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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13/ 세계저명인사3/ 미국2/ / 2016-06-14 참전 세계적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 - 2018.03.22 美 국제정치 석학 미어샤이머

상림은내고향 2021. 12. 25. 18:34

사람들13/ 세계저명인사/ 미국2/ 

■ 2016-06-14 “戰場의 클래식에 장병들 눈물… 병동서 연주할땐 내가 오열”

[호국보훈의 달 ‘특별한 손님’ 

6·25 참전 세계적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 23일 방한

 

 4월 한국에서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원제 Seymour: An Introduction)의 주인공 시모어(세이모어) 번스타인 씨(89·사진)는 천재 피아니스트다. 3세 때 처음 피아노를 만났고 15세 땐 남을 가르치는 경지에 올랐다. 한창 활동할 때 ‘피아노를 정복한 피아니스트’란 찬사를 들었다. 번스타인 씨는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운, 바로 그 순간부터 나의 진정한 인생이 시작됐다. 피아노는 내가 살아가는 수단(직업)이 아니라 내 삶 그 자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영화에서 자신의 한국전쟁(19501953) 참전기를 3분가량 회고한다

 

“부대장에게 ‘클래식 연주로 최전방의 병사들을 위문하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전쟁터에서 누가 클래식을 듣겠느냐’며 반대하더군요. ‘시도만 한번 해보자’고 해서 간신히 허락받았습니다. 그렇게 최전선에서 위문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위문공연 당시의 번스타인 4월 한국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의 주인공 시모어(세이모어) 번스타인 씨(가운데 앉은 사람)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최전선에서 100회 이상 클래식 위문공연을 했다. 시모어 번스타인 씨 제공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그는 총 대신 악기를 들었다. 영화를 관람한 임연철 건양대 교수는 “수십만의 한국전 참전 미군 중 휴전 후 미국으로 돌아가 여러 분야에서 큰 공적을 남긴 사람이 많지만 음악인으로서는 번스타인이 거의 유일한 인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번스타인 씨는 한국 정부 초청으로 이달 2329일 방한한다. 피아노 레슨은 주로 뉴욕에서 하지만 여름철엔 북동부 메인 주 자택에서 지낸다는 그를 10일 오후(현지 시간) 1시간 동안 전화로 인터뷰했다. 

 

―한국에 얼마 만에 가는 건가요. 

1970년대 방한한 게 마지막이었으니까 40여 년 만이네요. 박근혜 대통령 이름이 적힌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방한 중에 박 대통령과 참전 용사들이 참석한 기념행사에서 소감도 밝히고 피아노곡도 연주합니다. 전쟁터에서 제 연주를 들었던 분들을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너무 설레고 흥분됩니다. 

 

―한국전에 참전한 첫날을 기억하시나요. 

“물론입니다. 1951 4 24일이었습니다. 14주 군사훈련을 받고 14일간 배를 타고 인천항에 도착한 날입니다. 철모를 쓰고 소총을 든 채 배 갑판에 앉아 있었죠. 당시 제 느낌은 ‘이보다 더 두렵고, 이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또 있을까’였습니다.

 

―당시 한국의 모습은 어땠나요. 

“인천에서 대구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포탄 맞은 산야는 황폐하고, 사람들은 정말 가난하고 절망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솔직히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인터뷰 도중 “내가 그런 나라를 돕기 위해, 그런 나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싸웠다는 게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 나라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가 돼 있다는 사실에 더욱 자랑스럽다”고 서너 차례나 말했다.

 

―영화에서 “한국전쟁 당시 적어놓은 일기장을 보면서 하루 종일 눈물 흘린 적도 있다”고 말하면서 또 눈물을 보였습니다. 일기장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나요.

“당시 최전선에서 100회 넘게 클래식 위문공연을 했습니다. 언제 적군의 공격이 있을지 모르니 악기 옆에 늘 소총을 놔뒀습니다. 최전선 청중(군인)은 연주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곤 했어요.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연주는 병원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얘기를 더 하기가 힘드네요…. 

 

그는 1960년에도 피아노 연주와 레슨을 위해, 1970년대(정확한 연도는 기억 못 함)에는 자신의 책 한국어판 발간을 기념해 방한했다.

 

“저 스스로 ‘나와 한국의 인연은 정말 특별하다’고 느낍니다. 1960년 방한했을 때 4·19혁명이 터져 모든 공연이 취소됐어요. 저와 같이 공연하기로 했던 월터 매카너기 당시 주한 미국대사(클라리넷 담당)에게 ‘나를 데모하다가 부상당한 학생들이 있는 병실로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고 병원에서 그들을 위해 연주했습니다. 우리(미국 시민)는 민주주의를 위해 항거하는 당신(학생)들의 편임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거든요. 


그는 “1970년대 한국에 왔을 때 이미 ‘한국이 뉴욕만큼 발전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처음 본 한국이 전쟁의 폐허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에게 “지금의 서울과 한국은 1970년대 모습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해줬다. 방한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그에게 ‘그가 무기(소총)와 악기(피아노)로 지켜낸 한국의 21세기 모습이 어땠는지’는 꼭 물어보고 싶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2016년 08월 03일 데이비드 스트로브 前 미 국무부 한국과장

“북핵, 美 겨냥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한국”

 데이비드 스트로브는 어렸을 적엔 저널리스트의 꿈을 꾸기도 했고 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지만 외교관으로 산 인생에 후회는 없다면서 외교관이 된 덕분에 한국과 일본에서 일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흥미진진한 경험을 했다고 회고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62)는 미 외교관 중 한국말을 제일 잘하는 이로 통하던 인물이다. 2002년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에게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핵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며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을 때 현장에서 그 뉘앙스를 정확히 파악했던 이도 바로 스트로브였다. 그런 그가 2006년 국무부에서 퇴직했을 때 “한국을 깊이 이해하는 외교관을 잃게 됐다”며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지만 누구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생각이 깊고 말수가 적은 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을 뿐이다. 그는 국무부 퇴직 후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하며 ‘한국의 민주화과정에서 발생한 반미주의(Anti-Americanism in Democratizing South Korea)’란 책을 2015년 펴냈는데, 이 책은 곧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다. 국립외교원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그를 지난 7월 하순 만나 외교관 이후 10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국무부를 떠난 뒤 10년을 어떻게 보냈나.

“2007년부터 스탠퍼드대 한국학 프로그램인 ‘팬택 펠로’로 1년간 활동하며 외교관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도 하고 책도 썼다. 좋은 시간이었다.”

 

―최근 영국에서 이라크전의 영국 개입문제를 다룬 칠콧 보고서가 나왔다. 부시 행정부 때 이라크전에 반발해 국무부를 그만뒀으니 감회가 남다를 거 같다.

  “이라크를 침공한 나라는 미국이다.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따라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반성이 너무 늦었다. 물론 미국에선 그 정도의 반성조차 거의 한 적이 없다.”

 

―2006년 국무부를 그만둔 이유가 뭔가. 당시 부시 행정부의 행태가 괴로웠나, 아니면 대북정책에 대해 동의하지 못했나.

“정책보다는 부시 행정부와 함께한다는 게 아주 힘들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아주 싫어했는데 그 입장에 대해선 100%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외국 사람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감옥에 집어넣고(관타나모) 고문까지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2015년 한국의 반미 문제에 대해 책을 썼는데 한국의 반미 현상은 부시 행정부 때 심각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잠잠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한국의 반미 문제에 천착한 이유가 있는가. “주한 미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1999∼2002년)으로 일할 때 답답한 마음에 책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국무부에 있는 동안은 시간을 내기 힘든 데다 예민한 문제이기도 해서 쓰기 어려웠다. 스탠퍼드대에서 생활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2007년쯤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상황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반미감정은 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사람들이 자임하는 ‘세계 경찰관 역할’이란 게 얼마나 좋지 않은 면이 있는지 아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 정부나 미군 측이 한국과 북한 문제 관련 일을 하면서, 이런 역사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공부했으면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반미가 심했던 때는 부시 행정부 때여서 많은 이가 반미와 반(反)부시 현상을 동일시하는데.

“보통 한국 사람들은 반미라고 하면, 2001년 부시 행정부 때를 떠올린다. 그런데 내가 책에 썼듯이 나는 그 현상이 1999년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노근리 사건이 굉장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그 이후 연속적으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점점 더 심각해졌다. 노근리 문제에서 시작돼 고엽제 문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 미선이 효순이 사건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거기에 부시 행정부의 적대적 대북정책, 그리고 오노 사건이 추가됐다.”

 

―김대중정부 때 반미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보는 것인가.

“한국이 민주화한 것은 오래전이지만 진보적인 대통령은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 속에서 당선됐고 취임 후 1년간 외환위기 해소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1999년 가을쯤 되니 다른 것들도 생각할 여유가 생겼는데 이때 노근리 사건이 터지면서 한국인들 사이에서 ‘미국이란 나라가 우리한테 어떤 나라인가’란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6·25전쟁 때 작은 사건으로 미국 전체를 판단하는, 잘못된 시각이 제기된 것이다. 김대중정부 출범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좌파가 권력을 잡았고 언론의 386세대 기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반미 여론이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스트로브는 김대중정부 때의 반미기류를 설명하다가 ‘디스 맨(this man) 발언 파동’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개인적으로 부시는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디스 맨으로 지칭한 것은 의도적으로 폄훼하려고 한 발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문맥을 보면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칭찬하는 내용이었는데, 칭찬하다가 갑자기 비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디스 맨이란 표현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된다며 이렇게 예를 들었다.

 

“1981년 켄터키교회 결혼식 때 목사님이 집사람에게 “이 사람을 남편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Do you take this man)”라고 했다. 또 조 바이든 부통령도 얼마 전 대선 출마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연설 마지막에 ‘나는 이 사람(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끝까지 일할 예정(I’m gonna work with this man)’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가리킨 거다. 그런데 한국 언론에서는 하나같이 무례한 발언인 것처럼 보도했다. 김 대통령은 은퇴 후 CNN 특파원 출신 마이클 치노이와의 인터뷰 때도 또다시 ‘부시가 나를 ‘이 사람’이라고 말했다’며 섭섭한 감정을 표했다. 김 대통령은 아마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부시 대통령이 자신에게 모욕을 줬다고 생각한 것 같다.”

 

―최근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옹호하던데 이유는 무엇인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왜 옳고, 그 비판자들은 왜 틀렸나(North Korea Policy: why the Obama administration is right and the critics are wrong)’라는 제목의 강연록이다. 북한의 요즘 행태를 보고 미국의 대북정책 실패라고 규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북핵 문제가 악화되고 있지만, 미국이 지금보다 더 나은 대북정책을 내놓을 순 없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을 견지하며 소극적으로 일관한 게 아니냐는 게 비판의 핵심인데.

“몇 주 전 스탠퍼드대를 방문한 한국 외교관도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하더라. 동의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갖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저 ‘지켜보는(wait and see)’ 자세를 취한 것이 아니다. 아시다시피 2009년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 측이 무시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한 번 하자 무릎이 떨릴 정도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북한 지도자들은 ‘미국 사람들은 굉장히 약하다. 힘을 조금만 보여줘도 저렇게 겁먹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북한의 미국 오판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바꿔놓았다는 얘기인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북측에 협상을 하자고 했을 때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을 해보자”는 입장이었는데 이때 완전히 망신을 당했다. 그 이후엔 오바마 행정부뿐 아니라 거의 모든 미국인이 북한과 더 이상 협상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북한 쪽은 아예 협상할 생각 없이 상대방의 항복만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 2기 때부터는 대북제재가 훨씬 강해졌고 유엔도 인권제재까지 하고 있다. 인권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압박한 정부가 있었나? 아마 부시 행정부 때 딕 체니 전 부통령조차도 생각지 못한 수준일 것이다.”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등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빨리 협상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북한이 원하는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을 하자는 주장인데 미국은 이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그간 보여준 모습 때문에 이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위트 같은 견해는 미국에서 아주 극소수다. 이제는 워싱턴 의회에서도 북한 제재에 관한 법은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북한은 지금 착각하고 있다. 미국이 언젠가 다른 입장을 취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내에서도 노무현정부 때 외교·안보 인사들은 일단 모든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우린 이미 모든 의제를 올려놓고 협상을 해 봤다. 내가 국무부 한국과 부과장일 때 4자회담을 했는데 그때도 그랬다. 북한 사람들은 애초에 협상할 의지가 없다. 북한 측은 오로지 미군철수만 원하고 있다. 긴장완화 조치를 통해서 평화체제를 만들자는 논의가 진행될 때에도 북한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 북한의 태도는 늘 ‘그런 건 얘기할 필요가 없다. 미군철수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모든 협상 제스처는 미군철수를 끌어내기 위한 쇼이자 게임이었다. 그런 북한의 태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최근 한국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또 비슷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차기 한국 대선에서 야당이 권력을 잡는다면 한·미 관계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지금 북한 정부를 믿지 않는다. 만약 차기 한국 대선에서 햇볕정책과 비슷한 정책을 견지하는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국과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건 불가능할 거다. 완전히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 없이 할 수 있는 대북제재는 없다. 대북정책에서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의 역할은 매우 크다. 만약 한국이 ‘햇볕정책 2.0’ 같은 걸 편다면 적어도 5년간은 한·미 대북정책 조율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아마 5년간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향후 한·미 관계에 대한 고민이 깊은 탓인지 스트로브는 목소리를 한 톤 높이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의 핵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한민국을 겨냥하는 거다. 언젠가는 자신들이 핵무기로 한국을 완전히 통일하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30년에 걸친 외교관 생활의 절반을 투자한 한국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짙게 깔린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온 세상이 북한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하며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만 여전히 유화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musel@munhwa.com 정리=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2016.09.02 빅터 차, “중국의 사드 보복은 오래갈 수 없어”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한국석좌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미국과 중국에 대한 외교전략

“사드는 국가안보에 필연적 선택이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돼, 중국의 보복은 오래갈 수 없어”

 

⊙ 현재 북한의 도발 강도와 빈도는 김정일-김정은 권력이양 때와 동일해

⊙ 북한,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 세우려고 도발 이어가

⊙ 김정은, 전략은 믿지 않고 도발에 자신만만한 성격 보여

⊙ 올 가을, 미 대선 가까워질수록 북한 더 많이 도발할 듯

⊙ 지역별 분쟁은 있어도 제3차 세계대전은 발생하지 않을 것

⊙ 전례로 볼 때 테러집단 IS가 북한산 무기를 구입할 가능성 있어

 

빅터 차 (Victor D. Cha)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졸업. 동 대학원 국제관계학(동아시아) 석사, 정치학 박사. 옥스퍼드대 철학·정치학·경제학 석사. /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 6자회담 미국 측 부수석대표 역임. 현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미 조지타운대 교수

▲사진=국제전략문제연구소 동영상 캡처

 

미국을 포함한 유럽, 일본 등과의 공조 속에 대북제재는 날로 강화되고 있지만,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월간조선》은 빅터 차 교수를 통해 북한의 연이은 도발 이유, 향후 미 대선 등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새로운 한반도 분석 홈페이지인 〈Beyond Parallel(분단을 넘어)〉을 지난 6 30일 론칭했습니다. CSIS는 기존 대비 한국을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겠다는 건가요.

 “〈Beyond Parallel〉은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산하 마이크로사이트(microsite, 커다란 웹사이트 안의 개별적 창구) 개념으로서 한반도 통일(Korean unification)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더 깊이 분석하겠다는 뜻에서 만든 겁니다. 통일은 분명 중요하고 한국이 가장 기다리는 겁니다. 우리는 통일에 대해 너무 무지(無知, We know so little about)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통일을 ‘예상할 수 없는 것’ ‘비싼 것’ ‘위험한 것’ ‘무서운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Beyond Parallel〉은 이런 무지를 초당적이고 비이념적인(non-ideological) 정보를 토대로 분석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정보는 인공위성 사진, 전문가 분석, 여론조사(polling), 빅 데이터, 그리고 가공되지 않은 원본 데이터(original datasets)입니다.

 

 — 예를 들어 주신다면요.

 “구체적인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최근 〈Beyond Parallel〉에서는 한반도 통일을 5개의 시나리오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전쟁(Korean War) 이후 현존하는 모든 통일에 대한 개념을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우리는 2016 1월 북핵실험 이후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과의 무역을 엄격히 통제(cracking down)하는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중국이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서명을 하기 훨씬 전의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의 도발이 한미 군사훈련 때문이 아니라는 명백한 자료(original datasets)를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 탓이라고 항상 주장하지만 말이지요. 이런 우리(Beyond Parallel)의 전례는 모두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었기에 이념적이지 않은(non-ideological) 논리(arguments)로 풀어 낸 것들입니다. 그만큼 전문가, 정부관료(policymakers), 기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들입니다.

 

참고로, Beyond Parallel〉을 통해 공개된 통일에 대한 5개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1. 승자가 모든 걸 다 갖는다(Winner takes all)
2. 
너무 어렵고, 너무 위험하다(Too difficult, Too dangerous)
3. 
햇볕정책(sunshine policy)
4. 
실용주의(Pragmatism)
5. 
통일은 대박(jackpot)

 위 사안들은 남북분단 이후 한국에서 제기된 통일에 대한 이론을 종합한 것이다.

 

 — 그럼 북한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존스홉킨스 대학의 〈38노스〉와는 어떻게 다른 겁니까?

 “〈Beyond Parallel〉은 〈38노스〉와는 다릅니다. 38노스〉는 대부분 인공위성 이미지를 토대로 북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대 등을 분석합니다. 그런데 〈Beyond Parallel〉의 경우 인공위성 사진을 연구의 일환으로 사용할 뿐입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원본 데이터와 여론조사 자료 등을 토대로 통일의 주안점으로 고려해 분석합니다. Beyond Parallel〉이 진행 중인 개념을 이 짧은 답 안에 담기는 어려운 면이 좀 있는 거 같네요. 아마도 독자분들이 직접 〈Beyond Parallel〉 홈페이지(www.beyondparallel.csis.org와 트위터 @BeyondCSISKorea)에 접속해 보시면 제가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북한, 김정은 정통성 세우려고 지속적인 도발 감행하는 것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한반도 분석 홈페이지인 ‘분단을 넘어’.

 

— 대북제재는 물론 김정은에 대한 직접 제재를 하고 있음에도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ICBM SLBM 발사시험을 계속 몰아붙이는 형국입니다. 지난 7 12일에는 김정은이 북·중 접경지대 식당 종업원 탈북자들을 응징하겠다는 의미로 테러 공작조를 동남아 10개국에 급파했다고 합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저희의 분석 내용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Beyond Parallel〉이 입수한 자료(datasets)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생했던 도발 중 최근 북한의 도발 빈도와 강도는 최대치에 육박했으며, 이는 공교롭게도 그 정도가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정권이 교체되던 때와 일치(coincides)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까지 도발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 명확한 이유는 아직까지 불분명합니다만 어린 지도자(김정은)의 내부적 정통성(legitimacy)을 공고히 하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김정은의 공격적인 성향도 한몫했습니다.

 

 — 앞으로 북한이 큰 도발을 감행할까요.

 “김정은은 전략(strategy)과 세부적인 계획(subtlety)을 믿지 않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약간의 염려(repercussions)만 있을 뿐 대체로 자신만만(brash)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입니다. 우리가 모은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올 가을 무렵 미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도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일부 국제분쟁 전문가와 유명한 예언가(envisionist)들은 2016년에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진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국제적인 전쟁을 야기시킬 만한 도화선 지역으로 동북아의 중국과 북한 대() 미국과 한국 및 연합전선, 테러집단 IS로 촉발된 유럽 대 중동 그리고 러시아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예상에 동조하시나요.

 “저는 이 예상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세계전쟁은 파멸(catastrophic)로 치닫는 것이며 이미 국가들(nation-states)이 과거(역사)를 통해 이런 점을 충분히 학습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제2차 세계대전은 유럽의 청년 세대를 모조리 앗아간 전쟁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이런 일이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다시 벌어지길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각국의 정상들도 이런 전쟁의 고통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제 말은 2016년이나 2017년에 분쟁(conflict)이 발발하지 않는다는 게 아닙니다. 북한이나 중국 혹은 러시아와의 작은 분쟁(skirmishes)이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런 소규모 접전이 발생했다고 해서 큰 전쟁으로 번지도록 (국가 정상들이) 방치하지는 않을 거라는 겁니다. 분명 각국의 지도자들도 이런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고 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IS의 대남 테러보다는 북한의 대남 사이버 테러 유의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0월 방미중 국제전략문제연구소를 방문했다. 사진=조선일보 

 

— 테러집단 IS(ISIL, Daesh)는 최근 유럽의 많은 국가는 물론 방글라데시, 미국도 공격했습니다. 한국도 IS가 공격한다고 발표했는데요. 만약 테러가 발생한다면, 과거처럼 북한과 중동의 테러집단(아부니달 조직)이 연계한 김포공항 테러처럼 IS와 북한이 함께 테러를 할까요.

 “일단 이 질문에 대해선 단정할 만한 정보가 없어 어떻다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또 테러집단 IS의 한국 공격 여부에 대해서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히려 북한이 주도하는 사이버 테러가 더 걱정이 됩니다. 북한의 사이버 능력은 계속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은 아무런 망설임(hesitancy)도 없이 군이나 민간을 향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사이버 공격은 북한이 보유한 가장 궁극적인 비대칭 무기(the ultimate asymmetric weapon)로서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하이테크 (high-tech) 국가를 적으로 삼기에 좋습니다.

 

 —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북한이 핵무기나 핵물질 아니면 중장거리 미사일 등을 테러집단 IS에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북한이 앞서 언급한 무기들을 IS에 판매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 테러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테러집단에게 위험한 무기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저 말뿐입니다(those are just words).

 

 — 테러집단 IS가 핵무기를 손에 넣고 싶어할까요.

 “지금까지의 전례를 살펴보면 북한은 여태 자신들이 개발한 모든 무기체계를 해외에 판매해 왔습니다. 탄도미사일을 이란과 파키스탄에 팔았고, 핵무기의 설계구조(nuclear design)를 시리아에 팔았습니다. 이런 북한의 전례가 저를 걱정하게 하며, 이런 짓을 북한이 또 감행할 잠재적 가능성(potential)도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IS가 이를 사용해 공격을 한 뒤에 이어지는 조사를 통해 IS가 핵무기를 구입한 경로가 역추적되면 북한이라는 게 밝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겁니다. 이렇게 역추적당하게 되면 분명 이것은 북한 정권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번복할 수 없는 브렉시트의 교훈, 남북이 직시해야 …

— 브렉시트가 한반도에도 어떤 영향을 줄까요. 만약 영향을 준다면 남한과 북한 중 어느쪽이 더 큰 영향을 받겠습니까.

“제가 염려하는 부분은 영국의 브렉시트가 결정되고 난 이후였습니다. 결정 직후 4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브렉시트를 재투표하자는 탄원서에 서명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국제적으로 이런 걸 다시 한다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no do-overs). 아마도 이 점이 두 한국(남북한)에는 가장 큰 브렉시트의 교훈일 것입니다. 정치를 하다 보면 때로는 짧은 생각만으로 감정에 치우친 채로 내린 불행한 결정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결정은 분명 후회를 남깁니다. 따라서 남과 북은 서로를 대할 때 이런 점을 반드시 기억했으면 합니다.


— 미국 대선에 대해 묻겠습니다.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이메일이 위키리크스로 대량 유출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유출의 배후에 러시아가 해킹에 관여했다는 ‘러시아 개입설’이 돌고 있습니다. 이번 이메일 유출로 인해 힐러리 캠프에 주는 영향이 있을까요.

 “이 시점에서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될지를 예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이번 대선은 많은 부분에서 과거와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예측 불허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두 후보가 총선거(general election)에 돌입할 때까지만 해도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polling)를 보면, 두 후보 모두 비호감 수치(unfavorability ratings)가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두 후보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은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기만 하면 표는 어느 한쪽으로든 쉽게 이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힐러리 측의 이메일 유출이나, 그녀의 재단과 관련된 기금(fundings) 등에 대한 이슈가 터져 나올 경우 표는 빠르게 반대 진영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트럼프 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 선거의 양상은 어떨까요.

 “두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는 만큼 양측은 상대 진영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두 후보는 ‘내가 얼마나 더 나은 후보’인지를 알리기보다는 ‘상대방을 뽑는 게 얼마나 나쁜 선택’인지를 알리는 네거티브 형태의 선거로 치닫게 될 겁니다.

 

 — 만약에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한미동맹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트럼프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대북 기조를 유지할 거라고 보시나요.

 “트럼트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의 재협정 시기(10차 합의)가 도래합니다. 아마도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더 많은 방위 분담금을 내라고 압박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 재협상은 분명 중대하고도 매우 정치적인 협상 자리가 될 것입니다.

 

 — 트럼프가 한국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트럼프는 선거운동 중 그가 북한의 김정은을 만난다고 공언했는데 그가 갑자기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이런 유의 발언은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입니다(less important).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누군가가 한미동맹을 이해하려면 한국을 방문해 DMZ를 찾거나, 주한미군을 만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the best way)입니다. 그래야지만 이 나라가 지난 60년간 무엇을 이뤘는지 알게 되고 그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그 어디에도 한국을 방문해 (양국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동맹을 기본으로 대중정책을 펼쳐야

▲2015년 시험발사 중인 사드 미사일. 사진=미국 미사일방어국(BDA)

 

— 제가 빅터 차 교수님을 2014년에 인터뷰했을 때, 교수님께서 10년 뒤 한반도는 통일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이제 앞으로 8년이 남았는데요. 혹시 과거 이 예측 발언에 대한 입장이 바뀌셨는지요.

 “그런 예측 발언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당신(기자)이 그렇다고 하니 저는 당신의 말을 믿겠습니다! 저에게는 점성술사들의 유리구슬(crystal ball)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한국의 각 분야에서 비정상적인 역사를 정상적인 궤도로 올려 한국(남한)의 주도 아래 통일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그것은 북한의 국민들을 인도적(humane)으로 이끄는 것이며, 그것만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통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통일은 이르면 내년에라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늦으면 10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 정권에 대한 불확실성(unpredictability)의 폭이 넓다는 뜻입니다. 지금 분단된 한반도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살겠다며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에겐 북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empathy)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태어나 보니 그 혹독한 현실 속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은 통일된 국민과 분단 전 하나된 한국의 긴 역사에 감사할 줄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 빅터 차 교수님께서 만약에 한국의 대통령이라면,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면서 북한을 다루시겠습니까.

 “아마도 한국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중국과의 관계는 아시아에서 가장 복잡한 관계일 것입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중국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simple). 동북아에서 강대국의 입지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일본은 중국을 동료 경쟁자(a peer competitor)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입장에선 흑 아니면 백으로 나뉘는 명확한 관계가 아닙니다. 한국의 입장에선 물리적(영토적)으로 중국과 연결되어 있고, 통일을 위해선 중국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 있어서 중국은 일본이나 미국이 처한 입장보다 복잡한 전략을 구사해야만 합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회색(grey, 중립적 관계)의 스탠스를 취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점차 어려워지는 형국입니다. 앞으로 이런 어려움은 더 많아집니다.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회원국 가입,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대 중국 주도의 RCEP(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 이외에도 사드(THAAD) 문제 등이 그렇습니다.

 

— 구체적으로 한국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뭡니까.

 “제 생각에 한국의 대중국 정책은 기본적으로(the cardinal rule) 강력한 한미동맹에 기반해야 합니다. 만약에 중국을 대하는 한국에 강력한 미국의 동맹이 없다면 중국은 분명 한국을 중국의 작은 자치구(small province of its own) 정도로 여기며 대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강력한 미국의 동맹을 가지고 있으면 중국은 한국을 하찮게 대할 수가 없습니다. 사드 배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만약에 중국 때문에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을 더 다정하게 대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에 사드가 배치되지 않은 상황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중국은 사드가 배치되지 않음을 빌미로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 놓았을 것이고 향후 한국을 지금보다도 더 부정적으로 대했을 겁니다.

 

 —이번 사드 배치로 중국의 보복은 없을까요.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로 인해 무언가(보복) 할 것이라며 손을 떨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중국이 한국에 가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중국이 자국 보호무역주의(periodic protectionism)를 내세워 무역량을 줄이고,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 수는 있습니다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선 한국에 대한 이런 조치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이유가 없어요. 왜냐하면 중국과 접경지대를 맞대고 있는 한국(통일된 한국)을 적으로 만들어서 얻을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 척을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현재만 (일시적으로) 한국과 나쁜 관계를 갖는 게 나은 선택입니다. 사드는 분명 국가의 안보를 위해 명분이 바로 선 옳은 선택이기에 한국 국민들이 이것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 월간조선 2016 9월호 /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 2016.10.26 오야르스 칼닌쉬 라트비아 외교위원장

“내가 만난 힐러리는 북한이 한국 점령하는 걸 절대 좌시하지 않을 사람”

⊙ 사드 배치, 라트비아 국민이었다면 과반수가 찬성했을 것

⊙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 라트비아 의원들 초청해 트럼프 외교정책 비난

⊙ 러시아-미국 사이 낀 라트비아와 중국-미국에 낀 한국 공통점 많아

▲오야르스 에릭스 칼닌쉬 라트비아 외교위원장. 사진=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올해로 한국과 라트비아가 수교를 맺은지 25년이다. 이를 기념해 오야르스 에릭스 칼닌쉬(Ojars Eriks Kalnins) 라트비아 의회의 외교위원장이 방한했다. 그는 심재철 국회 부의장과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 등을 만나 양국의 경제적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방한한 오야르스 에릭스 칼닌쉬 외교위원장을 지난 19일 서울에서 만나, 그가 생각하는 대북제재, 한국의 나토가입, 한미동맹, 미국 대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라트비아의 3선 의원이다. 과거 90년대에는 주 미국 라트비아 대사를 역임했으며, NATO의 라트비아 대표부 단장이기도 하다.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과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나요?

 "이번에 한-라트비아는 수교를 맺은지 25년이 되어 양국에게 뜻깊은 시점입니다. 한국의 국회부의장 등을 만나 내년에 방한할 라트비아 대통령 일정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는 미리부터 약속된 것이었으며, 양국간의 경제적 협력은 물론 안보적 협력도 지속해나갈 것입니다.

 

-라트비아 국회 외교위원회 차원에서 협의했던 내용입니다."

 

-라트비아가 최근 한국에 주한 라트비아 대사관을 여는 등 아시아 지역과의 교류를 신경쓰는 모양새입니다. 근래 한국과의 교류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라트비아는 과거 소련(러시아)에게 지난 50년간 지배를 받았고 1991년이 되어서야 다시 독립된 국가가 되었습니다. 독립이 되자마자 라트비아가 최우선적으로 신경써야했던 외교대상은 당연히 유럽이었습니다. 국가적인 재정과 상황상 유럽 이외의 지역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겁니다. 전 세계에 라트비아 대사관을 만들 수도 없었던거죠. 그러나 전략적으로 아시아는 분명 중요했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중국, 일본, 한국 그리고 인도에 대사관을 열게 된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아시아와 라트비아는 교류를 확대해나갈 잠재능력이 있는 지역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한-라트비아가 향후 교류를 한다면 어떤 부분의 교류를 확대해야할까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무래도 경제적 교류입니다. 무역과 관광이 대표적입니다. 라트비아는 지리적으로 발틱지역의 요충지이자 유럽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이런 중요성을 인지한 중국은 라트비아를 무역의 창구로 삼아 유럽과의 교역을 늘릴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능력은 분명히 한국에게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국은 IT 강국으로 전자기기 등의 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라트비아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IT 기술분야의 수준이 한국과 견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단지 규모면에서 한국보다 작을 뿐입니다. 따라서 한-라트비아간의 이런 기술교류와 무역에 충분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광분야도 좋은 협력관계가 될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라트비아가 내세울 수 있는 우수성을 가진 분야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은 70%가량이 산으로 둘러쌓인 국가인 반면, 라트비아는 산은 없지만 국토의 50% 가량이 숲으로 둘러쌓인 국가입니다. 그것도 소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품질이 좋은 목재의 수출이 중요한 산업 중 하나입니다.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나무와 목재를 활용한 제품군이 잘 발달해 있습니다.

 

숲이 많다보니 국민정서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자연 친화적 정책과 문화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국가 안에 공장도 별로 없기 때문에 물과 공기가 매우 깨끗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에서는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라트비아를 방문합니다.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는 유럽식으로 만들어져 있는 등 북유럽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발틱의 국가입니다. 아마도 이런 가치는 한국인들이 라트비아를 찾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라트비아의 국회의원으로 계셨으니 몇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라트비아에서도 당파적 논쟁이 있을 것인데, 어떤식으로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나요?

"라트비아의 국회는 100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회를 라트비아에선 ‘세이마(Saeima)’라고 칭합니다. 다수당제를 적용해 5개의 주요 당이 있습니다.

 

이중에 3당은 저의 주도로 통합되어 있고 나머지 2개당이 반대 역할을 합니다. 사실 통합진영의 수가 과반을 넘기 때문에 법안 통과에 반대진영의 의견을 물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여론이 찬반으로 갈리는 주제에 관해서는 양측이 서로를 설득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이 설득과정은 아마도 전세계의 정당이 그렇듯이 어렵습니다."

 

라트비아가 한국이었다면, 사드배치 두고 과반수가 찬성했을 것

-그럼 라트비아 국회는 안보사안 앞에 양 진영 모두가 동의합니까?

",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군사위협이 있기 때문에 파가 나뉜 양 진영모두 강한 국방과 안보에는 일치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2018년까지 라트비아 GDP 2%를 반드시 국방비로 사용해야 한다는 법안을 상정하고 통과시키는데에 국회가 100%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습니다. 안보 앞에선 양측이 합의하지만 경제 앞에선 양측의 반대가 심한 편입니다. 특히 사회복지와 세금 분야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안보 문제에 관해서도 불일치된 의견이 나옵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배치였습니다. 이를 두고 극명하게 양측이 상반된 입장을 보였는데요. 안보 앞에 갈라진 한국의 국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 저도 인지는 하고 있는 내용입니다만, 제가 어떻게 하라고 감히 조언을 하기에는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 안보사안이 한국의 입장에서 중요한지는 알 것 같습니다. 한국은 북한이라는 확고한 위협존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자행한 핵실험은 단순히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 나아가서는 세계를 위협으로 몰아넣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이런 위협 앞에 현명한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랍니다. 직접적인 결심은 한국 국민들의 뜻에 달렸죠."

 

-이런 상황이 만약 라트비아에서 벌어졌다면 라트비아 국회와 국민들은 어떤 결정을 했을까요?

"아마도 이것은 어떻게 위협요소를 제거할 것인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현재 북한의 공격성(aggression)으로부터 방어해야하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 때 사드의 미사일이 얼마만큼의 억제력을 가지느냐가 관건이겠습니다. 제가 이전에 중국에도 가보았는데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별로 좋지 않더군요.

 

그런데 유럽에서는 핵공격으로부터 미사일 방어체계가 이런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지지되어야 한다는게 정설입니다. 왜냐하면 미사일 방어체계는 최소한 생명을 보호해준다는 명분이 있습니다(it protects lives). 누군가 당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면, 라트비아의 과반수는 아마도 사드 배치를 지지할 겁니다. 핵 공격으로부터 막아낼 분명한 억제력(deterrent)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라트비아에서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제 생각에 라트비아의 누구라도 핵 위협을 두렵게 여기고 그 심각성을 간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핵을 사용한 무력행위는 그 장소가 어디든지 그 결말이 파국으로 치닫게되는 끔직한 재앙이기때문입니다. 라트비아의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도발은 우리가 매일 생각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리적으로 라트비아는 북한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기때문이죠. 그러나 이 문제는 분명 심각한 도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또 라트비아는 EU NATO의 회원국이자 미국과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북한의 도발은 쉽사리 넘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방법을 모색해야할 문제입니다. 라트비아는 현재 한국의 대북제재와 정책을 완전히 지지합니다(support totally)."

 

한국의 나토 가입은 국제 안보에 새로운 장 열게 될 것

-2006년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열린 나토 회의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는 한국, 일본, 호주를 나토에 가입시키려고 했습니다. 나토와 함께 일하셨던 분으로서, 한국의 나토 가입을 어떻게 보시나요?

 

"물론 한국의 나토 가입은 한국 국민의 결정이 우선이겠죠. 가입을 결정했다는 전제로 한국이 나토에 편입된다면 이것은 나토에 있어서도 새로운 판이 열리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토는 그동안 유럽과 북미간의 연합이었는데 이 범주가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넓어진 규모만큼 국제적 안보 공조체제에 기여하는 바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한국의 나토 가입문제는 나토 회원국들이 분명 고심해봐야할 사안입니다."

 

-구체적으로 한국, 일본, 호주가 나토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물론 이를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략적으로 이는 국제 안보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죠. 이는 라트비아는 물론 모든 NATO회원국들이 연합하여 안보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되니 좋은 것이죠."

 

-그런데 당시 한국, 일본, 호주의 가입에 반대를 한 국가는 프랑스였습니다. 혹시 왜 프랑스가 반대했는지 이유를 아시나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만, NATO 28개국 회원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입이 되기 때문에 모든 회원국을 설득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겠습니다. 나토가 커질수록 지역적 안보와 협력이 공고히 되는 것인데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선 위협으로 느껴 외교적으로 이 가입에 반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중국, 러시아와 –스탄 국가끼리 결성한 그들만의 안보협의체, SCO CSTO가 있지 않습니까? 일종의 NATO의 대항마격인데요. 이런 마당에 한국의 가입을 반대할 명분이 있다고 봐야할까요?

"라트비아의 국제적 지위에서 이런 사안에 대해서 어떻다고 말씀드리가 좀 곤란한 면이 좀 있습니다. 일단 국제적으로 이런 협의체 등은 경제적 협력 등을 기반으로 결성해 안보적 협력으로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특히 최근 국제적으로 대두되는 문제인 테러리즘과 극단주의(extremism) 해결을 위해 안보적 협력은 분명 필요합니다."

 

-나토에서는 처음으로 사이버 교전규칙(ROE)을 포함한 탈린 매뉴얼을 만들었고, 최근 탈린 2.0으로 내용을 업데이트도 했습니다. 이 매뉴얼을 토대로 한국과 미국 등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북한으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은 바 있고, 미국도 소니 픽처스 해킹을 당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러시아가 미국 민주당을 해킹했다고 미 연방수사국(FBI)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사이버 공격을 한 국가를 상대로 보복(retaliation)을 할 수 있을까요?

“최근 전쟁양상은 과거와 달리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재래식전투에서 진화된 비대칭전력 등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이라는 ‘새로운 전쟁개념’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의 일환으로 사이버전력의 증강이 있습니다. 사이버 전투는 그 공격의 근원을 찾고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또 그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을정도로 위협적입니다. 가령 사이버 공격만으로 특정 국가의 전력망과 전산망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탈린 매뉴얼은 분명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반격이나 보복을 한다고 했을 때, 반격의 정도를 가늠한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격으로 반격하는 것이 옳을까요? 이 보이지 않는 전투가 지속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 반격이라 함은 공격이 들어올 때 해당 공격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막아내는 방어적 성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라트비아, ‘나토’ 가입전 ‘라토’부터 꾸려 국민 이해시켜

-라트비아가 나토에 가입하기 전에 라트비아는 내부적으로 라토(LATO)라는 그룹을 결성했으며, 위원장님께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셨는데요. 이 라토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 이 라토를 만든 사람중 한명이 저였습니다. 이 라토를 만들게 된 계기는 나토의 역할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라토는 국내적으로 나토의 중요성을 알리고 라트비아가 나토에 가입을 하기 전에 대국민 설명을 위한 조직입니다. 국민들이 나토에 가지고 있는 궁금증과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이지요. 또 이 라토는 매년 회의를 엽니다. 여기에는 외교와 안보전문가들을 초빙해 국민에게 공개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국민들이 나토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나토의 중요성 등을 알리는 것이죠. 이 라토는 정부와는 무관한 집단입니다. 나토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비영리 집단이죠. 따라서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모든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목소리로 나토가 무엇인지 알게되는 겁니다. 이를 통해서 국민이 가진 궁금증이 해결되는 겁니다."

 

-이 라토의 아이디어를 차용해서 한국에도 시행한다면 어떨까요? 가령 사드배치에 앞서 사드가 무엇인지 알리는 집단이 활동한다면 배치가 순조로워질까요?

", 물론입니다. 제 생각에 이 라토와 같은 컨셉은 중요하고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경우도 사드를 지지하는 집단이 대국민 강연이나 정보를 알리는 행사 등을 열어서 그 필요성을 알려준다면 아마도 많은이들이 사드배치를 지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라트비아는 나토의 가입이전에 몇 년전부터 이런 라토를 결성해 운영했습니까?

2002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즉 나토에 가입하기 2년전인 셈이죠. 사실 이것은 단연 라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라토와 같은 비영리 비정부 집단이 나토 가입국에는 거의 다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 집단끼리 뭉쳐진 ATO(Atlantic Treaty Association)라는 조직도 있습니다. 이 조직끼리도 정기적으로 만나서 정보를 공유하고 나토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 논의하곤 합니다.

 

트럼프의 나토 비판은 모르고 하는 소리

-이번에는 나토에 대한 비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공화당 대권주자인 트럼프는 나토를 맹비난했습니다. 나토에 미국이 가장 큰 비용을 지불하는 등 나토 전체를 운영하기 위해 엄청난 군사력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가입국들은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으니, 다들 기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미국이 나토를 이끌 필요가 없다는 식의 주장이었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은 트럼프는 나토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의 말이 다 맞다고 할 수 없어요. 그가 한 말 중에서 미국이 가장 많은 비용과 군사력을 지불한다는 점은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가입국도 분명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비난 중 핵심은 각 국가가 GDP 2% 가량을 나토에 기여하는 비용을 내라는 겁니다. 그런데 나토 가입국 중 약 6개국 정도가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라트비아는 이 비중을 점차 늘리기로 한 상태입니다.

 

모든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트럼프의 주장의 맹점은 이 기준이 미국만의 의무가 아니라는 걸 그는 모르고 있습니다. 미국만 그렇게 하라는 의무조항이 아니라, 모든 가입국이 분담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오류는 2%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나토 가입국은 해당 국가가 위험에 처해도 도와주지 말라는 주장입니다. 나토의 기본규정은 나토 가입국 중 어느나라라도 위기에 처하면 모든 나토 가입국이 반드시 도와주어야 한다는게 기본 뼈대입니다. 이 점을 그는 모르고 있습니다.

 

-나토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테러집단 IS가 최근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입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나토에서 IS의 이런 위협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습니까?

“절대로 이건 내버려둘 수 없는 문제입니다. IS가 핵물질을 가지게 되면 이것은 큰 위험입니다. 따라서 나토 가입국은 이 문제를 항시 감시하고 있으며,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나토뿐 아니라 중국이나 타 국가에서도 UN의 멤버로서 이런 문제를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원장님께서는 과거 2차세계대전 당시 난민가정에서 태어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위원장님의 삶이 최근 IS로 인해 생겨난 유럽의 난민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최근 유럽에서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예, 말씀대로 저는 독일의 라트비아인 난민수용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저는 난민을 바라보면 남다른 동정심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난민을 떠나서 인간된 도리로서도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도와주고 어디서 도와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아마도 제일 좋은 해결책은 난민문제가 시작된 근원(시리아 내전)을 해결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는 쉽지 않기 때문에 수만명이 유럽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 모두에게는 이들을 도와주어야 할 책임(duty)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유럽이 동일한 수의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 라트비아의 경우를 보면 저희 나라로 오는 난민의 수는 극소수입니다. 라트비아에는 별도의 난민 수용 시설이 없는 이유입니다. 물론 작년 EU 회의에서 라트비아는 700명의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데에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이정도의 난민이 라트비아에 오지 않았습니다.

 

작년, 이 난민 문제는 유럽 전체에 엄청난 이슈였습니다. 이로 인한 국가적 치안문제 등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이 난민이 정녕 모두 시리아에서 온 난민인지도 불분명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보기엔 분명 개중에는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로 피난을 온 사람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급한 정도로 보면 이런 난민보다는 당장 전쟁에서 생사가 오가는 난민이 우선적으로 수용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온 난민은 어느정도 상황적 위기를 벗어나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난민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저는 미국이 저를 난민으로 받아주었다가 다시 라트비아로 돌려보냈습니다. 이처럼 현재 난민도 시리아 등 해당 지역이 안정을 찾으면 다시 그들의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마도 난민에게도 좋을 것입니다.

 

-유럽연합과 관련된 정보에 따르면 발틱지역을 지나 독일 등으로 가는 난민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발틱국가들이 난민의 이동경로를 막는 등의 이유에 따른 것인가요?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발틱으로 오는 난민의 수는 극소수이고, 개중에는 발틱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유럽인 스웨덴을 가기위해 오는 경우가 드물게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리적으로 먼 발틱까지 난민들이 올 이유도 없고 오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저희 발틱국가들은 국경을 막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 방증으로 러시아에서 도망쳐온 베트남 국적의 사람을 라트비아에서 받아준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는 난민의 경로를 막거나 저희 국가로 들어오는 사람을 막지 않습니다.

 

러시아, 수시로 발틱지역 영공 침범하고 대규모 군사훈련 감행해

-러시아는 IS와의 전쟁에 개입해 있습니다. 하나, 서방의 연합군이 진행하는 작전과는 다른 내용 등이 러시아의 매체에서 흘러나옵니다. 이는 서방의 매체에서 논하는 것과는 달리, 러시아가 모든 IS를 퇴치하는 듯이 묘사됩니다. 러시아의 IS 전투 개입의 목적과 이런 다른 언론의 내용의 이유가 뭘까요?

“제 생각에 러시아가 개입한 이유는 아무래도 러시아의 국가적 이득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특히나 러시아와 동맹을 맺은 국가는 해당 지역에서는 아사드(시리아)정부 뿐입니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부를 보호하는게 주된 목적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스스로는 IS를 다 죽이고 있다고 하지만 매일 러시아의 공습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방의 연합군과는 연계를 하지 않는게 문제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를 위협하는 세력을 모두 죽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러시아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트비아에는 연합군 세력인 이탈리아 군인 140명정도가 배치되었습니다. 당연히 이를 두고 러시아는 탐탁치 않아 합니다. 이로 인해 러시아가 어떤 보복을 하지 않을까요? 가령 이탈리아와 라트비아 등은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에너지가 상당합니다. 특히 라트비아는 약 75%정도를 러시아의 에너지에 의존하는데, 러시아가 이 연료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보복을 하지 않을까요?

“라트비아에는 이탈리아 뿐 아니라 캐나다의 군대 등 많은 연합군이 파병되어 있습니다. 지난 바르샤바 나토 서밋(Warsaw NATO Summit 2016)에서 발틱국가에는 천여명의 연합병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병력의 주된 목적은 방어적 개념이며, 이는 혹시모를 러시아의 발틱국가 점령에 대비한 것입니다. 이들은 러시아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러시아는 6만명의 병력을 동원해서 매년 저희 국경 앞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군용기를 발틱 영공에 보내곤 합니다. 그리고 이 군용기들은 트랜스폰더(transponder, 피아식별응답장치)를 끄고 영공 근처나 안으로 진입합니다. 이런 행위는 분명한 도발이라고 저는 규명합니다. 이런 일련의 행동 등이 러시아의 입장에선 나토가 점차 커지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이 분명합니다. 심지어 러시아는 스웨덴의 영공 경계선으로도 군용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나토의 가입국이 아님에도 국경지대에서 이러한 위협행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듣고 있자니, 얼마전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 영공에 들어갔다가 격추된 사건이 떠오르네요. 러시아가 이런 분쟁을 계속 만들어서 영토분쟁을 벌이려는 속셈일까요? 왜 이런 도발행동을 하는 걸까요?

“제 생각에 러시아도 더 많은 갈등을 만들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터키 사례는 당시 러시아 국적기를 구분하지 못해서 발생했던 하나의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라트비아는 이런 러시아의 도발에 보복을 한다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응답을 할 예정인가요?

“아닙니다. 라트비아는 공군이 없기 때문에 물리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외교적으로 라트비아의 대러시아정책은 확고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도발 행위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라트비아는 나토의 가입국일뿐아니라 유럽연합(EU)의 가입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취하고 있는 러시아 정책역시 확고하게 러시아의 도발 행동을 반대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이런 위협행동에 대해서 유럽연합은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러시아 정책은 러시아의 국민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위협행동을 시행하는 러시아 정부를 규탄하기 위함입니다.

 

공화당내 외교의원들 다수가 트럼프 대선 막기위해 발틱3국 의원들 미국으로 초빙해

-이번에는 미국 대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미국에서 오래 사셨고, 주미 대사를 지내기도 하셨습니다. 미국 전문가로서 이번 대선의 결과를 어떻게 보시나요? 그리고 두 후보의 외교정책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나요?

“아마도 이런 대선은 보기드문 형태로 살면서 저도 처음 본 광경입니다. 아마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대선입니다. 아시다시피 트럼프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비정치인이 대권후보로 남아서 겨룬다는 건 참 드문 경우이자 독특한 상황입니다. 일단 제가 미국에서 대사로 지낼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때였습니다.

 

그렇다보니 저는 빌 클린턴은 물론 힐러리 클린턴을 여러차례 만났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외교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입니다. 제가 대사이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힐러리의 발틱지역, 유럽, 나토에 대한 외교정책은 항상 명확한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이 되었습니다. 이런 미국의 정책은 미국내 민주당이던 공화당이던 상관없이 하나의 목소리로 외교정책이 꾸준하게 유지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런 정책은 분명 합리적이고 예상이 가능한 정책이었습니다.

 

이와달리 트럼프는 공화당내 외교전문가와 외교담당 의원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외교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당내 의원들이 대부분 트럼프를 싫어했습니다. 물론 소수가 그를 지지하지만 미비합니다."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제가 확실한 예를 들어드리죠. 이번 대선에서 라트비아를 포함한 발틱국가(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의 외교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로부터 초대를 받아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다수의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저희를 미국으로 부른겁니다. 부른 목적은 발틱국가의 의원들이 직접 발틱의 군사적 중요성을 미국 안에서 강연하라는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미국의 대발틱 외교정책이 왜 중요한 것인지, 왜 필요한지를 알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주장하는 발틱 외교가 왜 틀렸는지 왜 지지를 받으면 안되는지를 알리기 위해서 부른 겁니다. 뿐만 아니라 나토의 중요성과 발틱국가와 나토의 연계성 등을 미국 내 알렸습니다. 이 사례는 분명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가 지지 받지 못한다는 확실한 반증입니다.

 

발틱의 의원들이 생각하기에 힐러리의 외교정책은 예상이 가능한 범위 입니다. 물론 오바마의 정책에서 일부분 수정되는 부분이나 추가되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은 지금까지 오바마의 외교정책과 유사하기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어떤 정책을 펼칠지 아무도 예상을 할 수가 없습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엄청난 혼란(chaotic)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런 혼돈은 단순히 트럼프의 외교정책뿐 아니라 미국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혼란을 초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정책은 앞으로도 미국내에서 양분화된 의견을 만들어내고 양측이 충돌할 것이기때문이죠. 트럼프는 외교적인 백그라운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정확히 라트비아 의원들을 부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내에서 사실 발틱의 중요성과 발틱과 연계된 나토의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나토를 비판하고 발틱의 중요성이 없는 것 같은 발언을 연이어하자, 저희를 직접 불러서 트럼프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려주려고 한 것이죠. 그리고 미국과 발틱국가간의 교류와 그 지역적 중요성을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공화당의 어떤 상원의원이 초대했는지 이름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네 대표적으로 공화당의 맥코넬(Mitch McConnell) 상원의원이 저희들을 불렀습니다. 그는 미국의 외교위 간부로 있는 분으로 외교정책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다른 의원들도 있지만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공화당 상원의원들 중 상당수가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동맹국이 점령당하는 걸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사람

-앞서 말씀하셨듯이 미국 대사시절 힐러리 클린턴을 직접 만나보셨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인가요?

1994년 클린턴부부는 라트비아를 방문했습니다. 이 시기는 1991년 러시아로부터 재독립을 한지 불과 3년이 지난 시점이었죠. 이 방문은 분명 러시아로부터 라트비아를 지켜주겠다는 것이자, 라트비아에 미국이 확고한 지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준 겁니다. 당시 클린턴부부는 라트비아가 국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 다시는 라트비아가 러시아에 재점령 당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라트비아는 작은 국가임에도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은 저희의 독립을 인정해주고 지지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어린시절을 미국의 시카고에서 보냈습니다. 힐러리도 어린시절을 시카고에서 보냈습니다. 물론 당시 그녀를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어려서부터 타국가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타 국가와의 협력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가 만난 힐러리는 다른 국가의 입장에서 그 국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대사 시절 만난 두 클린턴은 자신이 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반드시 지켜냈습니다.

 

클린턴은 라트비아에 남아있던 러시아의 모든 군대를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한 뒤로 러시아의 군대를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당시 러시아의 수장은 옐친이었는데, 그와 클린턴은 외교적으로 협의해서 군대를 철수시킨 것이죠. 분명 약속한 것을 지키고 동맹국 및 타 국가와의 의리를 지키는 사람입니다.

 

-한국도 라트비아처럼 작은 나라이며, 북한을 마주한 상태로 과거 라트비아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힐러리는 한국이 북한에 점령 당할 위기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요?

“저는 의심할 여지없이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절대로 북한이 한국을 점령당하는 것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국입니다. 제 생각에 힐러리 클린턴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한국이 점령당하는 것을 막아낼 사람입니다.

 

-최근 미국의 FBI는 러시아가 민주당(DNC) 컴퓨터를 해킹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왜 러시아가 미국 민주당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을까요?

“제가 FBI의 발표만을 가지고 해당 내용을 지지하거나 어떻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 말이 맞다면 러시아의 입장에선 미국 대선에 개입할 명분은 충분해보입니다. 민주당을 공격함으로써 힐러리 진영을 약화시키고 트럼프의 당선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은 약한 국가의 길로 접어들기 때문에 러시아의 입장에선 좋은 기회인 셈이기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명분을 보면 러시아의 민주당 공격은 일리가 있어보입니다.

 

-한국과 라트비아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라트비아는 과거 러시아에 점령당했고 지금은 미국의 지지를 받는 독립국가입니다. 한국은 현재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있는 형국으로 양쪽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어찌보면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낀 라트비아와 유사합니다.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어떤 외교를 펼치는게 좋을까요?

“어제 한국의 관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비슷한 말이 나왔습니다. 우리 양국은 생존자(survivor). 이웃국가들로부터 여러 차례 점령당했음에도 고유의 문화와 민족을 유지한 국가라는 말을 했죠. 라트비아는 과거 소련뿐 아니라 독일, 스웨덴 등에도 점령 당한 바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항상 우리의 고유 정체성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트비아 사람들은 수 세기동안 살면서 다른 영토를 탐하거나 확장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우리가 가진 것을 지키려고만 했습니다. 이점은 한국과 유사합니다. 이런 한국이 고유영토와 문화 등을 유지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국제사회에 알리고 동맹과 연합국가들에게도 알려야 합니다. 라트비아의 경우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도 주요한 동맹으로 양국의 입장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동맹국들은 한국의 이런 고유성을 유지하는데 확실히 도와줄 것입니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번 방한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은 동북아의 한 국가이지만 분명히 중국과 일본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발틱3국 중 라트비아와도 유사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사람들도 우리 라트비아를 방문해 이런 고유 정체성에 대한 공통점을 나누고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향후 양국은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2017.01.16  [마이클 브린 前 외신기자클럽 회장]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분노한 神이다'… 마이클 브린 前 외신기자클럽 회장] 

"民心이 야수처럼 돌변하면 정부나 사법기관도 눈치…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

 

"'대통령의 혐의가 없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 해도 

나는 탄핵될 것으로 본다… 민심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뒤,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분노한 신이다(In Korean democracy the people are a wrathful god)'라는 글이 게재됐다. '한국에서는 군중의 감정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강력한 야수로 돌변해 법치(legal system)를 붕괴시킨다. 한국인은 이를 '민심(public sentiment)'이라고 부른다. 민주주의의 한국적 개념은 국민을 맨 위에 놓는다. 법치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에서 살던 사람들은 이런 개념을 실제 유효한 것으로 체험하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기고자는 주한외신기자클럽 회장을 지낸 영국인 마이클 브린씨다. 35년 동안 한국에 거주해온 그는 현재 홍보회사 '인사이트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 대표로 있다. 부인은 한국인이다.

 

▲마이클 브린씨는 “탄핵 중대 사유로 ‘세월호 사고’를 따지는 건 내게는 좀 이상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촛불 집회에 직접 나가본 적이 있나?

"내가 서울 통의동에 산다. 촛불 집회 한복판에 있는 셈이다. 토요일마다 집에 있어도 소리가 들린다."

 

―한국인이 신성시하는 '촛불'을 비판적으로 건드려도 되나?

"예민한 문제라는 걸 안다. 나 같은 외국인의 이런 관점에 동의하는 이들도 있었다. 촛불 집회 자체를 비판한 게 아니라, 한국의 허약한 법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것이다."

 

―'야수처럼 돌변할 경우 법 제도가 붕괴된다'고 했나?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민심'의 분출을 그렇게 비유했다. 민심이 너무 강해 때로는 법 제도를 붕괴시키는 것 같다. 이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영국에 사는 내 딸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했는데, 촛불 집회를 보고는 '왜 영국에서는 이렇게 집회를 할 수 없었을까?' 하고 물었다."

 

―당신은 '민심이 법 제도보다 위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했는데?

"법이 공정하고 민주적이면, 민심은 그 법의 통제에 놓여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법이 권력자에 의해 이용됐기 때문인지, 그런 불신이 남아있기 때문인지 여전히 민심이 법 위에 있는 것 같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군중집회가 '소통'의 수단이지, 막강한 힘을 행사해 법 제도를 지배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

 

―민심은 대다수 국민의 뜻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민심에 따라가면 소수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정부나 입법·사법기관 등도 민심에 반한 결정을 할 수 없다. 소수나 약자가 법에 의해 정상적으로 보호받기가 어렵다. 민심의 부정적 사례로 독일의 '나치즘'을 말하지만, 물론 외신기자들은 한국 상황을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장 1조 2절)"고 외치는데?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란 헌법에 상징적으로 존재할 뿐, 그 국가를 직접 운영하는 실체는 아니다. 국가는 국민이 뽑은 대표자와 임명 공직자들, 공정한 법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광장 민주주의'야말로 국민의 의사가 적극 반영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본질에 더 다가선 것이 아닌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민심은 시간이 흐르면 바뀔 수 있다. 항상 옳은 게 아니다. 예수도 민심에 의해 십자가에 매달렸다. 지금처럼 복잡하고 전문화된 사회에서는 민심으로만 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도자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만, 국가 운영을 위해 민심의 요구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공정한 원칙과 법 제도가 민심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대부분 민주국가에서는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인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뜻에 반하고, 헌법을 지키지 않는 권력자에 대해 물러나게 하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박 대통령이 정말 나쁘다면 그에게 책임을 묻고 교체하는 게 민주주의다. 다만 법을 준수하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가 사법적으로 무죄라면 어떻게 되나. 유독 한국에서는 법 제도가 민심에 지배되고 있다."

 

―왜 한국에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나?

"글쎄, 역사적으로 한국 민주주의는 대규모 군중집회로 쟁취됐다. 그런 전통 때문인지 갓난아기가 엄마에게 젖 달라고 떼쓰듯이 무언가를 원하면 집회를 택한다. 국민은 집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강한 것 같다. 조직 동원 능력도 몹시 뛰어나다. 집회 현장을 다녀보면 자원봉사자도 많고 여러 그룹이 참여하고 연예인 공연이 이뤄지고, 잘 조직화된 것 같다."

 

―민심의 분출에 의한 법 제도의 붕괴를 우려한다면, 튀니지에서 국민이 들고일어난 '재스민 혁명(2010~2011년)'은 어떻게 보나?

"그 '아랍의 봄'은 지금 한국의 경우와는 다르다. 오히려 1987년 직선제 개헌 시위와 비교된다. 당시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군중은 군부 대통령의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외쳤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정착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리더십 스타일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최태민 딸'에게 위임한 것은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이므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민심의 이런 요구는 정당하지 않은가?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워터게이트 사건의 경우 조사 기간이 2년 걸렸다. 한국에서는 국회의 탄핵안소추까지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 국회가 민심의 압박에 못 이긴 것이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검찰 수사 발표가 있은 뒤 이뤄졌다. 나름대로 절차를 거쳤다고 보는데?

"검찰 발표에만 의존해 탄핵소추를 한 것은 공정하지 않았다. 이는 검찰의 의견일 뿐 법원에서 범죄가 확정된 게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충분히 방어 기회를 갖지 못했다. 탄핵소추를 강행한 것은 대통령 지지율이 5%였기 때문이다. 민심이 돌아섰다고 본 것이다."

 

―검찰의 조사 요구에도 박 대통령이 응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이라면 용인될까?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해 국민의 궁금증에 답할 의무가 있다. 청와대 안에서 숨은 듯한 인상을 주거나, 언론 인터뷰로만 해서는 안 된다. 특검 조사에는 응하지 않을까. 미국의 경우 클린턴 대통령은 특검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도 촛불 집회가 한국의 법 제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보나?

"대규모 집회가 계속됐는데도 폭력과 불상사가 거의 없었다. 촛불 집회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개선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우려하는 것은 민심이 특검 조사와 헌법재판에 가하는 압력이다. 외신기자들 사이에는 박 대통령의 유·무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지만, 계속되는 촛불 집회에 대해서는 '국회 탄핵안이 통과됐는데 왜 아직 데모하고 있지?'라고 의아해한다."

 

―한국에 오래 살았다 해도 외국인으로는, 박 대통령이 사이비종교(heresy)와 관련 있는 '최태민 딸'을 국정에 개입시킨 사실이 드러났을 때 한국인이 얼마나 쇼크받았는지 실감을 못 할 텐데?

"한국인의 감정을 이해한다. '박근혜는 청와대가 아닌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말도 듣고 있다. 17대 대선 이명박 후보와의 경선 때 이미 최태민 관련 소문을 들었다.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는 꽤 오랫동안 이 사안을 다뤘는데, 오히려 한국 언론에서는 금세 사라졌던 걸로 기억한다."

 

―미국·영국의 국가 통치자 경우 이런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측근이 비선 실세로 밝혀진다면 어떻게 되는가?

"글쎄, 영국 총리의 보좌관이 소수 종교라는 이유로 사임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는 종교 자유가 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캠프에서 무당 굿을 했지만 받아들여졌다. 이번 사태는 재벌에게 돈 받은 부패와 권력 남용 때문이지, 종교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당신은 이를 '한국 대통령들에게 전형적으로 일어났던 부패 스캔들'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최태민 딸'이 개입된 이번 경우는 그런 부패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흠이 될지 모르나, 법적 측면에서 보면 중요하지 않다. 만약에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사라져 '최태민 교회'에서 예배했다면 전혀 다른 문제이겠지만. 최순실은 '최태민교'의 계승자도, 그 종교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현재 그 종교로 박근혜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7시간 의혹'도 중대한 탄핵 사유로 들어 있는데?

"내가 볼 때도 그는 좋은 대통령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심각하게 따지는 것이 내게는 좀 이상하게 보였다. 지금 같은 복잡한 사회에서 '세월호 사고'는 전문적인 구조 시스템에 맡겨야 한다. 노란 재킷을 입은 대통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는 구조에서는 아마추어다. 며칠 전 인부 두 명이 숨진 서울 종로의 공사장 붕괴 사고 때 '박원순 시장은 어디 있었나. 그는 구조하지 않고 지방에 있었다'는 식의 대통령 지지자들의 조크를 읽었다."

 

―탄핵심판의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탄핵될 것으로 본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혐의가 없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 해도 기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탄핵 민심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대통령의 혐의가 분명치 않고 그만한 사유가 안 된다고 기각하면 날마다 군중이 광화문으로 쏟아져나올 것이다."

 

―당신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도 반대했다.

'대통령 탄핵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는데? "당시 탄핵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봐주지 않겠다는 데서 출발했다. 동기가 불순하고 탄핵 사유도 안 됐다. 이번 박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 여당도 지지할 만큼 탄핵 사유가 훨씬 더 심각해 보인다."

 

―한국인에게서 가장 이해 안 되는 부분은?

"감정에 너무 지배되는 것 같다. 다른 부서와 조직의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서로 소통이나 협력을 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신에게는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보다 나은 삶' '보다 나은  국가'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분투한다."

 

―한국 생활 35년이나 됐는데, 한국어를 못하는 이유는?

"기자 시절에는 너무 바빠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고, 지금 아내는 영어를 잘해 내가 한국말을 띄엄띄엄하면 짜증 내 쓸 수가 없다."

 

―고향 스코틀랜드보다 살기가 어떤가?

"그곳도 좋지만 한국은 다이내믹해 좋다. 촛불 집회도 한국만의 역동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

 

■ 2017.04.09  대통령 리더십 연구자 월러 R 뉴웰 미국 칼턴대 정치학과 교수

훌륭한 지도자의 으뜸 조건은 ‘머리보다 성격’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에 대한 온갖 여론조사와 분석 기사들을 다루고 있다. 온라인 뉴스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말만 그럴싸하고 실제 행동은 별로다’ ‘인품이 좋아 보인다’ 등 인물에 대한 평가가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구매 후기같이 시시각각 달린다. 이 모든 게 다 ‘훌륭한 리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일 것이다.

 

대통령이 갖춰야 할 조건 중 으뜸으로 쳐야 할 것은? 혹은 이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여기 한 의견이 있다. “머리보단 성격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러 R 뉴웰 미국 칼턴대 정치학과 교수가 그의 책 《대통령은 없다》(21세기북스)에서 리더의 자격 10가지를 제시하며 선두에 내건 조건이다. 뉴웰 교수는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하며 현실 정치를 경험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 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와 런던 대학교 국제연합 사회개발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한 그는 정치 및 문화 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뉴웰 교수는 이 책에서 에이브러햄 링컨부터 조지 W 부시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을 평가하며 좋은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탐구했다.

 

이 책은 지난 2012년 《대통령의 조건》이란 이름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가, 최근 개정판이 출간됐다. 뉴웰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한국인 유학생들로부터 한국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자유시장이 번영하고 민주적 자치가 살아 있는 요새(bastion)처럼 보인다”며 “국정 위기를 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모습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왜 성격인가?

“역사적으로 지능이 꼭 정치적 리더십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아서 밸푸어 영국 총리는 영국 역사상 가장 교육받은 사람이었다. 철학과 고전에 흠뻑 빠져 늘 책을 끼고 살았다. 그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외무장관으로 일하며 했던 일을 보라. 유대계 돈을 빌리려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약속했고, 이 ‘밸푸어 선언’은 두고두고 팔레스타인 재앙의 불씨가 됐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을 이끈 윈스턴 처칠은 대학도 나오지 않았다. 둘 가운데 누가 더 위대한 지도자인가? 링컨은 정식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고 대학도 못 나왔다. 대신 그는 셰익스피어를 읽었고, 어머니가 늘 들려주던 성경 말씀을 인생의 지혜로 삼았다. 용기와 자기 통제, 도덕적 규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 등을 종합적으로 구현하는 성격이 지적능력보다 더 중요하다.”

 

친구 성격 알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지도자의 성격을 알 수 있는가?

“대중이 지도자들을 진짜 인간으로 느낄 때가 있다. 링컨과 처칠 같은 지도자들은 생생한 말하기 실력, 패션,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인상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중이 개인적으로 그들을 알고 있다고 느끼게 한 것이다. 링컨은 농담과 과장된 이야기를 즐겼고, 처칠은 언제나 시가를 입에 문 채 대담하고 서민적인 위트를 구사했다.”

 

과거 리더십과 현재 리더십에 차이가 있나?

“과거와 달리 ‘신비로운 아우라’가 없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비롯한 미 대통령들은 언론과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고, 언론도 사생활을 비밀에 부쳤다. 루스벨트 재임 동안 미국 국민은 그가 소아마비로 휠체어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언론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감췄다. 당시 미국 국민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좌절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을 이끄는 지도자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거란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존 F 케네디 역시 백악관의 많은 성희롱을 숨겼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진실을 더 알길 원한다. 지도자와 대중과의 거리는 24시간 돌아가는 뉴스 채널로 완전히 좁혀져 버렸다. 빌 클린턴은 래리 킹 쇼에서 자기가 입은 속옷 브랜드를 공개했고, 버락 오바마는 매일 TV에 나와 소통했다.”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은 누구였나?

“링컨. 17세기 영국 정치가 조지 새빌이 만든 ‘트리머(trimmer, 잔디 다듬는 기계)’란 용어가 있다. 왼쪽과 오른쪽 극한을 오가면서도 중간 코스로 꾸준하게 잔디를 손질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링컨은 노예제도에 반대했지만, 늘 전술적인 양보와 타협을 했다. 그러면서 결국 목표를 이룬 위대한 트리머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링컨을 늘 존경한다고 말한다. 링컨이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정적들을 대통령 취임 후 국무장관, 재무장관 등에 임명하며 포용했던 방식을 따라해 최대의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링컨의 지상 과제는 결국 노예제 폐지였다. 그 장거리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그가 했던 일을 살펴보자. 그의 신념은 강철처럼 강했지만, 현실 세계에선 늘 자기 자신을 유연하게 ‘구부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남북전쟁 이전, 링컨은 전략적으로 남부에서 노예제가 확산하는 걸 제한하는 조치만 쓰기도 했다. 당시 이 결정은 남부와 북부 양쪽에서 반발을 샀다. 남부 쪽에선 이 결정 자체를 싫어했고,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북부 쪽에선 “노예제를 완전히 없애지 못하는 배짱 없는 타협론자”라고 그를 비난했다. 이런 결정이 노예제 폐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결국 링컨은 노예제 폐지를 성취했다. 미국 소설가 해리엇 비처 스토는 소설 《엉클 톰스 케빈(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 흑인 노예의 비참한 생활과 운명을 그렸고, 이 책은 인기를 얻으며 노예 해방 운동에 불쏘시개가 됐다. 그녀는 백악관에서 링컨을 만났을 당시를 술회하며 “사람들은 링컨의 부드럽고 온유한 태도, 반대자들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를 보고 그를 ‘나약한 인간’으로 오해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링컨의 내면은 사실 ‘강철’ 같았다”고 말했다. 링컨은 늘 정중한 태도로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자기 뜻을 관철해 나갔다. 링컨은 노예제 폐지라는 대의를 위해 반대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밀실 협상을 하기도 하고, 의원들을 관직으로 매수하기도 했다. 역사상 최고 리더로 일컬어지는 알렉산더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나폴레옹 등도 뜻을 이루기 위해 비도덕적인 방법을 쓰기도 했다. 대의 혹은 선을 위해 때때로 폭력적인 마키아벨리적 수단을 쓰기도 했던 것이다. 정치란 매우 복잡한 퍼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떨까?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어 대통령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내 예상이 다 틀려서 판단하길 중지했다. 정치 커리어가 없기에 그의 성격을 아직 충분히 파악 못 했다. 트럼프가 주창하는 정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건 말할 수 있다. ‘고립주의’ ‘원주민주의’ ‘보호주의’ 세 가지 주요 정책은 토머스 제퍼슨 등 미국 정치 초기에 계속된 특징이었다. 트럼프 당선은 레이건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징후다. 미국의 노동·농촌 계급이 레이건부터 이어진 자유무역과 군사 개입을 더는 지지하지 않은 결과다.”

 

훌륭한 리더의 10가지 조건

① 머리보다는 성격이 좋아야 한다.

② 감동적인 수사법이 필요하다.

③ 도덕적 확신이 필요하다.

④ 리더는 시대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⑤ 두세 개의 주요 목표가 있어야 한다.

⑥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⑦ 역사가 지도자를 선택한다.

⑧ 위대한 지도자는 권력욕이 강하다.

⑨ 위대함은 사악함의 이면일지 모른다.

⑩ 위대한 지도자는 앞의 아홉 가지 교훈 모두를 무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기문 기자  사진제공 월러 R 뉴웰

 

■ 2017.06.23  제럴드 커티스 美컬럼비아大 석좌교수 -  “北과 대화·교류 원한다면 더 강하고 일관되게 제재해야”

▲  미국 동아시아 연구학계의 석학인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에 얽혀 중심 현안을 해결하려는 노력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미래를 위해서는 과거의 일들을 함께 풀어가는 긍정적인 접근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제럴드 커티스 美컬럼비아大 석좌교수 

제럴드 커티스(77)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석좌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특성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그는 “한국인들은 개방적이고 솔직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평생을 동아시아 연구에 전념한 석학이다. 특히 일본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지일파’ 연구자로 통한다. 커티스 교수는 인터뷰 마지막에 한국을 위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쏟아냈다. 과거사 문제로 얼룩진 한·일 관계를 3자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언급했다. 커티스 교수는 “미래에 집중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학을 돌아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그 철학을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항상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난 8일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트럼프 현상,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미국의 리더십 등에 대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소식이 전해진 직후라 인터뷰는 북한 얘기로 시작됐다.  

 

―조금 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벌써 다섯 번째인데.

“김정은 정권의 행동은 미국과 한국, 일본에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도록 하는 명분만을 안겨줄 뿐이다. 북한의 행동은 중국이 북한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도록 만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결국 북한을 제재하는 국제사회의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사실 중국 정부는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 협조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에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겁을 주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북핵 문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제재와 압박, 대화와 교류 중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요.  

“한국과 미국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력한 압박, 이전보다도 더 강력한 대북 압박 정책을 취해야 한다. 중국이 제재와 압박에 더 많이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에서 어떤 긍정적인 신호라고 여길 수 있는 행동을 한국과 미국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북한을 제대로 다루려면 제재와 개입을 효과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정권에 대해 제재와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즉 대북 압박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제재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국가를 위협하는 도발적인 행동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이해시켜야 한다. 물론 제재는 대화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강력한 제재가 없다면 건설적인 대화도 견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은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한국민은 북한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들기까지는 상당히 먼 길을 가야 한다. 하지만 먼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발전을 막는 핵 동결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비핵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북한, 한국과 북한 간에는 신뢰가 제로 상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긍정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비핵화에 도달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씩 나가는 것이다. 미래에 도달할 목표를 설정해 놓고 지금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북제재와 압박은 비핵화의 무대를 마련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대화에도 나서야 한다. 최종 목표는 비핵화고, 대화는 과정인 셈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 국가의 역할을 포기한 것입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 철회 선언은 끔찍한 실수다. 트럼프의 행동은 전 세계가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를 허물어지게 만들었고, 미국의 리더십을 와해시켰다. 미국 내부에서도 그의 행동은 비판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를 포함한 12개 주의 주지사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이행을 선언했다. 수많은 주요 인사가 트럼프 정부의 위원회에서 항의성 사임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분명하게 말해서 불행한 일이다. 미국의 리더십 기능과 역할이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 주창한 ‘아메리카 퍼스트’는 어떤 의미에선 미국의 리더십 역할에 대한 포기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트럼프의 포기지, 미국의 포기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몰라도 행정부에 있는 인사들은 미국의 리더십 기능에 대해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세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지위와 책임, 역할을 이해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류 인사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가더라도 이에 대응할 역량을 갖고 있다고 본다. 미국에는 ‘체크 앤드 밸런싱(점검과 균형)’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한다. 국가가 나쁜 길로, 옳지 않은 길로 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미국은 갖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 기능과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미국민은 산업화된 국가 중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세계화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많은 미국민은 미국의 지도적 역할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즉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미국이 주도했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종착역에 접근하고 있다. 한 시대의 끝이다. 미국은 더 이상 관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미국민은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계는 이 같은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미국은 고립주의자였지만, 이후에는 글로벌리스트(세계 관여주의자)가 됐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과거와 같은 힘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미국의 리더십 기능과 역할도 변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 다음 행정부의 미국은 어디로 가나요.

“트럼프 대통령은 일종의 일탈적 현상이고, 그가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미국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실수다. 많은 중요한 부분에서 우리는 세계가 알고 있는 과거의 미국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는다면, 공화당 대중주의자보다는 민주당 대중주의자가 다음 대통령에 오를 것이다. 대중주의자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는 경제적 번영과 일자리를 원하는 중산층 및 서민층의 열망이 있었습니다. 차기 대통령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인가요. 

“아메리카 퍼스트는 위에서도 말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고립주의에서 사용된 표현이다. 트럼프 정부가 끝나면 용어 자체는 희미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메리카 퍼스트에 담긴 생각은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도 존재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 캠페인 기간에 일자리를 잃은 오하이오주의 블루 컬러 노동자들은 가족들과 TV를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외치는 트럼프 후보를 지켜봤다. 하지만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비욘세 같은 인기 가수들과 부유한 기부자들에게 둘러싸여 화려한 인기몰이에만 열중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금도 선거에서 패한 이유는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이메일 수사 재개와 러시아 해킹, 그리고 여성 대통령을 싫어하는 편견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린다. 하지만 그는 틀렸다. 패배의 원인은 클린턴 자신에게 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노동자 계층 유세에 집중하라’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충고도 전혀 듣지 않았다.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표를 주겠는가. 미국의 절대적인 힘, 헤게모니는 영원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많은 나라는 더 협조적인 집단 리더십을 원할 것이다. 지금 아시아의 모든 국가에서 중국과의 교역액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 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경제적 상황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현상은 과거 미국의 절대적인 파워가 상실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들은 아메리카 퍼스트에 내재된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화제를 바꿔서 미국과 일본은 적국이었는데 지금은 중요한 동맹국입니다. 국제정치에서 일본은 미국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과거 미국과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적국인 것은 주목할 만한 스토리지만 현재는 전 세계에서 아주 강력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입장에서는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실재하고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동맹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본에는 사세보(佐世保)와 요코스카(橫須賀) 등 주일 해군기지, 요코타(橫田)와 가데나(嘉手納) 등 주일 공군기지 등 군사적으로 많은 미군기지가 있다. 일본에 배치된 미군 병력은 5만여 명으로 한국의 두 배에 달한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일본은 미국에 버금가는 민주주의 국가다. 경제적으로 세계 3위고 군사적으로도 세계 4위다. 여러 측면을 종합하면 과거는 물론 현재, 미래의 모든 미국 대통령들은 아시아에서 일본과의 동맹을 필요로 한다. 일본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미국민은 없을 것이다.”  

 

―한국 역시 미국과 동맹관계인데, 미국이 생각하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묻고 싶습니다. 

“물론 한국도 미국에 광범위하게 중요한 나라다. 미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적으로 강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국가다. 미국과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 반도국가인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빅 파워들에 둘러싸여 다른 국가들의 힘의 역학관계에 부침을 겪어야 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진전시켜 미국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동맹관계인 미국과 한국은 대북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국민이 갖고 있는 호감도도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에서 아주 인기 있는 나라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한국의 멋진 팝 문화, 영화 등은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안겨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미국과 한국의 미래 관계를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본다.”  

 

―사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일본이 역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접근 방식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일본 정부가 가해자로서 보다 진정성 있게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사과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역사 이슈, 특히 한국과 일본 간에 얽힌 과거사 갈등은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5년 말 한·일 간에 체결된 위안부협정은 양국 정부가 공식 합의했던 사안인데, 갈등 속에서 중심 현안에 대한 해결 노력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양국 사이에는 협력해야 하는 수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북한 핵 문제는 양국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하는 최우선 과제다. 이 밖에도 모든 종류의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 기후변화 등 한·일이 함께 풀어야 하는 이슈들이 있다. 일본 제국주의가 식민지 한국에 행했던 위안부 강제동원의 과거사는 양국 관계의 발전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두 나라는 과거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과거가 현실을 규정하는 셈이다. 그런데 앞으로 나아가려면 과거의 일들을 함께 풀어 나가려는 긍정적인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은 미래를 위해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은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그런 나라에 제한된 역할과 임무를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인 면에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이미 일본은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이므로 현실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평화조항인 헌법 9조에 자위대 합헌화를 명시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개헌 추진은 보통국가로서 자위권을 갖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말하면 주변 국가들이 이제 생각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한국민이 일본의 강한 군사력에 대해 갖는 우려를 알고 있다. 물론 한국민은 독립 이전에 갖고 있던 기억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주변 국가를 침략하는 방향으로 나갈 거라고 판단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는 않는다.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정말로 중대한 실수라고 생각한다.”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알다시피 아베노믹스는 금융완화, 재정확대, 구조개혁이란 세 개의 화살을 갖고 있다. 첫 번째 화살인 금융완화는 목표를 100% 달성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쯤에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두 번째 화살인 재정확대는 통화팽창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논란이 있지만 현재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정확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진행형이다.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은 사실상 스몰 이슈로 많은 것들이 이뤄진 상태다. 정부 개혁과 농경 개혁이 진행됐으며 구조 변화도 추진 중이다. 구조 변화는 일본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노동시장 리폼은 상당히 달성하기가 어렵다. 일각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이 혼합되면서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일본 경제는 지금 상당히 양호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경제 상황도 개선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대성공을 거둘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경제가 과거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탄핵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감옥에 갇혀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한국 정치를 어떻게 보십니까.  

“개인적인 견해지만 한국 정치는 아주, 아주 거칠다(rough). 일종의 러프 게임이다. 한국에서는 많은 대통령이 퇴임한 뒤 감옥에 갔다. 정치가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인기 없는 대통령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기소였다. 그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지금 대화를 나누는 이 빌딩 주변도 촛불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한국민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고, 상황이 많이 변했다. 탄핵을 통해 현직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정치적 불행이다. 그래도 한국민은 제도에 의한 탄핵을 했다. 쿠데타가 아니고, 암살도 아니었다. 한국 근현대사를 보면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암살당했고, 전두환은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한국 정치가 거친 것은 사실이지만 평화로운 시스템이 작동됐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변화를 맞아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는 국민의 변화의 열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 새로운 정부의 성공과 실패, 양단간에 결과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민의 선택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다. 어쨌든 한국 민주주의 자체에 있어 탄핵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은 굿 스토리다. 그러나 동시에 아주 슬픈 스토리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너무나 슬픈 일이다. 나는 박 전 대통령이 아주 슬픈 사람(sad person)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한국 정치사에서 비극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탄핵은 최고 권력자라도 법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과 진리를 역설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굿 스토리다.”

 

―트럼프 대통령도 탄핵 위기에 처해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만큼의 법률적 위반 행위와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탄핵 절차는 오직 법률적 사실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 현재까지는 의혹일 뿐이다. 트럼프 캠프의 멤버들이 대선 기간 중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것인데, 사실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더라도 탄핵 절차를 가동할 만한 사안인지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 탄핵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코미 전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게이트’ 조사 중단을 요구하는 압력을 가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것인데, 우리는 아직 그런 상황과 주장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지 못했고, 최종적인 결론에 도달하지도 않았다. 그런 요구가 불법인지, 아니면 불필요한 것인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와 근거가 아직 불충분하다. 그런 상태에서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미국민은 예단하지 않는다. 탄핵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조사 결과로 판단될 것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위법 사실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결론은 ‘우리는 예단해서는 안 되고, 판단의 최종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주한미군 배치를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국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결정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국가는 외부의 압력에 대해 스스로를 방어하는 자위적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은 자체적인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개발이 완료돼 시스템이 도입되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시점에서 사드는 한국의 방어뿐만 아니라 미국의 방어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중단되기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경제보복 조치도 취하고 있다. 사실 한국 입장에서는 논란을 빚고 있다고 하지만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이 한국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서 지킬 수 있는지를 따져 보면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없다면 사드도 필요 없다. 문제를 복잡하게 바라보면 풀리지 않는 법이다.”  

 

―중국은 사드의 X-밴드 레이더가 자신들의 군사시설을 탐지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시설을 파악할 수 있는 많은 수단이 있다. 인공위성을 통해 지상에서 움직이는 군사용 차량의 숫자까지 파악이 가능하고, 수많은 채널을 통해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한국, 일본 3개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미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특성을 비교해 주십시오. 

“하하, 커다란 주제인데, 간단히 말해 보겠다.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은 매우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주 다른 측면을 갖고 있다. 한국 사람은 개방적이고 솔직하다. 한국과 일본은 긍정적으로 미래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공통의 이익을 찾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그 안에서 역사문제를 다루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래를 위해 현시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일본은 식민제국주의 피지배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그 얘기는 한국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이 지난 상황에서 오늘날의 일본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한국은 식민지였지만 돌아보면 70여 년 동안 독립국이지 않았나. 그리고 지금 한국과 일본은 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많은 관계와 현안을 안고 있다. 경제적인 협력, 정치적인 협력, 군사적인 협력, 환경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래를 위한 접근을 돌아보라. 1998년 김 전 대통령은 일본 방문에서 위안부 배상책임을 일본 정부에 더 이상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서 과거를 용서하지 못하면 현재가 어려워지고 발전된 미래도 기대하기 힘들다. 나는 미래에 집중한 김 전 대통령의 철학을 문재인 대통령이 공유하기를 바란다.”  

문화일보 인터뷰 = 이제교 국제부장 jklee@

 

■2017.06.23 "트럼프는 워낙 예측불허 성격… 文대통령, 가르치려 들지 마라"

[그린 美CSIS 부소장 인터뷰]

- 韓·美정상회담 어떻게 보나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러시안룰렛 게임 될 수 있다"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은 19일(현지 시각) 워싱턴 CSIS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달 말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러시안룰렛 게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허의 성격이라 의외의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 (무엇을 하는 게 좋다든지 하는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삐걱거렸던 한·미 관계를 직접 경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정인 특보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미사일) 동결을 제안한다면 그건 실수가 될 것이다. 너무 순진한 것으로 비칠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라 유사시 대비 훈련이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종의 '러시안룰렛'이다. 여섯 개의 구멍 속에 총알은 하나뿐이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청와대도 신경이 많이 쓰일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조언한다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르치려 해선 안 된다. 공통적이고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자신이 나이도 경험도 많다고 생각해 (햇볕)정책을 선택하라고 강의하려고 했다. 큰 실수였다."

 

-사드가 신속히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뭔가.

"사드는 (한·미) 동맹의 결정적인 문제다. 한반도 방위와 미군 보호가 걸려 있다. 만약 사드가 철회되면 1976년 카터 전 대통령의 주한 미군 철수 시도 이후 최대 쇼크가 될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외교적 수단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포기시킨다는 것은 헛된 꿈이다. 핵·미사일 동결도 희망이고 꿈이다. 대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대화를 이유로 북한과 안보를 거래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나.

"문재인 정부는 사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미국에는 '사드 배치 철회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중국에는 사드 배치가 재검토될 것 같은 신호를 주고 있다. 이는 미·중뿐 아니라 북한까지 한국에 압력을 넣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워싱턴=강인선 특파원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18년 01월 26일 마크 내퍼 주한 美대사대리 - “美는 對北 군사옵션 앞서 경제·외교 압박 극대화 할 것”

▲  마크 내퍼 주한 미 대사 대리는 24일 오후 서울 주한 미 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핵이 중대한 위협이지만, 한·미 동맹은 그간 수많은 위협을 해결하면서 강해졌고, 북한 문제 또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마크 내퍼 주한 美대사대리 

北核 협상용이냐 공격용이냐  
목적규정 중요한 게 아니라  
당면한 위험이라는 게 핵심  

北 불법적 核·미사일 도발과  
韓·美의 합법적 방어훈련을  
같은 선상에 놓고 봐선 안돼  
, 韓·美훈련 영구중단 주장  
말도 안되고 절대 수용 못해  

펜스, 평창서 韓美동맹 확인  

北도발 공동저지 협의할 것 

 

한·미 동맹이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북 압박,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 우선 접근법을 갖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긴밀 공조를 얘기하지만 내부적 긴장이 커지는 기류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북한이 끼어들어 민족 공조를 내세우며 한·미 동맹을 흔들고 있어 올림픽 무대가 미국의 ‘인내력 테스트’의 장이 되는 형국이다. 이 같은 민감한 시기에 주한 미 대사관을 총괄하고 있는 마크 내퍼(48) 대사 대리를 24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김영삼 정부 때 북핵 1차 위기, 김대중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을 서울에서 겪었고, 이제 미 대사관에서 북한의 핵 도발과 평창올림픽 전후의 복잡미묘한 한·미 관계를 총괄하는 내퍼 대사 대리는 국무부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다. 1993년 국무부에 들어간 뒤 25년간 외교관으로 쌓은 관록 덕분인지 그는 인터뷰 내내 균형감을 잃지 않았고,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주재국에 대한 배려와 동맹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답변을 했다. 그렇지만 그의 표정이나 발언 곳곳에는 동맹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배어 있었다.

 

―업무 협의차 워싱턴 방문 후 22일 서울로 왔는데, 남북대화 진행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는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도 밝혔듯이 북핵을 논외로 한 상태에서 남북관계가 진전되긴 어렵다는 것이 한·미 양국에 공유돼 있다. 워싱턴에서도 비핵화 문제에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미국 대표단장으로 평창올림픽에 참석하는데, 워싱턴포스트는 브뤼셀발 뉴스에서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평창메시지를 가로채는(hijack) 것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 온다”고 전했다. 톤이 이례적으로 강하다.  

“고위 당국자들의 방한은 안보적 측면 등에서 의미 있는 행보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고, 강력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기 위해 방한한다. 한·미 양국은 펜스 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한의 도발을 공동으로 저지해나간다는 데 의견을 모을 것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확정에 앞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연기됐고, 오는 4월 1일 재개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이제 한술 더 떠 한·미연합훈련 완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쌍중단을 주장하고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도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등을 얘기하고 있다. 문 정부가 남북 대화 진전 시 또다시 한·미 훈련 일정 재조정이나 축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가 여러 차례 분명히 얘기했듯이 쌍중단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이 불법적으로 자행하는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동맹의 합법적인 방어훈련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협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한·미연합훈련 연기는 평창올림픽을 위한 결정이고, 패럴림픽이 종료되면 곧 재개될 것이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 주장을 펴는 것과 관련, 내퍼 대사는 25일 추가 인터뷰에서 “북한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연기 제안을 미국 측에 했다고 평창행 기차 안에서 가진 NBC 인터뷰 때 공개해 미국 측이 당혹스러워했다고 들었는데. 

“훈련 연기 문제는 한·미 간에 논의돼 왔다. 우리는 한·미 양국 최고 지도자 간, 그리고 외교 당국 간에 긴밀하게 협의해왔다. 올림픽 정신에 기반을 두고, 한·미연합훈련 문제와 올림픽이 연계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연합훈련은 패럴림픽이 끝난 뒤 곧바로 재개한다는 데 합의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인 오는 2월 8일 건군절 행사라는 명분으로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올림픽 정신을 존중한다는 선의에 기반을 두고 연례적인 한·미연합훈련까지 연기했는데 북한이 올림픽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어깃장을 놓으며 군사훈련을 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행태를 보면서 이러자고 훈련 연기를 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마저 든다. 기가 막힌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북한이 올림픽 정신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한 선의를 묵살하는 식으로 상호 모순되는 결정을 했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다고 해놓고 스스로 원칙을 훼손하고, 명분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평창올림픽 미 방송 주관사인 NBC가 마식령 스키장 현장 취재기를 내보냈는데, 마식령 스키장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의 대표 케이스다. 이 시설 이용이 제재 위반에 해당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미 간에 제재 위반 관련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나.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제재 위반 사항에 대한 체크는 한·미 간에 매일 진행되고 있다. 1월 초부터 미 대사관은 청와대·외교부 등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북한 인사들의 방남 문제, 그리고 북측의 이벤트 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문 정부도 제재 문제를 아주 민감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협력을 긴밀하게 진행 중이다. 제재 위반 문제가 있다면 제기되겠지만, 지금 그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우리는 동맹 정신에 기반을 두고, 긴밀히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 핵잠수함인 텍사스함이 부산항으로 들어오려다 협의가 잘 진행되지 않아 일본 사세보(佐世保)항으로 최종적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미 긴밀 공조라는 말이 무색한 것 아닌가.

“군함이나 잠수함 작전에 관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다.”

 

―미국은 핵·미사일 도발 저지를 위해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퇴출시키자는 캠페인을 해왔는데 문 정부는 올림픽을 기점으로 북한을 다시 국제사회에 끌어들이자는 쪽으로 움직이고,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는 자제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 대북 접근법을 둘러싼 한·미 간 충돌이 본격화하는 것 같다. 

“그 같은 두 개의 움직임과 노력은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 물론 우리 입장은 대북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 지도자를 세계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문 정부의 입장은 올림픽에 북한을 참가시킴으로써 국제 협력의 가치를 알게 하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말했듯이 남북관계 진전과 비핵화는 상충하는 게 아니라 함께 추구돼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추가 도발과 비핵화 중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올림픽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현 국면에서 한·미 간에는 북핵 대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라는 2개의 전선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세탁기 등에 세이프 가드를 발동했다. 대북 압박에 문 정부가 소극적이니까 통상을 통해 우회 압박을 하는 게 아닌가? 이제 한·미 FTA는 어려운 상태로 진입하는 것 같다.   “우리는 문 정부와 대북 압박·제재 공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문 정부가 국제사회와 함께 좀 더 적극적으로 제재에 나서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미 FTA와 관련해 현대차와 삼성 등이 대미 투자를 늘린 데 대해 우리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얘기했던 것처럼 무역이 좀 더 공정해져야 한다고 본다. 한·미 FTA의 서비스 부문에서는 미국이 흑자지만, 제조업 부문에서는 미국의 적자가 많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FTA가 좀 더 공정해야 하고 양국 노동자들이 좀 더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대북 압박에 협조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환율 및 통상 압박 카드를 쓰겠다는 언급인 만큼 한국에도 적용하려는 게 아닌가?

“통상 및 무역 문제와 문 정부의 대북정책 문제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대한 적자액은 대중 적자의 30분의 1, 대일 적자액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유독 한국을 타깃으로 한 것은 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한 불만 표시이고, 우회적 경고가 아닌가. 

“주목할 것은 미국에 한국은 FTA를 하고 있는 나라인데도 무역적자가 지난 5년간 아주 많이 늘어난 나라라는 점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간 무역과 통상이 더 공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개정협상을 시작한 것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사드 보복 때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다가 미국의 세이프 가드 발동에 대해선 WTO 제소 방침을 밝혔다. 미·중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을 하는 것인데 어떻게 보는가  

“현재 상황의 진전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23일 미국기업연구소(AEI) 연설에서 북핵은 방어용이나 협상용이 아니라 대미 공격용이라고 규정했다. 미 당국자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북핵이 대미 협상용이라는 입장이다. 북핵에 대한 한·미 간 입장 차가 너무 큰 상태다  

“폼페이오 국장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북핵이 협상용인지, 방어용인지, 아니면 공격용인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이 무엇이든지 간에 북핵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북핵은 우리 모두에게 닥친 당면 위협인 만큼, 관련국들이 그 위험성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다.  

 

―폼페이오 국장은 앞서 북핵 저지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고, 다른 전문가들은 6개월설 등도 얘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몇 달이 아니라, 이미 우리 모두에게 당면한 심각한 위험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그리고 미국, 전 세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그런 만큼 저지 시한이 몇 달 남았느냐를 따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은 2017년 혁신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지난해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1년 차로 여러 혼란이 있었고, 한국은 대통령 탄핵 후 대선 등으로 내부 문제에 집중하느라 북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북한의 ICBM 기술 혁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이 그렇게 기술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방치한 것은 정보당국의 실패인가, 아니면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인가. 

2017년이 북한의 미사일 기술 혁신이 있었던 해라고 특정하긴 힘들다고 본다. 북한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미사일 도발을 해왔고,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도 북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시리아 내전, 그리고 남중국해 문제 등 수없이 많은데,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넘버원으로 올려놓고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나 러시아의 ICBM 기술이 북한에 유입된 것이라면, 미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 차원에서 관련국을 더 강하게 제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의 ICBM 기술에 특정 나라가 관여됐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보는데 거기에 대해선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남북당국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제기됐을 때, 북측이 남측과 비핵화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 문제는 미국이 다뤄야 하는 어젠다인 동시에 한·미 동맹이 다뤄야 할 문제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할 문제다. 북한의 불법적인 핵 개발은 우리 모두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최근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진전됐다. 

 

―밴쿠버 회의 얘기를 했는데, 캐나다는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주도권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 6·25 참전국 외교장관을 초청해 북핵 해법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 상당히 신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선, 캐나다는 글로벌 현안에 대한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많이 행사해왔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제 얘기는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캐나다의 외교적 역할이 크지 않았다는 것인데

“물론 그런 측면은 있다. 밴쿠버 회의는 캐나다와 미국이 공동 주최한 것인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25 참전국들이 무엇을 더 할 수 있는 것인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북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외교의 장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도 밝혔듯이 군사옵션 행사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려고 한다. 그래서 6·25 때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리고 힘을 합쳤던 나라들이 다시 뭉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밴쿠버 회의를 비난하고 있는데. 

“회의에 앞서 두 나라도 초청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중·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북핵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이행할 의무와 책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중·러 양국의 책임성을 강조하며 다른 나라들의 적극적 역할도 계속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캐나다와 함께 6.25 참전국을 소집한 것은 대북 제재에 중·러가 협조하지 않으면 이라크전 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형성했던 것처럼, 중·러를 빼고 대북 압박 국제연대를 강화해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미국이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의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6·25 참전국들이 60여 년 전 함께 힘을 모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함께 제재와 압박 공조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을 공유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우리가 대북 제재·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공조를 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렇지만 밴쿠버 회의는 대북 압박을 위한 경제 및 외교 수단에 집중하는 모임이지, 이라크전 때처럼 군사옵션을 쓰려는 연대 모임은 아니다. 

 

―제재를 위한 연대, 압박을 위한 연대라는 것인가. 

“물론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밴쿠버 회의에서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을 제안했는데, 6·25 참전국들이 대북 해상봉쇄 공조 쪽으로 가는 것인가. 

“북한은 아주 교묘하게 제재 회피 작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참전국들이 북한의 불법무기 거래 등을 힘을 합쳐 저지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선박 간 환적 문제가 심각한데 최근 한국 정부와 협력해 여수에서 북한 화물을 실은 선박을 적발했다. 해상차단 문제도 동맹 및 우방국들과 연대해 북한의 교묘한 제재 회피 행태를 저지해보자는 목적에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 

 

―부시 행정부 때 시작된 대량파괴무기확산방지구상(PSI)이 더 강화되는 것인가. 밴쿠버 회의에 PSI 실무그룹도 모였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PSI에는 이미 10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기존의 PSI를 어떻게 활성화하고 강화할 것이냐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국이 온통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시끄럽다가 이제 평창올림픽으로 이슈가 넘어갔는데 문 정부는 여전히 임시 배치 입장을 밝히고, 중국도 임시 배치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사드 임시 배치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사드 배치는 한·미 동맹의 결정이었다. 미국이 홀로 한 것이 아니고, 한국 혼자 결정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중국이 계속 사드 배치를 문제 삼는데, 그것보다 북한의 위협이 본질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다. 우리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부당하다고 보며, 하루빨리 접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화장품과 K-, 자동차 등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중단해야 한다고 공식적이나 비공식적으로나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퇴임 후 방한 때 미국이 아무리 사드에 대해 중국에 설명하려 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중 설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여론이 많다. 그래서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너무 가혹한 보복을 받았는데, 미국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중국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말할 위치는 아니지만, 우리는 중국 측에 사드의 기술적 측면은 물론,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해, 어떤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세밀하게 설명했는데 중국인들의 마음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 우리의 설명에 대해 진지하게 들으려 하지 않았고 이미 입장이 정해져 있는 듯했다. 북한의 미사일은 한·미·일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중국은 거기서 빠져 있다고 보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중국에도 위협이라는 것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방한 때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해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문 정부는 회의적 태도를 보여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는 듯하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인도·태평양 구상은 철학 또는 이 지역에 대한 접근법이라고 보면 된다. 전통적으로 인도·태평양은 2개의 서로 다른 지역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2개의 거대한 대양을 연결해볼 필요가 있다. 인도는 부상하는 거대 국가이고, 미국은 그런 측면에서 인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이라는 개념은 인도와 태평양을 넘어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도의 동북아에서의 역할 확대도 기대한다. 문 대통령도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논의해나갈 부분이 많다고 본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위해서도 그런 인식이 필요하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에 맞대응하기 위해 제시된 듯한데.

“일대일로는 길과 항구를 만들면서 무역을 촉진하는 것이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한 협력도 하고 있는데 미국은 국제적 기준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견지되면서 AIIB가 진행되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국제기준에 맞게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김영삼 정부 때와 김대중 정부, 그리고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근무해 한국 근무가 3번째인데, 그간 한국의 변화상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내가 1993 3월 국무부에 들어간뒤 첫 근무지가 한국이었다. 당시 대사관 정무과에서 일했는데 당시 국제기구, 화학무기 기구 관련 자료를 외교부에 전달하면 낯설어했다. 그런데 20여 년 만에 한국은 완전히 달라졌다. 유엔사무총장도 배출했고, 수많은 조약에 참여하고 아프리카, 남미 국가와의 개발협력사업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내가 처음 왔을 때 한국은 북한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제 글로벌 파워다. 한국의 그런 변화에 대해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 진정으로 글로벌 국가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다. 

 

―한국의 반() 사드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울 때, 그리고 주한 미 대사관을 포위하며 시위할 때도 있었는데 문 정부는 그대로 넘어갔다. 그런데 반북 시위대가 인공기를 태웠다고 조사한다고 해서 문 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미국 쪽에서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런 행동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성조기를 태우는 행위로 처벌받지 않는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영역이다. 인공기 소각 사건은 한국 정부가 처리할 문제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만큼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 후 여론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대북 비판론이 느는 반면 한·미 동맹 지지층은 장년층에서 청년층으로 확장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평창올림픽을 둘러싸고 평화올림픽 대 평양올림픽이라는 댓글 경쟁이라는 새로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는 한국의 그런 역동성을 존경한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 기적을 이루고 민주화도 했다. 올림픽 국면에서 북한의 참가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미 동맹에 대한 지지가 80%에 달하고 한국의 장년층은 물론 젊은층에서도 지지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주목한다. 한·미 동맹에 대한 지지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게 아닌 만큼 서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인터뷰 = 이미숙 논설위원 musel@munhwa.com

 

■ 2018.02.18 『블랙 카운트』로 퓰리처상 받은 톰 리스 인터뷰

삼총사』 작가 뒤마 아버지, 유럽 최초 흑인 4성 장군 … 나폴레옹보다 더 존경받아

▲올리비에 피샤 할아버지가가 그린 알렉상드르 뒤마. 유럽과 미국 통틀어 4성 장군 자리에 오른 첫 흑인이다. 뒤마 박물관 소장. [사진 영림카디널]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유명한데 이름이 같으면, 둘을 구별할 때 ‘아버지·아들’을 이름 앞에 붙인다. 예컨대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로 미국의 제41(조지 HW 부시), 43(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구분한다.

 

‘아버지 뒤마(Dumas père), ‘아들 뒤마(Dumas fils)’도 같은 경우다. ‘아버지 뒤마’인 알렉상드르 뒤마 페르(1802~1870)는 『몽테크리스토 백작』 『철가면』 『삼총사』로 유명하다. ‘아들 뒤마’인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1824~1895)는 『춘희』 『사생아』 『방탕한 아버지』 『금전 문제』와 같이 ‘부인과 어린이의 바른 권리를 주장하고 남성과 금력(金力)의 횡포를 경계하는 작품’으로 필력을 자랑했다.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1853)’는 뒤마의 『춘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아이티서 노예 아들로 태어난 뒤마
14
세에 프랑스로 와 최고 교육 받아

이등병 입대, 혁명 덕에 승승장구
아들·손자와 달리 문인 아닌 군인

왜소한 나폴레옹, 182cm 뒤마 시기
폐지됐던 노예제 8년 만에 재도입

뒤마·나폴레옹 모두 ‘아웃사이더’
정체성 고민 과정에서 창의력 발휘

  
하지만 우리는 ‘할아버지 뒤마’인 알렉상드르 뒤마(1762~1806)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들·손자와 달리 문인이 아니라 군인이었던 할아버지 알렉상드르 뒤마는 놀라운 인물이다. 할아버지 뒤마를 부활시킨 인물은 『블랙 카운트(Black Count)·검은 백작』를 쓴 미국 전기 작가 톰 리스(Tom Reiss·53). 그는 자료를 찾기 위해 카리브해·유럽·중동을 샅샅이 뒤졌다.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전기·자서전 분야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책은 한국어(『검은 몽테크리스토』) 20개 언어로 번역됐다

 

▲하버드대를 1987년에 졸업한 리스는 바텐더·록밴드 ·배우 생활을 거친 1989 휴스턴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글쓰기를 배웠다. [사진 로버트 페퍼]

 

할아버지 뒤마는 아이티에서 태어났다. 당시 아이티는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식민지였다. 그의 아버지는 몰락한 프랑스 후작, 어머니는 흑인 노예였다. 할아버지 뒤마의 아버지는 프랑스로 돌아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들 알렉상드르를 노예로 팔았다가 얼마 후 다시 사들인다. 14세에 프랑스에 온 할아버지 뒤마는 최고의 교육을 받는다. 프랑스군에 이등병으로 입대했다. 장교가 될 수 없는 경력을 가졌지만 프랑스 혁명(1789~1799) 덕분에 할아버지 뒤마는 1793 4성 장군이 돼 53000명의 병력을 지휘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을 통틀어 4성 장군 자리에 오른 최초의 흑인이다. 미국은 1975년에야 최초의 흑인 4성 장군을 배출했다. 미 공군의 대니얼 제임스 2(1920~1978)
  
할아버지 뒤마는 ‘반혁명분자’로 몰리기도 했다. 게다가 나폴레옹은 그를 시기했다. 왜소한 나폴레옹과는 달리 그는 기골장대(氣骨壯大)했다. 키가 182㎝를 넘었다. 할아버지 뒤마의 인생이 오늘의 세계에 전달하는 메시지가 궁금해 톰 리스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질의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할아버지 알렉상드르 뒤마에게 배울 것은 무엇인가.

응답 :“그는 인생에서 만난 모든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가 살았던 세상의 정치체제는 지금 못지않게 혼란스러웠다. 모든 게 불확실한 고위험(high-risk)시대였다.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서 그는 노예의 아들이자 귀족의 아들로 인생을 헤쳐 가야 했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전향적·열정적·긍정적 자세로 사는 법을 터득해 난국을 돌파했다. 그는 형편없는 장비를 탓하지 않고 알프스를 넘었다. 전투에서 패하면 정치인들이 그를 문책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운명이었다. 실수는 곧 처형을 의미했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이 포기하고 주저앉을 상황에서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고 두려움을 물리쳤다. 그는 정치 상황에 굴하지 않고 영웅이 됐다. 인생을 최대한(maximum)으로 살았다. 결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았다. 항상 빠져나올 방법이 있다고 믿었다.

  

질의 :그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었을까.

응답 :“믿기 힘든 그의 힘의 원천은 그가 아이티와 프랑스라는 두 문화 중에서 그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다는 데서 나왔다. 그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적들조차 그를 존경했다. 그는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었으며 희망과 위엄을 잃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배운 교훈은 용기와 적응 능력의 힘이다.

  

질의 :한국에서도 아버지 뒤마와 아들 뒤마는 유명하다. 하지만 할아버지 뒤마의 전기를 읽을 필요에 대해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응답 :“한국인들이 역사와 신화·전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나는 놀라운 한국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내 책은 사실에 기반한 역사와 신화·전설을 『블랙 카운트』라는 한 권의 책으로 완벽하게 결합했다. 한국인들은 역사 시대를 촘촘하게 재구성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 책을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세계는 지금 긴장감이 극에 달해 있다.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나는 한국이 그러한 긴장감의 측면에서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알렉상드르 뒤마 장군은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질의 :할아버지 뒤마의 야심은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가. 그는 프랑스 황제가 될 수 있었을까.

응답 :“그럴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대 문제는 그가 나폴레옹과 경쟁 관계에 놓였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나폴레옹은 그를 싫어했다. 나폴레옹과 그가 이집트를 침공했을 때 이집트 사람들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전열의 맨 앞에서 병사들을 이끄는 알렉상드르 뒤마가 프랑스군 지휘자라고 착각했다. 나폴레옹은 탁월한 전략가·전술가이자 사상가였지만, 사람들은 나폴레옹보다는 뒤마를 더 사랑하고 따르고 존경했다. 뒤마는 영감을 주는 리더였다. 알렉상드르를 시기한 나폴레옹은 그를 항상 견제했다. 어쩌면 알렉상드르는 황제가 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인물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했다. 부분적으로는 알렉상드르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나폴레옹은 1802년에 1794년 폐지됐던 노예제뿐만 아니라 인종주의를 프랑스 제국에 다시 도입했다.

  

질의 :당신은 할아버지 뒤마가 아버지 뒤마의 작품인 『몽테크리스토 백작』 『철가면』 『삼총사』에 모티브를 제공했다고 논증한다. 아버지 뒤마는 네 살 때 할아버지 뒤마가 사망하자 “아버지를 죽인 신()을 죽이러 하늘로 가겠다”고 했다는데 할아버지 뒤마는 손자인 뒤마 피스에게도 영향을 미쳤는가.

응답 :“그렇다. 그는 파리에 할아버지의 조각상을 건립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업적을 프랑스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뒤마를 오늘의 역사 속으로 부활시킨 것은 내 책이라고 자부한다.

  

질의 :이 책이 퓰리처상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응답 :“전혀 예상하지 못 했기 때문에 수상 소식에 깜짝 놀랐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해조차 완전히 바꾼 역사학책이라는 점과 일반 독자층이 두껍다는 점이 동시에 작용했다고 본다.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7년 동안 연구했다. 하버드대 등 전 세계 대학에서 교재로도 채택됐다. ‘영감을 주는(inspirational)’ 자기계발서처럼 읽히기도 한다. ‘내가 읽은 역사책 중에서 내가 좋아하게 된 책은 이 책 한 권이다’라는 분에 넘치는 말도 들었다.

  

질의 :전기 작가가 된 계기가 있는지.

응답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우리집의 선대(先代)는 히틀러 나치의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이다. 가족사가 전기 작가의 길로 인도했다. 집안사람들 다수가 제2차 세계대전 때 사망했다. 미국 이민에 성공한 집안 어른들의 파란만장한 탈주기를 기록하다가 역사 속 개인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결국 전기 작가가 됐다. 서울이나 뉴욕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는 역사를 깊게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전기 읽기가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질의 :유대인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응답 :“사회의 아웃사이더(outsider)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조상들은 유럽과 중동 전역에서 미국으로 왔다. 그들은 박해를 피해 다른 곳으로 떠나 새 삶을 시작했다. 유대인들을 포함해 모든 아웃사이더에게는 힘이 있다. 아웃사이더는 사회를 외부와 내부라는 두 개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아이티 출신 알렉상드르도 코르시카 출신 나폴레옹도 아웃사이더라는 게 공통점이다. 외부 압력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 시작해야 하는 아웃사이더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이다. 나 또한 내가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망각한 적이 없다. 정체성을 잊지 않는 데서 힘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거대한 창의성이 한국에서 분출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또한 정체성 갈등을 창의적으로 사회에서 승화하려는 한국인이 노력이 원인 것 같다. 창의성을 발휘하려는 사람은 결코 편안할 수 없다. 벼랑 끝까지 몰려야 한다.

  

질의 :『블랙 카운트(Black Count)』는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언제 나오는가.

응답 :“아마도 2019년이다. 지금 영화를 찍고 있다.

  

질의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응답 :“내가 지금 있는 곳은 뉴욕 인근에 있는 코리아타운이다. 나는 곧 한국 친구들과 코리안 바비큐를 먹으러 갈 것이다. 내가 한국 음식과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고 독자들에게 알려 달라.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2018-02-24 이방카 방한, 본보-채널A 한국언론 첫 인터뷰

이방카가 밝힌 한미 현안

▲검정 원피스 갈아입은 이방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의 만찬 장소인 상춘재로 이동하고 있다. 검은색 원피스 차림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할 때는 주름진 상아색 폴라티에 흰색 긴 치마, 검은색과 흰색 체크무늬 롱코트 차림이었다. 금발을 어깨까지 늘어뜨린 모습으로 입국한 이방카는 화려하고 정돈된 헤어스타일로 청와대에 나타났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북핵 위기를 둘러싼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최근 한국을 찾은 미국 고위급 인사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명확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인물은 단연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 딸 이방카가 막 한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기에 그보다 더 스마트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적어 이방카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재확인했다 

공식적으로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미국 선수들을 치하하기 위한 방문이지만 이방카 보좌관의 역할이 여기에만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참모가 한국에 전달하는 백악관의 메시지는 뭘까. 이방카 보좌관은 23일 동아일보-채널A와 서면으로 진행된 단독 인터뷰에서 ‘최대의 압박’을 기조로 한 미국의 대북 정책과 북한 인권, 한미 간 무역 갈등은 물론 여성의 사회 진출까지 양국의 주요 관심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은 이 문제(-미 대화의 조건)에 대해 매우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고, 북한을 상대로 공동의 ‘최대의 압박’ 전략을 (추진할 것임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왔습니다. 우리는 동맹국들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방한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북한의 이방카’라고 표현한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방한 역시 북한 김여정의 방한과 비교되고 있는데, 만약 김여정을 직접 만난다면 어떤 첫마디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요. 

“북한에서 온 그 누구와도 만날 계획이 없습니다. (김여정과의) 비교에 대해선 (그와 같은 비교보다는) 한국에 있는 나의 자매들(my sisters in South Korea)과 공통 관심사에 대해 더 기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 핵심 메시지는 한국 국민을 향해 있습니다. 바로 ‘훌륭한 올림픽을 치른 것을 축하드리고, 저와 미국 대표선수들, 그리고 대통령 사절단을 여러분들이 일궈낸 환상적이고 현대적이며 역동적인 나라에서 환대해주신 것에 감사한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방북해 김정은을 만날 의사가 있나요.
“대통령과 국가안보팀, 그리고 국무부는 북한을 상대로 ‘최대의 압박’ 정책을 실시 중입니다. 제가 한국에 온 이유는 재능 있는 미국 선수들을 축하하고 한국 국민들과의 우정과 그들에 대한 존경, 그리고 지지의 메시지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이방카 보좌관은 자신이 북한 김여정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그보다는 한국에 있는 자매들과 이야기하고 싶다”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번 방한 기간 중 북한 인사들과 만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역할을 맡을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출신 보좌관이 중대한 외교적 업무를 맡는 것에 회의적인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한 듯한 답변이기도 했다 

북한 인권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미국의 ‘인권 공세’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의회 국정연설에서 “그 어떤 정권도 북한의 독재정권만큼 자국민을 잔혹하게 억압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 비해서는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 국회, 그리고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언급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했습니다. 불법적이고 잔혹한(illegitimate and inhumane) 독재자가 북한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점인가요.
“북한은 가장 억압적이진 않더라도 의심의 여지 없이 세계적으로 억압적인 정권 중 하나입니다(one ofif not THE mostrepressive regimes). 북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마음이 아픕니다. 한국의 아름다움과 힘, 그리고 성공은 북한의 참상을 더 비극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한국인이 폭압으로부터 자유롭고 스스로의 재능을 개발할 수 있으며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어떤 일들이 가능한지 직접 보게 됐습니다. 정말로 인상적입니다. 

―북핵 위기의 긴장 국면 속에 한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관세 부과 문제가 잠정적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갈등을 완화하고 상호 호혜적인 조항과 조건을 도출하기 위해 건넬 조언이 있는지요. 
“우리의 경제와 국가안보팀은 (한미 무역 문제와 관련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세 부과와) 다른 무역 문제가 잘 해결돼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 관계가 양국 간에 정착되고 양국의 경제가 공정한 경쟁의 장(a level playing field)에서 겨룰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방카 보좌관은 아이를 셋이나 둔 여성 사업가 출신인 만큼 일과 육아 병행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며 아버지 홍보에도 나섰다. 

―한국은 출산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일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한국 여성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요.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일과 가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한국과 비슷하게 미국에서도 2016년 출산율이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일터에서 여성을 막는 장벽을 제거하고, 일과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면서도 부모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력하게 지원해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요? 그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과 지향점은 무엇일까요. 
“트럼프 행정부는 일하는 가족을 지원하고 그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에 계속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개발과 역량 트레이닝을 개선하고, 부담 없고 접근이 쉬운 보육을 제공하며 이직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의회와 협력해 진작 실행됐어야 할 미국인 노동자를 위한 국가 차원의 유급 육아휴직 정책을 개발 중이고, 규제완화와 세금인하를 통해 기업가정신 육성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정책이 미국의 가치와 혁신 정신을 반영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에선 성차별과 남녀 간 임금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후세에 보다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추천할 만한 해법으론 무엇이 있을까요.
“전직 기업가이자 현직 공직자로서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하며 겪는 특수한 어려움에 대해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선 여성 기업가들이 자본, 인맥, 멘토, 그리고 공정한 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매우 중요하며 수익 창출도 기대되는 기술·공학 분야에 여성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합니다. 그동안 여성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 진출이 너무 적었습니다. 미래 일자리를 고민하면서 이런 현상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일터에서 여성의 힘이 커지면, 경제가 살고 더 안정적인 사회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이방카 보좌관은 막 도착한 서울에 대한 첫인상과 한국의 발전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올림픽 폐회식에 초대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밝히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무엇보다 전 세계의 나라를 초대해 그들이 능력과 힘을 선보이고 즐길 수 있도록 너그러운 호의를 베풀고 열심히 뛰어준 한국에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이 도시(서울)의 장구한 역사와 현대적인 장관은 정말로 놀랍습니다. 이는 한국의 끈기와 혁신, 그리고 불굴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미국 팀을 대표해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게 된 것을 굉장한 영광으로 여깁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께도 따뜻한 환대와 우정을 보여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김정안 채널A 기자

이방카 인터뷰 영어 원문 
-As special advisor to President Trump, what would you consider to be the preconditions for the US to be able to engage with North Korea? 
The President and his National Security team have made very clear their position on this question, and have affirmed repeatedly our joint strategy of maximum pressure on North Korea. We stand with our allies in insisting on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Your upcoming visit to the closing ceremony of the PyeongChang Olympics has been keenly anticipated, and the media made comparisons to Ms. Kim, Yo Jong, the younger sister of the North Korean dictator, Kim Jong Un, who attended the opening ceremony earlier this month. Given her stature and weight within the North Korea leadership, she has also been called as North Koreas Ivanka in some media reports. 
Against this backdrop, if you were to have a chance to meet her in person, what would be your first word and key message to her and/or North Korea? 
I have no plans to meet with anyone from North Korea. As far as the comparison, I would much rather celebrate our common interests with my sisters in South Korea. My main message is to the people of South Korea: congratulations on a great Olympics, and thank you for welcoming me, Team USA, and the Presidential Delegation to the fantastic, modern, vibrant nation you have built!

-Would you be willing to visit North Korea and meet Kim Jong Un if your visit could serve to reduce tensions on the Korean Peninsula?
The President, his National Security team and State Department are executing the maximum pressure campaign on North Korea. I am in South Korea to celebrate our talented American athletes and share a message of friendship, respect and support to the people of South Korea. 

-Many were touched by the passionate speech by President Trump during his visit to Korea last year, where he criticized the North Korean dictatorship for its record of human rights violations, a point he reiterated in the State of Union speech last month. Is it the stance of Trump Administration that North Korea is led today by an illegitimate, inhumane dictator? 
Unquestionably North Korea is one of-if not THE most-repressive regimes in the world. Our hearts break for the suffering of the North Korean people. Seeing the beauty, strength and success of South Korea only makes North Koreas plight more tragic. It is so impressive to see firsthand what the Korean people are capable of when they are free of tyranny and able to develop their own talents and realize their potential to the fullest. 

-The new tariff imposed by the United States is deemed by some as a potential source of rift between the two governments in the midst of North Korean nuclear tension. What would be your advice to reduce the tension and meet mutually agreeable terms and conditions?  
Our economic and national security teams are working hard on these issues. It is our hope that these and other trade issues can be resolved in ways that establish fair and reciprocal trade relations between our two countries, so that both economies can compete on a level playing field. 

-Birth rates in Korea are declining every year as women in general are faced with challenges of balancing parenthood and work. What is your advice to women in Korea as to how to maintain a balance between career and family? 
In our modern world, women should not have to choose between work and family. However, similar to Korea, the United States fertility rate hit a low in 2016. It is critical that we foster an environment backed by robust government policies that remove barriers for women in the workplace and enable working parents the opportunity to thrive as they balance the competing demands of work and family.

-What types of policies would be needed to encourage such a balance, and what are the key principles/goals that you believe should be the cornerstone of such policies?  
The Trump Administration continues to be focused on policies that support working families and allow them to succeed in the economy. We are advancing policies that improve workforce development and skills training, provide affordable, accessible childcare, lower turnover rates in business and fuel productivity. We are working with Congress to develop a long over-due national paid family leave policy for American workers and fuel the growth of entrepreneurship through deregulation and tax cuts. We aim for our policies to reflect our American values and our innovative spirit.

-Despite certain progress to date, women are still faced with gender bias and income inequality to varying degrees in Korea. What do you recommend as a solution to such a persistent problem, in order to enhance the future of our daughters and granddaughters?  
As both a former entrepreneur and current public servant, I understand the persistent and unique challenges that women face in the economy. In the United States, we are focused on womens economic empowerment, both domestically and globally. One way we hope to address these issues is through promoting entrepreneurship and removing the barriers that inhibit women entrepreneurs from reaching their full potential. We must ensure women entrepreneurs have access to capital, access to networks and mentors, and access to equitable laws. We also must focus on industry segmentation and increasing womens participation in high growth, lucrative fields, such as technology and engineering, which are so important in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Women have been historically underrepresented in the STEM fields, so as we consider the future of work, we recognize this must also change. When we empower women in the workforce, our economics prosper and we create more stable societies. 

-What are other messages you wish to convey to the public in Korea and those watching the Pyeongchang Olympics worldwide?  
First and foremost, I want to thank everyone in Korea for their gracious hospitality and tireless work to bring the nations of the world together to celebrate the talent and strength of our people. The ancient history and modern marvels of the city are truly remarkable. They are a testament to South Koreas resilience, innovation and unbreakable spirit. On behalf of Team USA and the entire U.S. delegation, it is an absolute honor to come to the closing ceremonies of the PyeongChang 2018 Winter Olympic Games and I want to thank President Moon and First Lady Kim for their warm welcome and friendship. 

-We know your daughter, Arabella, is a fluent Chinese speaker and also a fan of Japanese entertainer Piko Taro. Does she (or do you) have any favorites in Korea / Korean pop culture?  
Arabella loves watching k-pop videos and trying to learn the choreography. I will sometimes come home from work, and she will dim the lights and perform while her brother Joseph DJs and Theodore does a light show with flashlights. In advance of my trip I have been trying to expose my children to South Korean culture, and they have embraced it fully! 

-In this culture and age that glorifies youth and physical beauty, how do you define 
true beauty and how do you maintain it? 
True beauty is defined by integrity, conviction, confidence and clarity.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약력

1981년 출생 ▽펜실베이니아대 졸업(2004) ▽트럼프기업 개발·인수부서 부대표(2005)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 출연(20062015) ▽‘이방카 트럼프 파인 주얼리’ 설립(2007) ▽‘이방카 트럼프’ 패션 브랜드 론칭(2011) ▽백악관 보좌관(2017)

한기재 기자 김정안 채널A 기자

 

■ 2018.03.22 美 국제정치 석학 미어샤이머

"文대통령 美北중재 전략은 스마트… 해피엔딩은 기대 말길"

"한국, 중국 패권에 올라탔다간 '半주권국가' 신세될 것"

김정은 核포기 가능성은 0~1%… 트럼프와 진짜 만날 지도 불확실 

부시·오바마 對中정책은 실패

중국을 세계경제에 편입시키면 민주주의 국가 될 것이라 착각 

트럼프도 중국 패권 못 막아

이하원 논설위원

'우크라이나의 핵포기는 큰 실수' '북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유명한 존 미어샤이머(John Mear sheimer) 시카고대 교수가 방한했다.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미북 정상회담'과 중국 국가주석 임기 폐지로 외교·안보 뉴스가 주목받는 가운데 20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그의 강연에는 1000여 명에 이르는 청중이 참석했다. 좌석이 부족해 상당수가 서서 강연을 들을 정도로 열기가 넘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시간 넘게 맨 앞에 앉아 경청했다. 최근의 한반도 관련 정세를 진단하기 위한 미어샤이머 교수와의 인터뷰는 21일 오전 7시 15분부터 9시 30분까지 두 시간 넘게 진행됐다. 그는 자신의 국제정치 이론을 바탕으로 한순간도 멈칫거리지 않고 견해를 피력했다.

 

―20일 강연 후 당신과 대화하려고 늘어선 줄이 30m 넘게 이어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사인받으려는 사람은 많은데, 내 이름이 길어서 팔이 좀 아팠다(웃음)."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임기제한 폐지를 어떻게 보나.

"이 일은 시진핑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시진핑이 종신 주석이 되느냐, 아니냐는 큰 상관이 없다. 문제는 중국이 계속 떠오르고 있으며 부시와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중(對中) 개입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세계 경제에 편입시키면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생각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맥도날드가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을 안 한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프리드먼의 생각은 미국 리버럴(진보층)의 전통적인 생각이다. 중국의 부상(浮上)을 억제하기보다는 평화롭게 떠오르도록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 예상이 잘못됐다는 게 시진핑이 종신 주석이 되면서 입증됐다."

 

―떠오르는 중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함의는 무엇인가.

"중국이 아시아에서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패권국가가 된 중국에 한국이 편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한국은 '반(半)주권 국가(semi-sovereign state)'가 될 것이다."

 

―반주권국가는 중국의 식민지를 의미하나.

"그런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자율성을 가지지만, 외교·안보 면에서는 마음대로 못하고 중국의 조종을 받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한국은 중국이라는 새장 속에 갇힌 새가 될 것이다."

 

―중국과 북한 관계의 진실은 무엇인가.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가진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북한이 미국·일본에 대해 자극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더 불만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일본이 핵무장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더 관심을 쏟게 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연임이 확정됐다. 러시아가 중국처럼 한반도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지금 쇠퇴하고 있는 러시아가 과거의 소련이 될 가능성은 없다. 중국의 부상만이 동북아에서 진정한 위협이다."

 

―당신의 '강대국 국제정치' 이론에 따르면 미·중 간의 협력은 불가능한데.

"중국은 미국이 서구를 지배한 것을 흉내 내면서 아시아를 지배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힘센 국가가 되고 미국을 이곳에서 몰아내는 게 목표다. 그러니 충돌 안 할 수 없다."

 

―강대국끼리 평화롭게 지내는 건 불가능한가.

" 강대국은 두 개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 지역의 패권국이 되는 것과 다른 국가가 자신이 장악하는 지역에서 경쟁자로 떠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다. 미·중은 지금 그런 코스로 가고 있다."

 

―그러면 미·중 간의 전쟁이 불가피하나.

"전쟁 가능성보다는 긴장이 높아질 것이다. 동중국해, 남중국해와 한반도와 대만에서도 부딪히게 될 것이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21일 인터뷰에서 “중국은 과거 미국이 했던 것을 흉내 내며 지역의 패권 세력이 되려고 한다”며 “동아시아에서 미·중 충돌은 전쟁이 아니더라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고윤호 기자

 

―트럼프라는 '이단아' 대통령의 출현이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트럼프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에 맞서서 균형을 잡기 위한 연대(coalition)를 제대로 못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 시절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트럼프가 외교를 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체적으로 트럼프가 잘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국이 패권을 계속 확대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바보같이 중동에서 이란을 자꾸만 중국 쪽으로 몰고 있다. 터키도 그렇다. 지금 무역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고 미·북 정상회담이 5월에 열린다고 한국 정부가 발표했다. 어떻게 전망하나. "전망보다 먼저 두 사람이 만나 정상회담을 할지 불확실하다. 정상회담 준비가 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트럼프가 만나지 않으려 한다는 건가.

"트럼프는 자신의 참모들과 상의하지도 않고 덜컥 미·북 정상회담을 수락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김정은을 정말 만나고 싶은데 아직 양측이 기본적인 준비도 안 된 것 같다'며 회담 조건을 가지고 실무 회담을 먼저 하자고 하는 게 스마트할 것이다."

 

―예정대로 만나서 비핵화와 관련돼 괜찮은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괜찮은 합의라는 게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이 핵을 포기하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을 포기하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NSC 최고 책임자는 김정은에게 절대 핵을 포기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북의 핵 포기 가능성이 그렇게 낮나.

"그 가능성은 0.05%로, 0%에서 1% 사이다. 말하기 쉽게 1% 이하라고 하자(웃음). 리비아의 카다피는 바보같이 미국을 너무 믿었다.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한 결과가 무엇이었나. 이런 사정을 아는데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까."

 

―한국에서는 협상에 따라 북한의 핵 포기가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은 절대 하지 않는다. 중국도 그렇게 하라고 압박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전술핵무기가 철수한 것은 냉전해체 분위기에 따른 것인데 잘못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한 것도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큰 실수였다."

 

―북이 핵 포기를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가져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핵을 갖고 있는 북한에는 일단 억제(containment)가 최고 전략이다. 함부로 북한 정권 교체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 유엔 제재도 적절하게 하면서 제어해야 한다."

미어샤이머가 말하는 한국의 생존전략은…

"첫째는 韓美동맹, 美의 핵우산 써라"

 

미어샤이머 교수는 21일 "한국인들은 정말로 통일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가까운 장래에 남북이 통일될 가능성이 낮다. 북한이 통일을 바라지 않고 중국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슨 수로 통일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현실주의자다운 시각을 보여줬다.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불리한 나라로 한국과 폴란드를 꼽았다. 한국의 생존 전략은.

"폴란드가 지도상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생존 전략이 돼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서 6000마일 이상 떨어져 영토 욕심이 없다. 이런 나라로부터 핵우산을 계속 제공받는 게 중요하다."

 

―2004년 발간된 책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 미국의 핵우산 정책이 변하려고 하면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 그 경우엔 일본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를 평가하면.

"지금까지는 스마트하게 하고 있다. 미·북을 중재한 것은 잘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미·북 간에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열린다고 해도 '해피엔딩'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누구?]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 국제정치 이론의 주창자. 국가들이 세력 균형에 만족하지 않고 상대적 측면에서 다른 나라를 완전히 압도하려고 한다는 게 주 논지(論旨)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그는 2004년 자신의 대표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한국판 서문에 이렇게 썼다.'한국은 위험한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동맹 구조, 세력 균형, 강대국의 행동, 핵무기 등의 길고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펴낸 '이스라엘 로비'는 전 세계적으로 큰 논쟁을 촉발했다. 미 육사 출신으로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하원 조선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