygen)와 규소(Silicon) 다음으로 지구 상에 많은 원소로 총 원소 질량의 8.2%를 차지할 정도로 매장량이 풍부하다. 하지만 알루미늄은 산화성이 커 주로 산화알루미늄(Al₂O3)과 같은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금속에 비해 정제하기가 어렵다.
이런 연유로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알루미늄은 금(金)보다도 더 귀한 대접을 받아 귀족들의 알루미늄 식기 사용이 유행했다고 한다. 특히 알루미늄의 은백색 광채가 나폴레옹 3세(1808~1873)의 마음을 사로잡아 알루미늄 단추를 즐겨 사용했고, 심지어 가벼운 알루미늄 무기로 군(軍)을 무장시키고자 시도했지만 알루미늄을 쉽게 분리해 낼 수 없어 성공하지는 못했다.
전기분해 정제기술이 개발된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알루미늄이 순수하게 분리돼 대중적 금속이 됐다. 이후 사용이 급증해 지금은 철강 다음으로 많이 사용된다.
포일(foil)은 금, 은, 납, 알루미늄 등의 금속 박편, 즉 박(箔)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해 만든다. 이 쿠킹포일은 뜨거운 열과 산, 염분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음식을 싸서 가열하거나 조리하면 알루미늄을 먹는 꼴이 된다. 요즘 유행하는 알루미늄 용기에 넣고 끓이는 즉석라면에도 당연히 알루미늄이 용출된다. 그래서 항간에 ‘가정용 쿠킹포일에 음식을 싸서 먹으면 위험하다’는 설은 근거가 있는 말이다.
알루미늄은 우리 몸에 전혀 필요 없는 물질이고 과다 노출 시 구토, 설사, 메스꺼움, 치매 등 신경계통 질환을 유발할 수가 있어 섭취하지 않을수록 좋은 물질이다. 그러나 실제 쿠킹포일로 조리된 음식을 통해 섭취한 알루미늄은 그 양이 미미할 뿐 아니라 체내 흡수율이 낮다. 혹시라도 체내에 흡수됐다 하더라도 대부분 신장에서 체외로 배출되므로 그리 우려할 물질은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빵을 만드는 데 쓰이는 식품첨가물 베이킹파우더에도 명반(alum·明礬)이라는 물질이 들어가는데 이 또한 알루미늄을 함유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명반에 함유된 알루미늄은 쿠킹포일과는 달리 금속 상태가 아니라 음료 같은 이온 상태이기 때문에 섭취로 인한 인체 악영향이나 독성은 무시해도 돼 전 세계적으로 식품의 첨가물로 허용돼 있다. 이온 상태로 존재하는 금속들은 물에 매우 잘 녹아 몸에 축적되지 않고 대부분 소변이나 땀을 통해서 배출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보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빵을 만드는 데 쓰이는 식품첨가물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쿠킹포일을 깔고 고기나 생선을 구워 먹거나 라면을 끓여 먹는 습관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08월 08일 마요네즈는 콜레스테롤 덩어리? ‘No’
마요네즈는 계란과 기름으로 만들어져 느끼하고 기름지지만 공기가 들어 있고 촉감이 부드러워 식도락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토마토 마요네즈, 그린 마요네즈, 홀스래디시 마요네즈, 크림 마요네즈, 타르타르 마요네즈, 간장 마요네즈 등 종류도 다양하다.
프랑스와 영국이 ‘7년 전쟁’을 치르던 1756년, 프랑스의 리슐리외 후작은 지중해 연안 메노르카섬의 수도인 마온(Mahon) 항구에서 영국군을 물리쳤다. 승리 축하연회 중 원주민들이 제공한 음식을 먹게 됐고, 그 맛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항구 이름 ‘마온’에 ‘∼風’의 의미를 갖는 접미어인 ‘aise’를 붙여 ‘마요네즈(Mahonnaise)’라 명명한 것이 그 기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마요네즈가 콜레스테롤 덩어리라 거부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마요네즈의 함량을 살펴보면 100g당 열량(calories)이 725㎉, 탄수화물(당)과 단백질은 거의 없고, 소금과 식초가 많이 첨가돼 있다. 마요네즈의 80%는 지방이며 100g당 포화지방이 14g, 콜레스테롤도 0.055g 들어 있으나 그 양이 적고 트랜스 지방은 거의 없다.
즉, 마요네즈가 지방 덩어리인 것은 맞지만 콜레스테롤 덩어리라는 것은 와전된 말이다. 이 오해 때문에 마요네즈를 넣어 버무린 채소 샐러드를 건강에 좋지 않다고 여겨 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마요네즈의 콜레스테롤은 계란에서 온 것인데 샐러드에서는 계란도 10% 이하 수준으로 사용된다. 마요네즈 100g에는 일일섭취권장량 기준치의 1.6배에 해당하는 지방이 함유돼 있다. 그래도 보통 채소 100g으로 샐러드를 만들 때 많아야 2스푼 정도의 마요네즈를 첨가하므로 마요네즈로 만든 채소 샐러드를 통한 콜레스테롤의 과잉 섭취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마요네즈를 곁들인 샐러드는 채소를 많이 먹을 수 있게 도와줘 건강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섭취한 콜레스테롤이 소장에서 흡수되는 것을 채소의 식이섬유가 일부 방해하기 때문에 더더욱 콜레스테롤 섭취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구성성분으로 빼놓을 수 없는 좋은 물질이다. 3분의 1은 뇌신경계에 존재하며, 3분의 1은 근육, 그리고 나머지는 세포를 지켜주는 세포막에 존재한다. 즉 콜레스테롤은 세포가 재생되거나, 손상된 세포를 보수하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또 우리 체내에서 일어나는 기능들을 원활하게 조절해 주는 부신피질호르몬과 성호르몬도 모두 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진다. 지방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담즙산도 바로 이 콜레스테롤이 주성분이다. 콜레스테롤은 과잉 섭취하는 것이 문제지 반드시 먹어야 하는 물질이다.
마요네즈는 수분 활성도가 낮고 식초가 첨가돼 수소이온농도(pH) 또한 낮아 산성이 강하기 때문에 부패균이나 병원성 균을 살균하는 효과가 있어 안전성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며, 열대지방에서도 저장성이 우수하다. 즉 장기간 상온에 보관해도 안전해 유통기한이 긴 편이다.
그러나 마요네즈는 지방 함량이 높으므로 산패에 주의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산화방지제인 비타민 C, 아황산나트륨, 이산화황 등이 사용돼 첨가물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항산화제라고도 불리는 산화방지제는 식품의 변색이나 지방 산패를 막아주는 물질로, 법적으로 허용된 양만큼만 사용하면 인체에 해가 거의 없으니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08월 22일 계란의 두 얼굴
살충제 오염 계란이 벨기에·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에 이어 아시아 지역인 홍콩과 우리나라에서까지 발견되며 공포가 확산돼 계란 기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산 친환경 포함 산란계 농장에서 미허용 ‘피프로닐’과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한 ‘비펜트린’ 살충제 성분이 무더기로 검출돼 온 나라에 난리가 난 것이다. 특히 피프로닐 성분은 저독성 살충제로 닭에 생기는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이, 쌀 등 5가지 농작물에는 허용돼 있으나 식용가축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다량 섭취 시 간, 갑상샘, 신장 손상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닭, 계란으로 대표되는 양계산업이 총 농업생산액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쌀, 돼지고기에 이어 많은 생산량인데 우리 국민 한 사람이 1주일에 닷새꼴로 계란을 먹는 것이라 한다. 계란은 난각 11%, 흰자위 55∼58%, 노른자위 31%로 구성돼 있다.
껍질은 약 0.3㎜ 두께의 다공질이며, 탄산칼슘이 주성분이다. 껍질의 색은 맛, 성분과는 무관하며 백색과 갈색이 있다. 1970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은 백색 계란이 80∼90%를 차지했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유통, 경제성, 기호도 등의 이유로 갈색 계란이 주류가 돼 99%를 차지하고 있다. 산란계는 산란 초기(18∼40주령)에 소란(44g 미만)을 생산하다가 산란 중기(40∼60주령)에 접어들면서 대란(52∼60g), 특란(60∼68g)을 생산하며, 노령(60주령)으로 접어들면서 왕란(68g 이상)을 생산한다.
계란은 고단백이며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이 영양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완전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흰자위는 단백질이 주성분이고, 노른자위는 지방과 단백질로 구성돼 비타민 A, D, E, B2와 철분이 많이 들어 있다. 계란은 인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대부분 갖고 있는 반면에 열량은 72㎉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가격이 저렴하고 독특한 맛 덕택에 꾸준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온 국민 식품이다.
그러나 최근 계란과 관련된 부정적인 보도가 많아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가장 큰 누명은 노른자위의 높은 콜레스테롤 함량 때문에 건강의 적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계란 1개의 콜레스테롤 함량은 213㎎ 정도로 일일섭취권장량인 300㎎보다 적어 하루 한 개 정도 먹는 것은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계란은 고단백 생식품이라 쉽게 부패하고 미생물 오염과 해충의 공격에 자주 노출된다. 그래서 이번 살충제 계란 사건도 발생한 것이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살모넬라 식중독균 오염, 불량 계란 사건, 곰팡이 핀 썩은 계란 유통, 계란 가공품의 유통기한 위·변조 등 안전사고가 많은 식품이다. 게다가 계란은 우리나라 ‘식품위생법’ 상 알레르기 주의 표시를 반드시 해야 하는 요주의 식품이다.
한국소비자원의 분석 결과, 계란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 또한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불만 1위는 ‘상온 보관·판매 시 신선도 및 부패변질 우려’이며, ‘잔류 항생물질’ ‘계란의 품질등급과 유통기한 위반’ ‘영양성분 강화 계란의 신뢰성 확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08월 29일 초콜릿의 유래와 오해
초콜릿(chocolate)은 숙성한 카카오 콩을 볶은 뒤 갈아서 코코아 버터를 혼합하고 설탕 등을 넣어 만든 가공식품으로 영양가가 높고, 지방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카카오나무는 25~57개의 럭비공 모양 열매에 향기는 없지만 희고 밝은 노란색을 띠는 꽃을 피운다. 이 열매 속의 씨가 바로 카카오 콩이다. 초콜릿은 2600년 전 마야문명의 발생지인 중앙아메리카에서 음료로 마셨던 것이 그 기원이다. 카카오 원두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아마존강 유역과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유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멕시코 원주민들이 음료와 약용으로 귀하게 여겨 화폐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코코아 콩을 스페인 왕에게 바쳐 유럽에 소개했지만 널리 퍼뜨린 것은 17세기 중반 에르난 코르테스였다. 19세기 초 네덜란드인 판 하우텐이 지방분을 압착하고 설탕을 혼합해 고형화에 성공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초콜릿 모양을 만들어냈는데 밀크초콜릿은 1876년 스위스인 다니엘 피터스가 만들었다. 초콜릿은 가공성형이 쉽고 무엇이든 속에 넣을 수가 있어 종류도 다양하다. 초콜릿은 카카오 매스의 함량에 따라 다크, 밀크, 화이트초콜릿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법적 분류는 재료에 의한 것인데 ‘초콜릿’은 코코아고형분 35% 이상(코코아버터 18% 이상, 무지방 코코아고형분 14% 이상)인 것을 말한다. 코코아 고형분 함량에 따라 ‘스위트초콜릿’(30% 이상), ‘밀크초콜릿’(25% 이상)으로 나뉘며 ‘화이트초콜릿’은 코코아버터 20% 이상, 유고형분(우유에서 수분을 제거한 나머지) 14% 이상을 말한다.
모양으로 분류하면 ‘판초콜릿’이 가장 일반적인데 1830년부터 유럽에서 몰딩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면서 단단한 판형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판형초콜릿은 천연초콜릿에 개암, 아몬드, 튀긴 쌀, 아몬드 반죽 등을 넣어 그 종류가 다양하다. 허쉬초콜릿, 가나초콜릿이 대표적이다. ‘쉘초콜릿’은 초콜릿을 틀에 넣고 겉(shell)을 만들어 그 속에 크림, 잼, 너트류, 과일 등을 넣어 초콜릿 뚜껑을 씌운 것이다. ‘할로초콜릿’은 안이 비어 있는 초콜릿으로 인형, 동물, 알 등의 형태를 한 것이다. ‘팬워크초콜릿’은 회전솥 안에서 중심 부분이 되는 너트류나 캔디류에 초콜릿을 넣어 만든 알갱이 형태의 초콜릿으로 ‘M&M’s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다크초콜릿’은 적포도주, 녹차, 홍차보다도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가 더 많이 들어 있으며 예전 스페인에서는 피로 해소, 강장, 영양 등의 효능을 보기 위해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량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어 안전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카페인 외에도 유통기한 위반이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제조되는 등 부정적인 뉴스도 간간이 보도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통기한 경과 직전 과자 등에 원료로 재사용되는 문제가 크게 불거져 있다. 이것은 물론 합법이지만 안전문제가 따라다니기 때문에 걱정스럽다.
유사한 사건으로 2014년 10월 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냉동 닭을 튀겨 재포장한 후 유통기한을 1년 연장한 업체가 보도된 바 있으나 적법한 것이라 처벌받지 않았다고 한다. 완제품이 ‘원재료’로 쓰여 재가공되면 유통기한 연장이 합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콜릿의 미생물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방함량이 높은 식품이라 산패가 문제시된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초콜릿이 다른 가공식품의 원료로 재사용된다면 주의해야 하며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