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윤석열 이야기/ 2021.01.12 "윤가는 나서는 성격 아니다"…- 06.3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2021.01.12 "윤가는 나서는 성격 아니다"…尹대망론에 갈린 파평 윤씨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국·추미애와 대립해온 윤석열(尹錫悅·61) 검찰총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전국적인 '윤석열 현상'으로 커졌다. 윤석열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첫째,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1, 2위로 거론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현직 검사가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신선하게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라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굴러가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일 수도 있다.
둘째,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현직 검사도 윤석열이 처음이다. 웬만한 고위 공직자는 정권에 줄 대기 바쁘고 적당히 타협해 더 높은 자리를 노리는 행태가 흔하다. 권력 앞에 고개 숙이지 않는다고 집권 여당이 핍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현직 검찰총장 대권 주자 거론에
파평 윤씨 후손들 갑론을박 한창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잡아주길"
"끝까지 꼿꼿한 선비로 남아주길"
윤 총장 부친 고향은 충남 논산
16세기 이후 윤씨들 뿌리 내려
송시열과 대립 윤증이 '9대 종조부'
임금이 내린 벼슬도 마다한 가문 전통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지만 좌천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관권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다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다. 하지만 권력의 집요한 몰아내기에도 버티고 살아남았다. 그의 임기는 7월 24일이다.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던 윤 총장이 대선주자로 나설지, 평범한 법조인으로 돌아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민심의 향배에 따라 아직 1년 이상 남은 대권 풍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정작 더 궁금한 것은 권력 앞에 고개를 치켜든 '배짱 검사' 윤석열 그 자체다. 우리는 정작 윤석열을 잘 모른다.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무슨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풀 단서를 찾기 위해 윤석열의 뿌리를 찾아가 봤다. 충남 논산시 노성(魯城)면에 모여사는 파평(경기도 파주) 윤씨 가문 사람들도 만나봤다.
윤석열은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지만, 부친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농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학과로 진학했다. 윤씨 문중이 2005년 설립한 백록(白鹿)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윤 명예교수가 논산시 노성면 죽림리 출신이니 윤 총장의 뿌리는 공주가 아니라 논산인 셈이다.
/파평 윤씨 25세 명재(明齋) 윤증(尹拯)의 종손 37세
윤완식(65)씨를 만나 족보부터 살펴봤다. 35세인 윤석열의 시조는 고려 태조 왕건을 도운 개국공신 윤신달(尹莘達)이다. 하지만 시조 묘는 특이하게도 파주가 아닌 경북 포항시 기계면 봉계동에 있다. 고려 왕조 출범 이후 윤신달은 동경(경주)에 대도독으로 파견돼 몰락한 신라 유민을 다스리다 현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동북 9성을 쌓아 여진족을 평정한 윤관(尹瓘)이 윤신달의 현손(5세손)이자 파평 윤씨 중시조다.
윤석열의 직계 조상이 논산에 뿌리내린 것은 21세 윤돈(尹暾)이 1538년 처의 고향 니산현(尼山縣·노성면)에 정착하면서부터다. 노성면 일대는 공자와 유가적 전통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노성면·니구산(尼丘山)·궐리사(闕里祠)는 모두 공자가 살던 노(魯)나라 니구산 궐리촌에서 이름을 따왔다. 논산 정착 이후 불과 100여년 만에 노성의 파평 윤씨는 연산의 광산 김씨, 회덕의 은진 송씨와 더불어 호서삼대족(湖西三大族)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윤씨 들이 논산에서 빠르게 정착한 배경에 대해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윤여갑 국학 자료조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논산에 처음 정착한 윤돈의 아들 윤창세(尹昌世)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왜군과 싸웠고, 그의 3남 윤전(尹烇)은 병자호란 와중에 순국했다. 많은 조상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으니 요즘으로 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한 셈이다. 당시 조상들이 고향에 사립대학 성격의 종학당(宗學堂)을 세워 널리 인재를 모아 교육했고 노성에서만 42명의 문과 급제자를 배출했다."
윤석열과 추미애의 대리전 양상으로 보수와 진보가 나뉘어 치열하게 다투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치열했던 당쟁(黨爭)을 떠올리게 한다. 조선 왕조의 개국공신이던 훈구파에 밀려 지방에서 학문을 닦던 사림파는 선조 때 동인(이황·조식 등)과 서인(이이·성혼 등)으로 나뉜다. 동인은 다시 남인과 북인으로 분화한다. 서인은 숙종 때 송시열(宋時烈)의 노론(老論)과 윤증(尹拯)의 소론(少論)으로 갈려 정치적으로 대립한다.
항간에는 노론의 영수 송시열의 위세에 굴하지 않고 꼿꼿하게 바른 소리를 했던 소론 영수 윤증이 윤석열의 직계 조상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와전된 것이다. 윤여갑 조사위원은 "정확히 말하면 윤증은 윤석열의 직계 할아버지가 아니고 9대조 종(從)조부"라고 전했다. 이런 사실은 족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논산에 처음 정착한 윤돈의 손자 문정공 윤황(尹煌)은 사간원 대사간(오늘날 감사원장)으로 활약했고 청나라와의 화친에 반대하다 유배당했다. 윤황의 여덟 아들 중에서 넷째 윤문거(尹文擧)의 직계 후손이 윤석열이다. 윤문거는 효종·현종 양대에 걸쳐 임금이 사헌부 대사헌(오늘날 검찰총장) 벼슬을 열 번이나 내렸지만 고사했다. 윤황의 다섯째 아들 윤선거(尹宣擧)의 장남이 윤증이다. 윤증의 아들과 손자는 사헌부 대사헌으로 봉직했다. 같은 집안이지만 윤석열 직계 조상은 '은둔파'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영조·정조의 탕평책 덕분에 소론 일부가 관직에 나갔지만, 이마저도 조선 후기 왕실 외척의 세도정치가 활개 치면서 벼슬길이 막힌 측면도 있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 벌열 연구』의 저자인 차장섭 강원대 교수는 "임금이 불러도 평생 벼슬에 나가지 않아 '백의 정승(白衣政丞)'으로 불렸던 윤증을 비롯한 윤씨 가문의 깐깐한 선비 정신이 직간접적으로 후손의 DNA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벼슬을 고사한 직계 조상과 달리 윤석열은 현대판 과거제도인 사법고시에 스스로 도전해 검사가 됐다. 서울 법대 재학 시절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교내 모의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아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일화가 있다. 이 사건의 파문이 커져 강원도 오대산으로 한동안 도피했고 민주화가 이뤄진 1991년 9전 10기 끝에 사시에 합격했다. 천신만고 끝에 검사가 되고 권력의 핍박에도 버틴 윤석열이 '추·윤 갈등' 와중에 급기야 대권 주자 반열에까지 올랐으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신복룡 건국대 명예교수(전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는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현상은 아무래도 합리적이지 않다"며 "(윤석열을 앞세워) 복수를 바라는 지지 세력에 휘둘리는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성급하게 거론되는 '윤석열 충청 대망론'을 놓고 논산에 사는 파평 윤씨 후손들도 요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후손들은 윤 총장이 2008년 논산지청장 시절에 종중 묘소와 유적을 두루 참배했다며 윤석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권력 눈치 보는 것은 우리 윤가에겐 치욕이다." "불의를 보고도 5초 안에 화내지 않으면 윤가가 아니다." "뻔히 드러난 권력 비리를 수사하지 않으면 윤가가 아니다."
그런데 윤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달랐다. 윤여진 노성 종중 총무유사는 "정권 눈치를 안 보고 잘해온 것처럼 국민이 원해서 대통령이 된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윤여갑 조사위원은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제대로 바로잡아 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반면 서예가인 노정(魯亭) 윤두식 백록학회 이사장은 "임금이 주는 높은 벼슬을 물리친 조상의 피를 고려하면 우리 윤가는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니다. 선비 정신을 지키며 사는 것이 더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라고 했다. 윤여인 노성 종중 운영위원은 "우리 윤가는 긴 거는 긴 거고 아닌 건 아닌 거다. 대통령 욕심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평생 벼슬을 고사한 윤증의 호를 딴 '명재고택'을 지키는 종손 윤완식씨는 "우리 집안은 밥과 국만 끓이고 작은 과일과 생선 토막으로 소박하게 제사상을 차린다. 추석 때도 송편 대신 겉과 속이 같은 백설기를 올린다"는 말로 '윤석열 대망론'에 대한 대답을 갈음했다. 아름다운 한옥으로 손꼽히는 명재고택에 밤새 하얀 눈이 수북이 내려 발걸음을 내딛기가 조심스러웠다. 논산에서 지척인 공주 마곡사에서 머리를 깎았던 백범 김구 선생이 생전에 애송했던 '야설(野雪)'이란 옛 시가 불현듯 떠올랐다.
/노론 영수 송시열과 대립한 소론 영수 윤증의 호를 딴 명재고택(충남 논산시 노성면)에 밤새 함박눈이 내렸다. 장세정 기자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테니)
/노론 영수 송시열과 대립한 소론 영수 윤증의 호를 딴 명재고택에 흰눈이 수북이 쌓인 모습. 장세정 기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02월 22일 윤석열의 소명
이현종 논설위원
대통령 몰래 인사 발표 下剋上
親文 민정수석도 못 참고 사표
與 권력 농단 실세 세력 있나
사법부·검찰 뿌리째 흔들려
법치 파괴된 자리에 獨裁 자라
5개월 남은 尹총장 응답해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이젠 주술(呪術)이 됐다. 지금 문 정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정말 이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할 따름이다. 지난 주말 동아일보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 대통령 재가 없이 검사장 인사를 발표했고, 문 대통령은 사후 승인했다고 한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이런 하극상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문 대통령에게 박 장관의 감찰을 건의했지만 묵살당한 뒤 청와대에서 자신의 역할이 더는 없다고 판단해 사표를 거듭 제출했다는 것이다. 평소 온화한 성품인 신 수석은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 “박 장관과는 더는 볼일이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 정권판 국정농단 사건’이다.
1979년 12·12 쿠데타 이후 권력을 잡은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규하 대통령을 겁박해 인사와 국정 운영을 하던 때와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검찰 인사를 대통령의 사전 재가도 없이 감히 발표할 수 있고 대통령은 마지못해 사후 승인해주는 ‘간 큰 세력’이 있다는 것인데 그 실체가 궁금하다. 나아가 주로 피의자·피고인 신분인 여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돌연 검찰이 올 초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6대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갖고 있는데, 이것마저 빼앗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뺏어오고 법무장관이 통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권력 비리 수사를 막고 검찰 해체를 노리는 ‘입법 쿠데타’나 다름없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등 현대 독재자들이 하는 사법 장악과 똑같은 일을 검찰 해체를 지향하는 여당 내 ‘탈레반’ 그룹이 주도하고 친문들이 뒷받침하는 형국이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존경은커녕 ‘거짓말쟁이’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창피함을 모른다.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책무인 판사의 최고 수장이 자신의 입으로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시인해 놓고도 9개월 전 ‘기억력 탓’을 하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군부 엘리트 모임인 ‘하나회’ 같은 사법부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이 온갖 요직을 다 차지하고 있다. 양식 있는 판사들은 여지없이 쫓겨나가고, 정권 비리 사건을 심리하는 ‘코드 판사’는 3년 만에 다른 법원으로 전출 가야 하는 인사원칙도 무시하고 4∼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혼돈을 종식시키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국민은 야당이 견제와 균형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해 보지만 절대 열세인 의석구조나 인물면에서 기대난망이다. 여권의 법치 파괴에 맞서 징계·감찰·수사 등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안간힘을 쓰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단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 총장은 취임사에서 “헌법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며 국민의 사정을 살피고 국민의 생각에 공감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법 집행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현 정권이 그렇게 윤 총장 찍어내기에 혈안이 되지 않았다면 그는 평범한 검찰총장으로 퇴임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징계, 수사지휘권 등으로 그의 정치적 맷집을 키웠고, 후임인 박범계 장관도 추 전 장관 못지않게 윤 총장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윤 총장이 인기를 얻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저 공직자로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고 어느 정권이건 빌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기가 5개월 남은 윤 총장은 막스 베버의 말처럼 ‘소명(召命)으로서의 정치’에 대한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법치가 무너지면 독재가 자라는데 이를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소명이 있고, 이에 윤 총장이 응답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라는 ‘운명(運命)’ 때문에 정치를 시작했지만, 윤 총장에겐 운명보다 더 중요한 소명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검사와 정치의 영역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머리를 빌릴 수는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처럼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열정과 책임감, 균형적 판단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기준이 될 것이다.
문화일보
03.02 윤석열 "檢수사권 박탈은 법치말살…100번이라도 직 걸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움직임에 대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며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검수완박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공직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검수완박에 대해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라고 했다.
국회와 소통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느냐 질문에 대해서 윤 총장은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나”라며 “검찰이 필요하다면 국회에 가서 설명을 하기도 하지만 국회와 접촉면을 넓힌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렇게 해서 될 일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 때문에 이러한 입법이 추진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의미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 총장은 “종전까지는 검찰에 박수를 쳐 왔는데, 근자의 일(현 정부 비리 수사)로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면야 내가 할 말이 없다”며 “검찰은 진영이 없고 똑같은 방식으로 일해 왔다. 법정에서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졸속 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 인생에서 많은 좌천과 징계를 겪었지만 이는 개인의 불이익이었을 뿐, 검찰 폐지라는 이번 일만큼 엄중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에 호소할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윤 총장은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께서 관심의 여유가 없으시겠지만,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장주영 기자
03.05 윤석열, 정권 비판하며 정치참여 첫발
윤석열, 검찰총장 전격 사퇴
김아진 기자 박국희 기자 이정구 기자 표태준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며 사퇴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추진에 “직(職)을 걸고 저지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원래 윤 총장 임기는 오는 7월까지였지만 임기 만료를 넉 달 앞두고 그만둔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오늘 검찰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며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전날 대구고검을 방문해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던 윤 총장은 이날 사퇴 메시지를 통해서도 재차 문재인 정권을 정면 비판했다.
윤 총장은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며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이날 오전 연차를 냈던 윤 총장은 직접 사퇴 입장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를 정치 참여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윤 총장 주변 인사들은 “상황에 따라 윤 총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윤 총장의 정치 참여는 4월 보궐선거는 물론 야권 재편과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 표명 1시간 만에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뒤이어 최근 검찰 인사 문제로 사의를 표명했던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낸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윤 총장 사퇴를 두고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어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다”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윤석열 총장과 힘을 합쳐서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냥 있으면 고사’ 판단, 지난주 사퇴 결심
윤석열 검찰총장은 4일 “검찰에서 제 역할은 지금, 이제까지”라며 전격 사퇴했다.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을 통한 검찰 수사권 박탈은 법치(法治) 말살, 민주주의 퇴보”라며 전면에 나선 지 이틀 만이었다.
그간 임기를 지키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윤 총장은 “그동안 업무를 수행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 그러나 현 정권은 검찰의 공정한 업무 수행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나가서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임명장 받던 날 -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왼쪽) 신임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현관에서 사퇴를 밝히며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다.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고 했다.
미리 배포한 207자 사퇴 입장문과 같은 내용이었다. 이처럼 강경한 표현이 담긴 입장문은 윤 총장이 이날 오전 반차(半次)를 내고 손수 썼다고 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권을 직접 공격한 것으로, 윤석열의 ‘반문(反文)’ 선언”이라는 말이 나왔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내부망에 올린 ‘검찰 가족께 드리는 글’에서는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지만, 국민들만 생각하라. 동요하지 말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오후 5시 50분쯤 마지막 퇴근길을 대검 참모들과 직원들이 배웅했는데, 윤 총장 징계를 주도했던 한동수 감찰부장과 이종근 형사부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간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오는 7월까지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고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주셨다. 소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11~12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밀어붙였던 징계 국면에서도 윤 총장은 주변에 “흔들리지 마라. 곧 돌아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총장 주변 인사들은 “윤 총장이 일주일 전쯤 사퇴 결심을 굳혔고 여권의 수사청 강행이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윤 총장이 ‘수사청 반대’를 전면화한 이후 여당은 ‘속도 조절’ 움직임을 보였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믿기 어렵다. 결국 내가 물러날 때까지 밀어붙일 거다. 검찰 해체 명분을 줘선 안 된다”며 사퇴를 선택했다고 한다.
윤 총장의 한 측근은 “현재 상황은 검찰 조직을 약점으로 삼아 퇴진을 압박하는 것으로, 징계 국면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윤 총장 주변에서는 “이번에도 그냥 있으면 ‘식물 총장’으로 당하기만 하고 고사(枯死)해 버릴 수 있다고 (윤 총장이) 판단했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장고(長考) 없이 바로 결행한 것은 정치 입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며 “더구나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금이 사퇴 효과를 극대화할 시점이라고 본 것 같다”고 했다. “어차피 정치 입문을 결심했다면 최근 본인 지지율이 하락세인 점도 의식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검사가 퇴직한 후 1년 안에는 내년 대선(2022년 3월 9일) 등 공직 선거 출마를 못 하도록 하는 이른바 ‘윤석열 출마 금지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범여권에서 발의한 것도 사퇴 시점 선택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사퇴로, 해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
향후 윤 총장의 행보에 대해 주변 인사들은 “윤 총장이 당분간은 국민 시야에서 사라지는 선택을 할 것”이라며 “다만 3월 말, 4월 초의 보궐선거전 양상에 따라 윤 총장이 범야권 후보를 지원하는 등 더 빨리 움직이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총장이 임기 고수를 번복하고 사실상 ‘정계 입문’ 선언을 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섣부른 결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무책임한 사퇴로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 정치 검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사퇴하려면 작년말 징계 국면에서 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선일보
03.08 사퇴한 윤석열 대선 지지율 32% 1위… 이재명도 제쳤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제치고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선두에 올랐다는 결과가 8일 나왔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성인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2.4%로 집계됐다. 24.1%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2위로 밀려났다. 두 사람의 격차는 8.3%포인트였다.
다음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9%, 무소속 홍준표 의원 7.6%, 정세균 국무총리 2.6%,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2.5% 순이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지난 1월 같은 여론조사 업체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지지율이 14.6%였지만, 사퇴 이후 17.8%포인트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보수진영 지지층이 결집했다는 것이 선거전문가들 분석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이번 여론조사 후보군(群)에서 빠지면서 중도층 민심이 윤 전 총장에게 쏠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국민의힘 지지층(67.7%),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층(52.8%), 보수성향층(50.9%), 60대 이상(45.4%), 가정주부층(43.9%) 등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는 서울(39.8%), 대전·세종·충청(37.5%), 대구·경북(35.3%)에서 지지율이 높았다.
이 지사는 민주당 지지층(48.3%),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층(44.2%), 진보성향층(41.9%), 40대(38.2%), 학생층(28.8%)에서 지지가 높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급등을 두고 “컨벤션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를 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격적인 사퇴에 따른 컨벤션효과도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윤 전 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야권의 확실한 카드라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 하락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2%로 지난주보다 4.2%포인트 하락했다.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32%, 국민의힘 28.4%, 국민의당 8.1%, 열린민주당 5.1%, 정의당 3.7%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03-08 윤석열 對 선거귀신
尹 ‘무장해제’ 위기에 사퇴 승부수
보기보다 정치 잘 맞는 ‘여의도 체질’
文 폭정에 ‘尹’ 환호, 정치본능 깨웠나
‘국정 등신·선거 귀신’ 상대로 開戰
내일부터 딱 1년 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대선을 1년 앞두고 던진 윤석열의 승부수는 극적(劇的)이었다. 그런데 그 드라마는 누가 만들었을까. 윤석열 본인이 만들었다면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리인으로 세운 추미애 박범계가 밟으면 밟을수록 정치적으로 커졌다. 그의 수족을 자른 데 이어 존재 기반인 검찰의 손발마저 잘라내려 하자 뛰쳐나가 홀로 선 것이다. 사실상 그의 정치적 성장의 기록이 돼버린 이 드라마의 제작사는 문재인 정권이다. 윤석열을 키운 건 팔 할이 문 정권이다.
정치가 생물이라 단언할 순 없으나 윤석열은 이번 대선에 뛰어들 것이다. 아니,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는 표현이 더 적확(的確)하다. 그는 3일 “내가 총장직을 지키고 있어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도입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리려고 하는 것 같다”며 “내가 그만둬야 멈추는 것 아니냐”고 피력했다고 한다. 과연 그는 중수청 무산을 위해서 사퇴한 것인가.
입장을 바꿔 보자. 그러면 여권은 윤석열이 물러났다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포기할까. 아닐 것이다. 눈엣가시 같은 그가 물러났으니 당장 한숨을 돌렸을지 몰라도 검찰에 제2, 제3의 윤석열 검사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중수청을 추진했던 진짜 이유가 ‘산 권력’ 수사를 봉쇄하고, 더 좁게는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의 ‘퇴임 후 안전’을 도모하는 것인 만큼 4월 보선 이후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카드다.
당연히 윤석열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에게 중수청은 사퇴의 이유라기보다는 ‘계기’로 보인다. 그로서는 자신과 처가 등 주변을 향해 시시각각 조여 오는 정권의 올가미에 숨이 막혔을 것이다. 무엇보다 판검사의 경우 공직선거일 1년 전까지 그만두지 않으면 출마할 수 없도록 한 ‘윤석열 출마 제한법’이 발의된 게 결정적 계기가 아니었을까.
이 법안은 사람 하나를 콕 집어 법을 찍어내려는 잔인함, 판검사 외 다른 사법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 공무담임권 제한 등 위헌 소지를 담은 말도 안 되는 법안이다. 하지만 그런 황당한 법안들을 기어코 관철시키는 입법독재를 자행해 온 게 현 여권이다. 윤석열로서는 대선 출마라는 마지막 무기마저 무장해제당한 채 야인(野人)으로 내려가는 데 공포감을 느꼈을 수밖에 없다. 친문세력이 찍으면 무슨 수를 쓰든 보복하고야 마는 집요함을 잘 아는 터. 하여, 오늘 즉 3월 8일까지는 사퇴해야 하는데 마침 중수청 논란이 불을 지른 것이다.
또 하나, 윤석열은 애초 정치할 뜻은 없었을지 모르나 생각보다 정치에 잘 맞는 사람이다. 책 10쪽을 읽고도 한 권을 읽은 듯 풀어내는 속칭 구라, 후배들을 모아 술자리를 만들고 그 구라를 푸는 보스 기질, ‘검수완박’에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으로 응수하는 조어(造語) 능력…. 정치는 말인데, 그 구사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도 ‘여의도 체질’이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과 폭정에 지친 이들이 ‘윤석열’을 환호하는 소리가 잠자던 그의 정치 본능을 깨웠을지도 모른다.
그의 선택은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판으로 직행하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그 선택으로 이제 사활을 건 일전이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그의 상대는 어쩌면 여야의 다른 대선주자가 아닐지 모른다. 정권의 치부를 속속들이 잘 아는 ‘검사 대통령’의 탄생을 가장 끔찍한 악몽의 시나리오로 여기는 집권세력일 것이다.
그런데 그 세력은 국회와 행정부는 물론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같은 심판기관까지 사실상 장악해 실탄도 충분하고 ‘뒷배’도 든든하다. 게다가 수치심도 없어 선거가 임박하면 나라의 얼굴인 대통령부터 나서 몇 번이나 죽었던 공항을 살려내고, 천문학적인 현금을 무슨 ‘○○지원금’이니 ‘××수당’ 등의 이름으로 뿌려대는 현대판 ‘고무신 선거’를 서슴지 않는다.
더 무서운 건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 그러니 대통령이나 그 ‘친구’의 당선을 위해 불법 댓글을 조작하거나 표적수사를 벌이고, 입막음을 하거나 경쟁자를 주저앉히기 위해 공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당 후보 공약 이행을 위한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기본이며 선거비리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는 ‘애프터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그러는 사이 국정은 멍들고 민생은 치이며 국고는 비어가지만 선거에 이기고 나면 그만이다. 이렇게 ‘국정(國政)은 등신’이나 ‘선거는 귀신’을 상대로 한 윤석열의 전쟁. 이제 시작됐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03.09 윤석열 현상
사퇴 4일만에 지지율 급등
‘○○○현상’ 성공한 적 없어
이번엔 싸워 얻었다는 점 달라
‘檢事’ 탈피가 안착 관건
최재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주자 지지율이 총장직 사퇴 4일 만에 1위로 뛰어올랐다. 8일 발표된 여론조사 두 개 가운데 하나는 32.4%, 또 하나는 28.3%를 얻었다. ‘반문(反文) 선언’이나 다름없는 총장 사퇴의 변(辯)을 거침없이 내뱉을 때 ‘컨벤션 효과’를 예상했지만 가파른 상승세다.
일부에선 ‘윤석열 현상’이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정치 신인 이름 뒤에 ‘현상’이라는 단어가 붙으려면 차기 대통령을 바라볼 수준의 지지율이 나와야 한다. 안철수가 정치 무대에 올랐을 때 곧이어 ‘안철수 현상’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당시 부동의 대선 후보 1위였던 박근혜를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는 모양이다.
앞으로 윤석열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윤석열을 지켜본 바로는, 지금 이 시간 현재 윤석열이 설정한 정치적 좌표는 안철수와 가장 유사해 보인다. 586 좌파(左派)와 그들과 손잡은 골수 친문(親文)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장차 ‘반문(反文) 텐트’를 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제휴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자택에 칩거하면서 그런 생각들을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지 정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에서 ‘○○○ 현상’이 성공한 적은 없다. 노무현 정부 때 ‘고건 현상’, 이명박 정부에서의 ‘안철수 현상’, 박근혜 정부 당시의 ‘반기문 현상’이 그랬다. 정치 세력 교체의 기대가 한 사람에게 몰렸지만 당사자들은 그 부담을 견디질 못했다. 작년 한 해 법무장관으로서 인사권과 지휘권을 쥔 추미애를 상대로 윤석열이 벌인 처절한 싸움을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들은 “윤석열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드는 윤석열의 차이점은 권력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뚝심과 맷집이다. ‘윤석열은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일 뿐’이란 평가절하에 대해 그들은 “밖에서 때려서 아니라 맞서 싸웠기 때문에 윤석열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최근 윤석열이 보여준 정치적 판단, 언어 감각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속도 조절로 사퇴 명분을 주지 않으려 하자 더 이상의 틈을 주지 않고 사표를 던졌다. 사퇴 전날 마지막 일정으로 잡은 대구고검 방문에선 ‘박근혜 수사’에 대한 반감(反感)이 있는 대구를 향해 “어려울 때 나를 품어준 곳”이라고 했다.
그때 나온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메시지는 윤석열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수사청은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 파괴’라는 간명한 메시지는 8일 나온 한 여론조사에서 56.6%의 공감을 얻었다. 퇴임 이후 윤석열이 내놓은 첫 대외 메시지는 ‘LH 투기는 공적(公的) 정보를 도둑질한 망국(亡國)의 범죄’였다. ‘LH 의혹’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전(戰)에 일찌감치 발을 담근 것이다.
윤석열은 이제 여의도의 대기권에 진입한 단계다. 대선 주자로서의 연착륙까지는 길다면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야당 대표는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했지만 그때까지 윤석열은 숱한 장애물을 마주할 것이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도 검찰총장 임기를 포기하고 정치로 직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를 초토화시킨 ‘적폐 수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아내와 처가에 대한 네거티브도 상당할 것이다. ‘검사’ 외피를 벗고 ‘정치인 윤석열’의 비전도 보여줘야 한다. 혹독한 신고식과 검증이 뒤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중도·보수층의 상당수는 윤석열이 그런 벽을 뚫어 거여(巨與)가 질식시킨 지금 정치에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조선일보
03.11 윤석열 "절이나 좀 다녀볼까"…새삼 떠오른 '걸레스님' 인연
“절이나 좀 다녀볼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퇴 전후로 주변 인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와 최근 대화한 한 법조계 인사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사찰 방문 등을 통해 기성 정치권과는 당분간 조금 더 거리를 두며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더라”고 전했다.
尹 “절 좀 다녀볼까
윤 전 총장은 불교 신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불교와의 인연을 각별하게 여긴다고 한다. 여기엔 과거 중광스님(重光ㆍ1935~2002)과 조우했던 윤 전 총장의 기억이 한몫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변 인사들 증언이다.
윤 전 총장은 서울대 법대 재학 당시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모의재판이라고 해도 당시 정국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후 윤 전 총장은 피신 목적으로 강원도의 여러 사찰을 전전했다고 한다.
그 중 한 곳이던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에서 그는 중광과 만났다고 한다. ‘걸레스님’으로도 유명한 중광은 ‘미치광이’를 자처하며 파격적인 삶을 살았지만, 불교 계율에 맞지 않는 기행으로 1979년 승적을 박탈당했다. 그런 중광을 먼저 알아본 윤 전 총장이 인사를 건넸고, 두 사람은 이내 친해졌다고 한다.
중광 외에도 윤 전 총장은 여러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그 중 관상을 보는 한 스님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법고시는 좀 늦게 합격하겠지만, 앞으로 크게 될 놈이다.”(윤 전 총장 측근의 전언)
윤 전 총장의 늦깎이 결혼도 한 스님의 중재로 이뤄졌다. 그는 52세이던 2012년 열두 살 연하인 김건희씨와 결혼했다. 김씨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사찰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도 작용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어머니 고향이 강원도 강릉이다. 그는 어린 시절 강릉의 외가를 자주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강원도의 여러 사찰을 접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외가는 강원 지역의 유력 정치인을 배출하기도 했다. 강릉에서 11ㆍ12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故) 이봉모 전 의원이 윤 전 총장 외할머니의 동생이다.
尹 측 “3~4월 중 활동 계획 없다”
한편 지난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 전 총장의 잠행은 길어질 모양새다. 이날 윤 전 총장을 대신해 입장문을 낸 손경식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의 강연활동이나 기타 외부적 활동은 3~4월 중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이라 우선 정돈을 하고 소송 마무리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손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의 SNS 활동 계획 등을 포함한 공보 업무에 대해선 “3~4월 중에 특별 활동을 할 계획이 없어 공보활동의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며 또 특별한 구조를 준비해 둔 것도 아니다”며 “필요성이 있으면 적절한 방법을 구축해 통보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4ㆍ7 재ㆍ보궐선거 전까진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입장문을 두고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향후 외부활동을 앞두고 본격적인 진용 갖추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대리인을 통한 공식 입장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보 담당자가 없다’고 알린 것 자체가 공보활동”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03.15 윤석열 37% 오차범위 밖 1위… 이재명 24%, 이낙연 13%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윤석열(왼쪽부터) 전 검찰총장,이재명 경기지사,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조선일보DB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2~13일 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0명에게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 15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윤 전 총장(37.2%), 이 지사(24.2%), 이 전 대표(13.3%)가 1~3위로 나타났다.
이어 홍준표 무소속 의원(5.7%),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7%), 정세균 국무총리(2.4%),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2.2%), 심상정 정의당 의원(1.3%), 원희룡 제주지사(1.2%), 김두관 민주당 의원(0.5%) 등 순이었다. 나머지는 그 외 인물(1.5%), 5.5%는 적합한 후보가 없다거나 2.2%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전주 같은 조사와 비교하면 윤 전 총장은 4.8%포인트, 이 지사는 0.1%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 전 대표는 1.6%포인트 하락했다.
윤 전 총장 지지도는 지지성향별로는 보수·중도 성향층, 연령별로는 60세 이상·50대에서 가장 높았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 대전·세종·충청, 서울에서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이 지사는 진보 성향층, 40대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이 전 대표는 광주·전라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03.23 101세 철학자 찾아간 윤석열의 첫 질문 "정치해도 될까요"
“교수님, 제가 정치를 해도 될까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101세의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물었다. 5일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2주간 자택에서 칩거를 깨고 첫 나들이 대상이 대한민국의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란 점, 그의 첫 질문이 ‘정치(政治)’란 점에서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김형석 교수가 전한 윤석열과 대화
윤 전 총장은 서울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한 법학도이자 검사 생활을 27년 했다. 그중 대부분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과 특수부 검사였다. 그에게 정치는 너무 무거운 책무이자 두려운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40년 연상인 노(老) 철학자의 답은 뜻밖에 간명했고 윤 전 총장에게 큰 위안을 줬다.
“애국심이 있는 사람, 그릇이 큰 사람, 국민만을 위해 뭔가를 남기겠다는 사람은 누구나 정치를 해도 괜찮아요. 당신은 애국심이 투철하고 헌법에 충실하려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정치하라고 권하지도 않겠지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에요.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김형석 연세대 명예 교수)
김형석 교수 “애국심 있고 그릇 크면 하라”
22일 학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오후 김 교수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찾아 2시간가량 동안 이 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윤 전 총장의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먼저 “아들과 함께 인사를 한 번 가겠다”고 청해 이뤄졌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학창 시절부터 김형석 교수와 고(故) 강원용 목사(2006년 작고·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를 존경해왔고 두 사람의 책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평소 주변에 “두 분의 삶은 한국 현대사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교수와 강 목사 모두 일제 치하 이북 출신에 독실한 기독교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윤 전 총장은 2016년 7월 김 교수가 출간한 『백년을 살아보니』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에 “윤 전 총장이 여러 소용돌이에 휩쓸리다 퇴임한 뒤 복잡한 마음을 어디 털어놓을 데가 없나 하던 차에 나를 찾은 것 같다”며 “처음엔 만남을 거절했다가, 나와 윤 전 총장 부친(윤 교수)의 친분도 있고 해서 한 번 사적으로 보게 됐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김 교수를 만나 앞으로 정치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은 정치에 대해 뭐라고 태도(입장)를 정하도록 끌려 올라와 있는 사람 같았다”며 “고독감이 많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설명을 토대로 윤 전 총장과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정부의 무리한 검찰 개혁을 보면서 걱정이 많았어요.
김형석 교수 : 저는 정부가 잘못했다고 봐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개혁이었어요. 그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에요.
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김: 맞아요. 지금 청와대나 여당에서 꺼내는 이야기는 국민 상식과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내 편은 정의고, 네 편은 정의가 아니다. 이런 이분법이 만연해 있죠. 그걸 바로 잡지 않으면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없어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예요. 많은 사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지만, 그때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해결할 것이라고 짐작이 됐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짐작을 못 하겠어요.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의 애국심과 큰 그릇을 짚으며 “정치를 해도 잘할 것 같다”는 조언을 했다. 윤 전 총장은 즉답하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성룡 기자
“운동권과 법조인들 국제 감각 너무 부족…키워라”
윤: 그런데 저는 부족한 게 많습니다.
김: 누구나 보완해야 할 점은 있어요. 우리나라 정치는 법조계와 운동권 출신이 이끌고 있는데, 이 부류의 사람들은 국제 감각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윤: 정치 관련 경험이나 지지세력 등도 부족한데….
김: 그건 괜찮아요. 애국심 있고 그릇만 크면 돼요. 그릇이 크다는 건 뭐냐. 많은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윤 전 총장이 유명해지거나 높은 자리에 오를 욕심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만 아니면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보다 안 되겠다, 걱정스럽다, 이런 건 없어요.
윤: 야권에 대통령 할 인재가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김: 여권엔 인재가 더 없어요. 문재인 대통령 뒤를 따라갈 사람만 보여요. 인재 없는 건 여나 야나 마찬가지라는 말이에요. 인재는 앞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진짜 문제는 인재가 없는 것보다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오늘 한 이야기들은 윤 전 총장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하려는 많은 사람이 모두 염두에 뒀으면 좋겠어요.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03.29 윤석열 “이번 선거는 성범죄 때문… 투표해야 바뀐다”
윤석열 前총장 전화 인터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다가오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27일 본지 통화에서 ‘이번 보궐선거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잊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대한민국 제1, 제2 도시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라며 “그런데도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2차 가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현 여권이) 잘못을 바로잡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여권은 최근 선거 국면에서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을 두둔하는 발언 등을 쏟아내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고 했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명명하는 데 앞장선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을 선거캠프에 합류시켰다가 비판이 일자 하차시켰다. 또 성추행 사건에서 오 전 시장의 대리를 맡은 정모 변호사도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캠프의 핵심 직책인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가 물러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시민들께서는 그동안 이 모든 과정을 참고 지켜보셨다”면서 “시민들의 투표가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투표하면 바뀐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정치라는 건 시민들이 정치인과 정치세력의 잘못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을 묻고, 또 잘못했으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하는 시스템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번 보궐선거를 정권 심판의 장(場)으로 규정하고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한편으로 투표하지 않으면 현 정권의 부당함을 용인하는 것이라는 게 윤 전 총장의 시각이라는 해석이다.
윤 전 총장은 ‘야권 후보 선거운동을 직접 지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아직 정계 진출을 선언하지 않은 상황이라 ‘한 사람의 시민일 뿐’임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야권을 지지하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19일 101세 원로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난 데 이어 22일엔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친분이 두터운 이종찬 전 국정원장도 만나면서 원로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정치 참여 준비를 하느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공직에 있는 동안 제약이 많아 하지 못했던 생각이나 공부를 차분히 하고 있다”며 “조용히 책을 읽으며 집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03.29 101세 철학자와 윤석열의 만남, 찰칵 순간에 눈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이후 첫 외부 행보로 가진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의 만남 당시 사진이 공개되며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김 교수 자택을 찾아 2시간가량 그와 만남을 가졌다. 1920년생으로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 교수는 ‘백년을 살아보니’ 등의 저서를 냈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와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평소 김 교수 칼럼과 저서를 챙겨보던 윤 전 총장이 부친을 통해 김 교수에게 19일 연락했고, 김 교수가 “지금 바로 보자”고 해 당일 바로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지난 1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자택을 찾아 찍은 사진.
사진은 김 교수의 제안으로 즉석에서 찍게 됐고, 26일 유튜브 ‘팩폭시스터’(조선일보)가 처음 공개했다. 팩폭시스터 측 사진 공개 요청에 윤 전 총장 측은 ‘김 교수의 의사를 먼저 물어달라'고 했고, 김 교수가 ‘윤 전 총장 뜻대로 해도 좋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유튜브 팩폭시스터 링크: https://youtu.be/R0Da2AInbFQ)
특히 공개된 사진 가운데는 윤 총장이 웃는 모습으로 눈을 감은 순간 찍힌 사진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눈을 감고 찍은 사진까지 공개를 허용한 것은 실수 아니냐” “사소한 걸 신경쓰지 않는 윤 총장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것” 등 여러 반응이 나았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과의 만남에서 ‘상식’과 ‘정의’, ‘인재를 올바르게 쓰는 법’ 등에 초점을 맞춰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를 상실하면 그 사회는 유지될 수 없는 게 상식” “중요한 건 한 사람의 유능한 인재가 나오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 등의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북한 평안도 태생인 김 교수는 이외에도 평양 숭실중학 같은 반에 있던 시인 윤동주를 비롯해 비슷한 연배였던 장준하 선생, 유기천 교수와의 인연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난 1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자택을 찾아 찍은 사진.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팩폭시스터’ 코너에는 윤 전 총장과 김 교수의 이러한 만남 모습을 담은 사진 4장이 공개되기도 했다. 사진은 “집이나 가까우면 자주 볼 텐데 그렇지 않으니 사진이라도 같이 찍자”는 김 교수의 제안으로 즉석 사진 촬영이 이뤄졌다고 한다.
1세대 철학자인 김 교수의 생각이 윤 전 총장이 강조해 온 가치와 유사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교수는 최근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왔다. 김 교수는 칼럼에서 현 정부에 대해 “국민의 인간적 삶의 가치와 인권이 훼손됐고, 정신적 사회질서까지 상실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며 “지금의 정치는 문재인 정권을 위해 존재하지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자택을 찾아 찍은 사진.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사퇴 후 적지 않은 정치인으로부터 만남 제의를 받았지만, 다 거절하고 처음 만난 이가 김 교수님”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표태준 기자
03월 29일 윤석열 27.4% 이재명 20.4% 이낙연 8.3%
■ 서울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安, 경선 졌는데도 6.0%로 상승
서울 지역 차기 대통령선거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권 후보들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은 나란히 하락하며 차기 대선에서도 서울 민심 이반을 보여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6.0%로 오르며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는 패했지만 존재감을 드러냈다.
29일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에서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이 27.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2위를 차지한 이 지사(20.4%)를 오차범위(±3.46%포인트) 밖에서 앞서는 결과다. 여권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이 위원장은 8.3%에 그쳤다. 이어 안 대표(6.0%), 홍준표 무소속 의원(2.3%), 정세균 국무총리(1.7%), 유승민 전 의원(1.3%) 순으로 나타났다. 없다는 19.5%, 모름·무응답은 8.1%로 조사됐다.
지난 2월 5∼6일 조사와 비교했을 때 윤 전 총장은 14.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이 지사는 4.8%포인트, 이 위원장은 2.4%포인트 하락했다. 안 대표는 3.5%에서 6.0%로 지지도가 올랐다.
남성 응답자 중 29.0%가 윤 전 총장을, 24.8%가 이 지사를 지지해 평균보다 두 주자 간 차이가 적었다. 여성의 경우 윤 전 총장(26.0%)과 이 지사(16.2%)의 차가 상대적으로 컸고, 이 위원장이 10.0%로 평균보다 높았다.
윤 전 총장은 60대 이상(40.4%)과 50대(32.7%)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이 지사(11.1%)와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40대는 윤 전 총장 30.0%, 이 지사 28.8%로 큰 차이가 없었고, 30대는 이 지사(22.9%)가 윤 전 총장(14.1%)에 앞섰다.
한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와 관련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56.0%,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31.3%로 나타났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60대 이상, 보수층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어떻게 조사했나 = △조사기관 : 엠브레인퍼블릭 △일시 : 2021년 3월 26∼27일 △대상 :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 △조사방법 :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피조사자 선정 방법 :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휴대전화 가상번호 △응답률 : 17.9% △오차 보정 방법 : 2021년 2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가중치 부여(셀 가중)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46%포인트 △내용 :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04월 12일 윤석열 ‘정의·원칙’ 중시하는 형님 리더십…‘타협·조정능력’은 검증 필요
■ 차기 대선주자 윤석열 前 검찰총장
퇴임전 검사들에게 모겐소 전기 배포…원칙 강조
8급 수사관·청소부까지 인연 맺으면 끝까지 챙겨
경제문제 남다른 관심 “공정거래법 이해도 최고”
술 좋아하는 의리파… 과도한 ‘측근 챙기기’ 우려
“조직 동요 추스르거나 방향성 제시 못해” 평가도
“정치 경력 전무” - “ 정무감각 있다” 평가 엇갈려
4·7 재·보궐선거를 야권이 압승하면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등판 시점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대쪽 같은 검사, 어떤 권력에도 칼날을 휘두르는 검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치인 윤석열’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전문가들과 주변 지인들을 취재한 결과, 윤 전 총장의 리더십은 알려진 대로 ‘원칙’과 ‘정의’ ‘의리’ 등 이른바 ‘사나이 리더십’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의리’는 지나친 측근 챙기기로 보이며, ‘원칙’은 양보와 타협이 부족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그를 바람직한 정치 리더로 평가하기 위해선 따져봐야 할 대목으로 평가된다.
◇정의감 가득한 원칙론자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유명한 윤 전 총장은 퇴임 전 전국 일선 검사들에게 로버트 모겐소 전 미국 뉴욕검찰청 검사장의 일생을 정리한 전기 ‘미국의 영원한 검사 로버트 모겐소’를 배포했다고 한다. 모겐소 전 검사장의 ‘거악에 침묵하는 검사는 동네 소매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빌려 후배 검사들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한 셈이다. 그의 남다른 정의감은 대학 재학 시절에도 화제가 됐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교내 모의재판에서 검사를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모의재판의 내용이 교내외로 알려지자 강원지역의 사찰로 피신했다고 한다.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지만, 2차 시험에서 9년간 낙방하다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뒤늦게 합격하며 검사에 임용됐다. 윤 전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윤석열은 모르는 부분을 완벽히 이해할 때까지 파고드는 성격이었다. 교수님과 논쟁이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술 좋아하는 의리파 형님
윤 전 총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한번 인연 맺은 사람을 끝까지 챙기는 ‘형님’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고시생 후배들의 과외 선생 역할을 하다 사법시험 장수생(9수)이 됐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다. 술과 사람을 좋아해 폭넓은 인간관계 맺기로 유명하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법조계 인사는 “윤 전 총장이 (결혼 전) 재산이 너무 없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모든 자리의 술값을 자기가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등 여야를 막론하고 두루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대검찰청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윤 전 총장에 대해 “같이 근무한 8급 수사관과 청소하는 여사님을 모두 진심으로 챙긴다”며 “장관급 공직자인데 메신저로 쪽지를 보내면 읽자마자 다 답장해준다”는 글을 남겼다. 윤 전 총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아랫사람의 일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본인이 책임을 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박민식 전 의원이 2006년 9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사표를 내자 같이 근무한 경험도 없던 윤 전 총장이 불쑥 찾아와 사표를 거두라고 만류한 일도 있었다.
◇과도한 자기 사람 챙기기 우려도
윤 전 총장의 의리는 종종 지나친 ‘자기 사람 챙기기’로 엇나간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 검찰 주요 요직이 특수부 검사들로 채워졌다. 형사부 출신 검사들은 상대적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윤 전 총장과 돈독한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전 검찰국장을 감싸려다 위증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우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지만, 검찰조직 내부의 동요를 추스르고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는 협상과 타협의 산물인데, 본인 신념에 어긋나면 반발하기만 했다”며 “검찰조직에도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만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또 다른 얼굴, 경제·공정거래
윤 전 총장의 지인들은 “윤석열이 법과 함께 평생 천착해 온 또 다른 영역이 바로 경제”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한국은행에 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고 한다. 그의 서울대 법대 석사학위 논문 주제는 ‘미국 집단소송(class action)에 있어 대표요건에 관한 연구’였다.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아들에게 선물한 책도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다.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꺼내 들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재직 중이던 2018년 12월에는 미국 반독점국을 직접 방문해 마칸 델라힘 반독점국장과 양자회담을 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역대 검찰총장 중 시장경제와 공정거래법에 대해 가장 이해가 깊다”고 평가했다. 한 지인은 “자유시장경제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공정한 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흐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게 윤 전 총장의 평소 신념”이라고 전했다.
◇정치 감각 있나 없나
정치 경력이 없는 윤 전 총장의 정무 감각은 증명된 바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외부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정책 능력이나 정치적 전문성이 금방 검증될 것”이라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지지율은 확 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족한 정치력은 정당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며 “제3지대로는 시간이 부족하고 제1야당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검사만 한 검사는 아니다”라며 “대단히 정무 감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윤 전 총장이 헌법정신, 법치주의, 국민 상식 등을 반복적으로 말했는데 타이밍과 메시지 내용을 보면 상당히 정치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05.17 윤석열 “정부, 5·18 선택적으로 써먹고 던져”
북한 인권, 미얀마 사태 미온적 대처 지적, “권력 남용, 거부하고 저항해야”
/2019년 6월 17일 오전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김지호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6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메시지를 내고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이자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 활활 타오르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또 “5·18은 어떤 형태의 독재와 전제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했다. 5·18에 평소 자신이 강조해온 헌법 정신이 담겼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5·18 정신은 힘을 가진 자가 권력을 남용해 누구를 탄압할 때, 그것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끊임없이 거부하고 저항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18은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정신”이라며 북한의 인권 탄압과 최근의 미얀마 사태를 거론했다. 윤 전 총장은 “남북 관계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우리가 보편적 인권 정신에 입각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에 이름을 빼서 안 된다”며 “미얀마 사태에 대해서도 더 강력한 규탄을 해야 하지만 안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5·18 정신을 선택적으로 써먹고 던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진영에 따라 편할 때 쓰고 불편하면 던지는 것이 5·18 정신이냐”며 “5·18을 과거로 가두지 말고 현재, 미래의 정신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와 전체주의”라며 “그런데 현 정부는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일부에서 5·18에 대한 과도한 보상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선 “5·18 정신과 보상금이 과도하게 지급된 것을 섞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일부의 문제 때문에 5·18 전체를 폄하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작년 2월에도 5·18 관련 메시지를 냈다. 그는 당시 검찰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정신을 깊이 새기고 현안 사건 공소 유지에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말한 ‘현안 사건’은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 사건을 말한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선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일단 메시지를 내는 쪽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최경운 기자
05월 20일 윤석열 조상墓 테러 배후도 수사해 대선 범죄 싹 잘라야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내년 3월 대선은 여느 선거에 비해 정치적 사생결단이 예상된다. 그런데 벌써 ‘정치 테러’의 그림자가 짙어가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세종시 민간 묘원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상 묘(墓)가 최근 두 달 동안 두 차례나 훼손됐다고 한다. 봉분 위에 인분과 계란 껍데기 등 음식물 찌꺼기가 올려져 있었고, 봉분 앞에는 식칼과 부적, 길이 1m나 되는 머리카락 뭉치 등이 묻힌 구덩이도 발견됐다고 한다. 그곳에는 윤 전 총장의 조부를 비롯한 조상들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이런 식의 정치적 테러는 처음이 아니다. 2019년 9월 검찰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을 수사할 당시, 수백 명의 친문 네티즌이 윤 당시 총장을 저주하는 부적과 전신에 압정이 꽂힌 인형 사진을 일제히 게재·유포하기도 했다. 묘소 테러는 더불어민주당이 윤 전 총장을 집중 공격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심각성이 있다. 윤 전 총장이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에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뒤 그를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비유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과 연결하는 터무니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이 문자 폭탄과 댓글 테러를 ‘양념’으로 치부하고 심지어 ‘권장할 일’이라고 부추기는 것은 잘못이다. 북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비난전에 나섰다. 2006년 5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얼굴에 ‘커터칼 테러’를 당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2015년에는 당시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도 흉기 테러를 당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사법 당국이 철저하게 대응해 정치 테러의 싹부터 자르지 않으면 테러를 비호·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찰은 사실관계만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즉각 정식 수사에 착수해 범인은 물론 배후까지 규명해야 한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골목에 폭력이 판치게 되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사설
06.06 윤석열 “내려앉은 국격, 내팽개쳐진 국민 자존심 다시 세우겠다”
5일엔 현충원 방명록에 “조국 위해 희생한 이들 분노하지 않는 나라 만들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국립 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남겼다.
윤 전 총장은 6일 본지 전화 통화에서 “내려앉은 국격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내팽개쳐진 국민의 자존심을 세우자는 의미”라며 “호국영령과 국가를 위해 남편과 자식을 잃은 가족들이 지금의 안보 태세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에 얼마나 분개하고 있는지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만드는 건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주권자인 국민과 책임 있는 국민이 다 힘을 합쳐야 하는 일”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국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세워 우리 국민 모두가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힘써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5일 현충원 방명록에서 ‘나라 만들겠다'는 말이 곧 대선 출마를 얘기한 게 아니냐는 질문엔 “나라를 대통령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측 제공
윤 전 총장은 현충원 방문 때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 비와 위패 봉안실을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일반 묘역에선 베트남전과 대간첩 작전 전사자 유족들과 만나 위로의 말을 전했다.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 봉안실에는 2000년부터 시작한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통해 발굴한 무명용사 1126위가 안치돼있다. 윤 전 총장은 “소위 벼슬한 사람들 중 시신 수습이 안 됐거나 유골은 발견이 됐는데 신원 확인이 안 된 분들이 모셔진 무명용사비나 지하 납골당을 찾은 사람이 아직 없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한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해주지 않을 때 그 유가족들이 느끼는 분노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을 찾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 /윤 전 총장측 제공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06.07 윤석열 “천안함 괴담 유포세력, 나라 근간 위협”
현충일에 대전 생존자 자택 찾아… 하루 전엔 국립현충원 참배
“순국선열 분노않는 나라 만들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인 6일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35)씨와 만나 “‘천안함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세력들, 희생된 장병들을 무시하고 비웃는 자들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인 6일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씨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제공
윤 전 총장은 이날 대전의 전씨 자택을 찾아 3시간 동안 대화했다. 이 자리에서 “안보가 위태로운 나라는 존속할 수 없고, 경제와 민주주의 모두 튼튼하고 강력한 안보가 담보되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지켜야 할 사람들에게 ‘끝까지 함께 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내가 어제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쓴 이유”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5일 현충원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남겼다. 그는 본지 전화 통화에서 “내려앉은 국격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내팽개쳐진 국민의 자존심을 세우자는 의미”라며 “국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세워 국민 모두가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힘써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월남전과 대간첩작전 전사자 유족을 위로한 뒤 2017년 8월 K-9 자주포 사격 훈련 도중 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이찬호씨와도 만났다.
조선일보 김민서 기자
06.08 “尹, 노무현·박근혜 구속수사 반대… 부친과 朴 유세장 찾기도”
윤석열 다룬 책 ‘별의 순간…’ 보니
윤석열, 평소 “나는 보수주의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쓰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윤석열 전 총장측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17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특검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던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을 찾았고, 평소 주변에 “나는 원래 보수주의자”라고 말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 칼럼니스트이자 인문학 작가인 천준씨는 내주 출간하는 ‘별의 순간은 오는가-윤석열의 어제, 오늘, 내일’(서울문화사 刊)에서 이같이 밝혔다. 천씨는 ‘윤석열 현상’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주제로 논문 작업을 하다 윤 전 총장 개인의 삶에 대한 탐구로 주제를 전환했고, 지난 1년여 동안 주변 인물을 두루 취재했다고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윤 전 총장에 관한 서적이 4권 출간됐지만 본인과 직·간접적인 교감이 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 작가는 본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길 기대하며 쓴 책이 아니고, 그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구상한 책”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작가의 취재 과정 중 저서의 존재를 알았고, 제3자적 시각으로 다루려 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팩트 확인을 거친 최초의 책”이라고 했다.
본지가 입수한 저서 전문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2017년 박근혜 특검 수사팀장으로 있을 당시 불구속을 핵심 기조로 갖고 있었다고 한다. 천 작가는 “차기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고 법적으로 다퉈야 할 사안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2017년 2월 말 특검 수사가 검찰로 이관됐고, 뇌물을 제공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까지 이뤄지면서 사실상 박 전 대통령 구속도 불가피한 상황이 되버렸다”는 게 이 책의 설명이다. 천 작가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주도한 본류는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이었지 윤 전 총장은 아니었다”고 했다.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이 어린 시절 서울 성북구 보문동 집에서 부친 윤기중 전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찍은 사진. /서울문화사
윤 전 총장은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때도 불구속 수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전국의 검사장과 특수부 검사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는데 윤 전 총장은 “신속한 수사를 하되 전직 대통령이니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책은 ‘보수주의자 윤석열’의 면모도 조명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윤 전 총장은 부친과 함께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신촌 유세 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천씨는 “윤 전 총장 집안 사람들 상당수가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윤 전 총장 본인도 ‘나는 원래 보수주의자’라고 여러 차례 주변에 말해왔다”고 썼다.
윤 전 총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 이후 좌천됐을 때 야권에서 정치 입문 제안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된 비화도 공개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대철 전 의원 등을 통해 출마를 제안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저는 괜찮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가 국회의원을 하려고 그랬던 것으로 비칠 것 아니냐” “지금은 아니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나서겠다”며 거절했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 측에서 영입 제의가 왔을 때도 주변에 “검사장 한번 하고 나가야겠다”며 고사했다고 한다.
▲내주 출간하는 '별의 순간은 오는가 - 윤석열의 어제, 오늘, 내일'. /서울문화사 제공
한편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올해 초 야권 인사와의 면회에서 “안철수·홍준표·유승민 모두 인물이 아니고 딱 한 사람만 보이는데 당신 눈에는 그게 왜 안 보이냐”며 윤 전 총장을 호명했다고 한다. 최 전 부총리는 경제기획원 근무 당시 윤기중 교수를 자문 위원으로 모신 적이 있고, 윤 교수는 최 전 부총리가 연세대 상경대에 재학할 당시 은사이기도 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6월 10일 윤석열, 박근혜에 손 내밀다
/허민 전임기자
윤석열 이야기를 담은 천영준(필명 천준) 작가의 책 ‘별의 순간은 오는가’ 발간 소식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윤석열 측의 ‘긍정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일종의 ‘윤석열 대권 도전기’다. 눈에 띄는 내용은 윤이 2017년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있을 당시 ‘박근혜 불구속’ 입장을 가졌다는 것, 그는 원래 ‘보수주의자’를 자처해 왔다는 것 등이다. 2012년 대선 때에는 부친과 함께 박근혜 대선후보 유세 현장을 찾을 정도로 가족들이 한때 ‘박근혜 지지자’였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윤석열은 확실히 이 책을 통해 ‘박근혜와의 화해’를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럴까. ‘박근혜 구속’과 관련한 ‘윤석열 원죄론’에 대해 면죄부를 받고자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야권 내 대선 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윤석열의 시간’이 내년 대선까지 유지되려면 몇 개의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시급하고도 어려운 게 박근혜 측과의 관계 개선이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적의(敵意)를 가졌을 이들과 한배에 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스스로 정치력을 검증함으로써 지금의 ‘바람’을 ‘실체’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검찰을 업(業)으로 삼으면서 체질화한 ‘네거티브 권력관’을 ‘포지티브 권력관’으로 바꾸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윤의 입장에서 ‘박근혜와의 화해’는 이 모든 것의 해결을 안내할 ‘키’라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천 작가가 이런 내용을 글에 담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는 지난 4월 한 인터넷 언론에 기고한 칼럼 ‘윤석열은 박근혜 탄핵의 주범인가’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탄핵은 (여야 대표였던) 김무성과 추미애 등이 박근혜의 정치적 ‘태도’를 문제 삼는 ‘행상(行狀)책임’을 적용함으로써 시작된 국회의 정치적 이벤트였다. 그러나 윤석열은 박근혜 구속을 주장한 적이 없다. 국정원 여론조작 수사로 박 정권에 의해 좌천당했던 그가 특검 수사팀장으로 돌아와 복수혈전을 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천 작가의 계속된 글쓰기는 윤석열 쪽의 ‘묵인’ 속에 이뤄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와의 화해’를 겨냥한 메시지를 곳곳에 언급하는 것에 대한 ‘묵인’이다. 천 작가 스스로 “측근, 지인 등과 인터뷰를 하고 데이터 오류를 막기 위해 연구자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확인을 거쳐 쓴 글”이라고 밝혔다.
이런 기류는 윤석열의 대권 도전을 돕는 사람들에서 공통되게 발견된다. 윤이 친박세력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를 대권 도전에서 가장 큰 난관이자 포기할 수 없는 숙제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윤에 정책적 조언을 하는 한 인사는 “윤은 태극기 세력까지 안고 가지 않으면 대권을 도모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이런 맥락에서 “윤은 국민의힘에 들어가 정면돌파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단언했다.
‘박근혜와의 화해 없이는 별의 순간도 없다’는 인식은 이미 윤석열 쪽의 대세다. 과거 정권의 탄압을 받던 그가 특검 검사로 돌아와 박근혜를 수사한 게 운명이었듯, 현 정권의 탄압을 받은 그가 정치인이 돼 박근혜와의 화해를 모색하는 것 역시 운명일까.
문화일보
06월 10일 정치데뷔 尹, 지지율 ‘최고’… 교육까지 열공 ‘全과목 대권수업’
리얼미터 대권 선호도 조사서
지지율 35.1%로 최고치 경신
잠행 끝내자 보수·무당층 결집
국민의힘 지지율도 40% 넘어
조영달 서울사범대 교수와 접촉
입시제도·교육현장 문제 토론
송영길 “대통령 벼락치기 아냐”
최근 정치 행보를 시작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선거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단숨에 자신의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3개월간의 잠행을 마치고 대선 도전 의지를 확실히 드러내면서 보수 지지층과 무당층 표심이 윤 전 총장에게 결집하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7일 조영달 서울대 사범대 교수와 접촉해 대학 입시제도와 교육 현장에 관해 토론하는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7∼8일 진행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만 18세 이상 2013명,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2.2%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전 총장은 지난 5월 조사보다 4.6%포인트 상승한 35.1%로 나타났다. 3월 기록한 기존 자신의 최고치(34.4%)보다 높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2%포인트 하락한 23.1%를 기록, 윤 전 총장에게 12.0%포인트 뒤졌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지난 5월 조사에 비해 대구·경북(51.2%, 12.4%포인트↑), 무당층(25.2%, 8.5%포인트↑), 보수층(51.6%, 4.3%포인트↑)에서 비교적 큰 상승세를 보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전달 대비 2.8%포인트 오른 63.5%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0.1%로 기존 최고치(4월 5∼9일, 39.4%)를 경신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8.6%였다.
한편 윤 전 총장은 7일 조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학 입시제도와 학교 교육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정치에 난도질 된 수능의 아픔’이라는 제목으로 조 교수가 쓴 신문 시론을 읽고 “대학 입시와 관련한 중요 교육 정책들은 교육 현장의 시각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또 “학교가 자녀 진로교육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바람이 강력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입시제도에 따라 학교 수업과 교육과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입시제도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이미 학부모 입장을 듣고 학교 사정을 직접 알아보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은 벼락 공부하듯이 과외를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김영삼 정부에 의해 감사원장, 국무총리로 발탁됐지만 YS(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를 배신하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 결국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김윤희·송정은 기자
06월 29일 윤석열 X 파일 코믹극
김세동 전국부장
여야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소위 ‘윤석열 X파일’을 놓고 벌이는 여야 간, 또는 야권 내부의 공방전이 초기의 긴장감이 사라지고 코믹극으로 바뀌고 있다. 야당 출신의 정치평론가가 지난 19일 윤석열 X파일을 입수해 봤는데, “(윤 전 총장이) 국민의 선택을 받기 힘들겠다” “방어하기 어렵겠다” “일찍 포기하는 게 낫다”는 등의 폭탄성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만 해도 엄청난 파문이 일어났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보좌관을 지냈고, 4·7 재·보궐선거 때 국민의힘 비전전략실 의원으로 활동했던 야권 인사가 너무도 단정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에 그 실체가 간단치 않으리라 짐작됐다. 하지만 장성철 씨가 이후 쏟아낸 발언들은 외려 그 파문을 금방 가라앉혀 버렸다.
결정적으로 장 씨가 파일 공개를 거부하고 파쇄했다고 하면서 대단한 내용이 있을 것으로 짐작됐던 파일이 사실은 공개하기 민망한 수준의 지라시일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렸다. 또 그가 “파일은 정부 기관이 만든 것”이라고 하면서 사찰 의혹이 제기되자 5월 25일 “윤 전 총장의 수많은 사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에겐) X파일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이어 “X파일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야당이 정리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검찰 선배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가장 정확히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하는 등 야권을 걸고넘어졌다.
한국 선거사(史)의 음습한 기억인 X파일이 이번엔 금방 코미디로 전락한 데는 ‘윤석열 때리기’에 급급한 인사들의 무리한 주장도 일조하고 있다. 홍 의원은 “검찰총장 출신이 비리 의혹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로, 정면 돌파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바란다”고 했고, 친문재인계 핵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공개해 버려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해명을 듣고 싶으면, 공격하는 쪽에서 제대로 된 근거를 먼저 제시하는 게 이치에 맞는다. 봤다는 사람만 1명 있을 뿐, 정작 파일은 없는데(혹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윤 전 총장에게 해명하라고 촉구하는 건 상식 이하다.
장 씨 폭로 직후에 온라인상에 돌아다닌 파일은 내용이 조악하고 표현방식이 유치한데 대략, 윤 전 총장 장모와 사업을 함께하면서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제기됐던 것들의 재탕이다. 청문회 때 나왔던 사안들 가운데 컸던 게 윤 전 총장이 대검 중수부 과장 재직 때 측근인 윤대진 전 수원지검장 친형 뇌물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중수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정도다. 더구나 이 사안은 민주당이 적극 방어했던 것으로, 이제 와서 문제 삼기는 무리다. 장모 관련 사안은 대부분 윤 전 총장이 결혼한 2012년 3월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신빙성 있는 의혹이 나온다 해도 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워 보인다. 윤 전 총장을 공격하고 싶으면 그가 책임졌던 주요 사건 수사가 적절했는지, 평생 검사만 한 사람이 대통령을 할 수 있겠는지 등으로 타깃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문화일보
06월 29일 윤석열, 대선 출마 선언…“정권교체 확실히 해낼 것”
▲ [서울=뉴시스]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서초구 매헌윤봉길기념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됐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과 함께 만드는 미래’ 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 초 공직에서 물러난 후 많은 분들을 만났다. 한결 같이 도대체 나라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 했다”고 말문을 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 윤석열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킨 영웅들과 함께 하겠다”며 “산업화와 민주화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국민, 그 국민의 상식으로부터 출발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 이것이 제 가슴에 새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권이 공정과 상식을 상실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4년 전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으로 출범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 ‘특권과 반칙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그동안 어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수많은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았다”며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며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또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이라며 “이 정권은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입니까.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경제, 외교 비전도 밝혔다.
그는 “우리에게 닥친 새로운 기술 혁명 시대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과 경제 사회 제도의 혁신이 필수”라며 “혁신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 자율적인 분위기, 공정한 기회와 보상, 예측가능한 법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 공정과 상식, 법치의 자양분을 먹고 창의와 혁신은 자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에게 공정과 자유민주주의를 바라고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망상”이라며 “현재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고통에 신음하게 만드는 정치 세력은 새로운 기술 혁명의 시대를 준비하고 대처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이들의 집권이 연장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들의 기만과 거짓 선동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 여기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과 세력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에 대한 지지에 대해서는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 더 이상 집권을 연장해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정권을 교체하는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뜻이었다”며 “정권교체,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개악과 파괴를 개혁이라 말하고,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되어 국민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그야말로 부패완판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 윤석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며 “정권교체로 나라를 정상화시키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같이 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위대한 국민 여러분,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뉴시스>
06.3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1.06.29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29일 기자회견에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法治),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그는 “4년 전 문재인 정권은 국민 기대와 여망으로 출범했지만, 내 편 네 편을 갈라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은 이권 카르텔로 권력을 사유화하고 집권을 연장해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면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무너뜨린 공정과 상식, 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자신을 발탁한 대통령의 국정을 정면 비판하며 검찰총장 출신이 대선에 출마하게 된 것 자체가 문 정권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할 때만 해도 이 정권은 “정의로운 검사”로 칭송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총장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를 겨누면서 관계는 돌연 적대적으로 바뀌었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정권 비리로 이어지자 정권은 본격적으로 ‘윤석열 찍어내기’에 나섰다. 수사팀을 해체하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위법적 감찰과 무리한 징계까지 밀어붙였다. 정권은 그의 출마를 배은망덕과 배신이라고 비난하지만, 정권이 그의 등을 떠민 것이나 다름없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거의 모두 문 정권이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대선 출마는 문 정부의 ‘반(反)민주, 반(反)법치’ 폭주가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문에서 지적한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 주도 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 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 등 이 정권의 병폐는 국민 대다수가 공감했을 것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내용들이다.
하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은 윤 전 총장이 정권의 폭거에 맞섰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지지를 보냈지만 나라의 장래를 맡길 적임자인지는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윤 전 총장은 정치 경험도 국정 경험도 거의 없다. 앞으로 자신의 국정 비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가 집권할 경우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과 상식을 다시 세울 만한 도덕성을 갖췄는지도 검증받아야 한다. 최근 X파일 논란이 대표적이다. 윤 전 총장도 “합당한 근거를 갖고 (의혹을) 제시하면 상세히 설명할 것이고 무제한 검증을 받겠다”고 했다. 검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온 그가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복잡한 이해가 충돌하는 국정을 다룰 식견이 있는지, 그에 합당한 도덕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시험이 이날 시작됐다.
조선일보 사설
06.30 초교때 입 크게 벌린 아이…사진으로 본 '돌돌이' 윤석열
29일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윤석열(61) 전 검찰총장의 인생은 2013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승승장구하던 특수통 검사 윤석열은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사건을 축소하려는 상부에 맞서 이른바 ‘항명 파동’을 일으켰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윤 전 총장은 다음 해 1월 인사에서 대구고검으로 좌천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구고검에 좌천됐을 당시인 2014년 미국에 머물던 재미철학자 고(故) 김원유 교수에게 보냈던 사진이다. 좌측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 전 총장 어머니, 김원유 교수, 김 교수 어머니.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 전 총장이 대구에 머물 때, 그에게 힘이 돼준 사람들은 그의 학창시절 친구들이었다. 특히 윤 전 총장과 대광초-중랑중을 함께 다닌 재미철학자 고(故) 김원유 교수가 남긴 페이스북 글은 아직도 그의 학창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회자하고 있다.
2014년 2월 23일 당시 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이국땅에서 은자의 황혼을 맞이하게 됐다. 바로 그때 윤석열이 ‘정의의 사도’가 되어 내 앞에 거인처럼 우뚝 나타났고, 인터넷으로 읽는 기사로 그의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장한 선언을 들으며 그 위풍당당함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썼다
▲1973년 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단짝 친구들과 함께 찍은 대광초 졸업식 사진. 좌측부터 재미철학자 고(故) 김원유 교수, 윤 전 총장,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 전 총장의 은사인 이승우 선생님.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 전 총장은 서울 대광초 시절 김 교수와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과 가장 친했다고 한다. 다음은 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국민학교 시절 단짝이던 그는 우리 집에서 살다시피 했고, 그의 어머니는 편찮으신 우리 어머니를 대신해 중학교 시절 내내 내 도시락을 싸주셨다. 돌아가신 아버님과 윤 검사의 부친인 연세대 윤기중 교수님과는 친구 사이다. (중략) 어린 시절 그림일기 검사받을 때마다 그는 내게 그 당시 모든 어린이가 즐겨 시청했던 ‘황금박쥐’를 그려달라고 했다. 내가 그림 그리는 동안, 그는 그때마다 내게 ‘좀 조용히 있으라’고 구박을 받으면서도 ‘우하하하, 정의의 사도 황금박쥐다’를 줄곧 외치곤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 대광초 졸업식 사진. 윤 전 총장이 대구고검에 근무할 당시인 2014년에 재미철학자인 고(故) 김원유 교수에게 직접 보낸 사진이다. 좌측부터 이철우 교수 어머니, 윤 전 총장, 윤 전 총장 어머니, 이철우 교수, 김원유 교수, 김 교수 어머니.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 전 총장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김 교수는 2014년 가을 미국에서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페이스북은 2014년 10월에 멈춰섰지만, 당시 좌천 중이던 윤 전 총장과 주고받은 사진은 아직도 페이스북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광초 시절 소풍 사진. 우측에 선 어린이가 윤 전 총장이다. 1968년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일보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한 사진이다. 김기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광초 시절 모습. 뒷줄 좌측에서 네번째, 입을 크게 벌린 어린이가 윤 전 총장이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 전 총장은 대광초 친구들과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있다. 대광초 동기인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에 따르면 당시 대광초는 한 학년에 160명 정도라 다들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 정도로 친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윤 전 총장은 리더격이었다고 한다. 그의 별명은 “똘똘하다”는 뜻의 ‘돌돌’ 또는 ‘돌돌이’였다.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 중랑중으로 진학한 윤 전 총장은 2학년 재학 도중 충암중으로 전학했다.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직장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이어 진학한 충암고 시절의 사진엔 부쩍 성장한 윤 전 총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1976학년도 충암고등학교 선발고사 수험표. 윤 전 총장은 서울 중랑중 2학년 재학시절 충암중으로 전학했다. 이후 충암고로 진학했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충암고 시절 단체사진. 우측 세번째가 윤 전 총장이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친구를 좋아하는 윤 전 총장의 성격은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서도 이어졌다. 대학 입학식에선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대 법대 입학식 사진. 우측 두번째가 윤 전 총장이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1학년 MT 때는 조금 머리를 길렀고 살집도 붙었다. 대성리로 MT를 가는 기차 안에선 다리를 꼬는 등 제법 멋도 부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대 법대 1학년 재학 시절 MT 장소로 가는 기차 안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 좌측 첫번째가 윤 전 총장.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대 법대 1학년 시절. 친구들과 함께 기차 안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좌측 두번째가 윤 전 총장이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대 법대 1학년 시절 MT 단체사진. 뒷줄 좌측 첫번째가 윤 전 총장이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대 법대 1학년 재학 시절 사진.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의상대(義湘臺)를 찾은 윤 전 총장과 친구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좌측 첫번째가 윤 전 총장.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 전 총장은 법대 4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지만, 이후 2차에서 9년간 낙방하다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그의 친구들은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탓에 합격이 늦어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동문들과 함께 찍은 사진. 앞줄 우측 첫번째가 윤 전 총장.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대 법대 졸업식 사진.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대 법대 졸업식 사진. 좌측 두번째가 윤 전 총장이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이후 윤 전 총장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검사 중 한 명이 됐다. 하지만 검사 이전의 윤석열에 대해선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의 어린 시절 주요 장면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돌사진.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유년기 사진.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 대광초 시절 사진. 보이스카웃 단복을 입고 찍었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광초 시절 소풍 사진. 뒷줄 우측에서 네번째 선 어린이가 윤 전 총장이다. 1972년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윤 전 총장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문들로부터 입수했다. 김기정 기자
중앙일보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