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야기 07/ 2021.07.01 취준생, 변호사, 前아나운서.. 국민의힘 대변인단 4인방 선발 - 07.30 윤석열, 오늘 국민의힘 '전격 입당'…당사 방문 뒤 기자회견
정치(인) 이야기 07/ 2021
2021.07.01 취준생, 변호사, 前아나운서.. 국민의힘 대변인단 4인방 선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첫 대변인단으로 활동하게 될 ‘4인방'이 30일 토론 배틀을 통해 최종 결정됐다
/30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 4강에 오른 신인규(왼쪽부터), 김연주, 임승호, 양준우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TV조선을 통해 방송된 토론배틀 8강전에서 임승호(27)·양준우(26)·신인규(35)·김연주(55·순위 순)씨 등 4명이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1위로 결승에 진출한 임승호씨는 지난 2019년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자유한국당 청년부대변인으로 선발된 경력이 있다. 취업준비생 양준우씨는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세차 연설로 화제가 됐었다.
신인규씨는 변호사이며, 아나운서 출신의 김연주씨는 방송인 임백천씨의 아내다.
이들은 다음 달 5일 4강전을 거쳐 최고 득점자 2명은 대변인, 나머지 2명은 상근부대변인으로 6개월 간 활동하게 된다.
2003년생 최연소 도전자 김민규씨, 당 사무처 당직자 황규환씨, 황인찬·민성훈씨는 탈락했다.
8강전은 2대2 팀 토론, 1대1 데스매치, 발음 테스트 등의 코너로 진행됐다. 이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조기입당, 수술실 CCTV 의무화,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 등의 주제를 놓고 약 2시간 동안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토론배틀 평가는 이준석 대표, 배현진 최고위원, 전여옥 전 의원으로 이뤄진 심사위원 점수와 일반 국민 실시간 문자투표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문자 투표에는 약 5만3000명이 참여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이번 ‘나는 국대다’ 토론 배틀에는 총 564명이 지원, 1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나는 국대다'는 ‘나는 국민의힘 대변인이다’의 줄임말이다.
이 대표는 이날 “어느 분 한 분도 현업 대변인을 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걸 확인하셨을 것”이라며 “당 대표 해보니 인사권이 더 있다. 안타깝게 선택 못 받은 분이 있다면 내일을 준비하는 국민의힘은 그분들의 역할도 빼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동하 기자
07-02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가
‘혁명’ 내세운 현 정부, 촛불시위 뜻 변질
현 정부 4년간 병폐에 중증환자 된 나라
젊은 세대 이용하려는 정치, 어른답지 못해
자유민주정치, 정의와 공정 이끌 지도자 필요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혁명’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개선’을 하면 되고, 안 되면 ‘개혁’을 한다고 생각한다. 개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가 잘못되었을 때에야 혁명을 원한다. 의사도 약으로 치료하기 어려울 때는 주사를 놓고, 마지막 위기에 이르렀을 때에는 수술을 한다. 약이나 주사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에게는 수술할 필요가 없다. 박정희 정권이 쿠데타로 출발했을 때, 그들은 5·16혁명을 자칭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에도 촛불혁명이라는 구호를 사용했다. 혁명이란 역사의 방향을 바꾸며 사회구조의 상하관계를 뒤집어 놓기 위해, 목표를 갖고 민중이 일으키는 변혁이다. 공산국가나 독재국가들이 정권 쟁취 초창기에 사용해 온 개념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 촛불시위는 혁명을 요구하는 운동이 아니었다. 나라다운 나라로 복귀하거나 정치인에게 회개하라는 호소였다. 그 뜻을 현 정권은 혁명화하는 방향으로 바꾸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구현하기보다는 20세기 좌파정권으로 변질시켰다. 민족통일을 위해서는 중국식 사회이념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었고, 실천에 옮기려는 세력이 공존하게 되었다.
그 4년간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대한민국 전체를 오늘과 같은 중증 환자로 만들었다. 국가의 병은 정치 방향을 상실했거나 무능한 정권이 만들고, 공직자들까지 환자가 되면 치유할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된다. 우리가 공직자들에게 국민과 역사 앞에 양심의 전과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청와대는 물론 여당 간부에 대한 신뢰까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 대한 기대까지 사라지고 있다. 지도자들의 언행뿐만이 아니다. 제도와 가치관까지도 변질되고 있다. 지금은 왜 현 정권이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강행했는지 국민들이 충분히 알게 되었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청와대 책임자들이 모든 관권을 좌우했다. 서울과 부산의 시장이 국가에 봉사하는 여성 공무원들의 인격과 생존권을 유린했다. 최근에는 공군 여중사까지 보호받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회의 윤리 기강은 날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다.
요사이는 또 다른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30대 젊은 야당 대표가 등장하니까, 적폐를 만들어 온 기성세대들이 과거에 없던 모습을 보여 준다. 젊은 세대들에게 일자리는 주지 못하면서 금전적 보상을 해 줄 테니까 선거에서 지지해 달라는 호소다. 청와대에서는 20대 젊은이에게 공직을 제공하면서 우리와 함께하자고 유인한다. 젊은 세대는 기성정치의 보조자나 정치적 이용 수단이 아니다. 그들을 국가의 장래를 위한 후계자로 이끌어야 한다. 정치나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같은 조직체나 공동체 안에서도 노소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것이 성장과 발전의 기본 규범이다. 젊은 세대가 내 자녀나 제자라고 생각해 보라. 공짜로 돈을 줄 테니까 내 말만 따르라고 가르치겠는가. 국민을 위한다면서 능력도 검증하지 않고 임관하고, 우리가 이렇게 너희를 우대한다고 하는 것으로는 모범을 보여 줄 수 없다. 가장 국민을 실망시키는 기성세대는 우리 가문과 내가 애국적 공로가 있으니 표창과 혜택을 받을 만하다고 자청하는 사람들이다. 병든 어머니를 집에 두고 밖에 나가 효자임을 인정해 달라는 처사다. 보상과 명예를 위해 애국운동을 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가. 지난 4년간 병폐를 질서 있게 치유하고, 자유민주정치의 방향과 바른길을 장만해 주는 인격과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다. 전 국민이 기꺼이 따를 수 있는 애국심의 실천자다. 안으로는 진실과 정직을 생활화하는 사람이다. 잘된 일에는 앞장서고 실정에는 내로남불 하는 이중성은 더 용납할 수 없다. 편 가르기를 앞세워 분열을 자초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정의와 공정은 간판이나 성명이 아니다. 결과로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국가는 진실과 정의의 질서를 배제한 뒤에는 자유와 인간애까지 정치이념의 수단으로 삼는다. 국가 존립의 종말을 초래하는 순서다.
대다수 국민은 통일을 염원한다. 북한 동포들의 인간다운 삶과 가난 없는 행복을 위해서다. 그 길은 인류 전체의 염원이다. 통일은 진실과 동포애에서 이뤄진다. 과거와 같은 헛된 정권의 동질성이 아니다. 우리는 세계 역사 무대에서 존경을 받는 정신과 문화의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07.02 출마 선언 이재명 지사, 文 정부와 다른 성장 비전 뭔가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새 일자리와 지속적인 공정 성장의 길을 열겠다”며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 합리화와 미래형 첨단 산업 육성도 강조했다. 분배만 강조하던 여권 주자가 성장과 공정 경쟁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는 조국 사태에 대해 “검찰에 피해를 입었을지라도 현행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으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조국을 일방적으로 옹호해 온 친문과는 거리를 둔 것이다. 출마 선언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졌고 병풍 선 국회의원이나 연호하는 지지자도 없었다.
이 지사는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일자리, 집값, 불공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넘어설지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보여주지 못하면 ‘문재인 시즌2’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이란 엉터리 정책으로 수백만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타격을 줬고, 세금 쏟아붓기로 노인 알바 일자리만 양산했다. 문 정권의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내로남불과 각종 반칙, 특혜, 부정, 불법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전셋값이 폭등했다. 일자리 희망을 잃은 젊은 층은 좌절하고 있다. 문 정부의 폭주와 무능, 불공정, 내로남불에 국민이 진저리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 지사의 이날 메시지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는 듯한 아쉬움을 준다. 그는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은 보듬는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세계와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저성장은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 원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심각한 경제 활력 저해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글로벌 4차 산업 경쟁 시대를 이길 기업의 기술 혁신과 신산업 투자 등 성장을 촉진하는 다양한 대안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이분법적 사고로 기업 규제 강화와 증세,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면 ‘소주성’의 악몽이 되풀이된다. 경제부흥 정책도 국가 주도로 흐르면 세금만 뿌리고 민간의 활력은 떨어진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도입해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지사 말대로 중장기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매달 50만원씩 주려면 연간 300조원의 돈이 든다.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이 지사가 본 대로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다. 특히 경제가 그렇다. 우리 사회는 대전환의 시대를 헤쳐나갈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새로운 발상과 투자를 옥죄는 규제, 철옹성 노조, 비합리적인 법령들이 여전한데 어떻게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나. 문 정부는 규제 강화와 노조 기득권 보호, 비합리적인 법령 양산으로 역행했다. 오늘 이 지사의 출마 선언은 진정 대전환인지, 문 정부 시즌2인지 애매했다. 앞으로 문 정부와 다른 이 지사만의 정책 비전을 보일 수 있느냐, 거기에 국민이 동의하느냐에 그의 성패가 달렸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03 대한민국 대통령 되겠다는 이재명 지사의 대한민국 역사관
/안동 찾은 이재명 지사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고 했다. 2일 경북 안동의 이육사 문학관을 방문했을 때 발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 역사상 첫 자유민주 선거인 5·10 총선거에 의해 탄생했다. 투표율이 95%를 넘을 정도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를 대다수 한국인의 자유 의사로 선출된 유일한 정부라고 결의했다. 어떤 나라 정부보다 투명하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수립됐다. 선거를 거부한 남로당의 살인과 방화만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깨끗하게 출발했을 것이다. 유엔 결의와 자유 다당제를 거부하고 김일성 세습 독재로 간 북한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 초대 정부의 이승만 대통령은 세계가 인정하는 반일 독립투사였다. 그의 반일은 지나칠 정도였다. 역사 책을 읽으면 곧 알 수 있다. 이시영 부통령은 상해 임시정부 내무총장, 이범석 총리는 광복군 참모장, 이인 법무장관은 항일 변호사, 조봉암 농림장관은 좌파 독립운동가였다. 초대 내각 대부분이 항일 인사로 채워졌다. 반면 북한은 소련에 협력하면 친일파를 장관에 기용했고 반대하면 조만식과 같은 항일 독립운동가도 숙청했다. 대한민국 초대 정부가 일부 친일 인사를 실무급 관료로 기용한 것은 사실이다. 신생 국가로서 불가피한 일이었다. 4·19 후 장면 민주당 정부에서 친일 관료 비중이 이승만 정부보다 더 높았던 것도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후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우리를 일제로부터 해방시켰는데 미군이 해방군이지 어떻게 점령군인가. 미군이 일제를 패망시킨 것이 잘못된 일인가. 우리 사회 일부 세력은 해방 후 역사를 집요하게 왜곡해왔다. 그런 책 몇 권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만은 단편적인 역사 지식으로 대한민국의 기적적 성공 역사를 폄훼하지 말았으면 한다.
조선일보 사설
07.03 ‘공정’ 화두로 막오른 여야의 차기 대선 레이스
/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대권주자들이 공명선거와 성평등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순서대로 정춘숙 전국여성위원장,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후보, 이낙연 후보,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 후보. 윤관석 사무총장. 오종택 기자
그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엔 모두 9명의 예비 후보가 참석했다. 같은 날 이재명 경기지사가 출마선언을 했고, 이낙연 의원도 모레 출정식을 연다. 이로써 1997년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9룡의 대결’ 이후 20여 년 만에 여당 후보 풍년 속 경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윤석열 이어 여당 이재명도 ‘공정성장’ 강조
현 정권 불공정하다는 국민 비판 반영된 것
불뿜는 네거티브전, 공정 경선부터 치르라
야권에선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과 초선 윤희숙 의원이 대선 출마 뜻을 밝혔다. 하태경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도 출마선언을 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김태호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도 조만간 후보군에 합류할 전망이다. 당 바깥에선 지난달 29일 출마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레이스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더하면 열 손가락으로 꼽기 어렵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공정’이다. 윤 전 총장은 ‘공정과 상식’을 주제로 출마선언을 하며 공정을 9차례 거론했다. 이재명 지사 역시 출마선언에서 ‘공정 성장’을 강조했고, 공정을 13회 언급했다.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당 후보들 조차 ‘공정’을 입에 올리는 현실은 무얼 말하는가. 그만큼 문재인 정권이 공정하지 않다는 반증 아닌가. 이 정권의 ‘선택적 공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의미기도 하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부동산 거지’가 양산되고 있는데도 권력층 인사들은 꼼수와 편법을 동원, 부동산 투기로 엄청난 시세 차익을 올리며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LH 사태와 최근 사퇴한 청와대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사례가 대표적이다. 돈과 권력을 양손에 쥔 586 세대가 신분 세습을 위해 불법과 편법, 특혜를 일삼는 모습에 청년들은 절망하고 있다. 조국 사태가 이를 상징한다. 그런데도 반성이 없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도 절절한 자성의 목소리도, 국정 운영의 방향 수정도 없다. 일부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자 되레 친문 강경파가 문자테러로 이들의 입을 막는 형국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집권세력을 조롱하는 수사가 됐다. 여야의 유력 후보들이 너나없이 공정을 강조하고 나선 건 이런 상황을 타개해 달라는 국민의 여망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임기 10개월여를 남겨둔 집권세력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지금은 그야말로 대전환의 시대다. 글로벌 경쟁 격화, 양극화 해소, 청년 실업과 고령화 등, 차기 대통령이 헤쳐가야 할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후보들은 자신의 미래 비전과 정책 아젠다를 내놓고 소신 경쟁을 벌여 주권자의 선택을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책 대결은 온데간데없고 네거티브 전이 불을 뿜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의 ‘X 파일’에 이어 부인 김건희씨가 과거 유흥업소 접객원 ‘쥴리’였다는 루머를 둘러싼 공방이 벌써 난무하고 있다. 특히 일부 후보와 과거 여성운동을 했다는 친여권 인사들까지 나서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쥴리 의혹을) 들어봤다”며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 등이 다 깨끗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여성운동가인 고은광순씨는 윤 전 총장을 향해 “그러니 쥴리랑 살지”라는 글을 올려 “여성운동가의 민낯”(김경율 회계사)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정의당 당내 조직인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여성을 공격할 때 과거에 대한 성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행태는 너무 낡고 전형적이다”고 비판했다.
대선까지는 8개월 남았다. 초반부터 도 넘는 네거티브로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면, 정권의 무능과 부패로 좌절한 국민들을 두 번 울리는 게 된다. 공정 사회를 만들겠다고 나선 후보들이라면 선거전부터 떳떳하고 공정하게 치러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7.05 이재명의 위험한 인식이 촉발한 역사 논쟁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는 달라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다시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에서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며 한 발언이다. 앞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고교생 대상 강연에서 ‘미군을 점령군, 소련군을 해방군’이라고 한 것과 맞물리며 큰 논란을 불렀다. 이후에도 이 지사 측은 “미군도 점령군이라고 (자칭)했다”면서 비판자들을 향해 “역사 지식 부재부터 채우라”고 버텼다.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 주장
실상과 다른, ‘편가르기’용 아닌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국가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자 위험천만한 인식이다. 흔히 『해방전후사의 인식』으로 대표되는, 한때 운동권을 사로잡았고 진보 진영의 일부 학자가 주장하는 철 지났거나 변방의 이론 영향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실과 어긋난다. 소련 군정이 일사불란하고 주도면밀하게 김일성 북한 정권을 만든 것과 달리 미 군정하의 남한에선 반공우파·민족주의·사회주의 계열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체제였다. ‘친일파 지배’ 주장도 잘못이다. 이승만 초대 정부만 봐도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입법·사법·행정부 수장이 임시정부 요인이나 독립운동가 출신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임정의 초대 대통령이었고, 제헌국회 의장인 신익희도 임정의 내무부장 출신이다.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는 항일 민족단체인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이었다. 장관들도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다수였다. 친일 청산을 했다고 선전하는 북한의 현실이 외려 달랐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도 하다.
오죽하면 “이왕 도움을 받아야 하는 초라한 형편에서 소련이 아니라 미국의 도움을 받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정당성을 북한에 주고 자신을 온갖 치욕 덩어리로 전락시키며 스스로 너무 자학하지 말자”(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집권세력 사이에서 이 지사와 비슷한 주장이 반복되는 건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본다. 특정 정치집단을 공격하고 편 가르기 위해 현 정부가 빈번하게 동원해 온 ‘친일 프레임’ 말이다. “권력자들이 역사적 사실을 조작하고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명분을 민족의 역사와 동일시하고 대중을 선동한다”(『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던 바로 그 방식이다. 그러니 청와대도 일련의 계속된 논란에도 가타부타 말이 없는 것 아닌가. 무책임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역사논쟁 형식이지만 정치논쟁이 됐다.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냐”고 공개 반박에 나섰다. 미래, 아니 오늘을 두고 경쟁해도 시원찮을 판에 70여 년 전 일을 두고 싸운다.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중앙일보 사설
07.05 與뒤집은 송영길 '대깨문 경고' 파문…정세균 "즉각 사과하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부 강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당원을 '대깨문'으로 호칭하며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낸 일에 같은 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발끈했다. 정 전 총리는 부적절한 언행이었다며 송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정 전 총리는 5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송영길 당대표가 공적인 자리에서 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악용되고 있는 '대깨문'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라며 "친노가 안 찍어서 과거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황당한 논리를 펼치고, 나아가 막 경선이 시작된 판에 아예 특정 후보가 다 확정된 것처럼 사실상 지원하는 편파적 발언을 했다니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송 대표를 겨냥했다.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을 지적한 말인데, 송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친문 일각에서 나오는 '이재명 불가론'을 비판했다. 송 대표는 "과거 17대 대선에서 일부 친노세력이 정동영을 안찍어 500만 표 차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며 "결국 검찰의 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소위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어 정 전 총리는 "국민면접관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 아닌가"라며 "공정과 정체성, 신중함은 당 운영의 생명이다. 심히 걱정스럽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 전 총리는 "도대체 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느냐"라며 "당의 통합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당의 통합을 해쳐서야 되겠느냐. 이유 불문하고 즉각 사과부터 하라"라고 촉구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07.05 김재원 "이재명 무식한 사람…건국 잘못됐으면 北 망명하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무식한 사람’이라는 등 맹비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경기도지사까지 됐다는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지사는 대한민국이 건국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했다”며 “대학 시절에 읽은 『해방전후사의 인식』 외에는 도대체 읽은 책이 없나”라고 했다. 이 지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난 1일 경북 안동에 방문하면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 단계와는 좀 달라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美) 점령군과 합작해 사실 그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나”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건국이 잘못됐으면 왜 대한민국에서 도지사를 하며, 대통령을 하려고 하는가”라며 “지리산에 들어가서 빨치산을 하든지 ‘억강부약’의 대동 세상, 백두혈통이 지배하는 북한으로 망명하든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 개인적인 일로 안동에 다녀왔다”며 “과거에 안동군과 예안군이 (안동으로) 합쳤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동 한 시민이 이 지사는 안동이 아닌 예안 출신이라 기본이 안 돼 있다고 얘길 하더라”고 전했다.
또 “형수에게 이렇게 찰지게 욕하는 분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며 이 지사의 가족 욕설 논란을 지적했다. 이 지사는 앞서 이와 관련해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안 그러려고 노력하겠지만 어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사과했다.
김 최고위원은 배우 김부선과 이 지사 사이에서 불거진 과거 스캔들 문제도 꺼냈다. 김 최고위원은 “(이 지사가) 배우 김부선을 대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냉정한 사람 같다”며 “범죄행위에 많이 연루돼 전과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07월 05일 대선 與 선두 주자 이재명 지사의 위험한 대한민국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 반듯한 국가관(觀)은 원초적 조건이다. 대한민국 역사와 성취에 대한 자긍심, 이를 이뤄낸 국민과 지도자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그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여권 후보 중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인식은 위험하다. 극히 일부를 확대 적용하는 ‘일반화의 오류’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정통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경북 안동의 이육사기념관을 찾은 자리에서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면서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점령’의 사전적 의미 이외에는 모두 역사를 호도한다. 점령 표현이 미군 포고령에 들어 있기는 했지만, 일본군 무장을 해제한다는 의미였고, 조선독립이 목적이라는 표현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된 지역에 통상적으로 사용된 표현으로 문제 삼을 부분이 없다. 원폭 투하로 일본 항복이 임박하자 소련군이 미군보다 먼저 ‘무임승차’로 진주해 김일성 공산체제를 구축했다.
깨끗하지 못한 출발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초대 정부는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을 비롯, 이시영·김병로·이범석·조봉암 등 독립운동가들로 구성됐다. 이 지사와 같은 주장은 사료와 연구가 부족했던 1980년대까지 학계 일각에 있었지만, 1980년대 말 소련 등 공산권 붕괴와 새로운 사료의 발굴로 거의 사라졌다. 이 지사는 “일본이 분단됐어야 한다”고 했다. 소련이 했던 주장인데, 미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 지사 언급대로 역사가 진행됐다면 한국은 전역이 공산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의 이런 인식은 뿌리가 깊어 보인다. 2017년엔 “이승만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 박정희는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라 고개를 숙일 수 없다”고 했다. 그해 출간한 ‘이재명은 합니다’ 저서에는 ‘동학혁명 당시의 한반도 상황’과 가쓰라-태프트 밀약 등을 거론하며 일본과 미국을 배척했다. 조선의 부정부패가 원인이었고, 청나라 군대가 먼저 진주했다는 사실 등은 쏙 뺐다. 동맹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식도 심각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그런 맥락의 언급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지사는 더욱 구체적이다. 색깔론이라고 역공하는 식으로 넘어갈 수 없다. 정직한 국가관과 역사관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검증 받아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7-05 당내서도 공감 못 받는 이재명의 기본소득 정책
3일 밤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첫 TV토론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비판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낙연 후보는 “정리하고 폐기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고, 정세균 후보는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공약으로 가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지사가 2일 “기본소득이 제1의, 가장 중요한 공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한 데 대해서는 다른 후보들도 대부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말 바꾸기’ 논란이 계속되자 어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책은 절대 진리가 아니다”며 순차적 단계적 시행을 강조했다. 기본소득은 이 지사가 주창해 온 대표 의제다. “1인당 연간 100만 원 기본소득은 결단만 하면 수년 내 얼마든지 시행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야권 주자들과 기본소득 타당성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은 사례가 허다하다.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정책을 모호하게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울 뜻이 없음을 밝혔지만, 중요하고 핵심적인 정책으로 폐기하진 않겠다고 한다. 야당 지지와 국민 동의를 전제로 ‘부의 소득세’와 같은 전혀 다른 정책을 기본소득보다 먼저 시행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당내에서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천문학적인 재원이 드는 것이 문제다. 알래스카 외에는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는 실험적인 제도여서 도입에 따른 위험이 너무 크다. 어정쩡한 상태에서 이런 정책을 끌고 가는 것보다는 접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 지사가 최근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은가.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고 말한 것도 적절치 않다. 철 지난 운동권 사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주자가 섣불리 역사 인식 논쟁에 불을 붙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코로나 이후 경제성장과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 경쟁을 할 때다.
동아일보 사설
07.05 27세, 26세… 국민의힘, 이번엔 20대 당대변인 뽑았다
/`나는 국대다` 결승 1위를 차지한 바른정당 청년대변인 출신 임승호(27-왼쪽)씨와 2위 양준우(26)씨./TV조선
바른정당 청년대변인 출신 임승호(27)씨가 국민의힘 당 대변인 선발을 위한 ‘나는 국대다’에서 우승, 대변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5일 TV조선을 통해 생중계된 `나는 국대다` 결승전에서 임씨는 최종합계 105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서울시장 보선에서 오세훈 후보 유세차에 올랐던 ‘청년백수’ 양준우(26)씨도 2위를 차지하며 대변인 자리를 꿰찼다.
임씨는 심사점수 758점으로 2위인 양씨(827점)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국민투표가 결과를 갈랐다. 임씨는 300점, 양씨는 230점을 얻었다.
남편 임백천씨의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 상태에서 화상(畵像)으로 대회에 참가한 방송인 김연주씨와 변호사 신인규씨는 각각 3·4위를 차지하며 부대변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임씨는 “심사점수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 문자투표가 섞이면서 1점 차이가 나게 됐다”며 “양씨와 공동우승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변인단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이준석 대표가 하는 정치실험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활동하면서 국민들이 판단해주신 부분을 잊지 않고 갚겠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며칠 전만 해도 집에서 게임을 하던 취업준비생이 제1야당의 대변인이 됐다”며 “당원분들과 국민 여러분의 의도는 상식으로 돌아가서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는 국대다`는 실력에 기반한 `공정경쟁`을 기치로 내건 이 대표의 공약이다. 흥행에도 성공했다. 지난달 30일 TV로 중계된 8강전 평균 시청률은 4.998%이며 4강 진출하를 발표하는 순간 시청률은 6.702%를 기록했다. 문자 투표에는 6만6500명이 참여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국민의힘 대변인이다)' 결승전에서 양준우(왼쪽부터), 김연주, 신인규, 임승호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연주 전 아나운서는 남편 임백천씨가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자가격리에 들어가 이번 결승전에 화상으로 참여했다./TV조선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07.06 ‘부동산 실패’라면서 ‘부동산 정치’는 계승하는 與 대선 주자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패작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으면서도, '부동산 정치' 프레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 행사. /이덕훈 기자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이구동성 부동산 정책을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패작으로 꼽으면서도 문 정부의 ‘부동산 정치’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지난 1일 ‘국민면접'에서 “부동산을 잡지 못했다”(이재명), “주택 정책에 회한이 많다”(정세균), “시장 신호를 무시했다”(박용진), “가장 잘못한 정책은 부동산”(추미애), “제일 문제가 부동산”(최문순)이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이 정작 내놓는 부동산 공약은 문 정부의 노선을 답습하거나 오히려 규제 강도를 더 높이는 방향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주택관리매입공사’를 만들어 “국가가 주택 가격 하한선과 상한선을 관리하겠다”고 말한다. 정부가 직접 부동산 가격 통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기본적인 시장원리마저 무시하는 발상이다. 시가 총액이 5000조원을 넘는 주택시장에서 일개 공기업이 무슨 수로 가격을 조절한단 말인가. 주택 시장의 대혼란을 일으키고 주택 공급만 더 줄이게 될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땅에서 얻은 이익을 더 나눠야 한다”면서 부동산 증세를 주장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이미 너무 올라 납세자들이 아우성치는 보유세를 계속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집값 급등, 전세 대란 등 정책 실패 부작용을 부인할 길이 없으니 입으로는 ‘실패’와 ‘반성’을 말하면서 집 가진 사람 때리기,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치’ 프레임을 고수하고 있다.
문 정부 4년 동안 24번의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은 86%나 폭등했다. 온갖 징벌적 과세 탓에 4·7 보선에서 민심의 철퇴를 맞자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상위 2% 종부세’ 정책까지 내놨다. 사람 머릿수를 과세 기준으로 정하는 황당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정책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뒤늦게 내놓은 2·4 부동산 공급 대책도 약효가 전혀 없다. 올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값이 13%나 올라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셋값도 5.5%나 올라 2011년(9.3%)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경제 부총리가 “서울 집값은 고평가됐다”고 연일 경고를 날려도 2030세대의 패닉 바잉은 계속되고 있다. 5월 중 서울 아파트 거래(5090건) 중 30대 이하의 비중이 42%에 달한다.
그런데도 실패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계속하겠다니 무슨 수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부동산에 관한 한 여당 대선 주자들의 공약 기조는 ‘문 정부 시즌2′일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06일 ‘쥴리 공작’과 文정권 위선
/허민 전임기자
‘김건희= 쥴리’ 논란을 보면 집권세력의 공작 냄새가 물씬 난다. 대선 정국 초입부터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연탄가스처럼 번지는 느낌이다. 정적(政敵)을 무력화하는 차원이라면 문재인 정권의 공작세력에 못할 일은 없어 보인다. 4·7 서울시장 보선서 이기려 ‘오세훈 페라가모 구두’와 ‘생태탕’ 논란을 만들어냈고, 구정권을 겨냥한 적폐청산을 정당화하려 망인(亡人)까지 팔아먹는 ‘윤지오 사기’를 연출해낸 집단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를 흠집 내기 위해 이들이 언제 ‘내가 경험한 쥴리 스토리’를 만들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누가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되든 집권세력의 정치공작은 더 집요하게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쥴리’ 공작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약자를 대변한다는 집권세력이 정작 약자를 ‘열등 국민’ ‘하류 인생’ 취급하는 음험한 눈빛과 천박한 혀 놀림이다. 이들의 표리부동한 태도는 소위 촛불 정권의 집단 위선과 철학의 빈곤, 사회경제적 소수자에 대한 경멸, 타인의 고통으로 쾌락을 느끼는 가학성 성격장애,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드러낸다.
자칭 ‘페미 전사’인 고은광순은 “교수 부인에게 열등감을 느껴 쥴리와 사느냐”며 X파일을 사실인 양 단정 짓고 야권 대선 주자 부부와 사회적 약자를 싸잡아 조롱했다. 법무부 장관 출신 추미애도 합법과 비(非)합법을 줄타기하며 흑색선전 유포에 동참했다. 친문 방송인 김어준, 친정권 사학자 전우용은 집권당의 흑색선전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소설 ‘동물농장’ 속 탐욕스러운 돼지 정권이 자행하는 차별과 학대라는 ‘아비투스(습속)’를 재현하고 있다. 삼류·구태에 물든 꼰대들이 오랫동안 진보 진영을 쥐락펴락했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이 정권은 진보의 이름을 팔아 진보의 가치를 죽인 사이비 진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집권세력의 저질 정치로 대한민국의 모든 ‘쥴리’는 ‘의문의 1패’를 당했다. 어찌 보면 ‘쥴리’는 특정인을 넘어, 6·25전쟁 이후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온 변방의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일컫는 ‘보통명사’일지 모른다. 우리 근대사에서 오랫동안 지하경제의 통로가 돼온 유흥주점 접객원들뿐 아니라, 과거 미싱 시다로 혹은 식모살이로 고단한 생을 경험했던 이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 차별받던 근로자들, ‘난쏘공’의 ‘영희’로 대변되는 도시 빈민들도 ‘쥴리’일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도 정부의 실패로 양질의 일자리에서 배제된 젊은 ‘쥴리’들이 편의점 파트 타임으로, 혹은 배달 근로자로 노마드의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배고픈 연극배우의 길을 걸으면서도 ‘엄마 찬스’ 쓰지 않으려 숙박업소 청소 알바로 생활비를 버는 기자의 큰딸도 보통명사 ‘쥴리’다.
‘쥴리’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인권을 가진 ‘개인’들이자, 전후 70년간 주변부에서 묵묵히 일하면서 대한민국의 성장을 도운 이들을 상징하는 ‘집단인격’이다. 대리인인 정치권력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도 모자라 주권자인 국민을 깔보고 음해하고 공격하는 것을 그대로 봐넘길 수 없는 이유다. 집권세력의 흉수(凶手)에 의해 상처받은 세상 모든 ‘쥴리’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문화일보
07.07 대통령, 기소 참모들 그대로 두고 정치 중립 말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며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말했다. 대선을 불과 8개월 남겨둔 데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시점이니 발언 자체는 적절하다.
청와대에 이진석·이광철, 내각엔 박범계
진심으로 중립 원하면 논란 인사들 빼야
그런데 허언(虛言)이 안 되려면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대로면 말만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문 대통령이 중립을 말하던 바로 그 순간, 과히 멀지 않은 자리에 앉아 있던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을 따져보자. 이 실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지난 4월 기소됐다. 문 대통령의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나섰다는 게 핵심 혐의다. 문 대통령은 당시 선거를 앞두고 중립을 요구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중립은 당연하다”고 했었다. ‘당연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데도 이 실장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인 2015년 만든 혁신안에 “부정부패로 검찰에 기소되기만 해도 당직을 박탈하겠다”고 했었다. 선거법 위반 기소자를 청와대 핵심으로 두고 정치 중립을 말할 수 있겠나.
이광철 민정비서관 사의 처리 건도 석연치 않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 비서관은 지난 1일 “직무 공정성에 대한 우려 및 국정 운영 부담”을 이유로 물러나겠다고 했고, 다음 날 사의가 수용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 비서관은 여태껏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와대가 “워낙 그 자리가 중요한 자리니까 공석으로 두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서”(이철희 정무수석)라고 해명했는데, 그렇다면 반부패비서관 자리는 중요하지 않아서 김기표 전 비서관을 전광석화처럼 내보냈나. 이 비서관은 또 울산시장 사건에 불기소됐지만 검찰이 공소장에서 “범죄에 가담한 강한 의심이 든다”고 쓴 인물이기도 하다. 정치적 처신에 문제 있다는 사람을 계속 청와대에 두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각도 논란이다. 과거엔 중립내각 시늉이라도 했었다. 이번엔 총리가 여당 중진이고, 선거와 관련한 행정안전부(전해철)·법무부(박범계) 장관직을 친문 핵심 의원들이 차지한 이례적인 포석이다. 이미 검찰 인사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기도 하다. 박 장관은 야권 유력 주자와 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두고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맡기는 기조하에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정수 중앙지검장은 박 장관의 고교 후배로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로 꼽힌다. 박 장관이 선거 사무를 공정하게 처리할 적임자인가.
“판결은 공정할 뿐만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브렌다 헤일 영국 대법관)고 한다. 정치적 중립도 실제 중립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중립으로 보여야 한다.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앙일보 사설
07.07 정치와 이념에 갇힌 부동산
현 정부는 처음부터 부동산을 보는 시각이 달랐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접근했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부동산은 끝났다』(2011년)에 “부동산은 경제정책이자 사회정책, 그 자체가 정치이기도 하다”고 썼다. “유주택자와 무주택 계층은 투표 성향에 차이가 난다.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인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재개발돼 아파트로 바뀌면 한때 야당의 아성이었던 곳들이 보수 여당의 표밭이 된다(손낙구 책 인용)”…. 부동산의 정치화다.
부동산 정치화가 부른 부동산 참사
좌든 우든 부동산은 부동산일 뿐
정치 논리와 이념으론 풀 수 없다
좋은 경제학은 이념에서 시작 안해
진보 쪽은 재개발·재건축·뉴타운·신도시에도 거부감이 강하다. “서민들 주거지를 헐어 상위 계층을 위한 고급주거지로 제공한다”는 계급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작인 보금자리 주택도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죄악”이라고 헐뜯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줄곧 “과거처럼 부동산으로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공급 확대 의지가 없었다. 대신 대출규제·재건축 규제 등으로 수요를 억제하고 보유세 강화로 불로소득을 거둬들이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념에 갇힌 맹신이다.
최근 또 한 번 부동산 정치화의 역풍을 목도했다. 지난 2~4월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폭이 급속히 둔화됐다. 서울시장 재보선과 보유세 부담 때문이었다. 하지만 4월 21일 순식간에 뒤집혔다. 문 대통령이 오세훈 시장에게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건 낭비 아닌가요”라고 반문한 것이다. 재보선에서 죽비를 맞아 정신이 번쩍 든 건 보름을 가지 않았다. 대통령 심기를 눈치챈 국토부는 오세훈의 공급 확대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다시 무서운 기세로 치솟기 시작했다. 모처럼 정부와 서울시 합작으로 부동산 과열을 잡을 기회를 걷어찬 것이다.
민주당의 종합부동산세 축소도 마찬가지다. 철저히 표만 쫓는 정치 논리다.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종부세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그런 법을 한 번도 시행해 보지 않은 채 바꿔버린 것이다. ‘보유세 강화가 부동산 정책의 기본방향’이라는 문 대통령의 원칙마저 뒤집혔다. 진보 단체들의 반발을 피해 비공개로 의원들 표를 모았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 때 서울에서 큰 표 차로 지면 안 된다는 현실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퇴임 후 안전보장이 최우선인 청와대도 결국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정치가 부동산을 압도한 것이다.
김부겸 총리는 부동산 재앙에 “방법이 있다면 어디에서 훔쳐서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은 104주(2년) 연속 올랐고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4년간 93% 폭등했다. 거의 두배다. 남은 극약처방이라면 금리 폭탄 정도다. 하지만 기준 금리를 연말까지 1~2차례 올려도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워낙 초저금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문 대통령이 올해 4% 성장에 목을 매고 있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36조원 규모의 역대급 추경 살포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정치적 성향이 진보든 보수든, 부동산은 부동산일 뿐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다. 여기에다 주택은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워낙 높은 상품이다. 1%의 초과 수요만 발생해도 가격이 10% 뛰기 일쑤다. 전문가의 손길로 정밀한 공급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현 정부의 아마추어들이 사고를 칠 것이란 경고는 진즉부터 있었다. “청와대 부동산 참모들을 보면 실전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교수 출신이거나 학창시절에 운동을 했거나 했다.”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은 “이 비전문가들이 이념적 잣대로 정책을 휘둘러 부동산 참사를 빚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해 몰매를 맞았다. 하지만 훨씬 무시무시한 묵시록은 바로 그 앞의 구절이다. “2021년과 2022년에 아파트 공급 물량이 더 줄어든다”는 고백이다. 실제로 서울 민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017년까지 평균 9만채가 넘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집권한 2018년엔 6만채, 2019년에는 5만6000채로 반 토막 났다. 인허가 물량은 2~3년 뒤 분양 물량을 예고하는 지표다. 올해와 내년 공급 물량이 역대급 가뭄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내년 말까지 끔찍한 고난의 골짜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는 문 대통령이 있는 한 결코 떨어지지 않을 두 가지가 있다는 유머가 떠돈다. 하나는 윤석열 지지율이고 또 하나는 집값이다.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이제는 대통령이 “부동산은 할 말 없다”고 해도 오를 정도다. 한국경제학회장인 정진욱 연세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 정부 경제정책들은 이념의 노예”라고 비판했다. 기본소득 논쟁 때마다 호명되는 바네르지 MIT대 교수도 “좋은 경제학은 이념에서 시작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부동산은 이 정부 끝까지 정치와 이념에 갇힐 분위기다. 남은 임기 10개월이 길고 멀게 느껴진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7.07 30대 野 대표에 20대 대변인, 2030이 정치판 바꾸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민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진행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를 통해 20대 청년 임승호(27)씨와 양준우(26)씨가 대변인으로 확정됐다. 30대 대표를 20대 대변인들이 받치는 제1 야당 체제가 갖춰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상상조차 힘들었던 변화다. 상근부대변인 2명을 포함해 총 4명을 선발한 이 행사에는 지원자 564명이 몰려 14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70%는 2030세대였다. 결승전에 참여한 문자 투표 수는 12만1000여건이었고 방송 시청률은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의 곱절에 가까웠다. 전국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하려는 청년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꼰대 정당’이란 말을 들어왔던 국민의힘에 2030 세대의 관심이 몰려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은 ‘평등 공정 정의'를 내걸었던 문재인 정권이 조국 사태 등 헤아릴 수 없는 내로남불과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직접 고용 논란, LH 직원 투기 사태 같은 불공정 행태를 거듭하는 데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기성 정치에 대한 이들의 환멸이 30대 야당 대표 당선을 계기로 적극적인 정치 참여 열기로 분출되고 있다. 국회 주변에선 정치판을 뒤엎을 용암이 끓어오르는 기운을 느낀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2030세대는 전체 유권자 중 34%지만 이 세대의 국회의원 숫자는 13명으로 4.4%에 불과하다. 청년층의 투표율이 낮다 보니 정당들도 젊은 세대의 요구를 경시하고 그래서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과소 대표되는 정치 체제는 국가 장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투표 참여율이 높은 중·장년층 이상 유권자들에게 당장 혜택을 안겨주는 국정 운영 방식을 선택하면 40~5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희생시키게 마련이다.
대기업 귀족 노조의 철옹성 기득권이 청년들의 취업 길을 막고 있는데 정권은 이 명백한 문제를 풀지 않고 노조 눈치만 보고 있다. 치솟는 청년 실업률을 보면 암담할 지경이다. 정권은 노동 개혁 대신 빚 낸 돈을 뿌려 세금 알바만 양산한다. 이 빚도 청년들이 갚아야 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천정부지 치솟는 집값은 젊은이들을 절망케 한다. 이들이 매달리는 가상 화폐가 어떤 사태를 일으킬지 알 수 없다. 전 세계 꼴찌를 달리는 출산율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2030 세대들이 야당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자 여당도 청년층의 목소리를 담아낼 방안을 찾으려 부심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차원을 넘어서 직접 정치에 참여해 사회와 나라를 바꾸고 미래까지 건설하길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
07.07연평 용사 이름, 함정 번호, 전사일 틀리고 “잊지 않겠다”는 與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29일 해군 2함대 서해수호관 광장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19주년 기념식'에서 전사자들의 부조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민주당 대표가 6년 만에 참석했다. 민주당은 공식 논평에서 “순국영령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전사자 6명 중 한 명인 고(故) 조천형 중사의 이름을 두 번이나 틀리게 적은 논평을 일주일 넘게 당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실수’라며 바로잡았다. 한 유족은 “사과도 없이 슬그머니 이름만 고쳐놨다”고 했다. ‘영웅들을 기억하겠다’면서 어떻게 영웅 이름을 틀릴 수가 있나.
이름뿐이 아니다. 민주당은 2002년 당시 북한군과 교전하다 침몰한 참수리 고속정 357호를 ’3357호'로 적었다. 고(故) 박동혁 병장은 총상을 입고 80여일 사투를 벌이다 순국했는데도 해전 당일 전사했다고 써놨다. 용사 이름도, 함정 번호도, 전사 날짜도 전부 틀린 것이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나오는 기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심지어 언론이 지적할 때까지 뭘 틀렸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 정권은 작년 현충일 추념식 초청 대상에 제2연평해전, 천안함·연평도 도발 관련 유족을 뺐다가 뒤늦게 포함했다. 제일 먼저 참석해야 할 분들을 빼놓고도 “실수”라고 했다. 실수로 세월호 추모식에 세월호 유족을 빠트릴 수도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5년 연속 6·25 전범인 ‘북한’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천안함 유족을 초청한 자리에선 김정은과 손잡고 찍은 사진 책자를 나눠줬다. 유족은 충격으로 급체까지 했다. 이런 것도 ‘실수’인가.
문 대통령은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계속 불참하다 총선을 앞둔 지난해 처음 참석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코앞이던 올해 행사엔 연예인과 고공 낙하 등이 등장하는 탁현민식 쇼까지 벌어졌다. 득표용 행사였을 뿐이다. 민주당 대표가 6년 만에 제2연평해전 기념식을 찾은 것도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 아닌가. 득표가 아닌 진심이 담긴 추모였다면 용사 이름부터 전사 날짜까지 다 틀리는 논평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7.07 다음 대통령을 선택할 젊은이들에게
이념보다 실용, 공정 원하는 청년 세대 선택이 미래 좌우
과거사 집착·편가르기 하고 나랏빚 다음 세대에 떠넘기며
현금 준다고 매표 행위하는 舊態 정치인 표로 응징하길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번 낙선한 것이 정치 경력의 전부인 30대 청년이 제1 야당 대표가 되었다. 그것도 캠프도 꾸리지 않고, 돈도 거의 쓰지 않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말이다. 여태까지 20~30대의 입장이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도 정당도 없었던 상황이 이제는 좀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잉 단순화이기는 하지만 60~70대가 산업화 세대, 40~50대가 민주화 세대이고 각각 보수, 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면, 20~30대는 이념이나 명분에 집착하지 않고 현실적 득실을 중시하는 편이어서 앞으로의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20~3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후보와 정책을 제시해야 다음 대선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우선 나이가 많은 사람은 되도록 뽑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자도 내년에 만 70이 되는 처지이지만 지금의 상황에 책임이 더 큰 나이 많은 기성 정치인보다는 일단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에게 투표하려고 한다.
기성 정치인들이 한 일을 보자. 정년 60세 의무화는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 코로나 지원금을 명분으로 여야가 벌인 돈 퍼주기 경쟁을 아직도 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가덕도신공항을 필두로 예타 면제까지 하면서 타당성 없는 지역구 사업을 벌이는 일에도 여야가 따로 없다. 청년들의 취직이 이렇게 어렵고 집 사는 것은 꿈도 못 꾸는데, 나랏빚을 폭발적으로 늘려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짓을 서슴지 않았던 이런 정치인들을 또 뽑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젊은이들의 경륜 부족?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그런 경륜, 없는 것이 더 낫다. 여야를 막론하고 “경륜 있다”는 정치인들의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나랏빚으로 선심 쓸 궁리만 하는 사람들이 뽑히지 않도록 응징하는 일에는 기성세대도 함께해야 한다. 어려운 이웃에게 나라 재정이 감당 가능한 최대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가 나라를 만들어 사는 이유지만,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필요하지도 원치도 않는 사람들까지 굳이 돈을 주겠다는 것은 매표 행위에 불과하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자유만 주면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나라에 세금도 많이 내겠다는 청년들에게 그 자유를 줄 사람을 뽑아야 한다.
국채 비율 60%까지는 빚을 늘려도 괜찮다는 말을 믿는가? 나랏빚이 빠르게 늘면서 시장의 이자율은 이미 오르고 있고 물가도 오르고 있다. 이자율이 1% 오르면 가계 부담이 12조원 는다. ‘영끌’해 가면서 빚을 얻어 투자한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이 이런 사태를 초래한 사람들을 응징해야 한다.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 도와준다고 나랏빚을 늘려서 물가와 금리를 올리는 것은 왼손으로 주고 오른손으로 더 뺏어가는 사기 행위일 뿐이다. 내수 진작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다수의 표를 노리고 소수라고 해서 약자의 이익을 희생시킨 책임도 물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역대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정년 연장,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노동법제 등 이미 취직한 사람에게만 유리하고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불리한 일만 한 당연한 결과다. 사용자가 고용을 꺼리게 하는 이런 노동법상 규제는 반사적으로 미취업자의 취업의 자유도 구속한다. 이런 규제를 그대로 두고는 정부가 열 번 바뀌어도 일자리 만들기에 성공하기 어렵다.
좀 낮은 임금에라도, 비정규직으로라도, 그리고 불경기로 시킬 일이 없는 상황에 처하면 해고해도 좋다는 조건으로라도 취업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광주형 일자리’가 이런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노동연구원이 작년에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임금 근로자가 319만명이라고 추계했는데, 이들은 임금 인상보다 일자리가 더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제는 이런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할 용기 있는 정치인을 찾아보자.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이고,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 정부는 과거사 천착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고, 대내적으로는 부자를 치고 대외적으로는 일본을 치는 등 편 가르기를 득표 전략으로 구사해 왔다. 득표에는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실리적으로는 부담이 큰 일이었다. 이런 일에 앞장섰던 사람들을 실리를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표로 응징하자. 장·노년층도 그동안 좋은 정치인을 뽑아 주지 못한 데 사과하는 차원에서 젊은이들과 함께해 주면 좋겠다.
조선일보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07월 07일 與 주자들 부동산 공약, 주택 재앙 키우고 國基도 흔든다
문재인 정부 4년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대실패로 판명됐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이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훨씬 더 위험천만이고,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까지 쏟아낸다. 당내경선이라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접근 방향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심각한 후폭풍을 낳는다. 당장 이들의 공약만으로 부동산 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정책 불신은 더욱 커진다.
여권 후보 중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총리가 내놓은 공약들은, 문 정부의 규제 정책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토대인 사유재산제를 침해하고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등 국기(國基)까지 흔든다. 이 지사는 국가가 부동산 시장에 직접 개입해 집값을 통제하는 주택관리매입공사 신설을 주장하더니, 6일에는 금융감독원과 비슷한 부동산감독원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주택매입공사 공약은 집값이 급락할 때는 주택을 사서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반대로 집값이 급등하면 보유 주택을 팔아 집값을 상한선과 하한선 사이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주택 매입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돈은 언급도 없다. 탁상 계산으로 가능해 보이더라도 실제 시장에선 실현 불가능하다. 실효성이 있는 규모로 시행하려면 주거 조건이 좋은 곳의 고가 주택을 강제 징발해 배급제 식으로 재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총리는 이미 위헌 판결까지 받은 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택지상한법이 실현되면 개인의 택지는 서울과 광역시에선 1322㎡(400평)까지만 허용된다. 국가가 시장을 지배하고 개인의 재산권은 안중에 없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문 정부가 실패한 것은 민간의 주택 공급 확대를 외면한 채 세금 강화·규제 강화로 수요만 통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간다는 주자들이 대안이라고 내놓는 게 주택 공급 확대는커녕 위헌적인 반(反)시장 공약이다. 게다가 중산층이 고통을 호소하는 보유세는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증세론을 경쟁적으로 제기한다. 이들이 문 정부 실패를 언급하면서 그보다 더 반시장적인 공약을 내놓는 위선이 놀랍다. 그러나 매일 현실에서 주택 고통을 체감하는 국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07일 언론중재法 기습 상정한 여당, 언론자유 파괴 단념하라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축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입법을 여당이 기어이 밀어붙이겠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에 일방적으로 기습 상정했다. 문체위 민주당 간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상·하한 범위 등은 의견 차가 있어 좀 더 검토해볼 예정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 통과 강행 일정도 사실상 예고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따른 손해배상과 명예훼손·모욕죄 처벌 등은 이미 민법과 형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을 더 지게 하겠다고 한다. 헌법이 규정한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면서 비(非)현실적이라는 법조계와 언론계 안팎의 지적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신문의 정정보도는 1면이나 첫 보도와 같은 분량·위치여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짜뉴스를 법으로 정의·규정하고, 언론중재위가 조사권을 가지며, 정부와 중재위 권한을 강화하겠다고도 한다. 가짜뉴스 판별의 기준을 ‘정부 입맛’으로 법제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언론을 겁박해 권력 비판을 위축·차단하겠다는 저의로, 전체주의 독재의 언론 장악 행태 전형이다.
여당은 편집위원회 설치와 기사배열 기준 공개 의무화로 신문의 편집권을 침해하는 신문법 개정안,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통한 독자 인기투표로 정부 광고 집행을 조절해 언론을 친(親)정부화하는 식의 정부광고법 개정안 등도 발의해 놨다. 언론 자유의 전방위 파괴를 노린 셈이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통과돼도 헌법재판소에서 대부분 위헌 판결이 날 텐데, 그 비용 손실은 입법한 사람들이 책임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개탄한 이유다. 이제라도 여당은 언론 자유의 파괴를 단념하고, 해당 법안 모두 폐기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07일 野 대선 후보 15명 활용법
이도운 논설위원
野 후보 풍년 집권 연결돼야
정권·세대·시대 교체 상징에
개헌 통한 정치 교체 가능성도
與 막강해 후보 혼자론 역부족
야 전체가 원팀으로 대응 필요
후보 전원 ‘공동 정권’ 합의해야
야권에 대통령 후보가 풍년이다. 국민의힘 안에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 황교안 전 대표, 윤희숙·하태경 의원, 장기표 김해을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김태호 의원도 준비 중이다. 당 밖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출마 선언을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 장성민 전 의원도 후보군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잠재적 대타로 남을 것이고, 출마를 고민하는 인사가 더 있어 최종 후보는 15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후보가 많은 것 자체는 강점도, 약점도 아니다. 풍부한 후보군을 어떻게 집권과 국정 운영에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윤석열은 ‘정권 교체’를 상징하는 후보다. 그가 대통령이 돼 문재인 정권 임기 중 자행된 범죄·비리를 이명박·박근혜 정권 적폐 청산과 같은 기준으로 단죄하고, 검찰과 법원의 반(反) 법치 행태도 바로잡아주기를 바라는 유권자가 많다. 보수에 기반을 두고 중도·진보까지 확장하려는 윤석열이 중도 정치를 고수해온 안철수와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윤희숙은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후보다. 1985년생, 36세인 이준석 당 대표에 이어 1970년생, 51세인 윤희숙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국 정치는 드라마틱하게 젊어진다. 사람이 바뀌면 세상도 변하기 때문에 윤희숙의 세대교체는 ‘시대 교체’까지 가져올 수 있다. 53세인 하태경 후보도 청년 세대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2030과 소통해왔다.
최재형은 잠재적으로 ‘정치 교체’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다. 그의 등장에 정치권 기득권자들이 개헌을 갖다 붙였다. 그것도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내각책임제를. 최재형이 실제로 개헌을 생각하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선의를 내세운 집값 정책이 부동산 지옥을 만들어내듯이, 거꾸로 정치꾼들의 사악한 의도가 한국 정치의 틀을 바꾸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국민이 원하는 변화에는 34년이 지난 1987년 체제의 변경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다른 후보들은 아직 무엇을 상징하는지 부각시킬 기회를 얻지 못했다. 유승민·원희룡은 경력·실력에서 어느 후보에게도 뒤지지 않고, 검증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도 해왔다. 유승민의 딸은 아빠에게 구설수가 생길까 봐 대학 졸업 후 취업하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원희룡 부부는 변호사·의사지만 서울에 집도 없을 정도로 절제한다. 두 사람에게도 곧 기회가 올 것이다. 황교안·홍준표는 보수 진영 내 지분이 있고, 안상수·장기표·김태호도 기업·시민운동·지방자치에서 시작해 정치에서 일가를 이뤘다. 장성민은 진보에서 보수로 넘어왔고, 김동연도 스토리가 있다.
4·7 보궐선거 승리 이후 보수 진영에 낙관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내년 대선 승리를 장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각한 착각일 뿐이다.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 언론 및 시민단체 다수를 장악한 문재인 정권은 권력을 내줄 생각이 전혀 없다.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패배가 아니다. 윤석열이 지적한 대로 이권 공동체가 해체되는 일이다. 최근 검찰과 경찰의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한다.
야권 후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혼자서 거대한 진보 진영을 감당할 수 없다. 국회의원 총선이 실시되는 2024년까지는 야권 전체가 팀을 이뤄 정권을 운영해야 한다. 오는 8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시작되면 당 안팎의 야권 후보 전체가 모여 집권 후 공동 정권에 참여·협조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을 경우 각 후보가 맡을 역할도 정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행정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국무총리는 최재형, 성장과 분배를 모두 고민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승민, 누구나 두려워하는 교육 개혁을 맡을 교육부 장관은 원희룡, 법치를 되살릴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미래산업을 이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안철수, 복지 체제를 재정비할 보건복지부 장관은 윤희숙 등. 이 정도 되면, 민주당과 진보 진영도, 공무원과 시민 사회도 만만히 보지 못할 것이다. 팀을 짜는 역할은 이준석 대표가 맡을 수밖에 없다. 경선뿐만 아니라 대선 과정과 집권 이후 국정 운영을 기획하는 일까지 당이 고민하는 ‘책임 정치’의 전통을 세워나가야 한다.
문화일보
07월 08일 사사오입 세금에 하위 90%도 등장…국정이 코미디인가
국가가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들이 있다. 조세의 원칙에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공정·공평·명확·보편 부담 및 징세 행정비용 절약의 원칙 등은 불변이다. 징세의 근거와 조세 대상 및 세액이 명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종합부동산세를 상위 2%에 대해 과세한다는 자의적 논리를 밀어붙이더니, 급기야 부과 대상 기준을 억 원 단위로 사사오입(四捨五入) 하자는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대표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상위 2% 주택은 공시가격이 대략 11억2000만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반올림하면 11억 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원래 종부세 대상이 아닌 11억 원 이상∼11억2000만 원 이하 계층은 억울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 반대로 상위 2% 공시가가 11억5000만 원이 되면 과세기준액이 12억 원이 돼, 부과 대상이던 11억5000만 원 이상∼12억 원 미만은 세금을 안 내도 된다. 과세 기준액 등 방식이 명확해야 납세자가 이의 없이 조세를 수용할 수 있다. 안 내도 될 세금을 내게 만드는 사사오입 과세는 정부의 약탈이나 다름없다. 반대 경우는 자의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셈이다. 위헌 소지도 크다.
황당한 경우는 또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하위 80%(소득 기준)에 주기로 했는데,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자 여당에선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위 80%라는 개념도 작위적인데, 하위 90% 또는 하위 90%+α 주장까지 나온다. 이러다가 ‘하위 100%’ 표현까지 등장할지 모른다. 선별지급을 한다면 하위 50% 이하 적정 계층에 대해 두텁게 지원하는 게 옳다. 하위 80%든 90%든 선별 시늉만 내면서 국민을 편 가르는 나쁜 정치다. 게다가 당정협의와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쳐 확정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제 손으로 만든 것을 또 고치려 든다. 코미디 같은 국정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문화일보 사설
07.09 이젠 사사오입 법안까지, 국회 장악 與의 입법 농단 막을 수가 없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해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는 ‘상위 2%’ 과세 종부세법 개정안에 대해 이번엔 ‘사사오입’ 논란이 벌어졌다. 이 법안은 공시가 9억원 이상에 부과하던 1가구 1주택 종부세를 공시가 기준으로 상위 2%까지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2% 기준에 해당하는 주택 가격을 결정할 때 반올림을 도입해 천만원 단위 우수리는 떼고 억 단위로만 과세 대상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상위 2%선의 주택 공시가격이 11억 2000만원선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에 반올림을 적용하면 11억원이 과세 기준선이 된다. 집값이 11억~11억2000만원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상위 2%도 아닌데 세금을 내게 되는 셈이다.
반올림 조항 때문에 난데없이 종부세를 내게 된 사람들의 줄소송이 예상된다고 한다. 게다가 상위 2% 기준이 되는 집값은 3년에 한 번씩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조정하기로 했으니 그사이 집값 변동에 따라 실제 과세 대상이 2% 이내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과세 대상을 재산이나 소득이 아니라 상위 2%라는 특정 비율로 정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여기에 사사오입 규정까지 들어가니 그야말로 해외 토픽감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부자 낙인찍기'와 ‘국민 편가르기' 의도로 입법권을 휘두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법안에는 상식과 원칙을 벗어난 경우가 한두 개가 아니다. 2019년 민주당이 범여권 군소 정당들과 합세해 일방 통과시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통과시킨 국회의원들도 내용을 알 수 없는 누더기 난수표였다. 연동률, 석패율제, 캡 등 알 수 없는 용어가 난무했다. 이렇게 선거법을 강제 개정해 놓고 민주당은 법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비례 전문 위성 정당을 만들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최근엔 인터넷 등을 통한 ‘좋아요’ 인기투표 결과에 따라 정부 광고 물량을 언론사에 배정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민 세금으로 언론 줄 세우기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2월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용이라며 밀어붙인 ‘가덕도 특별법'은 심지어 이 정부 국토부, 기재부, 법무부 등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반대하는데도 막무가내로 강행했다. 부산시장 선거용이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입법 농단쯤은 마음대로 하는 세력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으니 막을 방법이 없다.
조선일보 사설
07.09 윤희숙 "韓 지속가능하지 않아, 586 이익공동체 책임 묻겠다"
[안혜리의 직격인터뷰]
/지난 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을 만났다. 지난 서울시장 때는 고사하더니 "왜 지금인가"를 물었다. 그는 "서울시장은 비전으로 승부하는 자리가 아니지만 대선은 다르다"고 말했다. 조수진
윤희숙(51·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여름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의 예견된 부작용을 조목조목 따져 물은 '나는 임차인입니다' 5분 국회 연설로 벼락스타가 된 경제통 초선 의원이다.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 유력주자들이 어설픈 논리로 국민을 현혹하려 들 때마다 탄탄한 근거를 기반으로 깔끔하게 한 방을 날리는 저격수로 인지도를 쌓았다.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 때만 해도 스스로 "정치적 자산과 인맥이 부족하다"며 주변의 도전 권유를 뿌리쳤던 그가 왜 생각을 바꾼 걸까. 윤 의원을 만나 "왜 윤희숙이 대선판에 있어야만 하는가"를 물었다. 그는 "1차 목표는 당연히 대통령이 되는 것이지만 2차 목표는 정치판 업그레이드"라는 답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말 대통령 되려고 대선 나왔다
청년 욕구 분출하는 지금이 기회
사회적 압력 가해 기득권 바꿀 것
정치공학 말고 정치 업그레이드
윤희숙이 있는 대선판, 뭐가 다를까. "정책을 얘기하는 제대로 된 선거다. 승자가 사실상 결정돼있던 지난 대선은 물론이고 이번 역시 정책을 얘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대선은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를 놓고 5년마다 서로 다투는 일종의 잔치이자 생각의 싸움이고, 다음 5년의 자산이 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싸움을 안 한 지 너무 오래됐다. 생각의 싸움을 고급으로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
정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가. "당연하다. 수준 높은 정치를 경험해봐야 국민도 요구하기 시작한다. 정책이 필요한 근거는 뭔지, 기대 효과는 어떠한지 국민이 묻고 설명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어야 정치가 바뀐다. 그래야 듣기 좋은 아무 말이나 하는 그런 문재인식 이미지 정치를 퇴출할 수 있다. "
정책 얘기부터 해보자. 경제만큼 교육 관련 문제 제기가 잦던데. "학교가 과거에 갇혀 미래를 위한 교육을 못 하고 있다. 학교가 변하려면 교사가 변해야 하는데, 절대 안 변한다. 전교조라는 방패를 앞세워 변화를 이끄는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괴리된 탓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전교조 불법채용 의혹만 봐도 알 수 있다. 교사 자리 하나 얻으려고 젊은이들이 얼마나 노력하는데, 자기편 자리 챙겨준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거 보고 분노했다. 이런 거 때문에 출마했다. "
이런 거 ? "출마 선언문에 쓴 대로 기득권 노조만 편들며 개혁을 막는 수구 집권세력에게 책임을 묻는 선거가 돼야 한다. 절대 변하지 않을 문제처럼 보일수록 변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다. 계속 문제를 알려서 국민이 직접 이런 요구를 하게 만드는 게 리더의 자질이다.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이해집단의 힘이 셀 때는 직접 협상이 어렵다. 누리는 게 많아 내놓지 않는다. 기운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은 국민적 문제의식을 높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리더라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무서워 굴복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게 정치가 부담해야 할 일이다. 변화는 결국 사회적 압력에서 나온다. "
국민을 먼저 설득한다는 전략인데, 노동 개혁도 마찬가지인가. "정확하게 같다. 2018년 추진되다 무산될뻔한 광주형 일자리는 정말 좋은 프로젝트였다. 기존 자동차 업계 임금의 절반(3500만원)만 받고서라도 일하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민노총이 임금 질서 교란이라며 훼방을 놨다. 강성 노조가 스스로 내려놓지 않겠다면 사회적 압력으로 관철해야 한다. "
/윤희숙 의원은 지난해 7월30일 임대차3법을 무리하게 강행 처리한 거대여당에 맞서 '나는 임차인입니다' 5분 연설을 했고,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뉴스1
국민 설득엔 시간이 걸린다. 가능할까. "젊은이들의 박탈감에서 파생된 사회적 압력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다행히 청년들이 더는 참지 않고 묻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큰 전환기다. 정치 입장에선 이게 힘이다. 지금까지 지레 겁먹고 포기했던 여러 이슈를 크게 겁먹지 않고 문제제기할 수 있다. 젊은이들 불만이 터져 나오는 지금은 정치인으로선 정말 좋은 기회다. 놓치면 안 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유력 주자 누구도 이참에 미래를 한번 바꿔보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미래를 얘기하는 주자가 없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놓고 "좀 모자라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인가. "맞다. 비단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다른 주자들 출마 선언을 보면 '벙벙하다'.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걸 국민에게 알려줘야 힘이 생기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없더라. 나는 다르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서울시장 선거 땐 정치적 자질을 들어 출마를 고사했는데. "지난 몇달 동안 자신감이 생겼다. 여전히 미숙하지만 정치적 기술만 있는 정치인보다는 내가 낫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문제의식이다. 지금 이 나라는 심각한 병목에 처해있고 병목을 풀지 않으면 빠르게 쇠락해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은 해결책을 같이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그거 없는 정치적 기술이 뭐가 중요한가. 문제의식과 정치기술 둘 다 가진 사람이 있었다면 굳이 이번 대선판에 안 나왔을 거다. 대선판에서 토론의 토대로 삼을 만한 공공재를 제공하고 싶어서 민주주의 담론을 담은 『품격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출간 예정)를 썼다. 우리 당 후보들이 읽고 압축된 대선 경선 시간에 토론하면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져 국가도 덩달아 발전할 거라 믿고 썼는데 직접 나오게 됐다. "
인물이 없어서? "아니. 다들 나보다 나은 인물들이다. 다만 내가 가진 문제의식을 얘기해줄 사람이 없었다. "
강준만 교수가 상대 향한 "너 죽어라" 비판 대신 내 편 향한 "너 잘돼라" 비판의 필요성을 얘기하더라. 이런 시각에서 윤석열을 비판하자면. "분노만으로 나라를 잘 이끌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분노를 모을 수 있는 것도 굉장한 덕목이다. 무엇보다 지지율이 30%를 넘는다. 분노가 너무 커서 일단 희망을 거기에 싣는 거다. 미래를 얘기하는 내 메시지에 공감하는 국민은 아직 3%대(지지율)다. 앞으로 국민을 설득해서 내 파이를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거다. "
적잖은 국민은 정권 교체 후 집권 세력을 다 잡아넣길 원하는 심정으로 윤 전 총장을 지지하기도 한다. "화가 많이 나서 될만한 사람 밀겠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런 식의 분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국민이 이런 마음을 품고 있다해도 경선과 이후 과정에서 정제하는 게 지도자 역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자폭탄을 '양념' 운운하면서 오히려 폭력을 조장했다. 이렇게 막 나가는 분노를 정제하려는 노력 대신 거꾸로 끓어올리는 건 지도자가 아니다. 국민적 분노를 폭력적 방식으로 쓰이도록 내버려두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보수 정권이 끊어야 할까. "그렇다. 불법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응당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 죽이려고 검찰 힘을 이용하는 순환고리는 끊어야 한다. 미래로 가는 지도자라면 본인이 그걸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된다.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어떤가. 본인은 문 정부 첫 부총리로 방만 재정의 원죄가 있지 않나. "동감한다. 기재부가 원래 전문성·독립성을 갖고 있었나 싶을 만큼 이 정부 들어 종속적이 됐는데, 그 길로 가는 길을 터준 인물인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국가 지도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어떤 메시지로 국민 마음을 움직일 것이냐가 중요하다. 말의 성찬보다 실질적인 길을 보여줘야 한다. 저 사람 말하는 대로 하면 미래가 좋아지겠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게 정치가의 자질이다. 나는 그걸 하겠다고 나왔다. 다른 분들도 경선 레이스에서 그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의 스파링파트너가 돼 범야권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 현재로썬 내가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 "
기재부 뿐 아니라 이 정부 들어 유독 공무원 자질 문제가 제기된다. "무소불위 권력이니 철밥통도 무서운 거겠지. 대통령 문제도 크다. 노무현 대통령만 해도 나라를 긴 안목으로 통치했다. 지금은 청와대와 여당이 한몸처럼 오직 정치논리로만 움직인다. 국가를 제대로 이끌겠다는 리더의 방향성이 없는데 내 편만 무조건 옳다는 180석까지 더해 좌충우돌하니 관료가 움츠려든다. 이런 두려움을 이기는 게 소신과 실력인데 순환보직 등으로 실력 있는 공무원을 못 만들어내는 구조의 문제다. 공부가 제대로 된 공무원 있었다면 탈원전의 고비고비마다 그렇게 아무 견제가 없을 수 없었을 거다. "
어떤 이슈든 늘 청년을 중심에 두더라. 계기가 궁금하다. "조카 다섯이 파김치처럼 늘어져 있는 걸 많이 봤다. 안타까움을 넘어 그들의 분노와 문제의식이 너무나 합리적이라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재정학을 공부한 것도 한 이유다. 재정을 보면 이 나라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은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30년 후면 1명이 1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그 짐을 짊어져야 하는데 일자리조차 없다. 당장 몇 년 일자리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일해야 할 때를 놓치면 그 시기에 배워야 할 걸 놓쳐서 평생 소득 곡선이 떨어진다. 저성장 사회로 가면서 파이가 줄었는데 왜 청년만 피해를 보나. 기성세대가 선점한 안정적 자리를 조정해주는 게 노동개혁이다. "
청년의 미래, 혹은 저출산 얘기를 하기엔 양육 경험 없는 게 약점이다. "사람들은 자기 문제는 일반화를 못 시킨다. 체계적 사고로 문제를 돌파할 방안을 만들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약점은커녕 오히려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저출산 관련 정책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 결혼 안 하고 애 안 낳는 심리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애 낳으라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여자는 절대 애 안 낳는다. 남자도 출산으로 삶의 계획이 틀어질까 두려워한다. 어떤 삶을 선택하든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줘야 애를 낳는다. 저출산 대책의 핵심도 여기 있다. 기성세대 눈엔 이기적으로 보이겠지만 그걸 제대로 풀지 못하면 출산율 반등은 어렵다. 저출산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 모두 내가 안 할 걸 국민에 강제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책을 만들 때 중요한 원칙은 역지사지다. 그래야 시장과 싸우지 않는다. "
이재명 지사가 무리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부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했다. 무식에서 나온 발언일까."전혀. 자기가 원하는 걸 관철하기 위해 얘기를 의도적으로 비트는 거라고 본다. 정치인들이 왜 이럴까 싶지만 지금 우리 정치 문화가 그렇다. 맞는 얘기가 아니라는 거 알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이슈를 틀고, 내 지지층은 모으고 상대 지지층은 몰아내려고 이런 정치공학적 접근을 한다. 무식한 게 아니라 (부정적 의미로) 엄청 똑똑하다. 재정 고갈로 제도 존속이 위협받는 국민연금을 개혁하기는커녕 국민 눈높이 운운하며 대놓고 포퓰리즘 하는 문재인 대통령처럼. "
마지막으로, 유승민 의원의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시끄러운데. "착잡하다. 남녀평등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았기에 분명 해야할 일도 있을텐데 여성계 인사들 권력 챙겨주는 부처라는 인식이 있다는 자체가 그만큼 우리나라 여성운동이 인심을 많이 잃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윤미향 사태 등을 보며 여가부가 몇몇 기득권 여성운동가들과 유착하는 부처로 비쳤던 게 사실이다. "
중앙일보 안혜리 기자
07월 09일 與 후보 주택공약에 떠도는 레닌 망상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모든 국가는 자율 또는 통제 이념을 번갈아 투영하면서 발전과 쇠락의 길을 걸어 왔다. 개인적 자율을 중시하면 상위권 경제국가가 됐고, 전체적 통제에 찌든 국민은 늘 국가로부터 약탈당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4조에서 제22조는 국민의 기본적 자유에 관한 규정이며, 결론처럼 이어진 제23조는 재산권의 보장에 관한 내용이다.
‘자유’의 다른 말은 재산권 보장이다. 70여 년 전 러셀 커크가 “재산과 자유는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으며, 경제적 평준화는 경제적 발전이 아니다. 재산을 사적 소유에서 분리하면 자유는 소멸하고 만다”고 한 말이 소련을 해체했으며, 공산주의로부터 서방세계를 지켰다.
최근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권 후보 8명의 공약은 다주택자 규제 및 징벌 증세 일변도다. 주요 후보인 이재명의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 이낙연의 토지공개념 및 개발이익 환수, 추미애의 다주택자 보유세 추가 강화 등 지난 4년간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을 넘어 ‘정책 경쟁’이 아닌 ‘규제 경쟁’을 하고 있다. 그것은 부자들을 때림으로써 얻는 반사이익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 경쟁력이나 민생 안정이라는 관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달콤한(?) 약속이 ‘레닌’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헌법에서 ‘자유’라는 용어를 빼내려 한 정권의 속내를 잘 보여준다. 이들의 공약대로 간다면, 베네수엘라행 열차를 타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지난 70여 년의 성장을 일구고, 기적을 만든 ‘자유’라는 돛대가 부러지면 대한민국호는 망망대해를 방황하다 일순간 침몰할 수 있다.
아직 야권 주자들의 정책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야권의 경선이 시작되면, 양측의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지만, 단언컨대 여권은 ‘부자 정책’이냐 ‘서민 정책’이냐의 프레임을 씌우려 할 것이며, 야권은 ‘공급과 안정’이냐 ‘규제와 폭등’이냐의 틀로 나누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모두 민생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둘 다 국가만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정책 만능주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걱정거리 많은 거친 세파에서 국민의 소원은 집 걱정이라도 없이 사는 것이다. 더는 반값 아파트에 속지 않는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쫓겨 다니지 않고 살 집이면 된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지어주는 영구임대 아파트는 울며 겨자 먹기다. 국가는 이를 위해 엄청난 세금을 거둬야 한다. 현 여권의 공약은 그래서 증세 일변도이며 부자들에게는 빼앗고 서민들은 한 번 더 울리는 것이다.
필자의 대안은, 4대 보험에 추가해 ‘국민주택보험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55세 은퇴자에게 사망할 때까지 국민연금처럼 보험료는 고용주와 피고용자가 반씩 부담하고, 개인의 주택보험금만큼으로 지불 가능한 영구 보험주택을 지어주는 것이다. 지자체는 은퇴 시기에 맞춰 살고 싶은 지역에 원하는 평수의 주택을 지어주면 된다. 보험금과 임대료의 차액은 국민연금에서 지불하고, 보험주택에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연금에 보태 쓰면 된다. 보험주택은 수요에 따라, 높여준 용적률의 반을 공급하면 된다. 기본주택을 공급하는 것보다 재정도 최소화되며, 누구나 은퇴자가 되므로 자연스럽게 소셜믹스가 된다. 일석삼조다.
문화일보
★세계 정치인 이야기
월간조선 07 2021
◆독재국가 ‘공식 2인자’의 말로
⊙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으로 제1비서 신설
⊙ 나치 독일의 ‘총통대리’ 헤스, ‘히틀러의 후계자’ 괴링은 자살
⊙ 마오쩌둥의 후계자였던 류사오치는 문화대혁명 때 獄死… 린뱌오는 비행기 추락사
북한 노동당이 당 규약을 개정, 총비서인 김정은 밑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자리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1비서는 총비서의 대리인’이라는 규정도 당 규약에 들어갔다. ‘제2인자’ 자리를 공식화한 것인데, 이 자리는 최근 급부상한 조용원 당 조직담당비서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민의 선택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국가에서는 실질적인 ‘2인자’는 있을 수 있어도 그 자리를 공식화할 수는 없다. ‘2인자’를 공식화하는 것은 ‘지도자’의 의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전체주의·독재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런 전체주의·독재주의 국가에서도 혹시 2인자에게 권력이 누수될 것을 우려해 ‘2인자’를 공식화하는 일은 드물다. 공식화하더라도 ‘2인자’에게 실권(實權)을 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또 그렇게 해서 ‘2인자’로 공인되더라도 그 뒤끝은 좋지 못했다.
‘총통대리’ 루돌프 헤스
북한 노동당이 총비서 밑에 제1비서를 두고, 제1비서를 ‘총비서의 대리인’이라고 규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독일 나치당(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의 사례이다. 나치당은 당과 국가의 지도자(총통・Führer)였던 히틀러를 대신해서 당무(黨務)를 관장하는 ‘총통대리(Stellvertreter des Führers)’라는 직책을 두었다. 역자(譯者)에 따라 부(副)당수, 총통 관방(官房), 사무총장 등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이 직책은 나치당 당수인 히틀러를 대신해 당무를 처리하고, 당 대회를 진행하는 다분히 의전적(儀典的)인 자리였다.
히틀러의 오랜 동지였던 루돌프 헤스(1894~1987)가 이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헤스의 정치적 영향력은 별로였고, 그가 히틀러 승인 없이 영국과의 단독강화를 위해 1941년 비행기를 타고 스코틀랜드로 날아간 후 이 자리는 폐지됐다. 영국은 헤스를 정신이상자로 간주해 구금했다. 전후(戰後) 헤스는 뉘른베르크전범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슈판다우교도소에 수감 중 1987년 자살했다.
히틀러는 헤스가 떠난 후 총통대리 자리를 폐지하고, 대신 당수부(黨首部)를 두어 부장에 마르틴 보어만(1900~1945)을 앉혔다. 일종의 당수 비서실장 내지 사무총장 격인 자리였다. 충직한 듯하면서도 교활한 성격의 보어만이 패전 시까지 이 자리를 지키면서 호가호위(狐假虎威)했다. 그는 히틀러가 자살한 후 베를린에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사살됐다. 한때 그가 남미로 탈출해 위장된 신분으로 숨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낭설로 확인됐다.
國家元帥 괴링
나치 독일의 공식적인 2인자는 ‘국가원수(國家元帥·Reichsmarschall des Grossdeutschen Reiches)’ 헤르만 괴링(1893~1946)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에이스 조종사였던 그는 초창기 나치당 멤버로 1923년의 불발쿠데타에도 참여했다. 나치당이 대두하면서 정치적으로 급성장한 그는 국회의장, 프로이센주 내무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나치 집권의 길을 닦았다. 악명 높은 게슈타포와 강제수용소를 창설한 사람이 바로 괴링이었다. 히틀러 집권 후에는 4개년 계획청장, 공군총사령관 등을 지냈다.
1939년 히틀러는 괴링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괴링의 큰소리와는 달리 제2차 세계대전 수행 과정에서 공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그의 영향력은 축소되었다. 당에서는 마르틴 보어만이, 무력·공안기관에서는 친위대 사령관 하인리히 힘러가 그의 자리를 잠식해 들어왔다. 다만 괴링은 뚱뚱하면서 천진해 보이는 외모와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이라는 점 때문에 나치 지도자들 중에서는 드물게 대중적 인기가 있었다.
1945년 4월 말 베를린 함락이 임박한 시점에서 괴링은 1939년 히틀러가 내렸던 명령에 의거해 히틀러 유고(有故) 시에 자신이 권력을 인수하는 데 동의해달라는 전문(電文)을 히틀러에게 보냈다. 이를 자신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한 히틀러는 괴링을 모든 공직에서 해임하고 감금하라고 친위대에 지시했다. 패전 후 괴링은 뉘른베르크전범재판에 회부되어 교수형을 선고받자 자살했다.
류사오치와 린뱌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2인자’들의 말로(末路)는 좋지 못했다.
류사오치(劉少奇·1898~1969)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국가부주석,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을 지내다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이 대약진운동 실패의 책임을 지고 1959년 국가주석 자리에서 물러나자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에 올랐다. 마오쩌둥은 공산당 주석 자리를 유지했지만, 실권은 총서기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에게 있었다.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극좌(極左)노선을 시정하려 노력하다가 마오쩌둥의 노여움을 샀다. 마오쩌둥에게는 공산혁명의 지도자로서의 권위가 있었다. 이 권위를 바탕으로 마오쩌둥이 정권 탈환을 위해 저지른 정변(政變)이 바로 문화대혁명이었다. 류사오치는 문화대혁명 중 홍위병들에게 폭행을 당한 후 투옥되어 1969년 옥중에서 비참하게 죽었다.
류사오치의 뒤를 이어 마오쩌둥의 후계자로 공인된 사람은 국방부장 린뱌오(林彪·1907~1971)였다. 국공내전 당시 공산군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명장이었던 그는 대약진운동 실패로 마오쩌둥이 궁지에 몰린 후에도 일관되게 그를 지지했다. 류사오치 실각 후에는 공산당 부주석을 맡으면서 ‘마오쩌둥 동지의 둘도 없는 충직한 전우’라는 호칭을 얻었다.
린뱌오는 “마오 주석은 천재”라는 문구를 공산당 강령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아부했지만, 마오쩌둥의 시의심(猜疑心)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마오쩌둥은 린뱌오가 군부(軍部)를 기반으로 자신에게 도전할 것이라고 끊임없이 의심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린뱌오는 1971년 9월 가족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도망치다가 몽골 상공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사망했다. 린뱌오가 쿠데타를 시도했다느니, 그의 아들이 마오쩌둥을 암살하려 했다느니 하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후 린뱌오는 ‘마오 주석의 충직한 전우’에서 ‘혁명의 배신자’ ‘만고(萬古)역적’으로 추락했다
‘제1비서’의 운명은…
이처럼 극우 나치 체제하에서건, 극좌 중국공산당 체제하에서건, ‘2인자’ 자리는 칼날 위에 앉은 것 같은 위험천만한 자리였고, 뒤끝이 좋지 못했다.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권력 서열 2위로 여겨졌던 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은 처형됐고, 한때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 인민군 총정치국장, 인민군 차수(次帥)로 승승장구하던 황병서도 2017년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그가 뇌물수수 혐의로 처형됐다는 설도 있다. 인민군 총정치국장,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을 지낸 최룡해는 부침(浮沈)을 거듭하다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자리에 올라 한동안 권력 서열 2위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조용원에게 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이 난데없이 제1비서직을 신설하고 그에게 공식적인 ‘2인자’ 자리를 부여한 것은, 김정은의 통치부담,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만일의 경우 그에게 책임을 전가(轉嫁)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혹시 ‘백두혈통’이라는 김여정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몰라도, 김씨 일족이 아닌 자는 조용원이든 누구든 그 자리에 올랐다가는 장성택처럼 비명횡사할지도 모른다.⊙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2인자들의 수난시대...2인자가 사는 법은?
⊙ 2인자는 대개 大器晩成형, 음지에서 자기를 낮추면서 실력 쌓아⊙ “앨 고어는 강한 지도자의 모든 자질을 지녔지만,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그들(고어와 클린턴)이 서로 잘 지낸 이유다”⊙ 저우언라이, 조지 마셜, 김유신, 이순신, 김종필 등이 성공한 2인자김헌식 문화평론가⊙ 1974년 충남 서산 출생.⊙ 중앙대 행정학과·대학원 졸업. 현재 고려대 박사과정.⊙ 교보문고 북 멘토, 한국경제신문 Hi-CEO 강사, 건국대 강사.⊙ 저서 : <세종, 소통의 리더십> <대중문화 심리읽기> <이순신의 일상에서 리더십을 읽다> <서동출세기연구> <신돈 미천하니 거리낄 것이 없네> <대중문화 심리로 본 한국사회> 등.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진흥왕·진지왕·진평왕에 이르는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신라를 좌지우지한 2인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사실상 1인자였다. 많은 화랑이나 관리, 백성들이 미실을 지지한 이유는 미실이 사심 없이 2인자의 위치에서 국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실이 그러한 평정을 잃고 자신이 왕이 되겠다고 나서면서 스스로 붕괴되기 시작한다. 미실이 2인자로 조용히 천하를 지배하던 것에 머물지 않고 1인자가 되겠다고 한 것이 자멸의 시작이었다. 미실이 2인자형 리더십을 보였다면 영원히 최고로 칭송되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요즘 부각되고 있는 2인자 리더십의 개념과 특징, 그리고 성공한 2인자 리더십과 실패한 2인자들을 통해 현대사회에 주는 함의를 살펴본다.
2인자는 항상 1인자보다 못한 존재로 여겨진다. 결핍되거나 성공하지 못한 이미지다. 단순히 1인자의 보조자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부통령, 부회장, 부사장, 부대표, 부반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조언이나 보충을 하는 부하로 생각되는 경향도 있다. 혹은 2인자는 1인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보조장치로 여겨지기도 한다. 2인자는 패배자, 실패한 사람으로 여겨지거나 비참한 인생에 만족하는 존재로 규정되기도 한다. 과연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
여기에서 중점을 두는 2인자는 단순한 2위의 의미가 아니라 2인자이면서 실질적으로는 1위인 사람을 가리킨다. 이른바 ‘2인자형 1인자’다. 2인자의 위치는 단순히 중간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1인자의 위치다. 또한 2인자의 위치에 충실할 때 1인자가 되는 구조를 더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2인자를 선택했다. 그들은 1인자의 자리에 올라도 2인자의 리더십을 구사한다. ‘1인자형 2인자’ 리더십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머릿속의 계산이나 전략이 아니라 진정성을 기반으로 해야 성립한다.
따라서 2인자들은 1인자를 누르고 자신이 최고의 리더가 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존재는 아니다. 1인자에 대한 집착은 1인자에 대한 환상을 낳을 뿐이다. ‘2인자 열등감’은 1인자에 대한 집착 때문에 만들어진 환상 때문에 스스로 고통을 받는 것일 뿐이다. 2인자는 마음을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난 경지에 놓을 때 가능해진다.
■ 역사 속의 성공한 2인자 리더십
소크라테스와 관우
소크라테스는 가난한 형편으로 고통받기보다는 자부심을 가졌다. 가난하면 사유(思惟)를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가진 것이 없고 고귀한 지위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어느 때나 사람들과 반갑게 대화했다. 소크라테스는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얻었고, 그들은 소크라테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가진 지위와 부(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소크라테스는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무지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는 다른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고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거나 주입하지 않았다. 즐겨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의 말을 듣는 사람들을 같이 무지를 깨닫는 동등한 사람으로 간주했다. 그는 항상 사람들의 뒤에 있었다. 다만 그는 자신의 무지를 해결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다. 가난하고 무지하고 교육을 받은 게 없었던 2인자 소크라테스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홀로 가다듬은 결과 결국 역사에 남는 1인자가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심하게 못생긴 사람이었다. 피부는 거칠고, 눈은 개구리같이 튀어나왔다. 입술은 너무 두꺼운데다가 코는 주저앉았다. 배는 산같이 불뚝 솟아나왔다. 하지만 그는 자기 눈이 사방을 잘 볼 수 있도록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뭉툭한 코가 오히려 냄새를 잘 맡는다고 했다.
스스로 1인자 사상가의 반열에 오르고자 했다면, 소크라테스는 역사에 남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가 자기보다 잘난 사람들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렸다면, 그는 다른 사상가를 질시하는 거리의 논객에 그쳤을 수도 있다. 그는 주류사회에서는 2인자이자 아웃사이더였지만, 스스로 선택한 삶에서 주인이 되어 역사에서 1인자 성인이 되었다.
< 삼국지>의 관우(關羽)를 보자. 누구도 관우가 주군(主君)으로 섬겼던 유비(劉備)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그러나 관우는 신앙의 대상이 됐다. 명ㆍ청(明淸) 시대에 확립된 관제(關帝)신앙은 전란이나 재난이 일어났을 때 관우가 이를 이길 수 있는 힘을 준다는 신앙이다.
박지원(朴趾源)은 중국을 돌아본 내용을 적은 <열하일기>를 통해 수많은 관우사당에 대한 얘기를 전한다. 우리나라에도 관우를 신으로 모신 ‘동묘’가 남아 있다. 중국에서는 성인의 무덤을 ‘림’이라고 하는데 공자의 묘를 ‘공림(孔林)’, 관우의 무덤을 ‘관림(關林)’이라고 한다. 수많은 인물 중에 두 사람의 무덤에만 이런 호칭을 붙였다.
이렇게 유비 아래 2인자였던 관우가 신의 반열에 올라간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유비보다 한 살 많았지만, 유비를 형님으로 모셨고 끝까지 신의를 저버리지 않고 유비의 주변을 지켜내면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항상 1인자인 유비 옆에서 든든하게 버텨주었다.
저우언라이와 덩샤오핑
/중국공산당 초기 마오쩌둥(왼쪽에서 세 번째)보다 상급자였던 저우언라이(왼쪽에서 두 번째)는 마오쩌둥의 지도자적 자질을 알아본 후 스스로 충실한 2인자로 물러났다
1930년대 초만 해도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중국 공산당의 주요 당직을 맡으며 주목을 받고 있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그의 출세를 지켜볼 뿐이었다. 저우언라이는 1928년 중국 공산당 제6차 전국대표대회(약칭 6전 대회) 직후에 이미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상무위원회 비서장, 중앙조직부장, 중앙군사부장, 중앙군사위원회 서기로 선출된,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일원이었다. 그의 당내 서열은 당시 농촌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던 마오쩌둥보다 한참 위였다. 1935년 준의(遵義)회의 직후 국민당과의 전투지휘를 위해 구성된 3인 군사지도소조에서도 책임자는 저우언라이였다.
하지만 1934년 대장정(大長征)을 계기로 저우언라이는 자신에게는 없는 지도자적 자질이 마오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저우언라이는 농촌을 중심으로 도시를 포위한다는 마오의 전략에 동의하고, 자기비판을 하면서 마오의 당내 권력 장악을 적극 지원했다. 그해 군사위원회에서 저우언라이는 이름 없는 부하에 불과했던 마오를 홍군(紅軍) 사령관으로 추천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이후 자청해서 2인자의 길을 걸었다.
중국공산당의 역사는 살벌한 권력투쟁의 역사다. 저우언라이는 그 살벌한 전쟁 속에서 살아남았고 죽을 때까지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저우언라이의 정치적 지위는 여러 차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공산당 내 지도적 인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실각하지 않았다.
헤밍웨이의 아내로 1941년 저우를 인터뷰한 전쟁 전문기자 마사 겔혼은 “중국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은 공산당원 저우”라고 썼다. ‘2인자’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저우였지만, 때로 마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때문에 마오도 살고, 중국도 살았으며 본인도 살았다.
“빛을 감추고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말은 약자(弱者)가 모욕을 참고 견디면서 힘을 갈고 닦을 때 많이 인용된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조조(曹操)의 식객 노릇을 할 때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하여 경계심을 풀도록 한 계책이다.
이 전략이 크게 유명해진 것은 덩샤오핑(鄧小平) 때문이었다. 그는 유비의 후예였다. 덩샤오핑은 1966년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紅衛兵)으로부터 ‘반모주자파(反毛走資派)의 수괴’라는 비판을 받고 실각했다.
덩샤오핑은 울분을 참고 때를 기다리며, 적이 강하면 피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는 문화대혁명 당시 스스로 시골로 내려가, 7년 동안 트랙터 노동자의 삶을 선택한다. 1969년 10월에는 장시(江西)성으로 유배되어 기계공장에서 일했다. 정치 인생의 2막을 위한 잠재적 준비기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가 다시 중용된 것은 그가 1인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대신 항상 마오쩌둥의 충실한 2인자임을 자처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때가 오자 중앙 정계에 복귀하여 권력을 다시 잡았고, 트랙터 공장에서 구상했던 개혁·개방 정책을 실천에 옮겼다.
덩샤오핑이 복귀와 숙청을 되풀이하면서 4인방의 모진 박해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도광양회 정신 때문이었다.
음지에서 성장한 조지 마셜
/조지 마셜.
아이젠하워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조지 마셜을 두고 ‘역사상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군인’이라고 했다. 윈스턴 처칠은 마셜을 ‘승리의 설계자’라고 했다.
제2차세계대전 발발 당시 미(美)육군 병력은 17만5000명에 불과한 약체 군대였다. 이런 군대가 세계대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조지 마셜의 역할이 컸다.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오마 브래들리, 마크 클라크 등을 발탁했고, 자존심이 강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더글러스 맥아더, 조지 패튼 등을 조율했으며,다섯 개의 전장(戰場)을 동시에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미 육군과 해군 간에 유례없는 긴밀한 협조를 이끌어냈으며, 연합군을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는 단일한 지휘체계를 완성했다.
조지 마셜은 변방에서 꿈을 키웠다. 그는 1880년 12월 3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니온 타운에서 태어났다. 마셜의 전기를 집필한 작가는 그가 전혀 비범하지 않았다고 썼다.
버지니아 주립사관학교 재학 중 마셜의 성적이 뛰어났던 것도 아니었다. 임관 후 15년 동안 그의 장교 생활은 끈질긴 인내의 연속이었다. 그는 대부분 필리핀과 같은 변방지역에서 근무하거나 오지에서 고생했다. 마셜은 초급 장교에서 장군으로 진급하는 약 34년 동안 2인자의 길이 어떤 것인지, 많은 함의점을 주는 인물이었다.
묵묵히 자리지켰던 스티브 발머
/빌 게이츠 밑에서 2인자 역할을 한 스티브 발머(왼쪽)와 폴 앨런(오른쪽).
“스티브가 1인자이고, 나는 2인자다.”
빌 게이츠가 스티브 발머를 두고 한 말이다. 겉으로 보면 빌 게이츠가 1인자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티브 발머가 1인자라는 말이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탁월한 의사결정이 뭐냐는 질문에 ‘폴 앨런과 스티브 발머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한 것’이라 답했다.
발머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가장 잘한 일은 “20년 이상 빌 게이츠를 참아냈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이들이라면 중간에 자기가 1인자가 되기 위해서 뛰쳐나가거나 기업을 장악하기 위해서 세력을 따로 구축했을 만한데, 스티브 발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빌 게이츠의 2년 선배였던 폴 앨런은 빌 게이츠와 함께 일하면서 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가 호지킨 병에 걸린 것은 빌게이츠와 근무하면서 얻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스티브 발머가 잘한 것 중의 하나는 ‘격려하기(motivating)’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훌륭한 인재들과 함께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을 성공시키려 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앨 고어
/앨 고어 부통령(오른쪽)은 다방면에서 충실하게 빌 클린턴(왼쪽) 대통령을 보좌했다
클린턴이 ‘지퍼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8년간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뒤에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부통령’이라는 앨 고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어는 외교정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당론을 거부하고 걸프전쟁 지지 투표를 했고, 유고연방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 맞서도록 클린턴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고어는 환경, 과학, 첨단기술,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우주탐사, 정부조직 개편, 담배산업, 전 소련의 핵무기 문제 등의 분야에서 대통령에 관해 규율을 갖추고 멀리 내다보는 정책 선택 능력을 보여줬다.
정치 컨설턴트 딕 모리스에 따르면, 고어는 공식석상에서 수줍어하고 조용한 반면 사적인 자리에서는 활기차고 따뜻했다. 고어는 배후에서 강한 사람이었다. 고어가 국정 운영에서 통찰력을 보이는 것은 그가 성장한 배경과 교육,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리처드 라일리 전 교육부 장관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고어는 강한 지도자의 모든 자질을 지녔지만,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그들(고어와 클린턴)이 서로 잘 지낸 이유다.”
2000년 대선에서 패한 앨 고어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1인자에 대한 집착을 끊었다. 그는 정치인이 아닌 환경운동가로 변신하여 행동하는 지도자로서의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노벨상을 수상했다.
‘음지의 대통령’ 정치컨설턴트
정치컨설턴트 딕 모리스는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추락한 클린턴을 구해냈다. 캠벨은 영원히 집권할 수 없을 것이라던 영국 노동당을 개조해 재집권시켰다. 노동당의 체질을 뿌리부터 개조해 2기 연속 집권시킨 그는 블레어의 ‘정책 설계자’로 불렸다.
딕 모리스는 이미지와 선거 기술을 중시하는 ‘스핀 닥터(spin doctor)’이기를 거부하고, 정책 조율사를 자처한다. 미국에서 딕 모리스와 같은 정책컨설턴트는 공약, 정책, 인사, 여론조사, 홍보 등 선거에 필요한 전 분야의 전문가들을 밑에 두고 종합적인 선거 및 정치 전략을 구상한다. 이들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통령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이들은 당선 후에도 대통령의 참모 못지않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선을 승리로 이끈 정치 컨설턴트들은 ‘음지의 대통령’, ‘백악관의 마법사’로 불린다. 미국 언론은 대선 전에 유명 정치컨설턴트의 이름을 따서 기사 제목을 단다. 후보가 컨설턴트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컨설턴트가 후보를 고른다. 이는 컨설턴트의 막강한 영향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역사 속에 나타난 한국의 2인자 리더십-김유신, 정도전, 김종필 등
/정도전
김유신(金庾信·595~673년)은 사실상 왕과 다름없는 존재였지만, 90여 세를 사는 동안 2인자의 자리를 유지했다. 역사에서 웬만한 왕을 능가해 기록되고 있는 그는 835년 흥무대왕(興武大王)으로 추존됐다.
본래 가야국의 시조 김수로왕의 12대손으로, 증조부는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해왕(仇亥王·仇衡王)이다. 신라 귀족사회에서 비주류였던 가야계인 그는 철저하게 2인자의 길을 가야 할 운명을 타고났다.
조선 건국의 설계자인 삼봉 정도전(三峯 鄭道傳·1342~1398)은 34세(1375) 때부터 2년간 나주목 화진면 거평부곡 소재동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이곳에서 노인과 대화를 나눈 것을 엮은 것이 <답전부>(答田父)였다. 정도전은 시골 늙은 농부에게 크게 깨닫게 되자 그를 숨은 군자라며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그는 조선개국 당시 2인자가 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는 행정, 군사, 외교, 교육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제도와 정책의 대부분을 직접 정비했다. 조세, 법률 제도 개혁은 물론 노비 해방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면, 병제(兵制)를 대폭 개혁했다. 그는 한양을 새 수도로 결정했고, 경복궁의 위치를 정하는가 하면 한양을 직접 설계했다. 1397년에는 요동 정벌을 위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정도전은 ‘재상(宰相)의 나라’를 꿈꾸었다. 즉 왕보다는 재상이 더 위에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야말로 왕을 상징적인 존재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더구나 당시는 정도전을 비롯한 소수(少數)의 재상이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이미 왕권(王權)을 위협하는 1인자 그룹의 수장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재상이라는 자리를 1인자의 위치로 놓으려 하지 않았거나, 2인자형 리더십을 통해 재상의 기능과 역할을 확고하게 했더라면 그는 이방원(李芳遠)에게 제거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미우나 고우나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대표적인 2인자로 김종필(金鍾泌)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김종필은 찬반 논쟁을 떠나 정계 2인자의 삶이 어떠한지 몸으로 직접 보여준 인물이다.
/김종필 전 총리는 박정희·김대중 대통령 시절 총리를 지내면서 한국적 2인자상을 보여줬다
1961년부터 2004년까지 43년간 정계에 몸을 담았던 그는 1인자가 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3김(金)의 하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박정희(朴正熙) 정권의 2인자였던 그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도 2인자였다.
그 사이에 1인자들은 무수히 갈려나갔다. 한번 1인자의 위치를 내려온 사람은 다시는 그 자리로 복귀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종필은 박정희 대통령부터 김영삼(金泳三)·김대중 대통령 시절을 거치면서, 국회의원 9선에 국무총리, 집권당 총재·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정치적 장수를 누렸다.
이순신(李舜臣)의 리더십 스타일은 그의 병법(兵法) 구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순신의 병법은 상당 부분 <손자병법>에 충실하고 있다. 이순신은 항상 자신과 적을 잘 파악해 그 상황에 맞게 전략과 전술을 사용한 2인자 리더십의 전형이었다.
< 손자병법>은 2인자 리더십과 맞아떨어지는 면이 많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상대방이 강할 때는 그것에 맞게 낮추어서 대응해 이기는 전법이 대표적이다. <손자병법>은 항상 주동적 위치를 점하여 싸우지 않고 승리하려 한다. 즉 처음부터 완벽하게 우월한 위치를 점하면서 승리하려는 완벽성과 조급성을 가지지 않는다. 불리하면 불리한 대로 유리하면 유리한 대로 그 상황에 맞게 승리를 이끌어내려 한다.
< 손자병법>은 단지 병법의 유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각 병법의 사상적인 뒷받침도 말하고 있다. 병서(兵書)이면서도 모순이 느껴질 만큼 비호전적(非好戰的)인 것이 <손자병법>의 특징이다. 이러한 점은 이순신의 성격이나 행동과 많이 닮았다.
◆성공한 2인자의 특징
자신만의 길을 가는 2인자가 승리한다
1인자는 끊임없이 불안하고 고독한 사람이다. 1인자의 위치를 유지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위치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크기만 하다. 그러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2인자 리더십이다. 2인자는 권위와 지위에서 오는 무게감이 덜하다. 2인자는 유연하기 때문에 항상 여유가 있다.
2인자 리더십은 완벽한 계획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1인자형 리더는 완벽한 계획만을 추구한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시칠리아를 공격할 때 몽고메리 장군은 완벽한 계획과 완벽한 시점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유리한 고지 점령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전투는 대패였다.
2인자의 리더십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공격을 당하는 일이 적다. 하지만 1인자형 리더는 공격을 잘 받고 쉽게 궤멸된다.
1인자의 생명주기는 짧지만 2인자의 생명주기는 이보다 더 긴 것이 일반적이다. 2인자는 자신이 성공하려 하지 않는다. 1인자를 빛내며 스스로도 빛을 내어 장수를 누린다.
2인자형 리더는 절대 유아독존적(唯我獨尊的)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망국의 군주는 유아독존인 경우가 많다. 스스로 현명하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을 경시한다. 능력의 부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2인자를 찾지도 않고, 그들이 하는 말을 듣지도 않는다.
주공(周公)은 식사를 하다가도 뛰어난 인재가 오면 음식물을 세 번이나 뱉으며 영접했다. 요(堯)임금은 제왕의 위엄과 지위에 연연해 하지 않고, 선권(善?)을 찾아 가르침을 받았다. 덕행과 지략에서는 그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선권은 평민이었고, 요임금은 제왕이었다. 우임금은 머리를 감다가도 식사를 하는 중에도 몇 번씩 수저를 놓고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인물을 맞거나 찾아갔다.
2인자들은 급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만성(大器晩成)형이다. 더구나 오래간다. 늦게 인정받는 2인자들이 오래가는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결국 실력의 연마이다. 어설프게 졸지에 스타가 된 이들은 내공을 쌓을 시간이 없어지고 만다. 그 시간이 짧을수록 화려하게 등극했다가 그 불빛이 그치기도 전에 소리 없이 사라지고 만다.
2인자 자신은 완벽한 1등이 아니라 약간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서 2인자는 끊임없이 배우는 존재이다. 약간 부족한 것이 행복을 만든다. 모든 것을 손에 넣으면 희망이 없어져 버린다.
고대(古代) 그리스의 일곱 현인 가운데 한 명이었던 피타코스는 “완성보다 미완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체보다 절반이 위대하다”고 했다.
모든 목표가 달성되면 나태와 두려움의 시간이 시작된다. 2인자는 끊임없이 희망을 갖고 전진한다. 약간의 충족되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동경을 품을 대상이 있을수록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약간의 부족을 채워갈 때 1인자보다 더 실력이 있게 된다.
2인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서 흥미를 가지고 추진한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가장 훌륭한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중에서 단 하나를 선택한다”고 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잘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것일 수 있다. 2인자가 2인자인 이유는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기본명제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길이 없으면 2인자를 진정한 1인자라고 부를 이유도 없어져 버린다.
◆실패한 2인자들
2인자에서 1인자로 올라서면서 실패한 나폴레옹
부시 대통령은 재선 직후 당선 연설에서 그의 선거 책사인 칼 로브를 “우리 팀의 설계자”라고 했다. 칼 로브의 활약은 부시 대통령 집권 기간 내내 이어졌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2007년 8월 19일 보도를 통해 “칼 로브 전 미국 백악관 정치담당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정권을 미국 역사상 가장 당파적인 정부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칼 로브는 정부를 정당과 정권의 시녀처럼 기능토록 만들었다. 전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노출사건인 ‘리크 게이트’와 잭 아브라모프 로비 스캔들, 연방검사 무더기 해고 스캔들 등 부시 행정부가 저지른 사건의 배후에는 그가 있었다.
미(美)사법당국은 로브가 공무원들에게 공화당 후보 지지를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2007년 8월 말 그는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변방의 가난한 젊은이였던 나폴레옹은 온 유럽을 제패하고 오스트리아 황녀와 결혼하는가 하면 교황에게서 축성을 받았고, 자기 형제를 스페인과 나폴리, 네덜란드, 베스트팔렌 왕좌에 앉혔다.
나폴레옹이 그 거대한 성공에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을 만들어준 2인자 리더십을 버리고 1인자 리더십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성공하게 된 요인 가운데 하나는 탁월한 외교술이었다. 무장(武將)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은 나폴레옹은 뛰어난 외교가였다. 그가 이탈리아 원정에서 얻은 것은 전투 승리가 아니라 외교 협상력이었다.
그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성과들을 이루어냈다. 나폴레옹은 어느 당과도 손을 잡지 않았고, 어떤 개인적인 야심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중앙권력의 신뢰를 얻어냈다. 그를 감시했던 정부의 첩자는 보고서에서 “나폴레옹이 따르는 것은 오직 헌법뿐이었다”고 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나폴레옹은 1802년 국민투표로 종신통령이 됐고, 1804년에는 국민투표로 황제가 됐다.
하지만 군인으로, 권력자로 지위가 높아지면서 나폴레옹은 참모들과 대화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참모들도 공식절차를 거쳐야 나폴레옹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참모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불만을 품었다. 참모들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나폴레옹은 혼자만의 이상에 빠져들었다.
고립은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나폴레옹은 측근도 못 믿고 친척에게 의존했다. 불안감은 나폴레옹이 자기 친인척들에게 더 많은 특권을 부여하면서 더욱 커졌다.
나폴레옹이 자신의 부대와 참모에게서 멀어지면서 군대도 사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군대 안에서조차 일관성 없는 결정이 범람했다. 영웅 나폴레옹은 여기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21세기는 2인자 리더십의 세계
임진왜란 당시 원균은 왜 실패했던가. 명장 원균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1인자 리더십이었다.
조선 조정은 부산 공격을 자신만만하게 생각하는 원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 공격을 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원균이 통제사의 위치에서 보니 부산 공격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1597년 7월 5일, 원균은 부산을 향해 출항했다. 부산 입구인 절영도쯤에 나갔을 때 원균 함대는 폭풍우를 만났다.
절호의 기회를 만난 왜군은 유인작전을 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원균의 성격과 리더십 스타일을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균은 앞장서는 돌격형 리더였다. 즉 1인자형 리더였던 것이다. 왜군이 나타났다 슬금슬금 도망을 가자, 원균은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왜선들을 추격하도록 명령했다.
곧 조선 수군은 왜군의 매복전에 걸려들었다. 왜군은 칠천량 연안에 3000여 명을 포진시키고 600여 척의 함선을 동원하여 수륙 양면으로 공격해 왔다. 하지만 원균은 “임전불퇴, 결사항전”만 외쳤다. 결과는 자멸이었다. 200여 척의 함선과 1만여 명의 조선 수군은 전멸했다.
만약 원균이 겸손과 치밀함을 갖춘 2인자형 리더십의 소유자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솥의 용도는 물건을 변혁하는 것이니, 날고기를 변하여 익게 하고, 단단한 것을 바꾸어 부드럽게 한다.”
< 이천역전>(伊川易傳)의 정괘(鼎卦)에 나오는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2인자 리더십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자신의 안에 다른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그대로 두지 않고 변화시킨다. 이를 위해서는 겸양과 포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21세기는 솥과 같은 2인자 리더십의 시대이다. 히딩크나 2인자형 MC 유재석은 자신보다 다른 이들을 살게 함으로써 자신이 1인자가 되는 2인자 리더십의 전형이다.⊙
출처 | 월간조선 2010년 2월호
07.12 ‘쥴리’와 ‘부선’이 흔드는 대선, 나라의 미래가 없다
차기 대선을 두고 지금 저잣거리 관심사는 후보가 아니다. 온통 ‘쥴리’와 ‘부선’이다. 한 명은 야권 주자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를 지칭하고, 다른 한 명은 여권 1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사귀었다는 여배우를 말한다. ‘쥴리’는 근거도 불확실한 지라시성 루머다. 김부선씨 논란은 이 지사가 “바지 내릴까요”라고 하면서 폭발했다. 두 사람이 해명하거나 사과해도 소용이 없다. 국민 스포츠가 돼버렸다.
/김건희 ,김부선/조선일보DB
사람들이 ‘쥴리·부선 스토리’에 초관심인 건 대선 판도를 바꿀 휘발성 높은 소재라고 보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반대자들은 “퍼스트 레이디가 저래서 되겠느냐”고 한다. 지지자들도 “근거도 없는 망측한 얘기”라면서 뒤로는 ‘혹시나’ 한다. 이 지사 반대자들은 형수에 대한 욕설까지 묶어서 “대통령 자질이 안 된다”고 비판한다. 지지자들은 “이미 신체검사까지 받았다”면서도 씁쓸해한다.
하지만 지지 성향을 떠나 공통되게 하는 말은 있다. “어쩌다 대선이 사생활 들추기 경쟁이 돼 버렸느냐”는 탄식이다. 먹고사는 문제도, 죽고 사는 문제도, 합법 불법의 문제도 아니다. 설령 ‘쥴리’에 일말의 진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후보 적격성을 판단할 최대 잣대인가. 정치권에선 ‘쥴리’의 정체를 밝히면 윤석열을 단박에 끝장낼 수 있다는 듯 달려든다. 김부선씨 논란에 대한 이 지사의 감정적 대응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김씨와 개인적 관계가 어떠했다고 해서 이 지사를 낙마시켜야 한다는 건가.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할 길을 찾느냐 아니냐를 결정할 중대 기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갈 신기술과 새 먹거리를 찾는 게 급선무다. 미·중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국가 안보 전략도 새로 짜야 한다. 2030이 좌절하지 않도록 공정의 가치를 세우고 주택·교육·복지·방역의 패러다임도 만들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의 가장 큰 책무는 이를 실현하는 방안을 내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여야가 기를 쓰고 공방을 벌이는 일이 ‘쥴리’와 ‘부선’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 지사가 여권뿐 아니라 중도·보수층에서도 지지를 받았던 것은 국가적 현안에 사이다 같은 해결 능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잇단 실정(失政)과 폭주에 제동을 걸어줄 거라고도 여겼다. 그런데 김부선 문제엔 버럭 화를 내더니 대표 공약이었던 기본소득은 후순위로 은근슬쩍 물렸다. 기본주택은 그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른다고 하고, 대한민국은 부끄럽게 출발했다고 한다. 문 정부와 차별화는 고사하고 뒤따라가기 바쁘다. 이 지사가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주요 현안마다 헛다리를 짚고 표류하고 있다는 국민 실망감이다.
윤 전 총장도 수개월간의 고민 끝에 국민 앞에 섰지만 지금껏 보여준 건 별로 없다. ‘공정·자유·민주’를 앞세웠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에 가깝다. 정치인들 만나고 행사장 다닌다고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다. 어떻게 국민을 잘살게 해줄 것인지, 윤석열표 비전과 공약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권 교체를 내세웠지만 그걸로는 ‘문재인 반사체’에 불과할 뿐이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입만 열면 ‘공짜 퍼주기’에 현실성 없는 시장 규제 공약만 내고 있다. 소모적인 과거사 논쟁에 상대방 흠집 잡기 바쁘다. 어떻게 경제를 일으키고 안보를 지킬지 나라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 배성규 논설위원
07-14 추미애 “이낙연, 당대표 0점…권리당원 떠나고 지지율 폭락”
뉴시스 인터뷰…"사령관은 재보선 참패에 책임져야 한다"
"전직 총리 두분이 도지사 한명 상대로 반이재명 연대라니"
"개혁민주세력 자신감 충만할 때 주변 설득해 외연확장 가능"
"경선 연기, 지금은 개인 유불리 아니라 국민 안전·생명 존중"
'역선택' 김재원 겨냥해 "공작정치 전문당…제게 겁먹은 것"
尹부인 김건희 검증 논란에 "프라이버시로 퉁칠 수 없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4일 경쟁상대인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국무총리 시절은 대단히 안정감을 갖고 하셨다고 평가하고 인정한다”며 “그러나 당대표로서는 점수를 드린다면 0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 전 장관은 전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예비경선 과정을 통해 이 전 대표를 집중 공격한 것이 여권 대선주자 2위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네 차례의 예비경선 TV 토론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건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반대 의견 등을 고리로 이 전 대표에게 날선 공격을 퍼부은 바 있다.
이를 놓고 추 전 장관과 이재명 경기지사 간 ‘명추연대’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추 전 장관이 ‘이낙연 잡는 매’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이 전 대표에게 0점을 준 데 대해 “권리당원이 다 떠나갔다. 저는 100만 당원 시대를 열겠다고 해서 재임 시절 52만명이 증가, 72만명이 넘는 권리당원이 있었다. 이해찬 전 대표 시절에도 5만명 이상 증가했다”며 “아주 약간이지만 권리당원이 줄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전 대표 시절 권리당원 10만명이 떠나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 지지율도 제가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 민주당이 정당 사상 최초인 55%까지 기록했는데 이 전 대표 시절에는 지지율이 폭락했다”며 “4월 재보궐선거에서도 참패했는데 사실 사령관은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지 누구를 탓하면 안되는 것이다. 그게 지지층이 실망한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일 결정적이었던 게 2월이었다. 당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하는 입법발의를 한다고 했는데 검찰개혁을 입법으로 보완하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라며 “그것을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검찰개혁특위에 맡겨놓고 국회 상임위 중심주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었다. 당 대표가 그런 약속을 했으면 추진력 있게 해야지 책임회피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제치며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3위에 오른 최근 상승세와 관련해서도 이 전 대표의 아픈 곳을 찔렀다.
추 전 장관은 “제가 (대선주자로) 출발이 가장 늦었지만 이렇게 치고 올라갔던 것은 지지층들이 개혁에 대한 열망을 포기할 뻔 했는데 제가 개혁완수 깃발을 들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개혁도 잘 얘기하지 않고 거리두기하는 것 같으니까. 이들에게는 민주당이 아니면 기댈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혁민주세력의 열망을 담아내는 깃발이 필요했는데 민주당이 너무 지지층에 등돌리고 거리두기를 하는 것을 보고 제가 촛불을 말하니 다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자평하면서 “제 출마 선언은 절망하고 돌아선 지지층에게 굉장히 희망을 불어넣는 신호가 됐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와의 케미로 ‘명추연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이재명 대(對) 반(反)이재명으로 구도를 설정하고 ‘반이재명 연대로 엎어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제가 등장하니 그 구도가 아닌게 됐잖냐. 저는 누구와 연대하는 꼼수를 부리지 못하고 원칙대로 투명하게 하니까”라며 “그것을 이제 이 지사와 어떻다고 말만들기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겨냥해 “전직 총리 두 분이 격에 어울리지 않게 한명의 도지사를 상대로 해서 반이재명 연대를 한다는 게 좀 그렇지 않냐. 체면유지가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이란 것은 사실 하나의 사회적 배당 같은 것이다. 우리가 주식이나 지분을 갖고 있으면 배당을 받듯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성장의 과실을 사회적 배당을 통해 내 몫으로 주장할 수 있고 국가가 인정해 줄 수 있다”며 “액수의 많고 적음보다는 그것을 하나의 사회적 발제로 해놓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을 누가 비난한다고 해서 화들짝 놀라 도망갈 게 아니라 그것을 다듬어 가야 하는 것”이라며 “한쪽으로는 재원마련, 다른 한쪽으로는 어떻게 지급하는 게 우리 사회의 배분적 정의에 더 부합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해가면 되는 것”이라고 이 지사에게 조언을 남겼다.
이른바 명추연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놓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항의 같은 것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제가 당대표 할 때는 처음으로 우리당의 분열을 극복했다. 대선 경선이 끝난 뒤에 용광로 선대위를 꾸려 당을 분열없이 원팀이 되게 하고 조기대선을 치러냈다”며 “촛불광장에 있었던 당대표, 촛불 염원을 가장 잘 아는 당대표로서 개혁 완수를 위해 또 분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제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제가 하는 말에 (지지자들이) 신뢰를 보낸다. ‘계산 없는 말이다’, ‘촛불사명에 투철한 추미애가 절절해서 하는 말이다’라고 한다. 저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정책적 약점을 보완하고 원팀으로 끌고가는 것이라 이해하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추 전 장관의 약점으로 중도층 확장성 부족이 꼽히는 데 대해서는 “(우리당의) 지지층인 개혁민주세력의 자신감이 충만할 때 주변을 설득하고 외연확장도 되는 것”이라며 “외연확장은 사상누각이 되면 안되고 신뢰를 줘야 하는데 이 전 대표를 비판한 것도 그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우아한 말로 정치가 되는 게 아니다”고 일갈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최대 변수로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따른 경선 일정 연기론이 재부상한 데 대해서는 “지금은 국민 안전을 생각할 때다. 수도권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잖냐. 국민들도 대부분 협조하겠다고 하는데 정치권만 동떨어지면 안 되는 것”이라며 연기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지난달 불거졌던 경선 연기 논란 때는 일정 유지를 주장했다가 이번에는 입장을 선회한 데 대해 “(경선 연기 논란이) 처음에는 후보들 간에 개인적 유불리에 따른 것이었다. 당이 원칙을 정했으면 개인적 유불리보다 당헌·당규를 따르는게 맞다고 얘기했었는데 지금은 개인의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존중이니까 당이 그런 면을 고려해 판단한다면 저는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국민선거인단에 신청하며 ‘역선택’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재명 후보님에게는 손이 가지 않는다. 인생곡으로 ’여자대통령‘을 한 곡조 뽑으신 추미애 후보님께 마음이 간다’고 한 데 대해서는 “그렇게 자기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정치를 하는 것은 ‘우리당은 공작정치 전문당이다’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게 좀 웃겼다”고 꼬집었다.
추 전 장관은 “왜 갑자기 다른당 잔치에 기웃거리는 것이냐”며 “제가 윤석열 후보를 꿩에 비유하고 저를 매에 비유해 ‘꿩잡는 매’라고 했더니 겁을 먹어도 제대로 먹었구나 싶었다. 제일 무서운 강적이 추미애라 시인하는 것 아니냐”고 웃어 넘겼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검증 공세에 대해서는 “그냥 개인의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건드리겠다는 게 아니잖냐”며 “대통령의 배우자는 외교무대의 파트너이기도 하고 나라의 얼굴이 될 수도 있다. 그 정직성과 도덕성은 당연히 검증대상”이라고 못박았다.
추 전 장관은 “결혼 전의 일이냐를 떠나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단순히 보통 사람의 프라이버시라고 퉁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잖냐”며 “저는 처음부터 검찰총장의 대선직행은 반헌법적이고 반법치적인 도전장이고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없다고 해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당초 소득 하위 8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대해서는 “송영길 대표에게 하나의 시험대 같다. 이것을 돌파해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내수가 메말라 있고 소비가 없으니 자영업자가 아주 힘들어 한다. 마른 논에 물을 대야 한다. 그러려면 상위 20%를 골라낸다고 시간과 행정력을 낭비하느니 바로 지급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에 출사표를 던진 포부와 관련해서는 “지금 양극화와 불평등이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다. 0세기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지 못한다. 21세기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치유하는 성장정책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치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나라만 선진국이 아니라 국민의 품격도 국민의 저력도 다 함께 높아지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연간 불로소득이 400조원에 달하는데 공정과세, 합리적 과세를 통해 그 세수를 공공복지와 청년일자리, 공공임대주택 예산으로 쓰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뉴시스]
07.14 이준석 전 국민 재난지원금 덜컥 합의, 실수로 넘길 일 아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1.07.13. photo@newsis.com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가 2시간도 안 돼 번복했다. 소득 하위 80%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부 추경안과 달리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야 대선 주자들이 반발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급히 심야 지도부 회의를 열어 입장을 바꿨다. 이 대표는 “확정적 합의가 아니었다”고 했지만 이해하기 힘든 소동이었다.
국민의힘은 여권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매표 행위’라며 반대해 왔다. 코로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저소득층을 집중 지원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더구나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거리 두기가 최고 수준으로 강화된 상태에서 소비 촉진을 위해 전 국민에게 돈을 주는 것은 방역에 역행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존 당론을 뒤집는 합의를 덜컥 해버렸다. 사전에 당 지도부와 상의 한번 하지 않았다. 심지어 선거법 개정이라는 입법 사안이 원내대표도 모른 채 합의됐다. 이 대표는 최근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를 주장했는데 이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당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사상 첫 30대 대표로 젊은 바람을 일으켰다. 최소 선거비와 자전거 출근, 파격 인사, 대변인 선출 토론 배틀로 신선한 변화도 보여줬다. 하지만 국가 정책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제1야당 대표는 정치 평론가가 아니다. 이번 일은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실수가 잦으면 무능이 된다. 청년 대표에 대한 커다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조선일보 사설
07.15 추미애 "당 대표로서 빵점" 공격에, 이낙연 "선 넘지 말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15일 민주당의 안방격인 전남도청을 동시에 방문해 ‘비대면 설전’을 벌였다.
15일 오후 전라남도의회 5층 브리핑룸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50분 이 전 대표는 도청 출입기자실을 찾아 지역 기자단과 인사를 하고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이 전 대표가 출입기자실을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후 2시 30분부터 추 전 장관은 같은 곳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짧은 인사라도 할 수 있는 동선이었지만 전날 설전을 주고받은 두 여당 대선 주자는 굳이 마주치지 않았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연달아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일찍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추미애 캠프 관계자는 “이 전 대표와 일정이 겹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만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만나는 대신 두 사람은 같은 기자단 앞에서 시간 차를 두고 서로를 공격했다. 이 전 대표는 먼저 “당내 경선에서 검증은 필요하지만 네거티브는 자제하는 것이 옳다”며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바람직할 것이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전날 추 전 장관이 이 전 대표를 향해 “당 대표로서 점수는 빵점”이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뒤이어 기자단을 만난 추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증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할 수 있다”며 “당 대표를 하면서 개혁 과제를 회피해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것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호남 지지층을 노린 ‘정통성 경쟁’도 벌어졌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다운 대선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온 민주당 정신을 잘 이어받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경쟁하고 있는 후보들 중에서 내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감히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호남의 며느리 추미애가 전남에 왔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시작한 지방자치,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열어간 국가균형발전의 길을 이어 받겠다”고 말했다.
지난 예비경선 TV토론 때부터 공방을 주고받던 두 후보는 추 전 장관이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며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이 전 대표에 대해 “내가 대표일 때 권리당원이 52만명 증가해서 총 72만명이 있었는데 이 전 대표 재임 시절 10만명이 떠나갔다”고 말했다. 또 “정당 지지율도 나 때는 사상 최초로 55%까지 기록했는데 이 전 대표 시절에 폭락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이 공세를 이 전 대표에게 집중하는 건 결선 투표로 갈 수 있는 ‘2위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9월 5일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안나오면 1·2위의 결선 투표로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선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결선 투표를 통한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리얼미터 7월 2주차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7월 2주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낙연 후보는 15.6%를 기록해 윤석열, 이재명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비교적 늦게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추미애 후보는 5.2%까지 뛰어올랐다. 같은 당 정세균, 박용진 후보가 막혔던 ‘마의 5% 벽’을 단숨에 뛰어넘어 여야를 통틀어 4위 주자가 됐다. 여당만 놓고 보면 3위다. 추 후보 입장에선 2위 자리가 사정권에 들어왔다고 생각할 법 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07.15 '이재명 저격수’의 이준석 맹폭…경제엔 피아 없는 윤희숙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합의를 놓고 연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2021.07.02
윤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비판적 지지를 보낸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의원은 “기재부는 재난지원금을 국민 70%에게 똑같이 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여당에 밀리는 척 100%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동안 소득이 오히려 늘어난 계층에게까지 재난지원금을 똑같이 드릴 수 없다’는 부총리 입장을 지지한다”고 썼다. 특히 “‘빚내서 돈뿌려 선거치른다’는 여당의 후안무치가 자랑스레 활개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윤 의원의 글은 12일 이준석 대표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합의’에 대한 비판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와 송 대표가 12일 만찬 회동 직후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자, 윤 의원은 한 시간여 만에 이 대표를 겨냥해 “당의 철학까지 맘대로 뒤집는 제왕이 될 건가”라는 비판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내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 하는 당 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제왕적 당대표를 뽑은 게 아니다”라는 맹폭이었다.
이 대표가 “확정적 합의는 아니고 가이드라인”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윤 의원의 비판 수위는 연일 높아졌다. 13일 오전 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며 “전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이 대표를 ‘사기꾼’에 빗댄 ‘이준사기’라는 댓글이 달리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14일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사 앞에 책임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우리 당의 철학을 누구 한 사람이 덜컥 바꿔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송 대표와 저의 합의는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쌍무적 합의”, “여야가 샅바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당이 선택할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스탠스” 등 '협상의 기술'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본질을 호도하고 기술로 대응한다. 철학의 문제인데 기술의 문제를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의원은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을 연일 공격해 ‘이재명 저격수’란 호칭을 얻었다. 다만 윤 의원은 “누구를 찍어서 저격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분 하는 말씀 중 말이 안 되는 부분을 비판하는 것”(14일 라디오)이라고 설명한다. ‘경제통’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만큼,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피아 구분 없이 매서운 공격을 펼친다는 설명이다.
대선에 출마한 만큼 주요 정치인을 공격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 전략이란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익명을 요청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는 정무와 정책의 겸비인데, 정책만 강조한다고 뜰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당내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13일 윤 의원을 향해 “여야 당대표간 실제 합의된 내용까지 왜곡하며 침소봉대해서 내부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해정치”라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07.15 "범생이가 대선판을 흔들었다" 최재형의 전격 입당 승부수
“범생이인 줄 알았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야권 대선판을 흔들어 놨다.”
범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돼온 최 전 원장이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당 중진의원이 내놓은 관전평이다. 그만큼 최 전 원장의 입당은 '범생이의 대반전'으로 표현될 만큼 전격적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0분간 비공개 회동한 뒤 “오늘 평당원으로 입당한다”고 선언했다. 불과 30분 뒤 당사에서 열린 입당 행사에서 이 대표에게서 꽃다발을 받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도부도 놀랄 정도로 모든 게 속전속결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입당 선언 뒤 취재진과 만나 “당 밖에서 비판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보다는 정당 안에서 정치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게 바른 생각”이라고 입당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교체 뒤 국민의 삶이 전보다 나아지는 게 더 중요하다”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감사원장으로서 국정의 각 분야를 들여다본 최 전 원장은 “나라가 너무 분열돼 있고,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고 있다”며 “온 국민이 고통 받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정권 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라고 밝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모바일로 입당신청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날 최 전 원장의 평당원 입당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입당 행사에서 최 전 원장과 팔꿈치를 맞대고 인사한 이 대표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준석 “모바일 당원 가입과 종이(입당원서) 가입 중 어떤 걸 선호하세요?”
최재형 “모바일로 하시죠”
이 대표는 본인의 명함을 꺼내 뒷면에 인쇄된 QR코드를 보여줬고, 최 전 원장이 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스캔해 당원 가입을 완료했다. 이 대표는 “동지가 된 걸 환영한다”고 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평당원으로 입당한 분에게 이런 거대한 환영식은 처음”이라고 최 전 원장을 치켜세웠다.
최 전 원장은 전날 밤 김영우 캠프 상황실장 등 극소수 인사들과 서울 종로의 임시거처에서 심야 회동한 뒤 밤샘 고민 끝에 입당을 결심했다고 한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매우 가까운 지인들도 결심 사실과 방향을 몰랐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동안 최 전 원장 주변 인사들 중엔 조기 입당에 대한 신중론을 펴는 이들도 일부 있었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은 일부 지인들에겐 국민의힘 방문 직전 문자 메시지로 자신의 결심을 알렸다.
“다음 행보 궁금하게 만들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이준석 대표 예방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 전 원장이 외부 주자 중에선 처음으로 입당 승부수를 던지면서 야권 대선 지형의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야권 중진인사는 "지명도와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최 전 원장으로선 국민의힘 입당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최 전 원장이 얼마나 존재감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범야권의 ‘윤석열 독주’ 구도가 요동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감사원장직 사퇴 9일 만에 정치도전을 선언하고, 17일 만에 입당한 최 전 원장의 ‘속도전’은 일단 범 야권의 대선 경쟁 구도을 흔들면서 정치권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29일 윤 전 총장의 정치선언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의원은 “벌써부터 ‘최 전 원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는 말이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다”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날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과 의식적으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까지 다른 분들의 행동이나 선택에 따라 저의 행보를 결정해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최 전 원장이 의도적으로 윤 전 총장과 상반된 행보를 걷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준석 대표와의 회동만 해도 윤 전 총장의 경우엔 지난 6일 비공개로 만났지만, 회동 사실은 이틀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이후에도 “정치 얘기만 했다”(이 대표) “정치 현안 얘기는 하지 않았다”(윤 전 총장 측)로 설명이 엇갈려 “도통 양측의 의중을 읽기 힘들다”는 말이 야권에서 흘러나왔다.
반면 최 전 원장 측은 이날 오전 공보 카톡방을 통해 이 대표와의 만남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입당을 결정했다. 입당을 미루며 중도확장에 공을 들이는 윤 전 총장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전언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던 윤 전 총장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최 전 원장은 '따로 대변인을 두지 않는 게 전언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의미가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최 전 원장 측 캠프 인사들은 윤 전 총장이 캠프 내부에 대변인, 부대변인 등 직제를 둔 것을 언급하며 “무직책, 업무 중심으로 캠프를 꾸리자”고 최 전 원장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조기에 우군 눌러 담는 ‘압력밥솥’ 전략”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고 백선엽 장군 묘소와 천안함46용사묘역, 제2연평해전 전사자묘역, 연평도포격 전사자묘역을 차례로 참배한 뒤 현장 취재진을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성태
최 전 원장이 입당을 통해 국민의힘 내부의 잠재적 우군을 조기 선점할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치적 이해 관계가 분출되기 전에 조기 입당해 당내 지지 여론을 꾹꾹 눌러 남겠다는 일종의 ‘압력밥솥 전략’”이라며 “정치 기반이 없는 최 전 원장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캠프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TV에 출연해 "최재형이라고 하는 '진짜'가 나타난 것"이라며 "믿을 수 있고 반듯한 대통령감, 대세는 최재형이 될 것"이라고 당내 지지세 확산을 기대했다.
실제로 당 밖의 최 전 원장을 반신반의하던 당 기류가 일부 달라지는 조짐도 있다.
이날 당 최고위원들과 성일종 의원이 입당식을 찾았고, 조해진 의원, 천하람 당협위원장 및 일부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의 캠프 합류설도 흘러나왔다.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돼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김용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 전 원장을 공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김영우 전 의원외에 '이명박 청와대'에 몸담았던 실무진 일부가 참여해 급한대로 캠프도 골격을 갖춰가는 중이다.
최 전 원장의 약점으로 꼽히는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 문제가 입당 이후 일정 부분 해소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제1야당 대선 주자로 출마를 선언하면 ‘정치인 최재형’의 무게감도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부산지역 의원은 “이번 입당으로 다른 당 주자들과 단번에 동일 선상에 설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치 초보인 최 전 원장이 당 내 주자들의 견제를 뚫고, 불쏘시개 역할을 넘어서 윤 전 총장에 버금가는 다크호스로 성장하려면 어려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유승민 전 의원은 “좋은 분과 함께 경선을 치르게 돼 기쁘다”는 입장을 냈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권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감사원의 역할을 다한 뚝심으로 정권 교체에 큰 힘이 돼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최 전 원장 입당에 대해 “정치하는 분 각자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정치적인 손해가 있더라도 한번 정한 방향은 일관되게 걸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당분간 마이웨이 전략을 고수할 거로 보인다. 최 전 원장 입당의 파장을 좀 더 지켜보자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이해선 인턴기자 9key@joongang.co.kr
07.16 與 대선주자의 ‘과감한 날치기론’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과감하게 날치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15일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경안을 민주당 수정안으로 단독 강행 처리하자는 의미로 이렇게 말했다. “추경안 총액이 증액되지 않으면 기재부 동의 없이 결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도 건너뛰자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도 국회에서 재난지원금 소득하위 80% 지급 입장을 고수했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서도 “홍 부총리는 정치 말고 행정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180석 얘기를 자주 하지 않냐”며 “정말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날치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여당이 단독 입법을 위해 충분한 의석을 갖고 있으니 강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작년에도 별다른 소비 진작 효과가 없는데 총선을 앞둔 여당의 선거용 카드로 활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 4차 대유행이 닥쳐 국민에게 가능한 한 외출과 대면 접촉을 삼가라고 하는 상황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것은 이런 상황과 모순이다. 그보다는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에 해당 예산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주장은 합리적인 이유과 충분한 근거를 가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지사가 이런 제안을 완전히 무시하고 ‘과감하게 날치기'하자는 것은 타협을 배제하는 독선이다.
이 지사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범여권 군소 정당과 연합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고 공수처법은 나라의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어느 당이 숫자가 많다고 단독 처리할 수 있는 법이 아니다. 그 날치기의 결과가 뭔가. 민주당은 많은 전문가의 만류에도 임대차3법을 ‘날치기’ 처리했는데 그 결과는 또 뭔가.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전·월세 시장의 총체적 난국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앞으로 또 어떤 무리하고 독선적인 법을 ‘날치기’할 건가.
조선일보 사설
07.16 이준석을 방생하라
다선 586 여야 정치인들, 30대 이 대표 ‘낚시’ 경쟁
정치적으로 악용하면 ‘꼰대 정치’ 역풍 불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국회사진기자단
여당은 “낚았다”고, 야당은 “낚였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얘기다. 야당이 정치의 바다에 풀어놓은 치어(稚魚)가 이제 성어(成魚)가 됐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전격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번복했다. 찌가 흔들리자 ‘꾼’들이 낚싯대를 잡아챘다. 이 대표의 ‘실수’를 유발한 민주당은 “586 맏형 송 대표가 ‘이대남’ 대표 이준석을 보기 좋게 낚았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송 대표 앞에서 (상큼한) 귤 맛을 뽐내던 이 대표가 탱자가 됐다”고, 정청래 의원은 “이준석은 리더가 아니라 따르는 이 없는 따릉이 라이더”라고 조롱했다.
야당은 “이준석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주지 말자’는 쪽에 서는 게 전략적으로 옳으냐”고 했지만, 합의는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송 대표가 이 대표에게 못되게 했다”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송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낚였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앞서도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를 언급했다가 여야 모두에서 비판받았다. 홍콩 인권 문제를 거론했을 땐 중국 관영 매체가 나서 “국제 문제 지식이 없는 정치 신인”이라고 공격했다. 사방에서 그를 겨냥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과거에도 정치의 바다에 뛰어든 신인은 기성 정치권의 먹잇감이 됐다. “태평양이나 수심 2미터 수영장이나 헤엄치는 건 똑같다”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낚였다. 윤석열, 최재형 등 ‘올해의 신인’들도 언제든 기성 정치권이 쳐놓은 그물에 걸릴 수 있다.
이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매표 행위라는 당론을 뒤집고 혼자서 덜컥 합의해 준 것은 잘못이다. 원내대표와 상의 없이 선거법 개정에 합의한 것도 문제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당내 의견 수렴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여야 다선(多選) 중진들이 ‘0선·30대’ 이 대표의 실수를 고소해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유권자들이 오랫동안 봐온 구태 정치가 바로 그런 모습이다.
이 대표는 성어가 됐다고 하지만 아직 대어(大魚)급은 아니다. 대통령 피선거권도 없다. 하지만 그는 여야 모두에 정치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대표 된 지 한 달 만에 정치권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작년 총선 이후 다 죽어가던 야당은 당 지지율이 여당을 앞서기 시작했다. 여당도 그의 등장에 긴장해 부동산 투기 의원을 출당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여가부·통일부 폐지도 당부(當否)를 떠나 국민에게 ‘작은 정부론’을 환기한 측면이 있다. 여가부 폐지가 적절하다는 응답(48%)이 부적절하다는 응답(41%)보다 많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한 30대 작가가 본지에 쓴 글에서 ‘닮고 싶지 않은 노년’을 꼽았다. 한마디로 ‘꼰대’다. 그중 첫째가 ‘배우자 험담하기’다. 이 대표를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이 여기 해당하는 것 같다. 둘째는 ‘어리다고 무례하게 대하기’다. 여당 586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 특히 20대에 학생운동을 한 전력으로 평생 국회의원, 장관을 하는 586들이 이 대표를 낚았다고 좋아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그러다 어느 날 민심의 그물에 걸린 자신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꼰대 소릴 듣지 않으려면 이 대표에게 낚싯바늘을 던지기보다 바닷속 지도를 건네주기 바란다. 그를 낚았다고 생각하는 꾼들에겐 방생을 권한다. 대어가 된 후 잡으면 손맛도 더 짜릿하지 않겠나.
조선일보 황대진 기자
07월 16일 이재명 “과감한 날치기” 公言, 민주주의 안중에도 없나
이재명 경기지사의 “과감한 날치기” 발언은, 현재 여권 대선 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인사의 공언(公言)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현대 정치사는,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최고 권력자가 되면 전체주의와 독재로 흐른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지사는 날치기 자체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후 맥락과 이 지사와 주변 인사들의 다른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민주주의를 ‘다수 의석만 차지하면 뭐든 맘대로 해도 되는 제도’로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사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경안) 총액이 증액되지 않으면 기재부 동의 없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180석 얘기를 자주 하지 않나. 정말로 필요한 민생에 관한 것은 과감하게 날치기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애초 전 국민 지원금을 주장해온 데다, 80%나 90%에 주느니 100%에게 조금씩 적게 주자는 아이디어도 나름의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날치기’하자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런 인식을 확장하면, 기본권을 제약하고 특정 계층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거나 언론을 억압하는 등 민주주의 본질을 침해하는 법률도 얼마든지 만들고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마르공화국을 무너뜨린 독일의 히틀러 독재가 그런 의회 다수결을 거쳐 등장했다.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 화폐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자 “얼빠진 연구”라며 “엄정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공격했다. 참모들 언행도 거칠다. 캠프를 총괄한다는 정성호 의원은 당내 경쟁자들의 비판을 “돌림빵”이라고 했고,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야당 의원을 향해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했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도 국민 앞에서 날치기하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내부 회의에서라도 그런 말이 나오면 참모들이 말렸다. 그런데 이 지사 측은 전혀 다른 것 같다.
문화일보 사설
07-17 “과감하게 날치기 해줘야”…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 발언 맞나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는 정부와 야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이 점입가경이다. 당 일각에서 선별지원을 주장해온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해임 건의론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과감한 날치기’를 주장했다. 여당이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갖고 있으니 전 국민 지급안을 강행 처리하라고 독려한 셈이다.
이 지사는 방송에서 “정말로 필요한 민생에 관한 것은 과감하게 날치기 해줘야 된다. 국민이 필요로 하고 국민이 맡긴 일 하는 데 반대한다고 안 하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지사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귀를 의심케 한다. 지금까지 이 지사 정도의 비중을 가진 유력 정치인이 대놓고 ‘날치기’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이를 주장하거나 옹호한 일은 없었다. 정치인의 말에는 품위가 있어야 한다.
이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품위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단 품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표현을 달리하더라도 이 지사의 말 속에는 여야가 숙의를 통해 이견을 조정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위험한 생각이 담겨 있다.
더구나 재난지원금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날치기를 정당화할 만한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 국민 지원금은 투입되는 재원은 천문학적인 데 비해 실질적인 보탬이 되거나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지금은 사실상의 ‘셧다운’ 조치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재원을 이들에게 집중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지사가 속해 있는 여당은 그렇지 않아도 거대 의석을 앞세운 일방적인 입법독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는 민주적 국정운영과 국민통합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이 지사가 민주화 세력을 자임하는 대선주자라면 날치기 같은 구태와는 과감히 단절하겠다는 뜻을 이제라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07.19 “이 정도면 인생 자체가 오점”… 이재명 저격한 전 부장판사
김태규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1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인생 자체가 오점인 분이 헌법에 오점을 운운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대선 경쟁 후보들을 언급하며 “헌법정신을 훼손한 분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이가 없다. 적어도 이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전 부장판사는 이 지사 발언을 담은 기사 링크를 공유했다. 이 지사는 제헌절을 맞아 떠오르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떠오르지만 노회찬 전 대표와 달리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한 분들”이라고 적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영화 ‘베테랑’의 대사를 인용해 맷돌 손잡이인 어이가 빠져 황당한 상황을 설명하며 “어이가 없다”고 했다.
이어 “2003년 무고, 공무원(검사)자격 사칭 벌금 150만원, 2004년 음주운전 벌금 150만원, 특수공무원집행방해·공용물건손상 벌금 500만원, 2010년 선거법 위반 벌금 50만원”이라며 이 지사의 전과를 읊었다.
그러면서 “일반인도 범죄경력조회에서 이 정도 전력이 나오면 망종(亡種)이라는 소리가 나온다”며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실 여권 최강 주자의 이력”이라고 했다.
아울러 “일반직 공무원은 이중 한두개 전력만 있어도 임용 신청 자체를 할 필요가 없다”며 “망종이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대권을 꿈꾸는 나라가 됐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김자아 기자
07월 19일 이낙연 비방 ‘SNS 선동’ 드루킹式 여론공작 시작됐다
여당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여론공작’ 시비가 빚어진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대선 경쟁이 초입인데 벌써 이 지경이면 앞으로 7개월 동안 무슨 더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대면(對面) 선거운동은 힘들어지고, 상대적으로 ‘언택트’ 운동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공직유관단체’인 경기도교통연수원의 사무처장 진모 씨는 최근 SNS 대화방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비방을 벌였다고 한다.
경기도교통연수원은 사단법인 형태지만, 경기도의회가 의결한 조례를 통해 설치·운영되는 교통안전 교육 및 운수종사자 연수기관으로 경기도의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진 씨는 보안성이 강화된 서비스인 텔레그램에 ‘이재명 SNS 봉사팀’이라는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이낙연 후보를 ‘친일파’ ‘기레기’ 등으로 비난하는 ‘대응 자료’를 게시하며 “총공격”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공직유관단체 임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데도 대담하게 그런 SNS 선동을 감행한 데는 사연이 있을 것이다. 진 씨는,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프로축구팀인 성남FC 홍보팀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이 지사는 진 씨를 직위해제했다. 그 정도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진 씨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는 것은 물론 배후 세력까지 규명하며, 경기도 다른 조직에서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이런 행태는 초기에 싹을 자르지 않으면 2017년 ‘드루킹’ 식(式)의 여론 조작으로 악성 진화한다. 기술 발달로 그 폐해는 훨씬 클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관련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21일 예정돼 있다. 이른바 ‘드루킹’ 김동원 씨는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번 진 씨 경우도 여당 내 시비로 끝낼 일이 아니다.
문화일보 사설
07월 23일 이재명 ‘기본 용돈’공약 허구성과 걱정되는 買票(매표) 경쟁
더불어민주당의 선두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지만,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불식시키진 못했다. 오래전부터 기본소득을 주장해온 이 지사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방안은 명칭만 ‘소득’일 뿐 사실상 ‘용돈’ 수준인 데다, 다른 여야 후보들도 질질 끌려가기 쉽다는 점에서 심각한 매표(買票) 경쟁을 촉발시키는 등 부작용이 훨씬 커 보인다.
이 지사 방안은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100만 원, 청년에겐 100만 원을 추가해 연 2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준다는 것이다. 국민 기본소득은 2023년 연 25만 원으로 시작해 2027년 연 10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당초 월 50만 원(연 600만 원)이라던 목표에선 크게 후퇴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762만 원이었고, 올해 정부가 주는 저소득층 생계급여가 1인 가구 기준 월 54만 원이다. 기본소득의 명분인 최저생활 보장과도 거리가 먼 ‘용돈’ 수준이다. 게다가 이 지사는 기본소득의 대전제인 획기적 복지 구조조정은 없이 기존 복지 위에 얹어 주겠다는 식이다. 그 취지도 현금 살포에 가까운 셈이다.
이 정도라도 재원 조달이 난제다. 국민에게 연 25만 원, 청년에게 연 125만 원을 주려면 20조 원이 든다. 국민 100만 원·청년 200만 원이면 59조 원으로 는다. 이 지사는 재정지출 절감과 각종 조세 감면 축소로 각각 25조 원씩을 확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직성 경비가 많아 1% 절감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탄소세·국토보유세 등 신설도 거론했다. 강행 땐 심각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기본소득 취지만 보면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1인당 연 1800만 원)나 기본소득당(연 720만 원)이 더 원칙에 가깝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재원이다. 기본소득당은 무려 374조 원이 든다고 시인한다. 그래서 이 당조차 기존 복지 통폐합을 주장한다. 그렇더라도 기본소득이 오히려 소득분배 개선을 악화시킨다는 태생적인 문제는 피하지 못한다. 선별 복지보다 못한 현금 살포 포퓰리즘일 뿐이다.
문화일보 사설
07.26 조선 예송논쟁, 백제 지역주의로까지 퇴행한 與 경
/지난 7월 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김두관·박용진·이낙연·정세균·이재명·추미애 후보(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민주당 대선 경선이 조선시대 예송(禮松) 논쟁을 연상시키는 적자·서자 공방만으로 부족했는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역주의 논란까지 불거졌다. 국가 운영이나 민생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작년 이낙연 전 대표의 대선 도전을 격려한 적이 있었다며 “백제가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지만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지형이 바뀌어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은 중대한 실언”, 정세균 전 총리는 “천박하고 부도덕한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겉으로는 서로를 향해 “지역주의를 조장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속내는 지역주의 선동이나 다름없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주장해 이 전 대표 측을 자극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그 틈을 노려 “나는 의장석을 점거하고 투표를 막았다”고 차별화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 임기 말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놓고 조선시대 신분을 구분 짓던 적자, 서자, 얼자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홍보전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 전 대표가 대선 댓글 조작 혐의로 대법원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통화에서 “대통령님을 잘 지켜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자 이 지사 측은 “문심(文心)을 오해하게 만들지 말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소득 주도 성장으로 파탄 난 경제를 어떻게 되살릴지, 청년 세대를 절망에 빠트리고 있는 부동산 대란과 구직난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맞부딪치는 치열한 토론은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누가 더 가까웠는지, 문재인 현 대통령의 마음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놓고 초등학생 수준의 말다툼만 벌어지고 있다. 그런 것으로 후보가 정해지는 정당이라면 경선이 왜 필요하나. 수백년 전 왕조시대로 퇴행하는 집권당 경선판이다.
조선일보 사설
07월 27일 나라 망칠 기본·무상病 무차별 확산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난데없이 ‘기본 용돈’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진원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건 ‘기본소득’이다. 취임 2년 차에 전 국민에게 연 25만 원, 그 후 매년 25만 원 증액해 5년 차에는 100만 원을 지급하고, 청년에게는 연 1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한다. 월 8만 원 정도 지급하는 게 무슨 기본소득이냐, ‘용돈’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매년 50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고 청년 기본소득까지 합하면 60조 원에 가까운 거금이다. 이 지사가 그리는 궁극적인 기본소득은 연 300조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전 국민에게 매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 주장은 경쟁자들로부터 비판 받고 있지만, 공짜 복지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솔깃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총선 때 여당은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공약으로 재미를 봤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여야와 정부가 합의한 1인당 25만 원의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당초에는 지급 대상이 전 국민의 80%였으나 보편적 지급에 가까운 88%로 여야 합의됐다. 25만 원을 못 받는 상위 12%의 일부에서도 왜 세금 많이 내는 우리는 지급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10여 년 전 지자체 선거 때 무상급식에 반대한 당시 서울시장 당선자는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중도 사임했고, 무상급식은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됐다. 대표적인 보편적 무상복지는 아동수당이다. 2018년부터 만 6세 미만 아동 90%에게 월 10만 원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시행 1년 만에 만 7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일부 대선 후보는 아동수당을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또는 만 18세까지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도 지급 대상과 금액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은 그나마 그 당위성이 인정될 수도 있지만, 기본소득은 그 필요성이 불명확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선거에서 기본소득을 비롯한 공짜 공약의 파괴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공짜 공약을 내놓다 보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매니페스토 압박을 받게 되므로 무리해서라도 시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공짜 공약의 문제점은, 재원 조달에 대책이 없거나 제시된다 하더라도 현실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 지사가 50조 원이 넘는 기본소득의 재원 조달 방법으로 내놓는 기존의 소득세 감면·축소 주장도 현재의 소득세 감면 제도가 역대 정부에서 줄이고 줄인 결과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제한된다.
게다가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 놓은 세출이 세입보다 100조 원 이상 많아 매년 국가채무가 100조 원씩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성화한 적자 재정 구조를 균형 잡아야 하는 책무가 있다. 정상적 국가라면 대선 공약의 1순위에 균형 재정의 비전을 내놔야 한다. 임기 중에만도 150조 원이 드는 공약을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도 없이 제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더욱더 우려되는 것은, 공짜 공약이 코로나처럼 대선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결국,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상식적인 국민의 냉철한 눈과 판단뿐이다.
문화일보
07.29 왕조시대도 아닌데 적자·서자 따지는 민주당 경선
적자·서자·맏며느리·아드님·큰형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집권당 경선이 혈통·적통 논쟁으로 난장판이 되고 있는 건 민망한 일이다. 자칭 진보세력이라는 민주화 운동 경력자들이 모인 정당에서 벌어지는 족보 전쟁은 정체성에 대한 자기 부정이고 시대를 거스르는 역주행이다. 적서(嫡庶)의 신분을 타파해 서자라도 왕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보가 추구해야 할 가장 고귀한 가치 아닌가. 그런데 서로
서로 손가락질하며 ‘너는 서자니까 안 된다’고 밀어내려 한다.
적통 논쟁은 진보 정체성 부정
대통령에 “큰 형님, 죄송” 사과도
친문 주류에 간택 받기 경쟁 돼
정책 실패 인정, 국민과 같이가야
선두 주자인 이재명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후보들이 ‘민주당 적자론’을 들고나올 때만 해도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왕조시대도 아닌데 적자·서자 따지는 건 우습다”던 이재명 후보가 돌변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 표결했다며 이낙연 후보를 공격하면서 다른 이슈를 모두 태워버리며 들불로 번지고 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김두관 후보가 “이낙연 후보는 노무현의 서자는커녕 얼자도 되기 어렵다”며 전쟁에 뛰어들고, 정세균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의장석을 지킨 사람”이라며 적통성 부각에 안간힘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금세 잡힐 기세가 아니다. 우선, 이 부조리극의 주인공들을 보라. 국무총리·당 대표·장관·도지사·국회의원…. 문재인 정부에서 높은 벼슬을 지낸 고관대작들 아닌가. 누구보다 민주당의 주류 친문의 패권 작동 생리와 생존술을 훤히 꿰뚫고 있어, 생사가 달린 급소 잡기 경쟁에서 밀리면 끝장이란 걸 직감적으로 안다. 김두관 후보를 보자. 그는 201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계파정치를 비난해 강성친문의 표적이 됐는데, 얼마 전 공개적으로 10년 전 일을 사죄했다. “문 대통령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말씀드리지 못했다. 큰 형님, 죄송하고 앞으로 잘하겠다. 이 업보를 어찌 풀어야 할지….”
낯 뜨거운 고해성사, 친문의 ‘간택’을 받으려는 절절함이 애처롭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안타깝지만 목소리 크고 힘깨나 쓰며, 주인 행세하는 친문 주류의 힘을 확인케 한다. 이들은 순혈의 ‘핏줄’을 중시하며, 무오류의 서사를 동원하고, 자기들끼리 이익을 독점하며, 내 편이면 불법과 비리도 눈감아주지만, 역린을 털끝만큼이라도 거스르면 좌표 찍어 댓글 테러의 제물로 만들어버리는 위력을 과시한다. 배교자를 관용하지 않는 절대자 숭배의 종교의식과도 같이 ‘정치적 신앙심’으로 똘똘 뭉쳐 지지층을 결집하고 이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는 게 이들의 생존방식이다. 임기 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힘의 작동 원리를 너무 잘 알기에 후보들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족보 전쟁은 숙명이다. 그러니 애당초 국가 운영 전략이나 미래비전을 다투는 대결장이 될 수 없었는지 모른다.
비극은 주류의 간택 받기 경선으로 변질되면서 국민도 함께 실종돼버렸다는 점이다. ‘이게 정부냐’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은 이제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절규하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죄도, 성찰도 없으며 한술 더 떠 ‘묻고 더블로 가’ 공약이 난무한다. 과거의 실정과 국민의 고통은 묻고 더 센 규제, 더 화끈한 돈 풀기로 가겠단다.
대통령 취임사와는 달리 집권세력은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으려’ 한다. 부동산 정책, 탈원전, 비정규직 제로,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청년실업 등 간판 공약 어느 것 하나 성한 게 없이 모조리 실패했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시장을 마구 들쑤셔놓은 부동산 정책으로 미친 집값은 벼락 거지를 양산하고 서민들은 ‘내 집 마련’ 꿈마저 잃어버렸는데도 “불법 거래가 시장을 왜곡했다”(홍남기 경제부총리)며 되레 국민을 탓한다. 청년 일자리는 줄고, 세금 풀어 만든 빈 강의실 불 끄기 같은 노인 알바만 늘었는데도 고용이 개선됐다며 억지를 부린다. 소득주도성장이란 해괴한 실험으로 자영업자들은 노포마저 접고 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됐고,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해 마구잡이로 뿌려댄 현금 살포 포퓰리즘으로 외국에서조차 우리나라의 곳간을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 청해부대 장병 301명 중 270명이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긴급 후송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는 국방부 장관의 보고는 코웃음을 치게 한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순 있지만 그건 잠시뿐이다.
민주당 경선이 국민적 관심 속에 정권 재창출의 산실이 되려면, 당장우스꽝스런 족보 논쟁의 갑옷부터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위에서 미래지향적 발전 공약을 놓고 다투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나라의 진짜 주인인 국민을 배제한 채 동굴 속 우상에 갇혀 있으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순 없다.
민주당 사람들은 원수처럼 여기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지만, 그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김대중 사면을 결심함으로써 불행한 사태를 막고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이정민 논설실장
07.30 네거티브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대통령 선거가 진영 간 목숨을 건 전쟁이 돼가고 있다곤 하나 아무리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친여 지지자들의 행태가 일례다. 최근엔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 서점 외벽에 김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까지 등장했다.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김씨의 얼굴을 본뜬 듯한 얼굴 그림이 그려졌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글귀도 있다. 친문 성향의 커뮤니티에선 “뱅크시 아티스트급 명작” “용자(용감한 사람)다” “성지순례 가겠다”고 옹호한 반면, 야권 지지자들은 현장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석열 부인 비방 벽화 두고 진영 대결
진흙탕 대선판…“민주주의 퇴행 우려”
그림의 의도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수준까지 가면 더 이상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기저에 깔린 여성 혐오는 또 뭔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저질 비방, 정치 폭력이자 인격 살인으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보 성향의 유튜버가 양모 변호사의 94세 모친을 찾아가 김씨와의 관계를 캐물어 양 변호사가 “거짓말로 주거 침입하고 유도해 어머니가 말을 따라 하게 하는 패륜 행위를 취재 원칙이라고 하다니 양심도 없느냐”며 모친의 치매 진단서까지 공개한 일도 벌어졌다. 개탄스럽다.
이를 말려야 할 더불어민주당에선 오히려 동조하는 기류가 있다. 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전 의원은 “치매는 경험한 기억만을 소환한다”고 맞장구쳤다. 민주당이 과거 욕설과 독설의 증오 마케팅에 빠져 있던 ‘싸가지 없는 진보’(2014년) 시절로 퇴행하려는 것인가.
그러고 보면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민주당 경선도 네거티브로 날을 세우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배우 스캔들을 캐묻자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받아친 장면이 대표적이다. ‘원팀 협약식’을 한 이후에도 ‘백제 발언’(이재명), ‘옵티머스 연루 의혹’(이낙연) 등으로 진흙탕에서 뒹굴고 있다.
아무리 네거티브가 선거의 필요악이라곤 해도 감내할 수준을 넘었다고 본다. 정책과 비전을 갖고 경쟁해야 할 대선판에 네거티브만 남았다. 한마디로 “저질”(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이 됐다. 이래도 되는 때인가. 건국 이후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가 못사는 나라가 될 위기다. 정치·경제·사회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경쟁하지는 못할망정 누가 비방을 더 잘하나 경쟁하고 있는 꼴이다.
모두 한 발 뒤로 물러나 역지사지해야 한다. 정당은 물론 대선주자들도 해명할 건 해명하고, 비전은 비전대로 내놓아야 한다. 어쩌면 대선주자들의 국정철학 빈곤을 네거티브가 채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지지자들도 자제시켜야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런 모습일 순 없다.
중앙일보 사설
07.30 윤석열, 오늘 국민의힘 '전격 입당'…당사 방문 뒤 기자회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다. 윤 전 총장은 30일 국민의힘 당사 방문 후 입당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 전 총장 캠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시 50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면담한다.
면담 이후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은 입당 관련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로써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 후 한 달 만에 마지막 주자로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탑승하게 됐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지난 주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손 잡았고,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났다. 또 어제 입당 전제로 한 언론 인터뷰도 있었다"며 입당은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날 당사 방문에 대해선 "카운터 파트인 권영세 위원장을 만나서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는 (입당 의지를) 사전에 이야기할 거고 당사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전날인 29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국민의힘과 손을 잡고 입당한 상태에서 선거에 나가도 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나. 늦지 않게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해 입당을 전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앙일보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