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2021-10/ 10.02 '아들 50억' 곽상도 의원직 사퇴 "어떤말 해도 오해만" - 10월 29일 식당 총량제는 100% 사회주의 발상
정치(인) 이야기 2021-10
10.02 '아들 50억' 곽상도 의원직 사퇴 "어떤말 해도 오해만"
▲곽상도 의원. 연합뉴스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수령으로 논란이 됐던 곽상도 의원이 2일 의원직 사퇴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무소속 곽상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사안과 관련해선 어떤 말씀을 드려도 오해를 더 크게 불러일으킬 뿐 불신이 거두어지지 않아 국회의원으로서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려워 의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몸통이 누구이고 7000억이 누구에게 귀속 되었는지도 곧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곽 의원은 “제 아들이 받은 성과 퇴직금의 성격도, 제가 대장동 개발사업이나 화천대유에 관여된 것이 있는지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어 곽 의원은 “검경 수뇌부, 수사팀 검사들이 정권 친화적인 성향으로 구성돼 있어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가 될 것인지 의문이므로 특검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곽 의원은 아들이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아들 월급이 겨우 250만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후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10.02 가족 문제 野 의원 2명 사퇴, 본인 문제 與의원들은 버티기
▲가족 문제로 의원직을 사퇴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왼쪽)과 무소속 곽상도 의원/조선일보 DB
21대 국회에서 야당 의원 2명이 가족 문제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 문제로 재판까지 받고 있는 여당 의원들은 여전히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세비를 타가고 있다. 여야 의원이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대구 중·남구) 의원은 자신의 아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2일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앞서 윤희숙(서울 서초갑)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월 아버지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자 “적어도 부끄러움은 아는 사람들이 정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진 사퇴했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무소속 윤미향·이상직 의원./조선일보 DB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가족 문제도 아닌 본인 문제로, 혐의 상당 부분이 사실로 확인돼 재판까지 받고 있는데도 탈당만 한 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의혹 제기만으로 의원직을 내려놓은 야당 의원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은 자신이 설립한 이스타항공 그룹 회삿돈 55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됐다. 이스타항공은 수개월 임금을 체불했지만 이 의원 일가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재산을 챙겨 빠져나갔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현재 무소속 신분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돈을 가로챘다는 의혹을 받는 윤미향(비례) 의원도 제명 형식으로 민주당을 나갔을 뿐 무소속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이 박탈되지만, 당에서 제명하면 의원직을 지킬 수 있다. 징계하는 것처럼 국민 눈을 속이면서 의원직을 유지시켜 주는 꼼수다. 윤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운 경력 때문에 공천받았는데 바로 그 할머니들이 ‘윤미향이 자기 잇속 챙기기 위해 우리를 이용했다’고 폭로했고,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사기·횡령·배임 등 기소된 혐의만 8개다.
열린민주당 김의겸(비례) 의원은 거액 대출을 받아 흑석동 상가에 투기한 의혹으로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물러났지만,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했다.
조선일보 이슬비 기자
10월 05일 이낙연 “與 1위후보 측근 구속… 이 상태로는 대선 승리 못해”
■ 경선 종료 1주앞 이재명 정조준
“수사방향 예상하기 힘든 상태
당의 위기이자 정권재창출 위기
확실하고 안전한 길 결단해야”
당 일각선 ‘플랜B 필요’ 언급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마지막 지역 순회경선을 앞두고 이낙연(사진) 전 대표가 “민주당 1위 후보의 측근이 구속됐다. 대장동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며 “그런 불안을 안고 대선을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된 것을 정조준해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5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위 후보의 위기는 민주당의 위기이고, 정권 재창출의 위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불안한 상태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그런 인사와 행정을 했던 후보가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장동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조속하고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처가 시급하다”며 “정치 공방을 벌이자는 것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의 확실하고 안전한 길을 결단하자고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성남시장의 관계가 한전 직원과 대통령의 관계에 비유할 만한 것인가는 국민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지사를 직격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B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대장동 수사가 어떻게 될지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로 본선에 직행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이냐에 대한 선거인단과 권리당원, 대의원들의 고민과 판단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다수 유권자의 집단지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지사가 유감을 표한 것을 두고는 “특별히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이 지사의 순회경선 홍보 영상에 책임은 말로 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는 거라고 매주 홍보하고 있다. 저건 무슨 뜻일까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장동 의혹이 커지면서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이 이 지사 쪽으로 결집한 것 같다’는 말에는 “그럴 수 있다”면서 “그런데 그것이 본선에서도 그대로 통할 것인가, 일반 국민은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과제는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이제 한 사람 구속된 단계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당원과 선거인단이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선 투표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대장동 특혜 의혹 사태가 이 지사 쪽으로 번질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를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민주당은 이번 주말 경기(16만4696명), 서울(14만4481명)의 대의원·권리당원과 3차 선거인단(30만5780명)의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이 지사는 2차 선거인단 투표 등을 거치며 누적 54만5537표(54.9%)를 얻어 34만1076표(34.33%)를 받은 이 전 대표와 차이를 더 크게 벌렸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10.06 국민 실망 넘어 혀를 차게 하는 野 대선 주자들
▲토론 나선 윤석열과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 행사에서 “민주당 정권이 우리 당 경선에까지 마수를 뻗치면서 위장 당원들이 엄청 가입해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은 이준석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난 6월 이후 26만5000여 명 늘었다. 당시 거세게 불었던 ‘이준석 바람’ 때문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로 들어온 26만여 명 중 20~40대가 43%인 11만4000여 명인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윤 전 총장의 위장 당원 발언은 새로 유입된 젊은 당원들의 관심이 자신보다 다른 후보에게 쏠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당 대선 주자가 새로 당원이 된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가 아니라 ‘위장 당원’이라고 공격할 수 있나. 윤 전 총장은 그런 비난을 하면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원 모집을 하지 않고 있나. 그런 사람들은 무슨 당원인가.
윤 전 총장은 최근 3차례 TV 토론에서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고 나온 사실이 화면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지지자가 그려줬는데 미처 못 지웠고 이전 토론회에선 없었다”고 했지만 3·4차 토론에서도 ‘왕’ 자를 적고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거짓 해명 아니었나.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안 지워졌다’는 어이없는 해명도 내놓았다. 나라를 맡을 수 있는 사람들인지 기본적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홍준표 의원은 당 공개 행사에서 경쟁 대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을 겨냥해 “저 X은 당 쪼개고 나가서 해체하라고 X랄하던 놈”이라며 “줘패버릴 수도 없고”라고 했다. 홍 의원은 첫 TV 토론에서 ‘조국 수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하 의원 질문에 “과잉 수사” “잔인한 수사”라고 답하면서 조국 전 장관 편을 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다 이런 폭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렇게 거칠게 보복한다면 어떻게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 수 있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야당 대선 주자 중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상당수 국민들의 기대가 이 두 사람에게로 모인 것이다. 두 사람이 뛰어나서 이런 지지율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조심하고 겸허해야 한다. 여당 대선 주자의 대형 의혹과 막말 욕설로 혀를 차는 국민들이 야당으로 눈을 돌려도 같은 행태를 보게 된다. 사상 최악의 대통령 선거가 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06 ‘이재명 캠프’ 방문기
최근 ‘이재명 캠프’ 관계자 A씨를 취재할 일이 있었다. 취재 목적을 밝히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잠시 뒤 전화를 걸었더니 수신 차단이 된 상태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연락할 방도가 없어 국회 앞 이재명 캠프를 찾아갔다.
이재명 캠프는 빌딩 3개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중 한 곳에 관리자 정도로 보이는 관계자에게 신분을 밝히고 A씨가 소속된 사무실 위치를 문의했다. 하지만 그는 ‘조선일보 기자’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말해줄 수 없다”며 “당장 나가라”고 했다. A씨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지금 자리에 없으니 어서 나가라”고 했다. 신분을 되묻자 “그걸 내가 왜 대답해야 하느냐. 말해주기 싫다”고 했다. ‘조선일보 기자’쯤은 동등한 인격체로도 대우하기 싫다는 눈빛이 역력했다.
과거 조선일보와 정치적 지향점이 상이했던 민주노동당을 취재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캠프의 좌장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적대적 언론관이 캠프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투영된 느낌이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소위 눈치 보지 않는 ‘사이다’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언론에 자주 기사화 되면서 정치적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중앙 무대로 진출한 뒤에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거나 비판적 보도가 나오면 무차별적으로 고소를 남발해 언론 보도를 막으려 했다.
비단 언론을 상대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지사가 정치적 반대 진영에 던지는 언어는 섬뜩하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조준했던 곽상도 의원을 향해 “같은 하늘 아래 숨도 같이 쉬고 싶지 않은 분”이라고 했다. 2014년 욕설 논란이 있었던 형수에게는 “너와 손잡은 패륜 국정원과 새누리당에도 반드시 그 빚을 갚아주겠다”고 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에는 “더 큰 제대로 된 전쟁을 준비하자”고 했고, 최근 민주당 경선에서는 “기득권, 부패 세력과 더 치열하게 싸우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했다.
이 지사에게 정치는 상대를 죽이고 보복을 해야 하는 전쟁인 것 같다. 상대 진영 인사와는 숨도 같이 쉬고 싶지 않다는 이 지사에게 정치적 반대편에 서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어떤 존재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정치인들이 밥 먹듯 쓰는 ‘통합’과 ‘협치’를 그간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지사가 빈말로라도 언급한 적이 있었나 싶다.
이 지사가 혐오했던 곽 의원은 최근 자신에게 비판적 보도를 했다는 경향신문을 상대로 5000만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곽 의원)는 국회의원이고 공적인 존재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고 했다. 괴물과 싸우려다 괴물이 된다는 옛말이 틀린 게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08 [속보]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국민의힘 2차 컷오프 통과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경선이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가나다순) 후보 4파전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국회에서 대선 후보 2차 예비경선(컷오프) 결과를 발표했다.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8명의 경선주자 가운데 안상수 전 인천시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탈락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왼쪽부터),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등 4명이 8일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 2차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했다. 뉴스1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네 후보는 11월4일까지 마지막 본경선을 치르게 됐다”며 “마지막 경선은 7차례 권역별 순회토론회와 3차례 일대일 맞수 토론회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화천대유 사태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부패와 독선이 만연하면서 어느 한 구석도 성한 곳이 없어 국민들의 분노와 절규가 치솟고 있다”며 “네 분의 후보들은 나라의 현실을 직시해 무엇이 나라를 병들게 했고,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데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마지막 경선에 나가지 못하는 네 분의 후보에 대해 그동안 보여준 우국충정에 경의를 표하며 성원과 격려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일반 국민 여론조사 70%, 당원 투표 30%를 반영해 이틀간 경선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당원 투표율은 49.9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향후 한 달간 토론회 등의 경선 일정을 거쳐 다음달 5일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지난 5일 유승민(왼쪽부터), 하태경, 안상수, 최재형, 황교안, 원희룡, 홍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공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6차 방송토론회에 앞서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10.11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선출, 이낙연은 이의 제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대선 경선 최종 행사인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에 화답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최종 합산 득표율 50.2%로 과반을 넘겨 결선투표 없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무효표 처리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진통이 예상된다. 이 지사는 수락 연설에서 “정부 주도의 경제 부흥 정책으로 성장률을 우상향으로 바꾸겠다”며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기본주택·금융으로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고 불법 개발 이익을 전액 환수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특정 계보나 조직이 없고 국회의원 한번 해보지 않은 비주류 출신이다. 성남시장·경기지사 때 행정 능력과 추진력 등에 대한 여권 안팎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 지사는 스스로 “가난을 온몸으로 겪으며 성장한 ‘흙수저’ 정치인”이라고 했다. 그는 열세 살 때부터 성남의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했다. 뒤늦게 검정고시를 쳐서 대학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 청년 배당과 무상 산후조리원, 무상 교육, 계곡 정비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톡톡 튀는 발언과 선명성으로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서면서 친문과 갈등을 빚었다.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작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후 날개를 달았다. ‘한다면 하는 정치인’을 기치로 대세론을 끌어냈다.
이날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 지사는 당 전체의 단합을 이끌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차점 낙선한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이 지사가 결선 없이 후보 확정에 필요한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중도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표를 합산할 경우 이 지사 득표율이 49.3%이므로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50%를 여유 있게 넘길 것으로 예상됐던 이 지사 득표율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은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이 막판 표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던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 업자들이 7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몇몇 업자가 출자금의 1150배가 넘는 돈을 챙기는 특혜 구조였다. 이 지사의 신뢰 속에 대장동 사업을 추진한 유동규씨는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승복을 이끌어 내고 전체 국민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감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대장동 의혹에 대해 좀 더 진솔하게 해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11일 송영길 “이재명 후보 확정”…이낙연 이의제기 사실상 거부
▲ 송영길 “어제 이재명 후보 확정 발표…당헌당규 따라 운영”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 추천서를 받은 뒤 송영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한민국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당헌당규 따라 운영”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1일 대선 경선 결과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의신청에 나선 것과 관련해 “우리 당은 어제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추천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이 후보와 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이 헌법에 따라 운영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집권여당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운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는 “이 당헌당규는 제가 당 대표일 때 만든 것이 아니고, 이해찬 전 대표 때 만들어져서 지난해 8월 이낙연 전 대표를 선출하던 전당대회 때 통과된 특별 당규”라며 “이 전 대표를 선출하면서 같이 전 당원 투표에 의해 통과된 특별당규에 근거해 대통령선거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전날 경선 발표와 관련한 이낙연 전 대표측 이의제기에 대해 사실상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10.12 與 경선 뒤 내분, 대장동 특검 막은 게 화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결선투표를 요구하면서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경선 도중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두 후보의 사퇴 이전 득표를 무효 처리한 당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만약 두 후보 득표를 포함시키면 이재명 지사 득표율은 49.3%로, 과반에 미달해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은 경선 최종일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당 선관위가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공식 이의 제기를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퇴한 후보자의 표는 무효 처리한다’는 당규 조항을 근거로 “이 지사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민주당이 분열됐을 때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며 경고성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원 팀을 위해서라도 결선투표를 선언하라”고 맞서고 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당사 앞에서 “사사오입 철회하라” “민주당이 부끄럽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도 벌였다.
이런 상황의 근간엔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재직하던 시절 생긴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당 경선의 최종 관문인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가 62.3% 득표율로 이 지사(28.3%)를 2배 이상 앞서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이는 투표 직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는 등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대장동 문제가 아니었다면 이 지사는 사퇴 후보들의 득표 산입 여부와 상관없이 확실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12일 설훈 “이재명, 구속 가능성”… 송영길 “이낙연 승복해야”
▲ “민주 후보는 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2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 “결선투표 가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기 합동연설회에 참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與 경선 후유증 장기화 전망
설훈 “이대로 본선 가면 진다
가처분 신청·위헌 제청 검토”
송영길 “이의제기 내일 결론”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이낙연 전 대표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12일 이재명 후보의 구속과 교체 가능성을 또다시 거론하며 결선 투표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는 등 경선 후폭풍이 격화하고 있다. 설 의원은 “이 후보로 가면 본선에서 진다는 게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송영길 대표는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하겠다”면서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 사이에서는 경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경선 후유증이 장기화하며 법적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설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 구속 가능성 발언을 정정할 생각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정정하고 싶지 않다. 그런 상황이 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져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대장동과 관련된 최소한 세 사람의 당사자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무효표 처리 논란과 관련해서는 “우리 후보가 많은 흠결이 있고, 경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적 사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선에 나가서 이길 수 있겠는가. 진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했다. 송 대표를 향해서는 “당이 분열되는 원천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공정하지 않고 일방에 치우쳐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송 대표는 tbs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상 이 후보가 11%포인트 이상 이긴 것 아니냐”면서 “정치적으로도 승복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은 당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이 후보가 먼저 결선 투표를 제안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조성진·송정은 기자
10월 13일 대선 앞두고 아른대는 ‘정치안보’ 망령
유병권 정치부장
文, 柳 탓에 총선 결과 아쉬워해
‘정치경제’ 강조…표심 파악 탁월
전직 대통령 퇴임 후 안위 걱정
임기 末 남북관계 개선 속도전
北核 있는 한 한반도 평화 없어
대선에 안보 이용하는 것 안 돼
“유시민 씨만 아니었어도….” 지난해 4·15 총선 개표 결과 방송을 시청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크게 아쉬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63석을 얻고,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확보했는데도 여권 자체 개헌이 가능한 200석에 모자란 180석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인사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자체 분석을 통해 일반 예상과 달리 민주당과 시민당이 200석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총선 닷새 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비례의석을 합쳐서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천기’를 누설하는 입방정을 떨었다. “오만의 극치”라는 거센 비판이 일었고, ‘정권 견제론’이 확산했다. 민주당은 최대 승부처이자 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경남(PK)에서 34석 중 과반을 기대했으나 견제론에 막혀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는 “유 이사장의 발언 여파를 바로 간파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총선을 앞두고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전 국민 지급’안과 ‘50% 선별 지급’안이 대치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50% 선별 지급 입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신신당부하고 싶다. ‘경제’가 아니라 ‘정치경제’를 할 때”라고 말했다. 지급 시기에 대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실효성이 있다면 국민이 동의한다.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총선 전 지급을 강조했다.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은 ‘승부사 문재인’이란 책의 가편집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소개했다. 하지만 정식 발간된 책에는 어떤 이유에선지 이 대목이 빠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놓치지 않았다. 지난 9월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이 정부의 경제정책은 표가 되는지 안 되는지만 따지는 정치경제”라고 비판했다.
다수결이 원칙인 민주주의에서 표는 권력이다. 상대보다 표가 많으면 권력을 차지하고, 적으면 권력을 잃고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들이 임기 말에 접어든 대통령들의 공통 고민으로 꼽은 한 가지가 있다. 정권 유지가 됐든, 정권 교체가 됐든 퇴임 이후 본인과 가족들의 안위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서로 가족들은 건드리지 말자고 신사협정을 맺었다는 얘기도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울산시장선거 개입 등에 연루 의혹이 제기된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종전선언 제안 등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9월 한 달 동안 북한이 극초음속 등 ‘첨단 미사일 4종’을 잇달아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했지만 문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조차 북한을 비판하거나 경고하지 않았다. 외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한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북한 미사일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북한을 대변하는 발언을 했다. 4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자,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남북 정상회담론까지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해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정부 설명은 언어도단이다. 핵이 무기이듯이 북한이 수시로 쏘아대는 미사일, 방사포도 무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남매의 비위를 맞추며 북한이 핵 질주를 한다는 국제사회의 경고를 들은 체 만 체한 사이 북핵은 고도화·소형화됐고, 핵을 실어나르는 미사일과 잠수함 등 투발 수단은 첨단화·다양화했다. 북한은 이젠 핵 문제는 빼놓고 대화하자는 식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북한에 핵이 있는 한 평화는 없다.
집권 5년 동안 이렇다 할 국정 성과가 없는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레거시로 만들기 위해 종전선언에 매달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2차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싱가포르회담으로 정치적 득을 본 문 대통령이 ‘정치안보’를 시작했다는 말도 돈다. 첫 번째도 안 되고, 두 번째는 더더욱 안 된다. 대선에서 정치안보 망령이 아른대선 안 된다. 안보를 선거에 이용하는 일은 문 대통령의 실패 목록을 늘릴 뿐 아니라 후과가 너무 크다.
문화일보
10-13 與당무위 “무효표 처리 문제없다”… 이재명 승리 확정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무위원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13/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소집한 당무위원회에서 대선 경선 ‘무효표 처리’와 관련한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당무위의 이번 결정으로 이재명 대선후보 선출이 최종 확정됐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당무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무위원회는 지금까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해당 당규에 대해 결정한 것을 추인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향후 해당 당규에 대한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개정한다는 의결주문을 의결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전 대표 측은 경선 과정에서 중도 사퇴한 후보들의 득표 무효 처리가 잘못됐다며 당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2만3731표)와 김두관 의원(4411표)의 표를 사표 처리하지 않고 전체 투표자 모수에 포함시킬 경우 이 지사의 득표율이 과반인 50.29%가 아닌 49.3%로 내려가 과반에 미달한 것이기 때문에 2위인 이 전 대표와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당무위가 사퇴 후보의 표를 무효표로 계산한 당 선관위의 판단을 따르면서 이 전 대표의 이의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에서 대선 경선 결과에 대한 최종 유권해석을 낸 만큼 이 전 대표가 당무위 결과를 수용할 지 입장이 주목된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10월14일 이루지 못한 ‘충청 대망론’…이완구 前총리 별세
▲ 이완구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3선 출신의 朴정부 총리…한때 ‘포스트JP’ 충청 맹주 부상
‘성완종 리스크’ 연루 속 불명예 퇴진
충청 출신의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꼽혔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7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고인은 한때 ‘포스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로 불릴 만큼 충청권의 대표 주자로 통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 원내 사령탑에 이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라는 국무총리에 오르며 승승장구, 충청권을 대표할 대권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정치적 위기에 몰려 끝내 충청 대망론은 이루지 못했다.
고인은 충남 홍성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에서 잠시 근무했다.
치안 분야로 옮겨 최연소(31살) 경찰서장과 충남·북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1995년 민자당에 입당해 정치에 입문했고,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는 충남지역(청양·홍성)에서 유일하게 당선돼 주목받았다.
15·16대 국회에서 재선했으며, 신한국당 당대표 비서실장과 자민련 대변인,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 중책을 두루 역임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충남지사에 당선됐으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는데 반발해 “충남도민의 소망을 지켜내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지사직에서 전격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충청권에서 입지를 다진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원을 발판 삼아 ‘뚝심’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고인은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건강이 나빠지거나 형사 사건에 휘말리는 아픔을 겪으며 좌절해야 했다.
2012년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 입성을 노렸지만, 그해 초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았다. 이후 8개월간 골수이식과 항암치료 끝에 병마를 극복했다.
이듬해 재보선에서 80%에 가까운 몰표를 받아 재기에 성공했고,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하며 중앙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강성’인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로 세월호 특별법의 여야 합의 처리 과정에서 협치의 새로운 모델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로 임명되면서 40년 공직 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일약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으로 부상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2015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불거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70일 만에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2017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지만, 이후 정치 활동은 원로로서 이따금 현안 관련 조언을 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의 적극적인 출마 제의에도 “세대교체와 함께 인재 충원의 기회를 열어주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 정계에서 사실상 은퇴했다.
< 연합뉴스>
10.14 이건희 폭탄 발언 26년 ‘정치는 4류에서 G류로’
1995년 이 회장이 던졌던 화두
기업 2류, 관료 3류, 정치 4류
삼성 등 우리 기업들
글로벌 초일류 됐는데
지금 우리 대선은
‘나쁨’ ‘이상함’ ‘추함’의 경쟁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많은 분이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다.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 중국 베이징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꼴찌는 3류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회장은 한국 정치를 3류도 아닌 4류라고 했다. 바닥보다 더 아래인 ‘지하’ 수준이라는 것이다.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다"라고 말한 고 이건희 삼성 회장./TV조선
이 말을 들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화가 단단히 났다고 한다. 문민 정권 시절이었지만 군사 정권이 막 끝난 시점이어서 사회에 권위주의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을 때였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까지 이 회장 발언을 못마땅해했다. 당시 야당 소속 한 의원의 반응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정부가 잘하는 것은 없지만 어디 기업인 따위가…”라고 했다. 아마 상당수 정치인의 생각이 비슷했을 것이다. 이 회장 발언이 전해지자 삼성그룹은 폭탄이 떨어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곧 닥쳐올 후폭풍에 전전긍긍했다. 실제 삼성이 당한 공격은 크지 않았지만 이 회장의 그 말은 ‘폭탄 발언’이라 불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났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 회장은 고인이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류에서 1류로, 다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때와 지금의 삼성전자는 다른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액이 15배 늘어난 것보다 큰 것은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가 세계 5위라는 사실이다. 애플, 아마존, MS, 구글 다음이다.
지금 삼성전자의 위상을 설명하는 데는 단 한 장면이면 충분하다. 지난 4월 12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글로벌 핵심 기업들을 불러 직접 투자를 요청한 극히 이례적인 장면이다. 인텔, 마이크론, GM, 포드, 구글, AT&T 등 모두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이 자리에 삼성전자는 필참 기업이다. 빠진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그런 기업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제조 영업 비밀 침해 문제로 소송 중일 때 미국 백악관이 직접 조정에 나섰다는 후일담 역시 우리 기업의 현재 위상을 말해준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 기업은 기술과 생산 모두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 기업이라 해도 새로 이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1위 조선 업체이고, 포스코는 10여 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 회사다. LG전자는 가전제품 세계 1위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5위다. 하나같이 놀라운 기록들이다. 국제 특허 출원 세계 2위가 삼성전자, 4위가 LG전자다.
한국은 기업 발전이 사회와 국가 발전을 견인해온 대표적인 나라다.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선 정부 역할이 컸지만, 2000년대 들어 그 단계를 넘어서서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탄생이 수많은 기술 강소 기업을 출현시켰다. 세계 1위 한국 제품 수는 69개로 국가 기준으로 세계 11위다. 히든챔피언(세계 최고 수준 중소기업) 숫자도 한국은 세계 16위다. 글로벌 기업의 출현은 우리 청년들,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수준과 시야, 사고방식까지 크게 끌어올렸다. 사회 전체가 촌티를 벗자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아카데미상 등 우리 문화계도 글로벌 초일류로 나아가고 있다.
이 회장은 1995년 2류이던 기업을 초일류로 만든 사람이다. 그는 그때 한국 관료와 행정은 3류라고 했다. 지금 관료와 행정은 4류가 됐다고 생각한다. 소신 있는 관료는 거의 다 사라지고 대통령에게 잘 보여 출세하려는 사람들이 눈알 굴리는 소리만 요란하다. 탈원전 같은 백해무익한 대통령의 아집을 뒷받침한다고 휴일 밤에 제 사무실에 숨어들어 증거를 인멸하는 게 요즘 한국 관료다. 포퓰리즘 정치권이 하라는 대로 국가 부채를 폭증시키고 무리한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탄소 중립과 관련해선 공상 소설까지 쓰고 있다.
이 글을 쓰며 이 회장이 4류라고 했던 한국 정치는 몇 류가 됐다고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떠오른 말은 ‘G류’다. ‘GSGG’의 그 G다. GSGG라는 상욕을 처음 쓴 것도 국회의원이지만 지금 한국 정치를 보며 G류라는 것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람들은 대선 출마자들을 보며 혀를 찬다. 우리나라가 이 수준밖에 안 되느냐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 추한 사람’뿐이라지만 그래도 이 중 누군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들이 또 세상을 뒤집으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호령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가 막힌다. 이 회장의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은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가혹한 비판자가 된다’고 했다. ‘G류’가 ‘초일류’를 겁박하는 세상을 말한 것 같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10월 15일 “野 정신머리 안 바꾸면 黨 없어지는 게 낫다”
제1야당(野黨)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일부가 야당 소속인지부터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14일 윤석열 후보를 향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편이 돼 보수궤멸에 선봉장이 된 공로로 벼락출세를 두 번이나 하고, 검찰을 이용해 장모 비리, 부인 비리를 방어하다가 사퇴 후 자기가 봉직하던 검찰에서 본격적인 가족 비리, 본인 비리를 수사하니 그것은 정치수사라고 호도한다”고 매도했다. 궤변으로 비방하는, 여당 대변인의 말로도 들릴 만하다.
“문 정권 하수인 시절 버릇인가”라고 한 유승민 후보도 마찬가지다. 문 정권의 권력 범죄도 정도(正道) 수사를 하다가 검찰총장직에서 사실상 쫓겨난 윤 후보다. 국민의힘이 영입하다시피 했다. 윤 후보의 13일 직설적 발언이 틀리지도 않는다. 그는 당내 행사에서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개탄했다. “우리 당 선배들이 더불어민주당하고 손잡고 그 프레임으로 저를 공격한다. 저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을 대장동 사건에 비유해가면서, 이재명과 유동규의 관계가 저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관계라는 식으로” 라고도 항변했다.
홍·유 후보는 ‘보수궤멸 책임’이 거악(巨惡)인 권력에 정면으로 맞섰던 윤 후보 아닌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이나마 돌아봐야 할 때다. 홍 후보는 희대의 파렴치 혐의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두고도 “과잉” “가족을 도륙” 운운하며 윤 후보 잘못으로 몰기까지 했다. 유 후보 행태도 다르지 않다. 계속 그런 식이어선 아직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다수인 현실까지 머잖아 뒤바뀔지도 모른다. 홍·유 후보부터 더 늦기 전에 정신 차려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10월 15일 윤석열·박근혜의 ‘反이재명 연대’
이도운 논설위원
朴 핵심 인사들 대선 정국 논의
사면 원치 않고 사저 안 들어가
민주당 집권 저지가 최대 관심
윤석열 밉지만 당선 가능성 평가
尹, 박근혜·이명박과 화해 필요
文정권 수사하되 보복 없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친박 핵심 인사들이 최근 몇 차례 만나 대선 정국을 논의했다. 고현정·조인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가 지난달 경매를 통해 박근혜의 내곡동 사저를 낙찰받은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 기획사 대표는 박정희·박근혜 부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박정희 시절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성공했고, 박근혜 시절 사업하기는 좋았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곡동 사저를 가로세로연구소라는 인터넷 매체가 사들인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더 이상 전직 대통령이 희화화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구매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모임에서 박지만과 박근혜 측근들은 몇 가지 중요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사면을 원치 않는다. 대선까지 5개월도 안 남았다. 어차피 다음 정권에서는 사면이 될 텐데, 가혹한 ‘정치 보복’을 자행했던 문 정권이 정략적 사면을 하면서 화합 운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언젠가 사면이 된다면, 연예기획사가 사들인 내곡동 사저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마음은 고맙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신세를 지는 것은 박근혜 성정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박지만이 누나를 위해 전셋집을 얻어 모시겠다고 한다. 주택을 새로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박지만 소유라는 이유로 또다시 ‘경제공동체’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셋째, 참석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현재로써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개인적으로 지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석열이 예쁠 리가 없다. 그러나 야당 후보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고, 집권하면 거대 더불어민주당과 맞서며 문 정권 적폐를 확실히 청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홍준표·원희룡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는다면 바꿀 수도 있다. 박근혜 세력의 최고 관심은 이재명 후보의 집권을 막는 것이라고 한다. 박정희가 일으켜 세우고 박근혜가 이어가려고 했던 나라가 포퓰리즘에 ‘망하는’ 것을 앉아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넷째, 박근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뿐만 아니라 박지만도, 윤석열이 면담을 요청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박 정권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윤석열 캠프에 들어가 있는 것은 정치적 신뢰가 없는 행동이라고 이들은 비판하고 있다. 다섯째, 박근혜는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관계없이 스스로 명예를 회복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대선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대선 정국을 흔들 수도 있는 정치적·법적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
탄핵당한 대통령과 그 세력도 미래를 모색한다.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은 경선 너머 정치적 미래를 예측·대비하고 있을까. 누가 후보가 되든, 박근혜와의 화해는 보수 지도자로서의 마지막 퍼즐이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진보 진영과의 더 큰 화해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특히 윤석열은 박근혜는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 참여했기 때문에 두 전직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은 대선 전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세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집권하면 문 정권이 자행한 불법·비리에 대해 강력히 수사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이 지지를 받는 진짜 이유다. 검찰총장 시절 마무리하지 못했던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 1호기 조기 가동 중단, 라임·옵티머스 펀드 수사만 계속해도 수많은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문재인에 대한 정치 보복은 하지 않는다고 밝혀야 한다. 또다시 불행한 전직 대통령을 보는 것은 국민도 원치 않는다. 설사 울산 선거개입·월성 1호기 중단 등에 그의 책임이 드러나도, 내란과 외환의 책임이 없다면 면책해줄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명박·박근혜를 사면하고, 국민의 의견을 들어 명예도 일정 부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거듭 실패하고 있는 대통령 권력 집중제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지능지수(IQ)가 가장 높은 국민이 사는 나라다. 도덕적으로 훌륭하지도,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대통령 한 사람이 이끌어가기 어렵다. 결국 개헌 문제가 될 것이다. 권력 분점 혹은 공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문화일보
10.16 이재명 지사가 靑瓦臺 가는 길
민주당은 낯이 두껍다. 기업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하고 또 시험한다. 그게 장사의 도리, 바로 상도의(商道義)다. 상도의를 지키는 회사는 흥(興)하고 상도의를 망각한 회사는 밀려나는 과정을 통해 신용이 쌓여간다. 사회 내부에 축적된 신용과 신뢰가 ‘사회적 자본’이다. 한국은 세계 10대 부자 나라 가운데 ‘사회적 자본’ 축적 순위가 꼴찌다. ‘사회적 자본’이 부실(不實)한 땅 위에 세운 성(城)을 모래성이라 한다. 한국산 반도체·자동차·휴대폰·배터리·대형 컨테이너 수송선이 세계 시장을 누빈다. 한국은 BTS를 보유하고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만들고 윤여정을 낳은 나라다. 이런 한국의 ‘사회적 자본’이 바닥이란 게 말이 되는가.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15 국회사진기자단
그 이유를 ‘문재인 보유국’의 집권당이 대통령 후보를 뽑으면서 여실히 보여줬다. 정당의 대표 상품은 그 정당의 대통령 후보다. 기업이 시장에 내놓기 전 제품의 결함을 점검하지 않아 소비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회사의 책임을 묻는 게 ‘제조물 책임법’이다. 기업들은 2018년부터 이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됐다. 기업이 이 법률을 특히 두려워하는 이유는 소비자 손해를 입증하는 데 ‘엄격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그럴 개연성’이 있으면 소비자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안전한가. 민주당은 이 지사를 시장(市場)에 깔기 전 제품의 유해(有害) 여부를 철저히 검증했는가. 소비자들이 줄줄이 응급실에 실려 가야 그때 가서 제품 수거(收去) 여부를 생각해 보겠다는 건가.
대장동 사태는 ‘아닌 밤중의 홍두깨’가 아니었다. 보름달 커지듯 사태가 부풀어 올라 노숙자들끼리도 이야깃거리로 삼았다던 그 무렵, 민주당은 이 지사를 후보로 뽑았다. ‘대장동 게임’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최종 결재권을 쥐고 있던 시절에 설계되고 시행됐다. ‘화천대유’ ‘천화동인’이란 점쟁이 점괘(占卦) 같은 회사 이름과 천 억 단위 숫자에 지레 겁을 먹어서 그렇지 ‘대장동 게임’의 기본 설계는 간단하다. 고속도로 어느 지점에 8000억원을 쌓아두고 먼저 도착하는 팀이 전부를 먹는 게임이다. 고속도로를 타려면 먼저 톨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승패는 톨게이트 통과 절차와 소요 시간에 달렸다. 김만배 팀은 하이패스를 붙이고 쏜살같이 톨게이트를 통과해 우승했다. 톨게이트를 지키던 인물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다.
대한민국은 ‘대법원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기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이 지사는 확실히 무죄다. 속이 구린 검찰과 냄새나는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두 기관이 합동수사본부를 차려 본들 ‘속이 구리고 냄새나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뒤늦게 ‘적극’ ‘철저’ ‘총력(總力)’ ‘조속(早速)’이란 말로 수사를 지시했지만 대통령의 뜻이 네 단어 가운데 어느 단어에 실렸는지 의문이다. 유무죄 터널을 통과해도 ‘정치적 혼란’이란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이 지사 배짱은 알아줄 만하다. 후보 선출 감사 연설에서 “집권하면 토건(土建) 세력과 유착한 정치 세력의 부패 비리를 뿌리 뽑아 ‘부동산 불로(不勞)소득 공화국’이란 오명(汚名)을 없애겠다”고 했다. 그가 그 자리에서 할 말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는 ‘부자복지법’을 통과시킨 며칠 뒤 ‘모든 미국인에게 일의 존엄성과 봉급 받을 때의 자부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연설했다. 이 지사는 트럼프 교과서로 공부하는 모양이다. 대장동에서 큰 몫 챙긴 인물 가운데 가난한 사람은 없다. 돈을 높이 쌓아두고서도 배가 고픈 부자들에게 천 억 단위 ‘기본소득’ 돌린 게 대장동 잔치다. 이 지사 공약인 기본소득 주장은 국민에게 푼돈을 돌리는 것이다.
이 후보는 경기도 지사라는 굴(窟) 밖으로 나와야 한다. 제 숨을 집을 등에 이고 끙끙대는 건 달팽이다. 집권당 후보 갑옷을 입고 뭐가 두려워 굴 속에 웅크리고 있나. 이 후보 앞에는 청와대로 가는 넓은 길이 뚫려 있다. 굴 밖으로 나와 ‘특검(特檢)을 해 달라’고 힘껏 외쳐보라. 그 주문(呪文)을 외는 순간 청와대가 가까워질 것이다. 샛길과 지름길의 종점(終點)은 재판소다.
정치 수준과 경제 수준은 혼자 오르내리지 않는다. 정치인 수준과 국민 수준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두 바퀴다. 조금 길게 보면 한국 운명은 정치가 경제 수준으로 상승(上昇)하든가, 경제가 정치 수준으로 추락(墜落)하든가 둘 중 하나다. 제3의 길은 없다. 반성하자는 것이 아니다. 행동할 때라는 말이다.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
10.19 대통령 후보에 ‘조폭 연루설’ 이라니, 李 지사 “소송”만 말고 설명을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다. 성남 지역 폭력 조직 ‘국제마피아파’ 전 행동대원의 제보라며 이 지사가 “(변호사 시절이던) 2007년 이전부터 국제마피아파 원로들과 유착 관계가 있어 왔다”고 했다. “조폭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커미션을 주는 관계였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조폭 기업 등에 특혜를 주고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 지사는 “이래서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허위 사실로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법적 조치를 안 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자 조폭 출신 제보자는 스스로 ‘박철민’이라는 실명과 본인 사진을 공개하며 “허위일 경우 얼마든지 처벌받겠다”고 해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이 지사는 2007년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의 변호를 맡았다.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엔 이 조직 출신이 세운 회사를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했다. 후임인 은수미 현 성남시장도 이 조직 출신에게 1년여간 차량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지사는 ‘조폭인 줄 몰랐다’고 했지만 국제마피아파 출신으로 알려진 인사와 이 지사가 찍은 사진도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이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사람이 조폭의 집단 폭력 사건에 관여해 유죄를 선고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2007년 국제마피아파 등 조폭들이 성남 오피스텔의 보안 용역을 빼앗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현장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2014년 성남시장 수행비서를 거쳐 2018년엔 경기지사 의전비서까지 됐다. 이 지사 측은 ‘공직 채용에 결격 사유는 없었다’고 했다. 폭력 전과자도 취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 지사를 밀착 수행했던 사람의 집단 폭력 전과를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 지사는 이날 ‘조폭 연루설’에 여러 차례 소리 내 웃었다. “학예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랬으면 옛날에 다 처벌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왜 허위인지 논리적·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 이 지사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다. ‘조폭’이란 단어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지사는 ‘법적 조치’에 앞서 국민에게 소상한 설명을 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10.19 안철수 “이재명, 광기 어린 궤변 현란…악마적 재능 ‘조커’ 능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의 국정감사를 본 후 “감탄과 한탄이 절로 나왔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범죄 증거와 드러난 공범들 앞에서도 이 후보는 그의 복잡하고 불안한 내면의 감정과 광기어린 궤변을 현란하게 구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또 이 후보를 두고 “광대 짓으로 국민의 판단력을 흔들어대며 악마적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치밀한 범죄설계자이자 최강 빌런인, 고담시의 ‘조커’를 능가하는 모습에서 국민께서 절로 감탄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안 대표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50억 뇌물수수 빌미를 제공한 제1야당은 이 후보에게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수모를 겪으며 제1야당의 무능과 부도덕함만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윤석열 후보부터 답변하라’는 물귀신 작전으로 이재명 국감이 윤석열 국감으로 공격과 수비가 바뀌는 역전극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라” “국회는 품격을 지켜라”라며 제1야당을 훈계하고 조롱하며 압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1야당은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먼저 내부의 엄정한 진상조사를 통해 의혹이 드러나는 대로 국민 앞에 선제적으로 이실직고하고, 스스로를 고소·고발하며 읍참마속 해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모든 걸 알면서도 불리한 것만 모르는 척하는 이 후보, 준비 없이 호통치고 윽박지르면서 모든 걸 아는 척하는 야당 의원들의 대결이었다”며 “야권의 무기력함에 국민의 절망 어린 한탄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어제 국감에서 얻어낸 것이 있다면 이 후보가 유동규 등 핵심인물과의 관계 및 자신이 결재한 문서의 세부사항 등에 대해서만 ‘모른다’ 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한 점”이라며 “개발이익을 극소수 특정인들에게 몰아준 경위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침묵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둑이 제 발 저렸을 것이니 야당은 남은 국감에서 이런 점을 파고들며 제대로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했다.
전날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이 후보가 출석해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국제마피아’ 측에 특혜를 주고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지만 이 후보는 터무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 후보가 “과거 새누리당이 당의 공론으로 공공개발을 못 하게 막았다”, “개발 이익을 차지한 민간업자에게 어떤 형태든 금전 이익을 나눈 건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등의 발언으로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자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은 “의도적으로 모든 걸 국민의힘에 다 갖다 붙인다”며 반발했다.
이 후보는 20일 열리는 국회 국토위 국감에도 출석한다. 19일은 외부 일정 없이 국감 준비를 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10.19 “거짓이면 벌 받겠다” 이재명 조폭 연루 제기한 조직원 스스로 얼굴 공개
▲박철민씨. /장영하 변호사 제공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조직폭력배의 돈 20억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한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박철민씨가 스스로 본인 사진을 공개했다.
18일 박철민씨와 소통하고 있는 장영하 변호사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박씨 본인이 증언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본인 사진을 공개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얼굴에 모자이크 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라며 “박씨가 자신의 증언이 허위사실일 경우 허위사실 유포죄든 명예훼손죄든 얼마든지 처벌받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씨가 썼다는 사실확인서와 진술서를 공개하며 이 지사가 조직폭력배의 돈 20억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성남시의회 1, 2, 3대 의원과 부의장을 했던 박승용씨의 아들 박철민씨와 코마트레이드 이준석 대표 등은 모두 국제마피아파 소속 핵심 조직원”이라며 “장영하 변호사를 통해 박철민씨로부터 이 지사에 관한 공익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사실확인서와 진술서에서 박씨는 “이재명 지사는 2007년 이전부터 국제마피아파 원로 선배분들과 변호사 시절부터 유착관계가 있었다”며 “국제파 조직원들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커미션을 주는 공생관계였다”고 했다. “당시 국제마피아파 측근들에게 용역 등 시에서 나오는 사업의 특혜를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불법 사이트 자금을 이 지사에게 수십차례에 걸쳐 20억원 가까이 지원했고 현금으로 돈을 맞춰 줄 때도 있었다”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김 의원은 박씨가 이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현금 뭉치 사진도 공개했다. 김 의원은 “박철민씨는 5만원과 1만원짜리 현금뭉치 5000만원을 이 지사와 이준석 대표가 찻집에서 얘기 나누고 있을 때 이 지사 차에 실어줬다고 증언했다”며 “박씨 친구라는 장모씨 역시 5만원과 1만원짜리 지폐 현금 약 1억원을 이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직폭력배 측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성남시장 재임시절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현금 1억원 사진.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18일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공개했다. /유튜브 캡쳐
이에 이재명 지사는 “어디서 사진을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야당 의원이) 노력은 많이 한 것 같다”며 “이래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명백한 허위사실을 국민 앞에 틀어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 박찬대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깡패·조폭 말 믿는 ‘조폭 대변인’ 김용판 의원은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기자회견 통해서 입장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박찬대 대변인은 “김용판 의원이 조폭 대변인을 자처한 이상 국민의힘은 ‘조폭 비호당’ ‘깡패연합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연루 의혹은 2018년 경찰조사에서 이미 불기소로 끝난 건이다. 김용판 의원은 국정감사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한 마녀사냥식 망신주기, 인신공격의 장으로 전락시켰다. 김용판 의원은 거짓을 생산하고 국민을 현혹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김명일 기자
10.19 국민 궁금증 풀어주지 못한 이재명 국감
국민의힘 “이 지사 조폭 조직에서 20억 받아”
이 지사 “김만배 안 만났다, 남욱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상대로 어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의 국감에선 예상대로 대장동 의혹에 질의가 집중됐다. 하지만 주요 의혹에 대한 국민적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라며 이 지사를 공격했지만 국감 시간 상당수가 이 지사의 해명으로 채워졌다.
이 지사는 대장동 사업의 최종 책임자가 성남시장이던 자신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대장동 설계자라 했던 건 이익 환수 방법과 절차, 보장책을 설계했다는 뜻”이라며 “민간 참여자들의 이익 배분에 관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역으로 “돈을 나누어 가진 자가 도둑”이라며 ‘화천대유 게이트’라고 공세를 폈다.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의 관계도 핵심 의혹인데, 야권의 증거 제시는 없었다. 이 지사는 유씨 체포 과정을 보고받았는지에 대해 “기억에 없다”고 했다. 김씨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해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지만 만난 일이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귀국해 체포된 남욱 변호사도 “모른다”고 했다. 이 지사는 오히려 대통령이 돼도 이들을 사면하지 않겠다며 “엄벌해야 한다”고 거리를 뒀다. 김만배씨의 ‘그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측은 “돈을 지배하는 자”라며 이 지사를 지목했지만, 이 지사는 “돈을 나누어 가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인허가나 시행 과정에서의 특혜 여부도 관건인데, 경기도 측의 자료 제공 거부 때문인지 의혹 규명을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 지사가 조직폭력배의 돈 2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감 중인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출신의 자술서를 공개하며 이 지사가 2007년 이전부터 조폭과 유착관계가 있었고, 불법 자금 2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비슷한 것이라도 있었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지만 지자체장 신분으로 국감에 임하는 것으로는 부적절한 자세도 드러냈다. 조폭 연루설 제기 의원의 발언 도중 헛웃음을 터뜨리고, 야당을 향해 “학예회를 하느냐”는 표현도 썼다.
야당 의원들은 ‘한 방’ 없이 기존 의혹을 재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국감을 실시간 평론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자체 조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잘했다’는 질문에 1%대 답변이 나왔다고 했을 정도다. 20일 경기도에 대한 추가 국감이 예정돼 있지만 의혹이 규명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진실은 수사로 밝혀질 수밖에 없는데, 이 지사는 특검에 대해 “시간을 끌어 정치공방을 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검경 수사가 부실할 경우 특검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사설
10월 22일 ‘1타 강사’ 원희룡, 대장동 후광 효과 톡톡…지지율 상승세
“윤석열과 단일화 검토” 자신감
국민의힘 대선주자 중 ‘최약체’로 분류되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1타 강사’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경기지사)의 저격수로 나서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탔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 전 지사는 2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후보) 4명 중에는 제일 바닥을 깔고 있었는데, (지지율이) 상승 중이라고 체감으로 느낀다”며 “이재명의 실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원희룡이 약하지 않다, 가능성 있겠다는 것이 급속히 퍼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저는 다음번이 아니라, 기호가 ‘2번’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는 “검토해보겠다. 저로 단일화하겠다는 제안이 오면”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이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4인을 모두 넣는 4자 가상대결 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별 지지율은 윤 전 총장이 34%, 홍준표 의원이 32%, 원 전 지사가 22%, 유승민 전 의원이 20%로 나타났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4인 중 ‘최약체’라고 불리던 원 전 지사가 본선 경쟁력이 있겠다고 국민이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타 강사’를 자처하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원 전 지사는 전날에는 대장동 개발 핵심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이 있기 전 이 후보 측근과 2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통화한 인사가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 이거나 백종선 수행비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10.23 ‘王자 무속’ 이어 ‘개 사과’ 윤석열의 이해 못 할 행태
▲국민의힘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반려견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토리스타그램'에 21일 올라온 사진. /인스타그램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며 “독재자의 통치 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 호남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가 비판을 받자 직접 사과한 것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 측은 사과 직후 인스타그램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렸다. 당장 ‘개에게 사과했다’는 뜻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을 개 취급하는 거냐”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윤 전 총장 측은 “실무자가 실수를 했다”며 사진을 삭제하고 인스타그램도 폐쇄했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공개적인 게시물을 띄울 때는 그것이 어떻게 해석될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금 윤 전 총장 측은 이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일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속적으로 이해 못할 행태가 나오게 돼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 구조 속에서 황당한 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TV 토론에서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고 나왔다. ‘지지자가 그려줬고 미처 못 지웠다’고 해명했지만 그걸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속칭 ‘도사’라는 사람의 강연 동영상을 보라고 했다는 논란도 빚었다. 새로 입당한 당원 26만여 명에 대해 근거도 없이 ‘위장 당원’이라고도 했다. 크고 작은 말실수가 너무 잦아 ‘1일 1건주의’라는 말까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출마선언에서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린 공정과 상식, 법치를 바로 세우고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하는 말과 행동은 상식과 거리가 멀고 공정·법치와 부합하는지도 의문스럽다. 국가 발전을 위한 미래 비전을 보여준 적도 별로 없다. 이러고서 어떻게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건가. 윤 전 총장이 현 정부의 폭주와 불법, 내로남불에 맞서 싸운 것에 박수를 보냈던 국민도 혀를 차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10.26 국민 보고 ‘앙꼬 없는 찐빵’이나 먹으라고?
집권세력이 李로 후보 결정하자
검찰, 유동규 혐의에서 배임 삭제하고 남욱 풀어줘
수사 않겠다는 의사 보인 것
공직사회 언제까지 침묵할까
분노 폭발하면 국민 심판 받는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의 행보와 인사(人事)를 보면서 나는 문 대통령 뒤에 좌파 정권을 움직이는 어떤 상위(上位)의 실체 또는 원탁회의(최고 멘토 그룹) 같은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2년 전 ‘유능과 무능과 불능(不能) 사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문 대통령은 누군가 그에게 주입해 준 대로 각본을 읽고 ‘일’을 수행해 나가는 대역(代役) 배우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고 쓴 적이 있다. 퇴임의 문턱에 선 그는 대통령으로서 능력도, 존재감도 입증하지 못했다.
좌파 정권 배후의 ‘실체’에 대한 나의 의구심은 이번 여당의 차기 대선 주자를 선택하는 과정을 보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실 이재명 지사는 비록 여론조사상에서 약간의 우위를 점하기는 했지만 좌파의 전폭적이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이 생각했던 차기 후보들이 성추행·자살·범법 행위로 줄줄이 퇴장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재명으로 좁혀지기는 했지만 그간 그의 돌출적 사고와 행동으로 보아 그가 어디로 뛸지 몰라 고심했던 흔적이 역력했다. 대장동 사건이 터지면서 그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가 패배하는 경우 ‘좌파 30년 집권’의 야망은 물거품이 될 뿐 아니라 우파의 적폐 청산에 의한 좌파의 궤멸까지 걱정해야 했다.
좌파 집권 세력은 결국 이재명으로 가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 첫 증거가 유동규에 대한 기소에서 ‘배임’ 혐의를 삭제한 검찰의 안면 몰수다. 유동규에서 배임을 빼면 이재명을 수사할 수 없다. 이 정권은 특검은커녕 수사조차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에게 ‘앙꼬 없는 찐빵’(전원책 변호사)이나 먹으라는 소리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아마도 유동규는 ‘나는 혼자 죽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왔을 것이다. 사건의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이재명은 순식간에 날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배임 삭제 결정으로 검찰의 존재 의미가 추락할 것을 검찰이 모를 리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얼굴에 철판 깔고 나선 것은 검찰 자체의 결정으로 볼 수 없다.
수천억 원을 먹고 미국으로 튄 남욱이라는 이름의 변호사는 검찰과 그 어떤 ‘거래’ 없이 제 발로 들어올 리 없다는 게 상식이다. 검찰은 언론의 추궁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그를 공항에서 ‘체포’했다가 하루 만에 풀어줬다. 기세등등한 그는 기자들에게 “커피 한잔 사겠다”고 히죽거렸다. 뒷거래의 냄새가 나도 너무 난다. 도대체 이런 뻔뻔함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재명으로 가기로 ‘오더’가 떨어진 이상, 이제 하수인들이 할 일은 장애물 제거다. 이씨를 보호하려 모든 정치적, 사법적, 행정적 조직을 가동하는 것이며 검찰의 ‘배임 삭제’는 그 보호막 가동의 핵심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결선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은 경쟁자 이낙연 측의 자존심도 억지로 꿇리고 있다. 앞으로 이재명의 독선은 거리낄 것이 없고 여권의 ‘이재명 구하기’는 승승장구할 것이다. 국민의 분노쯤은 아랑곳하지 않기로 한 모양새다.
이제 지켜봐야 할 것은 좌파 정권의 독주·독재에 대한 반발 내지 분노다. 전체 검찰은 친여파 검찰의 막가파식 안면 몰수와 몰상식을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쪽을 지지하고 반대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로서의 법치와 준법정신에 대한 법조인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단 검찰뿐 아니라 공직 사회 전체가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권력의 자의적 행사는 어디까지가 한계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면 그것은 매우 중요한 제동장치가 될 수 있다. 어느 나라건 정권 말기가 되면 여기저기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게 마련이다. 여권 정치조직 내부에서도 견제의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집권 측의 횡포가 도를 넘고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온갖 탈법적·불법적 무리수를 남발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종 심판은 국민의 몫이다. 원래 선거라는 것은 상대적 선택이다. 이 정당이 저 정당보다 낫고, 이 후보가 저 후보보다 못하다는 식의 판단이 작동하는 곳이 선거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가 위태롭고 국민의 삶이 위협받고 나라의 정체가 흔들릴 때 국민은 그저 이것이 저것보다 낫다 못하다는 식의 단순 비교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국민을 허수아비로 보는 자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 선거는 절대적 선택이 된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10월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 (서울=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별세. 2021.10.26 [연합뉴스 자료사진]
빈농의 아들에서 신군부 2인자…13대 대통령
광주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으로 징역 17년…‘영욕의 삶’
2002년 전립선암 수술 후 요양…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날 별세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1932~2021년)이 26일 숨졌다.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온 노 전 대통령은 응급실로 옮겨진 이날 삶을 마감했다. 이날은 5~9대 대통령을 지낸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42주기로, 두 명의 대통령이 같은 날 숨진 날로 기록됐다.
노 전 대통령의 인생은 한 마디로 ‘영욕으로 점철된 삶’이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전두환 정권 시절 신군부 2인자로, 이어 제13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권력의 정점에 올라섰지만, 지난 1996년 12·12사태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은 이후로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생의 막바지에는 암과 폐렴 등으로 긴 투병 생활까지 이어오면서 파란만장했던 인생역정은 쓸쓸히 막을 내리게 됐다.
◆빈농의 아들에서 신군부 2인자로 =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32년 지금은 대구 동구로 편입된 경북 달성군 팔공산 기슭에서 태어났다. 노 전 대통령은 만 6세도 되지 않은 1938년 부친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면서 우울한 소년기를 보냈지만, 삼촌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학업은 이어갈 수 있었다. 고향에서 공산국민학교를 졸업한 노 전 대통령은 대구공업중(현 대구공고)에 들어갔지만 이후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품고 경북중으로 편입, 진로를 바꿨다. 하지만 지난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경북중(현 경북고) 6학년(당시 18세) 때 학도병을 자원해 헌병학교에 들어갔다. 이어 1952년 1월 육군사관학교(11기)에 진학, 중학교 동창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동기생으로 다시 만나면서 인생의 큰 격변기를 맞이하게 된다.
군사정보대에서 영어번역 장교까지 역임했을 정도로 엘리트였던 그는 전 전 대통령과 함께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승승장구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신군부 세력을 이끌며 1979년 12·12사태를 주도, 정권을 찬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배경이 된 전국 비상계엄 실시를 주도하는 등 오욕의 현대사를 창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군부 2인자로 성장한 노 전 대통령은 1981년 대장으로 예편한 뒤 정무장관에 기용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는다.
◆‘6·29 민주화 선언’과 제13대 대통령 당선 = 2인자에 머물던 노 전 대통령이 대중정치인으로서 국민에게 강하게 각인된 계기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1987년 6월 29일 이를 수용한다는 내용의 ‘6·29 민주화 선언’을 발표하면서다. 군부 독재에 대한 저항이 극에 달하던 당시 그는 대통령 직선제와 김대중 전 대통령 사면 복권을 전격 수용, 대타협을 이끌어내면서 파국으로 치닫던 시국을 하루 아침에 평정했다. 당시 미국 언론들로부터 “민주화를 앞당긴 인물”로 평가받은 노 전 대통령은 결국 같은 해 12월 직선으로 치러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승리함으로써 권력의 정점에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1988년에는 자신이 올림픽조직위원장으로 유치했던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또 당시 냉전체제 붕괴 등 대외 정세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북방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소련과 중국은 물론 동구공산권국가들 수교를 맺는 업적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또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남북한 간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 등을 골자로 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이끌어 내면서 우리나라의 외교 지평을 한층 확대했다.
◆퇴임 후 수감 생활 =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가 12·12사태를 ‘쿠데타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과거 청산 작업에 돌입하면서 하루아침에 전직 대통령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노 전 대통령은 결국 1996년 대법원에서 12·12사태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선고 받으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박탈되는 불명예를 안는다. 다만 수감 생활은 길지 않았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 직후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 간의 합의에 따라 사면·복권돼 석방됐다.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에는 건강히 급격히 악화하면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에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이후 연희동 자택에서 요양 생활을 이어왔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이날 삶을 마감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1932∼2021) 연보
1932년 8월 17일(음력 7월 16일). 대구 출생
1951년 7월. 경북고 졸업
1955년 9월. 육군사관학교 졸업(11기), 육군 소위 임관
1968년 6월. 육군대학 정규과정 졸업(중령)
1971년 11월. 보병 제21연대장(대령)
1974년 10월. 제9공수특전여단장(준장)1979년 1월. 보병 제9사단장(소장)
1979년 12월. 수도경비사령관(소장)
1980년 8월. 국군보안사령관(중장)
1981년 7월. 전역(육군대장), 정무 제2장관
1982년 3월∼1986년 5월. 체육부장관, 내무부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대한체육회장
1985년 2월. 제12대 국회의원, 민주정의당 대표위원
1987년 6월 29일. 6·29 선언
1987년 8월 민주정의당 총재 취임
1988년 2월. 제13대 대통령 취임
1988년 9월. 서울올림픽 개회선언
1988년 10월. 미국 방문,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1989년 2월. 조지 H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1990년 5월. 민주자유당 총재 취임
1990년 12월. 소련 방문,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한·소 정상회담
1991년 9월.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1993년 2월. 대통령 퇴임
1995년 11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수수) 위반 혐의 구속수감
1997년 4월. 대법원 징역 17년 확정 판결
1997년 12월. 특별사면·출감
2006년 3월. 을지무공훈장 등 11개 서훈 취소
2021년 10월 26일 사망
문화일보 민병기·조성진 기자
노태우 영욕의 정치역정…12·12쿠데타, 6·29선언으로 대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장 전역식 모습. 오른쪽은 김옥숙 여사. 1981.7.15 동아일보 DB
12·12 군사쿠데타(1979년), 6·29선언(1987년), 3당 합당(1990년), 비자금 사건(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이들 한국 정치의 역사적 사건은 지금도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할 만큼 충격의 연속이었다.
신군부 세력의 핵심 중 하나로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의 핵심부에 진입한 그는 숱한 정치적 위기를 거친 끝에 육사 11기 동기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1988년 제13대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육사 생도 시절 (증명사진). 동아일보DB그러나 취약한 지지기반, 88서울올림픽 이후 분출된 민주화운동에 따른 사회혼란, 권력 내부의 암투 등으로 인해 조기에 레임덕이 찾아왔다. 특히 퇴임 2년 여 만에 터진 4000억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 퇴임 후 결국 법정에 서고 영어(囹圄)의 신세를 지는 등 순탄치 않은 인생을 보냈다.
제9사단장에서 대통령까지
▲1982년 10월 27일 국회 내무위에서 답변에 앞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노태우 내무장관(왼쪽)과 안응모 치안본부장(오른쪽).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는 그의 일생을 바꿨다. 국가적 혼란 속에서 육사 내 사조직인 ‘하나회’ 출신으로 제9사단장을 맡고 있던 노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 12일 쿠데타에 가담하게 된다. 이어 1981년 육군 대장으로 예편한 그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정무2장관, 체육부장관, 내무부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1985년에는 2·12 총선에서 전국구로 국회에 진출해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으로 활동하며 사실상 ‘후계자’ 지위를 보장받았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에 대한 거부감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분노와 어우러졌고 민심은 극도로 이반됐다.
▲6·29 선언 직후 미국 ‘타임지’ 표지모델로 선정된 노태우 전 대통령. 동아일보DB
결국 1987년 ‘6월 항쟁’은 전국으로 퍼져갔고, 그해 6월29일.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대통령 직선제 수용, 김대중 사면복권과 시국사범 석방, 국민기본권 신장, 언론자유 보장,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정당 활동 보장 등 역사적인 ‘6·29 선언’ 8개항을 읽어 내려갔다.
온건 군부세력의 이미지를 구축한 그는 그해 12월16일 16년 만에 실시된 대통령 직접선거에 민주정의당 후보로 출마해 야권이 통일민주당 김영삼,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로 분열된 상황에서 36.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승부수 띄운 ‘3당 합당’
▲1988년 9월 17일 서울올림픽 개막을 축하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동아일보DB
하지만 그의 국내 기반은 허약했다. 1988년 4월 26일 소선거구제를 도입해 실시된 13대 총선에서 역사상 최초로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탄생했다. 호남의 평화민주당, 부산 경남의 통일민주당을 양 김씨가 장악한 가운데 민정당 중심의 정국 운영이 어렵게 됐다.
노태우 정권은 정계개편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퇴임 후의 신변 보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태우 대통령이 1988년 2월 25일 제13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1990년 1월 22일. 노태우 대통령은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와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섰다. 3당 합당을 공식 선언하고 민주자유당을 출범시킨 것이다. 여소야대 구도는 순식간에 216석의 거대 여당과 왜소한 야당의 구도로 재편됐다.
그러나 이미 노태우 대통령의 힘은 빠지고 있었다. 1992년 김영삼 대표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자 9월 18일 노태우 대통령은 민자당을 탈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 3당 합당 체제는 현재의 정당구도의 시발점이 됐다.
4000억 원 비자금
▲1996년 12월 16일 쿠데타 및 비자금 항소심 재판. 동아일보DB
김영삼 정부 들어 12·12 군사쿠데타에 대한 단죄 여론이 불길처럼 일었다. 1995년 당시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19일 당시 민주당 박계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태우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비자금 의혹 규모는 4000억 원에 달했다.
검찰은 수사 착수 2주일 만에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했고 결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군 형법상 내란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고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추징금 2628억 원의 형이 확정됐다.
그는 1997년 12월18일 김영삼 정부의 특별사면 조치에 의해 석방됐다. 2013년 9월에는 남은 230억 원의 추징금을 모두 납부하면서 16년을 끌어온 미납 추징금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그는 옛 권위주의 군부 체제의 일원이었고 불법 비자금 조성으로 처벌받으면서 비판을 받았다. 재임 시절 ‘보통사람’을 내세웠지만 이른바 ‘물태우’로 표현되는 유약하고 소극적인 리더십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기나긴 투병생활
▲테니스를 즐기던 노태우 전 대통령. 오른쪽 사진은 1991년 7월 2일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백악관 테니스 코트에서 부시 대통령과 한조가 돼 테니스를 치는 모습. 동아일보 DB
그는 퇴임 이후 외부 활동을 삼간 채 사실상 은둔 생활을 했다. 지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며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투병 생활을 해온 것이다
2002년 미국에서 전립샘암 수술을 받았고, 2008년에는 희귀병인 소뇌 위축증 판정을 받았다. 2011년 4월 엑스선 검사에서는 7cm 길이의 한방용 침이 기관지를 관통한 것으로 드러나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그는 2011년 8월 회고록을 통해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선거자금으로 3000억 원을 줬다”는 내용을 밝히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가급적 정치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 국민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가는 길을 선택했다. 2015년 11월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식장에 아들 노재헌 씨를 보내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재헌 씨는 올 8월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광주민주화운동 희상자들에게도 적극적인 사죄의 뜻을 표하는 등 꾸준히 과거사에 대한 정리 작업을 해 왔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 주도의 직선제 도입으로 우리나라가 군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되는 계기가 마련됐고,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하는 등 탈냉전 시대를 맞아 적극적으로 북방정책을 펼친 점은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10.27 6·29 선언과 북방 외교,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거행된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선서하고 있다. 1988년 2월 25일./조선일보DB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이 8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의 별세로 우리 현대사는 또 하나의 장을 넘겼다. 노태우 집권기(1988~1993)는 대한민국이 산업화 시대를 거쳐 민주화 시대로 넘어가는 가교였다. 두 시대를 주도해온 양대 세력이 가슴에 품은 가치는 달랐지만 시선은 국가 발전이라는 똑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두 세력이 충돌하며 교차했던 그의 집권기는 한 가지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역동의 기록이다. 노 전 대통령의 생애 역시 그러하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은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신(新)군부에서 비롯됐다. 육군사관학교 4년제 정규 첫 기수인 11기 출신으로 군인으로 승승장구하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동기생 전두환 전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신군부의 5·18 유혈 진압 책임은 노 전 대통령 평생의 짐이 됐다. 대통령으로서 수천억 비자금 조성도 그의 삶에 드리운 그림자다.
6·29 선언을 빼놓고 노태우를 말할 수 없다. 6·29가 없었다면 우리는 문민 민주주의 시대 진입을 위해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6·29를 누가 주도했느냐를 놓고 말이 엇갈린다. 다만 대선을 치러야 하는 당사자로서 승리가 담보된 간선제 대신 직선제를 받아들인 노태우의 결단이 없었다면 6·29는 없었을 것이다. 군사정권부터 문민정부를 거쳐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기까지의 대한민국의 민주 발전사는 6·29라는 징검다리를 딛고 이뤄진 것이다. 1987년 6월 전국의 거리를 달군 국민적 열망이 6·29와 새 헌법을 쟁취해냈다. 야권 분열 구도 속에서 치러진 13대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은 36.6%를 얻어 당선됐다. 10월 유신 이후 15년 만에 나온 직선 대통령이었다.
노태우 재임기는 3김(金) 할거 시대였다. 19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되자 그는 1990년 김영삼·김종필과 손잡는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을 출범시켰다. 김대중의 평민당을 소외시켜 “지역 구도를 심화한 야합”이란 비판도 받았으나 과거 민주화 운동의 한 축이었던 김영삼과 연대했고 이는 군사정권의 종지부와 문민정권의 탄생으로 연결됐다. 여기에 “군 출신 대통령은 내가 마지막”이라는 노 대통령의 결심도 역할을 했다.
노태우 시대는 대외적으로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국제 질서가 탈냉전으로 재편되는 격변기였다. 그는 북방 외교로 이 역사적 기회를 잡았다. 각각 동서 진영의 반쪽 올림픽으로 치러졌던 1980년 모스크바, 1984년 LA 올림픽과 달리 1988년 서울 올림픽은 공산권을 포함해 160국이 참여한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1989년 2월 공산권 국가로는 최초로 헝가리와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은 것을 시작으로 1990년 9월 소련, 1992년 2월 중국과 수교함으로써 북방 외교는 그 정점을 찍었다. 사회주의권 국가로의 진출이 막혀있던 반도 국가 대한민국은 북방 외교로 우리의 경제, 생활, 문화권을 전 지구적으로 확장했다. 한국 외교 최대 업적 중의 하나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남북 기본합의서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채택 등도 노태우 정부의 업적이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27일 전환기 위기를 기회로 바꾼 ‘노태우 시대’와 2021 현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89세를 일기로 영욕이 교차했던 삶을 뒤로하고 영면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했던 시기(1988∼1993년)는 국내적으로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군부정권에서 문민정권으로 이동하던 격변기였다. 세계적으로는 사회주의권 붕괴 등 탈냉전이라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신군부의 2인자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6·29선언이라는 교두보를 발판으로 ‘1987년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국내외 대전환기를 맞아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은 가장 큰 공적이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에 굴복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의 6·29선언으로 더 이상의 피를 흘리지 않고 민주주의로 전환할 수 있었다.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 김영삼·김종필과 손잡고 3당 합당을 성사시켰지만, 지역구도 정치를 고착화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그러나 국회 5공 비리 조사특위,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위 가동 등 전두환 시대 청산에 나서면서 군사정권의 잔재를 청산하는 물꼬도 텄다. ‘물태우’라며 유약한 리더십 비판도 들었지만 야당 대표와도 가장 많이 만나고, 분출하는 사회적 요구를 극단적인 조치 없이 상황을 관리할 수 있었다. 고속철도와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분당·일산 신도시 200만 호 건설로 주택 시장 안정에도 기여했다. 서울올림픽 개최와 북방외교 성공도 중요하다.
하지만 12·12군사쿠데타 주역임은 물론 기업들로부터 2628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 등은 지울 수 없는 낙인이다. 그래도 ‘저의 과오들에 대한 깊은 용서를 바란다’는 유언과 추징금 완납 등 참회하는 자세만큼은 국민에게 오래 기억될 것이다. 죽음에 이르러서가 아니라 현직에 있을 때 그런 자세로 임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전환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노태우 시대 5년은 문재인 정부 5년 마지막 해인 2021년 대한민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문화일보 사설
10.27 전환기 이끈 ‘보통 사람’ 노태우의 리더십
민주화 요구 수용 … 6·29선언 승부수
북방 외교는 혜안, 쿠데타·비자금 오점
노태우 제13대 대통령이 어제 별세했다. 대통령 중 드문 연성(軟性) 리더십의 소유자였던 고인은 국내적으론 박정희·전두환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를 지나 명실상부한 민주화 시대로 나아가는, 세계사적으론 냉전체제가 무너져 내리는 전환기에 선 대통령이었다.
고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선 반세기를 함께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육사 11기 동기인 두 사람은 사조직인 ‘하나회’ 세력의 핵심으로 12·12 군사쿠데타를 주도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했다. 고인은 전두환 정권의 2인자로 대통령 후보에까지 올랐다.
1987년 6·29선언이 고인에겐 변곡점이 됐다. 민주화 요구를 수용해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을 약속했다. 전 전 대통령의 의도였다곤 하나 고인이 수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승부수였다. 그해 말 대선에서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을 제치고 36.7%의 득표로 당선됐다. 이듬해 총선에선 여소야대의 국회까지 만들어졌다. 정치·사회·경제 각 분야에서 분출하는 거센 민주화 요구까지 맞물리면서 ‘1노 3김의 시대’로 불릴 정도로 권력은 분산됐다. 과거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고인은 순응했다.
둘도 없는 친구인 전 전 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냈고, 3김과 협의해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 무렵이다. 입법 주도권도 국회로 넘어갔다. 고인이 ‘물 대통령’으로 불린 까닭이다. 고인은 외려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는 과정을 보면 물의 힘은 참 크다. ‘물 대통령’이란 별명 참 잘 지어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넘겼다.
재임 중 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린 상징적 사건이었다. 공산권 붕괴란 세계사적 변화를 놓치지 않고 북방 외교를 펼친 점은 단연 고인의 혜안이었다. 소련(러시아)·중국 등 공산국가들과 처음으로 국교를 맺었으며 북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란 진전도 있었다. 사실상 ‘섬’이었던 한국을 세계와 연결했다.
경제 분야에선 경부고속전철 건설이나 영종도 공항 건설 등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함께 주택 200만 호 건설이 있었다. 하지만 흑자 경제를 물려받아 적자 경제를 넘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 대통령 재직 시 수천억원을 부정 축재했다는 사실은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정치적으로도 민주정의당(노태우)·통일민주당(김영삼)·신민주공화당(김종필)의 3당 합당을 통해 사실상 호남 배제를 낳았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고인의 집권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한 역사가는 “선악의 사고를 넘어서야 넓은 영역이 보인다”고 했다. 고인의 공과(功過)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야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고, 그 시대로부터 배울 수 있다. ‘보통 사람’이길 원했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
중앙일보 사설
10.28 정씨 對 정씨 대선, 그래도 ‘케세라세라’ 안 된다
대선 앞 시중의 걱정들 ‘그 사람 당선되면 어떡하나’ ‘한국에 이렇게 사람이 없나’
난감하고 어이없지만 5년이 미래 좌우할 수도… ‘될 대로 돼라’ 대선은 안 된다
어느 자리에서 내년 대선에서 누가 될 것 같으냐는 얘기 끝에 한 분이 “어쨌든 정씨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여야 후보가 다 정씨이니 정씨가 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지금 여야 후보들이 어떤 사람이냐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졌고 유권자들은 ‘정권 유지파’ 대 ‘정권 교체파’로 나뉘어서 묻지 마 투표를 할 것이기 때문에 ‘정씨’가 된다는 것이었다. 대장동 사건 의혹의 중심에 선 여당 후보가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했다. 묻지 마 투표라는 것이다. 다들 그분 얘기에 동감하면서 ‘대한민국에 이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개탄했다. 믿고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후보는 의미가 없어지고 정권 유지냐, 정권 교체냐는 편 가르기 투표만 남는 현실에 대한 걱정이었다.
시중에서 선거에 대해 들리는 얘기 상당수가 ‘그 사람이 대통령 되면 어떡하느냐’다. 여야 지지자 가릴 것 없이 그런 말을 한다. 여기에는 그 사람이 당선되면 나라에 무슨 변고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정책 문제도 심각하지만 후보들의 인성과 품격이 위험 수준에 있다. 대통령은 전문 지식에 앞서 정상적이고 안정된 인격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국민의 안녕은 물론 생사까지 가를 수 있는 국정의 최종 판단은 절대 감정적, 즉흥적, 공격적, 편파적으로 내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후보도 흠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가 막장이라지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번 대선처럼 심각하게 제기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청와대 전경/조선일보 DB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주요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없던 현상이다. 그를 싫어하는 국민이 좋아하는 국민의 두 배가 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데 그의 인성에 물음표가 있다면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나라에는 필요하지만 대중이 싫어하는 노동 개혁, 공공 개혁, 연금 개혁 등은 물 건너가고 포퓰리즘이 계속 기승을 부릴 수 있다. 대중의 환심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은 전에 없이 거칠고 폭력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막강한 권력은 본성을 발현시킨다. 이 두 현상은 그러지 않아도 갈라진 나라를 완전히 쪼개놓을지 모른다. 이 예상이 전부 틀리기를 바라지만 왠지 그렇지 않을 듯하다.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훨씬 컸던 대선이 2016년 미국에서 있었다. 트럼프와 힐러리 모두 비호감도가 크게 높았다. 비호감도가 60% 정도였던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자 왜 그리 큰 비호감을 받게 됐는지 스스로 입증하는 국정을 4년 내내 했다. 그 국정은 세계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 의회에 친트럼프 폭도가 난입하고 사람이 죽으면서 끝났다. 지금 미국은 사실상 두 나라처럼 갈라져 있다.
이번 대선을 보면서 괜찮다고 생각되는 정치인들이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상을 재확인한다. 여야 모두에 그런 정치인들이 있지만 대부분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어느 분은 이 현상에 대해 “대중의 정치인 지지는 결혼할 사람이 아니라 연애할 사람을 고르는 여성의 심리와 같은 면이 있다”고 했다. 결혼할 사람은 반듯하고, 믿을 수 있고, 능력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연애할 상대로는 낙제인 경우가 있다.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애 상대를 고르듯이 대통령을 선택하고서 그와 5년 결혼 생활을 해야 한다. 연애 감정은 몇 달이고 그다음은 현실이다. 중간에 이혼할 수도 없다. 그래도 과거엔 찍을 만한 후보가 있었다. 이번엔 후보 대부분이 극혐에 가까운 비호감마저 받고 있다.
‘정씨 대 정씨’ 대선을 얘기했던 분은 자신에게 이번 선거는 ‘케세라세라(될 대로 돼라)’ 대선이라고 했다. 그분도 말은 이렇게 체념하듯 했지만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유권자 입장에서 내년 3월의 선택은 참으로 난감하다. 특히 묻지 마 투표를 하지 않는 중도층 유권자들로선 투표장에 가고 싶지도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쪽 정씨든, 저쪽 정씨든 당선되는 순간 본래 성씨로 돌아온다. 그때 나라가 어떻게 되고 5년 뒤엔 또 어떻게 돼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세계 정치, 경제가 근본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 앞으로 5년은 우리 미래 세대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10월 28일 음식점 총량제…본말 호도하고 시장경제 전복할 발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7일 밝힌 ‘음식점 허가 총량제’는, 자영업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충정임을 고려해도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자영업이 과잉 진입·경쟁으로 참혹한 레드오션이 됐고, 업종 전환 등 구조조정 대책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사 발언은, 그렇게 된 현실을 도외시한 채 업체 숫자를 통제하겠다는 것이어서 시장경제 체제는 물론 경제적 자유까지 침해한다. 당장 현실적으로 어느 지역에 몇 개를 적정량으로 정할지부터 문제이고, 음식점 허가를 둘러싼 비리, 경쟁력 없는 업체의 자연 퇴출 중단과 ‘음식점 딱지’ 뒷돈 거래 등도 예상된다. 그대로 집행되면 사회주의 계획경제도 넘어 북한식의 전체주의·공산독재 체제에 가깝게 될 것이다.
이 후보는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면서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해서 이제까지) 못 하긴 했는데 총량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 “좋은 규제는 필요하다”면서, 자영업 참여를 “자살할 자유”나 “망하는 자유” “불량식품을 먹거나 굶어 죽을 자유”에 빗대기까지 했다. 논란이 예상되자 이 후보 측 관계자가 “시행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행사 성격을 볼 때 이 후보의 정리된 생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은 음식점 난립과 폐업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의 본말부터 호도한다. 자영업 과잉은 ‘괜찮은 기업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번듯한 일자리 창출이 근본 대책인데, 현 정권은 반(反)기업·반고용 정책으로 역주행했다. 게다가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무차별 주52시간 강제는 자영업의 대규모 몰락을 재촉했다. 많은 사람을 자영업으로 내모는 본질은 숨기고, 자영업자를 위하는 척 말초적 감성만 자극하는 포퓰리즘 행태다.
게다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 정체성을 전복(顚覆)하는 접근법이다. ‘대한민국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헌법 제119조는 물론, 직업 선택의 자유(제15조)와 사영 기업의 통제·관리 금지(제126조)까지 부정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 한다면 이번 발언을 철회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사설
10.29 판사 겁주기용 ‘억지 탄핵’ 却下, 與와 대법원장 사과 한마디 없다
헌법재판소가 28일 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 심판 대상이 된 임성근 전 판사에 대해 ‘탄핵할 수 없다’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탄핵은 직무와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어긴 공무원을 파면하는 조치인데, 임 전 판사는 이미 임기 만료로 퇴직했기 때문에 탄핵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리를 따질 것도 없는 당연한 결론이다. 퇴직했는데 무슨 탄핵을 하나.
말도 안 되는 임 판사 탄핵은 국회를 장악한 여당이 밀어붙였다. 탄핵 사유와 과정이 모두 엉터리였다. 임 판사는 후배 판사의 재판에 관여했다는 이른바 ‘사법 농단’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판결문에 ‘위헌적 행위’라는 표현이 있지만 ‘권유나 조언 정도에 불과해 재판권 침해는 없었다’고 돼 있다. 그런데도 여당은 이 판결문을 ‘1호 증거’라며 탄핵에 나섰다. 임 판사의 퇴임을 겨우 한 달 앞두고 그가 1년 전에 무죄 받은 사건을 다시 꺼내 탄핵을 강행한 것이다. 상당수 여당 의원은 탄핵 내용도 모르는 채 백지 발의안에 서명했다고 한다. 국회 법사위 증거 조사도 건너뛰었다. 한 사람을 겨냥한 린치나 다를 게 없다.
여당이 임 판사를 억지 탄핵한 이유가 있다. 일선 법원이 김경수 경남지사 대선 여론 조작,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조국 장관 사건 등에서 엄정한 판결을 잇달아 내리자 전체 판사들에게 ‘당신도 탄핵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겁주려 한 것이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관여 등 정권 불법 사건들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판사 탄핵에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원 내 ‘하나회’라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이탄희 의원이 앞장섰다. 김 대법원장은 임 판사가 사표를 내자 “사표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받을 수 있다”며 수리를 거부했다. 임 판사가 이 말을 공개하자 대법원장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잡아뗐다가 녹취가 나와 거짓말이 들통났다. 한국은 대법원장이 거짓말하는 나라가 됐다. 이탄희 의원은 사법 농단 사건을 촉발한 뒤 여당 공천으로 의원이 됐다. 김 대법원장은 헌재 각하 결정에도 사과 한마디 없다. 이 의원은 “헌재가 헌법 수호를 포기했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 철면피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29일 판사 겁박用 탄핵 각하, 김명수 사퇴 이유 더 뚜렷해졌다
헌법재판소가 28일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각하(却下)한 것은 법과 상식에 비춰 당연한 결정이다. 헌법재판소 구성의 ‘코드화’에도 불구하고 재판관 9명 중 5명이 “이미 퇴직했으므로 국회 탄핵소추에 따른 이익이 없다”는 의견을 낸 것은, 이번 판사 탄핵소추가 얼마나 황당한지 거듭 확인시켜 준다. 그만큼 헌정 사상 초유의 판사 탄핵 소동을 주도하고 가담한 김명수 대법원장과 이탄희 등 여당 의원들의 책임이 더 커졌다.
임 전 판사는 다른 판사의 재판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된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이탄희·이수진 의원 등이 1심 판결문에 있는 ‘위헌적 행위’라는 표현만을 근거로 의원들을 선동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여당 의원들은 소추안이 작성되기도 전에 내용도 모른 채 백지 소추안에 서명부터 했고, 최소한의 검토 과정인 국회 법사위 심사도 거치지 않았다. 조국·김경수·최강욱 사건과 윤석열 징계 등에서 정권에 불리한 판결이 이어지자 판사들 겁박용으로 추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과정에서 임 전 판사가 사표를 제출하자 김 대법원장은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라며 노골적으로 수리를 거부했다. 이것만으로도 수치인데 김 대법원장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녹취록이 공개돼 거짓이 들통나고 고발도 당했다. 임 전 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140여 명은 “탄핵되어야 할 사람은 김 대법원장”이라는 성명도 발표했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여러 이유로 ‘부적격’ 의견이 많았다. 취임 이후엔 인사와 판결 등에서 사법의 정치화가 심각해졌다. 김 대법원장은 물론 이탄희 의원 등이 공직에서 사퇴해야 할 이유가 더 뚜렷해졌다.
무화일보 사설
10.29 이번엔 ‘식당 허가제’, 여당 후보의 말이라고 믿기도 힘들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전체 음식점 숫자 상한선을 둔 뒤 폐업한 곳만큼만 개업하도록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는 “(음식점들이) 200만~300만원 받고 (권리금) 팔 수 있게”라고도 했다. 개인택시 면허증처럼 음식점도 면허증을 사고팔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영업 중인 음식점 업주들에게 환심을 사려는 것이다.
“세상에 음식점까지 통제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자 이 후보 측은 “이전에 그런 고민을 했는데 이런 제도는 도입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후보의 생각”이라고 발을 뺐다. 그러나 이 후보는 다음 날에도 “국가 정책으로 도입해서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면서도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또다시 총량제를 언급했다. 실제로 총량제는 위헌 소지가 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도 이 후보가 계속 운을 띄우는 것은 수백만 음식점 주인 표를 겨냥한 선거용이라고 봐야 한다.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요식 업계가 과당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더욱 부추긴 것이 이 정부의 정책 실패다. 잘못된 경제 운영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바람에 실직자와 청년들이 식당을 여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제적 약자가 그나마 생계를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음식점 등 자영업인데 이를 어떻게 막겠나. 대선 후보는 음식점 허가제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고쳐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 노력해야 한다.
이 후보가 대표 공약으로 내건 ‘기본소득’은 국민 1인당 월 8만원을 주겠다는 것인데, 연 52조원이 필요하다. 이 후보는 장기적으론 1인당 월 5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1년 국가 예산의 절반인 300조원이 매년 필요한데 이 돈을 어디서 마련하나. 줄잡아 300조원은 소요될 ‘기본주택’ 100만호 공급 공약도 내세웠다. 전 국민에게 최대 1000만원을 대출해준다는 ‘기본금융’에 대해선 한은 총재도 우려를 표했다.
이 후보는 국민연금이 운영권을 갖고 있던 일산대교 통행료도 무료화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의 수익이 줄어들면 2000만 연금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데도 밀어붙였다. 연금 가입자들의 피해는 먼 일이고 당장 경기도 유권자들에겐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청년기본소득, 무상 교복 등 지자체들의 각종 현금 퍼주기 복지도 이 후보가 지사로 있던 경기도가 불을 당겼다. 여당 대선 후보 다운 책임 있고 실현 가능성 있는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10월 29일 식당 총량제는 100% 사회주의 발상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여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는 27일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음식점 허가 총량제’ 구상의 운을 뗐다. 파장이 커지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리를 내렸다. 틈만 나면 이것저것 찔러보는 게 그의 습관인 듯하다.
그는 지난 5월, ‘형식적인 학력 등을 갖고 임금 차별을 하니’ 국가도 역량 손실이 있고 개인도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4년 동안 사회에서 기술을 쌓고 노력한 사람과 대학 다닌 사람의 보상이 다를 바 없다는 믿음만 있다면 대학이라는 ‘우회로’를 굳이 선택하겠느냐고 했다. 차라리 ‘대학 미진학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 원을 지원해 주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대학을 ‘우회로’로 격하하고 여행비로 청년의 영혼을 사려고 했다. 반론이 거세자 ‘브레인 스토밍’ 차원이라고 했다.
9월에는 느닷없이 경기도민의 ‘교통권 보장’ 차원에서 ‘일산대교 무료화’를 주장했다. 그동안 일산대교는, 일산대교㈜를 시행사로 국민연금이 2009년 금융자산 이외의 대체투자 일환으로 2500억 원을 투자·운영해 왔다. 그런 일산대교에 ‘운영권 회수’(공익처분) 카드를 꺼낸 것이다. 공익처분이 되면 국민연금은 일산대교 운영수익을 잃게 되고, 일산대교 이용자를 위해 전체 경기도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것이다.
그의 구상대로 ‘음식점 허가 총량제’가 이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개인택시처럼 기존 음식점에 ‘권리금’이 붙을 것이다.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음식점을 열려던 잠재 진입자일 것이다. 음식업은 완전경쟁 시장에 가까워서 진입과 진출이 자유롭다. 따라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적정수의 음식점이 소비자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난다.
음식점 허가 총량제가 현실화하면 공무원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할 것이다. 문을 열거나 닫는 것도 공무원의 손을 거쳐야 한다. 영업장소 이동과 업종 변경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을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로 치달을 것이다. 그는 ‘착한 규제’로서 음식점이 레드오션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그 논리가 맞는다면 대학 입학정원도 졸업생이 모두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숫자로 ‘착하게’ 규제돼야 한다. 모든 것을 필요한 만큼 취해 필요한 곳에 배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100%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사회주의에서 실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에서 직업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직업 할당에는 개인의 소망이 담기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발적 실업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업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사회주의의 생산성이 낮은 것이다.
그는 “공동체는 공동체 구성원이 함정에 빠지지 않게, 위험에 처하지 않게, 전체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한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자영업 총량제와는 무관하다. 최저임금을 다락같이 올리고 현실과 동떨어진 주 52시간을 강제하고 대출 규제를 옥죄면서 자영업이 살아남기를 믿었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총량제를 섣불리 꺼낼 게 아니라, 자영업자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