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19/ 정치5/ 정당 이야기3/ 정당의 역사 - 더불어민주당 - 국민의당 - 바른정당 - 정의당
대한민국19/ 정치5/ 정당 이야기3/ 정당의 역사 - 더불어민주당 - 국민의당 - 바른정당 - 정의당
■더민주당
2015.12.31민주당 당명 변천사
호남 출신들이 野 탈당 주도…
親盧 중심으로 치렀던 선거 연패하면서 호남 돌아서 전남 머무르는 손학규 측근 김유정 前의원도 탈당 의사 주류 "탈당파는 호남 기득권…
호남민심은 이들 교체 원해" 호남 출신 선대위원장 추진
야당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DJ(김대중 전 대통령)·호남과 친노(親盧)·운동권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약칭 더민주당) 탈당(脫黨)의 선두 대열에 광주·전남 의원들이 앞장섰고, DJ의 정치적 후계자인 박지원 의원과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가 다음 달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출신 탈당파들은 "원래 우리가 주인이었는데 어느새 객(客)으로 밀려났다. 호남이 밀려난 중심에 친노·운동권이 자리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신민당-민주한국당-통일민주당-민주당-새정치국민의회-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조선일보 정우상 기자
2016.03.08 한국 야당의 계보, 그리고 안철수가 맛이 가게 된 이유는?
야권(野圈)을 통틀어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누가, 어느 계열이 과연 야권(野圈)의 적통을 계승하고 있는가? 이게 헷갈린다는 것이다. 착시(錯視) 현상이다. 왜 이렇게 됐나?
1948년의 대한민국 건국 세대엔 이승만 박사 직계(直系)와 한민당-민국당 계열, 두 흐름이 있었다. 이승만 박사 직계는 '독립촉성중앙협의회'에서 자유당으로 진화했다. 한민당-민국당은 민주당으로 통합되었다.
민주당에는 조병옥 박사의 구파(舊派)와 장면 박사의 신파(新派)가 있었다. 구파는 보다 더 보수적인 의회민주주의자들이었고 신파는 한결 자유주의적인 의회민주주의자들이었다. 양자 사이엔 만만찮은 권력투쟁과 노선투쟁이 있었다. 그러나 열성적인 '친(親)대한민국-반(反)김일성 집단'이라는 점에선 전혀 차이가 없었다.
1960년대에 민주당은 박정희 정권에 대해 치열한 '반(反)독재 민주화 투쟁'을 벌였다. 이 때의 민주당에는 구파 출신 김영삼 계열과 신파 출신 김대중 계열이 있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이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았다. 김영삼은 그 전에 이미 노태우, 김종필과 함께 민주자유당을 만들었다. 이 때 이 '3당 합당'에 가담하지 않은 계열은 김대중을 따라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으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은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포위작전을 돌파하기 위해 재야 민주화운동 세력을 본격적으로 껴안았다. 당시의 재야 민주화운동 세력에는 체제변혁 학생운동-민중운동이 이미 착실하게 침식해 있었다. 이들은 김대중 민주당이 김영삼 민자당보다는 한결 '진보적'이라고 간주해 김대중을 '비판적으로 지지하기로' 했다. 김대중 역시 386 학생운동을 '새 피 수혈' 명분으로 끌어안았다. 386 운동권은 그 후 김대중 민주당의 주요 계파로 성장해 금배지를 달았다.
노무현이 집권하자마자 그러나 이들 386들은 김대중 민주당의 '박힌 돌'인 동교동계를 밀어내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이때부터 한국 야권은 386 체제변혁 세력에게 먹혀버렸다. 요즘 말하는 '친노(親盧) 패권주의'는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대한민국 야당이 '충성스러운 반대당(loyal opposition)'에서 '체제 변혁적 야당 (disloyal opposition)'으로 바뀐 계기였다.
이들은 말이 '전통야당'이지 실제로는 '한민당-민국당-조병옥 민주당-장면 민주당'과는 이념적으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니 오히려 그 전통을 전면 배척하는 이질(異質) 분자였다. 이게 오늘의 더불어 민주당의 실세, 친노-친문(親文) 계열의 내력이요, 정체요, 족보(族譜)다.
국민의 당 선발대(안철수, 유성엽, 황주홍, 박주선 등)는 바로 이 친노-친문 패권주의가 싫어서 분가(分家)해 나간 '분노한 호남 민심'이었다. 이 분노엔 상당한 보편적 정당성이 있었다. 호남 바깥의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 있는 정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판국에 급박한 문제가 발생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전면중단하고, 유엔 안보리가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가결시키고, 한-미 동맹군의 대대적인 연합훈련이 개시되는 등, 국내외 안보환경이 '당근 시대'에서 '채찍 시대'로 급전직하(急轉直下)로 바뀐 것이다.
이 급변한 정세하에선 '운동권 프레임'을 '낡은 진보'라고 배척한 안철수라면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유엔 안보리-한-미 동맹의 '이빨 있는 대북 제재'를 '전폭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비판적 지지' 또는 '조건부 지지' 정도는 했어야 한다. 그래야 그가 한 말(안보는 보수)의 앞뒤가 맞는다.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안철수의 '제3의 길'은 맛이 가기 시작했다. 그의 '제3의 길'은 우(右) 클릭이 아니라 좌(左) 클릭이었던 것이다. 안철수 노선은 결국 "죽도 아닌 것이, 밥도 아닌 것..."으로 제풀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그러나 이것으로도 끝나는 게 아니었다는 데 있다. 문재인이 '바지 사장'으로 앞세운 김종인이 어럽쇼 이게 웬일, 안철수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단순한 찬반(贊反)으로 대할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궤멸할 것이다" "햇볕정책도 시대가 달라졌으니 고쳐야 한다"라며 의외의 역발상(逆發想)과 역주행(逆走行)을 한 게 아닌가?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종인은 "야권통합 하자"며 툭 한 마디 던졌다. 이것 하나로 국민의 당은 순식간에 모래알로 돌아갔다. 김종인의 방법론적(methodological) '신(神)의 한 수'였다. 야당의 적통은 누구이고,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이냐의 오늘의 그쪽 동네의 헷갈림은 이렇게 해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결론을 내리자. '친노-친문 패권주의'를 차버리고 나간 안철수의 분당 행위는 대한민국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는 한결 정당성을 확보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반대함으로써 자신의 '분당 명분'을 스스로 완벽하게 죽여 버렸다. 대의(大義)와 리더십의 두 측면에서 그는 '완전 우습게' 돼버린 모양새다. 중도 보수 유권자도 그를 떠났다. 대권주자로서도 그는 4위로 밀려났다. 안철수의 한계랄까.
그러면 김한길 천정배는 어떤가? 이들은 불과 한 달도 채 될까 말까 하는 사이에 친노-친문 계열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뜨겁게 토론한 끝에' 갈라섰다가, 요즘엔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표정을 싹 바꾸어 '야권 통합' 또는 '선거 연대'를 내비치고 있다. 그렇다면 김한길 천정배에 대해서도 온 동네가 들썩하고 그들이 과연 옳은지 그른지를 철저히 한 번 가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세상에 그럴 수가? 차버린 마누라가 나중에 다시 보니 아차 싶던가?
그렇다면 김종인은 과연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이 사람이 대체 누구인가? 필자는 소시(少時) 적부터 그를 멀리서 관찰해 온 사람이다. 애정도, 우정도, 친분도 전혀 없이, 그냥 옛날 옛 적에 김병로 대법원장의 손자라고 하기에 한두 번 조우한 게 그와 필자 사이에 있었던 이 세상 인연의 전부다. 결론적 인상이라면? 비(非)호감'이었다.
이 썩 즐겁지 않은 인상을 뒷받침 한 게 그의 한 세상 사는 방법이었다. 대체 무슨 재주 있기에 그는 전두환-노태우에 그치지 않고 그 후로도 줄곧 여당-야당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비례대표 4선을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단 말인가? 험난한 현대사의 고비 고비를 거쳐 오면서 남들은 이만 큼 모진 목숨 부지하기도 힘들었는데, 그는 어찌해서 단 한 번의도 차질도 없이 저리도 끈질기게 역대정권에서 예외 없이 발탁되곤 했나? 심지어는 박근혜 선거운동 때까지도 말이다. 도대체 그 비결이 뭔가? 이게 과연 말 되는 소리인가?
그런 그가 지금 정계와 미디어의 최고 뉴스 메이커로 각광받고 있다. 이건 그러나 신기루이고, 신기루로 끝나야 할, 순(純) 착시 현상이다. 세상에 이럴 수는 없다. 그가 술수(術數)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의 단수(段數)는 그래서 최소한 김무성보다는 위다. 그러나 본질에 있어, 그리고 정통성 족보상 그는 세상이 두 쪽 난대도 야당의 적통은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야당의 적통은 역시 일관성에서 나와야 한다. 김종인이 여-야를 넘나들든 말든 그건 그의 자유다. 그러나 그런 갈지자 거름의 당사자가 야당의 총수가 된다는 건 하늘의 법도가 있는 한에는 말이 안 된다. 왜냐고? 그냥 그렇게 느낀다, 어쩔래?
이런 그를 두고 보수 담론 계(界) 일각마저 '김종인 대통령' 운운한다니, 선거판이 오니까 세상이 마구 미쳐 돌아가고 있다. 본질이 아무리 부적격일지라도 시정(市井)의 뉴스 메이커만 되면 아무에게나 '대통령' 운운을 붙여줘도 괜찮은가? 한국 보수 담론계의 도덕적 판단력이 이 지경까지 추락했다는 뜻이라면 그건 정말 "맙소사!!"다.
'결론의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 그만 눈 씻고 깨어납시다. 그래서 세상과 사람들의 겉과 속을 분명하게 바라봅시다" .
글 | 류근일 언론인, 전 조선일보 주필
2014.08.13 '야당 5大 고질병'
① 場外 지도부에 휘둘려
② 정치 기본인 '타협' 금기시
③ 소수 강경파만 큰 목소리
④ 비난 두려워 입 닫는 중도파
⑤ 대표 뽑아놓고 인정 안해
야당의 세월호특별법 합의 파기를 계기로 야당의 적폐(積弊)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금처럼 타협을 범죄시하고 목소리 큰 소수에 다수가 압도당하는 고질병을 치유하지 못하면 '만년 야당'에 머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야당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장외(場外)의 야당 지도부'를 포함해 5가지 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목소리 큰 소수 지난 11일 세월호 합의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는 70여명이 참석했고, 이 중 30여명이 발언을 했다. 이 중 3분의 2가 합의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지만 이는 새정치연합 의원 전체인 130명에 비하면 소수다. 전날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는 서명에 참여한 의원도 모두 46명으로 전체 의원의 35%에 그쳤다. 발언 의원들도 야당 텃밭을 지역구로 두고 있거나 민심과 직접 부딪친 선거 경험이 없는 비례대표들이다.
◇타협은 죄악, 대안은 NO 지난 2004년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다수파는 국보법 개정을 추진했다. 국보법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유인태 의원조차 폐지보다는 개정 편에 섰다.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한나라당과의 타협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당시 강경파들은 국보법 폐지를 고집하며 다른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국보법은 한 자도 고치지 못했다. 유인태 의원은 "강경파들 때문에 국보법 개정조차 못 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타협과 협의를 비난하는 이들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으로 대안도 내놓지 않는다. 그런 풍토는 세월호 합의안 파동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눈치 보는 중도파 반면 중도파는 말이 없다. 비난이 두려워 입을 닫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선 의원은 12일 "세월호 때문에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기서 다른 소리를 하면 바로 정치적으로 고립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직 지도부였던 한 인사는 "개인적으로 만나면 법안에 찬성한다던 의원들도 막상 의원총회에 가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도 못한다"고 말했다.
◇리더를 인정하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선으로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선출하지만 이들이 리더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축하 꽃다발을 받는 그 순간뿐이다. 야당 관계자는 "리더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리더는 정치적 행위에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지금 야당에는 이 원칙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야당 리더 중에는 타협과 협의의 모양새를 취했다가 '역적'으로 몰렸던 이들이 여럿 있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전병헌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연말 예산안 처리 때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에 합의했다가 당내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로부터 1년 전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에도 여당과 새해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일부 강경파가 예산안 '부대 의견'에 포함된 제주 해군기지 예산을 문제 삼아 시간을 끌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의총에서는 원내 지도부에 대해 "정체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진표 전 원내대표도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합의했다가 곤욕을 치렀고,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도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참석했다가 당내 반발을 샀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언제부터인가 누가 대표가 되든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이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합의만 해오면 뒤집히니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는 "지금 야당에 계파의 수장은 있어도 정치적 리더는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경화 정치부 기자
2015-05-09 막말하고… 사퇴하고… 노래하고… ‘봉숭아학당’ 새정치聯
▲8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막말 파문으로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전날 비노(비노무현)계 이종걸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친노(친노무현)-비노’의 투톱 체제로 계파 간 균형이 잡히는 듯했지만 하루도 못 간 것이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로 인한 혼선과 분열을 진정시키려던 문재인 대표 체제도 휘청거리게 됐다. 문 대표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과했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끝내 사과를 거부해 문 대표의 지도력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당내에서는 “‘당대포’를 자처한 정 최고위원이 문 대표의 뒤통수를 친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 정청래 “공갈치는 게 더 문제” 주승용 “치욕적”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이번 주까지 (발언을)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문 대표가 아무 말도 없어 입이 간질간질해 한마디 하겠다”고 말하자 문 대표도 멋쩍은 듯 이를 드러낼 정도로 웃었다.
4·29 재·보궐선거 광주지역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주 최고위원은 4일 “선거 참패는 ‘친노 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며 문 대표에게 패권정치 청산을 위한 방안 등을 밝히라고 요구해 왔다.
주 최고위원이 8일 작심한 듯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제갈량의 3공(공개, 공정, 공평)의 원칙을 세우는 데 당분간 진력해 나가자”고 말하자 문 대표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다음 발언자인 정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공개, 공정, 공평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발끈한 주 최고위원은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공개 석상에서 정말 치욕적이다. 저는 사퇴한다. 지도부도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 난장판 속에 ‘봄날은 간다’ 부른 유승희
이후 주 최고위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답변을 기다렸으나 돌아온 것은 폭언이었다”며 “이것이 바로 패권정치의 폐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 최고위원이 과했다. 적절한 방법으로 사과를 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사과하지 않았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다음 “어제 경로당에서 인절미에 김칫국을 먹으며 노래 한 소절 불러드리고 왔다”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봄날은 간다’의 한 소절을 불러 빈축을 샀다. 회의장 주변에선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유 최고위원은 비난 여론이 커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는데 제 의도와 달리 많은 분들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썼다.
한편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로 박지원계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옛 손학규계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갑)을 임명했다. 공동 원내수석부대표 체제도 그렇지만 두 명 모두 호남 의원을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2015.09.11 野중진, 일제히 文 비판… 더 커지는 野갈등
['재신임 선언' 거센 후폭풍]
박지원 "또 한 번 分黨의 길로 가는 촉매제 준 것"
안철수 "대표의 미래 아닌 黨의 미래를 걱정해야"
汎친노 좌장 정세균마저 "더 이상 참기 어렵다"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중진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이 10일 일제히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문 대표 회견 이후 당내 갈등이 더 커진 셈이다. 비주류 측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 대표 측은 반대 입장이다.
비노(非盧)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던져 당이 또 누란(累卵)의 위기에 진입했다"며 "재신임 투표 찬성·반대파로 나뉘어 또 한 번 분당의 길로 가는 촉매제를 준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재신임 방식에 대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됐기 때문에 전당대회에서 신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표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금은 대표의 미래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며 "(재신임 투표를 하면) 혼자 살고 배는 가라앉겠네요"라고 했다. 안 의원은 "공천 룰에 집착해서 혁신의 본질을 비켜 가는 것은 국민과 당원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라며 "재신임이 문제가 아니라 당이 사는 근본적 혁신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시인 이상의 글을 올렸다. 이는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를 '기교'에 비유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보다 진정성 있고 효과적인 재신임 방법으로 조기 전대를 통해 당원들의 뜻을 묻는 게 좋다"고 했다
문 대표와 가까운 범주류로 분류되는 정세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재신임하자는 게 당원이나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인지 평가해봐야 한다"며 "내가 제안한 야권 연석회의와도 방향이 다르다"고 했다. 정 의원은 "그동안 정도(正道)를 존중하며 참을 만큼 참았지만 더 이상 참기 어렵다"며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 거취 문제까지 포함해서 결정하고 이 결정대로 따라야 한다"고 했다. 오영식 최고위원도 "문 대표의 일방적 제안이 적절하지 않다"며 "지도부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인지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비주류 측은 주로 조기 전대를 통해 문 대표 신임을 묻고, 지도부를 새롭게 구성해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 대표 측이 조기 전대에 반대하면 현실적으로 실시하기가 쉽지 않다. 문 대표와 가까운 노영민 의원은 "전당대회 요구는, 당은 어찌 되든 일단 문 대표를 흠집 내고 보자는 발상"이라며 "잿밥에만 관심 있는, 당내에서도 아주 극소수의 의견일 뿐"이라고 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조기 전대론은 갈등과 분열의 상처를 더 깊고 크게 하자는 것으로 물리적 시간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문 대표가 언급한 '야당 지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 권리 당원 투표 50%'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비주류 측의 반대에도 문 대표 측은 재신임 투표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재신임 방식을 두고 주류·비주류 충돌이 커지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임시 전당대회를 연다'는 당헌 16조 조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또 현실적으로 조기 전대가 어렵기 때문에 16일 중앙위에서 혁신안을 부결시키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녹용 정치부 기자
2015.08.21 韓, 첫 여성 총리에서 첫 '收監 총리'로
[한명숙 유죄 확정] -역대 총리들의 수난史
14명은 검찰 조사받고 7명은 재판까지 받아
한명숙(71) 전 총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실형(實刑)을 살게 된 총리 출신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동안 검찰 조사를 받거나 법정에 선 전직 총리는 여럿 있었지만, 수감 생활을 하는 사람은 한 전 총리가 처음이다.
1944년 평양에서 태어나 월남한 한 전 총리는 1974년 한국크리스천아카데미 간사로 여성 운동에 뛰어들었다. 1979년 동료 간사들과 함께 구속돼 2년 6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하다 특별사면으로 석방되기도 했다. 이후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내면서 '한국 여성 운동의 대모'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999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2000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환경부 장관에 임명됐고, 2006년 4월부터 1년 가까이 '사상 첫 여성 총리'를 지냈다.
해방 후 44대 황교안 현 총리까지 총리를 지낸 40명(장면·백두진·김종필·고건 전 총리가 두 번씩) 중 한 전 총리를 포함해 14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회창 전 총리는 2004년 '차떼기 사건'으로 알려진 불법 대선 자금 수사 때, 이해찬 전 총리는 '3·1절 골프 파동' 때 검찰에 소환됐지만 무혐의로 처리됐다.
검찰 조사에 이어 재판까지 넘겨진 전직 총리는 한 전 총리를 포함해 7명이다. 장면 전 총리는 5·16 뒤 군사정부 전복을 음모했다는 '이주당 사건'에, 장택상 전 총리는 '대통령 입후보 등록 방해 사건'에 연루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종필·이한동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994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박태준 전 총리는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 공소취소 처분을 받았다. 최근에는 이완구 전 총리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박상기 기자
2015-09-11 진중권 “천정배-안철수 만남, 엽기적 구태…한심한 인간들”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신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당의 혁신안에 비판적인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회동에 대해 “구태 중에서도 저런 엽기적 구태는 처음 본다”며 “한심한 인간들” 이라고 질타했다. 진 교수는 10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쓴 새정치연합의 내홍을 비판하며 그 원인을 분석하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새정연 사태에 대해 한 마디. 전국적 승리를 위해선 지역색을 벗거나 벗으려 한다는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데, 그 당 의원들이 거꾸로 호남 지역주의를 노골적으로 표방하는 것은…”이라고 궁금증을 유발한 뒤 “그들 스스로 총선승리나 정권교체는 물 건너갔다고 본다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이어 “남은 것은 자기들 이권”이라며 “그래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바바리맨’이 되어 바지 까고 적나라하게 지역주의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철수-천정배 만남…구태 중에서도 저런 엽기적 구태는 처음 본다. 한심한 인간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안 의원과 천 의원은 9일 오전 10시부터 40분간 국회 안 의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 의원은 천 의원에게 복당을, 천 의원은 안 의원에게 신당 참여를 요청하면서 의견 차를 보였으나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 하고, 지금 야당의 혁신으로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호남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진 교수의 글.
그는 “정권 교체보다 급한 게 야당 교체인 듯”이라며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만 돼도 야당교체가 이루어지거나, 최소한 새정연이 위기의식을 느껴 제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거다. 뭔 지랄을 해도 제1야당 지위를 유지하니, 저 지랄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저 지랄이 어떤 지랄이냐 하면, 조금이라도 유권자들을 생각하면 인두겁을 쓰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지랄”이라며 “자기들이 뭔 지랄을 해도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싫어서 결국 자기들 찍을 수밖에 없다는 배짱에서 나오는 배 째라 지랄”이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새정치연합 지지층을 향해 “새정연 지지하는 분들, 배 째달라고 하는데, 확실히 째 드리세요. 다시는 저 지랄 못하게”라게 주문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2015.12.12 "文사퇴" "그러는 당신 먼저" 野 곳곳 싸움판… 分黨 째깍째깍
문재인 앞에두고 최고위원이 "사퇴하라" 직격탄 중진 회의에 文측근 들이닥쳐 "중진들 먼저 용퇴" 기존 계파갈등에 세대갈등까지 더해져 감정 폭발
새정치민주연합은 11일 내일 당장 분당(分黨)된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이곳저곳에서 피아(彼我) 구분 없는 '만인(萬人)의 투쟁'이 전개됐다. 당 대표와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표 면전에서 사퇴를 요구했고, 문 대표 사퇴를 요구한 중진들에게 486 의원은 "먼저 용퇴(총선 불출마)부터 하라"고 했다. 친노(親盧)·비노(非盧)나 주류·비주류 같은 기존 계파 갈등에 세대 갈등과 누적된 감정까지 폭발했다.
기존 최고위 참석 멤버 중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오영식 최고위원,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이 빠진 채 진행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유승희 최고위원이 문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유 최고위원은 "문 대표는 사퇴하고 당헌에 따라 통합 전당대회 준비위를 책임지고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그동안 문 대표와 같은 주류 쪽에 속한 의원으로 분류돼 왔다. 유 최고위원의 기습적 사퇴 요구에 문 대표는 초점 없이 정면을 응시했고, 전병헌 최고위원은 고개를 돌렸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그런 의견이 있다면 따로 조용히 논의해 수습해나갈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마이크로는 멋지게 들려도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들의 사퇴와 회의 불참, 잔류 최고위원들의 분열로 지난 2월 선출된 야당 지도부는 이날 와해된 모습이었다.
▲"文사퇴 촉구" "물어는 봤나" 호남 당원들끼리도 갈등 -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광주·전남북 기초의원협의회 회장단이 11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표의 사퇴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오른쪽 사진). 이날 회견에는 문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참석해 '당원들에게 물어는 보셨습니까?' '어느 국회의원 사주받고 기자회견을 하십니까'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왼쪽 사진). /연합뉴스
같은 시각 국회 부의장실에선 3선 이상 야당 중진 의원 15명이 모여 현 지도부를 대체할 비상대책위 구성을 요구하며 사실상 문 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비주류뿐 아니라 문희상, 유인태, 원혜영 의원 등 문 대표에 우호적인 중진들도 대부분 참석했다.
그러나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회의 내용을 발표하던 순간, 486 그룹의 최재성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와 "비대위의 전당대회 개최는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최 의원은 총무본부장(사무총장에 해당)으로 문 대표 지도부의 핵심이다. 최 의원은 "중진들이 먼저 용퇴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진정성을 이해할 수 있다"며 "전부 황금지역구의 중진들이…"라고도 했다.
강창일 의원은 "거참, 따로 이야기하지 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느냐"며 불쾌해했다. 최 의원은 따로 기자회견도 열어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는 중진들 중재안을 '봉합'으로 규정하면서, "문 대표가 기존의 봉합으로 회귀한다면 저부터 문 대표와 헤어질 것"이라고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중진들의 중재안을 분열을 막기 위한 시도 보다는 기득권 지키기로 보는 것이었다.
문 대표도 중진들의 퇴진 요구에 "재신임 정국 때 중진들 중재안을 내가 수용하면 앞으로 흔드는 일이 없겠다고 약속했는데, 돌아서자마자 계속돼 지금에 이르게 됐다"며 "중진들도 조금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상황을 수습하는 노력을 해달라"며 불만을 표했다.
최근 야당에서는 물리적 폭력 행사만 없을 뿐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험한 말들이 오가는 등 감정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비주류인 '구당(救黨) 모임'에서 문병호 의원은 "친노는 그동안 과실을 먹었으니까 계속 먹어야 하나. 안 의원은 그동안 정치적 기부(寄附)를 해왔으니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참석 의원이 문 대표를 계속 '문재인'으로 부르자, 다른 의원은 "그래도 당 대표인데, 문 대표로 불러줘야지"라며 비꼬기도 했다.
주류 측 강기정 의원은 지난 10일 최재천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겨냥해 "정무직 당직자들이 당의 신용카드를 쓰면서 당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했다. 문 대표도 이종걸 원내대표 와 통화에서 비주류 의원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지도부나 흔들고…"라고 했다.
중앙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새정치연합 전남도의원 52명 중 44명은 이날 "문 대표와 당 지도자들에게 살신성인의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며 문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중대한 결단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상 기자
2015-12-30 속속 짐싸는 비주류… 동교동계 “탈당 쓰나미 시작됐다”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카드를 꺼내 든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호남 인사 영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 내분을 수습하고,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서다. 그러나 비주류의 탈당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날 최재천 권은희 등 현역 의원에 이어 29일 김유정 전 의원 등 전직 의원들까지 탈당 선언이 이어졌다. 당내에선 “2007년 열린우리당 붕괴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동교동계, “쓰나미는 시작됐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문 대표가 선대위원장 가운데 한 분으로 호남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분을 영입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김준태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 대표 측이 영입하려 했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주류의 이탈은 더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날 인천 중-동-옹진 지역위원장인 한광원 전 의원과 인천 민주연합청년회 이상섭 지부장 등 회장단은 탈당을 선언한 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대통령 선거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전 대표의 대변인을 지낸 김유정 전 의원은 “탈당한 뒤 광주 북갑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이곳은 광주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친노(친노무현) 주류로 분류되는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다. 김 전 의원 역시 안 의원 신당 합류를 고려하고 있다.
동교동계도 문 대표와의 결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동교동계의 이훈평 전 의원은 “문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거론하지 말라’고 하니 더 해 볼 게 없다”며 “(탈당) 쓰나미가 시작됐다. 내년 1월 10일쯤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야권 통합이 안 되면 (당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문 대표는 내년 1월 8일 새로운 당의 로고를 공개하며 사실상 재창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주류는 그 즈음에 대규모 탈당을 예고하고 있어 야권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김한길, 열린우리당 와해 작전 재연?
문 대표와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의 ‘강 대 강’ 대치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이 주도했던 ‘2007년 열린우리당 와해 작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선도적으로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을 거쳐 대통합민주신당을 결성했다. 의원들의 ‘탈당 러시’를 막을 수 없었던 열린우리당은 결국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되면서 간판을 내렸다. 김 의원의 적극적인 주도로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의원, 김근태 전 의원 등이 흩어져 있던 범여권은 대통합민주신당 깃발 아래 하나로 모였다.
김 의원이 이번에도 비슷한 시나리오로 안철수 신당과 국민회의 창당을 준비 중인 천정배 의원 등을 결국 하나로 통합하는 데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더민주당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탈당 의원들이 안 의원과 천 의원의 신당에 합류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당장 전날 탈당한 최재천, 권은희 의원이 각각 안 의원과 천 의원에게로 흩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관계자는 “2007년 당시 김 의원은 외곽으로 나가 본진(열린우리당)을 허물어뜨리고 새집을 지었다”며 “문 대표가 완강히 버티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당시와 비슷한 행보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2007년 당시 김 의원은 탈당의 선두에 선 반면 지금은 탈당과 관련해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게 다르다. 김 의원 측은 “야권 통합과 관련한 길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2016.05.05 '이희호 마케팅'도 이제 좀 그만 하길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다는 논란을 보면서 그것의 사실 여부도 문제지만 이 여사를 놓고 벌이는 야권 인사들의 알현·아첨 행태 역시 혐오스럽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 인사들이 김 전 대통령 사후(死後)에 이제는 그 부인에게서라도 무슨 도장을 받겠다고 때만 되면 몰려가 벌이는 아부는 이제는 거의 희극적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도를 넘었다. 정치적 이용과 구걸이 뒤섞여 민망할 지경이다.
야권이 분당된 뒤인 올해 1월 더민주 문재인 대표 일행 10여명이 이 여사를 찾아가 단체로 방바닥에 앉은 채로 의자에 앉은 이 여사를 올려다보면서 "잘해보라"는 말 한마디라도 끌어내 보려 안간힘을 쓰는 장면은 영락없이 선생님 발밑에 꿇어앉은 초등학생들이었다. 며칠 뒤에 뒤질세라 이 여사를 찾은 안철수 대표는 이 여사의 덕담을 과장해 발표했다가 문제가 되자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전 대통령 부인과의 대화가 뭐라고 주요 정치인이 몰래 녹음까지 해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있을 수 없는 일로 이 여사께 큰 결례를 범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조아릴 정도는 아니었다. 녹음한 비서는 파면됐다. 이 여사가 누구는 20분 만나고, 누구는 10분 만났다는 걸로 경쟁도 벌인다.
이 여사는 올해로 94세다. 최근까지 낙상(落傷)으로 입원해 있었다. 젊은 시절 여성운동을 한 재야인사 중 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평생은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이었다고 하는 것이 옳다. 독자적으로 구축한 정치적 영역이 있을 리 없다. 지금 고령의 이 여사에게 '힘'이 있다면 '김 전 대통령이 살아 있다면 누구를 좋아했을까'를 '감별'하고 '성수'(聖水)를 뿌려줄지를 결정하는 권한일 것이다. 총선 사흘 전인 지난 4월 10일 권노갑씨가 "이희호 여사를 만나 안철수당 입당 허락을 받았다"고, 이 여사가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밝히기도 했지만 실제 이 여사가 자신의 '힘'을 어느 정도나 행사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여사가 날아오는 부나방들에게 손을 내저었다면 이런 꼴불견들이 아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2월엔 김 전 대통령 3남인 김홍걸씨가 더민주에 입당해 박지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방송에 나와 "이희호 여사가 (홍걸씨의 더민주 입당은) 김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박 원내대표와 홍걸씨는 원수지간처럼 됐다. 이번에 박 원내대표가 '이 여사가 내게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다'고 하자 홍걸씨가 즉각 나서서 "어머니께 여쭤보니 전혀 모르시더라"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도 가만있지 않고 "이 여사가 써 준 편지가 있다"고 재반박했다. 누구 말이 맞든 고령의 전 대통령 부인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들 수나 있는 것처럼 치고받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어이가 없다.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거의 동시에 비리 논란에 휘말린 세 아들을 세간에선 '홍(弘)삼(三) 트리오'라고 불렀다. 이들은 절제라는 것을 모른다. 트리오 중 첫 아들은 당시 이미 국회의원이었고 거액의 뇌물수수로 감옥까지 갔다 온 둘째도 의원으로 당선됐다. 모두 아버지 고향이거나 부근에서 출마한 것이었다. 그러더니 역시 비리로 유죄를 받은 셋째까지 나서 엄마가 무슨 말을 했느니, 안 했느니 따지는 걸 보면 이들은 누구의 부인, 누구의 자식이란 걸 당연한 권력으로 아는 모양이다.
야권 정치인들이 이 여사를 알현하는 것은 물론 호남 표 때문이다. 이 여사에게서 한마디 덕담이라도 듣거나 그 아들을 같은 편으로 데리고 있으면 호남 민심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한때 3김씨 모두가 몰표를 얻는 지역을 갖고 있었지만 다른 두 김씨의 경우엔 본인이 사망하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집단성, 연결성도 자연스레 희석됐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 주변만 끈질기게 그 줄을 붙잡고 매달려 있다. 유달리 존경심이 깊은 것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그 부인과 아들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겠다고 경쟁하는 것은 본인들의 밑천 없음을 드러내는 것만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까지 부끄럽게 한다.
이 꼴볼견은 이 여사가 원해서 만든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 여사가 찾아오는 정치인들 면전에 대고 "나한테 올 시간에 국회에서 법안 심의나 제대로 하라"고 일갈했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이 볼썽사나운 '이희호 마케팅'을 유권자들이 강제로 끝내지 않고 스스로 없앤다면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 본인, 그리고 다른 가족 모두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양상훈 논설주간
2016-11-17 제1야당 대표의 품격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표의 뜻이란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받아들이세요?”(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뜬금없이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14시간 만에 철회한 14일 저녁. 민주당 비상의원총회에서 십자포화를 맞고 나온 추 대표에게 던진 기자들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질문의 수준을 높입시다.”
돌아온 대답은 뜬금없었다.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엷은 미소였지만 날이 잔뜩 서 있었다.
지난 주말 ‘100만 촛불’의 민심을 목격한 청와대와 국회가 어떤 수습카드를 내놓을지는 모든 국민의 관심사였다. 그런 시국에 제1야당 대표의 일성이 “단독 영수회담”이었으니 그 제안의 배경과 의미를 따져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앞서 7일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안을 전하러 국회를 찾은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추 대표였다. 그랬던 추 대표가 대뜸 대통령에게 대화를 제안했으니…. 정치 5, 6단쯤 된다는 중견 정치인도 추 대표의 ‘한 수’를 섣불리 해석하길 주저했다. 혹자는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몇 수 앞을 내다본 치밀한 계산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14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묻지 않아도 추 대표의 소상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 백번 양보해 공개하기 힘든, 말할 수 없는 정치의 영역을 인정한다 해도 ‘질문 수준’을 운운하며 적당히 뭉개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순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째려보는 눈빛이 떠올랐다.
“가족회사 자금을 유용한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우 전 수석은 질문을 던진 기자를 한참 노려봤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렇게 꼬집었다.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기자에게 저런 ‘눈알 부라림’은 할 수 없을 텐데 말입니다.” 국민적 관심사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답변해야 할 사회 지도층의 태도라는 면에서 ‘우의 눈빛’과 ‘추의 답변’은 다를 바 없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대통령이 도대체 누구와 국정 운영을 논의했는지 모르겠다는 의혹에서부터 출발해 엉망진창이 된 시국이다. 그 시국을 정리하겠다고 나선 제1야당 대표가 갑작스러운 회담을 제의했는데, 역시 누구와 논의했는지 도무지 아는 사람이 없다. 당내에서조차 “우리가 최순실 당이냐”라는 성토가 터져 나왔다.
대통령비서실장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가 자신도 알지 못했던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나자 망신을 당했다. 추 대표의 비서실장도 진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일 아침까지 “청와대의 언론 플레이일 것”이라는 대답을 내놨다고 한다.
대통령의 90초짜리 녹화 사과가 ‘불통’이란 걸 누구보다 매섭게 지적한 추 대표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끄는 당이 대안세력이 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허물이 되는 이유가 본인에게 적용할 때만 예외가 될 순 없다. 제1야당의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속이 뒤틀린다고 말을 비틀어 내뱉을 정도로 가벼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줄여서 ‘내로남불’)이라는 식의 태도는 리더십의 바닥만 드러낼 뿐이다.
조영민 채널A 정치부 기자 ym@donga.com
2016년 11월 25일 품격 잃은 선동으론 受權정당 못 된다
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이 통치력을 잃고 국민은 패닉을 느낄 정도로 충격을 받고 있다. 나라가 국정 공백 상태에 빠져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 국가적인 위기의 순간에 적지 않은 정치인, 특히 야당 정치인은 여론을 등에 업고 군중의 힘으로 연일 대통령 하야(下野)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정치인들이 헌법적인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고 나라의 위기를 민주적인 국가답게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길거리나 광장에 나가지 않고 말없이 관망하며 침묵하는 다수는, 볼테르가 말했듯이 “법률에 의존하는 정치가 최상의 정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당 정치를 기본 정체(政體)로 하는 민주국가에서는 어느 한 정당이 다른 당과 경쟁해서 정권을 쟁취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다. 그러나 정권을 쟁취하는 과정이 정당해야 하고 수권(受權) 능력이 갖춰져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분명히 보여줄 때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야당 정치인들이 보이는 성급한 작태는 그들의 수권 능력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북한 인권 문제의 유엔 표결을 김정일의 허락을 받아 결정했다고 의심을 받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헌법적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과 외교권을 내려놓으라고 하는가 하면, 숙명여대 강연에서는 “국가적 위기지만 우리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누가 그들에게 권력을 준다는 말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검찰, 언론, 재벌 대기업의 특권 카르텔”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자극적인 말을 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분을 금치 못하게 했다고 한다.
정치적 동지였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먼저 제의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광주에 가서는 “박 대통령이 미용을 위해 2000억 원”을 썼다는 말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추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살수차에 물을 끊는 게 아니라, 청와대의 식수를 끊겠다고 할지도 모른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박원순 시장 역시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주장하며 야당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22일 서울시장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배석한 그는 국사에 관한 문제를 듣기보다는 얼굴을 붉히며 최순실 사태에 책임을 지고 국무위원 전원이 사퇴하라는 정치 공세를 폈다고 한다. 그는 그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한 그 말이 “국민에게 위안이 될 것” 운운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특검까지 재가를 했다니, 기다려 보는 것도 선진 민주주의를 연습하는 정치가 되겠다.
야당이 진정 집권을 원한다면 무엇보다도 선동정치를 멈추고 대안(代案) 세력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품격 있는 자세로 국민 앞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주정치를 선진적으로 실천하는 기본이다.
비록 전쟁 중이라도 잡혀 온 적장(敵將)에게는 인간적인 예의는 갖춘다고 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말이 곧 행동”이라고 했다. 이렇게 거칠고 품격 없는 말 쏟아붓기를 계속한다면, 국민은 그들의 수권 능력과 정체성에 대해 회의(懷疑)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찍이 고대 로마의 디오니시우스는 “나라를 멸망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동 정치가들에게 권력을 맡기는 일”이라고 했다.
문화일보
2017.01.24 누드화에 朴대통령 얼굴 합성한 그림, 국회 전시 논란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주최… 마네의 '올랭피아' 그림을 패러디
與 "표현 자유 빙자한 인격 살인", 표창원 "예술에 대한 태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묘사한 그림이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전시회를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누리당 등에선 "풍자를 가장한 인격모독이다" "질 낮은 성희롱" 같은 비난이 나왔다.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는 지난 20일부터 '곧, 바이! 展'이라는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을 그린 작가들은 최근 논란이 됐던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논란이 된 그림은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이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적 누드화인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이다. 모델인 여성의 열굴에 박 대통령 얼굴을 넣었고, 배경이 된 침실 벽 쪽에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박 대통령이 잠을 자고 있었던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또 몸 위로는 박정희 대통령의 초상 사진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적힌 미사일, 박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박 대통령 옆에는 최순실씨가 '주사기 꽃다발'을 들고 있다.
/미디어펜 캡처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된 나체 상태의 박근혜 대통령 그림.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살인 행위"라며 "기독교 폄하, 포르노 옹호 발언, 최근 어르신 폄하에 이어 이번 풍자를 빙자한 인격모독까지 벌인 표 의원은 국회의원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본지 인터넷판 기사에도 표 의원을 비난하고 "3류 쓰레기" "이런 그림까지 전시하는데 표현의 자유를 누가 억압한다는 거냐"는 등의 수백 개 댓글이 붙었다.
이에 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시사 풍자 전시회를 열겠다고 작가들이 요청해 와 도와준 것일 뿐 사전에 작품 내용은 몰랐다"면서도 "풍자를 하다 보니 자극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긴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술에 대해 정치권력이 탄압했던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이 같은 전시회가 열린 것인데 표현의 자유 영역에 대해 정치권력이 또다시 공격을 한다는 것은 예술에 대한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정체성
2016.06.29 문재인이 생각하는 자주국방과 안보는 도대체 뭘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6·25 관련 글(6·25 66년, 대한민국의 자주국방을 생각합니다)을 보니 그의 역사 인식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문 전 대표는 현재 유력한 야당 대선후보 중의 한 명이며, 실제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를 한 전력도 있는 인사다. 더구나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내면서 권력의 핵심 책임자로 국정을 운영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이런 문 전 대표가 히말라야 트레킹 중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이라는 책을 읽었다며, 독후감과 함께 김 대령의 업적을 칭송하는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故 김영옥 대령은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국의 전쟁영웅이다.
문 전 대표는 김영옥 대령이 6·25 때 전공(戰功)을 세웠으면서도 역대 우리 정부의 훈장을 받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노무현 정부 때 수여), 이에반해 우리 군(軍)의 일부 고위 지휘관들이 전투마다 연전연패해 전선을 무너뜨리고도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문 전 대표는 6·25 때 전투마다 연전연패해 전선(戰線)을 무너뜨리거나, 전선을 무단이탈한 지휘관 등 무능한 군 지도부가 이후 참모총장이나, 국방장관 등으로 승승장구하였다고 강조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 전쟁 영웅인 김 대령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문제는 문 전 대표의 글 전반에 흐르고 있는 6·25 당시와 현재 우리 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다.
먼저 6·25 전쟁은 한 두 명 영웅의 힘으로 승리한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6·25는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지도력 하에 민관군(民官軍)이 3년 동안 일심단합으로 치룬 전쟁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위시한 우방국의 도움이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문 전 대표는 6·25 당시 우리 군 지휘부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당시 대다수의 우리 군 지휘부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 했다. 우리는 6·25 때 용맹을 떨쳤거나 임무 수행중 목숨을 바친 김백일, 백선엽, 정일권, 이용문, 김종오 장군 같은 수많은 지휘관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이런 지휘관들의 헌신과 장병들의 희생으로 자유민주주의 이념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이라는 신생 국가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들의 희생 덕분에 6·25 이후 이 땅에 살아가는 수천 만명의 후손들이 노예의 삶이 아닌, 자유의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역사의 어두운 면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는 있지만, 그 부분이 마치 전부인 양 확대하거나 과장해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런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군 전체의 명예를 깎아 내려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이념으로 분단된 국가에서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정파의 이해 관계를 초월한 투철한 역사 의식으로 단련돼 있어야 한다.
민족사의 정통성을 놓고 남북이 다투고 있는 우리 현실에 있어 지도자의 역사 의식은 민족반역 집단에 대한 분노, 지상 최악의 독재 국가를 만든 김일성 일가에 대한 혐오, 노예 상태에 놓인 주민을 해방시키겠다는 민족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을 이루겠다는 역사적 사명감에 바탕에 두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지도자는 평소 이런 엄중한 역사 의식으로 무장하고 있어야만 난관에 처했을 때 민족과 국익을 우선한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는 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하는 미군에 대한 인식
문 전 대표는 또한 “자신들의 무능으로 우리 군의 작전권이 계속 미군에게 넘어가 있는데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작전권을 미군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거나,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전시작전권 환수를 합의하자 퇴역 장성들이 규합해 반대성명을 내는 데 앞장선 이도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 대목에서 6·25 당시와 그 후 일부 지휘관의 무능을 지적하며 곧바로, 자신들의 무능으로 우리 군의 작전권이 계속 미군에게 넘어가 있다는 식의 연결 화법을 전개했다.
이 대목의 사실 여부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6·25를 겪지 않은 젊은이들이 6·25 당시 무능했던 일부 우리 군 지휘부가 이후 승승장구 하며 군을 이끌었고, 그런 무능한 인사들 때문에 우리 군의 작전권이 지금까지 미군에게 넘어가 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상당한 주관의 개입이자 논리비약이다.
계속해서 문 전 대표는 “아직도 작전권을 미군에 맡겨놓고, 미군에 의존해야만 하는 약한 군대, 방산 비리의 천국…. 이것이 지금도 자주국방을 소리 높여 외치는 박근혜 정부의 안보 현 주소”라며 현 정부와 군을 향해 비난을 쏟았다. 그러면서 “한국전 종전 후 지난 60여년 간 외쳐온 자주국방의 구호가 부끄러운 2016년의 6·25”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문 전 대표의 이같은 말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는 장군들을 향해 “별 달고 거들먹거린다”거나, 우리 근현대사를 두고 “정의가 패배한 역사”라는 등의 역사인식과 기본적으로 궤를 같이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조건 미국의 바짓가랑이 잡고 나를 지켜달라, 절대 떠나선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우방으로서 적절한 도리가 아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다. 우리가 지난 60년 간 안보를 미국에 맡겨 놓고 일종의 '공짜 안보'를 즐기는 사이 북한 핵 문제까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는 안보 불감증의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당시 노 대통령의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인식과 한미(韓美)동맹에 대한 인식이 80년대 대학가를 주름잡던 386 운동권 출신 참모들이 가진 좌파적 역사인식에 지배 당했거나,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노무현 정부는 안보 문제에 있어 북한과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전시작전권 분리, 연합사 해체 등을 꾀했고, 국가보안법과 영토 문제인 북방한계선(NLL) 문제까지 들고나와 온 나라를 극단적인 좌우분열로 치닫게 한 전례가 있다. 노 대통령은 심지어 공식적인 자리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두둔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 대다수 국민들을 경악시킨 바 있다.
좌편향적인 노무현 정부가 결정한 전시작전권 환수 결정 문제는 안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인사들이라면 누구나 우려하던 바였다. 물론 외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우리 힘만으로 완벽하게 자주국방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당장 군 생활이 10년으로 늘어나고, 지출할 국방비는 10배로 뛰고, 여자들도 남자와 똑같이 군에 징집되어도 될까말까 하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했다.
결국 6·25 전쟁을 겪으면서 구축한 한미동맹과 한미연합사가 가장 저비용 고효율의 방어체계역할을 해 온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안보 여건 때문에 정부는 우리 군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군사능력을 확보하고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시점에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재협의를 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른다면 분단 국가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미군에만 의존해야 하는 군대라고 '비아냥'거렸다면 그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마지막으로 문 전 대표는 “김영옥 대령은 한국전 종전 후에도 미 군사고문으로 한국에 와서, 우리 군의 전시 동원 계획을 정비하고 국군 미사일부대를 창설하게 하는 등 우리 국방력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 “과연 우리들 자신은, 우리 군은, 또 역대 정부는 그런 노력을 얼마나 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문 전 대표는 역대 우리 정부와 군의 눈물겨운 현대화 역사에 대해 정말 이와 같이 인식하는 것일까? 트레킹 도중에 읽은 한권의 책으로 6·25와 우리 군의 역사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문 전 대표 스스로 공부해서 찾아보기를 권한다.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2016.09.02 야당의 정체성? 무슨 정체성?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꼼수를 썼다. 세금을 올린다면서도 '인상'이라 안 하고 '정상화'라고 우긴 것이다. MB 정부 때 세율을 2%포인트 내린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더민주는 MB 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대기업만 혜택 준 나쁜 감세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민주가 한사코 숨기는 것이 있다. MB 정부에 앞서 노무현 정부도 법인세를 내렸다는 사실이다. 2004년 노 대통령은 '기업 유치 경쟁에 필요하다'는 논리로 세율을 2%포인트 인하했다. 당시 국회에서 세법안을 처리한 게 열린우리당이었다. 그 몇년 전엔 김대중 정부도 법인세를 1%포인트 낮추었다. 그래 놓고도 시침 뚝 떼고 MB 정부만 나쁜 양 떠든다. 그야말로 위선이다.
새로 등장한 추미애 대표가 더민주의 정체성(正體性) 논란에 불을 댕겼다. 그가 대표 선거 때 전략 상품으로 들고 나온 것이 정체성 이슈였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의 중도 실용 노선을 겨냥했다. 김 위원장의 우(右)클릭이 당 정체성과 맞지 않고 야당 전통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고 공격했다.
추 대표가 말하는 더민주의 정체성이 무언지 대략 그림은 그려진다. 사드(THAAD) 반대처럼 한·미 동맹의 색깔을 빼고 대북 유화 노선을 펴는 것이다, 경제 쪽에선 분배를 우선하고 증세와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일 것이다. 추 대표는 강한 야당의 선명성을 되살리자고 한다. 핸들을 왼쪽으로 꺾자는 얘기다.
어떤 노선을 택할지는 추 대표 자유겠지만 알아둘 것이 있다. 그가 집착하는 야당의 정체성이 그렇게 견고한 개념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더민주는 추 대표가 말하는 정체성과 어긋난 길을 종종 걸었다, 특히 더민주 집권 10년의 경제정책은 새누리당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만큼 성장 친화적이고 친기업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다. 경제 분야 동맹을 뜻하는 한·미 FTA는 노무현 대통령이 결단한 것이었다. 2006년 초 노 대통령은 "개방과 경쟁을 통해 세계 일류로 가겠다"며 협상 계획을 밝혔다. 개방·경쟁이며 일류 같은 개념부터 좌파 진영이 질색할 만한 것들이었다. 한·미 FTA는 극단적으로 강력한 우파 어젠다였지만 노 대통령은 정권을 걸고 추진했다.
반대 진영이 대미(對美) 굴종이라며 저항해도 밀리지 않았다. 시위가 격화되자 노무현 정부는 '폭력 사태 엄단'으로 강경하게 맞섰다. 한명숙 총리는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엄단하겠다"고까지 했다. 지금 야당이 그렇게도 비난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처 방식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는 '정체성'을 버린 정권이 되는가.
흔히 좌파 정부는 반(反)대기업·반재벌 체질이라고 한다. 그러나 재계의 기억하는 실상은 좀 다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재벌 손보기 때문에 고생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기업이 원하는 성장 드라이브 정책들이 나와 재계가 반색하곤 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출발점인 파견근로제가 도입된 것은 김대중 정부 때였다. 외환 위기 속에서 김대중 정부는 정리해고제 같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대표적인 재벌 규제인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고 사내 유보 과세도 없앴다. 좌파 진영이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노무현 정부 때는 재계의 굵직한 숙원 사업이 이뤄졌다.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해 파주 LCD단지가 세워졌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LG필립스의 LCD 공장도 이때 지어진 것이다. 재계가 원했던 규제총량제도 도입됐다. 노무현 정부 5년간 규제 건수는 2700여건이 줄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뛰어넘는 감소 폭이었다.
재벌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삼성이 만든 보고서가 노무현 정부의 통치 프로그램에 활용되기도 했다. 대기업 진출을 막는 중소기업 고유 업종 제도를 폐지한 것도 이때다. 이 제도는 5년 뒤 이명박 정부 때 이름만 바꿔 부활했다. 좌파 정부가 없앤 대기업 규제를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이명박 정부가 되살린 셈이다. 양극화 심화라는 시대 상황 탓이겠지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추 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무슨 종교적 신념처럼 말하나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야당이 걸어온 길을 보면 생각만큼 정체성에 집착하지 않았다. 특히 경제 분야에선 내놓고 실용과 친성장 노선을 취했다.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는 국가 경영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파이를 키우지 않으면 나라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강한 야당을 외치는 추 대표를 보면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려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체성도, 선명성도 좋으나 그것이 신앙이 되는 순간 야당은 영원히 집권하지 못한다. 지금 더민주를 보면 마치 정권을 받지 않겠다고 시위라도 하는 것 같다.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위원
2016.11.16 "헌정(憲政)파괴·민중혁명의 길을 선택한 문재인"
문제 많은 문재인 씨가 또 문제를 일으켰다.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저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습니다"는 선언은 2012년 대선 결과에 뒤늦게 불복하는 것이며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정도를 넘어 민중혁명적 선동이다. 이는 시국(時局)을 좌우(左右) 대결판으로 돌려놓을 것이며, 위기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최순실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문재인이 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이 적중되어가는 듯하다.
그의 기자회견문 중 이 문장이 중요하다.
<오히려 졸속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는 등 권력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채 민심을 거역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은 문재인의 이념적 정체성을 또 다시 드러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두 나라가 군사정보를 교류할 때, 타국(他國)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책임 있게 보호하기 위한 협정이다. 국가간의 정보 교류를 위해서는 너무나 당연한 협정이다(유사한 협정을 수십 개 나라와 맺었다). 특히 일본으로부터 북한과 핵(核)미사일(특히 잠수함)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필요한 협정이다. 정국(政局)이 혼란하더라도 국방부가 국익(國益) 수호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을 응원해야 할 사람이 이를 '권력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것'으로 매도한다.
이 협정으로부터 손해를 볼 세력은 김정은 정권뿐이다. 문재인의 이 발언은 김정은 정권을 이롭게 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는 최근 대북(對北) 식량 원조를 제안하였다. 북한에 주는 식량은 굶주리는 인민이 아니라 북한군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은 여러 번 증명된 바 있다. 핵무기로 아군(我軍)을 위협하는 적군(敵軍)에 식량을 대어주자는 이야기이다. 그는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였다. 적(敵)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미군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반대한 것이다. 그러면 핵무장이라도 주장해야 할 터인데…
문재인 씨는 헌법재판소가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으로 판단, 해산시킨 통합진보당도 비호한다. 헌법에 위반되고 북한 식 통일방안과 닮은 '국가연합 혹은 낮은단계 연방제'를 주장한다. 공안(公安)검사 출신의 고영주 변호사는 그를 공산주의자로 지목하였고, 민사소송 재판에서 이념문제 전문가 양동안 교수는 11개 판정기준을 만들어 문 씨에게 적용한 결과 <공산주의자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1심에선 피고인 고영주 변호사가 패소하였으나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이가 전문가로부터 사상을 의심 받고 있다는 것은 예사가 아니다.
그는 박근혜 퇴진만 요구한 게 아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쏟아진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들의 통탄은 대통령의 하야만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절망감의 표현입니다.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 시대를 교체하고 나라의 근본을 확 바꾸라는 준엄한 명령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주권이 바로 서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자는 국민들의 합의입니다.>
위헌적인 퇴진운동을 계기로 시대를 교체하고, 나라의 근본을 확 바꾸자는 것은 두 글자로 줄이면 혁명이다. '나라의 근본'은 반공(反共)자유민주주의 체제이고 헌법이다. 이를 확 바꾸자는 것이다. 그의 이념성향을 감안하면 민중혁명(계급투쟁론적 혁명)을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국의 문제는 근본이 아니다. 근본을 지키지 못해서이다. 감기를 치료하면 되는데 감기를 빙자하여 위장을 잘라버리자는 의사 같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주권이 바로 서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이란 말은 액면 그대로 믿어서 안 된다. 문재인 씨의 그동안 행적을 분석하면 그는 국민주권론이 아니라 민중주권론에 더 가깝다. 민중주권론에 대하여 사실상 플로레타리아 계급독재라고 판단, 통진당을 해산시킨 근거로 삼았던 헌법재판소 결정을 의식하여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게 강조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는 2012년 대통령 출마 선언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소수 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주인인 ‘우리나라’, 네 편 내 편 편가르지 않고 함께 가는 우리나라, ‘우리’라는 말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보통사람만이 주인인 나라는 헌법 위반이다.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어야지 문재인 씨가 보통사람이라고 지정한 사람만 주인인 나라는 계급국가이다. 이 선언문에서 그는 '대한민국'이라고 써야 할 대목에서 '우리나라'라고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쏟아진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들의 통탄>에서 '이게 나라냐'는 지난 토요일 시위군중이 부른 '이게 나라냐'의 가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민석 작사 작곡의 이 노래 가사는 이렇다.
1. 이게 나라냐 이게 나라냐 근혜 순실 명박 도둑 가신의 소굴 범죄자 천국 서민은 지옥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
2. 2014년 4월16일 7시간 동안 너는 무얼 했더냐 무참히 죽어간 우리 아이들 그 원한을 풀어 주리라.
3. 새누리당아 조선일보야 너희도 추악한 공범이 아니더냐 쇼 하지 마라 속지 않는다 너희들도 해체해주마.
4. 우주의 기운 무당의 주술 다까끼 마사오까지 불러내어도 이젠 끝났다 돌이킬 수 없다 좋은 말할 때 물러나거라.
*후렴: 하야 하야 하야하여라 박근혜는 당장 하야하여라 하옥 하옥 하옥 하옥시켜라 박근혜를 하옥시켜라.
위 노래를 작사·작곡한 윤민석은 1992년 조선로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에 대한 안기부(국정원 전신)수사백서(白書)에 조선로동당 중부지역당 산하 단체인 ‘애국동맹’에 가입, 김일성 찬양노래를 작곡했던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백서에는 윤민석 곡의 사용 용도 등과 함께 자필악보가 수록돼 있다.
이 가운데 ‘수령님께 드리는 충성의 노래’는 "혁명의 길 개척하신 그때로부터 오늘의 우리나라 이르기까지 조국의 영광 위해 한생을 바쳐 오신 수령님 그 은혜는 한없습니다"라는 1절 가사와 "언제라도 이 역사와 함께 하시며 통일의 지상낙원 이루기까지 조국의 영광 위해 한생을 바쳐 오신 수령님 그 은혜는 한없습니다"라는 2절 가사를 담고 있다. ‘김일성 대원수는 인류의 태양’이라는 곡은 "조국의 하늘 그 위로 떠오는 붉은 태양은 온 세상 모든 어둠을 깨끗이 씻어주시네. 아 김일성 대원수 인류의 태양이시니 여 만년 대를 이어 이어 충성을 다하리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이 윤민석은 문재인 씨를 대통령 후보로 뽑았던 민주통합당의 당가(黨歌)도 작곡하였다.
문재인 전 대표는 오늘 선언문 발표 이후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하였다.
"대통령이 하야한다면 그 이후에 제가 이미 제안한 바와 같이 거국중립내각과 같은 과도내각으로 다음 정부가 꾸려질 때까지 국정을 도맡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하야하면 헌법에 따라 현직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면서 과도내각을 지휘, 60일 내의 선거를 치른다. 그런데 문재인 씨는 헌법에도 없는 거국중립내각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발언인데, 그 저의는 민중혁명적 상황을 이용, 위헌적 방법으로 정권을 잡겠다는 것이라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퇴진시킨 뒤의 혁명적 분위기를 이용, 선거를 관리할 내각도 혁명적 인물들로 채워 민중혁명파가 정권을 잡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퇴진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에 대하여는 탄핵절차가 있다. 새누리당의 지리멸렬상으로 미뤄보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군중을 선동, 퇴진운동으로 헌정(憲政)질서를 중단시키려 하는 문재인의 책동은 그의 일관된 이념성향으로 미뤄 그가 말했듯이 박 대통령 퇴진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본을 뒤엎으려는 민중혁명 기도(企圖)로 봄이 정확할 것이다. 최순실 사태를 악용, 체제를 위협하는 문재인 일당을 헌법의 힘으로 응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문재인이 헌정파괴 및 민중혁명 노선을 추구하면 최순실 사태의 국면이 바뀐다. 지금 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지, 대한민국이나 자유민주 체제를 부정하진 않는다. 문재인 그룹이 민중혁명 노선을 추구하면 체제 유지 세력과 체제 부정세력으로 나뉠 것이고 체제 유지세력이 우세할 수밖에 없다. 체제 유지세력은 박근혜를 비판해온 잣대를 문제인에게 들이대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칼자루를 잡은 문재인이 칼날을 잡게 될지 모른다.
아래는 11월 15일 문재인 씨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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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헌법 유린,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접하며 참담한 부끄러움과 깊은 분노를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인내해 왔습니다.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일부의 비판까지 감수했습니다. 이는 오로지 국정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충정 때문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퇴로를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러한 저와 우리 당의 충정을 끝내 외면했습니다.
오히려 졸속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는 등 권력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채 민심을 거역하고 있습니다.
이제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약관화해졌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쏟아진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들의 통탄은 대통령의 하야만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절망감의 표현입니다.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 시대를 교체하고 나라의 근본을 확 바꾸라는 준엄한 명령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주권이 바로 서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자는 국민들의 합의입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저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습니다.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 하는 비상기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퇴진운동의 전 국민적 확산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위기는 또 다른 기회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과거와 결별하고 국가를 대개조하는 명예혁명에 나서야 합니다. 부패와 특권을 대청산하고 '흙수저', '금수저'가 따로 없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저력과 성숙한 민주의식을 믿습니다. 국민들이 승리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조갑제 닷컴
2016년 09월 13일 靑 회동서 對北특사 또 운운한 야당의 北核불감증
4·13 총선으로 여소야대 국회로 정치 지형이 바뀐 뒤 처음으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3당 대표 회동은 협치(協治)는커녕 불화(不和)만 키운 이벤트로 끝났다. 야당 측은 박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 탓을 하고 있지만, 안보에 관한 한 야당의 안이하고 잘못된 인식이 두드러졌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성공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까지 지켜보면서도 사드 반대는 물론 대북(對北) 특사 파견까지 제안했다. 가위 북핵(北核) 불감증 수준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민이 지켜보는 청와대 회동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사드 배치 반대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스스로의 공언을 식언으로 돌린 셈이다. 추 대표는 특사 파견을, 박 대표는 여야 안보협의체 구성을 대안이라고 제시했지만 실효성 없는 선명성 경쟁에 불과했다. 추 대표의 특사론은 “북핵은 햇볕정책 폐기 때문이며 사드가 오히려 북핵 개발을 재촉한다”는 본말전도의 연장이다. 북핵이 특사 파견으로 해결될 리도 없지만 대북 제재 등 국제 공조를 약화시키게 된다. 특히, 북한에 시간만 벌어줄 뿐이다. 여야 안보협의체 제의도 상식 밖이다. 야당의 이해를 구하는 자리 정도야 되겠지만 사드 조차 반대하는 인식을 가진 채 어떤 합의를 도출해낼지 의문이다.
야당의 이런 인식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기본적 이해조차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이후 23년간 겉으로 대화에 응하면서 뒤로는 핵무기 개발을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지키고 있다”고 오판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까지 했다. 사드가 북한 핵실험이라는 화(禍)를 자초했다는 야당 논리야말로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고, 북한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안보에는 어떤 빈틈도 없어야 한다. 핵 무기 한 방이면 대한민국의 번영과 자유가 끝장난다. 낭만적 안보관을 허용할 수 없는 이유다. 자명한 이치에도 불구하고 현단계에서 특사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집권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일이다.
문화일보 사설
2017.01.06 신경민, 문재인, 정세균...청년 일자리 창출 외면하는 참 한심한 정치인들!
/일부 야당 의원들, 기업 활동 위축시키는 법안 쏟아내
신문을 펼치자 “기업은 어찌 되든 … 규제 법안 쏟아내는 국회”라는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20대 국회가 발의한, ‘기업 활동 위축시키는’ 각종 법안 100여 개에 관한 기사다. 세계는 지금 ‘일자리 창출’에 ‘다 걸기’를 하고 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연초 “모든 국정 운영의 중심을 일자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도, 일부 야당 의원들은 ‘한심한’ 정책들을 발의했다.
신경민 더민주당(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용절차 공정화법’을 발의했다. 이는 신규채용에서 ‘채용 단계별 불합격 지원자에게 불합격 사유를 일일이 고지하도록 의무화’시키자는 법안이다. 국회의장이 되어 더민주 당적을 버린 정세균 국회의장은 ‘청년세법’을 발의했다. 이는 ‘2026년까지 청년 일자리 마련 재원을 위해 내국법인·외국법인에 청년세를 부과’하자는 법안이다.
<Economy Chosun>(2017.1.4.)은 ‘2017 세계 일자리 만들기’로 ‘커버 스토리’를 꾸몄다. 논의 대상 국가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중국, 프랑스, 한국 7개국이고, 주요 학자들의 논평과 이메일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정치가들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 이유는, 프랑스와 한국은 노동시장 개혁에 실패하여 ‘일자리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훌륭한 노동정책으로 실업률이 줄어(미국은 2016년 말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렀음) 경제가 활성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국가의 일자리 창출 방안은 ‘기업 활동 활성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권과 좌파 논리’, 기업 규제하여 일자리 나눠 먹자는 식
나는 작년 총선 때 한 기관의 요청으로, 4당(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평가한 적이 있다. 평가 결과는, 새누리당만 약간 다를 뿐 나머지 세 당의 ‘일자리 창출’은 한 마디로, ‘대기업 일자리를 규제하여 일자리를 나눠먹기 하자’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 논리의 핵심은 기업을 규제하자는 것이어서, 아무리 뜯어봐도 기업, 특히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를 늘리려는 인센티브를 갖기가 어려워 보였다.
야당들은 왜 이런 정책을 ‘일관성 있게’ 쏟아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첫째, 야당의 ‘일자리 정책’을 입안한 사람들이 주로 운동권 출신이고(후에 알아보았더니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 둘째, ‘일자리 정책’을 입안한 사람들이 대부분 좌파 논리에 빠져 ‘기업 혐오증’을 가졌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국은 누가 뭐라고 말해도 자유시장 국가이고, 그래서 경제의 주된 주체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노동정책의 경우 ‘운동권과 좌파 논리’가 지배적이어서, 한국의 경제체제에 어긋난 일자리 정책이 나왔으리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전 대표 주장대로 최저임금 지나치게 올리면 일자리 줄어들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2014∼15년에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을 줄기차게 제안했다. 이는 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이후로 줄곧 강조해온 주장이다. 문 전 대표의 최저임금 인상 강조 배경에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 깔려 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발생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놓고, OECD, 세계은행, ILO가 2014년 9월에 열린 G20 노동장관 회의에 임금 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한 공동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각광을 받게 되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후보로서 최저임금을 평균 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 공약이 이뤄지려면 최저임금이 5년 동안 연평균 10% 이상 인상되어야 한다. 그 결과는 어떤 것일까? 저임금 일자리 감소다. 지금은 저임금 일자리 한 개라도 사라지지 않게 지켜야 할 때다.
미국 공화당은 일자리 감소 우려해 8년간 최저임금 인상 반대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2009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로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시도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좌절되었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약 1,650만 명이 임금 상승의 혜택을 받고, 약 9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저임금 근로자 고용이 약 50만 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를 근거로 공화당 파워가 강한 미 연방 상원이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증거다.
신경민 의원 발의, 민간 기업 비용 늘려
신경민 의원 발의로 돌아가자. 요즘 잘나가는 기업은 신규채용 합격 비율이 100 대 1을 훌쩍 넘는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00명을 뽑는다고 할 때 10,000명이 지원할 것이다. 신경민 의원의 발의가 입법된다면, 이 기업은 100명을 채용하는 대가로 9,900명에게 단계별 불합격 사유를 일일이 고지해야 한다. 민간 기업의 경우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겠는가! 공기업의 경우 행정력 낭비가 얼마나 크겠는가! 도대체 민간 기업이나 공기업이 신규채용을 할 생각이나 갖겠는가?
정세균 국회의장 발의, ‘청년세’부터 걷어놓고 보자?
정세균 국회의장의 ‘청년세’ 발의를 보자. 정 의장은 2026년까지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해 국내외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청년세를 부과하자는 정책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인세를 부과하면, 기업은 법인세를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그 기업 상품가격이 오르고, 소비가 위축되어 투자 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여 2026년까지 어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사회주의 논리다. 정부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등 소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프라를 조성만 하면 된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확산되어 일자리 또한 전 산업에 걸쳐 빠르게 소멸되어 가고 있다. 어떤 일자리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금부터 걷고 보자는 정세균 의장의 발의는 그저 한심할 뿐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 예를 들면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완화 또는 철폐하는 것이 수십 배 바람직할 것이다. 규제 완화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 오면서도, 단 돈 10원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 차기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엄청 낮춰 해외로 떠난 미국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있지 않는가. 한국의 정치인들, 특히 야당 정치인들은 왜 이 같은 흐름을 외면하는 것일까? 무지 탓일까? 이념 탓일까?
글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2017-03-09 사드 배치가 ‘주권 침해’라는 민주, 어느나라 黨인가
북한이 중거리미사일을 쏜 6일 밤 전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을 보면 어느 나라 정당인지 의구심이 든다. 추미애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밀리에 한밤중에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사드가 마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만능 무기인 것처럼 페이크(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미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데 대해 존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사드는 한국과 일본의 국가안보 문제”라고 딱 잘라 말했다. 누가 한국을 대변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민주당은 유력 대선 주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집권 가능성이 큰 정당이다. 그럼에도 사드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경직된 안보 인식 때문에 흔쾌히 민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판이다.
지지율 1위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다음 정부의 외교적 운신 폭을 아주 좁혀서 우리 안보와 경제 등 국익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드 문제를 놓고 처음엔 재검토에서 공론화로, 다시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문 전 대표의 오락가락하는 행보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용어를 쓰기는 하지만, 사드 배치를 끝까지 반대하는 문 전 대표의 태도에 궁금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지지그룹만 잡으면 대선에서 무난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인가. 한미동맹보다는 친중반미(親中反美)의 운동권 사고방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주한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가능한 한 일찍 환수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나 북핵의 돈줄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발언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어제 사드 배치의 국회 비준을 하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설득력 없는 억지다. 사드 용지와 맞교환하는 경기 남양주시 내 군용지의 땅값이 890억 원으로 국가재정에 부담이 돼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 용지 제공은 이미 국회 동의를 얻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이다. 매번 방어무기를 들여올 때마다 비준을 받아야 한다면 우리를 안보 무방비 상태로 놔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가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안보 불안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강정책에선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해 놓고도 실제 하는 일을 보면 ‘중국정부 2중대’ 같다는 느낌이 든다.
동아일보 사설
2017년 01월 05일 “中, 한국을 조공국 보듯하는데… 1·4후퇴날 사대·매국외교”
- ‘민주 사드訪中’ 성난 네티즌
“1·4후퇴날에 굴욕 말도안돼
中 이익 맞춰주니 환대한 것”
“중국은 아직도 한국을 조공국 보듯이 하고, 중국관영 매체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한국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글로 도배를 하고 있는데…” “오늘(4일) 중공군 때문에 1·4 후퇴를 했던 날인데 야당이 중국에 가서 사드를 협의한다는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다” “중국이 부탁해야 할 판에 한국이 알아서 머리를 조아리러 가네. 중국 속국 되려고 난리를 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추진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국 제품 및 문화 콘텐츠 제재) 발동 등 ‘보복’을 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4∼6일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놓고 네티즌들이 부글부글 끓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5일 “역사적으로 중국이 우리에게 어떻게 대해왔는지 알고 있을 텐데, 아직도 중국의 신하 노릇을 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네티즌은 “청나라에 조공 바치러 가서 머리를 땅에다 처박고 조아렸구나”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도 야당 비난에 가세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과거 학생운동을 할 때 ‘자주’를 외치던 야당 의원들이 이제는 중국에 가서 식민지가 되겠다고 자처하며 사대·매국 외교를 한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희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중국에 조공 외교를 한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장수 주중대사가 한한령 등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듣고자 중국 측 주무부처 관계자를 만나려 했으나 면담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한국 정부 공식 외교라인이 중국 측에 ‘무시’당하는 것과 달리, 민주당 의원들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급)까지 만나며 ‘환대’를 받은 데 대해서도 비판론이 적지 않았다. 유동열 원장은 “한국 내에 친중 정치세력을 만들려는 중국 전략에 이용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국민의당
2016.06.29 김수민은 '국민의당' 돈을 정말 날로 먹었을까
결국 안철수 당 대표 사퇴를 이끈 국민의당 김수민 사태 디자이너 홍보전문가들 "김수민 주도한 국민의당 홍보는 탁월했다" 미숙한 정치의 희생물인가, 동조자인가 의문 남아
지난 4.13 총선에서 ‘큰 일’을 낸 국민의당이 요즘 ‘큰 일’을 겪고 있다.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29일 당 대표직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자기 당 비례대표 7번인 김수민 의원의 회사에 뒷돈을 준 혐의와 논란에 대해 포괄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국민들은 새정치와 비리척결을 외쳐온 국민의당이 회계부정을 통해 선거법을 위반하고 국고까지 축냈다는 데 공분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그러나 일부 디자인·홍보전문가들은 선거법 위반은 법대로 처리해야 할 일이지만, ‘디자이너 김수민’의 총선 기여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공과 과를 따져볼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김수민 논란’이 일면서 “김수민은 왜 앉아서 당의 돈을 낼름 받았는가”같은 ‘김수민 사냥’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정치란 늘 그랬다. 누구를 봐주고 뒷돈 받고, 누구를 뒷배를 봐주고 뭔가를 챙기고…. 그러면 진짜 김수민은 ‘날로 먹은’ 경우에 해당할까
① 김수민은 공짜로 특혜를 받았나
광고홍보,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익명’을 전제로 답했다.(#2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찍었다) #1. “국민의당 정당 PI(Party Identity)를 보면서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국민 편, 국민의당’ ‘1번과 2번에게는 기회가 많았다…’ 같은 캐치프레이즈와 로고를 보고 딱 ‘고수’가 붙었다고 생각했다. 제3당의 홍보 전략으로서는 아주 괜찮았다. 프로 맛이었다.”
#2. “김수민은 돼지바, 허니버터칩 같은 소비재 마케팅에서 괜찮았다. 내가 선거결과 때문에 너그러운 평을 내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당은 새누리보다 홍보를 잘했다. 뭐, 김수민이 천재는 아니다. 요즘 (젊은 게 아닌) 어린 디자이너 중에도 놀라운 친구들이 많다. 감각이 젊은 건데, 그게 국민의당이 원하는 거 아니었겠나.”
#3. “국민의당 홍보를 다른 곳이 맡았다가 브랜드호텔로 넘어갔다. 이걸 두고 뭔가 ‘뒷거래’가 있다고 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내미는 발랄한 아이디어를 보면 당 입장에서는 대행사를 바꾸고 싶었을 거다. 김수민이 똘똘하게 PT도 잘했을 거고. 언론은 ‘그걸 다른 데 주면 되지 왜 꼭 김수민이냐, 음모가 있다’고 하는데, 그건 디자이너를 무시하는 소리다. 그럼 왜 아무 옷이나 입으면 되지 백화점에서 옷 고르고, 인터넷에서 이것 저것 뒤지나. 누가 디자인을 맡느냐가 최종 상품 품질을 결정한다.”
② 김수민의 3억원, 절차 문제 빼고 정당한 댓가인가
#1. 이런 당 차원의 홍보마케팅에 들어가면 PI만 대략 1억~2억원이다. 거기다가 이런 저런 TV광고니 다른 마케팅도 병행했으니 이 돈은 과하지 않다. 디자인 용역비를 값싸게 치는 사회 분위기가 그 비용을 ‘뒷돈’이라 연결시키는 것 같아, 디자이너로서 불쾌하다. #2. 김수민과 지나치게 유착됐고, 그게 법에 저촉된다면 그 당이 잘못한 것이다. 비용 자체는 타당하다고 본다. #3. 정치 홍보 비용은 잘 모르지만 가격은 1억부터 10억까지 다양하다더라.
③ 왜 국민의당에서는 김수민에게 ‘특혜’를 베풀었을까.
#1. 김수민 뒤에 김기영 교수가 있다. 김 교수는 청년창업을 목표로 대학 2, 3학년 때부터 아이들을 무척 혹독하게 트레이닝 시켰다. 그가 ‘역작’으로 남기고 싶어한 게 ‘브랜드호텔’이다. 1인창업자 모임 비슷한 컨셉인데 여기서 김수민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 김수민도 바닥 상태인 국민의당에서 자기 존재감을 뽑내고 싶었을 거다. 원래 아티스트는 바닥을 좋아한다. 그래야 자기 성취가 더 빛나니까. 학교에 남고 싶어하는 김교수 입장에서는 김수민을 통해서 자기 꿈을 펼치고 싶었을 거고. 국민의당에서는 홍보대행을 시키면서 성과를 내니, 김수민이라는 존재까지 ‘상품’으로 만들어 내놓고 싶었을 거다. 그러나 욕심이 앞서 선관위 규정 같은 건 제대로 따져 보지 않았을 거고….
#2. 홍보 전략을 짜고 성과를 냈으니, 당연히 대가를 줘야 하지 않았나. 공짜로 시켰다면 그게 더 문제다.
#3. 정치는 모르지만, 김수민이 국회의원 되는 건 좀 이상하다. 더민주 손혜원씨라면 나이도 있고 연륜도 있는데….
전문가들은 김수민이 새누리당 조동원 홍보위원장의 길을 걸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했다.
조동원 씨는 2012년 총선, 대선에 큰 공을 세웠지만 ‘금배지’를 결국 달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표적’이 되리란 것을 알았을까.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그 조동원도 새누리당이 망하니 ‘홍보가 망쳤다’고 구정물을 썼다. 크리에이티브 있는 사람이 정치권 가면 결국 망가진다.” 김수민은 ‘미숙한 정치’의 희생자였을까, 미숙한 정치의 조연이었을까.
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
2016.06.29 안철수, 두 번째 불명예 퇴진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6.06.29 photo1006@newsis.com 16-06-29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29일 결국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2월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당대표로 추대된 지 5개월만이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천 대표와 함께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총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그는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한다 생각한다"며 "모두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내 지난 2014년 7.30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이은 두 번째 불명예 퇴진이다.
안 대표는 지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7.30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대표직에서 동반 사퇴한 바 있다. 대표직에 오른 지 4개월만이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휘하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당시 퇴진과 이번 퇴진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이다. 당시 퇴진은 안 대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선거 패배에 따른 당 대표로서의 정치적 퇴진이었다면, 이번 퇴진의 경우 자신의 최측근이 연루된 비리 문제에 따른 불명예 퇴진이라는 점에서 치명상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대선을 1년 6개월 남겨둔 상황이라는 점이 안 대표에게는 최악의 국면에 직면했다는 평이다.
글 | 뉴시스
2016.08.18 국민의당, '제2야당' 아닌 '제3당'으로 서야
국민의당이 안 보인다. '차기 주자 안철수'도 다시 작아졌다. 이대로라면 이쪽 싫어 저쪽 찍고, 저쪽 마음에 안 들어 어쩔 수 없이 이쪽 택해야 하는 구도가 내년 대선에 재연될 듯한 분위기다. 국민의당이 스러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정치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가져보려 했던 유권자들 꿈이 또 좌절되고 새누리와 더민주 손에 다시 볼모로 잡혀야 한다는 건 답답한 일이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11%다. 4월 총선 직후 25%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넉 달 만에 반 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매주 발표되는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국민의당 지지율은 12.5%다. 총선 직후에는 24.9%였다. 안철수 의원 지지율도 총선 직후엔 21%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17%)를 앞섰지만 지난주 조사에선 8%로 떨어졌다(갤럽).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조사에 포함되면서 지지율을 빼앗아 간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 하강세인 건 틀림없다. 어제 발표된 한 조사에선 5.7%로 김무성 의원(6.3%)과 박원순 서울시장(5.8%)에게도 뒤졌다.
국민의당이 이렇게 주저앉은 이유는 한마디로 총선 이후 지금까지 뭘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 등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추경 편성, 사드 반대,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의혹, 미세 먼지 대책, 전기요금 폭탄 대책 등 각종 정국 현안을 주도했다"고 주장하지만 와 닿지 않는다. 박 위원장 같은 '고수(高手)'가 굳이 '우리 좀 봐 달라'고 호소하는 자체가 '한 게 없다'는 역설적 고백처럼 들릴 정도다.
국민의당 총선 약진의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새누리당도 싫고 더민주도 싫다"는 유권자들의 오랜 불만과 이를 해결해 줬으면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그에 부응했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거나 안 했다. 사드 문제가 대표적이다. 전형적으로 좌우(左右) 진영이 나뉘는 이슈였다. 국민 60% 정도가 '사드는 필요하다'고 하는데, 국민의당은 여기서 더민주보다 더 왼쪽에 섰다. 경제 사안에서 좌우 표 모두를 얻으려고 이쪽에 한 발, 저쪽에 나머지 한 발 걸치는 식으로 행동한 것도 마이너스(-)였다. 소득세 문제에서 "고소득층 증세도 하고 세금 안 내는 계층에 세금도 걷겠다", 대기업 법인세 논란에서 "감면을 먼저 줄이고 봐가면서 세율도 올리겠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중간에서 과실만 따 먹겠다'는 기회주의적 태도로 비쳤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말을 믿고 찍어줬던 유권자들은 "이게 뭐냐"고 했다. 그 말을 지킬 거였으면 "대기업·고소득층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사드는 배치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했어야 했다.
너무 호남 눈치만 보는 것도 실패 요인이다. 사드의 경우에도 DJ의 햇볕정책에 위배될까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어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안보 문제를 지역 정서에 따라 결정했다면 그것도 성급했다"며 "국방 문제에 선을 긋듯 반대하는 것에 대해 '이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생각한다는 여론을 많이 듣고 있다"고 한 말 그대로다. 그렇게 해서 호남 지지율이라도 올랐나. 아니다. 46%에서 27%까지 떨어졌다. 안 의원 개인에만 기댔던 것도 문제다. 총선 홍보 리베이트 의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새 정치' 이미지가 타격을 입자 당도 함께 무너졌다. 이런 요인이 합해지면서 보수·중도·진보층 모두에서 지지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국민의당이 살려면 우선 자신들이 기존 야권(野圈)의 일부라는 생각부터 벗어야 한다. 더민주가 가졌던 호남·진보·좌파 지지층을 빼앗아 '2등 야당에서 1등 야당 되자'고 하는 것은 국민의당에 기대를 걸었던 유권자들 뜻이 아니다. 좌우와 영호남 갈라치기를 이용해 수십년간 권력을 독점했던 게 새누리당과 더민주다. 이 틀을 깨라는 것이 지지자들의 명령이었는데 그 안에서만 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J 노선을 무조건 계승해서 친노(親盧)만 몰아내면 된다는 게 호남민들 뜻일까. 영남민들도 '새누리당 경제정책 따라 하기'만 바라지는 않는다. 힘이 들더라도 없던 길을 열어가고 국민을 설득해내야 정권을 맡길 수 있는 제3당으로 설 수 있다.
조선일보 권대열 정치부장
2016.09.08 '안보 보수 對 햇볕정책' 뭐가 국민의당인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사드 배치 찬성 의견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다시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대북 문제에서 중요한 중국이 반대하기 때문이란 것과 사드가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배치하려는 사드는 한·미군의 핵심 시설과 부산항 등 군사적으로 절대 필요한 주요 항구를 방어하려는 것이다. 수도권까지 방어하려면 사드를 더 배치하면 된다. 결국 국민의당은 북핵 미사일을 사드와 같은 군사 조치가 아니라 외교 협상으로 풀자는 것이다.
국가 안보는 군사력과 외교력을 함께 구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둘 중에서 어쩔 수 없이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때는 군사력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군사 대비 없는 외교 협상은 굴복의 다른 말이다. 하지만 '군사 대비 대신 외교 협상만으로 풀자'는 견해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집권해 추진했던 것이 이른바 햇볕정책이다.
국민의당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내걸고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많은 보수층이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찍은 바탕에는 국민의당이 안보에서 균형을 잡을 것이라는 믿음이 분명히 깔렸었다. 그런데 선거 이후 국민의당은 안보 보수와 햇볕정책의 양 극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 안보특위를 발족시키고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은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당"이라고 했던 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선거 후에 당 지도부가 경북 성주의 주민 촛불 집회에 참석해 사드 반대 정서를 부추긴 것이 진짜 모습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어느 것이 진짜 국민의당인가.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호남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지역구 의석만 보면 호남 정당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만큼 사드 문제처럼 '안보 보수'와 햇볕정책이 충돌하면 햇볕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호남 민심 잡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국민의당이 총선 때 내세웠던 '안보 보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이렇게 속은 적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한때 새 정치를 내세웠던 사람들이라면 무언가 설명은 해야 한다. 이제 누가 사드를 반대하는지, 왜 하는지는 충분히 알려졌다. 국민의당이 안보에서 책임을 느낀다면 사드 논란을 일부러 더 끌고 가지는 말아야 한다. 안보에도 해롭고 국민의당에도 전혀 득 될 것이 없다.
조선일보 사설
2017.04.27 안철수 10대 의혹...널뛰는 안랩 주가 방관, ‘개미’ 18만7550명 2640억원 날려
⊙ “안철수 부인, 남편과의 동반 채용 결정 사실 미리 알고 지원서·관련 서류 준비”(더불어민주당)
⊙ ‘정치테마주 최대 수혜자’ 안철수 … 정치하면서 ▲주가 급등 ▲‘착한 부자’ 이미지 획득
⊙ 2011년 7월 안랩 주식 372만주는 744억원 … 주식 수 절반으로 줄었지만 가치는 2080억원
(4월 12일 기준)
⊙ ‘기업 사회공헌’ 역설 … 대표이사 시절인 2001~2005년 안랩 기부금은 연간 628만원
⊙ 주식 백지신탁 안 하는 상임위 고르다 한 달 허비 … 복지위 가려고 국회의장 찾아가 사정
⊙ 속칭 ‘딱지’로 재개발 아파트 매입 … 부부 모두 ‘다운계약서’ 작성
⊙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 이사회 1회 참석에 1900만원 받아 … 안건 235건 중 3건 반대해 ‘거수기’
논란
⊙ 연말 이웃돕기 성금 출연 반대하면서 포스코의 부실기업 인수는 못 막아
⊙ “경제범죄 단죄 엄정하지 않다”고 성토하면서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저지른 최태원 풀어
달라 탄원
▲ 《월간조선》은 안철수(安哲秀)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을 정리했다
① 안철수 부부의 ‘1+1 서울대 교수 동시 특혜 채용’ 의혹
2011일 11월 30일, 강용석 당시 의원은 “서울대가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그의 부인 김미경(金美暻) 교수를 정교수로 임용하는 과정에서 특별채용 규정을 무시하고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안 원장은 ‘대학(원) 신설 등에 따른 전임교수 특별채용에 관한 지침’에 근거해 채용됐지만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채용 전인) 2009년 3월에 설립돼 근거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도 ‘전임교수 특별채용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새로운 학문분야의 연구 및 강의를 담당할 자를 임용하는 경우로 채용됐지만 심사 때 김 교수의 독창적 우수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정년보장교원 임용심사위원회 회의록(2011년 제6차)’과 ‘대학인사위원회 회의록(제863회)’에 따르면 “김 교수의 모집 분야 관련 논문을 검토한 결과 생명공학정책이 새로운 분야이므로 독창적 우수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는 내용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부부가 동시에 정교수로 특채된 경우는 서울대 역사상 최초”라며 “두 사람은 2011년 6월과 8월 각각 임용된 이후 단 하나의 강의도 개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카이스트(KAIST) 재직 당시 부교수 7호봉에 불과했던 김 교수가 서울대에서는 정교수 21호봉을 적용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그해 10월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서울대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김세연 당시 새누리당(현 바른정당)에 따르면 김미경씨 임용 관련 심사 회의록엔 “학교의 정책적 고려에 의해 교수를 정년 보장으로 신규 임용하는 경우 별도의 심사절차 논의가 필요” “최근 3년간의 연구 실적 미흡” “대외적인 논란 발생 가능성 크므로 신중한 검토 필요” 등의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 중 특히 ‘학교의 정책적 고려’란 표현은 김미경씨가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에 연구 실적이 아닌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안 후보가 2012년 대선을 중도 포기하면서 ‘김미경씨 특혜 채용 의혹’은 가라앉았다가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다시 제기됐다.
4월 12일 더불어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은 “김미경 교수는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각각 채용 계획이 수립도 되기 이전에 이미 채용 지원서와 관련 서류를 작성해 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서 채용된 남편 안철수 후보와 함께 ‘끼워팔기식’으로 채용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서류를 준비한 것으로 안 후보 측이 ‘절차상 하자 없이 채용됐다’는 해명은 거짓임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카이스트와 서울대 교수 자리를 1+1로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것이 서민들에게 가능한 일인가?”라며 “안철수 부인이라는 이유로 특별 채용되고 사전에 채용 계획을 미리 고지받은 것이라면 절망할 수밖에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김재두 국민의당 대변인은 “김미경 교수는 성균관대 의과대학 부교수로만 8년을 근무했으며 워싱턴주립대 법학박사를 마치고, 미국 변호사 시험 중 가장 취득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며 “융합과학이라는 신분야의 교수로 근무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감사에서도 김미경 교수의 채용엔 아무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나온 지 오래”라며 “서울대에서도 채용에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또 “당시 안철수 후보가 권력이 있었나? 아니면 돈으로 심사위원들을 매수했는가? 안철수 후보가 김미경 교수의 채용에 도대체 어떤 비위를 저질렀다는 것인지 문재인 후보측은 먼저 이 점부터 명확히 밝히길 바란다”면서 “민주당은 아무리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이 붕괴됐다고 멘탈까지 붕괴돼서야 되겠는가. 자중자애하라”고 따졌다.
안철수 후보 역시 ‘1+1 특혜 채용’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4월 14일 TV조선에 출연해 “임용비리나 취업비리는 정치권력으로 외압을 행사하거나 돈으로 매수하는 것이다. 내가 심사위원을 돈으로 매수했겠느냐”며 “내가 그때 카이스트 교수였다. 무슨 정치권력과 압력을 서울대에 행사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그런 대학들의 임용 과정은 이미 2012년 국정감사를 통해 낱낱이 다 새누리당에서 파헤쳤다”며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실권을 가진 사람의 아들 취업문제가 있다면 그거야말로 명명백백히 풀어야 한다”고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강조했다.
② ‘정치 테마주’ 안랩 주식 가격 폭등 방관
안 후보의 재산은 1630억원(2016년 12월 말 기준)이다. 이 중 대부분은 그가 만들고 대주주로 있는 안랩의 주식이다. 안랩 주식은 2011~2012년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준비할 당시 대표적인 ‘대선 테마주’였다. 안 후보는 2011년 8월 초부터 언론에 자주 등장해 대기업을 비롯한 ‘기득권층’을 비판하면서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 이와 함께 안랩 주가는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11년 8월 9일(2만2150원)부터 상승폭이 커져 같은 달 19일 4만950원이 됐다. 디도스 대란, 특허 취득, 신제품 출시, 매출 증가 등을 거치면서도 이전 9년 동안 넘지 못했던 4만원대의 벽이 대주주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 이후 깨졌다.
같은 해 12월 31일 각종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그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6%p 차이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2012년 1월 2일 안랩 주가는 15만9800원을 찍었다. 이후 7만4300원(3월 12일)으로 떨어졌다가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보도가 나간 4월 16일 12만8200원을 기록했다.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7월 20일엔 13만8800원이 됐지만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중도 포기하면서 안랩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박근혜 대 문재인’의 구도로 치러진 18대 대선일이 가까워지자 안랩 주가는 3만8900원(12월 14일)으로 떨어졌다.
안랩 주가의 급등락은 ‘개미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2012년 9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6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안랩에 투자한 개인 소액 투자자(개미)들의 손실액은 2640억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지금까지 아무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③ 개미들의 피눈물로 만든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
안철수 후보는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하기 직전인 2011년 7월 당시 안랩 지분 37.1%에 해당하는 372만주를 갖고 있었다. 이는 당시 시가로 744억원이지만 ‘안철수 현상’에 힘입어 그해 11월엔 3000억원으로 폭등했다. 불과 3~4개월 사이에 4배 가까이 뛴 것이다. “정치테마주의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란 비판이 제기됐다.
안 후보는 2011년 11월 14일 안랩 직원들에게 보낸 ‘더불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기부 의사를 밝혔다. 안 후보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기부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안랩 사업보고서를 보면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 후보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안랩이 사회공헌을 위해 낸 기부금은 3138만원이다. 이는 각각 같은 기간의 매출 1496억원과 당기순이익 262억원의 0.02%, 0.12%에 해당한다.
안 후보는 평소 ‘기업의 사회공헌’을 역설했다. 그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도 “기업을 경영할 때도 돈만 버는 영리기업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마치 사회단체나 사회적 기업의 최고경영자처럼 공익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안 후보는 2012년 2월 6일 “안철수연구소 지분 절반인 186만 주 중 86만 주는 매각해 현금으로, 나머지 100만 주는 현물 형태로 출연한다”는 안철수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이후 총 6차례에 걸친 장내 매도를 통해 안랩 주식 86만 주를 약 930억원에 매각하고, 양도소득세 등 세금 206억원을 뺀 722억원을 안철수재단에 출연했다. 같은 해 9월엔 안철수재단 이사회가 ‘50만 주 증여, 50만 주 신탁’안을 가결해 증여와 신탁계약을 통한 현물 출연이 마무리됐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측은 “개미들의 피눈물을 딛고 수천억 원의 시세차익을 차지한 것은 착한 기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재단 출연 이후 안 후보의 안랩 지분은 당초 37.1%(372만주)에서 18.6%(186만주)가 됐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를 했다.
현재 그가 보유한 안랩 주식은 과거의 절반 수준인 186만 주인데도, 그 가치는 2011년 7월 시가의 3배에 달하는 2080억원(4월 12일 기준)이다. 1500억원 상당을 ‘기부’했지만 안 후보의 재산은 결과적으로 급증한 것이다. ‘기부 천사’ ‘착한 부자’를 자처할 수 있게 된 것도 그가 거둔 이익 중 하나다.
안 후보는 2월 15일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상속받은 것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번 돈일 뿐이다”라며 “사실 재산이 더 많지만 절반을 기부해 동그라미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④ 안랩 주식 매각·백지신탁 안 하려 정무위 배정 거부
안 후보는 2013년 4월 24일 서울시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왔지만 한 달 동안 소속 상임위원회가 없는 상태에서 의정 활동을 했다. 관례대로라면 안 후보는 전임자인 노회찬(魯會燦) 전 의원이 속해 있던 정무위원회로 가야 했지만 안 후보는 다른 상임위를 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을 소관하는 정무위에 가려면 자신이 보유한 안랩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지신탁’이란, 공직자가 재임 기간에 재산을 공직과 무관한 대리인에게 맡기고 간섭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안 후보 측은 일시에 안랩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할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인해 안랩과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걸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안 후보는 불과 몇 달 전에 백지신탁 대상인 대통령이 되려 예비후보 등록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는 18대 대선 때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기도 했다. 그가 주장한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실수요임을 입증하지 못한 부동산은 취임 후 90일 이내에 매각하거나 취임과 동시에 수탁기관에 백지신탁하는 걸 골자로 한다.
안 후보는 자신의 상임위 배정에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와 심상정 당시 진보정의당 대표를 찾아갔다.
이후 민주당은 보건복지위 소속 이학영 의원의 자리를 안 후보에게 양보하기로 하고, 이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안 후보는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고 보건복지위로 배정을 희망하는 신청서류를 제출했다. 그러자 강창희(姜昌熙) 당시 국회의장이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은 국회법상 국회의장 고유 권한”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안 후보는 5월 13일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상임위 배정 절차를 다시 밟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열흘 만인 5월 23일 강 의장은 안 후보를 불러 ‘보건복지위’로 가라고 통보했다.
⑤ 아파트 편법 구매·다운계약서 작성
안 후보는 현재 소유한 집이 없다. 지역구인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소재 아파트(보증금 3억3500만원)에서 전세를 살고 있다. 이전에는 용산구 파크타워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았다. 당시 그의 집 면적은 205m²(62평), 전세보증금은 12억원이다.
안 후보가 처음으로 본인 명의의 집을 보유했던 건 1988년 4월 27일 매입한 서울시 동작구 사당2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대림아파트가 처음이다. 아파트 매입 당시 26세였던 안 후보는 부인 김미경씨와 함께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살고 있었고 사당2구역 재개발조합 조합원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외부인’인 안 후보가 재개발 조합원으로부터 입주권(속칭 딱지)을 사서 입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사당2구역 재개발’은 건설업체가 고용한 수백 명의 철거반원이 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돼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었다. 특히 대림아파트는 재개발 과정에서 철거반원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해 논란이 됐던 곳이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밀어붙이기식 재개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안 후보 본인은 정작 ‘딱지’ 구매를 통해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게 밝혀져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모친이 결혼한 뒤에 마련해 주신 것으로 매입 과정은 정확히 모른다”고 해명했다. 증여세 납부 여부 등이 논란이 되자 “축의금, 결혼자금 등을 모아 부모가 신혼집으로 마련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2000년 10월 30일 사당동 대림아파트를 매도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아파트의 등기부등본 등을 살펴보면 안 후보는 2000년 10월 30일 매도하면서 서울 동작구청에 제출한 검인계약서에 거래 가격을 7000만원으로 신고했다. 2000년 7월 이 아파트의 국세청 기준시가는 1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안 후보는 기준시가보다 8000만원 정도를 낮춰 신고한 것이다. 또 부동산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당시 이 아파트 31평형의 시세는 최저 2억1000만원에서 최고 2억4000만원 수준이었다. 안 후보는 1가구 1주택자로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다운계약서로 이익을 보진 않았다.
1993년 안 후보는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소재 역삼럭키아파트로 이사했다. 이 아파트는 안 후보의 모친 박귀남씨가 1988년 4월 20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땅을 매입해 입주권을 받았던 곳이다. 안 후보 해명대로라면 박 여사는 일주일 간격으로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2개를 매입한 셈이다.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탈세가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처벌해서 세금을 떼먹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탈세액의 수 배를 벌금으로 내는 ‘징벌적 벌금제’ 도입을 주장했다.
안 후보 부인 김미경씨는 2001년 10월 11일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소재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41평형)를 사들였다. 이때도 실거래가(4억8000만원)보다 낮은 금액(2억5000만원)으로 신고해 취득세·등록세 1100만원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이 아파트를 10년 뒤인 2011년 9월 23일 11억원에 매도했다.
부인 김씨의 다운계약에 대해, 안 후보는 2011년 9월 27일 “언론을 보고 확인한 다음에 그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어쨌든 잘못된 일이고 국민께 사과드린다. 앞으로 더 엄정한 잣대와 기준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다운계약과 관련해서는 캠프에서 다음 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안철수 후보가 2001년 매도한 사당동 아파트에 대해 실거래 가격과 다른 금액으로 신고됐다”고 다운계약서 작성은 인정하면서 “당시 부동산 거래 관행이었지만 후보가 어제 국민들께 말씀드린 ‘앞으로 더욱 엄정한 기준과 잣대로 살아가겠다’는 안 후보의 말로 갈음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⑥ 안랩 BW 헐값 발행·인수 논란
안랩은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1999년 10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BW)를 발행하기로 결의한다. BW(Bond with Warrant)란, 원리금 외에 해당 회사가 새로 발행한 주식(신주)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채권이다. 당시 안랩 주주는 안 후보와 삼성SDS, 한국산업은행, LG투자조합, 나래앤컴퍼니였지만 BW는 안 후보에게만 발행됐다.
주주총회 의결 후 안랩은 주당 5만원에 5만 주, 즉 25억원 상당의 BW를 발행했다. BW의 이자율은 10.5%, 행사 기간은 1년 후인 2000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0년간이었다. 안 후보는 안랩이 발행한 BW를 전량 인수했다.
BW 발행 직후 안랩은 무상증자를 했다. 이에 따라 안랩 발행 주식 총수는 13만 주에서 25만 주(192.3%) 증가한 38만 주가 됐다. 2000년 2월엔 ‘1대10’의 비율로 액면분할을 해 발행 주식 수가 380만 주가 됐다. 액면분할이란, 납입 자본금의 증감 없이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분할해 발행 주식 총수를 늘리는 걸 말한다.
2000년 10월, 안 후보는 25억원을 내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한다. 주당 인수 가격은 BW 발행가 5만원이 아닌 1710원이다. BW 발행 후 1년 동안 ▲무상증자 ▲액면분할 등을 거치며 주당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 후보는 2000년 10월 13일 주당 1710원에 안랩 주식 146만9888주를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건 안랩 주주총회가 BW 발행을 의결한 지 4개월 만인 2000년 2월 안철수연구소의 대주주였던 ㈜나래앤컴퍼니가 안랩의 주식 1만1500주를 주당 20만원에 장외 매입했다는 점이다. 이는 안 후보가 인수한 BW의 발행가 5만원보다 4배 많은 금액이다. 이 때문에 안 후보가 시세의 1/4 수준으로 BW를 매입해 막대한 평가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1년 7월, 안랩의 코스닥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예비사업설명서에 따르면 당시 안 후보 보유 지분 가치는 희망공모가 1만7000~2만3000원으로 환산할 경우 248억5400만~336억2600만원이다.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 위해 지불한 25억원을 빼면 최대 311억원의 평가 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2012년 국정감사에서 “안랩의 BW 발행가가 시장가격보다 과도하게 낮았다”며 ‘헐값 발행’ 의혹을 제기했다. 2012년 2월, 강용석 당시 무소속 의원은 “BW를 헐값 발행해 수백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며 안 후보를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BW 논란과 관련, 2012년 당시 안 후보 캠프는 BW 발행 가격이 외부 전문기관 평가액보다 높은 금액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예비사업설명서에는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BW 발행 당시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3만1976원과 BW 발행 직전 유상증자 시 발행가격 5만원 중 큰 금액으로 산정했다”고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안 후보 측은 이사회와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거쳤기 때문에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4월 12일, 안랩 BW와 관련해 박범계 문재인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본부 2실장은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와 함께 BW의 발행 목적 및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안 후보가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닌 상법이 금지하는 지배주주의 지분율 유지 또는 이를 높이기 위해 BW를 발행한 정황이 보이고 이에 따라 안 후보가 현재 보유한 ‘부(富)’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사안은 이미 2012년도에 강용석 전 의원이 제기했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졌던 사안”이라며 “문 후보는 더 이상 저급한 흑색선전 재활용을 중단하고 정책과 비전 경쟁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⑦ 국민은행 사외이사 시절 공정경쟁 방해 의혹
안 후보는 2001년 3월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국민은행은 온라인복권 위탁사업 운영기관이었다. 2000년 4월부터 복권사업자 선정 작업을 벌였고, 2002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발표 전부터 ‘KLS(Korea Lottery System)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KLS컨소시엄엔 안랩이 참여하고 있었다. 당시 안랩 대표였던 안 후보는 복권사업자 신청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국민은행 사외이사가 됐다가 2002년 1월 KLS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직전에 사임했다.
이를 두고 안 후보가 안랩을 ‘KLS컨소시엄’에 참여시키고, 사외이사로서 사업자 선정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실제 안 후보는 입찰 경쟁자들로부터 문제가 제기되자 2002년 1월 사외이사직을 사임했다. KLS컨소시엄은 안 후보 사임 이후 9일 만인 1월 28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입찰 경쟁사인 위너스시스템은 그해 3월 법원에 계약체결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원고 측은 신청서에 “KLS컨소시엄 참가 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이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를 지내는 등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썼다. 당시 법원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후보는 1년 뒤인 2003년 3월 사외이사직에 복귀해 2004년 3월까지 일했다.
2012년 당시 안 후보 대변인 유민영씨는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사업 수주와 관련해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그럼에도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하고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하기 위해 스스로 사퇴했고, 이런 자세를 높이 평가받아 사외이사에 재선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⑧ 포스코 ‘황제 이사’·거수기 역할 논란
포스코는 2005년 2월 안 후보를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안 후보는 그 다음달 선진 경영기법을 배우겠다며 미국 유학을 떠났다. 불과 한 달 뒤에 개인적인 사유로 미국에 갈 예정이었는데도 대기업의 사외이사직을 맡았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미국에 간 안 후보를 위해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항공료를 줬다. 3년 동안의 미국 유학 시절 안 후보는 총 19회 포스코 이사회에 참석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당시 포스코가 안 후보에게 지원한 항공료는 총 1억원이다.
안 후보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총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이 기간에 그가 받은 급여 총액은 3억8000여만원이다. 2005년 4월, 포스코는 안 후보에게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자사 주식을 매입하고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스톡옵션(2000주)’을 줬다. 안 후보는 이를 처분해 차익 4억원을 남기기도 했다. 6년 동안 포스코로부터 받은 돈이 9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안 후보가 포스코 사외이사 6년 동안 이사회에 참석한 횟수(47회)를 감안하면 그는 회당 1900만원을 받으며 이사회에 참석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고액을 지급받으면서도 안 후보가 사외이사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해서 말이 많다.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사외이사로서 이사회 안건 반대율이 1.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포스코 사외이사 재직 당시 이사회 안건 235건 중 3건만 반대했다. 그가 반대한 안건은 ‘포스텍 국제관·기숙사 건립을 위한 시설비 출연 계획(2005년 10월 21일)’ ‘연말 이웃 돕기 성금 출연(2006년 12월 19일)’ ‘이사회 운영 개선안(2009년 12월 19일)’이다.
안 후보가 사외이사를 맡을 당시 포스코는 자회사를 38개 늘리는 등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인수한 성진지오텍(2010년 4월)의 경우 부채비율이 700%에 달했지만 안 후보는 부실기업을 사들이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포스코 사외이사 관련 의혹에 대해 2012년 당시 안 후보의 대변인 유민영씨는 “다른 사외이사들과 (안 후보가) 동등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시세 차익 부분도 정상적인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브이소사이어티는 2000년 9월 설립된 재벌 2세 11명, 벤처기업인 10명이 각각 2억원씩 출자해 만든 주식회사 형태의 ‘사교 모임’이다. 주주로 참여한 이들은 류진(柳津) 풍산 회장, 이웅렬(李雄烈) 코오롱 회장, 최태원(崔泰源) SK 회장, 황철주(黃喆周)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변대규(卞大圭) 휴맥스 사장 등이다. 안철수 후보도 안랩 대표 당시 부인 명의로 3만6000주(지분율 3.88%)를 보유했었다.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억8000만원을 출자한 셈이다.
안 후보는 2003년 4월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인 최태원 SK 회장이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기소됐을 때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은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후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천문학적 규모의 분식회계란 죄에 비해 감옥에 있었던 기간이 짧은 최 회장 사례는 대기업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전형으로 꼽힌다.
안 후보가 선처를 바랐던 최 회장은 450억원을 횡령해 선물 투자를 한 것과 관련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다.
이 같은 안 후보의 과거는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과 배치된다. 그는 이 책에서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건 범죄가 된다”며 “이런 행위가 법률과 제도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는데 지금까지 행정·사법부가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이런 것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법치에 대한 불신과 우리 사회가 정말 불공평하다는 절망감을 낳았다〉고 기술했다.
2012년 8월, 당시 새누리당 심재철(沈在哲) 최고위원은 “과거에는 친재벌적 행태를 보이다가 지금은 반재벌적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안 후보를 비판했다.
2012년 당시 안 후보의 대변인 유민영씨는 “당시 브이소사이어티 모임의 일원으로 안 후보가 서명에 동참한 것은 맞지만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다”며 “탄원서라기보다는 선처를 호소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⑩ 세계 최초로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개발했다?
안철수 후보가 지금과 같은 위치로 발돋움하게 된 건 2009년 6월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결과 ‘안철수 신화’가 각계각층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방송 출연 당시 안 후보는 여러 ‘자기 과시성’ 발언을 했다. 그중 하나가 자신이 1988년에 만든 V1(Vaccine1)이 ‘세계 최초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이며 미국 업체들은 이로부터 1년 뒤에나 만들기 시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당시 방송에서 안 후보는 “1988년 그 취미 덕분에 우연히 컴퓨터 바이러스 발견! 국내 최초 백신 개발 장본인! 이후 7년간 백신을 무료로 배포”라고 소개됐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사회자가 “V1이 국내 최초의 백신인가?”고 묻자 안 후보는 “세계 최초 백신 중 하나다. 왜냐하면 지금 미국의 대기업 백신들도 V1보다 거의 1년 뒤에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찾아내서 기능을 정지시키거나 제거하는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국내에선 흔히 ‘백신’이라고 불린다. 국내 최초 백신은 안 후보가 서울대 의대 박사 과정 중이던 1988년 만든 V1이지만, 세계 최초 백신은 1971년 미국 국방성 네트워크 ‘알파넷’에서 세계 최초 바이러스 ‘크리퍼’를 퇴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리퍼’다.
처음 문서로 만들어진 컴퓨터 바이러스 제거 프로그램은 1987년 독일의 로버트 픽스가 만든 ‘번트 픽스’다. 안 후보가 V1을 만들었을 당시 미국에선 백신 제조사 7개가 협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었다.⊙
[월간조선 2017년 5월호 /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2017.07.05 "안철수 사과만이 살길" 자유한국당에도 밀린 국민의당을 보는 광주 민심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지난 5월 6일 대선 당시 광주광역시 충장로 무등빌딩 인근 거리에서 유세를 펼치며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안철수 전 대표가 증거조작 사건을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나 된다요? 정 몰랐더라도 사과부터 해야제.”
유권자들 "안 전 대표 몰랐다는 말 안 믿겨…사과해야"
"증거조작 사건에 실망" 국민의당에 등돌린 호남 민심
호남 당지지율 8.7%…한국당에 밀릴 정도로 '곤두박질
김화자 장흥군의원 시작으로 '탈당 도미노' 여부 '촉각'
"호남 총 지역구 28석 중 23석 보유한 정당의 최대 위기"
"신뢰회복으로 당 붕괴 위기 넘겨야...내년 지방선거 기회"
4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의 한 공원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진규(67)씨는 최근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는 “깨끗한 정치를 한다고 해서 창당 때부터 국민의당을 지지해왔는데 갈수록 뭘 하는 당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당 당원인 이유미씨가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특혜 의혹조작' 사건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양동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김선자(71·여)씨는 “대통령선거 때 가방을 메고 유세하는 모습이 참 믿음직스러웠는데 이제는 다들 못 믿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대선 기간인 지난 5월 광주 지역 재래시장과 도심을 돌며 ‘뚜벅이 유세’를 펼쳐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국민의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 민심이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선 패배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특혜 채용의혹 증거조작 사건까지 맞물리면서 최대 위기에 몰렸다.
국민의당은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8.7%까지 내려앉았다. 창당 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자유한국당(8.8%)에도 뒤처졌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만 하더라도 지역구가 총 28석인 호남에서 23석을 휩쓸었던 지지율이 1년 2개월여 만에 곤두박질한 것이다.
이를 놓고 호남 정가에선 "국회의원 수만 보면 호남 최대 정당이 민심을 완전히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당이 최근 “제보 조작사건은 이유미(38·여·구속)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결론 지었다”고 발표했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불신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민의당 '문준용 특혜채용 증거조작 사건'의 진상조사단장인 김관영 의원이 지난 3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지원 전 대표 수행국장의 통화내역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대선을 전후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호남에서의 압도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제3당의 위치에 올랐지만 대선 패배와 증거조작 사건 등을 거치며 지난해 2월 창당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광주시민들은 이번 대선 때 문 대통령에게 61%의 표를 몰아준 반면 안 전 대표의 득표율은 30%에 그쳤다. 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당 후보들에게 53%의 표를 준것과 비교하면 지지도가 23%포인트 떨어졌다.
전남 역시 문 대통령이 59%를 득표한 반면 안 전 대표는 30%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광주 28%, 전남 30%를 득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 표를 배정도 더 얻었다.
국민의당에 대한 이반 조짐은 정치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당은 최근 전남 장흥군의회 김화자(61·여)의원이 지난달 27일 국민의당을 탈당했다. 이를 신호탄 삼아 ‘탈당 도미노’가 나타나는 것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민의당을 탈당한 전남 장흥군의회 김화자 의원. [사진 장흥군의회]
김 의원은 탈당하면서 “공당인 국민의당이 제보 조작사건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국민의당을 비판했다.
3선 군의원인 김 의원은 최근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이 ‘제보 조작’을 이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내린 것을 놓고도 “당 차원의 반성이 없는 실망스러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철저한 검증 없이 대선에 활용한 것 자체가 국민 모두를 속인 행위”라며 “그 정도 조사나 사죄 표명으로는 대통령을 배출하겠다는 공당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의당의 경우 안 전 대표를 믿고 표를 던지는 유권자가 유난히 많다”며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직접적인 개입 여부를 떠나서 안 전 대표가 직접 사과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년 지방선거 때는 다른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지난 4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향후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따라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탈당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미 지난해 총선을 치른 국회의원들과 달리 지방의원들은 정당 지지도가 최악인 상황에서 내년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경우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 호남 지역 지지율이 66.1%에 달했다는 점도 향후 지역 정치인들의 지각변동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실제 장흥에서 김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박홍률(64) 목포시장이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의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유감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정치 진로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여론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시장의 발언은 내년 지방선거 때 재선 도전이 유력한 상황에서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당적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목포시는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의 지역구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오른쪽)와 이용주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호남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당이 붕괴되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차원의 반성을 토대로 두 당의 선의의 경쟁 구도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영업자인 김휘성(49·광주 광산구)씨는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되던 예전의 호남 정치구도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국민의당이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의원들 역시 공식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향후 검찰 조사가 당내 진상조사와는 별개로 오히려 민심을 회복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2016년 1월 15일 국민의당 창당 준비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영입한 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트위터에 게재한 사진. 연합뉴스
지역의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민의당 창당 이후 호남 정치권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상생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기존 더민주 일색이던 호남에서 공약이나 정책이 다각화되고 풍성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가가 크다는 주장이다.
김호균(56)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구태를 답습했다는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감을 없앨 수만 있다면 국민의당에 대한 민심도 되살아날 가능성은 있다”며 “누구보다 깨끗한 정치를 강조해온 안철수 전 대표가 솔직한 사죄를 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국민의 당 당원인 이유미씨가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특혜 의혹조작' 사건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최경호 기자
2018.08.09 국민의당 '새 정치'의 수준
국민의당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차기 당대표 자리를 놓고서다.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안철수 전 대표, 정동영·천정배 의원 등 3명이다. 모두 "내가 당을 살리겠다"며 나섰다. 하지만 이 상황을 지켜보는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천 의원을 향해 "10년도 훨씬 전에 대표를 하셨던 분들 아니냐"고 하고, 안 전 대표에게는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자기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에 나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고 하고 있다.
정·천 의원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란히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에서 정 의원은 당 의장을, 천 의원은 원내대표를 지냈다. 당시 신기남 전 의원과 함께 '천·신·정'으로 꼽히며 노무현 정부의 실세로 활약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친노가 민주당을 장악한 2015년 탈당하고 2016년 안 전 대표가 창당한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해 치러진 총선 때 각각 전북 전주와 광주(光州)에서 당선됐다.
이 두 사람이 또 당권을 잡겠다며 한목소리로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당의 대선 후보를 지낸 안 전 대표에게 "누울 자리조차 구분 못 하는 몰상식·몰염치의 극치"라거나 "신념이 없다는 점에서 기회주의자"라며 거친 말도 쏟아내고 있다. 정·천 의원의 이 같은 태도를 놓고 당 일각에서는 "출마를 반대할 게 아니라 자기들이 당당하게 이기면 될 일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일요일 안 전 대표의 불출마를 촉구했던 두 사람의 기자회견을 본 민주당 한 당직자는 "지금이 2000년대 초냐" "타임머신 타고 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안철수 전 대표, 정동영 의원, 천정배 의원. /이덕훈·성형주 기자
안 전 대표에 대해서도 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누구도 안 전 대표의 출마를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대선 패배로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안 전 대표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안 전 대표 측근 2명이 구속됐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는 상식적인 판단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이대로 가다간 당이 소멸될 수 있다"며 출마했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추문과 의혹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당원의 심판을 받겠다"는 말로만 대응하고 있다. 국민은 국민의당이 양당 기득권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켜 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제3당으로 선택했고, 대선에서도 적지 않은 표를 몰아줬다. 이 표들은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라는 국민 응원의 종잣돈이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당이 보이는 모습은 그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내가 당권 잡겠다"고 경쟁 후보를 '구태'로 몰아가며 출마 철회를 요구하는 행태나 대선에서 패배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내 당은 내가 지키겠다"는 생각이나 모두 도리에 맞지 않는다. 국민이 기대하는 '새 정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엄보운 정치부 기자
2017.09.06 김동철, 국회서 추미애 직격…"與 대표 안이한 안보인식에 개탄"
"文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해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을 군사·안보전문가로 전면 교체하고, 대통령과 여야대표 간 ‘긴급 안보대화’를 즉각 개최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외교안보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세웠지만 사실상 대화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고, 돌아온 건 미사일 도발과 핵 실험 뿐이었다”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4개월 동안 복잡하게 얽힌 북핵·미사일 문제를 ‘한반도 운전대론’과 같은 근거 없는 희망과 막연한 기대감으로 풀어가려고 했으나 문제는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문제만을 만들어내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무능함만 드러냈다”고도 했다.
민주당 추 대표를 향해서도 “집권여당의 추미애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12차례나 언급했고 게다가 김정은을 ‘신세대’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며 “여당 대표의 안이하기 짝이 없는 안보인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지금은 대화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며 “단호한 압박과 제재가 필요한 국면”이라고 했다.
"탈원전, 대못질하듯 결정 안돼…차기 정부가 결론 내려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6일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며 “임기 5년의 문재인 정부가 대못질하듯 결정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원전) 공론화에 충실하고, 최종 결정은 이후 정부에서 신중하게 내리도록 해야 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탈원전이라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궁극적인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문 대통령은 원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적기구인 원자력위원회에서의 논의는 물론이고, 국민 대표인 국회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독단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시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고작 3개월 만에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초법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선진국들의 에너지 정책 전환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국민적 합의를 거친 결과”라며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앞으로 60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무리 없는 계획’이라고 했지만, 이는 탈원전 공론화 기간과 탈원전 진행기간을 혼동한 데서 비롯된 잘못된 발언”이라고 했다,
윤형준 기자
2017.11.07 바른정당 쪼개지자… 국민의당 금가는 소리
유성엽 "대선에 진 사람은 죄인"
박지원 "닭 쫓던 개 신세 됐다"
안철수 "민주당 자리 엿보는 분들과는 끝까지 같이 못갈 것"
바른정당 분당(分黨)이 현실화된 6일 국민의당에서도 내부 갈등이 분출했다. "안철수 대표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에 안 대표는 "끝까지 같이 못 할 분이 있더라도 중도의 길을 가겠다"고 맞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일부 호남 중진과 안철수계가 불편한 동거 중이던 국민의당도 쪼개지는 길로 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전북 정읍·고창이 지역구인 3선의 유성엽 의원은 이날 당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참여하는 메신저 방에 안 대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유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한 사람은 죄인"이라며 "그런데 같이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서 개인적으로나 당이 얻을 게 뭐가 있냐"고 했다.
최근 안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복수하려고 정권을 잡았냐"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다른 정책들은 몰라도 적폐 청산은 당연히 철저하게 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유 의원은 "국정감사 와중에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거론했다가 당내 분란을 야기해놓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슬그머니 덮어버리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우리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대 결단이 민주당과의 합당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민주당과 합치자는 얘기는 아니다"고 했다. 유 의원에 이어 박주현 의원도 메신저에 글을 올려 안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또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바른정당 분당을 언급하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연합·연대를 주장하던 국민의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고 썼다. 박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정치는 전이(轉移)가 쉽게 일어난다"며 "바른정당 분당으로 우리 당도 당분간 꿈틀거릴 것"이라고 했다.
일부 당원은 '안철수 퇴출 서명운동을 제안하며'란 제목의 성명을 돌리고 안 대표 출당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동교동계도 오는 9일 오찬 모임을 추진하고 있다. 박양수 고문은 본지 통화에서 "한국당이 바른정당 탈당파를 흡수하면서 민주당이 '1당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며 "40석의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도와줘야 할 때"라고 했다. 앞서 정대철 고문 등은 "바른정당보다는 민주당과 합당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모두 함께 가길 강렬히 희망하지만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 할 분이 있더라도 저는 그 길을 가겠다"며 "반패권의 길, 중도 혁신의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안 대표는 지난 3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독일과 이스라엘을 방문 중이다. 안 대표는 유성엽 의원을 겨냥해 "저의 당대표 당선이 비정상이면 저를 선출한 당원이 비정상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그 정도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거란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 말 듣고 정치하는 분들, 민주당 자리 엿보는 분들과는 언제까지 같이할 수 없을 것 같다" 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이날 바른정당 분당과 관련해선 "명분이 없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내 바른정당과 정책 연대와 선거 연대까지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느냐"며 "그건 계속 유효하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안철수 당대표 선출 2017.08.27
■바른정당
2017.01.08 신당 명칭 ‘바른정당’ 확정…“바르고 깨끗하고 따뜻하게”
신당 명칭 ‘바른정당’ 확정…“바르고 깨끗하고 따뜻하게”
개혁보수신당(가칭)이 8일 정식 당명을 바르고(正), 깨끗하고(淨), 따뜻함(情) 등의 의미를 담은 '바른정당'으로 확정했다.
개혁보수신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날까지 간추린 6개 당명을 놓고 회의를 벌인 결과 바른정당을 최종 낙점했다.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바른정당에서 '정'은 정의로운 사회, 정든 님 할 때 정, 정화한다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정'자에는 곧고(貞), 맑다(晶)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들은 당명 결정 직후 회의장 벽면에 붙인 대형 백지에 캘리그라피 형태로 '바른정당' 당명을 새기는 퍼포먼스도 가졌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모두 기립해 밝은 표정과 힘찬 목소리로 "바른정당"을 외치기도 했다.
신당 명칭 최종 안에는 바른정당 외에 Δ바른정치국민연대 Δ공정당 Δ바른정치연대 Δ바른정치연합 Δ바른정치 등이 후보 당명으로 거론됐지만 선호도 투표를 거친 결과 바른정당이 결정됐다. 복수 선택이 가능했던 막판 결선투표에서 바른정치는 37표, 바른정당은 59표를 획득했다.
당초 '보수'란 명칭이 사용된 보수당, 국민보수당, 참보수당 등의 명칭도 다수 접수됐지만 '보수'라는 정치적 스펙트럼에 갖힐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당명을 정한 바른정당이 당내 대선 잠룡을 모아 정책 토론회에 나서며 대권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8일 정계에 따르면 바른정당 전략기획팀은 오는 13일 국회 도서관대회의실에서 대선잠룡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바른정당 소속의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나서 치열한 정책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는 군사, 교육, 증세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개헌이나 균형발전경제 등이 주요 논제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대권 잠룡들의 정책 토론을 통해 새누리당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차별화를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새누리당이 외면받으면서 대선판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과 10년간 해외에 나가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새누리당에서 분당돼 나온 바른정당도 체계를 구축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선 잠룡 경쟁을 통해 이목 끌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정책토론회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한 바로 다음날 개최되면서 그의 귀국에 맞춰 정책 논의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관계자는 "대선 잠룡들의 일정을 맞추느라 일정이 늦어진 것일 뿐이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2017.01.13 《주신구라》에 나오는 최하급 무사만도 못한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들
▲ 일본 영화 <최후의 추신구라> 스틸컷
1701년 3월, 아코 영주 아사노 나가노리는 도쿠가와 쇼군의 궁전에서 자신을 모욕한 막부의 중신(重臣) 기라 요시나가에게 칼부림을 한 죄로 할복했다. 그의 가문은 폐족(廢族)이 됐다. 아사노의 가신(家臣)들은 졸지에 오갈 데 없는 낭인(浪人) 신세가 됐다.
이듬해 12월 15일 새벽, 아사노의 가신이었던 오이시 구라노스케 요시타가 등 47명의 낭인들이 기라의 집을 습격, 기라의 목을 벴다. 1년 넘게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절치부심(切齒腐心)하다가 주군(主君)의 원수를 갚은 것이다.
이들의 행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거사에 가담한 47명의 낭인들은 막부의 명에 따라 전원 할복했다. 막부는 이들이 무리를 지어 중신을 살해한 죄는 묻되, 할복할 기회를 줌으로써 무사로서의 명예는 지킬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이 아코 사건을 다룬 소설이 바로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전인 《주신구라(忠臣藏·충신장)》다.
《주신구라》에 나오는 아시가루(足輕·최하급 무사) 데라오카 헤이에몬이 상사(上司)인 오이시에게 하는 말에는 47명의 아코 낭인들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다.
“쥐꼬리만 한 녹을 받는 저나 1500석의 봉록을 받는 당신이나 주군의 덕분으로 살아가는 목숨이기는 매한가지. 은혜의 높고 낮음은 없는 것입니다.”
《주신구라》 얘기를 꺼내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의 와중에 황급하게 당(黨)을 떠나는 새누리당 중진 정치인들이 생각나서다. 어떤 사람은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새누리 지도부는 보수가 아니라 극우집단”이라는 극언까지 퍼부었다. 꼭 자기가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떠나는 듯한 모습이다.
이미 폐주(廢主) 신세가 된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게 봉건적 충절(忠節)을 바치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다선(多選) 의원이나 도지사로 키워 준 정당의 ‘은혜’는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떠날 때 떠나더라도 자기가 몸담았던 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 나라 정치인들의 철새 행각은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명색이 차기 대권 주자니 정계 중진이니 하는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들의 행태는 《주신구라》에 나오는 최하급 무사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월간조선 2017년 1월호 / 글=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2017.04.27 박정희와 딸 박근혜, 유수호와 아들 유승민
⊙ TK 민심, 4개월 사이 1위 후보 5차례 바꿔… 유승민은 2~4% 저조한 지지율
⊙ 아버지 유수호는 반(反)박정희·반유신… 아들 유승민은 반박근혜로 탄핵 주도
⊙ 유승민이 외치는 ‘경제민주화’, 1992년 아버지 유수호가 먼저 주장
⊙ 유수호, 민자당 탈당 후 새한국당→국민당→신민당→자민련으로 당적 옮기다 정계 은퇴
⊙ 유승민, 대선보다 대선 이후의 행보에 더 관심 가
바른정당 유승민(劉承旼) 대선 후보가 과연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까. 4월 10일 발표된 《조선일보》·칸타퍼블릭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 지지율은 1.9%. 그의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도 4%였다. (조사일시 4월 7~8일.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TK에서조차 외면당한 채 ‘마이 웨이’를 걸을지 미지수다. 막대한 대선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바른정당 내부에서조차 계산이 안 선다는 얘기가 나온다.
바른정당 선대위조직본부장인 김성태 의원은 유 후보의 지지율 답보를 두고 “연구대상이다. 저희도 속이 터지고 답답해 죽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후보는 안철수·홍준표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 완주의 뜻을 밝혔다. 4월 10일 대전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유 후보는 “안철수 후보는 진보 후보이기 때문에 단일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홍준표 후보는 재판을 받는 무자격 후보라서 단일화할 수 없다. 저는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유 후보의 ‘제 갈 길’ 선언이 아버지인 고(故) 유수호(劉守鎬) 전 의원을 떠올리게 한다. 유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형제 중에선 용모나 성격 측면에서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13대(1988년)·14대(1992년) 국회의원을 지낸 유 전 의원 역시 ‘황소 고집’으로 유명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아버지는 아들이 정계에 나서려 할 때 두 마디의 덕담을 전했다고 한다. “의협심을 가져라. 절대 비굴하지 마라.”
‘반(反)유신’ ‘양심수 석방’ 주장한 민정당 초선
▲지난 2015년 11월 8일 유수호 전 의원 빈소가 마련된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승민 후보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는 모습. 곁에 황교안 국무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보낸 조화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유수호(직함 생략)는 부산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43세 때(1973년) 판사 재임용에 탈락된 인물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그가 반(反)박정희 대통령 시위를 주도한 학생을 석방시켜 정권에 밉보였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유 후보는 2015년 《월간중앙》 12월호 인터뷰에서 선친이 겪은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1971년 4월 27일 실시된 제7대 대선에서 공화당 박정희 후보의 울산 지역 개표 결과를 조작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산지법 부장판사였던 아버지께서는 그해 8월 17일 조작을 주도한 당시 울산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27일 시위를 주도했던 부산대 총학생회장의 구속적부심에서는 그에게 석방을 허가했습니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보신 거죠. 그 총학생회장이 나중 노무현 정부에서 행자부 장관을 지낸 김정길씨입니다.”
유 후보는 “선친께서 직접 말씀하신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 두 사건이 (판사) 재임용 탈락과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제가 경북고에 갓 입학한 무렵이었는데 재임용 탈락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많이 우셨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법복을 벗은 유수호 변호사는 대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그의 나이 46세 때였다. 선후배 위계질서가 엄한 대구 법조계를 감안하면 무척 이른 나이에 회장에 선출됐다고 한다)과 대한변협 부회장을 거쳐 5공 시절인 1985년 민정당 대구 제1지구당 위원장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노태우·정호용·김윤환 등과 경북고 동기(32회)다.
‘로열패밀리’였던 유수호는 여당 초선답지 않았다. 민정당이 반대 당론으로 정한 야당의 양심수 석방에 가담했고 유신 시절의 긴급조치법을 “위정자 구미에 맞는 법”이라 비판했다.
1988년 7월 20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업무현황 보고 때였다. 민정당 초선 유수호 의원은 정해창 법무장관에게 진땀 나는 질문을 던졌다.
“동료 의원들의 주장은 620명의 양심수가 있다고 하고 본회의에서 본 의원이 듣기에는 661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또 우리 법무장관의 답변은 41명입니다. (중략)
본 의원은 양심수 석방결의안에 대해 당론에 좇아 일응 반대했습니다만, 적어도 입법부에서 이런 석방결의안이 나왔으면 법무장관은 진정 화해하고 민주(주의를) 발전하는 그러한 정치를 창출하는 이 마당에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통치권자에게 석방을 건의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통치권자’는 유수호의 친구인 노태우 대통령이다.
유수호는 1988년 《월간조선》 8월호 ‘민주정부로 가는 길’ 좌담회에 참석해 “긴급조치법 따위는 위정자 구미에 맞는 법이다. 국민은 진심으로 그 법을 거부했다”고 했다. 야당이나 재야인사가 할 법한 말이었다. 다음은 당시 《월간조선》에 실린 그의 발언 일부다.
“지나간 3, 4공화국 때 만든 긴급조치법 따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한마디로 위정자가 자기네들의 구미에만 맞는 법을 제정한 것이지, 국민을 위한 법을 제정한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가령 유신 시절 긴급조치로 재판받은 피의자에게 7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곤 했지만 국민은 진심으로 그 법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15대 총선 앞두고 유수호 돌연 정계 은퇴
유수호는 13대 때 민정당, 14대 때는 민자당 간판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민자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의외의 선택을 한다. 1992년 민자당을 탈당, 새한국당에 합류한 것이다. 이후 이종찬 의원 진영에 서면서 정치인생이 180도 달라진다.
새한국당은 1992년 민자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민정계 이종찬이 민주계 김영삼에게 패하자 유수호·박철언·이영일·장경우 의원 등과 동반 탈당,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생긴 급조 정당이다.
새한국당은 이후 대선 후보로 이종찬을 추대했으나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유수호는 박철언·김용환 등과 함께 다시 탈당, 통일국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종찬 후보도 12월 13일 국민당 정주영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다.
국민당은 1994년 박찬종 의원의 신정치개혁당과 합당하며 당명이 신민당으로 바뀐다. 이듬해 신민당이 자민련과 합당하면서 유수호의 당적 역시 자민련으로 변한다. 그러나 1995년 9월 24일 그는 15대 총선 직전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계를 떠나버렸다.
당시 유수호는 불출마 변으로 “더 이상 정치를 해야 할 명분과 사명을 찾기 어렵다. 법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 주변에서는 “1992년 반YS 진영에 선 뒤 민자당을 탈당, 국민당과 신민당을 거쳐 자민련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심각한 회의에 빠졌고 몇 번씩 그만두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입을 모았었다.
유수호 의원이 1992년 민자당을 떠날 당시 대구는 반YS의 야도(野都)가 되어가고 있었다. 한때 잘나가던 TK가 YS 내각에서 희귀 존재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조선일보》 1993년 4월 3일 자 2면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 지금 서울의 정가엔 대구는 야도가 될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있다. 부산·경남의 부상과 대구·경북의 퇴조, 영남 양대 축 사이의 이 뚜렷한 대비가 그 근거다. (중략) 청와대 비서실장 이하 수석비서관 9명 중 4명이 부산중고 동문, 이른바 PK이다. 반면 한때 사회 엘리트층을 지배했던 TK는 내각에서 희귀 존재가 됐다.…〉
1992년 14대 총선 당시 대구 지역 의석은 민자 8, 국민 2, 무소속 1석 구도였으나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 당시엔 민자 6, 국민 5석으로 바뀌었다. TK가 YS 찬반으로 갈라진 결과였다. 대선 후엔 민자 5, 국민 3, 무소속 3석으로 또 바뀌었다. 민자당 의석 수가 반토막, 대구는 반YS 태풍의 진원지였다.
그 태풍의 한 갈래였던 유수호는 자민련으로 당적이 바뀐 뒤 돌연 15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떠났다. 당시 대구에 자민련 ‘녹색바람’이 불 때여서 그의 선택은 의외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후 그는 일절 여의도 쪽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TK 민심, 유수호를 떠올리며 유승민 바라봐
아들은 민정당→민자당→새한국당→국민당→신민당→자민련으로 이어진 아버지의 선택이 불가피했거나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을까. 또 아버지는 민자당의 뿌리인 새누리당을 무너뜨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딸을 탄핵시킨 아들의 선택에 어떤 평가를 내릴까.
어쩌면 아들은 아버지의 정치행로를 떠올리며 새누리당을 떠나는 순간, 자신이 택해야 할 경우의 수가 의외로 적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아버지가 반박정희에 섰던 것처럼 아들 역시 반박근혜에 설 수밖에 없는 사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유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평행선을 걸었다. 한때 지근에서 보좌했지만 그 기간이 오래가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이 소통에 인색하고 ‘궁정적(宮廷的)’인 것도 사실이지만 집권당 원내대표 시절, 유 후보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탄핵도 사실상 유 후보의 결심이 있어 가능했다.
유 후보는 풍찬노숙을 각오하고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선친이 남긴 “의협심을 가져라. 절대 비굴하지 마라”는 유훈을 가슴 깊이 새겼는지 모른다.
그는 대선보다 대선 이후의 행보에 더 관심이 가지만,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정치적 야심도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 영원히 배신자의 프레임에 갇힌 채 정계를 떠날지 모른다. 지금 TK 민심은 아버지 유수호를 떠올리며 아들 유승민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제민주화, 아버지 유수호가 먼저 주장
‘부의 세습, 차단해야’(《국회보》, 1992년 1월호)
유승민 후보의 경제공약은 ‘경제민주화’가 골자다. 대기업 부당 거래를 손질하는 내용을 담은 대선공약을 지난 2월 내놓았다. 경제공약에는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회사 설립 방지와 그룹 내 내부거래 금지를 담았다. 유 후보는 “경제 정의가 살아 있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겠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했었다.
유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는 누구에게 영향 받은 것일까.
기자는 1992년 《국회보》 1월호에 실린 유수호 의원의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라는 에세이를 찾았다. 《국회보》는 국회사무처가 발간하는 월간지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그는 “빈부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한 모든 사람이 경제적으로 평등할 수는 없으며 그만큼 경제적 정의는 손상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유 의원은 “우리 사회의 경쟁은 공정하고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는가?” 반문하며 “경쟁의 과정이 자유롭고 공정하지 못할 때 승리의 대가로 획득한 부는 정당성을 잃게 되고 경제민주화가 손상된다”고 했다.
또 “과거 경제력의 세습이 아무런 저항 없이 진행돼 왔다”며 “부가 후대의 노력 없이 계승된다는 점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며,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리학에서는 아들은 아버지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 혹은 좌절과 갈등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어쩌면 유 후보는 아버지가 걸었던 정치인의 길을 답습하고 있는지 모른다. 당적을 옮기며 결국 정계를 떠났던 그 길마저….
월간조선 2017년 5월호 / 글=월간조선 김태완 기자]
2017-11-07 홀로 버티다… 부러진 유승민
“홍준표 등 썩은 보수와 함께 못해”
남경필 “질렸다, 정치 같이 못해”
“유승민 의원(사진)만 남았다.”
5일 열린 바른정당 심야 비공개 의원총회가 2시간 40분간 대화 끝에 한 차례 정회하자 한 의원이 기자들에게 귀띔했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위한 바른정당의 전대 연기로 의견이 모아지는 가운데 유 의원만 동의하면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1시간도 안 돼 결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복수의 의원은 유 의원이 의총 때 ‘썩은 보수’를 언급하며 통합 전대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썩은 보수와 함께할 수 없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서청원 최경환 의원과 같은 선상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보수 통합을 위해선 홍 대표도 ‘인적 청산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더 큰 데로 가서 보수 개혁도 하고 정치의 뜻도 펼치라”고 설득하던 의원들도 “그만 됐다”고 포기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 선거 때도 홍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요구에 “홍 후보는 너무나 결핍 사항이 많아서 도저히 보수의 품격을 유지할 수 없다”며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분열의 책임을 유 의원에게 몰아가는 모양새다. 분당을 막기 위해 통합 전대를 설득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의총 직후 “유 의원에게 질렸다. 그와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의원은 “정말 실망했다”고 했고, 한 당내 인사는 “유 의원만 양보하면 됐는데…”라고 했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같이 탈당할 때 저는 끝까지 새누리당에 남아 개혁해보려 했고, 지금 탈당하신 분들이 제일 먼저 탈당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적 보수의 초심을 지키지 못해 대단히 안타깝고 서운하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바른정당 창당 17.1.24 정병국 신임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2018.02 14 '바른미래당' 공식 출범
국민의 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탄생
■정의당
2018.07.23 노회찬 자살
▲ 노회찬 담담한 귀국…그러나 (서울=연합뉴스)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드루킹’ 김모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 당사자인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2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내용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 22일 오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통해 귀국하는 모습.
지인 “노회찬 부인과 전날 통화…절대 이럴 분 아닌데”
노회찬 투신아파트 경비원 “‘쿵’ 소리에 가보니 맥박 없어”
장례식장, 신촌 세브란스병원…정의당, 장례식장서 긴급회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23일 오전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고층 아파트 현관 부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주민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시간대에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 쪽에 노 의원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노 의원이 쓰러진 것을 최초로 발견한 경비원 김 모 씨는 “오늘이 쓰레기 분리수거 날이라 수거장에 있다가 ‘쿵’ 하는 소리가 들려 가봤더니 노 의원이 떨어져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는 “일부러 손끝 하나 대지 않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며 “일단 맥박이 뛰는지 확인해보라는 경찰의 말에 떨어진 지 1∼2분 만에 맥을 짚었는데도 맥이 전혀 잡히질 않았다”며 “몇몇 주민들도 장면을 봤지만 비명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주민 박 모(75) 씨는 “사고 직후 소방차와 경찰차가 2대씩 와서 노 의원에게 인공호흡을 했는데 반응이 없었고, 5분쯤 심폐소생술 하더니 시신을 파란색 천으로 덮었다”고 전했다.
노 의원이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에 현장에는 취재진 수십명이 몰렸고, 놀란 주민들도 모여들었다.
현장을 찾은 노 의원의 지인 임 모(59) 씨는 “어제 형수님(노 의원 부인)과 통화했는데, 노 의원이 ‘어머니한테 다녀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집에 들러 형수님 얼굴을 잠깐 보고 나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임 씨는 노 의원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고 1990년대 노동 운동을 함께 했었다며 “한 달 전에 노 의원을 만났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 전혀 몰랐다”며 “판단력이 냉철하고 절대 이럴 분이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고 침통해했다.
경찰은 노 의원 투신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겹겹이 설치해 현장을 통제하고 현장 검안 후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옮겼다.
노 의원의 장례식장은 서울 마포구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으나 아직 빈소가 꾸려지지 않은 듯 조문객을 받지 않고 있다.
장례식장에 설치된 화면에도 노 의원과 부인·동생의 이름, 장지(서울추모공원-양수리 갑산공원묘지)만 표시돼 있다.
오후 3시30분께 흰 국화가 큰 수레 2대에 실려 예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등 장례식 준비가 분주한 모습이다.
심상정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관계자들과 유족들은 장례식장을 찾았다. 정의당은 노 의원의 빈소에서 오후 3시부터 긴급회의 중이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빈소를 찾아 “너무도 충격적이고 슬프다”며 “한국정치의 귀한 자산을 잃게 돼 애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정의당 의원들이 오후 3시 비상회의를 (장례식장에서) 연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유서 내용에 대해서는 “못 봤다”고 했다.
앞서 경찰은 노 의원 동생과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찾아냈다.
유서 내용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노 의원은 드루킹 측근으로 자신과 경기고 동창인 도모(61)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 불법 정치후원금 5천만 원을 받은 의혹을 받는다. 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으로부터 2천만 원의 강의료를 받은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해 노 의원은 “어떤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특검 수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07월 23일 “노회찬 한방에 날리겠다”…드루킹, 1년 전 ‘협박성 경고’
드루킹 “정의당이 민노총 움직여 文정부 길들이려” 불만
“내가 미리 경고한다…못믿겠으면 까불어보든지”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모(49)씨 측으로부터 금전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노회찬(62)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투신 사망한 가운데 1년여 전 드루킹의 ‘경고’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드루킹은 지난해 5월16일 자신의 계정으로 된 페이스북에 “정의당과 심상정 패거리가 민주노총 움직여서 문재인 정부 길들이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당시 드루킹은 “내가 미리 경고한다”며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방에 날려버리겠다. 못믿겠으면 까불어보든지”라는 글을 남겨 노 원내대표와 정의당 측에 관한 마치 파장이 큰 폭로를 준비할 것처럼 암시했다.
드루킹의 경고는 허언이 아닌 셈이 됐다. 노 원내대표는 드루킹과의 금전 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특검에서 주시하는 핵심 피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검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가 짙다.
특검 안팎에서는 노 원내대표가 드루킹의 최측근인 필명 ‘아보카’ 도모(61) 변호사로부터 드루킹을 소개받은 뒤 불법 자금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지난해 대선 직전 경공모 관련 계좌에서 16개월 동안 약 8억원가량의 자금 흐름을 포착,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드루킹 측이 노 원내대표에게 5000만원대 불법 자금을 건넨 의혹도 포함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선관위에서 제출받은 계좌 136개를 포함해 모두 139개 계좌를 분석한 뒤 정치권과 오간 자금은 없다고 결론 내리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특검은 도 변호사가 위조된 증거를 제출토록 함으로써 당시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판단했다. 도 변호사가 돈다발 사진을 연출하는 등 증거를 위조해 당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특검팀은 노 원내대표가 경공모 측으로부터 강연료 등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계좌추적 등 수사를 진행하며 돈의 대가성과 청탁 유무 등을 따져왔다.
그러나 노 원내대표가 남긴 유서에는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시스>
07.25 보수 대 진보, 2대2서 2대1로…당장 국회 영향 준 노회찬 비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많은 이들이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을 안타까워한다. 비장미(悲壯美) 가득하던 진보 정치에 해학과 웃음을 불어넣으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는 평가가 주류다.
비단 ‘진보 아이콘의 상실’이란 안타까움을 넘어 그의 사망은 곧바로 현실 정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장 각각 국회의원 14명과 6명을 보유하고 있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연합해 꾸린 국회의 네 번째 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은 그 지위를 상실했다.
애초 지역 정당인 평화당과 가치ㆍ이념 정당인 정의당의 연합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그럼에도 교섭단체로서 가질 수 있는 국회 내 권한과 역할이 큰 만큼 평화당과 정의당의 연대에 ‘나름 창의적 해법’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중점법안이나 예산안 처리, 의사일정 협의 등은 교섭단체들의 협상에 따라 결정된다. 국회법은 20명 이상의 의원을 교섭단체의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은 4월 2일 교섭단체 등록 후 지난 23일까지 113일 동안 가동됐는데, 20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위원장을 배정받고,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정례 회동에도 참석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24일 “애초 원 구성 협상 때 결정된 상임위원장 배분 등은 교섭단체가 붕괴하더라도 유효하지만, 향후 국회 운영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섭단체 구성 문제는 민주당이 구상했던 ‘개혁 입법연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당장 국회 교섭단체는 기존의 ‘진보 2(민주당, 평화ㆍ정의) 대 보수 2(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구도에서 ‘진보 1 대 보수 2’의 구도가 됐다.
국회서 개혁 입법 드라이브를 걸려던 민주당으로서는 원내 우군의 영향력이 약해진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존에도 겪었던 것”이라고만 했다. 해법이나 전망에 대해서도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
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
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평화당은 24일 오전 8시부터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용주 평화당 원내대변인은 “예기치 못한 일로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데 대해선 굉장히 안타깝다”며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했던 정의당이 받았을 충격에 대해 깊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어 지금 당장 무리하게 공동 교섭단체를 재구성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9월 3일부터 예정된 정기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해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초 국민의당에서 함께 활동하다 바른미래당과 합치고 평화당으로 갈라지는 과정에서 무소속이 된 손금주ㆍ이용호 의원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변인은 “두 의원에게 조만간 합류 의사를 다시 한번 전달하고 가능할지에 대해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