狂氣의 탈원전 2021-2/ 04월 27일 국제公認 임박한 파이로프로세싱…탈원전 당장 접으라 - 06.29 탈원전, 거짓 해명·협박까지
狂氣의 탈원전 2021-2/
04월 27일 국제公認 임박한 파이로프로세싱…탈원전 당장 접으라
세계 에너지 발전사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진보가 이뤄지려 한다. 한·미 연구진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1997년 한국이 연구를 시작하고,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따라 2018년 공동 개발에 나선 파이로프로세싱은 획기적으로 핵 폐기물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임으로써 탄소 중립 시대를 열 신기술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세계적 원자력 연구기관인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아르곤국립연구소가 공동 진행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 대해 미국 당국도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공인(公認)했다는 것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사용된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우라늄 93%와 플루토늄 1.2% 등으로 구성된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고온의 용융염 등에서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건식처리하면 소듐냉각고속로(SFR) 등 차세대 원전의 연료로 쓸 수 있게 된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추출·농축하는 것과 달리 플루토늄이 다른 금속과 섞인 상태로 추출되기 때문에 무기화 염려가 없다. 원전폐기물은 1000분의 1로, 부피는 20분의 1로 줄어든다. 차세대 원전 연료를 확보하는 동시에 심각한 포화 상태에 이른 사용후 핵연료 국내 저장 문제까지 해결되는 일석삼조의 첨단 신기술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12월 파이로프로세싱 사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2018년 4월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 그러나 한·미 연구진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기술 개발을 이뤄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50∼100년 세계 에너지 기술을 선도할 기반을 더 키웠다. 그런데 벌써 국내 반핵·탈핵 단체들은 기술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문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탈원전 미망을 버림으로써 더는 국익 훼손의 죄를 키우지 않아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5.17 與 대표 대통령 면전서 “소형 원자로”, 신한울 3·4호는 더 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송영길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이든 정부가 탄소 중립화를 위해 추진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분야에서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세계 원전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러시아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 면전에서 대통령이 고집하는 탈원전 정책을 치받는 공개 발언을 한 것이다. 송 대표는 2년 전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소형 원자로는 한 용기에 원자로,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을 모두 담은 일체형 원자로로, 대형 원전의 5분의 1에서 100분의 1 정도까지 다양한 크기로 지을 수 있다. 공장에서 핵심 부품을 제작한 후 트레일러로 운반해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비가 싸게 먹힌다. 원자로 전체를 큰 수조에 잠기게 할 수 있어 유사시 방사선 누출 위험도 극도로 줄인 차세대 원전이다. 미국은 2029년까지 12기 건설을 계획 중이고 여기에 두산중공업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원자력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소형 원자로만 아니라 사용후핵연료를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도 사실상 해결된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이 지속돼 국내 원자력 생태계가 붕괴하고 나면 차세대 원전 경쟁에 우리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진다. 현재 건설 막바지인 신고리 5·6호기의 주요 설비 납품이 거의 끝났다. 앞으로는 기존 원전 보수와 운용 외에는 원자력 일감이 끊기게 된다. 원자력 업체들에서 기술 인력이 빠져나가면 나중에 원자력 부흥을 하고 싶어도 그걸 뒷받침할 기술 인력과 연구 후속 세대 유지가 불가능해진다.
소형 원자로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지만 당장 더 급한 것은 10% 공정에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일이다. 이미 7000억원 이상이 투입됐는데 포기한다는 것부터 어리석은 일이다. 미세 먼지 해결과 탄소 중립을 주장하면서 원전을 외면한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무려 48조원을 들여 신안 앞바다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해상 풍력을 건설하겠다는데, 10조원을 들여 신한울 3·4호기만 완공해도 신안 해상 풍력 수준의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문 정부 임기가 끝난다고 원자력 산업이 바로 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 운용 국가인 영국도 40년간 원전을 짓지 않다가 최근 다시 원전 건설로 돌아섰지만 전적으로 해외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원자력 산업과 연구의 맥(脈)을 이어가려면 하루라도 빨리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대통령은 자존심 때문에 나서기 힘들다면 여당이라도 뭔가 조치할 것이 없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다음 정권이라도 원자력 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원자력 기술의 명맥은 남겨둬야 할 것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05월 17일 이젠 탄소중립 내세워 울창한 山林 망치는 탈원전 폐해
민둥산을 반 세기도 안 돼 울창한 산림(山林)으로 만든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성공도 세계에서 산업화·민주화와 함께 기적으로 불린다. 50대 이상 세대는 ‘벌거벗은 붉은 산엔 살 수 없어 갔다오’라는 동요 ‘메아리’를 부르며 자랐다. 이런 자랑스러운 산림이 문재인 정부 들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주무 당국인 산림청은 과거 정부에서도 하던 방식의 ‘목재 수확과 산림 경영’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과격한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급속히 확대된 태양광 사업에 이어 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영향이 크다.
최근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충북 제천, 강원도 홍천 등지의 산림 훼손 모습은 충격적이다. 엄청난 규모의 산림이 몽땅 사라지고, 벌거벗은 산이 처참하게 드러나 있다. 이런 무지막지한 벌목은 전북 남원·무주와 전남 구례 등 이미 전국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14일 윤영석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50년까지 3400만t의 탄소를 흡수한다는 명목하에 산림을 대거 벌목한 다음 어린나무 30억 그루를 새로 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베어내는 나무만 3억 그루다. 대부분 수령 30∼40년짜리다. 지난 4년간 태양광 발전을 위해 뽑힌 나무가 약 300만 그루로 추정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산림청 주장처럼 산림도 관리가 필요하고 경제성도 높여야 한다. 과거에도 간벌(間伐) 등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나이가 많은 나무는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산림청 주장이지만, 정반대 연구 결과도 많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방안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탄소 배출이 사실상 제로인 원자력 발전을 죄악시하는 데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있다. 오죽하면 송영길 신임 여당 대표조차 문 대통령 면전에서 SMR(소형모듈원자로) 필요성을 강조했을까. 탈원전의 폐해가 결국 심각한 산림 훼손에까지 이르렀다. 탈원전만 폐기하면 무리한 벌채에 나설 필요가 없다.
문화일보 사설
05.19 1000만년에 한번 날 일까지 트집... 원전 허가 안내주는 원안위
“항공기가 떨어지면 어쩔거냐”
온갖 이유로 6개월째 결론 안 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일부 위원이 가동 준비를 마친 신한울 1호기 원전에 대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과 ‘항공기 테러’에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안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신한울 1호기에 대한 운영 허가를 내주는 문제를 논의해왔으나 6개월 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원안위 일부 위원이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의식해 전쟁과 테러 위협까지 거론하며 고의로 운영 허가를 지연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18일 “지난 14일 열린 원안위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전쟁과 테러 위협까지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해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문제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회의는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문제를 심의하는 11번째 회의였다. 당시 회의 자료를 보면 A 위원은 “신한울 1호기 설계에 비행기 추락 사고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서 “9·11 테러와 같은 항공기 충돌이 발생하면 원전이 파괴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가 “미국 에너지부(DOE)의 재해 발생 가능성 계산 지침에 따르면 항공기가 신한울 1호기에 떨어질 확률이 1000만년에 1번 수준으로 나와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A 위원은 “그러면 원전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도 확률로 따질 것이냐”며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돼 있느냐”고 따졌다. B 위원은 홍수 대비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신한울 1호기는 쓰나미(지진해일)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데 홍수 위험성을 거론한 것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원안위는 설계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한 뒤 허가를 내주면 되는데 일부 위원은 아예 설계 기준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며 “회의에서 논의된 일부 내용은 트집 잡기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원안위가 운영 허가 여부를 논의 중인 신한울 1호기는 원래 지난해 3월 공정률 99%를 넘기며 사실상 완공된 상태였다. 하지만 원안위는 지난해 11월에야 신한울 1호기 허가를 논의하겠다며 관련 기관의 보고를 받기 시작했지만, 심의에는 아직 착수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원안위가 곧 심의에 들어가 운영 허가를 내줄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원안위는 6개월이 넘도록 회의만 거듭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원자력계와 야당은 “일부 원안위원이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의식해 온갖 이유를 들어 허가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4일 11번째로 열린 원안위 회의에서 A 위원은 ‘신한울 1호기에 비행기가 충돌할 확률이 1000만년에 한 번꼴이라 별도의 안전 기준이 없다’는 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설명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다. A 위원은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도 확률로 따질 것이냐”며 “장사정포를 가진 북한이 전쟁이 나면 당연히 원자력발전소를 목표로 할 텐데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했다. 북한의 원전 공격 가능성까지 설계에 반영하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앞선 10차례 회의에서는 일부 위원이 신한울 1호기에 장착된 수소제거장치(PAR)의 안전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허가를 반대하기도 했다.
항공기가 신한울 1호기에 떨어질 확률이 1000만년에 한 번 정도라는 추산은 KINS가 미국 에너지부(DOE) 계산 기준에 따라 산출한 것이다. 미 에너지부는 ‘공항’과 ‘활주로’ 등이 원전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을 변수로 두고 항공기의 원전 추락 확률을 계산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적절한 재해 분석 과정을 거쳐 충돌 확률이 낮다고 평가된 원전 건물을 보강하지 않는 것은 합당하다”며 “비현실적인 충돌 위험을 걱정할 것이면 기존에 가동 중인 원전부터 다 닫아야 한다”고 했다.
원안위 위원은 총 9명으로 구성된다. 9명 중 6명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했고 2명은 국민의힘이 추천했다. 민주당 추천 몫인 나머지 1명은 공석인 상태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원안위가 독립성을 상실하고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 운영을 고의로 지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신한울 1호기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완공 상태인 신한울 2호기는 아직 원안위에서 허가 여부에 대한 심의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05.20 탄소 중립 나선 中의 선택은 원전...“300기 지어 火電 3000곳 대체”
원전 질주하는 중국
리커창 총리의 지난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총리 업무보고에는 서방 에너지 전문가들의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그는 “2030년 전에 탄소 배출 정점을 찍는 액션 플랜을 제정할 것”이라면서 “안전을 확보한다는 전제하에 원전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연례 총리 업무 보고에는 원전에 관한 내용이 자주 포함됐지만, ‘적극적으로’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원전 신규 허가가 중단된 2016년 이후에는 아예 언급하지 않은 해도 많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랬던 중국이 다시 총리 업무 보고에 원전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고, 원전을 적극 발전시켜 나가겠다고까지 언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작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 전에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를 실현하려면 대규모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프랑스 넘어 세계 최대 원전 국가로
올해 전인대를 통과한 14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2021~2025)에는 좀더 구체적인 그림이 등장한다. 5년간 20기 전후의 원전을 새로 지어 2020년 말 현재 51기가와트(GW)인 원전 용량을 70기가와트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 계획대로 된다면 미국, 프랑스에 이어 3위인 중국의 원전 용량은 2025년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 모듈형 원전(SMR)과 서해상의 해상 원전 사업 시범 추진 계획도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시 주석이 의지를 표명한 지 6개월 만에 탄소중립 로드맵이 나온 것이다.
중국 싱크탱크에서는 2030년까지 원전 용량을 120기가와트로 늘리는 방안도 나온다. 매년 6~8기의 원전을 새로 짓고, 그 용량에 해당하는 화력발전소를 도태시켜 2030년 전에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자는 것이다.
◇신규 원전으로 낡은 화력발전 대체
중국은 한 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9%를 차지하는 제조업 대국이다. 게다가 경제 발전으로 1인당 전력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화력발전으로 감당해왔다. 작년 전체 발전 용량에서 화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56.6%에 이르고, 실제 발전량은 67.9%를 차지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대폭 늘렸지만, 화력발전도 함께 증가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해 화력발전이 기본 전력 역할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화력발전소 숫자는 30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2060년 탄소 제로를 달성하려면 화력발전소를 원전으로 대체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에너지연구소는 2050년까지 현재 51기가와트인 원전 규모를 554기가와트까지 늘리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원전 발전 용량이 올라가는 추세를 감안해도 300기 이상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발개위 에너지연구소가 잡은 2050년 전력원별 발전 용량은 원전이 28.6%, 풍력·태양광 41.6%, 수력 11.1% 등이다. 현재 60%에 육박하는 화력발전 비율은 10.5%로 낮아진다. 풍력과 태양광을 최대한 짓고, 원전이 기본 전력으로 이를 뒷받침해 전체 전력 수요의 70%를 감당하도록 한다는 청사진이다. 이 연구소의 기후변화 전문가인 장커쥐안(姜克雋) 수석연구원은 최근 중국 내 한 포럼에서 “작년 중국의 원전 발전 비율은 4.94%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8%)에 크게 못 미쳤다”면서 “안전성이 뛰어난 3세대 원전을 대거 건설하면 2050년에도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 “탄소 제로, 해안선 긴 중국 이익에도 부합”
그동안 중국을 의심해온 미국도 중국이 탄소 중립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지난 3월 4일 자에서 “중국은 미국의 강요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탄소 중립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 대만 문제 등을 양보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했다. 중국은 해안선 길이가 3만2000㎞로 길어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중국 남동부 해안이 큰 피해를 보는 이해 당사국이라는 것이다.
반면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는 지난 12일 미국 하원 외교위에서 “중국이 기후정상회의 이후 뭔가 움직이고 있는 건 맞지만, 그들의 말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이 국내에서 화력발전을 도태시키면서 해외 화력발전 건설을 지원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길거리 탄소 배출은 전기차로 잡는다]
태양광과 풍력, 원전과 함께 중국이 탄소 제로의 3대 축으로 삼고 있는 것은 전기차이다. 아무리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을 생산한다 해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한다면 탄소 배출은 공염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현재의 중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2억8000만대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4억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 대수는 136만7000대로 2019년보다 10.9%가 늘어났다. 올해는 1분기까지 51만5000대가 팔려 작년 동기 대비 2.5배가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차 가격이 저렴해지고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시장에서 경쟁하는 시장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2019년 중국 전기차 판매 대수는 120만6000대로 2018년보다 4.0% 줄었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한 것이 시장에 타격을 줬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기존의 보조금 정책을 2022년까지 2년 연장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호전으로 소비가 회복된 데다 보조금 정책 종료 전에 차량을 구입하려는 수요까지 겹쳐 전기차 판매가 다시 급증하는 양상이다.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전기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충전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충전기 보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5년 6만6000대였던 충전기가 작년 말 현재 166만대로 증가했다. 2025년까지는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대꼴이 될 수 있도록 112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조선일보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05.20 사고 확률 ’1000만년에 1번'
한국인이 일생 동안 1번이라도 교통사고로 다칠 확률은 35.2%라고 한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은 1.02%다. 대략 3명 중 1명이 사고를 당하고 100명 중 1명이 죽는다. 암에 걸릴 확률보다 높다. 그래도 한국 기업은 매년 자동차 250만대를 생산하고, 한국인은 매년 자동차 180만대를 구입한다. 교통사고로 한해 3000명 이상 죽지만 자동차를 추방하자고 시위하는 사람은 없다.
▶사망 확률이 1만년에 1명인 횡액이 있다. 이 확률이 무서워 수만, 수십만 명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무언가에 씐 듯 추방 시위를 벌이는 광경을 믿을 수 있을까. 13년 전 광우병 사태 때 광화문 네거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인의 미국산 쇠고기 섭취량과 발병률을 계산하면 감염 확률은 무시할 수준이다. 그런데 전문가 말보다 “한국인의 인간 광우병 감염 확률이 94%”라는 얼치기들의 거짓 주장이 먹혀들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14일 회의에서 경북 울진의 신한울 1호기 원자로에 비행기가 추락할 확률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울진엔 사실상 공항이 없다. 정치적 고려로 만든 울진공항은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어 비행훈련원으로 사용 중이다. 원전을 지나는 비행기 항로도 없다. 그런데도 일부 위원이 난데없이 항공기 충돌 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가 미 에너지부 계산 지침에 따라 확률을 제시했다. 1000만년에 1번. 바꿔 말하면 한해에 이 원전에 비행기가 충돌할 확률이 1000만분의 1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제로(0)에 수렴한다. 그러자 한 위원이 이렇게 대들었다. “그러니까 신경 끄자? 그러면 미사일은? 그것도 확률로 따질 거요? 북한 장사정포가 발전소를 까면? 다른 데다 쐈는데 우발적으로 떨어지면?”
▶한국에서 벼락 맞을 확률은 600만분의 1이다.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죽을 확률은 300만분의 1, 화재로 죽을 확률은 40만분의 1, 화장실에서 다칠 확률은 1만분의 1이다. 세상이 무서워서 어떻게 밖을 나다니는지 모르겠다. 원안위는 작년 11월 이후 이런 식으로 회의만 11번째 하면서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어떤 위원은 “쓰나미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전문가 말에 “그러면 홍수 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다. 다음엔 소행성 충돌 대책을 내놓으라고 할지 모르겠다. ‘탈원전' 눈치 보느라 허가해 주기 싫어서 저러는 것이다. 신한울 1호기는 이미 완공됐다. 가동을 못해 생산 못 하는 전기값만 하루 20억원이라고 한다.
05.22 최첨단 원자력 포기하고 나무 때서 전기 만들겠다는 나라
▲19일 충북 진천군의 한 목재 펠릿 공장에 벌채지 등에서 실어온 나무 원목과 나뭇가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신현종 기자
목재 땔감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 설비 용량이 현 정부 들어 급증해 올해 말이면 2016년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바이오매스 발전량 자체도 2016년 382만MWh에서 2019년 706만MWh로 1.8배로 늘어났다. 정부가 발전사들에 신재생 발전 비율을 늘리도록 강제하면서 바이오매스 발전을 ‘신재생' 전기로 분류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사들은 부지 부족 등으로 늘리기 쉽지 않은 태양광·풍력 대신 목재 연료 수입으로 단기간에 ‘신재생’ 발전 실적을 높이려 하고 있다.
목재 땔감의 경우 95%를 베트남·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입해온다. 그 나라들은 목재 수출로 돈을 벌기 위해 멀쩡한 숲을 베어내기만 할 뿐 새로 조림한다는 보장이 없다. 2000년대 들어 유럽에서 바이오 디젤이 각광받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에서 야자나무 기름을 만든다고 열대우림을 대대적으로 파괴한 것과 비슷한 일이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정부가 2018년 바이오매스 발전에 주는 지원금 혜택을 줄이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엔 산림청이 국내 노령림 벌목을 두 배로 늘려 바이오매스 연료를 대폭 늘리겠다고 나섰다. 벌채된 나무 숲이 다시 복구되기까지는 40~50년 걸린다. 기후변화 대응은 당장 10년, 20년이 급한 상황인데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기후 붕괴를 더 가속화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벌채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바이오매스를 태우는 데 따른 대기오염 악화도 심각할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들은 정부가 치밀한 고려 없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태양광에 보조금을 주면서 우대하자 전국 숲이 파괴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정부가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얻을 수 있다는 2050년 기준 온실가스 520만톤 절감 효과는 탈원전으로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가동할 경우 감축되는 절감 효과의 3분의 1~4분의 1밖에 안 된다. 최첨단 원자력 에너지는 포기하고 산업화 이전 목재 땔감 에너지 시절로 되돌아가겠다고 하니 한국 에너지 정책은 과학기술 발전 방향과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어이없는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5.24 탈원전하면서 “美와 원전 협력”, 이 모순을 설명해보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지난달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에서 해외 원전 수출 시장에 한·미가 공동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은 현재 러시아·중국이 지배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12개국에서 29기의 원전 건설을 수주받아 진행 중이다. 미국이 한국과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러시아·중국에 넘어간 원자력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우리는 1980년대 중반 연구진을 미국에 보내 어깨너머로 기술을 습득한 끝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설계 등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손을 잡는다면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원전 수출은 부가가치가 엄청나다.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은 우리에게 60년간 70조원 이상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그 이후 추가 실적이 없다.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4년 이상 이어지면서 원전 산업 생태계가 허약해져 독자적으론 원전 수출을 시도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이 정부는 경제성 평가를 거의 조작 수준으로 왜곡해가며 월성 1호기를 폐로시켰고, 7000억원 이상 투입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시켰으며, 삼척·영덕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문 대통령은 그래 놓고는 2018년 체코 대통령을 만나 “한국 원전은 40년간 사고 한 건도 없었다”고 원전 세일즈를 했다.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을 만나 원전 수출에서 협력하자고 합의했다.
그 말에 일말이라도 진심이 들어 있다면 탈원전이 잘못됐다는 자기반성과 함께 서둘러 신한울 3·4호기 건설부터 재개해 빈사 상태의 원자력 산업계에 인공호흡을 시켜줘야 한다. 원전은 위험하다면서 국내에선 짓지 못하게 막아놓고 해외에는 수출하겠다는 모순을 납득할 나라가 어디 있겠나. 실책 인정은 없이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말이 앞서는 것을 보면서 또 한번 문 대통령의 이중적 사고 방식을 확인하게 된다.
조선일보 사설
05.25 탈원전 오류 인정하는 것이 국정 정상화 첫걸음
▲2017년 6월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원전 수명 연장 불허, 월성1호기 폐로 등 탈원전 정책 선언을 하고 있다./조선일보 DB
정부가 원전 해외 수출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탈원전 정책의 문제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자기 나라엔 원전이 위험해 탈원전 한다면서 다른 나라엔 원전을 판다는 것은 윤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전 수출을 위해선 무너진 국내 원자력 산업 생태계부터 복원시켜야 한다. 탈원전을 그만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탈원전에 대해선 아무 말 없이 원전 수출만 들고나왔다. 정책 변화의 긍정적 신호인지, 그저 오기, 아집의 연속인지 아직 불확실하다.
탈원전을 놓고는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노출돼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SMR)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엔 민주당 이원욱 의원(국회 과방위원장)이 변재일·이광재 의원 등과 함께 ‘혁신형 SMR 국회포럼’을 출범시켰다. 이 의원은 “우리는 APR1400이라는 세계 최고의 한국형 원자로를 개발해 수출까지 성사시켰다”면서 “영화 판도라를 생각하면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킨 것 같다”고 했다. 판도라 영화가 문 대통령 탈원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당 의원이 그걸 문제 삼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체코 총리를 만나선 “한국 원전은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고 자랑했다. 정부 내에선 “탈원전이 아니다”라고 말을 돌리며 “중장기 에너지 전환일 뿐”이라고 한다. 자신들도 탈원전이란 말도 안 되는 말을 입에 올리기 부끄러워진 것이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북한 원전 건설을 지원하자는 문건을 작성해 놓고 있었다. 탈원전을 놓고 정부의 아래위가 모두 뒤죽박죽 혼란뿐이다.
탈원전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이 드러나면서 도덕적으로도 파산했다. 문 대통령이 압박하자 장관은 실무자에게 “너 죽을래”라고 협박해 가동률·단가를 조작하게 했다. 실무자들은 밤중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가 자료를 삭제했다. 국무총리는 그런 행동을 한 산업부에 적극 행정상이란 전대미문의 상을 줬고, 대통령은 ‘3차관 신설’ 약속이란 사실상의 ‘뇌물'까지 줬다. 새만금은 엉뚱하게 태양광 패널로 뒤덮이고 있고, 전국의 산과 저수지가 태양광 패널에 훼손되고 있다. 정부로서도 더 이상 이 잘못된 정책을 끌고 가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원전 수출 협력’을 계기로 탈원전 정책의 오류를 끝내야 한다. 그것이 국정 정상화와 국민 지지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25 "산업부가 보고 문구까지 정해놓고 탈원전 지시했다"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원전 공사현장. 중앙포토
24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부가 한수원에 문구까지 정해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내용을 담은 현황조사표 제출을 지시했다는 관계자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양 의원에 따르면 당시 한수원은 2017년 11월 7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작성을 위해 산업부와 사전 협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 이행을 위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불가피하다’는 구체적 보고 문구까지 정했다.
▲한수원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문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만들 때 발전 사업자에게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받아 이를 근거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자료는 발전 사업자가 자체 판단으로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산업부도 현황조사표는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증언이 새로 나온 것이다.
당시 한수원 이사였던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독립적인 한수원 자산을 외부에서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했다는 게 맞다면 이는 명백한 해사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발 직원에 “자리보전 못 할 것”
한수원 고위층이 산업부와 문구까지 조율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자 당시 실무진은 반발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당시 한수원 기술전략처 직원들은 “이사회 의결 없이 사업중단이나 조기폐쇄를 산업부에 보고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고위층 지시를 거부했다.
내부 반발에 한수원은 두 차례 임원회의까지 거쳤다. 결국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다소 순화한 2가지 문구를 추가해 3가지 안을 다시 만들어 산업부와 협의했다. 산업부는 이 중 ‘신한울 3·4호기 건설공사 중단 불가피’라는 문구 대신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이라는 대안을 최종선택했다. 월성 1호기는 원래 산업부와 조율한 문구와 큰 차이 없는 내용으로 현황조사표에 최종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한수원 직원에게 한수원의 한 고위임원은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자리보전 못 할 줄 알라”며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당시 협박성 발언을 들은 A씨는 한 달간 보직 없이 일하다가 결국 지방본부로 발령 났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A씨는 한수원에서도 원자력 기술과 관련한 핵심 브레인으로 알려졌는데, 무보직으로 일하다가 지방으로 발령 나서 다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수원 보고 근거로 탈원전
한수원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내용이 담긴 현황조사표를 산업부에 제출한 이후 탈원전 정책은 순조롭게 진행했다.
우선 산업부는 한수원 현황조사표를 바탕으로 신한울 3·4호와 월성 1호기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했다. 사실상 두 원전에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다. 한수원은 2018년 8월 이사회를 열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가 빠졌다는 이유 등을 들어 조기폐쇄까지 의결했다.
산업부는 한수원 보고를 탈원전 정책 추진 근거로도 활용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신한울 3·4호 건설중단을 한수원과 협의했냐”는 질문에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한수원이 제출한) 의향조사표에는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돼 있었다”고 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의향조사표가 한수원이 2017년에 제출한 현황조사표다.
중앙일보 세종=김남준 기자
05월 27일 한·미 ‘원전 동맹’과 脫탈원전 시급성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대하지 않은 희소식이 있었다. 양국이 해외 원전(原電) 시장에 함께 진출한다는 공동성명이 발표된 것이다.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로선 속 쓰린 합의였을 것이다. 그간 정부가 추진한 해외 수출은 희망 고문에 불과했다. 원전 수출이 기술과 가격으로만 이뤄지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문화·국방·외교·경제·산업 등이 망라된 국력 대결의 장에서 다른 부처의 지원 없이 한수원 홀로 뛰게 했다.
미국이 공동 진출을 원하는 것은 독자 진출이 안 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웨스팅하우스 원전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팔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웨스팅하우스가 신규 건설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원전산업 생태계가 한번 붕괴되면 그렇게 된다. 프랑스 아레바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건설을 10년 지연시켰고, 웨스팅하우스는 서머와 보글 원전 건설을 5년 지연시켰다. 그 결과 최근 신규 원전은 러시아와 중국이 싹쓸이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원자력 시설이 확대되는 상황이며, 핵 억지력을 중시하는 미국 민주당의 노선을 역행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처로 한국 원자력 기술의 전개가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제시한 4대 정책 중 하나는 기후변화 대응이다. 그는 ‘첨단 원자력을 전개’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했다. 이것이 소형모듈형 원자로(SMR)인지 상업용 원전인지 알 수 없으나, 탄소중립에 대한 그의 의지는 두 가지 모두 포함할 것이다. 탄소중립 하자면서 원자력 발전은 안 된다는 발상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별로 없는 경우다. 하지만 바이든은 그렇지 않다. 원자력 발전을 청정에너지에 포함시켰다. 특히, 그는 이 정책에서 미국의 리더십,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다. 좋은 일자리란, 높은 급여를 받는 정규직, 곧 원자력 같은 종합과학이 그것이다.
최근 버지니아주의 서리 원전1·2호기가 계속운전을 승인받았다. 플로리다주 터키 포인트 3·4호기, 펜실베이니아주 피치버텀 2·3호기와 함께 80년 운전을 승인받았다. 지난 4월 뉴저지주는 원전 3기에 대한 재정 지원을 3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경제성이 나빠진 원전도 폐로하지 않고 보조금을 줘 가면서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미국 내에 원전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며 시급히 미국의 원자력 산업이 건설 능력을 갖춰야 할 압박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의 공동 진출은 산업적 노하우를 습득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창원의 공장들은 이미 상당수 사업을 철수했거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더는 산업 수요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 생산의 라이선스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이번 미국과의 원전사업 공동 진출이 이들에게 희망의 선언이 되길 바란다.
똘똘한 수출 상품 하나를 개발하는 게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또 성실하게 쌓아온 기술이 국제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였다. 조만간 우리 원자력 산업이 국부를 위해, 또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다.
문화일보
06.02 한 사람 오기로 탈원전·한전공대, 왜 국민이 돈 대나
▲탈원전 공약에 따라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진 월성 1호기. 정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로 등 탈원전 정책에 따른 비용을 국민들이 낸 준조세인 '전력기금'을 털어 메우기로 했다.
▲말 많고 탈 많은 한전공대 조감도. 정부 여당은 한전공대 운영 경비도 전력기금에서 빼서 쓸 수 있도록 지난 3월 특별법을 만들었다.
정부가 탈(脫)원전 비용을 결국 국민이 낸 사실상의 세금으로 메우기로 했다. 산업부가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원전 감축을 위해 발전·전원개발 사업을 중단한 사업자에게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으로 비용을 보전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력기금은 전기료의 3.7%를 전기 사용자에게 부과해 조성하는 준조세로, 현재 4조원가량 쌓여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삼척 대진 1·2호기, 영덕 천지 1·2호기 백지화 등 탈원전 탓에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1조4000억원대 손실을 입고 있는데, 이를 전력기금으로 메워 주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한 사람의 집착과 오기에서 비롯된 탈원전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실상이 드러나면서 도덕적으로 이미 파산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는 반성이 나오고,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전 해외 수출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선언까지 내놓았다. 그런 마당에 탈원전을 지속하면서 그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때우겠다고 한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한술 더 떠 대통령 선거 공약이란 이유로 밀어붙인 전남 나주의 한전공대에도 전력기금을 갖다 쓰겠다고 한다. 학령 인구 감소로 전국 대학의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인데 한전공대 설립을 강행하고 10년간 1조6000억원이 들어갈 건설·운영비 상당 부분을 전력기금으로 때울 수 있도록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내년 5월 대선 전에 건물 1동짜리 캠퍼스라도 문을 열겠다면서 교수진 충원율이 20%밖에 안 되는데 신입생 모집 요강을 발표하고 착공식까지 열었다.
문 정부는 탈원전, 한전공대를 밀어붙이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 “국민에게 부담 지울 일은 없다”고 했지만 결국 전 국민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 국민 상대로 사기 친 거나 마찬가지다. 천문학적 국가 손실을 끼치는 탈원전 폭주, 한전공대 자해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6월 02일 국익 망치고 국민 부담 키우는 탈원전·한전공대의 罪責(죄책)
전기사업법은 전력기금 목적에 대해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전력산업의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 확보’(제48조)라고 엄격히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탈원전, 도저히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 졸속 설립을 위해 마구 왜곡한다. 문 정부는 1일 원자력발전 감축을 위해, 즉 탈원전에 따른 손실 보상을 위해 전력기금 사용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뜯어고쳤다. 시행령으로 법 취지를 뒤엎는 것으로, 위법 소지가 뚜렷하다. 추후 법을 바꾸겠다는 것을 보면, 문제점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에는 개교 뒤 10년 동안 1조6000억 원을 퍼부어야 할 한전공대 비용도 전력기금에서 빼낼 수 있게 했다.
문 정부는 탈원전이나 한전공대와 관련해 “전기료 인상은 없다” “국민에게 부담 지울 일은 없다”고 반복해왔다. 하지만 전력기금 전용 조치는 그런 주장이 눈속임이었음을 드러낸 셈이다. 정부는 전기 요금 가운데 3.7%를 떼어내 전력기금으로 쌓아왔다. 현재 잔고는 4조 원에 이른다. 이 돈을 전력산업 발전이 아니라 원전 파괴 비용으로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학 지원자 급감 속에 억지 춘향 격인 한전공대 강행도 마찬가지다.
한전공대와 관련해 대통령과 관계 장관을 강요죄로, 한전 경영진을 배임죄로 고소한 ‘한전소액주주행동’은 박근혜 대통령 때의 미르재단 출연 강요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개탄했는데, 일리가 있다. 질 좋고 값싸며 안정적인 ‘전기’는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탈원전으로 이를 파괴하고, 이젠 꼼수로 국민에게 전기 요금 부담까지 덤터기 씌우려 든다. 결코 죄책(罪責)이 가볍지 않다. 반드시 정치적·법률적·재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6.03 1조6천억 ‘문재인 공대’, 권력 굴종 조력자들도 숨을 수 없을 것
▲지난 1일 착공식을 한 전남 나주시 한전공대 부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 공약으로 출발, 온갖 무리수 끝에 내년 대통령 선거 전 개교 예정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엊그제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이 열린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 표 얻겠다고 던진 공약이라는 것 말고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는 어이없는 사업이다. 취학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5년 내 전국 대학의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서 정부가 공기업 팔을 비틀어 대학을 새로 짓겠다고 한다. 이미 전국 주요 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다 있고, 대전 카이스트를 비롯해 포항·광주·대구·울산에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5곳이나 있는데 또 에너지특성화 대학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 10년간 사업비 1조6000억원이 들어갈 한전공대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과학계·교육계·산업계의 논의가 전무한 가운데 지역 정치 논리의 산물로 느닷없이 튀어나왔다. 나주시장 출신 민주당 의원이 아디디어를 내자 문재인 대선 후보가 전남 유세에서 공식화했다.
표에 목숨 거는 정치인들은 마구잡이로 지역 개발 공약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공약이 정책이 되고, 그 사업에 국민 혈세와 공기업 자금이 투입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제가 있다면 정책 당국자, 공기업 경영진은 이의를 제기하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한전공대의 경우 관료나 공기업 경영자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코드 맞추기에 바빴다.
한전 부채가 1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한전공대 프로젝트를 수용한 한전 최고경영자는 조환익 전 사장이다. 산업부 장관 욕심에 대통령에게 아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조 전 사장은 퇴임 후엔 “한전 재정이 어려운데 급하게 할 거 있느냐”면서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후임자 김종갑 전 사장은 자리를 준 은혜를 갚는지 한전공대에 박차를 가했다. 한전 이사회도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당시 한전 이사회 의장은 문재인 선거 캠프에서 환경 분야 팀장 역할을 했던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였다. 에너지, 전기와는 아무 연관이 없는 물 전문가 출신이다.
대학 구조 조정 책임을 진 교육부라도 나서야 했다. 그런데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예외적으로 산업부가 인가 및 감독권을 갖는 한전공대 설립 문제를 내내 모르는 체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학교 건물 준공 전 인가 신청, 입학 전형 계획 공표 시기 등 각종 편법 지원을 했다. 당시 위원장은 농촌 관광 전문가 송재호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였다.
무리한 정치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고 이의를 제기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코드 맞추기에 급급하면서 한전공대는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한전 사외이사를 지낸 한 인사는 “한전공대는 지역 이기주의와 영혼도 국가관도 없는 관료, 경영자의 합작품”이라고 했다. 국민에 대한 심각한 배임이다. 대통령만이 아니라 이들 뒤에 숨은 실무자들도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06.04 차세대 원전 개발 경쟁서 이대로 낙오될 수는 없다
▲두산중공업이 참여하는 미국 뉴스케일사의 SMR 소형 원자로 가상 조감도. / 두산중공업 제공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버크셔해서웨이 워런 버핏 회장이 손을 잡고 중소형 원전 개발에 나선다. 빌 게이츠가 15년 전 세운 테라파워사(社) 주도로 미국의 석탄 생산 중심지인 와이오밍의 폐광산 자리에 4세대 원전인 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을 적용한 345MW급 중형 나트륨 원자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건설비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건설 기간은 7년이라고 한다.
가장 일반적인 원전인 경수로는 냉각재인 물에 고압을 가해 끓는 온도를 300도까지 끌어올린다. 하지만 소듐은 그 자체로 끓는 온도가 900도 가까이 되기 때문에 고온 유지를 위해 압력을 가할 필요가 없다. 빌 게이츠의 나트륨은 중소형 원자로의 특성까지 더해져 사고 확률이 더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어 그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나트륨보다 더 작은 소형 원전은 설비 표준화가 쉽고, 전력 수요처인 도시 인근이나 송전망을 갖추지 못한 곳에 분산형 전원으로 설치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대두되면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이 해외 원전 수출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지난달 14일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미국과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미국 경우 뉴스케일사(社)가 60MW급 SMR 12기로 구성되는 소형 원전 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빌 게이츠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차세대 중소형 원자로 개발 경쟁이 시작됐다. 중국, 일본, 영국 등도 SMR 개발에 뛰어들었다.
탄소 중립이 실현되려면 세계적으로 전력 생산량이 지금의 2.5배 이상 늘어야 한다. 태양광·풍력 비율도 높아지겠지만 원자력이 중심이자 핵심 에너지원이 될 수밖에 없다. 10년, 20년 후면 안전성, 효율성이 크게 강화된 소듐냉각로, 용융염로, 토륨로 등 4세대 기술의 소형 원자로가 각광을 받게 된다.
한국은 4세대 원자로와 SMR 기술 개발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문 정권의 탈원전으로 여기서 낙오할 가능성이 커졌다. 원자력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으니 방도가 없다. 문 정권은 이 상황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목소리를 외면했다. 삼척 대진 원전, 영덕 천지 원전은 계획 자체를 백지화했다. 원자력 산업 생태계와 인력 양성 시스템을 정상으로 복구시켜야 차세대 원전 개발에서 앞서나간 나라들을 따라잡을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06.05 탈원전 정책을 당장 폐기해야 할 세 가지 이유
‘탈원전’하면서 “탄소 중립” 위선이며 국제적 기만 행위
화석연료 대체, 에너지 수급 안정, 미래 국가 안보 위한 대비책… 모두 원전 없이는 불가능
잘못된 길 돌아설 용기 낼 때
4년 전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이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두 가지 행보를 보였다. 하나는 작년 12월 10일 ’2050년 대한민국 탄소 중립 비전' 선언이다. 지난 5월 30~31일에는 P4G 서울 회의를 주최하여 글로벌 탄소 중립 실현에도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또 하나는 지난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약속한 점이다.
탄소 중립과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은 탈원전 정책과는 양립할 수 없다. 대한민국에는 위험한 원전이 다른 나라에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선이고 국제적 기만 행위나 다를 바 없다. 반원전 근본주의 세력의 의도적 사실 왜곡과 황당한 괴담을 바탕 삼아 졸속으로 결정한 탈원전 정책을 차제에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과 결별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세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탈원전 정책 폐기 없이는 탄소 중립과 지속 가능한 성장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늘릴수록 좋지만 전 국토와 해안을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패널로 뒤덮는다고 해도 전력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을 대체할 수는 없다. 기상 조건에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적(間歇的) 속성 때문에 햇빛과 바람이 없는 시간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그만한 용량의 부하 조절용 화력발전 설비를 이중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력 공급의 36%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대체하는 것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는 도움이 안 된다. 천연가스가 미세 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이고 전력 수요 급변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는 최선의 수단이지만 KWh당 탄소 배출량에서는 석탄발전의 55%나 된다. 결국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만큼 원전 설비를 증설하지 않고는 안정적 전력 공급과 탄소 중립 목표를 모두 달성할 대안이 없다.
둘째, 원전의 경제성과 탄소 대체 효과보다 국가적으로 더 중요한 것이 에너지 안보다. 에너지의 90퍼센트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에너지 안보는 바로 국가 안보이기도 하다. 수입 에너지 대부분은 정정이 불안한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를 거쳐 들여오는데 그중 한 군데만 막히면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고 우리 경제는 재앙을 맞게 된다. 그럴 가능성이 미미하지만 무시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원유와 LNG 수입 중단이 장기화하고 재고까지 바닥날 경우 국가 기간산업과 전철을 가동하고 전기자동차 충전이라도 하려면 원전밖에 믿을 구석이 없다.
프랑스가 1973년 1차 석유 파동 이후 대대적 원전 건설에 착수하여 오늘날 전력의 7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게 된 것은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다. 프랑스의 경제적 사활을 중동 산유국들의 독과점 횡포에 맡겨둘 수 없다는 국가 자주독립 차원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에너지 안보가 가장 취약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탈원전에 집착하는 것은 세월호 선장의 자세로 대한민국호를 위험한 항로로 끌고 다니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끝으로 미래 국가 안보를 위한 옵션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탈원전 정책은 폐기함이 마땅하다. 한미 동맹이 건재한 한 당장 우리가 독자 핵무장을 해야 할 절박한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여 국가가 결심하면 즉각 핵무장에 나설 수 있는 기술적 산업적 기반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 산업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독자적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과 농축 시설 건설이 필수적이다.
20기가 넘는 원전을 가동하고 전력의 3분의 1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나라는 원전 연료의 부분적 자급을 위해서라도 평화적 목적으로 농축 시설을 건설, 가동할 당당한 명분이 있다. 상업적 규모의 농축 시설을 보유한 국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결심만 하면 1년 내에 핵무장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산업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농축 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할 인적 자원 양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탈원전을 선택한 나라가 농축 시설을 건설하면 국제적으로 평화적 의도를 인정받을 수도 없다. 농축 능력이 없는 나라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더라도 원자로를 가동할 연료조차 구할 방법이 없다. 잠수함용 농축우라늄은 농축 시설 보유국의 국내법상 수출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퇴출 위기에서 허덕이는 원전 산업을 살릴 마지막 기회를 맞고 있다. 잘못된 길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잘못된 길임을 알고도 돌아설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06-10 대통령의 ‘탈원전 오스트리치즘’
국내외서 도전받는 탈원전
‘현실 외면’ 오래갈 순 없어
지난달 말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대표 간담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원전 정책 폐기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라고 대통령이 자평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원전 협력을 약속한 만큼 정책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의 답은 짧고 드라이했다. “현황을 파악해보도록 하겠다.”
“할 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대통령이 직접 실패를 인정한 부동산정책을 빼고 큰 문제가 드러난 정책에 대해서도 현 정부는 사과하거나 물러선 적이 거의 없다. 대표적인 게 탈원전이다.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대통령이 ‘탈핵 시대’를 선포한 게 취임 다음 달인 2017년 6월이다. 당시 탈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은 완전한 착오여서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첫 단추부터 엉성하게 끼워진 탈원전 정책은 4년 내내 이어져 왔다. 7000억 원 들여 보수한 원전을 멈춰 세우고, 공사 중이던 원전사업을 중단시키고, 건설이 끝난 원전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 일이 계속됐다.
하지만 4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반(反)원전주의자라도 탈원전이 정말 맞는 길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수많은 변수가 발생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막대한 돈이 투입됐지만 한국 기후조건의 한계로 효율과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확대가 산림과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역설적 상황도 벌어졌다.
가장 큰 변화는 해외에서 시작됐다.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의 목표가 ‘탈(脫)탄소’로 집중되면서 탄소배출이 없는 원전의 가치가 재조명된 것이다. 대다수 선진국들이 원전 건설 재개, 확대를 검토하고 있고, 큰 사고를 겪은 일본마저 원전 재가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탄소배출 없는 에너지원은 원전뿐”이라고 믿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안전성이 높고, 폐기물을 현저히 줄이는 차세대소형원전(SMR)을 미국 내에 건설하는 계획을 내놨다. 여권에서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SMR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양국이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일이 발생했다. 탄소중립 달성에 원전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본 조 바이든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한 미국으로선 세계 원전시장을 주도하는 러시아,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란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탈원전을 신념으로 삼아온 이들은 충격을 받았겠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드디어 정부의 탈원전 옹고집을 깰 기회가 왔다며 반겼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최근 열린 ‘P4G 서울 정상회의’는 현 정부가 자연스럽게 탈원전 정책을 수정할 최적의 기회였다. 하지만 대통령 발언이나 선언문에서 ‘원전’이란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히 탈원전 기조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주제는 거론조차 하기 싫은 모양이다.
위험을 만난 타조가 땅에 머리를 묻는다는 속설에서 나온 ‘오스트리치즘(ostrichism·현실 외면)’이란 말만큼 원전을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를 잘 나타내는 표현도 없을 것 같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에서 드러나듯 무리한 탈원전은 머잖아 철저히 재평가될 것이다. 눈 감고, 귀 막는 시간을 늘린다 해도 진실을 마주할 시점만 조금 늦춰질 뿐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06월11일 ‘코드’ 탄소중립委 재구성 시급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200년 넘게 인류는 화석연료에 기대며 ‘탄소 문명’을 구가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20세기는 ‘탄소 세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111년 만에 폭염 최고 기록이 깨진 2018년 8월 1일은 ‘지구용량 초과일’이었다. 그해 인류가 사용한 천연자원이 지구가 1년간 복구할 수 있는 양을 지나친 날이다. 자원 수요를 모두 합친 생태 족적(足跡)을 날짜로 환산해 나타낸 것이다. 생태 족적의 60%를 차지하는 게 탄소다.
탄소는 이산화탄소로 존재하면서 대기를 덥히는 온실기체 중 하나. 따라서 온난화를 줄이려면 탄소 배출을 줄이면 된다. 문제는 그게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인류와 탄소의 불가분의 관계 때문이다. 산소가 생명을 낳았다면, 탄소는 문명을 낳았다. 산소가 생명의 기원이었다면, 탄소는 문명의 원천이었다.
탄소는 대부분 퇴적암층에 갇혀 있다. 대기 중에선 이산화탄소로 떠다닌다. 수십만 년간 이산화탄소 농도는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지하의 탄소를 지상으로 파내면서 150년간 이산화탄소 농도가 40% 넘게 늘었다. 기온은 섭씨 1도 올랐다. 고작 수은주 한 눈금이지만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탄소 없는 문명은 생각하기 어렵다. 배출과 피해를 최소화하고,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는 게 현명하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무탄소 발전(發電)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젠 탄소와 결별하고, 당장 가용한 대체연료로 21세기 중반 5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할 때다.
5차 산업혁명은 명실상부 무탄소 문명의 서곡(序曲)으로 신재생과 원자력이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어디를 둘러봐도 탈화석은 하지만 탈원전 하는 나라는 없다. 각국이 신재생과 원자력과 전력망의 황금 배율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한국만 유독 독일의 실패한 탈원전을 고집한다. 2년 전 슈피겔은 독일이 계획대로 완전한 탈원전·탈화석을 달성하려면 현재보다 5배 많은 대체 발전설비를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향후 2600조∼4500조 원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의 탄소중립은 동서독 통일만큼이나 값비싼 프로젝트가 돼가고 있다.
탄소중립은 현대 산업화를 이끌어 왔던 탄소 문명에서 ‘탈탄소’ 문명으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기껏 30년, 탄소중립위원회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공동위원장을 보나, 18개 정부 부처 장관을 보나, ‘전문가’ 95명을 보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신재생 ‘알 박기’ 위원회, 탈원전 ‘못 박기’ 위원회로 전락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다. 현 정부의 목표대로 2050년 가동 원전이 10기로 준다면 전체 1차 에너지에서 원전 비중이 5%까지 줄어든다. 그러면 나머지 95%를 어떤 에너지로 메울 건지부터 탄소중립위는 답을 구해야 한다. 막대한 전력을 신재생으로만 만들 것인가? 혹여라도 핵융합을 검토하지 않는 한 소형로가 차선 없는 최선이다. 원자력 전문가를 대거 기용해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위를 재구성하고, 정권에 무관하게 국가 전력대계를 일사불란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서두를 것을 촉구한다.
문화일보
06.12 탈원전하며 SMR 수출한다니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학기술정통부와 함께 가을쯤 3세대 개량형 소형 모듈 원전(iSMR) 연구·개발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 않다. 문 장관은 소형 모듈 원전(SMR)에는 기존의 경수로형을 축소한 3세대형과 소듐고속냉각로 등 차세대 원전이 있는데, 혁신형 3세대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나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안전성 수준에 머물러 있는 SMR을 국내에 추가하는 것은 국내 원전 밀도가 높고 국민 수용성 부분 등에서 볼 때 쉽지 않다”고 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 iSMR을 건설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SMR은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원자로·증기발생기·가압기 등 주요 기기가 한 용기에 들어가는 일체형인 데다 안전성이 대폭 향상됐고, 핵폐기물도 대폭 감축한 원전이다. 정부는 그러나 SMR 역시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국내엔 짓지 않되, 해외에는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수출이 국내 원전 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해법이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해 국내엔 안 짓겠다면서 해외에는 우리 제품을 사라고 하면 누가 사겠느냐”고 지적한다.
SMR을 포함한 원전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핵심이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APR1400 원자로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SMR처럼 안전성과 경제성이 핵심인 제품을 국내에서 건설도, 운영도 해보지 않은 채 수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문제는 기술 개발과 수출, 실제 제작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iSMR 인허가를 받고, 2030년부터 원전 수출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전 산업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붕괴 중이다. 원전 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도 심각하다. 대학 원자력 전공 학생 수도 줄고 있다. 10년 뒤까지 버텨낼 기업이나 인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SMR 수출을 위해서라도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원전 업계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문 장관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나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세계 일류 원전 기술이 사장되든 말든,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든 말든, 그로 인해 국가 경제가 망가지든 말든, 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변화가 없다.
조선일보 안준호 기자 편집국 산업2부 기자
06.14 ‘월성 3인방’ 기소에 숨겨진 폭탄… 김오수의 선택은
[동서남북] 백운규 등 배임죄도 기소하면 거액 민사 손배소 불보듯
대검 반대로 석 달 결론 미뤄… 공 넘겨받은 김오수 선택 주목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김학의 불법 출금’은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월성 1호기) 언제 폐쇄하느냐”는 한마디가, 청와대 뜻대로 보고서를 만들어 오지 않은 부하에 대한 “죽을래”(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 질책으로, 한수원의 원전 경제성 조작으로 이어졌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의 연원도 결국 “검·경은 명운을 걸고 (김학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였다. 불법출금 당일 이광철 청와대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과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에게 각각 전화해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고 그들 간에 ‘유기적 협업’이 이뤄지도록 조율했다.
백운규 전 장관과 이광철 비서관에 대해 대전·수원지검은 이미 ‘기소’ 의견을 각각 대검에 올렸다. 총장 공백 상태에서 대검은 결론을 미뤘고 공은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에 넘어가 있다.
두 사람 중 특히 백운규 기소를 김 총장이 과연 결재할 것인지,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월성 3인방’의 기소에 ‘폭탄’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대전지검은 그 3명을 직권남용에 업무상 배임을 덧붙여 기소하겠다고 오래전에 보고했다. 원전 조기 폐쇄로 한국수력원자력에 손해를 끼쳤으며, 경제성 조작으로 손실보상 책임을 면제받은 정부가 이익을 봤다는 논리라고 한다. 하지만 ‘친정권’ 성향의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등이 제동을 걸면서 3개월간 결론이 미뤄지고 있다.
‘배임’의 후폭풍은 ‘직권 남용’과 비할 바가 못 된다. 먼저, 형사적으로 나중에라도 더 윗선의 책임을 물을 여지가 생긴다. 대기업 부당거래로 인한 배임 사건에서 오너가 손해가 발생한 계열사와 법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어도 종종 처벌되는 것과 같은 구조다. 월성 사건에서 ‘오너’는 ‘청와대 윗선’이 된다.
정부에 더 심각한 것은 배임으로 기소할 경우에 민사 손해배상소송이 불보듯하고 패소할 여지도 커진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는 한수원을 계열사로 거느린 한전의 민간 주주 등이 천문학적 액수의 손배소를 형사 기소된 사람들이나 국가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다. 청와대 압력을 받은 산업부의 지시로 한수원이 회계법인을 끼고 경제성을 조작해 멀쩡히 돌아가는 월성 1호기를 폐쇄한 것만으로 7000억원이 날아갔다. 한전이나 한수원이 잃은 기회비용은 더 클 수 있다.
민사소송은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도 가능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소추 보류’ 조항은 민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문 대통령이 자신이 당사자인 민사소송에 직접 대응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가가 소송에서 진다면 국가는 배임 당사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손해배상액을 받아내는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로선 사활을 걸고 배임죄 기소를 틀어막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작년 말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느닷없이 ‘윤석열 직무정지와 징계청구’를 들고 나온 것도 월성 원전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이 신현수 전 민정수석 카드를 버린 것도 백운규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를 막지 못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말이 있다. 그로 인한 갈등은 윤석열 전 총장이 총장직을 던지는 것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모 검찰 간부는 영화 대사를 인용해 “김 총장이 ‘원전 3인방’ 배임 기소를 틀어막는다는 데 내 돈 모두와 팔목 하나를 걸겠다”고 했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정권 보위용’ 검찰 수뇌부 인사의 핵심은 ‘김오수’라고도 했다. 많은 이들이 김오수 총장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일보 최재혁 기자
06.16 910만 가구 전기료 인상, 날아들기 시작하는 탈원전 고지서
다음 달부터 월 200kW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991만 가구 중 취약 계층을 제외한 91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월 2000원씩 오른다. 작년 말 정부와 한전이 발표한 전기요금 개편안에 따라 월 전력 소비 200kWh 이하 가구당 할인액이 50% 줄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연간 2200억원의 요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다. 내년 7월엔 할인제가 완전 폐지돼 전기료 부담은 더 늘어난다. 전기차 충전 요금도 기본 요금 할인율이 50%에서 25%로 낮아져 kWh당 50~100원가량 인상된다.
정부는 불합리한 혜택을 줄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본질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력 비용 부담 증가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탈원전 탓에 발생한 한수원의 1조4000억원대 손실을 국민이 낸 전기료로 조성한 전력기금으로 메워 주기로 했다. LPG 등 전력 생산용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전기료 인상 압력이 더 커질 것이다.
작년 말 정부는 원전을 줄이고 태양광·풍력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지으면서 2030년까지의 전기료 인상액을 10.9% 수준에서 묶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는 2030년 한국 소비자 전기료가 지금보다 24%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24% 상승률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치다. 태양광·풍력 국가라는 덴마크·독일의 전기료는 한국의 3배 수준이다. 미국에서 태양광·풍력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캘리포니아주는 다른 주보다 전기료가 50% 비싸다. 국내 전기료는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
정부가 기를 쓰고 태양광·풍력을 늘려왔어도 신재생 기업들의 매출과 고용은 되레 줄고 있다. 태양광 소재들은 중국에서 들여오고 풍력 설비들은 덴마크·독일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이다. 국민이 낸 전기료와 세금으로 남의 나라 기업들 호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자연 조건은 태양광과 풍력에 적합하지 않다. 가장 싸고, 가장 질 높고, 가장 공기 오염이 적은 원자력을 합당한 이유도 없이 대통령 아집 하나로 배척하고 있다. 그 부담은 모두 국민 몫이다.
조선일보 사설
06월 16일 내달부터 전기료 인상, 뒤에선 原電 의존…탈원전 사기극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초 ‘탈원전’ 깃발을 올리면서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임을 누누이 약속했다. 문 대통령과 여당 정책위 의장,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총출동해 “전력 수급 차질은 물론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기극으로 드러나고 있다.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7월부터 월 200kw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주택에 제공하던 공제 혜택을 월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축소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원래 991만 가구의 취약계층을 위한 혜택이었으나, 이들이 주로 1·2인 가구라는 지적에 따라 혜택을 축소키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2인 가구가 대부분 20∼30대이고, 취약 계층 81만 가구를 예외로 하더라도 전력 사용량이 적은 가구는 저소득층이 많다. 전기차 충전 혜택도 축소된다.
3분기엔 더 심각하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부터 시행된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전기료 인상 움직임은 올 초부터 있었는데,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당 요구로 억지로 유보한 바 있다. 다음 정부로 미루려는 꼼수도 등장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전기료 인상에 나선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다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벌써 30도를 넘으면서 에어컨 가동 등 전기 수요 폭증으로 전력예비율 문제도 걱정된다. 장마철엔 태양광, 태풍 때는 풍력이 무용지물이다.
전력 차질을 원전(原電)으로 벌충해온 사실도 밝혀졌다. 한전이 윤영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 비중은 2018년 23.1%로 반짝 낮아졌다가 2018년 25.6%, 지난해엔 28.8%가 되면서 박근혜 정부 수준에 육박했다. 고리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제때 값싸게 생산해야 한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약속도 거짓말이 됐다. 탈원전은 이제 반국가 범죄가 되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06.17 좌파 대통령이 키운 佛 원전
▲원전을 키웠던 좌파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AFP 연합뉴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는 프랑스에는 기회였다. 미국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취소하자 미국 원자로 제작사 웨스팅하우스는 원전의 미래를 어둡게 봤다. 1981년 1월 미 국무부 승인 아래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를 만드는 원천 기술을 프랑스 원자로 제작사 프라마톰에 넘겨줬다. 이전까지 프라마톰은 웨스팅하우스에 거액의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빌려 쓰던 처지였다. 미국 정부는 프랑스가 넘겨받은 기술로 제약 없이 원자로 수출을 할 수 있도록 길도 터줬다.
이 절호의 찬스를 프랑스가 살리느냐, 마느냐는 그로부터 넉 달 후 대선에서 승리한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쥐고 있었다. 전후(戰後) 첫 좌파 대통령인 미테랑은 급진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고집해 적지 않은 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원전만큼은 달랐다. 미테랑은 정적(政敵)이었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이 이끈 우파 정부가 닦아 놓은 길을 그대로 계승했다.
현재 56기에 이르는 프랑스 원자로 중 40기가 미테랑이 집권한 14년 사이 가동을 시작했다.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원전의 전기 생산량이 2.7배 늘었다. 오늘날 프랑스는 전력의 71%를 원전에서 만들어 내고, 원전 관련 일자리 22만개를 거느리고 있다. 유럽 최대 원전 대국의 기틀을 좌파 정부가 마련한 것이다.
프랑스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에너지 안보를 중요하게 여겼다. 1956년 2차 중동전쟁으로 수에즈 운하 운영권을 빼앗기자 원유 수송이 막혀 에너지 대란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프라마톰을 1958년 설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1970년대 오일 쇼크는 에너지 자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계기가 됐다.
2000년대 들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탈원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원전에 우호적인 프랑스인이 근년에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3월 여론조사기관 오독사 조사에서 원전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9%로서 반대한다는 응답(41%)보다 많았다. 2018년 같은 조사에서 원전 찬성이 47%, 반대가 53%였던 것과 제법 달라졌다. 원전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장점이 부각되고, 미래형 기술 산업으로서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은 완전한 탈원전을 지향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원전 비중을 천천히 줄이되, 제1 에너지원으로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42년 전 스리마일 원전 사고를 기회로 삼았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지금까지 성적표를 보면 환경과 효율성 모두 프랑스의 압승이다. 1인당 탄소 배출량이 프랑스는 독일의 67%에 그친다.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했을 때 프랑스인은 독일인이 내는 전기 요금의 65%만 부담하고 있다.
조선일보 파리=손진석 특파원
06-17 탈원전, 국부를 흩뜨리는 일
부의 성급한 원전 폐쇄 선언
반세기 공들인 기술력 무너질 우려
후쿠시마 사고 영향 속단 일러
美 원전 절반 이상 40년 넘게 사용
‘원전 함께 줄이는 최고의 재활용 도시’ 또는 ‘절약하는 당신이 원전 하나 줄이는 녹색발전소’. 요즈음 서울 시내버스 어깨에 종종 쓰여 있는 문구들이다. 탈원전 운동을 벌이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의 달리는 광고판이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1970년 시행된 쥐잡기 운동의 구호는 ‘쥐는 살찌고 사람은 야윈다. 쥐를 잡자’였으며, 그 이듬해에는 ‘남은 쥐 모두 잡자’로 바뀌었다. 이대로 가면 버스들도 ‘남은 원전 모두 없애자’로 바꿔 달지 모르겠다.
현 정부 출범 한 달 후인 2017년 6월, 부산 기장군에서는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있었다.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강조한 신임 대통령과 더불어 국민의 큰 기대 속에 출범한 정부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한 대통령이 그간 운영되던 발전소 하나를 폐쇄하는 모임에 참석하는 일은 사실 의외였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脫核)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고, 그 후 탈원전은 이 정부를 상징하는 정책이 되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에 발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이다. 가장 오래된 시설인 만큼 크고 작은 사고가 제일 많았던 것은 당연하다. 이를 정확히 40년 사용하고 폐기한 것이다. 이어서 약 7000억 원을 들여 대대적 보수를 마치고 2022년까지 운영할 계획이었던 월성 1호기 역시 2019년에 영구정지되었다. 이 과정에 대해 감사원은 장관을 포함한 고위 관료들의 경제성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바 있지만, 결국 흐지부지 끝낼 모양이다. 여하튼 정부는 앞으로 2034년까지 설계수명을 다하는 11기의 원전을 추가 폐쇄한다고 밝혔다.
원전과 같은 기계장치의 설계수명이란 무엇일까? 자동차는 5년 만에 폐차시켜야 할 때도 있지만 잘 관리하면 20년이 지나도 멀쩡하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설계수명이 30∼40년 이내라고 안전 가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점을 계속 해결하고 수리하며 사용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설계수명에 이르면 전체적인 점검과 그에 따른 대대적 보수가 필수적이다. 즉, 기계장치는 유효기간이 지나면 완전히 버려야 하는 식품류와 전혀 다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전체 100기에 가까운 원전 중 절반이 현재 40년 넘게 가동 중이며 그 대부분은 이미 60년 운영을 허가받았다. 그리고 최근 그중 6기에 대해 추가로 20년 연장을 허가했으니 원전 80년 가동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원전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했고,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 환자 발생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탈원전 정책의 기반이 된 상황 인식일 것이다. 여기서 1368명은 ‘도쿄신문’이 과학과는 거리가 먼 방법으로 자체 조사해서 당시 보도한 내용인데, 이는 일본 국내 및 국외 어느 곳에서도 이슈가 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항의도 받았다.
그리고 유엔 방사능 영향에 관한 과학위원회(UNSCEAR)는 지난 10년간 후쿠시마 지역을 모니터링했는데, 최근의 보고서에서 방사능에 의한 암 환자 증가는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이며 향후에도 그 가능성은 낮다고 확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상황이 진실이라면 이는 일본 정부와 유엔 위원회 등 모두가 세계를 속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일이 가능할까? 만약 정부의 초기 상황 인식이 잘못된 사실에 기초했다면 탈원전정책은 당연히 수정되어야 한다. 지난달 있었던 한미 두 나라 정상의 원전사업 협력 선언이 그런 정책 변화의 시작이길 기대한다.
위험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있기에 삶은 풍요롭다. 고속열차나 항공기도 위험하지만 우리는 안전을 최대한 모색하는 관련 기술을 신뢰하고 있다. 핵분열도 위험하다. 그러나 원전은 핵분열을 안전하게 다스리는 정치(精緻)한 기술이며 우리는 이를 이용해 국부를 쌓고 있다. 확실한 대체에너지 기술이 없는 현실에서 탈원전은 결국 국부를 흩뜨리는 일이다. 공든 탑이 무너진다더니 지금 딱 그 형국인 듯싶다. 원전은 지난 반세기 우리가 공들여 쌓은 자랑스러운 탑이다.
동아일보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06.21 실익 없는 탈원전 정책, 폐기 공식화해야
지난해 4월 미국 에너지부는 ‘미국 국가 안보 확보 전략’이란 부제가 붙은 ‘미국 원자력의 경쟁력 회복’ 보고서를 공개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은 세계 원전시장에서 경쟁력 회복을 추구하고, 이 문제를 국가 안보에 직결된 문제로 인식한다. 이 보고서에는 2030년까지 세계 원전시장 규모가 5000억~7400억 달러(566조~83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미국 상무부 전망이 적시돼 있다. 이러한 의도와 전망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과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중 이루어진 한·미 원전 동맹 합의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원전은 탄소 중립 실현에 필수
신한울 건설 재개해 생태계 살려야
원전 산업 기반이 붕괴한 미국은 자국 내 원전 건설뿐 아니라 해외 진출에서도 우리나라 원전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원전은 수출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수십조원 이상의 국부를 창출하고 고급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세계 최고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은 무지와 오인에 의해 시작되고 아집에 의해 추진되는 탈원전으로 인해 이미 상당히 몰락해 있다.
현 정권 초반 강력한 탈원전 기조 때문에 원자력 발전 비중은 2018년 23%로 대폭 저하됐다. 줄어든 발전량은 처음에는 석탄, 나중에는 LNG 발전 확대로 대체됐다. 이는 발전 비용 증가를 초래해 한전의 적자를 유발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의 대폭 증가를 가져왔다. 탈원전 부작용을 인식한 정부는 2019년부터 발전량을 늘려 지난해 원자력 발전 비중은 29%가 됐고, 올해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전의 재정 상태와 온실가스 감축은 상당히 호전됐다.
국제적 원자력 이용 증가 추세와 국내의 경제적·환경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불변을 강조하며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을 불허하고 있다. 탈원전은 국내 원자력 산업 생태계 몰락을 가속할 뿐 아니라 국민경제 부담을 가중한다. 탈원전 기조 아래서 LNG 발전 증가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한국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올 4월까지 LNG 발전 비중은 32%로 석탄·원자력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 경기 부진 여파로 LNG 도입 가격이 t당 393달러 수준으로 2019년의 505달러에 비해 22%나 하락했다. 올해 초부터 세계 경기가 회복되며 올해 1분기 LNG 도입가는 t당 461달러로 다시 올랐다. LNG 발전량 증가와 도입 단가 상승은 올 하반기 전기 요금 인상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연료비 연동 요금제가 이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은 전기 요금 인상을 원하지 않는다. 최근 ‘에너지정책합리화를추구하는교수협의회’ 주관 에너지정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6%는 10% 이하의 전기 요금 인상만 감당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 이상 인상을 감당할 용의가 있는 국민은 14%에 불과하다.
미국과의 원전 동맹에서 유효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원전 산업계가 견실히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필수적이다. 이는 향후 해외 원전 건설의 징검다리 역할뿐 아니라 한국산 원전 도입 희망국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전기 요금의 대폭 인상 없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자력 이용은 꼭 필요하다. 탈원전 후 10차례 계속된 원자력 여론조사에서도 탈원전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 비율이 3분의 2 이상이라는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최근 시작된 탈원전 철회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제 실익 없는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공식화해야 한다.
중앙일보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06월 21일 체코 가선 “한국 原電 안전” 국민에겐 “안전성 미해결”
체코 원전 수주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이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체코 원전은 60억 유로(7조8700억 원)를 투입해 2040년까지 원전 1∼2기를 짓는 것으로, 체코 정부는 여러 이유로 강력한 경쟁자였던 러시아를 배제했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체코 원전을 수주하면 원전 최강국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된다. 정부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 원전 수출에 합의했지만, 체코는 한국·미국·프랑스에 개별 입찰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 및 시공 능력 등을 볼 때 탈원전 정책만 아니면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체코를 방문,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와 카렐 하블리체크 산업부 장관을 만나 “한국이 건설한 UAE 원전은 계획된 예산과 공기를 준수한 대표적 성공 사례”라며 ‘총리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하면 본인이 직접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확인시켜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불과 열흘 전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는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나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기야 문 대통령 스스로 2018년 체코 대통령을 만나 “한국 원전은 40년간 사고 한 건도 없었다”고 자랑했다. 국민에게 또 세계를 상대로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 원전 산업 경쟁력을 죽임으로써 국익을 훼손하고, 대한민국 국격까지 떨어뜨리는 만악의 뿌리는 무모한 탈원전에 있다. 이런 매국적 행태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문화일보 사설
06월 22일 이젠 전기료 연동제 포기…끝없는 탈원전 ‘야바위 국정’
전기요금 부담 없이 ‘원전 제로와 탈핵 전환’을 이룬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 폐해가 더는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끝없이 감추거나 거짓 주장을 늘어놓는다. 부담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라는 점에서 정치적 타락도 심각하다. 3분기 전기료를 동결키로 한 정부와 한국전력의 21일 발표는 상징적이다. 문 정부는 올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전기료 상승 요인이 뚜렷함에도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인상을 유보키로 했다. “코로나 장기화와 물가 상승”을 중요한 이유로 제시했다. 연동제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궤변이다. 연동제는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고 한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물가 상승 억제 효과도 미미하고, 게다가 물가 대책은 한전 아닌 정부 몫이다.
문 정부는 전기 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한전의 발전원별 구입 단가를 보면 원전은 kwh당 59.7원에 불과한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보조금을 합한 단가가 무려 149.4원에 달했다. 이번 전기료 동결은 탈원전으로 전기 생산 단가와 전기료가 올랐음을 감추려는 속임수다. 오죽하면 연료비 연동제를 지지율 연동제라고 부르겠는가. 포퓰리즘과 책임 떠넘기기로 한전은 갈수록 부실화한다. 현 정부 출범 초기 108조 원이었던 부채 규모가 2024년에는 159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전소액주주행동은 “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직무유기와 배임 등 혐의로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부의 한전 희생양 만들기는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의 소송도 예상할 수 있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한 국가에서 부당한 대우, 급격한 정책 변화 등을 이유로 손해를 봤을 때 국제 소송을 제기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탈원전을 둘러싼 문 정부의 ‘야바위 국정’이 얼마나 더 해악을 끼칠지 걱정이다.
문화일보 사설
06월 24일 급기야 中·러 전기 수입 방안까지 나온 매국적 탈원전
세계가 탄소 제로 실현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재조명하는데도, 탈원전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풍력 발전을 대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설비 이용률 및 간헐성 한계, 입지 제한과 환경 파괴 문제 등으로 급증할 전기 수요를 맞추기 힘들다. 온갖 장밋빛 계산으로도 발전량 확보가 힘들자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는 방안까지 내놨다. 1.4GW급 원전 3기에 해당하는 전기를 북한 송전망을 이용해 들여오자는 것이다. 유럽 사례를 거론하지만, 북한을 경유해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적성 국가’여서 유럽과 근본적으로 다르며, 에너지 안보를 자진해서 포기하는 일이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3일 ‘정부 합동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방안을 제출받아 심의했다. 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발전량의 41.9%를 차지한 석탄발전은 완전히 퇴출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비율도 7.5%로 축소한다. 대신,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을 최대한 늘려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부 대책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2050년 발전량 가운데 61%(752TWh)를 태양광·풍력으로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탄소중립위원회 구성도, 원자력 등 에너지 전문가는 소외되고 시민단체 활동가나 환경 운동가 위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세계 최고의 원전 경쟁력을 허무는 것도 모자라 이젠 전기를 수입하자고 한다. 이런 게 바로 현대판 매국(賣國)이다.
문화일보 사설
06.25 태양광·풍력을 지금보다 30배 늘리겠다니 온전한 정신인가
▲축구장 220개가 들어가는 면적의 전남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단지.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로드맵대로면 2050년까지 솔라시도만한 태양광단지를 4800개 지어야 한다.
정부가 작성 중인 ’2050 탄소 중립' 로드맵 초안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태양광·풍력 설비를 2018년 기준 50배(2020년에 비해선 30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24기인 원전은 9기만 남겨 원자력 발전 비율을 현재의 29%에서 7%로 떨어뜨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모자라는 전력은 러시아·중국에서 수입해 들여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8년 7억2700만t이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99% 감축해 750만t까지 줄인다고 돼있다.
현 정부 출범 후 4년 동안 태양광 광풍이 불었다. 멀쩡한 숲을 베어낸 후 태양광 패널을 채워 넣는 바람에 곳곳에서 산사태가 빚어졌다. 저수지에도 볼썽사나운 태양광이 들어섰고 농지에까지 태양광을 집어넣고 있다. 국토가 망가진다는 아우성이 빗발치는데 앞으로 30년간 국토의 7.5%에 지금까지보다 수십 배 설비를 더 세우겠다는 것이다. 경사도와 주변 생태 등 조건 가리지 않고 땅이란 땅엔 다 태양광을 깔아 넣겠다는 것이다.
탄소 중립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전 지구적인 과제다. 효율적인 수단들을 총동원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국가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이나 호주처럼 광대한 사막이 있어 태양이 365일 내리쬐거나 강풍이 상시적으로 부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에서 작년 한 해 늘린 태양광 설비가 19GW였는데, 국토 면적이 미국의 100분의 1밖에 안되는 우리가 매년 16GW씩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것이 현실적인 구상인가. 실질 임기가 반년밖에 남지 않은 정부가 책상 위에서 대통령 아첨용 숫자 놀음으로 30년 에너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애초에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0월 구체 검토 없이 무모하게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 문제다. 정부의 기존 계획은 온실가스 배출량 75% 감축이 ‘가장 도전적인 안’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75%가 아니라 10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무엇을 안다고 이러는 것인가. 정부는 대통령 선언이 나온 다음에야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이럴 수도 있나. 그러더니 ‘태양광·풍력 설비 50배 증설’ 구상이 나온 것이다. 러시아·중국에서 전력을 들여오겠다는 것도 황당하다.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들에 우리 에너지 명줄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송전선로는 또 어떻게 북한을 통과시킨다는 것인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가장 효율적인 기술인 원자력을 배제하면서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것은 또 무슨 모순적인 계획인가. 몽상이랄 수밖에 없다. 이런 로드맵을 검토하게 될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달 말 발족했는데 민간 위원 77명 가운데 원자력계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우리가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갖고 있는 원자력은 포기하고 외국에서 설비와 중간 재료를 다 수입해 써야 하는 태양광·풍력만 갖고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정부 인사들도 이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대통령 눈치 보느라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이 ‘기후 악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안을 만들고 있다. 이 약속 역시 지키지 못할 게 뻔하고 나중엔 ‘기후 사기꾼’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6.26 탈원전 완료 1년 앞두고… 독일 감사원, 전력 부족사태 경고
독일 연방 감사원은 올 3월 48쪽짜리 ‘에너지 전환 특별 보고서’를 의회와 정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엔 탈(脫)원전과 탈석탄을 동시 추진해온 정부 정책이 ‘전력 공급 부족 우려’ ‘지나치게 높은 전기 요금’ ‘송전망 설치 부진’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일은 내년 연말까지 남은 6기의 원전 가동을 멈추고 탈원전을 완료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2038년까지 전부 폐쇄하기로 했다. 원전과 석탄이 공급해온 전기는 대부분 태양광·풍력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그런 독일에서 탈원전 완료 1년을 앞두고 “전력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이다.
▲독일 필립스부르크 원전/EPA연합뉴스
독일 감사원은 입법·사법·행정부에서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정부 입김을 받지 않는다. 그런 감사원이 보고서를 통해 탈원전, 탈석탄으로 인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무엇보다 “2022~2025년 전력 계획에 대형 석탄발전소 4기 용량에 맞먹는 4.5GW(기가와트) 전력이 모자랄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탈원전이 시작되는 내년부터 당장 전력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독일의 가정용 전력 가격이 이미 유럽 평균보다 43% 높다고 지적하면서 “전기요금이 중소기업과 가계의 재정 건전성을 압도할 위험이 있다” “높은 전기요금은 궁극적으로 독일의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은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모델로 삼은 나라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 모범국이라는 명성 이면에, 독일이 처한 고충을 독일 감사원이 지적한 것이다.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1990년대부터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태양광·풍력으로 원전과 석탄을 대신한다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나라가 독일이다.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모범국’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독일의 도전은 가시밭길이었다. 전기요금은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싸졌고,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 비율이 늘어나면서 전력 공급 부족이나 과부하 위험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다.
◇”높은 전기요금 독일 경쟁력 위협”
유로스타트 자료에 따르면 작년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30센트로 유럽연합(EU) 국가들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20년 전 요금(15.4센트)보다 95% 상승했다. 사업용 전기요금도 EU에서 가장 비싸다. 지난 5월 바이에른경제협회(VBW)는 독일의 도매 전력 가격이 2030년까지 추가로 50% 오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VBW는 “기업의 경우 수십만 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탈원전, 탈석탄을 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보조금, 송전망 건설 비용, 전력망 관리 비용 등을 모두 독일 국민들의 전기요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전기요금 고지서에 적힌 비용 가운데 25%만 전기료이고 나머지 75%는 대부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을 국민들에게 청구한 것이다.
▲대조적인 에너지 정책을 가동하는 독일과 프랑스 비교
◇독일 재생에너지 늘렸어도 전기 수입
독일 감사원이 지적한 공급 부족 위험은 발전량이 안정적인 석탄발전소나 원전이 줄고,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비율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DPA통신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주변국으로부터 전기 3만3000GWh를 수입했다. 전년도보다 36% 늘어난 것이다. 반면 독일이 외국으로 수출한 전기는 1만7400GWh로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전력 수입이 늘어난 이유는 ‘에너지 믹스’(전원 구성)에서 석탄화력과 원자력 비율이 동시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연방통계청은 분석했다. 바람이 불지 않거나 일조량이 감소할 때 수요를 채우기 위해 전기를 수입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이 전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원전에서 67%의 전기를 얻는 프랑스였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비율을 목표만큼 빨리 늘려나간다면 날씨에 따른 공급 부족 사태에 처할 위험이 크다. 정부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2050년까지 태양광·풍력 에너지를 총 발전량의 61%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전력이 부족해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많이 생산돼도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려 대정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독일은 북부 풍력발전 단지에서 과잉 생산된 전기를 인접한 체코와 폴란드로 사전 협의도 없이 흘려보내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나마 독일은 유사시 전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접국들이 있다. 한국은 전기 공급과 수요를 자체 조절해야 하는 사실상 ‘전력 외딴섬’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과 설비투자가 절실하다”고 했다.
◇송전망 부족, 건설 갈등에 대비해야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태양광·풍력발전 설비를 2018년의 53배, 작년의 30배 수준으로 급격히 늘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국에 산재하게 될 태양광·풍력발전소와 수요처를 연결하는 송전망 구축이다.
이는 독일에서 1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독일의 풍력발전소는 풍속이 강한 북해 연안에 주로 설치돼 있다. 북해에서 생산된 전기는 기업과 공장이 많은 서·남부 지역으로 끌어와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7700㎞의 송전선로 중 지난 12년 동안 20% 수준인 1600㎞만 지어졌다.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 때문이다.
산지나 바다에서 대량 생산된 전기를 도심과 산업단지로 끌어오는 것은 천문학적 비용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수반하는 과제이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방 안의 코끼리’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하루빨리 송전망 보강 계획을 세우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향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선정민 기자 김은경 기자
06.26 프랑스 “미래에도 원전이 핵심” 재생에너지와 양날개 전략으로
[탄소 제로30년 전쟁] [5] 유럽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노르웨이의 한 수력발전소. /하이드로 리뷰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수력발전을 하기 좋은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고 있다. 험준한 산이 많은 지형이고 수량(水量)이 풍부하다. 지난해 전체 전기의 91.8%를 수력발전소에서 만들어냈다. 유럽 최대 산유국이지만 굳이 화석연료를 땔 필요가 없다. 전 국민 530만명이 쓸 만한 전기를 수력발전만으로 무리 없이 생산하고 있다.
이웃 나라 스웨덴은 여건이 살짝 다르다. 북부 지방에 수력발전을 가동하기에 용이한 지형을 갖추고 있지만 노르웨이보다는 효율이 다소 부족하다. 인구도 1020만명이라 노르웨이의 2배에 가깝다. 스웨덴은 작년 기준으로 전체 전력의 44.5%를 수력으로 만드는 동시에 원전에서 30.1%를 생산하는 ‘수력+원전’ 조합을 가동했다.
▲그래픽=양인성·백형선
유럽 국가들은 각자 지리적 환경, 에너지원 수급 여건, 인구 및 전력 수요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각자 최적의 ‘에너지 믹스’에 도달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나라마다 여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 저마다 최적화된 에너지 조합을 선택해 효율은 높이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줄이기 위해 애쓴다.
같은 북유럽에 있지만 노르웨이·스웨덴과 달리 험준한 산이 없는 덴마크는 북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활용하기 편리한 나라다. 지난해 전체 전력의 56.3%를 풍력으로 만들어냈다. 국토가 좁은 덴마크는 오는 2033년까지 축구장 400개 넓이의 풍력발전용 인공섬을 건설하기로 했다. 대서양의 강한 바람을 활용하기 편리한 아일랜드도 전체 전력의 35.1%를 풍력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2033년 완공될 예정인 덴마크 인공 에너지 섬의 조감도/덴마크 에너지부 홈페이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남유럽은 태양광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아직 태양광의 전기 생산 효율이 높지 않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탈리아(9.6%), 그리스(9%) 스페인(7.8%)은 태양광으로 전체의 10분의1 가까운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태양광 발전 비중의 세계 평균이 2.7%에 그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큰 흐름으로 볼 때 유럽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점 높이는 추세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9년 원전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급격하게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원전 비중을 낮추려다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래서 원전 축소 속도를 늦추는 사례가 스웨덴·프랑스에서 나왔다. 이런 속도 조절 역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찾는 과정의 일환이다.
▲작년 12월 프랑스 원자로 제작사 프라마톰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AP 연합뉴스
스웨덴은 1980년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결정했다. 당시 2010년까지 원전을 완전히 없애자고 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전력 수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천천히 탈원전을 진행했다. 스웨덴은 1980년대 50%를 넘나들던 원전 비율을 지난해 30.1%로 줄이기까지 30년 넘게 걸렸다.
유럽 최대 원전 대국 프랑스는 지난해 원전 비율이 67.2%에 이른다. 프랑스도 원전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속도 조절을 하려는 기류는 뚜렷하다. 2012년 취임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시절 원전 비중을 50%로 줄이는 시점을 2025년으로 정했지만, 뒤를 이어 2017년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50%가 되는 시점을 2035년으로 10년 미뤘다.
유럽에서는 탈원전 국가들의 탄소 배출량이 더 높게 나오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원전을 가동하지 않을 경우 아직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효율이 높지 않아서 화석연료 사용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빠른 탈원전을 추진 중인 독일과 원전을 제1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프랑스는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독일은 전력 생산에서 화석 연료 사용 비율이 43.7%에 달해 9.4%뿐인 프랑스보다 훨씬 높았다. 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9년 연간 1인당 탄소 배출량이 독일 10.1t, 프랑스 6.8t이었다. 독일인이 프랑스인보다 탄소 배출이 48% 더 많았다는 얘기다.
독일 외에도 원전 비중이 낮은 나라들의 탄소 배출이 대체로 많다. 원전에서 만드는 전기가 전체의 3.2%에 그치는 네덜란드는 1인당 탄소 배출량이 11.1t으로 독일보다도 많다. 풍력 발전 비중이 높아 친환경을 달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덴마크와 아일랜드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덴마크와 아일랜드는 둘 다 원전을 전혀 가동하지 않고 있는데, 풍력만으로 에너지 수급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제법 사용한다. 1인당 탄소 배출량이 덴마크 8.1t, 아일랜드 12.8t으로서 원전 대국 프랑스(6.8t)보다 대기오염을 많이 시키고 있다.
조선일보 파리=손진석 특파원
06.29 탈원전, 거짓 해명·협박까지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전력을 수입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구상 중인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정부는 동북아 수퍼 그리드(전력망)를 구축해 “중국에서 2.4GW(기가와트), 러시아에서 3GW 등 5.4GW 규모의 그리드를 통해 2050년 전력 33.1TWh(테라와트시)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앞서 본지는 2018년 12월 11일 자 ‘탈원전에 급기야···중국·러시아서 전기 수입 추진’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전력이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을 막으려 2조9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웨이하이~인천 간 370㎞ 구간에 해저 케이블을 연결해 2.4GW 규모의 전력망을 설치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북한~경기 북부 간 1000㎞ 구간에 2조4000억원을 투자해 3GW 규모의 전력망을 연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명 자료를 내고 “탈원전·탈석탄 등 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에 동북아 수퍼 그리드를 추진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전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신청했다. 본지는 “보고서는 용역사가 작성한 초안에 불과하고, 동북아 수퍼 그리드 사업은 전 정부 때부터 추진해 왔던 사업으로, 탈원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알려왔다”는 반론을 실었다. 하지만 ‘초안에 불과하다’며 부인하던 계획을 정부는 여태껏 그대로 추진해왔던 것이다.
탈원전에 관한 정부의 거짓과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겁박은 이뿐이 아니다. 본지는 지난해 1월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가 고의로 축소·왜곡됐다는 사실을 잇따라 보도했다.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경제성 평가를 맡은 삼덕회계법인 3자 회의 뒤 경제성 평가 기준인 원전 이용률과 전력 판매 단가를 낮춰 경제성을 대폭 축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산업부는 “한수원과 회계법인에 경제성 평가 기준이나 전제를 바꾸라고 압력을 행사하거나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지속적인 허위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에 중재를 신청할 예정이며, 법적 대응 등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산업부는 언론중재위에 정정 보도를 신청했다. 이 기사엔 아직까지 “경제성이 조작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산업부의 반론이 꼬리표처럼 붙어 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정부 여당은 “가짜 뉴스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탈원전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 해명 자료를 내고, 언론중재위 제소와 법적 대응을 남발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야말로 청와대 눈치만 보는 ‘쇼’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반사회적 범죄다.◎
조선일보 안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