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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2021-06/ 06.01 文 선심 4년에 거덜 난 수조원 기금들, 국민 공든 탑 다 무너질 판 - 06.30 빚 갚을 돈으로 또 선심성 퍼주기

상림은내고향 2021. 7. 2. 22:06

바른소리 2021-06/

06.01 文 선심 4년에 거덜 난 수조원 기금들, 국민 공든 탑 다 무너질 판

/고용보험기금에 대한 세금 지원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조원 가량 쌓여있던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완전 고갈돼 올 연말엔 2조7000억원의 기금 부족에 빠질 것이라 한다. 1995년 고용보험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2018년 이후 나가는 지출이 들어오는 수입을 훨씬 웃돌면서 작년까지 8조2000억원의 누적 결손이 났고 올해도 4조7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고용 참사를 만들어 놓고는 그에 따른 부작용을 현금 퍼붓기로 메운 결과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 탓을 한다면 거짓말이다. 기금 감소는 코로나 이전부터 본격화했다.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소득 주도 성장을 밀어붙여 일자리를 대량으로 없애놓고는 그 구멍을 실업급여 지급액과 기간을 대폭 확대해 메웠다. 기금 지출을 눈덩이처럼 늘린 것이다. 지난해 주 40시간 근로자의 최저임금(월 179만5310원)보다 실업급여 하한액(181만원)이 더 많을 지경이었다. 실업급여뿐 아니라 청년고용 장려금이며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으로 기업에 보전해주는 돈까지 고용보험기금을 허물어 지급했다. 근로자와 고용주가 매달 월급에서 떼어내 적립한 기금을 대통령이 마치 제 돈으로 선심 쓰는 양 한 것이다.

 

기금 곳간은 활짝 열면서 이 돈이 꼭 필요한 사람한테 지급되는지를 관리·감독하는 데는 소홀했다.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받은 사람이 9만4000명에 달하고, 이들에게 지급한 돈이 2020년 한 해만 4800억원이다. 3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잠깐 일하고는 권고 사직시켜 달라고 요구해 실업급여 타면서 놀고 먹는 얌체족이 급증했는데 이를 제대로 적발해내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10조원 넘던 기금 적립금으로도 견디질 못하고 불과 4년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일반 예산으로 보전해주지 않으면 기금이 파산할 지경이 된 것이다.

 

고용기금뿐 아니다. 61개 공공 기금 중 절반 가까운 27개가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지 적자에 빠진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지금 추세라면 2024년까지 적자 기금이 5개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2011년부터 매년 흑자 내던 건강보험도 30조원이 소요되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2018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545조원의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경영 실적은 나빠졌는데도 공공기관 인건비는 8조원이나 늘어났다. 5년짜리 정권의 선심 공세에 국민 허리가 휜다.

조선일보 사설

 

06.01 또 전 국민 재난지원금, 대선 때까지 3차·4차 계속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운을 뗀 후 민주당이 전 국민 대상 2차 재난 지원금 지급안을 본격 추진할 태세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번 여름 움츠러든 실물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추경 예산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당 내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올 추석을 전후해 전 국민에게 위로금 명목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30조원 규모의 2차 추경 예산을 편성해 문 대통령이 지난 2월 약속한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으로 14조원을 뿌리고 이와 별도로 코로나 피해·취약 계층에게 10여조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작년 4월 총선에서 현금 살포의 위력을 경험했었다. 총선에서 압승한 뒤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재난 지원금이) 일정 부분 선거 논리였다”고 실토했다. 문 대통령은 “모처럼 쇠고기 국거리를 샀다는 보도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도 그 본질은 대선용 현금 살포다. 2차로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내년 대선이 가까워지면 또 현금 살포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코로나 상황이 호전돼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세금이 예상보다 최대 17조원 더 걷힐 전망이다. 이 돈을 그냥 둘 문 대통령이 아니다. “추가 세수를 활용하자”는 뜻을 직접 밝혔다. 국가재정법은 남는 세계(歲計) 잉여금이 생기면 공적 자금 상환이나 나랏빚을 갚는 데 먼저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부채를 무섭게 늘린 정부가 빚 갚을 생각은 조금도 안 하고 선거용 현금 실탄으로 쓰겠다고 한다.

 

지금 우리 재정은 국제기구들이 우려를 표명할 만큼 부실 속도가 매우 빠르다. 문 정부 5년간 나랏빚이 무려 400조원 폭증해 국가부채가 내년에 1000조원을 넘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50%대에 진입한다. 신용평가사들이 경고한 국가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한 푼이라도 남는 세금을 부채 줄이는 데 써야 한다. 독일 등 다른 선진국들은 헌법 등에 엄격한 준칙을 만들어 건전 재정을 지켜가고 있다. 문 정부는 국가 재정이 망가지든 말든 빚을 더 내고 남는 세금까지 끌어모아 선거에 퍼부을 궁리만 한다.

조선일보 사설

 

06월 01일 불통 청와대, 소통 백악관

김남석 국제부 차장

얼마 전 일이다. 미국 부동산가격 급등과 관련, 조 바이든 행정부 입장이 궁금해 백악관 웹사이트에서 젠 사키 대변인의 정례브리핑 원문을 검색했다. 낮 12시 48분부터 43분간 진행된 브리핑에는 5만 자 분량의 질의·응답이 담겨 있었다. 미·러 정상회담 의제를 시작으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경찰 개혁 법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 인프라 투자 관련 여야 협상, 도쿄(東京)올림픽 참가, 유대인 혐오, 북아일랜드 특사 임명은 물론 미확인비행물체(UFO) 관련 질의까지 있었다. 꼬리를 무는 질문 공세에 힘들 법도 한데 사키 대변인은 “계속하세요(Oh, Go ahead)”를 연발하며 이슈별 백악관 입장을 설명했다. 말에 인색하지 않은 것은 대변인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국내외 현안에 대해 직접 기자들 앞에서 설명하거나 성명, 연설 등을 통해 자기 생각을 밝혔다. 실제 그날 하루만 대통령 성명 등 9건이 브리핑룸에 공개돼 있었다.

 

호기심에 같은 날짜의 청와대 뉴스룸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내용의 박경미 대변인 사전브리핑 한 건이 전부였다. 1000여 자 분량에 질의·응답은 따로 없었다. 매일 크고 작은 브리핑이 이어지는 백악관과 달리 청와대 브리핑은 1주일에 두어 차례, 10∼20분가량 열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 대통령은 어떨까. 연례행사가 된 기자회견 외에 각종 현안에 대한 발표·성명은 기대하기 힘들고 수석보좌관회의, 국무회의에서 5∼10분 짧은 모두발언을 하는 것이 소통의 대부분이었다. 일정 공개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의 하루 일정은 대부분 사전 공개된다. 백악관을 언제 출발하고 복귀하는지 5분 단위로 예고된다. 5월 25일의 경우 오전 10시 15분 일간브리핑을 시작으로 오후 9시 5분 백악관 복귀까지 16개 일정이 사전 고지됐다. 반면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던 문 대통령의 일정 공개는 취임 3일 만에 중단됐고, 이후 1주일 치 일정을 사후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일정이 미리 공개되면 경호·보안 문제가 발생한다는데 백악관의 적극적인 일정 공개와 대비된다.

 

문 대통령은 재임 중 사회 갈등이나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침묵하거나 핵심 쟁점을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들끓는 여론에도 계속 침묵할 수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소통은 꺼리고 일정은 사후 공개하는 것 역시 원인 중 하나다. 흔히 민주주의는 ‘말의 정치’라고 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한다”고 했다. 선출된 정부나 대표가 현안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고 대화·토론을 통해 설득하면 국민은 이를 바탕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잦은 침묵이 국민을 위해서도,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불행인 이유다. 대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후보가 나오겠지만 이미지만 앞세우고 말은 아끼는 후보에게는 한 표를 던지고 싶지 않다.

문화일보

 

06월 02일 대선 앞두고 이젠 30兆 ‘코로나 위로금’ 2030 등골 휜다

2017년에 660조 원이던 국가채무가 문재인 정권 4년 만에 1000조 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문 정권은 코로나 위기를 핑계로 또 온갖 명목의 현금을 살포하려 들기 때문이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도 반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코로나 포퓰리즘은 갈수록 광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피해 계층 집중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은 30조 원 규모로 예상되며, 가능하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 정권은 이미 지난 3월 19조 원 규모의 코로나 추경을 처리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직전이었다. 이번에 거론되는 규모는 훨씬 더 크다. 전 국민에게 1인당 30만 원 ‘위로금’도 포함돼 있다.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씩 지급했던 지난해 4월 지원금보다 20% 늘어난 셈이다. 여당은 당시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런 전 국민 위로금에 14조3000억 원, 자영업자 손실 보상금 6조6000억 원, 백신 유급 휴가비 9조2000억 원 등으로 추정된다. 이를 국채로 조달하면, 국가채무는 1000조 원에 이르게 된다.


당정은 수출 호조 등으로 1분기 세수가 계획보다 19조 원가량 늘어나 재정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3·4분기 세수 전망은 불투명하다. 설혹 세수가 늘었더라도 최대한 아껴 쓰고, 재정 적자를 메우는 것이 더 시급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피해 업종 직접 지원을 제안했다. 문 정권의 마구잡이 돈 뿌리기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 나랏빚은 모두 2030세대 등 미래 세대의 몫이다. 문 정부 경제정책 실패로 번듯한 일자리가 줄어든 데 이어 빚까지 떠안을 2030세대의 등골이 더욱 휘게 됐다.

문화일보 사설

 

06.02 세계 최강 경제동맹의 기적

/ 영화 '국제시장'에서 채탄 작업을 하기 위해 덕수(가운데·황정민 분)와 달구(왼쪽·오달수 분)가 함보른 탄광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 [중앙포토]

 

한·미 정상회담을 보면서 함보른 탄광이 떠올랐다. 1964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은 서독 루르 지역 함보른 광산을 찾아 이렇게 연설했다. “여러분, 난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몹시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우리 자손들에게는 이런 불행을 겪게 하지 맙시다. 잘사는 나라를 남겨 줍시다.” 강당은 눈물바다가 됐다. 박 대통령도 목이 메어 연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1963년부터 1977년까지 서독에 근로자 2만여 명을 보냈다. 이른바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들이다. 첫 모집에 나서자 지원자는 인산인해였다. 2400만 인구에 실업자 250만 명이 넘던 시절이었다. 광부들은 땅속에서 비지땀을 흘렸고, 간호사들은 험한 일을 도맡았다.

미국에 절실한 한국의 경쟁력은
근래 국내서 푸대접 받는 제조업
제조업의 기적은 계속돼야 한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서독 정부의 배려로 도쿄에서 출발한 민항기를 타고 7곳을 거쳐 서독에 도착했다. 국민 대다수가 끼니도 해결하지 못했고 변변한 공장도 없던 시절이었다. 이런 나라에 차관을 빌려줄 리가 없었다. 결국 이들의 헌신으로 극심한 외화 갈증을 풀어야 했다. 한강의 기적은 이 함보른 탄광의 눈물을 거쳐 시작됐다. 

 
    그로부터 57년 세월이 지나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기업이 44조원을 투자하면서 미국과 경제동맹을 맺는 자리에 섰다. 문 대통령은 “최고의 순방이고 최고의 회담”이라고 자평을 아끼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함께 대단한 일을 하자”면서 역시 극도의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주역이 누구인지도 감추지 않았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SK 등 4대 기업 대표를 일으켜세워 “생큐”를 세 번이나 연발했다. 중언부언하면서까지 이런 극찬이 또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의 투자 기업을 일일이 호명해 감사 표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왜 이들 기업에 깊은 감사를 표시했을까. 그 비밀은 한국의 제조업 생산 능력에 있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가 모두 첨단기술이라 해도 그 근간은 제조업이다. 미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향하면서 반도체·배터리는 물론이고 원전 시공 능력도 크게 상실했다.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면서 외부의 힘을 빌려 생산 능력 복구에 나섰다. 미국이 환대하는 한국 제조업의 국내 현실은 어떤가.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송전선 설치를 위해 5년을 허비한 끝에 4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기업의 경영진은 국정 농단에 휘말려 4년이 넘도록 수사를 받고 있다. 그 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어렵다. 마침 지난달 25일 복합소재 전문 기업인 한국카본 대전사무소 개소식을 통해 한국 제조업의 극한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이 기업은 한·미 정상회담에 크게 고무돼 있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를 계기로 방위산업 진출을 가속하게 되면서다. 개소식에는 한화·LIG 등 방산 관련 기업부터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위사업청의 전·현직 방산 전문가, KAIST 교수 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소부장 사업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복합소재 중견기업 한국카본은 최근 관련 업체와 연구소가 집적된 대전에 사무소를 냈다. 복합소재는 선박, 미사일, 우주항공업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이 회사 조문수 회장이 “경제적 의미가 있다”고 해서 취재에 나섰는데, 그의 말 그대로 한·미 정상회담은 제조업에 즉각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미사일이든, 우주항공이든 소재부터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이 소부장 수출 제한을 시도하면서 우리는 그 절실함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카본은 경남 밀양에 공장 증설을 포기해야 했다. 아무리 애써도 공업용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충북 보은에 공장을 지어야 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 때문에 베트남에도 공장을 지었다. 이것이 한국 제조업의 민낯이다. 그런데도 세계 최강 경제동맹의 원동력이라니 기적 아닌가. 이제라도 제조업의 고충을 들어주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제조업이 대한민국의 기둥이다. 

중앙일보 김동호 논설위원

 

06.03 물가 치솟는데 전 국민 위로금, 득보다 실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이 거론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시행하면, 국가채무는 1000조원에 육박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으샤으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함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문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에 “온 국민이 으샤으샤 힘을 내고 소비를 진작하는 데 도움을 주자”면서 제기한 ‘전 국민 코로나 위로금’ 지급의 본격화다. 현실화하면 1~4차에 이은 5차 재난지원금이 된다. 자영업자 지원까지 합쳐 추경 규모는 30조원에 이른다.      

여당, 30조원대 코로나 수퍼 추경 공식화
세수 늘면 취약계층 돕고, 나랏빚 갚아야

코로나 위로금은 우리 경제에 득보다 실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지금은 경기가 회복 중이라는 점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적절하지 않다. 주요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 효과가 퍼지면서 세계 경제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성장률을 기존 3%대에서 4%로 끌어올렸다. 지금은 돈을 풀 때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돈줄을 조이고 부채 축소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경고음이다.
 
나랏빚은 이미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국가채무가 현 정부 출범 직전 660조원에서 최근 4년 만에 1000조원으로 불어나면서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 정부 들어 복지 지출을 급격히 늘리면서 지난해부터 연속해서 100조원 규모의 국채를 찍어 구멍난 재정을 메우는 게 현실이다. 이 여파로 국가채무 비율은 3년 후 60%를 넘나든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에서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고(高)부채 국가로의 전락이다.
 
경기가 회복될 때 돈을 많이 풀면 물가를 자극해 금리 인상을 자극하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4000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가계·한계기업의 도산을 촉발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 거론되는 전 국민 코로나 위로금 30만원 지급은 부(富)의 양극화를 부채질한다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경제적으로 절실하지 않은 계층은 ‘위로금’이 주머니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서도 재난지원금의 지출 효과는 20%대에 그쳤다. 여당은 예상과 달리 올해 세수가 30조원가량 늘어난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이는 지난해 극심한 세수 부족에 따라 애초 올해 국세 목표를 낮춘 데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다.
 
현재 추진 일정으로는 코로나 위로금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9월 직전에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 지난해 총선 때처럼 여당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그러나 양극화와 금리 인상을 부채질해 인플레를 일으키고 나랏빚만 더 늘릴 우려가 크다. 올해 늘어나는 세수는 청년 세대에게 짐이 되는 나랏빚 상환에 써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6조6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자영업 손실 보상과 사각지대 피해 보상금에 한정하는 게 타당하다. 대선을 겨냥한 선심용 돈 뿌리기 차원이라면 그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6.03 바이든이 보여준 ‘기업 사용 설명서’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대표를 일일이 호명하며 “땡큐”를 연발한 장면이야말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백미다. 문재인 정부 내내 적폐로 몰리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기업이 타국땅에서, 국내에선 상상도 못 할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정부 여당이 “건국 이래 최대 성과”라며 자화자찬하는 정상 외교의 성공을 수면 아래서 떠받친 건 기업들이었다. 기업이 정권의 체면을 살리고 국익을 지켰다.     

44조원 대미 투자 결정 4대 그룹
‘기업이 일자리 만든다’ 확인케해
‘일자리 정부’ 말뿐 고용절벽 참담
반기업 규제·족쇄 풀어야 해결돼

미·중 패권 경쟁으로 촉발된 국제 질서의 거대한 지각변동의 소용돌이가 빚어낸 풍경이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바이오·전기차·배터리 같은 첨단 기술의 공급망을 미국 주도로 재편해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과 확장을 막고 밸류 체인을 강화하는 전략 프로그램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지난 4년 트럼프의 공화당에 정권을 내준 뼈아픈 기억이 생생한 민주당 정권으로선 국내에 일자리를 만드는 제조업 부활 프로젝트에 정권의 명운을 걸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 창출은 미국 정치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자 최고의 선이다. 그러자니 첨단 제조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과의 콜라보가 절실했다.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미사일 지침 폐지, 우주 탐사·항공 파트너십 강화 등, 문 대통령이 귀국길에 들고 온 선물 꾸러미엔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44조원 투자 협력에 대한 답례품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초일류 기업들과 전략 파트너십을 맺게 됨으로써 세계 최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티켓을 갖게 된 건 박수칠 일이다. 그러나 시선을 국내로 돌릴수록 암울함을 떨치기 힘들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로 수천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 바이든 대통령과 갑갑한 우리의 현실이 자꾸 오버랩돼서다. 100장의 이력서를 쓰고도 일자리 얻기는 언감생심, 배달 음식과 쓰다만 자기소개서를 남긴 채 원룸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청춘,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이고, 구직을 단념한 채 ‘그냥 쉰다’는 실업자가 270만명(2월14일 기준)을 넘어선 나라.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빚어낸 F학점의 고용 성적표다.
 
역대급 실업률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때문이라는 정부의 변명과 달리, 한국은행은 지난해 실업률(4.0%)은 ▶노동집약 부문의 해외 이전 ▶정부의 직접 고용정책 강화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가 주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일자리 만들 기업들은 자꾸 해외로 빠져나가고, 잔류 기업들은 강성 노조와 노동 규제 때문에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고용 절벽’은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정부의 뒤죽박죽 정책이 빚어낸 참담한 결과다. 일자리 상황판을 내걸며 벌이는 쇼에만 능숙할 뿐, 지난 4년 내내 기업규제 3법과 같은 반기업 정책과 규제를 남발하며 족쇄를 채우고, 툭하면 회초리를 휘둘러왔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반도체 공장 송전선 공사를 5년동안 중단했던 삼성전자는 최근에야 수천억 원의 공사비를 자부담하는 조건으로 겨우 지중화(地中化)에 타결했다. 주 정부들이 우리쪽을 상대로 거액의 세금 감면 조건을 내걸고 공장 유치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대비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 ‘기업하기 참 나쁜 나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리 없다. 미국 컨설팅업체 AT Kearney에 따르면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 해외로 나간 기업이 국내로 되돌아오는 것) 지수는 2016년 -13에서 2019년 +98로 수직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16에서 -37로 악화됐다. 미국은 유턴 기업이 늘어났지만 한국은 되레 더 많은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미국의 포드·GM·월풀 등이, 일본은 샤프·캐논·혼다 등이 리쇼어링해 국내 투자와 고용을 확장시켰다. 그러나 한국은 2019년 현대모비스가 돌아온 게 유일한 리쇼어링 사례다. (문종철,‘국내 리쇼어링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을 위한 제언’)
 
문 대통령이 어제 4대 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했다. 대미 투자 결정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기업이 협력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투자가 한국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기업이 나가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도 동반해 미국에 진출하게 되니 부품·소재·장비 수출이 늘어 국내 일자리가 더 창출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꼭 듣고 싶은 핵심을 간과한 건 아닐까. ‘기업 활동을 옥죄는 반기업적 규제와 족쇄를 풀어 맘 놓고 기업 할 수 있도록 남은 임기동안 노력하겠다. 그러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달라.’ 기업들은 내심 이런 전향적인 메시지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모처럼 마련된 화기애애한 자리, 대한민국 대표 기업 총수들과 대통령의 만남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이 살짝 꺼내 보여준 ‘기업 사용 설명서’에 자꾸 눈길이 간다.  
중앙일보 이정민 논설실장

 

06.07 남에겐 추상같이, 박원순 김어준에겐 봄바람같이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공군 참모총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유족에게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최고 상급자’까지 엄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사과이고 필요한 조치다. 그런데 이 내용을 전한 기사에 ‘어떨 때 침묵하고 어떨 때 엄중 수사 지시냐’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박원순·오거돈의 성범죄엔 침묵했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상관이 부하에게 저지른 성범죄란 점에서 박원순·오거돈 사건은 공군 부사관 사건과 다르지 않다. 조직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고, 2차 가해까지 있었던 점도 같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민주당 시장들의 성범죄에 대해선 수사 지시는 물론이고 입장조차 제대로 내놓은 적이 없다.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박원순 사망 6개월 뒤에야 무슨 뜻인지도 모를 “안타깝다”는 말만 했고, 오거돈 성범죄에 대해선 언급조차 않았다.

 

여당은 박원순을 칭송하는 플래카드를 서울 전역에 내걸었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불렀다. 정권 전체가 2차 가해에 나선 것이다. 성추행 범죄로 만들어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내고 이기겠다며 갖은 애를 썼다. 그때 먼 산 보며 침묵하던 문 대통령과 이번 부사관 사건에 대해 ‘엄중 수사’를 지시하는 문 대통령은 같은 사람인가. 이 기막힌 이중성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청와대는 ‘김어준씨를 TBS 교통방송에서 하차시켜 달라’는 35만여명 청원에 대해 “개입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음모론을 흘리고 여권을 편들면서 정권 나팔수로 활약한 김씨에 대해 청와대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정권이 출범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방송 장악이었다. 야당 추천 방송 이사에 대해 김밥값 몇천 원까지 문제 삼아 해임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얼마 남지 않은 비판 언론을 매일같이 공격하고 있다. 방송통신위는 인허가 권한과 심의권을 휘두르며 방송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불리한 뉴스만 나오면 ‘언론 개혁’ 타령인 정권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국민 눈을 속여온 정치 장사꾼을 ‘언론 자유’라며 감싼다. 아무리 내로남불 정권이라지만 이 정도면 병적 수준이다.

조선일보 사설

 

06.08 반도체 ‘기록 제조기’ 타이틀 빼앗긴 한국 반도체, 진짜 위기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4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D램을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생산 중인 15나노 D램보다 더 앞선 제품이다. 마이크론은 작년 11월엔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 양산을 발표해 반도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분야인 D램과 낸드의 최첨단 경쟁에서 모두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20년 가까이 지켜온 메모리 세계 최강국 지위가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1994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256M D램을 개발한 이후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관한 한 세계 최초, 최고 집적도 개발의 선두로 군림해 왔다. 1996년 1기가 D램, 2001년 1기가 플래시, 2007년 64기가 D램, 2019년 128단 낸드 등 메모리 용량이 매년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앞장서 구현해 왔다. 그 결과 D램은 70%, 낸드는 45%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압도적 1위로 자리 잡았다. 주문형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의 대만 TSMC와 함께 반도체 공급망의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그런데 인공지능·자율주행·5G 등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미국의 ‘반도체 동맹’ 전략이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뿌리째 뒤흔들기 시작했다. 앞으론 범용 반도체보다 주문형 반도체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2년 전 삼성전자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를 키우겠다며 133조원을 투자하는 10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반면 대만 TSMC의 지배력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 지난해 25%나 성장한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4%로 치솟아 사상 최고를 갈아치운 반면 삼성전자는 17%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여기에다 마이크론의 강력한 도전으로 메모리 분야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의 D램 점유율은 2016년 47%에서 2020년 42%로 떨어진 반면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23%에서 26%로 올랐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률은 18%로 마이크론(20%)에 역전당했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마이크론의 메모리 시장 지배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TSMC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 6곳 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동맹 전략에 적극적으로 올라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내 공장 건설 계획을 아직도 확정짓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30년 전 반도체 패권을 한국에 빼앗긴 일본까지 대만 TSMC와 손을 잡고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런 전방위적 위기 상황에서 삼성의 총수는 감옥에 갇혀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이 반도체 전략 수립과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를 다니며 반도체 전쟁을 지휘해야 할 그의 손발을 묶어 놓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자해에 다름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6월 09일 대혼란 초래할 노조법 시행

김성훈 산업부 차장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시행일(7월 6일)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경제단체들은 법을 재개정하기 어렵다면 시행령에라도 재계 요구를 반영해서 보완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해 왔다. 하지만 지난 3월 법 개정 내용만 반영한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 이후 아직도 의견수렴 단계밖에 진행하지 않은 것을 보면, 재계 의사를 반영한 시행령 개정 없이 법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제단체 관계자들의 걱정이다.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올해 기업들의 임금·단체협상 현장 곳곳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극심한 투쟁이 만연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일선 기업 현장에서 가장 큰 혼란을 초래할 새 노조법 조항은 해고자와 실업자 등 이른바 ‘비종사 근로자’의 사업장 출입 관련 조항(5조 2항)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에는 ‘종사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장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노사 간 소송전으로 번져서 법원 판단이 내려져야 비로소 참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생길 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법에는 비종사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요건이나 절차에 관한 규정도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무질서와 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 이에 경영계는 새 노조법에 따라 기업별 노조 가입이 허용되는 해고자·실업자 등이 사업장의 질서와 규칙을 준수하도록 규제할 조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종사 근로자가 사업장 내에서 조합활동을 하는 경우 사업장 출입·시설 이용에 관한 규칙을 지키게 하고, 노조 사무실 이외의 장소 출입은 사용자의 사전 승인이 있을 때만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법이 현 상태로 시행되면 노조의 자격이나 적법성을 둘러싼 충돌도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적법요건을 갖춰 설립신고증 교부를 받았더라도 사후적으로 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 노조 설립신고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 결격사유가 사후에 발생한 경우, 노조 설립신고 접수를 취소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 노조법에 사용자를 배려한 것처럼 들어가 있는 조항들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실제 적용 시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제37조 3항)는 조항이 신설됐지만, 제재수단은 마련돼 있지 않다. 또 노조법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사가 합의하여 정할 수 있다’(제32조 1항)고 규정, 단체협약 최대 유효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교섭대표노조의 지위유지 기간은 기존대로 2년을 유지했기에, 노조 집행부가 바뀌면 현실적으로 재협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빈틈투성이 노조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노사갈등은 더 악화할 게 뻔하다. 사태를 바로잡을 시간은 이 순간에도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일보

 

06월 09일 文 “추가 세수로 추경” 국가재정법 위반하라는 지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예상보다 늘어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해 포용적 경제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올 4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32조7000억 원 더 걷힌 세금을 사실상 추경에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올해 두 번째 추경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당도 30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부적절하고 위험한 지시다. 예상되는 추가 세수는 국채 상환에 먼저 쓰도록 규정한 국가재정법을 위반해 불법을 저지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법 제90조는, 회계연도에 예상되는 초과 세수는 당해 연도에 발행한 국채를 우선 상환하며, 결산 후 세계잉여금은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기금 우선 출연, 국채 또는 차입금 상환 등에 쓰도록 규정하고, 그래도 남으면 비로소 추경에 쓸 수 있게 순서와 비율까지 강제하고 있다. 하물며 회계연도 중간에 늘어난 세수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더 심각한 위법이다. 더구나 4월까지 늘어난 세수 중 절반이 넘는 16조7000억 원은 일회성이다.


게다가 제89조 추경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편성할 수 있는데, 정부 스스로 경기 회복세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취업자가 3개월 연속 증가했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1.7%(전기 대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도 적자 국채를 93조2000억 원 발행할 예정이다. 재정건전성의 확보를 위해, 국민 부담의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예산 편성·집행 원칙(제16조)도 저버렸다. 법 자체에는 처벌 조항이 없지만, 국무회의에서 불법을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문화일보 사설

 

06.10 文정부 5년간 세금 일자리 450만개, 고용부마저 “부실” 인정

고용부가 지난해 33조원 투입된 재정 일자리 사업을 분석한 결과 약 30%가 ‘감액' 또는 ‘개선'이 필요한 부실 사업이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고용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며 줄기차게 낙관론을 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뜻이다. 가짜 일자리를 양산하는 엉터리 고용정책으로 천문학적 세금을 낭비한 사실을 주무 부처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고용부는 30%가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실은 거의 100%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었다. 올 연말까지 문 정부 5년간 일자리 예산 120조원을 퍼붓는다. 그러나 남은 건 총 450만개의 공공 일자리뿐이다. 그중 대부분이 65세 이상이 하루 두세 시간 일하는 시늉만 해도 월 20만~30만원씩 주는 단기 아르바이트다. 일자리라기보다는 노인 복지다. 휴지 줍기, 새똥 닦기, 강의실 불 끄기처럼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도 수치를 늘리려 매년 2조~3조원을 퍼붓기도 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까지 총동원해 쥐어 짜내듯 고용 통계를 분칠해놓고는 “고용이 나아졌다”고 주장해왔다.

 

세금 퍼붓는 가짜 일자리를 빼면 고용 현실은 여전히 참담하다. 지난달에도 산업의 중추인 30대와 40대 일자리가 각각 6만9000명, 6000명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이 45만5000명 늘었다. 20대 일자리는 약 11만개 증가했지만 음식 배달, 건설 현장 근로 등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24.3%로 여전히 최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 17시간 미만의 초단기 일자리가 1년 전보다 35만개나 느는 등 고용의 질도 여전히 나쁘다. 문 정부 들어 주 40시간 이상 풀타임 일자리는 200만개 사라졌다.

 

그런데도 올해도 가짜 일자리 만드는 데 세금을 더 퍼붓겠다고 한다. 당초 본예산에 편성한 3조원도 모자라다며 추경 2조원을 더 투입해 132만개의 공공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문 정부 출범 첫해 65만개였던 세금 일자리가 5년 새 2배로 불었다. 눈가림용 모래성일 뿐이다.

조선일보 사설

 

06.10 사실상 손 놓은 부동산과 탈원전

표류하는 ‘청와대 정부’의 주요 국정

 

주요 국정들이 표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탈원전 정책 등이 사실상 실패했지만, 수습과 해결에 총대를 메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부산 변호사 시절부터 문 대통령을 잘 아는 인사는 “문 대통령은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말을 잘 안 하고 얼굴을 돌린다”고 했다. 쉽게 분노하거나 막말을 쏟아붓지 않는다는 점에선 좋은 성정이다. 하지만 어떤 사안이 잘못되거나 실패하면 사과하고 수습해야 한다. 그럴 때도 그냥 별다른 언급 없이 가만히 있는 건 문제다. 부동산·탈원전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안팎에서 기피 언어 돼
총대 안 메려 모두 외면·방관
어공 장악력 현저히 떨어져
“감성 이벤트 유혹에 빠지기 쉬워”

현 정부는 ‘청와대 정부’라고 했다. 요즘에는 청와대에서 정부 부처로 예전처럼 지시가 잘 내려가지 않는다. 지시의 빈도나 강도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총대를 메야 할 책임자들은 이미 청와대를 떠났고, 뒤늦게 임명된 인사들은 전문가도 아니다. 공무원들은 복지부동 모드다. 정권 말까지 겹쳐 부작용 수습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주요 정책들이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게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공식 언급만 않을 뿐, 사실상 포기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 대책 스톱 … 집값만 계속 올라

문 대통령은 “부동산은 할 말 없다”고 했다. 일선 공무원들은 “부동산은 할 일 없다”는 분위기다. 아예 손을 놓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6월 첫째 주(6월 1일 기준) 이후 51주 연속 단 한 주도 내린 적이 없다. 특히 수도권 집값은 5개월 연속 1% 이상 오르는데도 정부는 팔짱을 끼고 있다. 올해 들어 의왕은 18.29%, 안산은 17.79%, 시흥은 15.05%나 급등했다. 전셋값도 임대차3법으로 100주 연속 올랐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아파트값 급등에 대해 “민간 은행 통계이며, 일부 고가에 거래된 매물이 과대 반영된 것”이라거나 “건설·부동산 업계와 보수 언론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 핑계를 댔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부동산원이 내는 정부의 공식 통계다. 더 이상 비빌 언덕이 없어진 것이다. 정부가 83만6000가구를 신규 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2·4 대책 이후에도 시장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합리적 가격에 질 좋은 아파트가 넉넉하게 공급될 것이란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철호의 퍼스펙티브 그래픽=신용호

       

지난 4월 1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한국적 현상만은 아니다”며 물타기를 했다. 이후 핵심 대책인 공급 확대는 표류하고 있다. 3기 신도시는 LH 사태로 3개월간 진척이 거의 없는 스톱상태다. 대토 공고 등 보상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 과천청사에 주택 4000호를 공급하려던 계획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백지화돼 버렸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호), 용산구 캠프킴(3100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1000호) 등의 도심 공급부지도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발이 묶인 상태다. 주민들과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갈등을 자초했다가 결국 내년 대선·지방선거의 표심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담당 부서인 국토부는 정신이 없다. LH 사태의 수사 칼날을 피하기도 바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간주도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에 제동을 걸면서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민주당도 부동산 특위를 띄웠지만, 진보 단체들의 반발로 해결 시늉만 내고 있다. 내년 대선 표 계산을 하면서 종부세를 상위 몇 %에게 매길지만 고민 중이다.       
 


총대 멜 사람도, 믿을 사람도 안 보여

부동산 공급 대책은 고난도 작업이다.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설득하고 LH의 등을 떠밀어야 한다. 야당인 오세훈 서울 시장과 협의도 해야 한다. 여기에다 공무원들은 어느 때보다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워낙 부동산 민심이 악화돼 내년 대선 이후 정치 환경이 바뀌면 언제 청문회·국정조사·특검의 3종 세트를 얻어맞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총대를 멜 사람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은 할 말 없다”는 발언 이후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청와대에 갔을 때도 부동산의 ‘ㅂ’자도 꺼내지 않았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의식한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4 부동산 대책은 공급 쇼크 수준” “아파트값 상승률이 역사적 고점”이라는 구두개입만 하는 수준이다. 그는 원래 김수현·김상조 정책실장 시절부터 부동산 대책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지금도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지만, 내년 지방 선거 출마를 의식해 부동산 악역을 담당할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달 14일 취임한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예산통일뿐 부동산 정책은 처음이다. 안일환 경제수석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다주택자들은 공급 절벽·거래절벽 속에 내년 대선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쪽이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의 부동산 메시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부동산 실패 책임은 내게 있다. 공급 확대를 확실히 챙기겠다”고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할 말 없다”고 했으니 비서실이나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 실패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전 정책실장 등은 외국 대사로 나가거나 대학교수로 돌아가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 민주당이 부동산 민심을 수렴하는 현장마다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던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을 믿었는데 벼락 거지가 돼 버렸다”는 성토가 쏟아진다. 그런 김 전 장관은 전북대 특임교수로 임명됐다. 현지 언론들은 내년 전북 도지사로 출마할 것이라고 보도한다.      

 
탈원전, 포기 선언 안 할 뿐 사실상 포기

탈원전은 지난해 10월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이 감사원 조사에 걸리면서 올 스톱된 상태다. 대전지검의 수사로 담당 국장과 서기관은 구속됐다. 이제 곧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의 기소 여부가 남았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대전지검이 검찰 인사로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이제 탈원전은 청와대와 산자부에서 금기어로 여기는 분위기다. 에너지 전환정책이라고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 당장은 검찰 인사로 사건이 뭉개질 지 모르지만 차기 정부에서 언제 재수사 대상에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글로벌 환경이 완전히 변했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 슬로건 아래 원전의 개발과 활용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기 때문이다. 에너지 흐름이 탈원전 기조와 정반대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특히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정부와 탄소 중립화를 위해 원전산업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면서 탈원전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눈치 빠른 증시에선 두산중공업 등 원전 관련주가 폭등했다.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 초청 정당대표 간담회. 이 자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예전 같으면 아예 못 들은 척했을 사안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뜻밖으로 “현황을 파악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탈원전을 계속 고집하기 어려운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탈원전의 깃발을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도 문 대통령을 만나 기념사진 찍는 데 시간을 허비했을 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원전 협력 내용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여전히 환경 원리주의 진영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신한울 1·2호기 운영 허가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내년 대선 때까지 우왕좌왕 헷갈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청와대에 예능 PD만 눈에 띄면 안 되는데 …” 

지난 4년간 청와대는 민주당과 시민단체 출신의 비서관·행정관들,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늘공(정통 관료)’들에 비해 전문 능력은 떨어지지만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조국 사태,월성 원전 사건, LH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위축된 것이다. 예전 같은 ‘청와대 정부’의 집중력과 실행력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전직 청와대 A 비서실장은 “주요 국정을 진척시키기 힘들어지면 가벼운 이벤트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비유하면 청와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시사프로다. 딱딱하고 무겁지만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려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의 힘이 빠질수록 감성을 자극해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예능 PD 같은 흥행 이벤트에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A 실장은 “부동산이 최대 현안이라면 문 대통령이 3기 신도시 부지 등을 자주 현지 시찰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도심 부지 공급 협상이 공회전하면 현장에서 직접 주민들과 지자체를 설득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작년 말 13평짜리 행복주택을 방문했다가 역풍을 맞은 이후 부동산 현장을 거의 찾지 않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발길은 우리 사회와 공무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A 실장은 “테이블에 앉아 회의하는 것보다 대통령의 관심이 어디 있는지 현장 방문을 통해 보여줘야 공무원들이 뒤따르고 정책 실행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 고속도로 건설 때 헬기를 타고 현장을 돌아다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문 대통령은 감성적인 현장을 자주 방문한다. 국회 총리 인사청문회에선 “현 정부의 정의·평등·공정은, 매몰차게 말씀드리면 탁현민 비서관의 어떤 소품 정도로 전락해버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A 전 실장도 “청와대에 예능 PD 같은 인사들만 눈에 띄면 안 되는데…”라며 걱정했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6.11 정권 말 ‘국가교육위’ 강행은 전교조식 교육 대못 박기 

민주당은 10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 법안을 일방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3년 임기의 위원 21명으로 구성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 교육 정책 방향을 정하고 국가교육발전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하게 돼 있다.

 

우리 교육의 고질 병폐 중 하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교육 기구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중·장기 교육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수많은 각종 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국민 세금만 축내고 있는데 이 역시 그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가교육위를 발족하더라도 그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실질적으로 초당파적이어야 한다.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고 그 구성은 반드시 정권과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이 국회 교육위에서 일방 통과시킨 법안을 보면 국가교육위 위원 21명 가운데 대통령 지명 5명, 여당 추천 4명, 교육부 차관, 전교조 추천 1명, 전교조 출신인 현 교육감협의회 회장 등 친여권 인사가 12명을 넘어 과반을 차지하게 돼 있다. 위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한국교총은 ‘정권 교육 정책의 거수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정권 말기에 이런 조직을 만들면 내년에 정권이 바뀌어도 위원들의 임기 동안 어쩔 수 없다. 결국 현 정권의 교육 정책 대못 박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 법안대로면 친(親)전교조 성향인 인사들이 다음 정권 전반부 3년 교육 정책을 좌지우지한다. 국가교육위에서 향후 10년간 적용될 국가교육발전계획까지 정하면, 다음 두 번의 정부 임기까지 현 정권 측 인사들이 정한 교육 정책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발족부터 야당과 교원 단체의 반대 속에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는 ‘국민 합의를 통한 미래 교육 비전 수립’이라는 명분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만약 정권이 교체되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사이의 갈등으로 교육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현 여당이 다시 정권을 잡더라도 교육부와 교육위원회는 옥상옥 구조의 비(非)효율을 야기하면서 전교조 출신들에게 전문 위원 등의 일자리나 제공할 공산이 크다.

 

국가교육위는 문재인 대선 공약이었다. 이를 임기 말에 와서 밀어붙이는 것도 속이 들여다보인다. 지난 4년은 교육부를 통해 교육 정책을 좌지우지했고, 이제 정권을 놓을 때가 되자 국가교육위를 만들어 공약을 지키고 교육 대못까지 박겠다는 것 아닌가. 문 정권은 대통령 주변과 청와대 내부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자리도 4년 내내 공석으로 방치해오다가 이제 와 임명하겠다고 하고 있다. 얼마 전 발족한 탄소중립위원회도 기후·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기구인데 탄소 중립에 핵심 기여를 할 수 있을 원자력 분야 인사는 한 명도 없고 탈원전파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앉혔다. 이 역시 대못 박기 차원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월 11일 서민 소득·빚 재앙 부른 ‘소주성 4년’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국가경영과 기업경영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 없다. 기업을 경영하듯이 국가를 경영하면 문제가 없지만, 국가를 경영하듯이 기업을 경영하면 십중팔구 시장에서 퇴출된다. 피터 드러커는 성공 조건으로 ‘효과성’과 ‘효율성’을 간명하게 정의하고 있다. 효과성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이며, 효율성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doing things right)’이다.


효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한 기업은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도태되지만, 정부는 도산하지도 도태되지도 않는다. 속으로 골병들고 국민만 죽어난다. 정부 정책의 최악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거침없이 하는 것’, 즉 비효과적인 것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4년의 경제정책, 좁히면 일자리 정책이 그래 왔다. 고용절벽 상황에서 고용 증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외면한 채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세금만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눈 가리고 아웅’ 하면서 미사여구만 쏟아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최하위 20% 계층의 가구당 소득이 1년 전보다 9.9% 늘었다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 등 포용정책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이들이 실제 일해서 번 근로소득은 오히려 3.2% 감소했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퍼부어 준 이전소득이 23%나 늘어난 것이다.


9일 통계청은 5월 전체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 1.0%P 상승한 61.2%라고 발표했다. 연령대별·성별로 지표가 모두 개선됐고, 업종별로는 전체 21개 산업 중 도소매업·농림어업 등 7개를 제외한 14개에서 취업자가 늘었다. 이를 놓칠세라 홍 부총리는 “일자리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내용 측면에서도 개선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론 중장년층 공공일자리와 여성 임시직이 고용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정규직의 고용 회복은 여전히 더디다. 현실 진단을 기초로 재정 및 단기 일자리 창출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24개 부처에서 총 33조6000억 원을 쏟아부은 재정 일자리 사업 145개를 평가한 결과 ‘개선 필요’가 36개, ‘감액’이 14개로 셋 중 하나인 50개 사업이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예산이나 각종 기금이 들어가는 세금 일자리 사업 규모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6조7900억 원에서 불과 3년 새 두 배로 불어났다. 재정을 투입한 세금 일자리 중 상당수가 부실하다고 정부도 자인한 셈이다.


인위적인 세금 일자리 창출의 끝은 예측 가능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소득 상위 1%와 하위 20%의 자산 증감 비교’에 따르면, 현 정부 시기인 2017∼2020년 소득 상위 1%의 부채는 평균 6억 원에서 8.5% 줄어든 반면, 하위 20%는 평균 1067만 원에서 5.3% 늘었다.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성장이 서민을 빚더미에 앉혔다. ‘소주성을 위한’ 세금 일자리의 끝은 양극화 증폭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 투자의 결과로 나온다. 기업의 고용 여력이 늘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일자리 정책을 단기·비정규직 중심에서 민간 영역의 장기 산업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세금 일자리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일보

 

06.12 그거 거짓말이야

 

몇 년 새 지겹게 봐왔지만, 원래 ‘내로남불’류는 좌파의 주특기인 거다. 그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 좌파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 100년 전 좌우 이데올로기가 피 튀기게 경쟁하던 때도 그랬다.     

내로남불, 본래 좌파 주특기
유독 한국에서 크게 타락해
생계형 좌파로 추락한 까닭
덩샤오핑 실사구시 배워라

스탈린 시절 소비에트 체제의 잔혹성을 당시 서유럽 좌파 지식인들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까지 하던 찬양을 하루아침에 비판으로 바꾸기는 자존심이 상할 터였다. 그래서 소비에트를 옹호하기 위해(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이중 잣대를 꺼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스탈린이 정적들을 가혹하게 숙청할 때 조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진취적인 이웃 국가(소련)가 정직한 사람들에게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인도적으로 신중하게 (…) 한 줌의 착취자와 투기자를 처단하려고 할 때, 우리가 짐짓 도덕적인 태도를 취하며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드골 정부에서 문화부장관까지 지낸 앙드레 말로 또한 이렇게 두둔했다. “종교재판이 기독교의 본질적 존엄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처럼 모스크바의 재판은 공산주의의 본질적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다.”
 
다른 현실에는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하던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렇게까지 옹호했다. “소비에트와 소비에트 정부에 대적하는 가장 악랄한 적들의 견해에 비춰보더라도 재판이 체제에 대한 적극적인 음모의 존재를 밝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소련의 실상을 아는 오늘날 눈으로는 참으로 지독한 견강부회(牽强附會)지만, 그래도 이들에게는 귀여운 구석이라도 있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좇으려니 스텝이 꼬일 수밖에 없는데, 신념은 지키되 궤변으로 빠지지 않게 (결국은 실패했지만)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까닭이다. 이중 잣대의 안과 밖 치수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내로남불 수준에는 미치지 않는다.
 
그런 좌파의 소심한 주특기가 유독 오늘날 이 땅에서 이렇게 추락하고 타락한 건 슬픈 현실이다. 주인이 생계형 또는 기회주의 좌파로 타락하니 불가피한 일이다. “증거 인멸 아닌 증거 보존을 위해 PC를 빼돌렸다”는 역사에 길이 남을 내로남불 어록을 남긴 작가, 자기의 최대 적이 자기인 걸 (자기만) 모르고 (자기를 어떻게 옥죌지 모를) 자서전까지 펴낸 내로남불 끝판왕 얘기는 더는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선데이칼럼 6/12

 

그들 아니더라도 이 땅에서 권력을 쥔 운동권 좌파들은 매사가 내로남불 아니면 견강부회, 아전인수(我田引水)에 수석침류(漱石枕流)다. 정권 출범 초부터 그렇게 지적을 받고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대선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니 여당은 그나마 달라진

시늉이라도 하지만 정부는 아니다. 달라질 의지는커녕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참석한 국제회의 소개 영상에 서울 아닌 평양의 위성사진이 등장한 건 작은 실수가 아니다. 국격 추락은 말할 것도 없고 두고두고 소환될 국제적 조롱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사과와 함께 엄격한 책임 규명, 설득력 있는 해명이 따랐어야 한다. 그런데 “국제행사인데 아무 곳이면 어떠냐”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입을 다물 수 없게 한다. 북한 좋아하는 정부이니만큼 무슨 의도가 담긴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만든다.
 
이번 검찰 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 부러 저질러놓고 어물쩍 눙치는 태도가 이 정부의 시그니처 행태이니 말이다. 충성파 검사들은 피의자 신분이고 뭐고 죄다 승진하고, 눈치 없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거나 비판한 검사들은 죄다 좌천됐다. 그런 결과를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는데 인사권자인 법무장관은 “공정과 내실을 기했다”고 태연히 말한다. 승진한 검사나 물먹은 검사들 모두 웃었을 게 분명하다.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을 받아 출당 또는 탈당 권유를 받은 여당 의원들 경우도 그렇다. 사연도 있고 억울한 점도 있을지 몰라도 그리 거품 물고 난리 칠 일은 아닌 거다. 국민들은 이미 억울해도 법 때문에 그들처럼 못 하고, 그들처럼 했다가 단속돼 벌금 내고 유죄 받아도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못해왔던 까닭이다. 국민 생각은 안 하고 나만 생각하니 내로남불이고 그래서 욕을 먹는 것이다.
 
공수처의 윤석열 수사 착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이 정권이 왜 그토록 공수처에 집착했는지 본심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야당을 배제하고 졸속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까지 말이다.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지만 속으론 딴생각한다는 걸 누구나 안다.
 
대부분 신문이 어제 사설에서 지적한 걸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다른 좌파의 입을 빌려 말할 수 있겠다.
 
아주 괜찮은 좌파다. 이념 또는 진영에 매몰되지 않고 잘못도 인정할 줄 안다. 그의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이 땅의 좌파들이 배웠으면 하는 절망적인 바람을 가지고 말이다.
 
개혁 초기이던 1979년 덩샤오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여배우 셜리 매클레인이 만찬장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문화혁명 당시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하방(下放)된 노학자를 만났다. 학자는 그녀에게 “대학에서 강의할 때보다 인민공사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매클레인은 그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노라고 덩에게 말했다. 덩이 그녀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대답했다. “그거 거짓말입니다.”  
이훈범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대기자/중앙콘텐트랩 

 

06.14 “운동권 건달이 서민 생태계 망쳤다” 광주 커피숍 사장의 증언

/전남 담양군 대전면 '루덴스' 담양점 배훈천씨. 광주와 담양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서민경제정책을 공개비판해 화제다.

 

탈(脫)진영을 표방하는 각계 인사들이 광주광역시에서 연 토론회에서 광주의 한 커피숍 사장 배훈천 씨가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상을 신랄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문 정권 지지 기반인 광주에서 실명을 걸고 정부 비판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면서도 “광주 현지인의 입으로 들려주는 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유익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했다.

 

배씨는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진짜 서민의 삶을 1도 모르는 패션 좌파들이 ‘시급 1만원도 못 줄 것 같으면 장사 접으라!’는 소리를 거침없이 했다”면서 “(서울) 강남이란 구름 위에서만 사는 자들이 자영업과 서민 생태계를 순식간에 망가뜨려 버렸다”고 했다.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도 “(근로자의) 가계 수입이 제자리거나 오히려 줄어들어 시장 활력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우리 자영업자에게 문 정권은 그야말로 대재앙”이라고 했다.

 

배씨의 증언은 통계와 일치한다. 잘못된 정책으로 30~40대 고용과 질 좋은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지고 자영업 폐업이 줄을 이었다는 것이 각종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그는 “제가 길거리에서 오가는 손님을 보면서 느끼는 게, 문 정권 들어 새로 생긴 일자리라곤 택배 기사와 배달 라이더, 그리고 모자 쓰고 동네 한 바퀴 도는 노인 일자리뿐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레스토랑은 문 정부 2년 차 때 폐업했고 커피숍도 코로나 이전부터 매출이 저조해졌다며 “코로나가 모든 실정(失政)을 가리고 있지만 문 정부 정책은 모조리 반자영업, 반서민적이었다”고 말했다. 배씨는 “코로나 재난 앞에서도 (자영업자를) 살아남게 해준 것은 재난 지원금이 아니라 민간이 만들어낸 ‘배달’이라는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런데도 정부가 나서서 ‘배달의민족’ 잡겠다고 공공 배달 앱을 보급하러 돌아다닌다”며 “이런 중국 공안 같은 짓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입하지 말고 그냥 민간에 맡겨놓으라는 것이다.

 

그는 문 정부의 정책 실패 주역들을 “내로남불 운동권 정치 건달들”이라 부르며 “이들에게 더 이상 선동 당해서 안 된다”고 말했다. 민생 경제 망친 운동권 건달들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도 더 보탤 것이 없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그의 증언이 지금 서민 경제에서 벌어지는 진짜 실상일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월 14일 누적된 ‘586정치 병폐’ 일소할 기회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오스트리아의 세바스티안 쿠르츠, 벨기에의 샤를 미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 공통점은, 이들 모두 30대(代)에 정당의 당수가 됐거나 집권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들이 속한 정당이 모두 진보 정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곧, 이들 소속 정당은 우파 또는 중도 우파 성향을 보이는 정당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보더라도 ‘변화’는 진보 정당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대표가 보수 정당에서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새 대표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인 변화를 상징한다. 야당 대표로서 여당 대표와 회담하는 사진만으로도, 국민의힘이 더는 ‘꼰대’ 정당이 아님을 보여줄 것이다. 오히려 여권이 ‘꼰대’처럼 보이게 생겼다.


이준석 돌풍에 당황한 여당은 “개혁은 말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나이로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지만, 젊은이의 시각이 개혁에 더 적합한 건 사실이다. 젊다는 것은 기존 정치 문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움을 의미할 뿐 아니라,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들보다 편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캐머런이 39세에 영국 보수당의 당수가 되면서 폈던 정책도 기존 정치 문법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지금 이 대표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안은, 문재인 정권 들어 극히 심해진 정치판의 적과 동지 구도의 타파다. 적과 동지의 이분법적 구도는 자신만이 절대 선이라는 아집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젊으므로 아집이 적거나 없는 정치인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이분법적 구도의 타파는 정치판에서 투쟁이라는 단어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즉,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여 투쟁을 잘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갖지만, 기존 정치 문법의 타파란, 투쟁을 통해 상대를 이기는 게 아닌, 여당에 결핍된 합리성을 보여줌으로써 여론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여당에 합리성이 결핍됐다고 한 것은, 강경 세력이 지배하고 있어서 이념적 경직성이 더불어민주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합리성보다는 일방적 이념의 강조가 주를 이뤄 중도층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그런데 젊음이 보여줄 수 있는 합리성과 유연성으로 이념에 갇힌 여당을 다룬다면, 대비 효과로 인해 대선에서 더 많은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도층과 2030의 지지 확장을 위해 이 대표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공정의 회복’이다. 이 대표는 ‘공정의 회복’을 위한 방법으로 능력주의의 도입을 주장한다. 여기에 대해 여당의 이낙연 전 대표는 “능력주의와 포용주의가 한바탕 논쟁을 겪어야 한다. 다만, 포용주의도 더 섬세하고 정교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젊은이들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고려하면 일단 능력주의를 정착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불공정한 찬스’가 횡행하고 ‘공정이라 쓰지만, 불공정이라 읽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박탈감부터 일단은 치유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30대 보수 야당 대표의 탄생은 현 정권의 이러한 병폐를 고칠 기회다.

문화일보

 

06.15 건보공단 이사장이 단식, 文 정권 무능 무책임 상징하는 진풍경

/6월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의 직접 고용 요구와 공단 직원들 간의 노노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김용익 이사장이 중재를 위한 단식을 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노조는 현재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파업 농성 중이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는 직접 고용에 반대하며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14일 갑자기 단식 농성에 나섰다. 그동안 노조가 단식 농성 등을 벌인 일은 많았지만 사용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온갖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정권이지만 그중에서도 진풍경이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온 것은 김 이사장 본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대립하는 두 노조가 갈등을 빚으면 경영자가 경영 목표에 맞는 결단을 내리고 한쪽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두 노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두 손 들고 단식을 벌인다. 마치 곤란한 상황에 빠진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 같다.

 

이 코미디는 근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비정규직 제로(0)’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여 년 동안 왜 비정규직과 아웃소싱 등이 늘어났는지 그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 없이 무작정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아마추어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복잡한 문제를 가볍게 보고 함부로 나섰으니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비정규직과 아웃소싱이 늘어난 것은 경직적 임금 구조와 노조의 기득권이 지나치게 강한 탓이 크다. 이런 원인을 개선하는 노동 개혁은 손조차 대지 않고 정치적인 구호로 비정규직 문제를 접근하니 곳곳에서 노노(勞勞)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본사 정규직 1400명보다 많은 1900명의 비정규직을 직고용해 정규직화한다고 했다. 힘들게 입사한 정규직들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이후 인천공항 노사가 극심한 노사 갈등을 빚어왔다. 정부는 명확한 지침도 주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정책을 정치화한 부작용이 앞으로도 계속 드러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월 15일 해괴한 건보이사장 단식 ‘비정규직0 파탄’ 상징이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단식 농성은 문재인 정권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잘못된 인사, 한심한 리더십, 비정규직 제로(0), 친노조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유례 없는 공기업 최고 책임자의 단식 농성부터 해괴하다. 무능과 무책임을 자인한 것으로, 그 지경에 이르면 사표를 내는 게 도리다. 김 이사장은 전형적인 코드·낙하산 인사라는 점에서, 그를 기용한 문 대통령 책임도 무겁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3일 만에 지시한 ‘1호 정책’인 비정규직 제로의 파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공단 고객센터(콜센터) 노조원들은 지난 10일부터 “1600명을 공단이 직접 고용하라”며 무기한 파업 중이다. 같은 민주노총 소속인 공단 정규직 노조는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이라며 정면 반대하고 있다. 그 사이에 끼인 김 이사장은 ‘건보공단을 파국에서 구해야 합니다’라는 글귀를 벽에다 붙인 채 14일부터 본사 건물 로비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본인은 진정성을 보이려는 행동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실상은 무대책을 감추려는 꼼수일 뿐이다. 최고 책임자는 악역을 마다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자리다. 사표를 내고 후임에게 대책을 넘기기 바란다.


한 꺼풀만 벗기면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민낯이 드러난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의 판박이다. 노·노 갈등은 물론 심각한 불공정까지 겹쳤다. 한국도로공사 수납원 직고용 논란도 마찬가지다. 공기업 효율은 뒷전이고, 노조원들 밥그릇이 먼저다. 콜센터 직원은 전문 업체 소속 정규직이다. 많은 기업이 콜센터를 전문 업체에 위탁하고, 건보공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원청인 공단 정규직으로 바꿔 달라는 것이다. 문 정부는 노사 협의에 떠밀고 정규직화 실적만 자랑한다. 실제로는 노동 유연성과 전문 분야의 아웃소싱 등 시장의 기본 원리조차 허문다.


비정규직 제로를 원한다면 노동 경직성과 기존 노조의 기득권부터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수 있게 된다. 공기업의 신규 채용이 줄면서 청년들은 또 불이익을 당한다. 이런 엉망진창의 뿌리는 문 대통령이다.

문화일보 사설

 

06.15 정부가 문제 만들고 ‘나 몰라라’, 정책 파탄 넘어 無정부 상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단식 농성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희극적 풍경이다. 애초 건보공단 직원 간 노·노 대립은 잘못된 정책이 만든 정부 실패의 결과였다. 문 정부는 비정규직 급증이 경직적 임금 체계와 정규직 노조의 철옹성 기득권 탓이라는 근본 원인은 놔두고 무작정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해 곳곳에서 노노 갈등이 촉발됐다. 그러자 정부는 슬그머니 뒤로 빠진 채 나 몰라라 했다.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가는 것이 이 정부의 ‘출구 전략'이다. 건보공단 이사장은 문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정책적 노력이 아니라 단식 농성을 한다. 할 줄 아는 것은 이뿐인가.

 

무리한 정책의 후유증이 곪아 터져 민생 현장 곳곳에서 아우성인데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광주광역시의 커피숍 사장 배훈천씨는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에 대해 “(서울) 강남이란 구름 위에 사는 자들이 서민 생태계를 순식간에 망가뜨린 정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소주성이 실패했음이 판명 났는데도 소주성 설계자를 KDI 원장에 앉히는 해외 토픽감 코미디를 벌였다.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끊기면서 영세업체들이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다음 달부터 50인 미만 영세기업에도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겠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임대차3법 강행, 종부세 세율 과속 인상 등으로 전세대란이 발생하고, 청년 셰어하우스 같은 임대 법인마저 투기꾼으로 취급돼 세금 폭탄을 맞는 등 온갖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은 주거 취약 계층이다. 현장에서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정부에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부가 해법을 찾기는커녕 ‘잘못한게 없다'며 고집만 부린다.

 

탈원전이 자해 정책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알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외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선언한 마당에 국내에선 정부가 완공 1년이 지난 신한울 1호기를 계속 놀리고 있다. 대통령 한 명의 아집이 국민 위에 있다. 그런 대통령은 위원회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문제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문제 해결 책임을 방기한 채 수수방관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책 파탄을 넘어 무정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6.16 이렇게 많은 낙하산 인사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은 특전사로 불리는 공수부대에서 병역을 마쳤다. 낙하산을 둘러맨 한 장의 사진은 매우 인상적이다. 특전사는 유사시 적 후방에 침투해 시설 파괴와 요인 암살·납치, 인질 구출 등 특수작전을 수행한다. 훈련을 앞두고 유언을 쓰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봤는데 숙연해진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국군의날엔 특전사가 낙하와 함께 격파 같은 시범 훈련을 도맡아 국민에게도 그 임무가 널리 알려져 있다.

낙하산 함부로 펴면 위험천만
잘못되면 조직 전체 망가뜨려
국가 경제까지 망치지 말아야

낙하산은 육해공 전방위 임무 중에서도 가장 특전사다운 상징으로 꼽힌다. 낙하산을 타려면 3주 기본 공수훈련부터 받아야 한다. 똑같은 동작을 수만 번 반복한다. 바람만 불어도 목표 지점에서 벗어나는 등 변수가 너무 많다. 잘 내려가도 낙하 지점에서 적이 기다릴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낙하산을 얼마나 탔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특전사에서 복무한 만큼 낙하산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잘 알 수밖에 없다. 몸을 던질 때 낙하산에 목숨을 맡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려 꽂는 낙하산 인사도 다르지 않다. 명칭만 같은 게 아니다. 낙하산 인사는 내부 경쟁을 거치지 않고 위에서 바로 떨어진다. 대선 캠프를 거쳤거나, 집권세력과 이념 코드가 같거나, 선거에서 낙마한 사람들이 꿰찬다. 그래서 캠코더라고 한다. 그 피해는 심대하다. 낙하산으로 치면 훈련도 안 받고 갑자기 땅에 뚝 떨어진 형국이다. 노조의 저항에 직면해 출근 저지를 당하는 것은 통과의례일 뿐이다. 물론 위에서 떨어진 거라서 노조도 체념한다. 그 대신 당근이 오간다. 출근 봉쇄를 풀고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확대 등 노조의 요구를 들어준다.
 
그다음은 꿀 빠는 일만 남는다. 수억원의 연봉과 '묻지마 성과급'은 기본이고, 고급 차량과 대형 사무실이 제공된다. 공기업 특성상 적자는 신경 안 써도 된다. 정권에서 탈원전하라면 원전 건설을 줄이면 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라고 하면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통해 사뒀던 땅에서 개발차익을 얻으면 된다. 방만 경영의 결과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544조원을 넘어섰다. 전문성이 없어도 자기 사람 데려오는 새끼 낙하산도 펼친다. 직원이 규정을 제시하면 “이 자식아, 이놈아”라며 깔아뭉갠다.  
 
낙하산은 잘못되면 한 명의 목숨만 위태로운 게 아니라 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낙하산 인사는 이보다 더 나아가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낙하산 인사를 보자. 말 앞에 마차를 놓는 식의 소득주도 성장 실험의 핵심 책임자가 국가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국책 연구기관의 사령탑에 올랐다. 소주성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현금성 복지를 퍼주면서 한국 경제는 고용 참사와 국가부채 폭탄을 떠안았다. 소득 격차가 확대되면서 부(富)의 양극화가 확대됐다.
 
현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 성장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대상자의 90%가 이익을 봤고, 나라가 돈을 풀어 소득 하락을 막았다는 궤변을 강변한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 찍어내겠다는 국토교통부 장관도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전형적으로 보여줬다. 아파트값 폭등으로 무주택자를 벼락거지로 만들었지만, 지금도 부동산 정책 기조는 그대로다. 여론과 청문회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임명한 33명의 장관급 인사야말로 낙하산의 전형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이렇게 많은 적이 없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자료에 따르면 공공 기관장 3명 중 1명이 대통령 캠프 출신 등 친문 인사로 채워졌다. 지금도 350개 공기업 곳곳에 낙하산 인사가 꽂히고 있다. 한 정치인은 “임기가 1년 남은 지금이 인사의 마지막 기회”라며 “지금 임명되면 3년 정도 임기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권력에 줄을 대고, 로비가 판치면서 대한민국이 병들고 있다. 낙하산은 아무리 안전하게 펼쳐도 위험이 따른다. 국가 경제까지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김동호 논설위원

 

06.17 원자력硏 ‘日 방류수 연구’ 징계, 이제는 과학까지 탄압

 

/원자력연구원 황모 박사가 작년 9월 원자력학회 학술지에 게재했던 '후쿠시마 방류수 영향' 관련 논문. 논문은 한 달 뒤 석연찮은 이유로 철회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국내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소속 연구원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징계받은 황모 박사는 원자력학회 산하 방사선방호연구부회 부회장으로 있던 작년 8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처분으로 인한 우리 국민 방사선 영향’이란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 결론은 일본이 보관 중인 오염처리수 전량을 1년 사이 별도 희석 조치 없이 모두 바다로 방출한다고 했을 때 우리 국민의 방사선 피폭선량은 일반인 선량 한도치(연간 1mSv)의 3억분의 1 수준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4월 이 보고서가 공개되자 원자력연구원은 황 박사에 대해 ‘부서장 승인 없이 보고서를 작성했고 정부 설명과 배치되는데도 보고서 내용이 공개됐다’면서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지난 7일 견책 처분을 내렸다. 황 박사는 보고서와 별도로 작년 9월 연구원 동료들과 함께 학술지에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논문도 작년 10월 저자들 요구로 석연찮게 철회됐다고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오염수는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한 바퀴 돈 후 한국에 오게 돼 있어 우리 국민에게 미칠 영향은 극도로 미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 추정이 전부터 있었다. 일본이 이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과 과학적 영향 평가는 다른 것이다. 원자력학회는 4월 보고서의 핵심을 공개하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서 “방류의 검증·감시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게 보장하라'는 요구도 제시했다. 그런데도 황 박사 징계를 강행했다면 그 배경에 정부 압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전임 원자력연구원장은 2018년 11월 임기가 16개월 남은 상태에서 사퇴했다. 그가 국회에서 탈원전에 상반되는 입장을 밝힌 것이 정부 눈밖에 났다는 말들이 있었다. 과학자들을 이런 식으로 몰아내거나 징계하는 것은 과학 탄압이다. 과학자들이 정권 압박을 받아 과학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발표하지 못하거나 정권 입맛에 맞게 왜곡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과학을 탄압하는 나라가 어떻게 번영하고 그 나라 국민이 어떻게 부강해질 수 있나.

 

과거 광우병 사태는 일부 세력이 과학적 수치를 극도로 왜곡 과장한 정치 선동으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지금 탈원전도 같은 사례다. 바로 그 세력이 정권을 잡은 것이 지금 정부다. 이들이 이제는 국책연구소 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짓밟고 있다. 과학엔 여, 야도 없고 국적도 없다. 오로지 사실이 있을 뿐이고 과학에 대한 반박은 과학으로만 가능하다. 과학에 무지하고 정치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알량한 권력을 휘둘러 과학을 탄압하고 있다. 그러면서 G7에 초청받았다고 자랑한다. G7에 초청받을 나라를 만든 사람들은 운동권이 아니고 과학자들이다.

조선일보 사설

 

06.17 그런 부탁은 들어드리기 어렵습니다

부총리 칭찬 한 번만 해달라는데
수고했다 할 만한 것 찾기 어려워
경제정책 비판 곳곳서 쏟아지는데
대통령은 “잘한다”며 칭찬 일색

얼마 전 이런 부탁을 받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칭찬을 한 번만 해달라”고 했다. 기업으로 옮긴 전직 경제 관료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과장들이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한다”면서 말을 꺼냈다. 부총리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데도 대통령이 못 들은 체하고, 자리 보전을 시켜주고 있으니 거꾸로 “잘했다. 잘한다” 칭찬하면 교체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중에서도 조선일보가 잘한다고 하면 제일 효과가 클 것 같다고 했다. 농담이 아니라고 했는데, 농담과 진담 사이쯤 되는 것 같았다. “그런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다”고 거절했다. 이유는 하나다. 부총리 홍남기씨에 대해 칭찬할 구석을 찾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김부겸 총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그 홍 부총리가 기획재정부장관 최장기 재임 기록을 오늘도 하루 더 늘렸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지만, 지난 3월 청와대 정책실장·경제수석· 기획재정부 1, 2차관이 모두 바뀌었는데 끄떡없었다. 지난 4월 개각을 앞두고도 교체설이 무성했지만, 자리를 지켰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비준을 받을 때까지 총리 대행이 필요해서 그렇다는 말이 돌았다. 그 뒤에는 바꾸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또 빗나갔다. 경제 부처 내부에서도 홍 부총리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다는데, 대통령 눈에는 홍 부총리가 일 잘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대통령은 부총리를 자주 칭찬한다. 칭찬할 구석을 찾아내는 것이 놀랍다. 며칠 전에도 “국민들이 경제 당국에 ‘파이팅!’을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날 아침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우리 경제는 코로나 방역 상황 속에서도 뚜렷한 개선세의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과 모든 경제 주체가 힘 모아 자신감을 갖고 뛰어갔으면 한다”고 칭찬받을 만한 글을 올렸다. 대통령은 작년 8월 2021년도 예산안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경제부총리가 경제 사령탑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작년 10월에는 기획재정부 업무 보고를 받은 뒤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지난 2월에는 “국제사회로부터 경제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경제 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 경제 체제를 가동해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한 결과”라고 했다.

 

대통령과 부총리의 큰 자랑거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4%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계 부채는 사상 최대, 나랏빚은 역대 최고다. 1초에 305만원씩 국가 채무가 늘어나고 있다. 영업 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다 갚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이 35%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이후 가장 높다. 수도권 집값은 평균적인 가구의 연간 소득을 10배 이상 넘어선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의 숫자가 156만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은 ‘알바 천국’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최악, 최대라는 단어가 줄줄이 붙는 신기록 행진이 이어진다. 널리 알려진 별명은 ‘동네 바보형’이지만, ‘신기록 제조기’도 어울릴 듯싶다.

 

영국에서 열리는 G7(주요 7국) 정상회의에 초청국으로 참가하고,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을 들러 귀국하는 대통령이 이번 주말 부총리를 포함한 경제 부처 개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 경제 부처에서는 “임기가 1년도 안 남았으니 더 늦어지면 교체는 의미가 없다.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교체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다. 홍남기씨는 오는 9월 5일까지 자리를 지키면 기획재정부장관 1000일이라는 대기록도 세우게 된다.

조선일보 이진석 경제부장

 

06월 17일 코로나 와중에 小기업 52시간 강행 ‘경제 뿌리’ 흔든다

현 정부 4년 동안 강행된 비현실·반시장적 정책의 폐해가 전방위로 표출되는 가운데, 급기야 소상공인과 종업원들의 생존이 위협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16일에도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2개 단체가 “주 52시간제를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52시간제 시행 연기를 눈물로 호소했지만, 정부는 내달 강행을 재확인했다. 주조·금형·열처리·사출·프레스·센서 등을 담당하는 ‘뿌리 산업’과 영세 서비스업 등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 범법자가 되거나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미 근로자들을 개인사업자로 전환하는 고육책까지 등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4일 뿌리 산업과 조선업에 종사 중인 중소기업 207개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44%가 아직 시행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27%는 법률 준수조차 어렵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 4월 자체 조사한 바로는 대상 기업 93%가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지만 현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인력난의 공백을 메워줬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입국이 중단된 상황이라 중소기업 64%가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등 당장 생산 차질을 빚고 있을 정도다. 야근과 특근이 어려워지면서 임금 삭감의 기미를 보이자 차라리 배달 일을 하겠다며 이탈자까지 나타나고 있다.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탄력 근무제는 선진국들처럼 노사 합의로 1년까지 늘릴 수 있어야 하며, 특례업종 확대도 필요하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선진국처럼 숙련도나 생산성을 기준으로 한 임금지급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주 52시간제는 사업 현장의 특수성을 외면한 탁상공론으로, 산업의 뿌리까지 흔든다.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들로 포장해 정권을 잡고 실제로는 소상공인과 서민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어느 자영업자의 절규가 진실을 말해준다.

문화일보 사설

 

06월 17일 자유민주주의 ‘신전(神殿)’ 무너지고 있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대한민국헌법에 따라 설립된 대한민국에서 사법부인 대법원은 민주공화국의 중추인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질서의 신전(神殿)이자 대법관은 그 사제(司祭)이고 대법원 판결은 그가 내리는 신탁(神託)이다. 나는 미국 유학 가서 배웠고 또 대한민국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작고한 미국 UC버클리대 정치학과 찰스 에이킨(JD·PhD) 교수가 강조해온 강의 내용이다. 그리스 신전의 사제격인 대법관, 특히 대법원장이 지니는 자질, 그 결정의 품격에 보내는 시민의 신뢰가 사제의 신탁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과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질서가 원만하게 서서 작동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질서는 법 지배의 원리(the Rule of Law)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 법 지배 원리는 정의·전국가적 인권·초월적 헌법사상, 권력 통제(권력 분립, 견제와 균형), 사법권 독립 등으로 구성돼 있다. 법 지배의 원리는 법(法)의 정치 등 주변부로부터의 독립을 핵으로 한다. 정치 등 주변부로부터의 독립이 없는 법은 수단으로서의 법으로 작동한다(the Rule by Law). 지난 15일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김명수 비리 백서’를 발간해 지금 대한민국에 (반시장적 다수독재) 수단으로서의 법이 없어서가 아니고 법 지배의 원리가 몰락해 자유민주주의가 (그리고 시장경제가) 위기에 봉착했음을 고발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의 취임 자체가 사법질서를 교란한 문재인 정부 ‘코드 인사’의 산물이다. 위 백서는 ‘법관 탄핵 관련 거짓말 논란, 코드 인사 논란, 이재명 경기지사의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 등 ‘공정성·균형성에 문제를 제기한 대법원 판결’들을 거론하고 있다. 신전·사제·신탁에 상응하는 사법부, 대법관·판사, 그 판결의 품격, 자질, 시민의 깊은 신뢰 여부 등을 가늠하기에 충분한 사태의 진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질서는 그동안 많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주요 7개국(G7) 확대정상회의에 초청받을 만큼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역병의 창궐과 이에 대처하는 정부 차원의 방역 조치로 가려 있어 그렇지 586 주사파 등 운동권 출신을 핵심으로 하는 좌파정권의 집권과 함께 법 지배 원리의 ‘몰락’과 동행하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질서의 후퇴 내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겨우 선거가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단계, 법 지배의 원리가 작용하는 단계, 그리고 법 지배 원리의 작용을 담보하는 법 준수 의무를 포함해 적극적 참여와 타협 등 시민의식이 보편화한 선진 단계를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전개돼 온 가치와 사상의 양극화를 고려하면 우리는 이제 법 지배 원리가 진지하게 문제 되고 있는 단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언론·학문의 자유 등의 문제를 포함해 대북전단금지, 5·18민주화, 4·3사건 등 많은 ‘특별법’은, 법률은 일반적이어야지 특정인(집단)을 처벌하는 등 3권분립, 소위 ‘자연적 정의’에 반하는 입법(bill of attainder)으로, 법 지배 원리의 문제가 된다. 부동산임대차법 등 수많은 규제 입법은 사유재산권·계약자유 등 시장경제질서를 억압한다. 규제 입법의 증가는 대개 큰 정부와 함께한다.

문화일보

 

06.18 실패한 백신 부탁한 文, 방문국 국기도 틀려, 실수 너무 잦으면 실력

/청와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문재인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일정을 소개하며 태극기와 함께 오스트리아 국기가 아닌 독일 국기를 올린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청와대가 소셜미디어에 문재인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방문 소식을 전하며 독일 국기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네티즌 지적을 받고서야 바로잡았다. 틀린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청와대는 ‘실무자 실수’라고 했다. 오스트리아 국기는 생소할 수 있지만 어떻게 독일 국기를 모를 수 있나. 두 나라 국기는 비슷하지도 않다. 기본 상식이 모자란다고 하기에 앞서 나랏일을 이렇게 무성의하게 하는가.

 

이런 코미디가 4년간 셀 수도 없이 반복됐다. 2018년 대통령의 체코 방문 때 외교부는 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26년 전 국가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했다. 북유럽 ‘발트’ 국가를 유럽 동남쪽 ‘발칸’ 국가로 적기도 했다. 대통령 전용기는 태극기를 거꾸로 꽂았다가 출발 직전에 바로 달았다. 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했다. 금주(禁酒) 국가인 브루나이 국왕 만찬에선 건배 제의를 하기도 했다. 당시 잔에는 물·주스가 담겨 있었지만 이슬람 교도는 건배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다고 한다. 청와대는 브루나이 왕궁 정보 공개가 결례라는 걸 모르고 왕비와 김정숙 여사의 환담 장소 등을 공개했다가 수정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캄보디아 방문 때는 페이스북에 대만 건물을 올리고 홍보하기까지 했다. 그때마다 ‘실수’라고 했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주재한 ‘P4G 서울 정상 회의’ 개막식 영상에 서울 아닌 평양 모습이 들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평양을 개최지로 둔갑시킨 사고를 치고도 청와대는 ‘단순 실수’라고 했다. 최근 정부는 문 대통령의 G7 정상 회의 참석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만들면서 맨 왼쪽에 있던 남아공 대통령을 삭제한 사진을 썼다. 문 대통령이 사진 가운데 오도록 조작한 것이다. 이것도 ‘실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독일의 코로나 백신 제약사인 큐어백 CE0와 화상 면담을 하며 “생산 거점으로 한국을 우선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 회사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정부는 ‘백신 외교 성과’라고 선전했다. 그런데 다음 날 큐어백은 홈페이지에서 “백신 예방 효과가 47%”라고 밝혔다. 50% 미만이면 백신 승인이 어렵다. 해외 백신 정보에 얼마나 어두웠으면 대통령이 곧 실패로 발표가 날 백신의 한국 생산을 부탁하고 정부는 그걸 홍보하나. 이것도 ‘실수’라고 할 건가. 한두 번은 실수지만 수십 번 반복되면 실력이다. 아무래도 이 정권은 모자라는 사람들이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전시와 같은 유사시에 이들에게 5100만 국민의 안전이 달려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6.18 함운경 “내가 장사해보니 文정부 정책은 사기”

美문화원 점거했던 운동권서 횟집 사장으로… 現정부 정면 비판

/함운경씨가 17일 전북 군산시 자신의 횟집 '네모 선장'에서 손질한 민어회를 포장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17일 ‘네모 선장'이라는 간판이 달린 전북 군산의 한 횟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6월 8일 오징어 1㎏ 34개’ ‘6월 13일 민어탕 17개’ 등의 메모가 빼곡히 적힌 칠판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 함운경(57)씨가 수산물 손질 내용을 정리해 적어 놓은 것이다. 함씨는 이날 “소득 주도 성장을 말하는 사람은 다 사기꾼” “어떻게 최저임금 대폭 올려서 소득 올릴 생각을 하느냐”며 현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함씨는 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으로 이른바 ’586′의 상징적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1985년 결성된 전국학생총연합(전학련) 산하 투쟁 조직인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삼민투)’ 공동위원장으로 그해 5월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다. 당시 점거에 가담했던 대학생 73명 중 함씨를 포함한 25명이 구속됐고, 그도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88년 특사로 석방됐다.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두 차례 더 투옥됐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 김한정 민주당 의원 등이 그와 함께 운동했던 멤버다. 그는 이날 기자와 만나 자영업자의 고충을 생생하게 털어놨다.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는데.

“당시 5월 투쟁을 준비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원래 담당하기로 했던 공대 부총학생회장이 못 하겠다고 해서 내가 응급처치로 대신 나섰다. 당시 미 문화원을 점거한 동료끼리 지금도 1년에 한 차례 정도 정기적으로 만난다.”

 

-어쩌다 횟집을 하게 됐나.

“총선과 지방선거에 다섯 차례 나갔지만 모두 떨어졌다. 마지막 선거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이었다. 조경업체 사업도 했는데 대금을 제대로 못 받아 망했고, 횟집은 5년 전부터 하기 시작했다. 도·소매만 하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봐서 온라인에서만 상품을 팔고 있다. 요샌 택배 파업 때문에 상품 발송에 애를 좀 먹었다.”

 

-장사는 잘되나.

“직원이 5명까지 늘어난 적도 있었는데 생각만큼 장사가 잘 안 돼 지금은 직원 1명만 있다. 잘될 거로 생각하고 사업 규모를 늘렸는데 마케팅 등 예상 못 했던 변수가 많더라. 쉽지 않았다.”

 

-고용주가 돼 보니 어땠나.

“월급날이 빨리 돌아오더라. 사람 고용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잘 안 됐을 경우를 대비해야 하더라. 해고도 쉽지 않고 당장 월급 못 줄 최악 상황이더라도 14일 이내에 남은 월급과 퇴직금을 안 주면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직원 월급 주기가 힘들어 ‘(가게를) 접고 차라리 배달(기사)을 해 볼까’ 생각한 적도 있다. 사람 고용해 월급 주는 사람이 진짜 ‘애국자’였다.”

 

-자영업자 고충이 클 텐데.

“소득 주도 성장 말한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다. 가게 매출이 늘어야 직원들 월급도 올라가지, 월급이 올라간 다음 매출이 오르는 게 아니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가격 경쟁 속에서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시장에 참여할까가 고민인데, 국가가 나서 임금 많이 주라고 하면 소득이 늘어나나. 오히려 고용을 줄이지. 정규직을 늘리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전체 매출이 그대로인데 정규직만 늘어날 수 있나. 공공부문만 비대해져 세금 쓰는 공무원만 많아졌다.”

 

-최저임금도 많이 올랐다.

“새조개나 바지락을 팔 땐 껍데기를 까야 한다. 전에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동네 할머니들에게 일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이젠 할머니도 숙련공만큼 돈을 줘야 한다. 예전처럼 ‘천천히 까라’고 할 수가 없고, 할머니들 대신 숙련공을 쓸 수밖에 없다. 할머니들로선 이제 공공 근로밖에 선택할 게 없다.”

 

-뭐가 문제라고 보나.

“최저임금을 최저생계비라고 착각하고 있다. 생계 보장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닌 사회 복지 문제로 풀어야 한다.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할 문제를 최저임금만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결국 기업과 고용주가 그 부담을 모두 떠안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의도가 선하면 항상 선한 결과가 나온다고 보는 사람들 때문이다. 사람은 저마다 개인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고, 사람의 욕망을 이기는 제도는 없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법으로 때려잡아도 안 잡힌다. 결국 다 ‘좋은 아파트 살고 싶다’는 건데 왜 이 욕구를 부정하나.”

 

-정부와 정치권이 잘못한다고 보나.

“집안 살림도 결국 나라 살림과 마찬가지다. 코로나 때문에 돈을 많이 썼으면 이제 줄여야 한다. 그런데 다들 어떻게 하면 돈을 나눠줄 것인지만 경쟁한다. 나라 살림 거덜 내면 안 된다. 이런 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없더라.”

 

-변절했다고 보지 않을까.

“방법론 차이다. 결국 목적은 ‘인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다. 보수는 점진적으로 가자는 거고, 진보는 혁명하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보수로 바뀐 건 맞는다.”

 

-이런 말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내 나이 곧 환갑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얘기도 하며 살아야지 눈치 봐서 뭐 하겠나. 민주당은 자기네가 진보라 생각하지만 망가지는 줄도 모르는 채 망가지고 있다.”

조선일보 곽래건 기자

 

06월 18일 운동권 출신 잇달아 “소주성은 사기” 文은 또 자화자찬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조차 자신들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소득주도성장을 거칠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쏟아낸다. 이론적·정책적 논쟁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사업체를 운영해 본 경험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어서 경청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문 정권을 비판하기 어려운 호남 지역에서 나오는 목소리여서 더욱 그렇다. 지역사회에서 불이익이 우려되는 데도 신원을 밝히면서 “내가 장사해 보니 소주성 말한 사람들은 다 사기꾼” “내로남불 운동권 정치 건달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미 송영길 여당 대표는 지난 5월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을 초기에 너무 급격히 인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게 드러났다”며 “결과적으로 일자리도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와 같은 세대로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한 뒤 지금은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함운경(57) 씨는 “가게 매출이 늘어야 직원들 월급도 올라가지, 월급이 올라간 다음에 매출이 오르는 게 아니다”며 소주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586세대 반미 투쟁의 상징적 인물인 함 씨는 “의도가 선하다고 선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며 “민주당은 자기네가 진보라고 생각하지만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있다”고 했다. 전남대 출신으로 전두환 정권 타도 투쟁에 참여했다가 광주 등지에서 커피 가게를 하는 배훈천(53) 씨도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들로 정권 잡고 실제로는 소상공인과 서민을 도탄에 빠뜨렸다”면서 구체적 상황을 설명했다.


여야·학계·경제계에 이어 자영업자까지 한목소리를 내는데도 문 대통령은 국제회의에서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17일 제109차 국제노동기구(ILO)총회 화상 연설에서 “최저임금을 과감하게 인상해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하는 포용적 성장을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임금 인상→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생산 증대→일자리 창출’ 선순환을 이룬다고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문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얘기를 하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문화일보 사설

 

06.21 또 세금 6900만원 챙기고 자화자찬까지 늘어놓은 대통령 아들

/문준용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가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로부터 6900만원을 지원받는다. 문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정 사실을 밝히고 “대단한 영예이고 이런 실적으로 제 직업은 실력을 평가받는다”고 했다. 대통령 아들이 국민 세금을 받고 자화자찬한 것이다. 그는 작년에도 “코로나로 피해를 입었다”며 가난한 예술인을 위한 서울시의 긴급 지원금 1400만원을 받았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으로부터 받은 3000만원을 합치면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챙긴 지원금 규모가 1억1300만원에 이른다.

 

문씨가 받은 6900만원은 이번 공모사업에서 가장 높은 금액이다. 응모작 417건 중 79건이 최종 선발됐고, 이 중 15건이 그와 비슷한 액수라고 한다. 다른 예술인들은 2000만~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번 사업을 공모한 한국문화예술위 박종관 위원장은 문 정권 들어 문화계 요직을 휩쓴 민예총 출신이다. 문예위는 전 정권 때 특정 예술인 지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블랙리스트 사건’ 실행기관으로 찍혀 수난을 당했다. 당시 위원장은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문 대통령의 민예총 세력은 이런 행태를 앞장서 비판하고 집권 후 조직을 물갈이했다. 그런데 그들이 돈줄을 쥐자 대통령 아들에게 거액의 지원금을 안겼다.

 

문씨는 특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억울하다고 했다. 이번에도 “축하받아야 할 일이고 자랑해도 될 일이지만 그렇지 않게 여기실 분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뒷말이 나올 게 뻔하니 선수를 친 것이다.

 

문씨는 주로 정권의 영향력이 미치는 공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았다. 그에게 3000만원을 지원한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역시 문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승효상씨가 이사로 있다. 출중한 작가는 보통 시장에서 평가받고 작품 전시와 판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국내에선 대통령 아들이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면 작품을 들고 해외로 나가면 된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국내에 눌러앉아 세금을 챙기면서 진짜 절박한 젊은 예술인들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 대통령이 이런 정서를 헤아린다면 아들을 말릴 만도 한데 그러지 않는다. 아들이 실력으로 인정받은 것이라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는 건가.

조선일보 사설

 

06월 21일 급기야 위헌적 상위 2% 종부세, 부동산 혼란 무정부 상태

문재인 정권 4년 동안 25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주택 고통만 가중시킨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해괴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까지 내놨다.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기존 ‘공시가 9억 원 초과’에서 ‘공시가 상위 2%’로 바꾼다는 것이다. 세율이 아닌 비율로 과세하는 세계 유일의 위헌적 세금 제도가 탄생하게 생겼다. 이와 함께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거래 가격)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치솟아 보유세·양도세 폭탄 비판 속에서 4·7 선거에서 참패하자 부동산 세금 완화를 추진했지만, 내부의 부자 감세 반발에 막혀 결국 내놓은 개선책이 이 모양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국민 편 가르기를 더 구체화하는 ‘나쁜 정치’의 상징이다. 상위 2% 대상은 매년 달라진다. 국민은 매년 4월 공시가가 정해지고 6월에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야 비로소 과세 대상 여부를 알 수 있다. 집을 살 때도 해당 주택이 종부세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깜깜이 과세와 깜깜이 거래가 불 보듯 뻔하다. 매년 근거도 없이 들쭉날쭉한 공시가 책정·발표로 전국적으로 대혼란이 벌어지는데 매년 납세 혼란까지 겪을 판이다.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또 다른 대혼란이 발생한다.


종부세 자체에도 이중과세의 위헌성이 있고, 정부 시행령으로 세액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도 위법 소지가 있는데, 여기에 더해 ‘비율’로 납세자를 정하는 것은 더욱 헌법의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 문 정부 부동산 세제는 과도한 징벌에, 편법적인 유예·예외 등으로 전문가조차 내용을 잘 이해하기 힘들다. 집을 팔기도 사기도, 임대도 임차도 어렵다. 공급 대책도 이미 헛발질이 되고 있다. 여기다 선거용 땜질까지 설상가상이다. 여당은 얼마 전 발표했던 임대주택사업 금지를 스스로 백지화했다. 임대차 규제 3법을 억지로 시행했지만 전셋값은 104주째 상승 중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유례없는 대혼란이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다. 모두가 각자도생해야 하는 무정부 상태다.

문화일보 사설

 

06.22 전셋값 103주째 상승, 아파트 포기 2030은 연립주택 ‘영끌’ 매수

아파트 매매가가 계속 오르기만 하고 전·월세 매물까지 급감하면서 아파트에 살 수 없게 된 2030세대와 서민들이 다세대·연립주택 매입으로 몰리고 있다. 아파트를 사는 것도, 세 드는 것도 힘들어진 무주택자들이 이번엔 연립주택 ‘영끌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4년여간 정부의 2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이 모두 실패한 결과가 서민층 주거지인 연립주택 시장까지 과열시키는 풍선 효과를 빚고 있다.

 

서울의 지난달 연립 매매 거래는 5424건으로, 2년 전 같은 달보다 62% 급증했다. 서울의 연립 거래량은 올 1월 처음으로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했으며 이런 역전 현상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비중이 큰 서울에서 과거엔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인천과 경기 지역도 올 들어 월평균 연립 거래가 3000~6000건씩으로 약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세대 연립주택 값도 치솟아 지난달엔 3억3000만원에 육박했다.

 

이 시장까지 달아오른 이유는 아파트 구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극심한 공급 부족으로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그치지 않는 데다 작년 8월 임대차 3법 강행 이후 전세 대란까지 가중돼 아파트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에 나온 서울의 전세 매물은 2만건 아래로 내려가 1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아파트 보다 다세대 연립주택이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결국 경제 약자인 2030세대와 서민들이 부동산 정책 실패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작년 말 오름세가 잠시 주춤했던 아파트 전세 시장도 최근 상승 폭이 다시 커지면서 2차 쇼크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 4월말 0.02%였던 주간 상승률이 지난주 0.11%로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0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집값과 전셋값을 더 자극하는 역주행 대책만 내놓고 있다. 지난주 발표한 ‘상위 2% 종부세’도 애초 목적이 부동산 안정이 아니라 수도권 선거 득표를 위해 중상위층의 조세 저항을 무마하려는 정치적 목적이었다. ‘상위 2%’ 종부세'가 시행되면 종부세 부담을 받지 않는 가격대의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려 아파트 가격을 더 치솟게 할 수 있다. 정책 실패가 정치적 땜질을 낳고 그것이 부작용을 키우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조선일보 사설

 

06월 22일 재앙 예고하는 ‘소주성’과 버블 경제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최근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거칠게 비판하면서 이른바 소주성이 다시 소환됐다. 소주성은 여당도 야당도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인정한 정책이다. 자영업을 경영한 사람들이면, 운동권 출신이든 아니든 소주성의 피해를 경험했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소주성을 지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소주성의 원조 격인 과소(過少)소비설은 19세기 초부터 비주류 경제학의 화두였다. 20세기 초 카를 마르크스를 추종하는 존 홉슨이 주장한 과소소비설과 제국주의론은 좌익 진영에서 선전 선동의 기초가 됐다. 유럽에서는 공산주의에 기반한 ‘반파쇼 투쟁’도 진행됐다. 이러한 20세기 초의 공산주의운동이 국내에서는 1980년대 사상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대학가에 유행처럼 번졌다.


홉슨이 주장한 제국주의론이나 과소소비설의 허구성은 이론적으로, 또 실증적으로 입증된 지 오래다. 1929년에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 당시 도입됐던 최저임금제와 노동권 강화 정책이 실업률을 다시 상승시키고, 존 케인스도 소비가 아니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과소소비설은 폐기됐다. 거의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는 ‘최저임금제가 실업을 야기한다’는 내용이 실리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교수들의 학문적 대물림을 통해 과소소비설과 같은 이론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됐다. 경제학계에서 유리돼 자신들만의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이들의 영향으로 교실에서도 홉슨의 제국주의론은 그대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졌다. 그리고 뉴딜정책의 실패에는 눈감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펴 온 정책들은 보면 ‘소주성, 근로시간 규제, 한국판 뉴딜’ 등이다. 이 정책들은 역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입증된 정책들이다. 그런데도 이런 정책들을 추진한다면, 이데올로기적 지향성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4년 동안 대한민국은 이미 죽은 정책의 살아 있는 실험장이 됐다. 운동권 생태계는 특권 생태계로 바뀌었다. 정치권이나 행정부뿐만 아니라, 공기업 및 국책 연구소 및 각종 위원회에서 죽은 정책의 계승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다시 태양광 사업자 선정 과정, 사회 주택 사업자 선정 과정, 사회적 조직 사업 및 교육사업 등 다양한 보조금 사업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제 1980년대 운동권 출신도 문 정권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생활인으로서 진실을 마주하고 살아가면서 이데올로기적 허구로 가득 찬 정책의 진실을 보게 된 것이다. 소주성으로 도탄에 빠진 자영업자,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취업자, 정부 예산에 매달린 취업자, 소유보다 주거가 우선이라는 말을 믿었는데 천정부지 집값에 집 살 기회를 잃어버린 서민, 집에서 놀고 있는 자식을 바라보는 반백의 부모들의 한탄이 전국에 메아리친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해외에서까지 소주성을 자랑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 실패를 인정할 때에만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 돈을 풀어 쌓아 올린 버블 경제는 언젠가는 거품이 빠지게 마련이다. 지금 경기침체와 물가 급등으로 국민은 고통받고 있다. 이데올로기적 망상에 사로잡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정부는 더 위험하다.

문화일보

 

06월 23일 지긋지긋한 소주성 타령

김만용 산업부 차장

문재인 정부의 실패작인 소득주도성장이 부활한다는 걱정이 경제계에서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오랜만에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지난 17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선 “한국 정부는 장시간 노동시간을 개선하고, 최저임금을 과감하게 인상해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하는 포용적 성장을 추구했다”고 자랑했다. 이어 “그러나 지난해 감염병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무엇보다 노동과 일자리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것을 망쳤다는 투였다. 대통령은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이의 심정일까.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란 우물 안 개구리의 천동설일 뿐이다. 감성과 표 계산에만 충실하다가 현실과 기본을 외면한 문재인 정부의 참극 중 하나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지금은 자영업자로 변신한 함운경 씨가 “소득주도성장을 말한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라고 성토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일자리 환경은 코로나19가 출몰하기 이전부터 심각하게 망가졌다. 그 배경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예외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기득권 노조만 배 불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성장 같은 사이비 경제·노동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더 거론할 필요도 없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해 대기업들은 신규 고용의 문을 닫았다. 중소기업들은 기계화를 서둘렀으며,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 직원 수를 줄였다. 여권 내부에서도 아직 우물 안에 있는 일부 친문(친문재인)만 빼고 다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나. 청와대와 정부도 나빠진 민심을 의식해 최저임금 인상 폭을 다시 낮추면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 대신 포용적 성장이라는 단어로 슬쩍 바꾸지 않았나. 그러나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한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앉히고 소득주도성장을 다시 자랑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경제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5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주 52시간제를 예정대로 7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상당폭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니 소득주도성장 부활 얘기가 안 나올 리 없다.


지난 4월 여권에 참패를 안긴 재·보궐선거는 단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만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20∼30대, 저녁이 있는 삶은 생겼는데 소득이 줄어버린 40∼50대, 혈세로 마련된 단기 공공일자리를 구했다가 잘렸다가를 반복하는 60대, 그마저도 못 구하는 70대의 분노도 표심으로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부활을 꿈꾼다면 국민이 선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8개월 앞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반성 없는 오만한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주류 언론과 기업, 자영업자의 애정 어린 쓴소리와 하소연에 귀 기울이고 차기 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문화일보

 

06월 23일 “국민연금은 다단계 사기” 경고와 文대통령 罪責

“현 연금제도가 일종의 폰지게임(다단계 금융 사기)과 같다”는 전문가의 경고는 심각한 ‘연금 포퓰리즘’의 폐부를 찌른다. 최근 한국연금학회가 한국인구학회 및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이창수 차기 연금학회장은 그런 비유와 함께 “후세대에 계속 부담을 전가하는 식이어서 어느 시점에 미래세대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5년 임기 정권과 당국자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윤석명 현 연금학회 회장도 “그리스보다 상황이 심각한데, 세금 거둬서 연금 주면 된다고 한다”면서 “높은 세금 때문에 청년들의 탈(脫)한국 러시가 예상되고, 그러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예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고 전문가들이 격한 표현까지 동원한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신화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내년부터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9.38%로 두 배 이상 높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내놨다. 국민연금은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다. 연금 수령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연금 고갈 시기는 점점 더 빨라진다. 출산율 하락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회장은 “출산율을 2017년 기준인 1.05명(올해는 0.7명 예상)으로 잡는다 해도 기금 소진 시기의 국민연금 적자가 124조 원에서 239조 원으로 늘어난다”면서 “2088년에 1경4000조∼1경8000조 원의 적자가 쌓이는데 이걸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어렵지만 연금 개혁을 시도했고 성과도 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각오하고 소득대체율을 40%로 깎는 개혁안을 밀어붙였으며, 박근혜 대통령 역시 소득월액의 9%로 기여율을 올린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뤄냈다. 문 대통령은 정반대다. 2017년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안을 내놓자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제동을 걸었다. 소득대체율은 높이되 보험료는 덜 올리라는 실현 불가능한 주문이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현행 유지에 방점을 찍은 4개 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정부와 국회는 폭탄 돌리기만 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는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라고 국민이 뽑은 사람이다. 이런 기대를 배신하는 문 대통령의 죄책(罪責)이 심각하다.

문화일보 사설

 

06.24  4년간 소득 7% 늘 때 서울 집값 93% 올라, 국정의 참혹한 실패

/[서울=뉴시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서울의 아파트 시세를 분석한 결과 4년 동안 서울 30평형 아파트 평균 가격은 5억7000만원 상승했다. 반면 같은 시간 가구당 실질소득은 298만원(7%) 늘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시민단체 경실련이 서울의 아파트 11만5000가구를 조사해 보니 문재인 정부 4년간 매매 가격이 93%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표본 수가 적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근거로 4년간 상승률이 17%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 5배도 넘게 올랐다는 것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6억2000만원이던 서울의 30평형 아파트 평균 가격이 올 5월엔 11억9000만원이 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 “(급등한 집값이)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발언 후에도 서울 집값은 27%나 더 올랐다.

 

코로나 사태로 각국 정부의 돈 풀기가 계속되면서 세계적으로 주택 가격이 오름세다. 그러나 한국의 집값은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치닫고 있다. 지난 1년간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미국·독일·영국 등은 7% 상승했고 일본은 도리어 0.5% 하락했다. 반면 한국은 13%에 달해 비교 가능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었다. 잘못 설계한 정책이 실패한 데다 돈까지 급속하게 풀리면서 집값과 전세, 월세값이 재앙 수준으로 불타올랐다.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웠으면서도 문 정부 4년간 늘어난 가구당 연간 가처분소득은 298만원(7%)에 불과하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는 4년간 5억7000만원(93%)이나 올랐다. 연 소득보다 집값이 191배나 더 뛰었다. 도저히 정상 국가라 할 수 없다. 지금 평균적인 근로자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 아파트를 사는 데 25년 걸린다. 4년 전엔 그 기간이 14년이었다. 소득이 낮은 빈곤층일수록 내 집 마련은 더 힘들어졌다. 소득 하위 20% 계층이 가처분 소득을 모아 서울의 30평 아파트를 사려면 4년 전엔 71년 걸렸는데 지금은 118년 걸린다.

 

서민과 약자를 위한다는 정부에서 계층 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집값은 ‘미친' 수준으로 치솟았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이고, 전국 절반을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묶고, 무주택자들이 집 못 사게 대출을 옥죄며 세금 채찍을 휘두르는 현실 부정의 이념 주도 국정이 이렇게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조선일보 사설

 

06.25 1차 추경 절반도 못 쓰고 또 추경, 정권 ‘정치 실탄’ 된 추경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 사기 진작 명목의 위로금을 포함한 30여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다음 달 중에 국회 처리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석 달 전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 예산도 대부분 사업의 집행률이 50%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추경을 절반도 못 썼는데 또 2차 추경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정부·여당은 4·7 재·보궐 선거 직전 나랏빚 10조원까지 내가며 총 15조원 규모의 1차 추경을 강행 처리했다. “선거용 매표(買票) 행위”라는 야당 반대에도 “민생을 위해 신속 처리해야 한다”며 밀어붙였다. 그런데 1차 추경의 89개 사업 중 80%가 넘는 74개 사업은 지금껏 책정 예산의 절반도 지출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소상공인 특별경영 안정자금, 취약계층 돌봄 인력 마스크 지원, 소득안정 지원자금 등 34개 사업은 착수조차 못하거나 지지부진해 예산 집행률이 0%대다.

 

지난해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적자 국채로 조달한 35조원 수퍼 추경이 국회 통과 후 몇 달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도 못한 사업이 수두룩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세금 퍼붓는 식으로 무리한 계획을 급조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으로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더 걷히자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2차 추경을 들고 나왔다. 국가재정법은 추가 세수가 생기면 국가 부채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무시한다. 민주당은 위로금 명목의 전 국민 여름 휴가비 10여조원을 늦어도 추석 전에는 뿌리겠다고 한다.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돈 뿌릴 궁리만 한다.

 

추경은 본예산 편성 후 예상치 못한 수요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 편성하는 긴급 예산이다. 그런데 예외적이어야 할 추경 편성을 문 정부는 임기 내내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이번 2차 추경까지 하면 지난 4년여간 편성된 추경 예산은 9차례로, 금액은 130조원에 달하게 된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14년간 추경을 합친 것 90조원을 훨씬 웃돈다. 국가부채는 5년간 400조원 이상 불어나 내년엔 1100조원에 육박한다. 추경이 정권의 정치 선심용 실탄이 돼버렸다.

조선일보 사설

 

06.25 서민 정부로 오해할 뻔했다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이다. 일단 GTX발 불쏘시개가 불길을 키우는 중이라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얼마 전 집값 하락을 경고할 때 알아봤다. 그럼 곧 더 크게 오를 모양이라고 걱정들을 했는데 그른 말이 아니었다. 한두 번이 아니다. 장관들이 겁주면 곧장 '묻고 더블로' 달린 불장(bull market)에 예외가 없다. 전임 국토부 장관이 ‘안타깝다’고 혀를 차던 ‘영끌’이 옳았다. 정부만 믿던 ‘벼락 거지’들은 이제 영혼까지 탈탈 털린 ‘영털’이다. ‘자산 인플레이션 세금’을 해마다 수억원씩 바쳤다. 그런데 청구서는 아직도 끝이 아니란다. 심장 약한 사람은 버티기 힘든 나라다. 

 
    나라님 말씀에 도무지 영이 안 서는 건 말발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기다리라'는 말뿐이지 실제론 만세를 불렀다. 요란한 셀프 칭찬과 함께 등장한 ‘공급 쇼크’는 충격적으로 너덜너덜해졌다. 서민용 임대주택을 짓겠다던 '과천청사 4000가구'가 없던 일이다. 대강 주민 반대로 접었다는데 설마 똑똑한 정부가 주민 반대를 몰랐을 리 없다. 이젠 태릉골프장이나 용산에 아파트가 들어설 거라고 믿는 사람이 없다. '집값은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거'라고들 하던데 결국 의심 사례만 보탰다. 궁금한 건 '집값 원상 회복'을 거론하던 정부가 왜 말발을 세우지 않느냐는 거다.

약자 보호 내걸고 집권한 정권서
격차는 벌어지고 행복지수 추락
지키려는 원칙이 있기는 한 건가

 '상위 2% 종부세'를 보고서야 뒤늦게 감 잡았다. '세금 때리면 부동산 안정된다'고 우길 때만 해도 믿었다. 서민 정부로 알았다. 그러더니 세금 폭탄엔 스스로 백기를 들었다. 계산 착오를 인정한 거냐면 그런 건 아니다. 이런 법이 집값 떨어뜨린다고 믿는 민주당 의원은 없다. 그냥 '내년 대선용'이란다. 그럼 뭔가. '부동산은 자신 있다'던 건 말뿐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총선 땐 종부세 완화를 약속하고 팽개쳤다. 그때나 지금이나 무주택 서민의 한숨은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집 없는 유권자가 저쪽 당을 찍을 까닭은 없다. 계산이 그렇다. 

 
    그런데 부동산만이 아니다. 98%는 성한 데가 없다. 소득과 교육,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 추세를 앞으론 극복할 수 없도록 키운 게 이 정부다. 일자리든 뭐든 아래쪽 수치는 죄다 나빠졌다. 대신 넘치는 건 희망 고문이고 정신 승리다. 정부는 ‘소득 격차가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숫자를 들이민 건 최근 일이다. 표본과 조사 방식을 대폭 변경한 통계청 ‘분식 자료’가 나온 뒤다.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던 분을 통계청장에 앉힌 뒤 본격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려운 사람을 더 어렵게 만들어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겠나. 


    문 대통령은 대선 전 네팔과 부탄을 여행한 뒤 ‘국민을 행복하게 못 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했다. 그런 국민 행복지수가 바로 이 정부에서 추락했다. 2003년 지수 작성 이래 최악이란 조사가 나왔다. 주요국 비교에서도 낙제점이다. 당연한 일이다. 빈부 격차가 커지는 걸 행복한 사회라고 규정한 나라는 없다.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행복해졌다는 나라도 없다. 서민 정부를 내세웠으면 서민 살림이 우선이다. 격차 해소를 내걸고 집권했으면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부자를 때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집 부자가 아니다. 미친 집값, 전셋값을 잡아 달라는 게 서민들이 원하는 거다. 전 정권과 거꾸로 달리자는 게 아니다. 탈원전을 접어 예고된 전기료 인상을 막아 달라는 게 국민 여론이다. 소득주도성장이나 고용ㆍ노동 정책 같은 민생 현안이 같다. 그런 여론에 귀를 여는 게 서민 정부다. 리더는 밀지 않는다. 당길 뿐이다. 실을 당기면 이끄는 대로 따라오지만 밀면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 사람을 이끄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젠하워의 말이다. 그런 리더라야 조롱당하지 않는다. 그런 정부를 만나야 무주택 서민 가슴에 평화가 온다.

중앙일보  최상연 기자

 

06.26 윤희숙 “타임지는 망상 빠졌다는데, 文 표지 등장 자랑…얼굴 화끈”

“靑, 얼마나 현실감 없나 싶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우리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데도 청와대는 자랑만, 정상적인 나라 어렵나요?’라는 제목의 글/사진=페이스북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 주간지 ‘타임’(TIME) 아시아판의 7월호 표지를 장식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고 청와대가 자랑하길래 내용을 들여다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우리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데도 청와대는 자랑만, 정상적인 나라 어렵나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홍보 전략으로 이 인터뷰를 추진한 청와대가 얼마나 현실감이 없나 싶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국 언론이 우리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망상’(delusional)은 제정신이 아닌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것이니 이유는 들여다봐야겠다”며 “망상의 사전적 의미는 ‘병적인 오판이나 확신’, ‘감정으로 뒷받침된 움직일 수 없는 확신을 가지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그 이유를 보니 아니나다를까 우리가 우리 대통령에 대해 숨기고 싶어 했던 점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 북한 김정은의 내면에 대해 보증을 서고 다니는 것 말이다”라며 “말살·고문·강간 등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김을 문 대통령은 ‘정직하다’고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 문 정부는 2017년에도 아무 근거 없이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며 국제사회에 보증을 섰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계기가 됐지만 결과적으로 거짓보증으로 판명됐으니 우리나라가 우습게 된 셈”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을 지지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존중받을만한 합리성 속에서 애써달라”며 “민족이란 이름으로 무슨 말이든 다 해도 되고 거짓보증도 괜찮다는 건 청와대만의 착각이다. 국민을 더 이상 창피하게 만들지 말라”고 덧붙였다.

 

앞서 타임은 전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문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7월판 표지 사진과 함께 ‘문 대통령이 조국을 치유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선다’는 제목의 기사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타임 표지를 장식한 건 지난 2017년 5월 이후 약 4년 2개월 만이다.

 

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솔직(honest)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이같은 문 대통령의 답변과 관련해 “잊지 말아야 하는데, 그(김 위원장)는 냉혈한처럼 고모부(장성택)와 이복형(김정남)을 살해한 사람”이라며 “(김 위원장은) 숙청, 고문, 강간, 장기적인 기아 유발을 포함한 ‘반인권 범죄’를 주도한 사람”이라고 썼다. 또 타임은 “다수의 북한 관측통은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옹호를 착각으로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조선일보

 

06-28 문재인의 윤리, 윤석열의 검증

文 “높은 윤리의식” 윤리도 내로남불
조국·秋보다 무서운 文·김명수 스타일
尹 철저 검증… 朴·文 실패 반복 안돼
유권자 ‘전략적 선택’ 尹 겸허해야

 

나는 윤리적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돌연 내게 던진 질문이다. 최근 유럽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가톨릭의 가치가 평생 내 삶의 바탕을 이루었고,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높은 윤리의식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가. 솔직히 윤리적이다, 아니다 답하기가 두렵다.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나는 윤리적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실존적 질문을 받고 나면 대다수는 나와 비슷한 고민에 빠질 듯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그냥 윤리의식도 아니고 ‘높은 윤리의식을 지켰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의 강철 멘털에 놀랄 때가 많았지만, 또 한 번 ‘졌다’. ‘높은 윤리의식을 지켰다’고 자랑하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다는 뜻 아닌가. 이젠 공정 개혁 정의 법치에 이어 윤리까지 내로남불인가. 그가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으로 높은 윤리는커녕 그냥 윤리도 지키지 못했다는 걸 한 페이지쯤 쓸 수 있다. 가깝게는 지난 주말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보라.

 

조국 추미애 박범계로 이어지는 비상식적인 법무부 장관들을 동원해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뇌부를 친정권 인사로 물갈이한 데 이어 권력 근처라도 건드린 수사팀장들은 모조리 바꿔버렸다. 그러면서 정권에 아양을 떤 검사들에겐 떡고물을 안긴 게 이번 인사다.

 

민주화 이후 역대 다른 대통령들도 당연히 친정권 검찰을 원했다. 그래도 이만큼 대놓고 갈아엎진 못했다. 그건 대통령으로서의 윤리를 따지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염치가 걸렸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윤리의식을 비판하는 건 헛심을 빼는 일이다. 누가 뭐라든, 자기 생각을 바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문 대통령은 조국 추미애류의 인사들보다 강타자다. 조국 추미애 같은 사람들은 ‘내가 옳다’를 강변하기 위해 수많은 전선에서, 수많은 전쟁을 벌인다. 그러면 자신들에게도 피가 튀고, 얼룩이 묻는다. 그런데 대통령은 남이 뭐라든, 대꾸도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착각)하는 일을 벌인다. 세계가 뭐라든 김정은을 칭송한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높은 윤리의식’ 속에 살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대체로 문 대통령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이런 분들이 요란하게 여기저기 전선을 넓히는 사람들보다 더 무섭다.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기에, 아니 아예 모르기에 누구보다 멘털이 강한 탓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스타일들을 찾아볼 수 있다. 조용히 자신만의 세계에 살면 남에게 별 피해를 안 주겠지만, 혹시라도 큰 자리를 맡으면 특유의 불통(不通)으로 주변을 힘들게 하고 일을 망칠 인사들이다.


그렇기에 검증이 중요한 것이다. 큰 자리에 가선 안 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못 가도록 하는 절차다. 문 대통령에 대한 검증은 촛불의 소용돌이에 휩쓸려갔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 ‘대토론회 개최’ ‘직접 언론에 브리핑’ ‘퇴근길 격의 없는 대화’를 외친 분이 이토록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내달릴 줄은 몰랐다.


내일이면 지지율 1위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검증대에 올라선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에 대한 뼈아픈 검증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남을 검증하던 검사 윤석열도 나라의 미래를 위한 검증인 만큼 달게 받아야 할 것이다.

 

다만 X파일류의 ‘지라시 검증’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생태탕 총공세의 실패에서 보듯, 더 이상 ‘카더라 통신’에 좌우될 유권자들이 아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은 본인보다 아내와 장모 문제에 집중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명한 유권자들은 그의 결혼 전 문제인지, 결혼 이후 문제인지, 또 문 대통령 딸 아들 문제처럼 집권 후에도 불거질 일인지를 구분해서 볼 것이다.


그럼에도 검증은 평생 검사로 살아온 그가 대한민국을 경영할 능력이 있는가, 소통과 탕평으로 세계 10위권 국가를 미래로 이끌 드림팀을 구성할 준비가 돼 있느냐에 집중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검증 결과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어떨까? 대다수 중도·보수 유권자들은 이미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적 선택에 나섰다. 그 절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대안 찾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 출마선언을 하는 윤석열이 겸허하고, 또 겸허해야 하는 이유다.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06월 28일 이준석의 엘리트論

이신우 논설고문

“자유·풍요 가져다 준 엘리트”
이준석 ‘공정한 경쟁’서 주장
2000년대 엘리트, 대중에 투항
사회발전에 엘리트 역할 막대
일방 독점은 역사발전에 역행
둘 사이의 견제와 균형 바람직

 

“엘리트가 세상을 바꾸고,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봐요…우리가 엘리트주의를 욕하기 전에 지금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준 사람은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과학기술의 발전도 따지고 보면 탁월한 엘리트 과학자와 명석한 공학도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입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자신의 책 ‘공정한 경쟁’에서 피력한 대목이다. 필자는 그의 주장에 상당한 진실이 담겨 있다고 본다. 우리 역사만 둘러봐도 얼마든지 이를 증명할 수 있다.


비근한 예로 세종대왕이 없었다면 한글이 없었을 것이고, 이순신이 없었다면 임진왜란의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공산주의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 국민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선사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경제 토대를 마련했다. 오원철 같은 엘리트 관료는 한국의 중화학공업 시대를 열었고, 전두환의 경제 참모 김재익은 1980년대 초에 이미 반도체·컴퓨터 등 전자산업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실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병철과 현대의 정주영 등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적 속성은 상대적이다. 엘리트들 또한 내적 취약성을 안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2008년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였다. 월스트리트는 세계로부터 모여든 금융 천재들의 격전장이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탐욕의 무게를 못 이겨 스스로 주저앉은 엘리트 집단이었다.

대중의 역할도 조명해야 마땅하다. 그들 역시 엘리트 못지않게 역사의 전환점마다 물줄기의 방향을 바꾸는 힘을 발휘해 왔다. 인류에게 자유·평등·박애를 가져다준 프랑스 혁명은 단연 대중의 몫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극렬 대치를 상징하던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어떤 정치 지도자도, 어떤 엘리트 지식인도 예상치 못한 인류사의 대사건이다. 이 엄청난 역사의 바퀴를 굴린 것은 어느 날 한순간에 장벽을 향해 몰려간 독일 민중이었다. 당시 유럽 정치 엘리트들에게 독일 통일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대처 영국 총리는 겁을 집어먹은 채 소련 지도부를 향해 동독에 군대를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과거 헝가리와 체코의 민주화 운동을 탱크로 짓밟아 버린 소련군에 격렬히 비난을 퍼붓던 서방 지도자들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독일 통일은 거대한 해일만큼이나 대중의 힘을 뚜렷이 각인시켜준 계기였다. 반면 대중은 곧잘 맹목으로 치닫는다. 선각자들이 직접민주주의를 경계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중과 엘리트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바람직할까. 서병훈 숭실대 명예교수는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 플라톤의 딜레마’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자유를 적당하게 억압했던 체제, 아니면 자유를 적절한 수준에서 허용했던 체제는 둘 다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음을 플라톤이 지적했다고 전한다. 반면, 페르시아나 아테네처럼 극단으로 치우쳤을 때는 그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도’에 가까운 플라톤의 개념은 오늘날 대중과 엘리트 간의 견제와 균형으로 치환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 척도에서 보자면 200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는 한마디로 엘리트가 대중에 ‘투항한 시대’라고 규정해도 좋을 것이다. 대중은 그동안 사회의 중심을 장악한 채 엘리트들을 주변부화해버렸다. 엘리트 교육조차 심한 사회적 저항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이젠 어느 한 방향만으로 치우쳤을 때를 우려했던 플라톤으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안 될 시대다. 다시금 엘리트들의 사회적 가치에 눈을 돌림으로써 적절한 균형을 회복하도록 사회 전체가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앞에서 지적했듯 우리 역사는 수많은 엘리트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과 리더십으로 점철돼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들의 지분은 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인이 역사상 처음으로 이룩한 발전 구도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소수 엘리트의 역할에 많은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소수가 누구인지를 규명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자원과 자율성을 제공하는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일보

 

06월 29일 일자리 막아 놓고 구직수당·용돈 뿌린다는 본말전도

정부가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2030 청년들에 대한 현금 지원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취업 준비를 지원하는 구직촉진수당 지급 대상은 취업 경험과 무관하게 가구당 재산 4억 원 이하로 확대했다. 또, 소득수준에 따라 매월 10만 원을 저축하면 월 10만 원을 3년간 지원하고, 적금 기간에 따라 2∼4% 금리를 더 얹어 주는 금리 우대 등을 시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관건인 고용 절벽에 대해선 무대책이다. 특별고용장려금을 확대해 인공지능·체육·공연 등의 분야에서 최대 13만 개의 세금 일자리를 만든다는 판에 박힌 내용을 반복할 뿐이다. 청년이 절실하게 원하는 일자리는 만들지 않고 고용수당이나 용돈을 주겠다는 식으로, 어이없는 본말전도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30대 기업 인사 책임자 간담회에서 “수시채용 중심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청년들이 취업 규모가 줄어들고 근무 경력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정기 공개채용 확대를 주문했다. 기업들은 황당하다. 문재인 정부가 4년 내내 반기업·친노동 정책으로 청년 일자리를 틀어막아 놓고는 더 뽑으라고 기업만 닦달한다. 이미 최저임금 급증·주 52시간 근무제 전면 확대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에 따른 개정 노조법 등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는 일자리를 내놓지 않으려고 정년 추가 연장까지 요구한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조차 신규 채용에 엄두를 못 낸다. 여기에 학력·나이까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채용을 강요하는 탓에 그나마 필요 인력을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쓸 돈이 부족한데, 문 정부는 저축하면 용돈을 준다고 엉뚱한 소리나 한다. 일자리를 못 만드니 공짜 돈이나 받고 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세금 일자리가 아니라 기업 일자리다. 문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려면 친노동 정책 기조부터 친시장·친기업으로 확 바꿔야 한다. 대대적 규제 완화, 노사관계 선진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드는 게 최우선이다. 더는 청년들을 우롱하지 말라.

문화일보 사설

 

06.30 빚 갚을 돈으로 또 선심성 퍼주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9일 올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당정 협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끝내 돈 뿌리기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어제 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30만원씩의 코로나19 위로금(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해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기정예산(이미 확정한 예산) 3조원을 추가하면 총 36조원으로, 지난해 3차 추경(35조1000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당초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여당과 달리 소득 하위 70% 선별 지급을 검토해 왔지만 결국 80% 선에서 타협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연 소득 1억원이 넘는 4인 가구도 지원금을 받게 된다. 민주당은 빚(국채 발행)을 더 내지 않고 올해 들어 더 걷힌 세금 33조원을 활용한다는 이유로 역대 최대 규모 추경 편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적잖은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정, 국민 80% 위로금 주려 33조 추경
돈줄 조이겠다는 한은과 정책 엇박자

무엇보다 시기가 좋지 않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3%대에서 4.2%로 대폭 상향 조정할 만큼 경기가 회복 추세를 보이는 데다 시중에 돈이 넘쳐 흐르면서 지금 우리 경제는 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연 2%)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시장금리도 덩달아 상승 추세다. 이런 와중에 수십조원의 거액을 풀었다가는 물가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연내 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자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한은은 돈줄을 조여 부채 축소에 나섰는데 정부는 거꾸로 막대한 추경 편성으로 돈을 풀겠다니 정책 혼선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도 논란거리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달 초 재난지원금용 추경을 공식화하면서 “더 걷힌 재정 여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운용 원칙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국가재정법상 초과 세수는 국가채무 상환에 먼저 쓰게 돼 있다. 코로나 이후 정부 지출 규모가 커지면서 올해 적자만 100조원에 근접하는 등 나랏빚 1000조원 돌파가 눈앞이다. 올해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33조원 더 들어온다고 해도 여전히 70조원 가까운 막대한 빚이 남아 있는 만큼 초과 세수는 빚 갚는 데 우선 쓰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재난지원금으로 시중에 풀어버리면 재정 건전성 개선은 없이 자산 양극화 같은 부작용만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지급 대상 80%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아주 적은 소득 차이로 대상자가 엇갈리거나 소득이 그대로 노출되는 봉급생활자(건보 직장가입자)가 더 손해를 볼 경우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탓이다.◎

중앙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