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정치(인) 이야기 2022-02/ 02월 03일 경기도 카드로 소고기 사먹은 김혜경과 대선 후보 자격 - 02월 28일 與 상투 수법된 조작과 궤변
정치(인) 이야기 2022-02/
02월 03일(목) 경기도 카드로 소고기 사먹은 김혜경과 대선 후보 자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와 관련된 전 경기도청 공무원 A씨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성남시장·경기지사 부인에 대한 ‘과잉 의전’ 문제가 아니라 일부만 사실로 밝혀져도 김 씨는 물론 A씨 등 관련 공무원, 심지어 이 후보까지 처벌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폭로의 근거와 증거가 비교적 탄탄하고, 일부 사안은 이미 당사자들이 시인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공적 권력의 사유화’ 혐의까지 선명하다는 점에서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다른 가족 관련 의혹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드러난 사실과 정황만 보더라도, 김 씨는 경기도청 총무과 5급 공무원인 배모 씨와 비서실 7급 A씨를 가위 ‘종’ 부리듯 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김 씨 음식을 배달하고, 대리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약을 받고, 이 후보의 아들 퇴원 수속을 했으며, 심지어 옷장을 정리하거나 냉장고를 과일로 채워 넣는 일도 했다고 한다. A씨는 일과의 90%가 김 씨 관련 자질구레한 심부름이었다고 했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심각하다. 배 씨와 A씨는 김 씨를 위해 도지사 업무용 카드로 소고기 등을 구입했다. A씨 개인 카드로 먼저 결재한 뒤 이후 결재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재결재했다. 수법이 아주 악성이다.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1억4000만 원 인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2일 배 씨에 이어 김 씨가 사과했다. 배 씨는 “시키지 않은 일을 했다”고 했고, 김 씨는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말을 맞춘 듯한데, 국민을 바보로 아는 일이다. 직권남용·국고손실 등 실정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는 공무원 수행과 의전이 금지돼 있다. 법인 카드는 업무자의 관할 근무지가 아닌 지역이나 주말·공휴일·심야 사용이 금지돼 있다. 당장 수사해서 위법이 확인되면 처벌해야 한다.
이 후보는 3일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감사기관에서 진상을 밝혀 달라.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미 도지사 법인 카드가 아들의 퇴원 수속 당시 사용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후보의 자격까지 의심케 할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03일 공무원을 종 부리듯 한 ‘권력 사유화’

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대장동 사업에 5000만 원을 투자한 화천대유는 수익 4000억 원이란 대박을 쳤다. 민간업자의 개발이익 독점을 우려하던 담당 공무원의 목소리는 묵살됐다. 같은 시기에 두산건설, 네이버, 농협 등 6개 기업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구단주이던 성남FC에 모두 160억 원의 후원금을 제공했음이 밝혀졌다. 두산건설은 성남시 분당에 소유한 병원 부지가 상업용지로 변경돼 1조 원가량의 이익을 챙기게 됐다.
최근에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가 되면서 변호사 시절 사무실 직원이던 배모 씨를 별정직 5급 의전비서관으로 채용하면서 7급 공무원 한 사람을 추가로 선발해 부인 전담 심부름꾼으로 활용한 사실이 폭로됐다. 배 씨는 이 후보 부인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고 7급 주무관은 음식을 배달하거나 약을 대신 타오는 등 잔심부름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 후보 아들이 병원에서 퇴원할 때는 그 수속과 결제도 대신했다니 집안의 집사 수준이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려 보이는 이 후보의 행적은 한마디로 권력의 사유화로 요약된다.
대장동 개발을 시작하려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자 퇴임시키고, 이후 대장동사업은 구속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며 진행했다. 성남FC 구단주 자리에 오른 뒤에는 갑자기 기업 민원을 해결해 주고 거액의 후원금을 끌어냈다. 도지사가 된 뒤에는 부인의 ‘몸종’ 역할을 7급 공무원에게 시키도록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몸종 공무원이 ‘공관병’과 달리 손목 호출기와 함께 집 안에 대기하지 않고 배 씨의 연락에 따라 움직였다는 점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지위는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수임한 권한을 본래의 취지나 법규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사익 추구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두고 권력의 사유화라고 한다. 그러한 현상은 현재의 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도 있었다. 최순실 씨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권력의 사유화 문제로부터 현재의 야당도 여당과 마찬가지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자처하는 현 여당이 심각한 내로남불의 늪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은 권력의 사유화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잘못이 발각되지 않도록 숨기고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보수가 집권하던 시절에 이러한 행태를 비난하던 진보는 집권하고 나서 자신들이 하는 권력의 사유화는 정의로운 일이라고 우긴다. 검찰이 수사할 기미를 보이자 아예 검찰의 권한을 없애는 대신 경찰이 대한민국 내의 수사를 ‘독점’하도록 바꿔 버렸다. 원하던 대로 경찰은 권력에 대한 수사를 절대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진보는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한다.
권력의 사유화를 시전(示展)하면서 잘못을 알고 부끄러워하는 한 개선의 여지가 있다. 반면, 자신들이 하는 일은 권력의 사유화마저 정의로운 일이라고 주장하는 내로남불의 모습은 한심함을 넘어 공포를 몰고 온다. 투표를 잘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의문의 죽음이 반복되는 세상에서 살게 될 수도 있다.
문화일보
02.04 ‘공무원 집사’ ‘법카 유용’ 못지않게 심각한 李 후보 부부 거짓말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 지사로 근무할 때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상시로 아내 김혜경씨 등 가족의 사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 동원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후보 측근인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 지시에 따라 7급 공무원이던 A씨가 김씨의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자택 냉장고와 옷장 정리, 아들 퇴원 수속 및 병원비 결제 등을 했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일과의 90% 이상이 김씨 관련 자질구레한 심부름이었다”고 했다.
음식 배달과 관련해선 공무에 쓰라고 지급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가 개인 카드로 이 후보 집에 가져갈 소고기 값을 음식점에서 일단 결제한 뒤, 이튿날 법인카드를 쓸 수 있는 시간대인 점심시간에 해당 업소를 찾아가 앞선 결제를 취소하고 다시 결제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배씨와 A씨의 통화 녹음 내역에는 이런 식의 카드 ‘바꿔치기’ 결제에 관한 내용이 10차례 이상 등장한다고 한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채용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을 지방자치단체장이 마치 개인 집사처럼 사적으로 부리는 것은 법적, 윤리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여기에 편법까지 동원해 도지사 업무용 법인카드가 이 후보 가족의 식자재 구입에 쓰였다는 주장이 근거와 함께 제기됐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공금 횡령이나 성범죄는 한 번만 저질러도 퇴출시키겠다”고 했었다. 이 기준대로라면 이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후보도 문제가 된다.
이 후보 측은 A씨의 첫 폭로가 나온 후 닷새간 “허위 사실”이라고 부인해왔다. 그러다 관련 증거가 잇따라 보도되자 2일 배씨와 김씨가 차례로 사과와 해명에 나섰다. ‘허위’라고 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배씨는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선을 넘는 요구를 A씨에게 했는데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과잉 충성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가 공개한 텔레그램에는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달라고 그랬다’는 배씨 언급이 나온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약 대리 처방에 대해선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김씨 이름으로 처방을 받아 A씨에게 받아오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말이 되는가. 거짓말이라고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 후보 아내 김씨도 사과문을 내고 “제 불찰이지만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도 ‘송구하다’고 했지만 자신은 몰랐다고 했다. 처음에 ‘허위’라고 반박할 때와는 너무 다른 태도다. A씨가 근거를 대지 않았으면 끝까지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이번뿐인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04 “남은 건 모아뒀습니다” 비서가 이재명 욕실에 에르메스 로션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기지사 재직 시절, 경기도청 7급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A씨가 도청 5급 공무원 배모씨의 지시를 받고 이 후보 가족을 위한 사적 심부름을 했다며, 배씨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를 여러 언론사에 제보했다. 온라인상에서 가장 화제가 된 심부름은 이 후보의 것으로 추정되는 명품 화장품 배달이었다. 해당 화장품은 프랑스의 최상위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 로션이었다.
“터프한 이재명의 면도 모습과 대비” 온라인서 화제
3일 오후 월간조선은 A씨와 배씨가 나눈 심부름 지시·수행 관련 텔레그램 대화 내용 일부를 보도했다. 대화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 작년 4~6월에 이뤄진 것으로만 알려졌다. 대화를 나눈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낮 2시 사이다. 내용을 보면 A씨는 이 후보의 셔츠와 화장품 등을 배달하는 심부름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낮 1시 24분, 배씨가 “OOO한테 로션 받아서 교체해 놓고 남은 거 두개 합체 시켜 봐요”라고 요구하자, A씨는 “O비서에게 받아서 새거는 지사님 욕실에 비치했고, 남은 건 모아서 거실에 두었습니다. 영수증은 O주무관 주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A씨는 새 로션과 다 쓴 로션 공병 사진 두 장을 배씨에게 보냈다. 배씨는 ‘O’(응)이라고 답했다.
A씨가 이 후보 욕실에 뒀다는 화장품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제품이다. 정확한 제품명은 ‘떼르 데르메스 애프터쉐이브 밤’이다. 면도 후 바르는 로션으로, 피부를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떼르 데르메스 애프터쉐이브 밤’(100ml)/에르메스 홈페이지
가격은 100ml 기준 9만8000원으로, 동일 제품군에서 최고가 수준이다. 샤넬 맨즈와 디올 맨즈 애프터 쉐이브 제품보다 약 2만원 비싸다.
에르메스 화장품은 구하기도 쉽지 않다. 매장수가 다른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에 비해 적은 편이어서다. 특히 이 지사의 자택이 있는 경기 성남의 판교 현대백화점, 수내 롯데백화점, 서현 AK백화점에는 에르메스 뷰티 매장이 입점돼 있지 않다. 누군가 이 후보를 위해 에르메스 화장품을 구매한 게 사실이라면 온라인에서 주문했거나, 서울 또는 다른 경기 지역 백화점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크다.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후 온라인상에서는 ‘이 후보가 쓰는 에르메스 화장품’이라며 A씨가 배씨에게 보낸 에르메스 로션 사진이 빠르게 확산했다.
또 이 후보가 관찰 예능프로그램에서 면도하는 모습도 재조명됐다. 2017년 7월 10일 SBS ‘동상이몽’에는 이 후보의 출근 전 준비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이 후보는 세면대 앞에 서서 전기 면도기를 얼굴에 갖다댄 뒤 거침없이 문질렀다. 면도 장면에는 ‘핵사이다면도법’, ‘강철피부만 따라하세요’라는 자막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피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거친 면도 스타일과 달리 면도 후 바르는 화장품은 고가 제품을 쓴다며 “의외다”, “화장품은 비싼 거 쓰네”, “에르메스 쓰면 어떠냐. 세금으로만 안 사면 되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닷컴은 3일 해당 에르메스 화장품이 이 후보 것이 맞는지, 맞다면 누구의 카드로 결제했는지 등을 묻기 위해 배씨와 민주당 선대위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A씨는 배씨가 사적 심부름뿐 아니라 이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약을 대리 처방·수령하고, 법인카드로 이 후보 가족이 먹을 소고기·초밥 구매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배씨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상식적인 선 넘는 요구를 했다”고 했다. 김혜경씨도 “배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지만 상시 조력을 받은 건 아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고 했다.
이 후보도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경기도)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달라. 문제가 드러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소정 기자
02.04 첫 TV토론 ‘연금 개혁’ 합의, 안보는 극단적 차이
3일 첫 대선 TV 토론회에서 후보 4명 모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부터 “매우 잘못된, 부족한 정책이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반(反)시장 정책”이라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국민 고통을 언급했다. 대책으론 후보 대다수가 ‘공급’을 강조했다. 공급 부족과 수요 왜곡이 문 정권 부동산 실패의 핵심이란 뜻이다. 그러면서 이 후보, 윤 후보, 안 후보는 ‘시장 원리’를 내세웠다. 이 후보가 국토보유세에 대해 “국민이 반대하지 않으면 한다”고 했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후보 간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 후보가 연금 개혁 필요성을 묻자 윤 후보는 “다음 정부는 초당적으로 정권 초부터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도 “개혁은 필요하다. 100% 동의한다”고 했다. 안 후보가 “연금 개혁 공동 선언”을 제안하자 이 후보는 “좋은 의견”,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약속하자”고까지 했다. 심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각종 연금의 재정 고갈은 하루라도 빨리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자식 세대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게 된다.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없다. 연금 개혁과 부동산 정책만큼은 후보 4명이 한목소리로 약속한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사드 3불’ 관련 이 후보는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중 경제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드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망(MD), 한·미·일 군사 동맹을 안 하겠다고 중국에 사실상 약속한 것이다. 주권국이 스스로 군사 주권을 외국에 내준 약속인데 어떻게 ‘적정’할 수 있나. 사드 추가 배치와 ‘자위적 선제 타격’ 등에 대해서도 후보 간 의견이 엇갈렸다. 지금 우리는 북의 핵·미사일 위협과 미·중 충돌 등이 우리 진로를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는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거론된 대책은 미국과 공조, 남북 정상회담 같은 원론적 내용뿐이었다.
조선일보 사설
02.04 신년 만가
우리는 희한한 풍경 속에 빠져 있다. 선거 때면 대추나무 연 걸리듯 의혹이 주렁주렁하지만 ‘뒤끝’은 없다. 참 좋다(?). 후보 사퇴든, 무고죄 처벌이든 양단간에 판가름이 날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지난 선거 때도 옆 나라에 사둔 집을 팔겠다며 계약서까지 흔들었는데 선거 끝난 뒤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각 당 대통령 후보들이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TV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후보들은 좌우의 다른 후보와 손을 잡는 대신 서로 주먹을 맞대는‘주먹 악수’를 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덕훈 기자
불신투성이인데 선택은 해야 한다.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하기를 벌써 몇 번짼가. 이번에 또 속을 것만 같다. 때론 ‘비호감이냐, 호감이냐’, 이렇게 이분법적인 인간 판단을 내려달라며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온다.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인격체인데.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한다. 핵탄두에 턱밑이 찔릴 지경인데 대통령은 외려 북쪽에 사귀자고 매달린다. 다들 이상하게 바라본다. ‘이웃’보다 등 돌리는 나라가 불어난다. 쫄지 않으니 핵 위협도 소용 없는 것 아니냐는 그로테스크한 농담을 씨부린다. 대화로 해결하겠다며 국민 홀려 놓고 전제 조건은 전혀 안 갖췄다. 가령 비대칭 핵전력의 해소 같은.
미래를 저당 잡히고도 나 몰라라다. ‘황금 알 낳는 거위’를 길러 놓은 사람 따로, 배를 갈라서 먹어치우는 사람 따로다. 고관대작들끼리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그래도 무사하다. 남에겐 집 사지 말라면서 자신은 악착같이 쥐고 있는 사람들이 부동산 정책을 좌지우지한다. 사실은 그 사람들이 미쳐 날뛴 것인데 집값한테 미쳤다고 한다. 집이 무슨 죄람.
세금을 이중 삼중 갈퀴로 긁어가도 광장은 조용하다. 저들은 입으론 원자력 에너지와 화석 연료 시대를 마감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손엔 전기료 폭탄을 들고 있다. 바이러스한테 맥을 못 추면서도 국가가 역병을 책임지겠다고 후보가 큰소리친다. 어떤 과거를 지녔든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는, 참으로 기똥찬 나라다. 정신없이 다이내믹한 나라인지 조용한 아침의 나라인지 정체성조차 모호하다.
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도 잘하고 오열하듯 눈물도 흘리지만 저 짓도 3월 8일까지란 생각에 입안이 쓰다. 공자는 군주에게 능력보다 도덕성을 우선으로 쳤다는데 인성이 평균의 절반도 안 돼 보이는 사람들이 선두를 다툰다. 내 조국, 내 산하가 또 한 번 갈림길인데 안개는 자욱하고 애만 끌탕이다.
곳간 거덜 낼 후보가 당선되면 차라리 이민을 가겠다고 벼르지만 막상 발길은 떨어지지 않는다. 타국에서 ‘애국가’나 ‘아리랑’ ‘고향의 봄’ 말고도 이미자·배호 노래만 들어도 눈가가 뜨듯해진다. 구부정한 소나무 등걸이 정겹다. 성묘할 때 아버지 키가 제일 작고, 소풍 갈 때 보면 선생님 키가 제일 작다. 그만큼, 자식 세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인데 선거 판에선 뒷전 신세다. 후보 배우자가 법인과 개인의 ‘카드 바꿔치기’로 소고기를 사먹었다는 뉴스에 모방 범죄가 판칠까 걱정이다.
“상대 후보가 당선되면 직권남용으로 기소될 게 뻔한” 사람들의 단말마가 들리는 듯하다. 다만 판세를 뒤엎진 못할 것이다. ‘사냥개 검사들’한테 승진 임명장을 주면서 “정권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되지 말라” 했다는 장관은 극도로 전도된 가치관의 혼란을 노정한다. 누아르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화식집에서도 밥 먹기 전에 팁부터 주는 나라다. 선거판 공약 같다. 혹자는 벌써 부정 투표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국회의원·판검사 모두 쉬게 하고 인공지능에게 맡겨버리면 어떨까. ‘포인트 적립’과 ‘2+1′이 우리네 장보기의 표준이 돼버렸다면, 이참에 대통령 후보도 총리·감사원장·검찰총장을 한데 묶어 ‘1+3′으로 고르면 좋겠다. 공약 안 지킨 대통령은 국가가 보전해준 선거 비용 500억원을 물어내도록 법으로 못 박아 놓고 싶다. 그래도 수십 조짜리 공약을 막 던지겠지만.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
02월 04일 李 부부 ‘공직 사유화’와 거짓말 정황, 당장 수사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의 ‘공직 사유화’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도청 행사 명목으로 대량의 샌드위치와 과일이 구입돼 빼돌려졌고, 소고기 정육 식당뿐 아니라 일식·중식당 등에서 반복적으로 법인 카드를 최대 한도로 사용했다는 공금 유용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관련자들 해명이 잇달아 거짓으로 들통나고, SNS 삭제 움직임도 있다. 증거 인멸이 우려되는 정황들로서, 즉각적인 강제 수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위법성이 뚜렷한 데다 대화 녹취와 사진 등 구체적 증거도 수두룩해 수사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선이 한 달 남짓 앞인 만큼 더욱 신속하고 공정한 규명이 필요하다.
김 씨는 ‘공무원 심부름’ 논란에 대해 2일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경기지사 비서실 7급 공무원인 A씨에게 지시했던 도청 총무과 소속 5급 배모 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 시절부터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었다. 이 후보가 2010년 성남시장이 되자 7급으로 특채됐는데, 당시에도 김 씨 수행 문제 등을 놓고 성남시의회 지적을 받았다. 그는 경기도청 5급으로 또 다시 특채됐는데, 사실상 김 씨 개인 비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배 씨는 대리 처방 받은 약을 본인이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씨가 같은 증상의 약을 직접 처방받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의식한 거짓말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부 공개된 녹취 내용을 보면 ‘갑질’ 행태도 심각하다.
이 후보는 3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본인과 김 씨 문제가 아니라 “직원의 일”로 규정했다. 대장동 사태처럼 실무자 책임으로 정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후보는 법인 카드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해 경기도에 감사를 요청했는데, 감사관은 본인이 임명한 민변 출신이다. 이 후보 등 관련자들은 직권남용·국고손실·증거인멸 등 여러 중대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가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04일 北核 위협 더 커졌는데 與후보 ‘사드 3不 계승’…위험하다
여야 4당 대통령 후보들의 첫 대선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사드 3불(不) 원칙’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3불 정책이 유지돼야 하느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질문에 “적정하다”고 했다. 그 근거로는 “우리의 무역의존도와 협력관계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 파기를 예고한 뒤 중거리탄도미사일 무력시위까지 나선 상황에서도 사드 추가 배치 반대 등 중국에 밝힌 3불 원칙을 앞세우는 것은 한국의 안보보다 중국의 심기를 우선시하는 태도로 보인다.
사드 3불 정책은 2017년 10월 30일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등 3가지를 하지 않겠다”고 답변하는 형태로 제시된 원칙이다. 사드는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대응한 방어 장치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중국이 미·중 전략적 균형을 깬다는 등의 억지를 부리자 문 정부가 터무니없는 안보 족쇄를 스스로 채운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응해 억지력·방어력과 응징 능력을 높여가는 것이 국가 생존을 위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사드 3불은 안보 포기, 군사주권 포기인 것이다.
지난 5년간 북한의 핵·미사일은 훨씬 더 위협적이 됐다. 최근 7차례의 도발을 통해 그 위력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3불 계승론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하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제 동맹까지 강화하는 상황이다. 대중 무역을 거론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과 연계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경제적 협력관계를 벗어나서도 안 되고 벗어날 수도 없다”며 기존 입장을 더 강화할 조짐을 보인다. 단 한 방으로 대한민국을 절멸시킬 핵 공격 위협에 맞선 대책보다 더 우선인 것은 없다는 사실부터 깨닫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2-04 野 “김혜경 법카 감사관, 이재명이 채용…쇼로 시간 끌겠다는 것”
“경기도 감사쇼가 아닌 ‘수사’를 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배우자 김혜경 씨의 ‘황제 의전’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달라는 청구를 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재 경기도청 감사관은 이 후보가 도지사 재직 당시에 채용한 인물”이라며 “감사하는 척 쇼하면서 시간을 끌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이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경기도 감사관실 감사관이 ‘이재명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이 후보의 감사 요청이 말장난이라고 평가하고 있을 정도”라며 “(이재명 후보가) 특검하자고 했더니 진짜 특검하는 줄 알더라는 식으로 특검법 처리를 뭉개왔듯, 감사 청구하겠다고 했더니 진짜 감사하는 줄 알더라고 할 것이 눈에 뻔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황제의전·과잉의전’이 아닌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공금횡령죄 등의 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당장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이어 과거 이 후보가 지사 시절 언급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인 ‘성남판 김영란법’을 소환하며 “경기도 감사 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할 것이 아니라 이제 그 엄격한 원칙을 자신에게도 적용해서 셀프 아웃을 선언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글(위)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글. 페이스북 캡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이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경기도 감사관에 대해 “김문수 지사 때부터 남경필 지사 때까지 경기도 감사관은 감사원에서 파견 받아 임명했지만, 이재명 지사가 들어오면서 파기하고 측근들을 감사관에 임명해왔다”며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 감사관실에 감사를 의뢰했고 사전협의라도 있었던 듯 경기도는 곧바로 감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 감사관이 감사원 출신이라면 일말의 기대라도 해 보겠지만, 이재명이 임명한 측근이 셀프감사를 한다고 하면 누가 그 결과를 믿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국고손실, 횡령, 의료법 위반 등 여러 혐의가 있다.
윤석열 당선 후 검찰에 의한 수사가 답이다”라고 촉구에 나섰다.한편 이 후보는 전날 입장문에서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 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며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주기를 바란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했다.앞서 전 경기도청 직원인 A 씨는 최근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전 사무관 배 모 씨가 김혜경 씨 약을 대리 처방·수령하도록 하고 음식 배달 등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언론을 통해 폭로한 바 있다. 이후 김 씨의 이 후보 명의 법인카드 유용, 빨랫감·재떨이 심부름 등 다른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다.국민의힘은 지난 3일 오후 이와 관련해 이 후보와 부인 김 씨, 배 모 씨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의료법위반죄 등으로 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02.05 ‘2500원 김밥’으로 KBS 이사 쫓아냈던 與의 ‘법카 내로남불’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이 후보 측근인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 지시에 따라 김씨 심부름을 했다는 전직 7급 공무원 A씨는 김씨가 샌드위치·과일 등을 도청 행사 명목으로 대량 구매해 집으로 빼돌리곤 했다고 폭로했다. 일식·중식 등 단골 음식점에서 12만원 한도에 맞춰 반복적으로 법인 카드를 썼다고도 했다. 앞서 A씨는 이 후보 집으로 가져갈 쇠고기 값 지불을 위해 개인 카드와 법인 카드를 ‘바꿔치기’하기도 했다며 당시 영수증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3일에 이어 4일에도 사과한다면서 “어차피 감사·수사기관들의 감사와 수사가 이미 개시됐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서 상응하는 책임을 충분히 지겠다”고 했다. 폭로가 사실로 드러나면 국고 손실·횡령 혐의에 해당한다. 하지만 감사를 수행한다는 경기도 감사관은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직접 임명한 인사로 현 정권의 철저한 우군인 ‘민변’ 출신이다.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진다고는 이 후보 스스로도 믿지 않을 것이다.
현 정권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한 정치 보복을 할 때 법인 카드 사용 내역부터 뒤지곤 했다. 강규형 전 KBS 이사 해임 과정이 대표적이다. 야당 추천으로 선임됐던 강 이사는 문재인 정권 출범 7개월 만인 2017년 12월 해임됐다. 친정권 노조가 법인 카드 부당 사용 의혹을 제기하고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강 전 이사가 2년간 327만원 상당 액수를 법인 카드로 부당 사용했다고 했다. 김밥 집에서 2500원을 결제한 것까지 문제 삼았다. 방통위는 사용액이 더 큰 이사들은 놔두고 강 전 이사만 표적으로 해임 건의를 했고 문 대통령은 곧바로 이를 재가했다.
강 전 이사를 내쫓으면서 KBS 이사회 여야 구도를 뒤집은 문 정권은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에서 법인 카드를 사용한 사람을 자기편이라며 사장 자리에 앉혔다. 강 전 이사는 문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이를 받아들였다. 3년 8개월 만이었다. 대법원은 문 대통령이 제기한 상고를 “심리할 필요가 없다”며 기각했다.
법인 카드를 ‘2500원 김밥 집’에서 사용했다며 파렴치범으로 몰았던 사람들이 법인 카드를 유용한 민주당 대선 후보 아내 문제에 대해선 별일 아닌 듯 입을 다물고 있다. 내로남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05 아리백은 아는데, ‘사모님 소고기’는 모른다?
“김혜경 시중만 들었다”
전 경기도 공무원의 고발
과잉 의전 아닌 갑질, 횡령 논란
치밀한 그분의 맹점
대장동과 사모님엔 어두워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 (경기도 5급 사무관 배모씨)
지난달 28일, 경기도 비서실에 근무했다는 전 7급 공무원 A씨가 이재명 후보 캠프에 폭탄 하나를 떨어뜨렸다. “일과의 90%가 김혜경씨 심부름이었다”는 내용이었다. SBS 보도를 계기로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경기도 공무원이 이재명 지사의 자택이 있는 ‘수내동’에서 살림을 정리하고, 약을 대리 처방받고, 법인카드 돌려막기로 안심, 샐러드, 초밥, 회덮밥을 구입해 ‘밥 셔틀’을 했다는 내용이다. 과잉 의전이 아닌 갑질, 횡령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빼박’ 증거가 쏟아진다.
A씨에게 업무를 시킨 당시 경기도 5급 공무원 배씨가 나섰다. 배씨는 “세금으로 월급 받으며 김혜경 비서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사람이다. ‘내가 먹은 약’이라고 했다. 임신 실패, 폐경 증상을 호소했다. 문제의 리비알(여성호르몬 대체제)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대리 처방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약이라는 걸 말이다.
50대 중반인 기자는 지난해 갱년기 증상을 겪었다. 열이 올라 부아가 나고, 불면증이 왔다. 동료가 리비알을 권하기만 하고 한 알도 안 줬다. 산부인과에 갔더니 혈액 검사서, 가슴 초음파 검사 사진을 갖고 다시 오라고 했다. 그걸 다 거쳐 약을 먹었다.
A씨가 공개한 문자를 보면, 경기도청 의무실에서 리비알을 처방받아 수내동에 갖다 준 것으로 나온다. 젊은 남성 A씨가 또 다른 (여성) 직원을 동원했다고 적혀 있다. 산부인과 20년 전문의는 “리비알은 폐경 이후 증상을 완화하는 약으로, 임신 시도했던 51세 미만 여성에게는 다른 복합 호르몬을 권한다”고 했다. 복수의 의사가 그리 말한다. 배씨가 진짜 약 주인이라면, 의사가 문제 있지 싶다. 경기도 공무원의 안녕을 위해 도청 의무실 처방을 조사해야 한다.
A씨는 냉장고, 식탁, 옷장 사진을 차례로 찍은 후 문자에 이렇게 적었다. “사과를 여유 있게 넣어두고 속옷 양말 밑장빼기로 채워두고, 양복 셔츠도 채워두었습니다.” 선입선출 즉, 먼저 빤 양말을 위로 올리는 식이라고 한다. ‘살림의 여왕’급이다. 경기도의 업무 훈련 체계가 놀랍다.
2017년 1월 22일 8시 46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성남시는 보도블록 교체 시 재활용을 원칙으로 하여 단돈 백만 원이 들어가는 예산 집행도 시장 결재 없이는 하지 못합니다’. 그 유명한 ‘보도블록 하나까지 다 안다’ 발언이다.
정말 이재명은 다 아나 보다. 3일 밤 대선 후보 토론에서도 그랬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물었다.
“아리백은 어찌 생각하세요?” “네? 뭐요?” “알이백요.” “뭐라고요?” 윤 후보의 통통한 얼굴이 벌게졌다.
정부 문서에는 ‘리백’으로도 쓴다는 ‘RE100′은 기업이 필요 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한다는 약속이란다. EU 택소노미, 블루 수소, 이재명의 전문 지식이 놀라웠다. 기자도 정확한 뜻을 인터넷에서 한 번 더 찾아봤다.
그런 똑똑이가 ‘대장동’만 나오면 고장 난 녹음기처럼 같은 말만 반복한다. 하나가 추가된 것 같다. 지사의 핵심 조직인 비서실, 총무팀 직원 여럿이 공모한 법카 유용, 횡령을 몰랐다고 한다. 사과를 한 그는 “감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을 충분히 지겠다”고 했다. 현직 시절, 그는 공무원 비리에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한 번 적발되면 퇴출)’를 선언했다.
그런데 그는 도지사가 아니다. 공무원 자를 권한이 없다. 안심과 회초밥 드신 분을 ‘아웃’시킬 리도 없고, 남은 건 뭔가.
조선일보 박은주 에디터 겸 에버그린콘텐츠부장
02.05 “李 친인척 추석선물·성묘 차례상까지 경기도 공무원이 준비”
‘공무원 집사’ 논란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비서 배모씨와 7급 A씨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 중 일부. A씨가 의전팀에게 받았다고 밝힌 메모에는 친인척과 선물 품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SBS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개인적인 일에 경기도 소속 공무원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경기지사 의전팀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친인척 선물, 성묘 차례상 준비에 동원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SBS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해 9월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5급 비서 배모씨는 7급 A씨에게 “지사님 친척분들에게 배달해야 한다”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A씨는 친척 명단과 주소를 되물었고, 다음날 배씨는 몇몇 주소를 전달했다. 이후 A씨는 “의전팀에서 받은 메모다”라며 사진 한장을 보냈다.
사진을 보면 ‘명절 선물’이라는 제목 아래 친인척과 이들이 사는 장소, 선물 품목이 적혀있다. 선물 품목은 모두 사과, 배가 들어가는 가운데 고기는 달랐다. ‘장모님’, ‘2째 형님’, ‘막내 동생’에게는 고기를 보냈고, ‘女(여)동생’과 ‘처남’에게는 과일만 보냈다. 또 고기 메모 아래에는 ‘등심’이라고 구체적인 부위가 나와 있다.
이중 사는 장소를 밝히지 않고 ‘G’라고 표기된 것도 있다. 고기라는 메모 옆에 있는 괄호 안에는 ‘40′이라고 적혔다. 고기 합계 가격이 115만원이라는 점으로 고려하면 40만원치 고기를 사서 보내라는 뜻으로 보인다.
A씨는 해당 메모에 따라 관용차를 타고 직접 하나하나 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배씨에게 배달을 완료할 때마다 “놔두었다” “두었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배씨는 초성으로 ‘ㅇ’(응) ‘ㅇㅋ’(오케이) 등 답을 남겼다.

▲A씨는 배씨 지시에 따라 한 과일가게를 찾아 "경기도에서 왔다"고 말했고, 이 가게 직원은 장부에 기록하고 물건을 줬다. 해당 과일가게는 경기도가 지난해에만 4천만원 넘는 업무추진비를 쓴 곳으로 전해졌다. /SBS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에서는 공무원들이 이 후보의 성묘 차례상 준비에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확인된다. 배씨는 “지사님 추석 성묘 가신다 하시니 제사 준비해서 챙겨야 한다”며 “의전팀장이 ㅁㅁ랑 의논한다더라”고 했고, A씨는 “과일가게에 어떻게 주문할까요?”라고 답했다.
A씨는 배씨 지시에 따라 한 과일과게에서 과일과 대추, 밤 등을 받았다고 SBS에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A씨가 “경기도에서 왔다”고 말하면 가게 직원은 장부에 기록하고 물건을 줬다. 해당 과일가게는 경기도가 지난해에만 4000만원 넘는 업무추진비를 쓴 곳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과잉의전에 관해 “좀 더 세밀하게 살피고 경계했어야 마땅한데 그게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경기지사 재임 시기인 지난해 추석 무렵 업무추진비로 성묘 관련 물품을 구매한 사실이 없으며, 모두 사비로 구입했다고 전했다. 다만, 비서실 직원에게 요청해 별도로 준비한 제수용품을 챙겨달라고 한 사실은 있다고 했다.
또 명절 선물도 업무추진비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 후보의 사비로 추가 구매한 것이며, 직원에게 직접 배송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일보 송주상 기자
02월 07일 경기도 ‘법카 유용’ 묵인·공모도 범죄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권 대선 후보 배우자가 경기도지사 배우자일 당시 경기도의 업무추진비로 사용해야 할 법인카드를 자신의 식대·식자재 구입 등 사적 용도로 유용하고, 도지사 비서실 7급 공무원을 세탁물 정리, 음식 배달, 장남의 병원 퇴원 수속 등 가사(家事)에 종사시켰다는 위 공무원의 제보가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부 한도인 12만 원 이내로 액수를 끊어서 결제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은 업무상횡령죄, 가사 심부름 중 경기도청 의무실에서 처방전을 대리 수령해 호르몬제를 사 오도록 조치한 것은 의료법 위반 교사죄로 처벌될 여지가 있다. 위 제보자는 그 증거로, 경기도지사 측근으로서 5급 공무원으로 특채돼 도지사 배우자를 위해 위 부당행위를 지시해 온 배모 씨와의 대화 녹음 자료 등을 제출하고 있고, 배 씨도 그 지시 사실을 대체로 시인하고 있다. 다만, 배 씨는 도지사나 그 배우자의 지시 사실은 부인하고 있고, 위 배우자도 ‘배 씨와의 친분이 있어 위와 같은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하게 되면 배 씨의 범죄는 인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당시 도지사나 그 배우자의 지시나 묵인이 있어서 공모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이다.
경기도지사나 그 배우자가 장기간에 걸쳐 이 같은 부당한 금전적 혜택과 편의를 받아오면서 그 부당행위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현재 위 제보자는 여권 대선 후보 측 인사들로부터 연락받고 신변 위협을 느껴 집에도 못 들어가고 호텔을 전전한다고 한다. 그런 만큼 이 사건 고발을 접수한 검찰은 경기도의 감사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 수사에 착수해 우선 제보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특정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른 제보자의 신변안전 조치를 하는 일이 시급하다.
수사 대상이 대선 후보 측이고 선거를 한 달가량 남겨둔 상태이므로 대선 후보와 그 배우자에 대한 조사는 선거일 이후로 미루는 게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 법인카드 사용 내역 조회, 제보자가 제출한 녹음 자료, 피의자들 사용 휴대전화 및 컴퓨터 등에 대한 포렌식, 배 씨와 경기도청 관계 공무원 등에 대한 조사는 지금 신속히 하지 않으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또한, 경기도청 의무실의 처방전 발급 의사 등에 대해 그 발급 경위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위 여권 대선 후보가 관련된 ‘대장동 게이트’ 수사의 경우 성남시장실에 대한 뒤늦은 압수수색, 지지부진한 계좌추적, 수사 지연 중 핵심 증인이 2명이나 자살로 발표된 석연찮은 죽음 등 부패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대응이 허술하기만 하다. 만약 이번 사건도 대선 기간임을 핑계로 권력층 수사를 지연시켜 증거를 방기하고 공익제보자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냐”란 악평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공수처는 이러한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의 재직 중 부패범죄를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수사하라고 만든 기관인데, 정작 이 사건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편향적이고 비효율적인 공수처를 막대한 국가 예산을 소모하며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인가?
문화일보
02월 07일 與 피해 호소인 몰이도 SBS 진행자 돌연 하차도 충격적
대선을 30일 앞두고 전 경기도 7급 공무원 A씨의 제보로 드러난 공무원 심부름 및 법인카드 유용 등 ‘공직 사유화’ 의혹이 일파만파다. 구체적 물증으로 뒷받침되는 데다 새로운 정황도 계속 드러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심각한 악재로 등장했다.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어렵게 되자 여당은 A씨를 비난하고 나섰다. ‘메시지’를 부인하기 힘들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는 공작(工作)으로 비친다.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성추행 의혹 때 ‘피해 호소인’이라며 본질을 흐렸던 것과 마찬가지다.
현근택 민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6일 A씨가 별정직 공무원이었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그만뒀으면 됐을 것”이라며 “통화를 일일이 녹음하고 대화를 캡처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성폭행 피해자는 회사를 그만두면 되고, 학교 폭력 피해자는 학교를 안 다니면 된다는 논리다. 현 정권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전’ 등 본질을 호도했던 전례가 유난히 많다. 선대위 직능본부장인 김병욱 의원은 KBS와 SBS를 직접 거명하며 “오보로 판명될 경우 보도에 책임을 져야 한다” “노무현 명품시계 논두렁 기사를 연상케 한다”는 등 언론을 겁박하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방송 진행자의 돌연한 하차는 충격적이다. SBS 라디오 ‘시사특공대’ 프로를 진행하는 이재익 PD는 6일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민주당 쪽의 항의가 들어왔다”며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회사의 조치를 받아 당장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프로에서 방송된 DJ DOC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중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가사에 대한 코멘트가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통방송인 TBS의 김어준 진행자와 대비된다. 1차적으로 SBS 내부 문제이지만, 외압의 영향이 없었다면 누가 믿겠는가.
문화일보 사설
02.08 납득하기 힘든 李 후보 주변 논란들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모씨가 군 복무 중 자택 인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것에 대한 특혜 논란과 관련해 소속 부대는 이씨의 입원 한 달이 지나서야 상급 부대에 인사명령서 발급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병원 입원을 위해서는 소속 부대장의 인사 명령이 있어야 하는데 이씨는 이것도 없이 입원부터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경남 공군 행정병으로 복무하다 2014년 7월 29일부터 52일간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다.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는 이유였다.
각 지역에도 국군병원이 있는데 부대에서 300㎞ 가까이 떨어진 성남의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한 것부터 의문스럽다. 당시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직후였다. 공군 부대 측은 이씨가 입원하고 한 달여가 지난 2014년 9월 4일 공군 교육사령부에 이씨를 입원시키기 위한 인사명령을 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을 보내기 전까지 이씨는 한 달여간 아무런 근거 없이 입원해 있었던 것이다. 민간 기업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군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교육사령부는 결국 인사명령서를 보내주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 측은 “담당자의 실책”이라고 한다. 여권 실세 자녀의 군 복무 특혜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나오던 ‘실무자 실수’가 또 나왔다.
SBS 라디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PD의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하차도 납득하기 힘들다. 이 PD는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를 틀었는데 여당이 그 가사를 문제 삼았다고 한다. 가사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PD는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을 뽑으면 안 되겠죠”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 측은 “사실상 이 후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반발했다. SBS 팀장·센터장 등에게 소송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거론했다고도 한다.
PD는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을 그만두게 됐다고 한다. 노래 가사 속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는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뜻하는데 이 후보 측은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이야말로 ‘제 발 저린다’는 속담 그대로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02.08 北 미사일이 쏘아 올린 ‘전쟁이냐 평화냐’
새해 미사일 7차례 쏜 北
“전쟁 피하려면 북과 평화를 금과옥조로 삼는 쪽 찍으라”
우리 대선에 메시지 던진 것
나라의 정체 보존하려면 어떤 선택 해야 하나가
이번 3·9 대선의 핵심
북한은 지난 1월 한 달에 걸쳐 7차례나 미사일을 쏴댔다. 전례 없는 강도 높은 도발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럴 만한 긴박한 사정이 있었을까? 사정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미국 쪽을 보자. 바이든 정부가 취한 대북 정책은 무시(無視)와 관망이었다. 김정은이 그것을 참다 못해 ‘왜 우리를 개무시하느냐’며 ‘나 여기 있다’고 미사일 다발(多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렇게 순진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는 데다 바이든으로서는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매달리고 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 정책에 대응하느라 별 여력이 없는 상태다. 이런 미국의 콧잔등을 애써 긁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상식적 판단이다.
중국 쪽도 미사일 난무를 좋아할 까닭이 없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온 국력과 신경을 쏟아붓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시아 동북쪽, 아니 중국 바로 코앞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화약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을 반길 이유가 없다. 더욱이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보다 평양 쪽으로 집중되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김정은으로서는 그런 상황과 여건을 무릅쓸 어떤 무엇이 있었길래 미사일을 7발씩 날린 것일까? 나는 그 ‘무엇’이 바로 한국의 정권 교체가 걸린 대통령 선거라고 본다. 3·9 대선이 한국과 한국민에게 건국 이래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선거이듯이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과 김정은에게도 남쪽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북한의 제반 사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선거라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에 친북 또는 김정은 우호 세력이 재집권하느냐 아니면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고 사드 추가 배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보수·우파 세력이 반격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사정, 특히 경제 사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나아가 한반도 주도권의 장악 여부가 걸려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미사일로 한국의 대선 판에 ‘전쟁이냐 평화냐’의 통첩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전쟁이라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이런 전쟁을 피하기 원한다면 북한과의 평화를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좌파 세력을 찍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 대선 판에는 곧바로 선제(先制) 공격론과 평화 공존론이 대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핵과 미사일이 없는 한국이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기 직전 선제적으로 북의 발사대를 반격하는 것”을 주장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그것을 ‘위험한 전쟁 도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 측이 말하는 평화의 논리는 ‘평화를 원한다면 총을 든 사람과 불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윤 후보 측의 논리는 ‘항구적 평화를 원한다면 총을 가진 사람과의 싸움, 즉 선제 타격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이 없는 우리로서는 지금 무슨 선택이 있는가? 그나마 선제 타격이라도 하자고 하면 ‘전쟁 도발’이라고 윽박지르고 정작 핵과 미사일을 가진 쪽에는 찍소리도 못하는 것이 저들이 말하는 평화인가? 핵은 핵으로써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는 오늘날 강대국들 간의 대치에서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핵도 미사일도 없다. 그나마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국내의 이런 치졸한 대립상(像)이 없다.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핵과 미사일을 가진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전쟁과 평화’의 국면에서 한국에는 세 가지 옵션만이 있다. 첫째는 우리도 핵을 갖는 것이다. 불행히도 우방인 미국까지도 우리의 핵 보유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가능성은 아주 낮다. 둘째는 핵 없는 처지에서 선제 타격 능력이라도 키우는 것이다. 민주당(이재명 후보)은 그나마도 전쟁광(狂)으로 매도하고 있다. 셋째는 우방과의 유대를 공고화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크라이나가 막강한 러시아 군사력과 맞서 있는 것은 자유와 인권과 민주를 열망하는 국민적 결속과 그들을 지원하는 미국 등 나토 국가들의 굳건한 단합력 덕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유대 강화는커녕 동맹의 우군(友軍)마저 지리멸렬해지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동맹 파기, 주한 미군 철수 주장까지 나오고 있고 정권은 온통 친북·친중 세력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3·9 대선을 맞는다. 우리는 지금 누구를 뽑느냐에 열중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가 어디로 가느냐는 방향이다. 이번 대선의 핵심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니라 나라의 정체를 보존하려면 어떤 체제를 선택해야 하는가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02월 08일 中 올림픽 뒤 ‘北 대선 공작’ 우려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대선 D-29 이재명·윤석열 박빙
TV 토론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
남은 변수는 北 도발과 단일화
대선 직전 도발로 긴장 높일 땐
또 전쟁이냐 평화냐 논쟁 유발
후보 추가 의혹과 舌禍도 변수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29일이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그야말로 박빙이다. 대선 후보들 간의 첫 번째 TV토론이 있은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인, 국민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37.2%의 지지율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5.1%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조선일보-TV조선이 6일 발표한 여론조사(4∼5일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윤 후보는 35.0%, 이 후보는 31.0%의 지지율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 5개가 더 있다. 이들 여론조사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우선은, 대체로 윤 후보가 이 후보보다는 오차범위 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TV토론이 지지율 변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TV토론의 영향력이 과대평가돼 온 것은 사실이다. TV토론을 처음으로 실시한 미국에서도 그 영향력은 그리 크지 못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제17, 18대 대선 때도 TV토론 직전과 직후의 후보들 지지율 변화는 오차범위 이내였다.
이번 TV토론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TV조선의 여론조사를 보면, TV토론을 통해 지지 후보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응답이 8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TV토론이 지지율 변화에 별 영향을 못 미치는 것은, TV토론이 특정 후보 지지에 대한 확증편향을 강화시킬 수는 있지만, 토론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지지 후보를 바꾸게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TV토론 시청률은 제18대 때와 비슷한 39%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는 역대 대선 TV토론 중에서 ‘매우 높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치적 관심이 높지 않은 스윙보터(미결정 유권자) 다수가 토론을 시청했을 확률은 떨어진다. 토론이 스윙보터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앞으로 있을 TV토론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줄 변수로 작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변수는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앞으로 채 한 달도 못 남은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는 다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북한 리스크다. 2022년 들어 한 달여 동안 북한은 무려 7차례나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마지막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일본은 물론 미국령 괌섬까지 타격이 가능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었다. 북한의 도발 목적은 우리 대선판에 영향을 주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 하더라도 우리 선거에 영향을 안 미칠 수는 없다. 이제 남은 것은 ICBM 발사와 핵실험인데, 그 상황이 되면 대선판에 안보 문제가 급격히 부상할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이 추가로 대형 도발을 한다면, 그 시기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직후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눈치를 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대선 직전에 대형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이 누구에게 유리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 변수는 후보 단일화다. 앞서 소개한 여론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윤 두 후보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박빙인데, 이런 구도를 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바로 후보 단일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아직도 후보 단일화 목소리가 크지 않다. 만일 국민의힘이 ‘자강론’에 치우칠 경우, 현재의 박빙 구도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후보 단일화의 성사 여부 역시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변수로는, 후보를 둘러싼 추가적인 의혹이 발생하거나 설화(舌禍)의 발생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위기관리 능력이 우수한 후보가 결국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앞으로의 한 달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될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08일 李·尹 사드 논쟁과 국가안보의 기본

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육군 대장
지난주 TV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고 전쟁 억제를 위한 선제타격과 사드(THAAD) 추가 배치 필요성을 언급하자 다른 후보들의 반박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무모하고 위험한 언행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1월 한 달에만 7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고, 특히 극초음속미사일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도 시험발사했다. 유엔과 미국 등 서방 국가는 북한이 2018년 약속한 모라토리엄의 파기이자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경고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지난 5년간 공들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물거품이 됐다.
6·25전쟁 이후 한반도는 북한의 무력도발과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안보 위기가 빈번히 발생하고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날이 많았다. 여기에는 남북분단과 북핵 문제,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갈등이라는 근본적 요인이 깔려 있다. 남북 간 체제와 이념 대결, 군사적 적대관계,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과 핵무기 고도화, 외세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내선(內線) 국가, 미·중 갈등 심화 등은 한반도 안보 환경의 복잡성과 함께 우리의 독자적 힘만으로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대통령 후보는 이러한 근본적 요인을 냉철하게 인식,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의지를 보여야 한다. 특히, 뺄셈 아닌 덧셈의 해법으로 풀어 가야 한다. 안보는 생존의 영역이기에 효율보다 효과가 앞서야 하고 기회비용에 인색해선 안 된다. 또한, 국가지도자는 적의 위협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역량을 갖추도록 국력으로 뒷받침하고, 물리적 타격 수단이 부족하면 전략·전법을 바꿔 위협을 막는 것이 안보와 군사의 기본원리다.
이를 위해 우선 독자적 안보 역량을 확충할 수 있도록 GDP의 3%를 국방예산에 투자하고 북한의 WMD 위협 대비 3축 체계를 조기에 전력화해야 한다. 군사력 건설은 각종 미사일, 해군 수중전력(잠수함), 공군 5세대 전투기, 중고고도 방공무기, 군사위성과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에 집중 투자하고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할 수 있는 전략사령부를 창설해 선제적 제압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한미동맹은 군사안보 범위를 넘어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북한 비핵화에 물샐틈없이 공조하고 협력해야 한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는 가운데 핵 자주권을 확보하고 확장억제력 제공에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한·미 확장억제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은 그 당위성을 인정하고 대비하되, 현행 방위체제를 변경하게 되므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담보될 때까지 보류하는 것이 옳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으로 이뤄지는 정치의 연속’이라고 했다. 본질적으로 전쟁이 정치에 종속됨을 말한 것이다. 전쟁을 막기 위한 대전략과 국가전략은 국가지도자의 몫인 만큼 군 통수권자는 군사안보의 본질과 속성을 잘 알아야 한다. 국가 백 년을 튼튼히 하는 지도자가 절실한 때다.
문화일보
02.09 李 후보 아들 성남 수도병원에 52일간 입원, 일반 병사면 가능했겠나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장남은 2014년 7~9월 경남 진주 공군기본군사훈련단에 근무할 당시 발목을 다쳐 경기 성남에 있는 국군수도병원에 52일간 입원했다. 민간 병원에서 발목 인대 수술을 받은 뒤 추가 치료와 재활을 위해 수도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진주가 근무지인 병사가 재활 치료를 위해 수도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더구나 입원에 필요한 인사명령서도 없었다. 후속 국군대전병원 입원일(8일)까지 따지면 무려 60일간 군 병원에 있었다. 일반 병사라면 가능한 일이었겠나.
진료 기록을 보면 이 후보 장남은 발목 불안정 증세로 관절경 인대 수술을 받았다. 의료 전문가들은 비교적 쉬운 수술이라 입원 기간은 통상 1주일 이내이고 이후 통원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군 복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입원 기간이 3주일을 넘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더구나 국군수도병원은 군의 최상급 병원으로 지역 군 병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위급 환자나 중증 환자를 많이 담당한다. 환자 수요가 많아 장기 입원도 힘들다. 민간에서 수술받은 병사가 52일간 이곳에서 치료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자신의 근무지와 가까운 진주의 군 병원에 입원한 뒤 통원 치료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씨는 근무 부대와 수백km 떨어져 있고 아버지가 시장으로 있는 성남의 수도병원에 들어갔다. 이 후보 영향력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군 병원에 입원하려면 인사명령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씨는 명령서도 받지 않은 채 입원했다. 한 달 뒤에 근무 부대가 인사명령서를 요청했다지만 이 또한 발급되지 않았다. 군은 “실무진의 실수”라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아들도 19일간 병가를 쓰면서 휴가 명령서와 병원 진단서, 군의관 소견서가 없었다. 전화 한 통으로 휴가를 연장했다고도 했다. 군은 “행정 절차상의 오류”라고만 했다. 유독 유력 정치인의 아들에 대해 이런 실수와 오류가 잦은 이유가 뭔가.
이씨는 수도병원 입원 중 지인의 휴대폰을 이용해 병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시엔 병사의 휴대폰 소지가 금지돼 있었고, 그날 이씨에 대한 면회 기록도 없었다. 면회 특혜까지 봤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군 내부에선 “발목 재활을 위해 두 달간 자기 집 근처 군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는 병사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이 후보 측은 “법과 원칙에 따른 입원과 치료”라고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이 후보는 반칙과 특권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하기 앞서 이 문제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월 09일 성남FC 수사 회피·방해도 수사 대상

배병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남FC 후원금 관련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이던 2015∼2017년 네이버·두산그룹 등 기업들에 성남시 정자동 일대 인허가를 제공하는 대가로 성남FC 후원금 160여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2018년 6월 제3자뇌물죄 등 혐의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으나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는 이 시장이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자 고발인 측이 해당 처분에 이의를 제기해, 같은 해 10월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성남지청 수사팀과 박하영 차장검사가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차례 보고했지만, 박은정 지청장이 무혐의 종결 의사를 굽히지 않아 박 차장이 지난달 25일 항의성 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혐의 유무를 확정하기 위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박 차장과 수사팀의 의견을 4개월 간 묵살한 박 지청장의 태도는 상식에 반한다.
또, 성남지청이 지난해 7월 네이버가 성남FC에 낸 39억 원의 후원금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면서 대검에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조회를 요청했으나, 김오수 검찰총장이 절차적 이유를 문제 삼아 반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무마 의혹이 증폭됐다. 김 총장은 성남시 고문변호사 경력이 있고, 박 지청장은 법무부 감찰담당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앞장섰다. 그 윤 총장이 지난해 11월 5일 제1 야당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기에 박 지청장은 친여 성향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시민단체 ‘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박 지청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28일 반부패강력수사2부에 배당됐다. 또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지난 3일 박 지청장과 김 검찰총장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무유기죄 및 직권남용죄 혐의로 고발해 놓은 상태다.
박 차장검사의 항의성 사표 제출로 논란이 있자, 김 검찰총장이 지난달 26일 수원지검에 진상조사를 맡겼으나, 수원지검은 지난 7일 경위조사 결과는 제외하고 수사를 막은 박 지청장에게 다시 보완수사 하라고 지시했다. 처리에 문제가 있었던 사건의 재수사는 대부분 다른 검찰청에 맡기거나 지휘 계통을 달리하는 것에 반하는 조치다. 성남지청은 8일 이 사건에 대해 분당경찰서에 이첩,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고발 접수 후 3년3개월 간 수사 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한 분당경찰서에 제대로 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청법 제4조 2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박 차장검사의 적법한 직무 수행을 정치적 이유로 이를 방해한 성남지청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하나 다음 달 9일 대통령 선거 때까지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검찰총장은 박 지청장에 대한 수사를 담당할 특임검사를 지명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게 해야 마땅하다.
문화일보
02.10 상식적 의문 해소하지 못한 김혜경씨의 사과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9일 공무원을 집사처럼 부리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12일 만이다. 김씨는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고 했다.
이번 의혹은 이 후보가 경기도 지사로 근무할 때 이 후보 측근인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 지시에 따라 7급 공무원이던 A씨가 김씨의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자택 냉장고·옷장 정리, 아들 퇴원 수속·병원비 결제 등을 했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 수법까지 묘사됐다. A씨가 개인카드로 이 후보 집에 가져갈 쇠고기 값을 정육 식당에서 일단 결제한 뒤, 이틑날 점심시간에 해당 업소를 다시 찾아 이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바꿔치기’ 방식이 활용됐다는 것이다.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김씨는 이날 거론되는 의혹 중 무엇이 사실이고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만 했다. 사과는 했지만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의혹의 사실관계는 대부분 김씨가 모를 수 없는 일이다. 김씨는 A씨에 대해서도 “경기도청에 처음 왔을 때 배씨가 소개시켜줘서 첫날 인사한 것이 전부이며 소통하고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작년 3월부터 약 8개월간 근무한 A씨는 언론을 통해 “일과의 90% 이상이 김씨 관련 자질구레한 심부름이었다”고 했다. 정말 한번 인사한 게 전부일 수 있나. 상식적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후보 측은 A씨의 첫 폭로가 나온 후 5일간 “허위 사실”이라고 하다가 법인카드 영수증 등 물적 증거까지 잇따라 나오자 돌연 사과와 해명에 나섰다. ‘허위’가 ‘사실’로 바뀌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다. A씨에게 직접 일을 시킨 배씨는 “(이 후보 부부가) 시키지 않은 일”이라고 했지만 A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는 ‘사모님이 내일 초밥 올려달라고 그랬다’는 배씨 언급이 나온다. 이제라도 김씨가 사과를 한 것은 다행이지만 김씨가 정직한 마음가짐인지에 대해선 우려와 의문이 남는다.
조선일보 사설
02.10 실컷 野 때리고... “선거가 두렵다”는 사람들
챙길 것 다 챙긴 與, 이제 와 보복당할까 걱정
다음 대통령 누가 되든 떠날 날 생각하며 일해야
더불어민주당에 위기감이 감돈다. 이재명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슬로건으로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추가했다. 처음엔 ‘이재명은 합니다’를 내걸었다가, 연초부터는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을 써왔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자신의 이름을 뺐다. 대신 ‘위기’를 호소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하루 한 명에게 기호 1번을 호소하자”며 ‘111 캠페인’도 벌였다. 선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엔 “선거가 두렵다”는 민주당 의원도 만났다. 대선 후 곧바로 치러질 지방선거와 2년 뒤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며 앞날을 걱정했다. 대선 후 문재인 대통령이 ‘화’를 피할 방법도 화제에 올랐다. 누구는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이 정부 적폐 청산보다 몇 배 강한 사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고, 누구는 “이재명 후보가 돼도 노무현 정부의 DJ 대북 송금 수사 때처럼 문 대통령에게 가혹할 수 있다”고 했다.
위기감은 뭔가 잘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생긴다. 부동산 값 폭등, 탈원전, 김정은 비핵화 사기극 동조 등 이 정부 실정(失政)이 한둘이 아니지만, 위기의 상당 부분은 중도층 이반을 부른 민주당의 태도에 기인했다고 본다. ‘내로남불’이다.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 후계자를 부인하며 아무리 ‘이재명 정부’를 외쳐도 내로남불은 끝내 ‘차별화’되지 않는다. 민주당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은 최근 당 선대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 해놓고 똘똘한 한 채를 챙기고, 특목고 없애자면서 자녀들은 과고·외고 보내고,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뒤로는 특혜를 누렸다.” 정권 주류 ‘86그룹’을 겨냥한 말이다.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심각한 것은 그것이 ‘사다리 걷어차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 말대로 여당 사람들은 높은 곳에 올라 챙길 것 다 챙기고 누릴 것 다 누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올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찼다. 공정한 입시와 취업 기회를 원한 청년, 내 집 한 채 갖고 싶던 서민이 오르려던 사다리였다. “사다리를 아예 불태웠다”는 말까지 나왔다.
내로남불과 사다리 걷어차기의 정점(頂點)은 ‘정치 보복’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9일 윤석열 후보의 ‘집권 시 적폐 청산 수사’ 발언이 알려지자 벌 떼처럼 일어났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긴급 회의를 소집해 “문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 우려가 현실로 확인됐다”며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인식하고 단호히 행동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5년 내내 야권을 ‘적폐’로 몰았다. ‘적폐 청산’을 국정 과제 1호로 삼고 각 부처에 전담 기구를 설치했다. 전직 대통령 2명 포함 감옥에 보낸 사람이 100명이 넘는다. ‘조국 사태’로 온 국민을 서초동파와 광화문파로 분열시켰다. 그래 놓고 임기 말이 되자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통합과 화합”이라며 “오히려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요즘 들어 “정치 보복이 가장 나쁜 정치 행태”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면서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자”고 한다. 민주당 정부의 잘못을 더는 따지지 말자는 얘기다. 이 후보는 “선거는 과거를 파헤쳐서 어떤 특정 정치 세력의 정권욕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선거는 과거를 그냥 덮어둠으로써 어떤 특정 정치 세력의 정권욕을 만족시키는 것 또한 아니다.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혹시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를 떠날 날을 생각하고 일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황대진 기자
02.10 진중권 “김혜경 사과, ‘나 잡아봐라’ 약 올린 것…본질 다 피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아내 김혜경씨가 공무원 심부름과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자신을 향한 여러 의혹에 사과한 것과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런 식의 사과는 안 하는 게 낫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9일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서 “이걸 사과라고 했나 화가 나더라. 너무 성의가 없고 본질을 다 피해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사과한 내용을 보면 (5급 공무원) 배씨와 (제보자) A씨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고 나는 A씨는 한 번 봤다. 하지만 그 책임은 내가 지겠다 이런 식”이라며 “문제의 본질을 다 피해가고 배씨 갑질의 문제로 프레임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의 핵심은 배씨라는 사람이 사실상 몸종의 역할을 한 것”이라며 “사실상 국가의 녹을 받는 공무원을 사노비처럼 부린 사건이다. 그것도 5급하고 7급(제보자 A씨) 둘씩이나. 이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국가의 혈세로 고용한 2명의 공복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건인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며 “또 사실상 혈세를 자기들 생활비로 쓴 건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도 없이 ‘수사나 감사로 받겠다’며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마디로 약올리는 것.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나 잡아봐라’ 거의 이런 식”이라며 “제가 볼 때는 빵점, 오히려 마이너스 점수를 줘야 한다”고 했다.
바람직한 사과 방향과 관련해선 “(잘못을) 인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행이 있었는데 그런 관행을 끊어내지 못했다” “2016년에 행정안전부에서 하지 말라고 지침이 내려왔는데도 불구하고 하지 못해 미안하다” 등의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인카드 사용으로 공금을 유용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분명히 인정하고 사과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핵심적인 두 가지는 다 피해갔다”며 “이걸 갑질 문제로 만들고 또 A씨를 몰랐다고까지 하는데 이런 말을 누가 믿겠나”고 했다.
함께 자리한 김성회 전 열린민주당 대변인이자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도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라’고 했는데 그런 면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며 “이 악재가 발목을 더 이상 잡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것을 끊어낼 수 있을 만큼의 사과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최근 논란이 된 상황에 대해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며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다만 ‘법인카드 유용 부분을 포함해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이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고 “지금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고, 결과가 나와 책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남영희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MBN ‘뉴스파이터’에 출연해 “(김씨가) 어떻게 더 진정성 있게 사과하느냐. 최대치로 사과한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남 대변인은 “김씨가 직접 지시하거나 법인카드 유용에 대해 더 드러난 게 없어서 더 설명할 게 없었을 것”이라며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고, 결과가 나와 책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02월10일 김혜경은 사실 안 밝히고 사과 시늉, 檢은 또 수사 회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회견을 열어 공무원 사유화 등을 직접 사과했지만, 의혹 해소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8분 만에 끝난 회견의 내용은 지난 2일 발표한 서면 입장과 다를 바 없었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에 대한 질문에는 “수사·감사에 협조하겠다”고 비켜 갔다. 최소한 대리처방 의혹을 받는 여성 호르몬 치료제를 본인이 먹었는지, 전 경기도 총무과 5급 직원 배모 씨가 먹었는지 등 사실관계는 밝혀야 한다. 김 씨의 사과 시늉 30분 만에 이 사건을 제보한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 7급 직원 A 씨는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씨가 이 후보와 함께 받고 있는 혐의는 공무원에게 사적 심부름 및 공용차량 불법 사용, 법인 카드를 개인 카드와 ‘바꿔치기’해 가며 공금유용, 대리처방으로 의료법 위반 등이다. A 씨와 배 씨의 통화·문자 내역을 보면 그런 정황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무원에 대한 사적 업무 지시, 공금횡령 사실이 확인되면 도덕적·정치적·법적으로 심각한 일이다.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공직 자격도 의심받게 된다. 따라서 하루빨리 수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도 경찰도 수사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직권남용·국고손실 등 혐의로 이 후보 부부를 대검에 고발했다. 부패는 검찰 수사 대상이다. 그런데 대검은 이 사건을 이 후보 대학 후배가 지검장인 수원지검으로 보냈고, 수원지검은 다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떠밀었다. 시간을 끌며 3·9 대선 때까지 사건을 뭉개겠다는 뜻이다. 앞서 검찰은 수사 무마 논란이 불거진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도 애초에 지연·부실 수사 의혹을 받았던 분당경찰서로 되돌렸다. 분당서는 2021년 국민권익위의 대장동 부패 신고도 “혐의점 없다”고 결론 낸 바 있다. 대선 후 관련 의혹까지 수사해야 한다. 또, 수사 뭉개기에 악용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도 재검토돼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10일 차기 대통령 제1 요건은 ‘확고한 안보’

윤주선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前 홍익대 교수
首都의 안전성과 경쟁력 중요
국가 흥망성쇠에 결정적 영향
안보 확고해야 자산시장 안정
도시엔 경쟁과 불평등 있지만
일자리와 양질의 주거를 제공
박원순 ‘도시의 농촌화’ 잘못
2021년 유엔 인구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인구 가운데 74%가 도시(48%)와 마을(26%)에 살고, 26%만이 농촌에 거주하며,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88%에 이른다. 도시화율과 경제성장은 연계돼 왔으며, 국가 흥망성쇠와 자산시장 부침에도 그 나라 수도(首都)의 힘이 작용한다. 수도의 안전성이 경쟁력의 선행 조건이다.‘
도시의 승리’를 쓴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가 인간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극찬했지만, 도시는 불평등을 먹고 자라며 적군의 주공격 대상이다. 그렇다고 도시화를 막을 순 없다. 도시의 미덕은 효율성과 희망으로 상징되는 융복합과 양질의 일자리다. 도시의 농촌화를 지향했던 박원순 때와 오세훈의 서울은 180도 달라졌다는 평이 많다. 서울시민과 공무원은 그대로인 채 사령탑이 교체됐을 뿐이다. 대한민국도 정권이 교체되면 나라가 바뀔까?
언제부터인가 ‘위대한 도시’(알렉산더 가빈) 재창조의 뒷심이 된 신자유주의 비판이, 정의이며 공정이라는 인식이 스며들었다. 이 비판이 대도시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라 하더라도, 민간자본 도입과 거버넌스 구조인 작은 정부의 수많은 장점을 배척하게 함으로써 지구촌 극빈 완화와 도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제3의 길’(앤서니 기든스) ‘불평등의 재검토’(아마르티아 센) ‘신(新)자본론’(토마 피케티) ‘포스트 자본주의 새로운 시작’(폴 메이슨) ‘공동체주의’(마이클 샌델) 등 수많은 연구도, 그 핵심인 ‘부자증세 약자분배’ 주장 외에는 불평등 통제가 가능한 실질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자유민주주의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여러 갈래이나, 모두 정치적 수사에 머물러 있다.
인간은 선악보다는 생존 본능적 호모 사피엔스다. 돈에 도덕성을 입히고 경제에 민주주의를 덧칠하려는 모든 행동은 공정한 법치주의가 아닌 주술적 감성주의에서 비롯한다.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았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거시적 대안보다 근시적 득표 게임이다. 이번에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국가 경영체제를 선택하는 투표라고 하면서도, 유권자의 이념 추구나, 후보자의 국정철학도 안 다루고 있어 대선 이후를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새해 벽두,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멸공’ ‘7차례 미사일’만큼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은 없는데, 대중은 벌써 잊어버린 듯하다. 외환위기 때 여러 지자체의 요청으로 해외투자 유치를 다녀 보니, 모 그룹 회장의 말처럼 대한민국 디스카운트(투자 위험도)는 ‘외환보다는 안보’였다. 만에 하나, 국가안보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시장 안정화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선제공격뿐이라 했고, 여권은 평화 타령이다. 주요국 합의 없는 종전선언이야말로 자산시장의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말이다.
고대로부터 천도(遷都)의 가장 큰 목적은 군사적 이유였다. 우리에게 최근의 사례가 세종시 천도론이다. 북한의 미사일이 속도와 파괴력 면에서 엄청난 위력을 갖는다고 알려진 만큼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긴다 해도 사정권에 든다. ‘세계적 안보 패권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우리나라는 안보 사각지대가 됐다’며 걱정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시점이다. 지난 대선 때까지는 세계 경찰국가 미국이 든든한 우방으로 지켜 줬지만, 도널드 트럼프 이후 미국은 자국 중심 외교로 변해, 한국 자산시장이 후순위로 밀리고 증시는 추락하는 중이다.
각종 규제 강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로 자산시장 위험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대책은 서민 금리 인상뿐인가! 경영 실패에는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데이비드 맥레이니)라는 심리가 내재한다. 과거의 특정한 유사 패턴 편향이 잘못된 추론을 이끈다는 우화다. 한·미·일 안보 동맹 체인에서 벗어난 중립적·국지적 공약은 사후약방문이 될까 우려된다.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유권자의 표는 국가 경영체제를 선택하게 되므로, 어떤 후보가 작은 정부 및 민·관 협력을 통해 위대한 도시 속에 양질의 주거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고 지킬지가 결정된다. 세계적 위기에도 철저한 국가안보는 시장 안정과 국력 회복, 그리고 자유와 희망의 울타리다.
문화일보
02.11 ‘어공’에겐 갑질해도 되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장인 김병욱 의원이 지난 7일 선대위 입장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지운 글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이다. 해당 글은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 ‘황제의전’ 의혹에 연루된 배모 사무관과 갑질 피해를 주장한 A비서관이 각각 어공과 늘공이라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은 오류라고 했다. 실제로는 둘 다 어공이라는 것이다. 소위 ‘내리꽂은 인사’가 시험을 거쳐 어렵게 공무원이 된 사람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공분이 많았던 것에 대한 해명처럼 읽혔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어공이 늘공에게 갑질하는 건 안 되는데, 어공이 어공에게 하는 건 괜찮나?
정작 당사자인 공무원들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공무원을 대변하는 양대 노조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여태까지 단 한 줄의 관련 성명이나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합쳐서 조합원 수 23만명이 넘는 걸로 추산되는 이들이 원래부터 조개처럼 입 다물던 조직은 아니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인 전공노는 공무원 관련 일이 아니어도 논평을 내곤 했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가석방과 박근혜 전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 때에는 각각 ‘사면 복권’과 ‘즉각 철회’를 강력 촉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의 비공식적인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지난 3일 전공노 경기도청지부 홈페이지에는 ‘경기도청 전 공무원 제보 관련 입장’이란 글이 올라왔다. “참으로 분노스럽다”며 “비서실 소속이든, 정무직이든, 임기제 공무원이든, 일반직 공무원이든 공직 사회에서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분리는 너무도 당연하다. 갑질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했다. 전공노의 공식 입장은 아니고 ‘지부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었다.
이런 분노는 꽤 오래 전 조합원 공지에도 남아있었다. 2018년 9월 ‘비서실의 갑질 사례를 접수한다’며 올라온 공지는 “’노동존중’ ‘노동권익’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철학인데 그의 도정 수행을 보좌하는 비서실에서 무례한 태도 사례가 자주 들려온다”는 내용이다. ‘막말과 모욕감을 주는 태도에 직원들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 근무하는 비서실 직원이 해외 연수도 갔다’ ‘지사와 직원들과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 ‘과장 전결 사항까지 비서실을 통해 지사에게 보고한다’ 등 수많은 불만 사항을 당시 이 지사에게 전달했다는 공지들도 있었다.
최근 이 후보와 선거 캠프는 황제의전 논란에 대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도 문제의 원인을 배모 사무관 한 명의 ‘과잉 충성’으로 짚었다. 그러나 그런 갑질을 직접 겪은 공무원들의 불만을 수년 동안 방치해 온 건 이 후보 자신 아닌가.
조선일보 윤수정 기자
02.11 “김혜경 음식값 결제에 경기도청 5개 부서 예산 동원”
심부름 제보자, 영수증 추가 공개
각 부서 업무추진비 사용 드러나… 공정경제과·노동정책과 등 동원
李 집에 배달된 닭백숙… 총무과 법카로 결제, 명목은 ‘상생간담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부의 자택으로 배달된 음식값 지불에 경기도청 산하 최소 5개 국(局)·실(室)의 업무 예산이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 코로나 방역대책, 노사협력 등에 써야 할 예산이 이 후보 음식값으로 전용(轉用)됐다는 의혹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7급 공무원에 채용돼 이 후보 집안 심부름과 도청 법인카드 유용을 직접 수행했다고 지난달 폭로했던 A씨는 작년 4월 13일~10월 5일 자신이 결제·취소한 개인 카드 영수증 10장을 10일 추가 공개했다. 이를 포함한 A씨 카드 영수증을 본지가 경기도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비교한 결과, 동일 사용처와 동일 금액의 ‘A씨 개인 결제·취소 → 법인카드 결제’ 사례가 6건 확인됐다. 법인카드 결제는 모두 개인 카드 취소 당일 이뤄졌다고 A씨는 밝혔다.
결제에 사용된 법인카드는 A씨가 상급자인 총무과 5급 공무원 배모씨로부터 받은 1장이었다. 그러나 그 카드 대금은 최소 5개 부서의 예산으로 집행됐다. 명목상 집행 내역은 ‘방역대책’ ‘노사협력’ ‘지역상생’ 등 다양한 용도였다. 예컨대 경기도 총무과는 작년 10월 6일 도청 소재지 수원이 아닌, 이 후보 자택 소재지인 성남의 J백숙집에서 지역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에 12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지출 발생 하루 전 같은 식당에서 개인 카드로 같은 금액을 결제했다가 다음 날 취소했다. 결제 당일 A씨는 이 후보 집에 배달할 포장 닭백숙을 구매해 배씨 휴대전화로 ‘인증샷’까지 전송했고, “음식을 경비실에 맡겨두라”는 배씨 지시도 받았다.
▲李 집으로 간 닭백숙값, 지역상생 예산에서 지출됐나
A씨 결제 취소 당일 경기도가 재결제한 사례들에 대해 자금을 집행한 해당 국·실·과장들은 “내가 직접 쓴 돈이 아니며, 총무과 요청에 따라 예산을 내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경기도 공정국은 5월 7일(이하 2021년) 수원 O초밥집에서 ‘불법 하도급 근절 방안 마련 관계자 의견 수렴 간담회’에 10만5000원 예산을 집행했다. A씨가 5월 4일 같은 금액을 결제했다가 취소한 날이었다. 이를 승인한 김지예 공정국장은 “예산 사용을 구체적으로 건건이 들여다보지는 않아 세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고 했다.
노동정책과는 5월21일 성남 복요리집에서 열린 ‘노사협력 간담회’ 경비로 12만원을 지출했다. A씨는 같은 장소에서 사흘 전 개인카드로 12만원을 결제했고, 21일 취소했다. 당시 노동정책과장이었던 유성규씨는 현재 이 후보 선대위 노동정책팀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총무과에 물어보라”고 했다.
예산 전용(轉用)이 배씨 윗선의 조직적인 묵인·방조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정희 당시 기획담당관은 “다른 부서에서 법인카드를 쓰고, 그 대금을 우리 예산에서 지급하겠다고 업무 연락을 보내올 때는 그쪽 부서장 결재를 거친 것이기 때문에, 이쪽에선 세세히 따져 묻지 않고 승인해준다”고 했다. 배씨 상급자였던 이의환 당시 총무과장은 올해 1월 이천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A씨가 이날 공개한 영수증 10장의 건당 결제·취소액은 7만9000~12만원이었다. 결제처 10곳 가운데 7곳은 성남시 소재 식당이었다. 경기도청에서는 30km 안팎 떨어진 장소들이다.
A씨는 이들 거래에 대해 “내 개인 카드로 이 후보 집에 갖다줄 음식을 일단 먼저 결제했고, 나중에 법인카드 사용 가능 일시에 다시 해당 식당을 방문해 개인 결제를 취소하고 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 측근은 “어제(9일) 김혜경씨가 사과 기자회견에서도 정확히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밝히지 않는 것을 보고 추가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A씨가 제공한 영수증 10장을 모두 검증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 훈령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사용자 ▲일시(시각은 분 단위까지) ▲장소 ▲목적 ▲대상 인원 ▲금액 ▲결제 방법까지 공개하도록 규정하지만, 경기도청 내 어떤 부서도 비용을 누가 썼는지를 적시하지 않았고, 사용 일시에는 시각(時刻)은 빼놓고 공개했다. 또한 7개 이상의 부서·기관은 집행 내역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경기도는 업무추진비 사용에 관한 상세 기록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법령에 나온 자료 범위 내에 대한 본지의 공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 후보 측은 “수사와 감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소정 기자
02.11 국민의힘, 종로에 최재형 전략 공천... 尹 “잘해봅시다”
서초갑엔 조은희, 청주 상당엔 정우택 공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정우택 전 의원/조선일보DB
국민의힘은 10일 20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3·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종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서울 서초갑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충북 청구 상당에 정우택 전 의원을 각각 공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관위는 종로는 정치적 무게감을 감안해 경선없이 전략공천했고, 서초갑 등은 경선(당원 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을 통해 후보를 결정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최 전 원장(선대본부 상임고문)을 종로 후보로 선정한데 대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추구하는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는 대쪽 감사원장으로서의 상징성, 윤 후보와 경선에서 경쟁한 후보와 원팀을 이루자는 뜻이 종합적으로 검토됐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공천 결정 직후 최 전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드린다. 잘해봅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구청장은 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해 선출됐다. 이번 재보선은 전국 선거구 5곳에서 치러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보선 유발 책임이 있는 3곳(종로, 경기 안성, 충북 청주 상당)에, 국민의힘은 곽상도 전 의원이 사퇴한 대구 중·남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은 서초갑에는 이정근 당 미래사무부총장을, 대구 중·남구에는 백수범 변호사를 공천했다.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02월 11일 경기도 5개 부서 예산 빼 김혜경 밥값…이래도 李 몰랐나
추가로 공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자택 배달 음식의 경기도 법인카드 결제 내역은 충격적이다. 경기도 5개 부서에서 코로나 방역과 지역 상생, 노사 협력에 쓰였다고 한 예산이 이 후보 가족의 복 요리와 닭백숙 비용 등으로 지출된 정황이 드러났다. 심지어 해당 부서장 일부는 영전했다. 이 정도면 이 후보가 몰랐다고 하기 어렵다.
이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7급 공무원으로 도청 법인카드 유용 심부름을 했던 A 씨는 10일 카드 영수증 10장을 추가 공개했다. 지난해 4월 13일∼10월 5일 결제된 것이다. 카드 사용 식당 중 7곳은 이 후보 자택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성남시 소재 한우·초밥·복어·백숙 전문점 등으로, 도청과는 30㎞나 떨어져 있다. A 씨는 자신의 카드로 7만9000원∼12만 원을 결제한 뒤 도청 법인카드 사용 가능 일시에 해당 식당을 다시 방문해 개인 결제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고 한다. 10곳의 총 결제금액은 111만8000원으로 1회 한도 금액 12만 원이 넘으면 ‘쪼개기 결제’를 했다.
비용은 경기도 5개 부서의 예산으로 충당했다. 노동정책과가 성남 복요리집에서 ‘노사협력 간담회’ 경비로 12만 원, 총무과가 백숙집에서 ‘지역 상생 협력 간담회’에 12만 원 등의 명목을 동원했다. 소액 지출도 상부 결재가 필수적인 공무원 조직 특성을 감안하면 해당 부서장은 물론 상위 책임자가 모를 수 없다. 그런데 노동정책과장은 이 후보 선대위의 노동정책팀장을 맡고 있고 총무과장은 이천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김혜경 씨의 행태는 ‘공사 구분을 못 한’ 수준을 넘어 경기도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제사음식 심부름, 옷장 정리 등 갑질과 대리처방, 공용 차량 전용 등은 의료법 등 명백한 법규 위반이다. 그런데도 김 씨는 9일 무엇을 사과하는지 알 수 없는 기자회견을 했고, 이 후보 측은 “수사와 감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제라도 직접 사실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신뢰할 만한 방식의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2.12 도청 각 부서 업무추진비로 李 후보 집 음식 배달, 공직관이 뭔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자택으로 배달된 음식 값 지불에 경기도청 산하 5개 부서의 업무용 예산을 유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나왔다. 도청 7급 공무원으로서 이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사적 심부름과 법인 카드 사적 유용에 동원됐다고 폭로한 A씨가 작년 4~10월 결제하고 취소했던 개인 카드 영수증 10장을 경기도 각 부서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과 비교해보니 6건의 사용처·액수·날짜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A씨는 이 후보 집에 갖고 갈 쇠고기 값을 개인카드로 먼저 결제한 뒤, 다음날 점심시간에 이를 취소하고 법인 카드로 재결제한 적이 있다고 했었다. 이번에 같은 ‘바꿔치기’ 방법이었다며 공개한 영수증에는 성남 소재 닭백숙·초밥·복어·중국 음식 전문점 등이 골고루 포함돼있었다. 이 후보 집에 각종 음식 배달하는 게 경기도청의 ‘업무추진’인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비용은 경기도청 최소 5개 부서의 예산으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총무과가 닭백숙집에서 ‘지역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 명목으로, 노동정책과가 복어 음식점에서 ‘노사협력 간담회’ 명목으로 이 후보 집에 배달된 음식에 대한 법인카드 결제 비용을 떠안는 식이었다. 이 과정을 보면 공사(公私) 구분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공직에 대한 기본 관념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이 된다고 없던 절제와 양식이 갑자기 생기겠나.
김혜경씨는 지난 9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는 했지만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밝히지 않으면서 “수사와 감사에 협조하겠다”고만 했다. 이 후보도 수차례 사과는 하면서도 “공직자로서, 남편으로서 제 부족함과 불찰이라고 말씀드린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기만 하고 있다. 모두 말장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 측은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는 ‘허위 사실’이라며 거짓말을 했다. A씨가 공개한 영수증 10여 장, A씨와 배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통화 녹취와 집 앞에 배달된 음식 사진들만으로도 해당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는 짐작이 가능하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니라면 이 후보와 김씨는 직접 구체적인 해명에 나서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월15일 尹-安 단일화를 여론조사로 해선 안 되는 이유
공식 선거운동이 15일 0시에 시작되는 제20대 대통령선거의 막판 최대 관심사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문제다.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1·3위를 달리는 두 후보가 협력하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함으로써 논의가 공식화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단일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첫째, 정치와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입장 차이도 통합해내는 ‘가능성의 예술’인데, 가장 중요한 결정을 여론조사에 맡기는 것은 ‘반(反)정치’의 극치다. 그런 주장을 연장하면, 대통령을 여론조사로 뽑자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한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서도 반성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100% 당원 투표로, 국민의힘도 당원 투표 비중을 늘리며 후보를 선출했다. 그래야 후보의 정통성·정당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본선은 말할 필요도 없다.
둘째,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의심받는다. 같은 날 같은 회사의 조사 결과도 오차 범위를 넘어 차이가 나기도 한다.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몰라도,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업체만 80개 정도인데, 1인 업체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도 ‘특수거래에 의한 여론조사’가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이미 단일화와 관련된 여론조사는, 새삼 다시 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와 있다.
셋째, 실제로 민심을 왜곡할 가능성도 크다. 안 후보는 지난해 4·7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 방식을 적용하자는데, 역선택을 허용하자는 의미다. 당시 안·오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았다. 현재 윤·안 후보 지지율 격차는 현격하다. 이미 형성된 유권자들의 표심을 여론조사 방식으로 뒤집겠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2002년에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여론조사 단일화를 했다. 당시에도 조사 문항 다툼이 있었고, 조사 결과와 관련한 뒷말이 나왔다. 여론조사 단일화가 계속된다면 정치공학만 더욱 판치게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2.16 선거 공작, 여론 조작, 금품 선거 장본인들 모여 ‘공정 선거’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정부는 공정한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했다. 그 직후 공명선거 관계 장관 회의도 열렸다. 그런데 이런 말이나 회의가 하나의 연극처럼 보이는 것은 문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이 불법적 선거 개입에 앞장서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대선에서 여론 조작, 공무원의 불법 개입, 금품 수수 등 ‘3대 선거 범죄’를 중점 단속하겠다고 했다. 3대 선거 범죄는 바로 이 정권이 그동안 선거에서 저지른 불법과 정확히 일치한다.
지난 대선 때 드루킹 일당은 문 후보 최측근과 공모해 댓글 여론 조작을 무려 4133만회나 벌였다. 이를 문 대통령이 몰랐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나. 이런 여론 조작을 한 사람들이 ‘여론 조작을 중점 단속한다’고 한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때는 문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비서실 내 여덟 조직이 선거 개입에 나섰다. 경찰을 시켜 야당 후보가 공천받는 날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 공소장에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수십 차례 나온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 공작을 벌인 사람들이 ‘공무원의 불법 개입을 중점 단속한다’고 한다.
지난 총선 때 문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지방을 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선심성 공사 약속을 했다. 선심 공세에 거추장스럽다고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투표 직전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신청부터 받으라”며 실제 실행하지도 않을 지시를 일부러 내렸다. 유권자들에게 ‘곧 돈 뿌린다’고 한 번 더 환기시킨 것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문 대통령은 세금 28조원이 들어갈 수 있는 가덕도 신공항을 타당성 조사도 없이 지어주겠다며 공개적으로 표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돈 선거를 벌인 사람들이 ‘금품 수수를 중점 단속한다’고 한다.
이날 공명선거 장관 회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자체가 희극적인 현상이다. 두 사람은 민주당 의원이다. 박 장관은 아예 “저는 장관이기에 앞서 여당 의원”이라고 공언한 사람이다. 정치인을 선거 주무 장관으로 둔 채 대선을 치르는 것은 유례가 없다. 문 대통령이 굳이 민주당 의원을 선거 관리 핵심 자리에 앉혀 놓은 이유가 뭐겠나. 그러면서 ‘공무원 선거 개입 엄단’을 말한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을 받은 재판의 주심이었다. 청와대는 문재인 캠프 출신 선관위 상임위원을 연임시키려 무리수를 두다가 선관위 공무원들의 집단 반발로 무산됐다. 지금 한은 발권력까지 동원해 여당의 돈 선거를 지원하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공정 선거를 말하니 후안무치라고 하지 않을 수 있나.
조선일보 사설
02.16 [단독]김혜경 심부름만 했나… 배씨, 성남시 공무원 8년간 생산 문서 ‘0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부 사적심부름 의혹을 받고 있는 배모씨가 성남시에서 ‘시정(市政) 해외 홍보’ ‘내방 외국인 의전’ 담당으로 8년간 근무하면서 단 한건의 공문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 부부 사적심부름만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최근 성남시에 ‘배○○ 주무관이 2010년 7월~2018년 5월 재직 기간, 담당 업무인 시정 해외홍보와 내방 외국인 의전 관련으로 작성한 결재공문 등 내부보고서, 해외홍보물, 활동사진 등 일체’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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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 질의에 성남시는 ‘자료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답변서를 작성한 성남시 인사 담당자는 16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배씨가 생산한 문서가 폐기되거나 한 것은 아니고 내부 검색결과 실제로 작성한 공문이나 활동 기록이 한 건도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배씨가 경기도청으로 옮겨간 뒤, 해당 시정 해외홍보 등 업무 담당 자리는 없어졌다”고 했다.
배씨 역할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도 성남시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 2012년 성남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한 성남시의원은 “총무과장이 낸 데에는 배씨 분장사무가 ‘의전수행’이라고 되어 있는데 비서실장이 가져온 자료에는 ‘외국인 의전’이라고 되어 있다”라며 “외국인 의전이라고 직원을 하나 상근직으로 뽑아 놓을 수가 있느냐. 이분이 사모님 수행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또 수행도 한단다”라고 했다. 배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배씨는 이재명 시장 시절 성남시에서 7급 공무원으로 8년,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에서 5급으로 3년 동안 근무했다. 김 의원은 “경기도에도 똑같은 질의서를 보냈으나 열흘 넘게 답변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배씨가 8년간 성남시에서 7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받은 급여 총액은 2억~3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 부부를 향해 “착복한 세금을 즉시 갚으라”며 ‘국민 명세표’를 청구했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부대변인은 15일 논평에서 “공무 시간에 공적 업무를 하지 않고 집사 노릇을 했다면 그 월급은 국민이 줘야 하는가. 아니면 이재명 후보 부부가 내야 하는가”라며 “제보자인 7급 공무원도 일과의 90% 이상을 김혜경씨 사적 심부름으로 보내고 공무원 급여를 받았다. 제보자의 전임자도 있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조선닷컴은 배씨 측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해봤으나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성남시에 물어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02.16 안철수, 중대재해법 처벌받는다? 유세버스 2명 사망 파문
제20대 대통령 선거 유세 첫날인 15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홍보차량에서 2명이 가스에 질식돼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상의 안전 조치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망 사고는 이날 오후 5시 24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에서 발생했다. 도로변에 정차해 있던 안 후보 유세용 버스(40인승) 안에서 50대 운전기사와 60대 국민의당 당직자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119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강원도 원주에서도 유세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두 사고 모두 유세 차량의 시동이 켜진 상태였으며, 안 후보의 선거운동 영상이 담긴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설치 돼 있었다. LED는 버스 수하물 칸에 설치된 자가발전장치로 작동한다.
이번 사망 사고에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고를 두고 '중대시민재해'인지 '중대산업재해'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중대재해라는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중대시민재해는 기업의 잘못으로 고용관계가 없는 다수의 시민이 숨지거나 다치는 경우다. 중대시민재해는 경찰이 수사한다. 고용부가 사고 발생과 동시에 조사에 들어간 것은 중대산업재해로 보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발전 장치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버스 내부로 들어가 운전기사 등이 질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에는 일시적으로 다량의 화학 물질에 노출돼 급성 중독에 의한 사망을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망 사고는 이 조항에 정확히 부합한다. 1명이라도 사망에 이르면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된다.
국민의당 측은 "업체 측에서 LED 작동 시 일산화탄소 발생 가능성을 기사 등에게 공지했다고 들었다"고 발표했다. 유세 차량 임대 계약을 한 업체가 위험성을 사전에 경고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안전 관리·감독의 책임은 국민의당에도 있다. 중대재해법상 안 후보 측과 전세 버스 회사 간에는 원·하청 관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어서다. 중대재해법은 도급을 준 원청의 관리와 감독 책임을 엄하게 묻는다. 원청의 경영 책임자와 법인을 모두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경우 안 후보는 경영 책임자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 국민의당은 법인 자격으로 50억원 이하 벌금형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고용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인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고용 관계 여부, 고용 책임자 여부, 사전 안전관리와 예방 조치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망자 중 1명은 당원인데, 통상 당원은 자원봉사의 개념이라 고용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고용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이 국민의당 내 누구인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대선 후보이면서 국민의당 대표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법 상 경영 책임자는 '사업을 대표, 총괄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안 후보를 중대재해법 상 경영 책임자로 볼 수 있다"며 "숨진 당원과 별개로 운전기사는 고용관계가 명확해 중대재해법의 적용 배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측이 사전에 안전 관리와 예방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도 조사해야 할 부분이다. 국민의당의 설명에 따르면 화학물질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국민의당에서 안전 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발생하지 않을 사망사고였다고 판단되면 중대재해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대선 후보와 관련된 민감한 사고인 탓에 중대재해법 시행(1월 27일) 뒤 발생한 양주 채석장 붕괴, 판교 건설현장 추락사, 여수산단 폭발사고 등 3건에 대한 고용부의 수사에서처럼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전세버스 임대계약서 등 관련 서류의 임의제출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02월 16일 李 “흉악한 사드 대신 보일러 놔주겠다” 反안보 선동하나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던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전 유세에서 “제 아내 고향 충청도에 사드 같은 흉악한 것 말고 보일러를 놔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사드가 배치되면 유사시 타격 대상이 된다”면서 “필요하지도 않은 사드를 충청도에 배치해서 충청도민을 고통스럽게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10대 공약에는 한·미 군사동맹 신뢰 회복, 킬체인 등 3축 체계 복원과 사드 추가 배치 등을 통한 대북 억제력 강화가 포함돼 있는데, 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사드 자체를 ‘흉악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사드 찬반 논란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군사적·외교적·정치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진행돼 왔고, 앞으로도 말끔히 정리되긴 힘들 것이다. 어떤 무기든 완벽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위협에 맞선 중요한 방어 시스템이며, 그 자체로 억지력도 된다는 점에는 한·미 군 지휘부 및 전문가들 의견이 일치한다. 대부분의 반대론자들도 중국의 반발을 앞세우지, 사드 시스템 자체를 배척하진 않는다. 따라서 국군 통수권자로서 대한민국 안보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흉악한 사드’ 인식을 가져선 안 된다.
둘째, 유사시 타격 대상이 되기 때문에 배치해선 안 된다는 발상이다. 모든 중요한 군사기지는 북한군의 타격 대상이다. 그런 논리라면 어떤 군사기지도 국내에 두어선 안 된다. 평택 미군기지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F-35A 스텔스기 도입과 관련, 청주 공군기지 앞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인사는 간첩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셋째, 사드 반대 시위를 선동하는 결과도 낳는다.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입구에서는 지금도 미군 철수, 사드 철거, 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넷째, 보일러 언급은 ‘김포 이런 데는 집값 2억∼3억’ 발언과 마찬가지로 호국과 충절의 고장으로 불리는 충청도에 대한 모욕도 될 수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정치인의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고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자유민주주의와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소신은 더없이 중요하다. 이 후보의 과거 여러 발언에 비춰볼 때 더욱 그렇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17일 與 후보 “김원웅 존경”, 與 대표는 윤미향 ‘제명 시늉’쇼
김원웅 전 광복회장과 윤미향 의원을 둘러싼 최근 사태는 문재인 정권 ‘반일(反日)’ 캠페인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새롭게 개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파기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독립’ 등을 외쳤다. 여권 인사들도 ‘죽창가’ ‘토착 왜구’ 등의 선동적 구호를 내세웠다. 특히, 김원웅·윤미향 두 사람의 파렴치한 행태는 그런 움직임이 결국 정치적·개인적 이해를 앞세운 ‘반일 팔이’였음을 시사한다.
김 씨는 독립유공자 자녀들에게 써야 할 돈을 횡령해 안마비, 이발비, 한복값 등으로 유용한 것이 보훈처 감사로 드러난 뒤에도 버티다 16일 ‘직원 탓’을 하며 사퇴했다. 해임안을 논의하기 위해 18일 열리기로 한 임시총회 직전이었다. 2019년 취임한 김 씨는 “소련군은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 “백선엽은 사형감” “박근혜보다 김정은이 낫다” “차기 대통령은 빨갱이 소리를 듣는 사람이 돼야” 같은 황당한 발언으로 국민을 두 동강 냈다. 지난해 광복절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지목하고 정부 정통성을 부인하는 연설을 하는데도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박수를 쳤다. 한편으론 추미애 전 장관 등에게 독립운동가 명칭을 사용한 각종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의 행태는 이제 과거의 문제가 됐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관계는 그렇지 않다. 지난해 11월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광복회를 찾은 이 후보는 “김원웅 회장을 존경하고 있다”며 “내 마음의 광복형”이라고 칭송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윤 의원을 제명, 즉 의원직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등 1억여 원을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14일 국회 윤리특위가 열렸지만 의결하지도 못하고 소위원회로 넘겼다. 대선 전 제명은 물 건너갔고, 이후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173석을 가진 여당이 다른 사안은 단독 처리도 잘하더니, 윤 의원 문제는 유야무야 비켜갔다. 사실상 사기극 아닌가. 지금이라도 이 후보는 김 씨와 김씨 발언에 대한 입장을 정직하게 밝히고, 송 대표 역시 윤 의원이 계속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18일 수상한 李 옆집…실제로 누가 무슨 용도로 썼는지 밝혀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옆집’ 논란도 많은 의문을 자아낸다. 이 후보는 물론 관련 당사자 측도 한결같이 ‘서로 몰랐다’는 입장이어서 진상 규명이 더 필요하지만, 상식의 눈높이에서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무원 심부름과 법인카드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더욱 심각하다. 이 후보는 피동적 부인이 아니라 능동적 소명으로 의문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후보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의 바로 옆집이 2020년 8월부터 경기주택도시공사 직원 4명의 합숙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계약 당시의 공사 사장은 2015년 성남시 주빌리은행과 성남FC의 고문변호사를 맡았고, 핵심 공약인 ‘기본 주택’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은 선거대책위 실천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터넷 익명 직장 커뮤니티에는 “합숙소 동·호수까지 사장이 지정했다”는 주장 등 내부 고발성 글도 올라왔다고 한다.
이 후보 측도, 공사 측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다”면서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도지사와 산하기관 직원이 옆집에 살면서 모른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게다가 2020년 8월 이전 옆집에 살던 부부는 이 후보 부부와 가까운 사이였다. 김혜경 씨가 두 아들과 캐나다 연수를 갔을 때 부인이 동행했고, 경호용역업체 대표 출신 남편은 성남아트센터 부장에 특채됐다. 그런 사이인데도 옆집 사정을 전혀 모를 수가 있을까. 공사 측이 도지사 자택을 몰랐다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미스터리 같은 상황이다 보니 초밥 10인분, 샌드위치 30인분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는 주장까지 나돈다.
일각의 주장처럼 ‘신고되지 않은 선거 사무실’이라면 선거법 위반이다. 직권남용과 횡령 등 중범죄도 될 수 있다. 공사 측은 100개에 이르는 합숙소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이 아파트 전세가는 9억5000만 원이다. 경기도 내에 100개가 필요한지도 의문이고, 사실이라도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이 자체도 문제다. 이 후보가 결백하다면, 옆집에 누가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관련 자료와 함께 명명백백히 밝히는 데 앞장서면 될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2.18 '더불어민주당'은 어디로 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다시 광화문에서' 광화문역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런가 했다. 그런데 놀랄 정도로 없었다.
인터넷 선거 광고 ‘유능한 경제대통령 기호 1번 이재명’에 들어가 이런저런 걸 눌러 봐도 당 이름이 안 나왔다. 저작권 정보에도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후보 이재명 공식 캠페인 사이트’라고만 돼 있다. 당명을 넣을 공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하겠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라고 하거나 ‘캠페인’ 대신 ‘민주당’을 넣을 수도 있었다.
물론 전무(全無)했던 건 아니었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분들께’란 65초 광고가 끝날 무렵 화면 왼쪽 상단에 ‘더불어민주당’이 보이긴 했다. 눈에 불을 켜야 했지만 있긴 했다. 내레이션상으론 그러나 당명이 들리지 않았다(비가청 영역으로 제공됐을 순 있겠다).
공식 홈페이지인 ‘전 국민이 소통하는 온라인 플랫폼 재명이네 마을’도 대동소이했다. 이 후보 부부를 소개하는 ‘이재명이네집’ 정도는 찾아가야 했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대선후보 당적을 표기하는 방식이었다.
온라인에서만 그런 게 아니냐고? 당연히 아니었다. 유세 현장도 못지않게 ‘숨은그림찾기’다. 시선을 선거운동원의 점퍼, 그것도 오른쪽 부위에 집중해야 했다. 운이 좋다면 유세차 하단부에서 발견할 때도 있다. 당명이 보이는 현수막이 예외로 보일 정도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은 이를 두고 “선거 때 여론이 안 좋으면 당명을 작게 넣는 경우는 보았지만, 이렇게 아예 들어내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명색이 집권 여당인데 당명을 숨겨야 할 정도라면,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라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굳게 손잡고 함께 설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두 분 대통령님에게 ‘당신의 유산인 네 번째 민주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자랑스럽게 보고드리겠다”고 했었다. 민주정부라고 했지만 다들 민주당 정부려니 했다. 이 후보는 같은 달 문 대통령과 만나서도 “민주당의 가치가 민생개혁 평화의 가치인데 대통령이 잘 수행했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을 아예 안 드러낸다? 민주당에선 정당 대신 인물을 부각하기 위한 선거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현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전례 없이 40%대 지지율을 보이고, 일부 조사(16일 한길리서치)에선 민주당(38.2%)이 국민의힘(35.1%)을 앞선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감출 일인가.
이는 민주주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이 정부가 되는 체제라고 말한다. 정당이 임기 동안 책임지고 이끌고 선거를 통해 재신임받는다는 의미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공직 후보자를 제대로 공천 정당에 다시 일을 맡기고 그렇지 않은 당을 처벌하는 최종 결정자 역할을 해야 국민주권이 온전해진다”고 설명한다. 바로 책임성(accountability)이다.
민주당은 지난 5년 문 대통령과 함께 지금의 공과를 만들어냈다. 180석에 육박하는 의석수로 의회를 압도했으며, 역대 최다 수준의 내각 참여로 정부도 좌지우지했다. 현 정부 국무위원 54명 중 22명이 민주당 전·현직 의원일 정도다. 대선을 눈앞에 둔 지금도 법무(박범계)·행정안전부(전해철) 장관을 포함해 8명이 민주당 의원 배지를 달았거나, 달고 있다. 형식만 보면 의원내각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례적 수준이다. 민주당도 이런 기여에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만에 하나 이걸 피하겠다는 의도라면 불온하다.
더욱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강조한 이 후보는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과 제가 주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성찰한다”며 정치교체를 강조했다. 정치를 발전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요체인 책임성을 피한다? 정도(正道)가 아니다. 뭐든 정도껏 해야 한다.
중앙일보 고정애 논설위원
02.18 유세 차 참변, 정치권의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
안철수 유세 버스, 구조장치 변경 승인 안 받아
장외 유세 줄이고 디지털 유세 전환 고민할 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유세 버스에서 숨진 운전자와 선거운동원 등 2명의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심된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소견을 밝혔다. 사고 차량은 LED 전광판 발전기가 설치돼 공기 순환이 필수였는데도 환기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 참사가 빚어졌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사실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나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또 문제의 버스는 LED 전광판을 설치하면서 법적 의무인 구조장치 변경 승인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변경 승인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일산화탄소 누출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고 하니 안타까움을 더한다.
부산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차가 뒤집혀 2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짐칸에 무대장치가 설치돼 차체가 높아진 상황에서 지하차도에 진입하는 바람에 천장과 부딪쳐 전복된 것이다. 다른 대선후보들의 유세 차량도 이처럼 변경 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 개조되거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운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대선 운동 기간 22일 동안 600대 넘는 유세 차가 전국을 누비고 있다. 득표율 15%를 넘긴 후보에겐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국 243개 선거구마다 유세 차를 투입한다. 선거철마다 귀청이 떨어질 만큼 로고송을 틀어대는 유세 차량으로 인한 소음과 교통 정체로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불법 개조된 유세 차량이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갔으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한목소리로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해 온 후보들 아닌가. 지난달엔 국회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통과시켰다. 그러나 정착 자신들은 안전수칙을 소홀히 해 인명사고까지 났으니 이런 자가당착이 어디 있나.
게다가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9만 명씩 나오는 위기 상황에서 치러진다. 다음 달 초엔 확진자가 하루 30만 명까지 치솟으리란 예측도 있다. 그러나 유세 차량을 동원한 장외 유세는 방역수칙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라 코로나 감염 위험을 부추긴다. 이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연설해 유권자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여야 정당과 대선후보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안전의식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선거 유세 차량 안전 여부를 재점검하고, 운행 수칙 준수에 힘써야 할 것이다. 차제에 유세 차량을 동원한 대규모 장외 집회 대신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소통 방식으로 선거운동 문화를 바꾸는 것도 생각할 때다.
중앙일보 사설
02.18 우연으로 설명 어려운 李 후보 ‘옆집’ 의혹, 사실 땐 심각한 세금 횡령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분당 아파트 바로 옆집을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전세로 빌려 사용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도청 산하 공기업이 이 후보가 경기지사이던 2020년 8월 그 옆집을 직원 4명의 숙소로 계약했다는 것이다. 61평 전세금이 9억5000만원이다. 야당은 “이 후보가 옆집을 아지트로 대선 준비를 한 것”이란 의심을 제기했다. 이 후보 측과 경기주공은 서로 “몰랐다” “허위 사실”이라고 했다. 경기도 아파트를 짓는 공기업이 현직 도지사가 1997년부터 살던 아파트를 모를 수 있나. 경기주공의 합숙소 현황을 담당하는 직원은 언론의 확인 질문을 받고 “10분 내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바로 연차 휴가를 내고 사라졌다고 한다.
전세 계약한 경기주공 전(前) 사장은 이 후보 측근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까지 2년 반 넘게 경기주공 사장을 지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전 사장이 이 후보 공약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별명이 리틀 이재명’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 그는 이 후보 부동산 공약인 ‘기본 주택’ 설계에 관여했다고 한다. 변호사 출신으로 여당의 성남시장 예비 후보로 등록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경기주공 사장일 때 이 후보 옆집을 직원 숙소로 구한 건 우연인가.
‘옆집’을 담보로 대출받았던 사람도 이 후보와 관련이 있다. 인력 제공업을 하던 그는 2011년 돌연 성남문화재단 부장으로 특채됐다. 당시 재단 이사장이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였다. 이것도 우연인가. 지금 이 후보 배우자가 시킨 초밥 10인분도 옆집에 있던 선거 요원들 용도라는 말이 나오는 건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우연’이 겹치기 때문일 것이다.
이 후보의 ‘옆집 의혹’은 지금까지 나온 법인 카드 유용과는 차원이 다르다. 액수도 10억원에 육박한다. 경기도민 세금으로 이 후보 개인용 불법 선거 사무실을 운영한 것으로 심각한 세금 횡령 범죄가 된다. 당선무효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후보 측은 아내 의혹과 ‘법카 문제’가 제기됐을 때 곧바로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지만 얼마 안 가 사실로 확인됐다. 이제 국민은 이 후보 측의 거짓말은 거의 일상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 옆집 의혹은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2.18 尹 겨냥한 신천지·굿 현수막까지 허용, 선거운동 나선 선관위

▲제20대 대통령선거를 20일 앞둔 17일 전북 전주시 팔달로에 대통령 후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02.17./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당 등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신천지 비호세력’ ‘술과 주술에 빠졌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려는 데 대해 사용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 문구에 대해선 일반인은 게시할 수 없지만 정당의 경우 선관위가 교부한 표지를 부착할 경우 쓸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도 한다.
공직선거법상 현수막이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표현이 뚜렷한 경우 금지된다. 신천지, 술, 주술, 굿 등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매일 수십차례씩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에 대해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이 명시적이지 않다”며 허용했다. 윤 후보를 신천지 비호 세력이나 주술에 빠진 사람으로 표현하는 내용은 유언비어나 마타도어에 가깝다. 이런 현수막을 내거는 자체가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선관위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여권 편향으로 구성된 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철저하게 여당에 유리한 판단을 내려왔다. 재작년 총선 때는 야당의 ‘민생 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거짓말 OUT 투표가 답이다’라는 피켓도 불허했다. ‘민생파탄’은 현 정권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거짓말’은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의 거짓말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여권의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심판’ ’투표로 70년 적폐 청산’은 허용했는데 “과거를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작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보궐선거 왜 하죠?’ ‘보궐선거 선거비용 국민혈세 824억원 누가 보상하나’ 등의 캠페인을 선거법 위반이라며 제지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뜻으로 임기 연장을 시도하던 문 캠프 출신 조해주 선관위 전 상임위원이 내부 직원들 반발에 밀려 사퇴하는 내홍을 겪었다. 그러나 현재 7명 선관위원 중 6명이 친여 성향이다. 지금 선관위는 선거관리가 아니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2.19 광주를 복합 쇼핑몰 ‘0’ 도시로 만든 민주당의 ‘광주 정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열린 '호남의 발전 책임지는 약속!' 광주 거점유세에서 지지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에서 밝힌 복합 쇼핑몰 유치 공약이 지역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후보는 “광주 시민들은 전국 어디에도 있는 복합 쇼핑몰을 간절히 바라는데 민주당이 유치를 반대해 왔다”면서 “무슨 자격으로 쇼핑몰 하나 들어오는 걸 막느냐”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 선대위의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상생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알량한 계략”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시당위원장은 “몰염치하다”고 했고,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호남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선 “쇼핑몰 유치에 광주 정신이 왜 나오나” “쇼핑할 데가 없어 대전·서울까지 가는 걸 아느냐” “민주당이 엎어버린 쇼핑몰이 몇 개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역풍을 맞은 민주당은 “복합 쇼핑몰 유치에 반대한 적이 없다”고 말을 180도 바꿨다.
지역 쇼핑몰 문제가 대선 쟁점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권 텃밭인 호남에서 야당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 이런 호응을 받은 경우도 드물다. 광주 시민들이 그동안 겪은 생활 불편, 이념에 사로잡힌 민주당의 독선에 억눌렸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인구 144만명인 광주에는 스타필드나 롯데몰 같은 초대형 복합 쇼핑몰이나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같은 창고형 대형 할인점이 없다. 7대 광역시 중 이런 시설이 없는 유일한 도시라는 말도 나왔다.
유통업계는 수차례 광주 진출을 시도했지만 골목 상권 침해라는 지역 정치권과 시민 단체의 반대에 번번이 막혔다. 광주 신세계는 특급 호텔을 포함한 복합 쇼핑몰을 추진했지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시민 단체가 반대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당시 “지역 상권 초토화하는 광주 복합 쇼핑몰 입점을 반대한다”는 성명까지 냈다.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어등산관광단지 개발도 무산됐다. 작년 지역 신문 여론조사에선 복합 쇼핑몰 찬성이 58%로 반대(10%)의 6배였다. 그런데도 지역 정치를 독점한 민주당과 시민 단체들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이들의 시대착오적 행태도 이제 끝나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19 李 “빚 탕감” 충격 공약 내놓았는데 관심도 못 끄는 까닭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빚을 세금으로 탕감해주겠다는 놀라운 공약을 내놓았다. “신용 대사면을 통해 빚진 부분을 국가가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말한 빚 탕감을 하려면 엄청난 세금이 든다. 코로나 이후만 따져도 150조원에 달한다. 이 후보 말대로 자영업 손실을 다 보전하려면 또 40조~50조원이 든다. 이를 다 세금으로 메워주려면 한 해 예산의 30%가 넘는 200조원이 필요하다. 이를 빚 내서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단번에 60%에 근접하게 된다.
설사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불가피하게 빚을 졌는데 왜 일부만 빚 탕감을 해주느냐는 것이다. 뭐라고 답할 수 있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 폭등, 전·월세 폭등으로 빚을 진 시민들은 어떻게 할 건가. 이 후보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약을 내놓은 건가.
과거 정부도 IMF 사태로 파산한 신용불량자들 구제를 위해 몇 차례 빚 탕감 조치를 한 일이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은 많아야 10만명 정도였고 조건도 까다로웠다. 전체 취업자의 20%에 달하는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국민 세금으로 빚 탕감을 해준다는 막무가내식 대책을 한 정부는 없었다.
희한한 것은 이 후보가 이런 충격적 공약을 발표했는데도 아무런 주목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언론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실현 가능성 자체가 희박한 데다 그동안 이 후보의 말이 자주 바뀌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기본 소득 등을 밀어붙이다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고 했다. 음식점 총량제, 주 4일 근무제 등도 꺼냈다가 “한때 그런 고민을 했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과거 부동산 불로소득 100% 환수를 주장했던 그가 지금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물론 종부세까지 고치겠다고 한다. 어떤 충격적 공약을 내놔도 눈길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21 단일화 시간만 끈 尹, 정권 교체와 거꾸로 간 安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을 철회했다. 지난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단일화 방안을 제안한 지 일주일 만에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안 후보는 “제1 야당은 지난 일주일간 무대응과 가짜 뉴스 퍼뜨리기를 통해 단일화 의지도 진정성도 없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자기 길을 가겠다고 했다. 다수 국민이 정권 교체를 바란다는 것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지만 두 후보는 변변히 협상조차 하지 않은 채 단일화 카드를 깨 버렸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에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만 했을 뿐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결렬 선언 직전에도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지만 단일화 얘기를 하진 않았다고 한다. 공식 협상팀을 꾸리지도 않았다.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은 안 후보를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이러니 안 후보가 “제 진심이 무참하게 짓밟혔다”고 하지 않았겠나.
여론조사 지지율이 4~5배 차이 나는 상황에서 안 후보의 여론조사 요구가 무리하게 들릴 수 있다. 여권 지지층에 의한 조직적 역선택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안 후보 측과 협상을 통해 이런 문제를 논의했어야 한다. 하지만 안 후보가 스스로 주저앉기를 바라며 시간만 끌었다. 이건 단일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협력 없이 권력을 독차지하겠다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 윤 후보 지지층 중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지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은 압도적인 정권 교체 여론 덕분이다. 그런데도 단일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민 뜻을 저버리는 일이다.
안 후보는 “더 좋은 정권 교체와 구(舊)체제 종식, 국민 통합의 길을 가야 한다”면서 단일화를 제안했다. 작년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때도 정권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여론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대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며 단일화를 걷어찼다. 윤 후보가 회동을 제안했을 때 최소한 만나서 협의하는 진정성을 보였어야 했다. 자신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깨고 정치적 명분까지 무너뜨린 일이다.
안 후보의 결렬 선언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단일화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윤 후보 선대위는 ‘톱 다운 방식’을 언급하며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윤 후보가 진심을 보인다면 안 후보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50% 넘는 국민들은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2.21 총선·재보선 이어 세 번째, 상습화된 ‘선거용 추경’ 돈 뿌리기
민주당이 지난 주말 새벽 단독으로 국회 예결위를 열고 자영업자 320만명에게 300만원씩 지급하는 14조원 규모 정부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지원액이 불충분하다며 반대했지만 민주당이 기습 상정해 4분 만에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여기에 3조5000억원을 더 얹은 17조5000억원 규모 추경안의 본회의 의결을 강행할 예정이다. 대선 전에 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첫 단추를 꿴 ‘선거용’ 추경이다. 이 후보가 ‘설 이전 30조원 추경’을 주장하자, 문 대통령이 곧바로 “소상공인 지원 여력을 갖게 됐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의 주문에 14조원대 추경안을 마련한 정부는 민주당의 증액 요구에 난색을 표하다 슬금슬금 후퇴해 ‘2조원+알파’의 증액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여당이 코로나에 적극 대응한다면서 607조원대의 초대형 올해 본예산을 통과시킨 것이 작년 12월초였다. 그새 사정이 얼마나 달라졌다고 한 달 만에 ‘1월 추경’을 한다는 건가. 설사 추가 수요가 생겼다 해도 본예산의 불요불급한 지출 항목을 구조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기존 예산은 단 한 푼도 손대지 않고 대신 11조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한다. 재정 걱정은 조금도 없고 오로지 빚내서 선심 쓸 생각뿐이다.
선거를 앞둔 추경 편성은 문 정부 들어 습관처럼 반복되는 고정 레퍼토리가 됐다. 2020년 총선 직전 국민 지원금 14조원을 약속하며 추경을 밀어붙였고, 작년 재·보궐선거 때는 15조원 추경을 통과시켰다. 이번에도 민주당 계획대로 추경안이 가결되면 3년 연속 총 47조원의 선거용 세금이 살포되는 셈이다. 독재 정권 시절 ‘고무신 선거’를 연상시키는 21세기형 금권 선거다.
국채 남발을 통한 세금 뿌리기는 시중 금리를 급등시키고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887조원의 빚을 진 자영업자, 1844조원 부채를 안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간 20조원 이상 늘어난다. 달콤한 설탕물 같은 선심성 돈 뿌리기가 이자 폭탄으로 돌아오고 서민·취약층의 생활고를 키우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2월 21일 또 빚내 선거용 추경, 청년세대에 짐 떠넘긴 ‘買票(매표) 야합’
사실상 사상 처음인 ‘1월 추경’의 문제점은 이미 수없이 거론됐지만, 대선을 앞둔 여야 주요 정당의 짬짜미에 의해 이르면 21일 중 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만 7번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새벽 문재인 정부의 14조 원 추경안을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단독으로 기습 처리했다. 이재명 후보는 20일 “오늘 (추경안 처리) 안 하면 당장 죽는 사람이 있다”고 조기 처리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21일 오후 본회의에서 총 3조5000억 원을 증액한 17조5000억 원의 추경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지만, 윤석열 후보는 전날 “법인택시 기사 등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보충해서 일단 본회의에서 통과는 시켜주겠다”고 말했다.
추경의 내용과 절차 모두 엉망이 됐다. 재정은 세금 아니면 나랏빚인데, 입법부가 검증은커녕 증액 경쟁에 나섰다. 국가 시스템의 근간이 무너진 셈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정부 추경안이 부족하다며 각각 35조 원 이상과 50조 원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원이 급하다’고 변명하지만, 자영업자 1인당 300만 원으로 끝날 리 없다. 대선 후 추경 가능성도 이미 열어 놓았다.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699조 원에서 지난해 939조 원으로 240조 원이나 늘었다. 코로나 계산서인 셈이다. 17조 원 이상의 추경이 시행되면 올해에만 재정 적자가 70조 원 추가된다. 대선 이후 예상되는 대규모 추경을 고려하면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추경이 없어도 이미 나랏빚은 올해 1000조 원을 훌쩍 넘게 돼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국민 1인당 2000만 원이나 된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그만한 빚을 안게 된다. 정부도 가계도 모두 빚덩이인 부채공화국이다. 미래를 이끌 2030 청년들까지 빚에 허덕인다. 이런 판에 또 빚잔치다. 미래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재정 패륜, 재정 범죄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21일 권력非理 수사를 보복이라는 궤변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청와대와 여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치보복’을 공언했다고 격한 언사로 비난하면서 정치권이 시끄럽다. 표(票)로 총알을 대신한 선거에 나선 후보가 당선 되기 전부터 정치보복을 공언한 게 사실이면 분명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정치보복’이란 말을 먼저 한 적이 없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권 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前)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이 관여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보복이란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적폐청산은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제거하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느 정부나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다. 개인의 자의(恣意)가 아니라 ‘법과 시스템’에 의한 것이면 더 나무랄 바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읽었다. 10일 문 대통령은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이어 이날 오후 윤건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0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불과 며칠 전 제주에서 ‘노무현 정신’을 말하던 그 입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을 공언했다”며 ‘검찰공화국’으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서는 “오는 3월 9일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청와대의 반응에 접한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했다. 또 “우리 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 오셨다”며 “저 역시도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늘 법과 원칙,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려 왔다”고 응수했다. 공개 사과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윤 후보는 지난 17일 오전 경기 안성에서 한 유세에서 자신의 적폐 수사 발언을 집권 시 정치보복 선언으로 규정한 여당에 반박하며 정치보복은 오히려 문 정부가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며 다시 한 번 강하게 비판했다.
아무튼 중요한 사실은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윤 후보가 먼저 꺼낸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적폐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용어를 쓴 것은 정부·여당이었다. 사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은 엄청나게 다르다. 적폐청산은 법과 시스템 안에서 누적된 병폐를 제거하는 일이라면, 정치보복은 자의에 의해 정적을 초법적으로 핍박하는 행위다.
왜 이들은 판이한 이 둘을 동일시했을까. 대선에서 지지층 결집의 효과를 기대한 면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부지불식간에 문 정권 초기의 이른바 적폐청산이 사실은 정치보복이었음을 자인한 건 아닐까. 무학대사가 말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고. 자신들이 적폐청산의 미명 아래 정치보복을 했으니까, 그리고 구린 데가 많으니까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나오자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정치보복을 떠올렸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문화일보
02.22 무속과 신천지는 혐오해도 되나
“신천지 비호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습니다”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을 원하십니까”.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대선 기간 우리 국민 모두가 내걸 수 있는 현수막 문구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해온 표현들이다. 이런 걸 ‘게시 가능’이라 판단한 선관위도 문제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민주당에 있다. 특정 종교나 신앙 및 그것을 추종하는 이들을 향한 무차별적 혐오 발언을 공론장에 퍼뜨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당의 당원을 향해서도 혐오 발언을 쏟아낸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이 지난 18일 유튜브 ‘다스뵈이다’를 통해 한 말을 되짚어보자. 그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대선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성분 분석이 안 되는 10만 표가 나왔다며, 그때 머릿속에 세 글자 ‘신천지’가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패널로 나온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여론조사업체 윈지코리아컨설팅 박시영 대표가 맞장구를 쳤다. 우리 사회 상식의 하한선이 어디인지 의심케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우선 분명히 밝혀둘 필요가 있겠다. 나는 신천지나 무속 등을 지지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다. 신천지 특유의 포교 방식으로 인해 포섭된 이들이 인생을 허비하고 금전적 피해를 입으며 육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이 만일 사실이라면 공권력의 적절한 개입과 수사 및 처벌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무속인에 의한 사기·협박·폭력·갈취 등의 범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피해자의 심리를 파고드는 악질 범죄로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
이런 견해는 필자의 독창적인 생각이나 입장이 아니다. 누구나 아는 상식적인 이야기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어떤 종교를 믿을지, 더 나아가 어떤 종교를 창시할지도 개인의 자유에 포함된다. 단, 그 종교 활동 과정에서 범죄를 저질렀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면 공권력의 제지를 받아야 마땅하다. 설령 그런 경우라 해도 종교 자체를 비하·폄훼·매도하거나 누군가 어떤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당연한 상식이 왜 집권 민주당에서는 통용되지 않은 것일까?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문재인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재작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하고 퍼져나가던 무렵으로 돌아가 보자. 청와대는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막으라는 의료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외국인 혐오’ ‘제노포비아’라며 묵살하고 있었다. 그러다 막상 국내에 전파된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하자 희생양 찾기에 나섰다.
마침 대구에서 코로나가 크게 확산되었고 그중에도 신천지를 통해 퍼졌다는 사실이 역학조사를 통해 드러나자,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같은 현대 국가의 상식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났다. 질병관리청은 짐짓 중립적인 태도로 신천지를 지목하고, 여당 지지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대구 코로나’ ‘신천지 코로나’ 같은 혐오 표현을 만들고 퍼다 날랐으며, 그 모든 과정을 청와대는 묵인하거나 부추겼다. 국민 상당수가 그런 비인격적 혐오 몰이에 동참하거나 방관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만 아니면 돼’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 문제야’라는 식으로 도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서로 모여 기도하고 노래하며 공동생활하는 소수 종교와 종파일수록 감염병에 취약하다. 이것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뉴욕에서는 보수적인 유대교 종파가, 유럽에서는 이주민들의 무슬림 사원이 초기 코로나 폭발의 도화선 노릇을 했다. 그러나 필자가 아는 한, 그 어떤 문명국가도 정부가 앞장서 특정 집단을 향해 ‘너희가 문제야’라는 시그널을 보내지는 않았다. 병을 퍼뜨린 이들이 밉지 않아서가 아니다. 한번 혐오의 씨앗이 뿌려지면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같은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심지어 반려동물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네 마네 하는 ‘인권 감수성’을 뽐내다가도, 민주당은 신천지와 무속인을 만나면 오히려 잔인한 공격성을 드러낸다. 마치 흑인은 총에 맞아도 개는 총에 맞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무속과 신천지는 혐오해도 되는가? 이 질문을 마주하지 않는 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모든 담론은 허구다.
조선일보
02.22 원화가 기축통화? 국제 결제 비중 20위 안에도 못 든다
태국 바트, 남아공 랜드, 멕시코 페소보다도 사용 빈도 낮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TV 토론에서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해 기축통화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원화는 기축통화는 커녕 그보다 범위가 넓은 국제통화 반열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원화는 국제 결제에서 많이 거래되는 화폐 순위에서 2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국제 결제시 원화의 비율은 0.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태국 바트, 남아공 랜드, 헝가리 포린트, 멕시코 페소보다도 사용 빈도가 낮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국제 결제시 통화 비율은 달러(39.92%)가 1위, 유로(36.56%)가 2위다. 파운드(6.3%)가 3위지만 달러·유로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있다. 뒤를 이어 위안(3.2%), 엔(2.79%)이 4~5위다. 그 다음으로 1% 이상 사용되는 통화는 6위 캐나다달러(1.6%), 7위 호주달러(1.25%), 8위 홍콩달러(1.13%)까지가 전부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올해 1월 기준 국제 결제시 통화 비율 순위. 20위까지 나와 있는 가운데 원화는 없다./SWIFT
20위까지 나와 있는 순위에서 원화는 없다. 9위부터 20위는 싱가포르달러(0.93%), 태국 바트(0.75%), 스웨덴 크로나(0.67%), 스위스 스위스프랑(0.64%), 노르웨이 크로네(0.63%), 폴란드 즈워티(0.54%), 덴마크 크로네(0.36%), 말레이시아 링깃(0.36%),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0.28%), 뉴질랜드 달러(0.25%), 멕시코 페소(0.20%), 헝가리 포린트(0.18%) 순이다.
어디까지가 기축통화냐에 대해 명확히 범위는 정해진 것 없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학자들이나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달러+유로, 달러+유로+엔+파운드 등 세 가지 부류 중 하나로 보고 있으며 이보다 더 넓게 잡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해외에서 갖고 싶어하는 화폐가 돼야 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외국에서 원화를 외환보유액으로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도 화폐 가치나 국가 신인도가 흔들리지 않아야 명실상부한 기축통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화폐는 세상에 달러 외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로 달러를 전세계에 뿌리는 것과 같은 통화의 세계화 전략이 가능해야 기축통화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그런 엄청난 무역적자를 감수하는 게 가능하겠냐”며 “중국처럼 큰 나라가 그렇게 노력해도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조 명예교수는 “원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건 국민들을 상대로 희망고문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갖가지 외환 관련 규제 탓에 자본의 입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원화가 국제통화로도 인정을 못 받고 있는데 그보다 한 단계 위인 기축통화가 된다는 건 너무 먼 얘기”라며 “북한과 관련한 위험이 상존한 나라의 화폐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고 했다.
조선일보 손진석 기자
02.22 이재명 '기축통화국' 발언에…윤희숙 "대선전 최고의 똥볼 찼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국이 기축통화국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데 대해 “대선을 2주 앞두고 후보가 찰 수 있는 똥볼의 드라마 중 최고치”라고 비판했다.
윤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의 글을 올려 “되짚어보면 우리 국가채무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돈을 더 펑펑 쓰자고 주장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닌지라 처지가 다르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그는 마이동풍 들은 척을 안했다. 이제보니 기축통화가 뭔지 몰랐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제 윤후보가 비기축통화국 중에선 우리의 채무비율이 낮지 않다고 찝어 말하자 이 후보는 움찔 하더니 기축통화로 편입될 거라 하더라”며 “그냥 주워 섬긴 거다”라고 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윤 전 의원은 “똑똑한 고등학생도 아는 경제상식도 모르고 대선후보라는 이가 이제껏 국가재정을 망치자 주장해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이 전세계에 벨트앤로드로 천문학적인 돈을 뿌리고 영향력을 휘두르며 애를 써도 맘대로 못하는 게 바로 기축통화 편입”이라면서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게 오래 쌓은 통화의 신뢰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후보가 언급한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과 관련, 전경련이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자료에서 원화가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SDR은 미국 달러화, 유로, 중국 위안, 일본 엔, 영국 파운드 5개 통화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허정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SDR은 외환위기 등에 처할 때 담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권리지 기축통화가 아니다”며 “GDP가 3분의 2 수준인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를 희망하지만 기축통화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02월 22일 ‘기축통화국 곧 되니 나랏빚 늘려도 된다’는 혹세무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의 대선 후보 첫 TV토론(21일, 경제 분야)에 참가한 4명의 후보는 대체로 그동안 내놨던 정책 소신들을 되풀이해 밝혔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축통화국 및 국가채무 관련 언급은 새삼 관심을 끌었다. 이 후보는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히고, “국가부채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면서 “지금 매우 낮아서 충분히 (국가채무) 여력이 있다”고도 했다.
우선, 곧 기축통화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사실과 거리가 한참 멀다. 어느 나라든 기축통화국이 되고 싶어 하겠지만,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기축통화국 개념이 국제법적으로 공인된 것이 아닌 만큼 여러 측면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통화를 마구 찍어 국가부채를 떠넘겨도 된다는 의미에서의 기축통화는 사실상 달러 하나뿐이다. 이 후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를 지칭하는 듯하다. 민주당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보도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경련 자료 제목은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추진 검토 필요’로서, 추진·검토·필요라는 3단계 유보가 말해주듯 당장 실현되긴 어렵다는 의미와 취지가 뚜렷하다. 전체 내용도 SDR 편입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논리를 소개한 것이다. 이런데도 국민에게 곧 기축통화국이 될 것처럼 말한 것은 혹세무민에 가깝다.
이 후보의 문제 발언이 더 심각한 것은, 평소에 국가채무를 막 늘려도 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소상공인들을 만난 자리에선 “돈을 더 풀어도 된다”면서 “국가부채 비율이 100%(현재 국가부채 50.1%) 넘는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번 토론에서도 “IMF나 국제기구들은 85% 정도까지 유지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5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2020년에도 이 후보는 “IMF마저 40%에 불과한 국채비율을 60% 선으로 끌어올려 재정을 운용하라고 충고한다”고 했으나, 당시 기획재정부는 “그런 IMF 보고서는 찾을 수 없다”고 반박했었다.
문재인 정권이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했는데, 이 후보는 ‘부채주도성장’을 외치는 셈이다. 이런 위험한 인식은 국가경제를 더욱 나락으로 빠뜨릴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2.23 잘 아는 척하는 엉터리 경제학, “기축통화”는 한 예일 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TV 토론에서 “우리가 곧 기축(基軸)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부가 국가 부채를 더 늘려도 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나왔다. 원화가 달러·유로처럼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국가 부채가 늘어나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과장된 경제 주장을 펴는 경우는 흔히 있었다. 그런데 이 후보의 ‘원화=기축통화’ 발언은 그 차원을 넘어섰다. 정치인이 경제와 국제 현실에 대한 무지를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고 거침없이’ 주장한 희귀 사례일 것이다.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사용되는 기축통화는 달러와 유로뿐이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일본 엔과 영국 파운드 정도가 준(準)기축통화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한국 원화는 국제 결제에서 사용되는 비중이 20위권에도 못 든다. 중국 위안은 물론 멕시코 페소, 헝가리 포린트보다도 비중이 낮다. 그런데 어떻게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는 건가.
기축통화는 경제력이 크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나라의 패권적 군사력, 정치적 영향력, 역사적 전통과 배경, 문화적 지배력, 세계인의 선망과 호감 등이 모두 반영된 하드 파워, 소프트 파워의 총결정체다. 한국은 많이 발전했지만 ‘달러 패권국’과 같은 위치가 된다고 말한다면 그저 혹세무민하는 것일 뿐이다.
이 후보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민주당은 “전경련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전경련이 낸 자료는 원화가 IMF의 ‘특별 인출권 통화 바스켓’에 편입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며 기축통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전경련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의 발언도 황당하지만 민주당 해명은 국민이 이런 문제를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속이려는 것이다.
공상 소설과도 같은 이 후보의 ‘경제학’은 거의 매일 나오고 있다. 그는“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국가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가 왜, 어떻게 개인에게 부채를 떠넘기나. 국가의 빚은 주로 복지 비용 때문인데 이는 전부 국민 개인에게 지원되는 돈이다. 국가 부채는 거의 모두 결국 개인에게 들어간 돈이다. 게다가 최근의 가계 부채 폭증은 문재인 정부가 만든 ‘미친 집값’ 때문에 국민이 ‘영끌’로 집을 산 탓이 크다.
이 후보는 “국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도 문제가 없다”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음식점 총량제” “기본 주택” “기본 대출” “기본 소득” “빚 탕감” 등 실제 밀어붙였다가는 심각한 경제적 역풍을 부를 ‘이재명 경제학’을 마구 내던지듯 한다. 그러다 사실이 틀리거나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 ‘아니면 말고’라고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23 ‘이재명 게이트’가 ‘게이트 지키기’라는 민주당 황당 궤변

▲2020년 10월 26일 녹음된 녹취록에 나온 이재명 게이트 발언. /월간조선
21일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간 통화 녹취록을 놓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충돌했다. 윤 후보는 “그 녹취록에 끝에는 이재명 게이트란 말이 나온다”고 하자 이 후보는 “허위 사실이면 사퇴하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그 뒤 녹취록에서 김만배씨가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자 이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재명 게이트’ 표현이 “이 후보가 입구에서 지킨다는 의미의 게이트(문·門)인 것 같다”고 했다. 강 의원은 “저건 이재명 때문에 일이 잘 안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게이트’는 미국 닉슨 대통령이 사임까지 하게 된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비롯돼 대형 비리 사건을 지칭하는 의미로 일상적으로 쓰인다. 녹취록 속 이재명 게이트 언급 또한 이 후보의 비리 의혹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강 의원은 이 후보가 이들의 부당한 사업 진행을 막아서는 ‘문지기’ 역할을 한 것이라고 한다.
대장동 개발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진행됐다. 결정권자가 이 후보였다. 스스로 “최대 치적”이라고 했다. 김씨와 정 회계사는 대장동에서 수천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해 기소됐다. 이 후보가 임명한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도 구속 기소됐고, 이 후보 지시로 사업을 실행한 성남도공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과 김문기 개발 1처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후보 최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김용 선대위 조직부본부장은 검찰의 압수 수색 직전 유 전 본부장과 수차례 통화하며 회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성남은 우리 땅”이라고 큰소리치며 오리역에서 또 다른 특혜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다. 김씨 일당이 이런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재명 후보라는 결정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짐작할 수 있는 이 사건을 두고 이 후보와 민주당은 ‘국민의힘 게이트’ ‘윤석열 게이트’라는 밑도 끝도 없는 강변을 해왔다. 그러다 이제는 ‘이재명 게이트’는 ‘이재명 문지기’라는 황당한 궤변까지 내놓고 있다. 이들이 의혹이 터질 때마다 막무가내로 부인해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번 ‘게이트 키핑’은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조선일보 사설
02.23 ‘공돈’ 뿌리며 박정희를 본받겠다 하는가

▲1964년 12월 10일 독일 뤼프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방독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함보른 광산을 방문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앞에 두고 박 대통령 내외는 목이 메어 애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왼쪽은 당시 함보른 광산 사장.
언제부턴가 대선 때만 되면 박정희를 평소 비난하던 이들이 태도를 바꾼다. 그의 공적을 찬양하고 경제를 도약시키겠다 다짐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여야 주요 후보들이 앞다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앞서간 성공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을 보면 고개를 젓게 된다. 온통 퍼주겠다는 약속이다. 박정희는 결코 퍼주는 지도자가 아니었다. 퍼주긴커녕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했다. 1964년, 독일 함보른 탄광에서 광부 간호사들을 모아 놓고 그는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자”고 호소했다. 이 나라는 그들이 흘린 피땀의 결정체다.
지도자라면 공동체가 함께 추구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박정희가 통치자로서 국민에게 던진 비전은 ‘후손이 잘사는 나라’였다. 그가 집권하던 1963년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였다. 누구는 박정희 방식의 비전은 3만5000달러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산타가 되겠다는 건가. 하지만 소득 수준이 얼마이든, 국민 주머니에 공돈 찔러주는 나라 치고 망하지 않는 사례가 드물다. 관광 부국 그리스와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가 그 증거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1981년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는 공약을 걸고 집권했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석유 시설을 국유화해서 나온 돈을 국민 주머니에 찔러줬다. 그 결과가 어땠나. 두 나라의 많은 국민이 쓰레기통 뒤지는 신세로 전락했다.
여야 후보가 내놓은 퍼주기 공약을 집행하려면 최고 300조원이 든다고 한다. 마을 단위 지역 공약은 뺀 수치다. 연일 새 선물을 더하느라 공약집 발간이 미뤄질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재원 대책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질타한다. 그렇게 지적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재원만 마련되면 돈을 뿌려도 되는가. 아무리 돈이 흔해도 쓰지 말아야 할 돈은 안 써야 한다. 그 돈이 국민의 자활 의지를 꺾는 마약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민노총은 “사회주의로 국민 철밥통 시대를 열자”고 한다. 앞서 그런 정책을 폈던 동구와 남미에서 국민들 목에 걸린 것은 철밥통이 아니라 거지 밥그릇이었다는 걸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한다.
한 대선 후보가 박정희 생가를 방문해 “새마을 정신을 본받겠다”고 했다. 퍼주기 공약과 새마을 정신을 한 입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새마을 정신을 모른다는 증거다. 새마을 운동이 내건 생산증대와 생활 향상은 “퍼주는 돈이나 받아먹겠다”는 정신머리로는 이룰 수 없는 목표였다. 박정희는 국민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자조(自助)를 요구했다. 운동 첫해인 1970년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먼저 전국 3만4000여 마을마다 시멘트 200~300포대씩 지원했다.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정하고 추진하는 데 필요한 마중물이었다. 나라가 이거 하라 저거 하라 하지 않았다. 다만 시멘트를 1년 내내 방치한 마을은 이듬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처음에 낙오했던 1만8000개 마을 중 6000개도 절치부심해 이듬해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좌승희·‘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
미국 정치학자 디드러 매클로스키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은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지닌 개인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년이니까 돈 찔러주고, 장년 됐다고 수당 안기는 나라에서 자부심 갖고 미래를 여는 개인이 남아날 수 있을까. 2주 뒤면 대한민국을 5년 동안 이끌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 땅의 70~80대 어르신들은 뛰어난 지도자와 함께 땀 흘려 미래를 일군 기쁨을 맛본 분들이다. 나와 내 아이들도 새 지도자와 함께 그분들이 경험했던 기쁨을 맛보고 싶다. 이 나라엔 아직도 땀 흘려 성취해야 할 목표가 얼마든지 있다.
조선일보 김태훈 논설위원
02.23 李 “존재 몰랐다” 했는데… 故김문기 “시장님과 골프쳤어” 딸에 영상편지
‘대장동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유가족이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의 생전 영상을 공개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사업 핵심 인물로, 사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세 차례나 넣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필 편지를 남기고 작년 12월21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영상은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 중 한국에 있는 딸에게 보낸 영상편지라고 유족 측은 밝혔다. 영상에서 김 전 처장은 딸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나 얼굴 너무 많이 타버렸어. 오늘 시장님하고 본부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 오늘 너무 재밌었고 좋은 시간이었어”라고 말한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였고, 김 처장과 그의 상급자인 유동규 본부장(구속)과 함께 2015년 1월 6일~16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김 전 처장 극단 선택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김 처장에 대해 “하위직원이기 때문에 저를 기억하겠지만, 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CBS, 12월24일, 이하 2021년) “시장 재직때는 (김 처장을) 몰랐고…”(SBS, 12월25일), “시장을 할 때 이 사람의 존재를 몰랐다고 얘기했다”(채널A, 12월29일) 등이라고 말했다.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이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이재명 당시 시장과 찍은 사진. /국민의힘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전 처장 유족들은 고인이 생전 이 후보와 찍은 다른 사진도 여러장 공개했다. 유족이 ‘2015년 1월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스카이타워 전망대 식사 장면’이라고 공개한 사진에는 김 전 처장이 이 후보 대각선 맞은 편에 앉아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2015년 1월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알버트 공원’이란 제목의 사진에는 김 전 처장이 커다란 나무를 가운데 두고 이 후보와 손을 잡고 있었다.
또 유족이 공개한 김 전 처장 휴대전화의 전화번호록 파일에는 이 후보의 전화번호가 2009년 6월 저장된 것으로 나오며, 당시 저장명은 ‘이재명 변호사’였다. 이 후보에게 김 전 처장이 단순한 ‘성남시장 시절 하위직’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맨 오른쪽)와 성남도공 고(故) 김문기 처장(맨 왼쪽 뒷편), 유동규 본부장(가운데)이 2015년 1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 위치한 빅토리아산(山)에서 함께 찍은 사진. 당시 이 후보는 성남시장이었다. 이 후보는 이 출장이 끝난지 17일만에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SPC 설립을 결제했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 제공
이 후보가 출장 도중 골프를 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앞서 나온 바 있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지난해 12월 이 후보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위치한 빅토리아산에서 김 전 처장, 유 본부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사진에서 이 후보의 모자에는 골프 칠 때 쓰는 ‘볼 마커’가 달려있다. 하지만 출장 보고서에는 골프 관련 내용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이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권성동·김은혜 의원은 “대장동 사건 몸통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구속과 죽음으로 꼬리만 잘리고 있다. 범죄의 설계자인 몸통은 끝까지 고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뻔뻔스럽게 활보하고 있다”며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길은 결국 특검 뿐”이라고 했다.

▲2015년 1월 호주 출장 도중 이 후보와 함께 사진에 담긴 김 전 처장 /국민의힘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
02.23 [단독] 이재명 공보물 논란… 검사사칭 전과 소명, 법원 판결과 달랐다
내달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후보자의 선거 공보물 발송 작업을 시작했다. 법이 규정한 후보의 인적사항과 재산상황, 세금체납실적 및 전과기록과 그에 대한 소명 등을 담은 공식 공보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공보물에는 이른바 ‘검사(檢事) 사칭 사건’에 따른 전과(前科) 기록과 함께 그에 대한 소명이 이렇게 담겼다.
‘이 후보를 방송PD가 인터뷰하던 중 담당검사 이름과 사건 중요사항을 물어 알려주었는데, 법정다툼 끝에 결국 검사 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됨’.

▲이 후보와 프로듀서가 검사를 사칭해 김 전 시장을 인터뷰 한 사실이 '프로듀서의 이 후보 인터뷰'로 표기된 선거 공보물
이러한 소명은 과거 법원이 증거를 토대로 재구성해 확정 판결한 사실관계와는 차이가 있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후보)이 PD와 공모해 검사의 자격을 사칭하여 그 직권을 행사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공범의 질문에 대답하고 알려준 수준이 아니라 처음부터 공모했다’는 뜻이다.
법원이 판단한 사실관계는 이렇다.
2002년 5월10일 오전, 이재명 당시 분당파크뷰특혜분양사건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의 사무실에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 PD 등 제작진이 찾아왔다. 제작진은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을 취재 중이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이 후보는 방송사 PD로 하여금 수원지검 A 검사의 자격을 사칭하여 마치 A 검사가 B 시장을 상대로 고소 사건에 관해 전화로 그 의혹 및 배후관계 등에 조사하는 것처럼 하려고, B 시장에 대한 질문 사항을 사전에 PD에게 개략적으로 설명하면서, PD의 질문에 “수원지검에 A검사가 있는데 시장도 그 이름을 대면 잘 알겁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PD와 B 시장 간 통화가 시작됐다. 이때 이 후보는 가끔 카메라쪽으로 가 스피커에 귀를 대고 B 시장의 답변 내용을 들으면서 PD에게 B 시장에 대한 추가 질문 사항을 메모지에 간단하게 적어주거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보충 설명했다고 판결문에는 나온다.
이 같은 사실 관계는 1심에서 대법원 최종심까지 한번도 뒤집히지 않고 유지됐고, 확정됐다. 이 후보는 유죄 판결과 함께 150만원 벌금형도 확정 선고 받았다.
◇법원 “李, PD와 공모해 사칭, 넉넉히 인정돼”
조선닷컴은 이 후보 측에 ‘공보물의 소명 내용이 법원에서 확인된 사실과 다르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 후보 측은 “소명서는 허위가 아니다”며 다음과 같이 해명해왔다.
“2017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이 후보가 선거공보물 및 TV 토론 등을 통해 ‘방송 PD가 인터뷰하던 중 담당 검사 이름과 사건 중요사항을 물어 알려주었는데 법정 다툼 끝에 검사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됐다’, ‘PD가 사칭하는데 옆에서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는 취지의 기재 및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으나 모두 무죄 판결받음.”
이번 선거 공보물 소명서의 표현은 2017년 경기도지사 선거때에도 사용했고, 그때 이미 한 차례 법원으로부터 ‘문제없음’ 판결을 받았다는 의미였다.
확인 결과, 그러한 해명이 사실과 달랐다.
우선 이 후보 측 해명에 등장하는 ‘재판과 무죄판결’이란, 검사 사칭 사건 유죄 판결로부터 14년 뒤에 벌어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2017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자(현 국민의힘)로부터 검사사칭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가 한 게 아니고 피디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걸 도와주었다는 누명을 썼습니다”, “저는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한 일이 없습니다. 피디가 한 거를 옆에서 인터뷰 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도와 준 걸로 누명을 썼습니다”고 발언했다가,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당시 판결문을 보면, 해명과 달리, 이 후보는 TV토론 발언이 허위 사실이란 이유만으로 기소됐고, 선거공보물의 소명 표현은 법원의 판단 대상조차 아니었다.
이 재판에서 이 후보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법원은 이 후보가 TV토론 중 “누명을 썼다”고 말한 데 대해 “억울하다는 평가적 표현일 뿐, 사실이냐 허위사실이냐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단순히 누명을 썼다는 표현을 한 것만 가지고 피고인이 검사 사칭 사건 재판 과정에서 했던 사실적인 주장을 발언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피고인이 검사를 도운 것으로 된 판결이 억울하다는 것은 구체성이 없는 평가적 발언에 가까워 그 자체로 구체적인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적혔다.
그러나 공보물의 소명 표현은 “누명을 썼다”는 발언과는 달리, 사실관계를 설명해놨다.
◇野 “李 소명서는 허위 사실”… 선관위 “후보가 책임”
이러한 공보물이 뿌려진 데 대해 야당은 반발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검증특별위원장은 이날 조선닷컴 취재에 “선거 공보물의 소명서는 허위 사실”이라며 “선관위는 이 내용을 민주당과 확인하지도, 수정하지도 않았다. 선관위가 노골적으로 민주당을 돕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우리는 후보들이 제출한 공보물이 지정한 요건을 갖췄는지만 확인한 후 발송할 뿐, 공보물 내용에 관한 책임은 후보 측에 있다”고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당선되거나 누군가를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경우’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후보자가 선거법과 관련해 징역 또는 100만원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당선은 무효가 된다.
조선일보 최훈민 기자
02월 23일 “尹 죽어” 조작하고 李게이트는 門 지키기라는 與 궤변
대선 후보들의 21일 경제 분야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윤석열은 원래 죄가 많은 사람이야’ 등의 내용을 낭독했다. 토론 주제와 동떨어진 데다 패널까지 동원해 관심을 확 끌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끝부분에 이재명 게이트란 말을 김만배가 한다는데…”라며 방어에 나섰지만, 이 후보는 “허위 사실이면 후보 사퇴하겠나”라고 몰아붙였다. 전날 우상호 민주당 선대본부장은 같은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하고 “의원직을 걸겠다”며 미리 무게를 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첫 TV토론에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의 대화 내용이 마치 진실인 양 동원된 것부터 황당한 일이다. 그런데 그 취지마저 거두절미 형태로 조작됐거나, 후보 사퇴까지 거론한 공격이 허위라면 ‘사퇴 대상’이 뒤바뀌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다. 그런데 22일 벌어진 진실 공방을 보면, 이 후보 등 여당 측의 주장이 궤변임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全文)을 보면 김 씨는 그런 발언에 앞서 ‘윤석열은 (양승태) 대법원장님, 저거(명예) 회복하지 않는 한 윤석열은 법조에서’ 등으로 언급한다. 전후 맥락을 보면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양 전 대법원장 등 100여 명의 판사들을 수사했기 때문에 판사들이 보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악마의 편집’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재명 게이트’ 표현의 유무는 더 문제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분명히 그런 언급이 등장한다. 이 후보의 주장이 틀린 것이다. 누구든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할 수도 있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해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강훈식 민주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이 후보가 입구를 지킨다는 의미의 게이트(문·門)인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으면 이런 말장난까지 하지는 못할 것이다. 선거 전략 이전에 인간의 품성부터 문제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23일 한배 탄 이재명-문재인-김만배

이제교 사회부장
李 선거광고서 ‘검찰 왕국’ 경계
尹에 정치 보복할 폭군 이미지
대장동·울산사건 윗선 안갯속
정치 보복과 범죄 처벌은 달라
기득권 정치의 부패비리 척결
정치 신인이 구정치 청산 가능
“정치 보복을 바라십니까? 검찰 왕국을 원하십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식 선거광고 문구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 정치 보복에 나설 것이고, 공포 가득한 검찰 왕국이 출현한다는 논리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복수에 집착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습니다”라며 “이재명은 대전환의 위기 속에서 미래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강조한다. 군왕제적 인식으로 행간을 풀면, 자신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부국강병을 일굴 계몽군주고, 윤 후보는 정치 보복에 미친 폭군이다.
대장동 특혜 로비 의혹은 정권이 바뀌면 재수사 대상 1순위로 손꼽혀 왔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택지개발 이익을 공공영역으로 환수하겠다”면서 ‘성남판교대장 도시개발’을 추진했다. 1조500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구속된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는 4040억 원을 챙겼다. 이 후보 측근의 성남도시개발공사 인사 압력 정황도 나왔다.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당선을 위해 민정수석실을 비롯한 8개 조직이 뛰었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선거 조작 범죄다. 두 사안 모두 ‘윗선’을 파헤치지 못한 채 중도에서 수사가 멈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후보와 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싫든 좋든 한배를 타고 있는 셈이다. 재수사를 피하려면 승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21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대장동 녹취록 패널을 꺼낸 것은 전형적 ‘물타기’ 수법이다. 패널에는 김 씨가 언급한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라는 문구가 적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기소에 대한 대화 내용을 갖고 대장동 주범을 윤 후보로 바꿔치고 사건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다. 김 씨는 법조 기자실 주변에서 ‘만배 형’으로 통했다. 대화를 항상 “형이 말이야”로 시작하며 학연과 지연, 인연을 엮어 친근하게 다가왔다. 인맥을 통해 도움을 준다고 얘기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검사들 사이에선 “김만배를 조심하라”는 경고도 흘러나왔다. 수사 정보를 여기저기 전해주며 이익을 취한다는 소문도 따라다녔다. 엄청난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언급하면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은 ‘만배 형’의 상투적 화법이었다. 윤 후보에게 치명타를 가할 비리를 쥐고 있다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후보가 당선돼야 대장동은 성공한 사업으로 둔갑한다. 문 대통령처럼 본인도 살길이 열린다.
물론 윤 후보가 당선되고 조국·울산시장선거 개입 수사를 했던 한동훈 검사장, 월성 원전 수사를 지휘했던 이두봉 검사장이 검찰 요직에 복귀하더라도 인지 첩보라는 이유로 개인을 마구 불러 조사할 수는 없다. 다만, 재판에서 윗선 개입의 명백한 증거가 나오거나 확실한 물증을 가진 고발이 들어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증거가 있는데도 수사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을 보장하고 특수계급제도를 부인한 헌법 제11조에 위배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자연법 사상에도 어긋난다. 그것은 정치 보복이 아닌 범죄 처벌이고, 법치를 작동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해당하는 미국 백악관 법률고문실이 하는 주 업무 중 하나는 대통령의 행위가 임기가 끝나고 형사소추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고 경고하는 일이다. 불행하게도 조국 전 민정수석은 이 같은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낡은 정치 청산은 해묵은 과제다. 멀게는 1956년 3대 대선에서 신익희·장면을 정·부통령 후보로 내세웠던 민주당의 “못 살겠다. 갈아 보자” 구호에 등장했고,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도 “낡은 정치, 청산하자”고 외쳤다. 선거 때마다 나왔던 것을 보면 이제까지 난제임이 분명하다. 전직 대통령 기소의 원죄가 있는 윤 후보의 시대정신은 수평적 정권교체에 있지 않다.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비리와 부패, 무능이 반복되면 의미가 없다. 586세대가 퇴진하는 정치교체도 아니다. 그에게 걸린 국민적 기대와 염원은 오랫동안 한국을 통치해왔던 적폐 정치의 뿌리를 단번에 끊는 것이다. 기득권에 물든 여의도 사람들은 할 수가 없다. 스스로 “정치를 처음 해봐서”라고 말하는 신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문화일보
02.24 녹취록 대놓고 왜곡, 대장동 덮어씌우기도 ‘게이트 史’ 기록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1일 TV 토론에서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등이 적힌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녹취록 일부를 읽었다. 윤 후보가 대장동과 관련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녹취록 전문(全文)을 보면 김씨는 ‘윤 죽어’ 발언에 앞서 “윤석열은 (양승태) 대법원장님, 저거(명예) 회복하지 않는 한 윤석열은 법조에서”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대화자가 “그니까 판사들이 싫어하잖아요”라고 받았다. 윤 후보가 양 전 대법원장 등 판사들을 수사했기 때문에 판사들에게 ‘죽는다’는 취지다. ‘대장동’이란 단어도 안 보인다. 이 녹취록을 엉뚱하게 대장동과 연결시킨 것이다.
민주당은 또 김씨가 “되게 좋으신 분” “나한테도 꼭 잡으면서 ‘내가 우리 김 부장 잘 아는데, 위험하지 않게 해’”라고 말한 대목에 대해 윤 후보와 김씨가 깊은 관계라는 증거라고 했다. 그런데 녹취록 전문을 보면 김씨는 이 발언 앞뒤로 “양승태 대법원장님은 되게 좋으신 분” “대법원장님이 또”라고 언급했다. 김씨 발언 대상을 양 전 대법원장으로 봐야 하는데도 민주당은 윤 후보와 엮었다.
선거 때 정당은 상대를 무리하게 공격하고는 한다. 하지만 사실이 애매한 것을 공격 소재로 삼는다. 이렇게 녹취록 전체를 읽어보면 맥락을 알 수 있는데도 완전히 왜곡해 공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반 유권자들 중에 녹취록 전체를 읽어 볼 사람이 극소수라는 사실을 이용해 대놓고 조작하는 것이다.
대장동 사건은 이 후보와 김만배씨 일당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이 후보는 녹취록을 왜곡까지 해 대장동 사건이 “윤석열 게이트”라고 한다. 그 녹취록에 ‘이재명 게이트’라고 나오는 부분에 대해선 ‘게이트 키핑’이라고 한다. 편이 갈라지는 정치에선 흑을 백이라고 계속 주장하면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생기곤 한다. 그런 방법으로 선거에서 득을 볼 수는 있겠지만 흑이 백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대장동 사건 수사 중 극단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의 유족이 23일 “(이재명) 시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고 말하는 고인(故人)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그를 “모른다”고 했다. 유족은 “이 후보가 8년 동안 봉사한 사람에게 조문도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발인 날(12월 24일)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춤을 췄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은 그 엄청난 규모만이 아니라 책임자들의 억지와 궤변, 덮어씌우기로도 기록을 세울 것 같다.
조선일보 사설
02월 24일 ‘대장동 그분’ 떠넘긴 李 주장의 허구성 밝힌 趙대법관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사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특히, 여당 후보를 향해 ‘중대한 명예훼손’이라고 규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신에게 쏠린 눈총을 떠넘기기 위해 TV 토론에서 ‘대장동 그분’으로 조재연 대법관의 실명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21일 토론에서 “지금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게 확인이 돼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라고 말했다. 보도 내용은 대장동 일당인 김만배 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 중 일부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여기 조재연 대법관님 따님이 살아…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그분이 다해서 내가 원래 50억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조 대법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 씨는 물론 대장동 그 누구와도 일면식·일(一)통화도 없다”고 밝힌 뒤 세 딸의 거주 현황까지 공개했다. 이 후보가 자신의 실명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상 초유의 일로 전국 3000여 법관이 받을 마음의 상처와 세계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보는 시선이 어떨까 생각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며 법적 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원래 ‘대장동 그분’은 김 씨 소유로 돼 있는 천화동인 1호의 실제 소유주를 지칭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는데, 사업 최종 인허가권자인 이 후보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김 씨가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 후보를 ‘그분’으로 지칭한 데 이어 천화동인 1호 지분 중 700억 원을 이 후보 측근 유동규 씨에게 주기로 약속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이번 녹취록의 그분은 다른 사람인 것이다. 이 후보도 이런 정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조 대법관 관련 의혹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이를 깡그리 무시한 채 조 대법관을 ‘그분’으로 지목했다.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 검찰의 부실 수사와 대법원의 소극적 대응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헌법과 법률의 최종 수호자인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기본 자질부터 의심케 한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24일 “골프도 쳤는데 모른다니…” 김문기 유족 恨 맺힌 절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 유족의 절규가 쏟아졌다. 정치인은 온갖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고, 뜻밖의 구설에 휩싸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한(恨) 맺힌 일방적 주장일 수도 있다. 대선을 열흘 남짓 앞두고 이젠 상식과 합리의 잣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대장동 특혜와 성남시, 그리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연결 고리’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으로 윗선 혐의 입증은 더 힘들어졌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말단 직원이라 몰랐다”며 친분을 부인하고, 심지어 조문도 하지 않았다. 유족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했다. 유족이 공개한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김 전 처장이 딸에게 보낸 영상에는 “오늘 시장님(이 후보)하고 본부장님(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구속)하고 골프까지 쳤다. 너무 재미있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이 이 후보와 손을 맞잡고 찍은 사진, 함께 식사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11일 동안 직원 10여 명과 해외 출장을 함께하며 그렇게 했는데,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것을 누가 믿겠나. 하기야 이 후보의 ‘측근 부인(否認)’은 처음도 아니다.
김 전 처장의 발인 날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춤추는 이 후보 모습이 TV에 나오자 김 전 처장의 80대 노모는 오열하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장남은 “8년 동안 충성을 다하며 봉사했던 아버지에게 애도의 뜻도 비치지 않았다”고 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말이 떠올랐을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24일 ‘기축통화’ 진실과 국가부채 현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최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및 국가부채 관련 논쟁이 있었다. 기축통화(Key currency)에 관해 명확히 정의된 개념은 없으나, 통상 안전자산으로서의 인식이 높아 국가 간 무역·자본 거래에 통용되는 국제통화로 정의할 수 있다. 좁게는 미국 달러화만 될 수도 있고, 넓게는 각국의 외환보유액 중 차지하는 비중, 국제 채권 발행 잔액, 세계 외환시장의 거래 비중 등 국가 간 거래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기반으로, 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을 구성하는 달러화·유로화·엔화 등 5개 통화로 규정하거나, 캐나다·호주 달러화 등을 포함하기도 한다.
기축통화 편입 및 국가부채 논쟁과 관련한 쟁점은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원화가 IMF SDR에 편입되면 과연 기축통화로 인정 받는지 여부다. 원화가 SDR에 포함되면 명목상으로는 기축통화의 반열에 올라설 수는 있으나, 여전히 원화의 국제 지급·결제 기능이 취약하므로 실질적인 기축통화로 기능하긴 어렵다. 따라서, 유사시 발권력을 동원해 원화로 표시된 국채를 찍어내 외국에 팔 수 있는 위치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제 지급·결제 기능으로 발권력을 인정받는 통화는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정도다.
둘째, 원화가 기축통화로 인정되면 국가채무에 대한 부담이 희석될 수 있는지 여부다. 기축통화는 통화 가치의 안정성을 전제로 한다. 왜냐하면, 통화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통화를 상품·외환 거래 등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축통화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다른 국가들보다 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이 나빠 외환위기가 날지도 모르는 국가의 통화를 누가 믿고 안전자산으로 보유하고, 또 국제 거래에서 사용하려고 하겠는가?
더구나, IMF 집행이사회는 5년마다 회의를 열어 SDR 통화바스켓 구성과 편입 비중 등을 재논의하므로 경제 펀더멘털이 나빠지면 SDR에서 언제든 탈락할 수 있다. 실제로 IMF SDR 통화바스켓 편입 요건에는 포함되지 않은 특정 국가가 바스켓 통화국의 수출액을 1% 이상 초과할 경우 해당 통화로 교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SDR 편입 이후라 하더라도, 더욱더 우수한 경제 여건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재정 건전성이 악화일로다. IMF 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코로나19로 증가한 재정지출이 계속되고, 향후 재정적자도 상당 폭 유지되면서, 4년 후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OECD 37개국 중 가장 큰 폭(+18.8%P)으로 상승한 66.7%가 된다. 국가부채비율 순위도 OECD 비(非)기축통화국 17개국 중 9위에서 3위로 치솟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향후 국가부채비율은 더 치솟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재정수지·경상수지 모두 적자가 되는 쌍둥이 적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원화가 IMF SDR에 편입되기 전에,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강력한 재정준칙의 법제화와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안정적 경제정책으로 대외적 신뢰를 받는 한국 경제로서의 위상 확립이 시급한 이유다.
문화일보
02월 24일 제2 우크라 막을 후보 누군가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러시아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이 옛 러시아제국 부활을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 특수부대 ‘리틀 그린맨’을 투입하는 군사모험의 방아쇠를 당겼다. 푸틴의 준비된 ‘하이브리드 전쟁(정규전+비정규전+심리전+사이버전)’ 군사전략에 가장 고무받았을 독재자가 동병상련의 북한 김정은일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 군사모험주의 독재자의 핵무기 위협에 동시 노출된 비핵국가, 성급하게 핵을 포기·철수시킨 역사 등 닮은 점이 많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구소련이 남긴 약 1800개의 핵탄두를 러시아로 넘기고 미·영·러 3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약속받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만 믿고 안보를 소홀히 했다. 코미디언 출신 아마추어 대통령의 친인척 요직 기용 측근 정치, 국민 통합 실패와 정치 지도자 부정부패 등 국정 난맥으로 존망의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은 950개의 주한미군 전술핵무기를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후 철수시킨 역사가 있다. 2017년 6차 핵실험 후 핵보유국 선언을 한 북한은 2027년까지 최대 242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일성은 1992년 2월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우리는 주변의 큰 나라들과 핵 대결할 생각이 없으며 더욱이 동족을 말살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기만극임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가 30년 지나 손자인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또 속고도 언제 휴지 조각이 될지 모를 종전선언에 매달리는 건 한 편의 코미디다.
러시아와 북한이 독재정권 유지 수단으로, 군사전략 초점을 항미(抗美)전쟁에 두고 핵·재래식 전력 강화 및 군 개혁에 매진하며 강성대국 건설에 매달리는 것도 판박이다. 러시아는 1만2000개 핵탄두 중 4650개를 실전 배치했다. 9600개 핵탄두 중 2468개를 실전 배치한 미국보다 더 큰 규모다. 2021년은 푸틴의 군 개혁 완료 원년이다. 김정일은 신(新)남침작계 수립 및 특수전부대 3만 명을 20만 명으로 증강해 휴전선에 전진 배치했고, 아들 김정은은 2021년 1월 극초음속미사일 등 ‘5대 전략무기’ 개발을 공언하며 광범위한 핵전력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무역·재정 쌍둥이 적자 속에 대선판은 2월 추경도 모자라 선거만 끝나면 수십조 원을 더 쏟아붓겠다며 퍼주기 공약에 몰두, 안보는 나 몰라라다. ‘스트롱맨’의 근육질 과시가 전면전 또는 국지적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는 약소국을 전쟁터로 삼는 강대국 간 지정학적 대결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신냉전시대 북핵폐기 등 국가의 생존전략을 공약으로 내건 ‘안보대통령’ 논의는 실종됐다. 북한 군부 입에서나 나올 법한 “사드 같은 흉악한 것”이란 ‘반(反)안보’ 막말이 여당 대선 후보 입에서 거침없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출신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전면전이 일어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면 우크라이나 민족을 말살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귀로 흘려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 같은 비극을 예방하려면 북·중·러 연합에 맞설 한·미·일 3각 공조를 복원해 북핵을 막고 안보를 반석에 올릴 진짜 ‘안보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문화일보
02.25 대선 13일 앞두고 호남 찾은 文, 노골적 선거운동 시작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13일 앞둔 24일 전북 군산의 조선소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군산 조선소 재가동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가 함께했다는 사실도 기억해달라”고 했다. 재가동은 앞으로 거의 1년이 남은 일이다.
일부러 행사를 만든 것이다. 대선 직전 현직 대통령의 지역 방문은 과거 정권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었다. 청와대는 선거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누가 봐도 호남 지지층에 결집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과거 다른 여당 대선 후보들보다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호남 방문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겉으로는 ‘선거 중립’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노골적인 선거운동을 해왔다. 작년 2월에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찾아 선거운동을 했다. 최근엔 대선 캠프 출신으로 임기 만료된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을 유임시키려 시도했다. 선관위 직원들 집단 반발까지 불렀다.
선거 관리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당 중진이자 친문 핵심인 박범계, 전해철 의원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회에서 “저는 장관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집권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라고 했던 박 장관은 ‘이재명 후보 총괄특보단’ 단체 채팅방에 포함돼있다가 언론 지적이 나오자 탈퇴했다. 이제는 아예 문 대통령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조선일보 사설
02.25 자칭 ‘경제 대통령’의 공약, 산수가 안 맞는다
소득 5만불, 기본시리즈 5년간 6%씩 성장해도 안 돼
경제 무시한 허황된 목표, 희망 사항이나 신앙에 가까워
경제는 정치라 믿는다니 차라리 ‘정치 대통령’ 어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최근 토론회에 나와 “우리나라가 곧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때아닌 기축통화 논란이 일었다. 이 어려운 단어를 모두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발언이 유독 화제가 된 이유는 이 후보가 자신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구호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생각이 궁금해 의견을 물었다. 한 경제학자는 “정치인에게 학자 수준의 경제 지식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자칭 경제 대통령이면 최소한의 숫자 감각은 갖춰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오늘 선거 공보물이 왔던데 ‘이재명이 한다’면서 국민소득 5만달러라고 큼지막하게 써놨더군요. 매년 몇 퍼센트씩 성장해야 5만달러가 되는지 아십니까.” 그제야 셈을 해보았다. 지난해 한국의 국민소득은 약 3만5000달러로 추정된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매년 6%씩 성장해도 5만달러엔 못 미친다는 계산이 나왔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6%다. 이 학자는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고 썼어야 정확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이룬 성과를 경제 대통령의 근거로 내세운다. 대체로 세금으로 거둔 돈을 살포한 ‘이재명식 기본 소득’ 계열이다. 그래서인지 공약집에도 ‘기본’이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기본 금융, 기본 주택, 기본 대출, 기본 저축, 보편 기본 소득, 농어촌 기본 소득, 문화예술인 기본 소득, 청년 기본 소득 등등이다. 심지어 ‘기본 사회를 준비하겠습니다’란 문장까지 보인다.
대부분 전문가는 ‘기본 시리즈’의 실현 가능성을 극히 낮게 평가한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간단히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다.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씩을 주겠다는 보편 기본 소득 하나만에도 한 해 50조원이 필요하다. 서울시 예산보다 큰 돈이다. 청년, 문화예술인, 농어민에겐 여기에 100만원을 더 지원하고 정부 돈으로 대출도 해주고 예금 이자도 얹어주고 집도 지어준다면 100조원으로도 모자랄 수 있다. 이 후보는 세금을 더 거둬서 대부분의 비용을 충당하겠다고 하는데 지난해 많이 걷혔다는 세금이 340조원 정도다. 설마 세금을 30% 더 걷겠다는 뜻일까. 세금을 더 내서 그 돈을 돌려받는 셈이라면 무슨 경제적 이득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23일 배포된 이재명 대선 공보물 중 일부. '이재명이 한다'는 제목 아래 311만호 주택 공급,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지수 5000포인트 등의 공약을 나열했다.
한 젊은 경제학자는 “경제는 증거와 논리에 기반해야 한다. 이 후보의 공약은 경제보다는 ‘어쨌든 할 수 있다’고 믿으라는 신앙 계열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공보물 7쪽에 나열된 수치를 보라고 했다. ‘311만호 주택 공급, 수출 1조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지수 5000포인트, 세계 5대 강국으로 도약’ 등이 써 있는 면이다. “지금 2700도 안 되는 코스피를 5000으로 올린다니…. 꿈이 큰 건 좋지만 그 꿈을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어디에 있는 거죠? 저렴한 ‘기본 주택’ 140만호를 공급한다는 공약도 보입니다. 거대 신도시인 분당구 세대수가 20만 정도인데 분당 7개를 나랏돈 투입해 싸게 푸는 일이 정말 가능합니까.”
긴 설명 없이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의 뉴욕타임스 칼럼을 보낸 이도 있었다. 뉴욕 시장으로 출마했던 앤드루 양이 내세운 보편적 기본 소득의 문제를 지적한 글이다. 제목이 (의역하면) ‘앤드루 양은 산수부터 끝내라’였다. 크루그먼은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미래를 위한 재정 투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큰 정부’의 주창자다. 이 후보와 일맥상통한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 그조차도 보편적 기본 소득은 허상이라고 썼다. ‘계산해본 결과 기본 소득은 매우 큰 규모의 증세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상상 속 세상을 만드는 건 자유지만 진짜 세상이 어떤지는 알아야 한다.’
이 후보는 지난해 말 서울대 경제학과 강연에서 자신의 경제관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부에선 이런 오해가 있죠. 경제는 과학이다. 마치 통계나 경제 이런 것들이 진리인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본 경제는 정치이자 의견입니다. 가치죠, 가치.” 이 말을 듣고 보면 왜 그의 공약은 계산이 이토록 어지러운지 알 듯도 하다.
경제가 정치라고 정말 믿는다면 신념에 따라 ‘정치 대통령’이라고 대선 구호를 바꾸면 안 될까. 한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을 볼 때마다 경제학자로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경제 기자들도 비슷한 심정이다.
조선일보 김신영 기자
02.25 野 “버려진 ‘대장동 문건 보따리’ 입수…이재명 결재서류 나왔다”

▲국민의힘 원희룡(오른쪽)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수한 대장동 관련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김은혜 선대본부 공보단장. /뉴스1
국민의힘 원희룡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25일 “고속도로에 버려진 대장동 개발 관련 문건 보따리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원 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14일쯤 안양-성남간 제2경인고속도로 분당 출구 부근 배수구에 버려져 있는 ‘대장동 문건’ 보따리를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입수했다”고 했다.
원 본부장은 이어 “문건 속에는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의 명함과 원천징수영수증, 자필메모 등이 발견됐고, 2014~2018년까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보고서, 결재문서, 자필메모 등이 포함돼 있었다”며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 및 재판 대응 문건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원 본부장은 자신이 입수한 문건에 △정 전 실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독대해 결재받은 ‘대장동-공단 분리 개발’ 보고서 △성남도시개발공사 배당이익 1822억원에 대한 활용 방안 △이 후보가 환수했다고 홍보한 액수가 부풀려진 정황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원 본부장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결재로 ‘결합 개발’이 ‘분리 개발’로 바뀌면서 실제 대장동 일당에게는 약 2700가구의 용적률 특혜를 줬다”며 “또한 관련 문건을 보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임대아파트 사업을 포기하고, 시장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현금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성남시장이던 2017년 6월 16일 1공단 공원 사업비로 2340억원이 들어간다고 고시했고, 관련 자료 역시 정민용의 보따리에 포함돼 있다”며 “그런데 이 후보는 2018년 6월 경기지사 선거 때 줄곧 1공단 공원 사업으로 2761억원을 환수했다고 홍보했다”고 했다. 이 후보가 환수 성과를 실제 고시했던 금액보다 421억원 많게 언급했다는 것이다.
원 본부장은 “수많은 증거물을 못 찾은 건지, 안 찾은 건지 국민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며 “그러는 사이 억울하게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참고인들만 늘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즉시 정민용의 신변을 보호하고, 전면 재수사에 돌입하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02.25 대장동 일당 “4000억 도둑질 완벽하게 해야”… 검찰, 녹취 확보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연합뉴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사업은) 4000억원 도둑질”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JTBC 보도 등에 따르면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2014년 11월 5일자 녹취록에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 사업은) 4000억짜리. 4000억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며 “이거는 문제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거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화 한달 뒤인 2014년 12월 성남시는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을 선언했고, 2015년 2월 초과이익환수 조항이 빠진 채 대장동 사업자를 공모하는 절차가 진행돼 화천대유 등 민간업자와 성남도개공이 공동출자한 성남의뜰이 시행사가 됐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화천대유를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하기 3개월 전 이미 자신들이 얻게 될 수익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들이 분양 이익을 제외하고 대장동 사업을 통해 가져간 배당 수익은 4040억원이다.
이들은 2014년 6월 4일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직후 이미 자신들이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확보한 정 회계사의 2014년 6월29일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14년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부실장), 김용 당시 성남시의원(현 민주당 선대위 조직부본부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의형제’를 맺었다고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대화에서 남 변호사는 “정 실장과 김용, 유동규, 김만배, 이렇게 모여 갖고. 네 분이 모여서 일단은 의형제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정 실장이 얘기했고 그러자고 했고, (김만배씨가) 큰 형님이시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정 회계사가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라고 했고 남 변호사는 “만배형이 처음으로 정 실장에게 대장동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해당 녹취록에 대해 이 후보 측은 “국정감사에서 실체 없는 주장으로 밝혀진 일”이라고, 김 본부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02.25 ‘전설의 복서’ 유제두·홍수환… 유명인 100여명, 尹 지지 선언
전설의 복서 유제두ㆍ홍수환씨를 비롯한 문화예술체육계 유명인사 100여명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배구선수 출신 장윤창 경기대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문화예술체육계 인사 100인의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대중문화·예술·체육계 스타 100여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들은 김영석(배우)ㆍ김수희(가수)ㆍ김재박(야구)ㆍ김재엽(유도)ㆍ박찬숙(농구)ㆍ신충식(배우)ㆍ안지영(역도)ㆍ이동준(태권도)ㆍ이회택(축구)ㆍ유심초(가수)ㆍ유제두(복싱)ㆍ윤태규(가수)ㆍ윤철형(배우)ㆍ장윤창(배구)ㆍ조윤희(프로골퍼) ·정욱(배우) ·최연숙(수영) ·한인수(배우) ·허영호(산악인) ·홍수환(복싱) 등이다.
대중문화예술체육스타 특별본부 장윤창 수석본부장은 “우리는 과거 선수시절,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각 종목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싸웠고 잇따른 쾌거로 국위를 선양하며 국민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픔을 나누었던 여러분의 국가대표선수들이고 여러분의 스타였다”고 했다. 장 본부장은 “앞으로 대중문화예술체육스타 특별본부는’레전드 유세지원단’을 구성해 국민의힘 유세본부와는 별도로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조경태 직능총괄본부장은”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체육인들은 그 누구보다도 힘든 시기를 겪어 왔다. 각종 공연이 취소되고 경기가 축소되는 등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생계 안정 및 창작활동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에서는 문화예술체육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정책대안을 반드시 마련토록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02월 25일 ‘검사 사칭’ 확정 판결도 선관위 공보물에 거짓말한 李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연루된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이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미 20년 가까이 지난 사건이지만, 이 후보가 최근 배포된 선관위 공보물에 거짓말이라고 해도 될 만큼 법원 판결을 왜곡하는 내용을 기재하면서 현재 사건이 되고 말았다. 공적 목적으로 한 일이었지만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식으로 표현했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기재하자 또 다른 당사자인 최철호 KBS 피디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내 명예를 훼손한다”며 법적 대응 의사까지 밝혔다.
이 후보는 4개의 전과 가운데 ‘검사 사칭’에 대해 “방송 PD가 인터뷰를 하던 중 담당 검사 이름과 사건 중요 사항을 물어 알려주었는데, 법정 다툼 끝에 결국 검사 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됨”이라고 소명했다. 이는 2002년 사건 당시 판결문 취지를 뒤엎는 것이다. 법원은 1·2·3심 모두 “피고인이 PD와 공모해 검사의 자격을 사칭하여 그 직권을 행사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면서 전반적 공모를 인정했다. 최 PD는 “제가 (이 후보를) 함정에 빠뜨린 것처럼 왜곡했다”면서 “당시 불법적으로 녹음해 방송할 수 없다고 하자, 이 후보가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하는 것처럼 하자고 했다”고 제안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이 후보의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에는 당시 두 달 동안 도피했는데, 검문에 걸리자 동생의 인적 사항을 불러주거나, 휴대전화 배터리를 제거하고 경찰 추적망을 피하는 등의 내용이 나온다. 당당하다면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민주당은 “직접 검사를 사칭하지 않았다”면서 소명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는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선거일이 10일 남짓 남은 만큼 검찰은 신속히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 선관위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함으로써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도와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25일 대장동패밀리, 처음부터 ‘4000억 도둑질’ 모의

■ 이재명은 ‘대장동 개발이익’을 ‘집값 급등’ 탓 돌렸었는데 …
檢확보 ‘녹취록’서 범죄정황
남욱 “도둑질 완벽하게 하자
문제되면 게이트 수준 넘어”
민간사업자 공모하기도 전에
예상 수익 규모·불법성 파악
시민단체, 배임혐의로 李 고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성남시 대장동 부동산 개발 민간개발사업자들의 이익이 많이 늘어난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이라고 발언했지만, 과거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자들은 “(대장동 사업은) 4000억 원짜리 도둑질”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나 처음부터 이익 규모를 예상하고 공모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당 발언은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을 ‘부동산 리스크(미분양·부동산 가격 하락)’ 때문에 민관 합동으로 추진했다는 것과도 어긋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수감 중)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게 “4000억 원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 이거는 문제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거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2014년 11월 5일자 ‘정영학 녹취록’을 확보했다.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자들이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 전부터 불법적인 방법으로 큰 수익을 예상한 발언인데, 실제로 천화동인 1~7호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분양 수익을 제외한 배당금만으로 4040억 원을 벌어들였다.
남 변호사가 수익을 예상한 데는 당시 발언 후 진행된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사업 초과이익 환수 포기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 당시 “2018년부터 집값이 올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총리를 하는 동안 집값이 폭등해서 개발업자 이득이 3000억~4000억 원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후보는 비슷한 시기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업이 진행된 2015년 부동산 미분양이 속출했고 경기가 안 좋은 때였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가 ‘고정’으로 막대한 수익을 예상한 것과 달리 이 후보는 ‘변수’를 강조한 것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14년 6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현 민주당 선거대책위 부실장), 김용 당시 성남시 의원(현 민주당 선대위 조직부본부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의형제’를 맺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급된 정 전 실장과 김 전 의원은 이 후보의 최측근이다. 해당 발언에 당사자는 물론, 민주당에서도 “실체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시민단체 ‘대장동 게이트 진상규명 범시민연대’는 이날 대검찰청에 이 후보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범시민연대는 “화천대유가 받아간 배당금 4000억 원 등은 원주민이나 입주자의 피해금이고 배임으로 인한 범죄 수익”이라며 “그런데 이 후보는 민관합작 땅 투기를 자신이 계획했다고 자랑하고, 심지어 성남시가 땅 투기 이익을 많이 받아갔다고 했는데 이는 이 후보가 스스로 대장동 게이트의 주범이라고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02.26 고속도 배수구서 발견된 대장동 문건, 저들끼리 “4000억 도둑질”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 정책본부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장동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수한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2.2.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25일 제2 경인고속도로 분당 출구 인근 배수구에 버려져 있는 ‘대장동 문건 보따리’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배수구 청소 작업 중에 발견됐다는 것이다. 검은색 천가방 속에 대장동 핵심 인물로 성남도공 전략사업팀장이던 정민용 변호사 명함, 자필 메모와 함께 2014~2018년 대장동 사업 관련 문건 수십 건이 담겨있었다. ‘대장동·공단 분리 개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공사 배당 이익’ 등 사건 실체와 직결된 보고서들이 노란색 서류철 등에 들어있었는데 일부는 당시 성남시장이던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결재가 이뤄진 것들이다. 다급하게 증거를 인멸한 정황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부 문건은 작년에 압수했지만 서류철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로 막대한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수감된 남욱 변호사가 2014년 11월 금융권 인사를 만나 “‘무간도’ 영화를 찍는 것처럼 공사 안에 우리 사람을 넣어 놨다”고 말한 내용도 확보했다고 한다. 또 비슷한 시기에 남 변호사가 같은 일당인 정영학 회계사에게 “4000억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 “이거는 문제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것” 등의 발언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확보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은 분양 수익을 빼고도 4040억원 이상 배당금을 가져갔다. 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없어질 것을 알지 않았다면 이런 말이 나올 리가 없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재선된 직후인 2014년 6월 이뤄진 남 변호사·정 회계사 간 통화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현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 김용 당시 성남시의원(현 민주당 선대위 조직부본부장), 구속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의형제를 맺었다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녹취록에 담긴 정황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은 시작부터 소수 특정 인사들의 독식 설계로 시작됐고 이 후보 측근들도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검찰은 이 심각한 사건을 사실상 뭉개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2.26 ‘질 수 없는 선거’가 ‘이기기 힘든 선거’ 되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侵攻이 한국에 주는 警告는 무엇인가
3월 9일, 전략적으로 思考하고 전략적으로 투표해야
한국은 선거 중이고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다. 우크라이나가 먼 나라라서 그곳 포성(砲聲)이 대선 후보자 귀에 잘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곳 대선이 전쟁만큼 소란스럽기 때문이다. 이 대선도 3월 9일 결판이 난다.
들쭉날쭉 여론조사는 윤석열 약간 우세에서 박빙(薄氷)으로 변하고 있다. 예측불허(豫測不許) 선거에서 예측 가능한 것은 딱 하나다. 승패가 어떻게 갈리든 윤석열과 안철수의 득표수를 합산(合算)하면 이재명 득표수보다 많으리라는 사실이다. 정권 교체가 정권 유지보다 10~15% 높은 민심이 흔들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야당 입장에서는 뭉치면 ‘질 수 없는 선거’이고, 흩어지면 ‘이기기 어려운 선거’다.
전쟁 같은 한국 선거가 끝나면, 우크라이나에도 ‘평화 같지 않은 평화’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라고 했다. 코미디언 출신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렘린에 전화를 댔으나 푸틴은 받지 않았다.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여전히 초강대국이다. 우크라이나는 동맹이란 갑옷도 없다. 동맹국도 아닌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하자는 데 찬성하는 미국인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기다려도 지원군은 오지 않는다.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가 효과를 내기 전에 주권국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손아귀에서 숨을 거두고,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설 것이다.
‘역사는 처음에는 비극(悲劇)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두 번째는 희극(喜劇)의 모습으로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당사자와 피해자에게 비극은 비극일 뿐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했다. 나라가 사라진 지 700년, 독립운동을 시작한 지 350년 만의 독립이었다. 20세기에만도 5번이나 독립선언을 했으나 그때마다 좌절됐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역사 속엔 ‘나라 없는 민족이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한다. 독립 30년 만에 우크라이나 국민은 또다시 그렇게 연명(延命)할 수밖에 없는 운명과 맞닥뜨리고 있다.
이런 우크라이나를 숨죽여 지켜보는 나라가 대만과 폴란드다. 폴란드는 러시아에 점령·분할돼 수백 년간 나라를 잃었다. 대만은 시진핑의 중국이 푸틴의 러시아만큼 공격적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중국은 군사력이 우위(優位)에 있을 때는 어느 시대에나 선제(先制)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고 밀어붙였던 공격형(型) 국가다. 두 나라 자구책(自救策)은 폴란드는 NATO 가입, 대만은 미국 붙들기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국에 무엇을 경고하는가. 첫째, 군사동맹이란 어느 한쪽이 맺고 싶다고 상대가 언제든 응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대도 손익(損益)을 계산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안보동맹이 간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이 동맹은 실익(實益)에 비해 부담이 너무 크다. 나라를 지켜주겠다는 약속도 하기 어렵다. 6·25가 끝나갈 무렵 한국 처지가 꼭 이랬다. 그 상황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을 주저앉혀 동맹 조약에 도장을 찍게 했다. 지금 대통령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동맹을 금 가게 하기는 쉬워도 새로 맺기는 어렵다.
둘째, 국가 안보 문제를 선거용 인기 몰이 소재로 삼아 대중의 손에 넘기는 불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의 아랫배에 해당하는 급소(急所)에 위치해 있다. 이런 나라에서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대중의 러시아 혐오증(嫌惡症)에 올라탔고, 선거가 끝나면 목숨 줄인 안보 문제를 제쳐두고 사익(私益)과 파당(派黨)의 이익 추구에 골몰했다. 이승만의 동맹 정책도 박정희의 자주국방도 우크라이나에는 없었다.
셋째,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핵무기가 무엇인지 진짜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1991년 독립할 때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 1400개가량의 구소련 핵탄두가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하면서 그 대가로 미국·러시아에서 경제 원조와 불침(不侵) 약속을 받아냈다. 세계가 박수를 보낼 때 미국 정계·관계·학계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핵 없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위해 차려진 밥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인물이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였다.
그가 김정일 사망 직전 방한(訪韓)해 “내가 김정일의 안보보좌관이라면 절대로 핵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핵무기는 생존 수단이고, 핵 맛을 본 이상 절대 핵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이 정권은 헛것을 보고 5년 내내 헤맸다.
한국은 전략적으로 사고(思考)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3월 9일은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전략적으로 투표해야 하는 날이다.
조선일보 강천석 고문
02.27 우크라 대통령 탓하는 與… “尹 뽑으면 이꼴난다”?
‘침공’ 러시아 말고 젤렌스키 무능 탓하는 與
李 “6개월 초보 대통령이 러시아 자극” 발언 파문
박용진·추미애·최민희·김홍걸 등도 가담
서방에선 연대 행렬… ‘젤렌스키 무능한가’ 놓고도 이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여권(與圈) 인사들은 수도 키예프에서 항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두고 “무능하고 아마추어 같다”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일제 강점의 빌미를 제공한 구한말 조선왕조의 지도자’쯤으로 비유하는 이들도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문제의 초점을 ‘러시아의 일방적 주권 침탈 시도와 유엔(UN) 헌장·국제법 위반’이 아니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배경(코미디언 출신)과 ‘무능력함’에 맞추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같은 기류는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의 정치 리더십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해 연대의 뜻을 보내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검사 출신으로 외교·행정 경험이 없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 아래, 여권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짚기보다 정쟁화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의 이런 행태를 놓고 국내외에서 비판이 계속되자 이 후보는 26일 밤늦게 “제 표현력이 부족했다.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녕을 지지한다”며 사실상 사과했다.
◇ 젤렌스키 탓하는 與의 삐뚤어진 시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하는 여권 인사들의 사고 구조·논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외교·행정 경험이 일천한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기성 정치를 혐오하는 분위기에 힘입어 어쩌다 당선됐다. 불필요하게 러시아를 자극했고 결국 전쟁이 발발해 국민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평생을 검사로만 일한 윤석열 후보를 뽑으면 똑같은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 지지자들도 이 같은 취지를 담은 게시물을 만들어 돌리고 있다.
여권 인사들의 말처럼 1978년생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출신이다. 그가 40대 초반의 나이에 인구 4400만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된 과정 자체가 드라마였다. 젤렌스키는 2015년부터 방영된 인기 TV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대통령 역을 연기해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부패하고 무능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염증에 기대 돌풍을 일으키며 일약 대통령까지 오르는 ‘신화’를 썼다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2019년 5월 취임한지 3년도 되지 않아 조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불행한 운명을 맞게 됐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중앙선관위가 주관한 제2차 법정 TV 토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6개월 초보 정치인”이라고 표현하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입해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일방적 침공을 저지른 러시아나 침공을 결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보다 ‘무리한 나토 가입 요구 등으로 원인을 제공한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26일 파주 유세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방송토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도자만 무지하지 않으면 그런 걱정 전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이 후보 발언은 영미권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 등에 빠르게 퍼지고 있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부교수는 트위터에서 이 후보 발언에 대해 “(이 후보) 의견은 경험적으로 부정확하고 수치스럽다(shameful)”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한국을 취재하는 외신 기자들은 이 후보의 발언을 소개했고, 해외 논객과 연구자들은 이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각자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 與 “지도력 부족·경험 없는 코미디언 출신” 십자포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젤렌스키 탓이다’ ‘우크라이나 외교도 문제 있다’는 식의 논리는 이 후보 말고도 다수 여권 인사들의 저변에 깔려 있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인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구을)은 25일 KBC광주방송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잠깐 인기 얻어 갑자기 대통령이 된 코미디 배우 출신”이라며 “지금은 서방 지도자 회의에 초대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잠깐 인기 있고 잠깐 괜찮은 사람으로 보인다고 나라의 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반문(反文) 정서에 힘입어 대통령 후보까지 오른 윤 후보를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 의원 인터뷰에서 일방적 침공을 결정해 주권 강탈을 시도한 러시아나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페이스북에서 젤렌스키를 향해 “지도력이 부족하고 외교 경험이 없는 코메디안 출신”이라며 “미숙한 리더십으로 러시아를 자극하고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세에서도 “대통령을 잘못 뽑는 바람에 전쟁이 일어난 겁니다”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 직속 평화번영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무소속 김홍걸 의원(비례)은 트위터에서 “국가 위기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 숨어버린 대통령” “정치 혐오 정서에 휩쓸려 아마추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선대위 평화번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지난 25일 트위터에서 위와 같이 발언했다. /트위터
선대위 미디어특보단장인 최민희 전 의원은 “푸틴을 규탄한다”면서도 “푸틴 침략은 일제 침략과 같다. 구한말 무능 부패한 왕과 조정이 일제 침략을 못 막았듯 준비 안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때문에 우크라이나 국민이 희생되고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를 조선 말 고종이나 순종쯤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외에도 여당 의원 출신인 박범계 법무장관이 트위터에서 ‘러 침공 예측 못하고 위기 키운 아마추어 대통령’이란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고,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페이스북 댓글로 “우크라이나의 어리석음이 오히려 주요인”이라고 했다.
◇ 尹 때리려 젤렌스키를 ‘희생양’ 삼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사진 오른쪽)가 2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긴급 안보경제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송영길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이번 일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칠 거대 변수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주제는 지난 25일 TV 토론을 비롯해 여야 후보의 유세장에서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동시에 언론의 헤드라인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많이 본 게시물’ 게시판 등을 도배하며 대선을 열흘 앞둔 지금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보고 듣는 주제기도 하다. 한 국책 싱크탱크 관계자는 “결이 다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사는 한반도의 현실이 겹쳐보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외교·안보와 국방,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보수와 진보의 철학과 시각이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이 후보는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책(下策)” “평화가 밥이고 평화가 경제다” “비싼 평화가 낫지 전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북한 비핵화 문제 등과 관련해 ‘평화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윤 후보는 “평화는 결국 강력한 동맹, 힘과 균형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같이 논쟁적이고 찬반이 갈리는 옵션일지라도 대북 억지력 구축을 위해서라면 도입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수와 진보의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를 비롯한 여권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윤 후보의 외교·안보 미숙함을 드러내는 소재로 활용하는데 화력을 집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무능한 지도자의 표본’으로 삼으며 희생양 삼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 美·EU는 연대의 뜻… 젤렌스키는 정말 무능한가
하지만 여권의 이런 기류와 달리 서방 국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소통하며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백악관 페이스북을 통해 NATO 정상회의 뒤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감한 행동을 높게 여긴다”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등 대(對)러시아 제재 수위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EU 정상들도 젤렌스키와의 통화에선 한마음 한뜻으로 연대와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파리의 에펠탑,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에는 연대의 뜻을 담은 우크라이나 국기 조명이 비쳐졌다.
이 후보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관련해 ‘무리하게 나토 가입을 추진해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표현한 부분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반발에도 불구하고 나토 가입을 강력하게 주창한 것은 맞지만, 이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돈바스 사태 등으로 러시아의 위협을 느낀 다수의 우크라이나 유권자들이 요구한 어젠다이기도 했다. 또 젤렌스키는 지난 2020년 7월까지 푸틴과 전화 통화를 하며 소통했다. 대중의 요구에 영합한 ‘외교 포퓰리즘’이 아니라 러시아와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는 외교가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나토 가입으로 대표되는 우크라이나의 ‘서방으로의 편입’ 열망은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이른바 ‘오렌지 혁명’으로 친(親)서방 정권이 들어선 뒤 빅토르 유시첸코 전 대통령 등이 나토 가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전직 외교부 차관급 인사는 “우크라이나 외교의 역사가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의 줄타기였다”며 “20년 넘게 논쟁적이었던 사안의 책임을 오롯이 ‘3년차 대통령의 무능함’으로 몰고 가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고 했다. 우크라이나 만의 역사와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군복을 입고 전선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트위터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나는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틑위터
여기에 여권이 “아마추어 대통령”이라고 비하한 젤렌스키는 “국민들과 함께 운명을 함께 하겠다”며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탈출·망명 권유를 거절했다. 젤렌스키는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며 “나는 키예프를 떠나지 않고 당신들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선 그가 전쟁 발발뒤 보인 행동을 놓고 “정치인을 뽑으면 코미디언을 얻지만, 코미디언을 뽑으면 우리는 지도자를 얻게 된다”는 문구가 명언처럼 회자되고 있다. 2019년 대통령 후보 시절 그가 ‘한국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민주국가인 한국은 이웃에 독재국가(북한)가 있음에도 어떤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말한 화면도 급속도로 돌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적은 메시지는 이랬다. “나는 죽더라도 여기서 우리의 군인들과 함께 죽을 것이다. 세계는 우리 편이고 진실도 우리편이다.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2.27 이재명 우크라 발언 해명에…진중권 “당신은 참 나쁜사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조선DB,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폄하 논란을 해명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당신은 참 나쁜 사람”이라며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27일 이 후보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을 통해 “지금은 감정이 격해서 입에 심한 말이 나올 것 같아 이 정도로 해둔다. 감정이 가라앉으면 되도록 차분하게 글을 쓰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포격에 깨진 창의 유리를 치우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는 여인의 모습, 소집돼 떠나는 아빠가 울면서 어린 딸의 뺨에 뽀뽀를 하는 모습, 사랑하는 연인을 전쟁터로 보내며 마지막 포옹을 하는 소녀들의 모습…”이라며 외신을 통해 보도된 우크라이나의 안타까운 참상을 언급했다.
이어 “전세계인이 다 보는데 표에 눈이 먼 당신만 못 보는 장면”이라며 “당신도 인간이냐”고 했다.
진 전 교수가 댓글을 남긴 게시물은 이 후보가 지난 26일 이른바 ‘우크라이나 대통령 폄하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올린 글이다. 이 글에서 이 후보는 “저는 어느 대선 후보보다 먼저 명료하게 러시아 침공을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을 밝혀 왔다”며 “어제 TV토론 전문을 보셨다면, 제가 해당 발언 직후에 러시아의 침공을 분명하게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의 불안한 외교·안보관을 지적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제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페이스북
논란이 된 발언은 지난 25일 TV토론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전쟁은 정치인이 결정하고 전장에서 죽는 것은 젊은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똑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나토(NATO)가 가입을 해주려 하지 않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러시아가 주권과 영토를 침범한 행위는 비난 받아야 마땅하고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외교 실패가 전쟁을 불러온다는 극명한 사례”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 후보의 해당 TV토론 발언이 담긴 사진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발언이 담긴 사진을 나란히 올리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언론에 “민주국가인 한국은 이웃에 독재국가(북한)가 있음에도 어떤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보여줬다”며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웅적 투쟁에 경의를 표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 있다”고 짧은 글을 덧붙였다.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02.27 이수정 “누구든 욕할 테면 하라… 나는 탈법과 범죄 막는 길로 간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대선판에 뛰어든 이유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자신을 매우 ‘직선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 설명대로 그의 말은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이었다. “저는 지위도 없고 가진 것도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내 몸뚱아리를 갖고 행동하는 것이에요. 양심에 따라서!”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은 비(非)정치권 인사를 꼽으라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아닐까. 이 교수는 작년 11월 29일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윤석열호(號)에 합류했다. 이 교수 영입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이대남(20대 남성)’의 반대가 거셌지만, 윤 후보가 밀어붙였다. 이 교수는 1월 5일 선대위가 해산된 뒤에도 여성본부 고문직으로 일했다. 그러다 같은 달 18일 ‘김건희 녹취록’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발언이 나오자, 대신 사과하며 고문직에서 사임했다.
이 교수는 TV 시사 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범죄심리학계 권위자다. 그가 대선 판에 등장한 뒤 비난 댓글이 빗발쳤다. ‘페미니스트여서’ ‘윤석열을 지지해서’ 혹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아서’ 싫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이 같은 비난을 감수하고 그가 대선 판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추위가 여전한 2월 경기대 서울캠퍼스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그의 말투는 시종일관 직선적이었고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감의 원천은 20년 넘게 해온 일과 삶에서 기인한 듯 보였다. 왜 대선에 관여하게 됐는지, 자신을 향한 비난이 두렵지 않은지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저는 약자에게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된다면 어디든 가는 사람이에요. 누가 욕을 하든 말든 관심이 없어요. 제겐 ‘피해자 보호’와 ‘범죄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좌로 가는지, 우로 가는지는 제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페미라니 생큐, 사실 나는 K며느리”
-직접 겪어본 선거판, 어땠나.
“정말 널을 뛰었다(웃음). 처음엔 여기는 왜 이렇게 산만한가 했다. 예상 못 한 일들도 많이 일어났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면, 영입 반대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크게 놀랍진 않았다. 전통적 질서에 기반한 정당에서 무조건 환영받을 수는 없겠단 생각은 했다.”
-아직도 당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사 댓글을 보나.
“본다. 같은 기사라도 네이버에선 이쪽이, 다음에선 저쪽이 나를 욕하더라(웃음). 사람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애당초 내가 악플러들을 두려워했다면 20년 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었겠나.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덜 무섭다.”
-30대 아들이 있어서 젊은 남성들 마음을 잘 안다는 취지로 발언했던데.
“2030 남자들이 어떤 박탈감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난 40년 동안 성 주류화 정책이 시행됐다. 여성이 세상에 인간으로서 명함을 내밀게 해보자는 건데, 여대 설립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성 주류화 정책이 시대착오적이고 역차별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대입 때) 같은 성적인데 여자는 ‘인서울’ 하고 남자는 못 하면, 당연히 차별이라고 느끼지 않겠나. 내 아들은 로스쿨 나와 군대를 3년 다녀왔다. 공조직(검찰)에 가고 싶어 했는데, (여자) 동기가 자신의 3년 선배가 되는 부분에 동의가 잘 안 됐던 것 같다. 젊은 남성들의 박탈감이 이런 데서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건 안전한 사회지, 여성들만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페미 대모’라며 십자포화를 받았다.
“페미라 불러주면 나는 영광이고 생큐다. 그런데 내가 1년에 제사를 다섯 번 지낸다. 페미니스트적 삶을 살았다고 보긴 어렵다. 내가 말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닌 기본 인권의 문제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입장은.
“결국은 여가부의 업보라고 본다.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정부 기관이 존재해야 하나. 박원순 성추행 사건 때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른 이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그리고 나밖에 없었다. (여가부) 장관조차도 피해자라 부르지 않았고, 여당 국회의원은 ‘피해호소인’이란 조어를 만들어 내지 않았나. 그러나 여가부는 폐지돼도 여성 정책은 살려야 한다. 통합가정법원 확대·개편, 법무부 직속 범죄피해보호국 등의 대안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의 여성 공약들은 문재인 정부의 재탕이고, 실효성이 없는 빈 껍데기 정책들이다. 통합가정법원이 시행되면 성범죄·가정 폭력의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확실하게 될 거라 본다. 살인 사건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도 안 받고 빠져나가는 일을 더는 볼 수 없다.”
-선대본부 고문직은 왜 내려놨나.
“양심에 따른 선택이었다. (김건희씨 녹취록으로 인해) 2차 가해를 당한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하는데, 이 당에서는 아무도 사과하지 않으니까. 이후 후보도 사과했다.”
-국민의힘 합류, 후회는 없나.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 전략을 구사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잡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겨야 정의와 정직 등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구현할 수 있다. 불법이 통용되는 세상은 막아야 한다.”
◇與 초법적 독선이 날 대선 판으로 이끌었다
-이번 대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뭔가.
“민주당 후보 때문이었다. 만약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안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남을 헐뜯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초법적 사고를 하고 말을 바꾸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과가 네 번이나 있는 사람이 국민의 리더가 되겠다고? 나는 그 점을 용인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보여준 초법적 독선에도 진절머리가 났다.”
-윤석열 후보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세간에 윤 후보가 남편(이은재 변호사)과 친구라서 내가 돕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둘이 대학 동기는 맞지만 절친한 사이는 아니다. 법무부 감찰위원을 하면서 윤석열이란 사람을 알게 됐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장관의 감찰 과정과 조치가 적법했는지를 검토하면서 소위 ‘X 파일’이란 게 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쥴리설’이라니, 정말 황당했다. 검찰총장의 아내조차 접대부로 날조하는 세력이 정의로울 수가 있을까. 게다가 ‘순결하지 않은’ 여성을 사회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가장 저질적 공격이다. 윤 후보가 온갖 수모를 당해도 의연하게 견딘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수정(왼쪽) 경기대 교수가 지난달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정천수 열린공감TV 대표를 '윤석열 후보 배우자의 개인사와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오른쪽은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 /뉴시스
-윤 후보 쪽에 가기 전엔 민주당과도 일했었다.
“의원들 중 아는 사람도 많고, 여성폭력기본방지법을 만들 때도 열심히 참여했다. 그런데 피해호소인, 쥴리설 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니까… 뭐랄까, 사기당한 느낌?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정치권에서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은 여성을 이용해 먹으려고 하고, 국민의힘은 몰이해적인 것 같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
“민주당은 여성 이슈가 뭔지 잘 알면서도 피해호소인 같은 말을 한다. 기망적이고 비겁한 논리다. 국민의힘은 무지하다. 발전 가능성은? 글쎄.”
-윤 후보의 젠더 감수성은 어떤 것 같나.
“올드한 면이 있다. 약자 보호적인 입장에서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태도가 아주 강렬하다.”
-차기 정부에서 어떤 정책이 실현돼야 하나.
“대통령의 철학으로 정책을 우선순위에 놓지 않으면 실제 구현이 어렵다. 이준석 대표가 ‘젠더 이슈 강의’를 해달라고 해서 20년 동안 성범죄 관련 통계를 정리했더니, 가장 큰 변화가 10대, 초등학생 성폭력 피해자가 폭증한 것이다. 이건 절대 증가해선 안 되는 수치다. 초등학생이 성폭력 피해에 노출되면 그 아이는 정상적으로 성장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아동이 성폭력 피해를 당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
-어떤 사회를 꿈꾸나.
“아이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는 사회.”
◇여의도 정치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민주당의 모 인사는 ‘국회의원 한번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조롱하던데.
“그 사람한텐 의원직이 엄청 좋은 자리겠지(웃음). 그런데 내가 옆에서 보니까 정당 활동이라는 게 할 일이 못 되는 것 같다. 어디에 소속돼서 해야 할 말을 참는 성격이 못 된다. 여의도 생각, 전혀 없다.”
-어떤 아내, 어떤 엄마인가.
“남편과는 ‘나는 나 너는 너’, 독립적으로 산다. 아이들에겐 엄한 엄마였던 것 같다. 특히 딸이 원망을 많이 한다. 오빠(아들)는 나가서 자고 와도 뭐라고 안 하면서, 딸은 맨날 잡으러 가니까. 직업병이었던 것 같다.”
-범죄자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건,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
“제자 중에 프로파일러 하다가 절에 들어간 친구가 있다. 인간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난 그이를 너무 잘 이해할 것 같다. 사람을 잘 믿지 않는 편인데, 이것도 직업병이다. 가족이 없었다면, 이 업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뭔가.
“사회화된 사람, 교육받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살지 않는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회규범을 지키면서 살지. 범죄자들은 욕망에 취약한, 욕망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가해자한텐 딱히 할 말이 없다. 피해자에겐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도와주려는 사람이 많으니 회복에 노력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이들에겐 ‘범죄 피해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니, 피해자를 손가락질하거나 비난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말투가 상당히 직선적이다.
“어머니가 나를 잘못 키웠다(웃음). 타협을 잘 못 한다. ‘거짓말 하지 말라’ ‘정직하라’는 게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 내 나름대로 정직한 선택을 하며 살았고, 윤 후보 편에 선 것도 그 선택의 연장선상이다.”
-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좋은 정책을 펴지 못한다면.
“그때는 배를 갈라야지, 하하! 걱정 말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 여성을 무시하는 정책, 범죄 피해자를 외면하는 정책을 할 순 없을 테니까.”
조선일보 이옥진 기자
02월 27일 우크라 출신 모델 올레나, MBC에 분노…“언론사가 할 짓인가”

▲ [서울=뉴시스] 올레나 2021.02.26.(사진=올레나 인스타그램)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 겸 방송인 올레나가 자국 대통령을 비판한 MBC 보도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올레나는 26일 인스타그램에 “한국 뉴스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영상을 만드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라며 “곧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건 알겠는데 다른 나라에 대한 여론몰이를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진짜 아닌 것 같다”라는 글과 함께 ‘엠빅뉴스’ 영상을 캡처해 올렸다.
MBC 공식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는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위기의 리더십’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 개그맨 출신인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아마추어 같은 정치 행보’라고 비판했다.
올레나는 “원하는 그림만 보여주고 일부 팩트만 이야기 하면서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않게 선거를 잘하자’는 메시지를 푸시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언론사가 할 짓인가”라고 했다.
이어 “뭐?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을 언론사가 알고 있나?”라며 “우리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알면 우리한테 알려주지 왜”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사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나?”라며 “2022년 언론의 행태가 마치 1980년대 독재정권 뉴스에서 나올 법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젤렌스키를 지지하고 투표한 우크라이나 국민 72%가 바보라고 생각하나? 오만이 가득한 언론사의 이러한 영상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고 했다.
올레나는 KBS1 ‘이웃집 찰스’, MBC에브리원 ‘대한 외국인’ 등에 출연했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뉴시스> 문화일보
02.28 “후보 바뀌었을 수 있다” 남욱 檢 진술, 짙어지는 ‘수사 거래’ 의혹
대장동 특혜·비리로 기소된 남욱 변호사가 작년 10월 “제가 하는 말이나 (대장동) 녹취록이 일찍 공개됐으면 (여당 대선) 후보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고 검찰에 진술한 조서가 언론에 공개됐다. 남 변호사의 진술에는 이 후보 관련 의혹이 잇달아 나온다. 남 변호사는 공범인 정민용 성남도시개발공사 팀장이 대장동 공모 지침서를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에게 직보했더니, 이 후보가 ‘이렇게 만들어 가지고 민간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겠냐’고 걱정하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을 정 팀장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이때 남 변호사는 “그거 언론에 나가면 이 후보 낙마하겠다”고 정 팀장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 후보가 자기가 대장동 사업을 설계했다고 했는데 오히려 민간 사업자를 걱정하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이 후보를 뽑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남 변호사는 “(이 후보가) 민간 사업자에게 이익이 많이 나는 구조를 알고 설계했다면 저희랑 같이 들어가야죠”라고도 했다.
남 변호사는 이 후보가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 김용 선대위 부본부장을 통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밝혔다. 검사가 “정진상, 김용과 김만배가 나눈 대화는 이재명 지사에게도 전달되는 것인가”라고 묻자, 남 변호사는 “그럼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검찰이 남 변호사를 수사한 과정에는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대장동에서 남 변호사가 무려 1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지만 검찰은 그를 출국 금지하지 않고 아무 제지 없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해줬다. 남 변호사가 뒤늦게 귀국하자 공항에서 체포했지만 43시간 만에 풀어줬다. 이후 남 변호사는 검찰에 출석하며 “‘그분’은 이재명 지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이 남 변호사와 ‘거래’를 했고 그의 귀국도 ‘기획’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번에 공개된 남 변호사의 진술로 이 의혹은 더 짙어지고 있다. 대장동 진상 은폐를 위한 검찰의 ‘거래’ ‘기획’ 의혹은 반드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2.28 尹·安의 단일화 협상 난항, 진짜 이유가 뭔지 의아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2차 법정 TV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2.2.25/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 측에서 최종적으로 결렬 통보를 받았다”며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윤 후보는 “양측의 전권 대리인들이 어제 오후 2~4시 회동에서 합의를 이룬 뒤, 안 후보의 완주 철회를 위한 추가 명분 제공을 위해 오늘 새벽 0~4시 재협의를 했고 제가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 간 회동을 공개 제안하기로 약속했었는데 갑자기 최종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상태였는데 안 후보가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대리인이 누군지 묻자 “우리 측은 장제원 의원, 안 후보 측은 이태규 의원”이라며 실명까지 공개했다. 장 의원은 윤 후보의 핵심 측근이고, 이 의원은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다.
그러자 안 후보는 “이 의원이 한번 윤 후보 측 얘기를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나갔던 것”이라며 “아침에 전해진 내용을 듣고 그간 윤 후보 측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13일 안 후보가 공개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기 때문에 무의미했다는 것이다.
윤·안 후보 간 단일화를 둘러싼 지루한 줄다리기가 협상 결렬 책임 공세까지 주고받는 상황이 됐다. 극적 반전의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극도로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 사실이다. 대선 국면에서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응답이 절반을 넘고 있고, 정권 유지를 원하는 쪽보다 10%p 내외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후보의 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만다면 이런 민심을 실망시키고 배반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협상이 뻐그러진 외견상 이유는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을 윤 후보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3배 내지 4배 차이가 난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로 윤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여당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밖에 없는데 누가 봐도 상식을 벗어난 후보 결정 방식이다. 그래서 윤 후보 측은 협상 과정에서 안 후보 측이 요구하던 국정 철학과 비전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인수위 공동 운영과 안 후보 측의 내각 참여도 거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협상이 결렬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다.
조선일보 사설
02.28 安 후보에게 정권 교체란 무엇인가
2012년 단일화 협상 결렬 후 “정권 교체·새 정치 위해 사퇴”
이번도 명분은 같은데 독자 출마… 安, 정치 입문 초심 돌아보길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우리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정치 입문 3년 만에 제1야당 공동대표가 됐고, 지난 10여 년간 대선에 3번, 서울시장에 2번 도전했다. 보통은 정치를 20년 넘게 해도 엄두조차 못 낼 이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 앞에서 유세를 위해 연단으로 오르고 있다. 2022.2.27/뉴스1
안 후보의 5차례 도전 중 4번이나 단일화 논의가 있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먼저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일주일 만에 거둬들였다. 윤 후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만나자고 했지만, 안 후보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잘랐다.
서로 다른 정치 세력이 연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일화 결렬에는 양측 모두 책임이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이 단일화를 훼방놓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 제안에 답을 주지 않다가, 선거가 다가와 접전이 펼쳐지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처신도 의아하다. 단일화를 할 경우 보통 양측이 여론조사 방식과 문항 등을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이게 마련이다. 안 후보도 과거엔 문구 하나를 놓고 며칠씩 줄다리기를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그 방식까지 본인이 못 박아 발표했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을 윤 후보가 수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지 의심스럽다. 과거 단일화 땐 안 후보 지지율이 문재인·오세훈 후보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 엇비슷하거나 더 높은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윤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줄곧 3~4배가량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이런 것이 안 후보가 강조해온 ‘공정’이란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로 윤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여당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밖에 없다. 여당 후보와 싸울 야권 단일 후보로 여당의 역선택을 받은 사람이 나서는 것이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 원칙에 맞는가.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명분은 ‘정권 교체’였다. 10년 전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때도 같았다. 그때도 여론조사 방식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지만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사퇴했다. 안 후보는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도 그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여론이 뜨겁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정권 유지’ 여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분열되는 것은 어떻게 ‘새정치’에 부합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안 후보는 작년 오 시장과 단일화 때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이번엔 단일화 없이도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안 후보의 진심이 단일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안 후보는 작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면서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에 당선되면 도중에 그만두고 대선 나가는 일 없다고 한 것”이라며 출마했다. 안 후보는 11년 전 정치에 입문하면서 “현 집권 세력은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고 있다”며 “역사의 흐름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저를 희생할 각오와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안 후보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현 집권 세력은 역사의 물결을 제대로 타고 있는가’ ‘안 후보 본인은 역사의 흐름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조선일보 사설 황대진 기자
02월 28일 “與후보 바뀌었을 수도” 진술까지 나온 대장동 사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사건’ 연루 정황을 보여주는 검찰 수사 기록과 녹취록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22일 검찰 조사에서 “제가 한국에 일찍 들어왔으면 후보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네요”라고 진술했다. 남 변호사는 검찰이 취지를 묻자 “제가 하는 말이나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이 일찍 공개됐으면 그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유사한 취지의 녹취록들도 지난 25일 드러났다. 2014년 11월 5일 자 녹취록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대장동은) 4000억짜리 도둑질…이거 문제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도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6월 29일 자에서는 이 후보 측근인 민주당 선대위 정진상 부실장과 김용 조직본부장, 유동규, 김만배 등이 모여 의형제를 맺은 뒤 정 부실장이 김 씨에게 “(대장동은) 전반기에 다 정리해서 끝내야지요, 형님”이라고 답했다는 남 변호사의 전언이 적시돼 있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김 씨가 3억6000만 원을 유 씨에게 준 것으로 들었다”며 “시기상 이재명 시장의 재선 선거자금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지난해 10월 18일 귀국과 함께 체포됐지만 21일 새벽 석방됐다. 그는 석방 후 검찰에서의 진술과 달리 “그분은 이재명 지사가 아니다”고 했다. 검찰은 녹취록과 남 변호사 진술을 확보하고도 압수수색에서 성남시장실과 시장 이메일 기록을 수차례 제외했다. 정 부실장은 한 차례 소환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고, 이 후보는 서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재판 때마다 새로운 의혹이 쏟아진다.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부실·은폐 수사까지 포함한 재규명이 불가피하다.
문화일보 사설
02월 28일 투·개표 부정 우려와 ‘당일 투표’ 권고
이신우 논설고문
4·15총선 사전·당일 투표 결과
큰 차이로 ‘통계적 변칙’ 의문
전자개표 시스템 불신도 증폭
선거 무효소송 재검표 5곳뿐
野추천 선관위원 한 명도 없어
공명선거 지키기도 국민 책임
지난 4·15 총선 때의 일이다. 당시 강원도 8개 전 선거구의 사전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모조리 승리를 거뒀다. 신기한 것은 당일 투표였다. 8개 선거구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7석을, 그리고 무소속이 1석을 이겼다. 부산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사전투표에서는 민주당이 15석, 통합당이 3석을 앞섰으나 당일 투표에서는 18석 모두 통합당 우세로 집계됐다. 단 며칠 만에 유권자의 투표 성향이 정반대로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나중에 나온 통계표에 따르면 사전투표에는 60대가 가장 많이 참여했다. 60대 이상은 보수층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통계를 감안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이런 현상은 강원·부산만이 아니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통계적 변칙’이라는 전문용어를 쓴다. 자연스럽지 않은 인공적 숫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좀 더 복기(復碁)해보자. 4·15 총선 당일 투표에서 통합당은 전국 선거구 가운데 124곳에서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123곳이었다. 그런데 관내 사전투표에서는 통합당이 49곳, 관외 사전투표(우편투표)에서는 37곳 우세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관내 198곳과 관외 210개 선거구에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사전투표는 늘 당일 투표와 평균 3%의 차이에 머물렀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4·15 총선을 이렇게 통계적 변칙 선거로 만든 것일까. 통합당 측은 당시 선거 결과를 놓고 “저희가 심지어 유리한 동네에서도 사전투표에서 졌다. 의문은 갖고 있지만 증거가 없고,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랬던 정당의 후신인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3월 4∼5일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 한 분이라도 더 참여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보수 단체들이 저마다 사전투표를 건너뛰고 당일 투표해 달라고 절규하는 마당에 정작 4·15 총선 사전투표 굴욕의 주인공인 국민의힘이 이들의 뒤통수를 치고 나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이나 민주당에 자진 헌납한 처지에 할 말은 아닌 듯하다.
사전투표는 말할 것 없고 이와 얽혀 있는 전자개표 시스템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마냥 침묵한다. 과거 이라크·키르기스스탄·콩고·케냐 등은 부정선거를 둘러싸고 유혈 사태와 대통령의 사임 사태가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들 나라 모두 한국산 전자개표기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전자식 개표가 수개표와 무려 12배의 차이가 날 정도였다. 이런 식이라면 국산 전자개표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하지만 이 시스템은 지난 총선에서도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2016년 5월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선출 과정에 일부 선거구에서 투표용지가 ‘선거감시원 부재 중 개봉됐으며, 결과 발표가 규정 시간을 어겼다’며 선거 결과를 무효화했다. 9월에 재선거가 이뤄졌으나 이 또한 ‘우편투표에 쓰이는 봉투의 접착제 품질이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12월로 선거를 연기했다. 반면 우리 대법원은 4·15 총선과 관련해 무려 120건의 선거(당선)무효소송이 제기됐음에도 여태껏 재검표가 이뤄진 것은 5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결론이 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절차법 위반의 부끄러움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우리에게 믿음을 주고 있을까. 지금 선관위원 중 야당 추천 몫은 단 한 명도 없는 상태다. 중앙선관위 위원장조차 현 정부의 하나회나 다름없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재선거를 명령하면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토대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토대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했다. 불행한 일이지만 대한민국 유권자에게는 이런 헌법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겠는가. 자유민주주의 정체(政體)의 생명인 공명선거를 국민 스스로 수호해나갈 수밖에 없다. 부정선거감시 시민단체들은 당일 투표 때 투표지를 두세 번 접은 다음 펴서 날인하라고 권고한다. 그래야 수개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권고를 따를 예정이다. 선거가 끝나고 선거인 명부에서 투표 안 한 유권자 100만 명 정도를 찾아내 투표자 명단과 대조하는 시민운동이 생기면 아마 적잖은 사람이 동참할 것이다.
문화일보
02월 28일 주한 우크라 대사 ‘李 발언’ 트위터 공유… 파문 확산
“정치보복은 몰래”발언도 논란
文대통령“우크라 지원안 마련”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러시아의 침공을 우크라이나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논란을 담은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이 후보는 “초보 정치인이 러시아를 자극해 충돌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사과했으나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는 “정치 보복은 몰래 하는 것”이라고 하는 등 말실수도 계속하고 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2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관련 발언에 사과한 대선 후보’라는 제목의 코리아타임스 기사를 리트위트했다. 이 기사는 지난 25일 열린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한 발언과 논란, 이 후보의 사과까지 담고 있다.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고 말했다. 이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렸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 후보는 이튿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드렸다면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사과했다.
이 후보가 전날 울산 유세에서 정치 보복은 몰래 하는 거라고 한 발언도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세상에 어떤 대통령 후보가 정치 보복을 공언하는가”라며 “하고 싶어도 꼭 숨겨 놓았다가 나중에 몰래 하는 거지”라고 했다.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중에 대통령이 되면 은밀하게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며 “어쩌면 은연중에 속마음을 드러낸 건 아닐지”라고 비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에 동참하면서 제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확실하게 마련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에 발이 묶인 장·단기 체류 우크라이나인 3843명을 대상으로 현지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조성진·민병기 기자
02월 28일 與 상투 수법된 조작과 궤변
김세동 전국부장
자신이 불과 얼마 전에 했던 말을 정반대로 뒤집거나, 사실과 완전히 다른 주장을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하는 여권의 행태가 어제오늘 된 게 아니지만,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조작과 궤변이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 25일 중앙선관위 주관 2차 TV토론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여권 인사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유사시에는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망언을 했다”며 벌떼처럼 달라붙고 있다. 이 후보는 다음 날 본인 명의로 ‘자위대 한반도 진입 허용 발언에 관한 특별성명’을 발표,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라고 보기 어려운 윤 후보의 국가관과 대일본 인식을 보여준다”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윤 후보 발언의 맥락을 따져보면 조작과 억지를 통한 여권의 상투적인 공세 패턴의 반복임을 알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3불 정책 폐지 여부를 물으면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언급, “유사시에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하게 할 생각은 아니실 것 아니냐”고 묻자 윤 후보는 “우리와 일본 사이에 군사동맹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라면서도 “그걸(한·미·일 군사동맹) 안 한다고 우리가 중국에 약속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에 심 후보가 “유사시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인데”라고 물었고 윤 후보는 “한·미·일 동맹이 있다고 해서, 유사시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동맹은 아니”라고 답했다. 논리적으로 해석하면 ‘한·일 군사동맹까지 가는 걸 가정할 상황은 아직 아니고, 설혹 한·미·일 군사동맹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일본군이 들어온다는 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고 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무리하게 억지를 부리다 일으킨 참사는 또 있다. 이 후보와 여권 인사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해 외려 피해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조롱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생중계되는 TV토론에서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고 망언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SNS에 “코미디언 출신 아마추어 대통령이 미숙한 리더십으로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가세했다. 국내외의 비난이 비등하자 이 후보는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일본의 과거사 유감 표명 같은 해명을 했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21일 TV토론 때는 김만배 씨가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라고 발언한 녹취록이 있다며, 윤 후보를 대장동 사건의 몸통이라고 몰아붙였다. 맥락을 따져보면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가혹한 수사 때문에 영장만 신청되면 윤석열을 판사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으로, 이 후보가 앞뒤를 잘라내고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을 설계하고 결재한 이 후보가 주범 아니면, 지독하게 무능해서 자신이 임명한 부하 직원과 업자들에게 눈 뜨고 당한 것일 뿐 다른 선택지는 없다. 윤석열이 대장동 주범이란 건, 이재명이 사실은 윤석열이라는 주장만큼 황당하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