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38/ 국방17/ 사드 배치2/ 반역의 이적떼들 - 사드 괴담 - 북 중의 발악 - 중국의 보복 - 미국과 중국
대한민국38/ 국방17/ 사드 배치2/
■반역의 이적떼들
2016.07.12 새누리 일부 사드 배치 반대, 집권당인지 콩가루인지…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우리 군사 안보에 도움이 되느냐, 그러지 않느냐에 대해선 물론 끝없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끝없는 논쟁'이란 그야말로 전문가들끼리 하는 입씨름으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한 국가나 정부가 그럴 수는 없다. 국가와 정부는 일정 기간 심사숙고 끝에는 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조만간 선택을 해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국가와 중앙정부는 사드 배치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그건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국가라는 게 소꿉장난이 아닌 다음에는 그 기정사실을 되물릴 순 없다. 그랬다가는 그건 나라도 뭣도 아니다.
그런데 지금 사드 배치 예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에선 그곳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이 앞장서 "우리 지역엔 사드 배치 절대 안 된다"며 삭발을 한다, 집회를 연다, 난리 법석을 벌이고 있거나 벌일 판이다.
사드 배치를 놓고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은 "우리의 반대를 묵살하고 기어이 사드를 배치하면 한국은 독립을 잃을 것이다" 운운하며 우리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깡패 짓, 공갈,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걸 무릅쓰고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행하기로 한 건 그것이 그만큼 치명적인 군사 주권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결정을 해놓고 보니 어럽쇼, 이제는 북한도 중국도 러시아도 아닌 바로 우리 내부의 지역인(人)들이 이걸 결사반대하고 나선 게 아닌가?
해당 지역의 반발은 아마도 사드가 인체에 해로운 레이더 빔을 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환경 영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 반경 100m 밖에서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미국은 사드 레이더 반경 3.6㎞ 안에선 '비인가(非認可)자'의 출입을 통제하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 없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그런 "걱정할 것 없다"는 소명이 먹혀들기는커녕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제2·제3의 4대강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소동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보인다. 주요 국책 사업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막무가내 반대 투쟁이 있어서야 어떻게 국가와 중앙정부라는 게 팔다리인들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님비(NIMBY·내 뒷마당엔 안 돼) 현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는 것은 일찍이 플라톤, 루소, 니체가 역설한 일탈(逸脫) 민주주의 또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의 폐단이다. 우리는 지난 시대에 민주화를 위해 '타는 목마름'으로 염원하고 싸우고, 당하고, 헌신했다. 그것은 분명 우리 현대사의 빛나는 성취요, 보람이요, 가치였다. 그런데 그 민주화라는 게 만약 '무엇 하나 순탄하게 추진할 수 없는' 난맥상으로 흐를 경우 그것 역시 민주화니까 좋은 것이라 해야 할 것인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는 가능의 체제라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불가능의 체제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지 의문이다. 중앙정부의 주요 안보 시책이 전국적인 규모로 전달되지 않는 상태는 근대 민주주의라기보다는 고대 읍락(邑落) 국가 양상의 되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플라톤이 말한 '철인(哲人) 정치', 루소가 말한 '일반 의지(개개인을 초월하는 집단 의지)', 니체가 말한 '초인(超人)'의 체제가 현실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견지하면서, 그러나 방만한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설득과 소통의 정치로 어떤 것은 수용하더라도 어떤 것은 단호히 배척하는 양면의 리더십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양면의 리더십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는가? 그러지 못해 걱정이다.
우선, 사드 배치 결정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지역 유지들은 거의가 다 새누리당 사람이란 것만 봐도 그걸 실감할 수 있다. 사드 배치 예상지는 모두 경상도·충청도·경기도에 있다. 주로 새누리당 의원과 지자체장 지역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도대체 뭣하는 집단인가? 지도부와 대변인은 "사드 배치 적극 지지"라 하고, 해당 지역 의원과 지자체장은 "사드 배치 결사반대"라니, 새누리당이 이러고도 영( 令)이 제대로 선 '동질적 결사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쯤 되면 새누리당은 진작 해체하고 보수주의 정당, 자유주의 정당, 중도 우파 정당으로 분화하는 편이 나을 성싶다. 사드 배치 반대는 북한-중국이 주도하는 것이다. 한데, 어쩌자고 새누리당 의원-지자체장들이 그러고 있는가? 이건 정당다운 정당이 아니라 순 콩가루 집안이다. 정부는 물러서면 안 된다.
조선일보 류근일 언론인
2016-07-12 “사드 국민투표 부치자”는 안철수, 대선주자 자질 있나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어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배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거듭 주장하며 “대통령이 국면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제 자신이 던진 국민투표 주장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는 실패 사례’라는 비판이 나오자 갑자기 대통령을 갖다 붙인 것이다. 안 의원은 월 300만 원 기본소득 지급을 부결시킨 스위스 국민투표를 끌어다 대며 “우리의 민도(民度)가 스위스보다 낮다는 얘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헌법상 국민투표 사안은 개헌을 비롯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사드 배치에 우리의 ‘영토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헌법 60조의 국회 비준 동의 대상(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사드 배치는 기본적으로 동맹국 군대인 미군이 자국 무기를 들여오는 것이어서 조약으로 보기 어렵다. 국회 비준 동의 거리도 안 되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안 의원 주장은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만약 브렉시트 같은 혼란을 초래한다면 안 의원이 책임질 건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어제 조약이 아닌 만큼 비준 동의가 필요 없으며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안 의원이 당내 의견수렴 없이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도 당의 기강을 흔드는 일이다. 당 국방 전문가인 김중로 의원은 “사드 반대 당론만 결정했을 뿐 국회 비준 동의나 국민투표는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죽하면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조차 안 의원에게 “국민투표에 대한 의문 사항이 있기 때문에 의원총회에서 말해 달라”고 요청했을까. 당의 ‘얼굴’이자 대주주로서 진중하지 못한 처신이다.
벌써부터 사드 배치를 두고 이념과 지역으로 갈리는 남남분열 조짐이 심각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대한민국의 안보와 북한의 도발에 관련된 사안에서는 하나로 단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의원은 사드 체계의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고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예상되며 지역 주민 건강과 지역 갈등이 우려된다면서 사드 배치 반대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의 역할은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다. 차기 대권을 꿈꾼다는 사람이 국가존망을 위협하는 북의 핵과 미사일을 앞에 두고 국론분열이나 조장해서야 되겠는가. 총선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은 안 의원은 안보에 관한 돌출 발언을 자제하고 당내 기강바로잡기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
동아일보 사설
2016.07.14 외적과 싸움엔 등신, 우리끼리 싸움 또 시작했다
미국에 사는 교포 한 분이 페이스북에 썼다는 글을 친구가 보내주어 읽어보았다. '한국에 와 보니 웬만한 동네는 고층 아파트화돼 있다. 미국에선 부자들만 쓰는 비데가 공중 화장실에도 있고, 주차장은 자동 인식으로 들어가고, 집 문은 비밀번호나 카드로 열고, 대중교통은 카드 하나로 해결된다. 집에 앉아서 버거를 시켜 먹고 차마다 블랙박스, 집 전등은 LED다. 미국서 나름 부자 동네에 사는 나도 놀라고 부러워한다. 나는 20~30년 뒤처진 것 같다. 오늘도 부드럽게 창문을 열면서 삑삑대고 고장 나는 미국 우리 집 창문을 생각한다. 집마다 TV 채널은 끝이 없고 WIFI가 잡히는 버스 정류장은 차가 언제 오는지도 알려준다. 싼 택시, 조금만 걸으면 먹을 수 있는 수없이 다양한 음식 등을 이제 며칠 후면 잃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만나는 한국 사람마다 자신들이 지옥에 살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무능 정치, 비싼 전셋값, 힘든 교육…. 오늘도 월세로 매달 수천불을 버리며 사는 미국 사람들보다 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봉이 나보다 2분의 1 적은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차, 더 비싼 음식, 더 편리하고 고급 제품이 있는 삶을 살면서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보험료가 10분의 1밖에 안 되고, 치료비도 10분의 1로 느껴지는 이곳이, 같은 10불짜리 밥을 먹어도 팁이 없어 25% 할인받는 것 같은 이곳이 지옥이라니 신기하다. 50대(代)만 되면 회사에서 쫓겨난다는데 내 주변에 해고당한 사람은 미국에 더 많은데…. 나도 여기에 오래 살면 이들처럼 느끼게 되겠지. … 나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 채로 오늘도 많은 이들의 불평을 듣고 있다. 잘살면서도 가난과 위기를 노래하는 내 조국…. 이들에게 안식과 평안이 필요함을 느낀다. 언제쯤 우리에겐 진짜 가난한 북쪽 동포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길까.' 이분을 찾아 통화하지는 못했지만 일반 해외 교포들이 느끼는 것과 크게 동떨어진 내용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 오래 살다 고국을 찾은 분들은 한국 사회의 문제보다는 변화와 발전에 놀라기 마련일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글에 담겨 있는 대로 우리의 불평불만이 지나치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미국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2배이지만, 제조업 평균 임금은 한국이 미국의 90% 수준이라고 한다. 좋은 일자리 취직을 못 해 '헬조선'을 입에 달고 사는 한국 청년들도 해외여행 한번 안 가본 사람이 드물다는데, 청년 실업률이 우리의 서너 배에 이르는 다른 나라들보다 절망·비탄은 더 큰 것 같다.
그런데 왠지 이분 글을 읽으며 '내 지역에 공항을 가져오라'고 난리를 치던 모습들과 '사드가 필요해도 내 지역은 안 된다'고 아우성치는 모습들이 겹쳐 보인다. 공항 짓는 돈은 내게 가져오고 북핵 미사일은 너희가 막으라는 것은 그야말로 공(公) 아닌 사(私)다. 우리가 공(公)보다 사(私)를 더 추구하는 것은 결국 속마음에서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별로 소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왕조 시대엔 수탈만 당했고, 바로 식민지로 넘어갔으며, 그 후엔 미국이 지켜주는 나라가 됐다. 우리가 만들고 소중히 지킨 나라라고 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구멍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충(忠·국가)보다 효(孝·내 가족)였던 오랜 전통이 그 빈 구멍을 타고 현대 한국에까지 내려와 있다. 공(公)·충(忠)이 뒷전인 사람들이 자기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필요 이상, 정도 이상으로 폄하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지 한국 사람들만 모른다는 외국인들 얘기는 한국의 성공을 한국인만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자기 나라를 지옥이라고 불평하고 분노까지 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지키는 데 내가 왜 손해 보느냐'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군(軍) 레이더 반대 시위가 벌어진 것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중국의 보복 우려 때문이라면 일리가 없지 않겠지만 엉뚱하게도 전자파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 군은 사드 레이더보다 출력이 더 강한 레이더를 수년째 여러 곳에서 운용 중이나 아무 문제도 없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불임(不妊)이 된다느니 하는 괴담은 명백한 거짓말이지만 한번 들으면 사람을 괜히 기분 나쁘게 만든다. 자기 비하, 불 평불만, 피해 의식이 가득한 나라에서 국방과 안보조차 무엇이 사실이든 아니든 기분만 찝찝하면 내칠 정도로 함부로 해도 되는 대상이 됐다. 외적과 싸움엔 등신인 우리가 정말 귀신처럼 잘하는 우리끼리 싸움을 또 시작하는 것을 보며 '내 아들 부대 말고 저 부대 출동시키라'고 부모들이 부대 앞에 드러눕는 일이 언젠가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
2016.07.16 '내게 손해면 안보도 팽개친다' 참담한 국민 의식
황교안 국무총리가 15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THAAD)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성주에서 주민 설명회를 가진 뒤 6시간 넘게 버스에 갇히는 일이 일어났다. 이날 성주군청 앞에서 설명회가 시작되자 황 총리에게는 계란과 물병이 날아들었다. 조희연 경북지방경찰청장은 날아온 물체에 왼쪽 눈썹 위가 찢어졌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황 총리의 설명은 "개××야" 같은 욕설에 묻혔다.
황 총리가 군 청사 안으로 피신하자 주민 수십 명이 진입을 시도해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어 주민들이 떠나는 총리 일행의 버스를 가로막는 대치가 오후까지 이어졌다. 이날 성주군청 앞에는 3000명 이상이 모였다. 일부 주민은 자녀 등교까지 거부했고 행사장에서는 중·고교생들도 눈에 띄었다.
전자파 괴담은 이미 설 자리가 없어졌다. 전날 국방부는 군 기밀 노출 부담을 감수하면서 조기 경보 레이더 '그린파인' 기지와 패트리엇 기지를 공개해 전자파 강도를 측정해 보였다. 그린파인은 사드 레이더보다 전자파 출력이 높지만 30m 앞 전자파가 허용치의 4.4%였다. 패트리엇 레이더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선동꾼들은 주파수와 출력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는 다른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이런 막무가내식 주장은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다. 오죽했으면 국방장관이 "제가 제일 먼저 사드 레이더 앞에 서서 실험해 보이겠다"고 했겠는가.
이제 누구나 내심으론 사드 레이더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날 성주에서 상식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 '무법 천지'가 벌어진 것은 '땅값' '집값' '농작물값'과 같은 이해관계 때문이다. 괴담 영향을 받아 땅값 등은 잠시 출렁일 수는 있어도 시간이 지나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원상회복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그런 합리적 태도와 인내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유사시 북한은 핵·화학 탄두 미사일로 국군·미군의 주요 시설을 가장 먼저 공격할 것이 명백하다. 사드 배치는 이 위협을 조금이라도 더 막아보자는 조치다. 누구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오직 국토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사드 배치로 거론된 지역마다 다 들고일어나 '결사반대'를 외쳤다. 괴담이 거짓임이 눈앞의 증거로 드러났는데도 성주 반대 주민들은 들어보려 하지도 않는다.
일부에선 주민 설득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지역이 선정되는 순간 귀를 닫고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상황은 언제든 그대로 벌어졌을 것이다. 성주군수는 "왜 성주에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느냐"며 사실상 반대 급부를 요구하고 있다. 사드보다 더한 안보 시설이 전국에 퍼져 있는데 그곳 모두가 '왜 우리만 당하냐'고 나오면 나라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성주에서 난장판이 벌어진 것엔 지역구 국회의원들, 지역 정치인들 책임이 크다.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되던 날 대구·경북 의원 21명은 단체로 정부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장관, 청와대 수석을 지낸 인사, 대통령의 호위 무사를 자처했던 진박(眞朴) 등 친박계가 다수였다. 이들은 성주 주민을 자극하는 불을 질러 놓고 뒤로 빠졌다. 성난 대중(大衆)에게 맞서 당당하게 바른말을 하는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다. 나라의 안보를 중시한다던 정치인들이 실은 의원 배지를 탐 하는 모리배에 불과했다.
지금 대통령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가 열리는 몽골에 있다. 이 순간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총리가 1차적으로 책임지고 대처해야 한다. 그 총리가 6시간 넘게 시위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국방장관도 완전히 발이 묶였다. 휴전 중인 나라가 이러고도 넘어지지 않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참담할 따름이다.
조선일보 사설
2016.07.18 성주 사드저지투쟁委 위원장 "15일 폭력사태에 외부인 개입"
옛 통진당 세력 등 시위꾼 가세 성주 투쟁委 "시위꾼들이 마이크 잡고 선동… 주민 뜻 왜곡했다" "앞으로 물리력은 최대한 자제… 외부세력 개입땐 쫓아낼 방침" 주민 "모르는 30~40대 남자들이 '미군타도' 구호 외쳐 이상했다" 외부단체들 서울 모여 반대집회
'성주 사드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이재복 공동위원장(전 성주군의회 의장)은 17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를 방문한 날 폭력 사태가 발생한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폭력 사태엔 외부인이 개입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성주를 방문한 황 총리의 발을 6시간 이상 묶는 등 사실상 '감금'하고, 계란과 물병을 투척했던 격렬 시위 때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後身)으로 불리는 민중연합당 조직원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주군 각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범군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대표와 주민 200여 명으로 구성된 '성주 사드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로 개편하고 발대식을 열었다. 이재복 전 성주군의회 의장과 정영길 경북도의원, 백철현 성주군 의원, 김안수 경북친환경농업인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성주 군민이 중심인 투쟁위는 '외부 세력 개입'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 김모(54)씨는 17일 "(김항곤) 군수 등이 사드 결사반대 혈서를 썼던 13일부터 30~40대 남자들이 '미군 타도!' 같은 구호를 외쳐 이상했다"면서 "그 사람들한테 '이 지역 사람도 아니면서 왜 (시위에)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따졌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고 말했다. 권모(49)씨도 "15일 (황 총리 등에 대한) 시위 때는 격앙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몇몇 군민이 '고향의 봄'을 부르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얼음 물병이 날아들어 놀랐다"면서 "오전까지만 해도 군민들은 생수병과 계란 정도만 던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주에 나타난 ‘통진당 後身 민중연합당’ - 민중연합당 경북도당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성주군 사드배치 반대 범군민 결의대회에 함께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활동 장면. /민중연합당 경북도당 페이스북
김안수 공동위원장은 "16일 투쟁위 발대식에선 외부의 데모꾼들이 와서 시위의 본질을 흐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영길 공동위원장은 "시위꾼들이 마이크를 잡고 선동을 하며 사드에 반대하는 군민들의 순수한 뜻을 왜곡했다"면서 "앞으로 물리력을 동원한 투쟁은 최대한 자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시위 때마다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시위 도중 불쑥 마이크를 잡고 끼어드는 외지인들을 바로 시위 현장에서 쫓아내도록 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위는 16일과 17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성주군청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여는 등 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기로 했다.
투쟁위는 또 21일에 주민 200여 명이 국회나 광화문 등에서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투쟁위는 학부모들에겐 "자녀들이 수업시간 중엔 시위에 참여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우병 사태·강정마을 시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좌파 진영 단체들은 이번에도 반(反)정부 시위 등을 개최하며 개입하고 있다. 지난 15일 시위와 관련해 민중연합당 경북도당은 김차경 도당위원장과 표명순 공동대표, 정인학 집행위원장 등 지도부가 지난 13일 집회 현장에서 '사드 필요 없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15일 집회 때도 지도부와 함께 조직원들 다수가 참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불법·폭력 시위 진행 과정에 이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는지 여부 등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에 올라 있는 당시 상황 동영상에는 한 외부 인사가 "북핵은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등의 말로 주민들을 선동하다 제지당하는 장면도 있다. 민중연합당 인사 상당수는 대법원이 '내란 선동 비밀 회합'으로 판결한 2013년 '마리스타 비밀 회합(일명 RO 회합)'에 참석한 전력이 있다. 상당수가 '재건 통진당'으로 불리는 민중연합당에 참여했으며 일부는 4·13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마다 등장하던 단체들도 본격적으로 사드 반대 집회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4시쯤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단체 51개가 모인 '사드 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대책회의)'에서 3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30일 결성된 대책회의에는 민중연합당을 비롯, 한국진보연대, 노동자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청년연대, 코리아연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반대 시위, 용산참사 시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집회 등 대규모 반정부 집회·시위에 꾸준히 참가했던 단체들이 중심이다. 코리아연대는 지난 1월 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로 판결받기도 했다.
17일엔 민중연합당의 산하 조직인 '흙수저당' 당원 등 학생 220여 명이 모여 사드 반대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모여 "한반도 전쟁터 만드는 사드 배치 철회하라" "야 이 죽일 놈들아 청정 지역에 사드 배치 웬 말이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삼각지역, 남대문 등을 지나 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중연합당 비례대표 1번에 공천을 받았다가 낙선한 정수연 당대변인도 이날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성주 군민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투쟁위와 대책회의가 함께 연계해 행동하려는 움직임은 없다"며 "대책회의 쪽에서 지역 농민회 등을 통해 투쟁위와 성주 군민들 쪽에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5일 성주에서 열린 사드 설명회 폭력 사태의 진상 파악 및 폭력 가담자 색출을 위한 전담반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채증 자료 판독을 통해 불법 혐의가 드러난 참가자에 대해서는 법 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기로 했다. 시위에 참가한 3000여 명 중 외지인도 100여 명 포함된 것으로 보고 외부 세력 개입 여부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드 반대 투쟁위도 외부 세력을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미 외부 세력이 침투했다는 소문이 있어 면밀히 파악 중"이라며 "시위 때 '바람잡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구·성주=박원수 기자 대구·성주=권광순 기자 이용수 기자
2016.07.18 홍준표 지사, "사드 문제는 종북 좌파 최대 호재… 정부는 당당하게 대응하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배치와 관련해 “종북 좌파들이 사드 문제로 대한민국을 흔들기 위해 총 결집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정부에 당당하게 대처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홍 지사는 지난 7월 15일 오전 11시 황교안 총리 일행이 경북 성주 군청을 방문해 봉변을 당하기 수 시간 전인 오전 8시 30분경 사드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홍 지사는 “광우병파동 때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좌파들의 선동에 얼마나 대한민국이 혼란스러웠냐”고 자문한 뒤 “정부가 사드문제도 당당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더 이상 대한민국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 세력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경 황교안 총리는 성주 군청에서 열린 사드 관련 주민설명회에 참석했다 물병과 계란 세례를 받았으며, 6시간이 넘도록 갇혀 있었다.
이 시간 홍준표 지사는 페이스 북에 또다시 글을 올려 종북 좌파들이 사드 배치 문제를 확대시키려 총 결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지사는 “부안 핵폐기물사태,광우병사태, 평택대추리사태, 제주강정마을사태, 밀양송전탑사태, 진주의료원사태에서 보듯이 이제 경북 성주에 종북 좌파들이 또다시 집결할 것”이라며 “종북 좌파들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울러 좌파 매체들도 괴담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정부는 안일하게 대처하여 또다시 사태를 키우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정보는 적극 공개하고 관계부처 합동대책반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대응하라. 국방부처럼 갈팡질팡하지 말고 당당하게 국민을 설득하라”고 주문했다.
홍 지사는 7월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연속 네 편의 글을 올려 현 시국과 법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홍 지사는 “이미지 정치인들은 소통을 내세워 이들(떼법을 펴는 강성귀족노조와 종북좌파)과 대화와 협상을 하라고 하지만 이들과는 애초부터 대화와 협상이 되지 않는다”며 “소통은 상식적인 국민과 해야 말이 통하지 그들과는 소통과 협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국적으로 공동체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계속해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불법파업과 협상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아이라면 달랠 수 있지만 좌파이념으로 무장된 그들은 달랠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공동체 질서를 파괴하는 불법과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고 일종의 협회에 불과하다”며 불법행위를 협상 대상으로 인식한 노 전 대통령의 자세를 비판했다.
홍 지사는 정부가 국익과 안보 문제에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 때 광우병 촛불난동처럼 온갖 괴담과 선전선동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올 것임을 경고했다.
그는 “광우병 파동 때 좌파들은 미국 소고기를 먹으면 우리 아이들이 모두 광우병에 걸린다고 유모차까지 동원하여 괴담을 유포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는 이것이 통과되면 수돗물 가격이 10배나 오르고 우리나라는 미국의 경제적 속국이 된다고 괴담을 퍼트렸다”며 “그런데 트럼프는 한미 FTA가 불평등조약이라면서 한국과 재협상한다고 공약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번에 종북 좌파들이 퍼뜨릴 괴담은 전자파 유해성 괴담과 전쟁이 나면 성주가 제일 먼저 불바다 된다는 괴담, 기형아 출산 괴담일 것”이라고 예견하며 “몇 번이나 좌파들에게 당해봤으면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부는 당당하게 대처하라”고 다시 한번 주문했다.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2016.07.18 우선 성주에서 총리를 감금한 폭도들에 굴복한 경찰청장을 파면해야 한다!
<강신명 경찰청창은 지난 15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군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탄 차량이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6 시간여 동안 움직이지 못했던 것에 대해 “감금된 것은 아니었다”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청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이 “대통령 해외 순방 중 군 통수권을 대리하는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6시간 넘게 사실상 감금된 사태였다”고 말하자 이 같이 답변했다.
강 청장은 “(총리 수행비서 등이) 현장 상황을 고려해서 무리하게 경찰력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주민을 설득하고 설명하자고 해서 주민에 대한 설득과 설명을 했고, 그 가운데서도 총리님이나 국방 장관님은 대외적으로 통신축선상 무리가 없었다”고 했다. 강 청장은 “이동로가 저지됐을 뿐 경찰력이 버스를 에워싸고 버스 안에서 정상적으로 총리님 이하 수행단이 정상적인 상태로 있었다”고 덧붙였다.>(조선닷컴)
강 청장은 총리와 장관을 감금한 폭도들과 사드 배치 반대 세력을 의식하여 公權力을 無力化시킨 행위를 이렇게 자상하게 비호해주는 듯하다. 폭도의 변호인이 된 듯하다. 검찰총장과 함께 법질서 수호의 최고 직책에 있는 사람이 이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상응한 조치가 필요하다. 최고 공권력에 대한 폭도들의 도전에 대하여 분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말이다.
만약 군인들이 정부의 안보 정책에 반대, 총리와 국방장관을 6시간이나 감금하였다면 이는 반란이나 쿠데타로 규정되어 수괴나 주동자는 최고 사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똑 같은 행위를 민간인이 하면 이는 진압도 못하고 감금이 아니므로 처벌도 할 수 없다면 이 나라는 민간인에 한하여 반란과 쿠데타의 면허증을 주는 셈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 중 군 통수권을 대리하는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6시간 동안 사실상 감금당하고 있을 때" 북한군이 군사적 도발을 하였더라면 아무리 통신이 가능하더라도 국군을 제대로 지휘하고 미국과 협조하는 게 가능하였겠나?
총리와 국방장관이 10분간 행동이 제약당하는 것도 문제인데 무려 6시간 그렇게 되었다. 이들을 구조할 능력이나 의지가 경찰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대포, 최루탄, 최악의 경우엔 경고 사격까지 하여 총리와 국방장관을 신속하게 구출하였어야 했다. 6시간이나 국군통수 기능이 마비된 것은 국가 비상 사태에 준한다. 이런 사태에 대비 못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강신명 청장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는 파면이다. 국무총리와 국방장관도 창피한 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안전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법치와 안보를 어떻게 지키나?
감금 주동자 수사는 국기 수호 차원에서 성역없이 해야 한다. 폭도들이 군통수권을 마비시킨 행위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김정은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목숨으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은 명예로 버틴다. 최고 군인인 국방장관을 모욕한 민간인들의 행패에 이를 갈고 있는 군인들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나. 그들이 살상무기를 다루는 전문가들이란 사실을 아는가. 정치인이 군인을 화 나게 만들면 무슨 참변이 일어날 수 있는지 고려사(인종 시절, 鄭仲夫의 亂)를 읽어줘야 알겠는가?
글 | 조갑제(趙甲濟)조갑제닷컴대표
2016.07.19 jTBC방송, 영어 기사 오역하여 성주군민 선동 혐의
▲ THAAD 관련 보도를 하는 JTBC 뉴스./ JTBC 뉴스 캡쳐
우선 한국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고있는 THAAD의 명칭과 발음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자. 한국언론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고 번역해 쓰고 있는데, 한글로 '고고도'라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리므로 "고공"이 낫다고 생각한다.
THAAD는 Terminal High Altitude Air Defense의 약자다. 그런데 한국서는 이것을 “사드”라고 쓴다. 영어발음 나쁘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사아도”라고 발음하니까 한국 언론도 그걸 거의 그대로 배껴서 “사드”라고 한 것 같다. '사아도'나 '사드'나 영어 THAAD 발음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인들은 “때애드” 또는 "쌔애드"에 가깝게 발음한다 (아래 동영상참고) 그러므로 우리도 그 중 하나를 선택해 쓰는게 좋을듯하다.(이 글에서는 영어 약자만 쓰기로 한다.)
그건 그렇고, THAAD 포대를 경북 성주군에 설치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하자 이 지역 주민 수천명이 반대시위를 벌였고, THAAD가 안전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성주에 내려간 국무총리와 국방장관이 물병과 계란 세례를 받았을 뿐 아니라, 경북 경찰국장은 이마에 부상까지 당했다.
때애드를 발사할 때 나오는 전자파 때문에 인명과 농작물에 큰 피해가 올것이라는 헛소문 때문에 성주군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국방장관이 자기 몸으로 THAAD의 안전성을 보여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반발하는 주민들의 행동은 전형적인 NIMBYISM (님비이즘/우리 동네는 안돼)이다.
이에 대해 KAIST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성진이란 분이 THAAD 설치 장소를 일종의 경매 형태로 공모하자는 아이디어를 필자의 Facebook에 올려놓았다. THAAD가 안전하긴 하지만 그래도 불안해하는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정부가 특별 세금 감면 등 몇가지 특혜를 내걸고 경쟁입찰 을 실시하면 지방 자치단체들이 서로 하겠다고 나설 것이며, 그러면 정부는 그 중에서 가정 적당한 장소를 택하면 될거라는 얘기 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한편, 성주 군민들의 강한 반발에 종편방송 jTBC가 거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THAAD가 주변 민가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인지 이 방송의 “뉴스룸”프로(손석희 진행)는 지난 13일 미군 신문 The Stars and Stripes (성조기)에 지난 1월에 실렸던 기사 하나를 인용했는데, 영문 기사을 잘못 해석하여 THAAD가 매우 위험한 것인 양 보도를 했다고 ‘헤랄드경제’ 인터넷판이 7월17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의하면 문제가 된 영문은 다음과 같다.
Site Armadillo feels remote because it is. It's in a jungle clearing miles from the main Andersen base, and the roar of a massive generator that could light a small town envelops all. The site is bounded by the densely wooded Conservation Area No. 50 on one side. "The only thing that we know lives in there are two pigs, Pork Chop and Bacon Bit."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THAAD 포대는 장글 클리어링(숲속에 수목을 잘라내고 만든 공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민가와는 거리가 멀다. 앤더슨 기지로부터 수마일 떨어져 있고, 작은 마을 하나를 밝힐 수 있을 정도의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하다. THAAD포대 한쪽에는 수목이 울창한 자연보호구역이 있다. “그 (보호구역) 안에는 (우리가) '폭찹'과 '베이컨 빗'이라고 이름 붙인 돼지 두 마리 밖에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다른 짐승은 숲속에 없는 것 같다는 뜻인듯)
그런데 jTBC ‘뉴스룸’ 은 거기엔 마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발전기의 굉음이 작은 마을 전체를 덮어버릴 정도”라고 오역했고 “인터뷰에 나선 사드 운영요원은 ‘이 지역에서 살수있는 건 두 마리 돼지 뿐’이라며 ‘사드포대 근처에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라고 보도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명백한 오역이다. 전자파 때문에 사람은 물론 짐승도 살수 없는 숲속에 사드포대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기 딱 좋다. 영어기사 원문에는 THAAD의 위험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없는데도 영어실력이 시원찮은 번역자의 오역을 가지고 THAAD의 위험성을 과장하여 결국은 성주군민을 선동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jTBC의 '뉴스룸"프로는 작년에 미국 뉴우욕 타임즈 사설의 1년 전 날자를 최근 것인양 허위보도하여 한국의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뉴우욕 타임즈도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시청자들을 오도한 바 있다.
조선일보 워싱턴에서 조화유
2016-07-20 이종석, 방탄복 없이 총알 맞자는 건가
―전 통일부 장관의 사드 무용론에 대한 반론
중국의 경제보복이나 대북제재 공조 영향 있더라도 핵미사일 방어 포기할 순 없다 북 장사정포의 수도권 공격 사드로는 못 막지만 전면전 상황에선 북 포대 선제공격해야 안보관련 고위직 지낸 인사… 대안 없는 사드 반대보다 북핵 못 막은 자성 나와야
좌파 진영에서 ‘북핵은 방어용’이라는 말이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북한은 핵에 집착하는 이유를 “미국의 극단적인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으로부터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북한의 논리를 남한 어법으로 바꾼 것이 ‘북핵은 방어용’이다.
핵무기도 권총과 마찬가지로 공격과 방어의 용도를 함께 가진 무기다. ‘공포의 균형’을 이뤄 서로 핵무기를 쓰지 못할 때는 방어적 의미가 있지만 불량국가의 손에 들어가면 치명적인 대량살상무기가 된다. 하지만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로 구성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는 100% 방어용 무기다. 미사일이 권총이라면 사드는 방탄복과 같다.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는 한마디 안 하다가 방어용 사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는 좌파 쪽 지식인들은 균형감각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일부러 한쪽 눈은 감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방어용으로 보는 시각은 북한의 호의에 국가안보를 맡기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이 한겨레신문(7월 12일자)에 ‘중국 뺨 때린 사드, 대한민국이 잃어버릴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특별기고를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낸 사람이어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진보진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에 그 글의 논점에 대해 반박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면서까지 유엔의 대북제재를 끌어냈는데 이번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뺨을 정면에서 때리며 대북제재 공조 체제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면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지대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유세계의 지도자로서 유일하게 톈안먼 망루에 올라 중국의 전승절 퍼레이드를 지켜봤으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아님은 그 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충분히 증명됐다. 이번 사드 배치가 대북제재 공조에 다소간 영향을 주더라도 우리가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가 우려한 경제보복도 마찬가지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중국이 노골적인 보복은 못 하더라도 겉으로 표 안 나고 속으로 멍들게 하는 보복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경제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 문제를 양보할 수는 없다.
이 전 장관은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를 인용하며 “북한은 남한을 향해 약 1000발의 스커드 및 노동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면서 48발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된 사드로는 북한 미사일을 막아낼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그 같은 실전상황이 벌어지면 사드만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공군기와 이지스함의 미사일, 육군의 포대가 모두 동원된다.
이 전 장관은 “수도권은 사드로 막을 수 없는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에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수도권을 향해 장사정포를 쏘아대는 상황은 전면전에서 가능하다. 그럴 조짐이 보이면 우리는 북한의 포대를 파괴하는 선제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을 공격하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는 사드보다는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증강해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국방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전 장관은 사드가 배치될 주변지역 거주자의 안전성 문제를 염려했다. 나는 한 달 전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해 마크 몽고메리 소장(작전참모부장)에게서 전자파에 관한 체험담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젊어서 이지스함에 근무했는데 침실이 레이더 바로 옆에 있었다. 그런데도 장가가서 아이 둘 낳고 아무런 이상 없이 살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자들이 괌 기지에서 전한 보도를 보더라도 전자파의 유해성을 과장한 괴담에 현혹될 일은 아니다.
이 전 장관의 글은 북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건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의 위협이 두려워 아무런 대안 없이 사드를 포기하는 것은 중국에 뺨을 대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
2016.07.23 사드 집회서 北核옹호 여성, 통진당 출신 전문시위꾼
검찰,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수사
지난 15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군 군민 집회 현장에서 북핵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던 여성이 통합진보당 출신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린 대규모 불법 시위 때마다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공안 당국에 따르면 당시 집회 현장에서 모자를 눌러 쓰고 "북핵은요, 저희하고 남쪽하고 싸우기 위한 핵무기가 아닙니다"라고 말해 다른 참가자들의 반발을 산 이 여성은 성주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염모(43)씨로 밝혀졌다. 염씨는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을 거쳐 현재 녹색당원이며, '성주여성농민회' 사무국장,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염씨는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2006년 3월),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2006년 6월), 광우병쇠고기 수입개방 규탄 촛불집회(2008년 5월),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반대 촛불집회(2008년 8월) 등 폭력 사태가 발생했던 각종 시위에 참여해왔다. 그는 2014년 11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을 반대하는 성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유통신문이 당시 사드 반대 집회 현장을 담아 유튜브에 공개한 16분 20초 분량의 영상에서 염씨는 "제가 알기로는 북핵은 미국과의 협상" "북핵은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대응하 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군중들은 "사드 얘기만 해라" "우리가 북한 옹호하려고 (집회를) 하는 건 아니다"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염씨는 군중의 반발에 "저기 있는 총리, 국방장관은 우리한테 해줄 수 있는 말 한마디도 없다"는 말을 남기고 집회장을 급하게 빠져나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김재욱)는 염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민석 기자
2016.07.25 사드 반대파의 '중국 환상'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전 통일부장관), 이재명 성남시장,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최근 신문과 페이스북을 통해 사드 불가론을 열심히 전파하는 인사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드 때문에 대북 제재 공조가 깨지게 됐다"고 비판한다. 이 연구원은 신문 기고문에서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로 돌아설 것이고, 대북 제재 전선은 급속히 이완될 것"이라고 했다.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중국은 사드 결정 이전에는 대북 제재를 성실히 이행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중국은 과연 그랬을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팀이 2013년 펴낸 '북중 접경지역 경제교류 실태와 거래 관행 분석'이란 보고서는 이 질문에 "노(No)"라고 답한다.
연구팀은 먼저 '중국은 대북 제재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북한 정권의 기반 약화를 야기할 수도 있는 강도 높은 제재 이행은 원치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어 '북·중 간 관행화된 현금 거래와 불법 자금 은닉, 허술한 통관 검사는 거래 금지 품목의 반입과 북한 권력기관의 비자금 확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민수용에서 군수용으로 전용 가능한 통신장비·센서·항법장치 등 이중 용도 품목(dual-use goods)이 접경 지역의 비공식적 거래 방식으로 제한 없이 반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연구원 배종렬 박사팀도 2003~2015년 세 차례 핵실험으로 북한이 고립되던 시기 중국 동북3성의 154개 기업은 북한과 자원개발, 항만건설 등 굵직한 사업 계약을 체결, 북한 경제난에 숨통을 터주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북 제재는 시늉일 뿐이고 실제로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두었다는 뜻이다. 북중은 예나 지금이나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관계다. '사드 때문에 대북 공조가 깨진다'는 주장은 전제부터가 틀렸다.
사드 반대파의 또 하나 주장은 '사드가 대북용이 아니라 중국 감시용이고 사드를 도입하면 미·중 전략 싸움에 말려들어 한반도가 전쟁터가 된다'는 것이다. 사드가 미·중 전략 싸움에 그렇게 중요하다면 중국은 2006~2013년 일본에 탐지 범위 2000㎞의 사드 레이더 2기가 배치될 때 펄쩍 뛰었어야 했다. 그때 침묵한 중국은 탐지 거리가 훨씬 짧은(800~1000㎞) 한국 사드만 문제 삼고 있다. 중국은 사드가 자국 견제용이라 주장하지만, 한·미(韓美)가 레이더 방향을 틀면 하늘에 떠 있는 중국 위성이 이를 잡아낼 수 있다. 마치 미국 위성이 북한 핵실험 징후를 찾아내는 것과 같다. 즉 성주에 배치될 레이더는 중국 견제용이 아니고, 그런 마음을 먹으면 금방 들통나게 돼 있다. 게다가 중국은 지린성과 푸젠성 등지에 최대 탐지 거리 5500㎞의 레이더를 두고 한반도와 일본을 샅샅이 보고 있다. '나는 되고 남은 안 된다'는 것이 중국식 논리다.
국내 사드 반대파는 중국의 이런 패권적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경제 보복 가능성을 들먹이며 중국 비위를 맞추자고 한다. 경제적 손실은 잠시 배고프게 할 뿐이지만, 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사드 반대파가 '중국에 대한 환상'을 깰 때 사드 논의도 합리성을 회복할 것이다.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2016.08.04 北은 미사일 쏘는데 '사드 반대' 中國 나팔수로 나선 사람들
북한이 3일 노동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해 그중 한 발이 1000㎞를 날아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북은 올 들어서만 스커드·노동·무수단 등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노동미사일은 부산항 등 유사시 미군의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주요 시설과 주일 미군 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군은 물론이고 주한 미군도 노동미사일을 요격할 확실한 방어 수단이 없다. 그래서 들여올 수밖에 없는 게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다.
외부의 군사적 위협은 일단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만 한다. 외교적 대응은 그다음이다. 군사적 대응이 되지 않는 외교적 대응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말장난이거나 굴욕적 협상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일각에선 대중(對中) 관계만을 맹목적으로 내세우면서 북핵 미사일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조치는 완전히 도외시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가 자국의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는 전진 배치형이 아닌 종말 단계로 북한 국경을 넘는 중국 지역은 극히 일부만 탐지될 뿐이다. 이는 주목적이 아니라 부수적 결과이지만 중국은 이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충돌하고 있는 미·중 간에 근본적 불신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중국이 사드를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믿기로 작정한 이상 우리가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엔 중국의 이익이 있다면 우리에겐 북핵 미사일을 막아야 하는 우리의 사활적(死活的) 이익이 있다. 지금 일부 국내 인사 눈에는 우리 국익이 아니라 중국의 이익이 먼저, 그리고 크게 보이고 있다.
중국의 전략은 거의 드러나고 있다. 우선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사드 반대론을 최대한 증폭시켜 남남 갈등을 키우고, 적당한 시기에 보복 조치를 내밀어 한국 내 반대론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 이 전략에 노무현 정권 청와대 비서관, 현직 대학교수가 동원되더니 3일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중국 공산당 선전 기관인 신화사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를 맹비난했다. 그는 "사드는 한국의 필요가 아니라 미국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배치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날로 강경해지면서 결국 미국의 동북아 전략의 함정에 빠져든 것"이라고 했다. 사드가 북핵용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중국 주장과 똑같다. 사드는 우리 국토의 3분의 2를 방어하는데 어떻게 한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는 우리가 북핵 미사일을 막기 위해 군사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유국가에서 누구든 다른 나라 매체에 자기 의견을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중국에는 자유 언론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공산당 산하 선전 기관이다. 사드와 같은 문제에서 한국인이 중국 매체에 중국 정부와 같은 견해를 말하는 것은 중국의 전략에 놀아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모든 선전 기관을 동원해 한국을 향한 선전과 선동, 위협을 가하는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면서 미·중이 충돌할 때 한국을 '제1 타격 대상'이라고 협박했다.
지난 1일 국민의당과 정의당 지도부가 경북 성주에 가서 사드 반대를 외쳤다. '중국이 반대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야당들이 '전자파 괴담' 때문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이용한 것이다. 더민주당도 8월 말 전당대회가 끝나면 야권 전체가 사드 반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당의 당대표 후보들은 모두 사드 반대 입장이다. 또 사드를 반대한다는 더민주당 초선 4명은 곧 중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중국의 나팔수를 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지금까지 이들 입에서 북핵 미사일을 당장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다.
중국 편에 서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측 은 대부분 국내 정치적으로 현 정부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아무리 정치적 원한이 깊다고 해도 국가의 명운이 걸린 안보 문제로 갈등 중인 외국 편에 쉽게 설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이들 중에는 빨리 중국이 뭔가 보복 조치 하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이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정파가 국가를 앞서면 모두가 벼랑 끝에 서는 날이 빨리 다가올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사설
2016.08.04 사드괴담 확산의 중심에 선 왜곡언론들의 맞춤형 왜곡보도
▲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 사진출처=미 국방부
최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인 사드(THAAD)의 한국배치와 관련하여 레이더의 소음과 전자파의 유해성을 과장하고 심지어 허위 보도를 일삼는 괴담(怪談)수준의 왜곡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국내의 논란은 ‘진실과 거짓의 싸움’인데도 거짓은 사라지지 않고 각종 의혹을 확산시키며 진실을 가리우고 있는 형국이다. 사드괴담 확산의 중심에 서있는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를 접하면서 과연 언론의 본질이 무엇인지 회의를 갖게 한다.
모 종편채널은 미군 신문 성조지 원문 인용하여 사드의 유해성을 부각하고 특히 어디에도 없는 “사드 포대 근처에 사람이 살기 어렵다”는 주장을 사드 운영 요원이 말한 것으로 허위 보도했다. 그러고 방송 나흘 만에 해당 보도가 오역(誤譯)이었다며 슬며시 사과했다.
또한 몇몇 신문은 “사드기지 주변에 가면 (강한 전자파와 소음으로)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기지 옆에 30분만 있어도 구토가 일어 난다”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일본 교토 사드기지를 직접 취재한 한 언론에 의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사드 레이더로부터 20m와 50m 떨어진 곳의 소음을 측정해보니 60~80 데시벨(dB)이 나왔는데, 이는 지하철 전동차 안의 소음과 비슷하다고 한다. 레이더에서 최소 200m이상 떨어진 인근 마을에서 소음이 크게 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18일 미국이 한국 국방관계자와 언론에 최초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 기지를 공개하였다. 사드 기지의 소음도 레이더에서 가까운 곳에서는 귀마개를 해야 할 정도였으나 500m 정도 떨어지자 아예 들리지 않았다고 취재기자들은 전하고 있다. 일본이나 괌의 사드기지의 소음은 레이더를 가동시키기 위한 자가 발전기에서 나오는 소음이나, 상주에 배치될 사이드 기지는 직접 한전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운용하기 때문에 소음논란은 원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괌 사드기지의 레이더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도 우리 방송통신위원회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치인 10W/㎡의 0.007%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체에 유해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는 사드배치 반대여론 형성을 위해 사실(fact) 확인을 외면한 채, 자기들에게 유리한 (부정확한) 정보만을 짜맞추어 보도하는 이른바 ‘맞춤형 왜곡보도’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우리가 거짓 선동에 가까운 맞춤형 왜곡보도를 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광우병 괴담, 2010년 천안함 괴담, 2014년 세월호 괴담, 특히 다이빙벨 소동 등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으나,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각종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왜곡보도의 사회적 폐해는 매우 크다.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어 우리사회에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을 가중시키게 된다. 특히 사드배치와 같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 거짓 선동을 부추기는 왜곡보도는 정부의 안보대응력을 무력화시켜 결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우리체제의 존립을 위협하게 된다. 이정도 되면 언론은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凶器)로 전락하는 것이며, 언론이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장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사회악(惡)’이다.
이점에서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영화는 거대 종교권력에 맞서 카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끈질기게 추적하는 보스턴글로브 내 탐사보도 전문팀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이는 사드관련 왜곡 및 허위보도를 하고도 책임지지 않으며 나몰라 하는 일부 언론과 기자들이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일부 언론의 왜곡 및 허위보도에 대해 사안별로는 사법적 단죄도 필요하나, 자칫 언론의 자유와 국민이 알권리를 제약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왜곡보도를 하고서는 언론시장이나 우리사회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언론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글 |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2016.08.04 前통일부 장관이 中언론에 정부 비판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실패"
/정세현〈사진〉
전 통일부 장관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 실패"라고 비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3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등 화려한 외교 정책을 꺼냈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 어느 것도 진심에서 나온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이 날로 강경해지면서 결국 미국의 동북아 전략 함정에 빠져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걸쳐 통일부 장관(2002년 1월~2004년 6월)을 지내며 우리나라 안보 정책에 관여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사드 비판' 글을 잇달아 보낸 김충환 전 노무현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이나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와는 발언의 무게가 다른 인물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전 통일부 장관이 국내 언론도 아니고 '한국 보복'을 공언하는 중국의 관영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 정책을 비난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누구를 위한 인터뷰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사드 배치는 한국의 필요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미국의 필요와 이익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드를 수도권이 아닌 경상북도 성주에 배치한다는 것만 봐도 사드가 북한의 핵 공격 대비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취한 군사적 조치"라고 했다.
사드 배치가 중국 감시용이라는 중국 측 주장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사드의 레이더 탐지 거리가 최대 2000㎞에 달해 중국 영토를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사드의 레이더 반경을 종말 단계 모드에서 전진 배치 모드로 전환하는 데는 8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미국은 사드 배치 다음 날부터 바로 중국을 비롯한 극동 지역의 군사 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며 "사드가 북한 미사일 격퇴를 위한 용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만적 행위로, 중국과 러시아는 이러한 주장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또 "사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북핵 문제 해결은 6자 회담에 의존해야 한다"며 중국 측 주장에 동조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조선일보 오윤희 기자
2016.08.11 김제동은 돼도 문재인은 안 된다
그동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살펴봤는데 대체로 세 가지 허점이 있다. 첫째 북한이 핵미사일을 한국 영토에 발사하면 어떻게 막을까에 대한 답이 없다. 이 문제는 치명적이다. 한 달 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 미사일의 사거리(최대 1300㎞)를 600㎞로 조정해 동해 쪽으로 날렸을 때 그의 책상 위엔 한반도 지도가 놓여 있었다. 미사일의 낙탄 지점을 시계 방향으로 80도 틀게 되면 부산항과 김해공항이 된다. 부산항과 김해공항은 유사시 미군의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길목이다. 만일 남북 간 전시 상황이 발생한다면 김정은은 수도권을 향해 수백, 수천 발의 장사정포를, 미 증원 전력의 길목엔 노동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사드는 노동 미사일 방어용이다. 사드를 수도권이 아닌 한국의 남쪽 성주에 배치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드 반대론자들은 ‘배치 지역이 왜 수도권이 아니냐, 한국인 보호용이 아니라 미군 방어용이기 때문 아니냐’는 질문을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해대는데 우스꽝스럽다. 미사일이 터질 때 피해는 한국인과 미군을 가리지 않는다. 사드 반대론자들은 ‘김정은이 한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 ‘미사일을 일본이나 미국을 향해서만 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남북한 핵·미사일전이 벌어지면 한민족이 공멸할 것이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혹은 “그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북한·중국·미국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게 대답이다. 문제의 치명성에 비해 그들의 해법은 화가 날 정도로 낭만적이거나 비현실적이다. 명징한 현실 검증력 대신 내면에 망상적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방송인 김제동 같은 비전문가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같이 나라 안보를 책임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그러면 오싹 소름이 돋는다.
사드 배치 반대론들자의 두 번째 허점은 한국 정부가 중국을 화나게 해서 큰일 났다는 호들갑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씨는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 응해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도 요격하지만 탐지 거리 2000㎞인 X-밴드 레이더를 통해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감시한다. 사드가 실제 배치되면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끝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세현씨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과장해 얘기했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는 고정식으로 운용 거리 900㎞ 미만인 대북 요격용이다. 정씨가 거론한 탐지 거리 2000㎞짜리 레이더는 요격용이 아닌 조기 감시용이다.
마침 어제 방한한 제임스 시링 미국 미사일방어청장도 “한국에 배치할 사드는 (요격용) 종말 모드이며 2000㎞ (감시용) 전방 모드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마 중국 정부가 들으라고 한 소리 같다. 중국과 미국은 조만간 ‘성주 사드’ 문제로 전략대화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에서 양국 간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사실을 비틀어 호들갑을 떤 사람들이 좀 뻘쭘해질 것이다.
그들의 세 번째 허점은 우리 정부가 사드를 취소하더라도 한·미 동맹이 깨지지 않을 것이란 편의적 믿음이다. 당장은 안 깨질지 모른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자신의 보호장구를 본국으로 돌려보낸 한국인을 위해 피를 흘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이후 한국에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의 트럼프나 클린턴 정부가 노동 미사일 공격에 노출될 미군 증원 전력을 파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렇게 동맹의 균열은 시작된다.
나는 당권 주자를 비롯해 더민주 의원들 사이에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사드 배치 반대론에 이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답을 갖고 있는가. 그들은 대부분 박근혜 정부에 원한이 맺혀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하기에, 미국의 패권주의가 싫어서 사드를 거부한다. 나 역시 박 대통령의 ‘나 홀로 정치’와 미국의 일방주의가 불편하다. 그렇다고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데 우산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미제 우산이든 싫은 사람이 편 우산이든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한다. 정부가 밉다고 안보까지 미워할 수야 없지 않나.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2016.08.12 城 밖의 적, 城 안의 싸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협박을 보며 김훈의 '남한산성'을 다시 꺼냈다. 병자호란 47일을 다룬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참담하다. 380년 전 우리는 힘도 없이 중국에 맞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중국은 무력과 공포로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을 마지막까지 짓밟았다. 그때의 굴욕이 기억세포 깊숙이 새겨져 민족적 트라우마가 됐다.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 눈치 보기가 무성하다. 눈치가 지나쳐 과민 반응까지 나오는 것은 기억 속 중국 트라우마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중국 매체가 한마디 던지면 당장에라도 청나라 군대가 쳐들어올 듯 술렁거린다. 복수 비자가 축소되고 배우 몇 명 스케줄이 취소됐을 뿐인데 보복이 시작됐다고 웅성대고 있다.
중국은 구두탄(口頭彈)만 쏘아댈 뿐 아직 보복은 시작도 안 했다. 그런데 우리가 벌써부터 겁먹고 늑대다, 호랑이다 전전긍긍하는 꼴이다. 중국 공산당 선전 매체는 그런 우리에게 "마음속에 꿀리는 게 있으니 과민 반응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조롱당해도 할 말이 없다.
사드는 대한민국의 안보 이슈다. 북한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중국 보복론'이 논란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말았다. 안보 논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중국이 언제 보복해올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중국의 엄포는 사드 반대파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들까지 베이징에 날아가 중국의 말 협박을 국내에 생중계했다. 우리가 알아서 기어주니 중국은 속으로 웃고 싶을 것이다.
사드 반대 진영에선 '제2의 병자호란' 운운하는 말까지 나온다. 반대파들은 우리가 미국에 동조해 중국의 보복을 자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明)의 편을 들어 청의 침략을 부른 실수를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왜 그토록 패배주의를 떨쳐버리지 못할까. 이제 우리는 병자호란 때처럼 약하지도, 만만하지도 않다. 380년 전 우리에겐 다 죽어가는 명나라밖에 없었다. 지금은 한·미 동맹이 있고, 한·미·일 협력 체제가 있다. 수많은 대항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우리 혼자 외롭게 중국의 위협 앞에 서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이 벌여놓은 전선(戰線)은 난사군도도 있고 센카쿠도 있다. 중국이 우리에게 잘못 대립각을 세웠다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 맘대로 칼을 휘두를 형편이 못된다.
많은 사람이 '제2의 마늘 파동'을 걱정한다. 16년 전 우리는 중국산 마늘 때문에 호되게 굴욕 당했다. 당시 우리가 중국 마늘에 긴급 관세를 매긴 것은 소탐대실의 판단 미스였다. 하지만 관세 자체는 WTO(세계무역기구) 절차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 여기에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 수입 중단으로 무자비하게 보복했다. 국제 통상 규범을 무시하고 주먹을 휘두른 것이었다.
이 사건은 한국 경제에 쓰라린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러나 또다시 그때처럼 무지막지한 무역 보복을 당할 가능성은 적다. 마늘 파동 때 중국은 WTO 가입 전이었다. 지금 중국은 WTO 회원국이 돼 '시장경제 지위'까지 따내려 애쓰고 있다. 통상 질서를 거스르는 일은 피해야 할 처지다.
우리는 중국 시장의 거대함에 압도돼 겁부터 먹고 있다. 싸우면 우리만 죽어난다는 피해 의식이 강하다. 부분적으로 맞지만, 한국 경제의 실력이 그 정도로 허약하진 않다.
중국에도 한국은 수입 1위국이다. 전체 수입의 10%를 한국에서 들여간다. 그 상당 부분이 반도체 같은 핵심 부품과 소재다.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사다가 가공 수출해 돈을 번다. 그만큼 중국 경제도 한국 의존도가 높다. 만약 중국이 무역 분쟁을 벌인다면 자신도 피해 입을 각오를 해야 한다.
중국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보복은 '치사한'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겉으론 아닌 척하면서 뒤로 괴롭히는 것이다.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한다든지, 비관세 장벽으로 애먹이는 식이다. 기업들로선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견디지 못할 만큼 치명적인 보복은 아니다. 이 정도도 버텨내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도 아니다. 중국이 치사하게 나오면 나올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중국 쪽이다. 국제사회에서 낙인 찍히고 고립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버텨서 스스로 결정한 국가 의지를 관철해내야 한다. 여기서 후퇴하면 병자호란의 트라우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지금 정말로 걱정할 것은 중국의 위협이 아니 라 우리 내부다. 소설 '남한산성'이 그린 병자호란의 실체는 '성(城) 안의 싸움'이었다. 김훈은 '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기가 더욱 모질었다'고 썼다. 적은 밖에 와있는데 성 안에 갇혀 우리끼리 말(言)로 싸웠다.
지금 우리 모습도 그렇다. 우리를 위협하는 공동의 적이 밖에 있는데 안에서 분열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제2의 병자호란'이 맞다.
박정훈 논설위원
2016.08.23 북한 핵(核)에 대해선 입도 벙끗 않다가 사드 배치엔 거품무는 사람들
조지 오웰(1903~1950)의 첫 직업은 순경이었다. 인도 아편국 관리의 아들로 태어난 오웰은영국 이튼스쿨을 졸업했으나 대학 갈 실력이 안 되자 노후가 보장되는 경찰공무원에 지원한다. 첫 임지는 영국의 식민지 버마. 식민지에서 제국주의 경찰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서서히 제국주의 폐해를 목도했고 마음의 갈등을 겪으며 괴로워했다. 그는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사회주의에 빠진다. 4년 만에 경찰을 그만두고 1927년 작가가 되겠다며 런던으로 돌아온다. 그는 런던과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을 자처한다. 위장 부랑자가 되어 런던을 떠돌았고 틈틈이 글을 썼다. 런던의 주요 신문에 기고를 했고,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등을 발표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얻었다.
그는 결혼과 함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奧地)로 들어간다. 허트포드셔 지방의 월링턴 마을. 그는 여기서 자급자족 생활을 하며 오로지 글만 썼다. 1936년 어느날 그는 스페인내전(1936~1939)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선거에 의해 수립된 좌파정권인 인민전선 정부가 프랑코 장군에 의해 전복되면서 발생한 전쟁! 세계의 좌파지식인들이 앞다투어 인민전선 정부를 돕기 위해 파리에서 스페인행 열차를 탔다. 그는 아내와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갔다. 직접 총을 들고 파시스트 세력에 맞서 민주 정부를 지켜내겠다는 이상에 들떴다. 그는 마르크스주의 통일노동자당(POUM) 산하의 의용군에 들어가 최전선을 자원했다.
파시스트와 대치한 전선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직면한다. 소련의 조종을 받는 스페인공산당은 같은 좌파인 통일노동자당을 비난하고 탄압하는 데 골몰했던 것이다. 스페인공산당은 급기야 통일노동자당 대원들을 체포, 모조리 총살했다. 그가 4개월간 의용군으로 활동하면서 목격한 것은 ‘소련 신화’의 허구였다. 모든 좌파이념이 각축을 벌인 스페인내전에서 그는 정치신화는 언제나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조작된 정치신화에 의지해 권력을 장악한 세력의 실체를 경험했다. 그가 목격한 사실들은 신념에 반하는 것이었다. 그는 보고 느낀 것을 양심에 따라 있는 그대로 썼다. 그게 ‘카탈로니아 찬가’와 ‘동물농장’이다.
리영희, 송두율, 강정구 그리고 김영환. 1970~1980년대, 스무 살 언저리에 리영희의 저작들을 접하고 인생이 바뀐 사람들이 꽤 있다. 이른바 ‘리영희 키즈(Kids)’들이다. ‘송두율 키즈’도 있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김재연·이상규 등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주사파의 대부(代父) 김영환도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았다.
‘지식인들’의 패악(悖惡)에 분노할 때가 많다. 불학무식한 촌부(村夫)는 북한에 대해 “공산주의는 자유가 없잖유”라고 하지만 배운 자들은 갖은 말장난으로 북한 체제를 미화한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면 북한 내부의 문제는 북한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내재적 접근법’을 운운한다. 북한 핵(核)에 대해서는 입도 벙끗하지 않다가 사드 배치에 대해선 거품을 문다. 이들을 보면 전향한 김영환의 용기는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과 진실에 눈을 감은 사람은 지식인이 아니라 선전원이다. 올해는 스페인내전 80주년이면서 문화대혁명 50주년이다
글 | 조성관 주간조선 편집장
2016.08.30 2017년에 北核 비호-사드 반대 좌파 정권이 등장할 때 예상되는 사태
2017년에 사드 배치 반대 친중 친북 정권이 등장하면, ‘외환보유고 4조 달러를 가진 중국 공산정권+핵무장한 북한정권+국가권력을 장악한 친중(親中)-찬북(親北) 성향의 좌파정권’이 같은 편으로 정렬하게 된다. 이에 '권력을 잃은 한국 내 보수세력+태평양 너머 있는 미국+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는 일본’이 한미일(韓美日) 동맹을 강화하여 대항할 수 있나?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해온 의원이 제1 야당의 대표가 되었으니 2017년 대선은 소름끼치는 선택이 될 것 같다.
제1 야당의 본질은 북한의 핵개발을 비호하고, 인권탄압에 침묵하며, 종북세력과 손잡았던 세력이란 점이다. 별명을 짓는다면 核人從(핵인종) 세력이다.
가. 비관적 문제제기: 2017년에 北核 비호-사드 반대 좌파 정권이 등장할 때 예상되는 사태
1.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力學) 변화: ‘외환보유고 4조 달러를 가진 중국 공산정권+핵무장한 북한정권+국가권력을 장악한 친중(親中)-친북(親北)성향의 좌파정권’이 같은 편으로 정렬하게 된다. 이에 '권력을 잃은 한국 내 보수세력+태평양 너머 있는 미국+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는 일본’이 한미일(韓美日) 동맹을 강화하여 대항할 수 있나?
2. 北의 핵미사일실전배치가 기정사실화하여 한국이 북한에 종속될 가능성: 親中-親北성향의 좌파정권 핵심세력은 北의 핵개발을 방조하여 왔고 한국의 核미사일방어망 건설도 반대하여 왔다. 이런 노선이 계속될 경우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되어 정치적으로 종속되고 군사적으로도 주도권을 놓치게 된다. 북한정권의 노골적 협박이 한국의 정치와 언론, 그리고 사법기능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3. 反자유 가치 동맹: ‘중국 공산정권+북한정권+親中-親北성향의 좌파정권’은 계급투쟁론에 기반을 둔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신념적으로 反자유민주주의-反시장주의-反美 성향이다. 필연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정체성이 도전을 받아 국체(國體)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인 언론의 자유, 선거의 자유, 사유재산권, 국민주권주의가 위협 받고, 언론과 여론도 좌경화될 것이다. 북한정권을 비판하는 자유도 규제될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로 가는 길을 열 수도 있다.
4. 내전적(內戰的) 상황: 이런 사태에 대응하여 한국의 자유민주 진영이 反정부 투쟁에 나서고, 좌파정권이 이를 탄압할 경우, 국군이 헌법 5조에 따른 국가안보의 최종수호자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면 내전적(內戰的)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국군도 이념적으로 분열될 수 있다.
5. 경제 불황: 좌파적 국정운영은 낭비적 복지와 기업의 경쟁력 상실로 귀결되어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이다.
6. 악화되는 한반도의 3大 문제: 北의 핵실전(核實戰)배치, 北의 인권탄압, 종북(從北)세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악화되면서 한국의 對北 종속화를 초래할 것이다. 북한정권은 한국이 갖지 못한 전략적 무기(핵미사일)와 정치적 무기(종북좌파)를 결합시키면 對南적화 통일도 가능하다가 자신할 것이다.
7. 멀어지는 자유통일: 한국은 국체(國體)와 노선(路線)이 바뀌면서 해양세력에서 이탈, 중국 영향권에 들어가고 자유민주주의는 약화되며, 자유통일은 멀어지고, 분단고착이나 북한 주도의 통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8. 변수들: 새누리당의 각성 여부, 좌파정당의 자발적 궤도 수정 여부(與否), 국민들의 각성 여부, 법치와 제도의 저항력 여부, 북한정권의 급변 사태 여부, 중국의 변화 등.
북한의 核미사일 실전(實戰)배치 상황은 아래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하였거나 이렇게 빠를 순 없었다.
1.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자금과 기술을 제공한 자.
2. 북한의 핵개발을 막으려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노력을 계획적으로 방해한 자.
3. 북한의 핵개발을 변호하고 다니면서 핵을 반대하는 애국자들을 공격한 자.
4. 北의 핵실험 이후에도 우리가 핵미사일 방어망을 만들지 못하게 하여 北의 核사용을 유혹하는 자들.
어느 나라이든 위의 죄목에 해당하는 자들은 반역자로 斷罪(단죄)된다. 소련에 핵 정보를 제공하였던 로젠버그 부부에게 사형을 선고하였던 미국 카우프만 판사의 논고처럼 核간첩은 살인자보다 더 위험하다.
재작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해산시킬 때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은 결정문의 보충의견을 통하여, 大逆(대역)행위를 용서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의 바탕인 자유민주주의의 존립 그 자체를 붕괴시키는 행위를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이를 모르는 뱁새는 정성껏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그러나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뱁새의 알과 새끼를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낸 뒤 둥지를 독차지하고 만다. 둥지에서 뻐꾸기의 알을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한 뱁새는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게 되지만, 둥지에 있는 뻐꾸기의 알을 그대로 둔 뱁새는 역설적으로 자기 새끼를 모두 잃고 마는 법이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에 의해 장악된 피청구인 정당이 진보적 민주주의체제와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추구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그 전복을 꾀하는 행동은 우리의 존립과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는 소위 대역(大逆)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와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민주 당을 장악한 세력은 노무현 추종자들이다. 노무현의 정체를 알면 이들이 집권하였을 때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10월3일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였다(국정원 공개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그동안 해외를 다니면서 50회 넘는 정상회담을 했습니다만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노릇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습니다.(중략). 주적 용어 없애 버렸습니다. 작전통수권 환수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외국군대가 있는 것은 나라 체면이 아니다… 보내지 않았습니까… 보냈고요… 나갑니다. 2011년 되면… 그래서 자꾸 너희들 뭐 하냐 이렇게만 보시지 마시고요. 점진적으로 달라지고 있구나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작계 5029라는 것을 미 측이 만들어 가지고 우리에게 거는데… 그거 지금 못 한다… 이렇게 해서 없애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2012년 되면 작전통제권을 우리가 단독으로 행사하게 됩니다. 남측에 가서 핵문제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와라 주문이 많죠. 그런데 그것은 되도록 가서 판을 깨고… 판 깨지기를 바라는 사람의 주장 아니겠습니까? (중략). 나는 지난 5년 동안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왔고, 국제무대에서 북측의 입장을 변호해 왔습니다.”
-핵무장하지 않은 나라의 국군통수권자가 핵무장한 敵을 위하여 동맹국과 싸웠다고 敵將(적장) 앞에서 자랑한 것은 利敵(이적)을 넘어 정신의 정상성을 의심하게 한다.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장관이 2007년 11월에 노무현을 만났다. 김정일을 만나고 온 한 달 뒤였다. 게이츠 전 장관이 쓴 회고록에 의하면 盧 당시 대통령은 게이츠에게 '아시아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은 미국과 일본이다'고 말하더라고 한다. 게이츠는 '나는 그가 반미주의자라고 결론 내렸고 약간 돌았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북한 핵문제와 6자 회담: 현재로선 우리가 할 일이 없다. 이 문제를 다음 정부에 넘기는 수밖에 없다. 이 문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나는 지금 곤혹스럽다. 미국은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려 하므로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한편 북한은 완고하다. 한국은 중간에 끼였다.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데 대하여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북의 핵 기술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의 경우는 인도의 경우와 비슷한데도, 나는 (북한은 안 되고) 인도는 핵무기를 가져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이 핵무기를 가졌다고 한국인이 불안해하나?'(2006년 8월13일, 한겨레 신문 등 우호적인 언론사 간부 초청 간담회에서 한 말. 8월19일 미 대사관이 국무부로 보고한 전문에서 인용)
-인도나 미국은 핵무기를 가져도 한국을 위협하지 않는다. 국가 지도부가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北의 핵무기는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겠다고 맹세한 戰犯(전범)집단의 손에 있으므로 인도나 미국의 핵무기와 달리 우리에겐 치명적이다. 같은 칼이라도 주방장이 가진 것과 강도가 가진 것은 다르다.
▲“북한이 核을 개발하는 것은 선제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며 남한의 지원 여부에 따라 핵 개발을 계속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이 핵을 선제공격에 사용하게 되면 중국의 공조를 얻지 못하는 등 여러 제약이 따를 것(2006년 5월29일 향군지도부초청환담 中)”
-무기는 공격용으로 만드는 것이지 방어용 무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北核이 방어용이란 주장은 북한보다 더 北을 편드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김정일이 웃었을 것이다.
▲ 2007년 10월3일 김정일-노무현 회담록에서
*김계관(북한 외무성 부상): 신고에서는 우리가 핵계획, 핵물질, 핵시설 다 신고합니다. 그러나 핵물질 신고에서는 무기화된 정형은 신고 안 합니다. 왜? 미국하고 우리하고는 교전상황에 있기 때문에 적대상황에 있는 미국에다가 무기 상황을 신고하는 것이 어디 있갔는가. 우리 안한다.
*노무현 대통령: 수고하셨습니다. 현명하게 하셨고, 잘 하셨구요.
-북한이 무기화된 핵물질은 신고하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려도 노무현은 따지지 않고 오히려 '현명하게 하셨다'고 칭찬한다. 경찰에 붙들린 도둑이 '장물을 어디 팔았는지는 진술할 수 없습니다'고 해도 형사가 '현명하십니다'고 칭찬하는 꼴이다.
*우리가 가진 두 개의 무기: 헌법 결정문과 유엔 결의문
재작년 12월18일 유엔총회는 찬성 116표, 반대 20표, 기권 53표로 對北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도록 하는 한편, 인권을 유린한 책임자들을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안보리는 이 결의문의 권고를 논의하기 위하여 의제로 채택하였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집단 학살죄, 인도주의에 반한 죄, 전쟁범죄 등 국제법 위반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이다.
유엔이, 북한정권을 국제법상의 ‘反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집단으로 규정, 김정은 등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결의, 안보리 議題(의제)로 채택되도록 하는 데 바탕이 된 북한인권보고서는 북한정권을 히틀러와 스탈린 같은 전체주의 체제로 규정했다.
이 역사적 문서는, <고문, 처형, 강간, 성분차별, 외국인 납치, 노예노동, 여성 어린이 장애자 기독교인 차별, 강제수용소 운용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는 바, 그 규모, 심각성, 그리고 성격은 현대 세계의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도>라고 지적, 국제사회가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같은 해 12월19일,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을 ‘反인도범죄집단’인 북한정권의 남한 공산화 전략을 추종하는 ‘북한식 사회주의 폭력혁명 획책 집단’으로 규정, 해산시켰다. 국제법과 헌법에 의하여 북한정권과 통합진보당은 각각 ‘인류의 敵’, ‘헌법의 敵’으로 규정된 셈이다.
* “공산당보다 더 나쁜 게 북한식 사회주의”
2014년 12월19일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해산하는 결정을 내릴 때의 가장 중요한 판단은 종북좌파 세력의 전위당인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진정한 목적이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점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주권에 입각하므로 계급독재론에 근거한 사회주의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주의(또는 공산주의)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것은 '북한식 사회주의'이다. 헌법재판소는 통진당이 추구한 '북한식 사회주의'의 특징을 1당 독재일 뿐 아니라 주체사상과 수령론, 그리고 1인 독재가 가미된 전체주의 세습체제로 규정하였다.
<북한식 사회주의는 인민민주주의 독재체제로서 조선노동당의 1당 독재체제이고, 수령에 의한 1인 독재체제로서 세습독재를 정당화하며,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김정일의 선군사상에 의해 지배되는 유일지도 이념체제이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1차적으로는 폭력에 의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다>고 판시하였다.
북한식 사회주의의 인권유린을 조사한 유엔은 북한인권보고서와 유엔총회 결의를 통하여 '북한정권은 전체주의 체제이며, 現代에서 유례가 없는 反인도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국제법을 위반하므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여 斷罪하여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북한은 전체주의 국가의 많은 특성을 보인다. 한 개인이 이끄는 일당 통치는 “김일성주의-김정일주의”라고 일컫는 정교한 지도 이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북한 정권은 유년 시절부터 사상을 주입시키고, 공식 이념에 의심을 품는 모든 정치적‧종교적 의견을 억압하며, 주민들의 이동, 타국민과는 물론 북한 주민들끼리도 소통을 통제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이러한 지도 이념을 내재화시킨다. 성별과 ‘성분’에 따른 차별을 통해 정치 체제에 대한 도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엄격한 사회구조가 유지된다.>
따라서 통진당 해산을 반대하는 것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지하거나 묵인하고, 동시에 反인도적 인권탄압에 대하여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으며, 유엔의 斷罪(단죄)의지엔 반대하는, 反문명적 태도라고 간주할 수 있다.
한 헌법재판관은, 통합진보당을 이념적으로 '공산당'이나 '사실상 공산당'으로 불러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에 대하여 '그렇기도 하지만 공산당보다 더 나쁘다. 공산당보다 더 나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답하였다.
북한정권을 反인도범죄집단으로 규정한 유엔총회의 결의는 인류보편적 가치관과 국제법적 강제력을, 통진당을 대한민국의 敵으로 규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적 정당성을 갖는다. 한국의 종북좌파 세력을 세계 보편적 관점에서 재규정하면 그들은 '反인도범죄비호세력'이자, 전체주의 집단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親히틀러, 親파쇼 세력이며 '인류의 적 비호세력'이다. 인권과 환경을 내세우지만 이들이야말로 진짜 守舊(수구) 반동 세력이고 '惡의 軸(축)'이다.
핵개발, 인권탄압, 종북세력은 한 뿌리에서 나온 세 갈래의 惡이다. 이 악을 없애려면 뿌리인 북한정권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이 核미사일을 實戰(실전)배치하고 있으므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자유통일하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당하게 생겼다.
글 | 조갑제(趙甲濟)조갑제닷컴대표
2016.09.01 ‘사드 저격수’로 나선 정세현의 실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걸쳐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씨. 그는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각종 남북회담을 진행했으며, 개성공단과 경의선 착공과 휴전선 대북방송 중단 등 수많은 남북 합의를 이루어냈다.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그가 지난 8월 3일 중국 관영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취한 군사적 조치”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들(김대중·노무현 측 인사들)이 국가안보에 대해 주변국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며 “신(新)사대주의적 매국(賣國)행위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정씨는 이와 관련 “외국 언론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매국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사드 문제를) 북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큰 틀의 동북아 정세 흐름과 연관지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그의 거침없는 사드 반대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언론 기고와 인터뷰, 강연, 토론 등을 통해 그는 “사드 배치로 한·중(韓中)관계는 솔직히 끝났다고 본다”며 “경제적 측면에서 당장의 보복이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중국의 경제보복과 중·러·북의 군사행동으로 한반도 긴장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드 배치를 통해서 북한의 반발을 유도하고, 그걸 핑계로 해서 대중(對中) 압박 전선(戰線)을 강화하는 것이 미국의 목적”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의 틀에서 사드 문제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가 대북 강경책을 펴면서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전략의 그물에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 힘으로 배치를 기정사실화해 나가려는 정부 정책을 자꾸 견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당을 향해 “내년 말에 배치 문제가 끝나지 않도록 필리버스터를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사드 반대 진영의 대표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는 대표적 우파 관료였다”
그는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캠프 내 남북경제연합위원회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재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이 단체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임동원·이종석·이재정씨를 비롯 백낙청 서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공동이사장이나 공동대표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와 한반도평화포럼 등을 통해 교류하는 임동원·이종석·이재정씨 등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햇볕정책을 직접 입안하고, 추진했던 인사들이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활동했던 인사들 상당수가 18대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처럼 김대중·노무현 좌파정부 10년간 햇볕정책의 최선봉에 서 있던 정세현씨가 원래는 통일부의 대표적 우파 관료였다는 흥미로운 증언이 나왔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초대 대변인을 지냈던 윤창중 윤창중칼럼세상 대표(전 문화일보 논설실장)의 주장이다. 윤 대표는 지난 8월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사드 문제에 관한 칼럼을 한 편 올렸는데, 이 글의 상당 부분은 정씨의 통일부 시절 팩트들이다.
윤 대표는 1981년 정치부 기자를 시작할 무렵 당시 통일원 관료였던 정씨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정씨에 대해 “요즘 좌파들이 우파인사들을 공격하는 말로 ‘극우’의 대표적 인물”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2002년 1월 김대중 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우파 관료’였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반공 이데올로기’를 개발해 제공하는 ‘민족통일연구원’의 정세현은북한 문제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고 김일성·김정일을 공격하며 흥분했다”면서 “내가 병아리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그가 DJ정권에 들어가기 전 기억하는 정세현은 철저한 ‘반공주의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정씨가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서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조선인민군 비전향 장기수이던 이인모씨에 대한 북송 조치를 발표했는데, 청와대 통일비서관이었던 정세현씨는 대통령의 이런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북송 조치는 잘못된 것이며, 비전향 장기수를 북송하는 대가로 북한에 있는 국군포로를 송환받아야 한다”며 흥분하던 정 비서관의 모습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윤 대표는 YS정권의 청와대 비서관이 DJ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맡는 것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그를 중용하는 것은 보수우파에서 DJ의 사상적 전력(前歷)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으니 이를 희석시키기 위한 ‘위장전술’로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대북 유화론자로
정씨는 1945년 만주에서 태어났지만 곧바로 광복을 맞아 전북 임실에서 성장했다. 이후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7년 국토통일원(통일부의 전신)의 공산권 연구원으로 특채되어 ‘4급 연구원’으로 공직을 시작한다. 세종연구소, 동북아연구소 등을 거쳐 민족통일연구원장을 지냈다.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냈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초대 통일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당시 한겨레신문의 프로필 기사(1998년 3월 9일자)를 보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대북 유화론자로 강성으로 분류되는 강인덕 장관과 정책 조화를 위해 발탁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미 그때부터 대북 유화론자로 평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후 2001년 국정원 통일특별보좌역을 거쳐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통일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각종 남북 회담을 주도했다. 장관 퇴임 후에는 원광대 총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그는 박정희 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공직생활을 이어갔다. 장관 시절과 그 이후 그의 발언을 추적해 보면 그가 한때 철저한 반공주의자이자 보수우파 관료였다는 윤창중 대표의 말이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는 최근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 사건에 대해서 “뭔가 좀 공작이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종북 콘서트’ 진행으로 추방당한 신은미씨의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의 통일문화상 수상식에서 “신은미씨 책은 절대로 북한을 찬양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 바로 알리기에 일조한 책”이라고 말했다.
과거 발언을 통해 본 정세현
2016년 1월 박근혜 정부가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총선용 북풍(北風)’이라고 주장했고, 2015년 12월 제1차 남북당국회담을 앞두고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회담 의제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의 거울이다. 그가 통일부 장관 재직과 퇴임 후 했던 발언 일부를 소개한다.
“금강산 관광 대가의 군사목적 전용 의혹은 항간에 떠도는 설을 종합한 것으로 주한(駐韓)미군도 공식 부인한 적이 있다. 공장설비 등에 대한 북한의 수입량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관광 대가가 경제개발에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2002년 3월 29일, 자유포럼 조찬강연회)
“대북 식량지원은 탈북자 인권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며 남북관계 안정에도 기여하는 효과적 수단이다.”(2003년 4월 18일, 통일교육협의회 조찬강연)
“북한의 핵·생화학 무기는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체제방어 또는 강대국을 상대로 한 협상카드용이다.”(2002년 2월 2일, KBS 심야토론)
“김정일 위원장은 ‘북핵’이라는 무모한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2004년 6월 14일, 6·15공동선언 4주년 기념 서울신문 인터뷰)
“북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통일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인식은 아직도 편향적이고 때로는 극단적이다.”(2003년 11월 13일, 통일한국 11월호 기고문)
“위폐 문제도 마찬가지다. 10년 넘게 조사했다는 위폐 문제를 지금 이 시점에서 터트리는 것을 봤을 때 국내 정치용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핵이든 위폐든 미국이 문제 있다고 하면 문제 있는 것이다. 미국은 출제자이자 채점자이기 때문이다.”(2006년 1월 11일, 인터넷통일언론인모임 초청간담회)
“미국의 진의가 말로는 한반도 비핵화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적당히 핵을 가짐으로써 한국과 일본이 더 확실한 핵우산을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우리 쪽 대북지원이 핵무기 자금으로 쓰였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되는 선동에 불과하다.”(2006년 10월 28일, 프레스센터 언론광장 포럼)
“부시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은 그라운드 제로(9·11 사태)가 생기고 난 뒤 북한에 대해서는 악의 축으로 간주해 목 조르기 식 정책을 계속 폈고, 핵 문제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일관하다 북핵 실험이라는 벼랑 끝 위기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2006년 10월 25일, 경남 마산시청 민주평화통일 마산시협의회 강연)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현금이 건너간 것이 없다. 미국도 북한이 미사일만으로 1년에 5억달러를 번다는 걸 인정했는데, 우리 돈으로 핵·미사일을 만들었다는 말은 뭘 모르는 이야기다.”(2009년 7월 8일, 평화방송 인터뷰)
“‘1번’이니 이런 것은 북쪽이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것이다. ‘번’ 자가 일본식 용어다. 백화원도 1호각, 2호각 이런 식으로 쓴다. 1번, 2번은 일본식 단어다.”(2010년 5월 20일, 민중의소리 인터뷰)
출처 | 주간조선 2016.8.29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2016.09.01 중국과 '左派 오리엔탈리즘'
미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놓고 국내 여론이 갈라졌다. 중국과의 우호를 중시하는 인사 가운데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한국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 중국의 심기를 거슬렀을 때 대북 억제와 남북통일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드 논란의 본질은 한국의 안보·대외전략과 관련한 '친중(親中)'과 '친미(親美)'의 노선 대결이다. 그런데 그동안 친중 노선을 추구해온 한국 좌파는 결정적 순간에 경제·남북관계론에 편승하며 초점을 흐리고 있다.
'친중 좌파'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중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국제여론이 비판적인 가운데 중국 정부를 강력하게 옹호하는 사람은 영국 좌파 학자·언론인 마틴 자크이다. 중국어로도 번역돼 불티나게 팔린 저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2009년)에서 그는 세계의 수도가 베이징으로 이동하는 것은 필연이라고 말한다. 중국인은 민주주의보다 부국강병을 바라고, 중국의 소프트파워와 가치관이 서구 모델을 대신하여 세계인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앞서 이탈리아 출신의 좌파 사회학자 조반니 아리기는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2007년)라는 책에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몰락을 점쳤고, 종속이론의 창시자로 유명한 좌파 경제학자 안드레 프랑크는 만년에 저술한 '리오리엔트'(1999년)에서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가 세계사의 중심으로 돌아온다고 일찌감치 예언했다.
좌파의 중국 사랑은 아시아가 더 뿌리 깊다. 일본은 20세기 중반부터 저명한 중국문학 연구자 다케우치 요시미가 일본 제국주의와 그것을 낳은 맹목적 서구 추종을 비판하면서 중국 혁명에서 '근대 초극(超克)'의 가능성을 찾았다. 그를 잇는 중국사상사 연구자 미조구치 유조는 일본이 중국보다 우월하다는 통념을 비판하며 서구 중심의 근대관을 넘어설 것을 주장했다. 요즘에는 세계적인 문예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이 중국에서 '제국주의 아닌 제국(帝國)'을 발견했다고 설파한다. 한국도 1970~80년대 젊은 층에 큰 영향을 미쳤던 고 리영희 한양대 교수가 중국의 공산혁명과 문화대혁명을 인류사의 새로운 실험으로 극찬했다.
하지만 아시아 좌파의 친중 노선은 중국이 급부상한 후 오히려 난관에 부딪혔다. 한국과 일본 좌파는 한·중·일 연대를 모색하지만 정작 중국은 한국·일본을 자신과 대등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이 그냥 중국의 그늘에 들어오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동아시아론을 주장해온 한·일 좌파들은 "중국에 과연 아시아가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구미(歐美) 좌파는 서구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중국에 주목할 뿐 중국 자체나 동아시아와의 관계에는 관심이 없다. 이를 중국사상 연구자인 조경란 박사는 '좌파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른다. 오리엔탈리즘은 편견에 근거해 동양을 실체와 상관없이 폄하했는데 좌파는 거꾸로 미국에 대한 반감에서 중국을 무조건 높이는 것이다. 중국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구미 좌파는 그래도 된다. 하지만 중국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한국은 다르다. "과거 중국의 조공국이었던 한국은 중국 주도의 신(新)조공질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마틴 자크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인지 한국 좌파는 밝혀야 한다.
이선민 선임기자
2016.09.28 병자호란 부른 친명(親明)사대와 꼭 닮은 사드 반대 친중(親中)사대주의자들
1637년 음력 1월2일 청(淸)의 태종이 포위당한 남한산성 내 조선왕 인조(仁祖)에게 보낸 편지는 그 내용이 직설적이고 당당하다.
<(전략)내가 요동을 점령하게 되자 너희는 다시 우리 백성을 불러들여 명나라에 바쳤으므로 짐이 노하여 정묘년에 군사를 일으켜 너희를 정벌했던 것이다. 이것을, 강대하다고 약자(弱者)를 없신여겨 이유없이 군사를 일으킨 것이라 할 수 있겠느냐.
너는 무엇 때문에 그 뒤에 너희 변방 장수들을 거듭 타이르되, '정묘년에는 부득이하여 잠시 저들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여 화약을 맺었지만, 이제는 정의(正義)로 결단을 내릴 때이니 경들은 여러 고을을 타일러 충의로운 사람들로 하여금 지략을 다하게 하고, 용감한 자로 하여금 적을 정벌하는 대열에 따르게 하라'는 등등의 말을 했느냐. 이제 짐이 친히 너희를 치러왔다.
너는 어찌하여 지모(知謨) 있는 자가 지략(智略)을 다하고 용감한 자가 종군(從軍)하게 하지 않고서 몸소 일전(一戰)을 담당하려 하느냐. 짐은 결코 힘의 강대함을 믿고 남을 침범하려는 것이 아니다. 너희가 도리어 약소한 국력(國力)으로 우리의 변경을 소란스럽게 하고, 우리의 영토 안에서 산삼을 캐고 사냥을 했으니 이는 무슨 까닭인가. 그리고 짐의 백성으로서 도망자가 있으면 너희가 이를 받아들여 明나라에 바치고, 또 명나라 장수 공유덕과 경중명 두 사람이 짐에게 귀순코자 하여 짐의 군대가 그들을 맞이하러 그곳으로 갔을 때에도, 너희 군대가 총을 쏘며 이를 가로막아 싸운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짐의 아우와 조카 등 여러 왕들이 네게 글을 보냈으나 너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정묘년에 네가 섬으로 도망쳐 들어가 화친을 애걸했을 때, 글이 오고간 상대는 그들이 아니고 누구였더냐. 짐의 아우나 조카가 너만 못하단 말인가. 또 몽고의 여러 왕들이 네게 글을 보냈는데도 너는 여전히 거절하고 받아들이지 않았었지, 그들은 당당한 元(원)나라 황제의 후예들인데 어찌 너만 못하랴!
元나라 때에는 너희 조선이 끊이지 않고 조공을 바쳤는데, 이제 와서 어찌하여 하루아침에 이처럼 도도해졌느냐. 그들이 보낸 글을 받지 않은 것은 너의 혼암(昏暗)과 교만이 극도에 이른 것이다. 너희 조선은 요(遼), 금(金), 원(元) 세 나라에 해마다 조공을 바치고 대대로 신(臣)이라 일컬었지, 언제 북면(北面)하여 남을 섬기지 않고 스스로 편안히 지낸 적이 있었느냐.
짐이 이미 너희를 아우로 대했는데도 너는 갈수록 배역하여 스스로 원수를 만들어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도성(都城)을 포기하고 대궐을 버려 처자와 헤어져서는 홀로 산성(山城)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설사 목숨을 연장해서 천년을 산들 무슨 이로움이 있겠느냐.
정묘년의 치욕을 씻으려 했다면 어찌 하여 몸을 도사려 부녀자의 처소에 들어앉아 있느냐. 네가 비록 이 城 안에 몸을 숨기고 구차스레 살기를 원하지만 짐이 어찌 그대로 버려두겠는가.
짐의 나라 안팎의 여러 왕들과 신하들이 짐에게 황제의 칭호를 올렸다는 말을 듣고, 네가 이런 말을 우리나라 군신이 어찌 차마 들을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이냐.
대저 황제를 칭함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은 너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이 도우면 필부(匹夫)라도 천자(天子)가 될 수 있고, 하늘이 재앙을 내리면 천자라도 외로운 필부가 될 것이다. 그러니 네가 그런 말을 한 것은 방자하고 망령된 것이다.
이제 짐이 대군(大軍)을 이끌고 와서 너희 팔도(八道)를 소탕할 것인데, 너희가 아버지로 섬기는 명나라가 장차 너희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를 두고볼 것이다. 자식의 위급함이 경각에 달렸는데, 부모된 자가 어찌 구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네가 스스로 무고한 백성들을 물불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니, 억조중생들이 어찌 너를 탓하지 않으랴. 네가 할 말이 있거든 서슴지 말고 분명하게 고하라.
숭덕(崇德) 2년 정월2일
이 편지의 마지막 부분은 폐부를 찌르는 직격탄이다. 명나라의 배경만 믿고 나를 황제라 부르지 못하겠다고 도발했으니 그 명나라의 구원병으로 나를 막아보라. 만약 명군(明軍)이 오지 않으면 너는 오만과 오판으로써 백성들을 파멸로 이끌고 들어간 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충 그런 뜻이다.
청태종의 이 직격탄은, 황제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요구를 굳이 거부하여 참혹한 겨울 전쟁을 부른 인조와 그 신하, 특히 명분론의 인질이 된 척화파의 무능한 안보와 국방태세에 대한 조롱이다.
상황을 전쟁으로 몰고간 척화파 사대부들은 淸에 반대함으로써 자신의 지조를 높이는 데만 신경을 썼지 그런 외교가 전쟁을 불러 국가와 백성들을 파멸로 몰고갈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눈을 감았고 전쟁을 불러놓고는 전쟁 준비에도 반대했다. 구제불능의 이런 신하들은 패전한 뒤에도 존경을 받았고 애써 淸과 협상하려 했던 최명길 등은 대대로 욕을 먹었다. 이런 조선조는 병자호란 때 망했어야 했다.
1637년 음력 1월29일 남한산성에서 농성중이던 인조는 주화파 최명길을 청군(淸軍) 진영으로 보냈다. 최명길은 淸에 대한 강경론으로 병자호란을 부른 책임이 있는 오달제 윤집을 데리고 갔다. 청태종은 두 사람에게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두 나라 사이의 맹약(盟約)을 깨뜨리게 했느냐'고 물었다.
오달제가 말하기를, '우리나라는 300년 동안 명나라를 섬겨왔소. 명 나라가 있다는 것만 알 뿐 청나라가 있다는 것은 모르오. 청국이 황제를 참칭하고 사신을 보내왔으니 간관(諫官))의 몸으로 어찌 화친을 배척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오'라고 했다. 윤집은 '우리나라가 천조(天朝)를 섬겨온 지 이미 300년이나 되어 의리는 임금과 신하요, 정은 아버지와 아들이오. 더 할 말이 없으니 속히 나를 죽여주시오'라고 말했다.
두 충신의 말은 기개가 있으나 답답하기 그지 없다. 한족(漢族) 나라 明에 대한 충성과 일편단심만 보일 뿐 자신들이 불러들인 전쟁으로 죽어나가고 있던 백성들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망해가는 明에 대한 일편단심은 재야(在野) 선비가 해야 할 일이지 재조(在朝)의 관리가 할 일은 아니었다. 국제정세에 대한 무지(無知), 외교와 군사에 대한 무지, 백성들에 대한 무관심만 보여주는 조선조 엘리트의 수준이다.
민족사의 극과 극을 이야기하라면 대당(對唐) 결전으로 당군(唐軍)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민족통일국가를 완성한 문무왕, 김유신 등 7세기의 신라 지도부가 최상이다. 최악은 사대주의와 위선적인 명분론에 혼을 빼앗겨 할 필요가 없는 전쟁을 초대하여 王朝(왕조)도 民生(민생)도 도탄으로 밀어넣었던 仁祖 시대의 집권세력이다. 신라 지도층과 인조 시절 지도층은, 같은 민족인데 어떻게 이처럼 다른 사람들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신라 지도층의 성격은 개방, 활달, 文武(문무)겸전, 풍류, 자주, 명예, 오기, 자존심, 품격으로 표현된다. 인조 지도층의 성격은 편협, 명분, 위선, 독선, 무능, 文弱(문약)으로 표현된다.
신라는 국가와 불교가 기능을 분담했다. 국가가 종교에 복종하지도 종교가 국가에 이용만 당하지도 않았다. 신라와 불교는 각기의 영역을 인정하면서 상호 협력하였다. 흔히 신라 불교를, 호국 불교라고 말하지만 통치 이데올로기화된 불교는 아니었다.
조선조 시대에는 주자학(朱子學)이 통치 이데올로기로 변했다. 정치가 주자학을, 주자학이 정치를 이용하면서 전례가 없는 수구성과 명분성과 위선성을 보여주었다. 정치와 철학이 결탁하면 정치는 생동감을 잃고 철학은 흉기가 된다. 주자학적 명분론이 부른 전쟁이 병자호란이었다.
1592년 왜병에게 기습을 허용했던 조선은 그 35년 뒤 후금에게 다시 침략을 허용하였다. 정묘호란(丁卯胡亂)이 그것이다(인조 5년). 인조는 그 9년 뒤인 1636년에 다시 병자호란을 막지 못하고 치욕의 삼전도 항복을 하고말았다. 어떻게 된 것이 40여년 사이 세 번이나 똑 같이 외부세력에 선제공격을 당하고 말았느냐 말이다.
더욱 웃기는 것은 인조 조정이 할 필요도 없는 전쟁을 불러들였다는 점이다. 1636년 淸으로 이름을 바꾼 후금(後金)은 조선에 대해서 대청황제(大淸皇帝)라고 불러줄 것을 요구했다. 조선조는 明에 사대하고 있는 입장에서 의리상 그렇게 못하겠다고 버티었다.
이때 明은 이미 망해가고 있었고 대청(大淸)은 떠오르는 세력이었다. 광해군은 이런 국제정세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서 明과 後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여 전쟁을 면했었다. 그런 광해군을 배신자라고 규정하여 쿠데타로 쫒아냈던 인조 조정은 明 황제 이외의 누구도 황제라 부를 수 없다는 명분론을 굽히지 않았다.
인조도 현실외교로써 청과 화친하고싶었으나 명분론을 들고 나온 척화파(斥和派) 신하들의 반발 때문에 淸과 대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 10개월간 계속된 인조 조정의 내부 노선 투쟁을 들여다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명분론은 청군(淸軍)의 침입을 부르는 초대장임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명분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전쟁 준비론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대사간 윤황(尹煌)이 임금에게 전쟁준비를 건의하면 그가 지휘하는 사간원에서는 이런 건의를 올린다.
'요사이 병란의 기미가 이미 생겨 화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데, 하늘이 크게 재앙을 내려 수해와 旱災(한재)가 거듭 계속되니, 팔도의 생령이 모두 죽게 될 지경입니다. 그런데 전쟁까지 하게 된다면 국가가 반드시 망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청이 요구하는대로 그들 황제를 대청황제(大淸皇帝)라고 불러주면 된다. 그렇게 하자는 주화파 최명길(崔鳴吉)에 대해선 明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는 짓이라고 규탄해마지 않던 척화파가 자신들이 부른 전쟁 준비를 하자고 하니 백성들의 고통 운운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한국의 좌파들은 北의 핵개발을 비호하거나 사실상 지원해놓고는 우파가 "北이 핵무장하였으니 우리는 미사일 방어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서니, "왜 중국이 싫어할 일을 하느냐"고 반대하는데 인조 시절의 척화파 꼴이다.
대사간 윤황이 또 강화도의 무기와 전투식량을 평양으로 실어보내 평양에서 적을 막자고 건의한다. 비변사는 이 전쟁 준비 건의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가.
'그렇게 해야겠지만 민력(民力)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 못한다. 억지로 일을 시키면 내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가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인심(人心) 때문이다.'
할 필요도 없는 전쟁을, 시대착오적인 명분론을 앞세우다가 초대해놓고는 전쟁 준비를 하겠다니 '그러면 백성이 고생하니 하지 말자. 백성들을 혹사하면 내란을 일으킬지 모르겠다'고 하는 판이니 대책이 없다.
실제로 제대로 된 방어책이 없었던 仁祖 조정은 청군이 서울로 들어왔을 때에야 강화도로 달아나려고 했으나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인조로 하여금 그런 굴욕적 항복을 하도록 했더라면, 그리하여 수십만의 백성들이 청으로 납치되어가는 비극을 불렀다면 강경파 신하들 중에 책임지고 자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인데 아무도 없었다. 현실론을 앞세워 화친을 주장했던 최명길만 욕을 먹게 되었다.
국제정세를 오판한 명분론으로 병자호란을 불러들인 척화파 선비들은 충신이 되고 현실적 판단에 따라 화친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배신자로 치부 된 것이 조선조의 또 다른 비극이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영웅으로 만들어버리니 진정한 반성도 책임규명도 불가능해지고 그런 과오의 메카니즘은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체질로 살아남아 조선조를 망하게 하는 데 일조했으며 지금은 한국을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병자호란을 부른 위선적 명분론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부를지 모른다.
북한의 핵개발을 방조한 자들이 핵미사일 방어망 건설을 방해하는 것은 淸을 도발, 전쟁을 불러놓고는 전쟁 준비엔 반대하는 인조 시절의 명분론자들과 어떻게나 같은지 놀랍다. 전자(前者)는 친명(親明)사대주의, 후자(後者)는 친중(親中)사대주의자들이다. 지금의 친북좌파가 진보의 탈을 쓰고 있지만 맨얼굴은 수구반동 세력임을 잘 보여준다. 한국의 좌우(左右) 대결은 그 본질이 진보 對 수구(守舊)인데, 자유민주세력이 잔짜 진보이고 진보 자칭 세력은 수구(守舊)이다.
글 | 조갑제(趙甲濟)조갑제닷컴대표
2017.05.31 文 대통령 뜬금없는 "사드 포대 충격적" 이유가 뭔가
청와대가 30일 경북 성주 사드 포대에 배치된 발사대 2기 외에 4기가 추가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4기 추가 반입 내용을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으며 30일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 반입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또 지난 25일 국방부의 국정기획자문위 보고에서도 이 내용이 누락됐다고 했다. 경위 조사에는 민정수석실과 안보실이 함께 나선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 직후 지난 26일 정의용 실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했으나 청와대는 다시 안보실장과 1·2차장 모두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안보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뜬금없고 이해하기 힘들다. 사드 시스템은 레이더와 발사대 6기 일체형이다. 이 가운데 레이더와 발사대 2기는 지난 4월 말 성주 포대에 들어갔다. 정식 배치가 아니라 상황의 긴급성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배치였다. 원래 6기 일체형인 이상 나머지 발사대 4기도 국내에 기(旣)반입돼 배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나머지 4기가 들어와 있다는 보도도 그 당일부터 계속 이어졌다. 무기 체계의 특성상 군 당국이 존재·이동·배치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을 뿐 이미 공지(公知)의 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갑자기 "충격적"이라고 했다. 만약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비로소 알았다는 뜻이라면 그 자체로 큰 문제다. 웬만한 전문가들은 물론 언론도 아는 내용을 어떻게 대통령이 모른다 할 수 있나. 문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는 것도 이상하다. 국방부가 일부러 감추려 했다는 느낌을 준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에게 국방부가 사드처럼 논란이 큰 문제를 어떻게 감추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다.
청와대 측은 4기 반입에 대한 진상조사 지시 사실을 밝히면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성주 포대는 논란이 많아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받기로 한 것이지 규정상으론 그 대상도 아니다. 또 환경영향평가가 문제라면 아직 배치되지 않은 4기가 아니라 배치된 2기를 문제 삼는 것이 상식에 맞는다. 국방부는 배치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혔고 지금 그 과정 중에 있다. 그런데도 왜 갑자기 문제 삼는지도 알 수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갑자기 사드 비용을 한국이 내라고 하면서 혼선이 빚어졌으나 한·미 간 기존 합의가 있는 이상 큰 변화는 있을 수 없다. 국회 비준 동의 문제도 '정치적 해결'이라는 쪽으로 정리가 돼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갑자기 문 대통령의 조사 지시가 나왔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새 정부가 마치 야당이 국정감사하듯 하고 있다.
북이 저렇게 매주 미사일을 쏘아대는데 그것을 막자는 무기 체계 하나 들여오는 걸 놓고 이 난리가 벌어지고 있으니 대체 누굴 위한 소란인지 알 수 없다. 만약 일각의 짐작대로 문 대통령의 느닷없는 사드 문제 제기가 장관 인사청문회로 쏠리는 이목을 돌리려는 것이라면 무책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2017.06.13 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
12일 자 한 신문에 경북 성주 주민들이 사드가 배치된 성주골프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막고 차량을 검문하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성주 사드 포대는 레이더를 움직일 고압 전기 공급 송전망을 아직 갖추지 못해 일단 기름으로 비상 발전기를 돌려 임시 운용되고 있다. 그런데 주민들이 사드 가동 연료인 유류가 반입되는 걸 막겠다고 검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군은 차량을 동원하지 못하고 헬기로 여러 차례에 나눠 기름을 공수(空輸)하고 있다.
헬기를 쓰면 비용도 많이 들고 원활한 연료 수송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21일 북한이 북극성 2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발전용 기름이 일시 바닥난 상태여서 미사일 추적 레이더를 작동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주민들이 한 명씩 교대로 경광등을 들고 지나가는 차량을 일일이 검문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인데도 경찰이나 성주군은 반발을 우려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무법천지다. '나라가 이래도 되느냐'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경기 의정부시가 지난 10일 마련한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도 황당한 이유로 파행됐다. 민노총·노동당 등이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SNS 등을 통해 출연 예정 가수와 기획사를 상대로 협박 전화와 악성 댓글이 쏟아진 탓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출연진은 아예 콘서트장에 나오지 않았고 인순이와 크라잉넛 등도 '죄송하다'는 말만 하면서 머리를 숙인 후 노래는 못 부르고 무대를 내려갔다. 민노총과 노동당이 반대한 이유는 "왜 하필 미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미선양 15주기(6월 13일)를 사흘 앞두고 미군 위로 공연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미 2사단은 내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의정부시가 52년간 지역에 주둔하면서 안보를 지켜준 미 2사단에 송별의 의미를 담아 감사 행사를 마련한 것이었는데 반미(反美) 단체들이 판을 깨버린 것이다.
사드는 동맹국 미국이 주한 미군을 북 미사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다. 배치 비용도 미국이 댄다. 부수적으로 우리 국토 절반가량도 사드 방어 범위에 들어간다. 미 2사단은 6·25전쟁 때 한국을 구하러 미국 본토에서 가장 먼저 달려온 부대다. 한 전투에서 사단 병력의 3분의 1을 잃는 큰 희생도 치렀다. 15년 전 발생한 효순·미선양의 비극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었지만 교통사고였을 뿐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 힘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어 미국의 힘을 빌리고 있는 처지이다. 그런데도 이런 망동(妄動)을 벌이고 정부와 경찰은 방치한다.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안보가 위태롭다는 걱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7094명 戰死, 한국 지킨 美2사단에 고마움 표하는 공연이 뭐가 잘못됐나"
민주당 소속 안병용 의정부 시장, 공연 무산시킨 反美세력 비판
'美 2사단 100주년 콘서트' 韓·美 우정의 무대 파행
"연예인들 얼마나 겁박받았으면 거액 위약금에도 포기했겠나
효순·미선 추모도 준비했는데…
세계경제 10위권 대한민국 국민, 인사나 도리 차릴 정도 안됐나"
공연 불참한 연예인 소속사들, 다른 미군 행사 출연도 주저주저
"미2사단은 6·25 전쟁 때 유엔군 승리의 토대를 놓은 지평리 전투에 참여해 큰 전공을 세웠습니다. 7094명 전사라는 커다란 희생을 치렀고, 실종된 186명은 아직 그 유해조차 못 찾고 있습니다. 의정부에 무려 52년 동안 주둔하며 한국의 안보에 헌신했죠. 내년 평택 이전을 앞두고 우정과 송별의 뜻을 담으려 했던 겁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10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파행을 빚은 데 대해 12일 성명서를 통해 유감과 사과를 표명했다. 안 시장은 이후 본지 인터뷰에서 "사전 홍보된 공연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실망감을 안겨드려 거듭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일부 반미세력이 행사의 취지를 왜곡하며 시위를 벌이고, 악성 댓글 공격으로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재선 임기를 보내는 안 시장은 "이번 행사는 작년부터 기획해 의회의 예산 심의와 승인, 경기도의 지원 등을 얻어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안병용 의정부 시장은 "미 2사단의 100주년 기념일은 오는 10월 26일이지만 이 무렵이면 미군 병력이 평택으로 많이 이전하기 때문에 콘서트를 6월로 앞당겼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이 우리나라의 안보에 기여한 몫, 50여 년 세월의 애증과 공과(功過)는 기억과 역사로 남는다"며 "'분심(憤心)은 강물에 씻고 은혜(恩惠)는 돌에 새긴다'고 하는데 우리가 분심만 새기는 배은망덕한 나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행사 당일이었던 10일 오후 6시 행사 시작에 앞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토머스 밴달 미 8군사령관 등 초청 인사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런데 출연이 예정된 연예인 6팀 가운데 2팀만 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전날부터 일부 네티즌들이 소속사에 협박 전화를 걸고 팬카페 게시판에 악성 댓글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걸그룹 오마이걸의 페이스북에 '참여 가수들 노래에 미선·효순이 사진을 합성해서 배포하겠다'는 글과 15년 전 사고 당시의 사진을 올린 네티즌도 있었다고 한다.
▲인순이도 크라잉넛도 “노래를 못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 가수 인순이씨가 지난 10일 오후 6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 무대에 올라 “노래를 못 하게 돼 죄송하다”며 관객에 사과하고 있다(왼쪽). 인순이씨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록밴드 크라잉넛 멤버들도 “이렇게 많은 관객 분들이 와주셨는데 공연을 못 하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추계E&M
안 시장은 특히 가수 인순이씨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오프닝 무대를 준비하던 인순이씨는 "내 아버지는 흑인 병사였다. 이번 행사의 의미도 알고, 청중의 기대도 알지만 안 되겠다"며 울먹이다 결국 청중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리허설까지 마쳤던 크라잉넛도 관객에게 인사만 했다.
안 시장은 "연예인들이 얼마나 겁박을 받았으면 거액의 위약금까지 감수하며 포기했겠느냐"고 했다. 행사 주관사에 따르면 연예인 소속사들은 "공연 당일에 불참 통보를 해 면목이 없고, 다른 행사에서 무료로 출연하겠다"고 사과했지만 '미군 관련 행사도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안 시장은 2002년 6월 13일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양 추모 기간에 행사를 치렀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행사 주관사 측이 콘서트 중간에 '미선이 효순이의 안타까운 희생을 추모한다'는 세션을 마련했고, 진행자도 '오늘 이 시간이 슬픔과 눈물을 화해와 상생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며 묵념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콘서트 마지막에 미군과 시민이 어울려 1층을 한 바퀴 도는 순서도 마련돼 있었는데, 막판에 분위기가 흐트러지면서 무산됐다.
안 시장은 "밴달 미8군 사령관에게 '반미 세력 때문에 예정된 프로그램을 몇 개 하지 못했으니 양해해달라'고 했더니 '어려운 사정이 있는데 초청을 해준 것만도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안 시장은 "의정부는 지역 명물인 부대찌개처럼 한·미 관계의 상징적인 도시"라고 했다. 부대찌개는 1960년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 소시지 등을 재료로 김치를 섞으면서 탄생한 유래를 갖고 있다. 또 8개나 되는 미군기지가 도시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행정타운·종합병원·공원·관광단지 등 다양한 청사진에 따라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안 시장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한·미 관계가 흔들리는 시점에 정부를 대신해 동맹을 과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이 된 대한민국의 개인, 국가 모두 도리나 인사를 차릴 정도는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의정부=권상은 기자 주희연 기자
06.14 '해괴망측한 한 줌 좌파'
엊그제 만난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가수 인순이씨가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인순이씨는 지난 11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 개막 무대에 설 예정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인순이씨를 비롯해 연예인 6팀이 축하 공연을 하기로 돼 있었다. 안 시장은 행사 직전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한다. 연예인 6팀 중 인순이씨와 록밴드 크라잉넛 등 2팀밖에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토머스 밴달 미 8군사령관 등과 함께 있던 안 시장은 좌불안석이었다고 한다. 시 간부들은 출연자 대기실에서 울먹이는 인순이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인순이씨는 "내 아버지도 흑인 병사였지만 (앞으로 닥칠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안 시장은 "연예인들이 얼마나 겁박을 받았으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일부 좌파 단체들이 이 행사에서 공연할 예정인 연예인들의 소속사에 협박 전화를 걸고,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온갖 공갈·비방 등을 퍼부은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안 시장과 의정부시는 작년 10월부터 이 행사를 준비해 왔다. 미 2사단은 한·미 동맹의 상징 같은 부대다. 2사단은 6·25전쟁 때 부산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평양에 처음 입성한 부대다. 2사단 소속 장병 7094명이 숨졌고, 1만60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실종자 186명은 아직 그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1965년 의정부에 자리를 잡은 미 2사단은 북의 도발을 막아내는 최일선 부대였다. 현재 한반도에 있는 유일한 미군 전투 사단이 바로 2사단이다. 그 2사단이 내년이면 새로 지은 평택 미군 기지로 떠난다.
안 시장은 "정말 선의(善意)로 송별 행사를 준비했다"고 했다. 여야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의회의 심의와 승인을 거쳤고, 경기도의 지원도 받아냈다. 안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좌파 단체의 생리를 나름 잘 아는 정치인이다. 그런 안 시장도 이번에 벌어진 좌파 단체들의 반미(反美) 행태는 용납하기 어려운 듯했다. 그는 "52년간 의정부와 함께 지내온 미군에 대해 우정과 송별의 의미를 담은 행사도 제대로 못 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안 시장은 이 좌파 단체들을 "해괴망측한 정치 세력"이라고 불렀다.
그가 말한 '해괴망측한 세력'은 사실 극소수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인 좌파 단체 회원은 20명 안팎이었다. 반면 3500명 넘는 관객이 이 송별 행사를 보기 위해 의정부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미군 병사 400명도 함께했다. 행사 관계자는 "한 줌도 안 되는 반미 단체의 주장에 의정부시 전체가 8개월가량 준비해온 한·미 우정의 행사가 차질을 빚은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런 일이 이번이 마지막일까. 안 시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권상은 경기취재본부장
■사드 괴담 파괴한다
1 대한민국을 연작처당으로 만든 정치인들”
사드 미사일 발사 체제의 성주 배치를 막기 위해 애쓰던 세력들이 전자파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놓는 모습이다. 전자파는 아무리 주장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성산포대 인근에 살고 있는 새(鳥)이다.
성주 성산포대에 설치될 레이더는 5도 상향으로 레이더 빔을 쏜다. 구글어스에는 이 포대가 있는 산은 해발 380m이다. 그러한 산 꼭대기에서 5도 위로 레이더 빔을 쏘면 지상에 사는 사람들은 이 빔을 맞을래야 맞을 방법이 없다. 이 산 아래 사는 성주 주민들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등산을 하다 보면 이따금 산 위에 있는 레이더 기지를 볼 수 있다. 이 기지는 콘크리트 건물을 지어 놓고 그 위에 레이더를 올려놓는다. 그래야 토대가 안정되고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곳 근무자들도 이 레이더가 있는 곳 아래에서 일한다. 등산객은 그러한 건물보다 낮은 곳으로 걸어가니 역시 레이더 빔은 쬐지 못하는 것이다.
이 레이더 빔을 많이 쬘 수 있는 것은 날아가는 새이다. 벌레도 레이더 빔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레이더 기지에 사는 새나 벌레가 레이더 빔을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벌레는 몰라도 새는 제법 크기 떼죽음을 당했다면 벌써 현지 근무자들에 의해 소문이 났을 것이다.
레이더 기지의 새가 ‘통닭’이 되었는가
지독한 전자파를 맞으면 새는 ‘통닭’이 될 수 있다. 어법상으로는 통새가 되야 하지만 통새라는 말을 쓰지 않으니 닭으로 환치해 통닭이라고 하자. 새가 통닭이 되려면 레이더 바로 앞에서 아주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앉아 있어도 과연 통닭이 될지 의문이지만, 그렇게 앉아 있는 새는 없다. 전자파를 맞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날아가기 때문이다.
레이더는 적의 움직임을 살피는 무기니 그 앞에 레이더 빔을 방해할 장애물을 두지 않는다. 새가 앉아 있을 자리가 있으면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새는 날아가는 도중에 우연히 레이더 빔을 맞게 된다. 그런데 어느 한 마리도 통새가 되지 않고 알을 까고 품어서 후손을 만들며 살고 있다.
일시적으로 레이더 빔을 쬐는 것은 전혀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이 영하 10도인 날 1,2초 정도 밖에 나갔다 들어온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영하 10도에 1,2초 노출됐다고 사람이 죽는가. 감기에 걸리는가. 그가 감기에 걸렸다는 1초 노출이 아닌 다른 이유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괌에 갔던 관계자 “한국이 창피해서 혼났다”
한국 기자들이 괌에 갔을 때, 괌에서도 큰 관심을 표현했다. 괌의 사대 포대에는 무수단 파괴자(musudan manglers)라는 구호가 붙어 있었다. 사드의 목적을 정확히 표현해 놓은 것이다. 한국 기자들이 괌에 간다고 하자 괌에서도 관심을 표현했다.
때문에 괌 언론 기자 3인과 괌을 지역구로 한 미국 하원 한 명(괌에서는 하원 의원 1명만 선출한다)이 나와 기자들을 맞았다. 이 만남을 지켜본 한 인사는 ‘괌측 사람들은 한국이 괌에 배치된 사드 체제를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란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사드가 있어야 괌을 지킬 수 있는데 한국이 이 사드를 가져가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기자단의 질문이 전자파에 집중되자 안심하면서 잠시 할 말을 잊은 듯 했고 한국 기자단과 함께 현장에 갔던 한 인사는 전했다. 그는 “너무 창피해서 혼났다”고 말했다.
성주 주민들이여 땅을 내주시라
그래도 전자파 위협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성주 주민 중에는 “우리가 땅을 내줄 테니 국무총리하고 국방부장관이 와서 살아라. 전자파가 위험하지 않다니 그들이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국정에 바쁜 총리와 장관이 성주에 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전자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런 말을 했다면 성주 주민들께 “제발 땅 좀 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요원들은 높고 높은 산에서만 지낸다. 겨울에 폭설이 내리면 꼼짝 못하고 갇혀서 하늘만 보고 지낸다
. 성주 주민들이 내주는 땅에 그러한 장병들을 위한 휴게소를 지었으면 좋겠다. 공군 전체가 사용하는 휴양소로 써도 좋다. 그러나 이 보다 더 낫게 활용했으면 한다. 미국은 사드를 비밀무기로 여긴다. 따라서 거의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는다.
성산포대에 사드가 들어오면 운영은 물론이고 부대 경계까지도 미군이 다 하려고 할 것이다. 미군은 사드의 비밀이 새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한미 연합으로 운영하자고 해 사드에 대해 배워야 한다.
그러한 노력을 하려면 성산포대 인근에 한국군 기지가 있어야 하는데, 성주 주민들이 내준 땅에 그러한 기지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미군은 사드 포대를 공개하지 않겠지만 기지를 만들어놓고 계속 유대를 하면 조금씩 얻어내는 것이 있을 것이다. 주민들한테는 전자파 위협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바로미터가 되면서 국익을 높이는 노력도 해보자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을 한 지역 정치인
성주 사태를 보면서 가장 한심한 이는 이완영 성주 출신 국회의원이다. 그는 앞장서서 사드 반대를 외쳤다. 국회의원이면 국가 차원에서 사태를 봐야 하는데 지역 차원의 주장부터 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 또한 지난 총선에서 친박을 주장했을 터인데, 결정적인 순간 박 대통령과 반대로 갔다.
누가 진실한지는 결정적인 순간까지 가봐야 안다. 친구를 알려면 여행을 해보라고 하는데, 힘든 상황을 맞아봐야 진짜 친구를 알 수 있다. 이 의원은 과학을 믿지 않고, 국가 안보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주민의 두려움에 편승해 진실에 대항했다. 머리 속서는 주민의 표와 다음 당선을 의식했는지도 모른다.
성주 군수도 먼저 머리띠를 메고 반대했다. 전자파 등을 이유로. 국가 안보는 지역을 sjad서는 중차대한 문제인데 왜 지방장관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일까. 안보를 주민의견 물어가며 풀어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안보는 시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분야기에 국가지도자가 전권을 행사한다. 군통수권, 대권이라는 용어가 그것을 나타낸다. 군수가 나서서 하자 말자 할 것이 아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많은 이들을 잘못 생각하게 만들었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 안보를 훼손해도 된다는 마음을 갖게 한 것이다. 원희룡 지사를 비롯한 제주도의 유력자들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전방 지역은 국가 안보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묵살하고 해군기지 건설로 제주가 입는 피해를 강조하고 대가를 요구한 것이다.
김종규 부안 군수를 다시 본다
이러한 지역 정치인들이 판을 치면 엉터리 정보에 현혹돼 두려움을 품은 주민들이 무조건 군사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우리의 코끝을 겨눠도 오불관언(吾不關焉) 내가 입을 피해를 보상하라고 하거나 나는 그것이 무조건 싫다는 주장을 하는 주민을 양산해내는 것이다. 그야말로 연작처당(燕雀處堂)이다.
주민들은 정보에 어두워 더러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도자가 중요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없으면 지역도 없다. 북한 핵 미사일이 쏟아질 지경까지 갔으니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근거도 없는 전자파를 거론하며 이를 막은 정치인들이 문제다. 이들은 국가는커녕, 그들을 출마하게 해준 박 대통령도 배신했다. 자기가 살려고 배신의 정치를 보인 것이다.
2003년 부안사태 때의 김종규 군수를 다시 평가하고 싶다. 그는 대한민국과 부안의 발전을 위해 방폐장을 유치하려고 했다. 위험을 무릎쓴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로부터 혹독한 구타를 당해 전북대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러한 애국심을 보인 김군수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줬는가. 병원비 정도를 내준 것뿐이지 않은가.
이러니 지역보다 큰 국가,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역도 발전시켜보려는 지역 정치인이 못나오는 것이다. 그때 정부는 그때 큰 내분을 치른 부안에 배려를 했더라면 김군수의 희생에 감사를 표시했더라면 사드 배치를 한다니까 앞장서서 배신하는 지역 정치인들은 덜 나왔을 것이다.
행정을 잘 하려면 기술이 좋아야 한다. 수가 만수(萬數)라야 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정치인에는 보답을 하고 배신을 한 정치인들은 처내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있어야 한다. 지금 못하면 다음이라도 반드시. 그래야 애국심을 가진 정치인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 표만 의식하는 졸렬한 정치인을 대신해.
기자 이정훈 에 대해
hoon@donga.com 주간동아 편집장과 논설위원 등을 거친 동아일보 기자. 묵직하고 심도 있는 기사를 많이 써 한국기자상과 연세언론상, 삼성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국방과 정보 원자력 우주 해양 산악 역사에 관심이 많고 통일을 지론으로 갖고 있다. 천안함 정치학, 연평도 통일론, 한국의 핵 주권, 공작, 발로 쓴 반동북공정 등을 저술했다.
2 허무맹랑한 반대 논리를 퍼뜨리는 종북세력”
전자파의 위험성을 강조해 사드 배치를 막으려 하던 노력이 사드의 전자파 위험이 별 것 아닌 것으로 판정나자 “사드로 북한 미사일을 다 막지 못한다.” “사드로 북한 핵미사일을 맞추면 낙진은 우리 땅에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한 미사일을 다 막지 못하니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는 주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습기 그지없다. 사드가 부족애서 못 막는다면 “사드를 더 들여오라”고 해야 할 터인데, 그런 말은 하지 않고 “다 막지 못하니 들여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맞고 있으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리는 김정은이 해야 하는데 일부 우리 국민이 하고 있으니 그는 정말 우리 국민 맞나 의심스러워진다. ‘종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드 체계는 여섯 개의 발사대로 구성된다. 발사대는 큰 트럭이다. 이 트럭이 사드 미사일이 들어 있는 발사통을 싣고 다니는데 이를 이동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Transport가 되겠다. 그러다 어느 한 곳에 정차해, 사드 미사일을 쏘기 위해 발사통을 세우는데 이것을 ‘기립’, 영어로는 Erection이라고 한다. 그리고 단추를 눌러 미사일을 쏘는데 이를 발사, 영어로는 Launch라고 한다.
수송과 기립, 발사를 트럭에 다해 버리기에 이 발사 트럭을 TEL이라고 한다. 북한이 무수단이나 노동, 스커드를 쏠 때마다 언론은 “TEL에서 발사되었다. TEL은 이동식 발사대다”라고 설명하는데, 그 TEL이 바로 이것이다. 미군도, 우리 군도 TEL로 미사일을 싣고 다니다 기립시켜 발사한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사용하기에 기립한 다음 액체연료를 주입한다. 액체연료는 화학물질이라 시간이 지나면 물성(物性)이 변하기에 발사 직전에 넣어준다. 이것이 북한 미사일의 결정적이 약점이다. 액체 연료 주입에는 30여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 TEL이 미사일을 기립시킨 다음 연료를 주입하고 있으면 이를 미국의 KH-12 등의 정찰위성과 글로벌호크 고고도무인기 프레데터 중고도무인기 등이 발견해낼 수 있다.
발견을 하면 한국 육군의 현무-2 탄도미사일과 ATACMS를 발사해 파괴해 버리면 된다. 북한 미사일이 핵탄두를 싣고 있었다면 그 피해는 북한이 입게 되는 것이다. 주한미 육군은 ATACMS를 쏴 파괴를 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한국 육군은 현무-3 순항미사일, 한국 해군은 해성-3 함대지 순항미사일, 한국 공군은 JASSM과 SLAM-ER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발사한다. 미 해군은 토마호크를 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물성이 변하지 않는 고체연료를 탑재하고 있어 연료 주입 없이 바로 발사할 수 있다.
한미 연합군이 이러한 사격을 하는 것을 킬 체인(Kill Chain)이라고 한다. 유사시 킬 체인이 가동되니 북한이 불바다가 된다. 북한 미사일이 오롯이 대한민국으로 다 날아오는 사태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몇몇은 대한민국을 향해 날아오는데 그때 가동하는 것이 주한미군의 사드와 PAC-3(신형 패트리엇)과 한국군의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다.
킬체인으로 부수고 KAMD와 사드로 막는다
한미연합군은 북한군의 TEL이 이동해 발사하는 곳을 거의 다 알고 있다. 무수단과 노동의 발사지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군의 사드 레이더, 사드 레이더 보다 더 성능이 좋은 한국 공군의 그린파인 레이다.
그린파인 보다 더 낫다고 하는 한국 해군과 미국 해군 이지스함의 SPY-1 레이다로 발사된 모든 미사일의 궤적을 잡는다.
그리하여 무수단 발사지에서 올라온 것 가운데 높이 올라갔다가 가까운 곳으로 떨어지는 고각(高角)발사된 것이 있으면 그것을 가장 위험한 놈으로 판단해 미군의 사드로 격파하도록 한다. 현대전은 컴퓨터전이다.
한미연합군은 컴퓨터화돼 있기에 날아오는 미사일에 대해서는 하나의 무기로만 대응하게 한다. 한 개 미사일을 향해 여러 무기가 한꺼번에 발사되는 일제사격은 하지 않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높은 것은 주한미 육군이 PAC-3로 잡는다. 한국군은 현재 PAC-2를 PAC-3로 개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한국군도 PAC-3를 쏘고 그렇지 못하면 PAC-2를 발사한다.
한국은 러시아제 S-300 대공미사일을 토대로 패트리엇보다는 덜 올라가는 천궁 미사일, M-SAM을 개발했다. 그러나 천궁은 속도 빠른 미사일은 맞추지 못하고 전투기는 잡는다. 때문에 지금 미사일도 잡을 수 있도록 천궁을 개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개발 중인 신형 천궁은 시험발사에서 날아오는 탄도 미사일을 한 번 격추시켰다.
그리고 한국은 PAC-3보다 높이 올라가 적 미사일을 맞추는 L-SAM을 개발하고 있다. L-SAM과 천궁(M-SAM) 개량사업, PAC-2를 PAC-3로 개량하는 사업이 모두 끝나면 한국군은 먼저 L-SAM으로 막고 뚫리면 PAC-3로, 그것도 뚫리면 M-SAM으로 요격하는 다층 방어망을 갖춘다.
주한미군은 사드와 PAC-3로 2중 방어망을 갖춘다. 따라서 한미연합으로 작전하면 ‘사드’, ‘L-SAM’, ‘PAC-3’, ‘천궁 개량형(M-SAM)’으로 4중 방어망을 치게 된다. 그리고 바다에서는 미국 이지스함이 SM-3를 발사하니 5중 방어망이 구축된다. 한국 해군도 SM-3가 탑재된 이지스함을 도입하려고 하니 5중 방어망은 더욱 완벽해질 것이다.
킬 체인으로 때리고 살아남아 발사된 북한 미사일은 한국 KAMD와 미국의 대공미사일로 방어하니 1000여 발이라고 하는 북한 미사일은 생각보다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엄청난 직격 에너지
이러한 사실을 안 사드 반대론자들은 북한이 쏜 핵미사일은 1400여 km까지 높이 올라갔다가 한국으로 떨어진다. 그때 발사된 사드는 150여 km를 올라가서 이를 맞춘다면 이 충돌은 한국에서 일어난다. 북한 미사일에 실려 있던 핵폭탄은 한국에서 터지게 되니 한국은 재앙을 입는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그럴듯 하니 보다 정치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사드와 PAC-3, 천궁 개량형과 L-SAM은 모두 직격을 하는 미사일이다. 반면 PAC-2는 날아오는 적 미사일 앞에서 자폭(自爆)을 하고 그 때 생기는 수많은 파편으로 적 미사일을 맞추는 개념이었다. 따라서 PAC-2로 요격하면 파편으로 요격된 적 미사일의 탄두는 큰 폭발을 할 수 있다.
사드와 PAC-3, 천궁 개량형과 S-SAM은 더 큰 폭발을 만들어낸다. 이 네 미사일의 공통점은 탄두가 없다는 점이다. PAC-2는 자폭을 하니 탄두가 있지만 이들은 탄두가 없다. 이들은 꽁무니에 있는 거대한 로켓과 별도로 몸통에 작은 로켓을 달고 있어 적 미사일을 향해 날아갈 때 아주 빠르게 방향 교정을 한다.
그리고 한 발이 아니라 두 발이 발사된다. 한 발사통에 두 발씩 미사일이 들어있으니 한 발이 “슛(shoot)-” 하고 발사되면 바로 다음 발이 슛하고 따라 올라간다. “슛-슛” 발사를 하는 것인데, 두발을 쏘는 것은 적 미사일을 반드시 맞추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사드 미사일은 레이더로부터 정교한 유도를 받아 몸통에 있는 작은 엔진으로 적 미사일을 향해 정확히 날아가 충돌한다.
이를 영어로는 hit-to-kill, 우리말로는 직격(直擊)이라고 한다. 탄두가 없는 사드 등은 오로지 운동에너지로 충돌하는 것인데 이를 전문용어로 kinetic energy라고 한다. 마하 10으로 내려오는 것을 마하 2~5로 올라간 것이 맞춰 버리는 그 충돌 에너지가 얼마나 강력하겠는가. 그 충돌 에너지 때문에 적 미사일에 있는 탄두가 터지면서 격렬한 폭발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폭발로 두 개 미사일은 산산조각이 난다. 그리고 충돌에너지 때문에 엄청난 확산이 일어난다. 파편은 저 멀리까지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충돌이 일어난 지상에는 큰 파편이 떨어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직격을 할 때 핵탄두가 터지면 어떻게 되는가 염려하는 이들이 많다. 군에 갔다 온 이들은 실탄이나 포탄을 다뤄봤을 것이다. 실탄이나 폭탄을 저절로 터지지 않는다. 이들은 총이나 포에 장전한 다음 공이 같은 것으로 뇌관을 쳐줘야 그 안에 있는 화약이 터져 발사가 된다.
실탄이나 폭탄이 발사되도 탄두부에 있는 폭약은 터지지 않는다. 이 폭약을 표적과 충동하거나 아니면 자폭장치에 의해 자폭을 할 때 비로소 터진다. 즉 뇌관이 터질 때 일어나는 것보다 더 강한 충격이 있어야 터지는 것이다.
핵탄두와 비슷하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원폭은 핵분열을 해야 폭발이 일어난다. 수폭은 먼저 원폭이 핵분열 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주면 그 에너지로 핵융합을 해 더 큰 폭발을 만든다. 따라서 원폭이나 수폭은 핵분열을 해야만 폭발이 일어난다.
핵분열은 외부에서 강력한 타격이 들어왔다고 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핵분열은 은 우라늄 235와 플루토늄이 임계질량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일어난다. 때문에 원폭은 임계질량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여러 개로 쪼개 놨다가 폭발을 시켜야 할 때 하나로 합쳐준다.
즉 원폭 안에서 강력한 폭발을 일으켜 여러 개로 쪼게 놓은 우라늄 235와 플루토늄이 하나로 합쳐지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임계질량을 이루면 핵분열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핵분열은 힘이 약하기에 빨리 하도록 중성자를 쏘아준다. 원폭 안에는 쪼게져 있는 우라늄 235와 플루토늄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고폭(高暴)장치와 중성자를 쏴 주는 장치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들이 작동하지 못하면 원폭을 핵분열을 하지 못한다. 고속으로 올라간 사드 미사일이 더 고속으로 떨어지는 핵미사일을 맞추면 엄청난 충돌 에너지 때문에 고폭장치와 중성자를 쏴주는 장치는 터지면서 사라진다. 그리고 잘게 쪼게져 있던 우라늄 235와 플루토늄은 더 잘게 깨져 사방으로 흩어진다.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핵융합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방사능을 띤 물질만 조금 확산될 뿐이다.
10여km를 자유낙하한 수소폭탄, 그런데…
1966년 1월 17일 스페인 상공에서 4발의 수소폭탄을 실은 미 공군의 B-52 폭격기가 KC-135 급유기로부터 공중급유를 받다가 사고를 당했다. 공중급유는 급유기가 높은 곳에 떠서 쇠로 된 빨대인 노즐을 폭격기로 내려주고, 폭격기는 자신의 연료통 입구를 열어 그 노즐이 들어가게 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그때 잘못해서 쇠막대인 노즐이 폭격기를 때리면 폭격기는 중심을 잃어 추락할 수 있다. 그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노즐을 맞은 B-52 폭격기는 통제가 안 돼 추락하고, KC-135 급유기는 노즐에서 나온 항공유에서 불이 불어 바로 폭발해 버렸다. 승조원 전부가 사망했다.
B-52 승조원들은 조금 여유가 있어 비상탈출을 시도해 7명중 4명이 살았다. 그때 이들은 폭격기와 함께 수소폭탄이 떨어지면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4발의 수소폭탄을 투하시켰다. 10km에서 자유낙하를 해도 수소폭탄을 터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중 2발은 동네 인근에 떨어져 폭발을 일으켰으나 핵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두 발은 실종이었는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강둑에서 하나가 발견되고, 또 한 발은 더 긴 수색기간을 보낸 후 인근 바다에서 발견되었다. 이들은 폭발하지 않은 채였다. 그러나 마을 인근ㅇ서 폭발한 두 발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나왔다. 때문에 스페인과 미국은 심각한 외교 분쟁을 겪었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양국 해군이 바다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되었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지구상에 있는 그 어떤 물질보다 무겁다. 같은 부피일 경우 가장 무거운 물질인 것이다. 이들이 10여km 상공에서 자유낙하를 했는데도 핵분열을 하지 않은 것은 외부의 강한 충격은 핵분열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고속으로 올라간 사드 미사일이 북한의 핵미사일 탄두를 맞춰도 핵폭발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99% 이상이다. 그러나 핵탄두가 깨지면서 소량의 방사성 물질은 나오는데 이들은 직격 에너지로 인해 타버리고 아주 멀리 날아가니 대한민국은 방사능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다.
이러하니 우리는 북한 핵미사일을 요격했을 경우 핵폭발 위협을 받는다는 망상에 빠질 필요도 없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강해지면 강해질 수로고 사드를 더 도입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막으려는 종북주의자와 북한의 주장에 현혹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기우에 빠져 있지 말고 킬체인과 KAMD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동아일보
2016.08.13 사드 배치 찬성, 한달 새 6%p 올라 56%
한국갤럽 조사… 반대는 31%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약 한 달 전에 비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4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찬성 56%, 반대 31%였으며 '모름·무응답'은 13%였다. 지난달 8일 한·미 양국이 사드 한반도 배치에 공식 합의한 이후 실시한 갤럽 조사(7월 12~14일)에서는 찬성 50%, 반대 32%였다.
지역별로는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성주가 포함된 대구·경북에서 사드 배치 찬성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60%였고 지난달 55%에 비해서도 상승했다. 휴대전화 RDD(임의번호 걸기) 방식으로 실시한 이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선일보 홍영림 기자
2016.07.14 성주 참외가 사드 참외?… 사드 배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경북 성주에 배치되는 것으로 13일 최종 결정됐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군 부대 시설이 들어서 지역 발전이 어려워질 것이란 이유도 있으나, 무엇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드에 대한 각종 건강 관련 유해성 이야기가 이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먼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가 고출력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에 대해 안심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안전에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데 있다. 여기에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거나, 불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이 급속도로 퍼진 상태다.
이 때문에 인체 유해성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성주 지역의 특산물인 참외가 사드 전자파에 노출될 거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성주 참외가 사드 전자파에 노출된 것이라고 하면 누가 이를 매입하겠느냐"라면서 "자칫 성주 지역 농산물 전부가 국민에게 외면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이러한 주장이 근거 없는 괴담 수준의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미군의 사드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근거로 "레이더에서 100m 이상 떨어지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전자파의 물리적 특성상 어디로 튈지 모를 수 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정부는 혹시 모를 전자파의 영향으로부터 안전의 안전을 강요하기 위한 구역이 100m라는 입장이다.
이는 "사드 배치 예정지와 성주읍 소재지 간 직선거리가 1.5㎞ 이내여서, 강력한 전파로 인해 5만 군민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김항곤 성주군수의 주장과 다른 것이다.
정부가 사드 전자파로 인한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사드 레이더의 최저 탐지고각이 5도라는 점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사드 배치 부지의 경우 해발 393m에 위치하고 있어, 이 지점에서 5도 이상의 각도로 레이더를 운영할 경우 실제 주민이 전자파에 노출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미군의 사드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근거로 2.4㎞ 전방에서는 약 210m 상공, 5.5㎞ 전방에서는 약 480m 상공에서부터 전자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전방 3.6㎞까지는 작전요원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사드 부지에서부터 상공 2.4㎞까지는 모든 항공기의 운항을, 5.5㎞까지는 폭발물을 탑재한 전투기의 비행을 금지하는 등 안전장치도 돼 있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야산 위에 설치되는 데다 5도 각도로 하늘을 향해 있기에 초고층빌딩이 아니면 전혀 전자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상에는 벌써 '성주산 사드 참외'라거나 '전자파 농작물 양산' 등의 근거 없는 이야기가 떠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이는 전혀 근거없는 선동식 악소문"이라고 강조한다. 전자파가 지상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와 관련한 악소문이 많이 퍼져 불안감이 있다'는 새누리당 강석진 의원의 지적에 "사드 레이더 사이트(배치 지역)의 100m 안쪽은 (출입을) 통제하지만 그 외에는 안전하다"면서 "특히 사드 레이더는 하루 24시간 가동하는 게 아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징후가 있거나 위기 상황이 있을 때만 가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성주의 경우 지상 300m 고지대에 레이더가 위치해있고 주민들은 저지대에 거주하고 있어 영향을 안 미칠뿐더러 농작물은 더더욱 피해가 없다. 주민 이동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이러한 논란은 실질적인 환경영향평가 진행 여부 또는 결과가 공개돼야 해소될 거라는 관측이다.
글 | 뉴시스
2016년 07월 12일 사드 둘러싼 ‘5가지 怪談’
김종하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교수·군사학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각종 언론과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일부 선동 정치인들과 비전문가들이 진실과 거리가 먼 허위 또는 잘못된 논리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괴담(怪談)인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사드 배치를 강행할 경우 한국은 이들로부터 군사적·경제적 보복 조치를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미동맹은 그 본질상 북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수단인 사드는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용으로만 운용된다.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하는 공격용 무기체계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군사적 주권을 침해하는 큰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한국에 대한 대규모 경제 보복 조치는 실행 가능성이 희박하다. 양국은 이미 제조업의 생산과 관련해서는 분업 체제를 갖추고 있어, 경제 제재를 가할 경우 오히려 중국 기업들에 더 큰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사드 레이더가 인체의 건강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대개 군사용 레이더가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지상 안전거리는 100~120m 정도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는 원거리 탐지를 위해 상당히 높은 지형에 최저탐지 고각(5도) 이상 운용되고, 발사대와 거의 500m나 떨어져 운용되므로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
셋째,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회의 동의를 받거나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배치하는 무기체계는 한미상호방위조약(제4조, 한국 영토에 미국의 육·해·공군을 배치할 권리를 부여)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거나 국민투표를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한·미 양국이 합의해 결정한 것이다. 굳이 국회 동의나 국민투표를 원한다면 한미 방위조약 제4조를 개정하는 게 먼저다.
넷째, 사드 배치는 결국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는 수순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한국은 수십조 원을 투자해 독자적인 킬체인, KAMD 체계를 2020년 중반을 목표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솔직히 미국의 MD 체계에 편입할 생각을 가졌다면, 아마 오래전부터 일본처럼 미국과 미사일 방어협력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 지휘통제(C2)체계 통합, 요격체계 공동개발·생산·배치·운용, 그리고 연습 및 훈련 등에 관한 협력을 시행했을 것이다.
다섯째,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은 부지와 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운용 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게 된다. 2014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완료됐기 때문에, 지금 당장 미국이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2018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다시 시작할 때는 사드 운용과 관련해 미국이 비용 분담을 요구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사드와 관련, 잘못된 논리로 국민을 선동하고 있는 일부 정치인과 비전문가들에게 묻고 싶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는가? 조금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비대칭적인 한·미 군사동맹을 유지하는 것 외에 다른 더 좋은 방안이 없다면 사드 논란은 이제 끝내야 옳지 않겠는가.
문화일보
■북.중의 발악
2016.07.20 北, 사드 겨냥 '미사일 협박'… 美·中 틈새 더 벌리기
[北, 동해로 미사일 3발 발사]
3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쏴… '남한 어디든 타격 능력' 과시
고도 낮은 편인 스커드 발사, '사드 무용론' 부채질 속셈
"北이 이렇게 발끈하는 것은 사드 효과적이란 반증" 분석도
북한의 19일 '탄도미사일 무력시위'는 예견된 것이었다. 한·미가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한 지 사흘 만인 지난 11일 북한은 총참모부 포병국 명의의 '중대 경고'를 통해 "사드 체계가 남조선에 틀고 앉을 위치가 확정되면 우리의 물리적 대응 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무력시위는 남한에 전쟁 공포감을 불어넣어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증폭시키기 위한 것이겠지만, 반대로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러가 '북한 끌어안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이 계속 '자살골'을 넣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 "남조선 어디든 타격 가능" 과시
이날 북한이 미사일을 쏜 황주에서 성주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350㎞다.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500~600㎞를 날아간 만큼 성주 방향으로 쐈다면 성주를 지나 부산이나 울산쯤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의 연료량을 조절하거나 발사각을 높이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성주를 타격할 수 있다. 이날 세 번째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미사일이 최대 사거리(1300㎞)의 40% 정도만 날아간 것도 '고각(高角) 발사'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황주보다 후방에서 쏘는 방법으로 성주를 노릴 수도 있다. 미사일 발사장이 있는 함경북도 무수단에서 성주까지가 약 540㎞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북한은 이날 '남조선용'으로 불리는 중·단거리 미사일 3발을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쏜 것 같다"며 "'사드를 배치하면 성주뿐 아니라 남조선 전역이 공격권에 들어온다'는 협박장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사드 무용론' 부채질 의도도
북한이 이날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배경에는 '사드 무용론'을 부채질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스커드를 600여발, 노동미사일을 200여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일각에선 "스커드는 비행 고도가 낮고 비행시간이 짧아 사드로 요격이 어렵다" "요격미사일이 48발뿐인 사드 1개 포대로는 북한 미
사일 1000발을 모두 막을 순 없다"며 '사드 무용론'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사거리 100~200㎞의 스커드A는 고도가 낮아 요격이 어렵지만, 스커드B·C(사거리 300~500㎞)는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왜 우리가 1000발을 다 얻어맞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며 "사드가 배치되면 패트리엇과 함께 다층 요격 시스템을 구성하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들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사드의 요격 가능 고도는 40~150㎞, 패트리엇의 요격 고도는 10~40㎞ 구간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게 사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사드를 겨냥한 북한의 도발이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강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 대응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굳이 북한이 이런 행동(대남 협박과 미사일 발사)을 취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위장 평화 공세 안 먹히니 다시 '강공'
북한은 지난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이후 한동안 남북 군사회담 제의 등 대남 평화 공세를 펼쳤다. 김정은의 측근인 리수용 당중앙위 부위원장을 중국에 파견하는 등 전 통적 우방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없이는 제재 완화나 획기적인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자, 다시 본색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북한이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미·중이 충돌하는 틈을 타 5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용수 기자
2016.07.20 중국식 논리는 “내 것은 내 것, 네 것도 내 것”
▲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구단선(빨간색 점선) 내 암초들. photo AP·연합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인 1876년 6월 29일 청(淸)나라 황제 동치제(同治帝)는 “앞으로 삼궤구고(三跪九叩)의 예는 폐하고 국궁(鞠躬)으로 대신한다”고 선포했다. ‘삼궤구고’란 청 황제를 알현할 때 드려야 하는 인사법으로,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이마를 바닥에 대고 두드린다’는 인사법이었다. 한 번 무릎을 꿇을 때마다 세 번씩 이마를 바닥에 대고 조아려야 하는 이 인사법은 당시 베이징(北京)에 와 있던 서양 외교관과 상인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았다. “너무나 굴욕적이니 허리만 가볍게 굽혀서 인사하는 국궁으로 하게 해달라”는 것이 서양 외교관들의 요청이었다. 삼궤구고의 폐지는 1840년부터 두 차례 영국과의 아편전쟁에 패해 나라가 서양 열강의 반(半)식민지 상태에 있던 청 황실로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1876년 청 황실은 처음으로 영국에 상주 외교관을 파견했다. 그동안 “천하의 중심에 중국이 있고, 중국의 주변 사해(四海)에 이른바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는 네 오랑캐가 산다”는 중국의 천하관(天下觀)에 따라 사방에서 오는 외교관은 받아들이되, 천하의 중심에 있는 중국이 외국으로 외교관을 파견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던 중국의 천하관이 삼궤구고의 예를 폐지하면서 자신들도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인정하는 변화를 겪게 된 것이었다.
중국이 삼궤구고를 폐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선언한 것보다 228년 전에 유럽에서는 개신교와 로마가톨릭 간의 30년전쟁이 끝나면서 ‘주권을 가진 국가들은 모두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주권은 불가침의 것’이라는 국제법의 원칙을 확립한 베스트팔렌(Westfalen)조약에 따른 국제사회가 형성됐다. 청나라가 이른바 베스트팔렌조약에 따른 국제사회에 편입된 것은 청일전쟁에 패함으로써 1911년에 왕조가 멸망하기 35년 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12일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있었던 필리핀과 중국 사이의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관한 판결에 대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포하는 모습에서 과거 청나라 황제들이 “나를 알현하려면 삼궤구고의 예를 갖추라”고 고집하던 모습이 연상되었다. 시진핑은 “남중국해의 섬들은 자고이래(自古以來·옛날부터) 중국의 영토이며,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은 이른바 필리핀이 제기한 남중국해에 대한 중재재판소 중재안의 영향을 어떤 상황에서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해당 중재안에 기반을 둔 어떤 주장과 행동도 접수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필리핀과 중국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필리핀에서는 ‘스카버러 아일랜드(Scarborough Island)’, 중국에서는 ‘황옌다오(黃岩島)’라고 부르는 산호초다. 중국 측이 주장하는 남해구단선(南海九斷線)이 인정될 경우 이 산호초가 중국 영해 내에 위치해 있는 것이 되고, 필리핀이 주장하는 영유권이 인정될 경우 필리핀의 영해 내에 위치하게 된다. 필리핀의 제소로 열린 유엔해양법약에 따른 국제중재재판소가 지난 7월 12일 “남해구단선 내 수역과 자원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사실상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셈이었다.
남중국해의 지도를 펴놓고 남해구단선을 한번 들여다보자. 베트남 앞바다와 말레이시아 북부해역, 그리고 필리핀 서부해역에 아주 좁다란 해역만 남겨놓고, 중국이 그어놓은 9개의 줄로 이루어진 남해구단선이 보일 것이다. 이 남해구단선 안쪽, 거의 인도 크기와 맞먹는 해역을 아홉 개의 선으로 구획해놓고, “이 해역은 우리 중국이 한(漢)나라 때부터 관리해왔다” “명나라 정화(鄭和) 장군이 아프리카까지 원정을 갈 때 필리핀 루손도의 총독을 임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명·청 때는 중국 어민들이 이곳에서 어로행위를 해왔다”는 등의 기록이 있다는 이유로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중재재판소는 이런 중국의 주장에 대해 “남해구단선 내 수역과 자원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사상 최초로 내린 것이다.
1876년 청의 동치제가 삼궤구고의 예를 폐지하고 영국을 비롯한 외국에 상주 외교관을 보내기 시작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편입된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강대국임을 자처하던 모습과는 달리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집하고 있는 모습은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라고 외치던 전통적 중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 외교부 내에서 가장 지적(知的)인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푸잉(傅英) 전 주영대사 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마저도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최근호 기고를 통해 “국제중재재판소의 결론을 접수하지도, 참여하지도, 승인할 수도, 집행할 수도 없다”고 선포했다. 그녀의 논리는 “중국은 주권국가의 일원이며, 분쟁 해결의 수단은 자신에게 편리한 해결방안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채택하는 것이며, 그런 전제를 허용하는 것이 국제법에 부합하는 합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이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공생해야 할 해역에 남해구단선이라는 광범위한 선을 그어놓고 “이 안은 다 우리 바다”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중국이라는 나라가 자신들의 무기체계 배치와는 상관없이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대해 “절대로 안 된다”고 우기는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벌이는 해상영토 분쟁을 보고 있자니 중국 사람들이 흔히 하는 우스개 이야기가 생각났다. 길 가던 어른이 호두나무 밑에서 어린이 두 명이 호두 한 알을 주워 서로 자기 것이라고 다투는 모습을 보고 다가가서는, 호두를 두 쪽으로 쪼갠 뒤, 두 아이에게는 껍데기를 한 개씩 주면서 “알맹이는 내가 먼저 보았으니 내 것”이라면서 입에 털어넣더라는 것이다. 두 어린이가 할 말을 잃었음은 물론이다.
박승준
2016.07.21 '사드 무력화' 과시하려던 北, 사드 배치 정당성 높여줬다
北, 부산·울산까지 사정권 표시하고… 노동미사일 발사 훈련 - 요격 속도 따져보고
北, 高角 발사땐 마하 7~8 속도… 기존 패트리엇으론 방어 불가능
- 요격 고도 따져봐도
파괴력 큰 '공중 핵폭발' 시험한 北… 피해 막으려면 사드로 요격해야
북한은 지난 19일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이유가 유사시 미 증원(增援) 전력이 들어오는 동·남해 쪽 항구와 공항을 선제 타격하기 위한 것임을 20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한반도에 배치될 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탄도미사일로 무력화할 수 있다고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 배치가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란 협박 메시지도 담겨 있다.
그러나 북한 주장을 뜯어보면 오히려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 많다. 군 소식통은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북한이 앞장서 증명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고 밝히면서 탁자 위에‘전략군 화력 타격 계획’이라는 제목이 붙은 대형 한반도 지도가 펼쳐진 장면을 공개했다(사진 왼쪽). 이 지도에는 북한 미사일 사정권으로 보이는 반원이 그려져 있는데, 부산·울산 주변 지역까지 포함돼 있다. 신문은 또 김정은이 최대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이 솟구치는 장면을 직접 보는 사진도 실었다(사진 오른쪽). /노동신문
①노동 미사일 고각(高角) 발사해도 사드로는 요격 가능
북한이 이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공개한 내용 중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우선 노동미사일 등의 사거리를 줄여 미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우리 남부 지역의 관문인 항구와 공항을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대목이다. 노동신문 사진을 보면 '전략군 화력타격계획'이라는 제목이 달린 대형 한반도 지도에는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을 그린 반원 안에 부산과 울산 주변 지역이 포함돼 있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탄착(彈着) 지점도 표시돼 있다. 부산항과 김해공항은 유사시 한반도에 긴급 투입되는 미군 병력과 장비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관문이다. 동·남해안의 다른 항구를 통해서도 병력과 장비를 실은 미군 선박들이 들어온다. 북한은 이날 이런 미군 요충지가 타격 범위에 들어 있다고 협박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 "(미사일의) 사거리를 제한해 진행했다"고도 밝혔다. 이는 최대 사거리가 1300㎞인 노동미사일을 고각(高角)으로 발사해 사거리를 600㎞ 정도로 줄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경우 노동미사일의 낙하 속도는 마하 7~8(음속의 7~8배) 이상으로 한반도에 배치된 기존의 패트리엇 PAC-3로는 요격할 수가 없다. PAC-3 미사일은 마하 5~6 정도로 떨어지는 미사일까지만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추진한 이유 중 하나가 패트리엇 방어 시스템의 이런 약점 때문이었다. 사드는 마하 14~15 정도까지 낙하하는 미사일의 요격이 가능하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의 고각 발사를 시사한 것은 역설적으로 사드의 필요성을 증명해준 결과가 됐다. 북한은 이번에 노동미사일의 발사 장면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평안북도 지역에 집중 배치된 노동미사일을 한·미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수십㎞를 이동시켜 황해도 지역에서 기습 발사한 것도 전례가 없다.
②파괴력 더 큰 '공중 핵폭발' 시험한 듯
또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목표 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미사일에 장착한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기폭장치)'의 동작 특성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공중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킬 수 있는 실험을 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 3월에도 탄도미사일을 500㎞ 떨어진 동해상으로 기습 발사하면서 "특정 고도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사격 방법을 썼다"고 했었다. 핵무기는 지표면에서 터뜨리는 것보다 수백m~수㎞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파괴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핵폭발 고도가 30~80㎞로 높아지면 핵 전자기펄스(EMP) 효과가 더 강력해져 컴퓨터 등 각종 전자 기기가 치명상을 입는다. EMP는 전자 장비를 파괴하거나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전자기장을 순간적으로 내뿜는 것이다. 지상에서보다 수십㎞ 고공에서 폭발할 때 훨씬 더 큰 EMP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핵 EMP가 새로운 형태의 비대칭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연구원은 20㏏(1㏏은 TNT폭약 1000t 위력)의 핵무기 한 발로 북한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전자 장비를 탑재한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핵 EMP 피해를 막으려면 핵탄두 미사일이 폭발하기 전에 더 높은 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 이런 요격도 패트리엇 PAC-3(요격 고도 20여㎞)는 불가능하지만, 사드는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드 요격 고도는 40~150㎞에 이르기 때문이다.
북한 방송은 이날 김정은이 인민군 전략군사령관인 김락겸 대장을 비롯한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와 기술자, 지휘관들과 함께 발사장을 돌아보며 "다음 훈련을 시작할 데 대한 명령을 내렸다"고 전해 미사일 추가 발사를 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또 이날 미사일 발사에 "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참가했다"라며 '화성포병부대'란 명칭도 처음 공개했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이 앞으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추가 시험 발사, 제5차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은 물론, 서해 NLL(북방한계선)과 DMZ(비무장지대) 등에서 전술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날 오후 이순진 합참의장 주관으로 육·해·공군 작전사령부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합동부대 지휘관들이 참가한 긴급 작전지휘관 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16.07.29 중국 가서 당황하고 황당했던 이야기
최근 중국 인민일보에서 아세안 10국과 한·중·일 세 나라 언론인들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미디어 협력 포럼'을 열었다. 중국이 신(新)실크로드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포럼의 하나였다. 여기에 참석했다가 예기치 못하게 중국인들의 공격적 모습과 마주쳤다. 처음엔 당황했고 나중엔 황당했다.
인민일보 사장과 포럼 사회자들이 "중국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으나 우리의 정당한 이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실크로드 미디어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라 해도 정치·외교 문제를 거론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강한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떤 인민일보 발언자는 "일본, 필리핀, 한국이 중국 인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고 했다. 일본은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 필리핀은 남중국해 문제, 한국은 사드 문제로 상처를 줬다는 것이다. 댜오위다오는 일본 쪽에도 할 말이 있다는 것, 남중국해 난사군도는 공해(公海)이기도 하지만 거리도 필리핀에 훨씬 가깝다는 점, 북핵(北核)에 죽지 않기 위해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사드를 배치한다는 사실은 어디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인민일보는 알다시피 언론사가 아니라 공산당 선전 기관이다. 포럼에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공산당 선전부가 무엇을 어떻게 쓸지 결정한다. 아마도 포럼 개막에 앞서 당 선전부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사드 문제를 제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모양이었다. 중국 공산당이 북한 노동당처럼 막말을 할 수는 없어서 막말용으로 만들었다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그곳에선 고려할 가치가 없는 막말이 쏟아지곤 하는데 어떤 이는 그것이 중국 공산당의 본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그 인터넷 사이트의 책임자라고 나온 사람은 포럼에서 "한국은 반드시 보복당할 것이다"고 했다. 미디어 차원에서 서로 이해를 넓히자는 토의가 아니라 협박이고 모욕이었다. '중국 실크로드' 포럼의 초청에 응해 자국을 찾은 외국 언론인들 면전에 대고 할 소리는 더욱 아니었다. 보다 못한 우리 언론인 한 사람이 '사드는 북핵 때문이고 북핵엔 중국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자 이 기관원은 흥분까지 했다. 중국서 "남중국해 문제에 묻혀서 사드가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우리가 대국이라는 걸 모르느냐?'는 중국인들의 대국병(大國病)은 이제 당의 아래 기관원들까지 대놓고 '대국' '소국' 운운할 정도가 됐다. 이번 포럼에서도 "위대한 중화민족"이라는 소리를 몇 번은 들은 것 같다. 사드, 남중국해 등 각자 생각이 다른 국가 간 문제에선 서로 할 말이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중국은 '대국 대(對) 소국'이라는 눈으로 문제를 본다. 양쪽이 충돌하면 소국이 물러서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서해 경계선을 등거리가 아니라 인구 비율대로 정하자는 기상천외한 발상도 여기서 나온다.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인들이 더 화가 난 것도 필리핀이라는 소국에 당했기 때문이다. 사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2의 마오쩌둥'이라는 시진핑이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사드 반대'를 공개 천명한 이상 중국이 보복은 한다고 본다. 이미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중국인들이 잘 안 만나려 하고, 만나도 "주위에서 한국인들 만나지 말라고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일부러 사드 얘기를 꺼내는 사람도 있다. 중국은 일단은 한국에서 사드 반대 운동이 크게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성주에 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찾아내 그의 반대 주장을 인민일보에 크게 실은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다 적당한 시점에 한국 여론을 이간할 수 있는 보복 카드를 내밀 수 있다.
이 포럼에서 중국의 오만과 무례만이 아니라 그 힘도 보았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 언론인들이 "미국이 중국의 평화 굴기를 방해한다" "중국과 전면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자리를 둘러보니 상당수가 화교로 보였다. 경제를 중국에 의존한 나라도 한둘이 아니었다.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베트남이나 필리핀은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둘째 날 일대일로 포럼에 온 세계 100여국 언론 관계자들은 서양인들까지 포함해 모두 중국 비위를 맞추는 발언에 열심이었다. 돈 때문이라고 해도 결국은 중국의 힘이었다.
필자는 사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도 이해는 해야 한다'는 글을 두 번 썼다. 중국의 이 힘이 거칠어지는 걸 막자는 취지였다. 지금 보면 무망(無望)한 기대였던 듯하다. 누구는 우리 정부가 잘못해서 중국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잘했던들 이 '대국병 걸 린 대국'을 바꿀 수 있었을까 싶다. 만약 중국이 이번에 끝까지 '누가 대국이고 누가 소국인지 가르쳐 주겠다'고 나온다면 우리도 '이제 한국도 사대(事大)하던 나라가 아니다'는 걸 보여줄 수밖에 없다. 정말 불행한 일이고 막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잘못하다간 또 중화(中華) 질서 밑으로 들어간다. 그 아래선 정당한 경제 거래도, 북핵 폐기도, 통일도 없다.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
2016.08.04 중국, 度 넘어선 사드 협박
黨기관지 인민일보 사설서 朴대통령 實名 거론하며 공격
"미국과 충돌 벌어지면 한국이 첫 타격 대상될 것"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3일 우리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 "한국의 지도자(領導人·박근혜 대통령)는 나라 전체를 최악의 상황에 빠뜨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모를 리 없으며, 사드의 진짜 타깃이 무엇인지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소탐대실로 제 나라를 (유사시) 제1 타격 대상이 되는 최악의 지경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러 간에 충돌이 발발할 경우 한국은 첫 번째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北·中·日·美… 한국을 동시에 덮치는 '4각 파도' - 최근 험악해지는 동북아 정세 속에 “우리가 갈수록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현실의 일단을 보여주는 일들이 3일 동시에 벌어졌다. 북한은 핵무기를 실을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쏘고, 중국은 이런 북한은 놔둔 채 우리 대통령을 ‘협박’하는 듯한 글을 당(黨) 기관지에 실었다. 일본은 한반도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인사들 일색으로 새 내각을 구성했고,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는 “한·미 FTA는 재앙”이라며 동맹국을 압박했다.
인민일보는 또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에 충격을 줬다"며 "1일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부정적 평가가 높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공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북핵이나 사드로 인해 양국 간 갈등이 빚어질 때도 박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는 대신 '한국' 혹은 '한국 정부' 라는 표현을 써왔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외국 매체의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이 3일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결정은 박근혜 정부의 명백한 외교적 실패이며 대북 강경 정책을 계속하다 미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해 '대중(對中) 사대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6.08.18 '國’ 앞세우는 중국, 대국 자격 없다
1992년 8월 한중(韓中)수교 직전, 상하이(上海)를 방문한 나는 황푸(黃浦) 강가를 걷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헐벗은 아이는 상의도 입지 않았다. 손을 벌리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1달러짜리를 꺼낸 게 화근이었다. 정말 ‘눈 깜짝할 새’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벌떼처럼 나를 에워쌌다. 손 내밀며 달려드는 아이들에게 밀려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아뿔싸, 중국 여행 시작 전 “구걸하는 아이에게 적선하지 말라”는 가이드의 말을 잊다니….
反美가 ‘親中사대주의’로
가이드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오긴 했지만, 당황했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지금이야 ‘차이나 머니’가 세계를 호령하고 한국인들도 중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그랬다. 2001년 1월 다시 찾은 황푸 강가. 거지는 없었고, 거리는 깨끗이 정비돼 있었다. 그해 1월 개혁·개방에 관심을 가진 북한 김정일이 상하이를 방문했고 나는 취재차 출장을 갔다.
김정일의 동선(動線)은 철저히 보안에 부쳐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기자는 그래도 김정일 행적을 알까 싶어 아는 중국통의 주선으로 만났다. 그런데 대화를 이어가다 김정일 얘기만 나오면 “중국과 남북한이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운운하며 말을 돌렸다. 이게 기자 맞나, 싶었다. 잘나가는 공산당원이었던 그가 초면인 내게 깊은 얘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중국 언론이 나팔수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말끝마다 ‘대국(大國)’을 들먹이는 걸 보면 실소가 나온다. 언제부터 먹고살게 됐다고 ‘대국 타령’인가. 중국이 큰 나라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대국’을 앞세우는 나라는 대국 자격이 없다.
중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에 여전히 ‘대국 놀음’을 하려 드는 것은 과거 조공을 바쳤던 나라라는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아서일 게다. 우리 내부의 뿌리 깊은 친중(親中) 사대주의자들이 그 기억을 되살려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다는 사람이 중국 관영매체와 “사드 배치 결정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실패”라는 인터뷰를 하더니, ‘사드 배치를 철회할 경우 미국과 마찰이 생겨도 중국과 손을 더 잡으면 굶어 죽을 걱정이 없다’는 궤변을 한다. 리영희의 ‘8억인과의 대화’류의 세례를 받은 수구 반미·진보좌파세력이 친중 사대주의에 경도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대한민국이 이만한 번영이라도 누리게 된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한 한미동맹에 힘입은 바 크다. 사람 좋아 보이는 중국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의 미소에는 2009년 위구르 폭동의 무자비한 진압을 밀어붙인 칼이 숨겨져 있다. 중국의 선의(善意)에 기댔다가 여지없이 배신당한 역사적 사례는 무수히 많다.
시진핑, 무자비한 폭동 진압
임진왜란 때 원군(援軍)이라고 달려온 명나라 군대는 한두 번 패전에 싸울 의지를 잃고 왜(倭)와의 강화(講和)에 매달렸다. 그것도 모자라 조선을 분할하거나 직할통치하려고 획책했다. 왜군을 추격하지 말라는 명군의 명령을 어겼다고 권율 장군을 잡아갔으며, 조선군 선봉장의 목에 쇠사슬을 매어 땅바닥에 끌면서 중상을 입히고 피를 토하게 했다. 다 쓰러져가던 명의 군대가 이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선조 임금과 중신 등 허울 좋은 ‘의명파(依明派)’의 비겁함 때문이었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
2016.08.18 中은 북핵 실전 배치 이후를 상상해봤나
중국이 사드를 빌미로 북핵을 방관 묵인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잘못된 길이다. 지난달 8일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은 공개적으로 북한을 두둔하는 동시에 한국에 대해서는 계속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2003년부터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의 4차례 핵실험과 수십 차례 미사일 발사 실험을 막지 못한 데 대해서는 입을 다물면서 오히려 유엔 제재 2270호를 희석시키고 있다.
최근의 대북 교역 확대, 석유 공급 증량, 식량 지원 등 제재 완화가 바로 그것이다. 사드는 요격 고도가 150㎞여서 1000㎞ 이상 고도로 비행하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없고, 미국을 목표로 할 경우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상공을 통과하기 때문에 한반도 상공은 지나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관영 언론을 총동원해 계속 철회를 주장하는데 이는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의 팔을 비트는 행태다. 공격용 무기도 아닌 방어용 무기가 중국을 위협한다는 것은 미국을 의식한 대국의 소아병적 굴기(崛起)다. 북이 핵 공격 능력을 완성해 실전 배치하는 순간, 동북아 정세는 중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7월25일 오전(한국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양자회담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의 발언을 듣던 중 불만이 있는 듯 손사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한국 일본 대만 등 3개국 중 특히 일본에서 자체 핵무장 문제가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이나다 도모미 일본 신임 방위상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할 길이 원천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라"고 하여 핵 보유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도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을 향해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손을 놓는다면 일본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이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북핵 방관은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을 불러 자해(自害)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침 중국 학계·언론 등 일부에서도 "사드 관심에 절반만큼이라도 핵·미사일 프로그램 저지에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면 북한이 지금처럼 헌법에 버젓이 핵 보유국을 명시할 정도로 대담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강성해진 변방 민족에 당하기 일쑤였다. 몽골족과 만주족은 한족 왕조를 멸망시켰다. 한반도에서는 일찍이 수(隋) 양제가 고구려에 침입했다가 패해 멸망을 자초했다. 이런 사례들은 중국과 가까운 북한에서 촉발돼 다른 주변국으로 이어질 핵 도미노가 결코 중국에 이롭지가 않음을 보여준다. 스톡홀름 평화 연구소(SIPRI)가 지난 6월 발표한 세계 핵무기 보유 9개국 현황 자료에 의하면 중국은 핵무기를 300기 보유하고 있고 북한은 1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연초 중국이 유엔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뒤 조선노동당 내부 문서는 "중국이 우리를 얕보는 태도를 바꾸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에 털끝만큼도 환상을 갖지 마라"는 김정일의 유훈까지 내걸고 "주체혁명으로 무장해 싸울 것"을 주장했다. 사생결단식의 북핵 개발은 향후 중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은 통제 불능 불량 정권 북한이 아닌 자유 민주 국가 한국과 가까워져야 하며
조선일보 송봉선 고려대 겸임교수
2016-07-21 중국의 적반하장(賊反荷杖)
케네스 월츠 등 신현실주의(Neorealism) 국제정치학자들은 국제사회를 국가들이 생존과 국익을 추구하는 ‘권력투쟁의 장’으로 봤다. 법과 도덕이 아닌 물리력(무력)에 기반을 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 기저에는 ‘힘의 외교’가 국제사회의 작동 방식이므로 국가 사이에 충돌과 갈등은 필연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2013년 11월 중국의 일방적인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는 힘의 외교의 대표적 사례다. 중국이 선포한 구역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부 겹치고, 한국이 실효적으로 관할하는 이어도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중국은 이른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한국의 거듭된 경고와 우려를 무시하고 끝내 관철시켰다. 중국이 최근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을 무효라고 반발하면서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거론한 것도 중국식 ‘힘의 외교’의 단면이다.
중국의 일방적 대국주의는 꾸준한 군비 증강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연평균 국방비를 10% 이상 늘려 첨단 전투기와 항모, 전략핵잠수함 등을 증강 배치했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핵 공격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수백 기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갖춘 5대 핵 강국이다. 북한과 가까운 지린(吉林) 성 일대에 배치한 둥펑(DF)-21 미사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폭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핵탄두를 한국으로 날려 보낼 수 있다. 올해 안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보다 성능이 뛰어난 러시아제 S-400 요격미사일도 배치할 계획이다.
자국 안보와 국익을 위해 수많은 무기를 갖추는 중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한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어깃장을 놓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지나친 내정간섭으로 보인다. 베이징에서 100∼400km 떨어진 곳에서 적국의 핵미사일이 중국 인민을 겨냥한다면 중국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할 것인가.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가 중국의 안전을 해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드는 공격무기가 아니라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무기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발사한 ICBM은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의 최대 요격고도(150km)를 벗어난다. 사드 레이더(종말모드)로 중국 내륙의 군사 동향을 파악할 수도 없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중국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중국 등에서 전수받은 미사일 기술로 대남 공격용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그 결과 지구상에서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국가는 중국과 북한밖에 없다. 그뿐인가. 2012년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KN-08 이동식 ICBM의 발사차량(TEL)이 중국제 차량을 개조한 것으로 드러나 국제적인 논란거리가 됐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 때마다 중국은 유관국들의 ‘냉정’과 ‘절제’를 주문하면서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는 북한에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핵 불장난’을 쳐도 혈맹(중국)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도록 했다. 북한이 ‘핵 맹신’의 주술과 망상에서 깨어나려면 중국의 단호한 태도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이제라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냉정과 절제를 보여야 한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안전을 해치는 ‘진짜 주범’은 북한의 핵무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요 2개국(G2)으로서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해 북한 비핵화에 ‘힘의 외교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예측불허의 새파란 독재자가 ‘핵단추’를 만지작거리는 사태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악몽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2016년 08월 02일 中의 부당한 사드 보복 협박과 박지원類 ‘성주 선동’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한국에 대한 ‘전방위 협박’과 ‘안보 이외 분야의 보복’ 쪽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북핵·미사일에 의해 사활의 위협을 받는 한국의 입장을 도외시한 부당한 압력이며, 대국(大國)의 위력을 앞세운 패권 과시와 다름없다. 지난 7월 13일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국산 철강제품 반덤핑 판정, 화장품 검역 불합격 처리 등에서부터 ‘치맥’으로 상징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교류 중단, 탈북자 체포 및 북송 조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한국 드라마 방송 금지 및 한류 스타 예능 프로그램 출연 금지 조치 등을 한 것으로 알려져 문화 부문까지 확대되고 있다. 관영 언론을 동원해 무력 응징까지 대놓고 거론하는 등 정상적 국가 간 관계의 도를 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조치에는 한국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측면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심리전’의 성격도 커 보인다. 경제 보복뿐만 아니라 무력 보복까지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한국에 확산시켜 사드 반대 여론을 부추기고 결국 무산 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다. 관영매체들이 연일 “한국에 강력한 반격을 가하고 유사시 사드를 때려 부숴야 한다”는 등 무력 사용 가능성을 보도하는 것은 그 반증이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만 6차례 이상의 양국 정상회담을 통한 미래 공동 비전 합의와 ‘신뢰 증진 및 번영을 위한 협력 강화’ 약속이 형해화(形骸化)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가 성주군을 방문해 사드 반대에 동조한 것은 이런 중국의 심리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이 성산포대를 향할 것” 등의 발언은 선동에 가깝다. 그렇다고 북핵·미사일 위협을 막을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이런 행태는 중국에 ‘한국은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사드는 현재로서 북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 마지노선’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성주군민들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성주군민의 마음을 돌리겠다고 군이 참외나 사주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2016년 08월 10일 中國 외교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최영범 논설위원
중국이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극렬히 반대하는 본새는 궁색함 그 자체다. 관영 매체를 내세워 “반드시 한국에 보복할 것”이라거나 “대북 제재를 중단할 것”이라는 등 그 뜻이 뭔지도, 파장이 어떨지도 모른 채 민족감정을 앞세워 욕지거리나 하는 정도야 ‘심리전이겠거니’ ‘핵폭탄의 위력과 공포를 몰라서겠거니’ 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보복이라는 것이 공식 결정도 아니고 각자 알아서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니. 대만의 선례가 참고가 된다. ‘92공식’(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계속 사용토록 한 합의)을 부정해 취임부터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미운털이 박힌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레몬·오렌지 검역 강화나 대만 연예인 중국 입국 금지 같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과 싱크로율 100%다. 하지만 미국에는 아무 말 못 하고 한국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걸 보면 ‘대국의 외교’인가 싶고 비겁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중국의 압박은 사드 배치 공식발표 오래전부터 드셌다. 침묵하던 박근혜정부가 견디다 못해 던진 첫 마디는 “사드는 대한민국의 안보 주권”이었다. 전략적 모호성이 답답했던 터라 일견 속이 뻥 뚫리듯 시원하긴 했지만 사실 제대로 된 대응은 아니었다. 사드 배치의 주체는 분명 미국이고 운영도, 정보 수집도 미군이 한다. 한국은 동맹으로서 부지를 제공하고 미군이 습득한 정보를 제공 받을 뿐이다. 동맹 간 관련 규범에 의해서.
한국 같은 ‘안보 비독립국’은 세계열강이 패권 다툼을 벌이는 각축장에서는 안보 환경의 독립 변수가 될 수 없다. 한반도에서 특히 그렇다. 강대국들이 설정하는 안보 환경에 노심초사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종속 변수다. 이것이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이다. 종속 변수가 안보 주권을 강조하면 무리수가 생기고 외교 실패를 부른다. 군사 강국들이 고운 눈으로 봐 주질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의 핵 무장을 기를 쓰고 막고, 안보상 필요해 거액을 주고 사겠다는 데도 최신식 첨단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이 한국을 도발하면 먼저 응징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자제부터 종용하는 것이 미국이다. 박 정부는 안보 주권을 외칠 게 아니라 중국에 미·중 사드 협의를 권하거나, 필리핀처럼 특사라도 파견하는 수를 냈어야 했다. 중국이 안하무인격으로 한국을 대하고 있어도 정작 당사자인 미국은 지금 침묵하고 있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협박·공갈을 한국만 고스란히 받아내는 형국이다. 어차피 사드는 박 정부 친중 정책 3년 반의 시험대였다. ‘한·미 동맹인지, 한·중 우호인지 택하라’는 미국의 메시지가 강하게 담긴 것이 함의였다. 북핵을 코앞에 두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 거부할 명분이나 실리는 더더욱 없다.
이런 한국을 중국은 때리겠다는 것이다. 정말 사드를 막고 싶다면 한국에 보복할 것이 아니라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미국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옳다. 한·미 동맹의 강자인 미국은 세니까 피하고 만만한 한국을 두들겨 패겠다는 치졸한 심산이다. 그것도 한국의 연간 대중 수출 140조 원을 인질 삼아. 하지만 보복을 한다고 사드를 포기하겠는가. 중국이 강하게 나올수록 한·미도 전략상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물러설 수도 없다. 결국 사드 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중국도 모를 리 없다. 중국의 보복 목표가 사드 포기가 아니라 한·미 동맹 약화로 오버랩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드뿐 아니라 요즘 중국의 북핵 인식도 위험하다. 중국 외교관들은 ‘북한의 실제적 대남 위협은 핵이 아니라 미사일과 장사정포’이며 ‘북핵과 미사일 수준은 의문이 있고, 수량도 많지 않다’고 강조한다. 사드의 근거를 뺏기 위한 논리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대북 제재도 ‘북한이 망하면 한반도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 수준의 지원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제재를 통한 북핵 해결 가능성도 물 건너가고 있다. 또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이를 막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 나서야 한다’고 외친다. 북한과 평화협정과 핵 포기를 빅딜하라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서 아예 발을 빼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북핵 시계는 멈추고 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한국이 핵무장이라도 해야 되겠는가.
문화일보
2016-08-11 중국, 사드가 싫다면 북핵 포기시키라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의 여진이 한 달 넘도록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지도층의 의식수준이 120년 전 수구파와 개화파 간에 국가의 진로를 놓고 사생결단으로 싸우던 시대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 든다. 사드 논란은 우리가 과연 자주독립국가로서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사드 배치가 군사적 효용성을 넘어 주변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띤 사안임은 분명하나 대한민국이 당면한 선택의 본질은 단순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명백하고 실존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방책을 강구할 것이냐, 그런 노력은 아예 포기하고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오로지 북한 김정은의 자비에만 맡길 것이냐의 선택이다.
중국의 위세와 겁박에 맞서 자주독립국가로 남을 것이냐, 대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을 우리의 주권과 생명보다 소중히 여기고 중국의 사실상 속국으로 되돌아갈 것이냐의 선택이다. 밥벌이하는 데 지장이 있을까 봐 차라리 생명과 안전을 포기할 것이냐, 먹고사는 데 불편이 있더라도 생존부터 도모할 것이냐의 선택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선택을 두고 주변국에 폐 끼칠까를 먼저 걱정하며 우리끼리 논쟁을 벌이고 있을 만큼 상황이 녹록하고 한가한가?
방어용 무기인 사드가 군사적으로는 중국에 해를 끼칠 수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거슬릴 이유가 있다. 중국의 최우선 외교안보 정책 목표는 한미일 3국간의 안보협력을 막고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 벅찬 희망을 갖고 한국을 친중 세력으로 포섭하는 데 비상한 공을 들였으나 우리 정부가 중국의 뜻대로 호락호락 넘어오지 않자 괘씸하고 허탈할 것이다. 더구나 미국 사드의 한국 배치가 한미일의 통합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으로 이어지면 동북아에서 중화주의적 패권질서 구축이라는 꿈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되고 전략적 입지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거둔 필연적 결과이고 자업자득이다. 사드를 불러들인 원흉은 북한의 핵무장이고, 북한 체제의 안정을 비핵화보다 중시한 중국의 대북정책이 비핵화 실패의 근본 원인이다. 중국이 김정은 체제 유지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만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북한이 안심하고 핵무장을 강행하도록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막대한 대북 압박수단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비핵화를 위해 사용하는 데 그토록 인색했던 중국이 핵 위협에 대한 우리의 자구책 강구를 시비할 자격이 있는가? 사드가 설사 중국의 핵심 이익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아낼 방도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건 우리 주권에 대한 용납지 못할 능멸이며 대국의 오만이다.
사드 배치를 계기로 중국이 우리에게 집요하게 접근해온 저의와 함께 중국에 대한 짝사랑의 거품 속에 가려졌던 한중 관계의 실체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국이 원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우리의 주권 포기를 전제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에 연연할 가치가 없고, 관계가 악화한다고 잃을 것도 없다. 북한 비핵화와 통일에 긴요한 중국의 협조를 더 이상 얻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도 한중 간 상충되는 전략적 이해관계의 구조를 무시한 데서 나온 기우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드를 포기한다고 중국이 비핵화를 위해 북한 체제를 흔들 수준으로 대북 압박에 나설 리도 없고, 북한이 결사반대하는 통일을 위해 중국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무장보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더 큰 해악이 된다면 중국은 오히려 사드 철수를 위해 북한 체제의 안정을 해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비핵화에 열의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드 배치는 중국에 그 원인 행위를 해소하거나 사드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선택밖에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당장은 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보복 조치까지 동원해가며 우리의 굴종을 강요하고 정부 결정을 번복하려고 시도하겠지만 얻을 것은 없다. 우리의 집단지성을 어지럽히는 모화(慕華) 사상의 유전자(DNA)와 망령을 몰아내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2016-08-22 시진핑 주석에게 부치는 편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2012년 2월 14일 미 국방부에서 미 육해공군 및 해병대를 사열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펜타곤을 방문한 것은 시 주석이 처음이다. 사진 출처 미 국방부 홈페이지
세월이 참 유수(流水) 같습니다. 벌써 4년 반이 흘렀네요. 2012년 2월 14일, 동아일보 워싱턴특파원으로 시진핑 주석을 처음 본 날입니다. 워싱턴의 펜타곤 리버퍼레이드 광장엔 성조기와 함께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지요. 미국 50개 주의 깃발을 든 장병들이 도열했고 시 주석은 미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미군 500여 명을 사열했습니다. 포토맥 강 건너 워싱턴 모뉴먼트(기념탑)를 향해 예포도 19발이나 쏘아 올렸지요.
냉전시대였다면 적군의 수장(首將)이었을 터인데, 사열대를 뚜벅뚜벅 걷는 시 주석을 바로 눈앞에서 보면서 세상이 바뀌었음을 절감했습니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과 애슈턴 카터 국방부 부장관이 당신을 반기는 장면에선 역사책 한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민족상잔의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 ‘과거의 적을 친구로 손잡는 세상’을 목격하면서 야릇한 흥분과 더불어 복잡한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그날 시 주석의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과 호방한 기개는 거대한 체구 못지않게 잊지 못할 것입니다. 6·25전쟁 때 극악무도한 중공군의 모습과 시 주석의 얼굴이 묘하게 오버랩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오늘 지면을 통해 공개편지를 쓰게 된 것은 조만간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입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나 시 주석이 즐겨 읽는다는 환추시보는 날만 새면 한국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 이름까지 들먹이는 이들의 선전선동은 저잣거리의 시정잡배와 하등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마치 6·25전쟁 때 밤에 꽹과리와 징을 들고 나와 연합군의 혼쭐을 빼놓은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보는 듯합니다.
중국은 사드를 ‘목구멍에 걸린 생선가시’라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가시가 목에 걸려 있으면 불편할 수밖에 없지요. 당장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늘 찜찜합니다. 중국이 관영언론을 총동원해 한국을 두들겨 패는 것은 목에 달라붙은 생선가시를 밥 한 숟가락 꿀꺽 삼켜 단숨에 뽑아내겠다는 무식한 행동입니다. 근본처방 없이 밥 힘으로 밀어내 가시를 뽑으려다간 가시가 더 깊숙이 목에 박혀버려 메스를 들이대야 할지 모릅니다.
중국에 사드가 목구멍의 생선가시라면 한국에 북한 핵은 언제 휘두름을 당할지 모를 목전(目前)의 칼날입니다. 시 주석이 위험천만한 칼날엔 눈을 꾹 감고 자기 목구멍의 거추장스러운 가시만 탓하는 것은 적반하장입니다. 북핵과 미사일에 무방비로 노출된 한국으로선 그야말로 절체절명이자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입니다.
3월 26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뉴욕타임스(NYT) 외교 전문기자 데이비드 생어와 인터뷰하면서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중국의 친한 최고 지도층 인사한테 북한과의 관계를 물으니 ‘중국은 북한에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 북한을 지탱하는 혈액은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은 틈만 나면 우리 면전에서 ‘북한을 제재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 더 노력할게, 정말이야, 진짜 노력하고 있다니까’라고 말한다. 그러고선 옆방에 가 북한과 낄낄거리며 웃는다. 완전히 우리를 갖고 논다.”
트럼프의 이 정곡을 찌른 말에 시 주석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뜨끔하지 않습니까.
과거 조선은 중국에 조공을 바치며 살아가는 힘없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을 중국이 더 잘 압니다. 요새 중국 외교관들은 주요 2개국(G2)이라고 뻐기기보다는 경제에서만큼은 스스로 개발도상국이라고 낮추며 앞선 한국에 한 수 배우겠다고 안달입니다. 중국은 한국과 전략적 상호 이익 관계를 중시한다고 들었습니다. 시 주석은 케케묵은 이념보다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4년 반 전 펜타곤 방문으로 몸소 보여줬습니다. 중국이 미국엔 함부로 못하면서 한국만 난도질하는 것은 대국(大國)의 자세가 아닙니다. 오늘도 서울 명동에선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사드 때문에 한국을 모질게 고통받도록 하겠다면 중국이라고 멀쩡할 수 있을까요. 정치와 경제 문화는 한 곳이 막히면 돌아가지 않는 몸속의 혈액과 같습니다.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고운(孤雲) 최치원 선생의 시 구절 ‘괘석부창해 장풍만리통(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을 시 주석이 읊은 것을 기억하시지요.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한다.’ 한중 간 우호가 오래 지속되고 더욱 긴밀해지기를 바라는 속내를 보여줬습니다. 그러기에 박 대통령은 미국을 등한시하고 중국에 경도됐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톈안먼 광장 성루에 올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것이 아닐까요. 한국과 중국이 함께 발전하려면 서로 도와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사드 문제 하나로 두 나라가 이렇게 들썩여서야 되겠습니까. 반만년 역사상 지금이 최상이라는 한중 관계를 뒤틀리게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 주석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봅니다.
최영해 국제부장 yhchoi65@donga.com
■중국의 보복
2017.03.03 중국 '관광 보복'
15일부터 여행사 통한 한국관광 전면 중단
중국 관광객 절반인 年400만명 줄어들 듯
中, 롯데면세점 홈피 마비시키고 롯데마트 17곳 조사
연일 사드 보복… 일부 음식점 한국손님 사절하고, 포털선 한국음악 차트 없애
중국 정부가 국영·민간여행사를 통한 중국인의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한 것으로 2일 밝혀졌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개인 관광객을 제외한 한국행 단체 관광객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관광 보복'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지난해 기준 800만명 수준이었던 한국 방문 중국 관광객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고위 소식통은 이날 "중국 관광업을 총괄하는 국가여유국이 중국 여행업계에 '이달 15일부터 한국행 관광 상품 판매를 전면 중지하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800만명 중 최대 40%인 320만명이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갔다"며 "개인 여행자도 중국 당국 조처에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면 절반 수준인 400만명가량의 한국행 발길이 끊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사드 보복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사드 보복'을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베이징 관광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은 이날 중국 상위 20대 여행사를 소집해 이 같은 지침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으로 확대 시달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한 한국 관광 패키지 상품 판매가 중단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특정 국가에 대한 관광 금지 조치는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일본이나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정권이 출범한 대만에 대해 내린 수준의 조치"라고 말했다.
▲영사관 앞 시위, 롯데마트 위생·안전 조사, 현대차 공격… 커지는 反韓감정 -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선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내 반한(反韓) 분위기가 넘쳐 난다. 칭다오 한국총영사관 앞에는 ‘사드 반대’ ‘롯데 제재’ 등의 팻말을 든 중국인 시위대가 등장했고(왼쪽), 중국 내 롯데마트 17곳에서는 위생·안전·소방 점검이 일제히 실시됐다(가운데). 현대차를 부수는 장면을 찍은 사진도 올라왔다(오른쪽). /웨이보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지난 27일부터 중국은 최대 여행사인 중국여행사(CTS)를 비롯한 국영 여행사를 중심으로 한국 관광 상품에서 롯데면세점·호텔 방문을 제외하는 등 보복 조치를 시작했다.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중국 관광객 매출 비중은 70%를 넘는다. 롯데면세점의 인터넷 면세점 홈페이지는 2일 중국 해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아 한국어·중국어·영어·일본어 사이트가 3시간 넘게 다운됐다. 롯데면세점 인터넷 사이트의 하루 매출은 40여억원대로, 전체 면세점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2000년 사이트 개설 이후 '먹통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날에만 약 5억원(추산)의 손실을 봤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날 정오 중국 지역 IP를 사용한 디도스 공격을 받아 시스템이 다운됐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또 지난 1일부터 중국 전역의 롯데마트 17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위생 안전과 소방 점검, 시설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은 작년 11월 말에도 200여 곳의 롯데 점포와 사업장을 무더기로 조사했었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검역국은 한국에서 수입된 롯데의 요구르트 맛 젤리에 금지된 첨가제가 사용됐다는 이유로 젤리 600㎏, 300박스를 소각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이런 상황은 작년 9월에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세계 자유무역의 리더가 되겠다는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치졸하고 무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보복성 조치는 롯데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정부기관인 국가여유국은 이날 베이징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한국행 관광 패키지 상품 전면 중단을 구두 지시했다. 이미 예약한 여행객들은 이달 중순까지는 모두 소진하고 추가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화권 매체에서는 이날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이 웨이신 메시지를 통해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이징 일부 음식점에는 '한국인 손님 사절'이란 문구가 나붙고, 포털사이트 왕이망 뮤직에선 한국 음악 차트가 사라지기도 했다.
중국 온라인 공간에선 롯데를 겨냥한 무차별 제재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눈만 뜨면 사방에서 '(롯데) 제재'를 외치고 이를 따르라고 강요한다"며 "롯데가 채용하는 중국인 직원이 몇 명인지 알고 그러느냐"고 했다. 일부 네티즌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제재하면서 정작 사드를 만들고 배치하려는 미국은 가만두느냐"고도 했다. 중국 사회주의학원의 왕덴양 교수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이런(모두 제재를 외치는) 분위기에서도 중국 외교의 최대 임무는 개혁·개방과 현대화 건설을 위한 외부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덩샤오핑의 지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채성진 기자
2017년 03월 03일 힘 앞세운 사드보복… ‘중국本色’
중국내 롯데마트 3개월간 200차례 무차별 점검공세
면세점 홈피 디도스 공격에 미래부 등 현장조사 착수
韓 관광상품 판매중지… 유커 60~70% 줄어들 가능성
롯데그룹이 성주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로 제공한 데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영업 규제, 온라인 공격, 한국 관광 규제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 현지의 롯데마트 점포들은 3개월 사이에 무려 200여 차례에 걸쳐 무차별적인 ‘점검 공세’를 받았으며, 국영·민간 여행사를 통한 중국인의 한국관광도 곧 전면 중단될 조짐이다. 3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말 중국 내 롯데 관련 매장에 대대적인 소방·위생·시설점검을 시행한 이후 지속해서 유사한 점검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중국 당국이 점검에 나선 것은 200여 차례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하루에 2곳씩 매장 점검에 나선 셈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금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현지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지 오래됐지만 이같이 집중적인 점검을 받았던 것은 처음”이라며 “의미 없는 검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현재 중국 전역에 약 120개(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해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롯데면세점 서버가 있는 서울 서초구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에서 현장 조사를 벌이고 서버 기록을 복사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당국은 롯데면세점 서버에 2일 오전 10시 37분쯤 1차 디도스 공격이 감행된 데 이어, 낮 12시쯤 2차 공격이 이뤄지면서 서버가 마비됐고, 오후 2시 48분쯤 세 번째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유입된 트래픽에 의한 디도스 공격으로, 유입 경로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관광업을 총괄하는 국가여유국은 중국 여행업계에 오는 15일부터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지하라는 구두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해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800만 명 중 60∼70%가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준우·장석범 기자 bum@munhwa.com
2017년 03월 03일 한국 自衛權과 중국의 패권주의 본색
이규영 서강대 교수 국제정치학
드디어 오는 6~8월 중 경북 성주에 사드(THAAD)가 배치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롯데상사가 사드 설치를 위한 골프장 부지와 국방부 소유 토지의 맞교환 합의를 최종 승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 계속된 국내외의 사드 배치 반대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배치 강행으로 북한 핵무기의 외교적 해결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하고, 중국은 ‘전방위적인 대한(對韓) 보복’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미국의 대중(對中) 봉쇄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사드 배치가 자국 안보에 엄중한 위협 요인이기 때문에, 이에 협조한 롯데에 대한 보복 조치, 한국 제품 불매운동, 준(準) 외교관계 단절 등 정치·경제·군사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은 대한민국의 주권적 조치이자 자위적(自衛的) 결정 사항인 만큼 이러한 중국의 대응은 패권적 본색에 가깝다. 북한의 끊임없는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효율적인 대응 방어 체제를 구축해야만 한다. 사드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탄도미사일방어(BMD) 구축 체제의 일환이다. 사드는 비행단계에서 하강하는 탄도미사일을 타격하는 요격미사일이고, 상승하는 미사일은 요격할 수 없다. 즉, 공격해오는 상대 탄도미사일을 종말단계에서 1차 요격하는 순수한 방어용 무기다. 이는 최대 요격거리 200㎞와 고도 150㎞라는 사거리로도 입증된다. 향후 성능이 향상되더라도 중국의 우려처럼 대륙간탄도탄을 요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의 민감한 반응과 강경한 대응 조치의 함의는 무엇인가.
첫째,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군사적 차원에서 실질적 위협 가능성보다 동북아 정세에 대한 자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일본의 사드 배치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후아한 베이징대 교수는 “한국의 사드 자체가 큰 위협이라기보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한 바 있다. 중국은 동북아 정세에서 견고한 한·미·일 3국 관계의 구축을 우려한다. 따라서 3국 관계 중 한국을 가장 약한 연결고리로 보고, 이를 적극 저지하면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가 와해되는 단초가 된다고 판단한다.
둘째, 한·중 쌍무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만큼 심화·확대됐다. 중국은 사드 배치의 근본 원인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북한의 붕괴를 우려한 나머지, 중국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에 대해 직접 제재하지 않았다. 자국의 전략적 이익만을 고려하고, 한국의 자위적 안보 조치인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강경 대응함으로써 오히려 동북아 평화를 해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 중국은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중국에 대해 긴밀한 경제 협력국 중 하나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우리에겐 상당한 손실과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안보 문제인 만큼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경제적 손실을 우려해 안보 문제 간섭을 허용할 경우 향후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대내적으로 고의적 여론 조작, 사실 왜곡 또는 선동, 과도한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국에 대한 지나친 사대주의적 행위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화일보
2017.03.03 비겁하니까 협박당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로 야권이 본 것은 정권 교체 가능성만이 아니다. 그들은 대북정책 변경 가능성도 봤다. "정권이 바뀌면 화해 협력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나름 근거도 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제재는 핵개발도 미사일 발사도 막지 못했고 남북관계만 망친 처참한 실패라는 것이다. "남한의 쌀과 북한 희토류를 맞교환하자"고 한 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그런 인식에서 나왔다.
야권 햇볕론자들은 탄핵 사태로 민심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리자 국민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등 돌린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 갤럽이 실시한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는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2013년 9월 박 대통령이 러시아 G20 정상회담에 참석했을 때 67%였던 지지율은 이후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탄핵 소추를 겪으며 추락했다. 그런데 가끔 반등이 있었다. 2015년 5월 메르스 확산으로 33%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이 그해 8월 북한 목함지뢰 도발 때 정부가 강력히 대응해 북의 유감 표명을 받아내자 54%로 상승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때 40%로 다시 떨어졌지만 4차 핵실험에 맞서 개성공단을 중단하자 43%로 반등했다. "두 정권에서 한 게 뭐냐"며 변화를 요구한 야권과 달리 민심은 북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 원칙을 고수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햇볕은 실패했지만 제재는 현재진행형이다. 대북 제재에 대한 북의 도발로 인해 우리가 겪는 고통은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이 겪는 금단증상과 유사하다. 북은 전처럼 돈맛을 보기 위해 지난 9년간 온갖 수단을 동원해 우리를 괴롭혔다. 야권은 그때마다 겁이 났는지 달래려고 그랬는지 "북이 원하는 대로 해주자"고 했다. 이는 금단증상과 싸우는 이더러 "고생 말고 그냥 피워"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굴복하면 담배(핵) 없는 인생(한반도)의 꿈은 버려야 한다.
민주당 등 야권은 중국에도 굴종적 태도를 취한다. 사드 배치가 임박하자 "다음 정권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한다.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책 '경영자의 조건'에서 이런 행동 방식에 대해 "결정에 임박해서 범하지 말아야 할 과오는 '다시 연구해보자'는 소리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비겁한 자들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면 타격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롯데그룹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협박했고, 한한령·금한령을 동원해 압박한다. 일본이 2012년 9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국유화를 발표했다가 경험한 압박은 그 이상이었다. 반일 시위대가 중국 내 일본 공장 10여 곳의 기물을 부수고 일본 자동차 매장을 불태웠다. 그랬던 중국이 지금은 일본이 태평양 연안 가나가와현에 있던 항모여단을 올해 부산과 마주한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로 옮기기로 하고, 이 기지에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추가 배치했는데도 가만히 있는다. 오히려 일본 열도 곳곳엔 중국인 관광객이 넘친다.
중국은 미·일 안보동맹 강화로 맞서는 일본을 어쩌지 못했다. 우리도 북·중의 위협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 파국이 왔을 때 잃는 쪽은 우리만이 아니다. 그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김태훈 여론독자부장
2017.03.04 이게 시진핑이 외친 자유무역인가
두달前 다보스포럼서 "자유무역 수호" 역설했던 시진핑
사드 핑계로 한국에 노골적인 경제보복… 本色 드러내
"北核에 대한 방어무기인데… 치졸하고도 오만한 횡포"
올 초 다보스포럼에서 '자유무역 체제의 수호자'가 되겠다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두 달도 안 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핑계로 한국에 대한 전방위 경제 보복을 배후에서 주도하고 나섰다. '미국 우선'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대비시키며 새로운 글로벌 리더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이었지만 오히려 힘으로 주변국을 윽박지르는 본색(本色)만 드러낸 것이다. 우리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3일 "치졸하고도 오만한 횡포" "관광 중단은 나가도 너무 나간 조치"라며 중국을 비난했다.
그동안 중국은 "자위권 차원의 방어무기 배치에 대해 경제 보복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우리 측 항의에 "중국 정부는 전혀 관계돼 있지 않다"고 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국방부와 롯데의 부지 교환 계약 체결 이후에는 정부와 공산당이 수면 위로 나서고 있다. 관영 매체는 선동하고 정부는 연일 새로운 보복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중국 당국은 중국 내 롯데 관련 매장에 소방·위생·시설 점검을 200차례 이상 실시했다. 중국 루이샹과학기술그룹은 롯데와의 협력관계를 철회하기로 했다. 앞서 중국 국가여유국은 여행업계에 오는 15일부터 "한국 여행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지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보복 조치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일본, 차이잉원 정권 출범 이후 대만에 대해 관광 금지령을 내리고도 시치미를 떼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중국 체제의 특성상 정부와 관영 매체가 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면 최고 수뇌부의 지시 또는 묵인이 있어야 한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다보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보호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서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고 했다. 2013년 11월에는 정치국 상무위원들 앞에서 '주변국과 친(親)하게 지내고 성의(誠)를 다하며, 중국의 발전 혜택(惠)을 나누면서 포용(容)하겠다'는 '친·성·혜·용'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안보 문제를 이유로 경제 보복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도 각국에 무역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경제 대 경제' 문제로 다루고 있지 정치·안보 문제와 엮지는 않는다. 특히 중국의 보복은 '만만한' 상대일수록 더 노골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중국은 21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강하게 맞서는 국가에는 물러섰지만, 굴복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압력을 행사했다"고 했다. '사드 보복'에서 배치 주체인 미국보다 한국을 타깃으로 삼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은 '한국은 정치권의 자중지란 때문에 흔들면 흔들린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판단이 최고 수뇌부에 전해졌고, 결국 시 주석이 직접 '사드 배치 반대'를 언급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중국의 보복은 공정무역 관계에 역행하는 비열한 행위"라며 "우리도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하는 등 국제적인 여론전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날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사드와 무관한 정상적인 교류까지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임민혁 기자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7.03.07 中國의 사드 보복, 성공할 수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 전략이 교활하다. 자국 산업 피해가 적은 분야에서 소비자를 앞세워 추진하고 있다. 환구시보 1일 칼럼이 이를 보여준다. '한국과 장기적인 대치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은, "우리의 보복은 적군 1000을 죽이고 아군 800을 잃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만 큰 손실을 입는 영역에서 중국 소비자가 주력군이 되어 한국을 진짜 아프게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여행 가지 말고, 한국 상품 사지 말고, 한국 드라마 보지 말라는 선동이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다'는 말이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에 해당한다. 중국의 보복은 당장은 한국에 피해를 주겠지만 우리 국민이 이 고통을 견디고 경제 체질을 강화하면 승리는 우리 것이 된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중국 환상'에서 깨어났다. 그동안 한국인은 '친구, 협력, 동반자, 경제 활동 자유' 같은 중국의 '미사여구'에 속는 경향이 있었다. 가령 기업 간 협력 중에 '윈윈 관계'도 있지만, 때로는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의 기술을 흡수하는 동안만 '위장된 협력'을 했다는 걸 간과했다. 이제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웃는 얼굴 뒤에 칼을 숨기는' 중국인의 실체를 깨달았다.
▲시위대가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 시의 신정완쟈스다이광장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의 소주 상품인 ‘처음처럼’과 롯데 음료수 박스를 쌓아두고 중장비로 짓뭉개고 있다. /웨이보 캡쳐
사드 보복이 성공할 수 없는 또 하나 이유는 한·미·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 정부와 함께 북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기로 했다. 한국민 역시 사드 갈등을 겪으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한·일 간에도 안보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다. 사드 문제를 지렛대로 '한·미 동맹의 틈'을 벌리려던 중국의 외교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한국의 안보 조치에 내정간섭하고 일부 중국인이 한국차를 부순다고 해서, 한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자유, 민주, 인권, 평화, 선린우호'의 가치 위에서 도덕적 평정심과 냉정함을 유지하면 된다. 정부는 단계별, 분야별로 대응책을 마련해 기업 및 국민과 소통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중국의 부당행위를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해 세계가 알게 해야 한다. 사드 견해가 다른 야당 지도자라 해도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없다면 사드 배치 결정을 쉽게 번복해선 안 된다. 중국은 1차 사드 저지(배치 연기)에 성공하면 2차 저지(사드 철회)로 나올 게 뻔하다. 중국 언론은 "한국의 새 대통령이 사드를 철회하지 않는 한 우리의 보복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내가 대통령 되면 중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시설을 크게 늘렸다가 여행객이 줄면 어려움을 겪는 근시안적 경영에서 벗어나, 중국인이 아무리 많이 와도 매장 내 출입 인원을 제한하고 매장 밖에 길게 줄 세우는 프랑스 명품 기업의 경영전략을 배워야 한다. 문화는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중국의 한한령에 조급해하기보다 한류 콘텐츠의 제값을 받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중국의 보복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외교 안보 전략을 전면 조정하고, 무역 구조를 바꾸며, 국민의 지혜로 고통을 분담한다면, 한국은 훨씬 강하고 단단한 나라로 탈바꿈할 것이다.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2017년 03월 10일 ‘사드 조공’이 키운 中 보복
정충신 정치부 부장
2014년 10월 일본 최북단 아오모리(靑森)현 샤리키(車力) 주일미군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눈인 X밴드레이더가 배치됐다. 중국 외교부가 “전략적 안정에 해로우며 지역의 상호 신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지만 일본 정부는 한 귀로 듣고 흘렸고 중국은 입을 닫았다. 국가 생존이 걸린 안보 현안을 두고 중국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주제넘은 군사주권과 내정 간섭이라는 의미였다. 되레 일본이 중국에 할 말이 많았다. 중국은 탐지거리 3000㎞의 초강력 초지평선레이더 OTH-B 등을 베이징(北京) 인근과 동부 해안에 배치하고 50여 기의 군사정찰위성으로 일본의 군사기지와 주일미군기지를 24시간 손바닥 들여다보듯 감시해온 터였다. 일본의 사드레이더 배치에 대해 중국은 경제보복은 고사하고 더 이상 말도 못 꺼냈다. 중국도 국제법 상식쯤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가까운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하기(萩市)시를 포함해 2기가 배치된 일본의 X밴드레이더는 전진배치용(FBR)이다. 탐지거리가 2000㎞로, 한국에 배치될 종말모드용(TM)의 2배 이상이다. 중국은 성능이 훨씬 뛰어나고 대중국용이 분명한 일본 사드레이더엔 시비 걸 엄두도 못 냈다. 그런데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한·미가 대북용이라고 친절히 설명까지 한 주한미군 사드레이더엔 대놓고 협박하고 경제보복까지 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만만해서일까. 중국의 본질인 패권적 중화주의만으론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중국을 탓하기 전에 우리에겐 문제가 없을까. 중국은 온갖 사드 괴담과 사드 반대론, 차기 정부 연기론 등 국론이 양분된 한국 정치 상황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중국이 경제보복 시늉을 하자마자 야당 국회의원들은 득달같이 두 차례나 중국을 찾는 저자세 외교를 폈다. ‘사드 조공’이란 용어까지 나왔다. 중국의 전략을 간파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전략적 모호성으로 접근하다 되치기를 당한 정부의 외교 실패도 한몫 거들었다. 미·중이 강대강으로 대립하는 전략 구도에서 어정쩡한 양다리 전술은, 중국의 오판과 동맹인 미국의 외면으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 되기에 딱 좋은 하책 중 하책이다.
중국이, 돈을 들여 사드 포대를 구입해 주일미군을 보호하겠다는 일본은 건드릴 엄두도 못 내면서 한국을 타깃으로 사드 배치 반대를 압박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일 동맹이 구축하고 있는 대중(對中) 안보벨트로부터 약한 고리인 한국을 이탈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북핵 불용 정책에 목을 매고, 쉽게 분열하는 한국의 정치권은 안성맞춤의 먹잇감이다. 국민 생명과 국가 운명이 걸린 안보 현안을 놓고 사분오열하는 한국의 정치판을 두고 중국은 속으로 비웃고 있을 것이다.
중국의 치졸한 경제보복을 계기로 시대착오적 남북등거리 외교전략의 실체를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것은 의외의 수확이다. 우리 내부가 분열하면 중국·일본 등 주변국이 마음껏 우리를 농락하는 게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그나마 한·미 동맹이라도 있기에 중국이 대놓고 겁박하고 무시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분열하면 한·미 동맹도 버팀목이 못 된다.
문화일보 csjung@
2017-03-29 中의 사드 보복, 사드 때문만일까
중국에서 환대받던 한국 기업이 공장 임차료도 내지 못한 채 야반도주하는 비극이 시작된 것이 2000년대 중반이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롯데마트의 문을 닫는 최근 조치를 보면서 중국은 절대 자본주의 체제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퍼졌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중국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차이나 퍼스트’ 시동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사드가 방어용이라는 명백한 논리를 조금도 이해하려 들지 않는 중국의 태도다. 일본의 기존 사드가 대륙을 훤히 볼 수 있을 때도 가만있던 중국 아닌가. 한국 내에 중국의 일부라도 볼 수 있는 고성능 레이더기지 하나 없는지, 전에는 물어본 적도 없다. 중국이 사드를 미끼 삼아 포획하려는 먹잇감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중국 경제는 긴박하다. 개혁과 개방을 주창한 덩샤오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집권 이후 성장률은 연간 10%를 상회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원자바오 당시 총리는 경기부양책으로 기대치를 높였지만 지금은 성장 목표치가 6.5%인 상대적 저성장 시대다. 더는 외형을 키우기 힘들다는 벽에 부딪힌 상태에서 중국이 떠안은 시한폭탄은 빈부 격차다. 농촌에 살면서 도시에서 일하는 가난한 ‘농민공’이 2013년 기준 2억6000만 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절대빈곤 인구는 40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의 불만을 다스리는 게 중국의 최우선 과제다.
중국 정부의 카드는 제대로 된 도시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빈민이 많고 일자리가 절대 부족한 빈껍데기 도시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중국이 이달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탈빈곤과 고용 개선을 강조한 데는 출범 100년을 앞둔 중국 공산당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이 절박함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바로 사드다. 한국 관광 제한은 전체 그림의 귀퉁이일 뿐이다. 중국은 이미 관광, 유통업뿐 아니라 제조업에 포진한 외국 기업을 서서히 몰아내고 자국 기업을 끌어들임으로써 기반이 튼튼한 도시를 만들고 질 좋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모델에 시동을 걸었다. 수축과 적응(atrophy and adaptation)에 익숙한 공산당은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이런 방식의 내수경제 육성이 해답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롯데마트가 문을 닫으면 일자리가 줄어드니 중국에 손해라는 시각은 올챙이 시절 생각을 못한 것이다. 우리도 각종 규제로 자국 기업을 보호한 정부 주도 성장기를 거쳤다. 한국 기업이 나간 자리는 공산당의 말을 잘 듣는 중국 기업으로 대체될 게 뻔하다.
우리 내부에도 위험을 직감한 학자들이 1년 반 전에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이 만든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이 조립해 재수출하는 분업구조가 깨진 상황인 만큼 중국 의존형 경제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부도 공감했지만 정치권에 발목을 잡혀 한 걸음도 떼지 못한 것은 다 아는 얘기다.
한국 길들이기 계속될 것 시진핑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맞서 ‘강한 중국’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중국 우선주의(China first)의 대결 구도에서 등이 터질 새우가 여럿이다. 중국 수출에서 부품 의존도가 낮아진 한국은 좋은 먹잇감이다. 한국 길들이기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통상 행보를 일시적인 사드 보복으로만 본다면 기업은 제2, 제3의 보복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2017.03.31 사드 보복의 출구를 찾아라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져 한산해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중앙포토]
중국의 사드 보복
지난 해 7월 사드(THAAD 薩德反導系統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가 결정된 이래 중국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이 탄핵 심판으로 임기 중에 파면되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정국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한국으로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것 같은 고통을 주고 있다.
중국내에서는 한국 상품의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유커(遊客 중국관광객)로 사람이 발붙일 곳이 없던 서울의 면세점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최근 제주도에 기항한 크루즈 선박에서 하선이 예정된 3400명의 유커들이 ‘애국적이고 문명적 행동’이라면서 하선을 거부하였다. 수많은 버스가 공치고 유커들 맞을 준비에 바빴던 관련 업체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금년 8월이면 한중 수교 25주년이 된다. 25년이면 강산도 몇 차례 바뀌는 세월이고 그동안 두 나라 사이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을 생각하면 중국의 사드 보복은 상상이 안 될 정도이다. 경제적으로 많은 피해를 본 한국인들은 황당하고 허탈해 한다.
불가피한 자위 조치
2015년 10월 중국의 전승절 천안문 열병식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서방국가 지도자로서는 유일하게 한국의 대통령이 참석하였다. 한중관계는 밀월(蜜月)관계로 표현되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한국의 지나친 중국 경사에 우려의 소리마저 나왔다. 한중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오랜 친구(라오펑유 老朋友)관계가 된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북한의 도발이었다. 북한은 2016년 한해에만 두 차례의 핵실험을 했고 24번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여 한국을 위협하였다. 중국만이 북한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크게 믿은 한국으로서는 실망과 함께 신뢰도 무너졌다. 특히 북한 미사일의 고각도(lofted) 발사가 성공하여 한국과 미국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에도 없는 사드 포대를 들여오기로 결정하였다.
사드 보복에 대한 낙관론과 현실
과거 '마늘파동'을 통해 중국의 경제보복을 경험한 한국 기업들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을 우려하고 있었으나 중국이 쉽게 보복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도 강했다. (필자가 2016년 7월25자 본란에 기고한 “사드 문제로 중국이 경제보복을 못하는 3가지 이유”참조)
우선 한중 양국은 ‘마늘파동’때와는 다른 환경에 있다. 양국은 WTO(세계무역기구)의 가맹국이고 더구나 한중간에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어 두 나라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무역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중국으로서는 남중국해에 대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 서방국가와 사이가 틀어진 마당에 한국과 같은 무역과 투자에 있어 최선의 파트너를 쉽게 버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두 번째는 ‘차이나 플라스 원’이다.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인건비의 상승 등으로 투자환경이 나빠져 우리 기업은 ‘차이나 플라스 원’(언젠가 중국에서 물러날 때를 대비 중국 이외의 베트남 라오스 등 투자처를 물색)의 방침으로 이미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국에 남아 있는 것은 반도체 산업 등 중국으로서도 불가결한 핵심 산업뿐이다.
마지막으로 양국의 의존적 무역구조이다. 한중간에는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이 되어 있어 한국의 설비 중간재 등 부품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중국 기업은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기가 어렵다. 한중경제는 2인3각 경기의 선수들처럼 한 사람이 무너지면 다른 사람도 따라서 무너지게 되어 있는 상호 의존구조이다.
흔히들 농담반 진담반으로 중국은 불의(不義)는 참아도 불이익(不利)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중국도 한중 양국의 경제 협력이 서로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경제보복으로 판을 깨지 않으리라고 보았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창이었던 지난 3월에 반도체와 철강을 중심으로 한 대중 수출은 오히려 16% 정도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한국의 부품소재 수입을 봉쇄한다면 중국산업의 폐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부품 소재는 사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입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자국의 이익과 관계가 비교적 적은 유통산업과 한류 등 문화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양국 간 불요불급한 교류를 차단하고 한국으로의 단체관광 송출을 막은 것이다. 이것은 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더라도 일반인들에게는 피부로 직접 느끼는 분야로 충격의 감도는 훨씬 높다
대북 제재에 실패한 중국
사실 사드 배치 문제가 거론 된 것은 3년도 넘었다. 그 동안 한국은 중국이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철저히 제재하여 핵 포기를 끌어내어 사드 배치가 필요 없게 되기를 바랬다. 따라서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중국을 믿고 ‘불요청-불협의-불결정’이라는 3불 정책으로 일관하였다.
중국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나름대로 다각적인 노력을 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이 점차 고도화 되고 김정은 정권은 더욱 호전적이 되어 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자신의 트위트에서 “중국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China has done little to help!)”라는 평가를 하였다.
중국이 우려하는 사드 레이더
사드는 탄도탄요격미사일(Anti-Ballistic Missile ABM)의 일종이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는 상승단계(Boost-Phase), 중간단계(Midcourse-Phase) 그리고 종말단계(Terminal-Phase)가 있다.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는 이름 그대로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인데 PAC-2 또는 PAC-3처럼 낮은 단계가 아니고 높은 단계에서 요격한다. 사드는 탐지 시스템인 AN/TPY-2 레이더(고성능 X밴드)에서 보내 온 정보를 통해 표적을 수색 파편탄두 방식이 아닌 직격(Hit to Kill) 방식의 운동에너지로 적의 탄도미사일에 충돌 파괴시킨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드의 눈이라고 부르는 AN/TPY-2 레이더이다. 우리는 종말모드(Terminal Mode)로 운영되어 600km 정도밖에 탐지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전진배치모드(Forward Base Mode)로 바꿀 경우 최대 2000km 떨어진 중국 내륙을 탐지할 수 있고 이것이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MD)체계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사드 탐지 시스템은 종말 모드이기에 중국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누차 강조해도 중국은 믿지 않는다. 일본이 동해안에 2대의 AN/TPY-2가 전진배치모드로 중국을 탐지하고 있는데도 항의를 받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없다.
유독 한국의 탐지 시스템을 불신한다면 사드 포대를 직접 운용하는 미국과 담판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4월초 개최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상호 신뢰를 구축하면 풀릴 문제로 본다.
왕창령의 일편빙심(一片氷心)
중국의 문화와 자연을 사랑하고 중국에 많은 지인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은 오해에서 비롯된 중국의 일방적 사드 보복을 납득하지 못한다.
당(唐)대의 문인으로 왕창령(王昌齡 698-755)의 ‘부용루송신점(芙蓉樓送辛漸)’이라는 시(詩)가 있다. 왕창령이 강소성 진강(鎭江)에서 친구(辛漸)를 떠나보내면서 낙양의 지인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전해 오해를 풀고자 지은 시로 생각된다.
한우연강입오(寒雨連江入吳)
차가운 밤비 강물을 따라 오나라 땅으로 흐르는데
평명송객초산고(平明送客楚山孤)
이른 아침 친구 떠나보내니 초나라 산이 외롭게 보이는 구나 낙양친우여상문(洛陽親友如相問)
낙양의 벗들이 내 소식을 묻거들랑
일편빙심재옥호(一片氷心在玉壺)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항아리에 담겨있다고 전해주게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하여 위해(危害)를 주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한 순수한 자위 조치라는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一片氷心)’을 중국의 벗들이 알아주어 오해를 풀기를 바라는 것이 한국인들의 심정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된 중국의 출구전략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미국은 매우 비판적이다. 미국의 틸러슨 국무장관은 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조치라고 하였고, 미국의 하원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였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사드 보복은 중국으로서도 자해행위(self defeating)로 제 발등을 찍는 일로 보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무릎을 꿇을 줄 알았던 한국이 오히려 스프링처럼 더 튀어 오른다. 한국의 국회에서도 여야 각 당의 원내대표가 모여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합의를 하였다.
중국의 고사성어 ‘살계경후(殺鷄儆猴 원숭이를 경고하기 위해 죄 없는 닭을 죽인다)’가 떠오른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은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에 죄 없이 죽어야 하는 닭의 처지가 된 셈이다.
중국은 그간 한국인에 대한 공공외교로 따놓은 점수를 다 잃고 있다. 사드 보복이후 한국에서는 ‘치졸한 대국’ ‘소아병적인 대국’이 중국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중국은 사드가 한국에게 주는 의미를 잘 못 파악한 것이다. ‘경제는 먹고 사는 것이지만 안보는 죽고 사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몰랐던 것이다.
미중 정상 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사드 보복의 출구전략을 찾는 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국정협 상무위원이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의 자칭궈(賈慶國)원장의 사드 보복 신중론이 언론에 공개되고, 왕잉판(王英凡) 전 외교부부장이 방한하여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사드 보복은 ‘전략적 실수’라는 말을 듣고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사드 보복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정부도 “사드 보복은 정부차원이 아니고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중국정부는 오히려 말리고 있다“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민간차원’이기에 사드 보복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중단하는 출구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애국무죄’라는 말처럼 애국에 열성적인 중국 사람들도 사드 보복이 장기적으로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되지 않아 진정한 애국이 아님을 알게 되면 사드 보복도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미래지향적 한중관계
북한은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가 임박했다고 예고하는 등 끝을 모르는 도발로 한국의 사드 배치는 더욱 명분을 얻어 가고 있다. 중국이 주권국가의 방어용 무기에 보복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여론도 좋지 않다.
G2 국가의 하나인 중국은 대국답게 미국과 통 큰 협상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한국에 대한 일방적 경제 보복으로 한중 양국민의 감정의 골이 더 깊기 전에 출구전략을 찾아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한중 양국은 미래지향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을 결국 포기하는 것만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속에 살아 나가는 길임을 깨닫게 하여 사드가 필요 없는 한반도가 되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유주열 외교 칼럼니스트
2017.04.01(월간조선 4월호)
■현대는 중국식 국제질서가 지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 노르웨이가 류샤오보에 노벨평화상 수여하자 연어 수입 금지 … 노르웨이는 예정대로 시상식 진행
⊙ 영국 카메론 총리가 달라이 라마 만났다고 장관급 회담 취소 … EU 지도자들은 여전히 달라이 라마 만나
⊙ 정부가 주식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중국이 ‘시장의 힘으로 한국 벌하자’는 건 자가당착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저술
▲노르웨이는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반체제인사 류샤오보에 대한 시상식을 강행했다. 사진=뉴시스
어느 나라든 국가 이익 중 최고의 가치는 국가안보다. 국가에 있어 국가안보란 개인에 비유한다면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국가안보가 가장 위태로운 나라 중 하나이면서도 국가안보에 대해 제대로 된 정책을 가지지 못한 나라였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와중에도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국가안보 장치를 마련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말로 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만을 주장했고, 아무리 부탁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중국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중국에 아부하는 정책을 고수해 왔다.
실제로 한국 정치가들과 국민 중 대다수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한 가지 측면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현재 중국은 북한의 명줄을 쥐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을 위시하여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고위관리들, 그리고 다수 국민이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중국이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이 저토록 목숨 걸고 핵을 만드는 이유는 핵에 자신의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김정은 정권의 멸망과 동의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김정은 정권의 멸망은 현존하고 있는 북한 체제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며, 김정은이 멸망한 후 북한은 궁극적으로 자유통일 대한민국의 일부가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는 오히려 더욱 회피해야 할 낭패스런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한반도는 머리와 자루가 분리된 망치
▲중국이 6·25전쟁 당시 100만 대군을 투입한 것은 통일 한국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였다.
중국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불편한 일이지만, 국제정치학적·지정학적으로 올바른 일이다. 국제정치는 힘의 정치(power politics)이며 힘의 정치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가 분단 상태에 있는 것이 중국에는 훨씬 좋은 일이다. 국제정치 이론은 이웃에 강한 나라가 출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가르쳐 준다. 중국이 1950년 늦은 가을 100만 대군을 한국전쟁에 파병했던 것은 통일 대한민국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였다. 중국은 자국 청년 60만명의 희생을 통해 한국의 통일을 막았던 것이다.
지정학은 중국의 행동을 더욱 정당화시킨다. 중국은 통일된 한반도를 마치 중국의 뒤통수에 붙어 있는 망치와 같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한반도 상태는 망치의 쇳덩어리 부분과 나무자루 부분이 단절된 상태다. 중국은 아무리 골치가 아파도 북한이 존재하는 것을 원한다. 중국은 대한민국이 통일을 이룩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통일도 원하지 않는다. 국제정치학의 영원한 진리인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철칙은 통일된 한반도는 결국 중국과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해양국가와 연계될 수밖에 없을 나라로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진리를 우리 국민이 모르고 있었거나 혹은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금 중국의 행동은 우리 국민에게 과연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그 진면목을 알게 해 주고 있다. 국민 교육의 차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오히려 중국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절호의 기회다.
사드 배치 말라는 것은 주한미군 나가라는 것
한국은 그동안 북한 핵문제에 별다른 대처를 하고 있지 못했다. 물론 말로는 대단히 강력했다. 말을 아무리 강력하게 하더라도 그것은 상대방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 조용히 다가가서 군밤을 한 대 먹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사드(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는 발상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반응으로서는 첫 번째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것조차도 공세적인 것이 아니라 방어적인 것이며, 게다가 대한민국의 발상이 아니라 미국의 발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사드 미사일은 최대 200km 범위 내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이 세상에 100% 확실한 무기란 있을 수 없겠지만 사드 미사일은 현재 미국이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방어 무기 체계다.
주한미군 사령관 스캐퍼로티 대장이 미국 정부에 대해 한반도에 사드 미사일 배치를 요구한 것이 사드 논쟁의 발단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점차 위협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고, 이에 ‘주한미군 보호용’으로서의 사드 미사일 배치를 본국 정부에 요청했던 것이다. 그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중국이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사드 문제는 본질적으로 협상의 여지가 없는(non -negotiable), 비밀스런(secret) 군사이슈(military issue)인데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중국에 ‘아직 미국이 공식 요청하지 않았다’는 등등 변명에 급급했다. 이 세상 어떤 나라가 군사전략 문제를 이토록 시끄러운 외교 문제 혹은 정치 문제로 만들어 버리고 쩔쩔 매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의 논리는 ‘미군이 생존 가능해야 한국을 제대로 지켜 줄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것이다.
중국의 반발에 겁먹은 한국 정부는 차일피일 사드 배치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아 주지 않았다. 상황에 대한 단순한 기술(記述)만으로도 중국이 북한 핵을 막아 줄 의도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은 3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하였고, 탄도미사일 발사도 총 28회에 걸쳐 46발을 발사했다.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횟수는 김정일 정권 기간 18년 동안 발사한 16발의 3배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 3월 7일에는 하루에만 4발을 발사했다. 최근에는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고체추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맹관계에 있는 한국과 미국이 대응능력을 확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직무유기다. 미국이 무슨 권리로 사드를 배치하느냐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미동맹조약 제 4조는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라고 되어 있다. 한미동맹의 핵심은 주한미군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을 막는다는 기지조약이다. 사드 배치를 하지 말라는 것은 주한미군에게 나가라는 소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억지
중국이 사드 미사일을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드 미사일에 부수된 성능 좋은 레이더가 만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주를 볼 뿐 아니라, 만약 미·중(美中) 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미국을 향해 대륙 간 미사일을 발사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사드가 그것을 요격할 것이니 중국의 안보가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과학적·군사적으로 옳지 못한 주장이다. 사드 미사일의 레이더가 만주를 볼 수 있지만 사드 미사일은 만주 상공까지 날아갈 수 없고, 특히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들은 미국에 도달하기 위해 만주 상공을 날지 않는다. 지구본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사드 미사일은 만주의 퉁화(通化)에 배치되어 있는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서울을 향해 발사될 때 이를 요격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을 좀 막아 달라는 한국의 애타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북한이 4차 5차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도 중국은 분노하지 않았다. 중국에는 한국의 방어무기 배치가 북한의 핵폭탄보다 더 골치 아픈 것이다.
이것이 진정이라면 중국은 북한 편이지 한국 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남북한 관계는 궁극적으로 한편이 소멸되어야 끝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중국은 북한의 소멸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 중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라고 말했던 ‘공치사’가 진실에 대한 형편없는 왜곡이었다는 사실이 노골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전략적 감각’을 단련시키는 교육용으로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보복을 견뎌 낸 일본
북한 핵무기 발달에 대한 최초의 대응 행동이며 전혀 공세적인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가 현실화 하자 중국은 본격적으로 한국을 보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말끝마다 대국(大國)임을 과시하는 나라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것들이어서 놀랍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 행동은 그동안 우리가 아주 익숙하게 보아 왔던 것들이다. 최근 있었던 예를 하나 들어 보자. 2012년 가을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두고 분쟁에 돌입했다. 중국은 일본을 향해 관광 보복이라는 칼을 휘둘렀다. 일본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석 달 동안 일본 항공사 중-일 노선의 예약이 5만2000석이나 취소됐었다. 현재 센카쿠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중국은 일본 관광에 대한 규제를 풀었다.
중국이 관광 규제를 푼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해군력 증강을 계획함으로써 오히려 대중(對中) 압박 수위를 높였다. 남중국해 문제에선 미국과 함께 적극적으로 중국에 대항했다. 센카쿠 영유권 문제에서 일본이 양보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중국은 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도 없이 슬그머니 관광 규제를 풀었다.
중국은 놀랍게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노르웨이에 대해서도 경제제재를 가한 적이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를 선정하자 중국이 노르웨이 정부를 상대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 보복 조치를 시행했던 것이다.
노르웨이는 대중국 연어 수출이 줄었지만 류샤오보에 대한 노벨상 시상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중국 정부는 류사오보는 물론 그의 가족들도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게 했고 각국 대표들에게 압박을 가해 시상식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시상식장에 상징적으로 빈 의자를 설치한 상태로 시상식을 진행했으며 의자에는 그의 노벨상 상장과 메달이 놓여졌다.
중국은 영국의 카메론 총리가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고 영국과의 장관급 회담을 무기 연기했고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도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가 중국의 반발을 받았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는 외국의 지도자를 전혀 만날 수 없게 되었는가? 2016년 가을, 유럽연합의 의회 지도자들은 달라이 라마를 만났고 중국은 격한 어조로 그들을 비난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시장의 힘’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줄면서 면세점들이 고전하고 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는 중국 국민의 한국 관광 전면 금지와 무역장벽 강화 등이다.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내 외국 기업의 성패는 최종적으로 중국 시장과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 기업이 성주 골프장 교환 결정 후 중국의 《인민일보》는 ‘다 같이 손잡고 롯데를 멀리하자’는 사설을 게재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시장의 힘으로 한국을 벌함으로써 교훈을 줘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한국산 제품 불매를 선동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은 자가당착적이라는 사실을 알면 중국이라는 국가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다. 중국 국민이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하고 한국의 비디오를 좋아한 것은 그들이 한국의 가수와 배우들에게 돈을 벌게 해 주고 싶어서가 아니다. 한국 가수의 노래와 한국의 영화가 재미있고 듣고 보기에 좋았기 때문이었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관광을 온 것은 한국에 돈을 벌게 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한국에 와서 관광하고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중국에 있는 롯데마트를 사용한 중국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들이 한국 회사인 롯데 기업에 돈을 벌게 해 주려고 롯데마트를 이용했었나? 롯데마트를 이용한 이유는 편하고 좋아서였던 것이다. 그런 롯데마트 수십 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고 한다.
황당한 것은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 내 외국 기업의 성패는 최종적으로 중국 시장과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중국의 대표적인 엘리트인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신이 가진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척박한 이해도’를 보여주고 말았다.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원칙은 정부가 국민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는 데 있다.
재작년 가을 상하이의 주식시장이 붕괴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을 때 중국 정부가 개입해 주식시장의 안정을 되찾은 적이 있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주식 보유자들에게 특정 주식의 거래를 정지시킴으로써 가까스로 안정을 유지했다.
그런 상황을 본 미국의 전문가 한 사람은 “중국 정부는 시장보다 힘이 세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그런 힘이 아니다”라는 무시무시한 언급을 했다. 당시 중국 정부가 거래를 막은 주식을 보유했던 중국의 주식 보유자들은 자신들의 주식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공포에 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아직도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절절히 느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부자들 중에서 이민 가고 싶다는 비율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 중국의 부자들이다.
손해는 중국도 본다
중국 정부 관리들은 경제제재를 통해 한국을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하고 궁극적으로 한국의 행동을 변하게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지 모른다. 중국 관리들에게 묻고 싶다. 중국은 국가안보보다 경제적 풍요를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경제적인 풍요를 위해 국가안보를 포기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한국에 대한 대국답지 않은 제재 조치를 중단해야 마땅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을 진정 대국이라고 생각하고 자국 국민의 번영과 행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면 이미 국제정치학적으로 효용이 별로 없는 것으로 판명된 ‘경제제재’(economic sanction)라는 수단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 경제제재란 상대방뿐 아니라 자국 국민의 피해도 수반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한중 관계처럼 상호 의존적일 경우 그러하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가 한국의 경제를 제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한국을 미국이 쿠바를 보듯 대한다면 그것은 상황에 대한 본질적인 오해다. 한국은 기술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으며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칙에서 중국을 월등하게 앞서고 있다. 한국인의 개인 소득은 중국의 3배 정도에 이른다. 가난한 국민이 부유한 국민을 경제제재할 수는 없다. 중국 정부가 중국 국민의 복지를 생각하지 않고 정치의 힘으로 다른 나라를 경제제재하는 경우 궁극적으로 손해를 더 볼 국민은 중국 국민이다.
중국이 한국을 경제보복하는 동안 한국의 음악을 듣고 싶고 한국의 영화를 보고 싶은 중국인들은 괴로울 것이다. 한국 물건을 사고 싶은 중국 시민들, 그리고 한국에 놀러 오고 싶은 중국 국민은 괴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불만은 결국 중국 정부를 향하게 되어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이 혹시 한미동맹의 폐기라면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경제제재를 통해 한국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미동맹의 종료는 한국에 경제적인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별로 없다. 그게 바로 중국의 대한(對韓) 경제보복이 성공하지 못할 가장 중요한 이유다.
주변 국가들을 미국 편에 서게 만드는 중국
언젠가 미국 학자가 중국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필자에게 질문했다. “왜 중국은 이웃의 작은 나라들을 윽박질러 주변의 소국(小國)들이 모두 미국에 의존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중국인들의 유교주의적 국제정치 질서 관념이 중국을 그렇게 행동하도록 한다”고 답해 주었다.
이 같은 관념은 전통적인 아시아 국제정치에서는 통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중국의 문명이 찬란했고 중국의 경제력이 세계의 3분의 1을 넘었던 시절, 중국은 주변의 작은 나라들과 조공 책봉 관계를 수립, 국제질서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의 찬란한 문명을 흠모하고,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에 압도당한 중국 주변의 작은 나라들은 스스로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나라가 되기도 했었다. 중국의 왕은 황제였고 조선의 왕은 황제의 부하인 왕일 뿐이었다. 다른 작은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현대 국제정치 질서는 더 이상 중국식 국제정치 질서가 지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중국식 위계질서(位階秩序)는 서구식 평등질서로 대체된 지 오래다. 중국의 청나라가 영국에 패망한 후, 더 이상 중국적 국제질서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19세기 후반 조선 왕도 황제(皇帝)를 칭하기 시작했다. 그럼으로써 조선은 국가의 격(格)에서 중국과 동격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 국민이 그런 국제정치 질서에서 살아온 지도 120년이 지났다.
박근혜가 “사드는 북핵 해결되면 철수”라고 했지만 …
대한민국은 당당한 독립국가로서 세계 10위권의 약하지 않은 나라다. 비록 통일을 이루지 못해 영토는 세계 107위, 인구는 세계 25위이지만 한국은 핵무장도 당장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다. 그것보다 한국은 세계 최강 미국과 동맹국이다. 냉전시대 동안 자유진영의 최첨단에 있는 국가로서 자유주의 자본주의 진영이 냉전에 승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했던 나라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2차 대전 이후 탄생한 신생 국가들 중에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모두 이룩한 유일한 나라다. 다만 성품이 얌전하고 국민의 마음이 모질지 못해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잔인한 논리를 잘 알지 못하며, 또한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국민의 나라다. 그런 대한민국을 북한이 자극하고 있고, 그런 북한을 궁극적으로 중국이 연명시키고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곤란한 일이다. 김정은의 북한을 연명시켜야 할 가치가 있는 나라라고 보는 것도 대국적 발상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웃 나라 모두와 사이 좋게 지내기를 원한다. 중국도 대한민국이 사드를 배치해야만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마지막 만났을 때 “사드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당장 철수할 조건부 배치”라는 말도 전했다. 그렇지만 시진핑 주석은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었나? 상대방을 이해해 주는 것이 평화의 조건이다. 진정 대국임을 자부하려면 소국보다 더 큰 이해의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글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17.04.06 8개 중국항공사 4월 제주 직항 중단
▲ 지난 3월 28일 제주공항 2층 서편 국제선 출국장.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3월 28일 제주공항 2층 서편 국제선 출국장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평소 같으면 오후 7시30분, 상하이 푸둥(浦東)공항으로 떠나는 중국동방항공 MU2544편 출발을 앞두고 쇼핑백을 짊어진 중국인 관광객들로 왁자지껄했을 시간이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전후로 단행된 중국의 관광 보복 조치로 제주공항 국제선은 개점휴업 상태다. 제주공항의 만성 포화 상태가 순식간에 해소된 듯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사가 지난 3월 26일 제주공항 하계 운항계획을 접수한 결과, 제주에 한때 취항한 적이 있는 8개 중국항공사가 4월 한 달간 취항 중단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중국의 4대 대형 항공사(FSC)에 속하는 중국국제항공, 중국남방항공, 하이난항공 등도 포함됐다. 지난해 제주~항저우 구간에 취항했던 하이난항공은 차기 대선이 예정된 5월이나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경부터 운항재개 계획을 밝힌 다른 항공사들과도 달리 아예 운항계획 자체를 접수하지 않았다. 유채꽃이 만발하는 제주 관광 최대 성수기인 4월을 맞아 중국 관광객에 크게 의존해온 제주에 미칠 충격파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우리 항공 당국은 뾰족한 맞대응 카드가 없어 고심 중이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사의 한 관계자는 “제주가 오픈스카이 지역이라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취항을 중단해도 별다른 페널티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중국의 관광 보복에 맞설 유력 대응카드 중 하나로 제주도 ‘오픈스카이’ 철회가 떠오른다. 제주 오픈스카이는 제주도가 입도(入島) 관광객 증대를 목적으로 1998년 일방 선포하면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항공자유화 조치로 양국 항공 당국 간 항공협정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항공사가 취항횟수와 취항기종 등을 결정할 수 있다. 항공 경쟁력이 강한 측은 가격덤핑과 대형 항공기를 투입해 항로를 독점할 수 있어 선호한 반면, 항공 경쟁력이 약한 측에서는 조심스러웠다.
제주도는 이 같은 염려에도 불구하고 관광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오픈스카이를 선포했다. 오픈스카이 결과 제주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등 일정 성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오픈스카이 선포 이듬해인 1999년 24만여명에 그쳤던 제주도를 찾은 입도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360만여명으로 15배 급증했다. 특히 1999년 4만6247명에 그쳤던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306만여명으로 66배 이상 급증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하지만 일방 오픈스카이에 따른 부작용 역시 심각하다. 특히 알짜노선으로 꼽히는 제주~중국 간 항로를 중국항공사가 독식했다. 거리가 가깝고 수요가 탄탄해 황금노선으로 꼽히는 제주~상하이(푸둥) 노선은 중국동방항공, 길상항공, 춘추항공 등 중국계 항공사가 독식했다. 이 구간에 취항하는 한국국적사는 진에어 한 곳이 전부다. 또 오픈스카이 덕분에 제주~중국 간 항로에는 중국국제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등 대형 항공사를 비롯해 하이난항공, 선전항공, 톈진항공, 샤먼항공, 쓰촨항공, 길상(吉祥)항공, 춘추항공, 오케이항공, 상붕항공(럭키에어), 수도항공 등 지역·저가항공사들마저 중구난방 취항하면서 ‘국제항공사’ 흉내를 내왔다. 제주~중국 노선은 안전성조차 의심되는 중국 저가항공사가 국제선을 띄우는 주요 노선이다.
반면 우리 국적기는 제주~상하이(푸둥) 같은 한·중 알짜노선에 마음대로 항공기를 투입할 수 없다. 중국이 자국의 하늘을 개방하지 않아서다. 제주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제주항공의 경우 제주~중국 간 직항노선이 단 한 곳도 없다. 제주항공의 송경훈 홍보팀장은 “제주~중국 직항노선 운항을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것”이라며 “운수권 신청을 해도 배분 자체가 안 됐고 다른 국적항공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형 항공사 중 아시아나항공도 제주~중국 간 직항노선이 한 곳도 없고, 대한항공은 제주~베이징 노선 한 개가 전부다. 그나마 구걸하다시피 배정받은 노선도 제주~췐저우(이스타항공), 제주~난닝(티웨이항공)으로 항공수요가 부족한 지방노선에 불과했는데, 사드 사태 여파로 모두 운항이 중단됐다.
일방 오픈스카이의 부작용
제주~중국 간 직항노선의 방만한 개설이 국가 항공산업의 골간인 인천공항의 동북아 허브화정책과 충돌하는 점도 문제다. 인천공항의 최대 경쟁력은 다양한 중국 노선이다. 중국의 저가항공사가 인천공항으로 더 몰려와야 중국 네트워크 경쟁력이 강화된다. 반면 제주도의 오픈스카이 정책으로 제주~중국 간 직항노선 개설이 무제한 허용되면서 인천공항으로 더 투입돼야 할 중국계 항공사가 제주도로 발길을 돌렸다. 인천공항이 아닌 제주공항이 대중(對中) 허브 역할을 하는 역전현상도 목격됐다. 인천공항을 거쳐 중국으로 가야 할 승객들이 제주공항을 거쳐 중국 저가항공편을 타고 중국에 입국하면서다.
하지만 제주공항은 허브 역할을 감당할 여건 자체가 안 된다. 24시간 운용이 안 되고 적정 여객처리 인원보다 많은 여행객으로 여객터미널은 만성 포화 상태다. 대당 수용인원이 적은 B737이나 A320급 중소형 항공기가 주력인 중국계 저가항공사가 활주로를 차지하는 통에 활주로도 미어터진다. 결국 오픈스카이를 철회할 경우 항공기 이착륙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제주공항의 포화 상태를 일시해소할 수 있다. 4조87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서귀포시 성산읍의 제2공항 건립도 재검토해 볼 여지가 생긴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온평리 일대는 ‘제2공항 반대’ 현수막으로 뒤덮인 지 오래다. 공항 건립과 진입도로 등 지원시설 건설이 예정대로 가능할지조차 의심스럽다.
중국 국적항공사들 역시 자국 정부의 한국 상품 취급중지 방침에 겉으로 호응하지만 속으로는 상당한 타격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807만명,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444만명으로 각각 외국인 방문객 1위다. 중국 국적항공사들은 그간 저가 운임을 앞세워 한·중 양국의 관광객을 모두 쓸어담으면서 수익을 올려왔다. 지금은 자국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 탓에 1200만명의 항공시장이 송두리째 날아갔고, 텅 빈 비행기로 날아와 텅 빈 비행기가 되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제주 취항 중국항공사 중에는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산하의 국영항공사도 있다. 제주도가 오픈스카이를 철회할 경우 그간 쏠쏠하게 올린 수익선을 바꿔야 한다. 중국 항공사들은 한국 노선에서 추가타격을 감수해야 하고, 물밑에서 자국 정부에 한국여행금지 조치 철회를 요청할 일말의 가능성도 열린다.
제주로서는 1998년 선포한 오픈스카이 철회를 재검토할 절호의 기회다. 오픈스카이를 유지하든 안 하든 관계없이 사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전까지는 중국인 관광객을 볼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의 복잡성으로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은 이상 국면의 해소 자체가 어렵다. 중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올 때 오픈스카이를 철회하면 타격이 크겠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어차피 사라진 지금은 철회해 봤자 밑져야 본전이다. 오픈스카이 철회로 타격받는 국적항공사와 제3국 항공사는 사실상 전무하다. 밑져야 본전이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출처 | 주간조선 2451호 글 | 이동훈 주간조선 기자
05-27 이해찬 특사 방중 당일 롯데마트 영업 허용한 中… 4일만에 다시 영업정지
중국이 우리 정부 특사단이 중국을 방문했던 19일에 롯데마트 점포 3곳의 영업을 허가했다가 특사단 귀국 이틀 후인 23일 다시 영업을 정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 보복 해제에 대한 일각의 기대와 달리 중국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해결 없이 보복 완화는 없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26일 복수의 재계 및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롯데마트 점포 3곳에 대한 영업정지는 19일 해제됐다 4일 뒤 돌연 소방 점검을 통해 영업정지 처분으로 다시 바뀌었다. 지방정부가 영업 허가를 내줬다가 중앙정부의 압박에 의해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전체 영업정지 점포 수 74개, 자체 휴점 13개 등 87개 점포가 문을 닫고 있다는 현황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처음 영업정지가 해제된 19일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난 날이다. 같은 시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홍석현 대미 특사와 만난 자리에서 “국무부에서 접촉했는데, (중국의) 롯데 제재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더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롯데 내부에서도 이때 ‘사드 해빙기’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가 영업정지 해제 번복 결정으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오히려 한국이 새 정부로 넘어갔다는 것만으로 사드 보복이 다 해결된 것처럼 여기는 것에 불쾌해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관광업계 및 문화예술계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태다.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시 주석의 축전(10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11일), 일대일로 정상포럼 한국 대표단장 접견(14일), 중국 특사단 접견(19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아모레퍼시픽 등은 대중 마케팅 전개를 시작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한중이 소통을 시작한 것은 좋은 변화이나 사드 배치에 대한 양국 정부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이새샘 기자
06.14 中, 우리 정부에 "사드 기지 시찰하게 해달라"
[北 무인기 도발] 靑 관계자 "X밴드 레이더가 中본토 탐지하는지 확인 원해"
"中이 만주 일대 설치한 레이더 시찰하게 해달라" 역제안 검토
중국 정부가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 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를 현장 시찰하게 해달라고 최근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그간 중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는 중국 감시용"이라며 압박해왔다. 중국 측은 박근혜 정부 때도 이 같은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측이 사드 레이더가 중국 본토까지 탐지하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며 "(중국이)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교·민간 채널 등을 통해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중국 측은 사드 운용에 필수적인 X밴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를 문제 삼고 있다. X밴드 레이더는 적 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하는 전방 배치 모드(FBM·탐지 거리 1800㎞)와 낙하하는 적 미사일을 추적해 사드 미사일 요격을 유도하는 종말 모드(TM·탐지 거리 600~800㎞)가 있다. 미군은 "한반도에서는 탐지 거리가 짧은 종말 모드로 배치될 것"이라며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요구는 사드 레이더가 미군 측 말대로 종말 모드로 운용되는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중국 요구가 무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측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를 일축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했다. 이에 청와대 안보실은 최근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는 대신, 중국 정부가 만주 일대에서 한반도 전역과 일본 등을 탐지하고 있는 레이더를 우리 정부가 시찰하게 해달라고 역(逆)제안을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2011년부터 한반도를 포함해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괌까지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탐지 거리가 5500㎞)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선 "반드시 양측을 함께 공개하자는 것보다는 중국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거절하기 위한 역제안"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 박근혜 정부 때는 우리 정부에 성주 사드 기지를 상시(常時) 감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석 기자
07.11 길어지는 사드 보복, 美·유럽으로 눈 돌리는 LG화학·삼성SDI
中 정부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이번달도 한국산 업체 제외
이달 6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이번 달에도 삼성SDI (176,000원▲ 0 0.00%), LG화학 (298,500원▲ 7,000 2.40%)등 한국 업체가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에서 만든 배터리를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하면서 공장 가동률을 간신히 일정부분 끌어올리고 있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부(공신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목록에는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하나도 없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전기 승용차 한 대당 2만~4만4000위안(약 337만~74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버스나 트럭은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명단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제외했다.
◆ 중국 막히자 미국·유럽에서 활로 모색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 유럽 등으로 눈을 돌려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두 회사의 중국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연초에 10~20%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삼성SDI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중국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가동률을 최근 30~40% 수준으로 올렸다. 삼성SDI는 올해 2월 세계 1위 ESS 기업인 미국의 ‘AES Energy Storage’가 진행하는 전력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해 40만개의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했다. 이 중 일부는 중국 시안 배터리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생산된 제품이었다. LG화학도 중국에서 만든 배터리를 다른 지역에 수출하거나 ESS용으로 돌리면서 공장 가동률을 70%까지 끌어올렸다.
LG화학의 중국 배터리 공장(Nanjing LG Chem New Energy Battery)은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순손실 175억6200만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 매출 495억원, 순이익 55억3800만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호영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지 부문에서 소형(전지)과 ESS에서 돈을 벌고, 자동차 전지는 까먹는 구조”라며 “1분기 손익 수준은 바닥이다”고 말한 바 있다.
◆ 중국 내수 시장 못 뚫으면 정상화 시간 걸릴 듯
삼성SDI와 LG화학의 중국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이를 정상적인 경영 활동으로 볼 수는 없다. 삼성SDI의 경우 당초 중국 시안 공장에 2020년까지 6억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해 현재 2GWh 정도인 생산량을 약 두 배로 늘릴 예정이었으나 중국 내수 판매가 막히면서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또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 유럽으로 수출하려면 현지 생산보다 운송 비용이 많이 들어 이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에 6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전기차 배터리가 포함된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 비해 적자 폭이 줄긴 하지만 증권업계는 올해 에너지솔루션 부문에서 2340억원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2020년 이후의 중국 시장을 겨냥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해 그 이후엔 경쟁력이 앞선 한국산 배터리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화학은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을 신설하고 올해 연구개발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30%는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인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 시장을 예측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자국 업체를 키우겠다는 생각인데, 그때 가서도 자국 업체 경쟁력이 낮으면 다른 방법을 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다른 지역으로 돌려서 큰 문제는 없지만,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라 빨리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재호 기자
*사드는 핑계에 불과…시진핑, 韓전기차 배터리에 사실상 사망선고 속내는?
국내 배터리 기업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이슈로 인한 중국의 무역 장벽에 가로막혀 시름이 깊어진다. 배터리 업계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간 사드 보복 관련 해법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실상 협상을 거절하며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16년 말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하던 보조금의 지급을 중단했다. 중국 공업화신식부(공신부)는 2017년 6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보조금 지급 목록을 업데이트 했지만, 삼성SDI·LG화학 등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목록에서 빠졌다.
2015년 말부터 중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가동한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공신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4차까지 번번히 실패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8월로 예상되는 5차 인증을 준비 중이지만, 인증 획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증을 받는다고 해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목록에 포함될 수 있을지 조차 확실치 않다.
맥킨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생산된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합친 글로벌 전기차 수량은 87만3000대며, 이 중 43%는 중국에서 생산됐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도로에 전기차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전기차 강국이 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시장 육성 의지가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한 대당 2만~4만4000위안(338만~744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버스나 트럭의 경우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배터리 업계는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 보복이며, 다른 하나는 자국 전기차 기업과 다른 국가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배터리 등 후방 산업을 키우겠다는 전형적인 내 식구 감싸안기다.
이 때문에 삼성SDI와 LG화학이 중국 현지에 건설한 공장은 2016년 가동률이 10% 대로 떨어지는 등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 삼성SDI는 2016년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386억7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LG화학도 같은 기간 중국에서 175억원의 손해를 봤다.
삼성SDI는 일찍이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규제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이후는 돼야 중국에서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삼성SDI는 5월 헝가리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준공식을 갖고, 2018년 2분기부터 유럽 시장에 공급할 전기차용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유통 전략을 바꿨다. 2016년 착공한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거점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헝가리와 폴란드가 있는 동유럽 지역은 독일보다 인건비가 싸고, 북유럽보다 접근성이 좋아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의 요충지로 꼽힌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사드 보복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자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라며 "이번 한중 정상회담 결과는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리스크가 당분간 해결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라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07.31 사드 보복 시진핑 물러나야 끝난다
▲ 리티에잉 전 사회과학원장(왼쪽) 부부와 그의 모친 김유영의 동상.
우리는 15년 전인 2002년 중국이 뜬금없이 들고나온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괴물 때문에 민족의 자존심을 손상당하고 가슴 아파했다. 동북공정이란 ‘동북변강(邊疆) 역사와 현상계열 연구공정’을 줄인 말로 ‘열강에 의해 침탈당한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 3개 성의 고대사와 이웃 나라들과의 국경선 획정 문제 등에 관한 총정리 사업’을 뜻하는 학술 프로젝트였다.
중국 정부는 동북공정을 진행하면서 이전까지 ‘조선반도 역사의 일부’로 인정해오던 고구려사를 “중국 동북의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서 각종 학술서적과 중·고 교과서, 비학술 서적에 기재하도록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했다. 그러면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역사 왜곡작업을 강행했다. 동북공정의 결과 중국은 “고구려와 조선반도에 있던 고려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만들어냈고, “고구려와 현재의 조선(북한) 정권 사이에도 아무런 필연적 관계가 없으며, 고구려와 현재의 한반도 남부 한국 정권 사이에도 아무런 필연적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북공정의 결과 지린성 지안(集安)에 있는 광개토대왕비에는 유리 덮개가 씌워지고 중국식 기와지붕이 얹혔다. 비문의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판에는 ‘고구려는 고대 중국의 지방 소수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으로…’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시절에만 해도 중국과 북한이 공동으로 고구려 유적을 조사하면 유물들은 모두 북한에 넘겨줬다. 그런 이웃나라 사이의 역사연구 사업은 사라졌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최고로 추앙받던 문인 궈모뤄(郭沫若)가 자신의 저작 곳곳에 ‘고구려는 조선반도에 있던 고대 정권’이라고 쓴 표현들도 모두 부정됐다.
동북공정이 진행되던 기간 중국 지식인들은 묘한 귀띔을 해주었다. “동북공정을 시작한 사회과학원 원장 리티에잉(李鐵映)이란 인물은 중국공산당 혁명 원로 리웨이한(李維漢)과 조선족 여성 김유영(金維映) 사이에 태어난 사람으로, 김유영은 원래 지하공작을 하던 덩샤오핑(鄧小平)의 내연의 처였으나, 중국공산당 최초의 해방구 루이진(瑞金)에서 공작을 하던 리웨이한과 덩샤오핑 사이의 연락업무를 담당하다가 리웨이한의 처가 된 사람이었다.” “조선족 여인의 혈육이었던 리티에잉은 실제로는 덩샤오핑의 아들로, 덩샤오핑 시대에 승승장구 출세를 하다가 사회과학원장의 자리에까지 올라 자신의 출생과 관련된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동북공정을 시작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동북공정은 2002년 시작할 당시 국가부주석이던 후진타오(胡錦濤)의 서명날인과 사업에 대한 지지를 바탕으로 국가적 사업으로 강력히 추진됐다. 동북공정은 후진타오가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권좌에 오른 2002년 말 이후 5년간 강력히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이렇다 할 항의나 이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 행동 한 번 제대로 못 했다. 일본 제국주의마저 부인하지 않았던 것이 고구려·신라·백제 3국의 한반도 정립(鼎立)의 역사다. 그 삼발이 솥에서 한 개의 발을 빼내감으로써 3국 정립이라는 솥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지고 만 것이다.
후진타오가 2012년 11월 권좌에서 내려오면서 동북공정이 “종결됐다” “흐지부지 됐다”는 말을 중국 지식인들로부터 들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슴앓이를 안겨주던 동북공정의 역할을 다른 것이 차지했다. 소문으로 떠돌기 시작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사드(THAAD)에 대한 중국의 반대가 그것이다. 사드의 한국 배치 소문과 중국 측의 반대 의사 표시는 17세기에 확립된 유럽의 베스트팔렌 체제를 기반으로 한 현대의 주권국가 체제를 부인하고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행동으로 자리를 잡았다.
중국의 사드 반대는 지난해 7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그때까지의 NCND 방침과는 달리 “신속한 배치”를 돌연 발표함으로써 한·중 사이에 대표적인 갈등으로 떠올랐다. 1992년 8월에 한·중 수교가 체결된 이후 한 번도 전례가 없던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경제활동에 대한 제재도 시작됐다. 중국 젊은이들을 사로잡던 한류(韓流)의 중국 내 유통도 금지됐다. 한국이 베스트팔렌 체제에 따른 주권국가임을 깔아뭉개면서 진행되는 중국의 사드 반대와 대응 공격 경고로 중국 내 현대차 판매는 반토막이 났고, 중국 전역에 진출해 있던 롯데 유통업은 전면적인 브레이크가 걸려 수많은 매장이 문을 닫게 됐다. 한류의 TV 공연도 일제히 중단됐다.
중국인들의 사드 배치 반대가 확산된 데는 다분히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시진핑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중국 지식인들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당과 국가의 전략적인 문제나 거시적인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관례였던 시진핑 당 총서기가 사드라는 특정 무기에 대한 반대 발언을 함으로써 사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중국인들도 덩달아 사드 반대를 외치는 흐름을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사드 반대는 과연 언제까지 가야 사라지거나 흐지부지될 수 있을까. 중국 지식인들의 예상은 “중국 정치의 현실상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반대를 철회하거나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확산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들의 말이 맞다면 중국의 사드 반대는 올해 말 5년의 재임 기간을 새로 시작하는 시진핑 당 총서기의 임기 시간표에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시진핑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말 제20차 당 대회 무렵에 가서야 사드에 대한 반대가 중국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들이다.
중국의 사드 반대가 만약 성공해서 우리가 사드를 철수한다든지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중국은 한걸음 더 깊숙이 우리의 자존심을 파고들 제2의 동북공정이나 제2의 사드 사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런 사태가 진전된다면 그 귀결은 베이징대학의 원로 국제정치학자 천펑쥔(陳峰君)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반도에 통일 국가 형성을 조장해서 한반도 전체를 미국과의 완충지대로 만들자”는 말로 나타날 것이고, 그에 앞서 “이제는 미군이 한반도에서 나가야 할 때”라는 주장이 나올 것이 틀림없다.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에 우리가 결연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 벌어질 일들을 예상하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출처 | 주간조선 2468호 글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08.02 北 제재 훼방하면서 抗美援朝 꺼내든 시진핑의 本色
상황이 복잡하거나 어려울 때 진면목이 나타난다. 최근 중국 움직임은 한·중 수교 뒤 25년 동안 경제라는 외피에 가려져 있던 본색(本色)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북핵·미사일 위협이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을 위협하는데도 대놓고 북한 편임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1일 건군 90주년 연설에서 6·25전쟁을 거론하면서 “인민군대는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과거 역사에 대한 회상이긴 하지만 굳이 다시 언급한 것은 여전히 한국과 미국이 적(敵)임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은 북한의 1차 ICBM 도발 직후 지난 7월 6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북한에 대해 ‘선혈로 응고된 관계’라고 했었다. 시 주석 발언이 시사하는 것은 분명하다. 첫째, 중국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 북한이 흔들리면 중국도 흔들린다는 냉전적 인식이다. 둘째,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동북아 안보 위협이라기보다 한·미 동맹을 흔들 카드로 여기고 있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때 중국 측이 북핵 해결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제안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셋째, 한·중 양국은 공식적으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을 속국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 때 한국을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진 일도 있다. 넷째, 중국은 국제 규범을 유리할 때만 지킨다. 시 주석은 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주의 배격을 주창했지만, 방어 무기인 사드 배치에 대해 무제한의 경제 보복을 가하고 있다.
중국이 중요한 이웃 국가이긴 하지만 한시라도 그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 북한의 ICBM 도발을 자국 영향력 확대 기회로 악용하며 김정은의 호위무사로 나선 이상 ‘중국 역할론’은 환상에 불과하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도 사실상 훼방을 놓고 있다. 한국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결연히 맞설 결기도 필요하다.
문화일보 사설
08.08 사드에만 분풀이하는 중국… 속내는 '韓美동맹 린치핀' 빼기
[北의 핵·미사일이 근본문제인데… 中, 왜 사드만 물고 늘어지나]
中, 한반도서 美와 힘 겨루기
한국 압박해 사드 뺄 수 있다면 동북아서 '美영향력 약화' 셈법
北이 핵탑재 미사일 완성하면 美·北 평화협정 맺을 확률 높아
주한미군 철수 숙원 풀게 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7일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쓴 약을 삼키지 않을 것"이라며 "사드라는 드라마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한·중 관계를 계속해서 따라다닐 것"이라고 했다. 인민대 청샤오허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서였다.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사드 배치는 어리석고, 경솔한 행동"이라며 "미국을 돕느라 북한의 관심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중국 매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를 비난하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이후, 중국은 북한의 도발보다 사드 배치를 더 문제 삼는 행보를 집요하게 이어가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6일 필리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 북한 ICBM은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 정부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결정만 비난했다. "(사드로) 양국 관계에 찬물" "과거 (한국의) 잘못된 행동" 등 외교 결례에 가까운 언사를 쏟아냈다. 회담 도중 의례적인 미소도 짓지 않았다. 반면 같은 날 북한 리용호 외무상을 만났을 때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고 비난했다. 핵·미사일 도발은 북한이 했는데, 왜 중국을 제재하려는 것이냐는 불만이다. 그러나 사드 문제야말로 중국이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는 지적이 많다. 한·미 양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모두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 때문인 만큼, 중국이 보복하고 화를 내야 할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 북한이 천안함 폭침(3월)과 연평도 포격(11월) 도발을 일으켰을 때도 "긴장 유발은 (군사 훈련을 하는) 한국과 미국이 하고 있다"고 했었다. 이처럼 결정적인 순간마다 중국이 북한을 끌어안는 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익에 대한 중국 나름의 계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외교 실무자들을 만나보면 '사드가 중국에 실질적 위협이 아니다'는 것을 이제는 아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계속 꼬이는 데 대해 이 소식통은 "사드를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보는 중국 지도부가 사드를 통해 한반도에서 미·중 간 힘의 균형을 테스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 한국에 지원하는 무기 시스템을 중국이 거부할 수 있음을 과시해, 한반도에서 중국의 입지와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마이클 그린 선임 부소장은 "중국이 한국을 압박해 사드를 뺄 수 있다면 (아시아) 대륙에서 (한·미 동맹의) 린치 핀(linchpin·핵심축)을 성공적으로 빼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미국은 일본·호주 등과 함께 해양 파워를 갖고, 중국은 대륙의 주도권을 잡는 것으로 (아시아) 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중국의 셈법도 한·미와 다르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을 약화시켜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리더십을 흔들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북한이 핵 탑재 미사일로 미 본토를 타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미국은 유사시 한국과 일본에 증원군을 파견할 때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제로섬 게임(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쪽은 그만큼 손해)'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영향력은 그만큼 더 강해진다.
중국은 6·25 때부터 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원했다. 북한의 핵 탑재 미사일 위협에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중국으로선 오랜 숙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차장은 "북한 핵미사일이 동북아에서 미국 리더십을 흔들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가져올 수 있는데 중국이 북한에 치명적 제재를 가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은 "중국은 올가을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국내 정치가 국제 문제를 압도하고 있다"며 "최고지도부가 북한에 대한 기존 전략을 바꾸는 논의를 할 여유가 없는 것도 현재 한반도 정세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했다. 중국 내 '권력 게임'이 치열하기 때문에 대외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08.23 무차별 사드보복 중국, 北제재로 꽃게값 뛰었다고 '펄쩍'
[中 관영 영자신문, 북·중 접경 어촌 둥강 등 대서특필]
- 글로벌타임스, 연일 피해 부각
"北 수산물 禁輸로 일자리 잃고 수억 위안 투자금 날린 사람도"
- 한국 피해와 비교도 안되는데…
롯데 올해 2조원대 손실 우려, 한국車 중국 판매량 43% 급감
한국 찾는 中관광객 반토막
- "中, 美 의식해 피해자 행세"
전문가 "일방적으로 한국 괴롭히며 '北제재로 피해' 주장은 어불성설"
중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이후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연일 '대북 제재로 북·중 접경의 중국 기업과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18일에는 지린성 훈춘(琿春) 수산업자들의 하소연을 전하더니, 22일에는 북·중 수산물 교역항인 랴오닝성 둥강(東港) 주민들이 어렵다는 르포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사드 보복' 조치로 한국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는 중국이 안보리 대북 제재로 인한 자국 수산업자와 어촌의 피해를 강조하는 것은 '가해자가 피해자로 코스프레(분장) 하는 격'이란 비판이 나온다.
글로벌타임스는 22일자 1면 둥강 현지 르포 기사에서 "중국 정부의 전격적인 북한 수산물 수입 중단 발표로 이곳 주민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수억 위안의 투자금을 날렸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1호에 따라 15일부터 북한산 석탄·철광석·납과 수산물 수입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 매체는 "제재가 유예기간 없이 시행되면서 (두만강 하류) 훈춘부터 (압록강 하류) 둥강까지 접경지역 수산물 교역이 광범위한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둥강은 인구 60여만명의 소도시로, 매년 여름 중국 금어기(6월 1일~9월 1일)마다 북한산 수산물을 수입해 중국 전역에 공급해왔다.
▲을지훈련에 불만? 中북해함대, 실사격 훈련 공개 - 지난 15일 중국 북해함대의 구축함이 미사일을 발사하며 실전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가 22일 공개했다. 이 신문은 훈련 장소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해함대의 훈련임을 고려하면 서해 인근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북해함대 훈련 사진을 공개한 것은 전날 시작한 한·미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군
글로벌타임스는 둥강 수산물 상인의 말을 인용해 "중국 꽃게 물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북한산 꽃게 가격이 제재 이전에는 500g당 10~30 위안(1700~5100원)이었지만, 제재로 공급이 끊기면서 100 위안(1만7000원)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 상인은 "오는 9월까지는 (대북) 제재가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북한 수산물을 많이 확보하려고 (미리) 결제까지 했는데 결과적으로 제 발등을 찍었다"고도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8일에는 북한 수산물을 싣고 훈춘으로 들어가려던 중국 트럭들이 중국 해관(세관)의 통관 중단 조치로 두만강 다리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더운 날씨에 냉동 수산물이 썩으면서 악취가 진동했다"며 "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중국 업자들의 몫이었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문판인 환구시보와 함께 '사드 보복 불매 운동'을 가장 노골적으로 부추겨온 매체다. 지난 2월에는 사설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시장의 힘으로 한국을 벌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에 교훈을 주는 중요한 세력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삼성과 현대차의 가장 큰 시장"이라며 "한·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 이들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드 보복 선동 속에 한국 경제는 둥강·훈춘의 피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타격을 받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가 중국의 표적이 된 롯데그룹은 올 연말까지 2조원대의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99곳 중 87곳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째 문을 닫은 상태다. 반면 중국인 직원 급여는 그대로 지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올 1~7월 중국 판매량은 50만963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급감했다. 현대차를 따라 중국에 진출한 부품 협력업체 145곳의 공장 가동률은 50%를 밑돌아 일부 업체는 도산을 걱정하는 처지다. 지난 7월까지 방한한 중국 관광객은 작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3만명이었다. 그 여파로 롯데면세점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7% 줄었고, 한화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은 영업손실을 봤다.
베이징의 한 북·중 관계 전문가는 "북핵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을 일방적으로 괴롭히면서 막대한 피해를 준 중국이 '대북 제재 피해'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국을 의식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북 역할을 강조하며 중국을 압박하자 '우리도 손해를 감수하고 대북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분석이다. 둥강·훈춘 르포 기사가 전부 해외 선전 매체인 관영 영자지에만 실린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채성진 기자 김성민 기자
08.30 현대차 中國공장 4곳 가동 중단… '사드보복 6개월' 치명상
판매량 40%나 줄어들면서 부품사들에게 대금 연체 사태
中·佛 합작 협력사가 부품 끊어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 5곳 중 4곳이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중국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조치로 현대차 중국 내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가량 줄면서 현지 부품사에 약속한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고, 이에 반발한 부품사가 공급을 중단하면서 공장 전체가 멈춰 선 것이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주부터 베이징 1~3공장(연 생산능력 105만대)과 창저우 4공장(30만대) 가동을 잇따라 중단했다. 충칭 5공장(30만대)은 현재 시험 가동 중이라 이번 중단 사태와는 무관하다.
이번 사태는 베이징현대에 플라스틱 연료 탱크를 독점 납품하는 프랑스·중국 합작사 베이징잉루이제가 부품 대금 지급을 4개월이나 지연했다는 이유로 납품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자동차 부품은 2만여개에 달하지만 이 중 1개만 공급되지 않아도 차량을 만들 수 없다. 베이징잉루이제에 밀린 부품 대금 규모는 1억1100만위안(약 189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가동 중단 사태와 직접 관련 있는 부품 업체는 베이징잉루이제 1곳이지만 다른 부품 업체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중국 현지에 현대차와 함께 진출한 한국 부품 업체는 145곳. 이들 대부분이 지난 3월 이후 부품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중국 부품 업체들이 4~6개월씩 대금을 못 받고 있어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며 "국내 본사에서 차입을 해주거나 베이징 산업은행에서 융자를 하면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가 5대5로 합작한 법인. 자금 관리는 베이징자동차가 맡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현대 내부에선 차입을 해서라도 밀린 부품 대금부터 지급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중국 판매 부진은 지난 3월 사드 배치가 본격화하면서 심각해졌다. 현대·기아차 올 1~7월 중국 판매량(50만963대)은 전년 동기(87만8375대)보다 43% 감소했고, 중국 현지 공장 생산량도 같은 기간 67.5% 줄었다.
현대차 담당자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와 납품 재개를 협의하고 있으며 설득이 안 되면 다른 협력사를 찾을 예정"이라며 "현지 사정으로 볼 때 곧바로 공장 가동을 재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
2017-09-15 사드보복 손실 1조원 추산… 롯데, 끝내 무너진 10년 공든탑
[롯데마트 中서 철수]2분기 매출 95% 추락
2만5000명 고용하며 中경제 기여
신동빈 회장, 올해 4월 “철수 없다”
文정부에 기대 걸었지만 상황 악화
앞으로도 첩첩산중
3조 투자 선양 롯데월드 계획 차질
中, 마트 매각 승인할지 미지수
식품 등 다른 계열사 타격 우려도
14일 오후 베이징(北京) 왕징(望京) 지역의 롯데마트. 한국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사는 지역인데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된서리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매장 전역에서 손님이 10명을 넘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매일 신선한 제품이 공급돼야 하는 육류와 생선 매장은 아예 불을 꺼놓고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마트는 결국 사드 보복으로 인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백기 투항했다. 최근 112개 점포의 실사까지 마치고 여러 기업과 매각 협상을 해왔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10월 초 유력한 매수 기업과 철수 방안 등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4월만 해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낙관론을 폈다. 그는 “두 달 정도 지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롯데는 중국에서 2만5000명의 현지인을 고용했고 중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사업을 철수할 생각이 없다”고도 못 박았다.
당시 롯데 내부에서는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신 회장도 “중국 철수라는 단어가 외부에서 언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내부 단속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월 중순 중국 롯데마트 점포 3곳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해제됐다가 4일 만에 번복된 일이 있었다. 롯데는 이때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리스크가 높아지는데도 중국 정부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강경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드 배치가 완료되면서 내부 분위기가 매각 쪽으로 확 돌아섰다. 매각 외에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롯데마트의 2분기(4∼6월)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9% 줄었다. 점포가 문을 닫아도 임차료뿐 아니라 일손을 놓고 있는 1만여 명의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의 70%를 지불하고 있다. 롯데는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2월 말부터 현재까지 사드 보복으로 5000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금액은 연말이면 1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이번 철수 계획마저 중국 정부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매각 협상이 잘돼도 중국 정부가 이를 승인할지 등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외 다른 계열사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에는 유통(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식품(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관광 및 서비스(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시네마 등), 유화 및 제조(롯데케미칼 등), 금융(롯데캐피탈) 등 22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특히 3조 원을 투자하는 선양(瀋陽) 롯데월드 프로젝트는 롯데그룹이 중국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힌 신 회장의 야심작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공사중지 처분을 받은 이후 작업이 멈춰 있다. 청두(成都)에 1조 원을 투입한 복합단지 프로그램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파트 1400여 채 등 주거시설 부문은 분양이 완료돼 이달 말까지 입주가 끝나지만 옆에 짓기로 한 백화점 등 상업시설은 허가가 나지 않아 착공을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마트도 중국에서 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 롯데도 더 빨리 마트 사업을 정리했어야 하지만 늦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1997년, 2008년 중국에 진출했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上海) 1호점을 시작으로 2010년 27개까지 점포수를 확장했지만 만성적자에 결국 2011년부터 사업 정리 수순을 밟았다. 현재 6개 점포가 남아 있고 이 중 5곳은 태국 CP그룹과 매각협상 중이다.
롯데마트는 2015년 산둥(山東) 지역 점포 5곳 폐점 등 점포 구조조정, 현지인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개선의 기미가 보였던 중국 사업이 사드 보복이라는 외부적 충격으로 진출 9년 만에 멈추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중국 출구전략은 이마트보다 비교적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롯데마트가 매각으로 수익을 내서 현금을 들고 나오는 상황이 아니어서 중국 정부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 추진으로 10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분할합병을 앞둔 롯데쇼핑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롯데쇼핑의 14일 종가는 22만 원으로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금액인 주식매수청구가(23만1404원)보다 낮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점진적으로 철수한 이마트와 달리 롯데마트는 많은 점포를 일괄 매각하려는 것이어서 매수자 찾기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롯데마트 영업정지를 대체할 새로운 보복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괘씸죄에 걸리면 매각 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강승현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미국과 중국
2017.06.23 사드를 보는 미국과 중국- 월간조선 7월호
사드 갈등 계속되면 미국은 어떻게 나올까?
⊙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이익은 ‘사활적 이익’이 아니라 ‘파생적 이익’
⊙ 미국, 중국의 위협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한미동맹에 대한 열정도 식을 것
⊙ 트럼프, 환율·통상문제 가지고 한국 압박할 수도
⊙ 사드 배치 등 둘러싸고 말과 다르게 행동하면 전시작전권 환수 → 연합사 해체 →
지상군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어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저술
사드 배치 문제는 향후 한미동맹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文在寅) 정부가 출범한 후 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축하 전화를 했다.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의 원칙에 어긋남이 없는 말을 주고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일 먼저 전화를 걸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함께 다루어 나가자”면서 트럼프처럼 강력한 대통령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은 단순히 ‘좋은 동맹일 뿐 아니라 위대한 동맹(Not Just a Good Ally but Great Ally)’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 간에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 정부는 사드 1개 포대를 구성하는 6개 발사 차량 중 현재 배치된 2개 차량과 레이더를 제외한 4개의 차량 배치를 일단 보류시켰다. 환경영향평가가 끝난 후 배치하라는 주문인데 환경영향평가가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말도 있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사드 배치는 다가올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현존하는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함으로써 사드 배치가 지연되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언론들은 약간 더 거친 표현인 사드의 배치가 ‘suspend’, 즉 ‘중단되었다’는 용어를 사용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미국의 고위 관리가 환경영향평가를 배치를 중지시키기 위한 전조(prelude)냐고 물은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확인(assured)해 주었다고 보도했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환경영향평가의 결과와 관계없이 사드 배치를 허락할 것이라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왜 굳이 환경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사드 배치는 한미관계의 시금석
애초 사드 배치에 반대했던 문재인 정부는 배치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절차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변한 것 같다. 하지만 환경 평가도 하기 이전에 미국에 사드 배치를 확인해 준다는 것과 절차상 투명성은 어떻게 관계가 있는 것일까? 미국은 북한이 끊임없는 미사일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와중에서 사드 배치가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될 사안인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국가안보가 환경보다 더 시급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무튼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의 갈등은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미동맹은 확고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한미관계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국 사람들 모두는 사드 배치와 한미동맹이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극소수의 종북(從北)주의자들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대한민국 국가안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종북주의자들과 북한은 한미동맹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한, 북한에 의한 대남(對南) 적화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즉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북한이 한국을 적화 통일할 수 없게 하는 최대의 안전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한미동맹은 사드 배치 문제와 그동안 한미동맹에 치중하기보다는 자주(自主), 친중(親中), 북한과의 대화 등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일까? 혹자는 한미관계의 파탄을 예상하고 있고 혹자는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과연 미국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한미동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의 변화는 한국과 미국에 어떤 전략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사드 반대는 주한미군 나가라는 말
/딕 더빈 미국 상원의원.
현재 미국의 야당인 민주당의 상원의원 딕 더빈은 “순수한 방어무기 체계인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 국민들의 논쟁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만약 한국이 원치 않으면 예산도 부족한 상황인데 그것을 다른 데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국민들이 원치 않으면 사드를 철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히 사드라는 무기 체계를 철수하는 것 이상의 심각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가벼이 흘릴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사드 배치의 1차적인 이유는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을 지키기 위해서’다.
주한미군을 지킨다는 것을 편협하게 해석하는 한국인들도 있지만 주한미군을 지킨다는 것과 한국을 지키는 것은 마찬가지 일이다. 사드는 대한민국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의 미사일을 다 요격할 것이며 중국으로부터 한국으로 날아오는 미사일도 다 요격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분노하고 있지만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공격하기 위한 미사일을 수백 기 이상 실전배치 해 놓은 나라다. 특히 만주의 퉁화(通化)에 있는 중국 미사일들은 사정거리상 전적으로 한국의 수도권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미군이 생존할 수 있어야 한국을 도와줄 수 있지 않느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를 제시한다. 미군만 살겠다고 사드를 배치하느냐며 비난하는 한국 사람들에 대한 불만인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점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는 논리적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반대와 연결된다.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미사일을 배치하지 말라는 것과 주한미군 보고 나가라는 것은 같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 논쟁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튼튼하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사람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불거진 미군 2사단 창설 100주년을 축하하는 공연에서 한국 가수들이 사회단체들의 압력에 굴복, 출연을 하지 못했고 출연한 후에도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사과했다는 사실은 한미동맹에 금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사활적 이익과 파생적 이익
▲한미상호방위조약 서명식. 한미동맹은 이승만 대통령이 ‘벼랑 끝 외교 끝’에 얻어낸 것이다.
한국 사람들 중에는 미국이 한국을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배짱을 부릴 여유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이 한국을 방위하는 일을 마치 자신의 영토를 방위하는 것처럼 사활적(死活的)으로 중요한 일로 생각한다면 한국이 환경평가를 통과해야 사드 배치가 가능하다고 말해도 되고 또한 미국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을 마음껏 늘어놓을 수 있는 여유를 부려도 된다. 한국이 그토록 중요할진대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고 떠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에게는 서운한 일일지 모르지만 미국은 한반도를 자국의 사활적 국가이익이 걸린 지역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100여 년 전 가쓰라-태프트 조약 당시에도 그러했고, 1950년 미국이 한국전쟁에 군대를 파견할 때도 그랬다. 한국과 군사동맹을 맺을 때도 미국은 한국이 없으면 큰일 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한미동맹은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력의 결과 간신히 얻어낸 것이지 미국이 자발적으로 해준 것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보기에 한국이 아주 값어치 없는 나라도 아니다. 그러니까 동맹도 맺어주고 수십 년 동안 군대도 주둔시키고 있는 거 아닌가? 학술적인 문자를 써서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의 가치를 묘사해 본다면 한국은 미국이 어떤 경우에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이 걸린 지역은 아니다. 냉전(冷戰) 시대 미국은 일본과 독일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으로 생각했다. 즉 일본과 독일은 미국에 죽느냐 사느냐 하는 이익이 걸린 지역이었다. 독일과 일본이 소련 공산 진영의 수중에 떨어져 나가는 일을 상상할 수 없었다. 미국은 독일·일본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한국·터키 등과 동맹을 맺고 그들을 지켜주었다. 즉 한국은 ‘일본이라는 사활적 이익을 지키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학자들은 이를 파생적 이익(derived interest)이라고 부른다.
파생적 이익은 그 자체가 사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 결정 과정에서 논란이 많다. 그래서 주일미군·주독미군의 철수론은 없었던 반면 주한미군 철수론은 시도 때도 없이 나왔던 것이고 한국을 미국 방위선에서 제외시켜 버린 애치슨 선언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 사활적인 지역이 미국의 방위선에서 빠질 일은 없는 것이다.
한국의 가치는 중국과 관련
/이안 브레머 《타임》 편집장.
물론 국제정치가 변함에 따라 이익도 변한다. 미국은 1950년대 중동(中東)을 자신들이 지킬 필요가 없는 지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미국이 석유 부족을 느끼게 된 후 중동은 미국에 사활적인 지역이 되었다. 21세기인 오늘 미국은 미국 땅에 거의 무진장 매장되어 있는 셰일 석유와 가스 때문에 중동 지역을 다시 별 이익이 없는 지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현재 200년 쓸 수 있는 석유, 100년 쓸 수 있는 천연가스를 확보한 상태다.
한국의 가치도 국제정치의 변화에 따라 약간씩 달라졌다. 한국이 냉전의 최첨단 지역이던 1950년대 이후 1990년대까지 한국은 미국이 보기에 상당히 중요한 지역이었다. 한반도를 소련에 내줄 수 없었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국이 인식하는 한반도의 가치는 중국의 부상(浮上)을 견제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의 여부로 판가름 될 것이다.
6년 전 저술한 책에서 “한국에 미국이 주둔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트럼프는 2016년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중 한국과의 동맹을 종료시킬 수 있고 한국이 핵무장을 해도 좋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 다수가 트럼프의 말을 막말로 생각하고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지게 됐다. 트럼프의 이 같은 언급은 미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2016년 여름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이며 《타임》지 편집장인 이안 브레머(Ian Bremmer) 박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다음번 미국 대통령이 택해야 할 미국 외교정책 대안(代案)을 3가지 제시했다.
하나는 과거처럼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것, 즉 ‘없어서는 안 될 미국(Indispensable America)’으로 남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계의 문제를 주도하되 다른 나라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것(Moneyball America)이다. 셋째는 미국이 국제정치로부터 손을 떼는 것(Independent America)이다. 브레머는 자신은 3 번째 대안, 즉 국제문제에서 손을 떼는 미국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했더니 미국 국민 중 단 28%만이 미국이 세계의 경찰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36%는 손을 떼는 것, 나머지 36%는 돈을 받고 국제문제에 참여하는 것을 선호했다. 트럼프는 바로 돈을 받고 국제문제에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일반적인 면에서 국제문제에 대한 개입의 열정이 식었다. 하지만 지역별로는 인식이 다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지역은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역이다. 미국의 대전략(大戰略)은 중국의 미국에 대한 패권(覇權) 도전을 무산시키고 스스로 패권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다.
바로 이 같은 대전략 맥락에서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나오고 한미동맹의 중요성 여부도 판가름 된다. 즉 미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열정은 미국이 인식하는 중국의 위협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중국의 위협이 심각하다고 판단한다면 미국은 한미동맹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중국의 위협이 그다지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미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열정도 식을 것이다.
한미동맹, 쉽게 깨지지는 않겠지만…
▲작년 3월 16일 경기도 이천 도하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소부대 도하훈련을 마친 후 한국 7공병여단과 미국 2전투항공여단 공병대대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드 문제로 인해 한미동맹에 균열이 갈 뿐만 아니라 파탄 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칙론을 말하자면 2017년 현재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파탄 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한미 양국 모두가 동맹의 파탄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파탄 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막강한 미국을 강조한 대통령이며, 한국과 모종의 갈등이 야기됐다고 한미동맹을 파탄 낼 인물은 아니다. 아마도 트럼프는 한국과 갈등이 야기될 경우 오히려 한국을 압박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려 할 인물이다. 일부 국제금융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환율 문제나 통상 문제를 가지고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비록 동맹보다 자주를 강조하는 세력이 집권했다고 하더라도 한미동맹이 없는 상태에서 국가안보를 독자적인 힘으로 감당할 의사는 없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무서운 힘으로부터도 한국의 안전을 지켜주는 힘이라는 사실을 한국인들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이 안보 문제는 물론 한국의 경제의 안녕 여부와도 직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이 종료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그때 한국에 투자되어 있던 외국의 돈들이 빠져나갈 것이며, 그 경우 한국은 마치 IMF 시대처럼 파탄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한국의 어떤 정권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상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식과 다르게 문재인 정부가 행동하는 경우다. 가장 위험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말과 다르게 행동하는 상황이다. 말로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실제 행동은 사드 배치를 훼방하고 주한미군의 입지를 곤란하게 하는 식의 일들이 계속 발생한다면,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를 주한미군은 나가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것이다. 여기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문재인 정부가 순순히 응하지 않고 이로 인해 한국 내에서 반미(反美)정서가 고조된다면 미국의 대한(對韓)정책은 더욱 경화(硬化)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자주’를 내세우며 ‘전시(戰時)작전권 환수’를 강하게 요구한다면 미국은 기꺼이 이에 응할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되고, 미국은 유사시 자신들은 해·공군만 지원하겠다면서 지상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 이는 한미동맹이 사실상 와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국제사회에 미국이 한국에서 손을 뗀다는 메시지로 읽힐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 등은 일거에 빠져나갈 것이다.
동맹으로서의 성실함 보여야
한미동맹은 쉽게 깨질 것은 아니지만 영원한 것도 아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1953년 이래 지금까지 60년 이상 세계 최고의 동맹으로 유지해 온 한미동맹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맹으로서 성실함을 보여야 한다.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호주가 20세기는 물론 21세기에 일어난 모든 전쟁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는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반도가 자유·민주·통일을 이룩할 때까지 한미동맹의 존재는 대한민국에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통일을 이룩한 후에도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중국·일본·러시아 등 강대국과 상대하지 않을 수 없는 대한민국은 어쩌면 거의 영원토록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월간조선 07월 호
■한국의 사드 배치 반대 바라본 해외 외신과 싱크탱크
영(英) 《이코노미스트》, “중국의 사드 반대는 정치적 목적,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판 사드도 한반도 겨냥”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 러시아판 사드와 중국판 사드는 이미 한반도 향해 배치되어 있어
⊙ 미(美) 헤리티지재단이 사드 배치 위해 한국에 주문한 7가지
⊙ 미 랜드연구소, 중국의 한국 사드 반대 막기 위한 비책은 미국의 손에 있어
⊙ 중국의 ICBM은 한국의 사드로는 막아 낼 수 없어
▲사드 발사대 2기가 오산 군 공항에 도착한 모습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사드(THHAD)가 다시 이슈로 된 건 5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을 두고 격노(激怒)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다. 현재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1개 포대다. 1개 포대는 사드 발사대 6기로 구성된다. 이를 두고 보수 진영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 반입을 사드 4개 포대가 들어온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유가 어찌 됐든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여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미 사드가 배치된 성주 골프장 주변에서는 반미 시위대 등이 시위를 하면서 사드 가동에 필요한 연료를 실은 트럭이 들어가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현재 사드는 주한 미군이 헬기로 연료를 운반하고 있다. 문제는 헬기로 옮기는 연료의 양이 적어 사드 운영에 지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일본 배치한 사드 2개 포대와 러시아가 배치한 러시아판 사드, S-500에는 조용한 중국
이미 《월간조선》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사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하고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었지만, 사드 반대는 여전하다. 몇 가지 되짚어 보자면, 중국 공격용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사드는 순수 방어무기 체계로 사드 미사일은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탄두 자체를 실을 수도 없다.
전자파 유해성 운운하지만, 사드 이외에 우리가 자주 드나드는 공항을 비롯해 레이더가 운용되는 지역에서는 전자파가 나오고 있다. 사드의 전자파만 유독 유해하다고 볼 수 없다. 사드 배치를 두고 보복성 조치로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내린 중국으로 인해 국내 관광객이 크게 감소했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에서는 중국판 사드와 러시아판 사드를 운용 중이다. 중국판 사드 레이더로 알려진 톈보(天波, OTH)는 탐지거리 3000km나 된다. 이 레이더의 방향은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 러시아도 러시아판 사드 미사일로 불리는 S-500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 이 미사일과 함께 반경 6000km를 감시하는 보르네슈 레이더도 함께 배치됐다.
이 레이더가 중국 전역을 감시하고 있음에도 중국은 아무런 반대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국영매체 등을 통해 러시아의 보르네슈 레이더는 중국의 파리 한 마리도 포착할 수 있다고 선전한 바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입을 다물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 반대와 보복조치와는 판이하게 다른 대응이다. 중국은 심지어 중국판 사드 미사일 격인 훙치-9을 중동 등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외신의 반응, 중국의 사드 반대는 정치적 목적이 다분해 …
▲미사일 요격을 위해 공중으로 발사된 사드 미사일.
사진=위키미디어
미국이 운영비 1조원가량이 들어가는 사드를 무상으로 한국에 제공하겠다는데 이를 반기지 않는 한국의 상황을 해외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영국을 대표하는 《더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전부터 한국에서 발발된 사드 논란을 분석하는 기사, 〈사드에 불안해하는 중국이 잘못된 이유(Why China is wrong to be furious about THAAD)〉를 냈다. 부제는 ‘미국산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한국 배치는 중국의 핵무기에 위협이 아니다(The deployment of an American anti-missile system in South Korea does not threaten China’s nuclear weapons)’였다. 이 기사를 보면 중국의 한국 사드 반대 논리는 비합리적이고, 한국의 사드 배치는 합리적이라고 했다.
먼저 중국의 한국 사드 반대 논리 두 가지를 설명했다. 첫째, 한국의 사드 레이더가 너무 강력하여 중국 내부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며, 이것은 중국의 핵 보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둘째, 사드 미사일이 요격한다는 중장거리 미사일의 요격고도는 미사일 발사 최종단계(terminal phase)이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한 유효고도는 40~150km다. 한국과 북한은 너무 가까워 이 정도 고도에서 요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이것은 핑계일 뿐 실질적인 사드의 대상은 중국이다. 이 두 가지가 사드 반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라고 이코노미스트가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두 가지 이유가 어불성설이고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에 배치된 2개의 사드 포대를 근거로 댔다. 일본에 배치된 2개의 사드 포대의 레이더가 이미 중국을 감시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첫 번째 반대 이유는 말이 안 된다. 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사드 기지에서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궤적 전체를 보기 어렵고, 요격을 감행하더라도 요격 성공률이 높은 발사 최종 단계에 대응을 할 수 없는 지리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했다.
덧붙여서 사드에는 감시 모드와 요격 모드가 있는데, 이 두 모드 간 전환에 5시간 이상 소요되고 소프트웨어 교체가 불가피하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중국 감시를 위해 감시 모드를 가동한다면 최소 5시간 이상은 북한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는 작전 불능 상태에 빠진다. 이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을 향해 날아간다면, 한국에 배치된 주한미군 3만명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했다.
이외에도 미국은 사드 레이더의 능력에 대한 브리핑을 중국 측에 제공할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쳤음에도 중국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내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사드 레이더를 장님(blind)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전파교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즉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드 레이더의 중국 감시를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이유에 근거하여 ‘중국의 한국 사드 배치 반대는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Politically motivated)고 결론지었다.
사드의 한국 배치가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이 쏘아 대는 미사일의 양과 종류를 거론했다. 그중에서도 지난 3월 6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 발사 4발을 발사한 사례를 들었다. 당시 이 미사일이 낙하한 지점은 일본의 주일 미군 기지 공격을 염두에 둔 시험이었다. 즉 미국의 입장에서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북한의 미사일을 가만히 놔둘 수 없는 명분이 있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아·태지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에서도 한국의 사드 배치에 중국이 끼어들 명분이 없다는 칼럼, 〈이봐, 중국 : 사드 배치는 한국의 주권이다(Hey, China : Deploying THAAD Is South Korea’s Sovereign Right)〉를 게재했다. 이 칼럼에서도 한국의 사드 배치는 정당한 주권이며 중국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美) CSIS, 사우디아라비아는 14조원 들여 미국 사드 배치 요청
6월 7일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이하 CSIS)는 산하에 미사일 전문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해당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인 미사일 위협(Missile Threat)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유예 소식을 전했다. 현재 배치된 2기의 발사대를 제외한 나머지 4기 발사대 배치가 유예되었다는 내용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현재 사드 배치가 너무 서둘러 진행된 경향이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고 했다. 이와 달리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CSIS는 한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124조원 규모(USD 1100억 달러)의 군비제안(Arms Proposal)이 체결된 것을 백악관 등을 통해 확인했음도 알렸다. 이 군비제안 안에는 7개의 사드 포대 배치 계획이 포함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7개의 사드 비용인 약 14조원(135억 달러) 정도를 지불하고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사드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군비제안에는 사드 외에도 7조원(65억 달러)의 돈을 내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한국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조 원의 돈을 내고 미국으로부터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
6월 8일 CNN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유예했다(South Korea suspends THAAD deployment)’라는 기사를 냈고, 문재인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사드 배치가 2018년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랜드연구소, “중국의 사드 반대와 북한 저지에 미국의 정책 달려 있어”
▲북한의 미사일 통제센터 내부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같은 날 미국의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에서는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가 열리기 앞서 대정부 제출보고서(testimony report)를 냈다. 앤드루 스코벨(Andrew Scobell)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A4용지 11장 분량으로 제목은 〈중국과 북한〉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고, 최근 중국은 북한의 ICBM 개발 추이 등을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은 동북아의 미국 동맹국에 배치되는 사드도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의 결론 부분 내용이다.
〈한반도는 중국에 있어 매우 민감한 자산(부동산, real estate)이며 중국은 북한의 급격하게 발전하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심히 염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이 북한에 가할 군사적 행동,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작전능력 향상 및 동맹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내 사드 배치가 현재 중국이 고려하는 것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중국을 포함한 외부자들(outsider)에게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의지 정도를 줄여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종합하자면 미국의 입장에서 현재 북·중관계에서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미국이 창의적인 정책을 펼쳐 감에 따라 정신없이 날뛰며 핵무장한 북한을 저지할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interpreted as either obstacles or points of leverage as the United States looks for creative ways to advance its policy to deal with obstreperous nuclear-armed North Korea).〉
랜드연구소는 중국의 사드 반대에 대해 미국이 향후 정책 등을 통해 사드 배치 명분 및 북한을 다스릴 방법이 있다고 봤다. 즉 한반도 사드 배치 정당성 등을 확립하기 위한 방법 등을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헤리티지재단, 한국이 사드 배치를 위해 해야 할 일 7가지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은 6월 12일 〈한국은 사드가 필요하다(South Korea needs THAAD Missile Defens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는 동북아 전문가이자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인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가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지금까지 사드와 연결된 한국의 언론 보도 내용뿐 아니라 사드의 기술적인 능력 등 광범위한 부분이 치밀하게 작성되어 있다.
보고서의 요지는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비핵화 협의와 유사한 방안을 북한에도 적용해 볼 수 있으나, 북한은 이를 명백히 거부한 바 있고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을 이어 가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대응으로는 사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또 한국과 일본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동북아를 포함한 미사일 다층방어망 형성이 가능해지고 요격 성공률이 배가된다. 현재 한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기반의 미사일 방어체계(KAMD)로는 미사일 요격이 제한적이다. 사드를 통해 더 넓은 범위의 방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내용 중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어도 중국에 위협적일 수는 없다는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 이유로 한국의 사드는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중국이 ICBM을 발사하더라도 그 비행 궤적이 한국의 사드의 요격 범위를 벗어난다.
오직 미국의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서만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발 ICBM을 요격할 수 있다. 심지어 미국 본토에서조차 중국의 ICBM 요격이 어렵다는 점을 미국은 여러 차례 강조해 왔으며, 한국의 사드는 본질적으로 북한의 ICBM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의 ICBM을 요격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오바마 정부에서도 밝힌 바 있다.
현재 한국의 사드 레이더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조차 포착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즉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의 방어적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며 사드 자체는 공격 능력이 없는 방어 체계다. 결국 현재 한국의 사드 배치 없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미사일 발사 방향 등을 포착할 수도 없고 유사시 요격도 불가능하다.
보고서 마지막에는 사드 배치를 위해 미국과 한국이 해야 할 일을 나열해 놓기도 했다.
1. 오바마 정부 때 미국은 아시아를 중심축으로 삼겠다고 했음에도 군사적 지원과 투자는 미미했다. 따라서 투자를 통한 미국의 확실한 군사적 책임을 보여주라.
2. 한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한 미사일 위협과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능력 개발에 대한 노력을 하라.
한국이 할 일에 대해서는 일곱 가지 정도를 나열했다.
1.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어떤 것인지 또 그 빈도가 많아짐에 대한 대국민 교육을 하라.
2.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는 기조를 추진하여 국민과 국가안보의 기강을 확립하라.
3. 한국 내 미국의 사드 배치를 도모하라.
4. 동맹 간 다층미사일 방어망 구축 및 상호운용 능력 향상에 힘써라.
5. 미사일 방어 계획을 확충하고, 한·미·일 미사일 방어 훈련 등에 힘써라.
6. 일본과의 군사 훈련 및 협력 관계 구축 등을 수립하라.
7. 일본과의 군사보호협정(GSOMIA)을 더 효과적으로 구성하고 확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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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결정 16.7.8 용산 국방부에서 토마스 벤탈 미8군 사령관과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발표
/끝없는 반대
/사드배치 완료 17.9.7
/사드배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