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정권 선거공작 게이트4/2020.03 한눈에 보는 ‘13인의 공소장’ 개별 혐의 - 2021.10.26 “한병도 前수석, 울산 선거 때문에 미치겠다고 했다”
좌익정권 선거공작 게이트4/2020 - 2021 울산 선거공작
신동아 2020- 03월 호
한눈에 보는 ‘13인의 공소장’ 개별 혐의
“송병기가 모아둔 김기현 비위 자료 黃에게 줘보이소”
첩보 문건 ‘정상 하달’인 것처럼 가장한 백원우
임종석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 말한 임동호
● 2017년 9월 황운하 만난 송철호, ‘김기현 집중수사’ 청탁
● 김기현 ‘첩보보고서’ 직접 생산한 문해주
● 黃, 회의 때마다 “김기현 비리, 수사력 집중하라”
● 선거 전 시청 압수수색 연일 보도…김기현의 ‘추락’
● 金 40% vs 宋 19.3%→金 29.1% vs 宋 41.6% 역전
● 김기현 공약 산재모(母)병원, 선거 직전 예타 ‘탈락’
● ‘위법’ 인식한 박형철은 거부 못하고 경찰청으로…
● 6·13 선거 전 ‘김기현 비위’ 18회 靑 집중 보고
● 조국 민정수석, “김기현 수사상황 확인해 달라”
● 임동호에게 “공기업 사장 자리 어떠냐” 제안한 한병도
검찰이 1월 29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13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공소장에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의혹의 정점에 문 대통령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쏟아지고 있다.
때마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 사건부터 공소장을 비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의혹은 증폭됐고, 여당 내에서조차 “왜 하필 울산 사건부터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물론 공소장은 판결문이 아니다. 기소된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의 변호인들은 “공소사실은 검찰의 주관적 추측과 예단으로 범벅이 됐다. 주관적 의견서, 정치선언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소장 곳곳에는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었던 의문과 현직 시장이던 김기현의 낙선과 송철호 현 시장 당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도 눈에 띈다. 청와대 해명과 배치되는 증언도 여럿 나온다. ‘신동아’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사건 공소장을 독자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인별, 혐의별로 쉽게 요약했다.
[동아DB]
2018년 6·13 울산시장 선거 前夜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서 현 정부와 여권은 지방 권력을 교체해 국정 수행의 동력을 확보하려고 했고, 선거 전략 일환으로 전직 대통령 탄핵 등으로 촉발된 적폐청산 기조를 지방으로 확산시키려고 했다.
그중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및 구(舊) 여권세가 강했다. 특히 울산은 더불어민주당과 구 야권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적이 없었고, 현직인 한국당 소속 김기현 시장 기반이 탄탄해 새로운 선거 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송철호 현 울산시장은 총 8차례에 걸쳐 국회의원 선거 및 광역시장 선거 등에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문 대통령과 30년 지기이지만 울산 출신이 아닌 데다, 수차례 당적을 바꿔 출마해 여당 내 입지가 취약하고, 당내 경선 통과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송철호는 2017년 8월경 울산시청 공무원으로 오랜 기간 재직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과거 자신의 캠프 기획정책팀장으로 활동한 정몽주 현 울산시장 정무특별보좌관 등을 영입해 ‘공업탑 기획위원회’라는 캠프를 구성했다.
특히 송철호와 송병기는 민주당 중앙당과 청와대 등의 지원을 이끌어내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철호의 전략공천을 추진하고, ‘집권당의 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유력 경쟁 후보자인 김기현 당시 시장은 무능한 토착비리 세력이자 적폐청산 대상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했다.
송철호, 송병기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송철호와 송병기 등은 2017년 8월경 차기 시장 선거 재선이 유력한 김기현을 제압하고자, 김기현 관련 비리를 ‘토착비리’로 규정짓고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소위 네거티브 선거운동 전략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송병기는 울산시청 재직 때부터 알고 있던 김기현과 그 친인척, 그리고 박기성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장 등 주변 인물들에 대한 비위 정보를 수집·정리하는 한편, 관가(官家)에 떠도는 이야기를 취합했다.
그중에는 한 레미콘 업체 실소유주의 청와대 진정서도 포함됐다. 진정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울산시는 ‘울산지역 생산 건설자재 우선구매’라는 조례를 만들어 외지 공장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종용했는데, 이는 시장 비서실 등 공무원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개입이다. △울산◯◯노총 지부장 등이 해당 운송노조원들의 이익을 위해 당사 제품의 납품 시 작업 중지 등으로 건설사와 거래를 못하게 영업 방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진정서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이첩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9월 28일경 “지자체 자치 법규에 따른 조치로, 경쟁을 제한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시정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또한 울산지역 건설업자 김◯◯가 2017년 7월 21일경 “울산시청 공무원들이 직권을 남용, 특정 사업 시행자에게 도로 개설을 허가해 토지 편입으로 재산권 행사를 방해했다”는 취지로 울산시 공무원 등을 고발한 사건도 포함됐다. 이 사건은 경찰이 2017년 9월 하순경 ‘혐의 없음’ 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송치했고, 2018년 1월 8일 울산지검도 ‘혐의 없음’ 처분했다.
김기현 등 표적수사 청탁
송철호는 송병기 등을 통해 김기현 측근 비리 의혹을 수집하던 중, 2017년 9월 중순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현 경찰인재개발원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의를 받았다. 송철호는 ‘공업탑 기획위원회’ 소속 C씨 등에게 “(2017년 8월 울산청장으로 부임한) 황운하가 인사를 온다는데 만나볼까”라고 물었고, C씨는 “만나보소. 송병기가 모아놓은 김기현 비위 자료를 줘보이소”라고 권했다. 송철호는 2017년 9월 20일 저녁 ◯◯식당에서 황운하를 만나 “김기현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달라”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면서 김기현에 대한 집중 수사를 청탁했다.
송철호와 송병기 등은 황운하에게 김기현 표적수사를 청탁하는 한편, 대통령비서실이 나서 김기현에 대한 수사를 독려하거나 지시해 표적수사가 진행되면 김기현의 ‘적폐 이미지’가 부각돼 선거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민정수석비서관이나 민정비서관을 통하는 게 확실한 방법이라 판단한 송병기는 평소 알고 지내던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파견 공무원 문해주 행정관(국무총리실 민정민원비서관실 사무관)에게 김기현 관련 비위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송병기는 2017년 9월 하순 문해주에게 전화로 “이전에 제보한 김기현이나 박기성(김기현 시장 비서실장)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해결 방법이 없겠느냐”는 취지로 문의했고, 문해주는 “이전에 제보한 것 말고, 김기현 관련 다른 것은 더 없느냐, 이전 것에 더해 김기현, 박기성 등 주변 인물 비리를 문서로 정리해서 보내달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송병기는 ‘울산광역시장 비리개요’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진정서(울산시)’ 문서파일로 저장한 다음, 10월 2일경 이를 e메일에 첨부해 전송했다.
송병기의 ‘진정서’에는 ①청와대 진정사건(2017년 9월 초) ②울산경찰청 김기현 시장 가족비리 고발 건 수사 관련 ③인사 분야 및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재임기간 비리(2014년 7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송병기가 문해주에게 전한 문건 중 ①은 이미 2017년 9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종결한 진정과 같은 내용이고, ②의 김기현 가족비리 고발 건 수사 부분도 울산경찰청이 2017년 9월 하순경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고발사건과 동일한 내용이다. ③의 재임기간 비리는 “직원들 사이에 (박기성) 비서실장과 술이나 골프, 식사를 같이 하면 반드시 승진된다” “(김기현 시장 비서실장인) 박기성이 정보통신 분야 사업의 업체 선정 과정에 자신의 처남이 대표자(정◯◯)로 있는 회사가 참여하도록 강요” “박기성이 조경사업부서의 수의계약에 개입”했다는 내용이었다.
‘김기현 측근·친인척 비리’ 선거운동에 활용
▲김기현 전 울산시장(왼쪽)이 2019년 11월 27일 국회에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송철호와 송병기는 울산경찰청의 김기현에 대한 수사 착수 및 과정이 언론에 보도되자, 당초 수립한 선거 전략에 따라 2018년 3월 16일 “혐의가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적폐형 비리다,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2018년 3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기현 및 측근에 대한 울산경찰청 수사 상황을 유권자들에게 알렸고, 3월 27일에는 “23년의 독점 권력이 오늘의 김기현 시장 측근과 친인척 비리로 이어졌습니다. 울산의 적폐를 반드시 해결하고, 울산을 다시 살리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5월 8일 민주당 울산시당 명의 성명을 통해 비리 의혹을 공론화했고, 6월 7일 후보자 방송토론회 등을 통해 김기현을 ‘토착비리 세력’으로 공격하는 등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했다. 선거 당일인 6월 13일에는 “친인척이 비리로 도망 다니다 구속당하고 시청과 비서실장실이 압수수색당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출마한 김기현 시장”이라는 내용으로 수회에 걸쳐 유권자들에게 선거운동용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이처럼 송철호와 송병기는 황운하에게 직접 수사를 청탁하고, 문해주를 통해 하명수사를 요청했으며,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은 김기현에 대한 범죄 첩보를 경찰청을 통해 울산경찰청에 하달하고 수사 진행 독려차 수사 상황을 보고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를 하명함으로써 황운하 등 울산경찰이 김기현과 그 측근에 대해 표적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18년 2월 3일(한국갤럽 여론조사) 김기현 40%, 송철호 19.3%이던 후보자 지지율이 3월 16일 울산시장 비서실 등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이후인 4월 17일(리얼미터 여론조사)에는 김기현 29.1%, 송철호 41.6%로 역전됐고, 결국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선거에서 송철호는 울산시장으로 당선됐으며 김기현은 낙선했다.
피고인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 및 울산경찰청장 등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울산시장 선거 출마 예정인 김기현에 대한 부당한 수사를 진행하게 하거나 진행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
문해주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민정비서관실 소속 공무원은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감찰, 범죄첩보 수집, 범죄첩보서를 생산할 어떠한 권한이 없을 뿐 아니라, 문해주 당시 대통령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은 민정비서관실 내에서도 국정 운영과 관련된 여론 수렴, 민원 처리 등 내근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범죄첩보서 작성은 분장 업무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해주는 송병기에게 선출직 공무원인 김기현과 비서실장 박기성 등 주변 인물들의 비리 정보를 요청했고, 송병기가 e메일로 보내온 ‘진정서(울산시)’ 문서파일을 열람한 후 이를 토대로 백원우 등 상부에 보고할 ‘범죄첩보서’를 작성했다.
문해주는 송병기에게 수차례 연락해 ‘진정서(울산시)’ 문서파일에 기재된 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수사 착수 시 우선적으로 접촉해야 할 대상자의 성명이나 직함 등을 묻는 등 수사 방법과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는 제목의 범죄첩보서를 생산했다.
문해주는 범죄첩보서를 작성하면서 송병기가 작성한 진정서의 ‘①청와대 진정사건(2017년 9월 초)’ 소제목을 ‘지역 토착업체와의 유착 의혹’으로 바꿨고, 진정서에 있던 “울산시 조례에 따라 지역건설업 발전을 위해 가급적 지역건설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유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종결 처리한 사실 등을 범죄첩보서예 적시할 경우 첩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경찰에 하달해도 수사 진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다.
또한 송병기가 작성한 진정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거나, “골프를 쳤다”는 내용을 “골프접대를 받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내용으로 임의 변경하고, 단순한 소문을 기정사실로 단정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송병기가 보내온 진정서의 주요 내용을 가공해 첩보서를 작성했는데 △“2017년 6월 김기현 해외출장 시 레미콘 업체 대표 동행 소문(?)이 있는 등 친밀한 사이’를 → ‘2017년 6월 김기현 해외출장시 레미콘 업체 대표 동행하는 등 김기현과 친밀한 사이”로, △“비서실장이 이◯◯와 골프를 치고 1주일 뒤 승진”을 →“비서실장이 이◯◯에게 골프접대 및 금품 수수하고 1주일 뒤에 이◯◯ 승진” 등으로 변경했다. 불리한 사실을 삭제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확정적·단정적으로 기정사실화했다.
이처럼 문해주는 송병기로부터 받은 진정서 비위 정보를 가공해 진정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범죄첩보서를 직접 생산했다. 문해주는 2017년 10월경 이렇게 생산한 범죄첩보서를 당시 상급자인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과 백원우에게 순차 보고했다.
문해주 ‘범죄첩보서’ 요지
① 지역 토착업체와 유착 의혹
- 김기현은 지난 8월 △△레미콘 대표이사로부터 아파트 공사 등 5개 현장 레미콘 납품을 청탁받고는 납품업체 선정에 압력을 행사했고, 이는 공사 현장 소장을 통하면 확인 가능할 것. 업체 대표는 2017년 6월 김기현의 해외출장에 기업인으로 동행하는 등 측근으로 알려져 있음.
② 시장 비서실장 등 측근 비리 의혹
- 시청 내 인사에 박기성 비서실장이 개입해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하고, 이외 측근들의 금품수수 의혹 상당, 비서실장, 김기현 후원회장, 후원회 부회장 등 김기현 측근들에게 부탁하면 승진한다는 공공연한 소문.
- 비서실장은 2015년 12월 13일 경주 소재 골프장에서 직장 후배로부터 골프 접대 및 금품을 수수하고, 일주일 뒤 이OO를 서기관으로 승진시키는 인사에 개입.
- 비서실장은 2014년 7월부터 정보통신 분야 사업 구매 권한이 있는 모든 부서의 부서장 등에게 HW 구매나 업체 선정 과정에 자신의 처남이 대표자로 있는 업체를 참여시키도록 강요.
③ 울산지방경찰청, 김기현 형제들에 대한 고소사건 수사 관련
- 울산경찰청(지능범죄수사대)은 김기현 친형과 동생에 대한 고소 사건을 진행하고 있음.
- 동 사건은 2014년 초경(시장 당선 前) 김기현 친형과 동생이 울산 북구 소재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던 당시 시행사 대표 김○○에게 접근해 “김기현이 시장에 당선되면 모든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며 그 대가로 용역계약(계약금액 30억 원)을 요구했음. 이에 김◯◯ 대표는 계약을 체결해 주고 시장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지원했으나 피고소인들이 김기현 당선 이후 시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지 않고 새로운 시행사와 결탁해 일정 지분을 받는 조건으로 인·허가를 도와주고, 불법적 토지수용절차를 진행하는 등 비리가 있다며 (2017년) 8월 말경 울산지방경찰청에 고소를 제기.
- 위 아파트 시행사 회장 박◯과 김 시장 친형은 친구 사이로 박◯◯은 인허가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지분을 받는 등 깊숙이 개입.
- 위 고소 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당초 수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고소인이 수사 촉구 진정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자 관련자를 소환, 자료 검토 등 수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하니 참조.
백원우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문해주의 범죄첩보서가 민정비서관실 직무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작성됐고, 차기 선거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알고 있음에도, 범죄첩보서 내용의 진위 검증이나 출처 확인 없이 경찰에 하달해 수사에 착수하도록 했다.
다만, 백원우 자신이 민정비서관실에서 직접 범죄첩보서를 경찰에 하달할 경우 문제가 되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처럼 가장하려고 했다.
반부패비서관실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감찰 권한은 없으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나 공공기관의 장을 감찰하고, 비위 정보 수집 권한이 있어 해당 비위 정보를 경찰 등 수사기관에 이첩해 왔다.
백원우는 그 무렵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에게 범죄첩보서를 직접 건네주면서 “이 첩보서 내용은 울산 지역에 파다한 이야기다,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경찰이 뭉그적거리는 것 같다, 엄정하게 수사 좀 받게 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또한 “반부패비서관실에서 경찰에 하달해 김기현에 대한 집중 수사가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백원우는 검찰의 영장기각 등으로 김기현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2018년 2월 하순경부터 2018년 3월 중순경 사이 박형철에게 당시 울산지검 관계자에게 “울산지역 경찰들이 검찰에서 영장을 무리하게 기각해서 수사를 진행하는 데 불만이 많다”며 “경찰 수사를 도와달라”는 취지의 말을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형철은 그 무렵 실제 이 (울산지검) 관계자에게 전화해 백원우의 뜻을 전했다.
박형철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범죄첩보서를 읽은 뒤 첩보서 생산이나 수사기관 하달이 대통령비서실 내 어느 부서의 권한이나 업무 범위를 벗어난 심각한 위법임을 인식했다. 또한 민주당 측에서 제공한 첩보라고 판단했지만, 재선 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내 입지가 굳건한 백원우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박형철은 첩보서 내용 진위에 대한 검증 등 확인 절차 없이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경찰파견 연락관에게 백원우로부터 전달받은 것을 설명하고 경찰청에 하달하게 했다.
이에 연락관은 2017년 10월경부터 2017년 11월경 사이 직접 경찰청을 찾아가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 범죄첩보서를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에게 전달하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7년 12월 28일경 이를 울산경찰청에 하달했다.
황운하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황운하는 울산경찰청장 부임 직후인 2017년 8월경부터 수차례 정보 담당 경찰관들에게 “정보경찰이 밥값을 못하고 있다. 사회단체와 지도층, 울산시청 공무원들의 비리를 수집하라, 선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수사담당 경찰관들에게는 “울산 지역 토착세력인 시장과 국회의원 등 친인척 비리에 대한 사정활동을 강화하라, 토착세력에 유리하게 사건을 진행하지 말라, 구청장 비리 행위 사정활동을 강화하라”고 지시하며 “중요 사건은 모두 지방청에서 직접 수사하고 정보과 수집 첩보와 하명 사건에 대한 수사를 열심히 하라”면서 공공연히 자신의 지시에 따라 수사 대상과 방향을 정하도록 경찰관들을 압박했다.
황운하는 2017년 9월 20일경 송철호로부터 “김기현 관련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후 소속 경찰관들에게 김기현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보 수집과 집중수사를 독려했다. 9월 22일경 소속 경찰관들에게 “양질의 첩보 및 수사가 없으니 조별로 10월까지 양질의 첩보, 선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하고, 9월 27일경 “선거 예상후보자 불법 사전선거운동 동향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2017년 9월 하순경 지능범죄수사대장에게 “김기현의 형과 동생이 뭐 하는 사람인지, 30억 원짜리 각서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아파트 시행과 관련해 김기현과 그 형제들을 고발한 ‘김◯◯ 고발사건’(00쪽 상자기사 ③ 참고)을 수사 중이던 지능1팀장에게 구체적인 수사 경과를 파악하도록 지시했고, 지능1팀장은 2017년 9월 하순경 ①김◯◯이 동종 사건으로 여러 차례 시청 공무원들을 고소·고발해 모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 ②김◯◯이 고발한 본건도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 사실 ③김◯◯이 아파트 시행으로 분양이 완료되면 김기현 친동생에게 30억 원을 준다는 각서를 작성했고, 이를 이용해 김기현 측을 협박한 사실 ④김◯◯이 “최근 송철호를 통해 민정수석을 만났는데 현 울산경찰청장인 황운하를 내려보낼 테니 고소하면 해결된다”는 말을 채권자들에게 한다는 사실 ⑤김◯◯이 김기현 측에 앙심을 품고 송철호 측에 위 내용을 전달해 지방선거 때 이용할 것이라는 풍문이 있으며 ⑥김기현 처남을 채용한 이◯◯이 공사 수주를 못하자 김기현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면담을 거절당해 김기현 낙선운동을 하고 있다는 등 A4 용지 5장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황운하는 보고서를 지능범죄수사대장을 통해 보고받았다.
한편, 2017년 9월경 황운하로부터 연일 김기현 관련 토착비리 범죄첩보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받은 울산지방경찰청 모 총경은 더불어민주당 당원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에게 연락해 “김기현 관련 토착비리 정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2014년 국회의원 선거 때 송철호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2017년 9월 30일경 커피숍에서 ◯◯◯를 만나 “김기현이 모 건설의 공장 신축과 관련해 전기 사용 관련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 줬고, 김기현의 처 이종사촌이 금품을 제공받았으며, 김기현이 정치자금 쪼개기 후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작성한 진정서를 전달받아 이를 정보과 모 경위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이러한 진정서 내용은 이미 2014년경 정보과 경찰관에게 제보했지만 울산경찰청이 특별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6년 전 사안이고, 2017년 8월경 재차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진정서를 올렸다가 진정을 취소해 서울중앙지검에서 공람종결 처분(2018년 3월 29일)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모 경위는 2017년 10월 1일경 전달받은 진정서를 토대로 ‘김기현 울산시장 정치자금법위반 및 모 건설 갑질 횡포’ 라는 제목의 범죄첩보서를 생산해 직속상관을 통해 황운하에게 즉시 보고했고, 황운하는 지능범죄수사대장과 지능1팀장 등에게 범죄첩보 제보자를 즉시 소환 조사하도록 지시해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김◯◯ 고발 사건 표적수사
김기현 형제에 대한 인허가 관련 변호사법위반 사건을 배당받은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성◯◯ 경위 등은 황운하와 지능범죄수사대장의 지시에 따라, 2018년 1월 5일경 마치 김◯◯의 고발로 새롭게 수사에 착수한 것처럼 만들기 위해 김◯◯에게 고발 내용 및 적용 죄명을 상세하게 알려줘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고, 김◯◯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하자 곧바로 고발인 조사와 피고발인에 대한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 김기현에 대한 표적수사를 숨기기 위해 피의자 명단 전산 정보에서 김기현 이름을 삭제하기도 했다.
또한 김◯◯가 울산시청 공무원들을 고발한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김기현 선거캠프 특별보좌관으로 근무한 윤◯◯를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조사한 ‘가명 조서’를 위 변호사법위반 사건 기록에 편철했다. 그리고 다시 윤◯◯를 실명으로 조사한 실명 조서를 추가 편철해 객관적인 제3자의 진술이 더 있는 것처럼 가장했다.
이후 성◯◯ 경위 등은 황운하의 지시에 따라 2018년 2월 27일 체포 및 압수수색검증영장, 3월 14일 압수수색 검증영장, 3월 29일 구속영장, 4월 23일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김기현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표적수사를 진행했다. 이에 2018년 3월 16일 방송 뉴스 등에서 “경찰은 아파트 건설 현장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김기현 시장의 동생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나온 것을 시작으로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황운하는 2018년 3월 21일경 성◯◯ 경위가 김◯◯와 유착돼 사건관계인을 협박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성◯◯ 경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돼 직위해제를 건의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까지 지능범죄수사대에 잔류하며 김기현 관련 수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레미콘 납품 사건, 표적수사
청와대에서 하달한 범죄첩보와 황운하 지시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던 울산경찰청 경찰관들은 2018년 1월 23일경 ‘공업탑 기획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울산 남구 ◯◯◯◯ 오피스텔로 찾아가 범죄첩보 제보자이자 송철호 캠프 정책실장인 송병기를 만났다. 이들은 김기현 시장 비서실장 박기성에 대한 진술을 청취한 뒤 ‘내사보고(전 울산시청 공무원 상대 탐문)’를 작성했고, 이를 근거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 2018년 3월 16일경 울산시청 비서실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편 황운하 등 울산경찰청 경찰관들은 2018년 3월 20일경 송병기를 ‘김형수’라는 가명으로 조사해 객관적인 제3자 진술이 더 있는 것처럼 증거를 부풀리면서, 송병기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가명 조서’ 뒤에 마치 김형수가 ‘전 ◯◯레미콘 대표 운전기사’인 것처럼 허위 작성한 2018년 3월 25일자 수사보고를 편철하는 등 송병기의 적극 가담하에 김기현 주변 인물에 대한 표적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3월 29일 추가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울산지법은 혐의에 대한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했고, 경찰은 판사 지적에 불복하면서 “이미 소명이 충분했다”는 취지의 수사보고 외에는 별다른 보완 없이 2018년 5월 3일 박기성과 울산시청 공무원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가 “관련 조례에 의하여 지역 업체 활용을 권고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구속 사유와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하자, 담당 경찰은 황운하 지시에 따라 보완 수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6·13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5월 14일 박기성 등 전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5월 17일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담당 검사의 수사 지휘에도 따르지 않았다.
이후에도 검사는 2018년 7월 17일과 9월 5일 등 3회에 걸쳐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수사 지휘를 했지만, 추가 입증을 보완하지 않은 채 2018년 12월 3일 일방적으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결국 검찰은 위 사건을 송치받아 직접 보완수사를 실시해 2019년 3월 15일 박기성 등 3명에 대하여 ‘혐의 없음’ 처분했다.
이 사건과 관련, 2018년 3월 16일 경찰의 울산시장 비서실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특히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5월 14일 언론에는 단순히 사건 송치 보도에 그치지 않고, 경찰 의견서에 기재된 피의사실 및 경찰에서 조사한 근거자료 등이 상세히 보도됐다. 또한 울산경찰청 지휘부와 수사팀만 알고 있는 ‘피의자 중 일부에 대한 불법 정치후원금 관련 단서에 대해서도 경찰이 여죄 수사 예정’이라는 내용이 보도되는 등 언론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황운하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지난해 11월 27일 황운하 당시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황운하는 2017년 10월 10일 예고 없이 지능범죄수사대장, 지능3팀장, 지능3팀 팀원, 지능1팀장을 청장실로 불러 과거 김◯◯ 고발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데 대해 “수사 의지가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아파트 공사 관련 김기현이 형, 동생을 통해 이권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 본질은 김기현 측근이다, (고발인) 김◯◯가 주장하는 내용들이 왜 죄가 안 되는 것이냐”며 추궁했다.
또한 “김◯◯ 고발장에 김기현 형제들이 인허가 대가로 3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용역계약서가 첨부돼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수사했느냐, 그 돈이 김기현 선거자금으로 지원됐고, 김기현이 영향력을 행사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하니 확인해 보라”며 수사 대상과 혐의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수사 방향과 결과까지 미리 특정해 암시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했다.
그러나 김◯◯이 고발한 사건은 2017년 9월 하순경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였고, 황운하도 그 수사 경과와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사전 보고받은 사건이었다. 황운하가 언급한 30억 원 용역계약서는 김◯◯이 제출한 50여 장 분량의 참고자료 말미에 첨부돼 있을 뿐 김◯◯의 고발 사실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었다.
황운하는 신◯◯ 수사과장을 불러 “김◯◯을 만나 수사가 미진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무언지 들어보라”고 지시했고, 신 과장은 김◯◯이 주장하는 의혹들을 정리해 지능범죄수사대장에게 전달하며 구체적으로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지능범죄수사대장 등은 2017년 10월 중순경 황운하에게 “고발인이 제출한 참고자료 중 용역계약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이제 확인됐다. 하지만 고발인은 고발인 조사 때도 용역계약서 관련 수사를 진행해 달라는 언급이 없었고, 용역계약서는 고발 범죄 사실과는 무관한 자료이며, 30억 원이 실제 지급되지도 않았다,
김◯◯이 제기한 의혹에 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용역계약서와 관련해 굳이 의율(擬律)하려면 변호사법위반 정도를 검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고발인) 주장은 이전에도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추측에 불과할 뿐 근거 없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
이후 황운하는 원하는 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능범죄수사대장 등 수사 경찰을 사건에서 배제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용역계약서가 사건기록에 첨부돼 있는데 그런 자료가 없다고 허위보고를 했다”는 사유를 내세웠다. 또한 정기 인사철이 아닌데도 감찰이나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모두 다른 경찰서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수사과장과 인사계장이 “승진이 임박한 경찰을 전보시키는 것은 가혹하니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자, 2017년 10월 24일 지능범죄수사대장을 수사2계장으로, 모 경위를 울산남부경찰서로, 모 경사를 울산중부경찰서로 전보하는 좌천성 인사발령을 했다.
고발인과 ‘유착’ 경찰관이 수사
황운하는 새로 부임한 정◯◯ 지능범죄수사대장에게 “김◯◯ 고소 고발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정 수사대장은 부임 당일(2017년 10월 25일) 김◯◯를 울산경찰청으로 불러 최◯◯ 경위 등과 함께 면담하면서 “사건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고, 김기현 형 동생에 대한 비위 내용도 적극 확인할 테니 우리를 믿어봐 달라”고 했다.
황운하는 회의 때마다 참모들에게 “김기현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라” “다른 사건은 미루더라도 울산시장 비리 사건에 수사대 전체가 공동 대응해 신속 수사하라” “일주일 단위로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는 등의 지시를 하달해 수사 진행 상황을 집중 관리했다.
이후 황운하는 최◯◯ 경위도 관련 사건을 신속히 진행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고, 2017년 11월 중순경 성◯◯ 경위를 지능범죄수사대로 비공식 파견받아 사건을 담당하게 했다. 또한 관련 고소·고발사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기존 수사팀을 확대하는 등 대규모의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이 과정에서 수사과장은 성◯◯ 경위는 고발인과 유착돼 “사건을 담당하게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두 차례 반대했다. 그러나 황운하는 김기현 및 주변인들에 대한 수사를 자신의 의도에 따라 진행되도록 성◯◯에게 관련 사건을 배당했다.
이처럼 김기현 관련 수사와 내사가 계속되던 2018년 1월 초순, 황운하는 청와대가 생산해 경찰청을 통해 울산경찰청에 하달한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 범죄첩보서를 수신했다. 황운하는 정◯◯ 지능범죄수사대장에게 “김기현과 박기성(시장 비서실장) 등에 대한 비리를 신속히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특히 김기현 형제의 인허가 관련 변호사법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지연되는 것을 질책하면서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또한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수사가 진행되는지 확인했다.
‘울산광역시지방경찰청 인사관리 규칙’에는 “모든 인사는 명백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인사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야 하며, 통상적인 전보사유 외에는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에만 전보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황운하는 김기현 측근 사건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건에서 배제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용역계약서 관련 청장에게 허위보고를 했다”는 사유를 내세워 감찰이나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부당하게 인사발령을 해 (경찰관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범죄수사에 관한 경찰관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
수사 상황 수시 점검한 청와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 파견 행정관(경정)은 상관 지시에 따라 청와대 첩보 하달 직후인 2018년 1월 4일경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좌천된 경찰들에게 전화해 동향을 파악해 보고했다. 그 무렵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또 다른 행정관(총경)은 2018년 1월 11일경 울산으로 내려가 황운하와 수사과장을 만나 각종 수사 상황을 확인했다.
또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경찰 파견 연락관은 2018년 2월 초순경 중요사건 수사 상황을 보고받는 부서가 아닌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리반장에게 “청와대 하달 첩보에 대한 수사 상황을 파악해 보고해 달라”는 지시를 했다. 이에 관리반장은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서무에게 연락해 “경찰청 하달 첩보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울산경찰청은 2월 8일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 직권남용 사건’ 수사 상황 보고서를 작성해 경찰청을 통해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 보고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 이전까지 경찰청을 경유해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 민정비서관실에 총18회(선거 이후까지 포함하면 21회)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고했다(표 참조).
특히 지방선거 이후 5개월 동안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다가 2018년 12월 3일 김기현 관련 사건의 수사 상황을 확인해 달라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요청에 따라 ‘전 울산시장 관련사건 4건 종결 보고’라는 제목으로 ‘김기현 등에 대한 내사 12건을 종결했다’는 보고서를 국정기획상황실, 민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에 보고했다.
경찰청과 울산경찰청은 반부패비서관실로 보고되는 경찰 수사 상황 보고서를 백원우 민정비서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보고되도록 했고, 백원우는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한 보고는 물론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서도 수시로 수사 상황을 별도 보고받았다.
송철호, 송병기, 장환석의 산재모(母)병원 관련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송철호 울산시장은 1월 30일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검찰의 왜곡 짜맞추기 수사, 무리한 기소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뉴스
송철호와 송병기는 2017년 9월경부터 울산 남구 공업탑 ◯◯◯◯ 오피스텔에 있는 송병기의 사무실에서 매주 2회가량 회의를 열고, 송철호의 시장 선거 승리를 위한 로드맵으로 공약 개발 등을 논의했다. 송철호가 문재인 대통령 및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친분이 두텁다는 점을 활용해 청와대 주무비서관실 또는 선임행정관 등에게 선거공약 수립 등 선거운동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는 등 당(黨)·청(靑)과 정기 협의 채널을 확보하기로 했다.
울산지역은 의사 1인당 환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광역시에 있는 공공병원이 없어 공공의료 서비스 확충은 숙원 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12월경 지역 공약으로 고용노동부를 주무부처로 한 산재모병원(산재근로자 요양과 재활 등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설치해 관리·운영하는 병원. 지역별 산재병원을 통합·관리하는 모(母)병원 기능) 설립을 제시했다.
이후 2013년 11월 산재모병원 공약은 국립울산산재재활병원이라는 명칭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대상 사업에 선정돼 2014년 1월 예타에 착수했으나,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비용 대비 편익을 낮게 평가했고, 울산시와 고용노동부는 3차에 걸쳐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등 결과 발표가 늦춰지고 있었다. 예타가 진행 중일 당시 울산시장이던 김기현은 KDI에 산재모병원 편익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등 예타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송철호 측은 내부적으로 산재 환자 이외에 일반 진료도 할 수 있는 공공병원 설립을 공약으로 추진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었다.
송철호와 송병기, 정몽주(당시 송철호 캠프 상황실장) 등은 김기현과 차별화되는 공약 개발을 위해 2017년 10월 11일경 서울 삼청동에 있는 ◯◯◯ 식당에서 대선 지역공약 담당자인 장환석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나 산재모병원의 예타 통과 가능성 등을 문의했다. 장환석은 기재부 등으로부터 보고받은 내부 정보를 토대로 ‘산재모병원은 수익성이 낮아 예타를 통과하지 못할 거다. 정부는 예타 통과 여부를 최대한 빨리 발표할 계획이다, 굳이 예타가 안 되는 산재모병원을 추진하지 말고, 문 대통령 대선 공약인 공공병원을 추진하는 게 유리하지 않겠느냐, 민선 6기(김기현 시장) 실적으로 애걸복걸하지 말고 7기 실적으로 공공병원을 가져가야 하지 않겠느냐, 현재 정부 방향은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공단을 통한 일명 일산형 병원 내지 고용노동부의 근로복지공단을 통한 산재 중심의 공공병원인데 확정된 것은 없다’ 등 예타 통과 가능성과 공약 수립 방향에 대해 알려줬다.
송철호와 송병기 등은 장환석에게 ‘산재모병원 예타 발표가 빨리 이뤄지면 공공병원 공약 수립 및 이행에 차질이 생기니, 공공병원 공약이 구체적으로 수립될 때까지 산재모병원 예타 결과 발표를 미뤄야 한다, 공공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을 수립해서 가져오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산재모병원 예타 결과 발표 연기를 부탁했고 장환석은 이를 수락했다.
곧이어 송철호는 청와대를 방문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사회수석비서관실에서 보건복지 분야를 총괄하는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현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을 만나 장환석에게 했던 같은 취지의 부탁을 했다. 송병기는 2017년 10월 13일경 공공병원 공약 수립 관련, 자료 지원 등 도움을 받고 있던 울산발전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장환석 등과의 만남 결과를 알리기 위해 “엊그제 BH 지역공약 담당비서관들과 협의해서 공공병원을 추진하는 데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고, 절대적 지원을 확약받았습니다”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선거일 맞춰 ‘탈락’ 발표
송철호, 송병기와 장환석이 만나 논의한 후, 2017년 11월경 산재모병원 예타 심사 관련 실질적인 조사가 끝났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발표가 연기됐다. 송철호 측은 2018년 2월경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산재모병원 유치 실패’ 프레임을 만들어 김기현을 공격하기로 하고, 장환석으로부터 제공받은 내부 정보에 따라 4월 10일 송철호 후보자 공약으로 “산재모병원이 아닌 울산형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장환석은 송철호 측이 구체적인 공약 발표 직전인 2018년 3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2018년 3월 20일자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명칭 변경)를 주재하면서 지역발전위원회 총괄기획과장 오◯◯에게 ‘예타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기재부 타당성심사과장 신◯◯에게도 4월 중 산재모병원 예타를 신속히 마무리할 것을 요구했다.
기재부는 2018년 4월 6일 KDI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같은 달 24일 KDI와 업무협의 후 5월 10일 산재모병원 예타 결과를 사실상 확정 짓는 최종점검회의를 여는 등 마무리 절차를 진행했다.
한편 당시 한병도 정무수석 등은 5월 14일경 장환석에게 지방선거 전 산재모병원 예타 결과 발표를 지시했고, 기재부는 선거일(2018년 6월 13일)에 임박한 2018년 5월 24일경 “산재모병원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최종 결정해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송철호는 선거 전략에 따라 울산시장 후보 TV 토론 등에서 산재모병원 유치 실패를 이유로 김기현을 공격했다.
이로써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인 피고인 장환석의 직무와 관련,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 동시에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했다.
송병기, 울산시 공무원 4명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송병기는 2017년 8월경 송철호로부터 선거공약 개발 등 선거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선거캠프에 합류할 무렵, 정상적인 정보공개절차를 거치지 않고 울산시청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인 김◯◯, 최◯◯, 홍◯◯ 김△△에게 부탁해 행정기관 내부 자료를 제공받아 송철호 공약 수립 또는 선거운동에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송병기는 2017년 8월 14일경 피고인 김◯◯에게 “김 계장, 이번 주부터 계속 시청 주간과 월간 업무보고 자료 좀 보내줄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료를 요청했고, 김◯◯은 송철호 캠프 선거운동 기획 등에 활용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각 부서별 중점 계획 등이 기재된 ‘8월 4주 계획’을 e메일 전송했다. 송병기는 2018년 4월 23일경까지 총 8회에 걸쳐 울산시청 주·월간 업무계획 파일을 전송받아 선거운동에 활용했다.
송병기는 또 2017년 9월 13일경 “시에서 각 부처별 대통령업무보고서 종합한 것 있는가. 있으면 받아 보려고”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료를 요청했고, 2회에 걸쳐 ‘2017년 중앙부처 대통령 업무보고’ 등 7개 파일을 전송받아 공약 개발 및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등 울산시 공무원들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았다.
이로써 송병기와 울산시 공무원 4명은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함과 동시에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했다.
송병기, 정몽주 등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송철호는 2018년 6월 13일 울산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후, 2018년 6월 하순경 선거캠프에서 상황실장을 지낸 정몽주에게 논공행상 차원에서 ‘3급 정무특보’ 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송병기는 울산시장 정무특별보좌관 공개채용 전형에 단독 응모한 정몽주의 부탁을 받고, 2018년 7월 25일 채용 담당 공무원에게 면접시험 예상 질문지를 요청했다. 송병기는 다음 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실제 면접시험에서 사용된 질문 사항을 전송받아 정몽주에게 알려줬다.
정몽주는 면접시험에서 미리 준비해 간 답변을 하는 방법으로 응시해 합격 처리 됐고, 울산시청 채용담당 공무원 및 면접위원들의 채용업무를 방해했다.
한병도의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2017년 8월경 민주당 울산시당 내에서는 임동호 후보(울산시당위원장), 심규명 후보(울산남갑 위원장)가 송철호 후보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었다. 송철호의 인지도는 임동호보다 앞섰지만, 오랜 기간 당적을 보유하지 않아 당내 경선을 통한 공천이 쉽지 않았고, 본선 경쟁력도 약화될 우려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송철호 선거캠프에서는 임동호의 당내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임동호의 정치자금법위반 사건(회계장부 허위 기재 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은 사건) 등을 수사기관에 제보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한편,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및 한병도 정무비서관 등을 통해 임동호에게 원하는 공사의 직을 제공토록 해 울산시장 당내 경선에 나서지 않게 하는 등의 선거 전략을 수립했다.
2017년 7월 1일부터 민주당 최고위원직을 시작하는 임동호는 2017년 6월 초순경 서울 마장동의 식당에서 열린 민주당 내 ‘86학번 모임’에서, 인연이 있던 임종석에게 “최고위원 끝나면 오사카 총영사 자리로 가면 좋겠다”고 했고, 2017년 10월경 송철호 캠프 측에도 오사카 총영사, 과학기술부 차관, 상위 10대 공공기관장 자리를 원한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송철호는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임◯◯과 함께 2017년 10월 24일경 임동호의 측근인 주◯◯에게 “임동호가 출마하지 않도록 이야기 좀 잘 해달라, 경선하지 말고 추대 방식으로 가도록 해달라”고 말해 임동호가 경선 출마를 포기하는 경우 공기업 사장 등 공사의 직을 제공할 것처럼 회유했다.
임동호는 2017년 11월 하순경 ‘86학번 동기’인 한병도가 정무비서관에서 정무수석으로 승진하자 오사카 총영사 등의 자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병도의 확답이 없자 2017년 12월 12일경 울산시장 출마 계획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등 송철호와 경쟁할 태도를 보였다. 임동호는 2018년 1월 하순경 청와대를 방문해 한병도에게 오사카 총영사 등 임명 여부를 재차 문의했고, 한병도는 임동호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는 외교부에서 반발하니 고베 총영사 등 다른 자리는 어떠냐, 공공기관장 자리는 많은데 공공기관장은 어떠냐”고 말하며 다른 공사의 직이 가능할 것처럼 말했다.
2018년 2월 12일 한병도는 다음 날 울산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려는 임동호에게 전화해 “울산에서는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공기업 사장 등 4자리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또한 한병도는 청와대 인사수석비서실 산하 인사비서관실 소속 선임행정관에게 “임동호에게 연락해 어느 공직을 원하는지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선임행정관은 임동호 후보에게 연락해 “검토 중인데 어디로 가시겠느냐,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이로써 한병도는 정치적으로 중립 의무가 있음에도 공사의 직에 대한 임명에 관여할 수 있는 청와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울산시장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함과 동시에 당내 경선에 있어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하거나 후보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임동호에게 공사의 직 제공의 의사를 표시했다.
배수강 기자
03.14 조국 비판 의원은 탈락, 울산 선거 공작 혐의자는 공천
조국 사태 당시 소신 발언을 했던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총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고,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핵심 피고인인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은 경선에 이겨 선거에 나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이 움직인 결과다. 금 의원은 조씨에 대해 "언행 불일치"라며 쓴소리를 하고 공수처법 처리 때 기권표를 던져 대통령 지지층의 비난을 받았다. 그런 금 의원에게 '조국 수호'를 주장해온 정치 신인이 도전장을 던지고 20여일 만에 4년간 지역구를 지켜온 금 의원을 제쳤다. 어느 평론가가 '조국 수호'라고 쓴 막대기를 꽂아도 이겼을 것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일 것이다.
황 전 청장은 울산시장 선거 당시 청와대 하명을 받아 야당 후보가 공천을 받은 날 그 사무실을 덮친 인물이다. 부임하자마자 야당 시장 주변 조사를 지시하고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을 수사팀에서 배제했다. 검찰에 막무가내로 기소해달라 하고 수사 상황을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공소장에 드러났다. 다른 법도 아니고 선거법을 훼손한 당사자가 여당 후보로 선거에 나서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이 선거 공작은 문 대통령이 '당선이 소원'이라고 한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청와대가 벌인 일이다. 친문 지지층이 그 일에 앞장선 행동대장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려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에선 어제 당원 투표로 '가짜 정당'이라고 비난 하던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기로 결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래통합당이 선거법을 강제 변경하면 비례 정당을 만들겠다고 거듭 경고했는데도 선거법을 강행 처리했다. 통합당이 비례당을 만들자 맹비난했다. 민주당의 당대표와 선대위원장인 전직 총리는 자신들은 비례당을 절대 안 만든다고 몇 차례에 걸쳐 다짐했다. 하나 마나인 당원 투표를 했다고 부끄러운 일이 가려지나.
조선일보 사설
03월 31일 총선 후 공수처 앞세워 윤석열 검찰에 보복 예고한 眞文
현 집권세력이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든 진의가 적나라하게 표출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청와대와 여당은 ‘4+1 패스트트랙’을 가동해 엉터리 선거법과 짬짜미하고, 조국 전 장관을 검찰 개혁 기수로 비호하는 등 무리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공수처가 ‘정권 홍위병’ 노릇을 할 것이라는 우려는 진작에 제기됐지만, 이젠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인사들이 그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검찰을 협박하고 있다. 유권자 눈치를 살펴야 할 지금도 이런데, 선거 이후에, 그리고 공수처가 출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진짜가 나타났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문재인 정권의 진정한 정당’임을 자임하는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2번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이 정당이 3% 문턱만 넘으면 당선된다. 현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보다 훨씬 많은 득표가 예상된다. 그런데 그는 30일 “공수처가 설치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가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면서 “나에 대한 날치기 기소를 포함해 법을 어기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했다. 역시 비례 후보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 검찰과 한판 뜨겠다”면서 ‘검찰 블랙리스트 14명’도 공개했다.
열린민주당 창업자인 정봉주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입(김의겸), 칼(황희석·최강욱), 경제 전문가(주진형), 김정숙 여사의 친구(손혜원)” 발언으로 ‘진문(眞文)’ 인사가 주축임을 밝혔다. 최 후보는 조국 전 장관의 대학 후배로 공수처를 설계한 당사자의 한 명이다. 공직기강비서관 시절 윤 총장 인사 검증을 담당할 땐 ‘장모 사건’과 관련해 문제가 안 된다고 봤는데, 최근 돌변했다. 최 후보 발언을 보면, 윤 총장을 공격하기 위해 당시 취득한 정보 활용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협박에다 기밀 유출에 해당될 수 있다.
이들에겐 검찰도, 실정법도 안중에 없을지 모른다. 공수처를 이용해 권력 범죄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법치 파괴 위험을 막고 못 막고는 이젠 유권자들에게 달렸다.
문화일보 사설
05.25 "빳빳한 신권 다발처럼 묶인 사전투표지, 정식 규격 아닌 투표지도…"
[최보식이 만난 사람]
['선거부정설'을 추적하는… 박주현 前 청와대 특별감찰담당관]
與 득표율 높은 선거구에 사전투표율 낮은 걸로 나와 여권 성향 표 아니었다는데…
어떤 투표소 사전투표 수는 1분당 12.6명 계속 했어야 그 많은 숫자 맞출 수 있어
"경기도 구리시 선거구의 사전투표 상자를 여니 1번을 찍은 투표지가 신권(新券) 뭉치처럼 나왔다. 어떤 선거구에서는 인쇄가 한쪽으로 쏠린 투표지, 아래 여백이 긴 사전투표지도 나왔다. 서울 성북구 개표 동영상에는 사전투표지가 두 장씩 전표처럼 붙어 있었다. 사전투표지는 선거인이 올 때마다 발급기로 출력해주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박주현(41) 전 청와대 특별감찰담당관은 선거구 6곳의 무효소송을 위해 투표함 증거 보전 집행에 참여했다. 투표지 보관 현장을 직접 발로 뛴 변호사다. '사전투표 조작설'을 놓고 말로써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그는 마치 취재기자처럼 팩트를 수집해온 셈이다.
▲박주현 변호사는 "여당 지지자가 대거 몰려나와 사전투표했다는 주장은 허구였다"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투표상자 속에 빳빳한 신권처럼 100장 단위로 묶인 사전투표지 다발 사진은 직접 찍었다고 들었다. 전·현직 선관위 고위 관계자도 이 빳빳한 투표지 사진과 정식 규격이 아닌 투표지 사진을 보고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고 반응했다.
"분당을(乙) 투표지 상자들은 텅 빈 주택전시관 안에 있었다. CCTV는 없고 출입문은 번호키였다. 마음만 먹으면 조작한 투표지를 집어넣고도 남을 만큼 허술했다. 남양주 선거구의 투표지 보관상자에는 지역선관위원장 직인이 찍혀야 할 봉인지에 사무국장 직인도 찍혀 있었다. '법 위반 아니냐?'고 따지니 '도장이 많으면 좋은 것'이라고 답했다. 열려 있는 투표상자도 있었다."
―남양주 물류창고의 소각장에서 뜯긴 봉인지, 기표 도장, 인주, 투표함 뚜껑 핀, 기표소막(幕) 등이 발견된 적 있는데?
"증거보전 집행을 위해 가본 곳이다. 주위가 논밭이고 인적이 드물었는데, 시민들이 근처 소각장에서 이런 물품들을 찾아냈다."
―투표상자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이런 선거 비품 잡동사니를 한꺼번에 버린다고 들었다. 선관위는 왜 이게 의혹의 대상이냐고 하는데?
"비닐 포장도 안 벗긴 새 기표 도장도 있었다. 기표 도장은 만년필처럼 잉크가 들어 있어 인주(印朱)가 필요 없다. 그런데 인주가 나왔다. 사전투표가 끝난 날인 4월 11일 저녁 한 직원이 투표함 보관 장소에 들어와 봉인지를 뗐다 붙였다 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 당초 사전투표함에 붙어 있던 봉인지와 개표 날의 봉인지가 다른 경우가 여러 곳에서 보고됐다."
―실수로 잘못 붙인 봉인지를 제대로 붙이려고 했던 게 아닐까?
"개표할 때는 사전투표함 뚜껑 둘레의 봉인지를 뜯어내는데, 인천 연수을에 증거보전 집행을 가니 뚜껑 중앙의 구멍에 붙여놓은 봉인지가 뜯겨 있었다. 투표함을 열 수 있게 핀도 뽑혀 있었다. 이를 문제 제기하자, 그다음 대전 유성을의 증거보전 집행부터는 모든 투표함 봉인지를 다 뜯어놓았다."
―이미 개표된 투표함이니 신경을 덜 쓴 게 아닐까?
"훼손된 봉인지나 투표상자가 너무 많이 있었다. 개표 동영상에서 다른 투표지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빳빳한 사전투표지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화성병 선거구였다가 3월 초 선거구 획정으로 화성갑으로 넘어간 봉담읍(화성 제1·2 투표소)에서도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 데이터에서 봉담읍의 관내(管內) 사전투표 전체 집계가 통째로 누락된 것이다."
―컴퓨터 전산 프로그램에 조정된 선거구를 입력 못한 업무상 착오였나?
"화성시 전체(제1~18 투표소) 관내 사전비례대표 투표수는 8665명으로 선관위에 집계돼 있다. 화성시에서 이 숫자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봉담읍이 빠진 제3~18 투표소로 이뤄진 화성병의 관내 사전비례 투표수도 똑같이 8665명으로 나온다. 봉담읍의 사전투표 결과가 아예 사라진 것이다."
―업무상 중대한 과실인데, 화성선관위는 어떻게 해명했나?
"그쪽에서는 '관내 사전투표를 관외에 포함시켜 집계했다'고 주장만 할 뿐 입증을 못 하고 있다. 사전투표의 경우 몇 명이 찍었는지 해당 투표소에서 집계가 안 된다. 중앙선관위의 전산에서 집계해 '그 투표소에서 몇 명 투표했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중앙 전산프로그램에서 투표 숫자를 세팅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작과 연결 짓는 것은 너무 논리 비약인데?
"총선 전에 선관위는 500만명에 대해 경력·학력·납세·전과·병력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활용해 '유령 투표'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유령 투표'라면 당사자는 투표를 안 해도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인데,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어떤 노인이 본투표를 하러 가니 '이미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들었다. 이런 사례가 꽤 보고됐다. 이번 사전투표율은 26.6%로 역대 최고로 높았다. 유권자가 이렇게 많이 사전투표를 했을까."

―의심에 빠지면 모든 일상이 의심스러워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분산 투표가 이뤄졌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전투표를 하면서 지지자들을 독려한 결과가 아닐까?
"부천 신중동의 경우 사전투표 인원이 1만8210명이었다. 투표소가 딱 한 곳이었다. 사전투표는 이틀간 했지만 실제 주어진 투표 시간은 24시간이었다. 계산상 쉬지 않고 1분당 12.6명이 해야 한다. 부천을 상동은 1만2921명, 1분당 9명이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판사와 함께 법원 결정문을 들고 증거보전 집행에 나서도 사전선거인명부를 안 내놓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이런 조사에 빠져들게 됐나?
"서울·경기·인천에서 똑같이 사전투표 득표율이 63:36으로 나오고, 서울의 424개 동(洞) 단위에서도 한 곳 예외 없이 민주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당일 득표율보다 높았다는 분석 자료를 보면서다."
―통계적으로 이상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수도권 표심이 비슷해 그렇게 나올 수 있다. 현실에서 이미 나온 걸 '통계가 이상해 못 믿겠다'고 부정하는 격인데?
"내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야 63:36 사전득표율 분석 데이터를 확인한 시각은 4월 16일 오후 4시 55분이었다. 모든 개표는 이날 오전 11시쯤 끝났다. 그 짧은 기간에 아무리 천재라 해도 선거구와 사전투표소마다 득표수 자료를 모두 다운받고 집계하고 심지어 관내·관외 사전득표수까지 분석할 수는 없다."
―무슨 뜻인가?
"이 자료는 그전에 만들어져 있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투표수를 맞췄다고 보는 것이다. 내부자에 의해 이 자료가 유출됐을 수 있다."
―입증이 안 된 주장을 떠들 자리는 아니다. 분석 데이터의 출처를 확인해보지 않았나?
"IP 주소를 추적해보니 태국이었다. 나는 그전에 국세청 교육원 전임교수로 3년간 근무해 통계 숫자에 익숙해 있다. 조작값이 있었다고 본다. 내가 '사전투표 결과가 조작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으면 1000만원 주겠다'고 인터넷 카페에 올렸지만, 아직 아무도 안 나타났다."
―여당의 사전투표 압승은 전략 투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유권자는 하나의 모(母)집단이 아니라 사전투표와 본투표 집단은 완전히 별개의 집단'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는데?
"여당 지지자들이 사전투표일에 대거 몰려나와 전략 투표했다는 주장은 허구다. 전국의 1537개 동별 사전투표율과 정당투표율을 비교한 분석 데이터가 있다. 민주당 득표율이 높은 선거구일수록 사전투표율이 낮았고, 통합당 득표율이 높은 선거구에서 오히려 사전투표율이 높았다. 사전투표가 결코 여권 성향 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분석 데이터는 검증된 것인가?
"최근에 검증된 것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인 선거 결과 분석에서 맞지 않은 것이 또 있다. 본투표에 보수 성향인 60대 이상이 많이 나온 걸로 알지만, 실제로는 여권 성향인 30·40대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민주당보다 통합당 표가 오히려 약간 더 나왔다. 사전투표에서는 50·60대 이상이 많이 나왔는데도 여당이 22%나 이긴 걸로 됐다. 정상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개표장에는 선관위 직원, 개표사무원, 정당 참관인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 투표 분류기와 계수기를 거쳐 나온 100장 묶음의 표를 수작업으로 확인한다. 개표상황표를 벽에 붙이고, 실시간으로 정당과 언론사에 공유된다. 상급 선관위에 이를 팩스와 전산망으로 보고한다. 어떻게 조작이 가능하겠나?
"100장 단위로 묶은 투표지를 대략 볼 뿐, 투표수를 일일이 세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 투표지 분류기에서 기호 2번이나 기표가 안 된 무효표가 1번으로 넘어가는 장면의 동영상이 있다. 부여 선거구에서 투표지 분류기로는 여당 후보 표가 더 많았으나, 수작업을 해보니 오히려 100표 이상 뒤집혔다. 서울 성북 개표장에서도 전자개표기가 1810표를 1680표로 인식한 적이 있었다."
―이런 사례는 오히려 전자개표기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증거 아닌가?
"참관인들이 꼼꼼히 체크할 수 있는 현장 이 아니다. 이렇게 못 잡아내고 지나간 게 더 많았을 것이다."
그가 의혹을 사실로 맹신하고, 자기 위주로만 잘못 해석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언론인 입장에서는 이런 의혹들은 충분히 제기할 만하다고 본다. 외면하거나 조롱·비난의 대상으로 삼을 일은 아니다. 지금처럼 세간에 선거부정설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검증하려는 자세가 옳다.
조선일보
06.09 '유재수 사건'이 풍기는 국정 농단의 냄새
3년 전 유재수 감찰로 해체된 靑특감반원 30개월 만에 증언
지난주 조국 전 법무장관 재판을 유심히 지켜봤다.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이 다뤄진 재판이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10월 민정수석으로서 청와대 특감반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감찰을 중단시키고 이후 특감반 해체를 결정했던 당사자였다. 재판에는 그 과정을 겪었던 특감반 출신 검찰 수사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처음 수집해 보고했던 이모씨도 있었다.
관심은 그들이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법정에서도 그대로 하느냐였다. 여전히 공무원 신분인 데다 일부는 청와대에서 퇴출될 때 '개인 비위 의혹' 꼬리표를 달고 나와 수사를 받고 있는 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입에선 생생한 증언이 흘러나왔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현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천경득 전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공소장에는 'ㄱ○○' 'ㄴ○○'식으로 처리된 정권 실세들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유재수를 봐주자고 했던 인사들이다.
검사 질문은 집요했고 이씨 등의 답변은 별 거리낌이 없었다. 이씨는 유 전 부시장이 천 전 행정관과는 청와대·금융위 관련 인사 청탁을 주고받고, 윤 전 실장과 김 지사 등과는 청와대 조직 구성과 인사를 논의했던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 자체로 불법 논란에 휩싸일 내용이다. 작년 말 청와대가 그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공식 부인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청와대는 당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금융위 고위급 인사를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특감반 출신 인사의 진술은 '증거 인멸'을 떠올리게 했다. "2018년 11월 말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갑자기 회의를 하자고 하더니 그날 저녁 6시 부로 특감반이 해체된다고 했다. 보안 규정에 따라 (감찰 관련 자료를) 다 폐기해야 한다고 해서 다음 날 다들 휴가 내고 나와서 컴퓨터 돌려주고 자료를 폐기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야간에 나와 컴퓨터를 수거하고 자료를 폐기했으며 어떤 인수인계도 없었다." '텔레그램 대화'를 포함한 포렌식 자료 등은 폐기됐거나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몽땅 넘어갔다는 말이었다.
그 몇 달 전 검찰 출신 특감반원들은 순차적으로 원대복귀 조치됐다. 반면, 유 전 부시장은 60여일간 병가를 쓴 끝에 금융위를 나와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에 이어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유 전 부시장이 여당 전문위원으로 있던 시절, 찾아온 특감반원에게 "아직도 거기(청와대)서 근무하느냐"고 핀잔을 줬다는 일화는 오래전부터 법조계에서 떠돌던 얘기다. 사법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이런 증언들을 곱씹을수록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은 '국정 농단'의 냄새를 풍긴다. 증언대로라면, 이 사건은 청와대 참모들이 '우리 편'이란 이유로 '유재수 감찰 건'을 암장(暗葬)하고, 제 할 일 했던 청와대 내부팀 하나를 해체해버린 사안이다. 실세의 위세에 눌려 있던 특감반원들은 조국 사태가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뒤에야 검찰 조사에 응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이는 조 전 장관 등에 대한 기소로 이어졌다.
여당의 총선 압승 이후 울산선거 개 입, 라임 사건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는 말이 나온다. 사건 당사자들이 굳이 협조해 혹시라도 여권에 밉보일 이유가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前) 정권 등에서 우리가 경험했던 바는 그렇지가 않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익는 데 시간이 걸릴 뿐 실체만 있다면 어차피 터진다는 게 비리 사건의 철칙"이라고 했다. '유재수 사건' 역시 그런 경우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최재혁 사회부 차장
08월 20일 울산선거 수사 실종과 ‘법치 파괴’罪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공명선거는 참된 민주정치 구현을 위한 요체이자 국가와 사회 발전의 초석이다. 따라서 선거 부정(不正)은 민주정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대한 국기 문란 범죄다. 특히,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민주주의의 적(敵)이다. 이 점에서 9개월가량 공전해온 검찰의 ‘울산시장 선거 의혹’ 수사가 사실상 흐지부지되는 건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다.
윤석열 검찰은 지난 1월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 수사하라”고 한 대통령의 말을 믿고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에 대해서는 총선 후 ‘계속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권력바라기만 해 온 검찰의 흑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산 권력’ 수사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기소와 대통령을 형으로 불렀다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구속에 이어 국민은 진짜 검찰의 모습을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사단 대학살’이란 인사 조치로 수사를 지원한 대검 참모들은 대거 좌천되고 사실상 수사는 동력을 잃었다. 급기야 이달 초 파견 검사들까지 원대 복귀하면서, 수사는 13명 기소 후 아무런 추가 사실도 밝히지 못하고 사실상 끝났다. 검찰은 “기소 후에도 100명이 넘는 사람을 조사했고, 수사는 계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임종석·이광철 등 핵심 피의자들은 아예 소환 자체에 응하지 않고, 이에 대해 검찰은 체포영장 등 어떠한 원칙적 대응도 없이 수수방관하는 상황 아닌가.
울산시장 선거 의혹은, 문 대통령이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던 30년 지기(知己)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7개 부서가 총동원된 사건이다. 기존 공소장에 ‘대통령’이라는 말이 15번 등장할 정도로 ‘대통령’을 빼놓고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수사가 대통령은커녕 비서실장과 민정비서관 앞에서 멈춰 섰다. 이것이 과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올바른 모습인가. 아무리 윤 총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조남관 대검 차장 등 ‘정권의 충견’들에 둘러싸인 고립무원 상황이라 하더라도 검찰총장이라면 최소한 직을 걸고 수사는 엄정하게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윤 총장은 지금이라도 오로지 ‘국민’과 ‘헌법’만 바라보고 울산시장 선거 의혹을 한 점 의혹 없이 파헤쳐 민주주의의 적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검찰개혁’이란 다른 게 아니다.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모든 국민이 잠재적 이해 당사자와 피해자임을 명심,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하는 것, 이것이 바로 검찰개혁의 요체다. 누구든지 법을 어긴 자는 철저히 수사해 거악 척결과 정의 실현이라는 본연의 사명에 투철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검찰개혁이다.
윤 총장이 만에 하나 ‘권력 수사’와 ‘직(職)’을 거래해 적당히 타협한다면 이는 국가뿐 아니라 정권과 검찰, 총장 개인에게 엄청난 불행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권력’에 의해 은폐된 진실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언젠가 ‘죽은 권력’이 되면 반드시 드러난 것이 역사를 통해 검증된 진리이기 때문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 ‘정권교체 후 특검’이 아니라 부디 ‘현 검찰’에 의해 진실이 낱낱이 파헤쳐지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
10.16 윤석열이 밀어붙였다, 시효 4시간 전 기소된 최강욱
조국 아들 인턴 ‘허위 사실 유포혐의’로 불구속 기소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총선 기간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15일 불구속 기소됐다. 선거법 시효(15일 자정) 만료를 앞두고 이뤄진 최 대표 기소 문제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간에는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선 “이 지검장은 기소에 부정적이었으나 윤 총장이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권상대)는 이날 최 대표에 대한 정당 고발사건을 수사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 대표가 과거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도 선거 기간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인턴 확인서 허위 작성은) 사실이 아니다”고 발언한 것을 허위 사실 유포로 보고 최 대표를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앞서 지난 1월 23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해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했었다. 검찰은 최 대표가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 전 장관 아들 조모(24)씨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줘, 아들 조씨가 지원한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봤다.
최 대표는 검찰 기소 직후 “2017년 1월부터 2018년 2월 사이에 인턴 활동이 있었고 활동 확인서를 두 차례 발급했다. 실제 인턴 활동을 한 것”이라며 “검찰권의 전형적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최 대표는 선거 기간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해왔다.
최 대표 기소를 두고 이번에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간 온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성윤 지검장이 기소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수사팀과 대검 등에선 기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컸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월 인턴 허위 작성 혐의로 최 대표를 기소하는 과정에서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총장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수사팀이 기소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이 지검장이 결재를 미뤘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이 세 차례나 이 지검장에게 최 대표 기소를 지시했고, 결국 차장 전결로 기소가 이뤄졌었다.
10.16 최강욱, 윤석열에 “기어이 튀어나와 사고쳐, 개가 짖어도..."
공소시효 만료 4시간 전 기소되자...“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16일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헛웃음이 났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밤 늦은 시각까지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 관련 공기업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다 동료 의원들로부터 소식을 들었다. (검찰이) 많이 불안하고 초조했던 모양”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자신에 대한 기소와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윤 총장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헌법주의자'를 자처했던 자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다”며 “최소한 자신이 뱉은 말은 기억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그는 또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검사가 아니라 뭐라고 했었지요”라며 “이처럼 허무하고 적나라하게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니 짠하고 애잔하다”고 했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해 9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의혹 수사가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 대검 간부들과 점심자리에서 “일각에서 나를 ‘검찰주의자’라고 평가하지만, 기본적으로 ‘헌법주의자’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알려졌다. 그는 또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하면서 “특검팀에 합류하면 (박근혜) 정권에 보복 수사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했다.
최 대표는 검찰과 윤 총장을 겨냥해 “매번 같은 수법으로 같은 모습을 보여주니 그저 식상하고 딱할 뿐”이라며 “그간 좀 조용히 지내나 했더니 기어이 또 튀어나와 사고를 치는군요”라고도 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목적지가 머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낸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의 이번 기소를 놓고 “보나 마나 윤석열호 검찰의 정치적 기소이다. 쪼잔하기 짝이 없다”며 “그나저나 검찰이 최강욱 대표를 대선후보로 키워주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안 그런가?"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권상대)는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를 약 4시간 앞둔 전날 밤 최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 대표 기소 문제를 놓고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간에는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검찰 안팎에선 “이 지검장은 기소에 부정적이었으나 윤 총장이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검찰은 최 대표가 과거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도 선거 기간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인턴 확인서 허위 작성은) 사실이 아니다”고 발언한 것을 허위 사실 유포로 보고 최 대표를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11.06 드루킹 게이트
재판부 “김경수 앞 킹크랩 시연, 의심없이 증명됐다”
재판부 이례적 입장표명 “사실 관계 가리고, 맞는 형벌 내렸다”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법정을 빠져나오고 있다./이태경기자
6일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 서울고법 재판부(재판장 함상훈)는 이례적으로 재판에 대한 입장을 길게 밝혔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 지사는 이날 업무방해 혐의로 또 다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선출직 공무원은 업무방해 등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대법원에서 결과가 바뀌지 않으면 그는 도지사직(職)을 잃게 된다. 법조계에선 “정치적인 사건 대해 재판부가 사실 관계만 집중하고, 판단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이번 재판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저희도 알고 있다”고 언급한 재판부는 “형사 재판은 대단히 간단하다. 사실관계를 가리고 거기에 맞는 형벌을 내리면 되는 것”이라며 “이번 재판의 쟁점은 킹크랩 시연을 김경수 지사가 봤는지 여부”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의 정치적, 사회적 위치가 중하고 재판 결과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법원 재판은 피고인이 기소된 사실을 가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드루킹 일당이 피고인(김경수)에게 킹크랩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는 사실이 의심 없이 증명됐다”며 “피고인의 묵인 하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존경 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머지 진실 절반은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힐 것”이라고 했다. 야당들은 작년 1심에서 김 지사가 유죄를 선고받자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었다. 2심에도 김 지사가 유죄를 받으면서 지난 대선에 대한 ‘정당성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 조작’ 김경수 항소심도 징역 2년...구속은 면했다
조선일보 이민석 기자
11.06 얼굴까지 대상포진 번졌다, 김경수 재판장 '맘고생 8개월'
6일 김경수(53) 경남지사의 댓글조작 혐의에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주며 징역 2년을 선고한 함상훈(53)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김 지사 재판 중 대상포진까지 앓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얼굴에 수포가 생길만큼 심각했다.
주변 동료들 "압박 상당했을 것, 심지 굳은 판사"
김 재판장은 법원을 나설 때 동료 판사와 김 지사 재판의 핵심 쟁점인 '닭갈비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이 기자에게 포착된 적도 있다. 그만큼 어렵고 고된 재판이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함상훈 부장이 김 지사 재판으로 상당한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은듯하다"고 말했다.
"킹크랩 시연회 봤다" 발언 뒤 재판부 합류
함 재판장은 지난 3월 차문호(52)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후임 재판장으로 김 지사의 사건을 맡았다. 전임 재판장인 차 부장판사가 2월 인사이동 전 "우리 재판부는 잠정적이긴 하지만 김 지사가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를 보았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뒤 들어왔다.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일당 혐의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당시 김 지사 측에선 "차문호가 이 사건의 주심인 김민기를 코너로 몰았다"고 반발했다. 김민기(49)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하지만 김 판사 역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본 사실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당시 김 지사의 시연회 참석 사실을 부인했던 변호인단에선 "사형 선고를 받은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선고에서도 함 재판장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본 사실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된다"고 강조했다.
함 재판장은 3월부터 재판을 맡아 "이 사건 전체를 다시 보겠다"며 9월 3일 결심까지 6개월간 김 지사 재판을 추가 심리했다. 11월 6일 선고를 했으니 재판부가 최종 합의를 하고 판결문을 쓰는 데까지는 두 달이 걸렸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김 지사 사건의 항소심은 1년 8개월만에 끝을 맺었다.
"디지털 증거는 피고인에 불리" 김경수에게 직접 물은 함상훈
김 지사의 전임 재판부는 선고를 두 차례나 연기하며 변론을 재개했었다. 함 재판장은 재판 중 김 지사와 김 지사 변호인의 대답에 의문을 표하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 전임 재판장보다 적극적이었다.
결심 공판 때는 김 지사에겐 직접 "사람의 말이 다 허공에 흩어지지만 시대가 많이 변해 디지털 증거가 남는다"며 "디지털 자료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이 꽤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드루킹 특검에 파견 수사를 했던 한 관계자는 "함 재판장이 기록을 꼼꼼히 보고 말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함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같은 반 출신인 검찰 출신 변호사도 "함 부장은 판결을 할 때 여론의 눈치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지사 측에선 "유죄 심증을 한번 가지면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판사"란 비판적 견해를 전했다.
행정처 이력 없어, 특정 연구회 활동도 안 한 듯
함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사판례연구회 등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법원 내 학회 활동을 한 이력은 없다.
김 지사와 동갑내기로 서울대 법대 85학번인 함 부장판사는 해군 법무관을 거쳐 1995년 판사로 임용됐다. 2004년 헌법재판소 파견을 제외하면 일선 법원에서 재판만 했다. 법원행정처 근무 이력은 없다. 2015년인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함 부장판사는 2017년 '도봉구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을 맡아 가해자들에게 1심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해 주목을 받았다. 함 부장판사는 당시 법정에서 "재판을 하며 분노가 치밀어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생각했다"며 피고인들을 질타했다. 함 부장판사는 이날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조직적인 댓글 부대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김 지사에게 징역2년을 선고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11.07 김경수 대선 여론 조작 2심도 유죄, 文 몰래 한 범죄인가
서울고법 형사2부가 6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선 여론 조작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작년 1월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2017년 치러진 대선 여론을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2심은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은 구체적 선거 운동과 관련 없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총영사직 제안은) 대선 기간 문 후보의 선거 운동을 지원한 것 등에 대한 보답 내지 대가”라고 했다. 1심과 2심이 2년 2개월에 걸쳐 수십 명 증인심문과 방대한 디지털 증거 분석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김 지사의 무관 주장은 재판 결과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드루킹은 킹크랩 개발 계획과 댓글 조작 결과 등을 김 지사에게 비밀 메신저로 보고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는 김 지사 휴대폰에서 삭제된 상태였지만 메시지를 열어봐야만 ‘삭제’되는 것이었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보고받았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킹크랩 시연 참관은 드루킹 측이 먼저 진술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접속 기록 등 디지털 증거가 나중에 발견됐다.
‘조작’이 될 수가 없다. 심지어 김 지사가 드루킹 사무실을 떠난 뒤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 기능을 보고했다”며 주고받은 문서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2심도 “김 지사가 킹크랩 개발 시연을 보고 운용을 승인한 것이 분명하다”고 한 것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규모는 특검이 파악한 것만 무려 8840만회에 달한다. 국정원 댓글(41만회)의 수백 배 규모다. 국정원 댓글은 국가기관이 동원된 범죄였지만 댓글 조작의 무대는 소규모 사이트였다. 반면 드루킹 댓글 조작은 네이버, 다음 등 전 국민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에서 주로 이뤄졌다. 그 파급력 면에서 수백 배가 아니라 수천, 수만 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정원 댓글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드루킹 댓글은 대학생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2심은 이와 관련해 “선거 국면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한 여론을 유도할 목적으로 댓글 조작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결국 대선의 정당성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대선 여론 조작을 주도한 김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챙기며 대변인 역할을 했고 지금은 여권 핵심 지지층이 차기 대선 후보로 밀고 있다고 한다. 그런 김 지사가 대선 기간 드루킹과 10번이나 만났고, 댓글 조작을 지시하며 보고받고 있었다. 게다가 드루킹을 김 지사에게 처음 소개한 송인배씨는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지냈고 드루킹 측 인사 면접을 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역시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드루킹 측이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받은 날 김 지사가 청와대 조현옥 인사수석과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핵심 측근들이 모두 드루킹 측과 접촉하며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를 모를 수 있었겠느냐는 것은 상식적인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정말 무관한가. 이번에도 먼 산 보며 침묵할 것이다.
정권은 김 지사 유죄에 대해 대법원에서 뒤집어 보겠다고 한다. 이미 대법원은 선거 TV 토론에서 허위 답변을 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황당한 이유를 대며 면죄부를 줬다. 조폭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은수미 성남시장도 지엽적 꼬투리를 잡아 면죄부를 줬다. 김명수 대법원은 법원이 아니라 정권 수호 기관이다. 김 지사에 대해서도 어떤 판결을 할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1.07 김경수 지사의 어긋난 결백 주장
김경수 경남 도지사가 어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재판부가 법정구속은 하지 않아 곧바로 수형 생활을 하는 것은 면했지만, 중형에 처해졌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재판부는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지사는 선고 직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는데, 법원의 지적을 겸허히 되새겨 보기 바란다.
항소심, 여론조작 공모 ‘의심없이 증명’ 판단
김 지사, “절대 해선 안 되는 일” 지적 새겨야
1심 모두 뒤집는 정치 판결 나오지 않아 다행
김 지사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부분은 ‘드루킹’이라고 불린 김동원씨 일당과 함께 지난 대선 관련 여론조작을 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줄곧 공모한 적이 없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법원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고, 김 지사가 제시한 기사에 이들이 ‘댓글 작업’을 했다는 것을 공모의 증거로 봤다. 또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이 아지트로 삼았던 일명 ‘산채’에 방문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작동시키는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는 산채에는 갔지만 시연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김씨 등의 진술과 디지털 기록 등을 김 지사의 시연회 참관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이 피고인에게 킹크랩에 대해 브리핑했다는 사실이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백번 양보해 김 지사 주장대로 김씨 일당이 전문 프로그램까지 써 가며 인터넷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조작하는지는 몰랐다고 해도 그들이 다수의 인력을 동원해 대통령 선거 관련 인터넷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아 여론을 움직인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강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그런 사실을 몰랐다면 김씨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선거 관련 기사의 인터넷 링크를 전달하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한 선거 운동으로 한창 바쁜 시기에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산채에까지 직접 간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괴이한 행동이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조작은 공동체 존립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시민의 뜻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왜곡되면 나라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선거 국면에서의 여론조작은 더욱 용납할 수 없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그래서 법원은 이미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선거 관련 댓글 작업에 관여한 이들에게 중한 책임을 물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과 경찰의 여론 조작을 국기 문란 행위라고 규정했다. 드루킹 일당이 벌인 일은 국정원이 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 기관이 아니라 개인의 모임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제 사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못 밖은 것은 바로 이런 뜻에서다.
사실 이번 재판은 많은 국민의 우려 속에서 진행됐다. 1심 판결 뒤 항소심 선고까지 이례적으로 1년 11개월이 걸렸다. 항소심 재판 도중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서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을 제외한 두 명의 판사가 교체됐다. 이에 따라 1심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정치적 판결’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제 법원은 김씨가 제시한 인물을 김 지사가 일본 센다이 총영사로 천거했던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에게 인사를 통해 대가를 치르려 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기에 판결에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여론 조작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사법부 신뢰 측면에서 매우 다행스럽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빨리 내려주기 바란다. 1, 2심 법원이 공히 실형을 선고한 피고인이 지사 자리를 지키며 임기를 거의 다 채우게 하는 것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중앙일보 사설
11-07 ‘대선 댓글 조작 공모’ 2심도 유죄, 김경수 지사 사퇴해야
서울고등법원이 어제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유죄 판단을 내리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다는 사실은 여러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된다면서 김 지사가 드루킹과 공모 관계였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정했다.
김 지사 측은 항소심에서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 당일 닭갈비를 시켜먹은 영수증 등 새로운 증거자료를 내놓고 시연 참관을 완강하게 부인하며 반박했다. 그 바람에 새 증인이 출석하고 특검 측과 공방이 오가는 바람에 항소심 재판은 1년 8개월이나 걸렸다. 하지만 시연 참관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는 텔레그램 비밀 대화, 시그널 메신저 채팅 대화,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 수십 가지에 이른다.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고 법률 적용이 제대로 됐는지 따지는 법률심이다.
김 지사는 수많은 증거로 뒷받침된 법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혐의를 부인만 할 게 아니라 늦었지만 국민에게 사죄하고 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김 지사는 사건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의 핵심이자 문 후보의 최측근 인사였다.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동원해 포털사이트에 오른 기사 댓글들에 9971만 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한 행위에 김 지사가 관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문 대통령이든 당시 문 후보 캠프를 대표하는 누구든 상대 후보들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더구나 2012년 대선 때 국가정보원이 댓글 조작을 했다가 단죄를 받은 상황이었는데도, 댓글 조작에 대선후보 캠프의 핵심 인사가 관여한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김 지사가 2018년 드루킹이 추천한 인사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을 그해 지방선거와 연관짓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지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대선 때의 댓글 조작에 대한 뒷거래였음은 재판부도 부정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판결 직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반발했지만, 애초에 드루킹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고발했던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였을 때의 민주당이다. 민주당 소속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공백이 생긴 데다 김 지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아 지방행정에 큰 차질을 불러온 점을 깊이 반성하는 것이 공당이자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11.10 “문재인 대표님 연설 반응은요?” 김경수 문자가 김경수 잡았다
2심 판결문 유죄 근거 살펴보니
김경수 경남지사 2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가 운영하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에 대해 단순한 지지자 모임을 넘어선 ‘긴밀한 협력관계’라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드루킹의 댓글 조작 활동에 대한 김 지사의 공모를 인정했다.
9 일 공개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판결문에서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된 소셜미디어 대화 내역이 상세히 드러나 있다. 이들 대화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활동을 두고 이뤄졌다.
◇ 文 기조연설문, 김영란법 언급 두고 긴밀한 대화
그중 하나가 2017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조연설문 내용에 대한 것이다. 김 지사는 그해 1월 17일 보안성이 높은 소셜미디어로 알려진 ‘시그널’ 비밀대화방을 통해 드루킹에게 “오늘 문 대표님 기조연설에 대한 경공모 회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대해 드루킹은 “와서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이미 당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기조연설에는 드루킹이 전달한 문서에 적힌 ‘소액주주의 권한강화, 전자투표제 시행’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 중에는 문재인 대표의 ‘김영란법’에 대한 언급 부분도 있었다. 드루킹은 2017년 1월 8일 김 지사에게 “문 대표님의 김영란법 관련 발언 중'예외'에 대한 내용은 저쪽에서 공격하기 좋은 소재이고 지지자들도 혼란스러워 하는 만큼 명확한 추가 해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다음날 “김영란법은 농수축산 농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씀하신 것이니 이해해 달라”며 “구체적인 해법은 만나서 상의하자”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2017년 3월 캠프 인사 영입을 둘러싸고 빚어진 사과문 게시에도 경공모가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남인순 의원의 캠프 영입을 두고 30대 젊은 남성들이 그를 극렬 페미니스트라며 반발했다. 이에 김 지사가 문재인 후보의 입장을 대변하다가 큰 비난을 받았다. 이후 김 지사는 ‘오유’(오늘의 유머)사이트에 “회원 여러분, 김경수입니다”란 사과문을 게시했는데, 그 14분 전 드루킹이 경공모 텔레그램 방에 해당 사과문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한 김 지사가 사과문을 게시하기 전 그와 통화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재판부는 경공모가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활동을 활발히 해 왔다고 판단했다. 경공모 회원들은 드루킹의 지시로 2016년 12월 별도 블로그를 만들어 1470개에 달하는 문재인 후보 홍보글을 올렸다. 대선 이후에도 드루킹의 지시로 팬카페 ‘우경수(우유빛깔 김경수)’를 개설해 1400명의 회원이 가입된 팬카페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연설문 내용이나 김영란법 견해표명을 두고 상의한 게 이 사건 공소사실인 ‘댓글 추천수 조작’과 직접 연관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경공모는 단순한 지지모임에 불과하다’는 김 지사측 주장과는 달리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댓글 추천수 조작이 이뤄졌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10번 만남 중 6번이 대선기간에 집중
재판부는 드루킹과 경공모의 만남 시기에도 주목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대선 기간에 집중돼 있었다”는 것이다. 김 지사와 드루킹의 만남은 총 10번인데 이중 여섯 번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2016년 11월부터 대선 직후인 2017년 6월이었다. 재판부는 “김 지사는 다른 지지모임의 경우 만남 요청이 들어와도 바쁘다는 이유로 대부분 연기했지만 드루킹과는 상당히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해 왔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댓글 활동을 대선 후에도 이어가 달라고 드루킹에게 부탁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가 (이와 같은 말과 행동으로) 드루킹의 범행 결의를 강화시킨 만큼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대선 앞둔 댓글활동인데 ‘업무방해’만 유죄
드루킹과 경공모의 이 같은 대선 개입과 여론 조작은 공직선거법이 아닌 ‘컴퓨터 장애 업무방해’가 적용됐다. 공직선거법은 김 지사가 2018년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드루킹 측에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한 부분에만 적용됐다. 재판부는 ‘후보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았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선 직후인 2017년 6월 드루킹이 문재인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 준 대가로 김 지사가 드루킹 측근을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선거법 공소시효(6개월)가 지나 기소되지 않았다.
11.10 김경수 잡은 허익범 특검 "증거 1333개, 유죄 확신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허익범 특별검사. 정진호 기자
'친문(親文)' 핵심인사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 이어 지난 6일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동원(필명 드루킹)씨와 공모해 지난 대선을 앞두고 포털 기사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가 인정됐다. 2018년 6월 특검이 출범한 지 2년 5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2심 유죄 끌어낸 특검 인터뷰
카드 영수증 등 객관적 증거로
김 지사 방문 때 킹크랩 구동 입증
대통령 측근 수사 당연히 부담돼
특검보 후보 수십명이 합류 거절
문재인 정부 들어 첫 특별검사로 임명돼 김 지사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를 8일 오후 서울 한 식당에서 만났다. 특검 출범 이후 허 특검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허 특검은 특검팀 출범 첫날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댓글조작과 공직선거법 위반의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모두 인정했다는 게 2심 판결의 가장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의 얘기대로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김 지사 판결 선고문을 읽는 1시간여 동안 ‘객관적’이라는 표현을 12차례 사용했다. 객관적 증거로 김 지사가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를 본 사실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허 특검은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만 1333건”이라며 “증거를 따라갔기 때문에 2심에서 김 지사가 무죄를 받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심 선고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나.
재판장이 선고 공판을 시작하면서 "법원 재판이라는 건 기소 사실을 판단하는 것뿐이다"라고 얘기했을 때 유죄 선고를 확신했다. 억지로 진술을 짜 맞춘 적 없고, 객관적 증거도 충분했기 때문에 1심과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유무죄보다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다는 것에 특히 의미가 있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이 공식적인 이름인데, 진상규명이 모두 이뤄졌다는 뜻 아니겠나.
다만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하긴 했지만) 공직선거법은 무죄가 나왔다. 재판부의 법리 해석이 특검팀과 달랐다.
-공직선거법 위반을 무리하게 적용한 것 아닌가.
2017년 6월 드루킹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를 일본 대사로 임명해달라고 김 지사에게 청탁했지만 거절됐다. 이후 오사카 총영사직을 다시 청탁하자 김 지사가 청와대에 도 변호사 이력서를 전달했다. 그해 12월 오사카 말고 센다이 총영사는 어떻냐고 김 지사가 드루킹에 역으로 제안했다. 여기까지 2심에서도 모두 사실로 인정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총영사 등 공직을 대가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자가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게끔 댓글 작업을 하더라도 특정 후보자를 지정하지 않으면 무죄라고 봤다. 이러면 선거운동 인정 범위가 너무 좁아진다. 이에 대한 명확한 판례가 아직 없는 만큼 해외 판례까지 모두 찾아 대법원에서 다퉈볼 생각이다. 수사팀은 특정 정당의 당선을 위한 건 선거운동이라고 본다.
일단 시연회 날짜 특정이 어려웠다. 드루킹이 2016년 10월쯤 시연회를 했다고 했는데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 했다. 김 지사가 경공모 아지트인 ‘산채’에 오는 날이었기 때문에 회원이 많이 모였을 것이라고 보고 경공모 카드를 음식점에서 쓴 날짜를 추렸다. 11월 9일 닭갈비집에서 15만원을 쓴 내역이 그 과정에서 나왔다.
그날 저녁 김 지사 운전기사가 경공모 산채 인근에서 카드를 쓴 내역도 나왔다. 네이버 등 포털에서 ‘킹크랩’을 구동한 로그기록 날짜와 시간도 김 지사가 산채에 있던 시간과 맞아 떨어졌다. 증거를 놓고 거기에 진술을 맞춘 게 아니라 객관적 증거가 여러 명의 진술과 일치했다. 킹크랩 시연회를 김 지사가 봤다고밖에는 설명이 안 됐다. 김 지사 측에서 닭갈비를 먹느라 시연회를 볼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닭갈비 영수증은 오히려 시연회 날짜를 특정한 결정적 근거였다.
-실형 선고했지만, 법정구속은 피했는데.
1심에서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을 때 정치권에서 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해할 수 없었다.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며 구속하지 않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 특히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사실심의 종결인 2심에서 실형을 받은 피고인을 법정구속하지 않는 경우를 거의 못 봤다. 김 지사가 현직 도지사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한 게 아니겠나.
-공판이 2년이나 이어졌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김 지사 한 사람을 태평양, LKB 같은 대형로펌과 10명 넘는 변호사가 변호했다. 특검 공판팀은 경력이 짧은 변호사(특별수사관) 6명이 전부다. 그마저도 2명 외에는 공판 과정에서 새로 참여한 사람들이다. 수사 내용을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수사에 참여했던 파견검사들은 모두 복귀했다. 특검보 3명도 공판 과정에서 전부 바뀌었다. 변호인 의견서가 쏟아지는데 전부 검토하고 반박하느라 우리 팀 변호사들이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다. 테라바이트(TB) 단위의 방대한 디지털 증거를 전부 분석하고 정리하는 일에 변호사 6명이 애를 많이 썼다.
-대통령 측근 수사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당연히 부담됐다. 사실 특검 임명 전까지 김 지사나 드루킹 사건에 대해 알지 못 했다. 특검 임명도 생각 못 한 일이었다. 특검 추천 후보가 많을 줄 알고 별생각 없이 수락했다. 그런데 변호사협회에서 국회에 추천한 4명에 내가 포함돼 있더라. 그래도 다른 후보 3명의 경력에 미치지 못해서 임명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하게 특검직을 맡았지만, 일단 맡은 일이니 부족함 없이 진상을 규명하고자 했다.
특검보 임명과 검찰‧경찰 등 기관에서 파견을 받는 게 어려웠다. 박영수 특검 때는 지원자가 많았다고 하더라. 드루킹 특검은 정권 초에 꾸린 특검이어서 그런지 대부분 불편해했다. 특검보를 내가 추천해야 해서 수십명한테 전화를 돌렸는데 거의 거절당했다. 파견검사도 13명 중 2명은 특검 준비기간 20일이 끝나고 수사가 개시된 첫날에야 합류했다. 그만큼 부담이 큰 수사였다. 대법원에서도 끝까지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가겠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11월 10일 秋 해체한 ‘울산시장 선거’ 수사팀 ‘이진석 혐의 확인’ 보고서 남겼다
청와대 개입 의혹 관련
사실상 기소의견 내용 담겨
이성윤, 3개월째 결정미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팀이 지난 8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로 해체되면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의 선거개입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는 취지의 수사 보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새로운 수사팀은 수사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3개월이 넘도록 기소 여부 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 수사팀은 지난 8월에 이뤄진 검찰 인사이동 직전에 이 비서관과 기소되지 않은 여타 관련자들에 대한 혐의와 법리 검토 등을 담은 수사 보고서 형식의 파일을 작성해 후임 수사팀에 남기고 떠났다.
수사 보고서에는 “이진석 비서관의 선거개입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는 취지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구성원 대부분도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 출신의 이 비서관은 지난 1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영전했었다.
검찰은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가 지난 2017년 10월 청와대 근처에서 장환석 대통령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이 비서관을 만나 산업재해모(母)병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발표를 자신들이 공약을 수립할 때까지 늦춰 달라고 부탁했던 만큼 이 비서관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불과 20일 앞둔 5월 기획재정부는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공약인 ‘산재모병원’이 예타에서 탈락했다고 결론을 내렸고, 송 후보는 TV토론회 등에서 이 같은 점을 내세우며 김 시장을 몰아세웠다.
당시 검찰은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 청와대 관련자들의 개입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송 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한병도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이진석 비서관, 장환석 선임행정관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타 결과 발표를 결정했다”고 기재돼 있다. 검찰은 당시 정책 결정에 관여했던 한 전 정무수석과 장 전 행정관을 기소했지만 이 비서관만큼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이와 관련, 이 비서관의 추가 기소 여부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관련 재판 경과 등을 고려해 처분 시기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11.11 ‘靑 울산 선거 공작’ 수사는 뭉개고 재판은 질질 끌고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검찰 수사팀이 석 달 전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선거 개입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남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수사팀은 지난 8월 학살 인사로 공중 분해됐는데 인사 이동 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관련 혐의와 법리 검토 결과 등을 정리해 보고하면서 이씨를 기소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지검장과 새 수사팀은 지금까지 기소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대놓고 뭉개고 있는 것이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서울중앙지검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명색이 검사라면서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울산 선거 공작은 대통령 친구를 시장으로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7개 부서가 총동원돼 벌인 일이었다. 청와대 핵심 실세들이 여당 후보 공약을 만들어주고, 여당 내 경쟁 후보를 매수하려 하고, 야당 후보 주변 비리 첩보를 경찰에 내려 보내 수사를 지시했다. 청와대의 청부를 받은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그 사무실을 덮쳐 선거에 흙탕물을 끼얹었다.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검찰은 지난 1월 송 시장 등 관련자 13명을 1차로 기소하면서 추가 수사는 총선 이후 재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당이 선거에 압승하자 수사가 완전히 멈춰섰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7개월째 아무 소식이 없다. 기소된 13명에 대한 법원 재판도 10개월째 공판 준비기일만 진행되면서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장이 일부러 재판을 지연시키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 모든 것이 선거 공작을 덮기 위한 또 하나의 ‘공작’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2021
01.23 ‘울산 선거 공작’ 기소 1년, 정권의 총력 저지에 멈춰 선 수사·재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작년 1월 29일 검찰이 기소한 후 1년이 다 돼 가는데 추가 수사와 재판이 한 치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정권의 총력 저지에 꽉 막힌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청와대의 조직적 범죄다. 대통령 비서실 내 일곱 조직이 후보 매수, 하명 수사, 공약 지원 등 선거 범죄에 군사작전식으로 뛰어들었다.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경찰이 그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며 흙탕물을 끼얹었다. 정권 차원의 범죄를 부른 것은 30년 친구 송철호의 당선을 보는 게 “소원”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였다. 그 친구는 당선됐고 야당 후보 사무실을 급습한 경찰 책임자는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검찰 수사로 송 시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13명이 기소됐다.
선거 공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다.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공소장에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수십 번 나왔다. 그래서 수사를 막는 일에도 정권이 총력전을 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 검사들을 인사 학살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지휘권 발동 세 번, 직무 정지와 징계 청구를 했다. 추 장관 배후에 있던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 윤 총장 징계를 직접 재가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에 대한 추가 수사는 대통령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뭉개고 있다. 수사팀은 작년 1월 13명을 기소하면서 추가 수사는 총선 이후 재개한다고 했다. 수사팀이 총선 이후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추가 기소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지검장이 묵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수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대통령 앞에서 수사가 멈춰 선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에 대한 법원 재판은 피고인 측이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 검사와 피고인이 법정에 나와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은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피고인들의 혐의가 연결돼 있는데도 변호인들은 증거를 피고인별로 구분해 달라며 시간을 끌었다. 법조계에선 “이런 거로 1년을 끄는 재판은 처음 본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재판장이 사실상 방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교사 채용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 동생에게 돈을 전달한 공범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면 처음부터 다시 재판해야 한다. 1심 판결이 언제 나올지 짐작도 안 된다.
정권이 총동원돼 불법을 저지르더니 이 불법을 덮는 데도 정권 전체가 달라붙었다. 지난 한 해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 법과 규정을 짓밟은 법무장관, 그를 둘러싼 한 줌 충견 검사들, 그리고 정권과 코드를 맞춘 법원이 함께 손을 잡았다. 이 저지 작전을 지휘하는 사령탑이 누구인지는 물어볼 것도 없다.
조선일보 사설
02.25 김경수 2심 실형 나온날...김명수, 판사에 “부담 덜었다” 무슨 뜻?
金대법원장도 주심 판사도 “확인 어렵다”… 아니라고 부인은 안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작년 11월 ‘대선 댓글 조작’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항소심(2심)의 실형 선고가 난 직후 이 사건 주심(主審)이었던 김민기 부장판사에게 전화해 “2심 판결로 대법원이 부담을 덜게 됐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얘기가 법원 안에서 퍼지고 있다. 이 같은 대화가 있었는지 묻는 본지 질문에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 공보관을 통해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도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다”고 했다. 이상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아니다”라고 부인하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 상고가 확실했던 김 지사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장이 당시 이런 말을 했다면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경수 경남지사 혐의 및 1,2심 판단
서울고법 형사 2부(재판장 함상훈)는 작년 11월 6일 항소심 선고에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가 지난 대선 때 ‘드루킹’(필명) 김동원씨 일당에게 대규모 댓글 조작을 지시해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고, 이 ‘댓글 조작’을 대가로 드루킹 측근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김민기 부장판사는 이 항소심 재판에서 쟁점을 정리하고, 판결문 초안(草案)을 쓴 주심 판사였다.
여러 법원 관계자들은 “이 선고 직후 김명수 대법원장이 주심인 김민기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수고했다. 2심 판결로 대법원이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말했다는 ‘대법원 부담 경감’ 발언의 정확한 취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원 안에선 이 발언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대법원이 ‘김경수 무죄’ 선고를 하는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는 뜻이란 해석이다.
이 사건 1심은 2019년 1월 김 지사의 업무방해 혐의뿐 아니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런데 2심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이 정확히 누구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업무방해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무죄 선고하게 된다면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업무방해 부분만 파기하면 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을 덜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반대 해석은 2심도 김 지사 사건의 핵심 혐의인 업무방해 부분을 유죄로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2심 판단을 수용해 ‘김경수 유죄’를 선고하는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들은 “어떤 식으로 해석하든 큰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발언”이라고 했다. 김 지사 사건은 작년 11월 6월 항소심 선고가 난 뒤 같은 달 20일 대법원에 상고됐다. 현재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대법원의 3개 소형 재판부 중 하나인 제3소부(小部)에 배정됐고, 주심은 이동원 대법관이다. 이 사건은 여권의 차기 대선 구도와도 맞물려 있어 향후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인 김 대법원장이 이 사건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듯한 발언을 일선 판사에게 해 대법원 재판 신뢰를 크게 훼손할 여지를 스스로 만들었단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특히 아끼는 판사”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이다. 2018년 김 대법원장이 ‘사법 개혁’을 논의하라고 대법원에 만든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에 김 부장판사는 단원으로 참여해 중추적 역할을 했다.
03.10 ‘우리 편’만 찾는 권력의 뇌 구조
사정 기관에 줄줄이 ‘우리 편’만… 부정과 비리 ‘자정’ 기능 사라져
정권 불법 덮는 ‘권력형 분식 회계’ 머리 숨긴다고 몸통 감출 수 없어
‘사람의 뇌(腦)는 독재자’라고 뇌과학은 설명한다.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뇌는 팩트와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잘못된 고정관념과 편견에 들어맞는 정보만 받아들인다. 꼭 알아야 하지만 불편한 진실에는 귀를 막는다. 이런 증세는 전염된다. 사고방식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우리만 옳다’는 확신을 키운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입을 틀어막거나 밖으로 몰아내버린다. 조직이 속부터 썩어도 경고음조차 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위기는 뇌에서 시작한다’고 뇌과학은 경고한다.
요즘 문재인 정권은 권력의 부패를 막아야 할 사정(司正) 기관에 ‘우리 편’만 남기고 있다. 오랜 동지라도 입바른 소리를 하면 싸늘하게 내친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인사를 놓고 법무부장관과 충돌했다. 민정수석은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를 뭉개고 검찰총장 몰아내기에 앞장선 친정권 검사들이 영전·유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법무장관이 ‘왜 우리 편에 서지 않느냐'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권에 맞선 검찰총장 편을 들지 말라는 뜻이다. 대통령은 장관이 올린 인사안에 결재하고 민정수석이 낸 사표는 수리했다. 노무현 청와대, 지난 대선 캠프에서 대통령과 함께 일했고 이 정권에서 국정원 기조실장, 민정수석에 잇따라 발탁된 ‘우리 편’도 눈 밖에 나는 순간 ‘공개 파문’ 당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우리 편’을 가리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정권 호위와 선거 승리다.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우리 편’ 여부가 뒤집힌다. 정권은 검찰을 사냥개로 동원한 이른바 ‘적폐 청산’을 선거에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기소한 검사를 검찰총장에 임명하면서 대통령은 “우리 총장님”이라고 했다. “청와대·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도 했다. 그 검찰총장이 조국 전 장관 일가의 파렴치 범죄를 수사하자 대통령 태도가 돌변했다.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며 차갑게 대했다. 대통령 본인의 말 한마디로 시작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등으로 수사가 번지자 검찰총장 찍어내기 공작이 이뤄졌다. 네 차례 인사 학살, 세 차례 지휘권 발동, 직무 정지가 있었다. 대통령이 직접 징계 의결서에 서명했지만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위법 감찰과 엉터리 징계였다. 마지막으로 정권은 검찰 수사권을 모두 박탈하는 입법을 추진하며 전체 검사들을 겁박하는 작전을 폈다. 검찰총장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던졌다.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권력의 자정(自淨) 장치다. 대통령이 “괜찮다”고 해도 “문제 있다” “안 된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정 기관이 모두 ‘우리 편’으로 채워진 정권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신임 민정수석은 민변 부회장, 노무현 청와대 법무비서관, 문재인 정부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정권 편이다. 법무장관 역시 대통령이 직접 골랐다. 차기 검찰총장에도 정권의 충견을 앉힐 것이다.
작년 뇌물·횡령·배임 등 중대 부패 수사가 저조했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정권이 자신의 불법을 덮으려고 검찰을 찍어 누르면서 국가의 반부패 역량이 위축된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도 수사기관이 적발한 게 아니라 제보로 드러났다. 투기 수사 전문가인 검찰은 수사권을 빼앗겨 손발이 묶였다. 부실 기업 최고경영자는 실패가 폭로되는 게 두려워 분식 회계를 한다고 뇌과학은 풀이한다. 부정과 비리가 탄로 날까 공포에 떠는 정권의 ‘권력형 분식 회계’는 사라져야 한다. 타조가 머리만 숨긴다고 몸 전체를 감출 수는 없는 일이다.
04.10 다음 정부 누가 되든 靑 선거공작 전면 재수사해야
서울중앙지검이 9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혐의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여당이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참패한 지 이틀 만에 사건을 덮어버린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문재인 정권의 최대 범죄 중 하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0년 친구 송철호 시장의 당선을 ‘소원’이라고 했고 청와대 비서실 조직은 하명 수사, 후보 매수, 공약 지원 등 선거 범죄에 군사작전식으로 뛰어들었다. 청와대는 여당 후보 측이 넘겨준 야당 후보 관련 첩보로 경찰에 수사를 하명했다. 경찰은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던 날 그의 사무실을 덮쳤다. 검찰이 ‘증거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는데도 경찰은 막무가내로 기소해달라고 우겼다. 그러면서 피의 사실은 전부 흘려 보도되게 했다. 청와대 핵심 실세들은 여당 후보의 당내 경쟁자에게 총영사 등 공직을 제안하며 후보 매수를 시도했다. 청와대 행정관들은 여당 후보의 공약을 사실상 만들어줬고, 정부는 야당 후보 공약은 무산시키면서 예산 수천억원이 드는 여당 후보 공약에는 타당성 조사 면제 특혜를 줬다. 대통령의 30년 친구는 당선됐고 야당 후보 사무실을 급습한 경찰 책임자는 여당 국회의원이 됐다.
검찰이 청와대 정무수석, 민정비서관, 반부패비서관 출신과 송 시장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한 건 작년 1월이다. 이후 1년 3개월간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은 청와대 앞에서 중단됐다. 정권은 작년 8월 검찰 수사팀을 공중 분해시켰다. 대통령의 수족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 사건을 뭉개는데도 앞장섰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는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런 김 판사를 4년째 붙박이로 두고 이 재판을 맡기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에게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 내 8개 부서가 선거 공작에 나섰는데 비서실장이 몰랐다는 것인가. 민정비서관과 반부패비서관이 관여했는데 직속상관인 민정수석이 어떻게 무관할 수 있나. 민정비서관은 청와대가 경쟁 야당 후보를 수사하라고 경찰에 하명하는 과정에 있었던 것으로 공소장에도 나와 있다. 이런 사람까지 무혐의라고 한다. 소가 웃을 소리다. 선거 뒤 어수선한 틈을 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사건을 덮어버린 것이다.
선거 공작은 민주주의 근간을 파괴하는 범죄다.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공소장에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수십 번 나온다. 다음 정부가 누가 되든 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 그렇게 될 것이다. 이 사건을 덮은 검사·판사도 모두 수사 대상이다.
조선일보 사설
04.12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얼렁뚱땅 끝낼 일인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김태훈 회장(왼쪽 네 번째)과 관계자들이 지난해 2월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지난 9일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을 기소하면서 사건 수사를 끝냈다. 공소장에 청와대 8개 부서가 개입했다고 적시돼 있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임종석·조국·이광철에게 무혐의 ‘면죄부’
수사·기소·재판 방해 의혹 끝까지 밝혀야
앞서 검찰은 2019년 11월 수사를 착수해 지난해 1월 송철호 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했고, 추가 수사에서 기소자는 모두 1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종결은 내용도, 시점도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중대 선거 비리 사건 수사를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직후 슬그머니 종결했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의 공소장에 35회나 언급된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시장 선거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이 청와대 고위직 인사들에게 섣불리 면죄부를 발급하려 했다면 두고두고 불씨를 남기고 궁극적 책임도 벗기 어려울 것이다.
수사 착수부터 기소 마무리까지 거의 1년5개월이 걸렸으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수사팀이 ‘청와대 위선’을 수사하려고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학살 검사 인사’를 통해 수사팀을 공중분해시켰다. 친정부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과 수차례 갈등을 겪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는 지난해 1월 기소 이후 지금껏 공판을 한 번도 열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권력의 지휘로 집요한 수사·기소·재판 방해가 있었다면 반드시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하자 사건 당사자들이 내놓은 반응은 생뚱맞다. 임종석 전 실장은 “의도적 기획”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보궐선거 참패 이후 침묵하던 조국 전 민정수석은 ‘이제서야’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기소 마무리로 온전히 끝났다고 볼 수 없다. 실체적 진실이 아직도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 있다고 여기는 국민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일각에서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겠나. 따라서 공이 법원으로 넘어갔지만, 검찰은 기소 이후에도 진실 규명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미완의 수사’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에서 부정을 저지른 대통령 측근 인사 등이 무려 15명이나 기소된 사건은 그것만으로도 여전히 충격적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의사 출신인 이진석 실장이) 코로나19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기소돼 유감”이라는 반응을 냈다. 유감 표시로 끝낼 게 아니라 국민 앞에 마땅히 고개 숙여 사과할 일이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04월 13일 ‘울산 사건’ 전면 재수사 꼭 필요하다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공명선거는 참된 민주정치 구현을 위한 요체이자 국가와 사회 발전의 초석이다. 따라서 선거부정은 민주정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범죄다. 특히,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민주주의의 적이다.
이 점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수사해 온 검찰이 지난 9일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등만 기소하고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낸 것은 국민을 우롱하고 법치를 말살하는 행위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자리 욕심에 선거 뒤 어수선한 틈을 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사건을 덮어 버린 것 아닌가.
먼저,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관련자는 누가 뭐래도 공소장에 35번이나 언급된 ‘문 대통령’이다. 30년 지기 송철호의 시장 당선을 ‘소원’이라고 했고, 이에 청와대 8개 조직은 하명 수사, 후보 매수, 공약 지원 등 군사작전 식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조사도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재직 중 형사소추 특권이 있지만, 실체 진실을 위해 최소한 서면조사라도 해야 하지 않나.
임종석 전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핵심 인사들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것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비서실 내 8개 부서가 선거 공작에 나섰는데 이를 총괄하는 실장이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번 사건의 스모킹건인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의 2017년 10월 업무수첩에 ‘임 전 실장이 문 대통령을 대신해 송 시장에게 울산시장 출마를 요청했다’고 메모 돼 있고, ‘송 시장이 당선을 위해 임 전 실장 등을 통해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후보(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에게 원하는 공사 자리를 제공하는 선거 전략을 짰다’고 돼 있는데 어떻게 무혐의 처분되는가.
조 전 수석의 경우도, 기존의 공소장에 ‘특히 지방선거 이후 5개월 동안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다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사건의 수사 상황을 확인해 달라는 조 수석의 요청에 따라 관련 사건 보고가 올라왔다’고 적혀 있고,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기소됐는데 직속상관인 민정수석이 무관하다면 허수아비 수석인가.
결국, 이번 수사는 검찰이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오로지 ‘국민’과 ‘법’만 바라보고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파헤쳐 민주주의의 적들을 발본색원해야 함에도 권력의 외압으로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다. 핵심 피의자들에 대해 휴대전화 포렌식은 물론 개인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없었고, 지난해 1월 이후 추가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한 부실 수사다.
이번에 기소된 사건의 경우 기존 사건과 병합돼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는 지난해 1월 기소 이후 지금껏 공판을 한 번도 열지 않아 의혹과 공분을 사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권력의 지휘로 집요한 재판 방해가 있었다면 반드시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에 의해 은폐된 진실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죽은 권력’이 되면 반드시 드러난다는 게 역사에 의해 검증된 진리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이든 특검이든 전면 재수사를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문화일보
04월 14일 靑 3人 불기소 결정문과 ‘울산 공작’ 전면 재수사 당위성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연루 혐의를 받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에게 불기소 처분을 하면서 결정문에 ‘순차 의사 전달을 통해 범행에 가담한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적시했다. 이미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등 14명의 진술과 증거에 비춰보면 이들 3명도 기소해야 할 의혹이 충분하지만 외압 등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기록인 셈이다. 본안은 물론 수사 방해까지 포함해 전면 재수사해야 할 당위성이 더 분명해졌다.
검찰이 지난 9일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기소하고 3인을 불기소하기로 하면서 울산 공작 사건 수사는 ‘몸통’에는 접근도 하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났다. 그러나 의혹은 더 커졌다. 우선, 공소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35번 언급되고,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8개 조직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다.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의 2017년 10월 업무수첩에 ‘임 전 실장이 문 대통령을 대신해 송 시장에게 출마를 요청했다’고 기재돼 있고,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에게 원하는 자리를 줄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여기에 조 전 수석도 관여했고, 이 비서관은 하명 수사에 개입한 의심은 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친정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사건 전반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방해했고, 지난해 8월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통해 수사팀을 아예 해체했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 넘게 재판을 열지 않다가 5월부터 심리하겠다고 해 놓고선 휴가를 낸다고 한다. 반드시 규명돼야 할 전방위 법치 농락이다.
문화일보 사설
05.10 16개월 만에 ‘선거 공작’ 첫 공판… 덮고 감춰도 불법은 드러난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정식 재판이 오늘 열린다. 이 사건을 검찰이 기소한 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하게 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식의 사법 처리 지연은 처음 본다”고 한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문재인 정권의 최대 불법 혐의 중 하나다. 선거 공작은 민주주의 근간을 파괴하는 범죄다. 문 대통령은 ’30년 친구'인 송철호 시장의 당선을 ‘소원’이라고 했고 청와대 비서실 내 8개 조직이 선거 범죄에 뛰어들었다. 청와대 핵심들은 여당 후보의 당내 경쟁자에게 총영사 자리를 제안하며 출마 포기를 유도했다. 청와대 비서진은 한편에선 야당 후보 공약을 무산시키는 공작을 벌이며, 여당 후보 공약에는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던 날 경찰은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야당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대통령 친구는 당선됐다. 야당 후보 사무실을 덮친 경찰 책임자는 집권당 공천을 받고 금배지를 달았다.
대통령 친구 당선을 위해 정권이 총동원돼 불법을 저지르더니 이 불법을 덮는 데도 정권 전체가 뛰었다. 검찰이 청와대 정무수석, 민정비서관, 반부패비서관 출신과 울산시장 등 13명을 첫 기소한 것은 작년 1월이다. 그러자 정권은 법무장관을 앞세워 수사 검사들을 인사 학살하고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지휘권, 징계 추진 같은 무리수를 서슴지 않았다.
법원도 불법 덮기에 가담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를 4년째 붙박이로 두고 이 사건 재판을 맡겼다. 대법원장 시켜준 정권에 대한 보은이다. 김 판사는 1년 3개월간 공판을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공판 날짜가 정해지자 김 판사는 돌연 휴직했고 대법원장이 허가했다. 새 판사가 왔지만 기록을 처음부터 읽어야 하기 때문에 재판은 또 늦어질 것이다.
정권이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덮고 감추려 벌여온 일들은 범죄의 심각성을 역으로 보여준다. 정권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이 사건을 뭉개려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권력도 영원히 불법을 덮을 수는 없다.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오게 돼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11 공소장엔 대통령 35번...檢 “靑·경찰, 공약 만들고 경쟁자 제거”
[靑선거개입 의혹 재판]
당선 도우려 靑 8개 부서 동원 혐의
송철호 “검찰이 없는 죄 만들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김지호 기자
10일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첫 재판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의 ‘예고편’이란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검찰은 이날처럼 향후 법정에서 여러 증거들을 공개하며 현 정권의 ‘부정선거’ 혐의를 집중 부각할 것이고, 피고인인 15명의 여권 핵심 인사들은 이를 부인·반박하면서 이 재판이 대선 정국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작년 공개된 공소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35번 언급되기도 했다.
양측은 이날 재판 시작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 주변에선 “10일 첫 재판에서 수사팀이 이 사건의 본질에 관한 선명한 메시지를 낼 것”이란 말이 돌았다. 작년 1월 기소된 이후 처음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사건 관련자들도 재판에 앞서 “삼류 정치 기소”(송철호 시장) “법정에 서야 할 사람은 검찰”(황운하 의원)이라며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 친분으로 공약 수립” 對 “사실무근”
이날 법정의 피고인석엔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 등 15명과 이들의 변호인 20명이 앉았다. 변호인 일부는 자리가 없어 방청석에 앉았다. 맞은 편 검사석엔 이 사건 수사 검사 10여명이 앉았다. 간간이 기침 소리만 들릴 뿐 법정엔 정적이 흘렀다.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 오른쪽 벽면에 대형 스크린이 펼쳐졌다. 검찰은 PPT(파워포인트)를 스크린에 띄워 공소 사실을 발표했다. 검찰은 PPT를 통해 청와대와 경찰, 정부 부처가 문 대통령과 가까운 송철호 시장의 당선을 위해 ①송 시장의 공약을 설계해주고 ②그의 당내 경쟁자를 제거했으며 ③본선 경쟁자인 야당 후보를 수사했다고 했다.
검찰은 ‘공약 설계’와 관련 “송철호 캠프는 송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친분을 토대로 송 시장만 내세울 수 있는 공약들을 수립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기재부가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의 ‘공공병원’ 공약은 지원해주고,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산재모(母)병원’ 공약은 2017년 말 이미 예비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일부러 선거 20일 전인 이듬해 5월에 ‘예타 심사 탈락’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선거 직전에 심사 결과가 발표돼 김기현 후보는 무방비 상태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그러나 송 시장 측 변호인은 “송 시장이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긴 했지만 공약 지원을 부탁한 적이 없다.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한다”고 맞받았다.
◇“靑·경찰, 표적 수사” 對 “검사 의견”
검찰은 또 “송철호 캠프는 가장 유력 경쟁자인 김기현 후보를 적폐 세력으로 몰려고 청와대와 경찰을 동원해 김 후보자에 대한 표적 수사, 하명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자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었던 황운하 의원은 “하명 수사가 아니라, 정상적인 토착 비리 수사였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청와대의 ‘당내 경쟁자 정리’에 대해선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송철호 당선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는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직을 제안하며 출마 포기를 말했다”고 했다. 이어 “선거는 대한민국 공정, 정의 실현의 무대이고 공직선거법은 그 룰이다. 그 무대 위에서는 작아 보이는 것이라도 못 받는 사람에게는 불공정의 씨앗, 불이익이 된다”며 “그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변호인단은 “검사가 공소 사실이 아닌 자기 의견을 말했다. 재판부가 예단(豫斷)을 가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이 “공소 사실이 딱딱해 이해를 돕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자, 변호인은 즉각 “그게 바로 (잘못된) 예단”이라고 맞섰다. 어느 한 쪽도 물러서지 않자 재판부가 나서 “검찰은 (진술할 때) 의견을 빼달라”고 했다.
◇현 재판부, 김미리 부장판사 우회 비판
이 사건 재판부는 이날 재판 말미에 “원래 재판 준비 절차를 하면서 증거 채택 여부는 정리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게 안 됐다”며 “공판 기일(본재판)을 진행하면서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고 했다. 법원 안에선 “병가를 간 김미리 부장판사가 그동안 1년 넘게 ‘공판준비 기일(재판 준비)’을 진행하면서 당연히 정리했어야 할 증거 채택 문제도 정리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
05.27 공소시효 끝이란 송철호·송병기, 주호영이 얼떨결에 찾은 반증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에서 검찰이 주목한 판례가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재정신청 결정문이다. 결정문에는 재판의 주요 쟁점인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와 관련한 검찰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법리가 담겨 있다.
"공무원 선거개입 범죄 공범
非공무원도 공소시효=10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한 혐의를 받는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윗줄부터)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 vs 10년’
이 재판에서 핵심 피고인인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측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시점에는 비공무원 신분이었으므로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인 6개월이 지나 기소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공무원과 공범인 경우엔 공소시효가 10년”이라고 맞서고 있다.
실제 공직선거법 제268조 1항에 따르면 공무원이 아닌 사람의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다. 하지만 같은 법 3항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하여 위반한 경우 공소시효는 해당 선거일 후 10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측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공무원 선거개입 범죄는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구분 없이 10년 공소시효가 적용돼야 한다”며 “하급심에서도 공무원의 공범인 비공무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268조 3항에 따라 공소시효 연장 효력을 미친다는 취지로 판시된 사실도 있다”고 강조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판례 발목 잡을까
검찰이 의견서를 통해 제시한 하급심 판례는 지난해 10월 29일 나온 오 전 시장에 대한 재정신청(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 결정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결정은 검찰이 오 전 시장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자 주호영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가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면서 나왔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오 전 시장의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해 10월 15일까지도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성추행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오 전 시장은 21대 총선 직후로 사퇴 기자회견 시점을 조율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를 받았다.
“비공무원 공소시효 연장 효력 있다”
부산고등법원은 해당 재정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민의힘 측은 재정신청서를 내면서 공직선거법(제268조 1항)에 따라 공소시효를 선거가 있던 지난해 4월 15일 이후 6개월까지로 규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268조 제3항에 따라) 오 전 시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범행의 공소시효는 2030년 4월 15일”이라며 선거일로부터 10년이라고 못 박았다. 함께 고발당한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에 대해서도 “(같은 조항의) 입법목적, 규정취지, 문언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공범인 비공무원도 공소시효 연장의 효력이 미친다”며 “비공무원인 피의자에 대해 (공소시효 6개월을 적용한 것을) 전제로 한 재정신청은 법률상 방식에 위배된다”고 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에서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다”는 검찰 측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무원과 공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의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지만 고등법원의 유사한 사례가 있다는 건 참고할만한 지점”이라며 “부정선거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공직선거법 268조 3항이 가지는 의미는 공무원 선거 관여는 엄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05.28 4년 내내 선거운동 한 文, 그 피해자 면전서 “선거 불공정은 기우”
문재인 대통령이 “내가 특정 정당 소속이라 불공정하게 선거 관리한 게 없다”며 “당적을 보유했다고 해서 불공정하다는 것은 기우”라고 했다. 여야 대표 청와대 오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선거 관리 우려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비서실 내 일곱 조직이 개입한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의 피해 당사자다.
검찰은 청와대 선거 공작을 ‘부정선거의 종합판’이라고 했다. 지금 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문재인 청와대 인사만 5명이다. 대통령 최측근인 백원우, 한병도씨가 포함돼 있다. 검찰은 조국, 임종석, 이광철씨 등 다른 대통령 측근에 대해서도 “범행에 가담한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송철호 울산시장은 대통령의 30년 친구다. 그에게 출마를 권유한 것도 대통령이었다. 검찰은 당선을 바라는 대통령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측근들이 하명 수사, 공약 지원, 후보 매수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고 했다. 공소장에 ‘대통령' 단어를 마흔 번 가까이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공작 책임자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최대 피해자는 김 원내대표였다. 공천장을 받는 날 경찰의 사무실 압수수색으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당은 김 대표에게 흙탕물을 끼얹은 경찰 책임자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그런 피해를 당한 김 대표 면전에서 문 대통령이 “선거 불공정은 기우”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렇지만 오해가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도록 그 뜻을 담당자에게 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 자신이 선거 공작 책임자인데 무슨 담당자에게 무엇을 전하겠다는 것인가. 임기 끝나는 날까지 유체이탈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당·정·청 핵심 인사들과 함께 부산에 내려가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었다. 사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한 일은 선거운동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울산시장 선거 공작 수사를 억누르고 재판까지 질질 끌면서 선거가 다가오자 다시 부산시장 선거운동을 했을 정도다. 이러니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김대업 공작’ 같은 큰일을 꾸미고 있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21 ‘댓글 조작’ 김경수 징역 2년 확정…지사직 박탈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시스
대법원이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포탈사이트 기사 8만여건의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54)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21일 확정했다. 허익범 특별검사가 2018년 8월 24일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한지 1062일 만이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김 지사에게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는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52·수감 중) 일당의 조직적인 댓글 조작에 본질적으로 기여한 공동정범이라는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는 “김경수가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직접 본 뒤 운용에 동의했다”면서 “이후 댓글 조작 결과물을 보고받거나, 작업을 원하는 기사 링크를 보내주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을 지속하는데 가담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 측은 상고심에서도 “단순히 수작업으로 하는 ‘선플 활동’인 줄 알았다. 킹크랩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제공진화모임 강의실에서 킹그랩 시연을 본 사실이 개발자의 네이버 아이디 로그 기록 등으로 확인된 점을 대법원도 그대로 인정한 것.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2심은 김 지사가 2018년 6월 지방선거 선거운동을 돕는 대가로 드루킹 일당에게 관직을 제안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지방선거 후보가 특정되지 않아 처벌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서 김 지사는 즉시 지사직을 잃고 남을 형을 채우러 교도소에 들어가게 됐다. 김 지사는 1심에서 법정 구속된 후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만큼 앞으로 1년 9개월여 형기를 채워야 한다. 김 지사는 형 집행 종료 후에도 5년간 선거에 나갈 수 없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07.22 ‘댓글 조작’ 김경수 유죄 확정… 지체된 정의, 훼손된 정통성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실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어제 댓글조작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4년 2개월여 만의 ‘지체된 정의’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공보 특보 역할도 했던 최측근 인사의 불법적인 댓글조작 가담이 법원에 의해 인정되면서 임기가 거의 끝나가긴 하지만 문 정권의 정통성은 크게 훼손되게 됐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김동원(일명 드루킹) 씨 사이에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조작 범행에 관해 공동 의사가 존재했고,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 지배가 존재한다”는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공동 의사, 본질적 기여, 행위 지배 등을 통한 ‘공모공동정범’이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여권으로선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 병풍 공작’에 이은 또 하나의 불명예스러운 대선 흑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2012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장 등이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지난 대선에선 민간 조직이 동원된 댓글조작 사건이 자행된 것이다. 당시 문 후보를 추격하던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MB아바타론’이 확산된 게 단적인 예다.
김명수 대법원의 재판 과정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드루킹 연루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공천을 받아 당선된 김 지사가 특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게 2018년 8월이다. 약 3년 만에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이다. 드루킹 김 씨는 올 3월 징역 3년을 채우고 이미 만기 출소했다.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느냐 여부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고 해도 법원, 특히 2심 재판부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판단을 미뤘다는 비판은 타당하다.
청와대는 “입장 없다”는 반응만 내놨다.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돼 온 ‘친문 적자(嫡子)’의 대선 기간 댓글조작 유죄 확정은 공적인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법원 판결에 대한 존중과 함께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게 마땅한 도리다. “불법을 동원할 이유가 없었다” “결백을 믿는다” 등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여당 대선주자들의 반응도 옳지 않다. 대선 과정에서의 선거공작, 여론조작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내년 대선이 채 8개월도 남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선판을 흔드는 제2의 선거공작, 여론조작은 근절돼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7.22 김경수 ‘대선 댓글 조작’ 文이 몰랐을 수 있나
대법원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선 여론 조작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확정했다. 김씨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기사에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유리한 댓글 68만개가 상단에 노출되도록 조작한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은 세 차례 재판에서 모두 유죄가 나왔다. 1심 법원은 김씨가 드루킹 댓글 조작의 사실상 주범 중 한 명이라고 봤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 기간에 드루킹을 10번 만났고, 댓글 조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 법원은 “김씨가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문 정권의 ‘내로남불’은 이 댓글 조작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댓글 사건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드루킹 댓글 조작이나 선거 제도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오히려 횟수와 전파력은 드루킹 댓글 조작이 국정원 댓글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드루킹 댓글 조작은 4133만회로 국정원 댓글(41만회)의 100배를 넘는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주로 이름 없는 소규모 사이트에서 벌어졌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은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주로 이뤄졌다. 전파력이 수백, 수천 배가 될 수 있다. 국정원 댓글이 ‘국기 문란'이라면 드루킹 조작은 ‘국기 파괴'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씨가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객관적 증거가 없다” “김 지사는 깨끗하고 하얗다”고 했다. 민주당 대표는 “판사 탄핵 절차를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검찰과 경찰도 정권의 충견 노릇을 했다. 검찰은 2017년 대선 직전 중앙선관위가 드루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지만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기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수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같은 시기 수사한 국정원 댓글 사건에선 전직 국정원 간부, 민간인 등 30여 명을 구속했다. 영장이 기각되면 재청구하고, 국정원 서버도 뒤졌다. 동료 검사를 구속하려다 그 검사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찰은 드루킹 댓글 사건을 5개월간 수사하면서 핵심 피의자인 김경수 지사의 휴대전화조차 압수하지 않았다. 경찰이 두 차례나 압수 수색했다는 드루킹 사무실 쓰레기 더미에서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와 유심 카드 수십 개가 쏟아졌다. 경찰은 이 사건에서 사실상 김 지사의 변호인 역할을 했다.
검경 대신 드루킹 댓글 조작을 밝혀낸 것은 특검이었다. 특검이 김씨를 기소한 지 3년 만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김씨는 경남지사에 당선돼 임기의 4분의 3을 채웠다. 범법자가 도지사 임기를 거의 다 채운 것이다. 법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의문은 문 대통령이 드루킹 조작을 몰랐겠느냐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은 박근혜 캠프가 아닌 이명박 국정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드루킹 조작은 문재인 캠프 핵심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 지사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챙기고 대변인 역할을 한 측근 중의 측근이다. 지금도 문 정권 최대 실세로 통한다. 이런 사람이 댓글 공작을 벌이는데 대선 후보가 몰랐을 수가 있나. 이날 청와대는 김 지사 유죄 확정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이 흔들리게 됐는데 ‘입장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조선일보 사설
07.23 3년새 백발 된 허익범… ‘최약체 특검' 평가에도 김경수 유죄

▲허익범 특별검사의 2018년 7월 모습(왼쪽)과 2021년 7월 모습. /뉴시스·연합뉴스
친문(친문재인) 적통이자 여권 잠룡(潛龍)으로 꼽혔던 김경수(54) 경남도지사의 실형이 확정되자 유죄를 이끌어낸 허익범(62·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년 전 ‘최약체 특검’이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던 그는 한껏 늘어난 흰 머리와 수척해진 얼굴로 “이제는 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1일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김 지사는 2018년 7월 1일 취임한 지 1117일 만에 도지사직에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김 지사의 실형이 확정되자 스포트라이트는 허 특검을 향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 1호 특검이었음에도 무명 인사에 가깝던 그가 3년간의 노력 끝에 김 지사의 유죄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압수수색 영장이 여러 번 기각되는 등 악재가 이어졌었고, 정권 초기 높은 정부 지지율 속에서 여권 유력 인사를 수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공감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3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수척해진 그의 근황까지 회자되고 있다. 김 지사의 대법 판결이 있던 날 언론 카메라에 담긴 허 특검은 백발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건강한 얼굴로 취재진 앞에서 종종 웃음까지 보였던 3년 전과는 상당히 대비된다.
수차례 고비를 이겨내기 위한 허 특검의 노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1·2심이 특검 측 주요 증거를 받아들였으나 김 지사 측이 혐의를 부인하며 상고장을 냈을 당시, 특검은 파기 환송 가능성을 고려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열중했다. 이 과정에서 허 특검과 팀원이 디지털포렌식 자격증 시험까지 봤다는 일화 역시 유명하다.
허 특검은 21일 입장을 내고 “외부적으로는 험악하고 내부적으로는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수행한 수사팀, 특히 수사기관 내에 24시간 증거를 찾아온 포렌식팀, 공판 기간 내내 많은 디지털 증거를 모두 깊고 세밀하게 재검증·재분석·재해석해 준, 또 120만개가 넘는 댓글을 모두 검토해준 특별수사팀 등의 헌신과 열의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어느 특정인에 대한 처벌의 의미보다는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조작 행위에 관여하여 선거운동에 관여한 책임에 대한 단죄”라며 “앞으로 선거를 치르는 분들이 공정한 선거를 치르라는 경종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이관했던 사건을 포함해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특검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문지연 기자
07-24 착한 김경수 vs 나쁜 드루킹
댓글조작 선고에 與 ‘착한 김경수’ 맞불
팩트 외면 말고 반성과 대국민 사과 해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대법원에서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더불어민주당은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속내는 불편해 보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당 대선주자들은 “선한 미소로 돌아오라”(이재명), “김 지사의 진정을 믿는다”(이낙연), “김경수는 원래 선하고 사람 잘 믿는다”(추미애)는 찬사를 쏟아냈다. ‘착한 김경수’가 ‘나쁜 드루킹’의 덫에 걸려 억울하게 당했다는 식이다.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김경수가 누구인가. 공인된 친문 적자 아닌가.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친문 표심이 다급한 대선주자들에게 ‘착한 김경수’ 코스프레는 절실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긴 명백한 증거로 대법관 전원이 유죄를 선고한 한명숙 판결도 뒤집어 보려 한 친문 진영인데 이 정도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김경수는 법정에서 “드루킹이 일방적으로 접근해 나를 이용했을 뿐 밀접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 제출된 2000여 쪽 분량의 증거기록은 정반대였다. 김경수는 2016년 11월부터 1년여 동안 32차례나 전화나 메시지 등으로 드루킹에게 먼저 연락해 기사 링크를 보냈으며, 드루킹은 그 지시를 철저하게 실행했다. 포렌식에 의한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했다.
다급해지자 친문 핵심 의원이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17%포인트라는 압도적 차이로 승리했는데 그럴 일(댓글조작)을 할 이유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선거 결과만 놓고 끼워 맞춘 추론에 가깝다. 당시 대선 판세가 요동칠 때마다 드루킹 일당은 댓글 공격에 나섰다.
지난 대선의 전초전은 반기문 대 문재인이었다. 당시 반기문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2017년 1월 12일 반기문의 입국 시 공항철도 티켓 논란과 ‘턱받이’ ‘퇴주잔’ 논란 관련 기사를 겨냥한 악의적인 댓글 공격에 드루킹 일당이 투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결국 반기문은 지지율이 급락하자 2주 만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2차 표적은 안철수였다. 2017년 4월 2주(11∼1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안철수 지지율(37%)은 문재인 지지율(40%)을 바짝 추격했다. 이 무렵 드루킹 일당은 안철수를 겨냥해 ‘MB(이명박) 아바타’ 등 조롱 섞인 댓글로 난타했고, 안철수는 본선에서 3등으로 추락했다. 문재인의 득표율은 41.08%였지만 범보수 성향의 ‘홍준표+안철수’ 득표율은 45.44%로 4.36%포인트 높았다.
물론 2012년 대선 당시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댓글 사건과 드루킹 댓글조작은 성격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공론의 장을 왜곡한 여론조작이라는 본질이 바뀔 수 없다. 법원이 김경수와 드루킹이 공모해 포털 기사에 달린 68만여 댓글을 대상으로 조작을 인정한 클릭 수만 해도 4133만여 개였다. 이 수치는 국정원 사건 당시 트위터를 통해 대선에 개입한 댓글 활동 건수의 100배쯤 된다. 규모만 보면 프로와 아마추어 차이다. 더구나 친문 적자인 김경수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으니 드루킹 개인의 단순 일탈로 치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때 “조직적 대선 개입이 확인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던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작정 ‘착한 김경수’라고 말할 수 없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위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 없이 뒤늦게 김경수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07.26 허익범 "안될거라 생각해 수락"···김경수 잡은 특검 탄생 비밀
“변협에서 추천한다길래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수락했습니다. 모르니까 용감했던 거죠."
허익범(62·사법연수원 13기) '드루킹' 인터넷 불법 댓글 조작 특별검사는 25일 중앙일보에 특검 추천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서울변호사회에 나보다 경력이 훌륭한 분들이 많아 솔직히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최종 2배수 후보 들어도 가능성 떨어진다 생각”
2018년 6월 7일 임명부터 두 달간 수사, 약 3년 재판 끝에 지난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 징역 2년 확정까지 허익범 특검의 1140일간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실 당시로선 ‘드루킹’ 특검법의 국회 통과와 허익범 특검의 임명 자체가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6·12 북미정상회담의 가교역을 하며 최전성기를 보내던 시절이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같은 해 1월 네이버 주요 기사 댓글에서 대통령 비난글(드루킹의 '역작업')을 발견해 경찰에 수사의뢰하며 시작된 사건이지만 그해 4월 드루킹이 구속되며 상황은 반전했다. 곧바로 김경수 당시 국회의원과 연루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특검법 요구를 한 달간 ‘정치 특검’이라며 거부하다가 5월 14일 지방선거 출마 국회의원 사퇴 시한에 몰려 수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드루킹 특검법은 당시 야 3당이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을 받아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고 문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첫 관문인 변협 추천부터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려야 했다. 후보자로 거론되는 자체를 대부분 고사할 때였다. 실제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연수원 17기), 김경수(17기) 전 대구고검장, 강찬우(18기) 전 수원지검장 등 당초 언론 하마평에 거명됐던 인사들 대부분이 추천 과정에서 이름이 빠졌다.
같은 해 6월 3일 변협이 추천한 최종 후보자는 검찰의 대표적 공안통 출신인 임정혁(65·16기) 전 대검 차장검사와 허익범 특검, 오광수(61·18기) 전 대구지검장, 김봉석(54·23기) 전 서울중앙지검 첨수2부장 등 4명이었다. 야 3당은 이튿날 임정혁·허익범 두 사람으로 후보를 압축했고 사흘 뒤 6월 7일 문 대통령이 허 특검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온건한 공안통’이라 허익범 선택?
허 특검은 “야 3당의 최종 후보자 2명에 이름이 들어가자 부담이 커졌다. 혹시 몰라 그때부터 드루킹이 뭔가 인터넷 기사도 찾아보기 시작했지만 그때도 다른 추천자와 비교했을 때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봤다”며 최종 임명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대검 공안2·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대검 공안부장을 두루 거친 임정혁 전 차장을 임명할 거로 생각했다는 뜻이다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바른미래당 오신환, 윤제옥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이용주)이 2018년 4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에서 민주당원 등의 대통령선거 불법 댓글공작 및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법,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스1
당시 특검 후보 추천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임정혁 변호사를 강성 공안통으로 허익범 변호사를 온성 공안통으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대통령으로선 임 변호사가 너무 강해 보이니까 허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고 말했다.
‘12명 전원 유죄’ 성과에 “어떤 검사도 할 수 있는 일”
허 특검은 임명 당일 “여론과 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고 이를 기계 조작으로 왜곡하면 민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이는 부정부패보다 큰 범죄”라고 말했다. 1140일 뒤 특검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징역 3년 확정)씨를 포함해 기소한 피고인 12명 모두에 대한 유죄 판결을 끌어냈다. 임명 당시 밝힌 포부를 수사로 현실화시킨 셈이다.
허 특검을 4배수 후보자로 추천한 김현 당시 변협 회장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내가 서울변호사회 회장일 때 허 특검이 부회장이었고 2017년엔 허 특검이 변협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장을 맡아 알고 지냈다”며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어서 자신 있게 (허 특검을) 믿고 추천했는데 역대급 성과를 낸 것 같아 추천자로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특검 본인은 “나로선 철칙인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처벌 가능성을 확신하고 기소한 것이고 그다음 처벌 여부는 법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내가 아니더라도 어떤 검사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노회찬 의원 투신 당일 모친상…남몰래 상 치러
허 특검에겐 1140일의 시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수사 중반인 2018년 7월 23일 드루킹으로부터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날이었다. 같은 날 낙상 사고로 누워 계시던 허 특검의 모친이 돌아가셨다. 허 특검은 당시 긴급 회견을 열어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고 의정활동에 큰 페이지를 장식한 분의 비보를 접하고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정치인으로 존경해 온 분”이라며 노회찬 의원에 애도를 표한 뒤 모친상은 수사팀에도 알리지 않았다. 밤 11시까지 근무를 하고 새벽 6시까지 상주 노릇을 하며 남몰래 상을 치렀다.
그는 그때가 최대 위기였냐고 묻자 “누가 짐작하더라도 가장 힘들지 않았겠냐”며 “(김 지사의) 대법원 선고 전주 일요일, 선고 이후 기일에도 어머님을 찾아뵙고 왔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이제 쉬고 싶다”
허 특검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제는 쉬고 싶다”고 말했다. 휴일인 이날도 “내곡동 산자락의 텃밭에서 아내와 함께 깻잎을 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평생 특검을 하는 것도 아니고 김경수 지사도 평생 국회의원 하는 것도 아닌데 잠시 찰나의 악연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중앙일보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07.28 ‘댓글 조작 유죄’ 대법원 판결, 청와대 왜 말이 없나

1960년 3월 15일 제4대 대통령 선거와 제5대 부통령 선거가 있었다. 민주당 조병옥 대통령 후보가 그해 2월 15일 미국 병원에서 신병으로 사망하면서 그와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사실상 대통령으로 확정된 상태였다. 부통령 후보로는 자유당 이기붕과 민주당 장면이 출마한 상태였다. 당시 헌법은 대통령과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나오는 미국과 달리 각각 따로 선출하는 제도였다. 이 때문에 대통령과 부통령이 대립하는 정당에서 나올 수 있었다.
조작된 정보로 국민 판단력 왜곡
청와대 관련성 별도로 수사해야
당시 이 대통령이 84세의 고령이라 건강상 이유로 임기를 못 채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 때문에 부통령 선거가 매우 과열됐고 자유당 강경파는 무리수를 계속 뒀다. 당시 내무부 장관이던 최인규는 “당선만 되면 된다”며 경찰을 동원해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독려해 5·16 이후 혁명재판소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됐다. 결국 이 대통령은 “망측스러운 불의를 보고서도 일어나지 않는 백성은 죽은 백성이나 다름없다”고 하면서 막 시작된 임기를 포기하고 사임했다.
이상은 반세기 전에 벌어진 3·15 부정선거의 요지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12년 만의 일이었다.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나았을 리 없을 때였다. 그런데도 선거 부정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거침이 없었고, 관련자 후속 처리는 지금보다 단호했다.
‘드루킹’ 김동원 일당은 2016년 12월 4일부터 2018년 3월 21일까지 9971만 회의 댓글을 조작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그중 8840만 회 댓글 공작에 공모했다는 것이 허익범 특검의 수사 결과다. 디지털 방식의 선거 부정이라 감이 잘 오지 않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조작된 정보로 국민의 판단력을 왜곡시켰다. 사람의 의식을 오염시켰다는 면에서 무턱대고 하는 강요보다 수법이 저열하다.
심각한 선거 부정이 대법원 판결로 최종 확인됐는데도 청와대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했다. 가장 큰 수혜를 봤을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야당은 기껏 사과를 요구한다. 대통령과 무관한지는 별도 수사로 밝혀야 한다. 김 전 지사와 대통령은 ‘정치 동일체’라고 볼 여지가 많다. 김 전 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상태에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상식에 부합한다. 대통령이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 수습될 사안이 아니다.
“(지지율 차이가 커서) 댓글 조작이 없었어도 어차피 승리했을 것”이라는 가정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소추가 불가능할 뿐이지 수사를 막을 방법은 없다. “경인선에 간다”라는 말이 국민의 뇌리에 아직 선명하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련 재판은 아직 진행형이다. 필요하면 ‘김대업’도 데려오고, ‘생태탕’도 만들어 낸다.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캠프에 있던 사람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에 앉혔다.
대의민주주의는 선거 없이 설 수 없다. 정치적 의사 표현이 아무리 자유로워도 마지막 관문인 선거가 왜곡되면 모두 쓸모없어진다. 선거의 염결성(廉潔性)은 그렇게 중요한 것인데, 어째서 지금 태도들이 모두 트릿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통령 수사나 하야는 고사하고 사과할 기미조차 없다. 우리가 불의를 보고 일어나지 않는 ‘죽은 백성’이 된 것인가 보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받은 형량(징역 4년)에 비하면 김 전 지사의 징역 2년은 솜방망이 처벌이다. 김 전 지사가 수감 전에 이낙연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에게 “대통령을 잘 지켜달라”고 했다는 말이 미담이 되는 세상이다. 정치적 주군의 결사옹위만이 소중하고, 선거 조작에 속은 국민의 허탈감 따위는 안중에 없다.
중앙일보 김태규 변호사,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
07.28 증거엔 한마디 못하면서 “진실” 대사만 외는 사람들
대통령 선거 여론 조작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진실이 바뀔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외면당한 진실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에도 그는 ‘진실’이란 말을 반복했다. 지지자들이 “김경수는 무죄”라고 외쳤다.
6년 전 한명숙 전 총리의 수감 장면을 다시 보는 듯했다. 한 전 총리는 구치소 앞에서 “사법 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상복을 입었다”며 “나는 결백하다”고 했다. 오른손엔 성경, 왼손엔 백합꽃을 들었다. 동료 국회의원들이 곁에서 눈물을 흘렸고 지지자들은 “한명숙은 무죄”라고 외쳤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으면서 구치소에 들어갔다. 대법원의 유죄 판결 직후엔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선 무죄”라고도 했다. 지난달 출간한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에서 그는 다시 결백을 주장했다.
법원은 증거를 토대로 진실에 다가가 유무죄를 판단한다. 그런데 김경수나 한명숙씨는 법원에 제출되고 사실로 인정된 유죄의 증거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김 전 지사와 일명 ‘드루킹’ 일당이 주고받은 수많은 비밀 메신저 기록을 증거로 인정해 그가 여론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 계획과 댓글 조작에 가담했다고 판결했다.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 기능을 보고했다”며 주고받은 문서도 증거로 인정됐다. 김씨는 대법원 판결 후 이 팩트들을 반박하지는 못하면서 “진실”만 말한다. 마치 연극 대사를 읊는 것 같다.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의 1억원 수표가 동생의 전세 자금으로 쓰인 결정적인 증거를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고 있다. 여권에 호의적인 법조인들조차 이 증거들을 보면 할 말을 잃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진실” “결백” 운운한다. 자신의 범죄를 정치로 덮으려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하루 300번 법정 증언을 거부한 적이 있다. 진실을 밝히는 법원에선 침묵하다가 회고록을 내고 “저주의 굿판에 온 가족이 희생됐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1심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을 땐 증거에 대한 반박은 없이 “피할 수 없는 운명” “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이라며 감정에 호소했다. 그는 자녀 입시 비리, 펀드 투자, 뇌물 수수,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울산 선거 공작, 불법 출금 사건에도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정권 사람들은 중대 범죄조차 현란한 수식어와 말의 성찬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29일 ‘불법 도핑’ 정권 그냥 둘 건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대법원 유죄 판결로 문재인 정권의 음험한 탄생의 비밀이 확인됐다. 집권세력은 ‘박근혜 탄핵’ 촛불이 광장을 메운 시기에 앞에서는 시위를 부추기고 뒤로는 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공작을 자행하고 있었다.
여권에선 “어차피 문재인 대통령이 이겼을 선거”라고 한다. 금메달 유력 후보면 도핑을 해도 상관없나. 88서울올림픽에서 육상 100m 경기에 출전했던 벤 존슨의 기억이 새롭다. 당시 ‘빅 벤(벤 존슨)’과 ‘킹 칼(칼 루이스)’ 간 접전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벤은 가볍게 칼을 눌렀다. 하지만 소변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되면서 그의 우승은 취소됐고, 금메달은 칼에게 돌아갔다.
2017년 ‘5·9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4월 1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각각 40%, 37%였다. 4월 10일 칸타퍼블릭 조사에선 안 후보가 34.4%로 문 후보(32.2%)를 오히려 앞섰다. 이때부터 드루킹 화력이 안 후보에게 집중됐다. ‘MB 아바타’ 등 네거티브와 온갖 조롱에 시달리던 안 후보 지지율은 거짓말처럼 추락해 3주 후 갤럽 조사 땐 반 토막 났다. 양강 구도가 흔들렸고, 비문(非文) 표심이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등으로 흩어지면서 문 후보는 여유 있게 승리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6년 9월 ‘문팬 창립총회’에서 ‘온라인 선플(착한 댓글) 운동’을 촉구했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곧바로 드루킹 김동원이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조직을 동원한 대대적인 선플 운동을 선언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장에서 승리를 확인한 문 후보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 가자”고 외쳤던 그 ‘경인선’이다. 당시 문 후보 수행팀장 겸 대변인을 맡았던 김경수의 범죄 연루는 이번에 최종 확인됐다. 김 전 지사는 재수감 직전 여당에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긴 침묵은 이런 것들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대법원의 판결로 정권의 정통성은 근본적으로 훼손됐다. 문 정권은 금지약물이 만들어낸 ‘불법 도핑 정권’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댓글 조작 범죄 수익으로 집권한 정권”이라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권력의 국정 운영 자격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성민 전 의원은 하야, 탄핵, 특검(국정조사) 세 가지 방안을 거론했다. ‘하야’나 ‘탄핵’이 사실상 불가능한 정치 환경 속에서 ‘드루킹 특검 시즌 2’를 시작하는 게 실효성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는 ‘드루킹 특검 연장안’을 제시했다. 어떤 식으로든 문 대통령의 드루킹 여론조작 사전인지·개입·공모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제1야당의 태도다. 이승만 정권 붕괴를 부른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최대의 선거부정 사태를 확인했는데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나치게 조용하다. 보수권력이 이런 일을 벌였다면 광장은 벌써 탄핵 촛불로 뒤덮였을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이 개입한 건 아니지 않겠느냐’는 여권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마치 ‘문재인 대변인’ 같다. 왜 그런지 짐작이 간다. 집권세력은 사악하고, 야당 지도부는 간교하다.
문화일보
08.06 문 대통령이 정말 몰랐다 해도
전직 대통령 대상의 전문가 리더십 평가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꼴찌를 기록했다. 44명 중 41위다. 단지 한 달간 대통령을 한 해리슨보다도 뒤처졌다. 두 번이나 탄핵당했으니 물론 앞쪽은 아니다. 그래도 바닥까지 내몰린 건 막말과 유체 이탈, 툭하면 내뱉는 거짓말 때문만이 아니다. 선동적 리더가 그를 맹종하는 광적인 지지자들과 결합됐을 때 민주주의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를 실제로 보여줘서다. 국민 분열에 철저했던 트럼프다. 한 번도 경험 못 한 그의 집권 전략은 ‘대통령제의 가장 큰 적이 대통령일 수 있다’는 근본적 고민을 미국에 안겼다.
문제는 분열의 유산이 현재 진행형이란 사실이다. 트럼프는 지금도 저소득 백인들의 분노와 인종차별 의식에 불을 지르는 중이다. ‘지난 대선은 조작됐고 도둑맞았다’는 그의 ‘대선 사기론’에 고개를 끄덕이는 지지자가 많다. 트럼프의 모든 잘못에 눈감았다. 대오를 이탈할 조짐은 없다. 그러니 공화당 내 그의 입지는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이다. 반기를 들었던 인사들은 쫓겨나고 공화당 지도부는 급속하게 트럼프의 꼭두각시로 대오를 갖췄다. 바이든이 국정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수록 트럼프는 나머지 반쪽에 철옹성을 쌓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달려간다.
‘공정한 대선 관리’ 믿음 주려면
드루킹 사과ㆍ재발방지 약속하고
야당도 동의할 중립내각 꾸려야
그럼 우린? 미국에 ‘트럼프 정치’를 수출한 ‘분열 정치 원조국’이다. 그 방면 만큼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는 K-정치다. 나라가 이리저리 갈려 한쪽이 옳다면 다른 쪽은 그르다 외치고, 이쪽에서 좋다면 저쪽에선 나쁘다고 반대한다. 나라의 모든 현안이 그런데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도 예외가 아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 판결을 계기로 물었더니 ‘대통령 사과가 필요 없다’는 답변이 40%를 넘겼다. 대략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한 수치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겨우 10% 남짓만이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든, 말든 청와대가 굳게 입을 다문 건 아마도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배경일 것이다. 여권 주자들이 일제히 김 전 지사를 옹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봐야 한다. ‘웬 사과? 알지도 못했는데…’란 뜻이 담겨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김 전 지사가 문 대통령 몰래 벌인 범죄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과연 모를 수 있었겠느냐’고 되묻는 사람이 많다. 김 전 지사와 관련자가 죄다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정권 핵심 인사들이다. 알았든, 몰랐든 문 대통령은 최대 수혜자다. 의구심은 ‘무작정 부인’이나 침묵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게다가 민주당은 그 직전 대선 때 국정원 댓글 사건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맹공했다. 맞다. 대선 과정에서의 선거 공작,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든, 드루킹 댓글 조작이든 모두 그렇다. 조작 규모는 드루킹 댓글이 국정원 댓글의 수백 배 규모다. 그런데도 스멀스멀 넘어가려 하니 '선거 중립' 다짐이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총리와 선거 관리 주요 부처 장관이 모두 같은 편이다. 청와대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핵심 요직에 있다. 역대 정부에서 이런 경우는 없었다.
트럼프 정권을 거치며 ‘베스트 프렌드가 없다’는 응답자가 둘 중 하나로까지 늘었다는 미국이다. 자기가 대통령으로 치른 선거에서 지고도 ‘승복 못 한다’는 억지가 ‘용광로 미국’을 이 꼴로 만들었다. ‘선거답지 못한 선거였다’는 생각이면 후유증은 ‘베스트 프렌드가 줄었다’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엊그제 ‘방역과 민생이 마지막 책무’라고 말했다. ‘공정한 심판’이 이에 못지않다. 드루킹 판결이 계기다. ‘이번 대선엔 국정원 댓글이건, 드루킹이건 절대로 없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지지층 아닌 쪽도 따르는 내각이어야 한다. 거대한 패싸움 선거전이 막 열려가는 참이다
중앙일보 최상연 논설위원
08.24 靑 행정관 수첩에 ‘지방선거 리스크 제거, 국정운영 성공’...檢 “울산선거 개입”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변호사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공약 개발·상대 후보 수사 등을 통해 개입했다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청와대의 개입 정황과 근거를 제시했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적폐 수사를 위한 첩보 수집 활동을 벌인 단서도 발견됐다고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사건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8.23/연합뉴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1-3부 심리로 열린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6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판에서 검찰은 문해주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의 수첩을 제시했다. 문 전 행정관은 송철호 울산시장 핵심 측근인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기소)에게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비위 의혹을 전달받아 범죄 첩보서를 만든 혐의로 기소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수첩엔 ‘6·13 지방선거 리스크 제거 관리, 국정운영 성공, 입장이 비슷비슷해야’(2017년 12월 11일) 등의 내용이 적혔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여당 승리를 위해 위험 요소를 없애야 한다는 등의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기소)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이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국정운영 결과가 달라진다고 보고 선거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게 돼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같은 달 3일 수첩에는 ‘적폐 과제: 이슈별/첩보 생산/채용 비리’등이 적혀 있었다. 청와대가 범죄 첩보를 자체적으로 생산했다는 증거라며 검찰이 제시한 내용이다. 검찰은 “대통령비서실은 자체 첩보를 생산할 경우 민간인 사찰, 표적 수사 등의 논란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선거를 앞둔 12월에 민정수석실에서 수사를 전제로 한 첩보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기소)의 수첩도 공개됐다. 수첩에는 송 전 부시장과 송철호 시장 등이 2017년 10월 11일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났고, 이후 송 시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과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당시 사회수석실 사회정책비서관)을 만났으며, 이 실장과는 공공 병원 설립 공약을 상의한 정황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선거 과정에서) 청와대와 미리 상의하고 움직였음이 확인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
10.26 “한병도 前수석, 울산 선거 때문에 미치겠다고 했다”
“文친구 송철호 울산시장 만들려 경쟁자에 공직 대가로 불출마 회유
인사수석실이 안된다는데 당사자는 오사카 총영사직 고집”
검찰, 관련 진술 담긴 서류 공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울산시장 민주당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현 울산시장) 변호사를 밀기 위해 그의 당내 경쟁 후보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오사카 총영사직 요구를 적극 검토한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사안에 대한 청와대 검토 과정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송 변호사의 당선을 위해 공직을 대가로 경쟁 후보의 불출마를 회유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1-3부(재판장 장용범) 심리로 열린 송철호 울산시장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검찰은 관련 진술이 담긴 서류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5~11월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의 당내 경쟁자인 임씨를 청와대에서 2~3차례 만났다. 임씨는 한 전 비서관에게 ‘울산 가면 (내가) 잘할 수 있다’면서 ‘오사카 총영사에 보내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임씨가 울산시장 불출마 대가로 오사카 총영사를 요구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이후 한 전 비서관은 수석으로 승진한 후인 이듬해 2월 임씨에게 “울산에서는 이기기 어렵다”면서 인사수석실에 오사카 총영사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인사수석실이 ‘어렵다’고 하자 임씨에게 고베 총영사 및 공공기관장 자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임씨는 그 무렵 오사카 총영사 자리 요구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수석은 당시 인사수석실 선임행정관에게 “(임씨가) 오사카 총영사 계속 가겠다는데 미치겠다”고 말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정무수석 한병도가 인사 청탁하는 임씨에게 쩔쩔매는 것은 이상하다”며 “임씨가 선거에 출마하지 않도록 회유하려는 사정이 깔려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임씨 회유에 실패했고 민주당은 당내 경선 없이 송 변호사를 단수 후보로 추천했다. 반발하던 임씨는 선거를 두 달 앞둔 2018년 4월 예비 후보를 사퇴했다. 검찰은 송 변호사를 당선시키기 위해 임씨에게 공직을 제의한 혐의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로 한 전 수석을 기소한 상태다. 그러나 임씨는 본지 통화에서 “오사카 총영사직은 친구인 한 전 수석에게 개인적인 소망을 말한 것이고 공직 불출마 대가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 달 15일 김기현(현 국민의힘 의원) 전 울산시장과 그의 비서실장이던 박모씨를 증인으로 처음 출석하도록 했다. 두 사람은 이 사건 의혹을 처음으로 고발한 인물이다. 작년 1월 말 기소된 이 사건은 전임 김미리 부장판사가 공판준비 기일만 1년 3개월을 진행하면서 재판이 지연됐고, 기소 1년 10개월 만에 처음 증인신문을 하게 됐다.◎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