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安保 2022-02/ 02.03(목) 이제 정말 北 핵·미사일 방어 위한 군사 대비 논의할 때 - 02.28 대선과 우크라이나 사태 틈탄 북한 미사일 도발
무너진 安保 2022-02/
02.03(목) 이제 정말 北 핵·미사일 방어 위한 군사 대비 논의할 때

▲북한은 전날인 30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화성-12형'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31일 보도에서 '화성-12형'의 발사 장면과 이 미사일이 상공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지난달 30일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12형’을 쏜 뒤 “검수 사격”이라고 했다. 생산 배치되는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품질 검증 테스트를 했다는 뜻이다. 3500㎞를 날아가 미국 괌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2017년 IRBM 발사에 성공한 김정은은 ‘괌 주변을 포위 사격할 준비’라고 했다. 유사시 핵 탑재 IRBM으로 한반도 인근 미국 영토와 기지를 직접 공격하겠다고 협박한 것인데, 실제 공갈이 아니었다.
북한은 ‘화성 12형’에 달린 카메라로 찍은 지구 사진을 공개했다. 다음 도발은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같은 장거리 로켓으로 정찰위성을 올리려는 수순일 가능성이 있다. 2018년 미·북 쇼를 위해 잠시 멈췄던 ‘핵·ICBM 도발’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북이 추가 ICBM 도발로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하면 미국을 핵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미국도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겐 재앙이다.
북은 올 1월에만 7차례 미사일 도발을 했다. 대부분 한국군의 방어망을 무력화하는 신형 미사일들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듯하다. 북이 한국을 노리는 어떤 미사일을 쏴도 문 대통령은 ‘규탄’이나 ‘도발’이란 말조차 안 한다. ‘대화로 나라 지킨다’는 국군은 “요격 가능”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최근 북 미사일은 회피 기동으로 요격망을 뚫거나 ‘사드’ 요격 고도(40~150㎞)보다 낮게 날고 있다. 섞어 쏘면 어떻게 막나.
북 IRBM 도발에 야당이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하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사드가 ‘만능 방패’는 아니나 이번 북 IRBM처럼 중장거리 미사일을 고각(高角) 발사해 공격해올 때 요격이 가능하다. 사드로 1차 요격하고 패트리엇 개량형 등으로 2차 요격하는 중첩 방공망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방어망은 존재 자체로 북 오판을 막을 수 있다. 얼마 전에도 북이 성공한 극초음속체의 방어책으로 야당 후보가 ‘자위적 선제 타격’을 언급하자 여당은 ‘전쟁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북 미사일을 막을 방법은 내놓지 않았다.
김정은은 집권 10년간 한국과 미국을 핵 공격할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쏟았다. 한국 대선, 미·중과 미·러 충돌 등을 틈타 핵·미사일 전력을 ‘게임 체인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할 것이다. 협상용 ‘뻥 카드’가 아니라 한국 국민을 ‘핵 인질’ 삼는 게 목표로 드러났다. 지금 대선 후보들은 나라와 국민을 지킬 방안을 갖고 있는가. 이젠 정파를 떠나 북한 미사일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 진짜 대책을 이야기 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월 03일 임기 말까지 안보 저버린 文

김석 정치부 부장
북한은 설 연휴이던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2022년 들어 발사한 미사일 횟수는 7회나 된다. 5일과 11일에는 극초음속미사일을 1발씩 쐈고, 14일과 17일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각 2발, 25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한 달 사이 미사일을 7번이나 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며, 1번만 더 쏘면 지난해 미사일 전체 발사 횟수와 같아진다. 북한이 발사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사거리는 한국 전역은 물론 유사시 한국 방어를 지원하는 주일미군 기지와 괌 기지까지 닿는다. 특히 IRBM 발사는 북한이 지난달 19일 밝힌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조치(모라토리엄) 중단에 바짝 다가간 조치다.
정부는 북한의 7번째 미사일 도발이 벌어지고 나서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후 열린 NSC 상임위원회의에서는 ‘규탄’ 입장을 내놨다. 정부 반응은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이 올해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때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도발’ ‘규탄’ 등을 언급하며 북한의 심상치 않은 도발 행보를 경계해왔다는 점과 비교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지난해 초 8차 당대회에서 핵·ICBM 고도화를 천명하고, 지난해 7월부터 영변 핵시설 등을 재가동하자 경계수위를 높여왔다. 반면 그동안 정부의 대응은 임기 말 종전선언에 매달린 탓인지 느긋하기만 했다. 올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쏠 때마다 NSC 상임위를 열었지만, 기껏 한 말은 ‘우려’와 ‘유감’이었다. 이번 대통령 NCS 주재와 정부의 ‘규탄’ 입장도 북 도발 자체보다 대선 악영향을 고려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후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데 대해 우려된다”고 말해 ‘북한 도발이 대선 시기에만 문제가 되느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여당 대선 후보의 ‘규탄’ 언급 후에야 나온 정부의 ‘규탄’ 입장도 이러한 의구심을 짙게 한다. 게다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북한 IRBM 발사 4분 뒤인 30일 오전 7시 56분 ‘북한 미사일 발사에 관한 총리 지시’를 내각에 하달한 반면, 문 대통령의 NSC 전체회의 발언은 오전 11시쯤에야 나왔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오전 충북 청주에 있는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생산공장 방문 일정을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진행했다. 북한의 도발을 정말로 심각한 안보 위기로 여겼다면 보이기 어려운 행동들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안보의 보루인 군의 대응도 느슨하기 짝이 없다. 북한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때는 능력 폄하에 바빴고, IRBM 발사 때는 브리핑 계획도 공지하지 않다가 출입기자단 요구에 오후 1시에야 브리핑을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5년의 결과는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시간 벌어주기와 해이해진 군 인식, 한·미 동맹 균열이다. 문재인 정부가 누란지위(累卵之危)에 올려놓은 안보 상황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데 얼마나 많은 국민의 희생이 필요할지 걱정스럽다.
문화일보
02월 07일 軍 명령서 없는 ‘李 장남 특혜 입원’ 의혹, 즉각 수사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장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입원’ 의혹이 갈수록 커진다. 장남 이모 씨는 2013년 8월 입대 후 경남 진주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 복무하다 2014년 7월 29일부터 52일 동안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는데, 이와 관련한 ‘인사명령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훈련단은 입원 한 달도 더 지난 9월 4일에야 상급부대인 공군 교육사령부에 인사명령 발령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한다. 민간 기업에서도 인사 문건에 따라 인사 효력이 발생한다. 군대에서 명령서 없는 이동은 더욱 있을 수 없다. 부대 인근이 아니라 300㎞나 떨어진 병원에 입원한 사유도 불투명하다. 당시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선 임기 시작(2014년 7월 1일) 직후였다.
이 후보 측은 당초 “인사명령서를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5일엔 “군의 실수”로 돌렸다. 공군 측도 “인사명령서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심사 결과가 늦게 나오면서 공문 요청이 전체적으로 늦어졌다”면서 “미회신은 담당자 실책”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래도 명령서 없이 이 씨의 입·퇴원이 이뤄졌다는 본질은 그대로다. 게다가 양측 주장도 믿기 힘들다. 공군은 잇따른 성추행·사망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 즉각 강제 수사가 필요한 배경이다.
다음 해인 2015년 성남시는 국군수도병원이 포함된 국군의무사령부 부지의 용도를 보전녹지에서 자연녹지로 2단계 상향했다. 국군중증외상센터 신축, 응급환자지원센터 증축을 위한 것이라지만 시점이 공교롭다. 이 씨 입원과 용도변경에 연관성이 없는지도 수사해야 한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논란 당시에도 해당 부대 휴가명령서가 없었다.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명령 없는 부대 이탈은 곧 탈영이다. 이런 특혜 의혹은 ‘국방의 의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민·군 불신의 씨앗도 된다. 그만큼 더 명명백백한 규명이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09일 “‘평창 어게인’ 대신 결국 ‘미사일 어게인’…대선후보, 안보 최우선을”
■ 파워인터뷰 -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北, 지난달 7차례 미사일 도발
바이든 행정부 약점 파고든 것
中·러 밀착상황서 더 밀어붙여
하반기엔 ‘ICBM 카드’ 꺼낼 듯
核만 빼면 韓이 北에 앞선다?
안보에 가정법 쓰면 어떡하나
전단금지 - 9·19군사합의 최악
차기정부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인터뷰 = 김유진 기자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일곱 차례나 벌어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적 약점을 봤고, 그 틈새를 파고들어 움직이기 시작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은 북한에 대해선 상황 관리만 할 것”이라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으로 점점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평화’보다는 ‘안보’에 방점을 찍은 외교·안보 정책을 주문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 정책 중 종전선언과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9·19 남북 군사합의를‘최악의 3대 선물세트’로 규정하며 “차기 정부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 연구실에서 진행했고 이후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보완했다.
―북한이 지난달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유예) 중단을 선언하더니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도 발사했다. 북한의 최근 행동을 어떻게 판단하나.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까지 김 위원장은 그나마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뒷배를 통해 불법 환적 등의 일을 벌이며 버텼다. 그런데 마냥 기다린다고 미래가 오지 않고, 경제 문제에서는 사면초가에 놓인 처지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국제정치적으로 나설 타이밍이 언제인지를 지켜봐 왔던 것인데 중국, 러시아 같은 형님 국가들이 움직이니까 자기도 움직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어떤 국가가 나를 쳐다보겠느냐’ 하는 식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지난달 일곱 번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 현재 미국이 관여하는 외교 전선이 생각보다 크게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를 상대로는 우크라이나 문제가 있고 중국과는 대만 문제가 있다. 그런데 외교·안보 전문가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허점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여기서 틈새가 있다고 보고 파고드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는 제재를 풀어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지도자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선 상황 관리만 할 것이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 문제를 가지고 인기를 회복해야 하고, 코로나19 방역도 해야 하는데 북한 이슈를 가지고 무슨 점수를 따겠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 바이든 행정부 기간에는 북한과 미국이 계속해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한국이 직면한 한 가지 도전이다.”
―북한이 ICBM 발사 등으로 레드라인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나.
“도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자기 뒤에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더 밀어붙일 것이다. ICBM 카드가 있는데 궤도 재진입 기술을 어느 타이밍에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북한에서는 자신들이 재진입에 두 번 성공했다고 하는데 과연 믿을 만한 이야기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지구 궤도 밖으로 나갔다 들어올 때 고도의 마찰이 발생하면서 소재가 녹는다. 이걸 막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ICBM 발사 성공이 어려운 것이다. 2017년 발사 이후 5년이 됐는데 과연 어느 정도로 소재 개발이 됐는지를 봐야 한다. 아마 상당한 수준으로 기술을 진척시켰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제로 시험을 하기 전에는 장담할 수 없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것을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에 과시할 수 있게 된다. 올해 안에 그 부분이 증명되지 않으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게 성공하지 못할 경우 몇 사람이 숙청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 군부에서 고민의 시간을 갖겠지만, 지도자 입장에서는 이걸 안 보여주는 이상 다른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올 하반기에는 ICBM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본다. 핵실험 카드도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농축 기술이 완성됐기 때문에 추가로 실험할 필요가 없더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할 것이다. 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장착시켜서 하와이나 로스앤젤레스(LA)에 떨어지는 걸 보여주려면 핵실험과 ICBM 발사 두 가지를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 극초음속미사일 같은 것들은 다목적용이어서 의미가 크지 않다. 워싱턴의 약점은 시간이 갈수록 노출된다고 보고, 김 위원장은 미국을 밀어붙일 때 아예 구석으로 몰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다트머스대 대릴 프레스, 제니퍼 린드 교수 부부가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했다. 북한이 도발을 재개하면서 다음 달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핵무장론이 거론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때까지는 나도 비핵화론자였는데 그 이후에 한국의 핵 개발과 관련한 담론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재래식 무기로는 핵에 대응이 안 된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하면서 공포의 균형이 이뤄졌는데 우리도 이 모델을 검토 안 할 수 없지 않으냐는 생각이다. 자꾸만 ‘북한의 경제력이 우리의 54분의 1이다’ ‘핵만 빼면 우리가 북한에 앞선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만 전부 다 가정법 아닌가. 외교·안보 이야기를 하면서 가정법을 쓰면 어떻게 하나. 나는 일정 시점이 되면 핵무장 담론을 얘기하는 것이 지렛대가 된다는 입장이다. 베이징(北京), 평양, 워싱턴 모두를 상대로 하는 지렛대가 된다. 한국의 안보 우려에 대해 이해를 하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과 평양 사이의 거리는 뉴욕과 워싱턴의 거리보다 훨씬 더 가깝다. 그런 상황에서 안보 우려만큼 걱정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압박할 때는 한국도 핵 개발 담론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건 ‘전쟁과 평화’ 담론과는 다른 차원이다. 핵 개발 담론을 다루면서 북한과 협상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 대북 협상에 수차례 나가봤지만 그 협상이 영어, 중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진행되는 데도 훨씬 어렵다는 것을 체감했다. 남북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협상 테이블에 앉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도보다리에서 만나 남북 비전을 담은 USB를 건넸다고 하는데 그런 방식의 접근도 필요하지만, 핵 개발 담론도 필요하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남한과 도보다리 비전을 도모하는 게 나을지, 핵을 가진 남한과 공존하는 게 나은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카드를 아예 접어 넣었다. 북한에서는 이념이 민족보다 우세한데, 문재인 정부는 자꾸 민족이 이념보다 우세하다고 착각을 한다.”

▲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가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종전선언 등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文정부 외교 5년, 무의미한 종전선언 카드로 국력만 소진”
종전선언 추진에 南北 엇박자
‘나를 세 번 만나고도 모르나’
김정은도 文에 언짢아 할 듯
中, 한반도내 2개의 한국 바라
통일땐 동북3성 영토분쟁 걱정
北의 제재위반 교묘하게 용인
남북 관계는 70년간 쌓인 문제
일거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안보능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
―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어떻게 평가하나.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문 정부에 대해 북한은 상당히 언짢은 상태일 것으로 본다. 김 위원장이 생각하기에 ‘문 대통령은 세 번이나 나를 만나고도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렇게 모르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 저렇게 맥락이 안 맞는 카드를 꺼내 든 건지 의아해했을 것이다. 종전선언 추진은 남북 간에 엇박자가 나도록 하는 요인이었다. 종전선언 추진으로 인한 외교력 낭비가 우리 국력의 소모로 이어졌다는 점도 비판하고 싶다. 지난해 말 프랑스 의회에서 종전선언 추진에 찬성해줬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는데 세상에 공짜 외교는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종전선언이라고 하는, 의미도 내용도 없는 카드를 가지고 우리나라 전체 외교·안보 라인이 외국을 다니면서 국력을 소진시켰다. 종전선언 외에도 한국 외교가 할 일이 참 많은데 안타까운 일이다. 청와대가 왜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마도 미국의 대북 제재를 형해화하는 전략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에 절대로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 지난 1년이 넘도록 미국이 새 주한미국대사를 서울에 보내지 않았을까. 종전선언 문제로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구태여 일찍 보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다. 콘택트 포인트를 늘리지 말자는 것이다. 미국이 워싱턴에서 열 마디 하면 한국은 그 중 한마디를 서울에 가지고 가서 각색하고 왜곡하는데, 그런 빌미를 주지 말자는 의미도 된다.”
―그렇지만 남북 관계가 외면하기는 힘든 문제 아닌가.
“대북정책은 한국의 모든 국정에서 비중이 10%를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동안은 남북이 별개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한쪽이 이득을 얻으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구조인데 누가 양보하겠나. 지금 국정 비중의 절반을 북한 문제에 두고 해외에만 나가면 대통령이 북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다 공짜가 아니다. 반대편에서 ‘한국이 희망하는 게 저거구나’ 하고 반드시 거래 제안이 들어온다. 나는 1인당 국민소득이 4만5000달러 수준이 될 때까지는 북한 변수에 ‘올 인(All in)’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도 쉽게 하지 말아야 한다.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어떻게 그걸 하겠나. 김 위원장 같은 종신 지도자와 임기 5년짜리 지도자가 만나서 어떻게 쉽게 통일이 되겠나. 그럴 때마다 북한은 한국의 약점을 파고들고 우리는 저자세가 된다.”
―대북제재는 효과가 있다고 보나.
“제재는 생각보다 가혹하다.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망하고 돌아가면서 말한 게 있다. ‘적이 안 보이는 전쟁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10년 뒤에 다시 온다’ 이렇게 이야기했다. 미국은 10년 동안 베트남에 제재를 가했다. 지금은 베트남에 가면 쌀을 3모작 하지만 과거에는 집단농장 체계를 운영하면서 베트남에 쌀이 모자라던 때가 있었다. 미국이 가한 제재에다가 사회주의의 단점이 맞물린 결과였다. 베트남은 10년 만에 결국 손을 들었다.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란의 석유매장량이 엄청난데 테헤란에 가봤더니 주유소에 기름이 없더라. 제재라는 게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망의 구멍 역할을 하고 있는데.
“중국은 북한과 1400㎞라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국 문화혁명 시절에 중국 단둥(丹東) 사람들이 북한 신의주에 가서 밥을 얻어먹던 때도 있었기 때문에 서로 도와준다는 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소비재 품목에 관해서는 중국이 제재에 구멍을 내도 북한 인민들에게 결국 혜택이 돌아가게 되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헤아려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무기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 결국 ‘김정은 1호 금고’에 들어가는 돈은 차단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북한 내 경제 상황도 굉장히 심각해졌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접어드니까 타개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재미난 것이, 김 위원장이 2011년 북한의 정식 지도자로 나선 뒤 오매불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바랐다. 그런데 중국에서 계속 거부했다. 그 교착 상태를 풀어준 게 결국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게 나쁘지 않았을 것이고 덕분에 김 위원장의 활용가치가 높아지면서 시 주석과의 만남도 다섯 번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제재망에 자연스럽게 구멍이 난 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도 이런 상황을 탐지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중국에 가까운 공해 상에서 선박을 나포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고 추가 제재가 시작되면 이를 감시하려는 선박들이 한반도 해역 쪽으로 더욱 근접하게 된다. 중국의 제재 위반 사례도 계속 발표될 것이다. 제재는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일각에서 나오는 중국의 역할론은 어떻게 평가하나.
“상당히 회의적이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딱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한반도에는 두 개의 한국이 있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현상유지다. 중국은 현상을 깨는 어떤 행위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억지로 동의하지만 뒤에서는 남북이 ‘원 코리아’로 가는 걸 막기 위해서 제재 위반 행위를 교묘하게 용인해준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한국이 통일돼 영토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걱정한다. 동북 3성이 어지러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 해방군은 평양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군이 38도 선을 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통일된 한국을 완성하기가 쉽겠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 의향도 없고, 의지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미·중 갈등 시대에 북한의 효용가치가 높아졌던 경험을 음미할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여야 대선 후보들의 대북 정책 및 안보 공약은 어떻게 보나.
“이 후보, 윤 후보 모두 지금은 평화가 아니고 안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 가지고 이야기가 많은데 이해는 하지만 괜히 논쟁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 한국형 3축 방어체계로 북한의 고도화된 미사일을 막을 수도 있는 것이고 3축으로 안 될 때는 사드를 추가로 배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오직 안보만이 기준이 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매우 잘못됐다고 본다. 우리가 왜 나서서 그렇게 개념화하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화두다. 우리의 안보는 한·미 동맹으로 지킨다는 것까지만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다. 우리의 해외 수출액은 중국이 1위지만 외국의 대한 투자액은 미국이 1위다. 그런 화두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외교 정책의 핵심을 간과하는 일이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한다. 그것은 어떤 나라의 간섭도 배제하는 것이다’까지만 이야기하면 된다. 평양에 대해서는 평화를 지나치게 강조했다. 그런데 북한이 비난했던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 문 대통령이 빈도수에서 단연 1등이다. 북한이 그만큼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남한의 비전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이명박 정부 당시에 러시아까지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철도·도로 연결 사업 시도를 해 봤다. 당시 우리 정부에서 북한에 토지사용료로 연 1억 달러 정도를 주겠다고 러시아를 통해 전했더니 거절당했다. ‘우리를 돈으로 평가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또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이야기하면 이 정부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평가가 어떨지 왜 생각을 못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문 정부는 북한에 높은 기대를 심어줬지만 결국 실망만 하게 만들었다.”
―대선을 앞두고 ‘북풍’ 우려가 제기되면서 여야 모두 실익을 따지느라 복잡할 것 같다. 새 정부 출범 이후의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도 있다.
“진보 정부가 또 들어서면 남북관계는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려워진다. 이 후보에게는 최근 북한의 연쇄적인 미사일 발사가 악재다. 문 정부는 ‘2018 평창 어게인’을 하려고 했는데 ‘미사일 어게인’이 돼 버렸다. 그러니 이 후보는 중도층을 잡기 위해서는 문 정부와 차별화로 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한이 어떻게 나올까. 북한 입장에서는 진보 정부나 보수 정부나 가릴 게 없다. 미국하고 문제를 풀지 않으면 다 미봉책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지난 2018년에는 김 위원장도 처음이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했던 것이다. 누구 한쪽이 먼저 손 내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연결자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뉴욕 채널이나 수많은 채널을 통해서 어떻게 미국과 소통해야 하는지 김 위원장도 충분히 학습했다. 구태여 서울에 중재자 요구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후보나 윤 후보 모두 문 대통령과는 다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남북 관계는 분단 이후 70년이 넘게 쌓인 문제다. 그것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시도는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가 북한을 붕괴시킬 만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안보 능력을 확보하면서 좀 더 선진국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우선이다. 문 정부 들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잘못한 정책이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외부 세계의 정보를 유입시키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만든 것과 종전선언, 9·19 군사합의다. 북한에는 3대 종합 선물세트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최악의 선물이다. 차기 정부는 이 부분만큼은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대북 지렛대들을 왜 자꾸 버리는지 모르겠다.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데 어떻게 군사합의가 유효할 수 있겠나. 군사합의의 부작용이 한·미 동맹을 삼류 동맹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 훈련하지 않는 동맹은 결국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 태세를 갖출 수가 없다. 지금 합동참모본부에 있는 장교 중 한·미 연합훈련을 경험하지 않은 장교가 30%를 넘었다고 한다. 그들이 앞으로 장군도 되고 성장하는 것인데 걱정이다. 군대가 실전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애꿎은 국력만 소비하며 안보불안을 야기시켰다.”
02.10 김정은에 속아 평화만 외친 5년, 얻은 게 뭔가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 결산

북한이 연일 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위협’이나 ‘도발’이라는 말도 못하다가,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종전선언만 해주면 북한을 북·미 대화로 이끌 수 있다”고 미국을 설득하다가,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꾸조차 없이 미사일을 계속 쏘아대자 우리 정부는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선전하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결과는 무엇이고, 왜 북한이 평화는커녕 온갖 핵·미사일을 지속해서 개발하며, 한국을 인질 삼고 북·미 대결을 재연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중국 병법가 손자는 “상대방을 모르고 우리 편을 모르면 매번 전쟁에서 위태롭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고 했다. 문 정권의 대북 정책 실패는 북한을 제대로 모르고, 한국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허망하게 끝난 한반도운전자론

▲한반도평화워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위적 국방보다 정권 합리화와 위업을 입증하기 위해 핵무기를 완성했다. 기회가 되면 미국 대통령과 일대일로 협상해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남북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핵 보유를 서둘렀다. 핵 완성 이후에는 핵·평화 논리를 정교하게 만들었다. 북한이 핵을 완성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북핵을 반대하는 미국과 한국 보수 세력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해치기 때문에 제거돼야 한다고 선전·선동했다. 비핵화를 하려면 대북 군사 위협과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해왔다.
문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도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 한반도운전자론을 들고 나왔다. 김 위원장의 “북한에 대한 군사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말에 속았든지, 오판했든지 간에 문 정권은 북·미 정상회담만 주선하면 북한이 비핵화할 것으로 믿었다.
한국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까지다. 문 대통령의 주선으로 김정은과 트럼프가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때부터 김정은이 대리운전자로 운전대를 잡았고, 문 대통령은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문 정부는 비핵화를 트럼프에게 맡기고, 평화만 추구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운전자는 대리운전자에게 목적지를 계속 상기시켜 확실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해야 한다. 운전대를 잡은 김정은에게 문 대통령은 부단히 남북, 북·미 회담의 근본 목적이 비핵화라는 걸 상기시켜 주어야 했다. 그런데 김정은의 말만 믿고 문 정부는 북한이 지적하는 군사 위협과 적대시 정책을 없애주는 일에 분주했다.
김정은의 전략은 핵보유국 지도자로서 트럼프와 시진핑만 상대하는 것이었다. 한·미 이간과 미국 매파·비둘기파 이간엔 김영철을 이용하고, 남한 정부를 이류 파트너로 하대하기 위해 김여정을 활용했다. 이때부터 원래 목적인 비핵화는 실종되고, 남한 정부는 북한이 가리키는 군사 위협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서명했다.
위협을 위협이라 못 부르는 한국 정부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관철하려던 건 1991년부터 군사 위협이라고 주장한 한·미의 첨단 감시·정찰 능력을 제거하고, 서해 통항 질서를 관철해 서해 덕적도까지 해상 군사훈련을 못 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때 우리 군은 『국방백서』에서 북한 핵·미사일이 한국에 위협이 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딱 한 줄 “북핵·미사일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하며 한국을 빼고 한반도를 넣었다.
그 후 우리 군에서는 정치권 눈치만 보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나 미사일 시험을 위협이나 도발이라고 부르지 못했다. 2019년 5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처음부터 도발이라고 부르고 대응했다면 지금쯤 북한이 황당무계한 “이중잣대” 운운하며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었겠는가?
우리 군은 1991년부터 위협이라고 여긴 북한 황해도에 전진 배치한 장사정포·방사포를 후방으로 이동시키거나 폐기하는 문제에 대해 9·19 군사합의에 포함하지도 못했다. 덕적도까지 서해 완충 구역을 설정한 것과 감시·정찰 금지구역을 넓게 설정한 건 누가 보아도 북한에 유리한 합의였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김정은은 트럼프에 대한 불신과 좌절감, 체면 손상, 문 대통령에 대한 분풀이로 미사일 시험을 계속했고, 2020년 6월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그때 평화 환상에 젖은 통일부 장관은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을 향해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도 평화를 외치는 자가 더 정의롭다”는 잠꼬대 같은 말을 했다.
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이나 남한 정부에 대해 온갖 욕설을 해도 대꾸도 못 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첫 항목인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외교전에 나섰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아무런 실질 조치도 하지 않고 미사일만 시험 발사하는데 대통령이 미국·유럽연합(EU) 등을 방문하며 제재 해제를 요청하니 한국 외교는 국제 신뢰를 잃어갔다.
게다가 문 정부는 외국 신진 학자들을 초빙해 문제는 북한을 적대시하는 미국에 있지, 북한에 있는 게 아니라는 허상을 주입했다. 한국을 다녀간 외국 신진 전문가들은 “북한 핵·미사일이 위협이 아니라, 그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미국·한국의 국방부가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비둘기파만 득세한 대북 협상
북한을 제대로 모르고 북한 당국자 말만 믿은 폐해가 계속 나타나고 있음에도 문 정부가 비본질적인 종전선언을 추진하던 중 북한 미사일 발사는 계속되고 있다. 확증편향의 폐해가 드러난 것이다.
손자는 “상대방은 몰라도 자신만 잘 알고 있으면 한번은 승리하고 한번은 패한다(不知彼知己 一勝一負)”고 했지만, 우리 대북 정책의 문제점은 우리 편끼리 갈라져 우리의 강·약점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문 정부는 출범 때부터 김정은이 핵무기를 개발·실험하는 이유가 이명박·박근혜 적폐세력의 대북 강경 정책 탓이라고 했다. 김정일·김정은의 핵 개발의 본질과 전략을 잘 아는 전문가들을 무시했다.
통일연구원의 지난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고, 80%가 북핵은 한국에 위협이라고 답했다. 이를 억제하려면 한·미 동맹 강화가 필요하다(93%)고 말했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여론을 무시하고 평화만 부르짖고 있다. 한·미 동맹 강화를 주장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미국이 한국인의 자주적인 생각을 가스라이팅(마비·조종)한다며, 동맹파를 안보 장사, 반민족파, 호전파라며 적대 세력으로 몰았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권을 양분하며, 한·미 동맹을 약화한 결과, 대북 협상에서 한국의 협상력은 형편없다. 국민을 진보 대 보수, 동맹파 대 자주파, 핵과 재래식 무기의 연계파 대 불연계파, 평화파 대 안보파, 매파와 비둘기파를 분열시킨 결과다. 북한조차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 군부가 싫어한다”며 북한에 있지도 않은 매파·비둘기파를 써먹으며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짜내어 왔는데, 정부는 감성적인 평화파만 데리고 남북 협상을 해 왔다. 그러니 대북 협상에서 제대로 할 말 하면서 국익을 챙겨올 수 있었겠는가.
김정은 심기보다 국익 앞세워야
이제 대북 정책은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국민 안위를 김정은·김여정의 심기보다 몇백 배 중하게 여기며, 위협을 위협이라 부르면서 국민이 걱정하기 전에 안보를 살피는 국민군대로 거듭나야 한다.
국력과 국민적 지혜를 총결집해 북한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를 향해서도 당당하게 우리 실력과 잠재력을 발휘해 국익을 챙기는 대한민국을 국민은 원한다. 우리 강점을 의도적으로 비난하고 약화하려는 북한 전략에 말려들지 말고, 우리 강점을 활용해 북한 약점을 공격함으로써 국익을 확보하는 지피지기 외교안보전략을 집행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북한 핵·평화 논리의 허구성을 극복하는 비핵·평화 논리를 세우고, 남·남 갈등을 해소해 국론을 결집하며, 한·미 동맹의 강점을 활용해 핵·미사일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궁리를 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감성적 평화주의에 물들지 않고, 동포·억류자·국군포로 수십 명만이라도 데리고 오는, 평화 사랑을 실천하는 정부를 국민은 바란다.
중앙일보 한용섭 우리국익가치연구회 대표·전 국방대 부총장
02.16 극초음속 미사일로 도발 수위 높인 北, 올림픽 후 더 큰 긴장 일으킬 것
‘범이 내려온다’가 아니고 미사일이 내려온다. 임인년 새해 정월에 한국의 호랑이가 내려와 코로나의 액운을 퇴치할 것으로 잔뜩 기대했는데 북쪽에서 미사일 종합세트가 날아온다. 각종 미사일을 ‘검수 검사’라는 미명 아래 무작위로 쏘아댔다. 1월에만 7차례의 미사일 발사는 김일성, 김정일 집권 시기를 포함해도 초유의 일이다. 역대 최대 도발이다.

▲북한 미사일 도발 관련 이재명·윤석열 후보 발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신년 벽두부터 군사모험주의 카드에 올인하는 것인가? 김정은은 지난 1월 17일 4번째 미사일 발사 이후 폭탄선언을 했다. 2018년 4월 선언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 조치(모라토리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코로나 발생 이후 국경 봉쇄로 군사력 증강 이외 나머지는 개점휴업이다. 집권 10년이 되었지만 2014년 신년사와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약속한 ‘휘황한 설계도’는 미사일과 핵실험 이외에는 공염불이 되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모라토리엄 종료 선언의 함의를 살펴보자.
연초 7차례 미사일 발사와 모라토리엄 종료 선언은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월 김정은이 선언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은 사면초가인 경제 분야와 달리 비약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선언했지만 경제와 민생은 내팽개치고 국방에 베팅한 결과다.
김정은은 1월 11일 시험발사 현장에서 만면에 웃음을 띠고 ‘대성공’이라고 선언한 극초음속미사일 등을 선보였다. 설 연휴 기간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화성-12·14·15를 순서대로 발사한 ‘미사일 어게인 2017′을 재현한 셈이다. 한미 요격망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의 대결 국면 조성으로 인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전가하는 전술이다. 코로나 비상방역은 북한의 무역 규모를 10분의 1로 축소시켰다. 단둥-신의주 물자 보급로가 차단되면서 장마당 판매대에는 물건이 사라졌다. 국가기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중국 단둥을 출발한 열차가 신의주에 도착하자 중국에서 온 물품을 확보하려고 북한 권력 기관이 아귀다툼을 벌였다. 북한 경제가 응급실에 있는 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주기적인 대외 긴장 고조는 북한 체제의 전통적인 핵심 통치술이다. 정보가 통제된 북한 인민들은 김정은의 교묘한 통치전략에 속수무책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3대 세습 체제가 가능한 이유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모라토리엄 종료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세력균형이 요동치는 틈을 이용해 대북제재 해제에 올인하는 전략이다. 김정은은 1월 19일 정치국 회의를 열고 “미국의 날로 우심해지고 있는 대조선 적대 행위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 없이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 과업들을 재포치(다시 전달)했다”고 매체들이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을 마친 후에는 미·중 갈등 국면이 재연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경의 전운으로 미국의 전선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북한 편을 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모라토리엄 종료 선언 이후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질주하는 김정은의 영상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종언(終焉)을 울렸다.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평양과의 평화 논의는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 워싱턴과 평양의 동상이몽을 ‘운전자론’을 내세워 억지로 꿰맞추려는 한반도평화 프로세스는 가면극에 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이집트 순방에서 “2018년 9·19 군사합의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며 “평화는 우리가 강하게 염원할 때 이뤄진다”고 했다. 약자가 평화를 노래하면 오히려 전쟁을 불러온다는 점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남한 대선판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주었다. 법조인,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의 여야 대선 후보들이 벼락치기로라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학습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북한 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에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하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사드를 수도권에 배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수도권에 날아오는 저고도 미사일에는 한국형방어체계로도 충분하다고 TV토론에서 격렬하게 반박했다. 그나마 후보들이 공허한 비핵화 논의보다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철저한 방어체계를 논의한 것은 바람직하다. 북한 변수가 대선 토론판에 일자리 및 부동산 등과 함께 중심 화두로 등장한 것은 평양의 공세적인 미사일 전략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다.
북한이 ‘품질 검사’를 명분으로 IRBM인 화성-12형을 4년여 만에 쏘아 올리면서 이른바 임계치로 간주되는 ICBM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4월 15일 110회 김일성 생일과 4월 한미연합훈련 전후 인공위성으로 가장해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핵실험의 카드도 만지작거릴 수 있다. 최근 북한이 북·중 국경 지역인 자강도 회중리에 ICBM 비밀기지를 완공한 것은 1950년 12월 하순 김일성이 국군과 유엔군에 밀려 자강도 만포시 별오리 지하벙커에 모여 중공군의 참전만을 기다리던 별오리 회의를 연상케 한다. ICBM 발사 이후 예상되는 미국의 ‘외과수술적 공격(surgical strike)’이 두려워 중국 국경 쪽으로 숨어버리는 전술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을 등에 업고 미국에 대응하는 전략은 3대 세습 이후에도 불변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대선판에서 여·야 후보 모두가 외교 안보에 대한 소양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최고 지도자의 어설픈 감성주의나 맹목적인 선입견이 가져온 외교안보 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실현성 없는 종전선언으로 인한 외교력 낭비도 목도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참으로 결정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지도자는 전쟁을 막는 데 소명이 있지만 적의 칼끝이 목전에 왔는데도 평화만을 노래하면 직무유기다.
조선일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02월 18일 유엔도 의문 제기한 靑 ‘공무원 北 피살 정보 공개’ 거부
방한 중인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과 관련된 정보를 청와대가 왜 공개하지 않는지 의문을 표했다고 한다. 법원이 정보 공개 판결을 내리자 청와대가 항소를 한 것에 대해서도 “도대체 왜 항소를 했으며, 항소할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피살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씨 등과의 면담에서 나온 질문인데,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와 싸워온 관록 있는 인권 변호사이자 국제법 전문가로서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 행태가 도저히 납득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씨는 청와대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고, 청와대가 거절하자 국가안보실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11월 “군사기밀을 제외한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이고 국가안보에 직결된 기밀이 있다”는 청와대 의견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재판을 끄는 사이에 임기가 끝나고 국가기록물로 분류해 ‘봉인’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그래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에서 인권 후진국으로 비판받는 것은 물론 정보 은닉까지 한다는 망신을 당하게 된다. 국격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도 허무는 일이다. 당장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18일 ‘흉악한 사드’ 발상과 3축체제 몰이해

김태우 前 통일연구원장
‘3축 체제’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우리 군(軍)이 추구했던 선제타격(킬체인), 방어(KAMD), 응징보복(KMPR) 이 3가지 역량을 말한다. 지난 1월 중 북한이 7차례나 미사일을 쏜 직후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후보들이 ‘3축 체제’ 논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선제타격을 위해서는 공격 징후를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그 정도로 세밀하게 북한을 들여다보려면 200여 개의 정찰위성이 필요하지만, 국군이 가진 군사위성이라곤 통신위성 1기뿐이다. 정찰위성들이 있어도 터널 속이나 가림막 아래서 진행되는 공격 준비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 방어도 그렇다. 국군의 PAC-2와 천궁-2 및 주한미군의 사드(THAAD)는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로서 변칙기동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 미사일 등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렇듯 선제타격과 방어에는 기술적 제약이 많고 재정 수요도 엄청나다. 게다가 방어는 공격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므로 억제 효과가 떨어진다.
이에 비해, 응징보복은 억제 효과가 직접적이면서도 다양한 방법이 있어 적은 비용으로 추구할 수 있는 게 많다. 핵무기 아닌 재래 폭탄으로도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을 ‘평양 불바다’ 위협으로 상쇄할 수 있으며, 광역지대 파괴용 미사일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지 않는다. 도발 명령자 개개인을 노리는 참수작전의 경우 침투성과 정확성이 담보된다면 제한된 장비와 몇 발 탄환으로도 공격을 엄두 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국군에는 응징보복에 더 큰 비중을 두는 3축 체제가 필요하지만, 이에 관한 합의는 아직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대선 후보가 선제타격력을 강조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북한이 1분 이내에 서울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미사일들을 부지기수로 가지고 있는데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하겠다고 한다면 그게 더 문제다. “사드 같은 흉악한 것 말고 보일러를 놔 드리겠다”는 비아냥거림이 있었지만, 북한 미사일 수에 비해 방어 미사일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렇게 말해선 곤란하다. 국민을 지키는 방어란 재정과 기술이 허용하는 한 다다익선이다.
‘북한이 우리 방어망을 돌파하는 미사일들을 개발했는데 사드가 왜 필요한가’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의 대부분이 여전히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틀린 말이다. 응징보복에 대해서도 ‘얻어맞고 난 후 보복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응징보복력의 목적은, 도발하면 반드시 상응하는 응징을 당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공격을 억제하는 데 있다.
현재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 중·러의 북핵 두둔, 중국의 팽창주의 등은 한국이 혼자 감당하기에 벅찬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동맹 및 우방들과의 안보 공조를 강화하면서 부지런히 독자 역량을 키워야 한다. 3축 체제라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어떻게든 전쟁이나 공격을 억제해 보려고 구축하는 것이다. 즉,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이를 두고 ‘호전적 의지’ 운운하는 것은 정말 괴이한 일이다.
문화일보
02.21 [단독] 尹캠프 간 文정부 별 5인방 "靑, 유엔사 약화 원했다"
“청와대는 유엔사령부의 기능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길 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문재인 정부 군 지휘부 5인방(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부사령관, 해병대사령관)이 18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왔다. 청와대가 지난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용산기지 내 연합사 등의 평택 조기 이전을 종용했다”는 주장과 함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군 수뇌부 출신 예비역 장성 5명이 18일 서울 모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른쪽에서부터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이왕근 전 공군참모총장,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 전진구 전 해병대사령관. 우상조 기자
장성을 뜻하는 별의 갯수만 총 19개, 5명의 예비역 대장ㆍ중장이 언론과 단체로 인터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인터뷰에 나선 예비역 장성들은 “청와대는 종전선언을 위해 유엔사를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2019년 4월~2020년 9월 재임)은 “청와대 회의(2019년 12월)에서 ‘유엔사가 왜 작전 권한 확대를 시도하느냐’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며 “정부의 개성공단 지원을 유엔사가 방해하고 저지하려 한다는 이유로 유엔사를 약화시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사와 어떤 협의도 없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리 주체에서 미국 측을 빼고 남북한이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유엔사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최 전 사령관에 따르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추진한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고성 GP(감시초소)’의 민간인 개방 문제도 갈등의 불씨였다. 해당 GP는 ‘9ㆍ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경계 병력이 철수한 곳으로 올해 1월 1일 탈북민 월북 사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최 전 사령관은 “(청와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전초 작업으로 ‘평화의 길’을 조성하면서 GP와 전방 철책 개방을 원했다”며 “유엔사가 기본적인 안전 조치를 들며 의견을 존중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유엔사 해체 주장은 그간 여권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시절이던 2020년 8월 “유엔사는 족보가 없다”며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남북관계의 가장 큰 장애물”(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2019년 9월), “유엔사가 말도 안 되는 월권을 행사한다”(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2020년 5월) 등의 발언도 나왔다. 이와 관련, 최 전 부사령관은 “한두 사람이 아니라 청와대의 전반적인 기조가 이런 의견들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사 해체는 북한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27일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유엔 회의에서 “미국이 유엔사를 불법으로 설립했다”며 “사악한 정치ㆍ군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평화 유지라는 구실로 유엔의 이름을 악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전 부사령관은 “청와대가 연합사 부지를 비롯해 드래곤힐 호텔 등 용산 미군기지 시설의 평택 조기 이전을 종용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드래곤힐 호텔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방한할 때 숙소로도 쓰는 곳인데, 대체 시설을 마련하는 등 관련 예산조차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부터 하자’는 식으로 밀어붙였다”며 “선거(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정치적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단독] "文정부, 국민의 군대를 당의 군대로 만들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군 지휘부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들은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야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어렵사리 한 자리에 모아 그 이유를 들어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한 문재인 정부의 군 지휘부. 왼쪽부터 전진구 전 해병대사령관,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 이왕근 전 공군참모총장, 최병혁 전 연합사부사령관. 우상조 기자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 이왕근 전 공군참모총장,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 최병혁 전 연합사부사령관(이상 예비역 대장)은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다. 전진구 전 해병대사령관(예비역 중장)만 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 13일에 취임했다. 이들의 별 숫자를 다 합하면 19개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용우 전 총장=왜 문재인 정부의 군인들, 그것도 고위 장성이 등을 돌리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군을 전문가 집단으로 존중하기보다는 여전히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선진국가, 선진군대가 되려면 건강한 문민통제, 건강한 민군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국가와 국민의 군대가 돼야지, 당의 군대처럼 특정 정권만을 위한 군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현 정부는 마치 당의 군대처럼 선택적 충성을 하도록 만들었다. 국가와 국민의 군대가 돼야지, 당의 군대가 말이 되나.
김 전 총장 등은 당시 “고위직으로 임명받은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진급과 보직은 사사로운 시혜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용우=건강한 문민통제, 건강한 민군관계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1961년 5ㆍ16 군사정변으로 군이 정치에 개입한 지 30년이 더 넘어 1987년 민주화가 이뤄졌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또 지났다. 이제는 군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 지금 이 시대에 민의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에 의한 합법적 문민통제를 거부하거나 불복하겠다는 군인은 결단코 없다. 그러므로 군을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만 삼아선 안 된다. 군인은 의료인, 법률가처럼 전문직이다. 문민 통제는 군인을 헌법 수호자로 만들면서 동시에 군인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안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군인과 국가』에서 ‘군인의 가장 위대한 복무는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군인의 길을 묵묵히 용감하게 걸어가는 것’이라고 썼다. 군인은 전문성, 책임, 명예를 중시한다. 그걸 지켜줘야만 군인들이 강한 안보를 만들어낸다. 그 보상은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이 군을 무시하고 군이 무너지면 국가도 불안정해진다.
김용우=군은 국가의 폭력을 합법적으로 관리하는 전문조직이다. 그들이 칼을 올바로 사용하도록 통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들의 칼이 무디게 해서는 안된다. 전임 정부에서 일했거나, 그 라인에 있었다는 이유로 진급과 보직에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 군인들은 국민이 세운 정부에 충성을 다하고 있는데 정권이 바꿨다고 불이익을 주면 이는 군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고 군을 정치화하게 된다. 또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총장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 거스 히딩크 감독 이전의 한국 축구를 생각해보면 된다. 장관이나 총장이 원하는 사람을 적기에 쓰기 어려운 구조라면 어떻게 팀워크를 발휘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누가 적합한지는 군이 가장 잘 안다. 군을 신뢰하고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 검증은 필요하나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검증은 군에서 투명한 절차를 거쳐 추천한 소수 인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넘어서 저인망식으로 검증하려 하면, 군의 인사체계가 무력화되고, 지휘권이 약화된다. 한마디로 군의 시스템을 신뢰하고 그들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군이 기강과 사기가 살아나고 정부와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군 본연의 모습이 드러날 것을 확신한다.
이왕근 전 총장=지휘권을 존중해줘야 한다. 위에서 압력을 넣고 흔들면 밑에서 명령을 듣질 않는다. 지휘권이 엉망 돼 군이 오합지졸이 될 수 있다.
이들은 현 정부가 군에 대한 예우를 다 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그 사례로 2018년 7월 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이 추락해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사건을 들었다.
전진구=마린온 유족이 원한 건 청와대의 조문이었다. 그런데 뒤늦게 일주일이 지나 영결식장에 국방개혁비서관이 내려왔다. 일부 유족이 비서관의 멱살을 잡는 일도 있었다. 문 대통령의 조문까진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청와대가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군 내부의 여론이 좋지 않았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고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리온은 문제가 없다’고 밝혀 화를 돋웠다.
이왕근=내가 공군작전사령관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한ㆍ미간 훈련이 굉장히 강력했다. 당시 매년 하반기 미국과 ‘비질런트 에이스’라는 공중 연합훈련을 열기로 합의했다. 실제 전시처럼 24시간 훈련을 돌리면서 작전계획에 따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점검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비질런트 에이스뿐만 아니라 상반기 연합훈련인 ‘맥스 선더’도 축소했다. 미군은 대비 태세를 높이기 위해 훈련을 자꾸 하자고 요구한다. 그런데 우리가 제한하니 미군은 부족한 훈련량을 채우기 위해 미 본토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ㆍ미 동맹의 모토는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인데, 같이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전진구=해병대는 미 해병대와 끈끈한 사이다. 매년 15~20회 미 해병대와 연합훈련을 벌인다. 이 때문에 미 해병대 1~2개 대대가 1년 내내 한반도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훈련이 축소되다 보니 동맹의 근간이 많이 흔들렸다.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내려갔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 제3해병원정군사령관과 서북 도서를 다 다니면서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전술적 견해를 나눴다. 그런데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그와 같은 작전지도가 사라졌다.
최병혁 전 부사령관=정치인들은 전작권을 미국이 행사한다며 ‘한국에 군사주권’이 없다고 호도하고 있다. 한국은 군사주권이 있다. 한ㆍ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는 한ㆍ미 양국의 합동참모본부ㆍ국방부ㆍ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작전권을 행사한다. 주식회사로 비유하자면 지분이 50대 50인 구조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정치권은 ‘장군들이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는다’며 군을 모욕했다. 전작권을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전력을 도입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능력을 다 갖춘 뒤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게 원칙인데, 현 정부는 먼저 전환부터 하자고 했다. 미군들도 사적인 자리에선 솔직히 우려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제 북핵이 너무 고도화돼 현재 양국 간 합의된 수준의 첨단 무기와 군사지휘체계로 감당이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버웰 벨 전 연합사령관이 '전작권 전환은 위험하다'고 얘기하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윤석열 후보의 선제타격 언급에 대해 “정치 지도자가 공공연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한반도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고 정세를 불안케 한다”며 비판했다.
심승섭 전 총장=윤 후보가 무력한 현 정부와 대비할 수 있도록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자이기 때문에 ‘선제타격’을 얘기할 수 있다. 국가의 안정과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갖추자는 차원에서다. 군통수권자가 말할 수 없다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김용우=군인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부 정책을 구현하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게 맞다. 개개인 가치관은 중요하지 않다. 남북한이 9ㆍ19 합의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총장으로 육군의 입장을 전달했다. 일부는 반영됐고, 일부는 반영이 안 됐다. 9ㆍ19 합의가 남북간 전략적 안정성에 기여한 건 사실이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전략적 차원의 정책이기 때문에 작전ㆍ전술적 차원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어서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9ㆍ19 합의와 별개로 현 정부가 북한에 대해 굴종적인 태도를 보인 건 바꿔야 한다.
이들은 군 지휘부가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한 임기를 보장받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대규모 군사 훈련과 연합훈련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겠다고도 했다.
심승섭=사회가 현역 군인을 존중해주고, 군복을 벗은 사람의 헌신ㆍ봉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려면 임무를 수행하다 희생당한 전사자와 순직자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유가족을 제대로 예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고 군의 잘못까지 덮자는 것은 아니다. 이게 윤 후보의 생각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02월 22일 '北 6·25 때 종교인 1145명 집단학살’ 공식 확인한 의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북한군이 6·25전쟁 때 퇴각하면서 종교인을 집단학살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조사 결과를 21일 내 놨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팀에 의뢰해 조사한 보고서 ‘6·25전쟁 전후 기독교 탄압과 학살 연구’에 따르면, 북한군은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직후인 1950년 9월 26일 ‘반동 세력 제거 후 퇴각하라’는 명령에 따라 한 달 동안 기독교인 1026명, 천주교인 119명을 합쳐 1145명의 종교인을 집단학살했다.
국가기관의 첫 공식 확인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그 만행은 차마 글로 옮기기도 민망할 만큼 잔혹하다. “예수를 믿으면 다 죽이겠다”며 삽·몽둥이·죽창 등으로 구타하고 구덩이에 묻었다. 167명을 한꺼번에 불태워 죽이기도 했다. 젖먹이를 안은 엄마도 살해했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다. 대한민국통계연감(1952)에 따르면 북한군·좌익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은 12만 명으로 추정된다.
북한 정권에 국제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책무다. 그런데도 앞서 진실화해위는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때 국군·경찰로 기술하면 된다’는 안내문으로, 북한군 만행을 국군과 경찰 소행인 것처럼 뒤집어씌우도록 권유하는 식의 반역적 행태도 보여 왔다. 그 배경으로 작용해 온 ‘유족 보상’ 제도부터 시급히 재정비해야 한다. 국군과 경찰에 의한 희생자는 보상하면서, 북한군과 빨치산에 살해된 경우는 국가 책임이 아니라며 보상 대상에서 배제한다. 이는 또 다른 반역일 수도 있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24일 北 6·25 집단학살 규명 본격화할 때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21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2기 진화위)는 북한군이 6·25전쟁 때 퇴각하면서 종교인을 집단학살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팀에 의뢰해 조사한 보고서 ‘한국전쟁 전후 기독교 탄압과 학살 연구’에 따르면, 인민군은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직후인 1950년 9월 26일 “반동 세력 제거 후 퇴각하라”는 명령에 따라 한 달여 동안 전국에서 기독교인 1026명과 천주교인 119명, 모두 1145명의 종교인을 집단학살했다.
2020년 12월 2기 진화위 출범 후 지난 연말까지 접수된 진실 규명 신청 건수는 모두 1만2526건이다. 이 가운데 8250여 건은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이고, ‘적대세력 관련 사건’은 1720건이다. 지난해에 진화위가 적대세력에 의한 피해자 유족들에게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국군·경찰로 기입하라’는 취지의 안내를 해서 논란이 됐었다. 그래서 일각에선 위원회가 ‘적대세력 관련 사건을 소홀히 하고 심지어 왜곡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비록 연구용역의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적대세력의 기독교인 집단학살과 종교 말살 정책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진화위 보고서에 따르면, 충남 논산 병촌교회에서는 신자 16명과 가족 등 모두 66명이 인민군과 공산당원들에게 살해됐다. “예수를 믿으면 다 죽이겠다”고 협박한 뒤 공산당원들이 삽·몽둥이·죽창 등으로 구타하고 구덩이에 파묻었다. 또, 인민군은 전북 정읍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된 정읍교회 장로와 우익 인사들 167명을 불태워 죽였다. 전남 영광 염산교회에서는 77명이 학살됐다. 부모의 소재지를 말하라는 인민군의 협박에 모른다고 대답한 11세 어린이가 참혹하게 살해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위는 반인륜과 반문명의 조직적·계획적 처형으로 ‘인류의 양심’에 따라 처단해야 할 핵심 국제범죄를 구성한다. 특히, ‘기독교인들이란 특정 집단의 절멸·박해’를 목적으로 한 고의적인 대량학살로서, 이른바 집단살해죄(genocide)에 해당한다. 또, 군인이 국제인도법 또는 전쟁법을 위반해 저지른 전쟁범죄(war crime)를 이루거나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체계적 공격으로 반(反)인도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 해당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에 관해선 국제형사재판소(ICC)규정 제6∼8조에 자세히 규정돼 있다.
차제에 진화위에 다음 3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적대세력 가해 사건의 유형별 조사 및 진상 규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북한의 대량학살은 종교인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전쟁범죄 사건번호 141에 대한 법적 분석’이라는 미군 기밀문서에 따르면, 인민군이 1950년 10월 8일부터 사흘간 납북 공무원 2000명을 학살했고, 부상한 포로 등 200여 명도 사살했다. 둘째, 국회와 협력하는 가운데, 적대세력에 희생된 민간인 유족에게 배상·보상이 이뤄지도록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 셋째, 전쟁 기간에 북한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더는 외면하지 말고 북한 당국에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방안(최고지도자의 사과, 가해자 처벌 등)을 강구하도록 정부에 권고하는 일이다.
문화일보
02월 25일 우크라戰 보고도 안보 강화를 안보 불안으로 매도하나
러시아의 침공에 하루도 못 버티고 존망 위기에 내몰린 우크라이나는 국가 최고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안보를 등한히 하면 국민이 어떤 위험에 처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안보 교과서’가 되고 있다. 러시아가 육상·공중·사이버 공격과 심리전 등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점은 벌써 예고됐다. 그런데 전혀 대비하지 않았고, 군 통수권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존재감조차 없다. 영상으로 계엄령을 내린 뒤 트위터로 행적을 알리는 한심한 상황이다. 8년 전 크림반도를 빼앗기고도 안보를 게을리한 참담한 대가다.
이런 상황은 대한민국에 분명한 반면교사다. 대선이 10여 일 앞이고, 25일 저녁엔 정치·남북·외교·안보 분야 TV토론도 예정돼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24일 “평화가 곧 경제이고 밥”이라면서 “지도자가 할 일은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사드 배치, 선제타격 등 안보를 정쟁화하는 일은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흉악한 사드 대신 보일러를 놔 드리겠다”고도 했다. 반면 윤 후보는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의미가 없다”면서 사드·킬체인 등 강력한 억지력과 반격 태세를 강조한다.
평화가 경제 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중국·러시아 같은 국가들의 위협에 맞서 어떻게 평화를 확보할 것인지는 쏙 빼고, 결과적 평화만 얘기한다. ‘안보 강화’를 ‘안보 불안’으로 매도하는 궤변이다. 평화선언 같은 종이 조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이 급속히 커지고, 실제로 온갖 도발이 발생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평화를 앞세웠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권과 다름없다. 국민의 판단에 대한민국 존망이 달렸다.
문화일보 사설
02.26 우크라 보고도 “평화” 타령, 침공당하면 ‘종전 선언’ 종이 흔들 텐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9시간 만에 키예프까지 진격했다. 우크라이나는 제대로 저항 한번 못해보고 수도가 함락될 위기에 놓였다. 우크라이나는 8년 전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기고도 ‘평화 호소’ 뿐 아무런 대비책을 세우지 못했다. 1994년 러시아·미국·영국이 안보를 보장한다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크림반도 침탈 뒤 맺은 정전협정은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힘을 키우지 않고 동맹도 없는 나라의 운명이 어떤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번 사태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전쟁은 이기더라도 공멸, 평화가 경제이고 밥”이라며 “대화로 평화적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 사회는 전쟁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러시아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의 대화 노력, 평화 호소가 부족해서 전쟁이 났다고 생각하나.
전쟁은 평화를 외치는 자에게 먼저 찾아온다. 평화는 힘으로 대비하는 사람들에게 깃든다. 그런데 이 후보는 “흉악한 사드 대신 보일러를 놔 드리겠다”고 했다.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서 우리를 지킬 최후의 방어 수단이다. 어떻게 이것을 ‘흉악하다’고 하나. 이 후보는 북핵 발사 임박 때 선제 타격한다는 작전 계획에 대해서도 ‘전쟁광’이라고 비난한다. 북핵이 날아와도 그냥 손 놓고 있어야 하나. 우크라이나처럼 북한 집단에 평화를 호소해 국민 생명을 지킬 건가.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평화를 외치며 ‘종전 선언’에 목을 맸다. 북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엔 눈을 감았다. 북한이 우리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을 때 문 대통령은 남북철도 착공식에서 “평화”만 말했다. 종전 선언 얘기도 되풀이했다. 우리가 침공당하면 종전 선언 종이를 흔들며 항의할 듯하다.
북한은 이제 대구경 방사포와 이스칸데르, SLBM,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어 전술핵과 핵추진 잠수함까지 개발하고 있다. 이 정권은 선거 때마다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단편적인 이분법 선전으로 유권자들의 불안을 자극해 득을 보았다. 평화를 이루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힘을 기르고 준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적에 양보하는 것이다. 이 정권의 ‘전쟁이냐, 평화냐’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으니 양보하자’는 것이다. 양보 다음엔 굴복이고, 굴복 다음엔 우크라이나 처지다.
조선일보 사설
02.27 北, 평양에서 또 탄도미사일 발사… 올 8번째
▲북한이 지난 1월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31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 30일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 사격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27일 오전 7시 56분 “북한이 동쪽 방향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통상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이같이 공지한다. 합참은 이어 오전 9시 23분 “오전 7시 52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 들어 8번째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자강도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4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위 도발이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후 북한이 다시 예정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올 연초 유례 없이 잦은 도발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주장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했다. 같은 달 14일엔 평안북도 피현 철로 위 열차에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같은 달 17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선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25일에는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27일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2발을 발사한지 사흘 만에 추가 도발을 한 것이다. 사흘 뒤 30일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한 달여만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이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02.28 대선과 우크라이나 사태 틈탄 북한 미사일 도발
도발 수위 점점 더 높일 가능성
북한 오판 막는 데는 여야 없어
북한이 어제 아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만 여덟 번째다.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를 발사한 뒤 베이징 겨울올림픽 기간 동안 잠시 멈췄던 미사일 도발을 28일 만에 재개한 것이다.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이나 미국의 대화 제의를 일축하고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능력, 즉 핵무기 투발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 북한의 전략적 선택이다. 앞으로 한층 더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도발이 한국의 대통령선거 및 새 정부 출범, 외부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과 시기적으로 겹친다는 점이다. 북한으로서는 일련의 국제 정세 흐름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날로 첨예화하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발생하는 힘의 틈새를 노리는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국제 정세의 커다란 체스판이 급박하게 움직이면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끼리 서로 대립하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끌어올려도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고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힘들다. 더구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이어 우크라이나 위기의 진행 과정에서도 미국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럴 때 북한은 대미 압박을 강화하려는 유혹을 느낄 개연성이 충분하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첫째 이유다.
여기에 한국의 대선 국면이 겹쳤다. 특히 최근에는 안보 공약에 대한 정책 검증보다는 여야가 상대방을 서로 호전론자나 유화론자로 낙인찍는 프레임 공방이 선거판을 휩쓸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서도 여야는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다. 북한이 슬그머니 미사일 한 발 쏘아올리며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려는 유혹을 느끼지 말란 법이 없다. 여야 어느 쪽이 이기든 선거 과정에서 노출된 안보관의 균열과 대북 인식의 대립은 차기 정부가 냉철하게 대북 정책을 짜고 집행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런 국내 변수와 대외 정세가 겹쳐 북한에는 딱 오판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틈을 타 북한은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레드라인에 다가서는 것은 당장엔 성공할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가는 오판일 뿐이다. 북한 스스로 그런 인식을 하지 못한다면 청와대와 안보 당국이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포퓰리즘식 안보·평화 공방을 멈추고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한 정책과 복안을 제시하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