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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 2021-06/ 06월 01일(화) 넷플릭스의 코로나 효과 - 06월 30일(수) 중국發 인플레 파괴력

상림은내고향 2021. 7. 2. 11:58

오후여담 2021-06/ 문화일보

06월 01일(화) 넷플릭스의 코로나 효과

 

문희수 논설위원


 코로나 사태로 오히려 혜택이 컸던 업체를 꼽는다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인 넷플릭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게다. 거리 두기로 영화관이 사실상 문을 닫는 동안 넷플릭스는 집에서 다양한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대역을 톡톡히 해냈다. 스페인 조폐국 인질극을 섬세한 심리 묘사와 치밀한 시나리오로 다룬 ‘종이의 집’ 같은 작품은 넷플릭스를 타고 역주행을 해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렸다. 출연 배우들은 단숨에 글로벌 스타가 됐고, 시청자들의 열화 같은 요청으로 후속 시리즈까지 제작됐다.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이 준비되고 있는 정도다.


이렇게 인기가 파죽지세였던 넷플릭스가 최근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가 올 1분기 398만 명으로, 전년 동기(1580만 명)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예상치(620만 명)에도 한참 못 미쳤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추세다. 월간 순이용자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899만여 명으로 9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2월부터 3개월 연속 떨어져 지난 4월엔 808만여 명으로 줄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콘텐츠 제작이 지연돼 신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 데다, 주요국에서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일상이 정상화하면서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 그만큼 집에서 넷플릭스를 덜 보게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 효과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약발이 끝나간다는 지적이다. 물론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 업체들의 반격과 유튜브 부상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플러스도 곧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선 아마존이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사인 MGM 인수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시장 자체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또 다른 많은 변화가 닥칠 것을 예고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 지금 잘나간다고 앞으로도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 항상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해 새로운 경쟁이 벌어지는 법이다. 비즈니스만 아니다. 권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세상은 돌고 돈다.

 

06월 02일 대선 X파일과 코드 검찰

 

이현종 논설위원


1993년 미국 폭스에서 제작한 ‘엑스파일(The X-Files)’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FBI 특수요원인 주인공 멀더와 스컬리가 파일 넘버 ‘X’로 시작하는 외계인과 각종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것인데 주인공의 성대모사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현실 정치 세계에서도 ‘X파일’은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X파일’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대선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올 때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의 각종 비위 의혹을 다룬 문건이 돌아다닌다는 소리도 들렸다.


1987년 직선제 이후 대선전의 역사는 X파일이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1987년 대선 5개월 전 김대중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동교동 24시’라는 책이 파문을 일으켰다. 김 후보의 비서를 지낸 함윤식 씨가 김 후보의 사생활과 돈 문제를 공격했다. 1992년엔 손충무 씨가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사생활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1997년 대선 때도 손 씨가 김 후보가 공산주의자라는 내용의 ‘김대중 X파일’이라는 책자를 발행하려다 법원으로부터 판매·배포 금지처분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신한국당은 공식적으로 “김대중 총재가 365개의 가·차명 계좌를 통해 동화은행에 670억 원의 거액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며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었지만, 결국 검찰이 무혐의 처리 하면서 일단락됐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가장 심각했던 것은 ‘김대업 X파일’. 김 씨는 수만 건에 달하는 병적기록카드를 뒤져가며 이회창 후보 아들 정연 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 씨는 병역비리 민간수사관이라는 신분과 구체적인 정황 자료들을 뒷받침하면서 이 후보의 낙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 씨는 명예훼손과 무고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대선은 이미 끝난 뒤였다. 내년 대선에서도 각종 X파일의 등장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검증’이라고는 하지만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검찰 장악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06월 03일 6·25 유격대 ‘지각 예우’

 

이미숙 논설위원


 구월산유격대와 켈로(KLO)부대는 6·25전쟁 당시 국군과 유엔군이 인민군과 중공군에 맞서 정규전을 벌일 때 ‘군번 없는 군인’으로 참전해 싸운 대표적 비정규군 부대다. 황해도 명산인 구월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구월산유격대 외에도 동해안유격대, 고원청년유격대, 개마고원유격대 등 수많은 비정규군 부대가 북한 전역에서 결성돼 반공 투쟁을 벌였는데 그 가운데 구월산유격대 규모가 가장 컸고 전공(戰功)도 빛났다. 이 때문에 구월산유격대는 6·25전쟁 당시 반공유격대의 전설이자 대명사였다. 2500여 명의 전사가 활동했고, 1953년 해체될 때에도 800여 명의 부대원이 있었다고 한다.


켈로부대의 경우 미 극동군사령부가 북한 출신자들을 중심으로 조직해 운영한 북파 공작 첩보부대다. 미 8240부대와 연계해 전쟁 중 다양한 비밀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 공군 소속 첩보부대인 제6004항공정보부대 등도 많은 특수 작전을 벌였는데 켈로부대의 활동은 독보적이었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수만 명의 유격대원 덕분에 휴전협정 당시 백령도 등 서해 5도가 대한민국 영토로 귀속됐고, 서해 북방한계선(NLL)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획정됐다. 그러나 전후 구월산유격대나 켈로부대원들은 잊혔고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했다. 자발적으로 참전한 비정규군이거나 외국군 소속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비정규군 공로자 예우 문제는 지난 17대 국회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21대 국회에 들어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6·25전쟁 참전 비정규군 공로자 보상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4월 공포됐다. 이에 따라 6·25 참전 유격대원들도 정규군처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비정규군 공로자는 총 1만8994명, 추정 생존자는 4064명이다. 대부분 90대 안팎의 고령자들이다. 정부는 비정규군공로자심의위원회를 통해 유격대 공로자와 유족에게 공로금 1000만 원과 지원금 1억 원 등 총 1억10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군번도 없이, 이름도 없이 공산 전체주의에 맞서 싸운 유격대원들이 6·25전쟁 71년 만에 명예회복과 함께 국가적 보상을 받게 된 것은 늦었지만 잘된 일이다.

 

06월 04일 ‘성장 우선’ 여론 60%

 

이신우 논설고문 

 
경제 성장이 정체기로 접어들면 그 나라의 분배정책은 ‘제로섬’으로 수렴되는 법이다. 특정 집단의 경제 형편을 개선하려면 다른 집단의 상황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필수 조건이다. 그럼 한 나라의 경제는 누가 성장시킬까.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상식적인 정부라면 어느 나라든 제도 개선 등 기업 인프라를 개선하거나 물적·인적 지원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은 거꾸로였다. 지난 4년간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임으로써 분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이론가들이 득세했다. 이를 위해 최저 임금을 급속도로 높여왔고, 주 52시간 근무제도 강력히 시행했다. 관제 알바 일자리도 천문학적 숫자로 늘렸다. 저임 노동자와 저소득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늘리면 이것이 기업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는 논리였다. 결과는 어땠나. 문 정부 집권 4년간 최하위 10%, 즉 1분위의 가계소득은 같은 기간 2만3000원이나 줄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소득 보전 정책으로 가구당 이전소득이 24만4000원이나 늘었음에도 나타난 수치다. 친노조 정책 탓에 반기업 입법이 난무했다. 당연히 기업 활동이 위축됐다. 문화일보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30대 그룹(총 1419개 기업)의 지난 5년간 고용과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일자리는 2018년 수준 아래로 뒷걸음질했고, 순이익 증가율은 마이너스 6%를 기록했다.


이젠 일반 국민도 문 정부를 몸으로 깨닫는 듯하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5월 17∼19일 전국 유권자 1009명에게 “현시점에서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어본 조사에서 경제성장이 60%, 소득분배는 31%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분배(62.8%)가 경제성장(31.2%)의 두 배에 달했던 지난 2017년 엠브레인의 조사와 정반대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계층별 통계수치다. 성장우선론이 상위 계층(63%)은 물론, 중위 (59%), 하위 계층(61%)에서도 비슷한 비율을 차지했다. 2017년의 분배 우선 여론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2021년의 ‘경제성장 우선’ 여론은 내년 대선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06월 07일(월) 하모니시스트 박종성

 

김종호 논설고문


“하모니카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미래지향적 악기다. 전문 연주자가 많지 않다. 역사가 짧아서 발전되는 과정의 악기이고, 연주법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하모니카를 위한 연주곡이 너무 적어서, 주로 다른 악기를 위해 만들어진 곡을 편곡해 연주한다. 나는 멋진 하모니카 곡을 많이 만들어, 다른 악기들도 연주하게 하고, 하모니카의 음악적 위상과 영향력을 더 높이는 것이 목표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하모니카라는 작은 악기로 만드는 놀랍고도 환상적인 소리로 심금을 울리는 그의 음악 세계에 큰 갈채와 경의를 보낸다”며 자신의 공연 무대에 자주 연주자로 세우기도 하는 하모니시스트 박종성(35)이 한 말이다. 독일 호너 콘서버토리 교수를 지낸 세계적인 하모니카 연주자 와타니 야스오는 그를 ‘하모니카의 새 시대를 짊어질 큰 별’이라고도 극찬했다.


‘젊은 거장(巨匠)’ 호칭도 따르는 그는 국내 처음으로 대학에서 하모니카를 전공했다. 하지만 그가 2007년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하모니카 전공으로 입학한 당시엔 하모니카를 가르칠 교수가 없었다. 다른 악기 즉흥 연주법과 화성학 등의 강의를 들으며, 그는 하모니카에 접목했다. 그 후에 한양대 음대 대학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한 그의 이름에 붙는 수식어 ‘한국 최초’는 대학 전공 외에도, ‘하모니카올림픽’인 세계하모니카대회의 솔로 부문 2009년 1위 등 수두룩하다.


클래식, 재즈, 블루스, 록, 발라드, 탱고, 민요 등 전방위 장르를 연주하는 그는 직접 작곡도 한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러브 스토리’ 테마 음악 등 13곡을 담은 2019년 정규 앨범 제3집 ‘하모니시스트’도 ‘흔적’ ‘네모 액자’ ‘5월 바다’ 등 3곡이 자작곡이었다. 그의 하모니카 연주가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공연 ‘하모니시스트 박종성-오케스트라’가 오는 13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프라임필하모닉 협연으로 열린다. 김형준 작곡의 국내 최초 하모니카협주곡 ‘Harmonica Memorial’을 비롯해, 올해가 탄생 100주년인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명곡들을 편곡한 ‘Adios, Piazzolla’, 조지 거슈윈의 ‘Rhapsody in Blue’, 민요 ‘새야 새야’ 등이 새로운 감동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06월 08일 윤석열과 윤희숙의 포부

 

이도운 논설위원


 윤희숙 의원은 국민의힘 안팎의 야권 대선 주자들 모두가 함께 일하기 원하는 정치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재정과 복지를 연구한 정책 전문가.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인 부동산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난해 7월 30일 국회 5분 연설을 통해 확인된 메시지 전달력. 1970년생(生) 여성. 윤 의원은 중도·보수 세력 내에서 떠오르는 정치 스타로, 인지도뿐만 아니라 득표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권 후보 가운데 선두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서 윤 의원을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전략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5일 저녁을 먹으며 4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는데,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주로 정책을 토론했고, 마지막에 정치 얘기도 잠깐 했다. 윤 전 총장이 “함께 정치하자”고 말하자, 윤 의원은 “그러려면 입당부터 하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정확히는 “입당하면 생각해 보자”였다고 한다. 당시는 윤 전 총장 입당설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이었다.

 

윤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만난 뒤 느낌을 소수의 측근에게 전했다. 첫째, 윤 전 총장이 지도자로서 당과 나라를 이끌 만한 인물은 되는 것 같다. 둘째, 콘텐츠는 더 채워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윤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도울까. 답은 예스 또는 노. 두 사람은 협력할 수도 경쟁할 수도 있다.


지난달 3일, 김웅·윤희숙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도전하라고 응원하는 칼럼을 썼다. 당시만 해도 상당히 파격적 주장이었는데, 한 달 남짓 지난 현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진부한 글처럼 읽힌다. 당시 거론도 하지 않은 30대 0선 이준석 후보가 경선 판도를 흔들고 있기도 하지만, 윤 의원도 당 대표를 넘어선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윤 의원은 대선에 뛰어들어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여당의 대표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기본소득 등을 놓고 끊임없이 논쟁하는 것. 윤 의원이 생각을 바꿔 윤 전 총장을 도울 수도 있고, 먼저 경쟁하다가 협력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내년 서울시장을 비롯한 광역단체장 선거 구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윤 의원을 얻게 된다면 천군만마. 현실화할지 궁금하다.

 

06월 09일 중국의 인구 감소 걱정

 

문희수 논설위원


 중국이 최근 세 자녀 출산을 허용했다. 2016년 두 자녀 출산으로 전환한 지 5년 만이다. 인구 증가 둔화 속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책이다. 중국의 인구 위기는 수치로 확인된다. 총인구는 지난해 11월 기준 14억1177만 명으로, 2010년보다 5.38% 늘어난 데 그쳤다. 연평균 증가율 0.53%로, 2000∼2010년(0.57%)보다 줄었다. 특히 신생아는 2016년 1800만 명에서 2020년 1200만 명으로 급감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3.5%인 1억9063만 명으로 7000만 명 넘게 늘어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14%) 진입이 눈앞이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듯, 중국도 한국 전철을 밟아 노인국가로 가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른 인구·사회구조 변화는 중국에도 필연적이다.


중국은 현재 인구수가 세계 1위지만 1∼2년 뒤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유엔은 인도가 2024년쯤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 인구는 78억 명, 인도는 13억8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IHME)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가 흥미롭다. 2100년엔 1위 인도에 이어, 나이지리아가 중국(3위)을 제치고 2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인구 10위권엔 아프리카 국가가 5개로 늘 것이라고 한다. 특히 세계 인구가 2064년쯤 약 97억 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해 주목된다.


1798년 맬서스의 ‘인구론’이 불렀던 위기론을 떠올리게 된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 지구촌이 재앙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이에 기초해 로마클럽은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책에서 인구 폭발로 인한 식량 부족, 자원 고갈, 환경 오염 등으로 인류 종말론을 제기해 충격을 줬다. 그러나 인류 잠재력과 기술 발전을 간과한 오류였다. 세계적으로 식량은 넘치고, 원자력·수소 등 새로운 에너지원이 개발됐다. 지금 문제가 되는 일부 기아는 인구 폭발·식량 부족이 아니라, 경제난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1980년대까지 산아제한정책을 폈지만 1990년대부터는 출산장려로 바꾸었다. 그렇지만 맬서스식 공포론은 여전히 살아 있다. 특히 환경·건강·보건 등에서 그렇다. 과학적 사고의 결핍이 근거 없는 공포감을 키운다. 가짜뉴스도 여기서 나온다.

 

06월 10일 文정권의 ‘유공자 폄훼’

 

이미숙 논설위원


 미국 켄터키주 시댁을 방문한 한 지인이 시내 공공도서관 주차장에 참전용사 전용 주차구역이 생겼다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 ‘베테랑 파킹’이란 푯말에는 ‘국가에 헌신한 이들을 위한 구역(Reserved because you served)’이란 문구가 쓰여 있다. 이 지인은 “식당에서 참전 용사들을 만났을 때 존경의 표시로 식사비를 내거나 맥주나 음료수를 사드리는 미국인은 많이 봤지만, 참전용사를 위한 주차 구역은 처음 봤다”고 했다. 켄터키주는 인구가 많지 않아 대부분의 주차장은 여유가 많다. 그런데도 참전용사 전용 주차구역을 만든 것은 군인의 희생에 대한 특별한 감사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전몰 용사에 대한 예우는 더 각별하다. 2009년 10월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가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현장에서 거수경례로 맞았다. C-17 미군 수송기는 새벽 4시 무렵 착륙했는데 오바마는 이들을 맞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공군기지에서 기다렸다. 미셸 오바마는 퍼스트레이디 시절 전몰용사 유가족과 참전용사들의 취업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오바마가 퇴임 후 조지타운의 독 태그 베이커리에서 오찬 모임을 한 것도 군인 가족의 자립을 돕는 이곳을 후원하겠다는 메시지다.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조 바이든은 필라델피아 한국전 기념비를 방문해 “참전 용사의 희생을 존중하는 최고사령관이 되겠다”고 했다. 미국인의 애국심은 이런 문화 덕분에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지난해 6·25 70주년에 맞춰 하와이에서 귀환한 국군 유해 147구는 문재인 대통령 행사에 ‘출연’하기 위해 만 하루를 수송기에서 대기해야 했다. 고국 땅에 돌아왔지만 ‘영웅’ 대우는 고사하고 ‘1호 행사 소품’으로 전락한 것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후유증을 앓는 생존 장병들은 국가유공자 인정을 요구하며 시위 중이다. 그런데도 여당 부대변인을 지낸 인사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겨냥해 “자기 부하들을 수장시켰다”고 막말을 한다. 최 전 함장이 “망언자들에게 심리적 어뢰를 맞았다”고 할 지경이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애국심의 원천”이라고 했다. 마음에도 없는 예우 타령 말고 폄훼나 안 했으면 좋겠다.

 

06월 11일 진보·보수 정치 예비군 明暗

 

이도운 논설위원


 얼마 전 경기도에서 일하던 ‘어공(어쩌다 공무원·직업 공무원이 아닌 정무직 공무원)’ 몇 명이 사표를 내고 떠났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측근들이다. 이들은 도 밖의 캠프에서 이 지사의 대통령 선거 운동을 돕는다. 도에서 월급 받으며 선거 운동에 관여하다가 법적·정치적 구설에 오르는 대신 깨끗하게 손 털고 나간 것이다. 이제 소득이 없어졌지만, 불만도 없다. 이 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잃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 주자 선두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캠프 구성이 시작됐다. 윤 전 총장은 캠프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소규모 핵심 인원에, 공유 오피스를 사무실로 임차할 생각을 할 정도로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지만 돕고 싶다는 자원자들, 자천타천 추천자들이 구름같이 몰린다. 그러나 문제는 윤 전 총장이 정말 원하는 인물은 찾기 쉽지 않다는 것. 당장 급한 공보 담당부터 한 사람씩 채워나가고 있다.


진보 정치에는 예비군이 넘쳐난다. 대부분 학생 운동권 출신이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에서 민주화·통일 운동을 한 뒤 정치권에 진입한 이들은 대부분 취업이나 사업으로 직접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다. 진보 정당이 집권하면 여당과 정부, 친여 시민단체 등에 자리를 얻어 생계를 유지하거나,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선출직 출마를 업으로 삼았다. 4050 운동권 출신과 이들이 키운 후배들은 진보 진영 예비군이 돼 선거 때마다 힘을 모은다.


보수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인물 얻기가 어려워졌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상대적으로 ‘잘난 사람’이 많다. 굳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아도 잘 먹고 잘산다. 회사에 다니든, 사업을 하든, 밥벌이는 하기 때문에 생계를 버리고 특정 후보를 도우러 나가기 어렵다. 영입하려는 공직 선거 후보도 당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표 내고 도와달라”는 말은 하기 어렵다. 둘째, ‘비겁한’ 사람도 많다. 대부분 “나는 뒤에서 돕겠다”고 한다. 손에 흙은 안 묻히고, 과실만 따 먹겠다는 심보다.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 전 총장 캠프가 구성되면 보수 쪽 정치 예비군 구성에 변화가 왔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06월 14일(월) ‘데이터센터’ 지정학

 

이신우 논설고문

 
KT가 용산 데이터센터를 배경으로 한 ‘클라우드편’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영화 ‘미나리’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배우 윤여정 씨가 내레이션을 맡아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에 대해 대화하듯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 내용 중 귀에 들어오는 것이 ‘데이터 보관 장소’를 강조하는 대목이다. KT 광고는 여기서 우리 국민이 쏟아내는 데이터를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안전하게 지키고 있음을 반복해서 들려준다. KT 홍보실이 요즘 해외에서 들려오는 관련 뉴스를 의식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의식했다면 국제사회의 여론 방향을 정확히 포착해 낸 것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해외 언론에서는 최근 중국과 관련된 ‘스톡홀름증후군’이 회자되고 있다. 스톡홀름증후군은 1973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발생한 은행 강도의 인질극 사건에서 인질들이 범인에게 협력하거나, 되레 편을 드는 사태가 벌어진 것을 비유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매출에서 중국 의존도가 심한 글로벌 기업일수록 이런 신드롬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미국 애플사(社)가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에 소재한 데이터센터와 내몽골 데이터센터의 통제권을 중국 정부에 넘겨줬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중국 정부는 애플 소비자의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애플은 그동안 고객 정보 보호에 철저하다는 점을 자사 브랜드로 자랑해오던 기업이다. 지난 2019년에는 미 FBI로부터 테러범이 소지했던 아이폰 2대의 잠금장치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사적 정보 보호라는 명분으로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테슬라도 최근 데이터센터를 중국 내에 두기로 했다고 한다. 중국 측의 요구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물론 반대로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데이터센터를 철수시키는 기업도 있다. 일본 최대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네이버 계열사)은 중국 정부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자사 데이터를 오는 9월까지 모두 일본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윤여정은 광고에서 이렇게 말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 다 있구나. 그럼 은행 데이터도 여기 보관하니? 그래, 내 데이터는 내 나라에 둬야지. 클라우드 원더풀이다. 원더풀!”

 

06월 15일 이이언의 음악 화두

 

김종호 논설고문


‘그 자리에 앉아 낙서를 했지/ 종이 위에 순서 없이 흘린 말들이/ 네가 되는 것을 보았지’. 밴드 못(Mot)이 2004년 제1집 앨범 ‘비선형(非線形)’에 담은 노래 ‘카페인’의 첫 부분이다. 또 다른 수록곡 ‘날개’ 첫 부분은 ‘우린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처음 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슬펐지’ 한다. 못을 결성해 가요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이이언(eAeon·45)이 작사·작곡해 부른 노래들이다. 13곡이 담긴 그 앨범은 2008년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받았다.

 

연세대 전파공학과 94학번으로, 본명이 이용현인 그는 졸업하면서 진로를 바꿨다. 2008년 또 다른 밴드인 나이트 오프(Night Off)를 결성하기도 했고, 2012년 정규 솔로 제1집 ‘길트 프리(Guilt-Free)’는 “정교한 건축물처럼 소리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축조한 신비로운 음악”이라는 평판을 들었다. 그를 일컫는 표현은 다채롭다. ‘어둡고 우울한 정서를 격조 높게 대중성과 접목하는 독보적 뮤지션’ ‘몽환적이고 철학적인 음악 세계’ ‘방탄소년단(BTS) 리더 RM도 반한 천재 음악가’ ‘이 세상에 없는 음악을 만드는 탁월한 창의성’ 등이다.


그는 9년 만의 솔로 정규 앨범인 제2집 ‘프래질(Fragile)’을 지난 4월 30일 발표했다. 타이틀 곡 ‘그러지 마’는 ‘지금 여기를 만든 우리잖아/ 더 힘든 시간도 견딘 둘이잖아/ 이런 게 우리의 끝은 아니잖아/ 아직 우린 못다 한 일이 많아’ 하고 시작한다. 최근 해외에서도 크게 인기를 모아 아이튠즈 월드 차트 1위에 오른 노래로, 이런 대목도 있다. ‘파도는 원래 무슨 색일까요/ 부서질 땐 하얗잖아요/ 그간의 표류는 괜찮았나요/ 여기 조약돌로 남아주면 안 돼요/ 달을 켜줘요/ 작은 내 굴뚝을 떠나지 마세요/ 그대만 아는 그 이름 가져가지 마세요/ 마법은 필요 없어요/ 아무 들꽃은 싫어요/ 새삼스럽지 말아요/ 그냥 여기에’. 그는 “1집을 만들 때는 화두가 ‘죄책감’이었으나, 이번엔 ‘인간 영혼의 연약함’이었다. 상처받은 마음과 연약함을 계속 다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냥’ ‘많은 밤을 지나’ ‘우리 함께 길을 잃어요’ ‘언제까지나 우린’ 등 수록곡 11곡 모두 진솔한 음악 메시지로 가슴을 울린다

 

 

06월 16일 국민 속인 ‘대통령 사진’

 

이현종 논설위원


 정상 외교는 의전에서 시작해서 의전으로 끝난다고 할 정도로 형식에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된 각본에 따라 연출된다. 다자 정상회의의 경우엔 ‘의전(儀典·protocol)’이 더욱 철저하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의전 서열은, 국가수반(Head of State)이 최우선이고 행정 수반(Head of Government)이 다음, 국제기구 대표가 그다음이다. 대통령제 국가 경우엔 대통령이 국가수반이지만 내각제, 왕정국가, 이원집정부제, 입헌군주국가일 경우엔 복잡하다. 같은 지위일 때는 재임기간순, 국제기구 중에서는 유엔이 1번, 그 외에는 설립연도순이다.


입헌군주제인 일본 등의 경우에는 왕과 왕족에게 통상적인 의전 이상의 예를 갖추는 경우가 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했던 일왕의 사촌 동생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高円宮憲仁)가 그 예인데, 개막식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다카마도노미야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두 사람을 배웅했다. 이때 일본 정부는 다카마도노미야가 고이즈미 총리에 앞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왕족인 다카마도노미야가 평민인 고이즈미와 동승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런 외교 상식이 문재인 정부에선 뒤죽박죽됐다. 2018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때 문 대통령은 기념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혼자 머물다가 촬영을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듣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지만 지연되면서 때를 놓쳤다. 2019년 3월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때는 현지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말을 건네 논란이 됐다.


지난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회의 때와 단체 사진 찍을 때 주최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옆에 배치된 것을 두고 정부가 ‘대한민국 위상을 높였다’고 자화자찬한 것은 난센스를 넘어 사기극이다. 국제관례에 따라 배치했을 뿐인데 이를 ‘방역 모범국’ ‘감격스럽다’ 운운하며 홍보하고 있어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초강대국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맨 끝에 선 것은 국가 위상 추락인데 과연 진실일까.

 

06월 17일 ‘트래블 버블’ 과속

 

문희수 논설위원


 해외여행은 어느새 대다수 국민의 일상사가 됐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이용자는 연인원 9039만 명이나 된다. 전 국민의 2배 수준이다. 여기엔 저비용 항공사(LCC)가 크게 기여했다. 항공요금이 기존 대형 항공사(FSC)보다 70% 이상 싸진 덕분이다. 일본·중국·대만 등은 안 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하늘길을 막으며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지난해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승객은 1424만 명으로 전년보다 84.2%나 줄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 버금간다. 국내선 승객(2516만 명, 23.7% 감소)보다 적었다. 올 들어 국내선 승객은 급증세다. 제주·부산행 항공편은 만원일 때도 많다. 지난 3월 제주공항과 국내 12개 공항을 오간 항공편 수는 코로나 전인 2019년 3월보다 1.2% 많았다. 1년을 넘은 사회적 거리두기 피로감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이다.


정부가 7월부터 제한적인 해외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여행 안전 권역)’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정부가 허가한 여행사의 단체여행에 한해, 여행할 상대국과 협의를 거쳐 입국 때 격리를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괌·사이판·싱가포르·대만·태국 등이 거론된다. 저비용 항공사와 대형 항공사들은 사이판·괌 등의 정기 운항 재개와 항공권 예약 판매 등으로 바쁘다. 여행사들은 1년 내에 여행 일자를 지정하면 되는 상품 판매가 벌써 호조다. 다들 기대에 차 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벌어지는 변화다. 여러모로 다행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트래블 버블’은 미래형이다. 스페인과 협정을 추진한다고 할 뿐, 한국 여행자들을 격리나 동선 등의 제한 없이 받아들이는 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개인의 자유여행은 어림도 없다. 더구나 해외여행객의 대부분인 20∼50대 접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정부 계획대로 가도 1차 접종은 오는 9월까지다. 2차 접종 완료는 올 11월이다. 거리두기는 계속 연장되고 있다. 이러면서 언제 가능할지 아득한 해외여행 꿈을 꾸라고 서둘러 발표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헛된 기대를 키우는 게 보상책이 될 수는 없다. 이제 한고비 넘었을 뿐이다.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백신 접종 지연을 만회해볼 요량으로 오버하지 마시길.

 

06월 18일 靑의 ‘오스트리아 모욕’

 

이미숙 논설위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피해 조국 오스트리아를 떠나는 게오르그 폰 트랩 가족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잘츠부르크 인근 논베르크 수도원의 견습 수녀 마리아가 상처(喪妻)한 폰 트랩의 일곱 자녀 가정교사로 들어가 가족의 일원이 된 후 알프스 산맥을 넘어 스위스로 탈출하는 과정을 그렸다. 1959년 뮤지컬로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진 데 이어 1965년 영화화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마리아 역을 맡은 줄리 앤드루스가 오스트리아의 빼어난 풍광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안녕히 계세요(So long farewell)’ 등 아름다운 노래가 오래 기억되는 명작이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아돌프 히틀러 총통에 의해 독일에 병합된 상태였다. 퇴역 해군 대령인 폰 트랩이 가족과 함께 망명을 결심한 이유도 나치의 군 복귀 명령 때문이다. 독립국이던 오스트리아는 1938년 히틀러 군에 점령되며 독일로 편입됐고, 1945년까지 나치 치하에서 살았다. 2차 대전이 끝나며 이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소련 4개국 분할 점령시대를 거쳐 1955년 독립했다.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같은 게르만 민족인 데다 독일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오스트리아인들은 “독일인이냐”는 질문을 불쾌하게 여긴다고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담긴 점령-피점령 역사의 반영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스트리아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찾았을 때, 청와대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방문 사진과 함께 독일 국기를 태극기와 나란히 올렸다. 오스트리아 국기는 적·백·적, 독일 국기는 흑·적·황 3색으로 이뤄져 헷갈리지 않는다. 청와대가 어떻게 전혀 다른 이미지의 독일 국기를 올렸는지 알 수 없다. 오스트리아는 코로나 위기 후 처음 이뤄진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국이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독일 국기를 올린 것은 오스트리아에 대한 모욕이자 역사의 상처를 헤집는 행위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문 대통령의 방문 자료에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넣었다면 어땠겠는가. 청와대는 “야근자의 실수”라며 발뺌했다. 능라도 사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제거’ 등을 보면 실수가 아니라 초등학생보다 못한 ‘실력’ 때문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06월 21일(월) 당명 흑역사

 

이현종 논설위원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정당 이름이 많이 바뀐 나라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2000년 이후에만 9차례 당명이 바뀌었다. 주로 민주, 통합, 새천년, 새정치 등의 단어가 들어갔다. 지금 국민의힘 계열 정당도 마찬가지다. 공화, 자유, 보수, 미래, 통합, 한국 등의 단어가 많이 들어갔는데 고갈될 때에는 앞에다 ‘신(新)’이나 ‘새’ 자를 붙여 새롭게 보이려고 하지만 금방 달라지기도 한다. 심지어 친박연대처럼 전임 대통령 성까지 들어간 정당도 있었다.


지난해 9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미래통합당이 황교안 대표 시절 바꾼 정당인 데다 4·15 총선 패배의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의미에서 변경했다. 문법상으로는 ‘국민의 힘’이라고 해야 하는데 정당 이름이다 보니 ‘국민의힘’으로 붙여 쓰고 여당에서는 일부러 ‘국민의힘당’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국민의짐’ ‘국당’이라고 비하하는 투로 부르기도 한다. 아직 1년이 안 된 이 당명도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측에서 당명 변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 중앙선거관리위에 등록된 정당만도 30개가 넘고 웬만한 이름은 이미 썼기 때문에 당명 결정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금 당 지지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당명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안 대표로선 국민의힘에 흡수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에 강경한 입장이다. 쉬운 것은 두 당 이름으로 합쳐 ‘국민의힘당’이라고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좀 우스꽝스럽다.


영국이나 미국의 보수당, 노동당, 민주당, 공화당 등은 역사가 100∼200년이나 되는데 우리나라 정당들이 당명을 쉽게 바꾸는 것은 그만큼 정체성이 없다는 뜻이다. 당명에 정치적 이념과 지향성이 내포돼야 하지만 지금의 국민의힘도 무엇을 지향하는지 불분명하다. 새로운 사람만 들어오면 당명을 쉽게 바꾸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103명 의석 정당과 3석 의석 정당이 합치면서 3석 정당이 이름을 바꿔달라는 것은 난센스다. 보수와 중도이념을 지향한다면 당당하게 ‘보수중도당’이라고 하는 게 솔직하다. 우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국민 앞에 설명해 보길 바란다.

 

06월 22일 40대 ‘패싱’

 

이신우 논설고문


‘이준석, 586카르텔에 비수를 꽂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30대 중반의 이준석 씨가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되자 어느 중앙 일간지 기자가 자신의 칼럼에 단 제목이었다. 그는 ‘현재 한국의 기득권은 누가 뭐래도 586세대다. 단지 정치뿐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공고한 지위를 점유해왔다’고 설명하면서 이준석이 586에 철퇴를 내렸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준석 신드롬이 비수를 꽂은 것은 586만이 아니다. 오랜 세월, 586 권력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왔던 바로 밑 세대인 40대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철승 서강대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불평등의…’는 386세대(586세대)가 어떻게 국가·시민사회·시장을 가로지르는 ‘권력 자원’을 구축하면서 세대 간 불평등을 야기했는지를 각종 통계치를 들이대며 증명해 준다. 수많은 예가 있지만 그 가운데 국회의원 구성만 살펴보기로 하자. 586은 1990년대 이후 각종 선거판에 명함을 내밀기 시작하고 2000년대부터 대거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을 통해 정치권에 진입한다. 마침내 2016년 총선에서 50대와 60대의 당선자 구성비는 83%에 이른다. 산업화 세대의 전성기 시절이던 1996년의 73%를 10%포인트나 추월한다. 그때 30대 당선자는 단 2명이고 40대는 역대 최하위인 17%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까지도 별로 변하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한 세대의 과다 대표가 정치권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상층 노동시장을 비롯,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노동자 상층부의 정규직 독점과 장기화의 트레이드 오프로 나타난 20∼30대 특히 20대의 일자리 실종은 가장 두드러진 예다. 세대 간 공정에 대한 항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마침내 20대가 침묵하지 않고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준석 신드롬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행동으로 옮겼다. 그로 인해 사회 권력은 여전히 민주당 지지층으로 남은 40대를 훌쩍 뛰어 20∼30대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어쩌다 보니 40대 ‘패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06월 23일 성시경 발라드

 

김종호 논설고문


‘이윽고 내가 한눈에 너를 알아봤을 때/ 모든 건 분명 달라지고 있었어/ 내 세상은 널 알기 전과 후로 나뉘어/ 니가 숨 쉬면 따스한 바람이 불어와/ 니가 웃으면 눈 부신 햇살이 비춰/ 거기 있어 줘 그게 너라서/ 가끔 내 어깨에 가만히 기대 주어서/나는 있잖아 정말 빈틈없이 행복해/ 너를 따라서 시간은 흐르고 멈춰’. 발라드 가수 성시경(42)이 영혼의 친구로 여기는 심현보가 쓴 가사를 작곡해 부른 노래로,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OST ‘너의 모든 순간’ 시작 부분이다. 끝은 이렇다. ‘너의 모든 순간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차올라 나는 온통 너로/ 니 모든 순간이 나였으면’. 그는 김형석 작곡에 양재선 작사인 타이틀 곡 ‘내게 오는 길’ 등을 담아 2001년 앨범 ‘처음처럼’으로 데뷔했다. 김형석은 그를 두고 “나는 운이 좋은 작곡가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더 살려주는 가수를 만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가 가슴 저리게 부른 명곡은 많다. ‘거리에서’는 ‘니가 없는 거리에는 내가 할 일이 없어서/ 마냥 걷다 걷다 보면 추억을 가끔 마주치지/ 떠오르는 너의 모습/ 내 살아나는 그리움 한 번에’ 하고 시작한다. 그의 또 다른 명곡으로, 2005년 앨범 ‘다시 꿈꾸고 싶다’에 수록한 ‘두 사람’은 ‘지친 하루가 가고/ 달빛 아래 두 사람 하나의 그림자/ 눈 감으면 잡힐 듯/ 아련한 행복 아직 저기 있는데/ 상처 입은 마음은 너의 꿈마저 그늘을 드리워도/ 기억해줘 아프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하고 시작한다. 마지막엔 ‘모진 바람 또다시 불어와도/ 우리 두 사람 저 거친 세월을 지나가리’ 한다.


성시경이 2011년 앨범 ‘처음’ 이후 10년 만에 제8집 ‘ㅅ(시옷)’을 지난 5월 21일 내면서 “가수를 그만둘 때까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랑 노래 안에서도 표현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많다. 토니 베넷처럼”이라고 했다. 베넷은 ‘특정 시대 아닌 모든 시대의 예술가’로 불리는 미국의 재즈 가수로, 배우·화가이기도 하다. 한국의 베넷을 꿈꾸는 성시경의 8집 노래 ‘방랑자’ ‘이음새’ ‘마음을 담아’ ‘널 잊는 기적은 없었다’ ‘나의 밤 나의 너’ ‘영원히’ 등을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으면, 누구나 지치고 고단한 삶에 큰 위안을 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06월 24일 지는 親文 뜨는 親李

 

이도운 논설위원


1992년 3월 24일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자유당이 참패했다.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었던 당이 과반에서 한 석 모자라는 149석을 얻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다음 날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총선 패배를 사과하는 대신 “노태우 정부 때문에 졌다”고 책임을 돌렸다. 선거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흑색선전 논란을 지목한 것이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12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기습적으로 선언하고 “이제부터 여당은 친 YS와 반 YS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정·민주·공화계 3대 계파로 이뤄진 당의 세력 구도를 졸지에 바꿔버린 것이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친(親)·반(反)·비(非) 등이 정치인의 정체성을 구분하는 용어로 정착됐다. 대부분 경우에 ‘친’을 접두사로 가진 정치 세력이 주인공이나 승자가 됐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친·반·비 세력 간의 다툼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밖의 지지자들까지 규합하면서 강력한 친노 세력을 만들었다. 팬덤 정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친·반 간의 갈등이 심해진 것도 이 시기부터다.


2007년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특이하게 두 개의 ‘친’ 계파가 다툰다. 친이명박 대 친박근혜. 결국 이명박이 경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집권당의 세력은 친이 대 반이가 아니라, 친이 대 친박 구도가 계속됐고, 결국 박근혜도 대통령이 됐다. 박 대통령 집권 시절에 친박 가운데서도 누가 더 총애를 받는지를 따지는 진박 타령을 벌이다 정권을 내줬을 뿐만 아니라 탄핵 사태까지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당은 친문 일색이었다. 반문은커녕 비문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친문 핵심과는 거리가 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당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로 떠오르더니 어느새 대세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급기야 이번 주 들어 신문·방송이 대선후보 경선 연기 논란을 보도하면서 ‘이재명 대 비이재명’ ‘이재명 대 반이재명’으로 당내 세력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친문·친노 후보인 이낙연·정세균·이광재는 지난 22일 이재명에 맞서 공동 정책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어느덧, 여권 중심인물이 문재인이 아니라 이재명이 돼가는 것 같다.

 

06월 25일 聖人 되는 6·25 ‘성탄 기적’

 

이미숙 논설위원


 흥남철수 작전은 6·25전쟁 때 중공군이 북한군을 지원하기 위해 개입하자 국군과 유엔군이 1950년 12월 15일부터 열흘간 흥남항을 통해 철수한 대규모 작전이다. 국군 1군단 및 미군 10군단 10만 명, 피란민 10만 명이 1950년 성탄절을 앞두고 성공적으로 철수를 완료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철수라는 점에선 패배지만, 반격을 위한 전술적 후퇴를 성공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는다. 미 학자들은 2차 대전기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의 연합군 철수에 비유해 ‘한국판 덩케르크’라고도 한다.

 

흥남철수 작전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2월 23일 마지막으로 흥남항을 떠난 메러디스 빅토리아호 덕분이다. 정원이 60명인 7600t급 상선에 1만4000명의 피란민이 탑승했는데 성탄절 날 거제도 장승포항에 도착했다. 목숨을 건 항해 중 5명의 아기가 태어나 총 하선 인원은 1만4005명이 됐다.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 (2015)’은 흥남항의 혼란상으로 시작된다. 앞다퉈 승선하다 주인공 덕수가 여동생을 잃고 아버지와도 헤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빅토리아호 일등항해사였던 제임스 로버트 러니 미 해군 예비역 소장은 “피란민들은 질서 정연했다”면서 “영화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국인들이 보여준 침착성과 연대 정신은 덩케르크 철수 때보다 뛰어났다는 것이다.


빅토리아호의 기적은 레너드 라루 선장 덕분에 가능했다. 당시 36세이던 라루 선장은 배에 실린 물자와 무기를 버리고 인명을 구했다. 휴전 후 그는 수사가 됐고, 뉴저지주 베네딕토회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살다 2001년 별세했다. 최근 미국에선 그를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19년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된 데 이어 지난 17일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시성 절차 안건이 통과되며 복자 추대 절차가 시작됐다. 라루 선장은 “그해 성탄절 날 황량하고 차가운 한국의 바다 위에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의 용기가 1만4000명에게 자유를 선사했고 그 후손은 100여만 명으로 불어났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중 한 사람이라고 2017년 방미 때 고백했다. 내년 6·25 땐 가톨릭 성인이 된 라루 선장을 보고 싶다.

 

06월 28일(월) 중국의 어류 남획

 

문희수 논설위원


 중국 요리는 세계가 인정한다. 특히 마파두부가 대표하는 쓰촨, 오리구이가 특징인 베이징, 딤섬이 유명한 광둥, 해산물 요리가 많은 상하이의 요리는 ‘4대 요리’로 불린다. 조리법도 굽고 튀기고 볶고 삶고 끓이는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생선회나 한국의 육회 같은 음식은 거의 없다.


이런 중국에서 해산물 소비가 크게 늘었다. 1인당 소비량이 1990년 11.5㎏에서 2020년 35.9㎏으로 30년 새 3배로 급증했다.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생선회 소비가 증가한 것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2010년 안팎부터는 고급 어종인 참치 수요도 급증세다. 이를 반영, 중국 연안의 참치 어획량은 2012년 17만여t에서 2019년 42만여t으로 늘었다.

 

문제는 중국의 남획이다. 중국이 함대급 쌍끌이 원양어선으로 참치 등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남태평양의 미국령 사모아, 대서양에 면한 서아프리카 가나 등은 어획량 급감과 어족 자원 고갈 위기를 겪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자국 연안의 어류 자원이 부족해지자, 보조금까지 주며 원양어업을 장려해 태평양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만 2012년 이후 5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2020년 전 세계에서 벌어진 참치종 남획이 전년보다 34%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해안 어민들은 매년 꽃게 철마다 중국 쌍끌이 어선들이 남획하는 바람에 비상이 걸린다. 수년 전부터는 중국 어선들이 동해안 북한 해역까지 들어가 오징어를 싹쓸이해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난으로 동해안 조업권까지 중국에 더 내준 모양이다. 러시아에선 지금도 명태가 풍어인데 동해안에선 오래전에 멸종 위기에 처한 것도 수온 상승이 아니라 이런 남획의 결과로 보인다.


한때 항간에는 중국이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으면 국내에서 광어·우럭 등의 회를 못 먹게 될지 모르니, 미리 많이 먹어 두라는 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회자됐었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이 1만219달러(2019년 기준)에 이른 지금 한낱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중국의 어류 소비 뒤를 받치는 남획이 심각한데도 정부 차원의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서 광어·우럭 등 대량 양식을 늘린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06월 29일 ‘민정’의 파탄

 

이현종 논설위원


‘민정(民情)’은 민심 동향을 파악한다는 좋은 의미인데,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권력 비리를 덮고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는 ‘권정(權情) 수석실’이 돼 버렸다. 민정수석실이 검찰·경찰·국가정보원·감사원 등 권력기구들을 관장하다 보니 역대 정권에서도 이런저런 사고들이 있었지만 문 정권에서는 역대 최악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대통령이 별 탈 없이 청와대를 나가려면 민정수석실부터 혁파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민정수석을 두 번이나 한 문 대통령은 누구보다 민정수석실의 폐해를 잘 알고 있을 텐데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민정수석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초대 조국 전 수석은 재임 때도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등 온갖 문제가 있지만,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하면서 정권의 발목을 단단히 잡아버렸다. 후임인 김조원 전 수석은 강남에 소유한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를 처분하는 문제로 노영민 비서실장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집을 팔지 않고 퇴임했다. ‘직(職) 대신 집을 선택했다’는 오명을 떠안았다. 그다음 김종호 수석이 단명하고 이어 임명된 신현수 수석은 두 달 만에 검찰 인사를 놓고 박범계 법무장관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사퇴했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근무하고 있는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김학의 불법 출금, 울산시장 선거 공작 등 각종 사건에 모두 연루돼 수사를 받았지만 굳건하게 버틴다. 김학의 수사팀이 4차례나 대검에 기소를 건의했음에도 버티다가 결국 수사팀이 이번 검찰 인사로 해체·좌천돼 버렸다. 이 정도면 최고 실세나 문고리 권력이다. 더 황당한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공직 기강을 다잡기 위해 임명된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이 91억 원의 재산을 신고하면서 53억 원의 은행 대출과 신고 누락으로 경질됐다. 재산 내용만 봐도 금방 문제가 드러날 일인데 인사수석실이 간과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투기는 아니다. 곧 매각할 것”이라는 황당한 대응을 하다 결국 여당의 압박에 밀렸다. “부동산 실패로 죽비를 맞았다”는 문 대통령 사과가 얼마나 헛말이었는지 증명된 셈이다. 권력의 몰락은 대개 권력의 핵심에서 시작된다.

 

06월 30일(수) 중국發 인플레 파괴력

 

이신우 논설고문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는 전에 없는 경험을 했다. 미국의 경우 경제는 매년 4% 이상의 고성장을 이루면서 실업률이 완전고용 상태를 의미하는 4%에 머물렀다. 경제가 장기간 활황을 이어갔음에도 물가는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종래의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실업률과 인플레는 역의 상관관계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실업률과 인플레 둘 다 같은 방향을 가리킨 것이다. 경기 활황에도 인플레가 발행하지 않자 경제학자들은 당혹했다. 자연히 이를 설명하기 위한 여러 학설이 등장했다. 그중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 주류를 이뤘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종전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며 ‘신경제(New Economy)’를 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정보기술도, 통화정책도 아닌 중국 산업의 글로벌 경제 참여 확대가 초래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국은 전 세계를 향해 값싼 공업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풍부한 노동력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수출이 급증하면서 각국에서는 ‘가격 파괴’ 신드롬까지 일으켰을 정도다. 버티지 못한 고임금 국가의 기업들이 일제히 중국으로 공장을 옮긴 배경이다. 미국이나 선진 각국 경제가 아무리 활황세를 보인다 한들 중국발(發) 디플레가 글로벌 물가를 눌러버린 셈이다. 그럼 거꾸로 요즘 들어 세계 곳곳에서 거론되는 인플레 조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선진국 정부나 중앙은행들은 코로나 팬데믹 후의 경기회복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중국 인구구조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차원이 달라진다. 중국이 발표한 ‘2020년 국세조사’에 따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피크 때이던 2013년의 9억6776만 명에서 3800만 명 감소했다. 노동인구가 줄면 임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2%대 글로벌 인플레율을 지탱해왔던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파워를 잃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중국의 수출액은 세계 전체의 10%에 이른다. 앞으로의 물가 상승 압력은 수출 점유율이 이보다 낮았던 때에 보여줬던 디플레 힘을 훨씬 능가할 수도 있다. 본격적인 인플레 시대를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