凍土의 獨裁者 이야기 5/ 김정은은 누구? 4/ 狂氣/ '쩐의 전쟁’ - 광기의 ‘알파도그’ - 폭정
凍土의 獨裁者 이야기 5/ 김정은은 누구? 4/
■ 狂氣
□ '쩐의 전쟁’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으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얻은 것은 권력의 공고화만이 아니다. 후계자 내정 때부터 지금까지 김정은의 권력 장악 과정은 ‘자금의 장악’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성택 숙청을 통해 북한의 모든 자금과 이권은 김정은을 중심으로 돌게 됐다. 1990년대 중반 북한 경제 붕괴를 계기로 시작된 ‘쩐(錢)의 춘추전국시대’는 2013년 김정은의 천하통일로 막을 내리게 된 셈이다.
○ 심복 내세워 빼앗은 자금줄
2008년 여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은 깨어나자마자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군부 장악부터 맡겼다. 당시 북한에는 김정일의 자금인 ‘당 자금’과 노동당 작전부, 군부로 대변되는 3개의 큰 자금원이 존재했다. 김정은은 이 가운데 작전부 자금줄을 챙기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해외 공작을 위해 수많은 해외 기지를 두고 있던 작전부는 마약과 위조지폐, 무기 밀매로 막대한 불법 외화를 벌어들였다. 1억6000만 달러(약 1682억 원)어치의 마약이 적발돼 2006년 호주에서 억류된 ‘봉수호’ 사건도 작전부가 벌인 일이었다.
김정은은 노동당 작전부와 조사부(35실), 군 정찰국을 통합해 정찰총국을 만드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정찰총국장에 심복인 김영철 상장을 임명했다. 자연히 작전부 자금은 김정은의 손에 들어왔고 실세였던 오극렬 전 작전부장은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됐다. 2011년 김정일 사망으로 중앙당 38호, 39호실 등 전통적인 김정일 비자금은 자연스럽게 김정은에게 승계됐다.
김정은의 두 번째 칼날은 군부로 향했다. 2012년 4월 최룡해를 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한 뒤 군부의 모든 자금줄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선군정치를 내세운 김정일은 군부가 스스로 외화를 벌어 군을 유지하는 것을 용인했다. 이후 군부는 셀 수 없이 많은 ‘기지’라는 이름의 외화벌이 회사를 차려 수산물과 광물자원 등을 외국에 수출해 돈을 벌었다. 군단급 수산기지에는 50여 척의 선박이 소속돼 있을 정도였다. 최룡해는 총정치국 산하에 있는 모든 회사를 김정은에게 바쳐 솔선수범을 보였다.
○ 숙청으로 챙긴 장성택의 자금줄
같은 기간 김정은의 후견인이던 장성택도 권력을 이용해 각종 이권을 빠르게 장악했다. 수도 건설을 책임진 장성택은 자금 마련 명목으로 건설자재 회사, 광물자원 회사 등에 심복을 심었다. 수출과 수입 시세 조작만으로도 얼마든지 큰돈을 빼돌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장성택 라인은 북한의 석유사업도 손에 넣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북한에서 석유 수입은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 처형된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석유사업 책임자였다. 그는 장성택의 핵심 비자금 관리인이기도 했다. 장성택은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을 끌어들여 매년 수억 달러의 수익이 창출되는 휴대전화 사업도 손에 넣었다. 행정부 산하 보위부와 보안서의 알짜 이권사업도 장 씨의 손에 넘어갔다. 이런 방식으로 장성택은 수십억 달러를 주무를 수 있는 건설, 통신, 광업, 해외자금 유치, 대중(對中) 교역 등 각종 이권사업을 손에 넣었다. 사업 명목은 당 자금이나 경제건설 자금 충당이었지만 실제 돈을 주무르는 사람들은 장성택의 심복들이었다.
장성택 숙청으로 그가 키워 온 이권사업도 일거에 김정은 수중에 들어가게 됐다. 북한이 발표한 장성택의 죄목에는 “장성택 일당은 교묘한 방법으로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주요한 몫을 담당한 부문과 단위들을 걷어쥐고 내각을 비롯한 경제 지도기관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국가재정 관리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라는 내용도 있다. 이번 숙청의 중요한 이유가 장성택 라인이 차지한 이권 때문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김정은의 폭정
□ 2014.02.06 아이들 방에 구두 신고 들어간 김정은
'아이들은 신발 벗고… 김정은은 구두 신고….' 조선일보 5일자 A4면에 실린 북한 김정은 사진 기사의 제목이다. 최근 평양의 한 고아 보육 시설을 방문한 김정은이 구두를 신은 채 원아들 방에 들어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장면이다.
하나같이 손에 필기구와 수첩을 들고 김정은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중·장년 수행원 6명도 모두 구두를 신고 있다. 서너 살밖에 돼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모두 양말을 신은 채였다. 사람 사는 방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는 것은 화급한 사고가 난 경우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어린아이들이 사는 방이라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정은 자신도 지난해 낳았다는 자기 아이 방에 구두를 신고 들어간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누구라도 김정은 자식 방에 구두를 신고 들어갔다간 목숨이 붙어있을 수가 없는 게 북한이다.
김정은과 그 일행에게 그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구두는 벗었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북한이 이 사진을 버젓이 공개한 사실이다. 북은 김정은 관련 사진은 철저히 검증해 내보낸다. 그런 일만 하는 전담 조직이 따로 있고,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도 이 사진을 내보낸 것은 김정은과 그 일행은 물론이고 이 사진을 검증하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에게도 구두 신고 아이들 방에 들어간 그 일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이 사진 한 장이 북한 정권과 권력기관 종사자들이 주민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모든 것을 다 증언(證言)하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해부터 가장 자주 강조하는 게 '인민 대중 제일주의'라고 한다. '인민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위한다'는 것이다. "인민을 위한 일에서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도 했다. 북은 이 사진을 통해 김정은이 고아들까지 챙기는 자상한 지도자라고 선전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이 보여준 것은 독재자의 구둣발에 짓밟힌 북한 주민들의 참담한 처지다.
조선일보 사설
□ 2014.03.13 김정은과 데니스 로드맨의 얼굴이 새겨진 보드카
김정은이 로드맨을 위해 특수제작한 듯
▲지난 1월 7일 평양 고려호텔 앞에 주차된 데니스 로드맨 일행의 차량 지붕에 올려진 독특한 라벨의 보드카. 김정은과 로드맨의 사진과 함께 한글로 ‘데니스 로드맨’이라고 적혀 있다. AP통신 북한지국 사진기자 데이빗 구텐펠더가 촬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다.
미국의 뉴욕포스트가 12일자에 이 사진을 실었다. 이 술병은 미국 등에서 널리 팔리는 보드카 ‘그레이구스’로 추정된다. 데니스 로드맨은 '김정은이 전세계 누구보다도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밝혔고, 김정은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으로 미뤄 김정은이 로드맨을 위해 이 술병을 특수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이같은 환대가 데니스 로드맨이 김정은을 휼륭한 지도자로 추켜 세우며 '김정은 찬가'를 읊어댄 원동력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7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데니스 로드맨이 지난 1월 방북때 고급 위스키와 함께 보드카 5병을 가지고 갔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 보드카를 선물받은 김정은이 그레이구스 라벨을 지우고 로드맨을 위해 단 하나뿐인 브랜드를 만들어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
□ 2014.05.19 김정은, 사고 다음날 축구장 찾아
▲17일 붕괴 참사 현장에서 차희림 평양 인민위원장이 유가족 등에게 사과하고 있다. [AP·노동신문]
▲책임자로 꼽힌 인물들로 오른쪽부터 김수길 평양 당 책임비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선우형철 내무군 소장, 이영식 평천구역 당 책임비서. [AP·노동신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평양 고층아파트 참사 이튿날인 14일 밤 축구경기를 참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붕괴사고로 시신발굴과 구조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때에 최고지도자가 노동당·군부 측근과 함께 스포츠를 관람한 것이다.이는 노동신문이 16일자 1면에 관련 소식과 함께 경기장에서 활짝 웃는 김정은 얼굴사진을 실으면서 확인됐다.
신문은 날짜를 밝히지 않았지만 경기장 전광판에 ‘2014년 5월 14일’이란 글자와 ‘11시44분’(어둠이 깔린 것으로 볼 때 밤 시간으로 추정)이란 시간이 나타난다. 이런 모습은 관영 선전매체가 전한 김정은의 사고 관련 대응과 차이가 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의 측근인 김수길 평양시당 책임비서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사고에 대해 보고 받고는 너무도 가슴이 아프시어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또 “당과 국가·군대의 책임일군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사고현장에 나가 구조전투를 지휘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영종 기자
□ 2014.08.20. 2만명이 처형된 북한 심화조 사건의 끔찍한 비극
소위 ‘심화조 사건’의 첫 시작은 평양시 용성구역 안전부(현재 인민보안서)에서 일어났다. 발생지역 이름을 붙여 ‘용성 사건’이라고도 한다. 심화조라는 말은 간부들의 경력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일을 담당하는 조직을 뜻한다.
심화조 사건의 주인공인 채문덕은 당시 사회안전성(현재 인민보안부) 정치국장으로 막 임명됐다. 김정일은 그에게 김일성의 유훈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제강점 시기 아버지의 고향 만경대에 최 지주라는 지주가 있었는데 그가 아버지의 가문을 착취했다. 그의 아들 최성택은 남조선으로 달아나 군 장성이 되었고 다른 자식들은 아직도 북한에서 이력을 속이며 살아가고 있는데 잡지를 못했다. 또 광복 후와 6·25시기 악질적인 반공단체이었던 서북청년단 잔당들이 많이 남아있다….’ 김정일은 이렇게 말한 뒤 채문덕에게 그들을 꼭 잡아서 숙청하라고 지시하였다.
▲2013년 12월 16일자 노동신문에서 김정일 사망 2주기를 하루 앞두고 게재한 김정일의 생전 시찰 모습 사진./노동신문
북한의 많은 고위급 간부와 인민들은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사망한 후 김정일의 독단과 횡포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김정일은 그들이 언젠가 자기에게 반기를 들 수 있다고 직감했다. 이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거는 간부들을 숙청하고 물갈이하기 위하여 채문덕에게 심화조를 조직하라고 지시했다. 전국 모든 간부들에 대한 뒷조사를 하라는 얘기다.
심화조를 조직하기 위해 먼저 선전작업에 들어갔다. ‘6·25전쟁 때 미국 지시로 훈련을 받은 서북청년단 특공대가 김일성이 있던 용성구역 건지리 최고사령부를 불시에 습격해 김일성을 테러하려다가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들은 무기들을 감추어 놓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식이었다. 이어 ‘용성구역 룡추동 뒷산에서 미국산 무기와 수류탄 및 많은 탄알들을 찾아냈다’고 TV에 방영하면서 ‘계급적 원수들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선전을 해댔다.
이어 1997년 초에 사회안전성 본부에 채문덕을 책임자로 하는 중앙상무조가 조직되고, 전국 모든 도·시·군 안전부들에 심화조를 만든 뒤 간부들의 경력을 재조사하라는 지시를 김정일 이름으로 하달하였다.
첫 시작은 중앙당 농업담당 비서였던 서관히에 대한 사건이었다. 그에게 1996년에 김정일로부터 비료 수입대금으로 받은 미화 300만달러를 탕진하였다는 죄목을 들이댔다. 당시 사회안전성 교화국 7교화소(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있음)에서 교화생활을 하던 서관히를 평양시 만경대구역 봉수동에 있는 사회안전성 구류장에 넣고 모진 고문을 가했다.
결국 서관히로부터 서북청년단의 지원을 받아 북한의 농사를 망치게 하려 했다는 자백과 함께 농업위원회 위원장을 하다 죽은 김만금도 공범이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또 중앙당 본부 당 책임비서 문성술이 서북청년단 부단장이었고 평안남도 당 책임비서 서윤석과 황해남도 당 책임비서 피창린, 중앙검찰소 당 비서 김기선, 강원도 당 책임비서 림형규 등 많은 사람들이 서북청년단 단원이었다는 자백도 받아냈다.
곧바로 피의 숙청이 시작됐다. 평양시 형제산구역 십미리에 있는 사회주의 애국열사릉에 있던 김만금의 시체를 파내 총살했다. 문성술은 평양시 형제산구역 안전부 구류장에 가두고 고문을 했으나 자백하지 않고 반항을 하자 설사약을 먹이고 3일동안 물 한 모금 안 줘 죽게 했다. 서윤석은 예심국 구류장에서 갖가지 고문을 가해 모든 뼈마디를 부스러뜨려 죽였다. 림형규·피창린·김기선 등도 모진 고문 끝에 총살됐으며, 가족들은 당시 사회안전성 교화국에서 관리하던 18호 관리소로 보내졌다. 용성구역의 70세 이상 인민들도 대부분 서북청년단 특공대원이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잡혀온 관리소는 인원 수용이 한계에 다다라 1998년 여름에 함경남도 대흥군에 17호 관리소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수용자들은 야밤에 무장 성원들의 호송 하에 새 관리소로 집단 이주되었다.
평양시 강남군 안전부에서는 강남군 당 책임비서를, 자강도 희천시 안전부에서는 희천시 당 책임비서를 고문하다가 때려죽이는 사건도 일어났다.
김정일은 심화조가 큰 공을 세웠다며 채문덕과 주민등록국장이었던 박창선에게 공화국영웅칭호를 주었다. 또 심화조에서 일한 모든 성원들에게 국가수훈표창을 주며 ‘사람잡이’에 내몰았다.
▲김정은 집권 후 숙청된 4인방.
이렇게 약 2년 동안 2만 여명의 사람들이 총살되거나 관리소로 보내졌다. 마지막 단계에서 중앙당 군수담당 비서이었던 전병호와 사법·검찰 담당 비서이었던 계응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을 때 여론의 불만이 고조됐다. 김일성 정권에 충성했던 많은 간부들과 주민들이 다 간첩이라면 어떻게 지금까지 나라가 유지되었겠는가 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김정일은 국가안전보위부와 보위사령부가 합동으로 사회안전성에 대한 조사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조사 결과 사회안전성이 진행한 심화조 사건이 오로지 채문덕의 복수심과 개인 공명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결론을 만들어냈다. 이에 김정일은 중앙당 성원들로 검열 그룹을 보강하여 강하게 처벌하라고 지시하면서 자기는 심화조 사건을 몰랐던 것처럼 외면하였다. 그러면서 “사회안전성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며 명칭을 인민들을 보호하는 기관이라는 의미의 인민보안성으로 고치라고 지시하였다.
2000년도 초부터 시작된 반(反)심화조 조사는 7월에 채문덕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고, 9월에 사회안전성 참모장이었던 황진택(상장)과 주민등록국장이었던 박창선(소장)을 비롯한 사회안전성의 장성 10여명을 공개 체포하고, 전국 각지 안전부의 심화조에 소속됐던 약 6000여명의 안전원들을 총살하거나 교화소에 보내는 것으로 막이 내렸다.
평양시에서는 ‘김정일의 인덕정치가 관리소에 갔던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다’면서 피해자들을 옥류관과 연못관, 평양면옥을 비롯한 큰 식당들에 불러모아 식사를 대접하면서 위로해주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토론시간 때 김정일의 인덕정치에 대한 찬양은 없고 안전원들의 악착같은 만행에 대한 규탄 목소리만 나오자 위로연을 중지시켰다.
한편 김일성 가문을 착취했다는 만경대 최 지주의 딸은 이력을 위장하고 함경북도 무산군 상업관리소 소장으로, 그의 남편은 무산군 행정위원회 국장으로, 아들은 국경경비대 부소대장으로 군사복무를 하다가 1997년 말 18호 관리소에 잡혀왔다. 이들은 이듬해 4월에 온 가족 3명이 옥수수가루(일명 속도전가루) 한 배낭씩만 메고 탈출을 하여 무산군까지 가 국경을 넘으려다가 20여 일만에 결국 체포됐다. 두달 뒤 최씨 여인은 이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수형을, 남편과 아들은 총살을 당했다.
북한에서는 이처럼 김일성과 김정일 시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처형당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끊임없이 계속됐다. 김정은이 장성택 일파를 숙청하는 등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있다. 업보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들의 업보가 조만간 폭발할 것이라 확신한다.
□ 2015-11-23 “김정은, 나이 든 측근에게 ‘이 XX야’ 욕설…간부 100여명 숙청”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집권 이후 숙청된 북한 간부가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23일 “북한 김정은 체제가 2011년 출범한 이후 당·정·군 간부 100명 이상이 숙청됐다”며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집권기와 비교해 많이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 때문에 북한 간부들 사이에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최근 탈북한 북한 보위 세력의 핵심 간부는 자신의 친구가 2013년 처형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에게 충성 자금을 바쳤다는 소문만으로 처형되는 걸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김정은은 어린 나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나이 든 측근들에게도 ‘이 XX야’ ‘너 죽고 싶어’ 등의 욕설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김정은의 이런 즉흥적인 리더십 때문에 권력 엘리트의 이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겉으로는 김정은의 권력이 공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안정적이지 않다”며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집권 이후 국가 전체를 총동원하면서 내구력을 소진할 대로 소진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예전에는 북한에서 밑으로부터의 혁명이 어렵다고 봤지만 북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에 보급된 휴대전화가 약 360만 대에 달한다”며 “북한에서도 ‘재스민 혁명’(아랍의 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16.01.28 “내가 젊으니까 우습게 보여?”
2013년 10월 23일. 평양체육관.
이틀 일정의 북한군 중대장 및 중대정치지도원 대회 둘째 날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주석단 오른쪽으로 서류철을 낀 김정은이 등장하자 2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열광적으로 만세를 불렀다. 김정은 뒤로 최룡해 당시 군총정치국장, 황병서 당시 북한군 대장 등이 눈을 깔고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왔다. 하지만 정작 참가자들이 궁금했던 것은 서류철이었다. 권위를 중시하는 북한에서 지도자가 직접 서류철을 끼고 나타나는 장면은 보기 힘들다.
서류철을 책상 위에 ‘쾅’ 하고 놓은 김정은은 잠시 뒤 장내가 조용해지자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이름을 부르는 군관들은 앞으로 나오라. ○군단 ○사 ○연대 중대장 김○○….”
살기가 서린 목소리였다. 호명된 이들에게 곧 큰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기분 나쁜 예감이 체육관을 휘감았다. 금방까지 열띤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던 체육관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릴 정도의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공포에 사로잡힌 10여 명의 군관이 호명 순서대로 앞에 나섰다. 그중엔 사단 정치위원과 간부부장 등 사단급 고위 군관도 2명 포함됐다.
김정은이 서류철을 열었다. 그가 꺼내든 것은 사진 몇 장이었다.
“야! 너 이거 기념으로 가져.”
김정은은 10여 명에게 한 장 한 장 사진을 던져주듯 넘겨주었다. 당시 대회에 참가했던 참가자의 증언에 따르면 사진을 받아들고 돌아서는 군관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고 한다.
주석단 아래서 대기하던 군인들이 사진을 받아들고 내려오는 군관을 차례로 양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 사단급 간부 두 명은 그 자리에서 견장을 뜯어냈다.
“저 사진 뭐지?”
궁금증에 답이라도 해주듯 김정은이 고래고래 분노를 터뜨렸다.
“저놈들은 어제 내 앞에서 잔 놈들이다. 내가 젊으니까 우습게 보여?”
전날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존 것이 죄였다. 보이지 않는 카메라들이 자신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수만 명이 꼼짝없이 앉아 지루한 연설을 몇 시간이나 듣다 보면 조는 사람이 없을 리 없다. 예전엔 대회에서 조는 것이 죽을죄라고 여겨지던 풍토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단단히 벼르고 졸았던 군관의 사진과 신상까지 직접 챙겨들고 나온 것이다. 고함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야, ○군단장. 저 자식이 당신 군단 소속이지. 똑바로 관리해.”
김정은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군관들이 머리를 숙이고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었다. 증언자 역시 “떨려서 죽는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이후 이어진 회의에서 무슨 연설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끌려 나간 군관들이 처형됐는지 아니면 강등이나 제대로 끝났는지 이후 운명 역시 알 수 없었다.
김정은은 군기만 잡진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당근도 하나 던지고 나갔다.
“참가자들을 일주일 평양 견학시켜!”
그제야 참가자들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대장 이상급 군 간부들을 모아놓은 김정은은 이런 식으로 “내가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한 달 반 뒤 보란 듯이 고모부 장성택조차 잔인하게 처형했다.
이후 김정은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조는 사람은 눈을 씻어도 찾을 수 없었다. 목숨이 두 개가 아닌 이상. 그런데 큰 사고가 터졌다. 지난해 4월 열린 군 훈련일꾼 대회에서 다름 아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은 옆에 앉아 졸아 버린 것이다. 김정은이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노기가 잔뜩 실린 눈으로 쳐다보는 것도 모른 채…. 회의에 참석한 군관들은 누구나 현 부장이 곧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을 예감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며칠 뒤 현영철 부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숱한 부하들 앞에서 본보기로 잔인하게 처형됐다.
그가 죽은 뒤 북한엔 이런 소문이 돌았다.
“현 부장이 1호 행사에서 깜빡 졸까 봐 잠을 막는다는 각성제(필로폰)를 먹었다고 하더만. 그런데 그만 너무 먹어 자버렸대. 살자고 먹은 약 때문에 마약 중독자로 몰려 죽은 거야….”
하지만 주민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북한 중앙급 기관에서 일하다 최근 탈북한 인사는 고령의 김정은 측근에겐 각성제가 의무적으로 공급된다고 증언했다. 각성제를 복용하지 못하면 나이든 간부들이 김정은을 따라다니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현영철이 죽어야 했던 가장 큰 죄는 김정은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됐다는 점일 것이다. 혹 황병서처럼 김정은 앞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였다면 운명이 또 달라지진 않았을까.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김정은의 ‘적자생존’”
▲김정은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는 軍과 당 간부들./ 노동신문
“닭알(달걀)에도 사상을 재우면(주입하면) 바위를 깰 수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주에 “명언 중의 명언”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소개한 김정은의 말이다. 지금 북한주민들은 모두가 ‘김정은의 명언’을 암송하고 있다. 특히 간부들은 ‘김정은의 명언’이 수록된 명언집을 성경책처럼 항시 휴대하면서 외우고 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명언” 제하의 이 책자는 휴대하기 좋도록 핸드북 형태(15cm×10cm)로 되어있다.
북한은 김정은을 우상화•신격화 할 목적으로 지난 해 이 명언집을 출간하였다. 이 책자에는 북한의 엘리트들이 따라야 할 행동지침이 수록되어 있으며, 김정은의 생각과 통치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있다. 93쪽 분량에 사상과 이론, 정치와 군대 등 9개 분야 433개의 발언이 담겨있다. ‘종파’나 ‘분파행위’ 심지어 요즘은 접하기 힘든 ‘충신’이나 ‘간신’같은 표현도 등장한다. “변절자에겐 철추(철퇴)를 내릴 것”이란 살벌한 말도 있다. 장성택과 현영철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32세의 난폭한 독재자 김정은은 지난 4년간 약 100여명의 핵심간부들을 처형 또는 숙청했다. 회의석상에서 건성박수를 치거나 졸기만 해도 처형당하기가 일수다. 그래서 북한 간부들은 김정은의 서슬퍼런 ‘공포정치’ 치하에서 ‘적자생존(適者生存)’ 하려고 김정은의 명언을 암송하고 있다. 지금 북한에서는 지역별로 계층별로 ‘명언학습’이 진행되고 있으며 관영매체로 세뇌시키고 있다.
그런데 더 진풍경은 김정은의 명언집에 수록된 말만 명언이 아니다. 김정은의 지시사항 등 모든 말이 곧 명언이다. 김정은을 수행하는 모든 간부는 모두가 숨죽이고 김정은의 말을 받아 적는다. 그러다 보니 “적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평양판 ‘적자생존’이라는 자조적인 단어가 생겨났다. 김정은의 컨디션에 따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북한 간부들에겐 김정은의 ‘말씀은 곧 생명’인 것이다. 이를 단순한 말로 여기거나 토를 달 경우에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김일성과 김정일에게도 구호성 명언이 있었다. 김일성 통치시기에는 주로 경제건설과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천 삽 뜨고 허리 펴기 운동’이나 ‘새벽별 보기 운동’이 대표적이다. 김정일 통치시기에는 고난의 행군기간 아사자가 속출하자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부드러운 명언도 등장했다. 그러나 김정은 명언집에는 직설적이며 살벌한 단어와 강력한 문장이 많다. 또한 핸드북 형태로 항시 휴대토록 하게 하는 것도 특이하다. 과거엔 <김일성 저작선집>이나 <김정일 선집>처럼 여러 연설 •서한을 모은 책을 활용했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부족한 김정은이 인위적으로 강력한 군주 및 사이비 교주가 되려는 몸부림으로 보여 진다.
북한과 같은 수령유일지배체제의 특이한 통치체제에서는 독재자의 말은 명언이며 통치철학이다. 이를 위해 노동당에 전담 파트를 두고 명언을 창작하며 수시로 명언 공모전이 열린다. 노동당의 선전선동부와 총정치국의 선전국에서 온갖 구호와 김정은의 명언을 창작해 낸다. 명언은 “조국의 부름 앞에 한 몸을 내대라(내밀어 가까이 대라, 내던져라)”와 같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데 초점이 모아져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심간부들의 행동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서 적는 체하는 것이지 알 수 없다. 아마도 겁에 질려서 숨죽이고 받아 적는 체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티머 쿠란(Timur Kuran)은 이러한 현상을 ‘선호위장(Preference Falsification)이론’으로 설명하였다. ‘적자생존’하려고 속으로는 진심을 가지고 있으나 겉으로는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Private Truths, Public Lies’)
녹색 표지의 김정은 명언집을 보니 카다피의 그린북(Green Book)이 생각난다. 자신의 통치철학을 그린북에 담아 42년간 철권독재를 하였지만 결국에는 성난 시민들에게 짓밟히고 말았다. 머지않아 김정은의 ‘명언(名言)’이 ‘망언(妄言)’이 되어 ‘적자생존’이 ‘엎자 생존’으로 바뀔 날이 올 것이다. 필자는 그 날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독재정권이 70년 이상 생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 | 김기호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예비역 육군 대령
□ 2016.02.07 김정은, 지난해 간부 60명 처형
▲지난해 5얼 김정은이 평양 '대동강 자라공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경영 성과 부진을 이유로 공장 지배인과 당 비서를 꾸짖은 직후 총살했다./노동신문 캡처
새해 벽두부터 ‘수소폭탄’ 실험으로 한반도를 충격에 빠뜨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한 해 동안 60명이 넘는 간부를 처형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간조선이 단독 입수한 관계 당국 문서에 따르면, 올해로 집권 5년차를 맞은 김정은은 집권 4년 동안 140명 가까운 간부를 처형했다. 처형하지 않은 인원까지 합치면 전체 숙청 인원은 200명을 넘는다. 김정은이 처형한 간부 숫자는 노동당 부부장급 이상, 인민군 소장급 이상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조선일보DB
김정은이 처형하는 당과 군 간부의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처음 김정은이 전면에 나선 2012년에는 최고위급 간부 3명만 처형했지만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30여명과 40여명을 처형했다. 지난해에는 60명 이상의 간부를 처형했다. 김정은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2013년 12월 숙청)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2015년 4월 숙청) 등 최고위급만이 아니라 당·정·군 중간간부와 예술인까지, 지위의 고하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사들을 처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식 ‘공포 통치’에는 잔혹한 처형 방식이 한 축을 담당한다. 간첩 혐의로 지난해 3월 체포된 전 은하수관현악단 총감독의 경우 김정은이 직접 “이 땅에 묻힐 자리도 없이 없애치우라. 짐승처럼 죽이라”고 지시해 문화성 간부들이 권총으로 머리를 먼저 쏜 후 총신이 4개인 14.5mm 고사총으로 시신의 형체가 없어질 때까지 난사하는 방식으로 처형됐다. 특히 반역 혐의로 붙잡힌 숙청 대상자의 경우 가족까지 대거 참관시킨 후 “반역자는 이 땅에 묻힐 곳이 없다”면서 고사총으로 난사한 후 화염방사기로 흔적까지 제거해 공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김정은식 처형’ 방식이다.
◇“짐승처럼 죽이라”
김정은의 호전적인 평소 언동도 ‘공포 통치’의 한 축(軸)이다. “미제와 반드시 치르게 될 앞으로의 싸움에서 미제의 성조기와 추종세력들의 깃발을 걸레짝처럼 만들어야 한다”(2015년 2월), “전군이 미국놈들의 피를 빨아내기 위한 복수심으로 부글부글 끓게 할 것”(2014년 7월), “명령만 내리면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 넣을 것. 적들의 허리를 부러뜨리고 명줄을 완전히 끊어 놓을 것”(2013년3월) 등 북한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하는 김정은의 언행은 그의 난폭하고 공격적인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한 노동신문이 2013년 12월 13일 처형 직전 장성택이 군사재판에 끌려나오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사진 속 장성택의 손과 얼굴에서는 고문의 흔적이 발견됐다. 얼굴(맨 왼쪽 사진)은 왼쪽 눈과 뺨이 붓고 멍들어 있었으며 수갑을 찬 오른손(가운데 사진)도 자줏빛으로 부어 있었다. 사진은 국가안전보위부원에게 목덜미를 붙잡혀 있는 장성택의 모습./북한 노동신문 캡처
이 때문에 최근 당과 군 고위직 간부들 사이에는 보신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북측 간부들의 전언이다. “고위 간부들은 언제 숙청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면서 속으로는 각자 자기 살 생각만 하고 있다” “간부 되면 총에 맞아 죽는다며 고위직 승진을 기피하고, 김정은에 대한 반감도 형성되고 있다”는 등 고위직 간부들 사이에서는 자기 몸을 지키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이처럼 호전적이고 잔혹한 리더십을 갖게 된 데에는 그의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이 주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변덕과 감정기복이 심해 정책 결정과 간부의 인사·처벌 등이 본인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일선 군 지휘관을 현장에서 승진·강등 조치하거나 심야에 현장을 불시 방문해 야간훈련 등을 지시하는 등 기분 내키는 대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행동이 대표 사례다. 한 북한군 간부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해 7월 술자리에서 자신이 최근 강등시킨 군 장성을 보고 술에 취해 “아직도 그 계급이냐”며 바로 복권시켰다. 지난해 5월에는 ‘대동강자라공장’을 방문한 직후 경영 성과 부진을 이유로 공장 지배인과 당 비서를 총살하기도 했다.
이렇듯 김정은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과시하는 이유는 ‘자신의 배짱과 대범함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갑자기 권력을 승계했고, 정치 경험이 일천하며 나이가 어려 통치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주위 시선에 맞서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해 3월 비행기를 직접 조종했고 목선을 타고 섬 부대를 현지시찰하는 등 젊은 지도자로서의 패기를 보여주려는 시도를 자주 했다. 한·미 군사훈련 기간이던 2014년 4월 영공을 모두 개방하고 ‘비행사대회’를 소집한 것을 ‘배짱·담력·기개의 승리’라고 자화자찬한 것도 김정은의 이러한 성향을 보여준다.
◇전자피아노 치며 노래
이런 안하무인적 성향은 성장배경에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어릴 때부터 왕자 대우를 받으며 성장했고, 경쟁 없이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떼쓰면 뭐든지 된다’는 것이 김정은의 심리에 자리 잡고 있다. 스위스 유학 시절인 2001년 5월에는 여동생 김여정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녹화해 줄 것을 부탁했지만 김여정이 깜빡 잊어 경기를 놓치자 욕을 하며 행패를 부렸다. 이듬해 7월에는 자신이 도착한 유럽의 한 공항에 영접 나온 사람이 없자 “이 개자식들이 다 어디 갔어? 모조리 모가지를 떼버리겠다”며 험악한 말을 내뱉기도 했다.
스위스 베른 유학 시절 주위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에서 단체로 캠핑을 갔으나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중도 귀가할 만큼 인내심이 부족하고, 친구를 때리는 등 폭력성도 노출했다는 것이다. 스위스 일간지 ‘르 탕(Le Temps)’의 2011년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학창 시절 주변 동료들에게 침을 뱉고 정강이를 차는 등 폭력적 행동을 한 적이 있다.
승부욕이 강하다는 평가도 있다. 농구와 승마, 스키 등 운동을 좋아하는데, 운동 경기를 할 때에는 자신이 리더가 되어 상대방을 반드시 이겨야 직성이 풀렸고 지는 경우 패인 분석에 몰두하는 등 승부에 집착한다는 주변 증언도 있었다.
한편 김정은은 감성적 기질이 강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기분이 좋으면 전자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긴다. 미술에도 어느 정도 소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학 시절 성적도 대부분의 과목에서 중·하위급이었지만 유독 음악과 미술, 체육 과목만큼은 반에서 순위권 안에 들었다.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성격의 김정은을 ‘농구감독’에 비유했다. 한번 믿고 기용한 관료를 죽을 때까지 쓰던 ‘영화감독’ 스타일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매 순간마다 선수를 교체하는 즉흥적 성격의 감독이라는 것이다. 장 연구원은 “가신들과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겪지 못한 김정은은 일반적 상식과는 다른 차원에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며 “자신의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전체 사회를 격동시켜 동원하는 ‘김정은식 셈법’이 이번 4차 핵실험을 통해 증명된 만큼, 2016년에도 한반도에 우려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김정은의 성격 패턴은 즉흥, 돌출, 파격의 3대 특징을 갖는데 과거 장성택·현영철과 같은 브레이크가 없어졌다는 점이 김정은을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릴 가장 큰 위협요소로 만들고 있다”며 “오는 5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김정은이 공포정치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간부들의 처형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용진 주간조선 기자
□ 2016.03.23 북한 김정은을 최근 병적인 고도 비만 상태에 빠지게 한 음식들은...
북한의 김정은이 엄청나게 뚱뚱해졌다. 원래 퉁퉁한 편이었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비대해졌다. 얼굴과 배, 몸통, 팔다리가 모두 뒤룩뒤룩하다. 거동이 불편해보일 정도다. 뒤뚱뒤뚱거린다.
며칠 전 북한군 군사훈련을 참관하기 위해 모습을 보인 김정은은 품을 최대한 넓혀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코트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몸집을 숨기지 못했다. 2011년 김정일 사망 후 권좌에 올랐을 때와 비교해보면 동일인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최근 병적인 비만으로 보일만큼 살이 불었다.
김정은이 이처럼 고도 비만 상태가 된 것은 북한 주민들 태반이 굶주리는 사이에 엄청나게 먹어댔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것도 세계 각지에서 최고로 좋다는 음식들을 수입해 배를 불린 탓이다. 특히 김정은이 좋아한다는 스위스산(産) 치즈, 일본 최상급 쇠고기 와규 스테이크, 생선초밥, 프랑스의 크리스탈 샴페인이 병적인 비만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진단했다.
크리스탈 샴페인은 프랑스의 샴페인 제조회사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가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알렉산드르 2세를 위해 처음 만들었던 것으로, 샴페인 중에서도 최고급 품목(가격도 최상급)으로 손꼽힌다. 김정은은 한 자리에서 이 크리스탈 샴페인을 두 병씩 마시는 습관이 있으며, 김정은의 이 같은 위선적 호화 생활에 대한 뒷담화가 북한 엘리트 계층에선 파다하다고 한다.
/로이터 사진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최소한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아사(餓死)했던 북한이 최근 또다시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FAO 조사단이 황해도 곡창지대를 답사한 바에 따르면 쌀·보리·감자·밀 등의 수확이 가뭄으로 인해 5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4년부터 2015년 초반까지는 강수량과 강설량이 극도로 적어 저수지와 우물들이 말라들어갈 정도였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조차 100년만의 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FAO는 기아 상태에 있는 북한 주민이 1990년 480여 만명에서 2014년엔 1050여 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정은의 측근들은 그의 식탁에 올릴 세계 최고급 음식들을 반입해오는데 돈을 물쓰듯 하고 있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의 요리사로 13년간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김정일에게 스시를 만들어 올리는 날이면 김정은도 늘 빠지지 않고 함께 식사를 했다”며 “김정은은 스시를 좋아할 뿐 아니라 엄청난 애주가”라고 밝힌 바 있다. 후지모토는 2012년 김정은의 초청으로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의 식탁에 일본 고베 쇠고기 스테이크, 상어지느러미 수프 등 온갖 진수성찬이 가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병적인 고도 비만 원인 중 하나는 치즈에 대한 집착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 유학 시절 치즈에 맛을 들인 김정은이 엄청난 양의 치즈를 수입해 잔뜩 먹어대 건강을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했다는 분석이 있다. 스위스의 구멍 송송 난 치즈 에멘탈을 특히 좋아하는 김정은은 2014년 초 음식 전문가 3명을 프랑스 국립유가공기술학교의 유제품 생산 집중교육 코스에 보내려 하기도 했다. 최고의 맛을 내는 치즈 생산에 계속 실패하자 현지에 직접 가서 배워 오라고 했던 것. 그러나 해당 학교가 그 요청을 거부해 좌절됐었다.
외신들은 “김정은이 잇달아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며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목청을 돋구고 있지만, 자신의 살과의 전쟁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그의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질 경우 체제 불안정, 심지어 군부 쿠데타 가능성까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 | 윤희영 조선Pub 부장대우
□ 2016.04.21 북한 늙은 장군들이 김정은 앞에서 입을 가리는 이유
▲김정은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입까지 가리고 뭔가를 보고하는 늙은 장군(4월20일 KBS 화면)
33세 김정은 앞에서 60대, 70대 늙은 장군들이 쩔쩔매는 모습을 북한 TV 화면을 통해서 자주 본다. 특히 최고위 군장성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앞에서 몸을 낮추고 손으로 입까지 가리며 말하는 모습은 가관이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김정은이 툭하면 측근들을 총살시키니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저러겠지 하고 이해는 하지만 정말 꼴불견이다.
그런데 늙은 장군들이 새파란 독재자 앞에서 말할 때 입을 가리는 이유를 나는 좀 다르게 해석한다. 양치질을 하지 않으면 누구나 입냄새가 난다. 노인들은 더 그렇다. 특히 북한 같은 후진국에선 남한 사람들이 많이 쓰는 mouthwash(구취제거액)도 없을 것이므로 북한 노인들한테서는 입냄새가 더 많이 날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이가 근접 경호원에게 “저 늙은이 입냄새 지독해”라고 불평을 했기 때문에 그 말이 황병서등 노장들에게 전달된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황병서와 최룡해가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 등장한 것은 심한 입냄새 치료를 받고 나오느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입냄새 즉 “구취”를 영어로는 bad breath(배엣 브렛스)라 한다. 전문용어로는 halitosis(할러토시스)라고도 한다. 구취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인들은 Listerin 같은 구취제거액을 사용하는데,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게 하기 위해 액체를 고체로 만들고 또 종이 보다 얇게 만든 것 즉 mouthwash strips(마웃스웟쉬 스트립스)도 이용한다.
A: You have a bad breath today.
B: Oh, yeah? I'm sorry. I didn't brush my teeth this morning because I didn't have time to.
A: Put one of these mouthwash strips in your mouth. It will help.
B: Thank you.
A: 너 오늘 입냄새 지독하구나.
B: 아, 그래? 미안. 오늘 아침, 시간이 없어서 양치질을 못했어.
A: 이 마웃스웟쉬 스트립 하나 입에 넣어. 도움이 될거야.
B: 고맙다.
Copyrightⓒ2016 by W.Y. Joh
EnglishOK@live.com
글 | 조화유 재미 작가, 영어교재 저술가
□ 2016.05.28 이모 고영숙 "김정은, 성질 불같아… 공부 꾸지람 들으면 단식하며 반항"
- 美 망명한 이모, WP 인터뷰 "8세 생일때 별 달린 장군복 입고 軍장성 무릎 꿇려 충성맹세 받아… 잠들 땐 농구공 안고 자기도"
"김정은이 정상적인 사람으로 크는 건 불가능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모 고영숙은 워싱턴포스트(WP)와 20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 기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고영숙은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2004년 유선암으로 사망)의 동생으로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 뒷바라지를 했던 인물이다. 지난 1998년 고씨 부부는 "김정일 정권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아 겁난다"면서 미국에 망명해 뉴욕 근교에 살고 있다.
고영숙은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장군님'이라고 부르면서 "(김정은은) 여덟 살 생일 때 별로 장식된 장군복을 입고서 장성(將星)들을 발 앞에 무릎 꿇리고 충성 맹세를 받았다"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떠받들어지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가 정상적으로 크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은)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는 아니었지만 성미가 급하고 성질이 불같았다"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어머니로부터 꾸지람을 당하면 말대꾸를 하는 대신 단식과 같은 방식으로 반항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고씨는 1996년부터 2년간 스위스에서 후견인 자격으로 김정은을 돌봤을 당시에 대해선 "평범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서 케이크를 먹이고 레고 장난감을 사줬다"면서 "김정은과 그의 형 김정철에게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농구광이었다"면서 "키가 작았던 그는 어머니로부터 농구를 배우면 키가 클 것이란 말을 듣고 잠들 때도 농구공을 안고 잤다"고도 했다.
고씨는 미국 망명 이유에 대해선 "김정은의 생모는 말기암을 앓고 있었고 북한 정권과 나와의 연결 고리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떠날 것을 결심했다"고 했다. 고씨 부부는 1998년 미국에 온 이후 세탁소를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았다. CIA로부터 받은 정착 자금 20만달러(약 2억4000만원)로 뉴욕 근교에 2층집을 구입했다. 두 대의 차가 세워진 주차장, 바베큐 그릴이 놓여진 정원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집 안 곳곳에는 김정은의 어릴 적 사진 등이 걸려 있었다.
고씨 남편 리강은 "우리 부부는 아메리칸 드림을 일궜다"면서 "최근 휴가는 라스베이거스로 갔다 왔고, 2년 전에는 즐겨 보던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경복궁을 보기 위해 한국 여행도 갔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부부의 마지막 희망은 다시 북한으로 가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과 북한에 대해 모두 잘 알고 있고, 양자 간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아는 김정은이라면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벌찬 기자
□ 2016년 07월 27일 김정은, 집권 5년간 탄도미사일 31발 쏘며 1100억 날려
김정은(얼굴)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집권 5년 동안 탄도미사일만 31발을 실험 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 18년 동안 발사한 탄도미사일 16발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군 당국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핵탄두 탑재 미사일 능력을 과시 및 강화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7일 국방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스커드(사거리 300~1000㎞) 16발, 노동(1300㎞) 6발, 무수단(3500~4000㎞) 6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3발 등 탄도미사일 31발을 발사했다. 국방부는 “김정은의 탄도미사일 발사 집착은 핵 탑재 미사일의 투발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김 위원장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적어도 550억~1100억 원 이상을 공중으로 날려 버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 중동국가에 수출했던 가격으로 보면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의 대당 가격은 10억~20억 원으로 추정된다. 스커드 16발과 노동 6발을 발사한 만큼 총 220억~440억 원을 쓴 셈이다.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의 대당 가격은 스커드 미사일의 3배 정도로 대당 30억~60억 원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 6발을 발사했기 때문에 180억~360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개발 중인 SLBM의 대당 가격은 50억~100억 원 정도로 김 위원장은 150억~300억 원을 썼다.
여기에 김정은 집권 이후 이뤄진 3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 4차 핵실험 비용까지 합하면 비용은 수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발사 시스템과 지원 인력 비용까지 합하면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인공위성용 로켓 발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 2016.08.03 졸았다고 장관 처형…공포에 떠는 북한 엘리트층
김정은(32)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다시 공포정치의 칼날을 뽑아들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공개처형을 재개했다.
태영호 공사 망명 뒤 본보기 숙청
김정은, 체제 이탈 용납 않겠다는 뜻
냉·온탕 오가는 즉흥적 통치스타일
“엘리트층 망명 줄이을 가능성도”
이번에는 내각의 핵심 장관인 교육상과 농업상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는 게 29일 대북 소식통의 전언이다. 교육상은 김정은 주재 회의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끌려나갔다. 농업상은 농업정책에 대한 부진을 이유로 ‘반혁명’죄를 쓰고 처형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탈북·망명 사태와 맞물린 처형 시점이 주목된다. 태 공사의 한국행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해외 공관원과 주재원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과 함께 동반 가족의 평양 소환을 지시하는 등 직접 대책을 챙겼다. 평양 권력 핵심 엘리트들의 체제이반이나 이탈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뜻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권력 내부의 엘리트 세력에 대해서도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신호탄 성격의 본보기식 처형”이라고 말했다
노동당과 군부에 머물던 처형 대상이 내각 전문부서로까지 확대한 대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2012년 7월 이영호 총참모장에 대한 숙청과 이듬해 12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 등 김정은 집권 5년간 이뤄진 숙청은 대개 당의 핵심이나 고위 군인에 한정됐다. 이번 처형은 내각의 전문관료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경고란 얘기다. 식량난 악화 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질 경우 노동당 정책부서는 물론 내각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일성 사망 직후인 1997년 서관희 농업담당 당비서와 김원진 농업위원장을 숙청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최근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식량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 당국의 평가다. 한동안 호전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다시 악화됐다는 것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보고서에서 7월 북한 취약계층 45만7000여 명에게 지원한 식량이 379t에 불과(1인당 하루 27g)했다고 밝혔다. 2011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왔다. 한 탈북자는 “북한 가족과 통화했는데 최근 산자락에 조성한 다락밭에 김정은 지시로 묘목을 심는 사업이 시작되면서 식량 걱정이 더 늘고 체제 반감이 커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즉흥적 통치스타일도 공포정치가 계속되는 한 이유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장에서 그는 책임자인 이병철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포옹하고 맞담배를 피우는 신임을 보였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간부는 졸거나 말대꾸했다는 이유로 처형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할 때도 이런 이유를 들었다.
공개처형과 엘리트 탈북을 보는 정부의 시각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언급에서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의 성격은 예측할 수 없다”는 식의 공개발언을 했고, 체제 균열이나 자멸까지 지적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나 민생이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는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북한 엘리트 계층의 동요 가능성이다. 평양에선 공개처형을 비롯한 공포정치가 번져가면서 누구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체류 엘리트의 경우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권력 핵심축이라던 이른바 ‘빨치산’ 혈통마저 체제를 등지고 한국행을 택하는 현실 때문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 공관원이나 무역기관 간부들이 제 발로 한국이나 서방의 외교공관에 걸어들어오는 망명 사태가 더 나타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 2016.08.17 성폭력…기쁨조…여성들이 北 김정은을 싫어하는 이유 다섯 가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 세계 여성들의 공분을 사는 다섯 가지 이유가 공개돼 눈길을 모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 미국의 아시아 분석 인터넷 매체 보더리스(Borderless)가 분석한 ‘여성들이 김정은을 싫어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그 이유로 성폭력, 기쁨조, 혼혈아 살해, 신분제, 여성차별 등을 꼽았다.
보더리스는 북한 내에서 시장경제 활동이 늘어나면서 먹고 살기 위해 장사에 나선 여성들을 상대로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남성들이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 사실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공공장소에서까지 성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
이어 당국이 간부들의 유희를 위해 어린 소녀들로 이루어진 ‘기쁨조’를 만드는 것을 두 번째 이유로 들었다. 당국이 직접 14세 정도의 어린 소녀들을 뽑아 2년 정도 교육을 시키고, 이들에게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공공연한 성접대를 시킨다는 내용이다.
또 혼혈 아이를 살해하는 것이 세 번째 이유에 올랐다.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임신을 한 채 돌아온 여성의 배를 걷어차 유산을 시키거나, 출산하더라도 순수혈통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죽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네 번째 이유는 ‘성분’에 따른 신분제. 매체는 ‘성분’ 때문에 힘들게 사는 하위 계층의 여성들의 경우 성매매를 통해 먹을 것을 구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다섯 번째 이유로 꼽힌 것은 보수적인 사회분위기와 그로 인한 여성차별이다. 가정 내에서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사회분위기로 인해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1946년 남녀평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북조선의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제정했으나,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분위기 때문에 이 법령은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더불어 보더리스는 북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인권유린 현상이 김 위원장의 잘못된 정치로 인해 빚어진 일이라며, 북한에서 고통 받는 여성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 비정부기구 북한인권위원회(HRNK) 역시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여성에 대한 탄압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또 다른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도 탈북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폭행, 성추행이라는 말은 북한에서 들어본 적 없다”며 북한 내에서는 ‘성폭행’, ‘성추행’이라는 성폭력에 대한 개념 자체가 확립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 2016.09.01 '자세 불량'이라고 또 처형한 김정은
북한에서 피의 숙청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지난 7월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6·29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세 불량'을 지적받고 총살됐다. 작년까지 김정은이 처형한 북한 주요 간부는 1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회의석상에서 졸거나 자세를 제대로 못 취한 나이 든 간부들을 불경죄로 걸핏하면 처형했다.
또 북한의 대남 총책인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김정은 우상화 작업 및 주민 세뇌 교육을 담당하는 최휘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지방 농장에서 일정 기간 일하는 '혁명화 교육' 처벌을 받았다. 김영철은 정찰총국장 시절 천안함 폭침, 휴전선 목함지뢰 도발을 저지른 대표적 대남 강경파다. 이런 핵심 부하도 김정은 심기를 거스르면 가차 없이 당하고 있다.
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부터 이번 숙청까지 우리는 김정은 체제의 두 얼굴을 확인했다.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노동미사일 고각(高角) 발사에 이어 SL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성공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군사적 성공이 한·미의 대북 억지력에 구멍을 내면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언제 무슨 내부 변란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북한 체제가 궤도를 벗어난 것도 사실이다. 지금 북한 전체가 김정은발(發) 공포 앞에 납작 엎드린 듯 보이나 달리 보면 심복의 주기적 처형 없이는 체제 유지가 어려운 막다른 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상층부의 동요를 막기 위해 공포정치를 해야 하지만 그 공포가 다시 상층부의 동요를 낳는 악순환이다.
북한의 두 측면 중 어느 한쪽 면만을 보아서는 북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북한 정권이 곧 무너져 내릴 듯이 말하는 우리 정부의 말도 근거 없는 낙관론이고, 그렇다고 저 집단이 핵과 미사일을 들고 영구불변일 것이라고 믿는 것도 오판(誤判)이다. 최악의 가능성에 항상 대비하면서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
최우선은 군사적 대비 태세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북의 군사 위협에 대처하지 못하면 대한민 국은 존립할 수 없다. 필요하면 사드 배치 이상의 조치도 취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대북 국제 제재와 북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유인책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은 "사변적 조치" 운운하면서 대형 도발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돌아온 김영철이 김정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또 어떤 예상치 못한 대남 도발을 준비할지 모른다. 당장은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 2016-09-01 ‘찍히면 죽어’를 보여준 北 부총리 처형
“김용진 내각 부총리가 지난주 월요일 총살됐습니다. 처형 사유는 김정은에게 불충하였다는 것인데, 회의 때, 특히 김정은이 7차 당대회에서 연설할 때 자리에서 안경을 닦는 등의 행동으로 김정은 눈 밖에 났다고 합니다. 이에 김정은이 김용진을 요해(파악)해 보라고 지시했는데 특별한 것은 없고 러시아에서 유학을 했다는 것이 나왔습니다. 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총살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 밖에 최휘 노동당 선전선동부 1부부장 등 여러 명이 좌천됐습니다.”
8월 5일 새벽 북한의 고위 소식통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 7월 25일 김용진의 처형이 진행된 뒤 11일 뒤였다. 이 소식통은 북한 고위 간부의 얼굴만 보고도 직책과 이름을 식별해 낼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듣고 보니 김 부총리의 처형 이유는 지난해 4월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꾸벅꾸벅 졸았다고 총살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과 별로 다르지 않다. 현직 부총리가 김정은이 연설할 동안 안경을 닦았다는 이유로 총살됐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수 있는 뉴스였다.
하지만 북한 고위 간부의 처형설 보도는 제보만으로는 다루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했다. 처형됐다던 인물들이 불쑥 나타난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제보가 맞는지 교차 확인은 필수였다. 북한 동정을 모니터링하는 정부 관계부처에 김용진과 최휘의 숙청 정보를 제공한 뒤 이것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대답은 “우리는 정보를 받지 못했다”였다.
김용진은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매달 평균 7회 이상 동정이 포착되던 인사였다. 각종 중요 행사가 몰려 있는 8월 말까지 등장하지 않으면 김용진의 신상에 변고가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뜻이다.
북한에서 행사가 열릴 때마다 관계 부처에 김용진 부총리가 나타났는지를 확인했지만 그는 8월 말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첫 제보를 받고 26일이 지난 31일 정부는 김용진 부총리가 자세 불량을 지적받은 것이 발단이 돼 처형됐으며 최휘 제1부부장도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김용진이 보위부 조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반당반혁명분자 그리고 현대판 종파분자로 낙인찍혀서 7월 중에 총살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분명 소식통은 김용진이 러시아 유학생 출신이란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용진의 경력을 보면 김일성종합대 부총장을 지냈고, 2003년 교육상에 올랐다. 이후 쭉 같은 직책에 있다가 김정은 체제 출범과 동시에 2012년 1월 과학기술 담당 부총리로 승진했다. 뇌물이 오가는 자리와 어느 정도 거리가 먼 교육 관료의 경력은 북한에서 다른 간부와 비교하면 비교적 깨끗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김정은의 눈에 찍히자마자 바로 무시무시한 정치범으로 둔갑했다. 김용진 처형이 보여주는 섬뜩함은 바로 이런 데서 나온다. 김정은이 살생부에 올린 이상 평생을 어떻게 살아왔더라도 도무지 살아날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북한 간부들은 죄가 있든 없든 김정은 앞에서 무조건 숨을 죽이고 살 수밖에 없다. 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찍히느냐 마느냐가 생존의 가장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그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는 없다. 김정은 체제에서 제일 잘나가던 간부로 꼽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나 최휘 제1부부장도 ‘다행스럽게’도 처형은 면했다지만, 하루아침에 농민으로 강등돼 쫓겨나는 판이다. 이런 세상에선 2인자인 황병서가 새파란 김정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보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하다.
최근 잇따른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사는 잠깐 해외로 옮겨갔다. 북한 내부에서 어떤 상식 밖의 사건들이 벌어지는지는 그동안 많이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용진 처형에서 나타났듯이 김정은은 달라진 것이 없다. 작년엔 한국으로 치면 국방장관을 죽이고, 올해는 부총리를 죽이고…. 21세기판 연산군은 여전히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다. 이쯤 되면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간부들 모두가 공포에 질려 떨고 있을 터이다.
북한 외교관들이 잇따라 망명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듣고 있으면서 도망칠 기회가 있는 그들은 단순히 죽고 싶지 않아 북한을 등지는 셈이다.
김정은은 사석에서 믿고 일을 맡길 충신이 없다는 푸념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에 안 든다고 측근을 죽이는 보스 밑에 있다면…. 아마 김정은부터 제일 먼저 도망쳤을지 모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9.05 北 김정은이 인민군을 "무법천지, 무풍지대"라고 맹비난한 까닭은?
NK지식인연대, 최근 입수한 강연제강 공개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가 '제2차 내외신 초청 북한실상 설명회'에서 북한이 최근 개발한 스마트폰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북한에서 이 스마트폰은 150만원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북한에서 대학교수 한달 월급이 4000원 정도라고 밝혔다.
북한 인권단체이자 탈북 지식인들의 모임인 NK지식인연대(대표 김흥광)는 8월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북한의 실상에 대한 언론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NK지식인연대는 최근 입수한 북한의 각종 대외비 자료를 공개하고 최근 북한의 사회적·군사적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NK지식인연대가 공개한 자료 가운데 북한의 장령(소장급 이상의 고급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제강에는 최근 북한군 내부의 군(軍) 기강 해이에 대한 자아비판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NK지식인연대는 또한 북한이 러시아의 3천 톤급 잠수함 2대를 입수하여 이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4발을 동시에 적재할 수 있는 잠수함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아래 NK지식인연대가 공개한 최근 북한 소식을 요약해 소개한다.
북한군 장성급 대상 강연제강 요약
‘현영철 놈은 최고사령관 동지를 모시는 중요회의까지도 건성으로 참가’
이 강연제강은 북한이 2015년 10월 북한군 장령(소장 이상의 고급군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제강이다. 강연제강을 보면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군의 과장된 전투력과 군인들의 정신상태는 하나의 선전일 뿐 사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 당의 방침을 놓고 후론질하면서 그 집행을 태공하거나 왜곡 집행하고 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지금 부대, 구분대들에게 나가보면 사관, 병사들은 최고사령관이 하라는 대로만 하겠다고 윽윽하는데 정세가 이렇다느니, 무엇이 어떻다느니 하면서 말질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관 병사들이 아니라 웃 단위 일군들이라고 심각히 말씀하시었다.
◎ 지난해 어느 한 부대장 놈은 우리의 인공지구위성발사를 놓고 적들이 줴치는 망발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해서 처리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 당에서 경종을 울렸는데 이번에 또다시 “우리 핵심 일군들 속에서 인민생활이 어려운데 인공지구위성이나 자꾸 발사해서 뭐하는가, 빨리 인민생활문제나 풀었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망탕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 반당반혁명분자 정운학 놈만 보아도 지난 시기 우리가 그 누구보다도 백두산 절세위인들의 사랑과 믿음을 받아 받으며 부대책임 일군으로까지 성장한 자였지만, 최고사령관 동지의 믿음을 놓고 저울질하면서 고민하던 나머지 목숨을 끊은 것과 같은 배신적인 행동을 하였다. 만약 이자에게 당과 수령의 믿음에 보답하려는 한쪼각의 량심이 남아 있었다면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의리가 있었다면 설사 죽어서도 씻지 못할 대역죄를 짓고 극형을 받는다고 해도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에 대한 신념만은 저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 정운학 놈뿐이 아니다. 반당반혁명분자로 락인되어 혁명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장성택, 리영호, 김철, 전정갑 놈을 비롯하여 당과 사상과 뜻을 같이하지 않고 동상이몽 하면서 견실치 못하게 행동하여 당적으로, 법적으로 처리된 자들은 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믿음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의리 없는 인간들이었다. 교훈은 수령으로부터 받아 안은 사랑과 믿음에 보답하려는 량심과 의리가 꼬물만큼도 없는 인간은 반드시 추악한 배신자, 변절자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 현영철 놈의 경우도 이와 다를 바 없다. 현영철 놈은 경애하는 장군님으로부터 각별한 신임과 사랑으로 인민군 여러 단위의 책임을 맡아 일하였지만, 요령주의와 형식주의에 빠져 여러 차례 엄한 추궁을 받았다.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그런 그의 결함과 과거를 묻어두고 그를 인민 무력건설의 책임적인 직위에서 일하도록 배려해주시었지만, 앞에서는 충신인척하고, 뒤에 돌아서서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을 허술하게 대하고 요술을 피우려 들었고, 무엄하게도 최고사령관 동지를 모시는 중요회의까지도 건성으로 참가하는 경거망동한 짓을 하였다. 결국 이자는 죽어서도 영생하는 정치적 생명을 잃었고, 당과 인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처단되었다.
김정은, “인민군대는 무법천지고 무풍지대”
◎ 지금 인민군대 안에서는 월남, 월경, 집단사망사건, 무기, 전투기술기재 도난, 및 파손사고와 같은 엄중한 정치적 사고들이 련이어 발생되고 있다. 서해함대에서 발생한 구축함 파손사고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구축함사고가 나기 한 달 전에 4척의 전과 2척의 보조함선을 파손시키는 사고가 일어나 해군에서는 물론 전군적으로 법적 떠들면서 그와 관련한 대책들을 세우고 집행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해군사령부 안의 정치인군들이 제구실을 못하다 보니 그로부터 한 달 만에 서해에 한척밖에 없는 구축함까지 파손시키게 된 것이다. 오죽하시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지금 인민군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치적 사고들은 극한점에 도달하였다는 비판의 말씀을 주시고, 인민군대가 정말 무법천지고 무풍지대라고 엄하게 지적하시였겠는가.
◎ 어느 한 부대에서는 지난 1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비준도 받지 않고 연 2일간에 걸쳐 당중앙위원회가 자리잡고 있는 수도권지역에서 보병대대 야간공격전술 연습준비를 한다고 하면서 82mm 박격포 조명실탄사격을 비롯한 각종 실탄 사격을 하는 망탕짓을 하였다.
◎ 최근년간에 인민군대 안의 지휘성원들 속에서 리영호, 정운학놈과 같은 반당반혁명분자들이 나오고 적지않은 일군들이 직무를 태만하고 주색금에 빠져 안일부화하게 생활하면서 부대의 싸움준비와 군인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혁명대오에서 떨어져 나가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당성단련과 혁명화를 게을리하여 사상적으로 변질된 데 있다.
◎ 안일하고 부화방탕한 생활과 단호히 결별하여야 한다. 군대를 집에 비유하여 말하면 기둥이나 같다. 기둥이 썩거나 흔들리면 집이 통째로 무너지기 마련이다. 지금 적지않은 일군들이 적들이 들이미는 자본주의 사상문화와 생활풍조에 오염되고 주색금에 물젖어 안일부화하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인문군대의 본태가 흐려지고 있으며 부대, 구분대의 싸움준비와 군인생활에 엄중한 후과를 끼치고 있다.
◎ 뿐만 아니라 가정혁명화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어느 한 부대 일군은 자기 가정에서 안해와 자식들이 이색적인 불순 록화물을 보면서 안일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원칙적으로 교양하고 통제할 대신 처음에는 한두 번 흥미를 가지고 보다가 종당에는 완전히 말려들어 본인은 물론 온 족이 법적으로 처리되게 되었다. 조국통일대전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과 같은 시기에 적들이 들이미는 부르조아 사상문화에 물젖어 안일부화하게 생활하는 이런 일군들은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벌써 적에게 흰 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외교관들의 생활실태와 탈북 러시
“북한 민주화가 실현되는 날, 탈북이라는 피의 여정은 끝날 것”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이사장, 전 태국북한대사관 과학참사
나는 태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과학기술참사 등으로 근무하다 2000년 10월 한국에 입국했다. 여행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는 외교관이든 근로자든 외국에 나가는 것을 최대의 행운으로 여긴다. 하지만, 막상 외국에 나가보면 말이 좋아 외교관이지 북한 외교관들은 타국 대사관 운전기사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항상 경제적인 압박 속에서 살아야 한다.
내가 2000년 당시 받은 월급이 380달러였다. 40만원 정도 되는 돈이 북한 대사의 월급이다. 이걸로 먹고살고, 자식 공부시키고, 병원까지 다녀야 한다. 대사관에서 차량 휘발유와 전기세만 공동으로 부담하고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살아야 한다. 여기에 북에 있는 자기 가족들을 챙겨야 하고, 북한 내 직속상사들의 각종 부탁까지 들어줘야 하며, 당에 충성자금까지 보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외교관들은 불법거래를 해서라도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고, 외교관으로서의 긍지나 당당함은 없고 갈수록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내가 대사로 재직할 때만 해도 북한이 국제적으로 요즘같이 지탄을 받지 않을 때였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적당한 불법거래는 눈감아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북제재로 불법거래도 힘든 상황인데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에 거주하는 외교관이나 북한 노동자를 더 쥐어짜고 있다. 당과 국가에서 외국에 내보내는 배려를 했으니 당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벌어 바치라고 강요한다. 이 금액을 바치지 못하거나, 적게 바치는 사람은 상급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며, 심한 경우 소환을 당한다.
외교관들이 제일 괴로워하는 것이 바로 자식들의 미래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에 가서 자식을 10년간 군대에 보낼 생각, 살아가면서 감당해야 할 생활고 걱정 등이 겹쳐지면서 점점 더 많은 외교관이 탈북을 선택하는 것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처형이나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는 북한 독재의 가혹함은 외교관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북한 특유의 연좌제나 자신의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북한 엘리트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북한에 들어가면 아무리 스스로 지은 죄가 없다고 해도 당국이 꼬투리를 잡아 죄를 만들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탈북과 중국 주재 북한 식당여종업원 집단 탈북은 북한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만한 사건이다. 탈북 북한 여종업원들은 출신성분이 좋고, 음악과 예술 등 상당한 고등교육을 받은 인물들이다. 가족에게도 쉽게 탈북하자고 못 하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13명이 한꺼번에 넘어왔다는 것은 이전 같은 통제시스템이 더는 먹히지 않고, 인민들의 마음이 정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외국에서 노동자들이 뭉치면 북한 당국이 손을 쓸 수가 없다.
태 공사의 아내 오혜선은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항일투사 오중흡의 동생 오백룡의 손녀라고 한다. 북한 정권의 핵심계층 인사들이 전방위적으로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더욱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의 책임은 당연히 북한 당국의 비민주적이며 억압적인 독재통치로 말미암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건들임에도 모든 책임을 탈북한 본인들에게 돌이고 있으며, 그 가족과 친척들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하는 것으로 응답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욕망을 총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을 죽일수록 적대세력은 점점 커질 것이고 북한 정권은 결국 멸망의 길로 흘러갈 것이다. 이것은 역사의 법칙이다. 북한 민주화가 실현되는 그때에야 비로소 탈북이라는 피의 여정은 끝날 것이다.
북한 농업의 최근변화와 농민생활
인민의 마지막 피땀까지 쥐어짜는 포전제(圃田制)
한선경 함경북도 대홍단협농장 농장원, 2015년 10월 탈북
북한이 농촌의 집단농장제 대신 2012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개인포전담당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전제는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농가책임생산제다. 기존의 수백 세대로 구성된 집단농장을 3~5 가구 가족 단위로 경작지를 분배해서 책임 생산하게 하고, 생산물 중 일부를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함경북도 대홍단협동농장 농장원으로 일하다 2015년 10월 탈북한 한선경씨는 포전제가 농민생활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아래는 한씨의 증언내용이다.
나는 국가가 나눠 준 2000평 정도의 밭을 남편과 함께 경작했다. 하지만 당에서 지시한 감자 생산량이 60톤인데 수확량은 40톤을 넘기기 어려웠다. 계획을 채우지 못하면 분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농민들의 생활이 협동농장시절보다 더 힘들어졌다.
우선 비료와 농약, 기계 등 농사에 필요한 농자재가 조달되지 않는다. 위에서 비료 300kg을 내려 보내면 중간에 이리저리 다 떼고 실제 우리한테 들어오는 것은 100kg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지 않으며, 당이 지정한 생산량을 달성한 포전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농장원 1인당 인민군대지원 돼지라고 해서 7.8kg의 돼지고기를 당에 바쳐야 한다.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사항이었기 때문에 돼지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집은 주변에서 높은 이자를 쳐서 쌀이나 돈을 빌리는 등 농민들에게 너무나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8월 25일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 발사를 지도하였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DB
SLBM 개발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3천 톤급 잠수함 건조
북한은 성공으로 접어들고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전 배치하기 위하여 3천 톤급 잠수함 건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북한은 2017년 10월까지 3천t급 신형잠수함 제작을 완료한다는 목표에 따라 이미 2009년부터 극비에 잠수함 건조에 전력해왔다.
전략잠수함 설계에서 북한은 두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하나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3천 톤급 잠수함을 개조하여 원래 2015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기로 한 북한산 형 SLBM 4발을 적재할 수 있게 가급적 빠른 시일 내로 잠수함 건조를 마치는 것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3천 톤급 잠수함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서 쌓은 경험에 기초하여 3천500톤급 원자력 잠수함 설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3천 톤급 디젤잠수함 리모델링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두 대의 노후 잠수함을 뜯어내어 한 대를 완성하는 작업이다. 2014년까지 선체보강, 내부구조 개조공사가 끝나고 2016년 말까지 SLBM 장착을 마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 넘어간 러시아 잠수함은 사격통제장치와 무선통신장비들은 수거되었지만, SLBM 탄도탄 발사관은 제거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기본적인 시설이 훼손되지 않아 프로젝트 추진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SLBM 차후 개발 병기는 ‘핵어뢰’
북한은 핵 기뢰와 어뢰만 개발되면 남한과 일본의 해군기지는 물론 미국의 항공모함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으며, 유사시 미군의 개입을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131지도국(원자력총국) 산하 108연구소에서 핵 어뢰와 기뢰 연구를 시작했다. 핵 어뢰를 연구하는 팀은 ‘번개조’, 기뢰를 연구하는 팀은 ‘우뢰조’로 불린다.
2013년 4월,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2018년 조국통일 구상을 밝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김정일 5대 핵 타격력을 개발할 것을 당중앙군사원회 명령으로 시달하였다. 5대 타격력에는 수소탄, 이동식ICBM, 잠수함SLBM, 핵어뢰, 핵배낭 등이다.
지난해 8월 131총국에 대한 비공개 현지지도 때에도 김정은은 핵 어뢰 책임연구원들을 불러 개발 정형에 대해서 청취하였고, “미국과의 전면 핵전쟁이 벌어지면 동해·서해에 밀려올 미국의 핵 폭격기와 핵 항공모함, 핵잠수함을 까부수는 것이 급선무인데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문제다. 131 지도국이 다음해에 개발이 완료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이어 핵어뢰를 적들의 면전에 보여준다면 제아무리 세계 최강이라고 하는 미국도 꼬리를 사리고 불에 타 죽기 싫어서 제 집으로 돌아갈 것이고 우리는 당이 정한 2018년까지 조국통일을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김정은의 불호령 이후 핵어뢰 개발에는 131총국은 물론, 제2경제위원회 기술총국, 3총국, 8총국 등 관련 기관의 최고 연구진들이 추가되어 200명 규모의 책임연구원을 보강했고, 개발자금은 39호실, 기술 자료는 정찰총국 121국, 시험제작은 7총국 방연공장에서 담당하고 있다. 모든 연구자가 김정은의 8월 10일 현지지도 말씀을 관철하기 위해 결의모임을 하고, 핵어뢰 개발명령 마감 날짜가 적인 날짜를 매일 바꿔가며 총 돌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 2016.09.06 北 간부들이 잇달아 태도불량으로 처형되는 이유는?
▲2013년 12월 9일 장성택 처형 후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모습. 김정은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는 정치국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전했다. / 조선DB
1988년 가을, 평양에서 진행된 대규모 촛불행진 뒤끝에 있은 일이다. 평양시 평천구역에서 청년동맹 사업을 맡아보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촛불행진이 끝난 뒤 사색이 되어 돌아왔다. 이유인즉 촛불행진이 끝난 뒤 대형선전구호들을 부시다가 장성택에게 들켰기 때문이었다.
평양에서 진행하는 정치 행사에 쓰이는 선전구조물들은 굉장히 크다. 판자나 철근 같은 것으로 대형 구조물을 만들고 거기에 충성맹세나 수령만세를 새긴 것인데, 행진을 할 때에는 여러 명이 함께 어깨에 메고 걸어갔다.
그 날도 밤늦어 행사가 끝났는데 대형 선전물을 운반할 차량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중, 그는 인솔해 갔던 청년들에게 대형 구조물을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차량은 한대밖에 없는데 거기에 대형구조물을 모두 실으려면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 깊어지자 초조했던 청년들은 책임자의 말이 떨어지게 바쁘게 달라붙어 대형 선전 구조물을 해체한다는 것이 모두 박살내어 버렸다. 해체할 수 있는 공구가 없다는 이유로 몽둥이와 망치로 대형 정치구호들을 모두 박살내어 차에 처실었다.
그런데 그 어지러운 광경을 장성택에게 틀킬줄이야. 대규모 촛불행진의 주석단에 앉았던 장성택은 집으로 돌아가다가 그 광경을 보고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그 광경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장성택은 한동안 지켜보다가 말없이 차를 타고 가버렸다. 청년들이 장성택이 지켜본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수령만세의 대형구호를 모두 박살내버린 뒤였다. 북한사람이라면 그 상황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것인지를 잘 안다. 정치범 수용소까지 잡혀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장성택이 누구라는 것을 잘 알기에, 청년들을 인솔하고 촛불행진에 참가했던 청년동맹 간부는 사색이 되어 안절부절을 못했다.
그는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샜다. 김일성의 사위이며 중앙당 고위간부인 장성택이 보는 앞에서 오만불손하게 수령만세와 충성맹세의 정치구호들을 박살냈으니 곧 벼락이 떨어지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공포에 떨며 며칠 동안 출근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보위부(비밀경찰)가 틀림없이 자신을 체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장성택은 그날 청년들이 불손하게 수령만세와 충성맹세의 구호들을 박살내는 것을 보았지만 그것을 혼자만 알고 문제 삼지 않은 것이었다.
그 청년동맹 간부는 필자가 잘 아는 사람이었는데 훗날 장성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얼굴에 화색을 띄우군 했다. 그는 지금도 평양시에서 말단 당 간부로 살아가고 있다.
북한사회에서 온건하고 합리적인 인물로 알려졌던 장성택이 김정은 독재정권에 의해 비참하게 처형 된지도 2년이 지났다. 당시 독재정권이 발표한 장성택의 죄명은 어마어마하다. 물론 장성택을 김정은과 상반되는 “악의 두목”으로 만들어 놓고 주민결집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독재정권의 상투적인 수법이었다.
당시 김정은 독재정권이 열거한 장성택의 “죄명”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김정은이 진행하는 회의에 참석하여 박수를 건성으로 쳤다는 것과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다른 곳에 시선을 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김정은의 신격화를 추락시켰다는 “죄”를 씌우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김정은의 신격화를 추락시킨 장성택 현상은 그가 처형된 후에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군부의 실세였던 현영철도, 최근에 처형된 김용진 부총리도, 처형의 최초단서는 김정은의 신격화에 반하는 태도불량이었다.
그것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북한사회에서 김정은의 신격화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사회의 밑바탕에는 오랜 세월을 군림해온 독재에 대한사람들의 피로감과 거부감이 깔려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충성이 아니면 배신이라는 이분법적 의식구조를 더욱 확산하고 공포정치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김정은에 대한 신격화에 광분하고 있다.
앞으로 김정은의 신격화는 어디로 갈까. 김정은의 신격화가 만드는 결과는 공개처형을 비롯한 폭압뿐이다. 북한사람들은 최고 권력자를 더 이상 신 같은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데, 김정은은 자신을 신 같은 존재로 과시하려는 욕구에 광분하고 있다. 그 모순은 지금 북한사회의 현실이다.
결국 앞으로도 김정은의 신격화는 공개처형과 폭압속에 만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이 김정은 정권의 몰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자유북한 방송 박남일 기자>
□ 2016.09.19 선전선동부 뒤집어엎은 '김여정 파워', 北주민 추석때 몰래본 '리설주 동영상'
[김정은의 두 여인, 바람 잘 날 없는 북한]
김여정, 간부 모조리 혁명화 교육… 리의 옛 공연영상 단속해도 유통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29)이 당 핵심기구인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으면서 간부들이 줄줄이 '혁명화 교육'으로 불리는 처벌을 받은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김여정이 2014년 11월 선전부 부부장에 기용돼 김정은 우상화 및 당 선전 업무를 장악한 이후 '북한 괴벨스(나치 선전 담당)'로 불리는 김기남(87) 선전선동부장과 리재일(81) 제1부부장이 지난해 '혁명화 교육'을 받고 복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최휘(62) 제1부부장이 지방 농장으로 쫓겨났다고 정보 당국은 전했다. 혁명화 교육이란 잘못을 저지른 간부들을 지방 양계장 등으로 보내 고된 육체노동을 시키는 처벌이다. 김기남·리재일·최휘는 모두 김여정의 직속상관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뻘이다.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이 지난 5월 조선소년단 기념행사에서 김정은에게 줄 꽃다발을 든 모습(사진 왼쪽). 김정은 부인 리설주가 2011년 1월 은하수관현악단의 신년 음악회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사진 오른쪽). /조선중앙TV
대북 소식통은 "선전선동부 부장과 제1부부장이 모두 혁명화 교육을 받은 전례는 없다"며 "조직지도부(인사·조직 담당)와 함께 노동당 양대 기구였던 선전선동부가 김여정 때문에 곡소리 나는 부서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들어선 이후 선전부 산하인 노동신문 사장도 뚜렷한 이유 없이 2번이나 교체됐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과 김여정이 방문했던 '4.26만화창작단' 간부들도 김정은이 관심을 보인 만화의 창작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대거 숙청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여정이 김정은 3대 세습을 위한 선전과 당 장악에 선봉장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간부들이 김여정을 주목한다면 일반 주민들은 김정은 부인 리설주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난다.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리설주가 과거 은하수관현악단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몰래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 소식통은 "이번 추석 날 집에서 리설주 공연 동영상을 숨어서 틀어본 주민들이 적지 않다"며 "당국이 관련 CD와 USB를 압수하고 단속하지만 주민들은 계속 본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2012년 7월 김정은의 결혼 사실이 공개된 이후 리설주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회수하는 등 과거 행적 지우기에 나섰다. 내부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은 수령의 부인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몰래 보면서 김정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고 했다. 리설주는 지난 3월 김정은과 함께 등장한 이후 6개월째 공개 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김명성 기자
□ 2016.10.19 北 김정은, 왜 제 할아버지 김일성 동상은 방치했나
《월간조선》은 새누리당 이철규 의원으로부터 북한 김일성·김정일 동상 현황이 담긴 국방부 문건을 입수했다. 국방부는 정기적으로 김일성·김정일 동상의 상태, 위치 등 현황을 체크한다. 북한은 동상을 ‘동상(同像)’이라고 쓴다. 일반적으로 구리 동(銅)을 쓰지만, 북한은 같을 동자를 사용한다.
《월간조선》은 새누리당 이철규 의원으로부터 북한 김일성·김정일 동상 현황이 담긴 국방부 문건을 입수했다. 국방부는 정기적으로 김일성·김정일 동상의 상태, 위치 등 현황을 체크한다. 북한은 동상을 ‘동상(同像)’이라고 쓴다. 일반적으로 구리 동(銅)을 쓰지만, 북한은 같을 동자를 사용한다.
‘동상=수령님’이란 이야기다. 여행객에게도 동상 앞에서 인사하도록 하고 떠들거나 반바지 착용을 금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주민들은 동상과 김일성·김정일을 동일시한다. 동상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을 김일성·김정일이 듣고 본다고 여긴다. 동상 앞을 지나갈 때는 몸가짐을 각별히 하며 기침이나 재채기조차 제대로 못 한다”고 했다.
이번에 입수한 문건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은 하나다. 김정은이 최근 4~20m 규모(기단부 제외)의 북한 전역에 세워진 대형 김일성·김정일 동상 31개를 보수한 것이다.
문건을 보면 김정은은 ▲김일성종합대학(김일성·김정일 부자상, 세운 날짜: 2012년 10월 29일 김정일 추가) ▲만수대 언덕(74년 김일성 생일 기념 제작, 2012년 4월 13일 김정일 동상 추가) ▲만경대혁명학원(김일성·김정일 부자상) ▲인민보안부(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2년 8월 29일 김정일 추가) ▲만수대창작사(김일성·김정일 기마상) ▲김일성군사정치대학 제2자연과학원(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5년 11월 9일) ▲공군사령부(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4년 11월 29일) ▲양강도 혜산시(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5년 9월 26일) ▲혜산시 보천보승전탑 주변(김정일 동상, 2015년) ▲청진시(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4년) ▲나선시(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5년 4월) ▲함흥시(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2년 12월 21일) ▲회양군 1군단(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4~2015년) ▲원산시(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3년 12월 22일) ▲송도원소년단야영소(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4년 5월 2일) ▲사리원(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5년 8월 29일) ▲해주시(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5년 10월 8일) ▲개성시(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6년) ▲강계시(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2년 10월 11일) ▲남포항(김정일 동상, 2015년) ▲평성시(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5년 7월 22일) ▲신의주시(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4년 7월 25일) ▲군자리(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6년 4월 12일) ▲강서군 북한군 1군단(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4~2015년) ▲덕천군 11군단(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4~2015년) ▲순안비행장(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4~2015년) ▲국가과학원(김일성·김정일 부자상, 2014년 10월 6일) ▲국가안전보위부(김정일 단독, 2012년 10월 2일) ▲국제친선전람관(김정일 밀랍상, 2014년 4월 8일) ▲문수물놀이장(김정일 컬러동상, 2014년)에 세워진 동상을 손봤다.
김일성 독상은 방치
▲지난 3월 김정은은 김일성이 입던 누런 색깔의 더블코트를 입고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
김정은의 지시로 보수(補修)한 동상은 모두 김정은 본인이 세운 것이다. 아버지 김정일이 만든 할아버지 김일성 동상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합참 전략정보부 북한경제사회분석과 관계자는 “할아버지 김일성 색채를 줄이려는 의도”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김정은이 의도적으로 할아버지인 김일성 동상은 손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선예술영화 촬영소(김일성 입상) ▲평양학생소년궁전(김일성, 어린이 3명 군상) ▲강건종합군관학교(김일성 입상) ▲김일성종합대학(김일성 입상) ▲김일성정치대학(김일성 입상) ▲금성제1중학교(김일성 입상) ▲김성주소학교(김일성 학생시절 입상) ▲창전소학교(김일성 학생시절 입상) ▲창덕학교(김일성 입상) 등 김정일이 주요 지역에 세운 김일성 단독상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동상 정비를 하려 했으면 오래된 것부터 하는 게 정상이지 않습니까. 이번에 김정은이 보수한 동상은 모두 부자상, 아니면 김정일 단독상이었습니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 색채를 지우려 한다는 분석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정은이 지금껏 ‘김일성 아바타’처럼 행동하며 존경을 표시해 왔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2014년 할아버지 김일성을 모방해 육성 신년사를 했다. 아버지 김정일은 한 번도 신년사를 하지 않았다.
2014년 건강 문제로 40일간 잠적했던 김정은은 활동 재개일을 국가 기념일인 공화국 창건일(9월 9일)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이 아닌 10월 14일로 잡았다. 이날은 소련군 장교이던 김일성이 1945년 평양에서 ‘개선(凱旋) 연설’을 하며 처음으로 북한 주민에게 존재를 드러낸 날이다. 김정은은 《로동신문》을 통해 “1945년 10월 14일은 온 나라, 온 겨레가 그처럼 목마르게 고대하던 역사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날 검은 지팡이를 짚은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김일성을 연상시킨 연출이었다. 이날 조선중앙TV는 검은 지팡이를 든 김일성이 부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는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우리 수령님의 그 위대한 헌신! 생애의 마지막 나날에 인민들 모르게 쓰셨던 지팡이가 다 전해주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도 담겼다.
지난 3월에는 김일성이 입던 누런 색깔의 더블코트를 입고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 이 코트는 옛 소비에트 군대(붉은 군대)의 겨울 군복과 상당히 닮았다. 김일성은 이 군복을 전시에 입었다. 한 탈북자는 “김일성은 옛 소련군 장교복을 그대로 가져다 입었다”며 “올 3월에 김정은이 입었던 코트의 모양이 당시 전투복과 상당히 유사했다”고 했다.
지난 5월 자신의 ‘셀프 대관식’이었던 7차 당 대회는 김일성 흉내의 결정판이었다. 김정은은 김일성처럼 검은 뿔테 안경을 썼고, 뒷짐을 지고 걸었다. 67년 전 김일성이 차지했던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과 비슷한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감투도 새로 썼다. 당 대회 기간 북한 TV는 김일성 독재가 본격화한 1960년대를 “황금의 시대”라고 불렀다.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 애정 전무
의문은 취재 과정에서 풀렸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비롯한 다수의 탈북자는 “김정은은 김일성 얼굴도 모르고, 김일성이 자신의 어머니를 인정하지 않은 점을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일성 따라 하기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의 말이다.
“김정은은 할아버지를 직접 만난 적이 없습니다. ‘김일성=김정은’ 우상화에 열을 올리면서도 김일성과 김정은이 함께 찍은 사진을 한 장도 공개하지 않았지요. 김일성이 손자 김정은을 품에 안은 사진이 나온다면 북한 주민들은 상당히 감동했을 것인데 있었으면 당연히 공개했겠죠. 서로 실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 김정은이 1983년(혹은 1984년) 태어났고,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한 만큼 만날 시간이 있었음에도 김일성은 김정은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일교포 무용수 출신 고영희가 낳았기 때문이죠.”
탈북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김일성의 장손인 김정남도 출생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처음 할아버지 얼굴을 봤다고 합니다. 김일성이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2002년 사망)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김일성은 유명 영화배우에다 결혼 경험이 있는 성혜림을 탐탁해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2004년 사망)도 김일성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겁니다. 북한에서 지위가 낮은 재일교포 출신인 데다 고영희의 부친이 남한(제주도) 사람이라는 점은 김일성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가능성이 크죠. 김정일도 김일성의 심기를 고려해 김정은을 평양이 아닌 원산 별장에서 키웠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김정은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2004년 유방암으로 죽은 고영희의 자취는 찾을 수 없다. 고영희는 북에서 ‘동요계층’으로 분류되는 북송(北送) 재일교포 출신으로 그녀의 이름과 출신은 금기(禁忌)다.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평양에 고영희의 이름과 출생·사망시기가 적힌 묘비를 세웠고, 고영희의 생전 활동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당 간부들에게 공개했지만, 재일교포란 것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대북(對北)공작 및 첩보 전문가로 30여 년간 군에서 근무했던 이시연 ROTC 통일정신문화원 정책실장은 김정은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할아버지 흉내를 억지로 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일성은 북한에서는 신(神)과 같은 존재입니다. 김정은이 김일성 흉내를 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죽은 김일성이 북한을 계속 통치하는 것이지요. 사회주의 사람들은 의리(義理)라는 개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비록 김정은이 통치를 잘 못해도 옛날 주군(김일성)을 봐서 참고 또 참을 것입니다.”
고위급 탈북자는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애정이 깊다”며 “속으로는 아버지 흉내를 내고 싶지만, 북한 내에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평가가 달라 어쩔 수 없이 김일성을 따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전한 북한 여론이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북한 인민들은 모두 하나같이 슬퍼했습니다. 당시 북한 인민들은 전국적 애도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김일성의 동상이나 초상화 앞에 가서 울어야 했는데, 그 행위가 결코 강제만은 아니었어요. 자의 반 타의 반이었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는 일화는 믿지 않지만, 어쨌든 김일성이 항일혁명투사로서 북한을 이만큼까지 끌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1974년 남한 경제가 북한 경제를 역전하기 전에는 하얀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줬으니까요. 김정일에 대한 평가는 박합니다. 1995년 ‘고난의 행군’은 자연재해와 미제의 압박 등으로 겪은 고통이라고 치더라도 이후 북한 경제난의 책임은 김정일에게 있다고 봅니다. 김정일에 대한 북한 인민들의 신뢰는 지난 2009년 화폐개혁의 실패로 악화했죠. 당시 김정일은 화폐개혁 실패를 빌미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했는데 북한 주민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어처구니없어 했습니다.”
김정은·김정일 부자 서로에 대한 애정 각별
한 고위급 탈북자의 이야기대로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자신과 엄마를 인정하지 않은 할아버지에겐 섭섭함이 존재했지만 본인을 후계자로 낙점한 아버지에 대해서는 각별한 심정을 드러냈다. 남파간첩 출신 박사인 김동식씨의 설명이다.
“2012년 4월 정권을 물려받은 김정은이 가장 먼저 한 것이 만수대 김일성 동상 옆에 김정일 동상을 세운 겁니다. 제작자가 김정일이 반코트를 입은 모습으로 만들었죠. 완성한 동상을 보고, 김정은이 굉장히 화를 냈다고 합니다. 자기가 본 아버지는 점퍼 차림으로 다녔는데 왜 반코트를 입은 모습이냐고 질책한 것이죠. 결국 1년에 걸쳐 점퍼를 입은 모습으로 다시 제작했습니다.”
김정일도 생전 차남 김정철보다는 김정은을 아꼈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알려진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는 자신이 쓴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라는 책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정일이 간부들 앞에서 ‘정철이는 마음이 약하고 여자 같지만 정은이는 남자답다’며 김정은을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했다. 김정일은 외모상으로도 자신을 빼닮은 김정은을 각별하게 여겼다. 김정은은 얼굴은 물론 체형까지 아버지를 닮아 뚱뚱했고 10대 중반에는 키가 다소 자랐지만 10대 후반에는 허리둘레만 튼실해졌다.
차남 정철은 모친 고영희를 닮았는지 늘씬한 근육질 체형이었다. 김정은은 놀이할 때도 유감없이 리더십을 발휘했다. 농구 시합을 할 때도 자기 팀 선수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았다. 김정은은 그저 단순히 남들의 선두에 서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을 터득한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김정은은 사회적인 관심도 형보다 강했다. 김정일은 김정은의 이런 점을 높게 평가했다.”
억지로 흉내를 내고 있지만 김정은의 김일성 흔적 지우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동상 보수 이전 김정은은 북한 화폐에서 김일성의 얼굴을 지웠다. 김정은은 2014년 새 화폐를 만들었는데 김일성 초상화 대신 김정일 초상화를 넣었다.
김일성의 대표적 ‘빨치산’ 동료의 2세들도 견제하고 있다. 김정은은 8월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 노동당 민방위 부장을 상장(우리의 중장)에서 소장(준장)으로 두 계급 강등했고 김일성의 호위사령관을 지낸 오백룡의 장남인 오금철 군 부총참모장과 차남인 오철산 해군사령부 정치위원의 당내 지위도 낮췄다.
탈북자 박사인 최경희 한양대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오랜 기득권 세력인 빨치산 2세들이 따로 뭉치는 상황을 자신의 독재 권력 강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빨치산 2세 중에선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최룡해 정도만 상징적으로 중용될 것”이라고 했다.
혜산시 부자상 보수, 진짜 이유는?
취재 중 김정은이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동상을 탈북 방지를 위해 손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철규 의원실 관계자는 “양강도 혜산시는 대표적인 탈북 루트”라며 “김정은은 주민·엘리트층 탈북 행렬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혜산시에 있는 동상을 정비한 것은 수령님이 보고 있는데 탈북하면 응징하겠다는 일종의 경고의 의미”라고 했다.
압록강변에 있는 혜산은 중국과의 국경 거리가 북한 어느 지역보다 짧아 종전부터 탈북의 최적지로 여겨져 왔다. 혜산 앞 압록강 폭은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30m도 안 되는 곳이 많고 겨울이면 강물이 두껍게 얼어붙어 중국으로 쉽게 건너갈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한 집 건너 하나씩 탈북자들이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혜산은 탈북이 ‘일상화’된 곳이다.
김정일은 생전 “혜산시 청년들이 없어도 혁명을 할 수 있다”며 몇 차례 혹독한 혜산 소탕전에 나섰다. 탈북자들의 가족, 브로커 등을 처형한 것이다. 그 결과 혜산은 2001년부터 주요 탈북 루트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의 용도 폐기됐던 혜산 탈북 루트가 다시 열리고 있다는 것이 최근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최근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 10명 중 6~7명이 혜산 루트를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했다. 그동안 주요 탈북 루트였던 함경북도 온성, 회령, 무산 지역은 상대적으로 잠잠해진 반면 혜산시가 주요 탈북 루트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올 4월 양강도 혜산에서 탈북자 브로커 10여 명을 체포, 총살했다.
김정은이 공군사령부, 1군단, 11군단에 있는 동상을 보수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최근 부쩍 공군을 챙기고 있다. 공군 사령관 출신인 리병철이 대장 진급 후 노동당 제1부부장에 임명되는 등 출세 가도를 달리며 김정은 정권의 신흥 실세로 부상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리병철은 8월 24일 김정은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참관 때 수행했다. 김정은이 이처럼 공군을 각별하게 챙기는 이유는 현대전에서 공군력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회양군에 있는 1군단은 최전방부대다. 2012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 때 한국으로 넘어온 병사가 북한군 1군단 소속이었다. 북한은 최전방 지역을 따라 모두 4개의 군단(서부전선에서부터 차례로 4·2·5·1군단)을 배치해 놓고 있다.
11군단은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폭풍군단)다. 북한 11군단은 과거 청와대를 습격했던 김신조 부대를 모체로 하며 목표 지역의 각종 건물을 모형으로 만드는 등 실제와 비슷한 상황에서 가상훈련을 한다고 한다. 대남 기습 침투 등이 주요 임무다. 이들은 한국 주요 인사 암살 리스트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예하에 번개부대·우뢰부대·천둥부대 등의 이름을 가진 10여 개 여단을 보유하고 있다.⊙
[월간조선 2016년 10월호 /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 2016.10.20 "참수작전 보도에… 김정은, 美전략폭격기·특수부대 파악 비상"
[국정원 국감] 국정원이 밝힌 김정은 동향 신변 불안 느낀 김정은 동선 숨겨… 폭발물·독극물 탐지장치 수입도
폭음·폭식에 심혈관계 고위험군
김정철, 권력 소외된 채 감시받아… 취하면 헛것 보고 술병 깨며 행패
김여정, 사소한 간부 실수도 처벌… 6월 이후 활동 안해 임신 가능성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9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3일마다 공개 활동을 벌여 외양상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음·과식 등 식습관에 문제가 있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에서 고위험군으로 진단한다"고 말했다고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이완영 의원이 전했다. 김정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은 모두 심혈관계 질환을 앓았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번 술을 마시면 자제를 못 한다고 북한 해외 공관원이 증언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각종 스트레스를 술로 푼다는 첩보가 있다"며 "폭음과 폭식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김정은은 1m70㎝ 키에 체중이 130㎏에 이르기 때문에 30대 초반 나이에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김정은은 지난 2014년 9월에도 다리 통풍 때문에 46일 만에 공개 석상에 등장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날 "김정은은 신변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최근 들어 행사 일자와 장소를 갑자기 바꾸고, 폭발물과 독극물 탐지 처리 장비를 해외에서 구입해 경호를 강화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자신의 동선(動線)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지난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미 연합군이 김정은 '참수 작전'을 준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김정은은 구체적 내용을 중점적으로 수집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북한 정보기관은 한·미 양국 군이 공격 목표로 선정한 북한 내 시설과 미군 전략폭격기의 파괴력, 김정은 참수 작전을 수행할 특수부대 규모를 파악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고 한다. 미군은 지난달 말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한 군사적 대응 조치로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하며 대북 무력시위를 했다. 당시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출발한 B-1B는 미사일·정밀유도폭탄 등으로 무장한 채 DMZ(비무장지대)에서 30여㎞ 떨어진 경기도 포천 미군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훈련장) 상공을 거쳐 오산 공군기지 상공에 도착했다. 이 중 1대는 오산 기지에 착륙했다. 미 전략폭격기가 DMZ 가까이 비행한 데 이어 오산 기지에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정원은 이날 김정은 외 '김씨 일가'의 동향도 보고했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은 "권력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 감시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김정철은 술에 취하면 헛것을 보고, 호텔 방 안에서 술병을 깨며 행패를 부리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정철은 친동생인 김정은에게 제구실을 못하는 자신을 보살펴주는 데 대해 크나큰 사랑을 베풀었다는 취지의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김정철은 마식령 스키장에 다녀온 뒤 "김정은 배려로 마식령 스키장에 간 것에 대해 '너무 고마워 감기도 잊었다'는 뜻을 전했다"고 국정원은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권력에 관한 한 김정은은 같은 어머니(고영희)에게서 태어난 친형 김정철에게도 냉정하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김정철이 김경희(고모)를 가끔 만나 안부를 묻기도 한다"고 했다.
김정은 친여동생인 김여정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간부들을 사소한 실수로도 수시 처벌하는 등 권력 남용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국정원은 김여정이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남한 국회 격) 이후 공개 활동이 없어 신병을 치료받고 있거나,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 김여정이 당 핵심 기구인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으면서 간부들이 줄줄이 '혁명화 교육'으로 불리 는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괴벨스(나치 선전 담당)'로 불리는 김기남(87) 선전선동부장과 리재일(81) 제1부부장이 지난해 '혁명화 교육'을 받고 복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최휘(62) 제1부부장이 지방 농장으로 쫓겨났다고 정보 당국은 전했다. 혁명화 교육이란 잘못을 저지른 간부들을 지방 양계장 등으로 보내 고된 육체노동을 시키는 처벌이다.
안용현 기자 이옥진 기자
□ 2016.12.14 日신문 "김정은, 만취해 軍 원로들 모은 다음 반성문 쓰게 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만취한 상태에서 군 원로들을 자신의 별장으로 불러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도쿄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이날부터 ‘북한은 지금, 김정은 체제 5년’이란 제목의 기획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북한 관계자 말을 인용해, 만취한 김정은이 올해 9월 말 자신의 별장에 갑자기 군 원로들을 불러 모은 다음 “너희가 군사위성 하나 만들지 못한 것은 반역죄와 같은 죄”라고 고함을 치며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별장은 북한에 30군데 이상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다음 날 아침 군 원로들은 밤새 쓴 반성문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런데 만취한 탓에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은 김정은은 “왜 모여 있어요? 모두 연세가 있으니 건강에 더 신경 쓰세요”라고 말했다. 군 원로들은 통곡했고, 김정은은 군 원로들이 자신의 온정에 감동했다고 생각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고 한다. 북한 관계자는 “숙청을 생각했던 군 원로들이 긴장이 풀리자 울기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27세에 권력을 계승한 김정은은 정치 경험이 없다”며 “아버지 곁을 지켰던 충신과 원로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북한 관계자가 “숙청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김정은에게 충성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도 조언과 제언을 할 수 없다”며 “김정은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송원형 기자
□ 2017.02.06 숙청 광풍에 … 빨치산 아들 오금철, 이설주에게 뛰어가 경례
지난해 12월 3일 강원도 원산의 갈마비행장에서 짙은 밤색 항공 점퍼 차림의 북한군 고위 장성이 사열대로 뛰어 올라가 김정은 노동위원장 부인 이설주에게 경례를 했다. 지난달 20일 북한이 공개한 기록영화(다큐멘터리)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사업을 현지에서 지도 주체105(2016).12’의 한 장면이었다. 행사는 한국 공군의 탑건 선발대회격인 ‘비행지휘 성원들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였다.
이, 군인에 경례받는 모습 첫 공개
김정은, 박성철 일가 등 잇따라 숙청
‘빨치산도 충성 안 하면 친다’ 본보기
최용해·김문경 등만 자리 지켜
이설주에게 경례한 주인공은 오금철 북한군 부총참모장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이설주가 북한 군인에게 경례를 받는 모습이 공개된 건 처음”이라며 “이설주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오금철은 김일성과 항일활동을 함께했던 빨치산 오백룡의 아들이다. ‘북한판 금수저’로 불리는 빨치산 가문의 북한군 고위 간부가 이설주에게 경례한 게 이례적이라는 뜻이었다.
◆사라진 빨치산의 후예들=기록영화 공개 나흘 뒤인 지난달 24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통일준비위원회 특강에서 “북한 엘리트층을 무서워하는 김정은이 빨치산 세력을 숙청 중”이라며 “(빨치산은) 권력투쟁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숙청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본지 확인 결과 빨치산의 상징이었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3형제(일훈, 일정, 일수)가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자리를 내놨다. <본지 1월 25일자 1면>
정보당국의 파악에 따르면 오진우 아들 3형제 외에도 빨치산 출신 전문섭 전 국가검열위원장의 사위로 김정일 시대에 승승장구하며 당 국제부장까지 맡았던 김영일이 현재 외무성 연구원으로 사실상 좌천당했다.
역시 빨치산인 정일룡 전 부수상의 사위로 노동당의 핵심 직책 중 하나인 총무 담당 비서를 역임한 태종수나 박성철 전 부주석의 사위인 문재철 대외문화연락위원장 대리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정보당국은 오백룡의 아들이자 오금철의 동생인 오철산 해군사령부 정치위원의 행적도 관심 깊게 보고 있다.
두 형제 중 오금철은 군 핵심부까지 진출한 반면 오철산은 최근 사라진 정황이 포착돼서다.
현재 노동당 부부장과 내각 부상(차관) 이상의 권력 핵심인사 중 최용해 국무위 부위원장과 오금철 부총참모장, 김문경 당 국제부 부부장 정도를 제외하곤 상당수의 빨치산 후손들이 자리를 내놓거나 한직으로 물러난 상태다. 최용해와 김문경은 각각 김일성의 빨치산 시절 오른팔과 왼팔 역할을 했던 최현과 김책의 아들 및 손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빨치산을 체제의 근간이라고 주장해 온 만큼 최소한의 상징성만 남겨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이설주 권력=김정은의 빨치산 축출과 관련해선 자신의 콤플렉스와 경고성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사회에서는 빨치산이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데 김정은의 경우 재포(재일교포)의 아들이어서 콤플렉스도 있고, 잠재적으로 자신을 위협할 세력으로 보기 때문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정은이 빨치산 고위 간부들이나 자신의 친인척도 본인에게 (충성)하지 않거나 과오를 범할 경우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본보기 정치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북한 고위 간부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설주에게까지 경례하고, 동영상을 편집하는 선전선동부도 이설주를 의식하고 편집·방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 교수는 “북한은 지도자의 얼굴 표정이나 악수하는 대상 등을 선정해 방송에 내보내는 선전의 나라”라며 “이설주가 경례받는 모습을 내보낸 건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과 이설주를 의식한 일종의 교과서를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7월 김정은의 부인으로 소개된 이설주는 그동안 65차례의 공개활동을 펼쳤다. 이 중 군 관련한 활동은 3차례였고, 모두 공군과 관련된 것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설주의 아버지가 예비역 공군 장성으로 알고 있다”며 “그간 문화와 복지 관련한 활동을 주로 했지만 공군 행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 2017년 02월 15일 “공포감 상상 초월…고사총 처형 본 北간부들 악몽”
▲▲ 北고위층 또 사형…다시 고개드는 김정은 ‘공포정치’(CG)[연합뉴스TV 제공]
고위직 출신 탈북민들이 전한 北 고사총 처형의 참상
“‘따다닥’ 소리에 사람 형체 사라져…공포감 상상 초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암살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반당·반혁명분자’로 지목된 북한의 고위층 간부들이 고사총으로 처형되는 끔찍한 장면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연합뉴스가 15일 탈북자 단체인 북한전략센터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고위직 출신 탈북자들은 이 단체와의 인터뷰에서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김정은이 고안한 고사총 처형을 지켜본 간부들은 심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단체인 북한전략센터와 NK워치, 북한민주화위원회는 김정은의 인권말살행위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비롯해 엘리트 출신 탈북민 6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 대부분은 인터뷰를 통해 북한 역사에서 김정은 시대의 고사총 처형과 같은 잔혹한 처벌은 전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고사총은 구소련이 개발한 구경 14.5mm ZPU 중기관총으로, 주로 포신 4개를 결합해 지상이나 해상에서 공중 목표물을 격추하기 위해 만든 대공화기이다.
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인 김 모 씨는 “김정일 사망 후 애도 기간에 술을 마셨다는 죄목으로 인민군 부총참모장(성명 미상)을 처형할 때 처음으로 고사총이 등장했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장성택의 측근인 장수길 노동당 부부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고사총 처형 참상도 상세히 설명했다.
장수길 부부장의 경우에는 고사총으로 쏴 죽이고, 탱크로 뭉개버려 시체가 없다면서 공개 처형 장면을 한번 보고 나오면 누구라도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김정은에게 대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총살도 평양 인근의 강건군관(장교)학교에서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면서 처형 수단은 역시 고사총과 탱크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직위가 높은 고위급 간부들은 처형장에 참석시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처형 장면에 대해 전해듣는 것만으로 보는 것 이상의 공포를 유도하려는 김정은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인민무력성 출신인 탈북민 이 모 씨는 리룡하 노동당 제1부부장과 장수길 노동당 부부장의 처형 현장에 참석했던 지인의 말을 인용,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리룡하와 장수길은 처형 전 심한 구타를 당해 처참한 모습으로 단상에 끌려 나왔고, 그들 앞에는 고사총 8문에 1천여 발의 총탄이 장전돼 있었다.
이후 사격명령이 떨어지자 ‘따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4초 동안 총탄이 발사됐고, 사람의 형체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이 씨는 말했다.
아울러 국가보위성 출신 박 모 씨는 김정은에 의해 100여 명의 고위층 간부들이 고사총으로 처형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찾아 이 같은 처형의 참상을 담은 자료를 제출하고 김정은의 처벌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 2017년 02월 15일 광기의 ‘알파도그’
정충신 정치부 부장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전직 국방장관에게 북한 핵문제 해법을 물었다. 북한이 핵 소형화를 달성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고체연료 엔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까지 종류별로 전력화해 진화를 거듭하는데, 연간 30조∼40조 원의 국방비를 쓰는 우리 군은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질책성 질문이었다.
“북한 김정은이 핵무기를 끌어안은 채 망하도록 하는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역대 정부의 북핵 정책이 실패한 것은 ‘전제’가 잘못됐기 때문이란 진단이었다. “대화와 타협으로 북한이 핵을 결국 포기할 것이란 전제하에서 펼친 대북정책이 문제였다. 잘못된 방향과 방책이 결국 사태를 이 지경으로 꼬이게 했다.”
원인 진단을 제대로 해야 되풀이되는 북핵 실패를 막을 수 있다. 국방개혁 기본계획 2006∼2020이 처음 나온 2005년 9월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개혁은 ‘북한은 경제난으로 전면전을 감행할 능력이 없다’는 대전제하에 작성됐다. 국방개혁법엔 국방의 기본인 전면전 대비책이 누락됐다. 당시 국방개혁법의 전력증강 방향은, 북한의 재래전쟁 위협이 감소하고, 대군(大軍)체제를 탈피해 북한의 직접적 위협보다는 주변국 등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제로 작성됐다. 북한이 핵 개발에 광분하는 데도 “북핵은 자위용”이라고 한 노 대통령의 안일한 북핵 인식도 사태를 꼬이게 했다.전력증강 방향도 역주행했다. 우리는 전투부대 위주의 단순 감소로 ‘싸우는 부대’인 전투사단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져 47개에서 31개로 축소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에 비해 북한군은 2012년 이전에 지상군 사단을 63개에서 90개로 증편했다. 전투사단 수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북한은 2015 통일대전, 즉 핵전쟁 수행에 적합한 군 구조로 전면 개편하기까지 했다.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3주 만에 신형 IRBM인 북극성-2 발사에 이어 이복형 김정남까지 독살하며 동북아 게임체인저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6차 7차 핵실험을 강행, 핵무기 실전 배치 수를 늘려 한반도에서 광기의 알파도그(alpha dog)로 행세하며 헤게모니 장악에 열을 올릴 것이다. 집권 6년 차인 김정은은 앞으로 10년 내에 주변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모조리 사라지는 반면, 종신 군주인 자신의 앞날은 영원할 것이란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한 김정은은 이번에 이복형까지 친족과 측근을 무자비하게 암살, 숙청하는 공포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핵무기 같은 ,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갈 수 있는 물건은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 인터뷰에서 핵무장을 반대한 김정남은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핵전쟁 발언을 수시로 하는 ‘광기의 신정(神政) 정권 알파도그’ 김정은이 저지를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북핵 문제 해법은, 집권이 위태로워지지 않는 한 절대로 핵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김정은이 핵무기로 인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하는 게 최선이다. 이와 함께 미국·중국 등이 협의해 레짐 체인지를 압박하는 길 외에 현재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문화일보
□ 2017년 04월 12일 별 뗐다 붙였다…김정은 현란한 ‘계급장 길들이기’
▲ (서울=연합뉴스) 렴철성 북한군 총정치국 선전 담당 부국장이 최근 중장(별 2개)에서 상장(별 3개)으로 진급한 사실이 북한 매체를 통해 12일 확인됐다.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지난 10일 북한군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장병들의 ‘김정은 충성맹세’ 예식 장면을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종전 중장 계급이던 렴철성은 상장 계급장을 달고 참석했다. 2017.4.12
‘계급장 롤러코스터’ 탄 北렴철성·박정천, 중장→상장 진급 확인
리영길 작전총국장·군수분야 핵심 리병철 최고인민회의 주석단서 빠져
렴철성 북한군 총정치국 선전 담당 부국장이 최근 중장(별 2개)에서 상장(별 3개)으로 진급한 사실이 북한 매체를 통해 12일 확인됐다.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지난 10일 북한군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장병들의 ‘김정은 충성맹세’ 예식 장면을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렴철성은 상장 계급장을 달고 참석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2월 16일)을 맞아 당·정·군 간부들이 지난 2월 13일 ‘백두산 밀영’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중장 계급장을 단 모습이 포착된 바 있어 그 사이 진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의 선전분야 핵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렴철성은 이전에도 중장에서 소장(2014년 2월)으로 강등됐다가 다시 중장(2014년 7월)으로 올라가는 등 계급 변동을 겪은 바 있다.
지난해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자축하며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중국인 3명을 숨지게 한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 단둥 대표부의 렴철준 영사가 그의 동생이라고 중국 봉황망(鳳凰網)은 보도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계급이 수차례 오르락내리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던 박정천 북한군 포병국장도 중장에서 상장으로 다시 진급한 것이 확인됐다.
박정천은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 회의 회의장에 상장 계급장을 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조선중앙TV 화면에 포착됐다.
그는 상장, 중장, 소장 등으로 진급과 강등을 반복하다 한때 영관급인 대좌(우리의 대령)까지 떨어진 적도 있으나, 다시 상장까지 올라간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군부 주요 인사들의 계급장을 뗐다 붙이기를 반복하며 군부에 대한 통제능력을 과시하며 ‘길들이기’를 해오고 있다. 한편, 이번 최고인민회의 주석단에 리영길 북한군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총국장과 군수분야 핵심인사인 리병철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빠져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12일 보도된 주석단 참석자 명단에 따르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가운에 주석단에 나오지 않은 사람은 리병철과 리영길 뿐이다.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나, 북한이 조만간 개최할 대규모 열병식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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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닮기위해 성형 수술 6번 한 돼지
/젊은 똥돼지는 우산 쓰고 늙은 괴뢰들은 비 맞으며 받아쓰고
/기괴한 장면 - 노인은 무릎꿇고 젊은놈은 양반개고
/김일성 100주년 태양절 행사의 음악회 12.4.16
/평양의 불꽃놀이 12.4.15. 김일성 100회생일
▲팔짱 낀 남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방남 후 평양에 귀환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고위급 대표단으로부터 활동 내용을 보고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2018.2.1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