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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25/ 국방4/ 김동연의 대테러 전략 - 양욱의 국방 안보 칼럼 - 오동룡의 밀리터리 리포트

상림은내고향 2021. 7. 25. 16:35

대한민국25/ 국방4/ 대테러 전략 

■김동연의 대테러 전략 

월간조선 기자 

2015.12.30 구멍 뚫린 대한민국 테러 대비-이대로 괜찮을까?

/ 2015년 11월 경찰특공대원들이 대전에서 대테러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따다다당! 꽈과광!” 에펠탑의 아름다운 조명이 프랑스 파리의 하늘을 물들이고 있을 무렵, 파리 전역에서 총소리와 폭발음이 들렸다. 지난 1113일 금요일 저녁 920분경,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 축구경기장 근처에서 첫 번째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고, 곧이어 파리 시내의 10번구(, arrondissement) 11번구, 그리고 바타클랑(Bataclan) 공연장 등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반경 약 10km 내에서 여섯 차례나 이어지던 테러공격은 밤 10시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번 테러로 약 130명이 목숨을 잃었고 370명 정도는 부상을 당했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인 파리는 한순간에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이번 테러를 자행한 테러범들은 대부분 사살되거나 체포되었다 그러나 테러범 중 압데슬람 살라(Salah Abdeslam)는 아직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가 이미 시리아로 도망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내 연쇄테러가 발생하자,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집단 IS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곧장 프랑스의 샤를드골 항공모함이 시리아 근해로 출항했다. 이후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들이 IS의 주요 병참선과 무기저장고 등에 폭격을 가했다.
  
 
이에 질세라 IS도 프랑스에 대한 테러강도를 높이고, 에펠탑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 안에는 에펠탑이 무너지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 IS는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세력과 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했다. 이 동영상 안에는 IS가 적으로 간주한 국가들의 국기가 대거 포함되어 있는데 이 중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여러 개의 국기 중 중앙에 위치해 있다. IS가 한국도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이는 한국도 테러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테러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기자는 국내 군과 경에서 대테러 임무를 맡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먼저 우리 군은 총 3곳에서 대테러 담당 부대를 운영 중이다. 육군 대테러 특별임무부대, 공군 대테러 특임대, 그리고 707특전사 대테러 특임대이다. 해군은 UDT/Seal이 대테러 임무를 맡아서 하지만 여러 해상작전 업무와 중첩되어 이번 취재에서는 제외했다. 군 이외의 대테러 담당기관으로는 경찰특공대(SWAT)가 있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육군 특임대, 공군 특임대, 707특전사 특임대, 그리고 경찰특공대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대테러 대비태세를 확인해 보았다. 본 기사에서 취재에 응한 사람들의 정확한 신원과 소속기관의 명칭은 보안상 공개하지 않는다.  

  
  
공군 대테러 특임대 

성남공항 대테러 대원 고작 10 

기자는 공군 대테러 특임대(SDT· Special Duty Team)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A씨에게 문제점이 없는지 문의해 보았다. 그는 최근 1년 이내에 전역했다. 비교적 최근까지의 군 내부 상황을 기자에게 확인해 주었다.
  
 
공군 대테러 특임대는 2011 2월 조직되어 2012 1월 전력화를 마쳤다. 이 때문에 다른 군과 비교해 전력화 역사가 짧아 장비와 인력 등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A씨와 공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공군의 특임대원은 모두 지원자로 채우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대테러 특임대보다 그 규모가 매우 작다. 규모가 너무 작아 공군 내부적으로는 부대의 명칭을 특임대가 아닌 특임반으로 부른다. 보통 공군 부대당 특임반의 병력은 10명 남짓이다. 규모가 작다는 것은 작전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하고 임무별 배치인원도 턱없이 모자란다는 말이다. 유사시 현장에서 저격수 등이 다치거나 죽으면, 당장 작전 중 저격수를 대체할 인력이 없는 셈이다.
  
  A
씨에 따르면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 이용하는 성남공항에도 10명 남짓한 소수 대테러 인원만 상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출입국 시 청와대 경호실이 별도로 경호업무를 맡는다고 하더라도 유사시 대통령 경호가 취약해질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낳는 대목이다.
  
  1983
년 미얀마를 방문했던 전두환 대통령은 북한의 공작원에 의한 폭탄테러를 당한 바 있다. 당시 고위공직자와 기자를 포함해 17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러한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군사공항인 성남공항에 대테러 대원이 고작 10여 명이라는 것은 우리의 테러대비 태세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방탄기능 상실한 수송차량과 무거운 방탄조끼

/ 2015년 8월 을지연습의 일환으로 경찰특공대원들이 헬리콥터로 국회의사당 상공에서 레펠 훈련을 하고 있다.

 

A씨는 공군 대테러 특임대 장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특임대의 기동차량은 일반 승합차에 색상만 검은색으로 바꿨다. 미국 등의 특임대 수송차량은 상당한 방탄기능을 갖추고 있다. 실제 미국 경찰특공대 차량의 제작사인 텍사스 아머링 코퍼레이션(Texas Armoring Corporation)의 경찰특공대 수송차량 스펙을 보면 7.62mm 나토탄(AP) 0.50 캘리버 중기관총 급도 막아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것은 테러범들이 주로 사용하는 AK-47과 같은 돌격소총은 물론이고 그 이상 되는 중화기의 총알도 막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방탄을 하는 이유는 고도의 훈련을 쌓은 특임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차량에 탑승한 채로 피해를 입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A씨에 따르면 현재 공군을 비롯한 육군 특임대의 수송차량 등은 방탄기능이 없는 일반 승합차량이다. 이런 차량은 미국의 특임대 차량처럼 차량의 뒤편으로 출입하는 형태가 아니라 일반적인 승합차량처럼 옆문으로 타고 내리게 되어 있다. 이런 일반 승합차의 문 구조 때문에 특임대원들이 차량을 엄호물로 사용하여 현장에 진입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특임대 차량은 천장에도 출입구가 있어 현장의 상황에 따라 차량의 상층부를 통해 출동할 수도 있다. 건물의 고층 진입 시 차량을 밟고 내부로 진입하는 데 용이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A씨가 개인화기(총기)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이다.
  
 
“대테러 임무를 위해서는 개인화기가 중요하다. 테러현장에서 테러범들을 무력화시키려면 총기를 가지고 민첩하게 현장에 투입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공군 특임대가 사용하는 개인 화기는 일반 공군병사들이 사용하는 K-1 혹은 K-2 소총이다. 이런 소총은 개발 때부터 시가지 전투나 대테러 임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일반적인 전쟁상황만을 염두에 둔 보병의 화기이다. 이 때문에 특임대 임무용으로 개조를 하거나 변형을 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레일에 레이저포인터를 장착한다든지 야간투시경을 장착하는 등의 개선에 제약이 많다. 해외 특임대의 경우 총기에 추가적인 손잡이를 장착하기도 한다. 이는 좁은 실내공간에서 다양한 자세로 자유롭게 격발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공군 특임대의 개인화기는 이런 개조가 불가능하다. 당연히 현장에서 총기를 휴대하면서 이동하는 데에 제약이 발생한다.   


  
10발 중 1~2발 맞히는데 저격수라고?

저격수가 사용하는 저격 소총도 문제다. 앞서 언급한 일반 보병의 K-1이나 K-2 소총에 스코프(망원경)만 장착해서 연습한다. 그런데 일반소총은 저격용 소총과 달라, 최초 설계부터 총신(銃身)의 길이가 짧다. 이런 경우 발사된 총알이 안정적으로 표적을 맞히기 어렵다. 망원경도 잘 보이지 않고 보통 200m만 넘어도 정확히 목표물을 맞히기 어렵다는 게 A씨의 말이다. 200m 밖의 표적에 10발 중 1~2발 정도 맞는다. 이런 고정표적에 대한 사격훈련도 일반적인 군 사격장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보통 군내 사격장의 최대사거리는 130m 내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저격수들은 명중보다는 일정한 탄착군을 형성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라면 현장에서 인질을 붙잡고 이동하는 테러범을 어떻게 제압할 수 있을까.
  
 
또 저격용 소총은 발사 때 소리가 분산되고, 총구에서 섬광이 잘 보이지 않는 등 테러범의 입장에서는 저격수의 위치를 찾기 어려워야 한다. 그런데 공군 특임대는 일반소총을 사용하기 때문에 테러범에게 발각될 위험이 크다.
  
 
외국의 사례를 보자. 영국의 특임대인 SAS는 저격에 특화한 저격용 소총인 L115A .338 캘리버 탄을 사용하며, 1200m(1.2km) 밖의 목표물을 명중시킨다. 영국의 SAS와 비교하자면 저격수의 유효사거리가 6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실제 현장에서 200m 이내에 배치된 저격수는 테러범에게 발각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A
씨는 개인화기 이외의 문제점으로는 방탄조끼도 꼽았다. 조끼가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방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플레이트(Plate·방탄판)가 너무 무거워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 대원들의 동작이 둔화된다는 것. A씨에 따르면 방탄조끼는 사실 임무에서 필수장비임에도 너무 무거워 대부분이 착용을 꺼린다고 했다. 심지어 방탄조끼 안에 방탄판을 빼기 일쑤라고 했다. 대원들 중에는 방탄판을 장착하고 동작이 굼떠서 총에 맞는 것보다 방탄판을 빼고 빠르게 이동하는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특임대에서 사용하는 방탄조끼는 오래전부터 군에서 사용하던 구형이라서 신형으로의 교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육군 대테러 특임대 

육군의 경우는 어떨까. 육군도 대테러를 담당하는 육군 특임대가 있다. 이들은 707특전사 특임대와는 별도로 만들어진 대테러 부대이다. 규모와 역사로는 공군에 비해 오래되었지만, 공군과 유사한 문제점이 지적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육군 특임대 예비역 B씨를 인터뷰해 보았다. 그는 약 2년 전 전역했다. B씨에 따르면, 개인화기가 역시 일반 보병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육군도 K-1이나 K-2 소총을 사용한다. 이는 앞서 공군 특임대와도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테러 진압용 무기가 아니라 그냥 일반 총에 불과하다. 테러 진압요원이 일반 소총수와 같은 총을 들고 그냥 총을 좀 더 잘 쏘는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쯤은 알아야 할 텐데, 우리 군은 그런 인식도 부족한 것 아닌가 보인다.
  
  B
씨는 육군 특임대의 경우 공군 특임대에 비해 개인장비가 더 부족하다고 했다. 가령 작전지휘 장비이다. 앞서 인터뷰한 A씨에 따르면 공군은 2016년경 지휘부에서 현장의 작전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상통신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 UDT/Seal이 과거 아덴만 여명,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에서 사용하였던 것과 유사한 장비다. 당시 카메라를 장착한 UDT 대원들의 현장상황이 실시간으로 지휘부의 스크린에 전달되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지휘부에서는 작전을 지휘한 바 있다. 이런 장비가 아직까지 육군 특임대에는 도입된 바 없다. B 씨는 “그나마 일반 육군에 비해서는 야간투시 장비 등의 보급이 나은 편이지만, 아직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707특전사 특임대

 지역별 대테러 대응팀은 예산문제로 유명무실

/ 미국의 경찰특공대가 사용하는 수송차량과 내부 모습. 사진=텍사스 아머링 코퍼레이션 캡처

 

707특임대는 국내 군의 대테러 부대에서는 최고로 알려져 있다. 특전사 내부적으로도 ‘특전사 중 특전사’로 불린다. 특수전 사령부에 따르면, 707특전사 특임대는 1981 4 17일 만들어진 부대로 대테러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전사 전우회의 이정하 사무총장은 특전사 장군 출신으로 707특임대의 모체라고 볼 수 있는 27부대부터 707특임대 설립에까지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는 대테러 전문가로서 기자에게 먼저 최근 해외 테러 추세에 대해 소개했다.
  
 
최근 테러는 과거 인질 등을 붙잡고 돈을 요구하는 협상 방식에서 자신들의 위세를 떨치기 위해 곧장 폭발이나 총격을 가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근 테러 방식은 대테러 진압작전을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하다고 했다. 707특임대와 같은 대테러 전문가들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테러가 발생해 손을 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한국이 오히려 파리보다 테러의 대상이 될 만한 곳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하철, 고층건물 등이 파리보다 더 많이 밀집 분포되어 있는 반면 보안의식이나 대테러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정하 사무총장에 따르면, 최근 테러 위기가 고조되면서 707특임대와 유사한 지역별 육군 특임대를 전국적으로 배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육군 특임대는 앞서 기자가 인터뷰한 육군 특임대보다 능력이 우수하며, 대원들이 모두 간부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 앞서 말한 육군 특임대와는 별도로 707의 추진 아래 다른 지역별 특임대를 구성 중이라는 것이다. 다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구성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707특임대는 특수전사령부의 예산 중 일부를 사용하고 있는 처지라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이 지역별 특임대는 유명무실하다며 혀를 찼다.
  
 
이 총장은 장비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특수부대의 특성상 세부적인 내용은 군사기밀이라 언급을 피했으나, 개괄적인 개선점에 대해서는 언급했다.
  
 
먼저 개인 특화 장비의 부재를 꼽았다. 707특임대원이 사용하는 장갑을 각 개인이 사비로 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장갑은 대원의 손에 피부처럼 달라붙어 접착성이 우수하면서도 손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장갑 자체를 군수품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군화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했다. 해외의 경우 벽을 타고 오르는 데 특화된 군화 등을 지급하여 사용 중인데 국내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총장에 따르면, 충성심이 투철한 707특임대원들은 군수품에서 미흡한 부분을 정부에 요청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해결한다.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장갑처럼 분명 수요가 있는 장비가 있더라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707은 장비적인 면에서 MP5 소총처럼 대터러에 특화된 화기를 수입해 사용하는 등 비교적 여타 대테러 부대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 장비가 적기에 도입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 총장은 현재 707특임대는 해외 특수부대인 미국의 델타포스, 프랑스의 GIGN, 독일의 GSG-9, 영국의 SAS 등과 교환 훈련을 하고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과 훈련만 같이 하고 있을 뿐, 테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점을 맹점으로 꼽았다. 이는 정부에서 군사 및 테러 정보 공유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해 파리테러를 계기로 각 국가끼리 테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특수전사령부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707특임대의 상위 부서인 특수전사령부는 신임 장경석 사령관을 필두로 21세기 진화하는 테러추세에 발맞춰 첨단장비를 보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해외 여러 특임대에서는 드론(drone, 무인기)과 로봇을 사용해 테러범들의 동태를 살피는 첨단장비 등을 보유 중이다. 이런 장비들은 보통 대당 가격이 수천만에서 수억 원대에 달한다. 그런데 “현재 특수전사령부는 규모 대비 약 15억남짓 되는 예산으로 모든 장비 도입을 해결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경찰특공대 

경기도에서 테러 발생해도 서울에서 대응하는 구조

/ IS가 지난 파리테러 직후 공개한 동영상에서 IS가 적대국으로 지명한 국가들의 국기이다. 중앙에 태극기가 보인다. 사진=동영상 캡처

 

경찰특공대는 1983 10월 창설되어 국내에서는 707특임대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대테러 전문기관이다. 이번에는 경찰의 대테러 기관인 경찰특공대 및 경찰 내부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해 보았다. 전·현직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성남공항 등에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초동대처는 해당 공항에 상주하고 있는 공군 대테러 대원들이 맡게 되지만 주요 작전 임무는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가 담당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를 통틀어 경찰특공대 대원은 그 수가 100여 명이 전부라는 게 경찰내 전·현직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이 병력이 모두 서울의 모처 한 곳에 상주하고 있다. 즉 이 경찰특공대 상주지역에서 먼 지역일수록 초동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찰특공대원들의 수는 기밀사항으로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많아도 150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경찰 내부 관계자들이 입을 모았다. 그런데 이 적은 수의 경찰특공대원들이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지역까지를 관할하고 있는데 문제는 없을까. 만약 서울에서 연쇄테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2015 11 13일 파리에서는 무려 6차례의 테러가 불과 몇 분 간격으로 파리시내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연쇄테러는 얼마든지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또 테러범의 입장에서 보자면 여러 테러를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시켜 테러 대응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주의를 분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청한 경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경찰특공대가 지자체마다 배치되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찰특공대는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에만 배치되어 있어 그 외 지역은 사실상 대테러 전문인력의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장비조달 방식이 문제 

이번에는 경찰특공대 폭발물탐지대(EOD) 출신의 한 예비역 관계자 D씨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D씨는 과거 경찰특공대 폭발물탐지대에서 7년가량 근무했던 사람이다. 그는 고질적인 문제로 장비의 조달를 꼬집었다. 현행 경찰특공대는 비교적 우수한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나, 내구연한(耐久年限, 사용기간)에 발이 묶여 신형장비 도입 및 도입 수량에 문제가 많다고 답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국내 사용 중인 경찰특공대의 장비들은 보통 내구연한을 10년으로 잡는다. 이 때문에 장비가 노후하여도 신형으로 교체를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방탄방패를 예로 설명하자면, 현재 사용 중인 방패는 방탄능력이 5.56mm 탄 방어용이다. 그런데 테러범들이 사용하는 돌격소총 AK-47 등은 7.62mm 탄을 사용한다. 그럼 당연히 현행 사용 중인 방패로는 작전에 돌입할 수 없다. 왜냐하면 테러범의 공격에 방탄방패가 총알을 막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수요를 요청해도 일단 급한 대로 몇 개만 도입을 해 주는 식이다. 이 말은 작전에 투입된 대원들 중 누군가는 목숨을 담보로 작전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수요를 파악하고 처리하는 절차 등이 매우 복잡하고, 단계별 결정권자가 많아 탄력적인 장비수령이 불가능하다. 대테러작전은 테러범에 대한 정보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 테러범들이 사용하는 화기와 폭발물 등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로 임무에 투입돼야 한다. 그런데 서류작성 및 절차상의 문제로 경찰특공대원들이 임무에 적합한 장비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찰 내 조달부서의 입찰 방식이 저가입찰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도 문제다. 경찰특공대가 작전에 필요한 성능을 요구하면 그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저가형 장비부터 우선 구매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 해당 장비는 작전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 구형장비이거나 다른 선진국 등에서는 도태한 장비, 문제가 지적된 장비들이 도입되는 경우도 있다.
  
 
입찰에 들어온 기업들 역시 경찰특공대에서 요구한 장비의 성능에 준하는 장비들을 입찰해야 한다. 그러나 항상 저가 선호 방식에 익숙해진 탓에 성능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장비를 대거 입찰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공개입찰 방식과 계약 방식이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  


  
국민 對테러 교육 필수

다음은 D씨가 폭발물 탐지 장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정부기관에는 폭발물 테러에 대한 기본적인 초동장비가 결여되어 있다. 폭발물이 의심되면 경찰특공대나 군의 폭발물탐지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취하는 최소한의 대응이다. 여기에는 폭발물 방호 담요나 방폭 바스켓(Basket)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시설 혹은 정부기관 내에 이런 방폭 담요 혹은 방호 체임버(Chamber)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등에서는 이런 폭발물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이런 장비는 유사시 폭발물의 폭발위력을 낮추고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기자가 확인해 본 결과, 미국의 뉴욕지하철은 허드슨 강을 지나는 지하철 터널 외벽에 건설용 방폭 담요로 덮는 시공을 지난 2010 12월에 시행한 바 있다. 이는 테러범들이 수중에 폭발물을 매설해 뉴욕지하철을 공격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한 것이다. 또 미국의 일부 박물관 안에는 테러에 대비해 방호 체임버를 갖추고 있다. 유사시 사람들이 해당 체임버에 들어가면, 폭발물의 폭발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D
씨는 정부와 민간기업이 테러에 대비하는 자세는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최근 롯데월드타워는 테러에 대비해 민·관 합동 대테러 훈련 등을 시행하였으나, 실전에 대비한 준비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롯데월드타워에 상주하는 민간 대테러 대원은 총 6명이 고작이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가 테러에 대비하는 자세를 대변하는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다. 120층이 넘는 고층 건물에 대테러 대원 6명이 유사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아직까지 다중이용시설 및 초고층 빌딩에 대한 대테러 교육과 대비가 매우 부족하다. 대테러는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 등에서도 사전에 대국민 교육 등을 시행하고 급조폭발물(IED) 등에 대한 이해를 도와야 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의심스러운 물체를 보면 신고하고, 절대 만지지 말라는 등 기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중동에서는 이러한 급조폭발물에 의한 피해가 다른 그 어떤 테러보다도 가장 큰 인명피해를 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주요 정부시설은 미국처럼 우편물 검색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로 들어오는 우편물에 폭발물이나 생화학무기 등을 가려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가령 불시에 모의 폭발물을 주요 정부로 보내, 이런 폭발물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실전 같은 훈련만이 테러에 대한 방어를 할 수 있다.
  
 
기자가 확인해 보니 미국은 이러한 모의 폭발물 우편배송 훈련을 실제로 진행 중이다. 과거 알카에다의 우편물 탄저균 공격 이후 지속해서 시행하고 있다.   


  
對테러 예산, 한국은 70억원, 미국은 18조원

국회는 최근 파리테러를 계기로 내년도 대레러 예산을 25억원가량 증액했다. 기존 대테러 상황 관리 예산 약 54억원에 이 25억원을 더해 총79억원으로 상향조정된 것이다. 그러나 증액된 부분은 경찰의 대테러 예산에만 해당되는 것이며, 군의 대테러 예산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 9·11 테러 이후 대테러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어떨까.
  
 
미국의 통계전문 팩트탱크(Fact tank)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미국은 2013년에 160억 달러를 대테러 예산으로 지급했다. 이는 한화로 약 18조원에 달하는 액수이다. 미국의 한 주()당 배정되는 예산은 약 3600억원인 셈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 예산은 국방예산과 중첩되지 않는 순수 대테러 예산이며, 2001년 테러 발생 이후 10년가량 지난 미국의 대테러 예산은 두 배가량 증액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테러 예산은 미국 안팎의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을 정보기관이 모니터하는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도 예산인 약 375조원 중 약 115조원가량을 보건복지 분야에 사용했다. 이는 전체 예산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이미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땜질식 대응’을 반복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야당은 대테러방지법 통과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야당이 반대하는 부분은 도·감청 부분이다. 도·감청 및 통화기록 조회를 하지 못할 경우 이번에 국내에서 적발된 인도네시아계 외국인들이 IS와 같은 해외 테러집단과 연결되어 있다는 정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게 된다.

 

2017.05.17  [집중분석] 궁지에 몰린 북한, 한미 당국의 압박속에서 북한이 전쟁을 감행한다면?

북한이 펼칠 전쟁 시나리오 - 국내외 정보당국이 분석한 북한의 5가지 공격전략

⊙ 미사일 도발이나 핵실험 같은 직접적인 도발보다 즉각적인 식별 어려운 공격 가능성 농후
⊙ 북한이 85주년 인민군 창설일, 미사일 도발 않고 대규모 포사격을 한 이유
⊙ 트럼프 행정부, 북에 물리적 반격 가능성은 언급했으나, 사이버 반격에 대해선 언급한 적 없어 
⊙ 한미당국의 대규모 원점타격 훈련 보고 간접적인 공격패턴 지향할 것

 

지난 4 25, 북한은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맞이해 역대급 포사격을 감행했다. 북한의 원산 해안가를 빼곡히 메운 북한 포병부대의 포들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이런 대규모 화력시험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 《월간조선》은 북한이 포사격을 감행한 연유에 대해 해외 싱크탱크 등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향후 북한의 전쟁 혹은 도발 양상을 파헤쳐 봤다. 이번 북한의 포 도발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북한의 전형적인 성동격서식 도발이자 김정은식 도발패턴이다. 즉 예상 밖의 도발이다.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의 도발은 그 빈도가 늘어남과 동시에 과거의 도발양상을 벗어나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등의 분석을 보면 김정은 정권 시작 이후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의 경우에도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등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해 과거 유사한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했던 것과는 달랐다. 즉 김정은의 도발양상이 예상과 다른 돌출적 행동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대규모 화력시위도 그런 맥락이다.

 

당초 군 당국 등에서 예상했던 도발은 미사일 발사나 핵 도발이었다. 한미 연합군은 동해와 서해상에서 이지스함 등 탐지자산을 배치해 만일에 있을 북한의 미사일 발사 궤적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있었다. 앞서 북한은 신포에서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으나, 발사 초기 단계에 폭발하면서 실패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와 유사한 미사일 발사를 다시 준비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여 왔다. 그런데 돌연 포사격으로 방향을 틀어 예상을 뒤엎었다. 북한은 이를 합동타격 시위라 칭했다

 

둘째, 북한이 대규모 포사격을 한 것은 미국에 공격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말뿐인 위협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대규모의 전력을 한반도에 배치했다. 한때 항모, 칼빈슨호의 실제 항로가 밝혀지면서 애당초 칼빈슨 항모는 한반도로 향한 게 아니었다는 내용이 미국 언론에서 나왔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 여론에서도 트럼프가 북한을 겁주려고만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칼빈슨 항모의 항로를 살펴보면, 미국에서 항모의 기수를 틀어 한반도로 간다고 말한 시점에서 실제로 칼빈슨은 항로는 바꿔 한반도를 향해 북상했다. 물론 그 이후  칼빈슨은 기수를 다시 180도 틀어 호주쪽으로 남하했다. 이런 항모의 기수변경은 미리부터 계산된 미국의 전술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유가 어찌됐든 동북아권에서 호주로 가던 칼빈슨이 기수까지 틀었다는 뉴스의 파급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이슈가 됐다 

 

/북한은 지난 4월 대규모 포사격을 감행했다. 북은 이를 합동타격시위라 칭했다. 사진=조선일보

 

미국의 이런 전술에 적잖이 당황한 북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칼빈슨 항모의 재전개와 미국의 무모한 침략책동을 당장 멈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방송이 나오기까지 했다. 칼빈슨은 종국에는 한반도를 향해 왔으며, 오는 중에는 일본과 해상 연합작전도 벌였다. 한마디로 미국의 이런 항모 전단 전개는 미국이 낼 수 있는 요란한 기침소리를 오면서 모두 낸 셈이다.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언론을 통해서도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모든 옵션은 준비되어 있다”는 식의 발언을 지속했다. 《월간조선》이 지난 5월호에 분석한 기사, [단독] 미 국방부 내부자료와 현역 군 간부들이 전해준 미국의 북한 공격설’에서도 미국의 최신 국방문서들을 통해 만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미국의 대북압박은 북한이 빌미만 제공하면 언제든지 공격할 채비를 마친 상태로 보였다

 

따라서 북한은 미사일 도발이나 핵실험 대신 대규모 포사격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미사일과 달리 포는 포탄의 크기가 작고, 그 궤적을 추적해 요격할 수 없다. 또 포탄의 사거리도 북한이 보유한 원거리 미사일 대비 근거리에 불과하다. 즉 북한은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는 방증이다. 당시 중국마저 북한을 두둔하지 않고, 유사시 북한의 도발로 인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도 중국은 도와줄 수 없다는 내용의 논평이 중국의 주요 매체에 나오기까지 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절대존엄인 김정은이 미국의 압박에 아무런 군사적 행동 없이 넘어가기에는 체면이 실추되고, 그렇다고 미사일을 쏘자니 반격당할 가능성이 있자, 포사격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종합하자면, 북한의 이번 대규모 포사격은 유사시 북한의 도발 및 공격방식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북한은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저강도 대응을 한다.

/북의 도발이 지속되자, 대규모 한미연합 공군 훈련을 진행했다. 출격을 준비중인 KF-16 전투기들. 사진=조선일보 

 

북한의 향후 공격양상, 대규모 포사격처럼 원점타격 빌미 주지 않고, 단시간에 공격주체 추적 어려운 공격할 것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자료 등을 종합하면, 북한은 비대칭 전력을 육성해 왔다. 이 비대칭 전력을 육성한 이유 중 하나는 비용 대비 효과로 지목했다. 대표적으로 북한의 무인기, 사이버 전사 양성 등을 들 수 있다. 비용 대비 효과와 더불어 더 큰 강점은 공격 직후 공격의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공격 주체에 대한 규명 지연이라는 시간적 우위를 북한이 가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천안함 폭침과 사이버 공격을 겪으면서 이를 경험한 바 있다. 공격을 당하고도 누가 공격했는지 추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연평도 포격처럼 즉각적인 반격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지금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런 공격주체 파악에 시간이 소요되는 전술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미사일 발사처럼 즉각적으로 발사 위치가 드러나는 행위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최근 한미 연합군은 전례 없는 대규모 전력을 활용한 훈련을 연거푸 시행했다. 한미 연합군의 공군력이 대규모로 출격하는 모습(elephant walk)을 보여주고, 한미의 아파치, A-10, 전투기, 자주포 등 250여 대의 전력이 막강한 화력을 총동원한 ‘통합화력 총동원 훈련’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원거리 스탠드오프(stand-off) 미사일인 우리 공군의 타우러스 미사일 탑재 훈련과 전쟁개시에 필수 무기인 토마호크 미사일을 150여 발 탑재한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도 한국에 들어온 상태다.

 

한마디로 북한에 걸리면 작살내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한미는 원점타격을 위해 이를 갈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마당에 북이 원점을 드러낸 도발을 한다는 것은 괴멸을 자초하는 것이다현재 북한의 지도부 테이블 위에서는 저비용 고효율, 원점타격 불가, 효과가 입증된 도발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북의 공격유형 1: 잠수함 발사 미사일, 발사 직후 폭발, 가짜 미사일 발사 시늉 

굳이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를 끝까지 감행하겠다고 한다면, 아마도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도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신포나 무수단과 같은 지역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발사원점이 노출된다. 아무리 새로 도입한 궤도차량과 고체연료를 활용해 북한이 기존에 발사한 적이 없는 제3의 기지에서 발사한다고 해도 발사원점은 한미연합 탐지자산을 통해 추적 가능하다. 원점이 발견된 이상 반격을 막을 방법은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북한이 작년 시도한 바 있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KN-11을 재차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잠수함 발사인 만큼 발사 전후에는 발사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 아직 잠수함 발사 기술이 완성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던 중 발사 실패 등으로 인해 사전에 잠수함의 위치가 탄로날 가능성이 있다. 설령 잠수함 위치가 포착되지는 않더라도 발사 후 폭발하는 등 실패로 돌아가면 국제적으로 체면을 구긴다. 따라서 이 공격방식은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를 끝까지 고집한다는 전제하에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 탈북자 출신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고의적으로 발사 후 폭발을 유도한다는 분석도 있다. 발사 직후 미사일이 터지면 미국에 저강도 도발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미사일 발사 도발에서도 발사 직후 폭발하는 식의 도발도 있을 수 있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한미당국의 예상을 뒤엎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가령 기존과 달리 북한 동해 쪽 해안 지역에 지하 구덩이를 파 수중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북한 군 지도부가 미국의 반격 위험성이 있다는 조언을 받아들인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를 하지 못한다면, 내부적인 인민 지지를 위해 발사 시늉 등을 준비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북한은 과거 실제 발사한 미사일의 수보다 많은 미사일을 쏜 것과 같이 영상 등을 조작해 북한 내부 방송에서 보여준 바 있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의 압박속에서도 굳은 의지를 보여주고 내부 단결을 위해 가짜 미사일 발사 방송을 기획할 수 있다.

 

방송을 통해 “북한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은 거칠 것이 없다” “미제 승냥이의 전쟁놀이와 침략행위에도 우리 지도자는 미사일로 맞불을 놓는다” 등의 내용을 담아 과거에 사용했던 미사일 발사 영상과 발사 관련자를 포옹하는 장면 등을 짜깁기해 다시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방송을 기획하면, 북한 내부적으로는 단 1발의 미사일 발사도 없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셈이다.  

 

북의 공격유형 2: 사이버 공격

중국이 북한으로 보내는 기름마저도 중국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면서 공급을 줄여 나갈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 어떠한 전쟁 및 도발수단도 기름 없이는 운용이 불가하다. 즉 최소한의 기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공격을 모색해야 한다. 전력(電力) 생산을 위한 기름 사용이 그나마 다른 군사무기 운용 대비 최소한의 기름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그동안 양성한 북한의 사이버 전사들을 활용해 한국이나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북한은 중국의 서버망 대신 인도 등의 서버망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국내외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중국의 서버망을 활용한 공격이 반복되면서 한미당국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의 원점 추적 시간이 단축됐다. 따라서 북한은 인도와 같은 새로운 제3국의 서버망 등을 이용해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사이버 공격에 성공하면, 그 원점 추적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설령 북한이 공격의 주체인 것이 밝혀져도 과거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면 된다. 따라서 북한의 현재 입장에서 가능성이 높은 공격방법이다. 최근 미국 국무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중동 테러집단 IS 등은 미국의 학교와 병원의 컴퓨터망에 대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따라서 북한도 기존에 침투하지 않는 새로운 전산망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탈북자 출신 대북 전문가는 종편의 탈북자 방송에서 북한은 한반도에 배치된 항모전단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항모전단의 컴퓨터망을 파괴하지 않고서는 미 항모전단의 견고한 방어무기 체계를 뚫고 들어가 항모 등을 파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전문가는 미 항모전단에 물리적인 파괴를 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최소 140발의 미사일을 쏴야만 3발 내외의 미사일이 항모를 맞힐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북이 항모전단의 사이버망을 무력화시키면 북이 미사일 3발 정도만으로도 항모전단을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물리적인 반격을 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으나, 사이버 반격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는 없다. 4월 말, 전직 미국 정부 관계자가 북한의 사이버 전력은 매우 위협적이라는 등의 발언을 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사이버 교전규칙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북한을 사이버상에서 반격할지 여부와 그 정당성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 2015년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화생방 훈련 중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북의 공격유형 3: , 소규모 생화학전

 지난 김정남 암살에서 VX를 사용해 생화학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해 본 북한으로서는 생화학 공격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북한의 우방국인 시리아는 황겨자탄 등을 시리아 내전에서 사용해 상당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북한의 절친 시리아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북한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시리아를 통해 그 내용 등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 등에 따르면, 북한의 생화학무기 보유량은 2500톤에서 5000톤이다. 또 유사시 연간 4500톤의 생화학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무기 중 VX와 같은 맹독성 물질을 북한의 무인기나 근거리 발사체(장사정포) 등에 탑재해 남한으로 보내거나, 남파 공작원을 통해 살포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무기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종류를 사용할지는 파악이 어렵지만, 익명을 요청한 미국의 대북정보 전문가는 북한이 공격에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생화학무기 3종을 꼽았다. VX, 청산가리, 탄저균이다. 이 세 가지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 이유는 그 파괴력이 실전에서 입증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무기 중에는 콜레라나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 물질도 가지고 있다. 일부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가축을 죽이는 전염병 물질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이런 전염성 질병을 퍼트리면, 한미당국에서는 전염병의 출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한미 질병통제센터에서는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동북아에서 발생 중인 전염병의 종류 등을 모니터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발병 가능성이 적은 전염병이 갑자기 발생할 경우 그 원점과 전염 시점 등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생화학전으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하다. 이것은 사전예방을 하기 어렵고, 파악한 직후에도 방독면 및 관련 보호장구 배포 등에 어려움이 크다. 당국은 유사시를 대비한 방독면과 보호장구, 관련 매뉴얼을 구비해야 한다.  

 

북한은 올해 태양절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생화학전 방호복을 착용한 화생방부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수의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연대 단위의 군병력 안에는 최소 1개 대대 규모의 화생방 군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그만큼 북한은 생화학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뜻이다.

 

북의 공격유형 4: 남파공작원 활용한 테러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북한은 남남갈등 유발을 위한 한국내 테러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국정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북한은 김정은의 지시로 전세계 테러 유형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남파공작원이나 종북세력 등을 활용한 국내 테러를 모의하거나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4월 삼성 서초사옥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문자가 전송되어 해당 건물 내 사원들이 대피한 일이 있었다. 다행히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런 행위가 북한의 사전 테러 모의 준비과정의 일환일 수 있다. 가령 한국 내 테러 대응 태세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또 올해 초 서울 은평구의 지하철 역사 안 화장실에서는 군 훈련용 수류탄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국은 해당 수류탄의 출처 등을 밝혀 내지 못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세계적으로 차량 돌진 테러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북한이 이와 유사한 테러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테러 외에도 테러로 규명하기 어려운 화재도 북한이 추진할 수 있다는 정보가 확인됐다. 테러보다 그 위협 정도가 약해 보이고, 발화 시점과 지점의 분간이 어렵지만, 국가 기간시설 등 주요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 대북소식통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경 북한 내부 권력서열 싸움 중 누전사고로 위장한 방화가 북한의 4·25문화회관에서 발생한 바 있으며, 해당 화재로 북한의 주요 건물이 불에 탔다. 북한이 화재를 가장해 요인암살이나 기간시설 파괴와 같은 전술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5 6, 국내에서는 단 하루에만 전국적으로 16건의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 2014년 국내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사진=조선일보

 

북의 공격유형 5: 대규모 무인기 침투

 테러 외에는 무인기 침투가 있다. 이번 대규모 포사격처럼 대량의 무인기를 남한으로 침투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미 2014년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이 있었다. 2015년에도 유사 도발이 있었지만, 군 당국은 해당 내용을 쉬쉬하다가 해당 내용이 국회에 보고된 합참보고서를 통해 대중에 공개됐다. 우리 군은 이런 북한의 도발에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벌컨포 사격이나 사수를 태운 헬기로 따라가 격추시킨다는 등 실효성이 낮은 대책만 가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북한이 대규모 무인기를 남침시킨다면 대응이 어렵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 중인 대무인기 레이저무기도 실전배치까지는 몇 년이 남았다. 만약 북한이 이런 무인기에 소규모 폭약이나 생화학무기 등을 탑재해 보낼 경우 위험해진다. 대남 테러와 무인기 도발 등은 한미당국의 입장에서 원점타격이 어렵고, 주체파악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대규모 포사격으로 미사일 발사를 대신했을 만큼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의 지도부가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또 중국조차 북한의 도발을 반기지 않는 마당에 중국의 승인 없이 전면전 양상의 공격은 가능성이 적다. 종합하자면, 현재 북한은 앞서 언급한 5가지 유형의 간접적인 소규모 공격방식으로 전쟁 시나리오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도발을 함으로써 미국의 직접반격을 최소화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2017.06.07 북한의 미사일 능력, 그리고 미국의 북한미사일 해킹 가능성

잇따른 북한 미사일 발사 실패, 칼빈슨 항모에 탑재된 전자전기(電子戰機) EA-18의 전파교란 때문인가?

⊙ 존 실링 교수, “북한 미사일 1960년대 아날로그로 제작돼 사이버 해킹 쉽지 않은 구조”
⊙ 상상초월하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의 능력, 통신 연결 안 된 전자기기도 해킹할 수 있어
⊙ 장영근 교수, “북한 미사일의 고체연료 탑재는 미사일 생존성 배가시켜”
⊙ 미국 항모전단 파괴하기 위해 북한 끊임없이 항모 향해 해킹 시도하고 있어

▲ 미국의 항모전단. 사진=위키미디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예하 대북분석 프로젝트팀, 38노스’는 최근 흥미로운 분석 리포트 2건을 게재했다. 하나는 북한이 최근 발사하고 있는 미사일을 해킹할 수 있는지 여부를 분석한 것, How to Hack and Not Hack a Missile(미사일을 해킹하거나 해킹하지 않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한계를 분석한 것, A Paradigm Shift in North Koreas Ballistic Missile Development?(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인가?)”이다
  
 
전자에 언급한 해킹 관련 보고서를 쓴 존 실링(John Schilling)은 미국 남가주대학(USC) 우주항공학 박사이자, 20여 년간 우주항공 공학 분야에 몸담아 온 우주항공 전문가다. 해당 내용 중 북한 미사일이 가진 약점에 대해 논한 부분을 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One potential vulnerability, though, is North Koreas known use of foreign commercial electronics components in the guidance control systems of their space launch vehicles, and presumably its more advanced missiles as well. Commercial generally means insecure when it comes to electronics, so it may be possible to find or create vulnerabilities in these components, effectively hacking the missile before it is even built(북한 미사일이 가진 하나의 잠재적인 약점은 북한의 유도통제시스템 부분에 상업용 전자부품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런 상업용 전자부품을 우주발사체뿐 아니라 그들이 개발 중인 개량형 미사일에도 사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전자제품이란 기본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이며, 이런 부분에서 약점이 드러나 북한의 미사일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해킹될 수도 있다).

 

 미국의 Left of Launch 작전 때문에 북한 미사일 발사 실패하고 있나?

/항공모함 위에서 이동 중인 전자전기 EA-18. 사진=위키미디어

  

  보고서에서 북한 미사일이 해킹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해킹의 주체를 미국이라고 단정짓지는 않았다. 단지 북한의 미사일이 가진 고유의 약점이 있어 해킹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글의 내용을 보면, 이런 해킹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한다. 북한과 같은 폐쇄국가는 통신망을 해킹하는 게 여간 쉽지 않은데 특히 북한의 기술적 퇴보가 이런 해킹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1960년대 수준의 기술을 가진 북한의 전자기기 등은 대부분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날로그라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시스템이 IT와 연결 루트가 없다는 것이며, 루트가 없다는 것은 해킹에 있어서도 공격을 할 통로가 막힌 셈이다     

 

한편,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발사 실패 횟수가 증가하자,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파교란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군 전문가들에 따르면 칼빈슨 항모에는 다수의 EA-18 그라울러(Growler)가 탑재됐다. EA-18은 일반 F/A-18전투기를 기반으로 개발한 전자전기(電子戰機)로 전자교란 등의 작전을 수행하는 항공기다. 이 전자전기 여러 대가 북한 미사일 기지 등을 향해 Left of Launch(발사의 왼쪽, 발사 직전 교란)라는 작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이 작전 개념은 2014년 무렵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것으로 전자기파, 레이저파, 에너지파, 사이버 공격 등을 활용한 교란 개념으로 알려졌다

 

본 개념의 이름이 ‘발사의 왼쪽’인 이유는 발사준비-발사-상승-하강으로 이루어진 미사일 발사 과정 중 발사의 왼쪽에 있는 단계인 ‘발사준비’ 때 공격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북한이 2016년 무수단 미사일 8발을 발사했는데 이 중 단 1발만 성공했을 뿐 7발은 모두 실패했다. 이런 잦은 실패를 두고도 미국의 전파교란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부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연이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패 뒤 미국의 전파교란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만약 이 분석이 맞다면, 미국은 이미 북한이 개발 중인 대부분의 미사일의 해킹에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시스템 자체를 사이버 공격으로 뚫지 못했다고 한다면, 발사 후 미사일의 유도체계를 전파적인 교란이나 레이저 공격 등으로 폭파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대북 해킹뿐 아니라, 북한의 대미 해킹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 한 종편에 나온 대북전문가에 따르면, 북한은 한반도에 배치된 칼빈슨 항모전단을 향해 끊임없이 해킹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항모전단이 실시간으로 운영하는 방어체계는 항모로 날아오는 미사일 등을 사전에 탐지해 요격해 버린다. 따라서 이 방어체계를 해킹으로 무력화시켜야만 북한의 미사일로 항모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항모전단이 정상적인 방어체계를 가동 중인 상황에서 물리적인 파괴를 가하려면 최소 140발의 미사일을 퍼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해킹으로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면 단 3발 정도만으로도 물리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전원 꺼진 전자제품, 전기콘센트만 연결된 전자제품도 해킹 가능한 NSA     

미국 NSA(국가안전보장국·National Security Agency)가 과거 독일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청,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미국에서 메르켈을 포함한 세계 정상들의 휴대전화를 실시간으로 도청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과 안보적인 측면에서 정보를 공유하던 독일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반응을 보이며 미국 측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메르켈 총리는 허겁지겁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안이 강한 제품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미국 NSA의 이러한 모니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정평이 나 있다     

 

전직 NSA 요원인 스노든(Edward Snowden)이 러시아로 망명하는 과정에서 NSA가 보유하고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여러 개의 존재가 만천하에 알려지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NSA의 컴퓨터에서는 감시(monitor)를 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만 치면 곧장 그 사람에 대한 모니터 이력과 현재 모니터링되고 있는 모습 등을 구글에서 검색하듯이 손쉽게 볼 수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NSA의 이런 감시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터넷망에서 분리된 상태에서도 원하는 타깃을 언제든지 모니터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가 꺼진 상태에서도 도청이나 해킹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NSA가 가진 기술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드워드 스노든을 최초로 인터뷰한 기자가 그의 방에 들어갔을 때, 스노든은 기자가 가지고 온 휴대전화가 전원이 꺼진 것만으로는 해킹이나 감시 등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말을 했다

  

2010년 무렵부터 최근까지 미국을 비롯한 해외 IT 관련 언론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로는 NSA를 비롯한 해커집단 등은 전기콘센트를 통해서도 해킹이나 감시가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한다. 이 내용은 미국의 저명한 《Wired》 잡지에도 ‘Hacking Home Automation Systems Through Your Power Lines’라는 제목으로 실린 바 있다. 유사한 내용이 IT 관련 포럼에서도 언급된다     

 

유무선 통신 장비는 그 장비에서 송수신하는 신호에 대한 보안이 깔려 있는 반면, 전기공급을 하는 전력망에는 이런 보안적 요소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기콘센트에 연결을 한다. 즉 전력망을 타고 연결되어 있는 장비 내부로 침투한다는 것이다. 침투한 뒤부터는 일반적인 해킹과 마찬가지로 전자기기에 탑재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가령 휴대전화의 카메라, 스마트 TV의 모션센서 등을 통해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방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수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9년 영국 BBC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사 ‘Snooping through the power socket(전기콘센트를 통해 염탐하다)’가 게재됐다. 이 기사에서는 단순히 정보를 전력망을 통해 빼 가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키보드 자판으로 정보를 빼 온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사에는 “Security researchers found that poor shielding on some keyboard cables means useful data can be leaked about each character typed” 라는 문구가 있다. 보안연구가들에 따르면 키보드 케이블의 취약한 회선을 통해 사용자가 치는 글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다. 키보드 자판의 문자는 각자가 가지는 전기신호가 있어 이를 추적하면 사용자가 친 글자마저도 전력망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해킹집단이 이런 기술력을 보유한 경위에 대해서는 미국의 NSA 등이 개발해 놓은 프로그램 등을 탈취해서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NSA와 유사한 해킹 능력을 CIA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위키리크스를 통해 흘러나온 감시 관련 문건을 통해서 알려졌다. 이 말대로라면, 북한이 외부와 단절된 인트라넷망을 사용하고 아날로그 방식의 전자기기를 주로 사용한다고 해도 해킹에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기콘센트만 꽂혀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킹이 가능한 셈이다.        

 

 북한 미사일에 탑재된 3가지 신기술   

  서두에서 언급한 후자의 북한 미사일이 가진 능력과 한계를 분석한 보고서는 한국 항공대의 장영근 박사가 분석한 것이다. 장영근 박사는 우주공학, 위성시스템, 추진시스템 전문가다. 장 박사에 따르면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은 러시아의 R-27 SLBM을 역설계해서 만든 것인데, 현재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엔진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앞서 8차례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시험에서 단 1차례만 성공했는데 이것이 엔진 성능적 한계를 드러낸 방증이라는 것이다. 무수단이 한계를 드러낸 반면 북한의 북극성 미사일은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장 박사의 보고서에서 언급한 북극성-2의 신기술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무한궤도형 바퀴를 장착한 미사일 운반차량을 사용함으로써 발사 장소의 확장성이 증대된다. 둘째, 콜드런치의 사용(Use of a Cold Launch)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서 제한적인 장소에서도 발사가 가능하고, 발사체에도 손상을 줄 우려가 적다. 셋째, 수직에 가까운 고각발사와 낮아진 최대상승고도다. 북한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미사일을 세워 발사했고, 최대상승고도도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500km 정도였다. 이는 기존 최대상승고도인 1000km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즉 이것은 그만큼 북한이 탄두의 중량을 높였다는 것이고 중량이 커진 만큼 파괴력은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의 능력과 사드의 요격 가능성에 대해 일문일답했다


 
― 북한이 고각발사, 궤도차량, 고체연료 등 사드 무력화 기술에 집중하고 있는데, 사드 요격률에 영향을 주나     

“북한의 고각발사 자체만으로는 사드의 유효 고도와 범위에 주는 영향은 적다. 그러나 탄두의 낙하 속도가 증가해 일정부분 요격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유사시 고각발사와 저각발사를 진행하려면 엔진 부분의 개조가 불가피해 실제 이런 발사로 공격할지는 의문이다.   


 
― 최근 북한은 메인추진장치 외에 보조추력장치 4개를 부착한 미사일을 선보였다. 이는 5세대 전투기의 추력방향조절(Thrust vectoring) 기능과 유사해 보이는데 어떤 기능을 하나

“과거 은하3(광명성호)가 그런 경우다. 4기의 주력엔진에 4기의 보조엔진을 부착한 방식이다. 이 보조엔진은 언급한 대로 방향과 자세 조절 기능을 하는 Thrust Vectoring과 동시에 보조추력을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된 이후 미군이 GPS 및 전파 교란(Jamming)이 가능하다고 보나      “이것이 가능하려면 북이 사용하는 유도체계의 소프트웨어 종류 등을 파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미사일마다 다른 유도체계를 사용 중이다. 따라서 공격을 하기에 앞서 이런 요건들을 갖추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러한 요건이 갖춰지면, 본래 미사일의 궤적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중도 폭발을 유도할 수 있다.   


 
― 북한이 ICBM 기술 중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대기 재진입과 기만탄두(Decoy) 등의 기술력을 가졌다고 봐야 할까     

ICBM 선진국에서는 가짜탄두로 기만을 하는 Decoy 기술을 필수로 집어넣고 있다. 북한은 그러나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공개한 적이 없다. 기만용 탄두 제작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북이 보여준 실험 전례로 볼 때 핵탄두 소형화는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으며, 순수 핵탄두의 무게만 보면 350~400kg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 북한이 보여준 발사 시험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실제 핵무기 개발(ICBM, SLBM)까지는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장 박사님만이 북한 미사일에 대해 알아낸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북한의 과거 스커드 계열 미사일은 모두 액체추진체 엔진 기반으로 발전해 왔으나 최근 고체추진체 로켓모터를 기반으로 하는 북극성 계열의 미사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과거 액체에서 고체추진체 중심의 미사일 개발로 북한이 개발 로드맵을 바꾼 것이다. 이는 미사일의 신속성과 생존성과 직결된 것으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장 박사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고체연료 기술은 이란이 도와주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체연료를 사용한 콜드런치 기술은 단기간에 개발하기 어려움이 많은 고급 기술이다. 그런데 앞서 이 부분의 연구와 실험에서 성공한 이란이 해당 기술을 북한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무기가 완성단계에 곧 도달할 것을 파악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압박을 하고 있다고도 보고 있다.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양욱의 안보 칼럼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 

(1) 국방비 37배 쏟아붓고도 여전히 북한군에 열세?

2015.03.17

□ ['한국 對 북한 전력 2 對 11' 헤리티지재단 발표로 본 한국군의 허실①]

지난 2월24일 미국의 한 저명한 연구재단에서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5년 미국 군사력지수’라는 이름의 보고서였다. 미국의 보수 브레인 집단인 헤리티지재단의 이름을 달고 나온 국방 관련 문건이니 그만큼 무게감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우리의 군사력 가운데 북한에 비해서 우세한 것은 장갑차와 헬기 2가지뿐이고 나머지 11가지는 모두 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는 ‘2 대 11로 북한이 앞서고 있다’는 보도까지도 내놓았다. 이런 보도를 보는 순간 대부분의 국민들은 분노했을 것이다. 그동안 세금 중에 국방비로 나간 돈이 얼마인데 아직도 북한보다 뒤처지느냐는 울분이 터져나왔을 법하다.

 

헤리티지의 이런 분석에 대하여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낡은 무기체계를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단순한 숫자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가 북한에 비해 양은 적어도 질적으로 우세하므로 뒤처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도 국민들의 입맛이 씁쓸한 것은 무엇보다 우리 군 스스로의 태도 때문이다. 2013년 국정감사 당시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하면 누가 이길 것으로 보느냐는 민주당 김민기 의원의 질문에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은 다음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한·미 동맹이 싸우면 우리가 월등히 이기지만, 남북한이 1 대 1로 붙으면 우리가 불리하다.” 당장 의원들이 발끈했다. “우리가 북한에 비해 34배나 많은 국방비를 쓰고 있는데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과거에도 북한군 전력에 대한 국방부의 태도는 일관되지 못했다. 국방부는 차기 전력의 확보가 필요할 때면 북한의 재래 전력 위협을 과대평가하여 사업을 통과시키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난을 종종 받았다. 그러다가도 지난 정보본부장 발언처럼 자신들의 발언에 국민들이 분노하면 그 내용을 수정하거나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예가 2013년 북한의 신형 전차 선군호와 천마호의 배치 사실을 과장한 경우이다. 실제 북한의 생산분은 100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개조 재생산되었으며, 이들 장비가 ‘제3세대 전차급’의 성능인지 확인할 수 없었으나 마치 첨단 전차 900대가 생산된 것처럼 알려졌는데, 그 배경에는 신형 K-2 ‘흑표’ 전차의 생산이나 기타 대전차 무기 등이 필요하다는 군의 논리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2015년 2월 11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20 기계화보병사단 전투장비 기동훈련에서 K-1, K-2 전차와 장갑차 등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북한 핵무기 보유에 관한 국방부의 태도는 더욱 혼돈스럽다. 국방부는 올 1월 6일 발간한 ‘2014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10개 이상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헤리티지재단이나,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North)’의 분석에 대해서는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 “10~16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은 일부 민간단체나 전문가들의 추정일 뿐 증거도 없고 우리는 그런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라는 것이 국방부의 반응이었다.

 

한마디로 같은 사태를 바라보면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긴급하고 명확한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핵에 대해서 국방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국가안보를 위하여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에 이러한 갈팡질팡하는 태도가 단지 예산 때문이라고 한다면, 예산 때문에 위협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포장하는 일이 된다. 국방 당국은 비즈니스 조직이 아니다. 그런 행위는 국가적 위협을 냉정하게 판단하여 대응한다는 국가 방위기관의 본질을 잊어버리는 행위이다.

 

2015년 국방 예산은 37조4560억여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4.9%가 늘어난 비용이다. 우리나라 정부재정에서 약 14%대의 예산이 국방에 사용되고 있다. 국방개혁 초기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15%대를 유지하다 이후 비중이 떨어졌는데 올해 다시 14.5%까지 오른 것이다. 지난 정부 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로 2011년 국방 예산이 재정 대비 15%를 기록한 이후 다시 상승세다.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우리 국방비(344억여달러)는 세계 10위로 국제적 기준에서도 엄청난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 역내 주변국과 비교하면 하위권이다. 1294억달러의 중국이 세계 2위, 700억달러의 러시아가 4위, 그리고 477억달러의 일본이 7위 규모이다.

 

북한은 대략 1조원대의 예산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절대액에서는 우리에게 훨씬 뒤지지만 재정 대비 국방비에서 북한은 우리보다 높아 2007년 이후 15.8%로 비중이 고정되었다가 2013년부터는 16%로 상향되었다. 특히 올해 북한은 김정은 신년사를 통하여 선군정치사상을 더욱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경제정책에서 국방공업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어 국방비 비중이 앞으로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국방부는 2015년부터 앞으로 5년간 필요한 국방 예산을 222.9조원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평균 7.2%씩 국방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동북아 주변국의 군사력 강화나 국내적인 국방 환경의 변화로 보았을 때도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북한의 위협이나 주변국의 군비 경쟁에 휘말려 굉장히 많은 국방 예산을 쓰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게다가 우리 국방비는 인건비·유지비 등 전력운용 비용이 70%에 이르는 매우 경직된 구조이다. 즉 70%가 고정경비에 쓰이고 나머지 30% 정도로 근근이 새로운 전력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사용해오고 있는 국방비는 172조원인데 그중에 새로운 무기를 구매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51조원인 셈이다.

<②편 계속 읽기>

 

(2) 재래식 전력에서 우리가 유리? 北 미사일이나 핵탄두 주목해야

'한국 對 북한 전력 2 對 11' 헤리티지재단 발표로 본 한국군의 허실②]

<①편에서 계속>

문제는 이렇게 잘 써도 부족한 전력획득 비용이 방산비리와 부실로 줄줄 새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월 방위사업청이 설립된 이후 비리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최근 100일간의 방산비리 합동조사단이 밝혀낸 방산비리 액수만 3600억여원대이다.

 

비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문성 부족으로 잘못 처리한 일들이 더 큰 문제이다. 법과 절차를 지켜서 처리한 일이라도, 우리 군의 전투력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 못하는 무기를 만드는 일도 적지 않다. 일례로 K11 복합소총이 대표적 사례이다. 4200억원을 써서 1만5000여정을 생산할 예정이었던 이 소총은 우수한 기계 성능에 못 미치는 조준장치의 기술적 미성숙 때문에 당장 우리 군 전력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이렇게 소중한 국방 예산이 낭비되는 사례는 자세히 찾아보면 적지 않다.

 

우리가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예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GDP의 6%에 해당하는 182억달러의 비용을 국방 예산에 들이고 있다. 우리보다도 훨씬 낮은 액수이지만 이 비용으로 뽑아내는 성과는 상당하다. 대표적 사례로 아크자리트 장갑차를 들 수 있다.

 

아크자리트 장갑차는 이스라엘이 중동전에서 노획한 적군의 T-54/55 전차를 개조하여 만든 무기다. 기존의 M113 젤다 장갑차가 대전차 공격에 약하다고 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무려 45t의 육중한 무게로 안전하게 보병을 수송할 수 있는 이 장갑차는 200여대나 생산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이들 노획전차를 자국 작전에 맞게 개조한 타이란(Tiran) 전차도 배치했다. 타이란 전차는 전시에 적 전차를 파괴하는 등 훌륭한 전과를 올렸고 퇴역한 뒤에는 외국으로 판매하거나 무상원조를 통해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데 활용되었다. 이스라엘은 필요 없는 군 장비는 과감히 치우기도 한다. 지난해 이스라엘은 AH-1G/S 코브라 공격헬기들을 전격적으로 퇴역시켰다.

 

이스라엘은 주변국의 전차나 장갑차 등 기갑전력에 대응하여 최대 64대까지 코브라를 운용한 바 있었다. 그러나 잠재적국 가운데 가장 많은 기갑전력을 보유한 시리아가 IS 등과의 내전으로 인해 기갑전력이 괴멸되다시피하자 과감하게 낡은 공격헬기를 포기하고 대신 서처3나 스카이라크 같은 무인 공격기를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국방이 제대로 되려면 적의 위협 양상에 대하여 유연한 사고와 대처가 핵심이다. 위협이 바뀌면 그에 대한 대응책도 바뀌어야 하고 패러다임을 빨리 전환해야 한다.

 

사실 헤리티지의 최근 보고서에 대해서는 우리 국방부가 반박할 측면도 적지 않다. 재래식 전력에 관한 한 우리가 질적으로 더 우수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예컨대 우리 군의 주력 전차인 K1 시리즈는 3세대 전차로 레이저 조준기, 열영상장비 등을 갖추어 야간에도 문제 없이 교전할 수 있고 정밀한 디지털 탄도계산 컴퓨터 덕분에 이동하면서 사격해도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다.

 

반면 북한의 주력 전차인 천마호는 최신 개량형의 경우에도 3세대 전차로 보기 어렵다. 최근의 전차 경향을 보면 3세대 이후의 전차라야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냉전 시절 미군에 공포의 대상이던 소련제 T-72 전차는 2.5세대 전차로, 막상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과 만났을 때 미군의 3세대 전차인 M1 에이브럼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북한의 천마호는 T-72보다도 이전 세대인 T-62 전차를 개조하여 성능을 강화해 온 것이다.

 

해군함의 t수가 큰 쪽이 강력할 수밖에 없는 해군 전력에서도 대한민국에는 5000t급 이상의 구축함이 무려 9척이 있고 그중 3척이 이지스함인 반면 북한은 무려 260여척이 50t 미만의 어뢰정에 불과하며 1000t급을 넘는 선박은 겨우 4척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공군 전력도 양적으로는 북한의 56%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우리 공군은 제4세대 전투기로 F-16과 F-15K를 보유하고 있으며 숫자가 200여대에 이르는 반면 북한이 보유한 4세대 전투기는 미그-29 오직 한 기종으로 숫자도 40대 미만으로 추정된다. 현대전에서 4세대 이전 세대의 전투기들은 가시거리 밖에서 미사일로 요격해 오는 4세대 전투기에는 상대가 될 수 없다.

 

이렇듯 재래식 전력 면에서 우리 군은 불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헤리티지 보고서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나 핵탄두 보유이다. 이 보고서에서도 북한의 재래식 장비가 심각히 노후하고 열세인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노후한 재래 전력을 세대교체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북한이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한정된 재화로 전쟁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북한은 재래 전력의 현대화를 상당 부분 포기하는 대신 비대칭 전력의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스커드를 800여발 보유 중이며, 300여발의 노동1 미사일로는 주일 미군기지를 포함하는 1300㎞ 중단거리를 타격할 수 있다. 사거리 4000㎞에 이르는 무수단4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50여발을 보유 중으로, 미군의 B-2 스텔스폭격기와 B-52 폭격기가 전진배치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까지도 타격이 가능하다. 게다가 대포동2호나 KN-08은 대륙간 탄도미사일급으로 사거리가 1만㎞에 이르러 미국의 대부분을 공격할 수 있다.

 

핵무장 능력을 바라보는 보고서의 시각은 더 엄중하다. 최소한 1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의 관측까지 인용하며 북한의 핵탄두 경량화·소형화를 기정사실로 바라보고 있다. 최소한 노동미사일에는 핵탄두를 장착하여 날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③편 계속 읽기>

 

(3) 중요한 것은 '공포의 교환'

<②편에서 계속>

북한이 핵을 가지고 공격이 가능한 존재라고 한다면 군사 전략에서 우리의 입지는 줄어든다. 애초에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은 국제정치적으로 위상이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은 모두 핵 보유국이자 전략원잠(SSBN) 보유국가로, 적국이 자신을 핵으로 공격해도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로 상대방을 2차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들이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핵 억제력을 가진 나라들이다. 북한이 최근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북한의 핵능력이 나날이 증강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대응은 어찌보면 한가롭다. 핵능력이 스스로 없으니 결국 동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의 핵우산 아래 들어가 있다. 현재 미군 자체가 전술핵을 대부분 폐기하여 보유량은 500여발에 불과하다. 핵우산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이 전 세계 동맹국 10억여명을 대상으로 펼치는 전략 핵무기의 넓은 우산 속에서 맨 가장자리에 걸쳐 있는 셈이다.

 

이렇게 부실한 핵우산을 극복하고자 우리 국방 당국이 제시한 개념이 바로 ‘맞춤형 억제전략’이다. 북한의 핵위기 상황을 위협 단계, 사용임박 단계, 사용 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하여 각 단계별로 다른 방법을 통해 핵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의 핵심이 킬 체인으로, 북한이 실제 핵미사일 등을 꺼내 발사 준비를 하면 킬 체인을 가동하여 30분 내에 북한 핵을 격멸하겠다는 군사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2단계 킬 체인을 통해서도 핵미사일을 격파하지 못하고 발사된 경우에는 우리 영토로 떨어지기 전에 상공에서 요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리 국방부는 KAMD, 즉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갖추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하여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 도입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 6·25 전쟁 당시와 2014년의 남북 군사력 비교 / 조선일보 DB

 

그런데 북의 핵공격에 대한 우리의 대응 전략이라는 킬 체인이나 KAMD 모두 현 단계에서는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북한은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을 최소 100대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북한이 동시에 100대 이상의 차량을 꺼내 대한민국을 향하여 발사를 준비한다면 어떨까? 이를 모두 동시에 파악한 다음 동시에 공격하는 킬 체인 작전은 지극히 어렵다.

 

우선 정찰자산이 부족하거니와, 짧은 시간 내에 원거리를 정밀타격할 수단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이 ‘선제타격’을 허락할 배짱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시된다. 현재 한국형 미사일 방어의 핵심이 되는 PAC-3는 사정거리가 20여㎞에 불과하다. 전국을 지키려면 도대체 몇 개의 포대를 배치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게다가 PAC-3는 아직 우리 군이 도입하지도 못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킬 체인과 KAMD는 방어 전략일 뿐이다. 양쪽 모두 적의 핵무기를 타격하여 우리를 방어하는 것에 불과하다. 핵전략에서 핵심은 ‘공포의 교환’을 통한 억제력의 확보일 텐데, 킬 체인과 KAMD를 가동한들 북한이 공포감을 느낄 것은 없다. 심지어는 핵보복을 하더라도 지하 200m의 벙커로 피신한다는 김정은의 수뇌부가 공포를 느낄지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앞으로 15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여 2023~2024년쯤에 이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하고 있다. 즉 현재는 이런 시스템을 한·미연합자산, 즉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기가 차는 것은 현재 미국의 상황이다. 남북의 전면전 시에 우리가 줄기차게 믿고 있는 것이 미군의 증강(增强)이다. 미국의 전시증원전력은 ‘신속억제방안(FDO)’ 및 ‘전투력증강(FMP)’ ‘시차별부대전개제원(TPFDD)’에 의거하여 이루어진다. 지금 하고 있는 키리졸브 훈련이 바로 미군을 한반도에 불러들여서 부대 통합을 하는 과정을 연습해 보는 것이다. 여태까지 언론에 알려진 바로는 북한의 남침 시에 미군은 시차별부대전개제원에 따라 최대 69만명의 병력을 증원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미국은 대테러 전쟁에 한창 바쁘다. 아프간에서 발을 빼려고 해도 쉽지 않고, IS의 발흥으로 기껏 발을 뺐던 이라크로 다시 돌아가야 할 판이다. 게다가 미 육군의 병력은 2차 대전 이래 최소 규모로 줄어들어 올해 말까지는 49만명, 2020년 말에는 42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참고로 2003년 이라크 침공을 할 때 미군이 다국적군과 함께 마련한 병력은 26만5000명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더라도 전시 증원 69만명을 실제로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지만 미국이 알아서 해주겠거니 하는 나태한 생각을 할 여유가 이제 없다는 말이다.

 

킬 체인과 KAMD로 억제를 달성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이다. 후세인 체포작전이나 빈라덴 제거 작전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 수뇌부를 직접 겨냥한 이른바 ‘참수작전’은 충분히 수행 가능하고 우리의 동맹인 미국은 성공한 경험이 있다. 우리 군에도 특수부대, 공군기나 미사일 전력을 통한 참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은 있다. 다만 스텔스 전투기나 특수전 항공기 같은 침투·타격 수단이나 적을 실시간 감시하기 위한 글로벌호크 정찰무인기 같은 정보감시정찰 등을 보완해야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포의 교환’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즉 북한 정권 수뇌부에 공포를 가져다줄 만한 전략과 이에 따른 무기체계를 확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60m 지하벙커에서 핵전쟁도 두렵지 않다며 농성하고 있다면, 땅속을 뚫고 들어가 제거할 수 있는 전술을 짜야 한다. 일례로 미국은 GBU-57 ‘수퍼벙커버스터’ 폭탄을 통해 지하벙커에 숨은 김정은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여전히 북한에 공포를 안겨다 줄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략을 짜고 그에 맞는 무기체계를 갖춰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방 예산은 낭비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15.04.23 해군 총장이 먼저 나서 금품 요구까지

방산 비리 몸통 된 해군①

2015년은 대한민국 해군 수난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통영함 사건에서 촉발된 방산비리 수사과정에서 전직 해군 총장이 2명이나 구속되었다. 방산비리 수사에서 드러난 검은돈 총액 1981억원 가운데 1707억원, 즉 86%가 넘는 금액을 해군이 차지할 정도로 방산비리에서 해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컸다. 작금의 상황을 두고 정호섭 해군 참모총장은 해군이 ‘도둑놈’으로 손가락질받는다며 통탄하기에 이르렀다.

 

어군탐지기를 군용 소나랍시고 납품한 것이 발각된 통영함 비리는 그야말로 ‘방위산업의 세월호’였다. 소나는 수상레이더와 함께 군함의 눈에 해당한다. 소나는 음파탐지기다. 어군탐지기(fishery sonar)도 사실 소나의 한 종류이지만 군용 소나는 어군탐지기와는 달리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서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군용 소나를 제작하는 회사는 몇 개 되지 않는다. 텔레다인, 콩스버그, L-3, 아틀라스, 탈레스 등등 세계 해군이 사용하는 유명 소나 업체는 한정적이다. 그 가운데 한국 해군이 소나를 구매했던 H사라는 업체는 없다. 더욱이 놀라운 건 H사로부터 구매한 소나 자체는 미국 W사의 제품으로, W사는 민수용 저가 소나를 만드는 업체다. 결국 한국 해군은 주요 해군에 제품 판매를 한 적도 없는 무명의 업체로부터 소나를 구매한 셈이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소나 비리가 통영함 한 척에 그친 게 아니란 점이다. 통영함은 원래 낡은 구조함인 평택급 2척을 대체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통영함 말고도 한 척 더 건조된 구조함이 ‘광양함’인데, 이 배의 소나 또한 H사 제품을 납품받을 예정이다. H사는 구조함 이외에 소해함까지도 일괄납품계약을 했다. 이렇게 되면 해군의 구조함 2척과 소해함 3척, 도합 5척의 함정이 ‘장님’이 된다. 게다가 이미 물품대금의 60%를 지급해버린 데다가, H사는 물품대금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어서 해외소송을 진행해야만 한다.

 

이런 불합리한 결정의 배후에는 얼마 전 구속된 정옥근 전 총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사업자를 결정하던 당시는 정옥근 전 총장 재임기였다. 정 전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정부 출범 후 임명된 해군의 수장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내내 외치던 것이 방산비리의 척결인데, 척결에 앞장을 서도 시원치 않을 총장이 비리의 몸통이 됐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정옥근씨의 비리 의혹은 그가 해군 총장으로 재임하던 당시에도 제기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군 장교의 양심선언’ 사건이었다.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군납비리와 관련하여 김영수 해군 소령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불공정한 수의계약의 문제점을 신고하였으나 해군 헌병 수사는 물론이고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조차 진행되지 못하자 김 소령이 결국 방송을 통해 내부고발을 했다. 국방부는 재수사를 통하여 장교·부사관·군무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관련자 수십여 명을 입건하여 사법처리하면서 사건을 종결했었다.

 

당시 사건이 불거지자 정옥근 전 총장은 “지금 군인으로서의 신분을 망각하고 자기 일신을 위해서 책임 없는 말을 하는 그런 사람의 말을 빌려서 그것이 마치 사실인 양 해군이 매도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상황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 사이에 공금을 빼돌리고 있었다. 그는 2008년 8월 초부터 재임기간이 끝나던 2010년 3월까지 모두 27차례에 걸쳐 해군복지기금 5억2670만원을 횡령했다. 장병격려금과 시설보수비 등 해군의 복지를 위해 쓰라고 국방부에서 따로 챙겨준 돈을 횡령한 것이다.

 

그의 잘못된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해군의 전력증강사업과 관련된 대기업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서 밝혀낸 내용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유도탄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의 수주 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으로부터 모두 7억7000만원을 받아챙겼다. 2008년 10월 해군이 개최한 국제관함식 행사 때 요트 대회를 개최했는데, 자신의 장남이 운영하는 회사가 대회를 주최하도록 하면서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 전 총장이 먼저 뇌물을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는 점이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결정권자에게 뇌물을 주는 보통 뇌물사건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야말로 참모총장이라는 자리를 적극 활용하여 ‘장사’에 나선 것이다. 이쯤되면 ‘군인으로서의 신분을 망각하고 자기 일신을 위해서’ 행동했던 것이 누구였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정 전 총장이 한 일이 더욱 문제되는 것은 후유증이 오래 남는다는 점이다. 해군은 자신이 만든 군함으로 바다에 나가서 적과 싸워 이겨야만 한다. 내가 만든 배로 내가 싸운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군사과학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현대에서는 그만큼 최신 함정이 필요하고, 평소에 이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많아야 한다. 특히 군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보통 어떤 배를 만들겠다고 준비하고 건조하기까지 무려 10여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배를 보통 30년 가깝게 사용한다. 즉 정 전 총장이 뿌린 비리의 씨앗이 앞으로 최소 10년에서 최대 40년까지 한국 해군을 괴롭힐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로비를 통해 수주한 업체가 만든 군함은 지금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STX는 윤영하급 미사일고속함(PKG) 2번함에서부터 5번함까지 건조를 맡았다. 바로 이 배들이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 2번함인 한상국함부터 장착된 국산 제트추진기의 결함으로 직진주행이 불가능해 갈지자로 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는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전력화가 무려 1년 이상 연기되었다. 문제가 있는 업체라면 배제시키면 그만인데, 줄줄이 계약을 해놓았으니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②편에서 계속>

 

방산 비리 몸통 된 해군②

<①편에서 계속>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4년 10월 7일 해군 고속함이 NLL(북방한계선)을 남하한 북한 경비정을 격퇴하던 중 주포인 76㎜ 포와 부포인 40㎜포에 모두 불발탄이 걸리면서 사격불능 상태에 빠졌다. 고속함을 지원하기 위해서 참수리 고속정 편대가 긴급출동하기까지 했다. 이 배가 바로 STX가 건조했던 3번함 조천형함이었다. 고속함이란 제2연평해전의 교훈으로 참수리 고속정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든 함정이다. 그런데 제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지원 대상에게 도움을 받았다. 당시의 상황이 본격적인 교전이었다면 해군 장병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또 있다. 올해 1월 21일에는 고속함 한 척에서 수병 한 명이 크게 다치는 일까지 생기고야 말았다. STX가 만든 4번함인 황도현함이었다. 76㎜ 함포가 오작동을 일으킨 이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수칙에 따른 행동을 못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해도, 결국 문제의 원인은 불량 함포이다. 문제를 일으킨 함포들은 도입한 지 20년이 넘은 재생함포였는데, 충분한 기술적 검증이나 사후지원체계를 갖춰놓지 않았다. 당시에는 비용을 절감한 사례라면서 자랑했지만, 실전에서 문제가 될 결정을 한 것이다. 바로 정옥근 전 총장의 해군이 내린 결정이다.

 

2010년 3월 19일 정옥근 전 총장이 물러나고 일주일 만에 해군은 천안함 폭침을 당하게 되었다. 천안함과 방산비리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익을 앞세운 리더가 해군에 끼친 피해는 단순히 뇌물이나 예산낭비에 그치지 않고, 한국군 장병들의 목숨과 우리 국가안보 문제와 직결된다. 물론 절대다수의 해군 장병들은 험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바다를 지키기 위해 일선에 서 있다. 그러나 수뇌부에서 총장이 잘못을 저지를 경우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을까?

 

/불뿜는 함정 미사일 고속함인 박동혁·윤영하함 등이 천안함 폭침 5주기를 앞두고 지난 2015년 3월 19일 서해 NLL 부근 해상에서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배에서는 함장(captain)이 절대권력자이다. 배가 출항하여 영해를 벗어나면 배 자체가 그 나라의 영토가 되며, 그 배의 함장은 대통령이자 국회의장이자 대법원장이 된다. 선상반란이 있으면 전·평시 상관없이 심지어는 즉결처분도 할 수 있다. 즉 배와 함장은 동격이다. 이런 ‘함장문화’는 해군의 문화적 기반이기도 하다. 이런 함장문화를 잘 활용하면 해군은 육군이나 공군보다 더욱 단결하여 업무를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 전 총장처럼 남용되는 경우가 문제이다. 훌륭한 함장이 배를 이끌지 못할 경우, 배는 좌초하거나 침몰한다. ‘난파선 해군’이라는 비아냥이 들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호섭 현 해군 참모총장이 지난 4월 2일 방위사업청에서 해군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훈시를 했다고 한다. 극소수의 욕심과 잘못으로 해군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통탄했다. 즉 비리의 관문이 될 수 있는 방사청의 사업관리부서들을 주의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해군 특유의 선후배 간의 끈끈한 관계나, 혹은 이전에 같은 배를 탔던 ‘함장’에게 약한 실무자가 있으면 언제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해군은 수백억~수천억원짜리 군함을 매년 한두 척씩은 만들어야만 한다. 당연히 외부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해군으로서의 명예심을 가져야 하고 그런 명예를 더럽히는 자들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 즉 리더십과 의사결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특정지역이나 고교 출신이 진급 등에서 이익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가능한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등등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해군으로서의 명예가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역사를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120여년 전 청일전쟁 당시를 돌이켜보자. 청나라 해군은 일본처럼 유럽에서 군함과 무기를 사들여 전력은 비슷했다. 그러나 일본군의 엄정한 군기에 비해 청나라 군대는 부패했다. 결국 청나라는 일본에 패배했다. 110년 전 러일전쟁도 마찬가지다. 당시 러시아의 발틱함대는 세계 최고였던 영국 해군 못지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귀족사회의 부패였다. 함장을 능력이 아니라 귀족인지 여부로 선정하다 보니, 함대 이동 시 대형을 유지하지 못하는 함정까지 나올 정도였다. 부패한 해군은 반드시 지게 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또 다른 역사의 교훈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으로 진출한 국가가 강성하며,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당대의 최강대국이 된다는 것이다. 바다로 나감으로써 16세기의 스페인은 신대륙까지 차지했고, 18~19세기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마한(Alfred T Mahan)주의’에 바탕하여 강대한 해군력을 갖춘 미국은 20세기부터 해상을 지배해왔다.

 

일본도 해군의 중요성을 깨닫고 메이지유신 초기 때부터 막강한 해군 건설을 시작했다. 2차 대전 당시 참패로 끝나기는 했으나 미국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중국이 항공모함을 건조하면서 다시 해양패권을 노리고 있다. 한편 북한은 수많은 잠수함으로 우리 해상에 비대칭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하겠다며 우리를 위협한다. 해상 경쟁이 가장 치열해지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우리 해군이 정신을 차려야만 할 때이다.

 

현장에 서 있는 청년 장교들은 피 끓는 젊음을 바쳐 조국을 위해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모 재벌가의 딸까지도 해군 장교로 입대하여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다시금 대한민국의 강대함이 전 세계 바다로 펼칠 수 있도록 해군이 힘을 내야만 할 때이다. 한국 해군이 진정 ‘바다로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이제 함장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때이다.

 

2015-09-10 美 참수작전의 세계①-③ 참수작전의 현대전쟁에서의 놀라운 가치

북한의 지뢰도발로 인한 남북 간 군사 긴장이 해소된 지 이틀 뒤인 지난 8월 2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주최로 안보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육군 준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를 보일 경우 핵사용 승인권자를 선제적으로 제거한다는 이른바 ‘참수(斬首)작전’ 개념을 제시했다. 이 발언은 즉각 파문을 일으켰다.

 

왜 이 시기에 군 고위 관계자가 참수작전을 언급했느냐는 배경에서부터, 과연 북한을 상대로 한 참수작전이 현실적이냐는 의문을 비롯해, 참수작전이 무엇이냐는 소박한 궁금증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남북 간에 극적 협상이 겨우 이뤄진 마당에 이런 식의 발언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조상호 추진관의 당시 발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언론들이 전하는 것처럼 그렇게 큰 무게가 실려 있지는 않다. 당시 발표는 ‘창조국방’이라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국방정책추진 현황과 추후 추진방향을 보고하는 내용이었다. 창조국방에서 창의적 군사력 운용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우위를 추구할 것인가를 설명하면서 제시된 예시 중의 하나가 참수작전이었다. 참수작전 이외에도 심리전, 정보우위, 정밀타격능력이 거론됐다. 조 추진관은 발표하면서 참수작전이라는 단어를 한 번 사용했을 뿐이다. 국방부도 참수작전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B-52 전략 폭격기. /USAF 제공

 

그럼에도 참수작전은 한·미연합 당국의 새로운 작전계획인 ‘작계5015’ 수립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의미가 증폭되는 분위기다. 작계5015는 북한의 핵·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공격적으로 제거하는 계획으로 유사시 선제 타격 방안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WMD 능력과 사용의지를 크게 반영하지 않던 과거의 작계들과는 달리 공격적이다. WMD가 사용되기 전에 제거해야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취지다.

 

참수작전은 섬뜩한 용어에서 보듯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도 대놓고 얘기할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과 미군의 작전 계획에 이미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을 압박하고 움직이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한국은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한 강경한 군사대응을 펼쳤다. 북한이 협상에 응한 것도 한국의 이런 대응이 통한 결과라고 본다. 그런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 데는 한국의 일관되고 강경한 대응을 뒷받침한 미군의 힘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한·미동맹의 요구에 의해 괌으로 전진 배치시킨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 전략폭격기,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한 핵잠수함 등의 전력이 이번에 북한에는 커다란 압박이 되었다. 사실상 이 무기들은 북한 수뇌부를 일거에 제거할 수 있는 참수전력이다.

 

참수작전(Decapitation Operation)이란 적의 지휘부를 제거하는 작전을 가리킨다. 인류의 전쟁사를 살펴보면 고대 전쟁에서는 적장이나 왕을 사로잡으면 그 전쟁을 이긴 것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가우가멜라 전투를 이겨놓고도 죽어라 다리우스 3세를 쫓아다니며 페르시아의 왕권을 물려받으려 했다. 역사 속의 책략가인 손자나 마키아벨리도 적국 지휘부만을 제거하는 암살의 유효성을 인정해왔다. 특히 참수작전은 현대전쟁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되었다. 현대전에서 참수작전은 핵심 전쟁지도부와 통신시설을 공격하는 것을 가리킨다.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각국 군대는 전투기나 폭격기, 미사일 등의 3차원 수단을 갖게 되어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적 수뇌부를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전쟁지도부가 마비되면 아무리 대규모의 부대라고 해도 손쉽게 무너진다. 1991년과 2003년의 걸프전이 그 실례이다.

 

특히 가장 많은 참수작전의 노하우를 가진 것은 우리의 동맹군인 미군이다.

 

미군은 이미 20세기가 시작할 때부터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자국에 위협이 되는 적 지도부들을 제거해왔다. 미국·필리핀 전쟁(1899~1902)에서는 필리핀 독립군의 핵심 지도자인 에밀리오 아기날도를 체포한 후에 회유함으로써 독립의 의지를 꺾었다. 1943년 미군은 P-38 전투기 18대를 보내어 진주만 공습의 주범이자 태평양 전선의 총사령관인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을 제거했다. 특히 1980년대에는 두 번이나 적의 지휘부만을 노린 군사작전을 실시했다.

<②편에 계속>

 

<①편에서 계속>

1983년 10월 25일 미국은 베트남전 이후 최대의 군사작전을 실시했다. 쿠바의 지원을 받은 공산정권이 유혈쿠데타로 카리브해의 영연방 도서국가인 그레나다를 장악하자, 미국은 자신의 뒷마당에 제2의 쿠바를 허락할 수 없었다. 미군은 작전명 ‘긴급한 분노(Urgent Fury)’ 아래 7000여 명의 병력을 파견하여 그레나다를 침공했다. 레인저 연대가 공항과 주요거점을 장악하고, 해병대가 해안에 교두보를 구축하는 가운데, 델타포스와 네이비실 등의 특수부대는 적 지휘부를 체포했다.

 

1989년에는 파나마의 독재자인 마누엘 노리에가를 노리는 참수작전인 ‘대의명분(Just Cause)’ 작전을 실시했다. 자신들이 훈련시킨 제대로 된 정규군대인 파나마군을 상대로 미군은 약 2배에 달하는 2만7000여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공항과 활주로를 레인저 연대가 점거하고 그린베레와 실팀은 노리에가의 관저를 급습하고 도주 수단인 요트와 전용기를 파괴했다. 도주를 계속하던 노리에가는 결국 바티칸 대사관으로 피신했다가 열흘 만에 투항하고 말았다.

 

또 다른 성공 사례로는 2003년의 이라크 침공인 ‘이라크 해방(Iraqi Freedom)’ 작전을 들 수 있다. 미군은 3월 20일 침공을 시작하여 4월 30일까지 이라크 전역을 석권하여 침공을 마무리했다. 침공 과정에서 사담 후세인 일가를 노린 동시다발적인 공격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7월 22일에는 아들인 우다이와 쿠세이를 사살하고, 12월 13일에는 사담 후세인을 체포했다. 미군 특수부대의 손으로 직접 참수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사례이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테러범에 대한 참수작전은 HVT(High Value Target·고가치 표적)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미군 정규작전으로 자리 잡았다.

 

/GBU-57A/B 수퍼벙커버스터. 14t의 무게로 200m 지하로 관통하여 적 지휘부를 격파할 수 있다. /USAF 제공

 

다른 성격의 참수작전도 있다. 2011년 리비아 공습작전인 ‘오디세이의 새벽(Odyssey Dawn)’ 작전이다. 이 작전에서 미국은 지상군을 직접 파견하지 않고 전투기의 공습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공격만으로 리비아 반군을 지원했다. 목표는 카다피 정권의 제거, 즉 참수작전이었다. 미국이 주도하여 공격의 장을 연 이후 NATO(북대서양기구)가 꾸준히 반군의 항공지원임무를 수행해 왔으며, 결국 2011년 8월 23일 무아마르 알 카다피는 반군의 손에 잡혀 무참히 사살되었다.

 

참수작전이 스스로 일어나도록 도운 사례이다. 참수작전을 수행하려면 몇 가지 사전 조건이 필요하다. ISTAR(정보·감시·조준·정찰)능력과 타격능력이다. 우선 적의 수뇌부를 치려면 먼저 수뇌부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 즉 정보력이 관건이다. 특히 참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누가 적국의 전략적 중심인지 확고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 수 없도록 김정은을 제거한다고 할 때, 과연 김정은 하나만 제거하면 끝나는 것인지 혹은 김정은 다음의 권력승계서열 몇 위까지 제거해야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런 정보력은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꾸준히 현지 첩보원을 관리하는 HUMINT(인간정보) 네트워크를 십수년에 걸쳐 양성해야 한다. 각종 첨단 정찰센서시스템도 개발하든지 수입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SIGINT(신호정보)와 IMINT(영상정보)를 갖춰야 한다. 물론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재빨리 분석해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건 더욱 중요하다.

 

이렇게 목표가 확인되면 이제 때리는 능력이 중요하다. 핵무기를 사용해서 선제공격할 수 있다면 모를까, 특정한 인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밀한 타격능력이 필요하다. 달리는 차 안에 있거나 건물에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지하 벙커에 숨어 있는 경우에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JDAM 같은 스마트폭탄은 물론이고 벙커버스터처럼 지하의 목표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운용해야 한다. F-16이나 F-15 같은 전투기는 물론이고 F-22, F-35 등의 스텔스 전투기는 반드시 갖춰야 할 자산이 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이밍이다. 참수작전의 대상이 언제나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무인기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이라크, 시리아에서 MQ-1 프레데터나 MQ-9 리퍼와 같은 무인기를 항상 띄워두면서 실시간으로 정보수집과 공격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렇게 상시적인 감시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참수 대상을 확인하고 공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십 분대에 불과하다. 미군은 2025년에는 수십 초 이내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③편에 계속>

 

<②편에서 계속>

북한은 이미 2005년부터 6자회담 참가를 보이콧하면서 핵보유국임을 선언해왔다.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이후 3차 핵실험까지 마치면서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도 갖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줄곧 ‘제2의 조선전쟁’ ‘핵 선제타격’ ‘핵찜질’ 등을 운운하면서 대남협박을 해오고 있다. 핵을 가지고 덤비는 상대에게 똑같이 핵으로 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이루는 방법은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 우위를 갖는 대북심리전력, 정밀타격전력, 그리고 참수전력이 중요해진다. 그중에서도 북한 정권 중심부에 가장 큰 영향을 가할 수 있는 것이 참수전력이다.

 

대북심리전의 효과는 이번 확성기 위기를 통하여 온 국민이 실감했다. 우리에겐 확성기뿐만 아니라 전광판도 있고, 북한 내륙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전단도 있다. 정밀타격능력도 꾸준히 증강 중이다. 정확하게 목표를 타격하는 레이저유도폭탄이나 JDA, KGGB 같은 GPS 유도폭탄은 이제는 보편적인 무기로 자리 잡았다. 동북아 최고의 전투기라는 F-15K는 도입을 완료했고, 우리 군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도 2018년부터 40대가 도입될 전망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참수작전능력이다.

 

북한에 대한 참수작전이 효과가 있으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북한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확성기 위기에서 본 것처럼 우리 군은 정보수집을 대부분 한·미연합 정찰자산에 의존한다. 즉 미군에 심하게 기대고 있다는 말이다. 직접 보지를 못하니 판단도 늦을 수밖에 없다. 귀중한 타이밍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의 수뇌부가 몸을 사릴 정도로 무서워할 만한 ‘커다란 한 방’이 아직 한국엔 없다. 북한이 두려워한다는 미국의 전략자산인 B-2 스텔스 폭격기나 B-52 전략폭격기는 14톤의 무게로 지하 200m까지 공격할 수 있는 GBU-57A/B ‘수퍼벙커버스터’ 폭탄을 운용할 수 있다. 3시간이면 평양을 때릴 수 있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이런 무기들을 배치해 놓는다면 북한으로서는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현재 국방부가 계획하고 있는 국방력 건설 과정 중에서 참수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맞춤형 억제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는 킬체인은 근본적으로 참수전력을 전제하고 있다. 킬체인이란 북한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나 장사정포·방사포 등으로 우리에게 피해를 가하기 직전에 이들 위협을 제거하는 작전을 가리킨다. 즉 미사일·포격의 도발원점을 타격하는 것이 킬체인이다. 이 킬체인의 대상을 도발원점 대신 북한 수뇌부로 치환하면 곧바로 참수작전이 된다.

 

2016.09.08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잠수함戰 U보트에서 전략원잠(SSBN)까지

▲ 미국 SSBN 598급 조지워싱턴함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해전이라고 한다. 이러한 해전 가운데 가장 독특한 존재가 바로 잠수함전이다. 1900년 현대적 잠수함인 ‘홀랜드 보트’가 등장하자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영국 해군은 “비신사적 무기”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1차대전이 시작되었을 때 가장 많은 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잠수함전()은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에 성공하면서 우리에게도 비상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SLBM을 탑재한 북한의 잠수함을 막지 못할 경우 우리의 안보는 큰 구멍이 뚫린다. 잠수함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무기는 잠수함이므로 잠수함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한반도에 비밀리에 접근해 이미 북한 잠수함을 감시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고, 우리도 핵잠수함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간 만에 영 해군 1459명 수장시킨 U보트

세계 최초로 잠수함정을 전쟁에 활용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1776년 독립전쟁 때 ‘터틀’이라는 1인용 잠수정을 만들어 적함에 접근하여 폭탄을 설치하는 임무를 수행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1864 2 17일 미국의 남북전쟁에서는 남군의 잠수정 ‘헌리’호가 북군의 군함을 폭약통으로 격침시키기도 했다. 인류 최초로 잠수함이 군함을 격침시킨 사례다. 그러나 헌리호는 완전수동식 잠수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적함을 격침시키면서 자신도 같이 침몰하는 치욕을 겪었다.


잠수함이 잠수함전이라는 전쟁의 한 영역으로 등장한 것은 1차대전이다. 당시 영국은 세계 최강의 해군전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독일은 해상전투에서는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전쟁을 치르는 나라로서 영국은 섬나라여서 지정학적으로 불리했다. 영국은 전쟁물자의 대부분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해오고 있었는데, 만약에 이러한 상선의 흐름이 끊긴다면 영국은 말라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강한 영국 함대의 보호를 받는 상선단을 독일 해군이 해상에서 공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잠수함의 유용성이 돋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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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전 당시만 해도 잠수함은 신개념의 무기였다. 1900년 잠수함의 선진국이랄 수 있는 미군이 홀랜드 보트를 도입한 이래, 수많은 국가들이 잠수함 도입경쟁을 시작했다. 독일은 1차대전 당시 잠수함 29척을 보유했는데 이를 U보트(운터제보트·Unterseeboot)라고 불렀다.


독일의 U보트는 개전 초부터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 1914 9 5 259명의 승조원과 함께 영국의 순양함 ‘패스파인더’를 수장시켰다. 2주 후인 9 22일에는 불과 1시간 동안 영국 순양함 3척을 연달아 격침시키면서 2200여명의 승조원 중 1459명을 수장시켰다. 이날 사건을 두고 당시 영국 해군 참모총장인 피셔 제독은 “넬슨 제독이 평생 전투로 희생시켰던 병사보다 더 많은 병사가 죽었다”면서 탄식했다. 1차대전 당시 영국은 가장 많은 잠수함을 갖고 있긴 했지만 독일처럼 잠수함을 공격용으로 사용하진 못했다. 잠수함 단독 공격 작전을 감행한 독일과 달리 잠수함을 정찰이나 호위 목적으로만 사용하던 영국은 U보트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해 잠수함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잠수함 공격이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독일 해군은 이제 더욱 무자비하게 잠수함을 활용했다. 소위 무제한 잠수함전(Unrestricted submarine warfare)을 선언하면서 영국 근해를 전쟁지대로 선포했다. 이곳을 지나는 배라면 영국 국적뿐만 아니라 제3국 선박도 영국으로 전쟁물자를 수송한다고 간주하고 격침시키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리하여 1915년 한 해에 독일은 U보트 35척으로 총 톤수 748000t의 선박을 격침시켰다. 한창 공격이 심한 달에는 하루 평균 2척이 U보트에 격침당했다. 독일은 자국인 희생자가 발생한 미국이 강력한 항의를 하고 나서야 미국의 참전을 우려해 무제한 잠수함전을 중지했다.


하지만 독일은 1917년 서부전선 공세를 앞두고 영국과 프랑스를 최대한 압박하고자 다시 무제한 잠수함전을 시작했다. 치열한 공격으로 영국을 오가는 선박은 4척 중 1척꼴로 침몰당했다. 이로 인하여 보급이 모두 끊긴 영국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1917 4월까지 영국 전체의 식량 비축량은 6주분, 연료 비축량은 8주분에 불과했다. U보트로 인하여 영국의 경제와 무역은 몰락 직전까지 이르렀다. 잠수함은 그야말로 바다의 공포였다. 영국 선박의 90%가 잠수함에 의해 격침되었다.


영국은 잠수함을 잡기 위해 모든 과학적 수단을 다 동원했다. 이렇게 영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개발된 것이 바로 수중음파 측정 장비인 소나(SONAR)의 전신 애즈딕(ASDIC)이었다. 애즈딕은 수중으로 음파를 발사해서 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하여 U보트의 거리와 방향을 탐지하여 잠수함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U보트는 미국이 참전하면서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붓고 나서야 겨우 압박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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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전에서 독일은 178척의 U보트가 격침당했고, 패전 시까지 179척을 보유하다가 연합국에 넘겼다.

 

대서양의 이리떼

2차대전이 발발하자 독일은 또다시 U보트 카드를 꺼내들었다. 히틀러는 1940 8월 연합국에 대한 무제한 잠수함전을 허락하였다. 이른바 울프팩(wolfpack·이리떼) 작전의 시작이다. 영국의 상선단은 또다시 U보트의 먹잇감이 되었다. 특히 울프팩 작전은 잠수함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다가 선단이 나타나면 동시에 공격하는 방식으로 더욱 피해가 컸다.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이 참전하고서도 U보트에 의한 피해는 크게 줄지 않았다. 오히려 1940년과 1941년 연평균 400t을 격침하던 것이 미국이 참전한 1942년부터는 800t으로 두 배나 늘었다. 특히 U보트의 활약이 정점을 찍었던 1943년 미국은 잠수함을 잡기 위해 1000척의 호위구축함을 발주하기도 했다. 특히 U보트 간의 무선감청이나 장거리 레이더로 잠수함들의 위치를 찾아내어 항공기로 공격했고, 나중에는 U보트 사냥을 위해 항모까지 투입되었다.


그러나 U보트 사냥에 가장 큰 역할은 한 것은 바로 에니그마였다. 에니그마란 독일군의 암호장치인데, 연합군이 그 해독에 성공하면서 U보트의 진로와 목적지 등을 전부 파악하게 되었다. 그러자 독일군은 에니그마의 성능을 강화하면서 연합군의 감청을 피하고자 했다. 이에 연합군은 아예 U보트를 나포해서 신형 에니그마를 입수하면서 암호를 해독해냈다. 엄청난 물량공세에 정보우위까지 더해지자 1943 9월을 기점으로 독일의 U보트는 더 이상 기세를 펼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독일은 2차대전 기간 782척의 U보트를 희생시킨 대가로 2330t의 상선을 격침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영국의 경제를 몰락시킬 정도의 엄청난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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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전 당시 독일은 U보트로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독일은 장거리 폭격기나 수상함 전력이 약해 미국 본토를 공략하지는 못했지만 유일하게 잠수함 전력에서는 미국을 앞섰다.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연구되었다. 처음에는 잠수함에 로켓발사기를 장착하고 지상을 공격하는 구상을 하다가, 이후에는 V-2 로켓을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계획까지 나왔다. 즉 현대적 SLBM의 원조는 바로 독일의 U보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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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이 승부를 벌인 태평양 전선에서도 잠수함 경쟁은 치열했다. 일본은 개전 당시 잠수함 62척을 보유하고 전쟁 중에 125척을 건조했다. 일본은 애초부터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운용하기보다는 수상함대의 보조역할로 한정시켰다. 이에 따라 잠수함 전력이 전세를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할 수는 없었다. 일본의 잠수함 전력은 미 해군의 항모 2, 호위항모 1, 순양함 2, 10여척의 구축함과 잠수함을 격침시켰고 상선은 179, 90t을 격침시켰다. 그러나 피해도 막심하여 무려 129척이 격침당해 3분의 2의 전력을 상실했다.


당시 일본은 센토쿠급이라는 잠수항모를 건조하기도 했다. 즉 잠수함에 항공기 3대를 수납하여 미 본토를 공격하겠다는 발상을 했다. 센토쿠급 잠수항모를 총 18척 건조하여 54기의 항공기로 미국 본토를 타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 2척이 건조되는 데 그쳤다. 또한 일본은 2차대전이 끝날 무렵 잠수함 전력이 급격히 줄어들자 가이텐과 같은 자살공격용 잠수정을 만들어 가미카제 공격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잠수함전은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개전 시 111, 전쟁 중 177척을 건조하여 총 288척이 활약했는데, 피해는 52척에 그쳤다. 반면에 일본 선박을 무려 1750척이나 격침시켰다. 미국이 격침시킨 일본 선박의 62%가 잠수함으로 격침된 것이다. 미국은 잠수함의 용도를 단순히 선단공격이나 수상함 격침에 한정하지 않고 정찰 및 조기경보, 특수부대 침투, 상륙작전 지원, 인명구조 등 다양한 임무에 투입하면서 잠수함작전의 지평을 넓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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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전이 끝난 후 잠수함 전력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55년 미 해군이 세계 최초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잠) ‘노틸러스’함을 취역시키면서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는 급격히 높아졌다. 미국의 원잠 건조에 화들짝 놀란 소련도 곧바로 원잠 제작에 들어갔다. 1958년 소련의 첫 원잠인 프로젝트627 ‘키트(кит·고래) K-3가 취역했다. NATO에서는 노벰버급으로 분류한 이 잠수함은 조급한 개발 탓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1962년 이후에야 제대로 가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소련은 이미 1955년 줄루급 B-67 잠수함에서 R-11FM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세계 최초로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성공하였다. 이후 줄루급과 골프급 잠수함에는 더욱 개량된 R-13 미사일까지 장착하였다. 그러나 소련의 SLBM들은 잠수함이 물 위로 부상해서 발사를 하는 방식이었다. 또 구형의 디젤잠수함이라 오랜 순찰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었다.


미국은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앞선 잠수함 기술을 활용했다. 물속에서도 발사되는 SLBM인 폴라리스를 개발하는 한편, 이를 발사하는 잠수함으로 원잠을 채택했다. 이미 1950년대 후반에 본격적인 양산형 잠수함인 스킵잭급을 만들고 있던 미 해군은 건조 중이던 한 척의 스킵잭급 잠수함의 길이를 당초 계획보다 40m나 늘려서 16발의 폴라리스 SLBM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리하여 세계 최초의 전략원잠(SSBN)인 ‘조지워싱턴’함이 등장했다. SSBN이란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가리킨다.

/미국 SSBN 598급 조지워싱턴함. /주간조선


수중 속의 냉전

원잠은 기존의 디젤잠수함과는 차원이 달랐다. 기존의 디젤-전기식 잠수함은 잠항 기간이 2~3일에 불과하여, 배터리 재충전을 위하여 수면으로 접근하여 스노켈을 올리고 디젤발전기를 돌려야만 한다. 그러나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소형 가압경수로형 원자로가 장착되어 증기 터빈으로 추진을 얻는 동시에 증기 발전기로 전원을 공급받는다. 이론상으론 핵연료 소진 시까지 무한정으로 작전이 가능하다. 속도 차이도 현격하여 디젤잠수함이 보통 6~8노트로 이동하는 데 반해 원잠은 20~25노트의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인하여 미국과 러시아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전부 자국산 원잠을 만들어냈다.


미국은 1958년부터 1965년까지 7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무려 41척의 SSBN을 건조했다. 당시 미국은 ‘41 for Freedom(자유를 위한 41)’이라는 구호를 통해 핵 억제력의 자신감을 표현했다. 소련도 질세라 미국처럼 16발의 SLBM을 장착한 양키급 잠수함을 실전 배치했다. 이렇게 미·소가 서로를 절멸시킬 수 있는 SSBN을 실전 배치하자, 이러한 SSBN을 어떻게 견제할까 양측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SSN(공격원잠)이다. SSN은 장기간 적 SSBN의 발진기지나 활동지역에서 순찰임무를 수행하면서 감시와 추적의 임무를 수행했다. 통상 SSN은 적 SSBN의 기지 앞에서 대기하면서 음문을 수집하고, SSBN이 이동하면 그 뒤를 따라가면서 미사일 발사 징후는 없는지 감시하는 것이 임무였다. 이렇게 고양이와 쥐의 추격전과도 같은 총성 없는 싸움에서 피해는 늘상 발생했다. 소련의 SSBN은 미국이나 영국의 SSN들이 자신을 추적하지는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갑자기 선회기동을 하면서 적을 위협했다. 이런 과정에서 잠수함 간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충돌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1968년 일본 북방해역에서 침몰한 소련의 공격원잠 K-129, 1986년 대서양 버뮤다 해역에서 침몰한 소련의 양키급 전략원잠 K-219, 그리고 2000년 노르웨이 북쪽 바렌츠해에서 침몰한 오스카급 순항미사일원잠 K-141 등은 모두 미군 잠수함과의 충돌로 인해 침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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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전 이후 현대전에서도 잠수함의 활약이 눈부셨던 전쟁이 있다. 바로 포클랜드전쟁이다. 아르헨티나는 모두 4척의 잠수함을 보유했으나 실제 운용이 가능했던 것은 ‘산 루이스’ 한 척뿐이었다. 산 루이스는 영국 항모와 구축함을 향하여 7발의 어뢰를 발사했으나 모두 빗나갔다. 이 잠수함 한 척을 잡기 위해 영국 해군은 200발이 넘는 폭뢰와 경어뢰를 발사하면서 엄청난 대잠전력을 투입해야만 했다. 그러나 산 루이스는 잡히지 않았다.


반대로 영국도 포클랜드 해역으로 원잠 5척과 디젤잠수함 1척을 파견했다. 원잠은 겨우 2주 만에 작전해역에 도착했지만, 디젤잠수함은 5주 만에 도착하여 전쟁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먼저 도착한 원잠은 감시정찰임무를 수행했다. 특히 개전 한 달 만인 5 2일에는 영국의 원잠 ‘컨쿼러’함이 아르헨티나 순양함 제너럴 벨그라노를 격침시켰다. 이렇게 주력함이 격침당하자 아르헨티나 해군은 모든 군함의 출항을 금지했고 자연스럽게 영국은 해양 통제에 성공했다. 냉전과 핵대결이 끝나자 더 이상 SSBN SSN의 숨바꼭질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원잠들은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은 걸프전에서 토마호크와 같은 순항미사일을 LA급 공격원잠에서 발사하면서 지상의 목표를 정밀타격했다. 아프간전이나 이라크전 등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SLBM보다는 순항미사일을 쏠 일이 많다지다 보니, 오하이오급 SSBN 가운데 4척을 순항미사일 발사 전용으로 개조했다. 그 결과 한 척에서 최대 154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중 미사일 기지가 탄생하기도 했다.


, 연어급 잠수정으로 천안함 격침시켜

한국은 잠수함에 관해서는 쓰라린 경험이 있다. 북한은 이미 1960년대부터 잠수함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1970년에는 로미오급 잠수함을 모방생산하면서 잠수함 생산국이 되었다. 좀 더 작은 유고급 잠수정을 시작으로 상어급은 자체 설계로 건조했다. 1995년에는 상어급이 강릉에, 이듬해인 1996년에는 유고급이 속초에 등장하면서 한국군을 괴롭혔다. 그리고 2010년에는 급기야 연어급이라는 최신형 잠수정으로 천안함을 기습공격하여 격침시켰다.

/2010년 北 연어급 장수정 천안함 공격 경로 및 상황 추정. /조선일보 DB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정은 최대 80여척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에 반해 해군은 현재 1200t 규모의 장보고급 잠수함 9척에 1800t 규모의 손원일급 잠수함 5척을 실전 배치 중이며, 손원일급은 2018년까지 나머지 4대가 더 완성될 예정이다. 잠대지미사일 공격 능력을 향상시킨 3000t급 규모의 한국형 잠수함 3차사업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북한이 SLBM을 거의 완성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발사하는 고래급(신포급) 잠수함은 SLBM 1발 장착하는 게 고작인 수준이다. 게다가 해군 최신형 잠수함 손원일급은 거의 2주 가깝게 잠항이 가능하지만, 고래급은 불과 2~3일의 잠항이 전부이다. 손원일급 잠수함은 고래급보다 훨씬 더 조용하며 순항미사일 발사능력도 갖추어 정밀타격능력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주간조선 2423호

 

2017.08.04 北 ICBM 도발 최악의 시나리오와 최상의 전략

▲ 북한은 지난 7월 28일 밤 11시41분 화성-14형 ICBM의 2차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photo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7 28일 화성-14형을 발사했다. 지난 7 4일 처음 발사한 이래 두 번째 발사다. 7 28일 발사에서 북한의 미사일은 고도 3724.9, 거리 998㎞를 4712초간 비행했다. 1차 발사보다 900여㎞를 더 상승했고, 무려 8분이나 더 비행했다. 1차 발사 때는 사거리가 7000~8000㎞ 정도로 평가되었는데, 2차 발사 때는 11000㎞까지도 평가된다.

 

왜 비행거리가 늘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선 1차 발사 당시 북한은 “새로 개발한 대형중량핵탄두”를 탑재했다고 했다. 아마도 6차 핵실험에 사용될 핵탄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차 발사에서는 그러한 표현이 없다. 결국 신형 대형탄두가 아니라 가벼운 탄두를 썼다는 말로, 아마도 김정은이 2016 3월에 공개하고 지난 5차 핵실험 때 기폭시켰던 파괴력 10~20kt의 탄두를 가리킬 것이다. 북한은 이번 시험을 두고 ‘최대사거리를 비롯한 무기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얼마만큼 멀리 나가느냐를 보여주는 게 이번 시험의 목적이라는 말이다. 그 결과 미사일의 사거리는 미국 본토까지 가능하다고 입증했다.

 

사거리 말고도 북한은 입증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재진입 능력이다. 북한은 1차 시험발사 당시 “전투부(탄두) 첨두 내부온도는 25~45℃의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고 평가했다. 대기권 재진입 시의 엄청난 온도와 압력, 그리고 진동을 재진입체가 버텨낼 수 있겠냐는 의문이 한·미 양국으로부터 제기되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은 지난 7 12일 국회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ICBM의 핵심능력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유는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를 우리 측이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을 명백히 보여주기 위해서 야간에 발사했다. 원래 ICBM의 낙하는 고열로 인하여 주간에도 잘 보이지만 야간에는 화염덩어리가 떨어지므로 더욱 확연히 보인다.

 

이 영상을 두고 해석의 논란이 생겼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이클 엘먼 선임연구원은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통해서 화성-14형의 대기권 재진입은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영상 분석 결과 재진입체가 고도 68㎞ 상공에서 최고 섬광을 낸 뒤 34㎞ 상공에서 빛을 잃고 빠르게 사라졌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재진입체가 최대 부하를 받는 시점에서 (여러 조각으로) 분해되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시험 결과를 두고 “핵탄두 폭발장치가 정상작동하였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부러 터뜨렸다는 말이다. 공중폭발을 시킨 데는 대략 3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탄두가 의도대로 정상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공중 폭발로 입증할 수 있다. 둘째 적정고도에서의 폭발은 핵탄두의 위력을 배가시키므로 핵무기로서의 완성도를 입증할 수 있다. 셋째 공중폭발을 시키지 않으면 만의 하나 부수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탄착지점은 일본 EEZ 내이기에 불필요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공중폭발은 필수였을 것이다.
 

미약해 보이는 한·미 연합의 대응

북한이 ICBM 도발로 긴장의 강도를 한껏 높였지만, 우리의 대응은 매뉴얼화되어 있어 보인다. 여전히 북한에 대한 대응에서 핵심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이다. 1차 발사 때는 4일 후에 B-1B 폭격기 편대가 날아와 육상의 필승사격장에 LJDAM 폭탄을 떨구고 갔다. 여차하면 충분히 김정은 머리 위에 폭탄을 떨구어주겠다는 위협이다.  2차 발사 후에는 30시간 만에 B-1 편대가 도착하였지만, 이번에는 폭탄을 떨구지 않고 돌아갔다. 괌에서 한반도까지 비행에는 2시간이 걸리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마자 도착하는 경우는 없었다. 가장 빠른 대응시간은 5시간이었는데, 이는 사전에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맞아서였다. 그래서 30시간 만의 출동도 빠른 대응이었다는 평가이다. 실제 전쟁 상황이 되면 우리에겐 30시간의 여유가 없다.

 

화성-14형이 등장하자 우리 정부의 대응은 강경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7 4일 발사 이후, 북한에 대한 경고성명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라면서 우리 군도 미사일 사격훈련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7 5일 한·미 연합군은 동해안에서 주한미군의 ATACMS(에이타킴스)와 우리 군의 현무-2 지대지탄도미사일의 발사훈련을 실시했다. 과거 보수정부에서는 경고성명만 있었을 뿐 실제 미사일로 대응하는 훈련은 없었기에 새 정부의 대응은 상당히 전향적 조치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북한의 화성-14 2차 발사 이후에는 한·미 연합군은 똑같은 훈련을 6시간 만에 실시하여 대응시간이 더욱 빨라졌다.

 

이러한 한·미 대응훈련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더욱 대응속도가 빨라야만 한다. 북한이 밤 1141분에 발사했다면 우리는 늦어도 1142분에는 대응사격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정황을 수일 전부터 지켜봤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사거리 300㎞ 이상의 미사일을 굳이 동해안으로까지 이동시키지 않고, 사전에 해상에 안전구역을 설정하고 곧바로 사격할 수 있어야만 한다. 과거 냉전시절에는 소련이 ICBM의 시험발사를 하면 그 탄도가 지상에 떨어지기도 전에 미국은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ICBM을 발사하면서 소련보다도 빨리 공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우리 군도 이러한 냉전의 교훈을 되새겨, 북한에 우리가 더 빨리 공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해야 한다. 핵을 가진 적에게 비핵수단밖에 없는 우리가 대응하려면 적어도 시간만큼은 더 빨라야 억제가 통한다.

 

그러나 설사 즉각적인 대응훈련을 실시하더라도 현무-2와 에이타킴스만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될 수 없다. 자탄형식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여 북한은 발사차량을 장갑화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형 3축체계가 북한에 충분한 공포와 충격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전작권 전환도 전면 재검토 필요

 3축체계 가운데 미사일 발사대를 선제타격하는 킬체인과,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는 엄밀히 말하면 미사일 방어작전의 공세적 측면과 방어적 측면이다. 한마디로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적이면서도 수동적인 억제에 불과하다. 반면에 3축체계의 마지막 축인 KMPR(대량응징보복)은 평양을 지도에서 없애버림으로써 북한 지도부를 붕괴시키겠다는 매우 공세적이고 다분히 응징적인 억제이다. 현재 우리의 국방예산으로 현 정권 내에 3축체계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답은 KMPR이다.

 

그러나 KMPR 능력은 정권의 의지가 시발점일지언정 의지만으로는 생기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무기체계가 확보되지 않으면 의지는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현재 북한의 정권 수뇌부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자산으로는 사거리 1500㎞의 현무-3 순항미사일과 F-15K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미사일(사거리 500)이 있다. 현무-2 탄도미사일도 KMPR 전력으로 쓰일 수 있지만 주로 고폭탄보다는 킬체인을 위한 자탄형식이 많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신형 ‘번개’ 미사일은 벙커버스터 기능을 갖춰 강화된 적 지휘부를 공격할 수 있지만 사거리 1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현무-2 미사일에 벙커버스터 기능까지 결합하여 실질적인 파괴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탄두의 무게 증가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사거리 800㎞에 탄두중량을 500㎏으로 제한한 한·미미사일지침은 반드시 개정해야만 한다. 기존에 얘기가 나오는 것은 탄두중량을 1t으로 높이는 것이지만, 아예 탄두중량의 제한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충분한 벙커버스터 기능을 가질 수 없다. 미국은 지하 200m에 위치한 북한군 벙커를 파괴하기 위하여 무게 14t짜리 수퍼벙커버스터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적어도 이러한 능력이 있어야 북한이 겁을 먹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우리 군도 수퍼벙커버스터 같은 북한이 두려워할 비대칭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렇게 북핵의 위협이 커진 상황이라면 전작권 전환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한국형 3축체계 능력이 갖춰지면 우리 군의 능력만으로도 북한에 대한 충분한 억제력이 확보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인한다. 하지만 우리 군의 3축체계는 비핵능력에 기반한다. 인류 역사상 비핵으로 핵을 막을 수 있는 군사전략은 아직 없다. 핵은 핵으로 대적하는 게 기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즉 핵우산이야말로 북핵에 대응하는 기반전력이다. 냉전시절이라면 한반도에 전술핵이 있었지만, 현재는 핵우산 전력이 한반도에 없다. 그렇다면 미국의 핵우산을 보장하는 것은 역시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군 4성 장군의 존재이다. 지역사령관에게 전쟁의 판단을 위임하는 미국의 의사결정구조를 본다면 4성 장군의 존재야말로 확장억제의 중핵(中核)이다. 주일 미군사령관은 3성이지만 주한 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4성이다. 전작권 전환의 의도는 좋지만, 한·미연합사는 한국과 미국의 지분이 50:50으로 섞인 구조이다. 전작권 전환으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거나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군 4성 장군이 되어 미군의 4성 장군 자리가 없어지면 우리는 확장억제의 가장 유효한 수단을 잃게 된다.

 

현 정부가 말하는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국방’은 이해할 만하다. 주한 미군의 존재로 인하여 우리 군은 전쟁을 스스로 기획하고 대처하는 독자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은 사실이다. 기댈 곳이 없어야 열심히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꼭 전작권을 전환하지 않고도 우리 스스로를 지킬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육군 현무-2·3 미사일이나 공군의 F-15K 전투기와 타우러스미사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해군의 구축함·잠수함 전력 등 우리 군의 ‘전략자산’을 모아서 합참 휘하에 합동전략사령부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재래전력은 연합사에 그대로 두고, 독자대응이 가능한 전략군 기능만을 우리 군이 보유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다. 물론 그 목표는 현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북한과의 대화다. 동맹의 능력을 보존하면서도 우리 스스로의 국방력을 통하여 대화의 장을 열 수 있다면 최상의 전략이 될 것이다. 새 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국방개혁의 방향도 결국 같은 맥락이 아닐까?

주간조선

 

2017.08.25 ‘랩터’가 뜬다… 미국의 북한 공격 시나리오

▲ 세계 최고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미국의 제한적 선제타격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photo 로이터·뉴시스

 

지난 7 28일 실시된 북한의 화성-14 2차 발사가 갖는 의미는 엄중하다. 비록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기는 해도, 북한이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전통적 핵 경쟁국을 제외하고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가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은 북한이 처음이다.
   
   
북한은 국가의 모든 프로파간다가 ‘미제 타도’에 집중되어 있는 철저한 반미(反美) 국가이다. 미국 대학생 웜비어 사망사건에서 보듯 미국인이란 이유로 무고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나라가 북한이다. 물론 이는 미·소 냉전이 잉태되면서 탄생한 국가가 북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은 ‘모국’인 소련이 미국에 대해서 갖던 분노의 크기를 훨씬 뛰어넘었다. 북한은 6·25전쟁의 피해와 그로 인한 공포가 그만큼 크기도 했거니와 미국에 대한 분노야말로 1인 독재체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방타격과 선제타격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에도 미국에 대한 크고 작은 도발을 이어나갔다. 1968년에는 정보수집선인 푸에블로함을 납북하여 승조원들을 1년 이상 억류했고, 1969년에는 미군의 EC-121 정찰기를 격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짓을 벌이고도 북한은 무사할 수 있었다. 당시는 미국이 베트남전쟁으로 정신이 없었기에 미처 북한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 그러나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미군 장교 2명이 사망했을 때 미국은 참지 않았다. 항모전단 2개와 폭격기 전력을 파견하며 북한의 도발에 군사적 응징을 시작하려고 하자 김일성까지 직접 나서서 유감을 표명하면서 북한은 꼬리를 내렸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41년이 지난 지금 북한이 다시 도발의 강도를 계속 올리고 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꾸준히 개발해온 핵과 미사일 능력이 어느 정도 축적되면서 성과가 가시화되자, 3대 세습군주인 김정은은 올해 내로 핵 무장국으로서의 역량을 완성할 예정이다. 그리고 북한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역량을 과시하며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보인 허풍에 가깝던 미국 타격 주장과는 달리 이번에는 사거리, 비행시간, 비행경로 등을 세밀하게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올라갔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북한의 협박에 대하여 트럼프는 강한 어조로 응사하고 있다. ‘모든 군사적 대책이 준비되었으니 딴 데 가서 알아보라’는 식이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수많은 ‘선제타격’의 이야기를 접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뉴스에서 얘기하는 선제타격은 선제타격이 아니다. 먼저 때린다는 군사작전 개념에는 선제타격과 예방타격이 있는데, 뉴스 속의 미국 선제타격은 실제론 예방타격에 가깝다. 우선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란 적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공격을 받기 전에 먼저 타격하는 것이다. 인류의 전쟁사 속에서 선제타격은 그리 많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1967년의 중동에서 벌어진 ‘6일 전쟁’을 들 수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자국의 침략을 준비하고 있던 이집트와 시리아에 대하여 전투기 전력을 활용한 선제공격으로 이들 국가의 전쟁능력을 무력화시킨 바 있다.
   
   
한편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이란 선제타격에 비하면 급박함이 떨어진다. 즉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장래에 자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적의 군사능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예방타격은 사실상 아직 위협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편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국제법상 불법 전쟁으로 인식돼 대부분의 국가가 가급적이면 그 실행을 피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1981년 이스라엘의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 폭격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논란이 좀 있긴 하지만,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예방타격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사실 북한과 관련해서 미국은 이미 예방타격을 기획했던 경험이 있다. 바로 1994년 제1차 북핵위기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영변 원자력 단지의 폭격을 준비했었다. 당시 미국의 준비태세는 단순히 언어적 위협이 아니었다. 항모전단 2개가 동원되어 전쟁을 준비했으며, 실제로는 F-117 스텔스 전투기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영변 단지를 폭격하고자 했다.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공습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가 끝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던지면서 미국의 공습 시 대한민국이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협박하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공습 취소를 이끌어냈다.
   
   
여기서 역사의 교훈이 반복된다. 만약 미국이 선제타격이든 예방타격이든 북한을 공격하려면, 인질로 잡혀 있는 한국을 방어할 수 있어야만 한다. 게다가 북한은 노동미사일과 북극성-2형에 더하여 사거리가 1000㎞로 증가된 스커드ER까지 갖추어,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까지도 인질로 잡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방어할 대상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과연 한 번의 타격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모두 제거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이다. 1994년에는 의미 있는 핵시설이 영변 1개소였지만, 현재는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이나 ICBM 기지까지 포함하여 수십여 개로 증가했다. 한마디로 선제타격에 나서도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까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1994년에 기회를 놓친 이후로 더 이상 미국이 선제타격이나 예방타격을 할 수 없으며, 군사적 대응은 최후의 선택이라는 일종의 공식이 형성되었다.   

   
   
核 공격 상정한 괌의 대응요령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고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오히려 선제타격·예방타격이 부활했다. 특히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은 계획이라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야 포위사격이라고 주장하지만 각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괌에 미사일이 떨어진다. 자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의(善意)에만 기댈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괌은 확고히 지켜질 것이라고 주민들을 진정시키면서도, 미사일 공격 시 행동요령을 전파하고 있다. 그런데 이 행동요령이란 것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냉전 시절 핵공격 시 대응요령과 같다. 화성-12형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기 때문에 이러한 대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미국은 북한의 괌 사격을 핵공격으로 바라본다는 말이 된다.
   
   1962
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자국이 최초로 명백하게 핵 공격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의 선택은 더욱 극단에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의 미국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으로 성공을 거듭해온 비즈니스맨인 도널드 트럼프이다. 당연히 북한에 대응해야만 한다. 사실 군사적 대응이라면 트럼프는 최고의 군사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수도승 전사(warrior monk)로 유명한 명장 매티스가 국방장관이고, 1991년 걸프전에서 탱크전의 영웅이었던 맥 매스터 장군이 국가안보보좌관이다.
   

▲ 북한이 괌을 향해 발사하겠다고 공언한 화성-12형 탄도미사일.

 

   미국 전력 충분한가

   핵위협 상황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선택은 핵보복이다. 사실 핵보유국 가운데 유일하게 핵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것도 미국이다. 그것도 아직 핵을 가지지 못한 상대방을 향해서 말이다. 하물며 스스로 핵무장을 선언하고 핵위협을 가하고 있는 국가에 대하여 타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심지어는 미국은 핵운용 전략에서 핵 선제 비사용(non first-use)을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필요하다면 핵 선제 사용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정책적 암시를 깔고 있는 지점이다.
   
   
북한의 괌 공격을 전제한 선제타격이 이뤄지는 방식은 경우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선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군의 미사일 방어작전은 공세적 방어작전과 수세적 방어작전의 2가지로 나뉜다. 우선 수세적 방어작전은 바로 미사일 방어를 의미한다. 만약 미사일이 괌을 향해 날아온다면 이지스 구축함에 장착된 SM-3를 통해서 우선 해상에서 막아내고, 그래도 요격되지 않은 대상에 대해서는 괌의 지상에 배치된 사드(THAAD)로 막는다. 사드는 최대 마하 14까지 요격이 가능하여, 북한이 최고속도 마하20인 화성-12형으로 공격하면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화성-12형의 종말속도가 실제 마하20에 미치지 못하며, 그간 사드는 성능 개량을 통해 더 빠른 속도에서도 요격이 가능하도록 개조되어 요격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원점을 내버려둘 것이냐는 문제이다.
   
   
제한적인 선제타격이 이뤄진다면 공세적 미사일 방어작전이 이후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군이 ‘킬체인’이라고 부르는 작전이 바로 이것이다. 즉 화성-12형이 발사되기 전에 미사일 발사대를 탐지하고 공습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 군은 킬체인이 가동될 때까지의 작전시간을 30분으로 정해놓았지만, 미군은 더욱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화성-12형은 강한 화염으로 인해 미사일 발사차량에서의 발사가 불가능하며 간이발사대를 설치해야만 하므로 발사까지 약 2시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미군이 보유한 수십여 기의 첩보위성과 한반도에 전개한 고고도 유·무인 정찰기로 충분히 탐지가 가능하다.
   
   
물론 이들을 타격하기 위한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되지 않은 게 문제다. B-1이 괌에서 날아오는 데는 2시간,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국 본토 미주리의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날아오는 데는 8시간 정도 걸린다. 게다가 폭격기가 출동하더라도 북한의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옵션은 전략폭격기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로 북한의 대공 감시망이 전혀 알 수 없도록 북한 상공으로 침투하여 1000파운드 정밀유도폭탄으로 파괴할 수 있다. 사실 화성-12형 발사대 정도면 GBU-39 SDB 같은 소형 벙커버스터 유도탄으로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 F-22는 한 대가 8발의 SDB를 싣고 작전할 수 있다. 4대 편대만 투입해도 적의 공격 원점 32개를 무력화할 수 있다.
   
   
한편 북한 전력을 전면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예방타격이 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이 경우 모든 표적을 동시다발로 타격해야만 하는데 태평양에 가용한 모든 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주한·주일 미군의 자산은 기본이고 항모전단은 2개로도 부족하고 3개는 동원되어야 한다. 여기에 괌의 폭격기 전력, 하와이나 알래스카의 공군 전투기 전력, 오하이오급 순항미사일 잠수함 등 아태지역 내의 미군 자산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또한 전쟁을 수행하기에 앞서 한국에 있는 수십만 명의 미국인들을 대피시키는 NEO(비전투원 소개작전)가 우선되어야 한다. 물론 더 좋은 선택지도 있다. 북한 정권 수뇌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인 핵 선제공격이다.
   
   
실제 미국의 전력 수준이 트럼프가 말하는 ‘화염과 분노’를 북한에 안겨다줄 수 있느냐는 걱정도 있다. 미국의 범지구적 군사전략을 실행하는 힘은 누가 뭐래도 미 공군과 해군력이다. 미국 군사 전문매체인 밀리터리타임스의 8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B-52 폭격기는 75대 중 33대가, B-1 62대 중 25대가 즉시 출격이 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이에 대해 미 공군 출신의 저명한 항공전략가인 데이비드 뎁툴라 예비역 소장은 “역사상 전례 없이 준비태세가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진짜 속셈

해군력도 상황은 좋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355척의 해군전력을 건설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예산이나 건함 능력이 실제로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때도 308척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론 32척이나 부족했다. 기괴한 외양에 레일건까지 갖춰 꿈의 전함이라고 기대되던 줌왈트급 구축함은 32척의 건조가 계획되었지만 단 2척만 건조하고 29척은 취소되었다. 적국의 연안에서 작전을 도맡을 LCS 호위함은 26척이 계획되었지만 9척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신형 포드급 항공모함은 예정보다 2년이나 늦게 취역했지만 실제론 2021년이나 되어야 실전에 투입이 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의 전력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떨어진 상태이다. 그렇다손 쳐도 북한을 제거하는 능력이란 차원에선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핵능력만으로 치면 북한이 약 20개의 핵탄두를 가진 반면, 미국은 무려 4400여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1740여발이 실전배치 중이다. 북한 핵탄두가 약 10~20㏏의 파괴력으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수준의 전술핵에 불과하다면, 미국은 400~500㏏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는 전략핵 탄두를 보통 3~10개까지 미사일 한 발에 탑재한다. 북한이 미국 수도인 워싱턴의 1개 동에 해당하는 지역을 20번 파괴할 수 있다면, 미국은 북한 전역을 4000번 이상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애초에 싸움의 상대가 아니다.
   
   
북한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괌 포위사격이란 화두를 던져서 이러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을까. 김정은은 겨우 걸음마도 제대로 시작 못 한 자신의 핵전력으로 미국을 상대할 수 있다고 정말 믿고 있을까. 미사일을 쏘고 싶으면 사전에 발표 없이 쏴버리지, 북한처럼 미사일 시험발사 사격 계획을 사전에 밝히는 경우는 없다. 우리는 여기서 북한의 괌 포위사격 발표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북한은 김정은이 괌 포위사격을 지시했다고 발표한 게 아니라, 전략군에서 괌 포위사격 계획을 김정은에게 보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아직 계획이 완성되거나 김정은에게 보고가 된 것이 아니며, 설사 보고가 되었다고 한들 김정은이 사격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한마디로 긴장을 고조하기 위한 카드라는 말이다. 또한 괌 사격에 온갖 관심을 집중하게 만들고 정작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거나 6차 핵실험을 실시하려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미국 언론과 미국 국민들의 반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전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다. 이러한 공포를 통하여 북한은 자신이 미국에 대적이 가능한 핵무장 국가라는 인식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심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동등한 핵무장 국가로서 미국과 협상에 나서면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는 사전포석이다.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북한의 무대설정(stage-setting)은 이미 6·25전쟁 당시 휴전협정 때부터 북한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실제 가능하건 가능하지 않건 간에 미국의 선제타격 능력은 중요하다. 북한과 같은 악동의 분탕질이 무서워서 때리지 못하는 게 아니며, 북한은 애초에 전쟁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한·미 공조가 중요하다. 북한이 핵으로 위협해도 미국이 동맹국으로서 우리를 보호하며 우리를 인질로 삼으려는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바로 그러한 안보태세야말로 현 정부가 원하는 대화와 협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바탕이 될 것이다.

 

2017.10.24 전쟁 막으려면 北進을 준비하라!

지난 9 3 6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도발은 잠시 잦아드는 양상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북한의 도발은 도둑처럼 찾아온다.
   
   
한국에서 열흘 가까운 추석연휴가 끝나갈 무렵, 미국에선 대북 군사옵션 논의가 한창이었다. 지난 10 10일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주관하에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뿐만 아니라 태평양 사령부의 해리스 제독을 포함하여 미군의 4성급 주요 지휘관들이 모두 모여 마치 전쟁회의를 방불케 했다. 회의가 끝나고 사진 촬영하는 자리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긴장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폭풍 속의 고요 같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나오자 “도대체 어떤 폭풍이냐”고 기자들이 물었다. 트럼프는 “지나면 알 것”이라며 언급을 삼갔다.      


   
美 참수작전과 사이버전 거론

일부 언론에서는 생생하게 백악관의 전쟁회의를 중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참수작전과 사이버전이 거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언론 보도는 참으로 어이없는 얘기다. 실제 미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면서 참수작전이 제1순위에 오른 적은 거의 없다. 애초에 참수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북한의 핵 지휘 태세가 확실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지도자를 제거하면 핵물질의 통제가 어려워진다. 김정은을 제거하고 북한 정권이 혼란스러울 때 핵탄두가 해외로 팔리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전을 얘기하면서 일부 언론에선 사이버공격용 웜 바이러스인 ‘스턱스넷(Stuxnet)’을 얘기한다. 과거 이란의 핵농축시설을 교란·파괴시켰듯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시설도 사이버공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2010년부터 스턱스넷의 폐해를 지켜본 북한이다. 미국의 사이버공격 가능성을 진작에 예측하고 최대한 오프라인 장비로 핵 관련 시설을 유지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사이버공격에서 자유로우려면 망()에서 분리하는 게 최선책이다. 사실 북한에는 내세울 만한 인터넷망이 부재하다.
   
   
일부 국내 좌파세력은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 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걱정한다. 심지어는 트럼프가 국내 정치에서 위기에 몰리고 탄핵으로 쫓겨날지도 모르니,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켜서 인기를 만회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정작 그들의 눈에는 미치광이 김정은의 위험한 핵도발은 눈에 보이지 않고, 미치광이 트럼프가 핵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걱정만 가득하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행동은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미 현 단계에서 북한의 핵개발 저지는 불가능하다. 이미 개발이 끝났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추가 발사 등 핵무기 고도화를 막는 것뿐이다. 그래서 북한의 주요 WMD 개발 및 생산시설에 대한 타격이 얘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언제 얼마만큼을 파괴해야 고도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주요 인력들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시설과 장비를 파괴한다고 해서 핵의 개발과 생산을 막을 수는 없다. 애초에 이들이 선제적으로 공격을 가하지 않는 이상 연구 및 생산인력을 무작정 사살할 수도 없다.     

 
   
인명피해 최소화 제한적 타격 있을까   

그럼에도 미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한다면 어떠한 형태가 될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김정은을 제거하는 참수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어려운 일이다. 일단 아무리 ‘악당국가’라고 해도 일단 북한은 유엔(UN) 회원국이다. 물론 작전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거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과거에 사용해왔고 당시에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2003년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명분 없는 전쟁은 결과적으로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미국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다. 현 대통령인 트럼프도 당시 미국의 이라크 개입을 비판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트럼프도 북한에 대해서 부시와 같은 행보를 취할 여지가 없진 않다. 그러나 리스크에 비하여 얻을 대가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특히 세계 극빈국 수준의 북한이라면 더더욱 미국이 얻을 것이 없다. 여느 제국이 그러하듯이 미국이 원하는 것은 현상유지다.
   
   
그래서 만의 하나 트럼프 정부가 군사작전을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작전 범위는 크게 제한될 것이다. 예를 들어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능력을 제거하기 위하여 평양의 핵과 미사일 생산시설과 연구소, 신포의 잠수함 건조창 등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파괴하더라도 시설에 인원이 가장 적은 심야 시간대가 될 공산이 크다.
   
   
여태까지 미국이 수행했던 제한적 타격은 1998년의 데저트 폭스 작전이나 1998년의 아프간·수단 공습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시 미군이 표적으로 삼았던 이라크나 탈레반, 수단 정부는 북한만큼 막강한 군사력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이제 실질적 핵무기 보유국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함부로 공격이 쉽지 않다.
   
   
이러한 미국의 타격작전이 성공하더라도 그 다음이 문제다. 과연 북한이 얻어맞은 후에 가만히 있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우선 북한이 해온 발언을 보자. 북한은 지난 8 9일 소위 괌 포위사격 계획을 발표하면서 만약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면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남반부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과 함께 태평양 작전지구의 미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도 호언장담했다. 1994년 이래 반복해온 서울 불바다 발언이 또다시 나왔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미군이 대북타격을 하는 와중에도 한국과 일본에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냐가 문제다. 9 18일 매티스 국방장관은 “서울을 중대 위험에 빠트리지 않고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옵션이 있다”면서도 그 세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참수작전과 사이버전이 미군의 대북 군사옵션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지휘부를 제거하기엔 국제법적 명분이 부족하다. 왕정(王政) 국가와 같은 북한에 있어 김정은은 국가안보의 제1순위이다. 1순위를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전면전을 선제적으로 시작하는 것과 같다. 바로 예방타격이다.
   
   
예방타격은 물론 적국의 공격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1967년의 ‘6일전쟁’, 3차 중동전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집트·시리아·요르단을 상대로 전면적인 선제공습을 통하여 적 항공력을 마비시키고 자국 영토의 3배에 해당하는 지역을 점령했다. 이러한 전면전이 아니고서는 적의 공격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제조시설을 타격하여 기존 능력과 추후 생산능력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한국과 일본을 겨냥하는 군사적 위협들을 사용불능 상태로 만들거나 무력화해야 한다.
   
   
일본을 향한 위협이라면 스커드-ER 등 사거리 1000㎞ 이상급의 모든 미사일이 대상이 되는데, 이를 모두 찾아 무력화하는 것은 큰일이다. 타격 대상이 되는 이동식 발사차량만 하더라도 최소 100대 이상 최대 200대 미만이다. 주요기지는 개소이지만, 각 포대별로는 더욱 산개되어 있어 하나하나 찾아내서 무력화해야 한다.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했다고 해도 당장 우리는 수도권이 장사정포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1000문 이상의 자행포(자주포)와 방사포(다연장 로켓)를 모두 무력화해야 하는데, 이들은 당연히 강화 진지 속에 감춰져 있다. 동시에 수천여 개의 표적을 물리적으로 무력화하지 않으면 어렵다.      


   
北의 최후 방어선 장사정포를 뚫어라   

   결국 여기서 중요한 것이 우리 군()의 역할이다.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응하여 이를 무력화하는 임무를 대()화력전이라고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화력전 임무는 주한미군이 수행하는 임무였지만, 전작권 전환 일정에 따라 ‘10대 주요 임무’가 주한미군에서 우리 군으로 넘어오면서 대화력전은 우리 몫이 되었다. 이에 따라 3군 사령부가 임무를 인수하여 예하에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두고 있다. 대화력전 능력의 강화를 위해 우리 군은 K9 자주포 전력을 꾸준히 늘려 이제는 1000문이 넘는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응속도이다. 정찰감시자산의 능력이 제한되다 보니, 주한미군이 대화력전을 수행하던 때보다 대응속도가 느리다는 걱정도 있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포병레이더를 추가로 해외에서 도입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국산화하여 양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화력전으로 서울에 날아오는 적의 포탄을 다 막을 수는 없다. 적이 발사하고 나면 그 위치를 찾아 추가적인 공격이 불가능하게 적을 분쇄할 뿐이다. 그런데 바로 그 능력이라도 충분하다면 북한이 함부로 서울을 공격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북한의 장사정포 전력이야말로,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군의 북진(北進)을 막는 최강의 방어전력이자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북한군의 전략은 방어보다는 공격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적의 공격을 물리치는 거부 전략이라기보다는 적의 국가지도부나 산업·경제시설에 궤멸적인 피해를 안겨주는 보복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 특수부대, 잠수함 등 비대칭전력에 중점을 두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군사적 효율성보다는 한국과 미국이 ‘전쟁을 각오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심리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정권 속성상 당연하다. 방어에 집중하는 순간, 김정은은 상황을 이끌지 못하고 자기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무능한 지도자로 전락한다. 바로 그 순간 북한 정권은 마지막 동력을 잃고 무너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북한 군사전략의 약점은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방어에 약한 북한의 허점을 찌르는 군사전략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요컨대 북한이 장사정포 전력을 서울을 향해 투사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방어력을 소진하고자 한다면, 응당 대화력전으로 이를 철저히 파괴하고 북진을 하는 것이다. 이런 대비태세가 갖춰졌을 때 북한은 함부로 자신의 소중한 포병전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전면전을 준비해야 전면전을 막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내는 메시지는 일관적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동의 없이 누구도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너무도 당연한 말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결단하면 전쟁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우리가 갖춰야 한다는 점도 너무 당연하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우리 군사능력 전반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대화력전 능력은 한국형 3축체계의 일환으로서 지난 정권 동안 꾸준히 투자되어 왔다. 현 정부도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체계만큼은 그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킬체인(선제타격),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 그리고 KMPR(대량응징보복)로 구성되는 3축체계 가운데서는 킬체인·KMPR 능력이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이 가능하면서도 북한에 위협적인 능력이 된다.
   
   
그러나 3축체계에 너무도 집중한 나머지 북진을 위한 준비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주한미군의 도움이 없이도 북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현 정부가 추구하는 전작권 전환에서 중요한 사항이 된다. 예를 들어 북진을 하려면 북한의 열악한 도로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K2 흑표 전차처럼 거의 60t에 가까운 전차는 남한 지형에선 무적이지만 북한 지형에선 제약이 많다. 차라리 경전차가 기동과 전투에 유리할 수 있다. 또한 대북 공격 경로상에 놓인 수많은 하천을 건너려면 자력 도하만으로는 어렵다. 장간 조립교를 만들 시간도 없다. 10~20분 내에 전개가 가능한 수륙양용가교차량 같은 것이 필요한데 10년이 넘도록 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탄약, 물자와 유류 보급도 문제다. 2차대전 때만 해도 1개 사단이 하루에 필요한 물자량이 700~750t 정도였다. 노르망디상륙작전 때는 전진보급기지에 물자를 채우기 위해 하루 6000대 가까운 차량이 12000t 이상을 날랐다. 6·25 때도 북진했던 UN군의 발을 묶은 것은 보급이었다. 북진을 할수록 전선은 넓어지고 부대 간 연결이 안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보급의 한계였다. 육로보급의 한계가 있다면 해상에서 보급할지 공중수송으로는 얼마나 보급이 가능한지 등등을 따져야 한다. 전작권이 전환되는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독자적 능력을 키워야 한다. 북한 전역까지 확장이 가능한 지휘통신망을 구축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전면전을 막으려면 전면전 능력이 보장되어야만 하는데 우리는 3축체계 능력 구축에만 온 신경이 쏠려 있다
   
   
이런 공세적 태세야말로 북한의 보복공격을 막는 길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워왔다. 2015 8월의 DMZ 목함지뢰 도발과 포격도발 때도 결국 우리 군과 정부, 그리고 국민이 모두 삼위일체가 되어 북한에 준엄한 자세를 취하며 항전의지를 펼치자 북한이 굴복했었다. 한반도에서의 싸움은 늘 의지의 싸움이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북핵 문제는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안보 위협이다. 장래에는 핵 위협에 바탕한 북한의 얼토당토않은 협박에 노출된다. 반드시 막아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만큼 북한에 있어서도 국가의 명운을 건 도박이다.
   
   
우리는 한때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하던 남북 체제 경쟁의 제2막에 접어들었다. 국가의 모든 전략은 이 경쟁에서 승리하여 생존할 수 있는 데 집중되어야만 한다. 북한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떨지 말고, 우리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북한이 떨게 만드는 전략이 차분차분 준비되어야 한다. 국가가 없이는 평화도 없고 번영도 없기 때문이다.

 

2018.02.05 평창 전날 열병식 비수 뽑아든 北의 노림수

▲ 지난해 4월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 열병식 장면. photo 연합

 

독재자는 열병식을 좋아한다.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푸틴,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카리스마를 추구하는 독재자라면 응당 자신의 치적과 위력을 과시할 열병식은 기본이다.
   
   그러나 보통 독재자는 열병식을 한 번 보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십 번을 반복하는데 막상 고생하는 것은 군대와 국민이다. 독재자들에게 열병식이란 군대의 충성심을 확인하고 적국에 공포를 선사하는 강력한 정치적 수단이다.

   
   열병식(閱兵式)이란 무엇인가.

 열병식이란 정렬시켜놓은 부대를 지나면서 검열하는 의식을 말한다. 보통 열병식은 열병과 분열의 두 가지로 나뉜다. 열병이란 도열해 있는 부대를 지휘관이 움직이면서 검열하는 것이고, 분열이란 열병을 마친 부대가 대형을 갖추어 도보나 차량탑승으로 행진하며 임석 상관 앞에서 부대의 세력을 과시하는 것을 가리킨다. 보통 열병식은 열병 후에 분열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열병식은 전통적으로 군대의 전투력과 군기 등 전쟁 수행능력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19세기까지 전쟁의 양상은 진형을 어떻게 유지하며 싸우느냐가 관건이었다. 전차나 비행기와 같은 기동수단이 등장하기 전까지 전쟁은 얼마나 병력이 열()과 오()를 유지하면서 조직적으로 버텨내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었다. 특히 적의 포화 속에서도 기동시에 대형을 유지하면서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은 부대의 분열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즉 열병식에서 보여주는 절도와 군기는 그 나라 군대의 전투력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또한 열병식은 전쟁에 앞선 준비뿐만 아니라 전쟁의 끝을 의미하기도 했다. 열병식은 소위 개선행진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승자의 개선행진은 통치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식이 되어왔다. 특히 로마시대의 개선식(triumphus)은 그 화려함으로 유명했는데, 5000명 이상의 적군을 쓰러트린 지휘관에게만 베푸는 최고의 영예였다. 개선장군은 적국에서 노획한 전리품들을 시민에게 과시하고 그 이익을 나누기도 했고, 적군 수장을 포로로 잡아와 시민들에게 보여준 후 처형했다. 전쟁의 승리와 성과를 보여주는 정치적 의식이었다. 그래서 열병식은 단순히 군사적인 행사가 아니라 지극히 정치적인 행사가 된다.

 

▲ 2차대전 직후 소련이 개최한 전승기념 열병식. 기병 출신인 주코프 장군이 하얀 종마를 타고 제병부대를 사열하고 있다. photo publicdomain

  

   국제정치 속의 열병식

   열병식을 대표적으로 메시지 전달의 수단으로 삼은 것은 소련이었다. 2차대전에 승리한 소련은 그에 걸맞은 정치적 의식을 원했다. 당시 소련의 지도자인 이오시프 스탈린은 전쟁영웅 G.K. 주코프 장군을 사열관으로, M.K. 로코소프스키 장군을 제병지휘관으로 지명했다.
   
   원래는 스탈린이 직접 사열할 계획도 검토했으나 고령인 데다가 승마가 미숙한 스탈린이 혹시라도 낙상하는 날에는 전 세계의 비웃음을 살까 두려워 주코프가 사열관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리하여 6 24일 기병 출신인 주코프 장군이 직접 하얀 종마를 타고 제병부대를 사열하는 가운데 병사들은 전쟁 당시 독일군과 나치로부터 빼앗은 군기들을 레닌의 묘소 앞에 헌납했다. 소련이란 강대국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소련의 전승열병식은 한동안 잊혀졌다가 20주년을 맞은 1965년부터는 5 9일부터 부활했다. 마침 흐루쇼프를 실각시킨 브레즈네프는 강한 소련의 이미지를 부각할 기회로 기존의 노동절이나 10월 혁명기념일에 ‘승리의 날’을 더했다. 이후 대독 승전기념 열병식은 1984년까지 계속되며 소련의 군사적 위용을 과시하는 국제적 행사 중의 하나로 활용되어 왔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방기관의 정보기관들에 이런 열병식은 소련의 군사력을 분석하는 중요한 행사이기도 했었다.
   
   소련이 경제적 침체기를 맞이하고 결국 1990년 해체되면서 승전 행사는 잠시 잊혀졌다. 그러나 1995년부터 다시 열병식이 시작되었다. 열병식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린 것은 푸틴이었다. 2000 5 7일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 푸틴은 최초의 국제행사로서 5 9일 승전기념 열병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2000년 열병식을 통해 푸틴은 냉전 직후의 무력한 모습이 아니라 강한 러시아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승전기념일 행사를 자신의 정치력과 러시아의 국력을 과시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았다. 이후 러시아의 열병식은 점차 그 위상이 높아져 2008년 열병식은 RT 방송사를 통하여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2017년 전승 70주년 열병식에서는 러시아가 심혈을 기울이는 차세대 최첨단 무기들을 대거 공개하면서, 크림사태 이후 러시아를 압박하는 서구 국가들에 강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만큼이나 열병식을 프로파간다의 목적으로 잘 활용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특히 2015 9 3일 중국은 천안문광장에서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개최하면서 마치 중국의 공산정부가 2차대전을 승전한 것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2차대전 당시 전승국으로서 일본과 맞섰던 것은 장제스가 이끌던 중화민국이었다. 중국은 이 열병식을 통하여 최첨단 무기뿐만 아니라 둥펑-26, 둥펑-31B 등 막강한 핵전력까지 보여주면서 군사굴기(屈起)를 과시했다. 특히 이 행사에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부분의 서방국가 지도자들이 참석을 하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북한과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의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지적이었다. 어쨌거나 중국으로서는 박 대통령의 참석만으로도 자신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줄 수 있었으니 이득인 셈이었다.     


   북한에서의 열병식  

병영국가인 북한에 있어서 열병식의 의미는 남다르다. 북한군의 열병식은 1948년 인민군이 창설됨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36세의 김일성은 이 열병식을 통해 명실상부한 북한의 권력자임을 확인했다. 6·25 이후에도 북한은 열병식을 통해 국가적 자부심을 강조했지만, 막상 김일성 독재체제가 안정된 1960년대 이후에는 거의 실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가 되면서 선군(先軍)정치가 이슈가 되자 자연스럽게 열병식은 중요해졌다. 특히 1992 4 25일 북한군 창설 60주년 열병식은 냉전 종식 후 위기에 몰렸음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출사표와도 같았다. 또한 열병식을 통하여 새로운 무기체계를 선보이기도 하면서 꾸준히 군사력을 키우고 있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최초로 드러낸 것도 1992년 열병식이었다. 2010 10 10일의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김정일 옆에 서면서 차기 지도자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열병식에 누가 참석했느냐, 누가 최고권력자의 옆에 서 있느냐 등은 북한의 권력구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우선 중국과의 관계도 열병식에서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2 4 15, 그러니까 똑같은 날 있었던 열병식에서는 중국의 사절이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 2013 7 27일 전승절 6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을, 2015년 노동당 창당 70주년 열병식에는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 김일성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는 중국 측 사절이 없었다. 북한 외교의 고립된 단면이 드러난다.
   
   한편 권력무상도 열병식에서 확인된다. 2013 4 25일 인민군 창건기념 열병식까지 김정은 옆을 지키던 장성택은 그해 말에 처형되었다. 핵심권력에 있던 김양건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반면 숙청되었다고 알려졌던 인민보위상 김원홍은 2017년 열병식에서 대장 계급을 달고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 권력의 서열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열병식 단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열병식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
   
   열병식이 갖는 정치적 성격으로 인하여 심지어는 등장하는 무기들에서도 정치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냉전시절 미국 정보당국은 소련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 공개 장면을 보고 새로운 무기체계의 등장과 소련의 전략적 의도를 가늠해 보기도 했다. 철저히 감춰진 독재국가인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열병식에서 공개되는 무기들로 북한군의 능력과 의도를 추정해 보는 기회가 마련된다.

▲ 김정은 후계구도가 확인된 2010년 10월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박수를 치고 있다. photo AP

   

일례로 2017년의 열병식에는 20종의 무기가 선보였다. 보통 30여종이 넘는 무기체계가 선보였던 이전의 열병식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이들 무기 가운데 개조되었거나 새롭게 만들어져 2017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되는 무기가 무려 10종에 이르렀다. 또한 공개된 무기 가운데 원거리를 타격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이자 전략무기에 해당하는 것들이 무려 7종이었다.
   
   특히 2017년 열병식에서 전략군의 무기들은 모두 새롭게 공개되는 것들이었다. 우선 궤도형 발사차에 장착된 스커드 개량형 미사일은 정밀한 타격이 가능한 유도 미사일이다. 또한 KN-15(북극성2) 미사일을 발사하는 궤도차량은 지난 2 12일 발사 장면이 공개된 바 있으나, 무려 6대가 등장함으로써 이미 양산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화성12형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도 바로 작년의 열병식이 처음이었다. 특히 북한은 2017년 열병식에서는 신형 ICBM 발사차량 2종을 공개하면서 ICBM 완성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조직 변화도 열병식에서 공개된다. 2017년 열병식에서 북한은 전략군 이외에 특수작전군이라는 새로운 병종(兵種)이 존재함을 과시했다. 군복도 무기체계도 다른 부대와 차별을 둠으로써 육·해·공군 이외의 새로운 군대로서 특수부대가 만들어졌음을 공개한 셈이다. 특수부대 전력이 무려 20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전략군도 특수작전군처럼 별도의 군복을 입음으로써 독립된 병종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여태까지 4 25일을 ‘인민군 창건일’로 지정해왔다. 그런데 애초에 북한군이 만들어진 것은 1948 2 8일이다. 김일성은 북한정권이 수립하기도 전인 2 8일에 조선인민군을 창설하고 군사력으로 북한을 장악했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1978년부터 건군일자가 바뀌게 되었다. 김일성이 1932 4 25일 중국 안투(安圖)현 소사하 등판에서 항일유격대를 만들었으니, 이제 4 25일을 창군일자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1978년 이후부터는 4 25일이 건군절이 되어 열병식이 치러졌다.
   
   이렇게 갑자기 건군절을 바꾼 것은 정치적 셈법에 의한 것이었다. 김정일이 후계자 시절 김일성 빨치산 동료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빨치산 창설일인 4 25일을 건군일로 정한 것이다. 그리하여 1978년 이후로부터 2 8일은 더 이상 아무 날도 아니게 되었다. 이후 북한에서 제작하는 달력에서도 인민군 창건일은 4 25일이었다

▲ 평창 동계올림픽 전날 열릴 북한의 열병식에는 방사포나 전차 등 재래식 무기체계 중에서도 신형이 공개될 전망이다. photo AP

 

그런데 2015 2월 김정은은 돌연 2 8일을 명절로 선포했다. 조선인민군을 만든 날을 이제는 정규군 창건일자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김일성 따라하기를 반복해온 김정은이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2 8일을 다시 국가명절로 바꾸면서, 자신의 스타일로 인민군을 장악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여전히 2 8일에 대대적인 열병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올해 2 8일 대대적인 열병식이 열릴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바로 평창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날이다.
   
   북한의 열병식 움직임을 포착한 것은 위성사진이었다. 북한은 원래 열병식을 앞두고서는 대대적으로 미림비행장에 열병부대를 모아놓고 최소한 2~3개월 이전부터 철저하게 열병식을 준비한다. 어느 때보다 추운 올해 겨울에도 북한은 최소한 12월부터 열병식을 준비했다는 말이 된다.
   
   이번 열병식은 어느 때보다도 위협적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를 통하여 2017년에 국가핵무력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와 탄도로켓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겠다”고 공언했다. 바로 그러한 모습을 이번 열병식을 통해서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 12월 말의 예행연습에서는 병력 12000여명과 장비 50여대가 식별됐는데, 1월 중순이 되자 병력은 1000여명이 늘어나고 장비는 150여대나 증가했다. 행사준비에 동원된 인원만 해도 5만여명으로 급증했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것은 바로 북한의 ICBM 전력이다. 북한은 작년 한 해에만도 15회에 걸쳐 2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중에는 신형 미사일만 해도 무려 6종이 넘는다. 특히 준ICBM급인 화성12형은 물론이고, 북한 최초의 ICBM인 화성14, 그리고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형 등 강력한 신형 미사일들이 포함되어 있다. 바로 이러한 미사일 전력들을 모두 모아서 공개할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북한의 치밀한 정치플레이  

   북한은 그간 열병식을 주요한 군사적 압박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자신들이 과시하고자 하는 신무기들은 반드시 열병식을 통하여 보여주면서 한·미·일 등 관련국들을 압박했다. 예를 들어 2007 4 25일의 인민군 창건일 열병식에서는 ‘무수단’(북한명 화성10) 탄도미사일을 보여주면서 본격적인 중단거리 타격능력이 있음을 과시했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무수단이 2006년경부터 실전배치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무수단의 시험발사를 실시한 것은 2016 4월부터였다. 그것도 6 22일의 제6차 발사에 이르러서야 성공했다. 게다가 발사한 미사일은 그간 열병식에서 공개했던 모델과는 달리 그리드핀을 장착하는 등 개량을 거쳤다. 한마디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미사일로 한·미 당국을 농락한 셈이다.
   
   유사한 일은 2012년에도 반복되었다. 2012 4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열병식에서 북한은 KN-08(북한명 화성13)이라는 ICBM을 공개했다. 그것도 중국제 신형 미사일발사차량에 실어서 완성된 듯한 형태로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드디어 ICBM을 조만간 발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졌다. 그러나 막상 KN-08의 엔진연소실험이 목격된 것은 이듬해인 2013 2월부터였다. 2013 7 27일 전승 60주년 열병식에서도 KN-08이 공개됐지만 여전히 발사는 없었다. 2015 10 10일에는 KN-08과 함께 유사한 크기의 KN-14라는 미사일도 공개되었다. 역시 ICBM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었지만 이후에도 이들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한이 허풍만 떤 것은 아니다. 2017 4 15일의 열병식에서 공개되었던 KN-17(북한명 화성12) 5 14일에 발사에 성공했고, 역시 같은 날 공개되었던 KN-18(북한명 미상) 5 29일 발사에 성공했다. 2017년 후반기에는 오히려 열병식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미사일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KN-17 2단 분리형으로 만들어 사거리를 1만㎞까지 늘린 KN-20(북한명 화성14) 7 4일과 7 28일에 성공리에 발사되었다. 기존의 KN-17이나 KN-20과는 달리 더욱 강력한 쌍발엔진을 장착한 KN-22(북한명 화성15) 11 29일 발사에 성공했다. KN-22 KN-20보다 사거리와 발사중량이 증가하여 대형중량핵탄두를 미국 본토 전역에 투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하여 아직 발사는 안 했지만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북극성3형이 존재하는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러한 신무기들이 이번 열병식에는 여과 없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WMD(대량살상무기) 이외에도 신형 방사포나 전차 등 새로운 재래식 무기들의 등장도 예고된다. 우리가 ‘평창=평화’를 외치고 대화에 목을 매도 북한은 전혀 바뀌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는 행사가 이번 열병식이 될 것이 자명하다
   
   결국 북한은 왼손으로는 평창올림픽 참가라는 유화카드를 던지면서도 오른손에는 사상 최대의 열병식이라는 비수를 쥐고 있는 셈이다. 특히 평창올림픽 참가로 한·미연합훈련의 연기라는 성과를 얻어낸 속에서도 핵무기까지 동원한 열병식을 보란 듯이 거행할 수 있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대대적인 정치적 승리를 의미한다. 북한의 핵무기 앞에 ‘미제’가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하여 올림픽이 끝나고 연기되었던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더라도, 이미 전 세계인의 뇌리에는 북한의 핵무기가 평창올림픽보다 더욱 강하게 각인될 것이다. 북핵으로 체제경쟁 시즌2를 다시 시작한 북한에는 의미 있는 1승이지만, 평화와 유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 정부에는 체제 경쟁의 패배가 될까 우려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평창에 온 김여정  2018.2.9 평창

 

 

2018.04.07 재개된 한·미 연합훈련… 그 뒤에 숨겨진 비수들

드디어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었다. 한·미 양국 군은 4월 1일부터 4주간 일정으로 키리졸브(Key Resolve)연습·폴이글(Foal Eagle·한국명 독수리)훈련을 시작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무려 한 달이나 연기되었던 훈련이다.

 

 이번 훈련은 전보다 훈련 기간이 줄었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폴이글 훈련은 그 기간이 2개월로 늘어났지만 이번에는 훈련 기간이 연기되면서 1개월로 단축됐다. 일부 언론은 훈련 기간이 줄어든 것과 함께 훈련 수위도 약해졌다는 보도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4월 말, 미·북 정상회담은 5월 말에 예정되어 있으므로 강하게 훈련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근거로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가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훈련 기간이 줄었다고 해서 강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애초에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키리졸브연습·독수리훈련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키리졸브는 CPX(지휘소 훈련)이기 때문에 항모가 원래 오지 않았다. 2005년 독수리훈련에 항모가 참가한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였다. 오히려 2013년 훈련 기간이 늘어난 후에는 항모가 독수리훈련에 참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훈련과 비슷한 시기에 항모가 한반도 해역에 들어온 일이 있었지만 독수리훈련이 아니라 별도의 한·미 해상 훈련의 일환으로 참가한 것이었다.

 

 전략폭격기도 마찬가지다. B-52·B-1·B-2 등 전략폭격기들이 키리졸브연습·독수리훈련 기간을 즈음해 한반도에 나타났던 일이 분명히 있었지만 이들도 훈련 참가 목적은 아니었다. 대부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나 핵실험에 대응하여 북한 수뇌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 훈련과는 상관없이 별도로 한반도를 찾은 것이었다. 그간 언론이 선후 관계없이 키리졸브연습·독수리훈련과 전략자산의 관계를 과도하게 강조해왔기 때문에 미묘한 차이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사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북핵에 대한 독자적 대응수단이 충분치 못했던 우리 국방부가 부추긴 측면도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만약 한·미 연합훈련 기간 동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거나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응당 전략폭격기와 항모들이 한반도로 속속 집결할 것이다. 괌에 배치된 B-1B 폭격기들은 언제든 출격이 가능한 상태이고, 괌에 배치했던 B-52H 폭격기는 현재 일부가 호주에 전개해 있는 상태이다. 항모 전력은 칼빈슨 항모전단이 현재 서태평양에서 하와이로 이동하고 있고, 7함대에 배치된 로널드 레이건 항모는 일본에서 정비 중이기는 하지만 필요하다면 당장 출항이 가능한 상태다.

 

/강습상륙함을 중심으로 한 원정타격전단은 소형항모전력이자 전략 자산이다. photo 미 해군

쌍용훈련을 주목해야 할 이유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쌍용훈련이다. 쌍용훈련은 한·미 해병대가 참가하는 연합상륙훈련으로, 과거 RSOI 상륙훈련이라고 불리다가 2012년부터 ‘쌍용’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쌍용훈련의 내용은 주로 상륙이다. 한·미 해병대의 주요 상륙 전력을 모아놓고 적 해안에 상륙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을 검증해왔다. 훈련은 상륙부대의 해상집결, 공중강습부대 침투, 해상상륙, 상륙 후 전투 등 각 국면을 나누어 실시한다. 특히 2016년에는 무려 1만5000여명의 병력이 참가하여 역대 최대 규모로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의 강도도 높아서 무려 11일의 훈련 기간 동안 적의 내륙 깊숙이 진격하는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북한은 그간 쌍용훈련을 놓고 ‘북한 침공 훈련’이라며 비난해왔다. 북한은 노동신문 등을 통해 쌍용훈련이 ‘우리 공화국에 대한 불의의 선제공격’이라면서 날 선 반응을 보였고, 훈련 규모가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북침 공격 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훈련의 급과 규모를 부단히 높여왔다’면서 비난을 감추지 않아왔다. 그런데 올해 훈련에서는 당초 4월 5일로 예정되었던 상륙훈련이 취소되었다. 한미연합사령부의 발표에 따르면 기상악화로 인한 안전요건 불충족이 이유였다고 한다. 대신 공중 및 해상에서 실시되는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했다.

 

 쌍용훈련은 한·미 연합의 해병 전력이 동시에 얼마나 대규모로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느냐를 검증할 뿐만 아니라 그 능력을 과시하는 장이기도 하다. 대규모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우수한 해병대원뿐만 아니라 이들을 작전지역으로 투입시킬 수 있는 전투함들이다. 통상 미 해병 원정부대를 싣고 이동하는 것은 각종 상륙함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 등 과거의 전쟁에서는 전차를 해안으로 올릴 수 있는 LST(전차상륙함)나, 상륙정이나 상륙돌격장갑차를 발진시키는 LSD(도크형 상륙함) 등이 상륙작전의 주축이었다. 그러나 상륙부대용 헬기들이 등장하고 상륙정을 대신하여 대형 공기부양정이 등장하면서 상륙함의 형태도 바뀌었다. 과거 헬기만 수납할 수 있던 LHA(헬리콥터 강습상륙함)가 주류를 이루다가 이제는 헬기와 공기부양정을 동시에 수납할 수 있는 LHD(도크형 헬기 강습상륙함)가 등장했다. 미 해군에 이러한 LHD 시대를 개막한 첫 배가 바로 LHD-1 와스프(Wasp) 강습상륙함이었다.

 

 와스프급은 전체 길이 257m에 배수량이 4만1000여t에 이르는 대형함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주력 항공모함이던 에섹스급과 같다. 여기에 통상 6대, 최대 20대의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다. 이 정도 크기가 되면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엄연한 항공모함으로 구분된다. 포클랜드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국의 항공모함 인빈시블급은 전체 길이 209m에 배수량 2만2000여t으로 최대 12대의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었다.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이 영국의 경항모에 비해 약 2배 규모인 셈이다. 미국이 보유한 와스프급은 8척이다. 와스프급의 후속함인 아메리카 강습상륙함도 건조되어 2014년부터 취역했다. 아메리카급은 총 11척이 건조될 예정이다.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모함은 11척이다. 니미츠급 항공모함 10척에, 올해 초 차기 항모인 포드급 1번함 포드가 취역했다. 그러나 이것이 항모 전력의 전부가 아니다. 현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8척과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 1척을 합쳐 9척의 강습상륙함도 항모 전력으로 분류된다. 방금 설명했듯이 강습상륙함 역시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11척이 아니라 모두 20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냥 항공모함이 아니라 해병대원을 탑승시켜 지상군으로 적지를 점령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것이다. 강습상륙함은 폭격 임무만을 수행할 수 있는 항공모함보다 오히려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와스프급을 두고 일부 언론은 전략자산이 아니라고 격하했지만, 와스프함은 항공작전뿐만 아니라 지상작전까지 수행하며 적의 요충지를 파괴하고 점령까지 할 수 있는 엄연한 전략자산이다.

 

/F-35B 스텔스 전투기 photo 미 해군

 

와스프 강습상륙함과 F-35B의 조합

과거에 와스프 강습상륙함에는 AV-8B 해리어Ⅱ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탑재되었다. 해리어Ⅱ는 세계 최초의 실용적 수직이착륙 전투기로, 활주로가 부재한 경항모에서 운용할 수 있는 자유 진영의 유일한 수직이착륙기였다. 해리어Ⅱ는 독특한 성능으로 적진 깊숙이 타격이 가능한 유능한 타격기였지만, 초음속을 낼 수 없어 전투기로서의 성능은 제한적이었다. 적군이 지상에서 운용하는 초음속 전투기와 1 대 1로 공중전을 벌일 경우에 우위를 보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강습상륙함용 신형 전투기가 등장했다. 바로 F-35B 라이트닝Ⅱ 스텔스 수직이착륙 전투기이다. 미국은 2001년 3군 합동 타격전투기로 록히드마틴사의 F-35를 선정했다. F-35는 공군의 F-16 파이팅팰콘 전투기, 해군의 F/A-18E/F 수퍼호넷 함상전투기, 해병대의 AV-8B 해리어Ⅱ 수직이착륙기를 모두 교체하는 미군의 차세대 주력 전투기이다. 공군형은 F-35A, 해군형은 F-35C, 해병대형은 F-35B로 분류되는데 미국은 모두 2443대를 구매할 예정이다. 우리 공군도 2014년 차세대 전투기 3차 사업으로 공군형 F-35A를 40대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28일 공군은 F-35A 1호기 출고 행사를 미국에서 거행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게 되었다.

 

 바로 이 F-35가 와스프에 탑재되었다. 미국은 F-35 A·B·C형 3가지 가운데 해병대용 F-35B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 2015년부터 실전배치를 시작했다. F-35B를 최초로 완편한 부대인 제121 해병전투비행대대(VMFA-121)는 2017년부터 일본의 이와쿠니 해병항공기지로 배치되었다. 세계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 비행대대가 만들어지자마자 해외로 전진배치된 것이다. 일본에 배치되었다는 것은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F-35B는 지난해 8월 31일 B-1B와 함께 한반도에 급파되었다. 당시 괌 타격을 운운하며 미국에 대한 공격 의사를 밝히던 북한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였다. F-35B는 이후에도 영천의 공군기지에 정기적으로 파견되었다.

 

북에 센 메시지를 보냈다

 실전배치 이후 F-35B가 발진 플랫폼이 되는 강습상륙함에서, 그것도 일본에서 운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와스프 강습상륙함은 올해 1월 14일 일본의 사세보항으로 입항했다. 와스프는 미국 버지니아의 노포크가 모항이었지만 이날부로 모항이 사세보로 바뀐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군 최초로 강습상륙함에 F-35B가 탑재되었다. 그리고 이번 쌍용훈련에서 와스프와 F-35B의 콤비가 사상 최초로 해외 상륙훈련에 파견된 것이다.

 

 와스프 상륙전단과 F-35B의 방한은 군사전략 측면에서 엄청나게 강력한 메시지다. 통상 상륙전단의 전투기는 독자적으로 적의 종심을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적의 강력한 방공망을 제압하려면 과거 운용하던 해리어Ⅱ 수직이착륙기로는 어림도 없었다. F/A-18E/F 수퍼호넷 함상전투기의 강력한 타격 능력과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의 방공망 제압 능력이 결합되어야 종심 타격이 가능했다. 그런데 스텔스 전투기인 F-35B는 전자전기의 도움이 없이도 적의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고서 침투하여 평양을 타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이고, 그래서 와스프 상륙전단이 더욱 더 강력한 전략자산이 되는 것이다.

 

 이번 쌍용훈련에서는 기상악화로 상륙부대가 상륙을 못 했을지는 몰라도 F-35B 스텔스 전투기와 MV-22 틸트로터 항공기의 항공작전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언제든 평양을 타격하고 점령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은 쌍용훈련을 통해 ‘전쟁을 피하고 싶다면 대화로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와스프 강습상륙함과 F-35B에 실어 북한에 보낸 셈이다.

 

천안함폭침5주기① - 비대칭 전력 북한 잠수함, 우리 해군이 잡을 수 있나

2010년 3월 26일 밤 9시22분, 천안함이 피격당했다. 백령도 서남방 2.5㎞ 해상에서 경계작전을 수행하던 중 북한군의 어뢰에 맞아 폭발하면서 선체가 두 동강 난 채 침몰한 것이다. 두 동강 난 선체 가운데에 있던 연돌에서 선미까지의 절반은 곧바로 가라앉아버렸고, 함수에 남은 인원 58명만이 구조되었다. 무려 46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천안함 폭침사건은 한국 영해 내에서 한국 군함이 적의 공격으로 피격당한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해군은 ‘기술군’이다. 값비싼 첨단장비를 많이 보유한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 해군은 분명 한국보다 열세다. 북한 해군의 수상함 전력은 160여척을 보유한 한국 군에 비하여 무려 4~5배에 가깝지만 대부분의 함정이 노후한 소형 함정이다. 현대적인 대함미사일조차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해군 전력은 일반적으로 그 나라가 가진 함정의 모든 톤수를 합한 것으로 비교할 수 있다. 북한 해군의 총 톤수는 6만톤인 데 반하여 한국 해군은 20만톤에 이른다. 함정의 규모로 상대가 될 수 없다.

 

이에 반하여 북한의 잠수함 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북한은 무려 70여척에 이르는 잠수함정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해군의 2~3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최근 미국의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북한이 세계 제1의 잠수함 보유국이라는 매우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이 매체는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 파이어파워’의 자료를 근거로, 북한이 모두 78척의 잠수함 및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어 72척을 가진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했다. 잠수함 보유 척수 기준으로는 북한이 세계 1위로 집계되었다고 보도했다. 결국 해군에서 북한이 대한민국에 우위를 점하는 무기 체계는 비대칭 무기인 잠수함뿐이다.

 

북한은 1963년부터 소련에서 잠수함을 도입했다. 한국 해군보다 30년을 앞섰다. 잠수함은 크게 500톤 이하의 잠수정과 그 이상의 잠수함으로 구분된다. 북한이 운용하는 잠수함에는 R(로미오)급과 W(위스키)급이 있다. 위스키급은 1960년부터 4척이 도입된 후 현재는 퇴역했을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최근 북한의 선전 영상에서 아직도 운용 중인 모습이 나왔다. 로미오급은 22척으로 추정되는데 중국제 로미오급인 033식(式)을 1973년부터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4척은 중국에서 직도입했고 나머지는 1976년부터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등지에서 생산했다.

 

로미오급은 전장 76m에 배수량 1800톤으로 북한의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크지만 너무 노후하여 위스키급과 함께 퇴역했으리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김정은이 로미오급에 직접 탑승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여전히 현역임이 입증되었다.

 

북한의 핵심 잠수 전력은 잠수정이다. 종류로는 상어급과 연어급이 있다. 상어급은 길이 35m에 325톤으로 1980년대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건조한 모델이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상어급 잠수정이 한국 군에 의해 노획된 바 있다. 상어급은 꾸준히 계량돼 최근에는 길이 40m의 개량형이 목격되기도 했다. 상어급은 21인치 어뢰관 2문을 보유하여 수상함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며, 제주도 남방까지 특수부대 침투조를 투입할 수도 있다. 북한은 40여척의 상어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손원일급 잠수함 중 3번함인 안중근함. 2009년 12월 취역했다.

 

상어급보다 더 작은 연어급은 길이 29m에 130톤으로 매우 작은 잠수정이다. 북한의 잠수함 건조기술이 모두 투입돼 만들어졌다.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10여척이 건조되어 실전 배치되었다. ‘가디르’급이란 이름으로 이란에 수출되어 2007년부터 운용되고 있다.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상어급처럼 21인치 어뢰를 발사하여 수상함을 격침시킬 수 있다. 또한 적외선카메라 등의 야간 감시장비를 장착하여 야간의 기습공격 능력도 갖추고 있다. 특히 연어급은 높이가 4.8m에 불과해 서해와 같은 수심이 얕은 바다에서 운용하기 적절하다. 크기가 크기이니만큼 항속거리는 짧지만 NLL 인근까지라면 충분히 작전이 가능하다.

 

비대칭전력인 북한 잠수함의 존재는 우리에게 위협적이다. 특히 최신기술이 결합된 상어급 개량형이나 연어급 잠수정은 제일 큰 위협이다. 상어급·연어급 잠수정이 무서운 것은 이들이 운용하는 무장, 즉 어뢰 때문이다. 천안함 이전만 해도 우리 군은 북한이 유도 없이 직진만 하는 직주어뢰만을 운용하는 것으로 여겨 북한의 어뢰 전력을 다소 무시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소리를 쫓아가는 음향유도어뢰나 배가 일으키는 파도를 추적하는 항적유도어뢰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실제 어뢰를 천안함에 명중시켰다. 한국의 오판에 대한 쓰디쓴 대가를 안긴 셈이다.

 

현대전에서는 어뢰만큼이나 무서운 존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대함미사일이다. 대부분의 잠수함 운용국에서는 이런 대함미사일을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은 올해 설 연휴 동안 김정은이 직접 참관한 가운데 신형 고속정에서 러시아제 Kh-35 우란 계열의 현대적인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해군력을 과시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미사일을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북한이 최근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다. 즉 지상의 이동식 발사대가 아니라 수중의 잠수함에서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로미오급을 대체할 새로운 잠수함을 신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다. 새 잠수함은 길이 67m, 폭 6.6m, 배수량 2000톤 이하의 크기로, ‘신포급’으로 불린다. 신포급은 현재로서는 탄도미사일 발사능력을 갖추기 어려워보이지만 북한은 이를 기반으로 기술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잠수함 전력은 한국 군함만 위협하지 않는다. 전시에 북한이 잠수함을 공세적으로 사용할 경우 국가 생존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위협이 잠수함을 사용한 해상봉쇄이다. 이미 1·2차 대전에 영국은 독일 유보트의 공격으로 해상교통로가 막히면서 식량, 에너지, 군수품 및 생필품 등 전략물자가 고갈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게다가 잠수함에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경우에는 수중에서 대한민국 영토를 위협할 수도 있게 된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은 현재 한국 군의 방어전략인 킬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에서조차 벗어나 있다.

 

그렇다면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의 잠수함이 다시 한국을 공격할 경우 한국 해군는 이에 맞설 준비가 돼 있을까. 적의 잠수함을 보기 좋게 격침시켜 천안함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②편에서 계속>

 

② "천안함 즉각 보복했다면, 연평도 포격 시도 못했을 것"

<①편에서 계속>

천안함 폭침 이후 한국 해군은 적 잠수함을 찾는 대잠작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사실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국가들도 독일 유보트에 시달린 끝에야 잠수함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대잠작전은 잠수함을 탐지하는 능력부터가 시작이다. 한국은 1980년대에 들어와서야 대잠훈련에 필요한 잠수함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대잠작전의 노하우를 쌓을 기회가 적었다.

 

잠수함을 잡는 방법은 자기탐지와 음파탐지의 2가지가 대표적이다. 자기탐지는 대잠초계항공기에 자기탐지장치를 장착하여 저공비행을 하면서 자장 변화를 통해 잠수함을 찾는 방법이다. 그러나 자기탐지는 잠수함의 바로 위를 지나지 않으면 탐지가 어렵고, 탐지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결국 음파탐지, 즉 소나를 이용한 탐지방법이 가장 일반적으로 잠수함을 잡는 방법이다.

 

그런데 “소나로 잠수함을 잡는 건 80%가 경험”이라는 말이 있다. 잠수함의 소리가 어떤 것인지 실제 들어본 음탐사(음파를 탐지하는 부사관)여야 잠수함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중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소리가 발생해 서로 간섭을 일으키기 때문에 음탐사가 들어도 판단이 쉽지 않다. 잠수함 소리가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기존에 잠수함 소리를 많이 들어본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중 환경은 잠수함의 입장에선 천국이다. 해양지형이나 조류, 수온 등 여러 가지 조건에서 잠수함 탐지가 대단히 어렵다. 예를 들어 평상시 잠수함을 감시하는 패시브 소나(수동음탐기)로 서해상에서 잠수함을 탐지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수심에 따라 수온·밀도·염도가 달라 음파굴절률이 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해의 거친 지형과 급류로 인해 너무도 잡음이 많이 섞여 평범한 장비로는 잠수함 탐지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해군은 고성능 소나와 대잠헬기를 운용할 수 있는 차기호위함(FFX)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사실 천안함 폭침 이전의 한국 해군 주력함은 잠수함 공격에 취약했다. 천안함과 동급인 포항급 초계함(1220톤)이나 이보다 더 큰 울산급 호위함(2300톤)의 경우 1970~1980년대 북한의 해상도발을 막기 위해 설계돼 강력한 함포와 자동화된 화력통제장비로 북한군의 포함이나 고속정을 확실히 두들길 수 있지만, 적의 대함미사일이나 잠수함의 어뢰공격에는 취약했다. 해군이 추진 중인 FFX 사업은 이들 주력함을 교체하고, 적 잠수함을 찾고 잡는 본격적인 대잠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차기호위함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FFX 사업은 2002년 작전요구 성능이 확정되었으나 2008년이 되어서야 겨우 설계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예산의 부족 등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가 천안함이 기습을 당하고 난 이후인 2010년 9월 28일이 되어서야 건조 계약이 체결되었다. 초도함, 즉 처음 만들어진 차기호위함인 인천함은 2013년 1월 17일 취역했다. 현재 인천급 차기호위함은 1차분 6척의 건조가 추진돼 현재 3번함 전북함까지 취역한 상태이다. 6척 이상의 2차분 건조도 추진되어 2017년부터 실전배치될 전망이다. 그러나 인천급 차기호위함이 본격적으로 배치될 때까지는 천안함과 동급인 포항급 19척이 여전히 바다를 지킬 수밖에 없다.

 

대잠작전을 위해서 또 하나 필요한 것은 항공기이다. 해군이 운용하는 대잠항공기는 해상작전기와 대잠헬기 2가지가 있다. 우선 해상작전기로는 현재 P-3C 대잠초계기가 사용되고 있다. 태평양전쟁에서 세계 최대의 해전을 벌여본 일본은 잠수함의 무서움을 진작에 알고 있다. 그래서 P-3C 대잠초계기를 무려 102대나 사들였다. 하지만 우리가 보유한 P-3C는 겨우 16기에 불과하다.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최소한 32대가량이 필요하지만 추가확보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축함이나 신형 호위함에 탑재하는 대잠헬기의 경우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한국 군의 주력 대잠헬기는 영국제 수퍼링스 헬리콥터로, 천안함 폭침사건 직후인 4월 15일과 17일 각각 한 대씩 추락한 바 있다. 허위 정비, 즉 교체해야 할 부품을 작동하게끔만 만들어 놓고 교체한 것처럼 속인 것이 추락의 이유였다. 수퍼링스는 유럽에서 인기 높은 대잠헬기이지만 소형급에 해당하므로 탑재 무장과 장비, 체공시간에 한계가 있다. 2013년 수퍼링스의 후계기종으로 AW159 와일드캣 8대가 선정되었지만, 이 역시 소형급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북한의 잠수함에 맞서는 대잠작전을 위해 수중조기경보망을 설치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냉전 시절 소련의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하여 대서양과 태평양에 음향탐지장비를 설치한 바 있다. 바로 SOSUS(Sound Surveillance System)가 그것이다. 1961년부터 가동이 시작된 SOSUS는 소련의 신형 잠수함들을 탐지하였고 미군 잠수함의 사고 위치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냉전 이후 소련의 전략 원자력잠수함에 대한 위협이 줄어들자 시스템이 폐기된 바 있다.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전력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미 국방연구소 DARPA는 잠수함을 추적하는 무인선박 ACTUV(Anti-Submarine Warfare Continuous Trail Unmanned Vessel)을 개발 중이다. 현재 널리 퍼져 있는 무인항공기 기술이나 무인 수중탐사기 기술 등을 활용한다면 촘촘한 잠수함 방어망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20 기계화보병사단 전투장비 기동훈련에서 K-1, K-2 전차와 장갑차 등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잠수함을 잡는 가장 좋은 무기 체계는 역시 잠수함이다. 실제로 냉전 시절 미 해군의 원자력잠수함은 소련의 전략 원자력잠수함을 1 대 1로 마크하는 역할을 수행했었다. 십수발의 잠수함발사 핵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적 잠수함을 막지 못한다면 자국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되기 때문에 미국은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첨단 잠수함을 운용해 왔다. 특히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특성상 수개월씩 적의 잠수함 기동로에 매복하면서 추적할 수 있었다.

 

잠수함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대잠작전을 펼칠 수 있는 무기다. 잠수함이 적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적 잠수함과의 거리가 2~3㎞ 정도로 가까워야 한다. 적의 잠수함 기지 코앞까지 다가가 대기하면서, 적 잠수함의 고유한 소리주파수인 음문을 파악하고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격침시킬 수도 있다.

 

물론 잠항 기간이 2주에 불과한 우리 잠수함으로는 수개월간의 매복작전 등 냉전시대 미국과 같은 잠수함 운용이 어렵다. 작전지역에 투입되고 퇴출하는 기간을 감안한다면 실제 한국 잠수함이 수중 감시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불과 열흘 남짓이다. 때문에 잠수함 대수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도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현재 실전배치된 잠수함은 장보고급(1200톤) 9척과 손원일급(1800톤) 4척뿐이다. 건조 중인 손원일급이 모두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장보고급과 합쳐 18척에 불과하다. 2020년대에는 3000톤급 잠수함을 획득할 예정이라지만 그때가 되면 장보고급은 퇴역한다. 즉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한국의 잠수함 전력은 18척 규모로 한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물론 한국의 잠수함은 북한의 ‘고물’ 잠수함과 비교하면 ‘첨단’이다. 신형 손원일급 잠수함은 심지어는 토마호크급의 국산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언제든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이다. 사거리가 500㎞이니 심지어는 목포 앞바다에서 발사해도 평양을 타격할 수 있다.

 

한국 해군은 2015년 2월 1일 잠수함 사령부를 창설했다. 별 하나가 지휘하던 전단에서 별 둘이 지휘하는 함대로 격상된 것이다. 해군에는 이전까지 1·2·3 함대사령부만 있었다. 잠수함의 대수가 10대가 넘으면서 잠수함 작전·교육훈련·정비·군수지원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전력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북한의 잠수함 전력과 맞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군 수뇌부의 의지이다. 우리 영해로 넘어와서 우리의 천안함을 폭침시킨 적 잠수함을 찾아내 격침시키는 등 즉각적인 보복 공격을 했다면 북한은 그 이후 연평도 포격은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한국이 북한보다 좋은 장비를 갖추고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해도, 사용하지 못하는 힘은 힘이 아니다. 한국이 그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적이 생각하는 순간, 한국은 늘 두들겨 맞는 처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오동룡 기자의 밀리터리 리포트 조선뉴스프레스 월간조선 차장

◆밀리터리 리포트-1(상) (하)

2015.04.22 ‘하늘의 주유소’ 공중급유기 도입전쟁?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북 감시ㆍ정찰을 위해 공중급유기는 시급한 전력이다. 솔직히 전투기 10대 사오는 것보다 급유기 한 대가 더 시급하다. 급유기는 공군 전력이 아니라 국가전략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충남 서산의 제20전투비행단에 근무하는 KF-16 파일럿 박모 중령의 말이다. 공군의 20년 숙원인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KC-X)이 4월말 가격입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도 조만간 ‘하늘의 주유소’ 라는 공중급유기 보유국 대열에 낄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다음 주까지 가격 입찰을 마친 다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는 6월까지 최종 기종을 선정한다.

 

후보 기종은 유럽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의 A330 MRTT, 미국 보잉사의 KC-46A,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MMTT 등 3개다. 2018년부터 4대를 도입하는데, 사업 예산은 1조4880억 원이라고 한다. 현재 미국 보잉사의 KC-46A와 유럽 에어버스사의 A330 MRTT가 불꽃 튀는 2파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중급유기 유저인 공군은 어떤 기종을 원할까. 공군이 원하는 급유기는 작전 요구 성능(ROC)을 충족시키는 ‘놈’이 선정될 것이다. 게다가 동맹국과의 공유성(共有性)을 위해 원활한 후속 군수지원이 가능해야 하고, 상호운용성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시애틀 보잉공장에서 시험비행중인 보잉의 차세대 공중급유기 KC-46A(위), KC-46A와 2파전을 벌이고 있는 유럽 에어버스사의 A330 MRTT.

 

공중급유 방식은 ‘플라잉 붐(Flying boom)’과 ‘프로브 앤드 드로그(Probe & Drogue)’의 두 종류가 있다. ‘플라잉 붐’은 급유기 뒤편에 장착된 막대기형의 붐을 급유 받는 항공기 동체에 부착된 수유구(受油口)에 찔러 넣는 방식이다. 미 공군만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분당 1200갤런 이상의 항공유를 신속하게 주유할 수 있다. ‘프로브 앤드 드로그’는 급유기에서 줄이 달린 깔때기 모양의 드로그를 늘어뜨려주면, 급유 받는 비행기가 뾰족한 프로브를 찔러 넣어 급유하는 방식이다.

 

라팔이나 유로파이터 등 유럽 전투기들이 사용하는 주유 방식으로, 붐 방식보다 급유 속도는 느리지만 2대 이상 동시 급유도 가능하다. 한 전직 공군 고위 장성은 “현재 한국 공군 주력기들이 ‘플라잉 붐’ 방식만 쓰고 있다는 것도 선정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면서 “65년 동안 2000여대의 공중급유기를 생산한 보잉사와 30여대를 판매한 대형 다목적 급유기인 에어버스사 간의 치열한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사실, 공중급유기가 우리 공군에 필요한가 하는 논란은 이전부터 있었다. 종심(縱深)이 좁은 한반도 전장에서 막대한 도입비용과 유지비를 들여가며 급유기를 운용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유기 전력은 공군 차원이 아니라 국가전략 무기체계로 최대한 빨리 전력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도 우리보다 국토면적이 작은 나라들도 보유하고 있다며 그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공군은 공중급유기 도입 이유로 우선 주력 전투기들이 독도나 이어도에서 작전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든다. F-15K의 경우, 324㎞ 떨어진 독도에서 30분, 527㎞ 떨어진 이어도에서 20분밖에 작전을 할 수 없다. KF-16은 5~10분 정도다. 반면 일본은 KC-767 공중급유기 4대를 보유하고 있어 24시간 작전과 재난구호 해외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하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2009년부터 4대의 KC-767 급유기를 운용 중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중급유기를 도입하면 공군의 전투반경을 동북아 전체로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이전에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시스템’도 완성하게 된다. 킬체인의 핵심 전력은 F-15K에 장착하는 사정거리 500km의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TAURUS)’로서 여기에 공중급유기가 더해지면서 비로소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다.

 

타우러스 미사일을 장착한 F-15K 전투기 60대는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에 맞서 동해안 지역을 24시간 교대로 선회하며 공중 대기할 것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공중급유기이다. 공군은 공중급유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공중급유 훈련은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19일간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ed Flag Alaska) 훈련에 처음으로 KF-16 전투기가 참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29일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ed Flag Alaska)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의 KF-16 전투기가 미 공군 공중급유기 KC-135R 로부터 공중급유를 받고 있다.

 

공중급유기의 위력은 실전에서 입증되고 있다. 1986년 4월 5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베를린 디스코텍 폭발물 테러의 배후로 카다피를 지목, 공습작전을 승인했다. 같은 달 15일 영국에서 이륙한 F-111기 9대가 KC-135E의 공중급유를 받으며 지브롤터해협을 건너 카다피 관저 밥 알아지지아를 공격했다.

‘엘도라도 캐니언’으로 명명된 이 작전으로 카다피의 철옹성은 치명상을 입었고, 카다피는 15개월 된 수양딸의 사망에 전율했다.

 

1983년 버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 때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급거 귀국하는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우리 공군 전투기들의 작전반경 한계 때문에 미군 전투기들이 조기경보기를 앞세워 대통령을 엄호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공중급유기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약 30개 국가에서 운용 중으로 실제 한국에 비해 국토면적이 작거나 공군력 규모가 유사한 이스라엘, 터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도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편에서 계속)

 

(상편에서 계속)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공중급유기의 왕국이다. 영국 항공업계 주간지 ‘플라이트 인터내셔널’이 최근 웹 사이트에 공개한 2013년도 세계 공군력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 공군은 530여대의 KC-135와 60여대의 KC-10 등 총 600여대의 공중급유기를 미 본토에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공중급유기의 78%(595대)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IL-76 수송기를 개조한 IL-78 급유기를 20대 보유해, 미국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다. 지금까지 미 국방성이 미 공군에 도입한 공중급유기는 총 2000여 대로 집계된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미국 공중급유기의 역사는 보잉 공중급유기의 역사다. 오른쪽 사진은 1956년 7월 18일 워싱턴주 렌턴의 보잉공장에서 열린 KC-135 급유기 롤아웃 행사 모습. Dash-80(위)과 B-52 폭격기가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곳에 원폭을 투하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했던 미국은 새로운 적 소련을 맞아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1949년 전략폭격기를 보유했던 소련은 핵실험에 성공하며 미국을 긴장시켰다. 1947년 육군항공군(US Army Air Forces)을 공군으로 격상시킨 미국은 B-50/36 프로펠러 엔진의 전략핵폭격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보잉사의 KB-29 공중급유기 116대를 함께 배치했다.

 

KB-29 공중급유기는 최초의 실용 공중급유기로, 미국은 전략핵폭격기의 항속거리 확장으로 소련의 ICBM 개발 직전까지 핵 투사 능력 면에서 소련을 압도한다. 미국은 1951년부터 최초로 제트엔진을 장착한 장거리 폭격기 B-47을 2,032대 배치했다.

 

그러나 B-47은 전투 행동반경이 3,795km(최대)에 불과했다. 미국은 B-47을 위한 공중급유기가 필요했다. 미국 정부는 보잉에 신형 공중급유기 제작을 의뢰했고, 보잉은 C-97 수송기를 개조해 KC-97 공중급유기를 만들었다. 자그마치 그 생산대수가 811대였다. 그러나 미국은 프로펠러 공중급유기 KC-97의 비행속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제트폭격기 B-47이 프로펠러 공중급유기 KC-97에 접근하려면 속도를 상당히 낮춰야 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폭격기가 실속(失速)으로 추락할 우려가 있었다.

 

결국 미 공군은 프로펠러 공중급유기를 단종시키고, 대신 제트엔진을 장착한 공중급유기를 제작하기로 했다. 더욱이 전략핵폭격기의 결정판인 B-52 배치를 눈앞에 두면서 미국은 더욱 제트엔진 급유기 제작을 서두른다. 1957년 드디어 양산형 보잉 KC-135A 공중급유기가 탄생했다. 미국은 KC-135A를 731대나 생산했다. B-52 전략폭격기를 1962년까지 744대를 만들었으니, 거의 1 대 1로 급유를 한 셈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보유한 공중급유기 IL-78. 구공산권의 주력 공중급유기다.

 

미국의 공중급유기는 그 보유대수를 떠나 현재 전 세계에 군사력을 투사하고 있는 미국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B-52H 폭격기와 KC-135R 공중급유기는 지금도 전 세계를 상대로 작전비행중이며, 향후 2030년대까지 운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1980년대 미 공군은 B-1B 전략폭격기를 100대 양산하면서 KC-10 공중급유기를 60대 제작했다. 현재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포함해 미군 전투기의 공중급유를 책임지는 역할은 KC-135R/T가 전담하고 있다. 프랑스 공군조차 보잉의 KC-135 급유기를 1964년부터 지금까지 12대를 운용하고 있다.

 

/향후 미국은 공중급유기 운용전략으로 차세대 스텔스전투기 F-35와 KC-46와 짝을 이뤄 핵전쟁 개전초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항공자위대는 2009년부터 4대의 KC-767 급유기를 운용중이다. 자위대는 이를 8대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 등 영토분쟁 지역의 체공시간을 늘려 중국 항공기의 요격능력을 키운다는 의미다. 2013년 12월 13일 일본 정부는 ‘신방위계획대강’에 공중급유기 추가도입 의지를 담았다. 일본은 사실상 동체 제원이 같은 조기경보기 E-767, 급유기 KC-767을 운영하는 까닭에 사실상 보잉의 KC-46을 내정한 상태로 급유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일본을 능가하는 공중급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제 IL-78 8대, 폭격기 H-6를 개조한 H-6U 급유기 10대 등을 1990년대부터 실전 배치했다. IL-78은 양 날개 하단과 동체 뒷부분에 설치된 급유 노즐 3개로 연료를 공급한다. 우리 공군은 급유기 예산확보가 어렵자, 수년 전 ‘불곰사업’으로 IL-78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향후 미 국방성의 공중급유기 운용전략은 기존 전투기는 KC-135로 커버하고,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차세대 공중급유기 KC-46와 짝을 이뤄 핵전쟁 개전초기 상황에 대처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KC-46을 179대 제작해 2018년부터 실전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과연 첫 번째 ‘해외 고객’이 될 수 있을지, ‘하늘의 주유소’ 선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밀리터리 리포트-2 

국방과학연구소, 세계 최강 수준 '꿈의 전차포' K-3 전차 개발한다

 

미국과 영국은 ‘MBT 2030(Main Battle Tank 2030)’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승용차처럼 빠른 속도로 ‘꿈의 전차포’로 불리는 레일건을 쏘아대며 전장을 누비는 차세대 전차를 개발 중이다. 이에 뒤질세라 우리 국방과학연구소(ADD)도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한국형 차세대 전차(K-3)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이 K-2(흑표) 전차 후속으로 K-3 전차를 개발하기로 한 것은 2013년 말 육군의 장기 소요제기에 따른 것으로, 이런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ADD는 현재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K-3(가칭) 개발을 위해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DD 측에 따르면, K-3 전차는 5~7년간 개념연구 기간을 거쳐, 2023년 무렵 탐색개발에 들어가고, 2030년경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전차 개발은 개념연구 단계부터 탐색개발, 체계개발, 본격 양산까지 15년가량이 소요된다. 흑표 전차의 경우, 1993년 개념연구를 시작해 2007년 3월 시제품이 생산되기까지 햇수로 14년이 걸렸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념 연구 중인 한국형 차세대 전차 K-3(가칭) 모형도.

 

육군은 흑표 전차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차기 전차 개발을 합참에 요청했다고 한다. 흑표 전차는 2011년부터 실전 배치될 예정이었으나, 파워팩(엔진+변속기) 개발 문제로 양산이 지연되다가, 2014년 들어서 겨우 양산이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680대를 생산하려 했으나, 육군 전력증강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당초 계획 물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여대만 1차 생산하기로 한 상태다.

 

육군은 흑표 전차의 대량 양산이 어려워지자 구형인 M48A5K 전차의 야간사격성능을 개량해 향후 최소 10년간 더 운용하고, 이후 K-3 전차로 대체해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전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즉 흑표 전차는 육군, 해병대의 최고참 구형 M48A3K 전차를 대체하는 용도로 200여대만 생산하게 되고, 차세대 전차인 K-3는 M48A5K 전차 대체용으로 300여대 생산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육군은 향후 10년 동안 전차 전력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네트워크 전투성능을 추가한 K-1(1,000여대) 및 K-1A1(400여대) 전차의 개량을 통해 북한군의 ‘폭풍호(T-62전차 개량)’ ‘천마호’ 전차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육군은 K-1의 개량형인 K-1E1 전차와 K-1A1의 개량형인 K-1A2 전차 초도분을 실전 배치하기 시작했고, 2025년이면 개량 배치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6일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장은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방위산업학회ㆍ미래국방포럼 조찬강연에서 “우리나라에서 K-2 흑표전차를 개발한 지 7년이 지나는 동안 성능 개량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며 “미국의 M1 전차는 1980년대에 개발됐는데, 지금까지 6번이나 성능 개량을 거치면서 개발 당시 아날로그 장비들을 모두 디지털화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K-2 흑표전차의 개량을 독려하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지만, 이제 초도분이 배치된 흑표 전차 개량(2023~2025년)은 시기상조인 점을 감안하면, 정 소장의 발언은 K-3전차 개발을 위한 분위기 띄우기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K-3 전차의 개념성능은 미국의 MIA2 에이브럼스, 영국의 챌린저2, 독일의 레오파드 2A7+, 프랑스의 르클레르,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Mk4, 일본의 10식 전차, 중국의 99A2 등 기라성 같은 세계 최강 전차들과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5월 9일 러시아가 전승절 퍼레이드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최신형 아르마타(Armata tank)와도 세대가 다른 전차라고 한다.

 

‘디펜스타임즈’ 안승범 편집장은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념연구를 시작한 한국형 차세대 전차는 미국과 영국의 전차 개발 계획인 ‘2030 프로젝트’의 개념 중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차용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미국과 영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전차와 성능면에서 동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 편집장은 “한국형 차세대 전차는 레일건(Rail Gun)으로 무장하고, 종말추적 지능탄, 지능형 표적탐지장치를 화력으로 채택할 예정”이라면서 “기동성능은 하이브리드 동력장치, 능동형 현수장치를 핵심으로 채택하고 있고, 투명전차체계․전자기 장갑․다층구조 특수장갑 등으로 생존성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념으로 개발방향을 잡고 있다”고 했다.

<②편에계속>

 

/미국(위쪽)과 영국이 'MBT 2030' 프로젝트로 개념 연구 중인 2030년형 차세대 전차. 전투중량 30톤 미만으로 승용차처럼 달리며 꿈의 포라고 불리는 레일건을 장착한다.

 

<①편에서 계속>

지금으로부터 99년 전인 1916년 영국은 독일군과 참호전을 치르면서 철조망 돌파를 위해 세계 최초로 Mark1 전차를 개발했다. 당시 전차는 전투 중량 28톤에 105마력 엔진을 사용하는 바람에 속도가 시속 6㎞에 불과했다. 사람의 보행속도가 시속 4㎞인 점을 감안하면, 그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화력은 최대 12㎜ 철판을 관통할 수 있는 57㎜ 포, 7.62㎜ 기관총 4문을 장착했다. 2016년이면 100년의 역사를 맞는 전차는 첫 시작은 미약했으나 오늘날 그 성능은 천양지차다. 전차 성능을 단순 비교해도 화력은 80배 이상, 기동력은 12배 이상 증가했고, 그 밖에 파괴력ㆍ탐지능력ㆍ방호능력 등 측면에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K-3 전차는 하이브리드 동력장치를 채택해 기동력에서 기존 전차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 북부의 세계 최강 롬멜 전차군단은 독일군이 자랑하는 정예부대였지만, 결국 연료 부족으로 전차를 움직이지 못해 1943년 튀니지전선에서 영국 몽고메리 원수에게 궤멸당하고 말았다.

 

K-3전차가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다면, 한반도 전장에서의 기동력은 호랑이가 날개를 단 형상이 될 것이다. K-3 전차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화력이다. 현재 개발된 가장 강력한 화력은 독일이 2007년 개발한 140mm 전차포다. 흑표 전차가 120mm 전차포를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부피가 너무 크고, 무거운 단점이 있다. 탄약 또한 부피가 커 전차 내부 공간을 많이 차지해 탄약을 많이 적재할 수 없다. 따라서 독일과 미국은 미래형 전차에 140mm 재래식 포 대신 ‘슈퍼 대포’라 불리는 레일건, 일명 전자기포(電磁氣砲)을 전차포로 장착하려 하고 있다.

 

2010년 12월 미 해군은 레일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레일건은 작은 구경으로도 재래식 포와 동일한 파괴력을 낼 수 있다. 즉, 100mm 레일건은 140mm 재래식 포와 동일한 파괴력을 낼 수 있다. 평평한 두 개의 레일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용량 전기에너지로 포탄을 추진하는 레일건은 폭약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탄의 파괴력도 상상을 초월한다.

 

재래식 포의 탄속도가 1800m/s이지만, 레일건은 3000m/s 이상이며, 사거리도 길고 파괴력도 크다. 재래식 120mm 포의 파괴력이 18MJ(메가줄)인 반면, 레일건은 64MJ로 약 4배라고 한다. 2010년 현재 미 해군연구소는 33MJ의 파괴력을 갖는 레일건 시험에 성공했고, 2025년경 실전에 배치한다. 1MJ은 1t 자동차가 시속 160km로 달리다가 벽에 부딪힐 때 발생하는 에너지와 같다. 국방과학연구소도 지난 2011년 6월 레일건 개발에 필요한 응용연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K-3 전차는 전자기 장갑, 다층구조 특수장갑을 개념상 채택해 방호력 면에서 승무원의 생존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DD는 미국이 2007년부터 강철보다 강하면서 플라스틱만큼 가벼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 소재를 K-3 개발에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재가 개발될 경우 미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전차의 중량 30톤 미만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M1A2전차 중량은 60톤, 티타늄을 사용해 2009년 개발된 러시아의 T-95 전차도 중량이 53톤이나 된다. 전차의 중량이 가벼우면 고속주행이 가능하므로 전투지역에서 승용차만큼 빨리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ADD가 K-3 전차에 미국이 개발 중인 투명전차 체계를 개념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현재 국방부 주도하에 메타 소재를 개발 중이다. 메타 소재는 해리포터의 ‘투명망토’처럼 빛이 물체에서 반사되지 않고 반대편으로 나간다. 우리 눈은 물체로부터 반사되는 가시광선을 통해 대상 물체의 형태와 색깔을 통해 물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차가 메타 소재로 제작된다면, 공상과학 영화처럼 ‘투명전차’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박승 국방기술품질원 선임연구원은 “메타물질은 2006년 처음 소개됐으며,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의 존 팬드리(Pendly) 교수와 미국 듀크대학의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투명망토 이론을 실험으로 입증했다”면서 “메타 소재가 조만간 실제 무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밀리터리 리포트-3(상)(하) 

해군, 수직이착륙 스텔스기 F-35B로 이어도 등 남방 위협에 즉각 대응한다

 

최윤희(崔潤喜) 합참의장이 해군참모총장 시절 ‘해군항공사령부’를 창설하는 내용의 해군 장기발전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4월 초, 최윤희 당시 총장은 해군에 지시해 ‘해군항공 비전 2030’ 계획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해군항공 비전 2030’에 따르면, 해군은 해군항공사령부를 창설하고, 2020년대 후반까지 경함모에 탑재운용할 F-35B 최신예 스텔스 수직이착륙 전투기로 이어도 등 남방해역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는 한편, 적 잠수함 위협에 대한 해상초계를 위해 24시간 주요해역 정찰 감시 자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해군은 2027년경 경항모급 독도3번함을 건조해 수직이착륙 폭격기 F-35B를 탑재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특히 해군의 이 같은 발전전략 수립은 지난 5월 9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시험에 나선 북한이 늦어도 4~5년 후 3,000톤급 잠수함에서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찰 감시 자산 확보 차원에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일 해군은 해군작전사령부 직속으로 기존의 9전단을 잠수함사령부로 증편해 창설한 바 있다. 잠수함사령부 창설은 21세기국방개혁위원회가 일찍이 건의했던 사안으로, 해군은 1800톤급 214급 잠수함 9척과 3000톤급 잠수함 9척 등 총 18척 체제로 유지할 계획이다.

 

/포항 해군 항공6전단 항공역사관에 전시중인 해군항공사령부가 보유해야할 무기체계들.

 

김열수(金烈洙)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 SLBM에 대한 대응 개념도 몇 가지 수단만 추가되면 킬체인과 KAMD의 ‘해상 버전’으로 확대 가능하다”면서 “지상발사 미사일 대비보다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SLBM이 탑재된 극소수의 북한 잠수함을 24시간 추적 감시하기 위한 군사위성과 고고도 정찰기 외에 잠수함 킬러로 불리는 대잠 헬기의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북한보다 잠항능력이 뛰어나고 소음이 적은 3,000톤 급의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을 조기 전력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국헌(金國憲) 전 국방부 군비통제관(예비역 육군소장)도 “비핵국가인 우리로서는 핵탄두 미사일을 가진 원자력잠수함(SSBN)을 가질 수는 없으나, 추진기관이라도 원자력잠수함(SSN)을 보유할 필요는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길고 지루한 협상이 필요하고, 이 협상은 탄도탄의 사거리를 늘리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할 것”이라고 했다.

 

김국헌 장군은 “이제는 항공사령부 창설도 검토할 때”라며 “이렇게 되면 해군은 1함대, 2함대, 3함대, 기동함대, 잠수함사령부, 항공사령부,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수상, 수중, 항공, 해병 요소를 균형 있게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현재 해군항공대는 ‘해군항공 비전 2030’에서 2030년까지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2027년경 독도 3번함(2만 톤급)을 건조해 F-35B 전투기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2010년 8월 5일 독도함이 서해 합동 해상기동훈련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해군은 2018년 진수 예정인 1만2,000톤급 독도2번함에 이어 2027년경 2만톤급 독도3번함(가칭)을 건조해 F-35B 전투기를 탑재할 계획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수직이착륙 전투기 F-35B 탄생과 중국의 항공모함 보유는 일본을 자극했고, 해상자위대는 항모보유를 적극 추진하게 했다. 2012년 12월 중국은 젠(殲)-15 전투기 20여 대 등 총 6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는 배수량 6만5000t급 랴오닝(遼寧)호를 실전 배치한 데 이어 자국 기술로 핵 추진 항모 2척을 동시에 건조 중이다. 일본은 2007년 ‘16 DDH’ 계획의 결과물로 헬기탑재 항모인 ‘휴우가’를 진수한데 이어, 2013년 8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즈모’ 진수식을 가졌다.

 

/중국 랴오닝함의 함재기인 젠(殲)-15기가 랴오닝함에서 날개를 접은 상태로 항모 갑판 위에 대기하고 있다가 14도 각도의 스키점프대를 이용해 랴오닝함에서 이륙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상징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즈모함은 갑판 개조 시 수직이착륙기인 F-35B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사실상의 경항공모함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휴우가와 이즈모가 “대잠 호위함”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즈모는 갑판 길이 248m, 최대 폭 38m, 배수량 기준 1만9500t 규모로, 일본 방위성은 2016년 이즈모급 호위함을 1척 더 취역시킨다고 한다. 동북아에서 항모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2013년 8월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첫 단거리이륙ㆍ수직착륙(STOVL)형 스텔스 전투기인 F-35B 라이트닝 II가 수륙양용함 USS 와스프에 착함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해양 영토분쟁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은 우리 해군에도 전력증강을 강요하고 있다. 해군은 2015년 개념설계에 들어가 2018년 진수 예정인 1만2,000톤급 독도2번함에 이어 2027년경 2만톤급 독도3번함(가칭)을 건조해 F-35B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을 것이다. 독도3번함은 기존의 독도함 ‘계속사업’이 아니라 경항모로 가는 ‘신규사업’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업이 추진되면 독도함 대신 급(class)를 바꾼 형태로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게 된다.

 

영국과 이탈리아가 조만간 F-35B를 경항모에 탑재하게 되고, 일본도 2025년경 F-35B를 항모에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르면 2027년 무렵 경항모에 전투기를 탑재하게 될 것이다. 이에 앞서 일본은 오는 2017년 경 헬기항모 이즈모에 해병대 수송용 V-22 오스프리 헬기를 탑재할 것이고, 한국도 독도 2번함에 오스프리를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즈모함은 갑판 개조 시 수직이착륙기인 F-35B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사실상의 경항공모함이다. 원안은 2013년 8월 6일 아소 다로 부총리가 이즈모함 진수식에서 도끼로 진수대를 내리치고 있다.

 

이를 위해 해군은 한반도 주변 해역 방어를 위해 원해작전에 참가하는 기동함대와 P-3C/CK 대잠 초계기를 공중에서 엄호하고, 동맹국의 요청에 따라 목표물의 정밀타격 등을 위해 해군항공사령부를 창설할 계획이다. <하편에계속>

 

<상편에서 계속>

해군은 F-35B 도입사업을 함재 전술기 신규 확보 사업(FA-X)으로 명명하고, 유력 후보로 록히드마틴의 F-35B를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F-35B은 영국, 이탈리아가 도입을 확정해 함재기로 활용할 계획이고, 일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2030년 경 F-35B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A-X 사업과 함께 조기경보와 함재전술기 작전통제 등을 위해 조기경보통제헬기를 신규로 도입하는 EH-X 사업이 계획된다. 대상기종으로는 현재 개발 준비 중인 이탈리아 아구스타사의 대잠헬기 AW-101형이 있으며, 미국 보잉사의 V-22 오스프리 조기경보통제 헬기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내 개발 문제도 있지만, 고가 항공기들이어서 2020년 중반 무렵이 되어야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7월 1일 MV-22 오스프리가 미 전함 이오지마호 비행갑판에 착륙하고 있다.

 

한편, ‘해군항공 비전 2030’이란 명칭으로 추진되는 해군항공사령부 창설 계획은 6항공전단이 2010년에 8대의 P-3CK 해상초계기를 인수하고, 2011년 1월 4대의 항공기를 6항공전단 예하 제주도 615대대에 배치하면서 시작됐다.

 

P-3CK 4대의 제주도 배치는 2010년 2월 이지스함을 핵심전력으로 창설된 ‘제7기동전단’을 보호하는 항공 전력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15년 완공 예정인 ‘제주해군기지’에 제7기동전단 제71기동전대가 들어서기에 앞서 615대대의 P-3CK 4대가 배치된다는 얘기다.

 

/F-35B 함재전술기 작전통제 등을 해군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이탈리아 아구스타사의 대잠헬기 AW-101형 조기경보통제헬기.

 

당시 해군은 2020년대 제7기동함대 창설에 앞서 잠수함사령부와 항공사령부 창설도 준비하고 있었다. 항공사령부가 탄생하면, 해군 1, 2, 3 함대사령부 휘하에 함대항공대대를 각각 배치해 각 해역에 대한 책임 작전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승범(安承範) 디펜스타임즈 편집장은 “해군항공사령부의 창설은 2020년 전후로 예정돼 있었다”면서 “결국 항공전단의 항공사령부로의 확대개편은 그에 걸맞는 전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해군은 해상 초계능력 강화를 위해 하이급 P-3C/CK 해상작전초계기에 추가해 로우급 전력인 S-X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즉, 2009년 미 해군에서 임무 해제된 S-3B 바이킹 20대를 도입해 2020년까지 전력화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P-X 사업을 진행해 8대 이하의 P-3급 대잠초계기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P-X 사업의 경우, P-3급 초계기 조달이 어려우면 P-8A 포세이돈 대잠초계기를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이 전환될 수도 있다.

 

/S-3B 비이킹 대잠초계기가 핵추진항모 아브라함 링컨호(CVN 72)에서 이함하고 있다.

 

유영식(劉永植) 해군본부 정훈공보실장(해군 준장)은 “해군은 1970년대 중반 이래 어려운 예산 확보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해군항공을 키워왔다”면서 “P-3CK 고성능 초계기를 보유하고 있고, 최첨단 센서로 무장한 AW-159 해상작전헬기도 곧 도입할 예정이지만, 주변국들이 해군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어 해군항공사령부를 조속히 창설해 수상 및 수중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유 실장은 “특히 북한의 대표적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정익과 회전익 항공 초계 전력을 시급히 보강해야 할 것다”면서 “대잠헬기를 탑재한 차기호위함 전력과 대잠헬기/대잠초계기 등 항공초계전력의 교호작전(交互作戰)을 통해 아군 수상함의 활동범위를 크게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밀리터리 리포트-5-①② 

확성기 포격으로 촉발된 남북 대치상황 때 북한 우리 공군에 심각한 압박감 느꼈다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과 대북 확성기 포격으로 촉발된 남북 간의 전쟁 위험은 실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은 남한의 대응포격에 대해 지난 8월 20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 특수부대, 잠수함정, 공기부양정 등 개전 초기 3대 핵심 전력을 전진 배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전면전을 가상했더라면 항공 및 반항공사령부 예하의 4개 비행사단, 2개 전술수송여단, 2개 공군저격여단 등의 북한 공군기 세력의 움직임이 활발했어야 했으나 이상하리만치 도발징후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 공군은 왜 움직임이 전혀 없이 조용했을까요. 그 의문을 푸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취재 결과, 우리 공군은 ‘실제상황’에 돌입해 북한의 육해공 목표물에 대해 직접타격을 계획하는 작전을 수행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원주와 강릉, 그리고 수원, 예천, 군산, 대구에 배치된 우리 공군의 주력기들은 북한의 핵시설과 방사포 포대, 그리고 비행장 등 주요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하늘로 떠올라 휴전선 인근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아시아 최강 주력기 F-15K 60대와 F-16 전투기 169대는 북한의 ‘미그기 킬러’로 알려졌습니다.

 

2019년 퇴역을 앞둔 F-4E(30대)와 F-5E(150대)도 북한의 MIG-23 이하의 전투기를 상대하기에는 강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원주에 배치된 FA-50 경공격기(20대)는 AIM-9 사이드와인더 미사일과 AGM-65 매버릭 미사일, 하푼, JDAM을 무장하는 등 강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대구의 F-15K 전투기도 15호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모 기지로 이동해 출격했고, 알래스카 레드플레그 훈련에 참가했던 전투기(KF-16, F-16) 6대를 조기 복귀시킬 정도로 급박했다”면서 “국민들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우리 공군기들이 하늘을 새카맣게 메우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8월 22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우리 군의 F-15K 4대와 미 7공군 소속 F-16 4대 등이 한반도를 동에서 서로 가로질러 기동하면서 무력시위 기동을 펼친 것은 소위 ‘맛보기’에 불과했던 셈이죠.

 

/한미 전투기 8대가 한반도 상공서 대북 무력시위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DB

 

북한군이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시한으로 제시한 8월 22일 한미 양국군은 동맹 체제를 과시하면서 ‘공동국지도발계획’에 따라 북한의 도발의지를 억제하고 나섰고, 한미 양국은 대북 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2단계로 상향시켜 군사위성을 통해 북측을 감시하고, 고고도정찰기인 U-2의 출격 횟수를 늘려 북한 전역을 감시했습니다.

<②편에 계속>

 

<①편에서 계속>

공군작전사령부에 따르면, 우리 공군의 대응은 전면전을 불사한 ‘실제상황’이었습니다. 이번 비상 출격을 위해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4대의 조기경보기 E-737 피스아이도 출격해 하늘의 지휘소로서 전투기들을 공중에서 선회하면서 지휘했습니다. 피스아이는 탐지거리가 500km에 달해 북한 전 지역을 감시할 수 있으며, 북한의 비행장에서 이륙하는 북한 전투기 800여대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조선일보 DB

 

공군의 한 관계자는 “공군작전사령부는 북한의 포격 원점(原點)에 대해 공대지 미사일로 공격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면서 “북한의 공군기가 기지에서 이륙하는 것이 레이더에 포착되면 즉시 공대공 미사일로 격추하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북한도 레이더 통해 우리 측 공군기들이 대거 공중에서 기동한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방공 레이더망을 최대한 가동하면서 한미 연합공군의 공세에 대비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공군작전사령부의 한 관계자는 “UFG(을지포커스가디언) 훈련 기간에 맞춰 실제 상황을 발령한 것은 맞다”면서 “사실 우리도 훈련상황인 줄 알았다가 실제상황인 것을 확인하고 크게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공군 측에 따르면, 북한 공군기들은 8월 22일부터 3박4일간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기간 동안 단 한 대도 이륙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대신, 지난 8월 22일 북한 상공에서 우리 측 강원도 상공으로 소형비행체가 넘어와 우리 군의 대공 레이더와 저탐 레이더에 포착됐다고 합니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결렬된다면 반드시 북한이 어떤 식으로라도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공군 차원에서는 전면전을 각오하고 대응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국민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 군도 이번만은 도발→회담→보상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보자는 심정으로 단호한 대응을 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8월 25일 남북고위급회담이 “북, 도발 유감 표명, 남,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타결되자, 공군 조종사들은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밀리터리 리포트 6-①②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KF-X 사업 핵심쟁점 엔진에서 레이더로

 

고성능 능동주사배열(AESA) 레이더 등 미국 정부의 4가지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국산 전투기 개발에 또 하나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형 전투기의 미사일 등 무장의 국산화 문제입니다. 국산 전투기 개발에서 레이더와 센서 등 임무장비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미사일, 정밀유도폭탄 등 무장통합기술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KF-X 사업의 핵심쟁점은 엔진에서 레이더로 옮아가고 있고, 머지않아 무장 국산화 문제로 옮겨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습니다. 지난해 5 10일 청와대 주철기 외보안보수석 주관의 KF-X 대책회의에서 공군과 방사청 관계자, 민간전문가 등이 모여 KF-X 전투기의 형상, 즉 엔진을 쌍발로 할 것인지, 단발로 할 것인지를 결정했습니다. 결국 격론을 벌인 끝에 참석자들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인도네시아가 550억 원을 들여 국제 공동탐색 개발한 C-103 쌍발엔진 형상으로 결정하면서 엔진에 대한 논란을 진화했습니다.

 

/셀렉스가 KFX 사업에 제안한 빅센(Vixen) 1000E 레이더(왼쪽)와 항공기 장착시 와이어 프레임 이미지.

 

목하 레이더 개발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KF-X의 책임론부터 시작해서 AESA 레이더 국내 개발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즉 한국항공우주산업(KAI) AESA 레이더 제작사인 미 노스롭그라만에서 레이더를 ‘블랙박스’ 형태로 직구매해 2025년 개발 목표 시한을 맞추려 하고 있고, 동시에 순차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영국의 셀렉스와 이스라엘의 엘타, 그리고 스웨덴의 사브의 레이더를 염두에 두는 모양입니다. 유럽의 레이더 기술은 미국의 노스롭그라만과 레이시온을 제외하고는 영국과 프랑스가 그 뒤를 잇고 있고, 스웨덴과 이스라엘이 뒤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자국 개발의 라팔 전투기에 장착하는 RBE-2를 개발했으나, 아직 완전한 AESA 레이더로 판정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2002년 차세대전투기(F-X) 1차 사업 때 라팔이 F-15K에 아깝게 패하면서 애초부터 한국 시장에 관심을 잃은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7월 말 기자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시 크루(Crewe) 로드에 있는 셀렉스(Selex ES) 본사를 찾아 첨단 AESA 레이더 생산시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영국의 셀렉스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과 도버해협에서 ‘전파전쟁’을 벌이면서 레이더 기술을 향상시켰고,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셀렉스는 유로파이터에 장착된 ‘캡터-E(Captor-E) AESA 레이더의 축소형이라고 볼 수 있는 ‘빅센 1000’을 ‘반제품’ 형태로 제공해 면허생산을 통해 프로그래밍 파일을 활용하는 방법을 전수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셀렉스가 제안하는 ‘빅센 1000’ 레이더는 와이드 필드 오브 리가드(wide field of regard) 면에서 미국 노스롭그루먼의 세이버(SABR, 미 공군 F-16 장착)와 레이시온의 레이서(Racer)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유한 레이더입니다.

 

/‘빅센 1000E’ 레이더와 기존 AESA 레이더와의 Wide Field of Regard 비교 이미지.

 

한국은 2007년경 FA-50에 셀렉스의 AESA 레이더인 ‘빅센 500E’를 장착하려고 했으나, FA-50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 마틴이 공동생산한 T-50 고등훈련기를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반대로 좌절된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 공군이 보유한 최강의 전투기 F-15K에 실린 APG-63(V)1 레이더, KF-16에 탑재된 APG-68 레이더는 기계식입니다.

이에 반해 스웨덴의 사브와 이스라엘의 엘타는 전자식 레이더인 AESA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이스라엘의 경우 기계식 레이더(EL/M-2032)를 제작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측에 공동개발을 제안하는 겁니다. ADD는 오는 11월초 기자회견을 통해 셀렉스와 사브, 두 회사의 싸움을 지켜본 후 결국 이스라엘 엘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것이란 풍문도 떠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이스라엘이 공동개발로 기술이전을 쉽게 해줄 파트너로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②편에 계속>

 

<①편에서 계속>
그렇다면 한국의 AESA 레이더 제작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 와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현재 ADD LIG넥스원이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1차 탐색개발에 이어 2차 탐색개발이 진행 중이고, 2차 탐색개발에는 최근 스웨덴 사브가 참여해 지술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ADD LIG넥스윈은 2013 6 KF-X용으로 만든 AESA 레이더 시제품을 발표했는데, LIG넥스원 관계자가 “한국형 AESA는 동시에 20개의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고, 20개의 적기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기계적 부분에서는 완성단계에 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AESA 레이더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몰라 전자신호를 일반신호로 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 스마트폰에 비유하면, 하드웨어는 삼성이 만들지만 구동소프트웨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생산업체인 MBDA가 내놓은 메테오(meteor) 최신예 공대공 미사일. F-35에 장착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레이더 소동이 지나갈 때쯤이면 전투기의 미사일 등 무장 국산화에 대한 문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10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ㆍ방위산업 전시회(ADEX)는 그 예고편이었습니다.


F-15K
에 장착할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 생산업체인 유럽 미사일 개발업체 MBDA가 공대공 미사일 '메테오(Meteor)'를 판촉하고 있었고, 영국 BAE시스템즈의 유도무기 시스템 APKWS(Advanced Precision Kill Weapon System), 노르웨이의 콩스버그(Kongsberg) F-35의 내부 무장창(무장창 1곳당 1)과 항공기 외부 무장장착대(파일런)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유일한 공대지 미사일 JSM(Joint Strike Missile)을 공군 관계자들에게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특히 터키는 자국 공군이 F-4, F-16에 장착한 공대지 순항미사일 SOM(Stand-Off Missile)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항공기 무장 기술에 관한 한 초보 국가입니다. KF-X 사업을 추진하면서 항공기 업체는 100% 국산화를 외치지만, 함대함 순항미사일 해성을 공대지 미사일로 전환하는 작업, 최대사거리 70km인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를 개발한 것을 빼곤, 공대공 미사일에 대한 시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항공기와 무장을 미션플래닝에 의해 인티그레이션(통합)해야 하는 과제가 남습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인 셈입니다.

 

/일본산 공대함 미사일인 ASM-2 미사일 4발을 장착하고 비행중인 F-2 전투기.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은 1989 F-2 지원전투기를 미·일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F-16C 전투기를 기반으로 비록 엔진은 GE 엔진을 사용했으나, AESA 레이더 기술을 비롯한 핵심 기술들을 미국의 ‘구박’을 받아가며 모두 확보했습니다. 미소 냉전의 시기도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일본은 소련 상륙부대의 일본 열도 침략을 막기 위해 최신형 공대함 미사일 ASM-2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첨단 공대공 미사일 AAM-4/5 시리즈도 개발했습니다.

대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만은 자체 개발해 150여대 생산한 국산전투기 경국호(經國號,IDF)에 장착할 공대공 미사일을 이미 1997년 개발했습니다. 능동유도방식 미사일인 천검(天劍)Ⅱ 공대공 미사일은 사정거리 70~80㎞ 정도입니다. 대만공군이 이 미사일을 대량생산키로 한 것은 미국으로부터 첨단 중거리 공대공미사일(AMRAAM)의 도입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에어쇼 상공을 주름잡는 F-22 랩터도 결국 무장이 전투기의 성능을 말해줍니다. 2001년 차기전투기(F-X) 1차 사업에서 보잉의 F-15K,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에어버스의 유로파이터 경쟁을 펼쳤으나, 유로파이터는 무장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가장 먼저 탈락했습니다. 최종 결선에서 라팔이 F-15K에 밀린 것도 결국 라팔이 공대지 공격능력이 F-15K의 슬램이알(SLAM-ER)에 밀리는 바람에 탈락했다고 합니다. F-X 3차 사업 작전요구성능(ROC)에서 스텔스 성능을 중시하는 바람에 비록 F-15K가 탈락했지만, 최종 승자가 된 F-35도 첨단 무장을 싣지 못한다면 한낱 ‘깡통 비행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2015.07.22  유럽제 공중급유기 선택, 과연 최선이었나?

지난 6 30, 우리 공군의 20년 숙원사업이었던 공중급유기 기종이 미국제가 아닌 유럽제로 결정됨에 따라 군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공중급유기 사업이 에어버스의 D&S A330 MRTT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환영하는 반응이 우세했다. 그동안 우리 공군이 KF-16, F-15K 그리고 F-35까지 미국제 일변도의 무기를 도입해 온 것에 대한 반향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작전성능이나 한미관계를 고려하더라도 당연히 미국제를 선정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정치적 고려 없이 원칙대로 했다는 평가는 급격히 수그러들고 있다.

우선 공군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공군은 양산까지 20조원에 달하는 국산전투기개발사업(KF-X) 사업, KF-16 업그레이드 사업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벌여야 하는 처지여서 국방부에서 사주는 대로 쓸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실제로 이번 사업은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이 아니라 수송기 도입 사업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할 정도로 본말이 전도됐다”고 말했다.

이번 급유기 도입사업은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A330 MRTT 도입을 위해 작전요구성능(ROC)에 따른 평가항목의 가중치를 성능보다는 획득비와 수송능력 등 비용 측면에 무게를 두고 기종 선정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사청은 급유기 도입사업의 평가기준으로 비용 20%(획득비 8%, 운영유지비 12%), 성능 37.29%, 운영 적합성 31.04%, 절충교역 및 기타 계약조건 11.67%의 비율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보잉의 KC-46A가 본래의 공중급유기 성능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었지만, 방사청에선 급유 능력 외에 화물 및 병력 수송능력도 중시해 종합적인 수송능력에서 상당히 앞서 있던 A330 MRTT가 결국 낙점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버스 밀리터리 A-330 MRTT.

 

이번에 선정된 A330 MRTT는 길이 58.9m, 날개 폭 60.3m 111t의 유류를 적재하고 43t의 화물도 실을 수 있다. 300명의 병력을 최대 8100㎞ 떨어진 곳까지 수송할 수 있다. 객관적인 면에서 보잉의 KC-46A보다 수송능력이 월등히 앞선다. 국방부도 이번 공중급유기 도입이 육군의 작전과 관련이 있음을 시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 공군도 이번 공중급유기 선정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등 해외파병 활동 때 우리 병력과 장비를 수송할 장거리 수송기의 역할도 고려해 A330 MRTT를 선정했다”면서 “군 당국은 2013년 남수단 파병 한빛부대가 게릴라의 공격에 대비해 일본 자위대로부터 탄약을 급히 지원받았다가 호된 비판을 받은 적이 있고, 그 여파로 당시 군에 장거리 비행능력을 가진 대형 수송기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했었다”고 했다.

실제로 군의 전력건설 부문에서 육군의 힘은 막강하다. 그러나 군 전력건설 예산의 대부분은 공군과 해군이 사용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공군의 경우 각종 대형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육군 장성들의 비위를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육군의 한 예비역 장성은 미국이 공중급유기를 통해 24시간 전 세계 전력투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미국 업체들이 배짱으로 장사하는데 제대로 손을 본 것 같아 통쾌하다”며 “공중급유기가 수송기지, 무슨 전략무기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송기가 필요하다면 무엇 때문에 수송기보다 4~5배나 고가인 전략무기인 급유기를 수송용으로 도입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KF-16 파일럿 오모 소령은 “본연의 급유 임무 시간 외에 화물이나 승객 운송을 평가요소에 반영하려 했다면 차라리 추가로 수송기를 도입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일 것”이라며 “화물ㆍ병력 수송이 필요할 경우 위험지역에 고가치 전력자산인 급유기를 투입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현재 계획대로 파병ㆍ교민철수 때 민항기를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중편에 계속>

 

<상편에서 계속>
방사청은 공중급유기사업이 한미동맹 등 정치적 고려 없이 원칙에 따라 결정됐음을 강조했다. 장명진 방사청장도 원칙대로 평가할 것을 여러 차례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사청이 밝힌 선정 이유를 곱씹어 보면, 미국제와 유럽제에 대한 철저한 기종 평가가 이뤄졌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방사청은 “A330 MRTT가 경쟁 기종인 보잉사의 KC-46A보다 최초 도입 비용이 싸고 유로화 환율 하락에 따라 유지비용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했으나, 20182019년 사이에 도입되는 4대의 급유기 대금 14881억 원은 유로화로 지불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현재는 유로화 약세로 인해 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향후 환율 변동에 따른 환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면서 “특히 에어버스가 강력한 경쟁사를 의식해 저가로 수주하는 바람에 에어버스 본사도 내부적으로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제안요청서가 배포된 작년 4월부터 가격입찰을 수행한 올해 4월까지 원화 대비 유로 가치가 1452원에서 1162원으로 약 20% 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현재 환율로 보면 에어버스가 유리하나, 유로화가 가치를 회복하며 환율변동에 따른 추가 예산을 필요로 해 결과적으로 가격 상승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원래 공중급유기 도입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상호운용성이다. 한국 공군의 경우 한미군사동맹에 기초해 유사시 공동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유럽제 공중급유기는 상호운용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 공군 전력에 A330 MRTT 급유기를 보유한 한국은 급유를 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향후 A330 MRTT로 공중급유를 받는다는 계획을 전혀 수립하지 않고 있다.

 

한국 공군 전투기 파일럿도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 급유기로부터 급유를 받기 위해서 미 공중급유기의 수유자격이 필요하다. 지금도 6개월 시한의 수유자격 유지를 위해서 한국군 전투기 조종사들은 평시 미군급유기와 급유훈련을 주기적으로 계속 실시해야만 한다.

공군의 한 소식통은 “공군 조종사들은 그동안 알래스카 훈련 등 한미연합훈련에서 미군 급유기 수유자격을 받고 미군 급유기로 호흡을 맞춰왔다”면서 “이제부터는 영국, 호주, 프랑스 등 A330 MRTT를 운용하는 나라에서 새로이 수유 면허를 따야 할 판”이라고 했다.

유사시 한국군 보유대수보다 훨씬 많은 미군의 공중급유기가 한국으로 전개해 작전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예비역 공군소장 L씨는 “우리가 공중급유기를 유럽제로 도입하는 순간, 미군의 발전한 공중급유기 적전개념, 운영절차, 임무경험자료 및 교육훈련은 공유가 불가하다”고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A330 MRTT는 영국과 호주, 중동국가들에서 운용 중이며 우리 공군 수유기종과 급유시험도 완료했다”며 “F-35의 경우 호주에서 오는 10월경 시험계획을 갖고 있어 상호호환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F-35 A330 MRTT는 지금껏 상호 간 급유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호주는 2018년 도입 예정인 F-35 A330 MRTT를 통해 급유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더라도 호주는 플랜 B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KC-135 10대를 통해 급유를 실시가 가능하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뜻이다.

한 전직 공군 고위 장성은 “현재 한국 공군 주력기들은 ‘플라잉 붐’ 방식만 쓰고 있다”면서 “65년 동안 2,000여대의 공중급유기를 생산한 보잉사와 30여대를 판매한 에어버스사를 놓고 볼 때 성능 및 후속 군수지원 능력에서 검증되지 않은 유럽제를 선택한 것은 난센스”라고 했다.

<하편에 계속>


<
중편에서 계속>
공중급유 방식은 ‘플라잉 붐(Flying boom)’과 ‘프로브 앤드 드로그(Probe & Drogue)’의 두 종류가 있다. ‘플라잉 붐’은 급유기 뒤편에 장착된 막대기형의 붐을 급유 받는 항공기 동체에 부착된 수유구(受油口)에 찔러 넣는 방식이다. 미 공군만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프로브 앤드 드로그’는 급유기에서 줄이 달린 깔때기 모양의 드로그를 늘어뜨려주면, 급유 받는 비행기가 뾰족한 프로브를 찔러 넣어 급유하는 방식이다. 라팔이나 유로파이터 등 유럽 전투기들이 사용하는 주유 방식이다.

방사청은 A330 MRTT의 중요한 성능 결함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A330 MRTT는 이미 유럽에서 2차례에 걸쳐 붐 추락 사고 소식이 외신에 소개되는 등 체계상의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2011 1 9일 호주공군으로 인도 예정인 A330 MRTT가 스페인 연안 대서양 상공에서 F-16 전투기에 급유하던 중 붐이 끊어졌고, 끊어진 붐은 A330 F-16 전투기에 손상을 입혔다.

이어 2012 9 10 UAE에 인도될 예정인 A330 MRTT가 스페인 상공에서 시험비행 도중 또다시 붐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다. A330 MRTT는 한국 전장 환경에 맞는 방호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즉 보잉의 KC-46A가 지상 소화기에 대해 방호능력을 보유한 데 반해, A330 MRTT는 이착륙 때 지상 발사 소화기 총탄으로부터 방호장갑을 갖추지 않아 승무원 방호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보잉 KC-46A.


경쟁 기종이었던 KC-46A에 비해 높은 운용단가는 우리 군이 향후 풀어야 할 숙제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A330 MRTT는 한국 공군 작전 기지에 이착륙은 가능하나, 급유를 위한 연료 최대량 탑재 때 운용 기지를 제한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즉 활주로의 강도, 유도로 폭, 기타 항법 보조시설 설치 조건을 고려할 때 운영 가능 기지의 제한과 연료 탑재량을 불가피하게 제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A330 MRTT
는 대형 기체로 인해 임무 때마다 추가 연료 소모로 연료비가 과다하게 들어갈 것이다. 민항기 플랫폼 A330 B767보다 탑재연료는 6% 많으나 자체 비행을 위해 연료를 25% 이상 더 소모하는 항공기다. 심지어 임무 프로파일 형태에 따라 자체연료 소모량 과다로 적은 크기의 경쟁기종보다 급유량이 더 적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무리한 결정을 한 것일까.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초 합참과 공군에서는 보잉을 선호했는데, 방사청이 사활을 걸고 에어버스로 밀어붙였다”면서 “객관적인 지표가 나온 마당에 막판에 또 미국제인 보잉으로 틀어지면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캣’(AW-159)에 대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수사가 이번 기종 선정에 결국 악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와일드캣을 실물이 없는 개발 단계에서 무리하게 도입했다가 관련자가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는 마당에 개발단계인 보잉의 공중급유기를 선택하는 것은 부담됐다는 관측이다. 참고로 보잉사의 KC-46A는 아직 개발 중인 기종이지만, A-330 MRTT는 유럽과 중동 10여 개국에 실전 배치했거나 도입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일본은 오는 9월경 공중급유기 추가도입을 결정한다. 현지 언론은 이변이 없는 한 미국제 보잉의 KC-46A를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중급유기를 공중급유기로 선택한 일본과 공중급유기를 수송기로 보고 선택한 대한민국, 그 선택에 참여한 사람들은 A300 MRTT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경우 뭐라고 항변할 것인가.

 

2015-08-11 국군의 對北 자유 방송 포기 內幕...대북방송 포기 압력은 이적행위(利敵行爲)

[증언] 對北방송 진행자 張光福, 對北방송 청취자 金元柱 ● 북한사회를 바꾸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고정 청취자 70만 명의 對北 확성기ㆍ전광판 방송 철거는 金正日을 돕고 북한동포를 버린 自害ㆍ利敵 행위 ●국방부 관계자, 『청와대에서 軍 지휘부에 압력 행사』 ● 선전물이 아닌 십자가도 철거한 국군… 金正日 선전물은 健在

 

對北「진실방송」의 終焉

  지난 614일 오후 1150. 서부전선 非무장지대인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고지에서는 1962년부터 42년간 계속됐던 「자유의 소리(VOF)」 마지막 방송이 흘러나왔다.
 
 
인근 전광판에는 「평화·화해·협력」이라는 노란 불빛의 글씨가 켜졌다. 같은 시각 휴전선 일대의 모든 전방고지에서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방송은 『「자유의 소리」와 북한의 확성기 방송은 615 0시부로 함께 막을 내리게 됩니다』라는 고별멘트로 시작됐다. 이어 『1962년 시작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유의 소리」는 국내외 소식을 비롯한 다양한 상식과 즐거운 음악 등을 내보내 군사분계선 지역에 근무하는 인민군 여러분의 마음을 여는 눈과 귀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했다.
 
 
방송은 『끝으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기원하면서 그동안 「자유의 소리」를 청취해 준 인민군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무궁한 행운을 빕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됐다. 10분간의 방송이 마무리되는 순간, 전광판의 불빛도 사라졌다.
 
 
南北은 지난 612일 개성에서 열린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접촉에서 군사분계선(MDL) 일대 宣傳(선전)수단 제거에 합의했다. 金正日이 그렇게도 골치 아파하고 북한 군인들은 그렇게도 목말라 하던 對北 「진실방송」이 마침내 사라진 것이다.
 
 
南北은 815일까지 MDL 지역의 확성기, 돌 글씨, 입간판, 전광판, 전단, 선전그림 등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南北 양측의 宣傳수단을 3단계로 나눠 제거하기로 했다. 작업결과 검증은 肉眼으로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의문점이 발견되면 통지문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고 한다.
 
 
軍 관계자들은 『남측의 주요 관심 사안은 서해상에서의 무력충돌 방지였고, 군사분계선 일대의 우리 측 對北 선전물을 철거하고 선전방송을 중단시키는 게 북측의 회담 목표였다』고 했다.
 
 
선전판 및 선전시설이 南北 간의 논의대상이 된 것은 1992년 南北 고위급 회담 때부터다. 南北은 상호 화해와 불가침 원칙에 따라 非무장지대 선전물을 통한 상대방 비방·중상을 중단하기로 했다.
 
 
南北관계 경색으로 고위급 회담의 기본합의서가 이행되지 못하면서 이 같은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2000 615일 남북 頂上회담에서 다시 의제로 등장했다. 頂上회담 직후 南北은 휴전선에서 상호비방을 일시 중단했다.

 
 
對北방송 포기 압력은 利敵行爲

 

북한은 2003 7월 제11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방송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같은 해 81일 대표적 對南방송인 「구국의 소리」 방송을 전격 중단했다.
 
 
북한의 이 같은 비방방송 중단은 이번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우리 측에 MDL(군사분계선)의 선전 중단을 요구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 金正日은 對北방송이 체제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무기로 인식한 것이다.
 
 
방송用 확성기를 통해 내보내는 일기예보, 新世代 음악 등은 북한군을 내부적으로 동요케 만들었다. 귀순한 북한 군인들은 『시계가 없던 탓에 남쪽 전광판의 시간표시를 보고 교대시간을 알곤 했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對北 선전방송 포기는 북한 주민들에게 열려 있던 외부의 통로, 그것도 진실로 통하는 통로를 독재자 한 사람의 편의를 위해 없애 버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黃長燁(황장엽) 前 북한 노동당 비서는 『북한이 「서해 무력 충돌 방지」라는 작은 선물을 주고, 인민군의 思想을 바뀌게 하는 휴전선에서의 남측 전광판을 없애고, 남한 국민들이 미국을 멀리하게 만드는 더 큰 목적을 위해 거짓 화해를 벌이고 있음에도, 靑盲(청맹)과니(눈 뜬 봉사) 남한 사람들은 거기에 놀아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閔丙敦(민병돈) 前 육사교장은 『전광판에 버튼 하나로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남측과 「돌 글씨」와 같은 원시적인 방법으로 선전하는 북측과는 애초에 「게임」이 되지 않았다』면서, 『북쪽에서 먼저 철거를 원했다면 代價를 받았어야 했다』고 했다.

 
 
국방부, 『李鍾奭 처장이 방송포기 압박』

    국군의 對北 선전방송 포기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李鍾奭(이종석) 사무처장이 주도한 것이라는 주장이 軍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李처장이 「南北 장성급 회담에서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북측이 주장하는 對北방송 중단과 군사분계선 선전물 철거에 응하라」고 했다』면서 『曺永吉(조영길) 국방장관은 여러 차례 「軍 작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청와대의 의지가 강력해 뜻을 펴지 못했다』고 전했다.
 
 
李처장은 지난 619일 陸士에서 개최된 「2004년 무궁화 회의」에 강사로 초대돼 각 軍 장성 7080명을 상대로 안보 관련 현안을 설명하면서, 『앞으로는 병사들을 교육할 때 북한에 적개심을 갖도록 하는 것보다는 시민정신과 국가에 대한 자존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對北 적개심을 해소하는 쪽으로 장병 정신교육을 하도록 軍 장성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軍 관계자는 『군인에게 적개심은 공포감을 물리치는 중요한 戰力』이라면서 『군인에게 그런 戰力을 포기하라고 유혹하고 권고하는 것은 利敵행위』라고 못 박았다.
 
 
北은 휴전선 부근의 선전수단 제거와 관련, 金正日을 찬양하는 「돌 글씨」를 제거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 측은 합의서에 명시된 1단계 공사를 완료했다.
 
 
북측은 군사분계선(MDL) 남측에 건립돼 있는 종교시설물을 북한군에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 줄 것을 요구했다. 남측은 『종교시설물은 선전수단이 아니며, 민간시설이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결국 한발짝 물러났다고 한다.
 
 
對北방송 「자유의 소리」 아나운서로 15년간 방송을 진행한 張光福(장광복) 방송심리전 전문요원은 『북한 사회에 福音(복음)을 전해 준 고정 청취자 70만 명의 對北 확성기ㆍ전광판 방송 철거는 金正日을 돕고 북한동포를 버린 自害ㆍ利敵 행위』라고 했다.

  [인터뷰] 對北방송「자유의 소리」張光福 제작 전문위원

『북한에 의해 언론 통폐합당한 기분…마지막 방송 前 울었어요』 

고정 청취자 70만 명 

 

지난 614일 밤, 국군 심리전단 張光福(장광복·49) 제작 전문위원은 북녘을 향해 마지막 방송을 했다. 155마일 휴전선에 설치된 90여 개의 확성기는 제거됐고, 「자유의 소리」 방송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자유의 소리」 고정 청취자는 약 70만 명으로 추정된다. 戰線지역의 북한 병사와 선전마을 주민, 그리고 우리 측 병사들이 청취자다.
 
  15
년간 「북한 청취자」를 대상으로 아나운서·PD·구성작가의 역할을 해 온 張씨는 『「자유의 소리」 방송 제작 전문위원이란 명함을 쓸 일이 없게 됐다』며 섭섭해 했다.
 
 
기독교방송(CBS) 성우였던 張씨는 1990 6월 국군 심리전단 아나운서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처음 맡았던 프로그램은 남한 사회의 각종 풍물을 소개하는 「산 따라 풍류 따라」. 최근까지 드라마 형식의 「우리 사는 세상」과 남한의 소식을 전하는 「오늘의 초점」을 진행했다. 음악 프로그램인 「청춘을 즐겁게」와 시사 프로그램인 「통일로 가는 길」, 천주교 프로그램의 제작도 맡았다.
 
 
對北방송이 음악·스포츠·뉴스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면, 對南방송은 선동·비방·체제선전 一色이다. 남측 프로그램이 다양화되자 북측은 음악 프로그램을 늘리고, 남측을 본딴 드라마를 방송하기도 했다.
 
 
남측은 對北방송을 국군 심리전단에서 총괄적으로 운영하지만, 북한은 軍團(군단)별로 확성기를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엇비슷하던 확성기 성능은 1990년 이후 남측이 신형 확성기로 교체하면서 성능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 「오늘의 초점」 방송 때 전파방해 시도

對南방송은 북한의 電力 사정 탓에 하루 5시간 정도 이뤄졌다. 남측은 하루 15시간 이상 방송했다. 4시간30분 분량의 방송분을 再放(재방) 내지 三放(삼방) 24시간 방송체제를 유지해 왔다.
 
 
張씨는 『확성기를 통해 방송이 나가다보니, 「신파조」처럼 목소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말해야 했다』면서 『토론 프로그램은 남자가 강하게 낭독하고, 음악 프로그램은 여자가 부드럽게 진행했다』고 했다.
 
 
張씨는 「인민군 군관 하전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를 「인민군~ 군관~ 하전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로 톤을 높여 辯士(변사)처럼 낭독을 再演(재연)했다.
 
 
『對南방송에 지지 않으려고 톤과 억양을 높입니다. 천천히 말해야 확성기의 하울링(울림)을 극복하게 되고요. 북측에서는 제가 진행하는 「오늘의 초점」이 북한 군인들에게 영향력이 강하니까 재밍(전파방해)까지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방송시간 10분인 시사 프로그램 「오늘의 초첨」은 원고지 20장 분량이다. 일반 방송에서는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분량이라고 한다.
 
 
―방송 때마다 톤을 높여서 방송을 하다 보면 聲帶(성대)가 상하지 않나요.
 
 
『목으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목이 금방 쉬니까 덜컥 걱정이 됐습니다. 처음 방송을 할 때는 6개월 만에 5kg이 빠졌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자유의 소리」를 택한 것도 독특한 방송을 한번 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북한 군인들을 상대로 한 對北 심리전이라는 데 매력을 느꼈습니다』
 
 
張씨는 2002년 월드컵 때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자유의 소리」는 월드컵 개막戰부터 한국 관련 경기를 생중계했다.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북쪽에서 「와~」 하는 함성이 들렸다고 합니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가까운 곳은 1km 거리밖에 안 되는 곳도 있으니까 함성소리가 잘 들렸답니다. 북한 병사들도 16강戰에서 우리가 이탈리아를 극적으로 꺾는 방송을 듣고, 자신들의 옛추억을 떠올렸을 겁니다. 보람을 느꼈습니다』
 
  1990
년대 초 고위급 회담 이후로는 「북괴」, 「괴뢰군」이란 말이 「인민군」, 「북한군」으로 바뀌었다. 對北방송을 통해 남측은 북측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정당하게 지적하는 批判(비판)을 가한 대신, 북측은 남측을 非難(비난) 내지 誹謗(비방)했다. 남북 頂上회담 이후 北은 입장을 바꿔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駐韓미군 철수 등 기존의 비방을 되풀이했고, 南南갈등을 조장하는 방송은 舊態依然(구태의연)하게 계속했습니다. 남측은 傳單(전단)을 일절 뿌리지 않았지만, 북측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張씨는 북측에 제공한 식량이나 비료 등에 대한 보도도 일절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북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였죠. 정부에서 지원한 龍川 구호물자 지원도 민간단체가 지원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처음에 경의선ㆍ동해선 철도와 도로 건설 과정에서 자재ㆍ장비를 남측이 맡고, 자신들은 인력만 동원한다는 보도가 나가자 자존심이 상해 항의했다고 합니다』
 
 
―歸鄕(귀향)한 북한 군인들이 고향 주민들에게 對北방송을 통해 들은 소식들을 전하지 않았을까요.
 
 
『휴전선에 근무하는 민경대원들은 성분 좋고 사상적으로 투철한 사람들입니다만, 「자유의 소리」 뉴스를 진실로 확인했을 때, 親韓派(친한파)가 되는 겁니다』
 
 
張씨는 『龍川 사고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것도 「자유의 소리」 방송이었다』고 했다. 『金正日은 對北 확성기에 대해서는 엄청난 알레르기를 갖고 있습니다. 북한 군인들의 사상적 흔들림이 엄청나거든요. 우리는 龍川에서 폭발사고가 나자 바로 방송으로 모든 것을 알려 줬습니다. 용천역 폭발사고 소식이 내부통제로 인해 몇 달 뒤 단편적으로 들린다면 자신들의 지도자를 신뢰하겠습니까』   


 
DMZ 지키는 우리 병사들 사기도 높여

張씨는 對北방송 포기는 우리 군인들의 士氣(사기)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심스러운 事案이라고 했다.
 
 
『우리 병사들이 참 아쉬워합니다. 155마일 휴전선에서 야간에 보초를 서는 우리 병사들에게 감미로운 음악은 긴장을 덜어 주고 몸을 상쾌하게 해주는 淸凉劑(청량제) 구실을 했습니다. 만약 음악조차 없고 칠흑 같은 적막강산에 「바스락」 소리만 난다고 해도 얼마나 화들짝 놀랄 일입니까. 음악이 나올 때 불안감이 사라지는 겁니다.
 
 
북한 병사들도 對北방송을 통해 정확한 날씨 안내와 時報(시보)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對北방송이 사라진 지금, 南北 병사들은 당분간 恐慌(공황)상태에 빠질 겁니다. 군사분계선에서 양측 병사들의 樂()이 없어진 겁니다. 아마 북한 군인들이 「불편해서 못 살겠다, 對北방송을 재개해 달라」고 시위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張光福씨 옆에는 그가 제작한 「청춘을 즐겁게」 마지막 방송 큐 시트(Cue Sheet)가 놓여 있었다. 20분짜리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노래는 네 곡. 이효리, 엄정화, 코요테 등 요즘 인기가수들의 노래들이다.
 
 
『낮에는 「청춘을 즐겁게」에서 경쾌하고 발랄한 댄스와 트로트 음악을, 야간에는 「이 밤을 그대와 함께」라는 프로그램에서 조용한 발라드 음악을 방송했죠. 마지막 방송 「청춘을 즐겁게」에서는 「수명이 연장되는 입맞춤」으로 신세대들의 연애관, 교제를 이야기했습니다. 키스와 관련한 신세대의 발랄한 음악으로 選曲(선곡)했다가 마지막 방송으로 바뀌면서 우울한 이별 노래들로 바꿨어요. 조항조의 「사나이 눈물」, 최진희의 「사랑과 이별」, 남진의 「마티니 한 잔에 부쳐」, 장혜리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西獨 「자유의 소리」는 統獨 後까지 계속

―마지막 방송을 마치시면서 기분이 어땠습니까.
 
1980년 언론 통폐합 되기 전날 밤, 동양방송(TBC)의 黃仁龍(황인용) 아나운서가 「밤을 잊은 그대에게」란 프로그램을 울먹이며 방송한 것과 똑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저도 언론 통폐합당한 기독교방송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때 아픔이 생각났어요.
 
 
이 귀중한 방송을 新軍部도 아닌 北韓의 요구에 의해 내리게 되다니…. 서독 「자유의 소리」 방송은 統獨(통독) 3년이 지나도록, 「라디오 도이칠란트」와 통합되기 전까지 東西獨 주민 감정의 앙금을 순화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아침 시간 「오늘의 초점」을 마치면서 울컥 치밀어 오르더군요. 사실, 마지막 방송 리허설 들어가기 전에 좀 울었습니다』
 
 
張씨는 『귀순자들은 對北방송 프로그램 중 음악 프로그램을 최고로 꼽는다』면서 『노래 한 곡이 백마디의 선전구호보다 강렬하다』고 했다.
 
 
『文化에 일가견이 있다는 金正日이 음악 방송이 대단한 파괴력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지요. 개미 구멍으로 둑이 무너지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북한 사회를 서서히 무너뜨리는 거예요. 金正日 입장에서는 「자유의 소리」 방송을 라디오처럼 끌 수도 없고 골칫덩어리였을 겁니다 金正日은 이번 장성급 회담에서 선전물 철거를 남측이 받아들이니까 속으로 快哉(쾌재)를 불렀을 겁니다』
 
 
張씨는 「자유의 소리」가 「對北 선전방송」으로 인식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다니던 성당의 신부님이 「왜 그런 데서 일하느냐」고 했을 때, 『對南방송처럼 비난하는 방송이 아니고, 南北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평화통일하자는 방송이다』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현재 「자유의 소리」에는 아나운서·성우 20여 명을 포함해 5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張光福 위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유일한 뉴스원이자, 金正日에게 치명적인 「무기」를 제 발로 부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인터뷰]「자유의 소리」 청취자 金元柱 前 북한군 상위

  『對北방송을 들으며 남한을 인정하고 동경하게 된다』
 
  「상처에 소금을 바르는」

『처음 부대에 배치받은 북한 병사들은 고참들이 방송을 믿지 말라고 하니까 방송 내용을 안 믿습니다. 그러다가 5~6년차 군인이 되면 남측 방송을 신뢰하게 됩니다. 북한에서 일어난 일들을 對北방송을 통해 먼저 알고 있다가 몇 달 뒤에 확인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金元柱(김원주ㆍ33ㆍ가명) 前 북한군 상위는 공동경비구역(JSA)에 해당하는 판문점 대표부에 근무하다 1998년 귀순했다.
 
 
『북한 민경대원들은 음악·스포츠·민속 관련 對北방송을 즐겨 듣습니다. 터놓고는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몰래 들으면서 남한 사정에 대해 고개를 끄덕입니다. 북한군 사이에서 남한의 경제소식에 대해서도 宣傳이라 생각하지 않고 「중립적 보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金씨는 金正日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것이 바로 對北 심리전이라고 했다. 金正日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 중 1순위는 당연히 「對北 심리전 종사자」라고 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잔인무도한」 남한의 對北 심리작전 종사자들은 金正日의 상처에 소금을 바르고 마구 비벼 대어 金正日로 하여금 최대의 고통을 맛보게 하는 희대의 「고문가」들입니다.
 
 
金正日은 그 고통이 커지고 또 커져 상처의 골이 깊어지면 통치자로서의 자기의 운명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는 『북한 정권은 눈에 보이는 육체는 통제할 수 있어도 마음속까지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눈을 뜨면 傳單이요, 귀를 열면 對北 확성기 방송을 대해야 하는 戰線지역 북한 군인들과 북한 주민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라고 했다.
 
 
휴전선 지역 북한 군인들의 경우, 자신을 「나라의 人材」로 인식하고 「국가 중요 초소에 내세워 준 당의 은덕」을 결코 저버릴 수 없으며, 「보리밥에 된장국을 먹어도 내가 사는 사회주의 내 나라가 좋으며,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남의 집 처마 밑에는 안 들어간다」는 자존심과 오기가 결합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북한 군인들의 의식구조가 「이중구조」로 바뀌었다고 한다.


 
金正日이 對北방송에 민감한 까닭

金씨는 『戰線지역 북한 군인들은 對北방송의 단순 청취자가 아니라 남한 체제의 적극적 「선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북한 주민들과 군인들 속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남한을 인정하고 憧憬(동경)하는 의식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남한이 신종 전투기를 구입하든 말든, 미사일 사정거리를 늘리든 말든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는 「배짱가」 金正日이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고, 초조해하고, 싫어하며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對北 심리작전입니다.
 
 
金正日은 對北 심리전이야말로 자기 목에 박힌 가시이며, 언젠가는 자신에게 치명타를 안길 핵폭탄 이상의 가공할 무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金正日은 對北 심리작전의 존재가치를 인정해 주는 증인인 셈이죠』
 
 
金씨는 북한군이 통신용 무전기로 남한 방송을 듣는다고 했다.
 
 
『「장군님의 전사」들은 「비트」 안에서 남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 담아 들으며 밤샘을 합니다. 오락시간에 남한 노래를 못 하면 놀 줄 모르고 똑똑하지 못한 왕따 취급당합니다.
 
 
외부 세계에 대한 소식은 사막의 오아시스마냥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존재입니다. 북한 어디에 가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남한이 어떠어떠하다는 식의 소리를 한마디씩 해야 무식하다는 소리를 안 듣는 세상이 됐습니다』
 
 
金씨는 북한 군인들 사이에서 對北방송을 통해 남한 군인들과 자신들의 처지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우리는 돼지가 헤엄쳐 간 고깃국이라도 한번 먹으면 어깨에 힘 들어가는 날인데, 남쪽 사병들은 고깃국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는다니 돌아버리겠다>
 
 <
우리는 13년 軍복무 기간에 집에 가 보기가 하늘에 별 따는 것보다 더 힘든데, 남쪽은 고작 22개월 복무를 하면서도 80일 가까이 휴가를 간단다>
 
 
그 다음은 한숨이 나오고, 「차라리 남쪽에서 태어났으며 얼마나 좋았을가」, 공상도 해보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쪽을 憧憬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2015-08-11 노무현 정부, "선전수단을 철거는 전략적 실수" 지적한 장성을 조기예편시켜

우리 軍의 「정신 戰力」을 책임지고 있는 육군본부 정훈공보실장 金光鉉(김광현·52·육사 32) 준장이 내년 1월 초에 전역한다. 金장군은 2003 1월 준장으로 진급하면서 정훈공보실장에 임명됐다. 准將(준장)의 계급 정년은 5년이다.
 
 
金장군의 직전 전임자인 金文基(김문기) 준장은 2년간 정훈공보실장으로 일한 뒤 현재 학생중앙군사학교 副교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金文基 준장의 전임자인 李東男(이동남) 장군은 정훈공보실장으로 2년간 복무하고 나서, 육군 종합행정학교 副교장을 거쳐 예편했다. 현재는 국방부 정훈기획관으로 일하고 있다.
 
 
전임자들의 행로와 비교할 때 金장군의 조기 예편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軍 내부에서는 「金장군이 李鍾奭(이종석) 차장을 공개비판한 데 따른 보복인사」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金장군을 보좌하는 한 장교는 『2003 1월 준장으로 진급한 金장군이 2년간의 실장 보직을 마치고, 육군 종합행정학교나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 2년간 더 근무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임기를 마치고 다른 보직을 받아 2006년까지 軍 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국방부 측은 「보복인사說」에 대해 『曺永吉(조영길) 장관 취임 이후에는 장군 人事(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보직 임기가 끝나면 전역시키는 게 관행이 됐다』면서 『金실장에 대한 보복성 인사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한 장성은 『육군 정훈실장은 헌병감이나 법무감 등과 똑같은 병과장인 만큼 보직을 끝내고, 다른 자리로 옮겨가는 것이 관행이다』며 『더구나 아무런 사전 설명없이 느닷없이 전역을 통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金장군은 대쪽 같은 성격에 바른말을 할 줄 아는 「정훈통」이었고, 정훈실장에서 중도하차할 개인적인 문제도 없었다』고 했다


 
金장군,「對北 심리전 중단」도 비판   

李鍾奭 차장은 지난 619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04 무궁화회의」에서 육·해·공군 장성 70여 명을 상대로 특강을 했다. 李차장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발언을 했다.
 
 
『앞으로 병사들을 교육할 때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에 기초해 방어선에 서 있는 것보다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市民정신에 기초해 서 있는 것이 훨씬 더 강한 군대가 되지 않겠느냐』
 
 
병사들의 정신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金光鉉 장군은 질의 답변시간에 李차장에게 질문을 했다.
 
 
金장군은 『李차장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장병들에게 對敵觀(대적관) 교육을 어떻게 시키느냐』면서 『對敵觀이 서려면 적개심을 가져야 한다. 李차장의 발언은 정훈교육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 彼我(피아) 구분을 확실히 해달라』고 해명을 요구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金장군은 『최근 南北 장성급 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치된 선전수단을 철거한 것은 전략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63일 南北 장성급 회담에서 지금까지 휴전선 일대에서 南北 쌍방 간 실시해 오던 확성기 방송 등 모든 心理戰(심리전) 활동을 615일자로 전면 중단키로 합의했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장군은 『金光鉉 장군이 질문을 하는 동안 회의장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며 『軍 내부에서는 휴전선의 선전수단 철거가 앞으로 논의될 남북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카드였는데, 너무 일찍 북한에 양보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金장군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자 李鍾奭 차장이 당황하면서 한참 동안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면서 『李차장이 내심 기분이 언짢았을 것』이라고 했다.
 
 
金光鉉 장군의 질문을 받은 李차장은 『당장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없애라는 뜻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다. 향후 南北 관계가 급속히 개선된 이후 상황에 대비한 장병 정신교육의 지향점을 말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는 「두 사람은 강연이 끝난 뒤 잠시 따로 만나 오해를 풀었다」고 보도됐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다른 장군은 『李차장이 복도에서 金장군을 만나 추가 설명을 하려고 했으나, 金장군이 「나는 질문을 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얘기하고 갈 길을 갔다』고 했다.
 
 
무궁화회의는 합동참모본부가 국방정책과 군사 현안에 대한 軍 장성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매년 육·해·공군의 준장에서 중장까지의 장성들을 대상으로 12일간 개최하는 토론회 성격의 모임이다.

 
 
李鍾奭 차장의 진급 실패 관련說  

李차장의 이날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북한군과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분단현실을 무시한 채 對北 적개심 해소를 주문한 것은 장병들에게 정신적 무장해제를 요구한 것」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지난 8월 「李鍾奭 NSC 차장이 당시 NSC 사무처장인 權鎭鎬(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대신 사무처장으로 승진한다」는 관측이 정가와 관가에 나돌았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金光鉉 장군의 공개 비판, 지난 6월 말 발생한 金鮮一씨 참수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에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金光鉉 장군의 「조기 전역」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金장군이 現 정권의 안보실세인 李鍾奭 차장의 對敵觀을 문제삼고, 對北 선전물 철거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해, 청와대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金장군을 교체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방부는 2000년을 끝으로 4년째 국방백서 발간을 미루고 있다. 지난 3월 발간된 「참여정부의 안보정책 구상」에서 主敵 개념이 없어졌고, 앞으로 발간될 국방백서에서도 主敵 규정이 삭제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金光鉉 장군은 내년 18일 공식적으로 전역한다. 金장군의 후임으로는 지난 1015일 준장으로 진급한 3군사령부 정훈공보참모인 장석규 대령(육사 33)이 임명됐다.
 
  1952
7월 경남 삼천포에서 출생한 金光鉉 준장은 삼천포高를 졸업하고 陸士 32기로 임관했다. 그는 26사단 정훈참모(중령), 육본 정훈공보실 계획운영과장(대령), 2000 12월 국방부 공보기획과장을 거쳐 2003 1월 육군 준장으로 진급하면서 陸本 정훈공보실장으로 근무해 왔다.
 
 
金장군은 「전역 결정에 불복해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라」는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軍과 나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면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2016.10.06 한국, 중소형 원자로 기술 미국 앞서... 2024년 원잠(原潛) 보유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에 착수한 3000톤급 잠수함 ‘장보고-Ⅲ’. 장보고-III 잠수함은 2018년 진수돼 2020년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사진은 장보고-III가 실전에서 작전을 벌이는 상상도. 사진=대우조선해양

 

북한이 8 24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리면서 북한의 SLBM 핵위협이 현실로 닥쳤습니다. SLBM의 대부분은 핵무기를 탑재하기 때문에 북한이 SLBM을 보유한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우리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술 더 떠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은 “건국 70주년인 2018 9 9일까지 SLBM 2~3발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금년 내 SLBM 1(핵무기 장착)를 탑재한 재래식 신포급 잠수함(SSB, ballistic missile submarine)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은밀하게 장기간 수중에서 작전하기 위해 천리마식 총력전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Submersible Ship-Nuclear powered)을 건조하려 할 겁니다. 추진체를 원자력으로 하는 원잠을 만든 다음, 그곳에 SLBM을 탑재해야 진정한 전략원잠(SSBN·SSGN)으로 미국과 맞장을 뜰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SSN은 주로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소형 원잠을, SSBN은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을, SSGN은 핵무기를 탑재한 유도순항미사일(Guided Missile)을 장착한 원잠을 말합니다.

 

김흥광(金興光)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지난 8월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전략잠수함 설계에서 3000톤급 이상 잠수함 2척을 동시에 건조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하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도 8월 2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SLBM 성공에 큰 우려를 나타냈고, 새누리당 정진석(鄭鎭碩) 원내대표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한민구(韓民求) 국방부 장관을 불러놓고 SSN 도입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이렇듯 청와대와 여당이 SSN 보유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필요성 등을 주장하는 분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유념해 국방부가 앞으로 전력화 등의 부분에서 살펴보겠다”고만 답변했습니다. 예비역 장성들은 “돈을 국회에서 주겠다는데도 남의 얘기하듯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핵사찰 트라우마

국방부가 엉거주춤하게 미국의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건 아마도 ‘IAEA 사찰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봅니다.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습니다. 2003년 원자력 잠수함 사업이 출범하고 나서 2003년 9월 IAEA가 우리의 우라늄 농축을 사찰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듬해 일간지에 그 사실이 보도되자 군 수뇌부는 패닉에 빠져 사업을 철회했던 것입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라고 할까요. IAEA가 우리의 원잠 건조 계획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이 아니었고, 더군다나 미국도 한국 정부에 간여하지 않았는 데 말이죠.

 

이 대목에서 한국형 원잠 건조 사업, 즉 ‘362 사업’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야겠습니다. 노무현(盧武鉉) 정부 이후 새로 구성된 군 수뇌부는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수립한 잠수함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 3500톤급의 디젤 추진 중잠수함(SSU) 독자 개발 계획을 세웠습니다.

 

합참 전력기획부장(소장) 시절부터 이지스함 사업 등 우리 군 첨단무기 전력증강 계획의 틀을 짠 조영길(曺永吉) 장관은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계룡대 해군본부를 방문해 문정일(文正一) 해군참모총장에게 “개인적으로 미국 원잠의 아버지 리코버(Hyman G. Rickover) 제독을 존경한다”고 말하며 “해군은 숙원 사업인 잠수함을 키워야 한다”며 원잠 건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국방부와 해군은 3조5000억원(척당 건조비 1조2000억원 추산)을 투입해 2006년부터 개념설계를 마친 후 2007년부터 건조에 착수해 2012년부터 2~3년 간격으로 3척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즉 원잠 개념설계 허가가 떨어지고, 원자력 추진장치 개발 계획을 국방부 장관에게 별도로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겁니다.

 

조영길 전 장관은 기자에게 원잠 추진계획을 지시한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NPT를 탈퇴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자 당시 합참 전력기획부장으로서 군 전력증강 사업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원자력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협력해 3000톤급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업에 착수해 2008년 9월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1994년 국방부는 480 억원의 원자력 잠수함 개발용 비밀예산을 편성해 원자력연구소와 ADD에 전달했다”면서 “이에 맞춰 1300km 사거리의 잠수함 발사용 순항미사일(천룡)도 개발했다”고도 했습니다.

 

해군-ADD-원자력연구소 원잠 개발 참여

조영길 장관은 2003년 5월 초 ‘자주국방 비전보고’ 석상에서 원잠의 조기 획득을 지시했습니다. 결국 2003년 6월 2일 회의에서 국방부는 잠수함 장기소요 계획을 전면 수정해 SSU 사업을 포기하고 원자력 잠수함(SSX) 건조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이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날짜를 기념해 ‘362 사업’으로 불렀던 것이죠.

 

송영무(宋永武) 해군 기획관리참모부장(해군참모총장 역임)은 1990년 독일 하데베(HDW)에 2년간 파견돼 209급 잠수함 인수를 담당했던 문근식(文根植) 대령(전 솔트웍스 부사장)을 불러 “당신이 잠수함 전문가이니 사업단장을 맡으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해군은 2003년 6월 해군 조함단 내에 원자력 잠수함 전담부서인 362사업단을 설치해 설계 및 건조, 무장과 관련한 각종 현안 검토, 작전요구성능(ROC) 수립 등을 담당하도록 했고, ADD에 박모 박사를 팀장으로 하는 잠수함 설계팀을 두었다고 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산하에 김모 박사를 중심으로 원자력 추진기관 연구팀도 가동했다고 합니다.

 

해군-ADD-원자력연구소 등 유관기관이 모여 매일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답니다. 그러나 원잠 건조는 국가적 사업임에도 해군 예산으로 해야 하는 데다, 디젤 잠수함 독자 설계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해군 지휘부도 2012년까지 원잠을 바다에 띄울 수 있을까 긴가민가했답니다. 게다가 잠수함용 원자로를 개발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었고, 핵연료를 계속 확보하는 것은 국제법적인 난제였습니다.

 

조영길 장관은 “해군과 ADD를 하나로 묶어 사무실은 해군본부에 두더라도 실무자들은 ADD에서 ADD 요원으로 위장해 사업을 추진하라” “예산은 건조단계 이전에는 ADD 연구개발비로 위장하라” “원잠은 국가 생존을 위해 미룰 수 없는 사업이다. 사업 참여자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문근식 전 362사업단장은 “ADD 잠수함 설계팀이 잠수함 선체(船體)와 스펙(제원)을 만드는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원잠용 3000t급 선체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우리가 한 번도 운항 경험이 없는 최첨단 원잠을 독자 설계해 개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장보고-III 잠수함, 독자 설계 성공

그러다 IAEA 사찰팀의 서울 방문 소식과 이어진 언론보도에 해군 지휘부의 의지 부족과 군 지휘부의 책임 회피로 사업단은 해체되고 사업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북한의 SLBM 발사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SLBM을 탑재한 북한의 잠수함이 기지를 빠져나와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이를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최선의 방법은 적의 기지를 24시간 감시해 유사시 선제타격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상 무제한 수중작전이 가능한 원잠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얼마 전 만난 문근식 전 단장은 기자에게 그때는 지금처럼 북한이 핵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SLBM과 탄도미사일을 펑펑 쏘아 올리지도 않았을 때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의 원잠 건조 능력도 2004년에 비해 상당부분 발전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먼저 선체 설계 능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04년 당시 362사업단은 우리의 잠수함 인프라가 외국이 설계한 디젤 잠수함의 도면을 가져다 건조 기술을 이전받아 겨우 건조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원잠의 선체 설계 문제에 고심했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관계자들은 프랑스가 설계 작업을 하고 있는 바라쿠다급(4000t급) 차기 원잠을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사실, 소련 붕괴 과정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어려운 재정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역 킬로(KILO)급 잠수함도 고철로 우리에게 팔려고 했습니다. 킬로급(4000t)은 당시 디젤 잠수함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이즈였죠. 현재 우리 해군이 추진하는 장보고-Ⅲ 사업(3500t)에 해당하는 크기로 수직발사관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권영해(權寧海) 안기부장은 러시아 잠수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북한의 잠수함 전력을 파악하고 기술이전에 소극적인 독일 HDW에 경고를 주고, 북한 해군력을 파악해 우리 해군의 대잠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경협차관 현물상환의 일부로 잠수함까지도 거론했고, 1996년 초대 해군무관을 지낸 윤종구(尹鍾九) 제독은 한국 해군장교로는 처음으로 발틱함대 소속의 러시아 킬로급 잠수함에 승함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한두 척의 킬로급 잠수함을 도입했더라면, 우리 업체의 선체 설계 능력을 20년 이상 앞당길 수 있었을 겁니다.

 

현재 우리는 잠수함 독자 설계를 완성한 단계입니다. 장보고-III Batch-I은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 및 건조하는 잠수함으로, 방사청은 2012년 12월 대우조선해양과 ‘상세설계 및 함 건조 계약’을 체결한 이래 함정 설계를 진행해 왔습니다. 장보고-III Batch-I 1번함을 2014년 11월에 착공했고, 지난 7월 1일 후속함인 2번함 착공식을 진행했습니다. 2020년부터 1, 2번함 2척이 실전에 배치됩니다. 중소형 원자로 기술 미국 앞서

 

원잠의 핵심인 원자력 추진기관을 살펴볼까요. 정부는 원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원자로의 확보를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습니다. 1993년 신재인(申載仁) 당시 원자력연구소장이 김시환(金時煥) 당시 원자력연구소 원자로연구소장과 함께 러시아 OKBM을 방문, 체르노빌 원전 건설에 참여한 러시아 핵물리학자 예브게니 아다모프 박사를 만나 원자력 잠수함 설계도면을 구입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후 우리는 원자로 설계기술을 러시아의 OKBM을 통해 어느 정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SMART) 원자로는 OKBM의 원천기술로 개발된 것입니다. OKBM은 구소련 시절부터 원자력 잠수함에 탑재되는 원자로를 개발·생산해 온 회사로, 이 회사가 제작한 원자로를 탑재한 쇄빙선이나 잠수함은 210척에 이릅니다. 스마트 원자로를 축소해 ‘최적화 과정’을 거치면 원자력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사업단은 만약 국산 원자력 잠수함이 건조될 경우 원자력 추진 기관은 한국원자력연구소가 개발 중인 일체형 스마트 원자로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합니다. 스마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일체형 중소형 원자로입니다. 전기출력은 대형 원전(1000MW 이상)의 10분의 1 이하인 100MW 수준이고, 특히 해수담수화용으로 건설할 경우 스마트 1기로 무려 인구 10만명 규모 도시에 전기(9만kW)와 물(4만 톤)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근식 전 단장은 “일부에서는 원자력연구소가 스마트 원자로 제작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완성된 스마트 원자로를 토대로 원자력 잠수함 탑재용 원자로를 개발하려 했었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스마트 원자로가 순수한 국내 기술진에 의해 해수의 담수화 용도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것은 위장일 뿐 스마트 원자로의 핵심 기술은 러시아로부터 제공됐으며, 이 원자로를 잠수함에 탑재하는 계획이 비밀리에 추진되어 왔다”고 증언했습니다.

 

원자력연구소장을 지낸 A씨는 “민수용 스마트 원자로와 잠수함용 원자로는 자동차용 레고블럭과 트럭용 레고블럭처럼 스타팅 포인트부터 차이가 있다”며 “두 개는 크기는 비슷해도 최상위 설계요건(toptier requirement)이 전혀 다른 것이라 처음부터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잠수함용 원자로를 경험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적 요소들이 필요한지 알 수는 없지만, 미국보다 앞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로 설계 개발 기술로 본다면 개발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하더군요.

 

문 전 단장은 “스마트 원자로를 원자력 잠수함에 탑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면서 “스마트 원자로 파일럿(실증로)으로도 규모만 작게 하면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로 사용할 수 있다. 진동시험, 충격시험 등 각종 실전 테스트를 거친 후 잠수함 탑재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은 원자로 연구과제 책임을 맡고 있는 ADD에 응용연구를 계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서 핵연료를 사오지 않는다면…

/ 2015년 4월 22일 박노벽(오른쪽) 외교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전담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원자력협정에 가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일부에서는 원자로가 해결된다 해도 원자로에 장전될 핵연료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문제라고들 합니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U-235)은 농축도가 0.7% 정도, 발전용 원전 연료는 0.7~5%, 원자력 잠수함용 연료는 20~90%, 핵무기용은 농축도 95% 이상을 사용합니다.

 

현재 원자력 잠수함을 운용 중인 미국과 러시아는 농축도 90%짜리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어 한 번 연료를 장전하면 함정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이 가능합니다. 반면 중국과 프랑스의 원자력 잠수함은 농축도 20%짜리 연료를 사용합니다. 이 경우 7년마다 원자로를 열어 연료를 재장전해야 하고, 잠수함 속력도 미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정부는 1973년 3월 한미원자력 협정, 1975년 4월 핵확산 금지조약(NPT) 가입 등으로 원자력 기술의 군사적 목적 전용을 금지하고 있고, NPT의 안전조치 수락 의무로 인해 핵연료의 비밀 확보가 불가능합니다.

 

스마트 원자로의 경우 국내의 다른 상업용 원전처럼 우라늄 농축도 5%(보통 4.95%)짜리를 사용하도록 설계가 됐고,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 원료는 IAEA의 철저한 감시하에 연료를 도입해 가공하면 되므로 연료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은 2009년 4월 2일 런던에서 열린 제2차 G20정상회의에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에게 원잠용 핵연료 구입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브라운 총리는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 공급과 재처리까지 담당할 수 있다”고 했다니, 한미원자력협정에 저촉을 받지 않고 핵연료를 확보할 나라들이 꽤 있다는 뜻입니다. 원잠은 공개리에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문근식 전 단장은 “북한이 3000톤급 원잠을 건조하려 한다면 8~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362 사업’ 당시 우리 해군은 미국이 1953년 최초의 원잠 노틸러스를 건조할 때 7년 걸린 것을 참고해 8년으로 잡았다고 합니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의 지시로 러시아의 원자력 잠수함 설계도를 해킹하고, 러시아에서 원자로 설계전문가 3명을 데려왔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문근식 전 단장은 “2003년 당시 원잠 추진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며 “2003년 안보환경이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부터 추진하는 원잠 건조 사업은 철저하게 외교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들이 국책사업(國策事業)의 기치 아래 머리를 맞대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도는 원폭 보유와 원잠 건조를 프랑스와 러시아 등 미국의 원자력 독점에 반대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도의 지혜를 떠올리며, 우리도 국가 지도자의 결단으로 서두른다면 2024년 무렵 장보고-III 3번함을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갖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월간조선 2016년 10월호 / 글=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월간조선부 차장

E-mail : gomsi@chosun.com

 

1964년 경기 파주에서 출생했고,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4년 경기 파주에서 출생했고,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국방대에서 일본 방위정책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13년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외무성 특수행정법인인 일본국제교류기금 초청으로 2005년 시즈오카현립대학에서 1년 간 객원연구원 겸 연수특파원으로 근무했다. 일본 방위성 주선으로 현직 기자 최초로 육해공 자위대를 현지에서 취재, 2008년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 자위대>(중앙M&B)를 펴냈다. <2014-2015 한국군 무기연감>(디펜스타임즈) 제작에 공동 필자로 참여했다. 현재 조선뉴스프레스 월간조선부 차장으로, 국방·안보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