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1-12/ 12.01 당대표가 당무 거부, 후보는 리더십 의문, 野 뭐하는 건가 - 12.30 김건희 기소하라고 압박한 박범계 법무장관, 대놓고 선거운동
정치(인) 이야기 2021-12
12.01 당대표가 당무 거부, 후보는 리더십 의문, 野 뭐하는 건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짧은 글을 올린 뒤, 11월 30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휴대전화도 꺼놓은 상태로 외부와 소통도 거부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서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본부장도 맡고 있는 그는 선대위와 당무 활동을 당분간 중단할 것이라고 한다. 윤 후보 선대위는 당 경선 승리 이후 김종인·김병준·김한길 등 평균 연령 72세 원로급 인사 영입 갈등으로 한 달 가까운 시간을 허송했다. 급기야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당대표가 후보 측과 충돌하다 잠적하는 전대미문의 일까지 벌어졌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다. 선대위 출범 이후 첫 지방 일정이었던 윤 후보의 충청권 방문에 자신도 동행하기로 돼 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반대했다. 자신이 주장해 왔던 김종인 영입이 무산된 것이 이 대표의 근본 불만이라고도 한다.
이 대표가 윤 후보와 불협화음을 빚는 일이 몇 번째인지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대선을 앞둔 정당에서는 대선 후보의 의중과 선택에 최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설사 서로 뜻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내부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상례인데 지금 국민의힘은 여당 후보와 싸우는 것보다 당 내부 싸움이 더 치열할 지경이다. 이 대표는 그런 당내 싸움을 외부에 전달하는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이 대표를 포함한 당내 여러 이견들을 수습해 하나의 팀으로 선대위를 이끌어야 할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 이 대표는 늙고 낡았던 야당에 ‘이준석 현상’이라는 새바람을 일으키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모은 귀중한 자산이다. 식상한 인물들을 선대위에 배치한 윤 후보가 정작 이 대표와는 감정 싸움만 한다면 그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그로 인한 피해는 누가 보겠나. 다수 국민은 정권 교체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면 그런 민심도 흔들릴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12.01 이준석의 돌연한 보이콧…대표 자격 있나
반대 인사 영입 등 두고 ‘패싱’ 주장
옥새 파동 떠올라 … “이긴 줄 아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칩거에 들어갔다. 전날 밤 초선 의원들과 저녁 자리 전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고 올린 후엔 연락도 끊었다고 한다. 일종의 당무 보이콧이다. 선대위가 출범(6일)도 하기 전 혼란에 빠졌다.
이 대표가 이후 입장을 내놓은 게 없으니 추측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당 대표 패싱’이 거론된다. 윤석열 대선후보의 충청 방문과 관련해 자신과 상의하지 않은 채 동행하는 것으로 보도됐다는 것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영입 인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윤 후보 참모들과의 갈등 등이 요인이라고 한다.
우선 후보 일정 문제는 ‘도떼기시장’ 같은 캠프 속성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정색할 일은 아니다. 이수정 교수의 선대위원장 인선을 두곤 자신이 “확실히 반대한다”던 이 교수를 윤 후보가 영입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는데, 이 대표의 명백한 잘못이다. 이 교수는 여성·아동의 안전과 인권 보호에 힘써 온 전문가며 2019년 영국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오른 명망가다. 윤 후보의 외연 확장을 환영하지 못할망정 이 대표가 “우리 지지층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버틸 일이 아니다.
물론 김 전 위원장 영입 과정에서 보인 윤 후보의 리더십이 갈등을 증폭시킨 건 사실이다. 장제원 의원을 위시한 몇몇을 두고 ‘문고리 권력’이란 얘기까지 나오는 것도 윤 후보가 심각하게 반성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 대표 스스로 “후보가 무한한 권한과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간다”고 말했듯, 선대위에 관한 한 윤 후보에게 전권이 있다. 일단 방향이 잡혔으면 내부에선 토론하더라도 외부엔 그 방향으로 가는 듯 보여야 한다. 정당정치에서 말하는 ‘집단책임’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여전히 책임을 지는 당 대표라기보다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평론가 행세를 하며 시비를 가리려 한다. 자기 정치 또는 자기주장 관철을 위해 당내 분란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대 당이 아닌 당내 인사들과 싸운다. 바른미래당 시절부터의 방식인데, 대표가 되고도 달라지지 않았다. 경선 과정에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공개적으로 갈등한 데 이어 이번엔 보이콧까지 갔다.
이 대표가 떠올려야 할 사실이 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청와대 의중이 담긴 공천안에 반발, ‘옥새’를 숨긴 채 당무를 회피한 이른바 ‘옥새 파동’이다. 김 대표가 옳았는지 몰라도 새누리당은 패했다. 국민은 권력 투쟁에 대단히 냉소적이다. 지금도 “다 이긴 줄 아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이견을 틀어막는 민주당도 문제지만 중구난방인 국민의힘도 문제다. 그 중심에 이 대표가 있다.
중앙일보 사설
12.01 후보 정책 비판했다고 징계하고 당원 입에 재갈 물린 민주당
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기본 소득’ 공약 등을 비판했던 이상이 제주대 교수에 대해 당원 자격정지 8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 교수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후보와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복지국가비전위원장이었고 지난 총선 때는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재명 후보를 ‘기본 소득 포퓰리스트’ ‘대장동 부동산 불로소득 게이트의 당사자’ 등으로 비판하자 민주당은 “허위 사실 유포 및 당원 단합 방해”라며 처벌한 것이다. 이 후보의 기본 소득 공약과 대장동 연루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도 줄곧 제기돼왔다. 이 교수 발언에 새로운 내용도 없다. 그런데도 중징계한 것은 후보 비판과 당내 이견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민주당은 오늘부터 권리당원의 게시판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당원 간 과열 분쟁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게시판에 쏟아지는 이 후보 비판을 틀어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게시판 폐쇄 소식에 당원들은 “이재명 독재당인가” “당원에게 재갈을 물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공산당이 되고 있다”는 글도 있었다. 민주당은 8월 예비 경선 때도 게시판을 닫았었다. 책임을 진 당직자도 아닌 일반 당원들의 목소리를 봉쇄한다면 민주 정당이라 할 수 있나.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두고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해 쫓아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윤미향 의혹’에 대해서도 당 대표가 함구령을 내리자 여당 거의 모든 의원이 입을 닫았다. 신문에 비판 칼럼을 쓴 필자를 선거법 위반이라고 소송을 위협하고, 대통령을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표현한 외신 기자는 매국노로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스스로 ‘민주화 세력’이라고 한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야당을 “저들”이라 부르며 “발목 잡으면 뚫고 가야 한다”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건 하자”고 했다. “역사 왜곡에 대한 단죄법을 제정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역사 왜곡을 하고 있다고 보는 국민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상이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 후보와 운동권의 정치 카르텔을 넘어 독재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고 썼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조선일보 사설
12월 01일 민노총 不法 판치는데 시위사범 ‘대선용 특사’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탄절 특별사면 검토에 들어갔는데, 불법시위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종합할 때, 사면의 본래 취지인 국민 통합은 물론 법치 강화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결코 이뤄져서는 안 된다. 최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을 중심으로 한 불법시위가 판치는데도, 경찰은 방관하고 법원은 관대하게 석방하는 등 법치 붕괴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어서 더욱 그렇다. 특히, 사면 대상자 대부분이 이전 정부의 중요 정책에 반대한 친정부 성향 인사들이어서, 대선을 앞둔 보은용·선거용 ‘정치 사면’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지난달 초 법무부는 전국 검찰청에 공무원연금개혁 반대 집회,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등 6개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집회에 대한 소극적 공권력 행사 등을 감안하면 이들은 심각한 불법행위를 저질렀거나 상습적으로 불법시위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민노총은 국무총리까지 만류한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했지만 사법처리된 사람은 양경수 위원장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구속 기소된 양 위원장은 법원의 신속한 재판과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나자 사흘 만에 다시 시위를 주도했다. 민노총은 코로나가 재확산하던 지난달 13일에도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했다. 경찰은 차벽 설치와 경고 방송 등 막는 시늉만 했을 뿐 적극적으로 해산 및 검거에 나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사범 특사는 법치 파괴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특사는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초법적 권한 행사로 극히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정치적으로 남발되면 법질서 경시 풍조를 조장하고 사법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법치 선진국에서는 불법시위를 벌이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현장 체포하고, 시위 사범에 대해서는 거의 사면을 하지 않는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01일 대장동 특검 수용한다더니 법사위 상정 막은 與 꿍꿍이
더불어민주당이 말로는 대장동 특검을 하자고 하면서, 실제로는 틀어막는 이중적 행태를 계속 보인다. 30일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야당이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 상정이 무산됐다. 야당 측은 이날 특검법을 상정하는데 여야 간 이해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회의에는 정작 다른 법안 8건과 다른 상임위 법안 59건만 상정됐다.
애초 특검에 반대했던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10일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특검을 수용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18일 “조건을 붙이지 않고 특검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은 ‘여야 단일안’을 빌미로 사실상 발목잡기 행태를 보인다.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측이 곽상도 전 의원 등 ‘50억 클럽’, 부산저축은행 대출 의혹 등 여당이 주장하는 부분도 모두 특검 대상에 포함하자고 했지만, 여당은 여전히 불응한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 불신을 표시한다. 수사의 핵심인 ‘배임’ 부분에서 꼬리 자르기 행태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은 이 후보의 도덕성 및 업무 평가와 직결된 사안이다. 여당은 ‘야당 게이트’라며 윤석열 후보 연루설도 주장한다. 대선 후보에 대한 중요한 판단 근거를 제공할 특검을 방해하는 것은 범법 비호는 물론 국민에 대한 기망(欺罔) 행위도 된다.
대선이 98일 앞이다. 이 후보와 여당 행태를 종합하면, 검찰 수사는 ‘대장동 일당’의 범죄로 대충 마무리하고 특검은 어영부영 무산시키려는 꿍꿍이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특검은 추진돼야 한다. 여당은 더는 국민을 기망하지 말고 신속히 특검법 마련에 앞장서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상설특검을 결단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다. 내년 2월 15일부터 3월 8일까지 공식 선거기간에 일시 중단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더 심각한 사법적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다.
문화일보
12-02 표만 되면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李 공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주요 공약, 정책에 대해 말을 바꾸고 있다. 지난달 말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려고 도입하겠다던 국토보유세 포기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에 앞서 정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도 갑작스레 접었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 “실용적 면모”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실은 표를 노리고 대중에 영합하는 공약을 내놨다가 반대 여론이 높아져 득표에 부담이 되자 판단을 뒤집은 측면이 강하다. 보름 전만 해도 이 후보는 “토지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볼까 봐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 했고, 재난지원금의 경우 이 후보가 철회하기 전날까지 여당 원내대표가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기획재정부를 압박했다.
반응이 나쁜 정책에 대해 정치인이 생각을 바꾸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문제는 말은 달라졌는데 공약을 진짜 포기한 건지, 불리한 여론을 의식해 잠시 발을 뺀 건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후보 경선을 하던 7월 초 이 후보는 당내 반대 의견을 의식해 “기본소득이 가장 중요한 제1공약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했지만 승리 후엔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
생각을 바꾼 이유가 석연치 않은 점도 의도를 의심케 한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철회하면서 이 후보는 “아쉽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고 정부도 난색을 표한다”고 했다. 국토보유세에 대해서는 “증세는 사실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이 후보는 “국민 우롱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하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자영업자·소상공인 50조 지원’ 공약에 대해 갑자기 “저도 받겠다”고 동의하기도 했다.
출마 준비나 경선 단계에서 내놓은 공약이나 정책을 충분히 검토해 본 결과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큰 부작용이 예상돼서 수정하거나 바로잡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정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국민 정부 야당을 핑계 삼아 슬그머니 말과 태도를 바꾸는 건 대선 후보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동아일보 사설
12.02 위태로운 역사 인식과 비어있는 역사의식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8세기 이탈리아 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책 『범죄와 형벌』에 “역사가 없는 나라는 행복하다”고 썼다. 역사란 대체로 폭력적이고 비극적이며 경천동지할 사건들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런 걸 기록할 게 없는 나라가 운이 좋은 나라고 그 국민이 행복한 국민이라는 것이다.
웃자고 한 얘기에 (게다가 100년도 더 지난 마당에)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죽자고 덤벼든다.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1899년 시카고에서 한 연설에서 이렇게 반박한다. “역사가 없는 국가가 행복하다는 것은 저속한 거짓말입니다. 영광된 역사가 있는 나라야말로 행복한 나라입니다.”
반일감정 선동하는 후보와
역사에 관심 없는 후보는
모두 대통령 자격 미달해
역사 속 선각자에 배워야
역사를 바라보는 학자와 정치인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논쟁(?)일 터다. 객관적 시각이 요구되는 학자로서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눈에 더 띌 테고, 국민의 사기를 고양할 (흔히 자신의 사기를 고양할 욕구를 더 느끼지만) 필요가 있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국가의 영광을 강조하게 되지 않겠나 말이다.
분명하면서 중요한 사실은 이처럼 역사가 정치인의 손에 쥐어지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국가에 영광만 계속되면 좋겠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21세기 대명천지에 미국 같은 강대국도 목숨 걸고 자기들을 도와온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을 팽개치고 달아나는 치욕을 겪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 경우 학자라면 담담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술하겠지만(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학자 출신 정치인이 특히 그렇다),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들은 사실을 호도하거나 남의 탓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마련인 것이다. 반대로 그것이 정적의 책임이라면 사실을 더욱 부풀리거나 왜곡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치열한 대선전이 펼쳐지고 있는 두 유력 후보의 손에서 역사가 신음하고 있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쥐고 있는 역사는 대단히 위태롭다. 그는 지난달 방한한 미국 민주당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한미 관계의 ‘그늘’이라면서 ‘가쓰라-태프트 밀약’ 얘기를 꺼냈다.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일본이 아닌 한반도가 분단돼 (한국)전쟁의 원인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라는 거였다.
부끄러움은 국민 몫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호기롭게 말했을지 모르나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었다. 손님이 오면 덕담을 하는 게 예의인데 감정 섞인 지적을 한 데서 민망한 게 아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 얘기도 덕담 뒤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보다는 너무도 밭은 역사 인식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1905년 7월 미국이 필리핀 통치를 인정받는 대가로 일본의 한국 지배를 승인한 협약이다. 이후 일본이 한반도 식민화를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직접적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 36년을 겪은 걸 미국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고교생도 하지 않을 말이다. 하물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미 상원의원한테 미국 책임을 운운하는 건….
당시가 어떤 시대인가. 산업혁명 이후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제국주의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였다. 그야말로 세계가 ‘열강’이라는 이름의 제국주의 국가와 그들의 먹잇감인 식민지 국가로 양분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에티오피아 제국과 타이 왕국 등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국가만이 (수많은 이권을 내주고서) 그나마 명목상의 주권을 지킬 수 있던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를 지켜줘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나. 당시 뒤늦게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든 미국에 한반도는 지켜야 할 전략적 가치도 없었고, 한반도에 병력을 파견할 여유도 없었다. 미국이 일본과 밀약을 맺은 것도 그래서 나온 거였다. 몇 안 되는 자신의 식민지를 보장받기 위해서 말이다.
1905년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헨리 키신저가 1994년 펴낸 『외교』에서 전하는 내용이다. “한국은 전적으로 일본의 것이다(Korea is absolutely Japan’s). 조약으로 한국의 독립이 보장돼있기는 하나 한국은 조약을 들먹일 힘이 없다. 자신들도 못하는 일을 다른 나라가 대신 해주길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것이 당시의 인식이었다. 한마디로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우리가 힘이 없었기 때문이지 미국의 탓이 아닌 거다. 그렇지 않다면 여당 후보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도 “왜 일본의 한국 지배를 승인했는가”라고 따져야 할 일이다.
반일감정 악용이 문제
가쓰라-태프트 밀약에 이어 일본은 보름 뒤인 8월 12일 영국과 제2차 영일동맹, 또 20여일 뒤인 9월 5일 러시아와 포츠머스 조약을 체결해 영국과 러시아에 한반도 지배권을 인정받았으며, 그것이 그해 11월 17일 을사늑약으로 이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인 까닭이다.
내친김에 말하자면 루스벨트의 후임자인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1918년 1월 연두교서에서 ‘민족자결주의’를 선언하지만, 그것 역시 1차대전 전후 세계 질서를 새롭게 세우는데 자기들에게 유리해서지 미국이 ‘성인(聖人)국가’여서가 아니다. 게다가 패전국들의 식민지에만 적용됐지 연합국이 지배하는 아시아 지역은 전후 처리를 위한 파리 강화회의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얕은 역사 인식만 위태로운 게 아니다. 거기에 바탕을 둔 근거 없는 반일감정을 이용해 표를 얻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더 문제다. 현 정권은 집권 기간 내내 국민을 친일과 반일로 편 가르고 자신들의 반대편에 선 보수세력을 ‘토착 왜구’로 모는 전략을 구사했다. 대통령의 수석비서관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반일감정을 선동하는 ‘죽창가’가 울려 퍼질 정도였다.
이 후보는 그 전략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안철수 후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죽어가는 황소를 낙지가 살렸다는 속설처럼, 강성 지지층을 벌떡 일으켰던 친일 프레임의 마법을 소환한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틈나는 대로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하려 애쓴다. 그는 얼마 전 “산부인과라는 명칭은 일제의 잔재이므로 여성건강의학과로 바꾸겠다”는 공약까지 내세웠다가 비판을 받았다. 이름을 바꾸는 거야 뭐랄 게 없지만 ‘일제의 잔재’ 운운하는 것은 자신의 반일을 내세우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그렇게 치면 자신이 되려는 ‘대통령’이나 자신이 속한 ‘민주당’ 또한 일본이 만든 용어이니 먼저 바꿔야 할 거 아니냐는 얘기다.
여당 역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친일파’로 모는 전략을 구사하며 이 후보를 지원한다. “역사와 배경을 무시한 채 우리 정부가 일본 우경화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발로이며 일본 우익 세력을 두둔하는 행태”라는 것인데, 윤 후보가 다소 무지한 것은 맞는 것 같지만 앞서 말한 대로 역사와 배경을 무시한 것은 그들 자신이다.
윤 후보의 문제는 친일이 아니라 역사의식 부재다. 그것에 대한 우려는 윤 후보가 벌인 몇 가지 해프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캠프 페이스북 계정에 “너희들이 장래에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조선의 용감한 투사가 되어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술잔을 부어 놓으라”는 윤봉길 의사의 말 아래 윤 후보가 안중근 의사 영정에 술잔을 올리는 사진이 걸리면서 불거졌다. 윤봉길 의사와 안중근 의사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페이스북을 관리하는 관계자의 자질 부족 탓일 수도 있겠지만, 윤 후보가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고 피를 흘리는 모습의 조형물을 보면서 “이건 부마(항쟁)인가요”라고 물었던 전력이 있던 터라 다시 논쟁에 휘말렸다.
대통령 기소하고도 못 배워
어찌 보면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윤 후보가 확고하고 분명한 역사의식이 있다면 할 수 없었던, 그리고 하지 말았어야 할 실수였다. 윤 후보의 해명을 들어봐도 평소 역사에 관심과 지식이 많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의 운명을 짊어질 대통령 후보로서는 치명적 약점일 수 있다. 초보 정치인으로서 여의도 정치 문법을 몰라 빚어진 말실수라는 변명이 통할 여지가 없다. 역사의식이 없다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도 그가 왜 감옥에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윤 후보에게 박근혜는 반면교사의 역사가 아니라, 그저 사건 번호 00000번의 특수사건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문제를 일으켰던 인물들을 캠프에 두면서도, 벌써부터 ‘문고리’니 뭐니 잡음이 나오는데도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는 것이다.
이처럼 여당과 야당의 두 유력 후보의 역사 인식은 모두 문제가 있다. 유권자들은 역사 인식이 위태로운 인물과 역사의식이 부족한 인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에게는 둘 다 위험할 수 있다.
내가 바라는 건 한쪽으로 치우친 역사 인식을 가진 이는 벼랑 끝에서 가운데로 돌아오고, 역사의식이 부족한 이는 지금부터라도 역사에 침잠해보았으면 하는 것뿐이다. 누가 되더라도 국가와 국민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말이다.
한가지 알려주고 싶은 분명한 사실은 역사 속 선각자들은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고, 남을 증오하기보다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유구히 흘러온 우리의 정신이었다. 안중근 의사는 여순 감옥에서 일본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벼리는 대신, ‘동양평화론’을 구상했다. 다소 순진한 생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나름대로 미래의 평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려 한 것이다. 민족 대표 33인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3·1 독립선언서’는 이렇게 선언한다.
“병자수호조규 이후 굳게 맺은 약속을 저버렸다 해서 일본의 신의 없음을 죄주려 하지 않노라. (...) 자기를 채찍질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하고 꾸짖을 겨를이 없노라. (...) 오늘 우리가 맡은 바는 자기 건설만 있을 뿐이오, 결코 남을 파괴하는 데 있는 게 아니도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원망 대신 용서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지도자의 품격이다.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2.03 5년 내내 ‘세금 폭탄’ 때리던 與, 대선 때 되자 “깎아준다”
민주당이 1주택자 양도세를 줄이는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주도한 데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도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거래세는 낮추되 보유세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낙인찍어 세금 폭탄을 때리더니 대선이 다가오자 “깎아주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기본 세율에다 20~30%포인트를 할증해 최고 75%의 양도세율을 매겼다. 75% 세금을 내고 집을 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집을 팔기 어렵게 해놓고는 다주택자 보유세도 몇 배, 몇 십 배씩 올렸다. 억대 보유세를 내는 사례가 속출했다. 세금이 아니라 재산을 빼앗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다주택자들을 “도둑들”로 부르며 “여기가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때려잡아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퇴로까지 막은 세금 폭탄은 ‘미친 집값’을 잡지도 못하고 선의의 실수요자와 임대 사업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세금 강화로 주택 거래가 급감하자 급기야 부동산 중개사들이 집단 반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중개사들이 사무실 유리창에 ‘정권 교체’ 스티커를 붙이는가 하면 야당에 후원금 보내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세금 폭탄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듯하자 민주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양도세를 완화해 다주택자들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엔 정부 정책에 따라 집을 팔고 비싼 세금을 낸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문 정부는 5년 내내 각종 세금을 올리는 일에 몰두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5%포인트 인상해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45%로 만들었다. 법인세 최고세율도 3%포인트 높아진 25%로 올렸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요건을 강화해 집을 가졌거나 약간의 소득이라도 있는 은퇴자들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더기로 박탈했다. 이에 따라 연평균 144만원의 건보료를 새로 부담하게 된 사람이 최근 2년간 4만명을 넘었다. 그렇게 국민 부담을 늘리기만 하더니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깎아준다’고 하는 것을 보니 국민을 우리 안에 갇힌 원숭이 취급하는 것 같다.
철저하게 조세 원칙과 경제 논리에 따라야 할 세금 정책들이 정권의 득표 유불리에 따라 마구 춤을 추고 있다. 세금이 정당성을 잃으면 차원이 다른 조세 저항이 일어난다. 나라의 기반을 바닥부터 허무는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12.03 “가짜 뉴스” “법적 조치”라더니 하루 만에 확인된 ‘영입 인재’ 추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조동연 신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임된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에게 제기됐던 혼외자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조 위원장에 대해 2011년 전 남편과 둘째 아들을 낳고 이듬해 이혼했는데 전 남편이 2013년 이 아들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친자가 아니다’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 대변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허위 사실 유포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민주당이 ‘영입 1호’ 간판으로 내세운 사람의 도덕적 결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민주당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위협까지 했다는 점이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방송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 위원장 의혹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정작 가짜 뉴스로 국민을 혼란케 만든 것은 민주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은 “너무나 깊은 사생활 문제라 일일이 다 알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인선 전에는 파악이 어려웠다 해도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는 충분히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시중에 조 위원장 육사 동기들이나 전 남편 지인들을 통해 혼외자 출산 논란이 확산하고 있었고 심지어 입증 자료까지 제시됐다. 그런데도 ‘가짜 뉴스’ ‘법적 조치’ 운운한 것은 거짓말과 협박으로 사실을 덮어보려 한 것 아닌가. 과학이나 공학 연구 경력이 없다시피한 사람을 항공우주전문가라고 윤색한 것도 너무 지나쳐 거짓말이나 다름없다.
자신들의 비위나 의혹을 겁박으로 덮으려 한 것은 문재인 정권에서 거듭된 일이었다. 조국 일가 비리,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자신들의 비리와 부정을 지적하는 의혹 제기에 대해 “가짜 뉴스는 법적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며 위협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이번 선거 들어서도 야당 후보의 발언을 정확히 확인해 보지도 않고 ‘욕설’을 했다고 우기거나 야당 영입 인사의 신변 관련해 잘못된 사실을 주장하다 반나절도 안 돼 사실관계가 밝혀져 망신당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아무리 혼탁하고 천박한 선거판이라고 해도 집권당이 거짓과 위협을 예사로 여긴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12-06 尹선대위 출범…“부패·무능정권 심판, 역겨운 위선정권 교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연설에서 “공정과 상식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는 윤석열표 공정으로 나라의 기본을 탄탄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정권 교체’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나라의 번영과 미래를 열 기회가 왔다”,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 KSPO돔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기본이 탄탄한 나라”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는 그동안 정책 공약의 키워드로 내세운 ‘공정’과 ‘상식’을 언급하며 “국민을 위한 국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출범식에 섰다는 윤 후보는 연설 초반부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 “지겹도록 역겨운 위선 정권” 등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집 없는 국민은 급등한 보증금으로 고통받고, 집 있는 국민은 세금으로 고통받는다”면서 “코로나19 중환자 병실을 늘리는 데 써야 할 돈을, 표를 더 얻기 위해 전 국민에게 무분별하게 돈을 뿌렸다”고 지적한 것이다.
윤 후보는 “선거운동 방식부터 새롭게 바꾸겠다. 당 선대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약해진 지역 당협을 재건하고 청년과 여성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2030 청년층과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또 “양질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률의 제고, 튼튼한 복지와 사회안전망 체계의 확립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당의 혁신으로 더 넓은 지지 기반을 확보해야 국가 혁신을 이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대한민국을 확 바꾸겠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위대한 우리 국민의 승리로 만들자”고 마무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대선 승리를 기원하며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잡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 후보, 이준석 대표. 뉴스1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12.07 ‘좌파의 폭정에서 국민을 구한다’는 소명 의식을
정권교체 요구 50% 넘는데
야당 후보 지지율은 40%서 머무는 이유 헤아려야
야권 후보 단일화는 필수
능숙한 척 꾸밀 필요 없이 시대적 소명에 투철하길
모든 선거전(戰)의 핵심 포인트는 ①인물(후보) ②조직(선대위) ③정책(비전)이다. 내년 3·9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는 이미 정해진 만큼 그 성패는 조직과 정책에 달렸다. 조직은 곧 선대위 구성이고 선대위는 ‘사람’ 즉 인선(人選)의 문제로 귀결된다.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SPO돔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선후보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 후보,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왼쪽부터)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후보로 선출된 뒤 근 한 달을 선대위 인선 문제로 시달렸다. 그 핵심은 당(黨)의 근간 조직으로 갈 것이냐, ‘선거 전문’이라는 외부 인사로 채울 것이냐의 샅바 싸움이었다. 원래 정치에서 제일 까다로운 것이 ‘사람’ 문제다. 권력은 곧 자리 싸움이고 ‘먹을 알’ 다툼이며 그것이 정치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과 인선 문제는 후보의 역량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문제로 한 달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윤 후보는 그의 역량을 의심하는 날카로운 비판을 받았다. 그 바람에 후보 선출에 따른 컨벤션 효과도 까먹고 말았다. 윤석열은 정치 신데렐라에서 정치 견습생으로 추락(?)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 문턱에서 그는 반전을 꾀했다. 당의 고참(상임고문단)들과 측근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지방’으로 튀어버린 이준석 당대표를 찾아 나섰고 거의 결별 수준이던 김종인씨를 끌어당김으로써 분란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용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사실 윤석열은 정당을 만들고 해체하고 다시 끌어오는 데 익숙한 김영삼·김대중 같은 정치 달인도 아니고 군부의 힘으로 정치를 장악한 군인 출신도 아니며 조직의 기술에 능란한 ‘꾼’도 아니다. 26년간 공직 생활 한, 그것도 검사만 해 본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입문 5개월에 인선을 둘러싼 머리싸움에 능(能)할 수는 없었다. 한 야당 원로는 ‘일개 검사’가 여기까지 온 것만도 눈여겨볼 만한 일이라고 했다.
이제 조직과 인선의 고비를 넘긴 윤 후보로서 전력투구할 일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를 국민 앞에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윤 후보 측은 그간 여러 자리에서 공정(公正)과 상식이 있는 나라, 법치가 존중받는 사회, 시장경제, 한미 동맹 강화 등을 강조해왔다. 다만 이런 중요한 이슈들이 다른 대내외적 정치 싸움에 가려 있었다. 이제 이런 정책이나 비전들을 다시 조명하면서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 좌파 세력이 오래 구축해온 사회 권력, 즉 민노총과 전교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밝힐 필요가 있다.
윤 후보 측이 집중해서 헤아려야 하는 문제는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은 50%가 넘는데 정권 교체의 당사자적 임무를 지니고 있는 야권 후보의 지지도는 왜 30%에서 40% 선에 머물고 있는가이다. 즉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윤 후보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후보의 그다음 시험대는 야권 후보의 단일화다. 안철수씨와 별로 감(感)이 좋지 않다는 김종인씨가 선거를 총괄하는 만큼 안 후보와의 단일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 여론조사의 추이로 보면 단일화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선거는 험로를 겪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재명 후보가 35%를 뛰어넘고 안 후보가 10% 내외를 얻으면 그는 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단일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윤 후보의 대선 길은 여기가 관건이고 여기서 실패하면 그는 대통령 자질이 없는 것이 된다.
나는 그에게 시대를 가로지르는 위대한 지도자상(像)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가 국민에게 휘황찬란한 미래상을 제시하는 등의 미사여구에 빠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그가 좌파 정권의 폭정에서 국민을 구제한다는 소명 의식에 투철하기 바란다. 많은 국민을 희망에 고무시키기도 하고 좌절에 주저앉게도 만드는 것이 정치고 그 정치의 운전석에 앉는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자신이 왜 어째서, 이 자리에 이끌려 나왔는가를 깊이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상대해야 할 정치적 반대자가 어떤 사람이며 어디서 왔고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가 자신의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윤 후보는 무엇을 인위적으로 바꾸거나 치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위대한 대통령’을 약속할 필요도 없다. 그가 여기서 청산유수로 답변하고, 임기응변으로 능란한 척한다고 해서, 표가 나올 수도 없고 그렇게 얻어진 표는 그의 시대적 소명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그의 소명은 윤석열이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좌파가 ‘무엇을 못 하게 막는 데’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12월 08일 “경제는 과학 아닌 정치” 이재명 인식, 국가 부도 부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7일 “경제는 과학이 아닌 정치”라고 했는데,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그리스 총리가 1981년 집권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줘라”고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물론 학계에도 ‘생산은 과학이지만, 분배는 정치’ 등의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 후보 발언은 그런 원론적 차원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환호할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가 뚜렷해 보인다.
최근 이 후보는 ‘국민의 뜻’을 앞세워 자신의 과거 발언을 뒤집는 등 국민을 다소 헷갈리게 하고 있지만, 7일 오전과 오후에 열린 서울대 경제학부 금융경제 세미나 초청 강연과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 등을 통해 경제관을 비교적 뚜렷이 밝혔다. 서울대 강연에서 이 후보는 “경제는 정치” 발언과 함께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리로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왜 그런 일이 불가피한지에 대한 분석은 없이 현상만 가지고 선동하는 발언이나 다름없다. 한 단계만 더 생각해도 신용의 축적을 무시하면 금융시장과 경제 자체가 붕괴하고, 그러면 경제적 약자부터 비참해지며, 결국 공멸에 이르게 된다.
앞서 코로나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 지원도 “(재정을) 쥐꼬리만큼 썼다”고 주장했는데,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자는 정부 방침에 반대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뿌리자고 한 것이 이 후보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이나 국토보유세에 대해 “철회한 적이 없다”고 했고, “국가 빚이 나쁘다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도 했다.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시사 등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과 다른 기조를 밝힌 것과 관련, “(무조건 입장 고수는) 벽창호 아니냐”고도 했다.
파판드레우 정부는 최저임금 45% 인상, 공무원 증원, 무상 의료 등을 시행했다. 20%이던 국가부채비율은 9년 만에 100%를 넘어섰다. 포퓰리즘에 중독된 국민은 좌파 정당을 잇달아 선택했고, 2015년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인 26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로 전락했다. 문 정권 동안 국가 예산은 400조 원에서 600조 원으로, 국가부채는 600조 원에서 1000조 원으로 급증했다. 이 후보는 정부 부동산 정책, 탈원전 등을 비판하는 척하지만 경제에 대한 기본 인식은 더 심각한 포퓰리즘으로 향할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12.08 정치인의 사생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의 인재영입 1호이자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됐던 조동연 서경대 교수(오른쪽). 사생활 논란이 나오면서 위촉 3일만에 자진하차했다. [중앙포토]
전례 없는 3일 천하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인재 영입 1호이자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됐다가 사생활 논란으로 3일 만에 자진 사퇴한 조동연 서경대 교수 얘기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자마자 불륜과 혼외자라는 사생활이 까발려졌다. 화제성을 노린 인재 영입 경쟁 쇼, 부실 검증의 결과였다. 황색 저널리즘과 관음증적 욕망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명제는 박정희 대통령이 했다는 ”허리 아래 일은 문제 삼지 않는다“일 것이다. 여러 여성을 성적으로 거느리는 것이 ’남성 권력 카르텔‘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던 시대의 얘기다. 남성 정치인들의 성적 방종이 용인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정치인의 사생활도 ’검증‘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혼외자의 존재가 승승장구하던 검찰총장을 낙마시키는 일도 일어났다.
정치인의 사생활 문제는 해외에서도 문화적 풍토에 따라 다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빌리자면 ”청교도주의를 배경으로 한 미국에서는 정치인의 사생활도 검증의 대상이 되지만, 국가의 토대에 그런 종교적 배경을 허용하지 않는 유럽에선 남의 사생활엔 관심들 꺼주는 게 상식으로 통한다”. 프랑스는 대통령의 여자 문제에 한없이 관대하다. 공직자에겐 사생활보다 직무능력을 중시하는 탓이다.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미국에선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런데 이 사생활 문제, 불륜만큼 한국 사회에서 모순적인 게 없다. 일상에서는 누구나 한두 번 일탈을 꿈꾸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하다. 공인이라면 더욱 도덕적 잣대가 높다. 불륜 관계를 인정한 홍상수 감독, 김민희 배우 커플에게 가해진 대중적 냉대를 봐도 알 수 있다. 불륜 드라마 시청자일 땐 불륜 당사자에게, 홍상수·김민희 커플을 볼 땐 홍 감독의 아내 입장에 감정이입하는 모양새다. 내 불륜은 통제할 수 없는 열정이고, 남의 불륜은 단죄의 대상이다. 오죽하면 한국 사회의 이중성, 위선, 자기기만을 대표하는 말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내로남불‘일까.
조 교수 측은 하차 후 ”(당의 영입 과정에서) 혼외자 문제를 밝히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 ”성폭력으로 원치 않은 임신이었다“고 밝혔다. 조 교수 영입 직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 사진을 나란히 올리고 ”차이는?"이란 글을 달아 ’외모 비교‘에 여념 없던 민주당(최배근 전 선대위 기본사회위 공동위원장)은 문제가 터지자, “부정적 국민 여론”을 내세우며 빠른 손절에 나섰다. 애초 조 교수가 혼외자 이슈를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한 게 문제였다면, 자당의 영입 인사가 만신창이가 되는 데도 내 책임 아닌 양 하는 태도도 문제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사생활이 중요하다면 처음부터 더 철저히 검증해야 했고, 전문성이 영입 이유라면 사생활 논란에도 끝까지 지켜내는 게 맞다. “대선을 앞두고 마음이 급한 민주당이 졸속으로 외부 엘리트들을 영입해 상임선대위원장이라는 허울뿐인 자리에 앉히려다 이런 사달이 난 것”(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이란 말이 딱이다. 국민의힘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여성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피부과 의사 함익병씨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 7시간 만에 철회했다. 이런 식의 인재 영입 경쟁을 왜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번 사태의 교훈이라면 '정치인의 사생활 검증'이란 화두를 다시 던졌다는 점 아닐까. 조 교수의 혼외자를 처음 알린 유튜버는 자녀의 신상까지 공개했다. 검증이란 빌미의 인권침해다. 조 교수의 하차에도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온라인에서는 인격살인이 한창이다. 진중권 전 교수의 지적이 경청할 만하다. “정치인의 사생활 검증에 대해 아직 명확한 합의가 없어 이러쿵저러쿵하는데, 내 입장은 남녀 공히 사생활을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것. 사생활이 있는 이들의 공직을 제한함으로써 얻어지는 사회적 이익은 불분명한 반면, 그로 인한 피해는 (인권침해) 등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이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2.09 李 “경제는 정치” 약자부터 피해 입히고 결국 나라 거덜 낼 것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들 앞에서 “경제는 과학이 아닌 정치”라고 했다. 이 후보는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말도 했다.
경제가 효율과 합리를 추구하는 것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망하기 때문이다. 균형, 약자 보호 같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와는 원리 자체가 다르다. 가난한 사람에게 이자를 적게 내게 하고 부자는 이자를 많이 내게 하면 은행이 결국 망할 것이다. 은행이 망하면 가장 먼저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다음으로 경제 전체가 멈출 것이다. 그 위에 무슨 정치가 있겠나. 말도 되지 않는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닌 여당 대선 후보가 한다.
시장이 만능은 아니다. 경쟁에서 뒤처진 약자들 보호도 필요하다. 그래서 국가 자원을 배분할 때 지역·계층 간 균형 등을 감안해 미세 조정하는 정치도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를 보완하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가 주도하는 경제는 약자부터 파멸로 이끌 것이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처럼 본말이 전도된 얘기일 뿐이다.
이 후보의 ‘기본 시리즈’ 중 하나인 ‘기본대출’은 금융 시장의 가격 기능을 무시하고 있다. 이 후보 말대로 온 국민에게 1000만원을 장기 저리로 제공하고 국가가 보증한다면 대출금을 갚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것이다. 만약 국민 절반이 대출금을 안 갚으면 250조원의 부실 채무가 발생한다. 이를 국가가 메워주면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안 메워주면 금융기관이 부실화된다. 어느 쪽이든 IMF 외환 위기 때 같은 국가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2.09 野 “자영업 보상 50조 더해 100조” 50조, 100조를 아이 이름 부르듯
국민의힘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코로나로 피해 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의 피해 보상을 위해 “집권하면 100조원 정도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가 50조원 투입을 공약했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환영한다. 당장 하자”고 했다. 100조원이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 607조원의 15%가 넘는 막대한 액수다. 막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런데 대선을 앞둔 여야는 마치 아이 이름 부르듯 한다. 통이 크다고 해야 하나, 무모하다고 해야 하나.
코로나로 생계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매표 행위 같았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보다 민생과 경제 회복 차원에서 훨씬 시급하고, 효과도 클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 실태와 액수에 대한 구체적 추산 과정도 없이 덜컥 ‘50조 100조원 투입’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대선에서 자영업자 표심을 잡겠다는 정치적 계산 때문 아닌가. 김 위원장은 “각 부처 예산을 5~10%씩 구조 조정 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예산 10% 구조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김 위원장이 잘 알 것이다. 집행 대상이 결정된 예산을 감축하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민이 대량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 이들에 대해선 뭐라고 할 건가. 국채 발행은 빚을 내자는 뜻으로 청년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미 나랏빚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다. 내년도 국가 채무는 1000조원을 돌파해 1064조원에 달한다. 현 정부 5년간 국가 채무는 408조원 늘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증가한 액수인 351조원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국가 채무가 2000만원 이상이다. IMF는 앞으로 5년간 한국의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 35국 중 가장 빠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 같은 중규모 개방 경제에 저출산 고령화가 최악인 나라에서 이런 빚 증가 속도는 반드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들은 집중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가능한 범위라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년 예산을 구조 조정 할 수 있는 규모가 그 한계일 것이다. 내년 예산 자체가 빚투성이인데 빚을 더 늘리기는 힘들다. 정권 교체를 내건 야당은 이 정권의 포퓰리즘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2.09 “文 존경, 조국 사과, 국민 섬김… 다 진짜인 줄” 李 패러디 쏟아졌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발언이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이 후보가 누군가의 호칭 앞에 ‘존경하는’을 붙인 것은 모두 거짓 아니냐는 취지의 패러디들이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전북 전주에서 청년들과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도 대통령하다 힘드실 때 대구 서문시장을 갔다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이 후보는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했다.
두 번째 발언이 기사화하자 온라인에서는 패러디가 쏟아졌다. 상대적으로 여당 지지층이 많이 이용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조차 해당 발언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발언을 가장 일찍 전한 뉴시스·뉴스1 등 통신사 기사에는 다음에서만 댓글 1만개 안팎씩 달렸는데, 추천 댓글 대부분이 이 후보 발언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가운데 “이재명 ‘존경하는 문재인 님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줄 알더라’ 당신은 이렇게도 말바꾸기 할 사람”이란 댓글에 4426명이 추천을 눌렀다. “대통령 되면 “서민을 섬기겠다고 했더니 진짜 섬기겠다는줄 알더라” 이러고도 남을…” “존경하는 호남 여러분 ? 했더니 진짜 호남을 좋아하는줄 알더라” “문재인과 원팀이라고 했더니 진짠줄알더라 ㅋㅋㅋ 부동산 잡겠다고 했더니 진짠줄알더라 ㅋㅋㅋ” “기본소득 하겠다고 하니까 진짜 하는 줄 알더라, 문정부 정책을 좀 비판했더니 진짜 비판하는 줄 알더라, 내가 비천한 집안 출신이라고 했더니 진짜 비천한 집안인 줄 알더라” 등도 추천 상위권에 올랐다.
8일에는 야당이 패러디 릴레이에 뛰어들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그런 발언이) 이 후보의 진짜 모습”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의 진짜 모습은 다음과 같다”라며 ‘문재인 존중한다 했더니 진짜 존중하는 줄 알더라’ ‘특검하자 했더니 진짜 특검하는 줄 알더라’ ‘조국 사과한다 했더니 진짜 사과한 줄 알더라’ ‘국토세 철회한다 했더니 진짜 철회한 줄 알더라’ ‘검사 사칭했더니 진짜 검사일 줄 알더라’ ‘깨끗하게 살았다 했더니 진짜 깨끗하게 산 줄 알더라’ ‘이재명은 합니다 했더니 진짜 하는 줄 알더라’라는 패러디 글을 줄줄이 이어붙였다. 이어 “이재명 후보 말씀이다. 이름은 진짜 맞나?”라고 했다.
조선일보 장상진 기자
12월 10일 文정부 실패로 ‘대결’ 더 극단화했다
유병권 정치부장
3월 대선 후보 정책·비전보다
文 차별화냐 심판이냐 더 관심
정권 유지 < 교체 구도 野 유리
李·尹 지지층 적대감으로 결집
통합 대신 응징·증오 선거 우려
5년 편 가르기 국정 실패 업보
선거는 구도, 정당, 후보 간 전쟁이다.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구도를 꼽는 전문가가 많다. 89일 앞으로 다가온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는 구도 측면에서 야권 주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유리하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정권 교체론이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정권 유지론을 앞선 이후 1년 이상 격차를 벌리며 우위를 지속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선대위 첫 회의 일성으로 “윤 후보를 비롯해 선대위가 별다른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큰절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 용서를 빌고, 금기시됐던 ‘조국 사태’에 대해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몸을 낮춘 것도 ‘이재명은 다르다’는 인식을 주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정부가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쥐꼬리만큼 썼다”고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난 5년간 국가채무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증가액(351조 원)보다 더 많은 408조 원이 늘어날 정도로 나랏돈을 물 쓰듯 쓴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대선은 ‘지는 권력’의 시간이 아니라 떠오르는 권력의 시간이다. 문 대통령이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소중한 성과를 부정하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항변했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비호감도가 높고, 중앙 정치 경험이 없는 ‘0선의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윤 후보는 역대 유력 대선 후보와 비교하면 약체다. ‘반칙·특권 없는 세상’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이명박 전 대통령, ‘경제 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나름 당시의 시대 정신을 대변했지만 두 후보는 그런 게 없다. 역량과 준비가 부족한 두 후보 탓이다. 하지만 여당 후보까지 현 정부 비판에 나서고, 오랫동안 정권 심판론이 대선판을 지배하는 상황이라면 나라를 잘못 이끈 문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래 투표인 대선이 과거를 심판하는 회고 투표로 진행되면서 대선판이 뒤틀어지고 왜곡됐다. 갈등 해소와 통합의 계기가 돼야 할 대선이 증오 선거로 치닫고 있다. 문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을 확실하게 응징해 줄 강한 후보를 원했던 정권 교체 민심은 문 정부에서 온갖 수모와 굴욕을 당한 윤 후보에게 집결하고 있다. 반대로 정권 유지 민심은 문 대통령을 보호하고, 자신들을 배신한 윤 후보를 단죄할 사람으로 이 후보를 택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에서 진 것은 상대적으로 합리적 이미지 때문이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말대로 “두 분 중 지는 한 사람은 감옥 가야 하는 대선”이 됐다.
대선 때에는 당보다 후보가 우선이지만 그렇다고 후보가 당 위에 군림해선 안 된다. 그러면 독재다. 이 후보가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를 모아 놓고 “(여당) 위원장이 방망이를 들고 있지 않으냐.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건 하자니까요”라고 이른바 ‘이재명 법안’ 처리를 강요했다. 이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가진 것은 아니다. 윤 후보도 선대위 인선을 통해 국민의힘을 ‘윤석열 국민의힘’으로 만들려 했다가 이준석 대표로부터 역습을 당했다. 당내 기반이 있는 이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을 만들 수 있지만, 당내 기반이 없는 윤 후보가 이를 따라 하다가는 꿩도 잃고 알도 잃고 대선도 놓칠 수밖에 없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이 우선이다.
대선이 석 달도 남지 않았지만 국가적 난제를 풀 해법과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실업과 양극화 문제를 풀 성장론도, 저출산 극복 해법도, 연금·노동·교육 개혁에 대한 담론도 보이지 않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대책은 언감생심이다. 대신 ‘3무(무식, 무능, 무당) 후보’ ‘3치(염치, 수치, 눈치 없는) 없는 후보’ ‘검찰 정권’ ‘검사 사칭 정권’ 등 저질 공방만 난무한다. 꿈과 희망 대신 우려와 불안이 대선판을 덮고 있다. 지난 5년간 국민 갈라치기 국정이 대선까지 망치고 있다.
문화일보
12.13 장소 따라 말이 달라져 종잡을 수 없는 李 후보 발언
▲[칠곡=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2021.12.11. photocdj@newsis.com
이재명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친 행위는 중대 범죄”라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는다”고 했다. 지난 주말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한 말이다. 그는 지난 10월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을 땐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학살 반란범”이라고 했다. 카메라 앞에서 묘지 입구에 깔린 ‘전두환 비석’을 밟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그가 두 달도 안 지나 공(功)을 인정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 후보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할 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은 적이 없다. 그런데 경북 칠곡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세운 구미 금오공대를 찾아가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것처럼 강력한 경제 부흥 정책을 하겠다”고 했다.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이 후보의 문제는 득표 전략에 따라 광주에서 하는 말과 대구 경북에서 하는 말이 너무 딴판이라는 점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민주주의의 역사적 가치마저 매표를 위해 내팽개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이 후보는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을 하시다가 힘들 때 서문시장을 갔다”고 했다가 지지자의 비판을 받자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했다. 이제 이 후보는 “전두환을 인정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라고 할 것인가.
이 후보는 역사의식은 물론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나라 경제를 흔들 공약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조변석개(朝變夕改)에 가깝다. 대장동 사업의 최종 책임자인 이 후보가 “대장동 몸통을 놔두고 자꾸 엉뚱한 데를 건드린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일부에선 이 후보에 대해 “언변의 귀재”라고 한다. “사이다 화법”이라며 통쾌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잘해도 진실성이 없으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 후보의 요즘 발언이 그렇다.
조선일보 사설
12.13 이재명 후보의 말에 길을 잃다
#1.
잘못 알고 있나 해서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 영상회의록(18분)을 봤다.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조수진 의원 모두가 대장동 특검법 상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11월 18일 조건 없는 특검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자신이 수사했던) 부산저축은행 것을 포함해서 하겠다고 했고 ‘고발 사주’까지 포함해서 ‘쌍특검’을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선 특검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유 의원), “완벽한 이중 플레이다.”(조 의원)
민주당은 그저 “원내대표단에 진지한 대화를 촉구하고자 한다”(박광온 법사위원장)고 반응했다. 너무나 분명했다. 속도를 안 내는 쪽은 민주당이었다. 실제 민주당은 9일까지 정기국회 동안 세 번 상정을 막았다.
이 후보는 그런데도 11일 “윤 후보 본인 혐의가 드러난 부분을 빼고 하자는 엉뚱한 주장으로 이 문제가 앞으로 진척이 못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을 근거로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한 건가.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란 이 후보의 논리를 적용하면 민주당이 더한 용의자 같은데 말이다. 하기야 이 후보가 ‘당내 민주화’를 강조하던데 정작 민주당은 이 후보에 대한 비난 글이 넘쳐난다는 이유로 당원 게시판을 폐쇄했다던가. 이 후보의 의중은 어디에 있나.
#2.
이 후보는 얼마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 ‘내란·학살 주범’이라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의 기념석을 밟기도 했다. 윤 후보가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가 난타당할 때 이 후보는 “철학도, 역사 인식도, 준비도 없다”고 가세했다. 그러더니 그제 TK(대구·경북)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삼저(三低)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했다. 정치 아닌 경제를 평가하는 건 역사 인식이 있는 건가. “경제는 정치”라고 말한 건 이 후보 아니었나.
윤 후보의 ‘대구 민란’ 발언도 떠오른다. 지난 7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초기에 퍼진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잘 안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거라고 할 정도”라고 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후보는 그제 “다른 나라 같으면 마스크 안 사주고 ‘마스크 써라’ 하면 폭동 난다”고 했다. 대구와 나라, 민란과 폭동의 차이가 그리 큰 건가.
#3.
기본소득에 대한 이 후보의 발언은 수사학 교본이랄 수 있다. 하겠다고 했다가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다”고 하더니 철회한 적 없다고 했다. “존경한다”고 했다가 “진짜 존경하는 줄 아나”의 대상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가장 빨리 도입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기초연금도 기본소득이라면서다.
이 후보는 입장 선회 때마다 ‘국민의 뜻’을 내세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두곤 “한번 정했다고 그냥 밀어붙이는 건 벽창호”라고까지 했다. ‘문재인 대통령=벽창호’까지 염두에 둔 말인지 궁금해진다. 종전선언을 두고 일본도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대한민국 정치인이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건 친일을 넘어선 반역행위”라고 했던데 한 달여 년 전 SBS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41.6%였다. 이들 뜻을 대변하는 게 반역인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4.
정치권에선 이 후보의 ‘다변(多辯)’이 리스크라고 말한다. 진정한 리스크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다변(多變)’에 있다. “말로 내 편을 많이 만들어서 이겨서 기회를 얻는 것”이란 그의 정치관 때문인 듯한데, 그러는 사이 쌓이는 엇갈린 말로 그는 점점 정체불명의 후보가 되어가고 있다. 대신 분명해지는 건 그리해서라도 이기겠다는 그의 권력 의지다. 그는 무엇을 (안) 하겠다는 건가. 그의 말 속에서 길을 잃었다.
중앙일보 고정애 논설위원
12.15 양도세 폭탄 만든 장본인이 깎아줄 테니 표 달라고 한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주장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1년간 완화’ 방안을 민주당이 이르면 연내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국회 기재위원장으로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세하는 법안을 주도했던 바로 그 장본인이 지금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맡아 세금 깎아주는 정반대 정책에 총대를 멨다. 그는 “(지난해와) 정책 환경이 달라졌다”는 논리를 폈는데 무슨 소리인지 본인도 모를 것이다. 양도세 중과의 부작용을 그렇게 지적해도 들은 척 않더니 이제 와서 180도 다른 소리를 한다. ‘정책 환경’이 아니라 대선에 급한 여당의 ‘정치 환경’이 달라졌을 뿐이다.
애당초 이 정부의 부동산 세제는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유세 강화가 국제 추세”라는 명분을 내세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올렸으면 거래세는 낮춰야 했는데, 국제 추세와 정반대로 취득세·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도 대폭 올렸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징벌적 과세를 밀어붙여 놓고는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묘책인 것처럼 포장했다.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에게 최대 82.5%의 양도세를 매기자 퇴로가 차단된 다주택자들은 도리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매물이 없어 집값은 더 올랐고, 자녀에 대한 주택 증여가 확산하면서 ‘부의 대물림’만 심화했다.
이로 인해 민심이 거칠어지고 부동산 문제가 대선 악재로 등장하자 손바닥 뒤집듯 정책과 입장을 바꾸고 있다. 이미 집을 팔아 무거운 양도세를 낸 사람들의 반발이 예상되자 소급해서 깎아줄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꺼냈다가 파장이 확산되니 사실이 아니라고 급히 해명했다.
양도세를 낮춰 거래를 정상화하는 것은 부동산 안정을 위해 필요한 일이나 지금처럼 선거용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 1년 한시적으로 깎아줄 테니 표 달라는 것 아닌가. 양도세는 검토를 거쳐 적정한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은 민주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당정 간 엇박자도 심각하다. 기획재정부는 “정부 내에서 논의된 바 없고 추진 계획도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자료까지 냈다. 경제 부총리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정부가 언제 ‘합리’와 ‘신뢰’를 중시했나. 선거에 유리하다면 법도 몇 번이고 고치고 뒤집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2월 15일 양도세 폭탄 주도하고 대선用 꼼수 유예, 국민 우롱하나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이달까지 처리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1년 한시적 유예’를 언급하자 이를 뒷받침하는 입법을 공식화한 것이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14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를 위한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12월 임시국회 처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주택을 판 사람에게 소급 적용하는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의식해 양도세 폭탄을 일시적으로 늦추려는 꼼수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이 후보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주장하고 있지만, 앞서 지난 7월엔 “불로소득이 불가능하도록 세금 폭탄이 아니라 그 이상을(강력한 징벌적 제재)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이 급하니 말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으로 관련 법안을 강행 처리했던 윤후덕 선대위 정책본부장 역시 “정책 상황이 달라져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면 정책 효과가 날 것”이라고 돌변했다. 사전 협의 없는 말 바꾸기에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상당하다. 윤호중 원내대표조차 “지난 5월 말까지도 유예를 해줬는데 효과가 없었다는 검토 의견이 있다. 당·정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2017년 8·2대책에 이어 지난해 7·10 대책에서도 양도세 중과 유예를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특히 박 의장의 소급 적용 언급은 3시간 만에 부인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역시 반대 기류가 뚜렷하다. 청와대는 “필요하다면 다음 정부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고, 기재부는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문 정부 5년 내내 세금 폭탄을 만들어오다가 이 후보가 대선 매표용(用)으로 하루아침에 말을 바꿔 국민을 유혹하고 있다. 민감한 이슈인 양도세 등 세제 개편을 너무 가볍게 알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함부로 말한다. 더구나 당·정·청 엇박자까지 벌어져 국정 혼선을 더 키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문제라는 것을 이제라도 알았다면 일시적 유예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당장 폐지하는 것이 옳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15일 이재명 ‘말 뒤집기’ 해도 너무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말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대선 후보로서 그의 장점을 꼽으라면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바로 ‘통쾌한 발언’ ‘사이다 발언’ 등 그의 말솜씨다. ‘매타’(매주 타는)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연설하고 대화하며, 심지어는 이동하는 버스에서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수많은 말을 쏟아낸다.
잘살고 권력 있는 사람들을 누르고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내세우며 현란한 말솜씨로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을 꾸짖으며 세상을 호령하니 많은 국민이 그에게서 ‘홍길동’ 같은 의적(義賊)의 이미지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같지 못하다’(過猶不及·과유불급)는 말처럼 최근 그의 가벼운 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 아무리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운동이라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말 바꾸기와 거짓말에 유권자들은 지쳐간다.
시작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말 바꾸기였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며 성남시가 확정 이익을 받도록 자신이 설계했다고 주장하더니 조(兆) 단위 특혜를 몰아준 의혹이 불거지자 이익분배 구조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야당이 특검을 주장하자 자신은 죄가 없는데 왜 특검을 하느냐고 일축하다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특검 하자고 나섰다. 그러면서 10년 전인 2011년에 윤 후보가 담당했던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특검 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윤 후보가 동의해도 특검은 없다.
핵심 공약인 전국민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등에 대한 여론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자 ‘국민 동의’가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후보가 공약을 철회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그런 적이 없다며 당선되면 국민을 설득해 공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여론 앞에 사실상 말장난을 한 것에 불과했던 셈이다.
말 바꿈의 백미는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적을 치하한 것이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제는 잘했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일지라도 불과 얼마 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같은 말을 했을 때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으로서 할 말은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내에서도 이 후보를 비판하겠는가. 그뿐인가. 입만 열면 보수 정치인들을 친일파라며 비난하더니 포스코에 가서는 박태준 회장을 추켜세웠는데, 산업화의 길에 주춧돌이 된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단순한 말 바꾸기를 넘어서 상대를 조롱하거나 비꼬기, 덮어씌우기 등이다. 뜬금없이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부르더니, 다른 곳에 가서는 존경한다고 하니까 정말 존경하는 줄 알더라면서 조롱 섞인 비난을 한다. 이게 ‘억강부약’의 모습인가.
이 후보는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대통령의 말은 최종적인 국가의 선택이며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다. 그런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이처럼 가볍게 입을 놀린다면 국민이 어떻게 그를 믿을 수 있나. 발표하는 공약과 수많은 약속이 허무한 말장난이 아니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이라는 옛말이 헛되지 않음을 알기 바란다.
문화일보
12.16 이재명 장남, 상습 불법도박… “500만원 땄다” 글 남기기도
인스타 아이디와 같은 이메일사용
포커 사이트에 200개 글 게시
강남·분당 도박장 방문 후기도
취재사실 알고 관련 계정 삭제
해명 요청엔 “아버지께 연락하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장남 이모(29)씨가 2019~2020년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15일 제기됐다.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한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2019년 1월~2020년 7월 ‘이기고싶다’라는 닉네임(사용자명)을 가진 사람이 쓴 2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거기에는 불법 소지가 다분한 온·오프라인 도박 경험들이 담겼다. ‘이기고싶다’가 해당 사이트에서 스스로 밝힌 이메일 주소 앞부분 13자리는 이씨가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아이디와 동일했다. 이씨로 추정되는 이 사람은 온라인 포커머니 구매·판매 글을 100건 넘게 올리고 서울 강남 등의 도박장에 드나들었던 후기도 여러 번 남겼다. 한 법조인은 “사실이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로 추정되는 ‘이기고싶다’는 2019년 1월부터 해당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기고싶다’는 2019년 7월 ‘인턴 4개월 차 지각했다. 지X하면 그냥 이번 달까지 한다고 하고 때려치워야겠다’라고 썼는데 실제 당시 이씨는 모 금융사의 인턴으로 근무한 지 4개월 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고싶다’는 자신을 ‘SKY 경영대 출신’이라고 썼는데 이씨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했다. ‘이기고싶다’는 2019년 8월 “사이버 고연전 대표로 나가는데 쪽팔리지만 재미있긴 하다”고 적었는데, 실제로 한 달 뒤 이씨는 ‘2019 사이버 고연전’ 대회에서 고려대 대표로 게임 스타크래프트 경기에 출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아들로 추정되는 닉네임 ‘이기고싶다’가 2019년 6월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 스스로 “도박꾼”이라고 했고, 도박 초기 550만원을 땄으며 이후 “(불법) ‘파워볼’ 홀짝 (게임)으로 500만원을 잃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기고싶다’는 게시글을 통해 해외 포커 사이트의 칩(게임 머니)을 거래하자는 글을 올렸는데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1400만원 정도였다. 한 번에 최대 500개의 칩(70만원 상당)을 사겠다는 거래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일부 관련 게시글에 실제 거래를 마쳤다는 의미로 보이는 ‘완’(완료)을 써 놓기도 했다.
‘이기고싶다’는 또 2019년 5월 서울 신촌에 있는 불법 도박장을 방문했다는 게시글도 올렸다. 이후 같은 해 6월에는 경기도 분당에 있는 도박장을 시작으로 열흘에 걸쳐 ‘오프(도박장) 후기’를 시리즈로 올렸다. 그중 한 게시글에는 “매번 오프 가는 곳이 바뀐다. 압구정, 건대, 왕십리, 신림, 분당 바꾸면서 다닌다” “같은 곳 자주 가면 긴장감이 사라져서 루스(느슨)해지고 내 에지(날카로움)가 사라진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열흘간 도박장에서 536만원을 땄다고 자랑했다.
‘이기고싶다’는 또 포커 외에도 금액 제한이 없는 불법 ‘파워볼’ 홀짝 게임에서 500만원을 잃었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올리면서 스스로를 ‘도박 중독자’ ‘도박꾼’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2019년 5월에는 “회사에서 여유 있을 때 (온라인 도박을) 하려고 했는데 상사랑 대화하다가 (모니터) 화면에 (온라인 도박 팝업창이) 떠서 서로 당황했다”고 적기도 했다.
본지의 해명 요청에 이씨는 “아버지나 캠프에 연락하는 게 좋겠다”고 했고, 이 후보 캠프 측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해명 요청을 받은 직후인 이날 오후 7시쯤 포커 사이트에서 사용한 이메일 주소와 연관된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12.16 이재명, 아들 불법도박 인정… “사과 드린다, 치료 받게 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본지가 보도한 아들 도박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재명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아들의 잘못에 대하여 사죄의 말씀 드린다”라며 “언론보도에 나온 카드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 아들이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다.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아들도 자신이 한 행동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해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온당히 책임지는 자세가 그 괴로움을 더는 길이라고 잘 일러주었다”라며 “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하여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치료도 받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앞서 본지는 ‘[단독] 이재명 장남, 상습 불법도박 의혹… “500만원 땄다” 글 남기기도’ 제하 기사를 통해 이 후보의 장남 이모(29)씨가 2019~2020년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한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2019년 1월~2020년 7월 ‘이기고싶다’라는 닉네임(사용자명)을 가진 사람이 쓴 2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이기고싶다’가 해당 사이트에서 스스로 밝힌 이메일 주소 앞부분 13자리는 이씨가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아이디와 동일했다.
본지의 해명 요청에 이씨는 “아버지나 캠프에 연락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해명 요청을 받은 직후 포커 사이트에서 사용한 이메일 주소와 연관된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12.18 국민이 그리 우스운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甘呑苦吐)’는 요즘 말로 ‘K-사자성어’다. 대부분의 사자성어와는 달리 우리 속담을 한역한 것이다. 중국 명나라 때 속담집 『이담(耳談)』에, 정약용이 우리 속담을 추가해 펴낸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나온다. 다산은 이런 해설을 달았다. “이전에 달게 먹던 것을 지금은 쓰다고 뱉는다. 사람은 이익에 따라 교묘히 바뀐다.”
감탄고토를 인간의 보편적 성정(性情)으로 본 것이다. 사실 그렇다.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른 게 인지상정인 거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비판도 정당하다. 인간 속성이 그렇다 해서 그런 행태에 대한 비난까지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공약 뒤집기가 그리 쉬운데
국민 뜻 포장 왜 안 쉽겠나
그것이 포퓰리즘이요 독재
신뢰 없이 대권은 꿈일 뿐
이해 당사자가 많은 경우 비판 강도도 따라 커진다. 이번 수능시험 문제 오류처럼 말이다. 비교할 개체 수가 음수(陰數)가 되는 초현실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태도가 더 비난받아 마땅하다.
평가원은 “문항의 조건이 완벽하진 않아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타당성이 유지된다”는 역시 초현실적 논리로 오류 지적을 묵살했다. 평가원은 2008년 수능 복수정답 논란 때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었는데(그것이 그들이 사는 법이었던 거다), 그때 대학교수로서 분연히 비판했던 게 이번에 사표를 쓴 강태중 평가원장이었다. “채점 전 소수의 학생이 이의제기했을 때 타당한 증거로 좀 더 일찍 검토했어야 한다”고 말이다. 13년 세월이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초심을 지키지 못하고 책임을 얼버무리다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정도는 그래도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인지상정을 말하던 다산도 놀라 넘어질 만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우리네 여당의 대통령 후보다. 온 국민이 이해 당사자인 문제를 놓고 화장실 갈 때와 올 때가 달라도 너무 다른 까닭이다. 180도 말을 뒤집는 건 물론, 화장실을 다녀온 사실조차 부인할 때는 듣는 사람이 난감할 지경이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감탄고토 평가는 가히 기네스북감이다. 대구 가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이라고 하더니, 나흘 뒤 “존경하는 대통령이랬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말을 바꿨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했다는 호남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곤욕을 치른 야당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살인강도도) 살인·강도를 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말이냐”고 비판한 이 후보였다. 그러더니 본인이 경북에 가서는 “3저 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이게 한 것은 성과가 맞다”고 했다. “윤석열 말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을 받자 이틀 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자”라고 또 뒤집었다.
이재명식 유연성과 실용주의라지만,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자기부정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뒤집힌 거라도 말은 된다. 대장동 의혹으로 넘어가면 그야말로 ‘말인지 XX인지’ 모를 상황이 돼버린다.
이 후보는 “내가 사업 설계자”라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하지만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단군 이래 최대의 민간개발 회수 치적’이 ‘단군 이래 최대 스캔들’로 변질돼가자, 국민의 힘 인사가 도둑 설계를 했다고 주장을 바꿨다. 최종 승인자가 자기였는데도, “노벨이 화약 만들었다고 9·11 테러를 설계한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자신이 성남시장 때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으로 있던 인물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한 반응에도 입을 다물 수 없다. “몸통은 놔두고 엉뚱한 데를 자꾸 건드려서 이런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이자 이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사장 직무대리가 구속되자, “한국전력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냐”며 스스로 대통령급이 돼 빠져나갔다. 이 후보가 자기 말처럼 의혹과 무관하기만 하다면, 이런 엽기 언어들도 다 괜찮다. 오히려 정치인한테 꼭 필요한 유머 감각일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아들의 불법 도박도 넘어가 줄 수 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자식이다. 그것도 인지상정인 거다. 책임질 건 성인인 아들이 책임지면 된다.
치명적인 뒤집기는 공약에서 나온다.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재난지원금 등 국가 경제를 좌우할 정책들이 한순간에 뒤집혀 버린다.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는 거라지만, 그렇게 쉽게 버릴 것 같으면 처음부터 꺼내지 말아야 했고 옳다고 생각한다면 끝까지 국민을 설득해 관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공약에)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정치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극언하더니, 하루아침에 국민이 반대해서 안 한다면 국민이 바보라는 얘기가 아니고 뭔가. 그런 것이 바로 포퓰리즘이요, 독재의 다른 얼굴인 것이다. 공약을 바꾸는 게 그리 쉬운데, 자기 이익을 국민 뜻으로 포장하는 건 얼마나 쉽겠나 말이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믿고 표를 줄 수 있겠나.
이재명 후보의 적은 다른 사람 아닌 이재명이다. 자신 안의 ‘또 다른 나’를 다스리지 않으면, 그래서 초점이 이중으로 겹치지 않는 선명한 이재명을 보여주지 못하면, 그렇게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그의 대권 꿈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은 그가 생각하는 만큼 우습지 않다.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대기자/중앙콘텐트랩
12.20 “경제는 과학 아닌 정치”라는 이재명, 터키를 보라
“경제는 정치”… 독단과 포퓰리즘의 싹
터키가 보여주는 포퓰리즘의 末路
‘소주성’ ‘文 부동산 정책’도 닮은꼴
경제 실패 안 하려면 정치논리와 선 그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7일 서울대에서 한 강연에서 “경제는 과학이 아닌 정치”라고 말했다. 이 후보 말을 따르자면, 지금까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89명의 수상자들은 이 상을 반납하는 게 옳을 것 같다.
통상 노벨 경제학상이라 불리는 이 상의 공식적인 영문 명칭은 ‘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 약칭은 ‘Nobel Memorial Prize in Economic Sciences’다. 어느 경우든 ‘Economics(경제학)’가 아닌 ‘Economic Sciences(경제과학)’라는 단어를 쓴다. 당연히 과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해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연구 성과를 낸 학자들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간다. 경제가 과학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 상의 53년 역사가 통째로 부정당하는 셈이다.
이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경제가 과학이 아니라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엄밀한 의미의 과학이란 이론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일견 그럴싸하지만 사실은 황당한 주장이다. 자연과학의 최첨단에 서 있는 물리학 분야에서조차도 물질의 근원이나 우주의 실체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있을 뿐이다. 절대적인 진리에는 이르지 못했다.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진리’는 과학이 아니라 종교의 영역이다.
이 후보가 경제를 과학의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은 ‘경제는 해석과 의견의 영역’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 기본금융 국토보유세(토지배당) 등, 많은 경제학자들로부터 경제원리에 배치되거나 무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포퓰리즘 공약들을 강행하기 위한 ‘자락 깔기’의 의도도 엿보인다. 어차피 의견과 해석의 영역인 만큼 경제논리를 앞세운 어지간한 비판이나 반대는 개의치 않겠다는 선언일 수 있다.
‘경제는 과학이 아닌 정치’라는 발상이 위험한 이유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출간 이후 약 250년간 경제학이 이룩해낸 객관적인 연구 성과들을 부정하고, 정치 지도자의 독단이나 포퓰리즘에 경제 운영의 키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통치하는 터키가 비근한 사례다.
2003년부터 11년간 총리를 지낸 에르도안은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2017년 개헌을 통해 권력 구조를 임기 5년에 중임이 가능한 제왕적 대통령제로 바꿨다. 2018년 대통령 연임에 성공한 그는 강력한 독재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경제논리’와 정반대된 정책을 국가경제가 결딴나건 말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중이다.
에르도안의 경제정책은 ‘높은 금리는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는 ‘외골수’적 믿음에서 출발한다. 물가가 불안할 때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경제학의 보편적 상식이지만 에르도안은 이런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음모론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금리 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을 잇달아 경질하면서 9월 이후 4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낮추도록 했다. 그 바람에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고,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연초에 비해 50% 이상 폭락했다.
급락한 리라화 가치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원재료와 수입품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서민 생계와 밀접한 주택 임차료와 식료품 가격도 예외가 아니다. 12월 첫째 주 밀가루 가격은 11월 마지막 주에 비해 2배 가까이 폭등했다. 배고픈 터키 국민들의 원성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에르도안 정권의 답은 ‘적게 먹으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집권여당의 한 유력 의원은 “정상적인 환경에서 우리가 한 달에 고기를 1∼2kg씩 먹었다면 앞으로 0.5kg만 먹자. 우리가 토마토를 2kg씩 샀다면 앞으로는 2개만 사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는 논리가 향하는 종착역의 풍경이다.
굳이 터키의 사례를 인용할 필요도 없겠다. 문재인 정부가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공급 없는, 반쪽짜리 부동산정책’도 에르도안의 폭주와 오십보백보다. 이 후보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대신 사과하는 등 차별화 행보에 열심이다. 표를 의식한 일회용 쇼가 아니라면, ‘경제는 정치’라는 위험천만한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경제는 과학이다.
천광암 논설실장 iam@donga.com
12월 20일 민주주의 망칠 포퓰리즘 점입가경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압도적인 1위 후보가 없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1, 2위 후보의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도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보다 낮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정권교체율에 못 미치는 지지도를 기록하는 것은,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답보 상태이거나 높은 정권교체 욕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년 5월 10일 취임하는 새 대통령은 향후 5년이라는 막중한 시기의 국가 정책을 향도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마련해 사회보험 개혁,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의 회복 등 쉽지 않은 국정 과제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유세 현장이나 발표되는 공약에서 깊은 철학적 가치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만큼 말을 쉽게 뒤집거나 인기 영합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 우려스럽다.
이 후보의 경우, 간판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이나 국토보유세 도입, 공시지가 현실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철회하거나 접으면서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실용주의라기보다는 중도층 표를 끌어오려는 작전상 후퇴나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 발 더 나가 국민을 대리하는 것이 정치이고 이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라며 본인은 포퓰리스트라고 강변하기까지 한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경제살리기를 주장하면서도 공무원과 교원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찬성하고 받아들이는 게 시대적 흐름이라며 노동계를 끌어안으려 한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비판과 최저임금 제도의 폐해,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에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는 그 역시 일관된 철학의 빈곤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투표(majority voting)로 대리인을 뽑고 중도적 생각을 지닌 계층을 포용하는 집단이 집권하게 된다. 당연히 대선 후보로서는 중원을 장악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각종 공약과 정책을 표방하게 된다. 하지만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나 가치 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 목적을 외면하고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태에 대해 국민은 준엄한 표(票)를 행사해 왔다. 바로 몇 해 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것을 보면서 전 세계가 포퓰리즘 양상이 만연함을 실감했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라는 민주주의 관습과 규범을 강조했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눈앞의 이득을 위해 왔다 갔다 하기보다 더 포괄적인 민주주의와 다원주의로 맞서야 한다. 사회 양극화를 완화해 유권자 간 지속적인 연대감을 부여해야 한다. 계층 갈등과 경제 불평등 등으로 정치 참여자 간 공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분열이 심해지면 민주주의를 일탈로부터 보호하는 규범의 가드레일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으로서 북핵 위협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안전하고 부강한 국가로 이끌 지도자로는, 포퓰리스트 아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수호자를 뽑아야 하지 않을까.
문화일보
12.20 이번엔 공시가 재검토, 李 후보 ‘한 입 두 말’ 뭘 믿어야 하나
그동안 공시가 현실화를 주장해오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우선 (공시가에 연동되는) 재산세와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민주당에 요구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68가지 민생 제도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공시가 상승에 따른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조정계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당정은 20일 공시가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 지사이던 지난 2019년 “현행 공시가격 제도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평 과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공시가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종부세보다 훨씬 센 ‘국토보유세’를 매기자는 공약도 냈다. 그랬던 이 후보가 갑자기 보유세를 비롯한 각종 국민 부담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 현실화에 제동을 걸겠다고 한다. 하도 손바닥 뒤집듯 돌변하니 보는 국민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을 평균 73%나 올려 주택 소유자들에게 세금·건보료 폭탄을 떠안겼다. 올해만 해도 종부세액이 작년보다 3.2배 늘었고, 재산세도 20~30%씩 오른 곳이 많다. 건보료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바람에 생계가 곤란해진 은퇴자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을 5년간 지켜보기만 하며 국민 아우성을 외면하던 이 후보가 이제 와서 공시가 인상이 과도하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이 후보로선 실패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하자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몇 달 전만 해도 “부동산 정책은 대통령의 실패가 아니라 관료의 저항으로 인한 실패”라며 문 정부를 옹호했다.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양도세도 갑자기 ‘1년간 유예’를 주장해 시장에 혼란을 주었다. 이로 인해 양도세 인하 뒤로 매매를 미루겠다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주택 시장이 ‘거래 절벽’ 에 빠져들고 있다.
마치 딴사람이 된 양 입장을 뒤집으면서도 변변한 사과나 해명조차 없다. 이 후보 본인은 ‘실용주의’라 주장할지 모르나 국민 눈엔 철학도, 신념도 없이 오직 표만 좇는 사람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2.21 ‘3개월 계획’ 수두룩, 온통 대선에 맞춰진 문 정부 국정 스케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대선 전인 내년 초에 각종 선심성 예산 투입 사업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2022년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내년 1분기(1~3월) 중 전기·가스 요금을 동결하고,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내년 1~3월분 고용보험·산재보험료, 전기·가스요금 납부를 유예해주는 등의 방안이 담겼다. 매년 연말 나오는 ‘경제 정책 방향’은 다음 해 1년간 추진할 연간 마스터 플랜이다. 그런데 올해 안은 1년이 아니라 마치 ‘3개월짜리’ 계획처럼 보인다. 재정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해주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경제 정책 방향엔 내년에 세금을 투입해 만들 공공 단기 일자리 106만개 중 절반이 넘는 57만개를 1월에 집중 시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코로나 확산으로 ‘위드 코로나’를 철회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쓰레기 줍기, 지하철 안내원, 학교 지킴이 같은 노인 알바 일자리를 대폭 늘리겠다고 한다. 방역에 이상이 생겨도 상관없다는 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과거 정부도 선거를 앞두곤 선심 정책을 선보이곤 했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지금 정부·여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하루아침에 기존 입장을 뒤집고 양도세 중과 1년 유예며 공시가격 동결 같은 주장을 쏟아내고, 정부도 여기에 호응해 민주당과 협의를 갖고 실행 방안을 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정이 짜고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문 정권은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4조원 규모 지역 개발 사업을 확정하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살포를 결정했다. 선거일 하루 전엔 450만명에게 아동 수당 1조원을 미리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전기요금 동결을 발표하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선거 승리를 국정의 최우선순위에 두는 문 정권의 본능이 또 도졌다.
전기요금 인상도 정부가 막았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한국전력 적자액이 1조원을 넘어 내년부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대선 전까지는 안 된다며 주저앉혔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엔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정책 금융 상환 시점도 대선 후인 내년 3월 말 이후로 잡았다. 청년층을 겨냥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가상 화폐에 대한 과세는 1년 유예하기로 했다. 모든 선심성 정책의 스케줄이 선거에 맞춰져 있다. 거대한 선거운동이다.
조선일보 사설
12월 21일 대선용 세금·공공料 농단…관권선거 넘어 대국민 사기극
문재인 정부가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한 듯하다. 당정 회의 형태를 취하지만, 이 후보 공약을 뒷받침하고 추진하는 전위대 역할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규정한 헌법 제7조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관권선거에 동원된 것과 다름없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0일 발표한 세금 대책은 대놓고 대선용 꼼수임을 자인했다. 주요 내용은, 내년 주택 등 부동산 보유세는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1년간 동결, 1주택 고령층 종합부동산세 납부 유예, 재산세 등 상한선과 공정시장가액 비율 하향 조정,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에 대한 별도의 조정계수 도입 등이다. 민주당은 세금폭탄을 부르는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은 정부 반발을 의식해 손대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내년 대선 전까지 마련하겠다고 한다.
모두 이 후보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는 지난 18일 집값 폭등에 따른 세금 부담이 크다며 공시가 제도 개편을 위한 당정 협의를 요구했다. 이 후보는 앞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한시적 유예도 주장했다. 청와대에 이어 김부겸 국무총리도 반대하지만 면피용 시늉으로 비친다.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의원총회를 열어 기존 당론을 뒤집으려 한다. 그러나 이 후보는 최근 대선 공약으로 국토보유세 신설을 주장했었고, 2년 전에는 공시가 강화 입장이었다. 이제 갑자기 보유세 동결과 양도세 유예로 바꿨다. 진짜 입장이 중과세인지 감세인지 헷갈린다.
문 정부 역시 임기 마지막 해 국정을 오직 대선에 맞추고 있다. 내년 계획한 세금 일자리의 절반을 1월에 만들고,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은 내년 1분기엔 동결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3개월짜리 계획이 허다하다. 물가가 불안하다면서 재정의 63%를 상반기에 쏟아붓는다. 내년 3월 9일 대선일만 넘기고 보자는 식이다. 세금폭탄이 문제라면 세율 인하·과표 조정 등으로 세금 자체를 낮춰야 한다.
임기 내내 세금폭탄을 만들고서는 대선용으로 세제를 조작해 유예니 동결이니 하며 땜질하는 것은 국민 우롱이다. 더구나 2023년엔 2년치 공시가 상승분이 합쳐져 세금폭탄이 더 커질 텐데 아무런 언급도 없다. 새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다. 5년 내내 재정을 퍼붓더니 이젠 세금까지 포퓰리즘이다. 대선을 거론하며 대놓고 조삼모사 꼼수를 부린다. 관권선거, 세금 농단도 넘어 대국민 사기극이다.
문화일보 사설
12.22 항명에 사퇴까지 매일 내분 野, 국민 시선 두렵지 않은가

▲국민의힘 이준석당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상임 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 등 선대위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 대표는 지난달 말에도 당무를 놓고 지방으로 내려갔다가 윤석열 후보와 울산 회동 후 나흘 만에 복귀했었다. 그런데 선대위에서 또다시 내분이 터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지시에 대해 “내가 왜 그쪽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반발하면서 벌어졌다. 상임 선대위원장을 공보단장이 공개 무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윤 후보와 친하다고 믿고 호가호위하는 것이다. 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비난하는 동영상을 돌리기도 했다. 치졸한 일이다.
이런 일이 있으면 이 대표와 윤 후보가 만나 문제를 조정해야 한다. 정상적인 모든 정당이 그렇게 한다. 이 경우엔 윤 후보가 조 최고위원을 사퇴시키는 것이 옳다. 윤 후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선대위 단장이 선대위원장 지시를 거부했는데 “민주주의”라고 했다. 이런 민주주의도 있나.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대표가 선대위원장이란 중책을 갑자기 사퇴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윤 후보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이 대표는 여당 후보와 싸우기보다 내부 싸움에 더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도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온갖 논란 끝에 원하던 총괄 선대위원장이 됐다. 그렇다면 적극 나서서 분란을 해결하고 선대위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일 하나 매듭짓지 못한다면 역할이 뭔가.
결국 모든 책임은 윤 후보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출마한 사람이 윤 후보이기 때문이다. 선거에 나선 사람은 국민만 바라보아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파악하고 거기에 부응해야 한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권 교체다. 지금 윤 후보는 그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 있나. 아내 문제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선대위 단장이 윤 후보와 친하다고 선대위원장에게 대놓고 대드는 지경인데도 방관하고 있다. 윤 후보에게 국민과 유권자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나.
조선일보 사설
12월 22일 대선 손 뗀다는 이준석, 당 대표직도 내놓는 게 正道
대선을 2개월여 앞둔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보면 가관이다. 5년 만의 정권 탈환에 도전하는 비장함은 보이지 않고, 정권 교체 여론이 높다는 데 만취(滿醉)한 듯 추태가 속출한다. 이런 상황을 정리하고 선거운동을 이끌어야 할 윤석열 후보,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이준석 대표 등 ‘지도부 3인’ 책임이 가장 크다. 특히, 이 대표의 최근 일탈은 한국 정치 사상 첫 유력 정당의 ‘30대 0선 대표’라는 장점과 국민적 기대를 저버릴 정도가 됐다.
이 대표는 21일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의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선대위의 상임공동위원장과 홍보미디어본부장 사퇴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윤 후보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는 후보의 무한 책임”이라고도 했다. 선거운동에서 손을 떼고 승패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아무리 젊은 패기로 봐주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당 대표 책무가 뭔지도 모르는 듯한 무책임의 극치로, 초등학교 학급 회장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진 않을 것이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것은, 내년 3·9 대선에서 이기길 바라는 보수 세력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이 대표는 토론 오디션을 통한 대변인단 선출 등 신선한 시도를 했다. 그러나 정작 대선 국면에 보이는 행태는, 대선 뒤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겨냥한다는 의심까지 자초할 정도로 노회한 정치꾼의 모습으로 비친다. 선대위 운영에 대한 불만도 있고, 자신에 대한 부당한 견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까지 앞장서서 해결하는 것이 대표의 역할이다. 상황을 획기적으로 시정할 자신이 없다면 당장 대표직부터 내놓는 것이 정도(正道)다.
문화일보 사설
12월22일 ‘살인범 변호’ 이재명, 死刑制 입장 뭔가
이제교 사회부장
李 살인범 조카 심신미약 변호
“정신질환 감형 분노” 언급도
국가 형벌권 견해 ‘오락가락’
사형제 존폐는 사회 중요 쟁점
대선 후보 명확한 입장 필요해
대통령 소신 알아야 투표 의미
“3명을 살해했는데 왜 사형이 아닌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감옥에서 나와 또 무슨 짓을 할지 전 그게 정말 두려워요” “저 악마가 항소했다구요? 맑고 고운 우리 조카들과 올케는 무참히 사라졌는데….”
서울고법 302호 법정에서 25세 김태현은 유족들의 진술을 무표정하게 듣고 있었다. 스토킹하던 여성과 그 가족을 차례로 살해한 그는 “죄인은 벌을 받아야 하고, 남은 생을 참회하면서 살겠다”고 15일 최후진술에서 말했다. 김태현은 피해 여성의 오빠와 언니, 고모가 절규할 때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는 2심에서 감형되지 않아도 45세가 되면 풀려날 방법이 생긴다. 현행법상 20년 복역 무기징역수는 가석방 심사 대상인 만큼 모범수 역할을 하면 석방이 가능해진다. 감옥에서 나와 오후의 따듯한 햇살을 즐길 수도 있다. 그때쯤 ‘은평 세 모녀 살인 사건’도 잊힐 것이다. 대한민국 만세!
로베르 바댕테르 전 소르본대학 법학 교수는 평생 사형제 폐지를 주창했다. 같은 신념을 가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1981년 법무장관에 지명하자 그해 9월 바댕테르는 사형제 폐지에 관한 법안을 제출했다. 그는 의회에서 “피해자 가족과 친구들이 가해자의 죽음을 원하는 것은 상처받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국가가 국민의 목숨까지도 처분할 권리가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사형제는 전체주의 체제의 것”이라고 외쳤다. 법안은 논란 끝에 통과됐고 프랑스는 36번째 사형제 폐지국이 됐다.
빅토르 위고가 1829년 소설 ‘사형수 최후의 날’을 출간해 사형제 존폐 논쟁을 일으킨 지 152년 만의 일이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미국에서도 주마다 상황이 다르다. 물론 중국과 이란 등에서는 사형이 집행된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판사가 사형선고를 내려도 집행은 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 폐지 및 실질적 폐지국은 144개국에 이른다. 좌파 지식인들은 사형제를 역사의 박물관에 소장할 유물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살인범의 생명권을 과연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해야 한다. 흉악범들은 모든 인간 권리의 출발점인 생명권을 빼앗았다. 수법도 잔인하다. 대상은 주로 여성과 아동, 사회적 약자들이다. 사형제로는 범죄를 막지 못한다는 항변은 무색해지고 있다. 전 여자친구 가족 살해 이석준, 지인 공범 연쇄살인 권재찬, 스토킹 살인 김병찬 등등…. 사형집행이 멈춰진 한국 사회만 봐도 살인사건이 연일 터지고 있다. 숨진 이들은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당한 방식으로 되갚는 고대의 동태복수법, ‘탈리오의 법(Lex Talionis)’이 지배하는 야만이 판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형제는 국가의 복수가 아니라 제도적 정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살인범 조카를 변호했다. 2006년 조카는 전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가 모녀를 미리 준비한 칼로 18회와 19회씩 찔렀다. 이 후보는 2007년에도 내연관계 여성을 살해한 흉악범 변론을 맡았다. 살인자들은 심신미약, 우발적 행위, 반성과 참회를 내세운다. 법률로 먹고사는 변호사가 알려준 도피성이다. 이 후보도 두 사건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고, 각각 무기징역과 15년형이 내려졌다. 경기지사 시절엔 PC방 살인사건에 대해 “국민은 정신질환에 의한 감형에 분노한다”고 언급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였다.
개인과 공동체를 보호할 형벌권에 대해 국가를 통치하는 지도자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이 후보는 최근 수년래 국내 여론조사를 보면서 사형제 폐지 찬성론자가 소수라는 사실을 의식했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8년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사형제 폐지 찬성은 20.3%에 불과했다. 절대적 종신형 도입이 있지만, 사형 집행 자체에 대한 찬성 비율은 과반을 넘는다. 이 후보가 법정 안에서는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했다가도 법정 밖에서는 정신질환 감형을 비판했던 이유인 셈이다. 역사는 지도자에게 정의와 소신, 확고한 국정 철학을 요구한다.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면 그는 포퓰리스트일 뿐이다.
12.23 이준석, 선거에서 손 뗐다면 말도 아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의 항명 사태를 문제 삼아 “선거에서 손 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페이스북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면서 “세대 결합론이 무산되었으니 새로운 대전략을 누군가 구상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복어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고 누누이 이야기해도 그냥 믹서기에 갈아버렸다”고 했다. 당 대표가 선거를 눈앞에 두고 후보와 당을 위기에 빠뜨린 분란의 한 쪽 당사자가 된 데 대해 책임을 느끼거나 미안해하는 마음은 조금도 느낄 수 없다.
조 최고위원과 윤 후보를 둘러싼 일부 측근을 문제 삼은 이 대표 지적에 옳은 대목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윤 후보와 대화를 통해 조용히 문제를 풀었어야 한다. 당 대표에겐 그럴 권위와 수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선 무대의 주인공은 후보며, 최종적인 결정은 후보의 몫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두 차례나 사퇴 카드를 휘두르며 당내 문제를 확산시켰다. 선거를 망치는 자해 행위로까지 비친다.
이 대표가 정말 선거에서 손을 떼겠다고 결심했다면 선거에 대한 논평도 삼갈 일이다. 링 밖에 선 제3자 정치 논평가처럼 선대위 인사들을 향해 비판을 이어가는 것은 당 대표로서 후보를 돕는 일은 계속하겠다던 다짐과도 배치된다. 이 대표는 불과 몇 달 전 낡은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우리 정치판의 세대교체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표가 요즘 보이고 있는 가벼운 처신은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배신하는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12.23 청와대, 선관위 내부규정 노골적 간섭...대선 개입하겠다는 건가
청와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추궁하고, 관련 자료를 받아간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국회·정부·법원·헌법재판소와 같은 지위를 갖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생명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선관위에 “선관위 상임위원 권한이 과거보다 대폭 축소됐다. 이유가 뭔가?”라고 질문했다. 말이 질문이지 선관위로서는 추궁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얘기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며칠 뒤 다시 “(우리가) 살펴보니 상임위원 권한이 거의 다 없어졌더라”며 “(상임위원의 권한을 정하는) 선관위의 ‘위임 전결 규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최근 10년 치 자료를 달라”고 요구해 받아갔다고 한다. 선관위가 이유를 묻자 “상임위원 권한이 다 없어진 듯하니, 이를 분석해 임명권자(대통령)에 보고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헌법에 보장돼있다. 따라서 선관위 상임위원의 권한 범위는 선관위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정할 사안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상임위원 권한이 왜 이리 없나”고 대놓고 따지며 ‘대통령 보고용’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니 직권남용이자 선관위의 중립성을 훼손한 헌법 농단이란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대통령몫 상임위원 힘 확대 추진
조해주 후임엔 친여권 인사 검토
위원장이 나서 대선 개입 막아야
청와대가 뜬금없이 상임위원 권한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친여 인사가 낙점되기 십상이다. 현재의 조해주 상임위원부터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특보로 활동한 인물(‘더불어민주당 백서’)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인사청문회도 건너뛰고 그를 상임위원에 임명해 논란을 불렀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상임위원으로 재직한 지난 3년간 선관위는 유달리 여당에 편파적인 행보를 보여 극심한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총선 직전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전 국민에 돈을 푼 데 대해 선관위는 침묵으로 일관해 관권 선거를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죽 선관위의 권위가 실추됐으면 지난해 총선은 “야당 표를 여당 표로 둔갑시킨 부정선거”란 주장이 국민 상당수에 먹히고 있겠는가. 이런 마당에 청와대는 한달 뒤 퇴임할 조해주 상임위원의 후임자까지 친여 성향으로 꼽히는 인물을 단수로 검토 중인 한편 상임위원의 권한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이르면 금주 중 상임위원 지명을 목표로 검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인물은 윤석근 전 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이다. 선관위 안팎에선 그가 ‘현존 권력’에 쏠리는 경향이 강해, 상임위원에 임명되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가 또다시 불공정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는 현재 선관위 결재 라인에서 빠져있는 상임위원의 권한을 대폭 늘려 결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위에 언급한 청와대 관계자의 선관위 추궁이 그것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현 조해주 상임위원이 3년 재직 기간중 기대만큼 여권에 유리한 ‘성과’를 내지 못한 건 결재권이 없었기 때문이란 인식이 여권에 퍼져있다”며 “최근 선관위 사무처가 여야 어디에도 기울지 않는 공정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자, 사무처를 견제하고 여권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식으로 선관위가 굴러가게 하려는 의도에서 상임위원에 결재권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최근 여당의 공약 개발을 도운 혐의로 여성가족부·산업자원부 차관을 고발·수사 의뢰했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욕설파일 원본 공개는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등 공정성 회복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마당에 또다시 친여 성향 인사가 상임위원에 임명되고, 결재권까지 손에 쥔다면 선관위의 공정한 대선 관리는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선관위는 재차 ‘불공정’ 논란에 휩싸여 회복 불가능한 내상을 입을 우려가 크다.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나서야 한다. 선관위법상 상임위원은 ‘선관위원장을 보좌하고 사무처를 감독’하는 자리일 뿐이며 선관위 업무와 인사는 공무원 조직인 사무처가 하는 것이다. 이 법을 무시하고 상임위원에게 결재권을 주면, 선관위원장에게 올라가야 할 업무·인사 현안이 상임위원 선에서 차단·변경될 수 있다. 대통령이 임명해 당파성을 띄게 될 수밖에 없는 상임위원이 선관위 업무를 좌지우지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노 위원장은 선관위의 수장이다.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막아 선관위의 독립성을 수호할 책임이 막중하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12.24 상식에 어긋나는 대선 정국
내년 대선을 앞둔 정국에서 비(非)상식적인 일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제1 야당 대표가 선거 관련 일은 하지 않고 당대표직만 하겠다고 한다. 정당 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 활동의 최종 목표는 정권 획득이다. 대선을 앞두고 제1 야당 대표가 선거 조직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 정당의 존립부터 부정하는 비상식적인 일이다.
치열한 대선전에서 정권 획득을 위한 일보다 더 중요한 당무는 없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을 통한 정강 정책 실현이다. 정당의 본질상 정권 획득을 위한 노력은 정당 활동의 핵심이다. 그래서 정당 대선 후보가 정해진 때부터 정당은 대선 후보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정당의 당헌 당규도 그렇게 정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밖에 없다. 당대표의 반복되는 비상식적 정치 행태와 관련된 이런저런 양비론은 옳지 않다.
여당 대선 후보가 스스로 설계했다는 대장동 사업 관련 실무자들이 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키맨’ 또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벌써 두 번째다. 국민의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설계자 말대로 ‘설계자는 놔둔 채 주변만 살피니’ 이런 일이 반복해서 생긴다면 이젠 설계자를 살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설계자를 피해 가는 비상식적 수사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설계자 스스로도 야당 후보와 함께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자는데 여당은 요지부동이다. 여당 대선 후보가 던지는 부동산과 조세 관련 주장은 청와대의 반대에도 밀어붙이려는 여당이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우이독경인 것도 비상식이다. 부동산과 조세 관련 정책은 표가 되지만 특검은 표를 잃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생각의 뿌리에 대장동의 진실이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 상식이다.
제1 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2등을 한 정치인이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서 박수를 받았다. 그가 대선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고 관전자 위치에서 비판만 일삼는 정치 행태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보겠다는 당리당략의 유혹에 빠져 기형적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를 맞바꾸는 정치 행태를 보인 정당이 있다. 바로 그 정당이 요즘 대선 정국에서 정의를 독점한 듯한 정치 행태를 보이는 것도 상식적이진 않다. 공수처의 비상식적이고 편향된 탈법적 수사 행태와 언론 및 정치 사찰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비판하는 것이 정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최소한의 상식이다.
대장동 몸통 의혹을 받고 있는 여당 대선 후보와, 배우자 비리 의혹에 휩싸인 제1 야당 대선 후보의 도덕적 허물을 같은 무게로 다뤄 양비론을 펼치는 언론의 보도 행태도 비상식적이다. 언론은 진실에 바탕을 둔 공정한 보도를 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언론이 이런 책무를 소홀히 한 채 손쉽게 양비론에 빠질 때 언론의 기능은 약해진다. 모든 사회과학의 숨 쉴 공간은 균형감 있는 이익 형량과 합리적 가치 판단에 있다.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매일 벌어지는 우리 정치권의 비상식적 현상을 보는 국민은 혼란스럽고 짜증이 난다.그렇지만 우리와 후손이 살아갈 내 나라를 지키고 구하는 것은 결국은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선거란 언제나 어려운 선택이다.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지만 최악의 선택만은 피해야 한다. 정권 유지를 원한다면 여당 후보를,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 야당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여당 후보가 아무리 임기응변식으로 현 정부와 다른 정책을 편다고 해도 여당 후보의 당선은 정권 교체가 아니다. 정부 교대에 불과하다. 복수 정당 제도의 정당 대의 민주주의 나라에서 정권 교체란 정당 간 정권 교체를 말한다. 단순한 정부 교대가 아닌 정권 교체를 바란다면 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할 수 있도록 투표를 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은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과 달리 자신과 가족뿐 아니라 후손과 나라를 함께 생각하면서 투표해야 한다. 짜증 나는 비상식이 지배하는 혼탁한 선거 정국이지만 국민은 이성을 잃지 말고 상식적 판단을 해야 한다. 내년 대선 이후의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희망 속의 불안감을 숨길 수는 없다. 달콤한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속이려는 비상식적 선거 전략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나라가 어려울 때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해 왔다. 지금처럼 나라가 흥망성쇠의 갈림길에 서 있는 위기 상황에서 국민은 반드시 또 한번 위대한 구국의 선택을 하리라고 믿는다.
조선일보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12.24 대한민국 지킬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교수 중 지금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 이유를 물어보니 민주당도 싫지만 국민의힘이 더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 명문대 유학까지 다녀온 그는 신자유주의나 과도한 능력주의보다 평등이나 공정한 분배에 더 가치를 두는 괜찮은 사람이다. 지금 정부 언저리에서 이런저런 일을 맡아 분주한 그에게 나는 당신이 유학 가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돌아와 지식인으로 활동하는 모든 게 대한민국이라 가능한 거 아니냐며 논쟁하곤 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양당 후보 간의 대결 구조로 짜이면서 마치 정책을 달리하는 두 정파 간 경쟁이라는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 유권자들은 매양 같은 얼굴인 여의도 군상들을 보며 왜 우리 정치는 이 모양인지 혀를 차거나, 검증의 탈을 쓴 네거티브 공세에 가짜 뉴스가 합세하여 생산해내는 후보들의 흠결을 감상하고, 가짜 뉴스를 능가하는 인터넷의 ‘딥페이크’ 영상을 즐기면서 누가 더 비호감인가 한가롭게 저울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러고 싶다. 바닐라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놓고 고민하듯, 뒷짐 지고 가끔 욕하며, 그런 보통 선거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히도 지금 대한민국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고, 내년 대선은 그냥 정치 행사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의 존망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짙은 안개를 헤치고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을 출생부터 부정하고 깎아내린 이상한 정부가 보인다. 이 정부는 집권 내내 대한민국을 해방 후 공간으로 끌고 가 분열시키더니 임기 말까지 실체도 묘연하고 국민적 합의도 없는 북한과의 종전 선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선거는 그 정부가 다시 연장 집권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선거이다.
등장부터 부자연스러웠던 이 정부는 집권 첫해 “2년 뒤인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며 건국 시점을 임시정부로 못 박았다. 이어 2018년에는 역사 교과서 집필 시안을 발표하며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신영복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은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북한 체제 성립의 일등 공신인 김원봉과 조선의용대를 국군의 모체라고 발언했으며, 그해 스웨덴 방문에서는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지녔을 뿐”이라며 6·25전쟁도 쌍방 과실로 만들었다. 6·25 전쟁영웅인 백선엽 장군이 세상을 뜨자 지금 정부는 서울 현충원 안장을 거부했고 장례식 내내 대통령은 침묵했다. 통일부 장관은 인사 청문회에서 “대한민국 국부는 김구”라고 소신 답변을 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지금 정부 집권 내내 감옥에 들어가 있다. 이제 보니 정부가 가둬 놓은 건 적폐도, 우파도 아닌 대한민국이었다. 아마 코로나가 덮치지 않았다면, 지금 정부는 더 빠르고 확실하게 더 전방위적으로 대한민국을 해체하려 했을 것이다.
여당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막말이나 아들 문제, 시끄러운 대장동 사건조차도 국민의 눈을 흐리게 하는 ‘훈제 청어’에 불과하다. 머리 좋은 그는 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거리 두기를 하며 혀끝으로는 박정희를 인정하고 박근혜를 존경(한다고) 하기도 한다. 선거전이 지저분해질수록, 국민의 관심이 본질에서 멀어질수록, 이 후보에게는 유리하다. 이 후보는 며칠 전 윤봉길 의사 89주기 추모식에서 “김구 선생의 문화국가를 이루겠다”고 했다. 올해 대통령 광복절 축사에 나온 구절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 점령군과 친일 세력의 합작”으로 이해하는 이 후보는 지금 정권과 뜻을 같이하거나, 적어도 대한민국에 대해 무지하다.
문재인 정부의 공(功)이 있다면, 그건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주고, 국가의 고마움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제 집 마련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으면서, 정작 그 집이 있도록 해주는 국가라는 울타리는 쉽게 잊어버리고 산다. 누군가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눈과 비를 막아주었기에 대한민국이 있었다. 집이건 국가건, 지도자는 만들고 일으키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신축은커녕 리모델링할 실력도 없으면서 있던 것조차 허물고 재정을 파탄 내는 사람과의 동거는 짧을수록 좋다.
문 정부는 또 국민을 착시와 환상으로부터 구해주었다. 촛불 시위가 민주라는 착시, 적폐 청산이라는 착시, 지금 정부가 민주 정부라는 착시, 분배 실험이 정의라는 착시, 종전이 평화라는 착시, 이 모든 것을 깨닫게 해 준 문 정부는 우리 국민을 이전보다 더 국가관이 확실하고 현명한 국민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문재인 정부도 쓸모 있는 정부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뭔지 모르겠지만 ‘합니다’를 모토로 내세운 이재명 후보 사이, 대한민국은 없었다. 그걸 알았으니 20대 대통령은 진짜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자유 민주 대한민국을 더 자유롭고 더 민주적이며 더 확장시켜줄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개인의 행복 추구를 도와주는 자유, 법치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민주, 그리고 해방 후 혼란의 공간이 아니라 세계 10위권으로 우뚝 선, BTS와 오징어 게임과 손흥민의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평등도 중요하고 분배의 정의도 실현되어야 한다. 북한과도 화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대한민국이 건재해야 한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의 불운한 수장은 문재인 대통령 한 명으로 족하다.
12.24 박근혜·한명숙·이석기 풀어준 文, 사면 불가 ‘5대 원칙’ 깼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특별사면·복권을 발표하며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 통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이날 가석방됐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날 사면·복권 결정은 문 대통령의 사면 제한 원칙을 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뇌물 ▲알선수재 ▲알선 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와 반(反) 시장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 등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4월 후보 시절 박 전 대통령 구속과 사면과 관련 “대통령 사면권은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행사돼서는 안 된다”며 “사면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구하거나 사면의 기준을 보다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사면권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그것 역시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이라며 “국민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행사되도록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었다.
청와대는 2017년 12월 29일 문재인 정부 첫 특사를 단행하며 이러한 원칙을 재확인했다. 당시 청와대는 한 전 총리가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5대 중대 범죄에 포함됐거나 돈과 관련된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1년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지금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이다./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삼성·롯데·SK에서 수십억원 뇌물을 받고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특활비 2억원을 받은 혐의(뇌물)로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원을, ▲국정원 특활비 34억5천만원을 챙긴 혐의(국고 손실) 등에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하고 추징금 35억원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2015년 8월 한신건영 한만호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뇌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대법관 13명은 검찰이 기소한 불법 정치자금 8억8300만원 중 3억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봤고 대법관 8명은 8억8300만원 전액을 유죄로 봤다.
내란죄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이 확정된 이석기 전 의원도 2019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8개월이 대법원에서 추가로 확정됐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선거홍보업체 돈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사기·횡령·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고, 횡령 혐의가 최종적으로 인정됐다.
뇌물 유죄가 확정된 박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횡령 유죄가 확정된 이 전 의원 모두 문 대통령이 사면 배제 조건으로 천명한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를 사면했다. 이 전 의원도 가석방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5대 부패범죄 사면권 제한은 문 대통령 공약”(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 “물타기·짝 맞추기식 사면”(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12월 24일 대선 75일 앞두고 박근혜 사면하며 이석기 끼워 넣은 文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69) 전 대통령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했지만, 여러 측면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 당한 데 이어 문 정권의 적폐 청산 주범으로 몰려 온갖 수모를 당한 뒤 징역 22년형 등을 선고받고 4년 9개월째 수감 생활을 해왔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2년여 수감 생활을 한 것과도 비교된다. 최근에는 건강이 더욱 악화해 육체적으로도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우선, 시기와 절차에서 문제가 많다. 다음 대통령 선거를 불과 75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략적으로 보인다. 이런 오해를 피하려면, 최소한 올해 초 여당 대표이던 이낙연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거론했을 때 단행하는 게 옳았다. 그랬으면 국민 화합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물리쳤고, 이 전 총리만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 그렇다면 다음 대통령에게 넘기는 게 타당하다. 여야 후보들이 나름의 공약을 하고 대선 이후에 단행하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에 의한 전·노 사면은 그렇게 이뤄졌다.
둘째, 문 정부의 ‘적폐’가 박 정부에 비해 더 심각한 것이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이른바 ‘최순실 비리’에 비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탈원전 과정의 위법성, 수사 기관의 코드화, 블랙리스트 문제 등 국가의 근간에 관련된 혐의가 많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할 자격이 있는지, 문 대통령 퇴임 이후의 면죄부를 노린 것은 아닌지 등의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그러나 현 정권과 관련된 비위 수사와 사법 처리는, 최소한 전임 정부 척결과 같은 기준으로 성역 없이 진행돼야 한다.
셋째,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정당 해산 결정까지 한 옛 통진당 국회의원이자 혁명조직(RO)의 총책인 이석기 씨를 가석방한 것은 상징적이다. 체제전복 사범의 가석방을 희석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석기 가석방에 대해서는 그 구체적 사유를 분명히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특히 자신의 범죄에 대한 인식의 변화 여부가 중요하다. 아직 추징금을 못 낸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복권도 마찬가지다.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헌법도 ‘법률에 따라’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국민 화합과 법치 강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정실(情實) 사면’이라면, 그 자체로 직권남용이나 마찬가지다.
문화일보 사설
12월 29일 文, 박범계 당장 경질 않으면 “선거 철저 중립”은 쇼
선거와 관련, 정부가 철저히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민주국가에선 두 말할 필요조차 없는 당위다. 군부 출신 대통령들조차 중립내각 구성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정반대로 비친다. 당·정 협의를 빌미로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일각(一角)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더욱 엄정 중립을 요구받는 법무부 장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여당 중진 의원이기도 한 박범계 법무장관은 지난 26일 이른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그 분(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은 전주로서 상당 금액이 참여돼 있다”면서 “검찰이 국민적 의혹에 합당한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1년 8개월이나 수사하고도 김 씨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 데 대한 반응이다. 박 장관은 김 씨가 대표인 전시기획사의 협찬 의혹 수사에서 일부가 무혐의 처리된 것에 대해서도 “불기소된 부분은 공소시효에 쫓겨서 증거 수집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혐의가 있는데도 불기소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법무장관이 개별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런데도 이 정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박 장관은 온갖 문제가 드러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서는 “격려가 우선”이라고 옹호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 의원을 법무장관에 기용한 것부터 잘못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약 아이디어 발굴과 관련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뒤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여성가족부 차관 등은 유사 혐의로 대검에 고발됐다. 문 대통령은 박 장관부터 당장 경질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립 지시가 한낱 쇼임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문화일보 사설
12.30 김건희 기소하라고 압박한 박범계 법무장관, 대놓고 선거운동
현재 검찰은 이른바 김건희씨 주가 조작 관여 의혹에 대해 20개월째 수사하고도 기소를 하지 못하고 있다.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친정권 검사들로 이뤄진 지금 검찰이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 의혹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박범계 법무장관이 KBS 방송에 나와 “검찰이 국민적 의혹에 합당한 결론을 내야 한다”고 김씨를 기소하라고 노골적으로 검찰을 압박했다. 검사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법무장관이 간섭할 수 없다는 법 규정은 대놓고 무시했다.
박 장관은 자신의 말이 문제 되자 기자 간담회에 나와 “수사 가이드라인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검찰을 압박할 수 있는 말을 또 꺼냈다. 그는 “마치 (김씨 사건이 무혐의로) 결론 난 것처럼 보도되는데 오해가 있다”면서 “나는 (검찰이)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김씨를 무혐의로 풀어줘서는 안 되고, 어떻게 해서든 수사를 대선 때까지 계속 끌고 가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박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 있는 대장동 특혜·비리 수사에 대해서는 180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 대장동 사건의 특혜와 뇌물 액수는 김씨의 주가 조작 관여 의혹의 100배가 넘는 규모인데도 큰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검찰이 주범인 ‘윗선’에는 전혀 손을 못 대고 있는데도, 박 장관은 “특혜 부분은 주범들이 다 구속 기소됐다”고 했다. 박 장관은 특검에 대해서도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이 시점에 특검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고 장관으로서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로 사건을 덮고 싶다는 말일 것이다.
역대 정권은 대선을 앞두고 선거 관리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립적 인사로 임명해왔다. 아니라고 해도 최대한 언행을 자제했다. 이 정권처럼 법무장관이 검찰을 향해 야당 후보 아내를 기소하라면서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박 장관은 “나는 법무장관 이전에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했던 사람이다. 법을 제대로 지키는 일보다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 지금 법무장관인 것이다. 이 정권이 법과 상식을 무시하고 짓밟으며 ‘뭐가 어떠냐’고 오히려 고개를 쳐든 사례가 부지기수이지만 이번 경우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