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2021-08/ 08.02 청와대에 쏟아진 ‘부동산 분노’, 대통령은 듣고 있나 - 08-31 전자발찌 끊고 연쇄 살해… ‘인간흉기’ 관리 이리 허술하다니
세상사 2021-08
08.02 청와대에 쏟아진 ‘부동산 분노’, 대통령은 듣고 있나
경제부총리 등이 지난주 집값 급락 가능성을 언급하며 “추격 매수 자제”를 주문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분노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40대 가장은 ‘부동산은 자신 있다’ ‘지금 사면 후회한다’는 정부 말을 믿고 주택 구입을 미뤄왔다면서 “3억원짜리 전세가 (신규 계약을 해야 하는) 내년에 5억5000만원이 되는데 아무리 궁리해도 2억5000만원이 나올 구멍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내몰린 국민이 어디 저 혼자겠나. 정책실패 책임자를 찾아내어 징계와 처벌을 내렸으면 한다”고 했다.
다른 청원인은 “정부는 집값이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국민은 비웃는다”며 “정부 말 들은 무주택자만 벼락거지 됐다. 그런데도 사과도 해법도 없이 빈손으로 나와서 국민 탓을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 당신을 대XX가 깨져도 지지했는데 정말 후회된다. 당신과 당신의 당의 무능함과 내로남불에 치가 떨린다. 영원히 부동산 실패 대통령으로 기억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서민을 챙기라”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역대 최악의 ‘미친 집값’과 전세 대란은 명백한 정책 실패의 결과다. 청원인들 하소연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권 대선 주자들이 정책 전환 대신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반발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엔 1320㎡ 이상 택지 소유를 금지하자는 이낙연 전 대표 발의 법안에 대해 1만2000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국가가 아파트를 사놓고 필요시 풀겠다는 이재명 경기지사 공약엔 “집이 정부미(米)냐”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시장에 역행하는 규제론 집값 안정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다 알게 된 것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신규 전·월세 계약도 임대료를 5% 이상 못 올리게 하겠다는 당 지도부 방침에 대해 “전세 가격 폭등과 전세 암시장 형성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어떤 친문 인터넷 커뮤니티는 회원들이 하도 부동산 불만 글을 쏟아내자 아예 게시판을 폐쇄했다. 정권 지지 성향의 맘카페에도 “벼락거지 된 집 여기 또 있다” “문 정부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등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이게 고통받는 민생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일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듣고 있나.
조선일보 사설
08-02 부동산정책의 막장, 홍남기의 공포 마케팅
반성도 대책도 없는 황당 대국민담화
‘부동산 비극’의 뿌리는 정부 무능
투기·기대심리 탓은 책임 떠넘기기
내로남불식 ‘상투론’ 누가 공감하겠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 장관, 금융위원장, 경찰청장과 함께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는 반성도, 대책도, 비전도 없었다. 한마디로 뜬금없었다. 주택시장을 “공유지의 비극”에 비유한 것도 실소를 자아냈다. 형법에 주거침입죄까지 둬서 보호하는, 중요한 사유재산인 주택을 놓고 공유지 운운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굳이 공감 포인트를 찾자면 현 주택시장 상황이 ‘비극’이라는 점 정도다. 이마저도 비극을 낳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대목에 이르면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힘으로 주택수급, 기대심리, 투기수요, 정부정책을 꼽았다. 그러면서 주택수급과 정부정책은 문제가 없고 기대심리와 투기수요가 문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과연 그런가.
정부의 무능은 숱한 통계는 차치하고, 고위 정책당국자들의 입에서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는 말에서도 확인이 된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전부가 아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3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부동산정책 관련 질책에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훔쳐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도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전세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추가 대책이 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특출한 대책이 있으면 정부가 다 했겠죠”라고 말했다. 무능에는 약도 없다고 하니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투기 탓은 과장이 심하다. 투기는 당연히 엄단해야 할 대상이지만,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정부가 ‘실거래가 띄우기’를 근절하겠다며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거래 79만 건을 뒤져 찾아낸 사례는 겨우 12건에 불과했다. 마치 미꾸라지 몇 마리가 전체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것처럼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
기대심리에 관한 한 정부는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 현재의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부추긴 주요인 중 하나가 ‘호언장담→정책 실패’의 반복으로 인한 학습효과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26일 국회에서 “30대의 ‘영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발언이 나올 무렵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전국 아파트 값(KB국민은행 기준)은 18.4%나 올랐다. 이러니 ‘정부 말만 듣고 있다가는 벼락거지 아니면 바보 된다’는 불신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빈약한 밑천만 드러내 보일 게 뻔한 대국민 담화를 홍 부총리가 무슨 자신감으로 자처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홍 부총리의 최근 행보와 담화의 앞뒤 맥락을 보면 집값 거품론 또는 상투론 띄우기에 뜻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담화에서 자신이 최근 여러 차례 주택 가격 조정 가능성을 경고한 사실로 운을 뗀 뒤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 아파트 등 주택 가격이 9∼18%의 큰 폭 조정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공포에는 공포로, ‘패닉 바잉’을 ‘폭락 공포’로 잠재우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홍 부총리의 집값 상투론이 설득력과 파급력을 가지려면, 가까이에 있는 고위 공직자나 여당 의원들이 솔선해서 갖고 있는 집을 처분해야 한다. 정말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믿는다면 무거운 종부세·재산세를 물어가면서 집을 끌어안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 설명대로라면 집을 처분한다고 해서 전세난·월세난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임대차 갱신율도 크게 높아지고 임차료 인상률도 안정돼서 “다수가 혜택을 누리는 중”이다. 그런데도 선뜻 집을 팔겠다고 나서는 이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것은 왜 그런가.
문재인 정부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에 융단폭격식 규제를 가하고, 1주택자에 대해서도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등 25번이나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5월 6억635만 원에서, 지난달 10억2500만 원으로 69% 폭등했다. 하물며 말뿐인 내로남불식 상투론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부총리가 나서서 ‘공포 마케팅’을 하는 구차스러운 모습은, 부동산정책이 더 이상 갈 데 없는 막장까지 왔다는 인상만 줄 뿐이다. 망가진 수급 기능을 복구시키는 데만도 정부가 할 일이 태산이다. 다주택자 탓, 투기 탓도 더는 식상하다. 지지지지(知止止止).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
천광암 논설실장 iam@donga.com
08월 02일 洪부총리 ‘협박담화’ 유감
박정민 경제부 차장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와 발언을 보면서 법으로 보장한 직업 공무원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공무원은 법으로 신분이 보장돼 있고, 공채 제도(과거 행정고시)를 통해 선발된 엘리트들이다. 선출직이 민의를 대변한다면 행정 공무원들은 업무 전문성으로 국민에게 봉사한다. 그런 점에서 경제 관료인 홍 부총리의 역할도 명확하다.
하지만 최근 홍 부총리가 보여준 행보는 그의 전문성 자체를 의심케 한다. 2주 전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후 전세계약 갱신율이 77%에 달한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분별없이 “추격매수”하는 국민이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훈계한 뒤 집을 사지 말 것을 당부함과 동시에 집을 살 경우 금리 인상으로 인해 쪽박을 찰 수 있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았다.
사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은 정부·여당의 반성과 정책 변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실정(失政)을 고치는 것은 고사하고 한술 더 뜨는 분위기다. 홍 부총리의 임대차 3법 자화자찬과 ‘협박 담화’에 국민은 분노했다. 무분별한 임대료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제 시행으로 임대시장은 크게 흔들렸고, 임차인들은 폭등하는 전셋값에 전세 난민 혹은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는 ‘영끌족’으로 전락했다. 정부가 실수요자를 추격매수로 내몰았음에도 경제정책 수장은 이들이 무지한 탓이라고 한다.
선출직들이 망쳐놓은 시장을 전문성 있는 공무원이 되돌려놓아야 함에도 끝까지 그들의 편에 서서 정책 실패를 외면한 것이다. 임대차법 시행 1년 즈음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6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한국부동산원·26일 기준)으로 올랐다. 홍 부총리는 이런 숫자는 거론하지 않고 현실에도 없는 공급계획 숫자만 나열했다. 만약 홍 부총리가 임대차법의 효과를 제대로 말하고 싶었다면, 저소득 서민의 전세계약 갱신율이 얼마나 올랐는지부터 구체적으로 언급했어야 했다. 서울 강남 4구에서 비싼 전셋집을 사는 사람들의 갱신율이 오른 현상을 정책 효과라고 보도자료에 올려놓은 것은 무지한 행위다. 치솟는 집값·전셋값을 막을 대책마저 소진됐다. 방법은 기존 정책을 폐기하는 것뿐인데 홍 부총리는 이제 모든 게 국민 탓이라고 말한다.
홍 부총리 본인이 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세 난민이 될 뻔했음에도 제도가 좋다고 한다. 홍 부총리가 이 같은 상황을 모를 정도로 무지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시장을 무시하고 규제만 앞세우는 여권의 압박에 대해 오히려 관료의 양심으로 맞서야 했다.
이미 여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이념 편향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들의 공약은 더 인기영합적이고 반시장적이다. 홍 부총리는 여당·청와대의 이념 정책 첨병 역할을 그만두고 경제 관료로서의 전문성과 소신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최장수 부총리를 만들어 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의리로 정책을 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해법을 내놓는 엘리트 관료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야 할 때다.
문화일보
08월 06일 “경기 중에는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엉?”
▲ [서울=뉴시스] 일본에서 김연경 사진을 공유하며 어울리는 대사를 다는 ‘밈’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2021.08.26.
“나도 혼나고 싶어”…일본, 김연경 놀이에 푹 빠졌다
일본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6일 일본 트위터 등 SNS에서 김연경 사진이 ‘밈’(meme·온라인에서 놀이처럼 유행하는 짤, 영상, 트렌드 등)으로 떠올랐다. 경기 중계화면에 잡힌 김연경 모습을 캡처해 공유하고, 이와 어울리는 대사를 만드는 놀이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치른 여자배구 16강 한일전에서 포착 된 김연경의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김연경은 1세트에서 득점을 한 뒤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소영 등에 손을 올린 뒤 몸을 맞추고 눈을 마주쳤는데, 얼핏 추궁하거나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 네티즌들은 “다음엔 너한테 달렸어. 알겠어?” “나라를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나?” “화내지 않을게 솔직하게 말해봐” “경기 중에는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내 수업이 졸려? 세수하고 올래?” 등 재치있는 멘트를 달았다. “왜 견적 내는데 세시간이나 걸려?” “오늘까지 서류 만들어놓으라고 했지?” 등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하는 업무 지시를 하는 상황을 묘사하기도 했다.
한일전 직후 트위터에서 김연경 일본어 해시태그(#キムヨンギョン)는 7000건을 돌파하며 실시간 트렌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일본 네티즌들은 김연경이 배우 박서준을 닮았다며 열광했다. “김연경 얼굴에서 박서준 얼굴이 보인다” “두 사람은 남매 같다” “욘사마(김연경) 플레이에 감동을 받았다. 일본이 이기길 바랐지만 김연경의 승리 또한 응원했다” “나도 욘사마에게 혼나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연경은 2009년부터 2년간 일본 여자배구단 JT마블러스에서 뛰었다. 당시 JT마블러스는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2010~2011시즌에서 김연경이 25연승을 이끌어 ‘욘사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케시타 요시에 등 동료들은 “우리에게 ‘욘사마’는 배용준이 아니라 김연경”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연경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식빵언니 김연경’ 구독자 수는 100만명을 육박했다. 6일 오전 9시 기준 99만2000명을 기록했다. 유튜브 채널 분석 사이트 블링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개막 당일인 지난달 25일에 63만명 수준이었지만, 이달 4일 터키전을 기점으로 폭증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6일 오후 9시 브라질과 2020 도쿄올림픽 4강전을 치른다.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의 올림픽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다. 2012 런던올림픽 4강에 올랐지만, 4위로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김연경은 “누가 우리를 4강에 갈 거라고 생각했을까 싶다. 원팀이 돼 4강에 올라 기쁘다”며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1점, 1점 중요한 승부가 될 것이다. 1점을 위한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시스>
08월 07일 신규확진 1823명, 열흘만에 다시 1800명대…전방위 확산세
지역 1천762명-해외 61명…누적 20만9천228명, 사망자 3명↑ 총 2천116명
경기 514명-서울 503명-부산 146명-경남 131명-인천 90명-대구 68명 등
3번째 큰 규모, 32일째 네자릿수…어제 4만4천277건 검사, 양성률 4.12%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7일 신규 확진자 수는 1천800명대로 치솟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천823명 늘어 누적 20만9천228명이라고 밝혔다.
전날(1천704명)보다 119명 늘면서 국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다 기록을 세웠던 지난달 28일(1천895명) 이후 열흘 만에 다시 1천800명대로 올라섰다.
1천823명 자체는 지난달 28일(1천895명)과 같은 달 22일(1천841명)에 이어 3번째 큰 규모다.
일주일 전인 지난주 금요일(토요일 7월 31일 발표)의 1천539명보다는 284명이나 많다.
수도권에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상 최고 수준인 4단계가 4주째, 비수도권에서는 3단계가 2주째 각각 적용 중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채 감염 불씨가 곳곳에서 이어지는 형국이다.
특히 전파력이 더 강한 인도 유래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추가로 내놓을 방역 카드까지 마땅치 않자 정부는 현행 거리두기 단계 및 사적모임 제한 조처를 2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 지역발생 1천762명 중 수도권 1천89명-비수도권 673명…비수도권 40% 육박
지난달 초 수도권으로 중심으로 시작된 4차 대유행은 비수도권 곳곳으로 이어지며 전국화하는 양상이다.
하루 확진자는 지난달 7일(1천212명)부터 벌써 32일 연속 네 자릿수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만 보면 일별로 1천442명→1천218명→1천200명→1천725명→1천775명(당초 1천776명에서 정정)→1천704명→1천823명을 기록하며 1천200명∼1천800명대를 오르내렸다.
1주간 하루 평균 1천555명꼴로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일평균 지역발생은 1천495명에 달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의 감염경로는 지역발생이 1천762명, 해외유입이 61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498명, 경기 501명, 인천 90명 등 수도권이 총 1천89명(61.8%)이다.
수도권 확진자는 지난 4일(1천36명) 이후 나흘째 1천명대를 나타냈다.
비수도권은 부산 144명, 경남 130명, 대구 66명, 대전 57명, 충남 52명, 경북 48명, 충북 42명, 강원 33명, 울산 21명, 전북 18명, 세종 17명, 광주·전남 각 16명, 제주 13명 등 총 673명(38.2%)이다.
비수도권 확진자 역시 지난 4일부터 나흘 연속 600명대를 이어갔다. 전체 지역발생 확진자 가운데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연일 40% 안팎을 오가는 상황이다.
◇ 위중증 환자 일주일 넘게 300명대…국내 평균 치명률 1.01%
해외유입 확진자는 61명으로, 전날(64명)보다 3명 적다.
이 가운데 25명은 공항이나 항만 검역 과정에서 확인됐다. 나머지 36명은 경기(13명), 서울(5명), 전남(4명), 부산·대구·광주·충남·전북(각 2명), 세종·충북·경북·경남(각 1명) 지역 거주지나 임시생활시설에서 자가격리하던 중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역발생과 해외유입(검역 제외)을 합치면 서울 503명, 경기 514명, 인천 90명 등 총 1천107명이다. 전국적으로는 17개 시도 전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3명 늘어 누적 2천116명이 됐다. 국내 평균 치명률은 1.01%다.
위중증 환자는 총 377명으로, 전날(376명)보다 1명 늘었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달 31일(317명) 이후 8일 연속 300명을 웃돌고 있다.
전날 하루 선별진료소에서 의심 환자를 검사한 건수는 4만4천277건으로, 직전일 4만3천216건보다 1천61건 많다.
검사건수 대비 확진자를 계산한 양성률은 4.12%(4만4천277명 중 1천823명)로, 직전일 3.94%(4만3천216명 중 1천704명)보다 상승했다. 이날 0시 기준 누적 양성률은 1.74%(1천199만5천928명 중 20만9천228명)다.
한편 방대본은 전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확진자가 20만7천406명이라고 밝혔으나 지난 5일 중복 신고된 경기 지역 확진자 1명을 제외하고 최종 20만7천405명으로 정정했다.
< 연합뉴스>
08.09 8월 온다던 모더나, 절반도 못온다... 일부 2차 접종 간격 6주로 늘어
8월 국내에 850만회분 공급될 예정이었던 모더나 백신이 애초 계획의 절반보다 적게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방역당국은 일부 접종자들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 간격을 기존 3, 4주에서 6주로 조정하기로 했다.
9일 방역당국은 “모더나사가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로 8월 계획된 공급 물량인 850만회분보다 절반 이하인 백신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더나사는 “백신 공급 문제가 전 세계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며 공급 차질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당국은 “모더나사에 즉각 항의했으며, 백신의 조속한 공급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더나사의 공급 계획 변경으로 8~9월에 예정되어있던 백신 접종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 오는 16일 이후 모더나·화이자 등 mRNA 계열 백신 2차 접종이 예정된 국민들의 경우, 접종 간격이 한시적으로 6주까지 늘어난다. 이번 주 중으로 접종일 변경 대상자들에게 개별 안내될 예정이다.
50대 연령층 접종과 지자체 자율접종 등은 당초 일정대로 진행된다. 18-49세 연령층 예약도 오늘 오후 8시부터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고3 학생 및 고교 교직원과, 기타 대입수험생의 접종도 기존 접종간격을 유지한다. 입영장병도 입대일자 등을 고려해 기존 간격을 유지한다. 다만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 교직원 등 교육·보육 종사자는 5주 간격으로 조정된다.
현재 mRNA 계열 백신의 접종 간격은 화이자 백신 3주, 모더나 백신 4주이다. 다만 지난달 22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백신 공급 상황, 의료기관 접종여건 등에 따라 필요한 경우는 최대 6주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일보 사설
08.10 백신 접종률 OECD 최하위인데 文 “세계가 모두 겪는 일”
미국 모더나가 실험실 문제를 이유로 8월 공급하기로 한 백신 물량 850만회분 중에서 절반 이하만 공급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당장 접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50대 접종 등 이달 중순 이후 2차 접종부터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2주 늦추기로 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원래 접종 간격이 각각 3주, 4주였다. 모더나 백신은 작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화상 통화로 4000만회분(2000만명분) 확보했으며 도입 시작 시기도 올 3분기에서 2분기로 당겨졌다고 청와대가 자랑했었다.
온다는 백신이 제때 안 와서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1·2차 접종 간격을 늘리는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불안한 국민이 한꺼번에 접종을 예약하려다 먹통 혼란이 빚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판국에 문 대통령은 9일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 부족과 공급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문제”라며 대부분의 국가가 같이 겪는 문제인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백신 접종 완료율은 1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1차 접종률도 40.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34위)이다. 다른 나라들은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신속하게 접종했는데 우리만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접종을 시작한 일본과 콜롬비아 접종 완료율은 각각 32.9%, 25.8%로 진작 우리를 추월했고,
지난 5월 OECD에 가입한 코스타리카도 완료율이 16.7%로 우리보다 높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부의 무능 때문이다. 외신들도 “한국 정부가 확산 초기 방역에 성공했다고 자축하면서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결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호주 총리는 백신 접종률이 저조하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모두 내 책임”이라고 했는데 우리 대통령은 모더나 공급 약속 때는 공치사에 앞장서더니 약속이 헝클어지자 남의 일인 양 딴청을 피우고 있다.
이스라엘에 이어 영국·독일·프랑스 등은 다음 달부터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3차 접종(부스터 샷)을 할 방침이다. 우리는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3차 접종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내년에 맞을 백신은 확보하고 있는지 등 모든 것이 안갯속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지금 백신 확보보다 더 중요한 국가적 현안이 뭐가 있다고 이렇게 백신 문제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조선일보 사설
08월 10일 또 백신 차질 빚고 “집단면역 앞당길 것” 국민 우롱하나
코로나19 사태 극복의 관건인 백신 접종에 문재인 정부가 또 차질을 빚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최근 모더나사(社)에서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 여파로, 계획된 8월 물량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를 공급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모더나 측의 지난 6일 통보를 3일 후에야 공개한 저의부터 의심하게 하면서, 문 정부의 방역 무능·무책임을 거듭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한시적으로 화이자·모더나 백신 1·2차 접종 간격을 기존 4주에서 6주까지 늘린다”며 2511만 명의 접종 지연을 예고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모더나 백신 식언(食言)만 해도 4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의 화상 통화로 “2021년 2분기부터 4000만 회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자화자찬했으나, 2분기 도입은 지난 6월 11만2000회분에 불과했다. 7월 중순 물량은 하순으로, 다시 8월로 미뤄지기를 반복해왔다. 이젠 효과와 안전성 논란까지 제기된 접종 간격 늘리기로 국민 불안과 고통을 더 키웠다.
그러고도 문 대통령은 이날 “추석(9월 21일) 전 36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집단면역 목표 시기도 앞당길 것”이라고 했다. “백신을 소수의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수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며 ‘남 탓’도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공언으로, 국민 우롱이 아닌지부터 묻게 한다. 지난 8일 0시 기준 한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의 꼴찌라는 사실을 떠올리기조차 민망하다. 문 대통령부터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문화일보 사설
08.11 4단계 한달인데…韓 신규확진 2223명 역대 최다 쏟아졌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00명 선’을 넘었다. 지난해 1월 20일 첫 환자가 나온 뒤 처음이다. 역대 최대치다. 종전 기록은 1896명(지난달 28일 0시 기준)였다. 2주 만에 깼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223명으로 집계됐다. 지역사회 내 감염 사례가 2145명, 해외유입이 78명이었다. 지역 감염은 4차 대유행 중심지인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에서만 1000명 넘게 쏟아졌다. 서울(650명)·경기(648명)·인천(107명) 등 1405명에 달했다. 이날 지역감염의 65.5%를 차지하는 수치다. 문제는 수도권에 지난달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 중이라는 점이다. 한달째 초고강도 조처가 이어지고 있으나 확산세가 반전되기는 커녕 더 커지는 양상이다. 한동안 주춤했으나 전파력이 센 델타(인도)형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비수도권도 심각하다. 부산(125명), 대구(66명), 광주(17명), 대전(42명), 울산(48명), 세종(8명), 강원(19명), 충북(54명), 충남(84명), 전북(28명), 전남(16명), 경북(66명), 경남(139명), 제주(28명) 등 전국에서 모두 환자가 나왔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사업장, 실내체육시설, 교회, 요양병원 등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김민욱 기자
08-11 또 밀린 백신 접종, 언제까지 “문제없다”만 되뇔 건가
화이자·모더나 백신 2차 접종일이 16일 이후인 대상자의 접종 간격이 9월까지 한시적으로 4주에서 6주로 늘어났다. 미국 모더나의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 여파로 8월 도입 예정물량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만 들여오게 돼 접종 간격을 연장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접종 간격이 늘어나면서 2차 접종이 미뤄진 대상자는 2453만 명에 달한다. 모더나 공급 일정이 틀어지면서 화이자 접종 일정까지 차질이 빚어졌다. 화이자 접종 간격은 지난달 50대 접종을 앞두고 백신이 부족해 3주에서 4주로 늘어났다가 이번에 다시 6주로 늘어났다. 백신 안전성에는 큰 차이가 없어도 백신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더나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이 회사 최고경영자와 통화해 올해 2분기부터 4000만 회분을 도입하기로 했던 백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작 6.1%인 245만5000회분이 들어왔을 뿐이다. 모더나 측이 우리 정부에 약속했던 물량을 7월 이후 연달아 계속 미뤘는데도 김부겸 국무총리는 “8월 중 850만 회분이 제때 도입되도록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했다가 도입 물량이 반 토막 났다. 한국 정부가 모더나에 휘둘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선 현장의 혼란은 심각하다. 병원이 휴진하는 추석 연휴에 2차 접종일이 배정돼 당황하는 접종자와 병원이 생겼다. 연휴를 보내고 백신을 맞으면 사실상 접종 간격이 7주로 벌어져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초등 3∼6학년과 중학교 교직원의 접종 간격은 당초 3주에서 5주로 연장되면서 상당수의 접종 완료시점이 개학 이후로 미뤄졌다. 접종 날짜가 겹치면 수업 파행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그제 모더나 이름 언급과 추가 공급대책 없이 “접종 속도를 높이라”고만 했다. 델타 변이가 주도하는 4차 대유행이 기승을 부리는데도 모더나의 안정된 수급을 앞으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문제없다고만 하지 말고 객관적인 백신 수급 상황을 과장 없이 설명해야 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방역이 곧 무너지는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
08.12 방역도 백신도 ‘신뢰 잃은 리더십’이 문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래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어제 2000명 선을 처음 돌파했다. 변이 바이러스를 막지 못해 초래된 방역 참사다. 설상가상으로 백신 도입마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1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223명 확진에 “세계적 현상”이라는 대통령
못 지킬 약속 말고, 정보 제대로 공개해야
오명돈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국민의 70%를 접종해도 5차 유행은 온다. 델타 변이 때문에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방역과 백신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신뢰를 상실한 리더십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확진자가 2223명을 기록하자 “우려가 크다”면서도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는 언급도 했다. 마치 다른 나라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지한 사과도 없었다.
앞서 지난달 12일 문 대통령은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올리면서 “짧고 굵게 끝내고 조기에 상황을 반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방역의 고삐를 잡지 못했고, 백신 부족과 도입 차질로 접종 백신과 일정이 수차례 바뀌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줘야 할 텐데, 현장은 딴판이다. 모더나 백신 도입이 4회나 펑크나는 바람에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늦췄으면 백신 효력에 문제가 없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정확히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그냥 넘어갔다. 백신 수급 차질로 접종 일정이 추석 연휴로 늦춰졌으면 연휴 접종 대책이 있는지 알려줘야 할 텐데 국민이 아우성칠 때까지 무대책이었다.
인구당 백신 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인 38위인데도 대통령은 “추석 전에 3600만 명을 (1차) 접종해 집단면역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하니 어리둥절해진다. 2차까지 완료한 접종률을 쏙 빼놓고, 큰 의미 없는 1차 접종률만 내세워 차질이 없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해야 한다. 당장 백신이 부족한데 대통령의 ‘2025년 백신 생산 5대 강국 도약’ 등 틈만 나면 장밋빛 약속을 남발하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니 불신만 키운다. 방역도 과학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한다. 예컨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 같은 방역 지침은 실효성도 없으면서 자영업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긴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확진자가 2000명을 넘었지만 전문가들이 “지금은 정점이 아니라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니 걱정스럽다. 이제라도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방역과 백신 대책을 근본적으로 대수술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8.12 백신 '공유지의 비극'
홍남기: 외교적 통로로 추가적 백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정진석: 국민은 정부 얘기를 안 믿습니다.
좋을 땐 서로 자기 공이라 하지만
나쁠 땐 모두 잘못 떠넘기기 급급
모호한 권한과 책임이 실패 초래
홍남기: 믿으셔야 합니다.
정진석: 강요하지 마세요. ‘희망 고문’을 하지 마십시오.
홍남기: ‘희망 고문’이 아닙니다.
지난 4월 1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한 문답이다. 국무총리 대행이던 홍 부총리가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대사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를 연상케 하는 답을 했다. 워낙 확신에 찬 모습이어서 정부가 뭔가 해결책을 찾은 줄 알았다. 하지만 ‘희망 고문’이었음이 드러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11일 전인 4월 8일에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 100일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취임 후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백신 물량 추가 확보”라고 대답했다. 이어 “우리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확보된 물량이 훨씬 많기 때문에 수급 일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권 장관은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의 팀장이다. 외견상 그가 백신 확보 총책임자다. 그 하반기의 두 달째인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제(10일) 홍 부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김부겸 총리는 휴가 중)하며 “모더나사에 조속한 공급 방안 마련 촉구, 국제적인 백신 협력 등 외교적 노력을 통해 추석 전까지 3600만 명 접종(1차 기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4개월 전에는 자신의 말을 믿어도 된다고 국회에서 호언장담한 사람이 갑자기 똑바로 하라고 아랫사람에게 질책형 주문을 했다. 일이 잘될 조짐이 나타날 때는 자기가 다 한 것처럼 나서다가 막상 일이 틀어지면 누가 이렇게 해놨느냐며 성내는 게 꼰대 직장 상사 판박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맹탕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난데없이 ‘공유지(共有地)의 비극’을 얘기했다. 부동산이라는 공공재에 이기적인 사람들이 몰려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한다는 뜻이었다. 비유가 이상한 데다 정부의 실패 책임을 국민 이기심 탓으로 돌리는 것이어서 비난이 쏟아졌다.
진짜 ‘공유지의 비극’은 백신 정책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유지는 모두가 주인인, 그래서 사실상 주인이 없는 땅이다. 풀이 풍성하면 다들 소와 양을 데려와 배를 채우게 한다. 뜯을 풀이 없을 때는 모두 외면한다. 유능한 관리 책임자가 없으면 삽시간에 황무지가 될 수밖에 없다.
백신 수급에 좋은 일이 있으면 총리·부총리·장관이 반색하며 국민 앞에 나섰다. 심지어 대통령도 백신 제조사 대표와의 화상통화를 뽐내며 한 숟가락 얹었다. 그러다 일이 어그러지면 서로 곁눈질하며 책임을 아래로 던진다. 상황이 좋을 때는 자기가 잘해서 그리된 것처럼 말하다가 형편이 나빠지면 멀뚱멀뚱 먼 산을 본다. 내팽개쳐진 공유지가 따로 없다.
우리가 백신 접종 더디다고 깔보던 일본이 2차 접종률 30% 선을 넘었다. 한국의 두 배 수준이다. 일본에는 백신 담당 장관이 있다. 그는 지난 5일 모더나가 공급에 펑크를 내자 곧바로 그만큼을 화이자에서 더 받는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백신 장관은 8선의 중의원 고노 다로(河野太郞)다. 외무상ㆍ국방상을 역임한 자민당의 핵심 정치인이다.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1순위로 꼽히는 실권자다. 지난해 봄 이스라엘 총리는 국회의장이던 율리 에델스타인을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하며 백신 결정권을 위임했다. 영국 정부의 백신 태스크포스(TF) 의장은 의약 분야 전문가인 케이트 빙엄이라는 민간인이었다. 지난해 말까지 백신 계약을 총괄했다. 미국의 정부 문서에는 백신 책임자가 보건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라고 쓰여 있다. 어떤 백신을 얼마만큼 확보할지는 보건부가 정하고, 조달은 전략물자 구매 경험이 많은 국방부가 맡는다.
모호한 권한과 책임. 우리는 여기에서부터 잘못됐다. 그리고 실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08월 12일 민노총 이번엔 영장심사 무시, 그래도 절절매는 공권력
도심 불법 집회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이 11일 영장실질심사에 불참했다. 국무총리가 직접 자제를 호소했지만 집회를 강행하고,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 자세로 일관한 데 이어 사법절차까지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양 위원장 구인영장을 집행하지 않은 경찰, 실질심사를 포기한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보면 민노총의 눈치를 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실질심사 30분 전 불출석 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한 양 위원장은 같은 시간 10월 총파업 기자회견을 했다. 영장 청구 사유가 ‘감염병이 확산되는 위험한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해 범죄가 중대하고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인데, 불법집회도 예견되는 총파업 회견을 한 것이다. 더구나 양 위원장은 수사 과정에서는 경찰의 3차례 소환 통보에 불응하다 집회 한 달이 지나 조사를 받는 등 증거인멸 및 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데도 경찰은 ‘양 위원장이 출석할 줄 알았고 출석하지 않아도 심사가 열릴 것으로 판단했다’며 발부받은 구인장조차 집행하지 않았다. 법원은 양 위원장이 심사 30분 전에야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고 사유 역시 ‘부득이한 것’으로 보기 힘든 기자회견임에도 실질심사를 포기했다.
사실 경찰과 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보수단체 개천절 집회를 ‘반사회적 범죄로 어떤 관용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 달리,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는 16일이 지나서야 ‘방역조치 위반 행위에 대해 엄정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 민노총을 거명조차 하지 않았다. 집회 참석자 중 3명의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관련, 당국은 참석자 전원에 대한 검사를 실시토록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민노총은 참석자 명단 없이 검사 인원수와 음성 인원수만 적힌 자료 한 장을 이메일로 보냈다. 이런데도 방역 당국은 추가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민노총은 코로나도 법도 정부도 안중에 없는 상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8.12 백신 없어 못 맞고, 확보 물량 따라 막 놓고, 한국만의 현상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11일 0시 기준 2223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2000명대를 넘어섰다. 고강도 거리 두기 조치에도 계속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정부는 이번 광복절 연휴에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더 이상 마땅한 대책이 없음을, 사실상 속수무책임을 시인한 셈이다.
코로나 방역에는 정부의 역할이 있고 국민이 할 일이 있다. 국민은 그동안 정부의 방역 지침에 잘 따랐다. 민생의 어려움과 국민의 피로도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방역 강도를 높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반면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 다른 나라는 백신을 쌓아놓고도 안 맞아서 골치인데 우리는 백신이 없어서 못 맞는 상황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말 화상 통화로 확보했다고 발표한 모더나 백신이 잇따라 공급 펑크를 내면서 접종 차질과 혼란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정부는 50대 이하 2511만명의 화이자·모더나 접종 간격을 일괄적으로 4주에서 6주로 2주 넓히면서도 이렇다 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두 백신의 원래 접종 간격은 각각 3주, 4주였다. 백신을 개발할 때 허가받은 접종 간격이나 가장 효율이 좋은 간격으로 접종하는 것이 아니라 백신 공급에 따라 접종 간격을 조절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침대의 길이에 맞게 사람 다리를 잘랐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따로 없다. 한 백신 전문가는 “정부가 예외적인 경우에 허용한 접종 간격 조정을 아예 일상적인 것으로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접종 간격을 자꾸 넓히다보니 우리나라처럼 1차 접종률(42.1%)과 접종 완료율(15.7%) 차이가 벌어진 나라가 드물다. 어떤 백신을 맞는지도 수시로 오락가락해 본인이 1·2차에 어떤 백신을 맞을지 아는 국민이 드물 정도다.
요즘 유행하는 델타 변이는 1차 접종으로는 예방 효과가 30%대에 불과하고 2차 접종까지 마쳐야 60~80%대로 오른다. 이번에 2차 접종 시기가 밀리면서 국민이 델타 변이에 노출될 위험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실패가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물론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했지만 백신이 없어서 못 맞는데다 접종 간격까지 수시로 변경하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8.12 코미디 같은 헬스장 샤워금지
헬스장·골프장 샤워금지
QR코드 등 사생활 침해 장기화
국민에게 방역책임 떠넘기고
정작 백신 확보는 무능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K방역 최고의 코미디가 골프장·헬스장 샤워 금지다. 아무리 방역을 위해서라지만 이 폭염 속에 샤워 시설이 코로나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부가 개인의 가장 사적(私的)인 영역까지 간여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확산세가 계속되면 조만간 가족 간 거리 두기도 시행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부 간에는 거리를 30cm 이상 유지하고, 자녀와 겸상 금지, 10시 이후엔 연인과 데이트 금지 같은 지침도 나올 것 같다.
서울 등 수도권 골프장에서 샤워 금지 조치를 내리자 골퍼들이 강원도나 충청도로 몰려가거나 골프장 인근의 모텔을 빌려 샤워를 한다고 들었다. 서울 사는 사람이 수도권에서는 샤워를 안 하고 강원도에서는 샤워를 하는 게 방역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궁금하다. 더 코미디는 헬스장이다. 헬스장 샤워 시설은 헬스장과 별개로 목욕탕으로 등록된 경우가 많다. 방역 규정상 이런 곳에서는 헬스를 하고 바로 샤워를 하면 안 되지만 헬스를 한 다음 옷을 갈아입고 일단 나온 뒤 다시 샤워를 하러 입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목욕탕은 거리 두기 4단계에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용자들의 말을 들어 보면 이런 바보짓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대개 헬스장은 라커룸 옆에 샤워 부스가 있는데, 땀을 뻘뻘 흘리는 고객에게 “일단 옷 갈아 입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세요”라고 말하는 간 큰 직원이 있겠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간혹 ‘헬스장에서 집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지하철을 타도 될까요?’ 같은 글들이 올라온다. 이런 글을 보면 ‘샤워 안 하고 지하철을 타는 게 방역에 더 위험할 뿐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민폐’라고 댓글을 달고 싶다. 이렇게 요란을 떠는데도 방역 4단계 한 달이 지난 11일, 확진자 숫자가 2200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니 더 어이가 없다.
사실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민 개개인의 사적 영역에 너무 오랫동안 너무 과도하게 침범하고 있다. 국민들이 가는 곳마다 찍어대는 QR코드만 해도 이렇게 장기간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국가에 보고하게 하는 나라는 민주주의 체제와는 거리가 먼 중국·러시아·싱가포르 정도다. 지금 유럽에서는 영화관·박물관 등 공중시설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보건증 제시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수십만명이 ‘코로나 독재에 반대한다’며 3주 넘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 국내 좌파 시민단체들은 IT 기업들이 사용자의 이름을 가린 위치 정보나 구매 정보를 데이터화해 이용해도 ‘개인 정보 침해’라고 벌떼 같이 달려들더니, 그보다 훨씬 더한 QR코드에 입도 벙긋 안 한다.
국민들이 헬스장에서 뛰는지 걷는지(헬스장에서 시속 6km 이상 뛰면 안 된다), 샤워를 하는지 안 하는지까지 간섭하며 모든 방역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 정부가 정작 백신 확보는 등한시한 것도 삼류 코미디다. 작년 3월 폭락했던 글로벌 증시가 충격의 골이 2008년 금융 위기보다 훨씬 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최근 10년 새 최고의 강세장을 이어가는 것은 백신 덕분이다. 모더나나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같은 백신이 1상, 2상 단계를 뛰어넘을 때마다 글로벌 증시가 폭등한 것은 초보 서학개미도 다 아는 사실이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작년 내내 “연내 백신 개발을 자신한다”고 수없이 말했고,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백신 개발과 관련한 보고서를 경쟁적으로 내놨다. 청와대와 행정 부처가 ‘초기 K방역 성공’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해외 뉴스 모니터링도 제대로 안 한 것인지, 이런 것이야말로 청문회 감이다.
조선일보 조형래 산업부장
08.13 모더나 차질엔 사과 한마디 없이 文케어 자랑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한 ‘문케어’ 4주년 보고대회를 갖고 이 정책으로 “지난해 말까지 국민 3700만명이 의료비 9조2000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했다. “국민으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 중 하나가 됐다”고도 했다. 지금 대통령이 이런 자랑을 늘어놓을 때인가. 신규 코로나 확진자가 11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12일에도 2000명에 육박하는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은 대통령 말처럼 “세계적 현상”이라지만 우리 국민은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지 못하는 신세라서 특히 불안하다. 백신이 차고 넘치는 가운데 코로나가 번지는 나라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접종률이 최하위로 처지게 된 것은 코로나 확산 초기 국민들이 방역 지침에 충실히 따르면서 확진세 차단에 성공하자 방심한 정부가 백신 확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물량을 확보했다지만 대통령이 작년 말 화상 통화로 확보했다고 발표한 모더나 백신이 잇따라 공급 펑크를 내면서 접종 차질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모더나 백신 확보가 대통령 공적인 것처럼 요란하게 홍보했던 만큼,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마땅히 사과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통령은 한마디도 없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대해 ‘문케어’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개인 업적으로 떠받들 일인지도 의문이다. 선택진료비 등을 없애고 초음파·MRI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도 건강보험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국민들의 개인적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2018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에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했다. 2019년엔 2조8243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엔 코로나 영향으로 다른 호흡기 질환이 줄고 병원 이용도 감소하면서 3531억원으로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코로나 발생 직전 “문케어 확대로 2024년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을 다 쓰고 누적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했다.
결국 국민 주머니에서 나가던 의료비를, 국민이 채워 넣어야 할 건강보험 재정에서 대신 내준 것일 뿐인데 마치 혁신을 통해 의료비를 줄인 것처럼 자랑했다. 더구나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코로나 주무부처 관계자들을 불러 놓고 자화자찬을 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정신세계에 아연해질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8.16 백신 실패를 ‘희망 고문’으로 덮으려 하나
정부의 백신 대응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1년 넘도록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지 않고 궤변을 늘어놓으니 해법이 꼬이고 무리수가 이어진다. 정부의 무능을 가리기 위한 허황된 약속과 희망 고문이 반복되면서 국민의 실망과 불신만 키우고 있다.
대통령 “10월까지 국민의 70% 접종 완료”
백신 부족한데 목표 한 달 앞당겨 불신 자초
모더나 백신 도입 차질이 대표적 사례다. 백신 공급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모더나 본사를 방문했던 정부 대표단이 어제 귀국했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정부가 유감을 표시했고 모더나가 사과 의사를 표시했다. 더 많은 백신 물량이 더 빨리 공급되기를 요청했고 모더나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구체적 논의 결과를 17일 발표한다지만, 모더나가 진전된 대책을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빈손 귀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백신 부족을 획기적으로 풀지 못하니 정책이 계속 뒤틀린다. 앞서 모더나 백신 물량은 네 차례 펑크 났고, 50대의 2차 접종은 간격이 4주에서 6주로 늦춰졌다. 18~49세 780만 명도 물량이 간당간당해 보인다. 백신이 부족하니 한국 질병관리청은 30~40 연령층에게 잔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도록 연령 기준을 다시 조정했다. 혈전 위험을 무릅쓰고 맞을 사람은 맞으라는 방침에 대해 30~40 연령층은 정부가 무책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젊은층에게 혈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40세 미만에겐 다른 백신을 맞도록 권고했으니 한국 젊은이들의 불만을 이해할 만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어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를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면서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11월까지 인구의 70%인 3600만 명 접종 완료 목표를 제시했는데 갑자기 대통령이 한 달 앞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갑자기 불가능해 보이는 약속을 내놓고도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의문만 키우고 있다. 국민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현실성 없는 목표로 희망 고문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국민은 전체의 20%에 못 미친다.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미국·영국·이스라엘의 사례에서 보듯 백신 기피자가 적지 않고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저연령층을 감안하면 ‘국민의 70% 접종’ 달성은 말처럼 쉽지 않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 때문에 집단면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정부는 집단면역에 집착하면서도 자세한 설명이 없다. 정부는 과학과 사실에 기초해 정책을 세우고 오류나 잘못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8.16 ‘짧고 굵게’ 실패, 백신 차질 빚자 삼성에까지 손 내민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코로나 위기를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백신 접종도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수도권 거리 두기를 4단계로 올리면서 “짧고 굵게 끝내겠다”고 했다. 당시 하루 확진자는 1100명이었다. 지금은 그때의 두 배 수준이다. 짧고 굵게가 아니라 ‘굵고 한없이 길게’ 가는 것 아니냐고 국민들이 걱정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안정적 극복’이라 한다. 대통령과 국민의 인식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나.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도 많다”고 했다.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 달라”고도 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이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해 백신 확보에 나서달라고 사실상 주문한 것이다. 정부의 백신 확보가 벽에 부딪혔다는 걸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 잘못된 판단과 무능력으로 백신 조달에 실패해놓고 이제 와서 민간 기업에 손을 벌린다. 백신 구매에 성공하면 이 부회장을 사면해주겠다는 압박으로도 들린다.
정부가 다른 선진국처럼 미리미리 백신을 확보했더라면 이런 곤경에 처하진 않았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초기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결과가 최근 비참할 정도로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다른 선진국은 부스터샷까지 확보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 부족과 공급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문제”라고 했다. 다른 나라도 다 겪는 문제이지 우리만 특별한 게 아닌 것처럼 말한 것이다.
우리가 영국·미국 등보다 확진자가 많지 않은 것은 엄격한 거리 두기 덕분이다. 온 국민이 희생하고 협조한 결과다. 3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극단적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그런데도 잘못에 대한 사과는 없이 말이 안 되는 자화자찬을 국민이 지칠 정도로 되풀이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도 자꾸 말하면 사실로 믿게 된다는 전체주의 국가의 홍보술을 보는 것 같다.
조선일보 사설
08.19 빈손 귀국, 부실 계약, 허황된 백신 약속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2000명 선까지 치솟고 백신 차질이 반복되자 정부 대표단이 지난주 미국 모더나 본사를 부랴부랴 방문하며 뭔가 문제를 해결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귀국했는데, 해명 과정에서 정부가 그동안 쉬쉬해 온 치부를 드러냈다. 당초 백신 계약이 부실했고, 구체적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정부는 허황된 약속을 계속 남발하고 있다.
정부 대표단은 그제 방미 협의 결과라면서 모더나 측이 8~9월에 물량 공급을 확대하고 9월 초 조기 공급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모더나로부터 시기와 물량에 대한 확답도 없이 “빨리 많이 보내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말만 반복해 빈손 귀국이란 지적을 받는다.
백신 초기 전략이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자 정부는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모더나 최고경영자와 통화해 4000만 회분을 앞당겨 공급받기로 했다”며 성과를 과시했다. 하지만 모더나 백신은 네 차례 펑크를 내더니 최근까지 겨우 6% 공급에 그쳤다. 월별·분기별로 백신 물량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계약 내용을 공개하라는 원성이 빗발칠 때마다 정부는 “비밀 유지 협약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미국 보건복지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계약서를 보면 계약 규모, 공급량, 단가가 공개돼 있고 시기별 도입량이 들어 있다. 유럽연합(EU)이 아스트라제네카와 맺은 공급 계약서에도 월별 공급량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모더나와 맺은 계약서에는 월별·분기별로 물량을 얼마씩 도입할지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부실 계약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굴욕적 계약을 체결하고도 문제가 드러날까 봐 비밀협약이란 핑계를 내세워 거짓말로 국민을 속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처럼 백신 수급에 불투명성이 여전한데도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어제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국민 70%의 10월 접종 완료’ 목표는 기존에 확보한 백신으로 가능하다”고 또 큰소리쳤다. 당초 11월에서 10월로 목표 시점을 한 달 앞당겨 불가능한 약속을 남발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여전히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의문만 키웠다.
백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최근 6주째 매일 네 자릿수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이 믿고 의지할 것은 백신이 사실상 유일하다. 정부는 백신 실패를 손바닥으로 가리려 하지 말아야 한다. 실상을 정확히 알리지 않고 허황된 약속만 남발하면 이 또한 명백한 직무유기다.
중앙일보 사설
08.20 [속보] 이틀 연속 신규확진 2000명대…4단계 2주 연장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20일에도 신규 확진자 수는 2000명대를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052명 늘어 누적 23만2859명이라고 밝혔다. 지역발생이 2001명, 해외유입이 51명이다.
전날(2152명)보다 100명 줄었으나 이틀 연속 2000명을 넘었다. 하루 확진자는 지난달 7일(1211명)부터 45일 연속 네 자릿수를 이어갔다.
이달 14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만 보면 일별로 1928명→1816명→1555명→1372명→1805명→2152명→2052명을 기록하며 매일 1300명 이상씩 나왔다.
정부는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와 사적모임 인원제한 조치를 내달 5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또 수도권 등 4단계 지역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현행 오후 10시에서 9시로 1시간 단축하기로 했다.
다만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서는 식당·카페 이용시 5인 미만 범위에서 사적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일부 부활시켰다. 이에 따라 4단계 지역의 오후 6시 이후 3인 모임 금지 조치 하에서도 접종 완료자 포함시 4명까지 모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일일 검사자 및 신규 확진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차접종 총 2481만2397명…인구대비 48.3%
이날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신규 1차 접종자는 50만1043명이다.
백신 종류별 신규 1차 접종자는 화이자 28만9317명, 모더나 17만7954명, 아스트라제네카(AZ) 3만3772명이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2481만2397명으로,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134만9116명)의 48.3%에 해당한다.
누적 1차 접종자를 백신별로 보면 화이자 1102만6536명, 아스트라제네카 1078만399명, 모더나 187만5680명이다.
얀센 백신 누적 접종자는 112만9782명이다. 1회 접종만으로 끝나는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은 1·2차 접종 수치에 모두 반영된다.
2차까지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전날 하루 29만2232명 늘었다. 백신별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23만8223명, 화이자 5만3976명, 모더나 33명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완료자는 27만2154명으로 집계됐으나 이 중 3만3931명은 1차 접종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2차 접종을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 접종한 이들이다.
이로써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총 1110만6027명으로 늘었다. 이는 인구 대비 21.6% 수준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08-31 전자발찌 끊고 연쇄 살해… ‘인간흉기’ 관리 이리 허술하다니
▲CCTV에 찍힌 범인 여성을 살해한 뒤 27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 씨가 28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 씨는 서울역까지 타고 왔던 렌터카를 버렸고, 휴대전화를 시내버스에 놓고 내리는 수법으로 경찰의 위치 추적을 피했다. 채널A 제공
올해 5월 출소한 강모 씨(56)가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강 씨는 26일 밤 외출해 노래방에서 알게 된 40대 여성을 살해했다. 법무부는 그가 야간 외출 금지 명령을 어긴 사실을 파악하고도 전화로 ‘편의점에 갔다’고 한 말만 믿고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 강 씨는 이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도주금 마련을 위해 29일 새벽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을 불러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두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그가 도주를 체념하고 자수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인간 살인 흉기에 무방비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강 씨는 2005년 가출소했을 때도 30명이 넘는 여성을 상대로 강도 절도 강간 등을 저질러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재복역했다. 그는 올 5월 출소 전 받은 검사에서 성범죄 재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선고가 2008년 이전에 내려졌다는 이유로 성범죄자알림e에 신상정보가 등록되지 않았다. 그의 거주지 주민들은 성범죄 전력의 전과 14범이 돌아다니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
경찰은 강 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그의 집을 5차례 찾아갔지만 체포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집에 들어가서 자세히 살펴봤더라면 첫 번째 살인의 시신이 유기된 사실을 발견하고 적극 대응해 두 번째 살인을 예방할 수도 있었다. 경찰은 28일 서울역 인근과 지하철 가양역에서 동선을 포착했으나 집요하게 추적하지 않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전자발찌 감시 관제센터를 찾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찬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강 씨의 연쇄 살인이 발생했다. 전자발찌 부실 관리로 인한 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했지만 연쇄 살인 수준의 심각한 범죄는 처음이다. 장관이 전자발찌 관리 같은 기본 업무의 실상도 파악하지 못하고 ‘인형 전달식’ 등 홍보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민생 치안에는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성할 일이다.◎
동아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