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 정권의 국정농단 2021-11/ 11.01 LH 투기만큼 끓어오른다, 20대 이유있는 대장동 분노 - 11월 29일 위법 압수수색에 허위 영장도…공수처 수사가 범죄 수준
주사파 정권의 국정농단 2021-11/
11.01 LH 투기만큼 끓어오른다, 20대 이유있는 대장동 분노

▲대장동 사건 특검 도입에 대한 의견/한국갤럽 (10.26~28)
대장동 사건에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65%,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64%였다. 역대 주요 특검 때 여론과 비교하면 정부‧여당이 대장동 사건 특검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2003년 대북 송금 특검(코리아리서치 49%), 2008년 BBK 특검(한국갤럽 47%),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리얼미터 54%), 2018년 드루킹 특검(한국갤럽 54%) 등은 모두 찬성이 50% 안팎이었지만 여야 합의로 도입했다.
국민적 공분을 산 대장동 사건의 특검 찬성은 모든 연령층에서 과반수였다. 특히 20대의 분노가 가장 컸다. 갤럽 조사에서 20대는 대장동 사건에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가 72%였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의도적으로 개입했을 것’도 70%였다.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에 수천억원의 돈벼락을 안겨준 대장동 사건이 청년 세대가 민감하게 느끼는 ‘불공정’과 ‘부동산 좌절’을 동시에 건드렸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재‧보선도 LH 임직원 땅투기 사건이 청년 세대를 자극한 게 승부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에도 20대의 83%가 ‘LH 사건을 정부 합동수사본부가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컸다. 20대는 작년 4월 총선에서 여야(與野) 지지가 56% 대 32%였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인 서울시장 선거에선 35% 대 55%로 뒤집히면서 야당의 압승에 기여했다.
올해 LH 사건과 대장동 사건을 거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20대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작년 12월 갤럽 조사에서 20대는 ‘정권 유지를 원한다’와 ‘정권 교체를 원한다’가 46% 대 39%였지만, 얼마 전 조사에선 25% 대 55%로 완전히 바뀌었다. 20대는 정당 지지율도 작년 12월엔 민주당(36%)이 국민의힘(7%)을 압도했지만, 최근엔 국민의힘(31%)이 민주당(25%)을 추월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40%에서 25%로 떨어졌다.
청년 세대의 민심이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면 대선에서 승부의 추가 야당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유권자 세대별 구성비는 진보 성향의 35~54세(37%)와 보수 성향의 55세 이상(38%)이 비슷하다. 청년 세대인 18~34세(25%)의 선택이 승부를 가를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여당은 민심과 동떨어진 궤변으로 청년 세대의 ‘대장동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대장동 사업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하면서도 성역 없는 수사로 진실을 밝히자는 특검은 반대하고 있다. 야당을 향해선 “앵무새 같은 특검 주장은 국민적 피로감만 더할 뿐”이라고 했다. 여당이 의혹의 규명을 미적댈수록 청년 세대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재집권 꿈은 멀어질 것이다
11.02 대장동, 누가 투자하고 수익 챙겼는지 ‘돈 흐름’부터 밝혀라

▲중앙지검 부실수사 현주소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한 달 넘게 수사하고 있지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것 말고는 별다른 성과가 없다. 유씨를 구속할 때는 대장동 수익 가운데 성남시 몫은 1822억원으로 묶어버리고 나머지는 김만배씨 등 민간 업자들이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성남시민에게 수천억 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를 적용하더니 정작 기소할 때는 빼버렸다. 대장동 사건의 큰 줄기는 덮이고 잔가지만 남은 셈이다.
대장동 사건은 수천억 원의 특혜를 받는 대가로 수백억 원의 뇌물을 건네는 초대형 부패 범죄다. 수사의 성패는 ‘돈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달려 있다. 자금의 최초 출발지, 중간 경유지와 최종 도착지를 찾아내야 누가 얼마나 큰 특혜를 받았는지, 이 특혜를 받으려고 누구를 상대로 어떤 로비를 했는지 등 사건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대장동 ‘돈 흐름’에는 의문이 하나 둘이 아니다.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시행사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 580억원이 누구 돈인지부터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 절반인 700억원의 진짜 주인이라는 ‘그분’이 누구인지, 단수인지 복수인지도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 김만배씨와 그의 동업자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받아간 4040억원 배당금이 어디에, 얼마씩 쓰였는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만배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려갔다는 473억원의 쓰임새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치인과 법조인에게 50억원씩 전달됐다는 로비 의혹도 있다.
특혜와 뇌물 거래는 밀실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수사 기관이 확실한 물증을 내놓지 못하면 돈을 받은 사람이나 준 사람이 범행을 시인할 이유가 없다. 당사자와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계좌, 현금, 수표 등을 면밀하게 추적하는 게 수사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검찰은 유동규씨를 뇌물 혐의로 구속하면서 김만배씨에게서 현금과 수표가 섞인 5억원을 받았다고 했지만, 김씨 영장실질심사에선 전액 현금으로 건너갔다고 앞뒤 안 맞는 이야기를 하다가 구속 영장을 기각당했다. 어떤 돈이 건너갔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수사 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검찰은 대장동 사업에 어떤 사람들의 돈이 투입됐고, 그 결과 얻은 수익이 누구에게 얼마씩 돌아가게 돼 있는지 ‘돈 흐름’부터 제대로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01일 검찰, 김만배-정민용-남욱 영장 청구…유동규 ‘배임’ 기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1일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였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14일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된지 19일 만이다.
검찰은 651억 원대 배임 혐의와 5억 원의 뇌물공여 혐의로 김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배임 및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씨와 유 전 사장 직무대리 등은 2015년 3월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 지침서를 만들고 평가 배점을 바꾼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822억 원의 고정이익을 가져가도록 하고, 화천대유에 최소 651억 상당 택지개발 배당 이익 등을 몰아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당시 화천대유 측 사업자였던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도 배임 혐의에 가담했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김 씨와 남 변호사, 정 변호사에 대해 김 씨에게 올 1월 수표 4억 원과 현금 1억원 어치 등 총 5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도 있다고 봤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11월 02일 이재명 수사 않고 ‘유동규 배임’, 축소·은폐 뚜렷하다
검찰이 1일 대장동 사건과 관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4명의 민간업자를 배임 공범으로 규정하는 등 사건 개요를 내놨다. 그러나 늑장·부실 수사도 넘어 축소·은폐 조짐까지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장동 설계자는 자신이고 유 전 본부장은 실무자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검찰은 이 후보 조사는커녕 영장이나 공소장에 이름을 적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인 4명이 공모해 공모지침서를 민간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배점을 불공정하게 조정해 성남도공에 651억 원의 손해를 보였다. 우선, 피해 규모가 축소됐다. 드러난 민간업체 수익만 8500억 원대다. 유 전 본부장 영장과 김만배 영장의 피해액만 해도 각각 수천억 원과 1100억 원이다. 성남도공이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금액도 1793억 원이다.
그리고 배임 공모자를 5명으로 한정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성남도공은 성남시가 100% 출자한 기관이고, 주요 사안은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을 위해 성남도공을 설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이 후보가 전문성이 부족한 유 전 본부장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 후보가 유 전 본부장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황무성 전 성남도공 사장이 지분율에 따른 수익 배분을 주장해 걸림돌이 된 정황이 나왔고, 결국 중도 사퇴 압력을 받는 과정에서 ‘시장의 명’이 거론된 녹취록도 있다.
이 후보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아 배임 혐의 적용이 힘들다는 것도 잘못된 판단이다. 월성원전 사건에서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도 성급한 예단이다. 검찰은 수백억 원대의 자금 흐름 추적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1208억 원의 배당을 받은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을 소유했다는 ‘그분’의 실체도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한다는 여론이 68%를 넘었다. 이 상태로 수사가 끝나면 정권의 향배에 상관없이 재수사나 특검은 불가피하고, 수사팀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문화일보 사설
11.03 檢 대장동 배임 ‘수천억→651억’, ‘李 빼고 수사’ 누가 믿을까

▲검찰이 밝힌 ‘대장동 4인방’ 주요 혐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뇌물 혐의만으로 기소했다가 배임 혐의를 추가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그의 동업자인 남욱씨 등에 대해서도 배임 공범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겉으로만 보면 검찰이 대장동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사가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대장동 수사는 개발 이익이 아무리 커져도 성남시 몫은 1822억원으로 줄여버리고 나머지 배당과 분양 수익은 김만배씨 등 민간 업자들이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특혜 구조를 누가, 왜 만들었느냐를 규명하는 것이다. 그 핵심이 배임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검찰은 유동규씨를 구속할 때 배임에 따른 성남시의 손해가 ‘수천억 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만배씨에게 첫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1163억원 플러스 알파’라며 배임 규모를 크게 줄였다. 이어 유동규씨를 추가 기소할 때는 배임 액수가 ‘651억원 플러스 알파’라며 아예 자릿수 자체를 낮춰버렸다. 배임의 전체 규모 자체를 줄여나가고 있다. 검찰이 손을 댈 때마다 범죄가 쪼그라드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 잇달아 벌어지는 것이다.
검찰은 배임의 주체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애초에는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삭제’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이제는 유동규씨 등의 ‘택지 분양 가격 조작’으로 혐의를 좁히고 있다. 검찰이 이재명 후보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장동 개발은 성남시가 인허가부터 사업 전반에 대한 결정권을 가졌다. 단계별로 시장이 도장을 찍지 않으면 진행되기 힘든 구조였다. 성남시가 100% 출자한 산하 기관 본부장에 불과한 유동규씨가 천문학적 규모의 부패 범죄를 단독으로 설계하고 실행했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유동규씨 추가 기소, 김만배씨 구속 영장 재청구 등에서 이 후보와 성남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성남시 압수 수색을 20일 가까이 뭉갰다. 시장실과 시장 이메일 압수 수색은 더 늦췄다. 핵심 증거인 유동규씨 휴대전화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여론조사에서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8%를 넘기는 것이 당연하다. 특검이 수사하는 수밖에 없고 결국 그렇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03일 “이재명 지침 따랐을 뿐” 김만배도 반발한 ‘李 뺀 배임’
꼬리 자르기 의혹을 받아온 검찰의 ‘대장동 수사’ 기본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추가 공소사실 등을 종합하면,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 4명이 배임을 공모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정책적 판단에 대해선 배임죄 적용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씨는 3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저희는 그분(이 후보)의 행정지침을 따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를 제외한 채 김 씨 등에게만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김 씨 변호인단도 전날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고정이익으로 수익을 환수하고 건설사를 배제하며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이 ‘이재명 배임 아니면 우리도 아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김 씨는 이날 “변호인 측에서 시의 행정절차나 지침을 따랐을 뿐이라는 걸 설명한 건데, 조금 왜곡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과도하게 단순화됐지만, 전체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라는 의미로서, 결국 김 씨 등이 배임이면 이 후보도 배임이라는 취지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업에선 고정이익으로 환수하라는 게 첫 번째 지침” 등의 답변을 했다. 김 씨 등의 배임 핵심 혐의로 적시된 ‘민간사업자 이익 극대화를 위한 7가지 필수조항’의 근거를 본인이 지시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정책적 판단에 배임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는 더 이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 어떤 경위로 이런 원칙이 정해졌고, 그에 따라 지침서가 작성되는 과정에서 어떤 불법적 행위가 있었는지, 이 후보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가 수사의 초점이다.
성남도공도 공개 보고서를 통해 “누가 이러한 의사 결정에 참여했는지 확인할 수 없고 그와 관련한 적법하고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혀 개발 원칙과 결정 과정의 불법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후보가 직접 보고를 받거나 협의를 한 정황을 뒷받침할 주장과 문건 등도 다수 제시된 상태다. 검찰은 이 후보 배임 혐의 수사를 피해선 안 된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03일 대장동 ‘李 수사’ 당연한 5가지 사유

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지난 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배임 혐의 추가 기소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수사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지만, 검찰의 실체적 진실 규명 의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성남도개공이 밝힌 배임 피해액 1793억 원이 651억 원으로 축소됐고, 스스로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라 밝힌 이재명 전 경기지사 수사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에 이 전 지사의 개입을 의심할 만한 직간접 증거는 많다.
첫째, 공사의 재산 처분과 분양가격 결정 등에 관한 사항은 사전에 성남시장에게 보고하도록 정관에 규정돼 있고, 성남시는 2012년 업무전결 규정을 신설해 시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종 결재권을 갖도록 했다. 이 전 지사의 최종 승인 없이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구조이고 직접 결재한 다수의 성남시 공문이 확인됐다.
둘째, 2010년 시장에 당선된 이 전 지사는 “지역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민간업자에게 뺏기는 것은 부당하다. 그 이익은 지역민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 지정 추진’ 기자회견도 했으니, 대장동 개발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겼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셋째, 이 전 지사는 지자체 개발사업에 관한 한 전문가다. 2002년 분당 파크뷰 백궁 정자지구 용도변경 의혹과 관련한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자금력도 없고 자본금 1억 원에 불과한 회사가 용도변경을 미리 알고 부지를 매입하고, 토지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시행사에 매각한 사실을 지적하며 본인이 수사한다면 “시행사인 H1개발에 특혜가 주어진 배경을 밝히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넷째, 임기 1년6개월을 남겨둔 황무성 도개공 사장을 강제로 쫓아낸 당일 화천대유가 설립됐고, 핵심 측근인 유동규가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사업계획 접수 하루 만에 화천대유가 1% 지분으로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공모지침서에 들어가 있던 ‘사업기간 종료 시점의 총수익금 계산’ 부분이 사업협약서 작성 과정에서 없어졌고, 실무진이 추가해야 한다고 보고한 ‘출자지분율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 규정’도 7시간 만에 사라졌다. 규정상 이 모든 사항은 이 전 지사가 보고받고 최종 결재해야 하는 것이다.
다섯째, 최근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수익이 많아졌다는 해명도 거짓이다. 8500억 원 규모의 대장동 개발이익은 2018년 아파트 분양이 마무리되면서 확정됐다. 지난 국정감사 때 그에게 속았고 몰랐다고 한 이 전 지사 변명대로라도 당시에는 모를 수 없었다. 유 전 본부장은 그해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돼 2년간 재직했다. 형사고발 하고 징계해야 할 유동규를 오히려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한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독일에서 검찰은 ‘가장 객관적인 관청’으로 불린다.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 ‘이재명 구하기’를 위한 방탄수사, 여당의 재집권을 위한 정치수사라는 의혹을 한몸에 받는 검찰이 ‘가장 객관적인 관청’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시간은 많지 않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길바닥에 버려져 뭇사람의 발에 밟히는 신세가 된다는 것을 왜 검찰만 모르는가.
문화일보
11월 03일 뒤늦게 수사 의뢰된 산업부 1차관…관권선거 빙산의 일각
내년 3·9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관권선거 우려는 여전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실이 3일 언론 보도로 알려졌지만, 문재인 정부의 선거 중립 의지는 믿기 힘들다. 박 차관의 경우, 지난 8월 31일 산업부 내부 회의에서 대선 공약 발굴을 지시한 사실 등이 이미 대서특필된 데다 문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질책했을 정도인데, 지난달 25일에야 뒤늦게 선관위가 대검찰청에 수사를 ‘조용히’ 의뢰했기 때문이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한 관권 개입 차단 결기를 보이는 게 옳았다.
박 차관은 당시 산업부 공무원에게 “대선 캠프가 완성된 후 우리 의견을 내면 늦는다. 공약으로 괜찮은 느낌이 드는 어젠다를 내라” 등 지시를 했다고 한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도 지난 7월 29일 과장급 회의를 열어 공약 제출을 지시했다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폭로했다. 여가부 내에서는 공약 대신 ‘중장기 정책 과제’ 용어로 통일하라는 이메일까지 돌았다고 한다. 여가부 측은 “특정 정당과는 무관하다”고 했지만, 그 자체로 부적절한 일이고, 여가부 장관의 경력 등을 고려하면 해명도 믿기 힘들다.
이런 대담성은 정부 내 분위기를 반영할 것이다. 두 차관 사례를 빙산의 일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실제로 정부와 선관위 등의 구성 자체부터 심각한 여당 편향이다.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조해주 상임위원은 문 캠프 특보에 이름을 올렸던 인사다. 법무·행정안전부 장관도 여당 의원이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국회에서 야당 유력 후보의 혐의를 예단하는 발언을 했고, 행안부 휘하 경찰은 화천대유의 현금 흐름 수사도 뭉갰다. 이런 선거 중립 붕괴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11.04 성남개발공사 現사장 “배임 맞다”… 前사장도 “떳떳하면 특검하라”
[대장동 게이트] 대장동 특혜 의혹에 잇달아 비판 목소리
전·현직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들이 대장동 특혜 의혹을 잇따라 비판하고 있다. 황무성 전 사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가리켜 “떳떳하면 특검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현직인 윤정수 사장도 대장동 개발 사업의 업무상 배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선 것이다. ‘대장동 게이트’ 방어에 나선 전·현직 성남시장들에게 전·현직 도개공 사장들이 반기(反旗)를 든 양상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배임 몸통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 두 기관의 갈등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남개발공사 현 사장인 윤정수(왼쪽)와 전 사장인 황무성.
윤 사장은 최근 대장동 보고서 발표를 두고 은수미 성남시장과 충돌했다. 은 시장의 반대에도 지난 1일 대장동 보고서 발표를 강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는 윤 사장 앞으로 “외부 공개에 유감”이라는 경고성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그러자 윤 사장은 3일 별도 답변서에서 “보고서를 대외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엔 근거가 없다”며 “우리의 목적은 대장동 사건 해결을 신속·효율적으로 대처하여 실기(失期)하지 않는 데 있다”고 반박했다.
대장동 보고서의 핵심은 업무상 배임을 사업 주체인 성남도개공이 자인(自認)했다는 점이다. A4용지 15장 분량 보고서에서 성남도개공은 “땅값이 상승할 경우 추가 이익은 당연히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사업 협약 과정에서 추가 이익 분배 조항을 삭제한 적법하고 타당한 이유는 찾을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는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실제 은수미 성남시장도 지난 1일 윤 사장의 보고서 발표를 반대하는 공문에서 “공사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시장에게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시장 뜻을 따르라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도개공의 배임 책임도 성남시에 있음을 확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성남도개공 정관 8조도 ‘공사의 중요한 재산 취득 및 처분에 관한 사항, 분양 가격 등 결정에 관한 사항은 사전에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유동규씨가 1조5000억원 규모 대장동 개발 사업을 정점에서 지휘한 인물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배임을 수사하는 관점에서 유씨가 깃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몸통이라 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윤 사장은 이날 제주도 행사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제 입장은 (반박문에) 충분히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로 할 말은 없다”고 했다.

▲대검찰청 앞 '대장동 특검 촉구' 화환들 -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는 화환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고운호 기자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도 이 후보의 책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황 전 사장은 화천대유가 설립되던 2015년 2월 6일 사퇴 종용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하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뜻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에서 사퇴 종용 의혹을 부인하자 황 전 사장은 재차 입장문에서 “이재명 전 시장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서 밝히셔도 된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이른바 ‘황무성 찍어내기’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 감사관실·예산재정과 직원 이메일, 정보통신과 등을 압수 수색하는 동시에 수사 인력도 대폭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도개공 내부에서는 “전·현직 사장들이 성남시장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대장동 배임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성남도개공의 한 관계자는 “대장동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 성남시청 인사들은 기소하지 않으면서 도개공 선에서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이 검찰 수사 방향 아니냐”면서 “’그분’의 배임에 대해서 쉬쉬한다면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11.04 김만배·남욱 구속...대장동 수사 윗선 향하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가운데)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4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범죄 혐의가 소명되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14일 김씨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21일 만이다. 또 법원은 김씨뿐 아니라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반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출신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서는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김씨는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도개공)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1500만원 이상의 택지 분양가를 1400만원으로 축소하는 방법 등으로 공사에 ‘최소 65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와,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 5억원을 준 혐의를 받는다.
김씨가 구속됨에 따라 당시 성남시장으로 대장동 사업의 인허가, 감독 권한을 행사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등 ‘윗선’에 대한 수사의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는 여러 건의 대장동 사업 공문을 결재했고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으로 재직했던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이 후보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그러나 수사팀 내부에 이 후보가 금품을 받은 정황이 없다면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향후 이 후보에 대한 수사는 형식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김씨는 전날 오전 영장심사에 출두하면서 “그분(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은 최선의 행정을 했다”며 “저희는 그분의 행정 지침을 보고 시(市)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서 공모를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법조인은 “이 후보의 행정 지침을 따랐을 뿐이란 김씨 주장은 결국 ‘이 후보가 배임이 아니면 나도 배임이 아니다’라는 논리”라고 했다.
5억원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김씨 변호인 측은 영장 심사에서 검찰이 5억원 중 수표 4억원을 둘러싼 정 변호사 등의 진술을 법정에서 처음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변호인 측은 “6번이나 김씨를 조사하면서 단 한 번도 제시하지 않은 이야기”며 “그렇게 중요한 진술을 받았다면 반박 기회를 줘야 하는데 심문 과정에서 기습적으로 공개하는 건 피의자 조사 취지에 반하고 방어권을 침해한 것”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 내용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씨는 “정영학이 설계하고 쌓은 성(城)을, 정영학과 검찰이 공격하고 있는데 제가 방어하는 입장에 섰다”면서 “그런 부분이 굉장히 곤혹스럽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방어했다”고 했다.
정영학 회계사는 2009년부터 남욱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수익 배분 구조 등을 설계한 인물이다. 법조계에서는 “범행의 중대성으로 따지면 정 회계사가 1번이고 남욱 변호사가 2번, 김만배씨가 그다음인데 김씨에게 다 덮어씌우는 모양새”라며 “그간 정 회계사가 그려준 그림대로 검찰 수사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11월 04일 구속된 김만배가 거듭 지목한 ‘그분’ 직접 수사 급하다
4일 새벽 구속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그분’을 두 차례 언급했다. 첫 번째는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다”로,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나온다. 두 번째는 “그분은 최선의 행정을 하신 것” “저희는 그분의 행정지침에 따라 공모를 진행했다”로, 3일 영장실질심사 전 발언에서 나왔다. 전자는 특혜의 배후 수혜자이고, 후자는 대장동 설계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이 후보의 연루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9월 29일 압수수색 전 통화한 사람은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인 정진상으로 확인됐다. 정 부실장은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그 정도 내용인데 이미 교체한 휴대폰을 창밖으로 버릴 이유가 될지 의문이다. 이 후보는 유 씨의 압수수색 직전 자살 기도 사실을 맨 처음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 통화에서 알게 된 정보인지도 밝혀야 한다.
전·현 성남도개공 사장도 가세했다. 전날 “시장에게 별도 보고가 있었는지 여부는 수사기관에서 밝힐 사항”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한 윤정수 사장은, 이 후보가 “그분 개인 의견”이라고 말하자 “범죄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물”이라고 반박했다. 황무성 전 사장도 사퇴 강요를 이 후보 뜻으로 이해한다고 거듭 주장하며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 밝히라”고 촉구했다.
특혜 배후 수혜자 ‘그분’에 대해 김 씨는 유 전 본부장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남욱 변호사는 김 씨가 유 전 본부장보다 연상으로 둘은 형님 아우로 부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김 씨가 사석에서조차 실명을 거명하지 않는 그분은 배후 실세로 보인다. 결국 대장동 수사의 승패는 그분 규명에 달려 있다. 김 씨와 남 변호사는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됐다. ‘그분’ 에 대한 수사가 시급하다.
문화일보 사설
11.05 유동규 압수 수색 직전 이재명 복심과 통화, 무슨 말 주고받았겠나

▲'대장동 개발 핵심' 유동규 前 성남도개公 기획본부장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0일 용인시 자택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져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KBS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검찰 압수 수색 직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통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압수 수색이 있던 지난 9월 29일 유씨는 문을 잠그고 검찰 진입을 막으면서 누군가와 통화한 뒤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졌는데, 그 사람이 바로 정 부실장이었다는 사실이 36일만에 드러난 것이다. 정 부실장은 성남시 정책비서관, 경기도 정책실장 등을 지낸 자타 공인 이 후보의 복심(腹心)으로, 이 후보는 과거 ‘유동규 측근설’을 부인하면서 “측근이라면 정진상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한 적도 있다.
정 부실장은 수사 당국이 자신과 유씨의 통화 내용을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입장문을 통해 “언론에 대대적인 보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 전 본부장 모습과 너무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했다. 이런 상식적 통화였다면 유씨가 왜 이미 교체한 휴대폰을 다시 창밖으로 버려 증거 인멸을 시도했을까. 야당과 언론을 통해 두 사람 간 통화 의혹이 제기된 지 10여 일이 지났는데 정 부실장이 여태껏 침묵을 지킨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입장문대로라면 정 부실장이 먼저 압수 수색 직전의 유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셈이다. 두 사람이 사건의 핵심을 감추기 위해 말을 맞추는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는 국정감사에서 이 통화에 대해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신문에서 봤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다른 질문에는 공격적으로 답변하던 태도와 대조를 이뤘다. 그러더니 두 사람의 통화 사실이 확인되자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 정 부실장이 이 후보의 지시를 받고 통화했는지, 그랬다면 지시 내용이 무엇인지, 통화 후 이 후보에게 어떻게 보고했는지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05일 정진상도 게이트 은폐 정황…검찰, 李 수사 피하려 방조하나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통화한 사실은 대장동 게이트 수사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특히, 그 시점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압수수색 직전이었다. 정 부실장은 이재명 후보도 공인한 최측근이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당시 그를 거치지 않고 시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대장동 개발에도 깊이 개입했다. 이 후보가 결재한 10개의 대장동 공문 중 9개 공문에 정 부실장이 서명했다. 사퇴 종용을 받은 황무성 전 사장의 녹취록에는 그의 이름이 8번 언급됐다.
그런 정 부실장이 지난 9월 29일 압수수색 17분 전쯤에 7분간 통화했다고 한다. 통화 직후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 정 본부장은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했지만, 드러난 정황을 보면 증거인멸 등 대책 지시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이 후보의 국회 국정감사 답변도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이 후보는 지난달 20일 국감에서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말했는데,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나. 정 부실장이 보고했나’ 하는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둘러댔다.
누가 봐도 정 부실장은 ‘몸통’ 수사로 가는 길목에 있다. 그러나 검찰은 한사코 정 부실장 수사를 외면하는 듯하다. 창밖으로 던져진 휴대전화를 못 찾은 정도가 아니라 “창문이 열린 흔적도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뒤늦게 휴대전화를 확보한 경찰이 포렌식을 통해 통화 내역 등을 확보했지만, 검찰은 자료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해당 휴대전화에 범죄 혐의나 증거인멸 시도를 입증할 통화 내역과 메시지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큰 건 상식이다. 최대한 빨리 내역을 파악한 뒤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야 공범과 배후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은 아직 참고인으로 정 부실장을 조사한 적도 없다.
검찰은 앞서 성남시청 압수수색 지연, 시장실 압수수색 제외 등을 통해 이 후보 수사 자체를 피하려는 듯한 행태도 보였다. 특검 당위성을 검찰 스스로 입증하는 것과 같다.
문화일보 사설
11.05 김만배 남욱까지 구속, 검찰은 與 후보 수사할 수 있나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씨가 4일 구속됐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씨가 구속됐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짜고 대장동 사업 공모 지침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651억원 이상의 부당 이익을 가져가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그만큼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배임 공모 내용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자신이 했다고 말한 대장동 사업 설계와 핵심 내용이 일치한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필수 조항 7개를 공모 지침서에 넣어달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요구했다. 그중에서도 핵심 내용은 추가 이익 배분을 요구하지 말고, 화천대유가 건축 사업 시행권을 독점할 수 있도록 건설 회사 참여를 막아 달라는 것이다. 이들의 7개 요구는 그해 2월 공사가 발표한 민간 사업자 공모 지침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민간 업자의 비용 부풀리기와 부정 거래가 의심되기 때문에 고정 이익을 최대한 환수하라, 건설사가 들어오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는 배제하고 반드시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해라, 이렇게 하는 게 내 설계였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대장동 사업 지침과 김만배 측의 요구 내용의 핵심이 같았던 것이다. 이것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나. 두 조항은 당시 도시 개발 사업에선 거의 적용되지 않던 매우 이례적인 내용이었다. 김씨의 요구를 이 후보가 받아들인 것이라면 이 후보가 배임의 최종, 최고 책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 후보의 측근인 유동규 전 본부장은 초과 이익 배분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공사 내부 관계자의 두 차례 요구를 거부했다. 사업 이익을 김씨 등에게 몰아주려고 작정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은 이 결정을 배임의 중요한 증거로 보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까지 “배임이 맞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국정감사에서 “초과 이익 조항을 왜 안 만들었느냐. 이것은 고정으로 이익을 확보하라는 성남시의 지침 때문에 생긴 일이어서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내 지시 위반이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자신이 한 일이라고 한 것이다.
이 후보를 수사하지 않고 이 사건을 끝낼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검찰은 여당 대선 후보를 수사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스스로 알 것이다. 이제 특검에 맡겨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05 수사도 인권도 모두 놓친 공수처
‘人權 친화’ 수사기관 외치더니 피의자 따라 원칙 적용 달라져
‘성명불상’ 잇달아 넣은 영장… 수사 ABC부터 지켜야 할 때
김진욱 공수처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인권’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1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권 친화적인 수사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같은 달 취임식에서도 “인권 친화적인 국가기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친정권 성향 검사인 이성윤 검사장이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조사받으러 갈 때 공수처장 관용차로 모신 ‘황제 조사’에 대해서도 “인권 친화적 수사 기구를 표방하고 있어 억울함이 있다면 들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과거 검찰과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를 감안한다면 공수처 책임자가 인권 옹호를 거듭 다짐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문제는 김 처장이 말하는 인권 원칙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서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하자 그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고 구속 영장을 청구하더니 역시 기각당했다. 혐의 증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발부할 수 있는 체포 영장이 기각됐는데 그보다 강한 증거를 요구하는 구속 영장을 보강 수사 없이 곧바로 청구하는 것 자체가 ‘과잉 수사’다. 게다가 구속 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손 검사 측에게 숨기다가 영장실질심사 전날 오후에야 알려줬다고 한다. 피의자에게 방어를 준비할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 민변 회장 출신인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조인으로서 찬성할 만한, 적절하게 진행된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사실이라면 인권침해 여지가 정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에서 공수처가 놓친 것은 인권뿐 아니다. 수사기관으로서 본질적 임무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의지와 역량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법원은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범죄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지 못한 ‘부실 수사’라는 것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지만 법원은 “그렇게 보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 주장이 모두 근거 없다는 것이다.
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이유를 수긍할 만하다. 공수처는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조차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다. 손 검사의 공범이라며 ‘상급 검찰 간부들’을 지목하면서도 그들의 소속 부서나 직급조차 내놓지 못했다. 그냥 ‘성명 불상’이라고 했다. 손 검사의 지시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검찰 공무원’에 대해서도 역시 ‘성명 불상’이라고만 했다.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처벌하겠다며 영장을 내놓으라고 한 셈이다. 손 검사 영장실질심사에 공수처 2인자인 여운국 차장이 직접 나섰는데도 손 검사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시기 그의 상관이던 대검 차장 이름까지 틀렸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영장을 법원이 어떻게 발부할 수 있겠나.
공수처는 ‘살아 있는 권력’의 범죄를 척결하라고 만든 수사기관이다. 현직 대통령, 장관, 법관, 검사,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부패와 비리를 잡아내 국민의 이익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가 출범 10개월이 다 되도록 이런 범죄를 ‘인지 수사’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검찰이나 감사원에서 넘어온 정권 불법 사건은 뭉개고 야당 대선 주자 수사 관련 사건에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이런 공수처를 국민 세금으로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금원섭 논설위원
11.06 정진상 경고에 엎드린 檢, 검찰도 특검 대상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이며 그의 선대위 부실장인 정진상씨는 본인이 검찰의 압수 수색 직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통화한 사실이 보도되자 “사법 당국이 특정 개인에 대한 수사 내용을 일부 언론에 흘려 흠집을 내려는 행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정씨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호통을 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검찰의 대응이다. 검찰은 “어떤 내용도 언론에 알려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검찰의 통상적 모습이다. 하지만 뒤이어 “당사자의 명예와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사 내용을 유출한 적이 없다고만 하면 될 일인데, 앞으로도 조심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런 유례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여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 앞에 검찰이 엎드린 것 아닌가. 여당 의원들도 나섰다. “압수 수색 직전에 전화를 건 것은 우연의 일치”라거나 “정씨가 이 후보의 참모인데 통화를 해서 사실관계를 확인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한다. 수사할 이유가 없는 일이니 검찰은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일이라면 유씨가 정씨와 통화 직후에 휴대전화를 왜 창 밖으로 버리나.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씨와 유씨의 통화는 수사가 불가피한 사안이다. 범인 은닉이나 증거 인멸을 논의한 내용이 나오면 수사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두 사람이 통화 전후에 각각 누구와 연락했는지를 확인하면 대장동 사건의 최고, 최종 책임자를 특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두 사람의 통화 사실 자체를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분석 중인 경찰과 더 적극적으로 공조 수사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검찰은 유씨의 다른 휴대전화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노골적인 ‘수사 태업’ 아닌가. 특검이 출범하면 검찰의 수사 태업도 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05일 ‘가해자 모르면 국군·경찰 지목’ 과거사委의 반역 행태
독립된 법정(法定) 국가기구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기막힌 일탈이 드러났다.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이 4일 “대한민국 정통성을 허물고 역사적 진실을 왜곡했다”며 정근식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과거사위(委)의 지난 4월 홈페이지 ‘진실 규명 신청 안내문’은 ‘가해자를 특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해도 무방하다’고까지 했다. 가해자를 모르면 무조건 국군·경찰을 지목하라고 부추기는 식이다.
지난달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뒤에 과거사위는 “담당 공무원의 실수”라며 삭제했다고 하지만, 반역(反逆) 행태와 다름없다. 박 이사장이 “북한 인민군이나 반란군 등 적대 세력보다 군경에 의한 희생자로 보상 신청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지적한 취지도 다르지 않다. 안내문부터 그런 식이었으니, 신청자 일부는 북한군 소행도 국군·경찰에 덮어씌웠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북한군에 의해 처형된 희생자 유족을 자처했다가 보상 대상에서 탈락하고 일정 기간 지나서는 가해자를 군경으로 둔갑시켜 재신청한 사례도 다수라고 한다.
“가해자가 북한 아닌 국군으로 뒤바뀐 상태로 보상이 이뤄지고, 그 결과로 북한군에 의한 희생 규모는 줄어들고, 국군에 의한 희생자는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개탄을 과거사위는 경청해야 한다. 그러잖으면 2005년 제정된 설치 근거법을 2014년에 이어 2020년 재개정해 12월 재출범한 과거사위의 조기 해체론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문화일보 사설
11.06 “가해자 모르면 국군·경찰로 쓰라” 세계에 한국 같은 나라 있나

▲진실화해위는 홈페이지에 신청 안내문을 올리면서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으면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달 국감에서 문제가 되자 삭제했다. /조선일보 DB
과거 민간인 희생 등을 규명한다고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가 학살 피해자 유족에게 ‘가해자 특정이 어려울 경우 국군·경찰로 써넣어라’라고 안내한 사실이 드러났다. 홈페이지에 신청 안내용 문답을 올리면서 “사건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해도 되나요”라고 묻고는 “네 맞습니다. 무방합니다”라고 답했다. 6·25 전후 학살 사건에서 누가 죽였는지 불분명하면 국군·경찰이라고 쓰면 된다고 한 것 아닌가. 문제가 되자 ‘실수’라며 문답을 내렸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따르면 6·25 때 국군에 총살됐다고 유족이 신청한 피해자를 확인해보니 북한군에 납치된 사람이었다고 한다. 가해자가 북한군에서 국군으로 뒤바뀐 것이다. 과거사위에서 국군·경찰이 범인이라고 하면 유족은 국가 상대 소송으로 1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인민군이 가해자가 되면 북한이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북한군이나 반란군에 희생된 피해자 일부 유족이 ‘군·경 학살 피해자’라고 입장을 바꿔 보상을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김 의원은 “남침한 북한군이 아닌 국군·경찰 손에 죽었다는 피해 신청만 늘고 있다”고 했다. 기가 막힌다.
지난 5월 과거사위 위원장은 탈북해온 아흔 살 6·25 국군 포로와 면담에서 ‘거제도 수용소에 있던 중공군 포로의 피해에 관심이 많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국군 포로는 탈북 전까지 수십 년간 노예 취급을 받았다. 북한·중공군은 트라우마일 것이다. 이런 분 면전에서 어떻게 ‘중공군이 당한 피해’ 운운하며 상처에 소금을 뿌릴 수 있나.
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과거사위가 들춰내려는 민간인 피해의 80% 이상이 국군·미군·경찰을 가해자로 다룬다. 반면 북한군의 잔혹 행위는 거론하려 들지 않는다. 이젠 가해자를 국군과 경찰로 몰고 가려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8 조세피난처 괴자금까지 유입, ‘대장동 자금원’ 왜 수사 안 하나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에 미국 조세 회피처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 자금이 유입됐다고 한다. 2018년 화천대유에 152억원을 대출한 이 회사는 연 18%의 금리 이자 37억원을 원금과 함께 돌려받고 이듬해 해산했다. 2018년은 화천대유가 국내 금융사들로부터 7000억여원을 빌려 자금 사정이 넉넉했을 때다. 당시 화천대유가 은행 차입금에 적용한 금리는 연 4.25%였다. 고리대 수준의 금리를 지불하면서 조세 피난처에서 정체불명의 괴자금을 끌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이 돈은 미 페이퍼 컴퍼니를 거쳐 국내 증권사로 들어온 뒤 다시 국내 은행에 유입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화천대유에 대출됐다. 돈의 실제 주인을 감추기 위해 적지 않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몇 겹의 장막을 친 것이다. 돈의 실제 주인과 대장동 투기세력은 특별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은 비상식적이기 짝이 없다. 2018년 화천대유는 국내 투자자문회사에서 빌린 351억원을 돌연 투자금으로 바꿔 1357억원으로 추정되는 대장동 2개 블록 아파트 분양 수익을 보장했다. 원금의 3배 가까운 1000억원을 차익으로 안긴 것이다. 화천대유는 다른 투자자문사가 빌려준 100여억원 역시 투자금으로 전환해 아파트 분양 수익을 보장했다. 형식만 대출이고 투자일 뿐 돈을 그냥 퍼준 것과 다름없다. 화천대유가 이런 방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안긴 전주(錢主)들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사람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여전히 이중 삼중의 장막 뒤에 숨어있다.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밝혀줄 더 큰 세력일 가능성이 높다.
대장동 투기세력은 택지 분양 배당금만 4000여억원을 챙겼다. 경실련은 택지에서 앞으로 1300억원을 더 챙길 것으로 보고 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으로 유입되고 있는 이 자금의 최종 목적지도 일부만 드러났다. 이와 함께 대장동 투기세력은 별도의 특혜성 아파트 분양 사업을 통해 4500여억원을 더 챙기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 등을 통해 들어온 정체불명의 세력이 이 돈을 나눠 먹고 있다.
‘숨는 자가 범인’이라고 한다. 대장동 사업에 누구의 돈이 투입됐고 그 결과 얻은 수익이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고 있는지 추적하면 ‘그분’으로 지칭되는 몸통이 드러날 수 있다. 검찰이 돈 흐름 수사를 미루는 것은 이 몸통을 찾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08 “현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與 재집권 위한 정치수사”
[박국희가 만난 사람] 문재인 정부 대검 검찰개혁위원 출신 김종민 변호사

▲지난 5일 김종민 변호사가 서울 반포동 개인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 ‘운명’과 ‘검찰을 생각한다’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책에서 밝힌 ‘검찰 개혁’ 내용은 굉장히 타당한 지적이었지만, 현직 검찰총장을 쫓아낸 현 정권 상황에서 돌아보면 완전히 코미디 같은 내용”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문재인 정부 첫해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던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현 정권의 검찰 개혁은 ‘허구’”라는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가 작년 말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에 대해 ‘정권 수사를 막는 방탄소녀단’이라는 비판 글을 페이스북에 쓰자 그가 소속된 로펌 게시판은 여권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서버가 다운됐다. 그는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6년간 몸담은 로펌을 나와 올 초 개인 사무실을 열었지만 사건 수임이 거의 안 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김 변호사는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처음 보도한 경기 지역 인터넷 매체 기자가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고발당한 사건을 변호하고 있다.
대장동 수사 ‘이재명 방탄’ 논란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후보 구하기 ‘방탄 수사’, 민주당 재집권을 위한 ‘정치 수사’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수사 초기 출국 금지를 하지 않아 핵심 피의자가 미국으로 도주했고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20일 넘게 하지 않았다. 김만배·남욱 등 주요 피의자가 뒤늦게 구속됐지만 수사 본류는 당시 최종 인허가권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비정상적인 대장동 사업을 어떻게 승인했는지를 밝히는 것인데, 과연 수사팀이 ‘윗선’ 수사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결과 아니겠나.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특수부 검사들은 ‘윤석열 라인’이라고 쳐내고 그 자리를 친정부 성향 검사들로 채웠다. 지금 검찰은 수사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수사팀은 뭐가 문제인가.
“전문가가 없다. 주임 부장검사인 유경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법조인 대관 프로필상으로도 해양 범죄 전문가다.(유 부장검사는 검사가 되기 전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안전심판원 심판관으로 일했고 국내 최초로 해양 범죄 분야 공인 전문 검사로 인증받았다.) 팀장인 김태훈 중앙지검 4차장은 서울대 부총학생회장 운동권 출신으로 대검 정책기획과장, 법무부 검찰과장 등을 지낸 기획통 검사다. 이런 중요 수사를 해본 적이 없다. 김영준 부부장 검사는 ‘조국 법무장관 청문회 준비단’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사위다. 수사는 객관적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외관상 공정하게 보여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
―검찰총장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중요 수사의 주임 검사는 사실상 검찰총장이다. 직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최종 수사 책임자로 지휘해야 하는데 총장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김오수 총장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광주 대동고 2년 후배다. 문재인 정권 내내 친정권 성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인데 이런 것들이 대장동 수사를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게 하는 원인 아니겠나.”
문 대통령 말한 ‘검찰 개혁’은 사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나.
“‘이재명 구하기’ 수사 흐름 중 하나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한 것이다. 원래 수사는 떨어져 있는 사건도 병합하는 게 원칙인데 중앙지검은 변호사비 사건을 떼서 수원지검으로 보냈다. 신성식 수원지검장은 이 후보의 중앙대 법대 후배다. 이재명 후보를 노골적으로 배려한 조치라고 본다.”
검찰 제도 개혁에 관심이 많았던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9월부터 이른바 ‘검찰 개혁’ 방안을 검찰총장에게 권고하는 독립위원회인 대검 검찰개혁위윈회 위원으로 1년간 참여했다. 민변 회장 출신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검찰개혁위원장을 맡았고 역시 민변 소속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위원회 멤버였다. 그는 “당시 회의를 하며 책상을 뒤엎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회의가 어땠기에 그런 마음이 든 건가.
“전문가들이 깊이 연구한 결과물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민변 변호사들과 청와대 주도로 엉터리 논의가 이루어졌다. 검찰 개혁 핵심은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위원회에서도 이를 주장했지만 대통령 인사권에는 손도 대지 않더라. 국민의 검찰로 돌려준다고 말은 하면서도 인사권은 건드리지 않은 채 검찰 순기능만 망가트렸다. 문재인 정권 검찰 개혁은 위선이고 대국민 사기극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 검찰 개혁을 비판하기 시작한 건가.
“제일 큰 계기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형사 사법 시스템과 검찰 제도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형사 사법 제도도 일종의 국가 인프라다.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추미애·박범계 법무장관에서 적나라하게 보듯 여당 대표, 여당 의원 출신이 검찰 지휘권과 징계권을 남발하는 등 헌정 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태에 침묵할 수 없었다.”
‘조국 사태’ 이후 법치 무너져
―검찰 개혁의 결과로 공수처가 출범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상징인데 출범 10개월이 지나도록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한 사건이 단 한 건이라도 있었나.”(김 변호사는 김진욱 공수처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막강해졌는데.
“나는 5공 말기 ‘경찰국가’ 폐해를 피부로 느꼈던 85학번이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586 출신들이 5공보다 더한 경찰국가로 회귀시키는 수사권 조정을 하는 걸 보고 분노했다. 조국은 박종철이 어떻게 죽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혜광고·서울대 직속 선배인데 경찰에 힘을 몰아주는 수사권 조정을 ‘검찰 개혁’이란 이름으로 추진했다. 한참 잘못됐다고 봤다.”
―그 결과 국가 차원의 부패 범죄 대응 능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상징적 사건이 흐지부지 끝난 라임·옵티머스 등 금융 사기 사건 수사였다. 고도로 전문화된 자본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경찰 개혁이든 검찰 개혁이든 효과적 범죄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데 검찰, 경찰, 공수처로 찢어 놓다 보니 경찰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휴대전화를 포렌식(복원)해도 검찰과 공유가 안 되는 엇박자가 빚어지는 것이다.”
―또 검찰 개혁을 해야 하나.
“당연히 해야 한다. 차기 정부는 정부 조직 개편부터 검찰 개혁, 형사 사법 개혁을 다시 해 ‘부패와의 전쟁’을 효과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기존 검찰 개혁이 리모델링이라면 싹 다 무너트리고 재건축을 해야 한다. 내 일이 아니라고 대장동 수사에 침묵하는 검사들도 결국 잘못된 수사의 동조자다. 검사들의 일대 각성과 행동이 필요하다.”
김 변호사는 이 대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2011)를 들어 보였다. 2013년 부산시 법률자문검사로 파견됐을 때 지인 소개로 문 대통령과 식사를 하며 문 대통령이 직접 사인한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줄을 쳐가며 읽었다는 몇몇 대목들을 들려줬다. ‘권력기관은 임명권자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 명령에 대해서는 국민의 이름으로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정권이 권력기관을 사유화하게 되면 정권의 유지, 존속,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사용한다.’ ‘정치권력의 요구에 맞춰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공평함을 생명으로 하는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는 “현직 검찰총장을 쫓아낸 지금 상황에서 보면 완전히 코미디 같은 내용”이라고 했다.
수사는 생물, 통제 못할 상황 될 수도
―어떤 점이 그런가.
“문 대통령이 책에서 검찰 문제를 지적한 부분은 굉장히 타당한 이야기였고 그대로만 갔으면 좋은 검찰 개혁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총론에서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도 현 정권은 권력이 검찰을 망치는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
―어느 정권이나 친정권 검사들을 요직에 채웠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적정 선이라는 게 있었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유독 상상 못할 일이 많다. 검찰 인사를 6개월 단위로 하면서 그때마다 유능한 부장검사 수십 명을 옷 벗기고, 정권 비리를 수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한직으로 쫓아냈다.”
―앞으로의 대장동 수사를 어떻게 전망하나.
“수사는 생물이다. 대장동 수사는 큰 산에서 눈덩이가 구르는 형국이다. 누구도 통제하지 못할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특검을 하면 이 수사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여다볼 거고 그러면 책임 문제가 반드시 따를 것이기 때문에 수사팀도 부담이 된다. 이런 대규모 수사는 보는 눈이 많아서 진실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다. 이재명 후보 역시 연루됐다는 의심 정황들이 많아 수사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종민
1966년 부산 출생.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9년 31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김진욱 공수처장,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 이선애 헌법재판관,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사 재직 시절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인권정책과장,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장 등으로 근무하며 정책·기획통으로 꼽혔다. 2007년 프랑스 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2년간 일하면서 OECD 뇌물방지회의 정부 대표를 지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2004) ‘검찰제도론’(2011) 등의 책을 썼다. 2015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나와 지난 9월부터 KBS 이사를 맡고 있다.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11.08 허무개그·동문서답에 멍든 공동체

단군 이래 최대 ‘공익창출’과 ‘특혜 비리’가 대결 중인 ‘대장동 의혹’으로 이미 쓰라린 국민의 상처에 허무개그가 소금을 뿌리고 있다. 주역의 한 명인 변호사는 출퇴근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달 21일 기자에게 “나중에 커피 한잔 사겠다” “(집에 갈 때) 같이 가자”며 죄의식이 마비된 단군 이래 최대의 희롱성 허무개그를 대놓고 했다. 허탈한 사람들은 일확천금을 풍자하는 “화천대유 하세요” “천화동인 하세요”라는 신조어마저 만들며 거대한 부정을 전복하고 싶어 했다.
또 다른 주역인 전직 법조 출입 기자는 “잘못은 없고 정상적인 일”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 기자는 대장동 사업 허가권자였던 성남시장을 지낸 현 여당 대선 후보자의 선거법 위반 대법원 판결을 전후해 대법원을 8차례 방문했다. 그가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대법원 판사는 무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퇴직 후 화천대유에서 한 달에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왜 그리 자주 방문했느냐는 물음에 “머리를 깎으러 갔다”고 했다. 그곳의 이발 수준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실소와 분노를 자아내는 안하무인의 허무개그가 아닐 수 없다.
대장동 의혹 주역들의 안하무인
철거·실향민 터전이었던 성남시
누가 이곳의 아픔을 조롱하는가
대장동이 있는 성남시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6·25전쟁으로 인한 주거지의 파괴, 피난민·월남인과 1960년대 산업화에 따른 이농현상으로 수많은 사람이 서울권으로 몰리면서 형성된 무허가 도시빈민판자촌이 옮겨간 곳이다.

▲김회룡기자
판자촌은 상·하수도와 오물처리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보건위생이 매우 취약하고, 무질서한 밀집으로 화재가 발생해도 진화가 어렵고 범죄 발생률이 높은(국가기록원) 참담한 환경이었다. 1970년 서울 창신동 판자촌에서 난 화재로 129가구, 240평이 잿더미가 됐고, 이재민 1381명이 발생한 사건에 대해 한 지식인의 한탄이다.
“240평의 땅에 129채의 집이 있었다면 한 채의 집이 점했던 대지는 1.9평의 공간 위에 서 있었던 셈 (…) 1 29채의 ‘주택’에서 화마에 쫓겨난 이재민은 모두 347세대(이니) 한 집에서 세 세대가 살고 있었다 (…) 이재민의 수가 1381명(이니) 240평의 대지 위에 한 사람 당 평균 쳐서 0.17평 (…) 130채의 집이 싹 다 타버리는 데 1시간 30분(이니) 집 한 채가 타는데 꼭 1분, 그 집들이 어떤 건축재로 지어졌던 것일까 (…) 경찰은 화재 피해액을 300만원으로 추계하고 (있으니) 1381명이 지녔던 물질적 재화는 평균 2143원꼴이다.” (『우상과 이성』, 이영희)
청계천 복개와 세운상가 아파트 건축으로 2만3692세대, 11만4455명의 힘없는 판자촌 약자들이 정부의 철거정책에 의해 이주한 곳이 경기도 광주(현재 성남시)였다. 1971년 8월 10일 그곳에서 ‘광주대단지사건’이라는 해방 이후 최초의 대규모 도시빈민투쟁이 일어난다.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과 생계대책을 요구하며 6시간 동안 광주대단지 전역을 장악한 사건이었다. 서울시장이 요구를 무조건 수락한다는 약속으로 수습됐지만, 주민과 경찰 100여 명이 부상하고 23명이 구속됐다(『한국근현대사사전』, 한국사사전편찬회). 공권력의 서슬이 퍼렇든 시대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 비극을 간직한 땅에 천문학적인 돈벼락을 안겨준 ‘특혜’가 발생한 것이다. 2015년 7월부터 시작된 사업에서 사업자들은 약 1조6000억원의 부당이익(경실련 추정)을 챙겼다. 화천대유자산관리와 천하동인 1~7호 사주 등 7명은 3억5000만원을 출자해 8500억원이라는 초현실적인 수익을 얻었다. 당연히 제기되는 사업 선정과 설계과정에서 성남시가 한 역할의 불법성에 대한 국민의 의문에 대해 집권여당은 ‘유례없는 공익창출’이라는 동문서답으로 (70%를 상회하는 특검 찬성 국민에 대한) 공감능력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일에야 겨우 구속된 주역은 성남시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성역 없는 수사로 의혹에 대한 해소는 물론이고 공동체를 조롱하는 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살던 곳을 강제수용 당한 대장동 주민들은 50년 전의 약자, 철거민의 신세로 돌아갔다. ‘사람이 먼저’라는 정권의 슬로건이 답답하고 허무하다.
중앙일보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학
11월 08일 檢의 위법 포렌식과 ‘표적 감찰’…이 자체가 수사 대상
대검 감찰부가 ‘고발 사주 사건’ 감찰 명목으로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기’에 대해 포렌식(디지털 정보 추출)을 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기다렸다는 듯이 관련 자료를 압수해 갔다. 정보 추출 때 전화기 사용자들이 참관하지 못한 절차적 위법성이 뚜렷하고, 그 전화기에는 기자들과의 통화 기록도 있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기자들을 겁박하는 위헌성까지 짚인다. 조국 일가 사건 수사팀에 대한 검찰과 법무부의 감찰도 마찬가지다. 모두 수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법무부·검찰·공수처의 최근 행태는, 여당 후보가 관련된 대장동 수사는 뭉개고, 야당 후보에 대해선 탈법적 방법까지 동원해 연관성을 찾으려 드는 등 ‘정치 수사’와 국기 문란에 해당할 지경이다.
대검 감찰3과는 지난달 29일 서인선 대검 대변인과 전직 대변인이 사용한 공용 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아 포렌식을 했다. 전임 대변인 참관을 주장했지만 거부 당했다. 대변인실 실무관들이 참관을 거부했지만 포렌식을 강행했다. 조사 대상자의 참여권을 보장한 형사소송법 위반 혐의가 짙다. 더구나 그 전화기는 언론인과의 소통 수단이었다. 그것을 뒤진 포렌식 자료가 그대로 공수처로 넘어갔다. 공수처가 대검 감찰 자료에 대한 포괄적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기 때문이다. 전화기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으면 발부가 안 됐거나 포렌식 대상이 극도로 제한됐을 것이다. 하청·청부 감찰 주장이 이상하지 않다.
실체적 진실 규명과 인권 보호를 중시해야 할 검찰과 공수처의 공모 의혹도 나돈다. 사실이라면 형사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다. 그런데 대검 감찰부는 ‘관련 정보가 나오면 통보하면 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나온 게 별 게 없다고 기자들에게 잘 설명하라’고 했다.
법무부는 조국 일가 사건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위해 ‘조민 입시 비리 사건’ 수사 기록을 서울중앙지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여 수뇌부의 중앙지검조차 근거가 부족하다며 거부하자 직접 기록을 보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고검은 이미 대검 감찰부 지시 형식으로 ‘사모펀드 투자 의혹’ 수사팀을 감찰 중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당시 진행된 현 정권 비리 수사를 흠집 내기하려는 의혹이 짙다. 현 정권의 법치 파괴가 악성 진화하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11.09 공수처 尹 후보 4번째 입건, 野 후보 잡는 전용 기관인가
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임할 때 주요 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며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이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윤 후보를 피의자로 조사하고 있는 사건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포함해 모두 4건으로 늘어났다.
야당 대선 후보도 불법 혐의가 있다면 수사를 받아야 하지만, 지금 공수처의 행태는 지나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지난 1월 출범한 뒤 정식으로 사건 번호를 붙여 수사하고 있다고 알려진 주요 사건 가운데 윤 후보가 피의자로 돼 있는 것이 3분의 1에 가깝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 공직자가 7000명이나 되는데도 대선을 앞두고 야당 대선 후보 한 사람에게 이 정도로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사실상 윤 후보를 표적으로 정하고 범죄 혐의가 나올 때까지 먼지 떨이식 수사를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 의혹 수사는 모두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때부터 터무니없는 이유로 그를 수십 차례 고발해온 한 시민단체가 낸 고발장에 따른 것이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고발장 접수 3일 만에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해놓고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그다음의 이야기”라고 했다. 손준성 검사 구속 영장도 3분의 1을 윤 후보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그 내용은 여권 인사들이 윤 후보를 공격할 때 사용하던 논리라고 한다. 손 검사가 아니라 윤 후보 영장처럼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당연히 영장은 기각됐다. 공수처는 시민단체가 낸 판사 사찰 의혹 고발장을 5개월이나 묵혀 뒀다가, 고발된 6명 중 윤 후보만 뽑아내 지난달 22일 불쑥 피의자로 입건했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어떡하든 윤 후보를 엮으려 하는 것 아닌가.
공수처는 ‘살아 있는 권력’의 범죄를 척결하라고 만든 기관이다. 현직 대통령, 총리, 장관, 국회의원, 지자체장, 판사, 검사 등의 부패와 비리를 잡아내 국민의 이익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가 출범 10개월이 다 되도록 이런 범죄를 밝혀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대장동 의혹 수사는 공수처의 존재 이유와도 같지만 검찰에 넘겨버렸다. 그러면서 야당 후보 한 사람만 물고 늘어지는 전용 기관처럼 움직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09일 尹 혐의 찾으려 4번째 입건, 李 혐의 나올까봐 전전긍긍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여야 대선 후보 수사가 현저하게 형평을 잃었다. 공수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4번째 입건했다. 5개월 지난 고발사건을 들춰내 6명의 피고발인 중 윤 후보만 입건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입건할 때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다음 이야기’라고 밝혔듯이 혐의를 찾기 위해 입건하는 양상이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루 혐의가 나올까 전전긍긍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와 성남시장실 압수수색을 지연하더니 주요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법원 사찰 의혹 문건 작성 지시와 관련 윤 후보를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했다. 법원이 이 문건과 관련한 윤 후보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서울고검은 윤 후보를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가 입건한 윤 후보 사건 4건은 정식 수사 중인 전체 사건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손준성 검사 구속 영장 청구 때는 영장의 3분의 1을 윤 후보를 비난하는 여권 주장으로 채우기도 했다. 입건부터 하고 보니 무리수가 따른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전·현직 대검 대변인의 공용 휴대전화를 본인 참관 없이 포렌식하고 해당 자료를 공수처가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청부감찰’ 의혹도 커진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 중이다. 검찰이 요구하는 선에서 진술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김민걸 회계사도 참고인 자격으로 2∼3차례 조사하는 데 그쳤다. 전략사업실은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을 위해 신설한 부서다. 정 회계사, 남욱 변호사와 함께 유 전 본부장에게 3억여 원을 전달한 정재창 씨는 수사 선상에서 벗어나 있다. 윗선 규명 의지가 있다면 주요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러니 ‘대장동 일당 4인’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해 이 후보 관련 의혹을 해명해 주려 한다는 의구심이 갈수록 커진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09일 野 후보 노린 ‘꽹과리 수사’와 反법치

김태규 변호사 前 부산지법 부장판사
국정농단 사법적폐 재판거래
모호한 말 동원해 적개심 유발
대선 앞두고 유사 현상 再등장
‘고발사주’ 범죄 성립 모호한데
중공군 인해전술式 수사 행태
대장동 수사와도 너무 대조적
어릴 때 6·25전쟁에 대해 들으면서 기억에 남은 것이 중공군 꽹과리 소리다. 무기가 부족해 소총과 기관총으로 겨우 무장한 중공군이 인해전술(人海戰術)을 펴면서 공격 전에 징과 꽹과리로 요란스럽게 해 상대가 두려워서 퇴각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상대에게 공포를 심는 효과가 있었겠다. 군사학은 모르지만, 왠지 70년 전에나 통했을 법한 이 전술이 현재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표현은 공포가 느껴질 정도로 매서운데 실상은 빈 강정인 경우가 많다. ‘국정농단’이란 표현도 얼핏 대역죄 정도로 읽힌다. 그러나 정작 기소된 죄명 중에 많은 경우가 직권남용이었다. 직권남용은 자칫 정치적 탄압의 도구로 사용될 우려 때문에 그전에는 거의 처벌되지 않았던 죄명이다. 국정농단 재판 당시 전 정권 인사 26명에 대해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범죄 건수는 총 97건이었는데, 그중에서 28건이 무죄로 판결돼 무죄율이 28.8%에 이른다. 일반 형사사건의 무죄율이 3% 안팎임을 생각하면 얼추 10배에 이른다. 법에서 정한 형도 높지 않다.
사법 적폐나 재판거래도 그 표현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다. 사법 적폐라는 멍에를 쓰고 직권남용으로 기소된 많은 법관이 무죄로 판결되고 있다. 재판거래도 오해가 많다. 대법원의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이유로 상고법원을 만들려 했으나 진척이 없자,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힘이 돼 달라는 취지에서 이미 판결이 난 사건 중 정부의 정책 기조와 같았던 사건을 언급하며 생색을 내려다 그만둔 경우다. 당연히 부적절하지만, 그중 돈이 수수되거나 판결의 결론이 바뀐 게 없다. 국정농단, 사법 적폐, 재판거래는 사실을 담기보다 대중의 가슴에 적개심을 심기에 더 적절한 표현이었다.
이런 모습은 현재도 계속된다. 검찰 권력의 사유화, 검찰 쿠데타, 국기 문란 사건 등 의미도 모호한 표현들이 고발 사주와 관련해 난무한다. 자칫 검사들이 청와대를 점령한 줄 착각이 들 정도다.
고발 사주 의혹이 언급되면서 줄곧 든 의문이 있다. 손준성 검사든 나아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든 그들이 고발을 부탁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죄가 될지 궁금했다.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문제 삼는 모양이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인데, 고발장을 작성하는 게 검사의 직권 범위에 포섭될지 의문이다. 공무상 비밀누설을 말하는데, 판사의 판결문이 어째서 검사의 공무상 비밀이 되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판결문에 나오는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데, 이미 당사자가 누구인지 일반 대중이 인지하는 수준인데 왜 굳이 판결로 그 정보를 얻으려 했을지 의문이지만, 그나마 이 부분은 눈길이 조금 간다. 고발한다고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인과성이 너무 떨어진다.
대부분 죄가 되는지도 모호한데,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의 가담 사실이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관련성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속은 텅텅 비었는데 소리만 요란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의혹, 권순일 전 대법관의 월 1500만 원 자문료와 50억 클럽 의혹,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제보 사주 의혹 등에서 사정기관들이 보이는 모습과 참 비교된다.
공수처 검사가 총동원되고, 약 두 달간 온갖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를 이어갔다. 손 검사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데도 야당 대선 경선 일정을 이유로 출석을 종용하고, 여의치 않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그러자 엉뚱하게 요건이 더 어려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는 수모를 당했다. 아무래도 증거가 드러나지 않으니, 대검 대변인이 쓰던 휴대전화를 대검감찰부가 제출받아 포렌식한 사정을 기가 막히게 알아내고는 압수수색으로 그 포렌식 자료를 가져간다. 당연히 공수처가 대검에 감찰을 청부했다고 의심할 만하다.
실체가 나올지, 나와도 죄가 될지 애매한 사안을 두고, 공수처는 혼신으로 징과 꽹과리를 울려대는 모습이다. 공수처나 검찰의 기울어진 수사 태도를 보면서 이 정권의 사정기관들이 정권 연장의 하수인이 됐다고 말하면 억측이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 매서운 눈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화일보
11.09 법무부와 대검의 감찰권 오·남용 도 넘었다
원전·조국 수사팀 감찰 지시는 보복 감찰
공수처도 대검 대변인폰 ‘하청 감찰’ 의혹
박범계 법무부와 김오수 검찰의 감찰권 오·남용이 도를 넘어섰다. 정당한 감찰권 행사와는 정반대의 보복성 감찰이라고 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조국 일가 입시비리 사건’ 관련 수사 기록을 달라고 했다는 소식이 어제 전해졌다. 딸 조민씨의 고교 동창생에 대해 수사팀이 편향 수사를 벌였다는 진정이 접수된 게 근거라고 했다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중앙지검조차 진정 내용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굳이 지금 밀어붙이는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조국 일가 비리를 파헤쳤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당 대선후보가 되자 흠집을 내려는 의도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친정권 성향의 임은정 검사다. '조국 일가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선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는 서울고검이 감찰을 진행 중이다. 수사가 일가 비리에만 집중됐고 사모펀드 운용의 배후에 대해선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라고 하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 이 부분을 수사하기 위해 검사 추가 파견을 요청했으나 거절한 게 지금 검찰 수뇌부였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수사팀에 대한 감찰은 대검 감찰부가 진행 중이다. 원래 박 장관의 지시로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했던 사안이다. 조성은씨가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을 폭로한 직후 여당 국회의원들이 월성 원전 건에 대해 '제2의 고발 사주'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대검 감찰부장은 조국 전 장관이 사퇴 직전에 임명한 한동수 부장이다. 그는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채널A 사건 감찰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외견상으로 봐도 공정한 감찰이 이뤄지길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대검 감찰부가 '고발 사주' 및 '장모 대응 문건' 의혹과 관련해 최근 대검 대변인 공용폰을 임의제출 받은 뒤 포렌식을 했는데 그 결과를 지난 5일 공수처가 압수수색해 가져간 사실이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내부 감찰을 명분으로 압수수색 영장 없이 대변인 공용폰을 확보한 뒤 사용자 참관도 허용하지 않은 채 포렌식한 것이다. 그 자체로 위법 소지가 크다. 이러니 공수처의 ‘하청 감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닌가. 이러니 공수처의 '하청 감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닌가.
감찰권은 부처 공무원의 위법ㆍ비위 의혹이 제기됐을 때 엄정한 조사를 거쳐 징계 처분을 청구하는 권한이다. 공무원의 신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신중하게 사용돼야 하고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해놓고는 실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자 관련 검사들을 표적 감찰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복성 감찰 자체가 검찰 개혁이 실패했으며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11월 11일 文정권 검찰개혁의 참상

김세동 전국부장
문재인 정권이 역점 사업으로 몰아붙인 ‘검찰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고, 최대 피해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다. 이재명 성남시장 당시 추진된 분당구 대장동 개발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일당 7명이 1조 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배임·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해야 할 검찰의 행보는 목불인견이다.
미리 계좌추적을 통해 자료를 축적하고,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확보한 뒤 피의자를 소환 조사한 직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수사의 ABC를 전혀 지키지 않고, 언론 보도가 나온 한참 뒤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덜컥 소환부터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공 사장 직무대리, 남욱 변호사 등에게 증거인멸할 시간을 준 것이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정영학 회계사가 주요 관련자들의 녹취록을 들고 검찰에 나오지 않았으면 수사가 한 발짝도 진척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뒤늦게 진행된 유동규 압수수색 땐 그가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졌는데, 그걸 지나가던 사람이 주워 간 것도 검찰은 몰랐다. 그 압수수색 직전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정진상 부실장이 유동규와 통화한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성남시장이 되기 전 이재명 변호사 때부터 사무장으로 함께 해온 측근 중의 측근인 정 실장은 성남도공이 화천대유 일당에게 수익을 몰아준 주요 결정 서류에 이 시장과 함께 결재했고, 황무성 성남도공 초대사장을 몰아낸 과정의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도 정 실장에 대한 조사조차 시작하지 않고 있다.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가 ‘그분’에게까지 올라가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결연함마저 느껴진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때인 2020년 4월 총선 직전 검찰이 유시민 씨 등 여권 인사들의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너무도 무리하게 수사를 몰아붙인다. 당시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고발장을 보낸 혐의를 받는 손준성 검사는 관련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공수처는 그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아 아무런 혐의 입증도 안 된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용감함’을 보였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공수처는 최근 판사 사찰 의혹으로 윤 후보를 4번째 입건했다.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담당 판사들의 기본 인적 사항 등 포털 사이트에 난 내용과 공판검사들이 법정에서 경험한 재판 스타일을 정리해 놓은 ‘공판참고’ 자료를 사찰로 몰아가려는 저의는 ‘윤석열 흠집 내기’ 외에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공수처 설치가 논의될 때부터 ‘정치 중립성과 수사 전문역량이 떨어져 권력층에 대한 방패막이, 야권 인사 괴롭히기·망신주기 외에 다른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란 예측이 많았는데, 지금 그대로 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내년 3월 승리하면 ‘하청 수사처’ ‘공작처’ 소리를 듣는 공수처는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했으면 한다. 특별수사 역량이 허물어지고 상당수 수사권을 빼앗긴 데다, 정권 종속성마저 커져 처참하게 망가진 검찰을 어떻게 재생시키고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킬 것인지도 약속했으면 좋겠다.
문화일보
11월 12일 신속한 ‘쌍 특검’ 국민과 법률의 명령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사직안을 의결했다. 곽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맡은 화천대유에서 6여 년 동안 근무한 아들이 퇴직금 및 위로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아 논란이 되자, 지난달 2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사안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재명 여당 대선후보는 이 사안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몰아붙였다.
지난 10일 SBS·넥스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과 고발사주 관련 의혹의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63.9%, 57.3%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에 대해 검찰 수사는 29.1%,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계속 수사하는 데 대해 34.9%만이 찬성했다. 다시 말해,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검찰 수사와 공수처의 수사에 대해 선호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과반 이상이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특검을 원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제 ‘다까기’ 동시 특검의 급물살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동시 특검 수용을 주장하고 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지난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때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과반 이상이 동시 특검을 선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쌍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이 후보를 향해 ‘떳떳하다면 특검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 4명의 대선후보가 동시 특검을 선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다까기 동시 특검을 늦출 이유가 없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지난 9일 “저희는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라고 만들어진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제1야당의 윤 후보는 살아 있는 권력이고,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라고 스스로 시인한 여당 이 후보는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란 말인가?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대장동 개발에 관한 의혹이 더 커 보이고, 이 후보가 여당 후보임을 고려하면 지극히 기이한 논리다. 그렇다면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수처는 불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과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서는 특검이 수사를 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시간을 끄는 ‘침대 축구’도 싫어하지만, 특검 회피를 위한 시간 끌기 정치도 싫어한다.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 수준을 생각할 때, 의혹을 그대로 남겨둔 채로 대통령을 뽑게 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 행사 품격을 낮추는 행태다. 따라서 대장동 개발 의혹 및 고발사주 의혹 다까기 동시 특검을 통해 의혹을 충분히 해소해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만이 대선후보들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문화일보
11-12 “대장동 주범들 박영수 로펌서 회동” 朴 당장 소환조사해야

▲박영수 전 특별검사 . 사진=공동취재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과 이리저리 얽혀 있는 박영수 전 특검이 초기부터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점점 쌓이고 있다. 이번에는 박 전 특검이 2013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대표로 있던 A 로펌 사무실에서 대장동 핵심 인물들이 만나 ‘설계’ 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제 조선일보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이던 정민용 변호사가 2015년 1, 2월 서울 서초구의 A 로펌에서 수차례 만나 대장동 사업의 공모지침서 내용을 논의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3일 2014∼2015년 대장동 수사 때 박 전 특검이 정 회계사의 변호를 맡았으며, 해당 로펌이 수사를 받던 대장동 관계자들이 진술을 맞추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장소로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박 전 특검은 “정민용 변호사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담당 변호사 말로는 정당한 법률 자문을 했다고 한다”고 반박했지만, 박 전 특검이 대장동과 관련해 받고 있는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 전 특검은 2009년부터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하다 2014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변호도 맡았다.
남 변호사는 무죄 판결을 받은 뒤 A 로펌으로 소속을 옮기기도 했다. 앞서 박 전 특검은 2011년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부산저축은행에서 1100억 원의 대출을 알선한 금융 브로커 조모 씨 변호도 맡았다. 조 씨는 참고인 조사만 받고 입건조차 안 됐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의 주임 검사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다.
2015년 2월 6일 화천대유가 설립되자 박 전 특검은 같은 달 월 1500만 원을 받는 상임고문으로 임명됐다. 당시 A 로펌 소속인 조모 변호사는 천화동인 6호의 대표로 등재돼 있다. 박 전 특검의 딸도 화천대유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다.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업체 이모 대표는 김만배 씨와 100억 원대 돈 거래를 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한 기업과 여러 단계를 거쳐 돈 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쯤이면 ‘의혹 백화점’ 수준이다. 어쩌면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의혹을 풀 ‘키맨’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박 전 특검의 딸과 인척인 이 대표만 소환조사했을 뿐 박 전 특검에 대해서는 아직 소환 일정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특검’ 논의 추이나 지켜보며 미적대기로 작정한 것 같다.
동아일보 사설
11.13 대장동 수사 한 달간 태업, ‘특검 여야 교차 지명’ 검토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한 게 지난달 12일이었다. 침묵하던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했을 때 기대도 있었지만 대선에 급한 청와대가 사건을 빨리 대충 털고 가려 한다는 의심도 있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검경의 수사는 걱정했던 그대로다.
검찰은 유동규, 김만배, 남욱 등 구속을 끝으로 자신들의 역할이 끝났다고 여기는 듯하다. 검찰의 성남시청 압수수색이 소득 없이 끝났다고 한다. 예상한 결과다. 검찰은 수사 20일 만에 여론에 밀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뒤늦게 무엇을 찾을 수 있었겠는가.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는 구속 후 열흘간 단 한 번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들의 구속 시한을 감안하면 앞으로 열흘 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기존 배임과 뇌물 혐의를 보강하기도 벅차다. 윗선 수사는 물론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등 화천대유 관련자 수사도 손을 안 대고 있다.
경찰은 아예 무엇을 하는지 모를 정도다. 유동규씨 휴대전화를 입수한 지 한 달이 가까워오는데 포렌식 작업은 아직 성과가 없다고 한다. 최근에는 수사관 11명을 소속 부서로 복귀시켜 대장동 수사팀 규모까지 줄였다. 문 대통령 지시로 만들었다던 검경의 대장동 수사 협의체는 지금까지 단 두 차례 협의를 실시했을 뿐이다. 그중 한 번은 ‘수원 왕갈비’ 식당에서 열었다고 한다. 부실 수사 수준을 넘어 작정하고 태업하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재임 시 벌어진 대장동 의혹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다른 의도가 있어서 반대한 게 아니며 얼마든지 특검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들을 ‘눈속임’하려는 발언이 아니었다면 특검 도입에 자꾸 조건을 달며 머뭇대서는 안 된다. 마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자신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의혹 특검을 동시에 진행하자고 했다. 이른바 ‘쌍특검’이다. 이준석 대표는 ‘특검 여야 교차 지명’도 제안했다. 대장동 특검 임명권은 야당이, 고발 사주 특검 임명권은 여당이 행사하자는 것이다. 서로에게 불리한 의혹에 대해 상대 당이 특검을 지명하면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취지다. 두 후보 모두 제기되는 의혹에 떳떳하다면 회피할 이유가 없다. 서로에게 불편한 문제에 대한 수사를 전적으로 특검에 맡기면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 부추기는 ‘네거티브’ 정쟁 대신 정책 경쟁으로 나라의 미래를 논하는 대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13 윤미향·이상직, 이러다 4년 임기 다 채우겠다
국회 윤리위원회는 11일 비공개 전체 회의를 열어 무소속 윤미향·이상직 의원 등 4명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별 논의 없이 윤리심사자문위로 넘긴 채 회의를 끝냈다. 자문위가 최장 두 달간 심의한 후 징계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내면 다시 징계심사소위로 넘긴다. 윤리위 전체 회의와 본회의 처리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윤 의원은 1년 2개월 전인 작년 9월, 이 의원은 지난 5월 윤리위에 제소됐다. 그동안 논의 한번 안 하다 뒤늦게 움직이는 시늉만 한 것이다.
윤미향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을 지내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후원금 등 1억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후원금으로 갈비를 사 먹고 마사지를 받고 과속 과태료를 냈다. 정부와 지자체를 속여 보조금 3억6000만원을 챙기고, 치매 할머니의 돈 79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토록 했다.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하고 나랏돈을 빼먹은 파렴치 범죄인데 기소된 지 13개월 만에야 재판이 열렸다. 부동산 비위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출당만 해 의원직을 유지해 줬다.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 주식을 가족 회사에 헐값에 넘기는 등 4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스타항공에서 8개월간 임금을 체불하고 600여 명을 무더기 정리 해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질질 끌다 1년 만에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의원은 “나는 불사조다.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큰소리쳤고, 동료 의원들에게 “이 치욕 여러분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변호인을 7번이나 바꾸며 재판을 끌더니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났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 몸담고 대통령 딸 가족의 외국 이주를 도운 게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었겠나. 두 사람은 11일 국회 본회의에도 나란히 참석해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여권과 국가기관이 윤미향·이상직 의원직 지켜주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여당 소속 윤리위원장은 “징계 수위가 높지 않아도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재판도 징계도 질질 끌다가 두 사람의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다 채워주려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11.13 정의 없는 국가의 도적 떼가 될 텐가
? 정의 없는 국가의 도적 떼가 될 텐가
국가 공권력의 합법성이 무너지면 정부는 가장 큰 도둑, 가장 센 깡패다. 국가는 조폭이, 국민은 인질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대장동 머니게임은 충격적이다.
권력형 비리가 감지되면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 앞에 대한민국 검경은 수사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현 정권이 자정 노력마저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맹자는 군주가 인의를 저버리면 신하가 그 군주를 시해해도 정당하다고 했다. 지금 특검을 거부한다면, 집권 세력은 인의를 저버린 군주, 정의 없는 국가의 도적 떼가 될 것이다.
조선일보 5분칼럼 오피니언팀
월간조선 11월 호
11.13 양아치 데모크라시 - 정치를 빙자한 범죄의 결말
⊙ 인간은 天使가 아니라고 해서 악마여도 되는 건 아니다
⊙ 플라톤, “통치자는 법률에 대한 봉사자”
⊙ 理想국가와 哲人王에 대한 믿음은 필연적으로 폭압국가와 僞善的 폭군을 나오게 한다
⊙ 정치적 현실성이라는 게 惡을 용인하는 것일 수는 없다
이강호
1963년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 대통령비서실 공보행정관, 《미래한국》 편집위원 역임 / 現 한국자유회의 간사,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 저서 《박정희가 옳았다》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 플라톤의 손가락은 하늘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손바닥은 땅을 향하고 있다.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점에서 법(法)은 소시지와 같다.”
19세기 독일의 재상(宰相) 비스마르크가 한 말이라고 전해진다. 법률 제정 과정에 지저분한 뒷거래와 협잡(挾雜)이 난무하는 실상을 소시지 제조 과정에 비유한 것이라 한다.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겠지만 소시지는 오늘날 대중적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그러나 그 본토인 서구(西歐)에서는 그리 대중적 음식은 아니었다. 도축업자들이 내장과 머리 고기 등 고기를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 등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그 제조 과정이 상당히 지저분했다. 그래도 정상적인 고기를 제대로 구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에겐 대용으로 꽤 유용했던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굳이 상기하면 누구든 입맛이 떨어질 것이다.
단순히 법률 제정만이 아니라 정치 자체가 좀 그렇다. 국민을 위한다며 갖은 명분을 내걸고 심지어 정의(正義)를 앞세우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토가 나오게’ 만들곤 한다. 철혈재상(鐵血宰相)이라 불리던 비스마르크조차 한마디를 남길 만큼이다.
오늘날, 그리고 우리의 경우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19세기 ‘비스마르크의 소시지’보다 더하다. 차라리 소시지는 약과다. 굳이 비유하자면 ‘중국산 김치’ 제조 공정이랄까. 오늘날 소시지 제조 과정은 더 이상 비스마르크가 빗댄 소시지 제조 과정 같지는 않다. 엄격하게 관리된다. 소비자들도 어느 정도 신뢰가 있다. 그러나 ‘중국산 김치’에 대해선 아니다. 지금 한국 정치는 거의 그런 꼴이다.
아수라
대장동 게이트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등장하는 이름마저 매우 중국스럽다. ‘화천대유, 천화동인’이다. 대법관 출신까지 등장한다. 그 외에도 온갖 인물이 거론된다. 가히 ‘아수라’의 경지다. 단순히 지저분하다거나 부정부패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냥 일탈(逸脫)이 아니다. 조직적인 범죄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아수라 범죄의 궁극적 책임자로 지목되는 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뻔뻔하게 우겨댄다. 급기야 여당의 대선(大選) 후보로 최종 선출이 됐다. 물론 마지막 경선(競選)에서는 62.37% 대 28.30%로 대패(大敗)를 했다. 정상적인 여론이 반영된 상식적인 결과다.
그런데 기괴한 여론조사 결과가 뒤따랐다. ‘대장동 의혹’에 ‘이재명(李在明)의 책임이 56.5%, 국민의힘 책임이 34.2%’라는 것이다. 사업의 최종결재권자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추진한 최대 업적이라며 자랑까지 했던 당사자에게 책임이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비록(?) 34.2%라고 하지만 국민의힘 쪽에 책임이 있다는 여론 수치의 의미는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국민의힘 쪽 한 인물의 관련이 불거지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연결된 부패이지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재명 지사가 강변했던 논리대로 국민의힘 쪽에 책임이 있다는 데 동조하는 여론 수치가 나왔다. 그들은 진짜로 그렇게 여기는 것일까 아니면 우기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정상이 아니다.
양아치 데모크라시

▲조제프 드 메스트르
민주주의는 소중한 제도다. 그러나 그것이 제대로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그 담당자들의 양식이 전제가 돼야 한다. 히틀러와 나치스가 민주주의가 없어서 등장한 게 아니다. 히틀러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민주적 과정을 밟아 집권을 했다.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다. 질(質) 낮은 부류들의 손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나라를 진흙탕에 빠뜨리고 파국(破局)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게 민주주의다.
국가의 제도와 권력은 정당성(합법성·Legitimacy)과 안정성 두 가지 모두를 필요로 한다. 그래야 국가의 계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언제나 출렁거리기 마련이다.
오늘날, 그리고 대한민국도 민주주의 없이 레지티머시를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주어졌다고 하루아침에 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숙해가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리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1948년 건국 이후부터며,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라면 이제 34세다. 그 30여 년, 나름 의미 있게 시작됐다 여겼지만 온갖 우여곡절(迂餘曲折)과 파행(跛行)의 얼룩 또한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민주화의 그늘에서 이 자유민주 체제 자체를 유린하려는 독초(毒草)가 자라났고, 또 한편으로는 건달도 못 되는 ‘정치 양아치’들이 민주를 빙자해 활개 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틀을 갖추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조잡함과 저열(低劣)함으로 가득 차 있는 ‘양아치 데모크라시’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에는 신사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발을 붙이지 못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 정치인의 저열함 탓일까 아니면 국민들의 수준 탓일까?
“모든 국가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
프랑스의 보수주의 정치사상가 조제프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 1753~1821)가 1811년 한 말이다. 메스트르는 프랑스혁명에 반대하고 군주정(君主政)을 옹호한 사람이다. 때문에 오늘날의 민주정치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인용할 만하진 않다. 그러나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뼈를 때리는 힐난으로 다가온다.
지금의 문재인(文在寅) 정부는 그리고 혹여 맞게 될지도 모르는 이재명 정부는 어떤 것일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치를 겪고 있는데 그보다 더한 희대(稀代)의 엽기적(獵奇的) 정치의 도래(到來)가 어른거린다고 하면 지나친 얘기인가?
“인간이 天使라면 정치는 불필요”(매디슨)

▲제임스 매디슨
정치와 정치가에 대해 이상적인 수준을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사실 정치는 그 함의(含意) 자체가 이상(理想)이기보다는 현실의 문제다. 물론 서구 정치철학의 원점에 해당하는 플라톤의 경우에서 보자면 정치라는 게 이상적 차원에서 다뤄지긴 했다. 하지만 사실은 플라톤조차도 이상적 정치를 논하기는 했지만 그 현실적 실현과 관련해선 일반적인 오해와는 다른 논지도 제시했다. 이점에 대해선 후술(後述)하기로 하고 우선 보다 현대에 가까운 근대 민주정치의 선구자의 말을 들어보자.
“만약 인간이 천사(天使)라면 정부는 불필요할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미국의 제4대 대통령을 지낸 제임스 매디슨이 《연방주의자 논고》에서 언급한 얘기다.
정치 자체가 그렇다. 정치는 천사들의 대화가 아니다. 정치는 전혀 천사일 수 없는 욕망을 가진 인간들끼리의 것이다. 현실의 인간은 불가피한 욕망의 범벅이다. 생존을 위하여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인간은 분투를 하게 된다. 그 같은 분투는 결코 악(惡)이 아니다. 그러나 타자(他者)와의 관계에 놓이게 될 때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바로 거기에 정치가 있다.
절대적으로 고립돼 있는 ‘나 홀로’의 개인이라면 타자와의 관계도 갈등도 없다. 그러나 아무런 관계를 갖지 않는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 자체가 타자를 전제한다. 자신을 의식하는 것과 타자를 인식하는 것은 동일한 의식의 양면이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런 것이다. 갈등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게 정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폴리스(polis)적 동물”이라고 한 말의 함의는 그런 것이다. 폴리스는 본래는 도시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 폴리스는 국가의 원형으로서의 정치체(body politic)이다. 그래서 폴리스적 동물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로 번역돼 통용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폴리스적 동물을 말할 때 폴리스는 이상적이라든가 정의롭다든가 하는 차원 이전에 존재하는 현실 자체를 뜻했다. 그런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과는 다른 관점이었다.
플라톤에게는 ‘이상적인 국가’가 전제돼 있었다. 정의가 실현되는 폴리스였다. 《국가(Politeia)》(Politeia는 정확히는 정체(政體), 즉 정치체제다)에서 대화는 ‘정의란 무엇인가?’와 그 ‘정의가 실현되는 이상적인 폴리스가 되기 위해선 어떠해야 하는가’가 주제로 펼쳐진다. 《국가》에서 제시된 표면적인 논리적 결론은 철인왕(哲人王)이었다. 통치자가 철학자가 되든가 철학자가 통치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논리와는 달리 정치인이 철학자가 되든가 철학자가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도 스승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이성(理性)과 이성적 판단에 입각한 정의의 실현을 소홀히 여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현실적이었다. 그는 사실상 모두가 타락한 정치체제에서 살고 있다는 전제하에 정치의 핵심은 정부가 더 이상 부패하지 않도록 가능하면 점진적으로 나아지도록 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플라톤의 《국가》와는 달리 ‘이상 국가’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최선 국가’에 대해 말한다.
16세기 초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라는 유명한 그림의 한가운데에 스승 플라톤과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함께 서 있다. 플라톤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향해 손바닥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데아적 이상론을 추구한 플라톤과 현실세계를 중시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플라톤도 결국은 法治 주장
칼 포퍼(Karl Popper)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유토피아적 이상 국가와 철인왕을 논한 플라톤을 매섭게 비판했다. 플라톤식의 정치철학은 결국 전체주의적 닫힌 사회와 독재자의 등장으로 귀결될 뿐이라는 것이다. 포퍼에 있어 플라톤은 마르크스의 원조(元祖)나 마찬가지였다.
포퍼의 지적은 일리가 있는 경고다. 그러나 플라톤의 논지에 대해선 약간의 변호가 필요하다. 사실 플라톤의 《국가》를 엄밀하게 읽어보면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눈에 띈다. 소크라테스는 이상적인 국가를 위해 통치계급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건을 말하는데 그에 대해 누군가가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론을 한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타당한 지적’이라고 답한다.
플라톤의 《국가》는 그저 이상 국가와 철인왕을 ‘주장’한 것으로 읽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표면적으로는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좀 더 엄밀하게 읽으면 《국가》에서 진행되는 대화는 일종의 사고(思考)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정의와 정의로운 국가의 이데아(idea)적 면모에 대한 사고 실험적 고찰(考察)이다.
이를 헤아리기 위해선 플라톤의 철학적 방법론인 이데아론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이데아는 추상적(抽象的) 이상형이다. 플라톤은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데아의 반영이라 했지만 아무튼 현실에 존재하는 것은 이데아적 존재 자체는 아니다. 이것은 국가와 정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플라톤의 정치철학적 저작에는 《국가》만 있는 게 아니다. 그 후기 저작인 《정치가》와 《법률》도 있다. 《정치가》에서는 철인왕의 통치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정치가들이 신뢰할 만한 덕을 완비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이들을 법치(法治)로 제한하는 차선(次善)의 체제를 대비시킨다. 이론상으로는 최선(最善)의 이상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처음부터 차선의 체제를 직접적인 목표로 해야 최악(最惡)의 체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선의 철인 통치는 논리적으로 보자면 법의 구속(拘束)을 받지 않는다. 반면 통치자가 법에 의해 구속되는 차선의 체제는 철인 통치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최악의 폭정이라는 ‘재앙’은 막을 수 있는 게 된다. 즉 《정치가》에선 이제 ‘법의 지배(rule of law)’가 필요함을 명확히 한다. 그리고 마지막 원숙한 저작인 《법률》에선 철인왕에 의한 이상 국가가 아니라 법치를 강조한다. 최선의 철인왕이 아닌 차선의 정치가가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실재의 세계에서 그나마 바람직한 정치는 결국 법치가 아니고선 안 된다는 결론이다.
이때의 법치는 결코 ‘법을 수단으로 하는 통치(rule by law)’가 아니다. 통치자가 법을 자의적 전제권력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지배하는 ‘법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통치자도 법 아래에 놓여야 ‘법의 지배’일 수 있다. 고대 중국식의 율령(律令)체제는 ‘법의 지배’로 나아가지 못했다. 군주가 반포(頒布)하는 ‘법에 의한 지배’였다. 결국은 전제적(專制的) 통치였다. 하지만 플라톤의 《법률》에선 법 위에 있는 초월적 군주는 없다. 플라톤은 통치자를 법률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했다.
市民들의 소양과 자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방점(傍點)은 달랐다. 하지만 상반(相反)되는 것이기보다는 접근의 방법론에 따른 강조점의 차이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플라톤은 이데아적 이상형을 먼저 논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에 존재하는 형상이라는 현 실태가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현실을 중요시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아테네 학당〉이라는 그림에서 또 다른 손에 들고 있는 책이 있다. 《윤리학》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있어 정치학은 윤리학과 분리되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윤리학의 연장에 있다. 폴리스는 선(善)을 추구하고 또 그 구현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그것은 플라톤적인 이상형의 지상에서의 구현이 아니라 공동선(共同善)의 추구가 된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에겐 통치자만이 아니라 폴리스를 구성하는 시민들의 소양과 자질도 중요한 것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폴리스적 동물”이라고 한 것은 이렇게 하여 완결적 의미를 갖게 된다.
물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논리를 다른 잣대로 언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에 대해 갖은 신랄한 논지를 전개한 마키아벨리조차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중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권력 기반을 파괴할 법한 악덕(惡德)으로 악명(惡名)을 떨치는 것을 피하고, 또 정치적으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악덕들도 가급적 피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정치철학의 고전적(古典的) 대가(大家)들의 논점에 비추어 오늘날의 한국 정치의 상황을 짚어보는 게 어떤 점에선 가당찮게 여겨지기도 한다.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는 고사하고 아예 마키아벨리도 벗어났다. 그저 악덕이 아니다. 정치를 빙자하지만 그냥 범죄다. 이것은 정치의 이상과 현실의 차원도 넘어선다.
《국가》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 국가가 지상에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 “이상향(理想鄕)의 본보기는 천상(天上)에 있고 정의로운 사람은 천상의 도시를 기준으로 삼아 살 것이다”고 말한다. 정치를 최고선(最高善)의 실현을 위한 것으로 여기게 되면 실수가 나온다. 이상 국가와 철인왕에 대한 믿음은 필연적으로 폭압 국가와 위선적(僞善的) 폭군을 나오게 한다. 따라서 정치는 언제나 현실적이어야 한다.
상대주의에 따른 가치판단의 포기
그러나 정치적 현실성이라는 게 악(惡)을 용인하는 것일 수는 없다. 정치는 그 자체로 이상의 실현을 추구하는 것이어선 안 되지만 명백한 악에 대해선 맞서야 한다. 이 같은 관점은 플라톤주의자임과 동시에 기독교 교부(敎父)철학의 원점에 있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논지에선 매우 중요하게 짚어진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학자이지만 그의 신학(神學)은 다른 한편으로는 깊은 정치철학적 고찰도 담고 있다. 그는 인간을 한계를 가진 존재로 보고 그 한계의 존재에 의한 ‘지상의 나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가치 지향의 포기를 말하는 건 아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한계를 말함과 동시에 올바름의 추구를 말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친구들과 함께 과수원에서 배를 훔친 경험을 회고한다. 그는 몇 개 먹지도 않고 돼지에게 던져주면 어떨까 얘기했다고 하며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단지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것을 즐겼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육체가 아닌 정신에서 악행이 나왔음을 깨달았다. ‘철인왕’이라고 해서 그런 한계가 없을 것인가?
인간의 근본적인 이런 한계를 도외시한 이상 국가 혹은 이상적 정치에 대한 집착은 착오와 극단주의를 부르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올바름의 추구가 포기돼도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철인왕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올바름을 지키는 책임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지상의 나라’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이 그러하다.
현실은 헤아려야 하는 것이지 핑계가 돼선 안 된다. 현실이 핑계가 되어 올바름의 가치를 놓아버리게 되면 가치부재(價値不在)의 정치가 된다. 현대 리버럴 정치는 상대주의적(相對主義的) 경향이 심화되면서 가치부재로 치달았다. 상대주의에 따른 가치판단의 포기가 되레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으로 행세했다. 그 결과 지금 서구문명은 가치붕괴의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우파(右派) 진영은 실용주의(實用主義)와 중도론(中道論)에 몰두했다. 가치지향의 포기였다. 이 같은 포기는 좌익(左翼)의 몰(沒)가치성과 폭주(暴走)에 단호히 맞서지 못하게 했다. 무원칙하게 타협적인 정치공학으로 확장을 꾀했다. 그러나 그 같은 가치부재의 정치는 설득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뿐이었다.
독선(獨善)은 언제나 위험하다. 그러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아예 놓아버리면 무기력하게 된다. 교만과 독선은 언제나 위험하다. 하지만 상대주의와 실용주의적 태도로 가치판단을 포기하는 것은 위선에 빠지게 만들 뿐만 아니라 허약하게 만든다. 가치부재의 기능주의적(機能主義的) 정치는 결국 힘도 잃는다. 정당성의 주장을 포기한 정치는 결국 그 반대편의 독선적 주장으로 무장한 정치에 무력(無力)하게 된다.
그런 무기력함이 정치타락을 극한으로 치닫게 했다. 패거리 범죄집단이 정치로 치장하여 나설 수 있게 만들었다. 그 범죄적 정치 패거리들에 선동된 ‘르상티망(원한)’적 ‘한(恨)의 정치’의 감성이 무리를 이루면서 최소한의 시민적 양식(良識)조차 집어삼키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이 계속되면 민주주의는 물론 정치 자체가 파멸로 치닫게 한다.
문제는 계몽주의 이래의 착각에 의한 폭주
근대성(近代性)이 본래 반고대(反古代)인 것은 아니다. 중세(中世)에서 벗어나는 근대적 탄생을 상징하는 것의 하나인 르네상스의 본래 의미는 오히려 고전적 가치의 부흥(復興)이다. 서구 중세인들은 그리스-로마 고전문명을 결코 능가할 수 없다고 여겼다. 고전-고대 문명의 성취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으며 상실한 그 문명의 진면목을 학습하고 회복하는 것이 발전이라 여겼다. 그 같은 발상은 나중에 계몽주의 이후 근대적 발전의 독자성이 인식되고 강조되면서 달라졌다.
하지만 르네상스로 상징되는 그 같은 고전적 가치의 회복·부흥이라는 생각은 결코 잘못된 게 아니다. 단순히 시대의 문제, 시간 경과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 가치에 대한 태도 문제다. 고전-고대의 문제의식 그리고 그 답을 구하는 노력은 결코 평가절하될 것이 아니다. 그 같은 것을 인정하고 소중히 하는 태도는 올바른 것이었다.
오히려 문제는 계몽주의 이래의 착각에 의한 폭주라 할 수 있다. 근대 이래의 폭주는 진보라는 관념에 도취되어 본질적 가치와 덕목을 상대화시켜버렸다. 문제 자체를 상대화시켜버렸으며 그 답도 상대화시켰다. 그 결과 가치부재, 가치상실로 치달았다.
惡에 투항한 都城은 멸망으로 향한다
정부는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제임스 매디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이 천사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천사가 아니라고 해서 악마여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논점을 빌리자면 천상의 나라 ‘신국(神國)’이 아닌 ‘지상의 나라’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지상에서의 정치가 분명하게 그어야 되는 선이 있다. ‘명백한 현실적인 악인(惡人)에 대해, 그 분명한 악행에 대해선 선을 그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한계를 갖는 정도가 아니라 지옥의 입구가 된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시민의 도덕적 덕목을 함양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명백한 악행에 대해 맞서고 벌하는 기능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런 정부는 아예 존재가치 자체가 없다. 아우구스티누스 식으로 말하자면 악에 투항한 도성(都城)은 멸망으로 향한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현상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나라 자체가 존망(存亡)의 궁극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한다면 과한 우려인가.⊙
11.16 LH 부동산 투기 ‘엉터리 수사’로 무죄, 검·경 고의 태업 가능성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LH 직원 출신과 그의 지인 등 3명이 최근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이들은 LH 직원 재직 중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개발 예정 지역에 있는 땅 25억원 어치를 미리 사들여 77억원의 수익을 거둔 혐의로 기소됐다. 개발 정보 입수, 땅 물색, 지분 배정, 자금 조달, 친인척 동원, 명의 차용 등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 7년, 벌금 7000만원까지 처벌받고 투기 수익도 전액 몰수되는 중범죄다.
법원은 “범죄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 수사·기소했다면 유죄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검경이 마치 무죄가 나오기를 바라면서 일부러 ‘엉터리’ 수사·기소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황당한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검경은 LH 직원이 투기 정보인 업무상 비밀을 회의에 참석해 알게 됐다고 해놓고 그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조차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결국 판사가 바로잡아줬다. 법정에 앉아 있는 판사 눈에도 보이는 것인데, 검사와 경찰관은 피고인들을 직접 조사하고도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기소 내용 중 비밀 관련 부분을 재판 중에 변경했다면 유죄가 됐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검경은 증거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비밀이 논의된 회의를 담당하며 결과 보고서를 만든 핵심 증인을 아예 조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수사 초기 피고인이 자백도 했지만 변호인 없는 상태에서 조사했고 영상 녹화도 하지 않아 증거로 쓰지 못했다. 검경은 수사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 무능인가 고의인가.
부동산 수사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LH 투기 의혹으로 여권 지지율이 떨어지자 정권이 급조한 것이다. 투기 단속 전문인 검찰과 감사원은 특별수사본부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경찰은 첫 압수수색을 나가는 데 1주일이나 걸렸다. 증거를 없애거나 서로 입을 맞추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지금까지 여권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처벌받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LH 직원도 무죄나 무혐의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선거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수사라는 사실을 검사, 경찰관들이 다 알았는데 누가 제대로 수사했겠나. 고의 태업일 가능성이 높고 언젠가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11.18 李 후보 수사 촉구 이틀 뒤 하나은행 압수수색, 우연인가
검찰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과 함께 하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대장동 개발 당시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무산 위기를 곽 전 의원이 막아줬다는 피의자 진술에 따른 수사라고 한다. 하나은행은 컨소시엄 지분 14%를 보유했지만 받은 이익 배당금은 11억원에 불과했다. 자신에게 손해라는 사실을 알면서 지분 1%인 화천대유와 6%인 천화동인이 수천억원을 가져가는 비정상적 이익 배분을 용인했다는 것이다.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시급하고 중대한 대장동 사태의 본질은 손도 안 대던 검찰이 왜 이 수사부터 서두르는지 의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 15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하나은행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하나은행이 무려 7000억원 거의 대부분의 자금을 부담하면서 이익 배당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몰아주는 설계를 했는데 이야말로 배임 혐의”라고 했다. 이 발언 이틀 후 검찰이 압수수색했다. 우연인가. 이 후보는 수차례 “내가 한 것은 공익 환수 설계이고, 도둑 설계는 민간이 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수사 방향이 이 후보가 제시한 이 가이드라인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가 설계하고 만든 것이다. 사업 주체였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동규 전 본부장이 공사 몫을 확정해 놓는 바람에 수익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경우 모두 투기 세력을 포함한 민간 몫이 되도록 몰아준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비정상적 이익 배분의 주체는 성남시라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본질은 제쳐둔 채 민간에게 돌아간 수익 중 하나은행과 투기 세력 간의 배분부터 수사에 나선 것이다. 누가 봐도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장동 의혹엔 성남시의 배임 문제 외에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도 포함돼 있다.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 의견을 낸 권순일 당시 대법관이 재판을 전후해 김만배씨를 수차례 만나고 퇴임 직후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입사한 문제다. 배임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 하지만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을 조사는 물론 피의자로 입건도 안 하고 있다. 무능과 나태보다 더 나쁜 게 이런 식의 선택적 수사다.
조선일보 사설
11.19 [단독] 대장동 분양업자 “남욱·김만배 측에 43억 줬다”
또다른 사업자 “성남시장 재선·인허가 로비에 쓰였다고 들어”
남욱 “사업비로 썼다” 이재명측 “허무맹랑한 얘기, 사실무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장동 5개 지구 아파트 분양을 담당했던 분양 대행 업체 대표 이모씨가 2014년 초부터 2015년 3월까지 남욱 변호사(구속·천화동인 4호 소유주) 등에게 43억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검찰은 “43억원 중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건넨 돈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재선(再選) 선거운동 비용으로, 이후 전달된 돈은 대장동 사업 인허가 로비 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안다”는 대장동 사업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 이씨의 계좌 내역 등을 확보해 이씨에게서 나온 43억원이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씨(구속·화천대유 대주주) 쪽으로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현금으로 인출한 돈을 쇼핑백에 담아 남욱씨 등에게 전달하거나 김만배씨 주변 인사 계좌로 송금했다고 한다. 이씨는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던 박영수 전 특검의 친척이기도 하다.
검찰은 실제 그 돈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 캠프 또는 정·관계 인사에게 유입됐는지를 쫓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동규(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방선거를 앞둔 2014년 4월 공사를 나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가, 이재명 시장이 당선되자 7월 공사에 복귀한 것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2013년 남욱 변호사 등에게 3억5200만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있다. 유씨 공소장에 따르면, 유씨는 2013년부터 ‘남욱 일당’과 유착된 상태였다.
다만 검찰은 ‘43억원’이 당시 유씨 등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와 김만배씨는 검찰에서 “로비가 아닌 사업비로 썼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측은 “선거철마다 나오는 허무맹랑한 얘기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씨가 조달한 ‘43억원’ 중 20억원을 대여해 준 토목 건설 업체 나모 대표에게 화천대유가 나중에 100억원을 지급한 이유도 규명하고 있다. 이 100억원은 애초 대장동 토목공사 사업권이 다른 업체로 넘어가면서 나씨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시 ‘로비’의 내막을 알고 있던 나씨의 ‘폭로’를 막으려는 차원에서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17일과 18일 이틀 연속 이씨를 소환해 ‘43억원’을 둘러싼 보강 수사를 벌였다.
11월 19일 성남시장 선거 전후 ‘43억’…대장동 윗선 밝힐 핵심이다
대장동 특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김만배·남욱 씨 등의 구속 만기일이 가까워지면서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같았다. 유동규 씨 등 대장동 일당의 배임·뇌물 혐의에 집중하고, 최초 설계자이자 최종 결재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는 수사가 근접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이 후보가 대장동 특검 수용 입장을 밝히고, 2014년 성남시장 선거를 전후한 43억 원 전달설이 제기됨으로써 새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검찰이 줄곧 꼬리 자르기 수사 비판을 받아온 것을 감안하면 예상 밖 상황이다.
언론 취재 등에 따르면,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혐의는 대장동 일당이 2014년 선거를 전후해 분양대행업자로부터 43억 원을 받은 것이다. 이 돈 중 일부가 성남시장 선거운동에 들어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선거에서 이 후보는 현역 시장으로 재선에 도전했다. 43억 원의 종착점이 중요하다. 진술이 사실로 확인되면 대장동 비리와 이 후보 간 연결고리가 드러나는 셈이다.
분양대행업자 이모 씨는 2014년 초부터 2015년 3월까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게 수차례에 걸쳐 43억 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후보의 측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2014년 4월 성남도공을 나와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4∼8월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3억5200만 원을 받는 등 대장동 일당과 유착된 상태였다. 대장동 일당도 민·관 결합방식 개발을 관철하기 위해 이 후보의 재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선거 캠프로 돈이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대장동 토목공사 사업권 대가로 43억 원 중 20억 원을 제공한 건설업체 대표가 사업권을 따지 못한 데 대한 합의금으로 100억 원을 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43억 원의 종착역을 알고 있는 데 대한 입막음용 추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 변호사 등은 ‘사업비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후보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선거캠프 전달설과 관련, “진술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43억 원의 종착역이 유 전 본부장 등 선거 캠프로 확인되면 이 후보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 특검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이 이 부분을 집중 수사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월 19일 野 표적 수사 대행처 되는 공수처 죄책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부패 사건만 독립해서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1월 출범했다. 이러한 수사는 과거 대검 중수부가 담당했을 만큼 고도의 수사 능력이 필요하고, 주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사의 독립성 확보와 정치적 중립은 공수처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공수처 출범 후 10개월이 지나도록 들리는 말은 공수처의 무능이나 집권 세력과의 유착 의혹뿐이다.
지난 4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혐의를 받는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조사하면서 공수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로 에스코트해서 논란이 됐고, 그 불법 출국금지 사건도 수사를 마치지 못한 채 수원지검에 재이첩해 버렸다. 지난 10월 22일에는 송영길 여당 대표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여권 정치인 고발사주 의혹 사건 수사에 관해 손준성 검사에 대한 강제 수사를 요구하자마자, 다음날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 며칠 전 법원이 공수처의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기각한 뒤이므로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한 일이었고, 당연히 법원은 그 청구도 기각했다.
또한, 지난 10월 하순 공수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막바지에 윤석열 후보를 검찰총장 시절 ‘판사 성향수집 문건 작성’ 관련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미 지난 2월 서울고검에서 형사 무혐의 종결했고, 지난 6월 친여 성향 시민단체가 재차 고발하고 행정법원 1심이 사소한 내용으로 윤 후보에 대한 징계 사유를 인정한 것 외에는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었다.
그 반면, 위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제보를 사주한 의혹을 받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고발 사건은 공수처의 수사 의지마저 의심받고 있다. 또, 이재명 여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사건인 ‘대장동 게이트’는 검찰에서 수사 중이지만, 권순일 전 대법관의 경우 이 후보의 경기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 사건의 대법관으로서 무죄 선고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대법관 퇴임 직후 대장동 개발사업 주주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재직한 재판 거래 의혹에 관해 사후수뢰죄로 검찰에 고발됐다. 대선까지 채 4개월도 안 남은 지금 공수처가 굳이 야당 후보를 수사하겠다면, 적어도 여당 후보와 관련된 위 권 전 대법관 사건도 이첩 요구해 철저히 수사했어야 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윤 후보에 대해서만 현재까지 4차례나 입건해 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수처 차장은 최근 여당 이 후보 선대위 공동 대변인과 만찬 약속까지 했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재판 중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사실도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기 위해 울산경찰서장에게 선거기간 중 상대 후보인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표적 수사를 하명했다는 것인데, 이제는 그 역할을 경찰 대신 공수처가 하겠다는 것인가?
설립된 지 채 1년도 안 된 공수처가 무능하다는 것은 세월이 가면 나아질 수 있는 만큼 참을 만하다. 하지만 막강한 수사권을 가진 독립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이는 공수처장을 비롯한 공수처의 구성부터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제도의 근본적 허점에 기인한다
문화일보
11.22. 60년 전 돌 사진 시비까지, 또 도진 與의 ‘닥치고 친일 몰이’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60년 전 돌잔치 사진 속 화폐가 일본 엔화라며 비판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발언을 철회했다. 송 대표는 “(윤 후보가) 엔화가 우리나라 돈 대신 돌상에 놓였을 정도로 일본과 가까운 유복한 연세대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했다가 한국은행 발행 지폐임이 확인되자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일단 내지르고 보는 여권의 습관적 친일 공세가 망신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지난 5년 내내 친일 프레임을 정권 운영의 도구로 활용해왔다. 앞 정권 시절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더니 틈만 나면 ‘죽창가’를 부르고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외치며 반일 몰이를 이어왔다. 한일 관계 개선을 말하면 친일파라고 비난하더니 정작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였음을 인정한다”고 뒤늦게 180도 말을 바꿨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여당에서 일했던 김원웅 광복회장은 ‘이승만은 친일파’ ‘안익태는 민족 반역자’ ‘백선엽은 사형감’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더니 독립유공자라던 자기 모친의 창씨 개명 의혹 등에는 “그럴 리 없다”며 모른 척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단체 활동의 공로로 금배지를 단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기부금 유용 등의 의혹을 제기하자 “친일 세력의 모략극”이라며 억지 부렸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7월 출마 선언 직후 “대한민국은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며 친일파 타령으로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이들에겐 미·중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서 이웃 나라 일본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앞뒤 안 맞고 근거도 없는 ‘내로남불’식 친일 공세와 선거공학만 난무한다. 급기야 이번 민주당 대표의 실언으로 밑바닥이 드러났다.
조선일보 사설
11.23 검찰 대장동 수사 54일, 코미디 흥행작 소재 될 것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22일 구속 기소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사 26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가동한 지 54일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검찰은 이날 기소한 세 사람이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던 유동규씨와 공범으로 대장동에서 민간 업자들이 천문학적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고, 유씨는 그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은 인허가부터 단계마다 최고 최종 결정권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그의 결재를 받아 일이 진행됐는데도 검찰은 지금까지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성남시 산하 기관 본부장에 불과한 유씨가 성남시장의 묵인, 허락이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수천억 원의 특혜와 수백억 원의 뇌물을 주고받는 초대형 부패 범죄를 저질렀다는 납득하기 힘든 ‘축소 수사’다. 처음부터 예고된 결과다.
검찰 수사팀의 주요 보직은 위부터 아래까지 친정권 검사들이 차지했다. 수사팀은 증거를 일부러 피해 다니는 것처럼 움직였다. 첫 압수 수색을 유동규씨 거주지로 나갔지만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조차 챙기지 못했다. 처음엔 ‘유씨가 창밖으로 던지는 바람에 못 찾았다’더니, 이어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진 일이 없었다’며 말을 바꿨다. 그런데 그 휴대전화를 경찰은 한나절 만에 찾아냈다. 검찰은 유씨의 다른 휴대전화를 찾는다며 그의 지인 집도 압수 수색하더니, “여러 대의 전화 중 어느 것이 유씨 전화인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했다. 유씨의 진짜 전화가 발견될까 봐 겁을 내는 것 같았다. 성남시청은 수사팀 출범 후 16일 만에야 압수 수색했고, 시장실 압수 수색은 6일을 더 미뤘다. 이 정도면 수사가 아니라 쇼다.
코미디에나 나올 법한 일들도 잇달아 벌어졌다. 코로나가 심각한데도 수사팀은 8명씩 인원을 나눠 ‘쪼개기’ 단체 회식을 했다. 그것도 2차, 3차 술자리까지 했다고 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7명이나 나왔다. 주임 부장검사까지 코로나에 걸려 9일간 자리를 비운 끝에 교체됐다. 유동규씨 공소장에는 검사 18명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나중에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르니 그 부담을 18분의 1씩으로 ‘쪼개기’한 것 아닌가. 쓴웃음이 나온다.
그런데도 검찰은 “대장동 관련 의혹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수사할 예정이며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게 실체를 규명할 것”이라고 한다. 이 희극적 대사를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대장동 사태를 낳은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의 주인이라는 ‘그분’은 누구인지, 2014년 성남시장 선거 전후에 전달된 43억원은 어디에 쓰였는지 등을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과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등의 금품 수수 의혹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이 68%가 넘는다. 특검 도입도 질질 끌면서 사실상 의미 없게 만들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드라마로 만들면 블랙코미디 흥행작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23일 檢의 ‘대장동 배임’ 축소 수사 의혹 자체도 수사 대상
검찰의 대장동 수사는 처음부터 꼬리 자르기 우려에 휩싸였다. 친정권 인사들 위주의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은 수사 원칙을 무시하고 증거인멸 기회를 줬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배임의 윗선을 가리키는 단서가 속출했지만 수사는 그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검찰은 22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천화동인 4·5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업 규모 1조5000억 원대, 민간사업자 특혜 배당 및 분양이익 8000억 원대, 배임 규모 1800억 원대의 개발 비리가 이미 구속기소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와 민간업자 3명의 작당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수사팀 지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고교 후배로 승승장구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실무를 담당한 김태훈 4차장이 맡았다. 수사팀에는 송철호 울산시장 사위가 포함됐다. 수사는 윗선 연결 고리 피하기에 급급한 듯했다. 압수수색 직전 창밖으로 던졌다는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는 못 찾은 게 아니라 안 찾은 정황이 뚜렷하다. 성남시 압수수색은 차일피일 미루다 본격 수사 16일 만에 이뤄졌고 그나마 성남시장실은 5번 압수수색 중 마지막에 한 번 실시했을 뿐이다.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관련 10개 공문서를 직접 결재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이 대장동 개발 설계자라고 밝히는 등 배임 연루 가능성을 시인했지만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남 변호사 등이 이 후보가 재선에 도전한 성남시장 선거를 전후해 분양업자로부터 43억 원을 받았고 이 중 일부가 이 후보 선거 캠프에 들어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부실 수사를 넘어 의도적 축소·은폐 수사라는 의혹도 피하기 어렵다. 특검 여부와 무관하게 이런 수사 행태와 관련된 외부 압력, 지휘 라인의 강요와 지시, 짜맞추기 조사 등이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사실로 드러나면 직무유기는 물론 결과적으로 국민의 대선 후보 판단을 왜곡한 국기문란 혐의까지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11.24 누굴 위한 검찰개혁이었나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이 수사를 시작한 지 54일 만인 22일 내놓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성격의 보도 자료는 예상을 넘게 초라했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 측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나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성남시 등 ‘윗선’의 개입 여부 등을 규명하지 못했고, 2014년 성남시장 선거 전후 대장동 일당에 전달됐다는 43억원의 종착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한 편의 희극(喜劇)을 연상케 한 이번 수사는 검찰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대장동 수사를 통해 국민들은 무능한 검찰의 모습을 봤다. 사건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전 창문 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졌지만 검찰은 끝까지 못 찾았다. 오히려 “압수수색 전후로 창문이 열린 사실이 없다”며 언론 보도를 ‘오보’ 취급했다. 그런데 경찰은 이 휴대전화의 행방을 쫓은 지 하루 만에 찾아냈다. 검찰이 그동안 ‘안 찾은’ 건지 ‘못 찾은’ 건지 시간이 지난 뒤 물어보니, 관련 내용을 잘 아는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정말 못 찾았던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핵심 혐의인 뇌물 액수를 두고도 매번 말이 달라졌다.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는 김씨에게서 5억원을 받았다고 했다가, 정작 공소장에서는 제외했고 추가 기소하면서 다시 넣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5억원의 계좌 추적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영장에 넣었던 것이다. 검찰과 같이 팩트를 중시하는 신문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으면 징계감이다.
수사팀의 무능력은 사기(士氣) 저하로 나타났다. 수사가 시작된 지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부터 수사팀 내부에서조차 “특검이 수사를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 전쟁의 승패는 이미 이때 정해졌다. 지난 10월 국감장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이 수사팀에 대해 “저보다 훌륭한 A급 검사들”이라며 사기 진작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대장동 수사가 맹탕으로 끝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사 참사’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검찰은 간부 인사를 통해 요직에 ‘능력’이 아닌 ‘정치 성향’을 따져 임명했다. 특히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보직에 수사 경험이 적은 차장·부장검사가 임명됐다. 그 사이 이름난 ‘수사통’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한직으로 밀려났다.
현 정권은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자기 사람 심기에 급급했다. 이번 대장동 수사는 그 종합판이다. 검찰 수사는 갈팡질팡했고, 정치권 눈치 보기에 바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발표 자료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수사를 못한 수사팀도 자괴감을 느끼겠지만 국민들은 더 속이 터진다. 누구를 위한 검찰 개혁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윤주헌 기자
11월 24일 윗선 규명 않은 비상식적 대장동 수사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검찰은 지난 22일, 수사 중인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주범이라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배임 및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 사건 수사의 단초가 된 녹취록을 제공한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를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전담수사팀이 구성돼 54일 만에 내놓은 중간 수사 결과다. 앞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대장동 개발사업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등장한다. 도시개발공사란 지역개발사업이나 해외 투자 등 수익 사업을 통해 주민의 복지 향상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법 제137조 및 지방공기업법 제49조에 따라 각 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에 따라 설치·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을 위해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하고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성남의뜰’이라는 특수목적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이재명 시장은 자신의 선거공약이었던 성남시 단대오거리역 앞 제1공단 부지의 공원화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대장동 사업을 제1공단 사업과 묶어 결합 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깊은 관심을 기울인 사업이었다.
재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당선된 이 시장은 시의회의 반대로 성남시의 직접 공영개발이 불가능해지자 민·관 합동 개발 방식으로 전환했다. 10여 년 간 민간과 공영개발을 오가며 표류하던 이 사업이 순항한 것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고비인 인허가를 해줄 성남시가 파트너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시 예산 35억 원을 성남의뜰에 투자했는데, 예산이 투입된 사업은 관련 공무원들이 결재권을 갖고 시의회는 감사권을 갖는다. 그런데도 수사 과정에 처음부터 성남시 관계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2015년 성남도개공이 공모지침서를 작성할 때부터 이미 김만배·남욱·정영욱 등이 유동규와 사전에 모의해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선정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고 보고 있다. 민간투자자들과 도개공의 기획본부장이 합의해 만든 공모지침서가 ‘윗선’의 재가 없이 확정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구체적 내용의 협상 과정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실무자들의 검토 의견은 묵살됐다. 이는 경기도 국정감사 때 답변을 통해 이재명 지사가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공모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확정 이익만 받는 것을 반대하던 황무성 당시 성남도개공 사장을 압박해 사퇴시킨 녹취록도 나왔다. 관련 공무원들이 다수의 관련 서류에 결재했다는 것은 그 사업의 내용을 이해하고 추진하는 데 담당자로서 이의가 없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는 최고 결재권자의 명확한 의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한 수사의 불가피성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민간업자들만 기소했다. 여당과 수사 당국이 대장동 의혹에 발목이 잡힌 이 후보를 보호하려 하면 할수록 이 후보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11-24 “대장동 연루 전관들 봐주기 수사 절대 안돼… 반드시 처벌돼야”
[인터뷰]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장택동 논설위원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에는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등 고위직 전관(前官) 변호사가 여럿 연루됐다. 이들은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아 한 달에 최고 1500만 원을 받았고, 로비 의혹에도 이름이 거론된다. ‘법조 게이트’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고발 사주’ 의혹도 전·현직 검사들이 중심에 서 있다. 법조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19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만난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58)은 이에 대해 “많은 법조 후배들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만과 울분을 토로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법조인의 윤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거듭 주문했다.》
“명망가 지위로 이익 챙겨”
―‘대장동 게이트’에 전직 대법관, 전직 특검 등이 연루된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 어떻게 보나.
“상당히 부적절하다. 일반 국민이 상상할 수 없는 과도한 이익을 민간 사업자가 챙긴 것도 비상식적이고, 이 사업 주체가 대가 없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법조 유명 인사들에게 제공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납득하기 힘들다. 일반 국민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가 이뤄져서 그에 따르는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 봐주기 수사라든가 미진한 수사가 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화천대유에는 권 전 대법관, 박 전 특검 외에도 김수남 전 검찰총장,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도 고문으로 일했다. 고문단이 최대 30명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사 출신인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를 퇴직하면서 50억 원을 받았다. 법원은 이 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동결 조치하면서 화천대유의 법적 분쟁을 해결해주는 대가라고 판단했다.
―전관들의 이런 행태에 대한 법조계의 여론은 어떤가.
“많은 법조 후배들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만과 울분을 토로한다. 하루하루 사무실을 유지하기도 힘든 그런 변호사들이 많다. 그런데 법조계에서의 명망가적 지위를 부적절하고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데 사용하는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법 재판을 전후해 8차례 권순일 전 대법관을 찾아갔고,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직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 ‘재판 거래’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특정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 대해 구속 수사를 해야 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해달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그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대한변협 입장에서는 아직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보고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의문점이 남지 않도록 수사가 돼야 한다.”
―박영수 전 특검은 본인이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고 딸은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등 이 사건에서 유독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젊은 변호사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일부 전관 변호사들 때문에 우리가 욕을 먹고 매도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국민 의혹 해소 위해 특검 필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은 여러 명의 전·현직 검사들이 중심에 있다. 법조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법률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수사해서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처벌받고 처리해야 된다. 물론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심증은 가는데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증거에 따라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이 이루어져야 된다.”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파장이 얼마나 크겠나.
“사실이라면 굉장히 큰 문제라고 봐야 된다. 검찰이 선거에 개입한 게 되는데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검찰의 ‘대장동 게이트’ 수사, 공수처의 ‘고발 사주’ 수사에는 문제가 없나.
“미진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만 말씀드리겠다.”
―대장동 게이트, 고발 사주 의혹에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 여론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정치권에서 결단해야 할 일이지만 국민적 의혹이 큰 사건은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왜 특검이라는 제도를 만들었겠나. 국민들의 의혹은 어떻게 해소를 해서 정리하고 넘어갈 것인가.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면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계속될 것이다. 특검이 도입된다면 중립적으로 독립해서 철저히 수사할 그런 적임자를 찾아서 추천하겠다.”
“법조계가 사회적 균형추 역할 해야”
이 회장은 2월 취임사에서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변호사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실제 취임 이후 9개월 동안 검찰 인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법조계 현안에 대해 소신을 뚜렷하게 밝혀왔다.
―법조계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계속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뭔가.
“법조계는 사회적으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소신이다. 법조계는 종국에 정의를 논하고 판단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법조계가 중심을 잃고 정권의 도구화가 된다면 정의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어두운 세상이 될 것이다. 검찰권의 경우 역사적으로 정권의 도구화가 계속 문제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수사 권력은 상호 견제나 균형이 필요하다.”
―사법부 개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나.
“법관들이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법 권력을 시민들에게 일정 부분 나눠줄 수 있는 체제를 연구해야 된다. 그래서 저희가 디스커버리 제도(소송 당사자 간에 증거를 공개하고 교환하는 제도)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은 법리보다 사실 인정에서 판가름이 나는데 이걸 왜 법관이 혼자 판단해야 되나. 각종 데이터들이 다 서버에,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고 폐쇄회로(CC)TV가 산재해 있는 시대다.”
변호사업계의 현안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자 차분하던 이 회장의 목소리의 톤이 다소 높아졌다.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개업 변호사들은 사무실 유지에 허덕이는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는 게 이 회장의 진단이다.
―로톡을 탈퇴하지 않은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등 이 문제에 강경 대응하는 이유가 뭔가.
“로톡 같은 법률 플랫폼 서비스는 철저하게 돈에 의해서 움직인다.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자본이 법률 시장을 장악하게 되고, 법률 시장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로톡에 위험한 해외 자본이 투자했는지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법무부도 이 점에 대해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아 매우 우려스럽다.”
대한변협은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지만 법무부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이 합법적인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변호사와 상담할 수 있는 로톡이 필요하다는 시민들도 많다. 대한변협에서는 로톡을 대체할 ‘변호사 정보센터’라는 서비스를 내년 출시할 계획이지만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로스쿨 도입 이후 젊은 변호사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변호사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전관, 기득권 이런 문제는 젊은 변호사들에겐 아주 거리가 먼 얘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호사 전체를 특권층으로 보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 회장은 “대한변협 홍보지였던 대한변협신문을 법률 및 법조 관련 일반 매체로 전환하기 위해 대폭 개편하고,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
△경기 시흥 출생(58) △인천 광성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사법시험 28회(사법연수원 18기) △인천지검, 대구지검 영덕지청, 창원지검 검사 △인천지방변호사회장 △법무법인 케이앤피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장(2021년 2월∼) |
11.27 공수처 이번엔 치졸한 보복 수사, 세금 낭비 말고 없어져야
공수처가 26일 “수원지검이 이성윤 서울고검장에 대한 공소장을 사전 유출했다”는 시민단체 고발과 관련, 대검을 압수 수색했다. 대통령 수족으로 불렸던 이 고검장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수사를 막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공소장 유출은 이미 박범계 법무장관의 지시로 대검 감찰부가 조사한 바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 중에는 공소장이 있는 검찰 내부망에 접속한 사람이 없었다. 이런 사건을 시민단체 고발 후 6개월이나 묵혀뒀다가 갑자기 압수 수색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공수처는 이 고검장 기소 2개월 전에 수사팀을 떠난 검사 2명에게도 압수 수색을 통보했다고 한다. 범죄 혐의가 없는 사람을 수사하면 불법이 될 수 있다. 검찰이 공수처의 이 고검장 ‘황제 조사’와 관련, 공수처 대변인 등을 허위 공문서 혐의로 수사하자 공수처가 ‘보복 수사’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공수처의 이 고검장 관련 수사 행태는 이 정권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수사기관을 무리하게 만들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고검장은 검사들이 자신을 수사하려 하자 자기 사건을 공수처로 보내야 한다고 요구해 관철시켰다. 그는 대통령의 수족으로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를 줄줄이 뭉개면서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하게 거명되던 실세였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그런 이 고검장을 관용차에 태워와 ‘황제 조사’로 모셨다. 조서도 남기지 않았고 영상 녹화도 없었다. 수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김 공수처장은 사건을 검찰에 다시 보내면서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최종 판단하겠다고도 했다. 면죄부를 주려고 한 것이다.
공수처의 이 지검장 공소장 유출 수사는 친여 성향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했다. 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수사 중인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등 4개 사건도 이 시민단체의 고발에 의한 것이다. 서로 짜고 벌이는 일 아닌가. 공수처가 출범 10개월간 수사해 온 사건 12건 가운데 4건이 윤 후보 관련이다. 수사 대상 고위 공직자가 7000명이 넘는데도 사실상 야당 후보 한 사람만 쫓아다닌다. 대장동 의혹이야말로 공수처가 최우선으로 수사해야 하는데 못 본 체 했다. 이런 공수처가 181억원 국민 세금을 달라고 한다. 부끄러움도 모른다.
조선일보 사설
11월 29일 위법 압수수색에 허위 영장도…공수처 수사가 범죄 수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코드·무능 수사 논란을 넘어 ‘위법 수사’ 시비에 휩싸였다. 법원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압수수색에 대해 위법이라고 결정한 것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 수사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중 일부는 허위로 드러났다. 구성 단계부터 뚜렷했던 정치 편향에 수사 역량과 경험 부족이 겹친 예고된 결과다. 수사기관의 이런 위법한 행태는 그 자체로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은, 공수처가 지난 9월 김 의원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허용 범위 밖의 키워드를 검색하는 등 위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압수수색이 취소됨에 따라 확보한 자료를 재판에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황당한 블랙코미디다. ‘인권 보호 의무를 진 공수처장의 범죄 행위’라며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야당 주장이 무리가 아닐 정도다.
이뿐 아니다.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기소한 수사팀에 대해 압수수색을 청구하면서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는 구체적 보도도 있다. 수사팀 7명 중 2명은 기소 2개월 전에 원대 복귀했는데, 기소 당시 수사팀에 계속 파견 중인 것처럼 기재했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영장을 발부받은 수사 대상은, 본안인 불법 출금 혐의가 아니라 불법 출금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이 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혐의다. 대검 감찰부가 지난 5월 무혐의 처리한 사안이다. 이러다 보니 공수처는 영장에 공소장 유출 피의자와 유출 방법에 대해 특정하지 못했다. 사유도 허술해 참고인 진술이나 객관적 물증은 없고 고발인 진술과 언론 보도, 자체 수사 보고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반면 공수처는 ‘이성윤 황제 조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앞서 공수처는 대검 감찰부가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압수·포렌식한 결과를 압수수색 형태로 넘겨받아 ‘하청 감찰’과 언론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손준성 검사 체포영장이 기각됐는데 추가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다시 기각돼 피의자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손 검사 영장에는 야당 후보를 공격하는 여당 논리를 집중적으로 적시해 정치 편향 시비도 일었다. 공수처를 빨리 폐지해야 할 사유가 쌓여간다.◎
문화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