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2-01/ 01.01 새해 경제 도사린 온갖 악재들, 가장 큰 위협은 ‘정치 리스크’ - 01.29 홍준표, 선대본 상임고문직 수락…“윤석열에 적극 자문”
정치(인) 이야기 2022-01/
01.01 새해 경제 도사린 온갖 악재들, 가장 큰 위협은 ‘정치 리스크’
새해 한국 경제의 앞길은 결코 밝지 않다. 코로나 악재에다 나라 안팎으로 수많은 위험 요인들이 도사리며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트린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종식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전문가들 예측대로 코로나 확산세가 올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대면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소비·생산 침체가 경제를 저성장에 빠트릴 위험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 ‘3.1% 성장’을 목표로 세웠지만 민간 연구소들은 2%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년 만의 최고치였던 물가 상승세가 새해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풀린 전 세계적 과잉 유동성에다 원자재 가격 급등,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의 여러 요인이 동시에 겹친 초유의 ‘복합 인플레’로 발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금융 긴축은 가계 부채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로선 시한폭탄과도 같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미친 집값’이 초래한 가계 부채 폭탄의 폭발과 부동산·자산 버블의 붕괴라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대내외적 악재 위에 최대의 위험 요인인 ‘정치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면서 경제를 정치화시키고 있다. 여야 모두 재정 여건은 따지지도 않은 채 수조 원, 수십조 원이 소요될 퍼주기 선심 공세를 벌이고 있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재정을 더 푼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불길에 기름을 끼얹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랏빚 1000조원 시대에 접어든 마당에 국가 부채가 고삐 풀린 말처럼 계속 폭증할 경우 우리 경제는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정치 논리가 경제를 휘두르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는 것은 그래도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라는 ‘미래 권력’이 나중 일은 따지지 않고 선거에 ‘올인’하더라도 오는 5월 초까지 국정 책임을 지는 문재인 정부가 정치에 선을 긋고 선거 중립적으로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세금 퍼주기 요구를 막고 경제가 선거 논리에 휘말리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이런 국정을 기대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새해 경제가 그만큼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사설
01.03 ‘공약 납품’ 이어 ‘정책 납품’, 행정부가 여당 선거운동본부인가
김부겸 총리가 소상공인·자영업자 55만명에게 손실 보상금 500만원을 ‘선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주일 전만 해도 김총리는 “재정 집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보상 후정산’의 손실 보상안을 내놓자 갑자기 말을 바꿔 이 후보 공약대로 행정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부는 전 국민에게 현금 뿌리는 데만 재빨랐지,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 구제는 더디기만 했다. 손실 보상의 법적 근거를 만든다며 시간을 질질 끌었고, 그나마 보상 금액도 터무니없이 적었다. 하지만 여당 후보가 요구하자 방침을 뒤집어 총 2조7500억원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예산안에 책정한 손실 보상 재원 3조2000억원의 86%를 선거 전에 뿌리겠다는 것이다.
몇 달 전 산업부·여성가족부 등이 여당을 위한 대선 공약 발굴에 나서 ‘공약 납품’ 논란을 빚었다. 요즘은 정부 부처들이 여당 요구에 행정으로 호응하거나 대책을 급조하는 ‘정책 납품’으로 사실상 선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쌀값 부양을 위한 ‘쌀 시장 격리’를 요구하자 정부가 쌀 20만톤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사실 올해 쌀값은 예년 평균치와 비슷한데 이 후보가 농민 표심을 잡기 위해 선심성 제안을 하자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이 후보가 “공시가격 재검토”와 “재산세·건보료 동결”을 요구하자 경제 부총리가 “1가구 1주택자 보유세 완화 방안을 (대선이 치러지는) 3월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바로 화답하는 일도 있었다. 코인 과세를 올해부터 반드시 시행하겠다던 정부가 이 후보의 ‘1년 유예’ 요구에 따른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도 입 다문 채 지켜보기만 했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명시한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무시한 채 행정부가 대놓고 여당의 ‘선거운동본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행정기관의 선거 개입을 감시해야 할 선관위는 편파적 행태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선 때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함께 가덕도를 찾아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고 하고, “4차 재난 지원금의 3월 중 집행에 속도를 내달라”고 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반면 투표 독려 현수막에 ‘내로남불’ ‘위선’ ‘무능’을 쓰는 것은 못 쓰게 했다. 행정부 전체가 여당 승리를 위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03일 대선 두 달 앞두고 ‘2017 재현’ 조짐…尹 하기에 달렸다
대선을 두 달남짓 앞둔 연말연시를 계기로 판세가 크게 바뀌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 지난 반년 동안 앞섰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0%포인트 전후 뒤지는 것으로 발표됐다. 경향은 뚜렷하다. 이 후보는 다른 후보 등락과 상관없이 40% 전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박스권’ 양상을 보였고, 윤 후보는 2030세대에서는 주요 후보 중 꼴찌라고 할 만큼 급락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은 상승 추세다.
이러면 2017년 대선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당시 홍준표(24.0%)·안철수(21.4%) 후보의 득표율은 문재인(41.1%) 후보보다 높았지만, 표 분산으로 정권을 넘겼다. 양측에 당시 유승민(6.8%)·심상정(6.2%) 표까지 더 하면 52.2% 대 47.3%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51.6%) 문재인 (48.0%) 득표와 비슷했다.
또 하나의 유사한 현상은 보수·중도 후보에 대한 무조건·무제한 네거티브 공격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당시 민주당과 손잡은 드루킹 세력의 집요한 댓글 공작으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안철수 후보가 큰 타격을 받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윤 후보 모두 도덕성·가족 문제 등 취약점을 갖고 있지만, 상대를 공격하는 선전·선동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당하지 못한다.
이 후보가 견고한 40%+α의 지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승부의 열쇠는 등락 가능성이 큰 윤 후보가 쥐고 있는 셈이다. 지금 윤 후보 행태를 보면 2017년의 분열을 재촉한다. 그런데 선거대책위원회 새해 모임에서 그동안의 오만·무지·경박에서 벗어나 달라지겠다며 큰절을 했다. 단일화라는 정치공학적 접근은 완전히 버리고 이제는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안 후보도 마찬가지다. 2파전이든 3파전이든 자강론으로 선의의 경쟁을 한 뒤 마지막 순간에 민의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1.04 ‘대선 前 50만원씩’ 또 꺼낸 李, 돈 살포로 선거 이겨 어떤 나라 만들 건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작년 11월 반대 여론에 부딪혀 철회했던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재추진하겠다며 한 달여 만에 다시 들고나왔다. 지원금 액수에 대해선 최소 50만원씩을 주겠다고 했다. 4인 가족이면 200만원이다. 그러려면 총 25조원이 필요하다. 이 후보는 25조~30조원 규모의 추경을 이달 말 설 전에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추경안이 이달 중 국회를 통과하면 3월 초 대선 전에 전 국민 지급이 가능해진다.
이 후보는 작년에도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주장했지만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60%대로 나타나자 철회했었다. 그러나 4인 가구당 200만원씩 현금을 뿌리면 욕을 먹어도 표는 얻을 것이란 계산 아래 재추진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재작년 총선 직전에도 ‘전 국민 지원금’ 공약을 발표했고 선거에 압승했었다.
25조원 추경은 전액 적자 국채를 찍어 빚으로 조달해야 한다.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소상공인 손실 보상금을 합쳐 ‘100조원 추경’을 하자는 방안까지 제기했다. 이런 뉴스가 나온 3일 채권 시장에선 국채 금리가 작년 10월 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급등했다. 초대형 적자 추경으로 국채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 상승을 부추겨 서민들 이자 부담이 커지고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비싸진다. 작년 10월 이 후보가 ‘전 국민 지원금 100만원’ 발언을 했을 때도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금리 발작’ 현상이 나타났다.
이 후보의 선거운동은 ‘돈 준다’는 융단 폭격 하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던 국토보유세도 ‘토지이익배당금제’로 이름만 바꿔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씩 주는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겠다고 한다. 무슨 뜻인지 알 수도 없어 ‘아무 말 대잔치’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와도 아랑곳 않는다. 이날은 탈모 치료제 지원도 나왔다.
우리나라 선거는 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점차 맑아져 온 역사를 갖고 있다. 이제는 ‘돈 선거’는 과거의 유물처럼 됐다. 그런데 코로나를 이용해 전 국민에게 매표용 돈 봉투를 뿌리는 악습이 되살아났다. 이 후보는 대놓고 돈 선거를 치르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 부채와 인플레 시기의 방만 재정은 필시 문제를 일으킨다. 한번 만든 복지 제도는 없앨 수도 없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후보는 돈 뿌리기로 선거에 승리할 수도 있다. 그렇게 이겨서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조선일보 사설
01월 05일 터키 포퓰리즘과 흡사한 李 경제관

김상협 경제부장
브렉시트 2년 고달픈 영국인
60%이상 “잔류했어야” 후회
분열·무능정치의 가혹한 대가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는 궤변
터키 독재 논리와 다를 바 없어
위험천만한 실험 당장 멈춰야
2020년 1월 30일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브렉시트 단행 뒤 영국인의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불행히도 아니다. 고립된 영국 기업의 거래와 수익은 줄고 비용은 늘었다. 여러 경제지표와 교역·물류 상황은 영국인의 고달픈 현실을 보여준다. 여론도 바뀌었다. 최근 영국 여론조사 결과, EU 탈퇴파의 42%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EU 잔류파의 부정평가(86%)는 말할 나위도 없다. 2016년 6월 24일 영국 유권자의 국민투표 공식 개표 결과는 탈퇴 51.9%, EU 잔류 48.1%였다. 이를 반영해 계산하면 탈퇴파 51.9% 중 42%인 21.8%가 지금은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잔류파 48.1% 중 86%인 41.4%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영국인의 63.2%가 EU 잔류가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다. 포퓰리즘 외에는 해석이 안 된다. 수년간 탈퇴파 사이에선 “왜 영국이 EU 전체를 먹여 살리느냐”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어갔다”는 분노가 팽배했다. 정치권은 부화뇌동했다. 2015년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에 의해 법안이 발의되고, 국민투표를 거쳐 2020년 1월 정식 발효될 때까지 이런 행태는 되풀이됐다. 탈퇴 협상을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최근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의 소설 ‘바퀴벌레’에서 풍자의 주인공이 됐다. 매큐언은 브렉시트 무대 뒤에서 벌어진 영국 의원과 각료들의 포퓰리즘과 추악한 분열 정치를 꼬집었다.
터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왕적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의 왜곡된 이념과 과학에 반하는 경제관이 서민 고통을 가중시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넘었는데도 수개월째 금리 인하를 고집하고 있다. 보편타당한 경제논리와 상식은 무시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거나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인다’는 식의 엉터리 경제논리를 앞세운다. 민생을 파탄으로 내모는 수입물가 급등의 악순환은 감춰진다. 게다가 에르도안 정권은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을 형사 고소하면서 금융시장 혼란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들 사례를 보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곳곳에서 밝혀온 경제철학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서울대 경제학과 강연에서 “경제는 진리나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고 했다.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 후보 말대로라면 전 세계에서 통용돼온 경제과학, 사회과학 개념이나 검증된 경제 방정식은 폐기될 처지다. 정치에 휘둘리는 경제정책이 초래할 파국에 대한 성찰은 없다. 자영업자에게는 “국가부채를 낮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국가부채는 이월하면 그뿐”이라는 말로 확대 재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정강·정책 연설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정부의 지원 대책이 가장 적은 나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4일에는 정부와 여론의 반대로 철회됐던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을 또다시 들고나왔다.
유추해보면 현대화폐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이 머릿속에 있는 듯하다. 돈을 찍어내서라도 정부 지출을 늘리라는 논리다. 문제는 MMT가 경제학계의 변방 이론이자 검증되지 않은 이단아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폐의 무제한 발행은 통화 증발로 인한 가치 하락, 대외신인도 저하로 이어지고 자칫 국가부도 위기로 내몰 수도 있다. 십분 양보해도 기축통화국에서 한시적으로만 운영 가능한 정도다. 올해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는다는 경고등이 깜박이는 한국 상황에서는 난리 날 일이다. 미국과 달리 돈을 마구 찍어내고, 정부가 빚을 내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전하려다 곳간이 거덜 날 수 있는 한국의 처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돈 걱정 없이 모두 부자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자체가 환상이다. 그러잖아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14일 1.00%인 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올해 1.75%까지 오를 수도 있다. 남들이 다 옳지 않다고 하는 주장을 고집하는 이 후보에게만 경제는 과학이 아닐 뿐이다. 경제이론에도 못 미치는 가설 수준의 주장을 갖고 국민을 현혹해 실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될 일이다.
문화일보
01.06 새 정치 기대 저버린 이준석 대표의 기이한 행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 선대위가 해체되는 와중에 사퇴를 거부했다. 당대표는 스스로 그만두지 않으면 사퇴시킬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제 이 대표는 당원들의 지지가 아니라 당규 뒤에 숨어 대표 자리를 유지하는 처지가 됐다. 대선전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 대표가 한 것은 당내 분란 만들기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자연스레 민주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 상승과 윤석열 후보 하락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으로 이 대표가 꼽힐 정도다. 실제 지금 민주당 사람들은 연일 이 대표를 지원 옹호하고 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현상이다.
이 대표는 당 선대위가 ‘이준석 대책위’로 변질됐다며 “지지율 올리기를 고민하기보다는 ‘누구 탓을 할까’ 이런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은 양쪽 다 문제가 있지만 더 크게 잘못한 사람은 이 대표다. 당내 문제는 내부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원칙이다. 선거 때는 더 그렇다. 이 대표는 아무런 그런 노력 없이 모든 문제를 내분으로 몰고 갔다. 그런 사람이 남 탓을 하니 누가 납득하겠나.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로 자신의 퇴진을 압박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최고위원에) 임명할 수도 있지”라고 했다. 지금 그런 농담을 할 때인지 아닌지도 구별하지 못하나. 당헌 당규를 방패막이 삼아 자리를 지키는 것은 낡은 구태 정치인들이 단골로 보여주던 모습 그대로다.
‘30대 이준석 대표’ 선출은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우리 정치에 획기적이고도 신선한 바람이었다. 낡은 정치를 확 바꾸란 국민의 명령이었고, 이 대표는 그 도구로 선택됐다. 이 대표는 소셜미디어로 선거운동을 하며 역대 최소 선거비로 당선됐다. 공유 자전거를 타고 첫 출근을 했다. 파격 인사도 했다. 한국 정치도 마침내 바뀐다는 기대가 커졌다. 그랬던 이 대표가 돌연 상식 밖의 언행으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와의 감정 다툼 때문이라면 협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에는 경중이 있고 선후가 있다. 이 대표가 답답한 한국 정치판을 바꿔줄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사람이 ‘청년 정치’라는 말에 넌더리를 내는 지경이 됐다. 이 대표로 인해 국민의힘만이 아니라 우리 정치가 잃은 것이 너무 커 안타까울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1-06 끊임없이 분란 만들고 키우는 이준석, 이런 대표 있었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어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사퇴와 관계없이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권성동 사무총장 등 윤석열 대선 후보 측근들이 동반 사퇴했지만 “결원을 채우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당 대표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긴박한 시점에 당내 분란의 한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해 반성하거나 책임을 느끼는 자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당 내분을 더 증폭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다들 어떻게 이준석에게 뒤집어씌울까 고민만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이 자신의 쓴소리는 외면한 채 이준석 죽이기에만 골몰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대표의 메시지는 그동안 윤 후보와 주변을 비난하는 데 집중됐다. 건전한 비판이라면 후보와 긴밀히 협의해도 될 일인데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윤 후보와의 관계 개선과 관련해 “권영세 선대본부장에게 연습문제를 드렸다”고 말한 데서 진중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혼란을 수습해야 할 당 대표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행동이다. 후보 지지율 하락이 전적으로 이 대표 탓은 아니라고 해도 이 대표가 당 분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대표는 2030세대 표심의 견인차를 자임하고 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하지만 보선 승리 요인은 복합적이다. 이 대표의 노력도 있었지만 단일화 경선에서 진 안철수 후보의 적극적인 지원 유세 등 ‘원팀’ 효과도 중요했다고 봐야 한다. 이 대표가 나만 옳다는 독선적 태도를 보이니 ‘젊은 꼰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소속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자리가 빈 당직 임명을 강행한다면 당 내분은 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선대위 쇄신의 첫발도 내딛기 전에 당 대표가 다시 어깃장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태로 아무리 정권교체를 외친들 뭐 하겠는가. 이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파격적으로 ‘30대 0선’ 당 대표를 밀었던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이 대표가 숙고할 시간이다.
동아일보 사설
01월 06일 “이재명 친형 강제입원 방안 찾아라” 李측근 3인, 보건소장들 압박
■ 본보, 참고인 진술조서 입수
“鄭·윤기천, 보건소장 다그치고
백종선은 큰소리에 쌍욕까지
李도 ‘이유 1000개 대라’ 해”
李 “한쪽의 일방적 주장일 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친형(이재선 씨)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이던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실장을 포함한 윤기천 전 비서실장, 백종선 전 수행비서 등 ‘측근 3인방’이 성남시 산하 보건소장들을 상대로 한 압력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관련 의혹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도 당시 이 시장 측근 3인이 보건소장에게 거친 욕설을 하는 등 강제입원을 압박한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계자의 진술 조서 등에 따르면 정 정책비서는 2012년 4월 초 이 시장과 회의를 마치고 나온 분당보건소 구모 소장을 불러 “3명의 보건소장이 이재선을 강제입원시킬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구 소장이 회의에서 “관련 법에 따라 강제입원이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이 시장에게 질책받은 직후였다.
정 정책비서 지시로 회의 일주일 뒤 3명의 보건소장이 비서실을 찾아갔고, 이 자리에서 정 비서는 “이재선의 강제입원 방법을 빨리 찾아보라”고 했다. 이날도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구 소장의 강제입원 반대 입장에 이 시장은 수정보건소 이모 소장을 가리키며 “그럼 이 소장이 강제입원을 시켜”라고 했다. 실제 시는 보건소장 3명이 모인 뒤 한 달도 안 돼 분당보건소 소장을 구 소장에서 이 소장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시장은 구 소장에게 “(강제입원이) 안 되는 이유 1000가지를 가져와 봐”라고 하기도 했다. 구 소장은 경찰 조사에서 “당시 (이 시장 친형의) 자해·타해 위험을 판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 소지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 소장이 이 시장 친형이 용인시에 거주해 성남시에서 강제입원 절차를 밟기 어렵다고 하자 윤 비서실장은 “누구 앞에서 법을 해석하느냐”며 다그쳤다. 수사기록에는 “백종선이 분당보건소장 방에 찾아가서 큰소리로 쌍욕을 했고, 소장과 말다툼을 했다고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도 있다. 결과적으로 보건소장들 반대에 이 시장 친형 강제입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박정오 전 성남시 부시장은 “이 소장이 찾아와 (이 시장 친형 강제입원으로) ‘감옥에 가기 싫다’ ‘살려달라’ 등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이에 내가 이 시장에게 강제입원은 ‘그만두자’고 해 그만두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문화일보에 “한쪽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부실한 정황을 근거라고 주장하며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01.07 이준석, 제1 야당 지도자 자격 있나
내부 총질, 자기정치 몰두하다 위기 자초
사퇴 요구받다 겨우 봉합 … 마지막 기회
국민의힘의 잡음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6일 이준석 대표의 사퇴 촉구 결의를 제안했다. 당의 원내 전략을 책임지는 원내 지도부의 사퇴 요구는 특정 계파 의원 일부가 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다. 이날 의원총회에 윤석열 대선후보가 참석해 이 대표를 끌어안고 함께 갈 뜻을 비쳐 겨우 파국을 막기는 했다. 그러나 대선 때까지 봉합이 유지될 것으로 확신하는 국민의힘 의원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의 몽니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윤석열 후보가 입당한 직후 ‘대표 패싱’ 논란을 제기하며 분란을 부추기기 시작했고, 네 달 뒤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하루가 멀다 하고 윤 후보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윤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민의힘이 난파선으로 전락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이 대표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오죽했으면 이 대표와 공동운명체나 다름없는 원내 지도부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그러나 이 대표는 자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은커녕 당헌당규를 방패 삼아 자리를 지키는 선배 정치인들의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고언을 묵살하고 자신을 ‘패싱’했기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간 이 대표의 언행을 보면 진심이 담긴 고언이 아니라 감정이 실린 원색적인 비난과 극단적 행동으로 윤 후보에게 흠집을 내는 데 집중해 온 인상을 준다. 건전한 비판이라면 뭍밑 토론으로 개선책을 끌어내면 될 일인데 연일 후보를 공개 저격하니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의 짜증을 돋운 것 아니겠는가.
궁지에 몰린 윤 후보가 고심 끝에 꺼낸 선대위 쇄신 카드에도 이 대표는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그제 “(내가 제안한) 연습문제 푸는 것을 보고 도울지 말지 정하기로 했는데 거부당했다. 무운을 빈다”며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했다.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은 오만한 자세다. 선대위 수습에 나서야 하는 당 대표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내부 갈등을 키우는 이 대표의 행보는 민주당에 반사이익을 안겨주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은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적극 변호하며 대변인 노릇을 해주고 있다. 우리 정당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해괴한 현상이다.
이 대표는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30대 0선’ 이라도 밀어주겠다는 지지층의 파격적 선택으로 당선됐다. 구태 정치를 확 바꿔 줄 새 바람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가 도를 넘은 내부 총질과 자기 정치로 자신을 뽑아준 지지층의 열망을 저버리고 ‘청년 꼰대’로 전락했다. 제1 야당 지도자로서의 권위와 자격을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중앙일보 사설
01월 07일 이준석 ‘분탕 정치’ 대선 직전 再發 않는다는 보장 있나
온갖 추태 끝에 국민의힘 내분이 6일 다시 한 번 봉합됐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포옹하며 ‘원팀’을 선언하고, 이 대표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순직 소방관 빈소를 함께 찾는 이벤트까지 연출했지만, 한 달 전 ‘울산 만찬 쇼’만큼의 감흥도 없다 문제의 근원인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관계가 깨끗이 정리된 것도 아니다.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 백의종군을 선언했으면 ‘뇌관’이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성 충돌에다 대표 탄핵 직전까지 갔다가 최소한의 실질적 안전장치도 없이 막연하게 과거를 잊자고 했다.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을 뿐이다.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이 대표가 허리를 굽히고 물러서는 모양을 취한 것은 싸늘한 여론과 당내 분위기에 따른 전술적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의원총회에서 사퇴결의안이 채택되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반성’과 ‘사과’ 시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 내홍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툭 하면 내부 문제를 외부로 가져가는 ‘분탕 정치’ 행태에도 큰 책임이 있다. 586세대의 정치 카르텔을 깰 ‘세대 혁명’을 기대했던 국민과, 청년세대의 아이콘으로 성장해 정권 교체에 기여할 것을 희망했던 보수 세력에 실망만 안겨 주었다.
분란의 재발(再發) 여지도 여전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대두될 경우, 이 대표의 기존 행태를 볼 때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과 함께 실시될 서울 종로·서초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공천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6월 지방선거 문제도 있다. 대선 직전에 내홍이 발생한다면 야권엔 재앙, 여권엔 축복이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07일 “대중이 포퓰리즘 맛 들이면 나라 망해… 국가관 보고 대통령 뽑아야”

▲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딱 여기까지인가’하는 중진국 함정의 회의감에서 벗어나 글로벌 선도 국가로 도약할 국가 어젠다를 제시하는 대선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3·9 대선 시대 정신을 묻다
②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최진석(사진) 서강대 명예교수는 “대중이 포퓰리즘에 맛을 들이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에서 나오는 표를 포기할 수 없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포퓰리즘을 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안 따라갈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문화일보 신년 인터뷰 ‘3·9 대선, 시대 정신을 묻다’에서 “중진국 함정의 회의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도·창의·일류 국가라는 국가 어젠다가 대선에서 제시돼야 한다”며 “지금이 선도 국가로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어젠다가 없다는 것은 정치가 혼란스럽다는 뜻”이라며 “정치 혼란이 경제를 잡아먹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한 아르헨티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가 지도자를 선택할 때에는 국가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어떤 사람을 쓰는지를 꼭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더는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며 “특히 민족과 국가 사이에서 어느 쪽을 더 우선하는지, 대한민국에 자부심이 있는지 국가관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번 대선은 유권자가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수준까지 내몰린 막장 선거로, 국민을 외통수로 내몬 불행한 대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리더가 성공하는 방법은 고견을 듣는 경청 능력과 실력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2일 대면으로 진행됐으며 이후 유선과 이메일을 통해 내용을 추가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01.08 李 ‘전 국민 50만원’ 이틀 만에 또 철회, 곧 또 나올 것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인당 최소 50만원씩의 전 국민 지원금을 주겠다는 공약을 꺼냈다가 이틀 만에 철회했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신년 회견에서 50만원 추가 지급을 위해 필요한 30조원 규모 추경 안을 이달 중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급 계획이 구체적이어서 당·정·청 간 사전 협의가 이뤄진 것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이틀 뒤인 6일 이 후보는 “정부와 여야의 입장, 재원 조달 문제가 있다”며 ‘전 국민 지원’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작년 11월에도 똑같은 공약을 내걸었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60%대의 ‘반대’ 의견이 나오자 철회했었다. 두 달 사이 ‘지원→철회→재추진→보류’로 널뛰기하듯 오락가락한 것이다. 한 해 SOC 건설 예산과 맞먹는 30조원 규모의 초대규모 공약을 놓고 장난을 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나.
이 후보가 이런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부동산 불로소득 100% 환수론’이 지론이라던 그는 작년 말 갑자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주장하고 나섰다. 230만명 다주택자 표를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총리가 반대하자 이 후보는 “안 되면 선거 후에 하겠다”며 물러서는 듯하더니 며칠 뒤엔 “새 대통령이 뽑힌 후까지 미룰 게 아니다”라고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러더니 다시 하루 만에 “(선거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때 해도 늦지 않다”고 또다시 후퇴했다.
이 후보는 작년 10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된 직후에도 음식점 총량제, 주 4일 근무제 등을 꺼냈다가 논란이 일자 “한때 그런 고민을 했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핵심 공약인 국토보유세도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했다가 토지이익배당금제로 명칭만 바꿔 재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러니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선거 때까지 몇 번 더 오락가락할지 모른다.
대통령 후보가 국민에게 하는 약속인 공약은 무겁고 신중해야 한다.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공약을 기본적인 검토나 사전 조사 없이 즉흥적으로 내뱉었다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뒤집는다. 그의 다른 공약인들 믿을 수 있겠는가.
조선일보 사설
01.08 이준석,‘나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 버려야
野의원 당 대표 사퇴 요구에 끝내 회군
갈등 조정하는 당 대표 책임 명심해야

정연욱 논설위원
역대 대통령선거가 당내 위기 없이 순탄하게 진행된 적은 거의 없었다. 대선 후보 선출로 당내 세력 판도가 급변하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를 만든 신주류와 밀려난 비주류 간 갈등은 불가피했다. 사실상 권력투쟁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후보 캠프는 이 같은 내부 갈등 관리에 주력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명박 후보 리스크가 부상하고 이회창이 전격 출마하면서 보수 분열의 우려가 커졌다. 친박의 동요를 막기 위해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는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5년 뒤 상황은 역전됐다. 박근혜 캠프 핵심들의 독주에 반발이 거세지자 친박 핵심인 최경환은 후보 비서실장에서 물러났다.
국민의힘 이준석 사태도 처음엔 그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였다.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자는 주장에 윤석열 후보 체제에 소외감을 느낀 일부 의원도 은근히 호응했던 이유다. 그러나 싸우면서도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끝이 보이지 않는 내전(內戰)으로 번진 것이다. 이준석의 선대위 파업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로 비쳤다. 참다못한 소속 의원들이 당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초유의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일 것이다.
11년 전 박근혜 키즈로 등판한 이준석은 전국단위 선거를 지휘해본 적이 없다. 큰 캠페인 전략은 더더욱 짜본 적도 없다. 지역구 선거에선 3전 3패 했다. 그나마 반전의 계기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이준석은 2030세대 표심을 끌어내 오세훈 당선에 공을 세우긴 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의 결정적 승인은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성공으로 보는 게 중론이다.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선거 구도에서 승기를 굳힌 점을 애써 외면하면 캠페인 전략의 핵심과 경중(輕重)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준석의 무기는 막강한 당 대표 권한이다. 선대위 직책이 없어도 임명장 최종 날인은 당 대표가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선 “대표가 나가서 말하는데 누가 제약 거나. 내부에 있으면 말을 들어 먹든지”라고 했다. 자신이 윤 후보나 주변을 비판하는 것은 새겨들어야 할 쓴소리이고, 자신에 대한 비판은 묵과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계급이나 배경만 믿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꼰대’ 행태가 2030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행태 아니었나.
이준석이 심혈을 기울이는 당 대표 권한의 핵심은 공천권이다. 3·9 재·보선과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은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했다. 대선 정국이라고 해도 당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다는 메시지만 발신한다면 공천에 목을 맨 인사들을 줄 세울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6년 전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대표의 ‘도장 들고 나르샤’가 어떤 참사를 초래했는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30대 0선’의 제1야당 대표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투영된 것이다. 이준석 개인에게 마음대로 하라는 무한대 권력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 당 대표가 내부 갈등을 조율해야 할 책무를 내던진 채 분란의 한편에 서는 것은 가당치 않다. 당 대표는 일개 평당원이 아니다.
이준석은 “또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준석을 지켜본 사람들은 “앞뒤에서 하는 말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준석은 보수 정당에서 보기 드물게 청년 정치를 넘어 미래 정치를 열어갈 재목이다. 정치는 8할이 말로 하지만 평가는 결과로 하는 것이다. 대선은 이제 두 달 남았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01.10 정권 위해 여성 배신한 여성가족부가 자초한 폐지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 윤 후보가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를 올리자 4시간 만에 찬성 댓글 5000여 개가 붙었다. 상당수가 2030세대 남성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성이지만 찬성한다’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최근 성평등가족부 또는 평등가족부로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성평등부(여성가족부) 강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강한 반대 입장이다.
2001년 신설된 여가부는 호주제 폐지, 성폭력·성매매 방지법 제정, 경력 단절 여성 지원, 다문화 가정 정책 수립 등 20여 년간 많은 업적을 남겼다. 김부겸 총리가 9일 방송에서 “여가부가 역사에 분명한 족적이 있다” “양성평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폐지론에 반대한다고 한 근거가 바로 이런 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가부 폐지론이 대선 쟁점으로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여성보다 진영 보호에 앞장섰던 여가부 행태에 대한 환멸 때문일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등을 거치며 여가부는 스스로 존재 근거를 부정했다. 당시 장관은 국회에서 “두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는 질문에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세 차례나 답변을 피했다. 민주당이 ‘우리 잘못으로 생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꿔가며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참여하기로 하자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 학습을 할 기회”라고 감싸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여가부는 공식 입장문에서 ‘피해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주저하더니 “2차 피해를 막아달라”는 피해자 측 요청도 묵살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런 이해하기 힘든 행태가 거듭되면서 여가부 장관은 국회에서 발언 금지 조치를 받기도 했다. 여성운동을 여당 국회의원이나 여가부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디딤돌로 이용해 온 일부 인사의 여성 배신 행위가 여가부 폐지 논란을 자초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11 ‘명가’ 민주당의 추억
건국 기여한 한민당부터 시작, 6·25때는 반공·애국주의민주주의 불씨 지킨 공로… ‘386 민주당’은 품격 잃고 퇴화이젠 후보 이름 앞세운 정당으로 민주당다운 민주당 사라졌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만큼 꾸준히 후보자를 낸 정당도 없다. 직선제일 때는 특히 그랬다. 물론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이름은 각종 선거 때마다 거의 매번 달랐다. 신민당, 민주한국당, 신한민주당,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꼬마’민주당, 새천년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식으로 말이다. 새정치국민회의, 열린우리당처럼 민주라는 말이 사라졌다가도 결국에는 도로 민주당이 되고야 만다. 마치 ‘민주’가 들어가는 당명에 침이라도 발라놓은 느낌이다.
그러다 마침내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재명의 민주당’이다. 말하자면 당명 앞에 인명을 보란 듯 앞세운 것이다. 물론 대선 후보가 정당의 얼굴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게다가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이는 선거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은 이전의 경우에 비해 뭔가 다른 느낌이다. 아닌 게 아니라 같은 당내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민 공동선거위원장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해 ‘질겁했다’는 표현을 썼고,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낙연 전(前) 당대표는 ‘민주당다움의 훼손’을 염려했다.
민주당계의 역사는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 한민당까지 소급된다. 또한 이승만·박정희 시대에는 민주주의의 불씨와 희망을 어렵사리 지켜낸 공로가 혁혁하다. 민주당 안에는 전통적으로 박사나 선생, 여사 등으로 불리는 정치 지도자가 많았다. 교육 수준이 높았을 뿐 아니라 해외 문물에 대한 식견에서도 시대를 앞섰다. 기득권 세력이었지만 농지개혁처럼 자기희생에 인색하지도 않았다. 6·25전쟁이 터졌을 때 민주당에는 반공과 애국주의가 탱천했다. 이만하면 한국 정당사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명가(名家)가 아닐 수 없다. 최소한 군사 쿠데타의 원죄에 기약 없이 얽혀 있는 보수 쪽 정당에 비해서는 말이다.
이와 같은 정통 민주당의 추억은 오늘날 거의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사에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만 걸려 있다. 민주당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물론 윤보선 전 대통령도 그 자리에 없다. 이른바 386 출신 운동권이 장악한 지금의 민주당은 자신의 출신 성분과 성장 과정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이다. 소속 정치인들의 품격, 나라 사랑의 진정성, 자유의 가치에 대한 신념, 그리고 국제적 감각의 측면에서 작금의 민주당은 그야말로 퇴화 일로다. 아마 사진 속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려다봐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가 들어간 당명에 집착하는 이유는 일종의 브랜드 효과 때문일 텐데,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명의 도용이자 명예훼손에 가깝다.
‘민주 없는 민주당’이라는 세간의 일반적 평가는 차라리 점잖은 편이다. 민주 빼고 다 있다는 표현이 오히려 정확할지 모른다. 총체적 정책 실패는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선거 공작, 기획 사정, 통신 사찰, 공문 훼손, 통계 조작, 사법 농단, 언론 통제, 인권침해 등은 모두 문재인 정부가 민주당과 더불어 벌인 일이다. 그럼에도 도대체 죄의식도 없고 수치심도 모른다. 운동권 특유의 선민사상과 이념적 진보를 배경으로 ‘386 민주당’은 정치의 목적 자체를 ‘그들만의 잔치’로 바꿔버렸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또한 날이 갈수록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예측불허의 ‘이재명식 야생(野生) 정치’에 정권 사수(死守)의 명운을 걸었다.
이재명으로 의인화(擬人化)된 민주당의 전격 등장으로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주당다운 민주당’과의 최종 결별을 예감하고 있다. 이미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 정체도 모르고 기원도 알 수 없는 이른바 ‘주권자의 명령’이라는 것을 받들어 말이다. 이로써 문재인 시대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맛보기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현재로서 ‘이재명 민주당’의 확실한 대안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대선이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야당은 무능과 무기력으로, 그리고 야권은 내분과 균열로 허송세월 중이다. 이를테면 차려진 밥상도 못 떠먹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정치학에서는 역사적으로 분수령이 되는 선거를 ‘중대 선거’(Crucial election)라 부른다. 이번 대선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너무나 어렵고 괴로운 선택이 국민을 기다리고 있기에 그것은 미증유의 ‘잔인한 선거’(Cruel election)라 불러도 괜찮을 것이다.
조선일보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01.12 여성가족부는 어쩌다 ‘대선 쇼’의 제물로 전락했나
‘여성가족부 폐지’ 7자 공약
2030남성들 열광적 지지에 대선판 쓰나미로 덮쳐
독선·불통 상징 된 페미니즘
10대들 ‘페미’가 욕인 줄 알아
통렬한 반성 없이 정치 놀음만
집안싸움에 뿌리까지 흔들리던 국민의힘이 단 한 줄 공약으로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7일 윤석열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폐·지’다. 삽시간에 온라인 포털을 장악한 ‘7자’ 공약엔 1만 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심는다’ 공약으로 천만 탈모인을 열광시킨 이재명 후보가 뻘쭘해질 만큼 지지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필 이 후보가 페미니즘 성향 유튜브에 출연한 날이라 파괴력이 컸다. 심상정 후보가 ‘여·성·가·족·부·강·화’로 맞불을 놓고, 여성 단체들이 “혐오 정치의 팻말”이라며 일제히 비난했지만 가뭇없이 묻혔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여성 정책을 다루는 부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부터 찬밥이자 동네북이었다. 미군정이 여성의 사회·경제 생활 개선과 복지 업무를 맡을 부녀국을 설립했으나 “예산 낭비”라며 폐지 요구가 들끓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 여성부를 출범시켰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개편과 개명, 폐지 논란을 거듭했다.
잠시 ‘전성기’가 있긴 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와 보육 문제 해결을 국정 과제로 내세운 노무현 정부 때다. 보건복지부 소관이던 보육·가족 업무를 가져와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했다. 저출산 파도에 보육 업무가 급증하자 날밤 새우는 공무원도 늘어났다. 성매매 퇴치에 호주제 폐지까지 직원들 혹사하기로 악명 높았던 지은희 장관 별명이 ‘지칼’이었고, 장하진 장관은 과로로 쓰러졌다. 공무원은 노는 사람들이란 편견이 그때 깨졌다. 첫 여성 대통령이던 박근혜 정부 때도 여가부에 힘을 실었다. 대통령 신임 두터웠던 조윤선 장관은 ‘워라밸(일·가족 균형)’이란 말을 초등생부터 80대 노인까지 알게 한 주역이다. 여가부가 한 일이 뭐냐, 윽박지를 수 없는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여성가족부의 추락은 문재인의 ‘페미니스트 정부’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 정계와 문화계를 휩쓴 미투, 그중에서도 박원순·오거돈 성폭력 사건을 뒷짐 지고 방관한 ‘원죄’만이 아니다.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 비리 엄호는 권력이 된 여성운동가들과 여가부가 한통속임을 입증했다. ‘대깨문’들 공격엔 속수무책 무너졌다. 정현백 장관이 여성을 비하한 탁현민은 “사퇴하는 게 맞는다”고 발언하자 장관 경질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을 도배했고, 정 장관은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정점은 권인숙 의원이 찍었다. 386 운동권의 성폭력 실태를 폭로한 여성계 마지막 양심이었던 그는 자기 당 대선 후보 아들의 저질스러운 여성 혐오 발언이 “평범하다” 두둔해 충격을 던졌다. 그 역시 개각 때면 여가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다.
여성보다 권력을 비호한 페미니스트 정권 덕에 여가부 폐지는 일부 마초의 ‘생떼’에서 대세로 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48.6%가 여가부 폐지에 찬성했고, 여성의 38.3%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페미 행보는 전략적 실수”라는 내부 비판에 직면한 이재명 후보도 어떤 형태로든 여가부 개편 카드를 집어 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 전체 예산의 0.2%(1조2300억)에 인력은 기상청 4분의 1에 불과한 초미니 부서의 존폐 여부가 대선의 뜨거운 관심사가 된 이유는 뭘까. OECD 부동의 1위인 성별 임금 격차와 독박 육아,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들이 폭행당하고 살해되는 나라에서 여성이 권력과 동일시돼 비난받는 이유는 뭘까. 우매한 남성들의 광기인가, 표를 위해서라면 대선이 예능 판이 되어도 좋다는 반지성의 시대여서일까.
‘조국 흑서’를 쓴 김경율 회계사는 페미니즘 얘기가 나오면 입을 닫는다고 했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는 뭇매를 맞기 때문이란다.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저자로 주류 여성계를 비판해온 오세라비씨는 “절대 가치가 된 한국 페미니즘은 자기 비판과 토론이 없는 성역화된 지대”라고 일갈했다. 진영의 이익 단체로 변질한 여성계를 떠나는 인사도 속출하고 있다. 한 여성학자는 “주류 여성계는 설득과 소통 없이 남성을 배척하고 이견을 말하는 사람들을 손절함으로써 스스로 고립돼버렸다. 변화한 환경, 시대의 요구를 읽지 못한 채 정치 놀음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10대 여자아이들은 ‘페미’가 욕인 줄 안다. 독선, 불통과 동의어가 돼가는 한국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조차 피로감을 주고 있다. 누구도 통렬히 반성하지 않는다. 탄광의 카나리아는 죽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구호가 대선 판의 쓰나미로 덮친 건 예고된 일이었다.
조선일보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01.12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녹취록 제보자 숨진 채 발견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던 이모씨가 11일 밤 숨진 채 발견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는 지난 8일 이후 연락이 두절돼 이씨의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씨는 11일 밤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사인은 아직 알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유족 측은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경찰도 이씨 변사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씨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론을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S사 주식 20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민주당 당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친문(親文)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에 이러한 의혹과 함께 증거 녹취록을 제보했다. 이에 깨시연은 작년 10월 7일 이 후보가 변호사 선임료 지급내역을 허위 공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 후보 측은 작년 10월 8일 이씨와 깨시연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맞고발로 대응했다. 지난 11월 민주당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에 이씨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모텔서 숨진 李의혹 제보자, 한달전 “절대 자살 생각 없다”
與, 고인에 “‘의혹 폭로자’ 아닌 ‘녹취 조작 의혹 당사자’”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던 이모씨가 11일 밤 서울 시내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이는 55세로 확인됐다. 사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폭로한 故 이모씨 페이스북
이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이씨는 작년 8월부터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론을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S사 주식 20억여원어치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관련 녹취록을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 제보했다.
이 제보를 받은 시민단체는 지난해 10월 이재명 후보를 변호사 선임료 지급내역 허위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이씨와 시민단체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며 맞고발했다.
숨진 이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동생과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이씨의 누나가 실종신고를 해 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는 한편 CCTV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이씨가 한달 전 페이스북에 쓴 글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작년 1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생은 비록 망했지만 전 딸, 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습니다”고 적었다. 이날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구속 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날이었다.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폭로한 故 이모씨 페이스북
이씨는 또 다른 대장동 사업 핵심인물이자, 마찬가지로 극단적 선택을 통해 생을 마감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사망 다음 날(12월22일)에도 글을 썼다. “현재까지 뉴스에 보도된 내용으로 판단할 때 김문기는 자살을 추정할 아무런 징후나 합당한 동기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또 “이재명 반대 운동 전면에 나선 분들 서로 생사 확인 한다고 분주. ㅎㅎ”라고 적기도 했다.
이씨의 마지막 페이스북 게시물은 지난 7일 올라왔다. 이재명 후보 조카들의 범죄 혐의를 나열한 글이었다. 이후 다른 게시물은 올라오지 않았다.
12일 이씨 사망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기 전, 온라인에선 이씨 지인들이 그의 행방을 묻기 시작했다. 이민석 변호사는 12일 새벽 페이스북에 “제 페친(페이스북 친구) 이씨가 3일 이상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친누나가 실종신고를 한 상태입니다. 혹시 이씨의 소식을 아시는 분이 계신지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다른 페이스북 친구 이모씨도 비슷한 글을 올렸다.
민주당은 이날 이씨 사망과 관련해 배포한 공지문에서 “고인은 지난해 이 후보에 대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라는 허위 주장으로 고발 조치되었고 이미 사법당국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변호사비 대납 의혹 폭로자 사망’ 소식으로 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지기 전까지 이씨는 ‘대납 녹취 조작 의혹’의 당사자”라며 “기사 작성 시 이런 점을 유의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01월12일 反기업 입법·공약 쏟아내며 경제 5강 외치는 李의 모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적극적인 경제 행보에 나섰다. 11일 세계 5강 경제 대국을 목표로 내건 ‘신경제 비전 선포식’을 가진 데 이어 12일엔 산업 분야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기업인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노조 3법, 규제 3법, 임대차 3법 논란이 보여주듯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조·반(反)기업 정책에 신음하던 경제계 입장에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닥치면서 시름이 깊어간다. 그런데 이 후보의 청사진 공약과 정부·여당의 정책이 상충도 넘어 정반대인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게 문제다. 특히 ‘이재명의 민주당’은 지금도 반기업 입법 드라이브를 오히려 강화한다.
이 후보는 경제 비전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인하고, 혁신을 위해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분야별 지원 방안도 약속했다. 이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 대전환 7대 공약’을 통해 디지털 대전환, 빅텐(big 10) 산업 프로젝트 , 임기 내 수출 1조 달러 등을 제시했다.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정작 여권은 이런 말과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민주당이 주도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11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경제계 우려는 짓밟혔다. 벤처기업 활성화 등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필요한 차등의결권 도입은 무산됐다. 이 후보는 탄소중립 전환을 내세우면서도, 세계 흐름과 역주행하는 탈원전 폐해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근무 형태를 허용하는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기업이 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규제 혁파와 친시장 정책이 기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무차별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벤처기업에 절실한 노동 유연성을 악화시켰다. 최근 CES(세계 IT·가전 박람회)에서 혁신 기술을 한국 기업들이 휩쓸었지만, 규제 때문에 다른 나라로 나가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분양가상한제 민간 확대와 분양원가 공개도 약속했는데, 이런 반시장 공약은 주택문제를 더욱 왜곡시킬 뿐이다. 말과 행동의 모순은 경제 공약의 진정성을 더욱 믿을 수 없게 만든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12일 癌보다 毛가 더 중한가
이용권 사회부 차장
‘메디컬 푸어.’ 과도한 의료비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는 환자를 말한다. 병원에서 수술 한 번 받으면 파산할 만큼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전 국민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국내에서도 이런 메디컬 푸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저소득층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암이나 중증질환을 앓는 가족이 있다면 부유층을 제외한 누구든 경험할 수 있다.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통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건강보험이 고가의 신약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감기처럼 치료비가 적게 드는 경증질환엔 건강보험 혜택이 크지만, 정작 치료비가 많이 드는 암이나 중증질환에 걸리면 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물론 암 환자도 산정특례제도에 따라 의료비의 5%만 부담하면 되지만, 이는 건강보험 적용 치료로 한정돼 있다. 첨단 신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이런 약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는 1회 투여 시 수백만에서 수천만 원에 달한다. 효과를 보려면 십수 차례 투여해야 하는 만큼 기본 비용만 연간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암 환자는 집을 팔아 치료한다는 게 헛말이 아니다. 암 및 난치성질환자 가족들이 정부에 신약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제성평가가 낮다는 이유로 외면당해 왔다. 그동안 몇몇 신약 항암제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통해 일부 병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도 했지만, 이조차도 올해부터 끊어지면서 많은 암 환자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한 공약이 논란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탈모 치료를 지원하겠다는 이 후보는 절박한 암 환자보다 당장 1000만 명에 가깝다는 탈모 인구의 표를 더 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용 경제성 측면에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는 탈모 등에 건강보험을 지원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탈모는 건강보험 지원이 없으면 생을 마감해야 하는 질환이 아닌 데다, 파산할 수준의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탈모 스트레스가 아무리 크다 한들 생명이 오가는 암 환자의 절박성에 비할 수 있을까. 또,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암 등의 중증질환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질환이 됐다. 암 외에도 시급히 건강보험 혜택을 기다리는 중증질환은 수없이 많다.
탈모가 아니어도 건강보험은 정부의 생색내기용으로 지원돼 논란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이 건강보험을 통해 병·의원 물리치료 등을 마사지숍처럼 이용하고 있으며,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초음파도 불필요한 과잉 검사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재정이 충분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건강보험은 수년째 적자로 적립금 고갈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복지 혜택의 특성상 한번 지원을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건강보험이 선거나 정책 홍보를 위해 악용돼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이 없으면 생사를 오가는 절실한 환자에게 제대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문화일보
01.13 反기업 親노조, 포퓰리즘으로 ‘경제 5강’ 간다니 무슨 마술인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경제 비전’이란 이름의 경제 성장 전략을 발표해 경제 세계 5강,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이재명 신경제의 성공은 투자에 달렸다”면서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인하고 창의·혁신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흉내를 내는 모습으로 경제 비전을 발표하던 바로 그 시각, 민주당은 국회에서 기업들이 반대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선 후보가 ‘기업의 창의·혁신’을 말하는데 민주당은 이를 위축시키는 노동 편향 제도를 밀어붙인 것이다. 어느 쪽이 진짜인가.
민주당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행하면서도 벤처 기업가들이 경영권 걱정 없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해 주는 ‘차등 의결권’ 도입 법안은 보류시켰다. 여당이 총선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사안이다. 그런데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 반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팽개쳤다. 이 후보는 이런 반기업 행태를 방관하면서 어떻게 ‘과감한 투자’와 ‘창의·혁신’을 말할 수 있나.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등을 밀어붙였고, 노동 3법과 기업 규제 3법 등의 입법 폭주로 5년 내내 기업들을 옥죄었다. 해고자도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노동법을 강행하면서 대체 근로자 투입, 생산 핵심 시설 점거 금지 등 기업계 요구는 철저히 거부했다.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약하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차등 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은 외면했다. 산업재해 사고가 나면 대주주나 기업 대표를 감옥에 보내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과잉 처벌 입법인데도 밀어붙였다.
이런 반기업 폭주에 대해 이 후보가 한 번이라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비판은커녕 국가가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기본금융·기본주택을 보장하겠다는 등 한층 더 반시장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공공배달앱, 비정규직 공정수당 지급 등 반(反)시장적이거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더 늘리라는 등 반기업 공약 폭주만 보여줬다. 이런 정책으로 세계 경제 5강으로 도약하겠다니 무슨 마술인가.
조선일보 사설
01월 13일 與 압력 시달리고 부실수사 분노했다는 ‘3번째 사망자’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관련자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이모(54) 씨가 1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후보 의혹과 관련된 사람 3명이 단기간에 숨진 것이다. 이번 경우는 구체적 사인(死因)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돌연사이든 다른 사망 원인이 작용했든, 이 씨가 최근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숨진 이 씨는 지난해 10월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모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 원과 S사 전환사채 20억 원 상당을 받았다’며 친문 성향의 시민단체인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에 제보한 인물이다. 이 단체는 이 씨와 이 변호사 등이 대화한 녹취록을 근거로 대검에 고발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출신 전관(前官)으로 지난 2018년 이 후보 부인과 관련된 ‘혜경궁 김씨’사건을 맡았고, 이 후보의 허위사실유포 등 사건의 30여 변호인 중 한 명이다. ‘혜경궁 김씨’사건은 경찰에선 유죄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이 후보는 2심에서 벌금 300만 원의 지사직 상실형의 유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는 바람에 이번 대선에 출마할 자격을 얻었다.
유족 동의로 대리인으로 나섰다는 백모 씨는 장례식장에서 “민주당 이 후보 진영에서 다양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고 했고, 이 씨에게 법률적 지원을 했던 이민석 변호사는 “이 씨가 변호사비 대납 사건을 검찰이 계속 덮으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부실수사에 분노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사인 규명을 포함해 전반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이 씨는 이미 수사 기관에 제출한 관련 녹취록 외에 또 다른 녹취록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 후보 측이나 검찰 측 입장도 충분히 반영해 공정한 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이 후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01.14 YS 아들·손자, 윤석열 돕는다…김현철 尹특별고문으로 합류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가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6주기 추모식에서 유족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13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를 윤석열 대선 후보의 후보특별고문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현철 교수의 차남 김인규 씨도 윤 후보 수행단에서 일하고 있어 부자(父子)가 나란히 윤 후보를 돕게 됐다. 김인규 씨는 권영세 의원실의 정책비서로 일해오다, 지난해 윤 후보의 경선 캠프에 합류한 바 있다.
한편,이날 선대본부는 박민식 전 의원을 상황실 전략기획실장에, 유석현 전 청와대 행정관을 정책본부 정책전략실장에 각각 임명했다.
조선일보 주형식 기자
01월 14일 정의당의 참담한 몰락, 민주당 2중대 노릇 결과다
진보정치를 표방한 정의당의 몰락이 참담할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에 뒤처졌을 정도다. 심 후보는 지난 12일 칩거에 들어갔고, 13일엔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공중 분해됐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온갖 악재로 30%대 후반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정의당엔 절호의 기회다. 조금만 잘하면 민주·진보 진영의 지지 기반을 급속히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영국 노동당이 자유당을 대체한 것과 같다. 그런데 정의당은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대선 완주와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대외적으로는 민주당의 2중대 노릇을 한 데 따른 필연적 결과다. 이 과정에서 공정·인권 등의 진보적 가치도 저버렸다. 대내적으로는 세대교체 실패로 청년세대 외면을 자초했다. 정의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을 민주당과 담합했다. 정의당이 준(準)여당 역할을 하면서 제1 야당이 반대하는 선거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며 뒤통수를 쳤고, 공수처는 예상대로 정권 하수인처럼 됐다. 조국·윤미향·박원순·오거돈 사태 때 진보 정당으로서 선명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기회주의적 처신을 했다. 북한 주민 인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심 후보의 대선 재수는 ‘고인 물 정당’으로 비치게 한다. 소수의 명망가가 후보와 고위 당직을 독차지한 게 문제다. 이제라도 심 후보가 사퇴하고 젊고 참신한 파격적 후보를 내세우는 게 낫다. 진보정치의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두 자릿수 득표율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또다시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 및 지방선거 연합공천 등 정치공학에 매달리면 진보정치를 완전히 망치게 된다.
문화일보 사설
01.15 6·25 동란 때의 ‘1월 추경’까지 등장, 투표일 직전 돈 살포 준비
607조원에 달하는 올해 본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 보름도 안 돼 정부가 14조원 규모 추경안을 이달 마지막 주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1월 추경’은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다.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에 편성됐던 ‘2월 추경’보다도 빠르다. 지금 코로나로 많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전쟁이나 국가 부도 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작년 12월 초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 자체가 코로나 대처를 위한 초대형 규모였다. 한 달여 만에 무슨 새로운 사태가 발생했다고 거기에 더해 또 추경인가. 민주당과 정부는 대통령 선거운동 개시일인 2월 15일 이전에 추경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3월 대선 직전에 대대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인당 최소 50만원씩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을 주는 ‘설 전 30조원 추경’을 주장하면서 불을 댕겼다. 그 후 문재인 대통령이 세수 오차 추가분을 거론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여력을 갖게 됐다”고 말하자 정부가 하루 만에 추경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결국 이 후보가 요구한 대선용 추경을 청와대와 정부가 받아준 것이다. 2020년 총선과 작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대규모 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또다시 대선을 앞두고 현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추경 14조원은 대부분 빚을 내 조달해야 한다. 당정은 이 중 12조원을 소상공인·자영업자 320만명에게 1인당 300만원씩 선(先)지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본예산에 잡힌 소상공인 지원 예산 10조원이 있는데 이것은 놔두고 빚까지 내 추경부터 편성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상공인 선지원이 시급하다면 기존 예산의 불요불급한 세출을 구조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게 원칙이다. 당정은 정부가 작년 세금 수입을 잘못 예상한 바람에 더 걷힌 세수 오차분인 60조원을 쓰면 된다고 하지만, 지난해 국가 부채 증가액은 이를 크게 웃도는 100조원이 넘는다. 추가 세수 오차분은 국가재정법상 나랏빚 갚는 데 먼저 쓰도록 돼있다. 전 세계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풀린 유동성 회수에 나서고,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이는데 정부만 거꾸로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문 정부의 추경 편성은 중독 수준이다. 집권 첫해부터 마지막 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 이번까지 합하면 총 10차례에 달한다. 역대 정부 중 압도적인 최다 횟수다. 총 추경액도 150조원에 육박해 외환위기를 맞은 김대중 정부의 28조원이나 이명박 정부의 33조원, 박근혜 정부 51조원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규모다. 추경 재원도 대부분 빚 내서 조달했다. 그 결과 국가부채는 1100조원에 육박하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50%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된다. 문 정부 출범 당시 36%였던 국가부채 비율이 불과 5년만에 50%대로 치솟았다.
나랏빚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경고한 신용등급 강등 위험선으로 다가갔는데 여당 대선 후보는 14조원 추경도 너무 적다고 한다. 나라 형편은 뒷전이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뿌려 표를 얻겠다는 계산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1.15 안철수 빼고 이재명과 윤석열만 TV 토론, 공정한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설 연휴 전 양자 TV 토론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를 지상파 방송사가 생중계한다는 것이다. 2월 21일부터 3차례 진행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법정 TV 토론과는 관계없이 별도로 열리는 것이다. 그러자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반발하고 있다. 안 후보의 반발에는 일리가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두 사람만의 토론을 하는 것이라면 논란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공공 재산인 전파를 사용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들의 토론을 생중계하기로 한 이상 법 규정과 공정성에 부합해야 한다. 선관위 주관 법정 토론에는 ‘직전 대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전국 지지율 3% 이상 기록한 정당의 후보’ ‘최근 한 달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상회’ 등의 참가 자격이 규정돼 있다. 안 후보는 이 자격을 충족하고 있다.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이 후보, 윤 후보, 안 후보 지지율이 각각 37%, 31%, 17%였다. 이런 안 후보를 지상파 중계 토론에서 배제한다면 선관위 규정에도 맞지 않고 선거의 기회 균등도 아니다.
현재 추세대로면 대선 법정 TV 토론에선 당연히 안 후보도 참석하게 된다. 그렇다면 법정 토론 아닌 별도 토론에도 안 후보가 참석하는 것이 맞는다. 토론은 국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고 판단을 돕기 위한 것인데 누구를 뺀다는 것은 토론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정하지 않다.
조선일보 사설
01.17 본질 사라지고 가십성 공방이 판치는 이상한 대선

▲시민들이 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이른바 ‘7시간 녹취록’을 보도한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을 보고 있다./고운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인터넷 매체 관련자와 사적으로 통화한 녹취 파일을 MBC가 방송했다. 김건희 씨는 작년 7~12월 ‘서울의소리’ 촬영 담당 이모씨와 7시간 45분 동안 통화했다. 김씨는 “홍준표 후보 까는 게 더 신선하지 않냐”며 “캠프에 오면 1억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씨에게 “정보 있으면 달라. 관리해야 할 유튜브 애들 명단 좀 보내라”고도 했다. 김씨는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그렇게 크게 펼칠 일이 아니었는데 (조 전 장관이) 너무 공격을 해서 검찰과 싸움을 했다”라고도 했다. 대선 후보의 아내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파일에는 무속(巫俗) 관련 발언, 남편에 대한 평가, 언론에 대한 불만 등도 포함돼 있었지만 법원 불허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선 후보 아내는 후보가 가기 힘든 곳에서 선거 지원을 하거나 조용히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김씨는 윤 후보보다 더 많은 논란을 몰고 다녔다. 그는 허위 경력 의혹을 받다 뒤늦게야 사과했다.
윤 후보의 전두환 발언에 대해 ‘개 사과’ 사진을 띄운 것도 김씨 주변에서 한 일이란 말이 나왔다. 후보의 아내도 간혹 언론 인터뷰를 하지만 기자와 사적으로 장기간 통화하는 경우는 없다. 대선 후보의 아내가 어떻게 남편이나 선대위도 모르게 외부인과 장기간 이런 통화를 할 수가 있나. 대선 후보의 아내는 공인이다. 그래서 캠프마다 철저히 관리하고 지원한다. 그런데 김씨에 대해선 어떤 관리나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 때도 사과까지 12일이나 걸렸다. 윤 후보가 아내 문제 건드리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대위 주변에선 ‘김씨는 언터처블’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씨 발언이 녹취되고 보도되는 과정에선 정치 공작 냄새가 풍긴다. 이씨는 정치적 조언을 다 해줄 것처럼 접근한 뒤 사적 대화까지 모두 녹음했다. 그 내용은 파일로 만들어져 친여 매체와 방송사에 전달됐다. 취재·보도를 할 때는 취지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하는데 기본적 언론 윤리도 무시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MBC 보도가 나기도 전에 ‘본방 사수’ ‘시청률을 높이자’고 했다. 선관위 허가에도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은 보도해서 안 된다던 민주당이 상대 후보 아내의 사적 발언에 대해선 대선 이슈로 띄우겠다며 선동하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코로나 사태 북한 도발 같은 당면 현안이나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국가 전략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여야의 선거전에선 국가적 이슈가 실종되고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이나 가십성 사안을 둘러싼 상호 비방만 보인다. 본질은 사라지고 말초적 논란이 판치는 ‘이상한’ 선거 판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17일 김건희 한심한 행태와 ‘정치 공작’ 위험성
여야 선두권 후보들의 ‘가족 리스크’가 대선 양상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어왔다. 16일 MBC가 방송한 ‘김건희 씨 7시간 통화 내용’도 그런 부류의 하나로 남게 됐다. 유력 후보의 부인으로서 한심한 행태를 보인 김 씨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몰래 녹음하고 공개한 관련 매체들 행태 역시 ‘정치 공작’을 연상케 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
MBC가 방송한 김 씨와 인터넷 매체 직원과의 통화 내용을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없진 않지만 대체로 기본적으로 편하게 주고받은 대화로 보인다. 특히, 여권 측에서 ‘본방 사수’를 외치며 대대적 여론전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여권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큰 충격을 줄 것 같지도 않다. 물론 ‘미투’ 관련 발언, 1억 원 등 상식과 동떨어진 발언도 수두룩하다. 근원적 문제는, 김 씨가 서울의소리 촬영기사라는 이모 씨와 52차례에 걸쳐 7시간여 통화한 사실 자체다. 남편인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 뛰어들고 가족 문제가 부각된 와중이었음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조국 사태 수사, 선거 대책과 사생활 등 대화했다는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김 씨는 과장·허위 경력 의혹 등을 받아왔다. 대통령 부인이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불안을 해소할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윤 후보에게 결정적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와 MBC의 행태도 문제가 많다. 정상적 취재·보도로 보기 힘들다. 김 씨가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주장을 했던 인터넷 매체와도 협의했다고 한다. 김 씨 발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자초하는 행태다. MBC가 기본을 지켰는지도 의문이다. 법원이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린 부분을 MBC측 변호인이 외부에 유출했다는 정황도 나온다. 특히 야당 측은 과거 MBC가 ‘검언유착’의혹을 보도할 당시 함정 취재를 함께했다는 ‘제보자 X’ 지모 씨가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이라면 이런 의문들을 투명하게 소명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1.18 野 후보 아내 함정 빠트린 사람들, MBC도 사후 가담 아닌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MBC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친여 유튜브 채널 촬영 기사 이모씨와 사적으로 통화한 내용을 16일 방송했다. 이씨는 작년 7월부터 김씨에게 접근해 6개월간 총 7시간 45분 분량의 통화를 몰래 녹음해 MBC에 넘겼다고 한다. 이씨는 김씨에게 어머니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접근했다고 한다. 그 스스로 “김건희에게 ‘떡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김씨를 함정에 빠트린 것이다. MBC는 이날 20여 분에 걸쳐 일부 내용을 방송했고 23일 또 한 차례 방송을 예고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의 함정 통화 내용을 공공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MBC가 그대로 받아 내보낸 것이다.
대선 후보의 아내도 공인이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검증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개를 전제로 한 인터뷰가 아니라 개인적인 사사로운 대화처럼 사람을 속여 나눈 얘기, 그것도 정치적으로 공격하려고 함정을 판 내용을 공중파 TV가 그대로 받아 방송한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 언론의 행태라고 할 수 없다. 함정을 판 이들에게 사후에 가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MBC가 이른바 ‘채널A 기자 사건’에서 사실상 조작 보도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 것이 불과 1년여 전이다. 채널A 기자가 윤 후보와 가까운 한동훈 검사와 짜고 금융 사기로 기소된 사람에게 ‘유시민씨 비위를 진술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 당시 MBC 보도 내용이었다. ‘검언 유착’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정반대 사실이 드러났다.
사기 전과자인 제보자가 특종 정보가 있는 듯 채널A 기자를 속여서 유인하고 MBC가 몰래카메라로 이를 촬영했다. 조사 결과 한동훈 검사는 유시민씨에게 “관심없다”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MBC와 이 정권 관련 인사들이 작전을 짜고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건은 김건희씨를 함정에 빠뜨리려 했던 통화를 방송한 것과 본질이 다르지 않다. 작년에는 MBC PD가 김건희씨 논문을 검증하겠다며 김씨 지도 교수의 전(前) 거주지를 찾아가 경찰을 사칭해 관련 내용을 추궁한 사실이 드러나 사과 방송을 하기도 했다.
MBC가 김대업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을 ‘의인’으로 포장해 대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기억이 많은 시청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다. 김건희씨와 함정 통화를 한 측이 그 녹음테이프를 MBC에 준 것은 자신들과 ‘같은 부류’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18일 ‘대선 D-50’ 포퓰리즘 광풍과 관권 동원, 국민이 막아야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새로운 시대를 기대할 수 있는 국가 비전이나 정책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유례없는 포퓰리즘 광풍(狂風)과 저질 행태, 그리고 관권 개입이 난무한다. 선거판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선두권인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책임이 무겁다. 무엇보다 집권세력이 국정 책임은 뒷전이고 돈 뿌리기 선심 공약을 선창하고, 문재인 정부가 노골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문제다. 보수 야당도 허겁지겁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병사 월급 200만 원이 상징적이다.
1월 추가경정예산 추진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말대로 ‘자유당 때 고무신 선거와 다를 바 없는 국정 코미디’에 속한다. 실제로도 6·25전쟁 직후인 1951년 이후 처음이고, 미국 원조로 유지되던 그때는 회계연도가 4월에 시작됐음을 고려하면, 사상 처음이나 다름없다. 본예산 집행조차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는데, 추경 규모가 14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어난다. 당·정에선 설 전에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고, 공식 선거운동 직전인 2월 중순에 통과시킨다는 일정이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아예 50조 원으로 늘려 5월 새 정부 출범 직후에 집행하자고 맞불을 놓는다.
여당과 제1야당 후보 측은 탈모 치료, 반려동물 쉼터 확대 같은 ‘소확행’ ‘심쿵’ 공약까지 쏟아내지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개혁 및 노동시장 유연성 등 절박한 국가적 과제는 외면한다. 오히려 안 후보는 국민연금과 공적연금 통합 등 대안을 제시하고 추경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안 후보 상승세는 해도 너무한 포퓰리즘 행태에 대한 반작용 성격도 있다. 또, 유력 후보와 가족을 상대로 한 흠집내기 경쟁은 관음증 수준으로 전락했다. 관변 매체의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 통화 녹취 공개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관권선거 우려다. 현 정권이 행정부와 국회, 사법부를 장악한 상황에서 불공정 선거를 감시·처벌해야 할 당국이 눈 감거나 오히려 거든다. 정부는 여당 후보 선거기구처럼 전락했다. 포퓰리즘과 관권선거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결국엔 나라를 망친다. 이를 막을 책임은 국민에게 던져졌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주는 돈 받고 제대로 찍자’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선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18일 위헌 법안 거부할 대통령 필요하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동·거짓 판치는 나라는 패망
절대다수 의석 與의 입법 전횡
위헌적·反민주적 행태도 속출
대선 뒤에도 2년 더 같은 상황
마지막 장치는 법안 再議 요구
후보들의 헌법 수호 의지 중요
원래 프로파간다(propaganda)는 로마 가톨릭에서 포교를 전담하는 추기경들의 위원회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20세기 2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거짓’과 ‘선동’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포퓰리즘(populism)의 원래 어원은 대중 또는 민중을 뜻하는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요즘은 정치 지도자들이 권력과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기영합적인 비현실적 정책을 내세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정치 전략적 수단으로 이해된다. 민주주의를 왜곡, 변질시키는 위험천만한 전략들이다. 프로파간다와 포퓰리즘이 판쳤던 국가는, 결국 민주주의의 실패는 물론 국민을 극심한 고통에 빠뜨렸다는 사실은 역사가 잘 말해 준다.
지난 총선에서 야당의 자중지란을 틈타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은 국가의 정치적·정책적 문제를 모두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이른바 ‘입법 절대주의 전략’을 강하게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파간다와 포퓰리즘 전략이 사용됐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 국민적 관심이 큰 법안을 처리할 때면 이른바 ‘좌표’를 찍어 입을 막아 버리는 봉쇄전략을 사용했다. 건전한 비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 수급의 왜곡 현상을 지적하면 마치 그것이 집 없는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비인간적인 사람인 것처럼, 프로파간다와 포퓰리즘으로 ‘좌표’를 찍어 입을 막아버리는 이른바 ‘입법 독재’가 심심찮게 현실화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비판하는 것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적폐 세력으로, ‘N번방 방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 자체가 성착취 불법 정보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것에 반대하는 안티 페미니스트인 듯이 몰아간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에 반대하고 기업의 이익에만 동조하는 친기업적 인사로,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안’의 역기능을 말하는 것은 소상공인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플랫폼 대기업의 하수인으로 매도한다.
히틀러의 독재를 경험한 유럽 국가들은, 독재 권력에 장악된 의회가 만든 법률에 따른다 해서 그것이 진정한 법치주의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래서 생겨난 게 ‘실질적’ 법치주의다. 의회가 만들었다고 모두 ‘법률’로서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헌법에 합치되는 법률만이 진정한 ‘법률’이며, 이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는 게 실질적인 법치주의요,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프로파간다와 포퓰리즘으로 건전한 비판이 봉쇄된 채 만들어진 법안은 헌법과 법리에 맞지 않는 위헌적 법률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지금 여당은 국민의 입을 막고 몸을 묶는 이른바 ‘봉쇄’ 법률을 계속해서 만들려고 한다. 1인 미디어나 비주류 언론들의 비판이 귀에 거슬린다고 해서 가짜 뉴스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국민과 언론을 ‘봉쇄’하려는 입법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입법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어떤 명분을 내세울지라도 명백히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다.
하지만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입법 전횡을 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프로파간다와 포퓰리즘으로 좌표가 찍혀 건전한 비판과 합리적 토론도 기대하기 어렵다. 의회의 입법 전횡을 사후에라도 막으려고 만들어진 장치가 헌법재판소다. 하지만 친여 성향의 재판관이 다수인 상황에서 헌재가 이런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21대 국회의원의 임기(2024년 5월 29일까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당장 선거를 통해 국회의 의석 균형을 맞추긴 어렵다. 국회의 입법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제도적 장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은 국회가 만든 법률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매우 중요하다. 3·9 대선에서는, 프로파간다와 포퓰리즘을 앞세운 국회의 입법 전횡을 거부권 행사로 제동을 걸 수 있는 결단력 있는 대통령이 선출돼야 한다. 국민의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일보
01.19 ‘공수처’와 ‘선거법 날치기’ 맞바꾼 거래에 대한 뒤늦은 후회

▲머리 싹둑 자르고 나타난 심상정 -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17일 일정에 복귀하며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019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지금 생각해도 20년 정치를 하면서 가장 뼈아픈 오판”이라며 “그때의 그 실망감이 정의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당시 정의당 대표였던 심 후보는 처음엔 조씨에 대해 “버틸 수 있겠느냐”고 했었다. “20·30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40·50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60·70대는 진보 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는 상식적 판단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의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에 동의해주면 정의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들어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하자 심 대표는 180도 입장을 바꿨다.
“사법 개혁의 대의를 위해 대통령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며 조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당원과 지지자들은 “당명에서 정의를 빼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탈당 사태까지 벌어졌다. 다음 해 총선에서 의석 몇 개를 더 가져보겠다고 여당과 정치 뒷거래를 하느라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외면했다는 비난이었다. 정의당은 막상 총선에선 민주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면서 뒤통수를 쳐 의석수 증가 효과도 보지 못했다. 아무런 정치적 이득도 없이 민주당의 공수처 만들기에 들러리만 선 것이다.
정통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은 여야 양쪽을 향해 바른 소리를 하면서 나름 지지 기반을 다져 왔다. 그러나 심 후보는 요즘 전 국민에게 1억원씩 나눠 주겠다는 허경영 후보에게도 밀리고 있다. 5년 전 대선에서 6.17%를 득표했던 심 후보 지지율이 2%대에 머문다. 그래서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칩거하기도 했다. 조국 사태 침묵이 뼈아프다는 심 후보의 뒤늦은 후회는 정치인이 실리에 눈이 멀어 명분을 포기하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다는 평범한 이치를 되새기게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19일 참담한 이재명 ‘160분 녹취록’과 與의 엉뚱한 음모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가 보도된 지 이틀 만인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34개 파일, 160분 통화’가 공개됐다. 누구나 녹취 파일을 듣고 녹취록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선거법 위반 여부나 정치적 득실 등을 떠나 선거를 이전투구로 만든다는 점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필요한 측면도 있다. 김 씨의 한심한 행태는 이미 지적됐다. 그런데 이 후보 녹취록은 훨씬 충격적이다. 형(작고) 및 형수와의 욕설 파문은 이미 알려졌지만, 녹취록을 보면 예상보다 내용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우선, 주고받은 욕설의 ‘수위’다. 통화가 이뤄진 2012년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녹음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욕설을 한 것은 인성과 품격에 의문을 갖게 한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집안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절연(絶緣)에 이르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지경인 경우는 찾기 힘들다. 이 후보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문제점도 있다. 대장동 개발 및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단초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측근임을 부정했던 유동규 씨가 이 후보 및 부인 김혜경 씨와 형 사이의 통화에서 거론된다. 형이 “(김 씨가) 음대 나왔다며, 그래서 유동규가 음대 나왔는데 뽑았냐”라고 하자 이 후보는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라고 답했다. 또, 이 후보는 형에게 “너부터 (정신병원에) 집어넣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음모론으로 물타기 하려는 조짐도 보인다. 현근택 후보대변인은 “친문 강성 지지자들이 이 후보가 욕설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배포할 것”이라고 SNS에 올렸다. 김건희 씨가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인터넷 매체가 취재 중이라는 것이다. 친여권 인사인 김어준 씨도 “실제 유포되면 즉시 어디서 제작·유포했는지 얘기하겠다”고 했다. 사실이라고 해도 여권 내 갈등일 뿐이며, 욕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본질을 벗어난 엉뚱한 대책을 내놓더라도 유권자의 우려를 호도하긴 힘들다.
문화일보 사설
01.20 文 캠프 출신 선관위원 억지 임기 연장, 노골적 대선 편파 시도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에 따라 청와대에 사의를 밝혔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원은 모두 9명으로 임기는 6년이지만 상임위원은 3년 임기를 마치면 떠나는 게 관례였다. 조 위원도 이에 따라 최근 사표를 냈지만 문 대통령이 반려한 것이다. 사실상의 임기 연장으로 유례가 없던 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이라 선관위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을 목전에 두고 문 정권 내내 계속된 선관위의 편파적 선거 관리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런 억지를 부릴 까닭이 없다. 이와 동시에 민주당은 국민의힘 추천 몫 선관위원 후보자에 대해선 야당 당적 보유 경력 등을 들어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조 위원은 2019년 임명 당시부터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인 사실이 알려져 정치적 공정성 논란을 빚었다. 중립성이 생명인 선거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특정 캠프 출신이라면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야당 반대를 묵살하고 조 위원 임명을 강행했다. 조 위원이 이끄는 선관위는 2020년 총선 때 ‘친일청산’ ‘적폐청산’ 등의 문구가 적힌 여권 지지층의 투표 권유 현수막은 허용하고 ‘민생파탄’이 적힌 야당 후보의 투표 독려 문구는 못 쓰게 했다. 작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시민단체 캠페인을 박원순·오거돈의 성범죄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막았고,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촉구 광고를 낸 시민을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했다. 이런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여당 편을 드는 선거 관리로 일관했다. 청와대는 그런 일을 해왔던 조 위원을 대선 투표 날까지 계속하라고 대못을 박은 것이다.
현재 야당 몫 위원 1석이 공석인 가운데 재직 중인 선관위원 8명 중 7명이 친여 성향으로 분류된다. 중앙선관위원장은 친여 법조인 모임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다. 여기에 가장 믿을 만한 문 캠프 출신 선관위원에 대해선 임기 연장까지 했다. 청와대가 선관위를 통해 대선판 자체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선거관리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수십년 전 ‘관권선거’가 재현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심각한 문제다.
조선일보 사설
01.20 ‘선거 지면 죽는 당’의 남은 48일
정권 잃을 위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처 방식은 전혀 달라
국민의힘은 손 놓았지만 민주당은 김대업, 김경준, 국정원 댓글 등 죽기 살기
48일은 긴 시간이다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 48일 남았다. 선거에서 48일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워낙 비호감 대선이어서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현재까지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사람이 정권 유지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 판이 아무리 출렁여도 이 격차는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신뢰할 만한 여론 지표 같다.
역대 대선을 돌아보면 정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민주당 쪽과 국민의힘 쪽이 보인 대응 방식은 큰 차이가 있다. 김영삼 정권은 정권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외환 위기이기도 했지만 내분에 빠져 있었고, 당시 여권 내 일각은 차라리 민주당 쪽으로 정권이 넘어가기를 바라는 듯한 분위기도 있었다. 실제 김영삼 대통령은 검찰에 민주당 김대중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추락으로 민주당이 정권을 잃을 위기가 왔을 때는 전혀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민주당 노무현이 막판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과 KBS, MBC가 야당 후보를 죽이기 위해 거의 매일 ‘김대업 드라마’라는 희대의 사기극을 연출하고 있었다. 진행 과정을 보면 ‘극히 드물다’는 뜻의 ‘희대’라는 말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대선 5개월 전 김대업이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비리 녹음 테이프가 있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KBS는 당시 KBS 감사가 토로한 대로 ‘광적인 방송’을 시작했다. 미쳤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9시 뉴스 대선 보도의 71%를 ‘김대업’만으로 채웠다. 사기 등 전과 5범인 김대업의 영상과 육성을 검찰이나 병무청 직원보다 훨씬 자주 방송했다. MBC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검찰이 이 사기극에 찬조 출연했다. 이들의 활약으로 이회창 후보는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노무현이 당선되자 한 달 만에 검찰은 김대업 주장은 허위라고 발표했다. 심지어 김대업이 내놓은 녹음 테이프는 녹음했다는 날짜 뒤에 제조돼 팔린 것이었다.
이렇게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지지율 추락으로 정권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 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래도 민주당 측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김대업 대신 김경준이 등장했다. 김씨가 벌인 BBK(투자 자문사) 사기 사건을 이명박과 엮어 선거 판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집요하게 벌어졌다. 그때도 여당인 민주당 쪽이 국회 다수당이었다. 여당은 BBK 특검법을 힘으로 밀어붙였고 국회는 연일 난장판이 됐다. 국회 육탄전에 전기톱과 쇠줄이 등장한 게 그때였다. 국회의원 아닌 외부인들이 국회 내부로 밀고 들어와 점거한 것도 이때였다.
이명박이 “특검 수용”을 발표하고 국회에 왔을 때 아수라장 속에서 민주당 측 누군가가 이 후보의 머리에 침을 뱉었다. 정권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의 몸부림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나중에 바로 이 특검을 통해 BBK는 김경준의 사기이고 이명박도 피해자라는 사실이 물증에 의해 밝혀졌다.
이 대통령도 말년에 추락했다. 여당 박근혜와 민주당 문재인이 막상막하 접전이어서 정권이 민주당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상당했다. 그런 위기에서도 이 대통령 정부나 여당 박근혜가 무엇을 만들어낸 것이 없다. 오히려 야당인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잡아내 활용했다. 5년 뒤 민주당 문재인 측은 국정원 댓글보다 더 심각하고 광범위한 댓글 조작을 벌였지만 국민의힘 쪽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문 대통령 당선 뒤 어이없게도 추미애 때문에 드루킹 일당이 꼬리를 잡혔다.
이번에도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민주당이 패하더라도 결코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만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선거 관리의 핵심인 법무, 행정안전 두 장관을 민주당 의원으로 앉혀놓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없던 일이다. 이제는 중앙선관위에 심어놓은 상임위원의 임기를 연장해 대선 투표 날까지 대못을 박으려는 기이한 시도까지 하고 있다. 검찰 경찰 공수처 감사원은 ‘대장동’ 등 여 후보 관련 사안은 철저히 뭉개고 야 후보 문제는 기를 쓰고 달려든다. 정부는 여 후보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두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노골적 행태다.
KBS, MBC는 방송사라기보다는 정당처럼 된 곳이다. 정권이 바뀌면 마치 여야가 교대하듯 방송사 간부직이 거의 다 바뀐다. 민주당이 정권을 잃으면 이 방송의 지금 간부들도 자리를 잃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어떤 행태를 보이겠나.
BBK 특검 난장판 속에서 민주당 쪽 사람이 이명박에게 침을 뱉은 때가 대선 투표 불과 이틀 전이었다. 민주당 사람들이 국정원 댓글과 관련해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을 덮친 것은 대선 투표 일주일 전이었다. 이 정권에는 ‘대선에서 지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48일은 긴 시간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01.20 MBC의 후회, 이재명의 눈물
"내가 비위가 약한가 봐. 어휴, 힘들어. 더이상은 도저히. 아주 입에 걸레를 물었네. 그나저나 이재명은 왜 칼로 쑤시고 구멍 어쩌고 그런 얘기를 자꾸 반복해서 하는 거야?"
대학생 아들이 지난 18일 일반에 공개된 A4 용지 78장 분량(녹음 파일 34개 160분 길이)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녹취록을 휴대전화로 보다가 전체의 4분의 1도 읽지 못한 채 전화를 소파에 내려놓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요즘 애들은 친한 친구끼리 웬만한 욕은 일상으로 하는 줄 알았더니 그 또래 눈에도 참기 어려운 수준이지 싶었다.
앞서 지난 16일 MBC가 민주당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방송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녹취 방송을 보고는 "사람이 (품)격은 없네"라고 한마디 했던 아들 눈엔, 통화하기 싫다는 친형과 형수에게 집요하게 전화를 해서는 보통 사람이라면 입에 담기 쉽지 않은 극강의 욕설을 퍼붓는 집권 여당 유력 후보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세어보니 이런 도 넘은 표현은 13페이지까지 열 번 넘게 등장하고, 쌍시옷 들어간 욕설은 셀 수조차 없다. 아들을 멀미나게 한 상스런 욕설은 물론이거니와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관련해 "내 측근이 아니다"라던 이 후보의 주장과 배치되는 발언들, 그리고 회계사인 친형 재선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고 성남시장 재직 시 산하 기관장을 여러 차례 동원한 과정 등도 놀라웠다. 녹취록만으로는 실체적 진실을 모두 알기 어려우나 이 후보가 직접 내뱉은 표현과 내용만으로도 적잖은 국민에게 충격을 준 건 분명하다.
이런 세간의 반응을 의식해서인지 이 후보는 녹취록이 공개되자마자 "사과드린다"고 몸을 낮추며 잠시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과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은 '음성 파일 유포는 후보자 비방죄 등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즉시 고발 조치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파일을 공개한 고(故) 이재선 씨 측 장영하 변호사뿐 아니라 전 국민을 겁박한 셈이다. 불과 며칠 전 김건희 씨 통화 녹음 파일 방송 여부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국민의 알 권리"라며 "본방 사수"를 독려하던 민주당이 판세가 역전되니 이제 와서 딴소리다. 이런 코미디가 없다.

▲지난 16일 서울역 대합실 스크린을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를 다룬 MBC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뉴스1
돌이켜보면 이미 몇 년 전부터 찔끔찔끔 돌아다니던 장장 160분에 달하는 이 후보 욕설 녹취록 수십 개가 한 번에 풀리게 된 과정 그 자체가 코미디다. 친정부 성향의 유튜브 매체인 '서울의 소리' 직원이 상대(김건희) 동의 없이 6개월 동안 52차례 통화하며 녹음한 7시간 45분 분량의 음성 파일을 MBC에 통째로 넘긴 게 이번 소동의 시작이었다. 자칭 "기자"라면서 "누나, 동생"하며 주고받은 사적 대화를 통째로 다른 언론사에 넘긴 것도 기이한데, 더 한심한 건 MBC다. 입만 열면 공정 방송을 내세우면서 일개 유튜브 매체의 하청 방송을 자청했으니 하는 말이다. 만약 MBC가 방송에서 주장한 것처럼 "(국민의힘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내용만 신중히 방송"한 것이라면 단순히 녹취 파일을 받아서 공개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반드시 이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취재 과정이 있었어야 했다. 그렇게 파고 다듬어서 공익적 가치가 있는 보도로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취재는 전무했다. "김건희 씨 측에 반론을 요구했으나 서면 답변밖에 받지 못했다"는 변명만 구색용으로 내보냈을 뿐이다.
본격적인 코미디는 따로 있다. 바로 민주당의 기대를 배반한 방송 내용이다. 정청래 의원은 MBC의 방송 예고 후 페이스북에 "왜 이리 시간이 안 가지"라며 "본방 사수!"를 외쳤다. 고민정 의원도 페북에 "오랜만에 본방 사수해야 할 방송이 생겼다"고 시청을 독려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소송 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가공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는 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고 득의양양했다.

▲김건희 씨 통화 내용을 담은 MBC 방송 전후의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그리고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방송 후 정철승 변호사의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었네"라는 페북 한 줄이 이번 코미디의 한 줄 요약이다. 오죽하면 문제의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대표가 라디오에 나와 "MBC에 준 거 후회한다"고 했을까.
봉인됐던 욕설 파일의 빗장을 연 건 민주당이 비난히는 국민의힘이나 장영하 변호사가 아니다. 김건희 씨를 최서원(최순실)과 엮어 비선 프레임을 짜려던 민주당과 MBC다. 뒤늦게 이 후보가 눈물을 흘려봐야, MBC가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부끄럽다고 난리 쳐봐야 소용없다. 참, MBC가 진정 부끄럽지 않은 공정 방송으로 거듭나려면, 민주당이 알 권리를 존중한다는 진정성을 확인하려면 방법이 있긴 하다. 같은 방송에서 이 후보 욕설 파일을 제대로 된 취재와 곁들여 내보내는 거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01월 21일 윤석열 45.7% 이재명 34.7% 안철수 10% 허경영 2.6%
尹오차범위 밖 앞서…심상정 정의당 후보 2.4%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미디어리서치가 OBS(경인방송)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후보 45.7%, 이 후보 34.7%를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0.0%,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 2.6%, 심상정 정의당 후보 2.4%순이었다.
같은 기관에서 지난 4~5일 조사한 것과 비교했을 때 20대에서 이 후보는 8.4%p 내린 21.6%를 기록한 반면, 윤 후보는 48.3%로 15.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도 2%p 오른 18.2%를 기록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상 양자대결’에선 윤 후보가 48.8%, 이 후보는 37.7%를 기록해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6.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뉴시스>
01.22 “등산객 삥뜯은 산적” “머리 깎았다고 대접 안돼” 친여 인사들 불교계에 막말
21일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이 정청래 의원의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비판 발언과 문재인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행사를 여는 것을 놓고 친여(親與) 성향 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 불교계를 향한 비판글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조계종 스님들을 향한 막말이 쏟아졌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수행자가 단체로 스스로 세속적 삶을 살겠다고 대중에게 고백하고 있다”며 “수행자가 세속에서 집회를 연다. 수행자 단체에 들어오는 돈 문제로 세속의 바닥에 나앉겠다고 한다”고 적었다.

▲사진/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전국 승려 5천명이 참가한 승려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2. 1. 21 / 장련성 기자
황씨는 “머리 깎고 법복을 입었다고 모두 수행자 대접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대중이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세속적인 너무나 세속적인 인간들에게 정신적으로 기댄다는 것은 치욕스런 일이다. 그들은 돈을 얻는 대신에 사람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허재현씨는 스님들을 ‘산적’에 빗댔다. 그는 “오늘 산사 인근에서 등산객들한테 통행료 삥 뜯어온 산적 무리 5000명이 집결한다고 한다”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욕한바가지 해줍시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조계종 전체를 매도하지 말라’는 지적에는 “그분들의 숨겨진 마음속을 제가 다 어떻게 일일이 구분하나”라며 “그냥 싸잡아서 5000명 다 욕할랍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당 지지자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조계종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총수’로 있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는 “중들이 선출된 국회의원을 건드린다” “정치승려들 기가 찬다”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 외에도 “때중들은 산속으로 꺼져라” “돈버러지들” 같은 원색적 비난 반응도 있었다.
조계종은 21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제기하며 해인사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댄 것을 비판하며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연다. 승려대회에는 전국의 교구본·말사 스님들을 비롯해 30개 종단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스님 등 5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01.25 與 “종로·안성·청주 상당 재보선 무공천”… 송영길 “차기 총선 불출마”
“윤미향·이상직 신속 제명”
”정치교체 위해 저부터 내려놓는다”
與, 지방선거에 2030 파격 공천
”尹은 민주당 정부의 어두운 유산”
더불어민주당은 25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 등 3개 지역구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재판을 받고 있는 무소속 윤미향·이상직 의원에 대한 ‘신속 제명’ 처리를 추진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뒤지며 당 안팎에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정치 혁신’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종로·안성·청주 상당 무공천… 宋 “차기 총선 불출마”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간절한 소망과 기대에 민주당이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며 “자기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정치의 본령,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당 주류인 이른바 ‘586세대’에 대한 용퇴론과 관련해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며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 대표는 인천 계양이 지역구로 5선 국회의원이다. 또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종로, 경기 안성, 청주 상당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공천 포기는 당장 아픈 결정이지만 민주당이 책임 정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 안성·청주 상당은 민주당 현역이었던 이규민·정정순 의원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공천 여부를 놓고 당내에서 의견이 분분했는데 고심 끝에 ‘무공천’을 택한 것이다.
◇ 宋 “尹, 민주당의 어두운 유산”
송 대표는 또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제명 건의를 의결한 윤미향, 이상직, 박덕흠 의원의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자금 유용 의혹,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횡령 의혹 등으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송 대표는 “국회의원들 잘못에도 국회가 적당히 뭉개고 시간 지나면 없던 일처럼 구는 게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라며 “윤호중 원내대표, 김진표 윤리특위 위원장과 상의해 신속히 제명안을 처리하고 본회의에 부의·표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이와 함께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2030당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2030 청년들을 파격적으로 대거 공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 9조는 ‘청년 공천 30%를 위해 노력한다’고 정하고 있다. 송 대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해 “우리 민주당의 어두운 유산이자 우리의 오만과 내로남불의 반사효과”라며 “기득권을 타파하는 새로운 정치 시대로, 앞으로, 제대로 이재명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1월 25일 민주당과 北정권의 尹 협공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등 4차례 미사일 무력시위에 이어 전략무기 추가 도발을 예고하더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향해 “전쟁광” “민족 말살시킬 후보”라 극언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윤 후보는 “북한과 여당이 ‘원팀’이 돼 자신을 ‘전쟁광’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지난 5년간 무너져 내린 한·미 동맹 재건을 선언했다.
지난 5년간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다 중국·러시아 핵 전폭기 등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유린하는 안보 파탄의 절체절명 위기에 대선판은 적전 분열의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지난 11일 윤 후보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핵미사일 발사)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제 제일 앞에 있는 킬체인이라고 하는 선제타격밖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 여권이 “전쟁광” “호전광”이라며 집중포화를 퍼붓자 북한 대남매체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 당선을 위해 조선노동당이 더불어민주당 2중대 노릇을 자처했다”(태영호 의원)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북한 도발에 국제사회와 제재에 손발을 맞춰야 할 집권 여당이 전 세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전쟁광’ 북한과 찰떡궁합이 돼 “야당 후보는 전쟁광” 합창을 하는 참담한 현실이다. ‘이재명은 평화, 윤석열은 전쟁광’ 프레임을 만들어 표를 얻겠다는,‘전쟁·평화 편 가르기’ 선거전략 탓에 1953년 정전 이후 3000건이 넘는 대남 도발을 한 ‘진짜 전쟁광’이 야당 후보더러 ‘전쟁광’이라며 사퇴를 압박하는 기괴한 대선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북한의 전쟁 수행 방식은 ‘기습전에 의한 속전속결’이다. 김정은 체제 들어 사용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전술핵무기를 갖추고, 유사시 선제 핵 사용을 통해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 대회서 향후 5년간 전략핵·전술핵 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장해 핵 강대국과 버금가는 핵무력 건설을 최종 상태로 완성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우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을 해법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 확장억제’와 한·미 동맹 강화가 최선이다.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는 미국이 조 바이든 정부 들어 ‘핵 선제 불사용’을 꺼냈는데, 이게 공식화되면 북한이 미국의 확장억제공약이 흔들린다고 오판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 공동 연구에 의하면 2027년이면 북한은 최대 242개 핵무기를 갖게 되고, 초전에 한국에만 60여 개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확장억제 조치 중 하나로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을 제시했지만 현 정부는 중국과 미국 MD망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해 한·미 동맹 포기 오해까지 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에게 비굴하게 평화를 구걸하다가 북한으로부터 퇴짜 맞고 ‘삶은 소대가리’ 소리나 듣는 ‘굴욕적 평화’로 평화 구상이 종말을 맞고 있다. 나라 운명이야 어찌 되든, 표부터 얻고 보자는 안보 포퓰리즘은 ‘거짓 평화’다. 한·미 동맹의 완벽한 선제공격 능력만이 핵 억지력을 보장한다. 힘에 의한 탄탄한 평화, ‘진짜 평화’를 쟁취하는 것은 차기 정부 몫이다.
문화일보
01.26 “윤미향·이상직 제명” 선거 불리할 때만 ‘반성’하는 與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윤미향·이상직 의원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2020년 9월, 이 의원은 작년 5월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지만 민주당은 제대로 논의 한번 안 하고 뭉갰다. 그러다 대선이 급박해지자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윤미향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을 지내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후원금 등 1억여원을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후원금으로 갈비 사 먹고 마사지도 받았다는 조사 내용도 있다. 할머니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의원이 됐는데 실상은 할머니를 이용했다. 이 이상의 파렴치와 위선이 없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비위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상직 의원은 자신이 세운 이스타항공의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직원 600명을 해고하면서 임금·퇴직금 600억원도 주지 않았다. 빼돌린 돈은 자신과 가족의 호화 생활에 썼다고 한다. 악덕 기업인의 전형과도 같다.
민주당은 이 두 사람을 제명은커녕 오히려 두둔했다. 여당 일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비방을 막는다는 법을 발의하면서 관련 단체에 대해서도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황당한 조항을 넣었다. 윤미향의 정의연 비리 의혹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윤 의원도 이 법 발의에 참여했다. 윤 의원 자신이 ‘윤미향 보호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상직 의원은 자신의 비리에 대한 취재와 보도가 이어지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언론징벌법’을 강행하려 했다. ‘이상직 언론법’이다.
그 사이 두 사람은 임기를 절반 가까이 채웠다. 윤 의원에 대한 재판은 기소 11개월 만에 열렸고,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1년이나 미적거렸다. 임금 체불에도 고용노동부 등은 아무 조치도 안 했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 이주 등을 도운 것이 권력의 비호를 받은 배경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재판을 받으면서도 “나는 불사조”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친 것이다.
이렇게 두 사람을 감싸던 민주당이 갑자기 ‘제명한다’는 것은 반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선거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도 두둔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공격하다 서울시장 선거가 어려워지자 갑자기 “반성한다”고 했다. 정말 반성한다면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헌 당규까지 바꿔서 공천을 강행했다. 이런 사람들이 이날 서울 종로 등에 불출마도 선언했지만 무슨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1월 27일 네거티브 중단 선언하고 돌아서서 파기…국민 우롱하나
정치인은 신뢰가 생명이고, 신뢰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얻을 수 있다. 언행이 다르면 불신이 쌓이고 결국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6일 오전 9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면목이 없다”면서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 야당도 동참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 말을 한 지 불과 2시간 만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리더가 술이나 마시고 측근이나 챙기고 게을러서 환관 내시들이 장난치고 이상한 짓이나 한다”고 비난했다. 자신이 한 말을 돌아서자마자 깬 것이다.
이 후보뿐만이 아니다. 회견 90분 뒤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 통화 녹취록을 틀었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여당 의원이 김 씨와 모 검사의 중국 여행 의혹을 제기하자 “실체적 진실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증거 제시도 없이 기정사실처럼 얘기했다. 이 후보의 네거티브 중단 제안은, 김 씨 녹취록 효과는 별로 없고 본인의 형수 욕설이 다시 부각되고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이 새로 제기되자 나온 전술로 보인다.
여당은 네거티브를 해도 야당은 하지 말라는 것인데,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이 후보는 선거마다 네거티브를 전술로 활용해 왔다. 2014년 성남시장·2018년 경기지사 선거,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는 검증에 시달릴 때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다. 추격자 입장이던 2017년 대선 경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네거티브 중단 요청에 반발했다.이 후보는 회견에서 “30·40대 장관을 적극 등용하겠다”고 세대교체론을 부각했다. 전날 송영길 대표가 “86세대가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양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뒷받침한 것이다.
그러나 86정치인 누구도 두 사람 요청에 호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86 용퇴론’을 거론했던 김종민 의원은 “사람이 아니라 기득권 제도를 용퇴시키자는 뜻”이라고 말을 바꿔 같은 86세대 의원으로부터 “이런 게 요설(妖說)”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는 지지율 침체 원인이 본인과 당의 말과 행동이 다른 데서 오는 신뢰 위기 때문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1월 27일 강성 문파內 들끓는 ‘反이재명’ 운동… 李 ‘文과 차별화’에 ‘친문 절멸’ 공포
문파, SNS 등 통해 국민의힘에 “대선연대”…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사망 계기로 ‘윤석열 응원’ 본격화李, 지지율 반전과 여권 갈등 봉합 위한 ‘빅샷’ 반전카드 준비… 집권세력 분화가 중도 표심에 미칠 파장 주목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강성 문파들 사이에서 ‘이재명 아웃, 윤석열 당선’ 운동이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선 협력을 제안하고 선거연대를 시작했다. 이들의 목적은 ‘이재명 낙선’이다. 여권 내 갈등과 분화가 폭발 직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왜 문파들이 윤석열 지지에 나섰을까. 여기엔 반문 출신의 이재명 집권 시 친문이 ‘절멸(絶滅)’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작용했다. 문재인의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도 작동했다.
◇반란 일으킨 문파
대선 정국에 대응하는 문파의 입장은 ‘이낙연 승(勝)→후보교체→이재명 패(敗)’ 순으로 바뀌어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의 ‘이낙연 승’ 작전은 불발됐고, 후보교체 역시 어려워진 시점에서 이제는 대선 본선에서의 ‘이재명 패’ 전략으로 가는 형국이다. 문파의 불안은 이재명이 지난해 말 ‘문재인과의 차별화’에 적극 나서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라는 송영길 당 대표의 발언도 문파를 들끓게 했다.
결정적 계기는 골수 친문이며 민주당의 오랜 진성당원으로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했던 이병철 변호사의 죽음(1월 12일)이었다. 문파들은 이 변호사가 특정 세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문파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이병철을 야당 사주받고 정치 공작한 사기꾼으로 매도했고, 장례식 때 코빼기도 안 보였다”는 성토가 나돌았다.
문파의 반란이 이해찬 세력과의 권력투쟁 속에서 배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핵심 인사는 “문파 내에 문 대통령이 이해찬 세력을 견제하려 ‘친문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파격 임명했고, 이에 이해찬 세력이 추미애를 내세워 윤석열 몰아내기 역공을 벌였으며 이재명을 경기지사와 대선 후보로 만들었다는 음모론이 확산 중”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부인 김건희의 녹취록이 공개된 것도 문파의 반란을 부추기는 촉매 역할을 했다. 김건희는 녹취록에서 “원래 우리는 좌파였는데…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고, 이에 문파가 흔들렸다. 문파는 ‘원래 친문인 윤석열’이 ‘뼛속 반문인 이재명’을 대신할 ‘차악(次惡)의 선택지’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반란, 어디까지 왔나
이달 중순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 포털 ‘디시 갤러리’에는 한 문파의 절절한 호소문이 올라왔다. 이병철 변호사 사망 직후였다. 작성자는 “문파인데 인사해도 되나”라는 글을 통해 “이재명 낙선을 위해 윤석열을 응원한다”고 선거연대를 제안했고, 윤석열 지지자들은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후 영향력 있는 문파 트위터리언들이 ‘여니(=이낙연이) 없으면 여리(=윤석열이) 찍는다’는 슬로건을 공유하고 나섰다. ‘원칙이 강하다_이니여니’는 이재명과 히틀러를 합성한 “이틀러 아웃” 구호를 내세웠다. ‘OSR’는 이재명의 대표 슬로건을 비꼬아 “나를 위해 굿바이 이죄명”을 내걸었다. ‘깨어있는 시민연대’는 “고인이 되신 이병철 님께 (이재명 세력이) 겁박을 줬고, 그래서 댁에 들어가지 못하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으셨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각급 커뮤니티에도 “이재명에게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 “후보교체 안 하면 윤석열이 차기 (대통령)” 등 글이 계속 올라왔다. 지난해 경선 이후 내부 갈등으로 잠정 폐쇄됐다가 최근 다시 문을 연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윤석열 찍고 이재명 찢는다” “이재명이 새 전용기 주인공이 되면 안 된다” 등 글이 게시됐다.
집권세력은 문파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민주당의 바닥여론을 흔들고 유동성 강한 2030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파 ‘더레프트’는 이재명 캠프 대변인 현근택이 문파를 비난하자 “(내가) 윤석열 찍으면 현근택 너 때문인 줄 알아”라는 포스터를 제작해 트위터에 올렸다. 포스터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현근택은 사과했다.
◇문파의 셈법과 향배
문파가 보수 야당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기이한’ 행태를 벌이는 데엔 몇 가지 심리가 작용한다. 무엇보다 이재명 집권 시 집권세력 내 주류세력이 교체될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반문 출신 이재명이 대권을 쥐고 문 정권 주류세력을 손볼 경우 친문은 폐족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이는 문재인의 퇴임 후 안전 보장 문제에 대한 불안감과 직결된다. ‘디시 갤러리’에 글을 올린 문파는 “바라는 건 하나, 대통령이 임기 후 편하게 쉬게 해주는 것… 윤석열은 전임 대통령 보복 안 하겠다고 했으니”라며 윤석열을 지지하게 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정권이 야당에 넘어간다 해도 의석수 5분의 3에 육박하는 의회 권력을 쥔 민주당이 얼마든지 국민의힘 정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있다. 의회를 장악하지 못한 ‘분점정부’ 상황에서 국정 운영 경험이 없는 윤석열 정부가 정국을 풀어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셈법이다.
불과 2∼3주 전만 해도 대선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지배했던 윤석열 진영엔 지금 낙관론이 팽배하다. 예상치 않게 일부 문파의 지원까지 받게 되면서 캠프 내부는 “안철수와의 단일화 없이도 이긴다”는 주장, “선거 끝났다”는 웃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대선
그렇다면 대세는 결정된 걸까. 그렇지 않다. 아직 변수가 많다.
우선 이재명이 여권의 지지율 반전을 위한 ‘빅샷’을 준비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빅샷에는 중도·무당층을 겨냥한 현금 살포 공약, 고도의 정치행위와 네거티브전(戰)이 포함될 게 확실해 보인다. 정치행위로는 문재인·이재명 세력 간 모종의 ‘딜’, 이재명·이낙연 사이의 ‘명·낙 공동정부’ 구상 발표, 이에 따른 여권 분열의 극적 봉합 가능성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윤석열 지지율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큰 변수다. 조증과 울증을 오가듯 롤러코스터를 타는 지지율의 극심한 변동은 기회 요인이면서 위험 요인이다. 상승-하락-재상승의 사이클을 타는 지지율이 재하강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김건희 ‘찬스’가 언제 ‘리스크’가 될지도 모른다. 문재인 팬덤의 핵을 이루는 문파가 윤석열 당선 운동에 나선 것이 지난 5년간 문 정권의 실정에 염증을 느껴 윤석열을 택하려 했던 중도 표심의 이반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대선, 아직 안 끝났다.
문화일보 허민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반란’ 일으킨 문파 : 문파 일부는 이재명이 ‘문재인과의 차별화’에 나섬에 따라 ‘이재명 아웃’ 운동에 돌입. 문파가 ‘윤석열 = 차악의 선택지’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여권 내 갈등과 분화가 폭발 직전으로 치닫는 모습.
문파의 셈법과 향배 : 문파의 반란 배경엔 이재명 집권 시 주류세력 교체로 친문이 ‘절멸’한다는 공포심, 문재인 ‘퇴임 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음. 의회 권력으로 ‘윤석열 정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
살아 움직이는 대선 : 이재명은 지지율 반전을 위해 ‘빅샷’을 준비 중. 고도의 현금살포 공약과 네거티브전 및 정치행위가 포함될 것. 롤러코스터를 타는 윤석열 지지율, 문파의 윤 지원에 따른 중도 표심 이탈도 변수가 됨.
01월 28일 광주선 “전라도 소외” 안동선 “영남 역차별” 망국적 선동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역감정에는 늘 ‘망국적’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지금도 지역감정의 심각성 및 책임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있고, 지역에 따라 입장도 크게 엇갈리지만, 지역감정을 줄이고 없애려 노력해야 한다는 데는 일치한다. 특히 지역감정이 정치적 갈등 때문에 더욱 악화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들이 그런 노력에 앞장섰고,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망국적 지역감정을 다시 헤집고 불 붙이는 언행을 보여 개탄스럽다. 이 후보는 27일 광주에서 “박정희 정권이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 투자하고 전라도를 소외시켰다”고 했다. 또 가덕도 신공항을 겨냥해 “부산 공항은 국가 돈으로 지어주면서 광주 공항은 네 돈으로 해라 하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등 비호남 지역에 사는) 아들딸들에게 전화해 달라”고도 했다. 지역 의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지역 경쟁이 꼭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 연고를 강조하며 해당 지역의 자존감을 키우는 언동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을 비하하며 특정 지역 감정을 선동하는 것은 나쁜 정치의 전형이다.
이 후보의 이번 주장 자체에도 반박 여지가 많다. 호남이 곡창지대였다는 사실, 조선 말 이후 근대화가 ‘경부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사실, 1960년대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영산강 등 곡창지대 개발이 있었다는 사실, 중국의 공산화로 1970년대까지 서해안 쪽의 산업 입지가 불리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최대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영·호남 갈등 해소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노무현 대통령도 평생 지역주의와 싸워왔다. 88고속도로 건설, 대구·광주의 ‘달빛 동맹’ 등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중성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경북 안동을 방문해 “영남이 역차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TK는 제 뼈와 살, 피를 만들어준 곳”이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을 칭송하기도 했다. 대선 전략임을 이해해도 이런 식은 안 된다. 정략적 지역감정 들추기가 아니라 국민 통합에 진심으로 앞장서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01.29 지역감정까지 노골 선동 李, 이익만 되면 못 할 게 없다는 것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광주에서 유세를 하며 “박정희 정권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전라도는 일부 소외시켜서 싸움을 붙였다”고 했다. “제가 13살에 공장을 갔더니 이상하게 관리자는 경상도 사람, 말단 노동자는 다 전라도 사람이었다”며 그 원인이 박 정권의 지역 차별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상도에 집중 투자했으면 지금 전국 소득 최하위가 대구이겠나. 작은 공장 하나의 예를 어떻게 일반화하나. 여권의 텃밭이라는 호남의 지지율이 미진하다는 판단에 급하게 광주를 찾은 이 후보가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선동해 표를 모으려 한 것뿐이다.
이 후보는 당 경선 때도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번도 없었다”고 지역주의적인 발언을 해 문제가 됐다. 당시 호남 출신 이낙연, 정세균 후보가 “낡은 지역 대립 구도” “용납 못할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고 비판했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 안동 등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해서는 “지금은 영남이 역차별 받는 상황” “한때 수혜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방 소외 불균형 발전의 피해자”라고 했다. 여기서는 이 말로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저기 가서는 그 반대되는 말로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있다.
불과 10여 일 전 이 후보는 야당을 겨냥해 “남녀 갈등, 세대 갈등 조장은 세상을 흑과 백으로만 나누고 국민을 둘로 갈라놓는다는 점에서 제2의 지역주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서로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상대가 가진 작은 것을 빼앗게 선동하며 자신은 뒤에서 정치적으로 큰 이득을 취하는 나쁜 정치의 전형”이라고도 했다. 거리 유세에선 “처절한 편 가르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했다. 지금 스스로 적나라한 지역감정 선동 발언을 쏟아내는 이 후보와 ‘국민을 둘로 갈라놓는 지역주의’를 강력히 비판한 이 후보는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다.
다음 대통령의 최대 책무 중 하나가 갈라질 대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다. 국민 통합은 정치의 목적 그 자체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선 지역 갈등이 가장 심각한 국민 통합 저해 요인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지역주의를 없애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선동하고 있다. 대통령이 돼서 하겠다는 것이 무엇인가. 선거법은 ‘누구든 선거운동을 위해 특정 지역을 비하 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정신에 따라 선관위는 이 후보에게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1.29 홍준표, 선대본 상임고문직 수락…“윤석열에 적극 자문”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 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직을 수락하며 ‘원팀’을 선언했다.
홍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지난번 윤석열 후보와 회동할 때 참여하기로 약속한 중앙선대위(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직을 수락한다”고 전했다.
그는 "더이상 무도한 정권이 계속돼 대한민국을 농단하지 않도록 윤 후보가 요청하는 대선 자문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다"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홍 의원은 "그간 오해를 풀기 위해 실무 협의에 나서준 후보 측 이철규 의원, 우리 측 안병용 실장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자신이 개설한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을 통해서도 “그동안 서로 간의 오해로 참여가 보류됐던 상임 고문직을 수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나라가 둘로 갈라져 진영논리만 판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선 후에는 하나 된 대한민국이 되도록 노력하고 청년에게는 꿈과희망을, 장년에게는 안정과 행복을 주는 선진국 시대를 열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윤 후보와 홍 의원은 지난 19일 만찬 회동에서 홍 의원의 선대본부 참여 등을 논의했지만 만찬 직후 홍 의원의 '공천 요구' 등이 밝혀지며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지난 27일 홍 의원이 청년의꿈에 ‘和而不同'(화이부동)’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홍 의원의 선대본부 참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논어에 나오는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 (君子 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의 일부로,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무턱대고 좇지는 않지만 소인은 부화뇌동할 뿐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해당 글에서 홍 의원은 "힘든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다. 조지훈의 落花(낙화)를 읊조리면서 세상을 관조 할 수 있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