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이야기14/[새로 쓰는 우리 예절 新禮記(예기)1] <1>저승에서 온 조상님 편지 - <20>국경 넘은 사랑에 대한 매너
상식 이야기14/
[새로 쓰는 우리 예절 新禮記(예기)1] 2018-03-30 동아일보
<1>저승에서 온 조상님 편지
26년 제사… 맏며느리의 하소연
하늘나라 시증조모의 조언
“제사, 뭣이 중헌디?… 치킨도 괜찮여 가족이 화목해야지”
《‘예기(禮記)’는 중국의 고대 유교 경전입니다.
다양한 일상생활 속 예절을 다루고 있죠.
한국의 전통 예법 곳곳에 반영돼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천 년이 흐른 지금, 때로 그 예법은 현대와 맞지 않아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죠.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신(新)예기’ 첫 회는 한국인의 명절 스트레스 주범인 차례 및 제사에 대해 다룹니다.
죽은 조상님 모시다가 산 자손들 싸움난다는 제사.
조상을 기리면서도 가족의 화합을 도모할 방법은 없을까요.》
■ 26년 제사 맏며느리의 하소연
얼굴도 모르는 남편의 조상님들. 4월 6일 한식이 또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제게 한식이 왔다는 건 ‘시제(時祭)’ 제사상을 또 준비해야 한단 의미죠. 지난 설 명절 차례상 차리다 삐끗한 허리가 아직도 시큰거리는데…. 돌아서면 또 돌아오고, 눈을 뜨면 어느새 코앞인 제사가 이젠 정말 신물 납니다. 26년째니까요. 조금만 지나면 제가 제사상을 받을 판이네요.
지난 시간 저는 웃음과 공경의 마음보다 눈물과 원망의 마음으로 억지 제사를 준비했습니다. 요즘은 기독교다 뭐다 해서 아예 제사를 안 지내는 집도 많건만, 아버님은 “기일 제사는 4대까지 지내는 게 기본이고, 한식날 시제를 올리지 않는 집은 뼈대 없는 집안”이라며 맏며느리인 제게 매년 기제사 8번, 설·추석·시제 등 12번의 제사를 맡기셨죠.
남편 집안 뼈대를 세우느라 제 뼈는 녹아내렸습니다. 3년 전 무릎 수술을 한 다음 달에도 제사상을 차리라고 했을 땐 20년 넘게 쌓인 서러움이 터져 차라리 남편과 헤어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가씨는 여자라고 빠지고, 서방님과 동서는 직장일이 바쁘다고 빠지고…. 맏며느리의 숙명이라지만 가끔 와서 차려놓은 밥만 먹고 가는 형제들을 볼 때면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심지어 아버님은 “제사엔 여자가 나서는 게 아니다”라며 정작 제사를 올릴 때는 저를 뒤로 물러나게 하셨죠. 다음 주말이면 저는 또 묘소 끄트머리에 없는 듯 서 있을 겁니다. 이 집에서 전 가족인가요, 식모인가요. 이런 전통, 이제 저도 더는 싫습니다.
■ 하늘나라 시증조모의 조언
아가. 우릴 원망하는 증손자 매늘아가. 나는 저승에 사는, 니 시아부지의 할매 되는 사람이다. 니가 내가 사는 신줏단지를 하도 째려봐싸서 니 꿈속을 빌려 너에게 편지를 쓴다. 니가 그렇게 화를 내싸니 니 밥을 받아먹는 내 맴도 편치가 않다. 지난 설에 얻어먹은 제삿밥도 여즉 명치끝에 걸려있구나.
니가 일생 이 집안의 젯밥을 차리느라 고생한 것을 누구보다 내가 안다. 나도 그렇게 살았응게. 죽고 보니 나도 내 인생이 억울혀. 그래도 우리 때는 매느리만 아홉이고 식구도 많아 서로 도와감서 했다만, 시방은 너 혼자 20년 넘게 이게 먼 고생이다냐.
내가 저승에 와서 다른 집 자손들 사는 것을 보니 우리 집이 너무 고리타분혀. 내가 여그서 들었다만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참말로 조상복 받은 자손들은 제삿날 다 해외여행 가 있다’는 말이 있다믄서. 나는 너도 그렇게 한번 살아봤음 쓰것다. 그래야 조상복 받았다 할 것 아니냐. 내 신줏단지만 챙겨가믄 내가 귀신같이 알고 따라갈랑께. 거기 가서 느그들이 먹고자픈 현지 음식으로 제사상 차리고 즐겁게 먹어. 나도 덕분에 해외여행하면 을매나 좋냐.
내가 엊그저께 저승 경로당에서 김 씨 영감님을 만났는디, 그 양반의 손주가 그런다드만. 그 집은 4남 1녀인디 몇 년 전부터 부모, 조부모 제사를 1년에 한 번 어버이날이 있는 주 토요일로 합쳤단다. 2년 전부터는 다 같이 여행을 가서 거기서 제사를 지낸다는디 그렇게 화목할 수가 없다드만. 작년에는 제주도로 놀러가 제사를 지냈는디 덕분에 김 씨도 젯밥으로 전복부터 활어회, 오메기떡, 치킨, 아이스크림 케이크까지 별거 별거 다 먹어봤다고 죙일 자랑이여. 너도 그렇게 해부러라. 뭣이 중헌디?
그라고 요새는 종갓집들도 겁나게 간단하게 제사 지낸다 안 허냐. 1000원짜리에 그려진 퇴계 이황 선생 알지? 얼마 전 그 양반을 뵀는디 그 집이 종갓집이 되다 보니 여자들이 부담시럽다고 시집을 안 온다고 하더라고. 그 바람에 종가에서 제사를 엄청 쭐였다 하드만. ‘간소하게 차려라’가 그 집안 어른들의 가르침이란다.
이러코롬 설명을 했는디도 느그 시아부지가 계속 제사 타령을 하믄 “호호, 아버님도 돈을 좀 쓰세요”라고 함 혀봐. 지금 내 옆집에 충남이 고향인 이 씨 영감님이 사는디, 그 집 종친회는 제사 때 자손들 모을라고 묘제에 참석하면 무조건 인당 5만 원을 준다더라. 배 속의 아기까지 1명으로 쳐서 준다드만. 이 씨 영감님 아들은 매번 애들 싹 다 데려가서 수십만 원 벌어온다더라고. 그 말 듣고 우스워서 혼났다야.
솔직헌 얘기로다가 느그 시아부지가 하는 말 중엔 틀린 말도 많어. 원래 우리 제사는 기일 제사만 지내지 명절 제사는 지내는 것이 아니여. 명절에는 그저 묘소에다가 과일 하나 놓고 술 한 잔 올리믄 됐는디, 너도나도 양반이랍시고 경쟁하다 이 모양이 돼 부렀어. 명절 차례만 읎어져도 여자들이 한결 편안해질틴디 말여.
맏매느리니까 니가 다 하란 것두 거시기한 소리지. 내가 여그서 고려 때 조상님도 뵙고 조선 때 조상님도 뵀는디, 오히려 그때는 남녀 할 것 없이 형제간에 돌아가며 제사 지냈다 하더라고. 음식도 혼자 안 허고 형제마다 각자 혀서 한데 모아놓고 제사를 지냈단다. 딸만 있는 집은 사위가 장인 장모 제사 모시고 손녀가 외조부모 제사 지내는 집도 더러 있었다더라.
또 제사 때 너를 뒤로 빠지라 하는 것은 참말로 잘못된 것이여. 원래 종갓집들은 조상한테 올리는 술 석 잔 중 두 번째 잔은 무조건 맏매느리에게 맡긴다드라. 젯밥 차려준 당사자인디 을매나 고맙냐. 며느리 없이 집안이 돌아가냐고. 그것을 모르고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여.
아가. 너도 들었겄지만 지난 추석 때 젊은이들이 ‘제사를 없애자’믄서 청와대에 6121명이나 청원을 했다지? 오죽하믄 자손들이 나라님께 청원을 다 혔겄냐. 내가 지금 꿈속에서 전한 말을 개꿈이라 생각허지 말구 새겨들어. 못 믿겠으믄 저 양반들헌테 물어봐.
:: 도움말 주신 분들 ::
△ 김경선 성균관 석전교육원 교수 △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 김시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교육과장 △ 김연화 김포시 건강가정지원센터장 △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 △ 양무석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 교수 △ 유건영 웰다잉 강사(‘명절증후군을 없애는 젊은이를 위한 제사법’ 저자) △ 이승현 한국여성정위원 △ 이욱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연구원 △ 이치억 성균관대 초빙교수(퇴책연구원 부연구계 이황의 17대 종손)
노지현 isityou@donga.com·이미지 기자
<2> 어느 대기업 신입사원의 눈물
“외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친할머니 발인만 지키라고요?”
■ 사장님께 한 말씀 드립니다
▲일하는 딸들을 위해 손주 육아에 나선 외할머니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상조 지원은 외가에 인색하다. 동아일보 DB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외할머니 손에 자라신 분들 많으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올해 31세인 전 네 살 때부터 14세 때까지 10년을 대구 외할머니 댁에서 살았습니다.
외할머니는 엄마였습니다. 수저통을 두고 학교에 간 저를 위해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교문 앞까지 달려오시던 모습, 외할머니표 간식인 조청 찍은 찐 떡을 제 입에 넣어주시며 환히 웃으시던 모습…. 제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의 모든 추억엔 늘 외할머니가 계십니다. 군대에 갔을 때도 여자친구에게 전화할 카드를 조금씩 아껴 매주 할머니께 전화했죠. 엄마보다 외할머니가 더 애틋한 존재였으니까요.
지난해 취업 삼수 끝에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을 때 외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누구보다 기뻐하셨습니다. “아이고 우리 민석이, 맘고생 많았지!” 전 외할머니께 효도할 수 있게 해준 회사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 마음이 한순간에 푹 내려앉더군요. 회사가 ‘외조부모상은 상으로 치지 않는다’며 상조휴가를 줄 수 없다는 겁니다. 친조부모상에는 유급휴가 3일에 화환과 장례용품, 상조 인력과 조의금이 지원되지만 외할머니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친가는 큰아버지, 큰어머니 장례에조차 유급휴가가 나온다던데 외조부모 장례는 가볼 수조차 없다니 대체 말이 되나요.
전 간신히 이틀의 연차를 내 장례식장에 갔지만, 셋째 날 업무 때문에 복귀하란 연락을 받고 발인도 보지 못한 채 출근해야 했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일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10대 그룹 중 6곳이 상조복지 제도에서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고 있다.
■ 현실과 동떨어진 상조정책
어린이집 등원 시간인 오전 8, 9시 무렵 전국의 주택가 인근 거리에는 직장에 간 엄마를 대신해 손자 손녀의 유모차를 미는 ‘할마’ ‘할빠’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에 따르면 매일 아침 손주의 유모차를 미는 전국의 할마 할빠 셋 중 둘이 ‘외조부모’다. ‘친정으로부터 육아 도움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시댁보다 두 배나 많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5세 꼬마 영훈이에게도 ‘할머니’는 외할머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를 대신해 내내 영훈이를 키워준 사람이 외할머니이기 때문이다. 친할머니는? 그냥 ‘분당 할머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그냥’ 할머니.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직장맘 윤지영(가명·39) 씨네 집도 마찬가지다. 윤 씨는 “아이를 낳고 시댁에 육아 도움을 요청했더니 ‘육아는 네 몫이니 친정 부모에게 여쭤봐라’라고 말하더라”며 “시부모님이 늘 ‘우리 새끼 승준이(가명)’라고 말씀하시지만 사실상 승준이를 지금까지 키운 건 친정 부모님”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가를 더 가까운 가족으로 느끼는 한국 사회의 문화가 생긴 지 오래지만 기업들의 상조 정책은 여전히 친가 위주를 못 벗어나고 있다.
동아일보가 국내 10대 그룹의 상조 지원 현황을 알아본 결과 이 중 6곳이 휴가일수, 조의금, 지원 물품 등에서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친조부모상에는 5일의 상조휴가와 장례용품을 지원했지만 외조부모상에는 2일의 휴가만 지원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는 친조부모상에 3일의 휴가와 조의금을 지급하는 반면, 외조부모상에는 딱 하루의 휴가만 줬다. LG화학과 롯데제과는 친조부모상에 상조휴가 3일, 조의금, 장례용품을 지급하면서도 외조부모상에는 아무것도 지원하지 않았다.
조사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내 100여 개 대·중견기업의 상조 지원 대행업체 A사에 따르면 고객사인 사업장 1005곳 중 조부모상과 외조부모상을 ‘차별 없이’ 모두 지원하는 곳은 10%도 안 된다. “친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구분 없이 공평하게 지원하는데 유독 외가 쪽을 지원할 때는 할머니랑 할아버지를 다시 구분해서 차별을 두는 기업도 있어요. 외조부상은 지원해도 외조모상은 지원하지 않는 거죠. 요즘 사람들 마음속에는 외할머니가 최고인데 기업 상조 지원에서는 외할머니가 맨 꼴찌예요.”
이유가 뭘까. B사 인사팀 관계자는 “외손주는 상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차등을 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조차 “요즘같이 비혼자가 많고 자녀가 한둘인 시대에는 외손주가 상주가 되는 경우도 많다. 고칠 필요가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는 건 친족 제도의 잔재를 그대로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며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된 만큼 기업들의 문화적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3> 미혼 외동딸의 걱정
홀로 남을 자녀를 위해… ‘장례 희망’ 미리 써놓으세요
■ 부모님 떠나시면 어떡하죠
부모님과 함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35세 싱글녀입니다. 요즘 머릿속이 복잡해요. 얼마 전 상가(喪家)에서 본 친구의 모습이 잊히질 않네요. 상을 당한 친구는 저처럼 미혼인 외동딸이에요.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혼자 치르는 모습이 너무 가엽고 힘겨워 보이더군요. 마치 미래의 제 모습 같았죠.
친구는 막상 장례를 치러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감당할 게 너무 많았다고 해요. 조문객 식사 상에 편육을 올릴지 말지와 같은 사소한 문제부터 빈소 꽃 장식을 1단으로 할지 3단으로 할지, 화장(火葬)을 할지 매장을 할지, 장지는 어디로 할지 등 모든 게 막막했다는 거예요. 가까운 친척도 몇 없어 운구할 사람은 물론이고 상주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대요. 여자는 상주를 맡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요즘 외동딸들이 얼마나 많은데….
친구는 정신없이 삼일장을 치르느라 정작 아빠 얼굴은 몇 번 보지도 못했다며 울먹였어요.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면서요. 부고를 전했어야 할 사람들이 뒤늦게야 생각나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고 하네요. 저보고 미리 준비해 자기처럼 후회하지 말라는데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부모님께 여쭈려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네요. 어쩌면 좋을까요.
■ 돌아가신 아버지 옷장속엔…
외동 자녀가 많고, 결혼하지 않는 성인이 보편화된 2018년 한국 사회에서 장례는 많은 가정의 걱정거리다. 노년을 향해 가는 수많은 부모의 마지막을 책임져야 할 막중한 임무가 한 자녀의 어깨 위에 오롯이 얹혀 있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준비가 뭐예요. 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요.” 미혼인 39세 외아들을 둔 주부 박인자 씨(67)는 장례 계획을 묻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강아지만 아파도 애가 타서 어쩔 줄 모르는 녀석인데 혼자서 우리 둘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라면서 “예전엔 형제도 많고 친척도 많아 도움을 받았지만 요샌 어디 그러냐. 교회라도 다녀야 하나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생사학(生死學) 전문가인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이젠 더 이상 장례를 자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혼자 남을 자녀를 배려하고 자신의 마지막을 더 뜻깊게 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례(葬禮) 희망’을 적는 것이다.
장례 희망서란 장례 과정의 세부 내용을 미리 자신이 결정해 놓는 일이다. 어디서 며칠 장으로 장례를 치를지, 부고는 어디까지 돌릴지, 빈소는 어떻게 꾸미고 영정사진은 무엇으로 할지, 매장을 할지 화장을 할지, 장지는 어디로 할지 등을 사전에 정해 놓으면 자녀의 짐을 크게 덜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서동환 소장은 “장례는 후회가 안 남게 치르는 것이 중요한데 제일 좋은 건 고인이 정리를 해주고 가는 것”이라며 “고인이 장례 계획을 세워 주면 상조서비스 같은 걸 들지 않아도 유족의 혼란이 훨씬 줄고 불필요한 호화 장례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영정사진 주변을 꾸밀 꽃 장식 하나를 고르더라도 단 수와 꽃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40만 원에서 200만 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다. 고인이 이를 미리 정해주면 자녀의 선택에 큰 도움을 준다.
박종헌 씨(81)는 자식이 넷이나 있지만 최근 직접 자신의 장례 희망을 적었다. 박 씨는 “둘은 외국에 살고 나머지 둘도 바빠 내가 직접 장례 계획을 짰다”며 “요새는 그렇게 하는 게 부모의 도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소한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박 씨의 장례 희망은 매우 구체적이다. ‘화장하면 유골함을 너희들 승용차에 싣고 장지까지 가라. 리무진 같은 데 태울 것 없다’는 식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미진(가명·53) 씨의 아버지도 그랬다. “5년 전 암 투병 끝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전 옷장을 열어보라 하시더라고요. 문을 여니 영정사진은 물론이고 ‘수의로 하라’며 평소 아끼시던 양복에, 와이셔츠, 넥타이까지 골라 옷걸이에 걸어 놓으셨어요. A4용지 한 장에 부고 때 연락해야 할 동창회장 전화번호부터 선산 묘지기 연락처까지 정리하셨더라고요.” 그는 “통장 정리는 물론이고 사망신고 때 필요한 주민번호까지 적어두셨다”며 “우린 그대로만 하면 됐다. 가족들이 아직도 그때 일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추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장례문화에서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한 장례지도사는 “12년간 장례 일을 하면서 장례 희망서를 가져오는 경우는 1%도 보지 못한 것 같다”며 “자녀들이 부모님 뜻을 모르다보니 꽃 장식 하나를 두고도 ‘싼 걸 하네, 비싼 걸 하네’ 언쟁을 하다가 급기야 유족끼리 싸움이 나기도 한다. 고령화로 고인이 급증할 텐데, 앞으로 더더욱 장례 희망을 써두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나서서 장례 희망서 작성 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 관내에서만 1200여 명의 노인이 장례 희망서를 썼다.
▼“삼베수의 대신 평소 입던 옷 입고 이별을”▼
전문가들 “삼베옷은 일제 잔재… 의미있는 평상복 입는게 전통”
한국인이 언젠가 닥칠 장례를 대비해 가장 많이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수의’다. 특히 높이 치는 건 국산 삼베 수의로, 종류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호가한다.
하지만 삼베 수의는 우리나라 전통이 아니다. 장례 전문가들은 ‘일제의 잔재’라고 입을 모은다.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평소 입던 옷 중 가장 뜻깊고 멋진 옷을 수의로 입었다. 여성들의 수의는 혼례복, 남성들은 관복인 식이다.
한국복식사를 연구해 온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선임연구원은 “별도로 만든 수의가 등장한 건 조선 후기”라며 “그 시기 여성들의 저고리가 작아져 수의로 쓰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당시 수의는 비단 등 곱고 아름다운 색감의 소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조선의 장례법은 구태의연하고 개선할 여지가 많다’며 가장 저렴한 삼베옷을 고인에게 수의로 입히도록 했다. 한국 장례를 격하하려 한 일제의 정책이 마치 우리의 전통인 것처럼 왜곡된 것이다. 장례지도사 고세환 씨는 “수의 대신 평상복을 입는 게 우리 전통이기도 하고 화장률이 90%가 넘는 지금의 세태와도 맞는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04-04 “친-외가 제도적 차별 안될말… 이번 기회에 바로잡자”
/4월 2일자 A3
동아일보 창간기획으로 2일자 A3면에 보도된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新禮記) 2회―어느 대기업 신입사원의 눈물’은 온·오프라인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이 기사의 조회수는 105만 건(3일 오후 3시 현재), 네이버에서 95만 건에 달했다. 댓글도 수천 건이 달렸다. 기사 내용처럼 기업의 상조복지 제도 등 우리 사회에서 친가와 외가를 차별하는 행태를 지적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자영업자 한모 씨(49)는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한 씨는 “우리 아들도 장모님이 5년 넘게 키워주셨다. 인터넷에서 남녀차별이 심하다는 내용을 볼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기사를 보고 우리 사회의 남녀차별이 정말 뿌리 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7년째 네 살, 일곱 살 손주를 키우는 외할머니인데 기사를 보니 씁쓸하다. 호주제 폐지가 10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이런 차별이 존재하는지 몰랐다(kimy****)”거나 “외가가 가까운 건 50년, 100년도 더 된 일이다. 대한민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qotk****)”는 지적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친가와 외가의 차별적 관행을 시정해 달라는 청원이 3일까지 6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한 시민은 “전부터 부조리하다고 느꼈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습을 바로잡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초중고에서도 친조부모와 외조부모가 상을 당하면 출석 인정 일수를 차별한다는 댓글이 달렸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전국 초중고는 공통적으로 친가와 외가를 가리지 않고 조부모상 시 5일간 결석해도 출석으로 인정한다.
현재 친조부모상과 외조부모상의 휴가 일수를 차별하는 기업들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제도 개선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외조부모상 시 휴가를 주지 않는 A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논의가 있었다. 향후 개정해야 하는 규정이지만 당장 바꾸려면 절차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금 외 복리후생에서 남녀를 차별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기업의 상조복지 제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유권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4> 어색한 친인척 호칭
“제 남편도 아닌데… 시누이 남편을 ‘서방님’ 불러야 하나요”
■ 결혼 1년차 새댁의 넋두리
결혼 1년 차 새색시입니다. 저와 동갑인 남편에겐 다섯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어요. 남편과 오래 연애를 해 데이트 때 아가씨를 여러 번 만났어요. 결혼 전엔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했는데, 결혼하니 아가씨란 호칭이 영 입에 붙지 않네요. 저도 모르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다가 어른들에게 한 소리 들었어요.
명절이 오면 더욱 ‘대략 난감’입니다. 남편의 사촌동생 중엔 중학생도 있어요. 그들에게 “도련님, 식사하세요” “아가씨, 오랜만이에요” 하고 말할 때마다 ‘몸종 언년이’가 된 기분이에요.
대학생인 남편의 사촌동생은 저에게 “형수!”라며 ‘님’ 자를 빼고 부르더군요. 저도 ‘도련!’이라고 부르고 싶은 걸 꾹 참아요. 남편의 동생이 결혼하면 도련님이 아니라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한다죠? 심지어 시누이의 남편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대요.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멀쩡한 내 서방을 두고 왜 애먼 사람에게 서방님이라고 하는지….
말 나온 김에 시댁(媤宅)과 처가(妻家)는 또 어떻고요. 시댁은 높여 부르면서 처가는 왜 ‘처댁’이라고 안 하죠? 처갓집은 ‘양념치킨’ 앞에나 붙였으면 좋겠어요.
■ 시대에 뒤처진 호칭 예법
신혼부부에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호칭’이다. 연상연하 부부들은 ‘호칭 갈등’이 더 크다. 이윤화(가명·39·여) 씨는 “남편이 나보다 여섯 살 어려 남편의 누나도 나보다 어리다”며 “그런데도 ‘형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존댓말을 써야 하니 솔직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부를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최상”이라며 “꼭 해야 할 얘기가 있다면 호칭을 생략하거나 말끝을 흐린다”고 했다. “형님, 이번 어머니 생신 때 음식 해가면 되…나?” 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의아해하는 건 시댁 쪽 사람에겐 ‘님’ 자를 붙이면서 왜 처가 쪽엔 그렇게 하지 않느냐다. 예컨대 남편의 누나는 형님,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 남편의 여동생은 아무리 어려도 아가씨다. 남편의 남동생은 미혼일 땐 도련님, 결혼 후엔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국립국어원이 규정한 예법에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처가 쪽은 다르다. 아내의 남동생은 처남, 아내의 여동생은 처제, 아내의 언니는 처형이다.
최서연 씨(38·여)는 “친오빠가 남편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데, 시부모님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건 전통이 아니다. 그냥 처남으로 불러라’고 해 불쾌했다”며 “전 저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남편의 사촌 여동생들에게까지 ‘아가씨’라고 하는데, 마음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동갑과 결혼해도 특별히 나을 게 없다. 강민영 씨(35·여)는 “남편과 동갑이고 결혼 전에 서로 이름을 불렀는데 결혼하고 난 뒤 시댁에서 눈치를 줘 ‘신랑’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은 예전처럼 여전히 강 씨의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시댁이나 처가에서 문제 삼지 않는다. 강 씨는 “심지어 내가 2개월 누나다”라며 억울해했다.
국어원이 지난해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어원이 2011년 규정한 ‘표준 호칭’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래 남편 여동생의 남편은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표준 호칭이지만 설문 응답자의 62.7%는 ‘고모부’라고 부른다. 만약 아이가 없다면 고모부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다. 마땅한 호칭이 없어 가족이면서도 가족 같지 않은 서먹한 관계로 남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성민우회는 2005년 우리나라의 성차별적인 호칭에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대안 명칭을 찾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여성민우회 최원진 성평등복지팀 활동가는 “당시만 해도 한국 사회의 개인은 가족제도 안에서 존재하다 보니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름을 부르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어원 조사에서 ‘도련님이나 아가씨라는 호칭 대신에 다른 말을 쓴다면 무엇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름을 부르자’는 의견이 33.8%로 가장 많았다. 아내의 동생을 부를 때도 36.3%는 이름을 부르자고 답했다. 공손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편하게 이름을 부르기보다 ‘○○ 씨’라고 존칭을 붙이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시댁과 처가라는 말도 시대 흐름에 맞춰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로의 집안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여성은 ‘남편 본가’(10.6%)를 선호했고, 남성은 ‘처댁’(19.1%)을 대안으로 꼽는 응답이 많았다. 국어원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대안 호칭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노지현 isityou@donga.com·이미지·유원모 기자
<5> 폐백, 결혼식의 기본이라는데…
“친정 빼고 시댁만 받는 폐백 꼭 필요한가요”
■ 마지못해 따라가는 신부들
결혼식 뒤에 이어지는 ‘폐백’은 과거 처가살이가 일반적이었던 시절 신부가 시가에 찾아가 따로 음식을 올리던 풍습에서 유래했다.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는 “양가가 함께 결혼식에 참여하는 현대에 폐백은 불필요한 절차”라고 말했다.
시가에 가면 현관문을 열자마자 정면에 등장하는 대형 사진이 있어요. 바로 저희 부부의 폐백 기념사진이지요. 사진 속에서 저와 남편은 임금과 왕비 복장을 하고 시부모님 사이에서 환히 웃고 있어요. 아버님은 “최고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라며 대형 인화를 해 걸어 두셨죠. 근데 전 그 사진을 보면 한숨부터 나와요.
사실 처음부터 폐백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파트 전세금을 남편과 반씩 나눠 마련하고 혼수랑 예단까지 하느라 경제적인 여유가 전혀 없었거든요. 폐백까지 하면 음식비, 수모(도우미)비, 촬영비, 대여료 등 200만 원 가까이 추가 비용이 들더라고요. 결혼식 했으면 됐지 무슨 폐백까지 하나 싶었죠.
무엇보다 싫은 건 폐백이 친정은 쏙 빼놓고 시집 식구들만 받는 행사라는 점이었어요. 딸 키우는 정성이 아들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인 시대인데 왜 시가만 받아야 하죠? 하지만 결혼이란 게 저희 뜻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기본은 해야 한다”는 시부모님 말씀에 어쩔 수 없이 폐백을 드렸거든요. 대체 왜 결혼식에서 폐백이 ‘기본’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 학자들도 이젠 안해도 된다는데…
“신부님 빨리 뛰세요! 시간이 없어요. 드레스 조심하시고요.” 오호라, ‘다다다다’ 뛰는 발소리를 들어보니 오후 1시 예식 신부가 오고 있구먼. 이 신부는 어떤 얼굴을 하고 폐백실에 들어설지 궁금하네 그려.
아, 여러분께 내 소개 하는 걸 잊었네요. 나는 ○○웨딩홀 폐백실에 사는 병풍귀신이올시다. 수백 년 전부터 폐백 하는 방 병풍에 붙어살면서 수천, 수만 쌍의 폐백을 지켜봐 왔지. 신랑 신부의 마음속도 훤히 읽는다오.
어디, 지금 들어선 커플 좀 볼까? 흐음. 웃고는 있는데 역시나 두 달 전 폐백을 하네 마네 하다가 대판거리로 한바탕했구먼. 요즘 이 방에 들어오는 십중팔구는 그렇다오. 이들이 폐백을 두고 제일 성내는 이유가 뭔 줄 아시오? 왜 폐백을 시집 식구들만 받느냐는 것이외다. 그 사정을 내가 알려 드리지.
원래 우리나라는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처가살이하는 게 전통이던 나라라오. 남자 중심의 유교가 정착된 조선 중기 전까지 1000년 이상을 그랬지. 당연히 결혼식도 처가에서 올렸고. 그러다 보니 신부가 시집 식구를 볼 일이 없거든. 그래서 결혼식 3일 뒤 신부가 친정에서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을 들고 신랑 집에 찾아간 게 폐백의 유래라오. 신랑 집에서 하는 행사니 당연히 시집 식구만 받았지. 그땐 꽤 합리적인 의례였다오.
요즘은 신랑 신부 가족이 같이 모여 결혼식을 하는데 왜 폐백이 필요하냐고? 안 그래도 한국학 학자들조차 “이젠 폐백을 드릴 이유가 없다”고 하더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폐백이 필수로 여겨지는 건 이 땅에 뿌리 내린 가부장제 유교문화에 장사치들의 상술이 더해진 탓일 게요.
아이고, 수다 떠는 사이 신랑 신부가 임금 왕비 혼례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네. 임금도 아니면서 왜 저런 옷을 입나 몰라. 아무튼 이제부터 신랑 신부 옆에 서 있는 수모가 폐백의 의미를 설명해 줄 것이니 잘 들어보시오. 수모가 말할 때 신부의 표정 변화가 제일 재미난 포인트니 눈여겨보시길.
“자, 신부님은 폐백상에 올린 육포를 시어머니 앞에 드립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머님을 정성껏 모시겠다는 뜻입니다.” 낄낄. 저 보시오. 신부 눈썹이 살짝 올라가지 않았소?
“자, 이제 시어머니는 육포에 살며시 손을 얹어 만져 주십니다. ‘며느리의 부족함을 내가 먼저 감싸 주겠다’는 뜻입니다.” 깔깔깔. 저 봐, 저 봐. 신부가 방금 마음속으로 ‘헐!’이라고 외쳤소.
“자, 이제 밤과 대추를 시아버지께 드립니다. ‘밤처럼 대추처럼 자식을 많이 낳겠다’는 다짐이요, ‘어렵고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살아가겠습니다’라는 의미입니다.” 하이고, 저 커플은 맞벌이인데 대체 몇 명을 낳으라는 건지.
자, 이제 신랑 신부가 시집 식구들에게 절을 할 시간이오. 신랑 쪽 친척들이 저마다 흰 봉투 하나씩을 들고 입장하는구먼. 절을 받고 절값을 주는 문화는 원래 우리 법도에 없던 것인데 언제부턴가 ‘룰’이 돼 버렸지. 저기 저 팔순에 가까운 큰아버지라는 사람은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연금에 의지해 사는 양반인데…. 명색이 큰아버지라고 절값 100만 원을 만들어 오려니 얼마나 힘들었겠소.
참, 친정 부모는 어디로 갔나. 어디 보자. 저기 복도 끝에서 이제나 저제나 딸 걱정을 하며 기다리고 있구먼. 쯧쯧쯧. 신부 입장에선 미안하고 서운키도 하겠네. 요새는 열 커플 중 한두 커플은 친정 부모도 같이 폐백을 받는다는데, 저 집은 ‘처가가 기가 세다’란 뒷말을 들을까봐 안 받기로 한 모양이야.
하이고, 드디어 끝났네. 자, 이제 수모에게 10만 원, 20만 원씩 수모비를 드려야 할 시간이지. 신부는 머리장식 벗기도 전에 정산하느라 바쁘네 그려. 신식 결혼식은 결혼식대로 하고 왜 또 전통 폐백까지 하겠다고 사서 고생인지 몰라. 하긴, 그래도 폐백이 계속돼야 내가 살겠지? 자, 다음 오후 3시 예식 신부 입장∼!
임우선 imsun@donga.com·이지훈·위은지 기자
<6> 청첩장, 어찌하오리까
■ 결혼 앞둔 예비신부의 최대 난제
다음 달 ‘5월의 신부’가 됩니다.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이제 큰 숙제는 다 마쳤다’ 싶었는데, 웬걸요. 가장 큰 숙제가 남았더군요. 바로 청첩장 돌리기입니다. 그간 지인들에게서 많은 청첩장을 받았지만 이걸 두고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지 미처 몰랐어요. 도대체 어디까지 어떻게 돌려야 할지 막막합니다.
예비신랑과 저는 원래 정말 친한 사람에게만 돌릴 생각이었어요. 주변에서 “청첩장이 세금 청구서 같다”는 얘길 적잖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또 어떤 분은 이러시더라고요. “한국 사회에서 청첩장 못 받으면 서운하다”고요. 대체 어찌해야 할지….
부모님들께서는 청첩장 주문 매수를 고민하는 저희에게 “지금까지 쓴 돈이 얼마인데 고민을 하느냐”며 ‘통 크게’ 600장을 주문했어요. 그것도 부족했는지 추가로 200장을 더 찍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 결혼식인지, 부모님 결혼식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요즘은 퇴근 이후 머리가 지끈거려요. 고교 친구, 대학 친구, 성당 모임, 회사 사람 등 그룹별로 청첩장을 건네며 밥을 사야 하기에 약속시간 정하는 게 일이에요. 다들 바빠서 약속 잡기가 얼마나 힘든지 단톡방에 불이 나요. 친구들은 그 자리가 반갑기는 할까요? 저 역시 매일같이 축하주를 마셔야 하니 얼굴이 누렇게 뜰 지경이에요. 도대체 왜 이렇게 결혼을 해야 하는 걸까요?
■ 초대장이지 청구서가 아닙니다
청첩장 뿌리기는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난제 중의 난제다. 너무 돌리면 ‘축의금 고지서냐’는 뒷말이 나오고, 너무 안 돌리면 ‘서운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너무’의 기준은 뭘까? 문제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달 28일 결혼하는 박종환 씨(33)는 매일 청첩장을 건네는 민망함과 싸우고 있다. 박 씨는 “‘회사 임직원과 거래처 주요 인사들에게 청첩장을 보내는 게 기본’이라는 부장님 말씀에 따라 청첩장을 돌리러 다녔다”며 “그런데 가끔 ‘왜 나한테까지…’라는 눈빛을 쏘아대는 이들이 있어 머쓱하다”고 했다.
돌리는 방식도 부담이다. 밥을 사면서 청첩장을 전하는 게 예의인 것처럼 여겨지면서다. 올해 1월 결혼한 김경수 씨(31)는 “결혼 두 달 전부터 거의 매일 점심 저녁 자리에서 청첩장을 돌렸다”며 “아예 회사 근처에 가성비 좋은 참치집을 정해 일주일 내내 가기도 했다. 하도 다녀 참치가 싫어졌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게 청첩장 전달과 함께 밥값으로만 수백만 원이 깨지기 일쑤다. 김 씨는 “부모님들도 각자 ‘밥 사기’에 나서 결혼 직전까지 가족들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4, 5년 전부터 등장한 모바일 청첩장은 새로운 고민거리다. 지난해 5월 결혼한 김은지 씨(31·여)는 “대학 은사님께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더니 ‘받는 이의 이름과 주소를 손으로 써 청첩장을 직접 전하는 게 예의’라고 꾸짖음을 받았다”며 “그래서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께 종이 청첩장을 드리려 연락했더니 ‘그냥 모바일로 주면 되지…’라고 해 어리둥절했다”고 했다. 청첩장 제작업계에 따르면 신혼부부 10쌍 중 6쌍이 모바일 청첩장을 이용하고 있다. 결혼 문화 연구자인 박혜인 전 계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바일은 예의 없고 종이 청첩장만 격식 있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이라며 “모바일도 미리 전화를 한 후 전달한다든지 성의를 표하면 편리함과 예의를 모두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청첩장은 애초 우리 전통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전통혼례는 가까운 친척과 동네 이웃들을 불러 ‘마을잔치’ 성격으로 열렸다. 1935년 동아일보에 실린 백낙준 당시 연희전문학교 교수의 인터뷰를 보면 일제강점기 일본 등에서 유학한 신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서양식 청첩장이 국내에 소개된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백 교수는 “요새 서양풍속을 따라 혼인 청첩장을 여러 군데로 발송하는데, 정작 서양에서는 청첩과 통지를 엄격히 구별한다”며 “청첩은 꼭 참가할 친족이나 친우들에게 보내고 통지는 그 외의 사람들에게 결혼했다는 사실만을 알린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적 불명’의 청첩장 문화로 “(우리나라에선) 결혼식장에 어중이떠중이 그저 알건 모르건 막 모여든다”는 것이다.
‘일단 보내고 보자’ 문화는 근래에 결혼식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허례허식의 상징이 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뿌린 만큼 (축의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청첩 규모는 더 늘어났다. 청첩장 제작업체인 바른손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결혼한 10만 쌍이 주문한 평균 청첩장은 371장이었다. 이 중 13%는 청첩장이 부족해 평균 123장을 추가로 주문했다.
하객 100명 내외 규모의 스몰웨딩 전문업체 ‘웨딧’의 한신 대표는 “작은 결혼식을 원하는 젊은층의 가장 큰 장벽은 부모님”이라며 “부모님이 ‘장부’에 적은 이들을 다 초대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스몰웨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영순 우리예절교육원장은 “청첩장 배포의 원칙은 없지만 모바일이든 종이든 어떤 형태로 초청을 해도 ‘기쁜 마음으로 와줄 사람’까지만 배포하는 게 기본”이라며 “청첩장을 줄지 말지, 어떻게 줘야 할지 고민하는 관계라면 상대가 청첩장을 ‘축의금 고지서’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7> 임산부 존중하는 에티켓
“배 많이 나왔네” 쓱쓱… 임신부가 곰인형인가요
■ 관심 보이려고 무심코 한 말 가슴에 못 박혀
“와∼ 이제 진짜 배가 남산만 해졌네. 만져 봐도 돼?”
요즘 회사에 출근하면 하루 한두 번은 이런 말을 듣는 32주 차 임신부입니다. 동료들은 몇 달 새 배가 뿔룩 나오고 살이 오른 제가 신기한지 볼 때마다 외모에 관해 한마디씩 합니다. “안 돼”라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팔을 쑥 내밀어 제 배를 쓱쓱 만지기도 하고 “엄청 투실투실해졌네. 우량아를 낳으려나 봐!” “뒤에서 보고 몰라봤잖아!” 하며 불어난 체격을 두고 품평을 하죠.
물론 제게 관심을 나타내려 하는 말인 건 알지만 종종 우울해요. 동료들은 한 번씩 하는 말이지만 전 하루에도 몇 번씩 ‘살쪘다’는 말을 듣는 셈이니까요. 제 몸의 변화가 저조차 익숙지 않고 저도 여자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제 배를 만지는 손길도 불편하고 당황스러워요. 임신부가 아니었다면 누가 제 배를 이렇게 만졌겠어요.
낳고 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했는데, 다른 여자 동료들 말을 들어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저보다 2년 먼저 출산한 한 동료는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대요. 중년의 남자 부장이 가슴을 쳐다보며 “애가 젖은 잘 빠니?”라고 했다는 거예요. “미스 때는 잘 꾸미고 다니더니 김 대리도 이젠 어쩔 수 없는 아줌마네”라고도 했대요. 정말 ‘뜨악’하더라고요. 그런데 부장님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누구 엄마’가 되고 나면 저란 사람은 사라지는 걸까요? 누구보다 예민한 임산부를 배려하는 예절, 저출산 시대에 무엇보다 절실하지 않을까요.
■ 여자는 출산 도구? 우울해져요
합계출산율 1.05명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임산부는 흔치 않은 존재다. 그만큼 주변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순수한 호기심이나 관심에서 임산부의 신체 변화나 건강, 아이의 상태 등을 두고 얘기하다가 뜻하지 않게 ‘실례’를 범할 수 있다.
6년 전 출산한 강모 씨(35)는 임신 기간 내내 자신의 몸에 대한 ‘품평회’가 열리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늘 제 몸을 화제로 삼았죠. ‘배가 너무 작은 것 같다. 아기도 작은 것 아니냐’ ‘옷이 너무 붙는다’ ‘앞머리가 다 빠졌네’ 등등….” 김 씨는 “일반 여성에겐 감히 할 수 없는 어려운 말을 임산부에게는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시댁 행사에 참석했다가 아기 수유를 위해 혼자 방에 들어간 이모 씨(33)도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수유 중 어린 조카들이 문을 열고 들이닥친 것이다. “불쑥 들어온 시고모님께서 ‘아기가 너무 예뻐 애들이 젖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네. 봐도 괜찮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리 아이들이라지만 어떤 여자가 자신의 늘어진 뱃살과 가슴을 보여주고 싶겠어요?”
회사원 강모 씨(33)는 “시어머니께 ‘엄마의 가슴은 아기의 밥통’이란 말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강 씨는 “가족들 앞에서 편하게 수유하라고 하신 말씀이겠지만, 시어머니께서 ‘주변 개의치 말고 아기에게 따뜻한 젖을 먹이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여성의 가슴을 마치 아기의 ‘보온밥통’처럼 여기시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임산부들은 또 다른 고충을 토로한다. 임산부는 ‘애국자’란 말까지 듣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조직 내에서 임신과 출산을 ‘민폐’로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아서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두고 ‘쉬러 가니 좋겠다’고 말하거나 임신 중 단축 근무를 ‘편하겠다’고 표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임신 7개월째인 정모 씨(30)는 “만약 가까운 사람 중에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고생하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봤다면 그렇게 쉽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임신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낮은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는 유독 여성의 신체에 대한 언급이나 불쾌한 접촉에 관대한데 임산부에 대해서는 더욱 심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임신과 출산을 ‘가족의 대를 잇는 수단’이나 ‘국가의 동력’으로 여겨 온 유교적 전통사고와 무관치 않다.
같은 연구원의 신윤정 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유교문화에서 임신은 여성의 의무였기에 정작 그 주체인 여성에 대한 배려와 예절이 무시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운 최혜진 씨(33)는 “미국에선 임산부에 대한 자리 양보는 물론이고 유리문을 열어주거나 흡연자가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는 등 누구나 자연스럽게 임산부를 배려한다”고 말했다.
임산부들을 오랫동안 상담해온 장순상 필가태교연구소장은 크고 형식적인 배려보다 작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임산부들과의 ‘대화 팁’을 소개했다. “임산부들은 여러 고충과 호르몬 변화 등으로 예민한 만큼 같은 말이라도 ‘살쪘다’보다는 ‘아기가 많이 컸다’고 하는 게 좋아요. ‘옷이 붙는다’보다 ‘엄마 예쁜 옷 많이 사야겠다’고 에둘러 말하는 등 상대방을 배려해서 순화해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쉰다’ ‘편하겠다’ 등 임신과 출산을 무시하는 듯한 언행은 절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위은지 기자
<8>100세 시대 ‘젊은 노인’ 호칭
60대인 나를 꼬부랑 노인 취급해 불쾌
“아유, 나 원 참 불쾌해서….”
얼마 전 외출을 다녀오신 어머님이 상기된 얼굴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아주 기분 나쁜 일을 당하셨다는 겁니다.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러시더군요. “아니 글쎄, 나보다 다섯 살 정도밖에 안 어려 보이는 여자가 나한테 ‘할머니! 길 좀 물을게요’ 하는 거 아니겠니.”
67세인 어머님은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른 그 행인을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저도 맞장구를 쳐드렸지만 솔직히 의아했어요. 저희 어머님, 손자가 4명이니 진짜 할머니 맞거든요. 조심스럽게 “그렇게 기분 나쁘셨느냐”고 묻자 다시 한번 역정을 내시더라고요. 노인의 기준이 65세인 것도 잘못됐다면서요.
그러고 보면 74세인 아버님 역시 스스로를 노인이라기보다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시는 듯해요. 지하철 노약자석에 자리가 나도 절대 앉지 않으시더라고요. 할아버지라는 호칭도 물론 싫어하시고요. 100세 시대, 노인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 젊게 사는 실버족 호칭 바꿔보면…
한국에서 법으로 정한 노인은 만 65세 이상이다. “난 젊다”며 아무리 저항해도 피할 도리가 없다. 다만 이 기준은 1964년부터 5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기대수명이 9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반세기 전 기준을 그대로 들이대니 ‘젊은 노인’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에 사는 이숙자(가명·73·여) 씨는 집 근처 노인종합복지관 대신 마을버스를 타고 여성회관까지 가 노래를 배운다. 이 씨는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노인복지관에 가면 그걸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미자 씨(69·여)는 “지하철의 노약자석과 일반석 구분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약자석에 앉을 때마다 ‘내가 벌써 노인인가’ ‘왜 노인들을 한구석에 몰아넣나’ 싶어 서글퍼집디다. 그래서 일반석에 앉으면 이번엔 젊은이들이 ‘왜 여기에 앉나’ 눈치를 주는 것 같아 영 불편해요.”
노인에 대한 규정과 호칭이 못마땅하기는 남성 노인들도 다르지 않다. 한기정 씨(76)는 “‘어르신’이라는 호칭도 듣기 거북하다”고 했다. 그는 “60세만 넘겨도 장수했다고 여긴 조선시대에나 65세 이상이 노인이지 지금이 어디 그러냐”며 “내가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은 80대 중반 이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78.3%는 적정한 노인 연령 기준이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노인들의 인식은 빠르게 변하는데 사회적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니 당장 호칭부터 꼬이기 일쑤다. 노인들을 자주 접하는 공무원이나 서비스직 직원들은 호칭 고민이 만만치 않다. 2004년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민원인 호칭 개선안을 발표해 연령과 상관없이 모두 ‘고객님’이라고 부를 것을 권장했다. 호칭으로 인한 복잡한 판단을 미루고 민원인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시민들을 고객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 민원실에 따르면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호칭은 ‘OOO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나이를 어림짐작으로 미루어 ‘어르신’ 등으로 불렀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판단을 배제하고 민원인의 이름에 ‘님’자를 붙인다는 것이다. 안면이 있는 나이 지긋한 주민이라면 ‘선생님’ 또는 ‘어르신’ 등으로 상황에 맞춰 혼용해 부른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어떤 호칭을 원할까. 50∼80대 회원들로 구성된 독서모임 ‘메멘토모리’ 멤버인 고광애 씨(81·여)는 “모임에서도 호칭 얘기가 몇 번 나왔는데 대안이 마땅치 않더라”라고 했다. “우리도 ‘미즈(Ms·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여성의 이름이나 성 앞에 붙여 부르는 경칭)’ 같은 표현이 있으면 좋은데 없어요. ‘선생님’은 중국식 표현 같고 프랑스어인 ‘마담’은 술집 마담 같고…. 우리끼리는 ‘누구 엄마’ ‘누구 할아버지’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자고 했어요.”
‘60대 노파’라는 표현을 자주 쓰던 1990년대에는 노인을 일컫는 예의바른 호칭의 대안으로 ‘어르신’ ‘노인장’ ‘노형’ 등이 거론됐다. 노인장이나 노형은 분명 높임말임에도 한 노인에게 노인장이라고 했다간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국립국어원은 젊은 노인을 호칭하는 말로 ‘선생님’을 추천했다. 국어원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중국식이라는 건 오해”라며 “조선시대에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로 선생이란 표현을 썼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노지현·황태호 기자
<9>아이들 예뻐하는 ‘애(kids)티켓’ - 귀엽다며 볼 만지작, 제발 참아줘요
■ 아이 손 덥석… 손은 씻었나요? 엄마는 속타요
두 살, 네 살 두 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면 기분 좋은 시선을 받습니다. 먼저 다가와 “애들이 참 귀엽네” 하며 인사를 건네는 할머니, 아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중년의 샐러리맨,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우리도 저런 아기 낳자”고 하는 커플들을 만납니다.
하지만 불쑥 다가오는 손길에 마음이 불편해질 때도 있습니다. ‘늑대의 손’이 갑자기 아이의 볼살을 잡아채기라도 하면 “손은 씻었어요? 누가 당신 볼을 불쑥 만지면 좋아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 친정엄마에게 하소연하니 오히려 핀잔을 주더라고요. “예쁘다는데, 너도 참 별스럽다.”
하지만 엄마들의 고민은 끝이 없습니다. 혹여 감기라도 옮지 않을까, 표현은 못 해도 불쾌해하지 않을까…. 세상이 험해진 탓인지 주변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부모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달라진 시대, 아이를 예뻐하는 ‘애(kids)티켓’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만 4세 아이도 자기결정권 알아요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특이한 청원이 올라왔다. 길거리에서 남의 아이를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글쓴이는 백일이 갓 지난 아기를 키우는 엄마였다. 화장실 옆 칸에서 나온 아주머니가 손도 안 씻고 아이를 불쑥 만진 게 못마땅했다. 그는 “변기 레버를 만진 손으로 아이 얼굴을 만지다니…”라며 분노했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비슷한 경험담을 토로한다. 주부 최모 씨(32)는 “파운데이션을 바른 아주머니가 갑자기 아이에게 얼굴을 부빌 때, 담배 피우던 행인이 애를 쓰다듬을 때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럴 때 단호하게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의 선의를 알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정현(가명·33) 씨는 지난해 병원에서 난감한 경험을 했다. 친지의 병문안을 갔는데, 같은 병실에 입원한 할머니 네 분이 세 살배기 딸의 손과 얼굴을 연신 쓰다듬었다. 혹시 아이에게 병균이 옮을까 걱정됐지만 “아이가 예쁘다”는 노인들을 밀쳐낼 순 없었다.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의 아이를 만지는 건 아주 긴밀한 정서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특별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며 “그렇더라도 맨살을 만지거나 강한 압력을 주거나 거칠게 만지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고, 피부가 민감하다. 두 아들을 키우는 김주현(가명·32) 씨는 “아이가 예쁘면 차라리 옷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에게도 자기결정권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동은 만 4세부터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자각하게 된다. 주부 박모 씨(34)는 “다른 사람이 예쁜 가방을 들었다고 ‘예쁘네요’라고 하면서 덥석 만지지 않는다. 아이는 말할 것도 없다”며 “어린 생명체라고 허락 없이 만져도 된다는 건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법원도 아동의 권리와 주체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2012년 한 리조트에서 어머니와 춤추던 10세 여아의 손을 잡아 끈 70대 노인은 폭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아이의 의사에 반해 손을 잡아 끈 것은 타인의 신체에 대한 영향력 행사로 본 것이다.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은 “어린 시절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받는다고 여긴 아동들은 이후 자존감 형성에 문제를 겪을 수 있다”며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아동에게도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노지현 기자
<10>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선생님 전화
한밤에도 “카톡”… 교사가 콜센터인가요
■ 퇴근 후에도 전화 불나는 새 학기 싫어요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오후 9시. 휴대전화의 진동이 또 울립니다. 오늘 저녁에만 벌써 4번째입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남자친구가 아닙니다. 학부모입니다.
전 선생님입니다. 신학기인 요즘 제 휴대전화는 시도 때도 없이 학부모들 전화로 불이 납니다. 얼마 전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불금’을 보내는데 저희 반 학생의 어머님께 전화가 와서 1시간 넘게 술집 밖 골목길 통로에서 쪼그리고 앉아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퇴근 후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뛸 때에도 긴장은 계속됩니다. 막상 전화를 받아보면 그리 긴급한 일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애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녹색어머니회 순서가 언제쯤이냐” 같은 게 대부분입니다.
전에는 학부모님이 담임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할 때 한참 망설이곤 했습니다. 어려워서죠. 지금은 안 그렇습니다. 교사 휴대전화번호는 긴급하거나 중요한 상황에 쓰라고 알려드리는 건데 ‘24시간 상담소’가 된 기분도 듭니다. 스마트폰 시대 교사와의 전화 예절,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소통 좋지만 전화 예절도 꼭 지켜주세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된 요즘, 교사들의 휴대전화번호 공개는 일반적인 일이 됐다. 의무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교사가 아이들이나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위해 학년 초 번호를 공유한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많은 게 문제다.
초등학교 교사 2년 차인 김모 씨(26)는 얼마 전 오후 10시에 잔뜩 화가 난 학부모의 전화를 받고 식겁했다. 퇴근 후 아이와 대화하던 학부모가 아이의 말만 듣고 ‘내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분에 가득 찬 상태로 전화를 건 것이다. 오해였다. 김 씨는 “반 아이가 27명인데 1인당 한두 번씩만 건다고 해도 낮밤으로 전화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며 “퇴근 후까지 이어지는 전화 응대 스트레스 때문에 앞으로 담임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만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도 선생님과의 전화 소통 예절에 대한 개념이 없다. 경기지역 초등학교 교사인 이모 씨(44)는 “카톡 ‘게임초대’에 응해달라는 아이들의 메시지가 수시로 떠서 그러지 말라고 해도 계속 그런다”며 “클래스팅(학급용 SNS)에 매일 숙제와 준비물을 올려놓아도 확인도 하지 않고 개인 카톡으로 ‘숙제가 뭐예요’라고 묻는 아이도 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이 선의로 보내는 카카오톡 ‘기프티콘’도 교사들에겐 골칫거리다. 유치원 교사인 장모 씨(30·여)는 “이를 받으면 김영란법에 어긋난다”며 “어머님들 뜻은 알지만 매번 오는 커피나 케이크 상품권을 거절하는 것도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번호가 공개되면 자연스레 SNS도 공유된다.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사생활이 오픈되는 것도 문제. 중학교 교사인 허모 씨(31·여)는 “‘선생님 프사(프로필 사진) 보니 푸껫 다녀오셨나 봐요’ ‘남자친구분 잘생기셨던데요’라는 말을 들으면 사진 올리는 것도 신경 쓰인다”고 토로했다. ‘상태메시지’에 ‘쓸쓸하다’고 쓰면, “선생님 헤어지셨나요”란 인사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엔 업무용, 개인용 폰을 두 개씩 장만하는 교사도 많다.
교사의 개인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에서는 학교를 통해서만 학부모의 말을 교사에게 전할 수 있다. 아이가 아파서 결석을 할 경우에도 학교 상황실 역할을 하는 부서를 거쳐야 한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사의 전화번호 공개를 일반화하는 문화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학부모·학생과 교사 간 전화 예절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위은지 기자
<11>고령화 시대 ‘조문 예법’
“후배 빈소 조문, 가도 안가도 찜찜” 80대의 고민
■ 언제부터인가 나이 생각에 망설여지네
올해 우리 나이로 팔십 하고도 둘입니다. 젊은 사람들 눈에는 ‘꼬부랑 노인’이겠지만 막상 ‘100세 시대’를 살다 보니 아직 스스로 그렇게 늙었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교회나 경로당 등 이런저런 모임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도 젊은이들 못지않지요.
그런데 딱 하나, 요즘 마음에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상가(喪家) 조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내가 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셨다면 찾아뵙는 게 도리지만 팔십이 넘으니 막상 가도 유가족이나 다른 조문객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습디다. 특히 천수를 누리다 보니 나보다 젊은 고인의 상가에 가는 게 영 곤혹스럽습니다.
동년배 고인의 문상도 껄끄럽긴 마찬가지예요. 가보면 대부분의 조문객이 ‘호상(好喪)’이라며 웃고 떠들어 대는데 내 마음은 당최 불편합니다. 내 친구, 내 또래 지인의 죽음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어요? 그런 자리에 다녀오면 몇날 며칠 우울해집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한 친구는 “칠십 넘어서는 아예 장례식장 다니는 걸 끊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까. 슬픈 일 당하면 위로하는 게 사람 구실 하는 거 아닙니까. 고령화 시대의 조문 예법, 어찌해야 좋을까요.
■ 올해 백수 맞은 김형석 교수의 원칙 들어보니
예부터 한국문화에는 ‘지인의 경사(慶事)는 지나쳐도 애사(哀事)는 꼭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장례 조문’이다. 조문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예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평생을 믿어 온 이 예법을 두고 노인이 되면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계순 씨(85·여)는 “장례식장에 가지 않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친한 친구나 친지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않게 됩디다. 나 같은 노인네가 남의 빈소에 가 있는 모습이 뭐 좋겠나 싶더라고요. 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 안 가는 게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
문제는 안 가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수종(가명·73) 씨는 “나이가 든다고 마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소중한 사람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노인이 돼도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까지 큰 고민 없이 문상을 가는데 언젠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아끼는 이의 문상조차 꺼리게 된다면 참 서글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백수(白壽·99세)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노년기에 접어들며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몇 가지 조문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먼저 장례를 치르는 경우라면 아주 가까운 사이를 제외하고 가급적 문상을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겨진 가족들이 날 보면 ‘이렇게 건강하신 분도 있는데…’ 하며 더 큰 상실감을 느끼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내가 아끼던 제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요. 그럴 땐 다른 제자들이나 조문객들이 없을 늦은 밤에 갔죠. 밤에도 조문객이 있을 것 같으면 모두가 참석할 수 있게 공개된 장례 예배에 가서 마음을 전했어요.” 김 교수는 “그래도 90세가 넘고 나니 문상은 안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며 “4, 5년 전부터는 아들을 대신 보내 조문한 뒤 나중에 내가 위로 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해 상주도 노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상주를 배려하는 예법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모친상을 치른 황병석 씨(71)는 “장남이라 쉬지도 못하고 3일장을 치르는데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며 “60대에 아버님 상을 치를 때와는 또 다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무릎이 좋지 않다 보니 하루 종일 조문객과 맞절을 하는 우리 장례 예법이 큰 부담이었다”며 “고령화 시대엔 맞절보다 목례 정도가 서로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일부 장례식장은 고령의 상주와 조문객들을 감안해 식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은 분향소와 접객실을 좌식이 아닌 모두 입식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척추와 고관절이 불편한 노인 조문객을 위한 배려”라며 “신발을 벗지 않고 묵념으로 조문하고, 식사도 의자에 앉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도 지난해 말 입식 빈소를 도입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의 장무 운영팀장은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8년 리모델링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식 빈소를 도입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노수경 사무장은 “고인이 80대 이상인 빈소 비율이 2008년 30.6%에서 지난해 47%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사망자가 고령이면 조문객도 고령이 많다 보니 갈수록 입식 빈소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분향소 안에 상주나 가족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두는 것이나 빈소의 밤샘 문화가 사라진 것도 고령화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임우선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12>정체불명 성인식 하는 성년의 날
장미꽃 받고 향수 뿌리면 성년인가요
■ 이성친구와 키스, 친구들 따라 이벤트 하는데…
21일은 성년의 날입니다. 만 19세가 된 ‘새내기 성인’들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들뜨는 날이죠. 저도 작년에 그랬습니다. 여자친구에게 향수를 받고, 학교 선배들에겐 장미꽃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향수랑 장미꽃을 받으면서 좀 웃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향수를 뿌리면 어른이 되나’ 싶어서요. 사실 친구들 사이에서 성년의 날은 다른 의미로 통하기도 합니다. ‘성인=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요? 어떻게 보내는 게 성년의 날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는 것인지 궁금해요.
■ 성인이 뭔가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해 보는 날
우리 관혼상제의 첫째 관문인 ‘관(冠)’이 바로 머리에 갓을 써서 어른이 되는 성년례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양 문화와 뒤죽박죽되면서 우리 고유의 ‘관’ 의식도 옅어졌다.
오늘날 한국에선 성년의 날이 대체로 ‘장미꽃과 향수를 주고받으며 이성친구와 키스하는 날’로 통한다. 포털사이트에 ‘성년의 날’을 치면 향수와 꽃다발 브랜드가 주르륵 뜨고, 여성 속옷 광고도 등장한다. 장미는 ‘(꽃말처럼) 열정적인 사람이 되라’는 뜻이고 향수는 ‘주변에 좋은 향기를 주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알고 있지만, 이는 1990년대 말부터 백화점을 중심으로 시작된 성년의 날 판촉행사에 불과하다. 박희철 씨(20)는 “어른이 된다기보다 미성년자에서 벗어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도 이런 성년의 날 문화가 성년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잘 안다. 지난해 성년의 날을 맞은 김태원 씨(20)는 “성년의 날이 상업화되면서 변질됐다는 건 알겠는데, 막상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모님이나 교수님,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경선 성균관 석전교육원 교수는 “과거에는 ‘관례(冠禮)’를 치러 어른이 된다는 의미로 상투를 틀어야 혼례를 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성년이라는 자기인식이나 책임감 없이 결혼으로 직행하다 보니 부모 같지 않은 부모가 많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성인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알려주는 기념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김정연 씨(26·여)는 “16세 생일 때 ‘스위트 식스틴(sweet sixteen)’이라는 축하 행사를 한다”며 “이때부터 운전면허 취득과 아르바이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독립을 서서히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한국의 성년의 날과 비슷한 5월 셋째 주 월요일을 ‘시민의 날(American Day)’로 지정해 선거권이 생기는 것을 축하한다.
유대인 전문가인 홍익희 세종대 교수는 “여자는 만 12세, 남자는 만 13세 때 성인식을 치르는데 나보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인성교육과 ‘우리’를 중시하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친지들 앞에서 유대교 예배인 강론을 하기 위해 1년간 교리공부와 자기 표현력을 기르기도 한다.
1월 둘째 주 월요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한 일본은 주소지를 둔 지방자치단체에서 만 20세가 된 청년들에게 초대장을 보내 공식적인 축하파티를 연다. 여자는 화려한 기모노인 후리소데를, 남자는 하카마를 입고 가족과 사진을 찍는다. 공식 행사가 끝난 후에는 동창회처럼 추억의 시간을 갖는다.
정해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대 초반 청년들이 정체불명의 성인식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향해야 할 성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청년뿐 아니라 기성세대가 오히려 ‘성년’의 의미를 고민해보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유원모 기자
<13> 고령화 시대의 작은 장례식
조문객 맞이 정신없는 3일장… 간소한 2일장은 불효일까요
■ 101세 모친상, 가족끼리 모여 조용히 2일장
지난해 인상 깊은 장례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같이 근무한 학교 선생님의 모친상이었는데 가족끼리만 모여 2일장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그 선생님은 부고조차 돌리지 않으셨습니다.
“왜 그러셨느냐”고 물으니 노모가 101세에 돌아가신 데다 본인도 팔순이 넘어 번잡스럽게 알릴 필요 있나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빠는 먼저 세상을 떴고, 고령의 올케와 본인만 남아 가족끼리 작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더군요. 식구들만 모여 추모예식을 하고 다음 날 화장을 하니 자연스럽게 2일장이 됐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오래전 은퇴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장까지 지낸 분이라 충분히 많은 문상객이 올 수 있었을 텐데, 남들에게 폐 끼치기를 싫어하는 평소 성품대로 장례를 치른 셈이죠. 한편으론 ‘이게 고령화시대의 장례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같은 소식을 접한 한 지인은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은 제대로 모셔야지, 빈소도 없이 그래도 되느냐”고 반문하더군요. 하지만 화려하게 꽃 장식을 하고 손님을 많이 받는 3일장을 한다고 장례의 의미가 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간소한 장례는 불효일까요?
■ 3일 내내 허둥지둥… 추모할 틈 없어
올 초 부친상을 치른 직장인 김모 씨(39)는 아버지를 3일장으로 모셨다. 3일장을 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김 씨는 “한국에서 장례는 무조건 3일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 같다”며 “아버지께 올리는 마지막 인사라는 생각에 남들처럼 부고도 많이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조문객을 받고 식사를 대접하다 보니 정작 안치실의 아버지 얼굴은 몇 번 보지 못했다. 김 씨는 “밤낮으로 손님을 받아야 하니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는 “소수의 지인만 모여 뜻깊은 예식을 올리는 간소한 장례식도 좋을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 문화에선 ‘마지막에 호강시켜 드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막상 내가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법의 의미보다 형식과 크기에 치중하는 한국의 장례는 조문객에게도 부담이다. 영업직인 김진표(가명·37) 씨는 매주 한두 번은 꼭 문상을 간다. 그는 “내가 가는 상가 중 고인을 직접적으로 알거나 유족과 친밀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사실상 부의 봉투를 내고 ‘얼굴도장’을 찍으러 간다. 일의 연장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지환(가명·32) 씨는 “얼마 전 혼자 지방의 상가에 갔는데 조문객들이 계속 이어져 정작 상주를 위로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혼자 민망하게 육개장 한 그릇 먹고 얼른 일어섰다”고 했다.
장례 전문가들은 ‘고인의 추모와 유족의 위로’라는 장례 본연의 의미를 현대에 맞게 살리려면 손님 받기 위주로 진행되는 3일장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우리처럼 3일장을 치르지만 조문객을 받는 시간을 제한한다.
서동환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소장은 “일본에 가보니 3일장의 첫날은 가족 중심으로 집에서 보내고 둘째 날은 장례식장을 정해 조문객을 받더라”며 “초청 규모도 50∼100명 정도로 적었다. 추모예식을 통해 서로 위로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3일 내내 식사를 제공하는 건 우리나라 특유의 장례 문화인 셈이다.
본래 장례식장 식사 문화는 과거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상여를 나를 때 상여꾼들과 멀리서 온 조문객에게 밥을 대접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호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장례 한 건당 평균 비용은 1400만 원에 달하는데 이 중 80%가 식대”라며 “식사 문화만 바꿔도 장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부의금을 받지 않고도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자연스레 장례 기간이 2일장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은 법적으로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화장을 할 수 있다. 2일장은 가장 짧은 형태의 장례인 셈이다.
서울 한 중형병원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장례지도사 고모 씨는 “혼자 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늘다 보니 현재 우리 병원 장례 10건 중 1건은 빈소를 차리지 않는 1박 2일장”이라며 “조문객 없이 3일장을 치르는 것은 유족에게도 고역”이라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에서는 이미 가족장이나 장례식 없이 곧바로 화장만 하는 직장(直葬)이나 1일장 비율이 35%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은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2일장 등 ‘간소한 장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장례가 본격화되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져 이 같은 장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주임교수는 “장례 기간이 줄어들면 짧은 시간에 집단적으로 추모와 위로의 시간을 갖는 장례 예식 문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14> 쉽게 안 바뀌는 재혼가정 호칭
새엄마 좋지만 ‘엄마’ 소린 안나와요
■ 낳아준 엄마 생각하면 입 안떨어져…
요즘 아빠와 저는 ‘냉전 중’입니다. 아빠는 툭하면 제게 “날 무시하는 거냐”며 화를 내시죠. 아빠와 제가 싸우는 이유는 제가 공부를 안 한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사고를 치거나 해서가 아닙니다. 3년 전 재혼한 아빠의 새 아내를 제가 ‘엄마’라고 부르지 않아서죠.
전 새 ‘엄마’가 싫지 않습니다. 이혼 후 쓸쓸해하시던 아빠 옆에 있어준 것, 고3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절 살뜰하게 뒷바라지 해주는 것, 모두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마’라고 부르긴 싫어요. 전 절 낳아 준 우리 엄마를 ‘엄마’로 생각하니까요. 아빠와는 멀어졌지만 전 여전히 엄마와 수시로 통화하고 매달 얼굴도 보는 걸요. 어떻게 우리 엄마를 두고 또 다른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라는 건가요.
아빠는 “아빠가 선택한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건 새엄마뿐 아니라 나까지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화를 내시는데 너무 힘들어요. 처음에는 ‘아줌마’라고 불렀는데 이젠 아빠 눈치를 보느라 말도 안 하게 되고 호칭도 얼버무리는 상황입니다.
■ 재혼 만연 시대, 새 가족 호칭 바꿔볼 때죠
10만6000쌍. 지난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한국 부부의 수다. 같은 기간 남자 4만2000명, 여자 4만7000명이 재혼했다. 30년 전인 1987년에 비하면 이혼 건수는 두 배 이상 늘었고, 재혼 남녀도 71% 많아졌다. 과거와 달리 이제 이혼과 재혼은 흔한 일이 됐다.
특히 재혼 연령대가 20, 30대에서 40, 50대로 높아지면서 미성년 자녀를 둔 재혼가정이 많아졌다. 하지만 가부장적 유교 문화에 뿌리를 둔 ‘정상적인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여전해 이들의 자녀들은 종종 난처한 갈등 상황을 겪는다.
당장 계부모(繼父母)에 대한 호칭부터 스트레스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재혼한 김민진(가명·20·여) 씨는 그때의 경험이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 “엄마는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왜 아저씨라고 부르느냐, 아빠라고 해야지’라며 타박했어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아빠 기분은 생각 안 하냐’면서요. 제 감정은 안중에 없었죠.” 김 씨는 “드라마를 보면 ‘드디어 나를 아빠(엄마)라고 불러줬다’며 감격스러워하는 계부모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렇게 해야만 ‘정상적인 가정’이 된다고 여기는 인식이 문제”라고 말했다.
중학생 이창호(가명·14) 군은 학교에서도 호칭 딜레마를 겪었다. 가족과 함께한 체험활동 기록지를 본 담임교사가 이 군을 불러 “왜 새엄마를 아줌마라고 적었니? 혹시 사이가 안 좋니?”라고 물은 것. “사이는 좋은데 제 엄마는 아니라서요”라고 대답한 그에게 담임은 조심스럽게 “엄마라고 부르면 더 좋아하실 거야”라고 조언했다.
아빠나 엄마가 새로 선택한 배우자를 아이에게 부모로 인정할 것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친엄마·친아빠와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서모 군(15)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계모와 살면서부터 우울증이 생겼다. 계모가 괴롭혀서는 아니었다. 그는 상담전문기관을 통해 “처음엔 아빠 친구라고 소개했는데 어느 순간 진짜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해줄 사람이라고 했다. 엄마라고 부르는 건 물론이고, 그런 생각만으로도 진짜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슬펐다”고 털어놨다.
재혼가정 자녀들을 심층 인터뷰한 김연진 목포과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계부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기 싫어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며 “친부모에 대한 미안함, 반대로 자신을 떠난 친부모에 대한 악감정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혼이 점점 늘어날수록 계부모 ‘호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계부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 영어권처럼 계부모를 ‘친부모의 새 배우자’로 여기고 다른 호칭을 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희란 부경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중요한 건 호칭보다 계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라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호칭을 강요하는 것은 자녀의 반감을 키우고 가정불화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이지훈 기자
<15> 부부 사이에도 예법 지켜야죠
“야” “저 인간”… 무촌 부부, 무례 안돼요
■ 독설만 남기는 어긋난 소통… 존중받고 싶어요
“야, 이런 자리에 나올 땐 옷 좀 신경 쓰면 안 되냐?”
부부 동반 모임에 다녀오던 길. 아가씨처럼 예쁘게 꾸민 친구 부인들을 본 남편이 한 말입니다. 아기 이유식과 옷가지를 챙기다 보면 눈썹 한쪽 그릴 정신도 없는데…. 티셔츠 한 장 안 사주고 친구 부인들과 외모를 비교하니 저도 모르게 독설이 쏟아집니다. “이 인간이 돈도 쥐꼬리만큼 벌면서 바라는 것도 많네.”
부부는 어떤 혈육보다 가까워 무촌(無寸)이라죠. 하지만 너무 가까운 탓인지 남보다 더 큰 상처를 주고, 사과도 안 하게 되네요. 요새는 ‘성관계’로도 싸웁니다. “좋지도 않은 거 뭘 자꾸 하자고 보채?” 그러면 남편이 쏘아붙입니다. “그럼 나 밖에서 해결한다?”
한국이 예법을 중시하는 나라라지만, 부부 사이에선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스승과 제자, 상사와 부하의 관계처럼 부부 사이에도 필요한 예법이 있지 않을까요?
■ 낮춰 부르는 무례한 호칭, 갈등만 부채질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결혼이라지만 막상 부부가 된 뒤에는 크고 작은 갈등에 시달리는 이가 많다.
연애 시절엔 상상도 못했던 결혼 생활의 현실 속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은 ‘상대에게 던지는 칼날 같은 폭언’이다. 취재팀이 심층 인터뷰한 10명의 기혼자(모두 30대) 모두가 부부 갈등을 심화시키는 첫 번째 원인으로 무례한 소통방식을 꼽았다.
우선 ‘야’ ‘마누라’ ‘저 인간’ 등 상대를 낮춰 부르는 호칭이 문제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이런 호칭은 싸움을 더욱 격화시킨다. 주부 김지혜 씨(32)는 “호칭이 무례하면 뒤따라오는 말도 무례해진다는 걸 느꼈다”며 “서로 원하는 호칭을 알려주고 아무리 화가 나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삼자 다툼이 줄어드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부부관계의 또 다른 ‘폭탄’은 상대방 부모나 집안에 대한 비난이다. 요즘은 배우자 집안을 흉보는 게 TV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처럼 돼 버린 시대지만 실제 부부 생활에서 이런 발언은 되돌리기 힘든 결과를 낳기도 한다. 최근 이혼한 이모 씨(37)는 “아내가 나의 경제력을 비난하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 ‘해준 게 뭐가 있느냐’며 부모까지 욕하는 상황은 참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부부란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막상 현실에선 가장 뒷전이 되는 것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결혼 20주년을 맞은 김장훈(가명·51) 씨는 일부러 매주 목요일 ‘부부타임’을 갖고 아내와 단둘이 식사나 쇼핑, 운동을 즐긴다. 이 자리엔 자녀도 낄 수 없다. 그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서로 바쁘지만 최소한 이 시간만큼은 당신에게 집중한다는 의미”라며 “각자의 관심사를 공유하다 보면 저절로 이해가 생기고 서로 존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남편은 게임만, 아내는 인스타그램만 하는 요즘 세대가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부부간 ‘성생활 예절’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찾아줄 때 고마워해라” “부부의 섹스는 근친상간” 등의 발언은 농담이라 해도 상대방은 모욕감을 느끼는 대표적인 언어폭력이라고 말한다.
미국 킨제이연구소 출신 백혜경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부부관계를 요구하든, 거절하든 갈등의 상황을 배우자 탓으로 돌리지 말고 나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나(I) 대화법’이 필요하다”며 “당장 서로의 욕구를 맞추기 어렵다면 ‘침대에서 ○○분 대화하기’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성적 욕구를 주장하기에 앞서 물리적 친밀도를 높이며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서로를 존중하는 부부 예절이라는 설명이다.
김수연 sykim@donga.com·유원모 기자
<16>가족 간 슬기로운 SNS 예절
새 팔로어 생겼네 어디 보자… 헉, 시어머니!
■ 며느리 인스타그램 시어머니가 찾아내 몽땅 팔로했어요
‘kim****님이 회원님을 팔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스마트폰을 보는데 모르는 아이디가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하기 시작했다는 알람이 떴어요. 아이디를 눌러보니 프로필 사진에 유채꽃밭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시어머니 얼굴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시어머니가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내신 것이었죠. 깜짝 놀라 꼬투리 잡힐 만한 사진은 부랴부랴 다 지워버렸어요.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였어요. 얼마 뒤 시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제 인스타그램을 다 둘러보셨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얘, 우리한테는 말도 없이 너희들끼리 언제 여행을 갔었니?”, “맨날 외식하면 돈은 언제 모아? 집에서 밥은 안 해 먹니?” 등 질문을 쏟아내셨거든요. 어찌나 당황했던지. 어떻게 둘러댔는지 기억도 안 나요. 통화 말미엔 “왜 그동안 인스타그램 한다고 말 안 했어? 나도 페이스북도 하고 다 하는데…”라고 섭섭한 듯 말씀하시더라고요. 참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가족 눈치 보면서 해야 하나요?
■ 부모님이 여친 사진 보고 훈계… 이젠 ‘자기검열’ 해요
한때 젊은 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SNS는 이제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SNS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50대 10명 중 6명이 SNS를 사용하고 있다. SNS가 일상화되다 보니 친구나 동료는 물론 가족, 친척들과도 SNS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NS를 통한 가족 교류 중 뜻하지 않은 사생활 침해로 갈등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필라테스 강사인 김미연(가명·40·여) 씨는 최근 카카오톡(카톡) 프로필 사진을 본인의 비키니 사진에서 꽃 사진으로 바꿨다. 얼마 전 만난 시댁 식구들이 “나이가 들어도 몸매가 확실히 좋네”라며 지나가듯 말한 게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직업상 찍은 사진인데 시댁 식구들에겐 안 좋게 비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사진을 바꿨다”며 “집안 어른들이 내 SNS를 본다고 생각하니 프로필 사진이나 글을 올릴 때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양모 씨(29)도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최근 SNS에 올린 사진을 모두 지웠다. 양 씨는 “여자친구와의 일상을 SNS에 올렸는데 그걸 부모님이 발견하셨다”며 “‘결혼할 만한 애는 아닌 거 같다’, ‘빨리 선을 봐라’며 간섭하시는데 화가 나서 사진을 다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정치 이슈가 가족 간 SNS에 끼어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친척들과 제례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단체 카톡방을 만든 이준희 씨(45)는 “선거철이 되자 단체 카톡방이 ‘선거 운동방’으로 변질됐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큰아버지가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동영상 등을 공유하면, 작은아버지가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려 싸움이 붙는다는 것. 이 씨는 “정치는 친한 친구는 물론 부모 자식 간에도 이야기하기 민감한 주제”라며 “아버지가 ‘누구 찍을 거냐’고 SNS로 물을 때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선한 의도로 공유한 좋은 콘텐츠가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시점과 빈도가 문제다. 지방에 있는 부모와 떨어져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양모 씨(26·여)는 “새벽잠이 없는 아버지가 매일 오전 6시면 가족 카톡방에 ‘오늘의 좋은 글귀’를 올려 아침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 씨(25)는 “한번은 아버지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효란 무엇인가’란 글을 올리신 적이 있다”며 “아버지는 감동해서 보내신 것 같은데 읽고 나니 괜히 ‘내가 부족하다는 뜻인가’란 생각이 들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SNS를 통해서라도 가족과 가까워지고픈 기성세대의 순수한 마음을 젊은 세대가 몰라준다는 항변이 나오기도 한다. 고등학생 딸을 둔 이모 씨(46·여)는 “얼마 전 사춘기 딸이 SNS 프로필에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려 놨길래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신경 쓰지 말라’며 화를 냈다”며 “딸이 남자친구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궁금해 물어본 것뿐인데 섭섭하다”고 말했다.
SNS로 가족 간 얼굴이 붉어지는 상황에 대해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은 “부모는 부모끼리, 자녀들은 자녀들끼리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법”이라며 “자녀가 먼저 SNS를 알려주기 전까지 찾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메시지는 보내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
각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받는 쪽이 불편해하면 그건 불편한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가족으로부터 원치 않는 SNS 팔로 요청을 받았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상담 전문가인 김유정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는 “모르는 척 둘러대면 서로 더 불편하다. ‘어머님 거긴 친구들이랑 찍은 장난친 사진이 너무 많아요’ 같은 말로 완곡하고 솔직하게 사정을 설명하는 게 낫다”며 “‘카톡으로 저희 부부 사진 자주 보내드릴게요’처럼 대안을 제시하면서 부드럽게 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위은지 wizi@donga.com·노지현 기자
<17>난임부부에 아이 얘기는 그만
만혼부부 2세 계획, 관심 꺼두셔도 좋습니다
■ 거듭되는 ‘실패’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요
“지금 낳아도 노산(老産)이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빨리 낳아.”
회식 자리에서 불쑥 튀어나온 부장님의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신혼을 더 즐기고 싶다는 핑계를 댄 지 어느덧 4년. 저는 올해 서른여덟, 남편은 마흔이에요. 학위 따고 일자리까지 구하느라 졸업도, 결혼도 늦은 우리는 난임(難妊) 부부입니다.
둘 다 나이가 있어 결혼 첫해부터 임신을 원했지만 잘 안 됐어요. 인공수정을 세 번 실패하고 다음 달 시험관 배아이식을 앞두고 있어요. 양가 부모님을 제외한 그 누구도 제가 난임이라는 사실을 몰라요. 동정이든 위로든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아 비밀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 눈에는 제가 일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이기적 여자’로 보이나 봐요. “지금은 신혼이니까 좋지. 나중엔 애 때문에 살아” “승진의 기쁨보다 아이가 주는 행복이 더 큰 걸 모르네”라며 늘 저를 설득하려 하죠. 다들 제가 난임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겠지만, 죽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울컥 눈물이 납니다. 각자 사정이 있는 2세 문제, 이젠 묻지 않는 게 예의 아닐까요.
■ 가족관계 서먹, 대인기피증도 생겨… 세심한 배려 필요
10년간 수백 쌍의 난임 부부를 봐온 산부인과 전문의입니다. 갈수록 만혼(晩婚)이 대세가 되면서 한 해가 다르게 저를 찾는 부부가 늘고 있죠. 재작년 난임 환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더군요. 아이를 원치 않는 ‘노 키즈(no kids)’ 부부가 적지 않은 시대지만 저를 찾는 부부들은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를 원합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신체적 고통이 따르는 시술을 마다하지 않고, 직장까지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난임 부부들은 거듭되는 실패만으로 충분히 힘이 듭니다. 하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주변의 ‘지나친 관심’입니다. 결혼만 했다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2세 계획’을 묻거든요. 한국 사회는 결혼과 출산을 성인이 꼭 거쳐야 하는 하나의 ‘통과의례’로 여기는 듯합니다. 온 힘을 다해 아이를 만나려 노력하는 난임 부부에게 주변인들의 섣부른 관심은 스트레스, 아니 ‘폭력’입니다.
3년째 저희 병원을 찾는 은주(가명·39) 씨는 자신이 ‘아이를 낳기 위한 짐승’이 된 것만 같다고 호소합니다. 난자가 많이 나오도록 은주 씨는 매일 집에서 배에 직접 주사를 놓습니다. 호르몬으로 기분 변화가 심해지는 건 기본입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구토가 나오는 임신 초기 증상을 겪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드디어 임신한 거냐”고 묻습니다. 이중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맞고 나면 엉덩이가 돌처럼 단단해져 일명 ‘돌주사’로 불리는 착상 주사도 맞아야 합니다. 시험관 시술을 한 날은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 찬물 한 잔 마시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배와 엉덩이가 온통 주삿바늘 자국으로 성한 곳이 없는 은주 씨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이럴 때 “마음 편히 가져라”는 조언을 하거나 ‘임신에 최고’라며 민간요법이나 한의원 이름을 알려주는 건 위로가 안 됩니다. 난임 부부들은 이미 안 해 본 게 없거든요. 은주 씨는 “피해의식인 건 알지만 때론 주변 사람의 위로가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며 “누구는 마음만 편하게 먹어도 생기는 아이가 난 죽도록 노력해도 생기지 않는지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했습니다.
실패가 반복되고 난임 상태가 길어지면 우울증이 오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난임 여성이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것은 기본이고 심하면 불면증과 대인기피증을 넘어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한 책망, 배우자에 대한 원망 등 여러 감정이 뒤섞여 부부관계가 멀어지거나 가족 간 갈등을 겪기도 하죠.
나정(40) 씨는 다섯 살 어린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결혼 첫해부터 임신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죠. 치료를 받은 지 어느덧 햇수로 5년이 돼 갑니다. 어느 날은 나정 씨가 퉁퉁 부은 눈으로 병원을 찾아와 오열하더군요. 시어머니가 시이모와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나이 든 며느리가 젊은 내 자식을 데려가서 대(代)가 끊기게 생겼다’고 했답니다. 나정 씨는 화가 나기보다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져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대요. 그 후로 남편 얼굴을 보기 힘들어 2주 넘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대요. 시댁에 가면 변두리에만 있는 듯한 자신이 싫어진다네요.
난임으로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성훈(가명·36) 씨는 지난해 만난 환자입니다. ‘무정자증’으로 난임 판정을 받았죠. 얼마 전 상담센터를 찾은 성훈 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끊었다고 했습니다. 성훈 씨 친구들은 대부분 아빠가 됐다고 합니다. SNS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아이 사진만 봐도 성훈 씨는 질투와 좌절감, 죄책감이 밀려들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자연스럽게 부부 동반 모임을 피하게 되더랍니다. 예전엔 부동산이나 재테크가 주요 화제였던 친구 부부들과의 단톡방에서 이제는 ‘아이 키우기 힘들다’ ‘그래도 아이가 주는 행복이 최고다’라는 대화가 경쟁적으로 오간답니다. 그런 글을 보는 아내가 자신을 떠날까봐 두렵다고 합니다. 주변인들의 세심한 배려가 그만큼 중요한 겁니다.
어찌 보면 아이를 갖는 것은 가정을 이룬 부부가 선택할 일일 뿐 다른 가족이나 직장동료, 친구들이 묻거나 따질 일은 아니죠. 하지만 한국에선 이를 존중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난임이 소수의 문제가 아닌 만큼 ‘착한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난임 부부들도 자신의 상태를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세요. 난임은 흔한 일이고, 치료와 관리의 대상일 뿐 누구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차라리 “우리도 기다리고 있다” “아이를 가지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라고 말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수연 기자
<18>고부갈등 뺨치는 장모-사위 갈등
아, 또 장모 잔소리… ‘처월드’는 괴로워
■ 육아 맡는 장모님, 감사하고 죄송한데 사생활 간섭 너무해
‘사위는 백년손님’이란 말이 있죠. 저에게는 참 어색한 말입니다. 저희 장모님은 절 귀하고 어려운 손님이 아니라 ‘모자란 자식’으로 보는 것 같거든요.
맞벌이인 저희 부부는 아이들의 육아를 장모님께 부탁하고 있습니다. ‘처가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죠. 아이 둘의 육아를 맡아주시는 장모님께 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위를 손주 키우듯 대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회식이 너무 잦은 것 같네”라고 넌지시 한마디 건넬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은 “용돈을 너무 헤프게 쓴다” “양말을 거꾸로 벗어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등 ‘잔소리 대마왕’이 따로 없습니다.
처남댁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장모님께선 ‘시댁 스트레스를 주는 시어머니가 되지 않겠다’며 친척들 생일이나 제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조심스럽게’ 며느리 참석 여부를 물으시죠. 정작 저는 온갖 집안 행사에 ‘당연히 와야 하는 사람’입니다. 행사가 있을 때 과일이라도 챙겨 가지 않으면 “빈손으로 왔느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입니다.
씨암탉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 저는 장모님의 관심이 부담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처갓집이 편치 않은 건 저뿐인가요.
■ 이혼사유로 고부갈등보다 장서갈등 더 높아
‘웰컴 투 처월드!’
가정 갈등의 ‘대표 선수’가 바뀌고 있다. ‘시월드’로 표현되는 ‘고부 갈등’ 대신에 처갓집과 사위 간 불편한 관계를 뜻하는 ‘장서(丈壻) 갈등’이 점점 늘고 있다. 올해 2월 재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이혼 남녀 5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로 장서 갈등(10.9%)이 고부 갈등(2.3%)을 앞섰다.
장서 갈등의 급증은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처가에서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주는 일이 잦아지면서다. 결혼 3년 차인 김정현(가명·34) 씨는 신혼집을 처갓집과 같은 아파트단지에 구했다. 맞벌이인 아내가 처음부터 “나중에 애들을 맡기려면 집은 무조건 우리 부모님 집과 가까워야 한다”고 요구해서다.
결혼 초에는 장모님이 매일같이 와 냉장고를 꽉꽉 채워놓고,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대신해줘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황스러운 일이 잦아졌다. 김 씨는 “속옷만 입고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장모님이 불쑥 집에 찾아와 까무러치게 놀란 적이 있다”며 “아내에게 ‘장모님이 너무 자주 오셔서 불편하다’고 말하면 ‘고마워하지는 못 할망정 웬 배부른 소리냐’고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말했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중 시부모에게서 생활지원을 받는 비율은 2006년 14%에서 2016년 7.9%로 감소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처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고 답한 부부는 17%에서 19%로 증가했다. 처가와는 점점 밀접해지고, 시댁과는 점점 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제 부모님은 며느리 비위를 거스를까 봐 일절 뭘 요구하지 않아요. 반면에 장인 장모는 제게 ‘자네, 교회는 꼭 다녀야 하네’부터 시작해 ‘보험 영업하는 친구가 있으니 계약 하나만 해 달라’는 요구까지 ‘청구서’를 끝없이 내미세요.”(결혼 5년 차 박모 씨·35)
결혼 3년 차인 김모 씨(33)는 “아내에게 장인 장모의 지나친 간섭을 하소연하면 아내는 늘 자기 부모님 편을 든다”며 “옛날 신파극에서 봐온 ‘며느리의 설움’이 뭔지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 푸념했다.
여기엔 달라진 사회상이 투영돼 있다. 시어머니들은 자신들이 겪은 ‘시월드’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인식이 커진 데다 아들 못지않게 ‘잘난 며느리’를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반면 처가에선 ‘알파걸로 키운 내 딸’이 사위에게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딸 부부를 늘 가까이에서 보면서 딸을 힘들게 하는 사위의 부족한 면을 쉽게 눈감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위와 처가 간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은숙 이혼전문 변호사는 “장서 갈등으로 이혼까지 결심한 부부들을 보면 대부분 처가에서 간섭과 관여의 선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처갓집에서 생활지원을 하더라도 자녀 부부의 가장으로서 사위가 존중받아야 할 어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처가뿐 아니라 부부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고부 갈등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를 중재하는 아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처럼 아내 또한 장서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김미영 서울가족문제상담소장은 “남편들이 처가에 불만이 생기면 비난과 질타의 어투로 이를 표현하면서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해 아내의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기(禮記) 전문가인 정병섭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예(禮)의 핵심은 상호 존중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며 “사위의 존재를 존중하지 않고 무턱대고 못난 아들처럼 대하는 것은 아닌지 장인, 장모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노지현 기자
<19> ‘아름다운 마무리’ 퇴사 예절
‘툭 사표’ 안돼요… ‘떠날땐 뒷말 없게’ 이게 능력인
■ 회사 자주 옮기는 사회 초년생들… 퇴사 매너 몰라요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요즘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거울 앞에서 매일 이 말을 연습합니다. 네, 전 올해 안에 현재 다니는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5년차 직장인입니다. 퇴사를 고민한 지는 3년, 퇴사를 결심한 것은 작년이니 결코 충동적으로 결정한 건 아닙니다. 다만 퇴사를 확실히 결정하고도 언제,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퇴사 의사는 대체 언제까지 알려야 하는 건가요? 말해야 하는 대상은요? 입사 동기들에게 먼저 알리는 게 도리인가요? 아니면 직속 상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나요. 인사도 숙제예요. 이직 경험이 있는 대학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떠날 땐 말없이”라는 친구부터 “서운하단 뒷말 안 들으려면 한 분씩 제대로 인사해”라는 조언까지 다양하더라고요.
퇴사하는 순간까지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좀 바보 같나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한국의 문화인걸요. 요즘은 퇴사 예절이 이직 때 평판조회에도 영향을 준대요. 한국 직장인의 퇴사예절, 정답은 무엇일까요?
■ 떠난 자리 크지 않게 신경쓰세요
모든 직장인은 한 번쯤 퇴사를 꿈꾼다. 다만 요즘 직장인이 기성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적지 않은 수가 그 꿈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 업무, 조직문화를 이전 세대만큼 ‘인내’하지 않다 보니 대졸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입사 1년 내에 퇴사한다(한국경영자총협회·2016년)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퇴사 방식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는 8년차 직장인 최승복(가명·38) 씨는 지난해 회사를 떠난 신입사원을 잊지 못한다. 입사 11개월차였던 해당 직원은 몰래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은 당일 사직서를 낸 뒤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동료는 물론이고 과장, 차장에게조차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부장에게만 ‘통보식’으로 던진 사표였다. 물론 업무 인수인계도 없었다.
“이직이 많은 업계라 많은 퇴사자를 봤지만 최악이었죠. 능력이 있을진 몰라도 사람은 덜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씨는 “사업 수주를 위한 팀 구성을 마친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 벌어진 일”이라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석 달 동안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하느라 모두 그를 원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사람인이 100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직 직원의 비매너 행동’ 가운데 1, 2위는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 함’(25.2%)과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24.5%)였다.
노무사 안태은 씨는 “법적으로 정해진 퇴사 통보 기한은 없다. 원한다면 오늘 통보하고 당장 내일 그만둬도 된다”며 “다만 이는 법적 기준일 뿐, 실제론 업무 인수인계와 대체 인력 확보를 위해 최소 한 달 전에는 퇴사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매너”라고 말했다.
퇴사 전 한 달을 활용해 후임자에게 줄 업무 개요를 정리하고, 중요 관련자의 연락처를 적어주는 것,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퇴사자의 예절’에 속한다. 반면 후임에 대한 배려 없이 컴퓨터 중요 파일을 삭제하거나,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놓으면 두고두고 비난을 받기 쉽다.
퇴사 통보는 누구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손성곤 직장생활연구소장은 “자신의 1차 평가자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며 “퇴사 사유를 말할 때는 그 이유를 곧이곧대로 말하기보다는 ‘저에겐 다른 일이 더 맞는 것 같아서’ 등 ‘나’를 중심으로 한 설명이 좋다”고 말했다. ‘팀장이 너무 이상해서’ ‘미래가 없는 조직 같아서’처럼 노골적인 이유를 대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업계 순위가 더 높은 경쟁사로 이직하며 본의 아닌 말실수를 한 신모 씨(39)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퇴사를 기념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월급에 이렇게 일하는 게 말이 되냐” “십 년을 다녀도 남는 게 없을 것” 등의 이직 속내를 털어놨다가 한참 뒤에야 “기분이 나빴다”는 동료들의 푸념을 듣고 “아차 싶었다”고 했다. ‘이 월급’에 ‘십 년을 더 다닐 생각’인 동료들에게는 박탈감과 불쾌감을 주는 말이었다.
손 소장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퇴사하는 이들 중에는 퇴사 직전 공개적으로 전사에 특정인을 비난하는 이메일을 뿌리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특정인에게 치명타를 주겠다는 생각이겠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더 찜찜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은 경력직 직원 채용 시 전 직장에서의 평판을 조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퇴사 예절에 신경 써야 한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대상 직원이 전 직장에서 퇴사 예절이 좋지 않았다는 얘길 들었을 때 십중팔구 이들을 ‘감점’(50%)시키거나 ‘탈락’(43.3%)시켰다.
퇴사할 땐 직장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아껴주는 가족과도 충분히 교감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퇴사자를 걱정하는 이들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식품회사에서 3년을 근무하고 퇴사한 박상준 씨(29)는 퇴사 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와 가족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박 씨는 “부모님께는 한 번도 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부모님의 신뢰를 얻고 가족이 함께 웃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임우선 기자
<20>국경 넘은 사랑에 대한 매너
색안경 시선 국제커플, 구경거리 아니거든요
■ 일본인 친구보고 ‘스시녀’라니… 너무 속상해
“오∼ 스시녀!”
일본인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했을 때 친구가 보인 첫 반응입니다.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가벼운 유머라는 건 알지만 달갑지 않은 표현이더군요. 옆에 있던 선배 질문은 더 황당했습니다. “일본 여자는 낮에 순하고, 밤에 화끈하다던데 정말이니?” 함께 만난 자리에서 여자친구에게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 “소녀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외교적 문제를 닦달하듯 묻는 친구도 있었죠.
한국 어디에서나 외국인을 마주치는 게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닌 시대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국제연애를 하는 건 꽤 피곤한 일입니다. 우리를 향한 주변의 호기심과 관심은 때로 무례함과 불쾌함으로 다가오죠. 국적도, 인종도 다 떼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로 봐줄 순 없는 건가요?
■ 지나친 관심은 실례… 평범한 연인 대하듯 바라봐 주세요
당신이 애인과 지하철을 탔다. 가만히 서 있는데 노인이 째려보며 침을 뱉는다. 손잡고 걸어갈 땐 모르는 아줌마가 “차라리 모텔방을 잡지…” 하며 혀를 찬다. 어딜 가나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들에게 바로 따질 것이다. “왜 쳐다보세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침을 뱉으세요?” 하지만 외국인을 3년간 만난 적이 있는 주희(가명·31·여) 씨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대놓고 따지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외국인과 사귀는 이를 ‘특이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성(性)적 이유로 만날 것’이란 편견이 적지 않다.
주희 씨는 “외국인과 연애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개방적인 여자라고 생각해 은근슬쩍 야한 농담을 걸거나 남자친구와의 성생활을 묻는 이들이 많아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과거 ‘미군 남성-한국 여성’을 매춘 프레임에서 봐온 사회적 시각이 여전한 탓이다.
반대로 외국인 여성을 사귀는 한국인 남성들도 “서양 엘프가 왜 너 같은 동양 남자를 만나냐” “옐로 피버(아시아 사람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증세)에 빠진 사람 아니냐”는 등의 놀림을 받기 일쑤다.
외국인 연인에 대한 고정관념에 인종이나 출신 국가에 대한 편견까지 더해지면 무례한 발언의 수위는 더 높아진다. “왜 하필 흑인이야?” “동남아 남자가 어디가 좋아?” 같은 질문을 받는 건 예삿일이다. 튀니지 출신 남성과 5년을 사귄 뒤 결혼한 글로리아 김 씨(27·여)는 연애시절 “남자친구가 테러단체 출신 아니냐?” “무슬림은 일부다처제를 선호한다는데…” 등의 발언을 자주 들었다. 김 씨는 “내 면전에서 ‘무슬림은 다 죽여야 돼’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며 “종교와 국가를 떠나 모든 사람은 상처받고 슬퍼할 줄 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 커플들은 외국인 연인의 직업이나 신분을 빌미로 공격받는 경우도 많다. 흔히 상대가 학원 영어강사이거나 미군일 경우 “자국에서 변변한 직업을 갖기 힘든 사람들이 영어 하나로 한국에서 직장 잡고 한국 여자들을 만나고 다닌다”며 뒷말을 하기 일쑤다. 학원 강사 출신 남성과 결혼한 재윤(가명·32) 씨는 “남편은 나보다 우수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영어강사 외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한국에서 돈을 벌며 박사과정까지 마쳤는데 단지 학원 강사라는 이유만으로 폄하하는 게 불쾌하다”고 말했다.
때론 잘못인 줄 모르고 저지르는 무례한 행동들도 있다. 웹툰 서비스 레진코믹스에 ‘국제연애 절대로 하지 마라’를 연재 중인 작가 쑤(필명)는 4년간 미국인과 사귀고 결혼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려냈다. 친하지 않은 지인이 남자친구와 함께 보자고 해서 나갔더니 영어 인터뷰 연습을 하려 했다는 일화, 카페에서 “저 외국인이랑 영어로 대화하고 와보라” “영어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말을 못하니?”라며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를 만난 경험 등이다.
평범한 미국 시민인 그의 남편에게 “미국은 왜 그렇게 한국 정치에 관여하나” “당신도 총을 가지고 있느냐” 같은 황당하고 불편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캐나다인’이라고 소개할 생각까지 했다는 것. 쑤 작가의 남편은 “국제커플이 많은 미국에 비해 한국은 외국인과 사귀는 걸 특이하게 생각하고 유별나게 바라본다”며 “그냥 평범한 커플을 대하듯 바라봐주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글로벌코리아 매너클래스’의 저자인 박영실 숙명여대 외래교수는 “한국은 외국의 음식과 대중문화엔 개방적이면서도 여전히 국제연애만큼은 폐쇄적”이라며 “상대에게 실례가 될 과도한 관심이나 편견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게 매너”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제커플을 대할 때 ‘ABC 원칙’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A는 외모(Appearance), 특히 피부색이나 신체 특징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는 것이다. B는 행동(Behavior)에 신경 쓰라는 의미로 빤히 쳐다보거나 무례한 발언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의미다. C는 문화(Culture)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잊고 싶은 민족의 과거나 상처, 종교적 외교적 민감한 발언은 최대한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연 sykim@donga.com·이지훈 기자