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야기03/ 같은 듯 다른 - 귤 족보 - 명태의 다양한 이름 - 코카콜라 조상 - 나라별로 금지한 음식 10가지 - 술과 예술
식품 이야기3/
■ [같은 듯 다른 ①] 파프리카와 피망의 차이를 아시나요?
피망과 파프리카,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 비슷한 생김새로 알쏭달쏭하게 만들었던 같은 듯 다른 채소들의 맛과 영양을 비교했다.
■ [같은 듯 다른 ②] 같은 생선, 다른 이름 '조기와 굴비 사이'
생김새가 닮아 구별이 어려웠던 생선, 같은 생선이나 가공방법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가진 생선들의 맛과 효능 그리고 궁합음식을 알아본다.
■ 2016.11.25 요즘 많이 먹는 귤, '족보'
귤의 계절'인 겨울. 감귤은 물론, 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 다양한 품종의 귤들도 쏟아져 나온다. 분명 귤마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긴 한데 정확하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교배 방식, 재배 시기, 맛 등 제주도에서 재배되는 각종 귤의 특징을 알아봤다
/조선DB
□ 귤은 크게 '감귤류'와 '만감류'로 분류
제주 지역에서 재배해 전국으로 유통되는 귤은 대다수 ‘온주귤(温州橘)’과 온주귤의 개량종을 일컫는다. 온주(원저우)는 중국의 지명으로 이곳에서 유래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이 온주귤을 재배한다.
일본의 문헌인 ‘비후국사(肥後國史)’에 ‘삼한에서 귤을 수입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뤄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귤이 재배돼왔는데, 조선 시대에 들어 귤을 매우 귀중하게 여겨 조정에 진상품으로 바쳐지면서 수탈이 매우 심해졌다. 수탈에 못 견뎌 농민들이 귤나무를 통째로 뽑아버리는 등 재배를 마다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이후 일본 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온주귤이 도입됐고, 1960년대 초반부터 온주귤을 토대로 한 귤 재배가 급격히 늘었다.
○감귤의 ‘출생의 비밀’
우리가 흔하게 먹는 귤이 '감귤류'이고, 감귤에서 변형된 한라봉·천혜향 등이 '만감류'에 속한다. 만감류는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늦게 수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배 방식·수확 시기에 따라 품종 다른 감귤류
감귤은 제주 전역에서 재배되지만, 그중에서도 날씨가 가장 따뜻한 서귀포 지역에서 재배되는 것이 당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감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크기와 당도가 아닌 감귤은 유통하지 못하도록 조례를 정해 단속하고 있다. 합법적인 감귤의 크기는 49~70㎜, 당도는 9Brix(브릭스)* 이상이다. 감귤 품종은 재배 방식에 따라 노지 감귤·하우스 감귤·타이벡 감귤·비가림 감귤 등으로 나뉘고, 재배 시기에 따라서는 금귤·하귤·풋귤·영귤 등으로 나뉜다.
** 브릭스(Brix): 미국에서 포도주에 들어있는 당을 재는 단위. 1Brix란 포도주 100g에 들어있는 1g의 당을 말한다
▲왼쪽부터 노지 감귤과 하우스 감귤 /조선DB·연합뉴스
○노지 감귤
노지 감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겨울에 많이 먹는 그 귤이다. 수확 시기는 10월부터 1월까지다. 제주 지역의 감귤 나무에서 자연 그대로 자랐기 때문에 비바람으로 인한 흠이 많은 편이다. 묘목에 따라 궁천조생·흥진조생·궁본조생·암기조생·궁본조생 등으로 나뉜다.
○타이벡 감귤
타이벡 감귤은 감귤 나무 아래에 ‘타이벡(Tyvek)’*이라는 특수섬유를 깔아 키우는 방식으로, 타이벡이 수분을 조절하고 해충의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해 색깔을 더 선명하게, 당도는 더 높게 키울 수 있는 농사법이다. 타이벡이 땅을 덮고 있어 나무뿌리가 흡수하는 수분의 양을 줄이고, 흰색 타이벡 표면에 햇빛이 반사돼 더 잘 익는다. 아울러 해충이 덜 와 제초제나 농약의 사용이 적다. 수확 시기는 노지 감귤보다 한 달 더 긴 10월부터 2월까지다.
** 타이벡: 미국 듀폰(Dupont)사가 개발한 합성 고밀도 폴리에틸렌 섬유로 진드기 및 미세먼지를 차단한다.
○ 하우스 감귤
하우스 감귤은 비닐하우스에서 난방해 키우는 방식이다.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여 키웠기 때문에 겨울이 아닌, 5월~10월 사이에도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햇볕을 덜 받아 색이 옅은 편이고 푸른색이 돌기도 한다. 껍질이 얇고 과육이 연한 편으로 운반이나 보관이 어렵다. 또, 시설 및 난방비가 들어 노지 감귤에 비해 가격이 높다.
○비가림 감귤
비가림 감귤 역시 비닐하우스에서 키우지만, 난방하지 않고 감귤 나무가 비를 맞지 않도록 수분량만 조절하는 점이 하우스 감귤과 다르다. 그래서 하우스 감귤이 여름에 제철인 것과 달리, 비가림 감귤은 10월부터 3월까지 수확할 수 있다.
○금귤
‘낑깡’, 또는 ‘금감’으로 불리기도 하는 금귤은 껍질째 먹는 작은 귤이다. 길쭉한 모양의 금귤을 긴알귤, 둥글게 생긴 것을 둥근알귤·동굴귤이라고 한다. 수확 시기는 3월~5월로, 봄 한 철에 먹을 수 있다.
○하귤
하귤은 여름에 수확하기 때문에 이름에 여름 '하(夏)'가 들어갔다. 겨울에 나는 감귤보다 크고 껍질이 두꺼우며 샛노랗게 익는다. 단맛은 적고 시고 쌉싸름해 자몽과 비슷한 맛이다. 생으로 먹기 쉽지 않아 일반적으로 청으로 담가 차로 마신다
○풋귤
풋귤은 새 품종이라기보다 감귤의 미숙과를 칭하는 것으로 ‘청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청을 담그는데 주로 쓰인다. 7월~8월에 수확하며, 제주도가 8월 말 이후 판매를 금지한다. 한편, ‘조선왕조실록’에 ‘청귤(靑橘)이 제사용과 손님 접대용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지금의 청귤과는 다른 품종이다.
○영귤
제주 애월읍 소길리에서 전원생활을 한다고 해 ‘소길댁’으로 불리는 가수 이효리가 한때 청으로 담가 주목을 받았던 감귤이 영귤이다. 쓴맛이 나 생으로 먹기 어렵고 청으로 담가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9월, 10월 두 달간 수확한다. 일본에서 ‘스다치(すだち)’라고 불리며 생선구이에 뿌리거나 간장에 넣어 먹는 것도 영귤과 같은 품종이다.
□ 품종끼리 교배해 탄생한 만감류
감귤류와 오렌지류를 교배해 새로 만든 품종이 모두 만감류에 속해있다. 청견, 한라봉, 천혜향, 진지향, 한라향, 레드향, 황금향 등 7개가 많이 알려져 있으며, 수확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만감류에는 일본에서 개발해 우리나라로 도입된 품종이 많은데, 이는 자체 개발하는 데 15년 이상 걸리고 좋은 품종을 육성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 감귤 품종보호 지정… 2012년부터 로열티 부담
/서귀포 농협
○청견
일본에서 온주귤의 일종인 ‘궁천조생’과 오렌지의 일종인 ‘트로비타’를 교배해 만든 품종으로, 오렌지와 감귤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감귤보다 모양이 더 둥글고 표면이 매끈하며, 오렌지보다 껍질은 얇고 과육이 부드럽고 과즙은 풍부하다. 수확 시기는 2월~5월 사이다. 만감류에서는 청견을 기본으로 하는 새 품종이 많다.
○한라봉
꼭지가 볼록 튀어나온 모양이 한라산을 닮았다고 해 한라봉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청견’과 온주귤의 일종인 ‘폰캉’을 교배해 만들었는데,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껍질이 두꺼워도 쉽게 벗겨지며, 과육도 부드럽고 과즙도 풍부하다. 특히 당도가 13Brix(브릭스) 이상으로 감귤(9Brix 이상)보다 훨씬 높다. 수확 시기는 1월~3월이다.
○천혜향
천혜향도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청견’에 일본의 감귤류인 ‘앙콜’을 교배하고, 거기에 ‘마코트’라는 일본 감귤류 품종과 다시 교배해 만들어졌다. ‘향이 천 리를 간다’, ‘향이 천 가지가 있다’, ‘하늘이 내린 향이다’ 등 향이 좋다는 이유로 천혜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껍질은 얇고, 모양이 약간 평평해 옆으로 퍼진 것처럼 보인다. 한라봉만큼 당도가 높다. 수확 시기는 1월~4월이다
○진지향
진지향은 ‘청견’과 온주귤의 일종인 ‘흥진조생’을 교배한 것으로 이 또한 일본에서 개발했다. 모양은 감귤과 비슷하지만, 껍질이 얇고 매끈하며, 오렌지 향이 강하다. 당도도 11Brix 이상으로 감귤보다 달다. 수확 시기는 2월~5월인데, 과육이 단단한 편으로 다른 만감류보다 저장성이 좋다
○한라향
일본에서 ‘청견’과 ‘길포폰캉’이라는 감귤 품종을 교배해 만든 한라향은 ‘세토미’, ‘한라귤’ 등으로도 불린다. 감귤에 비해 과즙이 적어도 과육은 부드럽다. 식감은 한라봉과 흡사하다. 제주 지역에서 재배되는 만감류 중 가장 당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수확은 한봄인 4월에 시작해 8월까지 이어진다.
○레드향
레드향은 일본에서 ‘한라봉’과 온주귤의 일종인 ‘서지향’을 교배해 만들었다. 껍질 색이 붉어 레드향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모양은 감귤에 가깝지만, 크기가 더 크고 납작하며 약간 울퉁불퉁하다. 껍질이 잘 벗겨지는 데다 과육이 부드럽다. 한라봉 만큼 당도가 높다. 수확 시기도 1월~3월로 한라봉과 비슷하다.
/서귀포 농협
○황금향
여왕의 품위를 지녔다고 해 ‘베니마돈나(붉은 여왕이라는 뜻)’라고 불리는 황금향은 일본에서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해 육성한 품종이다. 둥글둥글한 모양에 과즙이 풍부하고 속껍질이 얇고 약간 벗기기 어렵다. 알갱이가 통통하며, 신맛이 적어도 단맛은 레드향이나 한라봉보다 덜하다. 천혜향과는 다른 독특한 향이 난다. 수확 시기는 7월~12월이다.
많은 품종이 나왔지만, 귤은 그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제주도농업기술원 등이 현재까지 개발한 품종은 10여 종으로, 이 중에서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청견을 얻기까지 32년, 한라봉을 얻기까지 40년 등 장기간 연구 지원으로 세계적인 기술을 내놓은 일본에서도 여전히 개발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귤은 새콤달콤한 맛도 맛이지만, 영양도 풍부하다. 비타민C가 많아 면역력을 길러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되고, 체내 활성산소를 없애 피로 해소와 피부 미용에도 좋다. 또 귤에만 들어 있다는 헤스페리딘(Hesperidin, 비타민P)이라는 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줘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추위에 몸이 웅크려지고 생기가 부족해지는 올겨울, 귤로 비타민을 충전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조선일보 큐레이션팀
■ 귀족 생선을 아십니까?
횟집에서 kg당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어종으로 자바리, 돌돔, 붉바리 등이 있으며 이런 생선들은 육질이 단단해 쫄깃한 식감과 맛이 담백해 고급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국민 생선이라 불리는 고등어·갈치·병어 중에서 지난 20년간 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생선은 '병어'였다. 다음으로 쥐치가 2위를 차지했고, 고등어도 여전히 대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명태의 다양한 이름
◇조업에 따른 분류
▶어획 시기
-은어받이(바지): 음력 10월 은어를 잡아먹으려고 몰려오는 명태 떼
-동지받이(바지): 동지를 전후하여 몰려오는 명태 떼. 알 밴 명태
-섣달받이(바지): 음력 12월 초 열흘부터 몰려오는 명태 떼
-막물태: 마지막 끝물에 잡은 명태
-춘태(春太): 음력 1월과 2월에 잡은 명태
-하태(夏太): 음력 6~7월 삼중망 그물로 잡은 명태
-추태(秋太): 음력 9월에 잡은 명태
-동태(冬太): 음력 10~12월 겨울에 잡은 명태
-꺽태: 산란하고 나서 잡힌 명태
-난태: 산란 전에 알을 밴 상태에서 잡힌 명태
▶어획 장소
-강태(江太): 강원도 바다에서 잡히는 명태
-간태(杆太): 강원도 간성(杆城, 현 고성) 바다에서 나는 북어
-북태(北太): 일본 북해도(北海島)에서 수입하여 말린 명태
-지방태(地方太): 지방에서 잡은 명태
-원양태(遠洋太): 우리나라 선박이 알래스카 등지에서 잡아온 명태
-수입태(輸入太): 일본, 러시아 등에서 수입한 명태
-진태(眞太): 원양 명태와 동해안 명태를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
▶어획 방법
-망태(網太): 그물(刺網·擧網·水底網) 잡은 명태
-그물태: 그물로 잡은 명태
-조태(釣太): 주낙으로 잡은 명태
-낚시태: 낚시로 잡은 명태. 망태보다 비쌈
-분태(粉太): 날씨가 나빠 그물을 못 건져 핏기가 없이 하얗게 변한 명태
▶명태 크기
-애태·애기태: 명태 새끼
-앵노가리: 명태 새끼의 다른 이름. 20㎝ 이내의 명태
노가리: 명태 새끼의 다른 이름. 20∼25㎝ 사이의 명태
-아익태(兒翼太): 소형 명태
-소태(小太): 30㎝ 내외의 작은 명태
-중태(中太): 40㎝ 내외의 중간 명태
-대태(大太): 50㎝ 내외의 큰 명태
-왜태: 성체지만 크기가 작은 명태
-왕태(王太): 큰 명태
◇덕장 건조 정도에 따른 분류
-황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속살이 노랗게 마른 명태
-노랑태: 황태의 다른 이름
-백태: 기온 차가 커서 하얗게 마른 명태
-깡태: 건조 중 수분이 빨리 증발하여 딱딱하게 마른 명태
-짝태: 소금을 살짝 뿌려 약간 짠맛이 나도록 깡 말린 북어
-골태: 눈, 비를 맞아 속살이 녹아 뼈만 앙상하게 남은 북어
-먹태: 건조 과정에서 겉껍질이 검게 마른 북어
-묵태(墨太): 먹태의 다른 이름
-백태(白太): 건조과정에 눈, 비를 맞아 겉껍질이 흰색으로 변한 명태
-낙태(落太): 건조과정에서 눈, 비를 맞고 떨어진 명태
-무두태(無頭太): 건조과정에서 머리가 떨어져 나간 명태
-바람태: 추운 바람에 수분이 빨리 증발하여 뻣뻣하게 마른 명태
-간태(干太): 말린 명태
-건태(乾太): 말린 명태
-건명태: 말린 명태
-북어(北魚): 말린 명태
-북고어(北藁魚): 바짝 말린 명태
-더덕북어(北魚): 최상품 말린 북어. 명태보푸라기 원료로 활용
-매가리: 서울, 강원도에서 길이 25㎝ 내외의 생명태 또는 건명태
-코다리: 반쯤 말린 명태
◇가공 방법에 따른 분류
▶냉동 여부
-동태(凍太): 얼린 명태
-생태(生太): 얼리거나 말리지 아니한 잡은 그대로의 명태
-태어(?魚): 서유구가 쓴 ‘명태어(明?魚)’에서 축약된 생명태어
-생명태(生明太): 날 명태
-선태(鮮太): 갓 잡은 싱싱한 명태
▶포장 방식
-관태(貫太): 한 두릅(북어 20마리)을 싸리대로 꿰어 한 쾌를 만든 북어
-짝태: 30쾌(600마리)를 한 짝으로 묶은 상태의 북어
▶가공 방식
-무두패: 머리를 잘라내고 몸통만을 걸어 건조시킨 것
-명태채: 명태 살을 채처럼 떼어 낸 것
■ 2016.09.22 코카콜라의 조상이 두통약이라고?
▲코카콜라를 개발한 약사 존 펨버턴의 동상.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애틀랜타(Atlanta)의 약사 존 펨버턴(John Pemberton)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평소 여러 약제를 조합하길 좋아했는데, 어느 날 두통약 제조를 시도하다가 캐러멜 색 시럽을 만들었다. 그 시럽을 약국으로 가져가 탄산수로 희석해 손님들에게 맛을 보였더니 “뭔가 특별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손님들의 호평에 용기 충천한 펨버턴은 이 음료를 5센트에 팔기 시작했다. 펨버튼의 회계 담당 프랭크 로빈슨(Frank M. Robinson)이 이름 없는 음료를 ‘코카콜라(Coca-Cola)’로 명명하고 대문자 C자가 돋보이는 흘림체 로고까지 디자인해줬다. 로빈슨도 그땐 알지 못했다. 당시 하루 평균 9잔 팔리던 코카콜라가 훗날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줄은 말이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를 찾은 관람객들이 코카콜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코카콜라의 가능성을 알아본 이는 아사 캔들러(Asa Candler)라는 사업가다. 펨버턴으로부터 사업권을 사들인 그가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코카콜라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1915년부터 허리가 잘록한 S라인 병에 담아 팔기 시작했고,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대회부터 올림픽 후원도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후엔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에선 코카콜라의 마스코트, 북극곰도 만날 수 있다.
코카콜라의 고향, 애틀랜타에 가면 다운타운에 코카콜라를 개발한 펨버턴을 기리는 펨버턴 플레이스(Pemberton Place)가 있다. 펨버턴 플레이스 가운데엔 ‘월드 오브 코카콜라(World of Coca-Cola)’가 우뚝 서 있다. 코카콜라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이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 옆에는 존 펨버턴이 코카콜라 잔을 들고 건배사를 외치는 듯한 동상도 세워져 있다.
▲코카콜라를 주제로 한 팝 아트 전시.
더위가 가시지 않은 여름의 끝자락, 콜라의 청량한 매력에 빠져볼까 하고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문을 두드렸다. 안내를 맡은 이들은 이보다 반갑게 맞아줄 수 없을 정도로 유쾌한 인사와 함께 콜라를 한 병 줬다. 안으로 들어가자 영상, 옛 제품과 광고물, 코카콜라의 역사와 제조법에 대한 깨알 정보 등 다양한 전시가 이어졌다. 코카콜라 제조 과정은 물론이고, 코카콜라를 주제로 한 팝아트 작품 전시를 통해 코카콜라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살펴볼 수 있다. 해피니스 팩토리 영화관(Happiness Factory Theater)과 시크릿 포뮬러(Secret Formula) 4D 영화관에선 영상도 상영한다. 곳곳에 놀이공원처럼 즐거운 공기가 둥둥 떠다녔다.
▲코카콜라가 세계 각국에서 선보이는 음료들.
마지막은 코카콜라가 나라별 입맛에 맞춰 선보인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시음 코너다. 페루의 잉카 콜라 등 낯선 이름에 호기심이 동해 이것저것 마시다 보니 배가 다 부를 정도였다. 한데 시음을 하면 할수록, 코카콜라와 비교가 됐다. 코카콜라 특유의 상쾌하고 달콤한 맛에 길든 탓일까. 웬만한 탄산음료로는 코카콜라를 대체할 수 없구나 하는 마음으로 출구를 나섰다
▲맞춤형 콜라를 맛볼 수 있는 시음 코너.
월드 오브 코카콜라를 둘러본 뒤 맞은편의 ‘조지아 아쿠아리움(Georgia Aquarium)’이나 도보 5분 거리의 뉴스 전문 TV 방송국 CNN센터에 들러도 좋겠다. 애틀랜타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우지경의 Shall We Drink - 중앙일보
■ 2018-04-16 나라별로 금지한 음식 10가지, 도대체 왜?
▲Photo by Joanna Boj on Unsplash
전세계 국가별로 건강기준과 문화적 관습, 환경오염 문제, 그리고 비인간적인 생산과정 등을 이유로 유통을 금지시킨 음식들이 있다. 일례로 벨루가 캐비어를 먹는 것이 미국에서는 금지돼 있다. 생우유의 경우 미국의 많은 주에서 금지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마실 수 있다. 미국 매체 인사이더는 각 국가별로 유통이 금지된 음식을 정리해 보도했다. 불법으로 규정한 음식과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양식 연어(Farm-raised salmon)
▲사진출처-ⓒGettyImagesBank
오메가3가 풍부한 슈퍼푸드로 알려진 연어는 화사한 색깔에 뛰어난 식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생선이다. 연어는 크게 태평양 연어와 대서양 연어로 나뉘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연어는 양식 연어로 불리는 대서양 연어이다.
야생에서 자란 자연산과 달리 연어 양식에는 어두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수질 오염, 화학 물질 사용, 기생충 그리고 질병 유발을 포함하여 많은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 특히 ‘바다이(sea lice)’는 양식 연어에 많이 기생하는 외부 기생충인데, 현재 수산양식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중 하나가 바다이의 확산이다. 이런 오염의 문제를 줄이고자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아틀란틱 연어(대서양 양식 연어)를 금지 음식으로 분류 했다. 매체는 되도록 건광과 환경을 생각해 자연산 연어인 홍연어(sockeye salmon)와 알라스칸(Alaskan) 연어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2. 푸아그라(Foie Gras)
▲(왼쪽)출처=flickr @Animal Equality International | (오른쪽) 사진출처-ⓒGettyImagesBank
프랑스의 진미로 꼽히는 음식 푸아그라는 그 잔인한 채취 과정 때문에 종종 논쟁에 휘말려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12년 푸아그라 금지법이 발효됐다가 2015년 초 연방법원의 금지령 폐기 명령에 따라 다시 식탁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최근 다시 비인간적인 생산 과정을 이유로 금지법을 촉구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어 법적 다툼이 예고된 상황이다.
캘리포니아주의 푸아그라 금지법은 동물 보호단체들이 푸아그라 채취를 위해 비윤리적인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항의함으로써 주 의회에서 제정한 법이다. 실제로 오리나 거위는 정상간의 10배까지 그 크기를 키우기 위해 튜브를 통해 강제로 먹어야 하는 잔인한 과정을 겪고 있다.
매체는 PETA와 같은 동물 보호 단체들은 금지법을 적극 지지하고 있고, 캘리포니아의 요리사들과 가축 농부들은 이 금지법이 뒤집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인도,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이스라엘, 독일도 푸아그라에 대해 금지하거나 또는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3. 샥스핀(Shark fins)
▲(왼쪽)출처=flickr @Thierry Minet | (오른쪽) 사진출처-ⓒGettyImagesBank
스프와 중국 고급 요리에 사용되는 상어의 지느러미 요리인 샥스핀은 미국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등 에서는 이미 금지된 음식이다. 샥스핀 판매 금지 법안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관련 법안이 의회에 계류중이여서 만일 통과된다면, 미국 전역에서 상어 지느러미의 판매를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 지지자들은 “살아 있는 상어의 지느러미를 잘라 죽이는 비인간적인 관행을 뿌리 뽑고, 수십년간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상어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 복어(Fugu)
▲사진출처-ⓒGettyImagesBank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물고기 중 하나인 복어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정말로 사람을 죽일 수 도 있다. 복어가 함유하고 있는 독, 테트로도톡신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테트로도톡신은 복어의 난소에 주로 들어 있는 맹독성 신경물질로 독성이 사이안화칼륨(청산가리)의 1000배 이상으로 불과 1mg가량의 독으로도 신체마비, 구토, 호흡곤란 등을 유발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복어조리 자격을 가진 조리사 없이 복어를 파는 것을 금지했다.
5. 킨더 서프라이즈 에그(Kinder Surprise Eggs)
미국에서 금지 음식으로 분류한 킨더 서프라이즈 에그. 겉 포장안에 내부가 비어있는 초콜릿이 있고, 그 안에 장난감이 들어 있는 노란색 플라스틱통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단순 간식인데, 왜 금지 시켰을까. 초콜릿에 아이들에게 유해한 성분이 들어서일까. 아니다. 미국에서는 어린이들이 먹는 식품에 질식의 위험이 있는 장난감이 포함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고 결국 관련 법률에 의해 수입을 금지시켰다.(실제로 2016년 프랑스에 거주하는 3세 소녀가 해당 제품의 장난감을 삼켰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사했다.)
▲(왼쪽)킨더 서프라이즈 에그 출처=flickr @kinder iautoja | (오른쪽) 껌 사진출처-ⓒGettyImagesBank
6. 껌(Chewing gum)
깨끗하고 청결한 나라로 유명한 싱가포르는 껌에 관해서 엄격하다. 껌이 거리를 더럽히고 제거 비용도 많이 든다는 이유로 1992년 껌을 수입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법률로 금지했다. 껌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최고 2년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10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단 2004년 이후 미국과 싱가포르간에 맺어진 FTA 협정 결과로 의료용 목적으로 껌을 판매하는 것은 허용이 되고 있다.
7. 케첩(Ketchup)
햄버거에 케첩은 환상의 궁합이지만 프랑스 어린이들에게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다. 2011년 프랑스는 달콤한 토마토 소스 케첩을 제한하는 영양식단 가이드라인을 새로 도입했다. 프랑스 전통요리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아직 미각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맛이 강한 케첩을 자주 먹이면 프랑스 전통요리의 미학과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모든 연령대가 아닌 초등학생들의 식단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번씩만 감자 튀김에 케첩을 먹는 것이 허용된다.
▲케첩과 벨루가 캐비어 | 사진출처-ⓒGettyImagesBank
8. 벨루가 캐비어(Beluga caviar)
1온스 28g에 200달러 이상에 팔리는 벨루가 캐비어(Beluga caviar)는 그야말로 귀족 음식이다. 비싼 가격에 쉽게 접하기 힘든 음식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차원에서 금지된 음식이다. 벨루가는 몸집이 가장 큰 철갑상어로 알 역시 굵어 최상품의 캐비어로 취급된다. 주로 카스피해와 흑해에서 발견되는데 최근 개체수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어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밀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은 2005년부터 벨루가 캐비어를 금지했다.
9. 생우유(Raw milk)
우리가 사먹는 우유는 대부분 살균과정을 거쳐서 판매하는 살균우유다. 살균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우유 섭취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거세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생우유 과다 섭취시 치명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생우유를 판매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일부에서는 유통되고 있다) 반면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영양소 파괴가 거의 없어 몸에 좋다”며 생우유를 유통시키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는 생우유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소비하고 있다.
▲(왼쪽)생우유 출처=flickr @Health Gauge | (오른쪽)포로코 음료 출처=flickr @Barry Mulling
10. 포로코(Four Loko)
2010년 미국 FDA(식품의약품국)는 카페인과 알코올이 동시에 첨가된 청량음료 포로코의 판매를 금지했다. 전문가들은 카페인과 술을 함께 마시게 되면 카페인이 자신이 얼마만큼의 알코올을 섭취했는지 판단하는 감각을 무디게 해 음주량을 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린 포로코는 워싱턴 대학생 9명이 파티 중 포로코를 마신뒤 음주 중독으로 병원에 실려 가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대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자 카페인이 들어간 포로코는 판매를 금지시켰다. 현재 팔리고 있는 포로코 음료에는 카페인이 들어가 있지 않다.
신효정 동아닷컴 기자 hjshin@donga.com
■ 소동파가 ‘죽음과도 바꿀 맛’이라고 극찬한 음식
중국 북송때 최고의 문장가로 손꼽히는 소동파. 그는 시문과 서예, 그림에 능했을 뿐아니라 특히 건강식과 조리에도 연구가 깊어 식도락가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동파로 명명된 요리가 많은데 이중 하나가 동파육. 천년 전 소동파가 직접 만든 동파육은 현재 중국의 대표적인 요리다.
소동파는 한때 유배적인 성격을 띠고 황주 땅에 기거한 적이 있는데 살던 초가집을 ‘동파설당(東坡雪堂)’ 이라 이름짓고 친구들과 장기를 두고 시를 쓰고 술을 마시거나 맛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면서 실의를 달랬다고 한다.
▲소동파가 유배지에서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지는 동파육 / 조선일보 DB
황주는 예나 지금이나 돼지고기 생산이 풍부한데 소동파 자신이 돼지고기를 무척 좋아해 자주 요리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갖은 양념을 한 돼지고기를 가마솥에 넣고 물을 넣고 약불로 끓이면서 고기가 익는 동안 손님과 장기를 두었는데 그만 장기에 정신이 팔려서 가마솥의 고기를 잊었다.
뒤늦게 생각났지만 고기가 다 타버렸을거라 생각하고 솥 뚜껑을 열었는데 이게 왠일인가. 기가 막힌 짙은 향과 풍부한 육즙과 고기도 더 부드럽고 느끼하지도 않으면서 맛이 일품이었다. 이른바 동파육의 탄생이다. 그런데 이처럼 미식가인 소동파가 실제로 ‘죽음과도 바꿀만한 음식’이라며 극찬한 음식은 따로 있었다. 바로 복요리 가운데서도 백미로 꼽히는 황복이다.
‘대밭 밖에 복사꽃 두세 가지/ 따스한 봄 강물을 오리가 먼저 아네/ 쑥은 땅에 가득하고 갈대 움 돋으니/ 이제야말로 하돈(河豚)이 올라올 때’ (소동파의 시 중에서)
소동파는 ‘하돈(河豚)·, 즉 ’강의 돼지라 부르며 그 맛을 극찬하였는데 아마도 황복의 배가 돼지처럼 볼록해 그리 부른듯하다. 황복은 일반 복과 달리 회귀성 어종이다. 바다에서 2~3년간 25~30㎝로 자란 뒤 4월 중순~6월 중순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돌아온다.
몸통이 다른 복어 보다 2~3배 크고 무게는 800~900g안팎. 중국에서도 잡히지만 우리나라 파주의 임진강 황복을 최상품으로 친다. 힘들게 강을 거슬러 올라와 육질의 탄력이 다른 복보다 훨씬 좋다. 아마도 소동파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임진강으로 맛 기행을 오지 않았을까.
▲소동파가 "죽음과도 바꿀 맛"이라고 극찬한 황복회 / 조선일보 DB
‘본초강목’에 서시유(西施乳)라는 표현도 알고보면 복어를 뜻한다. 그 살이 중국 월나라 미녀 서시의 젖가슴처럼 부드럽고 희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복에 대한 예찬은 우리네 선비들 사이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영조때 겸재의 친구였던 이병연(1671~1751)은 풍요로운 봄날 풍경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봄에는 복어국, 여름에는 웅어회, 복사꽃잎 떠내려 올 때 행주 앞강에는 그물치기 바쁘다’
복은 영양적으로도 좋은 음식이다. 피를 맑게 하고 숙취해소와 간 해독에 좋아 간질환을 앓는 사람이나 당뇨환자들에게 추천한다. 글루타치온 성분은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긴 단백질 손상을 막아준다. 그러나 복어의 유혹 뒤에는 독을 조심해야 한다. 복어독은 주로 복어의 내장과 알 등에 있고 껍질에도 있을 수 있는데 복어 살에는 없다. 따라서 빠른 시간내 내장을 터트리지 않고 독 부위를 제거해야 해, 반드시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다뤄야 한다.
테트로도톡신은 복어가 가지고 있는 독 이름으로 청산가리의 100배에서 1000배정도의 매우 강력한 신경독소로 이렇다할 해독제가 아직 없다. 복 독소는 무색·무미·무취라서 구별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독을 잘 제거했다고 해도 미세한 독은 남아있으니 복을 먹을때는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에게 복은 늘 미식의 첫손이면서 경계의 대상이었다. 조선시대 부녀자 생활지침 규합총서를 보면 “피와 알에 독이 많아서 잘못 먹으면 반드시 사람이 왕왕 죽으니, 사람이 그것을 모르지 아니하되 한때 맛을 밝혀 해를 입는 이가 있으니 애달프다”고 적고 있다.
황복회를 먹는 방법은 꽃잎처럼 얇게 저민 회를 한 겹 앞접시 위에 얹어놓고 고추냉이를 살짝 발라 미나리 대에 돌돌 감는다. 스치듯 간장을 찍어 입 안에 넣고 씹으면 잘강잘강 그 풍미가 그야말로 봄의 호사이다. 황복회는 접시 무늬가 비칠 정도로 얇게 써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황복회 중에서도 제일 먼저 젓가락이 가는 것은 보통 뱃살이다. 뜨거운 물에 살짝 넣었다가 건진 뱃살은 부드럽고 연하고 씹히는 질감은 최고의 부위다. 그렇지만 황복을 찾는 미식가들 중에는 수컷에서 나오는 고단백 정소, 즉 ‘이리’를 먹기 위해 황복 잡히는 철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흔히 복의 이리에는 독이 없다고 한다. 살짝 데쳐서 참기름과 약간의 간을 하여 먹는다. 씹을 새 없이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IFTA) 대표
■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는 우엉, 어떻게 먹어야 하나?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백수오를 판매한 홈쇼핑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시장이 시끌시끌하다. 백수오는 갱년기 여성을 타겟으로 홈쇼핑에서만 지난 한해 무려 1천억원 가량 불티나게 팔린 상품이었다. 2, 3년전부터 입소문으로 ‘좋더라’로 인기몰이가 시작된 백수오의 가짜 파동을 계기로 요즘 중년 여성들을 만나면 저마다 복용하고 있는 다른 건강식품에 대해서도 때아닌 의문을 제기하며 효능을 재차 묻곤한다. 관련하여 최근들어 홈쇼핑을 중심으로 피부미용과 당뇨환자 등에게 좋다고 소문난 우엉 관련 제품들의 진정한 효과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우엉은 뿌리 길이가 1m나 자랄 만큼 생명력이 큰 뿌리 식품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강음식으로 애용돼 왔다. 우엉을 아주 즐겨먹는 일본에서는 ‘우엉을 많이 먹으면 늙지 않는다’는 속담까지 전해지며 우엉의 원산지인 유럽에서는 ‘여드름 채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극찬하는 우엉은 야생 우엉을 약재로 사용하거나 우엉의 고유한 식감을 있는 그대로 식탁에 살려서 장아찌나 조림 샐러드 같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방법이다.
우엉의 주성분은 당질이다. 보통 당질은 녹말로 이뤄졌는데 특이하게 우엉의 당질은 녹말이 적고 이눌린이라는 다당분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전체 우엉 성분으로 보면 7% 정도. 이뇨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도 도움되는 성분이다. 우엉의 주성분인 리그닌 역시 식이섬유로 우엉이 다이어트 식품으로 선전되는데 한 몫하는 성분이다.
흔히 우엉이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며 고혈압 환자 등에게 권장되는 근거는 중국 청나라때 의서인 ‘본초비요’에서 비롯된 것 같다. 찬 성질 덕분에 인후통이나 여드름같은 피부질환을 개선시키다 보니 개중엔 독소배출 효과까지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경우는 체내 불필요한 열이 많은 체질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기대일 것이다, 몸이 냉한 사람들 특히 수족이 차가운 여성들이 우엉이 피부미용에 좋다고 해서 무턱대고 많이 섭취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엉/조선일보DB
우엉은 뿌리식품이지만 잎과 씨앗도 해독이나 소염 효과를 보기 위한 약재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어떤 우엉만의 효과라기 보다는 보통의 차잎이나 와인 등에서 떫은 맛을 내게 하는 타닌이라는 성분 덕분이다.
우엉에도 칼륨 나트륨 칼슘 등의 무기질이 있다지만 전체 영양소 면에서 우엉은 그다지 영양분이 많은 식품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엉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어떻게 섭취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최근 우엉의 효과와 더불어 갑자기 홈쇼핑을 비롯한 건강식품 매장에서 많이 눈에 띄는 제품이 우엉차인데, 글쎄 우엉은 앞서 언급했듯이 그 자체 식탁에서 다른 반찬들과 함께 음식으로 균형되게 섭취해야 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해 주고 싶다. 개중엔 다이어트 효과를 보기 위해 우엉차를 많은 양 구입해 놓고 하루에도 여러번 집중적으로 음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몸이 차가운 체질들은 되레 득보다는 실이 있을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우엉은 예부터 민간에서 약용으로 쓰일 만큼 좋은 식품임에는 틀림없지만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섭취법이 중요하다. 우엉은 부족한 영양소를 함께 음식으로 섭취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 가령 우엉의 효과만 기대하고 손쉽게 우엉차를 선호하기 보다는 번거롭더라도 우엉을 깨끗이 손질하여 우엉조림이나 파프리카 등 다른 채소들과 신선하게 샐러드로 먹으면 맛도 좋고 영양의 균형도 얻을 수 있다. 또한 표고버섯과 함께 영양밥이나 죽을 해서 먹으면 속이 따뜻해지면서도 든든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한편 만성 변비를 개선시키기 위해 우엉을 섭취할 때는 손질법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우엉의 섬유질인 리그닌은 우엉의 자른 면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어슷썰기를 해서 표면적을 넓게 만들어 음식으로 섭취할 것을 권하고 싶다.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IFTA) 대표
■ 술과 예술
맥주를 든 아담과 이브… 선악과 같은 치명적 매력… 호가든 병 라벨에 활용
맥주 라벨 붉은 삼각형서 영감 얻은 피카소… 맥주 등장 작품 40여점
‘낮술 한잔을 권하다’ 박상천 시인, 금기를 깬 자아 그려
▲페테르 파울 루벤스가 1597년 그린 바로크 스타일의 유화 ‘아담과 이브’(오른쪽). 호가든 ‘금단의 열매’ 병 라벨에는 이 작품을 패러디한 그림이 들어가 있다.
벨기에 맥주인 호가든(후하르던) ‘금단의 열매’ 병 라벨에는 벌거벗은 남녀가 서 있다. 남자는 맥주가 반쯤 담겨 있는 맥주잔을 왼손에 들고 슬며시 여자에게 내밀며 권하고 있고, 여자는 눈을 내리깐 채 요염한 포즈로 맥주잔에 담긴 술의 향기를 맡고 있다. 남녀는 주요 부위만 잎사귀로 가리고 있고, 이들을 감싸고 있는 자연은 태곳적 이미지를 풍긴다. 맥주가 선악과보다 더 강한 유혹으로 인류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신(酒神) 디오니소스가 인류에게 술을 전해준 이래 술은 문학과 예술의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예술뿐 아니라 술병의 라벨에서도 영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술병에 붙어있는 라벨은 술의 얼굴이다. 사람의 얼굴에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녹아있듯 술병의 라벨에는 제품의 역사와 특징이 녹아있다.
술병 라벨에 이런 뜻이
호가든이 맥주병에 넣은 명화의 원작은 16세기 바로크 미술의 거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1597년 작 ‘아담과 이브’다. 거장의 그림에 상상력을 발휘해 에덴동산에서 아담이 맥주로 이브를 유혹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선악과라는 ‘금단의 열매’를 맥주로 치환해 이를 마시는 사람에게 묘한 긴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이런 그림을 넣었다. 한 모금만 마셔도 안락하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 매력을 가진 맥주라는 것을 보여준다.
▲벨기에의 레페 맥주. 맥주잔 문양에 수도원의 탑 모양이 형상화돼 있다.
맥주 라벨의 모양 자체가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경우도 있다. 벨기에의 맥주 레페는 1204년 벨기에의 노트르담 드 레페 수도원에서 탄생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레페의 라벨에는 수도원 내 성당 탑의 스테인드글라스 문양을 본뜬 황금색 문양이 들어가 있다.
멕시코 코로나 맥주의 상징인 왕관은 토착 종교와 결합된 가톨릭 신앙의 모습을 담고 있다. 16세기 스페인 군대가 장악한 멕시코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태양신을 숭배하고 있었다. 스페인인들이 원주민들에게 가톨릭교를 전파했지만 이들은 형식적으로 받아들였을 뿐 여전히 자신들의 토착신앙을 믿고 있었다. 이때 멕시코 과달루페 마을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다.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갈색 피부를 가진 전형적인 원주민의 형상. 스페인으로 상징되는 구대륙의 흰 피부를 가진 성모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성모 발현 7년 후 원주민을 비롯한 멕시코인 대부분이 토착신을 버리고 가톨릭 신자가 됐다. 이후 과달루페 성모 마리아는 멕시코인들의 신앙 속에 깊게 자리 잡으며 수호성인이 됐고, 이에 따라 마리아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는 그림이나 동상이 생겨났다.
▲세계적인 입체파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가 1914년 완성한 정물화 ‘바스병과 잔’(왼쪽). 이 그림에는 오른쪽의 바스병이 추상적으로 표현돼 있다.
맥주병 라벨에 붙은 문양이 오히려 화가에게 무한한 영감을 준 경우도 있다. 영국의 에일 맥주인 바스의 붉은 삼각형은 입체파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피카소는 ‘바이올린과 바스 맥주’, ‘바스병과 잔’, ‘바스병과 잔 그리고 담뱃갑’ 등 맥주가 등장하는 작품을 40점 이상 남겼다.
술과 문학
술병의 라벨은 알고 보면 뜻깊은 인문학적 역사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술병에 들어있는 내용물인 술은 문학에서 어떤 의미로 나타날까.
술은 문학을 통해 개개인의 삶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준다. 박상천 시인의 시 ‘낮술 한잔을 권하다’에서 술은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실존주의적 삶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낮술은 삶 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모든 금기 및 억압과 반대되는 상징이다. 박 시인은 “삶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선택의 갈림길에서 사회적 관습인 ‘금기’를 지키기보다 깨뜨림으로써 도전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술은 시대 상황을 나타내는 표상이 되기도 한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는 술, 그중에서 유독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의 처녀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부터 주인공은 계속 맥주를 마셔댄다. 이에 대해 허희 문학평론가는 맥주를 혼란의 시대에서 무라카미가 발견한 개인성의 상징으로 본다. 허 평론가는 “무라카미는 일본 대학의 폭력적이고 과격한 학생운동을 목격한 세대다. 그는 학생운동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거대 이데올로기가 인간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숙고하기 시작했고 이념에서 벗어난 개인성의 상징으로 맥주를 작품에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문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애주가였던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시집 ‘악의 꽃’에서 술과 관련된 여러 편의 시로 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노래했다. ‘고독한 자의 술’이란 시에서는 희망과 젊음 그리고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로, ‘술의 넋’에서는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로 술을 표현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 2015.09.15 맛 있어서 돈 생각 않고 산다고 해서 전어(錢漁)
어느새 바람이 선선하고 언제 그렇게 땀이나고 숨이 턱 막혔었나 싶게 날씨가 변했다. 이른바 천고마비의 계절! 수확의 계절이기도하고 덕분에 먹거리가 풍성한 계절이기도하다. 이렇게 가을의 문턱만 넘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있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 며느리가 왜 집을 나갔는지는 몰라도 그 며느리 식탐은 못말릴 정도였나 보다. 냄새를 맡고 먹고 싶어 다시 시집살이의 세계로 돌아오다니… 전어 굽는 냄새가 그 정도인가?
▲노릇노릇 잘 구워진 전어구이. /홍신애씨 제공
기름지고 맛이 풍성하기로 소문난 전어는 맛이 뛰어나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간다고 하여 돈 ‘전(錢)’를 사용해 전어(錢魚)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전에는 황해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전어 잡이가 성행했으나 지금은 주로 서해안 쪽에서 많이 잡히며 그나마 어획량도 급감하고 있다. 전어가 '금전어' 로 개명될 판이다.
요즘 전어는 너무 빨리 서둘러 잡아 크기가 손바닥보다도 작은 게 많다. 하지만 큰 것은 30㎝가 넘는 것도 있어 그냥 육안으로 봐서는 이게 정말 전어인가 싶다. 전어는 크기가 작아도 옹골차게 기름진 맛이 도드라지는데 통상 작은놈들은 뼈 채로 먹는다.
가을이 되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살이 통통히 오른 전어는 구워먹으면 참기름을 뿌린 듯 고소한 냄새가 난다. '가을 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 말' 이란 말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기름 맛이 고소하게 도드라지는 덕분에 전어는 뼈째 먹는 생선이지만, 물회로는 먹지 않는다. 그야말로 구워먹어야 제 맛인 생선인 것이다.
불에 전어의 기름이 녹아나면서 타다닥 소리를 내면 기름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며 타는듯한 고소함이 코를 찌른다. 전어의 겉면이 슬쩍 타도록 바삭하게 굽는 것이 나는 좋다. 그 바삭한 껍질을 뚫고 들어가면 나오는 촉촉하고 보드라우며 풍성한 맛의 속살은 껍질과 같이 씹어야 고소하다. 잘 구운 후 살을 후비면 잔가시가 많지만 그 가시도 무시하고 먹을만하다. 착한 눈을 한 전어의 머리를 앙 깨물면 그야말로 고소한 참기름 맛이 난다.
요리 연구가인 나에게 요즘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도 바로 전어에 관한 것이다. 전어는 등푸른 생선에 많은 필수 아미노산과 불포화 지방산이 많다. 그리고 가을이 되어서야 살이 오르고 이런 맛 성분들도 더 많아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냐는 질문에는 반드시 구워먹으라고 대답한다. 껍질이 바삭하게 갈색으로 그을리도록 구우면 왜 그 며느리가 다시 돌아오게 됐는지 약간은 이해와 공감이 갈 것이다.
홍신애 쌀가게 by 홍신애 오너 셰프(요리연구가)
2015.10.13 통통한 살로 입안을 칼칼하게 만드는 남대문 갈치 조림
언젠가 남대문 시장 안쪽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늘 가던 시장이었지만 요일에 따라 문을 닫은 상가건물이라도 있으면 이상하게 방향을 잃곤 한다. 그날도 흐리고 추웠던 초겨울의 어느 날로 기억되는데 유독 모든 기억되는 색이 회색이었다. 시장을 휘젓고 다니며 원하던 수입 상가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작은 간판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윤영이네'…. 왠지 모르게 이름이 낯익고 이응이 두 번 들어간 동그란 느낌의 윤영이란 이름이 맘에 들었다. 그래서 그냥 들어갔다. 뭘 먹고자 하지도 않았고 그냥 윤영이가 누군지 얼굴이나 봐야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식당 안쪽은 정말 작은 4개의 테이블이 있고 빨간 앞치마를 한 정말 우리가 '할머니' 라고 부르는 60대의 노모가 불 앞에 서 계셨다. "잉~ 어서와앙~" 이렇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시고 바로 갈치조림 먹으러 왔는가를 물으시기에 그렇다고 얼결에 대답을 해버렸다. 이 대답 이후로 나의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골목은 윤영이네로 바뀌게 된다.
▲갈치조림집 '윤영이네'의 터줏대감인 할머니와 다정하게 한 컷. /홍신애
날씨가 추워지는 10~11월이면 한반도는 살이 통통히 오른 국내산 생선들로 늘 풍년이다. 특히 갈치는 요즘 더 일찍 살이 오르고 조금 더 귀하게 잡혀 몸값이 천정부지다. 일반적으로 은색 비늘이 살아있고 몸에 상처가 비교적 없는 갈치는 채낚이 방식으로 잡은 귀한 녀석들이다. 사람이 낚싯대로 낚시를 하듯 일일이 낚아 올려 몸 상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은갈치' 라고 불리고 살이 얼마나 올랐는지, 몸의 길이가 최소 70센티 이상이 되는지 등 여러 조건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반면 그물을 던져 갈치를 떼로 잡아 올리는 것을 '먹갈치' 라고 하고 이 녀석들은 몸에 아무래도 상처가 많아 반짝이는 은빛을 유지하지는 못한다. 먹갈치를 대부분 크기가 작은 갈치라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그물을 사용해 잡아 올려도 큰놈 작은놈 크기는 다양하다. 다만 큰놈들은 은갈치 못지않은 가격으로 먹갈치라는 꼬리표를 떼고 그냥 '갈치' 로 거래되기에 대부분 먹갈치란 이름은 남겨진 작은 놈들의 몫이긴 하다.
종류야 어쨌건 지금은 갈치가 맛있을 때이다. 여름 내내 갈치조림은 감자 맛으로 먹어야했었다면 이젠 정말 갈치가 주인공인 갈치를 먹을 때이다. 생선은 대부분 큰놈들이 살도 두툼하니 맛있지만 '먹을 만한 갈치 사이즈' 의 다소 작은 놈들도 매콤 칼칼한 조림양념을 더하면 최고의 갈치로 둔갑이 가능하다.
▲고춧가루를 넉넉히 써서 텁텁하지 않고 개운한 갈치조림. 벌써부터 밥 한공기가 뱃속으로 사라져버린 것 같다. /홍신애
갈치조림에는 고춧가루를 많이 써야 맛이 텁텁하지 않고 개운하다. 마늘과 국간장으로 감칠맛을 내고 약간의 고추와 슬쩍 무심히 뿌려지는 참기름이 입안에서 마무리되는 알싸하고 고소한 향을 낸다. 색도 예쁘다. 빨간 양념이 안쪽까지 침투할리가 없는 상태의 갈치. 살을 쪼개면 뽀얀 속살이 적당히 빨간 양념에 적셔진다. 그리고 마무리는 잘 졸여진 무와 감자…. 갈치를 통으로 잡고 갈비처럼 뜯으면 연하게 부스러지며 입 안에 들어오는 속살이 사르르 녹는다. 이것이 갈치조림이다.
윤영이네의 갈치조림은 특별하지 않다. 자그마한 갈치에 큼지막한 무와 감자, 그리고 칼칼하게 간이 딱 맞는 양념이 양은냄비에서 바글바글 졸여 나온다. 시장에서 길을 잃은 나 같은 여자도, 늘 시장에서 손님들과 생활을 하는 남대문 터줏대감도 모두 한 자리에서 말없이 갈치에 집중한다. 이 순간만큼은 조용히 온전히 나를 위해 먹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인 것이다. 거기에 인심 좋은 할머님의 쾌활한 웃음과 작은 움직임이 있는 요리하시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고봉밥을 퍼 주시며 “모자라면 더 먹어~”라고 얘기하시는 것도, 달걀 프라이를 노른자가 50프로만 익도록 기가 막히게 한번만 뒤집어 익혀주시는 것도 모두 단골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다.
아참! 윤영이는 손녀 이름이고 실제로 요즘엔 할머니가 연로하셔서 윤영씨가 직접 나와 갈치조림을 만들기도 한다. 이 집은 남대문의 흔한 갈치조림 골목과는 좀 떨어져있지만, 그리고 원래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작은 가게이지만, 나에게 남대문 갈치조림집은 이제 이 집 한 곳 뿐이다.◎
홍신애 오너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