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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2021-05/ 05.01 “너나 잘하세요” 한은 총재가 이런 소리 듣는 세상 - 05.31 집값 폭등·탈원전 변질… 그들은 알았고 국민만 몰랐다

상림은내고향 2021. 6. 1. 12:25

바른소리 2021-05/

05.01 “너나 잘하세요” 한은 총재가 이런 소리 듣는 세상

反지성주의 팽배한 文정부
전문가 무시를 넘어 훈계하고 윽박지르고 조롱하는 지경이 됐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9월 열린 ‘신정부 소득 주도 성장 및 증세 정책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학자들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 소득이 늘고 분배가 개선돼 성장이 이뤄진다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허구라고 경고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가격에 대한 직접적 개입은 시장의 효율적 분배에 왜곡을 초래하므로 되도록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는 정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대일 서울대 교수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증 결과와 전혀 맞지 않고 거꾸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불평등 개선 효과가 없고 오히려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게 대부분의 연구 결과”라고 했다.

 

비슷한 지적을 하는 전문가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이 정부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을 강행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고스란히 현실이 됐다.

 

이 정권이 지난 4년 내내 전문가를 무시했다는 사실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륜이 필요한 자리에 운동권과 캠프 출신 낙하산 인사를 앉히고, 설령 학자 출신이더라도 코드에 맞춰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사람만 골라 썼다. 원자력 관련 기관에 환경 단체 출신을 꽂아 넣거나, “백신 수급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기모란 교수를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한 것은 일례에 불과하다.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TV에 나와 “전문가들이 국민을 속인 게 한두 번이냐. 전문가 말 들으면 망한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다. 이런 정서가 집권 세력 사이에 폭넓게 공유돼 있었다.

 

하지만 이 정권의 전문가 무시 또는 반(反)지성주의가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었다고 느낀 건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고 난 이후다. 임대차 3법 통과 후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전세가 소멸돼 피해가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가격은 주택 가격, 임대 주택의 수요·공급, 물가상승률에 의해 결정된다”며 전세 가격 폭등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이고, 김 의원은 로스쿨 출신이다.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 적 없는 김 의원이 경제학 박사인 윤 의원에게 수요·공급을 설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 이후로 비슷한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통계청장 출신 야당 의원이 만든 자료를 두고 “제가 대학원에서 통계학을 우스운 학점으로 이수했지만 이건 지구상에 없는 통계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현재의 코로나 백신은 ‘백신 추정 주사’일 뿐이며, 국민을 ‘코로나 마루타’로 삼자는 것”이라는 황당한 소리를 부끄러움 없이 했다.

 

미국인 25%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으로 알고, 세 명 중 한 명은 천사의 존재를 진지하게 믿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정권에 상관없이 최고의 전문가를 중용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골적인 반지성주의자였지만,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쓴소리를 하면 꼼짝도 못했다.

 

우리나라에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 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하자 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는 건가. ‘너나 잘하세요’라는 대사가 떠오른다”고 조롱했다. 이런 나라가 제대로 굴러간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조선일보 최규민 기자

 

05월 03일 文정부 4년 개혁 역주행이 만든 ‘부채 덩어리’ 공기업

문재인 정부 출범 전해인 2016년, 우리나라 공기업 36곳 전체의 당기 순이익은 9조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집권 첫해인 2017년에는 4조200억 원, 2018년 2조 원, 2019년 1조2000억 원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결국 6000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고 공공기관 경영정보 사이트 알리오가 2일 공시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컸고 에너지 공기업들이 국제유가 하락의 악영향을 받았다고 강조한다. 그래도 문 정부 4년간의 지속적인 하락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부실·방만 경영과 모럴 해저드 악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 등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 비상경영 체제가 동원돼야 했음에도 정반대였다. 경영 효율은 고사하고 정·사·노(政使勞) 합작 ‘도둑질’로 비칠 정도다. 공기업 임직원들 숫자는 4년간 2만 명이나 늘어났다. 연봉도 오르기만 했다. 지난해 평균 연봉은 8156만 원이며, 이 가운데 10곳은 9000만 원이 넘는다. 1949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마사회는 지난해 회장 연봉이 전년 대비 44% 인상됐다. 경영 악화 속에 낙하산 인사는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기관장과 감사 모두 정치권 인사들의 쉼터쯤으로 취급받고 있다. 경영평가 항목에서는 비정규직 제로, 사회적 기여도 등이 높은 점수를 받고 경영실적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탈원전이나 한전공대 등 정부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모두 공기업으로 떠넘겨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하면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는 금융·비금융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공기업 부채는 작년에 397조9000억 원으로 일반정부 부채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문 정부 4년간의 개혁 역주행이 만들어낸 ‘부채 덩어리’가 대한민국 공기업인 셈이다. 그러나 어느 한 곳도 책임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공기업 개혁을 외면한 채 잔치만 벌인 후유증은 결국 국민 몫이다.

문화일보 사설

 

05-03 대한민국 70년 번영 엔진 걷어차는 5년짜리 정권

백신, 외국 도움 절실한 나라로 전락
美주도 세계, 안보·경제·백신 한 묶음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에 눈감은 文
이제 安美經中 줄타기 외교는 없다

 

꼰대라고 해도 할 수 없다. C레이션을 아십니까? ‘라테(우리 어릴 때)’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C레이션이나 PX식품을 맛보는 날은 입이 호강하는 날이었다. 밀가루 범벅이 아닌 진짜 소시지, 처음 맛보는 땅콩버터, 노란 가루 탄 물이 아닌 진짜 오렌지 주스…. C레이션이란 게 고작 미군의 전투식량이었지만, 이런 걸 먹어볼 수 있는 사람도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땐 그랬다. 좋은 건 다 미제(美製)였던 시절.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의 원조와 협력 없이는 국가를 경영해 나갈 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이었다. 불현듯 이렇게 꿀꿀한 기억이 소환된 건 이스라엘에서 남는 코로나19 ‘아재(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000만 회분을 들여오자는 야당의 제안을 접한 뒤였다. 우리가 어쩌다 다시 외국의 잉여물자를 구하는 처지가 됐나.


야당만 그런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의힘 제안에 앞서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의 도입 가능성을 점검해보라고 지시했다. 얼마나 다급하면 2등(AZ)도 아닌 3등 백신 도입을 검토했을까. ‘백신 확보는 충분하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꼴찌 수준의 국민 접종률, 툭하면 중단되는 접종의 차질, 무엇보다 명확히 밝히지 않는 도입과 접종 일정 탓에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근 수십 년간 이렇게 외국의 도움을 절실하게 바란 적이 있었을까.

 

그래도 국민들이 꾸준히 참아내는 건 공포 때문이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격리 공포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과 회사에 폐를 끼칠 거란 공포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사생활까지 탈탈 털릴 거란 공포는 보너스다. 하지만 참는 데도 한도가 있다. 백신 기근은 언젠가는 해소되겠지만, 이런 개고생을 시켜놓고 그때 가서 또 야당과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다는 둥 남 탓을 하지는 말길 바란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이치를 보니, 백신 문제를 백신만으로 풀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백신 종주국 미국의 우선 공급순위는 캐나다 멕시코 같은 인접국 다음에 대중(對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회원국이다. 명색이 동맹인 한국은 우선 공급 대상이 아니다.


벌써 미국은 미중 패권 경쟁의 전선을 기술패권 전쟁으로 확대했다. 백악관이 직접 글로벌 반도체 패권 장악을 위한 전략회의를 주재해 우방을 ‘반도체 동맹’으로 묶으려 한다. 이런 동맹 네트워크 안에 확실히 편입된 나라부터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거다. 안보와 경제, 백신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묶음이 된 셈이다.


따라서 이제 한국 정부 일각에서 내세웠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없다. 안보와 경제를 분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난감한 일이나, 일극(一極) 슈퍼파워 미국이 그렇게 세계의 판을 짠 이상 따르지 않을 방도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 미중(美中) 사이 줄타기 외교나 ‘전략적 모호성’은 물 건너갔다.


애석하게도 이렇게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모르는 분이 우리의 국가 지도자다. 아니, 알면서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니 “(국제사회가) 국경 봉쇄와 백신 수출 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을 우회 비판하는 발언까지 한다. 백신이 없으면 받아올 생각을 해야지, 때린다고 백신이 나오나. 운동권 대학생이면 몰라도 나라의 리더가 입에 올릴 말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또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서는 “판문점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고 했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판문점선언, 그것도 핵·미사일 무력 증강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가장 크게 망가뜨린 사람이 김정은인 터에 누구도 훼손할 수 없다니…. 대통령의 정신세계가 놀랍다. 누구든 희망에 집착하면 현실을 못 본다.

 

문재인 정권 4년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대한민국 70년 번영 엔진을 걷어차는 일의 연속. 그 엔진이 무언지는 자명하다. 바로 한미동맹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다. 고작 5년짜리 정권이 이를 걷어차는 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역사에 대한 반역에 가깝다.


그런 반역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귀결될지도 분명하다. 북한에 대한 굴종, 중국에 대한 신(新)조공국가화, 중남미 3류국가로의 추락이다. 문 정권 4년,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는 이미 충분히 목도했다. 내년 3월 ‘두 번 경험해선 안 될 나라’가 우리 앞에 펼쳐지는 건 막아야 한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05.04 세상은 선의<善意>만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백신 보릿고개가 닥치고야 말았다. 정부는 수급 계획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바닥을 드러낸 비축량이다. 아직 집단면역까지는 갈 길이 먼데 우리 국민은 백신 하루살이 신세가 됐다는 의미 아닌가. 이제 와서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검토 중이라 하고,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여분 백신을 받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중국 백신 도입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지 말란 법이 없다. 이게 우리만 겪는 일이 아니라면 기꺼이 참고 견디겠다. 하지만 백신 확보 레이스에서 앞서간 나라들이 빠른 속도로 일상으로 복귀 중인 것을 지켜보자니 속이 터지고 화살이 저절로 정부를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현실을 내탓이 아닌 남탓으로 돌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각자도생과 백신 개발국의 자국 우선주의, 강대국들의 백신 사재기를 싸잡아 비판했다. 감염병은 국제연대와의 협력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신념은 이론의 여지 없이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골든타임 놓친 백신확보 경쟁
각자도생의 국제사회 현실에서
공허한 이상론은 통하지 않아

 미국이 여분 백신 6000만 회분을 외국에 내놓겠다고 했고, 그중 2000만 회분을 인도에 주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안하지만 순수한 인도주의의 발로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미국이 먼저 (즉, 아메리카 퍼스트) 살고, 여력이 되니 다음 순서로 국제사회를 돕겠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국 우선주의’라고 몰아세우는 것도 득책이 아니다. 고래로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고 했고,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세상사의 철리다. 그러니 이런 판에 인류애와 국제연대를 얘기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는 공허한 얘기가 되기 십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G20 화상회의 때도 “백신의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세계보건기구의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코백스에도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신념이 백신 도입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닌지 의심을 떨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소리소문 없이 움직일 때 우리만 공평하게 나눠 갖자며 코백스 동참 운운하는 사이에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선의(善意)만 믿고 있다가 정부가 응당 했어야 할 일을 놓친 게 아니냔 말이다.   

 
    따지고 보면 백신만 그런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내 정책에도 선의에 기대는 정책들이 적지 않다. 한때 대대적으로 띄우다 지금은 시들해진 ‘착한 임대료’ 정책도 그렇고, 민심 이반의 최대 원인인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정부가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고 하소연한들 자고 나면 아파트 값이 뛰는 판에서 누군들 도태되려고 하겠는가. 협력 상생의 명분을 내건 이익공유제 역시 치밀한 설계와 촘촘한 보완장치 없이 선의에만 호소하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장은 이렇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양조업자, 빵집 주인들의 착한 마음씨 덕분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비판과 달리 애덤 스미스는 각자도생이야말로 일용할 양식을 갖다 주는 원천이라고 본 것이다. 그 ‘각자’의 대열에서 이탈하면 개인도, 나라도 설 땅이 없다. 정책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서야 한다. 세상은 선인(善人)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고, 한 개인 안에도 선과 악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높은 이상을 제시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1년 하고 일주일 보탠 정도의 시간만이 남았다. “정치는 이상을 그린 그림이 아니고 현실의 가시덤불을 헤쳐나가는 노력”이란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작가 이병주가 30여 년 전 단편 작품에 쓴 말이다. 

중앙일보 예영준 논설위원

 

05월 04일 오만과 착각이 앞당기는 ‘文의 몰락’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문재인 대통령 집권 4년의 초라한 성적표가 나왔다. 문 정부 출범 4주년(5월 10일)을 앞두고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4월 27∼29일)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29%)가 취임 후 처음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0% 아래로 떨어졌다. 주목할 것은 현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40대에서조차 부정(52%)이 긍정(43%)보다 훨씬 높았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33%)가 대통령 지지도보다 앞섰다.


현 정부 8개 핵심 정책 평가 대상 중 긍정 평가가 외교·교육·고용노동·대북·경제 분야는 20%대, 공직자 인사는 14%, 부동산은 9%에 불과했다.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4월 16∼19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61%)는 응답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30%)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았다. 문 정부 집권 4년의 무능, 위선, 부패, 코로나19 백신 기근 등이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런 조사 결과들은 ‘문재인 엑소더스’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같은 시기 이전 대통령들의 지지율과 비교해보면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 그간의 견해였지만, 착각이다. 비록 수치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 정부 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4년을 맞는 시점에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리고,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무너지는 과정을 닮아가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노 전 대통령의 집권 4년 차 4분기 지지도는 12%에 불과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2월 28일 “역량 부족으로 한국 정치구조와 풍토의 벽을 넘지 못했다”면서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말이 좋아 탈당이지 사실상 대선을 앞두고 조기 레임덕을 겪으며 당에서 등 떠밀려 나간 것이다. 한편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2006년 10월 25일에 치러진 9곳 재·보궐 선거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채 패배하면서 당내 주류였던 친노 세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대권 경쟁에서도 친노 진영의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가 출마했지만 비노 정동영 후보에게 완패했다.


현재 민주당 대선 경쟁은 비문 이재명 경기지사가 초강세인 가운데 친문 후보들은 고전하고 있다. 최근 이 지사가 러시아 백신과 부동산 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다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07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참여정부와 완전히 다른 정부를 운영할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치고받았던 정동영 후보를 연상하게 한다.


향후 문 대통령 지지율이 더 추락하면 집권당은 현재 권력(친문)과 미래 권력(비문)의 충돌, 친문 후보와 비문 후보 간 양보 없는 대선 전쟁, 계파색이 옅은 신임 당 대표와 강성 친문 최고위원들 간의 갈등, 친문 강경파와 친문 온건파의 세력 다툼 등 대란에 휩싸일 개연성이 크다. ‘대통령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정책 기조 변화 없이 보궐선거 참패로 확인한 성난 민심을 거스르는 ‘정권 방패용 검찰총장’ 임명에 집착하고, ‘어게인 김정은 쇼’에 기대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려는 오만과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 해탈은 찰나에서 나오는 법이다. 문 대통령의 반성과 성찰이 더 깊어져야 할 때다.

문화일보

 

05.06 국민 비판에 고소로 맞선 청와대 행태, 부적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논란이 컸던 모욕죄 고소를 취하했다. 시민단체 대표인 김정식씨는 2019년 7월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을 뿌렸다. 문 대통령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모욕죄(친고죄)로 김씨를 고소했고, 경찰은 김씨를 최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대통령의 고소 여부조차 확인해 주지 않던 청와대가 결국 그제 고소 취하를 알렸다.   

여론 안 좋자 취하하면서도 “성찰하라”
“법대로 하자”는 권력행태 국민에겐 공포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 사안은 일본 극우 주간지를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처벌 의사 철회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의 브리핑이 여기서 끝났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앞으로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정부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악의적인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번엔 고소를 접지만 김씨는 잘못을 뉘우쳐야 하고, 향후 비슷한 일이 생길 경우 또 고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씨는 “북한은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라고 하는데도 가만히 있으면서 왜 국민에게만 이러냐”고 억울해 했다. 그의 행동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씨의 비난은 일반인이 아닌 대통령 등 권력자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리 거칠고 저열하게 느껴지더라도 권력자들은 참아내야 한다.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문 대통령이 계속 해온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교회 지도자들과 만나선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진보 진영의 여러 인사들도 모욕죄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해 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3년 논문에서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는 모욕을 당할 사실상 ‘의무’를 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러니 “이 정권은 모욕죄도 내로남불인가”란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애당초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대통령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스스로가 변호사이자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시민을 고소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의당도, 참여연대도 고소 취하를 요구한 것 아닌가. 김씨는 지난해 경찰이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다고 했을 때 큰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법대로 하자’는 권력자의 행태가 국민에게는 공포와 겁박으로 다가간다는 현실을 권력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05.06 국민과 마주해야 할 시간

이정민 논설실장

 

문재인 정권은 사과에 인색하다. 집권 4년이 되도록 국민은 대통령의 사과다운 사과를 받아보지 못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고 한 취임 때의 약속도 허언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임기 1년 남겨둔 문재인 정권
사과다운 사과는 한번도 없어
백신 실패 인정, 대국민 사과로
민심 추스를 모멘텀 만들어야

“송구스럽다”는 말은 여러 번 했다. 그게 사과를 뜻하는 것이었다면, 형식상 사과를 하긴 한거다. 올해 들어서만도 한국주택토지공사(LH) 사태와 부동산 가격 폭등,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1월 신년사를 통해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선 “투기 차단에 역점을 뒀지만,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문 대통령은 집값 폭등의 원인을 불어난 유동성과 1인 가구 증가 탓으로 돌렸다.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부정했다. 5억 원대 하던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불과 4년여 만에 9억 원대로 급등했다. 집없는 ‘벼락거지’가 양산됐다. 이말 저말 갖다 붙여도 정부의 무능이 빚은 정책의 실패라는 건 자명하다. 그러면 정책을 바꾸겠다고 해야지 “세대수가 61만이나 늘었기” 때문이라고 퉁치고 지날 일이 아니다. 바른 처방이 빠진채 허공을 맴도는 메아리가 국민에 감동을 줄 리 없다.
 
매사 이런 식이다. 추-윤 갈등에 대해선 “검찰개혁의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 국민에게 정말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총장보다 검찰 선배인 법무부 장관, 또 검찰 선배인 민정수석을 통해서 아무런 갈등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시대가 더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보다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는 데 방점이 있다. 조국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갈등을 주고, 분열시킨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면서도 “조국 전 장관이 겪은 고초만으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지난해 신년 기자회견)고 했던 때와 판박이다. 무결점·무오류라는 정신 승리법에 집단 최면에 걸린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이런 인식이 드러날 때마다 국민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4월27~29일)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9%였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30%마저 무너졌다. 둑에 구멍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구멍이 커지면 대통령 의지대로 국정을 끌고가기 어렵게된다. 당청 지지율 역전 현상(민주당 33%)이 고착되면, 차기를 노리는 주자들의 조급증을 부를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치자 ‘정권의 황태자’로 불리던 정동영 후보로부터 “독선과 오만에 기초한 권력을 가진 자가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변종”이란 막말을 들어야 했다.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은 쫓겨나다시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주군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두 번 다시 반복되지 말아야 할 한국 정치의 불행이자 비극이다.
 
강성 친노 돌격대들이 있었지만 떠나는 민심을 붙들지 못했듯, 친문 강경파들이 대통령을 구원하지 못할 것이다. 측근과 참모들이 올리는 틀에 박힌 보고서에서 눈을 돌려 민심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다. 갤럽조사에서 드러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부동산(28%)과 코로나(17%)대처의 실책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부정평가가 81%에 달했는데, 특히 18~29세에선 4%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KPI(핵심성과지표)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서 낙제점을 받은 거다.
 
오르기보다 어렵다는 하산길, 하지만 실책을 만회할 길이 아주 막힌 건 아니다. 우선 백신 정책의 실패부터 깨끗이 사과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다. 미국과 유럽 국가에선 마스크를 벗고 콘서트와 여행이 재개되고 있지만, 우리는 ‘백신 가뭄’으로 접종 연기와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거리두기와 5인이상 사적 모임 금지등 국민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방역 정책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그런데도 ‘백신 도입과 접종계획 원활히 진행’ ‘백신 확보의 불안정성 해소’와 같은 발언이 잇따른다. 희망적 사고로 정신 무장을 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부화만 돋을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이쯤에서 방향을 틀어 물줄기를 바꿔야 한다. 우선, 백신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들 앞에 진솔한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다. K방역 성과에 취해 한때 판단이 흐려져 백신 수급의 장애를 초래했다는 점을 진솔하게 인정해야 올바른 대안이 나온다. 그렇지 않고 무오류라는 착각과 신화에 빠져 잘못은 덮고 성과를 부풀리는 희망고문 방식으론 달아난 민심을 추스르기 어렵다.
 
며칠 뒤면 취임 4주년 기념일(10일)이다. ‘부동산 만큼은 자신있다’ 거나 ‘일상회복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진솔한 마음으로 국민과 마주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4년전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은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시민이 돼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통령’을 소망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앙일보 이정민 논설실장

 

05.06 번역기 돌려야 하는 친문들의 언어

친문 향한 싸늘한 시선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는 지난 4년에 대한 재평가였다. 능력도 안 되면서 함부로 한 약속(“부동산은 자신 있다”“소득주도 성장은 전반적으로 성공하고 있다”)이나, 해서는 안 될 일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선거법 일방 강행)에 대한 차가운 심판이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선거 참패는 묻히고 있다. 임기 1년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거침없는 질주 중이다.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늦추는 대신 기존 정책 방향을 고수하면서 오히려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다.     

정책 전환은커녕 가속 페달만 밟아
명분·원칙보다 지지층 눈치 살펴
주요 현안에 사회 흐름과 정반대
친문, 자폐로 치달을까 걱정스러워

친문재인 진영은 선거 패배를 “개혁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딴청을 피운다. 선거 민심도 “정책 전환이 아니라 보완 요구가 핵심”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 연장 선상에서 코로나 백신·검찰 인사·부동산·삼성 이재용 부회장 사면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해 우리 사회의 흐름과 정반대로 역주행 중이다. 명분도 잃고 원칙도 사라지고 있다. 강성 친문의 문자 폭탄에 대해서도 “권장돼야 할 사안”이라며 맞받아친다. 어느새 자기 진영의 눈치만 살피는 분위기다. 말 뒤집기도 서슴지 않는다. 이제 그들의 언어는 정치적 번역기를 돌려야 겨우 해석될 지경이다


검찰의 탈정치화와 이중잣대

/이철호의 퍼스펙티브 그래픽=신용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탈(脫)정치화는 적어도 제가 20여 년 가까이 본 문 대통령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김오수 전 차관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하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굉장히 높다”고 했다. 김 후보자와 이성윤 중앙지검장 등이 탈정치 검사의 표상이란 유체이탈 화법이다. 친문 진영은 정권 말기와 퇴임 이후를 대비한 방탄 인사라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같은 호남 출신이어서 지역 안배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도 꿈쩍 않고 있다.
 
오죽하면 진보 매체조차 “김오수·이성윤은 피할 수 없는 ‘정치 검사’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럽다”고 걱정할 정도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등 곳곳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중잣대는 흔들릴 조짐이 없다. 자신들 말을 잘 들으면 탈정치 검사, 안 들으면 정치검사라는 게 친문의 언어다. 일부 친여 매체들마저 “윤석열 전 총장을 ‘정치하는 검사’라고 비난하면서 왜 ‘정치검사’ 김오수·이성윤을 고집하나”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백신은 안전하고 광우병만 위험한가

 그제 의사 출신의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은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해 “소화제를 먹어도 부작용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동차 사고보다 훨씬 확률이 낮다”며 “집단면역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백신 불안으로 끌고 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언론 태도”라고 비난했다. 물론 맞는 말일 수 있다. 실제 부작용 확률도 그의 말대로 1000만분의 1 정도다. 하지만 이 또한 진영논리일 뿐, 백신 부작용을 실제 목도하고 있는 국민에게 할 말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파동 때로 거슬러 가보자. 당시 학계에서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10억분의 1로 추산했다. 로또복권 당첨 확률(814만분의 1)의 1% 정도다. 골프에서 홀인원 하고 돌아오다 벼락을 맞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은 “만약 그 당사자가 당신이나 당신 가족이라도 그런 말 하겠느냐”며 핏대를 세웠다. 지금 돌아보면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광우병의 10억 분의 1은 위험하고, 코로나 백신의 1000만 분의 1은 괜찮다는 논리가 과연 국민에게 먹혀들까.   

     
“백신 원활하다”는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의 백신 발언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 백신 도입과 접종은 당초 계획 이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백신별 도입 물량을 1차, 2차 접종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주변의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지 못해 발을 구르는 현실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백신 절벽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헛발질의 연속이다. “백신 업체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매달리고 있다”(11월·박능후 복지부 장관)→“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12월 9일· 문 대통령)→“모더나 CEO와 내년 2분기 2000만명분 백신 합의했다”(12월 29일·문 대통령) 등은 모두 가짜뉴스였다. 그럼에도 미국·이스라엘·영국 등 백신 선진국과 비교되며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자 무리수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야당과 일부 언론이 가짜 뉴스로 방역을 정쟁화하고 있다”며 뒤집어씌웠다. 문 대통령도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라”며 거꾸로 가고 있다.
 
이에 대해 굳이 보수 야당의 반박까지 거론할 필요가 없다. 지난 한 달간 여영국 정의당 대표의 발언으로 충분하다. “정부가 K 방역 성과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느라 백신 구매에 안이했다. 백신이 민생인데 11월 집단 면역은 불가능해졌다.” “(백신 절벽은) 정부가 4월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채우기 위해 (1차 접종 인원을 무리하게 늘이다가) ‘아랫돌 빼내 윗돌 괸’ 탓에 자초한 것이다.” 차라리 문 대통령이 “이달 중순부터 AZ 백신 723만회 분이 들어오니 보름 정도의 백신 보릿고개를 양해해 달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게 옳지 않았을까.


말 바꾼 삼성 이재용 사면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충수염 수술을 받은 뒤 구치소로 돌아갔다. 삼성병원 측은 원기 보충을 위해 마지막 식사로 고기를 내놓았으나 이 부회장은 “냄새가 너무 역하다”며 그냥 물렸다고 한다. 맹장이 터진 뒤 한 달 가까이 죽과 미음을 먹다 보니 쇠고기 냄새조차 맡기 어려워진 것이다. 몸무게도 7~8kg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제단체들과 종교계가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 건의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당초 정부는 “특별 사면은 국민적 공감대가 없으면 쉽지 않다”(정세균 전 총리, 4월 21일)는 입장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국민적 공감대가 있으면 사면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그 후 알앤서치와 윈지 코리아,데이터 리서치 등의 여론조사가 꼬리를 물었다. 모든 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는 반대가 많았지만 이 부회장 사면은 70%가 찬성으로 나타났다.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다.
 
갑자기 친문과 진보 진영의 말이 바뀌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사면이 정권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둔갑해 버렸다. 참여연대·민변·민주노총 등은 “이 부회장 사면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정치적 사안이 아닐뿐더러 우리 경제와 삼성그룹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예 사면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 부회장 사면은 (국정농단의)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연결돼 있다. 사면 문제를 경제 영역으로만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이때부터 사면 반대의 공격이 거칠어졌다. 민주당 부대변인은 “삼성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은 하루”라고 했다.

 

친문, 조국·김어준 등 자기편 지키기

보수 정권 시절에 친문들은 정부 광고를 특정 매체에 몰아준다고 비난했다. 그런 친문 출신의 김의겸 의원이 “정부 기금으로 뉴스 포털을 만들자”며 “이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에 정부 광고를 우선 집행하자”는 언론 개혁안을 내놓았다. 정부 광고를 이용해 대놓고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 딸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산대가 꿈쩍 않는 데는 숨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부산대 관계자에 따르면 차정인 총장은 부산·경남의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부산대 로스쿨 교수 시절 노무현 재단 경남지역 대표까지 지냈다. 얼마 전 부산대는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조민씨의 입학취소 여부를 판단할 공정관리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사법부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부산대가 먼저 입시 비리에 대한 판단을 내릴지는 의문이다.
 
친문들은 요즘 조국·김어준 등 자기편을 지키느라 결사옹위에 들어갔다. 그들의 언어는 번역기를 돌려야 겨우 알아들을 지경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도 모든 사안을 정치적 프리즘을 통해 해석하기 시작했다. 최근 민간 구조사가 한강변 실종 의대생의 시신과 핸드폰을 잇달아 건져 올리자 “경찰은 무얼 하고 있나”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한 네티즌 반응은 “지금 경찰은 대통령 관심사인 대북 전단 찾느라 너무 바쁘다”는 게 대세였다.
 
이뿐 아니다. 검찰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기소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전 장관이 “기소권 남용”이라 비판하고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선 출마가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정치적인 의도가 의심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우리 사회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얼마나 단련됐는지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지금 SNS에는 “설사 유 이사장이 내년 옥중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흘러넘친다. 자폐 조짐의 친문을 향한 싸늘한 시선이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05.06 더 우물쭈물하다간 40년 전 망한 일본 반도체 꼴 난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면서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투자 재촉 이후 미국, 대만 반도체 기업과 일본 정부가 발빠르게 호응해 미국, 일본, 대만 중심의 '반도체 동맹'이 구축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인텔,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19곳을 초대해 “우리 경쟁력은 당신들이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압박한 이후, 동맹국 정부와 기업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인텔은 오래전 접은 반도체 제조·생산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 대만 TSMC는 새로 짓는 미국 반도체 공장을 1개에서 6개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일본 스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반도체, 5G, 인공지능 분야에서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또 대만 TSMC는 일본에 반도체 설계 연구소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고 미국 중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일본과 대만이 적극 호응해 반도체 삼각 동맹이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부나 기업 차원의 대응이 전혀 안 보인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미국에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해놓고 결정을 못하고 미적대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도 의견 수렴을 한다면서 업계 간담회를 열고 특위를 만들고는 계속 뜸만 들이고 있다. 반도체 대중 수출 비중이 40%에 이르고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중국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올라타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 미국은 반도체 개발·설계 분야의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1980년대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자 미국 정부는 반덤핑 조사, 지식재산권 침해 제소 등으로 압박해 일본을 주저앉혔다.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는 이 틈새를 파고들어 반도체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한국 반도체가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해치진 않는다고 보고 한국 D램 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 70%를 용인해왔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한미 동맹 기반 위에 서 있는 셈이다. 한국 반도체의 미래도 미국 중심 반도체 동맹에 올라타야 새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한국이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세워 미국 IT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범용 메모리반도체는 중국 내 공장에서 현지 생산, 현지 판매하는 투 트랙 전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전략 구상은 기업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 간 대화·협상이 중요하다. 5월 미국을 방문할 문재인 대통령은 치밀하게 조율된 반도체 대응 전략을 갖고 바이든 대통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간 40년 전 일본 반도체의 전철을 밟게 된다.

조선일보 사설

 

05.06 모욕죄 고소당한 청년 “성찰해야 할 사람은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린 30대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일이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얼마든지 대통령을 욕해도 된다’ 해놓고 뒤로는 국민을 고소한 이중성과 위선을 반성하기는커녕 도리어 국민에게 성찰을 요구한 것이다. 비난 여론에 물러나면서도 마치 아량을 베푸는 시늉을 한다. 대변인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경우 대응에 대해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얼마든 고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을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자 모욕죄로 고소 당했던 김모씨는 “복잡한 근대사를 진영의 이익을 위해 멋대로 재단하며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찰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문 대통령’이라고 반격한 것이다.

 

김씨는 2019년 7월 국회에서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표현과 ‘여권 인사 등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 수백 장을 뿌린 혐의로 2년여에 걸쳐 경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질 처지가 됐다. 김씨는 ‘대통령에게 사안이 보고됐는데 표현이 심각해 꼭 처벌을 원한다’는 말을 경찰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 그래서 국민 불만을 해소하고 위안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모욕죄로 일반 국민을 고소하고 ‘꼭 처벌을 원한다’고 한 것인가.

 

여권 의원들은 지난달 모욕죄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국씨는 논문에서 “사회적 강자인 공인이 명예를 침해받았다고 형벌권을 동원하면 표현의 자유 제약”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문 대통령이 모욕죄로 일반 국민을 고소한 것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다.

 

대학 캠퍼스 내에 대통령을 풍자하는 대자보를 붙인 청년들은 ‘건조물 무단 침입’으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 항의 표시로 신발을 던진 시민도 집요한 보복을 당하고 있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실제 행동은 독재 정권보다 더했다. 이번 일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사람들은 문 대통령과 허울뿐인 민주화 세력이다.

조선일보 사설

 

05.06 대한민국은 세금 공화국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세를 보면 헌법 1조가 ‘대한민국은 세금공화국’이 아닌 게 의아하다. 최고세율이 50%에 이르는 상속세율은 영국·독일·덴마크·스웨덴·호주 등 복지 선진국보다도 훨씬 높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마도 평생 번 돈을 상속세 내는 데 써야 할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꺾여 삼성전자의 배당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지 않도록 고사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경영을 잘해서 평소 법인세 등 세금을 많이 낸 기업인이 상속세를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도 웃기는 대목이다. 똑같은 삼성전자를 인수해도 경영 실적이 부실해 주가가 떨어지면 상속세를 덜 내는 희한한 구조다.

 

일반인들의 상속세도 억 소리 나기는 마찬가지다. 이 정부가 집값을 비상식적으로 올려준 덕분에 어지간한 사람은 살던 집 한 채도 자녀에게 물려주지 못하게 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긴 상황에서 조금 괜찮다 싶은 지역의 아파트를 물려주려면 족히 3억~4억원은 상속세로 내야 한다. 여기에 상속받는 자녀 이름으로 아파트 명의 변경을 하려면 수천만원의 취득세를 덤으로 내야 한다. 소득세 꼬박꼬박 내고, 아파트 재산세에 과세 근거도 애매한 종부세까지 매년 정부에 갖다 바쳤는데도 다시 상속세, 취득세로 10년 저축해도 모을까 말까 한 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무슨 권리로 이런 횡포에 가까운 징세권을 휘두르는지 모르겠다.

 

직장인들이 매달 내는 소득세도 결코 가볍지 않다. 대기업 임원의 평균 재직 기간이 3년이 채 안 되는데도 20년 넘게 고생해 임원 배지를 달면 기다렸다는 듯이 최고세율이 40%가 넘는 소득세 청구서가 날아온다. 또 병원에 가든 말든 월급이 오른 만큼 의료보험료도 더 내야 한다. 오죽하면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사와 싸워서 연봉 올려봐야 5~6개월치 월급 인상분은 정부가 가져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나.

 

해외 주식 투자로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는 서학개미들도 해외 주식 차익의 22%에 이르는 양도소득세 고지서를 받아보면 ‘밤잠 설쳐가며 속앓이를 했는데 정부가 무슨 도움을 줬다고 22%나 뚝 떼가나. 내년에 손해를 보면 세금 돌려줄 건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소맥 한 잔을 마셔도, 휘발유를 넣어도, 담배 한 갑을 사도 절반 이상을 정부가 세금으로 걷어간다.

 

더 큰 문제는 무지막지하게 걷는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세금을 많이 내는 국민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느냐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으로 펑펑 쓰는 돈이 과연 경기 진작과 산업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되는지, 아니면 한여름 뙤약볕 아래 마른 땅에 물 한 바가지 퍼붓는 데 그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로지 매표(買票)를 위해 돈을 쓸 작정이라면 국민이 더 여유롭게 살도록, 기업인들이 새로운 곳에 투자해 산업을 일구고 고용을 창출하도록 세금을 덜 걷는 게 더 낫다.

 

많은 사람이 과도한 상속세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일각에서는 삼성 특혜 운운하면서 막아왔다. 삼성가(家)가 이번에 상속세로 12조원을 내면서 삼성 특혜 우려도 없어졌으니 이제는 제대로 논의해보자. 그 출발점은 국민 모두가 소득이 있으면 단돈 100원이라도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정부가 물 쓰듯 쓰는 돈이 결국 내 주머니에서 나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직장인 중 무려 40%가 세금 한 푼 안 낸다. 그러니 세금 내는 것을 돈 많은 당신들의 의무로, 세금 안 내는 것은 나의 당당한 권리로 생각한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논의가 되겠나.

조선일보 조형래 산업부장 편집국 산업부 부장

 

05.07 “김어준이 성역인가” “조국 사태 왜 사과 않나” “촛불 들려 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쓴소리 경청 20대에 듣는다'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6. photo@newsis.com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주최한 행사에서 2030 청년들은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민주당이 촛불 집회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해선 “김어준이 성역이냐”고 물었고, 조국 사태엔 “사과한다더니 문자 폭탄에 후퇴한 것이냐”고 따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를 비판하면서 청년들을 표로만 본다고 했다. 진보·중도 지식인들이 주축이 된 ‘만민토론회’ 모임에선 “한국 정치가 선동 정치로 타락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에만 얽매여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내파(內破) 수준의 분열과 대립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하나같이 맞는 말들이다.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페이스북에 ‘죽창가’를 올리고 “문재인 정부가 서희와 이순신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했다. 한일 관계가 이래선 곤란하다고 말하면 ‘토착 왜구’로 몰아붙이며 값싼 민족주의를 선동했다. 지금 세계의 주요국 중에 이런 식의 관제 민족주의로 선동 정치를 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그러더니 이제는 일본에 대화하자며 사실상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 전 장관 아내의 PC 빼돌리기를 “증거 보전”이라는 궤변으로 감쌌다. 아무 근거도 없이 ‘윤석열이 조국을 미리 내사했다’ ‘검찰이 재단 계좌를 뒤졌다’고 주장했다. 김어준씨는 선거 때 익명의 제보자 5명을 연달아 출연시켜 1시간 반 동안 근거도 없는 야당 후보의 ‘페라가모’와 ‘생태탕’ 의혹만 제기했다. 편파·가짜 뉴스로 제재를 받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정치를 타락시킨 전형적인 선동가들이다.

 

울산 선거 불법 개입과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정권 불법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자 ‘검찰 개혁’이라며 수사팀을 해체하고 검찰총장을 쫓아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저소득층이 더 어려워지고 부동산 정책은 줄줄이 실패했지만 ‘성공하고 있다’고 강변만 했다. 백신 도입을 게을리 해 꼴찌국으로 만들고 ‘가짜 뉴스’라고 한다. 불리한 뉴스만 나오면 ‘언론 개혁’ 한다고 한다.

 

이른바 극성 ‘문빠’들은 다른 말을 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날렸다. 정권 실세들은 이런 폭력적 행태를 감싸고 있다. 선동 정치는 잠시 통할 수는 있어도 결코 오래가지는 못한다. 이제 국민들은 이들의 위선적인 진면목을 알아가고 있다. ‘김어준이 성역인가’ ‘조국 사태에 왜 사과하지 않나’ ’과거사 선동 그만하라'는 목소리에 진실되게 답하지 않으면 정권 눈앞에서 촛불을 든 청년들을 보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08 ‘상위 1% 세금’이라더니 1주택 중산층 덮친 종부세 폭탄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해 종합부동산세가 과세되는 서울의 공동주택 수가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4.7배나 늘었다.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을 역대 정부 최악으로 올려놓은 정부가 세금까지 역대 최악으로 올렸다. 문 정부 출범 전만 해도 종부세는 서울의 100가구 중 4가구만 내는 ‘부자 세금'이었다. 공시가격이 평균 19%나 인상된 올해엔 서울 아파트 4가구 중 1가구가 종부세 대상이다. 4년 전 18가구뿐이던 서울 동작구의 종부세 대상이 올해는 1만3060가구로 늘어 700배나 폭증했다. 강동구도 600배 가까이 늘었고, 서대문구·성동구·마포구 등지에서도 수십 배씩 늘었다. 집 한 채 가진 평범한 중산층도 종부세 폭탄을 피해가기 힘들 지경이 됐다.

 

4·7 보궐선거 참패 직후 민주당은 “종부세 도입 취지대로 상위 1%만 부담시키자”며 종부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친문 강경파가 “종부세는 소수에게만 부과된다” “종부세 때문에 선거에 진 게 아니다”라며 반발하자 기준 완화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부동산 정책 조정을 위해 출범시킨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만 60세 이상 1주택자 중 소득 없는 고령자만 종부세 납부를 미룰 수 있게 해주는 방안 정도만 만지작거린다. 공시가격은 과속 인상하면서 고가 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하는 것은 미적댄다. 모두 정치적인 이유다.

 

지금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원을 넘어섰는데 고가 주택 기준은 12년 전 9억원 그대로다.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한 종부세는 서울 강남의 고가 주택을 겨냥해 전국 상위 1% 미만에 매기던 세금이었는데, 문 정부에서는 중산층 실거주자까지도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이 속도면 내년에 종부세 대상은 전국에서 10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국민이 집값 올려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집 팔아 차익을 챙긴 것도 아니다. 원래 살던 집에 그대로 살고 있고 늘어난 수입도 하나 없는데 ‘집값 올랐으니 종부세 내라’고 막무가내로 세금을 물린다. 정책 실패를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폭정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종부세 대상자가 전국 가구의 3.7%뿐이라며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소수 대 다수로 갈라치는 ‘부동산 정치’에 매달린다. ’96대4′의 편 가르기가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악정(惡政)이 따로 없다.

조선일보 사설

 

05.10 4년 전 文 정권을 연 촛불이 민주주의 위기 시작이 된 역설

/<YONHAP PHOTO-3049> 강연하는 최장집 명예교수 (제주=연합뉴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7일 제주연구원에서 열린 제주연구원 개원 24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진단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1.5.7 [제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jc@yna.co.kr/2021-05-07 14:38:07/<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원로 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는 촛불 시위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촛불 시위로 인한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 정부는 역사 청산, 적폐 청산 등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촛불 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했다”며 “이전 사회의 성과와 보수 세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오늘로 취임 4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는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 시위로 인해 떠밀리듯 출범했다. 그때 국민들이 촛불을 든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에 화가 났기 때문이지, 당시 야당을 지지해서가 아니었다. 문 정권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갑작스러운 힘의 진공 상태로 거저먹듯 권력의 주인이 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촛불 혁명에 의해 국민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로 자리매김했다. 촛불을 정권 정당성의 근거로 삼고, 그것을 위세 삼아 국민을 가르치고 훈계하면서 그 위에 군림했다.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적 반대 세력 전체를 말살하려는 잔인한 탄압을 했다. 국정 운영 방식을 문제 삼는 견제와 비판을 “감히 촛불 혁명 세력에게”라며 깔아뭉갰다.

 

문 정권은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부정하면서 헌정 질서를 제멋대로 뜯어고쳤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반드시 여야 합의로 처리했던 선거 규칙을 제1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 처리했다. 권력 불법을 파헤치려는 검찰을 무력화하기 위해 위헌 소지가 다분한 공수처를 만들고 검찰 수사권을 뺏어 경찰에 넘기면서 나라의 사법 질서를 누더기로 만들었다. 전 정권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선정한 신공항 부지를 하루아침에 취소하고 아무 조사 검토 없이 10조원이 넘는 추가 부담이 드는 곳으로 변경했다.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는 정권의 폭주 중 국민 복리나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정권의 선거 승리와 집권 연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칭 민주화 세력이 벌이는 이런 권력의 폭주가 대한민국의 민주 제도를 수십 년 후퇴시키고 있다. 최 교수 같은 진보 진영 학자들이 하나둘 문 정권에 등을 돌리고 비판과 우려를 쏟아내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자기 나라 대통령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문 정권이 자신들을 국민이 혁명을 위임한 주체 세력으로 착각해서 벌어진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5.10 “온 국민 같이한 민주화… 조금 더 앞장섰다고 마르고 닳도록 혜택 누리나”

[김은중이 만난 사람]
민주화유공자증 최초 반납 김영환 전 의원·전은주 부부 

▲김영환(왼쪽) 전 의원과 아내 전은주씨가 6일 부부가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 치과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부부는 “전 국민이 힘을 합쳐 이룩한 민주화인데 조금 앞장섰다고 해서 오랜 기간 마르고 닳도록 혜택이나 명예를 누리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김영환(66) 전 의원과 전은주(63) 부부의 20대 시절은 민주화 운동이 삶의 전부였다. 연세대·숙명여대 재학 시절 시위 현장을 누비다 각각 구금됐고 징역을 살았다. 그런 부부가 지난달 민주화유공자증을 국가에 반납했다. 처음 있는 일이라 국가보훈처가 유공자 지위 반납을 위한 서류 양식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부부는 더불어민주당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민주화 유공자 대상과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을 낸 것을 보고 이 같은 결심을 했다. “전 국민이 동참해 이룬 민주화에 조금 더 앞장섰다고 오랜 기간 마르고 닳도록 혜택을 누리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만난 부부는 “민주화 운동을 국민의 짐이자 조롱거리로 만든 운동권 정부에 화가 난다”며 “후회는 없다”고 했다.

 

◇ 유공자 권리 포기해 홀가분

-유공자증을 반납할 필요까지 있었나.

김영환(이하 김): “특혜 입법을 시도함으로써 남아 있는 한 줌의 체면마저 거덜 냈다. 우리가 지난날 민주화 운동을 한 것은 특권을 내려놓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자는 생각이었지 가산점을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국회의원도 했고 장관도 했다. 피해라면 대학을 10년 늦게 졸업한 정도인데 이걸 피해라고 할 수 있는가? 전 국민이 동참해 이룩한 민주화다. 조금 더 앞장섰다고 해서 감투 쓰고, 오랜 기간 마르고 닳도록 혜택이나 명예를 누리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식들도 동의했다.”

 

전은주(이하 전): “젊은 시절 가슴이 뛰는 대로 이상을 추구한 거지 희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 분위기에 휩쓸려 유공자 신청은 했지만 평생 많은 부담을 느껴왔다. 남편이 65세가 넘으니 월 5만원씩 주겠다고 연락이 오더라. 우리가 왜 이런 돈까지 받아야 하는가.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것 아닌가.”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김 전 의원 부부를 포함해 2020년 기준 5·18 민주유공자 숫자는 4406명이다. 유공자 본인과 배우자, 자녀는 중·고·대학교 수업료 같은 학비 지원을 받고, 취업 시험에서 가산점(모든 과목 만점의 5~10%)이 부여된다. 수혜자 중에는 정치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지만,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유공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설훈 의원 등은 지난 3월 ’1964년 이후 유신 반대 투쟁과 6·10 민주항쟁 공헌자'로 대상을 확대하고, 주택 분양 같은 지원을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운동권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자 엿새 만에 이를 거둬들였다.

 

-막상 반납하면 서운한 감정도 들었을 것 같은데.

김: “국가보훈처에서 처음에는 ‘보훈 가족으로 남아 달라’며 설득했다. 계속 거절하니 권리 포기 각서를 만들어왔다. 자기들도 이런 일은 처음인데 차제에 나름의 절차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돈이 있다면 천안함 폭침 같이 억울한 사건으로 목숨 잃은 사람들을 더 많이 도와주는 게 맞는다. 뜻 있는 다른 사람들도 동참하리라고 생각한다.”

 

전: “보훈처 직원이 자택까지 찾아와 서명을 받아갔다. 후회는 없고 홀가분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설훈·우원식 의원 모두 다 운동권 출신들이다.

김: “운동권 사람들이 나와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배신자’나 ‘탈영병’ 같은 딱지를 붙이는 이들도 있다. 지금 여권에서 민주화 운동만 놓고 따진다면 연세대 출신이 가장 큰 계보를 이루고 있을 거다. 우상호·윤후덕 민주당 의원이나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는 서로 경조사도 챙기고 막걸리도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인간적인 사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다른 길을 걸어온 지 오래됐다.”

 

전: “뒤에서 욕하고 있을 것이다(웃음).”

 

-송영길 신임 민주당 대표도 연대 출신 운동권이다.

김: “1980년대 초중반 전기 기술자로 노동자 생활을 할 때 처음 만났다. 내가 치대 실습생일 때 사랑니까지 뽑아줬을 정도로 가깝고 부부들끼리도 각별했다. 평소 부지런히 독서하고 공부하는 친구다. 한미 FTA에 찬성했을 정도로 용기 있는 사고를 갖고 있다. 다른 운동권 후배들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세월호만큼이나 제복을 챙기자’는 첫 메시지를 보고 고맙다고 생각했다.”

 

◇ 운동권 정부, 기대 컸지만 실망

부부는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1985년 만나 결혼했다. 처가에선 “똥끼리 만났다”며 못마땅해했고, 전씨도 “처음 봤을 때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운동권 후배들이 주축인 문재인 정부를 응원하는 마음은 없었나.

전: “동고동락한 후배들이 다 한자리씩 잡았으니 잘되길 바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저렇게밖에 못하나’ 실망했다.”

 

김: “운동권이 이끄는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에게도 영광이다. 그래야 어디 가서 자랑스럽게 ‘내가 민주화 운동 했다’고 얘기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8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시작한 정권이 지금 어떻게 됐나. 문 대통령 주변에 국무총리(후보자), 여당 원내대표, 통일부 장관 등 운동권이 수두룩하게 포진해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했나. 유공자증을 던지니 온 국민이 환호한다. 민주화 운동이 완전히 맛이 가고 존경을 못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김영환 전 의원이 지난달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 치과에서 민주화 유공자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김영환 전 의원 제공

 

-무엇이 문제였을까.

전: “내 생각만 100% 옳다는 확신이 제일 큰 문제다. 자기네들끼리는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좌든 우든 이런 사고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남편이 정치할 때도 시민단체·여성단체 활동을 했지만 생각이 진화하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느낌이라 답답했다. 나중에는 같이하기 어렵다는 생각까지 들어 점점 발을 뺐다.”

 

김: “학생 운동에 성공해 곧바로 명예와 권력을 얻으니 자신을 돌아볼 성찰의 기회가 없었다. 도덕적 우월감이 충만하니 자기가 잘못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한다. ‘묻지 마’ ‘입 닥쳐’ ‘너 뭐 했니?’ 늘 이런 식이다. 자신들은 민주화 세력으로서 정통성이 있다고 자부할지 몰라도 이번 정부 들어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 민주당에도 민주주의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뭔가.

김: “민주당만 봐도 당내에 민주주의가 없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도 당사에서 떼야 한다. 학교를 잘리고 감옥을 갈 때의 각오라면 대통령에게 직언도 하고 국민을 향해 올바른 목소리도 내야 하는데 당권에 붙고 권력에 붙어서 침묵하고 동조한다. 그러니 ‘문자 폭탄’이 활개 치는 거다. 이런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전: “시민단체도 노무현 정부 들어 예산이 투하되면서 관변으로 변해갔다. 우리 때는 운동으로 했는데 이제는 직업이 된 거다. 예산으로 월급을 주니까 예산이 없으면 일을 안 한다. 예산 받는 일만 하니 정부 비판을 못하고, 시민운동은 순수성을 잃어버린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를 치를 때 그 어느 여성 단체도 이재명의 여자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후배들인 데다 성남시에서 재정 지원을 받으니까 ‘그 사람 일은 잘하잖아’라고 하더라. 세월이 흐르면서 순수성이 바뀌고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배신감을 느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여성단체들이 박원순 피해자에 대해 침묵하거나 2차 가해를 방조했다. 말도 안 되는 거다.”

 

◇ 민주화운동 긍지 훼손돼 화가 나

-이렇게 각을 세우면 후배들로부터 더 고립되는 것 아닌가.

김: “정치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별것 아닌 일이다. 5년 뒤에도 우리 중에 정치하고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막걸리도 먹고 옛날 얘기도 하면서 같이 살아야 하는데…. 청주고·연세대 출신 카톡방이 있는데 노영민 전 실장, 변재일 의원도 멤버다. 친구들을 배려해 정치 얘기는 안 하려고 하는데, 요즘엔 자꾸 정권 비판적인 게시물들이 올라와 난처하다. 정치가 사람을 갈라 놓더라. 그렇지만 그들을 인간적으로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전: “숙대 운동권들 카톡방이 있는데, 퇴장하면 ‘언니 왜 나갔어요?’ 전화 와서 또 불려 들어가고 한다. 한두 명이 글을 도배하다시피 하는데 거기에 동의할 수 없어 조용히 있는 것조차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무엇이 그렇게 화가 나는가.

전: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는 긍지가 훼손됐다. 지난해 총선 때 처음 보수당(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는데 젊은 선거 운동원들이 ‘민주화 운동 투옥 경력을 프로필에서 빼면 안 되냐’라며 진지하게 얘기하더라. 이 문제 때문에 선거 캠프가 하마터면 쪼개질 뻔했다. 여태까지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게 자부심이었는데 그거를 다 죽여 놓은 거다. 그래서 우리도 누가 묻기 전에는 어디 가서 얘기 안 한다.”

 

김 전 의원은 과학기술부 장관까지 지낸 4선 의원이지만 근래에는 낙선하는 일이 더 많았다. 국회의원 선거만 도합 네 차례 미끄러졌고, 지난 2018년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선 경기지사 선거에선 득표율이 4.8%에 그쳐 선거 비용조차 보전받지 못했다. 당적도 여러 차례 바뀌어 지금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그는 “철새는 철새인데 추운 지방만 찾아가는 철새”라고 했다. 아내 전씨는 “정치나 선거는 너무 소모적”이라며 “이제 허업(虛業)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는 싫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전 의원은 “운동권의 내로남불과 위선을 계속해서 고발할 것”이라며 “‘너희는 그때 뭐 했니?’라는 반문에 꿇리지 않고 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김영환

1955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청주고와 연세대 치과대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학내 시위를 주도해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2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고, 석방 후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80년 서울에서 광주 상황을 알리는 전단을 뿌리다 합수본에 연행돼 42일간 구금됐고, 이로 인해 2003년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 권유로 정치에 입문, 15·16·18·19대 국회의원(경기 안산상록을)에 당선됐고, 2001년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2016년 총선은 국민의당 소속으로, 2020년엔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조선일보 김은중 기자

 

05.10 30번째 ‘야당 부동의’ 장관, 민심 역행이다

▲임혜숙·박준영·노형욱 후보자 인사청문회 의혹별 입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4일 국회에선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 중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여야가 합의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고 바로 임명돼 현재 직을 수행 중이다. 나머지 3명의 후보자는 여야가 이견을 보이며 청문보고서 채택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다. 이들에 대한 국회의 청문보고서 송부 시한은 오늘까지다. 지난 임기 4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이 동의하지 않은 인사 29명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여야가 팽팽했던 20대 국회에선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고, 여당 압도의 21대 국회에선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인 경우가 많았다.    

청문보고서 송부 시한이 문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사과와 임명 철회 밝히길

국민의힘은 임·박·노 후보자 모두 부적격이라며 임명에 반대하고 있고, 정의당은 이 중 임·박 후보를 ‘데스노트’에 올렸다. 현 정권 들어 야당이 반대하는 30번째 또는 31·32번째 장관까지 탄생하는지는 오늘 이후 확인될 일이다. 여론을 주시하는 청와대가 일단 “인사청문 보고서 송부 시한까지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10일까지 유예의 시간을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여권이 이처럼 뜸을 들이는 건 여론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당내에선 “과거 다른 사례에 비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이 없다”거나 “7대 인사배제 원칙에 해당하는 바가 없다”며 3명 후보자를 감싸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7대 원칙(탈세, 위장전입 등)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차원의 부적절함이 이번 후보자들이 가진 특징이다. 지금껏 어떤 후보자에게서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신흥’ 행태다. 임 후보자는 논문 공저로 남편의 기를 살렸고, 해외출장 때마다 딸들을 대동해 견문을 넓힐 기회를 줬다. 그러나 이런 그의 가족애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직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 공무원들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제공하는 해악을 끼친다. 박 후보자 아내의 방대한 양의 도자기 ‘밀수’ 의혹은 우리 고위 공직자 가족의 수준이 모두 이런가 싶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다.
 
4·7 재·보선에서 국민과 한 약속을 어기고 당헌을 개정한 뒤 후보를 억지로 세웠던 여당은 참패했다. 그 뒤 “몸을 낮추겠다”던 여권이 국민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재·보선 패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30번째 장관이 탄생한다면 이는 ‘오기 정치’이자 민심에 역행하는 일이다.
 
청문보고서 송부 시한인 오늘은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날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4주년 기념 특별연설에 나선다. 대통령의 연설 속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데 대한 사과와 임명 철회 뜻이 포함되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05월 10일 일자리·부동산·탈원전…총체적 경제 실패 참담하다

경제는 한 번 무너지면 재기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대한민국 경제도 지난 반세기 국민의 피땀 위에 이만큼 일어설 수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총체적 실패라고 부를 만큼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참사를 겪고 있다. 청년을 좌절시키는 고용 절벽, 국민을 궁지에 모는 주택 부족·보유세 폭탄 등 부동산 문제, 국가 에너지 대계(大計)를 파탄 내는 탈원전, 후손이 감당 못 할 천문학적 나랏빚 등 두 손에 꼽기도 어렵다. 출범 때 경제 기조였던 소득주도 성장부터 재앙이었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내놓은 ‘경제정책 성과 및 과제’를 보면 어이없다. 반성은커녕 거시경제·혁신성장·포용성장이라는 3대 축에서 10개 성과를 냈다고 자화자찬 일변도다.


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고용은 4년 내내 역대 최악이었다. ‘비정규직 제로(0)’를 외쳤지만, 4년간 비정규직은 오히려 94만5000명 증가했고, 정규직은 24만2000명 줄었다. 최저임금 급증, 주 52시간 근무제 전면 확대 등으로 청년 실업이 극심해져 체감 실업률은 25%를 넘는다. 하위계층일수록 근로소득이 더 줄어 소득 분배도 악화했다. 문 정부가 자신했던 부동산 역시 25차례 대책에도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주택 공급 부족에 임대 3법까지 겹쳐 집값·전셋값·월세는 계속 상승세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투기로 불신을 부르고, 보유세 폭탄은 1주택 중산층까지 덮쳐 조세 저항이 확산일로다. 고용보험기금 탕진, 건강보험기금 적자 전환은 숨긴 채 튼튼한 사회·고용 안전망 구축을 자랑한다. 그러나 국가·공기업·가계·청년 모두 빚덩이고, 저출산 방임에다 청년들을 3포세대로 전락시켜 인구 재앙을 자초했다. 산업정책도 다르지 않다. 무모한 탈원전은 세계 최고 기술과 에너지 생태계를 망치고, 글로벌 위기에 처한 반도체엔 뒷북 지원이나 하면서 신산업 인프라 구축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실패를 인정하고 반성해도 모자란 판에 공(功)은 내 덕으로 돌리고, 과(過)는 남 탓을 한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파렴치 정부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나라’가 돼 가고 있다.

문화일보 사설

 

05월 10일 “헌법정신 무시한 권력집중이 진영갈등 격화시켰다”

▲ 최장집(오른쪽부터) 고려대 명예교수와 성낙인 서울대 명예교수,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가 지난달 23일 문화일보 편집국에서 진영 갈등을 넘어 공존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 내분 사회, 헌법 정신에 길을 묻다

“나라의 중심축이 보이지 않고
공화체제인식 선진수준에 미달”
“외형만 민주주의, 오히려 퇴보
이원정부제식 국정운영 절실”
“자유민주주의·견제 균형 원리
정치인들이 존중 않는 게 문제”


 “이념적으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제도적으로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우리 헌법 정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헌법 정신에 담긴 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하고, 정치인들이 이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헌법이 잘못돼 나라가 분열되고 ‘제왕적 대통령제’ 시대를 맞은 것이 아니다.”(성낙인 서울대 명예교수)


“아직도 자유민주주의와 그 틀을 구성하는 공화국 체제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


문화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준비한 ‘내분 사회, 헌법 정신에 길을 묻다’ 기획 시리즈 도입 좌담회에서 각각 정치학과 법학, 사회학계를 대표하는 3인의 석학은 민주화 이후 34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한국 사회가 극심한 진영 갈등을 겪는 근본 원인을 ‘공존의 규칙’이 돼야 할 헌법 정신이 무시되고 실종된 데서 찾았다. 특히 여러 정권에 걸쳐 승자 독식, 권력 집중의 폐해가 낱낱이 확인됐는데도 정치권이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 없이 오로지 권력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3일 문화일보 편집국에서 진행한 좌담회에서, 이들은 2022년 대통령선거를 공존의 가치를 되살리는 장으로 승화하되, 궁극적으로는 다음 정부에서라도 헌법 개정을 통해 조화와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정치·사회적 갈등에 대한 진단은 엄중했다. 성 교수는 “일반적으로 두 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거치면 외형상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세 번을 했는데도 민주주의가 더 퇴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치 경쟁이 생사투쟁처럼 됐고, 오로지 집권을 위해 일로매진하는 위험한 현실이 됐다”고 했다. 송 교수는 “우리는 중심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조선 시대에 정통성 싸움을 하며 상대방을 유배 보냈던 행태가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3인의 석학은 진영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장 큰 원인인 ‘권력 집중’과 ‘권력 독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개헌까지 가지 않더라도 권력을 나눠 갖는 지혜, 즉 ‘나눔의 미학’이 필요하다”면서 외교·국방 등은 대통령이, 일상적인 나라 살림은 국무총리와 내각이 책임지는 이원정부제식 국정 운영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대통령 중심제는 독재로 흐르기 쉽고 민주주의와 병립하기 어렵다”면서 의회중심제로 전환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잘 작동하게 할 것을 주장했다. 송 교수도 대통령제가 아닌 내각책임제로 전환할 시기라면서 “이번 대선 기간 동안 국민청원을 통해서라도 개헌을 의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 시리즈는 20대 대통령선거를 10개월여 앞둔 시점에 내분 상황을 보이는 진영 간, 계층 간 대립과 갈등을 넘어설 해법을 헌법 정신에서 찾아보자는 취지다.
특별취재팀

 

05.11 국민은 관심도 없는데 허공 속 독백 같은 文의 자기 자랑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마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년 회견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했지만 다른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선 자기 자랑을 계속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에 대해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백신 확보 노력을 게을리해 백신 접종 꼴찌국 만들어 놓고, 며칠이면 다 맞힐 물량을 찔끔찔끔 접종하는 눈가림 쇼를 해왔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없는데 무슨 ‘정당한 평가’인가.

 

문 대통령은 최근 장관 인사와 관련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장관이 아니라 하급 공무원도 못 할 사람들을 국민 앞에 내놓고선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 주도 성장을 강력히 추진한 것이 긍정적 성과를 거뒀다”며 “그러나 코로나 위기가 흐름을 역류시켰다”고 했다. 소득 주도 성장 여파로 수십만 개 일자리가 증발하고 1백만명 소상공인이 줄도산하는 등 민생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 이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동안 ‘소주성'이란 말을 정권의 누구도 입에서 꺼내지 않아 그 실패만은 인정하는가 했는데 역시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우리 경제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며 ‘국가적 성취’라고 했다. 지금 예상 성장률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의 기저효과 탓이 크고 100조원의 빚을 내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수치로 봐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보다 성장률이 더 높다. G20 국가 평균이 6% 초반이다. 지난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에도 문 대통령은 제 잘못은 없고 남 탓만 하는 모습 그대로다. 국민들이 관심도 없는 가운데 그의 자기 자랑이 허공 속 독백처럼 계속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11 대통령 4주년 연설, 성찰도 비전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어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은 자화자찬 및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으로 혼란을 키웠던 기존 패턴을 그대로 반복했다. 내 잘못은 없고 남 탓만 하는 마이웨이가 판박이로 이어졌다. 지난 4년의 실정을 반성하고 국정 기조를 대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국민이 많았지만 엄중한 상황에 걸맞은 희망의 메시지는 찾기 힘들었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했던 그동안의 기억을 떠올리며 많은 국민이 이번에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에 국정기조 그대로
실패 인정하고 실용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걸음 물러섰다. 2년 전 ‘국민과의 대화’ 당시 “부동산 시장은 안정돼 있고 부동산만큼은 자신있다”던 사실관계 왜곡이나 근거 없는 자신감에선 조금 벗어났다. 하지만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이번에도 “부동산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없다는 점도 그때와 닮았다.
 
더 나아가 경제정책 전환을 포함한 기존 국정 운영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국정 전반에 대한 성찰과 반성 대신 일방통행식 해석으로 유리한 측면만 내세웠다. 인사 참사 논란엔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차질 없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이 요구하는 코로나 손실보상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자처하며 일자리 창출과 소통의 정치, 고른 인재 등용,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임기 1년을 앞둔 지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지만 청년들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30% 가까이 치솟았다. 4년 동안 쉼 없이 계속된 집값 폭등과 징벌적 세금으로 국민의 삶이 팍팍해졌다. 하위 계층일수록 근로소득이 줄어 소득 분배도 악화했다. 나라건, 기업이건, 가계건 모두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경제는 작은 충격에도 휘청거릴 정도로 살얼음판 위에 서 있다.
 
문 대통령은 어제 “남은 임기 1년이 대한민국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올 초엔 “새해는 통합의 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려면 일방적인 편 가르기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를 중시하는 실용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아집과 독선을 버려야 한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뢰감 있는 비전과 해법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균형된 인사로 국민 통합도 이뤄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사설 

 

05월 11일 파렴치 후보자 무더기로 내놓고 청문회 탓한 적반하장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10일 취임 4년 회견 발언은 청문회 취지는 물론 국회 권능 자체를 부정한다고 할 정도로 황당하다. 문 대통령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박준영 해양수산·노형욱 국토교통 장관 후보자와 관련, “야당이 반대한다고 인사 검증 실패라고 생각 안 한다”고 했다. 세 후보자는 위장전입·탈세 등 다른 논란은 접어두더라도 부처 업무와 관련성 있는 논문 부정·밀수·관사 테크 의혹을 받고 있다. 임 후보자는 ‘여자 조국’ 비판을 받을 정도로 의혹이 많고,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처음으로 밀수 논란을 일으켰다. 장관은커녕 공직 자체가 부적격이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제쳐 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식”이라고 비난했다. 이른바 임·박·노 후보자 문제의 본질은, 이미 그 부도덕성 등 기본적 결함 때문에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지 말아야 했거나, 지명 뒤에도 청문회를 할 필요도 없이 사퇴했어야 할 사람들이 버젓이 청문회 단계까지 이른 데 있다. 능력을 따질 필요도 없이 미관말직도 맡아선 안 될 사람들이다. 이런 파렴치한 인사들을 밀어붙이면서, 국회 청문회와 언론 보도가 문제 있는 것처럼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더 황당한 것은 “청와대 인사 검증이 완결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론과 국회의 검증도 있어야 한다”는 부연 설명이다. 언론과 야당이 최소한의 검증을 통해 수많은 부적격 요인을 밝혀내자 이번엔 청와대의 검증 실패가 아니라 언론과 야당의 공격 탓이라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야당 대표 시절 “야당 무시하고 후보자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불통에 분노한다”면서 “부적격 후보자를 지켜보는 상처 난 국민 마음을 헤아리라”고 했다. 그래 놓고 대통령 취임 뒤에는 “청문회에서 고생한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고 했다. 이중잣대가 혹세무민 수준이다.

문화일보 사설

 

05.12 국민은 힘든데 ‘봉숭아 학당’ 돼 가는 與 부동산 정치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취임 4주년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집값이 급등하는데도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대통령이 겨우 임기 1년 남겨놓고서 “정신이 번쩍 들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말뿐이고 무엇이 잘못돼 부동산 정책이 그토록 집값과 전셋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놨는지에 대해서는 진단도, 반성도, 정책 전환도 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부동산 기조는 투기 금지, 실수요자 보호, 주택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이라며 “이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했다. 공급이 필요한 주택 시장에 공급은 틀어막고, 주택 수요자를 몽땅 투기꾼 취급하면서, 대출까지 막았다. 이런 규제만 쏟아내다 가수요를 불붙여 집값을 폭등시켰다. 뒤늦게 발표한 공급 대책 역시 투기 비리가 터져 나온 LH에 의존하는 공공 개발이 전부다. 전·월세를 급등시킨 임대차 3법, 공공 위주 주택 공급 등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4·7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송영길 신임 대표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 완화, 종부세 완화 등 부동산 정책 수정에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고, 부동산 규제 완화론자인 김진표 의원을 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에 발탁했다. 하지만 친문 강경파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런 정책 대안에서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과 대책을 놓고 설전을 벌이며 ‘부동산 정치’만 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그동안 대통령이 강조하신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 ‘평생 주택 공급 방안 강구’ 등 말씀에 모든 답이 들어있음에도 해당 관료들이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 임무를 수행했는지 의문”이라고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를 겨냥했다.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친문 표를 의식해 빼고 당내 대선 경쟁자만 공격한 것이다.

 

이에 정세균 전 총리는 “지자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경기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부동산 해법에 대해서는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린 뒤 금융·세제 등을 합리화해야 한다”고 본말이 전도된 얘기만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역시 납득할 만한 부동산 해법은 내놓지 않고 “주택 문제를 전담할 주택지역개발부를 신설하자”고 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부처가 없어서 일어난 일인가. ‘봉숭아 학당'이 따로 없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12일 최소한의 공직 배제 기준도 뭉개는 文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4·16 개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결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오는 14일까지 재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함으로써 국회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문제의 후보자들을 임명할 수 있는 절차를 밟았다. 만일 또 청문보고서 채택도 없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박준영 해양수산·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문 정부는 국회 동의 없이 장관을 임명한 사례가 2005년 장관급 고위공무원 청문회가 시작된 이래 최다 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임명에 반대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비율이 지난 3월 기준 문 정부 28.7%, 이명박 정부 23.0%, 박근혜 정부 14.9%, 노무현 정부 6.2%이다.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기 때문에 3명의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임명할 가능성이 커 그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문 정부에서 보고서 채택 없이 강행 임명된 장관은 현재까지 29명이며 그 수는 32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이던 시절 전 정권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에서 그들의 도덕성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5대 비리 관련자 고위공직 원천 배제’ 원칙을 스스로 천명해 환영받았다. 국민은 청문회 때마다 드러나는 고위공직 후보들의 비리와 부도덕성에 넌더리가 날 정도였다. 그런데 2017년 문 정부 역시 처음부터 국회 인사청문 대상 22명 중 15명(68.2%)이 5대 원칙에서 1개 이상의 위반 논란에 휩싸였지만 임명됐다.


그래도 그때는 갑작스러운 조기 대선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운영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충분한 인사 검증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사과했다. 검증 실패를 보상받으려는 듯이 그해 11월 7대 배제 원칙(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음주 운전, 성범죄)으로 확대했지만, 세부 기준은 완화했다. 그런데도 문 정부의 인사는 개각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고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임·박·노 후보자는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부동산 투기 및 관사 재테크, 논문 표절과 배우자 논문 내조,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도자기 밀반입 등 7대 원칙의 범주를 뛰어넘는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4주년 연설과 질의 응답에서 문 대통령은 초기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도덕성에 대한 과도한 검증’ 때문에 능력자들이 중요직을 맡지 않으려 한다면서 도덕성 청문은 ‘비공개’로 하는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7대 인사 배제 원칙을 제시하던 당시의 초심은 사라지고 이제 와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장관 후보를 내놓고 애꿎게 국회 인사청문회 탓만 하고 있다.


사실, 문 정부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내건 촛불 정신에 기반한 정권이기 때문에 과거 어느 정권보다도 도덕성에서 뛰어나야 한다. 또, 당사자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 대상자들의 도덕적 흠결은 과거 정부와 도긴개긴에 불과하다. 오히려 조국 사태 이후 ‘내로남불’과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사례가 일상화한 점을 고려하면 현 정부의 도덕성은 평가할 게 별로 없다.

문화일보

 

05월 12일 특정 사건 수사 지시해 놓고 ‘당부’일 뿐이었다는 궤변

위법 혐의를 벗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 변명이 보편적 상식도 조롱하고 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피고인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출 답변서에서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들에 대한 진상 규명을 당부한 것일 뿐’이라면서 ‘수사기관 상대로 구체적인 내용의 수사 지휘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12일 보도됐다.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등 특정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 놓고도 ‘당부’로 둔갑시킨 궤변이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21일 제기한 소송의 발단인 문 대통령의 2019년 3월 18일 ‘지시’는 구체적이었다. 청와대에서 당시 조국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당 사건 보고를 받고, 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진상을 규명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과거에 있었던 고의적인 부실·비호·은폐 수사 의혹에 대해 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사정기관으로서 공정성과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심지어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주기 바란다”고까지 명시적으로 주문했다.


대통령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시·지휘하는 건 위법이다. 더욱이 3가지 사건 모두 지시한 수사를 했어도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 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 의원이 자신도 겨냥한 수사 지시여서 명예가 훼손됐다며 문 대통령을 포함한 8명을 상대로 5억 원의 배상을 요구한 민사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문 대통령이 직권남용 혐의로 퇴임 후 수사 대상에 오를지 등은 아직 알 수 없지만, 문 대통령은 분명하게 한 말조차 불리하다고 해서 왜곡하며 사실상 없던 일로 돌려선 안 된다. 그러는 건 대통령직 자체와 국가·국민까지 욕보이는 처사다.

문화일보 사설

 

05.13일 文, 숱한 엉터리 수사 지시 소송 걸리니 ‘당부’라며 책임 회피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의 수사 지시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 지휘가 아니라 당부였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의 무턱 댄 수사 지시로 피해를 입었다는 야당 의원의 5억원대 민사 소송에 직접 대응한 것이다. 쟁점인 ‘특정 사건 수사 지휘’를 부인하며 “당부”라는 말을 4번이나 썼다. 당부는 부탁이란 뜻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3개 사건에 대해 “(법무·행안부) 두 장관이 책임지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검경 지도부는 조직의 명운을 걸라”고도 했다. 명운을 걸라는 건 조직의 존폐와 수장 자리를 걸라는 것이다.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사실을 가리라”는 말까지 했다. 공소시효를 사실상 무시하라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왕조 시대 ‘어명’처럼 된다. 정치적 겁박이나 다름없는 지시를 해놓고 어떻게 ‘당부’라는 궤변을 하나.

 

문 대통령의 지시 닷새 만에 정권 사냥개 검사들이 김학의 전 차관을 불법 출국 금지했다. 무혐의 처리된 사건 번호와 가짜 내사 번호를 붙이는 수법을 썼다. 김 전 차관은 처음 수사 대상이던 성폭행 의혹이 아닌 별건 수사로 수감됐다. 장자연 사건은 희대의 ‘후원금 사기극’만 남겼다.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경찰들도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무리한 수사들은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가 없었다면 검경이 애초 착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특정 사건 수사 지시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 “방산 비리 척결”을 지시했고, 박찬주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해 “뿌리를 뽑으라”고 했다. 2018년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 규명을 지시했다. 심지어 해외 순방 중에도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을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밝히라고도 했다. 그런데 방산 비리의 주요 혐의와 채용 비리에 연루된 야당 의원이 무죄를 받았다. ‘갑질 의혹’은 무혐의였고 계엄령 문건은 204명을 조사했지만 전원이 무혐의 또는 무죄가 됐다. 대통령이 밝히라고 했던 쿠데타 모의 증거는 없었다. 대통령 하명에 따라 무리하게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등 비극도 잇따랐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가 없다. 사람으로서 이럴 수가 있나.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만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 대통령이 개별 사건에 대해 수사 지시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그 수사가 무혐의나 무죄로 끝날 경우 돈을 물어야 하는 민사 소송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통령이라도 민사 소송 대상은 된다. 문 대통령이 이제 와서 숱한 수사 지시를 ‘당부’라고 하는 건 민사 책임을 모면해 보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대통령 답지 못하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13일 대통령의 ‘국민 깔보기’ 병

허민 전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툭하면 ‘국민을 깔보는’ 괴이한 증상을 앓는 모양이다. 지지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나 반대자에겐 한없이 분노하는 병, 특히 국민을 향해 ‘한판 붙자’는 증세인데 중증이다. 병증(病症)은 견고할 뿐 아니라 날을 거듭할수록 깊어진다.


대통령은 장관 임명권자다. 검증 단계에서 법적·도덕적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져야 한다. 사과하고 지명을 철회하는 게 책임지는 방식이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은 통치자가 국민을 대하는 예의다. 임혜숙·박준영·노형욱 후보자의 ‘가족 동반 해외출장’ ‘해외 도자기 밀반입·불법 판매’ ‘관사 재테크’ 등 위·불·탈법 행태가 쏟아져 나왔지만, 대통령은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명을 밀어붙이고 있다. 집권 4년간 야당 동의 없이 임명 강행한 장관이 29명, 이번에 3인을 보태면 32명이다. 미증유의 기록이다. 국민을 깔보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의 신기록은 이뿐 아니다.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전단을 뿌린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여론의 역풍을 맞아 취하할 때까지 청년은 1년 반이나 ‘피의자’였다. 신문 보도를 트집 잡은 청와대 실세의 어이없는 민·형사 고소로 장기간 험한 꼴 당해본 기자는 안다. 언제 경찰이나 검찰에서 오라 가라 할지, 언제 기소돼 법원에 불려갈지 전전긍긍한다. 권력에 대한 저항 수단이라고는 ‘외침’밖에 없었을 가련한 청년의 참담함은 더 했을 것이다. 옛 러시아의 고문 기계인 ‘속죄의 창’이 천천히 허파를 파고드는 것 같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았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대선 3개월 전인 2017년 2월 방송에서 “대통령이 된 후 승복할 수 없는 비판이나 비난을 받아도 참겠는가”라는 질문에 “참아야죠”라고 했다. 북한 권력자의 ‘특등 머저리’ 극언 땐 참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남한 청년의 ‘북조선의 개’ 비난엔 참지 않았다. 기막힌 ‘선택적 모욕감’이고 국민 깔보기다.


국민은 경제에 울고 백신에 허덕이고 인사에 질렸는데,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경제도 백신도 인사도 잘 되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해댔다. 국정 실패 책임은 야당과 언론 탓으로 돌렸다. 국민 깔보기는 돌림병이다. 호위무사들도 보스를 빼닮았다. 검찰이 ‘부정선거의 종합판’이라 정리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피의자이자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은 “정치검찰의 삼류 기소”라고 열을 올렸고,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검찰에 불만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괴이한 병증은 강박관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임기 말에 ‘밀리면 끝’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안중에 없고 지지자만 바라보는 분열적 국정 운영이 영원할 수는 없다. 이미 집권당의 새 지도부가 대통령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원 팀”을 강조했지만, 송영길 대표는 “당 중심”을 외쳤다. 여당 초선 의원 모임은 ‘3인 장관 후보 중 최소 1명 낙마’를 요구했다. 대통령이 가장 민감해 하는 인사권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박용진·이상민 의원의 고언도 쏟아졌다. 당·청 갈등의 본질은 민심과 문심(文心)의 격돌이다. 민심을 이기려는 권력은 망했다.

문화일보

 

05월 13일 임기 말 ‘문재인 리스크’ 더 커진다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자화자찬 유체이탈 내로남불
취임 4년 회견에서도 되풀이
실패한 인사와 소주성도 옹호
방미 직전인데 대북 전단 엄단
김여정 지침에 文 끝없이 굴종
국민 실존 위협하는 대북 妄想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회사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오너 리스크가 있다면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 리스크가 있다. 물론 대통령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을 수도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문재인 대통령을 가진 나라’의 국민은 리스크에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것이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연설 및 질의·응답이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완곡하게나마 실패를 인정했을 뿐, 다른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서는 특유의 자기 자랑을 늘어놨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백신 확보 노력을 게을리해서 백신 접종 후진국으로 만들어 놓은 터에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니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최근의 장관 인사와 관련해서도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변했다. 장관은커녕 공직에도 부적합해 보이는 인사들을 내놓고선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트집 잡기로 치부했다. 실패가 명백해 잊고 있었던 ‘소주성’도 다시 꺼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을 강력히 추진한 것이 긍정적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코로나 위기 이전에 이미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증발하고 소상공인들이 줄도산하는 등 민생경제가 파탄을 맞았던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위기가 흐름을 역류시켰다”며 정책 실패의 책임을 모두 코로나 탓으로 돌렸다. 또, “우리 경제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며 ‘국가적 성취’라고 했다. 이것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주요 20개국(G20)의 예상성장률 평균은 6% 초반으로 우리나라의 예상 성장률 3% 중반보다 높다.


현실과 유리된 이런 유체이탈식 자화자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새롭지도 않다. 우리는 제 잘못은 없고 남 탓만 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을 이미 여러 차례 봤다.


이날 문 대통령의 특별연설에서 정말 눈에 띈 것은 따로 있었다.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겨냥해 ‘엄정한 법 집행’을 공언한 점이다. 시간을 맞추기라도 한 듯 이날 경찰은 지난달 말에 전단 50만 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문제는 타이밍과 상황이다. 첫째, 문 대통령의 발언과 경찰의 움직임은 전단과 관련해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남조선 당국에 책임이 있다”며 ‘상응 행동’을 위협한 이후에 나왔다. 둘째,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조야에는 지난해 말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속에 강행 처리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탈북민 탄압, 나아가 북한 추종으로 비칠 수도 있는 발언과 행동은 외교적 악재가 될 가능성이 짙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문 대통령이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에 선물을 가져가기보다는 찬물부터 끼얹은 것은 분명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짐작건대 그것은 아마도 북한 김씨 왕조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궁극적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믿음일 것이다. 표현의 자유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북한이 싫어하니 잠시 접어두자는 것은 이런 믿음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 김여정이 우리 정부 당국을 비난할 때마다 문 정부가 비굴하리만치 납작 엎드리는 것은 이런 시각에서 봐야만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의 비위를 맞추면 평화가 오리라는 믿음은 망상이다. 이제껏 꿈쩍도 못 한 채 북한의 모욕적 언행을 감내해서 과연 평화가 왔는가. ‘한반도의 하늘과 바다, 땅에서 총성이 사라졌다’(문 대통령 독일 언론 기고문)고 할 수 있는가. 하노이 미·북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잠잠할 만하면 다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의 망상(妄想) 때문에 국민은 실존적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문화일보

 

 05.15 매번 인사 참사, 매번 책임 無, “靑 기이하다”던 文

문재인 대통령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임 장관은 국가 지원금으로 가족과 외유를 다녀왔고 종합소득세도 후보 지명 후에야 납부했다. 위장 전입과 논문 표절 의혹, 미국 국적 두 딸의 국내 의료비 혜택 등 그야말로 문제투성이다. 오죽하면 ‘여자 조국’이라 불리겠나.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분양 받은 뒤 ‘관사 재테크’로 수억원을 벌고 위장전입 의혹까지 받는 노 장관도 주택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론 부적격이다.

 

문 대통령은 아내가 도자기 밀수 의혹을 받는 박준용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앞세워 부적격 두 장관 임명을 밀어붙였다. 여당이 ‘한 명은 낙마시켜야 한다’고 하자 청와대는 마지못하는 척 받아들였다. 민심 수용이 아니라 우롱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사퇴한 박 후보자에 대해 “고맙고, 짠하다”며 무슨 희생이나 한 것처럼 말했다.

 

임혜숙 장관의 결격 사유는 사퇴한 해수부 장관 후보자를 넘어선다. 국민 눈 높이대로라면 임 장관이 먼저 사퇴해야 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내각 30% 여성 장관 할당제를 지키기 위해 임 장관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실제로 임 장관이 끝까지 살아남아 임명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로서 부적격자를 여성이라고 우대하고 그대로 임명하는 것은 여성 할당 제도를 악용하고 희화화하는 것이다. 민주당 여성 의원조차 “여자라서 임명됐다는 말은 여성들의 앞길을 더 막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정권에서 야당이 반대하는 장관급 임명 강행은 이들을 포함해 31명이나 됐다.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 강행한 숫자를 합친 것을 넘어섰다. 매번 인사 때마다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충격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청와대 인사수석은 부적격자만 골라서 추천했는데 문 대통령은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신뢰했다. 널리 인재를 찾고 철저히 검증하기보다 자기 편만 쓰고 적당히 봐주는 인사를 했다.

 

공직 원천 배제 7대 기준 등 정권이 내세웠던 인사 원칙이나 기준은 아예 사라졌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인사 실패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식 인사청문회”라고 했다. 그런 인사청문회의 원조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다. 이 정권 내내 벌어진 인사 참사의 책임자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문 대통령 본인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박근혜 정부 인사를 비판하면서 “추천과 검증에 실패하고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청와대의 모습이 기이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정말 기이하다.

조선일보 사설

 

05.15 대통령, 영영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치학’ 못 깨치나

방향 착오·속도 조절 실패 정책 고집하면 1년도 팍팍한 세월
박정희·김대중·노무현 잘못된 정책 버리는 決斷으로 업적 남겨

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행사는 기자회견이라 하기도 민망하고, “임기 1년이 남았습니다”라는 첫머리 첫 문장 말고는 모든 항목이 진위(眞僞) 논란에 휩싸여 자축(自祝) 연설이라 부르기도 구차스러웠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는 자화자찬(自畵自讚)으로 흐르기 십상이라지만 정도가 심했다. ‘대통령이 업무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70% 국민을 향해 “당신들 잘못 판단했다”고 반박하고 싶었던 듯하다.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그 1년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라는 표현으로 연설을 끝맺었다. 고개를 가로젓던 사람들도 이 대목에선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속 불안은 더 커졌다. 무능하고 정직하지 못한 정권이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데는 1년으로 충분하다는 걸 겪어봤기 때문이다.

 

실패한 정책은 작은 효과 다음에 그 몇 배, 몇 십 배 역효과(逆效果)가 뒤따르거나 정책 도입 초기엔 일시적 부작용(副作用)이거니 하고 참았으나 기다리고 기다려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정책 등 여러 가지다. 정책 효과는 지금 세대가 따먹고 비용 부담은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양심불량(良心不良) 정책도 많다. 정책 수립 근거와 정책 효과를 허위 통계로 조작하는 사기성(詐欺性) 정책도 이 정권에서 드물지 않았다.

 

1955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공적(公的) 지원을 받는 각급 학교에서 인종차별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지혜로웠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판결의 방향 때문만은 아니었다. 만일 즉각적 흑백 통합을 명령했더라면 당시 미국 남부(南部) 상황에선 광범위한 유혈(流血) 사태를 피하기 어려웠다. 대법원은 흑백을 통합하되 ‘그 속도는 신중하게 조절하라’고 명령함으로써 ‘옳은 방향’과 ‘적절한 속도’를 함께 확보했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권은 4년 내내 ‘옳은 방향’과 ‘적절한 속도’ 가운데 어느 한쪽을 헛짚거나 더러는 두 가지 모두를 잃은 정책을 고집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 선수다. 학생운동 때 버릇을 국정 운영하면서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은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과 자세를 갖춰야 한다. 대통령의 성패(成敗)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적절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사용해 잘못된 정책을 버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문 대통령 전임자들은 대부분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버리는 정책 전환을 결단(決斷)함으로써 업적을 남겼다.

 

40대의 박정희 대통령 생각 바탕에는 상당한 좌파적 사고가 깔려있었다. 1960년대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쥔 제3세계 지도자 대부분이 그랬다. 그들은 과거에 수입하던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입 대체 산업 육성을 경제 정책의 제1 목표로 삼았다. 박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달리 수출 주도(主導) 경제성장으로 정책 전환에 도전했고 이것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건강보험 도입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소산(所産)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 국회의원 시절 한·일 국교 정상화에 앞장서 반대했다. 대통령 김대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대중문화 상호 개방 정책을 결단하고 지지 세력을 설득했다. 이것이 ‘K’라는 글자를 단 한국 대중음악과 영화 산업을 세계 주류(主流)로 올려세웠다. 한·미 FTA 체결,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도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노무현의 생각을 버리고 밀고 나갔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극약(劇藥)이다. 소량(小量)을 적시(適時)에 사용해야 한다. 이 약을 너무 자주 쓰거나 거꾸로 쓰면 나라가 뒤집힌다. 조국씨가 정권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그 가족의 잘못은 그냥 넘기기 어렵다’가 바른 처방(處方)이었다. 대통령은 위법과 범법(犯法) 논란을 알면서도 그를 법무장관으로 고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거꾸로 사용한 것이다. 대통령은 ‘탄소 중립(中立) 선언’에 호응한다면서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만 언급하고 원전 폐쇄는 은근슬쩍 말없이 뭉개고 지나갔다. 정직하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약을 삼켜 원전 폐쇄라는 잘못된 정책의 족쇄를 풀어야 했다.

 

남은 임기 1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아니다. 권력 분립(分立) 허물기, 소득주도성장, 북한에 대한 미련과 집착,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사이의 비중(比重) 설정 혼선 등 겹겹의 족쇄를 차고 걷기에는 1년도 팍팍한 세월이다. 대통령은 영영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치학’을 못 깨칠 모양이다.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

 

05.17 경제 失政에 같은 편조차 ‘낙제점’, 그래도 마이웨이 고집하겠다니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 수석을 배출한, 서울대 변형윤 교수 중심 '학현학파' 후배 교수들이 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낙제점을 주었다. 토론회에서 후배들의 신랄한 비판에 직면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흔들리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경고라고 생각한다"면서 외골수 행태를 반복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홍장표 전 경제수석 등 문 정부 경제팀의 핵심을 배출한 진보 성향의 ‘학현학파’가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제자들이 주축인 ‘학현학파' 학자들은 엊그제 토론회에서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난맥상에 대해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정책도 실패하고 신뢰까지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가덕도 공항을 비롯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남발이나 ‘타다’ 금지 등은 “인기영합”이라고 혹평했다.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학현학파’는 문 정권의 경제정책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브레인 그룹이다. 그런데도 문 정부의 경제 운영 전반에 ‘낙제점’을 매긴 것이다.

 

여당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나 탈원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특위위원장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며 부동산 세금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전 민주당 의원은 “탈원전은 과학적으로 우매하고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대착오적 정책”이라고 했다.

 

같은 편에서조차 비판이 커지는 것은 4년 내내 지속된 마이동풍식 정책 행보의 후유증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나 세계와 거꾸로 가는 탈원전, 기업 발목을 잡는 반시장적 규제가 온갖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며 경제와 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념, 진영과 무관하게 누가 보아도 국익에 마이너스인 자해 정책들이 무리하게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정부가 정책 노선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 대통령은 집권 5년 차 기자회견에서 “고용 안전망과 분배 지표가 개선되는 등 긍정적 성과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같은 편 경제학자들 비판에 홍장표 전 수석은 “흔들리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경고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기 확신에 빠진 나머지 국가 경제가 망가져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 사람들이다.

조선일보 사설

 

05.17 문제는 친문이 아니라 文이다

文 4년 가장 큰 잘못은 ‘언어 파괴’
잘못하고 되레 성내는 이상한 나라
‘운동권·문파에 휘둘린다’ 사실 아냐
강성 대통령, 문파 행동 사실상 조장

 

문재인 대통령 집권 4년의 가장 큰 잘못은 뭘까? 실정(失政)을 열거하자면 입이 아프지만, 나보고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이거다. 언어 파괴. 그 4년 동안 공정 정의 법치 개혁 상식 도덕 같은 사회 규범 언어의 어의(語義)가 훼손되고 변질됐다.


잘못된 정책이야 이 정권이 정신을 차리거나(가능성은 낮지만) 다른 정권이 들어서면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파괴된 언어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흔적을 남겨 국민화합을 해치고, 국가경쟁력을 좀먹는다. 이를 바로잡는 일 또한 지난(至難)한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이 정권 사람들이 ‘개혁’을 말하면 덜컥 두려운 생각부터 든다. 개혁=장악, 즉 ‘우리 편 만들기’라는 뜻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설사 내년에 정권교체가 돼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도 개혁을 외친다면 또 무슨 저의는 없나, 의심부터 할 것 같다. 언어 습관이란 게 그만큼 무섭다.

 

문 정권 들어서 가장 크게 망가진 단어는 ‘공정’일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란 대통령 취임사의 화두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식 공정임이 드러났다. 즉 ‘모든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 공정하다.’ 이 같은 ‘그들만의 공정’에 청년들이 분노하는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이제 이런 ‘문재인 어학사전’에 ‘균형감각’이란 낱말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시대정신과 함께해야 하고,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대정신’이야 다의적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난데없는 균형감각(Sense of proportion)이라니….

 

역대 대통령 가운데 균형감각과는 가장 거리 먼 사람 중 한 분이 그 말을 입에 올리니 당황스럽다. 취임하자마자 적폐몰이로 이전 정권 사람들을 초토화시키고, 철저한 ‘편 가르기’ 통치로 조국 윤미향 추미애 사태를 조장했으며, 무능한 운동권식 국정 운영으로 안보와 경제, 인사(人事)와 코로나 백신 정책을 망치고도 4주년 회견에서조차 잘못한 게 없다는 대통령. 자신의 균형감이 부족하니, 다음 대통령이 갖췄으면 좋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다시는 이런 말씀은 안 했으면 한다.


그날 회견을 보면서 대통령의 강한 멘털에 놀랐다. 그런데 말씀을 들어볼수록 잘못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아예 잘못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나는 잘했는데, 야당과 일부 언론의 폄훼로 억울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국가 지도자라면 잘못을 알고 부인하는 것보다 잘못 자체를 모르는 게 더 위험한 터.


최고 권력자부터 이러니, 4년을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은 잘못한 윗분들이 더 당당한 나라, 잘못한 자들이 도리어 성내는 이상한 나라가 돼버렸다. 잘못을 지적하면 문빠(이하 ‘문파’로 순화)들은 ‘이명박 박근혜 때는 더했다’는 기이한 논리로 반박한다. 그때 결코 더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때는 잘못이 들통나면 부끄러워할 줄은 알고, 인사 조치했었다. 설령 그때 그랬다 한들, 그때도 잘못했으니 지금 잘못해도 된다는 논리가 말이 되나.


임기 4년이 지나면서 이것만은 분명해졌다. ‘성품이 착한 문 대통령이 주위에 포진한 86 운동권 세력에 끌려다니거나 강성 문파에 휘둘린다’는 임기 초반 관측은 틀렸다는 사실. 이번 부적격 장관 인사를 두고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말에서도 드러나듯, 운동권 출신 여권 인사들보다 문 대통령이 더 강성이다.


한국정치 수준을 떨어뜨리는 문자폭탄에 대해서도 ‘양념’이라느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느니 하며 문파의 집단행동을 사실상 조장해온 사람도 대통령이다. 국민통합의 책무를 지닌 대통령답게 ‘문자폭탄은 민주적 여론 형성을 저해한다’고 손사래를 쳤어도 문파가 지금처럼 기승을 부릴까.

 

대통령은 회견에서 다중(多衆)이 쏟아붓는 문자폭탄에는 ‘정치하는 분들이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라’고 주문했다. 정작 자신을 향한 시민 1명의 모욕에는 ‘여유 있는 마음’을 잃고 고소한 뒤 2년이 다 돼서야 취하했다. 상대 진영 사람을 적대시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문파의 행태와 닮지 않았나.


이제 ‘대통령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문’에 대한 ‘빠’는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 대통령부터 여유 있는 마음을 되찾고 문파를 놓아주면 문파도 대통령을 놔줄 것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05.18 대통령 선언에 맞추려 희생되는 울창한 숲들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일대 산이 대규모 벌목으로 나무를 싹쓸이하듯 베어내 민둥산이 돼버렸다. / 고운호 기자

 

어제 자 조선일보 1·3면에 보도된 충북 제천, 강원 홍천의 싹쓸이 벌목 사진들이 충격적이다. 얼핏 봐도 수만 평씩 돼 보이는 산에 있던 나무들이 통째로 베어져 민둥산으로 변해 있다. 홍천 일대 산엔 40년 된 잣나무·소나무들이 잘려 경사면에 포개져 있고 굴착기들이 거길 들어가 통나무들을 긁어내고 있었다. 제천, 홍천만 아니라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규모 싹쓸이 벌채에 대한 우려는 산림청이 지난 1월 ’2050 탄소 중립 산림 전략'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산림청 논리는 탄소 흡수 능력이 감소한 노령림을 베어내 목재로 쓰고 거기에 새로 묘목을 심어 ‘젊은 산림’으로 변화시키면 2050년 기준 1800만톤 정도 탄소 흡수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 벌채량을 지금까지의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되려면 나무가 없던 곳을 찾아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이다. 기존 숲을 베어내고 묘목을 새로 심는 것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길이 될 수 없다. 나무를 잘라 목재로 써봐야 평균 50년이면 수명이 다하면서 분해돼 다시 이산화탄소로 대기 중에 풀려 나간다. MDF 등 결합 목재는 그보다 수명이 훨씬 짧다. 잡목이나 가지 등 연료로 쓸 수밖에 없는 것들은 곧바로 이산화탄소로 날아간다. 산림에 담겨 있던 탄소를 다 이산화탄소로 뿜어낸 뒤 거기에 다시 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것이 어떻게 공기 중 탄소를 줄이는 일이 되겠는가. 산에서 나무를 통째로 베어낸 다음 여름에 큰 비라도 오면 토사 침식으로 산사태도 우려된다. 토양 영양분이 쓸려 내려가면 새로 심은 나무들도 제대로 자라기 힘들 것이다. 경관 훼손, 생태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산림청의 황당 발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0월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자 거기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머리를 짜내다 나온 헛발질이다. 대통령이 실무 검토 없이 선언부터 해버리자 정부 부처들이 허겁지겁 그걸 뒷받침하겠다며 말이 안 되는 로드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탈원전을 포기만 해도 탄소 중립으로 가는 훨씬 쉬운 경로들을 마련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중단시킨 신한울 원전 3·4호기를 가동시켜 석탄화력을 대체시키기만 해도 연 1500만~2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다. 탈원전으로 태양광을 장려해 국토 곳곳의 숲을 베어내더니 이젠 탄소 중립한다면서 아주 본격적으로 산림을 황폐화시켜 탄소를 더 뿜어내는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05.18 대통령에 대들어야 기자다

文 취임 4주년 회견서 대통령은 ‘성과’ 강변하고 기자들은 저돌성 안보여
대통령·언론 모두 패배자… 권력과 대립각 세우는 게 진정한 언론의 존재 이유

대통령의 기자회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1974년인가, 닉슨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CBS의 댄 레더와 나눈 단 두 마디의 설전(舌戰) 장면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공격의 선봉에 섰던 댄 래더가 질문자로 지명받자 장내에서 웃음이 터졌다. 닉슨은 래더를 향해 “어디 출마라도 하셨냐?(Are you running for something?)”라고 농조로 선공(先攻)을 했다. 래더는 즉각 반박했다. “대통령께서도?(Are you?)” 장내에 폭소가 터졌다. 대통령과 기자가 일대일로 맞서는 것 같은 장면은 아무리 미국이라도 분명 문제가 있다. 당시 미국 여론도 댄 래더가 무례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CBS는 기자로서 래더의 공격성과 저돌성을 인정해 그를 24년간이나 메인 앵커로 썼다.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장(場)은 한마디로 ‘전쟁터’였다. 대통령과 기자들 간에 불꽃 튀는 논쟁이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 언짢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기자들은 일단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거기에는 질문 내용에 제한이 없고 시간도 제한이 없다. 회견을 여는 것은 대통령 쪽이지만 회견을 끝내는 것은 기자단이 정한다. 기자회견을 영어로는 프레스 콘퍼런스(press conference)라고 하는 것도 기자가 묻고 상대방이 대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가 언론과 ‘회의(會議)’하는 자리라는 뜻이다. 즉 토론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여기서 권력자의 구미에 맞는 언행을 하는 언론은 결국 도태되게 마련이다. 월남전 때문에 언론의 비판에 시달린 린든 존슨 대통령도 그에 관한 기록물에서 자기들끼리는 기자들을 아주 저급한 단어(SOB)로 욕하는 대목이 여러 번 나온다. 그렇다. 언론은 권력의 적(敵)이며 권력 쪽에서 보면 SOB다. 그러나 언론 쪽에서는 권력자에게 대들어야 언론인 것이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보는 심경은 떨떠름했다.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 코로나 창궐이라는 인류의 재앙을 비켜 갈 수 없는 상황임도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그 어디서도 ‘권력과 언론’이라는 정상적 대립 구도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진솔하게 설명하거나 실수를 사과하는 대목도 없고 기자들이 그것을 추궁해 들어가는 저돌성도 보이지 않았다. ‘전쟁터’이기는커녕 한 편의 합동 쇼 같았다. 결국 대통령과 언론 양쪽 모두 패배자가 됐다.

 

견인지 연설인지 구별도 안 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임기를 1년 앞당겨 마감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국민 거의 모두가 체감하는 ‘현실’에서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그것을 애써 ‘성과’로 감싸려는 억지에 많은 국민은 오히려 연민의 정을 느꼈으리라. 극성 지지층의 아성에 갇혀 마지막 끈을 놓지 않으려는 문 대통령의 위상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는 더 이상 보편적 한국 국민에게 대통령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각종 인터넷 매체에 등장하는 대통령 비하(卑下) 표현은 차마 지상(紙上)에 옮길 수 없는 정도다.

 

또 다른 패배자는 언론이다. 회견을 본 많은 사람이 기자를 ‘들러리’라고 표현했다. 지금 세상이 얼마나 어렵고 사람들의 심정이 얼마나 어두운데 언론이 대통령을 상대로 묻고 추궁한다는 것이 고작 그 정도냐는 힐난도 들렸다. 기자단이 스스로 무슨 룰을 만들고 질문 내용을 어떻게 조율했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적어도 국민 편에서, 독자와 시청자 편에서 그들이 무엇을 알고 싶은지는 살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인터뷰나 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보충 질문(follow-up question)이다. 보충 질문이야말로 본(本)질문이다. 보충 질문 없는 인터뷰나 회견은 속된 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다. 그리고 기자는 일단 의도적으로라도 상대방과 반대편에 서야 한다. 특히 상대방이 권력일 때 더욱 그렇다. 권력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단이 보충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기자회견에는 룰이 없어야 하는 것이 룰이다.

 

세계의 수많은 권력자를 인터뷰한 이탈리아 기자 겸 작가 오리아나 팔라치는 권력자들의 속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대체로 교양도, 지식도, 철학도, 세계관도, 인내심도, 가정교육도, 감성도, 지성도, 윤리관도 일반인보다 낫지 않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지 거대한 탐욕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끝없는 잔인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는 이 탐욕과 잔인함을 견제할 의무가 있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05월 18일 文대통령 임기만료 ‘2022년 5월9일 24시’ 확정

선관위 답변… 논란 종결
탄핵후 대선 법 명시안돼 혼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 시점이 2022년 5월 9일 밤 12시인지 10일 밤 12시인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2년 5월 9일 24시’라고 밝혔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혼선이 정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공직선거법의 관련 조항이 불명확한 점이 문제의 발단이 된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8일 선관위는 문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을 묻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수(국민의힘) 의원실의 질의에 대해 “2022년 5월 9일 24시”라고 답변했다. 선관위는 박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서 “19대 대통령의 임기 개시일은 ‘공직선거법’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당선인 결정일인 2017년 5월 10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법제처 등 관련 정부 부처는 대통령 임기 만료 시점과 관련해 “부처 소관 사항이 아니다”며 답변을 거부하고, 선관위도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혀 대통령 임기에 관해 혼선이 빚어졌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치러진 2017년 5월 9일 조기 대선에서 당선돼, 선거 다음 날인 10일 바로 취임했다. 당시 선관위는 10일 오전 8시 9분 문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했다. 이 때문에 임기 만료 시점이 9일 24시인지 10일 24시인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논란들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 등 궐위로 치러진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 만료 시점을 관련 법령에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아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제14조 제1항은 “대통령의 임기는 전임 대통령 임기 만료일의 다음 날 0시부터 개시된다. 다만 궐위로 인한 선거에 의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선관위와 협의해 조속히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05.19 김영삼도서관까지 증여세 폭탄, 후진적 ‘기부 학대법’ 언제까지

국세청이 김영삼기념도서관을 세운 김영삼민주센터에 증여세 2억7000여만원을 부과하고 김 전 대통령의 조상 묘소까지 압류했다고 한다. 김영삼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2010년 상도동 사저와 거제도 땅, 멸치 어장 등 재산 60억원을 기부해 건립됐다. 그런데 멸치 어장과 묘소 땅 등이 아직 그대로 있다는 이유로 증여세를 부과한 것이다.

 

행 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기부받은 재산을 3년 내에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으면 증여세를 과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부자 대부분은 이런 내용을 알지도, 생각지도 못한다. 하지만 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 등 현금화가 쉽지 않은 재산을 3년 내에 전부 처분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경우 공익에 쓰려고 기부한 재산을 국가가 세금으로 가져가 버리는 황당한 일이 생긴다. 이렇게 사회적 기부를 막고 선의의 피해자를 낳는 악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정부와 국회는 방치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 민주센터 상임이사는 “세무서가 3월 초 증여세를 내라고 하더니 5월 초 거제의 조상 묘소를 압류했다”고 했다. 억울하고 황당한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심의·고지 과정을 거쳐 적법하게 집행했다고 했다. 법대로 했다니 국세청만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법의 문제다.

 

이런 일이 처음 사회문제화한 것이 벌써 13년 전이다. 2008년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 창업가 황필상씨는 회사 주식과 현금 등 210억원을 아주대에 기부해 장학 재단을 만들었다가 140억원의 증여세 폭탄을 맞았다. 가산세가 붙어 세금은 225억원까지 늘었다. 집까지 압류당하며 거리로 나앉을 뻔하다 2017년 9년 만에야 대법원에서 겨우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공익재단에 회사 주식 5% 이상을 기부하면 최고 60%까지 증여세를 부과토록 한 법 때문이었다. 실제 증여세를 피하려 시간에 쫓기다 헐값에 주식을 파는 공익재단이 적지 않다. 3년 내 기부 재산을 처분·사용하지 못해 거액의 증여세를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에선 공익·자선 단체에 대한 주식 기부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미국 억만장자 워런 버핏은 공익재단에 3조원 가까운 기부를 했지만 세금을 낸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후진적 제도 때문에 대통령도서관까지 세금 폭탄을 맞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법 개정을 요구해도 정부는 국회로 책임을 미루고 여당은 대기업의 변칙 상속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 그런 변칙을 막으면서 선의의 피해자는 없게 하는 방법이 없을 리 없다. 정권에 정치적으로 득이 됐다면 말도 안 되는 ‘기부 훼방법’ ‘기부자 학대법’은 벌써 개정됐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22  ‘부당 해임 책임’ 文 끝까지 불복, 자신은 잘못 없고 남에겐 가혹

 

문재인 대통령이 ‘강규형 전 KBS 이사 해임은 부당하다’는 법원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1·2심 모두 문 대통령의 해임 조치가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사권자가)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이를 대법원까지 끌고가서 다투겠다는 것이다. 절대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오만함이 아닐 수 없다.

 

야당 추천인 강규형 전 이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7개월 만인 2017년 12월 해임됐다. 2년 동안 업무추진비 327만원을 김밥집 등에서 개인 용도로 썼다는 이유였다. 당시 11명 이사 모두 문제가 됐다. 하지만 방통위는 사용액이 더 큰 이사는 놔두고 강 전 이사만 해임 건의를 했고 문 대통령은 바로 해임했다. 당시 고대영 KBS 사장을 밀어내려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여권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 문건대로 진행됐다. 친정권 노조가 감사를 청구했고, 석 달 전 KBS 감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던 감사원은 다시 이사들의 법인카드를 뒤졌다.

 

강 전 이사는 소송 과정에서 “심신은 황폐화되고 삶은 허물어졌다”고 했다. 노조가 일하는 대학을 찾아와 스피커를 틀고 이웃집까지 탐문했다. 20건에 이르는 고소·고발에 시달렸다. 그렇게 집요하게 보복하더니 이젠 대통령이 직접 대법원 소송까지 하겠다고 한다.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이 많은 대법원에서 결과를 어떻게든 뒤집어 보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 “검경 조직의 명운을 걸라”는 자신의 지시에 따라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재수사와 불법 출국금지가 이뤄졌는데 “수사 지휘가 아니라 당부였다”고 했다. 재판부에 “피고 문재인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구한다”는 답변서까지 냈다. 부동산과 경제 정책 실패, 백신 부족에 대해서도 대통령 잘못은 없다.

 

겉으론 통합과 관용을 말하면서 실제론 정반대였다.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을 비판할 자유가 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지만, 자신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뿌린 시민단체 대표를 모욕죄로 고소해 22개월 동안 수사받게 했다. 대학에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20대 청년은 ‘건조물 침입죄’라는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시민은 구속이 1년간 연장되는 등 집요한 보복을 당했다. 강규형 전 이사에 대한 뒤끝도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

 

05.22 대입 정원 4만명 미달 비상인데, 1조6000억 ‘문재인 공대’는 공사 중

▲지난 3월 25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예정 부지인 부영CC에서 학교 건립을 앞두고 사전 준비 공사를 하고 있다. 전날 한전공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건립 공사가 추진된다. /연합뉴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전국 대학 신입생 미달 인원이 사상 최대인 4만586명(전문대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미달 인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신입생 충원율도 작년보다 6%포인트 가까이 내려간 91%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대로 가면 3년 후(2024학년도) 미달 인원이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저출산에 따른 ‘예정된 미래’였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대학이 알아서 하라”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학령인구가 7만여명 줄어들 때 대학 정원을 5만2040명 줄였는데, 이 정부는 4년간 학령인구가 13만여명 감소하는 동안 1만8902명 줄이는 데 그쳤다. 지난 20일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도 내년 3월까지 대학이 자율 계획을 내라고 하는 등 본격적인 정원 감축을 다음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고 있다. 인기 없고 골치 아픈 일은 손대지 않고 다음 정부로 넘기는 전형적인 무책임 특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대)는 내년 3월 전남 나주에 개교하기 위해 입시 요강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신입생 모집에 나섰다. 학교 부지인 옛 부영CC 일대는 둘레에 펜스를 쳐놓고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내에서는 2009년 울산과기원·중원대 이후 12년 만에 처음 신설 대학이 나오는 것이다. 다른 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부지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지역 거점 대학 전남대도 올해 심각한 정원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수도권 대학까지 포함해 정원을 감축하고 대거 대학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그 옆에서 새 대학을 짓는 웃지 못할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한전공대 개교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공약이었다는 것 말고는 어떤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 지역은 물론 나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약이 많은데 하필이면 터무니없는 대학 설립 공약을 내걸어 놓고 그걸 지키겠다고 밀어붙이고 있으니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오기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이 대학 설립·운영에 들어갈 1조6000억원을 KAIST·포스텍·광주과학기술원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 지원에 쓰거나 전국 대학의 구조 조정을 돕는 데 쓰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다.

조선일보 사설

 

05.24 “44조원짜리 크랩 케이크 오찬”

삼성·현대·SK·LG 투자 없이 文, 바이든과 점심 가능했겠나
한국 기업들에 고마워하며 이제라도 ‘反기업’ 정책 바꿔야

지난 21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 기업의 역할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역대 다른 회담과 차별성이 있다.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우리 기업이 양국 관계에서 갖는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394억달러(약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미국이 희망하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가 모두 망라돼 있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악몽’에 시달리는 바이든 미 대통령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얼마나 기뻤는지 기자회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일어서게 했다. 그가 “생큐, 생큐, 생큐”라며 우리 기업인들을 위해 힘차게 박수를 친 장면은 이번 회담의 하이라이트였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문 대통령의 희망대로 햄버거 대신 다른 음식이 나왔다. 청와대는 회담 전에 스가 일본 총리 방미 때 나온 햄버거 식사는 곤란하다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 선호 메뉴를 알려줬는데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가 제공됐다. 청와대는 “미국 측이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스가 총리와는 달리 특별 대접을 받았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도 귀국하면서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 “정말 대접받는다는 느낌이었다”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국제 정세를 잘 아는 한 외국인 전문가는 이번 회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스가 총리 방미 당시 일본 측은 아무런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어떤 투자도 약속한 것이 없다. 이에 비해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44조원짜리 투자 계획을 밝힌 덕분에 크랩 케이크 오찬을 할 수 있었다.”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 주자를 도왔던 K씨는 “삼성, LG, SK가 없었으면 생색도 못 내고 깃털처럼 가벼움만 더할 뻔했다.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 외교 역량으로는 이미 국제정치의 변방으로 버림받았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관찰대로 정상회담에 맞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없었다면 크랩 케이크가 나오는 오찬 회담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 회담하는 기회를 못 가졌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반(反)기업적 경제 정책을 펼쳐 기업을 숨 막히게 해 왔다. 조사 대상 기업의 92%가 현 정권이 ‘기업 친화적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여론조사도 발표된 바 있다. ‘사회주의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본다’는 답변도 67%였다. 이런 문 대통령이 정작 기업 활동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된 것은 아이러니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 자기 입맛대로 식사하고 온 문 대통령은 이제 차가운 바다에서 숨진 세월호 학생들에게만 고마워하지 마시라. 44조원짜리 오찬을 하도록 도와준 한국의 기업에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하고, 늦었지만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문 대통령이 이렇게 비싼 식사를 하고 와서도 바뀌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을 앞둔 유권자만이라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누구 때문에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레임덕 대통령이 이렇게 환대받고 왔는지 말이다. 기업의 역동적 활동으로 중세 시대 100년보다 1년의 변화가 더 빠른 시대에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소평가돼 온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것도 대한민국의 활로(活路)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하원 국제부장

 

05.28 엉터리 ‘소주성’ 장본인이 KDI 원장, 해외토픽감으로 국민 우롱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의 설계자라는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으로 선임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해외 유학한 인재들을 영입해 설립한 KDI는 한국 경제의 기적 같은 성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국책 연구소다. ‘한강의 기적’ 상징과도 같은 싱크탱크 수장에 경제가 아니라 주술 같은 엉터리 정책의 입안자를 앉힌 것이다. 홍 전 수석 등이 밀어붙인 소주성의 참담한 실적은 온갖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연평균 30만~40만명 수준이던 취업자 증가 폭이 소주성 시행 1년 만에 5000명대로 곤두박질치는 고용 참사가 발생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가난해져 소득분배가 악화됐다. 경제학계는 “소주성이 고용·소비·투자 등 경제 기초 체력을 모두 훼손했다”고 혹평했다. 분배 중시의 좌파 경제학자들까지 소주성이 사실상 실패라고 진단했다.

 

결국 홍 전 수석은 경제 악화의 책임을 지고 1년 만에 옷을 벗었다. 정부 공식 발표와 문건에서 소주성이란 말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하지만 홍 전 수석은 “소주성 덕에 성장률 급락을 막고 소득분배가 개선됐다” “코로나가 소주성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억지 논리를 펴며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소주성이 “5년, 10년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홍 전 수석이 KDI 원장 후보로 거론되자 KDI 원로들은 “망국적 경제정책 설계자가 KDI 수장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라는 이례적인 반대 성명을 냈다. 경제계와 학계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까지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받고 일자리가 없어졌다”면서 소주성 실패를 인정했지만 문 정권은 끝내 밀어붙였다.

 

이 정부는 정권에 봉사한 관변 학자들을 국가경영의 두뇌 역할을 하는 국책 연구기관장으로 줄줄이 내려 꽂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정해구 전 성공회대 교수를 올 연초 26개 국책연구기관을 총괄하는 경제사회인문연구회 이사장에 앉혔는데, 바로 그 정 이사장이 이번에 홍 전 수석을 KDI 원장으로 낙점한 것이다.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노동연구원장, 박종규 청와대 재정기획관은 금융연구원장 자리를 꿰찼다. 아무리 정권 말기 자리 나눠 먹기 잔치라고 해도 소주성 정책 주역의 KDI 입성은 해외토픽 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이없다는 말밖엔 할 것이 없다.

조선일보 사설

 

05월 28일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책임자를 KDI 원장 시킨 亡國的 행태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막바지임에도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인사(人事) 행태는 더 심해진다. 최근만 해도 임혜숙·김오수 같은 장관(급)은 물론 많은 공공기관에서 난무한다. 며칠 지나면 국민은 다 잊어버린다는 생각이 없으면 그러지 못할 것이다. 문 정부가 27일 홍장표 부경대 교수를 끝내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선임한 것은 ‘아시아 최고 싱크탱크’로 성장한 KDI를 망치고, 중장기 국책에 악영향을 끼칠 망국적(亡國的) 행태다.


그는 문 대통령의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소주성 정책의 핵심이었던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에 대한 반발과 부작용으로 1년 만에 물러났다. 송영길 여당 대표조차 지난 25일 소주성 실패를 공개적·구체적으로 거론했고, KDI 출신 원로들은 물론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도 소주성을 비판한다. 홍 원장이 소신을 KDI에 강요하면 경제를 이렇게 망친 것으로도 모자라 국책 왜곡, 연구원 이탈 등 미래에까지 심각한 부작용을 남길 것이다.


재정 문란을 견제해야 할 조세재정연구원을 비롯, 노동연구원·보건사회연구원·직업능력개발원 등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비판을 틀어막고, ‘정책 대못’을 박고, 내 편에게 막판 일자리를 챙겨주겠다는 발상인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사설

 

05.28 기업에 빚진 文대통령

김만용 산업부 차장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눈길을 끌었던 장면 중 하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 도중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6명의 한국 기업인을 일으켜 세운 뒤 박수를 유도한 순간이다. “250억 달러(한국 측은 44조 원(394억 달러)으로 발표) 투자를 삼성, SK, 현대, LG 등에서 약속해줬다”며 “Thank you”를 세 차례 연발했다. 한 달 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홀대받았다는 시각을 보였던 일본 언론이 이를 낚아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은 “한·미 공동성명에 한국 측의 요망이 폭넓게 반영됐다”면서 “한국 기업이 40조 원대 대미 투자를 한 대가”라고 밝혔다. 2019년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일본 기업이 미국에 23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혀 환대와 선물을 받았는데 2년 만에 상황이 묘하게 바뀐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를 계기로 한·미 관계가 매끄럽게 복원됐는지는 불명확하지만, 두 가지 사실은 명확해졌다. 첫째 우리 기업이 움직이면 세계 최강 미국의 마음도 살 수 있다는 점, 둘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문 대통령이 우리 기업에 세게 빚을 졌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전임 대통령들도 기업들로부터 종종 도움을 받았다. 사실 글로벌 경제 전쟁터에선 인맥과 구매력을 앞세운 세계 일류 기업의 도움을 받으면 어렵지 않게 해결되는 일들이 있다. 국내에선 대기업들을 구박하다가도 해외 순방만 나가면 곳곳에 걸린 대기업 광고판을 보며 자부심과 애국심을 느끼게 되는 것도 대통령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5월 러시아를 방문해 “기업이 나라다”라고 고백했다. 필리핀에선 “(해외 순방에서) 한국 상품 사진이 있는 광고판을 볼 때 기분이 좋다. 그(광고판) 밑에 박혀 있는 한국 기업 이름을 보면 형님을 만날 때보다 더 반갑다”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노동계는 노 전 대통령이 배신했다고 낙인찍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굴하지 않고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담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다. 한·미 FTA는 노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대통령과 정부를 돕는다는 것은 경영상 리스크가 크다. 기업에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지도 않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해 골프장을 내줬다가 중국 시장을 잃은 롯데그룹의 피해는 아직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정치가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한국에서 서슬 퍼런 대통령의 협박을 거절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세계 굴지 기업 50대 초반의 젊은 총수를 감방에 계속 가둬두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자 낭비다. 이제 기업에 진 빚은 기업과 기업인이 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갚아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성과는 결국 대통령 본인의 업적이 된다. 노 전 대통령처럼 강성 지지층과 반(反)기업의 울타리를 과감히 벗어나는 결단 하나가 ‘용서와 화해의 리더십으로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역사의 평가로 되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문화일보

 

05.29 5년 내내 펑펑 뿌리고 청년 1인당 2700만원 빚 떠안긴 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내년까지는 확장 재정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가 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증가 폭이 작고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는 말도 했다. 4년 내내 초대형 적자 예산을 편성하고 세금을 펑펑 뿌리더니 내년에도 재정 중독 행태를 반복하겠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급증, 비(非)기축 통화국이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점, 천문학적 재정이 소요될 미래 통일 비용 등을 감안하면 나라빚 관리는 국가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수십 년간 지켜온 ‘국가 채무 비율 40%’의 마지노선을 “근거가 뭐냐”는 한 마디로 허물고 재정 폭주를 거듭해왔다. 정부 수립 후 70년간 누적 국가 부채가 660조원인데, 문 정부는 집권 5년간 그 3분의 2가 넘는 421조원의 빚을 늘려 놓았다. 국가 부채 비율은 2017년 36%에서 내년엔 51%로 뛰어오르게 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 채무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채무 관리에 실패할 경우 국가 신용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문 정부의 재정 폭주는 코로나 때문이 아니다. 그 이전부터 정상 궤도를 벗어났고, 코로나 국면에선 탈선의 정도가 더 심해졌다. 2019년 이후 예산증가율이 3년 연속 9%선을 웃돌았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부작용을 가리기 위해 세금으로 근로자 임금을 보태주고, 세금 알바 일자리를 매년 수십만개 양산하는 정책을 지속했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실업급여, 건강보험 등 복지 관련 지출을 마구 확대하면서 재정 지출이 통제 불능 상태로 커졌다. 작년 총선을 전후해 전 국민에게 4인 가구당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뿌렸다. 전국에 선심을 쓰기 위해 타당성 조사조차 무시하고 토목 건설 예산을 퍼부으려 한다. 이런 대규모 재정 낭비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들어오는 세금이 턱없이 적으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조원이 넘는 빚을 내야 한다. 대부분 만기 30년짜리다. 현재 20대 이하 청년들이 30년 뒤 갚아야 하는 것이다. 집권 5년간 늘어날 국가 채무 421조원을 29세 이하 인구 154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2733만원에 이른다. 아동수당·청년수당 명목으로 푼돈을 쥐여 주고는 뒤로 거액의 빚을 떠안기는 꼴이다. 청년 세대를 이렇게 착취하면서 방만한 씀씀이를 막을 최소한의 제동 장치인 재정 준칙은 임기 후인 2025년부터 적용하겠다고 한다. 임기 내내 빚을 내 펑펑 쓰고 뒷감당은 다음 정부, 다음 세대에게 떠밀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

 

05.31 文, 실패 불법 도운 참모 옆에 둔다고 허물 덮이나

▲김외숙 인사수석,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이광철 민정비서관/조선일보DB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사실상 마지막 청와대 인사에서 김외숙 인사수석과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유임시켰다. 세 사람은 인사 실패와 각종 정권 관련 범죄에 연루돼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꼭 짚어내다시피 세 사람을 남겼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이들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뜻이다. 국정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정권 범죄는 끝까지 덮고 가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수석은 2019년 임명 이후 줄곧 부실 인사·검증 책임자로 비판받았다.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장관, 변창흠·노형욱 국토부, 황희 문화부, 임혜숙 과기부 장관 인선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만 16명이다. 어떻게 이런 부적격자만 추천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도 김 수석은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 야당은 경질을 요구하고 여당서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는 아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했다. 1992년 법무법인 부산 때부터 30년을 함께 일하면서 자기의 뜻을 살피고 따라온 최측근 예스맨을 끝까지 쓰겠다는 오기다.

 

이 실장과 이 비서관은 2017년 이 정부 출범 때부터 청와대에서 일했다. 이 실장은 울산 선거 공작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30년 친구 송철호의 당선을 보는 게 소원이라는 문 대통령 한마디에 청와대 비서실과 부처를 동원해 송 시장이 당선되도록 공약을 지원해 줬다.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한 중대 범죄다. 공직자가 기소되면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도 피고인이 버젓이 청와대 요직에 앉아 있다. 울산 사건의 화살이 문 대통령에게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곁에 두려는 것 아닌가.

 

이 비서관은 이 정권의 각종 불법·의혹에 단골로 등장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울산 사건과 관련한 검찰 공소장에는 “범죄에 가담한 강한 의심이 든다”고 돼 있다. 그래도 문 대통령이 그를 유임시킨 것은 청와대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대통령 가족까지 관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곁에 두면 자신의 실정과 불법이 드러나지 않을 거라고 여길지 모른다. 대통령 임기는 내년 5월이면 끝난다. 실패와 불법을 옆에서 거들었던 참모들을 끌어안고 있는다고 그 허물이 덮이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

 

05.31` 황당한 평양 동영상, 더 황당한 청와대

문재인 주최 국제회의..서울 대신 평양 들어간 동영상 상영
'외주업체 실수'라는 청와대 해명으로 끝낼 사안 아니다

1. 눈을 의심할 정도로 황당한 동영상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국제행사장에서 상영된 대한민국 서울 홍보영상에 느닷없이 평양이 등장했으니까요. 평양 대동강 한가운데 길죽한 섬(능라도)에 촛점을 맞춘 영상이 상공으로 줌아웃하는 과정에서 평양 전경과 대동강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2.불과 몇 초에 불과해 쉽게 알아보긴 힘듭니다. 능라도란 얘기를 듣고보니 분명했습니다.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라는 거창한 국제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중심이 마치 평양인듯 엉뚱한 동영상을 올린 겁니다. 이런 황당한 동영상이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버젓이 상영되고, 행사후 갈무리되어 다음날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청와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3.보도 이후 청와대에서 내놓은 해명은 더 황당합니다.  
‘청와대는 영상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다. 외교부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이 외주업체에 의뢰해 제작했다’랍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상회의에서 일어난 국가적 망신인데..외주업체 잘못이라니..청와대에서 내놓기엔 너무 무책임한 반응입니다.  
 
4.이런 동영상을 만들기까지는 많은 감수과정을 거치기 마련입니다.  
발주처는 먼저 동영상 제작 외주업체들에 아이디어를 공모합니다. 외주업체들이 동영상 시안을 만들어 발주처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설명회를 합니다. 발주처는 비교평가한 다음 최적안을 결정해 발주합니다. 외주업체는 그 과정에서 발주처가 주문한 요구사항을 반영한 2차 시안을 가지고 다시 발주처에 설명하고 협의합니다.  
 
5.이런 과정이 수차례 반복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영상을 사용할지 하나씩 맞춰나갑니다.  
그러니까..행사의 책임자는 당연히 어떤 영상이 들어가는지 알아야 맞습니다. 외주업체는 발주처 요구에 맞춰 계속 수정하면서 제작합니다. 발주처가 감수 주체이기에 책임도 발주처 몫입니다. 설혹 최고책임자는 모른다 하더라도 적어도 실무책임자는 당연히 알아야 맞습니다.
 
6.이런 업무를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압니다. 청와대의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됩니다.  
그러니 음모론이 나오는 겁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다수 국민들은 알아보지 못하는 방식으로, 암호같은 메시지를 일부러 넣었다..는 추론입니다. 평양을 돋보이게하는 내용이라 더 민감합니다. 진짜 의도적이었는지는..책임을 찾다보면 나올 겁니다.
 
7.그런데 청와대는 책임추궁 의지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외주 잘못이니..그리 알아라’는 태도로 느껴집니다. 행사 이틀전‘(P4G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주관한 국제회의 중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한다..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미래기술이 다 접목돼 있는 회의로 만들겠다’고 밝힌 사람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입니다. 탁현민이 진상규명에 나서야할 적임자로 보입니다.
 
8.문재인 청와대는 일부 우파로부터 주사파란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그런 정치적 맥락에서 보자면 가벼운 사건이 아닙니다. 이런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더욱이 그 책임론의 꼬리를 잘라버리는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더 많은 의심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불과 하루전 사건이라 그리 어렵진 않을 겁니다. 

중앙일보 오병상 기자

 

05.31 집값 폭등·탈원전 변질… 그들은 알았고 국민만 몰랐다

[태평로] 2017년 여름, 정권 내부에선 “아파트 폭등할 것, 탈원전 변질”
소주성, 국민 상대 거대한 실험… 民生을 굽고 튀기고 삶다니 

2017년 여름 무렵이었다. 청와대 한 참모는 기자에게 “강남 아파트 가격이 곧 폭등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김수현(당시 사회수석)이 부동산 정책을 주무르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다”고 했다. 다들 강남을 선호하는데 강남에 아파트가 부족하다, 그런데 공급 계획은 없고 세금 규제만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현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종부세를 설계했고,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한 사람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그를 중용했고 정책실장으로 영전시켰다. 강남 아파트 폭등을 우려했던 참모 말은 틀렸다. 강남 폭등이 아니라 수도권 모든 지역의 폭등이었다. 그 결과는 대통령 스스로 “죽비를 맞았다”고 했던 여당의 선거 참패와 ‘벼락거지’ 속출이었다.

 

이젠 탈원전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인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했다. ‘탈원전’ 선언 직후 정권 고위 인사는 기자에게 “원래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 정책이었는데 갑자기 환경 단체 출신들이 ‘탈원전’으로 변질시켰다”고 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산업 정책’이 ‘탈원전’이라는 이념으로 바뀌면서 궤도를 이탈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뒤늦게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념화된 탈원전은 원전 고사(枯死) 작전으로 전개됐다. 한 관료는 “과거 원전 정책을 만들다 지금은 탈원전 하자니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으로 수사받고 있다. 2017년 여름 이 정부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탈원전이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입 밖으로 꺼내질 않았을 뿐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아무리 경고등을 켜도 “촛불 혁명에 대한 저항”이라며 듣질 않았다. 그중 일부는 서둘러 부동산 막차에 탑승했을지도 모른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반을 넘기며 이상(理想)과 현실이 충돌하자, ‘우리 편’이 아닌 전문가와 관료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를 두고 진영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포획됐다”고 했지만, 국가는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갔다. 김 대통령의 정보 과학(IT) 정책, 노 대통령의 한미 FTA가 대표 사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달랐다. 여권의 한 정책 전문가는 “운동권이 정치뿐 아니라 정책까지 관료 손 안 빌리고 마음대로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엔 무섭거나 실력이 없어 관료 머리를 빌렸지만, 이번에는 자기들이 구상했던 모든 걸 다해봤다는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탄생을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민주노총이 “설렁탕 한 그릇” 가격이라며 1만원을 꺼냈고 이를 정의당이 받았다. “그럼 우리도 못 할 게 없다”며 민주당 대선 공약이 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비명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에야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고 물러났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국민 삶이 소득 주도 성장, 부동산, 탈원전 실험실에서 4년 동안 이리 튀겨지고 저리 구워졌다. 안 되니까 삶아 보고 쪄도 봤지만 계속 안 됐다. 그들 중 일부는 무모한 실험임을 알았지만, 국민만 실험실 쥐처럼 아무것도 몰랐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조리 도구를 바꿔보겠다지만 레시피가 그대로인데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올 리 없다. 망한 음식은 버리면 되지만 민생(民生)은 그런 게 아니다. 또 튀겨질 것인가, 불판을 갈 것인가 다시 선택의 시간이다.◎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